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전망 불확실한데…‘닥터 코퍼’ 신고가 찍은 이유는 [머니+]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의 관세 정책과 이란 전쟁 등의 영향으로 글로벌 경제 전망을 둘러싼 불확실성이 이어지고 있지만 구리 가격은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고 있어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런던금속거래소(LME)에 따르면 6일(현지시간) 구리 현물 가격은 전장 대비 2.03% 오른 톤당 1만4455달러로 역대 최고가를 기록했다. 구리 가격은 지난 4일 톤당 1만4195달러를 기록하며 약 3개월 만에 1만4000달러선을 웃돈 데 이어 이날까지 고점을 높이고 있다. 이날 구리 가격 급등은 콩고민주공화국(민주콩고)이 자국 내 광물 가공을 장려하기 위해 구리 및 코발트 정광 수출을 공식적으로 금지한다는 소식이 전해진 직후 나타났다. 통상 구리 가격 상승은 글로벌 경제 활동의 확장을 나타내는 지표로 받아들여졌다. 구리는 건설과 전자제품, 운송을 비롯해 AI 관련 산업에까지 광범위하게 사용되는 핵심 산업용 금속이다. 이처럼 산업 전반에 활용돼 실물경제 상황을 예측할 수 있다는 점에서 '닥터 코퍼'라고 불리기도 한다. 그러나 현재의 사상 최고가를 단순히 글로벌 경제 성장세가 강해지고 있다는 신호로 보기는 어렵다는 분석이 나온다. CNBC에 따르면 바차트의 윌리엄 오스나토 원자재 데이터 리서치·분석 디렉터는 “구리 가격 상승을 지지하는 핵심 배경은 AI 산업의 급속한 확장을 지원하기 위한 데이터센터와 전력망 수요"라며 “구리값 상승을 뒷받침했던 전통적인 광범위한 경제 성장과는 다르다"고 설명했다. 제한적인 공급도 가격 상승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구리 채굴에는 막대한 비용이 필요한 데다 새로운 광산을 개발해 실제 생산에 들어가기까지 약 10년이 걸릴 수 있어 단기간에 공급을 확대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뱅크오브아메리카의 마이클 위드머 금속 리서치 총괄은 공급 측 요인이 구리 가격 상승을 주도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신규 광산을 통한 공급 증가가 제한적인 상황에서 기존 광산의 생산 차질까지 발생하면서 공급 부족이 심화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세계 최대 구리 생산국인 칠레에서도 폭설과 폭우, 강풍 등 악천후로 광산 운영에 차질이 발생한 것으로 전해졌다. 미국의 무역확장법 232조에 따른 관세 정책과 중국의 구리 스크랩 단속 조치도 올해 글로벌 구리 공급을 빠듯하게 만드는 요인으로 지목되고 있다고 CNBC는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해 6월 반제품 구리와 구리 함량이 높은 파생제품 수입에 50%의 관세를 부과하는 내용의 포고문에 서명한 바 있다. 구리 수요 역시 견조한 수준을 유지하고 있지만 전반적인 경기 호황보다는 전기화 확대와 더욱 밀접하게 연관돼 있다는 분석이다. 올해 상반기 중국의 전력망 투자는 전년 동기 대비 13% 증가했다. 중국은 최근 약 5740억달러(약 800조원)를 전력망 고도화에 투자하는 대규모 계획도 발표했다. 오스나토 디렉터는 최근 구리 시장의 변화를 두고 “닥터 코퍼에게는 분명 새로운 상황"이라고 평가했다. 구리 가격이 중장기적으로 상승세를 이어갈 것이란 전망도 제기된다. 광물 전문매체 마이닝닷컴에 따르면 시장조사업체 BMI는 최근 보고서를 통해 공급 압박과 관세 정책, AI 산업 성장 기대감 등이 “구리 가격을 연이어 사상 최고치로 끌어올리고 있다"며 올해 구리 평균 가격 전망치를 기존 톤당 1만1900달러에서 1만2700달러로 상향 조정했다. BMI는 구리 가격이 2028년 평균 톤당 1만3500달러, 2029년 1만5000달러, 2030년 1만5800달러에 이를 것으로 전망했다. 이어 청정에너지로의 전환에 따른 수요와 구조적인 공급 부족이 지속되면서 2035년에는 톤당 1만7000달러까지 상승할 것으로 내다봤다. 반면 맥쿼리는 최근 보고서에서 구리 가격을 둘러싼 강한 낙관론과 실제 수요공급 펀더멘털의 괴리가 크다고 지적했다. 맥쿼리에 따르면 구리 재고는 2025년 초 이후 87만톤 이상 증가했다. 지난해에만 44만4000톤이 늘었고 올해 들어서도 현재까지 42만9000톤이 추가로 쌓였다. 공급 증가세도 이어질 전망이다. 민주 콩고의 '카모아-카쿨라' 구리 광산, 인도네시아의 '그라스버그' 구리 광산에서의 운영 차질을 감안하더라도 올해 광산 공급이 1.3% 증가한 뒤 내년에는 증가율이 4.4%로 확대될 것으로 전망됐다. 반면 수요 전망치는 하향 조정했다. 맥쿼리는 올해 글로벌 구리 수요 증가율 전망치를 기존 2.0%에서 1.8%로 낮췄다. 중국의 수요 증가율 전망치는 1.1%로 낮췄으며 중국을 제외한 지역은 2.6%로 하향됐다. 특히 구리 가격이 높은 수준까지 치솟으면서 최대 소비국인 중국의 매수세도 약화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맥쿼리는 AI 산업 확장이 구리 수요를 예상만큼 크게 끌어올릴 것이라는 기대에도 회의적인 입장을 보였다. 데이터센터 확산이 구리 가격에 대한 강세 심리를 자극하고 있지만 주민들의 반대 여론과 전력망 제약, 장비 부족 등으로 프로젝트가 지연되고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광섬유 기반 통신망의 활용이 확대되면서 데이터센터가 실제 구리 수요에 미치는 영향은 시장의 예상보다 작을 수 있다고 맥쿼리는 분석했다. 이에 맥쿼리는 최근 가격 상승세와 거시경제 여건을 반영해 올해 구리 평균 가격 전망치를 기존 톤당 1만2310달러에서 1만3165달러로 상향 조정하면서도 현재의 급등세가 지속되기는 어렵다고 내다봤다. 구리 가격이 조정을 거쳐 2027년 3분기 톤당 1만1000달러까지 내려가 저점을 형성할 것으로 전망했다. 박성준 기자 mediapark@ekn.kr

“원정 출산 자녀에 美 시민권 금지”…트럼프, 행정명령 서명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이른바 '원정 출산'으로 태어난 아기에게 미국 시민권을 부여하지 않는 내용의 행정명령 2건에 서명했다. 블룸버그통신 등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이 6일(현지시간) 서명한 행정명령 중 하나는 미국에서 자녀를 출산하는 것만을 목적으로 입국하려는 것으로 판단되는 임산부를 대상으로 한다. 원정 출산 목적으로 미국에 입국하려는 경우 비자 발급이 거부되거나 입국이 금지될 수 있으며, 미국에 도착하더라도 추방될 수 있다. 또 다른 행정명령은 적성국 국민이나 외국 테러리스트로 분류된 인물, 외국 공관 또는 국제기구에 고용된 외국인의 자녀에게 미국 시민권을 부여하지 않도록 연방정부 기관에 지시하는 내용을 담았다. 미 의회가 관련 법안을 통과시킬 경우 미국령에서 태어난 아기 역시 시민권을 취득하지 못할 가능성이 있다. 출생시민권 제한은 트럼프 대통령이 추진해온 강경 이민정책의 핵심 과제 가운데 하나다. 특히 백악관은 임신한 외국인이 자녀에게 미국 시민권을 취득하게 할 목적으로 미국에 입국해 출산하는 원정 출산을 집중적으로 문제 삼아왔다. 트럼프 대통령은 작년초 재집권에 맞춰 출생시민권 금지 행정명령에 서명했으나 연방대법원은 지난 6월 30일 수정헌법 14조에 따라 미국에서 태어난 아이에게 자동으로 시민권을 부여할 수 있다며 제동을 걸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백악관 집무실에서 열린 행정명령 서명식에서 취재진에게 “출생시민권과 관련해 연방대법원에서 매우 유감스러운 결정이 있었다"며 “매우 불공정하기 때문에 우리는 이를 조정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트럼프 행정부는 이번에 새롭게 내놓은 지침이 대법원 판결의 적용 대상에서 벗어난 것으로 주장하고 있다. 원정 출산만을 별도로 겨냥하는 방식이라면 법원의 판단을 통과할 수 있다는 논리다. 다만 외신들은 이번 행정명령이 미국에서 태어난 거의 모든 사람에게 시민권을 보장하는 수정헌법 제14조를 위반했다는 이유로 법적 소송에 직면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에 대해 “이것은 전혀 다른 이유로 만들어진 것"이라며 “남북전쟁 직후 만들어졌고 노예들의 아기를 위한 것이었다. 그런데 지금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느냐"고 주장했다. 박성준 기자 mediapark@ekn.kr

“미국 못 믿겠다”…달러·국채 흔드는 ‘셀 아메리카’ 재부상 [이슈+]

최근 미국의 통화·환율 정책을 둘러싼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지난해 글로벌 금융시장을 뒤흔들었던 이른바 '셀 아메리카(미국 자산 매도)' 트레이드가 다시 고개를 들고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인플레이션 대응 신뢰가 흔들리는 가운데 미국이 약 30년 만에 일본과 공동으로 외환시장 개입에 나서자 글로벌 투자자들이 미국 국채와 달러에 대한 시각을 바꾸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5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케빈 워시 연준 의장이 시장과의 소통을 최소화하는 모습을 보이면서 연준의 인플레이션 대응 의지에 대한 의문이 커지고 있다. 특히 지난 7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에서 이례적으로 많은 위원들이 즉각적인 금리 인상을 주장했음에도 기준금리가 동결되면서 이러한 우려는 더욱 확대됐다. 여기에 미국과 일본이 엔화 가치 방어를 위해 약 30년 만에 외환시장 공동 개입에 나선 점도 투자심리를 흔들었다. 스콧 베선트 미국 재무장관은 물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까지 엔화 가치 부양을 공개적으로 지지하면서 시장에서는 미국이 사실상 달러 약세를 용인하는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재정적자 확대 우려와 무역전쟁, 중동 전쟁 장기화 등 인플레이션을 자극할 수 있는 요인들이 이어지는 상황에서 이 같은 정책 변화까지 겹치자 글로벌 투자자들은 미국 국채와 달러에 대한 투자 비중을 재검토하기 시작했다고 블룸버그는 전했다. 알리안츠 글로벌 인베스터스의 란지브 만 선임 포트폴리오 매니저는 “연준이 향후 금리 인상 국면에서 대응 시기를 놓쳐 시장보다 뒤처질 위험이 있다"며 “그럴 경우 장기물 금리는 기준점을 잃고 더 크게 움직일 수 있다. 미국이 상당한 재정 문제에 직면해 있다는 점도 잊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이 같은 우려는 실제 채권시장에도 반영되고 있다. 미국 30년물 국채 금리는 5.1% 안팎으로 2007년 이후 최고 수준을 기록하고 있다. 또 블룸버그 이코노믹스에 따르면 미국 30년물 국채의 기간 프리미엄(장기채를 보유하기 위해 투자자들이 추가로 요구하는 수익률)은 이번 주 1.56%까지 상승해 2013년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장기 국채 금리가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음에도 달러화는 지난 한 달 동안 주요 10개국(G10) 통화 대부분에 대해 약세를 나타냈다. 블룸버그 달러 현물지수도 지난 6월 고점 대비 약 2% 하락했다. 통상 미 국채금리 상승은 달러 강세 요인으로 지목된다. 이에 전문가들은 채권과 외환시장을 중심으로 '셀 아메리카' 트레이드가 다시 확산할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셀 아메리카'는 지난해 4월 트럼프 대통령이 상호관세를 발표한 이후 달러와 미국 주식, 미국 국채가 동시에 급락하면서 시장의 관심을 받기 시작했다. 현재 미국 증시는 인공지능(AI) 랠리에 힘입어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고 있지만 채권과 외환시장에서는 미국 자산에 대한 경계심이 커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가마애셋매니지먼트의 라지브 드 멜로 글로벌 매크로 포트폴리오 매니저는 “베선트와 워시는 글로벌 시장에 투자자들이 결코 무시할 수 없는 이중 충격을 안겨주고 있다"며 정책 불확실성을 이유로 미국 국채와 달러를 매도하고 있다고 밝혔다. 브랜디와인 글로벌 인베스트먼트 매니지먼트의 캐럴 라이 자금운용 책임자는 중기적인 달러 약세 포지션을 구축했다며 “베선트 장관까지 나서 엔화가 더 강세를 보여야 할 수도 있다고 말한 것은 우리가 예상해온 약달러 시나리오를 더욱 뒷받침하는 요인"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베선트 장관은 지난 4일 CNBC 인터뷰에서 “미국 경제와 글로벌 금융시장 안정에 도움이 되는 방식이라면 일본을 지원하기 위해 필요한 모든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강조한 바 있다. 스탠다드차타드의 스티브 브라이스 그룹 자산관리부문 최고투자책임자(CIO)는 향후 12개월 동안 달러 가치가 3~4% 추가 하락할 것으로 전망했다. 블룸버그는 해외 투자자들의 미국 국채 매입 속도가 미 정부의 차입 증가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고 짚었다. 일각에서는 미국 자산이 동시에 대규모로 매도되지 않아 미국에 대한 신뢰가 완전히 무너진 것은 아니라는 반론도 제기된다. 세계 최대 채권 운용사 핌코의 로트피 카루이 다사잔 신용 전략가는 보고서를 통해 올해 들어 미국 10년물 국채와 미국 투자등급 회사채 스프레드, 달러화가 동시에 하락한 날은 전체 거래일과 5거래일 기준 모두 약 2% 수준에 불과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만약 '미 예외주의'에 대한 신뢰가 진정으로 무너지고 있다면 이 같은 동반 매도 현상은 지금보다 훨씬 더 자주 나타났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박성준 기자 mediapark@ekn.kr

“레버리지 ETF보다 더 위험하다”…‘월가 황제’가 지목한 시장의 뇌관

'월가 황제'로 불리는 JP모건체이스의 제이미 다이먼 최고경영자(CEO)가 글로벌 금융시장 전반에 걸친 레버리지 규모가 여전히 높은 수준에 있다고 경고했다. 다이먼 CEO는 5일(현지시간) CNBC 인터뷰에서 단일 종목 레버리지 ETF의 확산을 우려하느냐는 질문에 “레버리지 ETF 자체의 규모는 매우 작기 때문에 크게 걱정하지 않는다"고 답했다. 다만 그는 “프라임브로커 레버리지와 헤지펀드 레버리지, ETF 레버리지, 국채 차익거래 레버리지 등을 모두 포함한 시장 전체의 레버리지는 상당히 높은 수준"이라며 “이런 상황에서는 시장을 흔들 만한 사건이 발생할 가능성이 커지고 투자자들도 쉽게 동요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다이먼 CEO는 또 레버리지를 활용해 인공지능(AI) 관련주에 투자했다가 무너진 헤지펀드 시추에이셔널 어웨어니스 사례에 대해서 “시장은 이번 사태를 잘 소화했다"고 평가했다. 이어 “하지만 내가 말하는 레버리지, 즉 마진 부채(margin debt)는 역사상 가장 높은 수준이다"라며 “공개된 레버리지도 있고 숨겨진 레버리지도 있다. 우린 그런 레버리지를 많이 보고 있으며 그 수준도 높다"고 말했다. 그는 또 “지금의 레버리지가 시스템 전체를 위협하거나 재앙을 초래할 정도는 아니지만 상당히 높은 수준"이라며 “가장 위험한 상황은 2008년 금융위기 때처럼 시장에서 실제 손실이 현실화되는 경우"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2008년 금융위기의 원인은 레버리지 자체가 아니라 주택담보대출에서 막대한 손실이 현실화됐기 때문"이라며 “시장 변동성이 커지면 청산기관과 은행들은 일반적으로 더 많은 담보를 요구하게 되고 앞으로 그런 움직임이 조금 더 나타날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지난달 AI 종목들의 급락세가 이어지면서 대규모 손실이 잇따르자 월가 주요 투자은행들이 헤지펀드를 상대로 증거금 추가 납입을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시추에이셔널 어웨어니스도 마진콜(추가 증거금 요구)에 대응하기 위해 자산 대부분을 강제 매각해야 할 위기에 몰렸지만 주식 포지션 대부분을 시타델에 넘겼다. 박성준 기자 mediapark@ekn.kr

“한은도 금 산다”…4000달러 지킨 국제금값, 바닥 다졌나 [머니+]

국제 금값이 미국과 이란 전쟁 여파로 큰 폭의 조정을 받았음에도 온스당 4000달러선을 잇따라 지켜내면서 이 가격대가 강력한 지지선으로 자리 잡은 것 아니냐는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특히 중앙은행들의 꾸준한 금 매입과 각국 정부의 급증하는 부채가 금값을 떠받치는 핵심 요인으로 부상한 만큼 현재 가격대가 장기 투자자들에게 매력적인 매수 구간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5일 인베스팅닷컴 등에 따르면 국제 금 가격은 지난달 약 1% 상승하며 이란 전쟁이 발발한 3월 이후 처음으로 월간 상승률이 플러스를 기록했다. 금값은 이란 전쟁 발발 직전인 지난 2월 27일 온스당 5247.90달러에서 지난달 31일 4107달러까지 20% 넘게 하락했다. 중동 전쟁으로 국제유가가 급등하면서 인플레이션 우려가 커졌고, 이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긴축 장기화 전망으로 이어지며 금값을 압박했다는 분석이다. 금값은 미국과 이란의 종전 양해각서(MOU)가 발효된 지난 6월 한때 4400달러선까지 반등했지만 양국이 다시 무력 충돌을 시작하면서 재차 하락했다. 그럼에도 최근 흐름을 보면 금값은 여러 차례 온스당 4000달러선을 지켜냈다. 브렌트유가 지난달 말 배럴당 90달러를 다시 돌파하면서 연준의 추가 금리 인상 가능성이 커졌음에도 금값은 4000달러대를 유지하며 버티는 모습을 보였다. 이러한 배경에는 중앙은행들의 꾸준한 금 매입과 주요국의 재정 악화 등이 맞물렸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귀금속 전문매체 킷코에 따르면 자산운용사 에버딘의 로버트 민터 투자전략 디렉터는 “우리는 계속해서 온스당 4000달러를 다시 매수할 수 있는 가격대로 보고 있다"며 “4000달러 수준은 금을 매수하기에 좋은 지점"이라고 말했다. 그는 “최근 조정에도 불구하고 지난 수년간 금값을 지탱해온 구조적인 요인들은 여전히 그대로 남아 있다"며 “정부 부채 증가와 주요 선진국들의 구매력 약화가 이어지고 있고, 최근 금값이 조정을 받았다고 해서 중앙은행들의 금 매입이 급격히 줄어든 것도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블룸버그통신의 가필드 레이놀즈 애널리스트도 중앙은행들의 금 매입과 각국 정부의 부채 부담 확대가 금값을 지지하는 핵심 요인이라고 분석했다. 실제 중앙은행들의 금 매입은 계속 확대되고 있다. 현재 중앙은행들이 보유한 금 규모는 금 상장지수펀드(ETF)가 보유한 물량의 약 10배에 달한다. 중국은 지난 6월까지 20개월 연속 금 보유량을 늘렸으며 2023년 이후 최대 규모의 금을 매입했다. 폴란드 역시 지난해에 이어 공격적인 금 매입을 이어가고 있다. 세계금협회(WGC)에 따르면 올해 1분기 전 세계 중앙은행들의 금 순매입 규모는 244톤으로 직전 분기의 208톤보다 증가했다. 튀르키예와 러시아, 아제르바이잔 등이 일부 금을 매도했지만 전체적인 순매수 기조는 유지되고 있다. 한국은행도 13년 만에 처음으로 금 현물을 사들이겠다는 계획을 최근 공식 발표했다. 정희섭 한국은행 외자운용원장은 “지정학적 리스크가 글로벌 환경의 상시적인 변수로 자리 잡으면서 중앙은행들 사이에서 안전자산인 금에 대한 관심이 크게 높아지고 있다"고 말했다. 중국 기관투자자들의 매수세도 금값 하단을 지지하는 요인으로 꼽힌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중국의 금 ETF는 지난 3일까지 14거래일 연속 자금 순유입을 기록했다. 이는 지난 3월 이후 최장 기간이다. 중국 최대 금 ETF를 운용하는 화안펀드매니지먼트의 스티브 저우 애널리스트는 “금값이 온스당 4000달러 수준까지 하락한 이후 기관투자가들의 관심이 크게 높아졌다"며 “중국 증시의 매도세가 확대되면서 금 ETF로의 자금 유입도 함께 늘어나고 있다"고 말했다. 미국 귀금속 제조·유통업체 스코츠데일 민트는 “유가가 배럴당 100달러를 넘어서거나 달러화가 큰 폭으로 강세를 보이거나 투자자들이 기술주로 대거 복귀할 경우 금값은 압박을 받을 수 있다"면서도 “금값의 견조한 흐름은 중앙은행들의 지속적인 금 매입과 정부 부채 증가, 안전자산 수요가 장기적 지지요인으로 작용하고 있음을 보여준다"고 전했다. 박성준 기자 mediapark@ekn.kr

“SK하이닉스 믿었는데”…AI 관련주 폭락에 헤지펀드들 ‘울상’

지난달 인공지능(AI) 관련주 급락 여파로 미국 헤지펀드들이 줄줄이 큰 손실을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레버리지를 활용한 시추에이셔널 어웨어니스(이하 시추에이셔널)는 보유한 상장주식 포지션 대부분을 시타델에 넘겼고, 기술주 투자로 유명한 웨일록캐피털매니지먼트(이하 웨일록) 등 주요 헤지펀드들의 월간 손실률도 두 자릿수에 달했다. 4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웨일록의 대표 헤지펀드는 지난 7월 한 달간 21.7%의 손실을 기록했다. 이에 따라 올해 누적 수익률은 지난 6월 말 72.5%에서 35.1%로 급감했다. 해당 펀드는 지난 6월 말까지만 해도 샌디스크, SK하이닉스, TTM테크놀로지스 등의 주가 급등에 힘입어 업계 최고 수준의 성과를 기록했다. 올해 상반기 샌디스크 주가는 850% 이상 급등했고, SK하이닉스는 300% 넘게 상승했다. TTM테크놀로지스 역시 약 170% 올랐다고 블룸버그는 전했다. 그러나 지난달 SK하이닉스 주가가 35% 가까이 급락하는 등 AI 관련주 전반이 하락세를 보이면서 수익률이 크게 후퇴했다. 웨일록의 롱온리(Long-only) 펀드 역시 올해 누적 수익률이 6월 말 82%에서 지난달 말 36.8%로 급감했다. 다른 헤지펀드들도 AI 반도체주 급락의 직격탄을 맞았다. SK하이닉스와 샌디스크, 블룸에너지, 네비우스 등에 투자한 시추에이셔널은 지난달 67%의 손실을 기록했다. 이 펀드는 마진콜(추가 증거금 요구)에 대응하기 위해 레버리지를 활용해 보유하던 상장주식 포지션 대부분을 켄 그리핀이 이끄는 시타델에 매각했다. 이에 따라 운용자산은 450억달러(약 64조4000억원)에서 100억달러(약 14조3000억원) 수준으로 감소했다. 이번 AI발 매도세는 종목 선별 전략을 구사하는 헤지펀드에도 큰 충격을 안겼다고 블룸버그는 전했다. AI 하드웨어와 반도체 기업을 대상으로 롱·숏 전략을 운용하는 포인트72자산운용의 투리온 펀드는 지난달 11.4%의 손실을 기록했다. 또 다른 헤지펀드인 코튜매니지먼트 역시 지난달 1년여 만에 최악의 월간 수익률을 냈다. 리스크 분산을 위해 다양한 자산군에 투자하는 다전략 펀드도 피해를 피하지 못했다. 포인트72의 대표 펀드는 지난달 3.3% 하락하며 올해 누적 수익률이 10.9%로 낮아졌다. 박성준 기자 mediapark@ekn.kr

트럼프 “호르무즈 곧 열린다”…美·이란 합의, 진짜 임박했나 [이슈+]

호르무즈 해협 개방을 둘러싼 미국과 이란의 합의가 임박했다는 관측이 잇따르자 실제 타결로 이어질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블룸버그통신 등 주요 외신에 따르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4일(현지시간) 셰이크 타밈 빈 하마드 알사니 카타르 국왕과 전화 통화를 갖고 미국과 이란 간 긴장 완화 방안을 논의했다. 백악관도 통화 사실을 확인했지만 구체적인 내용은 공개하지 않았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폭스뉴스 인터뷰에서 “그들(이란)은 인정하고 싶어 하지 않지만 우리는 매우 좋은 논의를 진행하고 있다"며 “중요한 것은 행동뿐이다. 그들도 합의를 원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호르무즈 해협이 곧 열릴 것이며, 그렇지 않으면 이란은 매우 강력한 군사 공격을 받게 될 것"이라며 “어떻게 될지 지켜보겠다. 합의가 불발된다면 매우 안타까운 일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같은 날 미국 온라인 매체 악시오스는 미국과 이란, 오만이 이르면 5일(현지시간) 호르무즈 해협 통항과 관련한 60일간의 임시 합의를 발표할 준비를 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소식통에 따르면 페르시아만으로 진입하는 선박은 이란 인근 북쪽 항로를 이용하고, 해협을 빠져나오는 선박은 이란과의 협조 아래 오만 해역을 통과하는 내용이 합의안에 담겼다. 또 60일간의 합의 기간에는 통항료나 별도 수수료를 부과하지 않고, 이란과 오만이 해협 중앙 항로에 설치된 기뢰를 제거하는 작업을 공동으로 추진할 예정이다. 중앙 항로의 기뢰 제거가 완료되면 이란과 오만이 향후 체결할 영구 합의에 따라 해당 항로는 입·출항 선박이 모두 이용하는 양방향 항로로 운영된다. 앞서 마코 루비오 미국 국무장관과 스콧 베선트 미국 재무장관도 호르무즈 해협 개방을 위한 합의가 조만간 이뤄질 수 있다는 낙관적인 전망을 내놓은 바 있다. 합의가 성사될 경우 세계 에너지 공급의 핵심 통로인 호르무즈 해협의 상업 운항이 정상화되고 중동 지역에서 무력 충돌이 재개될 가능성도 낮아질 것으로 전망된다. 다만 이번 합의가 전쟁을 완전히 끝내거나 트럼프 대통령이 강하게 추진해온 이란 비핵화 문제까지 해결할 수 있을지는 여전히 불확실하다. 합의가 얼마나 지속될지도 미지수다. 미국과 이란은 지난 6월 종전 양해각서(MOU)를 체결했으나 호르무즈 해협 주도권을 둘러싼 이견으로 한 달도 채 지나지 않아 휴전 합의가 무산됐다. 박성준 기자 mediapark@ekn.kr

S&P500 신고가 찍은 날…‘빅쇼트’ 버리 “폭락장 온다” 경고 [머니+]

호르주므 해협을 둘러싼 미국과 이란의 협상이 진전을 이뤘다는 소식에 글로벌 증시가 사상 최고치를 경신한 가운데 영화 '빅쇼트'의 실제 주인공이자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를 예측했던 투자자 마이클 버리는 앞으로 폭락장이 나타날 가능성에 대해 경고했다. 최근 증시 반등에도 버리는 인공지능(AI) 관련주에 대한 공매도 포지션을 유지하겠다는 입장을 재확인하자 그의 예측이 적중할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4일(현지시간) 뉴욕증시에서 다우존스30 산업평균지수는 전장보다 1.71% 오른 5만4085.88에 거래를 마쳤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500 지수는 전장보다 1.79% 오른 7736.52에,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 종합지수는 전장보다 2.59% 오른 2만6584.99에 각각 마감했다. 이날 상승으로 다우지수와 S&P500 지수는 모두 종전 최고치 기록을 갈아치웠다. S&P500 지수가 종가 기준 사상 최고치를 경신한 것은 지난 6월 2일(7609.78) 이후 약 두 달 만이다. 미국과 이란이 호르무즈 해협 재개방을 위한 합의에 도달할 수 있다는 기대가 커지면서 국제유가가 급락한 것이 투자심리를 끌어올린 것으로 풀이된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중재국인 카타르는 외교적 해결을 위한 노력이 계속되고 있다고 밝혔으며, 스콧 베선트 미국 재무장관도 이란과 호르무즈 해협을 다시 해상 운항에 개방하는 합의가 앞으로 이틀 안에 이뤄질 수 있다고 말했다. 인베스팅닷컴에 따르면 브렌트유 10월물 선물 가격은 지난달 31일 배럴당 90.12달러에서 이날 79.36달러까지 떨어졌다. 불과 두 거래일 만에 약 12% 급락한 것이다. 미국 기업들의 견조한 실적도 증시를 뒷받침하고 있다. LSEG 집계에 따르면 지난달 31일까지 S&P500 상장사 가운데 2분기 실적을 발표한 304개 기업 중 85.2%가 시장 예상치를 웃도는 실적을 기록했다. 이는 장기 평균인 67.5%를 크게 상회하는 수준이다. 그럼에도 버리는 글로벌 증시가 1987년과 같은 급락장에 직면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CNBC, 스톡트윗츠 등에 따르면 버리는 이날 자신이 운영하는 서브스택을 통해 “S&P500은 이날 사상 최고치를 새로 썼고, S&P500 동일가중 지수는 이미 이전에 최고치를 기록했다"며 “반면 나스닥100은 아직 역대 최고가까지 다소 거리가 있다"고 적었다. 이어 BTIG의 조너선 크린스키 자료를 인용해 “S&P500이 단 4거래일 만에 5% 급등하며 사상 최고치를 기록한 사례는 이번을 제외하면 세 차례뿐"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닷컴 버블 정점 부근인 2000년 3월 21일과 1999년 4월 23일, 2020년 11월 9일을 사례로 제시했다. 버리는 “정말 중요한 것은 필라델피아 반도체지수(SOX)와 모멘텀 트레이드"라며 “이들이 다시 시장의 주도권을 되찾을 수 있을지가 관건"이라고 말했다. 이어 SOX를 추종하는 아이셰어즈 반도체 ETF(SOXX)의 6개월 기준 30분봉 차트를 근거로 “모멘텀이 다시 상승세로 전환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고 분석했다. 그러나 그는 “나는 여전히 시장이 중대한 고점 부근에 있으며 1987년과 같은 폭락이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고 믿는다"며 “다만 S&P500이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면 새로운 자금이 시장으로 유입될 가능성이 높다"고 밝혔다. 1987년 당시 S&P500 지수는 연초부터 8월까지 36% 가량 급등했지만 9월부터 11월까지 3개월에 걸쳐 30% 폭락해 연 상승분을 모두 되돌렸다. 특히 1987년 10월 19일 하루에만 20% 넘게 폭락했다. 버리의 전망대로 현재 S&P500 지수가 약 30% 하락할 경우 지수는 5400선 안팎까지 밀리게 된다. 버리는 증시 급락의 배경으로 레버리지 확대를 지목했다. 그는 “시장이 오르고 변동성이 낮아지면 변동성 목표 전략을 사용하는 펀드들은 레버리지를 늘릴 수밖에 없고 다른 모멘텀 전략들도 추가적인 레버리지를 사용하게 된다는 점을 기억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는 주가 상승과 낮은 변동성이 자기강화적인 투자 사이클을 형성하고, 결국 시장이 방향을 바꿀 경우 매도 압력이 한꺼번에 확대될 수 있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아울러 버리는 최근 증시 상승에도 SOXX를 비롯해 마이크론, 엔비디아, 캐터필러, 팔란티어, 테슬라, 어플라이드 머티어리얼즈에 대한 공매도 포지션을 계속 유지하고 있다고 밝혔다. 또 엔비디아와 인베스코 QQQ 트러스트 풋옵션 계약을 롤오버(만기 연장)했으며, 마이크로소프트(MS) 롱포지션은 매도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는 이들 포지션의 장기 전망에는 여전히 확신을 갖고 있지만 시장이 예상과 반대로 움직일 경우 손실을 최소화하기 위해 포지션을 정리할 것이라고 밝혔다. 현재 엔비디아를 제외한 나머지 약세 베팅은 모두 수익 구간에 있다고도 덧붙였다. 버리는 지난 6월 30일 “끝의 시작"이라는 경고과 함께 AI 관련주 공매도 포지션을 공개해 시장의 주목을 받았다. 이후에도 지난달 1일과 24일, 30일 잇따라 공매도 포지션을 확대하며 AI 랠리에 대한 회의적인 시각을 유지하고 있다. 박성준 기자 mediapark@ekn.kr

日 엔화 환율 어디까지 떨어질까…‘155엔 붕괴’ 주목 [머니+]

일본 엔화 가치를 끌어올리기 위해 미국과 일본이 이례적으로 외환시장에 공동 개입하면서 엔/달러 환율이 어디까지 하락(엔화 강세)할 수 있을지 시장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월가에서는 달러당 155엔선 하회 여부가 엔화 강세의 추세 전환을 가를 최대 분수령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4일 인베스팅닷컴에 따르면 한국시간 오후 5시 2분 기준 외환시장에서 엔/달러 환율은 달러당 157.79엔을 기록하고 있다. 엔/달러 환율은 지난달 29일까지만 해도 163.9엔대까지 치솟으며 1986년 12월 이후 약 40년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했다. 그러나 다음 날인 30일 159엔대로 급락(엔화 강세)한 데 이어 지난달 31일에는 157엔대로 내려왔다. 전날에는 장중 한때 155엔대까지 하락하며 추가 강세를 보였지만 이후 일부 반등하면서 낙폭을 일부 되돌린 상태다. 이번 움직임은 미국과 일본이 1998년 이후 28년 만에 처음으로 공동으로 엔화를 매수했다는 점에서 더욱 주목받고 있다. 가타야마 사쓰키 일본 재무상은 지난달 31일 미국과 일본 정부가 공동으로 엔화 매수 개입을 실시했다고 밝혔다. 스콧 베선트 미국 재무부 장관도 엑스(X·옛 트위터)를 통해 이를 공식 확인했으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이번 개입을 “우정의 신호"라고 표현하며 지지 의사를 나타냈다. 양국 정부는 필요할 경우 추가 공동 개입에도 나설 준비가 돼 있다는 입장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다른 나라 통화를 방어하기 위해 미국이 외환시장에 직접 개입한 것은 매우 이례적인 사례"라고 평가했다. 블룸버그통신은 이번 공동 개입의 성패는 엔/달러 환율이 155엔선을 확실하게 밑돌 수 있느냐에 달려 있다고 분석했다. 시장에서는 155엔이 단순한 기술적 지표가 아니라 엔화 강세가 일시적인 반등인지, 구조적인 추세 전환인지를 가르는 핵심 기준으로 보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일본 당국이 지난 4월과 5월 외환시장에 개입했을 당시에도 엔/달러 환율은 일시적으로 155엔 부근까지 하락했지만 이후 다시 상승(엔화 약세)으로 돌아섰다. 뱅크오브아메리카 증권의 야마다 슈스케 일본 외환·금리 전략 총괄은 블룸버그TV 인터뷰에서 “이번에는 당국이 핵심 분기점인 155엔을 반드시 돌파하려는 의지를 갖고 있다"며 “155엔을 깨지 못한다면 시장은 당국이 사용할 수 있는 정책 수단이 사실상 모두 소진됐다고 판단할 것"이라고 말했다. 야마다 전략가는 엔/달러 환율이 155엔 아래에서 안착할 경우 시장의 수급 구조 자체가 달라질 수 있다고 전망했다. 기존 달러 매수세가 소화되면서 달러 수요가 약해지고, 일본 수출기업과 기관투자가들이 달러 매도에 적극 나설 가능성이 있다는 설먕이다. 이 같은 추세적 전환은 시장 포지셔닝에 더욱 증폭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미국 상품선물거래위원회(CFTC) 자료에 따르면 자산운용사와 레버리지 펀드의 엔화 순매도 포지션은 2024년 이후 가장 높은 수준까지 확대된 상태다. 웰스파고의 치두 나라야난 전략가는 “155엔을 하향 돌파하면 엔화 공매도 포지션의 숏 스퀴즈가 가속화될 위험이 커진다"며 “보유 포지션이 일부만 청산되더라도 상당한 규모의 엔화 매수 수요가 발생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레버리지 투자자들이 포지션을 축소하고 수급 불균형이 해소되면서 엔/달러 환율이 152엔 수준까지 추가 하락할 가능성도 있다"고 전망했다. 그러나 엔화 강세가 오래 지속되기 어려울 것이란 회의론이 적지 않다고 블룸버그는 짚었다.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기준금리를 추가로 인상할 경우 달러에 대한 매력이 다시 부각될 수 있기 때문이다. 씨티그룹의 다니엘 토본 전략가 등은 엔화 강세가 오래가지 않을 것이라며 엔/달러 환율이 156~161엔 범위에 유지될 것으로 내다봤다. 당국의 외환시장 개입이 종료되면 투자자들이 다시 엔캐리 트레이드에 나설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다. 엔캐리 트레이드는 저금리의 엔화를 빌려 미국 등 금리가 높은 국가의 주식과 채권 등에 투자하는 전략이다. 엔화 약세가 이어질수록 수익성이 커지지만, 반대로 엔화가 강세로 돌아서면 환손실을 줄이기 위해 투자자들이 위험자산을 팔고 엔화를 다시 사들이면서 글로벌 금융시장 전반에 충격을 줄 수 있다. 라보뱅크의 제인 폴리 외환 전략 총괄은 “당분간은 추가 개입에 대한 경계심과 달러 약세가 맞물리면서 엔/달러 환율의 큰 반등이 제한적일 가능성이 크다"며 “엔화가 의미 있는 수준까지 강세를 보이려면 일본은행이 금리 인상 속도를 높일 수 있다는 확신과 함께 재정 건전성에 대한 보다 강한 신뢰가 시장에 제공돼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성준 기자 mediapark@ekn.kr

“참수 전 마지막 기회”…트럼프 ‘최후통첩’에도 이란은 “협상 없다” [이슈+]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이란과의 협상을 두고 이번이 마지막 기회라며 압박 수위를 끌어올리고 있다. 그러나 이란은 협상이 진행 중이라는 트럼프 대통령의 주장을 정면으로 부인하는 데다 호르무즈 해협에 대한 통제권도 양보할 수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양측 모두 핵심 쟁점에서 물러서지 못하면서 교착 상태가 장기화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블룸버그통신과 로이터통신 등 주요 외신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3일(현지시간) 백악관 집무실에서 기자들과 만나 “나는 그들이 참수되기 전까지 모든 마지막 기회를 주고 싶다"며 “오늘이나 내일이면 결과를 알게 될 것이다. 어느 쪽이든 매우 빠르게 진행될 것이며 그렇게 복잡한 문제는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어 “이란과 사우디아라비아, 아랍에미리트(UAE), 카타르 등의 요청에 따라 대화가 이뤄지고 있다"며 “이번이 그들(이란)이 좋은 문서(합의문)에 서명할 마지막 기회"라고 강조했다. 이번 발언은 트럼프 대통령이 이란에 대한 대규모 공습 계획을 철회하고 협상을 추진하겠다고 밝힌 직후 나왔다. 대규모 군사작전을 예고한 뒤 외교적 해법을 이유로 공격 계획을 접고 다시 협상 압박에 나서는 트럼프 대통령 특유의 협상 전략을 반복한 셈이다. 그러나 이란은 미국과의 협상을 전면 부인했다. 에스마일 바가이 이란 외무부 대변인은 “현재 미국과 어떤 협상도 진행되고 있지 않으며 예정된 회담도 없다"며 “향후 며칠 동안 외국 대표단을 초청하거나 협상단을 해외에 파견할 계획도 없다"고 밝혔다. 바가이 대변인은 현재 이란 협상단은 모두 국내에 머물고 있으며 아바스 아라그치 외무장관만 이라크에서 종교 순례 중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현재 진행 중인 대화는 오만과 호르무즈 해협 관리 방안을 논의하는 것뿐이라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의 소셜미디어 트루스소셜에 “이란 지도부는 믿을 수 없을 정도로 이중적"이라며 “이란이 먼저 회담을 요청했고 가까운 시일 내 추가 협상도 예정돼 있다"고 반박했다. 로이터는 이 같은 상황이 트럼프 대통령이 약 5개월 전 이스라엘과 함께 이란 공습을 시작한 이후 반복돼 온 패턴과 유사하다고 지적했다. 양측이 평행선을 달리는 가장 큰 이유는 호르무즈 해협을 둘러싼 입장 차 때문이다. 미국은 지난 6월 전쟁 종식을 위한 양해각서(MOU)에 이란이 호르무즈 해협을 개방한다는 내용이 담겼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이란은 해당 문서가 선박 통항에 대한 자국의 권한을 인정한 것이라고 맞서고 있다. 미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에 따르면 백악관 내부에서는 이란의 호르무즈 해협 통제권을 인정하는 방식의 합의에 강한 반대 기류가 형성된 것으로 전해졌다. 미국이 이를 받아들일 경우 대이란 제재의 실효성이 떨어질 뿐 아니라 국제사회가 이란의 핵 개발을 압박할 수단도 약화될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특정 국가가 국제 해상 교통로에 통행료를 부과하는 선례를 남길 경우 중국이 대만 해협 등 다른 지역에서도 같은 논리를 내세울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이 이날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하는 선박에 이란이 통행료를 부과하도록 놔두지 않겠다고 강조한 것도 이 같은 우려를 반영한 발언으로 풀이된다. 반면 이란은 미국보다 오래 버틸 수 있다고 판단하는 것으로 분석된다. 호르무즈 해협과 중동 에너지 인프라를 지속적으로 압박해 미국과 동맹국의 부담을 키운 뒤 결국 미국의 양보를 끌어내려 한다는 것이다. 워싱턴연구소의 마이클 나이츠 연구원은 “이란의 가장 큰 강점은 중동 국가들과 세계 경제에 피해를 줄 수 있다는 점"이라고 말했다. 이에 따라 양국이 단기간 내 협상 돌파구를 마련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힘을 얻고 있다. 싱크탱크 애틀랜틱카운슬의 대니 시트리노비츠 선임연구원은 “외교적 합의는 결국 어떤 형태로든 이란의 호르무즈 해협 통제권을 인정해야 하는데 이는 미국이 받아들이기 어렵다"며 “반대로 군사적 확전은 국제유가를 계속 높은 수준으로 유지할 뿐 아니라 이란이 물러설 것이라는 보장도 없다"고 폴리티코에 말했다. 일각에서는 중간선거를 앞둔 트럼프 대통령의 정치적 부담을 이란이 과대평가하고 있다는 관측도 제기됐다. 트럼프 1기 국가안보회의(NSC) 비서실장을 지낸 프레드 플라이츠는 “트럼프 대통령이 전달하려는 핵심 메시지는 '다가오는 중간선거를 이유로 미국에 불리한 합의를 끌어내기 위해 버티면 된다고 생각한다면 오산이다.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는 점"이라고 말했다. 백악관 내부 사정에 정통한 한 소식통은 “트럼프 행정부는 11월 중간선거 이전에 적절한 출구 전략이 마련될 가능성이 크지 않다는 점을 이미 감안하고 있다"며 “이부분은 이미 반영돼 있으며 (선거 결과에) 도움이 되지 않겠지만 결정적인 변수는 아니라고 보고 있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 역시 이날 백악관에서 3선을 노리지 않기 때문에 이란과의 합의 도출에 있어 시간에 쫓기지 않는다고 언급했다. 11월 중간선거에 미칠 영향을 우려해 이란과 성급하게 종전을 도모한다는 미국 내 지적을 의식한 발언으로 보인다. 박성준 기자 mediapark@ek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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