국내 석유화학 기업들은 올 2분기에 이어 3분기에도 어려운 시간을 보냈다. 업황 부진을 메워주던 고환율 효과가 축소되고 해상운임 비용이 불어나면서 원가 부담도 가중된 탓이다. 그러나 향후에는 공급과잉이 완화되는 등 반등에 대한 기대감도 불거지고 있다.
15일 업계에 따르면 LG화학은 올 3분기 매출 12조8772억원·영업이익 5664억원을 기록할 것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양극재 원료 투입가가 개선된 영향이다.
하지만 석유화학부문이 전년 동기 대비 적자전환하는 등 실제 수치는 이를 하회할 것으로 보인다. 유가하락으로 납사값이 낮아지면서 재고평가손실이 발생한 탓이다. 첨단소재부문은 수익성이 높아지겠으나, 양극재 물량 감소가 상승폭을 제한한 것으로 풀이된다.
LG에너지솔루션의 영업이익도 5157억원에서 4483억원으로 하락했다. 여기에서 미국 첨단제조생산 세액공제(AMPC)를 제외하면 손실이 이어지고 있다. 윤재성 하나증권 애널리스트는 이를 포함한 LG화학의 영업이익이 컨센서스를 15% 가까이 하회할 것으로 전망했다.
롯데케미칼의 예상 매출과 영업손실은 당초 각각 5조3190억원·1000억원이었지만, 재고평가손실과 미국법인 정기보수를 비롯한 이유로 더 큰 폭의 적자가 점쳐진다. 일각에서는 2000억원이 넘는 적자가 발생한 것으로 보고 있다.
올레핀·아로마틱부문과 롯데케미칼타이탄 등 전반적으로 실적이 나빠졌고, 롯데에너지머티리얼즈도 전기차 캐즘(일시적 성장 정체) 및 공급과잉 등에 따른 동박 업황 침체에서 자유롭지 못했던 것으로 평가된다. 롯데정밀화학 케미칼·그린소재 부문 수익성도 낮아진 것으로 전해졌다.
금호석유화학도 매출 1조8764억원·영업이익 1128억원에는 미치지 못하는 성적표를 받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천연고무 강세가 합성고무 가격도 끌어올렸고, NB라텍스 판매량도 증가했지만 원료값도 높아진 까닭이다. 합성수지·에너지 및 정밀화학 부문 실적 하락도 언급된다.
윤용식 한화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스티렌부티렌고무(SBR) 가격이 1분기 t당 1649달러에서 2분기 1825달러, 3분기 2009달러로 상승했다고 분석했다. 같은 기간 부타디엔(BD)은 1222달러에서 1466·1552달러로 인상됐다. SBR 보다 5%p 가량 더 빠르게 비싸진 셈이다.
한화솔루션 역시 매출 3조2653억원·영업손실 265억원 보다 부진한 실적이 예상된다. 태양광 모듈 출하량이 증가했음에도 판가가 회복되지 못한 탓에 적자가 지속되는 탓이다. 윤 애널리스트는 한화솔루션의 영업손실을 800억원대로 보고 있다.
부문별로 보면 2분기에 이어 첨단소재부문만 영업이익을 낸 것으로 예상된다. 케미칼부문도 업황 부진에 따른 적자가 점쳐진다.
HS효성첨단소재·효성티앤씨·코오롱인더스트리는 각각 △타이어코드 판가 및 물량 감소 △높은 수준의 중국 스판덱스 재고 △아라미드 기존 설비 가동률 축소 등의 영향을 받은 것으로 보인다.
업계는 수요 부진이 지속되는 상황에서 원가 부담을 판가에 반영하지 못한 것을 이같은 현상의 원인으로 꼽고 있다. 아로마틱 계열은 드라이빙 시즌 종료로 휘발유 블렌딩용 수요가 축소된 것이 마진 감소로 이어졌다.
그러나 최근 몇년간 이어진 중국 내 설비 증설이 마무리 단계에 접어들면서 공급과잉 문제가 완화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미국·중국 금리 인하에 따른 글로벌 경기 회복도 호재로 꼽힌다. 내년과 2026년 글로벌 에틸렌 증설은 3% 수준에 머물 전망이다.
업계 관계자는 “현지에서도 경제성장률을 낮게 보는 등 중국 경기 회복은 부동산 침체 등으로 인해 쉽지 않을 것"이라며 “높은 에탄 경제성을 토대로 아시아 지역 내 미국 제품 수출도 불어나고 있지만, 고유가 국면을 벗어난 것은 불행 중 다행"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