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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공지능(AI) 투자 열풍을 둘러싼 회의론이 확산하면서 글로벌 증시가 휘청이는 가운데 시장의 시선이 국내 반도체 '투톱'으로 쏠리고 있다. 국제유가 급등으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5주 연속 하락세를 이어가는 상황 속에서 다음 주 공개될 두 회사의 실적이 'AI 랠리'의 향방을 가를 중대 분수령으로 지목되고 있다. 24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코스피는 전장 대비 5.72% 하락한 6690.60에 거래를 마쳐 하루 만에 7000선이 다시 무너졌다. 지수는 전장보다 1.35% 내린 7000.78로 출발한 뒤 갈수록 낙폭을 키워 오전 11시 23분께 매도 사이드카가 발동됐다. 장중 한때 6.29% 급락한 6650.41까지 밀리기도 했다. AI 트레이드와 밀접하게 연관된 다른 아시아 증시도 일제히 약세를 보였다. 이날 일본 닛케이225지수(평균주가)와 대만 가권지수는 모두 2% 넘게 밀렸다. 국내 증시 하락을 주도한 것은 반도체 대장주였다. 삼성전자는 7.59% 급락한 24만9500원, SK하이닉스는 8.34% 내린 175만9000원에 거래를 마쳤다. 이날 하락으로 두 종목 모두 5주 연속 약세를 이어갔다. 일본과 대만의 주요 AI·반도체 관련주도 동반 하락했다. 키옥시아(-9.49%), 어드반테스트(-6.02%), 도쿄일렉트론(-4.99%), TSMC(-2.29%) 등이 일제히 약세를 보였다. 특히 키옥시아는 불과 몇 주 사이 시가총액이 절반 수준으로 쪼그라들었다. AI 투자 수익성에 대한 의구심과 중동발(發) 유가 급등 등 악재가 잇따라 불거지면서 투자심리가 급격히 위축된 것으로 풀이된다. 구글 모기업 알파벳은 2분기 시장 기대치를 웃도는 실적을 발표했지만 대규모 AI 설비 투자로 잉여현금흐름(FCF)이 마이너스를 기록한 여파로 주가가 6.8% 하락했다. 막대한 AI 설비 투자가 아직 본격적인 수익으로 이어지지 못한 채 현금만 소진하고 있다는 의구심이 커진 영향으로 풀이된다.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리드캐피털의 제럴드 간 최고투자책임자(CIO)는 “투자자들은 이미 AI 랠리의 지속 가능성을 두고 갈수록 불안감을 느끼고 있다"고 말했다. 삼성증권에 따르면 일부 아시아 헤지펀드들은 오는 27일 중국 증시에 상장하는 메모리 반도체 업체 CXMT의 주식을 담기 위한 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주식을 매도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런 가운데 국제유가까지 고공행진을 이어가면서 증시에 추가적인 하방 압박을 가했다. 글로벌 원유 가격의 벤치마크인 브렌트유는 23일(현지시간) ICE선물거래소에서 배럴당 100.69달러에 거래를 마감했다. 종가 기준 지난 5월 22일 이후 최고치다. 예멘의 친이란 성향 후티 반군이 사우디아라비아를 겨냥해 홍해 봉쇄를 선언한 데 이어 사우디 유조선 두 척을 공격하면서 중동 지역의 긴장이 다시 고조되고 있다. 여기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이란에 대한 미군의 공격을 확대할 수 있음을 시사하면서 확전 우려까지 커지고 있다. 특히 주말을 앞두고 미국과 이란의 군사적 충돌이 더욱 격화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자 투자자들 사이에서 일단 주식을 매도한 뒤 상황을 지켜보려는 위험회피 심리가 강해졌다는 관측도 나온다. NH투자증권의 숀 오 한국 주식 세일즈 총괄은 “중동 지역의 긴장이 지속되는 가운데 국내 펀드들이 기술주 비중 확대 포지션을 줄이고 주말을 앞두고 위험 노출을 축소하면서 하락세가 더욱 증폭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유가 상승이 인플레이션 우려를 다시 자극하면서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금리 인상 가능성도 부각되고 있다. 시장에서는 연준이 오는 9월까지 기준금리를 인상할 가능성을 기정사실로 보고 있다고 블룸버그는 전했다. 이에 따라 오는 29일과 30일 각각 예정된 SK하이닉스와 삼성전자의 2분기 실적 발표에 시장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블룸버그는 한국 증시가 글로벌 AI 투자심리를 보여주는 풍향계로 부상했다고 평가했다. 데이비드 새비지 블룸버그 전략가는 “브렌트유가 배럴당 100달러를 넘어선 가운데 반도체 업종은 이미 모멘텀 반전과 중국의 거대언어모델(LLM)에 대한 우려로 압박을 받고 있어 시장 분위기가 매우 냉혹한 상황"이라며 “다음 주 예정된 미국 하이퍼스케일러들과 삼성전자, SK하이닉스의 실적 발표는 아시아의 AI 하드웨어 투자 테마에 어느 때보다 중요한 시험대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글로벌 빅테크의 실적 발표도 줄줄이 예정돼 있다. 마이크로소프트(MS)와 메타플랫폼은 한국시간 기준 30일 오전, 애플과 아마존은 31일 오전 실적을 발표한다. 일본 메모리 반도체 업체 키옥시아 역시 31일 실적 발표가 예정돼 있다. 글로벌 투자은행 HSBC는 고대역폭메모리(HBM) 가격 상승과 AI 개발에 핵심적인 차세대 고가 제품인 HBM4의 본격적인 출시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실적을 뒷받침할 것으로 전망했다. 실적 둔화를 우려하는 투자자들의 불안이 어느 정도 완화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박성준 기자 mediapark@ek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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