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05월 13일(목)
[EE칼럼] 기후악당이라는

[EE칼럼] 기후악당이라는 '자해 프레임'에서 벗어나자

언제부터인가 기후악당(climate villain)이라는 단어가 대한민국을 지칭하는데 사용되기 시작하였다. 한국이 기후변화 문제에 있어서 소극적이라는 이유에서다. 때로는 기후악당 보다 어감이 훨씬 강한 기후깡패라는 단어를 쓰는 이들도 있다. 구글에서 영어로 기후악당과 한국을 키워드로 검색해보면 대부분의 언론보도는 한국발인 것을 알 수 있다. 해외에서 한국을 기후악당으로 보도한 뉴스도 대부분은 국내 환경단체나 일부 연구자들이 기후악당이라고 발표한 것을 인용한 것이다. 우리 스스로 국제사회에서 기후악당임을 자처하는 셈이다. 과연 우리 대한민국이 기후악당이라는 비난을 받을 정도로 기후변화에 무관심하고 비협조적이었는가. 그래서 국제사회에서 다른 선진국을 제치고 한국이 유달리 그런 비난을 받을 만한 정책오류를 거듭해 왔는가. 팩트체크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본다. 한국은 국내총생산(GDP)규모로 글로벌 20위 이내 국가 중에서 온실가스 배출권거래제를 국가 단위로 시행하는 유일한 국가다. 미국의 경우 일부 주에서 온실가스 배출권거래제가 시행될 뿐 연방정부 차원에서는 시행되지 않고 있다. 유럽연합(EU)은 여러 국가가 탄소배출권 시장으로 연결이 되어 있기 때문에 한국과 상황이 다르다. 오스트레일리아는 한때 도입하였다가 폐지하였다. 그러나 한국은 온전한 선진국이 아직 아닌 신흥국으로 분류될 때부터 온실가스 감축을 위해 배출권거래제를 도입하여 지금까지 시행하고 있는 유일한 국가로 분류된다. 그 외에도 우리나라에서는 온실가스 배출을 줄이는 데 기여하는 여러 제도가 시행되고 있다. RPS, EERS, RE100, 녹색프리미엄 등 재생에너지 보급과 에너지효율 향상을 위한 제도가 동시 다발적으로 시행되고 있다. 막상 정책 정합성 달성을 위한 제도 설계자 관점에서 보면 현기증을 느낄 정도로 다양한 온실가스 감축정책이 시행되고 있는 것이다. 여기에 추가적으로 최근 석탄발전상한제, 탄소국경조정제도, 탄소세 등이 논의되고 있다. 아직 경제수명이 남아있는 노후 석탄발전을 값비싼 LNG발전으로 전환하고 있으며, 국제해사기구(IMO)의 선박연료유 규제에 대응해 LNG 추진선 건조와 비축기지를 조성하고 있다. 제9차 전력수급기본계획에 의하면 지금부터 2025년까지 재생에너지 설비 규모는 거의 두 배로 증가할 만큼 가파른 보급 속도를 보일 전망이다. 대규모 해상풍력 개발이 활발히 진행 중이며, 동절기에 시행되는 미세먼지계절관리제는 미세먼지 뿐만 아니라 온실가스 배출도 줄이는 데 기여하고 있다. 해외 유연탄 발전 수출은 더 이상 지원하지 않기로 하였으며 탈탄소 정책을 선언하였다. 탄소중립을 선언한 일본도 유사하게 해외 석탄발전 사업은 중단하기로 하였지만 일본 내의 신규 유연탄 발전은 지속하는 것과는 우리나라는 대비된다. 이와 같은 노력과 비용 감내를 통한 구조조정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국내 일각에서는 스스로 우리나라를 기후악당이라고 국제사회를 향해 소리 높여 비난한다. 이는 분명 불합리하고 부당한 평가다. 향후 탄소국경조정제도는 통상협상 과정에서 쌍무적 협상으로 진행될 개연성이 높다. 기후악당이라고 자처하는 국가의 탄소비용 부담은 높아질 것이다. 기후악당이라고 자처하는 국가의 탄소비용을 EU가 왜 순순히 인정해주겠는가. 2015년도에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탄소가격 갭(Carbon pricing gap)이라는 통계를 발표한 바 있다. 이상적인 탄소비용과 각국에서 실제 실현되는 탄소비용 차이를 나타낸 것인데, 우리나라보다 갭이 작은 나라는 스위스, 룩셈부르크, 프랑스, 노르웨이, 영국, 아이슬란드, 슬로베니아 뿐이다. 규모가 작은 나라를 제외하면 영국과 프랑스가 우리보다 앞설 뿐이다. 독일, 이탈리아, 캐나다, 미국, 일본은 우리나라보다 더 탄소가격 갭이 컸었다. 그리고 2015년은 우리나라가 탄소배출권을 본격적으로 시행하기 전이라는 점을 염두에 둘 필요가 있다. 그런데도 기후악당이라는 소리를 들어야 하는가. 1990년대 초부터 기후변화 정책을 연구해 온 기후변화 경제학자로서 느끼는 것은 우리나라의 기후변화 정책과 온실가스 감축 정책이 시행착오를 거치면서 계속 긍정적으로 진화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제는 기후악당이라는 스스로의 비난 대신에 ‘기후리더쉽 국가로 거듭나는 대한민국’ 이라는 격려의 메시지를 전할 때이다.박호정 고려대 교수 한국자원경제학회장 박호정 고려대 식품자원경제학과 교수/ 한국자원경제학회 회장

[EE칼럼] 국가기후환경회의 2년의 성과와 남긴 과제

[EE칼럼] 국가기후환경회의 2년의 성과와 남긴 과제

지난달말로 ‘국가기후환경회의’ 활동이 종료됐다. 지난 2019년 4월 29일 활동을 시작한지 꼭 2년하고 하루가 지난 시점이다. 2017년 새 정부가 출범하면서 미세먼지 환경기준 강화, 배출량 감축 등 다양한 대책을 발표하였다. 2019년 초 ‘미세먼지특별법’이 발효되고, 총리실에 미세먼지특별위원회가 설치되었지만, 미세먼지 고농도 사태가 국가재난 수준으로 계속 악화되었다. 온갖 노력에도 불구하고 2019년 3월 초 환경기준의 2배, 3배가 넘는 초미세먼지가 일주일 내내 대한민국 전체를 뒤덮었다. 이런 상황을 해결하겠다는 의지를 담아 출범시킨 것이 국가기후환경회의다. 국가기후환경회의가 최근 발행한 백서를 보니 지난 2년간 392회의 각종 활동이 있었다. 이런 활발한 활동에는 국민정책참여단 토론회, 지자체 및 산업계 간담회, 다양한 형태의 전문위원회 회의가 포함돼 있다. 국가기후환경회의가 수행한 지난 2년간의 활동에서 가장 두드러진 성과를 꼽는다면 미세먼지 고농도 시즌인 12월부터 3월사이에 계절관리제를 시행한 것을 들 수 있다. 계절관리제 시행으로 석탄발전소가 겨울철에 최대 14기가 가동 중단되었다. 1차 계절관리제 기간에 미세먼지 농도가 27% 감소되고 비상저감조치 일수가 18일에서 2일로 크게 감소하였다. 올해 시행된 2차 계절관리제 기간에도 미세먼지 농도가 최근 3년 평균보다 16% 감소하였다. 또 하나의 성과는 ‘국민정책참여단’ 운영과 정책 결정방식의 변화이다. 이를 통해 그동안 위에서 아래로 전달되던 톱다운(Top-down) 방식의 정책 결정방식이 500여 명의 일반 국민이 참여하는 국민정책참여단의 숙의와 토론을 통해 결정되는 버텀업(Bottom-up) 방식으로 전환된 것이다. 이 과정에서 전문가, 산업체 NGO 등 거의 모든 분야의 대기환경 관련 이해관계자가 참여한 전문위원회의 역할이 매우 컸다. 대통령이 유엔에 제안하여 확정된 ‘유엔 푸른 하늘의 날’ 지정도 국가기후환경회의의 큰 성과 중 하나이다. 현재 진행형인 대책도 적지 않다. 국가기후환경회의의 노력으로 환경교육이 강화되고 12년 만에 신규 환경교사 7명이 선발되었지만 국민 인식 전환과 생활 변화를 통한 미세먼지 해결을 위해서는 아직 갈 길이 멀다. 미세먼지 고농도 시 중국발 미세먼지가 미치는 영향이 적지 않으니, 보다 구체적이고 실질적인 미세먼지 협력체계가 시급하다. 또 지난해 11월 제안한 제2차 국민제안은 아직 확정되지 않은 상태이다. 여기에는 경유 가격 인상, 친환경차 도입 등 다양한 정책이 미확정인 채 국가기후환경회의가 막을 내린 것이다. 국가기후환경회의 녹색성장위원회, 미세먼지특별대책위원회를 통합한 ‘2050 탄소중립위원회’가 곧 출범한다고 한다. 그 안에 미세먼지특별대책위원회가 그대로 존재하기는 하지만, 이름에서 보듯이 온실가스 대책이 중심이 될 것으로 보인다. 미세먼지가 오염도가 근래 개선된 것은 사실이나, 코로나19 사태로 인해 경제활동이 줄어든 영향도 무시할 수 없을 것이다. 환경교육도 학교 교육과 사회교육을 통하여 더 적극적으로 확대되어야 한다. 중국발과 한국발을 모두 고려하면 고농도 시 중국의 영향을 받는 날이 80% 이상이므로, 미세먼지에 관한 한 중국과의 협력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는다. 코로나19 사태가 진정되면 온실가스 배출이 최대 11% 이상 늘어날 것이라는 연구결과도 있다. 온실가스뿐 아니라 미세먼지도 같은 정도로 반등할 것이다. 미세먼지 해결은 미완성이고 진행형이다. 국가기후환경회의가 제안한 미세먼지 대책이 차질없이 집행되고, 미세먼지 대책 기능이 ‘2050 탄소중립위원회’에서도 중요하게 다뤄져야 한다. 깨끗한 공기는 반드시 지켜져야 할 기본적인 ‘국민 환경권’ 아닌가. "끝날 때까지는 끝난 것이 아니다"라는 말은 환경문제에도 그대로 적용된다. 대한민국이 ‘푸른하늘’을 되찾게 하겠다며 지난 2년간 국가재난인 미세먼지 문제 해결을 위해 애쓴 국민정책참여단과 여러 전문가, 국가기후환경회의를 이끈 반기문 위원장과 사무처 직원들의 공로는 결코 잊혀지지 않으리라 믿는다.전의찬 세종대 기후변화특성화대학원 교수 전의찬 세종대 기후변화특성화대학원 교수

[EE칼럼] 기후변화 대응, 현실적

[EE칼럼] 기후변화 대응, 현실적 '에너지원 구성'이 핵심

얼마 전 우리나라를 포함한 40개국의 정상들이 온라인 기후정상회의를 가졌다. 이 회의에서는 제26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에 앞서 주요국을 대상으로 온실가스 감축 계획을 공유하였다. 정치, 경제 등의 분야에서 미국과 신경전 중인 중국과 러시아도 미국의 초청에 응할 정도로 기후변화에 대한 세계의 관심이 얼마나 큰지 알 수 있다. 기후변화의 원인인 지구온난화에 대한 국제사회 대응은 한참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1992년 리우데자네이루에서 온실가스 배출을 줄이기 위한 ‘기후변화에 관한 유엔기본협약’이 있었고, 1997년에는 구체적 실천방안이 담긴 교토의정서가 채택됐다. 그러나, 미국이 자국 산업보호를 이유로 탈퇴하는 등 일부 국가들만 참여한 교토의정서는 세계적 기후변화 대응과 각국의 경제발전이 양립하기 어려움을 확인한 채 2020년 효력이 만료됐다. 교토의정서를 대체할 ‘신 기후체제’는 2015년 파리에서 열린 제21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에서 채택됐다. 파리기후협약은 우리나라를 포함한 개발도상국도 온실가스 감축 목표를 5년마다 세워 유엔에 제출하도록 규정하고 있으며, 지구의 평균온도 상승을 산업혁명 시점을 기준으로 가능한 1.5도 이내로 하는 게 목표이다. 산업화 이전 온실가스의 대기 중 농도는 280 ppm이었고 최근에는 414 ppm이었다. 이 수치가 450 ppm에 이르면 회복 불가능한 기후변화가 예측되므로, 온실가스 감축을 위한 행동이 당장 이루어져야 한다. 인류의 생존을 위해서 무엇을 해야 할지는 이미 정해졌으며, 문제는 ‘어떻게 할 것인가’이다. 이번 기후정상회의에서 우리나라의 제안은 크게 2가지였다. 첫째, 2030년 온실가스 목표를 2017년 기준 24.4% 감축한다는 기존계획보다 상향된 목표량을 제출하겠다는 것이다. 둘째, 신규 해외 석탄화력발전소에 대한 공적 금융지원을 중단하겠다는 것이다. 2017년도 우리나라 온실가스 배출량은 이산화탄소 기준 7조1000만 톤이었고, 이것의 30% 정도를 감축한다고 가정하였을 때의 배출량은 1997년 수준인 약 5조 톤이다. 우리나라는 2010년 저탄소 녹색성장 기본법을 제정하고, 2016년도와 2019년도에 기후변화대응 기본계획을 마련했다. 그러나 온실가스 배출량은 일방적으로 늘었으며, 신 기후체제에 대응하기 위한 ‘탄소중립 4법’의 법제화는 최근 시작되었다. 물론, 구체적인 방안들을 계획하고 실천하기 위한 노력을 정부에서 꾸준히 진행하고 있을 것이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온실가스를 어떻게 줄일 것인지에 대한 실적이나 가이드라인 부족이 걱정되는 것도 사실이다. 기후정상회의에서 두 번째로 제안한 해외 석탄화력발전소의 공적 금융지원 중단은 즉각 시행될 것이다. 한 걸음 더 나아가 석탄화력발전의 대안을 합리적으로 고민해야 한다. 1 kWh의 전기를 생산하기 위한 이산화탄소 배출량(g)은 석탄 820, 천연가스 490, 태양광 27, 원자력 12, 풍력 11이다. 기후정상회의에서 미국이 제시한 목표는 2005년 대비 온실가스를 50% 정도 감축하는 것으로, 높은 감축량과 함께 세부적인 계획도 함께 내놓았다. 눈길을 끄는 것은 청정혁신기술로 소형모듈형원자로(SMR, Small Modular Reactor)를 제안한 것이다. 온실가스 감축목표를 2013년 대비 46%로 밝힌 일본도 원자력발전 목표를 유지하면서 재생에너지를 확대한다는 계획을 밝혔다. 국가별 특성에 따른 비율 차이는 있겠지만, 기후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재생에너지와 함께 원자력은 반드시 필요하다. 환경문제를 인류가 힘을 모아 해결하고 있는 사례가 있다. 1985년 알려진 남극 오존층 구멍은 지구환경에 대한 인식의 전환점이 되었고, 2000년까지 프레온가스 사용을 전면 금지하는 몬트리올의정서를 채택하게 한다. 현재까지 이어지는 오존층 파괴물질의 감축 노력으로 오존홀은 줄어들고 있으며, 2060년 완전 복원이 예상된다. 문제해결에 큰 기여를 한 것은 프레온가스의 대체물질인 수불화탄소(HFCs)이다. HFCs는 온실가스의 일종이지만, 과학기술로 무장한 인류의 적극적인 노력으로 넷제로에 대한 해답을 찾을 것으로 믿는다. 오존층 파괴문제를 해결한 것처럼 온실가스 감축의 핵심은 화석연료를 대체할 에너지원의 구성에 대한 현실적인 답을 제시하는 데 있다.최수석 수정 최수석 제주대학교 에너지공학과 교수

[EE칼럼] ‘닥공’식 탄소중립을 경계한다

[EE칼럼] ‘닥공’식 탄소중립을 경계한다

탄소중립은 단순히 이산화탄소의 순 배출량을 영으로 만들기 위한 저탄소 에너지전환만을 의미하지 않는다. 현대 문명은 산업혁명을 기점으로 땅 속 깊은 곳에서 잠자고 있던 탄소를 지상으로 끄집어내면서 시작되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지상으로 끌려 올라온 탄소는 거대한 기계를 돌리고, 자동차를 달리게 하고, 하늘과 바닷길을 열어 대량생산, 대량소비, 국제 분업 등으로 특징 지을 수 있는 현대 경제체제를 탄생시켰다. 탄소경제의 출현이었다. 그러나 세상에 공짜는 없는 법. 지상으로 풀린 탄소는 산소와 결합하여 대기 중 이산화탄소 농도를 높여 지표면의 온도를 상승시켰다. 탄소경제를 멈춰 세울 수도 있는 기후변화 부메랑이다. 기후변화의 방지책은 명확하다. 석탄, 석유, 천연가스와 같은 탄소에너지를 땅 속에 태초의 상태 그대로 놓아두는 것이다. 이것이 바로 탄소중립이다. 따라서 탄소중립은 탄소경제의 종말과 무탄소경제로 전환하는 경제패러다임의 일대 변혁으로 이해되어야 한다. 흔히 변화는 도전이자 기회라고 한다. 특히 탄소중립과 같은 대규모 변혁은 더욱 그렇다. 하지만 새로운 패러다임 등장은 필연적으로 승자와 패자를 낳는다. 발 빠르게 적응하는 이와 그렇지 못한 이가 나뉘는 것이다. 적응에 성공하는 자에게는 기회가 되지만 그렇지 못한 자에게는 한낱 피하고 싶은 위협일 뿐이다. 따라서 책임 있는 국가라면 기후변화 방지를 위한 탄소중립에 적응이 어렵거나 사실상 불가능한 부문을 세심하게 살피며 그 피해를 최소화하는 노력을 게을리 해서는 안 된다. 우리 인류가 활용할 수 있는 무탄소 에너지원은 태양광, 풍력, 수력과 같은 재생에너지와 원자력 밖에 없다. 따라서 원자력을 포기하지 않더라도 탄소중립은 대개의 탄소에너지를 재생에너지로 대체하는 에너지전환 이외에는 도리가 없다. 이와 같은 전환 과정에서 탄소경제에서는 유용했지만 무탄소경제에서는 무용지물이 되는 자산이 발생하게 된다. 이른바 좌초자산(stranded asset)이다. 좌초자산은 일종의 강요된 손실이다. 따라서 좌초자산은 책임소재를 명확히 하고, 그 크기를 최소화해야 한다. 좌초자산의 책임소재는 좌초화를 초래한 변화의 원인에 따라 달라져야 한다. 변화가 시장에서 점진적으로 이루어진 것이라면 적응 실패의 책임을 자산의 소유자에게 물어야 하겠지만, 공익을 위해 정부가 인위적이고 갑작스럽게 취한 변화라면 사회 전체가 감당해야 할 몫이 없다고 할 수 없다. 불과 몇 년 전까지도 불안한 전력수급을 안정시키고자 민간석탄발전소 사업을 부추겼던 정부가 갑자기 선언한 탄소중립에 의해 석탄발전소가 좌초화되는 사례는 후자에 해당되는 사안이다. 좌초자산의 손실은 자산의 가동기간을 연장하면 할수록 줄어든다.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어느 날 무 자르듯 싹둑 줄일 수도 없고 그럴 필요도 없다. 가동연한 및 가동률 조정, 대체방법 모색 등을 통해 손실을 줄이는 노력을 계속해야 한다. 그렇게 하고도 피할 수 없는 손실에 대해서는 기업도 정부도 면책될 수 없다. 왜냐하면 기후변화는 공식적으로도 기후변화협약이 체결된 1992년 이후 30년 간 지속적으로 경고음을 냈던 위험요인이어서 기업도 정부도 탄소관련 자산의 좌초 가능성을 인지해야 했던 사안이기 때문이다. 좌초자산을 에너지산업에 국한된 이슈로 보아서는 결코 안 된다. 탄소경제의 모든 자산은 다소간의 차이가 있을 뿐 모두 좌초될 수 있기 때문이다. 주유소, 유조선, 도시가스 배관망, 내연기관, 제철소 고로 등과 같은 유형자산 뿐만 아니라 이와 관련된 일자리, 기술 등과 같은 무형자산도 좌초의 대상이다. 더욱이 이들 좌초자산은 대개 대규모이기 때문에 탄소산업발 금융위기가 우려된다는 소위 탄소버블 문제가 제기될 정도로 경제 전반에 걸친 이슈로 이해되어야 한다. 결론적으로 탄소중립에 따른 좌초자산도 기후변화 못지않게 위험 요인이라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한다. 따라서 탄소중립은 방어적으로 조심조심 다뤄야 할 문제이지, 현재 국회에서 논의되고 있는 법률안처럼 정부가 공익의 명분으로 좌초자산화를 강제할 수 있는 ‘닥치고 공격’식 접근은 빈대 잡으려고 초가삼간 태우는 격이 될 뿐이다.박주헌교수 박주헌 동덕여대 경제학과 교수

[EE칼럼] 한반도 대지진·백두산 분화 가능성 대비를

[EE칼럼] 한반도 대지진·백두산 분화 가능성 대비를

2016년에 발생한 규모 5.8 경주지진과 연이은 여러 지진들로 마음 졸인 나날들이 지나갔다. 최근 들어서는 한반도의 지진 발생 빈도와 그 크기가 눈에 띄게 줄어들었지만, 아직 안심하기 이르다. 지난해 4월에는 해남 지역에서 보름여에 걸쳐 총 400여회 집중적으로 발생하며, 국내외 많은 관심이 집중되기도 했다. 당시 지진들은 깊이 20~22 km에서 가로 500 m, 깊이 300 m 정도 되는 좁은 단층면에서 집중적으로 발생했다. 한반도에서는 흔치 않게 20 km 내외의 깊은 속에서 이런 군집형 지진이 발생한 것이다. 이러한 군집형 지진은 지난 2013년 보령 앞바다와 백령도 근해에서도 있었다. 백령도 근해에서는 약 6개월간 최대 규모 4.9에 이르는 지진이 45회 발생했고, 보령 앞바다에서는 규모 0.7~3.5의 지진들이 3개월간 108회 발생했다. 해남 군집형 지진, 보령앞바다 군집형 지진, 백령도 근해 군집형 지진들 모두 2011년 규모 9.0의 동일본 대지진 이후로 발생한 공통점이 있다. 10년전 발생한 동일본 대지진은 우리나라 지진 환경에 많은 영향을 미쳤다. 동일본 대지진으로 한반도는 동일본 대지진이 발생한 진앙 방향으로 동해안 지역에서는 5 cm 가량, 서해안 지역에서는 2 cm 이동했다. 결과적으로 한반도는 동일본 대지진 직후 3 cm 가량 동서 방향으로 확장됐다. 이 결과, 한반도 지각의 강도가 낮아지고, 지진파 속도도 3% 감소했다. 동일본 대지진으로 한반도 내 응력 불균형이 발생하고, 지진 발생에 필요한 응력 임계치가 낮아지면서 응력이 쌓여 있던 지역을 중심으로 지진이 증가했다. 지각과 응력 환경 변화로 한반도 지진 발생 빈도가 동일본 대지진 이전 수준의 2배로 크게 증가했다. 특히 큰 지진 증가가 주목된다. 한반도에서는 1978년부터 2011년 동일본 대지진 발생 전까지 33년간 규모 5 이상의 지진이 모두 5차례 발생했다. 동일본 대지진 이후 10년간 규모 5이상의 지진이 5차례 발생했다. 이렇듯 동일본 대지진 후 지진 발생 횟수와 발생 지진의 크기가 증가했다. 이러한 지진 환경 변화는 보다 더 큰 지진 발생 가능성에 대한 우려를 높이고 있다. 역사기록물은 과거 지진 발생 이력 확인에 유용하다. 우리나라의 경우, 삼국사기, 고려사, 고려사절요, 조선왕조실록, 승정원일기 등에 다양한 지진 피해 기록이 남아 있다. 조선왕조실록에만 1900회 가량의 지진 피해 기록이 남아 있다. 이 가운데는 규모 7 내외의 지진으로 평가되는 지진도 있다. 주목되는 점은 수도권에서도 큰 지진이 다수 발생한 것이다. 최근 연구에 의하면, 조선시대에만 지진 규모가 5.3~6.8로 평가되는 지진이 6차례나 수도권 지역에서 발생했다. 수도권 뿐 아니다. 동해 지역도 주목된다. 동해에서 발생하는 지진은 울릉도와 동해안 사이의 지역에 집중되어 있다. 이곳은 우리나라에서 지진 발생 빈도가 가장 높은 지역 가운데 하나이다. 2004년 규모 5.2의 울진 앞바다 지진이 이곳에서 발생했다. 이 곳은 내륙과는 60 km 이내의 가까운 거리에 위치한다. 규모 6정도의 지진이 이 지역에서 발생할 경우 동해안 지역에서는 진도 7 이상의 지진피해가 예상된다. 원전 등 많은 사회 기간 시설이 동해안에 위치함을 고려하면 적극적인 대비가 필요하다. 이런 가운데 백두산 화산 분화 가능성도 꾸준히 제기되고 있다. 백두산은 기원전 5000년, 4000년경과 기원후 946년, 1668, 1702년 등 수차례 폭발한 전력이 있는 화산이다. 가장 최근에는 1903년에 분화한 바 있다. 이 가운데 서기 946년 분화는 인류 역사속에서도 가장 큰 화산 폭발 중 하나로 남아 있다. 당시 분출한 화산재와 화산쇄설물양은 96-120 km3에 이른다. 당시 화산재는 동해를 가로질러 일본 열도 북부 홋카이도 지역에 5 cm가 넘는 퇴적층을 만들어 놓기도 했다. 그간의 여러 차례의 폭발로 백두산 정상부에는 지름 5 km의 분화구가 형성되었고, 분화구 내에는 최대 수심 370 m, 담수량 20억톤의 거대한 천지가 만들어졌다. 이런 가운데 지난 2002년 여름에는 하루에 30회의 지진이 관측되는 등 화산성 지진 발생 빈도가 급격히 증가하였고, 지각 내에 지진파 저속도층이 관측됐다. 백두산 정상부가 매년 평균 3 mm 씩 부풀어 오르는 현상이 관측되기도 하였다. 또한 맨틀에서 기원한 가스가 관측되고, 80°C에 이르는 뜨거운 온천수가 백두산 정상부에서 꾸준히 관측되고 있다. 이런 특징들은 백두산 화산이 활화산이며, 분화 가능성이 여전히 높음을 의미한다. 최근 국민안전처 발표에 따르면 백두산에서 화산폭발지수(VEI) 7의 분화가 있는 경우, 우리나라가 입게 될 경제적 피해규모가 11조원에 이른다는 발표가 있었다. 인근에서 발생하는 큰 지진은 화산 활동을 촉발하기도 한다. 한반도에서 증가하는 지진 활동이 백두산 분화에 영향을 미칠 것을 우려하는 이유이다. 또한 백두산으로부터 120 여 킬로미터 떨어진 풍계리에서 행해지고 있는 북한 핵실험도 걱정스러운 대목이다. 핵폭발에서 발생하는 강한 지진파는 백두산 아래 마그마방 내에 큰 응력 변화를 일으킬 수 있다. 이 결과 마그마방내에 기포가 발생하고, 화산 분화를 가속화시킬 수 있다. 풍계리 핵실험장에서 규모 7가량의 지하 핵실험을 하면 백두산 분화가 촉발될 수 있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지진과 화산의 피해를 줄이기 위해서는 과학적 기초 조사가 필요하다. 수도권 지역의 지진 가능성에 대한 우려로 수도권 지진 유발 단층에 관한 조사가 진행되고 있다. 미소 지진 탐지와 인공 위성을 활용한 지표 변위 조사를 통해 잠재적 단층 위치를 확인하고 있다. 이를 통해 수도권 지역 지진 유발 가능성이 높은 단층을 확인하고, 지진재해를 줄이기 위한 준비도 가능할 것으로 기대된다. 백두산 조사는 우리나라, 중국, 일본 3국 정부간 협력과 민간 협력을 위한 다양한 접촉이 이어지고 있다. 가까운 미래에 있을지 모를 지진과 화산 재해를 대비하기 위해 모두의 지혜를 모아야 할 때다.홍태경 연세대 지구시스템과학과 교수 홍태경 연세대 지구시스템과학과 교수

[EE칼럼] 기후정상회의에서 큰 아쉬움 남긴 한국

[EE칼럼] 기후정상회의에서 큰 아쉬움 남긴 한국

지난달 22일 세계정상 40명이 참가한 가운데 기후정상회의가 화상으로 개최되었다. 이번 기후정상회의를 주최한 미국의 바이든 대통령은 미국이 온실가스 배출을 획기적으로 낮추겠다면서 기후변화 대응에 선도적 역할을 강조했으며 2030년까지 온실가스배출을 2005년 대비 절반으로 줄이겠다는 목표를 제시하였다. 미국, 유럽연합(EU), 영국은 물론 탄소중립에 소극적인 일본까지 강화된 감축 목표를 밝혔다. 프랑스 마크롱 대통령은 국제적인 ‘탄소 가격제’를 주장했다. 중국과 러시아도 적극적이지는 않지만 동참의지를 밝혔다. 문제는 한국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한국은 2030 국가 온실가스 감축목표(NDC)를 추가 상향해 올해 안에 유엔(UN)에 제출할 것"이라고 밝혔는데 심지어 낙제점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왜 그런 야박한 평가를 받는 것일까. 첫째, 바이든 대통령이 주도한 이번 회의는 각국의 구체적인 감축 목표를 확인하는 자리였다. 그런데 한국은 ‘숫자’를 내놓지 않았다. 온실가스 감축 목표를 높여 연내 유엔(UN)에 제출한다는 것은 변명이 되지 않는다. 바이든/해리스가 대통령 당선자 신분으로 4대 정책을 홈페이지에 올린 바 있다. 그 가운데 하나로 기후변화대응을 꼽은 것이다. 정책의 중심인 것이다. 그렇다면 우리는 밤을 새워서라도 목표를 수치화했어야 한다. 연내에 할 수 있는 것을 지금은 못한다는 것은 이상한 일이다. 임기 내내 재생에너지를 외치고 그린뉴딜을 외쳤는데 목표가 없다는 게 뭘까. 둘째, 국제사회의 변화된 분위기를 파악하지 못한 것이다. 기후변화대응에 적극적이지 않던 러시아, 중국, 일본도 동참의지를 밝혔는데 우리의 대응은 세계정세를 읽지 못한 것이다. 미국이 기후변화에 리더십을 발휘한다는 뜻이 뭐겠는가. 다른 나라를 압박하겠다는 뜻이 아닌가. 그렇다면 준비를 했어야 한다.셋째, 정책의 중심에 있는 누구도 바이든/해리스의 4대 정책 홈페이지를 읽지 않은 듯하다. 2020년 11월 이낙연 당시 민주당 대표는 현 정부의 에너지 전환정책을 바이든의 에너지정책과 동일시하면서 "한국형 뉴딜 추진에 박차를 가할 것"이라고 정책 빌붙기를 시도했지만 홈페이지에는 뉴딜이라는 단어는 사용되지 않는다. 태양광이나 풍력발전도 나오지 않는다. 재생에너지라는 표현은 딱 한 번 나오지만 단독으로 쓰인 것이 아니라 재생에너지를 통해 수소를 생산한다는 내용이다. 첨단 원자력을 개발해서 전개한다는 말은 보지 못한 듯하다. 이게 무슨 현 정부의 에너지전환 정책과 같다는 말인가.넷째, 미국은 기후변화대응을 통해서 자국산 에너지를 사용하고 경제를 활성화하고 일자리를 창출하겠다는 주장이 지나칠 정도로 많이 나온다. 여기서 일자리는 아르바이트 수준의 일자리가 아니다. 명시적으로 Good job, Good paying job, Union job 등 정말로 사람들이 원하는 일자리를 말한다. 그렇다면 이를 지지해줄 수 있는 발언을 했어야 했다. 그런데 출제자의 의도를 전혀 읽지 못한 외골수 답을 제출한 것이다. 다섯째, 준비를 할 수 없었을 것이다. 아직도 ‘재생에너지가 대세’라고 공염불만 하고 있으니 말이다. 이미 기후변화대응에는 원전이 중심이 놓였다. 청정에너지(Clean energy)에는 원자력발전이 포함된 것이다. 영국은 2003년 토니블레어가 수립한 풍력과 원자력에 기반한 탄소중립(Net Zero) 정책을 총리가 5번 바뀌어도 유지하고 있다. 2018년 송도에서 개최된 UN 기후변화 국제패널(IPCC)도 원자력발전을 확대하는 시나리오를 제시하였다. 구글(Google)도 일찌감치 RE100(재생에너지 100%) 대신 원자력을 포함하는 CF100(무탄소 100%)으로 전환했다. 바이든 정책도 전술한 바와 같이 원자력발전의 전개를 포함하고 있다. 이게 실제 대세인 것이다. 이전 정부에서 신한울3·4호기, 천지1·2호기, 대진1·2호기 건설을 전제로 온실가스 저감목표 37%를 제시했던 것인데 9기가와트(GW)나 되는 전원을 빼고 재생에너지를 아무리 깔아도 이산화탄소배출이 줄이 못하는 것이다. 그래서 제9차 전력수급기본계획에서 처음으로 전략환경영향평가를 해봤지만 환경부로부터 2차례 퇴짜를 맞고 기재부의 알 수 없는(!) 중재로 문턱을 넘은 것이다. 현 정부의 정책으로는 아무리 계산해도 이산화탄소 감축이 후퇴하는 결과 밖에 나오지 않았을 것이다. 그래서 ‘상향조정후 연내제출’이라는 국내용 꼼수를 쓸 수 밖에 없었던 것이다. 임기응변은 한두번이지 4년동안 내내 할 일은 아니다.정범진 경희대 원자력공학과 교수

[EE칼럼] 오세훈 시장, 대기질 개선에도 관심을

[EE칼럼] 오세훈 시장, 대기질 개선에도 관심을

오세훈시장이 등록 인구가 970만명에 달하는 수도 서울의 행정을 책임 맡은 수장으로 새로 취임한 지도 한달이 지났다. 보궐 선거로 전임 시장의 잔여 임기를 채우다보니 벌써 임기의 5%를 훌쩍 넘겼다. 오 시장은 지자체의 장으로서 서울 시민들의 건강하고 행복한 삶에 우선적인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 특히 시민 공동체 공간의 기반을 구성하는 3E(생태·환경·에너지)에 대하여 시장으로서 지속적인 관심과 집행 의지가 중요하다고 본다. 특히 대기질의 문제는 모든 시민들이 생활 속에서 직접적으로 체감할 수 있는 부분이다. 지역의 미세먼지 상황은 기상 영향, 외부 유입 먼지와 같은 전반적인 외부적인 효과, 거시적인 정책 효과, 지역 발생원과 발생량의 관리 등의 미시적인 부분으로 구분이 된다. 지난해 이후로는 코로나19 사태의 영향에 따른 사회적 거리 두기, 이동량 감소, 경기 둔화 등의 영향이 더해졌다. 서울은 에너지 과다 사용 생산 산업 설비가 거의 없으며, 적은 면적에서 국내 수송 부문 에너지의 30%를 사용하고 있는 지역이기도 하다. 따라서 서울의 경우에 대기질 개선의 정책 방향과 관련하여 지자체 단위에서는 일차적으로는 주로 교통과 관련된 부분이 많을 수 밖에 없다. 서울은 차량 등록 대수가 315만대 정도이고, 이 중 LPG 차량이 약 26만대 정도, 전기차가 약 2만 3000여대로 나타나고 있다. 교통 부문 미세먼지 저감 정책의 일환으로 공공 부문에서 올해는 우선적으로 친환경 전기 버스 400대 도입, 수소 버스 40대 도입 등을 추진 중에 있다. 택시도 과거의 LPG지원에서 한 걸음 나아가 전기나 수소 기반의 친환경 택시 지원 사업을 추진하는 등 친환경차량 도입에 적극 노력 중 이다. 시민들의 전기 자동차와 관련된 긍정적인 인식과 관심이 늘면서 서울에만 공공급속충전기가 현재까지 789기가 설치되어 있고, 일부 대형 주택 단지 내에는 전기차 충전 장치들의 보급이 확대되는 등 전기차 사용 환경이 점진적으로 개선되고 있다. 또 다른 친환경 차량인 수소 차량에 대하여서는 수소 충전소 구축 자체가 2019년 9월 기준으로 전국에 25기만 구축이 되어 있어서 기반이 부족한 형편이다. 따라서 공공부문의 운송 부문이나 장거리 운송 수단들을 중심으로 수소 차량 충전 기반을 제공하는 방식으로 전략적 정책 구상을 해보는 것이 타당하다고 생각된다. 먼저 서울에 진입하는 대형운송을 염두에 둔 외부 연계형 충전소들은 경기도와 협조하여 주로 서울 외곽지역에 배치하고, 수도권 교통을 담당하는 대중교통 사업장이나 고속도로 휴게소 등과 연계하여 설치위치를 늘려 가는 것이 타당하다. 서울시 도심권 내에서는 주로 설치된 지 오래된 생활 폐기물 자원 회수 시설의 일부를 전통적인 소각 방식에서 전환하여 수소를 생산하여 수소 충전에 활용하는 방식으로 고려할 필요가 있다. 서울 지역의 생활 폐기물 자원화 시설은 감량화 정책의 일환으로 1986년 일일 150톤 규모의 양천 자원회수시설이 최초로 준공되었다. 이러한 노후 소각 시설들을 순차적으로 가스화 기술로 개조하여 수소를 생산하여 수소 충전에 활용하고 잉여의 수소는 발전하는 방식으로 전환해 가는 것도 고려해 볼 수 있다. 생활 대기질과 관련하여 서울시에서는 지하공간, 터널, 지하철 역사, 대형 복합몰 등 다양한 실내 대기질에도 주목하여야 한다. 서울시에서는 현재 지하철 역사의 공기질 개선을 위한 개선 장치와 환기시설 추진 중에 있는데 지하 공간 공기질 개선은 지하철을 넘어 적용 대상을 좀 더 확대되어야 하고, 동시에 서울의 많은 대형 빌딩과 관련하여 건물별 에너지 소비 지표 개발, 에너지 저감 지도 등이 모두 고려되어야 한다. 오 시장의 의욕이 넘친 행보를 펼치는 만큼 추진하려는 여러 가지 정책적 현안들이 많겠지만 환경 문제의 중요성에 대한 인식이 남다르다고 들었다. 시장이 모든 문제를 혼자 해결할 수는 없지만 시장이 어떤 우선 순위를 가지고 있는 지에 따라서 조직이 지속적으로 어디를 바라보고 어떻게 뛰게 만들지는 정할 수 있다. 미세 먼지 문제와 같은 환경 이슈에서도 담당자들과 꾸준한 논의를 통한 새로운 정책의 발굴, 지속적인 집행 과정의 점검과 분석이 장기적 관점의 접근이 언론에 발표하는 일회성 홍보보다 중요한 부분이다.박기서 전 대기환경학회 부회장 박기서 전 대기환경학회 부회장

[EE칼럼] 배출권거래, 온실가스 감축에 도움되려면

[EE칼럼] 배출권거래, 온실가스 감축에 도움되려면

배출권거래제도는 에너지 사용량에 따른 일괄적 세금 납부방식의 탄소세와 달리 기업의 온실가스 감축규제 대응을 위한 ‘비용효과적 감축제도’로 알려져 있다. 다시 말해 배출권거래제도는 기업별로 적용 가능한 내외부의 다양한 감축수단 중 가장 비용효과적 수단을 적절히 도입하여 온실가스 감축규제에 대응할 수 있는 ‘비용효과성’과 ‘기업자율성’을 전제하고 있다. 예를 들어 기업 내부의 온실가스 감축 투자보다 배출권을 구매하는 것이 저렴하다면 배출권구매를 통해서 목표를 달성할 수 있는 것이다. 따라서 배출권가격은 기업의 온실가스 감축투자 결정의 가장 핵심적 요소다. 최근 우리나라의 배출권가격은 온실가스 1톤당 1만5000원 근방에서 거래되고 있다. 하지만 우리나라 내에서 온실가스 1톤당 1만5000원 미만의 온실가스 감축기술은 거의 전무한 상황이다. 다른 연구자료에 따르면 국내 대기업의 평균적인 온실가스 1톤 감축비용은 15만원을 초과한다고 한다. 따라서 국내의 배출권이 부족한 대부분의 기업은 자체적 감축투자가 아닌 저렴한 배출권 구매를 통해서 달성하는 것이 가장 보편적인 대응 전략이 되고 있다. 이것은 배출권거래제도가 직접적인 기업의 온실가스 감축 투자로 이어지지 못하는 것을 의미하기도 하며, 제도적 측면의 보완이 필요함을 보여주는 것이기도 하다. 현재 국내 탄소시장에서 거래되는 대다수의 배출권은 기업의 국내 온실가스 감축투자로 인한 투자감축 실적이 아닌 코로나19로 인한 에너지 사용량 감소로 발생된 배출권 잉여량과 해외 개도국의 저렴한 투자를 통해서 얻는 실적이 대부분일 것이다. 배출권거래제도는 기업의 온실가스 감축투자 활성화를 통해서 지속가능하고 중장기적인 국가 온실가스 배출량 감소에 기여할 수 있어야 한다는 점에서 제도적 보완의 필요성이 있다. 가장 우선적으로 절약실적과 투자감축실적을 분리해야 한다. 절약실적은 코로나19 등 일시적 경제적 상황에 따른 배출저감 효과로서, 중장기 적이지 않으며 언제든 경제상황에 따라 배출량이 증가될 수 있음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또한 과거 배출량을 기반으로 무상으로 정부로부터 받은 배출권을 경제위기로 인해 적게 배출되어 잉여된 배출권을 판매하여 수익화함으로써 투자감축 실적대비 환경건전성이 우수하다고 할 수 없다. 얼마전 일부 언론에서는 이러한 문제에 대하여 집중적으로 보도하기도 했다. 이에 배출권거래제도의 할당을 받은 기업의 내부감축실적과 국내 외부감축실적에 대한 보호조치를 통해서 국내 기업의 온실가스 감축투자 활성화를 유도할 수 있는 대안마련이 필요하다. A 기업은 15만원을 들여 1톤의 온실가스를 감축하고, B기업은 1만5000원을 들여 1톤의 배출권을 구매하여 두 기업 모두가 목표를 달성한다면, 비용효과적 온실가스 감축제도인 배출권거래제도의 제도적 운영원칙에는 모두가 부합되는 셈이다. 하지만 많은 돈을 들여 기업 자체적인 감축에 투자를 한 A기업은 배출권거래제도를 효과적으로 달성하지 못한 상황이 되며, 나아가 대다수 기업이 온실가스 감축 투자없이 배출권 구매만으로 목표를 달성함으로서 중장기적으로 국내 온실가스 배출량의 감소와 목표달성에서는 크게 기여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이에 배출권거래제도에서 자체 투자감축실적에 부여하는 내부감축실적과 국내 외부감축실적에 대하여 이월제한 요건을 면제해주는 등의 가장 기초적인 조치가 선행적으로 필요하다. 이러한 조치만으로도 기업의 온실가스 감축 투자실적은 절약에서 발생된 타 실적대비 높은 가치를 부여받고, 시장에서 높은 가치로 거래될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점진적으로 기업의 온실가스 감축투자 유도에 기여할 수 있을 것이다. 기업의 온실가스 감축투자는 기업의 목표달성을 뛰어넘어 많은 의미를 가지게 된다. 투자확대를 통한 국가 경제활성화, 온실가스 감축기술 산업의 성장, 일자리 창출, 감축기술의 발전 등 다양한 사회경제적 공편익을 창출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미 우리보다 10여년 먼저 배출권거래제도를 시행한 유럽연합도 경제위기로 인한 배출권 잉여로 인해 배출권가격이 폭락하는 시기를 거쳐 목표달성에 사용가능한 외부의 감축실적 등을 변경 하는 등의 다양한 조치를 시행하고 있다. 배출권거래제도의 1차적 목표는 기업이 배출하는 온실가스를 줄이는 것이다. 하지만 최종목적은 국가 온실가스 배출량의 감소와 더불어 국가 온실가스 감축목표 달성임은 누구도 부정할 수 없다. 우리나라의 온실가스 감축목표는 2030년과 2050년의 중장기 목표이다. 이러한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지속가능한 온실가스 감축투자를 유도하고 지원하기 위한 제도적 지원이 급선무라고 할 수 있다.이충국 센터장 이충국 한국기후변화연구원 탄소배출권센터장

[EE칼럼] 에너지전환 비용과 국가부채

[EE칼럼] 에너지전환 비용과 국가부채

국제통화기금(IMF)이 얼마전 우리나라에 대해 급속한 인구 감소와 고령화 흐름속에서 국가부채 부담이 폭발하지 않도록 경계할 것을 주문하는 보고서를 냈다. 실제로 지난 3월말 기준 우리나라의 주민등록인구는 5170만명으로 지난해 말과 2019년말에 비해 각각 12만명과 24만명이 줄었다. 지난해 합계출산율은 0.84명, 출생아 수는 27만명으로 통계 작성 이래 최저치를 기록했다. 고령화 우려가 반영된 IMF의 전망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일반정부 부채비율은 올해 53.2%에서 2026년 69.7%까지 상승한다. 코로나19 사태의 종식이 요원해 보이는 현재 상황에서 정부가 대규모 재정부양책을 지속하는 것이 불가피하다는 점을 감안한다면, 우리나라 재정적자 규모 또한 당분간 큰 폭으로 증가하게 될 것으로 우려된다. 해외 경기가 급반등하지 않는다면, 대규모 재정적자를 해소하기 위해서는 조세수입을 크게 늘려야겠지만, 이를 실행하는 것은 국민들의 거센 조세저항에 봉착할 가능성을 고려할 경우 정치적으로 쉽지 않은 결정이 될 것이다. 급증하는 국가부채는 전력산업에도 영향을 미칠 수 밖에 없다. 언뜻 보면 국가부채와 전력산업 사이에 어떤 직접적인 연결고리가 있는 지 떠올리기 쉽지 않다. 전력산업을 구성하는 발전과 송·배전 및 판매 각 부문의 사업자들이 직접 자금을 조달하고 수익을 창출하고 있으므로, 국가부채의 규모나 비율에 직접적인 영향을 받지 않는 것으로 생각할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실제 내면을 들여다보면 상황이 다르다. 전력산업구조개편이 무산된 상황에서 전력산업에서 핵심적 역할을 담당하는 곳은 여전히 공기업들이다. 공기업들은 자신의 부채비율과 관계없이 높은 국가신용도에 의지하여 비교적 손쉽게 자금을 조달해 왔다. 정부의 암묵적 보증, 즉 설사 공기업의 재무상태가 크게 악화되더라도 정부가 마냥 두고만 보지 않을 것이라는 점에 대한 투자자들의 기대가 존재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만약 국가부채 문제가 악화되어 국가신용도가 크게 나빠진다면, 이러한 자금조달 방식이 언제까지 지속될 수 있을 지는 의문이다. 전력산업의 탈석탄 정책도 국가부채 문제와 직간접적으로 관련된다. 석탄발전소를 정책적으로 퇴출시키는 것은 재산권을 제한하는 국가권력의 행사이므로, 헌법의 재산권 규정에 따라 좌초비용(stranded cost)에 대한 정당한 보상이 지급되어야 한다. 정부정책을 따른다고 해서 배임문제를 비켜갈 수 없다는 법률자문을 듣게 될 경영진으로서는 분명히 장부가액 수준의 보상금에 만족할 리 없으며, 장래 기대수익을 반영한 거액의 보상금을 요구할 것이다. 근로자와 지역사회를 고려한 공정한 전환을 달성하려면 더 큰 금액이 소요될 것이다. 이때 만약 국가가 보상금을 지급한다면, 국가 재정에 적지 않은 부담을 줄 것이다. 만약 전기소비자들에게 준조세 성격의 부담금 의무를 지운다면, 정책 수용성이 낮아질 것이다. 그렇다고 해서, 석탄발전사로 하여금 발전에 따른 손실을 감내하게끔 전력시장 보상규정을 설계한다면, 이는 우리나라 전력산업에서는 유례가 없는 법률분쟁을 야기할지도 모른다. 나아가 에너지전환 정책 실행과정에서 발생하는 여러 비용 또한 우리나라 전력산업 구조 하에서는 어떤 식으로든 국가부채 문제와 관련될 수밖에 없다. 재생에너지 개발비용, 전력계통 보강비용, 수소산업 추진비용 등은 사업자가 경제성을 확보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전기판매사업자에게 전가될 수 있도록 하는 정책적 지원수단에 의존하고 있다. 그리하여, 전기요금의 유연성이 부족한 상황에서 해당 정책의 성공적 실행 여부는 국가신용도에 의지하는 공기업의 자금조달능력에 달려 있게 된다. 에너지전환정책은 국가 에너지대계를 위해 일관성 있게 추진해야 하며, 그 과정에서 부득이하게 누군가가 상당한 전환비용을 부담할 수밖에 없다. 장밋빛으로 포장된 택배상자 안에 동봉되어올 청구서를 보고 놀라지 않기 위해서는, 국가부채가 초래할 여러 가지 제약조건을 따져가면서 기업 전력구매계약(corporate PPA) 활성화 등과 같이 국가재정과 국민 부담에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하는 대안이 없는지 면밀하게 살펴보는 노력을 함께 기울여야 할 것이다.박진표 변호사 박진표 법무법인 태평양 변호사

[EE칼럼] 신재생 기본계획과 제주도의 도전

[EE칼럼] 신재생 기본계획과 제주도의 도전

지난해 12월말에 제5차 신재생에너지 기술개발 및 이용 보급 기본계획이 확정되었다. 기존 1~4차 대비 5차 계획의 큰 특징은 양적 확대 및 공급 의무화 측면에 중점을 두면서 발생한 문제들을 계통 수용성 증대를 위한 시스템 구축, 수요 자발적 확산(RE100, 자가용 촉진 등)으로 보완한다는 점이다. 그리고 2050년 탄소중립을 위한 신재생에너지 분야의 도전과제와 대응 방향을 선제적으로 제시하며 보급-시장-수요-산업-인프라 5대 혁신을 추진 전략으로 제시했다. 보급 부문의 혁신으로 지역·지자체 주도의 재생에너지 확산체계를 구축하고, 주민 참여를 활성화하며, 건물·산단·유휴 국유지 등 입지의 다변화를 추진하겠다는 내용은 눈여겨볼 만하다. 탄소 중립 달성은 정부의 역할 뿐만 아니라, 지자체·기업·시민사회의 협력이 무엇보다 중요하고, 나아가 전 국민의 동참이 필수다. 현재 준비된 지자체들의 탄소중립 선언을 시작으로, 머지않아 전국 226개 기초지자체가 탄소중립 선언에 동참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곧 각각의 지자체가 지역적 특성을 반영해 재생에너지를 어디에 어떻게 보급할 지에 대한 계획을 세워야 한다는 것을 의미하기도 한다. 그래서 인허가 통합기구 도입, 맞춤형 융자제도, 자가 생산량 인센티브, ICT 기반 안전관리 지원 등 보급 확산을 위한 체계가 같이 마련된 것도 반가운 일이다. 그런데 지난달 산업부가 제주도에서 발표한 ‘지역 주도의 분산에너지 활성화 대책’을 살펴보면 몇가지 의아한 점이 보인다. 대책에는 지역 주도의 에너지 시스템 실현, 분산형 에너지 인프라 구축,제주지역 재생에너지 출력제어 최소화 방안이 포함됐다. 이중 제주지역 재생에너지 출력제어 최소화 방안은 초고압직류송전(HVDC)의 역송 성능을 확보해 제주도 내 잉여전력을 육지로 전송하는 계획이다. 요지는 제주도내 잉여 재생에너지에 대한 제어 횟수와 양이 매년 증가해 왔기에 제주도에서 육지로 전력을 역송하게 되면 2021년 제주도 내 재생에너지 수용능력이 최대 342MW까지 증가할 것이라는 얘기다. 대책대로 맞춤형 마이크로 그리드로 에너지 시스템을 실현하고 계통안정화를 위해 ESS 23MWh를 올해 구축하면, 제주도는 지역 내 에너지 소비를 재생에너지로 다 충당해서 조만간 탄소중립을 달성할 수 있기에 육지로 역송을 준비해야 한다는 것으로 해석하면 되는 것일까. 제주도는 국가의 탄소중립 선언 이전에 ‘2030탄소제로섬’을 선언한 최초의 지자체이다. 그리고 꽤 많은 투자를 해왔으리라 생각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몇 가지 사실을 봤을 때 탄소중립으로 가는 길은 아직 요원해보인다. 2020년 전국의 전기차는 총 8만 9918대이고 제주도는 1만 8178대로 17개 광역지자체중 1위이나 제주도내 실제 운행 차량이 약 38만대이니 전기차는 아직 5% 미만을 차지하고 있다. 감귤 하우스 농장을 비롯해 타 지역 보다 총 경지면적 대비 온실 등 시설재배 비중이 높은데 이러한 시설들에서 여전히 화석연료 사용이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특히 농가는 면세유 사용으로 온실가스 감축의 유인조차 낮다. 분산에너지로서 재생에너지는 자가소비가 첫 번째고 지역내 소비가 그 다음이다. 대규모 송전망을 설치하여 먼 지역에 에너지를 공급하는 것은 근본적인 목적에 맞지 않기 때문에 지양해야한다. 제주도의 잉여 재생에너지는 지역 내 수송·건물·농업 등에 우선 기여해야 한다. 그러고 나서도 혹 잉여 재생에너지가 발생한다 할지라도 역송은 효율적이지 못하다. 아울러 역송 대상인 전남도 역시 해상풍력을 통한 재생에너지 보급을 준비 중이니 더욱 이해하기 어렵다. 국민들이 납득할 만한 적절한 이유를 제시하지 못한다면 이러한 곳에 세금이 쓰이는 것을 좋아할 리 없고, 탄소중립에 대한 정의도 흔들릴 것이다. 지자체의 탄소중립 달성에 제주도는 앞서 준비가 되어 있고, 이를 구현시킬 제도도 마련되어 있다. 제주도에서 탄소중립을 구현한다면 이를 모델로 다른 지자체로의 확산도 가능할 것이다. 5차 신재생에너지 기본계획에 탄소중립 실현을 위한 혁신으로 제시된 넷제로 커뮤니티 프로젝트 확산을 제주도를 성공 모델로 삼아 추진해 보자는 말이다.김소희 사무총장 김소희 기후변화센터 사무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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