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레일 자회사 5곳→3곳 통합…KTX 짐칸 늘리고 비핵심사업 정리

한국철도공사(코레일) 산하 5개 자회사가 고객서비스와 유통·물류, 유지관리 등 3개 전문회사 체제로 재편된다. 단순히 회사 숫자를 줄이는 데 그치지 않고 중복 업무와 수익성이 낮은 사업을 정리하는 한편, KTX 수하물 보관공간 확대와 역사 편의점 할인 등 이용객이 체감할 수 있는 서비스 개선도 추진한다. 다만 서로 다른 회사의 직원들이 하나의 법인으로 합쳐지면서 임금·직급·복리후생 체계를 어떻게 조정할지는 과제로 남았다. 통합 법인 출범을 앞두고 자회사 노동자들이 처우 개선 등을 요구하며 총파업에 들어간 만큼 통합 이후 노사 갈등을 해소하는 것이 새 체제 안착의 관건이 될 전망이다. 국토교통부와 코레일은 23일 자회사 통합 절차를 마무리하고 이날부터 기존 5개 자회사를 3개 전문회사 체제로 운영한다고 밝혔다. 코레일네트웍스와 코레일관광개발은 고객서비스 전문회사인 가칭 '코레일관광네트웍스'로 합쳐진다. 두 기관이 나눠 담당했던 역 이용과 열차 이용, 연계교통, 관광서비스를 연결해 철도 이용 전 과정을 아우르는 고객서비스 체계를 구축한다. 코레일유통과 코레일로지스는 가칭 '코레일유통물류'로 통합한다. 철도역 유통망과 물류 인프라를 한 회사에 묶어 철도 기반 유통·물류사업의 전문성을 높인다는 구상이다. 코레일테크는 합병하지 않고 기존 법인을 유지하되 유지관리 전문회사로 역할을 재정비한다. 인공지능(AI) 기반 장비 등을 청소와 시설 유지보수에 활용하고 코레일과 중복되거나 책임 범위가 불명확했던 업무를 조정한다. 통합 회사의 공식 명칭은 직원 의견수렴과 전문가 자문 등을 거쳐 연내 확정할 예정이다. 이번 구조개편은 지난해 12월 국토부가 자회사 구조개편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하면서 본격화됐다. 국토부는 올해 2월19일부터 3월17일까지 노동조합과 릴레이 면담을 진행하고 5차례 노사정협의체를 거쳐 통합안을 마련했다. 지난 6월30일 공공기관운영위원회 심의·의결을 거친 뒤 기업가치평가와 기업결합심사 등 후속 절차가 진행됐다. 법인 통합 이후에는 코레일과 자회사, 자회사 간 업무를 다시 나누는 2단계 기능조정이 진행된다. 국토부와 코레일은 2027년 상반기까지 기능조정 로드맵을 마련하고 관계기관 협의를 거쳐 같은 해 말까지 위탁계약 정비를 마칠 계획이다. 통합에 따른 기관 간 인적 이동은 하지 않는 것을 전제로 한다. 우선 코레일관광개발과 코레일테크가 함께 담당해온 숙사·사옥 등 건물관리 업무는 코레일테크로 일원화한다. 코레일네트웍스의 송내역 상가관리, 코레일유통의 자원유통사업, 코레일관광개발의 레일바이크 사업 등 수익성이 낮거나 핵심 기능과 연관성이 떨어지는 사업은 정리한다. 역무·매표 분야에서는 자동발매와 원격상담을 단계적으로 확대하고 무인 서비스 품질을 개선한다. 차량·전철·통신·신호·건축 등 기술 분야에서도 코레일과 코레일테크가 중복 수행하거나 책임 구분이 명확하지 않았던 업무를 재조정한다. 제초와 차량 냉난방기 청소처럼 전문업체 활용이 가능한 업무는 외부 전문업체에 맡기고 코레일테크는 철도 유지관리 업무에 집중하는 방식이다. 차량 유지보수의 경우 현장마다 업무 구분 기준이 달라 중복이나 공백이 발생했던 만큼 코레일이 분해·정비를 맡고 자회사가 부품 세척을 전담하는 방식 등이 기능조정 방안으로 제시됐다. 자회사 통합에 맞춰 이용객이 직접 체감할 수 있는 서비스도 바뀐다. 국토부와 코레일은 이용객 편의 5건, 안전 3건, 효율성 강화 2건 등 '통합으로 달라지는 국민체감서비스 10가지'를 추진한다. KTX 열차 내 이용률이 낮은 일부 자판기는 수하물 보관공간으로 전환한다. 연말까지 자판기별 이용 현황을 조사해 전환 대상을 선정한 뒤 순차적으로 공사를 진행할 예정이다. 캐리어 등 대형 짐을 가지고 열차를 이용하는 승객의 불편을 줄이기 위한 조치다. 철도역사 내 편의점 '스토리웨이'에서는 1+1, 2+1 등 할인행사를 확대한다. 일부 수입상품은 해외 제조·공급사와 직접 거래해 유통단계를 줄이고 여기서 절감한 비용을 가격 경쟁력 강화와 고객서비스 개선에 활용한다. 철도와 다른 교통수단을 연결하는 서비스도 강화한다. 10월 하순부터 코레일관광네트웍스의 철도관광상품을 이용하는 고객에게 주차요금 30% 할인 혜택을 제공한다. 카셰어링·렌터카와 시내·시외버스, 수요응답형 교통(DRT) 등을 철도관광상품과 연계하기 위한 중장기 로드맵도 연말까지 마련한다. 역사 청소에는 AI 기반 장비를 투입한다. 코레일테크는 연내 동대구역·대전역·김포공항역 등 3개 역사에 AI 청소장비를 도입하고, 노후 일반열차 화장실은 시설물을 분해한 뒤 스팀장비로 살균·소독하는 특별청소를 실시한다. 장애인과 노약자를 위한 고객상담도 일원화한다. 현재 주차장 이용과 예약·발권, 승하차 지원 등으로 나뉜 상담 기능을 통합해 한 번의 문의로 역사 이동부터 열차 승하차까지 필요한 서비스를 안내받도록 연내 매뉴얼을 마련한다. 안전 분야에서는 코레일로지스의 지역별 물류창고를 재난 대응 물류기지로 활용해 비상물품을 공급하고, 연말까지 전국 철도 건널목 근무자에게 열차접근경보 애플리케이션을 배포할 예정이다. 조직 통합의 또 다른 과제는 서로 다른 자회사 직원들의 임금과 직급, 복리후생 체계를 조정하는 문제다. 국토부와 코레일은 기존 직원의 고용승계를 원칙으로 통합을 추진하고 통합에 따른 기관 간 인적 이동도 하지 않기로 했다. 통합 이후에도 노사정협의체를 운영해 임금·인사·근무환경·기능조정 등을 논의하고 기관별 임금·복리후생 격차 완화와 근무체계 개선을 추진한다. 하지만 통합 법인 출범을 앞두고 노사 갈등은 이미 표면화됐다. 코레일 자회사 노동자들은 지난 21일부터 사흘간 공동 총파업에 돌입했다. 노조는 4조2교대 전환과 근속급제 시행, 6급 임금·직급체계 개선, 명절상여금 120% 지급 등을 요구하고 있다. 특히 코레일네트웍스의 무기계약직과 코레일관광개발의 정규직 등이 한 회사에 소속되는 만큼 기존 고용형태와 처우 차이를 어떤 기준으로 조정할지가 쟁점이다. 통합은 완료됐지만 임금·직급체계를 통일하기 위한 구체적인 세부안이나 중장기 로드맵은 아직 제시되지 않았다. 김태병 국토교통부 철도국장은 “이번 자회사 통합은 단순히 회사의 수를 줄이는 데 그치는 것이 아니라 자회사별 역할을 명확히 하고 분야별 전문성을 높여 철도 이용객의 편익을 향상하고 안전을 강화하기 위한 것"이라며 “통합 효과를 국민이 체감할 수 있도록 주요 성과를 지속적으로 관리하고 직원 처우개선 등에 대해서도 노사와 지속적으로 소통해 3개 자회사 체제가 안정적으로 정착할 수 있도록 지원하겠다"고 말했다. 장혜원 기자 dalgu@ekn.kr

홍지선 국토부장관 취임…주택공급·균형발전 시험대

23일 홍지선 국토교통부 장관이 취임식을 갖고 장관으로서 공식 업무를 시작한다. 전날 이재명 대통령은 홍 장관의 임명안을 재가했다. 이후 홍 장관은 바로 경기 부천대장 공공주택지구를 찾아 현장 행보를 이어갔다. 부천대장지구는 서울과 인접한 수도권 핵심 입지에 약 2만가구 주택을 공급하는 3기 신도시다. 약 56만㎡ 산업용지에 대한항공, SK이노베이션, SK하이닉스 등 앵커기업이 입주 예정이고 대장-홍대선 등 광역 교통망이 조성된다. 현장에서 홍 장관은 “3기 신도시에 최단기 착공모델을 적용하는 등 사업 일정과 공정을 면밀히 관리하고, 부천대장 지구 뿐 아니라 8.13 대책 등 주택공급 정책 전반을 꼼꼼히 챙겨 국민 주거안정이라는 실질적인 성과로 이어지도록 해야 한다"고 밝혔다. 홍 장관은 취임사에서 현장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그는 “경기도에서 도시와 주택, 교통분야 행정을 하며 정책이 현장에서 어떻게 달라지는지를 많이 경험했다"며 “보고서에서는 인허가 절차 한 줄로 보이는 일이 현장에서는 주민에게 몇 달, 몇 년의 기다림이 되기도 한다"고 말했다. 2차관 취임 당시 첫 현장 일정으로 물류센터를 찾았던 것도 같은 이유라고 설명했다. 홍 장관은 “중앙정부가 좋은 제도를 만드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며 “지방정부와 민간에서 실제로 집행할 수 있어야 하고, 국민이 변화를 체감할 수 있어야 비로소 정책이 완성된다"고 강조했다. 홍 장관은 주거안정에 정책 역량을 집중하겠다고 밝혔다. 주택 수급의 불균형과 임대차 시장의 불안, 가계부채 부담이 맞물려 있는 상황에서 현장과 실용 중심의 주택 정책으로의 전환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3기 신도시와 도심 주택사업의 속도를 높이기 위해 수도권 지방정부와 다층적 협의체를 가동하겠다고 밝혔다. 통합심의와 인허가 패스트트랙을 구축하고, 중앙정부의 제도적 지원과 지방의 자율성이 선순환하는 협력형 주택공급 모델을 정착시키겠다고 했다. 임대차 시장 안정을 위해선 민간 장기 임대를 확대하는 한편, 보편형 공공임대 활성화를 통해 주거 취약계층과 청년, 신혼부부 등 무주택자의 주거사다리를 놓겠다고 밝혔다. 성장거점 마련도 강조했다. 지방의 주요 거점도시에 도시·건축 특례와 필요한 인프라 지원을 집중해 일자리와 주거가 결합된 새로운 성장거점을 만들겠다는 것이다. 지역성장 모델을 만들기 위해 기업형 첨단도시를 조성하고, 공공기관 2차 이전과 세종·새만금을 비롯한 균형발전의 핵심 과제도 챙긴다. 홍 장관은 “내 집 마련에 대한 국민의 걱정은 여전히 크고, 수도권과 지역의 격차, 이동의 불편, 건설·교통 현장의 안전과 미래 산업의 경쟁력까지 어느 하나 미룰 수 없는 과제들이 많다"며 “정부 출범 2년차를 맞은 지금은 계획을 제시하는 것을 넘어 국민께 구체적인 변화와 성과를 보여드려야 할 시간"이라고 말했다. 송윤주 기자 syj@ekn.kr

[장혜원의 부동산현장] “철탑 발언 부인 않겠다”…은마상가 이주 앞두고 조합·세입자 갈등

“그렇게 말한 것이 녹음돼 있다면 부인하지 않겠습니다. 다만 지금 철탑을 세우거나 폭력적으로 투쟁할 생각은 전혀 없습니다." 김광준 은마종합상가 비상대책위원장은 22일 오후 에너지경제신문과의 통화에서 옥상 철탑 관련 발언에 대해 “기자님이 그렇게 들었다면 부인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그는 앞서 해당 발언이 철탑을 세우는 일이 없어야 한다는 취지였다고 설명했으나, 본지가 조합 측이 보유한 더 긴 대화 녹음을 청취한 뒤 재차 묻자 당시 과격하게 말했을 가능성을 인정했다. 다만 녹음을 직접 듣지 못해 정확한 발언 경위는 기억나지 않고, 현재 철탑을 설치하거나 폭력적으로 행동할 의사는 없다고 밝혔다. 조합은 옥상 점거와 안전사고를 우려해 상가에 별도 경비 인력을 투입했다. 과거의 발언, 현재의 의사, 실제 행동 여부를 구분해야 하는 상황이다. 본지 취재를 종합하면, 은마아파트 재건축이 지난 7월 사업시행계획인가를 받은 뒤 종합상가 임차상인들의 이주와 보상 문제가 불거졌다. 일부 세입자가 상가 옥상에 망루를 세우고 가스통 등 위험물을 반입하려 한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김 위원장은 지난 14일 본지 인터뷰에서 그런 계획을 들은 적이 없다고 부인했다. 이후 조합은 본지에 철탑 설치를 언급한 발췌 녹음을 제공했다. 본지는 조합 측이 보유한 더 긴 대화도 청취하고 김 위원장에게 발언의 취지를 재차 물었다. (관련기사 : [단독] “은마상가 옥상에 철탑 설치하겠다"…비대위 임차인 발언 녹취 나왔다) 김 위원장은 “녹음을 직접 들어보지 않아 자세한 표현은 기억나지 않는다"면서도 “기자가 그렇게 들었다면 부인하지 않겠다"고 답했다. 이어 “그때는 그런 마음이 있었는지 모르겠지만, 현재로서는 폭력적으로 행동할 의도도 없고 그렇게 하고 싶지도 않다"고 말했다. 그는 사적인 대화에서 농담이나 여담처럼 과격하게 표현했을 가능성을 언급하며 “어제(21일)와 오늘 설명이 달라진 부분은 죄송하게 생각한다"고 했다. 조합은 옥상 출입과 위험물 반입을 감시하기 위해 별도 인력을 투입해 경비 중이라고 밝혔다. 조합 측은 쇠파이프나 가스통 등을 들고 옥상으로 올라가는 모습이 포착되면 즉시 112에 신고할 수 있도록 대기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경비 상황을 담은 9시간 분량의 영상도 본지에 제공했다. 다만 경비를 서는 장면이나 옥상을 촬영한 영상이 곧 위험물 반입 시도나 철탑 설치 준비를 입증하는 것은 아니다. 본지가 현재까지 확인한 자료만으로 비대위가 철탑 설치를 공식 결정했거나, 실제 위험물을 상가 옥상으로 옮겼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 김 위원장도 “회원들이 옥상에 올라가자고 하거나 위험물을 반입한 일은 없다"고 주장했다. 갈등이 벌어지는 은마종합상가는 주민들이 일상적으로 찾는 상권이기도 하다. 21일 저녁 본지가 방문한 상가에서는 식당마다 손님들이 자리를 채웠고, 장바구니를 든 주민들이 반찬과 식재료를 사기 위해 오갔다. 전통시장을 떠올리게 하는 풍경이었다. 은마아파트에서 15년째 거주하고 있다는 60대 주민은 “대치동에서 전과 송편으로 유명한 곳이 은마상가"라며 “명절이면 아파트 주민뿐 아니라 인근 개포동 주민들도 전과 떡을 사러 오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김 위원장은 은마상가가 오랫동안 시장처럼 운영돼 왔다며, 전통시장 관련 법의 입점상인 보호대책에 '준하는' 이주·생계 지원과 재건축 후 재입점 기회를 요구하고 있다. 다만 시장처럼 영업한다는 것과 법적으로 전통시장에 해당한다는 것은 별개다. 「전통시장 및 상점가 육성을 위한 특별법」 제49조의 입점상인 보호대책은 시장정비사업에 관한 규정이다. 은마아파트 사업은 강남구가 도시정비법에 따라 인가한 재건축정비사업이다. 은마상가의 법적 전통시장 인정 여부도 별도 확인이 필요하다. 이주대책을 누구와 협의할 것인지도 쟁점이다. 은마상가에는 기존 번영회와 김 위원장이 이끄는 임차인 비대위가 각각 활동하고 있다. 조합은 기존 번영회와 세입자 협의체를 구성하고 의견을 듣겠다는 입장이다. 김 위원장은 조합이 번영회와 협의하는 것은 조합의 판단이라면서도, 번영회가 그동안 임차인의 이주·생계 문제를 충분히 대변하지 못했다고 주장했다. 반면 조합은 비대위가 임차인 전체를 대표하는지 확인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번영회의 대표자 선출 방식과 회원 구성, 비대위의 동의 현황은 각각 자료로 확인해야 한다. 비대위는 임차상인 과반의 활동 동의를 받았다고 주장해 왔다. 김 위원장은 이날 “동의서는 있다. 취재하러 오면 보여주겠다"고 말했다. 다만 전체 임차상인 수는 점포 여러 칸을 합쳐 쓰거나 일부를 창고로 사용하는 경우 때문에 정확히 확정하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앞서 비대위가 밝힌 동의 인원은 약 260명이다. 전체 임차상인을 450명으로 보면 동의율은 약 57.8%, 420명으로 보면 약 61.9%다. 김 위원장이 제시한 '62%'는 전체 임차인을 약 420명으로 추산했을 때의 비율이다. 실제 동의율은 동의서와 임차인 현황을 대조해야 확인할 수 있다. 김 위원장 자신이 은마상가에서 영업한 기간은 5년이 조금 넘는다고 설명했다. 그는 앞서 여러 차례 언급한 '20~30년간 장사한 상인들'은 자신이 아닌 다른 임차상인들을 가리킨다고 설명했다. 비대위는 현재 2기 임원 구성을 추진하고 있으며, 김 위원장은 향후 이주·생계대책과 재입점 문제를 협의할 조직을 꾸리겠다고 밝혔다. 정식 구성 시점과 공식 보상 요구액은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 본지가 확보한 조합이 지난 8월 상가 세입자들에게 보낸 '은마상가 이주계획 관련 안내의 건'에는 2027년 상반기 중 이주 개시를 목표로 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조합은 설문조사를 통해 세입자별 영업 상황을 파악하고 이주계획을 세우겠다고 밝혔다. 안내문에는 재건축사업에서 영업보상비와 이사비 등 금전적 보상을 지급하도록 하는 별도 법 규정이 마련돼 있지 않다는 조합의 입장도 적혀 있다. '이주 개시 목표'는 모든 점포의 퇴거 기한이 확정됐다는 뜻은 아니다. 조합은 임대인이 세입자에게 반환해야 할 전·월세 보증금을 시공사를 통해 대신 지급하는 대위변제 방안도 추진하고 있다. 조합 측은 관련 재원과 지급 대상을 포함한 안건을 오는 12월 총회에 올리고, 내년 1월부터 이주를 준비할 계획이라고 확인했다. 실제 시행 여부와 세부 조건은 총회 의결 및 후속 절차에 따라 정해진다. 보증금 대위변제는 세입자가 맡긴 돈을 돌려받도록 돕는 절차다. 김 위원장이 요구하는 영업 중단 지원이나 재입점 기회와는 다른 문제다. 그는 “상인들이 이곳에서 벌어 월세와 관리비를 내며 살아왔다"며 “이주 기간뿐 아니라 장사하던 자리를 떠난 뒤의 생계도 논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도시정비사업 전문 변호사는 본지와의 통화에서 “재개발은 상가 임차인에 대한 영업보상 등의 근거가 있지만, 재건축은 별도로 보상해야 한다는 근거가 없다"고 설명했다. 이어 “관리처분계획이 나오면 건물을 계속 사용하기 어려워져 임차인과의 갈등이 생길 수밖에 없다"며 제도적 보완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 위원장은 앞으로의 대응에 대해 “우리의 투쟁은 각자 생업에 종사하면서 이주대책을 요구하는 것"이라며 현재 철탑을 세우거나 폭력적으로 행동할 계획은 없다고 강조했다. 조합은 경비를 유지하며 기존 번영회와 협의를 추진하고 있다. 옥상 발언에 대한 불신이 깊어진 가운데, 임차상인의 의견을 어떤 경로로 확인하고 이주대책을 논의할지가 남은 과제다. 장혜원 기자 dalgu@ekn.kr

강남보다 더 오른 강북 전셋값…성북·노원 12% 뛰고 ‘국평 10억’ 시대

서울 아파트 전세시장의 상승세가 강남을 넘어 강북으로 빠르게 확산하고 있다. 서울 평균 전셋값이 사상 처음 7억원을 넘어선 가운데 성북·노원 등 동북권의 전셋값 상승률은 강남3구가 포함된 동남권의 두 배 수준까지 치솟았다. 그동안 상대적으로 주거비 부담이 낮았던 강북권에서도 전용면적 84㎡, 이른바 '국민평형' 전셋값이 10억원을 넘는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 강남권에 대규모 신축 아파트 입주가 이어진 것과 달리 동북권은 신규 입주 물량이 부족한 데다 서울 전역 토지거래허가구역 지정에 따른 실거주 수요 증가로 기존 전세 매물까지 줄어든 영향으로 풀이된다. 여기에 대규모 재건축·재개발 사업장의 이주 수요까지 예정돼 있어 서울 전세시장의 수급 불안이 장기화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22일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올해 들어 9월 둘째 주까지 서울 아파트 전세가격 누적 상승률은 7.79%를 기록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 상승률 1.66%의 약 4.7배다. 지난해 연간 상승률 3.77%의 두 배를 이미 넘어섰으며 전세난이 심했던 2015년 연간 상승률 10.79%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다. KB부동산 통계에서도 상승세가 확인된다. 지난달 서울 아파트 평균 전셋값은 7억1178만원으로 전월 7억458만원보다 720만원(1.0%) 올랐다. 지난 7월 관련 통계 집계 이후 처음 7억원을 돌파한 뒤 한 달 만에 다시 최고치를 갈아치웠다. 지난해 8월 6억5179만원과 비교하면 1년 사이 5999만원(9.2%) 올랐다. 전셋값이 저점을 기록했던 2023년 7월 5억6981만원과 비교하면 3년여 만에 1억4197만원(24.9%) 뛰었다. 최근 전셋값 상승세는 강남권보다 강북권에서 더욱 두드러진다. 올해 들어 전셋값 상승률이 가장 높은 곳은 성북구로 12.84%에 달했다. 노원구가 12.25%로 뒤를 이었고 동대문구도 8.43% 상승해 서울 평균을 웃돌았다. 반면 강남·서초·송파·강동구가 포함된 동남권의 상승률은 6.03%로 서울 평균에도 미치지 못했다. 성북·노원의 전셋값 상승률이 동남권의 두 배를 웃돈 셈이다. 가격 수준도 빠르게 높아지고 있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따르면 성북구 길음동 '롯데캐슬 클라시아' 전용 84㎡는 지난달 11억원에 신규 전세계약이 체결됐다. 성동구 옥수동 대표 단지인 'e편한세상 옥수 파크힐스' 같은 면적이 지난달 10억5000만원에 계약된 것보다도 높은 수준이다. 길음동 '래미안 길음 센터피스' 전용 84㎡ 역시 지난 7월 말 10억원대 호가에 전세계약이 이뤄졌다. 동대문구 청량리역 일대에서도 비슷한 흐름이 나타난다. '청량리역 한양수자인 그라시엘'과 '청량리역 롯데캐슬 SKY-L65' 전용 84㎡에서는 지난 6~8월 각각 10억원에 거래된 사례가 나왔다. 지난해 8월만 해도 6억~7억원대였던 청량리역 롯데캐슬 SKY-L65 전세가격이 1년 만에 10억원 선까지 올라온 것이다. 노원구 중계동 '건영3차' 전용 84㎡도 이달 9억1000만원에 신규 전세계약이 체결됐다. 강북구 미아동 '한화포레나미아' 전용 84㎡는 전세 호가가 12억원까지 형성됐다. 그동안 마포·용산·성동 등 한강변 인기 지역에서 주로 나타났던 10억원대 '국민평형' 전세가 동북권 신축·대장주 단지로 확산하는 모습이다. 강북권 전셋값 상승의 주요 원인으로는 지역별 신축 아파트 입주 물량 격차가 꼽힌다. 올해 동북권에서는 761가구 규모의 '청량리 롯데캐슬 하이루체'와 299가구 규모의 '도봉 아테라' 등 일부 단지를 제외하면 대규모 신규 입주가 많지 않았다. 반면 동남권에서는 '래미안 트리니원' 2091가구, '디에이치 방배' 3064가구, '잠실 르엘' 1865가구 등 대단지 입주가 잇따랐다. 세 단지만 합쳐도 7020가구에 달한다. 신축 입주장에서 전세 물량이 한꺼번에 풀리면서 강남권 전셋값 상승 압력을 일정 부분 흡수한 것으로 풀이된다. 신규 공급뿐 아니라 기존 전세 매물도 빠르게 줄고 있다. 부동산 빅데이터 플랫폼 아실에 따르면 지난 21일 기준 서울 아파트 전세 매물은 1년 전보다 14.8% 감소했다. 동대문구는 같은 기간 70.1% 급감했고 도봉구와 노원구도 각각 52.8%, 52.6% 줄었다. 성북구 역시 18.8% 감소했다. 서울 전역이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지정된 것도 전세 물량 감소 요인으로 지목된다. 토허구역에서는 주택 매수자에게 실거주 의무가 발생하기 때문에 세입자가 거주하던 주택이 매매된 뒤 새 집주인이 입주하면 해당 주택이 전세시장에서 빠져나가는 구조다. 실제로 전셋값 상승률이 서울에서 두 번째로 높은 노원구는 올해 7월까지 아파트 거래량이 5448건으로 서울 25개 자치구 가운데 가장 많았다. 매매 거래 증가가 임대차시장에서는 전세 공급 감소로 이어질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다. 부동산업계 한 관계자는 “현재 서울 임대차시장은 전셋값이 비싸진 것도 문제지만 세입자가 선택할 수 있는 전세 매물 자체가 크게 줄었다는 점이 더 큰 부담"이라며 “전세를 구하지 못한 수요가 월세나 반전세로 이동하면서 월세 부담까지 높아지고, 일부 실수요자는 '차라리 집을 사자'며 상대적으로 대출 여력이 있는 서울 외곽의 중저가 아파트 매수로 돌아서는 흐름도 나타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전세와 월세, 매매시장이 각각 따로 움직이는 것이 아니라 임대차시장의 공급 부족이 다른 시장으로 수요를 밀어내는 구조"라며 “전세 매물 부족이 장기화하면 임차인의 주거비 부담뿐 아니라 중저가 지역의 매매가격에도 추가적인 상승 압력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문제는 앞으로다. 신규 주택 공급을 단기간에 늘리기 어려운 상황에서 대규모 정비사업장의 이주 수요가 추가로 발생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서울에서는 2027년 상반기까지 강남구 은마아파트 4424가구, 개포주공 6·7단지 1960가구 등이 재건축·재개발 사업에 따라 이주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수천 가구 규모 단지의 이주 시기가 겹치면 해당 지역에서 전셋집을 구하지 못한 수요가 인접 지역으로 이동하고, 다시 그 지역의 기존 임차 수요를 외곽으로 밀어내는 연쇄적인 이동이 나타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정비업계 한 관계자는 “서울 전세시장은 이미 매물 자체가 부족한 상황인데 은마아파트와 개포주공 등 대규모 정비사업장의 이주가 본격화하면 특정 지역만의 문제가 아니라 인접 지역까지 연쇄적으로 영향을 받을 수 있다"며 “특히 수천 가구 규모 단지가 비슷한 시기에 이주할 경우 강남권에서 전셋집을 구하지 못한 수요가 다른 권역으로 이동하면서 서울 전반의 전세 수급 부담을 키울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이어 “정비사업은 주택 공급을 늘리는 과정에서 불가피하게 기존 주택을 일시적으로 비워야 하는 만큼 이주 시기와 주변 입주 물량을 함께 살펴야 한다"며 “사업 속도를 늦추기보다는 이주 시기를 분산하고 인근 지역에서 임차 물량을 충분히 확보할 수 있도록 공급 대책을 병행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장혜원 기자 dalgu@ekn.kr

오세훈, 서울 공급 부족 책임론 반박…“대통령 억지 주장에 개탄”

오세훈 서울시장이 서울 주택 공급 부족 책임론을 정면 반박했다. 지난 18일 이재명 대통령이 기자회견에서 2022년부터 인허가 물량이 줄었다고 지적한 것을 두고 전임 박원순 시장 시절 공급 공백이 원인이라며 비판했다. 21일 오 시장은 서울시청에서 열린 '2026 서울 주택정책 성과공유회'에서 과거 정책으로 끊긴 정비사업 공급망을 지난 5년간 복원했다며 2031년까지 31만가구를 착공하겠다는 목표를 재확인했다. 오 시장은 박 전 시장 시절 정비구역 389곳이 해제되면서 약 43만가구의 공급 잠재 물량이 사라졌다고 주장했다. 오 시장은 “정비사업 추진위원회나 조합 내 갈등을 빌미로 주민의 30%가 반대하면 정비구역을 해제하기 바빴다"며 “오히려 독려해야 할 정비 사업을 '뉴타운 출구 전략'이라고 칭하며 정비사업의 바탕을 만들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주거용 건축물 35층 높이 규제도 박 전 시장 때 도입돼 많은 재개발 사업이 주춤했다고 했다. 오 시장은 “주민 동의 절차도 1회에서 3회로 강화됐다"며 “대표적인 사례가 성수 1·2·3구역"이라고 말했다. 당시 중앙정부 규제도 비판했다. 재건축 구조 안전성 비중이 20%에서 50%로 높아져 구조 안전성 통과한 사업지가 거의 없었다는 것이다. 2018년부터 2022년까지 전국 46개 단지 중 즉시 재건축 판정을 받은 곳이 한 곳도 없었다는 설명이다. 시는 2021년 주거정비지수제를 폐지한 이후 신속통합기획을 비롯해 사업성 보정계수·표준처리기한제 등을 도입했다. 이를 통해 최근 5년간 신속통합기획으로 총 214개 구역·30만7000가구 규모의 신규 정비구역을 지정했다. 연평균 신규 지정 구역은 35곳으로 지난 10년 평균(17곳)과 비교해 2배 이상 증가했다. 재개발이 어려운 저층 주거지에는 모아타운을 도입해 168곳, 4만3000가구가 조합설립 단계에 진입했다. 시는 7월 기준 연간 착공 목표치인 3만가구 중 1만5000가구 착공을 완료했다. 2031년까지 253개 구역에서 31만가구를 착공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기존 가구 수를 제외한 순증 규모는 8만7000가구다. 정비사업을 통해 재개발은 기존보다 29%, 재건축은 48% 공급이 확대될 것으로 보고 있다. 오 시장은 정부의 8·13 공급대책에 서울시가 요구한 정비사업 규제 완화 방안이 일부 반영된 점은 긍정적으로 평가하면서도 추가적인 규제 완화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에 시는 조합원 지위 양도 제한의 3년 한시 완화와 재개발 임대주택 비율 축소·민간 정비사업의 법적상한용적률 1.2배 허용 등을 정부에 건의할 계획이다. 500가구 이하 정비사업의 구역 지정 권한을 자치구로 넘기는 방안에는 반대 입장을 드러냈다. 오 시장은 “전체 정비사업 기간 가운데 서울시가 담당하는 절차는 2.7%에 불과하고 시 심의 기간도 기존 6개월~1년에서 1~3개월로 단축됐다"고 설명했다. 이어 “정비사업 관련 업무 경험자가 한 명도 없는 자치구가 17곳"이라며 “권한 이양이 오히려 자치구별 판단 기준의 차이와 주민 갈등을 키워 사업을 늦출 수 있다"고 말했다. 용산공원 개발에 대해서는 공원 본체에 손을 대서는 안 된다는 기존 입장을 재확인했다. 그러면서도 용산국제업무지구의 주택 공급량을 당초 6000가구에서 최대 8000가구로 수용가능하다고 양보한 점과 캠프킴 수송부부지 등 용산공원 주변 부지 공급에 적극 협조하겠다고 밝혔다. 시가 실질적인 대안으로 제안한 탄천물재생센터도 시간이 걸린다는 지적에 동의하면서도 공급 실효성을 강조했다. 오 시장은 “최대 1만3000가구 공급이 가능한 탄천 물재생센터 부지는 41만1000㎡로 용산 어린이 정원보다 넓다"며 “지금 국토부 장관 후보자로 인사 검증을 받고 계시는 장관 후보자께서 염두에 두고 계시다고 보여지는 방사청 부지와 군인아파트 부지, 장교숙소를 다 합한 것은 그 절반밖에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송윤주 기자 syj@ekn.kr

119만호 중 최대 70만호 ‘재등장’…공급 기준도 제각각

정부가 발표한 공적주택 119만호 가운데 최대 70만호가 앞서 내놓은 수도권 주택공급대책과 겹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신규 주택의 착공뿐만 아니라 매입임대 약정과 전세임대 계약까지 모두 '공급'으로 합산하면서 119만호가 실제 입주 가능한 주택으로 전환되는 시점도 유형마다 다르다. 정부는 2030년 장기공공임대주택 비중을 전체 주택의 10% 이상으로 높여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주요 국가 수준을 넘어선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그러나 수도권 92만호의 지역별 배분과 연도별 실행계획, 5년간 재원조달 계획은 공개하지 않았다. 새로 도입하는 보편형 공공임대도 공급량만 19만호로 정했을 뿐 입주자의 소득·자산 기준과 임대료 수준은 확정하지 못했다. 21일 국토교통부의 '주거안정플랜' 백브리핑에서는 정부가 내세운 119만호의 실체와 기존 공급대책과의 중복, 재원 마련 방안에 관한 질문이 집중적으로 제기됐다. 국토부 관계자는 기존 수도권 주택공급대책과의 중복 규모를 묻는 질문에 “정확하게 산출해 봐야 하지만 65만~70만호 정도가 겹치는 것으로 보고 있다"고 밝혔다. 전체 119만호의 55~59%에 해당하는 물량이다. 다만 정부는 정확한 중복 물량과 신규·순증 물량을 추후 다시 산출해 설명하겠다고 했다. 정책 발표 시점에도 119만호 가운데 기존에 발표된 물량과 이번 플랜을 통해 추가되는 물량이 명확히 구분되지 않은 셈이다. 앞서 정부가 수도권 주택공급대책에서 제시한 149만1000호와 이번 공적주택 119만호는 대상 지역과 공급 주체, 산정 기준이 다르다. 149만1000호는 수도권에서 향후 5년간 착공할 공공·민간주택을 합친 수치다. 반면 119만호는 전국의 공공주택을 대상으로 한다. 건설임대와 공공분양뿐 아니라 기존 주택을 사들이는 매입임대, 민간주택을 빌려 재임대하는 전세임대까지 포함했다. '1호'를 공급으로 인정하는 시점도 다르다. 건설형은 착공, 매입형은 주택 매입이나 매입약정, 전세임대는 임대차계약 체결을 기준으로 계산한다. 같은 공급 실적으로 잡히더라도 실제 입주까지 걸리는 시간과 시장에 미치는 영향에는 차이가 날 수밖에 없다. 특히 119만호 가운데 직접 건설하는 공공임대는 35만호다. 나머지 공공임대는 매입임대 31만호와 전세임대 23만호로 구성된다. 정부가 올해 4분기부터 내년 말까지 입주할 수 있다고 밝힌 물량도 전체 계획의 약 13%인 15만호이며, 수도권 물량은 10만호다. 국토부 관계자는 “149만1000호는 수도권 공공·민간주택의 착공 목표이고, 119만호는 전국을 대상으로 매입약정과 전세임대 계약까지 포함한 수치"라며 “지역과 사업 프로그램, 공급 기준이 서로 다르다"고 설명했다. 공공분양 24만3000호는 연평균 약 4만9000호 규모다. 이전 5년간 연평균 실적 2만1000호와 비교하면 두 배 이상이다. 그러나 공공택지에 공급되는 저렴한 주택이 최초 수분양자에게만 시세차익을 안기는 '로또 분양'으로 귀결될 수 있다는 질문에 정부는 뚜렷한 대책을 제시하지 못했다. 국토부는 “공공분양만의 문제가 아니라 분양가상한제 주택 전반에서 발생하는 문제"라며 “주택정책 부문에서 별도로 고민하고 있다"고 답했다. 환매조건이나 전매차익 환수 등 공공성을 장기간 유지할 장치는 이번 플랜에 담기지 않았다. 보편형 공공임대와 기존 통합공공임대의 차별성도 쟁점이 됐다. 통합공공임대는 복잡하게 나뉜 공공임대 유형을 하나로 합쳐 다양한 계층의 입주 편의를 높인 제도다. 여기에 다시 보편형이라는 별도 유형을 만드는 것이 정책 중복 아니냐는 지적이다. 정부는 두 유형의 정책 대상을 분리하겠다고 설명했다. 기존 통합공공임대가 저소득·주거취약계층 중심으로 공급되고 있어 이를 중산층까지 확대하면 취약계층의 몫이 줄어들 수 있다는 것이다. 통합공공임대는 취약계층을 위해 유지·확대하고 보편형 임대는 별도 물량으로 추가해 '두 개의 트랙'으로 운영한다는 구상이다. 김이탁 국토부 1차관은 “보편형 공공임대는 소득 3·4분위 이하 중심의 통합공공임대보다 대상을 확대하는 개념"이라며 “취약계층에 대한 공급을 역대 정부 수준 이상으로 유지하면서 중산층형 공공임대를 추가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보편형 임대에 적용할 소득·자산 기준과 구체적인 임대료는 정해지지 않았다. 국토부는 해당 기준이 민감하고 핵심적인 사안인 만큼 청년과 전문가 의견을 추가로 들은 뒤 별도로 발표하겠다고 밝혔다. 역세권·도심에 중형 평형과 민영주택 수준의 품질을 갖춘 주택을 공급하면서 부담 가능한 임대료를 유지할 수 있느냐는 문제도 남는다. 정부는 보편형 임대의 재정지원 단가를 통합공공임대보다 약 10% 높여 내년도 예산안에 반영했다. 사업비는 주택도시기금의 출자·융자와 입주자 보증금, LH·지방공사의 자체 부담으로 조달한다. 예컨대 표준사업비를 기준으로 재정 출자와 기금 융자, 입주자 보증금으로 대부분을 충당하고 나머지를 사업자가 부담하는 구조다. 실제 사업비가 지원 기준을 웃돌면 LH 등 사업자의 부담은 더 커질 수 있다. 함영진 우리은행 부동산리서치랩장은 “보편형 임대 19만호와 노후 공공임대 재건축이 이번 플랜의 가장 큰 시험대"라며 “선호 입지의 토지 확보와 건설비, 재정부담, 기존 입주자 이주 문제, LH와 지방공사의 사업 수행능력을 동시에 해결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정부는 내년도 공적주택 공급을 위해 약 30조원의 예산을 편성했다. 올해 공적주택 관련 예산 약 20조7000억원보다 9조원가량 늘어난 규모다. 공공임대 관련 예산은 올해 19조6000억원에서 내년 28조5000억원 수준으로 증가하고, 공공분양 예산도 약 3000억원 늘어난다. 일반회계와 주택도시기금을 합친 수치로 주거급여는 포함되지 않았다. 내년 신설 예정인 미래대응기금에서는 주택 분야에 3조2000억원을 투입한다. 주택공급에 2조8000억원을 사용하고 나머지 4000억원가량은 주거급여와 청년월세 지원 등에 활용할 예정이다. 다만 정부는 5년간 필요한 총재원은 공개하지 않았다. 국토부는 연도별 물량과 주택 건설단가, 주거급여 대상과 지원 한도가 달라질 수 있어 5년치 재정 소요를 하나의 숫자로 제시하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2028년 이후에는 일반회계와 주택도시기금, 미래대응기금 등을 동원해 필요한 재원을 확보한다는 원칙만 밝혔다. 국토부 관계자는 “내년도 예산안에는 플랜 이행에 필요한 공급 물량이 반영돼 있다"면서도 “연도별 물량과 단가, 사업 구성이 바뀔 수 있어 5년간 총비용을 공개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문제는 주택 품질을 높일수록 재정과 사업자 부담도 함께 커진다는 점이다. 역세권의 높은 토지가격과 공사비를 반영하고 중형 평형과 고급 마감재를 적용하면서 임대료까지 낮추려면 정부 지원 확대가 불가피하다. LH의 부채와 장기적인 임대주택 운영비까지 감안하면 내년 예산 확보만으로 사업의 지속 가능성을 판단하기 어렵다. 주거복지 전달체계를 LH에서 지자체 중심으로 전환하는 계획도 법 개정과 인력·예산 확보가 전제돼야 한다. 정부는 모든 기초지자체에 주거복지센터를 설치하고 전문인력을 배치하기 위해 행정안전부와 협의하고 있다. 그러나 설치 의무화를 위한 법률 개정 시기와 국비 지원 규모, 지자체별 인력 배치계획은 확정하지 않았다. 정부는 장기공공임대 비중이 현재 8.4%에서 2030년 10% 이상으로 높아지는 데 의미를 부여하고 있다. 하지만 국가마다 공공·사회주택을 분류하는 기준이 다른 만큼 재고 비율만으로 OECD 국가의 주거복지 수준을 넘어섰다고 단정하기는 어렵다. 함 랩장은 “주거안정플랜의 성패는 몇 만호를 발표했느냐보다 국민이 원하는 지역에서 원하는 품질의 주택에 실제로 입주할 수 있느냐에 달렸다"며 “공급 물량뿐 아니라 입지와 면적, 임대료, 입주율과 주거만족도를 함께 관리하고 실제 착공·입주 실적을 매년 공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장혜원 기자 dalgu@ekn.kr

2030년까지 공적주택 119만호 공급…‘보편형 공공임대’ 19만호 도입

정부가 오는 2030년까지 공공임대와 공공분양 등을 포함한 공적주택 119만호를 공급한다. 이 가운데 77%인 92만호를 주거 수요가 집중된 수도권에 배치한다. 중산층 등 다양한 계층이 장기간 거주할 수 있는 '보편형 공공임대'도 새로 도입해 19만호를 공급한다. 장기공공임대주택은 2030년 250만호 이상으로 늘려 전체 주택의 10% 수준까지 확대한다. 올해 4분기부터 내년 말까지 실제 입주할 수 있는 공적주택 15만호를 공급해 단기적인 전월세 시장 안정도 꾀한다. 21일 국토교통부는 이 같은 내용을 골자로 한 '두텁고 촘촘한 주거복지 실현을 위한 주거안정플랜'을 발표했다. 이번 정책은 향후 5년간 적용되는 정부의 중장기 주거복지 실행계획이다. 우선 정부는 2030년까지 연평균 약 24만호씩 총 119만호의 공적주택을 공급한다. 공공임대는 공공택지 등에 짓는 건설임대 35만호, 도심에서 상대적으로 신속하게 공급할 수 있는 매입임대 31만호, 기존 민간주택을 활용하는 전세임대 23만호 등으로 구성한다. 이를 통해 10년 이상 안정적으로 거주할 수 있는 장기공공임대주택 재고를 2024년 193만1000호에서 2030년 250만호 이상으로 늘린다. 무주택 실수요자의 내 집 마련을 위한 공공분양도 24만호 공급한다. 이 가운데 21만호가 수도권 물량이다. 3기 신도시 등을 중심으로 공급하고 초기 자금 부담을 낮출 수 있도록 지분적립형과 수익공유형 등 공공분양 모델도 도입한다. 단기간 공급 효과를 낼 수 있는 물량도 시장에 내놓는다. 올해 4분기부터 내년 말까지 입주 가능한 공적주택은 전국 약 15만호로, 이 가운데 수도권이 약 10만호다. 정부는 실제 입주 가능한 선택지를 늘려 전월세 시장 안정에도 기여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번 대책의 핵심 가운데 하나는 '보편형 공공임대' 신설이다. 기존 취약계층 중심의 공공임대에서 대상을 넓혀 다양한 계층이 부담 가능한 임대료로 장기간 거주할 수 있도록 한다. 역세권과 도심 등 선호 입지를 중심으로 중형 평형을 확대하고 구조와 마감재 등의 품질도 개선한다. 2030년까지 건설형 17만5000호와 매입형 1만8000호 등 총 19만호를 공급할 계획이다. 노후 공공임대는 재건축·리모델링과 시설개선을 추진하고 신축 공공임대에는 중형 평형 확대와 층간소음 저감 바닥구조 등을 적용한다. 주거급여 지원 대상과 범위도 확대하고 쪽방·고시원 등 주거취약가구의 공공임대 이주 지원을 강화한다. 청년에게는 24만3000호, 신혼·양육가구에는 32만8000호, 고령가구에는 5만4000호의 공적주택을 공급한다. 청년 월세지원 소득기준을 완화하고 차상위 이하 청년의 지원기간은 24개월에서 48개월로 늘린다. 신혼부부의 공공임대 소득·재계약 요건과 정책대출 기준도 완화한다. 공공임대 신청 절차도 개편한다. LH와 지방공사 등이 따로 진행하던 모집공고와 자격검증을 하나의 대기자 통합시스템으로 연결해 입주자 선정에 걸리는 기간을 현재 150일에서 40일로 단축한다. 다만 119만호가 모두 신규주택은 아니다. 신규 착공뿐 아니라 기존 주택 매입·매입약정과 전세임대 계약 등이 포함된 수치다. 앞서 정부가 공급대책에서 제시한 수도권 149만1000호+α가 '착공'을 기준으로 한 것과 산정 방식이 다르다. 김이탁 국토부 1차관은 “좋은 집은 더 많이 공급하고 필요한 국민에게는 더 촘촘한 지원을 제공해 소득과 연령, 거주지역에 관계없이 국민이 주거안정을 체감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장혜원 기자 dalgu@ekn.kr

8년 채운 뉴스테이, 분양전환 길 열리나…위례 선례 확산 주목

8년 만에 뉴스테이 의무임대 기간이 종료되는 가운데 분양전환을 두고 국토교통부·주택도시보증공사(HUG)와 입주민 간의 입장차가 확연하다. 지난해 경기 성남 위례 뉴스테이에서 2년 연장·무주택 우선 분양으로 분양전환이 받아들여졌던 선례가 나머지 뉴스테이 49개 단지 약 4만세대에도 적용될지 관심이 모인다. 18일 오후 유의동 국토교통위원장 겸 경기 평택시을 국회의원과 이준석 경기 화성시을 국회의원 주최로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뉴스테이 임대 후 분양전환 해법 토론회'에서 분양전환을 두고 제도 공백에 대한 지적이 이어졌다. 뉴스테이는 중산층 주거안정을 위해 2015년 박근혜 정부에서 도입한 기업형 임대주택 제도다. 8년 동안 장기거주가 가능하고 임대료 상승률은 연 5% 이내로 제한된다. 소득수준 제한도 없고, 유주택자여도 입주할 수 있다는 점에서 중산층을 위한 제도로 도입됐다. 문제는 뉴스테이 제도의 입구는 법률이 규율했지만 출구에 대해선 명확히 규정된 사안이 아니라는 점이다. 최원혁 법무법인 대륙아주 변호사는 “민간임대주택에 관한 특별법은 뉴스테이의 입구를 촘촘하게 규율하고 있지만, 출구로 눈을 돌리면 사정이 정반대"라며 “의무임대기간이 종료된 이후 사업자가 분양전환을 해야하는지, 기존 임차인에게 우선권을 부여해야하는지, 분양전환가격을 어떻게 산정할 것인지, 처리방향을 언제까지 결정해 통지할 것인지 등을 정하고 있지 않다"고 말했다. 법에서 분양전환 등에 관해 정하지 않고 있기 때문에 주주 간 협약이나 리츠의 내부 의사결정 등 임차인이 열람하기 어려운 사적 계약에 의해 분양전환 여부가 결정된다는 것이다. HUG는 뉴스테이는 민간임대주택이기 때문에 공공임대와 동일하게 볼 수 없지만 분양전환 하는 방향으로 추진 중이라고 밝혔다. HUG 관계자는 “일반적으로 민간임대주택에 대해선 임차인 공고 모집을 할 때 분양전환 대상이 아니라고 명시하고 있다"면서도 “국토부와 이 사안에 대해 작년부터 고민했었고, 무주택 임차인을 대상으로 분양전환을 하고, 우선 매수 신청 기한 종료일까지 무주택 자격을 충족하면 현재 유주택자도 분양전환 대상이 된다"고 말했다. 국토부와 HUG의 이러한 결정에는 위례 뉴스테이 사례가 영향을 준 것으로 풀이된다. 지난해 경기 성남 위례신도시 'e편한세상 테라스위례'는 8년 의무임대 종료를 앞두고 임대 2년 연장과 무주택 임차인 우선 분양을 핵심으로 한 합의안이 마련됐다. 유주택자의 경우 보유주택을 처분하는 것을 전제로 조건부 신청을 받았다. 위례 뉴스테이 리츠와 임차인 대표단이 분양·거주 조건에 원칙을 세운 첫 사례였다는 점에서 다른 뉴스테이 단지에도 분양전환이 이뤄질지가 쟁점이 될 전망이다. 한편 제도나 법의 공백에서 생기는 땜질식 처방에 대한 지적도 이어졌다. 이유경 TV조선 기자는 “e편한세상 테라스위례 사례도 분양전환을 결정했지만 분양가 산정을 두고 여전히 갈등이 남아있는 상황"이라며 “설계 단계부터 정말한 제도 설계가 필요할 뿐만 아니라 정례화된 합의 채널을 통해 혼란을 줄여야 한다"고 제언했다. 송윤주 기자 syj@ekn.kr

오세훈 “서울 집값·공급난 내 탓?…대통령 취임 전후 다시 뛰었다”

이재명 대통령과 오세훈 서울시장이 서울 주택 공급 감소와 집값 상승의 책임을 놓고 정면 충돌했다. 이 대통령이 2022년 이후 서울의 주택 인허가·착공 물량이 절반 수준으로 줄었다며 오 시장 재임 기간의 공급 위축을 지적하자, 오 시장은 박원순 전 시장 시절 대규모 정비구역 해제로 인한 공급 공백이 현재까지 이어지고 있다고 반박했다. 오 시장은 18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오세훈 탓을 해도 좋습니다'라는 제목의 글을 올려 “대통령께서 주택이 착공에 이르기까지 어떠한 과정과 시간이 필요한지 모르실 리 없다"며 “서울 전역의 재개발·재건축을 해제하며 그 과정을 통째로 날려버린 분이 박원순 시장이라는 것은 달라지지 않는 사실"이라고 밝혔다. 앞서 이 대통령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서울 부동산 가격 상승의 단기적 원인과 관련해 “2022년 윤석열 정권이 들어서고 오세훈 시장이 당선된 해부터 허가와 착공 건수가 절반으로 줄었다"며 “그때부터 2025년까지 공급이 거의 절반으로 축소됐다"고 말했다. 박 전 시장의 정책을 공급 부족의 원인으로 지목하는 서울시의 주장에 대해서도 사실상 선을 그었다. 오 시장은 정비사업이 정비구역 지정과 계획 수립, 조합 설립, 사업시행계획인가 등을 거쳐 착공까지 장기간이 걸리는 만큼 현재의 착공 감소를 현 시장의 임기만으로 설명하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그는 “서울시가 대통령께 제출한 재개발·재건축 경과 보고서를 제대로 들여다보기만 했어도 오늘과 같은 말씀은 하기 어려웠을 것"이라며 “보고서를 보지 않은 것인지, 보고도 믿고 싶은 내용만 골라 본 것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고 비판했다. 서울시는 앞서 정부에 제출한 보고서에서 2012년부터 2020년까지 이어진 박 전 시장 재임 기간의 정비사업 억제 정책을 서울 주택 공급난의 주요 원인으로 지목한 것으로 전해졌다. 반면 정부는 2022년 이후 실제 인허가·착공 실적이 감소한 점을 들어 현 서울시정의 공급 정책에도 책임이 있다고 보고 있다. 최근 서울 집값 흐름을 둘러싼 책임 공방도 이어졌다. 오 시장은 “민선 8기 취임 이후 하향 안정세를 보이던 서울 집값이 이 대통령 취임을 전후해 오름세로 돌아섰다"며 “토지거래허가제 재지정 이후 안정세에 접어들었던 집값이 다시 뛰기 시작한 시점도 대통령 취임 시기와 맞물려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대통령은 이러한 사실을 인정하지 않은 채 기회가 될 때마다 오세훈 취임 이후 착공이 줄었다는 말만 되풀이하고 있다"며 “서울 집값 상승이 오세훈 때문이라면 제가 왜 다시 서울시장에 당선됐고 서울에서 대통령 지지율은 왜 계속 하락하고 있겠느냐"고 반문했다. 다만 인허가·착공 감소와 집값 상승은 금리와 공사비, 정비사업 규제, 대출 정책, 시장 심리 등 여러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는 만큼 특정 정부나 시장 한 명의 책임으로 단정하기는 어렵다는 지적도 나온다. 오 시장은 강남권 일부 지역의 가격 조정만으로 서울 주택시장이 안정됐다고 판단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그는 “대통령께 강남 몇 곳의 주춤한 가격만 보고 '희망회로'를 돌려서는 안 된다고 말씀드린 바 있다"며 “서울 외곽 지역에서 나타나는 '키 맞추기 상승' 역시 일시적 현상에 불과하다고 보고 계신 듯하다"고 말했다. 정부의 대출 규제로 청년과 신혼부부의 주거 불안이 커지고 있다는 주장도 내놨다. 오 시장은 “대출이 안 되니 집을 살 엄두조차 내지 못하고 전세마저 씨가 말라가면서 서울에서의 삶을 포기하고 있다"며 “청년을 서울 밖으로 밀어내고 중산층의 내 집 마련 희망을 끊어놓는 것이 균형발전일 수는 없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서울시민들은 '잘못된 부동산 정책 기조를 전면 전환하겠다'는 답변 대신 '이게 다 오세훈 때문이다'라는 남 탓만 들은 셈"이라며 “오세훈 탓을 백 번 해도 좋으니 그중 단 한 번만이라도 집을 구하지 못해 좌절하는 청년과 대출 문턱 앞에서 내 집 마련을 포기하는 신혼부부의 현실을 봐달라"고 촉구했다. 오 시장은 끝으로 “문제는 대통령 스스로 잘못된 확신에 갇혀 현실을 거부하고 있다는 데 있다"며 “시민의 삶이 더 무너지기 전에 자기 확신의 과잉을 거두고 부동산 정책에 대한 인식을 전환해야 한다"고 말했다. 장혜원 기자 dalgu@ekn.kr

서울 아파트값 1년 새 14.56% 상승…토허제 실거주 유예 연장 영향은 ‘글쎄’

정부가 토지거래허가구역 내 무주택 매수자의 실거주 의무 유예 조치를 내년 말까지 연장하기로 했으나, 매매가 상승세와 임대차 시장 불안을 누르기엔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18일 에너지경제신문 취재를 종합하면 전날 국토교통부는 수도권 토지거래허가구역(토허구역) 지정을 내년 말까지 연장하고 무주택 매수자의 실거주 유예 기간을 오는 2029년 말까지 연장하는 방안을 밝혔다. 토허제에서 집을 사려면 행정기관 허가를 받고 난 뒤 4개월 안에 실거주해야 한다. 실거주 의무 때문에 기존에 살던 세입자가 쫓겨나는 상황이 발생하자, 세입자의 임대차 계약이 끝날 때 까지 실거주 의무 유예를 뒀다. 이 특례 신청 기한을 당초 올해 말에서 내년 말까지 1년 더 연장한 것이다. 임대인이 입주를 미룰 수 있는 시점은 최대 2029년 말까지 늦춰지고, 세입자도 최장 3년 3개월 더 거주할 수 있게 된다. 다만, 매수자는 올해 5월부터 계속 무주택을 유지한 사람이어야 한다. 그러나 부동산 시장의 상승세가 이어지는 상황에서 큰 변화는 없을 것이라는 예상도 나온다. 서울시 부동산정책개발센터는 한국부동산원 자료에 의하면 지난 7월 서울 아파트 매매 실거래가격은 전월 대비 1.93% 상승, 전년 동월 대비 14.56% 상승했다고 밝혔다. 7월 아파트 전세 실거래가는 전월 대비 0.50% 상승했고, 전년 동월 대비 11.9% 상승했다. 지난달 아파트 매매·전월세 거래량은 모두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8월 서울 아파트 매매거래량은 전월 대비 46.2% 감소한 3143건이다. 지난달 서울 아파트 전세 거래량은 7263건으로 전월(8855건) 대비 18.0% 감소했다. 월세 거래량도 전월(9,264건) 대비 20.7% 감소한 7347건을 기록했다. 규제 강화에 기반한 기존의 정책기조가 지속된다는 점에서 추가적인 시장 영향은 크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세입자가 있는 집을 파는 것이 쉽지 않은데, 잔여 임차기간이 길수록 더욱 그렇다"며 “실거주·실수요를 전제로 하는 일반 매수자들은 지금의 주거상황을 유지하면서 장기시점의 입주예정일을 전제로 매매계약을 체결하는 것은 부담스러운 사안"이라고 말했다. 다주택·비거주 1주택 보유주택을 매도하려는 입장에서도 세입자가 있는 집을 팔기 어려운 것은 동일하다. 주택 매도가 어려운 시장상황에서 유예기간을 연장한다고 해도 당장의 거래량 증가로 이어지지 않는 이유다. 이 위원은 “다주택자와 비거주 1주택자가 보유한 주택의 매도를 이끌어내겠다는 정책 방향은 동일하다"면서도 “잦은 수정·보완은 충분히 준비되지 못한 것이 아닌가하는 우려도 있다"고 설명했다. 송윤주 기자 syj@ek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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