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약 567억 캐나다 달러(한화 약 60조 원) 규모의 캐나다 순찰 잠수함 도입 사업(CPSP, Canadian Patrol Submarine Project)을 두고 '팀 코리아'의 한화그룹이 독일 경쟁사를 압도하는 '물량·기술 총력전'을 펼치고 있다. 독일 티센크루프 마린 시스템즈(TKMS)가 지난달 선체 블록 생산을 분담하는 전통적인 제조 협력 카드를 꺼내 들자 한화그룹은 3600억 원 규모의 직접 현금 투자와 인공 지능(AI)·우주 기술 이식이라는 파격적인 제안으로 캐나다 방산 생태계를 통째로 업그레이드하겠다는 청사진을 제시했다. ◇ 공장 지어주고 매출 3% 받는 'PF형' 투자 27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DART)에 따르면 한화오션은 캐나다 온타리오주의 철강업체 '알고마 스틸(Algoma Steel)'과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핵심은 알고마 스틸의 구조용 강재 빔 생산 시설 건설을 위해 한화오션이 미화 2억 달러(약 2885억6000만 원)를 현금 출연한다는 점이다. 적용 환율은 서울 외국환 중개 고시 기준 1달러당 1442.80원으로, 이번 투자금은 한화오션 최근 연결자기자본의 5.9%에 달하는 대규모 금액이다. 한화오션 관계자는 본지와의 통화에서 “이번 계약은 알고마 스틸의 지분을 매입하는 일반적인 투자가 아니라 현지 공장 설비를 짓는 데 필요한 자금을 직접 대는 프로젝트 파이낸싱(PF) 성격"이라고 말했다. 투자금 회수 방식은 공장이 완공돼 가동되면 해당 생산 시설에서 발생하는 연간 매출의 3%를 10년 동안 한화오션 측이 수령하는 구조다. 한화오션 관계자는 “투자에 대한 재무적 성과를 공유하는 상생 모델"이라고 설명했다. 이와 함께 한화오션은 향후 CPSP 수주 성공 시 잠수함 건조와 현지 인프라 건설에 필요한 강재 5000만 달러(약 720억 원) 한도 내에서 알고마 스틸로부터 구매하기로 확약했다. 총 2억5000만 달러(약 3600억 원) 규모의 패키지 딜인 셈이다. 이 모든 계약은 한화오션이 잠수함 사업을 최종 수주해야 효력이 발생하는 조건부 계약이다. 알고마의 특수강 생산 능력과 품질 우려에 대해 한화오션 관계자는 “캐나다 자국 해군이 쓰는 잠수함에 들어가는 자재인데 품질 수준이 떨어지지 않을 것"이라며 “현지 기업에 투자해 그곳에서 생산된 후판을 사서 쓰는 구조인 만큼 캐나다 정부의 '절충 교역(ITB)' 요건을 완벽히 충족한다"고 자신감을 내비쳤다. ◇ 獨 TKMS “조립만 같이 하자" vs 한화 “AI·우주 기술까지 다 준다" CPSP는 캐나다 해군이 노후화된 빅토리아 잠수함을 교체하기 위해 최대 60조 원 규모로 3000톤급 디젤-전기 잠수함 최대 12척을 도입하는 대형 방산 사업이다. 이와 관련, 한화그룹의 행보는 경쟁자인 독일 TKMS의 전략과 뚜렷하게 대비된다. TKMS는 한화그룹보다 한 달 앞선 지난달 18일 캐나다 퀘벡주에 위치한 정밀 제조 기업 마멘(Marmen)과 전략적 팀 협정(Teaming Agreement)을 맺었다. TKMS는 보도자료를 통해 “마멘과 협력해 212CD 잠수함의 주요 섹션과 복합 조립품을 캐나다 현지에서 생산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독일이 '일감 나누기' 식의 전통적인 하드웨어 제조 협력에 그쳤다면 한화그룹은 한화오션의 기초 소재(철강) 인프라 투자와 한화시스템의 AI·우주 등 미래 기술 이식을 결합해 차원이 다른 제안을 내놓은 것이다. 가장 눈에 띄는 것은 AI 분야다. 한화오션과 한화시스템은 캐나다의 유니콘 기업인 코히어(Cohere)와 3자 협력을 맺었다. 기업 가치가 70억 달러에 달하는 코히어의 거대 언어 모델(LLM)을 활용해 선박 생산 계획부터 설계·제조 효율을 제고하고 나아가 잠수함 작전 운용에 필요한 전술적 AI 시스템을 공동 개발한다는 계획이다. 우주·위성통신 분야의 협력도 구체화됐다. 한화시스템은 저궤도 위성 기업 텔레셋(Telesat)과 손잡고 2026년까지 198개의 위성을 쏘아 올리는 차세대 통신망 사업에 협력한다. 이를 통해 잠수함이 작전 중에도 끊김 없이 데이터를 주고받을 수 있는 보안 통신 체계를 구축한다. 우주기업 MDA 스페이스(MDA Space)와는 소프트웨어 정의 위성(SDS) 플랫폼인 '오로라' 기술을 활용해 잠수함의 지휘 통제(C2)·데이터 복원력을 강화한다. 전자광학 기업 PV 랩스(PV Labs)와는 잠수함의 '눈'에 해당하는 고성능 전자광학·적외선(EO·IR) 센서 기술을 고도화해 감시 정찰 능력을 극대화할 예정이다. 손재일 한화시스템 대표는 “해양·위성·AI·보안 부문에서 보유한 독보적인 기술을 바탕으로 캐나다의 경제·안보 공급망의 핵심 파트너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 정부 특사단 총출동…“2040년까지 20만 명 고용 창출" 세일즈외교 정부의 지원 사격도 역대급이다. 26일(현지시간) 토론토 파크 하얏트 호텔에서 열린 협약식에는 강훈식 대통령비서실장·김정관 산업통상부 장관·이용철 방위사업청장 등 정부 특사단이 대거 참석해 힘을 실었다. 강훈식 비서실장은 “양국 협력은 AI·청정 에너지·방위산업·안보 등 미래 지향적으로 확대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정관 장관 역시 자동차·수소 산업 등 연관 산업으로의 협력 확대를 제안하며 '바이 캐네디언(Buy Canadian)' 기조에 부합하는 한국의 의지를 전달했다. 글로벌 컨설팅 기업 KPMG는 한화그룹의 이번 산업 협력 패키지가 실행될 경우 올해부터 오는 2040년까지 캐나다 현지에서 누적 연인원 기준 20만 명 이상의 고용 창출 효과가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박규빈 기자 kevinpark@ek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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