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공항 개혁④] 수천억 흑자에도 인력 줄이려다 서비스 ‘추락’

인천국제공항공사가 해외여행·한류 특수를 타고 최근 3년 연속 수천억원 규모 흑자를 냈음에도 인력 충원은커녕 구조조정을 단행하면서 국민 불편이 더욱 가중되고 있다. 공항 수요는 날로 폭발하는데 현장에선 인력이 없어 승객들이 발만 동동 구르고 있는 상황이 지속되고 있다. 20일 공공기관 경영정보 공개시스템을 보면 공사는 최근 3년 연속 흑자를 냈다. 코로나19가 발병해 항공길이 막힌 2020년 4229억원 손실을 입었고, 2021년에도 코로나19가 더욱 심해지면서 적자 규모가 7506억원으로 더욱 불어났다. 2022년에도 코로나 여파로 인한 항공 수요가 회복되지 않으면서 5266억원 적자를 기록했다. 그러나 엔데믹 이후 이전 3년간 억눌려왔던 항공 수요가 폭발한 2023년엔 5035억원 흑자로 전환했고, 2024년에도 순익 4882억원을 거뒀다. 특히 2025년 당기순이익이 7567억원에 달한다. 이는 코로나19 직전 거둔 2019년 흑자 규모(8660억원)의 87.4% 수준까지 회복했다. 실제로 인천공항은 연초 휴가 막바지 날이었던 지난 4일 이용객 24만명을 기록하면서 창사 이래 일일 여객 최다 기록을 경신했다. 이전 인천공항 일일 최다 이용객을 기록한 날은 코로나19 직전 해 여름 휴가기간인 2019년 8월 4일의 23만4171명이었다. 이는 인천공항이 3년간의 코로나19 불황을 완전히 극복했음을 의미한다. 또 인천공항은 항공 여행객의 폭발적인 수요 증가에 발맞춰 4조8000억원을 들여 2018년부터 2024년까지 제2터미널을 추가로 건설하기도 했다. 창사 이래 최대 위기였던 3년간의 코로나19 시대를 극복하고 다시 코로나 이전 실적을 회복했지만, 문제는 인천공항의 인력 운영이 사실상 문을 닫았던 코로나19 시대에 여전히 묶여있다는 것이다. 특히 외형적인 확장과 추가건설 등 하드웨어가 갖춰진 반면 효율적인 운영을 위한 인력·시스템이 갖춰져 있지 않았다는 점이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우선 업무 총괄·관리를 담당한 공사의 경우 일반 정규직 직원 수가 2023년 1609명이었지만 다음 해인 2024년 1587명으로 오히려 더욱 감소했다. 작년 10월말엔 1551명으로 갈수록 줄었다. 공사 정원은 같은 시기 1697명인데 실제 인력은 91.4%에 그치면서 정원도 채우지 못했다. 특히 보안 검색, 시설관리, 운영 등에 투입되는 실무 인력 부족은 심각하다. 공사는 대부분의 실무 인력을 3개 자회사를 통해 충당하고 있다. 작년 10월말 기준 인천공항시설관리·인천공항운영서비스·인천국제공항보안 등 인천공항 산하 3개 자회사 직원 수는 1만71명으로 공사 직원 수의 7배에 달한다. 그러나 정작 공항 현장에서 대부분의 항공 서비스 업무를 맡고 있는 이들 자회사 직원들의 고용은 극히 불안정하다. 2024년 10월 공개된 '인천공항 위탁사업 운영 혁신 마스터플랜(안)'에 따르면 공사는 공항 현장 업무를 맡고 있는 3개 자회사 직원 259명을 구조조정하려 했다. 그러나 당시 야당과 노동계의 거센 반발에 부딪히자 감축 계획을 철회했다. 고용 불안정은 산재 사고로 이어졌다. 지난해에만 공사 자회사 근로자 5명이 야간근무 중 사망하거나 추락사했다. 3조 2교대라는 고강도 근무 형태가 지속되면서 퇴사도 빈번하다. 2020년부터 2023년 9월까지 인천공항시설관리·인천공항운영서비스·인천국제공항보안 등 자회사 3곳의 2년 이내 신입 사원 퇴직자 비율은 25%에 달했다. 추가 고용은 미진하고, 퇴사로 인해 공항 서비스를 책임져야 할 현장 직원 배치에 구멍이 생기면서 인천공항 여객 서비스의 질은 갈수록 하락하고 있다. 한편 이에 대한 공사의 입장을 듣기 위해 다양한 경로로 접촉을 시도했지만 답변을 받지 못했다. 임진영 기자 ijy@ekn.kr

서울 아파트 공급 절벽 ‘책임 공방’ 불붙었다

6·3 지방선거를 앞두고 서울 아파트 '공급 절벽'을 둘러싼 책임 공방에 불이 붙고 있다. 오세훈 서울시장이 “서울 공급 부족의 근본 원인은 전임 10년, 민주당 시정 탓"이라며 공세 수위를 높이자, 야권 서울시장 유력 주자로 거론되는 정원오 성동구청장은 “뉴타운 해제를 시작한 건 오 시장 자신"이라며 “자기부터 돌아봐야 한다"고 맞받아쳤다. 공급 절벽이 현실화하는 시점에 설전이 격화되면서 서울 집값과 주택 공급 문제가 지방선거 최대 화두로 떠오르는 분위기다. 20일 업계와 서울시 자료에 따르면 올해 서울 아파트 입주 물량은 약 2만4462가구로, 최근 몇 년간 연평균 4만 가구 안팎이던 흐름과 비교하면 절반 가까이 줄어든다. 지난해 예정 입주 물량이 4만7000가구 수준이었던 점을 감안하면 불과 1년 사이 공급이 급격히 감소한 셈이다. 전국적으로도 공급 감소세는 뚜렷하다. 부동산 플랫폼 직방에 따르면 올해 전국 아파트 입주 물량은 17만2270가구로, 작년(23만8372가구)보다 약 28% 줄어들 전망이다. 최근 수년간 연간 20만 가구를 웃돌던 입주 물량과 비교하면 상당 폭 밑도는 수준으로, 공급 절벽 우려가 현실화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특히 서울의 내년 사정은 더 심각하다. 직방 집계에 따르면 내년 서울 아파트 입주 예정 물량은 1만6412가구로, 올해(3만1856가구)보다 48% 급감할 것으로 예상된다.이와 맞물려 일부 자치구에서는 신규 분양이 사실상 제로인 곳까지 나타나면서 당분간 공급 부족에 따른 집값·전세 불안이 이어질 수 있다는 전망도 커지고 있다. 이처럼 공급 절벽이 가시화된 상태에서 지방선거 국면이 닥쳐 오자 정치 쟁점으로 번지고 있다. 우선 오세훈 시장은 최근 신년 인터뷰에서 “서울 집값이 잡히지 않는 근본 원인은 전임 시장 10년의 암흑기"라며 “뉴타운 해제 등으로 40만 가구 공급 기회를 포기한 것이 집값 불안의 구조적 원인"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당시 정비구역을 무더기 해제하면서 공급 씨를 말렸고, 지금의 공급 절벽은 그 후과가 드러나는 과정"이라며 책임을 전임 시정으로 돌렸다. 박원순 전 시장 재임 시절 재건축·재개발 구역 389곳이 해제되며 공급 기반이 무너졌고, 그 영향이 현재까지 이어지고 있다는 주장이다. 그는 지난 19일 신림7구역을 찾아가서는 “재개발이 정부의 10·15 대책으로 꽉 막혀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에 정 구청장은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등을 통해 “뉴타운 해제를 설계한 것은 오 시장 본인인데, 지금 와서 모든 책임을 전임 시장에게 돌리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는 2011년 서울시가 '신주거정비 5대 추진방향'을 발표하며 뉴타운 예정구역 31곳을 해제 예정 구역으로 지정·공고한 사례를 거론하며 “기록상 뉴타운 해제를 처음 시작한 것도 오 시장"이라고 반박했다. 그러면서 “집값 폭등과 공급 절벽의 책임은 결국 현직 시장에게 있다"며 “과거 탓만 해서는 현재 위기를 풀 수 없다"고 직격했다. 정 구청장은 “(오 시장이)'시민을 위한 행정'이 아니라 '내 정치를 위한 행정'을 하고 계신 것처럼 보인다"면서 “(10·15 대책으로 인한)고통의 상당 부분이 시장님의 정책 결정에서 비롯됐다는 점은 미처 돌아보지 않으시는 것인지 안타깝다"고 일침을 가했다. 특히 오 시장의 토허제 해제 번복 등으로 인한 집값 상승 등을 지적했다. 정 구청장은 “일관성 없는 정책으로 시장을 흔들어 놓고, 그 책임을 중앙정부에만 돌리는 방식으로는 시민의 신뢰를 회복할 수 없다"며 “'네 탓'이 아니라 국토부 등 정부 당국과 함께 시장의 심리 안정을 위해 한 목소리를 내는 것, 그리고 실효성 있는 공급 방안 마련을 위해 힘을 모으는 일"이라고 비판했다. 또 다른 여권 주자인 박주민 더불어민주당 의원도 이날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화려한 겉포장을 걷어내면 그 안은 부실하기 짝이 없다"며 오 시장의 언급을 강력히 비판했다. 박 의원은 “오세훈표 주택 공급은 '허수'"라면서 “신통기획이니 모아타운이니 이름은 거창하지만, 실제 주거 기준으로 착공된 건수는 단 '0건'"이라고 꼬집었다. 또 “무능이 서울 아파트값을 폭등시켰다"면서 지난해 2월 서울시의 토허제 해제·번복 사태로 집값이 급등하기 시작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오 시장이)이념에 눈이 멀었다"면서 “공공의 역할을 폄훼하며 민간 중심의 공급만을 외친다다. 공공은 무조건 나쁘고 민간은 무조건 좋다는 거냐. 민간도 속도를 내게 하되, 공공도 제 역할을 할 수 있게 만드는 것, 그것이 진짜 주거 대책"이라고 장조했다. 시장 전문가들은 주택시장 공급 절벽이 정비사업 지연과 금융 여건 악화, 제도적 제약이 겹쳐 누적된 복합적 결과라고 분석한다. 조주현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규제냐 시장 요인이냐를 따지면 둘 다 문제"라며 “거시경제 요인에 의해 주어지는 제약이 상당히 크게 작동하고 있다"고 말했다. 즉 정비사업 규제 논쟁과 별개로, 고금리·PF 경색 등 시장 환경이 사업성을 흔들면서 공급 여력을 떨어뜨리고 있다는 진단이다. 조 교수는 또 정비사업을 통한 공급 확대가 시 의지만으로 관철되기 어렵다고 봤다. 그는 “재건축·재개발 부담금과 재건축초과이익환수제(재초환), 양도세 등은 법 개정이 필요한 사안"이라며 “중앙정부·국회가 움직이지 않으면 서울시만으로는 정책을 밀어붙이기 어렵고, 서울시가 할 수 있는 영역에는 분명한 한계가 존재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공급 절벽의 충격을 줄이기 위해 정비사업 속도만 강조할 것이 아니라 금융·세제·규제 여건을 함께 손봐야 한다고 조언했다. 아울러 “주택 개수가 절대적으로 모자라서라기보다 원하는 위치에 원하는 집이 없거나 너무 비싸 체감 부족이 커지는 측면이 있다"며 리모델링·집수리와 도심 중소형·임대주택 확충 등 체감 공급을 늘리는 보완책을 병행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서예온 기자 pr9028@ekn.kr

교통비 환급 K-패스, 토스뱅크·티머니 등 7곳서 추가 신청 지원

국토교통부가 대중교통 이용 시 환급 혜택을 받을 수 있는 '모두의 카드(K-패스)' 주관 카드사로 토스뱅크·티머니 등 7곳을 추가 선정했다. 국토교통부 대도시권광역교통위원회는 K-패스 주관 카드사로 △토스뱅크 △티머니 △전북은행 △신협 △경남은행 △새마을금고 △제주은행 등 7개 기관을 새로 선정했다고 20일 밝혔다. 이 가운데 토스뱅크를 제외한 6개 카드사의 K-패스 카드는 2월 2일부터 발급된다. 만일 온라인 신청 및 발급이 어려울 경우 △전북은행 △신협 △경남은행 △새마을금고 △제주은행 등 5개 카드사를 방문하면 K-패스 회원가입 안내와 지원을 받는 대면 서비스를 제공받을 수 있다. 앞서 정부는 올해부터 월 대중교통비가 환급 기준금액을 초과할 경우 초과분을 전액 돌려주는 '모두의 카드'를 K-패스 내에 신규 도입했다. 신분당선, 광역버스, 광역급행철도(GTX) 등 요금이 일반 교통수단보다 2~3배 높은 노선을 이용하더라도 환급 대상에 포함된다. 환급 기준금액은 지역과 취약계층 해당 여부에 따라 3만~10만원 수준이다. 아울러 대광위는 토스뱅크와 협력해 카드 발급부터 K-패스 회원가입, 카드 등록까지 한 번에 처리할 수 있는 원스톱 서비스 시범사업도 2월 26일부터 선보일 예정이다. 카드 발급 후 K-패스 앱이나 누리집에서 별도로 회원가입과 카드 등록을 해야 해 이용에 불편이 있었던 점을 개선하기 위한 조치이다. 한편, 이번 추가 선정으로 K-패스 카드 신청이 가능한 은행은 모두 27곳으로 늘었다. 대광위는 국민 교통비 부담 완화를 위해 지난해 12월 관련 예산을 전년 2374억원에서 올해 5580억원으로 135% 증액한 바 있다. 김유승 기자 kys@ekn.kr

국토부 직원들이 뽑은 2025 모범리더 ‘전·현직 대변인’

국토교통부 현직 대변인과 전직 대변인이 직원들이 뽑은 모범리더에 선정됐다. 국토교통부공무원노동조합은 전 직원을 대상으로 실시한 '2025년 국토교통부 모범리더' 선정 결과를 20일 발표했다. 모범리더 선정은 '함께 일하고 싶은 리더상 정립'과 '수평적 조직문화 조성'을 목표로 노동조합이 13년간 지속해 온 노동조합의 대표적인 조직문화 개선 사업이다. 이번 설문은 2025년 12월 22일부터 2026년 1월 9일까지 19일간 본부 각 실·국장 및 1·2차 소속기관장 등 총 72명을 대상으로 국토부 직원 2750명이 투표했다. 참여율이 60%를 상회하는 등 높은 관심 속에 진행됐다. 설문결과 총 10명이 '2025년 모범리더'로 선정됐다. 직원들은 선정 사유로 ▲높은 업무 이해도와 책임 있는 업무 수행 ▲불필요·과도한 업무 지시 지양 ▲명확한 업무 방향 제시 ▲직원과의 수평적 소통 ▲일할 맛 나는 근무환경 조성 등을 공통적으로 꼽았다. 본부의 경우 △박지홍 전 대변인이 3회 연속 선정(2023~2025년)됐다. 박 전 대변인은 7점 만점 기준 평가에서 대상 응답자의 80% 이상이 참여한 가운데 높은 점수를 기록, 다수 구성원으로부터 폭넓은 공감을 얻은 리더로 평가됐다. 또 △김헌정 현 대변인(3회 선정) △이우제 도로국장(3회 선정) △김수상 전 대도시광역교통위원회 상임위원(3회 선정) △이기봉 주거복지정책관 등이 모범리더로 뽑혔다. 1차 소속기관에는 △김영한 서울지방국토관리청장 △전형필 부산지방국토관리청장 2차 소속기관에는 △박정현 논산국토관리사무소장 △이재연 전 순천국토관리사무소장(3회 선정) △조광영 예산국토관리사무소장이 각각 선정됐다. 한편, 국토부 노조는 동일한 설문을 통해 조직 운영 과정에서 개선이 필요하다고 평가된 워스트(Worst) 관리자에 대한 결과 역시 별도로 정리해 기관 측(장·차관 등)과 공유한다. 임진영 기자 ijy@ekn.kr

국토부 공기업 수장에 정치인 대거 거론…“국정 철학 vs내로남불”

최근 국토교통부 산하 주요 공기업 수장에 정치인 출신 인사들이 거론되면서 낙하산 인사 논란이 불거지고 있다. 이재명 정부의 국정 철학을 잘 이해하고 정치력·로비력과 뚝심 있는 정치권 인사들을 투입해 공약 이행·내부 개혁 등을 원활히 하겠다는 명분이다. 그러나 보은성·비전문가 인사를 낙하산 식으로 투하해 온 전임 정부들의 행태를 따라하는 '내로남불' 이라는 비판도 있다. 19일 관가에 따르면 공석 중인 주택도시보증공사(HUG) 사장에 최인호 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유력하게 거론되고 있다. 최 전 의원은 공직 임용 절차에 따라 지난 16일 민주당을 탈당했다. HUG는 이 주 중 차기 사장 선임을 앞두고 있는 만큼, 사실상 임명이 확정됐다는 해석이 나온다. 최 전 의원은 20·21대 국회의원을 지내며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간사를 맡은 바 있다. 또, 한국부동산원장 후보로는 이헌욱 변호사가 유력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 변호사는 2020년부터 경기주택도시공사(GH) 사장으로 재직하며 공공주택 공급 확대와 경기주택공사 분리 출범 등을 주도한 바 있다. 이 대통령의 '10년 지기'이자 측근으로도 분류되는 핵심 라인이다. 공공주택 공급의 책임을 맡은 한국토지주택공사(LH) 수장에도 이성만 전 민주당 의원이 하마평에 오르내린다. 다만 이 의원은 21대 국회의원으로 재직하던 당시 국토위가 아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와 행정안전위원회를 거쳐 실제 기용 가능성은 높지 않다는 시각도 나온다. 앞서 이 대통령은 LH 사장 후보로 내부 출신 인사 3명이 추천되자 “외부에 인재가 없어서 내부에서 뽑기로 했느냐"며 비판한 바 있다. 이 대통령은 최근 성남·경기도 라인과 사법연수원·중앙대 인맥 등 '친분 있는 인사'를 중용하고 있다. 실제로 앞서 국토교통부 2차관으로 임명된 홍지선 차관도 이 대통령의 경기도지사 시절 도시주택실장을 지낸 인물이다. 이 대통령은 조원철 법제처장과 이찬진 금융감독원장 등 주요 공공기관장도 사법연수원 18기 및 사법시험 동기 출신을 다수 임명했다. 과거 법률 대리인이었던 김성식 법무법인 원 변호사도 최근 예금보험공사 사장으로 내정됐다. 이 같은 행보를 두고 여권 내부에서는 국정 철학과 공약을 제대로 이행하기 위한 선택이라고 풀이하고 있다. 특히 주택·부동산 정책은 정권의 핵심 과제인 만큼, 대통령의 정책 방향을 정확히 이해하고 실행할 인사가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특히, 정치권에서는 지난해 12월 업무보고 등을 통해 대통령의 지시에 마찰 없이 호흡을 맞춰 일할 인사를 선별하겠다는 신호가 분명해졌다는 해석이 나온다. 이 대통령은 당시 이학재 인천국제공항공사 사장을 향해 “자료에 써진 것 말고는 아는 게 하나도 없다"며 “3년이 돼 가는데도 업무 파악을 제대로 못 한 것 같다"고 공개 질타했다. 이 사장은 3선의 국민의힘 의원 출신으로, 취임 당시부터 '낙하산 인사' 논란이 제기됐던 인물이다. 야권에서는 과거 낙하산 인사를 강하게 비판해왔던 이 대통령도 똑같은 행태를 보인다며 '내로남불'이라고 비판하고 있다. 이 대통령은 과거 민주당 대표 당시 검사 출신 인사를 다수 등용한 윤석열 정부를 두고 “정치와 대통령의 역할은 국민을 통합해 국가 에너지를 하나로 모으는 것"이라며 “극우·검사 편향 인사로는 민심을 회복하기 어렵다"고 비판한 바 있다. '알박기' 인사는 능력보다 사적 인연과 충성도가 인사 기준이 되는 구조라는 점에서 문제가 되고 있다. 정권에 기여한 인사에게 '한 자리'를 보장하는 과정에서 인적 카르텔이 형성되기 때문이다. 이들이 공공과 민간을 오가며 공직사회를 흔들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전문성이 뒷받침되지 않은 인사일 경우 공공기관 운영 악화와 정책 실패로 이어질 가능성도 크다. 전문가들은 낙하산·보은 인사 논란이 현 정부에만 국한된 문제는 아니라고 보고 있다. 이명박 정부의 고·소·영(고려대·소망교회·영남)' 인사, 박근혜 정부의 '수첩 인사', 문재인 정부의 '캠·코·더(캠프 출신·코드 인사·더불어민주당)', 윤석열 정부의 검사·서오남(서울대 출신 50대 남성)·극우 유튜버 편중 인사까지 정권마다 논란이 반복됐기 때문이다. 최호택 배재대 행정학과 교수는 “한국은 대통령 중심제 국가이지만 정당의 역할도 중요한 만큼, 당정 간 조율 등을 통해 보다 합리적인 인사를 발굴할 필요가 있다"며 “전문성이 요구되는 분야는 국민공모를 통해 다양한 전문가들이 참여할 수 있는 통로를 열어주는 방안도 검토해볼 만하다"고 말했다. 이어 최 교수는 “이 대통령이 이혜훈 기획예산처 장관 후보의 사례처럼 인사를 정치적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수단으로 활용하는 측면도 엿보인다"며 “국정 안정성을 위해서는 정치적 고려보다 충분히 검증된 인사를 발탁하는 것이 바람직해 보인다"고 덧붙였다. 김유승 기자 kys@ekn.kr

[인천공항 개혁③] 국감 질의서 ‘슬쩍’·영리 행위 수두룩…도덕적 해이 만연

인천국제공항공사의 도덕적 해이가 심각한 상황이다. 국회 파견 직원이 국정감사를 앞두고 의원실에서 질의를 몰래 가져가는가 하면 직원들은 회사 측에 신고도 하지 않고 외부 강의로 '뒷주머니'를 차고 있었다. 15일 공공기관 경영정보 공개시스템에 지난달 말 공시된 공사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공사의 국회 협력관으로 근무하던 A직원은 2025년 인천공항 국정감사 전날인 작년 10월 26일 밤 9시 20분 더불어민주당 신영대 전 의원실을 방문해 의원실 내 탕비실 옆 공기청정기 위에 있는 질의서를 들고 의원실을 나왔다. 이에 신 전 의원 선임비서관이 질의서가 A씨에 의해 무단 반출된 사실을 인지하고 밤 10시부터 다음 날 새벽 1시 30분경까지 수차례에 걸쳐 “질의서를 돌려 달라", “무었을 가져갔느냐" 추궁했지만 A씨는 동문서답으로 일관하고 우롱성 답변을 반복하며 회피했다. 그는 국감 당일 날인 10월 27일 오전 9시 반경 여의도 국회 국정감사장 복도에서 신 전 의원 선임비서관에게 강한 질책과 추궁을 받고 나서야 “죄송하다"며 반출을 시인했다. 문제의 직원은 의원실 밖에서 잠깐 보고 폐지함에 버렸다고 주장했지만 선임비서관이 확인결과 문서를 발견하지 못해 폐기했다는 주장은 신빙성이 없는 것으로 드러났다. 결국 무단반출된 질의서는 다음 날 오후 네 시 반이 돼서야 다시 반환됐다. 반출 이후 입수된 질의서를 인천공항 측에서 이를 적극적으로 활용하거나 대외에 공유하는 등의 사항은 확인되지 않았다. A씨는 자의적인 판단 하에 과도한 의욕으로 인한 순간적인 실수로 질의서를 가져갔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일각에선 공사의 사회적 평가를 크게 저하시킨 행동이라는 비판이 나왔다. 뿐만 아니다. 직원들의 다른 도덕적 해이도 상당하다. 2025년 상반기 동안 인천공항에선 외부강의 등 겸업허가를 받지 않고 직무 이외 영리 업무를 수행한 직원들 41명이 적발됐다. 특히 이들 중 일부는 외부강의 등 요청기관으로부터 여비 등이 포함된 사례금을 수령했음에도 불구하고, 인천공항으로부터 근거리 출장에 따른 출장비를 중복 수령하여 '윤리규정' 제7조 및 '여비규정' 제11조 제1항을 위반한 사실이 드러났다. 아울러 인천공항 내 모 부서는 원거리 지역에서 체재하는 직원들에 대한 체재비 지원 산정 시 근무형태가 주 5일 근무임에도 실제 근무한 일수를 기준으로 하지 않고 주말 및 공휴일도 포함해 체재비를 과다 산정했음이 확인됐다. 인천공항 직원 B씨는 근무지 외 지역에 가족과 동반으로 부임 시 1박 2일간의 가족 이전 여비를 지원 받을 수 있다는 내규를 악용해 2025년 4월부터 8월까지 총 다섯 차례에 걸쳐 가족 이전 지원비를 인천공항으로부터 416만원을 타낸 사실이 적발되기도 했다. 문제는 이처럼 인천공항 내부에서 직원들의 도덕적 해이·비위 행위가 잇따르지만, 공사 스스로 이를 정화하지 못하는데 있다. 감사보고서는 국회 질의서를 무단반출한 직원에 대해 중징계 조치를 권고했지만 아직 인천공항 측은 해당 직원에 대한 처벌 절차에 대해 착수하지 않았고, 처벌 수준에 대한 결정도 내리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아울러 올해 상반기 직무 외 미허가 영리 행위를 했다가 적발된 인천공항 직원 41명 중 30명에게만 징계 절차가 내려졌다. 심지어 징계를 받은 30명도 감봉이나 정직 및 해임, 파면 등 중징계를 받은 직원은 단 한명도 없었다. 공사는 적발된 직원 전원에게 “경고" 또는 “주의" 등 경징계만 주었다. 1박 2일 가족 이전 지원비를 과다하게 타낸 직원에 대해서도 환수 조치만 취했을 뿐 다른 징계는 없었다. 한편 에너지경제신문은 감사를 통해 적발된 사항에 대한 공사 측 입장을 듣기 위해 다양한 경로로 접촉을 시도했지만 답변을 받지 못했다. 임진영 기자 ijy@ekn.kr

K-콘텐츠 덕에 한옥 뜨니…중소도시 건축 활성화 나선다

국토교통부가 중소도시 발전을 위해 한국의 주거 정체성을 보여주는 문화자산인 한옥 건축 활성화와 도시건축 디자인 혁신에 착수한다. 19일 국토부에 따르면, 최근 K-콘텐츠가 인기를 누리며 한옥 고택이나 빈집을 활용한 카페·숙소를 비롯한 한옥 명소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국토부는 이 같은 흐름을 지역 고유의 매력 확충으로 연결하기 위해 한옥 건축 활성화 정책 방향을 모색하고 있다. 구체적으로, 국토부는 한옥 관련 통계를 현실화하는 등 현대화에 속도를 낼 방침이다. 이를 위해 현재 경북·광주·서울 등 일부 지방자치단체에서 운영 중인 한옥 등록제를 다른 지역으로 확산하는 방안을 검토할 예정이다. 한옥 건축에 대한 지원 역시 늘린다. 전통 결구 방식을 응용한 모듈러 한옥 연구를 추진하고 자재 표준화 수준을 높여 공사비 부담을 낮춘다는 방침이다. 내화·내진 성능과 녹색건축 기준 등 현행 법적 요건을 반영할 수 있도록 건축기준도 재편한다. 아울러 지역 명소 조성도 본격화한다. 국정과제의 하나인 지역 명소 육성과 연계해 한옥형 디자인 특화 명소를 확충한다는 방침이다. 중장기적으로는 한옥 건축 산업화를 염두에 둔 '한옥 건축 산학연 협력단지(클러스터)' 조성 구상도 검토하고 있다. 이는 설계부터 자재 제작·유통, 기술 전문 교육, 시공, 유지보수까지 한 자리에서 이뤄지는 생태계를 구축하겠다는 구상이다. 정부는 이를 제3차 건축자산 진흥 기본계획(2026~2030)에 한옥 건축 활성화 방안으로 담는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 이밖에 한옥 대중화를 뒷받침할 전문 인재 육성도 강화한다. 국토부는 2011년부터 건축사와 시공 전문 기능인 등을 대상으로 한옥 전문 인재를 양성했다. 지금까지 배출된 1580명은 한옥 설계공모 당선, 시공 수주, 해외 수출 등 가시적인 성과를 내고 있다는 설명이다. 반면 대학 건축학과 교육은 서양 현대건축 중심으로 운영돼 한옥 건축이 한 학기 선택과목 수준에 머문다고 국토부는 덧붙였다. 이에 국토부는 국비 3억원을 투입해 오는 2월 100명 규모의 한옥 건축 설계 및 시공관리자 전문 인재 양성 과정 운영기관 공모에 나설 계획이다. 이와 함께 한옥 설계·시공·시공관리 교육과정 고도화와 인재 양성 우수기관 시상, 청년과 교사를 대상으로 한 한옥 캠프 재개 등도 검토하고 있다. 김유승 기자 kys@ekn.kr

李 대통령 지시 7개월째…‘콘트롤 타워’ 부재 LH 개혁 표류

이재명 대통령이 공공주택 공급 역할을 확대하라며 지시한 한국토지주택공사(LH) 개혁이 7개월이 지나도록 윤곽을 드러내지 않은 채 표류하고 있다. 주관을 위해 국토교통부 내에 신설된 주택공급추진본부와 LH개혁위원회의 업무가 중복돼 명확한 컨트롤타워가 보이지 않는다. 구체적인 방침과 세부 계획 등도 가시화되지 않아 현장에선 혼란을 느끼고 있다. 19일 국토부에 따르면, 정부는 택지 개발과 주거복지 등 LH의 사업 부문별 방식 개편을 추진하고 있다. 민간 건설사에 택지를 매각하던 기존 구조에서 벗어나, LH가 직접 시행하는 방식으로 변경한다는 취지이다. 이를 위해 국토부는 LH 개혁위원회를 출범시켜 민간 위원장들과 개혁 방안을 논의 중이다. 올해 상반기 내 구체적인 개편안을 내놓는다는 계획이다. 이 같은 개혁 논의는 이 대통령의 문제 제기에서 출발했다. 이 대통령은 지난해 6월 국무회의에서 “LH가 택지를 조성해 민간에 매각하는 구조에는 근본적인 문제가 있다"고 지적하며 강도 높은 개혁을 주문했다. 그동안 LH는 강제 수용권을 통해 확보한 토지를 조성한 뒤 민간 건설사에 매각해 왔고, 민간은 이를 통해 30%가 넘는 고수익을 거둬 왔다. 이 과정에서 역세권 등 우수 입지는 공공 공급이 어려워졌고, 분양가도 상승했다는 것이 정부의 인식이다. 김윤덕 국토부 장관 역시 지난 13일 업무보고에서 LH 공공주택 품질 향상 필요성을 강조했다. 김 장관은 “대통령께서 말씀하시고 제가 말하는 임대 아파트는 기존에 생각해왔던 임대 아파트가 아니다"며 “새로운 형태로 새롭게 만들어지는 아파트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현장에서는 아직까지 국토부의 구체적인 요구안이 제시되지 않은 데다, 비효율적인 업무 체계로 인해 오히려 LH의 정책 실행 속도가 더뎌지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실제로 국토부에 LH 및 공공주택 품질 개선과 관련해 구체적인 기준선 제시나 논의가 진행됐는지 질의한 결과 “주거복지 로드맵을 통해 반영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며, 향후 LH와 논의를 거쳐 전체적인 방향이 나올 것"이라는 원론적인 답변이 돌아왔다. 아직까지 '역세권' 등 핵심 개념에 대한 세부 기준조차 마련되지 않은 상황에서 방향성만 제시된 셈이다. 이처럼 상부의 주문이 추상적인 데다, 의사결정 구조가 분산된 상황에서는 현장 혼선이 불가피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기관간 요구 체계가 명확하지 않은 데다, 이를 조율할 유기적인 소통도 제대로 작동하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관가에 정통한 한 업계 관계자는 “국토부 상위 조직, 내부 조직인 주택공급추진본부, LH 개혁위원회가 동시에 존재한다면 이 가운데 한 곳에서 컨트롤타워 역할을 맡아 명확한 지시를 내려야 하는데, 지금은 지시가 분산돼 보인다"며 “각기 다른 주문이 내려오다 보니 LH 입장에서는 어디에 초점을 맞추고 사업을 진행해야 할지 혼란스러운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정부의 압박은 계속되는데, 내려오는 지시도 예컨대 '블록 개발을 해보라'는 식의 방향성만 있을 뿐"이라며 “어떤 시스템으로, 어떤 기준에 따라 개발하라는 구체적인 디테일이 없어 현장에서는 막막할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또, 다른 전문가도 “LH 개혁은 충분한 준비 단계나 사회적 합의 과정을 거쳐 추진됐다기보다는 어느 순간 정부가 '하겠다'고 발표한 측면이 크다"며 “그러나 정작 개혁을 이끄는 주체들이 무엇을 진행하고 있는지 알 수 없는 상황이다보니, 국토부나 LH 조직 하단으로 내려갈수록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 명확하지 않게 되는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상반기 중 LH 개편안이 공개될 예정이지만, 구체적인 추진 목표와 실행 방안을 단계적으로 정리하지 않으면 정책이 다시 표류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이와 관련해 한 전문가는 “정부가 시간을 두고 정책을 다듬고, 단계별로 구체화한 내용을 제시해야 한다"며 “지금은 국토부가 사안을 총괄하고 조정하는 콘트롤타워 역할을 제대로 하고 있는지 잘 보이지 않지만, 국토부가 절차를 밟아 명확한 지시를 내려야 현장도 속도를 낼 수 있다"고 강조했다. 김유승 기자 kys@ekn.kr

[임진영의 아파토피아]“초품아 뭐길래”…학교에 울고 웃는 대한민국 아파트

부동산 시장에서 통용되는 격언 중에 “우리나라 아파트 가격은 초등학교가 결정한다"는 말이 있다. 물론 아파트 시가는 지리적 위치, 역세권, 브랜드, 세대 수, 연식 등 수많은 입지적 조건에 따라 결정되지만 그 중에서도 단지와 초등학교와의 물리적 거리가 가장 중요한 요소로 꼽힌다. 오죽하면 초등학교가 단지 내에 위치하거나 붙어있는 아파트를 지칭하는 '초품아'라는 부동산 용어가 일상화 돼 있는 상황이다. 같는 동네 안에서도 초품아냐 아니냐에 따라 가격에 차이나 난다. 조금이라도 더 가깝고, 통학이 편한 초등학교에 배정받기 위해 이웃 단지끼리 얼굴을 붉히는 경우도 있다. 초등학교가 아파트 가치를 좌우하는 중요 요소가 된 배경에는 대한민국 특유의 아파트 문화가 자리잡고 있다. 2024년 기준 우리나라 초혼 연령은 남성 33.9세, 여성 31.6세다. 같은 해 기준 첫째아 평균 출산 연령은 33.1세를 기록했다. 우리 국민은 대략 평균적으로 34세에 첫 아이를 낳고, 41세부터 46세까지 기간에 자녀를 초등학교에 보내는 셈이다. 41~46세는 회사와 조직 등 사회 전반에서 중간 실무자급 직원들이 주로 분포하고 있는 연령대기도 하다. 이와 함께 40대는 일생에서 소득이 가장 높은 시기다. 통계청이 운영하는 임금직업포털 자료에 따르면 2025년 기준 연령대별 중위 연봉은 45~49세 중위 연봉이 4999만원으로 가장 높았고, 40~44세 중위연봉이 4998만원으로 뒤를 이었다. 다음은 50~54세 중위 연봉 4703만원, 35~39세 중위 연봉 4666만원이었다. 또 40대는 태어나서 처음으로 자기 명의로 집을 사는 연령대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2020년 기준 생애 최초 내 집 마련에 성공한 세대주의 평균 연령은 43.7세다. 대체적으로 우리나라 사람들은 자녀들이 초등학교 3~4학년경 쯤에 처음으로 주택을 구매하는 셈이다. 이는 통계적으로도 아파트 가격이 결정될 때 초등학교의 존재감이 클 수 밖에 없음을 시사한다. 아파트를 구매하는 초등학교 학부모들에게는 내가 살게 될 단지와 초등학교의 물리적 거리는 내 첫 아파트를 결정하는데 있어 중요한 요소일 수 밖에 없다. 자녀들이 처음으로 제도권 교육에 편입되는 시기가 초등학교이고, 아직 어린 자녀들이 집에서 학교를 편히 통학할 수 있는 아파트를 선택하는 것이 중요 조건이 된다. 이에 아파트 선택 시 자녀들이 학교 통학길이 상대적으로 더 편한 단지를 찾게 되고, 단지 내에 초등학교가 위치하거나 단지와 초등학교가 맞붙어 있는 '초품아'는 아파트 시장에서 수요자들이 선호하는 블루칩으로 떠올랐다. 초품아 아파트가 주택시장을 리딩할 수 있었던 것은 과거 아파트 공급을 주도했던 정부 당국의 정책적 의도 또한 한 몫 했다. 과거 1970~80년대에 대한주택공사(현 LH) 주도로 반포, 잠실, 노원 등 대규모 주거 지구를 개발하면서 주공아파트 건설 붐이 일었다. 당시 주택공사는 대규모 주공아파트를 지으면서 아예 단지 내에 초등학교를 같이 신설했다. 이미 50년 전 국가적으로 대규모 아파트 촌을 조성할 때부터 정부는 '초품아' 단지를 염두에 두고 아파트를 지은 것이다. 1990년대 이후로는 정부가 주도하는 대규모 아파트 개발 시대가 막을 내리고 민간 건설사 주도 아파트 공급이 이뤄지면서 오히려 초품아 아파트의 가치가 더 올라갔다. 초등학교 공립화가 확실하게 뿌리내린 우리나라에서 초등학교를 품은 아파트를 민간에서 건설하기는 힘들다. 과거 지어진 주공아파트들이 초품아 아파트로 명성을 누릴 동안 이후 지어진 민간 아파트는 오히려 비초품아 아파트가 대부분을 차지했다. 초품아 단지의 희소성이 커진만큼 되레 시장에서 초품아의 가치는 높아졌다. 수십년의 세월이 지나 주공아파트가 재건축 되자 주민들은 단지 안에 있는 초등학교는 그대로 둔 채 재건축을 진행했다. 따라서 주공아파트를 재건축 한 반포와 잠실 일대 신축 아파트들은 옛 주공아파트 입지 그대로 초품아 전통을 유지하고 있다. 초품아 주공아파트는 일대 시세를 리딩하는 대장 단지로 오랫동안 인정받았고, 재건축 후에도 여전히 초품아 입지를 바탕으로 지역을 대표하는 랜드마크 아파트로 자리잡고 있다. 반포와 잠실 재건축 랜드마크 아파트인 반포 래미안 퍼스티지와 잠실 엘스가 그 사례다. 반포주공 2단지를 재건축 한 래미안 퍼스티지는 초품아 단지다. 퍼스티지 단지 내에 위치한 잠원초등학교는 반포주공 2단지가 입주한 1978년에 아파트 입주와 같이 개교했다. 1976년에 입주한 잠실주공 1단지를 재건축 한 초품아 잠실 엘스도 단지 내에 위치한 잠일초등학교의 개교연도가 1976년이다. 퍼스티지와 엘스는 최근 반포와 잠실에 최신축 단지들이 입주장을 맞으면서 가격적인 측면에선 최신축 단지들에 밀리고 있지만, 여전히 반포와 잠실을 대표하는 랜드마크 아파트로 시장에서 가치를 인정받는 단지들이다. 이처럼 초등학교가 아파트 선택을 결정하는 중요한 한 축이 되다보니, 이웃 단지 간 초등학교 배정을 둘러싼 다툼이 벌어지기도 한다. 특히 대단지 아파트가 밀집한 잠실에선 이웃 아파트 간에 서로 자기 아파트에 유리한 내용의 민원 폭탄을 관할 구청과 교육청에 단체로 접수하고, 각종 커뮤니티를 통해 여론몰이에 나서면서 상대방 단지를 공격하는 등 감정의 골이 깊어진 상황이다. 최근 나란히 입주를 시작한 잠실 래미안 아이파크와 잠실 르엘 주민들간의 대립이 대표적 사례다. 잠실에선 잠실주공 1~4단지와 잠실시영아파트가 나란히 재건축을 마친 2006~2008년 이후 이십여년 가까이 오랫동안 신축 아파트 입주가 없었다. 그러나 2010년대 후반 들어 다시 잠실에 재건축 붐이 일면서 삼성물산·현대산업개발이 잠실 진주아파트를 재건축 한 잠실 래미안 아이파크(잠래아)가 이달 초부터 입주를 시작했고, 롯데건설이 잠실 미성·크로바 아파트를 재건축 한 잠실 르엘이 20일부터 입주를 시작한다. 이들 단지들은 각각 동서측으로 상대방을 마주하고 있는 이웃 단지다. 또 두 단지 북측엔 잠실시영 아파트를 재건축 해 2008년에 입주한 파크리오가 들어서 있다. 파크리오는 6864세대 규모로, 1만2032세대의 올림픽파크포레온(둔촌주공 재건축)과 9510세대 규모인 헬리오시티(가락시영 재건축)에 이어 서울에서 세 번째로 세대 수가 많은 아파트다. 올림픽파크포레온과 헬리오시티가 1만 세대에 달하는 그 규모만큼이나 단지 내에 초등학교 두 곳을 품은 '더블 초품아' 단지인 것과 마찬가지로, 약 7000세대에 달하는 파크리오 역시 단지 북쪽에 잠현초를, 단지 남쪽엔 잠실초 등 두 곳의 초등학교가 단지 내에 위치한 '더블 초품아' 단지다. 파크리오는 입주 이후 이십여년간 단지 북측에 위치한 동들은 잠현초로, 단지 남쪽에 위치한 동들은 잠실초로 배정받아왔다. 그런데 작년 말부터 잠실 르엘과 잠래아가 입주를 앞두게 되면서 이들 단지 입주예정자들을 중심으로 관할 교육청인 서울강동송파교육지원청에 단체 민원이 폭주했다. 잠래아 입주민들은 단지와 가까운 파크리오 내 잠실초로 전원 배정을, 잠실 르엘 입주민들은 역시 자기 단지와 가까운 파크리오 단지 내 잠현초로 전원 배정을 요구했다. 그러나 이미 기존 파크리오 가구 배정만으로도 잠실초(22~28명)와 잠현초(19~23명)가 과밀학급에 해당하는 28명에 거의 근접해 있는 상황이었다. 부랴부랴 강동송파교육청은 잠실초와 잠현초에 모듈러 건물을 증축해 우선 신축 단지 가구 자녀 배정을 받고, 좀 더 인원에 여유가 있는 잠현초에 잠래아 일부 동을 배정하고, 잠실 르엘 일부 동은 아예 더욱 거리가 먼 잠동초등학교로 배정을 결정했다. 이에 파크리오, 잠래아, 잠실 르엘 등 3개 단지 모두 단체로 불만을 터뜨리고 있다. 파크리오 주민들은 잠래아(2678세대)와 잠실 르엘(1865세대)를 합쳐 4500세대 이상의 대단지가 들어서면서도 이들 신축 단지 조합 측에서 초등학교 신설 등 노력을 하지 않은 채 기존의 파크리오 배정 초등학교 자리를 내준 교육청의 결정을 반발하고 있다. 교육청이 대안으로 제시한 모듈러 증축 역시 인근 신축 단지 입주로 인해 왜 자신들이 안전 문제와 운동장 축소 등 공사로 인한 불편을 감수해야 하냐며 반대하고 있다. 잠래아 주민들은 파크리오 입주민들이 교육청의 모듈러 증축을 반대하는 것은 애당초 잠래아 가구의 잠실초 배정을 원천 차단하겠다는 의도의 이기주의라면서 반발했다. 단지에서 먼 잠현초에 일부 동을 배정하지 말고 전체 동을 잠실초로 배정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잠실 르엘 주민들도 조속한 모듈러 증축과 함께 단지에서 먼 잠동초 배정 철회를 주장한다. 이들 세 단지들은 교육청에 단체 민원 폭탄 시위를 벌이는 것은 물론, 각종 커뮤니티와 SNS 등을 통해서도 갈등을 빚고 있다. 이웃 단지를 비방하면서 자신들의 주장을 정당화 하기 위해 현재도 온라인상에서 전쟁을 벌이는 형국이다. 초등학교를 둘러싼 아파트 간 '세력 다툼'이 입주 전부터 이웃 단지를 서로간에 원수 사이로 만들 정도로 대한민국 아파트와 초등학교는 뗄레야 뗄 수 없는 불가분 관계에 놓여있는 것이다. 강동송파교육청 관계자는 “잠래아와 잠실 르엘을 합치면 4500세대가 넘지만 현행법 상 서울 내 초등학교 신설 조건 세대 수는 3000세대"라며 “두 신축 단지가 서로 자기 단지는 (초등학교 신설) 해당 사항에 없다면서 초교 신설을 위해 노력하거나 당국과 협의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이어 “아파트가 다 지어질 때가 돼서야 이웃 단지를 탓하면서 무조건 자신들이 유리한 쪽으로만 초교 배정을 주장하고 있다"며 “기존 잠실초와 잠현초 시설만으로는 추가로 두 개 신축 단지 가구 배정이 불가능하니 대안으로 모듈러 학급을 증축하고, 일부 동은 더 먼 학교로 보낼 수 밖에 없다. 이웃 아파트 간에 서로 배려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임진영 기자 ijy@ekn.kr

김용범 靑 정책실장 “시장 기대 이상의 공급 대책 발표할 것“

청와대가 상급지 고가 1주택을 의미하는 '똘똘한 한 채'의 보유세·양도세 과세표준 구간 세분화와 누진율 상향을 검토한다. 16일 한겨레에 따르면, 김용범 청와대 정책실장은 “공급 정책이 발표되고 주택 가격이 좀 안정되면 그다음엔 세금 문제를 고민해봐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보유세도 소득세처럼 20억, 30억, 40억원 등 구간을 더 촘촘히 해 달리 적용하는 방안을 검토한다는 취지이다. 현재 소득세는 최고 세율이 45% 정도로 누진세가 적용된다. 반면 주택 보유세와 양도세는 상대적으로 과세표준 구간이 세밀하지 못하다. 이로 인해 전문가들은 '똘똘한 한 채' 집중 현상을 근절하기 위해 1주택 세제 혜택을 축소하고 보유세를 상향하되, 양도세는 낮출 필요가 있다고 조언해 왔다. 아울러 김 실장은 국토교통부가 1월 중 발표하겠다고 밝힌 공급 대책에 대해 “지금도 어느 정도 (정리가) 마무리된 물량이 있고, 발표할 수 있지만 시장의 기대 이상으로 의욕을 부리고 있다"면서 서울 용산지구의 경우 서울시와 의견 접근이 많이 이뤄졌다“고 했다. 이어 “태릉체력단련장 등과 같은 굵직한, 과거에 고려하지 않았던 곳도 포함해 신규로 개발할 수 있는 꽤 큰 규모를 생각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반면, 도시정비 활성화를 위한 재건축 초과이익 환수제(재초환)에 대해서는 아직 구체화된 바가 없다고 김 실장은 설명했다. 그는 “과거 여당(더불어민주당)은 없애서는 안 된다는 입장이었고, 윤석열 정부는 폐지하겠다고 발표했는데 실행이 안 된 것이지 않나"라며 “제도는 그대로 있는 상황이다. 우리 내부적으로도 여러 의견들이 있지만 모아지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이밖에 고액 전세대출을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에 포함할 수 있다는 전망에 대해서는 “지난번에 전세 (관련 규제를) 한 지 몇달이나 됐다고 뭘 또 하겠나"라고 단언했다. 한편, 시장에서는 유력한 공급 대책 방안으로 노후 정부청사와 재개발 및 재건축 활성화, 그린벨트 해제 등을 예측하고 있다. 다만 그린벨트 해제에 대해서는 현재 서울시와의 협의를 진행하지 않고 있어 대책에 포함되지 않을 가능성이 큰 것으로 알려졌다. 김유승 기자 kys@ek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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