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국방 “모범동맹 한국에 특혜…자기역할 못하면 후과”

피트 헤그세스 미국 국방장관이 한국 등을 '모범 동맹'으로 지목하면서 동맹국들에게 방위비를 더 많이 분담하라고 촉구했다. 헤그세스 장관은 6일(현지시간) 레이건 국방포럼 연설에서 이스라엘, 한국, 폴란드 등을 미국의 국방 지출 확대 요구에 부응한 '모범 동맹들'로 칭하고서 “우리로부터 특혜(special favor)를 받을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한국에 대해선 “국내총생산(GDP)의 3.5%를 핵심 군사 지출에 쓰고, 재래식 방위에서 주도적 역할을 맡기로 약속했다"고 설명했다. 이는 지난달 13일 한미 정상이 발표한 공동 팩트시트 내용을 재확인한 발언이다. 반면 “집단 방위를 위해 자기 역할을 여전히 못 하는 동맹들은 결과를 감당해야 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날 헤그세스 장관 연설에 앞서 트럼프 행정부는 전날 미국의 외교·안보 목표와 그 달성 방안을 큰 틀에서 제시한 국가안보전략(NSS)을 공개했다. NSS는 미국 본토와 서반구 방어, 인도태평양에서 대만 방어와 중국 억제를 우선순위로 명시하고서 이를 위해서는 동맹이 자기 지역의 방어를 주로 책임지고 집단 방위에 더 많이 기여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NSS는 미국이 유사 입장을 가진 동맹들과 '부담 공유 네트워크'를 구축할 것이며 여기에 협력하는 국가들을 “상업적 현안에서 더 우호적인 대우, 기술 공유, 국방 조달"을 통해 지원할 수 있다고 밝혔다. 헤그세스 장관은 연설에서 NSS의 주요 내용을 소개하면서 “우리가 마땅하게 서반구와 인도태평양을 우선하는 동안에도 다른 지역에서 위협이 지속되고 있으며 우리 동맹들은 분발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유럽 동맹들은 러시아를 마주하고 있고, 이란이 (트럼프) 대통령과 이스라엘의 행동으로 위축되긴 했지만 여전히 중동에서 위협이며, 그리고 물론 한반도에는 북한이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여러 지역에서 동시에 위협이 발생할 경우 미국이 혼자 전부 대응할 수 없으니 동맹들이 미국에만 의존하지 말고 더 나서야 한다면서 “우리는 더 이상 무임승차를 용납하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그는 동맹의 안보 부담 공유가 “국가 방위의 핵심 요소"라고 말하기도 했다. 헤그세스 장관은 중국과의 관계에 대해 “트럼프 대통령과 이 행정부는 중국과 안정적인 평화, 공정한 무역, 존중하는 관계를 추구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미 국방부도 충돌 가능성과 긴장을 완화하기 위해 중국군과 “더 폭넓은 군 대 군 소통"을 추진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중국에 대한 행정부의 접근 방식은 “지배가 아니라 세력 균형(balance of power)을 목표로 하고 있다"면서 “우리는 강할 것이지만 불필요하게 대립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미국과 동맹은 인도태평양에서 날로 강해지는 중국과 균형을 맞추는 데 충분히 강력한 태세를 갖춰야 한다면서 “우리가 말하는 인도태평양에서의 억제는 중국을 지배하는 게 아니라 중국이 우리나 동맹을 지배할 능력을 갖추지 못하도록 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또 트럼프 대통령의 지시대로 핵전력을 현대화하겠다면서 “미국이 다른 두 개의 주요 핵무장국(러시아와 중국)과 마주하는 세상에서도 핵 협박에 취약해지는 것을 절대 허용하지 않겠다. 우리는 핵무기와 핵 투발 체계를 다른 나라와 동등하게 시험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간 트럼프 대통령은 다른 나라들이 핵무기를 시험하고 있다고 주장하며 미국도 핵무기 시험을 재개하겠다는 입장을 밝혀왔다. 헤그세스 장관은 서반구 방어 전략을 설명하면서는 그간 미국이 '마약 테러리스트'로 규정하고 공격해온 중남미 지역의 마약 카르텔을 과거 미국이 '테러와의 전쟁'을 치른 이슬람 극단주의 테러 단체 알카에다에 비유했다. 그는 “이들 마약 테러리스트는 우리 반구의 알카에다"라면서 “그들이 화학무기에 버금갈 정도로 치명적인 마약으로 우리 국민을 독살하는 한 우리를 계속해서 그들을 죽이겠다"고 밝혔다. 그는 국제법 위반 논란이 일고 있는 지난 9월 2일 '마약 운반선' 공습에 대해서는 “난 그 공격을 완전히 지지한다. (지휘관이) 나였어도 같은 결정을 내렸을 것"이라고 말했다. 미군은 지난 9월 2일 카리브해에서 마약을 운반하는 것으로 의심되는 선박을 격침할 당시 2명이 1차 공격에서 살아남은 것을 확인하고서는 다시 공격해 그들을 살해했다. 당시 헤그세스 장관이 작전을 지휘한 사령관에게 '전원 사살'을 지시했다는 보도가 나왔고, 미군이 더 이상 싸울 수 없는 전투원의 처형을 금지한 국제법을 위반했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박성준 기자 mediapark@ekn.kr

한국, 2026 월드컵서 ‘멕시코·남아공·유럽PO 승자’와 한 조…죽음의조 피했다

한국 축구대표팀이 2026 국제축구연맹(FIFA) 북중미 월드컵에서 개최국 멕시코, 남아프리카공화국과 한 조에 속했다. 나머지 한 팀은 유럽 플레이오프(PO) 승자다. 한국은 5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DC의 케네디센터에서 열린 북중미 월드컵 조 추첨식에서 멕시코, 남아프리카공화국, 유럽 PO 패스D 승자와 A조에 편성됐다. 유럽 PO 패스D에서는 덴마크, 북마케도니아, 체코, 아일랜드가 경쟁한다. 체코-아일랜드 경기 승자가 덴마크-북마케도니아 경기(내년 3월 26일) 승자와 맞붙어(3월 31일) 본선 진출 팀을 정한다. 한국으로서는 나쁘지 않은 조 추첨 결과다. 스페인, 프랑스, 아르헨티나, 잉글랜드, 브라질 등 포트1의 우승 후보들을 모두 피하게 됐다. 또 포트3에서 FIFA 랭킹이 가장 낮은 남아공을 만나는 점도 긍정적 요소다. 다만 한국은 랭킹 15위인 멕시코와 통산 전적에서 4승 3무 8패로 뒤진다. 특히 월드컵 무대에서 두 차례 모두 한국이 졌다. 1998년 프랑스 대회 조별리그 1차전에서 1-3으로, 2018년 러시아 대회 조별리그 2차전에서 1-2로 패했다. 최근인 지난 9월 미국에서 치른 평가전에서 우리나라와 멕시코는 2-2로 승패를 가리지 못했다. 남아공(61위)은 한국과 한 번도 맞붙어 본 적이 없는 '미지의 팀'이다. 남아공이 월드컵 본선에 진출한 건 자국에서 열린 2010년 대회 이후 16년 만이다. 남아공은 지금까지 3차례 월드컵 본선에 올라 한 번도 조별리그를 통과하지 못했다. 하지만 이번 대표팀은 아프리카 예선 C조에서 전통의 강호 나이지리아를 제치고 조 선두로 본선 티켓을 거머쥔 터라 쉽게 봐선 안 될 상대다. 유럽 PO 패스D 팀 중에서는 덴마크(21위), 체코(44위), 아일랜드(59위), 북마케도니아(65위) 순으로 랭킹이 높다. 이 중에서 북마케도니아가 살아남아 본선에 진출한다면 한국과 멕시코, 남아공 3개 팀이 모두 반길 만한 결과다. 한국의 경기 장소도 정해졌다. 한국시간 기준 내년 6월 12일 멕시코 과달라하라 아크론 스타디움에서 유럽 PO 패스D 승자와 1차전을 치르고, 19일 같은 곳에서 멕시코를 상대한다. 이어 25일 몬테레이의 BBVA 스타디움에서 남아프리카공화국과 3차전을 벌인다. A조 팀들은 다른 나라를 오가지 않고 멕시코에서만 각각 3경기를 치른다. 경기 시간 등 세부 일정은 하루 뒤인 7일 오전 2시에 발표된다. 23번째 월드컵인 2026년 대회는 내년 6월 11일부터 7월 19일까지 미국과 캐나다, 멕시코의 16개 경기장에서 펼쳐진다. 2002 한국·일본 월드컵에 이어 두 번째로 복수의 국가에서 열리며 역대 가장 넓은 대륙을 아우르는 이번 대회는 참가국이 32개국에서 48개국으로 확대돼 치러지는 첫 월드컵이다. 4개 팀씩 12개 조로 나뉘어 조별리그를 치르고 각 조 1~2위, 그리고 3위 중 성적이 좋은 8개 팀이 32강 토너먼트를 치러 챔피언을 가린다. 홍명보 감독이 이끄는 한국 대표팀은 아시아 지역 3차 예선에서 6승 4무 무패로 승점 22를 쌓아 B조 6개 팀 중 1위를 차지하며 북중미행 티켓을 손에 넣었다. 1986년 멕시코 대회부터 11회 연속이자 통산 12번째 월드컵 본선 무대에 오르는 한국은 원정 대회 역대 최고 성적인 8강 진출에 도전한다. ◇ 2026 FIFA 북중미 월드컵 조 추첨 결과(괄호는 FIFA 랭킹) ▲ A조 = 멕시코(15위) 남아프리카공화국(61위) 한국(22위) 유럽PO 패스D ▲ B조 = 캐나다(27위) 유럽PO 패스A 카타르(51위) 스위스(17위) ▲ C조 = 브라질(5위) 모로코(11위) 아이티(84위) 스코틀랜드(36위) ▲ D조 = 미국(14위) 파라과이(39위) 호주(26위) 유럽PO 패스C ▲ E조 = 독일(9위) 퀴라소(82위) 코트디부아르(42위) 에콰도르(23위) ▲ F조 = 네덜란드(7위) 일본(18위) 유럽PO 패스B 튀니지(40위) ▲ G조 = 벨기에(8위) 이집트(34위) 이란(20위) 뉴질랜드(86위) ▲ H조 = 스페인(1위) 카보베르데(68위) 사우디아라비아(60위) 우루과이(16위) ▲ I조 = 프랑스(3위) 세네갈(19위) 대륙간 PO 패스2 노르웨이(29위) ▲ J조 = 아르헨티나(2위) 알제리(35위) 오스트리아(24위) 요르단(66위) ▲ K조 = 포르투갈(6위) 대륙간 PO 패스1 우즈베키스탄(50위) 콜롬비아(13위) ▲ L조 = 잉글랜드(4위) 크로아티아(10위) 가나(72위) 파나마(30위) 박성준 기자 mediapark@ekn.kr

미·러, 우크라 종전안 마라톤 협상 종료…“푸틴, 일부만 동의”

미국과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전쟁 종전안을 놓고 심야 마라톤협상을 벌였으나 끝내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이번 협상에서 미국이 제안한 종전안 중 일부만 동의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3일(현지시간) 로이터, AP, 러시아 스푸트니크통신 등에 따르면, 전날 오후 러시아 대통령 집무실인 크렘린궁에서 시작된 양측의 협의는 5시간 만에 마무리됐다. 이날 회동에는 스티브 위트코프 특사,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맏사위인 재러드 쿠슈너 등 미국 대표단이 참석했다. 러시아 측에서는 푸틴 대통령의 외교정책 보좌관인 유리 우샤코프와 키릴 드미트리예프 특사가 배석했다. 양측은 회담 내용을 공개하지 않기로 합의했다. 위트코프 특사는 회담 종료 후 곧바로 모스크바를 떠났다. 우샤코프는 회동이 끝난 후 “푸틴 대통령과 스티브 위트코프 특사의 대화는 유용하고 건설적이며 의미가 있었다"고 평가했다. 그는 회담에서 미국이 제안한 종전안의 구체적인 문구보다는 그 틀에 대해서 논의했다고 전했다. AP통신은 이번 회담 이후 평화에 더 가까워졌는지 묻자 우샤코프 보좌관이 “확실한 것은 더 멀어지지 않았다는 것"이라고 답했다고 전했다. 우샤코프는 “러시아와 미국 모두 아직 해야 할 일이 많이 남아 있다. 합의된 사항은 그것"이라면서 “접촉은 계속될 것"이라고 말해 추가 논의를 이어갈 뜻을 강조했다. 우샤코프 보좌관은 자세한 내용을 밝히지는 않았으나 종전안에 대한 양측간 이견이 있음을 인정했다. 그는 “어떤 부분은 합의할 수 있었고 푸틴 대통령은 이를 상대방 측에 확인했다"면서도 “다른 부분은 비판을 유발했고 대통령 또한 여러 제안에 대한 비판과 부정적인 태도를 숨기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특히 우샤코프 보좌관은 양측이 종전논의의 핵심 쟁점 중의 하나인 영토 문제도 논의했으나 “아직 타협점을 찾지 못했다"면서, 이 문제에 관한 타협 없이는 해결책은 없다고 본다고 말했다. 현재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는 28개 조항으로 구성된 종전안 초안을 만든 뒤 우크라이나 측의 의견을 취합해 20개 항목으로 축소된 수정안을 다시 작성해 이를 놓고 러시아, 우크라이나와 협상을 진행 중이다. 애초 종전안에는 우크라이나 동부 지역 돈바스 포기,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비가입 헌법 명기, 우크라이나 군 축소, 러시아 침공에 대한 책임 면제 등이 들어있었다. 사실상 러시아의 희망 사항을 모두 담아놓은 것이었으나 우크라이나와 유럽이 반발한 사안들은 삭제되거나 전쟁 당사국 정상 간 회담에서 논의할 사안으로 보류된 바 있다. 우샤코프 보좌관은 이번 회담에서 여러 버전이 논의됐다며 “처음에는 하나의 버전이 있었고 이 버전이 수정돼 하나의 문서가 아니라 조금 더 많은 문서가 생겼다"고 전했다. 박성준 기자 mediapark@ekn.kr

[이슈&인사이트] 급격히 확산하는 국제사회 반이민·반난민 정서

올해 영국의 현충일은 11월 9일이었다. 이날은 약 300만 명 이상의 영국군 사상자가 발생한 제1차세계대전 종전을 기념하는 엄숙한 날이다. 9일 행사에는 100세 이상의 제2차세계대전 참전용사들이 참석해 더 의미가 컸다. 이날 한 참전 노병이 영국 인기 아침 방송에 출연해서 한 말이 큰 반향을 일으켰다. 그는 현재 영국의 모습이 자신과 전우들이 전쟁에서 싸워 지켜낸 나라가 아니라고 했다. 이 100세 노병의 주장은 많은 영국인을 불편하게 했다. 이들은 늘어나기만 하는 이민자와 난민들 때문에 이제 영국은 과거와는 다른 나라가 되었다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영국은 전통적으로 열린사회를 지향하며 이민을 적극적으로 수용했다. 특히 인도, 아프리카 등 과거 식민지에서 부족한 노동 인력을 조달하는 이민 정책을 시행했고, 이들은 제1, 2차세계대전 이후 동력을 상실한 영국 경제를 정상화하는 데 크게 기여했다. 그러나 줄지 않는 이민과 난민으로 정부 재정과 사회 복지가 위협받자 이에 반대하는 정서가 급격히 확대되었다. 영국이 경제적 타격을 감수하고 2020년 유럽연합에서 탈퇴한 브렉시트(Brexit)를 단행한 이유도 이민 문제를 통제하기 위해서였다. 이에 지지도 폭락에 시달리는 노동당 정부는 난민 관련 정책을 대폭 수정해 무조건적인 난민 지원을 중단하겠다며 화난 민심을 달랬다. 전형적 좌파 세력인 영국 노동당이 신념에 가까운 이민·난민 정책을 전면 개편하고 핸들을 틀어 급우회전했지만, 분노한 영국인의 마음을 달래기에는 부족해 보인다. 전 세계적인 반이민·반난민 정서 확산은 미국의 트럼프 행정부 출범으로 격화될 것으로 충분히 예상할 수 있었다. 미국은 10월 29일 기준 불법체류자 52만 명을 추방했고. 지금까지 200만 명이 미국을 떠났다고 확인했다. 너무 과격하다고 비판받는 현재의 반이민·반난민 정책은 트럼프를 지지하는 보수적인 우파 미국민이 열정적으로 옹호하고 있다. 유럽 최대 강국인 독일에서는 극우 포퓰리즘 정당인 “독일을 위한 대안(AfD)"이 2대 정당으로 부상했다. 반유럽, 친러시아, 반이민·반난민 등의 정책을 채택한 AfD는 젊은 세대의 지지를 받으며 과거 나치즘의 망령을 연상시키는 극단적인 정치사상을 전파하고 있다. 헝가리, 이탈리아는 물론 전통적으로 가장 이민과 난민에 관대했던 스페인마저도 반이민 정책을 고려할 만큼 유럽의 상황이 심상치 않다. 특히 2050년이면 아프리카와 무슬림 인구가 50억 명이 넘고 이들 중 많은 사람이 유럽으로 향할 것이라는 예상이 확산하며 유럽이 불안에 떨고 있다. 이웃인 일본도 예외는 아니다. 최근 엔저 현상과 함께 일본은 전 세계에서 가장 사랑받는 관광지로 부상하며 2024년에만 3,687만 명의 외국인 관광객이 일본을 방문했다. 이에 일본의 외국인에 대한 피로도가 급격하게 상승했고 동시에 반이민 정서도 확산했다. 신임 다카이치 총리가 최근 '대만 유사시 개입' 발언 등 급발진하는 이유도 보기에는 중국을 견제하는 행동일 수 있지만, 깊게는 일본의 외국인과 외국을 기피하는 고립주의적인 분위기가 반영된 것이라고 볼 수 있다. 한국에서도 반이민 정서가 확산하고 있다. 특히 조선족 70만 명을 포함해 110만 명 이상이 한국에 체류하고 있는 중국인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이 매우 높다. 최근 중국인 무비자 관광이 허용되면서 반중국인 정서가 급증하고 있다. 2025년 기준 한국에는 273만 명 이상의 외국인이 살고 있다. 한국 체류 외국인은 계속 늘어날 것이며 이에 따라 한국인의 반이민 여론도 함께 확대될 것이다. 선진국과 후진국의 경제 격차가 해소되지 않으면 세계적으로 급증하는 불법 이민과 난민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 세계 여러 나라는 이미 반이민·반난민 투쟁을 시작했다. 이를 지금 대응하지 않으면 중장기적으로 극단적 국가주의, 전쟁, 환경, 자원 등의 위기를 초래할 수 있는 파괴력이 있기 때문이다. 한국도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는 인식을 하고 이에 대한 대비를 시작해야 한다. 이상호

北 라자루스·김수키 58건…한국 겨냥 APT 공격 ‘정조준’

국내 가상자산 거래소 업비트에서 445억원 상당의 자산이 빠져나간 사건을 둘러싸고 북한 정찰총국 산하 해킹 조직 라자루스가 유력 배후로 지목된 가운데, 지난 1년간 이 조직이 최소 31건의 공격을 벌인 것으로 나타났다. 기존 라자루스의 침투 방식과 이번 사고의 정황이 상당 부분 부합하면서 정부도 관련성을 면밀히 들여다보고 있다. 30일 정보통신기술(ICT) 업계에 따르면 안랩은 최근 발간한 '2025년 사이버 위협 동향 & 2026년 보안 전망' 보고서에서 지난해 10월부터 올해 9월까지 공개된 지능형 지속 공격(APT) 사례를 분석한 결과 라자루스가 31건으로 가장 많이 언급됐다고 밝혔다. 북한 정찰총국 산하의 또 다른 조직인 김수키(Kimsuky) 역시 27건을 기록해 두 조직만 58건에 달했다. 같은 기간 국가별 활동 건수도 북한이 86건으로 1위를 차지했으며 중국(27건), 러시아·인도(각 18건) 등이 뒤를 이었다. APT는 국가 단위의 지원을 기반으로 특정 산업이나 국가를 장기간 추적하며 침투하는 고도화된 공격을 의미한다. 안랩은 “이들 조직은 노출을 피하기 위해 은밀하게 움직이기 때문에 실제 공격 건수는 더 많을 가능성이 크다"며 일부 정부·공공기관 사례는 공개되지 않는 경우도 있다고 설명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라자루스는 최근 공격 대상을 가상자산·금융·정보기술(IT)·국방 등으로 확대하며 멀티 플랫폼 기반 악성코드를 적극 활용하고 있다. 맥OS와 리눅스 환경까지 지원하는 악성코드는 클립보드 감시, 암호화폐 지갑 정보 탈취 등 기능을 포함하고 있으며, 한국에서는 '오퍼레이션 싱크홀(Operation SyncHole)'로 불리는 취약점 악용 공격을 통해 IT·소프트웨어(SW)·금융 기업 등 최소 6개 조직을 노린 정황이 파악됐다. 정상 웹사이트에 악성 스크립트를 삽입해 방문만으로 감염이 이뤄지도록 하는 워터링홀 방식이 활용된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는 최근 업비트 해킹에서도 라자루스의 기존 수법과 맞닿아 있는 요소가 반복적으로 포착된다고 보고 있다. 지갑 서명 절차 변조, 주소 교체형 악성코드, 다중 인증(MFA) 우회, 공급망 침투 등 라자루스가 해외 거래소 공격에 사용해온 방식과 유사한 흔적이 발견됐으며, 서명 과정에서 비정상적 조작이 발생한 직후 대규모 이체가 집행된 점, 이체 경로를 여러 지갑으로 분산한 방식 등도 기존 패턴과 일치한다는 평가다. 이에 정부도 라자루스를 핵심 용의선으로 두고 분석을 진행 중이다. 북한의 또 다른 대표 조직인 김수키는 사회공학 기반 스피어 피싱을 지속적으로 활용하고 있다. 김수키는 강연 요청서·인터뷰 제안 등을 사칭한 문서를 보내 악성 파일을 유포하는 방식으로 공격을 감행했으며, 러시아 도메인(mail.ru)이나 '내도메인.한국' 같은 한글 무료 도메인을 활용해 발신지를 숨기는 기법도 자주 쓰였다. ISO 파일과 한글 문서를 악용한 침투 역시 빈번하게 확인됐다. 김수키는 페이스북·텔레그램 등 소셜 플랫폼을 통한 다단계 공격도 확대하고 있으며, 최근에는 AI로 위조한 신분증을 이용한 정황도 보고됐다. 하위 조직 'Larva-24005'는 키 입력 탈취 기능을, 'Larva-24009'는 한국 이용자 대상 링크 기반 공격을 수행한 것으로 분석됐다. 이 밖에도 안다리엘(Andariel), 코니(Konni), TA-RedAnt 등 북한 연계 APT 조직들이 국내 금융·IT·공공 분야 전반에서 공격을 이어간 것으로 나타났다. 안랩은 “서비스형 랜섬웨어(RaaS) 같은 공격 생태계와 고도화된 침투 기술이 결합할 경우 피해 확산 속도가 더욱 빨라질 수 있다"며 “국제 제재를 받는 국가가 수익 확보 차원에서 사이버 공격을 활용할 가능성도 커지고 있다"고 경고했다. 보고서는 “북한 APT 조직은 가상자산 탈취에 특화된 악성코드를 지속적으로 개발하고 있으며, 디지털 의존도가 높은 한국은 앞으로도 집중 공격 대상이 될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장하은 기자 lamen910@ekn.kr

폴란드, 두 번째 원전 수주전…한수원 등 4개사 경쟁

폴란드가 두 번째 원자력발전소 건설을 추진하며 한국수력원자력(한수원)을 포함한 4개 해외 업체를 초청했다. 28일(현지시간) 러시아 국영 리아노보스티통신 보도에 따르면 폴란드 에너지부는 포메라니아주에 들어설 첫 번째 원자력발전소 계획 진행과 동시에 두 번째 투자를 준비하고 있으며, 미국, 캐나다, 프랑스, 한국의 4개 원자로 제작 기업이 경쟁협의에 참여할 수 있도록 요청했다. 폴란드 에너지부는 경쟁협의는 2026년에 열릴 예정이며, 어떤 기업이 원전 기술을 제공할지 결정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초청된 기업은 미국 웨스팅하우스 일렉트릭 코퍼레이션, 프랑스 국영 에너지기업 EDF, 캐나다의 엔지니어링·원자력 기업 앳킨스리알리스와 한국의 한수원이다. 폴란드는 올해 가을 '폴란드 원자력 개발 계획'에 따라 첫 원전 건설에 착수했다. 가압경수로(PWR) 방식 원자로를 도입할 예정이며, 첫 원자로는 포메라니아의 주도 그단스크 근처의 해안 마을 호체보에 건설돼 2033년 가동을 목표로 하고 있다. 현재 폴란드 제1원전 사전 설계 작업은 웨스팅하우스가 진행하고 있다. 폴란드는 당분간 2∼3년에 하나 꼴로 원전을 건설할 예정이다. 총 6개의 원전을 확보할 방침이며, 완공 시 전체 용량은 최대 9기가와트(GW)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송두리 기자 dsk@ekn.kr

‘美이민 영구 중단’·‘바이든 지우기’…추수감사절에 뿔난 트럼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주방위군 겨냥 총격 사건을 계기로 반(反)이민 정책을 강화하기로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미 최대 명절 추수감사절인 지난 27일(현지시간) 자신의 소셜미디어 트루스소셜에 “모든 제3세계 국가로부터의 이주를 영구적으로 중단하겠다"고 밝혔다. 조 바이든 행정부 시절 수백만명에 대해 이뤄진 입국 승인도 종료하겠다고 천명했다. 그에 발맞춰 미 국토안보부 산하 이민국(USCIS)은 모든 '우려 국가' 출신 외국인의 영주권에 대한 전면 재조사에 나섰고, 재무부는 불법체류 외국인에 대한 연방 차원의 혜택을 없애겠다고 스콧 베선트 장관의 소셜미디어(SNS)를 통해 발표했다. '제3세계 국가'나 '우려 국가'는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 6월 포고문을 통해 해당 국가 국민의 미국 입국을 전면 금지하거나 부분적으로 제한한다고 밝힌 19개국이다. 여기엔 이란·예멘·아프가니스탄·미얀마·차드·콩고공화국·적도기니·에리트레아·아이티·리비아·소말리아·수단·브룬디·쿠바·라오스·시에라리온·토고·투르크메니스탄·베네수엘라 등이 포함된다. 트럼프 대통령의 반이민 정책은 지난 9월 조지아주 한국인 근로자 300여명 체포·구금 사태 등을 계기로 역풍에 직면할 것으로 관측됐었다. 그러나 지난 26일 워싱턴 DC 백악관 인근에서 발생한 주방위군 2명 피격 사건이 아프가니스탄 국적의 이민자 소행으로 드러나자 트럼프 대통령이 반이민 정책 강화를 선언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피격 군인 2명 중 한 명인 사라 벡스트롬(20·여)이 27일 사망하자 당일 심야에 '제3세계 국가 출신자 영구적 이주 중단' 등 반이민 정책 강화 구상을 장문의 SNS 글을 통해 공개했다. 앞으로 트럼프 대통령은 아프간을 포함한 '우려 국가' 출신자들의 미국 입국에 빗장을 거는 한편, 불법체류자 단속을 더 강화하는 동시에 합법적 체류 자격을 가진 사람들의 영주권이나 비자에 대한 재심사를 통해 추방 대상자를 늘려 나갈 수 있다는 관측이 제기된다. 내친김에 트럼프 대통령은 28일 바이든 전 대통령이 재임 기간(2021년 1월∼2025년 1월) 자동서명기(오토펜)를 이용해 결재한 모든 공식 문서의 효력을 중단하겠다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바이든 전 대통령이 오토펜으로 서명한 문서가 전체 문서의 92%에 달한다고 했는데, 그 말이 사실일 경우 재임 중 역대 최고령 대통령이었던 바이든(83세)의 결정 가운데 상당 부분을 뒤집겠다는 의미가 될 것으로 보인다. 결국 이민, 특별사면 관련 사항을 포함한 여러 결정의 적법성을 문제 삼아 대대적으로 취소하겠다는 것인데, 민주당 진영의 격렬한 반발과 법적 공방이 불가피해 보인다. 이미 트럼프 대통령은 집권 2기 취임 첫날인 1월20일 바이든 행정부 시절 행정명령·조치 78건을 무더기로 철회한 바 있다. 박성준 기자 mediapark@ekn.kr

홍콩 아파트 화재 사망자 94명으로 늘어…77년만에 최악 참사

지난 26일(현지시간) 발생한 홍콩 고층 아파트단지 화재 참사에 따른 사망자가 94명으로 늘었다. 블룸버그통신·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홍콩 소방당국은 28일 브리핑에서 홍콩 북부 타이포 구역의 32층(로비층+31층)짜리 주거용 고층 아파트단지인 '웡 푹 코트' 화재로 최소 94명이 사망했다고 밝혔다. 여기에는 순직 소방관 1명이 포함됐다. 이에 따라 이번 화재참사는 1948년 176명의 사망자를 낸 홍콩 창고 화재 이후 77년 만에 가장 큰 인명피해를 낸 참사가 됐다. 부상자는 화재 진압에 투입됐던 소방관 11명을 포함한 76명으로 집계됐으며, 이 중에서 12명이 위독하고 28명이 중상을 입은 것으로 파악됐다. 22명은 이미 퇴원했다. 실종자는 전날 279명으로 추산된 이후 추가 정보가 공개되지 않았다. 홍콩 소방처의 부처장인 데릭 암스트롱 찬은 이날 브리핑에서 “7개 동에 강제 진입해 나머지 사람들이 갇히지 않도록 할 것"이라며 수색·구조 작업이 완료된 이후 최종 실종자 수를 집계할 것이고 설명했다. 소방 당국은 주로 아파트 내부 계단에서 생존자들을 구조했으며, 화재 발생 만 24시간이 훌쩍 지난 전날 저녁에 1명의 생존자를 16층 계단에서 추가로 구조했다고 발표했다. 소방 인력들이 고가 사다리를 통해 상층부에 접근하면서 수습되는 시신도 늘고 있다. 이날 오전 수습된 시신 중에는 체구가 작아 어린이로 추정되는 시신도 2구 있었다고 현지 매체들은 전했다. 찬 부처장은 아파트 고층부에 25건의 지원 요청이 남아있다고 덧붙였다. 화재 진압 및 수색·구조작업에 소방관 1250명 이상이 투입됐다. 화재가 난 아파트 단지는 2000가구 규모의 8개 동으로 이 가운데 7개 동에 불이 났다. 진화 작업이 대체로 완료된 가운데 4개 동은 잔불 등으로 완전히 불이 꺼지지 않은 상태다. 나머지 3개 동에 대해서도 재점화 방지 작업이 이뤄지고 있다. 이재민 약 900명은 인근 학교 등 임시 대피소 8곳에 머물고 있다. 홍콩 행정수반인 존 리 행정장관은 이번 참사로 피해받은 가구당 1만홍콩달러(약 190만원)를 지원하겠다고 발표했다. 또 향후 건설 현장에서 대나무 비계(건설현장에서 고층 작업을 하기 위해 설치하는 임시 구조물)를 모두 금속을 대체하겠다고 약속했다. 홍콩 경찰 등 당국은 화재가 급속히 확산하고 인명피해가 막대한 원인으로 1980년대 지어진 이 아파트에서 1년여 전부터 진행된 대대적인 리노베이션(보수) 공사 과정에서 가연성 소재가 사용된 것에 원인이 있다고 보고 강제 수사에 착수했다. 아파트 외벽에 설치된 대나무 비계(건설현장에서 고층 작업을 하기 위해 설치하는 임시 구조물)와 그물로 된 안전망, 스티로폼 자재 등을 타고 삽시간에 커진 불은 만 24시간이 지나도록 꺼지지 않았다. 경찰은 전날 오전 아파트 단지 건물 관리회사를 압수 수색했으며 아파트 보수공사를 맡은 업체 책임자 3명을 과실치사 혐의로 체포해 조사 중이다. 또 반부패 당국은 전체 비용이 3억3000만홍콩달러(약 621억8000만원)가량 투입된 해당 공사에서 부패가 있었는지 조사를 시작했다. 경찰 관계자는 “회사 책임자들이 중대한 과실을 저질렀다고 믿을만한 이유가 있으며 그로 인해 이번 화재가 발생하고 통제 불가능한 수준으로 번져 대규모 사상자가 발생했다고 판단하고 있다"고 말했다. 박성준 기자 mediapark@ekn.kr

통째로 불태운 홍콩 아파트 화재…‘대나무 비계’가 피해 키웠다

홍콩 고층 아파트단지에서 화재가 발생해 최소 44명이 숨지고 279명이 실종된 것으로 파악된 가운데 보수 공사용 '대나무 비계(작업자 이동용 간이 구조물)'가 참사 규모를 키웠다는 관측이 제기되고 있다. 27일 블룸버그통신은 이번 참사로 건설 현장에서 대나무 비계를 포함한 관행들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고 보도했다. 앞서 전날 오후 2시 52분께 홍콩 북부 타이포 구역의 32층짜리 주거용 고층 아파트단지인 '웡 푹 코트'(Wang Fuk Court)에서 불이 났다. 소방 당국에 따르면 이번 화재로 인한 사망자는 최소 44명으로 집계됐고 현재 45명이 위중한 상태인 것으로 파악됐다. 사망자에는 화재 진압에 투입된 소방관 1명이 포함됐다. 또 내부에 갇힌 것으로 추정되는 279명은 실종 상태다. 이번 사태는 44명의 사망자를 낸 1962년 이후 최악의 화재참사로 기록될 수 있다고 블룸버그는 전했다. 홍콩 경찰은 과실치사 혐의로 이사 2명과 엔지니어링 컨설턴트 1명 등 공사업체 책임자 3명을 체포해 조사 중이다. 화재 당시 건물은 지난해 7월부터 대규모 보수 공사 중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외벽에 설치된 대나무 비계와 공사용 안전망으로 불이 번지면서 대형 불기둥이 치솟았다. 공사 중인 건물 외벽을 따라 설치하는 비계는 현재 통상적으로 금속 제품을 쓰지만, 홍콩에서는 여전히 대부분 대나무 비계가 사용된다. 홍콩은 건설 현장에서 대나무 비계를 사용하는 전 세계의 몇 안 되는 나라 중 하나다. 금속 비계를 설치하고 있는 중국 본토보다도 전환이 늦다. 대나무 비계는 가볍고 유연한 데다 비용도 저렴하지만 위험성도 만만치 않다. 정부 통계에 따르면 2018년 이후 대나무 비계 관련한 사망 사고가 20건 넘게 발생했다. 작년에는 대나무 비계가 무너지면서 2명이 사망했고 지난달에도 대나무 비계 화재가 발생했다고 블룸버그는 전했다. 이에 홍콩 정부는 대나무 비계를 현장에서 점진적으로 퇴출하고 공공 건설 공사의 50%에 금속 프레임 사용을 의무화하기로 지난 3월 발표했다. 이와 함께 홍콩 경찰은 외벽에 설치된 보호망과 방수포, 비닐 등이 방화(防火) 기준을 충족하지 못했을 수 있다고 의심하는 한편, 공사용 우레탄폼이 화재를 급속하게 번지게 했을 가능성도 검토하고 있다. 크리스 탕 홍콩 보안국장은 “보호망, 방수포, 비닐 등이 일반적으로 기준을 충족시키는 소재보다 훨씬 더 강하게 연소되고 빠르게 퍼진다"며 현 상황이 “비정상적"이라고 말했다. 이렇게 불이 붙기 쉬운 소재를 활용하면서도 담뱃불 같은 '불씨' 관리는 면밀하게 이뤄지지 않았을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올해로 42년 된 '웡 푹 코트'는 40년이 넘은 건물은 대규모 보수를 해야 한다는 홍콩 당국 규정에 따라 지난해 7월부터 공사 중이었는데, 이미 공사 작업자의 흡연 문제를 지적하는 주민 민원이 제기됐다고 현지 매체들은 전했다. 화재가 난 아파트가 홍콩 특유의 밀집형 건축물이라는 점도 피해를 키운 원인 중 하나로 꼽힌다. 이 아파트는 1983년 준공돼 올해로 42년이 된 노후 건물로 총 1984세대가 거주한다. 건축 면적 48∼54㎡(약 14.5∼16.3평)인 소형 세대로 구성돼있다. 아파트 간 간격이 좁으면 화재 발생 시 옆 건물로 옮겨붙기 쉽고, 연기가 빠져나갈 공간도 부족하다. 일부 주민들은 화재 경보기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고 현지 매체들은 전했다. 박성준 기자 mediapark@ekn.kr

63년만 최악의 홍콩 아파트 화재 참사…44명 사망·279명 실종

약 5000명이 거주하는 홍콩 고층 아파트단지에서 화재가 발생해 최소 44명이 숨지고 279명이 실종된 것으로 나타났다. 27일 블룸버그통신 등에 따르면 전날 오후 2시 52분께 홍콩 북부 타이포 구역의 32층짜리 주거용 고층 아파트단지인 '웡 푹 코트'(Wang Fuk Court)에서 불이 났다. 홍콩 소방 당국은 이날 오전 6시 브리핑에서 불이난 건물 총 7개 동 중에서 4개 동이 10시간 만에 진화됐으며, 나머지 3개 동은 아직 진화 작업 중이다. 이번 화재로 인한 사망자는 최소 44명으로 집계됐고 현재 45명이 위중한 상태인 것으로 파악됐다. 사망자에는 화재 진압에 투입된 소방관 1명이 포함됐다. 또 내부에 갇힌 것으로 추정되는 279명은 실종 상태다. 이번 사태는 44명의 사망자를 낸 1962년 이후 최악의 화재참사로 기록될 수 있다고 블룸버그는 전했다. 홍콩 경찰은 과실치사 혐의로 이사 2명과 엔지니어링 컨설턴트 1명 등 공사업체 책임자 3명을 체포해 조사 중이다. 이들의 나이는 52세에서 68세 사이다. 중국 관영 신화통신에 따르면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숨진 소방관과 희생자 가족에 위로를 표했고 피해 최소화를 위해 지방 정부에 지원을 요청했다. 홍콩 행정수반인 존 리 행정장관은 이번 화재에 대해 “대규모 참사"라고 표현했다. 화재와 관련해 홍콩 당국은 전날 오후 6시 22분께 최고 등급인 5급으로 경보 단계를 격상했다. 5급 경보는 4명이 사망하고 55명이 다친 2008년 몽콕 나이트클럽 화재 이후 처음이다. 화재가 난 단지는 총 8개 동으로 이뤄져 있고, 2000가구에 약 4800여명이 거주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단지가 위치한 타이포 구역은 중국 본토에 인접한 교외 주거지역으로 유명하며 약 30만 명이 거주한다. 화재 당시 건물은 지난해 7월부터 대규모 보수 공사 중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외벽에 설치된 대나무 비계와 공사용 안전망으로 불이 번지면서 대형 불기둥이 치솟았다. 홍콩의 건설 현장에서 흔히 사용되는 대나무 비계에 대해 홍콩 정부가 안전 문제로 공공 프로젝트에서 사용 금지를 단계적으로 추진한다고 올해 초 밝힌 바 있다고 AP는 짚었다. 외벽에 설치됐던 안전망, 방화포, 비닐막 등을 타고 화재가 이례적으로 급속도로 확산했다고 당국은 설명했다. 또 불에 타지 않은 건물 외벽 쪽에서 발포 스티로폼 판이 붙어 있던 사실이 확인됐으며 건물 내부에서도 환풍구 등에서 스티로폼이 발견된 것으로 확인됐다. 스티로폼은 화재에 매우 취약한 소재다. 이번 화재로 오는 28∼29일 홍콩 카이탁 스타디움에서 열릴 예정이던 한국 대중음악 시상식 엠넷 마마 어워즈(MAMA AWARDS) 등을 포함한 다양한 행사도 연기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박성준 기자 mediapark@ek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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