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상 초유 ‘투표지 부족’ 사태…선관위 “책임 통감”

제9회 지방선거 본투표 당일인 3일 전국 각지에서 투표용지 부족 사태가 잇따라 발생하며 곳곳에서 투표에 차질이 빚어졌다. 야권의 부정선거 의혹까지 제기되는 등 논란이 일파만파 번지자,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엄정한 선거 관리에 대한 국민의 신뢰를 훼손한 점에 책임을 통감한다"며 고개를 숙였다. 서울시장 투표가 한창인 이날 오후 4시30분께 송파구 잠실2동 6투표소에선 준비된 투표용지가 모두 소진돼 투표를 일시 중단하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졌다. 해당 투표소는 오후 1시 무렵 투표지 부족으로 유권자 대기줄이 서서히 연장됐는데, 결국 용지가 전부 떨어져 투표를 멈춘 것이다. 투표용지 부족 사태는 같은 날 잠실4동·잠실7동 등 송파구 일대와 강남구·광진구 등 서울시 곳곳에서 이어지며 관내 14개 투표소까지 번진 것으로 파악됐다. 이 같은 문제는 인천 연수구와 경기 화성시 등에서도 보고돼 혼란을 가중시켰다. 중앙선관위는 우선 상황을 파악한 뒤 각 투표소의 관할 선관위에서 투표용지를 긴급 이송하며 진화에 나섰으나, 일부 투표소에 투표지 공급이 지연되면서 투표는 공식 마감시간인 오후 6시를 넘겨서까지 진행됐다. 일부 유권자들은 끝내 투표권을 행사하지 못한 채 발걸음을 돌린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야권을 중심으로는 거센 반발이 일어 선관위 책임론은 물론 부정선거론도 고개를 내밀며 선거 불복 가능성까지 시사했다. 송언석 국민의힘 공동선거대책위원장은 “서울 선거 개표를 지금 즉시 중단하도록 중앙선관위에 분명히 요구한다"고 말했다. 이어 지난해 독일 한법재판소로부터 '선거 전면 무효' 선언 이후 재투표가 명령된 베를린 지방선거를 언급하며 서울시장 선거 불복 가능성을 내비쳤다. 앞서 박성훈 국민의힘 중앙선거대책위원회의 공보단장은 논평을 통해 “선관위의 행태는 사실상의 '참정권 방해 행위'와 다름없다"며 “모든 수단과 방법을 동원해 이번 사태의 원인을 철저히 규명하고 책임자 처벌이 이뤄지도록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희용 국민의힘 선대본부장도 서울 영등포구 중앙당사에서 긴급 입장을 내고 “2026년 대한민국의 투표 현장에선 있을 수도, 있어서도 안 되는 충격적 사건"이라며 “투표율이 높아지자 긴장해서 이런 일이 벌어진 것 아닌지 의구심이 든다"고 했다. 논란이 가중되자 허철훈 중앙선관위 사무총장은 오후 9시 대국민 사과를 통해 “중앙선관위는 이번 사안을 엄중히 인식하고 있으며, 개표가 종료되는 즉시 일부 투표소의 투표 용지부족 문제를 정확히 파악해 재발 방지 대책을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현재 모든 투표소의 투표를 마치고 개표가 진행 중에 있어 투표 용지가 부족한 투표소, 해당 투표소에 추가 이송된 투표용지 수, 투표 마감까지 지연된 시간 등을 상세하게 파악할 수가 없는 상황" 이라며 “개표가 종료되는 즉시 해당 자료를 확인하고 공개하도록 하겠다"고 했다. 박주성 기자 wn107@ekn.kr

민주당 “와~” 환호…국민의힘 ‘침묵’만 [6·3 개표상황실]

6·3 전국동시지방선거 출구조사 결과 더불어민주당이 광역단체장 16곳 중 11곳에서 우세, 4곳 경합이라는 결과가 나오자, 양당 개표상황실의 표정은 극명하게 엇갈렸다. 민주당 상황실에선 박수와 환호성이 터져 나온 반면, 국민의힘 상황실에선 어떤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다만 민주당 정청래 대표는 발표 내내 무표정을 유지하다 10분 만에 자리를 떴다. 3일 국회 의원회관 대회의실에 마련된 더불어민주당 개표상황실 연단 위엔 '대한민국 국가 정상화 일 잘하는 지방정부'라는 구호가 적힌 현수막이 걸렸고, 아래엔 TV 모니터 10대가 일렬로 놓였다. 오후 5시 40분이 되자 민주당 의원 30여 명이 속속 들어섰다. 정청래 대표, 한병도 원내대표, 조승래 사무총장 등 민주당 지도부는 출구조사 발표 20분 전인 오후 5시 40분쯤 상황실에 모였다. 의원 대부분은 파란색 선거운동 티셔츠 차림이었지만, 정 대표와 한 원내대표는 정장에 파란 넥타이를 맸다. 오후 6시가 되기까지 10초 전 상황실 안에 있던 이들이 일제히 카운트다운을 외쳤다. “3, 2, 1." 민주당 11곳 우세, 국민의힘 1곳 우세, 경합 4곳이라는 결과가 뜨자 “오~" 소리와 함께 박수가 터졌다. 서울시장 정원오 후보가 오세훈 국민의힘 후보를 앞선다는 결과가 나오자 “와!" 하는 가장 큰 환호성이 상황실을 가득 채웠다. 조 사무총장 등 의원들도 그제야 미소와 함께 박수를 치기 시작했다. 가장 뜨거운 반응은 대구와 부산에서 나왔다. 김부겸 대구시장 후보가 추경호 국민의힘 후보와 접전을 벌이고 있다는 결과에는 “우와" “야호!"와 함께 “아 어떡해"라는 반응이 뒤섞였다. 전재수 부산시장 후보와 하정우 부산 북구갑 후보가 각각 우세 또는 접전이라는 결과에도 박수가 이어졌다. 반면 경기 평택을에서 김용남 민주당 후보보다 유의동 국민의힘 후보와 조국 조국혁신당 후보가 앞선다는 결과가 나오자 상황실에는 “아~~" 하는 탄식이 흘렀다. 전북지사에서 이원택 후보와 김관영 무소속 후보가 접전이라는 예측에도 상대적으로 가라앉은 분위기에서 조용한 박수만 나왔다. 정 대표는 내내 달랐다. 출구조사 발표 전부터 두 손에 깍지를 낀 채 정자세로 화면만 응시했다. 서울 환호에도, 대구 탄식에도 표정 변화가 없었다. 대구 접전 결과에 잠깐 침을 삼켰을 뿐이다. 부산 북구갑에서 하정우 후보가 접전 우세라는 자막이 떴을 때, 정 대표는 그제야 크게 숨을 고르며 한숨을 내쉬었다. 오후 6시 11분, 정 대표는 박수를 치지 않고 덤덤한 표정으로 조 사무총장과 함께 상황실을 떠났다. 이연희 중앙선대위 전략본부장은 기자들과 만나 “단정적인 말씀은 드리지 않겠다"면서도 “일 잘하는 이재명 대통령에게 국정안정의 힘을 실어주는 민심이 확인된 결과라고 판단한다"고 말했다. 대구 접전에 대해선 “새로운 미래에 대한 선택으로 김부겸 후보가 최종 당선되길 기원한다"고 덧붙였다. 이날 서울 여의도 중앙당사 지하 1층에 마련된 국민의힘 개표상황실 백드롭엔 '제9회 전국동시지방선거 및 6·3 국회의원 재보궐선거 개표상황실' 현수막이 내걸렸고, 옆엔 전국 후보자 사진이 빼곡히 붙은 당선 현황판이 자리했다. 오후 5시 50분이 되자 당 관계자들이 하나둘 자리를 채웠다. 장동혁 상임선거대책위원장, 송언석 공동선거대책위원장, 김재원·김민수 최고위원 등 지도부는 출구조사 발표 10분 전쯤 1열에 나란히 앉았다. 송 위원장은 기자들에게 손을 흔들며 손가락으로 'V'자를 펴 보이기도 했다. 들어오는 길에 투표용지 부족 사태를 문제 삼으며 “예산을 다 가져가서 썼을 거 아니냐"고 목소리를 높이기도 했다. 그러나 출구조사 결과가 발표되자 장 대표 등 지도부는 굳은 얼굴로 출구조사 화면만 응시했다. 장 대표는 두 손을 모은 채 꼿꼿이 앉아 모니터만 응시했다. 표정에는 아무 변화가 없었다. 김민수 최고위원이 잠깐 놀란 눈으로 옆자리 김재원 최고위원과 짧게 대화를 나눴을 뿐, 30여 명이 자리를 채운 상황실에서 들린 것은 카메라 셔터 소리가 전부였다. 발표 이후 5분이 지나도록 장 대표는 여전히 한마디도 하지 않았다. 송언석 원내대표도 두 손을 꼭 쥔 채 화면에서 눈을 떼지 않았다. 발표 이후 5분이 지나도록 한마디도 없었다. 잠시 광고가 흘러나오자 송 원내대표가 화면을 가리키며 “소리 좀"이라고 짧게 말했다. 당직자가 부랴부랴 리모컨을 들었다. 출구조사 발표 이후 상황실에서 처음으로 또렷하게 들린 목소리였다. 2열에 앉은 유상범·정희용 의원의 얼굴도 굳어 있었다. 김민수 최고위원이 크게 숨을 들이마셨다가 조용히 내쉬었다. 박충권 의원은 팔짱을 낀 채 모니터를 응시했다. 박성훈 의원은 잠깐 휴대전화를 들여다보다 다시 화면으로 시선을 돌렸다. 출구조사 발표 직후 송 위원장은 “겸허하게 받아들인다"면서도 “접전 지역이 4~5곳 있고, 대선 때도 실제 개표 결과와 차이가 있었던 만큼 끝까지 결과를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대구시장 선거가 접전으로 분류된 데 대해서는 “공천 과정이 매끄럽지 못했던 점이 대구 시민들께 불편을 드린 것 같다"며 “다시 한번 송구하게 생각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추경호 후보가 열심히 노력했고 민심도 많이 바뀌었다고 본다"며 “최종적으로는 우리 당이 승리하지 않을까 조심스럽게 예측한다"고 덧붙였다. 반면 장 위원장은 별도의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 출구조사 발표 후 약 40분간 상황실에 머문 뒤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지 않고 자리를 떴다. 김하나 기자 uno@ekn.kr

[방송3사 출구조사] 민주당 11곳·국힘 1곳 우세…서울 정원오 앞서

6·3 지방선거 16개 광역단체장 선거에 대한 지상파 3사(KBS·MBC·SBS) 출구조사 결과, 더불어민주당이 11곳에서 우세한 것으로 나타났다. 국민의힘은 1곳에서 우세를 보였다. 부산·대구·강원·전북 등 4곳은 경합 지역으로 분류됐다. 지상파 3사는 3일 오후 6시 투표 종료 직후 공동 출구조사 결과를 일제히 발표했다. 최대 격전지로 꼽힌 서울시장 선거에서는 민주당 정원오 후보가 51.4%를 기록해 국민의힘 오세훈 후보(46.0%)를 앞서는 것으로 조사됐다. 부산시장 선거는 전재수 민주당 후보(50.2%)와 박형준 국민의힘 후보(48.3%)가 오차범위 내 접전을 벌이는 것으로 드러났다. 김부겸 민주당 후보(49.1%)와 추경호 국민의힘 후보(49.9%)가 맞붙은 대구시장 선거 역시 초박빙 승부가 예상됐다. 강원도지사 선거는 우상호 민주당 후보 51.3%, 김진태 국민의힘 후보 48.7%로 조사돼 접전을 보였다. 전북지사 선거에서는 이원택 민주당 후보가 48.5%, 김관영 무소속 후보가 46.3%를 기록해 접전 양상을 보였다. 국민의힘의 승리가 유력한 곳은 경북 한 곳뿐이었다. 이철우 후보가 69.7%로 오중기 민주당 후보(30.3%)에 앞섰다. 6·3 지방선거와 함께 치러진 재·보궐선거 출구조사에서는 부산북갑과 경기 평택을 모두 초접전 양상을 보였다. 북갑 보궐선거에서 하정우 민주당 후보는 42.6%, 한동훈 무소속 후보는 41.6%로 예측됐다. 평택을 재선거에서는 조국 조국혁신당 후보가 31.1%, 유의동 국민의힘 후보가 30.6%, 김용남 민주당 후보가 30.3%를 얻을 것으로 각각 예측됐다. 출구조사는 이날 오전 6시부터 오후 6시까지 전국 16개 시·도의 투표소 615곳에서 투표자 10만8727명을 대상으로 시행됐다. 표본 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시도별로 ±1.7~4.1% 포인트다. JTBC 예측조사에서는 민주당이 10곳, 국민의힘이 1곳에서 승리할 것으로 전망됐다. 대구·충남·충북·전북·경남 등 5곳은 경합 지역으로 분류됐다. 김나현 기자 knh@ekn.kr

‘사상 초유’ 송파구 등 투표용지 부족…선관위 “마감 후에도 투표 가능”

제9회 지방선거 본투표 당일인 3일 서울 송파구 일부 투표소에서 투표용지가 부족해 투표가 일시 중단되는 사태가 벌어졌다. 서울시장 본투표가 한창인 이날 오후 1시, 잠실2동 6투표소 등 송파구 잠실 일대 투표소에선 투표 용지가 부족해 밀린 유권자들이 대기하는 상황이 발생했다. 이후 오후 4시 30분부터는 투표가 아예 중단됐다. 이러한 상황에 놓이자 일부 유권자들은 투표권을 행사하지 못한 채 집으로 돌아간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일대 투표소를 관할하는 송파구 선관위에서 투표 차질이 빚어진 각 투표소로 투표용지 이송에 나섰다. 중앙선관위는 “제9회 지방선거 투표율이 지난 선거보다 높아 송파구 일부 투표소에서 준비된 투표용지가 부족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대기 중인 유권자는 투표 마감시각이 지나더라도 정상적으로 투표할 수 있다"며 “용지가 부족해 오늘 투표가 불가능하다는 오해가 없으시길 바란다"고 전했다. 중앙선관위는 투표소에 대기 중인 유권자들이 투표 마감 시간 이후에도 정상적으로 투표에 임할 수 있도록 조치에 나선다는 방침이다. 박주성 기자 wn107@ekn.kr

투표율 오후 3시 ‘51.9%’…4년 전 대비 8.8%P↑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3일 오후 3시 현재 제9회 전국동시지방선거 투표율이 51.9%로 집계됐다고 밝혔다. 이는 2022년 제8회 지방선거의 동시간대 투표율보다 8.8%P 높은 수치다. 누적 기준으로 전체 유권자 4464만9908명 가운데 2316만4097명이 투표에 참여했다. 투표율이 가장 높은 지역은 전남으로 60%를 기록했다. 뒤이어 강원(57.2%), 전북(56.3%), 경남(55.5%) 순이다. 투표율이 가장 낮은 지역은 광주로 47.5%다. 지난달 29~30일 진행된 사전투표 결과(투표율 23.51%)는 오후 1시 집계부터 투표율에 합산됐다. 재외·선상·거소투표도 포함됐다. 김윤호 기자 kyh81@ekn.kr

[르포] 전국서 ‘한 표’ 위해 발걸음…“거창한 공약 대신 민생 회복 기대”

6·3 지방선거 본투표가 시작된 3일, 전국 각지 투표소로 소중한 한 표를 행사하려는 유권자들의 발길이 이어졌다. 젊은 부부·학생·고령층 등 남녀노소 상관없이 사는 지역도 다르지만, 민선 10기 지방정부에 번지르르한 정치적 구호가 아닌 살기 좋은 환경을 만들어달라는 공통된 바람을 전했다. 이날 오후 서울 성동구 경일중학교 투표소에서 만난 한 20대 유권자는 “선거 때마다 청년 공약은 많이 나오는데 실제로 달라졌다고 느끼는 부분은 크지 않다"며 “거창한 말보다 교통비, 월세, 일자리처럼 당장 부담되는 문제부터 해결해줬으면 한다"고 말했다. 다른 지역에 거주 중인 청년 유권자들도 주거 등 생활비 부담 완화를 호소하는 목소리가 많았다. 서초구 방배동에 사는 백석예대 재학생 이모(24세·여)씨는 “서울시장으로 누가 뽑히든 월세·취업 지원처럼 대학생·취준생 등 청년 세대를 위한 정책을 많이 내주면 좋겠다"고 했다. 홍익대 재학생 유모(23세·남)씨도 “청년 정책 위주로 살펴보고 투표했다"며 “주거 부담이 큰데 반드시 이 부분을 해결해주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당색보다 시정 경험에 무게를 두는 동시에, 여·야 간 화합이나 지역 생활과 밀접한 현안 개선 등의 의견을 내비치는 어르신 유권자들도 있었다. 화곡1동 주민 70대 나모씨는 “서울시장 경험이 많은 오세훈 후보를 뽑았지만, 국민의힘을 좋아하기 때문은 아니다"라며 “국민의힘 내부 분열을 보면 선거 후 얼마나 더 싸울지 걱정되는데, 국민의힘 당 내부든 여·야든 제발 협치 좀 해라"라고 호소했다. 방배동 토박이 박모(62세·남)씨는 “이곳에서만 60년을 살면서 보수가 뽑히지 않은 적이 없었지만, 당장 먹고 살기 힘든데 진보·보수가 무슨 상관이냐"며 “경기가 어려우니 그나마 잘 살게 해 줄 사람을 뽑아야 한다"고 말했다. 서울경동초등학교 제1투표소를 찾은 한 60대 유권자는 “공약을 전부 자세히 보기 어렵지만 적어도 지역 사정을 잘 아는 후보가 됐으면 한다"며 “말로만 큰 정책을 내세우기보다 주민들이 실제로 느낄 수 있는 변화를 만들어주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지난달 29~30일 치러진 사전투표 투표율은 23.51%로 직전 제8회 지방선거(20.62%) 대비 2.89%포인트 높았다. 역대 최대 사전투표율을 기록한 만큼 서울 이외 대구·부산·전남광주 등 주요 지역 본투표 현장으로도 투표 참여 열기가 이어졌다. 이날 해가 완전히 떠오르지 않은 대구 수성구 만촌1동 행정복지센터 앞은 이른 아침이라고 믿기 어려울 정도로 시민들의 발길이 이어졌다. 오전 5시 30분께부터 투표소 앞에서 기다렸다는 직장인 이영종(45)씨는 출근 시간에 맞춰 서둘러 발걸음을 옮기면서도 “선거 때마다 꼭 아침 일찍 투표를 한다"며 “요즘 지역 경기가 너무 어렵고 젊은 사람들이 계속 떠나는 모습을 보면서 이번 선거만큼은 꼭 참여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그는 “누가 당선되든 시민들이 체감할 수 있는 변화를 만들어 주길 바란다"며 “말보다 결과를 보여주는 시장과 구청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시민들이 원하는 정책은 거창한 정치적 구호가 아닌 '민생'에 집중돼 있었다. 주부 박순분(58)씨는 투표를 마친 뒤 “뉴스에서는 늘 정치 이야기만 나오지만 정작 시민들이 원하는 것은 거창한 것이 아니다"라며 “장바구니 물가를 낮추고 아이들이 안전하게 학교를 다니며 노인들이 편안하게 생활할 수 있는 도시를 만드는 것이 가장 중요한 일"이라고 말했다. 광주와 전남 각 지역 투표소에서도 소중한 한 표를 행사하려는 유권자들의 발길이 계속됐지만 투표장을 찾은 시민들 사이에서는 “찍을 사람이 없다", “누가 돼도 달라질 것이 없다"는 반응도 적지 않았다. 광주 북구의 한 투표소에서 만난 김철민(43)씨는 “행정통합이라는 큰 변화가 시작됐는데 후보들이 지역의 미래를 어떻게 바꾸겠다는 비전은 잘 보이지 않았다"며 “결국 정당만 보고 투표해야 하는 지역 정치 지형이 안타깝다 "고 했다. 전남 목포에서 음식점을 운영하는 최경진(53)씨는 “선거철만 되면 지역경제를 살리겠다는 공약이 넘쳐나지만 정작 상인들이 느끼는 현실은 갈수록 더 어렵다"며 “인구 감소와 지역소멸 위기를 극복하고 지역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을 수 있는 후보에게 소중한 한 표를 행사했다"고 말했다. 부산에서도 유권자들의 발걸음 속에서 다음 4년이 결정되고 있었다. 유권자들의 말에는 공통점이 있었다. 특정 후보나 정당을 노골적으로 언급하기보다 '변화'와 '미래'를 이야기하는 목소리가 많았다. 부산 연제구 연산9동 제6투표소에서 투표를 마치고 나온 장병관(48) 씨는 “투표를 통해 우리 아이들이 조금 더 나은 세상에서 살 수 있었으면 하는 마음이다"고 말했다. 정치 이야기는 길게 하지 않았지만, 한 표에 담긴 기대만큼은 분명했다. 부산진구 부암1동 제3투표소에서도 분위기는 비슷했다. 투표를 마친 신유현(44) 씨는 “내가 던진 한 표가 우리 동네에 좋은 변화의 바람이 되길 바란다"며 “더 나은 내일을 위해 소중한 권리를 행사했다"고 말했다. 조하니 기자 inahohc@ekn.kr, 손중모 기자 jmson220@ekn.kr, 조탁만 기자 hpeting@ekn.kr, 문승용 기자 symnews@ekn.kr

여야 마지막 선대위 회의…자정쯤 당선자 윤곽 전망

제9회 전국동시지방선거와 국회의원 재·보궐선거 본투표가 시작된 3일 여야가 각각 마지막 중앙선거대책위원회 회의를 열고 막판 투표 독려에 나섰다. 이날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대표 겸 총괄상임선거대책위원장은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마지막 중앙선거대책위원회 회의를 주재했다. 정 위원장은 이 자리에서 투표 참여를 호소하며 지지층 결집에 총력을 기울였다. 정 위원장은 “여러분의 뜻을 받들어 성실하게 일할 유능하고 충직한 일꾼을 뽑는 선거에 주권을 포기하지 말고 투표해 달라"며 “누군가는 내 한 표가 무슨 의미가 있겠냐고 말하지만, 단 한 표가 당선자를 바꾸고 지역의 정책을 바꾸고 우리 공동체의 미래를 바꾼다"고 했다. 이후 정 위원장은 투표가 종료되는 오후 6시부터 국회에 마련된 개표상황실에서 출구조사 결과와 개표 상황 등을 지켜볼 예정이다. 같은 날 오전 6시 30분 자신의 지역구인 충남 보령에서 본투표에 참여한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 겸 상임선거대책위원장은 이후 국회로 이동해 마지막 선대위 회의를 주재했다. 장 위원장은 선대위 회의에서 “이재명의 오만과 무법 폭주를 멈춰 세워야 한다. 국민 여러분께서 견제하고 막아주셔야 한다"며 “투표 포기는 오만한 이재명에게 재판을 지울 기회를 주는 것"이라며 투표 참여를 독려했다. 이번 선거는 지난해 대선 이후 1년 만에 치러지는 첫 전국 단위 선거인만큼, 여야 모두 결과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특히 여야는 이번 선거 결과가 향후 국정 운영과 정국 주도권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고 마지막까지 지지층 결집에 힘을 쏟고 있다. 여야는 선거 결과를 두고 서로 다른 전망을 내놓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은 승패를 좌우할 16개 광역단체장 선거에서 최소 9곳 승리를 기대하고 있으며, 국민의힘은 8곳을 경합 지역으로 보고 막판 추격에 나선 분위기다. 더불어민주당은 16곳 가운데 전남 광주, 인천, 대전, 세종, 경기, 강원, 충북, 충남, 제주 등 9곳을 우세 지역으로 판단했다. 서울, 부산, 대구, 울산, 경남, 전북 등 6곳은 접전, 경북은 열세 지역으로 분류했다. 반면 국민의힘은 서울, 대전, 충남, 충북, 강원, 부산, 울산, 경남 등 8곳을 경합 지역으로 분류했다. 대구와 경북은 우세 지역으로, 전남 광주, 전북, 제주, 세종, 경기, 인천 등 6곳은 열세 지역으로 보고 있다. 당초 선거 초반에는 민주당이 전국적으로 우세를 점하며 '15대 1' 압승론까지 제기됐다. 그러나 국민의힘이 선거 체제를 정비하고 조작기소(공소취소) 특검법 논란, 부동산 정책에 대한 불만 등 여권 주도 이슈에 민감한 보수층 결집이 이뤄지면서 다수 지역이 접전 양상으로 바뀌었다는 평가가 나온다. 선거 초반 압승을 전망했던 박지원 더불어민주당 공동선거대책위원장도 전날 한 라디오 방송에 출연해 “선거 초반 당원들과 지지층에게 자신감을 불어넣기 위해 다소 과하게 평가한 측면이 있었다"고 말했다. 국민의힘은 특히 이명박·박근혜 전 대통령이 선거 막판 전국 단위 지원 유세에 나선 것을 계기로 보수층 결집 효과를 기대하고 있다. 이날 본투표는 오전 6시부터 오후 6시까지 전국 1만4288개 투표소에서 진행된다. 투표 종료 직후에는 지상파 방송 3사(KBS·MBC·SBS), 한국방송협회가 구성한 방송사공동예측조사위원회(KEP)와 JTBC의 출구조사 결과가 발표된다. 개표는 투표 마감 직후 시작되며, 이르면 4일 0시께부터 당선자 윤곽이 드러날 전망이다. 김윤호 기자 kyh81@ekn.kr

투표율 오전 11시 ‘15%’…4년 전 대비 3%p↑

제9회 전국동시지방선거와 국회의원 재·보궐선거 본투표 당일인 3일 오전 11시 현재 전국 투표율이 15%로 집계됐다. 누적 기준으로 전체 유권자 4464만9908명 가운데 671만3316명이 투표에 참여했다. 이는 2022년 제8회 지방선거의 사전투표 동시간대 투표율(12.0%)과 비교하면 3%포인트 높은 수치다. 현재까지 투표율이 가장 높은 지역은 대구(18.9%)이며 강원(17.7%), 경북(17.6%), 경남(17.0%)이 뒤를 이었다. 가장 낮은 곳은 10.3%를 기록한 광주였다. 서울의 투표율은 14.3%, 부산은 15.5%로 집계됐다. 이날 투표는 오전 6시부터 오후 6시까지 진행된다. 김윤호 기자 kyh81@ekn.kr

‘선택의 날’…정청래·장동혁 마지막 1초까지 “투표 독려”

제9회 전국동시지방선거와 국회의원 재·보궐선거 본투표가 시작된 3일 여야 지도부가 막판 투표 독려에 나선다.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대표 겸 총괄상임선거대책위원장과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 겸 상임선거대책위원장은 이날 국회에서 각각 마지막 중앙선거대책위원회 회의를 주재한다. 정 대표는 오전 선대위 회의에서 한병도 공동상임선거대책위원장 등 지도부와 함께 유권자들에게 투표 참여를 호소하는 메시지를 낼 것으로 보인다. 정 대표는 전날 마지막 유세를 마치며 “내일(3일) 오후 5시 59분 59초까지 투표를 독려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정 대표는 투표 종료 시각인 오후 6시부터 국회에 마련된 개표상황실에서 출구조사 결과와 개표 상황을 지켜볼 예정이다. 장 대표는 이날 새벽 충남 보령 대천여고에 마련된 투표소에서 한 표를 행사했다. 그는 “이번 지방선거는 정말 중요한 선거"라며 “오늘 꼭 투표장에 가셔서 국민 여러분의 소중한 한 표를 행사해 달라. 투표하면 바꿀 수 있다"고 투표 참여를 독려했다. 투표를 마친 장 대표는 국회로 이동해 마지막 중앙선대위 회의를 주재하며 막판 투표 독려에 나설 예정이다. 오후에는 국민의힘 중앙당사에서 송언석 공동선거대책위원장과 함께 대국민 투표 참여 호소 라이브 방송에 출연한다. 이후 투표가 종료되는 오후 6시부터는 당사 개표상황실에서 출구조사 결과와 각 지역 개표 상황을 지켜볼 예정이다. 김윤호 기자 kyh81@ekn.kr

과거 지방선거 ‘이례적 결과’ 속출…민심의 선택에는 ‘이것’이 있었다

제9회 6·3 전국동시지방선거는 과거 문재인·윤석열 정부 때와 마찬가지로 당대 대통령 집권 초기에 진행되는 선거인 만큼 '민심의 가늠자'로서 상징성이 부각됐다. 과거 제7회(2018년 6월 13일)·제8회(2022년 6월 1일) 지선 모두 '집권당 압승'이라는 성적표를 받았지만, 선거 랠리 중 이례적인 기록들이 속출하며 이목을 끌었다. 당시 선거판에서 화제가 됐던 주요 사례들이 무엇인지 들여다봤다. 2017년 문재인 전 대통령 당선 후 1년여 만에 치러진 6·13 지방선거는 더불어민주당의 '역대급 승리'로 마무리됐다. 시·도지사 선거만 봐도 전국 17개 지역 중 대구·경북·제주를 제외한 전 지역에서 민주당이 깃발을 꽂으며 압도적 승리를 거둔 셈이다. 민주당 압승 배경으로는 '촛불 민심' 기인했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6·13 지선의 경우, 국정농단 사건에 따른 박근혜 정부의 탄핵 이후 등장한 진보 정권에서 치러진 선거다. 해당 선거 투표율만 60.2%로 제1회 지선(68.4%) 이후 최초로 60%대를 넘었는데, 그만큼 적폐 청산을 외치며 변화를 원하는 시민 참여가 늘었다는 방증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민심의 향배는 지역별 성적에서 더 자세히 드러났다. 가장 눈에 띄는 기록은 보수 텃밭으로 불리는 부산·울산·경남(PK) 지역이 민주당 손으로 넘어간 것이다. 1990년 2월 집권 여당인 민주정의당과 야당인 통일민주당·신민주공화당의 3당 합당 이래, 해당 지역에서 민주당계 후보가 광역자치단체장에 선출된 것은 이때가 처음이었다. 하지만 당시 경남지사로 당선된 김경수 민주당 후보가 '드루킹 여론조작 사건'에 연루돼, 2021년 대법원 확정판결에 따라 임기 중 지사직을 잃게 되면서 또 다른 국면을 맞이했다. 김 후보의 직위 상실 시점이 2022년 지방선거까지 1년이 채 남지 않던 터라, 해당 직위는 한동안 권한대행 체제로 운영됐다. 이재명 대통령이 현역이던 남경필 자유한국당 후보 대신 경기도지사 자리를 꿰찬 것도 이례적인 사례로 거론된다. 경기도는 2002년부터 16년 간 한나라당·새누리당 등 보수진영이 집권해온 전통적인 보수 지역으로 꼽혔지만, 이 대통령의 경기지사 선출로 민주당계 인물로 손바뀜된 것이다. 당시 이 대통령은 '친형 강제입원' 등 각종 의혹에도 50% 이상의 득표율로 승리를 거머쥐었지만, 선거 기간 동안 불거진 여러 문제로 송사에 휘말리기도 했다. 보수 강세 지역임에도 야권 소속 인사의 말실수가 '팀킬' 양상으로 번진 사례도 있었다. 당시 정태옥 전 자유한국당 대변인의 '이부망천(이혼하면 부천, 망하면 인천)' 발언이 큰 파문을 일으키면서, 인천시장 연임을 노리던 같은 당 유정복 후보 기세에 찬물을 끼얹었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는 유 후보의 연임 실패와 함께, 정 전 대변인의 탈당으로 이어졌다. 2022년 윤석열 정부에서 치러진 6·1 지선은 보수진영과 진보진영의 상황이 극적으로 반전된 선거였다. 17개 시·도 광역단체장 선거 중 국민의힘이 호남·제주·경기를 제외한 12곳을 싹쓸이했고, 7석의 자리를 내건 국회의원 보궐선거에서도 5석을 차지하며 대승리를 거뒀기 때문이다. 정치권에서는 같은 해 3월 실시한 제20대 대통령선거 패배 후유증이 드러난 선거라고 평가한다. 대선이 끝난 지 3개월 만에 치러진 전례 없는 선거로 유권자 피로도가 높아진 데다, 진도·중보 지지층을 중심으로 투표 명분이 퇴색돼 이탈 효과를 불러 일으켰다는 분석이다. 여기에 코로나19 확산기라는 시대적 배경까지 더해져 투표 참여 의지가 더 꺾였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실제 제8회 선거 최종 투표율은 50.9%로 직전 지선 때(60.2%)와 비교하면 10%p 가량 차이가 있었다. 최대 승부처인 서울에서는 송영길 전 민주당 대표가 당시 재선에 도전한 오세훈 서울시장에게 크게 패배하며 김빠지는 장면을 연출했다. 앞서 대선 패배 책임을 떠안고 송 전 대표는 정치적 고향인 인천을 떠나 지역구까지 옮기며 직접 출마하는 의지를 드러냈다. 다만, 당 내 일부 인사 위주로 송영길 비토론과 함께 전략공천의 필요성이 제기되는 등 혼선을 빚었다. 당 내 잡음이 불거지면서 송 후보는 과거 한 라디오 방송에 출연해 “모멸감을 느끼며 개인의 정치적 플랜으로 출마 여부를 고민한 것이라면 금방이라도 그만두고 내려오고 싶은 심정"이라고 호소하기도 했다. 이 같은 수모까지 겪었지만 오세훈 시장에게 20%포인트를 넘는 큰 격차로 압도적 패배로 마무리됐다. 장관급 예우를 받는 서울시장급 영향력을 지닌 경기도지사 자리의 경우, 0.15% 득표차의 피말리는 접전 끝에 민주당에게 승리가 돌아갔다. 당시 김동연 민주당 후보가 김은혜 국민의힘 후보를 8913표의 간발의 차로 따돌리며 경기지사에 당선되자, 국민의힘으로부터 가까스로 수도권 석권 위기를 모면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조하니 기자 inahohc@ek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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