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에 파병된 북한군과 우크라이나군이 교전을 벌였다는 주장이 사실로 확인되면서 우크라이나 전쟁이 중대 분수령을 맞게 될 전망이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5일(현지시간) 영상 연설에서 북한군 병력이 우크라이나군과 전투를 벌였다고 확인하면서 “북한 병사들과의 첫 전투는 세계 불안정성의 새 장을 열었다"고 말했다. 이어 루스템 우메로우 우크라이나 국방장관 역시 KBS 방송과 진행한 인터뷰에서 북한군과 '소규모' 교전이 있었다고 시인했다. 앞서 우크라이나 국가안보·국방위원회 산하 허위정보대응센터(CCD)의 안드리 코발렌코 센터장은 전날 텔레그램에 올린 글에서 “첫 북한 병력이 쿠르스크에서 이미 공격을 받았다"고 밝힌 바 있다. 우크라이나 측은 약 1만2000∼1만5000명의 북한군이 몇주내에 훈련을 마치고 본격적으로 전투에 투입될 것으로 보고 있다. 우크라이나 전쟁에 투입된 러시아군 병력이 60만명으로 추산된다는 점을 고려하면, 드론(무인기)과 첨단 통신기기 중심의 현대전에 익숙하지 않은 북한군 1만여명이 추가돼도 전장에 즉각적인 변화가 나타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다만 러시아군 2선급 병력이 주로 투입된 것으로 알려진 쿠르스크 전선에서는 상황이 다를 가능성이 있다. 우크라이나군은 지난 8월 기습적으로 국경을 넘어 쿠르스크에서 한때 1000㎢가 넘는 면적을 점령했으나 현재는 전선이 교착된 상황이다. 제공권이 없는 우크라이나군은 러시아군 방어선을 뚫을 방법이 없고, 징집병과 예비군 위주로 구성된 쿠르스크의 러시아군도 적극적 공세를 펼치기 힘들어서라고 한다. 그런 상황에서 특수부대 위주의 북한군 병사들이 대거 투입된다면 우크라이나군에 상당한 부담이 될 수 있다. 전장 여건이 달라 게릴라전 등 특기가 제한돼도 머릿수에서 밀리는 우크라이나군에 소모전을 강요하는데는 충분할 수 있어서다. 이 경우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더는 본토방어에 신경쓰지 않고 우크라이나 동부를 겨냥한 공세에 전력을 집중할 수 있게 된다. 북한군이 본격적으로 전투에 참여하면서 지금껏 우크라이나 전쟁과 일정 거리를 유지해 온 벨라루스 등 여타 친러 국가들이 파병 압박을 받을 가능성도 있다. 벨라루스의 알렉산드르 루카셴코 대통령은 이를 의식한 듯 지난달 23일 BBC 방송과 진행한 인터뷰에서 “벨라루스를 비롯, 어떤 나라의 군대든 접촉선(contact line)에 선다면 이는 분쟁 확대를 향한 발걸음이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는 “왜나면 당신들 앵글로 색슨은 즉각 다른 국가가 한쪽에 개입했다고 말할 것이고,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병력이 우크라이나에 배치될 수 있어서다"라고 강조했다. 북한군 참전이 가져올 여파에 대한 우려가 커지면서 세계 각국은 대응책 마련에 분주한 모양새다. 주요 7개국(G7)과 한국을 포함한 3개 주요 동맹국 외무장관들은 5일 공동성명을 내고 북한군의 우크라이나 전쟁 참전 가능성을 심각하게 우려한다고 밝히기도 했다. 설령 북한군의 우크라이나 전쟁 개입이 다른 국가들의 '참전 도미노'로 이어지지 않더라도, 향후 북한군이 파병규모를 확대한다면 가뜩이나 장기화한 전쟁이 더욱 길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한편, 미 정부는 북한군과 우크라이나군이 첫 교전을 벌였다는 주장을 아직 공식적으로 확인하지 않고 있다. 하지만 익명을 요구한 미 정부 고위 당국자는 북한군 병력 상당수가 사망했다고 말해 양국군 간에 첫 교전이 있었음을 사실상 확인했다고 미국 일간 뉴욕타임스(NYT)는 전했다. 박성준 기자 mediapark@ekn.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