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초고령사회에 접어들면서 퇴직연금의 노후소득 기능을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퇴직금을 한 번에 찾아 쓰는 관행에서 벗어나 노후 기간 동안 안정적으로 생활비를 받을 수 있는 '평생 소득' 체계로 전환해야 한다는 문제의식이 커지면서다. 이에 따라 연금 상품 구조를 손질하고 장기 수령을 유도하는 제도 개선 논의도 본격화되고 있다. 금융감독원과 고용노동부는 14일 서울 여의도 금감원 대강당에서 퇴직연금 사업자들을 대상으로 '퇴직연금의 장수 리스크 대응 방안 세미나'를 열었다고 밝혔다. 이번 행사는 기대수명 증가에 따른 노후자금 고갈 위험에 대응하고, 퇴직연금의 노후소득 보장 기능을 강화하기 위해 마련됐다. 정부는 현재 국내 퇴직연금 수급 구조가 여전히 단기 자금 활용에 치우쳐 있다고 진단했다. 실제 지난해 퇴직연금 수급을 시작한 60만1000명 가운데 83.5%에 해당하는 50만2000명이 일시금으로 자금을 수령했다. 연금 형태로 나눠 받은 가입자는 16.5% 수준인 9만9000명에 그쳤다. 연금으로 받더라도 수령 기간은 짧았다. 지난해 연금 수급자의 약 82%가 10년 이하 기간을 선택한 것으로 집계됐다. 세부적으로는 5년 이하가 17.5%, 5~10년이 64.3%를 차지했다. 반면 10~20년은 15.9%, 20년 초과는 2.3%에 머물렀다. 정부는 이 같은 흐름이 퇴직연금을 노후 대비 자산보다는 '목돈' 개념으로 바라보는 인식과 연결돼 있다고 봤다. 당국은 기대수명이 길어지는 상황에서 일시금이나 단기 연금 중심의 수령 방식이 이어질 경우 은퇴 이후 안정적인 현금 흐름 확보가 어려워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세미나에서는 퇴직연금 중도 인출을 줄여야 한다는 의견도 나왔다. 특히 이직 과정에서 개인형 퇴직연금(IRP) 계좌를 해지해 자금을 일시에 찾아가는 사례가 많은 만큼, 담보대출 같은 대체 수단을 활용해 연금 개시 시점까지 적립금을 유지하도록 유도할 필요가 있다는 제안이 제기됐다. 상품 구조 개편 논의도 이어졌다. 현재 신탁형 퇴직연금은 가입자가 사망할 경우 적립금 반환 문제가 있다는 이유로 종신연금 가입이 제한되고, 일부 사업자는 연금 지급 기간을 최대 20년까지만 운영하고 있다. 이에 따라 사망 시 남은 적립금을 유족에게 돌려주는 형태의 종신연금 상품 개발을 유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장기적으로는 일반 종신연금 선택 폭을 넓히는 방안도 검토 과제로 언급됐다. 노후 인출기에 적합한 투자 상품 필요성도 주요 화두였다. 참석자들은 자산배분 전략을 통해 안정적으로 운용할 수 있는 체계를 구축하고, 원금 손실 위험을 낮춘 보증형 실적배당보험 등 연금 수령 단계에 맞는 상품 공급 확대가 필요하다고 봤다. 서재완 금감원 부원장보는 “퇴직연금은 일시금으로 수령하는 '목돈'이 아닌 장기간에 걸쳐 지급되는 '평생소득'"이라며 “노후 대비를 위한 본래 기능과 역할을 회복하도록 퇴직연금 사업자들이 함께 노력해달라"고 말했다. 또 사업자들에게 가입자의 노후 소득 전반을 고려한 컨설팅 기능을 강화하고, 장기 연금 수령이 가능하도록 상품 체계를 정비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서명석 고용노동부 근로기준정책관은 향후 도입 예정인 기금형 퇴직연금 제도와 관련해 연금 상품 다양화와 인출기 맞춤형 솔루션 확대 등을 추진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정부는 하반기 중 퇴직연금 사업자 및 관련 협회와 함께 퇴직연금 가이드북도 제작 배포할 계획이다. 송재석 기자 mediasong@ek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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