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다카이치, 중의원 해산 ‘승부수’…내달 8일 조기 총선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가 23일 중의원(하원) 해산을 결정하면서 일본 정치권이 다시 총선 체제에 돌입했다. 총선은 다음 달 8일 치러진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다카이치 총리는 이날 오전 각의(국무회의)를 열고 중의원 해산을 결정했다. 이어 누카가 후쿠시로 중의원 의장이 오후 본회의에서 조서를 읽는 것으로 해산이 선포됐다. 일본 중의원 해산은 전임 이시바 시게루 내각 시절이던 2024년 10월 9일 이후 약 1년 3개월 만이다. 중의원 의원 임기는 본래 4년이다. 중의원 해산에 따라 오는 27일 선거 시작을 알리는 공시를 거쳐 내달 8일 조기 총선이 치러진다. 중의원 해산은 일본 총리가 권력 기반을 공고히 할 수 있는 '전가의 보도'로 일컬어지지만, 이어지는 총선에서 여당이 패하면 구심력을 급격히 잃을 수 있어 '양날의 검'으로도 불린다. 다카이치 총리의 이번 결정은 해산 시기, 중의원 임기 등을 감안했을 때 매우 이례적인 것으로 평가된다. 일본에서 정기국회 첫날 해산은 1966년 이후 60년 만이다. 2월에 총선을 실시하는 것은 1990년 이후 36년 만이다. 아울러 해산부터 총선까지 기간은 16일로, 태평양전쟁 종전 이후 가장 짧다. 중의원 재임 일수는 454일로 전후 세 번째로 짧다. 재임 일수가 이보다 짧았던 1953년과 1980년에는 모두 내각 불신임안이 통과돼 해산이 불가피했다. 다카이치 총리는 불신임안이 가결되지 않은 상황에서 중의원을 해산했다. 작년 10월 취임한 다카이치 총리는 60∼70%대에 달하는 높은 내각 지지율을 고려해 전격적으로 중의원 해산이라는 승부수를 던졌다. 총선에서 여당이 의석수를 늘리면 다카이치 총리는 국정 주도권을 더 강하게 쥘 수 있지만, 목표로 내세운 여당 과반 의석수 확보에 실패하면 퇴진 위기에 몰릴 것으로 전망된다. 다카이치 총리는 중의원 해산 명분으로 집권 자민당과 일본유신회가 작년 10월 새로 수립한 연립정권에 대해 국민 신임을 물을 필요가 있다는 점을 내세웠다. 그는 지난 19일 기자회견에서 “총리직을 걸겠다"며 각오를 드러낸 뒤 “다카이치 사나에가 총리여도 좋은가를 주권자인 국민이 정해주기를 바란다"며 이번 총선이 사실상 정권을 택하는 선거라는 점을 강조했다. 다카이치 총리는 선거에서 승리할 경우 '책임 있는 적극재정' 방침에 따라 양적 완화 정책을 추진하고, 방위력 강화와 개헌 등 보수적 안보 정책에 강한 드라이브를 걸겠다고 예고했다. 야권에서는 자민당에 맞서 제1야당 입헌민주당과 제3야당 공명당이 '중도개혁 연합'이라는 신당을 만들어 선거전에 임한다. 공명당은 자민당과 오랫동안 협력 관계를 유지했으나, 강경 보수 성향인 다카이치 총리에 대한 불만으로 연정에서 이탈했고 중도 성향 입헌민주당과 손을 잡았다. 중도개혁 연합은 다카이치 정권의 보수화를 비판하며 중도는 물론 온건 보수·진보 성향 유권자를 공략할 것으로 보인다. 일본 중의원 의석수는 지역구 289석과 비례대표 176석을 합쳐 465석이며, 과반은 233석이다. 집권 자민당과 연립 여당 일본유신회는 회파(會派·의원 그룹) 기준으로 233석을 차지하고 있다. 다카이치 총리가 제시한 목표인 '여당 과반'은 사실상 실현된 상태여서 자민당과 유신회는 실제로는 더 많은 의석수를 노릴 것으로 관측된다. 여당이 261석을 얻으면 상임위원장 자리를 모두 여당이 차지하고, 모든 상임위원회에서 여당이 과반이 된다. 310석 이상이 되면 개헌안 발의도 가능하다. 교도통신은 다카이치 총리의 해산 명분, 식품 소비세 감세, 자민당 '비자금 스캔들'과 정치자금 문제, 외국인 정책, 부부가 다른 성(姓)을 쓰는 것을 허용하는 선택적 부부별성 제도 등이 총선의 주요 쟁점이 될 것으로 전망했다. 박성준 기자 mediapark@ekn.kr

[이슈+] ‘전면 접근권’ 강조한 트럼프…그린란드 ‘무제한 군사권’ 노리나

덴마크령 그린란드의 소유권을 두고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NATO)와 합의의 틀을 마련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그린란드에 대한 '전면적 접근권' 개념을 언급했다. 유럽 국가들이 반대해온 그린란드 매입에서 한발 물러서는 대신, 군사적 측면에서 사실상의 독점적 접근권을 확보해 실리를 극대화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이 미군의 그린란드 주둔과 관련해 모든 제한을 제거하기는 방안을 덴마크와 논의 중인 것으로 알려져 글로벌 패권 경쟁 구도에도 적잖은 파장이 예상된다. 22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은 사안에 정통한 소식통을 인용해 “미국이 덴마크와 과거에 체결했던 방위협정을 개정해 그린란드 내 미군 주둔에 대한 모든 제한을 없애려 한다"며 “이는 트럼프 대통령이 요구해온 그린란드 통제권 확보의 핵심 쟁점으로 떠올랐다"고 보도했다. 1951년에 체결되고 2004년에 개정된 방위협정엔 미국이 그린란드에서의 군사 작전이나 시설에 중대한 변경을 실행할 경우 사전에 덴마크와 그린란드에 통보하고 협의해야 한다는 내용이 담겨 있다. 미국은 제2차 세계대전 직후 소련 견제를 위해 만든 이 협정에 따라 현재도 그린란드 북단에 공군 우주기지를 두고 있다. 한때 최대 17개의 기지를 운영했지만 이후 규모를 대폭 축소해 현재 약 150명의 병력과 300명 이상의 계약직 인력이 근무하고 있다. 이들 계약직 상당수는 덴마크 또는 그린란드 국적을 갖고 있다. 그러나 미국 측은 방위협정 문구를 수정해 그린란드 내 군사 계획 수립 및 실행 과정에서 어떠한 제약도 받지 않기를 원한다고 소식통은 전했다. 이에 대해 안나 켈리 백악관 대변인은 “이번 합의가 성사된다면 미국은 그린란드와 관련된 모든 전략적 목표를 매우 적은 비용으로 영구적으로 달성하게 될 것"이라며 “트럼프 대통령은 성사되길 매우 희망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세부 내용은 관련 당사자들이 확정하면 공개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 같은 움직임은 트럼프 대통령의 기존 입장과도 맞닿아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전날 마르크 뤼터 NATO 사무총장과 협의를 통해 “그린란드와 북극 지역에 관한 미래 합의의 틀을 마련했다"며 미국의 그린란드 병합에 반대했던 유럽 8개국에 대한 관세 부과를 철회했다. 무력을 통해 그린란드를 가져가지 않겠다는 원칙도 밝혔다. 합의 틀에 대한 구체적인 내용은 공개되지 않았지만 블룸버그는 미국 미사일 부대 배치, 중국의 영향력을 배제하기 위한 광물 채굴권 확보, 북극권 내 NATO 존재감 강화 등이 포함될 것이라고 앞서 보도한 바 있다. 이를 두고 트럼프 대통령이 무력 사용과 관세 압박이라는 갈등 요인을 걷어내는 대신, 그린란드에 대해 사실상 '준(準)주권적 권리'에 가까운 군사·전략적 접근권을 확보하려는 구상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폭스비즈니스와의 인터뷰에서 “미국은 우리가 원하는 모든 군사적 접근권을 갖게 될 것"이라며 “우리가 원하기 때문에 그린란드에 필요한 것을 배치할 수 있게 될 것이다. 본질적으로 전면적 접근권이며 이는 끝도 없고 시간 제한도 없다"고 강조했다. 또한 그린란드에 '영구적·전면적 접근권'을 얻는 데 어떤 대가를 치르느냐는 질문에 “아무것도 지불할 필요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덴마크와 그린란드가 미국의 요구를 어디까지 수용할지는 여전히 불확실하다. 덴마크는 그동안 그린란드를 미국에 매각할 수 없다고 선을 그으면서도 그린란드 내에서 미국의 군사적 존재감을 확대하는 것은 찬성한다는 입장을 밝혀왔다. 메테 프레데릭센 덴마크 총리는 유럽연합(EU) 정상회의에 앞서 기자들과 만나 “덴마크와 그린란드 모두 1951년 방위협정을 추가로 확대하는 데 열려 있다"며 “이는 반드시 적절하고 상호 존중하는 방식으로 이뤄져야 하며, 현재 그러한 방식이 가능한지 살펴보고 있다"고 말했다. 박성준 기자 mediapark@ekn.kr

美상무, 다보스 만찬서 무슨 말 했길래…ECB 총재, 중간에 박차고 퇴장

스위스 다보스에서 열린 세계경제포럼(WEF·다보스포럼) 비공개 만찬 행사에서 하워드 러트닉 미 상무부 장관을 향한 야유가 쏟아지는 소동이 벌어졌다. 크리스틴 라가르드 유럽중앙은행(ECB) 총재가 연설 도중 자리를 떠나면서 행사는 디저트도 나오기 전에 조기 종료된 것으로 전해졌다. 21일(현지시간) 주요 외신에 따르면 전날 밤 스위스 다보스에서 개최된 WEF VIP 만찬 현장은 미국과 유럽 간 갈등이 표출되는 자리로 변했다. 해당 만찬은 WEF 임시 공동의장인 래리 핑크 블랙록 회장이 주최했으며 WEF 회원들, 각국 정상, 주요 인사 등 수백 명이 초청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행사에서 마지막 연사로 나선 러트닉 장관은 유럽 경제의 경쟁력 부족을 지적하며 미국의 경제적 우월성을 강조했다. 러트닉 장관은 또 재생에너지 대신 석탄을 에너지원으로 쓰는 데 집중해야 한다고 주장하면서 유럽을 비방했다. 유럽연합(EU)은 기후변화 대응을 위해 석탄, 석유 같은 화석연료 사용의 단계적 퇴출을 추진하고 있다. 비판 수위가 높아지자 만찬장 곳곳에서 항의와 야유가 터져 나왔고 상황이 유럽 인사들 사이에선 불편한 기류가 형성됐다. 상황이 악화되자 라가르드 총재는 연설 도중 자리를 떠난 것으로 전해졌다. 핑크 회장은 청중을 진정시키려고 진땀을 뺐지만 참석자들이 잇따라 퇴장하자 결국 디저트를 생략하고 만찬 행사를 조기에 끝냈다. 미국 상무부는 만찬장에서 야유를 보낸 인물이 미국의 야당인 민주당 소속 앨 고어 전 미국 부통령밖에 없었다고 주장했다. 고어 전 부통령은 기후변화의 위험성을 세계에 알리고 기후 행동을 세계적 정치·사회 의제로 끌어올려 노벨평화상을 받은 인물이다. 그는 상무부 주장에 대해 “나는 앉아서 연설을 끝까지 들었고 어떤 방식으로도 방해하지 않았다"며 “현 행정부의 에너지 정책이 터무니없다고 생각한다는 점은 잘 알려진 사실이다. 연설이 끝나자 내 생각을 답변했고 다른 이들도 다수 그렇게 했다"고 반박했다. 한 유럽계 기업 최고경영자와 유로존 관계자는 블룸버그에 “라가르드 총재가 자리를 떠난 것은 옳은 판단이었다"며 “유럽은 이제 스스로를 위해 목소리를 내야 한다"고 말했다. 이번 만찬 소동은 그린란드 병합 문제를 두고 미국과 유럽 간 갈등이 최고조로 치닫는 상황에 일어났다. 트럼프 대통령은 그린란드 확보에 반대하는 유럽 8개 국가를 상대로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압박했다. 유럽도 즉각적인 보복 카드를 꺼내들며 맞대응에 나섰고, 유럽 정상들은 트럼프 대통령에 앞서 다보스포럼에 모여 그의 행보를 공개적으로 비판했다. 이날 러트닉 장관의 연설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신조를 되풀이한 것이다. 러트닉 장관은 앞서 파이낸셜타임스(FT) 기고문에 “현재 상황을 지지하러 다보스에 가지 않을 것"이라며 “현상에 정면으로 맞설 것"이라고 썼다. 그는 “우리가 다보스에 온 이유는 분명하다"며 “트럼프 대통령과 함께 자본주의에 새 임자가 등장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WEF 연설에서 그린란드 확보를 위해 “무력을 사용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연설 이후 마르크 뤼터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사무총장과 회담을 가져 그린란드 관련 미래 합의의 틀을 마련했다고 발표했다. 이에 따라 오는 2월 1일 유럽을 대상으로 발효될 예정이었던 관세는 유예됐다. 박성준 기자 mediapark@ekn.kr

[이슈&인사이트] 다카이치 일 총리가 불러온 중국의 희토류 전쟁

지난해 11월 7일 일본 중의원에서 자민당 소속 신임 다카이치 총리가 한 답변이 동북아 국제질서에 큰 파장을 몰고 오고 있다. 입헌민주당 소속 오카다 의원이 대만이 유사시에 처하면 어떻게 하겠냐고 질문한 데 대한 답변이었다. 총리는 “전함을 사용하고 무력 행사도 수반되는 것이라면 이것은 아무리 생각해도 존립 위기 사태가 될 수 있는 경우라고 생각한다"라고 했다. 준비된 답변은 '대만 유사라는 가정'에 대한 질문에 대한 답이라면 삼가하겠다는 것이었다. 그러나 초짜 총리는 “존립 위기 가능성"을 언급했고, 이는 집단적 자위권 행사 가능 요건이라 걷잡을 수 없는 방향으로 일을 키우고 있다. 중국의 대만 침공 시 일본이 개입할 수 있다는 말에 자극을 받은 중국은 러시아와 함께 도쿄 방면으로 전투기 비행을 시도했다. 중국은 2017년에도 폭격기를 도쿄로 향하게 한 사례가 있지만 러시아와 동시 기동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중국은 여차하면 일본의 수도를 칠 수 있다고 과시한 셈이다. 경제적인 공세도 커지고 있다. 중국은 11월 14일 자국민에게 일본으로 여행이나 유학을 자제하라고 했다. 11월 19일에는 일본의 후쿠시마 원전 사고 이후 중단되었던 일본산 수산물 수입을 다시 중단시켰다. 12월 5일에는 중국 항공사가 일본행 표를 3월까지 수수료 없이 취소할 수 있다고 연장했다. 큰손인 중국인의 발길을 끊어서 경제적으로 타격을 주겠다는 의도이리라. 중국에서는 최근 태평양 전쟁 당시 일본의 야만적인 모습을 담은 영화 '731'이 중국 내 일본인의 외출을 주춤하게 만드는 분위기까지 조성했는데 11월 17일에는 일본 영화 2편을 상영되지 않도록 취소시켰다. 또 11월 28일에는 한 일본 여성 가수가 상하이에서 공연하다가 무대 위에서 끌려나오는 놀라운 장면까지 나왔다. 문화전쟁까지 벌어지고 역사전쟁까지 번지는 추세이다. 중국의 반격에 있어서 압권은 새해에 나왔다. 중국이 1월 6일 일본에게 희토류를 통제하겠다는 카드를 꺼냈다. 중국이 이중용도(군사용과 민간용)로 사용되는 물자 가운데 군사 용도로 사용되는 것을 전면적으로 수출 금지하겠다는 것이다. 중국이 희토류 수출 금지 카드로 성공한 사례는 바로 지난해에도 있다. 미국 트럼프 대통령도 관세전쟁에서 중국에게서 물러서고 말았다. 일본에서는 중국의 희토류 통제가 큰 타격이 될 거라는 데 이론의 여지가 없다. 중국의 희토류가 없다면 일본의 자동차, 전자부품, 풍력발전, 의료기기, 항공우주 등 모든 분야에서 생산공정이 멈출 수 있다. 일본의 노무라 연구소는 “중국이 1년간 희토류의 민간 수출을 금지할 경우, 일본 내 생산감소액, 손실액은 약 2조 6000억엔(약 24조원)으로 국내총생산(GDP)의 0.43%를 낮춘다"라고 보고 있다. 일본도 2010년 센카쿠열도(다오위다오) 갈등 때 이미 중국의 희토류 수출 지연의 위력에 굴복한 적이 있다. 2010년 9월 7일 일본 해상보안청이 센카쿠열도 주변에서 조업했다고 중국 어선의 선장을 체포했다. 이에 중국이 희토류 수출 통관 절차를 지연시켰는데 일본은 9월 24일 중국인 선장을 풀어줄 수밖에 없었다. 최근 다카이치 총리의 지지율은 70%를 넘나들고 있다. 집권 초기 허니문 효과에 중국의 군사적 위협에 문화전쟁, 역사전쟁, 경제전쟁이 결집효과까지 더한 것이다. 총리는 역대급 지지율에 힘입어 중의원을 해산하고 조기 총선을 고려하고 있다. 현재 위태로운 연합정부에서 벗어서 단독 과반정부를 구성하겠다는 속셈이다. 선거비용만 600억 엔이라는데 조기총선에서 승리한다고 해도 중국의 희토류 공세를 어떻게 이겨낼지 모르겠다. 초짜 총리의 돌발답변이 몰고 온 후폭풍이 독이 될지 약이 될지 궁금하다. 이준한 외부기고자 bienns@ekn.kr

트럼프, 그린란드 편입 방법에 “알게 될 것”…‘한일 대미투자’ 성과도 거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집권 2기 취임 1주년을 맞아 백악관에서 기자회견을 열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1년간 자신의 업적을 자찬한 데 이어 그린란드 병합을 위한 야심을 또 다시 드러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집권 2기 취임 1주년인 20일(현지시간) 표지에 '업적'이라고 적힌 두꺼운 종이 뭉치를 들고 백악관 브리핑룸에 등장해 지난 1년간 한 일을 기자들에게 소개했다. 종이 뭉치를 한 손에 든 트럼프 대통령은 “난 이자리에 서서 이걸 일주일동안 읽을 수 있는데 그래도 다 읽지 못할 것이다. 하지만 우리는 그 어느 행정부보다 훨씬 더 많이 이룩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1시간 20분동안 혼자서 행정부의 외교, 경제, 사회 정책 등에 대해 장황하게 설명했다. 한국, 일본과 도출한 대미 투자금 합의도 거론됐다. 트럼프 대통령은 “아시아로 천연가스를 수출하기 위한 알래스카 파이프라인 프로젝트에 착수했다"며 “한국, 일본과 (무역) 합의를 타결하면서 우리는 전례 없는 수준의 자금을 확보했다"고 말했다. 알래스카 천연가스 프로젝트는 트럼프 대통령의 핵심 국정 과제 중 하나로, 주로 트럼프 행정부에서 한일 투자금 투입 가능성이 거론돼왔다. 앞서 미국과 무역 합의를 통해 한국은 3500억달러, 일본은 5500억달러 규모의 대미 투자를 조건으로 각각 25%이던 상호관세를 15%로 낮췄다. 지난해 11월 한미 정부가 서명한 '한미 전략적 투자에 관한 양해각서'(MOU)에 따르면 3500억달러 대미 투자액 가운데 1500억 달러는 조선 분야 투자액이다. 나머지 2000억달러 투자 분야는 조선, 에너지, 반도체, 의약품, 핵심 광물, 인공지능·양자컴퓨팅 등으로, 양국의 경제 및 국가안보 이익을 증진하는 분야다. 미국 대통령이 미국 상무장관이 위원장인 투자위원회의 추천을 받아 선정하되, 투자위원회는 사전에 한국의 산업통상부 장관이 위원장으로 있는 협의위원회와 협의해 상업적으로 합리적인 투자만을 미국 대통령에게 추천하도록 했다. 하워드 러트닉 미국 상무장관은 지난해 10월 엑스(X·옛 트위터)에서 한국에서 투자받을 2000억달러 투자 대상과 관련해 “알래스카 천연가스 파이프라인, 에너지 기반 시설, 핵심 광물, 첨단제조업, 인공지능과 양자컴퓨터가 포함된다"고 밝힌 바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기자들과 질의응답에서 그린란드를 편입하겠다는 의지를 다시 드러냈다. 그는 '그린란드를 차지하기 위해 어디까지 갈 용이가 있느냐'는 질문에 “보면 알게 될 것"이라고 답했다. 이어 “그린란드에 대해 많은 회의가 예정됐다"며 “난 오늘밤 다보스로 출발할 것인데 그린란드와 관련해 많은 회의가 예정돼 있고 일들이 상당히 잘될 것 같다"고 덧붙였다. 트럼프 대통령은 또 미국의 그린란드 병합에 반대하는 유럽연합(EU)이 무역협정 비준을 보류하고 있는 것에 대해 “그들은 그 합의가 매우 절실하다"며 “그들은 그것(합의)을 확보하기 위해 치열하게 싸웠기 때문에 보복에 나서지 않을 것으로 본다"고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또 자신을 향한 유럽 주요국 정상들의 비판에 대해 “그들은 항상 나한테 잘 대해준다"며 “그들은 내가 없을 때 조금 거칠어지지만 내가 있을 떄는 매우 친절하게 대해준다"고 주장했다. 이어 “나는 우리가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도 매우 기쁘고, 우리(미국)도 매우 기쁠 해법을 찾아낼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박성준 기자 mediapark@ekn.kr

[이슈&인사이트] 트럼프, ‘돈 독트린’에 이어 ‘돈로 독트린’

미국이 특수 군부대를 동원하여 한밤중에 베네주엘라 마두로 대통령 부부를 강제로 납치한 데 이어 덴마크령 그린란드를 자국령으로 삼으려는 야욕을 노골화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의 그린란드 병합 시도에 맞서 병력을 배치한 영국, 프랑스 등 유럽 8개국에 내달부터 10%의 대미 관세를 부과하는 초강수를 뒀고, 유럽 정상들은 “관세 위협을 절대 용납할 수 없다"고 거세게 반발하며 맞대응을 예고했다. 이러한 트럼프의 막무가내식 외교정책 행태를 '돈로 독트린'이라고 하는데, 뉴욕포스트가 도널드(Donald) 트럼프 대통령의 이름의 앞 글자 Don을 따서 '먼로 독트린'에 빗대 만든 용어이다. '돈로 독트린'은 지난해 12월 공개된 트럼프 2기 행정부의 첫 '국가안보전략'(NSS)에 담겼고, 지난 15(현지시간) 공개된 '국무부 전략계획'(2026-2030 회계연도 전략계획)에서 공식 용어로 사용했다. 사실 '돈로 독트린'은 새삼스러운 것이 아니다. “미국을 위대하게 한다"(MAGA)는 기조하에 자국 산업 육성과 보호를 위한 관세 폭탄을 통해 압박을 구사하고 국제협력보다 미국의 단독 결정을 우선시하는 일방주의 경향을 보여 왔다. 그런데, 지금까지는 상업적 베이스, 즉 돈을 벌겠다는 '돈 독트린'을 주로 구사해 왔다고 볼 수 있다. 트럼프는 '상호관세'라는 무기로 미국에 천문학적인 투자를 하도록 강요했고 많이 벌어들이고 있다고 자랑하고 있으나, 일본, EU, 한국 등 동맹국들의 팔을 비틀어 소위 '삥'을 뗀 것이다. '국무부 전략계획'은 친미 국가들의 강력한 경제 블록을 구축하고 이를 통해 미국의 재산업화를 지원하겠다는 내용을 담았는데, 도대체 현재 친미국가가 어디 있는가? 돈만 챙기려하는 싸구려 장사치 출신 트럼프로 인해 동맹국에서도 반미 감정이 확산되고 있다. 트럼프는 국가로서의 책임을 무시한다. 미국이 31개 유엔 산하 기구에 대한 참여나 자금 지원을 중단키로 하고 35개 비 유엔기구에서도 탈퇴하기로 하여 세계를 경악케 했다. 국제사회의 안정과 질서 유지를 위해 미국이 주도적으로 만든 국제기구를 스스로 무력화시키고 있다. 심지어 트럼프는 뉴욕타임스(NYT) 인터뷰에서 자신에겐 국제법이 필요 없으며, 자신의 도덕성만이 국제 문제와 관련한 개입에 있어 유일한 제어장치라고 말해 논란을 일으켰다. 그러자 중국이 신이 났다. 중국은 유엔 등 국제기구 분담금을 늘리고 아프리카에 대한 지원을 통해 미국의 빈자리를 메꿔가면서 국제적 지위를 높이고 있다. 프럼프의 국제법 무시 발언에 대해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유엔 헌장의 목적과 원칙을 기반으로 한 국제법은 현행 국제 질서의 초석이며 국제 분쟁을 해결하는 중요한 근거"라고 말했다. 국제법을 위반해 왔던 중국이 오히려 미국에 대고 국제법을 지키라고 훈계하고 있는 형국이다. 트럼프는 '대중봉쇄'를 주장하다가 '돈로 독트린'을 내세우고 있다. 두 개념은 사실 상충하는 개념이다. 트럼프는 중국을 강력하게 제어하겠다고 하면서 당선되었으나, 중국에 대한 압박이 효과를 거두지 못하고 오히려 희토류 무기를 구사한 중국으로부터 역공을 당했다. '돈로 독트린'으로 중국이 또 신나게 생겼다. 미국 군사력이 아메리카 대륙에 집중한다면 그만큼 대중봉쇄망은 느슨하게 될 수밖에 없다. 중국은 대만을 호시탐탐 노리고 있다. 그런데, 트럼프는 “대만에 대한 어떤 행동도 결국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결정할 문제"라고 말해 중국을 도와주다시피하고 있다. 미국이 국제법을 무시하고 무력 개입을 대외 정책의 주요 수단으로 쓰는 나라가 될 지는 상상하지 못했다. 즉흥적이고 고압적인 행태는 동맹국 간의 균열을 부르고 국제사회의 긴장감을 높이는 결과를 초래하고 있다. 트럼프로 인해 미국은 국제사회에서 나쁜 이미지만 쌓여가고 국제적 지도력이 약화되고 있으나, 오히려 사회주의 국가 중국이 국제질서 수호자인 것처럼 인식되는 상황이 전개되고 있다. 정녕 미국 사회는 괴상한 트럼프를 제어할 수 없는 것인가? 연방대법원의 관세 판결과 오는 11월 중간선거를 기대할 수밖에 없을 것 같다. 이강국

트럼프, 對이란 군사공격 보류?…“교수형 취소가 영향”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이란 당국의 시위대 유혈진압 사태에 검토해온 대이란 군사공격을 일단 보류했음을 시사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16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아랍과 이스라엘 당국자들이 당신에게 이란을 타격하지 않도록 설득했는가'라는 질문에 “누구도 날 설득하지 않았다. 나 스스로 납득했다"고 답했다. 이어 트럼프 대통령은 “(이란이) 어제 (시위 참가자) 800명 이상에 대한 교수형을 예정했다가 그렇게 하지 않았다"며 “그들(이란 당국)이 교수형을 취소한 것이 큰 영향을 미쳤다"고 덧붙였다. 현재로선 이란에 대한 군사작전을 생각하지 않고 있음을 시사한 것으로 해석된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이란 당국이 체포된 시위 참가자들에 교수형을 집행할 경우 “강력한 조치"에 나설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시위 참가자에 대한 극형 집행을 이란에 대한 군사개입에 나설 수 있는 '레드라인'(금지선)으로 간주하는 듯한 뉘앙스를 풍긴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16일 소셜미디어 트루스소셜에서 “이란 지도부가 어제 예정됐던 모든 교수형(800건 이상)을 취소한 것을 깊이 존중한다"고 밝히기도 했다. 한편 트럼프 대통령은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와 지난 14일에 이어, 15일 저녁에도 전화통화를 갖고 이란 문제를 논의했다고 미국 온라인 매체 악시오스가 전했다. 박성준 기자 mediapark@ekn.kr

[이슈+] 이재명發 ‘베이징 러시’·‘바이 차이나’…올해는 중국의 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관세 전쟁이 본격화한 이후 중국을 향하던 세계의 싸늘한 시선이 급변하고 있다. 한국을 비롯한 서방 국가들이 대중(對中) 관계 개선에 속도를 내는 가운데 자본마저 중국 외환·주식 시장으로 유입되는 '바이 차이나' 흐름까지 확산하는 모습이다. 주요국 정상들이 잇따라 베이징을 찾는 흐름의 신호탄은 이재명 대통령이 쐈다. 이 대통령은 지난 4~7일 중국을 방문해 양국 관계 개선의 기틀을 마련했다. 특히 지난 6일엔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함께 찍은 '셀카' 사진을 공개하며 밀착 외교를 과시하기도 했다. 해당 사진은 지난해 11월 경주 APEC 정상회의 때 시 주석으로부터 선물 받은 샤오미 스마트폰으로 촬영됐다. 대한민국 대통령이 중국을 방문한 것은 지난 2019년 이후 약 6년 만이다. 이어 마크 카니 캐나다 총리도 지난 14일 베이징에 도착해 지난 10년간 단절됐던 양국 정상외교의 공백을 메웠다. 며칠 뒤에는 키어 스타머 영국 총리가 중국을 방문할 예정이다. 영국 정상의 이번 방중은 2018년 이후 처음이다. 프리드리히 메르츠 독일 총리도 다음 달 베이징을 방문할 것으로 전해졌다. ◇ 미·중 관세 휴전 이후 '베이징 행렬' 가속 주요국 정상들의 방중 행렬은 지난해 10월 트럼프 대통령과 시 주석의 정상회담을 계기로 미중 관세 전쟁이 소강 국면에 접어들면서 본격화됐다. 여기에 트럼프 대통령은 엔비디아의 고성능 인공지능(AI) 반도체 칩 'H200'의 대중 수출을 허용하는 행정명령에 14일(현지시간) 서명했다. 판매 대금의 25%를 미국 국고로 환수하는 조건이 붙었지만 최첨단 반도체 접근을 차단했던 조 바이든 전 대통령의 행보와 대조적이다. 미중 정상은 올해에만 4차례 회담을 가질 예정이며, 4월 정상회담이 성사될 경우 트럼프 대통령은 반년 사이 중국을 방문한 주요 7개국(G7) 정상 가운데 다섯 번째가 될 가능성이 있다고 블룸버그통신은 짚었다. 이와 관련해 싱크탱크 아시아소사이어티정책연구소(ASPI) 중국분석센터의 닐 토마스 연구원은 “트럼프가 서방 세계에 외교적 FOMO(소외 공포감)를 촉발하고 있다"며 “그의 접근법은 각국 정상들이 미중 간의 관계 흐름 속에서 소외되지 않기 위해 시 주석과의 접촉을 서두르게 만든다"고 분석했다. 미중 갈등이 완화되자 다른 국가들도 자국 이익을 지키기 위해 중국과의 관계 개선이 필요하다는 관측도 나온다. 더 아시아그룹의 커트 통 파트너는 “중국과 관계를 개선하지 않을 이유가 사라졌다"며 “미중 관계가 이전보다 덜 대립적인 국면으로 접어들었다"고 진단했다. 이어 “중국과의 경제 관계를 우려하는 많은 국가들은 어떤 방향으로든 개선하려고 한다"며 “중국은 중요한 경제국이고 누구나 중국과 비즈니스를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 희토류·트럼프 대외정책도 '베이징 행렬' 기여 각국 정상들이 올해 베이징을 찾는 이유 중 하나로는 희토류로 꼽힌다. 미중 무역협정이 지난해 10월 체결되자 중국은 핵심 광물에 대한 수출 통제를 1년간 유예하기로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세계를 위한 승리"라고 선언했지만 서방 국가들은 유예 기간 동안 광물 공급을 직접 확보하기 위해 총력을 기울이고 있는 상황이라는 분석이다. 실제 요한 와데풀 독일 외무장관은 지난해 12월 방중 당시 희토류 확보 노력에 진전이 있었다고 평가하며 중국이 “건설적으로 대응하겠다"는 신호를 보냈다고 밝힌 바 있다. 트럼프 대통령의 예측 불가능한 대외 정책도 세계 각국이 중국과의 관계 복원에 나서려는 요인으로 지목된다. 미국의 동맹국들은 트럼프 대통령의 '상호 관세' 압박 속에서 수십억 달러 규모의 대미 투자 약속을 내놓아야 했다. 여기에 트럼프 대통령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을 국제사회로 복귀시키는 듯한 행보를 보였고, 베네수엘라 대통령을 축출하는가 하면, 나토(NATO·북대서양조약기구) 회원국인 덴마크의 자치령 그린란드 확보를 둘러싸고 압박 수위를 높이고 있다. 시 주석으로서는 변화하는 국제 정세가 호재로 작용하고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실제 중국은 대만 문제와 관련해 '유사시 개입' 가능성을 시사한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를 고립시키는 전략을 취하고 있다. 중국 상무부는 이 대통령의 방중 기간에 맞춰 일본에 대한 수출 규제를 발표한 바 있다. 블룸버그는 또 시 주석이 해외 순방을 줄여 각국 정상들을 자국으로 유인하는 '홈코트 외교' 전략을 취하고 있다고 전했다. 아일랜드 유니버시티칼리지더블린(UCD)의 알렉산더 두칼스키 정치·국제관계학과 부교수는 “국제무대에서 미국이 공격적이고 변덕스러운 행태를 보이는 상황에서 많은 정상들은 최소한 중국과 괜찮은 관계를 유지해야 한다고 결론 내릴 것"이라며 “적이 스스로 자해하는 동안 (시 주석은) 가만히 앉아 쇼를 즐기면 된다"고 말했다. ◇ 9년만에 中 증시·위안화 동반 상승…“올해도 이어진다" 중국 금융시장에 대한 투자자들의 심리는 작년부터 개선되기 시작했다. 이런 와중에 서방 국가들의 관계 복원 움직임이 겹치자 낙관론에 힘을 더 실리는 모양새다. 지난해 홍콩 대표지순인 홍콩H지수(HSCEI)는 22% 이상 급등했고 달러 대비 위안화 가치는 4% 넘게 올랐다. 증시와 위안화가 동시에 강세를 보였던 적은 2017년 이후 처음이다.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지난해 1월부터 10월까지 중국 증시에 유입된 해외 자금이 506억달러로 전년 동기(114억달러) 대비 네 배 넘게 늘었다. 이는 4년 만에 최대 규모이기도 하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쌍둥이 랠리'가 올해에도 이어질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최근 골드만삭스, 번스타인, 소시에테제네랄 등 글로벌 투자은행들은 중국 주식에 대한 투자 의견을 잇따라 상향 조정했다. 씨티그룹, BNP파리바, 뱅크오브아메리카 등은 중국 위안화의 강세 흐름이 올해에도 이어질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골드만삭스는 중국 기업들의 이익 성장률이 작년 4%에서 2026~2027년에는 14%로 가속화될 것으로 내다보며 중국 대표 지수 중 하나인 CSI300의 연말 목표치를 5200으로 높였다. 뱅크오브아메리카, BNP파리바자산운용은 올해 위안화 환율이 달러당 6.5~6.8위안 범위로 내려갈 것으로 예상했다. 유리존 SLJ캐피털은 올해 말 환율 목표치를 달러당 6.25위안으로 제시했다. 세계은행(WB)도 올해 중국 경제가 4.4% 성장할 것으로 최근 전망했다. 작년 4.9%보다 둔화하지만, 지난해 6월 전망치보다는 상향 조정된 수치다. 이런 투자 열기를 반영하듯, 지난 13일 중국 본토 주식 거래대금은 3조6500억위안으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이는 최근 5년간 하루 평균치인 1조1300억위안을 3배 웃도는 수준이다. 박성준 기자 mediapark@ekn.kr

韓·日, 공급망 협력 공감대…CPTPP 가입도 논의

이재명 대통령과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의 두 번째 정상회담이 성공적으로 마무리되면서 한·일 양국이 글로벌 공급망 불안 속에서 전략적 협력을 본격화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미·중 갈등과 중국의 희토류 수출 통제 등 경제안보 환경 변화에 대응해 양국이 공급망 안정과 자유무역 질서 강화를 위한 공조에 속도를 내는 모습이다. 위성락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은 14일 일본 나라현에서 전날 열린 한·일 정상회담과 관련해 “공급망 협력 의지는 정상 간에도 표명이 됐다"며 “이전에 실무 간에 여러 논의가 있어서 협력을 제고하기 위한 작업이 진전됐다고 보고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당면한 현안 중 중요 문제가 국제적 공급망 이슈“라며 “(정상 간 논의에서) 안정적인 공급망은 경제·안보 정책의 중요 이슈인 만큼 협력하자는 공감대가 있었다"고 전했다. 이론 배경에는 미·중 갈등 심화로 인한 글로벌 공급망 불안이 자리하고 있다. 이 대통령은 취임 이후 국익 중심의 실용외교 기조 아래, 주요 수출국인 미국과 중국의 보호무역 강화에 대응해 자유무역 질서 내에서 공급망 안정화와 시장 다변화를 추진해 왔다. 한·일 양국이 공급망 분야에서 협력을 모색한 것도 이러한 국제 경제안보 환경 변화에 따른 대응 차원이다. 특히 이번 합의는 중국이 다카이치 총리의 '대만 유사시 군사개입' 관련 발언 이후 희토류 등 핵심 광물의 대(對)일본 수출을 제한하는 조치를 취한 가운데 이뤄졌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희토류는 전자·정보기술(IT), 국방·항공우주, 에너지 산업 전반에 필수적으로 공급 차질 시 산업 전반에 미치는 영향이 적지 않다. 일본이 공급망 리스크에 직면한 상황에서 다카이치 총리가 전날 “경제·안보 분야에서 전략적이고 상호 이익이 되는 협력을 추진하기 위해 공급망 협력을 깊이 논의했다"고 밝힌 것도 이러한 현실 인식을 반영한 것으로 풀이된다. 일본이 주도하는 CPTPP(포괄적·점진적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 가입 문제 역시 이번 정상회담에서 주요 현안으로 논의됐다. 위 실장은 CPTPP에 대해 “서로 좀 더 실질적인 부서 간 협의를 요하는 문제"라며 모호하지만 전향적인 입장을 보였다. CPTPP(포괄적·점진적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는 아시아·태평양 지역 국가들이 결성해 2018년 출범한 다자간 자유무역협정(FTA)으로, 일본·캐나다·호주 등 12개국이 회원국이다. 한국도 CPTPP 가입을 추진하고 있다. 앞서 이 대통령은 방일 직전 NHK와의 인터뷰에서 “이번 한·일 정상회담에서 일본 수산물의 수입 문제가 중요한 의제가 될 가능성이 크다"며 “CPTPP 가입에 있어 일본의 협조를 얻기 위해 이 사안(수산물)도 중요한 의제"라고 언급한 바 있다. 김하나 기자 uno@ekn.kr

[이슈&인사이트]브리지트 마크롱 여사와 가짜 뉴스-사법부 앞에 선 ‘표현의 자유’의 한계

한 사람은 소셜미디어 X에 “브리지트의 (sic) 사타구니가 남자처럼 불룩한 파란 수영복"이라는 문장을 올렸다. 또 다른 이는 프랑스 영부인을 “풍선 가슴을 단 늙은 원숭이"라고 불렀다. “브리지트의 '성기'를 의심하는 사람이 있나?"라는 질문도 공개적으로 게시되었다. 이처럼 브리지트 마크롱의 성별과, 남편과의 나이 차이를 근거로 한 '소아성범죄 연루 의혹'이라는 루머를 퍼뜨린 이들 가운데 다수가, 지난 1월 5일 파리 형사법원에서 유죄 판결을 받았다. 재판에 회부된 피고인 10명은 IT 기술자, 작가, 갤러리스트, 체육 교사, 은행 중개인 등 사회적으로 안정된 직업을 가진 41세에서 65세 사이의 인물들이었다. 이들은 사이버 괴롭힘 혐의로 최대 징역 6개월형을 선고받았다. 이들중 8명은 징역 4~8개월의 집행유예 처분을 받았고 1 명에게만 실형(징역 6개월)이 선고되었는데, 그는 2025년 10월 27~28일 열린 공판에 출석하지 않았다. 재판 과정에서 유일하게 사과의 뜻을 밝힌 1명은 벌금과 함께 사이버 괴롭힘 인식 개선 교육 이수 명령만을 받았다. 이 교육 이수는 다른 피고인 전원에게도 공통적으로 부과되었다. “악의적이고 인격을 훼손하는 표현" 파리 형사법원 재판장 티에리 도나르는 평결에서, 피고인들이 “악의적이고, 모욕적이며, 인격을 훼손하는 표현"을 사용해 영부인의 성별을 문제 삼고, 이를 남편과의 나이 차이에 결부시켜 '소아성범죄 연루 의혹'이라는 루머를 게시·유포함으로써 고소인에게 실질적인 피해를 입혔다고 밝혔다. 법원은 특히 이러한 행위가 개별적 발언의 나열이 아니라, 반복되고 조직적인 온라인 공격이었다는 점을 강조했다. 가장 무거운 형량 중 하나인 집행유예 8개월은, 검찰이 “온라인 집단 공격의 선동자"로 지목한 인물에게 내려졌다. 그는 X에서 '조에 사강(Zoe Sagan)'이라는 이름으로 활동해 온 작가이자 광고인이다. 그는 '문학적 실험'이라는 외피를 두른 계정을 통해 파리 사교계의 온갖 소문을 확산시켜 왔으며, 마크롱 부부의 24세 나이 차이를 “국가가 묵인한 소아성애"라고 표현하기도 했다. 그 역시 다른 피고인들과 마찬가지로 법정에서 표현의 자유와 풍자의 권리를 주장했다. 음모론의 확산과 '선동자'들 브리지트 마크롱을 트랜스젠더 여성으로 묘사하는 음모론의 또 다른 핵심 인물로 지목된 영매 델핀 J.('아망딘 루아'라는 이름으로 활동) 역시 집행유예 6개월을 선고받았다. 그녀는 2021년 유튜브 채널에 자칭 '아마추어 기자' 나타샤 레이를 초대해 자신의 '발견'을 공개하도록 하며 루머 확산에 기여했다. 4시간 분량의 이 영상에서 그녀는 브리지트 마크롱이라는 인물이 애초에 존재하지 않았으며, 실제로 존재하는 80세의 오빠 장미셸 트로뇌가 성전환 후 그의 정체성을 차용했다고 주장했다. 이들 '선동자'에게는 6개월간 소셜미디어 계정 사용 금지 조치도 함께 내려졌다. 2024년 8월 고소 당시, 브리지트 마크롱은 이 루머가 자신과 가족에게 “매우 큰 파장"을 일으켰다고 설명했다. 특히 손주들이 “할머니는 남자래"라는 말을 듣게 되었다는 점은, 이 사안이 단순한 명예훼손을 넘어 가족의 일상과 사적 삶을 파괴하는 폭력이었음을 드러낸다. 영부인 본인이 법정에 출석하지 않은 대신, 딸 티펜 오지에르가 증인으로 나서 이러한 “대규모 온라인 공격"이 남긴 상처를 증언했다. 평결을 하루 앞둔 일요일 저녁, TF1 방송의 '20시 뉴스'에 출연한 브리지트 마크롱은 직접 입장을 밝혔다. “저는 늘 싸우고 있습니다. 저는 청소년들이 괴롭힘에 맞서 싸울 수 있도록 돕고 싶어요. 하지만 제가 (…) 모범을 보이지 않는다면, 그건 어려운 일이 될 겁니다." 그러나 이 싸움은 프랑스에서 끝나지 않을 전망이다. 이 가짜 뉴스는 지난 4년간 반복된 부인과 반박에도 불구하고 국제적으로 확산되었고, 결국 대통령 부부는 2025년 여름 법적 투쟁의 무대를 미국으로까지 넓히기로 결정했다. 미국의 MAGA('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진영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음모론 인플루언서 중 한 명으로 꼽히는 칸다스 오웬스(Candace Owens)가 2024년 3월 이 루머를 공개적으로 받아들였기 때문이다. 유튜브 구독자 570만 명, X 팔로워 750만 명을 보유한 그녀는 '브리지트 되기(Becoming Brigitte)'라는 일련의 영상에서 이를 “인류 역사상 가장 위대한 정치적 스캔들"이라고 주장했다. 표현의 자유에 훨씬 관대한 법적 틀을 가진 미국 사법부가, 악의적이고 조직적인 비방 캠페인으로부터 공적 인물을 보호하려는 프랑스 사법부의 판단과 같은 결론에 이를지는 아직 알 수 없다. 이 사건은 사이버 시대에 표현의 자유가 어디까지 보호되어야 하며, 거짓과 혐오가 조직적으로 유통될 때 민주사회는 어떤 선을 그어야 하는가의 질문을 던지고 있다. 성일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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