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금융지주사 경영진들이 자사주를 매입하며 밸류업 계획을 흔들림 없이 이행하겠다는 의지를 피력하고 있다. 다음달 초 2024년 연간 실적이 발표되는 가운데 최근 환율 변동성 확대로 보통주자본비율(CET1)이 하락하면 주주가치 제고에도 차질이 생길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면서 사전에 주주들에게 메시지를 전달하려는 취지로 해석된다.
연초부터 금융지주사 사장단 자사주 매입 분주
9일 금융권에 따르면 정상혁 신한은행장은 최근 자사주 2000주를 매입했다. 이에 따라 정상혁 행장의 신한금융지주 보유 주식 수는 기존 1만3551주에서 1만5551주로 늘었다. 이영호 신한금융지주 준법지원파트장 겸 준법감시인(상무)과 김지온 신한금융지주 감사파트장(상무), 방동권 리스크관리파트장(부사장), 천상영 그룹재무부문장(부사장), 이인균 그룹운영부문장(부사장)도 자사주를 각각 1300주, 700주, 1000주, 1500주, 1000주씩 매입했다.
신한금융 측은 “신한금융그룹 사장단과 경영진은 그룹의 성장에 대한 믿음과 책임경영에 대한 의지가 강하다"며 “이번 자사주 매입을 통해 기업가치 제고 의지를 공고히 하고, 향후 밸류업을 선도하는 금융사로 입지를 확고히 다질 것"이라고 밝혔다.
함영주 하나금융지주 회장도 지난달 27일 하나금융지주 주식 5000주를 장내 매입했다. 이를 포함해 강성묵 부회장(1200주), 이승열 부회장(1000주), 박종무 부사장(500주), 김미숙 부사장(500주) 등 주요 임원들이 하나금융 주식 총 9350주를 장내 매입했다.
양종희 KB금융지주 회장은 이달 6일 주요 해외투자자를 대상으로 친필 서한을 보내고 밸류업 계획 이행에 대한 확고한 의지를 거듭 피력했다. 우리금융지주는 지난달 11일 160여명의 해외투자자에게 서한을 보내 “밸류업 계획을 차질 없이 달성할 수 있도록 전사적인 노력을 기울이겠다"고 강조했다.
환율 급등에 주주환원 차질 우려...“가능성 낮아"
금융지주사 회장들의 이 같은 행보는 2024년 연간 실적 발표를 앞두고 최근 환율이 급등하면서 밸류업 계획을 이행하는데 차질이 빚어질 수 있다는 우려를 의식한 결과로 해석된다. 원/달러 환율은 9월 말 1307.8원에서 12월 말 1472.5원으로 164.7원 급등했다. 원/달러 환율 급등으로 위험가중자산(RWA)이 늘면 대표적인 건전성 지표이자 주주환원 범위를 결정하는 척도인 CET1 비율이 하락한다. 특히 12월 30일 원/달러 환율 종가는 2009년 3월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기 때문에 금융지주사들이 기존에 약속한 밸류업 프로그램을 이행하기 위해서는 CET1 비율을 13% 수준으로 방어하는 게 시급하다.
시장에서는 환율 급등으로 지난해 4분기 금융지주사들의 실적, CET1 비율에 적잖은 변화가 있었을 것으로 추정했다. 예를 들어 하나금융지주는 작년 4분기 약 1300억원의 환평가손과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관련 충당금 적립으로 4분기 지배순이익이 4410억원으로 시장 추정치를 하회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다만 금융지주사들은 대체로 기존에 발표한 주주환원을 이행하는 데는 큰 무리가 없을 것으로 전망했다. CET1 비율에는 환율뿐만 아니라 실적 등 다른 변수들도 영향을 미치는데다 현재 환율 수준은 금융사들이 예상한 범위 안에 있다는 분석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금융사들이 보유한 외환포지션에 따라 환율이 급등하면 환차익이 발생할 수도 있기 때문에 지금의 환율 수준은 금융지주사에 큰 리스크로 보기 어렵다"며 “당초 우려만큼 금융지주사들의 CET1 비율이 하락할 가능성은 낮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