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 李정부 바이오혁신위, ‘반쪽짜리’ 오명 면하려면

정부가 범(汎)국가 차원의 단일 제약바이오산업 정책 컨트롤타워를 야심차게 마련했다. 기존 대통령 직속 '국가바이오위원회'와 국무총리 주재 '바이오헬스혁신위원회'를 '국가바이오혁신위원회'로 통합하는 방식이 골자다. 흩어진 정책 거버넌스를 일원화하고 국가 핵심 전략산업으로 부상한 제약바이오 지원·육성에 박차를 가한다는 구상이다. 앞서 이재명 대통령도 지난해 9월 인천 송도에서 열린 바이오 혁신 토론회에서 국내 산업 관계자들의 목소리를 청취하며 '바이오 5대 강국' 도약 의지를 드러내 업계의 정부 정책 수혜 기대감을 끌어올렸다. 이번 혁신위 통합은 국내 제약바이오 업계의 오랜 숙원과도 맞닿아 있다. 정책·규제 업무를 담당하는 주무부처가 곳곳에 분산된 까닭으로 그간 강력한 단일 컨트롤타워 필요성이 지속 제기됐는데, 다수의 정부부처가 참여하는 바이오혁신위 출범이 공식화하면서 업계 요구도 일부 충족되는 모양새다. 실제 바이오혁신위는 국무총리 위원장 체제 아래 재정경제부, 과학기술정보통신부, 보건복지부, 산업통상부 등 15개 부처 장관과 민간 전문가 등 45명 이내 규모의 위원으로 구성돼, 정부의 바이오산업 지원·육성 정책을 다각도로 검토할 예정이다. 보다 정밀한 바이오산업 지원책이 도출될 것으로 기대되는 이유다. 반면 혁신위 명칭에서부터 배제된 '제약산업', 특히 '케미칼(화학합성)의약품산업 홀대론'은 우려로 남는다. 제약바이오 산업 전반을 진두지휘할 국가 컨트롤타워가 바이오산업 육성에 치우치면서, 자칫 제약산업 경쟁력은 후퇴할 수 있다는 우려다. 일례로, 정부는 지난해 제네릭 약가 산정률을 오리지널 의약품 대비 40%대로 인하하는 개편안을 발표, 업계 반발에도 불구하고 추진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한 제약업계 관계자는 이를 두고 “정부가 혁신에 매몰돼 제약산업 성장 동력을 저해하고 있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실제 제약산업 현장의 목소리가 정책 설계 과정에서 적극 반영될 수 있도록 제도적 장치가 마련돼야 한다는 게 이 관계자의 설명이다. 이달 중 '국가바이오혁신위원회의 설치 및 운영에 관한 규정안'이 최종 확정되면, 혁신위는 국내 제약바이오산업 태동 이래 최초의 단일 정책 컨트롤타워로서 공식 출범하게 된다. '반쪽짜리' 컨트롤타워는 능사가 아니다. 박주성 기자 wn107@ekn.kr

[기자의 눈] 유통산업발전법, 발전 아닌 퇴보

유통 시장의 내부 병폐를 수면 위로 드러낸 홈플러스 사태가 해를 넘겨 올해까지 이어지게 됐다. 사모펀드(PEF)의 투기적 운영 방식·출혈 경쟁 속 대형마트 산업의 경쟁력 상실 등 수많은 문제를 떠안은 채 존속과 청산의 갈림길에 놓였다. 사실상 인가 전 인수합병(M&A)에 실패하며 홈플러스는 부실 점포 정리·인력 구조조정과 별개로 핵심 사업부인 슈퍼마켓(SSM)만 떼어 팔아 살 길을 모색하는 분위기다. 다만, 관문인 채권자들의 동의를 넘더라도 매각 자체의 성공 가능성은 미지수라는 지적이 제기된다. SSM에 해당하는 홈플러스 익스프레스는 전국 단위의 물류망을 기반으로 퀵커머스 인프라로서 인수 매력도를 갖추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문제는 정부 규제 아래에 놓인 SSM 사업 특성상 굳이 리스크를 감수하면서 인수 의사를 드러낼 업체가 많지 않을 것이라는 점이다. 시장에서는 근본적 원인으로 유통산업발전법을 지목한다. 2012년 제정된 유통산업발전법에 따라 SSM은 대형마트와 마찬가지로 자정부터 오전 10시까지 영업금지가 적용된다. 매월 2회 의무휴업일 규제를 받고, 휴무·휴업 기간 온라인 배송 금지는 물론 전통시장 반경 1㎞ 내 출점도 제한된다. 특히, 유통산업발전법은 골목상권·전통시장 보호라는 당초 취지와 달리 온라인 플랫폼에 수요 쏠림을 가져왔다는 비판을 사고 있다. 10년 이상 대형마트 등에 규제를 적용하는 사이 쿠팡 등 이커머스 업체들이 새벽 배송 등 배송 경쟁력을 독점하게 했다는 지적이다. 전문가들도 국내 대형마트 2위 사업자라는 지위에도 매각 난항을 겪는 홈플러스 처지가 온라인 시장 중심으로 재편된 유통시장 환경과 무관치 않다고 분석한다. 한 기업구조조정 관련 전문가는 “펀드 속성은 저평가 받은 기업을 싸게 사서 이윤을 남겨 파는 것이 목적인데, 당초 홈플러스는 매각가 7조원이라는 덩어리부터 너무 컸다"면서 “인수 후 상장시킬 만한 성장 모먼트도 없었고, 비대면 쇼핑 시대가 찾아오며 오프라인 수요가 급감한 가운데 이 부분을 생각하지 못하고 제대로 대응하지 못한 점도 패인"이라고 꼬집었다. 규제의 역설에도 불구하고 정부는 유통산업발전법의 일몰 기한을 오는 2029년 11월까지 4년 더 연장했다. 최근 몇 년 간 온·오프라인 간 경쟁 구도로 시장 전환이 가속화됐지만, 여전히 대형마트와 소상공인 대립이라는 구시대적 관점에 머무르고 있다. 지금처럼 기울어진 운동장이 형성된 상황에서 이젠 시대착오적인 규제 의지보다 합리적인 판단을 보여야 할 때다. 조하니 기자 inahohc@ekn.kr

[기자의 눈] 머니무브의 그늘…‘단기 차입–장기 운용’의 위험한 균형

2026년을 기점으로 은행서 자본시장으로 '머니무브'는 더 빨라질 전망이다. 모험자본 공급이라는 정책 목표에 힘입어 발행어음과 종합투자계좌(IMA) 사업자가 대폭 늘어났기 때문이다. 생산적 금융을 활성화하겠다는 정책 취지는 바람직한 방향이지만 자금이 몰리는 속도가 커지는 만큼 리스크 관리 체계가 따라가고 있는지 우려스럽다. 핵심은 증권사의 자금조달 구조다. 한국금융연구원에 따르면 2024년 기준 국내 증권사의 자금조달 가운데 만기 1년 미만 단기자금 비중은 86.2%에 달한다. 이는 2014년보다 11%포인트나 더 높아진 수치다. 대형사와 중형사 모두 단기 편중이 커졌다. 은행처럼 안정적인 예금 기반이 없는 증권사가 단기 조달에 의존하는 구조가 고착화하고 있는 셈이다. 문제는 이 같은 단기 편중이 IMA·발행어음 확대 국면에서 더욱 커질 수 있다는 점이다. 발행 절차가 간단하고 금리가 낮은 환매조건부채권(RP), 전자단기사채 등 단기 수단은 자금 유입이 늘어날수록 활용도가 높아진다. 그러나 단기 차입으로 조달한 자금을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이나 장기 채권처럼 만기가 긴 자산에 운용하는 '만기 불일치 전략'은 차환 실패 시 유동성 위기로 직결된다. 신용평가사들은 단기자금 의존도가 높을수록 증권사의 신용도 평가가 약화하고 시장 충격이 발생할 경우 차환 비용 급등이나 차환 자체가 막힐 수 있다고 경고한다. 실제로 2024년 중소형 증권사의 차입부채 중 RP 비중은 52%에 달해, 특정 조달 수단에 문제가 생길 경우 대체 수단이 거의 없는 구조다. 이는 개별 회사 리스크를 넘어 금융시스템 전반으로 확산할 수 있는 위험 요인이다. 은행과 달리 증권사는 순안정자금조달비율(NSFR) 규제를 적용받지 않는다. 현재 일부 증권사에 적용되는 유동성 커버리지 비율(LCR)은 단기 유동성 관리에는 효과적이지만, 만기 구조 자체를 장기로 전환하도록 유도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 자금이 은행에서 증권사로 이동하는 상황에서 규제 공백이 방치된다면, '생산적 금융'이라는 명분 아래 단기 차입과 장기 운용의 위험한 균형이 확대될 수 있다. 머니무브는 방향보다 속도와 관리가 중요하다. 증권사로 자금이 이동한 자금이 쌓이는 구조가 시스템 리스크로 변질되지 않도록 제도적 안전판을 병행해야 한다. NSFR 단계적 도입이나 조달 수단 다변화 없이 IMA·발행어음만 키운다면, 생산적 금융은커녕 다음 위기의 씨앗을 키우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 최태현 기자 cth@ekn.kr

[기자의 눈] 초고환율 우려, ‘음모론’ 취급이 능사인가

2026년 새해가 밝았으나, 올해 원/달러 환율이 어느정도 수준에서 형성될 것인지에 대한 갑론을박은 여전하다. 전문가들과 일반 국민들을 대상으로 하는 각종 조사도 이뤄지고 있다. '붕당'은 크게 2곳으로 나뉘는 모양새다. 여러가지 변수가 있지만 결국 안정화된다는 '낙관론', 1500원도 뚫을 수 있다는 '비관론'이 맞서고 있다. 외환당국을 비롯한 정부 측은 안정화 가능성이 크다는 입장이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신년사를 통해 올해 국내 경제성장률(1.8%)이 전년 대비 0.8%포인트(p) 상승할 것으로 보고, 외국에 빌려준 돈이 빌린 돈 보다 많은 순대외채권국인 만큼 1400원대 후반의 환율은 우리 경제의 펀더멘탈과 비교하면 높다는 의견을 표명했다. 다수의 글로벌 투자은행(IB)에서 1400원대 초중반을 점치는 것도 당국에 힘을 싣는 요소다. 지난달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에서 기준금리를 내렸고,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등이 추가적인 인하를 주문하는 까닭이다. 한은은 반대되는 주장을 펴는 측을 향해 '음모론'이라는 시선을 보내고 있다. 이 총재는 2일 시무식 후 기자들을 만나 “유독 국내 유튜버들이 원화가 휴지 조각이 될 것이라는 공포심을 조장한다"는 취지의 발언을 했다. 실제로 △환율이 1500원을 넘으면 집값이 더욱 뛴다 △1500원도 끝이 아니다 △1500원대 빛날 자산 등을 주제로 영상을 올린 유튜브 채널을 어렵잖게 찾아볼 수 있다. 이들이 주목하는 요소 중 하나는 달러가치다. 지난해초 110에 달하던 달러인덱스가 98.42까지 떨어진 상황에서도 환율이 높은데 반등하면 그 후폭풍을 예단하기 어렵다는 논리다. 과거 사례를 보면 달러인덱스 10포인트 상승시 환율이 8~12% 가량 뛰는 모습을 보였다. 현재 기준으로는 5포인트 상승시 1500원대에 진입하고 10포인트가 오르면 1600원에 가까워진다. 고환율을 넘어 초고환율이 된다는 주장을 기우로 치부하기 어려운 이유다. 국민연금과의 환헤지 규모를 늘리는 등 당국의 개입이 지속적으로 이뤄졌음에도 지난해 환율이 1439.0원으로 마감되면서 '동메달'을 기록한 것도 비관론이 성행하는 데 기여하고 있다. 외환위기 사태와 글로벌 금융위기 등 이전 사례와 달리 고공행진을 이어가는 가운데 당국의 개입 여력이 줄어들면 환율 방어 난이도가 높아지기 때문이다. 더군다나 글로벌 금융/경제 불확실성이 큰 상황인 만큼 서학개미의 뒤를 잇는 '빌런'을 찾는것 보다는 환율 안정을 위한 시그널을 일관되게 제공하는 모습을 기대한다. 국제통화기금(IMF)의 권고에 따른 조치지만, 광의통화(M2)에서 ETF를 제외한 수치를 들어 통화량 증가가 환율에 영향을 크게 주지 않았다는 발언이 왜 도마에 오르는지 숙고하고 시장과 투명하게 소통하는 2026년이 되리라는 믿음도 가져본다. 나광호 기자 spero1225@ekn.kr

[기자의 눈] 올해도 좁은 대출문…닫는 것만이 능사가 아니다

“새해에도 대출문이 열릴 것을 장담할 수 없다. 작년 말부터 고객도 부동산시장도 더 단단히 대비하는 형국이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가 “고객들이 규제 강화에 대비해 기존 대출을 유지하고 이자를 내는 쪽을 택한다"며 최근 대출시장 현상에 대해 건넨 말이다. 차주들은 작년에 빌릴 수 있었던 만큼 내년에도 빌릴 수 있을지 알 수 없다는 불안감에 시달리고 있다. 대출 한도 자체도 줄어들었지만 금리가 높아지며 사실상 대환대출 조건도 까다로워지고, 은행들이 리스크 관리를 강화하면서 개인 신용대출 문턱도 높아지고 있다. 2금융권에선 높은 이자로 인해 급전이 필요할 때 쓰던 최후의 수단들도 막히는 추세다. 올해도 이런 축소 기조가 이어질 것으로 예상되자 언제까지 규제가 유지돼야 하냐는 볼멘소리가 나온다. 실수요자가 대출받기 어려워진 상황 자체는 차치하더라도, 정부가 그토록 지적했던 '금융계급제'가 되려 강해지는 등 부작용이 적지 않아서다. 정부가 가계부채 억제를 명분으로 획일적인 대출 규제를 밀어붙이는 동안 은행권에선 초고신용자 위주의 선별 대출을 강화시키며 저신용자가 아예 시장 밖으로 밀려나는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실제로 지난해 10월 기준 5대 시중은행이 취급한 가계대출의 평균 신용점수는 939~946점으로 지난해 동기 대비 하단 기준이 5점이나 상승했다. 은행도 가계부채 규제로 인해 신용점수에 따라 차주를 걸러낼 수 밖에 없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이런 구조는 결국 중·저신용자가 더 높은 금리를 물게 돼 계급화와 양극화를 오히려 부추길 수 있다. 1금융에서 밀려난 차주들이 2금융권으로 이동하면서 가계 이자 부담이 커지는 동안 금융 취약계층은 여기서 더 밀려나며 부채 위험을 눈덩이처럼 키우고 있다. 당국은 은행들이 새해 영업재개를 맞아 대출 문턱을 다시 낮추지 못하도록 선제적인 관리에도 나설 것으로 보인다. 연초에 상대적으로 과하게 대출을 풀었다가 연말에 목표치 충족에 맞춰 급하게 문을 걸어 잠그는 행태가 반복되지 않도록 경각심을 주겠다는 것이다. 금융위원회는 올해 중순 가계부채 점검회의를 열어 가계대출 관리 기조 논의에 들어가기로 했다. 일관적 기조로 밀고 가야 정책상 효과를 보는 것은 당연하다. 부동산 리스크를 막기 위한 정부의 규제 필요성이 여전한 건 사실이다. 그러나 당장 이사를 가지 못하고, 신용이 좋아도 대출을 받을 수가 없는 점은 일반적인 상황이 아니다. 일방적이고 목표중심적이기만 한 접근에 소비자들의 불편과 계급화라는 부작용이 동반되고 있다는 점을 기억해야 한다. 박경현 기자 pearl@ekn.kr

[기자의 눈] 수요 예측 실패 신공항, ‘빛 좋은 개살구’ 못 면한다

정부가 지역균형발전과 국가경쟁력 강화를 명분으로 신공항 추진을 이어가고 있다. 이달 고시된 대구경북통합신공항 민간공항 기본계획을 비롯해 내년 공고 예정인 가덕도신공항, 현재 공사가 진행 중인 울릉공항 등 전국 각지에서 공항 건설이 계속되고 있다. 현재 정부와 지자체는 신공항을 단순한 교통시설이 아닌, 산업·관광·물류를 연결해 성장 동력을 확보하기 위한 필수 사업으로 보고 있다. 지방에 새로운 인프라를 구축하면 기업 유치와 인구 유입이 촉진돼 지역 소멸 위기를 완화할 수 있다는 논리도 반복된다. 하지만 기대와 달리 지방공항의 현실은 냉혹하다. 현재 대부분의 지방공항은 만성 적자 상태에 놓여 있다. 가장 큰 원인으로는 이용객 예상치를 과도하게 전망한 항공 수요 예측 실패가 꼽힌다. 비교적 최근 개항한 양양공항과 무안공항의 경우 계획보다 이용객이 훨씬 적어 2015년부터 2024년까지 누적 적자가 각각 1447억원, 1679억원에 달했다. 최근 추진 중인 새만금국제공항은 예비타당성 조사를 면제받아 추진됐지만, 이후 법원은 기본계획 고시가 위법하다고 판단했다. 비용 대비 편익(B/C)이 0.479에 불과했다. 제주 제2공항과 가덕도신공항 역시 경제성이 낮다는 문제 제기에 있어 자유롭지 못하다. 완공 이후 과잉 인프라로 전락할 수 있다는 우려이다. 공항은 한 번 건설되면 되돌릴 수 없는 대표적인 '고정비' 사업이다. 이용객이 기대에 미치지 못할 경우 적자는 구조적으로 누적될 수밖에 없고, 그 부담은 결국 국비와 지방재정, 공기업의 부채로 전가된다. 공항이 지역 경제의 마중물이 되기보다 재정 부담의 원천으로 작동할 수밖에 없는 구조다. 공항 건설이 진정으로 지역의 미래를 위한 선택이라면, 엄격한 수요 분석이 선행될 필요가 있다. 막연한 장밋빛 전망이 아니라 실제 얼마나 많이 이용될 지와 장기적인 손익 구조를 냉정하게 따져 봐야 한다. 손실이 불가피해도 꼭 짓겠다면 재정 부담을 어떻게 감당할 것인지에 대한 사회적 합의도 필요하다. 물론 이러한 과정은 쉽지 않다. 손실 가능성이 수치로 드러날수록 공항 건설에 대한 반발은 커질 수밖에 없다. 그러나 수요와 손익을 외면한 채 추진된 사업이 남길 후유증은 더 크다. 불편한 진실을 피하기보다 책임 있는 설명과 설득 과정이 따라야 한다. '공항을 짓느냐 마느냐'가 아니라 정확한 수요 분석과 냉정한 손익 판단이 정책 결정의 기준이 되기를 기대한다. 김유승 기자 kys@ekn.kr

[기자의 눈] 내란 17번·민생 4번…1년 전에 사는 정청래

“새해 1호 법안은 2차 종합특검이다." 지난 26일 취임 첫 기자회견에서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내놓은 첫 메시지는 또다시 '특검'이었다. 내란·김건희·채해병 등 3대 특검이 끝나기도 전, 후속 성격의 특검을 새해 국정의 출발점에 세운 것이다. 이날 기자회견에서 '내란'이라는 표현이 17번 등장한 반면, '민생'과 '경제'는 합쳐 4번에 그쳤다. “내란과의 전쟁 계속되고 있다"며 엄중함을 강조하는 그의 언어는 지난해 12월 3일 밤 특전사 헬기가 국회 의사당 위를 비행하던 시점에 멈춰 있는 듯 하다. 정 대표는 이미 6개월전 경선 출마때부터도 입에 '내란 청산'을 달고 살았다. 최선봉을 자처해 '당대포'라는 별칭을 얻은 그는 “모든 것을 바쳐 싸우겠다", “차돌같이 단단하게", “전광석화처럼 해치우겠다."고 했다. 취임 후에도 “내란 청산이 시대정신"이라 외치며 야당과의 관례적 악수까지 거부했다. 당시 12·3 비상계엄 사태의 여진이 남아 있었다. 그의 강경한 어조는 진보 성향 중도층까지 결집시키는 효과적인 전략이었다. 검찰개혁 등 숙원 과제가 전광석화처럼 처리된 것도 사실이다. 집권 여당이 된 지 6개월, 내란 특검도 180일간의 수사 끝에 일단락됐다. 하지만 그의 언어는 여전히 내란 청산에 고착돼 있다. 물론 아직 12.3 비상계엄의 진상 규명과 책임자 처벌이 완료되지는 않았다. 오는 1월 '수괴'인 윤석열 전 대통령 등 주요 관련자들의 내란 혐의 1심 판결을 계기로 사법적·역사적 성격 규정이 완료된다. 미진한 점도 없지 않다. 앞으로 사상 최악의 반헌법적 중대 범죄인 내란을 누가 어떻게 기획하고 실행하고 도왔는지 철저히 밝혀내고 모조리 사법 처벌해야 하는 것도 맞다. 그러나 민생을 책임진 정치의 영역에선 협치가 절실하다. 야당과 협력해 각종 법안을 처리해야 할 정 대표가 대화는커녕 악수도 거부하면서 내란 청산만 읊고 있는 현실은 암울하다. 무엇보다 시급한 민생 법안들이 정쟁의 포로가 되고 있다. 통일교 특검과 2차 종합특검을 둘러싼 여야의 격돌 속에서 197건의 법안이 본회의에서 표류하고 있다. 정년 65세 연장 법안은 해를 넘길 위기에 처했고, 반도체특별법조차 국회 문턱을 넘지 못한다. 특검에만 매달리는 여당도, 필리버스터만 앞세운 야당도 국민 눈에는 똑같은 직무유기일 뿐이다. 정치의 본질은 대결이 아닌 조율이라는 점을 잊어서는 안 된다. 김하나 기자 uno@ekn.kr

[기자의 눈] 흥행으로 증명된 IMA, 이제는 ‘어디에 쓰느냐’가 남았다

연말 증권가의 화두였던 종합투자계좌(IMA)가 예상보다 빠르게 시장의 답을 얻었다. 제도 도입 이후 첫 상품부터 4영업일 만에 1조원이 넘는 자금이 몰려 IMA는 '정책 실험'이 아니라 '현실 상품'임을 스스로 증명했다. 그동안 발행어음 이후 뚜렷한 대안을 찾지 못하던 대형 증권사들에게도 IMA는 새로운 성장 카드로 자리매김하는 분위기다. 흥행 자체는 분명한 성과다. 기준금리 인하 기대 속에 예·적금 대안을 찾던 개인 자금이 대거 유입됐고, 자산관리(WM) 자금이 기업금융과 직접 연결될 수 있다는 구조 역시 시장의 관심을 끌었다. '모험자본 공급 확대'라는 정부의 오랜 정책 구호가 제도권 상품으로 구현됐다는 점에서도 의미는 작지 않다. 다만 IMA의 빠른 흥행이 곧 제도의 완성도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지금부터가 더 중요한 구간이다. IMA는 예금도, 전통적인 공모펀드도 아니다. 장기 자금을 바탕으로 기업금융과 대체투자 자산에 투자하고, 만기까지 보유할 경우 증권사가 약정에 따라 원금 지급 책임을 지는 구조를 지닌 상품이다. 수익과 안정성을 동시에 기대할 수 있다는 점이 강점이지만, 그만큼 구조에 대한 이해가 전제돼야 한다. 문제는 이 복합적인 구조가 판매 현장에서 얼마나 충분히 설명되고 있느냐다. 흥행 초기일수록 수익률과 안정성만 강조되기 쉽고, 투자 대상 자산의 성격과 유동성, 손익 구조에 대한 설명은 뒷전으로 밀릴 가능성이 크다. IMA가 단순히 '은행 예금보다 조금 더 주는 상품'으로 인식되는 순간 모험자본 공급이라는 제도 본연의 취지는 흐려질 수밖에 없다. 모험자본의 핵심은 높은 수익률이 아니라 불확실성을 감내하고 성장의 시간을 함께 나누는 데 있다. IMA 역시 마찬가지다. 안정적인 기업대출과 회사채뿐 아니라 비상장·사모 영역의 자산까지 포괄하는 구조라면, 그에 따른 위험 역시 투자자와 명확히 공유돼야 한다. 흥행 이후의 단계에서는 '얼마나 팔렸는가'보다 '어디에 쓰이고 있는가'가 더 중요한 질문이 된다. IMA는 발행어음 이후 증권사들이 다시 한 번 꺼내 든 대규모 자금 조달·운용 수단이다. 제도상으로는 최대 수십조원까지 확장될 수 있는 만큼 그 자금이 어떤 기업과 산업으로 흘러가는지는 자본시장의 방향성을 좌우할 수 있다. 생산적 금융의 이름에 걸맞게 IMA가 단기 수익 경쟁을 넘어서 중장기 성장 자본의 통로로 자리 잡을 수 있을지는 이제부터 증권사의 운용과 설명 책임에 달려 있다. 흥행은 출발선일 뿐이다. IMA가 또 하나의 '잘 팔린 금융상품'으로 남을지 아니면 자본시장의 체질을 바꾸는 계기가 될지는 지금부터의 선택이 가를 것이다. 윤수현 기자 ysh@ekn.kr

[기자의 눈] “왜 접냐” 비웃음은 틀렸다…삼성 트라이폴드가 증명한 ‘도전의 값어치’

“귀찮게 왜 접냐", “이러다 네 번도 접겠네"…. 삼성전자의 두 번 접는 스마트폰 '갤럭시 Z 트라이폴드'(Z 트라이폴드) 출시를 앞두고 온라인 커뮤니티에 쏟아졌던 말들이다. 새로운 폼팩터(기기 외형)에 대한 기대도 있었지만 실용성과 가격에 대한 의구심이 더 컸던 탓일까. 익숙하지 않은 변화 앞에서 네티즌들의 경계심이 먼저 작동한 반응이었다. 하지막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분위기는 정반대였다. Z 트라이폴드는 지난 12일 출시 직후 완판됐고, 17일 온라인에 재입고된 물량 역시 단 2분 만에 매진됐다. 359만원을 웃도는 고가임에도 '없어서 못 사는'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 초도물량이 많지 않다는 점을 감안해도 시장 반응은 예상을 뛰어넘는다. 이런 장면은 낯설지 않다. 삼성전자가 폴더블폰을 처음 선보였을 때와 닮아 있기 때문이다. 지난 2019년 '갤럭시 Z 폴드', 이듬해 'Z 플립'이 등장했을 당시에도 반응은 냉담했다. 그러나 지금은 글로벌 스마트폰 제조사 대부분이 폴더블 시장에 뛰어들었고, 한때의 '기이한 실험'은 새로운 표준 후보로 자리잡았다. 이 같은 흐름은 삼성이 새로운 시도를 주저하지 않는 기업이라는 점을 다시 떠올리게 한다. 지난해 '갤럭시 S24 시리즈'를 통해 인공지능(AI)을 전면에 내세우며 'AI 스마트폰'이라는 개념을 시장에 던진 것도 같은 맥락이다. 당시의 회의론과 달리 스마트폰 경쟁의 기준은 분명 달라졌다. 물론 모든 도전이 성공으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다. 올해 선보인 초슬림폰 '갤럭시 엣지'는 기대에 못 미쳤다. 2013년 출시된 '갤럭시 라운드' 역시 시장에 뚜렷한 족적을 남기지는 못했다. 실패한 시도는 분명 존재한다. 그럼에도 실패 사례들이 '도전의 가치'를 부정하는 근거가 될 수는 없다. 기술 혁신의 역사에서 실패는 예외가 아니라 과정에 가깝다. 한때 휴대폰 시장의 절대강자였던 노키아가 변화 앞에서 주저하다 몰락한 사례는 이를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왜 접느냐'는 질문은 필요하다. 그러나 비웃음과 조롱으로 던져진 질문은 발전으로 이어지기 어렵다. 지금의 트라이폴드는 완성형 해답이라기보다 또 하나의 실험에 가깝지만, 그 실험이 시장에서 의미 있는 반응을 얻고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삼성이 추구하는 도전의 값어치는 충분히 증명됐다. 김윤호 기자 kyh81@ekn.kr

[기자의 눈] 재생에너지·히트펌프 보급 목표, 연연하지 말았으면

기후에너지환경부는 2030년까지 재생에너지 발전 설비용량을 100기가와트(GW), 재생열에너지인 공기열 히트펌프를 2035년까지 350만대 보급하겠다고 밝혔다. 이 목표는 경제성보다는 국가온실가스감축목표(NDC)를 우선 고려해 설정됐다. 현재 재생에너지 발전 설비용량은 약 35GW 수준이고 히트펌프 보급 대수 역시 40만대가 채 되지 않는다. 각각 5년 안에 약 3배, 10년 안에 9배 가까이 늘려야 해 막대한 비용이 필요하다. 이 분야를 아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억' 소리가 나올 만한 수치로 실현 가능성에 고개를 저을 수밖에 없다. 기자 입장에서 정부가 제시한 정책 목표가 달성되지 못할 경우 이를 비판적으로 바라볼 수밖에 없다. 다만 개인적으로는 이 목표 수치를 달성하지 못했다고 해서 정책 실패라고 보지는 않는다. 중요한 것은 앞으로 기술 발전에 따라 보급이 원활하게 이뤄질 수 있도록 시장과 환경을 조성해 주는 일이다. 실제로 기후부는 재생에너지 단가 목표를 태양광은 2030년 킬로와트시(kWh)당 80원, 육상풍력은 150원, 해상풍력은 2035년까지 150원 이하로 제시했다. 비록 히트펌프는 목표 단가를 명시하지는 않았지만 최대한 비용을 낮추는 방향으로 보급이 이뤄질 것이라 믿는다. 보급 확대와 단가 인하를 동시에 추진하겠다는 계획이겠지만 정책의 우선순위를 따진다면 보급 숫자보다 단가에 더 무게를 둬야 한다. 이르면 내년 상반기부터 재생에너지는 신재생에너지공급의무화(RPS)에서 경매제도로 전환된다. RPS가 대규모 발전사에 재생에너지 설치를 강제해 왔다면 경매제도는 발전사업자 간 경쟁을 촉진해 단가를 낮추는데 초점을 맞춘 제도다. 재생열에너지는 발전과 달리 아직 시장이 초기 단계에 있는 만큼 청정열에너지공급의무화 제도로 출발한다. 내년 청정열에너지법이 통과되면 RPS처럼 대규모 열생산 사업자에게 청정열 생산 시설 설치를 의무적으로 부여하는 방식이 될 전망이다. 이 두 제도가 재생에너지 시장을 형성하고 합리적인 산업 생태계를 조성하는 방향으로 작동해야 한다. 기업들이 태양광 셀, 풍력 터빈, 히트펌프의 효율 향상 기술에 꾸준히 투자할 수 있도록 명확한 수요 신호를 보내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동시에 국민에게는 전기요금과 난방요금 측면에서 합리적인 수준의 부담을 제시해야 한다. 일정 수준 요금 인상은 불가피하겠지만 가계와 산업이 감당하기 어려운 수준으로 부담이 전가된다면 기후 정책은 정치적 역풍을 피하기 어렵다. 기후 정책의 지속 가능성은 경제적 수용성 위에 서 있기 때문이다. 경제 기반을 훼손하면서까지 추진되는 기후 정책은 후손들에게 부담을 전가할 뿐 아니라 장기적으로는 2050년 탄소중립 달성 시점 자체를 늦출 위험도 안고 있다. 이원희 기자 wonhee4544@ek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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