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오는 4월 3일부터 외국산 자동차에 대해 25%의 관세를 부과키로 하면서 글로벌 경제에 또 한번의 파장이 예상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26일(현지시간) 백악관 집무실에서 외국산 자동차에 대해 25%의 관세를 4월 2일부터 발효한다고 발표하고 이같은 내용이 담긴 포고문에 서명했다. 포고문은 미 동부시간 기준으로 4월 3일 0시 1분부터 관세가 부과된다고 적시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기자회견에서 “우리가 앞으로 할 일은 미국에서 생산되지 않은 모든 자동차에 25% 관세를 부과하는 것“이라며 이는 “영구적"이라고 말했다. 미 백악관은 외국산 자동차 관세 대상은 승용차 및 경트럭뿐만 아니라 엔진, 변속기, 파워트레인 부품, 전기 부품 등 핵심 자동차 부품에도 적용된다고 설명했다. 백악관은 또 향후 관세 대상이 더 늘어날 수 있다고 덧붙였다. 다만 미국·멕시코·캐나다(USMCA) 기준을 충족하는 부품에 대해서는 한동안 무관세 상태를 유지한다. 트럼프 대통령의 이번 자동차 관세 발표로 현대차는 물론 폭스바겐, 도요타 등 미국 시장에 진입한 글로벌 완성차 업체들이 큰 타격을 입을 것으로 보인다. 블룸버그통신은 “수입에 의존하는 해외 브랜드가 가장 큰 압박을 받을 것"이라며 “이중 한국 현대차가 가장 큰 타격을 입을 리스크가 있다"고 보도했다. 현대기아차는 미국 앨라배마와 조지아 주(州)에 이미 공장을 구축한 데다 최근엔 총 210억달러(약 31조원) 규모의 대미 투자 계획을 밝혔지만 관세가 부과되면 가격 경쟁력이 저하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글로벌 데이터에 따르면 지난해 현대차·기아가 지난해 미국에서 판매한 자동차 중 65%가 수입산인 것으로 나타났다. 도요타 역시 수입차 비중이 51%로 집계됐다. SK증권의 윤혁진 애널리스트는 자동차에 대한 25% 관세가 부과되면 현대차·기아는 매년 최대 10조원을 지불해야 하는데 이는 양사가 지난해 벌어들인 총 영업이익의 거의 40%를 차지한다고 밝혔다. 뉴욕타임스(NYT)는 관세가 부과되면 한국에서 생산되는 GM의 소형SUV 쉐보레 트랙스와 같은 저가 모델에 대한 중산층 구매자의 접근성이 더욱 떨어질 것이라고 짚었다. NYT는 이어 자동차 관세의 최대 피해기업을 폭스바겐으로 지목했다. 폭스바겐은 미국 테네시주에서 SUV 아틀라스와 전기차 ID.4를 생산하지만, 세단인 제타 모델은 멕시코 공장에서 제조한다. 자회사 아우디는 멕시코·유럽에서 생산한 자동차를 미국에서 판매하며, 또다른 자회사 포르쉐 역시 모든 자동차를 유럽에서 들여온다. 미국 '빅 3' 자동차 업체(스텔란티스, 포드, 제너럴모터스(GM))들도 해외에 생산기지를 두고 있는 만큼 타격이 예상된다. 다만 포드의 경우 미국에서 판매되는 자동차 중 80%가 미국산이어서 상대적으로 피해가 적을 수 있다. 반대로 미국에서 전기차를 생산하는 테슬라가 이번 관세로 수혜자가 될 수 있다고 블룸버그는 짚었다. 이를 반영하듯, 이날 GM 주가는 정규장에서 3.12% 하락한 후 시간외 거래에서 6.18% 추가로 급락했다. 스텔란티스는 정규장에서 3.55% 급락 후 시간외 거래에서 4.1% 더 하락했다. 포드는 정규장에서 0.1% 오르는 등 보합 마감했지만 시간 외 거래에서 4.6% 하락했다. 아시아 시장에서도 자동차 관련주들이 약세를 보였다. 27일 한국시간 오전 11시 26분 기준, 현대차와 기아 주가는 전일 대비 각각 4.05%, 3.06% 하락한 상태다. 같은 시간 일본 증시에서 도요타(-3.43), 혼다(-2.81%), 닛산(-2.59%)도 일제히 내림세다. 아울러 트럼프 대통령의 자동차 관세로 미국 소비자들도 피해를 입을 것으로 예상된다. 자동차 리서치업체 콕스오토모티브는 멕시코나 캐나다에서 생산된 자동차 가격이 6000달러 상승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수석 이코노미스트인 조나단 스모크는 “자동차 가격 인상으로 소비자들은 구매를 주저해 제조업체들은 생산량을 줄일 것"이라며 “4월 중순까지 모든 북미 차량 생산에 차질이 발생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미국에서 자동차 생산량이 평소 대비 30% 급감할 것으로 내다봤다. 이와 관련, 오토포캐스트 솔루션의 샘 피오라니 부회장은 “(관세로 인한) 승자는 매우 적다"며 “소비자들은 선택의 폭이 줄어들고 가격이 높아지기 때문에 패자에 속한다"고 블룸버그에 말했다. 웨드부시증권의 댄 아이브스 애널리스트는 이번 관세가 자동차업체들에게 “허리케인급 역풍"이라며 궁극적으로 자동차 가격이 최대 1만달러 오를 것으로 전망했다. NYT는 소비자뿐만 아니라 미국 자동차 업계에 종사하는 직원들도 관세로 인해 피해를 볼 수 있다고 짚었다. 미 노동부에 따르면 미국에서 자동차 및 부품 제조에 종사하는 근로자는 약 100만명으로 집계됐고 200만명은 완성차 및 부품 판매직인 것으로 나타났다. 관세 여파로 완성차업체들이 자동차 생산량을 줄일 경우 업계 구조조정이 불가피하다고 NYT는 전했다. 현대차, 도요타, 폭스바겐 등을 포함한 주요 외국 자동차 업체를 대표하는 로비단체인 오토 드라이브 아메리카는 이날 성명을 내고 “오늘 발표된 관세로 미국에서 자동차 생산 및 판매 비용이 증가할 것"이라며 “이는 결국 소비자 가격 상승, 선택권 축소, 미 제조업 일자리 감소로 이어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박성준 기자 mediapark@ekn.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