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장률 1.1% 날아간다”…유럽 경제 덮친 폭염의 ‘5대 충격’ [이슈+]](http://www.ekn.kr/mnt/thum/202608/rcv.YNA.20260814.PAP20260814274801009_T1.jpg)
올 여름 유럽에서 기록적인 폭염이 이어지면서 경제 전반으로 막대한 피해가 확산하고 있다. 일부 지역의 기온이 섭씨 45도를 넘어서는 극심한 폭염이 장기화하면서 대형 산불이 잇따르고 에너지 공급에 차질이 발생하는 동시에 농작물 수확량이 급감하고 저수지와 강이 바짝 마르면서다. 15일 네덜란드 트리오도스은행이 최근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폭염으로 유럽연합(EU)의 국내총생산(GDP)이 약 1% 감소할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전망됐다. EU 집행위원회의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가 1.1%라는 점을 감안하면 폭염에 따른 경제적 손실이 예상 성장분의 대부분을 상쇄할 수 있다는 의미다. 보고서는 올여름 유럽에서 나타난 폭염이 장기간 이어지고 있다는 점에서 과거의 일시적인 이상기후와 성격이 다르다고 강조했다. 지구온난화가 계속될 경우 올여름과 같은 극단적인 폭염이 일시적인 이상기후가 아니라 구조적인 현상으로 굳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특히 엘니뇨 여파로 내년 상황은 올해보다 악화할 가능성도 있다. 이에 따라 기후변화에 적응하기 위한 대책과 탄소 배출 감축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을 경우 향후 기후변화로 인한 경제적 비용은 지금보다 훨씬 커질 수 있다는 경고가 나온다. 블룸버그통신은 기록적인 폭염과 가뭄이 크게 다섯 가지 경로를 통해 유럽 경제를 압박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 라인강 수위 사상 최저…유럽 물류대동맥 마른다 유럽 내륙 물류의 대동맥으로 불리는 라인강은 최근 수위가 급격히 낮아지면서 화물선 운항에 차질을 빚고 있다. 유럽에서 가장 분주한 항구인 네덜란드 로테르담에서 독일 내륙까지 이어지는 라인강 주변에는 글로벌 화학기업 바스프, 자동차업체 다임러, 석유기업 셸, 철강기업 티센크루프 등의 주요 생산시설이 자리 잡고 있다. 그러나 블룸버그에 따르면 라인강의 대표적인 병목 구간인 독일 카우프의 항행 가능 수심은 전날 7cm까지 떨어져 1880년 관측 이래 최저치를 기록했다. 수위가 급격히 낮아지면서 선박들은 좌초를 피하기 위해 화물 적재량을 줄이거나 아예 운항을 중단해야 하는 상황에 몰렸다. 철도와 도로 운송만으로 이를 완전히 대체하기 어려워 일부 공장들은 생산량까지 줄였다. 운임도 급등했다. 로테르담에서 독일 카를스루에까지 디젤을 운송하는 비용은 블룸버그가 관련 통계를 집계하기 시작한 2009년 이후 최고 수준까지 치솟았다. 라인강 수위는 통상 여름철 낮아지지만 일반적으로 계절적 최저점은 이보다 더 늦게 나타난다. 코메르츠방크는 라인강 수위가 9월 중순까지 심각하게 낮은 수준을 유지할 경우 독일의 3분기 GDP 성장률을 약 0.35%포인트 끌어내릴 수 있다고 추산했다. ◇ 폭염에 곡물 생산도 직격탄…佛 옥수수 46년 만에 최악 고온과 가뭄은 농작물과 가축에도 상당한 피해를 안겼다. 특히 농민들은 이란 전쟁으로 비료와 연료 가격까지 상승한 상황에서 폭염 피해까지 떠안게 됐다. 영국 싱크탱크 ECIU는 지난 6월 발생한 폭염만으로 유럽 곡물 농가들이 약 20억유로(약 3조 2700억원)의 매출 손실을 입었을 것으로 추산했다. 유럽 농민협회는 올해 EU의 전체 곡물 생산량이 전년 대비 9% 이상 감소할 것으로 예상했다. EU의 과거 통계를 기준으로 하면 20여년 만에 가장 큰 연간 감소 폭이다. EU 최대 농업 생산국인 프랑스의 경우 정부 추산에 따르면 올해 옥수수 수확량이 1980년 이후 가장 부진할 전망이다. 세계 각국의 곡물 공급망이 취약해진 상황에서 유럽의 생산 차질까지 겹치면서 곡물 가격도 상승 압력을 받고 있다고 블룸버그는 전했다. 미국과 호주에서도 가뭄으로 농작물 생산이 압박받고 있으며 엘니뇨 여파로 세계 다른 지역의 농작물도 피해를 입을 가능성이 있다. 여기에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간 공격이 격화하면서 흑해를 통한 곡물 수출을 둘러싼 불확실성도 다시 커지고 있다. ◇ 저수지까지 말랐다…수력발전 감소에 겨울 전기료 비상 올여름 폭염과 가뭄이 이어지면서 유럽의 수력발전에도 차질이 빚어지고 있다. 지난해 수력발전은 유럽 전체 전력 공급의 약 6%를 담당했다. 유럽의 수력발전용 저수지는 지난겨울 적설량 부족으로 이미 수위가 낮아진 상태였다. 여기에 기록적인 폭염과 가뭄까지 겹치면서 상황은 더욱 악화하고 있다. 블룸버그NEF에 따르면 지난 6월부터 이달 중순까지 유럽의 강수량은 최근 10년 평균보다 3분의 1 이상 적었다. 영국과 유럽 대륙에 수력발전 전력을 공급하는 노르웨이 남부의 저수량은 10여년 만에 가장 낮은 수준까지 떨어졌다. 알프스 지역에서도 프랑스와 이탈리아, 스위스의 저수량이 이맘때의 역사적 평균치를 크게 밑돌고 있다. 이로 인해 유럽 수력발전 업체들은 발전량을 줄일 수밖에 없는 상황에 놓였다. 유럽송전망운영자협회(ENTSO-E)에 따르면 지난달 이탈리아의 유수식 수력발전소 발전량은 최근 최소 10년 동안 같은 달 기준 가장 낮은 수준을 기록했다. 폭염과 가뭄이 장기화할 경우 수력발전 감소분을 메우기 위해 올겨울 상대적으로 비싼 천연가스 발전을 확대해야 할 가능성이 있다고 블룸버그는 전했다. 가뜩이나 이란 전쟁 여파로 가스 가격이 상승한 상황에서 유럽의 전력 가격이 추가 상승 압력을 받을 수 있다는 의미다. ◇ 강물 뜨거워지자 원전도 멈췄다…해파리까지 덮친 프랑스 폭염과 가뭄은 원자력발전에도 타격을 주고 있다. 강물이 지나치게 뜨거워지거나 수위가 낮아지면서 원자로 냉각에 필요한 물을 충분히 끌어오기 어려워지고 있어서다. 수중 생태계를 보호하기 위해 원전에서 사용한 뜨거운 냉각수를 강으로 다시 방류하는 것을 제한하는 환경 규제도 원전 가동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데이터업체 ICIS에 따르면 프랑스는 지난 6~7월 폭염으로 인한 사상 최대 규모의 원전 발전 손실을 기록했다. 프랑스 원전은 서유럽 전력망의 핵심 역할을 하며 주변 국가에도 상당한 규모의 전력을 공급하고 있다. 특히 해안가에 위치한 프랑스 원전들은 해파리 개체 수 급증이라는 악재에도 직면하고 있다. 해수 온도가 상승하면 해파리 개체 수가 급증할 수 있는데, 해안 원전이 냉각을 위해 바닷물을 끌어들이는 과정에서 해파리가 냉각시스템으로 빨려 들어갈 수 있다. 실제로 프랑스전력공사(EDF)는 최근 대량의 해파리가 유입되면서 북부 그라블린 원전의 원자로 가동이 중단되거나 출력이 제한돼 약 3.2기가와트(GW)의 발전용량 가동이 중단됐다고 밝혔다. 동유럽에서도 다뉴브강의 기록적인 수위 하락으로 전력망이 차질을 빚는 사태가 잇따랐다. 루마니아 전체 전력 수요의 약 20%를 담당하는 체르나보다 원전은 가뭄으로 인한 냉각수 부족으로 최근 가동을 전면 중단했다. 헝가리의 경우 전체 전력의 약 40%를 공급하는 팍스 원전에서도 원자로 4기 중 3기가 가동을 멈췄다. ◇ '불쏘시개'로 변한 유럽…산불 피해도 눈덩이 폭염과 가뭄으로 산불이 빠르게 확산할 수 있는 최적의 환경이 조성되면서 이에 따른 피해도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올해 들어 EU에서 산불로 불탄 면적은 5500㎢를 넘어섰다. 영국 런던 면적의 3배가 넘는 규모다. 신용평가사 모닝스타DBRS는 프랑스에서 발생한 산불만으로도 100억~150억유로(약 16조~ 24조원) 규모의 경제적 손실이 발생할 수 있다고 추산했다. 특히 산불로 인한 피해 가운데 상당 부분은 보험으로도 보상받지 못한다고 블룸버그는 전했다. 프랑스 정부가 지원하는 자연재해 보상제도에는 가뭄과 홍수는 포함돼 있지만 산불은 포함돼 있지 않다. 보험중개업체 마시의 타이슨 비커리 유럽지역 총괄은 지난해 스페인에서 산불로 발생한 약 50억유로의 경제적 손실 가운데 보험으로 보상된 규모는 5분의 1에 불과했다고 밝혔다. 유럽이 다른 대륙보다 빠른 속도로 온난화하고 기후변화로 폭염이 더 길고 빈번하며 강력해지면서 보험업계도 보험료 상승과 보험 손실 확대라는 새로운 재해 위험에 대비하고 있다. 박성준 기자 mediapark@ek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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