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6조원’ EU 무기 대출기금 ‘바이 유러피안’ 방점…현지합작 K-방산은 ‘기대’

유럽연합(EU)이 200조원대의 무기 공동 구매 대출 기금 마련에 뜻을 모아 역내 생산 제품을 우선 도입한다는 기조가 강화됐다. 이에 따라 현지 합작 법인을 설립한 한화에어로스페이스·현대로템 등 K-방산 기업들의 대응 전략에 관심이 쏠린다. 20일 업계에 따르면 EU 27개 회원국은 전날 1500억유로(한화 약 236조원) 규모의 무기 공동 구매 대출 기금(SAFE, Security Action For Europe)을 신설하기로 잠정 합의했다. 다음주 열리는 장관급 회의에서 승인이 나면 이는 시행이 확정된다. 이는 러시아와 전쟁 중인 우크라이나를 지원하거나 각국의 무기고 비축을 목적으로 방산 물자 공동 구매를 추진하는 역내 회원국에 EU 예산을 담보로 대출금을 지원해주기 위한 자금 지원 계획이다. 무기 공동 구매 대출 기금 규정 초안에는 'EU 가입 신청국과 후보국, EU와 안보·방위 파트너십을 체결한 국가'도 공동 구매 참여를 허용한다고 규정돼있다. 그러면서도 완제품 가격 대비 최소 65% 수준의 부품이 유럽 자유무역협정(EFTA) 권역 또는 우크라이나 생산품이어야 한다고 명시돼있다. 이 문구는 방산 물자의 부품 중 EU 지역 밖에서 수급해온 비율은 35%를 넘지 못하게 하겠다는 의미를 담고 있어 사실상 '바이 유러피안(Buy European)'에 방점을 뒀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해당 규정은미국 등 역외 방산 기업의 진입 장벽을 높이고, 유럽 내 방위 산업 자립과 공급망 강화를 목표로 한다. 또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유럽이 집단 안보 위협에 직면해 미국 의존도를 낮추고 자체 무기 생산 역량을 키우려는 전략적 판단이 반영됐다. 유럽 방산업계는 오랜 기간 평화 속에서 미국 안보 우산에 의존해왔다. 또 환경·사회·지배 구조(ESG)가 강조된 10여년 간 투자를 받지 못했고 대량 생산 인프라 증설과 표준화 모두 실패했다. 생산 능력은 수요 급증을 따라가지 못해 비근한 예로 탄약·장비 등 기본적인 무기조차 납기일을 맞추지 못하는 실정이다. 실제 최근 수년 간 유럽 방산 조달의 70% 이상이 미국 등 역외 기업에 집중됐고, 유럽 내 생산 역량 강화 필요성이 대두되고 있다. 한국 방산 기업들은 기술력과 가격 경쟁력, 빠른 납기 등에서 강점을 보이며 폴란드·루마니아를 위시한 동유럽을 중심으로 시장을 확대해왔다. 하지만 EU 무기 공동 구매 대출 기금의 규정상 단순 수출 방식으로는 대형 공동 구매 사업에 참여하기 어려워질 것이라는 우려도 존재한다. 일각에서는 EU가 역내 방산 기업들의 이익을 우선했고, 관련 정책을 정교하게 설계했다고 주장한다. 따라서 현지에 법인과 생산 설비를 구축한 국내 방산 기업들이 이득을 보기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는다. 앞서 영국의 기동 화력 플랫폼(MFP) 입찰과 스웨덴의 전차 도입 사업에서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K-9A2와 현대로템의 K-2는 각각 독일 크라우스 마파이 베그만(KMW)의 RCH 155과 레오파르트 2에 밀려난 바 있다. 업계 관계자들은 “기술력의 문제가 아니라 북대서양 조약기구(NATO) 회원국 간 무기를 사주는 게 관례여서 탈락한 것"이라며 “유럽의 터줏대감인 독일의 외교력과 영향력을 고려하면 예견된 수순일 수 밖에 없었다"고 입을 모았다. 한편 우리 정부는 EU와 작년 11월 안보·방위 파트너십을 체결한 상태여서 오히려 원칙적으로 자격 요건을 갖춘 상태이기 때문에 기대를 걸어도 좋다는 관측도 존재한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현대로템 등은 폴란드 국영 방산 기업과 합작 법인을 설립하고 현지에 생산 거점을 확보하는 등 '로컬라이제이션' 전략을 강화하고 있다. 실제 △K-2 전차 △K-9 자주곡사포 △천무 다연장 로켓 등은 현지 생산·조립을 통해 유럽 내 부가가치 비중을 높이고, 납기 준수로 신뢰를 쌓고 있다. 방위사업청도 EU·NATO와의 공급망 파트너십을 제안하고 공동 연구·개발 등 협력 확대를 추진하고 있어 귀추가 주목된다. 윤웅희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KOTRA) 브뤼셀 무역관은 “유럽의 재무장 기조에는 다소 제한이 따르긴 하지만 한국 방산업계에 기회를 제공할 여지가 충분하다"며 “이를 위해서는 EU 내 공동 생산과 기술 이전 등 다양한 산업 협력 모델을 모색하고, 현지 규범과 조달 기준을 충실히 이행하려는 노력이 병행돼야 한다"고 제언했다. 박규빈 기자 kevinpark@ekn.kr

KAI, KF-21 양산기 최종 조립 착수…내년 하반기 공군 납품

한국항공우주산업(KAI)은 경남 사천 본사에서 한국형 전투기 KF-21 최초 양산 1호기의 최종 조립 단계 착수 행사를 개최했다고 20일 밝혔다. 이번 최종 조립 착수는 지난해 6월 방위사업청과의 최초 양산 계약 체결 이후 △전방 동체 △주익 △중앙 동체 △미익 등 주요 부품의 개별 생산과 동체 결합을 마친 데 이은 단계다. 조만간 양산기는 본격적인 지상과 비행 시험에 돌입할 예정이고, 2026년 하반기 1호기 납품을 목표로 하고 있다. KF-21 체계 개발 사업은 노후화된 F-4와 F-5를 대체하고 미래 전장에 부합하는 첨단 전투기를 개발하기 위한 대한민국 최대 규모의 방위 산업 프로젝트다. KAI를 비롯, 국방부·방위사업청·합동참모본부·공군·국방과학연구소(ADD) 등 주요 기관과 600여 개 국내 협력사가 참여해 국산화율 65%를 목표로 개발 중이다. 이를 통해 항공 산업의 미래 성장 동력 확보와 일자리 창출, 경제 발전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KF-21은 2022년 7월 시제기 비행 시험을 시작으로 공중 급유, 공대공 무장 발사 등 다양한 임무 수행 능력을 입증하며 임무 영역을 확장하고 있다. KAI는 지난 40여 년간 축적한 기술력을 바탕으로 KF-21의 임무·비행 제어 컴퓨터와 AESA 레이더 등 핵심 항공 전자 시스템의 국산화에도 성공했다. 차재병 KAI 부사장은 “KF-21 체계개발사업은 많은 도전과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관계 기관들의 협력 덕분에 양산까지 안정적으로 올 수 있었다"며 “빈틈 없고 완벽한 공정으로 적기 납품을 위해 전 구성원이 혼신의 노력을 기울일 것"이라고 말했다. 정규헌 방위사업청 미래전력사업본부장도 “KF-21의 성공적인 양산과 전력화를 통해 경제 활성화와 국가 위상 제고에 기여할 수 있도록 정부-업체-협력사 간 유기적인 협력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박규빈 기자 kevinpark@ekn.kr

한화에어로스페이스, 1분기 영업익 5608억원…전년 동기비 3060%↑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지상 방산 수출 증가와 한화오션의 자회사 편입으로 분기 기준 역대 최대 실적을 달성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올해 1분기 연결 기준 매출 5조4842억원, 영업이익 5608억원을 기록했다고 30일 공시했다. 전년 동기대비 매출은 278%, 영업이익은 3060% 증가했다. 사업별로 보면 지상 방산 부문은 매출 1조1575억원, 영업이익 3019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매출은 77% 늘었고 영업이익은 흑자 전환했다. 특히 유럽향 K-9 자주곡사포, 천무 다연장 로켓의 수출이 늘어나는 가운데 생산성 향상과 원-달러 환율 상승도 실적 견인에 한 몫을 했다. 항공 사업은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매출은 24% 늘어난 5309억원, 영업이익은 43% 증가한 36억원으로 집계됐다. 자회사인 한화시스템은 방산 부문 수출 증대로 매출 6901억원, 영업이익 582억원을 기록했다. 한화오션은 상선사업부의 LNG선 매출이 견조하게 유지되며 매출 3조1431억원, 영업이익 2586억원을 달성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 관계자는 “한화오션의 자회사 편입을 계기로 방산 3사의 역량을 결집된 통합 솔루션을 제시해 해외 사업을 본격화 할 것"이라며 “유럽의 방산 블록화에 대응하기 위한 현지 투자도 강화해 지속적인 성장으로 주주 가치를 극대화하겠다"고 말했다. 박규빈 기자 kevinpark@ekn.kr

한화에어로 기습 유증 배경두고 논란 계속…주주 설득이 우선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3조6000억원 규모 유상증자를 발표하자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지난해 말 기준, 현금성 자산만 3조원에 달하는 기업이 갑작스레 유상증자에 나섰기 때문이다. 시장에서는 유상증자를 발표한 시점과 자금을 조달하는 방식에 의문을 표하고 있다. 한화 오너 일가의 승계와 연관됐다는 의심과 함께 주주 희생을 수반하는 유상증자로 직행했다는 비판이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지난달 20일 유상증자 계획을 발표했다가 금융감독원이 두 차례 “정보 기재가 미흡하다"며 정정을 요구하자 계획을 수정했다. 최초 3조6000억원이던 유상증자 규모는 지난 8일 주주배정 유상증자를 2조3000억원으로 줄였다. 나머지 1조3000억원은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의 세 아들이 소유한 한화에너지 등이 제3자 배정 유상증자에 참여해 메우기로 했다. 제3자 배정 유상증자는 28일 마무리됐다. 29일 공시를 보면, 한화에너지가 약 1236억원(16만3037주), 한화에너지싱가포르는 2883억원(38만419주), 한화임팩트파트너스는 8881억원(117만1584주)을 각각 투입했다. 해당 금액은 지난 3월 각 회사가 한화에어로스페이스에 한화오션 지분을 넘기고 받은 금액과 똑같다. 최근 3년간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대규모 수주로 인해 장부상 부채로 잡히는 선수금이 크게 늘었다. 그러면서 부채비율도 따라서 늘었고 외부에서 재무구조 악화 신호로 해석한다고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설명했다. 방산회사에서 재무건전성으로 평가하는 신용등급은 수주를 위한 핵심 지표로 활용한다. 일반적으로 무기는 10년 이상 장기 계약으로 맺기 때문에 방산회사는 안정적 신용등급을 유지해야 한다. 신용등급이 낮을수록 저리에 돈을 빌릴 수도 있다. 안병철 한화에어로스페이스 전략총괄 사장은 8일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방산 영업 주체인 당사 별도 기준의 부채비율은 2024년 말 393%로 연말 기준 역대 가장 높은 수준"이라며 “운전자본 증가 및 신규 수주 선수금 등 부채 증가 요인이 상존해 재무안정성 저하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부채비율 관리가 필요한 시기와 대규모 투자가 필요한 시점이 맞물려 유상증자에 나섰다는 설명이다. 지난달 21일 나이스신용평가는 증자가 끝나면 “연결 기준 부채비율이 281.3%에서 213.7%로 낮아져 재무안정성 지표도 개선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실제로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부채비율은 2021년 말 181%에서 2023년 말 317%로 늘었다. 작년 말에는 한화오션 연결 편입 효과로 281%까지 낮아졌다. 다만, 부채 내용을 뜯어보면 이른바 '착한 부채'로 불리는 선수금이 큰 비중을 차지한다. 2024년 말 기준 전체 부채 약 31조9725억원 중 선수금이 13조6479억원(42.7%)이다. 선수금은 지난해 7조3322억원에서 1.8배 늘었다. 선수금은 회계상 부채로 분류하지만, 회사가 갚아야 할 돈은 아니다. 회사가 약속한 재화나 서비스를 제공하면 매출로 전환된다. 즉, 선수금은 다른 부채처럼 현금을 지급해야 하는 게 아니라 선수금이 사라지면서 매출로 기록되니 기업의 손익을 좋게 만든다. 오히려 회사의 단기 유동성을 강화하는 역할을 하는 셈이다. 27일 수출입은행이 국회 정무위원회 이인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에 제출한 자료를 보면, 올해 1분기 기준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수출입은행에서 대출한 총액은 2조3199억원이다. 그중 80%가 이행성 보증(RG) 형태다. 이행성 보증은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계약을 이행하지 못하면 수출입은행이 발주처에 대신 지급하겠다고 확약하는 것을 말한다. 해외프로젝트 수주를 위해 필수적인 금융이다. 일반 대출에 견줘 리스크와 이자율이 모두 낮다. 수출 관련 대출 2024억원, 수입 관련 대출 1000억원 등 실제 현금성 자금 조달은 4639억원이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신용등급, 부채비율 등을 고려할 때 대출 한도는 여유가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신용등급은 10년째 'AA-'다. 수출입은행 관계자는 “한화에어로 신용공여 한도는 관리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렇지만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주주 가치를 희석하는 유상증자를 택했다. 이창민 한양대 경영학부 교수는 14일 열린 '한화 경영권 3세 승계, 이대로 괜찮은가?' 토론회에서 “유상증자로 조달한 자금을 어디에 쓸 것인지 설명이 없다"면서 “한화가 3조원을 유상증자 할 수 있다는 것은 거버넌스 차원에서 굉장히 큰 문제라고 생각한다. 왜냐면 자본 조달 방법에서 증자는 후순위이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이런 상황에서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지난달 13일 한화오션 지분 7.3%를 약 1조3000억원에 취득했다. 이때 보유하고 있던 현금 대부분을 소진했다. 지난해 말 기준,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현금 및 현금성 자산은 약 1조3750억원이었다. 한화오션 지분 취득을 위해 94.5%를 쓴 것이다. 그 후 갑작스레 3조60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발표해 주주들이 발끈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 내부 자금은 그룹 계열사에 쏟아붓고, 정작 한 달 뒤에 투자자금이 부족하다고 주주에게 손을 벌린 탓이다. 설령 더 많은 투자금이 필요하더라도 금융권 차입, 회사채 발행 등 다른 방식을 택하지 않았다. 시장에서는 유상증자 결정이 필요하더라도 주주를 대상으로 충분히 설명하는 과정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최태현 기자 cth@ekn.kr

대한항공 컨소시엄, KAI 제치고 ‘9613억’ 블랙호크 성능 개량 사업 우협 선정

대한항공이 한국항공우주산업(KAI)을 제치고 UH-60 '블랙호크' 성능 개량 사업의 우선 협상 대상자로 선정됐다. 사업 규모는 약 9613억 원에 달하며, 노후화된 다목적 헬기 36대에 대한 대대적인 성능개선을 목표로 한다. 23일 대한항공은 방위사업청으로부터 UH-60 블랙호크 헬리콥터 사업의 우선 협상 대상자로 선정됐다는 통보를 받았다고 밝혔다. 이번 사업과 관련, 대한항공은 LIG넥스원·콜린스에어로스페이스와 컨소시엄을 구성해 참여했고, 경쟁사인 KAI를 제치고 수주에 성공했다. UH-60은 육군과 공군이 운용 중인 주력 다목적 헬리콥터다. 이번 성능 개량은 △조종실 디지털화 △엔진 성능 향상 △생존 장비·통신 장비 업그레이드 △창정비 통합 △전력화 지원 등 헬기의 전반적인 현대화를 포함한다. 대한항공은 1991년부터 1999년까지 UH-60을 면허 생산하며 130여 대를 전력화한 실적이 있고, 이후에도 지속적으로 창정비와 성능 개량을 수행해 왔다. 30년 넘는 노하우와 방대한 기술 데이터를 강점으로 내세워 이번 경쟁에서 높은 평가를 받은 것으로 분석된다. 대한항공 컨소시엄은 방사청과의 세부 조건 협의를 거쳐 최종 계약을 체결하고, 오는 2029년부터 개량 완료된 기체를 군에 순차적으로 인도할 계획이다. 대한항공 관계자는 “축적된 전문성과 기술력을 바탕으로 우리 군의 특수 작전 수행 능력 향상과 국방력 강화에 기여하겠다"고 말했다. 박규빈 기자 kevinpark@ekn.kr

[단독] LIG넥스원, 해양 감시·정찰용 ‘수중 글라이더’ 개발 추진

LIG넥스원이 수중에서 장시간 자율 항해가 가능한 무인 해양 플랫폼인 '수중 글라이더' 디자인 등록을 마쳤다. 추진기 없이 부력 조절과 날개의 양력을 활용해 움직이는 장비로, 해양 감시·정찰 목적의 장기 임무 수행이 가능한 것이 특징이다. 방위 사업 무인화 트렌드에 맞춰 해양 전장 인식(MDA)과 수중 정찰 체계 확대를 겨냥한 선제적 조치로 풀이된다. 21일 본지 취재 결과 LIG넥스원은 지난해 4월 23일 특허법인 우인을 통해 '수중 글라이더' 디자인을 특허청에 출원했고, 같은 해 11월 13일 등록 절차를 완료한 것으로 확인됐다. LIG넥스원 관계자는 “수중 글라이더는 사내 해양연구소 경어뢰2체계개발단 1팀 소관으로, 아직 이 장비에 대한 개발에 착수하지는 않은 상태"라면서도 “본격 전개될 경우를 대비해 선제 등록해놨다"며 사업 의지를 피력했다. 또 등록 디자인 설명서를 통해서는 수중 글라이더의 재질을 금속이나 합성수지로 하고, 수중의 광범위한 지역에서 장시간 안정적인 주행을 위해 좌우에 자가 충전용 회전 날개를 장착한다고 전했다. 도면에 따르면 전형적인 글라이더 모양새를 갖춘 '에어포일'형 본체는 수중에서 양력을 이용한 추진이 가능하도록 설계돼 있다. 꼬리 부분에는 스크류와 통신용으로 보이는 안테나형 돌출부도 배치돼 있어 제한적인 자율 추진과 통신 기능을 할 것으로 예상된다. 전면부는 볼록하고 후면부는 매끈한 구조로, 부력 조절 장치 및 각종 센서를 내장할 수 있는 공간 확보를 염두에 둔 설계로 분석된다. 이는 장기 수중 항해를 염두에 둔 작전용 구조로, 해양 감시·정찰 목적의 군사적 활용 가능성을 시사한다. 아울러 측면의 돌출된 날개는 글라이딩 효율을 제고하고 방향 조정을 위한 장치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최근 무인화 추세가 뚜렷한 방산 분야에서는 MDA와 수중 정찰 체계가 확대되고 있다. 이 같은 측면에서 수중 글라이더는 차세대 감시 자산으로 주목받고 있다. 이는 추진기 없이 부력 조절과 날개의 양력을 활용해 활강하며 항해하는 무인 수중 로봇이다. 일반적인 자율 무인 잠수정(AUV)보다 전력 소모량이 현저히 적어 수주에서 수개월에 이르는 장기 임무 수행이 가능하다. 대표적인 사례로는 미 해군이 채택한 '시글라이더(Seaglider)'가 있다. 군사적 목적의 수중 글라이더는 △수온 △염분 △해류 △음향 특성 등 해양 환경 정보를 수집해 전투용 음향 탐지, 모델링, 소나 운용의 최적화 등에 활용된다. 복수의 글라이더를 네트워크화하면 해저에 센서 그리드를 구축할 수 있고, 적의 해저 기뢰 등의 자산을 탐지하고 MDA와 지휘·통제·통신·컴퓨터·정보·감시·정찰 등 수중 C4ISR 체계를 구현하는 데 기여할 수 있다. 또 대형 잠수정이나 해상 드론 등 이종 무인체를 포함한 타 플랫폼과도 군집 운용을 하는 등 연동도 할 수 있어 활용 가능성이 기대된다. 앞서 LIG넥스원은 무인 수상정 'M-헌터'와 연동 가능한 수중 자율 기뢰 탐색체(AUV)를 개발한 바 있다. 이 같은 무인 수중체에는 인공지능(AI)·데이터 링크·자율화·체계 통합 등 첨단 통신 기술이 적용된다. 아울러 LIG넥스원은 해군의 미래 유·무인 전력 체계인 '해양의 수호자(Navy Sea GHOST)'에 부응할 종합 솔루션 구축을 목표로 수중 무인체 개발에 지속적으로 투자하고 있다. 또 수중 유도 무기 개발의 핵심 인프라인 '수중 HILS(Hardware In the Loop Simulation)' 시스템을 구축해 실제 해양 환경을 가상으로 재현하며 수중 무기와 무인체의 성능을 정밀하게 검증하고 있다. 이 시스템을 통해 LIG넥스원은 자항식 기만기·자항 기뢰 등 다양한 수중 운동체 개발 경험과 노하우를 축적했다. 수중 HILS와 대형 수조 시험장 등 핵심 인프라를 바탕으로 무인 잠수정(UUV)·수중 글라이더 등 새로운 특수 분야로 사업 영역을 확장하고 있다. 김문환 LIG넥스원 해양2연구센터 프로젝트 1팀 선임연구원은 “핵심 인프라와 수준 높은 연구 인력, 축적된 기술력을 바탕으로 국내를 넘어 글로벌 경쟁력을 갖춘 1등 수중 유도 무기 개발 업체로 거듭날 것"이라고 포부를 밝혔다. 박규빈 기자 kevinpark@ekn.kr

K-방산 4사, 1분기 실적 급상승…영업이익 4배로 ↑

K-방산 주요 기업들이 탄탄한 수주 실적을 바탕으로 올해 1분기 실적이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20일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한화에어로스페이스, 한국항공우주산업(KAI), 현대로템, LIG넥스원 등 4대 방산기업의 1분기 합산 영업이익은 8167억 원으로, 작년 1분기(1971억 원)보다 4배 이상 증가할 것으로 추산됐다. 합산 매출은 7조 7196억 원으로 집계됐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1분기 영업이익은 5022억 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3배 가까이 급증했다. 같은 기간 현대로템은 4배 이상 증가한 1873억 원, KAI는 영업이익이 28% 증가한 617억 원을 달성했다. LIG넥스원(655억 원)은 지난해 1분기와 비슷한 영업이익을 기록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글로벌 베스트셀러 자주포인 K-9과 다연장로켓 천무의 폴란드 인도가 꾸준히 이어지는 가운데, 호주와 이집트로의 K-9 양산 매출이 본격화되며 실적이 성장한 것으로 나타났다. 현대로템은 재작년 폴란드와 1000대 규모의 K-2 전차 수출 기본계약을 맺은 데 이어, 1차 계약분으로 180대에 대한 계약을 완료하고, 현재 820대 규모의 2차 계약 체결을 위한 협상이 진행 중이다. 업계에서는 현대로템과 폴란드가 최근 드론 대응 등으로 중요성이 커진 APS(능동방호체계)의 K-2 전차 추가 탑재와 전차 관련 기술 이전 문제를 놓고 막판 협상을 벌이고 있어 조만간 2차 계약이 체결될 것으로 업계는 전망하고 있다. 한국형 초음속 전투기 KF-21과 다목적 전투기 FA-50 등을 생산하는 KAI도 성장이 전망된다. KAI는 올해 필리핀으로의 FA-50 추가 수주 및 중동으로의 수리온 헬기 수출, KF-21 잔여 물량에 대한 양산 계약 등 8조 5000억 원 규모의 신규 수주를 기대하고 있다. LIG넥스원은 20조 원에 달하는 수주잔고를 바탕으로 안정적인 실적이 이어지고 있다. LIG넥스원은 총사업비 1조 7000억 원 규모의 장거리 지대공 유도무기 시스템(L-SAM)의 체계 개발 완료에 따라 올해 하반기 양산 계약 후 2027년까지 L-SAM의 국내 배치를 완료할 것으로 예상된다. 아울러 중동 등에 L-SAM 등 다층 미사일 요격망 수출을 추진하고 있어 추가 수주 성공 여부에 관심이 쏠린다. 김윤호 기자 kyh81@ekn.kr

한화에어로, 금감원 심사 장기전 예상…재무 개선 지연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유상증자가 다시 한 번 금융감독원의 벽에 부딪치면서 향후 3~4개월 가량 심사로 시간이 소요될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 나온다. 올해 하반기 글로벌 방산 사업 기회를 앞두고 재무구조를 개선하려고 했던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행보도 지연될 수밖에 없다는 분석이 나온다. 19일 재계에 따르면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금감원의 정정 요청 사항을 놓고 고심하고 있다. 앞서 금감원은 지난달 17일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유상증자 증권신고서에 처음으로 정정을 요구했다. 이어 지난 8일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다시 정정해 제출한 증권신고서에도 재차 정정을 요구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지난 8일 이사회를 열고 기존에 발표했던 유상증자 규모를 3조6000억원에서 2조3000억원으로 줄이겠다고 밝혔다. 줄어든 유상증자 금액 1조3000억원에 대해서는 한화에너지, 한화임팩트파트너스, 한화에너지싱가폴 등 3개사에게 제3자 배정하는 방식으로 진행하겠다고 밝혔다. 이후 긴급하게 미래비전 전략 설명회를 열고 수정된 유상증자 계획과 향후 전략을 공유했다. 다만 금감원은 이 같이 유상증자 계획이 변경될 때까지 이사회에서 어떤 논의가 있었는지, 조달 방식이 수정되는 과정에서 어떤 의사 결정이 이뤄졌는지 추가적인 설명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또한 제3자 배정으로 조달 방식을 변경하면 회사와 주주에게 어떤 영향이 있을지도 추가 설명을 요청한 것으로 파악된다. 앞서 이복현 금감원장은 “투자자 등 이해관계자에게 필요한 정보가 충분히 증권신고서에 기재돼야 하고, 그 내용이 주주에게 전달될 수 있는 소통과정 등의 절차를 지켜줘야 한다"며 “부족함이 있다면 횟수에 관계없이 증권신고서 정정요구를 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금감원이 재차 증권신고서 정정을 요구하면서 한화 역시 지난해 두산그룹과 유상한 입장에 놓이게 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두산그룹은 지난해 7월 두산에너빌리티의 일부 사업 부문과 자회사인 두산밥캣을 신설 법인으로 분할한 이후 두산로보틱스와 합병하는 내용이 담겼다. 하지만 발표 직후 시장에서는 두산에너빌리티에서 분할된 신설법인과 로보틱스 사이의 합병비율, 로보틱스와 밥캣의 주식교환 비율 산정 과정에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 쏟아졌다. 이에 금감원도 합병비율 산정 등을 재검토할 필요가 있다며 7월과 8월 두 차례 증권신고서 정정을 요구했다. 이에 두산은 해당 증권신고서를 철회한 이후 10월 절충안을 담은 증권신고서를 다시 제출했다. 우선 두산로보틱스와 두산밥캣의 포괄적 주식교환을 추진하지 않기로 했다. 두산에너빌리티 신설법인과 두산로보틱스 간 분할합병 비율도 기존 1대 0.0315에서 1대 0.0432로 상향조정했다. 이에 금감원은 통상 열흘 정도 걸리던 증권신고서 심사를 한 달 가까이 끌며 장고했지만 결국 지난해 11월 22일 증권신고서를 승인했다. 두산그룹이 7월 15일 최초로 증권신고서를 제출한 이후 6차례에 걸쳐 정정을 반복하며 심사에만 4개월 이상을 소요한 것이다. 당시에도 이 원장은 “두산그룹의 증권신고서에 필요한 정보가 충분히 기재되어 있는지를 서두르지 않고 볼 것"이라며 “부족하다고 생각한 부분이 있다면 횟수에 제한을 두지 않고 지속적으로 정정 요구를 할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그룹의 지배구조 개편 과정에서 소액주주 보호 문제가 불거졌다는 매우 유사한 상황임을 감안하면 한화그룹도 두산그룹처럼 장기간에 걸쳐 증권신고서 정정 과정을 밟아갈 가능성이 높다. 문제는 증권신고서를 정정하느라 시간을 소요할수록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재무 리스크 개선 시점이 지연된다는 점이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부채총계(별도 기준)는 2021년 말 3조493억원에서 지난해 말 13조8431억원으로 4배 이상 늘었다. 같은 기간 부채비율은 145.84%에서 393.05%로 247.21%포인트(p) 악화됐다. 최근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은 잠시 멈췄지만 글로벌 방산 물자 수요는 당분간 가파른 상승세를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러시아와 가까운 동·북부 유럽, 남중국해 인근 대만·동남아시아 국가들 가운데서 수주를 추진해야할 상황이다. 실제 지난달 유럽연합(EU)은 방위 분야에 8000억 유로(한화 약 1229조원)에 이르는 예산을 추가 지출하겠다며 방위백서를 발표했다. 백서에는 2029년까지 국방비를 국내총생산(GDP)의 3~5%까지 증액한다는 내용이 포함돼 국내 방산기업들의 수주 호기로 분석된다. 그러나 방산 산업의 특성상 입찰 등에서 재무 기준에서도 보수적인 잣대가 적용될 가능성이 높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 입장에서는 자칫 재무리스크 개선이 늦어진다면 수주 호기를 놓칠 수 있다. 재계 관계자는 “금감원이 재차 정정을 요구한 것을 감안하면 증권신고서 심사에 상당한 오랜 기간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며 “한화에어로스페이스 입장에서는 신속하게 자금을 조달하고 싶을 텐데 상당 기간 계획이 지연되는 셈"이라고 말했다. 윤동·박규빈 기자 dong01@ekn.kr

UAE 공군 시찰단, KF-21 시제기 탑승…KAI, 중동·아프리카 시장 공략 박차

한국항공우주산업(KAI)은 아랍에미레이트연합(UAE) 라시드 알샴시 공군방공사령관 일행이 경남 사천 본사에 방문해 KF-21과 FA-50 등 등 주요 항공기 생산 시설을 시찰했다고 16일 밝혔다. 특히 시찰단으로 동행한 아잔 알누아이미 UAE 공군 전투전술훈련센터(AWC) 사령관은 차세대 전투기인 KF-21을 직접 탑승해 우수한 비행 성능과 최신 항전 기능의 우수성을 확인했다. 금번 UAE 공군 대표단의 KAI 방문은 상호 방문과 교류를 통해 신뢰를 쌓아온 양국 공군 간 협력 활동의 일환으로 추진됐다. 양국 공군참모총장 간 상호 협력 추진을 위한 LOI 서명 행사와 블랙 이글스의 축하 비행도 이어졌다. 지난 2월 UAE에서 열린 IDEX 전시회에서 강구영 KAI 사장은 UAE 공군방공사령관과 면담하며 KF-21 사업 현황과 함께 향후 유무인 복합·AI 파일럿을 통한 미래 전장에서의 확장성과 개발 로드맵에 대해 설명한 바 있다. UAE는 전략적 파트너로 한국과의 협력 가능성이 매우 큰 국가이고, 이번 방문은 상호 신뢰를 기반으로 한 협력 관계를 더욱 강화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는 게 KAI 측 입장다. 앞서 UAE 공군은 차세대 전투기 도입을 위해 2023년 KF-21에 대한 관심을 표명하고 우리 정부에 KF-21의 개발 상황과 성능에 대해 문의한 바 있다. KAI는 UAE 차세대 전투기 도입 사업의 최적 솔루션을 제공하기 위한 협력을 UAE 공군과 지속해 나갈 예정이다. 이와 관련, 범 정부 차원의 국산 항공기 수출을 위한 노력으로 팀 KF-21을 조직해 전폭적인 지원을 아끼지 않고 있다. 강구영 사장은 “첨단 항공기 개발 기술력을 UAE에 소개하겠다“며 “앞으로 중동·아프리카 시장 수출을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규빈 기자 kevinpark@ekn.kr

[지배구조의 지렛대]① 한화에너지, 전산 운영서 발전까지 ‘카멜레온’…자본금 30억원 출발해 승계의 허브로

재벌그룹의 지배구조는 단순한 지분 도표로는 설명되지 않는다. 표면적으로는 평범한 계열사였던 한 회사가 어느 순간부터 지배구조의 핵심 축으로 작동하는 일이 적지 않다. IT 자회사, 물류회사, 태양광 발전사 등으로 출발했지만, 총수 일가의 지분 집중과 내부거래를 거쳐 그룹 전체를 움직이는 '지렛대'가 된 기업들이 있다. 에너지경제는 그런 '시작은 작았지만 결국 창대해진 결정적 회사'들에 주목했다. 그룹의 전략, 승계의 논리, 그리고 법과 제도 사이에 놓인 한국 재계의 현실을 따라가 본다. 한화그룹 승계의 첫 단추는 지난달 김승연 회장이 보유해왔던 ㈜한화 지분 22.65% 가운데 절반인 11.32%를 세 아들에게 증여한 시점으로 볼 수 있다. 증여 후 그룹의 지주사격인 ㈜한화의 지분율을 따져보면 한화에너지가 22.16%, 김 회장 11.33%, 김동관 한화그룹 부회장 9.77%, 김동원 한화생명 사장 5.37%, 김동선 한화갤러리아 부사장 5.37% 순으로 구성된다. 또 하나 눈여겨볼 점은 이보다 8개월 전인 지난해 7월 한화에너지가 ㈜한화 지분에 대한 공개매수를 진행한 것이다. 공개매수 결과 이전까지 9.7% 수준이었던 ㈜한화 지분율을 14.9%로 5.2%포인트(p) 급격히 늘릴 수 있었다. 지난해 공개매수가 없었다면 지난달 갑작스레 김 회장이 지분 절반을 증여했더라도 여전히 최대주주 지위를 유지했을 수밖에 없다. 그야말로 한화에너지가 승계의 핵심이자 허브 역할을 톡톡히 해낸 것이다. 한화에너지는 김동관 부회장, 김동원 사장, 김동선 부사장 등 오너 3세가 지분을 100% 보유한 계열사다. 지분율은 김동관 부회장이 50%, 김동원 사장과 김동선 부사장이 각각 25%씩 보유하고 있다. 오너 3세의 개인 회사에 가까운 한화에너지가 ㈜한화를 지배하게 되면서 결국 '오너3세→한화에너지→㈜한화→핵심 계열사'로 이어지는 지배구조를 만들게 됐다. 그동안 김 회장이 보유한 지분 22.65%를 직접 세 아들이 승계하는 방식이 가장 간단하고 확실한 방법이나 4000억원이 넘을 것으로 예상되는 상속·증여세가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다. 이에 한화에너지가 20여년 이상 오너 3세의 승계를 위해 지원군 역할을 충실히 이행해왔다. 한화에너지의 전신은 한화S&C다. 한화S&C는 그룹의 전산 시스템 운영을 맡은 계열사로 20001년 ㈜한화의 정보 부문을 분사해 설립됐다. 설립 당시 자본금은 30억원에 불과했으며, 지분율은 ㈜한화가 66.67%(40만주), 김승연 회장이 33.33%(20만주)를 보유했다. 당시에는 크게 주목할 만한 계열사가 아니었으나 2005년부터 본격적으로 한화그룹의 승계 핵심으로 낙점된 것으로 파악된다. 실제 2005년 6월 ㈜한화는 보유한 한화에너지 지분 66.67%를 김동관 부회장에게 매각했다. 동시에 김승연 회장도 보유 지분을 김동원 사장과 김동선 부사장 등 두 아들에게 각각 절반씩 매각했다. 한화S&C는 이듬해인 2007년에는 유상증자를 단행했고, 김동원 사장과 김동선 부사장이 이에 참여한 결과 지금의 지분율이 완성됐다. 오너 3세의 개인회사로 전환되면서 한화S&C는 더 이상 그룹의 전산 운영 사업에 안주하지 않았다. 한화S&C는 2007년 한화종합에너지를 인수해 다른 사업 영역으로 진출했다. 이후 2012년 한화그룹 계열사인 한화솔루션의 자회사인 여수열병합 지분 100%를 인수했으며, 여수열병합을 한화에너지로 사명을 바꿨다. 이에 따라서 한화S&C→한화에너지의 지배구조가 만들어졌다. 한화에너지는 2015년 말 삼성종합화학(현 한화임팩트)의 인수에 참여하면서 큰 폭으로 몸집을 불리는데 성공했다. 2017년에는 국내 대기업그룹을 대상으로 일감 몰아주기 규제가 강화되면서 한화S&C는 투자회사인 에이치솔루션과 사업회사인 한화S&C로 기업 분할을 단행했다. 이후 한화S&C는 다시 한화시스템과 합병했다. 정리하면 에이치솔루션→한화에너지로 지배구조가 변화된 것이다. 한동안 투자회사로 존재감을 보였던 에이치솔루션은 2021년 자회사에 역합병되면서 현재의 한화에너지 단독 체계가 완성됐다. 지난 20여년 동안 한화에너지의 사업 영역은 전산 운영에서 투자회사로, 다시 발전사로 마치 카멜레온처럼 바뀌어가면서 외형을 확장해왔다. 실제 지난해 기준 사업별 매출 비중은 테레프탈산(PTA) 생산·판매 32.17%, 선박 엔진 17.73%, 전기제품 공급 14.08%, 태양광 14.03% 등으로 매우 다양하게 구성돼 있다. 하지만 두 가지 정체성은 20여년 동안 변함없이 유지돼 왔다. 오너 3세의 개인회사이자 ㈜한화의 지분을 확보하는 승계의 허브이자 핵심이라는 정체성이다. 실제 한화S&C는 2007년 오너 3세의 개인회사가 된 직후 ㈜한화의 지분 2.2%를 확보하면서 처음으로 주주로 이름을 올렸다. 이후 장기간 2.2%의 지분을 유지해왔으나 투자회사인 에이치솔루션 시기인 2019년부터 본격적으로 ㈜한화 지분을 늘려갔다. 한화에너지로 역합병된 이후는 9.7%까지 지분을 확보했으며 지난해 공개매수와 함께 고려아연이 보유한 ㈜한화 지분까지 인수하며 ㈜한화 보유 지분을 22.16%까지 늘려왔다. 이에 김 회장이 돌연 지분 증여를 결정했음에도 오너 3세가 안정적으로 ㈜한화를 지배할 수 있게 됐다. 재계 관계자는 “한화에너지는 최근 20여년 동안 오너 3세의 승계를 위한 지원군 역할을 도맡아왔다"며 “최근 한화그룹이 승계 관련 잡음이 발생했지만 오너 3세가 한화에너지를, 한화에너지가 ㈜한화를 지배하는 구조가 명확하기 때문에 큰 문제는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윤동 기자 dong01@ek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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