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물가·주택난에 유럽 전역 ‘분노의 시위’…프랑스 55만명 거리로

고물가와 주거비 급등, 교육환경 악화에 대한 불만이 유럽 전역에서 대규모 시위로 번지고 있다. 프랑스에서는 생활비와 연료 가격 상승에 반발한 시민 수십만 명이 거리로 쏟아져 나오면서 2018년 프랑스를 뒤흔들었던 '노란조끼' 운동이 재현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이탈리아·벨기에·포르투갈·스페인 등에서도 주택난과 임금 정체, 정부의 긴축정책에 항의하는 집회가 잇따르면서 사회적 긴장이 고조되는 양상이다. 18일 AFP통신과 AP통신 등 외신 보도를 종합하면 지난 17일(현지시간) 프랑스 파리·마르세유·리옹·툴루즈·낭트·스트라스부르 등 주요 도시에서 노동자·학생·시민들이 대규모 시위를 벌였다. 프랑스 내무부는 이날 오후 7시 기준 전국 110곳에서 행진이 진행됐으며, 파리 11만명을 포함해 총 55만명이 참가했다고 집계했다. 반면 프랑스 노동총동맹(CGT)은 전국 1750곳에서 집회와 시위가 열렸고 참가자가 80만명을 넘었다고 주장했다. 이번 시위는 지난달 21일부터 이어진 고등학생들의 교육환경 개선 요구가 출발점이다. 학교 시설과 교육 여건에 대한 불만으로 시작된 학생들의 집단행동에 고물가와 연료비 급등, 임금 정체에 반발한 노동자들이 합류하면서 시위 규모가 급격히 확대됐다. 특히 2018년 프랑스 전역을 뒤흔들었던 '노란조끼' 운동의 일부 핵심 인사들까지 시위에 가세하면서 대규모 반정부 운동으로 확산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노란조끼 운동은 2018년 프랑스 정부의 유류세 인상 조치에 반발해 시작됐다. 이후 생활비 부담과 경제적 불평등, 정부 정책에 대한 불만이 결합하면서 수개월간 프랑스 전역에서 대규모 시위가 이어졌다. 이번에도 생활비와 에너지 가격 상승이 시민들의 불만을 자극하고 있다. 중동 전쟁 여파에 따른 연료비 급등과 정부의 긴축 재정으로 공공서비스가 악화됐다는 인식이 확산하면서 학생과 노동자, 일반 시민들이 공동 전선을 형성하는 모습이다. 시위가 격화하면서 프랑스 주요 도시에서는 경찰과 시위대 간 충돌이 잇따랐다. 파리 레퓌블리크 광장에서는 후드와 마스크를 착용한 일부 시위대가 경찰을 향해 폭죽 등을 던졌고, 경찰은 최루가스와 물대포를 동원해 해산에 나섰다. 도심 주요 도로가 통제되고 지하철역 여러 곳이 폐쇄되면서 시민들의 이동에도 차질이 빚어졌다. 파리 서부에서는 보수 성향 방송사 CNews 등 언론사 시설을 공격한 시위대 약 20명이 체포됐다. 파리에서만 약 100명이 경찰에 연행된 것으로 전해졌다. 남부 항구도시 마르세유에서는 시위대가 도심 상점과 경찰서를 파손했으며, 일부 시위 참가자들이 시청 건물에 진입하는 사태도 발생했다. 프랑스 제3의 도시 리옹에서는 시위대가 던진 폭죽 등으로 관광안내소에 화재가 발생했다. 남서부 리모주에서는 시청 건물이 시위대의 공격으로 불길에 휩싸이는 등 공공시설을 겨냥한 공격도 이어졌다. 프랑스 전역에서 발생한 충돌로 경찰관 약 150명이 다치고 시위 참가자 1200여명이 체포된 것으로 보도됐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시위의 권리를 존중한다면서도 폭력과 공공시설 파괴에 대해서는 강경 대응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마크롱 대통령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공공기물을 파손하고 상점과 시청 등을 공격한 행위자들을 기소하고 처벌하겠다고 경고했다. 반면 CGT는 정부에 시위 진압 중단과 사회적 요구에 대한 대응을 촉구했다. 노동계는 임금과 연금 인상, 물가 안정, 공공서비스 확충 등을 요구하고 있다. 정치권에서도 시위를 둘러싼 갈등이 확산하고 있다. 장뤼크 멜랑숑이 이끄는 좌파 정당 굴복하지않는프랑스(LFI)는 시위에 지지를 표명했다. 정부 측은 일부 정치세력이 학생들의 불만을 정치적으로 활용하고 있다고 비판하고 있다. 내년 프랑스 대통령선거를 앞두고 고물가와 사회적 불평등 문제가 주요 정치 쟁점으로 부상할 가능성도 커지고 있다. 장혜원 기자 dalgu@ekn.kr

‘이태원 참사 판박이’ 인도 힌두교 축제 최소 19명 사망

인도 동부의 힌두교 축제 행사장에서 좁은 통로로 인파가 한꺼번에 몰려 최소 19명이 목숨을 잃는 대규모 압사 사고가 발생했다. 사전 인파 관리 실패와 현장 통제 부재가 참극으로 이어졌다는 점에서 한국의 10·29 이태원 참사와 판박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AFP·로이터통신에 따르면 17일(현지시간) 인도 서벵골주 콜카타에 마련된 힌두교 축제 '두르가 푸자'의 임시 행사장 밖에서 군중이 비를 피하기 위해 몰리며 도미노처럼 바닥에 넘어졌다. 이 사고로 7세 어린이를 포함해 최소 19명이 숨지고 25명 정도가 다쳤다. 현지 경찰 고위 관계자는 밤사이 갑자기 비가 내리기 시작하면서 안내방송과 함께 현장 혼란이 극에 달했다고 전했다. 경찰은 현장 CCTV 영상을 확보해 당국의 군중 통제 조치가 미흡했는지 여부를 집중 조사하고 있다. 이번 참사는 2022년 서울 이태원에서 발생한 10·29 참사와 발생 구조가 유사하다. 두 사고 모두 수많은 인파가 한정된 공간에 밀집한 상태에서, 경사가 있거나 병목이 발생하는 좁은 통로로 인파가 쏠려 군중 유체화 현상이 발생했다는 공통점을 갖는다.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는 사고 직후 SNS를 통해 유가족들에게 깊은 애도를 표하고 부상자들의 조속한 회복을 기원했다. 아울러 서벵골주 정부가 피해 가족들을 위해 가능한 모든 지원을 다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인도에서는 대규모 종교행사 때마다 부실한 안전관리와 미흡한 통제로 인해 인명피해가 반복되고 있다. 지난해에도 힌두교 축제 쿰브 멜라 행사장 등에서 압사 사고가 발생해 수많은 사상자가 나온 바 있다. 인파 밀집 행사에서 특정 지점으로 군중이 갑작스럽게 몰릴 때 이를 분산할 사전 가이드라인이나 현장 통제 인력이 부재할 경우 대형 참사로 직결될 수 있다. 인도 정부를 향한 부실한 안전관리 규탄과 현장 통제 실패에 대한 비판 여론은 피하기 어려울 전망이다. 이상무 기자 rokmc@ekn.kr

[EE칼럼] 파키스탄이 K-GX에 던지는 질문

에너지 전환은 정부의 목표 발표가 아니라 개인의 계산기에서 시작된다. 이를 가장 극적으로 보여주는 나라가 파키스탄이다. 최근 국제 학술지에 실린 와지드 이슬람(Wajid Islam) 등의 연구에 따르면 파키스탄의 태양광 발전량은 2019년 2.6TWh에서 2025년 36.6TWh로 14배 늘어 전체 발전량의 22.5%에 이르렀다. 2026년 1분기에는 12.1TWh로 전체의 32.3%를 차지해 석탄·가스·원자력·수력을 제치고 단일 최대 발전원이 됐다. 이 변화를 이끈 것은 국가 태양광 프로그램이 아니었다. 수백만 가구와 기업이 저마다 패널을 사들인 개별 결정이 쌓여 만든 결과다. 동력은 경제성이었다. 파키스탄의 평균 전기요금은 2022 회계연도 약 16.9루피/kWh에서 2025 회계연도 35.5루피/kWh로 3년 만에 두 배 이상 올랐다. 여기에 전력 부족으로 지역과 시기에 따라 하루 8~10시간, 길게는 12~15시간 이상 정전이 이어졌다. 모듈 가격이 급락하면서 옥상 태양광은 2~4년 안에 투자비를 회수할 수 있는 투자가 됐다. 물론 한국이 요금 폭등과 정전을 겪을 우려는 없다. 그러나 설치자가 스스로 움직이는 조건이 '확실한 경제성'이라는 점은 한국에도 그대로 적용된다. 시장은 정부보다 빨랐다. 2020년 이후 2026년 8월까지 파키스탄이 수입한 중국산 모듈은 56GW가 넘지만, 엠버(Ember)·EI(Energy Institute) 등이 집계한 2025년 말 누적 설치 용량은 3.7GW에 그쳤다. 수입 규모가 통계상 용량의 약 15배에 달하는 것으로, 상당 부분이 통계에 잡히지 않은 채 설치된 것으로 추정된다. 정부와 전력 회사는 이런 속도에 대비하지 못했다. 자금력이 있는 가구와 기업이 태양광을 도입해 전력망을 이탈하자 전력 회사는 수익 감소와 고정비 부담 가중, 이른바 '유틸리티 데스 스파이럴(Utility Death Spiral)'에 직면했다. 잉여 전력을 소매 요금으로 보상하는 순계량(Net Metering)이 태양광을 설치하니 않은 소비자에게 비용을 전가하는 문제로 불거졌고, 파키스탄 당국은 2025년 12월 신규 연결부터 순청구(Net Billing)로 전환하기에 이르렀다. 국제에너지기구(IEA) 산하 PVPS의 2026년 보고서는 소규모 분산형 태양광의 중요성을 보여준다. 2025년 신규 설치 상위 10개국 중 6개국에서 분산형이 절반을 넘었다. 파키스탄 98.6%, 프랑스 67.6%, 브라질 65.8%, 이탈리아 59.7%, 일본 59.3%, 독일 52.3%다. 한국은 신규 설치 13위에 머물렀고 분산형 비중은 23.3%, 중앙집중형이 76.7%다. 국토가 좁은 데다 산지·농지 규제와 주민·계통 수용성 문제가 겹친 한국에서 대규모 태양광 모델은 입지 갈등과 인허가 지연에 부딪힌다. 실제로 한국의 태양광 신규 설치량은 2025년 8월까지 2.47GW에서 2026년 8월까지 2.38GW로 약 3.6% 줄었다. 새 정부 출범 후 보급 확대에 대한 기대가 높았지만 현장의 수치는 오히려 뒷걸음질 쳤다. 정책 선언이 시장을 움직이지 못했다는 증거다. 이재명 정부의 에너지정책은 출범 16개월 만에 설계를 끝내고 집행 단계에 들어섰다. 2030년 재생에너지 100GW 목표, 2035년 온실가스 감축 목표 53~61%, 배출권 4기 할당과 이를 뒷받침할 법률 대부분이 9월까지 확정됐고, 이를 묶는 총괄 전략인 K-GX(10년 1,000조 원)를 10월 7일 발표했다. 아쉬운 점은 태양광 정책의 무게가 상당 부분 대규모 사업, 특히 공기업 중심의 대형 프로젝트에 실려 있다는 점이다. 경쟁입찰은 규모의 경제를 가진 대형 사업자에게 유리하고, 소규모 사업자는 입찰 부담과 계통 접속 비용 등을 떠안는다. 투자 회수 기간이 불투명한 사업에 소규모 사업자가 나설 유인은 줄어든다. 파키스탄에서 시장을 연 것이 개인의 경제성이었다면, 한국에서는 반대로 소규모 사업자의 경제성이 제도 안에서 약해지고 있다. 해법은 소규모 사업자의 경제성에서 출발해야 한다. 일정 규모 이하 설비에는 경쟁입찰 대신 장기 고정가격 계약 같은 예측 가능한 수익 구조를 제공하고, 소비지와 가까운 분산형 설비는 계통 접속 순서와 비용에서 우대해야 한다. 시간대별 보상과 자가소비, 저장 장치 연계를 처음부터 제도 설계에 넣어야 한다. 소규모 시민참여 전용 물량을 확보하고 입찰 부담을 덜어야 하며, 공급 의무자의 보급 의무 이행 인정 범위도 직접 건설과 지분투자에 한정하지 말고 소규모 태양광 사업자와의 PPA까지 넓혀야 한다. 공기업은 마중물에 그치고, 소규모 주택, 시민참여 협동조합 등이 공공 지붕과 유휴 공간을 활용하고 수익이 지역에 돌아가게 해야 한다. K-GX의 재생에너지 목표는 경제성과 함께 비용 분담의 설계가 갖춰져야 달성할 수 있다. 시장이 커진 뒤에는 고치기 어렵다. 파키스탄은 K-GX에 묻는다. 소규모 태양광의 경제성을 확보했는가? 분산형 비중이 23.3%에서 일본이나 독일 수준으로 올라설 때 K-GX는 구호에서 현실이 될 것이다.

[특별기고] 수산업 몰락 재촉하는 후쿠시마 방사능 선동

일본에서 도쿄전력이 보관해 왔던 후쿠시마 오염수 134만t을 30년 간에 걸쳐 서서히 방류를 시작한 지 3년째이다. 우리나라에서 수입된 일본 수산물을 대상으로 9만 건에 가까운 시료를 측정했지만 기준치를 넘은 경우는 단 한 건도 없었다. 그러나 많은 사람들은 여전히 방사능을 걱정하기에 일본 수입 재개 요청에도 한국 정부는 여전히 일본 수산물 수입을 금지하고 있다. 살상목적인 핵무기가 아닌 평화 목적인 원자력 발전소인데도, 또 병원에서 방사능 검사와 치료를 받고 있지만, 방사능에 대한 막연한 공포감은 이처럼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세계적으로 대중들 머리에 여전히 뿌리 깊게 남아 있다. 수산물 방사능을 걱정할 필요가 없는 이유는 어마어마한 바다 '희석' 과정 때문이다. 바다는 우리 상상력으로도 가늠하기에 너무 크기 때문에 숫자에 동그라미가 몇 개 붙는지만 가지고 쉽게 그 규모를 잠작해볼 수 있다. 앞에 숫자를 쓰고 동그라미가 몇 개 붙은지를 E 다음에 숫자로 나타낸다. 오염수 1백만t은 한 변의 길이가 100 미터인 커다란 정육면체에 물을 부었을 때 무게에 해당한다. 즉, 1E02 m x 1E02 m x 1E02 m = 1E06 m·3 에 해당하는 부피이다. 언론 보도에 따르면 후쿠시마 방사능 오염수는 최고 기준치를 1만배 높은 방사능을 포함하고 있다고 한다. 그럼 알기 쉽게, 이 오염수 1백만t을 방류하여 후쿠시마 앞바다에서 한 변 길이가 100 km = 1E05 m 인 정사각형 해역안에서 완전히 희석 되었을 때 최대 방사능 농도는 얼마나 될지 간단히 계산을 해보자. 이 해역 수심은 약 1,000 m 라고 하자. 그럼 이 정사각형 해역 물 부피는 모두 1E05 m x 1E05 m x 1E03 m = 1E13 m·3 이다. 아까 오염수 부피가 모두 1E06 m·3 이라고 했으니 1E13/1E06 = 1E07 = 1천만배 희석이 될 것이다. 따라서 최대 기준치 1만 배였던 방사능은 최대 1E04/1E07 = 1E-03, 즉 최대 기준치의 1/1000 배에 지나지 않는 오염수로 수산생물이나 사람에게 전혀 해가 되지 않는 자연상태에 있는 방사능 수준이라는 것이다. 현상을 단순화 시켜서 보았지만 그 1백만t 방사능 오염수라는 것은 후쿠시마에서 100 km 정도만 나가도 1천만분의 1로 희석이 되어버린다는 것을 가늠해볼 수 있다. 후쿠시마 오염수 130만t이 지구 바다에서 차지하는 비율은 올림픽 수영경기장에 잉크 1/25 방울 떨어뜨린 것에 지나지 않는다. 1945년 인류가 원자폭탄을 개발 한 이후 2천번이 넘는 핵실험을 했고 이 중 450번은 바다에서 했지만, 지난 80여년 동안 전 세계 바다에서 해양생물과 이를 먹은 사람이 어떤 피해를 입었다는 보고는 단 1건도 없다. 바닷물 희석 덕분이다. 그렇지 않아도 일제 강점기에 비롯된 시대착오적인 어업규제와 기후변화로 어촌은 소멸해가고 어가소득은 점점 줄어들고 있는데 후쿠시마 괴담과 수산물 소비 감소는 수산업 몰락을 재촉하고 있다. 2011년 후쿠시마 사고 이후 수산물 소비 기피로 입은 피해가 5조원이 넘는다. 또 2016년 이후 일부 근해 어선들이 일본 수역에서 조업을 하지 못해 지금까지 6천억원이 넘는 큰 피해를 보고 있다. 정치가 뭔지, 과학이 뭔지 관심 가질 여유도 없이 하루하루 생계를 겨우 유지해가는 어민들과 수산시장 영세업자들은 1년을 버티기 힘들다. 반복되는 수산물 방사능 선동과 소비 기피는 우리 어민들과 수산업 종사자들에게는 무심코 던진 돌멩이에 개구리 맞아 죽는 일이다.

김정은 中 국경절 축전 “피로써 맺어진 동지적 우의”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중국 국경절(건국기념일) 77주년을 맞아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에게 축전을 보내 북중 관계의 특수성을 재차 강조했다. 국제정세 변화와 관계없이 양국의 전통적 친선과 협조관계를 이어가고 공동의 이익을 지키겠다는 의지도 밝혔다. 김 위원장은 1일 조선중앙통신과 노동신문 등 북한 관영매체를 통해 공개한 축전에서 “피로써 맺어지고 진실한 동지적 우의로 계승해 온 조중(북중) 친선의 역사는 국제정세가 어떻게 변하든 절대로 달리 흐를 수 없다"​고 밝혔다. 사회주의를 매개로 한 양국의 협력도 지속하겠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김 위원장은 “공동의 이념, 공동의 기치, 공동의 위업인 사회주의를 핵으로 하는 전통적인 단결과 협조관계를 끊임없이 승화 발전시켜나가려는 것은 우리 당과 정부의 확고부동한 의지"​라고 말했다. 이어 북중 관계를 한 단계 더 발전시키겠다는 구상도 제시했다. 그는 “나는 이 기회에 총서기 동지와 함께 깊고도 오랜 역사적 뿌리를 가지고 있는 조중관계를 새로운 전략적 높이에로 인도함으로써 두 나라 공동의 이익을 철저히 고수하고 지역의 평화와 안정을 수호하며 양국 인민에게 더 큰 복리를 마련해주기 위하여 적극 노력할 입장을 재확인한다"​고 강조했다. 최근 두 차례 정상회담을 계기로 양국 관계가 한층 가까워졌다는 점도 부각했다. 김 위원장은 지난해 9월 베이징과 올해 6월 평양에서 열린 시 주석과의 정상회담을 거론하며 “이념과 생사를 같이해 온 공고하고 특수한 조중 친선 관계를 공동의 아름다운 미래를 지향하여 가장 강력하고 전략적인 사회주의국가 간 관계로 발전시켜나갈 데 대한 입장과 의지를 확인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양국이 북중우호협력상호원조조약(북중 우호조약) 체결 65주년을 성대하게 기념하고 각 분야의 교류·협조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김 위원장의 이번 축전은 최근 북중 관계의 변화를 반영하듯 분량과 표현 모두에서 이전보다 강도가 높아졌다. 축전은 북러 밀착으로 북중관계가 소강상태였던 2024년 국경절 당시 500여 자 수준이었으나 지난해 약 800자로 늘었고, 올해는 1100여 자까지 증가했다. 친선 관계를 표현하는 문구에도 변화가 있었다. 2024년에는 '전통적인 조중 친선'을 지속 발전시키겠다는 내용이 중심이었고, 지난해에는 '국제정세가 어떻게 변하든' 친선을 이어가겠다는 표현이 추가됐다. 올해는 여기에 더해 '피로써 맺어지고 진실한 동지적 우의로 계승'​해 온 관계라는 점을 강조하면서 국제정세와 관계없이 양국 친선이 변하지 않을 것이라는 메시지를 내놨다. 지난해 김 위원장이 중국 전승절 열병식 참석을 계기로 중국을 방문한 데 이어 올해 시 주석이 평양을 찾은 만큼, 최근 정상 간 교류 확대가 이번 축전에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중국 국경절은 마오쩌둥이 1949년 10월 1일 베이징 톈안먼 성루에서 중화인민공화국 정권 수립을 선포한 것을 기념하는 최대 명절 가운데 하나다. 김 위원장은 매년 국경절을 계기로 시 주석에게 축전을 보내왔다. 앞서 전날에는 북한 주재 중국대사관에서 왕야쥔 주북 중국대사가 주최한 국경절 기념 연회가 열렸다고 조선중앙통신이 보도했다. 북한 측에서는 김형식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회 부위원장과 문성혁 조선노동당 중앙위원회 부부장, 김명수 외무성 부상, 류은해 대외경제성 부상 등이 참석했다. 김윤호 기자 kyh81@ekn.kr

[이슈&인사이트] 러시아의 유럽 침공 가능성과 나토의 고민

최근 유럽에서 러시아의 도발로 심각한 안보 위기가 발생할 가능성이 커지며 나토(NATO)가 긴장하고 있다. 프랑스의 마크롱 대통령은 러시아가 유럽과 나토를 공격할 수 있다는 우려를 표명한 후, 9월 21일에는 유럽 정보수장들이 러시아가 수개월 내 나토를 직접 공격할 준비를 하고 있다고 경고했다. 이런 와중에 영국의 합참의장은 “영국은 러시아와의 잠재적 전쟁에서 우리의 아들과 딸(젊은이들)을 잃을 가능성에 대비해야 한다"고 강조하고, 리투아니아 총리는 22일 영국 BBC와의 인터뷰에서 러시아의 위협에 대비해 국민 피난 계획까지 세웠고 공격받더라도 “절대 항복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하며 상황이 매우 심각함을 알렸다. 이런 위기감은 러시아가 에스토니아, 라트비아, 리투아니아 등 발트 3국, 우크라이나 인접국인 폴란드, 심지어는 독일에 대해 드론 침범과 기반 시설 파괴 공작, 대민 심리전 전개 등 다양한 형태의 복합 하이브리드 도발을 계속하면서 확산하고 있다. 발트 3국은 철저한 반러시아지만, 동부 일부에는 러시아어를 사용하는 친러시아 인구가 다수인 지역이 있다.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침공 때 같이 발트 3국에 대해서도 자치를 원하는 러시아인을 보호하겠다는 명분을 내세워 공격을 감행할 수도 있다.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확실한 승기를 잡지 못한 러시아가 모종의 상황 전환을 노리면서 이런 도발을 기획하고 있다는 평가다. 유사시 과거 소련의 일부였던 발트 국가를 제한적으로 공격해 나토와 전면전은 회피하면서 회원국에 대한 공격을 동맹 전체에 대한 공격으로 간주한다는 나토 조약 5조에 명시한 '레드라인'을 시험하는 시나리오다. 만약 나토가 러시아의 도발에 굴복해 발트 3국 보호를 위한 집단방위권 발령을 주저하면, 우크라이나도 제대로 지원하기도 어렵게 되어 나토 방어선이 무력화된다. 이 경우 지지부진한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어려워진 푸틴의 정치적 입지가 개선된다. 러시아는 미국이 개입하거나 지원을 충분히 하지 않을 것이라는 기대도 있다. 미국이 빠진 나토의 전쟁 지속 능력이 제한되면 러시아는 나토에 대한 주도권을 확보할 수 있다는 희망을 품을 수 있다. 더군다나 이런 충돌이 핵전쟁으로 갈 수 있는 제3차 세계대전의 실마리가 된다면 일부 국가는 자국 생존을 위해 나토 동맹 탈퇴를 결심할 수도 있다. 이는 나토의 붕괴를 의미한다. 그러나, 러시아의 기대는 희망에 불과할 가능성이 크다. 우크라이나에서 작전 능력을 보면 러시아군이 나토와 제대로 전쟁을 수행할지 의문이다. 나토 집단자위권을 무력화할 수 있다는 근거도 부실하다. 발트 3국에는 영국, 독일군 등 나토군이 대규모로 주둔하고 있어 유사시 전쟁에 자동 개입하는 것이 확정적이다. 러시아가 나토와 전면전을 각오하지 않고서 일부 국가에 대한 제한적 도발을 감행하기 어려운 환경이다. 특히,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대규모로 전력을 증강해 온 폴란드는 과거 러시아로부터 호되게 당한 역사 때문에 도발에 즉시 응전할 가능성이 크다. 폴란드, 독일 등에 기지를 보유한 미국도 아무리 유럽과 갈등이 있어도 자위 차원에서 러시아 공격에 대응하게 될 것이다. 결국 러시아가 나토와의 긴장을 조성하는 이유는 우크라이나 전쟁을 자기 의지대로 종결하기 위한 기만책일 가능성이 크다. 나토를 위협해 우크라이나를 포기하게 한다는 것이다. 이런 시도가 성공하면 정치적·경제적 수렁에 빠진 러시아의 빠른 정상화도 기대할 수 있다. 만약 러시아가 나토와의 갈등을 내세워 그동안 하지 못했던 국가 전시 총동원령을 발령한다면 압도적인 전력으로 우크라이나 전쟁을 승리로 이끌 가능성도 커진다. 유럽은 러시아의 이런 계산을 알고 있다. 나토는 러시아 도발에 단호하게 대응하겠지만, 전면전으로 확전은 피할 것이다. 전력 부족에 시달리는 러시아도 나토에 본격적인 군사 도발은 회피하려고 할 것이다. 대신 드론전, 사이버전, 여론전, 국지 도발, 특수부대의 비정규전 전개는 가능하다. 아마 러시아가 도발한다면 이런 복합 하이브리드전·제한적 국지전을 우선 선택할 가능성이 크다. 지금이 그 어느 때보다 유럽에서 전쟁이 터질 수 있는 매우 민감한 시기다. 나토와 러시아의 전면전은 제3차 세계대전을 촉발할 수 있는 기폭제가 될 가능성이 있다. 분명한 사실은 서방 사회가 누려온 평화의 시대가 끝나가고 있다는 것이다.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유럽은 미국이 주도하는 국제 질서 안에서 평화와 번영을 누렸다. 더 이상 유럽의 안보 무임승차를 거부한다는 2기 트럼프 행정부의 압박은 현실이 되었다. 이제 유럽은 단순한 군사력 증강을 넘어 사회 전체의 심리적·구조적 재무장이 필요한 시간이다. bienns@ekn.kr

“지구 종말까지 85초 전…시간 남아있는 한 운명 바꿀 수 있어”

“인류가 직면한 실존적 위험을 추적하고 알리는 것은 우리의 임무 중 일부일 뿐입니다. 위험을 줄이고 궁극적으로 제거하기 위해 우리가 할 수 있는 현실적이고 실행 가능한 방법을 찾도록 더 노력하겠습니다." 알렉산드라 벨(Alexandra Bell) 세계원자과학자회보(Bulletin of the Atomic Scientists, BAS) 회장 겸 최고경영자(CEO)가 지난 21일 경희대학교 서울캠퍼스 청운관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지구 운명의 날 시계(Doomsday Clock)'에 시간이 남아 있는 한, 우리의 운명을 바꿀 시간도 남아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 제2회 미원평화상 수상단체에 '세계원자과학자회보' 선정 이날 경희학원은 BAS에 세계평화상인 '제2회 미원평화상'을 수여했다. 미원평화상은 더 나은 인간 실존의 조건, 문명과 평화의 미래를 위해 헌신해 온 인사 또는 단체에 수여하는 국제 평화상이다. 경희학원의 설립자인 미원(美源) 조영식 학원장의 평화 사상과 실천을 기리기 위해 지난 2024년 제정됐다. 이번에 2회 수상기관으로 이름을 올린 BAS는 1945년 설립 이후 80년 넘게 핵무기를 비롯한 인류의 실존적 위험을 알리고 대응 방안을 논의해 온 단체다. 특히 '지구 운명의 날 시계'는 위기의 현실을 상징적 언어로 바꿔 세계의 지도자와 시민사회에 행동을 촉구해 온 대표적 실천이다. BAS는 매년 1월 '지구 운명의 날 시계'를 통해 인류에게 남은 시간을 발표하는데, 올해 기준 시계는 자정 85초 전을 가리키고 있다. 미원평화상 선정위원인 아비로브(Avi Loeb) 하버드대학교 천문학과 석좌교수는 “올해 전 세계 곳곳에서 많은 긴장이 고조되는 가운데, BAS는 정책 입안자들이 올바른 선택을 할 수 있도록 이끌고 있다"며 “BAS는 후보 선정 초기부터 가장 유력한 후보였고, 모든 선정위원의 만장일치로 이번 수상기관으로 선정됐다"고 설명했다. 미 국무부 출신 외교관이기도 한 벨 회장은 미원평화상 수상을 위해 BAS를 함께 이끌고 있는 다니엘 홀츠 과학·안보위원회 의장(시카고대학교 물리학과 교수), 데이비드 쿨만 이사회 의장(로티스 블루 컨설팅 파트너) 등과 함께 한국을 찾았다. ◇ “북핵 문제, 실질적 고민해야"…AI에 따른 위험도 경고 핵 정책전문가이기도 한 벨 회장은 이날 간담회에서 한반도 북핵 문제와 관련해 “북핵 문제는 가장 중요한 국제 핵 비확산(NPT) 체제에서 여전히 해결되지 않은 문제"라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제사회는 북한 문제의 해결책이 언젠가는 저절로 나타날 것이라고 너무 오랫동안 가정해왔다"고 진단했다. 그는 미국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대북 정책과 관련해서도 “한 번의 회의나 악수 등 단발성 정치 이벤트만으로는 결코 풀 수 없는 문제"라며 “외교관·군사 전문가·과학자·국제 파트너 등 전문가들의 역할을 더 강화하고, 전문가들이 참여하는 지속적이고 실무적인 외교 프로세스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날 간담회에서는 인공지능(AI)의 급격한 발전이 인류의 새로운 실존적 위험으로 이어질 가능성에 대한 우려도 나왔다. 벨 회장은 특히 군사 분야에서 AI 활용이 이미 현실화하고 있는 데 비해 이를 규율하기 위한 국제적 논의는 기술 발전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군사 AI에 대한 법적·윤리적 논의에서 우리가 뒤처져 있다"며 “전문가와 외교관이 함께 위험을 정의하고 국제적 규범과 행동 기준, 나아가 법적 구속력을 갖는 구조를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홀츠 의장은 “과거 핵 위기를 돌아보면 인류가 파국을 피한 데에는 시스템의 완벽한 통제뿐 아니라 존 F. 케네디 등 당시 지도자들의 판단과 우연이 함께 작용했다"며 “더 이상 문명의 존속이 개인의 판단이나 운에 의존해서는 안 된다. 특히 AI가 핵무기 등 고위험 분야의 의사결정에 활용될 수 있는 만큼, 안전하게 작동할 수 있는 견고한 시스템과 안전장치를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희순 기자 hsjung@ekn.kr, 조윤희 인턴기자

[이슈&인사이트] 겪어보지 않은 지진위험

지진재해는 지진의 크기와 지진과의 거리에 따라 달라진다. 일반적으로 큰 지진이 가까이에서 발생하면 위험하고, 먼 곳에서 발생하면 상대적으로 안전하다고 판단한다. 하지만, 지진재해가 언제나 이런 상식과 맞아떨어지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미처 예상하지 못했던 방식으로 재해가 발생하기도 한다. 2025년 3월 미얀마에서 발생한 규모 7.7 지진이 대표적인 사례다. 지진으로 1,000 km 가량 떨어진 태국 방콕의 고층 건물들이 크게 흔들렸고, 건설 중이던 30여 층 건물이 붕괴했다. 지진으로부터 이처럼 멀리 떨어진 대도시에서 심각한 피해가 발생한 것이다. 이 지진재해의 핵심에는 장주기 지진동이 있다. 지진파는 땅속을 전파하는 과정에서 거리가 멀어지면 점차 에너지가 감소한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장주기 지진파 성분은 단주기 지진파 성분보다 먼 거리까지 효과적으로 전파될 수 있다. 특히 규모가 큰 지진일수록 장주기 에너지가 풍부하게 발생한다. 여기에 퇴적분지의 증폭 효과까지 더해지면 특정 주기의 지진동이 크게 증폭될 수 있다. 방콕의 두꺼운 연약 퇴적층은 이러한 장주기 지진동을 증폭시켰고, 고유주기가 긴 고층 건물의 진동과 결합하면서 큰 흔들림을 일으켰다. 큰 지진에서 발생하는 장주기 지진파의 위험성을 보여주는 사례다. 이렇듯 지진의 규모나 거리만으로는 설명하기 어려운 또 다른 형태의 지진 위험이 현실로 나타난 것이다. 다른 사례도 있다. 1985년 멕시코 미초아칸 해역에서 발생한 규모 8급 지진은 350 km 떨어진 멕시코시티에 큰 피해를 입혔다. 연약한 호수 퇴적층에서 특정 주기의 지진파가 증폭되면서 많은 건물들이 무너졌다. 지진파의 주기와 건물의 고유주기가 일치하여 공진이 일어나면서 먼 거리에서 발생한 지진으로 피해가 발생한 것이다. 결국 원거리 지진의 경우, 어떤 주기의 에너지가 얼마나 오래 지속되는지가 위험의 핵심 요소이다. 이런 장주기 지진파에 의한 지진재해로부터 우리도 자유롭지 못하다. 일본 동남해안에 위치한 난카이 해곡에서는 과거 100~150년의 간격을 두고 규모 8급 이상의 거대지진이 반복적으로 발생하고 있다. 1944년 도난카이 지진과 1946년 난카이 지진 이후 이미 80년이 흘렀다. 일본 지진조사위원회는 2025년 초 난카이 해곡 규모 8~9급 지진의 30년 이내 발생 확률을 80%로 평가하기도 했다. 난카이 해곡의 남쪽 구간은 한반도 남해안 지역에서 불과 500 km 거리에 위치해 있다. 서울 등 한반도 중부 지역까지도 1,000 km 이내의 거리다. 미얀마 지진보다 훨씬 크고, 더 가까운 거리에서 발생할 지진이 한반도에 미칠 영향은 반드시 평가되어야 할 문제다. 특히 대규모 고층 건물이 밀집한 도시가 많은 우리나라에서는 단주기 최대지반가속도를 바탕으로 한 위험도 평가뿐 아니라, 장주기 지진파에 의한 지진재해 평가도 필요하다. 최근 우리나라도 이러한 위험에 노출되어 있음을 보인 사례가 있다. 2024년 8월 난카이 해곡 남단에서 발생한 규모 7.1 지진에 의해 남해안 일대에서 1 cm의 수직 지진동이 관측되었다. 이곳에서 동일본 대지진과 같은 규모 9.0 지진이 발생하면 30 cm가량의 흔들림이 발생할 수 있다는 의미다. 특히 지난 7월에 구마모토에서 발생한 규모 6.8 지진으로 우리나라 남해안 일대에서 진도 2~3 가량의 지진동이 관측되기도 했다. 이보다 규모가 큰 지진이 발생한다면, 지진동 역시 더 커질 것은 자명하다. 특히 현대적인 초고층 건물과 대규모 도시 기반시설이 들어선 시기는 난카이 해곡에서 마지막으로 규모 8급 거대지진이 발생한 1946년 이후이다. 많은 초고층 건물과 대형 교량, 원전, 산업시설, 데이터센터가 존재하는 오늘날의 한반도에 이러한 지진동은 큰 위협 요소가 될 수 있다. 하지만, 경험해 보지 못한 장주기 지진동을 설계기준에 반영하기 어렵고, 재난대응 시나리오에서 충분히 고려하기 어렵다. 더욱이, 긴 주기의 진동이 오랫동안 지속되면, 건물은 견디더라도 가스관이나 배관, 승강기, 천장, 외장재와 같은 비구조 요소의 파손이 인명 피해로 연결될 수 있다. 특히 우려되는 것은 경험의 부재가 자칫 안전하다는 착각으로 이어질 수 있는 점이다. “지금까지 그런 피해가 없었다"는 말은 앞으로도 그런 피해가 없을 것이라는 의미가 아님을 구분해야 한다. 겪어보지 못한 지진이 위험한 이유는 어떤 일이 일어날지 알지 못하기 때문이다. 난카이 해곡 거대지진은 단순히 일본에서 발생할 큰 지진이기보다는 도시화된 우리나라가 지금까지 경험하지 못했던 지진동과 처음 마주하게 되는 사건일 수도 있다. 주도면밀한 사전 평가와 준비가 필요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한국·네팔 합동구조대, 수력발전소 터널서 중국인 생존자 구조

네팔과 중국 국경 인근 히말라야 산악지대를 강타한 대홍수 발생 열흘 만에 수력발전소 터널에 매몰됐던 중국인 생존자가 5일(현지시간) 한국과 네팔 합동구조대에 의해 구조됐다. 이날 매몰된 주택에서도 60대 네팔인 여성이 발견되면서 이틀 동안 모두 4명의 생존자가 잇따라 구조됐다. 네팔군에 따르면 중북부 바그마티주 라수와 지역의 어퍼트리슐리(UT)-1 수력발전소 공사 현장 터널에서 중국인 남성 루하이타오씨가 발견됐다. 네팔군과 한국 재난 전문가로 구성된 구조대는 터널 입구에서 약 225m 떨어진 지점에서 루씨를 찾아냈으며 그는 구조대원의 도움을 받아 걸어서 터널 밖으로 나왔다. 대한민국 해외긴급구호대(KDRT)도 이날 발전소 상부댐인 위어댐 인근 터널에서 중국인 생존자 1명을 구조했다고 밝혔다. KDRT가 해외 재난 현장에서 생존자를 구조한 것은 2007년 창설 이후 이번이 9번째다. 2023년 튀르키예 지진 당시에는 8명의 생존자를 구조했다. 이번 구조가 특히 주목받는 것은 해당 발전소가 실종된 한국인 9명이 근무하던 곳으로 확인됐기 때문이다. 구조대는 생존자 수색과 함께 현장에서 신원 미상의 시신 6구를 수습했으며 KDRT 역시 국적 불명의 시신 1구를 발견했다. 향후 한국인 실종자에 대한 수색 결과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이날 바그마티주 누와코트 지역에서는 토사에 매몰된 4층 주택에서도 생존자가 나왔다. 구조대는 건물 2층의 좁은 공간에서 64세 여성 찬드리카 슈레스타씨를 발견해 구조한 뒤 헬기로 수도 카트만두로 이송했다. 앞서 4일에도 트리슐리 3A 수력발전소 터널에서 네팔인 직원 2명이 구조됐다. 이들은 군 병원으로 옮겨져 치료를 받고 있으며 맥박과 호흡, 체온 등은 안정적인 것으로 전해졌다. 네팔 당국은 이번 홍수로 피해를 입은 12개 수력발전소에서 약 900명의 직원이 실종됐으며 이 가운데 500명가량이 터널 등에 갇혀 있을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집중 수색을 벌이고 있다. 네팔 재난관리청에 따르면 이날까지 네팔 내 사망자는 1344명으로 집계됐다. 중국 시짱자치구 사망자 최소 31명을 포함하면 전체 사망자는 1375명이며 실종자는 네팔 5000명, 중국 531명 등 모두 5531명에 달한다. 신원 확인이 어려운 시신은 DNA 채취와 사진 촬영 등 식별 절차를 거쳐 임시 매장한 뒤 신원이 확인되면 유족에게 인도할 예정이다. 박지성 기자 captain@ekn.kr

9월 초 수출 7000억달러 돌파…세계 네 번째 연 ‘1조달러’ 가시권

우리나라 수출이 9월 초 7000억달러(한화 약 945조원)를 넘어서며 지난해 연간 최대 기록을 이미 갈아치웠다. 반도체를 중심으로 수출 증가세가 이어지면서 사상 첫 연간 수출 1조달러(1350조원) 달성도 가시권에 들어왔다. 현실화하면 한국은 미국과 중국, 독일에 이어 세계 네 번째로 연간 수출 1조달러를 넘어선 국가가 된다. 5일 산업통상부와 관세청에 따르면 이날 오후 1시 기준 올해 누적 수출액은 7094억달러로 집계됐다. 이는 역대 최대였던 지난해 연간 수출액 7093억달러를 넘어선 수준이다. 지난해 연간 실적을 117일 앞당겨 불과 248일 만에 경신했다. 올해 수출은 1월부터 8월까지 매달 역대 동월 최대치를 새로 썼다. 지난 6월에는 월간 수출액이 사상 처음으로 1000억달러를 넘어섰다. 7월과 8월에도 각각 990억달러와 983억달러를 기록하며 높은 수준을 유지했다. 수출 증가세는 반도체가 주도했다. 올해 1~8월 반도체 수출액은 2812억달러로 전년 동기 대비 169.6% 급증했다. 전체 수출에서 반도체가 차지하는 비중은 40.6%에 달했다. 다른 주요 품목도 대체로 성장세를 보였다. 컴퓨터 주변기기는 전년 동기 대비 262.2% 늘었다. 석유제품은 40.7%, 무선통신기기는 28.1%, 선박은 12.4% 증가했다. 반도체를 제외한 수출도 같은 기간 18.0% 늘었다. 반면 승용차와 자동차부품 수출은 각각 4.4%, 7.3% 감소했다. 지역별로도 주요 시장에서 수출이 확대됐다. 중국 수출은 전년 동기 대비 76.1% 증가했다. 미국과 베트남도 각각 57.0%, 57.7% 늘었다. 유럽연합(EU) 수출은 19.0% 증가했다. 중동은 현지 정세 불안 등의 영향으로 9.8% 감소했다. 현재 흐름이 유지되면 연간 수출 1조달러 달성 가능성도 높다. 1조달러까지 남은 금액은 2906억달러다. 연말까지 남은 117일 동안 하루 평균 약 24억8000만달러를 수출하면 된다. 월평균으로는 750억달러 안팎이다. 올해 1~8월 월평균 수출액이 약 867억달러였다는 점을 고려하면 수출 증가세가 다소 둔화하더라도 1조달러에 도달할 수 있는 수준이다. 이종욱 관세청장은 이날 이재명 대통령에게 현재의 수출 흐름이 이어질 경우 오는 12월 초 연간 수출 1조달러 달성이 가능할 것으로 전망했다. 연간 수출액이 1조달러를 넘어선 국가는 현재 미국과 중국, 독일뿐이다. 장하은 기자 lamen910@ek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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