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너지경제신문=정희순 기자] 삼성전자가 9일 발표한 지난해 잠정 실적은 반도체 업황 악화의 여파가 고스란히 담겨있지만, 시장 회복세를 다시 한 번 확인할 수 있었다는 점에서는 긍정적이다. 올해 인공지능(AI) 스마트폰과 노트북 등이 출시되고 나면 본격적인 반도체 실적 개선이 이뤄질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엔가이드는 삼성전자의 올해 연간 영업이익을 35조원으로 추정했다. 이는 지난해 대비 5배 이상 늘어난 것으로, 반도체 호황기였던 2020년과 비슷한 수준이다.
가장 기대를 걸고 있는 부분은 메모리 업황 회복이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반도체 부문에서만 약 14조원의 적자를 기록한 것으로 추정되는데, 낙관적인 전망대로라면 올해 상반기 안에 반도체 흑자전환이 유력하다. AI 노트북, AI스마트폰 등 AI 중심의 반도체 수요 회복이 빠를 것으로 예상된다.
삼성전자는 초거대 AI 시장 대응을 위해 DDR5, HBM(고대역폭메모리), CMM(CXL 메모리 모듈) 등 응용별 요구 사항에 기반한 메모리 포트폴리오를 시장에 제시하고 공급 중이다.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개최 중인 세계 최대 가전정보기술 전시회 CES에서도 클라우드, 온디바이스 AI, 차량 분야를 중심으로 HBM3E, DDR5, LPDDR5X 등 핵심 메모리 포트폴리오를 선보였다.
삼성전자는 시장의 변화에 민첩하게 대응하기 위해 지난해 12월 메모리 상품기획실을 신설한 것으로 전해진다. 해당 조직은 고객 기술 대응 부서를 하나로 통합한 조직으로, 제품 기획부터 사업화 단계까지 전 영역을 담당한다.
배용철 삼성전자 메모리사업부 상품기획실장(부사장)은 최근 삼성전자 뉴스룸에 올린 기고문에서 "AI 플랫폼의 성장으로 고객 맞춤형 HBM(고대역폭 메모리)에 대한 요구가 증가하고 있다"며 "맞춤형 HBM D램이 향후 메모리 반도체 기술 한계 극복을 위한 돌파구 역할을 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오는 17일 미국 캘리포니아 새너제이에서 열리는 ‘삼성 갤럭시 언팩 2024’에서 공개하는 AI 스마트폰 ‘갤럭시 S24’ 시리즈에 대한 기대감도 높다. 갤럭시 S24 시리즈에는 삼성전자가 자체 개발한 생성형 AI ‘삼성 가우스’와 기기 자체에 내장될 ‘갤럭시 AI’ 등이 적용될 전망이다.
비스포크(Bespoke) 가전도 AI 기술을 품고 한층 더 진화한다. 냉장고는 AI 기능으로 식품 목록을 자동으로 업데이트 해 식재료 관리를 쉽게 하고, 세탁기와 건조기는 AI가 세탁물의 무게와 옷감의 재질, 오염도를 센싱해 최적의 모드를 제공한다. 이밖에 강력한 AI 기능의 최신 프로세스 등을 적용한 새로운 개념의 노트 PC ‘갤럭시 북4 시리즈’도 본격적인 판매에 들어갈 예정이다.
한편 삼성전자는 오는 31일 사업부별 확정 실적을 발표할 예정이다. 투자자들과의 소통 강화 및 이해 제고 차원에서 경영 현황 등에 대한 문의사항을 사전에 접수하고, 실적발표 컨퍼런스콜에서 주주들의 관심도가 높은 사안에 대해 답변을 진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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