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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예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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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물가가 바꾼 소비트렌드…‘못난이 마케팅’ 전성시대

에너지경제신문   | 입력 2022.10.03 16:12

‘플렉스 소비’ MZ세대 소비 절약 소비 패턴 변화



미세한 흠집 있어도 저렴한 B급 농산물 인기 커져



대형마트 뿐만 아니라 온라인서도 관련 매출 급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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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번가 B급 농산물을 모은 생산자 협력 브랜드 ‘어글리러블리’ 하우스 감귤 이미지


[에너지경제신문 서예온 기자] 고물가·고금리 여파로 MZ세대(1980~2000년 초반 출생)의 소비 패턴이 ‘플렉스 소비(많은 돈을 쓰면서 부를 과시하는 소비행태)’를 추구하던 과거와 달리 소비를 절약하는 흐름이 가속화하고 있다.

이로 인해 유통업계에선 일반 상품보다 미세한 흠집이 있는 상품을 저렴하게 판매하는 ‘못난이 마케팅’이 더욱 활황이다. 기존에는 대형마트와 같은 오프라인에서 B급 과일 등 못난이 마케팅이 이뤄졌다면, 최근에는 온라인에서도 못난이 마케팅이 확산되는 추세다.

3일 업계에 따르면 고물가에 최근 온·오프라인 기업 모두 일반 상품 대비 미세한 흠집이 있는 상품을 저렴한 가격에 판매하는 못난이 마케팅 관련 상품 매출이 급증하고 있다.

롯데마트는 재배과정에서 흠집이 나거나 색이 고르지 못한 B+급 농산물에 ‘상생 과일’이라는 새로운 이름을 붙이고, 시세보다 평균 30% 저렴하게 판매한 결과, 상생 과일‘ 시리즈 10여가지의 품목의 올해 누계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180% 이상 신장했다.

온라인에서도 최근 ‘못난이’ 상품 수요가 폭발하고 있다. 11번가는 지난달(9월 1일~25일까지) B급 농산물을 모은 생산자 협력 브랜드 ‘어글리러블리’의 거래액이 전년 대비 7배 이상 급증했다. 올해 들어서는 전년 대비 88% 늘었다. 또 이달 두 차례 진행한 어글리러블리 라이브 방송은 누적 67만 회의 시청횟수를 기록했다.

이러한 수요 증가에 최근 오프라인 유통기업뿐만 아니라 이커머스 역시 못난이 마케팅을 확대하고 있다. 11번가 이어 SSG닷컴도 못난이 마케팅을 강화하고 있다. SSG닷컴은 이달 5일까지 일주일간 ‘농가와 함께하는 못난이 과일, 채소 기획전’을 열고 흠집이 있거나 크기와 모양이 균일하지 않은 B급 농산물을 반값 수준으로 할인해 판매한다. 이번 행사를 위해 SSG닷컴은 전국 각지의 농가에서 판매가 어려운 과일과 채소류를 직접 사들여 온라인 전용 물류센터 ‘네오’를 통해 수도권에서의 판매 촉진에 나섰다. 사과, 배, 샤인머스캣 물량을 대량으로 확보했고, 태풍과 폭우로 피해를 본 농가 지원을 위해 무와 고추, 가지 등도 할인 판매한다.

전문가들은 최근 못난이 마케팅이 확산되는 배경엔 예비 핵심 소비층인 MZ세대가 있다는 분석이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 학과 교수는 "고물가 고금리로 지금 기성세대보다 더 가계의 압박감을 느끼는 게 MZ세대"라며 "이들 세대의 소비패턴이 바뀌면서 자기가 누리고 있던 소비생활 퀼리티는 유지하면서 지출 비용을 줄일 수 있는 방안을 찾고 있는 것"이라고 진단했다.

전 유통학회장인 서용구 숙명여대 경영학과 교수는 최근 온라인에서도 못난이 상품 수요가 늘어난 배경에 대해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아 대출)’하던 MZ세대가 (고물가 고금리 여파에) 망가졌다"며 "온라인의 주요 소비층인 이들 세대가 현금이 부족해지면서 일어난 현상"이라고 풀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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