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와 끝까지 싸운다”…美·이란, 중간선거 앞두고 일촉즉발 [이슈+]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중간선거 이후 이란에 대한 공습을 재개할 가능성이 제기되는 가운데 이란 최고지도자가 미국과 이스라엘의 공격에 대비해 전면적인 군사 대응 태세를 갖추고 보복 공격 대상을 확대하라고 명령했다. 미국과 이란이 외교적 해결을 위한 협상을 이어가고 있음에도 양측의 강경한 태도가 맞서면서 중동의 군사적 긴장감이 고조되고 있다. 블룸버그통신 등에 따르면 모즈타바 하메네이 이란 최고지도자는 지난달 31일(현지시간) 텔레그램을 통해 공개한 성명에서 “모든 수준과 유형의 위협에 대해 지리적 제한 없이 즉각적이고 효과적으로 대응해야 한다"고 회의에서 군 고위 지휘관들에게 지시했다. 하메네이는 특히 미국과 이스라엘이 보유한 “모든 유형·무형 자산"이 이란군의 공격 사정권에 들어오도록 잠재적인 공격 목표물 목록을 갱신하라고 명령했다. 그는 또 “적들과 강력하게 맞서기 위한 지능적인 전투 준비 태세가 최대한의 억지력을 확보하기 위한 필수 요건"이라며 신기술을 활용해 군사 역량을 강화할 것을 촉구했다. 그러면서 “적들이 다시 군사적 공격이나 테러 공격을 시작한다면 그 공격이 끝나는 시점과 조건은 이란군과 이란 국민이 결정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하메네이는 지난 2월 미국과 이스라엘이 이란을 상대로 전쟁을 시작한 이후 공개석상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고 있다. 그와 직접 대화를 나눴다고 밝힌 이란 당국자도 극소수에 불과하다. 이처럼 이란이 군사적 대응 태세를 강화하는 와중에도 외교적 협상은 계속되고 있다. 아바스 아라그치 이란 외무장관은 이란 대표단이 중재국들과 협상을 진행하기 위해 카타르에 머물고 있다고 밝혔다. 아라그치 장관은 알자지라와의 인터뷰에서 이란이 앞서 제안했던 호르무즈 해협 재개방을 위한 7일간의 계획을 이틀로 단축하는 방안이 논의되고 있다고 말했다. 미국이 첫날 필요한 조치를 이행하면 이튿날 호르무즈 해협을 재개방하고 선박 통항을 정상화하는 방안이 마련됐다는 설명이다. 아라그치 장관은 “우리의 조건에는 이슬라마바드 양해각서(MOU) 이후 부과된 제재를 해제하고 역내 미군 병력을 감축하는 것이 포함된다"고 밝혔다. 이는 지난 6월 체결됐다가 이후 무너진 휴전 합의를 언급한 것이다. 이어 “우리는 석유 관련 제재 면제 조치를 복원하고 카타르에 보관된 자금을 포함해 동결된 이란의 모든 자금을 해제할 것을 요구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중재국들이 이란의 핵 프로그램과 관련한 제안들도 전달했다고 밝혔지만 구체적인 내용은 설명하지 않았다. 아라그치 장관은 JD 밴스 미국 부통령이 모흐센 레자이 이란 국가안보 책임자에게 최근 서한을 보낸 사실도 인정했다. 그는 “보다 폭넓은 대화와 상호 이해의 문을 열려는 미국 측의 시도는 긍정적인 조치로 평가된다"고 말했다. 미국 역시 외교적 해결을 우선시한다는 입장을 밝히면서도 군사적 대응 가능성을 열어뒀다. 마코 루비오 미국 국무장관은 미국이 이란에 대한 공습 재개 여부를 아직 결정하지 않았으며 트럼프 대통령은 외교적 해결을 선호한다고 밝혔다. 다만 트럼프 대통령이 어떤 군사적 목표를 추구하기로 결정하든 이를 달성할 수 있는 군사적 역량을 미국이 보유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루비오 장관은 애틀랜타에서 열린 주요 20개국(G20) 외교장관 회의 이후 기자회견에서 “이란 정권이 기본적으로 주장하는 것은 자신들이 원하는 것을 얻지 못하면 선박을 폭파하는 데 그치지 않고 역내 모든 이웃 국가의 에너지 기반시설까지 파괴하겠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 점을 한번 생각해 보라. 우리는 이런 행동을 마치 정상적인 것처럼 대수롭지 않게 넘어가는 것 같다"며 “그러나 이는 정상적인 행동이 아니다. 결코 정상적인 행동이 아니다"라고 비판했다. 이처럼 양측이 외교적 해결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지만 군사적 충돌에 대한 우려는 여전히 크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미국이 오는 3일 중간선거 이후 이란에 대한 공습을 재개할 가능성에 대비하라고 걸프 국가들에 경고했다고 최근 보도했다. 폭스뉴스도 미 중부사령부가 지난달 29일 트럼프 대통령에게 이란을 상대로 취할 수 있는 군사적 선택지에 관해 보고했다고 전했다. 이란 측도 미국의 공격이 시작되기 전에 선제적으로 대응할 가능성을 시사했다. 이란 국영 이슬람공화국통신(IRNA)에 따르면 알리 압돌라히 이란군 총참모부 수장은 하메네이와의 회의 이후 “적의 적대적 행동 징후가 확인될 경우 이란군은 공격이 시작될 때까지 기다리지 않고 대응 시점과 방식을 스스로 선택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박성준 기자 mediapark@ekn.kr

“글로벌 증시 바닥 아직 멀었다?”…월가 덮친 이중 공포 [머니+]

미국 주요 기술기업들의 3분기 실적 발표를 계기로 글로벌 증시 전망이 이전보다 한층 어두워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에 대한 막대한 투자 지출이 빅테크(거대 기술기업)들의 잉여현금흐름을 악화시키면서 기술주를 중심으로 대규모 매도세가 촉발됐기 때문이다. 여기에 미국 중간선거까지 임박하면서 AI 관련주를 둘러싼 투자자들의 위험 회피 심리가 더욱 거세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1일 뉴욕증권거래소에 따르면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100지수는 지난 10월 한 달간 6.7% 급락했다. 이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관세 정책에 대한 공포가 금융시장을 뒤흔들기 시작했던 지난해 3월 이후 가장 큰 월간 하락 폭이다.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아메리프라이즈의 앤서니 사글림베네 수석 시장전략가는 “이는 투자자들이 기업을 더욱 선별적으로 평가하기 시작했다는 사실을 보여준다"며 “앞으로 모든 하이퍼스케일러가 승자가 될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어 “결국 중요한 것은 기업들이 얼마나 많은 돈을 쓰고 있는지, 그 대가로 얼마나 많은 수익을 거두고 있는지, 그리고 매출 성장을 지속할 수 있을 만큼 경쟁 우위가 얼마나 견고한지에 달려 있다"고 덧붙였다. 실제로 AI 관련주들은 이번 3분기 실적 발표 시즌 초반부터 불안한 흐름을 보였다. 메타플랫폼스는 지난달 21일 실적 발표 후 주가가 12% 급락했다. 잉여현금흐름이 적자로 전환된 와중에 올해 자본지출 계획을 대폭 상향 조정했기 때문이다. 여기에 국제 신용평가사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글로벌레이팅스는 메타의 신용등급 전망을 기존 '안정적'에서 '부정적'으로 하향 조정했다. S&P는 메타의 AI 투자 지출이 창출하는 매출이 언제 증가하는 비용을 넘어설 수 있을지 불확실하다는 점을 지적했다. 구글 모회사 알파벳의 주가 역시 지난달 29일 13% 폭락하며 상장 이후 최악의 하루를 기록했다. 핵심 검색 사업의 매출이 시장 기대에 미치지 못한 데다 2개 분기 연속 마이너스 잉여현금흐름을 기록했기 때문이다. 알파벳이 상장 이후 이러한 현상을 겪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고 블룸버그는 전했다. 구글은 AI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 기존 검색엔진에 AI 기능을 적극적으로 도입하고 별도의 'AI 모드'까지 출시했다. 이에 따라 AI 검색 이용량은 빠르게 증가했지만, 기존 검색보다 낮은 수익성이 새로운 문제로 떠올랐다. 실제로 알파벳 전체 매출에서 검색 사업이 차지하는 비중은 지난해 3분기 55.3%에서 올해 3분기 49.7%로 낮아졌다. 검색 매출 자체는 565억6700만달러에서 633억5000만달러로 약 12% 증가했지만 전체 매출 증가 속도에는 미치지 못한 것이다. 이는 클라우드 사업의 급성장에 따른 영향도 있지만, AI 검색 확대가 기존 검색 사업의 수익성을 잠식할 수 있다는 우려를 더욱 부각시켰다. 블룸버그는 “알파벳은 AI 산업이 가져올 기회와 위험을 동시에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라고 지적했다. 사글림베네 전략가는 “알파벳은 AI 인프라를 구축하는 과정에서 스스로 기존 사업을 잠식할 위험에 처해 있다"며 “AI 산업은 이제 실제 성과를 입증해야 하는 단계에 접어들었다"고 말했다. 이어 “앞으로 매 분기 실적 발표는 AI 투자에 대한 높은 기대가 정당한지를 평가하는 성적표가 될 것"이라며 “기대에 미치지 못할 경우 주가가 크게 하락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아마존 역시 시장의 실망을 피하지 못했다. 아마존의 최근 12개월 누적 잉여현금흐름은 424억달러 적자로 전환했다. 1년 전 148억달러 흑자를 기록했던 것과 대조적이다. AI 인프라 투자 확대로 자본지출이 급증한 영향이다. 여기에 핵심 전자상거래 사업인 온라인 스토어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2% 증가한 685억달러에 그쳤다. 성장률이 직전 분기 15%에서 급격히 둔화하면서 최근 3년 만에 가장 낮은 수준으로 떨어졌다. 다만 프라임데이 행사 일정이 지난해 3분기에서 올해 2분기로 앞당겨진 영향도 있었다. 그 결과 아마존 주가는 지난달 29일부터 2거래일 동안 5.6% 하락했다. 이는 지난 7월 이후 최악의 이틀간 주가 흐름이다. 잭스 인베스트먼트 매니지먼트의 브라이언 멀버리 수석 시장전략가는 “투자자들은 현금흐름이 마이너스인 기업에 더 높은 위험을 부여하고 있다"며 “실제 투자자금의 움직임을 통해 기업의 질적 수준에 대한 평가가 달라지고 있다"고 말했다. 이러한 비관론은 안정적인 잉여현금흐름을 창출하는 기업들까지 확산했다. 마이크로소프트(MS)는 애저 클라우드 사업에서 예상보다 빠른 매출 성장률을 기록했고 잉여현금흐름도 186억달러에 달했다. 그럼에도 기술주 매도세를 피하지 못하면서 지난달 30일 하루에만 주가가 1.6% 하락했다. 문제는 이처럼 AI 투자에 대한 수익성 의구심이 커지고 있지만 빅테크들은 데이터센터 구축을 위한 투자 지출을 늦출 생각이 없다는 점이다. 메타는 올해 자본지출 전망치를 상향 조정했으며 향후 지출 의무 규모도 8250억달러까지 증가했다. MS 역시 내년 6월 종료되는 이번 회계연도 하반기에 자본지출을 더욱 확대하겠다고 밝혔으며, 알파벳의 향후 지출 의무는 1조달러를 훌쩍 넘어섰다. 앤디 재시 아마존 최고경영자(CEO)도 올해 약 2200억달러를 투자할 계획이며 내년에는 이보다도 상당히 많은 금액을 지출하겠다고 밝혔다. 멀버리 전략가는 “올해에만 이미 8000억달러에 달하는 투자 지출이 이뤄지고 있는데, 이 막대한 지출을 어떻게 수익화할 것인가"라며 “수익화에 성공하더라도 그것이 실제로 플러스 현금흐름으로 이어지는 등 수익성이 있는가"라고 지적했다. 이런 가운데 오는 3일 치러지는 미국 중간선거가 AI 관련주에 또 다른 위험 요인으로 떠오르고 있다. 빅테크들의 AI 투자에 대한 의구심으로 투자심리가 크게 위축된 상황에서 선거 결과에 따른 정책 변화 가능성까지 더해졌기 때문이다. 월가에서는 이번 중간선거에서 민주당이 상원과 하원 가운데 최소 한 곳의 다수당 지위를 확보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그러나 민주당은 AI 기술에 대한 규제와 감독 강화를 추진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여기에 주(州)정부들도 지역 주민들의 반발 속에 데이터센터 건설을 제한하라는 압력을 받고 있다. 모건스탠리의 아리아나 살바토레 미국 공공정책 리서치 총괄은 “중간선거는 연방정부가 당장 데이터센터를 제한할 위험 때문이 아니라, 2029년 관련 입법을 추진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한다는 점에서 중요하다"고 분석했다. 모건스탠리 애널리스트들은 특히 데이터센터 부동산투자신탁(REITs)과 신생 클라우드 사업자들이 컴퓨팅 연산 능력에 세금을 부과하는 방안에 노출돼 있다고 지적했다. 박성준 기자 mediapark@ekn.kr

FBI, 바이낸스 8.4조 해킹 배후로 북한 지목

미국 연방수사국(FBI)이 세계 최대 가상자산 거래소 바이낸스에서 63억달러(약 8조4000억원) 상당의 가상자산을 탈취한 해킹 사건의 배후로 북한을 공식 지목했다. FBI는 지난달 31일(현지시간) 보도자료를 통해 “바이낸스에서 60억달러 이상의 가상자산을 탈취한 사건의 배후가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북한)이라는 사실을 알린다"고 밝혔다. 지난달 29일 사건 발생 이후 북한이 공격 배후로 거론돼 왔지만 FBI가 공식적으로 확인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FBI는 범행 주체로 북한의 정예 해킹조직으로 알려진 '트레이더트레이터(TraderTraitor)'를 지목했다. FBI에 따르면 트레이더트레이터 활동자들은 탈취한 자산을 주로 이더리움(ETH)으로 전환하고 있다. FBI는 향후 탈중앙화금융(DeFi)과 즉시 교환 서비스 등을 이용해 다른 가상자산으로 바꾸는 방식의 추가 자금세탁이 이뤄질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있다. 이에 이더리움과 비트코인(BTC), 솔라나(SOL) 등 범행에 사용된 것으로 추정되는 지갑 주소를 공개하고 관련 거래 차단을 가상자산 업계에 요청했다. FBI는 “북한의 불법 사이버 범죄와 가상자산 탈취 활동을 식별하고 경감·저지함으로써 가상자산 커뮤니티를 보호하겠다는 약속을 유지하고 있다"며 관련 정보에 대한 제보도 요청했다. 이번 사건 해결을 위해 미 비밀경호국(USSS), 국세청 범죄수사국과도 공조 수사를 진행하고 있다. 특히 FBI가 탈취 자산이 이동하는 것으로 추정되는 가상자산 지갑 주소를 직접 공개한 것은 북한 해킹조직의 자금세탁 경로를 차단하기 위한 조치로 풀이된다. 해킹 당시 바이낸스 내부에서는 긴박한 대응이 이어졌다. 현재는 피해 수습에 나서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과 블룸버그에 따르면 지난달 29일 오후 4시20분(미 동부시간) 바이낸스 보안팀이 10억달러가 넘는 자금의 무단 인출을 감지한 뒤 약 100명으로 구성된 위기대응팀이 긴급 화상회의에 들어갔다. 그러나 피해액은 빠르게 불어나 20분 만에 60억달러를 넘어섰다. 바이낸스는 TRM랩스, 체이널리시스, 엘립틱 등 블록체인 분석업체들과 탈취 자금 추적에 나섰다. 해커들은 이 과정에서 탈취한 스테이블코인 일부를 가상자산 대출 플랫폼에 예치한 뒤 이더리움을 빌리는 방식으로 자산을 전환했다. TRM랩스에 따르면 해커들은 결국 약 24억달러 상당의 가상자산을 확보해 빠져나간 것으로 파악됐다. 이후 바이낸스는 지난달 31일 홈페이지 공지를 통해 탈취된 자산 가운데 90%에 대한 보전을 완료했다고 밝혔다. 비트코인과 이더리움, 리플(XRP), 솔라나를 비롯해 테더(USDT), 서클(USDC) 등 거래량 상위 10개 주요 가상자산은 100% 준비금을 확보했다. 아직 충당하지 못한 나머지 10%는 유동성이 상대적으로 낮은 가상자산으로, 장내 매수와 장외거래를 통해 순차적으로 확보할 방침이다. 손실 보전에는 바이낸스가 자체 구축한 이용자자산보호기금(SAFU)과 선물 보험기금, 사내 유보금 등이 투입됐다. 바이낸스는 SAFU를 사용한 뒤에도 기금 규모가 10억달러 수준을 유지하도록 회사 자금으로 다시 충당할 계획이다. 바이낸스는 자산 보유 현황의 투명성을 높이기 위해 지난달 31일 오전 9시(한국시간)를 기준으로 자산증명 스냅숏도 반영했다. 이용자들은 영지식 증명(Zero-Knowledge Proof) 연산이 완료되는 오는 3일부터 자신의 자산 보관 여부를 직접 확인할 수 있다. 중단됐던 출금 서비스는 당초 계획대로 이달 1일부터 재개한다. 바이낸스는 “이용자가 아니라 바이낸스가 이번 자산 탈취로 인한 재정적 부담을 질 것"이라고 밝혔다. 이번 공격은 바이낸스 엔지니어의 해킹된 노트북과 거래 승인 시스템의 허점을 노린 것으로 알려졌다. 피해 규모는 63억달러로, 가상자산 업계에서 발생한 단일 해킹 사건 가운데 역대 최대 규모다. 이원희 기자 wonhee4544@ekn.kr

“빅테크 AI에 올인하더니”…돌아온 건 증시 대폭락 경고 [이슈+]

미국 빅테크(거대 기술기업)들의 3분기 실적 발표를 계기로 인공지능(AI) 투자와 수익성을 둘러싼 의구심이 더욱 커지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빅테크들이 AI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 천문학적인 자금을 쏟아붓고 있지만, 정작 이러한 투자를 뒷받침해야 할 기존 핵심 사업의 성장세는 둔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AI 기술이 기존 사업의 수익성마저 잠식하는 현상이 나타나는 가운데 막대한 투자비용으로 현금흐름까지 악화하면서 투자자들의 불안이 커지고 있다. 31일 블룸버그통신과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구글 모회사 알파벳과 아마존, 마이크로소프트(MS), 메타플랫폼스 등 미국 4대 하이퍼스케일러의 올해 AI 관련 자본지출은 총 7500억달러(약 1000조원)에 달할 전망이다. 이들 기업은 AI 산업에서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 전례 없는 규모로 부채를 조달하고 주식을 매각하는 한편, 수십억달러 규모의 데이터센터 계약을 잇달아 체결하고 있다. 전 세계 AI 인프라 구축을 위해 향후 부담해야 할 지급 의무도 수조달러에 달한다. 문제는 이러한 투자비용을 감당해야 할 기존 핵심 사업에서 균열이 나타나기 시작했다는 점이다. 알파벳의 3분기 실적에서 구글 클라우드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103% 급증했지만, 검색 및 기타 채널을 통한 광고 매출 증가율은 최근 5개 분기 중 가장 낮은 수준을 기록했다. 광고 사업은 알파벳 전체 매출의 약 절반을 차지하는 핵심 수익원으로, 투자자들도 클라우드 사업의 호실적보다 검색광고 사업의 성장 둔화에 더욱 주목했다고 블룸버그는 전했다. 실제로 구글 검색 매출은 3분기 전년 동기 대비 12% 증가하는 데 그치면서 시장 예상치인 14.7%를 밑돌았다. 순다르 피차이 알파벳 최고경영자(CEO)는 검색 이용량이 최근 5년 만에 가장 빠른 속도로 늘고 있다고 밝혔지만, 이러한 이용 증가가 기대만큼의 매출 성장으로 이어지지는 못한 것이다. 특히 구글이 AI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 검색엔진에 AI 기능을 적극적으로 도입하고 별도의 'AI 모드'까지 출시했다. 그러나 AI 모드 이용이 늘어나면서 기존 검색광고와 비교해 수익화 수준이 낮아지는 문제가 나타났다. 필립 쉰들러 구글 최고사업책임자(CBO)는 지난 28일 실적 발표 당시 AI 모드를 이용한 검색에 대해 “수익화 수준이 더 낮다"고 인정했다. 막대한 투자비용 탓에 현금흐름마저 악화하고 있다. 알파벳의 3분기 잉여현금흐름은 마이너스 90억7000만달러로, 2분기 기록한 58억5500만달러의 적자보다 적자 폭이 더욱 확대됐다. 그럼에도 알파벳은 올해 자본지출 전망치를 최대 2050억달러 수준으로 유지했으며, 내년에는 투자 규모가 더욱 크게 증가할 수 있다고 예고했다. 아나트 아슈케나지 알파벳 최고재무책임자(CFO)는 “2027년 자본지출이 상당히 증가할 것"이라고 밝혔다. 아마존에서도 비슷한 경고 신호가 나타났다. 아마존이 지난 29일 발표한 3분기 실적에 따르면 광고 서비스 사업의 매출 증가율은 11%로 집계됐다. 이는 아마존이 2022년 광고 사업 실적을 별도로 공개하기 시작한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이다. 핵심 전자상거래 사업인 온라인 스토어 매출 증가율도 2%에 그쳤다. 아마존의 클라우드 컴퓨팅 사업은 최근 5년 만에 가장 빠른 매출 성장세를 기록했지만, 기존 핵심 사업의 성장 둔화와 막대한 AI 투자비용에 대한 우려로 상쇄됐다. 아마존의 최근 12개월 기준 잉여현금흐름 적자는 지난 2분기 말 76억달러에서 3분기 말 424억달러로 확대됐다. 3분기 자본지출만 772억6000만달러에 달하면서 시장 예상치를 크게 웃돌았다. 그러나 앤디 재시 아마존 CEO는 올해 2200억달러를 투자할 계획이며, 내년에는 이보다도 상당히 많은 금액을 지출하겠다고 밝혔다. 이처럼 빅테크들의 기존 사업에서 균열이 나타나고 현금 소진까지 가속하자 투자자들의 인내심도 한계에 다다르고 있다고 블룸버그는 지적했다. 로이터 역시 그동안 투자자들이 빅테크의 공격적인 AI 인프라 투자를 긍정적으로 평가했지만, 이제는 그러한 투자로 발생한 성장이 다음 투자비용을 감당할 수 있다는 더욱 확실한 증거를 요구하기 시작했다고 짚었다. 시노버스 트러스트의 댄 모건 선임 포트폴리오 매니저는 “시장은 이 모든 투자가 도대체 어떻게 수익으로 이어질 수 있는지 의아해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를 반영하듯, 뉴욕증시에서 빅테크 기업들의 주가는 실적 발표 이후 모두 하락세를 이어갔다. 알파벳 주가는 지난 29일 12% 넘게 폭락하면서 하루 만에 시가총액 약 5000억달러가 증발한 데 이어 30일에도 1.4% 추가 하락했다. 아마존 주가 역시 30일 1.4% 하락했다. 메타 주가도 지난 21일 실적 발표 이후 12% 가량 떨어졌다. 메타 역시 3분기 잉여현금흐름이 마이너스 21억2000만달러를 기록하면서 2012년 2분기 이후 처음으로 분기 적자를 냈다. 이에 국제 신용평가사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글로벌 레이팅스는 AI 관련 투자지출 급증으로 재무구조에 대한 압박이 커지자 메타의 신용등급 'AA-'에 대한 등급 전망을 부정적으로 하향 조정했다. S&P는 “메타가 AI 투자에서 수익을 창출할 수 있는 능력은 다른 경쟁사들에 비해 제한적"이라며 “AI 투자로 발생하는 상당한 매출이 증가하는 비용을 언제부터 웃돌게 될지도 불분명하다"고 지적했다. 빅테크 주가 하락에 뉴욕증시를 대표하는 S&P500 지수는 이날 1.82% 내린 7580.07에 거래를 마감, 주요 지지선인 100일 이동평균선을 하회했다. 기술주 중심 나스닥100 지수는 장중 4.45% 하락해 기술적 조정장에 잠시 진입하기도 했다. 상대적으로 양호한 현금 창출 능력을 보여준 MS도 충격을 피하지 못했다. MS는 3분기에 186억달러의 잉여현금흐름을 창출해 월가 예상치를 약 100억달러 웃돌았다. 이에 MS 주가는 실적발표 다음날인 29일 개장 후 급등했지만 상승분을 모두 반납하고 30일까지 2% 가까이 하락했다. MS가 9년여 만에 처음으로 미국 투자등급 회사채 시장에서 250억달러를 조달하려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투자자들의 경계심이 커진 것으로 풀이된다. 다른 빅테크 기업들의 외부 자금조달 규모는 이보다 훨씬 크다. 구글은 올해 채권 발행과 주식 매각 등을 통해 1400억달러 이상을 조달했으며 메타와 아마존의 자금조달 규모도 각각 625억달러, 980억달러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동안 막대한 현금 창출 능력을 바탕으로 투자를 확대해온 빅테크들이 AI 인프라 경쟁이 격화하면서 외부 자금조달에 대한 의존도를 높이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상황은 AI 수요가 얼마나 지속될 수 있을지, 그리고 AI 기술에 쏟아붓는 막대한 자금이 충분한 투자 수익으로 이어질 수 있을지에 대한 의구심을 더욱 키우고 있다. 이를 계기로 그동안 기술주 중심으로 이어진 증시 하락세가 업종을 가리지 않고 확산할 수 있다는 경고마저 나온다. 밀러 타박의 맷 말리 시장전략가는 “AI 투자에 따른 수익이 그동안 기업들이 약속해온 만큼 클 것인지에 대한 의문을 불러일으킨다"며 향후 몇 주간 투자자들이 직면할 가장 큰 문제는 미국 증시 내 순환매가 사라질 수 있다는 점이라고 주장했다. 최근 AI 관련 기술주가 흔들리더라도 투자자들이 다른 업종으로 자금을 옮기면서 미국 증시 전체의 하락을 방어해왔지만, 이러한 흐름마저 중단될 수 있다는 의미다. 그는 “주요 주가지수가 더욱 뚜렷한 하락세를 보이기 시작한다면 투자자들이 다른 업종으로 자금을 옮기는 것을 멈추고 현금으로 이동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며 “특히 투자자들이 이미 1년 넘게 거품에 대한 경고를 들어왔다는 점에서 더욱 그렇다"고 강조했다. 박성준 기자 mediapark@ekn.kr

“책보다 책갈피에 열광”…외신이 본 한국 ‘텍스트힙’의 이면 [이슈+]

한국에서 젊은 세대를 중심으로 독서 열풍이 확산하자 주요 외신이 이를 비중 있게 조명했다. 그러나 정작 책을 읽는 행위보다 관련 상품을 구매하거나 독서 행사에 참여하는 데 더 큰 관심을 보이는 현상도 나타나고 있다. 스마트폰과 인공지능(AI)에 익숙한 젊은층이 독서를 '힙하다'고 받아들이면서 책이 지식 습득의 수단을 넘어 자신의 취향과 정체성을 표현하는 새로운 소비문화로 발전하고 있는 것이다. 다만 이러한 열풍이 실제 독서 습관으로 이어질지, 일시적인 유행에 그칠지는 여전히 불확실하다는 분석도 나온다. 30일 블룸버그통신은 '한국 젊은 세대의 최신 유행은 독서'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온라인 환경에서 성장한 한국의 젊은 세대가 스마트폰을 끊임없이 들여다보는 습관에서 벗어나기 위한 수단으로 책을 읽기 시작했다고 보도했다. 독서가 단순한 취미를 넘어 사회적 활동이자 미적 취향, 나아가 자신의 정체성을 표현하는 새로운 문화로 자리 잡고 있다는 분석이다. ◇성인 독서율은 하락하는데 20대만 상승…'텍스트힙' 열풍 실제로 한국의 전체 성인 독서율은 감소하는 추세지만 20대를 중심으로는 정반대의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문화체육관광부가 지난 3월 발표한 '2025년 국민 독서실태 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성인의 연간 종합독서율은 38.5%로 집계됐다. 이는 직전 조사인 2023년보다 4.5%포인트 하락한 수치다. 성인의 연간 평균 독서량도 2023년 3.9권에서 지난해 2.4권으로 1.5권 감소했다. 그러나 20대의 독서율은 정반대의 흐름을 보였다. 만 19~29세의 연간 종합독서율은 2023년 74.5%에서 지난해 75.3%로 0.8%포인트 상승했다. 모든 성인 연령대 가운데 독서율이 상승한 연령층은 20대가 유일했다. 젊은 세대의 도서 구매도 증가하고 있다. 예스24에 따르면 올해 1분기 10~20대의 소설·시·희곡 구매량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3.6% 늘었다. 젊은 구매층에서는 최근 2년 동안 두 자릿수 증가세가 이어지고 있다. 이러한 독서 열풍의 전환점 중 하나는 2024년 10월 한강 작가의 노벨문학상 수상이었다. 한국인 최초이자 아시아 여성 최초로 노벨문학상을 받은 한강의 작품은 수상 이후 일주일 동안 교보문고 베스트셀러 상위 10위 가운데 9개를 차지했으며, 판매량도 100만부를 넘어섰다. 2024년 초에는 영국 일간 가디언이 Z세대(1997~2012년생)의 종이책과 오프라인 서점에 대한 열광을 조명하면서 '텍스트'와 '힙'을 결합한 '텍스트힙'이라는 유행도 대중적으로 주목받기 시작했다고 블룸버그는 설명했다. 오지은 서울도서관장은 “Z세대는 태어날 때부터 스마트폰과 함께 살아왔다. 이들에게 디지털 세계는 공기와 같은 존재"라며 “바로 그렇기 때문에 생각하고 성찰하는 일이 희귀해졌고, 젊은 세대는 이를 오히려 멋진 것으로 여기게 됐다"고 말했다. 블룸버그는 세계 각국의 교육자와 연구자, 문화평론가들이 영상과 AI가 넘쳐나는 미래에 인간의 비판적 사고 능력이 사라질 수 있다고 우려하는 상황에서 한국의 텍스트힙 열풍이 독서의 새로운 미래를 보여주는 사례일 수 있다고 짚었다. ◇책보다 굿즈가 먼저?…독서 열풍의 이면 이러한 독서 열풍은 책을 읽는 행위 자체를 넘어 관련 상품을 구매하거나 각종 행사에 참여하는 등 새로운 문화로 확장되고 있다. 젊은 세대가 독서를 단순한 지식 습득의 수단이 아니라 자신의 취향과 개성을 표현하고 다른 사람들과 교류하는 활동으로 받아들이기 시작한 것이다. 대표적인 사례가 책과 관련된 굿즈 소비다. 출판사 민음사는 지난 8월 말 편의점 GS25 등과 협업해 고전문학 작품의 표지를 활용한 우유크림빵을 출시했다. 무작위로 제공되는 수집용 책갈피까지 포함된 이 상품은 약 두 달 만에 200만개가량 판매됐다. 최근 서울에서 열린 민음사의 팝업스토어에도 16일 동안 2만명이 방문했다. 방문객 대부분은 20~30대로, 책뿐만 아니라 스티커와 책 커버, 열쇠고리 등 다양한 관련 상품을 구매했다. 오 관장은 서울국제도서전에서 나타난 소비 행태와 관련해 “젊은 사람들은 먼저 책 커버를 고른 다음 그 안에 들어갈 책을 찾기도 한다"고 설명했다. 블룸버그는 “굿즈가 먼저, 독서는 선택 사항"이라고 짚었다. 독서 모임 역시 단순히 책을 읽는 것을 넘어 외로움을 해소하고 새로운 인간관계를 형성하는 교류의 장으로 발전하고 있다. 서울도서관이 지난해 선보인 온라인 독서 모임 '힙독클럽'에는 모집 시작 2시간 만에 1만명이 신청했다. 신청자의 약 82%가 Z세대였으며, 이 가운데 약 절반이 실제로 활동하고 있다. 독서 모임 플랫폼인 트레바리에서는 현재 약 6000명의 회원을 확보하고 있다. 회원들은 책값과 별도로 월회비를 내며, 매달 약 500~600개의 독서 모임이 운영되고 있다. 모임에서는 책을 매개로 가족과 인간관계, 슬픔, 정치 등 다양한 주제에 대해 깊이 있는 대화를 나눈다. 윤수영 트레바리 대표는 “우리 모임에서 많은 부부가 탄생했다. 매우 자랑스럽게 생각한다"고 블룸버그에 말했다. 트레바리는 나이트클럽에서 DJ가 하우스와 테크노 음악을 틀고 참가자들이 책을 읽는 행사까지 개최하고 있다. ◇일시적 유행에 그칠까…AI 시대 독서의 미래 주목 다만 이러한 독서 열풍이 장기적으로 지속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블룸버그는 한국에서 유행이 빠르게 등장했다가 사라지는 만큼 독서 열풍도 1년 뒤에는 다시 과거의 유물처럼 취급되거나 남들에게 보여주기 위한 겉치레로 전락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독서에 대한 관심은 사라지고 구매한 굿즈만 먼지를 뒤집어쓴 채 남을 가능성도 있다는 것이다. 책방지도에 따르면 한국 독립서점은 지난 3월 기준 처음으로 1000곳을 돌파했지만 신규 개점 증가세는 둔화하고 있다. 2018년 143곳으로 정점을 찍었던 연간 신규 개점 수는 지난해 36곳으로 줄었다. 청계천에서 소설 '데미안'을 펼쳐 들고 있었던 26세 여성은 블룸버그와 인터뷰에서 “책을 읽는 척하고 있다"며 “스마트폰의 숏폼 콘텐츠에 중독돼 있는데, 순간적인 도파민 자극에서 벗어나기 위해 책을 읽고 일기를 쓰려고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독서가 취미가 되고 내 삶을 바꿔줬으면 좋겠다. 어쩌면 그렇게 될지도 모르겠다"고 덧붙였다. 이처럼 독서 열풍이 실제 독서 습관의 정착으로 이어질지는 아직 불확실하다. 다만 전문가들은 책을 읽기 시작한 동기가 무엇이든 독서에 관심을 갖게 됐다는 사실 자체에는 긍정적인 의미가 있다고 평가한다. 문체부 정책 담당자는 “책은 AI 시대에 생각하는 힘을 길러주는 소중한 자산"이라며 “'책 읽는 대한민국' 독서 캠페인을 통해 국민이 일상에서 다양한 독서 활동에 참여하도록 뒷받침하겠다"고 밝혔다. 오 관장 역시 “AI 시대에 우리는 생각하는 일을 기계에 맡기기 시작했다"며 “인간은 스스로 사고하는 능력을 보존하고 강화해야 한다. 젊은 세대도 점점 더 그러한 능력을 갈망하고 있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박성준 기자 mediapark@ekn.kr

“주식도 코인도 못 믿겠다”…글로벌 투자자들 피난 행렬 [머니+]

글로벌 증시에서 인공지능(AI) 관련주들이 연일 급락하는 가운데 가상자산 대장주인 비트코인마저 흔들리면서 투자자들이 미국 국채와 일본 엔화 등 안전자산으로 몰리고 있다. 미국 주요 빅테크 기업들의 잇따른 실적 발표로 AI 산업의 막대한 투자 비용과 수익성에 대한 의구심이 커진 데다 세계 최대 가상자산 거래소인 바이낸스에서 대규모 해킹 사고까지 발생하면서 위험자산을 회피하려는 움직임이 확산하는 모양새다. 30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코스피는 전장 대비 3.48% 급락한 5730.74에 장을 마감, 2거래일 연속 하락했다. 지수는 전장 대비 2.99% 하락한 5760.35로 출발해 장중 한때 5599.42까지 밀리면서 낙폭을 5.7%로 확대하기도 했다. 코스피가 급락하면서 이날 오전 10시 5분께에는 프로그램 매도호가 일시효력정지(매도 사이드카)가 발동됐다. 유가증권시장에서 매도 사이드카가 발동된 것은 코스피가 7.57% 급락했던 지난 15일 이후 11거래일 만이다. 국내 반도체 '투톱'인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이날 지수 하락을 주도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전장 대비 각각 3.02%, 7.08% 내린 22만5000원, 141만8000원에 거래를 마쳤다. 이로써 코스피는 이달에만 약 16% 급락했다. 장중 역대 최고가인 9385.59(6월 19일)와 비교하면 40% 가까이 하락한 수치다. AI 관련주에 대한 매도세는 아시아 증시 전반으로 확산했다. 일본 반도체 기업인 어드반테스트와 키옥시아는 각각 6%대 하락했으며 반도체 제조장비 업체 도쿄일렉트론 주가도 5% 떨어졌다. 대만 반도체 파운드리 기업 TSMC 역시 2% 가까이 하락했다. 이처럼 아시아 반도체주들이 동반 급락한 것은 간밤 뉴욕증시에서 미국 주요 기술기업들에 대한 매도세가 거세게 나타났기 때문이다. 29일(현지시간) 뉴욕증시에서 구글 모회사 알파벳 주가는 12.64% 폭락했다. 알파벳의 3분기 매출이 시장 기대에 미치지 못한 데다 잉여현금흐름이 2분기 연속 적자를 기록하면서 투자자들의 실망감이 커진 영향이다. 이날 주가 하락률은 사상 최대를 기록했다. 인텔은 3분기 실적이 시장 예상치를 웃돌았지만 향후 실적 전망이 기대에 미치지 못하면서 시간외 거래에서 주가가 23% 폭락했다. 아마존 역시 3분기 실적이 시장 기대를 밑돌면서 시간외 거래에서 주가가 7.3% 급락했다. 특히 투자자들이 주목했던 잉여현금흐름이 급격히 악화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번 주 주요 빅테크 기업들의 실적 발표는 AI 투자 열풍의 지속 가능성을 둘러싼 우려를 더욱 키우고 있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페퍼스톤의 크리스 웨스턴 애널리스트는 “시장이 반드시 AI 인프라 구축에 필요한 자금을 조달할 수 있는지를 의심하는 것은 아니다"라며 “오히려 막대한 자본을 투입하는 만큼 주주들이 충분한 투자 수익을 거둘 수 있을지에 대한 의문이 점점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투자자들은 AI 인프라 구축 경쟁이 관련 기업들의 재무적 부담을 가중시키는 데 그치지 않고 소비자들에게까지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고 로이터는 전했다. AI 투자 확대에 따른 가격 인상이 스마트폰과 개인용컴퓨터(PC) 등 전자기기의 글로벌 수요를 위축시킬 수 있다는 것이다. 이런 가운데 가상자산 시장에서도 대형 악재가 터졌다. 세계 최대 가상자산 거래소인 바이낸스는 해킹으로 약 63억달러(약 8조4000억원) 규모의 피해가 발생한 것으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바이낸스는 보안 점검을 진행하는 동안 입출금을 일시 중단하고 영향을 받은 주소의 권한을 취소했다고 밝혔다. 또한 블록체인 관련 업체들과 협력해 약 30억달러 규모의 자산을 동결했다고 덧붙였다. 이번 사고는 가상자산 시장 전반의 투자심리를 급격히 위축시켰다. 비트코인은 해킹 소식이 전해진 이후 급락하면서 약 한 달 만에 8만달러선이 무너졌다. 코인마켓캡에 따르면 비트코인은 이날 오전 한때 7만6000달러선까지 하락한 뒤 오후 4시 16분 기준 7만8290달러 수준으로 소폭 반등했다. 스탠다드 차타드의 제프리 켄드릭 디지털자산 리서치 책임자는 “현재의 부정적인 가격 흐름이 앞으로도 상당 기간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고 본다"며 “동결된 자산이 해제되고 해킹 사건에 대한 보다 구체적인 내용이 드러난 이후에야 새로운 가격 지지선이 형성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처럼 증시와 비트코인 등 위험자산에 대한 불안이 확산하자 투자자들은 미국 국채와 일본 엔화, 스위스 프랑화 등 전통적인 안전자산으로 눈을 돌리고 있다. 인베스팅닷컴에 따르면 글로벌 벤치마크 금리 역할을 하는 미국 10년물 국채금리는 이날 약 7bp(1bp=0.01%포인트) 급락한 4.91% 수준을 나타냈다. 이는 지난달 10일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이다. 국채금리는 가격과 반대로 움직인다. 미국 10년물 국채금리가 현재 수준에서 거래를 마감할 경우 이달에만 약 38bp 하락하게 된다. 이는 2023년 12월 이후 가장 큰 월간 하락폭이다. 로이터는 위험회피 심리에 스위스 프랑화, 일본 엔화도 강세를 보였다고 전했다. 마크 크랜필드 블룸버그 MLIV 전략가는 “채권이 다시 대표적인 안전자산으로 돌아왔으며 미국 국채가 그 흐름을 주도하고 있다"며 “미국 10년물 국채금리가 금요일(30일)에도 추가 하락하면서 지난 9월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기준금리를 인상했을 당시보다 더 낮은 수준으로 내려왔다"고 설명했다. 시장에서는 앞으로 예정된 미국 중간선거와 엔비디아의 실적 발표가 투자심리의 향방을 결정할 주요 변수로 떠오르고 있다. 특히 미국에서는 데이터센터 건설에 대한 지역사회의 반대 여론이 확산하면서 오는 11월 3일 예정된 중간선거에서 주요 쟁점으로 부각되고 있다. 이에 따라 선거 결과가 향후 AI 인프라 투자 환경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도 관심사로 떠오르고 있다. 다음 달 17일 예정된 엔비디아의 실적 발표 역시 AI 투자 열풍의 지속 가능성을 가늠할 중대한 시험대가 될 전망이다. 플러드라인스 리서치의 설립자이자 투자전략가인 애나 우는 “엔비디아의 실적 발표가 이번 실적 시즌 동안 침체된 시장 분위기를 되살릴 수 있는 마지막 기회가 될 수도 있다"고 블룸버그에 말했다. 박성준 기자 mediapark@ekn.kr

“호재도 하락, 악재도 하락”…삼전닉스 덮친 ‘AI 패닉셀’ [머니+]

빅테크의 실적과 투자 전망이 AI 산업의 수익성 논란을 키우면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아시아 반도체주에 매도 압력이 집중되고 있다. 인텔의 부진한 실적 전망이 반도체 수요에 대한 우려를 키운 가운데 아마존마저 막대한 인공지능(AI) 투자 부담으로 실적 발표 이후 주가가 급락하면서 AI 관련주에 대한 투자심리가 더욱 악화하고 있다. 30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날 오전 11시 7분 기준 코스피는 전장 대비 5.59% 급락한 56605.82을 나타내고 있다. 지수는 전장 대비 2.99% 하락한 5760.35로 출발한 뒤 낙폭을 빠르게 확대했다. 국내 반도체 '투톱'이 지수 하락을 주도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6.47% 하락한 21만7000원, SK하이닉스는 9.11% 폭락한 138만7000원에 거래되고 있다. 일본 반도체 관련주인 어드반테스트와 키옥시아도 각각 9%대 하락률을 나타내고 있으며 대만 TSMC 역시 2% 가까이 떨어졌다. 아시아 반도체주들의 동반 급락은 미국 주요 기술기업들의 실적 발표를 계기로 AI 산업에 대한 투자자들의 의구심이 다시 확산한 영향으로 풀이된다. 간밤 뉴욕증시에서 기술주를 중심으로 매도세가 거세게 나타났다. 29일(현지시간) 구글 모회사 알파벳은 막대한 투자지출 계획과 시장 기대에 미치지 못한 매출 실적을 공개한 이후 주가가 12.64% 급락했다. 이는 사상 최대 하락률이다. 여기에 인텔과 아마존이 장 마감 후 공개한 실적과 전망도 투자심리를 더욱 악화시켰다. 인텔은 3분기 실적이 시장 예상치를 웃돌았지만 향후 실적 전망이 기대에 미치지 못하면서 시간외 거래에서 주가가 23% 폭락했다. 아마존 역시 3분기 실적이 시장 기대를 밑돌자 주가가 시간외 거래에서 7.3% 급락했다. 특히 아마존의 경우 투자자들이 주목했던 잉여현금흐름이 급격히 악화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9월 말 기준 최근 12개월간 잉여현금흐름은 424억달러 적자로, 직전 분기 말 기준 76억달러 적자에서 약 5.6배로 확대됐다. 그럼에도 아마존은 올해 자본지출 전망치를 2200억달러로 유지한다고 밝혔다. 막대한 자금을 AI 인프라 구축에 쏟아붓고 있지만 이를 뒷받침할 현금 창출 능력에 대한 의문은 오히려 커지고 있는 것이다. 알파벳 주가가 폭락한 배경에도 비슷한 문제가 자리 잡고 있다. 알파벳의 3분기 설비투자 규모는 513억6000만달러로 전년 동기 대비 두 배 이상 급증했다. 이에 따라 잉여현금흐름 적자 규모도 전 분기 58억5500만달러에서 90억6500만달러로 확대됐다. 그러나 알파벳은 올해 연간 설비투자 전망치를 최대 2050억달러 수준으로 유지했으며 내년에는 투자 규모가 더욱 크게 증가할 수 있다고 예고했다. 결국 AI 인프라에 대한 천문학적인 투자가 매출 증가로 이어지고 있지만 정작 현금 창출 능력은 이를 따라가지 못하면서 투자자들의 우려가 커지고 있는 것이다. 블룸버그는 최근 실적 발표로 AI 관련 투자에 대한 의구심이 더욱 깊어졌다며 막대한 투자지출이 높은 기업가치를 정당화할 만큼 빠르게 수익으로 이어질 수 있을지에 대한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여기에 인텔의 부진한 전망은 반도체 수요 자체에 대한 불안감까지 자극했다. 인텔은 PC 시장이 올해 12% 위축된 데 이어 내년에도 10% 감소할 것으로 예상했다. 메모리 가격 상승 등으로 PC 수요가 둔화하면서 관련 반도체 시장의 부진이 장기화할 수 있다는 경고다. 플러드라인스 리서치의 애나 우 설립자는 “이번 실적 발표 시즌은 AI 관련 기업들에 가혹했다"며 “AI 거품과 인플레이션에 대한 우려가 확산하는 상황에서 대부분의 기업이 시장의 혹독한 평가를 받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자금조달 비용 상승과 신용 위험이 결국 하이퍼스케일러들로 하여금 인프라 구축 속도를 늦추도록 압박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팀 워터러 KCM트레이드 수석 시장분석가는 “AI에 대한 회의론이 오늘도 아시아 기술주와 반도체주 전반을 관통하는 핵심 주제로 남아 있다"며 “아시아 반도체주의 주가 반응은 현재 진행 중인 AI 투자가 투자자들이 기대했던 속도로 수익을 창출할 수 있는지에 시장의 관심이 계속 집중되고 있음을 보여준다"고 밝혔다. 물론 최근 주요 기술기업들의 실적 발표에서 긍정적인 소식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SK하이닉스는 시장의 기대를 뛰어넘는 기록적인 실적을 발표했고 추가 주주환원 정책까지 공개했다. 마이크로소프트(MS) 역시 시장 기대를 뛰어넘는 현금흐름과 견조한 클라우드 사업 성장세를 보여주면서 막대한 AI 투자가 실제 성과로 이어지고 있다는 새로운 증거를 제시했다고 로이터통신은 평가했다. 그러나 주가는 29일 0.16% 하락하는 등 투자자들의 매도세를 피하지 못했다. 블룸버그는 시장의 눈높이가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고 짚었다. 단순히 실적이 시장 예상치를 웃도는 것만으로는 투자자들의 신뢰를 회복하기 어려워졌다는 것이다. 실제로 미국 메모리 반도체 기업 샌디스크는 2027회계연도 1분기 실적에서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378% 급증한 110억3100만달러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이는 시장 예상치인 약 107억달러를 웃도는 수준이다. 그럼에도 샌디스크 주가는 29일 정규장에서 5.3% 하락했고, 실적 발표 이후 시간외 거래에서도 낙폭이 확대됐다. 한편 향후 글로벌 증시의 향방을 좌우할 주요 변수로는 오는 11월 3일 미국 중간선거와 17일 엔비디아의 실적 발표가 꼽힌다. 특히 미국에서는 데이터센터 건설에 대한 지역사회의 반대 여론이 확산하면서 이번 중간선거에서도 주요 쟁점으로 부각되고 있다. 이에 따라 선거 결과가 향후 AI 인프라 투자 환경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도 관심사로 떠오르고 있다. 주요 빅테크 기업들의 실적 발표가 대부분 마무리된 가운데 시장의 시선은 이제 AI 반도체 시장의 핵심 기업인 엔비디아로 향하고 있다. 우 설립자는 “엔비디아의 실적 발표는 이번 실적 시즌에 시장 분위기를 되살릴 수 있는 마지막 기회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박성준 기자 mediapark@ekn.kr

“이러니 SK하이닉스로 가지”…투자자들, 삼성전자에 실망한 이유는 [머니+]

삼성전자가 인공지능(AI) 반도체 수요 급증에 힘입어 역대급 실적을 기록했지만 주가는 오히려 폭락했다. 반도체 사업의 실적이 시장의 높은 기대에 미치지 못한 데다 기대를 모았던 추가 주주환원 정책마저 공개되지 않았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특히 경쟁사인 SK하이닉스와 대조되면서 삼성전자에 대한 투자자들의 실망감이 더욱 커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29일 삼성전자는 연결 기준 올해 3분기 영업이익이 107조4405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783.1% 증가했다고 공시했다. 매출은 195조2532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26.9% 증가했으며 순이익은 75조1361억원으로 514.6% 늘었다. 매출과 영업이익 모두 사상 최대 규모다. 특히 반도체 사업을 담당하는 디바이스솔루션(DS) 부문은 매출 147조1000억원, 영업이익 106조5000억원을 기록했다. DS 부문의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약 15배 급증했으며 삼성전자 전체 영업이익의 약 99%를 차지했다. 그러나 시장의 반응은 냉담했다. 삼성전자 주가는 이날 전장 대비 4.13% 하락한 23만2000원에 장을 마감했다. 장 초반 24만9000원(2.89%)까지 올랐으나 하락 전환했다. 오전 한때 22만6000원(-6.6%)까지 떨어지면서 전날 정규장 저점인 22만8000원을 밑돌기도 했다. 반면 SK하이닉스 주가는 전장 대비 2.62% 오른 152만6000원에 거래를 마쳐 이날까지 3거래일 연속 상승 마감했다. 삼성전자 실적이 시장 기대치에 미치지 못한 점이 실망 매물로 이어진 것으로 풀이된다. 블룸버그통신은 삼성전자 DS 부문의 영업이익이 시장 예상치를 약 2% 밑돌았다고 보도했다. 로이터통신도 금융정보업체 런던증권거래소그룹(LSEG) 자료를 인용해 DS 부문의 영업이익에 대한 시장 예상치가 107조3000억원이었다고 전했다. 여기에 투자자들이 기대했던 추가 주주환원 정책의 구체적인 내용이 공개되지 않은 점도 주가 하락의 주요 원인으로 지목됐다. 삼성전자는 올해 총 90조~110조원 규모의 주주환원을 추진하고 있다. 3분기 현금배당 30조원을 포함해 올해 집행·확정된 금액은 35조원이다. 남은 재원은 55~75조원으로, 대부분을 자사주 매입·소각에 투입할 계획이다. 그러나 구체적인 실행 방안은 내년 1월 말 이사회에서 확정하기로 했다. 차기 주주환원 정책 역시 이때 발표할 계획이다. 반면 SK하이닉스는 전날 60조원 규모의 추가 주주환원책을 발표했다. 이와 관련, 아몬트파트너스의 롭 리 매니징파트너는 “삼성전자가 주주환원 정책의 구체적인 내용을 내년 1월로 미룬 것은 실망스럽다"고 블룸버그에 말했다. 이어 “이는 향후 몇 달 동안 주식 투자자들이 삼성전자에서 SK하이닉스나 마이크론으로 자금을 옮길 명분을 제공한다"며 “SK하이닉스와 마이크론은 주주환원에 대한 방향성이 더욱 명확하기 때문"이라고 꼬집었다. 이민희 BNK투자증권 연구원도 “SK하이닉스는 전날 시장 예상보다 훨씬 많은 것을 내놓으며 기대를 뛰어넘었지만 삼성전자는 기존에 제시한 지침에서 사실상 달라진 것이 없다"고 로이터에 말했다. 삼성전자가 반도체 생산능력 확대에 막대한 자금을 투입하기로 한 것도 주주환원에 대한 불확실성을 키우고 있는 관측도 제기됐다. 삼성전자는 올해 전체 시설투자 규모를 전년 대비 60% 이상 늘어난 84조4000억원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이 가운데 반도체 부문에 투입되는 자금은 76조8000억원으로 전년 대비 62% 급증한다. 내년에도 반도체 시설투자를 대폭 확대할 방침이다. AI 반도체 시장 점유율을 확보하기 위한 전략이지만, 투자자들 입장에서는 급증한 이익이 실제로 얼마나 주주들에게 돌아올지 불확실해진 셈이다. 이토로의 조시 길버트 아시아태평양 수석 애널리스트는 “삼성전자가 올해 설비투자를 약 60% 늘리는 만큼 막대한 이익이 생산능력 확대와 주주환원 사이에서 어떻게 배분될지 구체적으로 밝히기 전까지는 실제 투자자들에게 얼마나 돌아갈지 의문이 남는다"며 “이 때문에 내년 1월은 삼성전자가 반드시 기대에 부응해야 하는 중요한 시점이 됐다"고 주장했다. AI 반도체 시장의 핵심인 고대역폭메모리(HBM)에서도 두 기업의 경쟁력 차이가 부각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블룸버그는 삼성전자의 실적이 가파르게 증가하고 있지만 글로벌 AI 호황의 지속 가능성과 삼성전자가 높은 수익성을 유지할 수 있을지를 둘러싼 의구심도 커지고 있다고 짚었다. 삼성전자는 주요 고객사들과 10건의 장기 공급계약을 체결했으며 HBM 생산 물량이 2027년까지 모두 판매됐다고 밝혔다. 반면 SK하이닉스는 HBM 물량이 2029년까지 완판됐다고 발표했다. 이미 확보한 HBM 수요의 기간에서 2년의 차이가 발생하는 셈이다. 이에 따라 삼성전자가 SK하이닉스와 치열하게 경쟁하고 있는 HBM4 등 첨단 메모리 분야에서 성과를 입증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고 블룸버그는 내다봤다. 박성준 기자 mediapark@ekn.kr

“구글은 폭락, MS는 급등”…AI 투자자들이 돌변한 이유 [머니+]

구글 모회사 알파벳과 마이크로소프트(MS)가 같은 날 실적을 발표했지만 주가는 정반대의 움직임을 보였다. 투자자들이 단순한 매출 성장보다 실제 수익성과 현금 창출 능력을 더욱 엄격하게 따지기 시작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28일(현지시간) 뉴욕증시에서 알파벳 주가는 정규장 마감 후 발표된 3분기 실적이 시장 기대에 못 미치면서 시간외 거래에서 10% 넘게 폭락했다. 알파벳의 3분기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25% 증가한 1275억8000만달러로 집계됐다. 그러나 이는 런던증권거래소그룹(LSEG)이 집계한 시장 예상치인 1282억2000만달러를 밑도는 수준이다. AI 사업의 핵심인 구글 클라우드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103% 급증한 307억1000만달러를 기록했다. 이는 블룸버그통신이 집계한 시장 예상치인 291억달러를 웃도는 수준이다. 그럼에도 막대한 AI 인프라 투자에 따른 현금흐름 악화가 투자심리를 짓누른 것으로 풀이된다. 알파벳의 3분기 설비투자 규모는 513억6000만달러로 전년 동기 대비 두 배 이상 급증했다. 이에 따라 잉여현금흐름 적자 규모도 전 분기 58억5500만달러에서 90억6500만달러로 확대됐다. 그러나 알파벳은 올해 연간 설비투자 전망치를 최대 2050억달러 수준으로 유지했으며 내년에는 투자 규모가 더욱 크게 증가할 수 있다고 예고했다. AI 인프라에 대한 막대한 투자가 매출 증가로 이어지고 있지만 정작 현금 창출 능력은 이를 따라가지 못하면서 투자자들의 우려가 커지고 있는 것이다. 반면 같은 날 실적을 발표한 MS 주가는 시간외 거래에서 약 3% 상승했다. MS의 2027회계연도 1분기(올해 7~9월)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19% 증가한 922억8000만달러를 기록했다. 이는 시장 예상치인 약 906억2000만달러를 웃도는 수준이다. 순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32% 증가한 366억3000만달러를 기록했으며 주당순이익도 4.92달러로 시장 기대치를 상회했다. 특히 현금흐름에서도 알파벳과 뚜렷한 차이를 보였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MS는 이번 분기에 186억달러의 잉여현금흐름을 창출했다. 이는 시장 예상치인 약 85억4000만달러를 100억달러 이상 웃도는 수준이다. 클라우드 컴퓨팅 사업인 애저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48% 급증한 데다 설비투자 규모가 회사 자체 전망치를 밑돌은 영향이다. 로이터는 MS가 시장 기대를 뛰어넘는 현금흐름과 견조한 클라우드 사업 성장세를 보여주면서 막대한 AI 투자가 실제 성과로 이어지고 있다는 새로운 증거를 제시했다고 평가했다. 오라클 역시 AI 투자에 대한 우려를 완화할 만한 장기 전망을 제시하면서 주가가 정규장에서 약 11% 급등했다. 오라클은 이날 투자자의 날 행사에서 2028회계연도 하반기에 잉여현금흐름이 흑자로 전환되고 2029회계연도에는 300억달러를 넘어설 것으로 전망했다. 또한 2030회계연도까지 기존 부채의 차환을 제외한 추가 자금조달 규모를 최대 200억달러로 제한하겠다고 밝혔다. 2029회계연도부터는 외부 자금조달에 의존하지 않고 자체적으로 성장에 필요한 자금을 충당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이처럼 AI 산업에 대규모 자금을 투입하고 있는 기업들의 주가가 극명하게 엇갈리면서 글로벌 투자자들의 평가 기준이 달라지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베타셰어스캐피털의 휴 램 투자전략가는 “시간외 거래에서 나타난 알파벳과 MS 주가의 엇갈린 흐름은 빅테크 기업들이 야심 차게 추진하는 데이터센터 건설에 필요한 자금을 어떻게 조달하고 있는지에 대한 투자자들의 검증이 강화되고 있음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박성준 기자 mediapark@ekn.kr

“107조 벌었는데 어닝 미스?”…삼성전자 주가 6% 급락한 이유 [이슈+]

인공지능(AI) 반도체 대장주인 삼성전자가 시장 기대에 못 미치는 실적을 내놓으면서 주가가 급락했다. 반도체 사업부의 영업이익이 폭증하며 사상 최대 실적을 달성했지만 시장 예상치를 밑돌자 투자자들의 실망 매물이 쏟아진 것이다. 삼성전자는 대규모 설비투자 확대와 추가 주주환원 계획까지 내놨지만 투자심리를 되돌리지 못했다. 특히 글로벌 AI 투자 열풍의 지속 가능성에 대한 의구심이 확산하는 가운데 삼성전자의 수익성에 대한 우려마저 커지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29일 삼성전자는 연결 기준 올해 3분기 영업이익이 107조4405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783.1% 증가했다고 공시했다. 매출은 195조2532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26.9% 증가했으며 순이익은 75조1361억원으로 514.6% 늘었다. 매출과 영업이익 모두 사상 최대 규모다. 특히 반도체 사업을 담당하는 디바이스솔루션(DS) 부문은 매출 147조1000억원, 영업이익 106조5000억원을 기록했다. DS 부문의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약 15배 급증했으며 삼성전자 전체 영업이익의 약 99%를 차지했다. 삼성전자는 올해 시설투자 규모를 84조4000억원으로 확대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는 지난해보다 약 60% 증가한 수준이다. 대규모 주주환원 계획도 발표했다. 삼성전자는 이날 이사회에서 정규 분기배당을 포함해 총 30조원(주당 4601원) 규모의 3분기 현금배당을 의결했다. 또한 삼성전자는 이날 실적 발표 콘퍼런스콜에서 올해 전체 주주환원 규모 90조~110조원 가운데 이미 집행했거나 확정된 35조원을 제외하면 잔여 재원이 55조~75조원에 달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러한 사상 최대 실적과 주주환원 확대에도 불구하고 삼성전자 주가는 급락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날 오후 12시 39분 기준 삼성전자 주가는 전장 대비 5.37% 내린 22만9000원에 거래되고 있다. 오전 한때 22만6000원(-6.6%)까지 떨어지면서 전날 정규장 저점인 22만8000원을 밑돌기도 했다. 전날 호실적을 기록한 SK하이닉스는 전장 대비 1.68% 오른 151만2000원을 기록하는 등 3일 연속 상승세다. 다만 장중 고점인 158만7000원과 비교하면 상승 폭이 상당히 축소됐다. 국내 반도체 '투톱'이 주춤하면서 코스피도 하락세로 돌아섰다. 장중 한때 6100.11까지 상승했던 코스피는 하락 전환한 뒤 낙폭을 확대해 전장 대비 2.25% 내린 5873.90을 나타내고 있다. 주요 외신은 삼성전자의 실적이 시장 기대치를 밑돌았다는 점에 주목했다. 블룸버그통신은 삼성전자 DS 부문의 3분기 영업이익이 시장 예상치인 108조5000억원에 미치지 못했다고 전했다. CNBC 역시 금융정보업체 런던증권거래소그룹(LSEG)의 자료를 인용해 삼성전자의 3분기 매출과 영업이익에 대한 시장 예상치가 각각 195조7900억원, 107조6600억원이었다고 보도했다. 실제 실적이 두 지표 모두 시장 전망치를 소폭 밑돈 것이다. 특히 블룸버그는 삼성전자가 시장 기대에 못 미치는 실적을 발표한 상황에서 설비투자를 대폭 확대하고 있다는 점에 주목했다. 블룸버그는 “시장 예상치를 밑돈 영업이익은 삼성전자가 업계 전반의 공급 부족 상황을 더 높은 이익률로 연결할 수 있는 능력에 대한 투자자들의 의구심을 더욱 키울 위험이 있다"며 “특히 경쟁업체들이 고대역폭메모리(HBM)의 수익성 높은 장기 공급계약을 통해 혜택을 누리고 있다는 점에서 더욱 그렇다"고 지적했다. AI 인프라에 대한 폭발적인 수요로 메모리 반도체 가격이 급등하고 있지만 삼성전자가 이러한 호황을 경쟁사만큼 수익성 개선으로 연결할 수 있을지는 불확실하다는 뜻이다. 이에 따라 삼성전자가 SK하이닉스와 치열하게 경쟁하고 있는 6세대 HBM인 HBM4 등 첨단 메모리 분야에서 가시적인 성과를 입증해야 한다는 압박도 더욱 커질 것으로 블룸버그는 전망했다. 삼성전자의 메모리 반도체 사업 의존도가 지나치게 높아졌다는 우려도 나온다. CNBC에 따르면 이토로의 조시 길버트 아시아태평양 수석 애널리스트는 “시장은 여전히 감명을 받지 못했다"며 삼성전자의 기록적인 실적에도 투자자들의 반응이 냉담했다고 평가했다. 그는 “투자자들은 AI 투자 열풍으로 너무나 좋은 실적에 익숙해진 나머지 이제 사상 최대 실적조차 축하할 이유가 아니라 당연히 충족해야 할 최소한의 기준으로 받아들이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삼성전자가 사업 다각화를 이룬 거대 기업이라는 이야기가 많지만, 오늘날 삼성전자 주식을 보유하고 있다는 것은 사실상 휴대전화 사업이 딸린 메모리 반도체 제조업체의 주식을 보유하고 있다는 의미"라고 지적했다. 삼성전자 전체 영업이익의 대부분이 반도체 부문에서 발생하는 만큼 향후 실적과 주가가 메모리 반도체 가격에 크게 좌우될 수 있다는 설명이다. 박성준 기자 mediapark@ek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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