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11월 21일(목)
[EE칼럼]지역별 전기요금의 차등화는 재생에너지 자립도에 근거해야

정부는 2026년부터 전기요금 지역별 차등제를 실시할 예정이다. 이에 앞서 내년 상반기 전기요금 도매가격을 지역별로 차등화한다고 한다. 발전소가 많아 전력자립도가 높은 지역은 싸지고 수도권과 같이 발전소에 비해 수요가 많아 전력자립도가 낮은 지역은 가격이 오른다. 현재 계획은 kWh당 최소 19원에서 최대 34원의 격차가 날 것으로 예상한다. 전국경제인협회가 분석한 바에 따르면 최대 도매가격 격차 34원이 그대로 소매가격에 반영될 경우 수도권 제조업체 전체가 내는 전기요금은 현재보다 1조3748억원이 증가할 것이며 이 중 전자·통신 업종은 6248억원으로 증가분의 절반을 차지한다. 이렇게 전력요금의 지역별 차등제를 실시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본래 이 제도는 송배전 비용을 그대로 소매 요금에 반영할 때 자연스럽게 나타난다. 발전소에서 먼 거리에 있는 소비지는 가까운 곳보다 더 많은 송배전 비용을 부담하게 되기 때문이다. 그런데 우리는 그 동안 왜 전국 단일 요금제를 채택하고 있었을까? 그건 우리나라의 전력망이 좁은 국토에 매우 촘촘하게 갖추어져 있기 때문이다. 송배전 효율도 높아 그 손실율이 3.60%로 세계 최고 수준이다. 2021년 한국전력의 송전이용요금 단가표를 보면 기본요금 외에 사용요금의 차이가 수도권은 2.44원/kWh, 비수도권은 1.42원으로 전체 전기요금에서 그 차이가 그리 크지 않다. 한전 입장에서도 차등 고지하는 비용에 비해 실익이 없으니 그냥 전국 단일요금제를 시행해 온 것이다. 전력공급 비용 측면에서 실익이 크지 않은데 왜 지역별 차등 요금제를 시행하려는 걸까? 이유는 전력 생산지와 소비지의 격차가 확대되면서 전력산업의 발전에 걸림돌이 되고 있기 때문이다. 또한 기후위기 시대에 탄소 중립이 중요한 과제가 되면서 청정자립에너지 보급을 확대해야 하는 상황도 한몫하고 있다. 그래서 지난해에 국회는 에너지를 사용하는 공간·지역 또는 인근지역에서 생산·공급하는 분산에너지의 활용을 높이고자 '분산에너지 활성화 특별법'을 제정하였다. 이 법은 “국가균형발전 등을 위하여" “송전·배전 비용 등을 고려하여" 전기요금을 달리 정할 수 있도록 하였다. 그리고 한국전력과 전력거래소는 이를 근거로 2026년부터 소매 요금의 지역별 차등화를 추진하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첫걸음을 떼는 방향이 영 엉뚱한 곳을 향하고 있는 모양새다. 전력거래소와 산자부, 한전 등 전력당국이 지난 7월에 마련한 '지역별 전력 도매가격 차등요금제 기본설계안'은 2026년 소매요금 차등화에 앞서 내년에 도매가격부터 차등화하기 위한 시행안이다. 전체 가격은 유지하는 가운데 차등을 두다 보니 발전소가 많은 지역의 발전소들은 도매가격이 낮아지게 된다. 가격 차등화가 노리는 효과가 발전소가 적은 지역에 발전소를 늘리든지 아니면 전력이 풍부한 지역으로 기업이 분산되는 것이지만 그런다고 도매가격이 높아지는 수도권에 얼마나 발전소들이 늘어날 수 있을까? 설령 가격이 높아져 수도권에 발전소를 짓는다 해도 화력발전은 환영받기 어렵다. 미세먼지 오염도가 가장 높은 지역인데다 탄소중립을 위해서도 바람직하지 않기 때문이다. 토지비용이나 용수 공급 때문에 건설비도 만만치 않다. 본래 분산에너지법이나 지역별 전기요금제가 추구하는 바는 청정·자립에너지의 활성화이다. 청정한 자립에너지의 생산이어야 비로소 지역 주민들의 수용성이 높아질 것이고 이에 근거한 가격 차등도 받아들일 수 있을 것이다. 기존의 대형 원전이나 화력발전소가 있는 지역은 이미 '발전소주변지역 지원에 관한 법률'에 따라 이런저런 혜택을 받고 있다. 또한 수도권이라 해도 화력발전소가 많은 인천은 전력자립도가 186%에 이르고, 비수도권이라 해도 대구와 광주, 대전은 13% 이하이다. 이들 지역은 나름대로 불만을 토로하고 있다. 따라서 새로이 시행하려는 지역별 전기요금의 근거는 단순한 전력자급도가 아니라 청정한 자립에너지인 재생에너지의 자급도가 되어야 한다. 재생에너지는 모든 건물과 시설들을 발전소로 만들 수 있어 경제적 이익을 안겨주고 송배전의 부담을 덜어준다. 또한 재생에너지 전력이 풍부하게 제공되는 지역에는 세계적 추세에 따라 이를 필요로 하는 전자·통신 산업의 지역 분산도 꾀할 수 있다. 분산에너지법의 목적을 염두에 두고 있었다면 지금과 같은 지역별 요금제안은 나오지 않았을 것이다. 새롭게 도입하려는 지역별 전기요금제가 순항하려면 원칙을 잃지 말아야 한다. 지역별 전기요금제의 지향은 청정한 자립에너지인 재생에너지의 확대임을 상기하자. 신동한

[EE칼럼] AI와 기후변화

임은정 공주대학교 국제학부 교수 세계 많은 나라들이 트럼프의 귀환에 긴장하고 있는 가운데, 지난 주 페루의 리마에서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가 개최되었다. 내년 10월 경주에서 열릴 APEC을 주최하게 되는 한국으로서는 이번 APEC에서의 논의를 그 어느 때보다 주목하지 않을 수 없었다. 세계적으로도 보호무역주의 기조가 확산하는 가운데 치러진 이번 APEC은 '권한 부여(empower), 포용(include), 성장(grow)'이라는 대주제 하에 포용적이고 상호 연계된 성장을 위한 무역 및 투자 촉진, 공식 및 글로벌 경제로의 전환을 촉진하는 혁신 및 디지털화, 회복력 있는 발전을 위한 지속가능한 성장을 주요 의제로 내걸었다. 요컨대 이번 2024 APEC 회의의 핵심 의제는 포용성과 투명성, 상호연계성을 토대로 한 디지털 혁신과 기후변화 대응을 비롯한 지속가능한 성장으로 추려진다. 한편 윤석열 대통령이 제조업과 AI의 결합을 촉진하기 위해 'APEC AI 표준 포럼' 창설을 제안한 것이 흥미롭다. 윤 대통령은 “APEC이 전 세계 제조업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는 만큼 역내 기업들의 경쟁력 강화를 위해 제조업과 AI의 결합을 촉진해야 한다"면서 “산업 AI의 모범사례를 발굴·확산하기 위한 워킹그룹을 설치하고, 공통의 표준과 인증체계를 구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윤 대통령 제안의 취지는 제조업 분야에서 AI의 역할 확대가 불가피 하느니 만큼, 그에 따른 혁신을 추진하면서도 표준 설정을 위한 다자간 협력을 추진해야 한다는 것으로 읽힌다. 이번 APEC에서의 논의를 계기로 기후위기 대응 시대에 AI의 역할을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이미 세계 주요 국가들은 기후위기와 디지털 혁명의 소용돌이 속에서 새로운 길을 모색하고 있다. AI는 이 두 가지 과제를 동시에 해결할 수 있는 열쇠로 주목받고 있다. 유럽의 기업들은 AI를 통해 재생에너지의 변동성을 예측하고 수요에 맞춰 전력을 효율적으로 분배할 수 있도록 하는 데에나 자연재해의 예측 가능성을 높이는 데, 아울러 농업 활동의 최적화를 도모하는 데에도 AI를 활용하고 있다. 미국 기업들 역시 ESG(환경·사회·지배구조) 지표 강화를 위해 AI 프로젝트를 확장하고 있다. 예를 들어 마이크로소프트사는 자사의 AI 기술을 이용한 '지구환경AI(AI for Earth)' 프로젝트를 통해 지구 환경을 보호하는 노력에 앞장서고 있다. 그러나 AI 기술의 확대는 새로운 문제를 불러온다. AI 시스템의 학습과 운영에는 막대한 전력이 필요하며, 이는 전력 수요를 급격히 증가시키는 원인 중 하나다. AI의 발전이 기후위기 해결에 기여하는 도구로 자리 잡으려면, 그 자체가 환경에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할 방안이 반드시 마련되어야 한다. AI 모델은 학습과정에서 방대한 데이터를 처리하기 위해 고성능 서버와 데이터 센터를 사용한다. 전 세계가 AI 사용을 위해 소비하는 전력은 이미 소규모 국가의 전력 사용량과 맞먹는다는 분석들도 있었다. 한국도 2021년 기준으로 이미 전국의 데이터센터가 사용하는 전력 소비량이 4006GWh를 기록해서, 서울시 강남구의 소비량(4625GWh)에 육박하는 수준을 보였다. AI가 확산될수록 전력 수요는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할 가능성이 높다. 이를 위한 전력 공급이 무탄소(carbon free) 전력원으로 전환되지 않는 한 AI로 인해 오히려 기후변화 대응은 더욱 어려워질 수 있는 것이다. 한국은 이러한 도전에 대응하기 위한 기술적 대안을 제시할 수 있는 위치에 있다. 한국 기업들은 저전력 반도체를 개발해 AI 학습에 필요한 전력 소비를 줄이는 데 앞장서고 있는데, 이는 AI 시스템의 에너지 효율을 높이는 데 핵심적인 부분이라고 할 수 있다. AI 자체를 활용해 에너지 효율을 높이는 방안, 달리 말해 스마트그리드를 통해서도 전력 사용 데이터를 분석하고 에너지 소비를 효율적으로 관리해 전반적인 전력 수요를 줄이는 데 기여할 수 있다. 또한 데이터 센터를 운영하면서 발생하는 열에너지, 즉 폐열을 활용해 지역난방의 에너지원으로 활용하는 방법 등도 모색되고 있다. 결국 AI는 기후위기 해결의 도구이면서 새로운 도전을 제기하고 있느니 만큼, 한국은 이 두 가지를 국제 협력의 새로운 플랫폼으로 적극 활용할 필요가 있다. 한국은 선진국과 개도국을 이을 수 있는 중견국으로서 국제사회가 AI와 기후변화 대응에 통합적으로 접근할 수 있도록 자체적으로 사례를 충실히 축적해 가면서 글로벌사우스 국가들의 AI 활용과 탈탄소화에도 기여할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다. 내년 경주에서 열릴 APEC이 이런 논의의 장이 되길 기대해 본다. 임은정

[EE칼럼] 트럼프 2기 행정부를 대비한 대한민국의 인공지능 전략

얼마 전 미국 대선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이 당선된 후 우리 사회에서 미국과의 정치·외교나 경제 정책에 대한 각계각층의 의견들이 봇물 터지듯 쏟아져 나오고 있다. 그런 다양한 의견 중 미래 산업을 이끌어 갈 전략산업인 인공지능 관련 내용은 특히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 인공지능이 지금, 이 순간 일으킨 변화는 사람들이 예상한 것처럼 크지는 않다. 하지만 인공지능을 핵심 키로 삼아 미래 경제를 주도하고자 하는 각국의 치열한 경쟁이 시작된 지는 이미 오래되었다. 언론 매체에 연일 보도되고 있는 미국의 대중국 반도체 수출 규제 관련 기사들은 가장 표면에 드러난 충돌 지점이라고 볼 수 있다. 아직 제대로 실감하지 못하고 있지만 인공지능이 미칠 영향은 인류가 불을 사용하게 되면서 일어난 변화처럼 인류 문명이 새로운 영역으로 진입하게 되는 계기가 될 것이다. 먼저 인류가 과거 불로 음식을 요리하여 영양소를 보다 잘 흡수할 수 있게 되어 뇌가 발달한 것처럼 고도로 발전된 인공지능을 사용하게 되면 이를 이용하는 인류 문명의 지능 수준 역시 높아질 것이다. 또한, 인공지능은 인간의 기존 사고와 지식을 학습하면서 인간이 미처 생각하지 못했던 엉뚱하면서도 새로운 아이디어와 도구를 제공해 줄 수 있어 이를 통해 새로운 과학적 발견과 발명, 기술적 진보가 일어날 수 있다. 야생의 맹수를 피해 동굴에 은거했던 인류가 불을 사용해 활동 반경을 넓힌 것처럼 인류는 인공지능을 이용해 지구를 넘어 먼 우주로 떠날 수도 있을 것이다. 세계의 패권을 노리거나, 경제적 번영을 추구하는 국가라면 인류의 미래를 좌우하게 될 인공지능에 관심을 가지지 않을 수 없다. 특히 미국 우선주의인 MAGA(Make America Great Again)를 외치며 절치부심 끝에 다시 대통령에 당선된 트럼프 당선자에게 이보다 매력적이고, 중요한 의제는 없을 것이다. 사실 트럼프 1기 행정부에서도 2019년에는 “인공지능에서 미국의 선도적 위치 유지" 행정명령을, 2020년에는 “연방정부의 신뢰할 수 있는 인공지능 사용 촉진" 행정명령을 각 발한 바 있어 인공지능에 지속적인 관심을 가져왔음을 알 수 있다. 특히 트럼프 1기 행정부의 2020년 행정명령 제3조(정부에서 AI 사용을 위한 원칙)(b)는 “정부기관은 AI를 설계, 개발, 취득 및 사용하여 얻는 이익이 위험보다 훨씬 크고 그 위험을 평가·관리할 수 있는 경우에는 그와 같이 AI를 설계, 개발, 취득 및 사용할 수 있는 기회를 모색하여야 한다."라고 정부가 목적과 성과 중심으로 인공지능을 사용하기 위한 원칙을 규정하고 있었다. 바이든 정부의 2023년 10월 “인공지능의 안심․안전, 신뢰할 수 있는 개발과 활용에 관한 행정명령"이 안전·신뢰를 우선시하는 책임 있는 인공지능 개발과 이용을 강조하는 것과 대비된다. 새로 들어설 트럼프 2기 행정부도 큰 틀에서 기존 인공지능 개발 및 이용에 대한 의지와 정책이 다르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오히려 급속하게 발전하고 있는 인공지능의 능력과 파급력을 고려하면 기존보다 인공지능을 국가 전략적으로 이용하려고 할 가능성이 높다. 인공지능 산업 세계 1, 2위를 다투고 있는 중국을 상대로 전방위로 반도체 수출 규제를 가하는 것도 반도체가 인공지능 개발과 이용에 필수적이기 때문이다. 2024년 7월 16일 워싱턴포스트의 보도에 따르면 트럼프 후보 캠프에서 이른바 “AI 맨해튼 프로젝트"를 준비했다고 한다. 인공지능 분야에서 미국 우선주의를 모토로 인공지능을 활용한 군사기술을 개발하고, “불필요하고 부담스러운 규제"를 즉시 검토하는 내용으로 기존 바이든 행정부의 2023년 10월 행정명령 폐지를 포함하고 있어 향후 정책을 어느 정도 가늠할 수 있다. 미국이 향후 인공지능 개발과 이용에 있어 자국 우선주의를 추구하며 자국 기업의 인공지능 모델의 공유를 규제한다면 국제적인 교류와 협력이 퇴조할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인공지능 모델을 공유하는 폐쇄적인 국가 간 지역적 블록이 형성될 수 있다. 만일 미국이나 중국이 동맹국을 상대로도 인공지능 패권을 행사하려고 한다면, 세계 각국은 독자적인 소버린 인공지능 모델에 대한 고민을 본격적으로 하게 될 것이다. 독자적인 인공지능 모델을 개발하는 것은 자금과 시간, 노력이 많이 소요될 뿐 아니라 모델의 품질이 확보되지 않으면 사용자를 확보할 수 없어 지속 가능성이 없다. 우리 역시 미국의 정책 변화를 고려해 인공지능 산업에 대해 전략적으로 접근해야 할 이유다. 양희철

[EE칼럼] 분산에너지 특별법에 대한 소고

깜짝추위가 왔지만 아직 청명한 가을이다. 아직 사계절이 뚜렷한 한국이 이래서 좋다. 지난 10월 31일 KBCSD 주관으로 개회한 국제세미나에서 GS칼텍스 상임고문이면서 명예회장인 허명수고문은 “도전을 통한 K-기업가정신 발현과 녹색산업 확산을 위한 민관협력 방안"이라는 발표에서 미국의 'Scale Up America Initiative'와 EU의' 기업가정신 2020 실천 계획'처럼, 대 중소기업의 단계별 성장 지원 방안을 제공하고, 민관차원의 사업 파트너십을 강화하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기존의 틀에서 탈피하여 새로운 도전을 하겠다는 것이다. 맞는 말이다. 세계 역사상 도전이 없으면 발전은 없었다. 그런 시도가 한국에서는 에너지 분야에 나타나고 있다. 흔히 에너지 전환을 위한 재생에너지 4법은 해상풍력 특별법, 영농형 태양광 특별법, 국가기간 전력망 확충 특별법, 분산 에너지법 등으로 알려져 있다. 특히 분산법은 분산 에너지의 발전원별 설비용량 등 범주를 구체화하고, 분산에너지 사업자의 자격요건, 배전망 관리감독, 설치의무제도, 전력계통 영향평가, 분산에너지 특화지역 지정, 분산 편익 산정, 지역 차등 요금제 및 지원 센터 운영 등이 포함되어 있어 혁신적인 시도라고 본다. 그러나 혁신이 성공하려면 다음과 같은 점이 고려될 필요가 있다고 본다. 우선 지역별로 특별 지역을 하나씩 선정하여 도입해야 한다. 상당수의 지자체들은 특별 지역 선정을 받기 위하여 노력하고 있다. 울산, 제주, 경기, 부산, 대전, 경북(구미, 포항), 전북(나주) 전남(해남,영암) 등이다. 재생에너지 공급이 많거나 자급률이 높은 지역인 전북, 전남, 부산, 제주도등이 상대적으로 우위에 있다. 제주도에 '전력시장 제도개선 제주 시범사업 운영규칙'을 통하여 전력도매 시장형 VPP를 시범 추진하려고 한다. 그러나 지역지정을 오히려 자급율이 낮더라도 분산 에너지를 높이도록 하는 것이 법의 취지에 더 맞다고 본다. 적은 곳은 공급처를 개발하도록 하는 것이 필요한 것이다. 그래야 지역 쏠림 현상을 막을 수 있다. 두 번째가 지역 에너지 요금으로 인한 지역 쏠림 현상도 막아야 한다. 시행에 발맞춰 전력시장 제도개선을 통해 2026년부터 지역별 발전 규모와 송배전 비용을 따져 2026년부터 전기요금을 차등 적용하기로 했다. 지역별로 다른 전력 도매가격을 적용하는 '지역별 한계 가격제'를 우선 도입해 발전소 분산을 유도하고, 지역별 전기요금 책정 시 근거가 될 원가도 확보한다는 방침이다. 그러나 지역별 전기요금 제도의 도입은 의도는 좋은데 신중히 접근할 필요가 있다. 특화지역으로 지정된 곳으로 관련 산업 클러스터를 형성하거나 지역 사업장을 이동하거나 전력 자급율이 높은 지역으로 이전하여 전기요금 상승 리스크를 줄일 수는 있다. 그러나 상대적으로 낮은 지역은 요금이 올라갈 수 있다는 점, 기업 유치를 위한 과다한 지역간 경쟁을 유발할 수 있다는 점이다. 세번쨰는 전력계통 영향평가의 모호성과 기업 비용 부담 가중을 해소해야 한다. 전력계통 영향평가 제도가 시행령에서 구체적인 평가 기준과 절차가 명확하지 않아, 실질적인 효과를 기대하기 어려울 수 있으며 기업들은 환경영향평가, 기후영향 평가 그리고 비재무 기후변화 정보의 공시 (TNFD). 자연자산의 정보공시(TNFD) 그리고 심지어 ESG 공시 등 많은 평가와 공시제도에 직면하고 있다. 전력계통의 영향평가로 인허가 절차의 복잡성이 야기될 수 있다. 아울러 분산 편익의 명확한 기준과 보상방안이 제시되어야 한다. 분산편익은 분산에너지를 통해 송전 손실 감소와 송전망 건설비용 절감 등의 이점을 제공하는 것으로, 에너지 수요지 인근에서 전기를 공급함으로써 대규모 송전선로 건설 등 추가적인 사회적 비용을 발생시키지 않는 점을 보상하기 위한 것이다. 집단에너지는 열 이용이 많은 곳에서는 송전망 건설이나 이에 따른 송전 손실을 줄이는데 기여한다는 것이다. 열 요금 등의 원가 반영이 안되고 있어 중소사업자들이 피해를 보고 있고 가격상한제로 인해 총괄원가 보전을 받지 못해서 적자가 누적되고 있다는 것이다. 결론적으로 시도는 좋은데 결과는 나쁘면 안된다. 처음부터 차분하게 접근하면서 좋은 제도를 완성해 가야 지속적으로 제도가 갈 수 있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흔히 “물마시고 체했을 떄는 약도 없다"는 말이 있다. 쉽다고 생각하지 않겠지만 신중하게 갔으면 한다. 김정인

[EE칼럼] 부산 플라스틱협약의 성공적인 출발을 기대한다

중앙아시아 아제르바이잔의 바쿠(Baku)에서 제29차 기후변화협약 당사국 총회가 열리고 있다. 기후위기가 나날이 심각해지고 있는 상황에서 효과적이고 가시적인 합의가 도출될 수 있길 바라는 국제사회의 기대와 달리 미국 트럼프 당선인의 파리협정 재탈퇴 선언은 국제사회에 실망감을 안겨 주고 있다. 향후 기후변화협약이 어떤 방향으로 전개될지에 대해 국제사회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는 가운데 파급력이 큰 또 다른 국제회의가 이번 달 25일 부산에서 개최될 예정이다. 다섯 번째로 열리는 유엔 플라스틱협약 정부간협상위원회 회의는 해양환경을 포함한 플라스틱오염에 관한 법적 구속력 있는 국제협약, 이른바 플라스틱협약 체결을 위해 2022년부터 진행되었고 부산에서 마지막 회의를 통해 협약을 채택할 예정이다. 쉽게 원하는 모양으로 가공할 수 있다는 의미의 고대 그리스어 plastikos에서 유래한 플라스틱은 합성고분자화합물인 합성수지, 합성섬유, 합성고무를 포함하지만, 일반적으로 비닐, 페트병과 같은 합성수지류를 플라스틱으로 지칭한다. 플라스틱은 세계 경제의 필수적인 물질로 거의 모든 곳에서 사용되고 있다. 세계 플라스틱 생산량은 최근 20년 동안 연평균 36%라는 높은 성장세를 보이며, 2000년 2억 3,400만 톤에서 2020년에는 4억 3,500만 톤으로 증가했다. 2040년에는 2020년 대비 70% 증가가 예상되고 있는데, 이에 따라 플라스틱 폐기물 발생량 역시 가파르게 증가하고 있고, 2060년에는 폐플라스틱 발생량이 약 10억 톤에 이를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중요한 것은 사용되고 버려지는 폐플라스틱이 어떻게 처리되고 있는가? 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2022년 발표한 세계 플라스틱전망 보고서에 따르면 버려지는 폐플라스틱의 69%는 매립 혹은 소각 처리되고, 단 9% 만이 재활용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나머지 22%는 잘못 관리되거나 버려지고 있는데, 해양 쓰레기의 85%가 플라스틱으로 보고되고 있다. 버려지는 폐플라스틱은 해양 및 하천에 축적되어 생태계를 교란하고 유해 화학물질의 침출 또는 흡착, 생체축적 등을 통해 인류 건강에 악영향을 주고 있다. 기후변화 원인물질인 온실가스 배출과 플라스틱 사용은 몇 가지 공통적인 문제점을 갖고 있다. 우선 둘 다 석유와 가스 등 화석에너지를 기반으로 하고 있고, 1인당 국민소득이 많은 부자나라 일수록 배출량이 많다는 불편한 진실을 갖고 있다. 또한 2000년대 들어 중국, 인도 등 신흥개도국의 배출량이 급속히 증가하고 있다는 점도 공통적인 특징이다. 아울러 표면적으로는 환경문제이지만 실질적으로는 경제와 밀접하게 연계되어 있어 감축에 따른 비용문제로 인해 기대와 달리 쉽게 줄이지 못하고 있다. 아울러 새로운 대체물질 개발이 중요한데 기술의 진보 속도가 더디다는 문제점을 갖고 있다. 이러한 상황이다 보니 국제플라스틱협약을 만들기 위한 과정은 쉽지 않다. 현재 협약 초안은 제시되어 있지만 재활용에서 답을 찾자는 플라스틱 생산국가와 플라스틱 생산 감축이 필요하다는 소비국 간의 입장 차이로 진통을 겪고 있다. 플라스틱 오염은 대량 생산이 아닌 잘못된 관리에서 발생하는 것이므로 재활용을 통해 해결할 수 있고 생산 감축은 불필요하다는 주장과 근본적인 플라스틱 오염문제 해결과 온실가스 감축을 위해서는 생산 감축이 필요하며 2040년까지 2019년 대비 최소 30% 감축목표를 설정하자는 주장이 맞서고 있다. 양 측의 주장이 팽팽하게 맞서고 있는 상황이라 협상의 난항이 예상된다. 어떻게 해야 최종 합의를 이끌어 낼 수 있을까? 1994년부터 협상만 30년을 이어온 기후변화협약을 통해 교훈을 얻을 수 있다. 절반의 성공, 절반의 실패로 평가되는 교토의정서가 대표적이다. 1997년 당시 온실가스 배출의 역사적 책임을 강조하여 개도국을 제외한 선진국 중심으로 온실가스 감축목표를 설정하고 실천에 옮겼지만 결국 실패하였다. 이를 경험삼아 2015년 채택된 파리협정은 개도국과 선진국 모두 참여하며 모든 국가가 스스로 감축목표를 설정하고 이를 달성하기 위해 노력하되, 목표는 절대 후퇴하지 않는다는 원칙을 세웠다. 국제플라스틱협약 역시 마찬가지다. 플라스틱오염의 종식이라는 국제사회의 공동목표가 있다. 그리고 협약은 목표 달성을 위한 글로벌 차원에서의 체계적 시스템 구축을 위한 방안을 제시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플라스틱 생산국가나 소비국 모두 참여해야 하며, 스스로의 감축목표를 설정하고 긴 호흡으로 각 국가의 여건을 고려하여 최선의 방법을 찾는 것이 필요하다. 어떤 형태로든 플라스틱의 생산과 소비에 대한 규제는 결국 플라스틱을 사용하는 식품, 보건・의료, 자동차 등 주요 산업에서의 비용 증가를 가져오게 되며, 소비자 역시 가격 상승과 함께 플라스틱 사용 제한에 따른 일상생활에서의 불편함이 커지게 된다. 하지만 이러한 진통을 거치지 않고서는 플라스틱오염 종식이라는 목표 달성은 불가능하다. 세계 4위 플라스틱 생산국이자 세계 4위의 석유화학산업을 갖고 있는 대한민국은 회의 개최국이라는 부담감과 함께 채택될 협약이 국가 경제에 미칠 파급효과에 대한 우려 등으로 매우 어려운 입장이다. 하지만 플라스틱 규제는 피할 수 없는 국제 흐름이며, 능동적으로 대응하는 것이 중요하다. 위기가 곧 기회라는 격언이 있다. 모쪼록 부산에서 플라스틱오염 종식을 위한 역사적인 기념비가 세워질 수 있길 기대한다. 조용성

[EE칼럼] CHPS, 국내 수소경제라는 큰 틀에서 접근해야

파리기후협약 탈퇴를 공언한 트럼프 전 대통령의 재집권으로 국제 에너지 시장 전반에 대격변이 예상되는 가운데, 이에 비하면 찻잔 속의 태풍급이지만, 국내 수소 시장에도 관심을 가져야 할 만한 일이 있었다. 지난 일여 년간 관련 업계를 뜨겁게 달구었던 청정수소 발전 의무화 제도(CHPS) 입찰 시장이 개설, 11월 8일 입찰이 마감되었다. CHPS는 한마디로 매년 일정 규모 이상의 청정수소로 발전된 전기를 전력 도매사업자(한전)의 의무적으로 구매해주는 제도를 말한다. 이를 위해 발전사업자는 청정수소 발전설비에서 생산된 전기의 kWh당 발전단가(고정비와 연료비)를 산정하여 입찰 시장을 통해 입찰하고, 다양한 비가격적인 요소 등과 함께 평가받아 최종 낙찰자로 선정될 경우, 향후 최대 15년간 청정수소로 발전한 전기를 공급할 수 있다. 언론을 통해 알려진 입찰결과는 다행히도 입찰 참여자가 없을 수도 있다는 우려를 불식시켜주었다. 공기업인 4개 발전 자회사와 1개 민간기업이 참여했기 때문이다. 우선 남부발전과 남동발전은 각각 석탄화력발전인 삼척 그린파워 1호기와 인천 영흥 5호기에, 중부발전과 동서발전도 각각 충남 당진과 신보령에 암모니아 혼소발전으로 입찰에 참여했다. 이들은 모두 외국산 청정암모니아를 발전 연료로 조달받을 예정이다. 반면 민간에서는 SK이노베이션 E&S가 중부발전과 광양 LNG 발전소에 충남 보령 생산 플랜트 産 블루수소 10만톤을 혼소하는 방식으로 참여하였다. 다만, 이 10만 톤 중 7.5만 톤을 소비할 광양 LNG 발전소가 보령으로의 이전해야 해, 발전소 이전 과정에서 풀어야 할 숙제들은 남아 있는 상태다. 한편 CHPS는 전력 도매시장의 특수형태인 동시에 국내 수소 경제를 진흥하기 위한 하나의 '제도'라는 사실도 상기해야 한다. 물론 향후 다양한 시행착오를 통해 이 제도가 안착, 잘 운영될 수도 있다. 그러나 염려되는 점은 제도가 잘 운용된다고 반드시 국내 수소산업이 성장하고, 국내 수소 경제가 진흥되는 것은 아닐 수 있다는 것이다. 경우에 따라 제도와 산업·경제가 유기적으로 연계되지 못하고 따로 노는, 탈동조화(Decoupling)가 발생할 수 있다. 그래서 CHPS는 단순히 '제도' 자체의 문제에서 벋어나 국내 수소산업 및 경제라는 큰 틀에서 관점에서 접근하는 것이 요구된다. 그리고 이러한 우려는 CHPS 자체보다 국내에 직접적인 청정수소 생산을 보조하는 제도가 없다는 점에서 기인한다. 미국이나 유럽, 일본 등이 자국 내 청정수소 생산에 보조금, 세금공제, 차액지원 등의 다양한 형태로 재정적 지원을 직접 하는 것과는 대조를 이룬다. 이렇다 보니 국내 청정수소 생산은 적어도 현재까지는 청정수소 발전의 연료로 공급하여, 일정 보조를 받는 것이 사실상 유일한 지원책이다. 그래서 만일 지금대로라면 국내 청정수소 생산부문은 청정수소 발전에 연료 공급사로 참여하지 못하면 장기적으로 사실상 고사할 수도 있는 위험이 존재하다. 더욱이 이번 입찰결과에서 볼 수 있듯이, 향후 청정수소 발전 입찰 시장은 석탄화력발전소를 보유한 국내 발전사들과 기존의 국제적인 대규모 암모니아 공급사업 간의 '연합' 중심으로 편성, 강고히 구조화될 가능성도 있다. 우려컨대 이 경우 국내 수소산업 및 경제와는 유리될 수도 있다. 국내 수소 경제 진흥에 도움이 되는 방향이 무엇인지에 대해 심도 있는 고민과 논의가 절실히 필요해 보인다. 그리고 이를 위해 아직 공개되지 않은 입찰 발전단가 상한을 국내 청정수소 생산 및 공급을 할 수 있는 범위에서 설정하는 것을 고려해야 한다. 기본적으로 수소로 암모니아를 만드니 수소는 암모니아보다 비쌀 수밖에 없으며, 더욱이 국내 청정수소는 자국에서 재정적 지원을 받고 들어오는 해외 청정암모니아보다 비쌀 수 있다. 특히 국내산 재생에너지 연계 수전해 그린 수소의 경우는 더욱 그렇다. 그래서 지금처럼 전기요금 인상 가능성만을 고려해 입찰 발전단가 상한이 부여되면, 이를 기준으로 입찰 시장에 참가할 수 있는 연료가 결정, 그 문턱에 주로 국내산 청정수소, 특히 재생에너지 연계 수전해 수소에 걸려 넘어질 수밖에 없다. 그만큼 상한 설정 시 국내 청정수소 생산이 가능한 범위를 고려해야 하며, 특히 재생에너지 연계 수전해 수소가 도태되지는 않을 방안도 마련해야 한다. 만일 그렇게 하지 않으려면, 다른 국가들처럼 국내 청정수소에 대한 재정적 지원 방안을 별도로 마련해야 한다. 김재경

[특별기고] ‘에너지 大전환’ 정부의 적극적 의지에 달렸다

우리나라는 탄소중립이라는 글로벌 큰 물결 속에서 신재생에너지에 집중적인 투자가 이뤄져야만 에너지 대전환을 할 수 있다. 탄소배출 없이 대규모 에너지를 생산하는 수소와 자연의 에너지를 전기로 바꾸는 친환경 해상풍력발전 그리고 발전 전력의 마중물 역할을 하는 양수발전 등이 있다. 양수발전은 하부댐 물을 상부댐으로 끌어 올려 저장해 두었다가 전력 수요가 증가할 때 저장한 물을 낙하시켜 전기를 생산한다. 국내 양수발전의 모범 사례는 한국남동발전의 '금산 양수발전소'이다. 충남 금산군에 짓기로 한 양수발전소는 우선 해당 지역에 수몰 가구가 없어 발전소 건설에 따른 이주 문제 등 주민 수용성 부분에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 입지 조건에 따른 지리적 이점과 함께 추가적인 강점은 댐 건설과 함께 민원이 가장 많이 발생하는 송전 철탑을 세워야 하는데 이러한 연계 거리가 가까워 공사 기간이 단축돼 다른 지자체와 차별화가 된다. 남동발전은 2037년말까지 금산군에 500MW 규모의 양수발전소를 준공키로 했다. 해상풍력 발전도 친환경에너지로 각광받고 있다. 해상풍력 발전은 바다나 호수와 같은 지역에 풍차를 설치한 후 그 곳에서 부는 바람을 이용해 터빈을 돌려 전기에너지를 얻는 발전 방식이다. 국내 해상풍력이 활성화되기 위해서는 몇가지 주요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첫째, 주민 수용성이다. 해상풍력 사업은 건설로 인한 어민들의 피해, 소음, 경관 훼손, 환경적 영향에 대한 주민들의 우려와 반대를 해결해야 한다. 특히 합리적 보상이 이뤄져야 하며 이를 위해 객관적인 기준이 마련되고 그 기준은 정확하게 판단해 줄 심판 역할이 있어야 한다. 주민들과의 갈등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소통과 협력이 중요하다. 단순한 보상 차원을 넘어 주민들과의 긴밀한 협의가 필요하다. 둘째, 정책의 일관성이다. 해상풍력은 정기적이고 대규모의 투자가 필요한 사업인데 정권이 교체될 때 마다 정부 정책이 변경되면 투자자들이 안정적으로 투자하기 어렵다. 해상풍력 산업이 지속적으로 성장 할려면 정부가 일괄된 정책을 유지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선 현재 국회에 발의된 '해상풍력발전 특별법'이 빠른 시일내 통과돼야 한다. 해상풍력 특별법은 해상풍력 추진을 위한 인허가 절차 간소화, 지역 수용성 문제 해결 등에 주안점을 두고 있다, 또한 개별 사업자가 직접 인허가를 받는 방식이 아니라 국무총리 산하 위원회가 해상풍력 산업 전반을 관할해 각종 인허가 문제를 일관적으로 해결하자는 내용이 포함되어 있다. 셋째, 전력망 확충이다. 해상에서 생산된 전력을 내륙으로 안정적으로 송전하기 위한 계통 연계가 원활해야 한다. 해상풍력이 증가하고 있는데 이를 수용할 수 있는 송전망이 충분치 않아 실질적인 전력 공급에 차질이 발생할 수 있다. 넷째, 공급망 확보다. 현재 국내 해상풍력 설비의 상당 부분을 해외에 의존하고 있다. 자국 내 공급망을 강화하지 않으면 산업 경쟁력이 악화될 수밖에 없다. 따라서 국내 해상풍력 산업의 지속 가능성을 확보하기 위해서 안정된 공급망이 확보돼야 한다. 현재 국내 해상풍력은 한국남동발전이 가장 선두에서 뛰고 있다. 우리나라 첫 상업용 해상풍력으로 평가 받고 있는 제주의 한국남동발전 산하 '탐라해상풍력'은 2017년 준공 당시 목표치인 가동률 95%, 이용률 28.9%를 넘어서 가동률 98%, 이용률 30%를 달성했다. 총사업비 1650억원 중 81.2%인 매출액 1340억원은 작년까지 회수했다. 중요한 것은 주민들의 반응인데 당초 반대와 달리 이제는 해상풍력 증설을 원하고 있다. 우려했던 어획량 감소외 환경 파괴 대신 풍력 지지대가 어초 역활을 하고 있으며, 포토존과 야간 조명 설치로 관광객이 의외로 늘었다. 당연히 식당, 카페, 숙박시설 등 주변 상권이 더 좋아졌다. 남동발전은 탐라해상풍력의 성공을 기반으로 2021년 10월 320MW 규모의 인천 용유무의자월 해상풍력, 2023년 7월 320MW급 인천 덕적 해상풍력 발전 사업 허가를 얻는 등 2.6GW 용량의 해상풍력 발전 사업 허가를 정부로부터 받았다. 2030년까지 우리나라 해상풍력 보급 목표는 12GW이다. 친환경에너지는 현재와 미래의 세대를 위해 중요한 이슈이다. 정부는 에너지 대전환을 위해 첫째, 지속 가능한 친환경에너지 생산을 촉진해야 하며 둘째, 친환경에너지 투자를 확대하는 혁신적인 기술 개발에 저해되는 법과 규제를 풀어야 한다. 발전공기업과 민간의 협력을 통해 친환경에너지로의 전환이 가속화될 수 있도록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이 필요하다. 윤병효 기자 chyybh@ekn.kr

[EE칼럼] 트럼프 당선이 기후위기 대응에 미칠 영향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11월 5일 치러진 제47대 대통령 선거에서 승리했다. 트럼프는 130여 년 만에 재선에 실패했다 다시 당선된 전직 대통령이자, 78세로 미국 역사상 최고령 당선인이 되었다. 트럼프는 내년 1월 20일 취임한다. 트럼프의 공약은 Agenda 47에 자세히 나와 있다. 청정에너지와 전기차에 대한 지원을 축소하고, 화석연료 생산을 확대하며, 배출과 오염을 줄이기 위한 규제를 완화하겠다고 약속했다. 트럼프의 재선은 기후위기에 대처하려는 국제적 노력에 커다란 영향을 미칠 것이다. '드릴, 베이비, 드릴'이라는 슬로건 아래 자국의 석유, 천연가스 채굴을 장려하는 트럼프의 정책은 국제사회의 주요 대화주제가 될 것이다. 2017년 대통령으로 취임한 트럼프는 파리협정 탈퇴를 선언했다. 그러나 퇴임하기 몇 달 전인 2020년에야 협정에서 공식적으로 탈퇴할 수 있었고, 후임자 바이든 대통령은 취임 직후 재가입을 선택했다. 내년 1월 다시 백악관에 입성할 트럼프는 다시 한 번 파리협정에서 탈퇴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번에는 미국이 1년 안에 빠르게 탈퇴할 수도 있다. 11월 11일부터 제29차 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9)가 열리고 있다. 100명 이상의 국가 정상이 개최지인 아제르바이잔의 수도인 바쿠에 도착했다. 핀란드, 그리스, 케냐, 스페인, 사우디, 터키, 파키스탄 등 100명 이상의 정상이 참석했다. 바이든 대통령을 비롯해 중국, 인도, 브라질, 영국, 독일, 프랑스 지도자들은 회의에 불참했다. 회의 참석자들이 바쿠에 도착해서 가장 먼저 알아차린 것은 기름 냄새였을 것이다. 이 냄새는 공기 중에 무겁게 떠다닌다. 카스피해 연안에 있는 이 작은 나라에 화석연료가 풍부하다는 증거이다. 정유소에서 나오는 불꽃이 밤하늘을 밝힌다. 국가적 상징조차도 가스 불꽃으로, 도시 위로 우뚝 솟은 세 개의 고층 빌딩이 이를 상징한다. COP29에서는 파리협정에서 정한 목표를 달성하는데 필요한 조치에 대해 논의할 예정이다. 특히 이번에는 금융에 초점을 맞춘다. 신규기후재원목표(NCQG)에 합의해야 한다. 개발도상국이 온실가스를 줄이고 기후위기에 적응하도록 돕기 위한 것이다. 이는 지난 30년간의 회의에서 제대로 시도되지 않았던 것이다. 이번에는 더욱 어려움이 예상된다. 미국의 기후 정책에 커다란 변화가 예상되지만, 아직은 많은 이들이 포기할 생각이 없다. 2010년부터 2016년까지 유엔기후변화협약 사무총장을 지내면서 2015년 파리협정 체결에 주도적인 역할을 한 크리스티아나 피게레스는 “이번 선거 결과는 세계 기후 행동에 큰 타격으로 여겨질 것이지만, 경제를 탈탄소화하고 파리협정의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진행 중인 변화를 막을 수 없고, 막지 못할 것이다." 이라고 말한다. 미국의 친환경 에너지로의 전환은 계속 이어질 것이라 전망하는 이들도 많다. 여러 공화당 의원들도 IRA를 좋아한다. IRA를 통해 태양광, 풍력 등 청정에너지에 대한 지출이 3조 달러(약 4,200조원)에 달할 것으로 예상되는데, 지금까지 지출의 85%가 공화당에 투표한 지역에 돌아갔다. 전 세계적으로 재생에너지 산업은 이제 큰 사업이 됐다. 국제에너지기구(IEA)는 올해에만 풍력, 태양광, 배터리 등의 분야에 대한 투자가 약 2조 달러에 달할 것으로 추정했다. 석유, 천연가스, 석탄 산업 투자 금액의 2배에 달한다. 캘리포니아는 전력의 54%를 재생에너지에서 얻는다. 미국 전체로 보면 재생에너지 전력이 40%를 차지한다. 이 상황에서 트럼프가 자국의 전력망을 계속 유지하고 싶다면 이를 무시하기가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작년 두바이에서 열린 COP28에서는 '화석연료로부터 전환'이라는 역사적인 약속을 했다. 산유국과 메이저 석유기업의 로비 때문에 30년 만에 이 결의가 이루어졌다. 사우디를 포함한 일부 산유국은 앞으로 4년 동안은 미국의 기후 정책이 후퇴할 것이라는 전망에 고무되어 이제 자신들의 이익을 위해 더 열심히 노력할 것이다. 엘니뇨 때문에 무척이나 더웠던 여름이 가고, 라니냐 때문에 무척 추울 것으로 예상되는 겨울이 오고 있다. 폭염과 폭우로 사과와 배추 가격이 폭등해 고생했는데, 올 겨울은 바다 수온이 높아 김, 미역, 굴, 바지락, 우럭 등의 해산물 가격이 크게 오를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임기 동안은 온실가스 감축보다는 기후변화에 적응하는데 힘쓰는 것이 현실적으로 보인다. 박성우 한국에너지공단 기획조정실장

[EE칼럼]트럼프 재집권이 재생에너지에 미치는 영향

지구 평균기온은 계속 상승 중이다. 코페르니쿠스기후변화서비스(C3S)는 2024년은 기록상 가장 더운 해가 될 것이며 파리 협정에서 제시한 산업화 이전 대비 1.5°C 한계를 넘어설 것으로 예측했다. 이런 상황에 도널드 트럼프가 47대 미국 대통령 선거에서 승리하면서 전 세계의 기후변화 대응 및 에너지 전환에 대한 불확실성은 커지고 속도는 느려지게 됐다. 그는 대선 과정에서 파리협정 탈퇴,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폐지, 미국 국립해양대기청(NOAA) 해체, 환경보호청(EPA) 권한 축소, 천연자원 및 화석연료 채굴 가속화 등을 약속했다. 컨설팅 기업 우드 맥킨지(Wood Mackenzie)는 트럼프 재집권에 따라 미국의 2050 탄소중립 목표는 실패할 것으로 전망했고, 기후 에너지 정책 분야를 전문으로 다루는 카본 브리프(Carbon Brief)는 2030년까지 대기 중으로 40억 톤의 탄소가 추가 배출될 것으로 추정했다. 파이낸셜 타임스(FT)는 아제르바이잔 바쿠에서 열리는 제29차 유엔 기후변화협약당사국총회(COP29)에 이미 정치 및 경제 지도자들이 대거 불참 의사를 밝히는 등 관심 저조로 인한 난항이 예상된다고 보도했고,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Politico)는 '기후 세계는 피하고 싶었던 현실을 맞닥뜨렸다. 트럼프가 돌아왔다'라는 제하의 기사에서 국제사회가 미국 없는 기후 대응 체제를 준비해야 한다고 전했다. ​ 미국은 국제사회에 대한 기후변화 대응 책무를 이행하지 않는 대표적인 나라 중 하나다. 글로벌 통계 사이트인 Our World in Data(OWID)에 따르면 매년 탄소 배출량이 증가 추세에 있는 중국과 달리 2005년 61억 톤으로 정점을 찍은 후 2022년 51억 톤으로 감소 추세이기는 하나, 1792년 이후 2022년까지 누적 탄소 배출량 4,269억 톤으로 세계 1위(중국은 같은 기간 미국의 61% 수준인 2,606억 톤)이며, 2022년 한 해 탄소 배출량은 51억 톤으로 세계 2위(1위는 중국으로 114억 톤)다. 반면 에너지 소비 중 재생에너지 점유율은 2023년 세계 평균 14.6%보다 낮은 11.7%이고, 발전량 중 재생에너지 점유율도 세계 평균 30.2%보다 낮은 22.7%다. 국제재생에너지기구(IRENA)에 따르면 2023년 전 세계 누적 재생에너지 발전설비 용량은 3,870GW인데 그 중 미국은 약 10%인 388GW(중국은 37.5%인 1,453GW)다. 전 세계 누적 재생에너지 발전설비 용량에서 중국은 2000년 10.1%에서 2023년 37.5%로 증가하고 있으나 미국은 2000년 12.2%에서 2023년 10.0%로 감소했다. 2023년 누적 태양광 발전설비 용량은 전 세계 1,419GW 중 약 9.7%인 138GW(중국은 42.9%인 609GW)이며, 누적 풍력 발전설비 용량은 전 세계 1,017GW 중 약 14.6%인 148GW(중국은 31.2%인 442GW)다. 트럼프 재집권이 재생에너지에 미치는 영향이 제한적일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IRA의 혜택을 공화당 지역구가 가장 많이 누리고 있으며 공화당 의원 18명이 IRA 폐지에 반대 입장을 표명하기도 했다. 골드만 삭스(Goldman Sachs)는 향후 10년 청정에너지와 관련된 기업에 1조 달러 규모로 투자를 확대하겠다고 발표하면서 트럼프 행정부의 정책 변경에도 재생에너지 투자는 지속될 것으로 전망했다. 미국은 재생에너지 공급 의무화제도(Renewable Standard Portfolio, RPS)를 2003년부터 시작했는데 참여하는 주는 늘어나고 의무 비율도 높아지고 있다. 또한 2023년 기준 태양광과 풍력발전 점유율이 30%가 넘는 주가 아이오와(Iowa) 60.4%를 포함해 12개나 되고 공화당의 텃밭인 텍사스도 2023년 27.8%에서 2024년(7월까지) 32.2%로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AI 용 데이터센터, RE100 등 재생에너지 수요는 많아지고 전력시장이 민영화되어 있어 가격 경쟁력이 높은 재생에너지가 우선 적용되는 구조다. 트럼프는 특유의 감성적인 수사법과 슬로건으로 바이든 행정부의 에너지 정책 대부분을 철회하겠다고 약속했지만, 세계는 트럼프가 마지막으로 권력을 잡았을 때와는 다른 상황에 있다. 재생에너지로의 전환이 전례 없는 속도로 진행되고 있으며, 그것이 트럼프가 줄기차게 외친 미국의 국익에도 도움이 되고 있기 때문이다. EU는 내년부터 탄소국경조정제도(CBAM)를 시행할 예정이며, 영국은 11월 발표된 'Clean Power 2030'을 통해 2030까지 풍력을 두 배, 태양광을 세 배 확대하기로 하였다. 중국은 2030년까지 1,200GW의 태양광과 풍력을 추가하려는 국가 목표를 무려 6년 앞당겨 2024년 달성한 후 보급을 가속화하고 있으며, 인도는 2030, 500GW, 2032, 600GW의 재생에너지를 목표로 하고 있고는 등 미국을 제외한 대부분의 국가에서 전례 없는 재생에너지의 확대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트럼프 재집권은 기후변화 대응, 에너지전환 및 재생에너지 확대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다. 하지만 속도는 줄일 수 있어도 멈출 수는 없으며, 미치는 영향도 제한적일 것이다. 황민수

[박원주 칼럼] 에너지 정책, 그 실타래를 풀어야 할때

경제정책, 특히 통화금융정책을 논의할 때, 정부의 재량적 의사 결정을 반대하고 사전에 정해진 원칙에 따라 정책이 집행될 것을 요구하는 소위 '준칙주의' 논쟁은 널리 알려져 있다. 경제 현장의 각종 지표 변동에 즉흥적으로 대응하다가 정책효과가 시차를 두고 과도하게 발생하면서 의도하지 않았던 경기 불안정을 야기하는 것을 경계하는 의미를 담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준칙주의가 거시경제정책뿐 아니라 다른 실물경제분야 중장기 정책의 성패도 좌우한다는 사실은 놓치는 분들이 더 많다. 필자는 1988년 동력자원부에서 공직 생활을 시작했다. 1977년 2차 석유파동을 겪으면서 급조된 미니부처였던 동력자원부는 부처 창설 10주년을 맞아 첫번째 '동력자원행정10년사'를 막 발간했던 참이었다. 그리고 이 첫 10년사가 동력자원부의 마지막 10주년 백서가 되었다. 1993년 집권한 김영삼정부는 개혁과제의 하나로 정부부처통합을 제시했고 그 첫번째 성과물로 가장 규모가 작았던 동력자원부를 상공부와 통폐합하는 결정을 내렸던 것이다. 당시 부처의 과장급 간부들이 부처 통합에 반대한다는 의미로 각자 사직서를 써서 호주머니에 담고 다녔다는 이야기를 나중에 들었다. 자기 부처를 존속시키고자 하는 사적 동기도 없지야 않았겠지만, 통합반대의 대외적 명분은 오랜 시간에 걸쳐 안정적으로 수립되고 집행되어야 할 에너지정책이 일반적인 산업정책처럼 그때그때의 시장환경과 정치적 여건변화에 따라 불안정하게 뒤집히다 보면 국가의 백년대계가 무너진다는 점이었다고 한다. 돌이켜 보면 이때 이 결정이 우리나라 에너지정책에 되돌릴 수 없는 변화를 초래했던 것은 분명해 보인다. 그때까지 일반국민들의 관심권 바깥에서 정부관료들과 전문가들에 의해 주도되던 우리나라 에너지정책이 화려한 비전과 퍼포먼스로 덧칠되면서 국가 정책의 하일라이트로 등장하기 시작했다. DJ정부의 자원외교, 노무현정부의 패키지딜, 이명박정부의 해외자원개발과 녹색성장전략, 박근혜정부의 수소경제, 문재인정부의 에너지전환정책과 그린뉴딜, 그리고 지금 정부의 친원전정책 등 이후 모든 정부의 핵심 어젠다가 에너지정책의 '변화'를 담고 있다. 에너지 이슈에 대한 국민들의 이해도도 급격하게 상승했고 이에 비례해서 에너지정책을 정치 어젠다로 활용해야 할 이유도 더 늘어났다. 문제는 신중하고 안정적으로 운영되어야 할 에너지정책이 정권에 따라 무조건 바뀌어야 하는 '개혁과제'로 변질되었다는 점이다. 역설적인 것은 이러한 급격한 변화의 와중에도 에너지에 대한 쌍팔년도의 미신과 편견은 한치도 바뀐 지점이 없다는 사실. 가구당 전기 요금이 통신비의 1/3에 불과한 지금도 kWh당 전기 요금을 몇십원 올리면 선거에서 진다고 믿는 정치권, 공급망 교란으로 도처에서 생산 비용이 급등하고 제품과 서비스가격이 올라가는데 당장의 지표를 관리하겠다며 에너지요금만 압박하는 우리 물가당국, RE100, CBAM 등으로 우리 수출길이 막히고 있는데도 화석 에너지와 원전 등 전통 에너지만이 살길이라고 믿으면서 '값비싼' 재생에너지는 비현실적이라고 주장하는, 아직 패치가 덜 된 우리 지식인들. 지금의 현실에 대한 한 줄 평은 '바뀌어야 할 것들은 그대로인데 바뀌지 말아야 할 것들이 너무 많이 바뀌고 있다' 정도일 것이다. 필자가 강의하고 있는 mba 과정에서 우리나라 에너지정책의 현안 이슈가 무엇인지 하나씩 찾아 보도록 학생들에게 과제를 냈다. 대부분 재생 에너지와 관련된 이슈들이긴 했으나, 그리드 부족, 석탄발전 경영난, K-RE100, 재생에너지 전기 부족, 에너지 가격 상승, ESS, 수소에너지정책, 탄소중립 등 나름 다양한 주제들을 문제로 인식하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과거 어느 때보다도 어려운 정책환경에 더해 과거 어느 때보다도 많은 난제가 쌓여있는 셈이다. 에너지 안보 차원에서는 송전망, 발전소 등 에너지인프라 부족과 글로벌 공급망 교란에 대한 대응문제가, 환경 측면에서는 온실가스 감축과 Net-Zero, NDC 달성 문제가, 통상 이슈로는 CBAM, RE100 등 기후변화와 관련된 무역장벽 해소가, 사회적 수용성 차원에서는 고준위 방폐장과 분산형 전원의 실현 문제가, 에너지산업의 경쟁력 차원에서는 전기요금 정상화, 에너지산업의 시장기능 회복, 재생 에너지 연관 제조업의 육성이 대표적 국가과제로 남겨져 있다. 하나같이 골치 아프고 손대기 어려운 숙제들이다. 에너지 정책 여건의 변화 또한 상상하기 어려운 수준이다. 국민들의 에너지 정책에 대한 정치적 관심은 역대 가장 높은 수준이다. 송전망 등 에너지 인프라에 대해서는 극도의 NIMBY 현상이 도처에서 벌어지고 있다. 과거에는 투자 자금이 없어서 못했던 일들이 지금 와서는 이해관계 집단 간의 갈등, 이익분쟁으로 지연되고 있다. 경제적 효율성을 앞세웠던 과거의 에너지정책은 이제 포퓰리즘 앞에서 힘을 잃고 있다. 에너지 정책의 이해관계 또한 과거 순수한 국내적 이슈에서 이제는 통상문제, Carbon Leakage 등 국경을 넘어선 글로벌 마찰로 확산되고 있다. 과거 신속하게 결론을 내리고 신중하게 집행할 수 있었던 우리 에너지정책은 이제 법적 절차를 둘러싸고 행정부와 국회가 서로 책임을 미루는 수건돌리기의 무대로 변질되어 있다. 5년에 한 번씩 정책이 뒤집히면서 정부 정책에 대한 투자자 신뢰도 극도로 훼손되어 있다. 에너지 효율과 환경보전을 위한 신기술 수요는 과거 어느 때보다 높지만 이미 기술 한계선에 도달한 우리 경제로서는 새로운 기술이 없이는 한발짝도 떼기 어렵다. 방폐장 등 시한폭탄과 같은 문제들이 산적해 있지만 정책 당국은 책임있는 의사 결정을 다음 정부로 미루면서 NIMT 현상도 일상화되고 있다. 30여년전 소소한 정부 기관 하나 문 닫으면서 시작된 미세한 균열이 부풀대로 부풀어 이제는 누구도 가로지를 수 없는 거대한 협곡이 되고 말았다. 얽힌 실타래를 단칼에 끊어내던 알렉산더의 지혜가 진심으로 아쉽다. 한 가지 확실한 것은 이젠 과거로는 돌아갈 수 없다는 사실이다. 새로운 시대의 에너지정책은 모든 이해관계자의 관점을 최대한 통합하면서 사회적 합의를 이루는 데서 시작해야 한다. 또한 지금 벌어지고 있는 많은 갈등 이슈들이 시장의 보상 시스템이 제대로 기능하지 않는 것에서 출발한다는 점도 분명히 인식해야 한다. 동서를 가로지르는 송전망 건설이 멈춰 있는 것은 전선이 지나가는 지역 주민들이 겪는 희생에 충분한 댓가가 지불되지 못하는 탓이 크다. 한전이 지역에 충분한 댓가를 치르지 못하는 것은 전기를 팔아서 그 비용을 충당할 방법이 없기 때문이다. 결국 시장이 충분한 전기요금을 내지 않는다면 지금의 많은 문제들은 10년 후에도 풀리지 않는 숙제로 남아 있을 가능성이 큰 것이다. 서민보호, 민생, 산업경쟁력을 이유로 대안 물색에 난색을 표하는 것도 이젠 도를 넘은 것으로 보인다. 이미 여러 나라들이 소비자들의 에너지비용 부담을 늘리지 않으면서도 에너지공급자들의 적자를 해소하는 대안을 찾기 위해 애쓰고 있다. 미국 여러 주정부에서 도입한 디커플링제도는 에너지공급자가 에너지 절약에 투자하게 하면서 그 성과를 전기요금에 반영하여 소비자의 요금고지서 영향을 최소화하면서도 공급사 수지를 개선시켜 주는 사례중 하나다. 우리도 손을 놓고 있을 때가 아니다. 에너지 정책의 실패가 산업 경쟁력의 악화로 직결되고, 우리 국민들의 미래를 좌우할 것이라는 점을 명확하게 인식하고, 머리를 쥐어 짜서라도 답을 낼 때다. 정치권, 기업, 환경단체, 지역 등 모든 이해관계자들 또한 자신들의 입장만 되풀이할 것이 아니라 우리 공동체가 직면한 현실을 이해하고 공감하면서 문제를 풀어내는데 힘을 모아야 한다. 이젠 정말 시간이 없다. 박원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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