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경제사절단'이 대통령의 일본·미국 정상회담에 동행하며 '실용외교'를 펼친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최태원 SK그룹 회장 등이 '팀 코리아'로 대거 함께하며 정부를 지원사격할 전망이다. 23일 재계에 따르면, 주요 그룹 총수들은 25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D.C.에서 열리는 한미 정상회담에 경제사절단 자격으로 함께한다. 이 회장과 최 회장을 비롯해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 구광모 LG그룹 회장 등이 참석할 예정이다. 류진 한국경제인협회장, 정기선 HD현대 수석부회장, 허태수 GS그룹 회장, 이재현 CJ그룹 회장,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 김동관 한화그룹 부회장 등도 동행한다. 이들은 미국과 정상회담에 앞서 23일 일본으로 향하는 이재명 대통령 일정도 지원할 계획이다. 최태원 회장의 경우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을 겸임하며 일본 재계와 교류를 활발히 추진해왔다. 삼성전자 등 반도체 업계는 최근 일본 기업들과 소재·부품·장비 협력 방안을 적극적으로 검토 중이다. 마스가(MASGA·미국 조선업을 다시 위대하게) 프로젝트 주역들은 방미 기간 일정 수준 역할을 해줄 것으로 기대된다. 이재명 대통령이 방미 기간 필라델피아에 있는 한화필리조선소를 찾는 기간에는 김동관 부회장이 수행할 것으로 전망된다. GS그룹은 미국 액화천연가스(LNG) 프로젝트 및 에너지사업과 관련한 활동을 전개할 것으로 보인다. 한진그룹은 미국 보잉과 48조원 규모 항공기·엔진 도입 계약을 맺는 등 현지 기업들과 협력 관계를 돈독히하고 있다. 한미 정상회담에서는 조선을 비롯해 반도체, 이차전지, 원자력발전소 등 산업 협력 방안이 주요 의제가 될 것으로 보인다. 방미 기간 정재계가 '트럼프 리스크'를 완전히 해소할 수 있을지에도 관심이 쏠린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백악관에서 한국 무역협상 대표단과 만난 뒤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미국이 한국과 전면적이고 완전한 무역 합의를 체결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당시 트럼프 대통령은 “한국은 미국이 소유하고 통제하며 대통령인 내가 선택하는 투자를 위해 3500억달러를 미국에 제공할 것"이라며 “추가로 1000억달러 상당의 액화천연가스(LNG)나 기타 에너지 제품을 구매하고 한국의 투자 목적을 위해 큰 액수의 돈을 투자한다는 데 합의했다"고 발표했다. 그러면서 “(정확한) 액수는 향후 2주 내로 한국의 이재명 대통령이 양자회담을 위해 백악관으로 올 때 발표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국 입장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이 다른 나라와 무역합의를 해놓고 시간이 지나 말을 바꾸는 상황이 여러차례 있었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이에 따라 이번 방미기간 정부 측과 경제사절단은 우리 측에 불리한 얘기가 터져나오지 않도록 관리하는 데 힘을 쏟을 것으로 예상된다. 재계 총수들은 앞서도 '민간 외교관'으로 활동하며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와 우리 정부간 경제 협력 물꼬를 계속 터왔다. 이재용 회장은 최근 2주간 미국을 방문해 테슬라, 애플 등 빅테크와 연이어 대형 수주 계약을 맺고 왔다. SK그룹과 현대차그룹은 현지에 생산시설 건설을 준비 또는 추진 중이다. SK하이닉스는 인디애나주 웨스트 라파예트에 차세대 고대역폭메모리(HBM) 생산을 위한 후공정 공장 건설을 고려하고 있다. 현대차그룹은 지난 3월 정 회장이 직접 백악관을 방문해 미국 자동차, 부품 및 물류, 철강, 미래 산업 분야에 2028년까지 총 210억달러(약 29조2800억원)를 투자한다고 선언했다. LG그룹은 이차전지 분야 공략에 적극적이다. LG에너지솔루션은 기존 생산시설에 더해 미시간주 랜싱과 애리조나에 단독 공장을 짓고 있다. 이밖에 조지아와 오하이오에서 각각 현대차·혼다와 합작 공장을 건설 중이다. 여헌우 기자 yes@ekn.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