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우리나라 기업들의 기업경기실사지수(BSI) 전망치가 역대 최장기 부진을 이어가고 있다. 3년1개월 연속 기준선을 넘지 못해 체감 경기가 얼어붙어 있다는 점을 보여준다. 한국경제인협회는 매출액 기준 600대 기업을 대상으로 BSI를 조사한 결과 다음달 전망치가 88을 나타냈다고 26일 밝혔다. BSI가 기준선(100)을 넘으면 전월 대비 경기를 긍정적으로, 낮으면 부정적으로 본다는 의미다. BSI 전망치는 올해 1월(84.6) 급락 후 2개월 연속 회복세를 보이면서 지난 3월 90.8로 반등하는 듯 했으나 한달만에 다시 80대로 주저앉았다. 다음달 경기전망을 업종별로 보면 제조업(92.0)과 비제조업(84.2) 동반 부진이 예상됐다. 제조업 BSI는 작년 4월(98.4)부터 1년1개월 연속 기준선을 넘지 못했다. 비제조업 BSI는 올해 1월(84.9)부터 4개월 연속 90선 아래에 머물렀다. 비제조업 BSI가 4개월 연속 90선 미만을 기록한 것은 코로나19 팬데믹으로 거리두기를 시행했던 2020년 7월 이후 처음이다. 계절적 수요 감소가 예상되는 전기·가스·수도(68.4)와 경기 부진이 장기화되고 있는 건설업(76.2)을 중심으로 부정적 심리가 우세했다. 내수 경기 영향을 직접적으로 나타내는 도·소매업(90.4)도 전월(100.0) 대비 9.6 포인트(p) 급락했다. 다음달 조사 부문별 BSI는 전 부문에서 부정적으로 전망됐다. 내수, 수출, 투자의 '트리플 악화'는 지난달에 이어 10개월 연속 동반 부진했다. 이달 BSI 실적치는 91.9로 조사됐다. 실적치는 2022년 2월(91.5)부터 3년 2개월 연속 부진으로 나타났다. 한경협은 최근 세계 각국의 무역 장벽이 높아지면서 글로벌 수요 둔화에 대한 우려가 기업심리에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상호 한경협 경제산업본부장은 “최근 관세 및 보호무역 확대 등 글로벌 교역 불확실성이 높아지면서 주요국 경기 둔화에 대한 우려가 현실화되고 있다"며 “선제적인 구조조정을 지원하기 위해 기업결합 규제 등을 완화하고 투자와 사업재편 등의 의사결정을 지연시키는 상법개정 논의를 지양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여헌우 기자 yes@ekn.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