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이번엔 주요 교역국인 멕시코와 유럽연합(EU)을 겨냥해 30%의 상호관세를 오는 8월 1일부터 부과한다고 통보하면서 글로벌 관세전쟁을 확산시키고 있다. 11일(현지시간) 트럼프 대통령은 이 같은 내용을 담아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EU 집행위원장과 클라우디아 셰인바움 멕시코 대통령에게 각각 발송한 서한을 자신의 소셜미디어 트루스소셜에 공개했다. EU의 경우, 관세 부담을 낮추기 위해 최근까지도 미국과 협상을 이어왔지만 최종 합의에 이르지 못해 결국 트럼프 대통령으로부터 서한을 받게 됐다. 주목할 점은 트럼프 대통령이 최근들어 발송한 서한들은 '징벌적 성격'이 강하다는 부분에 있다. 북미 3개국 자유무역협정인 '미국·멕시코·캐나다무역협정'(USMCA) 체결국인 멕시코와 캐나다는 4월 트럼프 대통령의 상호관세에서 면제 대상이다. 대신 트럼프 대통령은 불법 이민자와 펜타닐 반입 문제로 캐나다와 멕시코에 25%의 관세를 지난 2월 책정한 바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서한에서 “멕시코는 국경 강화에 도움을 줬지만 이것으로 충분하지 않다"며 “멕시코는 북미 모든 지역을 마약 밀매 놀이터로 만들고 있는 카르텔을 중단시키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만약 멕시코가 카르텔에 맞서 펜타닐 유입을 차단하는 데 성공한다면 이 서한의 조정을 검토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대미 마약 반입에 대한 소극적 대응을 이유로 멕시코에 관세를 인상한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 10일 캐나다에 대한 관세를 35%로 인상한 배경에도 펜타닐 유입, 캐나다의 대미 보복 등이 거론됐다. EU의 경우 지난 4월 상호관세 발표 당시 20%를 적용받기로 했지만 이날 서한에는 10%포인트 더 올라갔다. EU는 관세 부담을 낮추기 위해 최근까지도 미국과 협상을 이어왔지만 최종 합의에 이르지 못해 결국 트럼프 대통령으로부터 서한을 받게 됐다. 미국에 대한 EU의 비관세 장벽들이 트럼프 대통령의 불만을 삼은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대통령은 서한에서 “EU가 미국의 무역적자를 줄이고 싶을 경우 미국에 완전하고 개방된 시장 접근을 허용해야 하며 미국에 대한 관세도 없애야 한다"고 강조했다. 브라질은 정치적 이유로 50%의 관세 폭탄을 맞았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9일 브라질에 보낸 관세서한에서 자유로운 선거와 미국인들의 근본적인 표현 자유가 공격받고 있다고 주장하며 상호관세율 50%를 통보했다. 미국은 브라질에 대해 무역흑자를 기록하고 있는 몇 안 되는 국가로, 지난 4월에 10%의 상호관세를 부과했는데 이번에 무려 40%포인트가 오른 것이다. 트럼프는 특히 브라질의 보우소나루 전 대통령에 대한 재판을 '마녀사냥'으로 규정하고 “즉시 끝나야 한다"며 내정간섭으로 해석될만한 발언도 서슴지 않았다. 강경 보수성향의 보우소나르는 '남미의 트럼프'로 불리는 정치인으로 재임 당시 트럼프 대통령과 가깝게 지냈다. 트럼프 대통령은 9일부터 부과할 예정이던 상호관세를 내달 1일로 연기하면서 상호관세율이 적시된 서한을 지난 7일부터 각국에 발송하고 있다. 한국과 일본 등을 포함해 현재까지 총 25건의 서한이 발송됐다. 이런 가운데 트럼프 대통령은 상당수의 무역 상대국들에게 15% 또는 20%의 보편관세를 부과할 가능성도 시사했다. 그는 최근 NBC 방송과 전화 인터뷰에서 “(서한을 못받은) 나머지 모든 국가는 20%, 혹은 15%의 관세를 내게 될 것. 우리는 지금 그 비율을 정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모두가 서한을 받을 필요가 없다"며 “우리는 우리의 관세를 정하는 것뿐"이라고 덧붙였다.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전쟁은 구리, 의약품, 반도체 등 품목별 관세로도 확산하고 있다. 특히 구리의 경우 8월 1일부터 50%의 관세가 부과될 예정인데 철강·알루미늄처럼 구리도 파생상품 형태로 관세가 적용될 가능성이 거론됐다. 최근 블룸버그통신은 소식통을 인용해 트럼프 행정부가 발전그리드, 군사 장비, 데이터센터 등에 들어가는 구리 반제품에 대해서도 50%의 관세를 부과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블룸버그는 이어 “정제 구리에 관세가 부과될 것으로 예상됐었으나 전선, 시트, 튜브, 판 등 구리 반제품에 대한 관세 부과 가능성이 불확실해졌다“고 덧붙였다. 컨설팅 업체 MM마켓의 크리스티나 칼만 공동 설립자는 국가 안보 이유로 구리에 대한 50% 관세가 반제품으로 확대될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이럴 경우 국내 전선 및 데이터센터 업계에 파장이 클 것으로 예상된다. 관세로 변압기, 케이블 등 가격이 오르면 수요가 줄어들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데이터센터의 전력·냉각 시스템 등에도 다량의 구리가 사용된다. 북미 지역에 진출한 LS전선, 풍산 등도 구리 공급망 불확실성이 커지면 수익성이 악화될 수 있다. 구리는 또 대형 가전제품, 전기차 배터리 등에도 필수 소재인 만큼 트럼프 행정부가 어떤 구리 파생제품에 관세를 부과할 지에 따라 기업들의 희비가 갈릴 것으로 보인다. 박성준 기자 mediapark@ekn.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