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브리싱 랠리’에 소외된 국제유가…“50달러 붕괴” 경고도

대표적 안전자산인 금 가격은 물론, 증시·비트코인 등 위험자산마저 동시에 오르는 이른바 '에브리싱 랠리'가 지속되는 가운데 주요 원자재인 원유 가격은 바닥 없는 추락을 이어가고 있다. 글로벌 원유시장에 과잉공급이 지속될 경우 국제유가가 5년래 최저 수준으로 폭락할 수 있다는 경고도 나온다. 15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글로벌 투자은행 뱅크오브아메리카는 석유수출국기구(OPEC)와 주요 산유국의 확대 협의체인 OPEC+에 참여하는 사우디아라비아, 이라크, 아랍에미리트(UAE) 등의 공급 증가로 인해 “지속적인 과잉공급이 발생해 원유 재고가 2020년 최고 수준으로 불어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 은행은 이어 OPEC+가 증산 기조를 이어가는 동시에 미중 갈등이 갈수록 격화하면 브렌트유가 배럴당 50달러 밑으로 떨어질 가능성이 있다고 주장했다. 브렌트유가 50달러선을 하회한 적은 코로나19 팬데믹이 본격화했던 2020년 12월이 마지막이다. 이날 런던 ICE선물거래소에서 12월 인도분 브렌트유 선물 가격은 전장 대비 0.77% 하락한 배럴당 61.91달러에 거래를 마감했다. 이는 지난 5월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이다. 뉴욕상업거래소에서 12월 인도분 서부텍사스산원유(WTI) 역시 0.73% 내린 57.84달러를 기록했다. 뱅크오브아메리카는 다만 올 4분기와 내년 상반기 브렌트유 가격 전망치를 각각 배럴당 61달러, 64달러로 유지했다. 이에 유가가 55달러선 수준에서 바닥이 형성될 수 있다로 로이터는 전했다. 뱅크오브아메리카는 또 “2026년을 살펴보면 미국의 원유 생산 성장이 정체될 것으로 보인다"며 “몇 달 동안 미국이 무역협정을 추진하면 수요가 개선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전날 국제에너지기구(IEA)는 월간 보고서에서 내년 글로벌 원유시장은 공급이 수요를 하루 400만배럴 정도 웃돌 것으로 내다봤다. 공급 과잉 폭을 지난달 전망치 하루 330만배럴에서 크게 상향한 것이다. 이와 동시에 올해와 내년 글로벌 원유 수요 증가량이 9월 전망치 하루 74만배럴에서 70만배럴로 하향 조정됐다. 또 지난 8월 글로벌 원유 재고가 1770만배럴 증가한 79억900만배럴로 집계, 4년래 최고치를 기록했다고 IEA는 덧붙였다. 박성준 기자 mediapark@ekn.kr

“일본 엔화 환율, 올바른 통화정책 따르면 안정화”…美 재무, 또 개입?

스콧 베선트 미국 재무장관이 일본 중앙은행인 일본은행(BOJ)의 통화정책에 대한 견해를 또다시 내놓으면서 관심이 쏠리고 있다. 지난 8월 이례적인 평가에 이어 두 번째 발언으로, 일본은행의 기준금리 인상을 촉구한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16일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베선트 장관은 “일본은행이 올바른 통화정책을 따른다면 엔화 환율은 적절한 수준에 안정될 것"이라고 말했다고 일본 언론들이 보도했다. 그는 다만 현재 엔화 환율 수준이나 이달 30일 예정된 일본은행의 정책금리 결정 전망 등에 대해서는 언급을 피했다. 베선트 장관이 일본은행의 금융정책에 대해 자신의 입장을 밝힌 것은 지난 8월 이후 두 번째다. 그는 지난 8월 13일 블룸버그TV 인터뷰에서 “그들(일본은행)의 통화정책이 뒤처져 있다"며 “그들은 금리를 인상해 인플레이션 문제를 통제해야 한다"고 주장한 바 있다. 이 발언은 트럼프 행정부가 일본 엔화를 시작으로 한국 원화를 포함한 주요국 통화 절상을 압박하기 시작하는 것 아니냐는 관측을 불러왔다. 실제로 트럼프 대통령은 일본이 엔화 약세를 유도해 부당한 무역상 이익을 얻고 있다며 비판한 바 있으며, 주요 교역국들의 환율 조작을 '비관세 무역장벽'으로 규정하기도 했다. 이날 베선트 장관의 발언은 최근 엔/달러 환율이 상승세(엔화 약세)를 이어가는 가운데 나왔다. 엔화 환율은 지난 10일 달러당 153.27엔까지 급등, 8개월만 최고치를 기록했다. 인베스팅닷컴에 따르면 한국시간 오후 1시 6분 현재 엔/달러 환율은 150.87엔 수준으로, 약세 흐름이 다소 진정됐지만 여전히 심리적 저항선인 150엔을 웃돌고 있다. 이 같은 흐름은 '아베노믹스'를 지지하며 금리 인상에 반대 입장을 보인 다카이치 사나에 자민당 총재의 집권이 예상되고 있는 데 따른 것이다. 블룸버그는 공명당이 연정 이탈을 선언했음에도 다카이치 총재가 임시국회에서 총리 지명에 필요한 표를 확보할 가능성이 높다고 전했다. 그는 지난 4일 자민당 총재 당선 직후 일본은행의 금리정책과 관련해 “재정정책이든 금융정책이든 책임을 지는 것은 정부"라며 “2년 연속 물가가 올랐으면 이미 인플레이션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시장에서도 일본은행이 이달 열리는 금융정책결정회의에서 기준금리를 동결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스왑 시장에서 이달 금리인상 가능성이 지난달 말 70%에서 현재 15%로 급감했다. 앞서 일본은행은 지난해 3월 17년 만에 마이너스 금리 정책을 종료한 것을 시작으로 작년 7월 기준금리를 종전 0∼0.1%에서 0.25%로, 올해 1월에는 0.5%로 각각 올리고서 약 8개월간 0.5%를 유지해왔다. 일각에선 엔화 환율이 더욱 치솟아야 일본은행이 금리인상을 단행할 수 있다는 관측도 제기됐다. 몸마 가즈오 전임 일본은행 집행이사는 “엔/달러 환율이 155엔을 넘어서면 일본은행이 이달 금리를 올릴 가능성이 있다"며 “새 정부도 인플레이션 압박을 완화하기 위해 이를 용인할 수 있다"고 말했다. 박성준 기자 mediapark@ekn.kr

“무역전쟁 이미 시작” “디커플링 가능성”…美, 중국과 전면전 나서나

중국의 희토류 수출 통제로 미중 무역갈등이 격화하는 가운데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는 중국과 디커플링(탈동조화) 가능성을 거론하면서 양국 간 분쟁이 전면전으로 확산할 조짐을 보이고 있다. 15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 블룸버그통신 등 주요 외신에 따르면 스콧 베선트 미국 재무장관과 제이미슨 그리어 미국무역대표부(USTR) 대표는 이날 워싱턴DC 재무부 청사에서 공동 기자회견을 열고 중국의 희토류 수출 통제에 대한 입장을 밝혔다. 베선트 장관은 “중국이 전 세계에서 신뢰할 수 없는 파트너로 남길 원한다면 세계는 중국과 디커플링할 수 밖에 없다"며 “세계는 디커플링을 지향하지 않으며 우리는 디리스킹을 원한다. 하지만 이런 신호는 디커플링의 신호며 우리는 중국이 그걸 원치 않는다고 본다"고 말했다. 이어 “이것은 우리 동맹들에게 우리가 협력해야 한다는 분명한 신호가 돼야 한다"면서 이번주 세계은행(WB)·국제통화기금(IMF) 연례총회 기간에 동맹들과 이 문제를 논의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베센트 장관은 또 중국 측 무역협상 대표인 리청강 중국 상무부 국제무역담판대표 겸 부부장에 대해서도 비판을 이어갔다. 그는 “리청강이 지난 8월 예고 없이 워싱턴DC를 방문해 미국이 중국에 입항 수수료를 부과하면 세계적 혼란이 올 것이라고 위협했다"며 “매우 무례한 태도를 보였고, 아마도 그는 불량배가 된 것 같다"고 지적했다. 그리어 대표도 “중국이 그동안 미국, 유럽, 캐나다, 호주 등을 상대로 수많은 보복 조치를 단행했지만 이번 움직임은 비례적 보복이 아니다"라며 “세계 모든 나라에 대한 경제적 강압"이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중국의 희토류 수출 통제 조치로 인한 영향이 “범위와 규모가 상상할 수 조차 없다"며 실행이 불가능하다고 지적했다. 이런 가운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합동 기자회견이 끝난 후 '세계 양대 경제대국이 합의에 도달하지 못할 경우 무역전쟁이 지속될 것으로 보느냐'는 취재진 질문에 “이미 시작됐다"며 “우리에겐 100% 관세가 있다. 이것마저 없다면 우리는 아무것도 아닌 존재로 드러날 것"이라고 답했다. 앞서 중국 상무부는 '역외 희토류 물자 수출 통제 결정'에서 기존의 희토류 수출 통제를 강화하는 조처를 하겠다고 지난 9일 발표했다. 이에 따르면 중국산 희토류를 전체 상품 가치의 0.1% 이상 포함했거나 중국의 희토류 채굴과 제련·분리 등 관련 기술을 사용한 제품을 수출하려 한다면 외국 기업이어도 중국 정부로부터 수출허가를 받아야 한다. 이 조치는 12월 1일부터 시행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10일 대(對)중국 100% 관세와 핵심 소프트웨서 수출통제 카드로 맞불을 놓았으며 USTR는 중국산 선박 대상 수수료 부과 정책을 최근 시행했다. 이에 중국이 한화오션의 미국 내 자회사 5곳을 겨냥한 보복조치를 단행했다. 그러자 트럼프 대통령은 중국의 '미국산 대두 수입 중단' 조치를 비판하며 중국산 식용유 수입을 중단할 가능성을 예고했다. 다만 트럼프 행정부는 대화를 통해 해결점을 찾아보겠다는 입장이다. 베선트 장관은 중국이 수출 통제를 중단할 경우 중국과 관세 휴전을 더 길게 유지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그는 “중국이 수출 통제를 중단하는 대가로 휴전 기간을 90일보다 더 늘릴 수 있다"며 “이 부분은 앞으로 몇 주 안에 모두 협상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미중 정상이 이달 경주에서 열리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를 계기로 회동해 갈등을 완화시킬 것으로 “낙관한다"고 덧붙였다. 박성준 기자 mediapark@ekn.kr

트럼프 “한국, 3500억달러 선불 지급 합의” 또 주장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한국이 미국과의 무역합의의 일환으로 대미 투자금 3500억달러(약 500조원)를 선불로 지급하기로 했다고 주장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15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연 기자회견에서 “일본과 한국 모두 서명했다. 한국은 3500억 달러를 선불로, 일본은 6500억 달러에 합의했다"고 말했다. 그는 지난달 25일에도 “한국에서 3500억 달러를 받는다. 그것은 선불"이라고 밝힌 바 있다. 이번 발언은 대법원 판결을 앞두고 상호관세의 정당성을 강조하는 와중에 나왔다. 한국은 지난 7월 말 미국과 무역합의의 큰 틀에 도달했다. 그러나 투자금 집행 방식과 시기 등을 둘러싼 이견 속에 아직 최종 서명을 하지 않은 상태다. 한국이 일본이나 유럽연합(EU)과 달리 자동차 관세를 25% 적용받는 것도 이 때문이다. 한국은 직접 현금을 내놓는 지분 투자는 5% 정도로 하고 대부분 직접 현금 이동이 없는 보증으로 하되 나머지 일부를 대출로 채우려는 구상이었지만, 미국은 '투자 백지수표'를 요구했다. 이후 한국 정부는 ▲ 무제한 한미 통화 스와프 체결 ▲ 합리적 수준의 직접 투자 비중 ▲ '상업적 합리성' 차원에서의 투자처 선정 관여권 보장 등을 요구하고 나섰다. 트럼프 대통령은 또 일본이 합의한 대미 투자금 수치를 착각했을 가능성이 있다. 일본은 5500억달러 투자를 약속했다. 다만 이날 스콧 베선트 재무장관은 한국과 최종 합의가 임박했음을 시사했다. 그는 한미 무역협상과 관련해 “난 이견들이 해소될 수 있다고 확신한다"며 “우리는 현재 대화하고 있어 향후 10일 내로 무엇인가를 예상한다"고 밝혔다. 베선트 장관은 앞서 CNBC방송 대담에서도 '현재 어떤 무역 협상에 가장 집중하고 있느냐'는 질문에 “우리는 한국과 마무리하려는 참이다"라고 말했다. 그는 '한국의 대미 투자를 두고 이견이 있지 않으냐'는 질문에 “악마는 디테일에 있지만, 우리는 디테일을 해결하고 있다"고 했다. 박성준 기자 mediapark@ekn.kr

금·은값 신고가 경신, 이제 구리만 남았다?…“시세 1만2000달러까지 오른다”

안전자산으로 꼽히는 국제 금·은 가격이 사상 최고가를 잇따라 경신한 가운데 경기에 민감한 원자재인 구리 가격도 조만간 신고가를 기록할 것이란 전망이 제기됐다. 14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구리 및 코발트 생산업체 CMOC 그룹의 최고상업책임자(CCO)이자 원자재 트레이딩 업체 IXM의 최고경영자(CEO)인 케니 아이브스는 이날 'LME(런던금속거래소) 위크' 행사에서 올 연말 구리 가격이 톤당 1만1000달러, 혹은 1만2000달러까지 오를 수 있다고 내다봤다. 구리 가격은 콩고민주공화국, 칠레, 인도네시아 등 주요 생산국에서 잇따른 사고와 광산 중단으로 공급 차질 우려가 확산하면서 역대 최고가 수준까지 치솟았다. LME 금속거래소에 따르면 지난 9일 구리 현물 가격은 톤당 1만866.50달러에 거래를 마감, 종가 기준으로 신고가를 경신했다. 장중 최고점은 지난해 5월(1만1104.5달러)에 기록됐다. 그러나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중국에 대해 100% 추가 관세를 예고한 지난 10일부터 이날까지 1만600달러로 하락, 3거래일 연속 미끄러졌다. 그럼에도 전문가들은 구리값 상승세가 꺾이지 못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블룸버그는 “한때 글렌코어에서 최고직 자리를 놓고 경쟁했던 아이브스가 시장 견해를 밝히는 경우는 드물다"며 “그의 낙관론은 미중 갈등 재점화에도 흔들리지 않고 있음을 보여준다"고 전했다. 같은 행사에 참석한 머큐리아 에너지그룹의 닉 스노우든 금속 리서치 총괄 역시 “구리값이 톤당 1만2000달러까지 꽤 쉽게 오를 수 있다"며 그 근거로 상당한 공급 차질과 원자재에 대한 투자자금 유입 등을 지목했다. 특히 산업의 전기화와 재생에너지 발전 확대 등이 구리 수요를 촉진 시켜 10년 이내 공급부족이 현실화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이런 가운데 구리 가격은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기준금리 인하 기대감에 15일 중국 상해시간 기준 오후 2시 1% 반등했다고 블룸버그는 보도했다.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필라델피아에서 열린 콘퍼런스 공개 연설에서 “8월까지 실업률은 여전히 낮고 고용 증가는 가파르게 둔화했다. 이는 부분적으로 이민 감소로 인한 노동력 증가 감소와 노동시장 참여 감소 때문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어 “이러한 보다 덜 역동적이고 다소 약한 노동시장에서 고용의 하방 위험이 증가해온 것처럼 보인다"고 덧붙였다. 실물 경제 상황을 예측할 수 있다는 점에서 '닥터 코퍼'로 불리는 구리는 금리 인하 시기에 수요가 늘어나는 경향이 있다. 구리 가격이 고점을 찍었다는 의견도 제기됐다. LME 위크 행사에 참석한 원자재 거래업체 트라피구라 그룹의 그레메 트레인 금속 및 광물 총괄은 “중국에서 최근의 산업 활동이 정점을 지난 것으로 보인다"며 “사이클이 전환될 경우 구리 가격은 3~6개월 가량 하락하는 경향이 있다"고 주장했다. 글로벌 투자은행 골드만삭스의 오인 딘스모어 애널리스트 역시 “글로벌 구리 시장은 여전히 공급이 과잉됐으며 내년엔 수요공급이 균형을 맞출 것"이라고 내다봤다. 박성준 기자 mediapark@ekn.kr

“사업 관계 단절”…희토류·조선에 콩까지 번지는 미중 갈등

중국의 희토류 수출 통제로 불거졌던 미중 무역갈등이 조선업에 이어 농업 분야까지 확산하고 있다. 양국은 이달 말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계기 미중 정상회담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대화의 여지를 열어놓으면서도 서로에 대한 보복 조치를 잇따라 발표하면서 강공 모드를 유지하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14일(현지시간) 자신의 소셜미디어 트루스소셜에 “중국이 의도적으로 미국의 대두를 사지 않는 것으로 믿고 있다. 우리 대두 농가들에게 어려움을 주는 것은 경제적으로 적대적인 행위"라며 “이에 대한 보복 조치로 우리는 식용유 및 다른 교역 품목과 관련된 중국과의 사업 관계를 단절하는 것을 검토하고 있다"고 적었다. 이어 “우리는 식용유를 손쉽게 생산할 수 있어 중국으로부터 구매할 필요가 없다"고 덧붙였다. 식용유와 대두는 비교적 흔한 식품이지만 미국 정부는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 미국에서 곡물 가격이 하락세를 이어가는 와중에 중국이 미국산 대두를 구매하고 있지 않아 트럼프 대통령의 핵심 지지층인 농업계가 직격탄을 맞고 있기 때문이다. 중국 해관총서(세관) 자료를 보면 중국은 지난 1월부터 7월까지 6130만톤의 대두를 수입했는데 이중 70%가 브라질산이었다. 미국산은 25%에 그쳤다. 또 미국 농무부에 따르면 중국은 지난해 미국 대두 수출량의 3분의 1(120억 달러·약 17조 원) 가량을 구매했지만, 지난 5월 이후부터 구매를 중단했다. 이런 와중에 지난해 미국의 중국산 식용유 수입은 전년 대비 52% 급증한 127만톤으로 사상 최대를 기록했다. 중국산 식용유가 헐값에 미국에 들어오자 전임 조 바이든 행정부는 지난 1월초 해외 식용유를 사용한 바이오연료에 대한 세액공제 혜택을 중단했다. 트럼프 대통령도 수입산 식용유 사용을 제한하는 움직임에 나섰다고 블룸버그통신은 전했다. 이날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은 '대중 100% 추가 관세'를 예고한 이후 나왔다. 앞서 그는 지난 10일 중국의 희토류 수출 통제에 맞서 11월 1일부터 중국에 100% 추가 관세를 부과하고 핵심 소프트웨어에 대한 대(對)중 수출 통제도 시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여기에 미국 무역대표부(USTR)가 중국 운항 및 중국산 선박 대상 수수료 부과 정책을 전날 시행하자 중국은 한화오션의 미국 내 자회사 5곳을 겨냥한 제재를 발표하고 미국 선박에 대한 입항 수수료를 부과하기 시작했다. 다만 관세 부과 시점인 11월 1일 전까지는 대화를 통해 해결점을 찾아보겠다는 것이 트럼프 행정부의 입장이고, 미중 양국은 물밑 논의를 이어오고 있다. 제이미슨 그리어 USTR 대표는 이날 CNBC와 인터뷰에서 미중 고위급 당국자들이 최근 불거진 갈등에 대해 논의를 지난 13일 논의를 진행했다고 밝혔다. 그는 “우리는 과거에도 그들과 함께 경로를 모색하는 데 성공적이었기 때문에 이번에도 해결되리라고 생각한다"며 “미리 확정하고 싶지 않지만 기회가 될 때 논의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낙관했다. 트럼프 대통령도 이날 백악관에서 취재진에 “우리는 중국과 괜찮은 관계를 갖고 있기에 (상황이) 괜찮아질 것이라고 생각한다"며 신중한 낙관론을 펼쳤다고 블룸버그는 전했다. 중국 역시 대화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상무부 대변인은 전날 “싸우려면 끝까지 할 것이고, 대화하려면 대문은 활짝 열려있다"면서 “중국과 미국은 광범한 공동 이익과 광활한 협력 공간을 갖고 있고, 양국은 협력하면 모두에 이롭고 싸우면 모두가 다친다"고 밝혔다. 박성준 기자 mediapark@ekn.kr

[머니+] ‘금투자 비관론자’도 돌변…국제금값 랠리, 월가 새로운 대세로 자리잡나

대표적 안전자산인 금 가격이 사상 최고치 행진을 이어가는 가운데 비트코인 등 위험자산도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안전자산과 위험자산의 통상적인 '역(逆)의 상관관계'가 깨진 배경에는 화폐 가치에 대한 불안이 커지며 투자자들이 대체 자산으로 몰린 탓이다. 미국을 비롯한 주요국이 돈풀기를 지속하면서 금과 같은 실물자산의 가치가 더 오를 것이란 전망이 확산하고 있지만 이에 대한 반론도 적지 않다. 14일(현지시간) 뉴욕상품거래소에서 12월 인도분 국제 금 선물가격은 전장대비 0.73% 오른 온스당 4163.40달러에 거래를 마감, 신고가를 또다시 경신했다. 금 시세는 이달에만 2 거래일(2일·9일)을 제외하고 모두 오르면서 사상 처음으로 4000달러를 넘어선 데 이어 이젠 4200달러선 돌파마저 넘보고 있는 상황이다. 이로써 올해 금 시세 상승률은 58%에 달한다. 미국 기준금리가 이달 인하될 것이 기정사실로 받아들이는 상황 속에서 미중 무역갈등이 최근 재점화된 것이 금값을 끌어올리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하지만 금값 랠리의 근본적인 배경엔 화폐 가치 하락에 대비해 귀금속·비트코인 등 대체자산에 자금이 몰리는 '디베이스먼트 트레이드(debasement trade)'가 자리잡고 있다. 디베이스먼트는 과거 16세기 헨리 8세 시절 때 화폐 개주(改鑄)로 통화가치가 현저히 감소하는 이른바 '대붕괴'(Great Debasement)에서 비롯됐다. 헨리 8세는 재원을 충당하기 위해 화폐에 포함된 금·은 순도를 낮춰 화폐 공급을 대폭 늘렸다. 그러나 그 결과 통화 가치의 추락과 인플레이션으로 이어졌다. 지금의 통화제도는 당시와 다르지만, 각국 정부의 재정 악화 속에 가치가 훼손될 수 있는 화폐에서 벗어나려는 움직임이 다시 거세지고 있다. ◇ “금이 달러보다 안전"…대세로 부상한 디베시으먼트 트레이드 미국의 경우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출범 이후 동맹국까지 포함한 관세 정책을 실행하고 있고 막대한 재정 적자를 가중시킬 감세안을 발효했다. 미국 회계감사원은 현재 추세가 이어질 경우 2050년 국가 부채가 국내총생산(GDP)의 두 배에 이를 것이라고 경고했다. 여기에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연준)에 대한 금리 인하 압박도 이어가자 올 들어 탈(脫)달러 현상이 두드러졌다. 실제 세계 주요 6국 통화 대비 달러 가치를 보여주는 달러인덱스 선물은 작년 말 108.38였지만 현재 98.6수준을 기록, 올 한 해에만 10% 가까이 추락했다. 또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각국 중앙은행들의 외환보유액에서 달러가 차지하는 비율이 작년 6월 30일 44.3%에서 올 2분기말 40.3%로 떨어졌다. 같은 기간 금은 18.0%에서 22.9%로 늘었다. 비슷한 현상은 일본과 유럽에서도 나타나고 있다. 지난 4일 자민당 총재 선거에서 다카이치 사나에가 승리하자 엔화와 일본 국채 가격이 동반 하락했다. 프랑스는 재정 불안을 둘러싼 정치 혼란으로 유로화가 약세를 보였고, 영국 역시 예산안 발표를 앞두고 국채 시장이 다시 흔들리고 있다고 블룸버그는 전했다. 월가 주요 거물들도 금투자에 대해 긍정적인 견해를 내놓고 있다. '월가 황제'로 불리는 제이미 다이먼 JP모건체이스 최고경영자(CEO)는 이날 한 행사에서 “보유하는 데 4%의 비용이 들기 때문에 나는 금을 구매하지 않는다"면서도 “현 환경에선 금값이 5000~1만달러까지 쉽게 오를 수 있다. 포트폴리오에 금을 추가하는 것이 어느 정도 합리적인 경우는 드물다"고 말했다. 억만장자 투자자인 레이 달리오, 켄 그리핀도 금이 달러보다 더 안전할 수 있다고 최근 주장했다. 달리오는 “금은 포트폴리오에서 매우 훌륭한 다각화 수단"이라고 했고 그리핀은 “투자자들이 금을 달러보다 더욱 안전한 자산으로 여기고 있다"고 진단했다. 금값 랠리와 함께 은 가격 급등 역시 디베이스먼트 트레이드의 연장선으로 풀이된다. ◇ 위험자산 비트코인도 동반 랠리…“금 뒤이을 것" 비트코인 등 위험자산도 인플레이션에 대응할 수 있는 대체 투자처로 주목받고 있다. JP모건은 이달 초 보고서에서 비트코인이 금에 이어 디베이스먼트 트레이드의 다음 주자로 부상할 수 있다며 가격이 16만5000달러까지 상승할 여력이 있다고 내다봤다. 비트코인 시세는 최근 미중 무역갈등 재점화로 휘청였지만 올해 상승률은 여전히 20%를 넘어섰고 이달초엔 신고가를 경신하기도 했다. 전문가들은 달러 등 전통 화폐에서 벗어나 대체자산으로 자금이 쏠리는 추세가 장기화할 것으로 입을 모은다. 블랙록에서 채권 총괄로 지낸 스티븐 밀러는 “40년간 일하면서 통화와 국채에서 대체자산으로 이처럼 큰 규모의 자금 이동은 처음"며 “디베이스먼트 트레이드는 앞으로 지속될 여지가 있다"고 블룸버그에 말했다. XTB의 캐틀린 브룩스 리서치 책임도 “세상이 얼마나 변했는지 알 수 있으며, 디지털 자산이 현재 환경에서 더 신뢰할 수 있는 가치의 원천이 되고 있다는 신호일 수 있다"며 “디베이스먼트 트레이드가 조만간 끝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고 내다봤다. ◇ 美 국채 수요 견조…“모멘텀 트레이드에 불과" 주장 반론도 만만치 않다. 미 국채에 대한 글로벌 투자자들의 수요가 여전히 견조하기 때문이다. 최근 미 월스트리트저널(WSJ)은 “투자자들이 실제 디베이스먼트를 우려한다면 장기 인플레이션 기대치를 나타내는 미 채권시장에서 변화가 없는 점이 이상하다"며 “투자자들은 지속적인 인플레이션이 장기적으로 미 국채 가치를 훼손시키지 않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고 전했다. 실제 30년 만기 미 국채 금리는 현재 연 4.61% 수준으로, 연초 5%에 근접했던 때보다 낮다. 30년 국채 금리는 지난달부터 2개월 연속 하락세를 이어가고 있다. WSJ는 “장기적인 문제와 지금 당장 일어나는 일을 구분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짚었다. 또 해외 투자자들이 미국 주식에 투자하기 위해서는 달러를 사야 한다는 점에서 현재 뉴욕증시의 강세가 디베이스먼트 트레이드 논리를 약화시킨다는 지적도 있다. 미즈호증권의 오모리 쇼키 수석 전략가는 “화폐와 채권이 비트코인과 금으로 대체될 수 있다는 생각은 비현실적"이라며 현재 금값 강세 등이 펀더멘털과 무관한 모멘텀 트레이드에 불과하다고 주장했다. 마크 커드모어 블룸버그 마켓라이브 총괄 편집자는 “디베이스먼트 트레이드는 최근 몇 달간의 이례적인 시장 움직임을 설명하는 데 합리적"이라면서도 “이 용어가 널리 퍼졌다는 것은 투자자들이 한쪽으로 쏠렸음을 보여주는 신호일 수 있다"고 평가했다. 박성준 기자 mediapark@ekn.kr

美中 무역갈등 속 한화오션 제재…비트코인 시세 다시 휘청

미국과 중국의 무역전쟁 격화로 한국 조선업이 피해를 입었다. 중국 정부가 한미 조선업 협력 프로젝트인 '마스가'(MASGA·미국 조선업을 다시 위대하게)를 상징하는 한화오션의 미국 자회사 다섯 곳을 겨냥한 제재 조치를 발표하면서다. 미중 무역갈등 재격화란 암초에 글로벌 금융시장은 물론, 회복세를 보이던 비트코인 등 시세도 하루 만에 급락했다. 중국 상무부는 14일 “미국이 중국에 대해 취한 해사·물류·조선업 (무역법) 301조 조사 조치에 대응하기 위해 한화오션 등의 미국 자회사 5곳에 대해 반격 조치를 채택하기로 결정했다"며 이들 법인이 중국 기업·개인과 거래하거나 협력하지 못하도록 금지했다고 발표했다. 제재 대상 업체는 한화쉬핑과 지난 8월 이재명 대통령이 방문한 미국 펜실베이니아주 필라델피아 한화 필리조선소, 한화오션USA인터내셔널, 한화쉬핑홀딩스, HS USA홀딩스 등 한화그룹 조선·해운 계열사의 미국법인 5곳이다. 이중 한화필리조선소는 국내 조선업체인 한화오션이 미국에서 인수한 첫 현지 조선소로, 미국과 한국 간 조선 협력의 상징같이 여겨지는 곳이다. 중국의 제재는 미국이 이날부터 중국 운항 및 중국산 선박에 부과한 입항 수수료에 대한 맞대응 조치로 보인다. 앞서 미국 무역대표부(USTR)는 무역법 301조에 근거해 중국 운항 및 중국산 선박 대상 입항 수수료 부과 정책을 지난 4월 발표했다. 미국은 이 정책에 따라 이날부터 중국 선박에 항만 서비스 요금을 부과하기 시작했다. 중국의 이번 조치로 한국과 미국의 조선업 협력에 제동이 걸릴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중국의 대미 제재에 직격탄을 맞은 한화오션은 이날 5.76% 급락했다. HD현대중공업(-4.06%), 삼성중공업(-4.72%), HD현대마린솔루션(-2.92%) 등 기타 조선주들의 주가도 곤두박질쳤다. 이런 가운데 양국 간 무역 갈등도 점점 심화하고 있다. 중국 정부는 미국의 입항 수수료 정책에 대한 보복 차원으로 이날부터 미국 선박에 입항 수수료를 부과하기 시작했다. 이에 앞서 중국이 희토류 수출을 강화하자 트럼프 대통령은 내달 1일부터 중국에 100% 추가 관세와 수출 통제를 시행하겠다고 맞대응했다. 미중 갈등 격화에 글로벌 금융시장은 요동쳤다. 이날 코스피는 개장 후 직전 장중 사상 최고치(10월 10일·3617.86)를 갈아치웠지만 전장 대비 0.63% 내린 3561.81로 하락 마감했다. 서울 외환시장에서 달러화 대비 원화 환율의 주간 거래 종가(오후 3시 30분 기준)는 전일보다 5.2원 오른 1431.0원을 기록했다. 주간 거래 종가 기준으로 1430원대는 지난달 29일(1,437.3원) 이후 5개월 반 만에 처음이다. 블룸버그통신은 한화오션의 미국 자회사 5곳에 대한 중국의 제재가 발표되자 S&P500 지수와 나스닥 100 선물이 각각 0.7%, 0.9% 급락했다고 보도했다. 블룸버그는 이어 'MSCI AC 아시아 지수'는 3거래일 연속 하락해 지난 8월 이후 가장 긴 하락세를 보였다고 전했다. 반등에 나섰던 가상자산 가격도 다시 고꾸라지고 있다. 글로벌 가상자산 시황사이트 코인마켓캡에 따르면 한국시간 오후 5시 48분 기준, 비트코인 가격은 24시간 전 대비 2.88% 급락한 11만1980달러를 보이고 있다. 비트코인 시세는 전날까지만 해도 11만6000달러선 돌파를 넘봤으나 미중 무역 갈등 고조에 다시 하락 전환한 것이다. 같은 시각 시가총액 2위인 이더리움 가격의 경우 4.37% 급락한 3989달러를 보이면서 4000달러선이 다시 무너졌다. 바이낸스(-12.16%), 리플(-6.26%), 솔라나(-1.11%), 도지코인(-5.54%), 트론(-3.43%), 카르다노(-5.84%) 등 주요 알트코인 시세도 급락세다. 일각에선 비트코인 등의 하락을 계기로 반등이 쉽지 않을 수 있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분석업체 글래스노드는 투자노트를 통해 “시장은 새로운 국면으로 접어들었다"며 “이는 투자자들의 새로운 신중함, 선택적 위험 감수, 현물 및 파생상품 시장 모두에서 보다 신중한 신뢰 회복으로 정의된다"고 밝혔다. 블룸버그는 “불안에 떨던 투자자들이 지난 13일 미국 비트코인 및 이더리움 ETF에서 7억5600만달러(약 1조800억원)를 유출했다"고 전했다. 박성준 기자 mediapark@ekn.kr

트럼프 심기 또 건드린 골드만삭스…“美 소비자들이 관세 떠안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부과한 관세의 절반 이상은 미국 소비자들이 떠안게 될 것이라는 분석이 제기됐다. 13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 등에 따르면 글로벌 투자은행 골드만삭스는 전날 발간한 보고서에서 “올해 말까지 미국 소비자가 관세 부담의 55%를 지게 될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기업들이 수익성 유지를 위해 가격을 인상하면 부담이 소비자에게 전가된다는 설명이다. 또 보고서에 따르면 미국 기업들이 22%를 부담하고 해외 수출업체들은 가격 인하를 통해 약 18%를 흡수할 것으로 예상됐다. 나머지 5%는 회피되거나 면제될 것으로 추정됐다. 보고서를 작성한 엘시 펭과 데이비드 머리클 이코노미스트는 관세 정책이 소비자 가격에 즉각 반영되지 않은 이유에 대해 “현재로서는 미국 기업이 상당 부분의 비용을 감당하고 있다"며 “일부 기업들은 사전에 재고를 비축해 가격 인상을 늦추고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시간이 지나면 가격 조정이 이뤄질 것"이라며 “최근 발효된 관세와 향후 부과될 관세가 모두 반영되면 소비자들이 전체 비용의 약 55%를 부담하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골드만삭스는 또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 조치로 근원 개인소비지출(PCE) 가격지수가 올해 0.44%포인트 상승했으며 연말에는 3% 수준까지 오를 것으로 전망했다. 지난 6개월 간 트럼프 행정부는 구리, 철강, 알루미늄, 자동차 및 자동차 부품에 '품목별 관세'를 부과해왔다. 여기에 전 세계 교역국을 대상으로 하는 상호관세도 지난 8월부터 시행됐다. 골드만삭스의 이같은 전망은 수입산 목재에 대한 관세를 반영하지 않았다. 수입 목재에는 10%, 소파 및 화장대 등 천을 씌운 가구, 주방 찬장 등의 수입 가구에는 25%의 관세가 14일 오전 0시(한국시간 오후 1시)부터 새로 적용됐다. 해당 품목을 수출하는 국가가 올해 안으로 미국과 무역 협정을 맺지 않을 경우 내년 1월 1일부터 천을 씌운 가구는 30%, 주방 찬장과 세면대는 50%로 관세가 오른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29일 이 같은 내용을 담은 포고문에 서명한 바 있다. 골드만삭스는 목재 관세까지 반영할 경우 근원 PCE 상승률이 0.6%포인트로 확대되고, 소비자 부담 비중은 최대 70%에 이를 것으로 내다봤다. 이어 최근 트럼프 대통령이 예고한 대(對)중국 100% 추가 관세와 관련해 “중국산 수입품에 대한 관세율 변경을 가정하지 않았지만 최근 움직임을 고려하면 관세 위험이 커지고 있다"고 전했다. 백악관은 이와 상반된 입장을 내놓았다. 쿠시 데사이 백악관 부대변인은 최근 성명을 내고 “미국인들이 관세로 인한 과도기를 겪을 수 있지만 결국 해외 수출업체들이 관세 부담을 지게 될 것"이라며 “기업들은 생산 시설을 미국으로 옮기는 등 관세에 대응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골드만삭스는 과거에도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 정책을 지속적으로 비판해왔다. 앞서 데이비드 솔로몬 골드마삭스 최고경영자(CEO)는 지난 9월 한 콘퍼런스에서 “무역정책이 성장에 역풍으로 작용하고 있고 불확실성이 투자를 둔화시켰다"며 “한 줌의 건설적인 힘이 어느 정도의 역풍과 불확실성에 맞서고 있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얀 하치우스 수석 이코노미스트 역시 지난 8월 보고서를 통해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정책이 인플레이션을 높일 것이라고 전망한 바 있다. 미국 소비자들이 지난 6월까지 관세 비용의 22%를 흡수했지만 과거 사례가 반복된다면 이 비중이 향후 67%까지 치솟을 수 있다는 분석이다. 이에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의 소셜미디어 트루스소셜을 통해 “그들은 오래전부터 시장 반응과 관세에 대해 잘못된 예측을 했고, 그 예측은 다른 것들과 마찬가지로 틀렸다"며 “데이비드는 새 이코노미스트를 고용하거나 그냥 (취미 활동인) DJ로 활동하고 대형 금융기관 경영에는 신경을 안 쓰는 편이 더 낫다고 생각한다"고 비꼬았다. 박성준 기자 mediapark@ekn.kr

“시세에 천장이 없네”…금값에 이어 은 가격도 신고가

국제 금값이 달러 약세와 미중 무역전쟁 격화 등의 요인들에 힘입어 사상 처음으로 4100달러선도 돌파한 가운데 또 다른 귀금속인 은 가격도 1980년에 기록됐던 역대 최고가를 넘어섰다. 13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금 현물 가격은 전장 대비 2% 뛴 온스당 4110.27달러에 거래를 마치며 종가 기준으로 사상 최고치를 또 경신했다. 14일 오전 싱가포르 시장에서도 금값은 온스당 4140.82달러를 기록해 상승세를 이어갔다. 8주 연속 상승세를 이어온 금 값은 올해 들어서만 57% 가량 급등했다. 금 선물 가격도 신기록을 세웠다. 이날 뉴욕상품거래소(COMEX)에 따르면 12월 인도분 금 선물 가격은 3.31% 오른 온스당 4133.00달러에 장을 마쳤다. 은값의 상승폭은 더 가팔랐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이날 장중 은 현물가격은 온스당 52.8983달러까지 치솟아 '은파동 사태' 당시인 1980년 1월의 최고가를 44년 만에 돌파했다. 올해 은 시세 상승률은 81%에 달한다. 앞서 1979년 여름, 미국 텍사스의 석유 재벌 헌트 일가는 은값이 온스당 10달러 이하로 떨어지자 여러 증권사에서 자금을 빌려 대규모 매수에 나섰다. 그 결과 1980년 1월 21일 미 시카고상품거래소(CBOT) 기준 은 가격은 온스당 52.50달러까지 폭등했다. 그러나 불과 두 달 뒤인 3월, 가격은 다시 10달러대로 급락했다. 블룸버그는 백금과 팔라듐을 포함해 “4대 귀금속이 올해 56~81% 급등하며 원자재 시장을 지배하고 있다"고 전했다. 국제 금값 랠리는 각국 중앙은행의 매입 확대와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금리 인하 기대, 연준 독립성 훼손 우려, 미 정부의 셧다운(업무 중단) 사태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다. 애나 폴슨 필라델피아 연방준비은행(연은) 총재는 이날 전미경제학회(NABE) 연례회의에서 “올해 안에 두 차례 추가 금리 인하를 선호한다"고 밝혔다. 시장에선 연준이 이달에도 금리를 인하할 것을 기정사실로 보고 있다. 시카고상품거래소(CME) 페드워치에 따르면 연방기금금리(FFR) 선물시장은 기준금리가 10월에 3.75~4.00%로 0.25%포인트 인하될 확률을 98.9%로 반영하고 있다. 12월에 금리가 추가로 인하될 확률도 94.0%에 달한다. 여기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지난 10일 중국의 희토류 수출 통제에 반발해 11월 1일부터 중국에 100% 추가 관세를 부과하기로 밝힌 점도 시장 불안을 자극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달 개최되는 경주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를 계기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대면하지 않을 가능성도 시사했다. 그는 이틀 뒤인 12일 “중국에 대해 걱정하지 말라“라는 글을 올리며 정면 충돌을 원치 않는다는 메시지를 내놨지만 시장 불안을 잠재우기엔 역부족이란 지적이 나온다. 캐피탈닷컴의 카일 로다 애널리스트는 “지정학적·무역 리스크가 잠잠해지려던 시점에 미중 긴장이 다시 고조되고 있다“며 “양측이 대화의 여지를 남겨 변동성이 완화되더라도 완전히 사라지진 않을 것이다. 이는 금값 상승에 매우 좋은 소식"이라고 말했다. 또 최근 월가를 중심으로 글로벌 화폐 가치 하락에 대비해 귀금속 등 대체자산에 자금이 몰리는 '디베이스먼트 트레이드(debasement trade)'가 확산하는 점도 금·은 등 귀금속 가격을 올리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미국 등 주요 선진국들이 막대한 부채를 안고 있는 상황에서 재정 확대 기조를 이어가자, 달러 등 통화자산에 대한 신뢰가 흔들리고 있는 것이다. 싱가포르의 한 투자자는 “금과 은의 가격 상승세에 굳이 맞설 이유가 없어 보인다"며 “정부의 재정상태 약화, 통화정책 혼선, 정치적 불확실성 등 구조적인 요인들이 금·은 시세를 올리고 있다"고 말했다. 특히 은의 경우 런던 거래소에서 유동성이 부족할 것이란 우려가 확산해 투자자들 사이에서 '은 확보전'이 벌어지고 있다고 블룸버그는 전했다. 골드만삭스는 보고서에서 “은 시장은 금보다 약 9배 규모가 작고 유동성이 낮아 가격 변동성이 크게 확대될 수 있다"고 밝혔다. 아울러 트레이더들은 트럼프 행정부가 무역확장법 232조를 근거로 진행 중인 핵심 광물 국가안보조사 결과도 예의주시하고 있다. 조사 대상에는 은, 백금, 팔라듐 등이 포함됐으며 트럼프 대통령은 결과에 따라 '품목별 관세' 부과 여부를 결정하고 있다. 트럼프 행정부는 무역확장법 232조에 따라 구리에 대해 관세를 부과한 바 있으며, 당시에도 관세 발효를 앞두고 구리 가격이 급등한 바 있다. 이런 가운데 금과 은 가격 전망치도 갈수록 높여지고 있다. 글로벌 투자은행 소시에테 제네랄은 최근 보고서를 내고 “(ETF 등에) 자금이 유입되는 속도가 우리의 예상치보다 가팔랐다"며 “금 가격이 내년말까지 5000달러까지 오를 것으로 본다"고 전망했다. 뱅크오브아메리카는 내년 은 목표가격을 기존 온스당 44달러에서 65달러로 이날 대폭 상향하면서 “지속적인 공급 부족과 재정 적자 확대, 낮은 금리가 은 가격 상승을 지지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은은 금과 달리 산업재 성격도 강해 인공지능(AI) 반도체, 전기차, 태양광 패널 등에 폭넓게 사용된다. 박성준 기자 mediapark@ek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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