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우 시평] 에너지 전환과 안보의 역설

김성우 김앤장 법률사무소 환경에너지연구소장 2026년 글로벌 에너지 시장은 전례 없는 불확실성속에서 흥미로운 역설과 유례없는 설득력을 목격하고 있다. 그 동안 간헐적이고 비싼 저탄소 에너지로의 전환은 안정적이고 저렴한 화석연료 중심의 에너지 안보와 상충되는 개념으로 여겨지는 경우가 많았다. 하지만,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에 이어 미국∙이란 전쟁으로 촉발된 호르무즈 병목 위기 등 지정학적 충격이 에너지 시장의 공급망·가격·투자 흐름을 흔드는 게임체인저로서 글로벌 공급망을 마비시키는 안보 취약성을 반복적으로 드러내면서, 오히려 에너지 안보가 에너지 전환의 필요성을 소환하는 역설이다. 에너지저장장치로 보완된 재생에너지는 국경 내 생산으로 LNG·석유 등 연료 가격 폭등과 교역 차단으로부터 자유롭고, 다변화된 수입선을 통해 한번 연료를 장전하면 수년간 전력 생산이 가능한 원자력도 외부 충격에 강한 국내산 에너지로서 글로벌 공급망 쇼크의 직격탄은 피할 수 있기 때문이다. 영국 환경매체 인사이드에콜로지(Inside Ecology)가 만약 태양광·풍력·배터리가 전력 시스템의 중심이 되고 운송과 난방이 전기화된 세계를 가정한다면, 호르무즈 해협이 지금처럼 글로벌 인플레이션 위기로 번지지는 않았을 것이라고 주장하는 이유다. 각 국이 자국내에서 대부분의 에너지를 생산하고, 특정 지역에서 생산된 화석연료 의존도가 크게 떨어진 구조에서는 하나의 해협이 전 세계를 인질로 잡기 어렵다는 설명이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에 이어 중동에서까지 공급 차단 및 통로 봉쇄가 거론되면서 에너지 공급이 군사·외교 전략의 일부로 활용될 수는 있어도, 재생에너지와 원자력 등 저탄소 국내산 에너지가 확대될수록 에너지 무기화로 인한 사회경제적 영향은 현저히 줄어든다고 보는 것이다. 물론 간헐적인 태양과 바람에만 의존할 수 없기 때문에 재생에너지 확대와 더불어 원자력발전과 에너지저장장치를 결합한 에너지 믹스를 현실적인 대안으로 제시하는 것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 각 국가별 반응도 분주하다. 지난 3월 13일에는 아세안 경제정관들이 공동성명을 통해 지역의 에너지 안보 및 회복력을 위한 재생에너지로의 전환을 가속화할 것에 동의했다. 이어 16일에는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EU 집행위원장이 회원국들에게 보내는 서한에서, 화석연료 가격충격에 대한 취약성을 완화하기 위해 저탄소 국내산에너지 확산에 속도를 낼 것을 권고했다. 마치 지난 5일 이재명 대통령이 임시 국무회의를 주재하며 “이번 기회에 재생에너지로 전환을 좀 신속하게, 대대적으로 하는 게 어떨까 싶다"고 밝힌 내용이 챌린지처럼 다른 국가들에도 확산되는 느낌이다. 이는 통제할 수 없는 변수에 의해 촉발된 글로벌 유가 급등과 화석연료 공급망 위기에 대응하는 것은 물론이고, 이번 기회에 국가 에너지 체질을 국내산 중심으로 전환할 기회로 삼아야 한다는 취지로 풀이된다. 이러한 글로벌 리더들의 대응 의지는 관련 업종의 주가 흐름과도 맥이 닿아 있다. 지난 22일 파이낸셜타임즈 보도에 의하면, 에너지전환을 상징하는 대표 제품인 전기차/배터리/에너지저장장치를 제조하며 글로벌 시장을 리드하는 BYD/CATL/Sungrow 등 중국 회사들의 주가는 이란 전쟁 이후 약 20% 상승한 반면, 같은 기간 글로벌 오일메이져 회사들의 주가는 약 9% 상승에 그친 것을 비교하며, 이를 중국은 물론이고 주요 화석연료 수입국가들이 국내산 에너지에 더 집중하려는 의지를 나타낸다고 주장했다. 더욱이 이번 전쟁으로 인한 오일쇼크가 주유소 제품가격을 높임으로써 내연기관차 대신 배터리를 품은 전기차로의 전환 전망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 결과라고 덧붙였다. 지난 16일 사이먼 스틸 유엔기후변화협약 사무총장은 브뤼셀에서 열린 녹색성장서밋에서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때도 그랬던 것처럼 이번 전쟁도 화석연료 의존 국가들에게 경제 및 안보에 위협을 가하고 있고, 이는 앞으로도 반복될 것임을 역사가 말해 주고 있다"라고 밝히며, “태양광이나 풍력처럼 좁은 해협을 통과하지 않아도 되는 에너지로의 전환이 필요하다"라고 강조했다. 이러한 주장은 과거에도 유사한 수사가 있었으니 전혀 새로운 논리는 아니다. 다만, 지금은 에너지안보를 위한 에너지전환 필요성이라는 역설이 과거 여느 때 보다 더 설득적으로 들리는 것은 분명하다. 김성우

한화솔루션, 유상증자로 텐덤셀 9천억 투자…주가는 급락

한화솔루션이 재무건전성 강화와 태양광 기술 투자를 위해 2조40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추진한다. 그러나 주식시장 반응은 차가워 주가는 급락했다. 한화솔루션은 지난 26일 이사회를 열고 2조40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결의했다고 밝혔다. 유상증자 추진 이유로 재무구조 개선과 중장기 성장 투자 재원 마련을 꼽았다. 한화솔루션은 최근 여수산단 내 유휴부지, 울산 사택부지, 신재생에너지 개발자산, 관계사 지분 등 1조6000억원 규모의 자산을 매각하고 자본시장에서 신종자본증권(영구채) 발행을 통해 7000억원을 조달했지만 글로벌 태양광·화학 산업 업황 둔화로 신용등급 하락 압박이 커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번에 확보하는 자금 중 약 1조5000억원은 재무구조 개선과 중장기 재무건전성 강화를 위해 활용할 계획이다. 올해 만기가 도래하는 회사채와 기업어음, 한도대출 등을 상환해 2026년 기준 연결 부채비율을 150% 미만으로 낮추고, 순차입금은 약 9조원 수준으로 관리할 예정이다. 장기적으로는 오는 2030년까지 연결 부채비율 100%, 순차입금 7조원 수준으로 재무건전성을 지속적으로 강화한다. 나머지 9000억원은 향후 3년간 미래 성장 투자 재원으로 배정해 태양광 시장에서 글로벌 경쟁력을 확보한다는 계획이다. 특히 이중 페로브스카이트 탠덤셀 라인에 1000억원을 투자하고, 탠덤의 하부셀인 탑콘 생산시설에 8000억원을 투입한다. 텐덤셀이란 실리콘셀과 페로브스카이트셀을 이중으로 쌓아 발전효율을 극대화하는 차세대 태양전지를 말한다. 이론적 한계 효율(44%)은 기존 실리콘셀(29%)의 1.5배에 달한다. 텐덤셀은 중국산 저가 제품에 잠식당해 어려움을 겪고 있는 국내 태양광 제품에 반전을 만들어낼 국면전환자(게임체인저)가 될 것으로 기대를 받고 있다. 한화솔루션은 신재생에너지 생산 라인 전환 등 핵심 성장 사업 투자를 통해 오는 2030년 연결 기준 매출 33조원, 영업이익 2조9000억원 달성을 목표로 제시했다. 그러나 이 같은 계획에도 한화솔루션 주가는 전날 18.22% 하락했으며 이날 14시 35분 기준 전날 대비 4.48% 하락한 3만5105원에 거래되고 있다. 주식시장에서는 주가 희석을 동반하는 유상증자를 통해 재무구조 개선과 태양광 투자를 동시에 추진하는 점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아직 태양광 시장의 불확실성이 큰 상황이라는 평가다. 한때 태양광 시장 확대 기대감 속에 지난달 중순 5만9000원대까지 상승했던 주가는 이번 유상증자로 투자자들의 기대가 꺾이고 있다. 삼성증권은 투자의견을 기존 '매수'에서 '중립(HOLD)'으로 하향 조정했다. 조현렬 삼성증권 연구원은 “유상증자를 통해 채무 상환과 3년 후 상업화를 목표로 한 신제품 투자 계획은 유상증자의 시점과 규모 측면에서 투자자에게 아쉬움을 남긴다"고 밝혔다. 금융감독원은 이번 유상증자를 중점 심사 대상으로 지정하고 의사결정 과정과 주주 소통 절차를 들여다볼 계획이다. 이원희 기자 wonhee4544@ekn.kr

경기도-평택시, 지산지소 수소특화단지 만든다

평택시와 경기도가 대한민국 수소경제 핵심 거점으로 도약하기 위한 행보에 속도를 올리고 있다. 평택시는 수소특화단지 조성을 통해 생산·저장·유통·활용까지 아우르는 수소 산업 생태계를 구축해 미래 에너지 중심 도시로 도약시킨다는 방침이다. 25일 평택시는 JW 메리어트 호텔 서울에서 '수소특화단지 추진단 전략회의'를 개최하고 수소특화단지 조성과 수소산업 발전을 위한 협력 방안을 논의했다. 이번 회의에는 정장선 평택시장을 비롯해 이계안 평택수소특화단지 추진단장(평택대학교 이사장), 이희은 평택대학교 대외 부총장, 김상현 현대자동차그룹 수소비즈니스기획팀장, 오수용 삼성E&A 그룹장, 이정호 한국서부발전 수소사업실장, 이종찬 한국가스기술공사 에너지인프라건설처장, 황선식 평택시 미래전략과장 등 유관기관 관계자 40여 명이 참석해 수소산업 정책 및 기술 동향을 공유했다. 참석자들은 평택이 항만을 기반으로 한 수소 물류 거점으로서 높은 잠재력을 갖추고 있다는 점에 주목했다. 자동차·로봇 등 미래 모빌리티와 함께 수소 생산·저장·운송·연료까지 사업을 확장 중인 현대차그룹은 항만 물류와 연계한 수소 활용 측면에서 평택이 가장 매력적인 입지라며 '수소 사회'로의 전환에 산학연 협력을 강조했다. 김상현 현대차그룹 수소비즈니스기획팀장은 “석유가 나지 않는 우리나라의 경우 타 국가에 대한 에너지 의존도가 매우 높다"며 “수소 에너지를 자체적으로 생산하게 된다면 에너지 자립도를 높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현대차그룹은 자동차 회사를 넘어 로봇, 에너지 등 미래 산업 전반으로의 변화를 추진하고 있으며 그 중심에 수소가 있다"며 “평택은 항만을 끼고 있어 사업 추진에 최적의 도시"라고 밝혔다. 실제 이 지역에서 항만과 연계한 수소 도입·저장·유통 구조를 구축할 경우 평택이 수도권 에너지 공급의 핵심 허브 역할을 수행할 수 있다는 분석도 이어졌다. 평택시는 지난 7년간 약 2500억원 규모의 국책사업을 유치해 수소생산단지, 수소항만, 수소도시 등 수소 인프라를 구축해 왔다. 또 공공부문 최대 규모(일 7톤)의 수소생산시설을 구축해 수도권 공급 기반을 확보하고 2024년 흑자 전환을 이루며 수소경제 실현 가능성을 입증했다. 실제로 평택시가 수소특화단지로 지정될 경우 우리나라에서 가장 에너지 수요가 집중된 수도권 전역을 아우르는 핵심 에너지 공급 거점이 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또한 기업들의 RE100(재생에너지로 전기의 100%를 충족) 달성을 지원하고, 이재명 정부가 추진하는 에너지 지산지소(地産地消 ·지역에서 생산해 지역에서 소비) 정책에 부응할 것으로 예상된다. 정장선 평택시장은 “수도권 어디든 수소를 안정적으로 공급하기 위해서는 핵심 거점이 반드시 필요하며 평택시가 그 역할을 수행하겠다"며 “수소는 탄소중립과 에너지 안보의 핵심 산업인 만큼 사명감을 가지고 산업 생태계 조성과 기업 친화적 환경을 만들겠다"고 말했다. 다만 수소산업 육성과 관련한 정부 정책의 불확실성은 주요 과제로 꼽혔다. 정부는 당초 올해 초 수소특화단지 선정을 예고했지만 조직 개편과 정책 방향 재검토로 일정이 지연되면서 오는 6월 이후에야 결정될 가능성이 제기됐다. 또 국가 균형발전 기조에 따라 에너지 생산 거점을 지방 중심으로 배치하려는 흐름 속에서 에너지 최다 수요처인 수도권 공백에 대한 우려도 나왔다. 한 기업 관계자는 “수소는 반드시 가야 할 길이지만 정부의 구체적인 계획이 불투명해 기업과 지자체 모두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기업들은 기술과 투자 의지를 갖추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정부 규제와 정책 불확실성으로 사업 추진에 제약이 많다는 문제도 제기됐다. 오수용 삼성E&A 그룹장은 “민간 기업이 경제성과 기술력을 충분히 확보하더라도 정부 정책과 여건이 안정적으로 뒷받침되지 않으면 사업 추진은 매우 어렵다"며 “정책 환경이 보다 신속하게 안정화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날 회의에서는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 등 수도권의 에너지 수요 급증에 대한 대응책도 논의됐다. 반도체·인공지능(AI) 산업 확대와 RE100 대응 등으로 전력 수요가 급증하는 상황에서 수소를 기반으로 한 청정에너지 공급 체계 구축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특히 평택항을 통해 해외에서 생산된 그린수소를 도입하고 이를 용인·화성 등 수도권 산업단지로 공급하는 '수소 그리드' 구축 필요성이 강조됐다. 기업들은 과거 액화천연가스(LNG) 인프라 구축 사례처럼 정부 지원과 민간 투자가 병행돼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참석자들은 “과거 오일쇼크 이후 LNG 인프라 전환을 통해 산업 경쟁력을 확보했던 것처럼 수소 그리드망 구축 역시 기업의 자발적 투자만으로는 한계가 있어 정부 지원이 필수적"이라고 강조했다. 정장선 평택시장은 “수소를 포함한 에너지 정책은 일관성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며 “충분한 논의를 거쳐 방향이 정해지면 지속적으로 추진해야 성과가 나타나는 산업"이라고 말했다. 이어 “현재 정부 정책이 완전히 정착되지 않은 상황이지만 지속적인 노력과 협력을 통해 지금의 시도가 미래를 위한 씨앗이자 밑거름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박지성 기자 captain@ekn.kr

[EE칼럼] 히트펌프 확대의 조건: 어디까지 가능한가

정부는 2035년까지 히트펌프 350만 대를 보급해 약 518만 톤의 온실가스를 감축하고, 도시가스 및 기름 보일러를 대체하겠다는 계획을 제시했다. 공기열 히트펌프의 재생에너지 인정, 설치비 최대 70% 보조, 전기요금 체계 개편, 청정열공급의무화 제도 등을 통해 보급을 촉진하겠다는 구상이다. 건물 부문 열에너지 탈탄소화를 위한 핵심 정책으로 평가된다. 히트펌프의 가장 큰 장점은 높은 효율이다. 동일한 에너지로 더 많은 열을 생산할 수 있다는 점에서 에너지 절감 효과가 기대된다. 그러나 난방 시장에서의 실제 경쟁력은 효율 자체보다 비용 구조에 의해 결정된다. 현재 가스 난방의 열 기준 비용은 약 90원/kWh 수준이며, 히트펌프는 성능계수(COP) 2.5 기준 전기요금이 약 220원 이하일 때 경제성을 확보할 수 있다. COP 3 수준에서는 약 260원대까지 가능하지만, 이는 이상적인 조건에 가까우며 실제 운전에서는 계절과 부하 조건에 따라 효율이 낮아질 수 있다. 가스와 전기요금이 동시에 변동하는 경우에도 경쟁력은 단순히 “동반 상승" 여부로 결정되지 않는다. 핵심은 상대적인 인상폭이다. 전기요금 상승폭이 더 클 경우 히트펌프의 경제성은 약화될 수 있으며, 이는 보급 속도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 또한 히트펌프 확대는 전력 시스템 측면의 변화를 수반한다. 기존에 가스가 담당하던 열 수요가 전력으로 이동하면서 전력망 부담이 증가하고, 재생에너지 연계, 피크 부하 관리, 송배전망 투자 확대 등 추가 비용이 발생한다. 이러한 비용은 전기요금 상승 압력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결과적으로 히트펌프 보급이 확대될수록 전기요금 상승 요인이 강화되고, 이는 다시 경제성과 수용성에 영향을 미치는 구조가 형성된다. 시장에서는 이미 히트펌프가 자발적으로 확산되는 영역이 나타나고 있다. 공공시설, 상업시설, 농업시설 등 비주거용 건물에서는 설치 공간 확보가 용이하고 중앙 제어 운영이 가능해 효율적인 운전이 이루어진다. 이러한 조건에서는 정책적 지원이 제한적이더라도 경제성과 편의성에 기반한 자발적 도입이 확대되는 경향을 보인다. 이러한 흐름은 정책 설계에 중요한 시사점을 제공한다. 기술이 경쟁력을 갖는 환경에서는 시장이 스스로 선택한다. 반면 정책이 시장 조건을 넘어 특정 기술의 확산을 강하게 유도할 경우, 보조금, 요금 조정, 인프라 투자와 같은 추가 비용이 발생할 수 있으며, 이는 재정 부담과 함께 수용성의 불확실성으로 이어질 수 있다. 특히 기존 주거 건물로의 확대는 별도의 고려가 필요하다. 국내 주거는 가스 및 지역난방 인프라가 이미 구축된 구조로, 히트펌프 전환 시 기존 인프라와 신규 설비가 병존하는 중복 투자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이는 인프라 활용 효율을 저하시킬 뿐 아니라 사회적 비용 증가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 해외에서도 유사한 흐름이 관찰된다. 유럽은 히트펌프 보급을 빠르게 확대해 왔으나, 최근에는 전기요금 상승과 비용 부담을 반영해 보조금 조정, 정책 속도 조절, 기술중립 접근 강화 등의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 이는 보급 확대 과정에서 드러난 현실적 제약을 정책에 반영한 결과로 해석할 수 있다. 한국은 아직 보급 초기 단계에 있다. 따라서 정책 추진 과정에서 전기요금, 전력망, 기존 인프라와 같은 변수들을 어떻게 반영할 것인지가 중요하다. 특히 전기요금은 히트펌프 경제성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핵심 변수로, 일정 수준 이상 상승할 경우 보급 확대는 자연스럽게 제약을 받을 수밖에 없다. 결과적으로 히트펌프는 모든 영역에 동일하게 적용되는 범용 기술이라기보다, 일정한 조건에서 높은 효과를 보이는 기술로 이해할 필요가 있다. 신축 건물, 저온 난방 구조, 비주거용 시설에서는 경쟁력이 높지만, 기존 주거 건물 전반으로의 확대는 보다 신중한 접근이 요구된다. 히트펌프 보급 정책의 핵심은 단순한 확대가 아니라 적용 범위와 조건의 설정에 있다. 시장에서 이미 경쟁력이 확인된 영역을 중심으로 확산을 유도하고, 전기요금과 전력망, 기존 인프라를 종합적으로 고려한 균형 있는 정책 설계가 필요하다. ekn@ekn.kr

[이슈분석] “세탁기·청소기, 태양광 빵빵한 낮에 돌리세요”…달라진 에너지절약 방법

정부는 미국과 이란 전쟁으로 에너지 수급 위기감이 커지자 국민에게 에너지 절약 협조를 요청했다. 최근 재생에너지가 우리나라에도 어느 정도 늘어난 만큼 낮과 주말에 전기를 써달라는 캠페인이 새롭게 등장했다. 다만 국민들에게 더 구체적으로 올바른 행동 방법을 소개할 필요성이 제기됐다. 기후에너지환경부는 지난 24일 국민들에게 승용차 5부제를 포함해 에너지 절약을 위한 12가지 행동요령을 알렸다. 대중교통 이용하기, 불필요한 조명 끄기, 적정 실내온도 준수하기 등 이미 상식으로 자리 잡은 에너지 절약 방법이다. 그러나 과거와 달리 눈에 띄는 절약 행동으로는 전기차·휴대폰은 낮 시간에 충전하기, 세탁기·청소기는 주말에 사용하기 등이 있다. 즉 에너지를 꼭 당장 써야 하는 것이 아니라면 낮 시간이나 주말에 이용해달라는 권고다. 과거와 달리 우리나라의 에너지 생산 및 소비 방식이 달라졌기 때문에 낮과 주말에 전기를 쓰는 것이 액화천연가스(LNG) 발전을 줄일 수 있는 방법이다. LNG는 호르무즈 해협을 통해 국내 수요의 약 20%를 수입해온다. 우리나라는 전력을 크게 재생에너지, 원자력, 석탄, LNG로 발전한다. 재생에너지가 전체의 약 10%를 차지하고 나머지는 대략 3등분을 하는 구조다. 이 중 LNG는 재생에너지, 원전, 석탄으로 채울 수 없는 수요를 메우는 역할을 한다. LNG가 가장 유연하면서도 비싼 자원이기 때문이다. 태양광은 이 중에서도 낮 시간에 발전량이 많으며 주말에도 수요와 상관없이 생산된다. 정부가 낮과 주말에 전기 소비를 권고한 이유다. 정부가 지난 16일부터 낮 시간대 산업용(을) 전기요금을 낮추는 계시별 요금을 도입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예컨대 지난 24일 전력 수요 상황을 보면 13시 기준 태양광 순간 발전량은 2만5106메가와트(MW)로 전체 총수요 7만1046MW의 35.3%를 차지했다. 이때 LNG 발전은 1만1572MW로 태양광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한다. 주말이나 공휴일에는 같은 조건이라면 공장이 가동을 멈추기 때문에 태양광 발전 비중이 40%를 넘기기도 한다. 그러나 16시가 되자 태양광 순간 발전량은 1만1313MW로 줄었고 비중도 15.7%로 감소했다. 이때 LNG 발전은 2만1585MW까지 늘어나 13시 대비 거의 두 배에 가까워졌다. 즉 낮 시간 중에도 해가 지기 시작하는 16시 이후에는 전력 소비를 오히려 줄일 필요가 있다. 또한 비가 오는 날도 예외다. 전국에 비가 왔던 지난 18일을 보면 13시 기준 태양광 순간 발전량은 3548MW로 총수요 7만6910MW 대비 4.6%에 불과했다. 이때 LNG 발전은 3만240MW나 가동됐다. 즉 비가 오는 날에는 낮에 전기 소비를 늘리면 LNG 발전을 오히려 확대할 수 있어 에너지 절약에 악수가 될 수 있다. 이에 따라 계절과 기상 상황에 따라 국민들에게 보다 정확한 에너지 절약 방법을 안내할 필요성이 제기됐다. 김동주 에너지시민연대 사무총장은 정부의 에너지 절약 행동요령에 대해 “과거와 달리 재생에너지 보급과 전기 사용이 늘어나는 시대에 맞춰 새로운 합리적 에너지 소비 방식을 제안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과거 권위주의적 방식과 달리 우리나라 시민들의 자율성도 높아진 만큼 정확한 정보를 제공해야 한다"며 “계시별·지역별로 에너지 생산과 소비 패턴이 다른 만큼 전국 단위 행동요령뿐 아니라 지자체와 함께 지역별 행동요령도 전파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유가가 하락하면 에너지 절약에 대한 관심이 다시 꺼질 수 있는데 반복돼선 안 된다"며 “이번 기회에 에너지 체제를 자립적으로 전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원희 기자 wonhee4544@ekn.kr

“햇빛소득마을 더 늘려라”…李대통령 자금 추가 투입 지시

이재명 대통령이 예산을 효율적으로 활용해 정부 목표보다 햇빛소득마을을 더 확대할 수 있도록 하라고 정부 부처에 지시했다. 행정안전부와 농림축산식품부, 기후에너지환경부는 24일 국무회의에서 '햇빛소득마을 확산 추진계획'을 발표했다. 햇빛소득마을은 이재명 대통령의 공약 사업으로, 마을이 직접 태양광을 설치하고 발전 수익을 마을에 공유하는 방식이다. 행안부 산하 햇빛소득마을추진단은 이달 말부터 사업 공모를 통해 올해 안에 500개 이상의 햇빛소득마을을 선정하고 2030년까지 총 2500개를 조성할 계획이다. 올해 햇빛소득마을에는 국비 4500억원이 편성됐다. 본래 기후부는 태양광 설치비의 최대 85%까지 저금리 융자를 지원하고자 했다. 그러나 이 대통령은 이날 정부의 목표가 적다고 보고 더 많이 늘릴 수 있도록 하라고 지시했다. 햇빛소득마을에 국비로 직접 지원하는 게 아니라 국비를 금융기관 자금조달에 보증료로 편성하고 보증료를 기반으로 더 많은 지원금을 확보하라고 지시했다. 이 대통령은 “전국에 행정리가 3만8000개인데 2500개만 하는 것이냐. 예산이 부족해서 못한다는 것은 말이 안 된다"며 “금융기관과 협약을 맺고 대출 보증을 해주면 10배 이상 확대할 수 있지 않겠느냐"고 지적했다. 이어 “기본계획을 바꿔서라도 예산을 더 확보해 직접 지원을 최소화하고, 이차보전 및 보증료 방식으로 전환하면 지원 규모를 크게 늘릴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 대통령은 관련법에 빠른 통과와 농촌에 방치된 농지도 햇빛소득마을 부지로 적극 활용하라고 지시하며 “에너지 문제는 국가 사활이 걸린 문제로 더 적극적으로 추진해 달라"고 밝혔다. 이 대통령의 지시에 따라 햇빛소득마을 계획이 일부 수정될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 햇빛소득마을 계획을 구체적으로 보면 행정리 기반으로 마을 주민 10명 이상이 참여하는 협동조합이 사업 주체가 된다. 수익은 협동조합 정관과 주민 의사에 따라 공동체 복지 또는 개인에게 직접 배분된다. 설비용량은 300~1000킬로와트(kW) 규모의 중소형으로 추진된다. 업계에 따르면 1000kW 태양광 사업비는 약 15억 원 수준이다. 기후부는 햇빛소득마을에 대해 전력망 우선 접속이 가능하도록 관련 법(전기사업법, 분산에너지특별법) 개정을 추진 중이다. 햇빛소득마을에는 지방자치단체를 포함한 민관 합동 현장지원단이 지원체계를 구축하며 모듈과 인버터는 국내산 사용을 의무화한다. 태양광 설비의 설계·조달·시공(EPC)부터 운영 및 유지보수(O&M)는 재생에너지종합서비스기업(RESCO)이 맡는다. 업계에서는 햇빛소득마을의 사업비 절감도 중요하다고 강조하고 있다. 정부가 파격적인 예산 지원과 전력망 우선 접속을 통해 비용을 낮추더라도 주민 이익 공유 구조와 국내산 사용 의무는 사업비 상승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사업비 상승은 결국 전기요금 인상으로 이어져 햇빛소득마을이 부담으로 나타날 수 있다는 분석이다. 또한 RESCO 선정 과정에서 소규모 태양광 업체들이 다수 참여할 경우 중대형 사업자 대비 효율성이 떨어져 사업비가 오히려 증가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한 태양광 사업자는 “RESCO 구조가 소규모 태양광 융복합 사업자에게 유리하게 설계돼 있다"며 “경쟁력이 낮은 기업들이 다수 참여하면 사업비 상승으로 이어져 정책 부담이 될 수 있다. 업체별 경쟁을 촉진해 수익이 주민에게 잘 돌아갈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원희 기자 wonhee4544@ekn.kr

365MW 낙월해상풍력, 터빈 본격 설치…안전점검 강화

국내에서 유일하게 시공 중인 낙월해상풍력에 풍력 터빈기가 본격적으로 설치되고 있다. 최근 풍력발전 사고가 잇따르면서 안전의 중요성이 커진 만큼 사고 예방을 위한 안전관리도 강화되고 있다. 24일 낙월해상풍력에 따르면 지난 2024년 3월 착공 이후 현재 공정률은 72.8%를 기록하고 있다. 낙월해상풍력은 전남 영광 앞바다에 설비용량 364.8메가와트(MW) 규모로 조성되며 명운산업개발과 태국 에너지기업 비그림파워가 공동 추진하고 있다. 건설되는 풍력발전기는 총 64기로, 이 중 11기에 타워와 터빈 등 상부구조 설치를 완료했으며 5기는 상업운전에 들어갔다. 64기가 모두 준공되면 연간 25만 가구가 사용하는 전력을 생산하고, 43만톤의 이산화탄소를 절감할 것으로 기대된다. 국내 해상풍력 누적 설비용량은 약 352MW 수준으로 낙월해상풍력이 완공되면 누적 보급 규모가 두 배 이상 확대된다. 낙월해상풍력 측은 주민과의 이익공유 사업을 통해 향후 20년간 수천억원 규모를 지역에 환원하고 영광군에는 수백억원 규모의 발전기금을 출연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또한 초과 수익의 30%는 공익적 활동에 지원할 예정이다. 최근 영광 육상풍력단지에서 타워 전도와 터빈 화재 사고가 잇따르면서 풍력발전 안전관리의 중요성이 더욱 부각되고 있다. 목표해양경찰서는 지난 23일 낙월해상풍력에 대규모 해상공사가 진행되고 있어 해양사고 위험에 대비해 점검에 나섰다고 밝혔다. 낙월해상풍력 관계자는 “공정의 속도보다 중요한 것은 무결점의 안전 시공"이라며 “남은 공정 동안 안전관리에 만전을 기해 단 하나의 사고 없이 프로젝트를 완수하겠다"고 강조했다. 이원희 기자 wonhee4544@ekn.kr

영덕풍력발전, 파손 사고 이어 화재까지 발생…노후 풍력기 안전 비상

지난달 2일 타워 전도 사고가 발생했던 경북 영덕풍력발전에서 화재가 발생해 인명 피해까지 났다. 지난 사고로 안전점검이 강화된 상태에서 또다시 사고가 발생한 만큼 파장이 클 것으로 전망된다. 23일 소방 당국에 따르면 이날 오후 1시 11분 경북 영덕군 영덕읍 창포리에 위치한 영덕풍력발전 내의 한 발전기에서 불이 났다. 불은 인근 야산으로 확산돼 진화 작업이 진행 중이다. 소방 당국은 헬기 11대와 장비 50대, 인력 148명을 투입해 진화 작업을 벌이고 있다. 이번 화재로 풍력발전기 공급업체 직원 1명이 숨졌으며, 또 다른 직원 2명은 현재 연락이 닿지 않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영덕풍력발전은 2005년 1.65MW급 24기로 완공됐다. 지난달 2일 1기의 블레이드가 파손돼 타워가 무너지는 사고가 발생한 바 있다. 이로 인해 전체 가동이 중단된 상태에서 재가동을 위한 점검 중이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영덕풍력발전은 수명이 20년에 달해 노후수명 단계에 들어섰다. 파손 사고에 이어 이번 인명피해까지 발생하면서 노후 발전기에 대한 안정성 우려도 더욱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기후에너지환경부는 지난달 2일 타워 전도 사고를 계기로 특별 안전점검을 실시하고 안전 대책 마련을 검토해왔다. 기후부는 지난달 12일 국회를 통과한 '신에너지 및 재생에너지 개발·이용·보급 촉진법'에 따라 지방자치단체의 이격거리 조례 기준을 마련 중이었다. 이격거리 조례는 지자체가 재생에너지 설비를 도로나 주거지로부터 일정 거리 이상 떨어져 설치하도록 하는 규정이다. 태양광의 경우 이격거리 조례가 엄격하게 적용돼 이를 완화하는 방안이 추진 중이었다. 그러나 육상풍력은 전도 사고로 인해 도로와 건물 인근 설치를 제한하는 방안이 검토되고 있었다. 이번 화재 사고까지 발생하면서 육상풍력의 안전성에 대한 우려는 더욱 커질 전망이다. 특히 지난 전도 사고에서는 인명 피해가 없었으나 이번에는 인명 피해까지 발생했다. 이원희 기자 wonhee4544@ekn.kr

[EE칼럼] 재생에너지는 산업 연료이고 안보 자산이다

과거 트럼프 대통령은 재생에너지에 대한 반감을 자주 드러냈다. 법원의 저지를 받기는 했지만, 수억 달러에 달하는 해상풍력 발전 사업을 무산시키려 했고, 육상풍력 발전 사업도 막으려 했다. 다른 국가들에게 화석연료로 회귀하도록 압력을 가하기도 했다. 영국을 향해서는 “나라 곳곳에 풍력발전기가 설치되어 나라를 망치고 있다"고 비난하기도 했다. 태양광 패널에 대해서도 경관을 해치는 흉물, 매우 비효율적인 것이라고 비난했고, 세기의 사기극이라고까지 불렀다. 그는 화석연료를 우선시 하며 태양광 프로젝트 수백 건의 최종 승인을 막았다. 그러나 최근 기류가 변하고 있다. 미국은 인공지능 데이터센터의 폭발적인 성장으로 인해 큰 폭의 전력수요 증가를 겪고 있다. 기술 기업들은 전력 부족으로 인해 투자에 어려움을 겪는 상황이다. 여기서 재생에너지의 실용적 가치가 부각되었다. 화석연료나 원자력 발전소는 건설에 긴 시간이 소요되지만, 태양광과 풍력은 상대적으로 짧은 기간 내에 전력을 공급할 수 있는 효율적인 선택지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최근 구글은 미시간주 남동부에 계획된 1GW 규모의 데이터센터에 전력을 공급하기 위해 20년간 2.7GW 규모의 태양광, ESS 공급 계약을 체결했다. 두 번째 계기는 지정학적 위기와 에너지 안보이다. 미국의 이란 공격이 이를 부각시켰다. 에너지를 외부의 장거리 운송이나 분쟁 가능성이 높은 지역의 화석연료에 의존하는 것은 국가 안보에 치명적일 수 있다. 반면 태양과 바람은 특정 국가가 독점할 수 없으며, 운송로 봉쇄 위험에서도 자유롭다. 이번 전쟁으로 촉발된 에너지 가격 급등이 글로벌 시장을 흔들고 있지만, 유럽에서는 많은 재생에너지 발전량이 그 충격을 흡수하는 완충 장치로 작동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트럼프의 핵심 지지기반인 MAGA 진영도 입장을 선회하고 있다. 미국 국토안보 보좌관인 스티븐 밀러의 아내이자 트럼프 대통령의 열렬한 추종자인 케이티 밀러는 최근 “태양에너지는 미래의 에너지이다. 우리는 중국과 경쟁하기 위해 태양광 발전을 빠르게 확대해야 한다."라는 글을 올렸다. 뉴트 깅리치 전 하원의장, 토니 파브리치오 공화당 여론조사 전문가 등 트럼프의 주요 측근들도 전력수요 급증과 에너지 가격 부담이 유권자들의 주요 관심사로 떠오름에 따라 태양광발전 홍보에 앞장서고 있다. 최근 트럼프 대통령 자신의 어조조차 바뀌었다. 그는 미국의 에너지 비용 인하를 최우선 과제로 삼으면서, 태양광 발전이 해결책의 원동력이 될 수 있고 또 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변화의 징후는 그동안 중지시켰던 여러 대규모 프로젝트의 허가 절차를 재개한데서 나타났다. 태양광발전을 전력망에 기생하는 존재라고 비판했던 크리스 라이트 에너지부 장관 역시 어조를 바꿨다. 그는 태양광 발전이 전력망에 저렴하고 안정적인 에너지를 공급하는 상업적 역할을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러한 정책 기조의 변화는 통계로 증명된다. 미국 에너지정보국(EIA)에 따르면, 2026년 미국은 역대 최대 규모인 약 86GW의 발전 설비를 새로 추가할 계획이다. 이는 2025년의 53GW에 비해 크게 늘어난 수치다. 주목할 점은 그 구성이다. 신규 설비의 절반 이상(43.4GW)이 태양광이며, 배터리 저장장치(24.3GW), 풍력(11.8GW)이 그 뒤를 잇는다. 천연가스의 비중은 상대적으로 낮은 약 6.3GW이다. 재생에너지가 미 전력망 확충의 주역으로 부상하고 있는 것이다. 미국의 이러한 변화는 시사하는 바가 크다. 재생에너지는 더 이상 탄소중립의 수단이라는 명분에만 머물러 있지 않다. 전력수요가 폭증하는 시대에 재생에너지는 선택이 아닌 국가 경쟁력 확보를 위한 필수재로 재정의되고 있다. AI 산업의 주도권을 쥐기 위한 산업 연료이자, 지정학적 리스크로부터 국가를 지키는 안보 자산인 것이다. 에너지 정책의 핵심은 속도와 자립에 있다. 우리처럼 화석연료 매장량이 부족한 국가들에게 있어 태양광과 풍력이 이를 적극적으로 담당해야 한다. 트럼프 행정부조차 실용적인 해답을 찾기 위해 재생에너지를 적극적으로 활용하기 시작했다. 우리도 이미 수립된 재생에너지 확대 계획이 차질 없이 이행할 때, 비로소 AI 산업의 글로벌 경쟁력을 확보하고 에너지 자립이라는 국가적 숙제 해결을 위해 한발짝 더 나아갈 수 있다. ekn@ekn.co.kr

“수소는 장기 산업, 일본은 이미 방향 정했다”…도쿄서 확인된 한일 탄소중립 전략 차이

[일본 도쿄=전지성 기자] 일본 도쿄 빅사이트에서 열린 '스마트 에너지 위크 2026'. 전시장을 총괄한 오가사하라 노리히로(Ogasahara Norihiro) RX Japan 사무국장은 이번 행사의 핵심 키워드를 '수소'로 꼽으며, 일본 에너지 정책의 특징을 “재생에너지와 수소를 함께 가져가는 통합 전략"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맞게 이번 전시회도 크게 △태양광•풍력•에너지저장장치(ESS)와 △수소차•수소 활용 기술로 구성됐다. 특히 이번 전시에서는 지난해에는 빠졌던 현대자동차가 다시 참가한 점이 눈에 띄었다. 일본과 독일 등 다양한 국가의 자동차들이 전시된 가운데 현대차의 수소차 NEXO에 대한 현지의 관심도가 유독 높았다. 현대차는 오는 4월 일본 시장에 수소차 판매를 시작할 계획으로, 일본 수소 생태계에 본격적으로 진입한다는 전략이다. 오가사하라 사무국장은 “현대차 임원진과 구매 담당자들이 대거 방문해 일본 기업들과 적극적으로 교류하고 있다"며 “현대차 외에도 수소 분야에서 관련 기업들의 전시 참여를 타진하고 있다. 앞으로 한일 기업 간 협력 가능성이 더욱 커지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일본은 탄소중립을 위해 재생에너지 확대를 추진하면서도 이를 보완할 수단으로 수소를 동시에 육성하는 전략을 취하고 있다. 오가사하라 사무국장은 “외부 에너지 의존도를 낮추기 위해서는 재생에너지뿐 아니라 수소와 같은 대체 에너지원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일본 정부는 재생에너지 확대와 수소 공급망 구축을 동시에 추진하며 두 에너지를 상호 보완적 관계로 보고 있다. 반면 한국은 재생에너지 확대에 정책 역량이 집중되는 경향이 강하고, 수소 산업은 탄소배출과 경제성 문제로 상대적으로 속도가 더딘 상황이다. 일본에서도 한국의 수소산업이 위축된 것을 인지하고 있었다. 오가사하라 사무국장은 한국의 수소 관련 협회들이 없어지지 않았느냐고 물어보기도 했다. 실제 기후에너지환경부는 태양광과 풍력 등의 보급 목표는 강하게 내세우고 있는 반면 청정수소입찰(CHPS), 연료전지 등 수소 분야에 대해서는 명확한 방향을 제시하지 않고 있다. 업계에서는 이를 두고 일본은 통합 전략, 한국은 단일 축 전략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일본에서도 수소 산업의 가장 큰 과제는 경제성이다. 오가사하라 사무국장은 “연료전지 비용은 일본도 여전히 높은 수준"이라면서도 “국가 정책상 반드시 가야 할 방향으로 설정돼 있기 때문에 정부와 기업이 함께 장기적으로 추진하고 있다"고 말했다. 일본은 토요타 중심 산업 생태계, 정부의 지속적 지원, 장기 로드맵 기반 투자를 통해 수소 산업을 확대하고 있다. 이는 단기 수익성보다 에너지 구조 전환이라는 장기 목표를 우선하는 전략이다. 최근 에너지 산업의 가장 큰 변수로는 AI와 데이터센터가 꼽힌다. 일본은 데이터센터를 자국 내에 구축하는 전략을 추진하고 있으며, 안정적인 전력 공급을 위해 수소와 ESS를 결합한 전력 시스템 구축이 중요해지고 있다. 이번 전시에서도 △계통용 ESS △데이터센터 전력 솔루션 △스마트그리드 등이 함께 부각되며, 재생에너지·수소·저장장치가 결합된 통합 시장이 형성되는 흐름이 확인됐다. 한일 양국의 에너지 정책 차이는 수소 산업에서 더욱 뚜렷하게 드러난다. 일본은 △시장 중심 구조 △장기 정책 유지 △민간 투자 기반인 반면 한국은 △정책(규제) 중심 △경제성 중심 판단 △단기 성과 요구라는 특징을 보이고 있다. 오가사하라 사무국장은 “한국은 투자 대비 빠른 수익을 요구하는 경향이 강한 것 같다"며 “이로 인해 수소와 같은 장기 산업에서는 어려움이 나타날 수 있어 보인다"고 평가했다. 결국 수소 산업의 격차는 기술이 아니라 시장 구조와 정책 지속성에서 비롯된다는 분석이다. 한편 이번 전시에서는 중국 기업 참여 감소도 확인됐다. 미·중 갈등과 일본과의 관계 경색 영향으로 일부 분야에서 공백이 발생하면서, 한국과 일본 간 협력 가능성이 확대되고 있다. 오가사하라 사무국장은 “한국과 일본 기업 간 교류는 앞으로 더욱 활발해질 것"이라며 “특히 수소 분야에서 협력 여지가 크다"고 밝혔다. 현대차의 일본 수소차 시장 진출 역시 이러한 흐름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로 평가된다. 이번 전시와 인터뷰를 통해 드러난 핵심 메시지는 분명했다. 에너지 전환은 특정 발전원을 확대하는 문제가 아니라, 재생에너지와 수소, ESS, 전력망을 결합하는 '통합 전략'의 문제라는 점이다. 일본은 이미 재생에너지와 수소를 병행하는 구조를 통해 에너지 전환을 추진하고 있는 반면, 한국은 재생에너지 중심 접근에 머물러 있다는 점에서 정책 방향의 차이를 느낄 수 있었다. 도쿄에서 열린 이번 전시는 에너지 산업이 기술이 아닌 시장과 국가 전략의 문제로 재편되고 있음을 보여준 현장이었다. 일본 도쿄=전지성 기자 jjs@ek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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