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시아 증시와 통화 간 상관관계가 무너지면서 이 지역에 대한 투자 전략을 재검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글로벌 투자자들 사이에서 확산하고 있다. 15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MSCI 아시아태평양 지수와 블룸버그 아시아 달러지수의 30일 상관계수는 2024년 9월 이후 처음으로 마이너스(-)로 돌아섰다. 아시아 주요 국가들의 증시가 연일 기록적인 랠리를 이어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통화 가치는 오히려 하락하는 현상이 뚜렷해지고 있는 것이다. 이 같은 디커플링은 특히 한국에서 두드러진다. 코스피 지수는 작년 한 해 동안 76% 급등해 글로벌 주요 증시를 압도했고, 올해도 15% 가까이 상승했다. 16일엔 사상 처음으로 4800선마저 돌파했다. 그러나 달러 대비 한국 원화 환율은 달러당 1470원대로 17년에 최고 수준으로 치솟았다. 일본과 대만 등 다른 아시아 시장에서도 주가 강세와 통화 약세가 동시에 나타나는 모습이다. 전문가들은 아시아 증시와 환율을 움직이는 동력이 서로 다르다고 진단한다. 인공지능(AI) 열풍이 주식 시장을 끌어올리는 반면,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의 관세 위협과 중앙은행들의 통화정책 기조가 환율을 압박을 받고 있다는 설명이다. 롬바드 오디에의 이호민 선임 거시경제 전략가는 “시장이 서로 다른 장단에 맞춰 춤을 추고 있는 것이 가장 간단하고 합리적인 설명"이라며 “주식 시장은 테마별, 업종별 동향에 반응하는 반면 환율은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금리인하 기대감 약화 등 거시경제적 요인과 자금 흐름에 따라 움직이고 있다"고 말했다. 이 같은 흐름이 얼마나 지속될지는 아직 단정하기 어렵지만 단기적으로는 주가 상승이 더 이상 통화 강세를 의미하지 않는다는 신호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이에 따라 투자자들은 변동성 확대에 대비하는 헤지(위험 분산) 비중을 늘릴 준비를 하고 있다고 블룸버그는 전했다. 아시아 주식에서 수익을 내더라도 통화 가치 하락으로 인한 손실을 방어해야 할 필요성이 커지고 있다는 의미다. 피델리티 인터내셔널에서 16억달러를 운용하는 이안 샘슨 포트폴리오 매니저는 “특히 한국의 상황은 매우 놀랍다"며 “경상수지 흑자 규모가 막대하고 증시 또한 강세를 보이고 있음에도 통화가 전혀 반응하지 않는 것은 이례적이며, 결코 건강한 신호로 보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이에 일부 글로벌 자산운용사들은 아시아 익스포저에 대한 헤지가 필수라고 입을 모은다. 벤티지 포인트 자산운용의 닉 페레스 최고투자책임자(CIO)는 “단기적으로 증시의 추가 상승 여력은 남아있으나, 조만간 헤지를 고려할 만한 환경이 조성되고 있다"며 “헤지 비용 또한 저렴하다"고 밝혔다. 블룸버그가 자체 집계한 결과, 아시아 8개 주요 통화의 평균 헤지 비용은 약 0.31%로 1년 만에 최저 수준에 근접했다. 베렌버그의 울리히 우르반 다사잔 전략 총괄은 “헤지를 하지 않은 투자자들에게는 상황이 복잡해졌다"며 “주식이 수익을 내더라도 현지 통화가 달러 대비 소폭 약세만 보여도 수익률이 상쇄되거나 포트폴리오 변동성이 확대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반면 통화 약세를 크게 우려하지 않는 시각도 있다. 아닌다 미트라 BNY 인베스트먼트의 아시아 거시경제 및 전략 총괄은 “환율이 중요하긴 하지만 수출 중심 경제의 강한 반등세를 고려했을 때 완만한 통화가치 하락이 증시 전망을 훼손할 정도는 아니라고 본다"고 주장했다. 블룸버그는 “AI 인프라 트레이드가 아시아 증시 전망에서 가장 큰 변수"라며 “증시가 2026년 초반부터 강한 흐름을 보이고 있으며 투자자들은 이러한 모멘텀이 지속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전했다. 박성준 기자 mediapark@ek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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