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상의 조직 쇄신…‘보도자료 논란’ 전무·본부장 등 해임

대한상공회의소가 '보도자료 논란' 관련자를 해임하는 등 조직 쇄신에 나선다. 대한상의는 20일 산업통상부 감사 관련 “결과를 엄중히 받아들이고 요구된 조치를 성실하게 이행하겠다"는 입장을 내놨다. 산업부는 이날 '상속세 관련 보도자료 배포' 및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최고경영자(CEO) 서밋 예산 집행'에 대한 감사 결과를 통보했다. 대한상의는 '상속세 보도자료'에 대한 책임이 큰 A전무이사와 담당 임원인 B본부장을 해임한다고 밝혔다. 'APEC CEO 서밋' 감사에 대해서는 C추진단장을 의원면직 처리하고 예산집행 절차상 추가적인 사실 관계 확인을 위해 수사를 의뢰하기로 했다. 또 APEC CEO 서밋 관련 숙박비 횡령 미수 혐의의 D실장에 대해서도 수사를 의뢰하기로 했다. 박일준 상근부회장의 경우 감사 결과에 따른 후속 조치를 마무리하는 즉시 사임할 예정이다. 대한상의는 향후 △전문성 강화 △사회적 책임 재정립 △조직문화 혁신 등 '3대 쇄신'을 추진한다는 방침이다. 우선 전문성 강화를 위해 '경제연구총괄(가칭)'직책을 신설하고 외부 전문가를 영입할 예정이다. 경제연구총괄은 대한상의의 조사·연구 기능을 총괄하는 동시에 보도자료 등 대외 발표 자료에 대한 팩트체크와 감수를 담당하게 된다. 지속성장이니셔티브(SGI)는 대한상의 연구기관(가칭: 상의경제연구원)으로 개편해 연구 경쟁력을 제고한다. 기존 연구 인력의 정규직화와 외부 전문 인력 영입을 추진할 계획이다. 대한상의는 이와 별도로 조직 문화와 내부 소통 혁신에도 나선다. 경영진과 구성원 간 정례 소통 채널을 제도화하고 보고문서 간소화와 업무 자율성을 확대한다. 투명하고 객관적인 인사 원칙을 확립하고 조직문화 진단을 정례화해 심리적 안전이 보장되는 조직을 만들어 나갈 계획이다. 대한상의는 이날 임원 인사와 조직 개편도 단행했다. 조직 쇄신을 지속적으로 추진하기 위해 기존 전무이사 산하 경영지원부문을 상근부회장 직속 '경영기획본부'로 격상했다. 신임 본부장에는 김의구 경영지원부문장을 선임했다. 조사본부장 직무대행에는 최은락 인사팀장이 임명됐다. 신설되는 컴플라이언스실장은 이강민 감사실장이 맡기로 했다. 대한상의는 이밖에 대외협력팀을 커뮤니케이션실 산하로 이동시켜 외부 이해관계자와의 소통 기능을 통합적으로 확대하기로 했다. 신임 커뮤니케이션실장에는 소통플랫폼 업무를 담당해온 황미정 플랫폼운영팀장이 선임됐다. 최태원 대한상의 회장은 이달 31일 전국상의 회장단 회의, 다음달 2일 대한상의 구성원 타운홀 미팅을 연이어 열어 이번 쇄신안을 공유하고 구성원들과 의견을 교환할 예정이다. 여헌우 기자 yes@ekn.kr

삼성전자 주총 ‘잔칫날’에 노조는 총파업 카드로 ‘찬물’

삼성전자 주주총회가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에서 개최된 18일 노조는 '총파업' 카드를 꺼내며 잔칫상에 찬물을 끼얹었다. 반도체 '슈퍼사이클'이 도래하고 글로벌 빅테크와 협력을 강화하는 가운데 자칫 회사의 실적 개선 탄력이 둔화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조합원들이 1인당 수억원 이상씩 보상을 요구하며 강경한 태도로 일관하고 있어 협상을 통한 문제 해결도 쉽지 않아 보인다. ◇ '5월 총파업' 높은 찬성율로 가결…영업이익 10% 성과급 지급안도 거부 18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 노조 공동투쟁본부는 지난 9일부터 실시한 '5월 총파업' 찬반투표 결과 찬성률이 93.1%로 집계됐다고 이날 밝혔다. 투표에는 재적 인원 8만9874명 중 6만6019명이 참여해 투표율 73.5%를 기록했다. 찬성표는 6만1456표가 나왔다. 중앙노동위원회(중노위)는 지난 3일 삼성전자 노사 협상에 조정 중지 결정을 내렸다. 노조 입장에서는 합법적으로 파업할 수 있는 권한을 이번에 획득한 것이다. 오는 5월 실제 쟁의행위가 벌어질 경우 창사 이래 두 번째가 된다. 지난 2024년 7월에는 25일간 파업이 펼쳐졌다. 공동투쟁본부는 초기업노동조합 삼성전자지부, 전국삼성전자노동조합(전삼노), 삼성전자노조동행 등 3개 단체 대표들로 구성됐다. 당초 이들 3개 단체는 지난해 11월 공동교섭단을 구성했다. 이후 3개월여 동안 사측과 임금 협상을 벌였으나 의견을 조율하지 못했다. 이에 노조원들은 지난달 19일 결렬을 선언했다. 중노위가 조정 중지 결정을 내리자 공동교섭단은 공동투쟁본부로 조직명을 바꿨다. 노사가 대화를 통해 문제를 해결하기는 힘들 것이라는 게 업계 중론이다. 사측은 성과급 제도 투명화를 위해 초과이익성과급(OPI) 재원을 경제적부가가치(EVA) 20% 또는 영업이익 10% 중 선택할 수 있게 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또 임금 인상률 6.2%, 자사주 20주 지급, 직급별 샐러리캡 상향, 장기 근속 휴가 확대 등 '당근'도 내놨다. 노조는 기본급 인상폭을 줄이더라도 'OPI 상한 폐지' 요구는 포기하지 않는다고 맞섰다. 공동교섭단은 대화 중지 선언 이전에 OPI를 영업이익의 20%로 바꾸자고 요구하기도 했다. 증권가에서는 올해 삼성전자의 영업이익이 200조원을 넘길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이 회사 직원 수는 작년 말 기준 12만8881명이다. OPI를 영업이익의 10%로 적용해 단순 계산하면 1인당 1억5500만원 가량씩 나눠가질 수 있는 셈이다. 노조 주장대로라면 1인당 3억1000만원씩 받을 수도 있다. 사측 제안은 등기임원을 제외한 임직원의 1인 평균 급여(1억5800만원)에 육박하는 수치다. 지난해 삼성전자 전체 사업부가 집행한 연구개발(R&D) 비용(37조7404억원)의 53%를 '성과급 잔치'에 써야 한다는 의미기도 하다. 재계에서는 사측이 이를 넘어선 비용 지출은 감당하기 힘들 것으로 예상한다. 삼성전자 노조원들이 '투쟁 모드'에 돌입한 배경에는 경쟁사 SK하이닉스가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SK하이닉스는 앞서 직원들에게 나눠주는 성과급 가이드라인을 '영업이익 10%'로 정했다. 삼성전자 조합원들은 '글로벌 1위 기업' 위상에 걸맞게 이보다 높은 수준의 보상을 요구하고 있는 것이다. 이 회사 노조 중 가장 많은 조합원 수(18일 기준 6만8070명)를 확보한 초기업노동조합 삼성전자지부 홈페이지에는 '삼성전자 vs SK하이닉스 임금·복리후생 비교하기' 같은 글이 메인에 걸려 있다. ◇ 반도체 '슈퍼사이클' 찬물 우려···“손실액 10조원 넘을 수도" 삼성전자 노조가 조직 간 '기싸움'을 벌이고 있다는 점도 변수다. 2년여 전 첫 파업은 전삼노가 주도했지만 현재는 세력이 크게 줄어든 상태다. 초기업노동조합 삼성전자지부는 전체 직원 과반을 넘는 조합원을 확보하며 목소리를 키워나가고 있다. 지난달 초기업노조가 교섭 중지를 선언했을 때 전삼노는 사측과 별도 대화를 이어가는 상황이 연출되기도 했다. 주도권 싸움 과정에서 일부 조직이 필요 이상으로 과격한 투쟁 분위기를 조성할 수도 있다는 의미다. 최승호 공동투쟁본부 위원장은 자신들이 18일간 파업을 벌일 경우 손실이 최소 5조원에 달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업계에서는 업황과 대외 신인도 등을 고려하면 손실액이 10조원을 넘길 가능성도 있다고 추산한다. 삼성전자는 2년여 전부터 고대역폭메모리(HBM) 등 기술력이 경쟁사에 뒤처지는 등 힘든 시기를 보냈다. 최근에는 세계 최초로 최고 성능 HBM4를 양산 출하하는 등 '초격차' 타이틀을 되찾고 있는 모습이다. 메모리 반도체 슈퍼사이클이 오면서 작년에는 역대 최대 매출액(334조원) 기록도 갈아치웠다. 이날 열린 삼성전자 주총장 분위기가 밝았던 이유다. 주가가 4배가량 오르고 올해 실적에 대한 기대감도 커진 상황이다. 전영현 삼성전자 디바이스솔루션(DS)부문장은 주총장에서 “지난해 경쟁력 부족에 대해 반성하고 회복을 약속했다"며 “그 약속을 지켰다고 말씀드리고 싶고 내년에는 더욱 차별화된 기술을 발전시켜 지속적인 경쟁 우위를 지켜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파업 리스크'가 부각되면 글로벌 빅테크와 협업을 늘려가는 전략에도 차질이 생길 수 있다는 의견이 나온다. 삼성전자는 주력인 메모리 반도체 외에도 '아픈 손가락'으로 분류되는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경쟁력 제고에도 공을 들이고 있다. 최근에는 테슬라, 엔비디아, AMD 등과 접점을 늘려가며 수주 물량을 늘려가는 분위기다. 이날 방한한 리사 수 AMD 최고경영자(CEO)는 삼성전자와 차세대 반도체 파운드리 협력 방안 등을 논의했다. 공동투쟁본부는 다음달 23일 집회를 열고 투쟁을 이어간다는 방침이다. 사측은 대화를 통해 5월 총파업 전까지 노조를 설득하겠다는 입장이다. 여헌우 기자 yes@ekn.kr

SK하이닉스 육아휴직률 10%대…워라밸 공시 ‘제각각 기준’ 탓

기업 정보를 투명하게 공개하기 위해 도입된 '일·생활 균형 공시'(워라밸 공시)가 오히려 혼란을 초래하고 있다. 명확한 가이드라인이나 강제성이 없다 보니 기업들이 기준을 제각각 정해 발표하고 있기 때문이다. 여성 육아휴직 사용률이 대부분 100%에 육박하는 상황에서 이를 17.3%로 기재해 오해를 사는 사례도 나타나고 있다. 18일 재계와 금융감독원 등에 따르면 '워라밸 공시'는 지난 2024년 시행됐다. 유가증권시장 및 코스닥 상장사가 사업보고서에 육아휴직, 유연근무, 근로시간 등을 적도록 한 게 골자다. 복지 수준을 공식적으로 수치화해 투자자·구직자들에게 정보를 제공한다는 게 도입 목적이다. 아직 법적 강제성은 없는 권고 단계다. 대기업들은 2023년도 귀속 사업보고서부터 해당 내용을 발표하고 있다. 문제는 공개되는 수치들의 산식이 정해져 있지 않다는 점이다. 투자자 알 권리를 보장하기 위해 적극적으로 공시에 나선 기업이 오히려 여론의 질타를 받는 경우도 생겨나고 있다. 대표적인 예가 SK하이닉스다. 이 회사 사업보고서를 보면 여성 직원의 육아휴직 사용률이 작년 기준 17.3%라고 나와 있다. 2023년과 2024년에도 각각 16.6%였다. 표면적으로 보면 여성 직원 10명 중 8명 이상은 육아휴직을 사용하지 않고 회사에 출근했다고 해석될 수 있다. SK하이닉스의 업무 강도가 강하거나 직원 복지가 나쁘다고 짐작하는 이들도 적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다만 이는 통계 착시다. SK하이닉스 측이 사용률을 산정하며 분모에 '육아휴직 대상 근로자수'를 넣은 데 따른 것이다. 초등학생 이하 자녀가 있어 제도를 활용할 수 있는 사람 전체에서 당해 실제 휴직한 사람 비중을 계산했다는 의미다. 지난해 말 기준 SK하이닉스 전체 직원 수는 남성 2만3037명, 여성 1만1512명 등 총 3만4549명이다. 육아휴직을 사용한 여직원 수는 2023년 827명, 2024년 594명, 지난해 959명으로 집계됐다. 다른 기업들은 대부분 분모에 '당해 출생 자녀를 가진 직원'을 넣고 있다. 자연스럽게 여성 직원 육아휴직 사용률은 100%에 육박한다. 삼성전자(95.5%), 기아(90%), LG전자(98.1%), 롯데지주(80%), 포스코(91.7%), 한화솔루션(92%), 효성(100%) 등이다. SK그룹 계열사인 SK이노베이션(85.37%), SK아이이테크놀로지(75%) 등도 이같은 기준을 쓰고 있다. 주요 상장사 가운데는 현대모비스(41.5%) 정도가 SK하이닉스와 같은 방식으로 육아휴직 사용률을 계산하고 있다. 기업들은 워라밸 공시 관련 가이드라인이 제대로 확정되기를 바라고 있다. 회계 기준과 투자자들의 혼란을 최소화하는 차원이다. 재계 한 관계자는 “안 해도 그만인 공시지만 사회적 책임을 다한다는 생각으로 시간과 노력을 들이고 있다"며 “권고 단계라고 해도 관련 가이드라인이 없어 자의적으로 수치를 기재하도록 방치하고 있다는 점은 아쉽다"고 털어놨다. 이 제도는 고용노동부가 만들고 금융감독원이 관리한다. 과태료 등 의무 조항이 없다 보니 이를 누락하는 상장사들도 상당수다. 300인 이상 사업체에 정보 제공 강제성을 부여하는 내용을 담은 '남녀고용평등법' 등이 국회에서 논의되고 있지만 아직 초기 단계에 머물러 있다. 글로벌 표준도 워라밸 관련 내용을 구체적으로 공개하는 방향으로 가고 있다. 일본은 일정 규모 이상 기업이 남성 육아휴직 사용률, 여성 관리자 비중 등을 알리도록 강제하고 있다. 영국은 성별 임금 격차 같은 일부 지표를 의무적으로 공표하도록 한다. 미국은 중요한 인적자본 정보를 공개하도록 하지만 육아휴직률 등은 아직 포함되지 않았다. 유럽연합(EU) 역시 인적자본 공개 요구가 있음에도 개별 지표는 기업 자율에 맡기고 있다. 여헌우 기자 yes@ekn.kr

[재벌승계지도] 신동빈 ‘뉴롯데’ 꿈, 지배구조 정리가 첫걸음

롯데그룹은 지난 10여년간 지배구조 투명화 작업을 꾸준히 진행해 왔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은 '뉴롯데' 비전을 내걸고 복잡한 순환출자 고리들을 과감히 해소했다. 지주사 역할을 하는 롯데지주를 출범시키며 승계를 위한 중장기 밑그림도 그렸다. 아직 갈 길은 멀다. 한국과 일본 롯데 사이 '소유권 분리'가 급선무다. 호텔롯데를 중심으로 지분 관계를 재정비하는 작업이 첫걸음이다. 본업 경쟁력을 회복하고 재무구조를 개선하는 일은 '생존'을 위한 필수 조건이다. 소유와 경영을 아우르는 '신동빈 체제'가 완성된 이후에는 3세인 신유열 롯데지주 미래성장실장(부사장)에게 시선이 쏠릴 것으로 보인다. 소유권에 대한 승계 고민은 지배구조가 정리된 이후 시작될 전망이다. 경영권 측면에서는 신유열 부사장이 그룹 차원의 신성장 동력을 성공적으로 발굴할지 여부가 관건이 될 것으로 관측된다. ◇ 韓日 넘나드는 롯데그룹 지배구조…형제간 분쟁 발단 롯데그룹 지배구조는 지난 2015년 경영권 분쟁이 일어나기 전까지만 해도 베일에 싸여 있었다. 신동빈 회장이 2017년 '뉴롯데' 비전을 선포하며 투명화 작업에 돌입했지만 아직 정리가 끝나지는 않은 상태다. 한국 롯데그룹의 공정거래법상 지주회사는 롯데지주다. 2017년 10월 공식 출범하며 지주회사 전환 신고를 마쳤다. 금산분리 원칙에 따라 롯데카드, 롯데손해보험 등도 매각했다. 롯데지주는 현재 실질적으로 그룹의 인사, 전략, 미래 먹거리를 결정하는 콘트롤타워 역할을 하고 있다. 롯데지주 최대주주는 신동빈 회장(13.04%)이다(이하 11일 기준, 비상장사 지난해 기업집단현황공시 기준). 호텔롯데가 11.1%를 보유해 2대 주주로 있다. 특수관계인을 합산하면 총수 일가 지분율이 43.44%가 된다. 국민연금공단 지분(6.02%)과 자사주(27.51%)도 있다. 자사주 비중이 높은 것은 롯데지주가 출범 당시 계열사들 물량을 대부분 떠안았기 때문이다. 롯데그룹은 롯데제과, 롯데쇼핑, 롯데칠성음료, 롯데푸드 4개사를 각각 투자부문과 사업부문으로 쪼개는 인적분할을 단행한 뒤 투자회사를 합치는 식으로 지주사를 만들었다. 해당 물량들은 상법 개정 기조와 맞물려 대부분 없어질 예정이다. 롯데지주는 전체 자사주 2885만8476주 중 5% 가량인 520여만주를 이달 31일 소각하기로 결정한 상태다. 문제는 한국 롯데그룹 지배구조에서 호텔롯데가 '옥상옥' 구조에 자리했다는 점이다. 호텔롯데는 롯데지주 외에도 롯데면세점제주(100%), 롯데건설(43.3%), 롯데알미늄(38.23%), 롯데물산(32.83%), 롯데상사(32.57%), 롯데캐피탈(32.59%), 대홍기획(20.02%), 롯데GRS(18.77%), 롯데글로벌로지스(15.05%), 롯데자산개발(10.62%), 롯데쇼핑(8.86%), 한국후지필름(8%), 롯데웰푸드(0.01%) 등 주식을 보유 중이다. 매각을 추진 중인 롯데렌탈(38.14%)과 금융 계열사 롯데벤처스(39.97%) 등에서는 최대주주 자리를 꿰차고 있다. 호텔롯데는 한국과 일본 롯데그룹을 이어주는 일종의 다리 역할도 한다. 호텔롯데 지분 대부분을 일본 롯데홀딩스 및 롯데스트래티직인베스트먼트가 보유하고 있어서다. 일본 롯데홀딩스는 호텔롯데 지분 19.07%를 들고 있다. 호텔롯데 주요 주주는 이밖에 L제1투자회사(8.60%), L제2투자회사(3.32%), L제4투자회사(15.63%), L제5투자회사(3.60%), L제6투자회사(3.97%), L제7투자회사(9.40%), L제8투자회사(5.76%), L제9투자회사(10.41%), L제10투자회사(4.44%), L제11투자회사(3.32%), L제12투자회사(4.20%) 등이 있다. 이 중 제1·7·8·9·10·11·12 회사는 롯데스트래티직인베스트먼트의 100% 자회사다. 롯데홀딩스는 제2투자회사를 100% 거느리고, 제2투자회사는 또 제3·4·5·6투자회사 지분을 전량 들고 있다. 호텔롯데에는 광윤사(5.45%)와 패밀리(2.11%) 몫도 있다. 일본 자본이 호텔롯데 지분 99% 이상을 가지고 있다는 의미다. 롯데홀딩스와 롯데스트래티직인베스트먼트는 순환출자 구조로 서로 지분을 나눠가졌다. 롯데홀딩스가 롯데스트래티직인베스트먼트 지분을 30.98% 들었고, 롯데스트래티직인베스트먼트는 롯데홀딩스 주식 10.65%를 보유했다. 이 위에는 광윤사라는 회사가 있다. 광윤사는 롯데홀딩스 지분 28.14%, 롯데스트래티직인베스트먼트 주식 1.70%를 소유했다. 광윤사 주식은 총수일가 특수관계인들이 99.83%를 가졌다. 거칠게 요약하면 총수일가→광윤사→롯데홀딩스 및 롯데스트래티직인베스트먼트→호텔롯데→롯데지주→한국 내 주요 계열사 순으로 체계가 형성된 것이다. 양국을 넘나드는 복잡한 지배구조는 2015년 '형제의 난'이 일어난 발단이 됐다. 신동빈 회장이 경영권을 완전히 장악한 상태지만, 지분 측면에서는 신동주 SDJ코퍼레이션 회장의 영향력이 상당하기 때문이다. 신동주 회장은 롯데그룹 지배구조 정점에 있는 광윤사의 최대주주(50.28%)다. 신동빈 회장 지분율은 37.85%다. 고(故) 신격호 명예회장의 두 번째 부인이자 신동빈 회장의 친어머니인 시게미츠 하츠코씨도 지분 10%를 가졌다. 최근 별세한 故 신영자 롯데재단 의장의 지분 0.28%는 장혜선 롯데장학재단 이사장을 포함한 1남3녀에게 상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신동주 회장과 신동빈 회장은 일본 롯데홀딩스 지분을 각각 1.77%, 2.69% 가지고 있다. 오히려 故 신영자 의장 지분율이 3.15%에 달한다. 롯데스트래티직인베스트먼트의 경우 신동주 회장이 5.12%, 신동빈 회장이 4.61%를 보유했다. 가장 중요한 것은 롯데홀딩스 지분 구도다. 롯데홀딩스 주주 구성을 보면 총수 일가 지분율이 낮은 편이다. 미도리상사(5.23%), 패밀리(4.61%), 롯데그린서비스(4.10%), KYUNG YU PTE LTD(3.21%) 등 일본 내 다른 회사들이 주식을 나눠 가졌다. 이 회사들은 롯데홀딩스의 자회사이자 주주라 또 다른 순환출자 고리를 형성한다. KYUNG YU PTE LTD의 경우 'CHINA RISE ENTERPRISE LIMITED'가 지분 100%를 들고 있다. 이 상단에는 故 신격호 명예회장과 사실혼 관계였던 서미경씨(50%)와 그 딸인 신유미 롯데호텔 고문(50%)이 있다. 일각에서는 해당 지분들이 롯데그룹 경영권 분쟁에서 '캐스팅보트'를 쥘 수 있다는 소문이 돌기도 했다. 광윤사(28.14%)를 지배한다 해도 쉽게 과반을 확보하기 힘든 상황인 것이다. 롯데홀딩스 주주 명단에는 여기에 임원지주회(5.96%)와 기타(28.81%) 중 대부분을 차지하는 종업원지주회가 들어있다. 종업원지주회는 단일 법인이 아니라 이 회사 직원들의 결사체다. 의결권 행사 시 이사장이 한 번에 표를 던지는 특징이 있다. 광윤사를 제외한 거의 대부분 조직·단체들은 신동빈 회장을 롯데홀딩스의 대표이사 겸 회장으로 인정하고 있다. 경영 능력이 입증됐다는 이유에서다. ◇ 신동빈 '뉴롯데' 韓-日 고리 끊기는 선택 아닌 필수 신동빈 회장이 롯데그룹 창립 50주년에 '뉴롯데' 비전을 선포하면서 지배구조 투명화를 전면에 내세웠던 배경이다. 신동빈 회장 입장에서는 한국과 일본 간 고리를 확실히 끊어내 정돈된 지배 체계를 완성할 경우 경영권 분쟁 발생 여지를 원천 차단할 수 있다. 각 계열사 간 시너지나 영업 활동 개선 측면에서도 구조 개편을 해야 한다는 게 재계의 중론이다. 야심차게 롯데지주를 출범했지만 호텔롯데 위치를 재조정하는 '숙제'를 풀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당초 롯데그룹이 추진한 방법은 호텔롯데를 상장하는 것이다. 신주를 대거 발행하는 방식으로 일본 롯데홀딩스 및 롯데스트래티직인베스트먼트 지배력을 확 떨어뜨릴 수 있기 때문이다. 일본 측 지분율을 과반 이하로 낮추면 한국 계열사들이 경영권 분쟁 여지가 사라진다. 롯데지주가 호텔롯데 지분을 취득해 지주사 체제를 깔끔하게 완성하는 안도 한때 시장에서 거론됐다. 이른 시일 내 상장을 추진하기는 쉽지 않을 전망이다. '황금알을 낳는 거위'였던 면세점 사업이 '미운오리 새끼'로 전락했기 때문이다. 호텔롯데의 해당 사업은 코로나19 팬데믹 직격탄을 맞은 이후 좀처럼 회복국면에 접어들지 못하고 있다. 시장 환경이 변하며 이익도 예전처럼 창출하기 힘들어졌다. 호텔롯데의 연결 기준 매출액은 2022년 6조4950억원, 2023년 4조7540억원, 2024년 5조691억원 등으로 내리막길을 걷고 있다. 2022년과 2024년에는 각각 799억3858만원, 455억9123만원의 영업적자를 냈다. 상장 자체가 힘들 뿐 아니라 제값을 받을 가능성도 거의 없다는 뜻이다. 신동주 회장과의 끊임없는 갈등 역시 상장 심사 시 '질적 요건'을 감점시키는 요인이다. 롯데홀딩스와 롯데스트래티직인베스트먼트 또한 호텔롯데의 상장 추진에 비협조적인 것으로 알려졌다. 호텔롯데는 자본 흐름 면에서도 비상등을 켠 처지다. 롯데렌탈 매각 불발, 롯데건설에 대한 지속적인 지원 등이 맞물린 결과다. 호텔롯데는 보유하고 있던 롯데렌탈 지분을 사모펀드 어피니티에 팔아 약 1조원의 현금을 확보하려고 했다. 공정위가 최근 이를 불허하면서 제동이 걸렸다. 부동산 침체 등 여파로 어려움을 겪은 롯데건설에는 2조원에 육박하는 현금을 붓거나 지원하기로 약정했다. 롯데글로벌로지스 상장이 미뤄지고 있는 것도 부담이다. 롯데글로벌로지스는 2017년 재무적 투자자로부터 투자를 받을 때 작년 4월까지 상장하지 못하면 롯데 측이 지분을 다시 사준다는 풋옵션 계약을 맺었다. 그룹 차원에서 사활을 걸고 유가증권시장 문을 두드렸지만 수요예측 부진으로 잠정 중단 상태다. 투자자들의 물량은 일단 호텔롯데가 떠안았다. 롯데지주는 주가수익스와프(PRS) 같은 복잡한 금융 기법을 동원해 급한 불을 끄고 있다. 올해 상장에 성공할 경우 그룹 뿐 아니라 호텔롯데의 자금난도 일부 해소될 것으로 전망된다. 시장에서는 롯데그룹이 한국-일본간 지배구조 고리를 끊어내는 게 선택이 아닌 필수라는 진단이 나온다. 롯데그룹은 최근 10여년간 유독 우여곡절을 많이 겪었다. 지난 2015년 경영권 분쟁을 겪으며 기업 이미지에 타격을 받았다. 2017년에는 '사드 보복' 직격탄을 맞아 휘청였고, 2019년에는 '노 재팬'(No Japan) 불똥까지 맞았다. 코로나19 팬데믹은 주력인 유통·면세 사업의 숨통을 조였다. 이후에는 석유화학 업황 부진과 재무 리스크라는 악재를 만났다. 이 중 경영권 분쟁과 노 재팬에 따른 타격은 그 궤를 같이한다. 한국 소비자들 사이에서 '롯데=일본기업'이라는 인식이 번지며 이미지가 훼손됐기 때문이다. 두 시기 온라인 커뮤니티 등에서는 롯데그룹 계열사 전반을 아우르는 가짜뉴스들이 공통적으로 번졌다. 롯데칠성(당시 롯데주류)은 억울한 심정을 호소하며 '처음처럼은 한국 소주입니다'라는 광고를 대대적으로 내기도 했다. 신동빈 회장이 지배구조를 성공적으로 정리하는 작업이 롯데그룹 승계지도를 그리는 첫걸음이라는 평가가 재계에서 나오는 이유다. ◇ 韓사업 정상궤도 올려야…신유열 행보에도 관심 롯데그룹 개인·법인들은 지배구조 정리 과정에서 롯데지주 지분도 소폭 팔거나 양도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밖에 소소하게 엮여있는 계열사 간 출자도 손볼 가능성이 높다. 현재 롯데지주 주주에는 신동빈 회장(13.04%)과 호텔롯데(11.10%) 외에 롯데알미늄(5.06%), 롯데물산(5.00%), 롯데장학재단(3.24%), 부산롯데호텔(0.94%) 등이 이름을 올리고 있다. 일본 측에서도 롯데홀딩스(2.49%), L제2투자회사(1.48%), L제12투자회사(0.79%) 등이 엮여있다. 신유열 부사장은 0.03% 가량만 지분을 확보했다. 롯데지주는 롯데케미칼(25.31%), 롯데쇼핑(40.00%), 롯데웰푸드(48.13%), 롯데칠성(45.00%), 롯데이노베이트(66.10%), 롯데바이오로직스(80%), 롯데글로벌로지스(46.04%), 코리아세븐(92.47%), 롯데GRS(54.44%) 등 지분을 보유 중이다. 주요 갈래는 롯데케미칼과 롯데쇼핑이다. 롯데케미칼은 롯데에너지머티리얼즈(46.94%)와 롯데정밀화학(43.50%) 등 화학 계열사의 최대주주다. 롯데그룹은 롯데케미칼을 그룹의 핵심 축으로 세워 지배구조 복잡함을 해소하려는 시도도 한 적 있다. 롯데에너지머티리얼즈(구 일진머티리얼즈) 인수 등 공격적인 움직임을 가져갔지만 롯데건설에 대한 지원과 업황 부진에 이같은 논의는 수면 아래로 가라앉은 상황이다. 롯데케미칼 주식을 가진 주주는 롯데지주 외에도 롯데물산(20.00%), 일본 롯데홀딩스(9.19%) 등이 있다. 롯데쇼핑은 롯데지주 외에도 신동빈 회장(10.00%)과 호텔롯데(8.86%) 등을 위에 두고 있다. 아래로는 롯데하이마트(65.25%)가 있다. 롯데알미늄과 롯데물산이 계열사 주식을 많이 소유했다는 사실도 포인트다. 롯데알미늄은 롯데지주(5.06%), 롯데칠성(7.64%), 롯데웰푸드(6.91%), 롯데건설(9.51%) 등 주요 회사 주식을 가지고 있다. 롯데물산은 롯데지주(5.00%)와 롯데케미칼(20.00%) 지분율이 높다. 롯데물산에는 다시 일본계 자본이 들어온다. 일본 롯데홀딩스(60.10%)와 L제3투자회사(5.25%)가 롯데물산 상단에 있다. 이밖에 호텔롯데(32.83%)와 신동빈 회장(1.82%) 지분도 있다. 롯데알미늄도 마찬가지다. 호텔롯데(38.23%)가 최대주주로 있고 L제2투자회사(34.91%)와 광윤사(22.84%)가 주요 주주다. 롯데그룹은 결국 일본 자본과 연결 고리를 끊어내는 투명화 작업을 통해 '신동빈 체제'를 굳히는 방법을 고민할 것으로 관측된다. 호텔롯데 상장이 최우선 과제지만 실현이 어려워질 경우 롯데지주와 호텔롯데의 합병 등 방법도 거론된다. 호텔롯데 주주는 사실상 일본 롯데홀딩스 뿐이라고 봐도 무방하다. 이론적으로는 반대쪽인 롯데지주 주주들의 마음을 잡으면 된다는 얘기다. 신동빈 회장 입장에서는 위험부담이 큰 '도박'이다. 면세점 사업 부진 등 여파로 기업 가치가 낮게 측정된 상황에서 어설프게 합병을 추진할 경우 롯데홀딩스에서 신동빈 회장의 입지가 좁아질 가능성도 있어서다. 재계가 예상하는 시나리오는 △호텔롯데를 성공적으로 상장해 일본 지분을 희석한 뒤 △호텔롯데를 투자·사업부문으로 인적분할한 다음 △주력사 지분을 보유한 투자부문을 롯데지주와 합병하는 방법이다. 그룹 양대 축인 유통과 화학 업종이 모두 힘든 시기를 보내고 있다는 점은 변수다. 핵심 계열사인 롯데케미칼과 롯데쇼핑 몸값이 낮게 책정돼 그룹 체계 개편 작업에 걸림돌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롯데그룹은 신동빈 회장이 소유와 경영의 균형점을 완성하지 못한 상태에서 상속 또는 증여를 고민해야 할 수도 있다. '뉴롯데' 비전 실현에 짧게는 수년 많게는 10년 이상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신동빈 회장이 일본 롯데그룹에서 경영권은 완전히 인정받았지만 소유는 불완전한 상태라는 점을 감안한 전망이다. 이런 상황이 전개될 경우 신유열 부사장은 소유보다 경영에 집중하는 전략을 구사할 것으로 보인다. 지분을 완전히 장악하기 불가능한 상황이라면 신동빈 회장과 마찬가지로 롯데홀딩스 종업원지주회 등과 동행하는 전략을 구사하는 게 현명하다는 분석이다. 신유열 부사장은 2020년을 기점으로 경영 전면에 나서기 시작했다. 일본 롯데홀딩스에 부장으로 입사하면서다. 2022년 롯데케미칼 상무보로 한국 땅을 밟았다. 이듬해에는 전무로 초고속승진을 하며 그룹 미래성장실장 역할을 맡았다. 바이오, 헬스케어, 인공지능(AI), 에너지 등 미래 신사업 발굴과 개발을 총괄하는 게 임무다. 2024년 부사장 직함을 달았고 작년부터는 롯데바이오로직스 각자 대표 역할도 수행하고 있다. 신유열 부사장이 상무보에서 부사장으로 올라서는 데 걸린 시간은 2년6개월에 불과하다. 여기에 일본 롯데홀딩스 사내이사 역할도 맡고 있어 '신유열 체제' 준비 작업에는 속도가 나는 중이다. 업계 이목은 바이오에 쏠린다. 신유열 부사장이 처음으로 국내 계열사 대표를 맡으며 실질적인 경영 능력을 입증하는 시험대에 오른 모양새기 때문이다. 그룹이 위기에 처한 상황이라 이밖에 다른 새 먹거리를 확보하는 작업에도 박차를 가할 것으로 보인다. 소유 측면에서 신유열 부사장은 일본 롯데그룹 쪽에서 주로 자금을 수혈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국내의 경우 롯데지주에서는 아직 미등기임원이라 보수 내역이 확인되지 않는다. 등기이사로 있는 롯데바이오로직스는 사업보고서 제출 대상 기업이 아니다. 롯데지주 지분은 2024년부터 조금씩 매집하고 있다. 아직 지분율은 0.03%에 불과하다. 증권가에서는 신유열 부사장이 롯데지주 주식을 모은다는 사실은 롯데그룹이 이 회사를 중심으로 지배구조를 개편할 것이라는 전망에 힘을 싣는 요소라고 해석한다. 신동빈 회장의 '뉴롯데' 실현은 3세 지분·경영권 승계 관점에서도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될 것으로 보인다. 여헌우 기자 yes@ekn.kr

주총시즌 ‘개정상법 전초전’…재계, 경영권 방어 ‘기선잡기’

국내 주요 기업들이 '주총 시즌'을 맞아 정관 변경 등을 통해 체질 개선 작업에 나선다. '3% 룰', 집중투표제 의무화 등 소액주주들의 권한을 강화하는 법안들에 대비한 안전장치를 마련하는 차원이다. 경영권 분쟁에 휘말리거나 행동주의펀드의 타깃이 된 기업들의 주총장 분위기에도 재계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 주총 앞두고 기업들 개정상법 대비 '안전장치' 마련 재계와 한국예탁결제원 등에 따르면 17일 현대모비스를 기점으로 이번주부터 본격적인 '주총 시즌'이 시작된다. 18일 삼성전자를 비롯한 전자 계열사들, 19일 한화오션, 20일 기아와 LG에너지솔루션 등이 정기 주주총회를 개최한다. 23일 LG전자, 25일 SK하이닉스, 26일 현대자동차 등 다음주까지 총회가 집중적으로 열릴 예정이다. 기업들 입장에서 올해 주총 키워드는 단연 '상법 개정'이다. 지난해 국회 문턱을 넘은 주요 법안들이 올해 하반기부터 본격적으로 시행되기 때문이다. 대부분 대주주 등 총수 일가의 힘은 빼고 소액주주들의 목소리는 키워주는 것들이다. 대표적으로 '3% 룰'이 오는 7월23일부터 효력을 발휘한다. 감사위원 선임 시 최대주주 및 특수관계인의 의결권을 3%로 제한하는 법이다. 이로 인해 총수 일가 등이 자신의 입맛에 맞는 감사를 마음대로 뽑기 어려워졌다. 9월10일부터는 감사위원 분리 선출 확대 규정도 도입된다. 그동안 이사진을 먼저 뽑은 뒤 그 중 감사를 골랐지만, 앞으로는 처음부터 감사위원이 될 이사 1명을 따로 투표한다는 의미다. 집중투표제는 의무화된다. 이사를 여러 명 뽑을 때 주주에게 '뽑는 이사 수' 만큼 표를 주는 게 핵심이다. 대주주가 반대하는 후보도 소액주주들의 지지를 받으면 이사회에 진입할 가능성이 높아진다. ◇ 이사 임기 늘리고 인원 수 줄이는 등 '사전 방어선' 구축 기업들은 만일에 대비해 다양한 '방어선'을 구축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이번 주총에서 정관 제25조의 이사 임기 규정을 수정하는 안건을 올렸다. 기존에는 '이사의 임기는 3년으로 한다'고 고정했지만 이를 '3년을 초과하지 못한다'로 유연화하는 게 골자다.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이사 임기를 1~2년으로 설정해 '시차 임기제'를 운영하려는 시도가 아니냐는 의견이 나온다. 주총에서 뽑는 이사 수 자체를 줄여 집중투표제의 '몰아주기' 효과를 줄이려는 의도가 엿보인다는 이유에서다. 한화그룹 계열사들은 이사 임기를 늘리는 방식으로 대응책을 찾았다. 한화오션은 이번 주총 2-6호 의안으로 이사의 임기를 기존 2년에서 3년으로 변경하는 내용을 상정했다. 지주사인 (주)한화를 비롯해 한화에어로스페이스, 한화시스템, 한화투자증권, 한화손해보험, 한화생명 등도 같은 안건을 올렸다. 한화갤러리아의 경우 이사 정원 자체를 기존 '13명 이내'에서 '7명 이내'로 축소하기로 했다. 이밖에 LS일렉트릭도 이사 수를 기존 9명에서 5명으로 줄이기로 했다. 임기 관련 문구도 '3년으로 한다'에서 '3년으로 하되 이사별로 달리할 수 있다'고 바꾼다. 셀트리온은 '3인 이상 15인'에서 '3인 이상 9인'으로 변화를 시도한다. 효성 역시 '3인 이상 16인 이내'에서 '3인 이상 9인 이하'로 정관을 변경하기로 했다. ◇ 소액주주측 기업 선제대응에 반발…외국계 펀드, 주주제안 공세 소액주주 입장을 대표하는 단체들은 이같은 재계 움직임에 반발하고 있다. 경제개혁연대는 최근 '한화그룹 상장회사의 이사 수·임기 관련 정관변경안에 대한 논평'을 내고 “개정 상법에도 불구하고 시차임기제로 집중투표제 도입 효과 반감이 우려된다"며 “국민연금 등 기관투자자는 한화 계열사의 정관변경 안건에 반대 의결권을 행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주주제안 및 경영권 분쟁 측면에서도 올해 주총 시즌은 눈길을 잡는다. 영국계 헤지펀드 팰리서캐피탈은 LG화학 측에 권고적 주주제안 도입, 자기주식 매입 및 소각, 선임독립이사 선임 등을 요구하는 주주제안서를 보냈다. 얼라인파트너스는 코웨이에 독립이사 선임을 주문했다. 트러스트자산운용은 KCC에 삼성물산 지분을 유동화하자고 요청했다. 액트는 DB하이텍에 특별감사인을 선출해 내부거래 진상을 규명하자고 주장했다. 경영권 분쟁이 벌어지고 있는 고려아연에서는 영풍 측이 사모펀드 MBK파트너스와 손잡고 공세를 취하고 있다. 이들은 이사회와 경영을 분리하자고 제안하며 현 경영진을 압박하고 있다. 롯데홈쇼핑에서는 최대주주 롯데쇼핑이 단독으로 이사회 구성을 변경하면서 2대 주주 태광 측과 갈등을 빚고 있다. 금호석유화학에서는 박철완 전 상무가 자사주를 주요 공격 대상으로 삼고 있어 앞으로 변화 양상이 주목된다. 여헌우 기자 yes@ekn.kr

삼성전자 ‘특허 방패’ 단단해진다…글로벌 특허 28만건 돌파

삼성전자가 글로벌 소송전에 대응해 '특허 방패'를 계속 단단하게 만들어가고 있다. 넷리스트 등 특허관리기업(NPE)들의 표적에서 벗어나는 동시에 중국 업체들의 기술 추격을 따돌릴 방법을 지적재산권에서 찾는 모습이다. 12일 이 회사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작년 말 기준 전세계 시장에 총 28만1857건의 특허를 등록했다. 분쟁이 자주 일어나는 미국에서만 10만5471건을 확보했다. 한국(6만4982건), 유럽(5만2327건), 중국(3만1230건), 일본(7986건) 등 주요 시장에서도 수천건 이상 지녔다. 2024년 말 기준 삼성전자가 전세계에 등록한 특허는 총 26만5410건이었다. 1년 사이 1만6447개를 추가한 것이다. 연도별로 보면 2024년에는 한국에서 7805건, 미국에서 9226건의 특허를 냈다. 작년에는 이보다 각각 36.3%, 12.2% 늘어난 1만639건, 1만347건을 확보했다. 해당 지적재산권은 대부분 스마트폰, 스마트 TV, 메모리 반도체 등에 집중돼 있다. 선제적인 특허 등록은 사업 보호 역할뿐 아니라 유사 기술이 난립하는 상황에서 경쟁사 견제의 역할도 할 것으로 기대된다 삼성전자는 구글(2014년), 퀄컴(2022년), 화웨이(2022년), 노키아(2023년) 등과 특허 라이선스도 체결한 상태다. 모바일, 반도체 등 주력사업 및 신사업 분야에서 광범위한 보호망을 가동하는 차원이다. 삼성전자는 전세계에서 다양한 사업을 영위하는 탓에 분쟁에 휘말린 사례가 적지 않다. 미국 정보 제공업체 유나이티드 페이턴츠에 따르면 2019년부터 2023년까지 미국에서만 404건 이상의 특허 침해 소송을 당했다. 특히 미국계 NPE 넷리스트는 삼성전자의 고대역폭메모리(HBM) 등 다양한 제품군을 겨냥해 '묻지마 소송'을 남발하고 있다. 삼성전자가 미국에 처음 특허를 낸 것은 1984년이다. 지적재산화 확보에 본격적으로 총력을 기울인 것은 2012년 이후다. 삼성전자는 당시 애플 디자인 특허를 침해했다는 판결을 받아 수천억원대 배상금을 지급했다. 최근에는 특허 분석 자료 등 내부 정보를 유출한 삼성전자 전 직원과 이러한 정보를 앞세워 이익을 취한 NPE 등이 구속 기소돼 재판을 받고 있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연구개발(R&D) 분야에 총 37조7404억원을 투입했다. 기존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던 2024년(약 35조200억원) 보다 7.8% 증가한 수치다. 인공지능(AI) 시장 확대에 따라 HBM 및 고용량 DDR5 등 차세대 제품 개발에 화력을 집중하는 모양새다. 여헌우 기자 yes@ekn.kr

LG엔솔, 임직원 ‘연봉 1억원’·‘워라밸’ 두 토끼 잡았다

LG에너지솔루션(LG엔솔)이 경쟁사 대비 임직원들의 급여와 '워라밸'(일과 삶의 균형)을 잘 챙겨주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근속 연수가 평균 8년임에도 연봉은 1억원을 넘긴 것으로 파악됐다. 시차출퇴근제 등 유연근무제도나 남성 육아휴직 사용률도 상대적으로 높았다. 12일 이 회사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LG엔솔 직원들의 평균 연봉은 1억1200만원으로 집계됐다. 등기임원은 제외한 수치다. 총 직원 수는 남성 1만507명, 여성 2415명 등 1만2922명이다. 기간제 근로자 225명을 포함한 숫자다. 근속 연수는 평균 8년2개월이다. 삼성SDI와 비교해 우위에 있는 근무조건이라는 분석이다. 같은 기간 삼성SDI 임직원의 연봉은 등기임원 제외 9500만원이었다. 직원 수는 1만2826명(기간제 251명 포함)으로 비슷하다. 근속 연수는 12.6년으로 LG엔솔보다 4년 이상 길었다. 미등기 임원 보수에서도 차이가 났다. LG엔솔은 지난해 114명을 위해 527억원을 썼다. 1인 평균으로 계산하면 4억6200만원 수준이다. 같은 기간 삼성SDI는 93명의 미등기임원에게 318억원을 지불했다. 1인당 연봉은 3억8900만원이다. 근무 여건 측면에서는 선택근무제가 자리를 잡아가는 모습이다. 전체 시간을 준수할 경우 주 단위에서 출퇴근 및 근무시간을 자유롭게 조절하는 제도다. 작년 기준 LG엔솔 직원 중 선택근무제를 이용한 직원은 9836명으로 집계됐다. 2023년 9261명, 2024년 9582명에서 꾸준히 늘어나는 추세다. 같은 시기 재택근무를 포함한 원격근무제도 이용자는 2023년 8341명, 2024년 7623명, 지난해 5448명 등으로 줄어드는 모습을 보였다. 삼성SDI의 경우 지난해 총 9081명의 직원이 선택근무제를 활용했다. 원격근무제도는 운영되지 않고 있다. LG엔솔에서 육아휴직을 사용한 남성 직원은 지난해 168명이었다. 육아휴직사용률은 20.2%였다. 지난해 자녀를 출산한 인원 대비 같은해 육아휴직을 개시한 인원 중 자녀가 1세 미만인 직원의 비율이다. LG엔솔은 지난해 연결 기준 매출 23조6718억원, 영업이익 1조3461억원의 실적을 올렸다. 삼성SDI는 매출액 13조2667억원을 냈지만 1조7224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여헌우 기자 yes@ekn.kr

삼성그룹 전자 계열사 근무환경 변화…‘원격근무’ 자취 감추고 男 육아휴직↑

삼성그룹 전자 계열사의 근무환경이 달라지고 있다.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유행했던 '원격근무'가 자취를 감추고 있다. 근로 시간을 자율적으로 조절하는 '선택근무제'는 자리를 잡아가는 모습이다. 남성 직원들의 육아휴직 사용률은 꾸준히 증가하는 추세다. 11일 각사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삼성전자, 삼성SDI, 삼성전기, 삼성SDS 등은 모두 유연근무제를 활용하고 있다. 재택근무를 포함한 원격근무제 이용자 수는 전반적으로 줄고 있다. 삼성전자의 이 제도 활용 인원은 2023년 3080명, 2024년 2064명, 지난해 830명으로 감소했다. 2년 사이 사용자가 4분의 1토막난 셈이다. 재택 근무·교육 등 연간 원격근무제도 활용 건수를 총 평일 수로 나눠 산출한 숫자다. IT 기반 기업인 삼성SDS 상황도 비슷하다. 1년 사이 원격근무제를 1번이라도 이용한 직원 수가 2023년 1만174명, 2024년 8755명, 지난해 7848명으로 줄었다. 삼성SDI와 삼성전기의 경우 해당 내용을 처음 공시한 2022년부터 공식적인 원격근무제 이용자가 없었다. 선택근무제 사용은 자리를 잡아가는 모습이다. 근무의 시작·종료 시각 및 1일 근무 시간을 스스로 조정할 수 있게 배려한 제도다. 삼성전자 선택근무제 사용 직원은 2023년 10만958명, 2024년 10만5419명, 지난해 10만5038명으로 큰 변동이 없었다. 삼성전기도 같은 시기 이용자 수가 7762명, 7779명, 7694명으로 비슷했다. 삼성SDS 역시 1만1270명, 1만1193명, 1만999명이었다. 삼성SDI는 7420명, 8457명, 9081명 등으로 이용률이 꾸준히 증가했다. 삼성그룹 전자 계열사들은 1개월 이내 정산기간을 평균해 1주 간 근로시간이 40시간을 초과하지 않는 범위에서 선택근무제 사용을 허용한다. 남성 직원들의 육아휴직 사용 횟수는 늘어나는 경향을 보였다. 삼성전자를 보면 2023년 1303명, 2024년 1510명, 지난해 2022명으로 순증했다. 남성 육아휴직 사용률도 12.2%, 13.6%, 14.4%로 상승했다. 여성 직원들의 육아휴직률 사용률은 95%를 웃돌고 있다. 같은 시기 삼성SDI에서는 141명, 131명, 192명의 남성 직원들이 육아휴직을 사용했다. 작년 기준 사용률은 14%다. 삼성전기는 140명, 175명, 187명으로, 삼성SDS는 74명, 118명, 125명으로 남성 육아휴직 사용 건수가 계속 많아졌다. 일과 육아에 대한 인식 변화는 배우자 출산휴가 사용자 수 통계에서도 확인된다. 삼성전자에서 당해 연도 배우자 출산휴가 사용 이력이 있는 직원 수는 2023년 2841명에서 지난해 3809명으로 34% 뛰었다. 같은 기간 삼성SDI는 203명에서 281명으로, 삼성전기는 276명에서 338명으로 해당 휴가 이용 건수가 상승했다. 여헌우 기자 yes@ekn.kr

노란봉투법 내일 정식시행…산업계 ‘하청 쟁의’ 긴장

10일 '노동조합법 제2·3조 개정안'(노란봉투법)이 본격 시행되면서 산업계가 잔뜩 긴장하고 있다. 이 법에 근거한 새로운 교섭·쟁의 양상을 파악하지도 못했는데 벌써부터 하청 노조의 '원청 교섭' 요구가 빗발치고 있어서다. 경영계는 불법행위를 자제해달라고 노동계에 호소하고 있다. 정부·노동위원회에는 엄정한 판단 체계를 확립해 달라고 당부했다. 9일 재계와 정치권 등에 따르면 노란봉투법의 핵심 쟁점은 사용자 범위를 재정의했다는 점이다. 노동자의 교섭 대상이 기존 '근로계약 체결 당사자'에서 '실질·구체적으로 지배·결정할 수 있는 자'로 바뀐다. 이에 따라 하청 노조가 원청을 상대로 교섭을 요구하는 사례가 급증할 전망이다. 기업들은 이미 위기감을 느끼고 있다. 주요 대기업 대부분이 수많은 협력사들과 대화 테이블에 앉아야 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하청 노조가 '선전포고'를 한 사례도 많다. 삼성전자 협력사 이앤에스 노조는 작년 6월 기자회견을 열고 원청이 통상임금 문제 등을 해결해달라고 요구했다. 현대제철 하청 업체 소속 근로자 일부는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 산하 금속노조를 중심으로 뭉쳐 단체 행동을 벌였다. 지난해에는 직접 고용을 요구하며 여론전을 펼쳤고, 최근에는 합법적으로 파업할 권리를 획득하기도 했다. 한화오션 협력사 직원 상당수도 금속노조를 통해 목소리를 내며 중앙노동위원회 조정 중지 결정을 받아낸 이력이 있다. 한국지엠은 세종물류센터 하청노동자들을 해고하려 했다가 홍역을 치렀다. 우진물류 직원들이 노란봉투법을 앞세워 사측에 고용을 승계하라고 압박했고, 한국지엠이 이를 수용하며 갈등이 일단락됐다. 네이버 산하 6개 자회사 노조는 지난해 노란봉투법 통과 직후 원청에 직접 교섭을 요구하며 집회를 열었다. IT기업 NHN 노조는 고용안정을 촉구하며 사측과 대립각을 세우고 있다. 자회사 NHN에듀 등을 대상으로 '깜깜이 구조조정'이 진행되고 있다며 모회사가 전환 배치 등을 실시하라고 촉구하고 있다. 전국서비스산업노동조합연맹 회원들은 지난 4일 서울고용노동청 앞에서 간접고용노동자 원청교섭 요구 기자회견을 열었다. 주로 농협 자회사, 택배업 종사자, 공공기관 콜센터 근무자, 대형마트 판매 및 배송 담당자 등이 단체행동에 나섰다. 인천국제공항공사와 한국공항공사 자회사 노조들은 노란봉투법 시행에 맞춰 10일 오전 원청에 대화를 요구하는 결의대회를 열기로 했다. 민주노총은 하청 업체의 요구를 회피하는 사용자를 대상으로 강경한 투쟁을 벌이겠다고 으름장을 놓고 있다. 교섭에 응하지 않을 경우를 미리 염두에 두고 7월15일 총파업을 벌이겠다고 선언했다. '노노 갈등' 분위기도 감지된다. 인천공항공사와 한전KPS 등 노조들은 앞서 비정규직 직원들의 정규직 전환에 반대하며 시위를 벌였다. 산업계는 노란봉투법이 노동쟁의 범위를 넓히는 동시에 파업 노동자에 대한 기업의 손해배상 청구를 제한하고 있다는 점에도 주목하고 있다. 올해 임금협상을 두고 벌써부터 갈등을 빚고 있는 삼성전자나 해외투자·로봇도입 등으로 기싸움을 벌이는 현대자동차 등은 노조의 투쟁 강도가 평소보다 더 높아지는 상황을 걱정하고 있다. 경영계는 법 시행 이후 혼란을 최소화하기 위해 엄정한 판단 체계를 확립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는 지난 8일 입장문을 내고 “(노란봉투법 시행 이후) 사용자 범위와 교섭 의제를 두고 노사간 분쟁이 지속될 것으로 우려된다"고 밝혔다. 경총은 “노동계는 원청 기업과 단체교섭에서 사용자성이 인정된 범위 외 무리한 요구를 내세우거나 이를 관철하기 위한 불법행위는 자제해야 하며 교섭절차를 준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정부와 노동위원회는 원청의 사용자성 여부에 대해 객관적이고 공정하게 판단해야 한다"며 “매뉴얼에서 벗어나는 노동계의 교섭요구나 쟁의행위가 발생하지 않도록 행정력을 집중하고 엄정한 판단 체계를 확립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여헌우 기자 yes@ekn.kr

[여헌우의 산업돋보기] 미-이란 전쟁 ‘안갯속’…국내산업 파장은 ‘온도차’

지정학적 비극은 경제적 비대칭성을 동반한다. 누군가에게 생존이 걸린 처참한 전쟁이 국경 너머에서는 '로또'가 되는 게 국제 정치·경제의 냉혹한 질서다. 미국은 제2차 세계대전 효과로 대공황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패전국 일본이 전세계적인 경제 대국으로 급부상할 수 있었던 것은 한국전쟁 때문이다. 우리나라 역시 베트남 전쟁 당시 흘린 피를 바탕으로 국가 인프라를 구축할 수 있었다. 미국·이스라엘과 이란이 무력 충돌을 이어가고 있다. 미·이스라엘의 공세가 압도적이지만, 이란의 항전 의지도 수그러들지 않고 있어 전면적인 지상전 가능성마저 거론된다. 한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중동 상황을 우리나라 산업계도 예의주시하고 있다. 업종별 기상도는 크게 엇갈리고 있는 실정이다. 이번 전쟁으로 '낙뢰'가 떨어진 대표적인 분야는 석유화학 업종이다. 업황 부진이 이어지는 와중에 유가가 급등하면서 원가 부담이 커질 전망이다. 중국산 저가 공세가 이어지다보니 원가가 뛰어도 이를 가격에 반영하기 힘든 실정이다. 특히 국내 석유화학 업체들은 원재료인 나프타 대부분을 중동 지역에서 수급하고 있다. 아직 전쟁 양상을 점치기 힘들지만 일부 기업들은 벌써부터 비상등을 켰다. 여천NCC는 최근 주요 고객사에 공급에 차질이 생길 수 있다는 서한을 보낸 것으로 알려졌다. 이 곳은 국내 최대 나프타분해시설을 운영하는 곳이다. 항공·여행 업계도 날씨가 좋지 않다. 중동 노선이 여객·화물 비중에서 절대적인 위치는 아니지만 유럽 등 일부 노선은 우회 운항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여행 심리 자체가 위축돼 수요가 줄어드는 상황도 걱정할 수 있다. 제일 큰 고민거리는 유가 변동성 확대다. 국제유가가 빠르게 오르면 항공사들 유류비 지출액도 늘어난다. 유류할증료 제도를 통해 이를 소비자에게 전가하긴 하지만 이 역시 여행 심리 위축에 부채질을 한다. 달러-원 환율이 상승하면서 비행기 리스료 등에 대한 부담도 커질 수 있다. 건설사들도 흐린 하늘을 바라보고 있다. 사태가 장기화할 경우 중동 지역에서 진행하던 프로젝트들에 차질이 생기기 때문이다. 현장 공정 지연은 대표적으로 건설사의 수익성을 깎아먹는 요인이다. 가전·스마트폰 업계도 중동 전쟁 소식이 반갑지 않다. 고가 IT기기는 항공 물류를 이용하는 경우가 많은데 하늘길이 막히고 비용이 급등할 가능성이 있어서다. 특히 메모리 반도체 가격이 급등하면서 이를 제품 가격에 전가하는 고민을 하는 와중이라 물류비 상승에 대한 압박이 더 크다. 자동차 제조사들은 국제 유가 향방을 살피고 있다. 통상 유가가 크게 오르면 전기차 등 친환경차 수요가 늘어나는 경향이 있다. 주요국 판매 전략을 다시 짜야할 수 있다는 뜻이다. 중동 수출길 확대에 공을 들여온 업체들 입장에서는 이번 사태가 큰 악재다. 전반적으로 물류 비용이 증가한다는 점도 자동차 업계는 부담스러워하고 있다. 향후 중동 사태 진행 방향에 따라 날씨가 달라질 수 있는 업종도 있다. 조선 업계의 경우 고유가 기조가 고착화되면 에너지 자립을 위한 액화천연가스(LNG) 및 원유 운반선 발주가 많아질 것이라는 기대감을 가질 수 있다. 반면 이는 동시에 철강을 비롯한 원자재 값 상승 우려도 동반하고 있어 계산기를 두드려봐야 한다. 해운사들도 계약 구조나 선종에 따라 다른 영향을 받을 전망이다. 원유 운반이나 장기운송계약이 많을 경우 리스크가 더 커질 것으로 관측된다. 국내 해운사들은 주로 컨테이너선 사업에 집중하고 있다. 정유 업계는 당장 재고 이익 극대화라는 화창한 날씨를 맞았다. 기존에 쌓아둔 원유 재고에 대한 가치가 높아져 단기적으로 영업실적에 긍정적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측된다. 장기적으로 원자재 조달에 대한 불확실성이 생길 수 있다는 점은 변수다. 방산 업계는 또 한 번 기회를 맞았다. 중동 전역 군비 경쟁이 가속화되면서 성능이 검증된 한국산 무기 체계에 대한 발주가 급등할 가능성이 있다. 중거리 요격체 등 수주 경험이 있는 분야를 중심으로 추가 도입 논의가 본격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내수 시장에는 구름이 잔뜩 껴 있다. 큰 비가 내릴지 소나기에 그칠지는 향후 물가 변동 양상을 살펴봐야 판단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국가데이터처에 따르면 지난달 소비자물가상승률은 전월과 같은 2.0%를 기록했다. 6개월 연속 2%대다. 다만 이는 중동 사태에 따른 휘발유·경유 상승 같은 지표가 반영되지 않은 것이다. 주원 현대경제연구원 연구본부장은 6일 경제주평 보고서를 통해 “국제 유가가 연평균 배럴당 80달러 내외 수준으로 유지돼도 소비자물가상승률을 0.4% 포인트(p) 증가시킬 것"이라며 “국제 유가 배럴당 100달러까지 가면 소비자물가상승률이 1.1%p 올라가고 150달러면 2.9%p 뛸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러면서 “국제 유가 급등은 경기 침체와 고물가로 서민들의 실질구매력을 약화시켜 내수 회복을 지연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여헌우 기자 yes@ek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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