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대출부터 거시건전성 부담금까지…부동산 금융정책 4대 쟁점 ‘격론’

금융위원회가 주관한 부동산 정책 국민 대토론회에서 핵심 쟁점 4가지를 두고 찬반 의견이 갈렸다. 쟁점은 청년 등 실수요자 지원·전세대출 관리방향·이주비 대출·거시건전성 관리부담금 도입이었다. 15일 금융위원회는 서울 중구 명동 은행회관에서 전날 국토교통부가 마련한 토론회에 이어 두 번째 부동산 정책 토론회를 열었다. 이날 김영도 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토론에 앞서 쟁점들을 소개했다. 정책금융과 청년 등 실수요자에 대해선 대출규제를 완화해야한다는 시각과 전반적인 주택시장에 대한 자극 우려 등을 감안해 현행 규제 유지해야한다는 시각이 대립하는 상황이다. 정책금융 측면에서는 정책 모기지 지원 강화의 목소리가 크다. 2024년 1월 신생아 특례대출 시행 이후 맞벌이 소득요건은 연간 2억원까지 확대됐다. 그 결과 주택도시기금 수요자 대출액 중 신생아 특례 대출 비중이 2024년 17.5%에서 2025년 33.6%로 급증했다. 김 위원은 전세대출을 자기자본 없이도 주거 서비스 소비를 가능케 한다는 점에서 주거 서비스 접근성 제고 수단으로 보면서도 과도한 레버리지를 사용한다는 부작용이 있다고 봤다. 이주비 대출은 기존주택 철거하고 정비사업 진행과정에서 주거수요 충족위한 금융수단이다. 이주비 대출을 둘러싸고 대출규제를 완화해 정비사업 조합원의 원활한 이주를 지원해야한다는 시각과 투기수요를 방지하고 정책의 일관성을 유지하기 위해 현행 규제를 유지해야한다는 시각이 대립한다. 김 위원은 주택금융 관련 현행 규제를 보완하는 측면에서 '거시건전성 관리 부담금'을 제안했다. 대출시장에서 주택담보대출 수요는 사실상 무한하다. 이 상황에서 주담대를 줄이면 대출의 가격인 금리가 오른다. 주담대 수요를 줄이려면 비용을 높여야 하는데 이를 거시건전성 관리 부담금을 통해 해결하자는 제안이다. 고가주택을 담보로 하는 대출 또는 과다 대출에 부담금을 별도로 부과해 주담대 수요와 고가주택 수요를 낮추자는 것이다. 이어진 패널토론에서는 청년대출규제 완화에 신중해야 한다는 의견이 주를 이뤘다. 박선영 동국대 경제학과 교수는 “부채가 자산보다 높은 고위험 가구 가운데 20·30대 청년 가구 비중이 2020년 22%에서 2025년 34%로 급증했다"며 “기준금리 인상이 예상되는 상황에서 청년층 대출한도를 늘리는 것에는 신중해야한다"고 말했다. 박 교수는 청년을 위해 대출한도를 늘린다고 해도 매도자와 개발업자 이익으로 대부분 귀속된다는 점도 짚었다. 청년 대출의 실수요를 구분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왔다. 서영수 SK증권 상무는 “소득 양극화로 부모나 조부모의 지원을 받는 청년과 그렇지 않은 청년을 구분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원장 삼프로 TV 부사장도 “부모로부터 상속·증여받거나 좋은 직장에서 성과급을 받은 일부 직장인과 같이 구매력이 센 계층이 등장해 지금 집값을 올리고 있는 분당·과천·동탄 등에 진입하고 있다"며 “대출확대시 이런 계층을 그렇지 않은 청년과 구별할 수 없다"고 말했다. 전세대출에 관해선 비투기 지역이나 서민에 대한 대출은 확대해야 한다는 의견이 다수였다. 서 상무는 비투기 지역은 공급이 충분해 대출수요가 늘어도 문제가 되지 않기 때문에 취약계층의 대출을 늘려야 한다고 봤다. 그는 “투기지역에 전세자금 대출 확대는 안된다"면서 “비아파트 주거용 부동산이 절대적으로 부족한 상황이므로 금융측면에서 부동산 공급을 지원해야한다"고 강조했다. 김미루 한국개발연구원(KDI) 박사 역시 “수도권 부동산 시장의 경우 공급이 수요를 따라가기 어려운 것이 특징"이라며 “대출규제는 대출없이는 집을 못사는 사람들의 수요를 막고 있어 왜곡을 발생시키므로 규제는 단기적이어야 한다"고 말했다. 김 부사장 역시 무주택 서민에 대한 전세대출 확대는 필요하다고 봤다. 김 부사장은 “전세자금대출을 받는 수요는 토허제 등으로 인해 투기적 수요가 아니"라며 “직장이 대부분 서울에 있으므로 열심히 사는 서민은 멀리 이사가기보다 조금 더 나은 전셋집을 마련하려고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주비 대출을 둘러싸곤 여러 의견이 갈렸다. 이대열 한국주택협회정책본부장은 공급여력 확대를 위해 대출 지원이 필요하다고 봤다. 이 본부장은 “추가 이주비는 건설사가 금융기관에 신용 보강을 하고 금융기관이 조합에 대해 대출시행한 후 조합원에 대여하는 구조이므로 기본 이주비보다 금리가 높다"며 “조합원 금융부담 가중되고 이것이 일반 분양가에 반영돼 분양가가 인상되는 구조적인 문제가 있다"고 짚었다. 반대하는 의견도 나왔다. 배문성 라이프자산운용 애널리스트는 “건설사 수익을 위해 조합원이 추가 분담금을 더 부담하고 이것 때문에 이주비를 더 지원해야한다면 임시거처 마련을 지원한다는 취지에서 벗어난다"고 지적했다. 최은영 한국도시연구소장은 “이미 6억원의 이주비 대출을 해주고 있다"면서 “이주비 대출 대상은 재개발·재건축이 이뤄지는 특정 지역의 조합원 대상"이라며 혜택을 받는 대상이 좁다는 점을 지적했다. 거시건전성 관리 부담금에 대해선 대체로 찬성하는 견해가 많았다. 서 상무는 이에 찬성한다면서 부담금이 대출비용을 높여 주택수요 안정에 기여한다고 봤다. 다만 개인에게 직접 부과하기는 어렵고, 건전성 책임은 금융기관에 있다는 점에서 은행이 부담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봤다. 배 애널리스트는 거시건전성 관리 부담금에 찬성하면서도 보완이 필요하다고 봤다. 그는 “부모대출이나 직장대출 같은 그림자금융이 문제가 될 수 있다"며 “DSR 산정시 주담대 위주로 할 것이 아니라 전체 신용대출을 포괄해 적용하는 방식으로 가야 한다"고 제언했다. 한편 김 박사는 “부담금을 은행 전체로 부과하더라도 특정 계층에 전가될 수 있어 연구가 필요하다"고 지적하며 장기적으로는 다른 지역에서도 살고 싶도록 근본적으로 고령층을 대상으로 한 의료서비스나 양질의 직장 등을 수도권 외에 마련하는 것이 병행돼야 한다고 봤다. 플로우에서는 주택 공급 측면과 수요 측면에 대한 의견들이 나왔다. 공급측면에 대해서는 주택공급을 하고자 한다면 주거용 PF대출에 대해 규제 완화가 있어야 한다는 의견이 나왔다. 현장에선 지식산업센터를 짓든, 공동주택을 짓든 규제 때문에 자금조달이 어렵다는 것이다. 주담대 규제를 완화해달라는 목소리도 나왔다. 입주를 앞두고 있는 아파트의 경우, 주담대가 막혀 입주가 늦어지면 HUG와 보증사가 대위변제를 하게 되고 계약자들은 신용불량자 상태가 된다는 것이다. 이억원 금융위원장은 “부동산과 금융은 국민의 삶에 맞닿아있는 문제"라며 “가계부채와 주택시장 안정을 걱정하는 시각과 청년과 무주택자 주거 사다리가 좁아졌다는 시각도 있음을 알고 있으며, 서로 다른 생각이 왜 나왔는지 확인하고 경청하겠다"고 말했다. 송윤주 기자 syj@ekn.kr

[현장] ‘석가산∙상징목 논란’ 디에이치 방배, 실제 가 보니

입주를 코 앞에 둔 '디에이치 방배'가 조경 특화를 둘러싸고 논란에 휩싸였다. 일부 예비입주자들이 특화 조경과 실제 시공 결과가 다르다고 주장하며 원안 복구나 철거를 요구하고 있다. 디에이치 방배는 방배 5구역을 현대건설이 재건축 한 대단지다. 8월말 준공을 마치고 9월 1일부터 입주가 시작될 예정이다. 단지는 지하 4층~지상 33층, 29개 동, 전용면적 59~175㎡, 총 3064세대 규모로 조성된다. 에너지경제신문이 15일 논란의 한복판에 서 있는 디에이치 방배 현장을 찾았다. 논란의 주요 쟁점은 석가산이다. 현대건설은 지난 달 18일 예비 점검을 주최해 선정된 예비입주자들이 단지를 방문했다. 이 과정에서 석가산 등 주요 조경이 기존 홍보안과 다르다는 비판이 나오며 논란이 불거졌다. 현재 석가산은 단지 내부와 입구를 통틀어 8곳에 조성된 것으로 확인됐다. 예비 점검에 참여한 한 조합원은 “현대건설이 시공안 홍보 당시에는 산수화첩을 모티브로 했다고 발표했는데, 직접 보니 장승 같은 장식물에 조명까지 틀어 공포 영화의 한 장면이나 다름 없었다"며 실망감을 드러냈다. 예비입주자 사이에서 석가산이 하이엔드 브랜드에 걸맞지 않은 디자인이란 비판이 나오자, 조합은 사전 점검 기간이던 지난 11일부터 13일까지 3일간 석가산 철거 서명을 받았다. 조합 운영 지침에 따라 20% 이상 입주자 동의 달성시 조합 임시총회 안건으로 올리겠다는 계획이다. 단지 내 비치된 상징목에 대한 논란도 거세다. 통상 상징목은 단지의 이미지와 브랜드 가치를 결정하는 주요 조경 중 하나로 꼽힌다. 입주 한 달을 앞둔 인근 반포 '래미안 트리니원'도 풍성한 소나무 상징목으로 주목을 받았다. 단지 내부의 상징목은 당초 현대건설 홍보 이미지와 달리 에너지경제신문이 실제로 현장에서 모습을 확인한 결과 가지가 얇고 잎이 풍성하지 못해 왜소한 외관을 하고 있었다. 이에 일부 예비 입주자들은 온라인 커뮤니티 등을 통해 디에이치 방배 상징목을 '젓가락' '빼빼로'에 비유하며 실망감을 드러내는 중이다. 현대건설 관계자는 상징목 선정 배경에 대해 “당초 계획된 낙엽 대형목 대신 규격과 수형이 우수한 소나무 특수목으로 변경해 식재한 것"이라며 “단순 크기보다는 수목의 품질과 상징성을 고려한 결정"이라고 해명했다. 이어 현대건설은 “현재 조합과 협의한 조경계획에 따라 시공을 진행 중이며 상징목 주변 경관 개선 및 추가 식재 방안에 대해서도 협의를 이어가는 중"이라고 부연했다. 디에이치 방배의 조경을 둘러싼 논란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앞서 단지의 문주도 '워터 커튼(폭포식 수경 시설)' 형태에서 '원형 분수' 형태로 변경될 예정이었으나 일부 예비입주자의 반발에 변경이 무산됐다. 조합 관계자에 따르면 당시 예비입주자 약 1300명이 문주 변경 반대 서명에 참여했다. 일부에선 조합장의 소극적인 대응이 사태를 악화했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40대 일반분양자는 “조합장이 충분히 관심을 갖고 해결하려는 의지를 보였으면 벌써 해결될 문제였다"며 “문주 변경 논란 이후에 조합장에 대한 예비입주자들의 신뢰가 떨어졌고 입주민들이 조경을 계속 확인하는 것도 같은 맥락"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현대건설은 입주가 코앞으로 다가온 만큼 조합과 조율에 적극적으로 나서겠다는 입장이다. 현대건설 관계자는 “조합과 함께 조경 관련 보완시공 및 민원사항에 대한 협의를 진행 중"이라며 “입주 전까지 조합 및 입주예정자 의견을 지속적으로 청취하고 품질 확보에 만전을 기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서울시는 오는 8월 디에이치 방배 실태점검에 나설 예정인 것으로 전해진다. 실태점검에선 예산 회계, 조합 행정, 용역 계약, 정보공개 등이 이뤄진다. 앞서 서초구청은 예비입주자들로부터 실태점검 요청을 받아 지난달 11일 서울시에 실태점검을 요청했다. 일부 조합원은 실태점검에서 공사비 운용, 행정 절차 등에 대한 문제점이 드러날 시 강경 대응하겠다는 입장이다. 한 조합원은 “점검 결과에 따라 조합장을 상대로 민∙형사 소송도 제기할 계획이 있다"고 밝혔다. 임진영 기자 ijy@ekn.kr/고해람 인턴기자 rhgofka123@gmail.com

[장혜원의 부동산현장] LH, 과천에 주택 9800호 짓는다면서 사업시행자 선정도 안 돼

정부가 과천 서울경마공원과 국군방첩사령부 부지를 활용한 9800호 수준의 주택 공급을 추진하고 있다. 그러나 한국토지주택공사(LH)의 공식 사업시행자 지정과 경마장 대체 부지, 이전 재원, 기반시설 확충 방안 등 핵심 사안은 아직 확정되지 않아 지역사회에서는 공급 물량과 일정부터 앞세운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온다. 14일 에너지경제신문 취재를 종합하면 정부는 지난 1월 발표한 주택공급 대책에서 LH를 과천경마장 부지 개발의 예정 사업시행자로 제시했다. 다만 LH는 아직 공식 사업시행자로 선정되거나 지정된 상태는 아니라는 입장이다. LH 관계자는 본지에 “과천경마장 부지 개발의 공식 사업시행자로 선정된 것은 아니다"며 “현재 관련 내용을 검토하는 단계"라고 밝혔다. 정부가 9800호 수준의 공급 규모와 개발 방향을 발표했지만 토지이용계획과 사업성 검토, 주민 협의를 최종적으로 주도할 기관은 아직 공식화되지 않은 셈이다. 본지는 국토교통부에 사업시행자 선정 절차와 9800호 산출 근거, 주민 의견수렴 계획, 교통·하수처리 등 기반시설 대책을 수차례 문의했으나 기사 마감 시점까지 답변을 받지 못했다. 정부가 공개한 계획상 개발 대상은 과천경마공원 약 115만㎡와 인근 방첩사 부지 약 28만㎡를 합친 총 143만㎡다. 정부는 이곳에 주택 9800호 수준과 자족시설을 조성하고 과천지식정보타운과 서울 양재 인공지능(AI) 특구를 잇는 첨단산업 거점을 구축한다는 구상이다. 새 개발지에는 과천지식정보타운보다 높은 수준의 자족용지를 확보한다는 방향도 제시했다. 다만 주거·자족용지 면적과 용적률, 주택 유형별 공급 물량 등 세부 토지이용계획은 공개되지 않았다. 정부가 공식적으로 제시한 주택 착공 목표는 2030년이다. 이후 일부 언론 보도를 통해 착공 시점을 2029년 4분기로 앞당기고 경마장 이전 일정을 구체화하는 방안이 검토되고 있다는 내용이 알려졌다. 기보도에 따르면 정부는 서울경마공원 전체를 한 번에 옮기는 '일괄 이전'을 원칙으로 두고 2026년 이전계획 수립과 한국마사회 이사회 의결, 2027년 대체 부지 확정과 인허가·설계, 2028년 신규 경마장 착공, 2029년 이전과 주택 착공으로 이어지는 일정을 검토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전체 이전이 늦어질 경우를 대비한 단계적 개발 방안도 거론된다. 마사 일부가 화성 화옹지구 말조련단지로 먼저 이전하면 방첩사와 인접한 일부 부지부터 우선 개발하는 방식이다. 다만 2029년 4분기 조기 착공 일정과 단계별 개발 방안은 현재까지 공개된 정부 공식 자료를 통해 확정 여부가 확인되지 않았다. 정부의 속도전과 달리 실제 사업 절차는 아직 초기 단계에 머물러 있다. LH의 공식 사업시행자 지정이 이뤄지지 않은 데다 경마장 이전 부지도 결정되지 않았다. 경마장 이전 부지 문제는 농림축산식품부와 한국마사회 등 관계기관이 협의할 사안으로 LH의 직접 소관은 아니다. 9800호라는 공급 규모도 도로와 공원, 학교, 자족시설 등의 배치가 확정되기 전 제시된 계획 물량이다. 실제 지구계획 수립 과정에서 주거용지 면적과 개발밀도에 따라 물량이 조정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과천시와 지역 주민들은 정부가 기존 개발사업으로 인한 기반시설 부담을 충분히 고려하지 않았다고 반발하고 있다. 과천에서는 과천과천지구와 과천주암지구, 과천갈현지구, 과천지식정보타운 등 대규모 개발사업이 동시에 추진되고 있다. 여기에 경마장·방첩사 부지 9800호가 추가되면 도로와 상하수도, 학교, 전력시설 등이 늘어난 인구를 감당하기 어렵다는 주장이다. 정부는 기존 과천과천·과천주암지구 사업에 차질이 없도록 기반시설을 별도로 조성하겠다는 원칙을 밝혔다. 그러나 교통망 확충 노선과 하수처리시설 용량, 학교 신설 규모, 사업비 분담 주체와 추진 일정 등 구체적인 내용은 아직 공개되지 않았다. 14일 찾은 과천경마공원 일대에는 경마장 이전과 공공주택 개발을 반대하는 현수막이 곳곳에 걸려 있었다. 지하철 4호선 경마공원역과 맞닿은 경마장 정문 주변에는 기존 공공주택사업 구역과 노후 주거지, 비닐하우스 등이 혼재해 있었다. 주민들은 추가 주택 공급으로 늘어날 교통량과 하수처리 수요에 관한 구체적인 설명은 없는 상태에서 9800호라는 공급 규모가 먼저 제시됐다고 지적했다. 과천시도 정부 대책 발표 이후 도로와 교통, 상하수도, 교육시설 등 도시 기반시설의 수용 여건이 이미 한계에 이르렀다며 충분한 사전 협의 없는 추가 공급계획을 받아들이기 어렵다는 입장을 밝혔다. 서울경마공원 이전에 필요한 막대한 비용도 사업 추진의 핵심 변수다. 언론 보도에 따르면 한국마사회는 건물 공사비와 경주로·마사 등 특수시설 설치비를 포함해 토지 매입비를 제외하고도 최소 1조2000억원가량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국제 수준의 경마장과 관련 기반시설을 조성할 경우 이전 비용이 2조원을 크게 웃돌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정부와 마사회는 과천 부지 매각대금을 이전 재원으로 활용하는 방안을 검토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를 위해 관련 법과 재원 운용 방식을 손질하고 레저세 감면, 금융 지원, 규제 완화 등을 병행하는 방안도 거론된다. 그러나 레저세 감면이 현실화하면 경기도와 해당 기초지방자치단체의 세입이 감소할 수 있어 지방정부와의 협의가 필요하다. 대체 경마장 부지도 정해지지 않았다. 화성 화옹지구를 비롯해 경기 남부와 북부의 여러 지역이 후보지로 거론되지만 정부는 경기도 내에서 이전한다는 기본 방향 외에 확정된 후보지를 제시하지 않았다. 기보도에 따르면 마사회는 현재 과천 부지보다 넓은 토지와 대중교통 접근성, 철도역 설치, 경영 안정 대책 등을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화옹지구는 넓은 평지와 기존 말조련단지 계획을 갖췄다는 점에서 유력 후보로 거론된다. 반면 간척지 특성상 연약지반 보강에 추가 비용이 들 수 있고 대중교통 접근성이 과천보다 떨어진다는 점이 한계로 꼽힌다. 경기 북부 미군 반환공여지 등은 서울 접근성이 상대적으로 양호하지만 주거지와의 거리, 산악지형, 환경 훼손 가능성 등이 걸림돌로 지적된다. 마사회 노동조합과 마필관리사, 조교사 등 말산업 종사자들도 고용 불안과 산업 생태계 훼손을 우려하고 있다. 서울경마공원은 단순한 공공기관 부지가 아니라 경주마 훈련과 관리, 말 생산농가, 운송업체, 마주·기수·조교사 등 다양한 종사자가 연결된 산업시설이다. 과천 시민단체와 마사회 노조는 대체 부지와 이전 재원, 고용 및 산업 유지 방안이 확정되지 않은 상태에서 주택 착공 일정부터 앞당겨서는 안 된다고 주장하고 있다. 경마장 정문 맞은편 '꿀벌마을'에서는 신규 9800호 공급계획과 별개로 기존 과천과천 공공주택지구 사업에 따른 보상과 이주, 철거가 진행되고 있다. 정부가 공개한 경마장·방첩사 개발 대상은 두 시설 부지 약 143만㎡로, 현재 공개된 계획상 꿀벌마을은 신규 공급 대상지에 포함돼 있지 않다. 다만 주민들은 향후 9800호가 추가될 경우 기존 과천과천지구의 도로와 하수처리시설 등 기반시설 계획도 다시 검토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과천과천 공공주택지구는 경기도와 한국토지주택공사(LH), 경기주택도시공사(GH), 과천도시공사가 공동 시행한다. 이 가운데 꿀벌마을을 포함한 구간의 보상과 이주는 GH가, 보상과 이주가 끝난 건축물의 철거는 LH가 담당한다. GH에 따르면 꿀벌마을 일대 토지보상은 100%, 지장물 보상은 97%까지 진행됐다. 현재 조사가 가능한 가구에 대한 보상은 마무리됐지만, 조사를 거부했거나 소유자를 확인하기 어려운 일부 지장물은 추가 조사가 필요한 상태다. 다만 토지소유자와 세입자, 무허가 건축물·비닐하우스 거주자 등에 대한 법정 이주대책과 생활대책은 아직 수립되지 않았다. GH는 향후 '공익사업을 위한 토지 등의 취득 및 보상에 관한 법률'에 따라 대책을 마련한 뒤 자격요건을 충족한 대상자에게 지원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주민들이 '약 8평 규모의 임대주택만 제시받았다'고 주장한 데 대해 GH는 과천시와 성남·의왕 등 인근 지역에 전용면적 16~46㎡ 규모의 임시사용 임대주택을 세 차례 공급했다고 설명했다. 보증금과 임대료는 공급 유형별로 국토교통부 고시 등 관련 기준에 따라 산정됐다는 입장이다. 다만 가장 작은 16㎡형은 약 4.8평 규모로, 주민들이 체감하는 주거면적과 생활 여건을 둘러싼 불만은 이어지고 있다. 주민대책위는 고령층과 장기 거주자들의 생활 방식과 가구 규모를 고려하지 않은 획일적인 이주대책이라며 원주민 재정착 방안을 요구하고 있다. 주민과 GH는 협의가 충분했는지를 놓고도 입장이 엇갈린다. 마을 관계자는 본지에 “주민 전체를 상대로 한 충분한 설명보다 고령자 등을 개별적으로 접촉하는 방식으로 이주 절차가 진행됐다"며 “원주민의 생활 여건과 재정착 요구가 제대로 반영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GH는 2024년 6차례, 2025년 13차례에 걸쳐 자치회 임원과 주민 3~7명이 참석한 간담회를 열었으며, 현장에서도 지속적으로 주민 의견을 수렴했다고 반박했다. 임대주택과 전세임대 공급도 안내문 발송과 현수막 게시 등을 통해 안내했다고 설명했다. 철거는 보상과 이주가 모두 끝난 공가로 한정된다. GH와 LH에 따르면 2025년 8월11일 지장물 해체공사 계약이 체결된 뒤 공가 철거가 진행 중이지만, 아직 이주하지 않은 주민이 남아 있어 철거 실적은 크지 않은 상황이다. 보상금에 이의를 제기한 경우에는 관련 법령에 따른 재결 절차가 진행된다. 현재 사람이 거주 중인 주택은 실제 이주 완료 여부를 확인한 뒤에만 철거한다는 게 사업시행자 측 설명이다. 다만 꿀벌마을이 향후 경마장·방첩사 9800호 개발에 필요한 도로와 하수처리시설 등 기반시설 부지로 추가 편입될 가능성에 대해 GH는 “GH가 담당하는 사업과 무관해 알 수 없다"고 답했다. 결국 토지와 지장물 보상은 상당 부분 진행됐지만 주민들의 최종 정착 방안을 담은 법정 이주대책은 아직 마련되지 않은 상태다. 보상과 이주는 GH, 철거는 LH가 나눠 맡는 구조에서 주민들은 업무별로 서로 다른 기관을 상대해야 한다. 신규 경마장 개발의 시행주체가 공식 확정되지 않은 가운데, 바로 맞은편 기존 공공주택사업에서도 보상과 철거, 이주대책의 책임 창구가 분산되면서 지역 주민들의 불안이 커지고 있다. 장혜원 기자 dalgu@ekn.kr

“주택공급 막는 건 금융”…국토부 첫 경청토론회, 규제 완화 ‘한 목소리’

공급 부족보다 이미 계획된 주택이 시장에 나오지 못하는 구조가 문제라는 지적이 나왔다. 정부가 국민 의견을 반영한 새 부동산 정책 마련에 본격 착수했다. 그러나 첫 번째 '주택공급 경청토론회'에서 나온 전문가들의 진단은 예상보다 명확했다. 공급 목표를 새로 제시하기보다 이미 계획된 공급이 실제 착공과 입주로 이어질 수 있도록 금융과 규제를 손질하는 것이 우선이라는 것이다. 국토교통부는 14일 '국민 주거 안정을 위한 주택공급 확대 방안'을 주제로 전문가와 업계, 지방자치단체, 정비사업 현장 관계자 등이 참여한 공개 토론회를 열었다. 정부는 이번 공급 토론회를 시작으로 주택금융(15일), 부동산 세제(16일) 토론회를 잇달아 개최한 뒤 오는 23일 대통령 주재 부동산 대토론회에서 주요 의견을 종합 검토할 계획이다. 이날 토론에서는 공급 확대를 위한 해법으로 ▲공급 파이프라인 복원 ▲비아파트 시장 정상화 ▲재건축·재개발 사업성 개선 ▲이주비 대출 규제 완화 ▲도심 유휴부지 활용 ▲공공분양 제도 개선 ▲민간 임대주택 공급주체 다변화 등이 핵심 과제로 제시됐다. 첫 발제에 나선 진미윤 명지대학교 부동산대학원 교수는 현재 주택시장의 가장 큰 문제를 '공급 파이프라인 단절'로 진단했다. 그는 인허가 물량 자체보다 인허가에서 착공, 준공, 입주까지 이어지는 공급 흐름이 중간에서 끊어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진 교수는 “공급은 인허가를 많이 내는 것만으로 해결되지 않는다"며 “착공 과정의 병목 현상을 해소하고 금융과 세제, 건설시장 전반이 함께 움직이는 공급 생태계를 회복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재건축 활성화 역시 용적률만 높인다고 해결되는 문제가 아니다"라며 “무엇을 누구에게 공급할 것인지까지 함께 고민해야 진정한 주거 안정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강조했다. 토론에서 가장 많은 공감대를 형성한 주제는 비아파트 시장이었다. 김덕례 주택산업연구원 선임연구위원 최근 비아파트 공급 급감의 원인으로 전세사기 후폭풍과 금융 규제, 세제 변화 등을 꼽았다. 그는 “비아파트는 일반 아파트와 달리 민간 임대시장과 다주택자 시장이 함께 움직이는 구조"라며 “규제지역 확대 이후 대출 규제가 강화되면서 사업 자체가 멈추는 사례가 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LTV 규제 완화와 정책금융 확대, 다세대·연립주택 건축기준 개선, 소규모 정비사업 지원 등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연합뉴스 서미숙 부장도 “비아파트 착공 물량이 불과 4년 만에 11만 가구에서 3만 가구 수준으로 급감했다"며 “공사비 상승과 전세사기 여파, 임대사업자 규제가 복합적으로 작용하면서 시장이 크게 위축됐다"고 진단했다. 다만 그는 임대사업자 세제 지원 확대에는 공감하면서도 비아파트를 주택 수 산정에서 제외하는 방안에 대해서는 투기 수요 유입 가능성을 고려해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재건축·재개발 분야에서는 이주비 대출 문제가 가장 시급한 과제로 떠올랐다. 김덕래 박사는 “정비사업의 이주비 대출은 일반 주택담보대출과 성격이 다르다"며 “규제지역 확대 이후 조합원들의 자금 조달 계획이 흔들리면서 사업이 지연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재건축초과이익환수제와 임대주택 의무비율 등 사업성을 떨어뜨리는 제도도 현실에 맞게 재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KB국민은행 김효선 수석전문위원은 서울의 노후주택 비중이 49.8%에 달하고, 정비사업 추진 단지 2249곳 가운데 시공 단계에 진입한 곳은 약 7%에 불과하다고 설명했다. 현장 목소리는 더욱 절박했다. 가리봉1구역 재개발조합 오현석 조합장은 “용적률을 높여도 임대주택 기부채납 부담 때문에 사업성이 오히려 악화되는 경우가 있다"며 지역별 사업 여건을 반영한 임대주택 비율 조정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신길2구역 김명희 위원장은 “이주비 대출이 막히면 주민은 이사조차 갈 수 없고 결국 철거와 착공도 불가능하다"며 “공급 확대를 추진하면서 공급의 출발점인 자금 조달을 막는 것은 모순"이라고 지적했다. 서울시도 이날 ▲이주비 대출 규제 완화 ▲조합원 지위양도 제한 완화 ▲재개발 임대주택 비율 조정 ▲민간 정비사업 용적률 상향 ▲조합 설립 동의율 완화 등 다섯 가지 제도 개선 과제를 정부에 건의했다. 도심 공급 확대를 위한 새로운 해법도 제시됐다. 박천규 국토연구원 본부장은 “재건축과 신규 택지 공급이 모두 어려움을 겪고 있는 만큼 저이용 부지를 새로운 공급 축으로 활용해야 한다"고 말했다. 중공업지역과 업무시설 용지, 장기간 방치된 유휴부지의 용도를 탄력적으로 변경하고 공공의 토지 비축 기능도 강화해야 한다는 것이다. 김용진 대한토지신탁 리츠1본부장은 공사비와 금융비용이 현재 공급 확대의 가장 큰 걸림돌이라며 장기 고정금리 금융체계 구축 필요성을 제기했다. 토론 후반에는 공급량 자체보다 공급 방식에 대한 논의도 이어졌다. 이빈 강원대 교수는 “공급은 수단이고 목적은 주거 안정"이라며 현재 공공분양 제도의 '로또 청약' 구조를 개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재판매 가격 제한 등을 통해 공공분양 주택이 지속적으로 시세보다 저렴하게 공급되는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고 제안했다. 이날 토론에서는 세부 해법에는 차이가 있었지만 “공급 계획보다 실행력이 중요하다"는 데에는 대부분 의견이 일치했다. 정부는 이번 토론회를 시작으로 국민 의견을 온라인과 오프라인에서 수렴한 뒤 오는 23일 대통령 주재 부동산 대토론회에서 향후 정책 방향을 논의할 예정이다. 토론 과정에서 제기된 의견은 향후 부동산 정책과 제도 개선에 반영될 전망이다. 장혜원 기자 dalgu@ekn.kr

오세훈 시장 부동산 정책 건의…“대출규제 완화·과표체계 손질 필요”

오세훈 서울시장이 부동산 정책 관련해 대정부 건의사항 3가지를 발표했다. 오 시장은 14일 오전 청와대에서 열린 국무회의에 참석했지만 의견을 밝히지 못하고 제도개선 보고서만 제출했다. 이날 오 시장은 서울 중구 서울시청 브리핑룸에서 정비사업 속도를 높이는 방안과 민간임대주택 공급 활성화방안, 세금 정책 개선 방안을 밝혔다. 서울시는 정비사업의 속도를 높이기 위한 제도개선 방안을 밝혔다. 오 시장은 “이주비대출이 막혀 사업지연이 많다"면서 “대출규제를 완화하는 등 합리적 개선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조합원 지위 양도 제한을 완화하는 방안과 민간 정비사업에 대한 용적률 인센티브를 확대하는 방안도 건의했다. 용적률 완화를 위해 적용하는 임대주택 제공비율 조정도 현행 50% 수준에서 합리적으로 조절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민간임대주택 공급 활성화 방안도 밝혔다. 오 시장은 “비아파트는 청년·서민 주거를 받치는 주요 축"이라면서 “민간임대사업자 공급기능을 정책적으로 인정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기업형·민간임대사업자를 적대시하는 정책이 아니라 매입형 민간임대사업자 등에게 대출규제를 완화하고 종합부동산세에 대한 세제체계 보완이 필요하다는 진단이다. 세금정책은 공급을 살리는 방향으로 설계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재산세와 종부세의 과표체계를 손질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오 시장은 “현행 과표 기준은 2009년에 마련됐다"면서 “그동안 서울 집값이 달라졌고, 공시지가가 6억이 넘었다는 이유만으로 최고세율을 적용받는 사례가 발생한다"고 말했다. 이어 “실거주자의 과도한 세부담을 덜기 위해 재산세·종부세 최고세율 과표구간 높여야 한다"고 말했다. 오 시장은 “공급이 뒷받침돼야 시장이 안정되고 청년과 서민도 다시 미래를 계획할 수 있다"며 “국민의 삶과 가장 가까운 정책이 주택정책인 만큼 정부의 주택정책에 적극 반영해 주시기 바란다"고 말했다. 송윤주 기자 syj@ekn.kr

[르포] 목동7단지 오세훈發 재건축 패스트트랙 ‘질주’

서울 양천구 목동신시가지 7단지 아파트가 최근 재건축조합 설립인가를 받은 이후 에너지경제신문이 현장을 직접 찾았다. 목동 7단지는 여느 노후 아파트와 크게 다르지 않았다. 지어진 지 40년이 넘은 외벽과 지상에 빼곡히 주차된 차량, 페이트가 벗겨진 외벽은 오랜 세월의 흔적을 보여줬다. 하지만 단지 밖 공인중개업소에서 가장 많이 들린 이야기는 재건축으로 목동 최고가 아파트가 바뀔 수 있다는 전망이었다. 시장 분위기는 호가에서도 확인된다. 네이버부동산 기준 목동신시가지 7단지 전용 74㎡(공급면적 약 23평) 매물은 3년 전 약 20억원 수준에서 현재 25억원 안팎까지 올랐다. 재건축 기대감이 커지면서 집주인들이 매도 호가를 높이고 있다는 것이 인근 공인중개업소의 설명이다. 목동 주민들은 같은 신시가지라도 '앞단지'와 '뒷단지'를 구분한다. 목동신시가지 1~7단지는 '앞단지', 8~14단지는 '뒷단지'로 불린다. 앞단지는 행정구역상 목동에 속하고 목동역과 오목교역, 현대백화점, 학원가 접근성이 뛰어나다. 반면 8~14단지는 행정구역상 신정동에 속해 상대적으로 낮은 가격대를 형성해 왔다. 가령 신정동에 위치한 '목동센트럴아이파크위브'는 단지 안에 신남초등학교가 위치한 이른바 '초품아' 단지임에도 전용 59㎡(20평대) 기준 시세가 12억 원대 중반 수준을 형성하고 있다. 또 다른 신축 단지인 '어반클라쎄 목동' 역시 신목초와 목동중 등 목동에서도 손꼽히는 학군을 배정받지만, 분양 당시인 2023년 전용 59㎡(23평형) 기준 약 7억4000만원의 분양가에도 초기 분양이 순조롭게 이뤄지지 못했다. 한 부동산 전문 유튜버는 “목동에 오래 거주한 사람들 사이에서는 흔히 말하는 목동은 앞단지(1~7단지)를 의미하는 경우가 많다"며 “앞단지 중심의 생활권과 커뮤니티에 대한 인식이 강하게 형성돼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행정구역상 신정동에 위치한 단지들은 이름에 '목동'을 사용하더라도 시장에서는 앞단지와 동일한 프리미엄을 인정받지 못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며 “이 같은 지역 인식이 신정동 일대 아파트와 앞단지 간 가격 차이에도 영향을 미치는 요인 중 하나"라고 분석했다. 앞단지 안에서도 최고가는 늘 주상복합의 차지였다. 목1동에 위치한 '트라팰리스'와 '현대하이페리온'은 오랫동안 목동을 대표하는 고급 주거지로 꼽혔다. '트라팰리스'는 드라마 '별에서 온 그대'​에서 배우 전지현이 연기한 천송이의 집 촬영지로 알려지며 전국적인 인지도를 얻었다. 가장 작은 평형도 40평대부터 시작하는 대형 평형 위주로 구성돼 목동 부촌의 상징으로 자리 잡았다. 현대하이페리온 역시 목동의 대표 랜드마크다. 단지 지하가 현대백화점과 직접 연결돼 쇼핑과 문화생활을 편리하게 누릴 수 있으며, 장영란이 트라팰리스에서 이사해 현재 거주 중인 곳으로 알려지면서 다시 한 번 화제가 됐다. 현재도 목동 최고가 자리는 주상복합이 차지하고 있다. 네이버부동산 기준 현대하이페리온 1차의 가장 작은 평형인 53평형은 31억원의 호가를 형성하고 있으며, 트라팰리스의 최소 평형인 42평형 역시 29억8000만원에 매물이 나와 있다. 같은 목1동에 살더라도 “하이페리온이나 트라팰리스에 산다"는 말은 부러움의 대상이었다는 것이 주민들의 공통된 설명이다. 하지만 최근에는 분위기가 달라지고 있다. 재건축조합 설립인가를 받은 목동신시가지 7단지가 목동 집값의 새로운 기준이 될 수 있다는 기대가 커지면서다. 인근 공인중개업소에서는 “재건축이 완료되면 하이페리온과 트라팰리스를 넘어 평균 호가 40억 대의 목동 최고가 단지가 될 가능성이 있다"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7단지는 목동신시가지 가운데 핵심 입지로 평가받는다. 규모는 14단지가 더 크지만 행정구역이 신정동인 점을 감안하면 시장에서는 사실상 7단지를 목동을 대표하는 단지로 인식하는 분위기다. 목운초, 목운중 학군과 목동역, 현대백화점, 학원가를 모두 가까이 누릴 수 있는 입지에 현재 용적률도 약 125%로 낮고 대지지분이 넓어 일반분양 물량 확보가 유리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시장 기대감은 가격에서도 드러난다. 네이버부동산 기준 목동신시가지 7단지 전용 74㎡(공급면적 약 23평) 호가는 3년 전 약 21억원에서 현재 28억원 안팎으로 올라 약 7억원 상승했다. 인근 공인중개사는 “현재 가격은 낡은 구축이 아니라 앞으로 들어설 신축의 가치를 미리 반영한 것"이라며 “시장은 이미 7단지를 목동의 미래 랜드마크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재건축 사업도 본궤도에 올랐다. 조합은 지난 8일 조합 설립인가를 받은 데 이어 오는 10월 시공사 입찰공고를 낼 계획이다. 오세훈 서울시장이 지난달 치뤄진 지방선거에서 극적으로 당선되면서 시장 연임에 성공한 이후 이달부터 대치 은마와 잠실주공5단지 등 서울 내 주요 재건축 기대주들이 일제히 사업시행인가를 받는 등 훈풍을 탄 가운데, 목동 7단지도 '오세훈발' 재건축 패스트트랙에 편승해 속도를 내고 있다는 평가다. 조합 관계자는 “현재 삼성물산과 롯데건설이 적극적인 관심을 보이고 있다"면서도 “좋은 커뮤니티를 갖추면서도 공사비와 분담금을 낮추는 것이 가장 큰 목표지만, 최근 6단지처럼 단독 입찰 가능성도 있어 상황을 지켜보고 있다"고 말했다. 인근 공인중개업소에서는 재건축이 완료되면 평균 호가가 40억원 안팎까지 형성될 가능성도 내다봤다. 현재 호가를 감안하면 최소 15억원 이상의 시세 상승을 기대할 수 있다는 전망이다. 다만 이는 사업이 계획대로 진행되고 시장 여건이 유지된다는 전제 아래 나온 전망으로, 실제 입주 시점의 시장 상황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한때 목동의 부동산 자산가치는 주상복합 듀오인 하이페리온과 트라팰리스가 상징했다. 그러나 재건축이라는 거대한 변화 앞에서 목동 아파트 시장은 이미 다음 주인공인 신시가지 7단지를 바라보고 있다. 임진영 기자 ijy@ekn.kr, 길나현 인턴기자 khilnayheon@gmail.com

이재명 “초고가 1주택 세제 정상화”…보유세 개편 논의 본격화

이재명 대통령이 초고가 1주택에 대한 보유세 강화 가능성을 공식 언급하면서 정부의 부동산 세제 개편 논의가 본격화됐다. 정부는 이날부터 공급·금융·세제를 주제로 공개 토론을 시작하고 오는 23일 국민대토론회를 통해 부동산 정책의 큰 방향을 확정할 예정이다. 이 대통령은 14일 청와대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대한민국 부동산 세제는 형평성 있는 조세가 가장 중요한데 현재 주택 분야는 제도가 많이 왜곡돼 있다"며 “조세 정상화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집값을 잡기 위해 세금을 부과하는 것이 1차 목표가 아니라 조세를 정상화하는 것이 우선"이라고 강조했다. 특히 실거주 1주택이라도 초고가 주택은 별도의 세 부담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내비쳤다. 이 대통령은 “100억원짜리 집도 실거주 1주택이면 거의 감면해 주는 것이 맞느냐는 논란이 있다"며 “초고가 주택은 세제를 강화하자는 데 대해 대체로 공감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날 국무회의에서는 이례적으로 유튜브 생중계 댓글을 활용한 즉석 여론조사도 진행됐다. 초고가 주택의 추가 보유 부담에 대한 의견을 묻자 약 90%가 찬성 의견을 나타냈고, 초고가 기준으로는 시가 30억원을 선택한 의견이 가장 많았다고 정부는 전했다. 이에 이 대통령은 “30억원도 가혹한 것 아닌가"라며 “20억원으로 하면 우리 큰일 날 것 같다"고 말해 구체적인 기준 설정에는 신중한 태도를 보였다. 정부는 이날 국무회의에서 '부동산정책 주요 쟁점' 자료도 공개했다. 주택 공급과 금융, 세제 등 3개 분야 21개 의제를 중심으로 국민 의견을 수렴할 계획이다. 공급 분야에서는 재건축·재개발 규제 완화와 도심 유휴부지 활용, 공공·민간 공급 비중 등이 논의된다. 금융 분야에서는 정책대출과 전세대출, 이주비 대출 규제가 주요 의제로 제시됐다. 세제 분야에서는 종합부동산세 개편, 보유세 적정 수준, 장기보유특별공제 개편, 양도세 체계 등이 논의 대상이다. 국토교통부는 이날 오후 김윤덕 장관 주재로 첫 공개토론회를 열어 공급 확대 방안을 논의하고, 15일 금융위원회가 금융 분야를, 16일 재정경제부가 세제 분야를 각각 토론한다. 이어 오는 23일에는 이 대통령이 직접 주재하는 국민대토론회에서 각 분야 논의 결과를 종합해 향후 부동산 정책 방향을 제시할 예정이다. 우선 이날 첫번째로 열리는 주택 공급 관련 토론회에서는 민간 재개발이나 재건축 활성화를 위한 규제 완화 방안 등이 논의될 예정이다. 용적률을 높이고 대출 규제를 완화해 재개발·재건축을 유도해야 한다는 의견과 규제를 풀면 투기를 불러올 것이라는 전망이 맞서는 가운데 공급 규제에 관한 각계 의견을 청취한다, 용산 국제업무지구 등 도심 내 유휴부지 활용 여부, 공급 확대를 위해 다주택자 예외를 인정할 것인지 예외 없이 규제할 것인지도 주요 논의 과제다. 도시·건축 규제 유연화, 민간임대주택 공급 주체, 수도권 기관 지방 이전을 통한 수요 분산 방안도 의제로 오른다. 한편, 이날 국무회의에서는 오세훈 서울시장도 처음 참석해 재건축·재개발 관련 의견을 전달하려 했지만 별도의 발언 기회는 얻지 못했다. 이에 이 대통령은 서울시가 재건축·재개발 현황과 공급 부족 원인 등을 담은 보고서를 제출해 달라고 요청했다. 이번 논의는 공급 확대와 금융 규제, 조세 정상화를 하나의 패키지로 검토하겠다는 정부 기조를 공식화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특히 초고가 1주택 보유세와 종합부동산세 개편 방향이 국민 의견 수렴과 공개 토론을 거쳐 구체화될 가능성이 커지면서 향후 부동산 시장의 핵심 변수로 떠오를 전망이다. 장혜원 기자 dalgu@ekn.kr

[르포] 걸어서 ‘7분 거리’ 용인 기흥-처인…토허제가 가른 운명

“확실히 매물이 줄었죠. 거래도 끊기는 분위기입니다." 지난 9일 호우특보와 함께 장대비가 쏟아지던 경기도 용인시 기흥역 인근의 한 부동산. 텅 빈 사무실에서 공인중개사 A씨가 노트북 모니터를 바라보며 대답했다. 정부가 용인 기흥구를 투기과열지구 및 조정대상지역 지정과 함께 토지거래허가구역(토허제)으로 전격 묶은 규제 효력이 발생(5일)한 지 나흘이 지난 시점이었다. 수인분당선 기흥역에 내리자 궂은 날씨에도 수십 명의 승객이 쏟아져 나왔다. 9개의 출구로 각기 바쁜 걸음을 했다. 기흥역세권은 서울 못지않은 인프라를 자랑하고 있었다. 역과 바로 연결된 AK플라자 기흥 내부에는 점심시간을 맞아 활기가 넘쳤다. 규제 폭탄을 맞아 침울할 것이라는 예상과 달리, 1층의 스타벅스는 주민들로 가득 차 있었다. 주민들의 일상은 평온해 보였다. 그러나 대단지 신축 아파트들이 즐비한 이곳의 주택 시장은 최근 숨가쁘게 달리고 있다. 역 바로 위에 위치한 힐스테이트 기흥은 120㎡ 기준 13억원 선에 시세가 형성돼 있다. 기흥역 롯데센트럴시티 115㎡는 9억8000만원, 기흥역 더샵 118㎡과 기흥역더퍼스트푸르지오 118㎡는 평균 매매가가 각각 11억5000만원과 10억8000만원 수준이다. 이는 작년 여름과 비교하면 1억~2억 정도 오른 가격이다. 이처럼 아파트 값이 상승하자, 국토교통부는 지난달 30일 집값 상승세가 가파른 용인시 기흥구를 투기과열지구와 조정대상으로 추가 지정했다. 대출과 청약, 세제 규제를 강화해 투기 수요를 차단하겠다는 의미다. 지정효력은 이달 5일부터 발생했다. 정부 당국이 반도체 클러스터 호재와 더불어 작년 경기 용인시 수지구 규제에 따른 풍선효과로 기흥구 집값이 과열됐다고 판단하자 '3중 규제' 족쇄를 채운 것이다. 기흥구 안에서도 처인구와 맞닿은 현장으로 이동했다. 기흥역에서 10번 버스를 타고 9분 거리에 위치한 기흥구 상하동의 쌍용아파트입구 삼거리. 버스에서 내리자마자 기흥역의 화려함은 사라지고 낡은 저층 건물들과 적막한 거리 풍경이 눈에 들어왔다. '투기 과열'이라는 단어와는 어울리지 않는 소박한 동네였다. 이곳에서 만난 공인중개사 B씨는 “최근들어 매물이 들어간 것은 사실이다"라며 “자세히는 모른다"라고 전했다. B씨는 상하동 인근에서 가장 시세가 높다는 '진흥더루벤스'로 가볼 것을 권하며 “건너편의 처인구 삼가동 아파트가 여기보다 1억원은 더 비쌀 겁니다. 거긴 새 아파트니까요."라고 말했다. 규제 지역인 기흥구보다 비규제 지역인 처인구의 아파트값이 더 비싼 '가격 역전' 현상이 벌어졌다는 설명이다. 정부는 10.15 대책을 통해 서울 전역과 경기도 12개 지역이 조정대상지역 및 투기과열지구로 추가 지정했다. 그러나 풍선효과, 반도체, GTX 호재 등 집값 상승세가 멈추지 않자 화성시 동탄구, 용인시 기흥구, 구리시를 추가했다. B씨의 말대로 걸어서 10분 거리의 기흥 진흥더루벤스 2차 단지를 찾았다. 2008년에 준공된 이 아파트의 115㎡(35평형) 매매가는 4억원에서 4억5000만원 선. 서울 외곽 금천구의 35평형 평균 매매가(4억 9000만원)보다도 낮은 수준이었다. 다만 주민들 사이에선 아직 토허제 규제가 체감되지 않는 분위기였다. 단지 인근에서 김밥집을 운영하는 주민 C씨는 김밥을 말다 말고 되물었다. “토허제가 뭐예요? 우리는 그런 거 잘 몰라요… 그냥 그런가보다 합니다." 상하동에서 다시 10번 버스를 타고 처인구 삼가역에 도착했다. 상하동(기흥구)에서 삼가동(처인구)까지 오는데 불과 7분 밖에 걸리지 않았다. 이곳에서는 기흥구와 처인구의 경계가 불분명했다. 버스에서 내리자마자 상하동 공인중개사가 말한 처인구의 대장격 단지, '용인행정타운 두산위브 2단지'가 눈에 들어왔다. 2013년에 준공된 이 아파트는 확실히 상하동의 구축 단지들과 차별화되는 신축 아파트의 외관을 하고 있다. 용인행정타운 두산위브 2단지 115㎡(35평형)의 매매가는 5억 5000만 원 선으로, 바로 옆 동네인 기흥구 상하동보다 실제로 같은 평수 대비 1억 원가량 높게 형성돼 있다. 기흥구 상하동과 처인구 삼가동의 차이는 부동산 중개업소에서도 확인된다. 규제 탓인지 조용하던 기흥구 부동산들과 달리, 처인구 삼가동 일대 부동산 3곳은 모두 내방객들과 계약서를 체결하느라 분주한 모습이었다. 여기에 더해 2027년 3월 입주를 앞둔 인근의 '두산위브더제니스센트럴 용인' 분양권 (83㎡)이 최근 5억 1560만 원에 거래되는 등 처인구 삼가동 일대는 활기를 띈 모습이었다. 삼가역 인근 공인중개사 D씨는 “기흥구 토허제로 처인구 집값 상승을 기대하기는 아직 이르다"며 “기흥구를 토허제로 묶는 것으로 집값 문제가 해결될 거 같지는 않다. 어디까지 내려올지 모르겠다"고 귀띔했다. 임진영 기자 ijy@ekn.kr, 정수빈 인턴기자 chloejung0318@gmail.com

“완공했지만 못 판다”…PF 부실, 브릿지론 넘어 ‘본PF’로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이 착공 전 단계인 '브릿지론'에서 준공까지 마친 '본PF' 단계로 옮겨가고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고금리 기조 이후 중도에 접기 어려운 사업은 준공까지 이어져 브릿지론 단계 리스크가 본PF 단계로 이동한 상황이다. 13일 부동산업계 등에 따르면 한국신용평가는 '8차 부동산PF 전금융권 현황 점검' 보고서에서 올해 3월 말 기준 금융권 PF 위험노출액(익스포저)가 170조원으로 2023년 말(231조원) 대비 감소세를 이어가고 있다고 분석했다. 유의이하비율은 전분기 말 8.4%에서 올해 1분기 9.7%로, 부실우려비율은 6.3%에서 7.1%로 상승하며 PF 건전성은 다시 악화되는 모습을 보였다. 부실 수준을 뜻하는 유의이하 사업장 잔액은 올해 1분기 16.4조원이었다. 전분기 말 14.7조원 대비 1.7조원 증가했다. 정리·재구조화 속도가 둔화되는 가운데 신규 부실 사업장이 유입된 영향이다. 완공 이후에도 회수가 어려운 사업장이 늘어나는 배경으로는 고금리 이후 이어진 부동산 시장 침체가 꼽힌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브릿지론 단계에서는 '건물을 지을 수 있느냐'가 핵심 리스크였다면, 본PF 단계에서는 '완공한 건물이 팔리느냐, 임대가 되느냐'가 핵심 리스크"라며 “부실이 본PF로 이동했다는 것은 결국 시장 수요가 위축됐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이어 “2022년 금리 급등 이후 신규 사업은 사업성이 떨어지면 착수를 미루거나 포기하는 사례가 늘었다"며 “반면 이미 상당 부분 진행된 사업은 중도에 접기 어려워 일단 준공까지는 갔지만, 이후 분양 부진이나 매각 지연으로 자금 회수가 막히는 사례가 증가해 본PF 단계로 부실이 넘어오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 같은 흐름은 한신평 분석에서도 확인된다. 본PF 잔액은 2분기 중 약 0.9조원 증가해 경·공매 추진 사업장 내 본PF 비중은 전분기 16.7%에서 20.6%로 상승했다. 6월 말 기준 본PF 비중이 23.6%까지 확대돼 본PF 사업장의 유입 속도가 빨라지고 있는 모습이다. 한신평은 “기존 브릿지론 단계의 사업진행 리스크에 더해, 완공 이후 분양성과 부진 및 매각 지연에 따른 본PF 회수위험이 점차 부각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실제 회수 여건도 악화되는 모습이다. 법원경매정보 자료에 따르면, 부동산 경매 매각률과 매각가율이 2024년 하반기에 최고점을 찍고 꾸준히 하락하고 있다. 5월 말 기준 매각가율은 58.2%까지 낮아졌다. 경매를 통한 사업장 해소가 지연되고 담보가치 회수와 관련한 불확실성이 높아지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실제로 에너지경제신문이 금융투자협회 경공매 PF 매각추진 사업장 리스트를 직접 분석한 결과, 이같은 흐름을 보여주는 실제 사례들이 다수 확인됐다. 충남 천안시 성성동의 한 업무시설(감정가 약 3136억원)은 준공을 마쳤지만 아직 공매조차 개시되지 않은 상태다. 경기 부천시 내동의 한 물류센터(감정가 약 1802억원)는 완공 이후 화재보험 등 미비 서류를 보완하며 공매 절차를 밟고 있다. 인천 남동구 간석동의 한 주상복합 사업장(감정가 약 405억원)은 유치권 분쟁으로 매각이 장기화되고 있다. 오피스텔·도시형생활주택 일부 호수는 매입 협의가 무산됐고, 현장을 점유 중인 유치권자와의 협의도 수개월째 진전이 없는 상태다. 경남 김해시의 한 병원 건물(감정가 약 240억원)은 준공 후 전체가 공실로 남아 있고, 광주광역시의 한 주상복합 사업장(감정가 약 190억원)은 입주 지정일이 지나면서 수분양자들이 시행사를 상대로 소송을 진행 중인 것으로 확인됐다. 송윤주 기자 syj@ekn.kr

[송윤주의 부동산생태계] “전세보증금 못받으면 피해지원 받을 수 있을까?”①

“정부에선 전세사기 피해자를 어떻게 보고 있는지 모르겠어요. 저는 피해자가 아닌 건가요?" 전세 계약 전 임대인의 근저당권 설정 여부·세금 체납 내역까지 확인한 20대 신혼부부. 이들이 계약할 당시에도, 지금도 전셋집의 등기부 등본은 깨끗하다. 그럼에도 전세 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할 위기에 처했다. 13일 에너지경제신문이 이들을 만나 이야기를 들어봤다. 사건의 발단은 올해 1월 진행된 재계약이었다. 재계약 당시 1억7400만원에서 1억6000만원으로 감액 계약을 했다. 차액 1400만원을 돌려받았어야 했으나 임대인은 이를 반환하지 않았다. 당시 대리인으로 나선 집주인의 딸은 “가족들과 상의해보고 연락 주겠다"고 한 뒤로 답변 없이 이들을 차단했다. 알고 보니 계약 당시 임대인은 임대 사업자라는 사실을 숨긴 채 관련 의무 조항이 빠진 일반 임대차계약서를 작성했다. 임대인은 이들 부부가 거주하는 오피스텔의 다른 집도 소유하고 있었는데, 해당 집은 이미 경매가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피해구제를 받기 위해 이들은 전세사기피해지원센터에 연락했다. 임대인과 문자로는 이미 임대차 계약을 종료하겠다고 이야기가 된 상태이지만, 피해지원센터에서는 “계약서 상으로는 계약이 끝난 게 아니기에 피해자로 인정받을 수 없다"고 했다. 현 시점에서는 사기 피해가 아니라 임대인의 채무불이행에 해당한다는 이야기다. 민사소송이라는 선택지도 있지만, 임대인이 돈이 없다고 버티고 있는 상황에서 승소하더라도 실질적인 보증금 회수를 기대하기는 어려운 실정이다. A씨는 “임대인이 가지고 있는 다른 집에 이렇게 문제가 많은 줄 알았다면 계약에 신중했을 것"이라며 “임차인 입장에서 서류상 확인할 수 있는 것은 전부 확인했다고 생각했는데도 이런 일을 당하니, 그동안 전세를 살며 무사했던 건 그저 운이 좋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A씨는 임대 사업자 자격 기준을 강화해야 한다고도 했다. B씨는 “임대 사업자 등록 시 임대인의 부채비율이나 자산규모 등 실질적인 자본력을 검증하는 절차를 강화해야 한다"며 “이를 주기적으로 갱신하는 방안을 마련해야 자금을 돌려막기 하다가 생기는 피해를 줄일 수 있지 않겠냐"고 강조했다. 이재명 정부는 전세사기를 사회적 재난으로 인식하고 대책 마련에 속도를 내고 있다. 지난 2월 민주당 전세사기대책특별위원회는 전세사기 피해자 지원 강화를 위한 입법 과제를 구체화했다. 주요 방안으로 △경·공매가 종료된 전세사기 피해자를 대상으로 임차보증금의 일정 비율 회복을 보장하는 '최소보장제' △신탁사기 등 무권계약 피해자에게 경·공매 종료 전 최소보장금 '선지급-후정산' △'공동담보 피해자에게 경매 차익 일부 선지급' 방안이 마련됐다. 그 일환으로 국토교통부와 LH는 7월 중 공동담보 피해자의 경매 차익 일부를 선지급하는 방안을 실시할 예정이다. 11월에는 최소보장제와 선지급-후정산 제도를 실시할 계획이다. 2022년에 전세사기 문제가 불거진 이후, 피해자 선구제 논의가 이제야 구체화 된 이유는 결국 재원마련과 형평성 논란 때문이다. 진장익 중앙대 도시계획부동산학과 교수는 “그동안 개인이 맺은 사적 계약의 피해를 정부가 재정으로 보조해 주는 것이 맞느냐는 논의가 있어 왔다"며 “정부가 취약 계층에게 주거 복지 차원의 지원을 제공하듯, 전세사기 피해자 역시 복지적 관점에서 접근해 지원할 수 있는 것"이라고 봤다. 재원 확보 방안에 대해 진 교수는 부동산 상승기 때 정부와 지자체가 확보한 초과세수 수입을 활용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부동산 시장에서 발생한 세수는 부동산에서 발생한 피해와 부작용을 치유하는 데 쓰이는 것이 타당하다는 것이다. 진 교수는 “늘어난 지방세 수입을 특별회계로 묶어 피해자 구제 재원으로 충당하는 방안도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정부의 구제 방안의 부실화 위험을 경계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서진형 광운대 부동산법무학과 교수는 선구제-후정산 방안에 대해 “전세 사고가 발생한 이후에 개입하는 사후 조치인 데다, 정부가 매입한 구상채권은 기본적으로 회수가 어려운 부실채권이 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며 “결국 국민의 세금이 대거 투입되지만 정작 채권 회수는 되지 않는 재정 부실화 문제를 초래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대책이 진일보했다면서도 피해자들이 체감하는 실효성은 제한적일 수 있다고 지적한다. 또 여러 보완책에도 정교해지는 전세사기를 원천 차단하기는 어렵다고 봤다. 서 교수는 “작정하고 속이려는 수법이 워낙 다양한 데다, 근본적으로는 자산 가격 급등락 과정에서 전세금이 높아졌다가 집값이 하락하며 생기는 구조적 성격이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피해자 부부는 '골든쀼'라는 이름으로 인스타그램 계정을 운영하고 있다. 이들이 전세사기 피해 사실을 공유한 릴스(짧은 동영상)를 올리자 13일 기준 600개 가까운 댓글이 쏟아졌다. 이들이 놀란 이유는 최근에 전세사기 피해를 당한 사람들이 이렇게나 많고, 이렇게 다양한 사기 수법이 있는 줄 몰랐기 때문이었다. B씨는 “언론에서 많이 다루지 않으니 직접 겪기 전까지는 전세사기는 주춤한 줄 알았다"며 “당사자가 될 줄은 상상도 못했다"고 했다. 이들은 전세사기 피해자 인정 기준의 필요성에 공감하면서도 기준을 조금 더 유연화했으면 한다는 아쉬움이 있다고 했다. A씨는 “전세사기 방법은 너무 다양한데 피해자로 인정받기는 어렵다고 느꼈다"며 “일단 전세사기 피해자로 인정받기 못하면 안내를 받기가 어려워 어떤 것부터 알아봐야 하는지, 그 다음엔 뭘 해야 하는지 막막하다"고 말했다. 이어 “피해자로 인정 자체가 안됐으니 국가에선 이런 케이스가 있다는 사실도 알지 못할 것 아니냐"고 반문했다. 송윤주 기자 syj@ek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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