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항공에 대한 유동성 위기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무안공항 여객기 참사에 대한 정확한 배상 규모와 책임 소재 여부가 나오기까지는 시간이 걸리겠지만, 당장 항공권 예약 취소가 잇따르며 제주항공의 현금 여력에 비상이 걸렸다.
2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제주항공 주가는 전 거래일 대비 4.67% 하락한 7150원에 거래를 마쳤다. 지난달 29일 무안공항 참사 이후 3거래일간 누적 하락폭은 13%에 달한다.
주가 약세의 주요 원인은 단연 '제주항공 참사'다. 제주항공은 지난달 29일부터 30일 오후 1시까지 항공권 취소 건수가 6만8000여건에 달한다고 공식 확인했다. 사고 발생 이후 약 5일이 지난 현재, 환불 규모는 더욱 커졌을 것으로 추정된다.
작년 3분기 말 기준 제주항공 분기 보고서에 따르면, 항공권 예매 금액이 포함된 선수금 규모는 2608억원이다. 선수금은 항공 서비스 이행 전까지 계약부채로 취급되며, 서비스 이행 후 매출로 전환된다. 고객이 항공권을 취소해 환불을 받으면 제주항공의 선수금이 줄어든다. 그만큼 부채 규모는 감소하지만 보유한 현금 및 현금성자산이 함께 줄어들어 현금 유출이 심화된다.
같은 시점 제주항공의 현금 및 현금성자산은 1809억원으로 선수금 규모에 크게 못 미친다. 극단적으로 현재 보유 중인 선수금을 전부 환불(2608억원)한다면 제주항공은 추가 자금 조달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특히 제주항공은 지난 12월29일 이전 예약된 모든 항공권에 대해 오는 1월31일까지 무상 환불하겠다고 밝혀, 위약금에 의한 일부 보전도 기대할 수 없는 상황이다.
코로나19 팬데믹 여파로 제주항공의 재무 건전성이 여전히 위험 수준에 머물러 있었다는 점도 우려를 더한다. 작년 3분기 말 기준 제주항공의 연결 기준 유동비율은 39.4%에 불과하다. 유동비율은 기업이 단기 부채를 얼마나 쉽게 상환할 수 있는지를 나타내며 통상 100%를 초과해야 '안정적'이라고 본다.
증권가에서는 제주항공의 2024년 연간 매출을 1조9712억원으로 전망했다. 매출 자체는 역대 최대 규모지만, 영업이익은 1510억원으로 전년 대비 11.06% 감소한 수치다. 매출 증가에도 불구하고 수익성은 악화하는 것으로 본 것이다.
올해는 이번 참사로 매출로 전환될 선수금이 큰 폭 감소할 것으로 예상된다. 제주항공에 대한 여론 악화로 향후 실적도 장담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제주항공뿐 아니라 저비용항공사(LCC) 전반에 대한 소비자 신뢰도 하락할 전망이다. 최근 김이배 제주항공 사장은 올 3월까지 운항량을 10~15% 감축하겠다고 발표해, 1분기 실적은 전년 대비 감소가 유력하다.
기체 교체 비용도 제주항공을 괴롭힐 것으로 보인다. 사고 기체였던 보잉 737-800에 대한 공포감이 확산하면서 해당 기체 교체 이슈가 불거지고 있다. 제주항공이 보유한 보잉 737-800은 총 36대로 국내 LCC 업계에서 가장 많다. 이중 일부는 제주항공이 직접 구매한 것으로, 최근 구입한 기체 한 대의 가격은 395억원에 달한다. 운용 리스 중인 나머지 기체도 교체할 경우 계약 종료 수수료와 신규 항공기 도입 비용 등이 추가로 발생할 수 있다. 제주항공에 대한 정확한 재무적 피해는 회사의 공식 발표와 오는 5월 1분기 보고서에서 확인 가능하다.
현재 제주항공은 유동성 위기 대응보다 유가족 지원을 최우선으로 하고 있다. 제주항공 관계자는 “본사 직원 대다수가 무안에 내려가 유가족 지원에 집중하고 있다"며 “현재 재무 상황을 파악해 공식 입장을 전달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