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병헌의 체인지] 거대해진 쿠팡, 작아진 정부… 플랫폼 권력의 역전

한때 미국의 혁신 아이콘으로 불렸던 엔론은 정계와 규제기관 주변에 막강한 인맥망을 구축했다. 전직 관료와 정치권 인사들이 기업 자문과 로비 창구로 줄줄이 이동했고, 엔론은 이를 기반으로 시장 규제를 피해가며 몸집을 키웠다. 그러나 결과는 파국이었다. 회계조작과 권력 유착 의혹이 터지자 세계 최강 기업이라던 엔론은 순식간에 붕괴했고, 미국 사회는 “기업이 권력과 결합하면 결국 시장 전체가 무너진다"는 교훈을 얻었다. 지금 한국 사회에서 쿠팡을 바라보는 시선 속에도 그 불안감이 스며들고 있다. 쿠팡은 미국 뉴욕증시에 상장된 글로벌 기업임을 강조한다. 하지만 현실은 명확하다. 쿠팡의 핵심 시장은 한국이다. 한국 소비자의 클릭이 매출이 되고, 한국 자영업자의 입점이 플랫폼을 키웠으며, 한국 물류노동자의 희생이 로켓배송 신화를 만들었다. 쿠팡은 한국 시장에서 성장한 기업이다. 그런데 정작 한국 사회가 요구하는 책임과 윤리 앞에서는 지나치게 미국식 기업 논리 뒤에 숨는다는 비판이 거세다. 대표적인 사례가 전관 중심의 대관·자문 구조다. 쿠팡은 그동안 검찰·경찰·공정거래 분야 출신의 전직 고위 인사들을 다수 영입해온 것으로 알려져 있다. 물론 기업이 법률 전문가를 채용하는 것 자체가 불법은 아니다. 문제는 그 규모와 방식, 그리고 시점이다. 공정거래위원회의 조사와 플랫폼 규제 논란이 불거질 때마다 전직 고위 공직자 출신들이 대거 포진하는 모습은 국민에게도 강한 의구심을 남긴다. '기업 방어를 위한 전관 네트워크'가 아니냐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실제 쿠팡은 자체브랜드(PB) 상품 우대 및 검색 알고리즘 운영 문제 등으로 공정거래위원회의 조사를 받아왔다. 소비자들은 플랫폼을 중립적인 시장으로 믿고 이용하지만, 특정 상품 노출 방식과 리뷰 운영 구조를 둘러싼 논란은 “플랫폼 권력이 공정한 경쟁 질서를 흔든다"는 우려를 키웠다. 여기에 입점업체 수수료 갈등, 물류센터 노동환경 문제, 배송기사 과로 논란까지 겹치며 쿠팡은 단순한 유통회사를 넘어 한국 사회의 공공성과 충돌하는 거대 플랫폼으로 인식되기 시작했다. 그런데도 쿠팡은 사회적 책임보다 방어 논리 구축에 더 능숙해 보인다. 미국 정치권에서 거대 플랫폼 기업들이 막대한 로비 자금을 사용하는 것은 이미 잘 알려진 현실이다. 미국의 정치자금, 로비 활동, 기업·단체의 정치권 지출 내역 등을 추적·공개하는 대표적인 비영리 감시기관인 OpenSecrets 에 따르면 미국 주요 빅테크 기업들의 로비 지출은 해마다 수천억 원대에 달한다. 쿠팡 역시 미국 기업이라는 지위를 활용해 글로벌 네트워크와 대외 대응력을 강화해왔다.지금도 진행중이다. 문제는 이런 구조가 한국 사회에까지 그대로 투영된다는 점이다. 한국은 미국처럼 로비 활동이 제도적으로 투명하게 공개되는 구조도 아니다. 그렇기 때문에 전직 검찰·경찰·경제관료 출신 인사들의 기업행은 더욱 민감할 수밖에 없다. 국민 입장에서는 “과거 공직에서 쌓은 영향력과 인맥이 지금은 거대 플랫폼의 이해를 위해 사용되는 것 아니냐"는 의심을 품게 된다. 특히 쿠팡처럼 한국 시장 의존도가 절대적인 기업일수록 이런 의혹은 더욱 치명적이다. 더 우려스러운 것은 쿠팡이 보여주는 몰지각하고 뻔뻔한 태도다. 노동환경 논란이 불거질 때마다 “혁신 과정의 불가피한 비용"처럼 접근했고, 플랫폼 공정성 문제에서는 “시장 경쟁의 결과"라는 논리를 내세웠다. 시장이란 강한 기업이 약한 참여자를 배려할 때 지속가능해지는 것이다. 수많은 소상공인과 입점업체가 대기업 쿠팡의 플랫폼 의존 구조 속에서 흔들리고 있는데, 오직 성장과 속도만 강조한다면 결국 사회적 반발은 커질 수밖에 없다. 세계는 이미 이런 사례를 여럿 경험했다. 세계적인 자동차사 폭스바겐은 배출가스 조작 사태로 세계적 신뢰를 잃었고, 한때 실리콘밸리의 혁신 신화로 불렸던 테라노스는 정관계 유명 인사들을 전면에 세워 혁신 이미지를 구축했지만 거대한 허상이 드러나며 붕괴했다. 이들의 공통점은 단 하나였다. 기업이 사회적 책임보다 권력과 이미지 관리에 집착하기 시작했다는 대목이다. 쿠팡도 예외일 수 없다. 한국 소비자 덕분에 성장한 기업이라면 당연히 한국 사회의 상식과 윤리를 먼저 존중해야 한다. 전관 인맥과 대관 조직으로 비판을 관리하려 한다는 인상을 주는 순간, 소비자 신뢰는 빠르게 흔들린다. 기업의 힘이 커질수록 더 투명해야 하고, 더 낮은 자세를 가져야 한다. 지금 쿠팡은 정반대 방향으로 가고 있다는 비난이 만만찮다. 정치권과 정부도 자유로울수 없다. 플랫폼 기업의 전관 영입 현황 공개, 로비 활동 투명성 강화, 공정거래 감시 확대 같은 제도 개선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특히 중요한 것은 국민의 감시다. 편리함에만 익숙해지는 순간 쿠팡처럼 거대 플랫폼은 공공질서 위에서 군림하기 시작한다. 쿠팡은 지금 선택의 기로에 서 있다. 한국 시장을 기반으로 성장한 기업답게 사회적 책임을 강화할 것인가, 아니면 전관과 대관 네트워크에 기대어 비판을 관리하는 기업으로 남을 것인가. 선택은 쿠팡의 몫이지만 한국 국민은 절대 좌시하지 않을 것이다.

5조 규모 펀드의 ‘삼전·하이닉스’ 몰빵…결과 보니 [머니+]

국내 반도체 '투톱'인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주가 급등에 힘입어 코스피가 고공행진을 이어가는 가운데 글로벌 자산운용사가 반도체 관련 종목 비중을 대폭 늘린 것으로 나타나 관심이 집중된다. 11일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픽테자산운용이 운용하는 35억달러(약 5조1600억원) 규모의 다자산 펀드 '픽테 스트래티직 인컴 펀드(Pictet Strategic Income Fund)'는 미국과 이란 간 휴전이 선언된 지난달 초 이후 아시아와 미국의 인공지능(AI) 관련주 비중을 약 65% 수준까지 거의 두 배로 확대했다. 이 과정에서 현금성 자산의 최대 30%를 AI 인프라 및 저평가 종목에 투입했다. 그 결과 해당 펀드는 최근 한 달 동안 동종 펀드 가운데 약 90%를 웃도는 수익률을 기록했으며, 지난 1년간 수익률은 약 43%에 달했다. 펀드를 공동 운용하는 로레인 궈는 “AI 산업은 여전히 매우 강하고 장기적인 상승 사이클에 있다"며 “이는 아시아 공급망에 큰 수혜가 될 것"이라고 블룸버그에 말했다. 이어 “우리는 여전히 미국 기술주를 선호하고 있다"며 “AI 모델과 반도체, 유통 채널까지 모두 갖춘 기업들을 긍정적으로 보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 펀드의 주요 투자 종목에는 올해 들어 주가가 약 190% 급등한 SK하이닉스와 138% 가량 오른 삼성전자가 포함됐다. 블룸버그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올해 코스피 상승분의 약 3분의 2를 견인했다고 전했다. 이날 역시 삼성전자(6.33%)와 SK하이닉스(11.51%) 주가 급등에 힘입어 코스피는 전 거래일보다 4.32% 오른 7822.24에 거래를 마감했다. 코스피가 종가 기준 7800선에서 마감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종가 기준 '8천피'까지는 177.76포인트만 남겨두게 됐다. 픽테 스트래티직 인컴 펀드는 이 밖에도 알파벳, 애플, 엔비디아 등을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아울러 이 펀드는 기술주 비중을 확대하는 과정에서 전통적인 안전자산인 금 비중은 축소했다. 궈 공동 운용자는 “지난해부터 금 가격이 지나치게 급등했고 일부 중국 금 유통업체들을 중심으로 투기적 움직임도 나타났다고 판단해 올해는 금에 투자하지 않았다"며 “분산 투자 자산으로서 금의 역할이 이전보다 약해졌다"고 말했다. 픽테자산운용의 이같은 위험선호 확대는 최근 글로벌 투자심리 변화와 맞물려 있다고 블룸버그는 전했다. 이번 중동 전쟁이 해결될 것이란 기대감이 커지면서 투자자들이 방어적 포지션을 줄이고 있는 데다, AI 공급망 기업들이 잇달아 공급 부족을 언급하자 자금이 AI 인프라 관련 종목으로 쏠리고 있다는 것이다. 픽테자산운용의 다자산 부문 총괄이자 해당 펀드를 운용하는 앤드 웡은 “우리는 공급망 병목의 변화를 추적하는 풀스택 방식으로 투자 기회를 발굴하고 있다"며 “컴퓨팅 성능도 중요하지만 운영체제(OS)와 애플리케이션 분야에서도 새로운 기회가 열리고 있다"고 말했다. AI 대장주뿐 아니라 상대적으로 덜 알려진 AI 공급망 종목들에 대한 관심도 확대되고 있다고 블룸버그는 전했다. 적층세라믹커패시터(MLCC) 제조업체 삼성전기와 반도체 기판 업체 일본 이비덴 주가는 최근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박성준 기자 mediapark@ekn.kr

美·이란 전쟁 속 성사된 미중 정상회담…베이징 담판서 ‘빅딜’ 나올까

중국 정부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방중 계획을 공식 발표했다. 이에 따라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017년 이후 약 10년 만에 다시 중국을 방문해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정상회담을 갖게 된다. 11일 중국 관영 신화통신은 중국 외교부 대변인을 인용해 “시 주석의 초청에 따라 트럼프 대통령이 5월 13일부터 15일까지 중국을 국빈 방문한다"고 보도했다. 그동안 중국이 트럼프 대통령의 방중 일정을 공식 확인하지 않으면서 미중 정상회담이 또 한 차례 연기되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제기돼왔다.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복수의 소식통은 중국 정부가 현재 3개월째 이어지고 있는 미국·이란 전쟁이 해결될 때까지 트럼프 대통령의 방중 추진에 신중한 입장을 보여왔다고 전했다. 당초 3월 말~4월 초로 거론됐던 정상회담 일정은 중동 정세 악화 여파로 트럼프 대통령이 연기를 요청하면서 한 차례 미뤄진 바 있다. 그러나 이날 중국 정부가 일정을 공식 발표하면서 트럼프 대통령의 중국 국빈 방문은 예정대로 성사되게 됐다. 중국은 통상 보안 문제 등을 이유로 정상급 외교 일정을 임박해서 공개한다. 앞서 미 백악관도 10일(현지시간) 트럼프 대통령이 13일 중국 베이징에 도착한다고 발표했다. 이튿날인 14일에는 환영 행사에 이어 시 주석과 양자 회담을 진행하고, 함께 베이징 명소인 톈탄(天壇)공원을 둘러본 뒤 국빈 만찬에 참석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마지막 날인 15일 시 주석과 양자 티타임 및 업무 오찬을 가진 뒤 미국으로 돌아간다. 백악관은 두 정상이 14~15일 이틀 동안 최소 6개 공식 행사에서 대면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이번 정상회담에서는 이란 전쟁 문제가 핵심 의제로 떠오를 전망이다. 최근 전쟁을 둘러싼 미중 갈등은 더욱 고조되는 분위기다. 미 재무부는 최근 중국의 대형 민간 정유업체를 포함한 중국 민간 정유사 5곳에 대해 이란산 원유를 가공했다는 이유로 제재를 부과했다. 이에 중국 정부는 기업들에 미국의 제재를 무시하라고 공개적으로 지시하며 이례적으로 강경한 태도를 보였다. 중국은 또 트럼프 대통령 방중을 일주일 앞두고 이란 외무장관을 베이징으로 초청하며 양국 간 긴밀한 관계를 과시하기도 했다. 블룸버그는 이번 회담에서 중국이 실제로 이란에 압박을 가할 의향이 있는지, 또 그 대가로 미국에 어떤 요구를 제시할지가 핵심 변수로 거론된다고 전했다. 이 밖에도 미중 무역전쟁 휴전 연장, 중국의 희토류 수출, 미국의 반도체 수출 통제, 대만 문제, 미국산 농산물 구매, 보잉 항공기 계약 등이 주요 관전 포인트가 될 전망이다. 미국 고위 당국자는 “양측이 이번 회담에서 농업·항공우주·에너지 분야에서 중국의 구매 확대 방안을 협의할 예정"이라며 “관련 발표가 트럼프 대통령의 방중 기간 중 또는 직후 이뤄질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박성준 기자 mediapark@ekn.kr

‘1만피’ 정말 현실로?…트럼프 “이란 공격”도 무시하는 코스피 [머니+]

미국과 이란 간 갈등이 다시 격화될 조짐을 보이고 있음에도 코스피가 11일 강세를 이어가며 8000선 돌파 기대감을 키우고 있다. 이런 가운데 코스피가 1만선까지 오를 수 있다는 파격적인 전망까지 등장해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이날 코스피는 전장보다 3.70% 오른 7775.31로 출발한 뒤 장중 한때 5.05% 급등한 7876.60까지 치솟았다. 장 초반 급등세로 인해 유가증권시장에서는 프로그램매수호가 일시효력정지(매수 사이드카)가 발동되기도 했다. 이는 지난 6일 이후 3거래일 만이다. 오후 1시 31분 기준 코스피는 전장 대비 4.81% 오른 7858.91을 기록 중이다. 이날 증시 상승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이란 추가 공격 가능성을 시사한 상황에서도 이어지고 있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10일(현지시간) 공개된 미국 시사 프로그램 '풀 메저' 인터뷰에서 “우리는 2주 더 (이란에) 들어가 모든 목표물을 공격할 수 있다"며 “우리가 원했던 특정 목표물 가운데 약 70%는 이미 수행을 마쳤지만 여전히 공격 가능한 다른 목표들이 있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또 자신의 소셜미디어 트루스소셜에 올린 글에서 미국의 종전 제안에 대한 이란 측 답변에 강한 불만을 드러냈다. 그는 “방금 이란의 이른바 '대표들'로부터 온 답변을 읽었다"며 “마음에 들지 않고, 완전히 용납할 수 없다"이라고 주장했다. 불과 지난주까지만 해도 미국과 이란의 종전 협상이 급물살을 타는 분위기가 감지됐다. 악시오스는 지난 6일 양국이 종전과 핵 협상의 기본 원칙을 담은 1쪽 분량의 양해각서(MOU) 체결을 논의 중이며, 체결 이후 30일간 세부 협상을 진행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보도한 바 있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의 강경 발언이 이어지면서 종전 협상의 돌파구는 다시 안갯속에 빠져드는 모습이다. 이런 가운데 글로벌 투자은행들은 한국 증시에 대한 낙관론을 강화하고 있다. 이날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글로벌 투자은행 JP모건체이스의 믹소 다스 등 전략가들은 보고서를 통해 코스피 기본 시나리오 목표치를 9000으로, 강세 시나리오 목표치는 1만으로 각각 제시했다. 이는 지난 8일 종가 대비 약 33% 추가 상승 여력이 있다는 의미다. 특히 JP모건이 불과 한 달 만에 전망치를 다시 상향 조정했다는 점에서 시장의 관심이 집중된다. JP모건은 지난달 코스피 기본 목표치를 7000, 강세 목표치를 8500으로 제시한 바 있다. 보고서는 “단기적으로는 기술적 과열 신호가 다시 부각될 수 있지만 메모리 반도체 사이클과 지배구조 개혁, 테마 성장 등 시장의 핵심 펀더멘털은 여전히 견조하다"고 주장했다. 이어 “현재와 같은 특수한 환경에서는 추가 상승 가능성에 대비한 포지션을 유지하는 것이 적절하며 성급하게 사이클 종료를 예상할 필요는 없다"고 강조했다. 골드만삭스 역시 지난주 아시아 지역에서 가장 강한 실적 모멘텀을 근거로 코스피 목표치를 9000으로 상향 조정했다. 다만 시장 과열 우려도 여전하다. 블룸버그는 코스피가 14일 상대강도지수(RSI) 기준으로 이달 들어 매 거래일 과매수 구간에 머물고 있다고 지적했다. 시장 폭(market breadth) 역시 제한적인 모습이다. 이날 코스피 구성 종목 835개 가운데 상승 종목은 176개에 그쳤다. 시가총액 상위 종목 중 LG에너지솔루션(-1.78%), 두산에너빌리티(-1.47%), 삼성바이오로직스(-0.88%), 삼성전기(-2.08%), KB금융(-0.68%) 등이 하락세다. 개인투자자 중심의 매수세가 최근 상승장의 핵심 동력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점도 불안 요인으로 꼽힌다. 국내 개인투자자들은 이달 들어 코스피 주식을 약 6조원어치 순매수한 반면 외국인 투자자들은 차익 실현에 나서며 7조원 이상 순매도했다. 그럼에도 JP모건은 앞으로 2년 동안 메모리 반도체 업황이 가격과 출하량 증가에 힘입어 상승 사이클을 이어갈 것으로 전망했다. 박성준 기자 mediapark@ekn.kr

버핏도 마침내 인정…엔비디아 제치고 시총 1위 유망한 ‘이 주식’ [머니+]

구글 모회사 알파벳이 인공지능(AI) 트레이드 대장주인 엔비디아를 제치고 전 세계 시가총액 1위 자리에 오를 수 있다는 전망이 월가에서 확산하고 있다. '투자의 귀재' 워런 버핏마저 버크셔 해서웨이에서 공식 은퇴하기 전 알파벳 주식을 처음으로 사들인 것도 이러한 낙관론에 힘을 싣고 있다. 11일 뉴욕증권거래소(NYSE)에 따르면 지난 8일 알파벳 클래스A 보통주 주가는 전장 대비 0.68% 오른 400.71달러에 거래를 마감했다. 같은 날 엔비디아 주가는 1.76% 오른 215.22달러를 기록했다. 지난 5일까지만 해도 엔비디아와 알파벳 시가총액은 각각 4조7750억달러, 4조6550억달러로 격차가 크게 좁혀졌었다. 그러나 엔비디아 주가가 지난 한 주간 8% 넘게 오르면서 지난 8일 종가 기준 시총이 5조2300억달러를 기록, 다시 5조달러선을 넘어섰다. 같은 기간 알파벳 주가는 3.14% 상승해 시총이 4조8100억달러를 기록하는 데 그치면서 엔비디아와 격차가 다시 벌어졌다. 엔비디아 주가가 현재 수준을 유지한다고 가정할 경우 알파벳 주가는 이날 종가 대비 약 8% 정도만 더 오르면 엔비디아 시총을 추월하게 된다. 알파벳은 과거 2016년 초 아이폰 제조업체 애플을 제치고 잠시 시총 1위에 오른 적이 있다. ◇ 6개월 새 분위기 반전…“우려에서 최강자로" 하지만 지난 6개월 간 흐름을 보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지난해 10월 31일 기준 엔비디아 시총은 4조9000억달러였던 반면 알파벳은 3조4000억달러에도 못 미쳤다. 이후 알파벳 주가는 43% 급등한 반면 엔비디아 상승률은 6.3%에 그쳐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 지수와 기술주 중심 나스닥100 지수 상승률에도 못 미쳤다. 특히 알파벳은 지난 4월 한 달 동안에만 34% 급등하며 2004년 이후 최고의 월간 상승률을 기록했다. 이 같은 알파벳의 부상은 불과 1년 전만 해도 상상하기 어려웠던 반전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당시 시장에서는 생성형 AI 확산으로 구글 검색이 대체될 수 있다는 우려 속에 투자자들이 알파벳 주식을 대거 매도했었다고 블룸버그통신은 전했다. 그러나 이후 알파벳이 검색 서비스에 AI 기능을 적극 통합하고 '제미나이'가 최상급 AI 모델 중 하나로 자리잡으면서 분위기가 빠르게 바뀌었다. 특히 미 연방법원이 지난해 9월 구글이 핵심 사업 중 하나인 크롬을 매각하지 않아도 된다고 판결한 것이 주가의 핵심 변곡점이었다고 비즈니스 인사이더는 분석했다. 당시 구글은 반독점법 위반 혐의로 크롬 매각 가능성까지 거론됐지만 법원 판결 이후 규제 불확실성이 상당 부분 해소되면서 AI 사업에 전면적으로 집중할 수 있게 됐다는 평가다. ◇ 1분기 실적발표가 결정타…“AI 풀스택 전략 통했다" 알파벳의 지난달 1분기 실적 발표도 결정적인 계기가 됐다. 특히 클라우드 부문 매출이 200억3000만달러를 기록하며 시장 예상치를 크게 웃도는 '어닝 서프라이즈'를 나타냈다. 구글 클라우드의 전년 동기 대비 성장률은 63%에 달해 아마존웹서비스(AWS·28%)나 마이크로소프트(MS) 애저(30%)를 크게 웃돌았다. 알파벳의 성장세가 유독 두드러진 것은 자체 설계한 AI 칩인 TPU(텐서처리장치)가 핵심 성장 동력으로 부상한 데다 검색·클라우드·유튜브·웨이모·제미나이 등 광범위한 사업 포트폴리오를 갖춘 '풀스택(전방위) 전략'이 결실을 보고 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이를 반영하듯 지난달 30일 알파벳 주가는 10% 가까이 폭등한 반면 엔비디아 주가는 5% 가까이 급락했다. 비즈니스 인사이더는 “엔비디아의 문제가 아니라 하이퍼스케일러들의 자체 칩 개발 확대가 원인"이라며 기업들이 자체 반도체를 개발할 경우 엔비디아 수요가 약화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이런 가운데 알파벳의 실적 전망치는 상향 조정되고 있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최근 한 달 동안 알파벳의 2026년, 2027년 순이익 전망치는 각각 19%, 7% 상향됐다. 씨티즌스의 애널리스트 앤드루 분은 자체 AI 칩 TPU 관련 인프라 매출이 올해 30억달러에서 2027년 250억달러로 급증할 것으로 전망했다. 야누스 헨더슨 인베스터스의 디브야운시 디바티아 애널리스트는 “알파벳은 투자자들이 원하는 모든 것을 갖춘 기업"이라며 “검색·칩·클라우드·유튜브·제미나이 등 AI 안에서 돈을 벌 수 있는 경로가 매우 다양하다"고 말했다. 이어 “엔비디아 역시 여전히 강력한 기업이지만 결국 반도체 기업이라는 한계가 있다"고 주장했다. 비즈니스 인사이더도 “엔비디아는 기업들의 AI 지출 흐름 변화에 취약하다"며 “반면 알파벳은 AI 기술을 실제 사업 성과로 연결시키고 있다"고 전했다. ◇ “비싸도 훌륭한 기업"…버핏의 뒤늦은 베팅 다만 알파벳 주가의 추가 상승 여력이 제한적일 수 있다는 지적도 있다. 월가 애널리스트들의 향후 12개월 평균 목표주가는 422달러 수준으로 지난 8일 종가 대비 상승 여력이 5.4% 정도에 그친다. 최근 1년 동안 주가가 160% 급등했다는 점을 감안하면 기대 수익률이 낮아졌다는 관측도 나온다. 또 알파벳의 예상 실적 기준 주가수익비율(PER)은 28배 수준으로, 지난 10년 평균인 21배를 크게 웃돌고 있으며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가장 높은 수준에 근접해 있다. 아울러 제미나이가 경쟁사에 추월당할 수 있고 알파벳 주가가 작년에 부진한 것 처럼 AI 시대에는 투자심리가 빠르게 바뀔 수 있다는 점도 리스크 요인이라고 블룸버그는 전했다. 그럼에도 자산운용사 쿡슨퍼스 웰스매니지먼트의 루크 오닐 최고투자책임자(CIO)는 “예전처럼 매우 싼 가격은 아니지만 여전히 합리적인 수준"이라며 “알파벳은 의심의 여지 없이 훌륭한 기업"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또 “훌륭한 회사를 적정 가격에 사는 것이 평범한 회사를 싼 가격에 사는 것보다 훨씬 낫다"는 버핏의 유명한 투자 격언을 인용하면서 “신규 고객 계좌에도 주저 없이 알파벳을 편입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버크셔 해서웨이가 미 증권거래위원회(SEC)에 제출한 13F 공시에 따르면 회사는 지난해 3분기 사상 처음으로 43억달러를 투입해 알파벳 클래스A 보통주 1784만6142주를 매입한 것으로 나타났다. 버크셔 해서웨이는 과거 2017년 주주총회에서 구글 주식을 사지 않았던 것이 실수였다고 인정한 바 있다. 버핏은 2018년 주주총회에서도 “구글과 아마존에 대해 잘못된 결정을 내렸다"고 말하기도 했다. 이후 약 8년 만에 알파벳 주식을 실제로 사들이며 자신의 판단을 행동으로 옮긴 셈이다. 이를 두고 투자전문 매체 더 모틀리 풀은 “훌륭한 기업이라면 지금이라도 사는 것이 늦지 않았다고 판단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버핏은 작년까지 버크셔 해서웨이를 이끈 뒤 경영권에서 물러났다. 박성준 기자 mediapark@ekn.kr

“이대로 가면 다 죽는다”…美·이란 전쟁에 바닥나는 글로벌 원유재고 [이슈+]

전 세계가 이르면 다음 달부터 본격적인 석유 공급 부족 사태에 직면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글로벌 원유 수송로인 호르무즈 해협이 두 달 넘게 봉쇄된 와중에 공급 충격을 완화해주던 완충 장치인 원유 재고가 기록적인 속도로 소진되고 있다는 분석이 제기되면서다. 미국과 이란의 종전 협상이 장기화할수록 각국이 공급 차질 충격을 흡수할 여력이 줄어들고, 국제유가가 더 극단적으로 치솟을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9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글로벌 투자은행 모건스탠리는 세계 원유 재고가 지난 3월 1일부터 4월 25일까지 하루 평균 약 480만배럴 감소했다고 추산했다. 이는 국제에너지기구(IEA)가 집계한 역대 최대 수준의 분기 감소 폭을 크게 웃도는 수치다. 감소분 가운데 약 60%는 원유가, 나머지는 정제 제품이 차지했다. 글로벌 원유 재고는 정부 비축유뿐 아니라 정유사·원유 트레이더·유통업체 등이 보유한 상업용 재고까지 포함된다. 각국 정부는 위기 시 방출 가능한 전략비축유를 운영하고 있지만, 상당수 재고는 정상적인 산업 운영 과정에서 유지되는 물량이어서 무제한 활용이 어렵다는 설명이다. 전문가들은 단순히 재고가 바닥이 나는 제로(0)가 되는 시점보다 훨씬 이전에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고 경고한다. 산업을 정상적으로 운영하기 위해 반드시 유지해야 하는 최소 물량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JP모건체이스의 나타샤 카네바 글로벌 원자재 리서치 총괄은 “재고는 글로벌 원유 시스템의 충격 흡수 장치 역할을 하고 있지만 모든 배럴을 실제로 사용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고 설명했다. 카네바 총괄은 호르무즈 해협이 재개방되지 않을 경우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들의 원유 재고가 다음 달 초 '운영상 스트레스 수준'에 도달하고 9월에는 운영 최소 한계선까지 내려갈 수 있다고 내다봤다. 골드만삭스는 중국의 원유 수요 둔화로 재고 감소 속도가 최근에 다소 완화됐지만 가시적으로 확인할 수 있는 재고는 이미 2018년 이후 최저 수준에 근접한 상태라고 밝혔다. 현재 가장 심각한 위험에 노출된 지역은 중동산 원유 수입 의존도가 높은 아시아 국가들이다. 에너지 트레이딩업체 군보르 그룹의 프레데릭 라세르 리서치 총괄은 “아시아의 휘발유 공급 부족 위험이 가장 우려된다"며 “파키스탄·인도네시아·필리핀 등이 가장 먼저 재고 바닥 문제에 직면할 가능성이 있다"고 경고했다. 그는 호르무즈 해협이 6월 초까지 재개방되지 않을 경우 일부 아시아 국가들이 경유 부족으로 거시경제 충격을 받을 수 있다고 전망했다. 반면 중국과 한국 등 일부 국가는 정제유 수출 재개까지 검토할 정도로 재고 상황이 아직 안정적인 수준이라고 블룸버그는 전했다. 특히 중국은 자동차와 트럭의 전기화가 빠르게 진행되면서 휘발유·경유 의존도가 과거보다 낮아졌고, 전쟁 기간 원유 재고가 오히려 증가했다는 분석도 나온다. 시장조사업체 보텍사의 자비에르 탕 애널리스트는 “중국·일본·한국은 충분한 원유 및 정제품 재고를 보유하고 있지만 베트남과 필리핀 상황은 훨씬 더 심각하다"고 진단했다. 유럽에서는 항공유 재고 감소가 심각한 문제로 떠오르고 있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암스테르담·로테르담·앤트워프(ARA) 저장 허브의 항공유 재고는 전쟁 이후 3분의 1 가까이 줄어들며 6년 만의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다. 시장조사업체 인사이트글로벌의 라르스 판 바헤닝언은 “아시아와 호주 역시 항공유 확보 경쟁에 뛰어들면서 모든 지역이 공급 확보에 사활을 걸고 있다"며 “단기적으로는 공급이 유지되겠지만 여름철 수요가 본격화될 경우 5개월 안에 재고가 바닥날 수 있다"고 전망했다. 특히 영국·독일·프랑스가 가장 취약한 국가로 꼽혔다. 세계 최대 산유국인 미국 역시 재고 감소 압박에서 자유롭지 못한 상황이다. 미 정부 통계에 따르면 전략비축유(SPR)를 포함한 미국 원유 재고는 최근 4주 연속 감소했다. 경유 재고는 2005년 이후 최저 수준까지 떨어졌고, 휘발유 재고 역시 2014년 이후 계절 기준 최저 수준에 근접했다. 미 셰일업체들이 증산에 나서고는 있지만 업계에서는 단기적으로 재고 감소세가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문제는 미국과 이란의 종전 협상이 교착 상태에 빠지면서 호르무즈 해협 재개방 여부가 여전히 불확실하다는 점이다. 심지어 해협이 재개방되더라도 걸프 산유국들의 증산과 해상 운송이 단기간에 정상화되기 어렵다는 전망이 우세하다. 미 석유공룡 셰브론의 아이미어 보너 최고재무책임자(CFO)는 최근 블룸버그TV 인터뷰에서 “이미 상당수 재고와 잉여 생산능력이 소진됐다"며 “오는 6~7월에는 수입 의존도가 높은 국가들이 실제 공급 부족에 직면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각국이 가격 급등을 억제하기 위해 비축유를 지속적으로 방출할 가능성이 거론되지만, 각국 정부가 비축유를 무제한 활용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재고를 과도하게 소진할 경우 글로벌 원유 시스템의 완충 장치가 사라져 시장에 큰 파장이 예상되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원유 재고가 한계 수준까지 가까워질수록 수요를 강제로 억제하기 위해 국제유가 급등이 불가피하다고 예상하고 있다고 블룸버그는 전했다. 이 같은 우려를 반영하듯 IEA 회원국들은 사상 최대 규모인 4억배럴의 비축유 방출 계획을 발표했다. 그러나 미국은 약속한 1억7200만배럴 가운데 현재까지 약 7970만배럴만 실제 방출한 상태다. 현재 계획대로 방출이 완료될 경우 미국 전략비축유는 1982년 이후 최저 수준까지 감소할 전망이다. 이러한 우려를 반영하듯, IEA 회원국들은 사상 최대 규모인 4억배럴의 비축유 방출 계획을 발표했다. 그러나 미국은 약속한 1억7200만배럴 가운데 현재까지 약 7970만배럴만 실제 방출한 상태다. 현재 계획대로 방출이 완료될 경우 미국 전략비축유는 1982년 이후 최저 수준까지 감소할 전망이다. 각국이 재고를 소진할 수록 전쟁 이후에도 고유가 환경이 장기화할 가능성이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각국 정부와 기업들이 비축유를 다시 채우기 위해 경쟁적으로 원유 확보에 나설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플레인스 올아메리칸 파이프라인의 윌리 치앙 최고경영자(CEO)는 “향후 수개월간 재고 감소 환경이 이어질 것이며 이후에는 장기적인 재비축 수요가 나타날 가능성이 높다"며 “일부 국가는 전쟁 이전보다 더 많은 전략비축유를 확보하려 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박성준 기자 mediapark@ekn.kr

3월 OECD 에너지물가 상승률 역대 세 번째…“한국도 안심 이르다”

지난 3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의 에너지 물가가 역대 세 번째로 크게 뛴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이스라엘과 이란 간 전쟁에 따른 고유가가 글로벌 인플레이션 재점화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는 가운데, 한국 역시 영향권에서 자유롭지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10일 OECD가 최근 발간한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3월 OECD 전체 회원국의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4.0%로 집계됐다. 지난해 9월 4.1%에서 하락한 뒤 올해 1월 3.3%, 2월 3.4% 수준에 머물렀지만 3월 들어 전월 대비 0.6%포인트(p) 상승했다. 월별 자료가 있는 37개 회원국 가운데 33개국에서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전월보다 높아졌다. OECD는 2월 말 발발한 중동전쟁에 따른 에너지 가격 급등을 주요 원인으로 지목했다. 특히 3월 OECD 에너지 물가 상승률은 전년 동기 대비 8.1%를 기록했다. 이는 2023년 2월(11.9%) 이후 약 3년 1개월 만의 최고 수준이다. 전월(-0.5%)과 비교하면 한 달 새 상승률이 8.6%p 급등한 셈이다. 이는 코로나19 이후 유가 반등 기저효과가 나타났던 2021년 4월(9.0%p) 이후 가장 큰 상승폭이며, OECD가 관련 통계를 집계한 1971년 이후 세 번째로 높은 수준이다. 역대 최고 기록은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경기 회복과 유가 반등이 겹쳤던 2009년 11월의 11.6%p 상승이다. OECD는 “월별 에너지 물가 자료가 있는 35개 회원국 가운데 32개국에서 상승률이 높아졌으며, 7개국은 두 자릿수 상승률을 기록했다"고 분석했다. 중동전쟁발 에너지 충격은 주요 7개국(G7)에서도 뚜렷하게 나타났다. G7 전체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2월 2.1%에서 3월 2.8%로 상승했는데, 같은 기간 에너지 물가는 -1.8%에서 8.2%로 10.0%p 급등했다. 한국의 3월 에너지 물가 상승률은 5.2%로 집계됐다. 미국(12.5%), 독일(7.6%), 프랑스(7.1%) 등 주요국보다는 낮은 수준이다. 정부의 유류세 인하와 석유 가격 안정 정책 등이 일부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다만 글로벌 물가 상승 압력이 본격화할 경우 한국 역시 충격을 피하기 어렵다는 우려도 나온다. 박성준 기자 mediapark@ekn.kr

“AI·반도체株만 계속 오르네”…월가 뒤덮은 ‘모멘텀 광풍’ [머니+]

미국과 이란 간 종전 협상 기대감, 견조한 미국 고용지표, 인공지능(AI) 반도체 랠리가 겹치면서 글로벌 금융시장에서 '모멘텀 트레이드' 열기가 좀처럼 식지 않고 있다. 8일(현지시간) 뉴욕증시를 대표하는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 지수는 전장보다 0.84% 오른 7398.93에,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 종합지수는 1.71% 상승한 2만6247.08에 거래를 마쳤다. S&P500 지수와 나스닥 지수는 나란히 사상 최고치를 다시 쓰며 6주 연속 상승세를 이어갔다. 이날 시장의 가장 큰 동력은 예상보다 강한 고용지표였다. 미국 노동부가 발표한 4월 비농업 고용은 전월 대비 11만5000명 증가해 시장 전망치(5만5000명)를 두 배 이상 웃돌았다. 반도체주의 강세도 지수 상승을 이끌었다. AI·반도체 관련 종목으로 구성된 필라델피아 반도체지수는 최근 5거래일 동안 11% 급등했다. 반면 미국과 이란 간 종전 협상 기대감으로 글로벌 벤치마크인 브렌트유 가격은 이날 배럴당 101.29달러를 기록하며 이번 주 들어 약 6% 하락했다. 블룸버그통신은 모멘텀 트레이드를 보여주는 대표 지표인 '다우존스 미국 테마 시장 중립 모멘텀 지수(Dow Jones U.S. Thematic Market Neutral Momentum Index)'가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최고 수준에 근접했다고 보도했다. S&P 글로벌에 따르면 이 지수는 모멘텀이 강한 종목에 매수하고, 모멘텀이 약한 종목을 매도하는 전략의 성과를 측정하도록 설계됐다. 최근 12개월 수익률을 기준으로 상승세가 강한 종목과 약한 종목을 구분하며, 시장과 업종 전체 방향성 영향을 최소화하는 시장 중립·섹터 중립 구조로 설계됐다. 이 지수가 상승한다는 것은 많이 오른 종목은 계속 오르고, 부진했던 종목은 계속 약세를 보이는 흐름이 강해졌다는 의미다. 반대로 지수가 급락할 경우에는 시장 주도주가 갑자기 바뀌거나 기존 인기 종목이 급락할 때다. 블룸버그는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와 2020년 코로나19 백신 발표 직후를 대표적인 사례로 꼽았다. 최근에는 AI·반도체 관련주에 자금이 집중되는 반면 상대적으로 소외된 업종은 약세를 이어가는 흐름이 지수 상승을 견인하고 있다. 블룸버그는 “저평가 종목에 투자하는 전략은 1분기 강세 이후 약세로 돌아섰고, 변동성이 낮은 안전형 종목 투자 전략 역시 이달까지 6개월 연속 부진할 가능성이 크다"고 전했다. 수익성이 높고 부채 비율이 낮은 기업을 선호하는 '퀄리티 전략'도 최근 들어 약세를 보이고 있다. 위험선호 심리가 강해진 영향도 있지만 대표적인 고수익 업종으로 꼽혀온 기존 소프트웨어 업체들이 위축된 점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 글로벌 자산운용사 로베코의 데이비드 블리츠 퀀트 주식 리서치 책임자는 “소프트웨어 기업들은 오랫동안 높은 수익성을 유지해왔지만 AI가 기존 소프트웨어 지식재산(IP)의 가치를 떨어뜨릴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런 가운데 AI·반도체주 중심의 모멘텀 트레이딩이 과열됐다는 경고도 월가에서 잇따르고 있다. 글로벌 투자은행 바클레이스는 현재 모멘텀 랠리가 과거 급락장을 앞두고 나타났던 수준까지 치솟았다고 진단했다. 골드만삭스 역시 “고(高)모멘텀 종목들의 밸류에이션이 과도하게 높아졌고 투자자 쏠림 현상도 최근 수년 사이 최고 수준"이라고 지적했다. UBS의 마이클 로마노 헤지펀드 주식파생상품 책임자는 “3월 저점 이후 AI 수혜주가 50% 이상 급등한 상황에서 단기적으로는 조정 가능성이 커 보인다"며 “AI 수혜주의 하락 위험에 대비한 헤지 전략을 고려할 만하다"고 말했다. 문제는 모멘텀 트레이딩이 언제 반전될지를 예측하기가 극히 어렵다는 점이다. 자산운용사 라이언트러스트의 마크 호틴 글로벌 주식운용 책임자는 “AI 인프라 공급 부족이 이어지고 있다는 점에는 의심의 여지가 없기 때문에 현재 시장에서는 밸류에이션이 사실상 무시되고 있다"며 “이 흐름이 언제 바뀌느냐가 핵심인데 시장 유동성이 워낙 풍부해 시점을 예측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호틴 책임자는 현재 AI 인프라 수요와 공급의 불균형이 언젠가는 완화되면서 반도체 투자 열기도 꺾일 것으로 전망했다. 다만 모멘텀 중심 시장에서는 섣부르게 투자 방향 전환을 시도할 경우 오히려 큰 손실을 입을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일각에서는 기업 실적이 증시 상승세를 뒷받침하고 있다는 반론도 나온다. 블룸버그 인텔리전스에 따르면 이번 실적 시즌에서 S&P500 기업의 약 85%가 시장 예상치를 웃도는 실적을 발표했으며, 이는 최근 5년 사이 가장 높은 수준이다. 기업 이익 전망치 또한 상향 조정되고 있다. 개인투자자들의 투기적 매수세도 다시 확대되고 있다. JP모건의 아룬 자인 퀀트 전략가는 보고서에서 “개인투자자들의 매수 강도가 전쟁 이전 수준까지 회복됐다"며 “메모리 반도체와 AI 관련 종목이 여전히 가장 선호되는 투자처로 꼽히고 있다"고 분석했다. 또 일부 AI 대형주의 상승이 패시브 자금 유입을 부르고, 이 자금이 다시 동일 종목을 매수하는 구조가 형성되고 있다고 블룸버그는 전했다. 이에 따라 추세가 꺾일 때까지 모멘텀 트레이딩을 유지해야 한다는 조언도 나온다. 호틴 책임자는 최근 모멘텀 장세가 자신의 투자 방식을 바꿔놓았다며 다른 지표들이 상반된 신호를 보내더라도 추세를 따라가기 위해 기술적 지표에 의존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일부 반도체 종목은 카지노처럼 움직이는 느낌도 있다"며 “장기 투자 관점에서는 현재 가격이 비합리적으로 보이지만 시장은 예상보다 훨씬 오랫동안 비이성적으로 움직일 수 있다"고 덧붙였다. 박성준 기자 mediapark@ekn.kr

“美·이란 종전 안 믿는다”…월가서 떠오른 ‘나초 트레이드’ [머니+]

월가에서 큰 주목을 받았던 '타코(TACO·트럼프는 항상 꽁무니를 뺀다) 트레이드'에 이어 최근에는 미·이란 전쟁 장기화 가능성을 반영한 새로운 시장 전략이 투자자들 사이에서 빠르게 확산하고 있다. 7일(현지시간) 미 경제매체 CNBC는 '호르무즈 해협이 다시 열릴 가능성은 없다'는 의미의 이른바 '나초(NACHO·Not A Chance Hormuz Opens) 트레이드'가 최근 시장의 새로운 화두로 떠오르고 있다고 보도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이란과의 종전 협상 타결과 함께 핵심 원유 수송로인 호르무즈 해협 재개방 기대감을 반복적으로 드러내고 있음에도 시장은 이를 더 이상 낙관적으로 받아들이지 않는 분위기라는 것이다. 이토로의 자비에르 웡 애널리스트는 CNBC 인터뷰에서 “시장이 단기간 내 중동 사태가 해결될 가능성에 대한 희망을 잃고 있다는 뜻"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번 전쟁 국면에서는 휴전 관련 소식이 나올 때마다 국제유가가 급락했고 투자자들은 갈등이 곧 해결될 것이라고 기대했지만 결국 번번이 빗나갔다"며 “나초 트레이드는 이제 고유가를 단기 충격이 아니라 현재 시장 환경 자체로 받아들이기 시작했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웡 애널리스트는 또 “단순히 국제유가뿐 아니라 보험시장도 중요한 신호를 보내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하는 선박에 부과되는 전쟁 보험료가 지난 3월 선박 선체 가치의 약 2.5% 수준까지 치솟았다"며 “전쟁 이전 약 0.1% 수준과 비교하면 급등한 것"이라고 짚었다. 그러면서 “보험사들은 현재 상황을 단기간 내 해결될 문제로 보고 있지 않다"고 강조했다. 보험료는 이후 다소 하락했지만 여전히 전쟁 이전 대비 약 8배 수준인 것으로 분석됐다. 다른 전문가들 역시 나초 트레이드가 원유·해운·인플레이션 헤지·채권시장 전반의 포지셔닝 변화로 이어지고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고 CNBC는 전했다. 투자자들이 호르무즈 해협 차질을 일시적 지정학 리스크가 아니라 장기적인 거시경제 변수로 받아들이기 시작했다는 의미다. 스테이트스트리트 글로벌어드바이저스는 최근 보고서에서 '타코 트레이드'와 '나초 트레이드'가 동시에 전개되고 있다고 진단했다. 보고서는 “높은 에너지 가격에도 S&P500 지수가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고 있다는 점에서 두 트레이드가 동시에 나타나고 있다"고 밝혔다. 보고서는 또 시장이 여전히 협상을 통한 종전 합의와 호르무즈 해협 재개방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하지는 않고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기준금리 인하 기대가 다시 살아나기 위해선 가시적인 종전 합의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이어 “국제유가 100달러대가 향후 1~3개월 동안 뉴노멀이 된다면 금 가격은 온스당 5000달러 부근에서 상승 동력을 유지하기 어려울 수 있다"며 “반대로 협상 타결과 해협 재개방으로 유가가 배럴당 80달러 수준까지 안정적으로 하락할 경우 금 가격은 5500달러선 재돌파를 시도할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아비바 인베스터스의 바실레이오스 그키오나키스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에너지 충격에 대한 시장 반응은 전반적으로 질서 있는 모습"이라면서도 채권시장은 에너지 충격 장기화 가능성을 점차 반영하기 시작했다고 분석했다. 그는 “단기채 금리가 급등하면서 수익률곡선 평탄화 현상이 두드러지고 있다"며 “호르무즈 해협 봉쇄가 장기화할 경우 보다 지속적인 인플레이션 충격이 발생할 가능성이 커지고 글로벌 경기 침체 위험 또한 높아질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어 “원유·해상보험·채권시장 일부는 이미 나초 트레이드를 반영하고 있지만 주식시장을 포함한 위험자산은 여전히 낙관적인 흐름을 보이고 있다"고 지적했다. 웡 애널리스트는 “호르무즈 해협은 결국 다시 열리겠지만 그 시점은 아직 불확실하다"며 “앞으로의 과정은 상당히 혼란스럽겠지만 시장은 이제 이런 상황을 새로운 현실로 받아들이기 시작한 것 같다"고 말했다. 실제로 미국과 이란의 종전 협상 기대감이 커지던 와중에도 양측은 호르무즈 해협에서 다시 교전을 이어갔다. 대(對)이란 전쟁을 총괄 지휘해온 미 중부사령부는 이날 엑스(X·옛 트위터)에 올린 성명에서 “7일 미 해군 유도미사일 구축함이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해 오만만으로 향하던 가운데, 미군은 이란의 이유없는 공격을 저지하고 자위 차원 공격으로 반격했다"고 밝혔다. 이번 충돌은 미국과 이란이 종전 합의 내용을 담은 1쪽 분량의 양해각서(MOU) 체결에 근접했다는 보도가 나온 지 불과 하루 만에 발생했다는 점에서 파장이 적지 않다. 트럼프 대통령 역시 상반된 메시지를 내놨다. 그는 이날 ABC뉴스 인터뷰에서 “휴전은 계속되고 있다"며 미군의 공격을 두고 “단지 가볍게 툭 친 수준"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동시에 트루스소셜에는 “그들(이란)이 빨리 (종전) 합의에 서명하지 않는다면 앞으로 우리는 훨씬 더 강력하고 폭력적으로 그들을 무너뜨릴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 같은 불안감은 국제유가 흐름에도 반영되고 있다. 인베스팅닷컴에 따르면 브렌트유는 최근 배럴당 96달러선까지 내려갔지만 8일 한국시간 오후 5시 49분 기준 배럴당 101.17달러를 기록하며 다시 반등했다. 국제유가는 이번 주 냉온탕을 오갔다. 지난 4일에는 미국의 '해방 프로젝트' 시행 첫날부터 미국과 이란이 공격을 주고받았다는 소식에 브렌트유가 배럴당 115달러 수준까지 치솟았다. 이후 트럼프 대통령이 종전 협상 기대감을 내비치자 유가는 빠르게 하락 전환했지만 여전히 100달러선을 웃돌고 있다. 글로벌 투자은행 씨티그룹의 맥스 레이턴 원자재 리서치 총괄은 최근 블룸버그TV 인터뷰에서 “이란이 실제로 합의에 나설지 예측하는 것은 매우 어렵다"며 “합의 여부를 가늠할 수 없는 상황에서는 국제유가가 극심한 변동성을 보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어 “이란이 미국과의 합의에 진정성 있게 나설 준비가 돼 있는지를 확인하기 전까지는 국제유가 전망치를 낮출 계획이 없다"고 강조했다. 씨티그룹은 지난달 호르무즈 해협 봉쇄가 한 달 더 지속될 경우 브렌트유 가격이 배럴당 110달러까지 오를 것으로 전망했다. 이는 호르무즈 해협이 이달 말 재개방된다는 시나리오를 전제로 한 것이다. 반면 해협 봉쇄가 6월까지 이어질 경우 국제유가는 배럴당 130달러까지 치솟을 수 있다고 씨티그룹은 내다봤다. 박성준 기자 mediapark@ekn.kr

“전기료·먹거리 다 오른다”…엘니뇨發 물가 쇼크 오나 [이슈+]

아시아가 중동 전쟁에 따른 국제유가 급등에 이어 또 다른 인플레이션 위협에 직면하고 있다. 올해 '슈퍼 엘니뇨' 현상으로 폭염과 가뭄이 심화할 것으로 예상되면서 식료품 가격이 가파르게 오를 것이란 전망에 힘이 실리면서다. 이미 기준금리 인상으로 중동 사태에 대응하고 있는 아시아 각국 중앙은행들이 긴축 강도를 더욱 높일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한국은행의 통화정책 향방에도 관심이 쏠린다. 8일 블룸버그통신은 “국제유가 급등으로 충격을 받은 아시아 국가들이 폭염까지 겹치는 이중고에 직면할 수 있다"고 보도했다. 아시아 주요국의 물가 상승률은 이미 수년 만에 최고 수준으로 치솟았으며, 운송·물류·유틸리티 비용 상승이 물가를 끌어올렸다. 한국의 경우에도 4월 소비자물가가 전년 동월대비 2.6% 상승해 2024년 7월 이후 가장 높은 상승률을 기록했다. 그러나 물가 압박은 올해 하반기로 갈수록 더욱 심화할 수 있다는 경고가 나온다. 엘니뇨로 인해 건조한 날씨와 고온 현상이 강화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특히 아시아 신흥국들은 식료품이 소비자물가의 약 40~50%를 차지하고 있어 가격 충격과 실질소득 감소에 매우 취약하다는 분석이 나온다. 엘니뇨는 적도 태평양 중·동부 해역의 해수면 온도가 평년보다 높아지는 현상으로, 전 세계 기온 상승과 이상기후를 유발하는 대표적인 기후 요인 중 하나다. 세계기상기구(WMO)는 최근 기후 업데이트를 통해 해수면 온도가 크게 올라 올해 5~7월 사이 강한 엘니뇨 현상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옥스퍼드이코노믹스의 아담 아마드 삼딘은 “올해 아시아 지역의 식품 인플레이션이 상승할 것"이라며 “지정학적 리스크와 비료 시장 공급 차질, 기후 불확실성이 겹치면서 향후 몇 분기 동안 인플레이션 리스크가 높은 수준을 유지할 가능성이 크다"고 진단했다. 그는 또 각국 정부가 자국 내 식량 공급을 보호하기 위해 수출 제한 조치에 나설 경우 상황이 더욱 악화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실제로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과 일부 국가의 이상기후 여파가 겹쳤던 2022~2023년에도 여러 국가들이 식량 수출 제한에 나선 바 있다. 다른 경제학자들도 최근 이란 전쟁 여파로 급등한 비료 가격이 실제 가격에 반영되기까지 시차가 존재하는 만큼 식료품 가격 상승 압박은 올해 하반기부터 본격화될 가능성이 높다고 경고하고 있다. 실제로 국제통화기금(IMF)은 내년까지 물가 상승률이 최대 4%포인트 더 높아질 수 있다고 전망하고 있고 아시아개발은행(ADB) 역시 올해 아시아 소비자물가 상승률 전망치를 기존 3.6%에서 5.2%로 상향 조정했다. 이 같은 우려는 이미 아시아 채권시장에도 반영되고 있다. 이란 전쟁 발발 이후 아시아 신흥국 8개국의 10년물 국채금리는 80bp(1bp=0.01%포인트) 넘게 상승했다고 블룸버그는 전했다. 특히 필리핀이 가장 취약한 국가 중 하나로 꼽힌다. 지난달 필리핀의 인플레이션율은 7.2%로 엘니뇨 영향이 본격화하기 전부터 시장 예상치(5.6~6.4%)를 크게 웃돌았다. 이에 필리핀 중앙은행은 지난달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인상한 4.5%로 결정했다. 이는 약 2년 만의 첫 금리 인상이다. 전문가들은 경기 둔화를 감수하더라도 필리핀 중앙은행이 임시 회의를 열어 추가 긴축에 나설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파키스탄 또한 4월 인플레이션율이 11%를 웃돌자 중앙은행이 기준금리를 10.5%에서 11.5%로 100bp 대폭 인상했다. 인도네시아의 경우 올해 1분기 경제성장률이 5.61%로 3년 만의 최고치를 기록했지만, 향후 강한 엘니뇨가 경기 하방 리스크로 작용할 것으로 예측됐다. 인도와 베트남, 중국 일부 지역 역시 엘니뇨 영향으로 수력발전량이 감소하면서 석탄과 천연가스 의존도가 높아질 가능성도 제기된다. 이는 전기요금 인상으로 이어질 수 있다. 반면 상대적으로 부유한 아시아 국가들은 충격이 제한적일 것으로 예상된다. 서비스 중심의 소비 구조와 다양한 소비 항목이 식품·에너지 가격 충격을 일부 흡수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이들 국가 역시 인플레이션 압박을 점점 무시하기 어려워질 것이라고 블룸버그는 짚었다. 일본에서는 최근 식품 가격 상승이 물가를 더욱 끈적하게 만들고 있다고 블룸버그 이코노믹스가 분석했다. 일본의 쌀 가격은 지난 3월 상승폭이 다소 둔화됐음에도 여전히 전년 동기 대비 6.8% 오른 상태다. 이에 따라 일본은행이 엘니뇨 영향이 본격화하기 전인 오는 6월 금리 인상에 나설 가능성도 제기된다. 한국 역시 인플레이션 상승 리스크에서 자유롭지 않다는 평가다. 아나하타 캐피털 매니지먼트의 브라이언 쿼타롤로 최고투자책임자(CIO)는 현재 한국은행의 통화정책이 물가 상승에 비해 뒤처지는 '비하인드 더 커브'일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한은은 지난해 7월 이후 기준금리를 2.5%로 유지하고 있다. 글로벌 금융사 ING의 강민주 선임 이코노미스트는 최근 보고서를 통해 “현재로선 5월보다 7월 금리 인상 가능성이 더 크다"며 “올 하반기 기준금리가 총 50bp 인상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박성준 기자 mediapark@ekn.kr

배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