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5일(현지시간) 진행된 한미정상회담에서 한미 양국이 소형모듈원자로(SMR) 사업에서 협력을 강화하기로 하자 우리나라 건설사들도 '신사업 먹거리' 확보를 기대하고 있다. 27일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지난 이재명 대통령의 방미를 계기로 한미 양국 기업들은 '제조업 르네상스 파트너십' 강화를 위한 다수의 계약 및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구체적으로, 원자력 분야에서는 한국수력원자력(한수원)과 두산에너빌리티가 미국 아마존웹서비스(AWS), SMR 개발사 엑스에너지와 함께 SMR 설계, 건설, 운영, 공급망 구축, 투자 및 시장 확대 협력에 관한 4자간 MOU를 체결했다. 이번 협약을 통해 한수원과 두산에너빌리티는 엑스에너지가 SMR 대표 모델로 개발 중인 'Xe-100'을 기반으로 추진하는 미국 내 데이터센터 및 산업용 전력 공급 프로젝트에 협력하기로 했다. 또, 각 기업들은 AWS가 약 7억 달러(약 9740억원)를 투자한 5GW(기가와트) 규모 SMR 상용화 추진 과정에 긴밀히 협력한다는 방침이다. 이는 엑스에너지가 개발 중인 80㎿(메가와트)급 SMR 64기에 해당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해당 SMR은 2039년까지 AWS AI 데이터센터 전력 공급에 활용될 예정이다. 기술 상용화가 관건이긴 하지만, 이번 MOU를 계기로 양국의 원전·SMR 협력이 한층 속도를 낼 거라는 게 업계 전반의 분석이다. 전문가들은 협약으로 인한 직간접적인 수혜가 기대되는 만큼, 국내 기업들이 미국의 원전 확대 기조에 발맞춰 SMR을 비롯한 차세대 원전 기술 분야에서 협력을 적극 모색해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실제로 국내 건설사들은 SMR을 핵심 신사업으로 낙점하고 성장 동력 창출을 위해 집중하는 분위기다. 현대건설은 SMR 발전과 수전해 수소 생산의 최적 용량을 검토하고 고효율 구성안을 도출하는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SMR-160의 2차 계통 설계를 위한 열수력 및 안전해석 기술 확보에도 적극적으로, 해석모델 구축과 검증을 통해 안정성을 높인다는 방침이다. 미국 미시간주 펠리세이즈 원전 부지 내 SMR 2기 건설을 목표로 연내 착공에 돌입할 계획도 지니고 있다. 삼성물산 건설부문도 지난 5월 일본 중공업 기업 IHI와 소형모듈원전(SMR)을 위한 '강판 콘크리트 벽체'(SC) 모듈화 실증을 완료한 바 있다. 또, DL이앤씨는 엑스에너지와 함께 고온가스로(HTGR) 기반 SMR 모델인 'Xe-100'의 표준 설계를 공동 개발하고 있다. 향후 EPC(설계·조달·시공) 분야 공동 수행도 기대하고 있다. 건설업계가 SMR을 비롯한 신사업에 기대를 거는 이유는 건설 경기 악화가 지속되며 국내 사업이 침체되고 있는 데다, '노란봉투법' 등으로 불확실성이 계속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해외 사업에서도 중국 업체의 저가 공세와 원자재 가격 상승으로 단순 도급사업의 수익성이 악화되면서 돌파구 마련이 필요한 상황이다. 우리 기업들은 그간 전체 수주의 90% 이상을 단순 도급에 의존해왔으며, 지난해 플랜트 등 산업설비와 엔지니어링 분야 진출이 확대됐지만 여전히 86.1% 수준에 머물렀다. 이에 따라 SMR 상용화가 구조 전환의 중요한 계기가 될 수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글로벌 SMR 시장 규모는 2027년 104억달러에서 2040년 3000억 달러, 우리나라 돈으로 약 438조 원까지 증가할 것으로 전망되기 때문이다. 윤종일 카이스트 원자력 및 양자공학과 교수는 “한전 산하의 원자력 관련 기업들, 즉 한수원으 비롯해 한국전력기술, 한전원자력연료, 한전KPS 등이 수혜를 볼 것으로 예상된다"며 “현대건설을 비롯한 건설사들도 원전 건설에서 입증된 경제성과 안전성을 바탕으로 SMR 구축 협력 시 상당한 수혜를 누릴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김유승 기자 kys@ekn.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