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 정기 주주총회 시즌을 앞두고 경영권 분쟁을 겪고 있는 기업들로 시장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올해는 소액주주들의 경영권 분쟁 관련 주주행동이 지난해보다 적극적으로 전개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어서다.
지난해 주총 이후 경영권 분쟁 소송 급증세
9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지난해 4월부터 지난 8일까지 집계된 '소송등의제기·신청(경영권분쟁소송)' 공시는 228건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153건보다 75건(45%) 늘어났다.
주총 시즌이 가까워질수록 경영권 분쟁 관련 공시가 더 늘어나는 점을 감안하면 오는 3월 전까지 경영권 분쟁 관련 공시는 더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주총을 앞두고 벌어지는 경영권 분쟁 소송은 주로 소액주주들이 상장사를 상대로 제기하는데 주주명부·회계장부 열람 가처분, 의결권행사금지청구 등이 대표적이다.
일례로 고려아연 경영권 분쟁에 참여하고 있는 영풍의 소액주주들은 최근 주주명부 열람 가처분 신청을 제기했다. 자회사 중복 상장 논란을 겪고 있는 오스코텍의 소액주주연대도 지난해 12월 주주명부 등 장부 열람 가처분 소송을 제기했다.
경영권 분쟁 소송이 대거 늘어난 데는 시장 분위기가 달라진 영향이 크다. 과거에는 보유 주식이 적은 소액주주들이 상장사를 상대로 목소리를 내는 데 한계가 있었다. 하지만 최근에는 액트와 같은 소액주주 행동 플랫폼이 활성화되면서 상황이 달라진 것이다.
소액주주들은 플랫폼을 통해 지분을 모아 결집력을 강화하고 회사 경영에 반대 의사를 적극적으로 표명하기 시작했다. 지난해 주총 시즌에는 소액주주연대 지분율이 최대주주 지분율을 웃도는 상장사가 등장하기도 했다.
거세진 소액주주 주주행동…사측과의 공방전 치열
이렇듯 주주행동을 바라보는 시각이나 자본시장 내 분위기는 지난해보다 전반적으로 개선됐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올해 주총에 대한 시장의 관심은 그 어느 때보다 높아졌다.
올해 주총 시즌의 초미의 관심사는 단연 고려아연 경영권 분쟁이다. 고려아연과 영풍·MBK파트너스 연합은 고려아연 경영권을 두고 4개월 넘게 분쟁을 이어오고 있다. 양측은 오는 23일 임시주주총회에서 이사 선임 안건 등을 놓고 표 대결을 치를 예정이다.
고려아연 같은 대형 코스피 상장사 외에 코스닥 상장사들의 주총에서도 공방전이 치열하게 벌어지고 있다.
오스코텍 소액주주연대는 오스코텍이 자회사인 제노스코의 중복 상장 추진을 막기 위해 주총을 앞두고 사전작업에 나섰다. 최근 오스코텍과 제노스코에 3차 주주서한을 발송했으며 오는 지난달 19일에 이어 오는 16일에는 서울 여의도 한국거래소 앞에서 자회사 중복 상장 철회를 위한 2차 규탄대회도 개최할 예정이다.
최근 유상증자 계획을 발표하면서 주주 반발을 사고 있는 차바이오텍은 소액주주연대로부터 유상증자 철회와 관련해 이달 말 임시주총을 소집할 것을 요구받았다. 소액주주연대는 유상증자 철회를 위해 액트를 통해 지분을 결집에 집중하는 양상이다.
금융당국, 올해 업무 계획에 기업지배구조 개선 담아
금융당국이 올해 업무추진 계획으로 주주이익 보호, 기업지배구조 개선 등을 언급한 점도 긍정적이다.
금융위는 지난 8일 '2025년 경제1분야 주요 현안 해법회의'에서 올해 업무추진 계획의 일환으로 기업가치제고(밸류업) 세제지원, 의무공개매수제도 도입 등을 언급했다. 이를 통해 자본시장 선진화와 고도화에 나선다는 목표다.
우선 밸류업 세제지원책은 배당·자사주 소각 등 주주환원을 추진하는 기업에 법인세 혜택을 제공하는 정책이다. 이들 기업에 투자한 투자자들 역시 배당소득 분리과세 혜택을 받을 수 있다. 밸류업 세제 혜택은 지난해 국회 문턱을 넘지 못하고 법 통과가 무산됐는데 정부가 올해 이를 재추진할 방침이다.
또 의무공개매수제도는 상장회사의 지배주주 지분을 매입해 경영권을 취득할 때 일반주주 지분도 함께 매수할 것을 의무화한 제도다. 금융위는 이를 비롯해 기업 합병·분할 시 주주이익 보호 의무 등을 담은 자본시장법 개정도 추진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