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진핑, 7년만의 평양 방문…김정은·리설주 공항서 직접 영접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8일 평양에 도착하며 7년 만의 북한 방문 일정을 시작했다. 중국중앙TV(CCTV)는 시 주석이 이날 정오 무렵(현지시간) 평양에 도착해 국빈 방문 일정을 공식 개시했다고 보도했다. 시 주석의 방북은 2019년 이후 처음이다. 북중 정상의 대면 회동으로는 지난해 9월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중국 전승절 기념행사 참석을 위해 베이징을 방문한 이후 약 9개월 만이다. 이번 방문은 1박 2일 일정으로 진행된다. 시 주석은 부인 펑리위안 여사와 함께 방북했다. 수행단에는 비서실장 역할을 맡고 있는 차이치 중국공산당 중앙서기처 서기와 외교 사령탑인 왕이 당 중앙외사판공실 주임 겸 외교부장 등이 포함됐다고 CCTV는 전했다. 중국 관영 통신사 신화통신이 공개한 영상에는 시 주석이 탑승한 중국국제항공(에어차이나) 전용기가 평양 순안국제공항에 착륙하는 장면이 담겼다. 공항에는 레드카펫이 설치됐으며 북한 인공기와 중국 오성홍기가 함께 게양됐다. 또 공항 곳곳에는 “중국공산당 중앙위원회 총서기, 중화인민공화국 주석 습근평(시진핑) 동지를 열렬히 환영합니다", “조중(북중) 두 나라 인민들의 불패의 친선단결 만세" 등의 환영 문구가 한국어와 중국어로 내걸렸다. 흰색 오토바이를 탄 호위 인력과 북한군 의장대도 모습을 드러냈다. 공개된 영상에는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부인 리설주 여사와 함께 시 주석을 맞이하는 모습도 담겼다. 시 주석의 이번 방북을 계기로 북한 비핵화 문제에 대해 중국이 어떤 메시지를 내놓을지가 주요 관심사로 꼽힌다. 미국은 지난달 미중 정상회담 이후 공개한 자료에서 양국이 북한 비핵화라는 공동 목표를 재확인했다고 밝혔다. 반면 중국은 최근 러시아와의 정상회담 공동성명에서는 비핵화 문제를 언급하지 않은 채 대북 제재 반대 입장을 강조했다. 블룸버그통신은 북한의 핵 개발이 중국에 부담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북한의 핵 능력이 고도화될수록 미국과 동맹국들의 군사력 증강 명분이 커지고, 이는 중국의 대만 관련 전략에도 제약 요인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한국에서는 자체 핵무장 필요성을 둘러싼 논의가 이어지고 있으며, 일본에서도 미국 핵무기 배치 문제를 공개적으로 검토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고 블룸버그는 전했다. 북한의 핵 전력이 강화될수록 중국이 북한에 행사할 수 있는 영향력이 약화될 수 있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한편 시 주석은 방북 이틀째인 9일 북중 우호의 상징인 평양 조중우의탑을 참배하고 김 위원장과 오찬을 한 뒤 귀국길에 오를 것으로 전망된다. 1959년 건립된 조중우의탑은 6·25전쟁에 참전한 중국인민지원군 전사자들을 기리는 기념물이다. 중국 고위 인사들은 방북 때마다 이곳을 찾아 헌화하며 양국의 '혈맹' 관계를 재확인해 왔다. 박성준 기자 mediapark@ekn.kr

“삼전·하이닉스만 웃었다”…한국 국채시장 덮친 AI 후폭풍 [머니+]

인공지능(AI) 투자 열풍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중심으로 한국 증시를 사상 최고 수준으로 끌어올리고 있지만 국내 국채시장은 세계에서 가장 부진한 흐름을 보이고 있다. 메모리 반도체 호황이 경제 성장과 물가 상승 기대를 자극하면서 금리 인상 전망이 국채시장에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8일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한국 국채는 올해 들어 원화 기준 7.5%의 손실률을 기록하며 블룸버그가 추적하는 44개 채권시장 가운데 가장 부진한 성과를 나타냈다. 인베스팅닷컴에 따르면 3년물 국고채 금리는 이날 장중 3.97% 수준까지 상승해 2023년 이후 최고 수준을 기록했다. 채권 금리는 가격과 반대로 움직인다. 이 같은 국채시장 약세의 배경에는 경제 성장 기대감이 과도할 정도로 높아졌기 때문이라고 블룸버그는 전했다. AI 투자 확대와 반도체 수요 급증이 경제 성장률을 다시 끌어올리면서 물가 상승 압력이 커졌고, 이에 따라 한국은행이 경기 과열을 억제하기 위해 기준금리를 추가 인상할 것이라는 전망이 확산되고 있다는 설명이다. 실제로 반도체 호황과 코스피 지수의 약 80% 상승은 한은의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기존 2.0%에서 2.6%로 상향하는 데 영향을 미쳤다. 또 5월 소비자물가는 전년 동기 대비 3.1% 상승했고, 근원물가 상승률도 2.5%를 기록하며 2024년 3월 이후 최고 수준으로 올라섰다. 물론 한국만 채권시장 압박을 받는 것은 아니다. 세계적인 재정지출 확대와 이란 전쟁에 따른 에너지 가격 상승이 인플레이션 우려를 키우면서 글로벌 채권시장 전반이 약세를 보이고 있다. 다만 블룸버그는 한국의 경우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중심으로 투자 자금이 주식시장으로 몰리고 변동성까지 확대되면서 채권시장이 받는 압박이 다른 국가보다 더욱 크다고 지적했다. 여기에 집값 상승과 원화 약세까지 물가 상승 요인으로 작용하면서 한국은행의 추가 금리 인상 가능성을 높이고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신영증권 조용구 채권전략가는 현재 채권시장 상황에 대해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다"며 “당분간 뚜렷한 출구가 보이지 않는다"고 진단했다. 이어 올해 국고채 3년물과 10년물 금리가 각각 4.0%, 4.4% 수준까지 상승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시장에서는 한은이 조만간 긴축 사이클에 돌입하고, 현재 연 2.5%인 기준금리가 연말까지 3.25%까지 오를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우혜영 LS증권 연구원은 “올해 하반기에도 금리의 방향성은 당분간 상방으로 기울어 있을 가능성이 높다"며 현재 금리 상승 추세가 단기간 지속될 것으로 예측했다. 반도체 호황에 따른 세수 증가와 이에 따른 재정정책 변화도 주요 변수로 꼽힌다. 정부는 지난 3월 추가경정예산 편성을 위해 국채를 추가 발행하지 않겠다고 밝혔지만 시장에서는 여전히 추가 발행 가능성을 경계하고 있다고 블룸버그는 전했다. 임재균 KB증권 연구원은 “2027년도 예산안에 대규모 재정지출 계획이 포함될 경우 기준금리와 국채 금리에 추가 상승 압력으로 작용할 수 있다"며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3.5%까지 인상하면 국고채 10년물 금리는 4.4% 수준까지 오를 수 있다"고 전망했다. 박성준 기자 mediapark@ekn.kr

“이란 공습하지마” 트럼프 경고 무시한 네타냐후…종전 협상 ‘안갯속’ [이슈+]

지난 2월 28일 발발한 미국·이스라엘과 이란 간 전쟁이 100일을 넘겼지만 종전의 출구는 좀처럼 보이지 않고 있다. 미국과 이란의 종전 협상이 막판 난항을 겪는 가운데 이란이 이스라엘을 향해 미사일 공격을 단행했고, 이스라엘도 보복에 나서면서 중동 정세가 다시 긴장 국면으로 치닫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전쟁 발발 직후 “4~5주면 끝날 것"이라고 호언했지만, 현재는 이란과의 종전 협상을 성사시키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는 모습이다. 이스라엘군(IDF)은 8일(현지시간) 성명을 내고 “이스라엘 공군은 방금 전 이란 서부와 중부에 위치한 이란 테러 정권의 군사 목표물을 타격했다"고 밝혔다. 이번 공격은 이란이 전날 이스라엘을 향해 미사일을 발사한 데 대한 보복으로 풀이된다. 지난 4월 8일 미국과 이란 간 휴전이 발효된 이후 이란이 직접 이스라엘을 공격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앞서 이스라엘군은 “이란에서 이스라엘을 향해 발사된 미사일을 확인했다"며 “이를 요격하기 위해 방어 체계가 가동됐다"고 밝혔다. 이스라엘군에 따르면 이란에서 총 11발의 미사일이 발사됐으며 모두 방공망을 통해 요격됐다. 주요 외신에 따르면 이란 최고지도자의 군사 고문인 모흐센 레자이는 이란 통신사 ISNA에 “이스라엘을 향한 미사일 발사는 레바논에서의 적대 행위를 중단하라는 경고"라고 말했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이란 혁명수비대(IRGC)는 나사렛 인근 라맛 다비드 공군기지를 겨냥했다며 공격 사실을 확인했다. 이스라엘군은 최근 레바논에서 기존 통제구역을 넘어 작전 범위를 확대하고 있으며 휴전 기간 중단됐던 수도 베이루트 공습도 재개했다. 이에 레바논 내 친이란 무장단체인 헤즈볼라는 전날 이스라엘 북부 지역을 공격했고, 이스라엘군은 보복 차원에서 베이루트 남부 교외를 공습해 최소 2명이 사망하고 11명이 부상했다. 미국과 이란이 전쟁 종식을 위한 협상을 시작한 이후에도 이스라엘은 헤즈볼라와의 분쟁을 이유로 레바논 내 군사작전을 계속해왔다. 이스라엘 정부는 레바논 문제는 이란과의 휴전 협상과 별개 사안이라는 입장이다. 반면 이란은 레바논 문제가 포함되지 않은 어떠한 합의도 받아들일 수 없다고 주장하며 이스라엘의 군사행동이 협상을 위태롭게 만들고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 이스라엘의 대(對)이란 공습은 트럼프 대통령의 만류에도 단행됐다는 점에서 더욱 주목받고 있다. 미국 매체 악시오스(Axios)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7일(현지시간)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와 전화 통화를 갖고 이란의 미사일 공격에 대한 보복에 나서지 말라고 요청했다. 악시오스는 네타냐후 총리가 처음에는 반대했지만 결국 보복을 보류하는 데 사실상 동의했다고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파이낸셜타임스(FT)와의 인터뷰에서도 미국이 이란과 체결하는 어떠한 합의도 네타냐후 총리가 받아들여야 한다고 밝혔다. 그는 “결정권은 나에게 있다. 모든 결정은 내가 내린다"며 “네타냐후가 결정권을 가진 것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레바논 공습을 이어가고 있는 이스라엘을 향해 거듭 경고 메시지를 발신하며 이란과의 협상 의지를 재확인한 셈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또 폭스뉴스와의 인터뷰에서 협상을 통한 해결을 여전히 원한다며 이란에 협상 재개를 촉구했다. 그는 “당신들은 미사일을 쐈으니 이제 충분하다"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미국과 이란은 전쟁 종식을 위한 합의를 놓고 별다른 진전을 이루지 못하고 있다고 블룸버그통신은 지적했다. 특히 동결된 수십억 달러 규모의 이란 자산 처리 문제를 둘러싸고 미국과 이란의 협상이 교착 상태에 빠져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방영된 NBC 방송 인터뷰에서 이란과 새로운 합의가 이뤄지더라도 이란 자산 동결 해제나 제재 완화가 즉각 이뤄지지는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그들이 제대로 행동하고 올바른 모습을 보인다면 그때부터 동결 자산 해제를 논의하기 시작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와 동시에 트럼프 행정부는 동결된 이란 자산을 중동 동맹국들의 복구 자금으로 활용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블룸버그는 전했다. 이에 카젬 가리바바디 이란 외무차관은 이날 엑스(X·옛 트위터)에 “이란 자산은 미국의 전리품도, 동맹을 위한 기금도 아니다"라며 이번 전쟁으로 발생한 피해에 대해 “전면적 보상"을 요구하고 있다고 반박했다. 블룸버그는 이 같은 이견이 호르무즈 해협 재개방과 이란 핵 프로그램 논의를 위한 휴전 연장 협상에도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박성준 기자 mediapark@ekn.kr

[EE칼럼] 원자력 재부흥의 시대, 신뢰라는 자산

임은정 공주대학교 국제학부 교수 미국과 이란 간 종전 협상이 난항을 거듭하는 가운데 핵심 쟁점 가운데 하나로 농축우라늄의 처리 문제가 꼽히고 있다. 지난해 6월 '12일 전쟁'과 올해 이어진 전쟁에서도 미국과 이스라엘은 이란 핵시설을 반복적으로 공격하였다. 그러나 시설 파괴보다 더 어려운 과제는 이란이 보유한 60% 수준의 농축우라늄 약 440kg을 어떻게 처리할 것인가이다. 제3국 이전을 둘러싼 양측 간 이견이 팽팽한 가운데, 최근 카자흐스탄이 대안 가운데 하나로 거론되면서 카자흐스탄 비핵화의 역사가 재조명되었다. 카자흐스탄은 모범적인 비핵화 사례로 꼽힌다. 소련 붕괴 후 당시 카자흐스탄에는 핵탄두 1,410기,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100여 기 등 세계 4위 규모의 핵전력이 남아있었지만, 독립 이후 카자흐스탄 정부는 자발적으로 비핵화를 선택하였다. 카자흐스탄은 핵확산금지조약(NPT)과 국제원자력기구(IAEA)에 가입한 것은 물론, 중앙아시아 비핵지대(CANWFZ)의 중심국이 되었다. 또한 평화적 목적의 연료공급을 보장하기 위해 설립된 IAEA의 저농축우라늄(LEU) 은행을 자국 내 유치한 바 있다. 결국 카자흐스탄은 핵무기를 포기하고 국제사회의 신뢰를 얻었다. 원자력 기술은 본질적으로 이중용도(dual-use)의 특성을 가진다. 연료 생산에 필요한 우라늄 농축 기술은 핵무기 제조에도 활용될 수 있다. 사용후핵연료의 재처리 기술 역시 마찬가지다. 국제사회가 지난 수십 년 동안 NPT 체제와 IAEA를 중심으로 비확산 레짐을 발전시켜 온 이유도 여기에 있다. 원자력 기술을 평화적으로 활용하면서도 핵무기와 핵물질의 확산을 방지하기 위한 국제사회의 노력은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 흥미로운 점은 최근 원자력 재부흥이 본격화하면서 연료 확보를 위한 새로운 시도가 진행되고 있다는 사실이다. 미국 에너지부(DOE)는 지난달 26일, 차세대 원자력 기업인 오클로(Oklo)를 포함한 5개 기업을 미 연방정부가 보유하고 있는 무기용 플루토늄을 소형모듈원전(SMR)용 연료로 재활용하는 사업의 협상자로 선정한 바 있다. 이를 둘러싸고 냉전 시기의 유산을 미래 전력 생산을 위한 자원으로 활용한다는 긍정적인 해석과 핵폐기물을 재활용하는 것은 결국 핵물질 확산 우려를 낳는다는 부정적인 해석이 충돌하고 있다. 그러나 과거의 군사적 자산을 미래 에너지를 위한 자산으로 안전하게 전환할 수만 있다면 이는 결국 핵물질의 양적 축소와 에너지 안보에 모두 고무적일 수 있을 것이다. 이러한 변화는 한국에도 중요한 시사점을 준다. 최근 국내에서도 상업적 목적의 농축과 핵연료주기 자율성 확대에 대한 논의가 증가하고 있다. 세계 최고 수준의 원전 건설 능력을 보유하고 있고, UAE와 체코 수출에 이어 추가 수출에 대한 가능성도 점쳐지는 상황에서 핵연료 공급망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는 것은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특히 SMR과 고순도 저농축 우라늄(HALEU) 시장 확대에 대한 전망까지 더해져 핵연료주기의 자율성 문제는 더욱 중요해지고 있다. 그러나 여기서 우리가 놓쳐서는 안 될 것이 있다. 핵연료주기의 미래는 기술만의 문제가 아니라 신뢰의 문제이기도 하다는 점이다. NPT 체제상 핵보유국이 아닌 일본이 농축과 재처리 권한을 유지하고, 카자흐스탄에 IAEA가 저농축우라늄 은행을 유치한 것은 오랜 기간 축적된 비확산 체제에 대한 기여와 국제적 신뢰가 있었기 때문이었다. 한국 역시 핵연료주기 전반에 대한 역량 확대를 논의할 수 있다. 오히려 세계적인 원전 공급국으로 성장을 계속하기 위해서는 관련 기술과 산업 생태계를 더욱 발전시켜야 한다. 다만 그 원동력은 자체 핵무장이나 핵잠재력 같은 것이 되어서는 안 될 것이다. 한국 원자력 산업이 국제사회에서 높은 평가를 받는 이유는 기술력, 제조 및 건설 능력뿐 아니라, 70년대의 유산을 극복하고 책임 있는 비확산 국가라는 신뢰를 어렵사리 구축해 왔기 때문이다. NPT 체제를 준수하면서 원전을 수출하고 국제 규범에 기여해 온 경험은 오늘날 한국 원전 산업의 중요한 자산이 되었다. 원자력 산업을 둘러싼 경쟁은 기술이나 제조 및 건설 능력에만 머물지 않는다. 특히 신규로 원자력 발전을 도입하려는 국가 입장에서는 누구와 협력할 것인가가 국가의 백년지계를 결정하는 전략적 판단이 되는 만큼 상대국의 신뢰도 역시 중점적으로 평가하지 않을 수 없다. 기술만큼이나 신뢰도 단기간에 만들어지지 않는다. 세계적인 원자력 재부흥이 도래한 지금이니만큼, 우리가 구축해 온 신뢰라는 자산을 앞으로도 더욱 소중히 여겨야 할 것이다. bienns@ekn.kr

“코스피 블랙먼데이 무섭다”…AI 관련주 투매, ‘간달프’도 재등장 [머니+]

미·이란 전쟁에 따른 에너지 가격 급등에도 신고가 랠리를 이어왔던 글로벌 증시가 급격히 흔들리고 있다. 특히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에 대한 영향이 큰 글로벌 인공지능(AI) 관련주가 일제히 급락하면서 국내 투자자들의 불안이 커지고 있다. 코스피 강세장 속에서 한동안 존재감이 옅어졌던 대표적 약세론자마저 최근 다시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5일(현지시간) 뉴욕증시에서 다우존스30 산업평균지수는 전장보다 1.35% 내린 5만866.78에 거래를 마쳤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 지수는 2.65% 하락한 7383.68에,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 종합지수는 4.18% 떨어진 2만5709.43에 각각 마감했다. S&P500 지수와 나스닥 지수는 이번 주 각각 2.6%, 4.7% 하락하며 9주 연속 상승 행진을 마감했다. 이날은 특히 그동안 강세장을 주도했던 반도체 업종의 낙폭이 두드러졌다. 마이크론 테크놀로지가 13.25% 급락했고 샌디스크(-11.39%), 인텔(-11.28%), 웨스턴디지털(-11.06%), AMD(-10.86%), 램리서치(-9.85%) 등도 큰 폭으로 하락했다. 실적 실망감으로 전날 12.6% 급락했던 브로드컴은 이날도 7.92% 떨어지며 이틀 연속 급락세를 이어갔다. 필라델피아 반도체지수(SOX)는 10.3% 폭락했다. 엔비디아(-6.20%), 마이크로소프트(-2.66%), 아마존(-3.06%), 테슬라(-6.56%) 등 주요 빅테크도 일제히 약세를 보였다. 메타는 유상증자를 검토하고 있다는 보도가 나오면서 5.51% 하락했다. 이날 증시 급락은 미국의 5월 고용지표가 예상 밖으로 견조한 모습을 보인 직후 나타났다. 미 노동부에 따르면 5월 비농업 부문 신규 고용은 전월 대비 17만2000명 증가해 시장 예상치인 8만명을 크게 웃돌았다. 국제유가 급등으로 인플레이션 재점화 우려가 커진 상황에서 노동시장마저 예상보다 견조한 모습을 보이자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기준금리 인상으로 대응할 수 있다는 관측이 확산했다.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모건스탠리 웰스매니지먼트의 엘런 젠트너는 “오늘 발표된 지표는 미국 경제의 견조한 회복력을 다시 한번 보여줬다"면서도 “동시에 연준과 시장이 인플레이션 압력에 더욱 집중하도록 만들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블룸버그는 트레이더들이 오는 12월까지 기준금리 인상을 기정사실로 받아들이기 시작했다고 전했다. 투자은행 제프리스의 토머스 시먼스 미국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이번 고용지표는 금리 인하 기대를 사실상 무산시켰다"고 평가했다. 이어 “미국 경제는 2026년 금리 인하 가능성이 거의 없을 정도의 흐름을 보이고 있다"며 “에너지 가격이 하락세로 전환되고 생산성 향상으로 2027년 기대 인플레이션이 낮아진다면 그때 가서야 금리 인하 논의가 다시 시작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AI 관련주의 폭락이 기업들의 호실적 발표 이후 나타났다는 점도 주목된다. 네이션와이드의 마크 해켓 수석전략가는 투자자들 사이에서 AI 기업들의 성장세가 정점을 찍은 것 아니냐는 의구심이 커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도 증시 급락을 의식한 듯, 자신의 소셜미디어 트루스소셜에 “방금 발표된 것처럼 훌륭한 고용 지표가 나오면 증시는 하락이 아닌, 상승해야 한다"며 “경제 성장이 인플레이션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국가가 (성장 없이) 어떻게 위대해질 수 있겠느냐"고 지적했다. 이런 가운데 오는 8일 개장하는 코스피가 어떤 흐름을 보일지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일단 뉴욕증시에 상장된 '아이셰어즈 MSCI 한국 ETF'(EWY)는 이날 14.11% 하락 마감한 것이 국내 투자자들의 우려를 키우고 있다. 종가 기준 하락률은 코로나19 팬데믹이 본격화하던 2020년 3월 16일(-15.81%) 이후 최대 수준이다. 이란 전쟁 발발 직후였던 지난 3월 3일에도 장중 최대 14.91% 급락했지만 낙폭을 줄이며 10.3% 하락 마감한 바 있다. 'MSCI 한국 지수'를 추종하는 EWY는 연휴 등 장기 휴장 이후 코스피 향방을 가늠하는 선행 지표로 활용돼 왔다. 이 ETF는 80여 개 국내 우량주로 구성돼 있으며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비중이 40%를 웃돈다. 코스피가 지난 5일 5.54% 하락한 것도 4일 EWY의 4.22% 하락이 투자심리에 영향을 미쳤을 가능성이 제기된다. 최근 글로벌 증시가 AI 관련주 중심으로 흔들리자 월가의 대표적 약세론자인 마르코 콜라노비치도 다시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JP모건 수석 전략가 출신인 콜라노비치는 이날 자신의 소셜미디어 엑스(X·옛 트위터)에 “의미 있는 투매는 AI 모멘텀 주식들이 70% 하락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지난 2일에도 “역사상 최악의 에너지 위기를 겪고 있는 상황에서 AI가 증시와 경제를 떠받치고 있는 현재 시장 흐름은 전면적인 전기화와 원전이 주요 발전원으로 자리 잡았을 때에나 설명이 가능하다"며 “그러나 현실은 그렇지 않다"고 지적했다. 이어 “정치권이 시장을 왜곡하고 있어 현실이 반영되는 시점이 언제일지 알 수 없다"고 덧붙였다. 이는 미·이란 전쟁 장기화와 에너지 가격 급등 속에서 AI 산업에 대한 낙관론만으로 현재의 증시 상승세를 정당화하기 어렵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콜라노비치는 올해 2월부터 코스피 거품론을 집중적으로 제기하며 국내 투자자들의 관심을 받아왔다. 그는 당시 “과거 코스피가 1000에서 2000으로 오르는 데 40년이 걸렸다"며 “불과 몇 달 만에 4000포인트 상승한 것은 역사적 평균 수익률 기준으로 100년 이상의 상승분에 해당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시장이 그의 경고와 달리 상승세를 이어가자 지난달부터는 발언 빈도를 눈에 띄게 줄였다. 다만 최근 글로벌 증시가 흔들리기 시작하면서 다시 AI 관련주 중심의 급락 가능성을 경고하고 나선 것으로 보인다. 한편 콜라노비치는 코로나19 팬데믹 당시 증시 반등 가능성을 비교적 정확히 예측하며 '간달프'라는 별칭을 얻었지만, 2022년 이후 시장 흐름과 엇갈린 전망을 이어가다 2024년 JP모건을 떠났다. 박성준 기자 mediapark@ekn.kr

‘원전 부활’ 속도내는 일본…“2050년까지 최대 14기 교체”

한때 탈원전에 나섰던 일본이 2050년대까지 최대 14기의 원전을 교체하는 방안을 추진한다. 자국 내 전력 수요 증가에 대응하고 대외 지정학적 리스크에 대비하기 위한 움직임으로 풀이된다. 6일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이날 일본 경제산업성은 원자력 정책에 대한 가이드라인 개정안을 내부 위원회에 제출했다. 개정안엔 2040년까지 최대 5기의 원전을 교체하고, 다음 10년 동안 추가로 최대 9기를 더 교체하는 내용이 담겼다. 노후화된 원전을 새 원전으로 교체해 에너지 수급을 확보하겠다는 계획이다. 일본은 2011년 후쿠시마 원전 사고 이후 모든 원전의 가동을 중단했지만 최근 들어 원전을 다시 확대하는 방향으로 선회하고 있다. 현재 상업 운전이 가능한 약 30기의 원전 가운데 절반가량이 재가동된 상태다. 이 같은 원전 회귀 움직임은 인공지능(AI) 산업 성장에 따른 전력 수요 증가와 탄소배출 감축 필요성이 맞물린 결과로 풀이된다. 경제산업성은 개정안과 관련한 문서에서 “디지털·녹색 전환 확대에 따른 전력 수요 증가가 예상되면서 원전을 둘러싼 환경이 크게 변화했다"며 “중동 정세를 비롯한 지정학적 위험이 커지면서 에너지 안보의 중요성이 커졌고, 안정적인 에너지 공급 확보에 대한 필요성도 증가했다"고 설명했다. 경제산업성은 2040년대까지 원전 설비용량 2.2~5.5기가와트(GW)를 확보하기 위해 원전 2~5기의 교체가 필요할 것으로 전망했다. 또 2050년대에는 총 설비용량을 12.7~16GW 수준으로 확대하기 위해 11~14기의 원전 확보가 필요할 것으로 내다봤다. 박성준 기자 mediapark@ekn.kr

시진핑, 7년 만에 북한 방문…북중 밀착 속도 내나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오는 8~9일 북한을 국빈 방문한다고 중국 관영 신화통신이 5일 보도했다. 최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을 잇달아 중국으로 초청한 데 이어 올해 첫 해외 순방에 나서는 것으로, 중국의 외교 행보가 한층 활발해지는 모습이다. 이번 방문은 김정은 조선노동당 총비서 겸 국무위원장이 핵무력 증강을 대외적으로 과시하는 동시에 외교 활동을 확대하는 시점에 이뤄진다. 시 주석의 방북은 2019년 이후 처음이다. 북중 정상의 대면 회동은 지난해 9월 김 위원장이 중국 전승절 80주년 기념행사 참석을 위해 베이징을 방문한 이후 약 9개월 만이다. 시 주석은 이번 방북을 통해 중국이 미국과 러시아, 북한 등 주요 국가들과 모두 소통할 수 있는 강대국이라는 점을 부각할 것으로 보인다. 북한이 최근 러시아와 군사·안보 협력을 대폭 강화하며 밀착 행보를 이어가고 있지만 중국 역시 북한의 최대 교역국이자 후원국으로서 상당한 영향력을 유지하고 있다. 이에 따라 시 주석이 이번 방북을 통해 북중 우호관계를 재확인하고 한반도 문제에서 중국의 존재감을 다시 한 번 부각하려는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역사적 동맹 관계인 중국과 북한은 최근 양국 수도를 오가는 열차와 항공편 운항을 재개하는 등 관계 강화에 나서고 있다. 왕이 중국 외교부장도 지난 4월 북한을 방문해 김 위원장을 만났다. 당시 왕 부장은 양국의 사회주의 유대를 강조하며 주요 국제·지역 현안에 대한 공조 강화를 주문했다. 다만 중국의 영향력에 한계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북한은 수년간 중국의 압박에도 불구하고 핵 개발을 지속적으로 확대해 왔으며, 2022년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에는 러시아와의 군사 협력을 더욱 강화했다고 블룸버그통신은 전했다. 실제로 시 주석이 마지막으로 북한을 방문했던 2019년 그는 김 위원장에게 미국과의 비핵화 협상 진전을 국제사회가 기대하고 있다고 강조한 바 있다. 트럼프 대통령도 집권 1기 당시 김 위원장과 세 차례 정상회담을 가졌지만 북한의 핵 개발 중단을 이끌어내는 데는 실패했다. 일각에서는 중국이 역내 안정을 유지하기 위해 북한의 핵보유국 지위를 사실상 용인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관측도 제기된다. 실제로 중국이 지난달 발표한 핵 비확산 백서에서는 기존에 포함됐던 '한반도 비핵화' 관련 문구가 빠졌다. 지난달 미중 정상회담 이후 백악관은 양국 정상이 북한 비핵화 의지를 재확인했다고 밝혔지만 중국 측 발표문에는 관련 내용이 포함되지 않았다고 블룸버그는 전했다. 중국과 러시아는 최근 정상회담에서도 비핵화 문제를 언급하지 않은 채 대북 제재 반대 입장을 강조했다. 조선중앙통신에 따르면 김 위원장은 최근 신규 우라늄 농축시설과 핵물질 생산시설을 시찰하며 핵무력 강화 의지를 재차 드러냈는데 이것 또한 시 주석의 방북을 의식한 것 아니냐는 관측이 제기된다. 박성준 기자 mediapark@ekn.kr

골드만 “코스피 1만2000” 외치는데…투자자들 불안 커지는 이유는 [머니+]

코스피 지수가 5일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중심으로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이런 가운데 한국 증시의 불안한 조짐이 본격화하고 있다는 경고가 제기됐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날 오전 11시 39분 기준, 코스피는 전장보다 3.36% 내린 8349.29를 보이고 있다. 지수는 전장보다 3.66% 하락한 8323.20으로 출발해 낙폭을 키우고 있다. 개장 직후에는 급락에 프로그램매도호가 일시효력정지(사이드카)가 발동됐고, 장중 한때 8038.10(-6.96%)까지 떨어지기도 했다. 간밤 미국 기술주 약세의 영향으로 국내 증시가 반도체주를 중심으로 하방 압력을 받고 있는 모습이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장중 각각 최대 7%, 9% 넘게 하락했다. 미국 반도체 기업 브로드컴이 시장 예상치를 밑도는 실적을 발표하자 주가는 12% 이상 급락했고 필라델피아반도체지수는 2.15% 하락하며 6거래일 만에 내림세로 돌아섰다. 이런 가운데 한국 증시에 균열이 나타나기 시작했다는 진단도 나왔다. 이날 블룸버그통신은 한국 증시의 가장 큰 위험 요인으로 시장 폭(market breadth)이 지나치게 좁다는 점을 지목했다. 실제로 코스피는 전날 종가 기준 올해 상승률이 105%에 달한다. 그러나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코스피 상승분의 약 75%를 차지했으며, 두 종목의 시가총액 비중은 코스피 전체의 54%에 이른다. 지난달 일평균 거래대금에서도 두 종목이 절반가량을 차지했다. 특히 코스피가 종가 기준 사상 최고치를 기록한 지난 2일(8801.49) 52주 신고가를 경신한 종목은 전체의 2.6%에 불과한 반면 31%는 52주 신저가를 기록했다. 코스피 상승세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비롯한 일부 대형주에 집중됐다는 의미다. 하석근 유진자산운용 최고투자책임자(CIO)는 “현재로서는 기업 펀더멘털 악화보다 시장 포지셔닝 과열 신호가 더 우려된다"며 “향후 1~2개월 동안 변동성이 확대되고 조정 국면이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고 블룸버그에 말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기초자산으로 한 단일 종목 레버리지 상장지수펀드(ETF)의 등장도 우려를 키우고 있다. 거래소에 따르면 지난달 27일 상장된 이후 첫 5거래일 동안 가장 인기 있었던 단일 종목 레버리지 ETF 4개의 거래대금은 국내 전체 ETF 거래대금의 21%를 차지했다. 또 한국투자증권·삼성증권·KB증권·NH투자증권 등 국내 주요 증권사 4곳이 지난 1일까지 레버리지 ETF 14종(인버스 2종 제외)의 투자자 수와 투자금액을 집계한 결과 투자자 수는 7만850명, 투자금액은 3조2755억원으로 나타났다. 1인당 평균 투자금액은 4623만원 수준이었으며 가장 많은 연령대는 40대로 전체의 28.9%를 차지했다. 메리디언원자산운용의 김상훈 대표는 “현재 시장 구조는 레버리지 ETF의 숏 감마(short gamma) 특성 때문에 하락에 취약하다"며 “시장이 오를 때는 투자자들이 더 많은 매수에 나서도록 만들지만 하락장에서는 보유 주식을 급하게 매도하도록 만드는 구조"라고 설명했다. 레버리지 ETF의 확산이 하락장에 변동성을 더 키울 수 있다는 지적이다. 수급 측면에서도 우려가 커지고 있다. 국내 증시 상승세를 이끌었던 개인투자자들이 신규 자금 투입에 다소 소극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고 블룸버그는 전했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투자자예탁금은 지난달 12일 137조원에서 22일 121조원으로 감소했다. 반면 투자자들이 증권사로부터 자금을 빌려 투자하는 신용거래융자 잔고는 37조687억원으로 사상 처음 37조원을 돌파했다. 신용거래융자는 이른바 '빚투'의 대표 지표로 여겨진다. NH투자증권의 션 오 트레이더는 “현금 완충장치는 줄어들고 있는데 적극적인 레버리지 투자는 줄어들지 않고 있다는 점이 핵심 신호"라고 말했다. 여기에 다음 달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상 가능성도 부담 요인으로 꼽힌다. 차입 자금에 의존한 투자 비중이 높은 상황에서 금리가 오를 경우 증시 유동성이 위축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런 와중에 외국인 투자자들의 매도세도 이어지고 있다. 외국인은 이날 오전 현재 코스피 시장에서 2조2782억원을 순매도하며 지난달 7일부터 20거래일 연속 순매도를 기록 중이다. 이는 역대 9번째로 긴 순매도 기록이자 2020년 3월 5일∼4월 16일(30거래일 연속 순매도) 이후 약 6년 만의 최장 기록이다. 그럼에도 한국 증시에 대한 낙관론은 여전히 우세하다. 반도체 기업을 중심으로 실적이 개선될 것이라는 기대가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글로벌 투자은행 골드만삭스는 최근 코스피 목표치를 기존 9000에서 1만2000으로 상향 조정했다. 골드만삭스는 “인공지능(AI) 투자 확대가 기술 하드웨어 업종의 실적 성장을 2028년 이후까지 견인할 것"이라며 올해 한국 기업들의 이익 증가율이 320%에 달할 것으로 전망했다. 페더레이티드 헤르메스의 조너선 파인스 아시아 주식 총괄은 “코스피의 시장 폭이 좁은 것은 사실이지만 그렇다고 코스피가 1만선에 도달하지 못한다는 의미는 아니다"라고 말했다. 박성준 기자 mediapark@ekn.kr

“더는 못 버틴다”…장기투자자 ‘매도 폭탄’에 비트코인 무너질까 [머니+]

가상자산 대장주 비트코인이 최근 들어 급락세를 이어가면서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4일 글로벌 가상자산 시황사이트 코인마켓캡에 따르면 한국시간 오후 4시 27분 기준, 비트코인은 24시간 전 대비 5.37% 하락한 6만3541달러를 나타내고 있다. 이날 오전에는 최저 6만1353달러까지 떨어지기도 했다. 비트코인은 미국과 이란 간 종전 기대감 등에 힘입어 지난 4월부터 5월까지 반등하는 흐름을 보였지만 최근 들어 상승 동력이 다시 약해졌다. 지난 7일 동안 낙폭은 약 13%에 달한다. 종전 협상이 난항을 겪고 있는 데다 장기 투자자들까지 매도에 나서자 하방 압력이 커진 것으로 풀이된다. CNBC에 따르면 컴퍼스포인트의 에드 엥겔 애널리스트는 보고서에서 최소 155일(약 5개월) 이상 비트코인을 보유한 장기투자자들이 최근 들어 매도세로 돌아섰다고 밝혔다. 엥겔은 “이들 투자자들은 올해 2월부터 4월까지는 거의 움직이지 않았지만 최근 몇 주 동안 매도에 나섰다"며 “특히 지난 이틀 동안에만 약 24억달러(약 3조6800억원) 규모의 비트코인을 팔았는데 이는 수급 균형에 상당한 영향을 미치는 규모"라고 덧붙였다. 또 최근 30일 동안 매도된 비트코인 가운데 26%는 9만달러 이상에서 매수한 투자자들로부터 나온 것으로 집계됐다. 이에 대해 엥겔은 “이들 고점 매수자는 약세장 기간에도 비교적 견조한 모습을 보였지만 비트코인이 이번 사이클의 새로운 저점에 접근하면서 결국 투매에 나서고 있다"고 분석했다. 여기에 지난 1일 '비트코인 전도사'로 알려진 마이클 세일러의 스트래티지가 보유 비트코인 32개를 처분했다는 소식도 시장심리를 크게 위축시켰다. 세일러는 그동안 소셜미디어를 통해 “비트코인을 절대 팔지 말라"고 주장해온 인물이다. 비트코인은 지난해 10월 12만6200달러까지 오르며 사상 최고가를 기록했지만 이후 대규모 선물 포지션이 청산되자 하락장에 돌입했다. 이후 올 1월 9만7000달러대까지 오르면서 10만달러선을 다시 넘어설 것이란 기대감이 커졌지만 다시 하락세로 전환했다. 반면 글로벌 증시는 인공지능(AI) 낙관론에 힘입어 사상 최고치 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CNBC는 이 같은 괴리가 지속되면서 투자자들 사이에서 비트코인을 둘러싼 두 가지 핵심 내러티브에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고 전했다. 첫 번째는 지정학적 불확실성이 확대될 때 수혜를 입는 '디지털 금'이라는 주장이고, 두 번째는 비트코인이 기술주 등 위험자산과 유사한 움직임을 보인다는 것이다. 이 같은 회의론을 반영하듯 소소밸류에 따르면 지난 2일까지 미국 증시에 상장된 비트코인 현물 ETF에서는 12거래일 연속 자금이 순유출됐다. 이는 상장 이후 가장 긴 순유출 기록이다. 비트코인 ETF 순자산 규모도 지난달 14일 1078억달러에서 850억달러로 감소했다. 씨티그룹의 알렉스 손더스 애널리스트는 보고서에서 “ETF 자금 유입은 비트코인 가격 상승을 이끄는 가장 중요한 요인"이라며 “최근 ETF에 대한 자금 흐름은 부정적이며, 투자심리는 당분간 부진한 흐름을 이어갈 가능성이 높다. 특히 증시 수익률 간 괴리가 여전히 큰 상황"이라고 밝혔다. 박성준 기자 mediapark@ekn.kr

“달러 대신 金”…금, 美국채 제치고 세계 1위 준비자산 [머니+]

대표적 안전자산인 금이 미국 국채를 제치고 세계 최대 준비자산(외환보유액)으로 부상한 것으로 나타났다. 각국 중앙은행의 대규모 금 매입과 최근 2년간 이어진 금값 급등의 영향으로 풀이된다. 4일 유럽중앙은행(ECB)이 발표한 '유로화의 국제적 역할'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금은 전 세계 중앙은행 준비자산의 27%를 차지했다. 이는 1년 전 20%에서 크게 증가한 수치다. 반면 미국 국채 비중은 같은 기간 25%에서 22%로 하락했다. 중앙은행 준비자산은 중앙은행이 자국 통화 가치를 뒷받침하고 국제결제 의무를 이행하며 금융시장 불안 시 유동성을 공급하기 위해 보유하는 고(高)유동성 자산을 의미한다. 이에 따라 전 세계 중앙은행이 보유한 금은 3만6000톤을 넘어선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미국 달러화가 금에 연동되고 주요 통화 간 환율이 고정됐던 브레턴우즈 체제 당시 중앙은행 금 보유량인 3만8000톤에 근접한 수준이다. 다만 중앙은행들의 금 매입 속도는 지난해 다소 둔화했다. ECB에 따르면 지난해 순매입 규모는 850톤으로 집계됐다. 앞서 3년 연속 연간 금 매입 규모가 1000톤을 웃돌았던 것과 비교하면 감소한 수준이다. 지난해에는 스테이블코인 발행사 테더가 100톤이 넘는 금을 매입하며 단일 기관 기준 최대 매수자로 기록됐다. 크리스틴 라가르드 ECB 총재는 보고서에서 “지정학적 긴장이 중앙은행들의 금 수요를 강하게 자극하고 있다"고 밝혔다. 특히 2022년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미국이 러시아의 달러 준비자산을 동결하면서 중앙은행들의 달러 자산 다변화 움직임이 가속화됐다. 2022년 이후 금 보유량을 가장 많이 늘린 국가는 중국, 폴란드, 튀르키예, 인도로 나타났다. 최근 몇 년간 이어진 국제 금값 상승세도 금이 미국 국채를 추월한 또 다른 배경으로 지목된다. 실제 국제 금 가격은 2024년과 2025년에 각각 30%, 60% 상승했으며 지난 1월에는 온스당 사상 처음으로 5500달러를 넘어섰다. 다만 ECB는 금값 상승에 따른 평가이익 효과를 제거하고 2023년 말 금 가격을 기준으로 재산정할 경우 지난해 말 기준 금 비중은 16%로 유로화 비중(16%)과 같고 미국 국채 비중(26%)에는 미치지 못한다고 설명했다. 금 비중 확대가 실제 보유량 증가보다는 금값 급등에 따른 평가액 상승에 상당 부분 기인했다는 의미다. ECB는 또 중앙은행들의 금 비중 확대 추세가 장기적으로 지속되기는 어려울 것으로 전망했다. 보고서는 “향후 금은 주요 법정화폐와 비교할 때 공식 준비자산으로서 여러 한계를 안고 있다"며 “가격 변동성이 크고 이자를 지급하지 않으며 실물 형태로 보유할 경우 보관 비용도 상당하다"고 지적했다. 이어 “더 중요한 문제는 금 공급이 완전히 탄력적이지 않다는 점"이라며 “국제 유동성 수요 변화에 맞춰 공급이 원활하게 조정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올해 중앙은행이 금을 대규모로 처분한 사례도 나타났다. ECB에 따르면 튀르키예는 지난 2월 미국·이란 전쟁 발발 이후 130톤의 금을 매각하거나 대여했다. 보고서는 이를 두고 “최근 수년간 가장 큰 규모의 준비자산 감소 사례 가운데 하나"라고 평가했다. 이런 가운데 향후 국제 금값 전망에 대해서는 신중론이 적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3일(현지시간) 뉴욕상품거래소에서 금 선물 가격은 온스당 4466.90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귀금속 전문매체 킷코에 따르면 파이낸셜타임스(FT)가 11명의 전문가를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서 올해 말 금값 전망치는 온스당 4610달러로 집계됐다. 시장조사업체 S&P글로벌이 집계한 컨센서스는 온스당 4242달러로 FT조사보다 더 낮게 나타났다. 글로벌 투자은행 UBS는 금값의 핵심 하방 리스크로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매파적 통화정책을 꼽았다. 한편, 보고서는 유로회의 국제적 위상도 확대되고 있다고 짚었다. 지난해 유로화 표시 국제채권 발행액은 전년 대비 30% 증가한 약 1조유로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동시에 해외 투자자들은 유로존 자산을 8500억유로 순매수했다. 박성준 기자 mediapark@ek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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