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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희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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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 대통령을 위한 에너지 강의 "독단적인 종교되는 에너지 정치에 경종"

에너지경제신문   | 입력 2014.08.25 11:36

간만에 아카데미즘에 입각한 에너지 전문 서적을 읽었다. 하지만 기후변화대응과 청정에너지 등 논란이 되고 지속되는 부분에서 지극히 미국적인 시각으로 쓰여져 비판적인 읽기를 해야했다. 또 2012년에 쓰여져 최신 정보를 담고 있기는 하지만 시장상황이 하루하루 다른 상황에서 일부는 옮긴이의 주석이 필요했다.

저자 리처드 뮬러는 미국 버클리대 교수로 노벨상 수상자를 제자로 배출했다. 미 연방의 과학기술자문단에 속해 정책 제언을 아끼지 않았고 팟캐스트와 유튜브를 통해 대중적인 인기도 얻었다. 기후변화가 인간에 의한 것이지만 IPCC(국제기후변화패널)이 지적한대로 대재앙을 가져오지는 않을 것이라고 봤고 태양광, 풍력, 원자력을 옹호하고 있다. 자동차가 온실가스로 인한 기후변화, 해수면 상승에 작은 기여했을 뿐이고 허리케인과 토네이도 등 최근 미국의 기상재해는 기후변화 때문이 아니라고 역설하고 있다. 석탄화력을 대체할 에너지원이나 에너지기술이 필요한 것은 사실이나 전기차나 ESS는 이차전지 성능과 가격 때문에 대안이 될 수 없고 세일가스가 유망하다. 100년전에는 고래기름의 대체 에너지였던 석유를 지금 또 다른 에너지원이 대체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나 채굴기술 발달에 따라 세일오일, 타르오일 등이 개발돼 여전히 힘을 발휘할 것으로 봤다.

저자의 주장 면면을 살펴보면 자동차 산업이 발달하고 세일가스 개발 붐이 일고 있는 현재의 미국 상황이 반영돼 있음을 알 수 있다. 게다가 미국은 2007년 교토의정서에서 탈퇴해 기후변화대응이 주정부 차원에서만 이뤄지고 있지 않는가? 또 미국은 청정장관회의라는 별도의 기후변화환경에너지 협의채널을 운영하고 있다.

어쩌면 그가 미국 정부의 입장을 대변하고 있다기 보다 미국 정부가 그의 정책건의를 받아들였다는 사실이 맞을 듯 싶다. 어쨌든 ‘대통령을 위한 에너지 강의’에서 미국의 기후변화와 에너지, 환경정책의 배경 데이터를 읽을 수 있다.

하지만 그의 명성이 높다고 무조건 그의 주장을 받아들일 수 없다. 오바마 미 대통령도 원자력보다는 천연가스, 세일가스, 신재생에너지, 전기차에 지속적으로 투자하고 있다. 또 가격이 비싸 부정적이라던 이차전지 가격은 하루가 다르게 내려가고 있다.

이 책이 영어 원문으로 출간된 때가 2012년말로 보여지는데 그때 이차전지 가격은 10kW에 700만원이었다. 하지만 다음해 5월에는 450만원이었고 2014년 8월말 현재 300만원대라는 것이 공식적으로 확인되고 있다. 이차전지 가격이 반토막난 셈인데 그렇다면 리차드 뮬러의 전기차와 ESS에 대한 태도는 수정될 수도 있다. 실제로 옮긴이가 주석단 것처럼 “테슬라는 모델S 전기차로 승승장구하고 있다.“

하지만 이 책이 철저히 과학과 공학에 기반해 정책을 제시했다는 사실은 빛바랠 수 없는 미덕이다. 그가 우려했듯이 “에너지 정치는 독단적인 신조에 의해 지배되고 있으며, 심지어는 종교적인 형태로 변화하는 조짐을 보이고 있으므로 주의해야”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막연한 공포로 다가선 기후변화와 에너지 문제를 그가 과학적으로 통계와 수치를 근거로 엄밀히 재해석한 것은 기후변화와 에너지, 환경 분야의 행위자들에게 분명 귀감이다.

물론 그가 논리실증주의와 분석철학, 과학주의가 배경이 된 미국 학계에 몸 담고 있기 때문에 역사경험과 사회의 동태적 측면을 간과할 수 있다는 함정이 있다. 가령 후쿠시마 원전사태에서 목도된 일본 정부의 무능이나 최근 한국에서 불거지고 있는 스캔들은 정량화할 수 없다.

하지만 에너지환경 이슈가 소수에 의해 독점되며 정치 프로파간다화 되고 있는 현실에서 이 책은 유의미하다.

리처드 뮬러 저, 장종훈 옮김 허은녕 서울대 교수 감수. 살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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