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물운수법·최저 임금·노란봉투법…기업 공시 뒤흔드는 노동 이슈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DART)에 새로운 경고 메시지가 심심치 않게 등장하고 있다. 재무 건전성이나 시장의 변동성 같은 전통적인 리스크를 넘어 '노동 이슈'라는 새로운 암초가 기업의 항로를 위협하고 있는 것이다. 기업들 역시 더 이상 노동 문제를 부수적인 인력 관리 영역이 아닌 사업의 존폐를 가를 수 있는 중대한 경영 리스크로 인식하기 시작한 모습이다. 14일 업계에 따르면 종합물류기업 ㈜한진은 최근 공시한 투자 설명서를 통해 노동 이슈가 단순한 비용 문제를 넘어설 수 있음을 직접적으로 경고했다. 한진은 먼저 육상 운송 시장의 구조적 문제를 지적했다. 업계를 특성을 설명하며 화주-주선 업체-운송 업체-개별 차주 간 복잡한 거래 구조와 위수탁제 위주의 시장 구조로 인해 운송업자의 화주에 대한 운임 교섭력이 매우 낮은 편이라고 언급했다. 이러한 배경 속에서 2002년 출범한 화물연대의 파업 가능성을 핵심 위험 요인으로 명시했다. 특히 구체적인 정치적 상황을 언급하며 리스크의 현실성을 부각했다. 투자 설명서에는 “2025년 7월21일 이재명 대통령의 대선 후보 당시 공약이었던 일부 화물 자동차에 안전 운임제를 3년 간 한시적으로 재도입하는 '화물자동차 운수사업법 일부개정법률안'이 국회 국토교통위원회를 통과했고 해당 법안은 과거 이슈가 됐던 '3년 일몰제'를 다시 포함시켜 노동계의 반발이 일어나고 있다"고 적혀있다. ㈜한진은 공시를 통해 '최저 임금' 불확실성도 지적했다. 회사는 “물류 산업의 특성상 도급비나 위탁 작업료 등 인건비성 원가가 비용의 중요한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며 최저 임금 변동성에 대한 우려를 표했다. 내년 최저 임금 인상률인 2.9%가 비교적 평이했다면서도 예측 불가능한 정부 정책 자체가 경영 리스크임을 분명히 했다. 투자 설명서에는 “향후 정부의 정책이나 경기 상황에 따라서 최저 임금이 급격하게 상승할 수 있는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일례로 2018년과 2019년 최저 임금은 전년대비 각각 16.4%, 10.9% 인상되며 급속하게 상승했다"고 썼다. ㈜한진은 원가 상승에 대응하기 위해 자동화를 확대하고 있지만 최적화와 효율화가 지연되고 원가 상승이 판가의 지속적인 인상으로 이어지지 못할 경우 수익성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도 함께 공개했다. 최근 가장 첨예하게 부각된 이슈는 지난달 24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노동조합법 2·3조 개정안'(노란봉투법)이다. 이 법은 사용자의 범위를 원청까지 확대해 책임 범위를 넓히고 노동 쟁의 대상을 경영상 결정에까지 포함하며 쟁의 행위에 대한 기업의 손해 배상 청구를 제한함을 골자로 한다. 법안이 공포 6개월 후 시행될 예정인 가운데 주요 기업들은 투자 설명서를 통해 이 법이 초래할 구조적 위기를 경고하고 나섰다. SK㈜는 1700억원 규모의 사채 발행 투자 설명서에서 해당 법안이 손자회사인 SK지오센트릭의 석유화학 부문 사업 재편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있다고 명시했다. 이 회사는 “노동조합법 개정안은 회사의 사업 경영상 결정이 근로 조건에 영향을 주는 경우 노동 쟁의 행위가 가능해지기 때문"이라는 구체적인 이유를 들며 경영상의 전략적 결정이 노조의 쟁의 대상이 될 수 있다는 점을 공식화했다. 복잡한 원하청 구조가 얽힌 건설업계도 마찬가지다. 법이 시행되면 현장 곳곳에서 노사 갈등과 잦은 파업이 빚어져 공기 지연과 비용 증가가 불가피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현대건설은 3100억 원의 사채 발행 증권 신고서에 “노동 쟁의의 범위를 임금과 근로 조건뿐 아니라 경영상 결정과 구조조정, 정리 해고 등으로 확대했다"고 지적했다. 자유기업원 관계자는 “노란봉투법은 △노사간 쟁위 행위 빈번화 △사회 갈등 장기화 우려 △죄형 법정주의 명확성 원칙 위배 △기업의 법적 위험 예측 불확실성 증대 △폭력·파괴 행위에 대한 면책과 손해배상 제한에 따른 불법파업 억제력 약화 △사용자 재산권의 과도한 침해 및 법치주의 근간 훼손 등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박규빈 기자 kevinpark@ekn.kr

“한화그룹 시총 ‘100조원 클럽’ 첫 입성”

코스피 지수가 4년2개월 만에 사상 최고치를 찍은 가운데 주요 그룹사들의 시가총액도 연초 대비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화그룹은 160% 넘는 증가율로 30대 그룹 가운데 1위를 차지하며 사상 처음으로 '시총 100조원 클럽'에 이름을 올렸다. 14일 리더스인덱스가 30대 그룹 상장사 219개의 시가총액을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전체 시총은 1500조2219억원에서 2099조8306억원으로 40.0% 증가했다. 1월2일과 9월10일 종가를 비교했을 때 9개월만에 600조원 가까이 늘어난 것이다. 같은 기간 한국 증권 시장 전체 시총(코스피·코스닥·코넥스 포함)은 2307조3380억원에서 3139조7112억원으로 36.1% 늘었다. 30대 그룹이 차지하는 비중은 65.0%에서 66.9%로 1.9%포인트 올랐다. 시총 증가율 1위는 한화였다. 44조8068억원에서 118조1583억원으로 163.7% 뛰었다. 삼성·SK·현대차·LG 4대그룹 외 100조원 클럽에 가입한 것은 한화그룹이 유일하다. 2022년 방산 부문을 재편해 한화에어로스페이스를 출범시키고, 대우조선해양(현 한화오션)을 인수하며 해양 방산으로 외연을 확장한 게 주효한 것으로 분석된다. 증가율 2위는 미래에셋이었다. 5조8826억원에서 14조7285억원으로 150.4% 뛰었다. 규모는 상대적으로 작지만 증가율만큼은 최상위권이다. 상법 개정 영향으로 증시 활성화 기대감이 커지면서 증권주가 급등한 것이 직접적 배경이다. 효성그룹은 7조2596억원에서 17조4874억원으로 140.9% 늘며 3위를 기록했다. 10조원이 넘는 증가분 대부분은 효성중공업에서 나왔다. 효성중공업은 인공지능(AI) 보급 확산에 따른 전력 인프라 투자 기대와 고수익 전력기기 수요에 힘입어 주가가 급등했다. 두산은 원자력 모멘텀을 타고 4위에 올랐다. 26조1936억원이던 시총은 62조5537억원으로 138.8% 늘었다. 특히 두산에너빌리티의 약진이 두드러졌다. 이 회사는 11조5685억원에서 40조991억원으로 246.6% 올랐다. 시총 규모 기준으로는 삼성그룹이 부동의 1위를 지켰다. 삼성은 503조7408억원에서 674조9706억원으로 34.0% 늘며, 30대 그룹 전체 시총(2099조8306억원)의 약 32%를 차지했다. SK는 2위를 지켰고, 3위와 4위는 순위가 뒤바뀌었다. 현대차가 135조1076억원에서 172조1879억원으로 27.4% 증가하며 LG를 제쳤다. LG는 141조3066억원에서 145조5088억원으로 3.0% 늘어나는 데 그쳐 4위로 밀려났다. 여헌우 기자 yes@ekn.kr

[인터뷰] HP프린팅코리아 “탄소 저감, 재활용 확대로 ‘ESG 모범’ 실천”

“HP는 프린팅 사업 전반에 걸쳐 탄소 저감, 재활용 소재 확대, 에너지 효율 향상을 중심으로 지속가능성을 실천하고 있습니다." 김광석 HP프린팅코리아 대표는 지난주 에너지경제신문과 인터뷰에서 글로벌 기업 HP가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개선) 모범생'이라는 사실을 누누이 강조했다. 회사가 인공지능(AI) 기술, 친환경 설계, 디지털 포용성 등 '지속가능한 테크 기업'으로 전환을 선언하고 전사적 역량을 기울이고 있다는 점에서다. 김 대표는 “HP프린팅 부문에서 가장 중요한 ESG 목표는 지속가능성과 디지털 포용성을 동시에 실현하는 것"이라며 “기술 측면에서는 에너지 효율성과 자원 순환을 고려한 프린터 설계 및 솔루션 개발, 사회적 측면에서는 디지털 접근이 제한된 계층에게 실질적인 학습 기회와 성장 기반을 제공하는 것에 중점을 두고 있다"고 설명했다. 또한, 이같은 목표 달성을 위해 HP가 전세계에서 추진하고 있는 활동도 소개했다. 지난해에만 총 2430만달러(약 337억원) 상당 현금 및 제품을 본사 및 재단을 통해 지역사회에 전달했으며, 올해 역시 다양한 방식으로 사회적 기여를 이어가고 있다고 전했다. 김 대표는 “HP는 오는 2030년까지 세계에서 가장 지속가능하고 공정한 테크 기업으로 자리매김하겠다는 비전 아래 △기후 행동 △인권 보호 △디지털 형평성을 중심으로 '지속가능한 영향력' 전략을 취하고 있다"며 “이에 따라 각 지사에서는 지역 특성에 맞춘 사회공헌활동을 자발적으로 운영하고 있다"고 밝혔다. 실제로 HP는 전사 차원 자원봉사 캠페인인 '40일간의 선행(40 Days of Doing Good)'을 중심으로 지역사회와의 접점을 넓히고 있다. 디지털 소외 계층을 위한 'HP 이매진 보조금'을 통해 형평성 기반의 교육 기회도 제공 중이다. '40일간의 선행'은 HP가 매년 약 6주간 전 세계적으로 운영하는 릴레이형 사회공헌 프로그램이다. 올해는 지난 4월 1일부터 5월 10일까지 전세계 56개국에서 1만3247명의 직원이 참여해 총 9만5120시간의 봉사활동을 펼쳤다. 김광석 대표는 “(한국 특화 ESG 활동에) 임직원의 83% 이상이 참여한 결과, HP프린팅코리아는 본사로부터 'HP Inspires Giving Vanguard Award'를 수상하며 선한 영향력 확산의 모범 사례로 인정받았다"고 밝혔다. 이밖에 지난 7월 성남시 HP 오피스에서 지적장애인 복지시설 예가원에 1만달러(약 1390만원)의 기부금을 전달해 장애인의 자립과 재활을 위한 사회공헌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김 대표는 '지속가능성'이라는 단어에 대한 HP의 비전도 공유했다. “HP는 프린팅 사업 전반에 걸쳐 탄소 저감, 재활용 소재 확대, 에너지 효율 향상을 중심으로 지속가능성을 실천하고 있다. 지난해 기준 글로벌 사업장 전체에서 2019년 대비 탄소 배출량을 41% 감축했으며, 2030년까지 50% 감축을 목표로 하고 있다." 제품 소재에서도 HP 프린터뿐 아니라 데스크탑, 노트북, 디스플레이, 워크스테이션을 포괄하는 주요 제품군의 99%에 재활용 소재를 적용하고 있음을 강조했다. 김 대표는 “HP는 기술을 통해 더 많은 사람들이 더 나은 방식으로 연결되고 성장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것을 중요한 사명으로 보고 있다"며 “프린팅 사업 역시 단순한 출력 기능을 넘어 디지털 접근성, 자원 효율성, 업무 생산성이라는 세 가지 가치를 동시에 실현하는 방향으로 진화하고 있다"고 말했다. 여헌우 기자 yes@ekn.kr

CJ그룹, 내일부터 하반기 신입사원 공채 모집

CJ그룹(회장 이재현)이 10일부터 올해 하반기 신입사원 채용에 나선다. CJ는 9일 하반기 신입사용 채용 공고와 함께 CJ제일제당을 포함한 CJ대한통운, CJ ENM, CJ올리브영, CJ푸드빌, CJ프레시웨이, CJ올리브네트웍스, CJ CGV, CJ 4DPLEX 등 주요 계열사들이 참여한다고 밝혔다. 지원서 접수는 'CJ그룹 채용 홈페이지(recruit.cj.net)'로 가능하며, 마감일은 오는 24일이다. 선발 전형은 1차로 역량검사를 거쳐 서류심사와 역량검사 결과를 종합해 선발된 합격자를 대상으로 △조직문화 적합성 검사(CJ Culture Fit Test) △1·2차 면접 등 계열사별 맞춤형 전형 절차 순으로 진행한다. 최종 합격자는 내년 1월 신입사원으로 제주도에서 있을 입문교육을 받게 된다. CJ그룹은 올해 지원자들의 편의를 높이고 더 나은 채용 경험을 제공하는 차원에서 채용 홈페이지를 새롭게 개편해 그룹의 인재상, 조직문화, 복리후생 등 다양한 정보를 한눈에 확인할 수 있도록 구성했다. 또한 공식 유튜브 채널 'CJ 뉴스룸(NEWSROOM)'과 'CJ 커리어(Careers)'를 통해 웹드라마, 계열사별 대표 직무강연 영상 등 맞춤형 채용 콘텐츠를 선보인다. 이밖에 최근 개편된 CJ그룹 공식 온드미디어 'CJ뉴스룸(cjnews.cj.net)'은 계열사별 채용 일정, 모집 직무별 상세 정보, 현직자의 조언 등 채용 관련 정보를 제공한다. CJ는 신입사원 채용을 앞두고 기업 이미지 제고를 위한 데이터도 공개했다. 최근 진행된 '국내 상장사 취업 선호도 조사'에서 CJ그룹 주요 계열사인 CJ ENM이 2위, CJ제일제당이 5위로 상위권을 기록했고, 올해 상반기 '가장 일하고 싶은 그룹사 및 계열사 조사'에서도 CJ가 그룹 2위를, CJ올리브영이 계열사 1위로 선정됐음을 강조했다. CJ그룹 관계자는 “글로벌 라이프스타일을 선도할 역량 있는 인재들의 적극적인 지원을 기대한다"며 “앞으로도 인재 육성을 위한 지속 투자를 통해 미래 성장을 이어 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여헌우 기자 yes@ekn.kr

한화그룹, 트럼프 ‘외교 책사’ 앨릭스 웡 영입설에 “확정된 바 없다”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행정부의 외교안보 분야 핵심 인사인 앨릭스 웡 전 백악관 국가안보 부보좌관이 한화그룹에 합류할 것으로 전해졌다. 미국 사업을 공격적으로 확장하고 있는 한화그룹이 현지 대정부 네트워크 강화를 위해 중량급 인사를 영입했다는 분석이 나오지만 회사 측은 답변에 신중을 기하는 모습이다. 8일 재계에 따르면 웡 전 부보좌관은 미국 워싱턴DC에서 한화그룹의 미국 사업 전략과 대관 업무를 총괄할 예정이다. 이번 영입은 김동관 한화그룹 부회장이 지난달 한미정상회담 경제 사절단으로 워싱턴 D.C.에 방문했을 당시 웡 전 부보좌관과 직접 면담한 뒤 발탁을 결정하며 성사된 것으로 알려졌다. 웡 전 부보좌관은 트럼프 1기 행정부 시절 국무부에서 대북 특별부대표를 지내며 북미 정상회담 실무 협상을 주도했으며, 이후 백악관 국가안전보장회의(NSC)로 자리를 옮겨 외교·안보 정책을 총괄했다. 국내에서는 2021년 쿠팡에 합류해 미국 현지 대관 업무를 맡은 바 있으며, 김동관 부회장과는 하버드 대학교 동문이라는 공통점도 있다. 재계에서는 한화그룹의 이번 영입 추진이 미국 내 사업 확대와 무관치 않다고 본다. 한화는 한미 조선분야 협력 프로그램인 '마스가(MASGA)' 프로젝트 참여와 함께 펜실베이니아주 필리 조선소에 50억 달러(약 7조 원) 규모의 대규모 투자를 단행하는 등 미국 시장 공략에 속도를 내고 있다. 이에 따라 미 정부 및 의회와의 원활한 소통이 필수적이라는 판단이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한편 한화그룹 관계자는 “인사는 결과가 나와봐야 아는 것이고, 아직 확정된 바는 없다"고 답변했다. 박규빈 기자 kevinpark@ekn.kr

경총 “노동 시장 이중 구조 20년 고착화…청년 일자리, 고령층이 차지”

국내 노동 시장에서 대기업 정규직과 중소기업·비정규직 간의 격차가 지난 20년간 고착화됐고, 특히 대기업 정규직 일자리를 두고 고령층과 청년층의 세대 간 경합이 심화됐다는 분석이 나왔다. 7일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는 '우리나라 노동시장 이중구조 실태와 시사점' 보고서를 통해 이같이 밝혔다. 경총은 통계청 경제활동인구조사 원자료를 분석해 2004년부터 2024년까지 20년간 노동 시장의 이중 구조가 심화되면서 양질의 일자리로 평가받는 대기업 정규직은 '철옹성'이 됐고, 그 안에서는 고령층 고용만 급증하며 청년들의 진입을 어렵게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2024년 기준 전체 임금 근로자 중 대기업 정규직은 11.9%(264만3000명)에 불과했으며, 나머지 88.1%(1950만1000명)는 중소기업에 종사하거나 비정규직인 '여타 부문' 근로자로 나타났다. 두 집단 간의 근로 조건 격차는 뚜렷했다. 여타 부문의 월평균 임금 총액은 288만원으로 대기업 정규직(497만원)의 57.9% 수준에 그쳤다. 평균 근속 연수 역시 대기업 정규직은 12.14년인 데 반해 여타 부문은 절반 이하인 5.68년에 불과했다. 이러한 임금 격차는 지난 20년간 개선되지 않고 50% 중후반대에서 정체된 상태다. 사회보험 가입률과 퇴직급여·상여금 수혜율 등 복지 수준에서도 대기업 정규직은 대부분 100%에 육박했지만, 여타 부문은 60~70%대에 머물러 상당한 격차를 보였다. 지난 20년간 대기업 정규직으로의 진입 장벽은 한층 더 높아졌다. 대기업 정규직의 평균 근속연수는 2004년 10.40년에서 2024년 12.14년으로 늘어난 반면, 신규 채용률(근속 1년 미만자 비중)은 같은 기간 9.6%에서 6.5%로 감소했다.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율도 2012년 27.9%에서 2024년 19.9%로 추세적인 하락세를 보였다. 역설적이게도 진입 장벽이 높아졌음에도 대기업 정규직 일자리의 총량은 여타 부문보다 훨씬 빠르게 증가했다. 2004년 대비 2024년 대기업 정규직 고용은 83.6% 증가했지만, 여타 부문 고용은 48.0% 증가에 그쳤다. 경총은 이러한 현상의 원인으로 '인력 적체'를 지목했다. 2013년 도입된 '정년 60세 법제화' 등의 영향으로 기존 인력의 퇴직이 지연되면서 고령층 고용이 급증했다는 분석이다. 실제로 대기업 정규직 내 세대별 고용 추이는 극명하게 엇갈렸다. 지난 20년간 고령자(55~59세) 고용은 492.6% 폭증했으나, 청년(23~27세) 고용은 오히려 1.8% 감소했다. 이에 따라 대기업 정규직 내 고용 비중은 고령층이 2004년 2.9%에서 2024년 9.3%로 크게 늘고, 청년층은 13.7%에서 7.3%로 줄어 역전 현상이 나타났다. 이러한 경향은 노조가 있는 대기업 정규직에서 더욱 두드러졌다. 노조가 있는 대기업 정규직의 경우, 같은 기간 고령자 고용은 777.0%나 급증한 반면 청년 고용은 1.8% 줄었다. 경총은 노동 시장 이중 구조 해소를 위해 '맞춤형 유연 안정성' 제고 정책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노동 시장 경직성이 높은 대기업 정규직(약 12%)에 대해서는 고용 유연성을 높이는 정책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구체적으로 경직된 연공급 임금 체계를 직무·성과 중심으로 개편하고, 유연 근무제를 확대하는 등의 방안을 제시했다. 반면 상대적으로 유연성은 높지만 고용 안정성이 낮은 여타 부문(약 88%)에 대해서는 사회 안전망을 대폭 확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고용보험 사각지대를 최소화하고, 직업 능력 개발 지원을 확충하는 등 적극적인 노동시장 정책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임영태 경총 고용·사회정책본부장은 “현재의 이중 구조는 청년에게 좌절감을 안기고 기업 활력을 떨어뜨리는 주요 요인"이라며 “특히 정년 60세 법제화로 대기업 정규직 내 세대 간 일자리 경합이 더욱 치열해졌다"고 지적했다. 이어 “맞춤형 유연 안정성 제고를 통해 포용적이고 미래 지향적인 노동 시장을 구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규빈 기자 kevinpark@ekn.kr

“정부 산업안전정책, 처벌·제재보다 지원에 집중해야”

정부 산업안전정책을 처벌·제재보다 지원 위주로 변경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왔다. 한국경영자총협회는 4일 이같은 내용을 담은 '중대재해 감축을 위한 경영계 건의서'를 정부에 제출했다. 경총은 건의서를 통해 그간 정부·국회가 산업안전보건법(산안법) 전부개정, 중대재해처벌법(중처법) 제정을 통해 안전에 대한 사업주(원청) 규제와 처벌을 지속적으로 강화해 왔다지만 사망재해 감소 효과는 미미했다고 주장했다. 이런 상황에 정부가 마련 중인 '노동안전종합대책' 또한 중대재해 발생 및 법 위반 기업에 대한 수사·처벌, 경제제재에 집중돼 있어 산재예방 실효성 없이 기업의 경영활동을 크게 위축시킬 것으로 우려된다고 짚었다. 경총은 “이미 우리나라가 세계 최고수준의 안전규제와 사업주 처벌 법령을 도입한 상황에서 사후제재 중심의 산업안전정책만을 정부가 지속해서는 사고사망자를 효과적으로 줄이기 어렵다"고 강조했다. 이에 따라 정부가 산재예방정책의 기조를 '사후 처벌·감독' 중심에서 '사전 예방'중심으로 전환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또 여러 법령에 산재돼 있는 사업주 처벌기준과 현장에서 실질적으로 작동하지 못하고 있는 안전규제의 정비를 정책의 핵심원칙으로 세워야 한다고 밝혔다. 경총은 “정부가 기업의 자율예방관리체계 정착을 적극 지원하고, 선진국과 같은 지도·지원 중심 감독을 통해 산업현장의 법준수율을 제고해야 한다"며 “비전문적인 사고조사와 예방사업의 비효율성 등 그간 노사단체와 전문가들이 끊임없이 지적해 온 산재예방정책 및 사업의 문제점을 해결할 수 있는 특단의 대책이 새 정부가 마련 중인 종합대책에 반드시 포함돼야 한다"고 했다. 중처법 등 산업안전보건법령·규제 정비를 위한 실행과제로는 △중대재해 발생 사업장 처벌 법률 산안법으로 일원화 추진 △중대재해처벌법의 경영자 형사처벌 기준 완화 또는 삭제 △중대재해처벌법의 이행률 제고를 위한 법령개정 추진 △현장부적합, 중대재해 감소 효과가 낮은 안전규정의 대대적 정비 등을 들었다. 기업·산업계 중심 안전관리체계 구축 생태계 조성을 위한 지원 확대를 위한 과제로는 △산업현장 안전관리 지원확대 및 안전관련 산업의 증진을 위한 법 제정을 추진 △민간단체의 산재예방 역할 강화 및 참여 확대방안 마련 등을 건의했다. 이밖에 사업장 구성원의 역할·책임에 기반한 자율안전관리 체계 정착을 위한 대책으로 △도급인의 관리범위 한계, 외국 입법례, 산재예방 실효성 제고 측면을 고려해 법령과 제도를 합리적으로 정비하고 △근로자가 준수해야 할 핵심 의무사항(안전수칙 등)을 법률에 반드시 규정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이동근 경총 상근부회장은 “중대재해 예방은 기업뿐만 아니라 사업장 모든 구성원의 책임의식 강화와 협력이 있을 때 실현될 수 있다"며 “지금은 새로운 제재수단 마련보다 안전규제와 예방사업의 실효성을 제고하고 현장 안전활동이 자율·체계적으로 실행될 수 있는 안전관리시스템 구축을 정부가 집중 지원할 수 있는 정책을 수립하는 것이 더 중요한 과제"라고 말했다. 여헌우 기자 yes@ekn.kr

최태원 “인센티브가 먼저···규제 안풀면 경제성장 없다”

최태원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이 “기업 사이즈별 규제를 풀지 않으면 경제성장은 일어나지 않는다"는 일침을 날렸다. 최 회장은 4일 서울시 중구 롯데호텔에서 열린 '기업성장포럼 출범식' 기조연설을 통해 “규제 벽을 제거해야 성장 모멘텀이 계속 일어날 수 있다"며 이같이 주장했다. 최 회장은 수많은 규제로 인해 중소기업이 중견기업으로, 중견기업이 대기업으로 가는 성장을 일부러 피하는 경우가 있다는 점을 지적했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규제 철폐와 함께 성장하려는 기업에 인센티브와 지원을 아끼지 말아야 한다고 조언했다. 최 회장은 “규제가 존재하는 한 계속 중소기업에 있는 것이 유리하다고 생각하기도 하고, 기업을 쪼개는 등으로 사이즈를 일부러 늘리지 않기도 한다"며 “상법에도 2조원 허들이 하나 있는데 그 허들이 어떻게 작용할 것인지 생각하면 자산이 1조9000억원이 된 회사는 절대로 더 늘리려고 하지 않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최 회장은 또 “한국 경제에 있는 계단식 규제는 대한민국 성장의 정체를 가져오는, 특히 민간의 활력을 떨어뜨리는 아주 근본적인 이유"라며 “과거에는 맞았던 이야기지만 지금은 틀린 이야기"라고 말했다. 이어 “지금은 성장을 안 하는데 사이즈별 규제를 하면 누구든 성장할 인센티브가 떨어진다"며 “실제 무엇인가 성장하면은 기여를 더 주고 인센티브를 더 주시면은 이게 상당히 달라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대한상의, 한경협, 중견련은 이날 출범한 기업성장포럼을 주요 관계 부처·국회 등과 문제 인식을 공유하고 정책 대안을 함께 마련하는 플랫폼으로 활용할 계획이다. 이날 행사에 참석한 구윤철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세계 무역 질서가 자국 우선 보호무역주의로 변화되면서 중소기업의 어려움은 물론 대기업도 비상 상황에 걸려 있는 상황"이라며 “기업들이 치열한 글로벌 경쟁에서 승리할 수 있도록 정부가 모든 역량을 총동원해 뒷받침할 계획"이라고 약속했다. 기조강연에 나선 송승헌 맥킨지 한국오피스 대표는 “기업 성장을 위해서는 정부 지원만으로는 한계가 있다"며 “기업 스스로 성장 로드맵을 구축할 수 있도록 시장에서의 안전장치와 보상을 제공하는 것이 핵심"이라고 짚었다. 여헌우 기자 yes@ekn.kr

수출 불확실성 여전한데···산업계, 파업 확산에 속탄다

산업계 주요 기업들이 노조의 '줄파업'에 속을 태우고 있다. 수년간 코로나19 팬데믹, 미-중 무역갈등 같은 어려운 시기를 '상생 모드'로 견뎌왔는데 최근 들어 갈등의 골이 깊어지고 있다. 미국발 '관세 전쟁' 등 수출 불확실성이 여전한 상황이라 경제계에 긴장감이 감돈다. 3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자동차 노조는 이날부터 5일까지 사흘간 부분 파업을 벌이기로 했다. 오전·오후 출근조가 3일과 4일 2시간씩, 5일에는 4시간 파업할 예정이다. 현대차 노조가 파업에 들어가는 것은 7년 만이다. 노사가 지난 6월18일 상견례를 시작으로 20차례 교섭했으나 별다른 성과를 내지 못한 게 원인이다. 노조는 올해 기본급 14만1300원 인상, 작년 순이익의 30% 성과급 지급, 정년 최장 64세로 연장, 주 4.5일제 도입 등을 요구하고 있다. 사측은 노조의 요구 대부분을 들어주기 힘들다는 입장이다. HD현대중공업 노조 역시 올해 임금 및 단체협약 교섭 난항으로 파업을 시작한 상태다. 올해 들어 6차례 부분 파업을 벌였고 3일 오후부터 5일까지도 추가 파업을 이어가기로 했다. 이번에는 HD현대중공업, HD현대미포, HD현대삼호 등 계열사 조선 3사 노조가 전 조합원을 대상으로 공동 파업을 벌인다. HD현대중공업 노사는 지난 7월 임단협 잠정합의안까지 도출했으나 조합원 총회에서 부결됐다. 노조는 특히 사측이 '마스가(MASGA·미국 조선업을 다시 위대하게) 프로젝트' 수행을 위해 HD현대중공업과 HD현대미포 합병을 발표한 것에 크게 반발하고 있다. 노조의 쟁의행위 범위를 구조조정 및 사업 통폐합 등으로 확대한 '노동조합법 제2·3조 개정안'(노란봉투법)이 단체행동 빌미를 제공한 셈이다. 한국지엠 상황은 더 심각하다. 미국 제너럴모터스(GM) 본사가 한국 시장 철수를 심각하게 고려하고 있는 처지에 노조가 파업을 지속하고 있다. 임금을 올리고 성과급은 1인당 수천만원씩 달라는 게 조합원들의 요구다. 이밖에 직영 정비센터와 부평공장 유휴부지를 매각한다는 사측 결정을 철회하라고 주장하고 있다. '노사 상생 모델'을 기대했던 광주글로벌모터스(GGM)에서는 올해 들어서에만 9차례 파업이 펼쳐졌다. 임단협이 평행선을 달리는데 회사의 은행 대출금 조기상환 과정에서도 노사간 마찰이 일어났다. 철강 업계에도 전운이 감돈다. 현대제철비정규직지회는 원청인 현대제철과 직접 교섭을 요구하며 집단행동을 벌이고 있다. 이들은 노란봉투법 통과 이후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까지 고소하는 등 세력을 과시하고 있다. '사용자 범위'를 원청을 넘어 그룹사 전반까지 확대 해석하고 있는 셈이다. 포스코 노조는 임금 7.7% 인상을 요구하며 사측과 줄다리기를 이어가고 있다. 노조가 회사 제시안을 거부하면서 창사 57년만에 처음 파업이 벌어질 위기에 놓였다. 전국건설노조 수원 남부지부 역시 노란봉투법을 등에 없고 과격한 행동에 나섰다. SK에코플랜트가 건설 중인 경기 용인 반도체클러스터에 민노총 소속 직원을 고용하라고 생떼를 부리고 있다. 이미 SK그룹 본사인 서울 종로구 SK서린빌딩 앞에서 시위를 열겠다고 집회신고까지 마친 상태다. 산업계는 아직 수출 불확실성이 크다는 점을 염려하고 있다. 미국발 관세 후폭풍과 품목별 관세 불확실성이 여전한 가운데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등은 끝날 기미가 보이지 않고 있다. 중국이 인도, 러시아 등과 밀착하며 새로운 무역 질서를 만들려 한다는 점도 우리 기업들 입장에서는 신경 써야 하는 대목이다. 여헌우 기자 yes@ekn.kr

“원하청 위협 vs. 원하청 새 패러다임”…정부-경영계, 노란봉투법 ‘극과 극’

국회 통과로 내년 2월께 시행을 앞둔 '노동조합법 제2·3조 개정안'(노란봉투법)이 향후 미칠 영향을 놓고 정부와 경영계가 극명한 시각차이를 드러냈다. 3일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 주최 '주요 기업 CHO(인사노무 담당 임원) 간담회'에 참석한 김영훈 고용노동부 장관은 “개정 노동법은 새로운 원하청 패러다임을 만들어 갈 시작점이며 노사정이 협력할 때 비로소 성장과 격차의 해소 기제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 장관은 개정 노동법을 계기로 기존의 갈등과 대립의 노사관계를 참여·협력·상생의 패러다임으로 전환해 나가기 위해 경영계의 협조가 절실하다고 당부했다. 이날 간담회에는 삼성, SK, 현대차, LG, CJ 등 23개 기업들이 참석했다. 김 장관은 “법 시행에 대한 경영계의 부담을 잘 알고 있다"며 “법 시행일이 가시화된 만큼 정부는 6개월의 준비기간 동안 현장에서 우려하는 부분을 외면하지 않고 법 취지가 온전히 구현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해 나가겠다"고 설명했다. 이어 “앞으로 원하청 상생의 문화가 기업성장의 기반이 될 수 있도록 노동계의 책임 있는 참여도 당부해 나가겠다"며 노동계의 협력을 유도하겠다는 입장도 피력했다. 손경식 경총 회장은 “원하청 산업 생태계가 위협받고 산업 전반의 노사관계 불안이 커질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가 끊이지 않는다"며 정부가 나서 노사 갈등 예방과 경영환경 불확실성을 최소화시켜 줄 것을 요청했다. 손 회장은 “노조법은 개정됐지만 기업들은 당장 내년도 단체교섭을 어떻게 준비해야 할지 막막한 상황"이라고 호소하며 개정 노동법에서 실질적 지배력의 유무, 다수 하청노조와의 교섭 여부, 교섭 안건 등 불분명하다는 점을 지적했다. 손 회장은 여권의 정년연장, 근로시간 등 법·제도 변경 추진 움직임과 관련 “단순 제도 변경을 넘어 고용시장과 기업 경쟁력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며 충분한 노사간 대화와 합의를 통해 추진돼야 한다고 주문했다. 정부는 이날 간담회를 비롯해 법 시행 준비기간 동안 경영계와 노동계 의견을 수렴하는 태스크포스(TF)를 운영하고 현장에서 제기하는 쟁점과 우려 사항을 검토해 매뉴얼을 마련할 계획이다. 여헌우 기자 yes@ek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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