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이란 종전 안 믿는다”…월가서 떠오른 ‘나초 트레이드’ [머니+]

월가에서 큰 주목을 받았던 '타코(TACO·트럼프는 항상 꽁무니를 뺀다) 트레이드'에 이어 최근에는 미·이란 전쟁 장기화 가능성을 반영한 새로운 시장 전략이 투자자들 사이에서 빠르게 확산하고 있다. 7일(현지시간) 미 경제매체 CNBC는 '호르무즈 해협이 다시 열릴 가능성은 없다'는 의미의 이른바 '나초(NACHO·Not A Chance Hormuz Opens) 트레이드'가 최근 시장의 새로운 화두로 떠오르고 있다고 보도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이란과의 종전 협상 타결과 함께 핵심 원유 수송로인 호르무즈 해협 재개방 기대감을 반복적으로 드러내고 있음에도 시장은 이를 더 이상 낙관적으로 받아들이지 않는 분위기라는 것이다. 이토로의 자비에르 웡 애널리스트는 CNBC 인터뷰에서 “시장이 단기간 내 중동 사태가 해결될 가능성에 대한 희망을 잃고 있다는 뜻"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번 전쟁 국면에서는 휴전 관련 소식이 나올 때마다 국제유가가 급락했고 투자자들은 갈등이 곧 해결될 것이라고 기대했지만 결국 번번이 빗나갔다"며 “나초 트레이드는 이제 고유가를 단기 충격이 아니라 현재 시장 환경 자체로 받아들이기 시작했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웡 애널리스트는 또 “단순히 국제유가뿐 아니라 보험시장도 중요한 신호를 보내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하는 선박에 부과되는 전쟁 보험료가 지난 3월 선박 선체 가치의 약 2.5% 수준까지 치솟았다"며 “전쟁 이전 약 0.1% 수준과 비교하면 급등한 것"이라고 짚었다. 그러면서 “보험사들은 현재 상황을 단기간 내 해결될 문제로 보고 있지 않다"고 강조했다. 보험료는 이후 다소 하락했지만 여전히 전쟁 이전 대비 약 8배 수준인 것으로 분석됐다. 다른 전문가들 역시 나초 트레이드가 원유·해운·인플레이션 헤지·채권시장 전반의 포지셔닝 변화로 이어지고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고 CNBC는 전했다. 투자자들이 호르무즈 해협 차질을 일시적 지정학 리스크가 아니라 장기적인 거시경제 변수로 받아들이기 시작했다는 의미다. 스테이트스트리트 글로벌어드바이저스는 최근 보고서에서 '타코 트레이드'와 '나초 트레이드'가 동시에 전개되고 있다고 진단했다. 보고서는 “높은 에너지 가격에도 S&P500 지수가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고 있다는 점에서 두 트레이드가 동시에 나타나고 있다"고 밝혔다. 보고서는 또 시장이 여전히 협상을 통한 종전 합의와 호르무즈 해협 재개방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하지는 않고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기준금리 인하 기대가 다시 살아나기 위해선 가시적인 종전 합의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이어 “국제유가 100달러대가 향후 1~3개월 동안 뉴노멀이 된다면 금 가격은 온스당 5000달러 부근에서 상승 동력을 유지하기 어려울 수 있다"며 “반대로 협상 타결과 해협 재개방으로 유가가 배럴당 80달러 수준까지 안정적으로 하락할 경우 금 가격은 5500달러선 재돌파를 시도할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아비바 인베스터스의 바실레이오스 그키오나키스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에너지 충격에 대한 시장 반응은 전반적으로 질서 있는 모습"이라면서도 채권시장은 에너지 충격 장기화 가능성을 점차 반영하기 시작했다고 분석했다. 그는 “단기채 금리가 급등하면서 수익률곡선 평탄화 현상이 두드러지고 있다"며 “호르무즈 해협 봉쇄가 장기화할 경우 보다 지속적인 인플레이션 충격이 발생할 가능성이 커지고 글로벌 경기 침체 위험 또한 높아질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어 “원유·해상보험·채권시장 일부는 이미 나초 트레이드를 반영하고 있지만 주식시장을 포함한 위험자산은 여전히 낙관적인 흐름을 보이고 있다"고 지적했다. 웡 애널리스트는 “호르무즈 해협은 결국 다시 열리겠지만 그 시점은 아직 불확실하다"며 “앞으로의 과정은 상당히 혼란스럽겠지만 시장은 이제 이런 상황을 새로운 현실로 받아들이기 시작한 것 같다"고 말했다. 실제로 미국과 이란의 종전 협상 기대감이 커지던 와중에도 양측은 호르무즈 해협에서 다시 교전을 이어갔다. 대(對)이란 전쟁을 총괄 지휘해온 미 중부사령부는 이날 엑스(X·옛 트위터)에 올린 성명에서 “7일 미 해군 유도미사일 구축함이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해 오만만으로 향하던 가운데, 미군은 이란의 이유없는 공격을 저지하고 자위 차원 공격으로 반격했다"고 밝혔다. 이번 충돌은 미국과 이란이 종전 합의 내용을 담은 1쪽 분량의 양해각서(MOU) 체결에 근접했다는 보도가 나온 지 불과 하루 만에 발생했다는 점에서 파장이 적지 않다. 트럼프 대통령 역시 상반된 메시지를 내놨다. 그는 이날 ABC뉴스 인터뷰에서 “휴전은 계속되고 있다"며 미군의 공격을 두고 “단지 가볍게 툭 친 수준"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동시에 트루스소셜에는 “그들(이란)이 빨리 (종전) 합의에 서명하지 않는다면 앞으로 우리는 훨씬 더 강력하고 폭력적으로 그들을 무너뜨릴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 같은 불안감은 국제유가 흐름에도 반영되고 있다. 인베스팅닷컴에 따르면 브렌트유는 최근 배럴당 96달러선까지 내려갔지만 8일 한국시간 오후 5시 49분 기준 배럴당 101.17달러를 기록하며 다시 반등했다. 국제유가는 이번 주 냉온탕을 오갔다. 지난 4일에는 미국의 '해방 프로젝트' 시행 첫날부터 미국과 이란이 공격을 주고받았다는 소식에 브렌트유가 배럴당 115달러 수준까지 치솟았다. 이후 트럼프 대통령이 종전 협상 기대감을 내비치자 유가는 빠르게 하락 전환했지만 여전히 100달러선을 웃돌고 있다. 글로벌 투자은행 씨티그룹의 맥스 레이턴 원자재 리서치 총괄은 최근 블룸버그TV 인터뷰에서 “이란이 실제로 합의에 나설지 예측하는 것은 매우 어렵다"며 “합의 여부를 가늠할 수 없는 상황에서는 국제유가가 극심한 변동성을 보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어 “이란이 미국과의 합의에 진정성 있게 나설 준비가 돼 있는지를 확인하기 전까지는 국제유가 전망치를 낮출 계획이 없다"고 강조했다. 씨티그룹은 지난달 호르무즈 해협 봉쇄가 한 달 더 지속될 경우 브렌트유 가격이 배럴당 110달러까지 오를 것으로 전망했다. 이는 호르무즈 해협이 이달 말 재개방된다는 시나리오를 전제로 한 것이다. 반면 해협 봉쇄가 6월까지 이어질 경우 국제유가는 배럴당 130달러까지 치솟을 수 있다고 씨티그룹은 내다봤다. 박성준 기자 mediapark@ekn.kr

“전기료·먹거리 다 오른다”…엘니뇨發 물가 쇼크 오나 [이슈+]

아시아가 중동 전쟁에 따른 국제유가 급등에 이어 또 다른 인플레이션 위협에 직면하고 있다. 올해 '슈퍼 엘니뇨' 현상으로 폭염과 가뭄이 심화할 것으로 예상되면서 식료품 가격이 가파르게 오를 것이란 전망에 힘이 실리면서다. 이미 기준금리 인상으로 중동 사태에 대응하고 있는 아시아 각국 중앙은행들이 긴축 강도를 더욱 높일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한국은행의 통화정책 향방에도 관심이 쏠린다. 8일 블룸버그통신은 “국제유가 급등으로 충격을 받은 아시아 국가들이 폭염까지 겹치는 이중고에 직면할 수 있다"고 보도했다. 아시아 주요국의 물가 상승률은 이미 수년 만에 최고 수준으로 치솟았으며, 운송·물류·유틸리티 비용 상승이 물가를 끌어올렸다. 한국의 경우에도 4월 소비자물가가 전년 동월대비 2.6% 상승해 2024년 7월 이후 가장 높은 상승률을 기록했다. 그러나 물가 압박은 올해 하반기로 갈수록 더욱 심화할 수 있다는 경고가 나온다. 엘니뇨로 인해 건조한 날씨와 고온 현상이 강화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특히 아시아 신흥국들은 식료품이 소비자물가의 약 40~50%를 차지하고 있어 가격 충격과 실질소득 감소에 매우 취약하다는 분석이 나온다. 엘니뇨는 적도 태평양 중·동부 해역의 해수면 온도가 평년보다 높아지는 현상으로, 전 세계 기온 상승과 이상기후를 유발하는 대표적인 기후 요인 중 하나다. 세계기상기구(WMO)는 최근 기후 업데이트를 통해 해수면 온도가 크게 올라 올해 5~7월 사이 강한 엘니뇨 현상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옥스퍼드이코노믹스의 아담 아마드 삼딘은 “올해 아시아 지역의 식품 인플레이션이 상승할 것"이라며 “지정학적 리스크와 비료 시장 공급 차질, 기후 불확실성이 겹치면서 향후 몇 분기 동안 인플레이션 리스크가 높은 수준을 유지할 가능성이 크다"고 진단했다. 그는 또 각국 정부가 자국 내 식량 공급을 보호하기 위해 수출 제한 조치에 나설 경우 상황이 더욱 악화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실제로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과 일부 국가의 이상기후 여파가 겹쳤던 2022~2023년에도 여러 국가들이 식량 수출 제한에 나선 바 있다. 다른 경제학자들도 최근 이란 전쟁 여파로 급등한 비료 가격이 실제 가격에 반영되기까지 시차가 존재하는 만큼 식료품 가격 상승 압박은 올해 하반기부터 본격화될 가능성이 높다고 경고하고 있다. 실제로 국제통화기금(IMF)은 내년까지 물가 상승률이 최대 4%포인트 더 높아질 수 있다고 전망하고 있고 아시아개발은행(ADB) 역시 올해 아시아 소비자물가 상승률 전망치를 기존 3.6%에서 5.2%로 상향 조정했다. 이 같은 우려는 이미 아시아 채권시장에도 반영되고 있다. 이란 전쟁 발발 이후 아시아 신흥국 8개국의 10년물 국채금리는 80bp(1bp=0.01%포인트) 넘게 상승했다고 블룸버그는 전했다. 특히 필리핀이 가장 취약한 국가 중 하나로 꼽힌다. 지난달 필리핀의 인플레이션율은 7.2%로 엘니뇨 영향이 본격화하기 전부터 시장 예상치(5.6~6.4%)를 크게 웃돌았다. 이에 필리핀 중앙은행은 지난달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인상한 4.5%로 결정했다. 이는 약 2년 만의 첫 금리 인상이다. 전문가들은 경기 둔화를 감수하더라도 필리핀 중앙은행이 임시 회의를 열어 추가 긴축에 나설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파키스탄 또한 4월 인플레이션율이 11%를 웃돌자 중앙은행이 기준금리를 10.5%에서 11.5%로 100bp 대폭 인상했다. 인도네시아의 경우 올해 1분기 경제성장률이 5.61%로 3년 만의 최고치를 기록했지만, 향후 강한 엘니뇨가 경기 하방 리스크로 작용할 것으로 예측됐다. 인도와 베트남, 중국 일부 지역 역시 엘니뇨 영향으로 수력발전량이 감소하면서 석탄과 천연가스 의존도가 높아질 가능성도 제기된다. 이는 전기요금 인상으로 이어질 수 있다. 반면 상대적으로 부유한 아시아 국가들은 충격이 제한적일 것으로 예상된다. 서비스 중심의 소비 구조와 다양한 소비 항목이 식품·에너지 가격 충격을 일부 흡수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이들 국가 역시 인플레이션 압박을 점점 무시하기 어려워질 것이라고 블룸버그는 짚었다. 일본에서는 최근 식품 가격 상승이 물가를 더욱 끈적하게 만들고 있다고 블룸버그 이코노믹스가 분석했다. 일본의 쌀 가격은 지난 3월 상승폭이 다소 둔화됐음에도 여전히 전년 동기 대비 6.8% 오른 상태다. 이에 따라 일본은행이 엘니뇨 영향이 본격화하기 전인 오는 6월 금리 인상에 나설 가능성도 제기된다. 한국 역시 인플레이션 상승 리스크에서 자유롭지 않다는 평가다. 아나하타 캐피털 매니지먼트의 브라이언 쿼타롤로 최고투자책임자(CIO)는 현재 한국은행의 통화정책이 물가 상승에 비해 뒤처지는 '비하인드 더 커브'일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한은은 지난해 7월 이후 기준금리를 2.5%로 유지하고 있다. 글로벌 금융사 ING의 강민주 선임 이코노미스트는 최근 보고서를 통해 “현재로선 5월보다 7월 금리 인상 가능성이 더 크다"며 “올 하반기 기준금리가 총 50bp 인상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박성준 기자 mediapark@ekn.kr

트럼프 ‘글로벌 관세 10%’도 무효 판결…관세 정책 잇따라 제동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전 세계를 상대로 부과한 '글로벌 관세 10%'에 대해 미국 법원이 위법 판결을 내렸다. 관세를 앞세운 트럼프 행정부의 무역정책에 또 다시 제동이 걸렸다는 평가가 나온다. 블룸버그통신 등에 따르면 미국 연방국제통상법원 재판부는 7일(현지시간) 트럼프 행정부가 무역법 122조에 근거해 모든 교역국에 부과한 글로벌 관세 10%가 위법하다며 2대 1로 원고 승소 판결을 내렸다. 재판부 다수 의견은 트럼프 행정부가 관세 부과의 근거로 제시한 국제수지 문제와 무역적자를 사실상 동일 개념처럼 사용한 점을 문제 삼았다. 재판부는 국제수지 적자와 무역적자는 본질적으로 다른 개념인데도 행정부가 이를 혼동해 무역법 122조상 요건을 충족하지 못했다고 판단했다. 이에 따라 재판부는 소송을 제기한 수입업체들에 대해 10% 글로벌 관세를 적용할 수 없도록 영구 금지 명령을 내렸다. 아울러 이미 납부한 관세도 이자와 함께 환급하라고 트럼프 행정부에 명령했다. 다만 이번 판결의 적용 범위는 제한적이다. 블룸버그는 이번 결정이 소송을 제기한 2개 기업과 워싱턴주에만 해당한다고 전했다. 오리건주 등 20여개 주(州) 역시 트럼프 행정부를 상대로 유사한 소송을 제기했지만, 재판부는 워싱턴주를 제외한 나머지 주 정부들에 대해 원고 자격이 없다고 판단해 대부분 청구를 각하했다. 재판부는 이들 주 정부가 직접적인 수입업자가 아니며, 기업들이 관세 부담을 소비자 가격에 전가하면서 피해를 입었다고 주장한 점만으로는 법적 자격이 인정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또한 이번 판결이 전국적으로 효력을 갖는 '보편적 금지 명령'은 아니라고 선을 그었다. 앞서 미국 연방대법원은 지난 2월 국제비상경제권한법(IEEPA)에 근거한 트럼프 행정부의 상호관세 부과가 위법하다고 판단한 바 있다. 이후 트럼프 대통령은 국제수지 적자를 해소한다는 명분 아래 최대 150일 동안 관세를 부과할 수 있는 무역법 122조를 활용해 글로벌 10% 관세를 새로 도입했다. 이번 판결은 1심인 만큼 트럼프 행정부가 항소할 가능성이 크다. 다만 최종적으로 패소할 경우 이미 거둬들인 관세를 반환해야 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미국 정부는 지난 3월 한 달 동안에만 글로벌 10% 관세를 통해 약 80억달러를 징수한 것으로 집계됐다. 미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이번 판결의 즉각적인 영향은 제한적일 수 있다고 분석했다. WSJ는 “무역법 122조에 따른 10% 관세는 오는 7월 만료될 예정이며, 행정부는 이후 다른 관세 체계로 전환할 계획"이라며 “법원이 보편적 금지 명령을 거부한 만큼 모든 수입업자가 즉각적인 구제를 받을 수 있는 것도 아니다"라고 평가했다. 실제로 트럼프 행정부는 현재 주요 교역국들을 상대로 강제노동 및 과잉생산 문제와 관련한 무역법 301조 조사를 진행 중이다. 미국 정부는 향후 이를 근거로 새로운 관세를 부과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으며, 해당 조사가 마무리될 것으로 예상되는 오는 7월 전까지는 글로벌 10% 관세가 공백을 메워줄 것으로 기대해왔다. 다만 이번 판결로 다음 주 예정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의 정상회담을 앞둔 트럼프 대통령의 협상력이 약화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이 일방적으로 관세를 부과할 수 있는 권한이 잇따라 제한되면서 대중 압박 카드 역시 줄어들 수 있기 때문이다. 박성준 기자 mediapark@ekn.kr

“이란 전쟁에 돈방석”…英 석유공룡 셸, 고유가에 1분기 호실적

영국 석유공룡 셸이 미국과 이란 전젱에 따른 고유가 영향으로 시장 예상치를 웃도는 1분기를 발표했다. CNBC에 따르면 셸은 7일(현지시간) 올 1분기 조정 기준 순이익이 69억2000억달러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이는 금융정보 업체 LSEG가 집계한 시장 전망치인 61억달러를 웃도는 수준이다. 셸이 자체적으로 집계한 애널리스트 예상치인 63억6000만달러도 상회했다. 셸의 지난해 같은 기간 조정 순이익은 55억8000만달러였으며, 직전 분기인 2025년 4분기에는 32억6000만달러를 기록한 바 있다. 와엘 사완 셸 최고경영자(CEO)는 성명을 내고 “글로벌 에너지 시장이 전례 없는 혼란을 겪는 분기였음에도 운영 성과에 대한 끊임없는 집중을 통해 견고한 실적을 달성했다"고 설명했다. 셸은 또 분기별 자사주 매입 규모를 기존 35억달러에서 30억달러로 축소했다. 대신 배당금은 주당 0.3906달러로 5% 인상한다고 밝혔다. 글로벌 석유기업들은 중동 분쟁 이후 유가가 고공행진 하면서 실적 랠리를 잇따라 발표하고 있다. 국제유가는 이란 전쟁 발발 이후 호르무즈 해협 봉쇄 여파로 약 40% 상승했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영국 석유기업 BP 역시 유가 상승 영향으로 1분기 순이익이 32억달러를 기록했다. 이는 시장 예상치인 26억7000만달러를 크게 웃도는 수준이다. 지난해 같은 기간 기록한 13억8000만달러와 비교하면 두 배 이상 급증한 수치다. 다만 셸의 순부채는 1분기 말 기준 526억달러로 집계됐다. 이는 지난해 말 기록한 457억달러 대비 증가한 수준이다. 퀼터 셰비엇 인베스트먼트 매니지먼트의 마우리치오 카룰리 주식 리서치 애널리스트는 CNBC 인터뷰에서 “셸의 1분기 실적은 시장 예상뿐 아니라 내 개인적인 예상치도 웃돌았다"고 말했다. 그는 다만 “순부채가 이번 분기 증가한 점이 유일한 약점"이라며 “이는 주로 유동자본 효과 때문으로, 유가가 상승하면 재고 가치 증가에 따른 부정적 영향이 발생한다"고 설명했다. 박성준 기자 mediapark@ekn.kr

美·이란 종전 협상, 이번엔 타결될까…트럼프 “합의 안하면 폭격” 으름장 [이슈+]

미국과 이란이 전쟁 종식을 위한 새로운 합의안을 놓고 막판 조율에 들어간 것으로 전해지면서 교착 상태에 빠졌던 종전 협상이 이번에는 타결될지 관심이 쏠린다. 6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과 악시오스 등 주요 외신에 따르면 미국은 전쟁 종식과 향후 핵 협상 틀 마련을 위한 1쪽 분량의 양해각서(MOU)를 이란 측에 제시했다. 미국 당국자는 향후 24~48시간 안에 이란 측 답변이 전달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14개 항목으로 구성된 MOU에는 이란이 우라늄 농축 활동을 일시 중단하고 미국은 대(對)이란 제재를 해제하는 한편 동결된 이란 자금을 반환하는 내용이 담긴 것으로 알려졌다. 양측이 호르무즈 해협 통항 제한을 완화하는 방안도 포함됐다. 우선 MOU 체결을 통해 전쟁 종식과 협상의 큰 방향성을 제시한 뒤, 이후 30일간 세부 협상을 진행하며 구체적인 합의안을 마련하는 방식이 검토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우라늄 농축 중단 기간과 관련해서는 12~15년 수준이 논의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당초 미국은 20년, 이란은 5년을 각각 주장해왔다. 사안에 정통한 관계자는 블룸버그에 “이란 핵 프로그램에 대한 구체적인 협상은 이후 단계에서 다뤄질 예정"이라며 “아직 어떤 사안도 최종 합의된 것은 아니다"고 말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합의 타결 가능성에 대해 낙관적인 입장을 보이고 있다. 그는 이날 백악관 행사에서 “그들은 매우 강하게 합의를 원하고 있다"며 “동의할지 지켜봐야겠지만, 만약 동의하지 않더라도 결국 곧 동의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또 자신의 소셜미디어 트루스소셜에는 “이란이 합의된 내용을 수용한다는 전제 아래 전설적인 군사작전인 '에픽 퓨리(Epic Fury)'는 종료될 것"이라며 “매우 효과적이었던 대이란 해상 봉쇄도 해제돼 호르무즈 해협이 이란을 포함한 모든 국가에 개방될 것"이라고 적었다. 이어 “그들(이란)이 동의하지 않는다면 폭격이 시작될 것이며, 안타깝게도 이전보다 훨씬 더 높은 수준과 강도로 이뤄질 것"이라고 경고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또 이란과의 합의 시한과 관련해 “별도의 데드라인은 없다"고 밝혔지만, 미국 정부는 트럼프 대통령의 중국 방문 일정이 끝나는 오는 15일 전까지 합의 타결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악시오스는 전했다. 중국이 이란 전쟁 종식 과정에서 영향력을 확대하고 있다는 점은 트럼프 대통령에게 부담 요인으로 꼽힌다. 실제 왕이 중국 외교부장은 이날 베이징에서 압바스 아라그치 이란 외무장관과 회담을 갖고 전면 휴전과 협상 지속 필요성을 강조했다. 아라그치 장관은 중국이 제시한 '4개 항 제안'을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있다고 블룸버그는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중국 방문 전까지 이란과 합의를 도출하지 못할 경우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의 협상에서 지렛대를 잃을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특히 중국이 종전 협상의 핵심 중재자 역할을 맡게 되면 시 주석은 '평화 중재자'라는 위상을 더욱 강화할 수 있을 것이란 관측도 제기된다. 이란 측은 혼재된 메시지를 내놓고 있다. 에스마일 바가이 이란 외무부 대변인은 ISNA 통신 인터뷰에서 “이란은 미국의 계획과 제안을 여전히 검토 중이며, 입장을 정리한 뒤 파키스탄 측 중재자에게 전달할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이란 의회 국가안보외교위원회 대변인인 에브라힘 레자에이는 이번 제안에 대해 “미국의 희망사항 목록에 가깝고 현실과는 거리가 있다"고 비판했다. 글로벌 금융시장에서는 종전 합의 가능성을 반영하는 분위기가 나타났다. 인베스팅닷컴에 따르면 글로벌 벤치마크인 브렌트유 선물 가격은 이날 장중 한때 배럴당 100달러선을 밑돌며 2주 만의 최저치를 기록했다. 이후 낙폭을 일부 줄이며 다시 배럴당 100달러 선 위로 올라섰다. 전쟁 종식 기대감에 글로벌 증시도 강세를 보였고 채권 금리는 하락했다. S&P500지수와 나스닥지수는 이날 종가 기준으로 다시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 일본 GCI자산운용의 이케다 다카마사 수석 포트폴리오 매니저는 “미국과 이란의 평화 제안 내용 자체는 아직 구체적이지 않다"면서도 “시장은 추가적인 군사 행동이 발생하지 않을 것이라는 기대를 반영하고 있다"고 말했다. 박성준 기자 mediapark@ekn.kr

삼성전자 웃게 한 AI…美 빅테크 데이터센터 확장에 기후목표는 후퇴 [이슈+]

인공지능(AI) 수혜 기대감에 삼성전자·SK하이닉스를 비롯한 반도체 관련주들의 주가가 고공행진을 이어가고 있지만 데이터센터 확장을 주도하는 미 빅테크(거대 기술기업)들의 기후변화 대응 목표는 흔들리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AI 경쟁 속에서 막대한 전력 확보에 나서면서 재생에너지 확대 목표를 축소하거나 천연가스 발전 의존도를 높이는 움직임도 나타나고 있다. 특히 마이크로소프트(MS)가 야심차게 내세운 기후 목표를 재검토하고 있다는 소식까지 전해지면서 AI 시대의 전력 소비 급증이 글로벌 기후위기 대응 전략의 새로운 변수로 떠오르고 있다. 6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은 사안에 정통한 복수의 소식통을 인용해 MS가 오는 2030년까지 전력 사용량의 100%를 실시간으로 재생에너지를 통해 충당하겠다는 목표를 연기하거나 아예 철회하는 방안을 내부적으로 논의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AI 데이터센터 건설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막대한 전력 수요와 비용 부담이 커졌고, 이에 따라 AI 시대 이전에 제시했던 기후 목표의 현실성에 대한 의문도 커지고 있다는 설명이다. 다만 내부 논의는 아직 진행 중이며 최종 결정은 내려지지 않은 상태다. ◇ MS의 '탄소 네거티브' 목표 흔들 앞서 MS는 2030년까지 '탄소 네거티브'를 달성하겠다는 목표와 함께 2025년까지 RE100(사용 전력의 100%를 재생에너지로 조달) 달성 계획을 2020년에 발표한 바 있다. 이어 2021년에는 '100/100/0'으로 명명된 새로운 기후목표를 제시했다. 이는 MS가 사용하는 전력의 100%를 100%의 시간 동안 '제로(0) 탄소'(무탄소) 에너지 구매로 충당하겠다는 계획이다. 특히 재생에너지를 실시간으로 공급받겠다는 점에서 이미 달성한 RE100보다 훨씬 까다로운 수준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MS는 지난 2월 2025년까지 사용하는 전력의 100%를 재생에너지로 충당하겠다는 목표를 달성했다고 발표한 바 있다. 문제는 MS가 최근 들어 이 같은 기후 목표에서 후퇴하는 조짐을 보이고 있다는 점이다. 블룸버그는 MS가 최근 탄소 제거(CDR) 프로그램 규모도 축소하고 있다고 지난달 보도한 바 있다. 소식통들에 따르면 MS 직원들은 최소 3곳의 CDR 프로젝트 개발업체에 협상 중인 계약이 보류됐다고 통보했다. MS가 글로벌 CDR 시장의 최대 투자자라는 점을 고려하면 이러한 움직임은 업계에 상당한 충격을 안겼다고 블룸버그는 전했다. 블룸버그NEF(BNEF)에 따르면 지난해 MS의 CDR 크레딧 구매 비중이 전체 대비 90% 이상을 차지한 것으로 추산됐다. 이런 상황에서 MS가 재생에너지를 실시간으로 충당하겠다는 목표마저 철회하거나 축소할 경우 빅테크 업계 전반의 기후 대응 전략에도 상당한 파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블룸버그는 CDR과 '100/100/0'이 모두 MS의 2030년 탄소 네거티브 달성을 위한 핵심 축이라고 짚었다. 다만 MS 내부에서는 '100/100/0' 목표가 처음부터 현실적으로 달성하기 매우 어려운 과제로 인식돼 왔던 것으로 전해졌다. ◇ “AI가 우선"…기후변화 대응은 뒷전 이 같은 변화의 배경에는 빅테크 간 AI 데이터센터 확장 경쟁이 자리하고 있다. MS는 올해 말까지 데이터센터를 중심으로 약 1900억달러를 투자할 계획이다. MS는 약 3개월마다 1기가와트(GW) 규모의 데이터센터 용량을 추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소식통들은 AI 관련 비용이 급증하면서 저탄소 부서를 포함한 다양한 사업부에서 예산 압박이 커졌고, 친환경 프로젝트에 대한 투자 심사 역시 이전보다 엄격해졌다고 전했다. 기후단체 하이타이드 재단의 알렉시아 켈리 이사는 “AI는 빅테크 기업들에게 생존이 걸린 경쟁"이라며 “가능한 모든 자금이 AI 인프라 구축으로 이동하고 있다"고 말했다. 특히 AI 데이터센터 경쟁 속에서 안정적인 전력 공급의 중요성이 커지자 아마존과 메타 플랫폼스 등 빅테크들 사이에서 천연가스 발전 선호 현상도 강해지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실제로 블룸버그에 따르면 MS는 미국 석유기업 셰브론과 함께 텍사스에서 2500메가와트(MW) 규모의 대형 천연가스 발전소를 건설하고, AI 데이터센터에 장기간 전력을 공급받기 위한 협상을 지난달 진행했다. 켈리 이사는 “데이터센터를 최대한 빨리 가동하려는 경쟁 속에서 청정에너지 목표는 사실상 뒷전으로 밀려나고 있다"며 “하이퍼스케일러들 사이에서 천연가스가 핵심 선택지로 떠오르고 있다"고 꼬집었다. ◇ 데이터센터 전력 폭증…미국에선 천연가스가 핵심 공급원 이 같은 흐름은 향후 데이터센터 전력 수요가 폭증할 것으로 예상되는 시장 전망과도 맞물려 있다. BNEF에 따르면 미국 데이터센터 전력 소비량은 오는 2035년까지 현재의 두 배 이상인 106GW 규모로 증가할 전망이다. 이 과정에서 천연가스가 핵심 전력원 역할을 맡을 것으로 예상된다. 국제에너지기구(IEA) 또한 전 세계적으로는 재생에너지가 데이터센터 전력 수요 증가분의 절반가량을 충당하겠지만, 미국에서는 천연가스 의존도가 더욱 커질 것으로 내다봤다. 이런 가운데 AI 확산 이후 빅테크들의 탄소 배출량은 급증하고 있다. 각사가 최근 발표한 지속가능성 보고서에 따르면 챗GPT 출시 이전 시점과 비교해 메타의 탄소 배출량은 64% 증가했다. 이어 구글은 51%, 아마존은 33%, MS는 23% 각각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MS는 탄소배출 증가 원인으로 “AI 및 클라우드 사업 확장 등 성장 관련 요인"을 직접 언급했다. AI 데이터센터 확대 경쟁이 기후 목표 달성을 더욱 어렵게 만들고 있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박성준 기자 mediapark@ekn.kr

[이슈&인사이트] 중금리 대출 확대와 국민경제의 선순환

최근 금융위원회는 중·저신용 계층을 위한 중금리 대출 공급을 대폭 확대하는 정책을 발표하였다. 이번 대책은 정책금융기관과 민간 금융회사의 협력을 기반으로 중금리 대출의 공급 기반을 확충하고, 보증 연계 및 인센티브 구조를 통해 금융회사의 참여를 유도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특히, 신용평가체계의 고도화를 병행하여 기존의 정형화된 신용 평점 중심 평가에서 벗어나 보다 정교한 위험 기반 접근을 도입하려는 점이 특징적이다. 이는 단순한 대출 확대 정책이 아니라, 제도권 금융 내에서 '중간 신용계층'을 흡수하고 금융시장 구조를 정상화하려는 전략적 정책으로 평가할 수 있다. 국민경제적 관점에서 볼 때, 중금리 대출 확대는 여러 긍정적 파급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첫째, 가계의 이자 부담 완화를 통해 소비 여력을 증대시키는 효과가 있다. 고금리 대출에 의존하던 차주들이 중금리 대출로 전환할 경우 평균 차입 비용이 하락하게 되고, 이는 고신용자 대비 한계소비성향이 높은 중·저 신용 계층의 소비 증가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거시경제적으로 이는 내수 진작 및 경기 안정화에 기여하는 중요한 경로로 작용한다. 둘째, 금융 포용(financial inclusion)의 실질적 진전이다. 기존에는 신용도가 낮다는 이유로 제도권 금융 접근이 제한되었던 계층이 합리적인 금리로 자금을 조달할 수 있게 되면서, 금융의 분배적 기능과 사회적 안전망이 강화된다. 이는 단순한 복지 차원을 넘어 경제 참여 기회를 확대하는 구조적 효과를 지닌다. 셋째, 비제도권 금융 및 불법 사금융에 대한 의존도를 낮추는 점도 중요한 성과로 평가된다. 중금리 대출 시장이 충분히 형성될 경우, 이는 고금리 대출과 저금리 대출 사이의 '완충지대(buffer zone)'로 기능하며, 금융 취약계층이 비제도적 사금융으로 내몰리는 것을 방지한다. 넷째, 금융산업의 효율성 제고 측면에서도 긍정적이다. 금융회사는 보다 정교한 리스크 기반 가격결정(risk-based pricing)을 구현해야 하며, 이는 자연스럽게 신용평가모형, 데이터 활용, 핀테크 기술의 발전을 촉진한다. 미국 사례는 상기 중금리 대출 정책 방향의 타당성을 뒷받침하는 대표적 참고 사례이다. 미국에서는 커뮤니티 은행과 핀테크 기업이 협력하여 중금리 대출 시장을 점진적으로 확대해 왔다. 특히, 렌딩과 같은 플랫폼 기반 금융이 중요한 역할을 수행하였다. 이 과정에서 대안 데이터(예: 소득 흐름, 소비 패턴, 비금융 정보)를 활용한 신용평가가 활성화되었다. 이는 전통적 신용평가로 포착되지 않던 차주들의 상환 능력을 보다 정밀하게 반영하는 데 기여했다. 또한, 규제 측면에서도 과도한 금리 통제보다는 투명성 제고와 경쟁 촉진에 방점을 두었으며, 결국, 중금리 대출은 금융 포용을 확대하는 동시에 시장 기반의 지속 가능성을 확보하는 데 성공하였다. 이는 국내의 금융 정책 설계에도 중요한 시사점을 제공한다. 물론 정책의 실효성을 담보하기 위해서는 몇 가지 보완 과제가 병행되어야 한다. 우선, 중금리 대출의 금리 범위와 정책 기준을 시장 상황에 맞게 유연하게 조정할 필요가 있다. 기준금리 및 조달 비용이 변동하는 환경에서 경직된 금리 기준은 금융회사의 참여를 제약할 수 있기 때문이다. 즉, 중금리 대출의 금리 구간을 일정한 고정값이 아니라, 기준금리, 신용스프레드, 기대손실률 등을 반영한 '연동형 밴드'로 설계할 필요가 있다. 예를 들어 '기준금리 + 일정 스프레드 범위'와 같은 방식으로 상·하한을 조정하면 시장금리 변화에 자동적으로 대응할 수 있으며, 금융회사 입장에서도 리스크 기반 가격결정이 가능해져 공급 유인이 유지된다. 둘째, 신용평가 인프라의 획기적 개선이 요구된다. 비금융 데이터 및 대안 정보의 활용을 제도적으로 지원하고, 데이터 결합 및 활용에 대한 규제 합리화를 통해 평가 정확도를 높여야 한다. 통신 요금 납부, 공과금, 플랫폼 거래내역, 소득 흐름, 고용 형태, 심지어는 사업자 매출 데이터와 같은 비금융·대안정보를 체계적으로 반영할 필요가 있다. 중요한 것은 이러한 데이터가 단편적으로 사용되는 것이 아니라, 표준화된 형태로 결합·분석되어 예측력을 높이는 것이다. 이를 위해 금융당국은 데이터 결합을 가로막는 과도한 규제를 합리적으로 정비하고, 안전한 데이터 결합을 지원하는 인프라(예: 데이터 전문기관, 가명정보 활용 체계)를 더욱 활성화시켜야 한다. 결론적으로, 이번 금융당국의 중금리 대출 확대 정책은 단순한 서민금융 지원을 넘어 국민경제의 질적 성장을 견인할 수 있는 중요한 정책 결정이다. 금융 접근성 개선은 소비 확대, 창업 및 경제활동 참여 증가로 이어지며, 이는 다시 경제 전반의 활력을 높이는 선순환 구조를 형성할 것이다. 향후 금융당국은 중금리 대출의 공급 확대 뿐 아니라, 데이터 기반 신용평가 혁신, 규제 체계의 정교화, 시장 참여 유인 설계 등을 통해 중금리 대출 시장의 지속 가능성을 확보하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 bienns@ekn.co.kr

[EE칼럼] 에너지전환은 에너지변환에 달려있다

인류 문명의 도약은 언제나 새로운 에너지변환(Energy Conversion) 기술의 등장과 궤를 같이했다. 불을 사용하며 화학에너지를 열에너지로 바꿨고, 증기기관을 통해 열을 운동에너지로 전환하며 산업혁명을 일궈냈다. 오늘날 우리가 누리는 전기 문명 역시 화석연료가 가진 에너지를 전기에너지로 변환하면서 시작되었다. 지금 우리는 거대한 전환점 앞에 서 있다. 기후위기라는 전 지구적 숙제를 해결하기 위해 탄소 중심의 에너지 체계를 재생에너지 중심으로 바꾸는 에너지전환(Energy Transition)이 지상 과제가 된 것이다. 여기서 간과하지 말아야 할 핵심이 있다. 성공적인 에너지전환은 결국 얼마나 유연하고 효율적으로 에너지를 변환하느냐에 달려 있다는 점이다. 에너지전환의 가장 큰 어려움은 재생에너지의 간헐성이다. 태양과 바람은 인간의 필요에 맞춰 발전하지 않는다. 전기가 남을 때는 버려지고, 부족할 때는 다시 화석연료에 의존해야 하는 상황을 해결하기 위해 필요한 것이 바로 에너지변환 기술이다. 실제로 덴마크는 전기-열 변환(Power-to-Heat) 기술을 통해 이 문제를 해결하고 있다. 바람이 강해 전력 생산이 넘칠 때, 남는 전기를 히트펌프를 가동해 열에너지로 바꾼 뒤 이를 난방용 온수로 활용하는 방식이다. 전기는 저장이 어렵지만 열은 보온 탱크에 담아 보관할 수 있다는 점에 착안한 것이다. 이는 버려질 전기를 실생활에 필요한 에너지로 탈바꿈시키는 것이다. 필자도 방문이 적이 있는 덴마크 에스비에르(Esbjerg)항은 1970년대까지 어업과 오일·가스 산업의 중심지였으나 이들 산업의 쇠퇴로 소멸 위기를 맞다가, 2000년대 들어 세계 최대 규모의 해상풍력 지원 항만으로 변모했다. 에스비에르 항은 전남, 울산 등 해상풍력 프로젝트를 추진하는 지역들에 벤치마킹 대상이 되고 있기도 하다. 에스비에르는 2024년 12월부터 기존의 석탄화력 열병합 발전소 대신 70MW급 해수 히트펌프를 통해 연간 약 28만 MWh의 친환경 열을 2만 5천 가구에 공급하고 있다. 이 시스템은 인근 해상풍력 발전소에서 생산한 전기를 이용하여 지역난방의 탈탄소화를 이루어낸다. 미국, 호주, 영국 등에서 활성화된 가상발전소(VPP) 모델은 디지털 기술을 활용한 에너지변환의 정수를 보여준다. 테슬라는 자체 ESS인 파워월(Powerwall)과 전기차 배터리 등의 형태로 분산돼 있는 에너지 자원을 정보통신기술로 통합해 하나의 발전소인 것처럼 전기를 공급한다. 전력 수요가 급증할 때 VPP 플랫폼에 연결된 ESS나 전기차 배터리의 방전을 유도해 전력망에 전기를 공급한다. 반대로 재생에너지 생산이 급증할 때 ESS나 전기차 등이 잉여 전력을 최대한 흡수한다. 이는 전기가 필요한 시점에 맞춰 에너지의 흐름을 전환함으로써 거대한 화력발전소를 새로 짓는 것과 맞먹는 효과를 낸다. 에너지를 생산하는 것만큼이나, 이미 존재하는 에너지를 필요에 따라 효율적으로 변환하고 재배치하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보여준다. 우리나라의 현실은 아직 갈 길이 멀다. 제주와 호남에서는 재생에너지 발전량이 수요를 초과해 발전을 강제로 중단하는 출력제어 현상이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에너지변환 기술과 함께 전력시장의 변화가 필요하다. 전기가 남아돌 때와 부족할 때의 가격 신호가 실시간으로 작동하지 않다 보니, 기업이나 개인이 ESS를 설치하거나 에너지변환 기술에 투자할 경제적 유인이 약하다. 에너지를 변환하는 기술적 효율만큼이나, 수요와 공급을 잇는 시장의 유연성이라는 시스템적 변환 효율이 절실한 시점이다. 진정한 에너지전환을 이루기 위해서는 전력망에 갇힌 에너지를 열, 운동, 화학 에너지 등으로 자유롭게 변환할 수 있어야 한다. 소비자가 전기가 쌀 때 사용하거나 저장하고, 비쌀 때 소비를 줄이는 수요유연성을 발휘하도록 유도해야 한다. 에너지는 그 형태를 자유롭게 바꿀 때 비로소 가치가 극대화된다. 에너지변환 기술을 보급하고 효율적인 시장을 설계할 때, 에너지전환은 거창한 구호를 넘어 경제적 기회이자 일상이 될 것이다. bienns@ekn.co.kr

[1보] 마이크로소프트, 2030년까지 ‘재생에너지 100% 실시간 충당’ 후퇴 검토

마이크로소프트(MS)가 빅테크(거대 기술기업) 업계에서 가장 야심찬 수준으로 평가받아온 기후 목표를 축소하거나 연기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6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은 사안에 정통한 복수의 관계자를 인용해 MS가 오는 2030년까지 전력 사용량의 100%를 실시간으로 재생에너지를 통해 충당하겠다는 목표를 연기하거나 아예 철회하는 방안을 내부적으로 논의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 건설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막대한 전력 수요와 비용 부담이 커졌고, 이에 따라 AI 시대 이전에 제시했던 기후 목표의 현실성에 대한 의문도 커지고 있다는 설명이다. 박성준 기자 mediapark@ekn.kr

일본 엔화 환율 또 급락…日당국, 외환시장 다시 개입했나 [머니+]

미 달러화 대비 일본 엔화 환율이 6일 장중 급락(엔화 강세)하면서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시장에서는 일본 당국이 추가로 외환시장에 개입했을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이 나온다. 인베스팅닷컴에 따르면 이날 외환시장에서 엔/달러 환율은 오후 1시 25분 달러당 157.8엔대에서 거래되다가 순식간에 155.04엔까지 떨어지며 지난 2월 24일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이후 낙폭을 일부 되돌리며 오후 4시 17분 기준 달러당 156.5엔 수준에서 움직이고 있다. 이날 엔화 환율의 급락은 일본 당국이 지난달 말 외환시장에 직접 개입한 이후 나타났다. 앞서 일본 금융당국은 지난달 30일 2024년 이후 처음으로 시장에 개입해 엔화 가치를 끌어올렸고, 그 영향으로 엔/달러 환율은 장중 최대 3% 가까이 급락했다. 일본 정부는 당시 개입 여부에 대해 공식적으로 언급하지 않았지만, 소식통들은 일본은행(BOJ)이 엔화 매수를 위해 약 345억달러를 투입한 것으로 추정된다고 블룸버그통신에 전했다. 당시 일본 당국의 추가 개입 가능성이 거론됐는데, 전문가들은 이번 엔화 환율 급락을 두고 이러한 관측이 현실화된 결과로 보고 있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일본 정부는 2024년에도 엔화 방어를 위해 여러 차례에 걸쳐 약 1000억달러를 투입한 바 있다. 호주 내셔널오스트레일리아은행의 로드리고 카트릴 전략가는 “엔/달러 환율이 급락하는 흐름은 전형적인 개입의 특징"이라며 “최근 가격 움직임은 일본 재무성이 엔화 약세가 160엔 수준으로 진행되는 것을 막고, 투기 세력의 포지션 확대를 억제하려는 의지를 반영한다"고 밝혔다. 마크 크랜필드 블룸버그 전략가는 “수요일(6일) 엔/달러 환율이 특별한 이유 없이 갑작스럽게 하락했다"며 “시장에서는 일본 당국이 달러 매도에 나섰을 가능성을 의심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글로벌 투자은행 골드만삭스는 보고서를 통해 일본이 지난달 30일과 같은 규모의 시장 개입을 최대 30차례까지 단행할 수 있는 여력을 갖고 있다고 분석했다. 다만 당국은 외환보유액을 고려해 보다 효과적인 시점에 개입에 나설 것으로 전망됐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호르무즈 해협에 묶인 선박들의 탈출을 유도하는 '해방 프로젝트'를 일시 중단하겠다고 밝힌 점도 달러 약세 요인으로 작용했다. 주요 6개국 통화 대비 달러 가치를 나타내는 달러인덱스는 전장 대비 0.37% 내린 98.123을 기록 중이다. 라보뱅크의 제인 폴리 전략가는 “일본 재무성이 지난주 투기 세력에 보낸 경고 수위는 매우 강경했다"며 “이란 전쟁 관련 기대감으로 달러가 약세를 보인 점이 당국의 추가 개입을 유도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실제로 지난달 30일 가타야마 사쓰키 일본 재무상은 엔화 약세와 관련해 “단호한 조치를 취할 시점이 가까워졌다"고 밝혔다. 재무성에서 외환 정책을 담당하는 미무라 아쓰시 재무관 역시 “마지막 대피 권고로 받아들여 달라"고 언급했다. 가타야마 재무상은 지난 4일에도 외환시장에서 투기적 거래가 지속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박성준 기자 mediapark@ek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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