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 주가는 오르는데 살림살이는 팍팍

“요즘 주식 안 하면 바보야." 재테크에 까막눈이던 한 친구가 최근 주식 투자를 시작했다며 기자에게 한 말이다. 그는 “월급만으로는 먹고 살기 힘들다"면서 “식비든 자투리 돈까지 아껴서 주식을 사고 있다"고 설명했다. 대박 꿈을 꾸며 주식 투자에 나선 것은 비단 이 친구만은 아니다. 투자 문외한마저 포모(FOMO·기회 상실 공포)에 시달릴 만큼 초유의 증시 강세가 지속돼서다. 1년 전 2500선 수준이던 코스피 지수가 무려 8000선에 바짝 다가섰다. 하지만 증시 환호 뒤에는 차가운 실물 경제가 가려져 있다. 연일 최고치를 경신하는 증시와 달리 체감 경기는 여전히 실망스럽다. 전반적인 생활 물가 압박마저 커져 장바구니 부담을 높이고 있는 실정이다. 국가데이터처가 발표한 '4월 소비자물가 동향'에 따르면, 지난 달 소비자물가지수는 119.37(2020년=100)로 전년 대비 2.6% 상승했다. 소비자 체감 물가를 나타내는 생활물가지수도 지난 달 2.9% 올랐다. 해당 지수는 식료품·음료·주류·생활용품·교육·교통 등 가계 구매 빈도가 높은 144개 품목을 기준으로 작성된다. 특히, 고물가에 고유가·고환율까지 맞물리며 소비 심리 회복의 불씨를 꺼뜨리고 있다. 중동 전쟁 발발에 따른 에너지 비용 등이 변수로 떠오르면서 외식·생필품·물류·교통 등 전방위로 물가 상승 압력을 키우고 있다. 증시 호황일수록 소비가 증가하는 '부의 효과'를 낳을 것이라는 의견이 많다. 물론 자산 규모가 커지면서 동시에 씀씀이도 확대되는 사람도 있겠지만, 여유가 없어 '부의 추월차선'을 타지 못한 사람에게는 이 같은 효과가 비껴나갈 우려가 있다. 앞서 이창용 전 한국은행 총재가 이례적인 주가 상승 속도를 놓고 경고성 발언을 한 점도 이와 결을 같이 한다. 당시 이 전 총재는 "주식의 상당 부분을 상위 소득자들과 기관들이 갖고 있다“며 “주가 상승 혜택의 정도가 소득별로 차이가 있기 때문에 양극화에 기여할 것"이라고 말했다. 금융 시장과 실물 경제의 괴리는 유통업계 곳곳에서도 포착된다. 중간 가격대의 소비층이 실종되면서 프리미엄과 초저가라는 양극단에 역량을 집중하는 유통업체들의 움직임이 하나의 힌트다. 코스피 지수 등 표면적 성과가 올라가는 것도 중요하지만, 체감 경기와의 차이를 좁히지 못한다면 민간 소비 회복 속도를 더 더디게 만들 수밖에 없다. 조하니 기자 inahohc@ekn.kr

[기자의 눈] 코스피 8000, 한국 증시의 새 가격표

코스피 지수가 8000포인트를 눈앞에 두고 있다. 쉴 새 없이 오른 지수를 두고 과열이라는 우려와 버블 논쟁이 하루를 멀다 하고 제기된다. 하지만, 정작 중요한 질문은 따로 있다. 한국 증시는 왜 그동안 이렇게 싸게 거래됐는가. 코스피 7000은 단순한 주가 상승이 아니라, 오랫동안 한국 증시에 붙어 있던 할인율을 다시 계산하는 과정으로 봐야 한다. 역사적으로 증시는 가격보다 인식이 바뀔 때 대전환이 일어났다. 1980년대 일본 증시는 제조업 경쟁력과 금융 완화가 결합하면서 세계 자본의 상상력을 빨아들였다. 문제는 그 상상력이 기업의 실제 이익보다 부동산과 금융자산 가격을 더 빨리 밀어 올렸다는 데 있었다. 반대로 2010년대 미국 증시는 금융위기 이후 저금리 혜택만 받은 것이 아니었다. 애플, 아마존, 마이크로소프트, 엔비디아 같은 기업이 현금 흐름과 시장 지배력을 증명하면서 미국 주식에 더 높은 밸류에이션을 정당화했다. 두 사례의 차이는 분명하다. 일본은 자산 가격이 먼저 달렸고, 미국은 기업의 수익성이 가격을 따라잡았다. 지금 고공행진하는 코스피의 의미도 여기서 갈린다. 한국 증시는 오랫동안 '코리아 디스카운트'라는 말에 갇혀 있었다. 낮은 배당, 취약한 주주환원, 지배주주 중심의 의사결정, 경기민감 업종의 높은 비중, 지정학적 리스크가 한국 기업의 이익에 낮은 가격표를 붙였다. 같은 돈을 벌어도 한국 기업은 미국 기업보다 싸게 거래됐다. 투자자는 한국 기업의 능력을 의심했다기보다, 그 이익이 주주에게 얼마나 돌아올지를 의심했다. 최근의 상승장은 이 의심이 일부 흔들리기 시작했다는 뜻이다. 인공지능 반도체 사이클은 한국 기업을 글로벌 반도체 공급망의 중심으로 다시 끌어올렸다. 동시에 주주환원 확대, 자사주 소각, 배당정책 개선, 자본시장 제도 개편 논의가 맞물리며 한국 증시를 바라보는 할인율 자체가 낮아지고 있다. 코스피 7800은 그래서 경기 회복의 결과만이 아니다. 한국 기업 이익에 적용되던 '불신의 비용'이 줄어드는 과정이다. 하지만 재평가는 언제든 바뀔 수 있다. 시장이 붙인 새 가격표가 유지되려면 기업도 그에 맞는 행동을 보여줘야 한다. 반도체 대형주 몇 종목의 이익만으로는 부족하다. 주주환원이 일회성 이벤트가 아니라 규칙이 돼야 하고, 자본 배분은 지배주주가 아니라 전체 주주의 이익을 기준으로 설명돼야 한다. AI 반도체의 온기가 소재·부품·장비, 전력기기, 금융, 소비, 서비스업으로 번져야 한다. 투자자가 경계할 것도 이 지점이다. 코스피 8000 이후의 위험은 단순히 조정이 오는 데 있지 않다. 더 큰 위험은 시장이 한국 증시에 새 가격표를 붙였는데, 기업과 제도가 그 가격을 정당화하지 못하는 경우다. 그때 실망은 빠르게 할인으로 돌아간다. 한국 증시는 지금 비싸졌느냐 싸냐의 논쟁을 넘어섰다. 이제 시장은 묻고 있다. 한국 기업은 더 높은 가격을 받을 자격을 지속적으로 증명할 수 있는가. 최태현 기자 cth@ekn.kr

[기자의 눈] 금융상품 설계, ‘관치 금리’ 대신 시장에 맡겨야

금융권을 가리키는 정부의 표현이 갈수록 강해지고 있다. 대통령은 '이자장사'에 이어 '잔인한 금융'이라는 단어를 사용하고, 정책실장은 사자성어를 동원해 금융사들이 고신용자와 취약차주를 가르는 성벽이라고 지칭하고 있다. 정부가 추진 중인 포용금융을 확대하라는 메세지를 던지는 셈이다. 고신용자에게 가산금리를 붙이고, 중신용자 대상 사잇돌대출을 늘리는 등 실제적인 행보도 이어가고 있다. 경기 부진이 장기화되면서 차주들의 상환능력이 저하되고, 청년 세대가 집을 구하는 난이도가 극악으로 치달은 상황을 해소하려는 취지가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포스트 베이비붐 세대가 은퇴 후 자영업으로 뛰어드는 시기가 다가온 것도 금융권을 압박하는 요인으로 꼽힌다. 정부로서는 수백만명에 달하는 금융소비자들이 금리 장벽에 막혀 창업의 기회를 놓치는 것을 지나치기 어려울 수 있다. 그러나 시장의 질서를 교란하는 정책은 결국 부작용을 낳는다. 이미 신용점수를 낮추는 방안이 온·오프라인에서 공유되는 촌극이 빚어졌다. 신용점수를 낮추는 데 '성공'했다가 이후 금융정책이 정상화되면 피해를 입을 수 있음에도 대출 거절 등 자신 보다 신용점수가 낮은 차주 보다 손해를 보는 것을 좌시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고신용자에게 가장 낮은 이자율이 적용되는 것은 인류의 역사를 거쳐 형성된 '집단지성'이다. 모든 금융소비자는 금융사에 지불하는 이자 부담이 줄어드는 것을 선호한다. 차주들에게 자금을 빌려주는 금융사가 이자율을 높이면 고객을 빼앗길 수 있다는 뜻이다. 저신용자 대상 금리가 높은 이유는 건전성 관리다. 다른 고객에게 상환 리스크가 전이되는 것을 최소화하려면 누군가 돈을 갚지 못해도 다른 차주들에게 받은 이자로 상쇄할 수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이를 억지로 뜯어고치려고 하면 금융기관의 경쟁력이 저하되고, 취약차주들은 '부메랑'을 맞는다. 금융기관은 고객의 돈을 기반으로 영업을 하고, 시장에서 평가 받는 기업이다. 위험이 여전한데 수익성이 떨어지는 상품이라면 판매를 줄인다. 이것마저 개입하려고 하면 대출 심사를 깐깐하게 하는 방식으로 대응하게 된다. 2금융은 고사하고 대부업도 이용하지 못하게 된 차주들이 불법사금융으로 쫓겨난 이유다. 신용평가에 '감성'을 녹이라는 주문은 또다른 문제를 야기할 공산이 크다. 상환 능력에 대한 담보가 아니라 '스토리텔링'이 대출 여부·규모를 좌우하면 신뢰를 기반으로 하는 금융업의 뿌리가 흔들릴 위험성이 있다. 동산과 부동산을 막론하고 치솟은 가격, 전기요금·인건비 부담 등으로 무거워진 구민의 어깨를 가볍게 할 책임을 금융사에게 돌리는 일은 없기를 바란다. 나광호 기자 spero1225@ekn.kr

[기자의 눈] ‘고육지책’ 냈건만…5부제 할인, 소비자도 업계도 계륵 취급

이달 중 '차량 5부제' 참여 차량에 대한 자동차보험료 할인 특약이 시행된다. 정부가 차량 운행 축소와 에너지 절감을 유도하기 위해 보험업계와 논의 끝에 내놓은 방책이다. 보험사들은 본격적인 특약 상품 출시 이전인 다음 주(11일부터) 특약 가입 신청을 우선 접수한다. 현재 업계는 정식 출시와 가입 절차에 대비하며 상품 개발과 전산 구축 등을 진행하고 있다. 문제는 시행을 준비 중인 업계도, 특약 출시를 기다리는 소비자도 이를 크게 달가워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낮은 할인율과 실효성 문제 등에 가로막혀서다. 특약에 따른 자동차보험료 할인 폭은 연간 2% 수준이 유력한 가운데 평균 자동차 보험료(70만원)에 따른 예상 환급금은 연 1만원대에 그친다. 가입자들은 매주 차량 운행 제한이라는 불편을 감수해야 하는데 반해, 1년 동안 이를 지켜내도 약 1만4000원 내외의 낮은 환급금이 주어진다. 이마저도 중동사태가 빠르게 종식될 경우 할인기간 1년을 채우지 못해 환급금이 커피 한 잔 가격에 그칠 가능성이 있다. 차량 5부제에 참여할 실질적인 유인책이 되지 못한다는 시각이 대다수다. 업계는 업계대로 수익성과 손해율 악화에 한숨을 쉬고 있다. 매년 수천억씩 자동차보험 적자가 이어지는 상황에서 2300억원 가량의 추가 환급금 지출에 운영 비용까지 떠안아야 하기 때문이다. 할인 금액은 5부제 참여 기간에 따라 계산될 전망이다. 기존 자동차보험 계약 만기 시점에 특약에 따른 할인 금액이 환급되는 방식이다. 업계에선 1700만대의 차주가 특약의 혜택을 받을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운영 부담과 확인 과정상 형평성도 지적하고 있다. 운행 기록을 확인하기 위해 인력 투입과 시스템 운영에 지속적인 에너지가 소모되기 때문이다. 업계는 운행기록 검증 절차가 보조적으로 도입되지만 개별 보험사가 운행기록 앱과 주행거리 특약 정보 등을 활용하더라도 5부제 준수 여부를 정확히 가려내기 어려울 것이라고 토로한다. 일각에선 정부의 '에너지 절약' 지령 아래 속전속결로 진행하다보니 체계와 실효성이 부족한 정책이 추진됐다는 볼멘소리도 나온다. 의도가 좋은 정책이 수없이 쏟아지더라도 준비가 미비한 정책은 비용과 피로감만 남을 수 있다는 점을 상기해야 하는 시점이다. 박경현 기자 pearl@ekn.kr

[기자의눈] ‘고위험 저수익’…누가 담합 신고하겠나

내부고발 시장에서 신고는 투자다. 그것도 직장과 인간관계와 가족 생계를 원금으로 집어넣는 고위험 투자다. 고위험 투자에는 고수익이 따라야 한다. 공정거래위원회에 신고를 고민하는 내부고발자 입장에서 보면 가진 게 용기이고, 그 용기를 짜내기 위해서는 그에 상응하는 보상이 있어야 한다는 것은 당연한 계산이다. 담합이 의심되는 정황을 알고 있지만, 입증 자료를 모으는 과정에서 이미 위험은 시작되기 때문이다. 회사에 들키면 끝이다. 업계에서 이름이 돌 수도 있고, 보복 소송에 휘말려 수년을 허비할 수도 있다. 가족의 생계를 걸어야 한다. 그렇게 모든 걸 걸고 신고를 한다. '양심의 호가'는 얼마일까. 공정위가 책정한 답은 이렇다. 잘하면 5억, 못하면 100만원. 윤준병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공정위에서 받은 자료를 보면 2024~2025년 2년치 포상금 지급 건수 70건을 뒤져봐도 5억원 이상은 딱 1건이다. 절반 이상은 100만원을 넘지 못했다. 1억원 이상 고액 지급은 전체의 7.1%인 5건에 불과했다. 건당 평균 지급액은 2024년 3823만원, 2025년 3962만원이었다. 직장과 인간관계와 가족 생계를 담보로 잡히고 받아 든 수익률이 이 정도다. 부동산으로 치면 실거주 의무에 양도세까지 떼이고 손에 쥔 게 없는 꼴이다. 공정위 관계자는 “포상금이 가장 많이 나가는 건 담합 사례가 거의 대부분"이라고 했다. 이쯤 되면 신고자의 계산법은 단순해진다. “걸리면 인생 끝, 안 걸리면 4000만원." 그 계산은 곧 하나의 공식으로 굳어진다. '큰 담합 아니면 돈 안 된다', '입증 못 하면 아무것도 없다', '괜히 나만 손해다' 주식으로 치면 고위험 저수익 종목이다. 기관도 외국인도 안 사는 종목을 개미더러 사라는 격이다. 이 계산이 합리적이라면, 제도는 이미 실패한 것이다. 이 시장의 수익률이 낮은 건 과징금이 작아서다. '억 소리 나는 로또급 포상금이 현실적으로 가능하냐'는 질문에 김남근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과징금 자체가 낮게 책정돼 있는 문제를 손봐야 한다"고 답했다. 위험에 상응하는 보상이 없다면 '결정적 제보'는 나오지 않는다. 이재명 대통령 말대로 정말 “로또보다 나은 신고"가 될 수 있다는 믿음이 생겨야 한다. 그 믿음 없이는 담합은 계속 은밀하게 이뤄질 터다. 그 비용은 결국 소비자가 물가로, 납세자가 세금으로 떠안는다. 지금처럼 100만원~5억원짜리 호가를 고시해놓고 매수세를 기다리는 나라는, 담합의 청구서를 훨씬 비싸게 받아든다. 김하나 기자 uno@ekn.kr

[기자의 눈] 투숙객 ‘국적’ 따지는 숙박규제, ‘얼마나·어디서’로 바꿔야

한국을 찾는 외국인 관광객의 79%는 서울 이외 지역 방문을 원하지만, 실제 66%는 여행기간 대부분을 서울에서 보낸다. MZ세대 잠재 여행객 34%는 적절한 숙소가 없을 경우 방한 자체를 재고하겠다고 답했다. 이는 지난 3월 에어비앤비가 9개국 4500명을 조사한 결과다. 외국인은 지방에 가고 싶고 지방엔 빈집이 넘치는데, 14년 묵은 '외국인관광 도시민박업' 규제가 그 사이를 막고 있는 형국이다. 지난해 외래 관광객은 1893만명으로 역대 최고를 기록했으나 수익성은 오히려 악화됐다. 1인당 지출액(1155.8달러)은 2019년보다 줄었고, 면세점 외국인 매출은 178억달러에서 65.6억달러로 급감했다. 관광수지는 연간 107.6억달러 적자를 기록하며 3년 연속 100억달러대 적자 늪에 빠졌다. 반면 고부가가치 의료 관광 소비는 2019년 대비 5.3배 성장하는 등 '체류형 경험' 수요는 폭발적이다. 낡은 단체 쇼핑 중심 관광에서 벗어나 체류형 소비를 온전히 흡수할 수 있도록 숙박 인프라를 혁신하는 것이 수지 개선의 핵심 열쇠인 이유다. 2011년 도입된 외관민박업은 부족한 객실 확충을 위한 우회로였다. 당시 사회적 맥락에 묶여 '내국인 투숙 금지'와 '호스트 실거주'라는 족쇄를 찼다. 14년이 흐른 지금, 시장은 '동거형'보다 '독채 임대' 위주로 완전히 재편됐지만 제도는 여전히 과거에 멈춰 있다. 등록 업체(3059곳)보다 미신고 불법 업소(약 6만곳)가 20배나 많은 현실은 법이 시장의 수요를 전혀 담아내지 못하고 있음을 방증한다. 글로벌 관광 대국들은 '국적' 대신 '영업일수'와 '입지'를 핵심 변수로 관리한다. 일본은 2018년 주택숙박사업법을 통해 연간 180일 영업을 허용하되 지자체 조례로 구역별 제한을 둔다. 프랑스 파리는 2025년부터 단기 임대 한도를 120일에서 90일로 강화했다. 대도시 주거권 보호를 위한 조치일 뿐, 손님 국적을 따지는 사례는 세계적으로 유례를 찾기 어렵다. 국내에서는 서울시가 내국인 허용 및 '도시민박업' 명칭 변경을 건의했고, 정부는 2026년 법 개정을 거쳐 2027년 제도 전면 시행을 준비 중인 정도다. 농촌·인구감소지역 빈집은 5만7000채를 넘어섰다. 이제는 국적이라는 낡은 잣대를 버려야 한다. 대도시는 영업일수를 관리해 정주권을 지키고, 숙박 인프라가 절실한 지방은 규제를 과감히 풀어 체류 인구를 늘리는 '지역별 차등화'가 해법이다. 14년 된 규제의 족쇄를 풀어야 비로소 지방 소멸 위기를 극복하고 진정한 K-관광 대국으로 도약할 수 있다. 송민규 기자 songmg@ekn.kr

[기자의 눈] ‘1% 미만 외산폰’의 도전이 반가운 이유

'외산폰의 무덤.' 한국 스마트폰 시장을 설명하는 데 이보다 직설적인 표현도 드물다. 애플을 제외하면 외국 스마트폰 제조사가 국내시장에서 의미 있는 성과를 낸 사례는 사실상 없다. 그만큼 삼성전자 '갤럭시'와 애플 '아이폰' 중심의 양강체제로 굳어졌다. 시장조사업체 카운터포인트리서치에 따르면, 지난해 3분기 기준 국내 스마트폰 점유율은 삼성 81%, 애플 18%로 합산 99%에 이른다. 나머지 제조사의 비중은 합쳐도 1% 미만이다. 문제는 이 같은 구조가 '안정'을 넘어 '고착'으로 이어지고 있다는 점이다. 폐쇄성과 소비자 충성도가 높아 한 번 선택한 스마트폰을 쉽게 바꾸지 않는 구조여서 타 브랜드는 애초에 선택지에 오르기조차 어렵다. 선택지가 줄어든 시장에서 경쟁의 긴장감이 유지되기를 기대하기는 쉽지 않다. 그럼에도 외산폰의 도전은 멈추지 않고 있다. 중국 정보기술(IT) 기업 레노버 자회사 모토로라는 최근 '모토 g77'을 국내에 출시했다. 고화질 디스플레이와 내구성, 카메라 성능을 앞세운 중저가 제품이다. 앞서 슬림형 모델 '모토로라 엣지 70'도 선보이며 존재감을 이어가고 있다. 중국 기업 샤오미의 공세도 이어진다. 명품 카메라 브랜드 라이카와 협업한 플래그십 '샤오미17' 시리즈를 내놓은 데 이어 중저가 모델 '포코 X8 프로·맥스'까지 출시하며 전방위 공략에 나섰다. 영국 브랜드 낫싱 역시 '폰(4a) 시리즈'를 국내에 선보이며 특유의 디자인을 앞세워 틈새시장을 공략하고 있다. 외산폰들이 1% 미만의 한국 시장을 놓고 문을 두드리는 이유는 분명하다. 한국은 까다로운 소비자 눈높이와 높은 브랜드 충성도를 동시에 갖춘 시장이기에 글로벌 기술력과 상품성을 검증하는 테스트 베드로 통하기 때문이다. 비록 점유율은 초라하지만 외산폰의 존재가 갖는 의미는 결코 작지 않다. 특정기업 중심의 독점 구조가 장기화될수록 경쟁은 느슨해지고 혁신의 속도는 둔화될 수밖에 없다. 외산 브랜드의 진입은 제품 다양성과 가격 경쟁을 자극하고 시장에 새로운 긴장감을 불어넣는 역할을 한다. 특히, 메모리 반도체 가격상승 여파로 플래그십 스마트폰 가격이 빠르게 오르는 상황에서 외산폰 브랜드의 중저가 전략은 소비자 선택지를 넓히는 현실적인 대안이 된다. 외산폰의 도전이 당장 삼성-애플 중심의 시장 판도를 뒤흔들 가능성은 크지 않다. 그럼에도 이들의 존재는 굳어진 시장에 균열을 내는 중요한 변수다. 한국 스마트폰 시장이 '무덤'이 아닌 '경쟁의 장'으로 남기 위해서라도 외산폰의 도전은 계속될 필요가 있다. 김윤호 기자 kyh81@ekn.kr

[기자의 눈] 발전공기업 통폐합, 최악의 기후 악당 낳을라

발전공기업 통폐합 논의에서 간과되는 게 있다. 통폐합이 자칫 최악의 기후 악당 기업을 탄생시킬 수 있다는 점이다. 발전공기업은 통합과 동시에 기후위기 시대에서 생존을 걱정해야 하는 처지에 놓인다. 현재 통폐합 논의는 한국남동발전·중부발전·서부발전·남부발전·동서발전 등 5개 발전공기업을 하나로 통합하는 방안이 유력하게 거론된다. 이들 5개사는 모두 온실가스 배출 상위 10위권에 포함된다. 국내 석탄발전 설비를 대부분 보유하고, 일부 액화천연가스(LNG) 발전까지 운영하고 있기 때문이다. 기후변화행동연구소 연구팀이 분석한 '온실가스 100만 톤 클럽의 성적표'에 따르면, 포스코는 2024년 온실가스 배출량 7106만 톤으로 배출량 1위를 기록했다. 반면 발전 5사를 합치면 배출량이 포스코의 약 1.95배인 1억3950만 톤이나 된다. 통폐합이 기후 악당을 낳게 되는 셈이다. 발전공기업은 지금까지 온실가스를 꽤 감축해왔지만 2040년 석탄발전 폐지를 향해 나아가야 한다. 탄소중립법에 따라 2050년까지 온실가스 배출량 '0'을 달성해야 하기 때문이다. 문제는 2040년 석탄발전 폐지는 통합 발전공기업의 소멸로 이어질 수 있다. 생존을 위해서는 그만큼 재생에너지 발전설비를 확보해야 한다. 석탄발전 폐지에 따른 통합 발전공기업 내 일자리 전환 역시 재생에너지 확대 없이는 어렵다. 그러나 석탄발전을 대체할 재생에너지 사업을 통합 발전공기업이 확보한다는 보장은 없다. 태양광은 이미 소규모 발전사업자가 다수 진입해 있고, 풍력 역시 해외 개발사들이 선점하고 있는 상황이다. 5개 발전공기업이 올해 업무보고에서 제시한 재생에너지 사업을 모두 합치면 약 16기가와트(GW) 수준이다. 이는 발전공기업이 보유한 석탄발전 설비 용량(약 36GW)과 비교하면 턱없이 부족하다. 게다가 태양광과 풍력은 날씨에 따라 발전량이 달라지는 특성상, 석탄발전에 비해 가동률이 각각 4분의 1, 3분의 1 수준에 그친다. 실제로 석탄을 대체하려면 재생에너지 설비를 100GW 이상 확보해야 한다는 분석이 나온다. 결국 통합 발전공기업은 생존을 위해 민간과 치열한 경쟁에 나설 수밖에 없다. 동시에 석탄발전 노동자의 일자리 전환 부담까지 떠안아야 한다. 배출량이 많다는 것은 곧 배출권 수요가 크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향후 배출권 가격이 상승할 경우, 통합 발전공기업이 가장 큰 부담을 안게 될 가능성이 크다. 기후에너지환경부는 발전공기업 통합 방안을 다음 달 중간 발표할 예정이다. 통합 논의는 단순한 조직 개편을 넘어, 발전공기업의 생존 전략과 발전분야에서 공공의 역할을 함께 고민하는 방향으로 이뤄져야 한다. 이원희 기자 wonhee4544@ekn.kr

[기자의 눈] 소비자 신뢰 갉아먹는 테슬라의 ‘가격 상술’

전기차 시장의 '게임 체인저'로 불리던 테슬라가 국내 소비자 신뢰도를 스스로 갉아먹고 있다. 잦은 가격 인상과 오락가락하는 정책을 되풀이하면서 '혁신기업'이라는 이미지보다 '가격을 예측할 수 없는 브랜드'라는 인식을 소비자들에게 심어주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테슬라는 일부 모델 가격을 기습인상했다. 지난 10일 중형 전기 스포츠유틸리티차(SUV) 모델Y와 모델3 등의 가격을 400만~500만원가량 올렸다. 특히 모델Y 롱레인지(YL)는 사전예약을 진행한 지 일주일만인 지난 3일 홈페이지에 가격 인상을 공개해 소비자에게 혼란을 안겼다. 앞서 올해 초에 주요 모델 가격을 300만원에서 최대 940만원까지 인하하는 등 가격 정책의 변동성을 스스로 키우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문제는 가격 조정 자체보다 그 방식이다. 인상 시점과 기준에 대한 충분한 설명 없이 기습적으로 가격이 바뀌는 일이 반복되면서 소비자들의 불만이 확산되고 있다. 불과 몇 달 전 테슬라 차량을 구매한 소비자가 순식간에 '더 비싸게 산 사람', 또는 '더 싸게 산 사람'이 돼 버리는 상황이 국내에선 더이상 낯설지 않다. 결국 소비자 입장에서는 “지금 구매하는 것이 맞는가"라는 기본적인 판단조차 어려워진다. 자동차는 대표적인 고가 소비재다. 구매 결정까지 오랜 시간이 걸리는 만큼 가격 정책의 일관성과 신뢰는 필수 요소다. 그러나 테슬라는 이러한 기본을 무시하고 있는 모습이다. 더 큰 문제는 이같은 테슬라의 가격 정책이 단순한 시장 대응을 넘어 소비자를 '실험 대상'처럼 대하는 인상을 준다는 점이다. 수요에 따라 가격을 유연하게 조정한다는 명분은 이해할 수 있지만 그 과정에서 소비자가 감내해야 할 불확실성은 과도한 수준이다. 특히 국내 소비자들의 불만 체감이 증폭되고 있다. 보조금 정책, 환율, 물류비 등 다양한 변수가 존재하는 상황에서 가격 변동까지 예측하기 어려워지며 소비자 부담이 가중되고 있는 탓이다. 일각에서는 이를 '테슬라식 가격 전략'으로 평가한다. 온라인 판매 중심 구조와 직영 시스템을 기반으로 가격을 신속하게 조정하는 방식에서 비롯된 것이라는 설명이다. 하지만, 테슬라 전략이 모든 시장에서 통용되는 것은 아니다. 가격 안정성과 중고차 가치까지 중요하게 고려하는 국내 소비자 특성과는 분명한 괴리가 있다. 브랜드 신뢰는 하루 아침에 무너지지 않는다. 그러나 반복되는 작은 불신이 쌓이면 회복하기 어려운 수준까지 흔들릴 수 있다. 지금 테슬라가 놓치고 있는 것은 단순한 가격이 아니라 '신뢰'일지도 모른다. 전기차 시장은 이미 선택지가 빠르게 늘어나고 있다. 기술 격차 역시 갈수록 좁혀지고 있다. 결국 소비자의 선택을 가르는 것은 가격과 신뢰, 그리고 전반적인 소비 경험이다. 가격을 올리는 것은 기업의 자유다. 그러나 그 과정에서 소비자를 설득하지 못한다면 그 부담은 결국 기업이 떠안게 될 것이다. 박지성 기자 captain@ekn.kr

[기자의 눈] 게임이 OTT를 이기려면

'나이키의 경쟁자는 닌텐도'라는 말이 한때 세간에 회자된 적이 있다. 마케팅의 고전처럼 여겨지는 이 말은 1990년대 말 나이키 성장 둔화를 분석하면서 나온 내용이다. 청소년들이 게임에 빠져 운동시간이 줄었고, 그러면서 자연스레 나이키 운동화 수요가 줄었다는 분석에서 비롯된 것이다. 최근 넷마블몬스터의 김건 대표는 '몬길: STAR DIVE' 출시를 앞두고 열린 인터뷰 자리에서 이와 비슷한 말을 꺼냈다. 김 대표는 “특정 게임과 경쟁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며 “게임 이용자의 시간을 두고 다른 많은 미디어들과 경쟁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 대표의 발언에는 수년째 줄어들고 있는 게임 이용률에서 비롯된 위기 의식이 담긴 것으로 분석된다. 지난해 12월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콘텐츠진흥원이 발표한 '2025 게임이용자 실태조사'에 따르면, 국내 게임이용률은 50.2%로, 지난 2022년 정점(74.4%)을 찍은 이후 줄곧 내리막을 걷고 있다. 국민 여가의 상당부분은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등 영상 콘텐츠가 대체한데 따른 결과로 풀이됐다. 빅 블러(Big Blur)의 시대가 온 것이다. 기존에 분명히 구분되던 경계는 흐릿해지고 경쟁자의 구분도 사라졌다. 이런 시대에 게임사가 살아남기 위해서는 나이키가 닌텐도를 경쟁자로 보았듯, 게임도 유튜브와 넷플릭스, 틱톡을 경쟁자로 삼을 수밖에 없다는 얘기다. 최근 게임사들은 생성형 인공지능(AI)에 열광하고 있다. 게임 개발과 운영에 드는 시간과 비용을 획기적으로 단축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에서다. 다만, 아직까지 게임업계는 생성형AI를 정식으로 도입하진 못한 상황이다. 김장영 NC AI 팀장은 최근 '2026 월드IT쇼'에서 열린 '글로벌 ICT 전망 컨퍼런스'에서 “본사에서 만드는 게임의 개발단에서는 아직까지 AI로 3D를 생성해 활용하기는 어렵다는 피드백을 주고 있다"며 “각종 기술적 문제들부터 자유도가 낮은 워크플로우, 파트너십과 보안 이슈까지 제작 효율화를 가로막는 다양한 문제들이 있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생성형 AI가 아직 게임 개발현장에 깊숙이 뿌리내리지 못한 상황에서 게임사들이 당장 선택할 수 있는 해법은 결국 '시간 점유율'을 높이는 데 있다. “이용자의 진입장벽을 낮추기 위해 고민했다"는 김건 대표의 전략도 이와 비슷한 맥락이다. 게임의 경쟁력은 기술 그 자체보다 '경험의 확장'에 달렸다. 생성형 AI 역시 개발 효율을 높이는 도구를 넘어 이용자 경험을 어떻게 확장시킬 수 있는지 고민할 때다. 정희순 기자 hsjung@ek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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