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에어로스페이스 대전 사업장 폭발 사망자 첫 발인…사고 5일 만

지난 1일 5명의 사망자가 발생한 한화에어로스페이스 대전 사업장 폭발 사고 희생자의 첫 발인식이 6일 엄수됐다. 이날 오전 대전 유성구의 한 장례식장에서 희생자 A씨의 발인식이 진행됐다. 자리에는 유가족과 손재일 대표이사 등 한화에어로스페이스 임직원들이 참석해 고인의 마지막 길을 배웅했다. 고인은 대전 사업장 내 세척공실에서 근무하던 근로자로 확인됐다. 다른 희생자 1명의 시신은 이날 오전 유족의 뜻에 따라 타지역 연고지로 운구됐고 해당 지역에서 남은 장례 절차를 이어간다. 나머지 희생자 3명의 발인식은 오는 7일 치러질 예정이다. 박규빈 기자 kevinpark@ekn.kr

한화에어로스페이스, 대전 사업장 사고 희생자 추모 합동분향소 전국 10곳 운영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최근 발생한 사고의 고인을 추모하기 위해 전국 10개 사업장에 합동 분향소를 운영한다고 5일 밝혔다. 이번 분향소는 임직원들이 고인에게 애도의 뜻을 전하고 슬픔을 함께 나눌 수 있도록 마련됐다. 분향소가 설치된 곳은 서울 중구 장교동 소재 한화빌딩을 비롯, △창원1·2·3 사업장 △아산 사업장 △대전 사업장 △대전 R&D 센터 △보은 사업장 △여수 사업장 △판교 R&D 센터 등 총 10개소다. 운영 기간은 이달 25일까지며, 해당 기간 동안 매일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까지 추모 공간을 개방한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 관계자는 “고인과 유가족에게 깊은 애도의 뜻을 표한다"며 “임직원 모두가 함께 고인의 명복을 기원하는 마음으로 추모 공간을 마련했다"고 말했다. 박규빈 기자 kevinpark@ekn.kr

[K-핵잠 시대 (하)] 핵연료 저농축·비확산 투명관리로 ‘국제사회 빗장’ 푼다

독자적인 첨단 기술력을 확보하고 천문학적인 자본을 투입한다 할지라도 대한민국 핵추진 잠수함 획득을 가로막는 진정한 '최종 보스'는 따로 있다. 바로 강대국들의 이해관계가 얽힌 국제 외교 무대와 전 세계를 촘촘히 옭아매고 있는 '핵 비확산(Non-proliferation) 체제'다. 핵무기가 아닌 순수한 추진 동력으로만 원자력을 사용하려 해도 민감한 핵물질인 우라늄이 군사 장비에 탑재되는 순간 국제사회는 필연적으로 의심의 눈초리를 보낸다. 자칫 국가 경제 전반에 치명적인 제재를 부를 수도 있는 사안이다. 국방부가 지난 5월 26일 '대한민국 핵추진 잠수함 개발 기본 계획'을 전격 발표하며, 군사적 당위성 못지않게 “국제 사회의 신뢰를 바탕으로 한 높은 수준의 핵비확산 의무 이행"을 거듭 천명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 미·영식 고농축(HEU) 포기한 국방부…저농축(LEU) 프랑스식 '솔로몬의 지혜' 잠수함의 심장인 원자로를 설계할 때 가장 먼저 결정해야 할 것은 연료로 쓰일 우라늄의 '농축도'다. 이 결정이 잠수함의 운명과 작전 교리를 통째로 좌우하기 때문이다. 강기식 한국전력국제원자력대학원대학교 초빙 교수와 우승민 경희대학교 원자력공학과 부교수가 공동 집필한 논문 '한국형 핵추진 잠수함 도입의 기술 동향 분석'에 따르면 전 세계에서 핵잠수함을 운용하는 국가들의 우라늄 운용 방식은 크게 두 갈래로 나뉜다. 세계 최강의 원잠 전력을 자랑하는 미국과 영국은 전통적으로 농축도 90% 이상의 '무기급 고농축 우라늄(HEU)'을 쓴다. 90%대 HEU를 사용하면 원자로 노심 크기를 극단적으로 줄이면서도 잠수함의 수명인 20~30년 내내 '핵연료 교체'를 할 필요가 없어 작전 효율이 극대화된다는 압도적 장점이 있다. 하지만 국방부는 이번 발표에서 개발 제1원칙으로 “원자로의 핵연료는 저농축 우라늄(LEU)을 사용하며 핵연료 교체를 최소화하도록 장주기 운전이 가능하게 개발하겠다"고 선언했다. 작전 효율이 높은 미국식 HEU 모델을 과감히 포기한 것이다. 강 교수팀은 논문에서 “우리가 90% 이상의 고농축 우라늄을 확보하는 것은 원천적으로 제한될 뿐만 아니라 언제든 핵무기로 전용될 수 있어 자칫 '핵무장'이라는 국제적인 오해를 사 치명적인 외교적 고립을 초래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강 교수팀은 가장 현실적이고 훌륭한 롤 모델로 '프랑스식 저농축 해법'을 제시했다. 미국과 달리 독자 모델을 개척한 프랑스는 상용 원전과 비슷하거나 약간 높은 약 7~7.5% 수준의 저농축우라늄을 잠수함 연료로 사용한다. 이 경우 HEU 대비 원자로 부피가 커지고 대략 10년마다 핵연료를 교체해야 하는 단점이 발생한다. 그러나 프랑스는 이 단점을 역발상의 기회로 삼았다. 연구팀은 “어차피 프랑스 원자력 안전 규정상 군용 원자로도 10년마다 정기 유지·보수와 안전 검사를 의무적으로 시행해야 한다"며 “프랑스는 이 시기에 맞춰 비좁은 잠수함 선체 일부를 절단해 내부 주요 전투 체계와 센서를 최신형으로 개조하면서 원자로 구획을 열어 핵연료 교체 작업을 병행하는 시스템을 정착시켰다"고 설명했다. 군사 기술이 급변하는 현대전에서 무교체로 30년을 버티는 것보다 10년마다 최신 전투 시스템으로 업그레이드하며 핵연료도 교체하는 '프랑스식 실용주의'가 우리의 저농축 원칙과 정확히 부합한다는 것이다. 국방부가 '저농축 기반의 장주기 운전'을 선언한 것은 국제적 수용성과 작전 지속성을 동시에 만족시키려는 고도의 전략적 타협안인 셈이다. ◇ “핵무기 개발 아니다"…NPT·IAEA의 사찰·통제 '바늘구멍 뚫기' 아무리 저농축 우라늄을 선택했다고 해도 국제 외교의 모든 빗장이 풀리는 것은 아니다. 우리나라는 핵 확산 금지 조약(NPT)에 가입한 비핵 국가로서 모든 평화적 핵 활동에 대해 국제원자력기구(IAEA)의 엄격한 사찰과 통제를 받아야 한다. 군사 무기에 핵을 싣는 것 자체가 조약의 정신과 충돌할 여지가 있다. 이를 돌파하기 위해 국방부는 이례적으로 △어떠한 형태의 핵무기도 보유·개발하지 않는다 △미국과 긴밀한 소통하에 우라늄 확보 전반의 비확산 의무를 성실히 이행한다 △IAEA와 공동으로 잠수함에 적용 가능한 새로운 '안전 조치 체계'를 구축한다 등 세 가지 확고한 약속을 천명했다. 강기식·우승민 교수팀은 논문을 통해 IAEA의 깐깐한 감시 체계 안에서 군사용 핵잠수함을 합법적으로 운용할 합법적 돌파구로 'IAEA 전면 안전 조치 협정(CSA, INFCIRC/153) 제14조'를 지목했다. 연구진에 따르면 핵잠수함은 폭발 목적의 무기가 아니므로 관행상 '비폭발적 군사적 이용'으로 인정받을 수 있다. 제14조는 '핵물질이 금지되지 않은 추진 동력 등 군사 활동에 쓰일 경우 핵무기 전용을 방지하기 위한 특별한 검증 조건을 IAEA와 합의한다는 전제하에 일시적으로 통상적 안전 조치(사찰) 적용을 제외받을 수 있도록 허용'하고 있다. 실제로 오커스(AUKUS) 동맹을 맺고 핵잠수함을 도입하려는 비핵국가 호주가 바로 이 조항을 근거로 IAEA와 치열한 협상을 벌이고 있다. 연구진은 “이는 안전 조치 체제에서 완전히 도망치겠다는 것이 아니라 군사 활동 기간 동안 핵물질이 철저히 추진 목적으로만 쓰이고 폐기 시 다시 안전 조치로 복귀함을 보증하는 촘촘한 특별 검증 약정을 맺는 것"이라며 우리 역시 호주의 선례를 벤치마킹해 당당하고 투명한 협상을 주도해야 한다고 분석했다. ◇ 한미 원자력 협정의 오해와 흔들림 없는 '핵잠 생태계'의 완성 외교의 또 다른 중대한 축은 동맹국 미국과의 관계다. 방위산업협회 정책위원인 김홍유 경희대 교수는 칼럼 '보이지 않는 억제력, 한국형 원자력 잠수함의 전략적 의미'에서 “복잡한 외교·법적 절차를 '기술 주권 확보'와 '국제 신뢰 구축'이라는 양면의 균형 전략으로 풀어내야 한다"고 조언했다. 국내 일각에서는 가장 큰 걸림돌로 '한미 원자력 협정'을 꼽으며 이를 개정해야만 핵잠수함을 가질 수 있다고 주장해 왔다. 하지만 전문가들의 시각은 전혀 달랐다. 강기식·우승민 교수팀은 “현행 한미 원자력 협정 제13조는 철저히 '평화적 목적(원자력발전소 등)'을 전제로 맺어진 조약이므로, 핵물질의 어떠한 군사적 목적 이용도 엄격히 금지하고 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따라서 군사적 목적인 핵잠수함 추진을 이 평화 목적의 원자력 협정 테두리 안에서 무리하게 풀려 하거나 조약 개정을 논하는 것은 부적절하다"고 꼬집었다. 대신 연구팀은 “별개의 군사 협정을 통해 도입할 수 있는 체계"라며 한미 원자력 협정 밖에서 한미 국방 당국 간의 새로운 '군사·안보 협정'을 타결해 연료를 수입하는 투 트랙(Two-track) 우회 방식이 올바른 해법이라고 제시했다. 국방부가 기본계획에 “미국과 긴밀한 소통하에 투명하고 확고하게 이행하겠다"고 콕 집어 명시한 것 역시 이 별도의 외교적 안보 담판을 염두에 둔 포석이다. 나아가 전문가들은 잠수함만 건조할 것이 아니라 보이지 않는 '핵잠 생태계(인프라)' 구축이 필수적이라고 입을 모은다. 국방부는 “방사성 폐기물을 법령에 따라 안전하고 체계적으로 관리하겠다"고 약속했다. 이에 강 교수팀은 미국의 세계 최강 핵잠 함대를 일군 리코버 제독의 조직관리 체계를 거론하며 강력한 인프라를 주문했다. 연구팀은 “프랑스식 10년 주기 핵연료 교체 모델을 한국에 적용하려면, 방사능 노출을 완벽히 차단한 채 압력 선체를 자르고 거대한 장비와 연료를 교체할 수 있는 '핵추진 잠수함 전용 유지·보수 조선소'가 국내에 반드시 구축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한 “설계자나 군 운영자로부터 완전히 독립된 한국원자력안전위원회·한국원자력안전기술원 등 민간 규제 기관이 군용 원자로의 전 수명 주기 안전을 엄격히 감시할 수 있는 체계가 법제화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안전에 대한 투명한 관리가 전제돼야 국내의 사회적 갈등을 막고 진정한 생태계를 완성할 수 있다는 의미다. 박규빈 기자 kevinpark@ekn.kr

“생산 차질 감수”…한화에어로스페이스, 전국 9개 공장·R&D 센터 ‘올 스탑·안전 점검’ 초강수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눈앞의 생산 차질을 감수하더라도 현장의 '완벽한 안전'을 확보하겠다며 전국 사업장의 가동을 멈춰 세우는 초강수를 뒀다. K-방산 호황기 속에서 납기 준수가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한 시점임에도 '안전 없이는 생산도 없다'는 경영진의 확고한 쇄신 의지가 반영된 파격적 행보다. 4일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이날부터 5일까지 이틀 간 필수 공정을 제외한 국내 9개 전 사업장의 생산 라인 가동을 전면 중단하고 대대적인 특별 안전 점검과 임직원 안전 교육에 돌입했다고 밝혔다. 이번 셧다운(가동 중단) 대상에는 K-9 자주포·장갑차·항공 엔진 등을 생산하는 핵심 거점인 경남 창원 1·2·3 사업장과 추진제·장약을 다루는 대전·충북 보은·전남 여수 사업장, 그리고 대전·판교·아산 등에 위치한 R&D 캠퍼스가 모두 포함됐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전사 차원에서 동시에 공장을 멈춰 세운 것은 2023년 방산 통합 법인(에어로·한화디펜스·㈜한화 방산 부문) 출범 이후 사상 처음 있는 일이다. 이례적인 전면 조업 중단은 과거 발생했던 대전 사업장 사고와 같은 치명적인 인명 피해 리스크를 원천적으로 차단하겠다는 절박함에서 비롯됐다. 땜질식 처방이 아닌 근본적인 혁신을 위해 단기적인 생산 지연 비용을 지불하더라도 작업장 환경을 완벽히 통제하는 것이 최우선이라는 결단이다. 이틀간 전 사업장은 각 사업장장·안전 관리 책임자의 진두지휘 아래 강도 높은 '현미경 점검'을 받는다. 화재·폭발 위험 요소와 구조물·기계 장치의 불안전 상태를 샅샅이 살피는 것은 물론, 최근 3년 동안의 위험성 평가 결과와 재발 방지 대책이 현장에서 제대로 이행되고 있는지 철저히 검증한다. 특히 폭발 위험이 상존하는 화약류 취급 사업장(대전·보은·여수)에 대해서는 한층 엄격한 잣대를 들이댄다. 이와 관련,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공실별 보호구 착용 실태 △접지 및 온·습도 제어 상태 △치공구 관리 △노후 안전 장비 △폐화약 관리 현황 등 전반을 원점에서 재점검하고 비상 시나리오에 따른 대응 훈련을 병행한다는 방침이다. 나아가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이들 고위험 사업장의 '안전 사고 제로(0)화'를 위해 근본적인 체질 개선에 착수했다. 추진제 생산 등 화약 관련 공정에 대해 '무인 자동화'를 전면 도입하기로 방침을 정하고 본격적인 타당성 검토에 들어갔다. 기존에는 고위험 공정에 한해 선별적으로 무인화를 진행했으나 앞으로는 상대적으로 위험도가 낮다고 평가되는 공정까지 자동화 영역을 넓혀 인명 피해 가능성 자체를 원천 배제하겠다는 구상이다. 현장 근무자들의 안전 의식 무장도 대폭 강화한다. 양일간 전 임직원을 대상으로 급박한 위험 상황 발생 시 근로자가 즉각 작업을 거부할 수 있는 '작업 중지권' 행사에 대한 특별 교육을 실시해 현장 조직 단위의 비상 대응 계획을 재정립할 계획이다. '안전 최우선' 쇄신의 신호탄은 그룹 전반으로 확산하고 있다. ㈜한화·한화솔루션·한화토탈에너지스·한화임팩트·YNCC 등 한화그룹 주요 석유화학 계열사들은 이달 10일까지 환경·안전 집중 점검에 돌입한다. 각 계열사는 대표이사가 직접 책임지고 주관하는 자체 점검단을 꾸려 국내외 전 사업장의 생산 공정과 현장 작업 안전 관리 실태를 전면적으로 들여다볼 계획이다. 한화그룹 관계자는 “석유화학 계열사은 자칫 대형 사고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어 대대적인 정밀 점검 대상에 포함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박규빈 기자 kevinpark@ekn.kr

“첨단 무기 시대, AI가 방아쇠 당기고 우주·해저서 쟁탈전…외교, 국가 안보 해결책”

육·해·공 안보 전문가들이 인공지능(AI)·우주·해양이 결합한 미래 전장의 패러다임 변화를 경고하며 기술 만능주의 속에서도 확전을 막고 국제 규범을 정립할 '외교의 역할'이 역설적으로 더욱 중요해졌다고 일제히 입을 모았다. 이날 현장에서는 병력 감소에 대응한 한국형 유·무인 복합 체계(MUM-T) 구축, 민·군 안보 우주 거버넌스 신설, 대만 해협 유사시를 대비한 한·미·일 연합 해상교통로 보호 인프라 및 비우방국을 포용하는 '확장 외교' 등 대한민국의 생존을 위한 구체적인 통합 안보 전략이 제시됐다. 2일 국립외교원 외교안보연구소는 서울 서초구 서초동 외교타운 12층에서 대국민 강연회인 '제33회 IFANS 톡스'를 개최했다. 이수지 외교안보연구소 연구원의 사회로 시작된 이번 행사는 'AI·우주·바다에서 찾는 미래 안보의 길'을 주제로 육·해·공과 사이버 영역을 망라한 전문가 3인이 연사로 나섰다. ◇손한별 교수 “AI가 깬 전쟁의 삼위일체…죽음·감정·책임 없는 전장" 첫 연사로 나선 손한별 국방대학교 전략학부 교수는 '군사 AI와 미래 전쟁 양상 분석-전쟁의 본질은 변화하는가?'라는 주제로 묵직한 화두를 던졌다. 2022년 전 세계 교통 사고 사망자 130만 명, 당뇨병 사망자가 200만 명을 넘긴 반면 전쟁 사망자는 23만7000여명이었다. 이스라엘의 역사학자 유발 하라리는 이를 '역사상 가장 평화로운 시대'라 평했지만 손 교수는 “우크라이나 침공과 미·이스라엘-이란 공습에서 보듯 전쟁은 여전히 우리에게 지대한 관심이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에이브러햄 링컨과 윈스턴 처칠(영화 '다키스트 아워')의 사례를 들어 '불명예를 선택해 전쟁을 피하려 해도 결국 전쟁은 찾아온다'는 진리를 상기시켰다. 그는 고대 역사가 투키디데스가 꼽은 이익·명예·두려움 등 '전쟁의 3대 원인'이 이란 전쟁에서도 호르무즈 해협의 원유 이익·미 스텔스 드론 격추에 맞선 이란의 저항 서사·상호 핵 보복에 대한 두려움으로 정확히 작동하고 있다면서도 전쟁의 수행 방식만큼은 완전히 달라졌다고 설파했다. 프로이센의 군사학자 카를 폰 클라우제비츠가 주창한 전쟁의 '삼위일체(정부의 이성·군대의 용기·국민의 열정)'에 인공지능(AI)이 세 가지 균열을 냈다는 것이다. 손 교수는 '죽음 없는 전쟁'을 거론하며 “네바다 사막의 컨테이너에서 커피를 마시며 지구 반대편의 드론을 조종하는 미군에게는 '나와 내 자식이 죽을 수 있다'는 공포가 없어 민주주의 사회에서 전쟁을 억제하던 제동 장치가 사라졌다"고 말했다. 또 AI는 두려움이나 동정심이 없어 '감정 없는 전쟁'이 시작됐다는 점도 나왔다. 최근 시뮬레이션에서 AI가 95% 확률로 효율성만을 따져 핵무기 사용을 선택했다는 결과는 상호 확증 파괴의 억지력이 무너질 수 있음을 시사한다. 마지막으로 '책임 없는 전쟁'도 언급됐다. 미국 국방부(펜타곤)이 주도하다 현재 팔란티어가 운영하는 AI 표적 선별 시스템 '프로젝트 메이븐(Project Maven)'은 이란 전쟁 개전 첫 24시간 만에 1만1000여개의 표적을 타격했다. 킬 체인이 수초로 압축돼 인간은 '확인 버튼'만 누르는 상황에서 민간인 오폭 책임을 조종사·정보 분석가·알고리즘 개발자 중 누구도 지기 어렵게 됐다는 평가다. 손 교수는 3000만 원짜리 저가 자폭 드론이 1조 원짜리 미 조기 경보기(AWACS)와 5대의 공중 급유기를 타격하고 두바이 호텔과 아마존 데이터 센터까지 타격하는 현실과 한 발에 30억 원인 패트리어트 미사일로 값싼 드론을 막아야 하는 '비용의 비대칭성'을 지적했다. 그는 한국군 역시 2028년까지 드론 50만 대를 확보해 '우다(OODA) 루프' 속도전에 뛰어들었다며 '기술 속도와 인간 판단의 균형' 등 5가지 새로운 균형 전략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끝으로 그는 “평화는 책임과 희생을 요구한다"는 버락 오바마의 2009년 오슬로 노벨 평화상 연설을 인용하며 발표를 마쳤다. ◇엄정식 교수 “우주전은 현실, 우크라전의 '스타링크 쟁탈전'이 증명" 엄정식 공군사관학교 군사전략학과 교수는 “우주 기술은 태생부터 군사적이었다"고 운을 뗐다. 1944년 독일 V2 로켓·1957년 소련 스푸트니크 발사체(R7 ICBM 기술)·1958년 미국 익스플로러 1호 모두 군사 무기에서 출발했다. 1960년 미 U-2 정찰기 격추 이후 코로나 위성이 필름을 우주에서 떨어뜨려 공중에서 낚아채던 첩보전을 거쳐 1991년 위성통신과 GPS가 활용된 걸프전(CNN 전쟁)이 우주전의 본격적인 서막이었다. 엄 교수는 현재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 현대 우주전의 민낯을 생생히 보여준다고 설명했다. 개전 직후 러시아가 미국 위성통신망 비아샛(Viasat)을 해킹해 지휘망을 마비시키자 일론 머스크의 스페이스X가 '스타링크' 5만~7만 대를 긴급 지원했다. 하지만 확전을 우려한 머스크의 제한 조치 속에서 통신망이 취약한 러시아군이 오히려 무인기에 스타링크 단말기를 장착해 역이용하는 사태가 발생했다. 이에 우크라이나는 가짜 텔레그램 봇으로 2420곳의 러시아 단말기 좌표와 비용 정보를 추출해내고, 72km/h 이상 고속 이동 시 통신을 제한하게 만들어 러시아 무인기를 무력화시키는 고도의 지능전을 펼쳤다. 미래 우주전은 파편을 발생시켜 자국 위성까지 위협하는 운동성 무기인 요격 미사일 대신 레이저·로봇팔·전자전(재밍)·지상국 사이버 공격 등 '비 운동성 무기' 위주로 재편되고 있다. 엄 교수는 러시아가 이미 모든 영역의 대우주(Counter-space) 공격 능력을 갖췄고, 위성체 기술이 부족한 북한 역시 뛰어난 전자전·사이버 능력으로 한국의 우주 자산을 마비시킬 역량이 충분하다고 경고했다. 그는 “대한민국은 공군의 우주 전자 광학 감시 체계·로켓랩을 통해 1호기를 올린 초소형 군집 위성(총 40기 예정), 최근 4차 야간 발사에 성공한 누리호 발사체 등 위성체·발사체·지상국을 모두 보유한 세계 굴지의 우주 강국"이라며 “이제는 우리 군이 우주를 타군 작전을 지원하는 부수적 역할이 아닌 '독립된 작전 영역(전장)'으로 인식하는 패러다임 전환이 절실하다"고 촉구했다. ◇반길주 교수 “해저 케이블부터 대만 봉쇄까지…'선진 강국' 2D 전략' 절실" 반길주 국립외교원 국제안보통일연구부 교수는 글로벌 복합 위기 속 해양 안보 개념의 무한 확장에 주목했다. 과거 해상 교통로(SLOC) 보호나 해양 통제에 머물렀던 안보는 이제 우크라이나 곡물 수출 통제(식량 안보), 이란의 호르무즈·바벨만뎁 해협 봉쇄(에너지 안보), 발트해·대만 해협의 해저 케이블 절단(사이버 안보) 문제로 번졌다. 비가시성·연계성·모호성이라는 바다의 특성은 현 신냉전의 '과도기성·예측 불가성·공세성' 질서와 맞물려 위협을 증폭시킨다. 중국은 과거 11단선에서 10단선으로 남중국해 90%를 인공섬·군사 거점으로 내해화한 바 있다. 다행히 한중 정상회담의 외교적 성과로 잠정 조치 수역 이동 조치되긴 했지만 2014년부터 우리 서해 백령도 인근과 잠정 조치 수역에 해상 부이(설랑 1·2호)와 폐석유 시추 구조물 등을 무단 설치하며 이익을 잠식하는 '회색지대(Gray-zone)' 전략을 노골화했다. 대만 해협을 대상으로는 작전계획 수준의 포위 훈련을 연 2회 실시하며 레드 라인을 긋는 '흑색 지대(Black-zone)' 전략을 구사 중이며, 미국 역시 그린란드 북극해 선점 등 해양 공세성을 띠고 있다. 북한 해군 역시 노골적인 전면전 위협을 가하고 있다. 작년 5000톤급 신형 구축함 2척을 진수하고 8700톤급 전략 핵 잠수함 건조를 추진하며 '원양 작전 함대'를 내세웠다. 한반도 서해를 제2전선으로 삼아 NLL 무실화를 넘어 인도·태평양으로 해양 공세를 넓히겠다는 의도다. 반 교수는 한국이 G7 플러스에 버금가는 '선진 강국' 위상을 정립해야 한다고 설파했다. 국방력을 통한 억제(Deterrence)와 소통(Diplomacy)이 톱니바퀴처럼 맞물리는 '2D 링킹 전략', 동맹국과의 배타적 상위 해양 영역 인지(MDA)와 비우방국을 포함한 하위 MDA 동시 구축, 9년 만에 재개된 한일 탐색 구조 훈련(SAREX)처럼 포용성에 기반한 '해양 국민 외교' 활성화를 해법으로 제시했다. ◇압도적 기술의 시대…“외교, 역설적으로 역할 확대 시대" 강연 직후 Q&A 세션에서 사회를 맡은 송태은 국립외교원 국제안보통일연구부 교수는 인간의 뇌와 마음을 타격하는 '인지전(Cognitive Warfare)'의 중요성을 환기하며 공통 질문을 던졌다. 송 교수는 “기술 강자가 압도적 우위를 점하고 물리적 파괴가 쉬워진 전장에서 비용과 시간이 드는 '외교'는 효용성을 잃고 종말을 맞은 것이냐"고 물었다. 이에 세 교수들은 만장일치로 “역설적으로 외교의 전성기이자 역할이 폭발적으로 커진 시대"라고 입을 모았다. 손 교수는 “군사적 타격이 곧 정치적 종결을 의미하지 않고, 그 간극을 잇는 것이 외교"라며 “개전 문턱이 낮아진 만큼 확전을 막는 예방 외교가 절실하고, 무엇보다 AI 자율 살상 무기의 기준과 책임 소재 등 비어있는 '국제 규범' 공간을 채워 넣는 치열한 룰(Rule) 경쟁의 장이 바로 외교"라고 제언했다. 엄 교수는 “우주 분야 역시 기술적 성취와 우주 경험 자산을 축적한 국가의 룰이 국제 표준이 된다"며 “우주 강국인 한국은 IP4 연대·발사장 및 정보 공유 등 무궁무진한 우주 과학 기술 외교를 주도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반 교수는 “힘의 논리만으로는 안보를 지킬 수 없기 때문에 전시 종결은 물론, 평시 모호한 환경 속 오판을 방지하고 예측 불가성을 선제적으로 통제하는 장치가 바로 2D 전략과 연계한 외교"라고 정리했다. 이어진 객석 질의에서는 병력 부족과 민군 협력·대만 유사 시 대책·AI 규범 형성·북한발 실질적 위협 등 핵심 현안이 쏟아졌다. 본지는 손 교수에게 '인구 절벽 현실에서 군사 AI 기술 도입의 한계와 보완점'에 대해 질의했다. 이에 그는 물리적 전장이 굉장히 좁고 수도권이 다 밀집돼 있어 피해가 집중될 것이고, 방공망 자체가 촘촘히 밀집될 수밖에 없어 게다가 국내 인구 구성 문제에 있어 분명히 심각한 한계가 존재한다고 짚었다. 병력 감소 속 AI 한계 지적에는 “물리적 전장이 좁고 방공망과 인구가 밀집된 탓에 한계는 있지만 한국의 압도적 제조업 강점과 공군 로열 윙맨-해군 네이비 씨 고스트 등 뛰어난 유·무인 복합 체계(MUM-T) 통합 능력을 발휘한다면 충분한 기회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손 교수는 “이에 대해 우리 군은 '50만 대 전쟁 드론 확보', 결심을 빠르게 돕는 'AI 참모 장비 개발' 등 여러 대안을 내놓고 있다"며 “'통합 운용 개념'을 조금 더 발전시켜야 하며, 한국의 뛰어난 생산 능력과 그에 맞춘 대응 전략들을 같이 만들어 나갈 때 비로소 현실과 계획의 간극을 채워나갈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본지는 뉴 스페이스 시대인 현재, 우주 지정학적 경쟁 속 올바른 민-군 협력 방안에 관한 질문도 던졌다. 이와 관련, 엄 교수는 군이 우주 기업들에게 '우리가 어떤 작전을 할 것이고, 안보를 위해 무엇이 필요하다'는 방향성과 구체적인 수요를 제시하고 초기 예산을 지원해야 한다는 의견을 내놨다. 또한 실패를 감안하면서 혁신적인 기술을 시도하고 생산으로 이어지게 해 이를 시장으로 만드는 것은 철저히 민간 기업이 주도해야 할 일이라고 선을 그었다. 그러면서도 그는 “다만 현재 이 둘의 협력을 조율할 안보 측면의 거버넌스가 없는데, 이는 '국가우주위원회'는 안보 문제만을 전문적으로 다루는 곳이 아닌 점에 기인한다"며 “앞으로 우리나라에 가장 필요한 것은 민군의 협력 내용을 안보적인 차원에서 전담해 조율할 수 있는 체계"라고 개진했다. 마지막으로 본지는 대만 해협 등 복합 위기 발생 시 한국의 선제적 해양 전략은 무엇인지에 대해서도 물었다. 이에 반 교수는 3가지 전략을 제시했다. 우선 한·미·일 연합 SLOC 보호 인프라 구축이다. 그간 우리나라가 단독으로 SLOC을 보호해왔지만 이제는 역량을 구축한 한·미·일이 한꺼번에 연합 작전을 하자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어 한국 주도로 평시에 이를 수행할 수 있는 제도적·작전적 인프라를 선제적으로 구축해야 한다는 것이다. 선진 강국 주도의 '확장 외교' 방안도 나왔다. 대만 문제가 국제 사회의 도전으로 비화하기 전 '촉발 요인'을 선제 관리해야 한다는 것이다. 반 교수는 “미·중 강대국 정치에만 의존할 것이 아니라, G7에 버금가는 '선진강국'인 한국이 직접 나서서 위기 요인을 사전 관리하는 별도의 안전 장치를 구축하는 '확장 외교'를 주도해야 한다"고 했다. 아울러 “9년 만에 한·일 수색 구조 훈련(SAREX)을 재개한 것처럼, 훈련 강도는 다를지라도 중국 등 비우방국과도 평시에 이를 추진해 포용 외교의 기반을 다져둔다면 대만 유사 관리 측면에서 유의미한 결과를 도출할 수 있다"고 부연했다. 박규빈 기자 kevinpark@ekn.kr

손재일 한화에어로스페이스 대표 “대전 참사에 무거운 책임…안전 원점 재구축”

한화에어로스페이스 대전 사업장에서 발생한 폭발 사고로 5명이 숨지고 2명이 다치는 대형 참사가 발생한 가운데 손재일 한화에어로스페이스 대표이사가 공식 사과와 함께 안전 시스템 전면 재구축을 선언했다. 방산업계도 국민적 애도 분위기에 동참하면서 이달로 예정돼 있던 대규모 국민참여 방산 체험행사를 전면 취소했다. 2일 손재일 대표는 인트라넷에 '임직원 여러분께 드리는 글'을 올리고 전날(1일) 발생한 대전 공장 폭발 인명사고에 대한 참담한 심경과 향후 수습 계획을 밝혔다. 손 대표는 “지난 1일 대전 사업장에서 발생한 불의의 사고로 함께 일해온 소중한 동료 다섯 분이 운명을 달리하셨다"며 “비극적인 상황에 대해 대표이사로서 참담한 심정으로 무거운 책임을 통감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어 유가족과 부상자에 대한 전폭적인 지원을 약속했다. 손 대표는 “유가족 지원을 소홀히 하지 않고 조금이라도 위로가 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며 “현재 병상에서 힘든 싸움 중인 부상자께서도 하루빨리 회복하시기를 진심으로 기원하며 모든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임직원들에게는 사고가 수습될 때까지 진중하고 경건한 자세로 근무하며 동료들을 추모해 줄 것을 당부했다. 특히 이번 참사를 뼈아픈 교훈으로 삼아 회사의 안전 시스템을 기초부터 다시 세우겠다는 강력한 의지를 표명했다. 손 대표는 “우선 이번 사고의 원인을 투명하고 철저하게 밝혀내야 한다"며 “경찰과 고용노동부 등 관계 기관의 조사에 성실히 임해 우리의 안전 시스템을 원점에서부터 다시 되짚어보는 시간을 갖겠다"고 언급했다. 또한 “이번 사고는 안전에 있어 단 한 순간의 방심도 허용되지 않는다는 엄중한 교훈을 줬다"며 “단순히 형식적인 대책에 그치지 않고, 현장에서 실질적으로 작동하는 안전 체계를 구축하겠다"고 약속했다. 이를 위해 임직원들에게도 사고의 명확한 원인 규명을 위한 조사 과정에 적극 협조하고, 전사적인 안전 개선 활동에 능동적으로 동참해 줄 것을 주문했다. 폭발 사고로 대규모 사상자가 발생하면서 방산업계 전체가 깊은 슬픔에 잠긴 가운데 한국방위산업진흥회(방진회)는 국가적인 애도 상황을 고려해 대국민 방산행사 일정을 모두 취소했다. 방진회는 '제2회 방위산업의 날(7월 8일)'을 기념해 기획했던 '방위산업 현장 시민 참여' 행사를 전면 취소한다고 밝혔다. 당초 이 행사는 방위사업청 주최·방진회 주관으로 방산 종사자 가족 및 일반 시민을 초청해 세계 속의 K-방산을 직접 체험할 수 있도록 마련됐다. 참여시민들은 탄약 생산 라인 참관·KF-21 탑승 및 시뮬레이터 체험·K-2 전차 생산 라인 견학·K-9 자주포 탑승 등 다양한 일정을 소화할 계획이었다. 하지만 방진회는 비극적인 참사가 발생한 상황에서 축하 및 체험 위주의 대규모 행사를 강행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판단해 이같이 결정했다. 특히 오는 25일 창원 권역 방문 일정에는 이번에 사고가 발생한 한화에어로스페이스 사업장 견학도 포함돼 있었다. 한편, 경찰·소방당국·노동부는 합동감식을 진행하는 등 한화에어로스페이스 대전 사업장에 대한 정확한 폭발 원인과 중대재해처벌법 위반 여부 등을 면밀히 조사하고 있다. 박규빈 기자 kevinpark@ekn.kr

[K-핵잠 시대 (중)] 조선·원자력 기반 ‘독자 개발’…방산기술·일자리 경제효과 압도적

첨단 전략무기 도입을 얘기할 때 가장 먼저 부딪히는 현실적인 장벽은 다름 아닌 '천문학적인 예산'이다. 일반 재래식 디젤 잠수함 한 척을 건조하는 데 수천억 원이 든다면, 핵추진 잠수함은 설계-건조-운용-폐기에 이르기까지 조(兆) 단위의 막대한 혈세가 투입된다.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굳이 엄청난 비용을 들여 수중 전력을 강화해야 하느냐", “동맹국으로부터 중고를 사 오거나 완제품을 직도입하는 편이 빠르고 싸게 먹히지 않겠느냐"는 경제적 회의론이 제기되기도 한다. 그러나 시각을 '무기 구매 비용'에서 '국가 전략산업에 대한 거대 투자'로 돌리면 이야기는 완전히 달라진다. 국방부가 지난 5월 26일 발표한 '대한민국 핵추진 잠수함 개발 기본 계획'을 통해 이 사업을 '우리나라 원자력·조선 분야의 기술을 토대로 국가적 역량을 결집해야 하는 국가 전략사업'이라고 단언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 수입 vs. 기술 이전 vs. 독자 개발…데이터는 '국내 개발'을 가리킨다 한국형 핵추진 잠수함을 획득하는 선택지는 크게 세 가지로 나뉜다. 프랑스처럼 스스로 기초부터 설계해 만드는 '독자 연구·개발(R&D)', 인도나 브라질처럼 외국의 기술과 선체를 들여와 라이선스 생산을 하는 '기술 이전 개발', 그리고 최근의 호주(AUKUS 동맹)처럼 우방국으로부터 완제품을 통째로 사오는 '해외 직도입' 방식이다. 박찬현 한화에어로스페이스 IPS기술팀 주임 연구원과 강종원 에스앤에스이앤지 비용분석팀 대리가 한국국방기술학회 논문지에 발표한 공동연구논문 '한국형 원자력 잠수함 도입 방안별 경제적 파급 효과 분석'은 어떤 방식이 가장 합리적일지에 대해 과학적이고 명확한 해답을 제시한다. 연구진은 함정 무기체계 설계·체계 공학·비용 분석 등 다년간의 실무 경험을 보유한 전문가 15명을 대상으로 다단계 델파이 설문조사를 수행하고, 이를 한국은행의 산업 연관표 데이터와 결합해 세 가지 도입 방안의 경제적 파급 효과를 정량적으로 도출해 냈다. 박 연구원과 강 대리는 논문을 통해 '국내 독자 개발'이 정답이라는 의견을 제시했다. 원자력 잠수함 건조에 투입된 예산이 다른 연관 산업의 생산을 얼마나 유발하는지 보여주는 '생산유발계수'는 국내 독자 개발이 2.6443으로 가장 높았다. 반면에 해외기술 이전은 1.7459, 해외 직도입은 0.8683에 그쳤다. 우리가 독자 개발에 1조 원을 투자하면 국내 철강·기계·IT·신소재 등 전 산업에 걸쳐 2조6443억 원의 새로운 생산이 연쇄적으로 창출되지만 완제품을 수입하면 그 파급 효과가 3분의 1 토막 난다는 뜻이다. 국부의 실질적 증가를 의미하는 '부가가치 유발 계수' 역시 독자 개발이 1.4172를 기록해 해외 직도입(0.2030)을 무려 7배 가까이 압도했다. 가장 눈에 띄는 것은 일자리 창출 능력이다. 10억원 투자 시 유발되는 전체 취업자 수를 뜻하는 '취업유발계수'에서 독자 개발은 21.5205명으로 측정된 반면, 직도입은 절반도 안 되는 9.7770명에 불과했다. 박 연구원과 강 대리는 논문 결론부에서 “단순히 비용만으로 원자력 잠수함의 경제성을 판단할 수는 없다"고 선을 그으며 “원자력 잠수함 사업을 군사력 강화사업 이상인 민·군 합동사업 성격으로 국내 원자력산업 발전과 연계해 추진하는 것이 장기적인 사업 추진 동력을 확보하는 데 절대적으로 유리하다"고 권고했다. 실제로 국방부는 이번 발표에서 핵추진 잠수함과 관련, “건조 10년·운용 30년 이상 등 총 40여 년에 걸친 국가 산업 발전 프로젝트"로 규정했다. 또한 “4만 개 이상의 안정적이고 질 높은 일자리를 창출하여 지역 산업 경쟁력을 근본적으로 강화할 것"이라고 공언했다. 수조 원에 달하는 막대한 국부의 해외 유출을 막고, 그 예산을 고스란히 국내 산업 생태계에 부어 선순환 구조를 만들겠다는 치밀한 경제적 포석인 셈이다. ◇지상·공중을 넘어 심해로…K-산업의 결정체 '이동하는 소형 원전' 그렇다면 우리에게 핵추진 잠수함을 완전히 독자개발할 만한 산업적 역량은 있는 것일까. 방산 전문가들은 이미 세계 최고 수준에 도달한 'K-원전' 기술과 수주량 1위를 다투는 'K-조선' 기술이 융합된다면 충분히 가능하다고 입을 모은다. 방위산업협회 정책위원인 김홍유 경희대학교 경영대학원 교수는 핵추진 잠수함을 가리켜 '이동하는 원자력 발전소'라 불릴 만큼 복합기술의 결정체라고 극찬했다. 김 교수는 “핵잠수함 건조에 필요한 △원자로 설계 △연료 주기 관리 △소음 저감 기술 △잠항 제어 시스템 등은 각각 민간의 원전·첨단 소재·인공 지능(AI)·로봇·해양 플랜트 기술과 촘촘히 맞닿아 있어 국가 기술력 전반을 수직 상승시키는 폭발적 시너지를 낸다"고 설명했다. 특히, 잠수함이라는 비좁고 특수한 환경에 탑재하기 위해 극한으로 고도화된 '극소형 원자로' 기술이 향후 민간 친환경 에너지 산업의 총아인 '소형 모듈 원전(SMR)'으로 곧바로 파생돼 새로운 방산·에너지 수출 유망 분야로 이어질 수 있다고 내다봤다. 심해의 수압을 견디는 수중 센서·자율 항법 기술 역시 차세대 '자율무인 잠수정(AUV)' 산업으로 고스란히 이식될 수 있다. 이는 글로벌 방산 시장의 질서를 바꿀 절호의 기회이기도 하다. 김 교수는 “원자력 잠수함 시장은 고도의 기술력과 보안이 요구돼 소수의 강대국만이 진입할 수 있는 극도로 '폐쇄적인 시장'"이라며 “한국이 이 분야에서 기술적 신뢰성을 입증한다면 이는 곧 K-방산이 기존 재래식 잠수함과 수상함 수출 시장에서도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브랜드 프리미엄을 확보하게 됨을 의미한다"고 평가했다. 국방부가 기본 계획의 제3원칙으로 “대한민국 내 민간 원자력·조선 분야에서 오랜 기간 축적된 세계적 수준의 기술을 적극적으로 활용하겠다"고 명시한 것은 장보고 N사업을 군과 민간 첨단기술이 교류하는 거대한 '플랫폼'으로 만들겠다는 야심 찬 비전이라는 분석도 제기된다. ◇생존을 좌우하는 극한의 3대 기술 난제…소형화·소음 저감·방사선 차폐 하지만 화려한 장밋빛 미래로 향하기 위해서는 우리 과학기술계가 직접 풀어내야 할 극한의 공학적 난제들이 겹겹이 쌓여 있다. 강기식 한국전력국제원자력대학원대학교 초빙 교수와 우승민 경희대학교 원자력공학과 부교수 연구팀은 공동 집필한 논문 '한국형 핵추진 잠수함 도입의 기술 동향 분석'에서 한국형 핵잠수함이 무사히 심해로 잠항하기 위해 반드시 확보해야 할 기술적 허들을 구체적인 물리학적 지표로 제시했다. 가장 시급하고 중대한 과제는 단연 '원자로의 초소형화와 일체형 설계'다. 연구팀은 유체역학의 기본인 '나비에-스토크스 방정식(Navier-Stokes Equations)'을 활용해 핵잠수함의 추진 동력을 역산했다. 그 결과, 1만톤급의 거대한 선체가 수중의 막대한 저항을 뚫고 20노트(시속 약 37㎞)로 항해하기 위해서는 20~30메가와트(㎿)의 추진축 출력이 필요하며, 이를 위해선 증기 터빈의 열효율을 고려할 때 대략 100~150㎿t급 열출력을 내는 맞춤형 소형 원자로가 탑재돼야 한다고 추산했다. 현재 한국이 자랑하는 독자 다목적 원자로 'SMART'가 300㎿t, 차세대 'i-SMR'이 520㎿t 수준이다. 이는 곧 기존의 우수한 기술력을 바탕으로 잠수함의 비좁은 공간에 맞게 열출력을 더욱 소형화하며 최적화하면서도 수중의 극심한 충격과 흔들림을 견디는 해군 전용 원자로를 새로 빚어내야 한다는 것으로 직결된다. 강 교수팀은 “현대의 핵잠수함은 배관 파손에 의한 치명적인 방사능 누출을 원천 차단하기 위해 노심과 증기 발생기, 냉각재 펌프를 단 하나의 압력 용기 안에 모두 집어넣는 '일체형 회로(Integral circuit)' 방식을 반드시 채택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두 번째 난제는 생존의 핵심인 '소음 저감(Stealth)'이다. 디젤 엔진을 끄고 배터리로 조용히 기동할 수 있는 재래식 잠수함과 달리 핵추진잠수함은 원자로 열을 식히기 위해 거대한 냉각재 펌프가 24시간 가동되므로 본질적인 기계 소음에 취약하다. 더구나 수중에서 고속으로 달릴 때는 물과 마찰하며 생기는 '유동 소음'이 발생하는데, 강 교수팀은 유동 소음은 속도의 6제곱에 비례해 폭발적으로 커진다고 경고했다. 적의 음향 탐지기(소나)에 걸리는 것은 곧 함정의 격침을 의미한다. 연구팀은 이를 극복하기 위해 함체를 매끄러운 물방울 형태(Tear-drop)의 유선형으로 깎아 저항과 난류를 줄이고, 원자로 펌프와 기어 박스의 진동을 철저히 흡수하는 방진 마운트를 적용하며 일반 스크루 프로펠러에서 발생하는 기포 붕괴 소음(캐비테이션)을 극적으로 억제하는 '펌프 제트(Pump-jet) 추진기' 기술을 반드시 독자 확보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세 번째는 승조원의 목숨과 직결된 '방사선 차폐' 기술이다. 수개월간 빛 한 줌 없는 좁은 선체에서 생활하는 수십 명의 승조원들이 방사선에 피폭되지 않으려면 완벽한 차폐막이 필수다. 강 교수팀은 “중량과 공간의 제약 때문에 육상 원전처럼 두꺼운 콘크리트 벽을 칠 수 없다"고 언급하면서 “단위 면적당 질량이 큰 고밀도 재료인 납(Lead)으로 감마선을 막고, 두꺼운 폴리에틸렌으로 중성자를 차단하는 고도의 복합 1차 차폐 설계가 요구된다"고 설명했다. 나아가 디젤유 탱크나 담수 탱크 등 잠수함 내에 어차피 존재해야 하는 구조물들을 영리하게 분산 배치해 2차 차폐막으로 역이용하는 고도의 '공간 융합 설계'가 수반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국방부의 '장보고 N사업'은 결코 설계도만 있다고 단숨에 이룰 수 있는 쉬운 목표가 아니라는 게 업계 중론이다. 수조 원의 천문학적 자본과 세계 최고 수준의 첨단 융합 기술, 그리고 뚝심 있는 장기계획이 삼위일체를 이뤄야만 달성할 수 있는 '수중 아폴로 프로젝트'와도 같기 때문이다. 그러나, 해외에서 값비싼 완제품을 사오는 쉬운 길을 거부하고 독자 개발이라는 가시밭길을 택한 국방부와 산업계의 투지는 확고하다. 극한의 기술 난제를 우리 손으로 돌파하는 순간 K-원자력과 K-조선은 또 한 번 세계 해양 역사에 전무후무한 금자탑을 쌓게 될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150㎿t급 원자로를 만들고 막대한 자본을 준비한다 해도 이 '철제 고래'가 대양으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국제 규범'이라는 이름의 촘촘한 그물망을 헤쳐나가야 해 고도의 외교력이 요구된다. 박규빈 기자 kevinpark@ekn.kr

‘8년 새 폭발 참사 3회차’ 대전 한화에어로스페이스 합동 감식…K-방산 수출 차질 우려도

5명이 숨지고 2명이 다친 한화에어로스페이스 대전 사업장 폭발 사고와 관련해 경찰 등 관계 당국이 본격적인 원인 규명에 착수했다. 이번 사고는 불과 8년 새 같은 사업장에서 발생한 세 번째 대형 참사라는 점에서 '안전 불감증'에 대한 비판이 거세지고 있고, 공정 중단에 따른 K-방산 수출 차질 우려와 중대재해처벌법 적용 여부 등 파장이 전방위로 확산하고 있다. ◇관계 당국, 합동 감식 돌입…방사청 지원·한화그룹 “원점 재검토" 대전경찰청은 2일 오전 10시 대전 유성구 외삼동 한화에어로스페이스 대전 사업장에서 소방·국립과학수사연구원·고용노동부·한국산업안전보건공단 등과 함께 합동 감식을 시작했다. 전날 오전 10시 59분께 발생한 폭발은 사업장 내 56동 세척 공실에서 로켓 등 추진체 제작 공구에 묻은 화약을 세척하는 수작업 도중 발생했다. 경찰은 유가족이 참여한 가운데 발화부 추정 지점과 인화물질 존재 여부를 집중적으로 조사하고 있고, 희생자 신원 확인을 위한 DNA 분석과 부검도 함께 진행한다. 방위사업청 역시 안전 사고 대응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해 상황을 관리 중이고 노동부 주관 종합 원인 분석 과정에 필요시 국방과학연구소(ADD)와 국방기술품질원 등 전문 기관 인력을 투입해 기술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고 밝혔다. 사태 수습을 위해 경영진도 즉각 나섰다. 손재일 한화에어로스페이스 대표이사는 사내 게시판을 통해 “이번 사고를 뼈아픈 교훈으로 삼아 현장에서 실질적으로 작동하는 안전 체계를 원점에서부터 다시 구축하겠다"며 유가족과 부상자를 위한 모든 지원을 약속했다.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 역시 사고 수습을 위한 그룹 역량 총동원과 특별 대응 TF 구성을 지시했다. ◇8년 새 3번째 참사 '13명 사망'…노조 “기업 살인 강력 처벌" 무엇보다 이번 사고가 2018년(5명 사망), 2019년(3명 사망)에 이어 같은 사업장에서 발생한 세 번째 폭발 참사라는 점에서 비판의 목소리가 크다. 누적 사망자만 13명에 달한다. 사측은 과거 두 차례 사고 이후 공정 자동화와 격리화 등 대책을 마련했다는 입장을 내놨지만 이번에 사고가 난 세척 공정은 자동화가 어려워 근로자들이 직접 수작업을 하던 중 참변을 당한 것으로 드러났다. 노동부 전담 수사팀과 경찰은 산업안전보건법과 중대재해처벌법(중처법) 위반 여부에 대한 전방위 수사에 돌입했다. 마지막 사고가 5년을 넘겨 중처법상 '5년 내 재발 시 가중 처벌' 규정은 성립하지 않을 것으로 보이지만 비슷한 화약 폭발 사고를 철저히 예방하지 못했다는 점에서 향후 재판 과정에서 양형에 무겁게 반영될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노동계는 거세게 반발했다. 전국금속노동조합은 이날 한화그룹 본사 앞에서 긴급 기자 회견을 열었다. 금속노조는 “K-방산이라며 주가는 치솟고 있지만 사업장 안에서는 여전히 후진국형 중대 재해가 연일 터지고 있다"며 “노동자의 목숨을 팔아 이윤을 추구하도록 지시한 한화그룹의 맨 꼭대기 경영 책임자에게 중대재해처벌법을 적용해 강력히 처벌해야 한다"며 사실상 김승연 회장·김동관 부회장에 대한 사법 조치을 요구하고 있다. ◇생산 일부 중단…'효자' 천무 등 K-방산 수출 타격 우려 당장의 조업 중단으로 활기를 띠던 K-방산 수출 전선에도 비상이 걸렸다. 노동부의 중대 재해 발생에 따른 작업 중지 조치로 한화에어로스페이스 대전 사업장 내 세척 공정의 생산이 전면 중단됐기 때문이다. 대전 사업장은 지난해 기준 한화에어로스페이스 전체 매출의 약 4.94%(1조3189억 원)를 차지한다. 또한 다연장 로켓 '천무'를 비롯해 장거리 지대공 유도 무기인 L-SAM, 한국형 전술 지대지 유도 무기 KTSSM 등을 생산하는 핵심 기지이기도 하다. 특히 천무는 최근 에스토니아(총 3억 유로), 노르웨이(총 9억 2천200만 달러) 등 유럽 주요국과 대규모 공급 계약을 맺은 방산 수출의 핵심 품목이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 측은 “세척 공정은 후작업이라 제품 생산과 연구·개발(R&D)에 미치는 영향은 상대적으로 작으며 생산 차질을 최소화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한편 업계는 화약 세척이 무기 생산에 필수적인 공정인 만큼 작업 중단이 장기화될 경우 무기 생산·수출 납기 지연 등 연쇄적인 타격이 불가피할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철저한 사고 원인 규명과 재발 방지 대책 수립을 거친 뒤에야 생산을 재개할 계획이다. 박규빈 기자 kevinpark@ekn.kr

한화에어로 공장 폭발사고로 ‘방위산업의 날 시민행사’ 전면 취소

한화에어로스페이스 대전 사업장에서 발생한 대형 폭발 사고로 인해 6월 중 진행될 예정이었던 대규모 대국민 방산 체험 행사가 전면 취소됐다. 2일 한국방위산업진흥회(방진회, KDIA)는 한화에어로스페이스 대전 사업장 폭발 사고에 따른 애도 분위기를 고려해 '제2회 방위산업의 날 기념 방위산업 현장 시민참여' 행사를 전면 취소한다고 밝혔다. 이번 사고로 현재까지 5명이 사망하고 2명이 부상을 입는 등 큰 인명 피해가 발생함에 따라 방산업계 전반이 큰 충격과 슬픔에 빠진 가운데 축하 및 체험 위주의 행사를 강행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는 판단에서다. 당초 이 행사는 제2회 방위산업의 날(7월 8일)을 기념해 방위사업청이 주최하고 한국방위산업진흥회가 주관해 마련됐다. 방산 종사자 가족과 일반 시민들에게 국내 주요 방산업체와 국방과학연구소를 개방해 'K-방산'의 위상을 직접 체험하게 하려는 취지였다. 본래 일정대로라면 사전 신청을 거쳐 △6월 9일 부산·울산 권역(풍산·SNT모티브·HD현대중공업) △6월 23일 사천·김해 권역(한국항공우주산업(KAI)·대한항공 테크센터) △6월 25일 창원 권역(현대로템·한화에어로스페이스·국방과학연구소 기동 시험장) 등 세 권역으로 나뉘어 행사가 진행될 예정이었다. 참가자들은 탄약 생산 라인 참관·KF-21 탑승 및 시뮬레이터 체험·K-2 흑표 전차 생산 라인 견학·K-9 자주곡사포 탑승 등 다채로운 방산 현장을 경험할 예정이었으나 이번 참사로 인해 전체 일정이 모두 백지화됐다. 특히 25일 창원 권역 방문 일정에는 사고가 발생한 한화에어로스페이스 창원 사업장 견학도 포함돼 있었다. 방진회 측은 긴급 공지를 통해 “행사를 기다려주신 신청자 여러분께 예기치 못한 취소 소식을 전하게 돼 깊은 양해를 구한다"고 당부했다. 한편 관계 당국은 이날 오전 10시부터 폭발 사고가 난 한화에어로스페이스 대전 사업장에 대한 감식 작업에 착수했다. 박규빈 기자 kevinpark@ekn.kr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 ‘대전 사업장 폭발·5명 사망’에 “총력 수습” 지시…여승주 부회장 특별 TF 가동

K-방산의 선두 주자인 한화에어로스페이스 대전 사업장에서 로켓 추진제인 화약 세척 중 폭발 사고가 발생해 근로자 5명이 숨지고 2명이 다치는 대형 참사가 벌어졌다. 2018년과 2019년에 이어 동일 사업장에서 발생한 세 번째 폭발 사고로, 8년간 누적 사망자만 13명에 달한다. 한화그룹은 김승연 회장의 지시에 따라 여승주 부회장을 팀장으로 하는 특별 대응 태스크 포스(TF)를 전격 가동하고 대국민 사과에 나섰지만 안전 불감증에 대한 노동계의 거센 비판과 함께 정부 당국의 전방위 수사가 예고되고 있다. ◇로켓 추진제 세척 중 폭발…20대 계약직 등 7명 사상 1일 경찰과 소방 당국에 따르면 이날 오전 10시 59분 경 대전 유성구 외삼동 소재 한화에어로스페이스 대전 공장 56동 '세척 공실'에서 폭발음과 함께 대형 화재가 발생했다. 동시간대 “폭발음이 들렸다", “연기가 많이 난다"는 119 신고가 30여 건 빗발쳤다. 소방 당국은 오전 11시 17분 소방 대응 1단계를 발령하고 인력 100여 명과 장비 30여 대를 투입해 50분 만에 큰 불길을 잡았고, 오후 1시 7분께 완전히 진화했다. 이 사고로 지상 1층 544㎡ 면적의 건물 1동이 전소하고 구조물이 모두 내려앉았다. 현장에서는 폭발한 사업장 내부에서 작업 중이던 생산팀 소속 근로자 5명이 숨진 채 발견됐다. 사망자 중 2명은 20대 계약직 근로자였고 나머지 3명은 50대 2명, 30대 1명 등 정규직으로 확인됐다. 자력으로 탈출한 2명 중 1명은 전신 화상을 입어 입원 치료 중이며, 다른 1명은 경상을 입어 병원 치료 후 귀가했다. 사상자 7명은 모두 오전 8시부터 근무를 시작해 규정에 따른 방염복을 착용하고 있었던 것으로 파악됐다. 폭발 사고는 다연장 로켓 등 발사체 추진제(화약) 제조 과정에서 공구에 묻은 화약을 다량의 물과 세제로 세척하는 공정 중에 일어난 것으로 추정된다. ◇김승연 회장 “애통한 심정"…여승주 부회장 TF 출범·대국민 사과 사고 직후 한화그룹과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1·2차 공식 입장문을 잇달아 내고 희생자와 유가족·부상자·그리고 지역 주민과 국민을 향해 머리 숙여 깊이 사죄했다. 한화그룹 측은 “유명을 달리하신 분들에 대한 모든 예우를 다하고, 부상자 회복을 위한 지원에 소홀함이 없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은 “업무에 최선을 다하던 직원들이 숨지고 다쳤다는 소식에 애통한 심정을 가눌 길이 없다"며 “깊은 애도와 함께 유가족에게 위로의 말씀을 드린다"고 전했다. 김 회장은 “유명을 달리한 직원들에게 최선의 예우를 하고, 유가족 지원 및 부상자 치료 등 피해 수습을 정성을 다해 신속하게 실행하라"고 강력히 주문했다. 이어 사고 수습에 전 그룹 역량을 총동원하도록 지시하며 여승주 부회장을 팀장으로 하는 그룹 차원의 '특별 대응 TF'를 즉각 구성하도록 했다. 손재일 한화에어로스페이스 사업부문 대표이사는 서울 본사에서 대책 회의를 주재한 직후 사고 현장으로 이동해 대책 본부를 마련했다. 손 대표는 “회사의 대표이사로서 무거운 책임을 통감한다"며 “유가족 곁에서 필요한 모든 지원을 다하고 부상자 치료와 회복을 끝까지 책임지겠다"고 강조했다. 한화그룹 측은 건물 붕괴로 막힌 현장 진입로가 확보되는 대로 관계 기관 조사를 통해 구체적인 원인을 명백히 규명해 투명하게 공개하고, 그룹 전사의 안전 관리 대책을 전면 점검해 일터 조성에 모든 자원을 투입하겠다고 약속했다. ◇“물 써서 위험 크지 않다" 해명 논란…소방 보고 의무 '사각지대' 그러나 해당 사업장에서 참사가 반복되고 있다는 점에서 비판의 목소리가 높다. 대전 공장에서는 2018년 5월 폭발 사고로 5명이 숨졌고, 2019년 2월 이형공실 폭발로 또다시 3명이 사망했다. 2018년 사고 직후 시행된 대전지방고용노동청 특별 근로 감독에서는 법 위반 사항이 무려 486건이나 적발돼 안전 수준 '최하 등급'을 받기도 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 대전 사업장 관계자는 현장 브리핑에서 “과거 2018·2019년 사고 이후 큰 비용을 들여 공정을 자동화했다"며 “세척 공정은 다량의 물을 사용해 화약이 무력화되기 때문에 당초 위험이 크지 않다고 인지했던 사안"이라고 해명했다. 이에 대해 허록 한화에어로스페이스 노동조합 위원장은 “사업장에 특별히 덜 위험한 곳은 없다. 다 위험하다"고 정면 반박했다. 이창진 건국대학교 항공우주·모빌리티공학과 명예교수 역시 “고체 추진제에 들어가는 알루미늄 가루는 정전기에 매우 취약해 방진복이나 접지 등 안전 수칙을 갖춰도 100% 사고가 안 난다는 보장이 없다"며 치명적 위험성을 지적했다. 관리 제도의 허점도 도마 위에 올랐다. 폭발한 56동은 건물 면적이 작아 사측이 연 2회 자체 소방 점검만 할 뿐 소방서에 점검 결과를 보고할 의무가 없었다. 이에 따라 작년과 올해 이뤄진 소방 당국의 화재안전조사 역시 주로 본관동 위주로만 진행되며 폭발 건물이 제외된 '제도적 사각지대'였던 사실이 드러났다. 공정의 위험성 평가조차 사측의 자체 평가에만 의존해 온 실정이다. ◇정부 합동 수사 착수·국방부 지원…양대노총 “솜방망이 처벌 탓, 엄벌 촉구" 정부도 기민한 대응에 돌입했다. 김영훈 고용노동부 장관은 대전 현장을 찾아 철저한 원인 규명을 지시했다. 노동부는 대전지방고용노동청 중대산업재해수사과 등 20여 명 규모의 전담 수사팀을 꾸리고 해당 공장에 전면 작업 중지 조치를 내렸다. 또한 중앙·지역산업재해수습본부를 구성해 산업안전보건법 및 중대재해처벌법 위반 여부를 강도 높게 조사할 방침이다. 경찰도 별도 수사 전담팀을 꾸려 현장 감식과 수사에 착수했다. 안규백 국방부 장관은 소셜 미디어 X에 애도를 표하며 “방위사업청과 함께 원인 조사에 필요한 기술적 지원을 아끼지 않고 방산업체 안전 대책 수립에 적극 협조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방사청은 방위산업진흥국장 등을 현장에 급파했다. 노동계는 엄중 처벌을 촉구하며 거세게 반발했다. 전국민주노동총연맹(민주노총)은 “이전 사고로 기소된 한화 관계자 5명이 전원 집행유예를, 법인은 고작 벌금 5000만 원이라는 요식적인 솜방망이 처벌을 받은 것이 다시 노동자의 목숨을 앗아갔다"며 “국가 보안시설이라는 허울 뒤에 안전 시스템을 방치한 경영 책임자를 중대재해처벌법으로 엄벌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한국노동조합총연맹(한국노총) 역시 “동일 사업장에서 반복된 사고는 재해 예방 시스템 전반의 부실"이라며 고위험 사업장에 대한 특별 점검을 요구했다. ◇'K-방산 주력' 화려한 실적 이면의 뼈아픈 오점 참사가 발생한 한화에어로스페이스 대전 사업장은 다연장 로켓 '천무'와 장거리 지대공 유도 무기 'L-SAM' 등 전술 지대지 무기체계를 개발·생산하는 국방의 핵심 요람이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2015년 한화그룹이 삼성테크윈을 인수하며 출범한 이후, 한화디펜스·㈜한화 방산 부문 흡수 합병과 한화오션 자회사 편입을 거치며 우주·항공과 육·해·공 방산 통합 기업으로 거듭났다. 그룹 내 위상도 독보적이다. 나이스(NICE) 신용평가에 따르면 방위산업 부문은 한화그룹 전체 영업이익의 59%를 차지하며 조선(36%), 기타(25%), 신재생 에너지(4%), 유통(2%) 부문을 압도한다. 그룹 승계 구도의 핵심인 김승연 회장의 장남 김동관 부회장이 이곳의 전략부문 대표이사를 역임하고 있다. K-방산 호황을 이끌며 지난해 연결 기준 매출 26조6078억 원(전년 대비 136.7% 증가), 영업이익 3조 345억 원(75.2% 증가)으로 3년 연속 역대 최대 실적을 달성했다. 올 1분기 수주 잔고만 약 39조 7,000억 원에 이른다. 그러나 눈부신 실적 고공행진 이면에 방치된 구조적인 안전 불감증이 또 한 번 근로자들의 참혹한 희생으로 이어짐에 따라 1위 방산 기업으로서의 책임 경영에 치명적인 오점을 남기게 됐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박규빈 기자 kevinpark@ek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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