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사, 킥스 비율 하락세에 울상…‘방파제’도 낮아져

보험사들의 보험금 지급 능력이 하락세를 멈추지 않고 있다. 기준금리 인하를 비롯한 악재를 극복하지 못하는 가운데 신지급여력제도(K-ICS·킥스)를 만난 보험사들의 '연착륙'을 돕기 위한 제도의 효과도 빠르게 소진되고 있기 때문이다. 8일 업계에 따르면 올 1분기말 기준 경과조치 전-후 킥스 비율 격차는 13.7%포인트(p)로 지난해말 대비 1.7%p 줄었다. 이 수치는 킥스가 도입됐던 2023년 3월말 20.9%p에 달했으나, 지난해 하반기 15%p 수준으로 낮아지는 등 우하향 그래프를 그리고 있다. 경과조치는 유럽의 보험사 자본규제 '솔벤시Ⅱ'에서 제시하는 것과 비슷한 방식으로 기업들의 부담을 덜어준다. 여기에는 △제도시행 전 발행한 증권의 가용자본 인정범위 확대(공통 적용) △시가평가로 인한 자본감소분의 점진적 인식 △'장수'와 '대재해'를 비롯한 신규 보험위험의 점진적 인식 △주식·금리위험액 증가분의 점진적 인식(이상 선택 적용) 등이 포함된다. 2022년 하반기 200%대 초중반이었던 킥스 비율이 2023년말 230%를 넘겼던 것도 경과조치에 힘입은 것으로 풀이된다. 현재는 생보사 12곳·손보사 7곳·재보험사 1곳이 경과조치를 활용 중이다. 그러나 단순계산으로는 늦어도 2027년 상반기면 경과조치에 따른 변동폭이 '0'에 수렴한다. 기업마다 차이가 있고, 단계적으로 효과가 축소되는 구조로 설계된 점을 고려해도 10년을 내다보고 만든 제도가 3년 만에 빛이 발할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교보생명의 경우 지난해말 경과조치에 따른 킥스 비율 향상폭이 56.6%p였으나, 올 1분기말에는 41%p로 줄었다. 흥국생명은 50.1%p에서 46.3%p, 롯데손해보험도 28.8%p에서 18.3%p로 좁혀졌다. DB생명·한화손해보험·악사(AXA)손해보험을 비롯한 기업에서도 유사한 흐름이 포착됐다. 노건엽 보험연구원 금융제도연구실장은 이날 서울 광화문 센터포인트빌딩에서 열린 '생명보험협회 보험출입기자 아카데미'에서 경과조치 만으로는 보험사의 자본관리가 어려울 수 있다고 우려했다. 노 실장은 구 제도(RBC) 보다 보험사들의 자본관리수단이 다양화됐으나, 대응방안(유상증자, 자본성증권 발행 등)은 유사하다고 분석했다. 자본성증권의 경우 후순위채의 비중이 높을 수 있다고 전망했다. 신종자본증권의 경우 스텝업(이자 상향) 조건이 없어야 기본자본으로 인정받을 수 있다는 제약이 있고, 후순위채의 이자 부담이 상대적으로 낮다는 것이다. 2023년말 킥스 비율이 150%였고 가용자본이 10%씩 감소(요구자본 2.5%씩 증가)하는 보험사를 상정한 시나리오도 소개했다. 이 회사는 이익을 매년 10% 이상 늘리고 요구자본을 일정하게 유지하지 못하면 2027년 100%를 끝으로 킥스 비율이 두 자릿수로 떨어진다. 2032년에는 50%를 밑돈다. 킥스 비율이 낮아지는 가운데 이같은 현상이 벌어지는 점도 업계의 고민거리다. 올 1분기말 기준 킥스 비율(경과조치 후 기준)은 197.9%로 전분기말 대비 8.7%p 하락하면서 역대 최저치를 기록했다. 이후에도 자동차보험 손해율 악화, 미국 상호관세에 따른 경제여건 악화 등으로 반등이 쉽지 않다는 평가다. 경과조치를 제외한 수치는 더욱 낮다. 1분기말의 경우 184.2%로 같은 기간 7.1%p 낮아졌다. 업권별로 보면 생보사들은 172.2%(-10.5%p), 손보사들은 200.9%(-2.3%p)로 나타났다. 요구자본이 불어나는 속도를 가용자본이 따라잡지 못하면서 수치가 하락한 것이다. 금융감독원도 장기 보장성보험 판매로 장해·질병위험액이 3조원 늘어났다고 설명한 바 있다. 한국은행이 내수부진 극복 등을 위해 기준금리 인하 기조를 유지하는 것도 보험부채 평가액 증가 등 요구자본 확대로 이어졌다. 금융당국이 해약환급금준비금 부담 완화를 골자로 하는 제도 개선에 이어 할인율 현실화 일정 조정 등에 나서는 것도 기존 방식을 고수하기 힘들어진 까닭으로 볼 수 있다. 업계 관계자는 “유상증자에 나서기 어려운 상황에서 기본자본 킥스가 도입되면 적응이 쉽지 않을 것"이라며 “보험손익과 투자손익을 높일 수 있는 제도적 환경이 조성돼야 '기초체력' 향상도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나광호 기자 spero1225@ekn.kr

주담대 셧다운·총량 반토막…인터넷은행, 출구 찾기 고심

6·27 부동산 대책 발표 후 인터넷전문은행의 비대면 주택담보대출(아파트담보대출)이 재개되지 않고 있다. 여기에 은행권의 하반기 가계대출 총량 목표치가 기존 대비 절반 수준으로 축소되며, 인터넷은행의 수익성 저하는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이번 규제로 은행권이 기업대출로 눈을 돌리고 있는 가운데, 인터넷은행은 개인사업자대출 확대에 집중하는 전략을 세우고 있다. 하지만 경기 민감도가 높은 개인사업자대출은 건전성 우려가 커 공격적인 확장이 쉽지 않은 상황이다. 8일 은행권에 따르면 지난달 27일 부동산 대책 발표 후 은행들은 전산 시스템 반영을 위해 비대면 가계대출을 한시적으로 중단했다. 인터넷은행도 동참했는데, 카카오뱅크는 지난 3일 비대면 신용대출은 재개했지만 주담대는 여전히 중단한 상태다. 케이뱅크도 비대면 아파트담보대출을 아직 열지 않았다. 사실상 비대면 채널이 전부인 인터넷은행 입장에서는 주담대 '휴업' 상태에 놓인 셈이다. 토스뱅크는 본래 주담대를 취급하지 않는다. 은행권은 이번 주부터 비대면 주담대를 재개할 계획이라 카카오뱅크와 케이뱅크도 조만간 다시 영업을 시작할 것으로 보인다. 인터넷은행의 경우 기존에도 총량 관리를 강화하며 주담대 공급량을 줄였기 때문에 이번 중단에 따른 충격은 크지 않을 것이란 분석도 있다. 문제는 이번 규제에 따라 하반기 가계대출 총량 목표치 또한 50% 수준으로 낮춰야 한다는 점이다. 금융당국은 이날 인터넷은행에 하반기 가계대출 목표치를 수정해 제출하도록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인터넷은행은 가계대출 비중이 90%를 넘는 대출 포트폴리오를 가지고 있다. 은행별로 보면 카카오뱅크의 경우 1분기 여신(대출) 잔액 44조3000억원 중 주담대·신용대출·전세대출을 합한 가계대출 잔액은 42조원으로 전체의 약 95%를 차지한다. 케이뱅크는 92%, 토스뱅크는 90% 수준이다. 가계대출 비중이 50% 안팎인 시중은행에 비해 가계대출 의존도가 훨씬 높다. 가계대출 총량 축소는 인터넷은행의 수익성에 곧바로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가계대출 성장에 제동이 걸리자 은행권은 기업대출을 돌파구로 삼고 있다. 인터넷은행은 기업대출 중에서도 개인사업자대출 시장을 새로운 성장 동력으로 삼겠다는 전략이다. 대기업 대출의 경우 인터넷은행이 법적으로 취급할 수 없고, 중소기업 대출은 현장 방문 등이 필요해 온라인 기반의 인터넷은행이 확대하기엔 제약이 있다. 실제 카카오뱅크는 지난달 개인사업자 신용대출 한도를 기존 1억원에서 3억원으로 높였다. 하반기에는 개인사업자 담보대출를 출시할 예정이다. 케이뱅크도 사장님 부동산담보대출을 중심으로 기업대출 확대에 나서고 있다. 케이뱅크는 올해 기업대출 2조원 이상 공급을 목표로 하고 있다. 다만 개인사업자대출은 경기 변동에 민감하고 연체 위험도 높아 건전성 관리가 까다롭다. 실제 토스뱅크는 연체율 상승에 따라 개인사업자대출 확대에 적극 나서지 않고 있다. 금융권 관계자는 “인터넷은행은 가계대출을 줄이면서도 중저신용자 대출 확대란 역할도 지속해야 해 건전성 등에 대한 고민을 안고 있다“며 "시장 상황을 보면서 유연하게 대응하는 전략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송두리 기자 dsk@ekn.kr

“10兆 실적에 미움받을라”...4대 금융지주 ‘곤란한 미소’

4대 금융지주가 올해 2분기에도 양호한 순이익을 거둔 것으로 추정되는 가운데 이재명 정부와 관련해 어떠한 묘수를 보여줄 지 관심이다. 금융지주사들의 호실적은 기정사실로 여겨지는 상황에서 현 정부의 입맛에 맞춰 주주환원 정책과 사회공헌을 발표하는데 더욱 공을 들일 것이라는 분석이다. 금융지주사들은 비상계엄 사태, 탄핵정국 등을 거치며 대내외 리스크에 대한 충분한 학습능력을 갖춘 상태로, 6.27 대출규제와 같은 최근 이벤트들 역시 실적이나 주주환원이라는 큰 흐름을 거스를 만한 이슈는 아니라고 보고 있다. 8일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KB금융, 신한지주, 하나금융지주, 우리금융지주 등 4대 금융지주의 2분기 순이익 추정치는 총 5조842억원이다. 이들 지주사가 올해 1분기 4조9289억원의 순이익을 거둔 점을 고려하면, 상반기에만 총 10조원의 순이익을 달성하는 셈이다. 회사별로 보면 KB금융은 2분기 순이익 1조6295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4.75% 감소할 전망이다. 작년 2분기의 경우 KB국민은행의 대손충당금 환입(440억원), 주가연계증권(ELS) 고객 보상 충당부채 환입(880억원) 등 일회성 이익이 반영됐지만, 올해는 이에 대한 기저효과로 순이익이 줄어들 것으로 추정된다. 신한지주는 2분기 순이익 1조4634억원으로 전년과 유사한 수준을 기록할 것으로 보인다. 하나금융지주는 1년 전보다 6.54% 증가한 1조1140억원을, 우리금융지주는 8.73% 감소한 8773억원의 순이익을 올릴 것으로 추정된다. 금융지주사 전반적으로 상반기 실적을 위협할 만한 특이요인이 없다는 점이 눈길을 끈다.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하로 지주사들의 순이자마진(NIM)은 정체될 수 있지만, 기존에 보유 중인 가계대출에 더해 보통주자본(CET1)비율 관리를 위해 대기업 등 우량자산 위주로 기업대출을 강화하면서 견고한 실적을 거둔 것으로 예상된다. 게다가 부동산 PF와 같은 충당금 이슈가 크지 않은 점도 긍정적이다. 금융당국 수장 공백 장기화로 충당금과 같은 주요 이슈에 대해 뚜렷한 메시지도 나오지 않고 있어 금융지주사들이 양호한 실적을 올리는 게 어렵지 않은 분위기다. 다만 금융지주사들이 나 홀로 승승장구하는 그림은 현 정부 입장에서 곱게 보일 리 없다. 이재명 정부가 민생 경제 회복을 위해 속도전을 펼치고 있는 점을 고려하면 역대급 실적은 그 자체만으로 금융지주사에 부담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이에 지주사들은 이번 실적발표에서 주주환원, 사회공헌 등에 상당한 비중을 할애할 전망이다. 이는 2분기 우호적인 원/달러 환율과 낮은 자산성장, 안정적인 실적이 맞물리며 주주환원 재원으로 활용되는 CET1 비율이 전분기 대비 오를 것이라는 전제가 깔렸다. 즉 금융지주사들은 양호한 자본비율을 토대로 추가적인 자사주 매입 및 소각을 발표할 것으로 점쳐진다. 업계 관계자는 “여야 주요 인사, 관계부처가 나서서 국내 관광 활성화를 위한 캠페인까지 벌이고 있는데, 금융지주사들이 역대급 실적을 올리며 잘 나가는 그림은 여러모로 좋지 않다"며 “순이익 규모보다는 주주환원, 사회공헌이 가장 중차대한 이슈"라고 설명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이미 가계대출은 대출 규제 발표 전에도 시중은행의 성장 동력으로 보기 어려웠다"며 “가계대출 자산이 미미하게 성장하는 가운데 충당금을 추가로 쌓을 만한 이슈가 크지 않아 올해 상반기 순이익 규모는 작년과 유사할 것"이라고 말했다. 나유라 기자 ys106@ekn.kr

수출입은행, ‘이종통화 시장’ 공략해 7억달러 조달 성공

한국수출입은행은 총 7억달러 규모의 '완탕본드'와 '스털링본드'를 잇따라 성공적으로 발행했다고 8일 밝혔다. 수은은 지난 7일 국내 기관 최초로 홍콩 자본시장에서 홍콩 달러화로 표시된 공모채권인 완탕본드를 발행하는 데 성공했다. 채권 만기는 3년, 발행금액은 24억 홍콩달러(미화 3억달러 규모)다. 최종 발행금리는 2.969%로, 첫 완탕본드 발행건임에도 동일 만기 수은 미국 달러채권 대비 경쟁력 있는 금리를 달성했다. 수은은 풍부한 현지 유동성과 중화권 및 아시아 투자자들의 관심을 포착해 홍콩 시장에서 조달을 결정했다는 설명이다. 현재 홍콩 정부의 투자자에 대한 세제 인센티브 등 국제자본시장 육성 정책에 힘입어 SSA 발행사(Sovereign·Supranational·Agencies, 정부·국제기구·기관 등 신용도 초우량 기관) 등 주요 금융기관들의 채권 발행이 활발히 이루어지고 있다. 수은은 이번 완탕본드 발행을 통해 국제기구 중심으로 형성돼 온 완탕시장에서 SSA 발행사로서의 위상을 정립했다는 평가다. 국내 금융기관의 향후 홍콩 공모채 시장 진출에도 마중물 역할을 할 것이란 기대다. 앞서 수은은 지난 1일에도 3억파운드 규모(미화 약 4억달러 규모)의 스털링 본드를 성공적으로 발행했다. 채권 만기는 3년 4개월이다. 발행금리는 현재 유통 중인 수은 미국달러 채권 대비 15bp(0.015%) 이상 낮은 수준을 달성해 충분한 금리경쟁력을 확보했다. 이번 발행은 투자자들의 보수적 성향이 강한 파운드화 채권시장에서 한국물 파운드화 공모 사상 △역대 최대 주문액(6.3배)과 △최다 투자자 수(72개 기관)를 기록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수은 관계자는 “최근 통상환경 급변과 중동 지역의 지정학적 갈등 고조 등 비우호적인 대외 여건 속에서도 아시아 및 유럽 투자자들의 견조한 수요를 바탕으로 시장을 상시 모니터링하며 적기에 발행시점을 포착했다"며 “일주일 간격으로 영국과 홍콩 시장에서 잇따라 조달에 성공해 수은과 대한민국 새 정부의 대외신인도를 다시 한번 입증하는 계기가 됐다"고 말했다. 수은은 앞으로도 정책금융 재원을 경쟁력 있게 마련해 우리 기업의 수출위기 대응, 첨단전략산업 및 기간산업 지원, 신시장 개척 등 수출다변화를 전방위로 지원할 계획이다. 박경현 기자 pearl@ekn.kr

현대해상, ‘골든타임수술종합보험’ 출시…수술 시간에 비례해 보험금 지급

현대해상이 전신마취 수술 시간에 비례해 보험금을 지급하는 '골든타임수술종합보험'을 출시한다. 수술시간이 3시간을 초과하면 1시간 단위로 보험금이 증가하는 방식이다. 8일 현대해상에 따르면 이 상품은 질병 뿐 아니라 상해도 통합 보장하는 포괄적 구조를 갖고 있다. 종합병원 및 상급종합병원 담보를 모두 가입한 경우 수술 1건 당 최대 1억원까지 보장받을 수 있다. '보험료 환급' 특약을 통해 만기까지 3시간 이상의 전신마취 수술을 받지 않은 경우 환급 비율에 따라 납입한 전신마취 수술 관련 담보의 보장보험료를 환급 받을 수 있다. 전신마취 및 다양한 수술담보 외에도 수술과 관련된 검사·입원·간병·재활·주요치료 등 치료 전후의 연계된 의료비도 보장한다. 수술비 보장이 질병개수 또는 수술의 난이도에 따른 종별 차등으로 다소 이해하기 어려운 기준으로 보상되는 점에 착안한 것도 특징이다. 가입은 만 15세부터 최대 90세까지 가능하며, 보험기간은 10년, 15년, 20년 만기 갱신형 중 선택할 수 있다. 계약형태는 △일반형(1형) △무사고 환급100%형(2형) △무사고 환급50%형(3형)으로 구성됐다. 신동훈 현대해상 장기상품개발파트장은 “수술에 대한 고객의 경제적 부담을 덜어주고, 치료를 위한 골든타임을 지켜주는 든든한 상품이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나광호 기자 spero1225@ekn.kr

장롱 속 금, 은행에 맡겨볼까...하나은행, ‘하나골드신탁’ 업그레이드

하나은행이 1997년 IMF 외환위기 당시 금 모으기 운동에 착안해 금 관련 신탁상품을 연이어 내놓는다. 손님들이 보유한 금을 운용해 수익을 만들고, 자본시장에는 높은 유동성을 지닌 금 실물의 순환을 원활하게 해 소비 진작, 경제활성화에 이바지한다는 구상이다. '하나골드신탁'은 금 실물을 신속하고 안전하게 처분해준다. 이어 오는 8월 중 출시되는 '하나골드신탁(운용)'은 금 실물을 은행에 맡기면 일정 기간 운용 후 만기에 금 실물과 운용 수익을 지급하는 것이 특징이다. 8일 금융권에 따르면 하나은행이 올해 6월 한국금거래소디지털에셋과 협약을 맺고 내놓은 '금 실물 신탁'은 신탁이라는 방식으로 금 실물을 유동화할 수 있는 서비스다. 해당 서비스는 금 실물 보유자 대부분이 금값이 더 오를 것이라는 막연한 기대감에 집안에 보관만 할 뿐, 이를 적극적으로 활용하지 못하고 있다는 문제의식에서 출발했다. 금 실물 신탁을 원하는 소비자는 하나은행 '서초금융센터'와 '영업1부' 지점을 방문해 신탁계약을 체결하고, 금 실물을 맡기면 한국금거래소디지털에셋이 제공하는 감정결과를 모바일 웹으로 받아볼 수 있다. 이후 고객은 감정결과를 확인한 후 금 실물의 처분 여부를 결정하게 된다. 하나은행은 두 지점에서 '하나골드신탁' 시범 운영을 거친 후 순차적으로 전(全) 영업점으로 확대할 예정이다. 나아가 하나은행은 오는 8월 중 금 실물을 은행에 맡기면 일정 기간 운용 후 만기에 금 실물과 운용 수익을 지급하는 '하나골드신탁(운용)'을 출시할 예정이다. 손님은 보유하던 금을 안전하게 은행에 맡겨 분실·보관 부담을 줄일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안정적인 운용을 통해 수익을 창출하고, 만기에 금 실물을 돌려받을 수 있어 1석 3조의 효과를 누릴 수 있다. 하나골드신탁(운용) 상품은 출시 전부터 반응이 뜨겁다. 실제로 금 실물 신탁 서비스를 시범 운영 중인 하나은행 영업점 두 곳에서는 하루 평균 약 30건의 상담이 몰리고 있다. 하나은행 신탁부 관계자는 “금융권 최초로 도입한 '금 실물 신탁' 상품을 통해 손님 경험 차별화는 물론 금 실물의 선순환 구조를 유도함으로써 경제 활성화에도 기여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며, “앞으로도 다양한 실물자산과 금융을 연결해 시장을 혁신할 수 있는 맞춤형 신탁상품을 지속적으로 제공하겠다"고 밝혔다. 나유라 기자 ys106@ekn.kr

비은행 건설업 연체율 ‘경고등’…사상 첫 10% 돌파

비은행 금융기관의 건설업, 부동산업 기업대출 연체율이 올해 1분기 역대 최고 수준을 기록했다. 8일 박성훈 국민의힘 의원이 한국은행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1분기 비은행의 건설업 대출 연체율은 10.26%로 나타났다. 관련 통계 작성이 시작된 2018년 이후 처음 10%를 넘어섰다. 전체 건설업 대출 중 10건 중 1건 꼴로 원리금 상환이 한 달 이상 지연되고 있다는 의미다. 비은행은 저축은행과 새마을금고를 제외한 상호금융, 보험회사, 여신전문금융회사 등을 포함한다. 비은행 건설업 연체율은 2022년 말 1∼2%대에 머물렀지만, 2023년 상승세를 보이며 1분기 3.38%, 2분기 4.17%, 3분기 4.81%, 4분기 4.85%를 기록했다. 지난해 1분기에는 7.39%로 급등한 후 2분기 7.96%, 3분기 9.11%까지 올랐다가 4분기 8.67%로 다소 주춤했으나, 올해 1분기에 다시 치솟으며 10%를 넘어섰다. 부동산업 연체율도 상황은 비슷하다. 1분기 비은행 부동산업 연체율은 7.91%로, 2018년 이후 최고치다. 이 연체율은 2022년 말 2% 미만에서 2023년 1분기 3.15%, 2분기 3.46%, 3분기 4.00%로 상승했고, 지난해 1분기 5.85%로 다시 치솟은 후 2분기 6.16%, 3분기 6.82%, 4분기 6.61% 등으로 증가세를 지속하고 있다. 건설업과 부동산업의 연체율 상승은 비은행 건전성 악화로 이어지고 있다. 비은행 기업대출 중 건설업과 부동산업이 차지하는 비중은 올해 1분기 말 43.1%로, 2015~2021년 평균치인 35.7%를 웃돌고 있다. 은행권도 예외는 아니다. 1분기 은행 건설업 연체율은 1.01%로, 2016년 3분기(1.37%) 이후 가장 높다. 부동산업 연체율도 0.44%로 2017년 1분기(0.48%) 이후 최고치다. 부동산업 대출의 고정이하여신(NPL) 비율(0.72%)은 2017년 2분기(0.79%) 이후 가장 높았다. 한은은 지난달 금융안정보고서에서 “부동산 경기 부진이 심화할 경우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우발 채무가 현실화해 건설기업의 부실이 빠르게 증가할 가능성이 있다"고 경고했다. 단 부실 PF를 정리하는 과정에서 신규 대출 잔액이 줄며 연체율이 상승한 만큼 부실채권이 상·매각되면 점차 연체율이 개선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박성훈 의원은 “특히 지방 중소 건설사들의 건전성과 수익성이 급격히 악화할 수 있다"며 “정부가 위기 고리를 끊기 위한 선제적 조치와 지역 맞춤형 대응책을 서둘러야 한다"고 말했다. 송두리 기자 dsk@ekn.kr

스테이블코인 전운 속...카드사 ‘차분한 거리두기’

카드사들이 내수 부진과 가맹수수료율 인하 등 비우호적인 환경 속에서 고전하는 가운데 원화 스테이블코인의 제도권 편입을 주시하고 있다. 핀테크 기업들과 부딪히는 '전선'이 넓어지기 때문이다. 다만 업계 전반은 아직 촌각을 다툴 사안은 아니라며, 관망세를 유지하는 분위기다. 7일 업계에 따르면 핀테크 기업들은 스테이블코인 도입을 앞두고 한발 앞서 움직이고 있다. 네이버페이는 가상자산 거래소 업비트와 손잡고 스테이블코인 사업에 나서는 중으로, 박상진 대표가 최근 '선도적인 역할을 할 준비가 됐다'는 발언도 했다. 카카오페이와 비바리퍼블리카(토스)를 비롯한 곳들도 대거 상표권을 출원하고 있다. 반면 카드업권에서는 앞서 'SOLKRW'와 'KRWSH'를 비롯한 상표 9건을 등록한 신한카드와 최근 'KBCSTB'·'KBCKRW'·'STCKBC' 등 35건을 출원한 KB국민카드를 제외하면 뚜렷한 행보가 포착되지 않고 있다. 양사 모두 △사명·브랜드명 △스테이블코인 △원화 등을 활용해 '작명'을 했고, 본격적인 사업 추진은 아니라는 입장도 유사하다. 상표를 등록해놓아야 상품 출시를 비롯한 과정이 이뤄질 수 있는 만큼 사전작업을 진행하는 수준이라는 것이다. 다만 스테이블코인이 이재명 대통령의 공약이었고, 더불어민주당이 관련 법안도 발의하면서 금융권 전반에서 스테이블코인의 활용 가능성이 높아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는 만큼 향후에는 전략적 대응에 나설 수 있다는 방침이다. 카드사·전자지급결제대행사(PG) 등을 거치지 않는 까닭에 수수료를 비롯한 수익원이 축소될 수 있다는 이유다. 월마트와 아마존을 필두로 대규모 자본을 보유한 기업들이 스테이블코인 발행을 고려하는 가운데 미국 상원에서 '지니어스 액트'가 통과하면서 현지 카드사들의 주가가 하락했던 점도 언급된다. 이는 플랫폼 사업자를 비롯한 기업들의 결제 시장 진입을 허용하는 법안으로, 가상자산 친화적으로 불리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도 환영 의사를 표하면서 입법을 앞두고 있다. 여신금융협회가 여신전문금융업법 개정을 건의할 계획인 것도 '디딤돌'을 놓기 위함으로 풀이된다. 카드사들도 스테이블코인 관련 업무를 겸영업이나 부수업으로 추가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업계에서는 스테이블코인이 활성화 된다고 해도 신용카드를 위협하기는 어렵다는 것이 중론이다. 원화를 추종하는 특성상 효용성이 얼마나 되겠냐는 것이다. 원화와 같은 수준의 가치를 지닌 코인을 충전·결제해야 하고, 여신을 활용하는 신용카드와 같은 기능도 제공하기 어렵다는 논리다. 지난 5월 기준 국내 개인 체크카드 이용실적이 신용카드의 20% 수준일 뿐더라 그마저도 일부 대체에 그칠 것으로 보는 점도 업계를 혼란에 빠뜨리지 않는 요소다. 실제로 홍콩계 핀테크 기업 리닷페이가 국내에 발을 내딛었지만, 소비자에게 소정(약 1%)의 수수료를 전가하고 가맹점도 우대수수료율을 적용받지 못하는 탓에 저변 확장에 난항을 겪고 있다는 평가다. 설용진 SK증권 연구원도 신용카드 중심의 국내 결제 인프라, 높은 신용카드 보급률, 낮은 가맹 수수료율 등을 고려하면 스테이블코인이 시스템 변화에 끼치는 영향이 제한적일 것으로 내다봤다. 업계 관계자는 “아직 제도권에 수용된 상황도 아닌 만큼 추후 결제수단 다양화가 이뤄질 수 있다는 측면을 두고 모니터링하는 단계"라고 말했다. 나광호 기자 spero1225@ekn.kr

“결제 단말기 들고 현장으로”...네이버·토스·카카오, 가맹점 뺏기 전쟁

국내 대표 핀테크사들이 오프라인 사업을 본격적으로 키우며 새로운 경쟁 판도가 열리고 있다. 결제 단말기 보급이나 QR기반 오더 시스템 등으로 생태계를 확장해가는 가운데 빅테크간 경쟁 전략에 이목이 모인다. 7일 금융권에 따르면 네이버페이는 올해 4분기 중 오프라인 결제 단말기 '커넥트'를 출시한다. 네이버페이의 온라인 결제 경험을 오프라인 가맹점에서도 누리도록 하겠단 구상이다. 현금이나 카드를 넘어 새롭게 도입되는 결제 수단까지 수용하도록 개발 중이며 QR결제를 비롯해 카드결제(마그네틱 보안전송, MST), 근거리 무선통신(NFC), 안면인식기술 등 다양한 방식을 탑재할 방침이다. 가맹점주가 별도로 단말기를 교체하지 않아도 기존 결제 시스템의 소프트웨어 업그레이드 작업 후 이용가능하도록 했다. 비바리퍼블리카(토스 운영사) 자회사인 토스플레이스도 최근 공격적인 가맹점 확대에 나섰다. 토스플레이스는 지난 2023년 오프라인 매장의 디지털 전환에 본격 나선 가운데 결제 단말기 '프론트'를 보급하며 오프라인 결제시장에선 선발주자로 나선 바 있다. 카카오페이는 가맹점주의 비용절감과 편의성 확대에 초점을 맞춘 서비스를 개발했다. 현재 'QR코드 기반 테이블오더(QR오더)' 결제 시스템을 구축 중으로, 별도의 결제 시스템인 태블릿오더의 구매나 대여 없이도 인쇄된 QR코드 스티커만으로 결제가 가능하도록 했다. 카카오페이는 시스템 보급과 함께 단골 손님 확보에 도움이 되는 마케팅 지원에도 나선다. 카카오가 밴(VAN)·포스(POS) 등 파트너사와 동맹을 결성해 할인 프로모션을 추진하는 식이다. 신원근 카카오페이 대표는 “QR오더를 통해 메뉴판 제공과 주문 접수, 결제 등 고객 응대 전반의 효율을 높이겠다"며 “가맹점주들이 인건비 등 비용 절감 효과를 최대화하도록 지원하겠다"고 언급한 바 있다. 세분화해서 보면 오프라인 결제 단말기 시장에서 네이버페이와 토스 간 점유율 경쟁이 예고되고 있다. 두 회사의 결제단말기는 심플한 전면 터치형 디스플레이로 외형상 유사하며 QR, MST, NFC와 얼굴을 통한 결제가 가능하다는 점, 업장의 마케팅 도구로 활용될 수 있다는 점이 비슷하다. 토스로선 결제 단말기 시장에서 선점 효과를 누렸음에도 네이버페이 '커넥트'의 등장에 긴장감이 높아질 수 밖에 없다. 네이버페이는 지난 2020년 12월 QR현장결제 서비스를 시작한 이래 2024년 3월 기준 전국 143만개, 삼성페이 연동 300만개의 결제처를 확보한 상태다. 잠재적 우군이 적지 않은 셈이다. 특히 외형이나 기능상 차이점이 크지 않기 때문에 가맹점 유입 속도와 마케팅 툴로써의 기능 등에서 승부가 갈릴 것으로 예상된다. 회사별 전략을 살펴보면 네이버페이는 기존 구축된 네이버 쇼핑·포인트 생태계를 단말기와 연계해 오프라인 사용성을 늘릴 것으로 예상된다. 카카오페이의 경우 카카오톡과의 결합으로 접근성과 사용성을 극대화시킬 전망이다. 카카오페이도 2018년 바코드·QR코드 기반으로 서비스를 시작하며 오프라인 결제 인프라를 늘려왔다. 삼성페이와 제로페이 등 연동된 결제처를 포함한 전체 결제처는 500만개 이상으로, 향후 빠르게 QR오더의 영향력을 키워갈 것으로 보인다. 핀테크업계가 단말기 시장에 적극적으로 뛰어드는 이유는 오프라인 결제 데이터를 확보할 수 있어서인 것으로 분석된다. 결제 데이터가 축적되면 이를 가공해 타 업계에 상품화할 수 있고 솔루션 제공 등 여러 방향으로 사업을 연계할 수 있다. 아울러 이미 가진 온라인 결제 데이터에 오프라인 데이터까지 합치게 되면 지급 결제 시장에서의 막강한 영향력을 가지게 되는데다 데이터를 이용한 프로모션 등 연계 서비스를 통해 이용회원수 확장 등 수익성에도 직접적인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이에 향후 경쟁은 결제 혜택이나 사용자 편의성, 가맹점 확대 속도, 금융 서비스 연계 등에서 세분화 해 더욱 치열해질 전망이다. 한 핀테크업계 관계자는 “한 곳이라도 더 연계 가맹점을 늘리기 위해 카페나 식당 등 고객군별로 이용이 많은 업장을 방문해 어떻게 연계 서비스를 참신하게 제안할 수 있을지 고안 중"이라며 “결국 소비자에게도 가맹점주에게도 모두 매력적으로 보여야하기에 서비스 개발 고도화에 집중하고 있다"고 말했다. 박경현 기자 pearl@ekn.kr

추경에 담긴 ‘빚 탕감’ 프로젝트...은행·2금융 “이게 우리 몫?”

정부가 31조8000억원 규모의 추가경정예산(추경)을 의결하면서 7년 이상, 5000만원 이하 장기연체채권을 일괄 매입해 소각하거나 상환부담을 완화하는 '장기연체채권 소각 프로그램(배드뱅크)'에도 탄력이 붙을 것으로 전망된다. 금융당국은 배드뱅크 소요 재원 8000억원 가운데 절반을 은행권을 포함한 전 금융권에서 조달하는 방안을 구상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당초 은행권이 홀로 지원할 것으로 예상됐지만 상당수의 연체채권이 대부, 카드, 상호금융, 저축은행 등에 집중된 상황에서 은행만 재원을 조달하는 것은 형평성에 맞지 않다는 목소리가 커지면서 전 금융권이 분담하는 쪽으로 논의가 이뤄지고 있다. 제2금융권 역시 경영 환경이 악화된 상황에서 재원을 부담하는데 난색을 표하고 있지만, 이재명 정부 출범 이후 처음으로 추진되는 프로그램인 점을 고려할 때 마냥 사회적 책임을 외면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분석이다. 7일 금융권에 따르면 이달 4일 국회 본회의에서 금융위원회 소관 2차 추가경정예산 총 3개 사업, 1조1000억원이 의결·확정됐다. 해당 예산을 통해 금융위는 최근 내수 부진 장기화 등으로 어려움을 겪는 서민층과 소상공인들의 채무부담 완화·재기를 적극적으로 지원할 방침이다. 세부 내용을 보면 금융위는 총 4000억원 규모의 장기연체채권 소각 프로그램(배드뱅크)을 가동한다. '소상공인·자영업자 채무조정 프로그램'에는 7000억원이 편성됐고, '채무자대리인 선임 지원' 사업에는 3억5000만원을 투입한다. 서민·취약계층이 직접적으로 체감할 수 있는 프로그램은 단연 배드뱅크다. 7년 이상, 5000만원 이하 장기연체채권을 일괄 매입해 소각하거나 상환부담을 완화하는 것이 핵심이다. 한국자산관리공사(캠코)가 출자한 채무조정 기구가 대상채권을 일괄 매입하는 방식으로 이뤄진다. 오는 9월까지 캠코 산하에 채무조정기구를 설립하고, 연내 장기연체채권 매입을 추진한다는 구상이다. 정부는 배드뱅크를 통해 총 113만4278명, 16조3613억원의 장기연체채권이 소각 또는 채무 조정될 것으로 추산했다. 관건은 재원 조달 방식이다. 금융위는 배드뱅크 소요 재원 총 8000억원 가운데 4000억원을 은행, 금융투자, 보험, 저축은행, 여신전문금융회사, 상호금융 등 전 금융권에서 조달하기로 했다. 당초 은행권만 부담하는 방안이 대두됐지만, 소각 대상 채권의 상당 규모를 2금융권이 보유 중인 점을 고려해 전 금융권에서 조달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은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전 금융권이 재원을 분담한다고 해도, 은행이 가장 큰 액수를 출연하는 것은 기정사실로 여겨지는 분위기다. 금융권 가운데 시중은행이 수익성, 건전성 지표가 모두 양호하기 때문이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올해 4월 말 기준 국내은행의 1개월 이상 원리금 연체 기준 원화대출 연체율은 전월 말 대비 0.04%포인트(p) 오른 0.57%에 그친다. 반면 저축은행 79곳의 1분기 연체율은 9%로 작년 말(8.52%) 대비 0.48%포인트(p) 상승했다. 다만 은행권이 보유 중인 7년 이상 5000만원 이하 연체채권 규모가 다른 금융업권에 비해 적은 점은 은행권 입장에서 형평성 문제를 제기할 수밖에 없는 요인이다. 추경호 국민의힘 의원실이 금융위원회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대상 매입채권 16조3613억원 가운데 은행권이 보유 중인 장기연체채권은 1조864억원에 불과하다. 가장 많은 채권을 보유한 곳은 공공기관으로, 캠코(4조6215억원), 서민금융진흥원(2조4556억원)을 포함해 총 8조8462억원에 이른다. 대부(2조326억원), 카드(1조6842억원), 상호금융(5400억원), 저축은행(4654억원)도 상당한 물량의 장기연체채권을 들고 있다. 만일 4000억원 가운데 절반을 은행권이 부담한다고 해도, 은행권 입장에서는 보유 중인 연체채권에 비해 많은 자금을 투입하는 격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분담을 어떻게 할지를 두고 계속 논의 중이나, 현실적으로 은행이 장기연체채권 16조원 가운데 16분의 1(1조원)만 분담할 것 같진 않다"며 “어떻게 되든 이번 분담 역시 은행권의 역할이 크지 않겠나"고 말했다. 이렇듯 금융권 전반적으로 재원 출연에 부담을 느끼고 있지만 이재명 정부가 서민층, 소상공인들의 채무부담 완화에 드라이브를 걸고 있는 점을 고려하면 어떻게든 이견을 좁힐 것이라는데 무게가 실린다. 재원 부담에 강하게 반기를 들 경우 자칫하다 새 정부에 '미운털'이 박힐 수 있다는 우려다. 또 다른 관계자는 “정부에서 밀고 있는 정책이니 어떻게든 이견이 좁혀질 것"이라고 했다. 나유라 기자 ys106@ek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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