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10월 23일(수)
[EE칼럼] 원자력 강국 vs. 핵무장, 같이 갈 수 없는 길

임은정 공주대학교 국제학부 교수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간 전쟁이 장기화하는 가운데, 북한의 파병설마저 불거지면서 파장이 크게 일고 있다. 그동안 전쟁을 일으킨 러시아에 대항하기 위해 미국을 필두로 한 서방 국가들은 우크라이나를 지원하긴 했지만, 직접적 개입을 피하면서 이 전쟁이 '국제전'으로 비화되는 것을 막으려 해 왔다. 그런데 북한의 개입이 수면 위로 부상하면서 이 전쟁이 유럽의 안보와 동아시아의 안보를 직접적으로 연결시키는 양상으로 발전하고 있어 심히 우려스럽다. 더군다나 그 어느 때보다 접전일 것으로 예상되는 대선이 2주도 채 남지 않은 상황에서 미국 역시 난감한 눈치다. 북한에 더 단호해야 한다는 우크라이나의 젤렌스키 대통령의 요구에도 불구하고 마땅한 대응책을 제시하지 못하는 형국이다. 우크라이나 전쟁은 분명 냉전 이후, 세계사에 큰 변곡점이 될 만한 일대 사건이다. 이 전쟁은 세계 최대의 핵무기 보유국이자 2차 세계대전에서 연합국이었기 때문에 유엔 안보리 상임이사국이라는 지위를 얻은 구 소련, 지금의 러시아가 유엔 헌장의 정신을 위배하고 주권 국가의 영토를 침범했다는 것만으로도 이미 국제 정세의 판을 뒤흔들 만한 사건이었다. 그런데다가 지난 달 러시아의 푸틴 대통령은 필요하면 핵무기를 사용할 수 있다는 내용을 담아 핵무기 사용 원칙 개정을 공식적으로 선언했다. 유럽 남부의 최대 원자력 발전소인 자포리자 원전은 러시아의 통제 하에 놓이면서 전력 생산을 위한 시설이었던 원전이 폭탄이 될 수도 있다는 경각심을 불러일으키기도 했다. 한편 러시아의 천연가스에 의존해 왔던 유럽 국가들은 기후위기 대응을 위한 녹색 에너지로의 전환을 가속화하면서도 에너지 안보를 그 어느 때보다 걱정하지 않을 수 없게 되었다. 러시아는 이미 전쟁 전부터 가스로 유럽 국가들에게 지정학적 레버리지(지랫대)를 활용해 왔다. 예를 들어 독일에게는 적극적으로 가스를 공급해 왔던 반면, 미국의 미사일 방어 계획을 지지했었던 체코에게는 가스 공급을 중단하는 식의 방법으로 이른바 유럽 국가들을 '길들이기' 했던 것이다. 체코의 원전 확대 방침은 이런 쓰라린 경험에 의한 측면이 있으며, 한국을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한 데에도 지정학적 판단이 작동했을 것이라 추정된다. 지난 달 말 한국을 찾은 슬로바키아의 로베르트 피초 총리와 윤석열 대통령 간의 정상회담에서 원자력 및 방산 분야의 협력을 강화하기로 합의된 것 역시 이런 흐름의 연장선에서 이해할 수 있다. 요컨대 동유럽 국가들을 필두로 국방은 물론 에너지 안보 차원에서도 전략적 이해관계가 충돌하지 않으면서 기술적으로 뛰어날 뿐만 아니라 재정적인 측면에서도 효율적인 원자로 건설을 제안할 수 있는 한국과 원자력 분야의 협력을 도모할 국가들은 앞으로도 계속 나타날 수 있다. 이는 한국에게 또 다른 기회일 수 있다는 것은 부정하기 힘들다. 따라서 이 시점에서 대한민국 사회가 깊이 고민해 봐야 하는 것이 핵무장 지지 여론과 원자력의 평화적 이용 사이에 발생하는 논리적인 충돌이다. 한국이 북한에 비해 경제적으로나 국제 사회에서의 지위 측면에서나, 기술적으로나, 재래식 전력 및 전반적인 국방력에 있어서나 월등히 우위에 있음에도 불구하고 국민들 사이에는 결국 '핵무기'라는 비대칭전력으로 인한 불균형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핵 밖에는 없다는 인식이 확산되어 왔다. 최근 한국의 자체 핵무장을 지지하는 여론이 다시금 강화되고 있다. 중앙일보와 동아시아연구원(EAI)의 최근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응답자의 무려 71.4%가 북한이 핵을 고수한다면 한국 역시 핵무장을 해야 한다고 답했는데, 이는 확장 억제를 강화하고 한미 간 핵협의그룹(NCG: Nuclear Consultative Group)을 설치하기로 한 '워싱턴 선언' 등의 영향으로 다소 낮아졌던 추세가 다시 반등된 것이라는 분석이다. 물론 한국 국민들의 이러한 우려는 작금의 국제 정세를 돌아볼 때 이해가지 않는 것이 아니다. 그러나 만약에라도 한국이 자체 핵무장의 길을 가게 될 때 그것이 가져올 국제적인 파장은 북한의 핵 야욕에 비할 수 없으리라는 것을 유념해야 한다. 북한이 2003년 마침내 탈퇴한 핵확산방지조약(NPT: Nonproliferation Treaty)은 불공평한 국제 조약이라는 비판이 여전히 있지만, 전 세계 존재하는 195개 국가 중 191개가 가입하고 있는 최대의 국제 조약이자 규범 체계다. 한국이 만약 핵무장의 길을 간다면 그 근간마저 흔들릴 수도 있다. 한국이 속한 아시아만 둘러보아도 동남아시아 국가들과 몽고는 '비핵지대(NWFZ: Nuclear-Weapon-Free Zones)를 선언하고 핵무기의 개발, 배치, 사용을 금지하고 있다. 한국과 같이 안정적으로 원전을 운영하여 에너지 안보를 강화하고 싶어 하는 국가들이 늘어나고 있는 지금, 한국이 핵무장의 길을 간다면 원자력 에너지의 평화적 이용이라는 기후위기 시대의 필요한 흐름에서 한국은 도태되고 또 하나의 외로운 룰 브레이커(rule breaker)로 전락할 수도 있다. 원자력 에너지의 책임 있는 평화적 이용을 지지하면서도 핵무기와 핵 위협에는 단호히 저항한다는 자세를 일관되게 견지할 때 한국을 지켜보고 있는 많은 신흥국가들에게 영감을 줄 수 있을 뿐 아니라, 국제사회의 질서 유지에도 기여할 수 있다는 것을 거듭 상기해야 하겠다. 임은정

[EE칼럼]기후변화와 석탄화력발전소

2024년 9월 30일 자정, 영국의 마지막 석탄화력발전소인 랫클리프 온 소어(Ratcliffe-on-Soar)가 가동을 멈추면서 영국은 G7 및 주요 경제국 중 탈석탄을 완료한 첫 번째 국가가 되었고 석탄을 포함한 화석연료 시대의 종말이라는 새로운 시대의 시작을 알렸다. 1882년 런던에서 세계 최초의 석탄화력발전소가 가동된 지 142년 만에 일이다. 이제 영국은 OECD 국가 중 14번째이자 유럽 국가 중 16번째로 석탄화력발전소가 없는 전력 시스템을 갖게 되었다. 전 세계 석탄 화력 발전량은 중국, 인도 및 인도네시아 등 아시아 국가의 증가로 아직 정점에 이르지는 못했지만 유럽. OECD를 중심으로 빠르게 발전량을 줄여가고 있다. OECD의 경우 에너지 연구소(Energy Institute, EI)의 통계에 따르면 2007년 4,060TWh로 정점을 찍었고 2023년에는 1,904TWh로 약 53% 감소했다. 이 기간 석탄 화력 발전량 감소의 81%는 전례 없이 성장한 태양광과 풍력 발전이 대체했는데 태양광과 풍력 발전량은 159TWh에서 1,905TWh로 증가했다. 영국 또한 2003년 139TWh로 정점을 찍고 2023년에는 3.5TWh로 약 98% 감소했다. 그리고 2024년 10월 마침내 '0'이 되었다. 태양광과 풍력 발전량은 1TWh에서 96TWh로 증가했고, 에너지 효율도 개선되어 전력 부문에서 낭비되는 에너지를 크게 줄였다. 같은 기간 영국의 전체발전량은 398TWh에서 286TWh로 30% 가까이 줄었다. 슬로바키아 또한 원래 계획을 6년 앞당겨 2024년 3월 모든 석탄화력발전소를 폐쇄하고 OECD 국가 중 13번째, 유럽 국가 중 15번째, EU 국가 중 11번째로 탈석탄 국가 대열에 합류했다. OECD 국가 중에서 석탄화력발전소를 가동 중인 나머지 24개국 중 19개국은 2007년 최고치에서 석탄 발전량을 최소 30% 이상 줄였으며 30% 미만으로 감소한 나라는 한국과 일본을 포함하여 4개국뿐이다. 그리고 2030년까지 OECD 국가의 4분의 3이 탈석탄 국가 대열에 합류하게 될 것이다. 독일 비영리단체 Beyond Fossil Fuels에 따르면 9월 말 기준 EU 27개국 중 석탄화력발전소를 모두 폐쇄한 나라는 벨기에, 포르투갈, 라트비아, 키프로스 등 10개국에 달하며 2033년이 되면 독일, 불가리아, 폴란드를 제외한 모든 나라의 석탄화력발전소가 폐쇄된다. 유럽으로 넓혀보면 영국, 스위스, 노르웨이 등 16개국이 탈석탄을 완료했으며, 2033년이 되면 터키, 보스니아, 코소보 등 8개국만이 석탄화력발전소를 운영하게 된다. 온실가스 배출은 부정적인 외부 효과(외부불경제)를 발생시킨다. 특히 석탄화력발전은 기후변화의 주범이며, 국내의 경우 온실가스 배출량의 약 4분의 1을 배출하고 있다. 채탄 과정에서 자연환경 및 생태계 파괴, 수출입 운송 과정에 오염물질 및 온실가스 배출, 상·하역장 및 저탄장 비산먼지 발생, 석탄 하역장 해안생태계 및 지역주민 생계 터전 파괴, 석탄 공급장치 안전사고 발생, 옥내외 저탄장 자연발화에 의한 화재, 옥외 저탄장 분진 가루에 의한 토양, 인체 및 동식물 오염, 연소과정에서 황산화물(SOx), 질소산화물(NOx), 미세먼지(PM 2.5, PM10) 등 대기오염 물질 다량 배출, 냉각수로 인한 해양생태계 훼손 및 수산자원 감소, 회(타고 남은 재) 처리장 비산먼지에 의한 오염, 회 처리장 인근 지하수 및 해양 중금속 오염 등을 발생시킨다. 1952년 1만 명 이상이 사망한 런던 그레이트 스모그(Great Smog of London)는 석탄발전의 폐해를 극명하게 보여주는 사례다. 올해 G7은 2035년까지 석탄화력발전소 폐쇄에 합의했으며, 유럽, OECD 등 주요 선진국들은 기후변화 대응을 위한 제21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1)의 약속 이행과 자국의 환경오염 및 경제성 등을 고려하여 탈석탄을 가속화하고 있다. 영국 또한 강화되는 기후변화 대응정책에 맞춰 사회로 전가하는 비용을 오염자(원인자)에게 부담시키는 피구세(Pigouian tax)의 일종인 탄소세 및 배출권 거래제의 시행과 2050년까지 온실가스 배출량을 1990년 대비 80% 이상 감축을 목표로 하는 기후변화법(Climate Change Act 2008)을 세계 최초로 제정했고, 2013년 에너지법(Energy Act 2013)을 개정해 전력 시장구조 개편(Electricity Market Reform)을 법제화했다. 장기발전차액계약제도(Feed-in Tariff with Contract for Difference, FIT CfD)와 탄소가격하한제(Carbon Price Floor), 용량 제도(Capacity Mechanism), 탄소배출 허용기준 강화 등 세부 정책들을 함께 추진했다. 반면 우리나라의 경우 2021년 이후 7개의 석탄화력발전소(7.26GW)를 건설중에 있으며, 올해 석탄을 포함한 화석연료 보조금만 재생에너지 보조금의 약 10배인 10.5조 원에 달하는 등 글로벌 트렌드에 역행하고 있다. 주요국의 탈석탄 동향은 석탄화력발전소를 신규로 건설할 때가 아니라 폐쇄할 때라는 걸 보여주고 있는데도 말이다. 황민수

[EE칼럼]무너지는 재생에너지 산업

국내의 유수한 연구소들은 조용한 가운데 먼나라의 연구소가 경쟁상대인 한국의 전자산업을 걱정하고 나섰다. 미국의 에너지경제·재무분석연구소(IEEFA)는 지난 10일 발간한 보고서에서 “글로벌 빅 테크 기업들의 강력한 탈탄소화 노력에 힘입어 인공지능(AI) 및 반도체 부문의 재생에너지 수요가 증가하고 있으나 한국 기업들은 재생에너지원으로의 전환에 뒤처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 보고서는 글로벌 AI 부문의 재생에너지 순증량은 2023년 대비 2026년까지 3배 증가하여 262TWh가 될 것이며 재생에너지 발전에서 AI 수요가 차지하는 비중이 17.9%로 두 배로 증가할 것으로 예상하였다. 그리고 400개 이상의 글로벌 대기업들이 참여한 RE100이 2050년까지 전력수요의 100%를 재생에너지로 충당하려 하고 있음에도 한국의 SK하이닉스는 30%, 삼성전자는 10% 미만에 불과하고 발전 속도도 미미하다고 꼬집었다. 이는 2023년 한국의 재생에너지 발전량이 전체의 9.64%로 세계 평균 30.25%, 아시아 평균 26.73%의 절반도 되지 않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보고서는 유럽의 탄소국경조정제도(CBAM)와 미국의 청정경쟁법 등의 확대 적용으로 탄소 집약도가 높은 한국의 기업들은 상당한 재정적 결과에 직면할 것이라고 걱정한다. 그러나 '걱정'은 필자의 생각이고 IEEFA는 경쟁국의 '대략난감'을 즐기고 있음이 분명하다. 우리나라는 20대 대기업의 전력사용량이 85TWh로 주택용 전체 전력사용량 82TWh를 초과하는 나라이다. 전체 전력량의 3분의 2가 산업용으로 사용된다. 그리고 대부분의 수출기업들은 재생에너지 전력의 사용을 요구받고 있으며 점점 강화되어 가고 있는 추세이다.그럼에도 불구하고 정부의 재생에너지 홀대 정책으로 국내 재생에너지의 보급이 하락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재생에너지 산업 전반이 크게 흔들리고 있는 상황이다. 국내 태양광 발전 제조사는 2017년 46개까지 늘었다가 2022년 23개로 절반이나 즐었다. 재생에너지 산업이 원전산업을 넘어선 것은 벌써 오래 전의 일이다. 2014년에 이미 태양광과 풍력발전 부문의 수출액이 3조967억원으로 원전 부문 수출액 1641억원의 19배를 기록했다. 2014년부터 2021년까지 8년 동안 태양광·풍력발전의 총 수출액은26조7219억원으로 원전 수출액 1조716억원보다 약 26배가 많았다. 2021년의 재생에너지산업 종사자수는 13만9097명으로 원전산업 종사자수 3만5104명보다 4배나 많았다. 전 세계 에너지 투자 규모를 보면 2023년 기준으로 청정에너지 투자는 화석연료 투자의 1.7배인 1조740억 달러였다. 원전분야는 630억 달러로 청정에너지 분야의 불과 6%에도 미치지 못한다. 올해에도 전체 3조 달러를 초과하는 에너지 투자액 중 청정에너지 기술과 인프라에는 2조 달러가 투자될 것으로 예상되며 원전 분야는 최대 800억 달러로 보고 있다. 그러나 한국의 재생에너지 산업은 2017년부터 수출액이 감소하고 참여하는 기업의 수마저 줄어드는 처지가 되었다. 반면 중국은 재생에너지 분야의 투자는 물론 고용, 보급, 기술에서 세계 최고의 수준이 되었다. 30년 전 세계 어느 나라도 한국이라는 나라가 반도체와 무선전화 분야에서 세계 최고가 되리라고 생각하지 못했다. 과감한 투자와 정책적 지원에 힘입어 반도체와 무선전화는 21세기 한국의 경제의 중추가 되었다.중국의 퀀텀 점프는 재생에너지 산업이었다. 2000년대 들어서면서 중국은 재생에너지 산업과 보급에 투자를 늘렸고 2010년대가 되면서 보급과 투자에서 미국을 앞질렀다. 그리고 이제 재생에너지 분야는 중국의 주요 수출 산업으로 자리잡았다. 그렇다고 우리가 이 분야에서 물러설 수는 없다. 세계적으로 재생에너지 산업에 대한 투자는 더 늘어날 것이기 때문이다. 국제재생에너지기구(IRENA)는 지난 14일 2030년까지 재생에너지 용량을 3배 늘리기로 한 지난해 기후변화협약당사국 총회의 합의에 대한 경과보고서에서 현재 각국의 계획으로는 목표에서 34% 부족하므로 재생에너지에 대한 투자를 늘릴 것을 촉구하였다. 2023년 재생에너지 발전에 대한 투자 5300억 달러를 매년 1조5천억 달러로 확대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런 시장을 외면하는 것은 바보가 아닌 다음에야 누가 있으리오. 대부분의 사람이 컴퓨터로 문서 작업을 하는데 몇몇 매니아를 위해 타자기 산업을 육성하려 한다면 이처럼 어리석은 일은 없을 것이다. 그런데 이런 현실을 매일 목도해야 하는 것이 우리의 현실이니 안타까울 따름이다. 신동한

[EE칼럼] 환경부가 환경산업부가 될 수 없는 이유

이번 환경부 국정감사에서 논란이 된 이슈 중 하나가 기후대응댐이다. 기후대응댐 건설계획의 핵심은 기후변화로 인해 예상되는 미래의 극한 가뭄과 물 수요에 대비하고 이전보다 더 강도와 빈도가 커지는 홍수와 가뭄 피해를 예방하기 위해 댐을 건설한다는 것이다. 환경부는 지난 7월 다목적댐 3곳을 비롯하여 홍수조절용 댐과 용수전용 댐 등 전국 14곳에 대해 댐건설 후보지를 발표하였다. 특히, 지자체에서 원하는 곳을 대상으로 유역별 홍수 위험성과 물 부족량 등 과학적 자료에 기반하여 후보지를 선정하였고, 댐 수면에 수상태양광을 설치하여 재생에너지 전기를 공급하겠다고 발표하였다. 하지만 후보지로 선정된 지자체 일부와 환경단체들 중심으로 기후대응댐 건설에 대한 반대가 표면화되면서 사회적 갈등이 발생하고 있다. 2015년부터 2018년에는 극심한 가뭄이 발생하였고, 2020년에는 우리나라 기상관측 이래 가장 긴 54일간의 장마가 발생했던 반면, 2022년에는 또 다시 50년만의 최악의 가뭄이 발생하였고 이로 인한 산불 피해가 매우 컸다. 이처럼 가뭄과 홍수 그리고 또 다시 가뭄이 발생하는 “강수의 양극화 현상"이 발생하고 있다. 원인은 우리나라의 기온과 해수면 온도가 세계 평균 보다 빠르게 상승하였기 때문이다. 모두가 알고 있듯이 사과의 주산지는 더 이상 대구가 아니며 동해에서 흔히 잡히던 오징어는 귀한 어종이 된지 오래다. 이처럼 기후변화로 인한 미래의 기상 및 자연생태계의 변화가 심각하게 우려되고 있고, 이 변화는 시간의 문제일 뿐 우리의 삶과 직결되어 크고 작은 변화와 충격을 줄 것으로 예상된다. 이러한 상황에서 정부는 미래에 예상되는 물 부족 문제와 이상 기후현상에 대비할 수 있는 가장 핵심적인 대안으로 댐건설이라는 카드를 꺼내든 것으로 추측된다. 댐건설은 홍수와 가뭄 피해를 예방하고 물부족 문제를 한번에 해결할 수 있는 일석이조 대안이라고 생각될 수 있다. 하지만 빛이 강할수록 그림자도 짙게 드리운다는 속담처럼 댐건설은 그에 따른 효과 못지않게 부정적인 영향이 매우 크다. 댐건설로 인한 자연생태계와 서식지의 파괴를 비롯하여 수몰지역이 생기면서 이주민이 생기고 지역공동체가 훼손되는 문제점을 갖고 있다. 이러한 이유 때문에 댐건설은 오래전에 멈췄던 것이고 대신 숲의 긍정적 기능을 강조하는 의미의 녹색댐, 지하수와 도시빗물 이용, 도시의 불투과성 아스팔트 길을 투수성 재질로 바꾸어 물이 땅에 스며들 수 있도록 하는 그린 인프라 투자 그리고 불필요한 물 소비를 줄이는 강력한 물수요관리정책 등 다양한 물관리 정책을 고려하고 있다. 이러한 점은 물관리 분야의 국가 최상위 법정계획인 “물관리기본계획"에 잘 나타나 있다. 2021년 6월 수립되고 2023년 9월 일부 내용 수정을 거쳐서 최종 결정된 제1차 물관리기본계획은 물관리기본법 제27조에 의거하여 2030년까지의 국가 물관리 정책의 기본 목표와 추진방향, 미래의 변화 예측 및 전망 그리고 기후변화에 따른 물관리 취약성 대응 방안을 제시하고 있다. 특히 가뭄과 홍수 등으로 인해 발생하는 재해의 경감 및 예방에 대한 내용을 담고 있는데, 미래에 발생할 가능성이 높은 강한 홍수와 가뭄에 대한 대비책으로 가뭄관리체계의 선진화 및 극한가뭄 대응체계 구축 전략, 댐・하천・저수지 등 기반시설의 홍수안전 강화 및 예방 투자 확대 전략, 그리고 홍수 예보체계의 고도화 및 도시침수 관리체계 강화 전략 등 다양한 대안을 제시하고 있다, 하지만 댐건설에 대한 이야기는 언급되지 않고 있다. 2022년 11월, 대통령이 주재한 수출전략회의에서 “환경부도 환경산업부가 돼야한다"는 일갈에 2023년도 환경부 주요업무 추진계획에는 “2023년을 100조원 녹색산업 수출의 원년으로 잡고 2023년 한해동안 20조원의 수출을 추진하겠다"는 내용을 담았다. 그리고 2024년 발표한 환경부 주요업무 추진계획에는 타당성 조사 3곳을 비롯하여 신규 댐 건설 10개소를 추진하겠다는 내용을 포함하였다. 올 7월 환경부 장관이 기획재정부 출신 장관으로 변경되었고, 신임장관은 취임한 지 한달도 안된 상황에서 기후대응댐 14곳 건설후보지를 발표하였다. 이런 상황이다 보니 기후대응은 허울뿐이고 4대강 사업 후속조치 아닌가? 토목사업을 일으키려는 의도가 숨어있는 것 아니냐? 등 여러 의심과 불신을 자초하고 있다. 미래 기후위기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기 위한 정부의 취지와 노력에 대해서는 십분 공감하면서도 웬지 설익은 과일을 맛보는 느낌을 받는다. 정부24 사이트에 소개된 환경부 소개 글은 다음과 같다. “환경부는 환경오염과 환경훼손을 예방하고 지속 가능하게 관리·보전함으로써 모든 국민이 건강하고 쾌적한 삶을 누릴 수 있도록 (중략) 나아가 지구환경을 보전하는 것을 주요 업무로 하는 중앙행정기관입니다." 저출산, 고령화 사회, 그리고 저성장이라는 어려움에 처해있는 국가 여건을 감안할 때 환경부도 규제보다는 일자리를 만들고 내수를 확대하고 수출을 장려하도록 해야 한다는 점은 충분히 이해가 된다. 하지만 환경부 고유의 목적과 업무는 경제성장을 보조하기 보다는 성장 속에서 가려지거나 훼손되는 가치는 없는지 꼼꼼하게 살펴봐야 하는 중요한 역할이 따로 있다. 그렇기에 환경부는 환경산업부가 될 수 없는 것이다. 모쪼록 환경과 경제를 균형된 시각으로 바라보는 환경부를 기대한다. 조용성

[EE칼럼] 탄소중립시대 정상적인 에너지 가격의 역할

탄소시대에서 저탄소 무탄소 시대로 전환되는 에너지 전환시대를 맞아 에너지 공기업의 두 축인 전력회사와 가스회사의 누적된 부채와 미수금이 회사의 정상적인 운영을 힘들게 하고 있을 뿐 아니라 국가 에너지전환 속도의 발목을 잡고 있다. 낮은 에너지 가격은 국가 경제와 민생에 도움이 되는 것처럼 보이겠지만 결과적으로는 에너지전환을 위한 에너지 공급망인 전력망과 인프라 구축을 할 수 없게 만들어 미래에 더 많은 부담과 어려움을 줄 것이 불 보듯 뻔하다. 2050 탄소중립의 핵심인 에너지의 전기화와 수소 에너지를 위한 인프라 구축에 대한 투자는 도대체 누가 언제 한다는 것인가? 정상적인 에너지 요금은 환경과 기후변화 비용을 포함하고 미래 에너지 인프라를 구축하는 비용이 포함되어야 한다. 기후환경 문제를 발생시키는 분야에서 비용을 부담하게 하는 것이 에너지 가격의 정의가 아닐까? 잘못된 에너지 요금은 에너지 소비를 부추기고 에너지 수요를 증가시킬 수도 있다. 탄소중립을 위해서는 에너지 효율 향상을 통한 에너지 소비 감축과 저탄소로의 에너지전환, 탄소의 포집 및 저장 기술 적용 등이 동시에 조화롭게 추진되어야 한다. 한국은 현재 20% 내외의 전기화 비율을 보여주고 있지만 2050 탄소중립 계획에 따르면 이 비율이 45%를 넘는다. 이는 더 많은 에너지가 전력의 형태로 필요하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증가할 전력은 과연 어디에서 얻어야 할까? 전력원 구성을 살펴보면 전 세계 평균은 석탄 36%, 가스 22% 수력 15% 원자력 9%, 풍력 7%, 태양광 4% 및 기타 6%로 구성되어 있어 화석연료가 60% 정도이고 수력과 재생에너지 구성이 30%에 가깝다. 한국은 석탄 33%, 원자력 30%, 가스 26%, 태양광 5% 및 기타 6%로 구성되어 세계 평균과 비교하면 원자력발전의 구성이 상당히 높은 편이고 반대로 수력과 재생에너지 구성이 10% 이내로 낮은 편이다. 한국의 전기요금은 세계 주요국과 비교하면 무척 낮은 수준에 속한다. 한국의 2023년도 가격은 킬로와트시(KWh)당 160원 정도로 영국과 이탈리아의 600원대, 일본 호주의 300원대, 미국의 200원대에 비해서도 낮다. 우리의 전기요금은 신재생에너지에 많은 투자를 하고 있는 유럽국가의 1/3 수준이고 우리와 유사한 에너지자원 빈국인 일본과 비교해도 반값에 전력을 공급하고 있는 것이다. 더 나가 셰일에너지로 에너지 부국이 된 미국보다도 싸다는 사실은 누가 봐도 이상할 수 밖에 없는 현상이다. 당연히 한 국가의 에너지 가격은 에너지원 부존 현황, 에너지원 믹스의 구성, 신재생에너지 생산량 등과 관련이 있을 것이다. 국가의 낮은 에너지 자급률, 낮은 원전의 구성비, 그리고 높은 신재생에너지 구성비를 차지할수록 전기요금이 높을 수밖에 없다. 그렇다면 93% 이상의 에너지원을 해외에 의존하고 전체 에너지원 구성 중 신재생에너지가 차지하는 비중이 낮은 한국에서 전기요금이 싼 이유는 무엇으로 설명할 수 있을까? 낮은 에너지 가격은 에너지 공기업의 적자 누적이 문제를 야기하는 것이 문제를 넘어 더 중요한 것은 에너지에 대한 전 국민의 올바른 인식개선의 기회를 더 늦추고 있다는 것이다. 전 국민에게 에너지는 언제나 충분하게 공급받고 있고 값싼 재화라는 인식만 심어주게 될 것이다. 더구나 세계적인 탄소중립 노력으로 화석연료에 대한 탄소세 부담이 가중될 것이고 이는 궁극적으로 수출의존도가 높은 국가의 수출경쟁력을 약화시킬 것이다. 결국 비정상적인 에너지가격은 에너지전환과 탄소중립 실현을 더디게 하여 궁극적으로 미래의 국가경쟁력을 약화시키는 역할을 할지도 모른다. 에너지 공기업의 경영정상화와 국가의 바람직한 에너지전환을 위해서라도 실직적이고 현실성 있는 정상적인 에너지가격 제도를 하루 빨리 실행해야 한다. 신현돈

[EE칼럼] 자동차 연비 단위, “km/L”와 “L/100km”를 병행 표시하자

북미대륙에 지리적으로 인접해 있는 영어 사용국인 미국과 캐나다는 자동차를 운전해 톨게이트형 국경검문소에서 간단한 통관절차만 거치면, 양국 간 무비자 여행이 가능해, 묶음 관광으로 함께 여행하게 되는 경우가 있다. 이때 어느 방향이든지 국경을 통과하여 상대편 국가 도로로 진입하면 속도제한 표시판에 속도 단위가 “mph"(miles per hour, 미국)와 “km/h"(캐나다)로 다르다는 점을 쉽게 알아차린다. 문제는 우리 같은 외국인 관광객들에게는 단위 전환계산이 여간해서는 쉽지 않다는 점. 특히 단위 전환계산이 즉각적으로 이루어져야 하는 고속도로라면 더욱 곤혹스러울 수 있다. 이와 유사한 계산적 어려움이 자동차 표시연비에도 존재한다. 자동차 표시연비 제도는 소비자가 고효율, 저탄소 차량을 선택하도록 돕기 위해 연비 정보를 라벨이나 광고를 통해 제공하는 정책이다. 이 제도의 실효성은 그만큼 연비 정보의 정확성과 함께 소비자의 정확한 인지 여부에 달려 있다. 물론 “연료 1L당 주행 가능한 거리(km)"라는 표시연비 정보의 단순성을 고려한다면, 표시연비 자체를 소비자가 인식하기 어렵거나 오해할 소지는 극히 낮다. 다만, 표시연비 정보를 아는 것 자체 보다, 해당 정보를 잘 해석할 수 있을지가 관건이다. 소비자는 차량을 구매할 때 연료비를 고려하기 위해 표시연비 정보를 참조한다. 이때 연료비를 대충이라도 어림잡아 추정하기 위해서는 연비와 연료비 간의 상관관계를 알아야 한다. 그런데 문제는 현행 제도에서는 소비자가 알 수 있는 표시연비 단위가 단지 “단위 연료 소비량당 주행거리(km/L)"로만 표시된다는 점이다. 가령 100km 주행에 드는 연료비를 계산하려면 이를 다시 “단위 거리당 연료 소비량(L/km)"으로 전환, 다시 말해 역수(逆數)로 만든 후 연료 가격과 100km를 곱해주어야 한다. 다시 말해 연료비 계산에는 연비에 대한 분수 계산, 즉 비선형 함수 계산이 요구된다. 사실 간단하더라도 덧셈, 뺄셈, 곱셈과 달리, 나눗셈은 계산이 그리 쉽지 않다. 가령 보통 사람은 “53/2 =?"과 같은 아주 기초적인 나눗셈 문제라도 “53+2 =?"같은 덧셈 문제만큼 힘들이지 않고 자동적․즉각적으로 풀기 힘들다. 상대적인 계산의 시간적·인지적 부담 때문에 보통 자연스럽게 무의식적으로 회피하려는 경향이 있다. 쉽게 표현하면, 보통의 사람들에게는 '생각의 게으름'이 일반적이다. 대신 지금 당장 눈앞의 명시적인 정보 자체에만 집중하여 연비와 연료비의 상관관계를 대충 어림잡아 짐작하는 것이 보편적이다. 인간의 의사결정의 인지적 한계를 다루는 행동경제학 연구들은 이와 관련해 실제 소비자들이 연비 정보를 선형적 관계로 오해하는 경향, 쉽게 말해 표시된 연비가 두 배로 증가하면 연료비도 절반으로 줄어들 것이라고 단순하게 생각하는 경향이 있음을 밝힌 바 있다. 그리고 이를 “연비 단위(MPG)로 인해 유발된 착오", 즉 “MPG Illusion" 현상이라 명명하였다. 그러나 실제로 계산해보면 그렇지 않다. 가령 복합연비가 6km/L인 고급 세단과 15km/L인 소형차에 대해 각각을 4km/L 정도 연비가 향상된 차로 교체하면, 저연비 고급 세단이 고연비 소형차에 비해 실제 연료비가 절감되는 효과는 약 5배 정도 크다. 얼핏 같은 연비개선 효과라면 같은 연료비 절감효과가 있어야 하지만 그렇지 않다. 에너지경제연구원은 국내 소비자의 경우, 대략 연비 10km/L 언저리에서 벗어나면 벗어날수록 왜곡도 심해지며, 특히 고연비 차량에서의 연비개선보다 저연비 차량에서의 연비개선 효과가 크기 때문에 이 같은 착각의 정도는 더 하다고 밝힌 바 있다. 해결책은 간단하다. 연비 단위만 유럽이나 캐나다 등이 쓰고 있는 L/100km로 바꾸어주면 된다. 물론 현시점에 이미 관행화·습관화된 표시행태를 하루아침에 바꾸기란 큰 사회적 비용이 수반될 수밖에 없다. 대신 현행 연비표시 라벨상 표시연비 정보에 두 가지 표시단위 km/L와 L/100km를 병행 표시하는 방안도 고려할 필요가 있다. 현행 연비표시 라벨 상 표시연비 정보에는 도심 연비, 고속도로 연비 및 복합연비 정보가 포함되어 있는데, 세 가지 연비 정보 모두 두 가지 표시단위로 나타낼 경우의 번잡함을 고려하여, 상대적으로 강조된 복합연비만 두 가지 표시방식으로 기재하는 것이 바람직할 것으로 생각한다. 김재경

[EE칼럼] 첨단산업, 기술개발 통해 돌파하자

세계 각국이 무역 장벽을 세우고 있음에도 중국 자동차 수출이 늘어나고 있는 배경에는 공급망 파워가 있기 때문이다. 특히, 중국은 전기차 핵심 부품인 배터리 공급망에서 큰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풍부한 핵심광물을 바탕으로 배터리 가공 및 생산에 이르는 전 과정을 장악하고 있다. 중국 해관총서에 따르면 올 2분기(4~6월) 매출액 기준으로 글로벌 전기차 배터리 점유율 10위 내 중국 업체가 6개다. CATL(1위. 31.6%), BYD(3위.11.9%) 등 중국 업체가 차지하는 비율이 전체의 절반이 넘는다. 양극재.음극재 등 배터리 소재 출하량도 90% 안팎에 이른다. 첨단산업의 핵심인 전기차와 배터리의 일시적 수요 정체 여파로 국내 주요 배터리 업체는 공장 가동률이 역대 최저인 50~60%대로 급락하는 등 고초를 겪고 있다. 여기에 최근 전기차 대형 화재라는 약재까지 터졌다. 이같은 상황을 극복하기 위해선 기술개발을 통해 높은 수준의 제품이 만들어져야 한다. LG에너지솔루션은 세계에서 가장 많은 “배터리 관리 시스템(BMS) 특허를 보유하고 있다. 특허 정보조사 업체 WIPS에 따르면 LG엔솔은 한국과 미국, 유럽, 중국, 일본 등 5개국에서 BMS 특허 등록. 출원 건수 1위를 기록했다. 2018년부터 2022년까지 총 5475개의 특허를 내 한.중.일 배터리 상위 10개 기업의 관련 특허 1만 3500개의 40%를 차지했다. SK온은 LPF(리튬인산철), 각형, 원통형 등 배터리 폼팩터 다변화 노력을 하고 있다. SK온이 내 놓은 "윈터프로 LPF 배터리“는 보통 LPF 배터리의 경우 일반적으로 영하 20도 수준 저온에서 주행거리가 절반 이상 급감하는데, 이 제품은 에너지 밀도를 19% 높이고도 저온에서 충전.방전 용량을 기존보다 각각 16%, 10% 늘렸다. 세계 1위 비철금속 제련 기업인 고려아연은 이차전지용 동박(銅薄)이 중국에서 공급 과잉이 이어지자 기술력을 통해 동박의 원재료로 쓰이는 구리 생산 원가를 낮추는 기술을 확보했다. 동박은 구리를 얇게 펴는 작업을 통해 2차전지의 음극집전체로 전기화학 반응에 의해 발생하는 전자를 모으거나, 전기화학 반응에 필요한 전자를 공급하는 역할을 한다. 고려아연은 아연과 연 생산 과정에서 나오는 부산물과 폐전자제품의 인쇄회로 기판 등을 재활용해 구리를 생산하고 있다. 구리는 다양한 분야에서 활용될 수 있는 좋은 특성을 보유한 산업용 금속이면서, 대체가 어려운 핵심 소재이다. 구리의 특성은 전력에 대한 전도율이 좋으며, 열을 매우 잘 전달하는 특성을 갖고 있다. 그리고 가공이 쉽고 잘 늘어난다. 또한 쉽게 부식되지 않고 화학물질에 대한 내성이 강하다. 그래서 대체가 매우 어렵다. 런던금속거래소(LME)에 따르면 9월 29일 구리 가격이 미 연준의 금리 인하 발표 및 중국의 수요 증가로 두달만에 최고가(9,405달러/톤)를 기록했다. 고려아연은 온산제련소 내 구리 생산 설비 증설을 2025년 내 완료하고, 2028년까지 생산량을 연간 15만톤으로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글로벌 특수강 기업 세아베스틸은 기술력을 바탕으로 세계 해상풍력 특수강 시장에 뛰어 들었다. 해상풍력 발전기에 사용되는 특수강 소재는 진입 장벽이 높고 범용 제품 대비 수익성이 높은 고부가가치 제품이다. 친환경에너지인 해상풍력은 발전기가 핵심이다. 세아베스틸은 해상풍력 발전기에 사용되는 특수강 파스너(볼트, 너트) 제품을 생산하고 있다. 세아베스틸은 2011년부터 지멘스에 풍력 터빈용 기어박스의 특수강 소재를 공급하고 있다. 2018년 핀란드 풍력발전 기어 박스 회사와 협업해 2020년부터 GE에 관련 부품을 공급하는 등 해상풍력 특수강 소재 레퍼런스를 쌓아 왔다. 세아베스틸은 내년까지 전체 특수강 수출의 10%를 해상 풍력향으로 확대한다는 계획을 실행하고 있다. 지난 10여 년간 전기차. 배터리, 반도체, 친환경에너지 등 첨단산업이 빠르게 성장하다 일시적 수요 정체라는 암초를 만났다. 하지만 탄소중립 등 각국의 정책을 고려하면 장기적으로 전기차 전환과 AI 등 반도체 시장, 친환경에너지 산업이 대세임에는 확고하다. 따라서 전기차, 배터리, 양극재. 음극재, 동박 등 소재, 부품까지 배터리 생태계를 형성하고 있는 국내 업체들은 최근 부진한 업황을 버티고 장기 로드맵을 준비해야 할 계획을 갖고 있어야 한다. 무엇보다 시장을 주도할 기술개발에 매진해야 한다. 정부는 전기차, 배터리, 친환경에너지 등 첨단산업의 기술개발에 필요한 연구개발(R&D) 예산 지원을 더 확대해야 한다. 강천구

[EE칼럼] 원자력을 거부하는 친구에게

보고싶은 친구여, 오랜만에 원자력에 대해 이렇게 글을 적어보네. 7~8년 전, 친구가 나로서는 수긍하기 어려운 논리를 펴며 원자력에 대해 강한 반감을 표출했을 때 난 상당히 놀랐었지. 그때 나는 시간이 지나면 원자력에 대한 진실이 드러나리라고 생각했어. 그리고 최근 몇 년간 원자력의 위상이 세계적으로 크게 변하면서 우리가 다시 이 문제를 논의해야 할 때가 온 것 같아. 한때 탈원전 정책의 중심지였던 유럽에서도 이제 원자력에 대한 재평가가 이루어지고 있어. 많은 국가들이 재생에너지만으로도 탄소 중립을 달성할 수 있다는 믿음을 가졌었지만, 수력이 풍부하거나 원자력을 함께 사용하지 않는 나라들은 지금 탄소 중립 정책 추진에 큰 어려움을 겪고 있지. 에너지 정책에서 공급 안정성, 환경성, 가격 적정성을 균형있게 고려해야 한다는 상식을 소홀히 한 결과라고 생각해. 특히 에너지 공급의 안정성이 무너질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면서 원자력에 대한 필요성이 부각되고 있어. 이 변화의 중심에는 EU의 2022년 그린 택소노미 결정이 있어. 원자력이 지속 가능한 에너지원으로 인정받으며 기후변화 대응에서의 역할이 공식화된 거지. 2023년에는 프랑스를 중심으로 12개국이 원자력 동맹을 결성하기도 했다네. 프랑스는 원자력 발전 점유율을 50% 수준으로 줄이려던 정책을 폐기하고 6기의 신규 원전(8기 추가 검토)을 건설하기로 했고, 영국은 6.4GW인 원전 설비를 2050년까지 24GW로 늘리겠다고 발표했어. 이밖에 체코, 헝가리, 폴란드, 스웨덴, 루마니아, 네덜란드, 슬로바키아, 슬로베니아, 핀란드, 불가리아 등이 신규 원전 건설을 계획하고 있지. 이탈리아, 스위스, 벨기에와 같은 대표적 탈원전 국가들까지 소형모듈원자로(SMR) 등 신규 원전 도입을 검토 중이라는 사실이 흥미롭지 않은가? 많은 이들이 해법이 없다고 생각하는 사용후핵연료 문제도 핀란드에서 최종처분시설을 완공하는 단계일 뿐만 아니라 스웨덴에서도 건설 중이고, 프랑스, 스위스 등이 뒤따르고 있어. 셰일가스와 태양광, 풍력 자원이 모두 풍부한 미국의 최근 동향도 주목할 만하다네. 캘리포니아 디아블로 캐년 원전은 2025년 폐쇄 예정이었지만, 최근 20년 연장 운전이 결정되었어. 미시간주의 팰리세이드 원전도 2022년 폐쇄되었지만, 2025년 재가동할 계획을 세우고 있지. 그뿐만 아니라 2019년 폐쇄되었던 스리마일아일랜드(TMI) 1호기도 마이크로소프트사 데이터센터 전력 공급을 위해 재가동을 추진 중이야. TMI 원전은 1979년 2호기 사고로 많은 사람에게 두려움을 주었던 것을 생각하면, 그만큼 원자력 발전이 미국 에너지 정책에서 얼마나 중요한지를 보여주는 상징적인 사건이라 할 수 있지. 작년 12월 유엔기후변화협약 제28차 당사국총회(COP28)에서는 22여개국이 원자력 발전을 2050년까지 3배로 확대하겠다는 선언했어. 또한, 대중에게 잘 알려지지 않았지만, COP28의 Global Stocktake(이행점검) 문서를 통해 원자력이 처음으로 기후변화 대응의 주요 해결책으로 공식 인정되었어. 원자력이 효율적인 저탄소 에너지원임에도 그동안 정치적 이유와 반대 세력의 영향력 때문에 유엔기후변화협약 체계에서 무시되어 왔지만, 이제는 그 상황이 완전히 바뀐 것이지. 지난 3월 탈원전 국가로 분류되던 벨기에 정부가 국제원자력기구와 함께 38개국이 참여한 원자력 정상회의를 개최한 것도 상징적 의미가 크다고 봐. 우리나라는 세계 최고 수준의 원전산업 인프라와 경쟁력을 자랑하며, 이미 수출까지 하는 나라이네. 게다가 유럽과 달리 에너지 시스템이 고립되어 있으며, 제조업 중심의 에너지 소비 구조를 가지고 있어서 원자력이 우리 경제의 중요한 축을 차지해. 원자력은 가장 경제적이고 안정적인 준 국산 저탄소 에너지로서 국가 경제를 견인하고, 더 나아가 전 세계적으로 기후 위기 완화에 기여하고 있지. 국민의 지지가 뒷받침된다면, 우리 원자력이 UAE와 체코에 이어 여러 유럽 국가들과 아시아는 물론 미국에까지 진출하여 국가의 위상과 경제력을 높이면서, 국민에게는 좋은 일자리를 지속적으로 제공할 것이네. 친구여, 외부 세계의 변화는 우리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네. 이제 다시 한번 원자력을 진지하게 생각해볼 때가 아닐까? 우리보다 에너지 환경이 유리한 많은 국가들이 원자력과 재생에너지의 상호보완적 관계를 추구하고 있다는 점이 그 증거일 거야. 에너지 문제는 너무도 복잡하여 더 깊게 공부하고 더 많이 논의하면서 생각을 정리해야 할 것 같아. 에너지와 원자력에 대해 긴 이야기를 나눌 날을 기다리겠네. 백원필 한국원자력연구원

[EE칼럼] 전력시장 정상화 빠를수록 좋다

제주도를 대상으로 전력시장 제도개선을 위한 시범사업이 진행 중이다. 시범사업에는 실시간시장, 예비력시장, 재생에너지 입찰제도가 포함되어 있다. 내년 말까지는 이를 전국으로 확대한다니 전력산업의 오래된 과제인 시장 정상화가 머지않아 이루어질 것 같다. 지금 우리 전력산업이 직면하고 있는 문제 중 많은 부분이 비정상적인 전력시장에 원인이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지금 설비투자, 연료비용. 발전입지 선정과 송전망 확충, 재생에너지 적정수익, 전기요금 문제가 산적해 있다. 시장기능이 제대로 작동했다면 이러한 문제의 많은 부분이 발생하기 않았거나 해결되었을 것이다. 우리 전력시장은 시작부터 시장기능이 제한된 상태였다. 당초 짧은 이행기간을 거쳐 본격적으로 도입할 계획이었던 전력시장은 20년 넘게 피일차일 미뤄져왔다. 아직도 비용기반시장(CBP)라는 이름 하에 비용평가, 보정계수라는 수단에 의존하고 있다. 시장가격은 본래 수요공급 이론에 따라 수익과 비용에 의해 결정된다. 가변비용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연료비의 경우 계약-도입-사용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도입선과 시차가 있다. 도입가격도 장기계약, 현물, 선물시장에 따라 달라진다. 최근처럼 국제유가의 등락이 커지면 비용의 변동도 커지게될 것이다. 비용평가가 제대로 작동하기 어려운 구조다. 공급비용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도매시장 가격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으면 소매요금 즉, 전기요금과의 연계성도 줄어들게 된다. 전기요금 정상화에 가격기능의 역할이 필요한 이유이다. 전력시장 개선에 대한 논의는 이미 오래전부터 진행되었다. 2015년 이후에는 민간발전사의 비중이 커지고 민간석탄발전이 도입되면서 현물시장뿐 아니라 CfD와 같은 차액계약의 필요성도 대두되었다. 당시 전력거래소에서는 가격입찰, 계약시장 및 실시간시장 도입을 위해 관련 제도와 시스템 보완 등 시장개선 로드맵을 의욕적으로 제시한 바 있다. 이러한 계획은 이후에도 꾸준히 이어졌으나, 아직도 실행에 이르지 못하고 있다. 작년부터 제주도를 대상으로 전력시장 개선 움직임이 구체화되고 있다. 제주에서의 시행결과를 토대로 이르면 내년부터는 전국적으로 확대 시행할 것으로 계획되고 있다. 이렇게 된다면 지금까지 어정쩡하게 운영되고 있는 '재생에너지인증서(REC) 시장', 수요자원(DR) 시장, '소규모전력중개시장'등도 제대로 작동할 수 있게 통합되거나 새롭게 재편될 수 있을 것이다. 에너지시장을 기본으로하되 용량시장, 보조서비스시장을 별도로 운영하여 공급과 계통운영의 안정성을 담보할 필요가 있다. 또한 에너지산업의 변화와 진화에 발맞추어 재생에너지, 분산에너지, 수요자원, 저장자원 등 친환경 신기술의 확대를 위한 규제시장의 정비도 필요하다. 이중 일부자원은 이미 경제성 확보가 가능하거나 경쟁적 시장에서도 차익거래(arbitrage)나 용량공급, A/S서비스 공급, 송배전 회피편익을 통해 수익을 확보할 수 있다. 앞으로 도입될 전력시장은 이러한 요인들을 적절히 담아낼 수 있어야 할 것이다. 관건은 전력시장이 자원의 기여도와 편익을 공평하고 적절히 반영해줄 수 있는 근본적인 변화에 대한 의지 문제다. 이를 위해서는 대규모 레거시 전원에 초점이 맞추어진 전력시장 운영방식에 대한 근본적인 변화와 재편이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무엇보다도 먼저 기존의 비용평가방식에서 실시간 가격입찰이라는 본래의 시장기능으로의 전환이 조속히 이루어져야 한다. 시장은 시장참여자의 판단하에 투자와 수익이 이루어지는 곳이다. 이러한 기능이 원활히 작동하도록 하는 것이 전력시장의 선결 요건이다. 재생에너지에 대한 전력시장 입찰도 시장가격 왜곡을 방지하고 재생에너지의 기여도를 반영할 수 있다는 점에서 바람직한 방향이다. 다만, 재생에너지의 특성과 과도한 수익 변동을 방지할 수 있는 보완책 마련도 병행되어야 할 것이다. 다음으로 우리나라 전력수급에서는 공급안정성 확보가 무엇보다도 중요하다. 이를 위해서는 피크시 공급지장을 방지할 수 있는 적정 용량확보가 필수적이다. 시장참여자가 제공하는 용량에 대해 정당한 대가를 반영할 수 있도록 용량시장의 개선이 필요하다. 단순히 기존전원의 고정비용에 대한 최소한의 보전이 아니라 전원의 유형에 관계없이 보장용량(firm power)의 제공이 가능한 전력자원에 대해서는 용량입찰을 통해 용량비용 지불이 필요하다. 실제 지불액 수준은 약정용량에 대한 이행율에 따르면 될 것이다. 나아가 기존의 용량지불에서 탈피하여 미래 예상되는 적정 설비규모(adequacy) 확보를 목적으로 하는 용량시장의 개설도 필요하다. 미래시기에 대한 용량입찰을 통해 용량시장이 자연스럽게 수급계획을 대체할 수 있을 것이다. 마지막으로 유연자원시장도 다양한 수급자원이 참여할 수 있도록 문호를 더 넓혀야 한다. 대상자원을 태양광, 풍력과 ESS로 한정할 것이 아니라 DR, EE와 같은 수요자원은 물론 DER의 범주에 드는 신기술 분산자원의 참여도 허용하는 것이 바람직하여야 한다. 양질의 집합자원이 만들어질 수 있도록 전력시장의 문을 더 열어야 한다. 이를 통해 전력시장의 유연성 확보와 자원의 다양성이 넓어질 수 있을 것이다. 시장기능의 개선이 이루어진다면 분산자원의 활용성 확대와 에너지산업 활성화에도 크게 기여할 수 있을 것이다. 이창호

[EE칼럼] 우리가 원전 수출에 진심이어야 하는 이유

“모든 기준에서 한국이 제시한 조건이 우수했다." 지난 7월 17일, 페트르 피알라 체코 총리가 두코바니 5·6호기 원전 건설사업의 우선협상대상자를 발표하며 한 말이다. 우리 원전의 경쟁력을 단적으로 설명해주는 멘트다. 이제 시작이다. 더 많은 나라가 우리 원전을 신뢰하고 선택하게 될 것이라 예상한다. 2030년까지 10기를 넘어 그 이상 원전 수출이 되도록, 우리의 진심을 다할 필요가 있다. 왜냐하면, 바로 이런 이유때문이다. 첫째, 우리 원전산업 생태계의 지속성을 보장하기 위해서다. 지난 정부의 탈원전 정책으로 우리 원전산업은 고사 직전까지 내몰렸었다. 그동안 우리 원전산업은 2~3년마다 이루어지는 국내 신규원전 건설에 초점을 맞춰 성장해왔다. 그러다보니, 지난 정부의 신규원전 건설취소와 중단이라는 단순 조치에도 속절없이 무너져 내렸다. 탈원전 정책이 폐기된 이제서야 겨우 숨을 돌렸다. 그런데 탈원전 정부가 다시 들어서지 않으리라는 보장이 없다. 이에 대비해야 한다. 국내 일감 증발에 대비하여, 해외에서 지속적이고 충분한 일감을 확보해 나갈 필요가 있다. 가장 좋은 방법은 원전 수출이다. 앞으로 원전 수출은 원전 도입국과 건설하는데 10년, 운영하는데 60~80년, 해체하는데 10년 등 도합 100년의 관계를 만들 것이다. 이러한 관계는 장기적이고 충분한 일감을 확보케 해, 국내 정치상황과 무관하게 우리 원전산업계를 지켜줄 버팀목이 될 것이다. 둘째, 국가 안보 강화를 위해서다. 원전 수출은 단순한 경제 활동을 넘어 국가 안보와도 직결된다. 우리나라가 원전을 대폭 수출하여 동맹국을 포함해 세계 각국의 안정적 에너지 공급을 책임지는 역할을 수행한다면, 우리나라는 글로벌 원전 공급망에서 대체불가의 지위를 차지하게 될 것이다. 이런 상황이 국가 안보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는 대만의 반도체 기업으로 세계 파운드리 점유율이 60%에 달하는 TSMC를 생각해보면 쉽게 떠올릴 수 있다. 이 회사가 문제를 겪을 경우 세계 경제에 미칠 치명적인 타격 때문에 미국을 포함한 서방 국가들은 대만을 중국의 침공으로부터 지키기 위해 노심초사하고 있다. 이와 마찬가지로, 우리나라가 글로벌 원전 공급망에서 지위를 확고히 하면할수록 우리 안보도 그만큼 튼튼해질 것이다. 셋째, 후세대에 지적 유산을 남기기 위해서다. 필자가 유럽갈 때마다 느낀 점은 유럽 국가들은 그들 조상이 남겨준 유산을 바탕으로 관광산업을 일으켜 돈을 벌고 일자리를 만든다는 것이었다. 원전 수출도 단순히 현재의 경제적 이익을 넘어, 우리 후세대가 돈을 벌고 일자리를 만들 수 있는 유산을 남길 수 있다. 앞서 얘기했듯이, 원전 수출은 원전도입국과의 장기적 관계를 이끌어낸다. 그 기간 중 우리나라는 세계 곳곳의 우리 원전에 핵연료와 엔지니어링 서비스를 제공하는 등 다양한 비즈니스 기회를 만들 수 있다. 일례로 우리나라가 2009년 원전을 수출한 UAE와의 협력을 들 수 있다. 우리나라는 2017년부터 UAE 원전에 핵연료를 공급하고 있다. 또 UAE 현지 핵연료 공장 건설사업 입찰에 참여하고 있기도 하다. 다른 분야에서의 교류도 활발해질 것이다. 우리가 원전 수출을 많이 할수록, 우리 후손이 활용할 수 있는 지적 유산이 많아지는 것이다. 넷째, '홍익인간' 정신 구현을 위해서다. '널리 인간을 이롭게 한다'는 홍익인간 정신은 우리나라의 비공식적 국시이자 정신적․사상적 기반이다. 이를 지금 상황에 맞춰 재해석해보면, 우리의 원전 기술을 이용해 세계 시민의 삶의 질을 향상시키는 것이라 할 수 있다. 국제에너지기구(IEA)가 2011년 펴낸 'World Energy Outlook'에 따르면, 세계 인구 중 약 13억명이 전기에 접근조차 할 수 없다고 한다. 10여년이 지난 지금은 이 수치가 다소 줄었겠지만, 여전히 엄청난 수의 인구가 전기 문명의 혜택을 받지 못하고 있다. 이처럼 전기가 부족한 개발도상국은 재정적으로도 여의치 않다. 그렇기에 이들 나라에 값싸고 품질 좋은 우리 원전이 제격이다. 세계적 기술력과 경쟁력을 가진 지금이 '홍익인간' 정신을 제대로 구현할 수 있는 가장 좋은 때이다. 문주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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