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고가 경신’ 코스피 7000 목전…“5월 하락장 임박” 경고도 [머니+]

한국 코스피 지수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중심으로 사흘 연속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면서 '7천피'(코스피 7000) 돌파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다만 증시가 이미 고점에 도달했을 수 있다는 비관론도 동시에 제기된다. 23일 코스피는 전장 대비 0.90% 오른 6475.81에 거래를 마쳤다. 이로써 코스피는 3거래일 연속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 장중에는 6557.76까지 오르며 사상 처음으로 6500선을 돌파하기도 했다. 이후 상승폭을 일부 반납했지만 결국 상승 마감에 성공했다. 이번 상승세는 인공지능(AI) 수요 확대에 따른 반도체 호황이 견인한 것으로 분석된다. SK하이닉스는 올해 1분기 연결 기준 매출 52조5763억원, 영업이익 37조6103억원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이는 전년 동기 대비 각각 198%, 405% 증가한 수준이다. 앞서 삼성전자 역시 이달 초 '어닝 서프라이즈'를 발표하며 AI 인프라 확대에 따른 실적 개선 기대감을 입증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글로벌 투자은행 모건스탠리는 전날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올해 및 내년 영업이익 추정치를 대폭 상향 조정하기도 했다. 글로벌 증시에서도 AI 관련주 중심의 강세 흐름이 이어지고 있다. 간밤 뉴욕증시에서 필라델피아 반도체지수는 2.72% 상승하며 16거래일 연속 오름세를 기록했다. 이날 삼성전자 주가는 전장 대비 3.22% 오른 22만4500원에 거래를 마쳤다. 장중 한때 22만9500원까지 오르며 최고가를 경신했다. SK하이닉스는 0.16% 상승한 122만5000원에 마감했다. 장중 한때 3.6% 오른 126만7000원까지 오르며 신고가를 기록했지만, 재료 노출에 따른 차익실현 매물이 나오면서 상승폭을 일부 반납했다. 그러나 반도체를 중심으로 이어진 글로벌 증시 상승 랠리가 정점에 근접했다는 경고도 나온다. 미국과 이란 간 갈등이 확전 가능성은 낮지만 종식 기미 역시 보이지 않는 데다, 세계 원유 수송로인 호르무즈 해협이 여전히 봉쇄된 상태여서 경제 전반에 부담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블룸버그통신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이란과의 휴전이 무기한 유지될 것이라고 밝혔음에도 불구하고 투자자들은 약 두 달간 이어진 전쟁의 종식을 위한 협상에 진전이 없다는 점을 우려하고 있다"고 전했다. 호주 커먼웰스은행의 캐럴 콩 외환 전략가는 “시장은 전쟁의 빠른 해결과 에너지 공급 정상화를 기대하며 낙관적인 시각을 유지해왔다"며 “그러나 지속 가능한 합의까지는 아직 갈 길이 멀고, 에너지 가격은 안정되기 전에 추가 상승할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했다. 호르무즈 해협 상황은 더욱 악화되고 있다. S&P 글로벌 마켓 인텔리전스에 따르면 해협 통행 선박 수는 전쟁 이전 하루 평균 130척에서 지난 21일 1척으로 급감했다. 22일에는 일부 선박이 통행을 시도했지만 이란이 상선 3척에 발포하고 이 중 2척을 나포하면서 선박들이 일제히 회항한 것으로 알려졌다. 통행이 정상화되는데 예상보다 오랜 시간이 걸릴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22일(현지시간) 미 워싱턴포스트(WP)에 따르면 미 국방부는 하원 군사위원회 비공개 브리핑에서 호르무즈 해협에 부설된 기뢰를 완전히 제거하는데 6개월이 걸릴 수 있다는 보고서를 제출했다. 이란 전쟁이 끝날 때까지 기뢰 제거 작전이 시행되기 어렵다는 내용도 포함됐다. 해협에 20개 이상의 기뢰가 설치됐고 일부는 GPS 기술을 이용해 원격 부설됐기 때문에 미군이 탐지하기 어렵다는 보고도 이뤄졌다. 이 같은 내용이 사실이라면 기뢰 제거 작업은 아직 본격적으로 시작되지 못했을 가능성이 크다. 기뢰에 대한 트럼프 대통령의 주장도 거짓인 셈이다. 실제로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11일 호르무즈 해협 기뢰제거 작전에 착수한다고 발표한 바 있다. 이란이 호르무즈 해협 개방을 발표하던 지난 17일에는 “이란은 미국의 도움으로 모든 기뢰를 제거했거나 제거 중"이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미국과 이란이 조기에 종전 합의에 도달하더라도 기뢰 제거에만 수개월이 소요될 경우 국제유가 상승세는 장기화될 가능성이 크다. 종전 협상 재개 여부 역시 불투명한 상황이다. 이에 따라 에너지 위기가 오히려 본격화 단계에 진입했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JP모건 수석 전략가 출신인 마르코 콜라노비치는 이날 자신의 소셜미디어를 통해 “기술주 랠리의 끝이 가까울 수 있으며 '셀 인 메이(Sell in May)' 전략이 조기에 시작될 가능성이 있다"며 “현재의 에너지 위기는 끝난 것이 아니라 이제 시작 단계에 가깝다"고 경고했다. 셀 인 메이는 통상 5월에 하락장이 펼쳐져 매도로 대응해야 한다는 월가의 오랜 격언이다. 콜라노비치는 또 호르무즈 해협에 부설된 기뢰를 완전히 제거하는데 6개월이 걸릴 수 있다는 WP 기사를 두고 “대규모 인플레이션 상승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과거 정확한 시장 예측으로 '간달프'라는 별칭을 얻었던 콜라노비치는 지난달부터 '코스피 거품론'을 강하게 제기해 왔다. AI 기대감에 기반한 글로벌 증시 상승이 과열 국면에 진입했다는 평가도 나온다. 마크 크랜필드 블룸버그 MLIV 전략가는 “MSCI 세계 지수(WI)가 이달 들어 8% 이상 상승한 상황에서 투자자들이 차익 실현에 나설 유인이 충분하다"며 “다음주 주요 중앙은행 회의 일정이 예정돼 있는 점도 부담 요인"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AI 수요 초호황에 대한 기대감 역시 시장에서 광범위하게 인식되기 시작했다"며 “일반적으로 특정 테마가 대중적으로 확산될 시점은 오히려 차익 실현을 고려해야 할 때일 수 있다"고 강조했다. 한편, 국제유가는 나흘 연속 상승 중이다. 인베스팅닷컴에 따르면 서부텍사스산원유(WTI) 선물 가격은 한국시간 오후 5시 7분 기준 전장 대비 1.18% 오른 배럴당 94.05달러를 기록 중이다. WTI 가격은 이란이 호르무즈 해협을 다시 봉쇄했다는 소식에 지난 20일부터 연속 상승세다. 같은 시각 브렌트유 선물 가격도 1.41% 오른 배럴당 103.35달러다. 박성준 기자 mediapark@ekn.kr

“美·이란 전쟁에 그린수소 다시 뜬다”…관련주들도 ‘들썩’ [이슈+]

미국·이스라엘과 이란의 전쟁 여파로 에너지 안보의 중요성이 갈수록 부각되는 가운데, 세계 각국이 '그린수소' 개발에 다시 속도를 내고 있다. 그린수소는 재생에너지를 통해 생산돼 탄소를 배출하지 않는 '궁극의 청정에너지'로 주목받아왔지만, 높은 비용 등 경제성 문제로 개발이 지연돼 왔다. 그러나 이란의 호르무즈 해협 봉쇄와 미군의 해상 봉쇄로 글로벌 원유·천연가스 공급망이 흔들리면서 청정에너지 투자 확대가 촉진되고 있고, 그 과정에서 그린수소도 주요 수혜 분야로 부상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23일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중국 주요 배터리 제조업체 고션 하이테크의 리 젠 창립자 겸 회장은 최근 블룸버그TV 인터뷰에서 “중동 분쟁 이후 모든 국가가 청정에너지로의 에너지전환에 더욱 주목하고 있다"며 “태양광과 풍력 기술 발전, 배터리 비용 하락을 통해 세계 각국이 소수 국가가 공급하는 화석연료에 의존하지 않고 에너지 자립을 달성할 수 있다"고 말했다. 리 회장은 특히 에너지저장장치(ESS) 수요가 장기적으로 전기차보다 최대 5배 커질 것으로 전망했다. 이에 고션 하이테크는 향후 5년 내 아시아태평양, 유럽·중동·아프리카(EMEA), 미 대륙 지역에서 각각 100기가와트시(GWh) 규모의 생산능력을 구축할 계획이다. 재생에너지가 세계 최대 발전원으로 부상하는 가운데 태양광·풍력의 간헐성을 보완하기 위헤 ESS가 필수적이라는 설명이다. 글로벌 싱크탱크 엠버가 최근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재생에너지는 전 세계 전력 생산의 34%를 차지하며 1919년 이후 106년만에 처음으로 석탄(33%)을 넘어섰다. 재생에너지 비중이 빠르게 확대되는 추이는 이번 이란 전쟁을 계기로 더욱 가팔라질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엠버의 아디티야 롤라 전무는 “불확실성이 큰 글로벌 환경 속에서 청정에너지가 에너지 안보의 기반을 빠르게 재정의하고 있다"며 “청정에너지는 각국이 화석연료 수입 의존도와 비용을 낮추는 동시에 증가하는 전력 수요를 충족하는 데 이미 기여하고 있다"고 밝혔다. ◇ 중국·인도, 그린수소 투자 '가속' 이 같은 흐름 속에서 그린수소 역시 유망한 대체 에너지원으로 다시 주목받고 있다. 특히 중국이 관련 산업 확대를 주도하는 모습이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에너지 컨설팅업체 라이스태드 에너지는 중국이 지난해 37억달러(약 5조4800억원)를 그린수소에 투자해 미국의 두 배를 웃돌았다고 밝혔다. 투자 규모는 2031년까지 260억달러(약 38조5100억원)로 확대돼 연간 약 260만톤의 생산 능력을 확보할 것으로 전망됐다. 생산 능력도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아고라 에너지 차이나의 케빈 투 전무는 “중국은 지난해 그린수소 생산 능력을 약 25만톤으로 두 배 확대하며 전 세계의 절반 이상을 차지했다"며 “이는 2025년 목표였던 연간 10만~20만톤 수준을 이미 초과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비용 경쟁력도 개선되는 추세다. 중국의 그린수소 평균 생산 비용은 kg당 약 4달러 수준이며, 풍력과 일조량이 풍부한 내몽골 지역에서는 약 2달러 수준까지 낮아진다고 로이터는 전했다. 이런 가운데 중국 정부는 최근 발표한 2026~2030년 제15차 5개년 계획에서 그린수소를 양자컴퓨팅, 뇌·컴퓨터 인터페이스(BCI), 인공지능(AI) 로봇과 함께 '미래 산업'으로 지정했다. 이는 향후 관련 분야로 자본 유입이 더욱 확대될 가능성을 시사한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중국 내 수소 산업이 연구 중심에서 상용화 단계로 빠르게 전환되고 있다고 전했다. 국제에너지기구(IEA)의 호세 베르무데즈 수소 담당은 “불과 1~2년 전만 해도 중국은 그린수소 분야에서 두드러지지 않았지만, 현재는 세계 최대 프로젝트 대부분을 보유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인도의 경우 약 21억달러(약 3조 1100억원) 규모 보조금을 기반으로 2030년까지 연간 500만톤의 그린수소를 생산하겠다면서 중국보다 더 야심찬 목표를 제시했다. 현재 인도에서는 연간 약 8000톤 규모의 그린수소 및 파생 제품이 생산되고 있다. 인도 정부의 '국가 그린수소 미션'을 이끄는 아바이 바크레는 내년부터 대규모 생산이 시작될 것이며 생산 능력 또한 빠르게 확대돼 2030년 목표를 달성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그는 이어 기술 발전과 공정 효율화, 부품 자국화 등을 통해 그린수소 생산 비용이 2032년까지 kg당 2달러 수준으로 하락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로이터에 말했다. 인도에서 생산 비용은 2023년 kg당 약 5달러 수준에서 현재 3달러 수준까지 하락했다. ◇ 유럽은 규제 완화 가능성…트럼프 행정부도 '유턴' 유럽 역시 그린수소 확대에 속도를 내고 있다. 수소 전문 매체 퓨얼셀웍스에 따르면 유럽연합(EU)은 'AccelerateEU' 에너지 대책의 일환으로 그린수소에 대한 '비생물계 재생에너지 연료(RFNBO)' 규정 재검토를 2026년 2분기에 실시하기로 했다. 이는 기존 계획보다 2년 앞당긴 것이다. 이란 전쟁으로 촉발된 에너지 위기와 함께 RFNBO 규제로 인해 그린수소 시장 확산 속도가 예상보다 더디다는 점이 배경으로 꼽힌다. 퓨얼셀웍스는 “EU가 기존 규제가 실제 보급 확대에 충분한 역할을 하지 못했다는 점을 인정한 것"이라고 평가했다.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EU 집행위원장은 “자국 기반의 청정에너지로의 전환을 가속화해야 한다"며 “이를 통해 에너지 독립과 안보를 강화하고 지정학적 충격에 보다 효과적으로 대응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EU 집행위원회는 이탈리아의 60억유로(약 10조 4000억원) 규모 그린수소 지원 계획도 승인했다. 해당 프로젝트는 연간 20만톤의 그린수소 생산을 목표로 한다. 화석연료를 장려하는 에너지 정책을 펼치고 있는 도널드 트럼프 미 행정부에서도 변화가 감지된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미 에너지부는 지난해 폐지 대상으로 지목됐던 에너지 사업을 '유지 또는 수정' 대상으로 재분류하고 관련 문건을 미 하원 세출위원회에 제출했다. 이 문건에는 전임 조 바이든 행정부가 2023년 당시 70억달러를 투입해 구축하려던 7개 수소 허브 중 5개가 포함됐다. 크리스 라이트 에너지부 장관은 지난 15일 의회 청문회에서 약 2200개 프로젝트에 대한 검토가 완료됐으며 “대부분의 사업을 유지하거나 일부 수정해 추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한편, 그린수소 관련주들도 이란 전쟁 이후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미국의 대표적 수소 기업인 플러그파워 주가는 22일(현지시간) 뉴욕증시에서 3.19달러에 거래를 마감했다. 중동 전쟁이 발발했던 2월 27일 종가(1.79달러) 대비 78% 급등한 수준이다. 블룸에너지, 퓨얼셀에너지 등의 주가도 같은 기간 50% 가까이 올랐다. 박성준 기자 mediapark@ekn.kr

“삼성전자, 이렇게 잘 버는데”…반도체株 ‘이상한 저평가’ [머니+]

국내 반도체 '투톱'인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인공지능(AI) 수요 급증에 힘입어 사상 최대 실적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되면서 주가 역시 신고가 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다만 밸류에이션은 다른 AI 관련주 대비 여전히 낮은 수준에 머물러 있다. 이러한 격차를 두고 반도체 산업이 '호황과 불황의 사이클'을 벗어나 '슈퍼사이클'에 진입했는지를 둘러싼 논쟁이 이어지고 있다. 21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올해 삼성전자의 연간 순이익은 전년 대비 약 400% 증가한 1510억달러(약 223조원), SK하이닉스는 약 300% 늘어난 1150억달러(약 169조원)에 이를 것으로 추정된다. 반면 글로벌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업체인 TSMC의 연간 순이익은 약 50% 증가한 810억달러(약 119조원)로 예상된다. 이를 반영하듯 삼성전자 주가는 지난해 8월 말 이후 3배 상승했고 SK하이닉스는 4배 가까이 급등했다. 같은 기간 TSMC 주가는 약 77% 오르는 데 그쳤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12개월 선행 주가수익비율(PER)은 각각 5.6배, 4.7배로 TSMC(19.5배)를 크게 밑돈다. AMD와 엔비디아 등 주요 AI 반도체 기업의 선행 PER이 각각 34.8배, 22.4배에 달하는 점과 비교하면 격차는 더욱 두드러진다. 다른 메모리 반도체 제조업체들의 밸류에이션도 삼성전자·SK하이닉스와 비슷한 수준으로 집계됐다. 지난 1년간 주가 상승률이 3000%에 육박한 샌디스크의 선행 PER은 9.9배 수준에 그치며, 일본 키옥시아와 마이크론 테크놀로지 역시 각각 6.9배, 5.4배로 낮은 수준이다.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메모리 반도체 업종 특유의 높은 실적 변동성을 이유로 든다. 메모리 업황은 전통적으로 경기 흐름에 따라 크게 요동치는 '사이클 산업'이라는 점에서 낮은 밸류에이션이 정당하다는 것이다. 폴라 캐피털의 조리 노데카이어 글로벌 신흥시장·아시아 총괄은 “어떤 의미에서 메모리 산업이 새로운 패러다임에 들어섰다"면서도 “사이클이 완전히 사라질 것이라는 주장에는 동의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이어 “현재는 (반도체주 주가 상승) 초기에 비해 위험 대비 수익 매력이 낮아졌다"며 “TSMC는 구조적인 성장 기반이 더 탄탄하고 경쟁도 상대적으로 적다"고 덧붙였다. 400억달러(약 59조원) 규모의 자금을 운용하는 노데카이어 총괄은 최근 주가 급등 과정에서 일부 메모리 반도체 종목 비중을 줄인 것으로 알려졌다. 메모리 기업의 증설로 향후 공급 확대가 수요를 앞지를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현재 삼성전자 등 주가가 급등한 배경에는 공급 병목 현상이 크게 작용하고 있다. 주요 업체들이 고대역폭메모리(HBM) 증산에 생산 역량을 집중하면서 범용 D램과 낸드플래시 공급이 상대적으로 줄었고, 이는 가격 상승으로 이어졌다는 분석이다. 아리엘 인베스트먼트의 크리스틴 필팟츠 포트폴리오 매니저는 “논쟁의 핵심은 수요를 충족하기 위해 공급이 얼마나 빠르게 늘어날 것인가에 있다"며 “과거 사이클에서는 수요가 둔화된 시점에 공급이 급증했던 사례가 있었기 때문에 이는 매우 중요한 리스크"라고 말했다. 반면 낙관론자들은 AI 확산이 전례 없는 수요를 창출하고 있는 만큼 이번에는 과거와 다르다는 보고 있다. 특히 메모리 기업들의 실적 증가가 일시적 현상이 아닌 구조적 성장으로 확인될 경우, 밸류에이션 격차가 축소되며 삼성전자·SK하이닉스 등 주가 추가 상승 여력이 충분하다는 전망도 나온다. 라운드힐 인베스트먼트의 데이브 마자 최고경영자(CEO)는 “메모리는 이제 AI 가속기 로드맵과 직접적으로 연계돼 공동 설계되고 있다"며 “대형 클라우드 기업들과의 장기 계약이 늘어나면서 산업의 사이클 구조가 근본적으로 바뀌고 있다"고 말했다. 약트만 자산운용의 몰리 피에로니 회장은 “삼성전자는 특별히 뛰어난 성과를 내지 않더라도 현재 밸류에이션을 정당화할 수 있다"며 “주가가 두 배로 오르더라도 여전히 다른 기업 대비 매력적인 수준"이라고 말했다. 피에로니 대표는 이어 삼성전자 우선주를 보유하고 있으며 엔비디아는 고평가 이유로 투자하지 않고 있다고 블룸버그는 전했다. 글로벌 투자은행 골드만삭스와 JP모건 등은 낮은 밸류에이션, 메모리 반도체 기업들의 이익 증가 등을 이유로 코스피 목표치를 각각 8000, 8500로 상향 조정하기도 했다. 한편 22일 유가증권시장에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주가는 오전 11시 36분 기준 전 거래일 대비 각각 0.80%, 0.61% 하락한 21만7250원, 121만6500원에 거래되고 있다. 박성준 기자 mediapark@ekn.kr

“휴전 연장 없다”…美·이란 2차 협상 극적 성사될까 [이슈+]

미국과 이란의 '2주 휴전' 만료 시한이 임박한 가운데 종전을 위한 2차 협상이 성사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는 관측이 제기되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20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과의 인터뷰에서 지난 7일 선언된 2주 휴전이 “미 워싱턴 시간 기준 수요일(22일) 저녁(한국시간 23일 오전)에 종료된다"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어 이란과 합의가 이뤄지지 않을 경우 “휴전을 연장할 가능성은 매우 낮다"며 “나쁜 합의를 서둘러 체결하지는 않겠다. 시간은 우리 편"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또 “베트남 전쟁도, 아프가니스탄 전쟁도 수년간 지속됐다"며 “성급하게 나쁜 합의를 하지는 않겠다"고 말했다. 이는 트럼프 대통령이 당초 4~6주라고 장담했던 전쟁 기간이 장기화하고 있다는 비판을 의식한 발언으로 풀이된다. 아울러 트럼프 대통령은 협상에 대해 “직접 참여하고 싶지만 반드시 그럴 필요는 없다"며 “양측 모두 회담을 원하고 있으며, 좋은 결과가 나올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이와 관련해 악시오스와 뉴욕타임스(NYT) 등은 소식통을 인용해 J.D. 밴스 부통령이 이란과의 종전 협상을 위해 21일 파키스탄 이슬라마바드로 출발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보도했다. 스티브 위트코프 대통령 특사와 트럼프 대통령의 사위 재러드 쿠슈너도 이번 협상을 위해 현지로 이동할 것으로 전해졌다. 반면 이란은 아직 공식적으로 협상 대표단 파견을 발표하지 않은 상태다. 이란 내부에서 강경파와 온건파 간 입장 차이가 존재하는 점이 불확실성을 키우는 요인으로 지목된다. 로이터통신은 이란이 파키스탄에서 미국과 협상에 참석하는 방안을 긍정적으로 검토하고 있지만 최종 결정을 내리지는 않았다고 이란 당국자를 인용해 보도했다. 이란 혁명수비대(IRGC)를 중심으로 한 강경파는 미군의 대(對)이란 해상 봉쇄를 문제 삼아 강경 대응을 주장하고 있다고 블룸버그는 전했다. 반면 마수드 페제시키안 대통령과 아바스 아라그치 외무장관 등은 협상을 통한 타결에 무게를 두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이란의 핵 문제, 미군의 역봉쇄 등에 대해 추가 협상이 필요하더라도, 미국과 이란이 향후 며칠 내 전쟁을 사실상 종식시키는 합의에 도달할 가능성은 여전히 있다고 소식통들은 블룸버그에 말했다. 이와 관련해 사안에 정통한 파키스탄 측 소식통은 협상이 22일 재개될 가능성이 높으며, 합의가 체결될 경우 트럼프 대통령이 직접 또는 화상 방식으로 참여할 수 있다고 밝혔다. 이 소식통은 “상황이 진전되고 있으며 협상은 22일 재개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글로벌 금융시장도 이 같은 기대감을 반영하고 있다. 투자자들은 특히 전쟁이 종전 국면에 접어들면서 기업 실적에 다시 주목하는 분위기다. 인베스팅닷컴에 따르면 한국시간 21일 오후 2시 41분 기준 코스피는 전장 대비 2.48% 오른 2736.36을 기록했다. 전쟁 발발 직전인 올해 2월 27일 기록한 장중 사상 최고치(2647.41)를 웃도는 수준이다. 일본 닛케이225지수, 대만 가권지수, 홍콩 항셍지수도 각각 1.07%, 2.12%, 0.58% 오르는 등 아시아 증시는 전반적으로 강세를 나타냈다. 뉴욕증시에서는 반도체 관련 종목으로 구성된 필라델피아 반도체지수가 20일까지 14거래일 연속 상승하며 2014년 이후 최장 상승 기록을 이어가고 있다. IG 인터내셔널의 파비앙 입 시장 애널리스트는 “인공지능(AI)이 다시 시장의 핵심 이슈로 부상하고 있다"며 “아시아 기술 기업들은 글로벌 하드웨어 공급망의 핵심 축으로서 전반적인 위험자산 선호 환경 속에서 상승 흐름을 타고 있다"고 말했다. 캐피털그룹의 노리코 첸 포트폴리오 매니저는 “평화 협상에 돌입한다는 것은 어떤 형태로든 사태 해결이 이뤄질 가능성이 높다는 긍정적인 신호"라며 “물가 상승률이 최근보다 다소 높게 유지될 수는 있지만 글로벌 경제에 큰 영향을 미칠 수준은 아닐 것으로 본다"고 밝혔다. 국제유가는 하루 만에 하락세로 전환했다. 서부텍사스산원유(WTI)와 브렌트유 선물 가격은 각각 전장 대비 1.49%, 1.21% 하락한 배럴당 86.14달러와 94.34달러를 기록하고 있다. 박성준 기자 mediapark@ekn.kr

美·이란 전쟁이 바꾼 돈의 흐름…코스피 8000 찍나 [머니+]

미국과 이란 간 전쟁을 계기로 각국 정부가 안보를 최우선 과제로 삼고 자립도를 높이려는 움직임이 강화되면서 글로벌 투자자들의 자금 흐름이 구조적 전환기를 맞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 같은 변화 속에서 한국 기업과 증시가 어떤 수혜를 입을지에도 관심이 쏠린다. 21일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에 따르면 올해 들어 MSCI 세계지수(WI) 내에서 에너지·소재·유틸리티·산업재 섹터가 가장 높은 수익률을 기록했다. MSCI는 S&P 다우존스와 함께 글로벌 산업분류 기준(GICS)을 개발해 전 세계 증시를 11개 주요 섹터로 구분한다. 실제로 지난 17일 기준 MSCI 세계 에너지 지수는 연초 이후 25.09% 상승하며 수익률 1위를 기록했다. 이어 소재(16.62%), 산업재(12.25%), 유틸리티(10.15%) 순으로 나타났다. 지난 1년간 누적 상승률에서도 같은 흐름이 이어졌다. 에너지 지수는 45.42% 상승했고, 소재(44.74%), 산업재(40.34%), 유틸리티(27%) 역시 높은 상승률을 기록하며 모멘텀이 지속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MSCI 세계 부동산 지수는 올해 상승률이 10.24%로 양호했지만, 1년 누적 상승률은 16.61%에 그쳐 유틸리티 대비 상대적으로 모멘텀이 약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반면 올해 가장 부진한 섹터는 헬스케어로 -2.69%를 기록했으며, 임의소비재 역시 0.98% 하락했다. 필수소비재, IT(정보기술), 커뮤니케이션 서비스, 금융 등 나머지 섹터들도 상승률이 한 자릿수에 그쳤다. 특히 엔비디아, 애플, 마이크로소프트(MS) 등 주요 빅테크가 포함된 MSCI 세계 IT 지수는 지난 1년간 57.15% 급등했지만 올해 상승률은 5.25%에 그쳐 상승 동력이 눈에 띄게 둔화됐다. 글로벌 투자자들의 자금 흐름이 올해 들어 뚜렷하게 변화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 '세계화 투자'에서 '안보·자립 투자'로 이 같은 흐름에 대해 블룸버그통신은 “월가는 수년간 세계화의 최전선에 있는 기업들을 높게 평가해왔고, 그 결과 많은 국가들이 핵심 인프라와 공급망, 자원 투자를 소홀히 해왔다"며 “투자자들은 이러한 시대가 끝났다고 보고 있다"고 평가했다. 코로나19 팬데믹과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무역전쟁 등으로 촉발된 구조 변화가 이번 중동 전쟁을 계기로 더욱 명확해졌다는 분석이다. 영국 투자사 라스본스의 존 윈 에반스 시장분석 총괄은 “아직도 많은 사람들이 세계가 변했다는 사실을 부정하고 있는 것 같다"며 “코로나19와 우크라이나 전쟁이 경고였지만 우리는 이를 외면해왔고, 이제 다시 경보가 울리고 있다"고 말했다. 글로벌 자산운용사 나인티원의 사힐 마타니 책임도 “글로벌 시스템이 구조적으로 재편되고 있다"며 “세계화가 끝나는 것은 아니지만 더 이상 과거처럼 순탄하게 진행되지는 않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 유럽이 각자도생 주도…인프라·에너지 투자 확대 전문가들은 향후 세계화가 지역, 자본 규모, 각국 정부의 정책 의지에 따라 서로 다른 속도로 재편될 것으로 보고 있다. 이른바 '각자도생'의 시대가 본격화됐다는 의미로, 유럽이 이러한 변화를 주도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라스본스의 산지브 툼쿠르 주식 총괄은 “글로벌 질서 변화로 유럽이 방위와 에너지 등 전략 분야에서 자립도를 높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재생에너지, 전력망 현대화, 배터리, 수소 분야 투자 확대에 따라 베스타스, 내셔널그리드, SSE 등 관련 기업들이 수혜를 입을 것으로 전망했다. 특히 독일은 러시아 위협에 대응해 군사비를 확대하는 동시에 약 5000억유로(약 866조원) 규모의 인프라 투자 프로그램을 추진하고 있다. JP모건자산운용의 휴 기머 글로벌 시장전략가는 이를 두고 “그 중요성은 과소평가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글로벌 투자은행 바클레이즈의 크리스티안 켈러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선진국들은 수십 년 동안 소득 대비 투자 비중이 낮았다"며 “특히 서방은 투자 부족 상태였지만 이제 변화가 시작되고 있다. 각국이 인프라 구축에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 美 '전통 산업' 부상…AI 인프라도 수혜 빅테크 중심으로 움직이던 미국 증시에서도 자립 필요성이 부각되면서 전통 산업의 존재감이 커지고 있다. 물류와 원자재 공급 등 '구경제' 기업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며 S&P500 내에서도 에너지·소재·산업재가 상승을 주도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러셀 인베스트먼트의 폴 아이텔만 글로벌 수석 투자전략가는 미국이 “에너지 안보와 독립성 확보에서 상당한 진전을 이뤘다"며 “세계가 분절화될수록 이러한 주제는 과거보다 더욱 중요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의 재집권과 자립 강화 정책이 이러한 흐름을 뒷받침하는 요인으로 꼽힌다. 트럼프 대통령의 핵심 국정과제인 대규모 감세 법안(OBBBA)은 미국 내 제조업 활성화에 긍정적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 여기에 인공지능(AI) 경쟁력 확보를 위한 투자 확대도 이어지면서 GE 버노바, 버티브 홀딩스, 이튼 등 데이터센터 관련 기업들이 수혜를 입을 것으로 전망된다. 실제로 데이터센터 냉각 장비 업체 매디슨 에어 솔루션즈는 최근 IPO를 통해 22억3000만달러를 조달했는데, 이는 산업 섹터 기준 1999년 이후 최대 규모다. 웰스파고 투자연구소의 사미어 사마나 글로벌 주식 및 실물자산 책임자는 “회복력을 위한 경쟁은 곧 자원 확보를 위한 경쟁"이라며 “투자자들은 포트폴리오에 원자재 비중을 충분히 포함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 한국은?…“방산·산업재 수혜 기대" 아시아에서는 에너지와 방산 분야에서 자립을 강화하려는 세계적 흐름 속에서 수출 경쟁력이 높은 기업들이 주목받고 있다. 삭소마켓의 차루 차나나 수석 투자전략가는 “단기적으로는 유럽 자급자족 정책과 연계된 기업들이 먼저 수혜를 보겠지만, 장기적으로는 아시아의 회복력 강화 여부가 핵심 변수"라고 말했다. 그는 “아시아의 자립 정책은 아직 초기 단계로 실적 반영까지 시간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대표적으로 세계 최대 배터리 업체 CATL은 이란 전쟁 이후 주가가 약 40% 상승했고, 한국의 한화에어로스페이스 역시 올해 약 50% 오르며 사상 최고 수준에 근접했다. 특히 한국과 일본 방산 기업들은 내수 지출 확대와 수출 증가 기대에 힘입어 수혜가 예상되는 분야로 지목되고 있다. 에머 캐피털 파트너스의 마니시 라이차우두리 최고경영자(CEO)는 “한국 방산 및 산업재 기업에 대한 투자 비중이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며 “폴란드 등 유럽 주요 국가들이 미국보다 한국에서 더 많은 방산 장비를 수입하는 추세"라고 말했다. 이런 흐름에 맞춰 일본 정부도 비전투 목적으로 한정했던 기존 무기 수출 규정을 폐지, 살상 무기 수출을 원칙적으로 허용하기로 이날 결정했다. AI 관련 반도체 산업 역시 글로벌 자금 재편의 또 다른 축으로 주목받고 있다. 이 과정에서 한국 증시 전반에 대한 재평가 기대고 커지고 있으며 글로벌 투자은행들은 코스피 목표치를 줄줄이 상향 조정하고 있다. 실제로 골드만삭스는 최근 코스피 12개월 목표치를 기존 7000에서 8000으로 높였다. 반도체와 산업재를 중심으로 펀더멘털 개선이 이어지고 있는 데다, 선행 주가수익률(P/E)이 약 7.5배 수준에 머물러 과거 평균 대비 여전히 저평가 상태라는 판단에서다. JP모건 역시 코스피 목표치를 최대 8500까지 상향 조정했다. 기본 시나리오도 기존 6000에서 7000으로 올려잡았다. 이란 관련 리스크 완화와 함께 외국인 수급이 개선되고, 시장 변동성도 빠르게 안정되고 있다는 점을 반영한 것이다. 특히 메모리 반도체를 중심으로 올해 이익 추정치가 큰 폭으로 상향 조정되면서 글로벌 경기 둔화와 에너지 가격 부담을 상당 부분 상쇄할 수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JP모건은 “한국 시장의 핵심 펀더멘털(메모리 사이클, 지배구조 개편, 테마별 성장)이 궤도에 올라와 있는 만큼 코스피의 추가 상승 여력은 충분하다"며 “한국은 여전히 아시아 내 최선호 시장"이라고 강조했다. 박성준 기자 mediapark@ekn.kr

“다 박살내겠다”…휴전 만료 앞두고 美·이란 전쟁 중대 기로 [이슈+]

미국과 이란 간 전쟁의 향방이 중대한 갈림길에 섰다. 종전 합의를 위한 2차 협상 개최 여부가 불투명한 가운데, 휴전 시한 만료를 앞두고 양측이 상반된 입장을 보이면서다. 이런 상황에서 미군이 이란 화물선을 나포하고 이란이 보복을 예고하면서 군사적 긴장감도 다시 고조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19일(현지시간) 소셜미디어 트루스소셜에 “길이가 약 900피트(약 275m)이고 항공모함만큼 무게가 나가는 '투스카'라는 이란 화물선이 우리 해군의 봉쇄를 뚫으려 했지만 실패했다"고 밝혔다. 이어 “미 해군 유도미사일 구축함 스프루언스가 오만만에서 투스카를 가로막고 정지하라는 경고를 내렸다"며 “이란 선원들은 응하지 않아 우리의 해군 군함이 기관실에 구멍을 내는 방식으로 멈추게 만들었다"고 덧붙였다. 미국은 이란의 호르무즈 해협 봉쇄에 대응해 해상 봉쇄를 이어가고 있는 가운데, 이 과정에서 미군이 직접 무력을 사용한 사례는 이번이 처음으로 알려졌다. 이란은 즉각 반발했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이란군 측은 반관영 통신을 통해 “이란 군대가 미군의 무장 행위에 대응하고 보복할 것이라고 경고한다"고 밝혔다. 이란은 또 자국 화물선 나포에 대한 대응으로 미군 군함에 무인항공기(UAV) 공격을 감행했다고 주장했다. 지난 7일 시작된 미·이란 간 2주 휴전 시한이 21일로 다가온 가운데 갈등이 재격화되면서 종전 협상 전망은 다시 불투명해졌다. 트럼프 대통령은 협상 가능성을 열어두면서도 최종 결렬 시 군사 행동을 시사했다. 그는 트루스소셜에 “미국 협상 대표단이 파키스탄 이슬라마바드로 향하고 있으며 내일(20일) 저녁 협상을 진행할 예정"이라며 “우리는 매우 공정하고 합리적인 합의를 제안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이란이 이를 수용하지 않을 경우 미국은 이란의 모든 발전소와 교량을 무너뜨리겠다"고 강조했다. 반면 이란은 미국의 해상 봉쇄가 지속되는 한 협상에 응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이란 국영 방송은 “미국의 과도한 개입과 비합리적이며 비현실적인 요구, 잦은 입장 변경과 지속적인 모순, 그리고 휴전 합의 위반으로 간주되는 해상 봉쇄와 위협적 발언이 협상 진전을 가로막고 있다"고 지적했다. 모하마드 레자 아레프 이란 제1부통령도 엑스(옛 트위터)를 통해 “이란의 원유 수출을 제한하면서 다른 국가들의 안전을 기대할 수는 없다"며 “선택은 분명하다. 자유로운 석유 시장이거나 모두가 비용을 감수하는 상황 중 하나"라고 밝혔다. 이란은 앞서 이스라엘과 레바논 간 휴전 합의에 따라 호르무즈 해협을 재개방한다고 지난 17일 발표했지만, 미군의 해상 봉쇄를 문제 삼아 하루 만에 재봉쇄한 바 있다. 이처럼 긴장이 고조되는 상황에서도 20일 아시아 증시는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미·이란 간 충돌이 추가로 확대되지 않을 것이라는 기대가 반영된 결과로 풀이된다. 인베스팅닷컴에 따르면 한국 코스피 지수는 이날 오후 2시 55분 기준, 전장 대비 0.50% 오른 6222.75를 기록 중이다. 일본 닛케이225지수도 0.65% 오른 5만8838.65를 나타내고 있고 대만 가권지수(+0.42%), 홍콩 항셍지수(+0.58%), 중국 상해종합지수(+0.45%) 등도 상승세다. JP모건 자산운용의 케리 크레이그 글로벌 시장 전략가는 블룸버그TV와 인터뷰에서 “상황이 어느 정도 같은 궤도를 반복하며 맴돌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시장은 이번 분쟁이 종료되거나 최소한 종식의 시작 단계에 접어들 가능성을 반영하고 있다"고 말했다. 가필드 레이놀즈 블룸버그 전략가 역시 “중동에서 교전이 재격화되지 않는 한 증시는 추가 상승세를 이어갈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그러나 국제유가는 중동 갈등 격화에 다시 급등했다. 서부텍사스산원유(WTI) 가격과 브렌트유 선물 가격은 전장 대비 각각 5.97%, 5.31% 오른 배럴당 87.52달러, 95.18달러를 나타내고 있다. 박성준 기자 mediapark@ekn.kr

“아직 시작에 불과”…해외 기관들, 삼성전자 말고 ‘이것’ 콕 집었다 [머니+]

미국·이스라엘과 이란 간 전쟁을 계기로 촉발된 글로벌 군비 확장 움직임 속에서 한국을 포함한 아시아 방산주가 주목을 받고 있다. 일부 투자자들은 전쟁 이후 시작된 방산주 상승 랠리를 단기적인 흐름이 아닌 장기 상승의 초입으로 보고 있다. 20일 블룸버그통신은 자체 집계한 항공우주·방산 기업 지수에서 한국 한화시스템과 LIG디펜스앤에어로스페이스(LIG D&A·옛 LIG넥스원), 일본 아스트로스케일 홀딩스 등 아시아 방산 기업 3곳이 올해 글로벌 방산주 수익률 상위 5개 종목에 포함됐다고 보도했다. 한화시스템 주가는 지난해 말 5만4400원에서 이란 전쟁 발발 직전인 2월 27일 11만2700원으로 두 배 이상 상승했다. 이후 지난달에는 18만4000원까지 치솟으며 장중 신고가를 기록했다. 현재는 12만9000원대로 상승세가 다소 둔화됐지만 연초 대비 여전히 약 140%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LIG디펜스앤에어로스페이스 주가 역시 지난해 말 42만4500원에서 현재 89만원대로 올라섰으며, 이달에만 약 47% 급등했다. 한화시스템과 LIG디펜스앤에어로스페이스 주가는 중동 전장 발발 이후 각각 15%, 75% 상승했다. 지난 7일 시작된 미국과 이란의 2주 휴전이 오는 21일 만료를 앞두고 2차 협상 기대가 이어지고 있지만, 상황이 급변하면서 불확실성도 커지고 있다. 대(對)이란 해상 봉쇄 작전을 벌이고 있는 미군이 이란 화물선을 향해 함포 사격을 가한 뒤 나포했다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발표가 나오면서다. 이란이 보복을 예고한 만큼 이번 사건이 종전 협상에 중대한 변수로 작용할 전망이다. 블랙록의 위 리 글로벌 최고투자전략가는 “중동 전쟁으로 가속화된 구조적 테마 가운데 하나가 방산"이라며 “전쟁 국면에서 주가가 조정을 받을 때 오히려 전략적 투자 매력을 확인하고 매수에 나선 투자자들이 많았고, 장기적으로도 긍정적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해외 기관들은 방산주 랠리가 이번 중동 전쟁을 넘어 구조적인 상승장의 초입이라는 데 무게를 싣고 있다. 실제로 유럽은 전쟁 이전부터 국방 예산 확대 기조를 보여왔다.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는 2035년까지 회원국 국방비를 국내총생산(GDP)의 5% 수준으로 끌어올리겠다는 목표를 제시한 상태다. 블룸버그 인텔리전스에 따르면 유럽의 방위비 지출은 2021년 이후 달러 기준 연평균 약 10% 증가했다. 여기에 중동 국가들도 이번 전쟁을 계기로 군사 지출 확대를 우선순위에 둘 가능성이 커졌다. 블룸버그는 “각국 정부가 기존의 소극적 방어에서 벗어나 보다 적극적인 억지 전략으로 전환하고 있는 점이 주가 상승의 주요 배경"이라고 분석했다. 주피터 자산운용의 샘 콘래드 투자 매니저는 “전 세계 많은 국가들은 수십 년간 GDP 대비 국방비 비중을 높이지 않았던 점이 추가 상승 여력으로 꼽힌다"며 “이란 전쟁이 당장 내일 공식 종료되더라도 중동 국가들은 국방비 확대를 계속 계획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 과정에서 제조업 기반을 갖춘 아시아 방산업체들이 경쟁력을 확보했다는 평가도 나온다. 글로벌 투자은행 뱅크오브아메리카는 과거 무기 수입이 중심이었던 아시아 기업들이 자체 기술 개발과 혁신을 통해 미국과 유럽 공급망에 자리 잡았다고 분석했다. TJ 쏜턴 리서치 마케팅 총괄은 “아시아는 오랫동안 방산 시스템을 구매하는 지역으로 인식됐지만, 지금은 완전히 다른 모습으로 빠르게 변하고 있다"고 말했다. 특히 한국 방산 기업들은 가격 경쟁력과 첨단 기술, 빠른 납기라는 세 가지 요소를 동시에 갖춘 점에서 두드러진다는 분석이다. CA 인도수에즈 웰스 자산운용의 프란시스 탄 아시아 수석 전략가는 “유럽의 재무장, NATO 표준 장비 수요, 경쟁력 있는 가격, 대규모 수주 잔고 등 한국 기업들의 구조적 성장 스토리는 견고하며 수년간 이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다만 일각에서는 방산주가 중동 전쟁 이후 횡보세를 보이고 있다는 점에서 이미 고점을 찍은 것 아니냐는 반론도 제기된다. 투자자들의 차익 실현 영향 등으로 블룸버그 항공우주·방산 지수는 전쟁 이후 약 5.5%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올스프링 글로벌 인베스트먼트의 개리 탄 펀드 매니저는 “전쟁 정점에서의 하락은 펀더멘털 악화가 아니라 포트폴리오 전반의 위험 축소 움직임이었다"며 “이후 분쟁 완화 가능성이 제기되는 상황에서도 주가가 반등한 것은 투자자들이 전술적으로 다시 위험 자산 비중을 늘리고 있음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박성준 기자 mediapark@ekn.kr

트럼프 종전 구상 하루만에 암초…美·이란 전쟁 다시 ‘시계제로’ [이슈+]

세계 원유 수송로인 호르무즈 해협이 하루 만에 재봉쇄되면서 미국·이스라엘과 이란 간 전쟁을 둘러싼 불확실성이 다시 커지고 있다. 미국과 이란의 2주간 휴전이 오는 22일(이란 현지시간 기준) 만료를 앞둔 가운데 협상도 난항을 겪으면서 군사적 긴장감이 재차 고조되는 모습이다. 18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이란 측은 최근 미국과의 협상에서 일부 진전이 있었지만 핵 문제와 호르무즈 해협을 둘러싼 이견이 여전히 남아 있다고 밝혔다. 미국과의 1차 협상에서 이란 대표단을 이끌었던 모하마드 바게르 갈리바프 의회 의장은 이날 국영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협상에서 진전은 있었지만 여전히 많은 이견이 존재하고 몇 가지 근본적인 쟁점들이 남아 있다"며 “최종 합의와는 거리가 멀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미군의 이란 항만 봉쇄에 대해 “어리석고 무지한 조치"라고 비판하며 “봉쇄가 해제되지 않는다면 호르무즈 해협 통행은 의심의 여지 없이 제한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앞서 이란이 지난 17일 호르무즈 해협의 '일시 개방'을 발표한 이후 10여 척의 유조선이 해협을 통과했지만, 이튿날 이란 이슬람혁명수비대(IRGC)가 “미국이 해상 봉쇄를 해제하기 전까지 통항을 허용하지 않겠다"며 재봉쇄를 선언하면서 상황이 급변했다. 특히 이날 인도 국기를 단 선박 2척이 해협을 통과하려다 공격을 받았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우려가 더욱 커졌다고 로이터는 전했다. 인도 정부는 주인도 이란 대사를 초치해 항의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외교적 성과로 강조해온 이스라엘과 레바논 간 휴전도 위태로운 상황이다. 이스라엘군은 이날 레바논 남부에서 활동하던 '테러 조직'을 제거했다고 밝혔다. 또 “전방 방어선 남쪽 지역의 지하 통로와 그 내부로 진입하는 것이 확인된 헤즈볼라 대원들을 타격했다"고 설명했다. 이와 관련해 블룸버그통신은 “이란의 호르무즈 해협 재봉쇄와 이스라엘의 레바논 공습으로 평화 협정이 임박했다는 트럼프 대통령의 기대가 흔들리고 있다"고 평가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17일 합의가 임박했다고 주장했지만, 전날에는 “이란은 수년간 해왔던 것처럼 호르무즈 해협을 다시 봉쇄하려 한다. 우리를 협박할 수는 없다"며 강경한 입장을 내놓았다. 그는 또 미군의 해상 봉쇄 조치를 정당화하면서 휴전이 종료되는 오는 22일까지 합의가 이뤄지지 않을 경우 다시 폭격에 나설 수 있다고 경고했다고 로이터는 전했다. 미국과 이란은 파키스탄이 제안한 '2주 휴전안'을 수용하고 22일을 시한으로 종전 방안을 모색 중이다. 일각에서는 휴전 만료 이전에 미·이란 2차 협상이 열릴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지만, 이란 측은 이에 대해 신중한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사이드 하티브자데 이란 외무차관은 이날 튀르키예에서 열린 안탈리아 외교포럼(ADF)에서 취재진에 “2차 협상 일정은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며 “현재 양측 간 합의 틀을 최종 확정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 틀이 마련되기 전까지 협상 날짜를 정할 수 없다"고 밝혔다. 그는 호르무즈 해협 재봉쇄 배경에 대해 “미국 측이 '이란 선박을 제외하고 해협이 개방됐다'는 식으로 휴전 조건을 훼손하려 했다"고 설명했다. 이처럼 상황이 급격히 반전되자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백악관 상황실 회의를 소집한 것으로 전해졌다. 악시오스에 따르면 회의에는 JD 밴스 부통령과 마코 루비오 국무장관, 피트 헤그세스 국방장관, 스콧 베선트 재무장관, 수지 와일스 백악관 비서실장, 스티브 위트코프 특사, 존 랫클리프 중앙정보국(CIA) 국장, 댄 케인 합참의장 등이 참석했다. 미국 고위 당국자는 “돌파구가 조만간 마련되지 않을 경우 전쟁이 수일 내 재개될 수 있다"고 악시오스에 밝혔다. 블룸버그 이코노믹스는 “합의가 가시권에 들어온 것으로 보이지만 완전하고 지속적인 평화로 이어질 가능성은 낮다"며 “합의는 제한적이고 취약할 것"이라고 평가했다. 이에 따라 오는 20일부터 열리는 글로벌 금융시장에 변동성이 다시 증폭될 가능성도 나온다. 글로벌 증시는 이란의 호르무즈 해협 재개방, 종전 기대감 등이 맞물리면서 사상 신고가 행진을 이어왔다. 뉴욕증시를 대표하는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500지수는 지난 17일 7126.06에 거래를 마감, 사상 처음으로 7100선 위에서 장을 마쳤다. 기술주 중심 나스닥지수는 13거래일 연속 상승했는데 이는 1992년 이후 최장 기간이다. 호르무즈 해협 개방 소식에 큰 폭으로 급락했던 국제유가가 다시 오를 가능성도 제기됐다. 지난 17일 뉴욕상업거래소에서 5월물 서부텍사스산원유(WTI) 선물 가격은 전장 대비 11.45% 내린 배럴당 83.85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최근월물 종가 기준으로 약 5주 만의 최저치다. 브렌트유 6월 선물 가격은 전 거래일 대비 9.07% 하락한 배럴당 90.38달러에 마감했다. CNBC에 따르면 글로벌 금융사 ING는 보고서를 통해 “호르무즈 해협을 통한 원유 흐름이 재개되지 않는 상황이 지속될수록 실물 시장의 수급은 날로 빡빡해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미국과 이란 간 평화 협상이 결렬되는 것이 시장의 가장 큰 상방 리스크“라며 “양측의 요구 조건 간 격차가 여전히 큰 만큼 결렬 가능성도 현실적인 시나리오"라고 강조했다. 박성준 기자 mediapark@ekn.kr

호르무즈 해협 열렸다는데…트럼프·이란은 계속 ‘딴소리’ [이슈+]

이란이 세계 원유 수송로인 호르무즈 해협을 전면 개방하겠다고 선언하면서 중동 전쟁 종전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그러나 미국과 이란의 입장이 엇갈리면서 낙관하기에는 이르다는 지적이 나온다. 특히 1차 회담에서 이란 측 협상단을 이끈 모하마드 바게르 갈리바프 의회 의장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상반된 메시지를 내놓으면서 불확실성이 이어지는 모습이다. 갈리바프 의장은 17일(현지시간) 자신의 엑스(X·옛 트위터)에 “미국 대통령이 1시간 만에 7가지 주장을 펼쳤지만 이는 모두 거짓"이라며 “이러한 거짓말로는 전쟁에서 승리하지 못하고 협상에서도 성과를 낼 수 없다"고 비판했다. 그는 이어 “(미군의) 해협 봉쇄가 계속된다면 호르무즈 해협은 열리지 않을 것"이라며 “해협 통과는 이란의 허가와 지정된 경로에 따라 이뤄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 “해협 개방 여부와 관련 규정은 소셜미디어로 결정되는 사안이 아니다"라며 “이란은 미디어전과 여론 조작에 흔들리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러한 언급은 트럼프 대통령이 협상에서 실질적 양보를 이끌어냈다고 주장한 데 대한 반박으로 해석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란의 해협 개방 발표 이후 “이란과의 거래가 100% 완료되기 전까지 대이란 해군 봉쇄는 유지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블룸버그통신과의 인터뷰에서 “이란이 핵 개발을 무기한 중단하기로 합의했다"며 “여기에는 시한이 없고 무기한이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주요 쟁점은 대부분 마무리됐고 협상 타결도 빠르게 진행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미국과 이란의 협상에서 핵심 쟁점은 우라늄 농축 중단과 이란의 핵 포기다. 양국은 1차 협상에서 우라늄 농축 문제를 둘러싼 간극을 해소하지 못해 합의에 실패했다. 당시 미국은 기존의 '농축 전면 금지' 입장에서 물러나 20년간 중단 방안을 제시했지만, 이란은 5년을 역제안하면서 협상이 결렬된 바 있다. 이와 관련해 미 매체 악시오스는 이란이 농축 우라늄 비축을 포기하는 대신 동결 자금 200억달러를 해제하는 방안이 검토되고 있다고 보도했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은 해당 절충안에 대해 “그렇지 않다"고 부인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또 이란이 농축 우라늄을 미국에 넘기기로 했다고 주장했지만, 이란 측은 이를 부인하고 있다. 호르무즈 해협 정상화 시점 역시 여전히 불투명하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이날 컨테이너선과 벌크선, 유조선 등 약 20척 규모의 선박이 페르시아만에서 해협 방향으로 이동했지만 대부분이 회항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전쟁 발발 이후 최대 규모의 통과 시도였지만, 회항 이유는 확인되지 않았다. 다만 협상 기대감도 남아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트럼프 행정부 고위 관계자는 양국 회담이 오는 20일 파키스탄에서 열릴 가능성이 높다고 밝혔다. CNN 역시 이란 협상단이 19일 이슬라마바드에 도착해 20일 회담이 진행될 것으로 전망했다. 양국 정부는 아직 공식 일정을 발표하지 않았지만, 비공식적으로는 20일 개최 가능성이 유력하게 거론된다. 로이터는 파키스탄 소식통을 인용해 이번 회담에서 60일 내 포괄적 평화협정으로 이어질 수 있는 양해각서(MOU)가 도출될 가능성이 있다고 전했다. 다만 트럼프 대통령은 협상 속도에 대해 신중한 입장을 보이고 있다. 그는 로이터와의 인터뷰에서 “우리는 이란 문제를 천천히, 여유를 갖고 접근할 것이고 대형 장비를 동원해 (문제를) 하나씩 파헤쳐 나갈 것"이라며 “그 결과를 미국으로 가져올 것"이라고 강조했다. 호르무즈 해협 개방 소식에 큰 폭으로 급락했던 국제유가가 다시 오를 가능성도 제기됐다. 이날 뉴욕상업거래소에서 5월물 서부텍사스산원유(WTI) 선물 가격은 전장 대비 11.45% 내린 배럴당 83.85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최근월물 종가 기준으로 약 5주 만의 최저치다. 브렌트유 6월 선물 가격은 전 거래일 대비 9.07% 하락한 배럴당 90.38달러에 마감했다. 그러나 CNBC에 따르면 글로벌 금융사 ING는 보고서를 통해 “호르무즈 해협을 통한 원유 흐름이 재개되지 않는 상황이 지속될수록 실물 시장의 수급은 날로 빡빡해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보고서는 이어 “미국과 이란 간 평화 협상이 결렬되는 것이 시장의 가장 큰 상방 리스크"라며 “양측의 요구 조건 간 격차가 여전히 큰 만큼 결렬 가능성도 현실적인 시나리오"라고 강조했다. 박성준 기자 mediapark@ekn.kr

트러프·이란 “호르무즈 해협 완전 개방”…국제유가 급락

이란이 이스라엘과 레바논 간 휴전 기간 동안 호르무즈 해협을 개방하기로 발표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도 해당 내용을 확인하면서 국제유가는 급락했고 뉴욕증시 3대 지수는 모두 상승세다. 아바스 아라그치 이란 외무장관은 17일(현지시간) 엑스(옛 트위터) 계에 “레바논 휴전에 따라 남은 기간 동안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하는 모든 상선의 통행이 완전히 개방될 것임을 선언한다"고 적었다. 이어 “이는(통행은) 이란 항만해사청이 앞서 공지한 '조정된 경로'를 따라야 한다"고 덧붙였다. 블룸버그통신은 이스라엘과 레바논 간 열흘간 휴전 기간 동안 이란이 호르무즈 해협을 개방한다고 보도했다. 이스라엘과 레바논의 열흘간 휴전은 전날 오후 5시(미 동부시간 기준)를 기해 공식 발효됐다. 트럼프 대통령도 자신의 소셜미디어 트루스소셜에 “이란이 방금 이란 해협(호르무즈 해협)이 완전히 열려 완전한 통행 준비가 됐다고 발표했다"며 “감사하다"고 적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어 “호르무즈 해협은 완전히 개방돼 사업과 완전한 통행을 위한 준비가 됐지만 이란과의 거래가 100% 완료되기 전까지 이란과 관련한 해군 봉쇄는 전면 유지될 것"이라며 “대부분의 사항이 이미 협상된 상태기 때문에 이 과정은 매우 빠르게 진행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또 “이란은 미국의 도움으로 모든 기뢰를 제거했거나 제거 중이다"고 밝혔다. 앞서 트럼프 행정부는 지난 13일 오전 10시를 기해 호르무즈 해협에서 이란의 항구나 연안으로 오가는 모든 선박에 대한 해상 봉쇄를 시작한 바 있다. 트럼프 대통령의 이번 발언은 이란과의 합의가 완전히 타결될 때까지 이란의 석유 수출과 물자 조달을 차단해 압박을 유지하겠다는 취지로 해석된다. 이란의 핵보유 금지는 미국과 이란의 최대 협상 쟁점으로, 지난 11일 열린 1차 협상이 결렬된 것도 핵 프로그램을 둘러싼 입장 차이 때문이었다. 미국은 이란의 우라늄 농축 활동을 20년간 중단하고 비축된 고농축 우라늄을 미국에 넘기라고 요구하고 있다. 반면 이란은 3~5년 중단을 제시하고 국제사회의 대(對)이란 제재 해제를 조건으로 내걸고 있다고 로이터는 전했다. 그럼에도 호르무즈 해협이 개방됐다는 소식에 국제유가는 급락했다. 블룸버그는 “양측간 관계가 개선됐음을 보여준다"며 “이는 중동 전역의 전쟁을 종식시킬 합의 가능성을 높였다"고 전했다. 인베스팅닷컴에 따르면 한국시간 17일 오후 11시 43분 기준 서부텍사스산원유(WTI) 선물 가격은 전장 대비 14.53% 급락한 배럴당 80.77달러를 나타내고 있다. 글로벌 벤치마크인 브렌트유 선물 가격 역시 배럴당 86.17달러로 전장 대비 13.29% 내렸다. 반면 이날 뉴욕증시 정규장에서 다우존스 산업평균지수는 전장 대비 2.08%, S&P500 지수는 1.28%, 나스닥지수는 1.51% 상승세다. 다만 일각에선 이번 소식을 두고 회의적인 시각도 나온다. 글로벌 리스크 매니지먼트의 아르네 로만 라스무센 수석 분석가는 “시장은 이란 전쟁과 호르무즈 해협 봉쇄가 끝났다고 반영하고 있다"면서도 “이는 이란 해안선을 따라 항해하는 선박에만 해당되는 것으로 보인다. 따라 완전한 개방은 아닐 수도 있다"고 밝혔다. 블룸버그는 “이란은 호르무즈 해협을 완전히 통제하고 있음을 보여준다"며 “이란은 재개방 조건을 제시하고 어떤 선박의 항해가 가능한지를 결정하며 통과 조건도 설정했다. 이는 전쟁 이전으로 돌아가는 것이 아니다"고 짚었다. 이스라엘과 레바논 간 휴전의 지속 가능성에 대한 의문도 나온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레바논 휴전 발효 첫날인 17일(현지시간) 영상 성명에서 “솔직히 말해 임무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면서 추가적인 계획이 있음을 시사했다. 반면 트럼프 대통령은 “이스라엘은 더 이상 레바논을 폭격하지 않을 것"이라며 “미국은 그들이 레바논을 폭격하는 것을 금지하고 있다"고 반박했다. 박성준 기자 mediapark@ek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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