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의 칼럼] 시력 앗아가는 녹내장, 조기 발견과 꾸준한 관리가 최선

눈이 받아들인 정보를 뇌로 전달하는 통로인 시신경이 서서히 손상되며 시야가 좁아지는 질환이 바로 녹내장이다. 초기에 이렇다 할 증상이 거의 없다는 점이 녹내장의 조기발견을 가로막는 걸림돌이다. 시야 한쪽 구석이 조금씩 좁아져도 뇌가 이를 자연스럽게 메워버리기 때문에, 정작 환자 본인은 상당히 진행되고 나서야 이상을 느끼는 경우가 많다. '소리 없는 시력 도둑'이라는 별명이 붙은 이유다. 게다가 한번 손상된 시신경은 다시 회복되지 않는다. 그래서 녹내장은 '치료보다 관리'에 방점이 찍히는 질환이다. 위험 요인을 미리 파악하고 진행 속도를 최대한 늦추는 것, 그것이 현재로선 최선의 대응이다. 녹내장 하면 흔히 '안압이 높아서 생기는 병'이라고 생각하기 쉽다. 하지만 실제로는 꼭 그렇지 않다. 국내 녹내장 환자의 약 70%는 안압이 정상 범위인데도 발생하는 '정상안압녹내장' 환자이기 때문이다. 왜 이런 일이 생길까? 안압이 정상이라도 시신경 자체가 압력에 유난히 취약하거나, 시신경 주변 혈류에 문제가 있으면 녹내장으로 이어질 수 있다. 그런 만큼 녹내장을 제대로 평가하려면 안압 수치 하나만 볼 게 아니라, 시신경의 구조적 특성과 혈류 상태까지 종합적으로 들여다봐야 한다. 시신경이 손상되는 과정을 이해하려면 '사상판'이라는 조직을 빼놓을 수 없다. 사상판은 시신경 섬유 다발이 눈 밖으로 빠져나가는 통로 역할을 하는 얇은 조직으로, 안압 변화나 개인별 눈 구조에 따라 형태가 달라진다. 이 사상판의 모양이 녹내장성 시신경 손상과 밀접하게 연관돼 있다는 사실이 여러 연구들을 통해 확인되고 있으며, 사상판을 포함한 시신경 주변 구조를 정밀 분석해 녹내장의 발생·진행 원리를 밝히려는 연구도 활발히 이어지고 있다. 녹내장은 증상만으로 진단하기 어려운 질환이지만, 영상 기술이 발전한 덕분에 시신경 변화를 훨씬 정밀하게 들여다볼 수 있게 됐다. 안압 측정, 시야검사, 안저검사 같은 기본 검사에 더해서 빛간섭단층촬영(OCT)으로 망막신경섬유층과 시신경 구조의 미세한 변화를 확인할 수 있다. 여기에 OCT 혈관조영술(OCTA)을 추가하면 시신경 주변 미세혈관이 줄어드는 초기 변화까지 포착할 수 있다. 구조적 손상이 눈에 띄기 전 단계에서 위험 신호를 잡아낼 수 있다는 얘기다. 최근에는 인공지능(AI)을 접목한 진단법도 등장했다. 근시가 있는 환자의 황반부 OCT 영상을 딥러닝으로 분석해 녹내장 여부를 판별하는 시스템을 개발한 것도 그 일환이다. 기존 검사만으로는 판단이 까다로웠던 환자에게 좀 더 정확한 진단을 제공하고 싶다는 문제의식에서 출발한 연구였다. 여기서 한발 더 나아가, 전자의무기록에 쌓인 데이터를 활용해 녹내장이 빠르게 악화할 위험이 높은 환자를 미리 가려내는 예측 모델도 개발 중이다. 녹내장 치료에서 가장 중요한 목표는 앞으로의 손상을 최대한 늦추는 데 있다. 가장 기본이 되는 치료는 안압을 낮추는 안약이다. 이미 안압이 정상 범위인 정상안압녹내장 환자라도 안압을 좀 더 낮추면 진행 속도를 늦추는 데 도움이 되는 경우가 많아, 환자 개개인에 맞는 목표 안압을 설정한다. 여러 안약을 써도 안압이 충분히 조절되지 않거나 진행 위험이 높다면 레이저나 수술적 치료를 고려하게 된다. 대표적인 레이저 치료는 선택적 레이저 섬유주성형술(SLT)이다. 눈 속 액체(방수)가 빠져나가는 통로를 레이저로 자극해 안압을 낮추는 방법으로, 약물 부담을 줄이거나 안압 조절을 보완하는 용도로 쓰인다. 약물과 레이저로도 조절이 어려운 경우에는 섬유주절제술, 녹내장 임플란트 수술, 최소침습녹내장수술(MIGS) 등 수술적 치료를 시행하며, 이 역시 환자 상태에 맞춰 방법을 정한다. 고령이거나 가족력이 있는 경우, 근시가 심하거나 안압에 이상이 있는 경우라면 특별한 증상이 없더라도 정기적인 검사로 시신경 변화를 확인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글=분당서울대병원 안과 김태우 교수(진료부원장) 박효순 의료 전문기자 anytoc@ekn.kr

[박효순의 메디피셜] 식약처, 불법-부정 임상시험 허가자료 공개해야

코로나19 임상시험 승인 로비 의혹에 연루된 제넨셀 창업자 강세찬 교수가 최근 항소심에서 징역 4년과 벌금 4000만원을 선고받고 법정구속에 처해졌다. 이 대목에서 무엇보다 주목할 사실은 당시 대표이던 강 교수 및 회사가 2021년 1~10월 사이 코로나19 신약 개발 과정에서 '부작용 누락' 등 허위 내용을 담은 자료를 제출해 특허청 특허와 식품의약품안전처(식약처)의 임상시험 승인을 받은 혐의를 1심과 같이 유죄로 인정한 점이다. 식약처 자료에 따르면 제넨셀의 코로나19 치료제 후보물질 'ES16001'의 임상 2상은 2022년 국내에서 환자 93명을 대상으로 진행됐다. 재판부는 양형과 관련해 “이 사건은 코로나19 치료제 개발을 추진하면서 부작용에 관한 내용을 의도적으로 누락했거나 허위인 자료를 제출해 특허와 임상시험 승인을 받았다는 내용"이라며 “피고인은 나아가 김승원을 통한 임상시험 승인 알선 대가로 6억원을 지급하며 정상적인 거래처럼 가장했고, 그 과정에서 회사에 피해를 입히고 미공개 중요정보를 전달하기도 했다"고 지적했다고 '연합뉴스'가 보도했다. 또한 “피고인은 고도의 전문지식과 기술을 보유한 대학교수로, 의약품 개발이 인체에 직접 영향을 미쳐 생명 안전을 침해할 위험이 있는 만큼 높은 주의가 필요함에도 이를 저버리고 신속한 임상시험 승인만을 위해 허위 자료를 제출했다"며 “비난 가능성이 크다"고 질책했다. 아울러 “연구 윤리를 위반한 동기는 코로나19라는 국가적 재난 상황에서 제넨셀의 신약 개발 가능성을 부풀려 주가를 높여 큰 이익을 내려는 것이었다"면서 “주식을 산 이들이 많은 피해를 입기도 했다"고 질타했다. 가히 '제넨셀 게이트'라 부를 만한 이번 사건은 돌연변이가 발생한 항체치료제를 백혈병 환자들에게 투여한 국책 연구과제의 불법성을 다시 소환하고 있다. 다름 아닌 '범부처 전주기 신약개발업-급성백혈병에 대한 신규 항체치료제 DNP001의 임상 1상 개발' 국책연구의 부정·불법 의혹이다. 이 신약개발 사업은 지난 2014년 9월부터 2016년 7월까지 임상 1상이 진행됐다. 금호HT에 합병된 신약개발 벤처기업 다이노나가 사업 주체이며, 범부처 국책연구비 20억 2000만원을 포함해 약 40억 4000만원이 들어갔다. 당시 연구책임자는 현직 서울대 의대 병리학교실 정경천 주임교수(서울대병원 병리과 과장)이다. 정 교수는 2016년 4월 8일 단백질 돌연변이 발생 및 중대 부작용 가능성에 대한 사실을 스승인 당시 박성회 서울대 의대 병리학 교수의 추궁 끝에 실토했다. 박 교수는 즉각 임상중단을 지시했으며, 결국 그 해 7월 말 임상은 별다른 성과 없이 조기 종료됐다. 그런데 급성백혈병 환자들에게 투여된 약제에서 단백질 변형이 생겼다는 사실을 그 전에 알고도 1년 이상 임상을 계속하는 심각한 임상연구 윤리 위반이 발생했다는 사실이 '경향신문'의 끈질진 취재 끝에 드러났다. 정 교수는 “더욱이 부작용이 발생하기 시작하는 현재 상황을 고려할 때, DLT(투여제한독성)까지 발생하면 상황은 더욱 악화될 것 같아서 심히 우려된다"는 내용의 E-메일을 다이노나 대표에게 보내기도 했다. 이후 국책연구비 중 약 18억원이 반환된 것으로 알려졌으나 그 사유에 대해서 국가신약개발재단(당시 범부처신약개발사업단)이 제대로 조사를 했는지 의문이다. 까맣게 아무 것도 모르던 보건복지부, 식약처, 국가신약개발사업단 등 관계 기관들은 임상시험 주체의 불법·부정행위가 명백히 드러났는데도 무슨 '켕기는(?)' 일이 있었는지 거의 하나 같이 무대처나 소극적인 대처로 일관했다. “동 건의 임상시험 대상자 안전과 관련하여 임상시험 실시기관을 실사한 결과 시험약과 관련한 중대한 이상반응 또는 특이사항은 확인되지 않았습니다. 참고로, 동 건의 처분 가능성은 공소시효 만료 등으로 행정처분의 실효성이 없다는 법률자문 의견이 있었습니다." 위 내용은 2023년 8월 초 돌연변이 의약품을 알고도 환자에게 투여한 임상시험 부정·불법 의혹에 대해 약 100일 만에 나온 식약처 임상정책과의 입장이다. 솜방망이도 이런 솜방망이가 없다. 임상시험 치료제의 돌연변이를 모두에게 숨긴 채 생명이 스러져 가는 백혈병 환자들에게 투여한 행위는 천인공노할 범죄이다.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을 주장하는 법조계 의견도 있을 정도의 중대 사안이다. 지금이라도 문제 해결의 열쇠는 있다. 제넨셀 사건이든 다이노나 사건이든 식약처가 당시의 임상시험 허가 자료를 공개하면 될 일이다. 박효순 의료 전문기자 anytoc@ekn.kr

불규칙하게 떨리는 심장, 비정상 전기신호 차단해 평정한다

심방세동은 심장의 윗부분인 심방이 불규칙하게, 혹은 '바르르' 뛰면서 고르지 않은 맥박을 유발하는 대표적인 부정맥이다. 가슴의 두근거림과 호흡곤란·어지럼증 등을 유발하며, 치료하지 않으면 뇌졸중이나 심부전 위험을 높인다. 방치할 경우 뇌졸중 위험은 2.4배, 심부전 위험은 5배 이상 높아지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세브란스 심장혈관병원이 이달 들어 심방세동 시술 누적 1만례를 넘어섰다. 국내 단일 의료기관 최초이자 최다 기록의 금자탑이다. 다양한 절제술을 활용해 환자 상태에 맞는 치료법을 선택해 개인 맞춤화된 치료를 제공하고 있다. 시술 종류별로는 고주파 절제술 7546건, 펄스장 절제술 1271건, 냉각풍선절제술 1183건이다. 지난 1일 시행한 1만 번째 시술은 지속성 심방세동을 앓는 72세 여성 환자 대상 펄스장 절제술이었다. 연간 심방세동 시술 건수는 2023년 957건, 2024년 975건, 2025년 1345건으로 해마다 늘고 있다. 올해는 지난 달 21일까지 1070건을 시행했다. 심방세동 시술은 다리 혈관으로 가느다란 관을 넣어 심방세동을 유발하는 부위의 비정상적인 전기신호를 차단하는 치료를 말한다. 고주파 열로 전기 신호를 차단하는 고주파 절제술을 비롯해 냉각 풍선으로 차단하는 냉각풍선 절제술, 짧고 강한 전기 자극을 이용하는 펄스장 절제술 등이 있다. 세브란스 심장혈관병원은 1998년 심방세동 절제술을 처음 시행했다. 2012년 1000례를 달성한 뒤 2022년 2월 5000례를 기록했다. 이후 약 4년 7개월만에 1만례에 도달했다. 2024년 12월에는 국내 처음으로 펄스장 절제술을 시행하는 등 새로운 치료법 도입에도 적극 나서서 좋은 성적을 거두고있다. 올해 1월 국내 첫 500례, 7월 국내 첫 1000례를 달성했다. ◇ 파라펄스, 베리펄스, 펄스셀렉트 등 펄스장 절제술 선도 세브란스가 주도적으로 앞서나가는 펄스장 절제술은 시술 시간이 짧고 합병증이 적은 것이 큰 장점이다. 고전압의 짧은 전기 자극을 이용해 심방세동을 유발하는 심근세포를 선택적으로 제거하는 치료법이다. 전기 자극으로 세포막에 미세한 구멍을 만들어 비정상적인 전기신호를 차단한다. 열이나 냉각 에너지를 사용하는 기존 시술과 달리 주변 혈관과 신경, 식도 등 인접 조직의 손상을 줄일 수 있다. 시술 시간도 1시간 안팎으로 짧다. 치료에 사용하는 기기와 에너지 전달 방식에 따라 파라펄스, 베리펄스, 펄스셀렉트 등으로 나뉜다. 각 기기마다 카테터의 구조와 전기 자극 전달 방식에 차이가 있어 환자의 심장 구조와 심방세동 유형, 과거 시술 이력 등을 고려해 적합한 방법을 선택한다. 이러한 시술 경험은 국내외 의료진 교육으로 이어지고 있다. 세브란스 심장혈관병원은 2025년 국내 첫 펄스장 절제술 교육센터로 지정된 이후 국제 교육센터로도 지정돼 국내외 의료진을 대상으로 교육을 진행 중이다. 정보영 심장내과 교수(부정맥센터장)는 “심방세동 시술 1만례는 의료진이 오랜 기간 쌓아 온 치료 경험의 결과"라며 “앞으로도 환자별 특성에 맞는 새로운 치료법을 제공하겠다"고 말했다. 박희남 심장내과 교수는 “축적된 임상경험을 바탕으로 새로운 치료법과 기술을 발전시키고, 국내외 의료진에게 지식과 노하우를 공유해 심방세동 치료 발전에 기여하겠다"고 강조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자료를 보면, 부정맥 환자 수는 2018년 37만822명에서 2020년 40만2766명, 2022년 45만9727명, 2024년 50만1493명으로 계속 증가하고 있다. 환자 수는 70세 이상이 많지만 10~20대 젊은 층 증가세도 뚜렷하다. 2018년 대비 2022년 환자 증가율이 10대(10~19세)는 33.5%, 20대(20~29세)는 32.3%로 가장 높은 증가세를 보였다. ◇ 24시간 심전도, 혈액검사, 심장초음파 등 기본 검사 필요 국민건강보험공단 발표에 따르면, 돌연사 원인의 80~90%가 부정맥에 의해 발생할 정도로 그 위협은 실질적이다. 다만 모든 부정맥이 위험한 것은 아니다. 기외수축 같은 양성 부정맥은 별다른 치료 없이도 지낼 수 있지만, 심실세동이나 심방세동은 뇌졸중이나 심정지로 흔히 이어질 수 있다. 심장혈관(관상동맥)이나 경동맥(목에서 뇌로 연결되는 혈관) 등에 붙어 있던 피떡(혈전)이 떨어져 나갈 위험이 높다. 혈전은 돌아다니다가 심장이나 뇌의 혈관을 막아 협심증·심근경색이나 뇌경색 같은 심뇌혈관질환을 유발한다. 부정맥이 의심된다면 병원에서 심전도, 혈액검사, 심장초음파 세 가지 기본 검사부터 받는다. 심전도는 심장의 전기 신호를 피부 전극으로 기록하는 핵심 검사로, 불과 몇 분이면 결과를 확인할 수 있다. 혈액검사에서는 빈혈이나 갑상선 기능 이상처럼 부정맥을 유발할 수 있는 원인을 함께 살핀다. 그런데 부정맥은 증상이 갑자기 나타났다가 사라지는 특성이 있어 병원에 오면 멀쩡하게 보이는 경우가 많다. 이때 활용하는 것이 생활심전도, 이른바 '홀터검사'이다. 24시간에서 길게는 7일까지 소형 기기를 부착하고 일상생활을 하며 연속적인 심전도를 기록해 부정맥의 빈도와 종류를 파악한다. 증상이 아주 드물게 나타난다면 피부 아래에 삽입하는 소형 기록기로 수년간 모니터링을 할 수도 있다. 운동할 때만 증상이 생긴다면 운동부하검사, 진단이 어렵다면 전기생리학 검사까지 단계적으로 시행한다. 심방세동 등 부정맥이 나타나는 사람에게는 먼저 약물치료로 심장의 전기 신호를 조절하는 항부정맥제나 심방세동 환자의 뇌졸중을 예방하는 항응고제를 처방한다. 심한 경우 혈관을 통해 심장 안에 가느다란 관을 넣어 부정맥을 일으키는 이상 전기 경로를 차단하는 시술이 적용된다. 또 하나는 기기 삽입치료로, 서맥에는 인공심박조율기를, 유전성 부정맥을 포함해 돌연사 위험이 큰 경우에는 삽입형 제세동기(ICD)를 이식한다. 박효순 의료 전문기자 anytoc@ekn.kr

엠투클라우드, 백신 유통 이력·보관 기록 잇는다

의약품 공급망 관리 전문기업 엠투클라우드(대표 문진수)는 6일 “백신 유통 이력을 디지털로 기록·관리하는 '디지털 생물학적제제 출하증명서' 체계를 의료기관 내 백신관리 단계까지 확장한다"고 밝혔다. 질병관리청과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지난달 30일 '국가예방접종 백신 품질관리 및 안전접종 강화방안'을 발표했다. 국가예방접종 백신의 안전관리를 단계별 관리에서 전주기적 관점으로 전환하겠다는 방향을 제시했다. 엠투클라우드는 “정부가 제시한 전주기 관리 전환이라는 방향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기 위해 디지털 생물학적제제 출하증명서 체계의 적용 범위를 넓혀 나가기로 했다"면서 “방안이 제시한 과제 상당수는 이미 구현돼 현장에서 운영되고 있는 기술인 만큼, 제도 정비와 현장 기술 보급이 함께 가야 관리 공백을 줄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엠투클라우드에 따르면 백신이 의료기관에 도착하면 종이 서류 대신 디지털 증명서가 발급되고, 의료진은 이를 통해 해당 백신의 국가출하승인 정보와 유통 단계에서 기록된 온도 이력을 직접 확인한다. 이어 전자서명으로 수령 처리하면 확인 사실과 수령 시점이 함께 기록된다. 엠투클라우드 관계자는 “질병관리청의 국가 코로나19 백신 통합 물류 시스템 구축 사업자로 선정돼 디지털 생물학적제제 출하증명서를 공급망 시스템에 적용했으며, 전국 1만 7000여 곳으로 배송되는 코로나19 백신의 안전 관리 체계를 구축하고 데이터 무결성을 확보했다"고 말했다. 엠투클라우드는 의료기관 내 보관 단계를 관리하는 IoT 디바이스와 의약품 재고·온도 관리 서비스 'mChain'을 이미 1000여 개 의료기관에 공급해 운영하고 있다. 입고된 백신의 보관 상태를 실시간으로 관리하고, 설정 조건을 벗어나면 담당자에게 즉시 알림을 전달하며, 백신별 유효기간과 사용 가능 시간을 자동으로 안내하는 방식이다. 문진수 대표는 “아무리 성실하게 관리했더라도 점검이나 실사 시점에 제시할 기록이 없으면 이행은 인정되지 않는다"면서 “의약품의 품질은 데이터로 입증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문 대표는 “국가 백신 사업에서 검증된 기술을 의료 현장 전반으로 넓혀, 관리 공백이 생기지 않도록 지원하겠다"고 덧붙였다. 박효순 의료 전문기자 anytoc@ekn.kr

분당서울대병원, 일상생활서 뇌 자극하는 ‘투명 OLED 안경’ 개발

분당서울대병원은 6일 “정신건강의학과 김기웅 교수와 KAIST 전기및전자공학부 유승협 교수 공동 연구팀이 주변 환경을 그대로 볼 수 있으면서도 뇌를 자극하는 투명 OLED 스마트 안경을 개발했다"면서 “이어 진행한 임상실험을 통해 뇌 활동 변화를 확인해 국제학술지 '사이언스 어드밴시스(Science Advances)'에 발표했다"고 밝혔다. 연구팀이 개발한 투명 OLED 스마트 안경은 주변 환경을 그대로 보면서도 빛 자극을 줄 수 있다. 빛 투과율 75%, 화면 밝기 균일도(안경 전체에서 빛이 고르게 나오는 정도)가 90% 이상으로, 착용한 상태에서도 평소와 다름없이 주변을 볼 수 있다. 연구팀은 건강한 성인 20명을 대상으로 임상실험을 진행했다. 참가자들은 투명·불투명 OLED 안경과 주변광 유무를 조합한 네 가지 조건에서 빛 자극을 받았으며, 연구팀은 자극 전후 뇌 활동 변화를 비교했다. 분석 결과, 투명 OLED 안경을 착용하고 주변광이 있는 조건에서 감마파 활동 변화가 가장 뚜렷했다. 또한 빛 자극으로 발생한 신호가 시각을 담당하는 뇌 뒤쪽 영역(후두엽)에서 인지기능과 관련된 앞쪽 영역(전두엽)으로 전달되는 정도도 가장 활발한 것으로 나타났다. 일상생활에서 뇌 자극 기기로 발전하는 데 필요한 편의성도 확인됐다. 참가자들은 투명 OLED 안경을 주변광이 있는 상태에서 착용했을 때 눈부심과 눈의 피로를 가장 적게 느꼈다고 평가했다. 연구팀은 향후 경도인지장애와 초기 알츠하이머병 환자로 연구를 확대해 인지기능 변화와 안전성, 실제 활용 가능성 등을 검증할 계획이다. 알츠하이머병은 진행되면서 뇌의 여러 영역 간 정보 전달 기능이 약해지고, 인지기능과 관련된 감마파 활동도 함께 변화하는 퇴행성 뇌질환이다. 감마파는 뇌가 정보를 처리하고 여러 영역을 연결할 때 나타나는 고주파 뇌파로, 기억력·주의력 등 인지기능과 관련이 있다. 김기웅 교수는 “알츠하이머병은 뇌 기능을 꾸준히 자극할 수 있는 새로운 접근이 필요하다"면서 “이번 연구는 감마파 자극을 일상생활과 병행할 수 있는 형태로 구현하고, 실제 뇌에서 일어나는 변화를 확인했다는 점에서 고무적"이라고 말했다. 유승협 교수는 “디스플레이 기술이 단순한 정보 전달을 넘어 뇌 자극과 같은 의료 분야로 확장할 수 있도록 연구를 이어가겠다"고 밝혔다. 박효순 의료 전문기자 anytoc@ekn.kr

이대서울병원, 초소형 인공심장펌프 ‘임펠라’ 시술 성공

이대서울병원(병원장 주웅)은 6일 “급성심근경색에 심인성 쇼크가 동반된 고위험 환자에게 신속한 관상동맥 재관류를 시행할 수 있는 치료 체계와 대응 역량을 강화하기 위해 초소형 경피적 좌심실 보조장치인 임펠라(Impella CP)를 도입하고 최근 시술에 성공했다"고 밝혔다. 순환기내과 신상훈·전보경 교수팀은 최근 60대 남성에게 임펠라를 활용한 응급 시술을 성공적으로 시행했다. 환자는 말기신부전으로 혈액투석을 받고 있었으며, 빈혈·고혈압·이상지질혈증 동반에 급성심근경색으로 인한 심인성 쇼크 상태였다. 신상훈 교수는 “좌주간부를 포함한 심장의 주요 3개 혈관이 모두 안 좋은 급성심근경색 환자라 재관류를 시도할 경우 풍선 확장과 스텐트 거치 과정에서 일시적으로 관상동맥 혈류가 차단되는 순간 혈역학적 붕괴 및 심정지로 이어질 위험이 매우 높았다"고 설명했다. 시술팀은 시술 도중 상태가 악화된 후에 대응하기보다 관상동맥중재술을 시작하기 전에 선제적으로 임펠라를 삽입해 순환을 안정화한 상태에서 재관류를 시행하는 전략을 선택했다. 시술 이후 환자는 안정적인 경과를 보이며 기존과 동일하게 혈액투석을 유지하면서 회복해 퇴원했다. 임펠라는 급성심근경색에 동반된 심인성 쇼크 환자의 좌심실 펌프 기능을 직접 대신하는 기계적 순환보조장치로, 국내에서는 해당 적응증에 대해 식약처의 허가를 받은 희소의료기기다. 박효순 의료 전문기자 anytoc@ekn.kr

고려대 안암병원, 권역응급의료센터 ‘소아응급실’ 개소

고려대학교 안암병원(병원장 한승범)이 '고려대학교 안암병원 권역응급의료센터 소아응급실'을 열었다. 기존 소아응급진료실의 인프라를 기반으로 전담 의료인력과 병상, 진료체계를 체계적으로 보강해 소아응급진료의 전문성과 안정성을 높인 것이 핵심이다. 소아응급환자 전담전문의 3명을 충원하고 소아환자를 위한 4개의 전용 병상을 운영하는 등 소아응급진료 전문성 고도화의 기반을 마련했다. 소아응급환자 전담전문의를 중심으로 초기 응급진료를 강화하고, 필요한 경우 소아청소년과 전문진료로 신속하게 이어질 수 있는 진료체계를 마련했다. 중증도에 따라 필요한 검사와 치료, 입원 및 전문과 진료로 이어지는 과정이 유기적으로 운영될 전망이다. 한승범 원장은 “소아응급환자들이 더욱 신속하고 안전하게 최선의 진료를 받고, 이후 소아청소년과와의 유기적인 연계를 통해 좋은 치료 결과로 이어지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박효순 의료 전문기자 anytoc@ekn.kr

서울성모병원, 2026년 ‘만성콩팥병 공개강좌’ 6일 개최

가톨릭대학교 서울성모병원은 6일 오후 2시, 본관 지하 1층 대강당에서 '만성콩팥병 공개강좌'를 개최한다. 이번 강좌는 질환의 조기 발견부터 초기 치료의 핵심인 실생활 맞춤형 식이 관리법까지 구체적으로 알려준다. 사전 신청 없이 누구나 무료로 참석할 수 있다 신장내과 분과장 박훈석 교수는 “건강검진에서 발견되는 소변 검사 이상 소견은 콩팥이 보내는 가장 정직한 조기 신호"라며 “이를 제때 정확히 해석하고 적절한 생활 관리를 시작하는 것이 콩팥 건강 유지의 핵심"이라고 전했다. 박효순 의료 전문기자 anytoc@ekn.kr

개원 55주년 경희의료원 “깊은 치유 너른 돌봄” 새로운 기치

경희의료원(의료원장 오주형)이 '깊은 치유 너른 돌봄'을 슬로건으로 의학·치의학·한의학의 역량을 하나로 결집하고, 새로운 단일 의료원 체제를 공고히 한다. 경희의료원은 지난 2일 열린 개원 55주년 기념식에서 산하 의료기관별 전문성은 유지하되, 진료·연구·교육·행정 분야의 연계를 강화하고, 대학의 학술·연구 역량을 더해 미래 의료에 대응한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영문 명칭도 'Kyung Hee University Medical Center'에서 'Kyung Hee Medicine'으로 새롭게 정립했다. 기념식은 개원 55주년 기념영상 '인류의 미래, 경희의 도전 : 경희의료원 55년의 여정' 상영, 경희의료원 미래전략 발표(오주형 경희의료원장), 기념사(조인원 경희학원 이사장), 원기수여식, 교직원 인터뷰 영상 '구성원이 전하는 긍지와 희망의 미래' 등으로 진행됐다. 경희의료원은 '질병 없는 인류사회' 구현이라는 경희학원의 설립정신을 바탕으로 1971년 10월 5일 개원했다. 올해 3월에는 경희대학교병원, 강동경희대학교병원, 경희대학교치과병원, 경희대학교한방병원이 경희의료원 체계 아래 '기관 간 협력 강화와 책임경영 실현을 위한 단일 거버넌스 체제'를 마련했다. 의료원은 이를 '하나의 경희'로 나아가는 전환으로 규정했다. 오주형 의료원장은 이날 미래전략 발표에서 연구(Research)·진료(Care)·미래기반(Infrastructure) 중심의 구체적인 발전전략을 제시했다. 연구는 새로운 질병과 난치질환의 해법을 찾는 선도 연구를 강화한다. 의·치·한 및 의생명공학 역량을 결집한 융합·중개연구를 확대할 계획이다. 진료에서는 가장 어려운 환자를 끝까지 책임지는 의료를 구현한다. 암·심뇌질환·희귀난치질환·응급질환·중증질환의 역량을 고도화하고, 첨단 암 치료기술을 도입하고 의·치·한 융합의료와 인공지능(AI) 기반 스마트병원을 혁신해나간다. 미래기반 분야는 연구와 진료를 뒷받침하는 운영체계와 공간을 강화하는 데 중점을 둔다. AI·데이터 기반 의료행정과 구성원 지원체계를 고도화하고 연구·진료·산업을 연결하는 개방형 협력 기반을 마련해나갈 방침이다. 경희의료원은 이러한 발전전략을 구체화하기 위한 핵심 거점으로 경희의료원 복합단지(Kyung Hee Medicine Complex) 조성 계획을 제시했다. 이는 연구와 진료 거점이자 대학과 산업, 글로벌 연구기관을 연결하는 융합 공간을 말한다. 현재 분산된 연구공간을 하나로 집적해 질적 성장을 도모하고 물리적 공간 또한 최대 3배 수준으로 확장해 양적 성장도 달성하게 된다. AI 임상연구센터, 개방형 실험실, 임상데이터저장소, 융합연구라운지 등을 구축하고 연구와 연계된 복합 진료공간도 확대한다. 오주형 의료원장은 “개원 55주년을 맞은 올해는 단일 거버넌스 체제 아래 책임경영을 다지고 지속 가능한 미래를 준비하는 중요한 전환점"이라며 “가장 어려운 환자를 끝까지 책임지고, 환자에게는 신뢰를, 구성원에게는 자긍심을 주는 조직을 만들겠다"고 말했다. 박효순 의료 전문기자 anytoc@ekn.kr

올해 노벨생리의학상, ‘뇌 비밀’ 밝히는 광유전학 개척한 3인이 받았다

빛으로 생체 조직의 세포들을 조절하는 광유전학(光遺傳學 optogenetics) 분야를 개척한 독일과 미국 과학자들이 올해 노벨 생리의학상을 수상했다. 스웨덴 카롤린스카 연구소 노벨위원회는 5일(현지시간) “칼 다이서로스 미국 스탠퍼드대 교수, 페터 헤게만 독일 베를린 훔볼트대 교수, 게오르크 나겔 독일 뷔르츠부르크대 교수 등 3인을 2026년 노벨 생리의학상 공동수상자로 선정했다"고 발표했다. 1971년생인 다이서로스 교수는 미국 출신, 1954년생인 헤게만 교수와 1953년생인 나겔 교수는 독일 출신이다. 이 중에서 다이서로스 교수는 2025년 3월, 의과학 분야 국내 최고의 권위상인 아산의학상(기초부분)을 수상해 당시 25만 달러(3억원)의 상금을 받기도 했다. 위원회는 '광개폐성 이온 채널(light-gated ion channels)과 광유전학(optogenetics)에 관한 발견'의 공로를 인정해 이들을 수상자로 선정했다고 밝혔다. 위원회와 국내 의학계, '연합뉴스' 등에 따르면 광유전학 기법 덕택에 살아 있는 뇌 속에서 신경세포가 기억·감정·행동을 어떻게 형성하는지 밝혀낼 수 있게 됐다. 헤게만과 나겔은 단세포 조류(藻類 algae)에서 채널로돕신(channelrhodopsin)이라는 놀라운 단백질을 발견했으며, 다이서로스는 이 단백질을 빛으로 신경세포를 제어하는 스위치로 변환시켰다. 위원회는 올해 수상자들이 신경과학의 새로운 시대를 여는 토대를 마련했다며 이 방법은 전 세계 실험실에서 뇌의 비밀을 밝히는 데 사용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위원회는 뇌가 어떻게 감정, 행동, 신체 기능을 조절하는지는 오랫동안 수수께끼였고 20세기에 들어와서 뇌의 어느 부위가 어떤 기능에 영향을 미치는지 연구가 이뤄지기 시작했으나 인과관계 입증이 불가능했다며 “이제 이 모든 것들이 바뀌고 있다"고 설명했다. 광유전학 덕택에 '뇌 지도'를 작성할 수 있게 됐다는 것이다. 올해 노벨생리의학상 총 상금은 1200만 스웨덴 크로나(16억 1000만원)이며, 상금 지분은 공동수상자들에게 3분의 1씩 균등 분배되는 것으로 발표됐다. 공동수상자 1인당 400만 크로나(5억3600만원)다. 올해 노벨상은 이날 생리의학상을 시작으로 6일 물리학상, 7일 화학상, 8일 문학상, 9일 평화상을 거쳐 12일 경제학상까지 모두 6개 부문에서 수상자가 발표된다. 광유전학은 빛에 반응하는 미생물 단백질을 특정 신경세포에 발현시킨 뒤 빛을 비춰 그 세포의 활동을 활성화하거나 억제하는 방법이다. 이 기술의 중요성은 신경활동과 행동의 상관관계를 관찰하는 데서 나아가 특정 회로의 기능을 직접 시험할 수 있게 했다는 점이다. 미생물이 빛에 반응하는 원리를 밝힌 기초연구가 출발점이었고, 연구진은 이를 신경세포에 적용해 살아 있는 동물의 특정 회로를 정밀하게 조절하는 도구로 발전시켰다. 어떤 신경세포를 작동시켰을 때 특정 행동이 나타나는지, 그 활동을 억제하면 행동이 달라지는지를 확인하면서 신경회로와 기능의 인과관계를 검증할 수 있게 됐다. 이는 기억과 감정, 보상, 운동 등 복잡한 뇌 기능을 연구하는 방식에 큰 변화를 가져왔다. 현재 광유전학은 뇌 기능과 질환의 신경회로 기전을 밝히는 핵심 연구도구로 활용되고 있으며, 한편 망막색소변성 환자의 남아 있는 망막 신경세포에 빛 감지 능력을 부여하는 치료 연구가 진행돼, 일부 시각 기능의 회복이 보고된 바 있다. 앞으로는 질환과 관련된 신경회로를 더욱 정밀하게 이해하고, 이를 바탕으로 임상에 적용할 수 있는 치료법을 개발하는 연구가 이어질 것으로 기대된다. 칼 다이서로스 교수와 페터 헤게만 교수, 게오르크 나겔 교수가 올해 노벨 생리의학상을 수상했다. 세 연구자는 빛을 이용해 특정 신경세포의 활동을 선택적으로 조절하는 광유전학의 토대를 마련하고 이를 신경과학의 핵심 연구기술로 발전시키는 데 기여했다. 칼 다이서로스 교수는 2025년 3월 18일 아산사회복지재단이 선정하는 제18회 아산의학상 기초의학부문을 수상, 미화 25만 달러를 받았다. 광유전학이란 유전공학과 광학 기술을 결합해 살아있는 동물 모델에서 특정 뇌세포 혹은 뇌 회로의 기능을 빛을 이용해 제어할 수 있는 혁신 기술이다. 즉 빛에 반응하는 이온채널과 같은 광감응성 단백질을 유전공학적 방법으로 특정 뇌세포에 발현시키면, 특정 파장의 빛을 조사해 해당 신경세포군 혹은 뇌 회로의 활성을 실시간으로 제어할 수 있다. 광유전학 기술은 기존 전기 자극에 비해 특정 종류의 신경세포를 선택적으로 조절할 수 있고, 시간적으로도 매우 정밀하게 제어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그 결과 특정 신경 회로의 활성 패턴과 동물의 행동 간 인과 관계를 실시간으로 파악하는 실험이 가능해졌다. 의학자들은 이 혁신 기술을 이용해 실험동물에서 특정 뇌 회로의 기능을 세포·분자 수준에서 이해할 뿐 아니라, 개발 중인 신약이 뇌에 미치는 효과에 대한 가설을 시험할 수 있게 되었다. 광유전학 기술은 급속도로 발전하며 신경과학 분야에 광범위하게 쓰이고 있다. 특히 파킨슨병, 간질, 수면장애 등 다양한 신경계 질환의 발생 기전을 연구하고 새로운 치료 표적과 신약 후보를 검증하는 데 활용되고 있다. 향후 이 기술은 특정 뇌세포와 신경 회로가 뇌 기능과 뇌 질환에 어떻게 영향을 미치는지를 밝히는 연구에 더욱 활발하게 응용될 것으로 기대된다. 2026년 노벨 생리의학상이 빛으로 신경세포를 켜고 끄는 기술에 돌아갔다. 실험실의 연구 도구로 출발한 광유전학은 파장과 전달 방식이 달라지면서 말기 실명 환자를 대상으로 한 임상시험 단계에 들어왔고, 신경세포를 넘어 신경교세포까지 조절 대상을 넓히는 연구도 이어지고 있다. 광유전학은 빛을 이용해 특정 세포의 기능을 선택적으로 조절할 수 있게 함으로써 생명현상을 이해하는 새로운 연구의 장을 열었다는 평가를 받는다. 특히 신경과학 분야에서 시작된 광유전학은 이제 다양한 장기와 질환의 치료 가능성을 탐색하는 단계로 발전하고 있다. 기술의 출발은 조류의 단백질이었다. 헤게만과 나겔은 빛이 닿으면 이온이 통과하는 채널로돕신을 찾았다. 이 단백질을 어떤 세포에 넣어도 그 세포가 빛에 반응한다는 점이 핵심이었다. 다이서로스는 이 유전자를 쥐의 신경세포에 넣어 청색광으로 신경 신호를 유발했고, 이어 살아 있는 생쥐 뇌에서도 특정 회로만 조작하는 데 성공했다. 전기 자극은 주변 세포까지 함께 건드리지만, 광유전학은 유전자를 넣은 세포만 빛으로 조절한다. 기억, 공포, 운동, 보상처럼 서로 얽힌 회로 가운데 어느 세포가 원인인지 가려내는 실험이 가능해진 배경이다. 이 기술이 곧 환자 치료로 이어지지는 않았다. 초기 채널로돕신은 파란빛에 반응했는데, 파란빛은 조직 깊숙이 도달하기 어렵고 강한 빛은 세포를 손상시킬 수 있었다. 실험동물에서는 광섬유를 삽입해 이 한계를 넘겼지만 사람 뇌에는 같은 방식을 쓰기 어려웠다. 미생물 유래 단백질을 바이러스 벡터로 전달해야 하는 만큼 면역반응과 발현 위치, 장기 안전성도 과제로 남았다. 최근의 변화는 단백질과 빛의 파장을 임상 조건에 맞게 다시 설계한 데서 나왔다. 연구자들은 흡수 파장을 590나노미터 안팎의 호박색·적색으로 옮긴 채널로돕신을 만들었고, 일부는 일상적인 실내광에도 반응하도록 감도를 높였다. 첫 적용 장기도 빛이 도달하기 쉬운 눈으로 좁혀졌다. 광수용체가 사라진 망막에서 남아 있는 신경세포에 빛 감지 단백질을 넣어, 원인 유전자와 무관하게 시각 신호를 다시 만들려는 전략이다. 나노스코프 테라퓨틱스는 2026년 9월 9일, 미국 식품의약국(FDA)이 광유전 유전자치료제 모젠리(손피레티진 이스테파보벡, MCO-010)의 생물학적제제 허가신청을 접수했다고 밝혔다. 심사 목표일은 2027년 상반기다. 현재 허가된 럭스터나(보레티진 네파보벡)가 양쪽 RPE65 변이가 확인된 환자에게 정상 유전자를 보충하는 치료라면, 모젠리는 광수용체가 소실된 뒤 남은 양극성세포에 빛 감지 단백질을 넣는다. 허가될 경우 원인 유전자와 무관하게 중증 시력 손실 망막색소변성 환자에게 쓸 수 있는 첫 치료 선택지가 될 수 있다. 아직 허가가 난 것은 아니다. 유전성 망막질환만 해도 원인 유전자가 수십 개라, 유전자마다 치료제를 만들면 대다수 환자는 개발 대상 밖에 남는다. 광유전 치료는 이미 죽은 광수용체를 우회해 남은 세포에 빛 센서를 심는 방식이어서, 변이 종류와 관계없이 말기 실명에 적용할 여지가 있다. 뇌, 심장, 청각으로의 직접 적용은 아직 치료 임상 이전이다. 학계는 당분간 상당수 뇌 질환에서 광유전학이 환자 몸에 직접 들어가기보다, 어느 회로가 증상 원인인지 확정한 뒤 약물이나 신경조절 치료를 설계하는 도구로 쓰일 가능성이 크다고 본다. 기술이 성숙해 신경교세포까지 조절 범위에 들어가면 다발성경화증이나 신경 손상처럼 수초와 신경-교세포 상호작용이 핵심인 질환으로 표적이 넓어질 수 있다. 광유전학이 임상에 적용되면 세포 종류를 지정해 회로만 조절하고, 빛으로 자극의 시점과 범위를 제어하는 치료가 가능해진다. 광유전학으로 확인한 회로 지식은 기존 약물과 뇌심부자극, 재활의 표적을 더 정밀하게 만드는 경로가 될 수 있다. 빛으로 신경세포를 켜고 끄는 도구가 뇌 작동 원리를 밝히는 표준 방법이 됐다. 그 원리가 말기 실명처럼 기존 선택이 없던 환자에게 기능 회복의 단서를 주기 시작했다는 점이 고무적이다. 환자 몸으로의 확장은 눈에서 안전성과 지속성이 확인된 뒤에야 다른 장기로 넓어질 과제이나, 이번 수상으로 속도가 붙을 것으로 기대한다. 조절 대상을 신경세포 너머 신경교세포로 넓히면, 보조 역할로만 여겨온 세포가 실제로 무엇을 결정하는지도 같은 방식으로 물을 수 있다. 채널로돕신이 어떤 세포에 넣어도 작동한다는 성질은, 광유전학의 표적이 신경세포에 머물 이유가 없다는 뜻이기도 하다. 형수진 교수가 2023년 10월 국제학술지 '프론티어스 인 셀룰러 뉴로사이언스'에 제1저자 겸 교신저자로 발표한 종설은 이 원리를 신경교세포로 밀어붙인 연구들을 정리했다. 성상교세포, 미세아교세포, 희소돌기아교세포, 슈반세포에 채널로돕신-2를 넣고 빛으로 켜본 결과들이다. 성상교세포는 빛 자극 뒤 세포 안 칼슘이 늘고 글루탐산 같은 신호 물질을 내보내 시냅스 전달과 가소성을 바꿨고, 희소돌기아교세포의 탈분극은 백색질의 축삭 전도와 해마의 장기강화를 끌어올렸다. 말초의 슈반세포는 빛 자극만으로 증식과 분화, 수초 형성이 진행됐다. 연구진은 앞선 2020년 연구에서 신경세포 대신 슈반세포를 직접 자극했을 때 말초의 수초화가 오히려 더 빠르고 성숙하게 진행된다는 결과를 보고하기도 했다. 한 세기 가까이 신경세포의 보조 세포로 취급돼온 교세포가 실은 신경 기능을 능동적으로 바꾸는 주체임을, 빛으로 켜고 꺼보는 방식으로 확인한 셈이다. 박효순 의료 전문기자 anytoc@ek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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