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기 대통령감은? 한동훈 18.1%·김민석 15.2%·오세훈 10.5%

차기 대통령 적합도 조사에서 한동훈 무소속 의원이 선두권에 올랐다는 여론조사 결과가 1일 나왔다. 한 의원은 국민의힘 지지층에서도 선두를 달렸다. 여론조사 전문회사 에이스리서치가 뉴시스 의뢰로 지난달 28~29일 전국 만 18세 이상 남녀 1010명을 대상으로 '차기 대통령감으로 누가 가장 적합하다고 생각하는지' 물은 결과, 한 의원은 18.1%, 김민석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15.2%로 조사됐다. 한 의원과 김 대표 간 격차는 오차범위 내인 2.9%p였다. 이어 오세훈 서울시장(10.5%),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10.2%), 이진숙 국민의힘 의원(8.1%), 강훈식 대통령 비서실장(7.9%), 정청래 전 민주당 대표(6.3%), 조국 조국혁신당 혁신정책연구원장(5.6%), 추미애 경기지사(3.2%), 이준석 개혁신당 의원(2.0%) 순으로 나타났다. '없음'은 6.8%, '잘 모르겠다'는 3.7%, 기타는 2.5%였다. 범야권 인사 5명(한 의원·오 시장·장 대표·이진숙 의원·이준석 의원)의 지지율 합계는 48.9%로 범여권 인사 5명(김 대표·강 실장·정 전 대표·조 원장·추 지사)의 지지율 합(38.2%)보다 10.7%p 높았다. 지지 정당별로 보면 더불어민주당 지지층에서는 김 대표가 31.2%로 압도적 선두였다. 이어 강 실장(13.8%), 정 전 대표(11.9%), 조 원장(8.0%), 한 의원(5.6%), 추 지사(5.3%) 등으로 집계됐다. 국민의힘 지지층에서는 한 의원이 32.6%로 선두를 달렸다. 이어 장 대표(25.2%), 오 시장(17.0%), 이진숙 의원(15.4%) 등으로 조사됐다. 전체 응답자 중 19.3%를 차지한 무당층에서도 한 의원이 25.0%로 가장 높은 지지율을 기록했다. 이어 오 시장(15.2%), 김 대표(10.4%), 이진숙 의원(9.7%), 강 실장(6.9%), 장 대표(4.5%) 등으로 나타났다. 기사에서 인용한 여론조사는 설문지를 이용한 ARS 조사(무선 RDD 100%) 방식으로 진행됐다.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오차범위는 ±3.1%p이며, 응답률은 2.7%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신교근 기자 shin1948@ekn.kr

유승민 “김정은·트럼프·이재명 3자 공조…金 원하는 대로 가고 있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핵능력을 사실상 인정하는 취지의 발언을 하자. 유승민 전 국민의힘 의원은 “김정은-트럼프-이재명 3자 공조로 북의 핵 인질이 될 판"이라고 비판했다. 유 전 의원은 1일 페이스북을 통해 “이젠 놀랍지도 않지만, 김정은과의 만남에 매달리는 미국 대통령이 이런 어이없는 말을 했다"며 트럼프 대통령의 최근 "김정은은 내 친구“ 발언을 지적했다. 그는 “북한 비핵화라는 목표는 실종됐고, CVID(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불가역적인 비핵화) 같은 건 이제 누구도 말하지 않는다"면서 “한미연합훈련은 훈련 도중에 일방적으로 취소시켰다"고 말했다. 이어 “머지 않아 김정은을 만나면 핵 보유를 인정하고 ICBM(대륙간탄도미사일)을 관리하는 조건으로 대북제재를 풀어줄 가능성이 높다"며 “친북 좌파 정권의 오랜 소원을 미국 대통령이 앞장서서 실현해 주는 기막힌 상황이 전개되고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이재명 대통령의 NYT(뉴욕타임스) 인터뷰와 유엔총회 연설의 핵심이 북핵 동결과 대북제재 해제를 거래하자는 것이니, 한미 대통령이 북핵 위기를 확대하는 방향으로 가고 있다"고 주장했다. 유 전 의원은 “미국 대통령이 우리 안보를 위기에 빠뜨리는데 우리 대통령은 페이스메이커를 자처하며 거들고 있다"면서 “북핵은 인정하고 대북제재는 풀어주고 우리의 핵능력은 막는 것, 김정은-트럼프-이재명 3자 공조는 꽃놀이패를 쥔 김정은이 원하는 대로 가고 있다"고 강조했다. 보수 진영을 향한 비판도 이어졌다. 그는 “트럼프가 저렇게 막 나가도 우리 보수가 박수를 쳐야 하느냐"며 “보수 우파 집회에 성조기를 흔들고 트럼프가 뭘 하든 환호하는 사람들을 보면 도저히 이해할 수가 없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미국이 비핵화를 포기하고 북핵을 인정한다면 우리도 즉각 독자 핵무장을 선언하고 미국에 당당하게 요구해야 한다"면서 “김정은의 핵은 인정하면서 동맹의 핵을 반대한다면 그런 동맹이 무슨 소용이 있느냐"고 촉구했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30일(현지 시간) 백악관에서 기자들과 만나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의 회담 전망에 대해 즉답하지 않으면서도 "그는 좋은 사람(he is a good guy)“이라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전날에는 “그에게는 꽤 상당한 핵능력이 있다. 우리만큼은 아니지만 핵능력을 갖고 있다"며 “(북한 핵 보유는) 나와 같은 일을 하는 대통령들이 없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또한 “김정은은 내 친구다. 그는 트럼프를 좋아하고, 다른 사람들은 좋아하지 않는다"며 “세상에서 그가 좋아하는 사람은 거의 나뿐이고, 나도 그를 좋아한다. 내가 있는 한 그는 괜찮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상무 기자 rokmc@ekn.kr

김정은 中 국경절 축전…“피로써 맺어진 동지적 우의”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중국 국경절(건국기념일) 77주년을 맞아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에게 축전을 보내 북중 관계의 특수성을 재차 강조했다. 국제정세 변화와 관계없이 양국의 전통적 친선과 협조관계를 이어가고 공동의 이익을 지키겠다는 의지도 밝혔다. 김 위원장은 1일 조선중앙통신과 노동신문 등 북한 관영매체를 통해 공개한 축전에서 “피로써 맺어지고 진실한 동지적 우의로 계승해 온 조중(북중) 친선의 역사는 국제정세가 어떻게 변하든 절대로 달리 흐를 수 없다"​고 밝혔다. 사회주의를 매개로 한 양국의 협력도 지속하겠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김 위원장은 “공동의 이념, 공동의 기치, 공동의 위업인 사회주의를 핵으로 하는 전통적인 단결과 협조관계를 끊임없이 승화 발전시켜나가려는 것은 우리 당과 정부의 확고부동한 의지"​라고 말했다. 이어 북중 관계를 한 단계 더 발전시키겠다는 구상도 제시했다. 그는 “나는 이 기회에 총서기 동지와 함께 깊고도 오랜 역사적 뿌리를 가지고 있는 조중관계를 새로운 전략적 높이에로 인도함으로써 두 나라 공동의 이익을 철저히 고수하고 지역의 평화와 안정을 수호하며 양국 인민에게 더 큰 복리를 마련해주기 위하여 적극 노력할 입장을 재확인한다"​고 강조했다. 최근 두 차례 정상회담을 계기로 양국 관계가 한층 가까워졌다는 점도 부각했다. 김 위원장은 지난해 9월 베이징과 올해 6월 평양에서 열린 시 주석과의 정상회담을 거론하며 “이념과 생사를 같이해 온 공고하고 특수한 조중 친선 관계를 공동의 아름다운 미래를 지향하여 가장 강력하고 전략적인 사회주의국가 간 관계로 발전시켜나갈 데 대한 입장과 의지를 확인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양국이 북중우호협력상호원조조약(북중 우호조약) 체결 65주년을 성대하게 기념하고 각 분야의 교류·협조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김 위원장의 이번 축전은 최근 북중 관계의 변화를 반영하듯 분량과 표현 모두에서 이전보다 강도가 높아졌다. 축전은 북러 밀착으로 북중관계가 소강상태였던 2024년 국경절 당시 500여 자 수준이었으나 지난해 약 800자로 늘었고, 올해는 1100여 자까지 증가했다. 친선 관계를 표현하는 문구에도 변화가 있었다. 2024년에는 '전통적인 조중 친선'을 지속 발전시키겠다는 내용이 중심이었고, 지난해에는 '국제정세가 어떻게 변하든' 친선을 이어가겠다는 표현이 추가됐다. 올해는 여기에 더해 '피로써 맺어지고 진실한 동지적 우의로 계승'​해 온 관계라는 점을 강조하면서 국제정세와 관계없이 양국 친선이 변하지 않을 것이라는 메시지를 내놨다. 지난해 김 위원장이 중국 전승절 열병식 참석을 계기로 중국을 방문한 데 이어 올해 시 주석이 평양을 찾은 만큼, 최근 정상 간 교류 확대가 이번 축전에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중국 국경절은 마오쩌둥이 1949년 10월 1일 베이징 톈안먼 성루에서 중화인민공화국 정권 수립을 선포한 것을 기념하는 최대 명절 가운데 하나다. 김 위원장은 매년 국경절을 계기로 시 주석에게 축전을 보내왔다. 앞서 전날에는 북한 주재 중국대사관에서 왕야쥔 주북 중국대사가 주최한 국경절 기념 연회가 열렸다고 조선중앙통신이 보도했다. 북한 측에서는 김형식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회 부위원장과 문성혁 조선노동당 중앙위원회 부부장, 김명수 외무성 부상, 류은해 대외경제성 부상 등이 참석했다. 김윤호 기자 kyh81@ekn.kr

“사진·영상 퍼뜨리겠다” 협박·강요 매년 800건 이상

성적 촬영물을 이용해 상대방을 협박하거나 강요하는 범죄가 매년 800건 이상 발생하고 있는 가운데, 범죄 발생부터 검거까지 1년을 초과한 사건은 2023년 32건, 2024년 44건, 2025년 56건으로 매년 증가하고 있는 것으로 집계됐다. 30일 박정현 더불어민주당 의원(대전 대덕구·행정안전위원회)이 경찰청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촬영물 이용 협박·강요 범죄는 2023년부터 2025년까지 각각 970건, 2024년 823건, 2025년 838건 접수돼 최근 3년간 총 2600건 이상 발생한 것으로 나타났다. 문제는 피의자를 빠르게 검거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지난해 검거 현황 통계를 살펴보면, 범죄 발생부터 피의자 검거까지 3개월 이내였던 사건은 358건에 머물렀다. 세부적으로 살펴보면, 3일 이내가 69건이었고, 3일 이상 1개월 이내가 91건, 1개월 이상 3개월 이내가 198건이었다. 2024년과 2023년의 경우에도 3개월 이내 검거된 사건은 각각 329건, 331건 뿐이었다. 특히 장기 검거 사건은 증가세가 뚜렷했다. 검거된 사건 중 범죄 발생부터 검거까지 1년을 초과한 사건은 2023년 32건에서 2024년 44건, 2025년 56건으로 매년 증가했다. 그 외 검거되지 못한 사건도 상당수 있었다. 이에 대해 경찰은 텔레그램 등 해외 플랫폼을 사용해 범죄를 저지르는 경우에는 수사 공조가 쉽지 않아 피의자 특정이 쉽지 않다고 밝혔다. 한편, 피의자의 연령대도 낮은 편으로 나타났다. 최근 3년간 촬영물 이용 협박·강요 피의자 1763명 가운데 14~20세는 438명으로, 전체 24.8%를 차지했다. 21~30세 피의자는 580명(32.9%)으로 가장 많았으며, 두 연령대를 합친 30세 이하 피의자는 1018명으로 전체의 57.7%에 달했다. 디지털 성범죄는 범죄에 사용된 영상물이나 대화 내용 등이 온라인상에 남거나 유포될 경우 피해가 장기화될 수 있다는 점에서 신속한 수사와 피해 확산 방지가 중요하다. 특히 촬영물을 이용한 협박·강요 범죄는 피해자가 촬영물의 유포 가능성에 대한 공포와 지속적인 협박에 노출될 수 있다. 박정현 의원은 “디지털 성범죄는 수사가 장기화되는 과정에서 피해가 확대될 우려가 있는 만큼, 경찰은 검거가 지연되는 원인을 면밀히 분석하고 신속한 수사와 피해자 보호를 위한 대응체계를 강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상무 기자 rokmc@ekn.kr

여야 원내대표는 어디에 있을까

강대강 대치 속에서 여야 원내사령탑의 존재감은 희미해지고 있다. 협상의 정치를 복원해야 할 원내대표들이 강경파의 그늘에 가려 소극적인 역할에 그치고 있다는 지적이다. 정치권에서는 다수제로 변질된 국회가 대화와 타협의 합의제 원리로 돌아가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30일 정치권에 따르면, 더불어민주당 한병도 원내대표와 국민의힘 정점식 원내대표는 여야의 첨예한 대치 전선 속에서 과거 원내사령탑들이 보여줬던 정국 주도권이나 타협의 묘미를 살리지 못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과거 김무성-박지원, 이완구-박영선 체제처럼 싸울 때는 치열하게 부딪히더라도 물밑에서는 극적인 타협점을 찾아내던 협상의 정치는 찾아보기 힘들다는 지적이다. 2010년 당시 여당인 한나라당 김무성 전 원내대표와 야당인 민주당 박지원 전 원내대표가 맞붙었던 정국은 여야 대치 속에서도 “형님", “동생" 하는 두 사람의 끈끈한 호흡이 정국을 지탱했다. 당시 세종시 수정안 갈등과 민간인 불법사찰 국정조사·특검 등 살얼음판 같은 현안이 산적해 있었지만, 두 사람은 물밑에서 타협점을 찾아내 굵직한 사안을 매듭짓는 협상의 진수를 보여줬다. 2014년 세월호 참사 직후 여당인 새누리당 이완구 전 원내대표와 야당인 새정치민주연합 박영선 전 원내대표가 마주 앉은 정국도 대한민국 국회 역사상 가장 풀기 힘든 난제 중 하나였다. 당시 양측은 진상조사위원회의 수사권 부여 여부를 두고 팽팽하게 맞서며 수차례 결렬과 재협상을 거듭했다. 두 사람은 협상 과정에서 고성이 오가는 극한의 진통을 겪으면서도 합의안을 도출해내려 안간힘을 썼고, 비록 진통은 컸으나 접점을 만들어냈다는 점에서 오늘날의 실종된 협상 정치와 대조를 이룬다는 평가를 받는다. 한병도 원내대표와 정점식 원내대표도 협상의 정치를 포기한 것은 아니다. 두 원내대표도 정기적으로 식사를 함께하며 소통의 채널을 유지하려 애쓰고 있다고 한다. 두 원내대표는 지난 7월 21일 선거관리위원회 투표용지 부족 사태에 따른 특검법안에 합의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러한 노력에도 불구하고 과거와 같은 협상이나 극적인 타협안이 수면 위로 드러나지 않고 있다. 이렇게 된 배경에는 당내 강경파와 강성 지지층의 거센 입김이 자리 잡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강경파·지지층 반발에 무력해지는 원내사령탑들 여야 원내대표실 사정에 밝은 한 관계자는 “김무성-박지원, 이완구-박영선 시절만 해도 강성 지지층의 입김이 지금 같지는 않았다"며 “이제는 여야 원내대표가 협상을 하면 강성 지지층한테 욕을 먹는 구조가 돼버렸다"고 한탄했다. 이 관계자는 대표적인 사례로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 체제 당시 원내대표였던 김병기 무소속 의원과 국민의힘 송언석 전 원내대표가 3대 특검법(내란·김건희·채 상병 특검법) 수정안에 합의했던 국면을 꼽았다. 당시 여야 원내대표는 마라톤 협상 끝에 특검 파견 검사 증원 폭을 줄이고, 수사 기간은 연장하지 않기로 합의했다. 이후 민주당 내 강성 지지층의 반발이 일었고, 정청래 당시 대표는 이튿날 합의안을 뒤엎었다. 이 사건은 원내지도부가 고심 끝에 타협점을 만들어내더라도 당내 강경파와 지지층의 반발 앞에 언제든 무력화될 수 있음을 보여준 상징적인 장면으로 남았다. ◇“민주당이 법안 단독 통과 않으면 협상 가능" 그럼에도 한 원내대표와 정 원내대표가 대화와 타협이라는 의회정치의 본령을 되살리기 위해서는 협상의 끈을 놓지 말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정치권에서는 실종된 협상 정치를 복원하기 위해서는 결국 거대 여당의 태도 변화가 선행돼야 한다는 지적이 나왔다.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민주당이 법안들을 단독으로 통과시키지 않으면 어떻게든 협상이 될 것"이라며 “국회는 본래 합의제 원리로 운영돼야 하는데 지금은 다수제로 운영되고 있다. 협상의 정치가 되살아나려면 민주주의의 본래 가치에 충실한 태도를 보여야 한다"고 말했다. 신교근 기자 shin1948@ekn.kr

기로에 선 李 친문에 손 내밀 듯

해외 순방을 마친 이재명 대통령이 청와대 참모진 개편에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 강훈식 대통령 비서실장이 사의를 밝혔고, 김용범 전 정책실장이 물러난 뒤 한 달 가까이 정책실장 자리도 비어 있다. 정치권에서는 두 핵심 참모 자리를 한꺼번에 채우면서 집권 2년 차 청와대 진용을 다시 짤 가능성이 거론된다. 30일 정치권에 따르면 이 대통령은 현재 참모진 개편안을 조율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강 실장은 지난 21일 이 대통령에게 사의를 표명했다. 이 대통령은 당시 수석보좌관회의에서 “아직은 제가 어떻게 해야 할지는 결정을 못하겠다"고 말했다. 이후 5박 7일 일정의 순방을 마치고 지난 27일 귀국했다. 비서실장 후임으로는 한준호 더불어민주당 의원을 비롯해 천준호 원내운영수석부대표, 박성준·이해식 의원 등이 거론돼 왔다. 모두 이 대통령과 정치적으로 가까운 인사들이다. 특히 한 의원은 이 대통령의 과거 대선과 국회의원 보궐선거 당시 수행실장을 맡았다. 현역 의원이 비서실장을 맡으면 당·청의 정치적 소통이 강화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다만 현역 의원을 청와대로 차출할 경우 지역구 보궐선거는 감수해야 한다. 정책실장 후보군에는 김정관 산업통상부 장관, 김성식 국민경제자문회의 부의장, 이한주 경제인문사회연구회 이사장, 권대영 금융위원회 부위원장, 윤창렬 전 국무조정실장 등이 오르내린다. 이 가운데 김 부의장은 한나라당과 국민의당에서 국회의원을 지냈다. 민주당 계열 일색에서 벗어난 인물을 정책 라인에 기용하면, 경제·정책 분야에서 인적 외연을 넓히는 인사로 읽힐 수 있다. 정무라인에서는 문재인 정부에서 정무수석을 지낸 최재성 전 의원의 이름이 나온다. 김경수 전 경남지사는 지난 8월 이미 대통령 정무특보로 기용돼 청와대에 합류했다. 일각에서는 김 전 지사를 정무수석 후보군으로 보는 시각도 있다. 다만 김 전 지사가 정무특보로 일하고 있는 만큼, 이번 인선의 초점은 최 전 의원 등 친문계 인사가 추가로 기용되느냐에 맞춰질 것으로 보인다. 이 대통령은 2024년 총선 공천 과정과 이후 당권 재편을 거치며 민주당 내 친문·비명계와 멀어졌다. 이 대통령이 당대표를 거쳐 대선 후보가 되는 과정에서도 계파 갈등은 이어졌다. 대선 이후에는 친명계가 당의 주류로 자리 잡았고, 친문·비명계 인사들은 대체로 청와대와 거리를 뒀다. 그런데 최근 들어 국정 지지율이 30%대로 하락하면서 이 대통령의 정치적 부담이 커졌다. 그러자 당내 친청(친 정청래)계 최고위원 등 비명계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국민의힘은 부동산 문제와 비무장지대(DMZ) 지뢰 폭발 사고, 농지 전수조사를 매개로 공세를 강화하고 있다. 이번 인선은 민주당 내부 정치 지형에도 영향을 줄 수 있을 전망이다. 비서실장에 친명계 정치인이 들어가고 정책실장에 외부 인사가 기용되면 정치와 정책 인선을 나누는 구도가 된다. 여기에 최 전 의원 등 친문계가 정무라인에 합류하면 적어도 범여권 내에서는 어느 정도 탕평인사 모양새를 갖출 수 있다. 한 여권 관계자는 “2024년 총선 이후 고착화된 계파 갈등을 풀지 않고서는 주요 국정과제 추진이나 법안 처리에 동력을 얻기 어렵다"며 “친문 핵심 인사의 기용 여부는 이 대통령이 던지는 통합 메시지의 수위를 가늠하는 잣대가 될 것"이라고 했다. 이런 가운데 청와대는 친문계와 갈등을 피하려는 모습이 역력하다. 성기홍 청와대 홍보소통수석비서관은 29일 MBC라디오 '조승원의 뉴스하이킥'과의 인터뷰에서 유시민 작가에 대한 법적 조치 가능성에 대해 “현재 결정된 바 없고 구체적으로 검토된 바 없다"며 “대통령과 청와대는 건설적인 비판이나 쓴소리든 다 열려 있다"고 밝혔다. 앞서 유 작가는 지난 22일 한 유튜브 방송에 출연해 이재명 대통령의 기자회견 발언을 정면으로 비판했다. 이 대통령이 검찰개혁의 당초 목표를 '법무부 안에서 수사 담당 기관과 소추 담당 기관을 나누는 것'이라 밝힌 점을 두고, 유 작가는 “대통령이 지금까지 국민을 속인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럼에도 이 대통령은 포괄적·점진적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CPTPP) 가입 및 개별 국가들과의 자유무역협정(FTA) 체결 등 현안에만 집중하는 듯한 모습이다. 30일에는 국군수도병원을 방문, DMZ 지뢰 폭발 사고로 다친 장병들과 가족들을 위로했다. 지지율 30%대 하락으로 취임 후 최대 위기를 맞은 이 대통령의 선택에 정치권의 관심이 모아진다. 이상무 기자 rokmc@ekn.kr

입지 쪼그라든 이준석…대북 안보 이슈 고리로 존재감 키우나

6·3 지방선거 참패 책임을 지고 개혁신당 대표직에서 물러난 이준석 의원이 대북 안보 이슈를 고리로 다시 공개 메시지를 내놓으면서 향후 정치 행보에 관심이 쏠린다. 당대표직 사퇴로 당내 영향력이 줄어든 상황에서 안보 현안을 통해 다시 정치적 공간을 확보하려는 행보인지 주목된다. 30일 정치권에 따르면 이 의원은 최근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지뢰에는 김정은이 싫어하는 확성기 처방부터 하자"고 주장했다. 지난 21일 경기 파주 비무장지대(DMZ) 인접 지역에서 수색로 개척 작전 중 지뢰 폭발로 수색대대장 등 3명이 중경상을 입은 사건과 관련한 발언이다. 합동참모본부와 유엔군사령부 조사에서 북한 수지(플라스틱) 반보병지뢰 1발이 발견되면서 북한군 매설 가능성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대표직에서 물러난 뒤 약 한 달 만에 내놓은 첫 공개 메시지라는 점에서도 주목된다. 이 의원은 지난달 26일 “제가 오히려 당내 다른 구성원들이 하고자 하는 일을 가로막고 있었다면, 그 자리를 비우는 것이 제가 당을 위해 선택해야 할 길"이라며 사퇴했다. 개혁신당은 지방선거에서 전국 192명의 후보를 냈지만 기초의원 1명 당선에 그쳤다. 여기에 정이한 전 부산시장 후보의 피습 자작극 사건까지 겹치면서 이 의원의 선거 지도력에 대한 책임론도 불거졌다. 이기인 비상대책위원장을 중심으로 당 수습이 진행되는 가운데 이 의원의 당내 역할 역시 이전보다 제한된 상황이다. 이종근 정치평론가는 본지 통화에서 “이준석 의원은 대표로서 선거를 이끌었지만 존재감이 없었다"며 “정당은 선거를 위해 존재하고 선거를 통해 결과를 만들어야 하는데, 이번 선거에서 의미 있는 영향력을 보여주지 못한 만큼 대표로서 책임이 있다"고 분석했다. 다만 이 의원이 정치적 위기에 놓였다고 해서 정치적 역할까지 사라진 것은 아니다. 이 평론가는 “이 의원을 여전히 청년 정치리더로 기대하는 사람들이 있는 만큼 자신의 입지를 확보해야 한다"며 “그런 측면에서 가장 좋은 이슈가 '안보 이슈'"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안보 문제는 전 국민적 관심사인 데다 국정감사를 앞두고 정치권의 공방으로 확대될 가능성이 있다"며 “최근 메시지는 정치적 시련을 타개하기 위한 행보로 보인다"고 진단했다. 단순히 메시지를 내는 데 그치지 않는다. 나경원 국민의힘 의원이 대표 발의한 DMZ 지뢰사고 진상규명 결의안에는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를 비롯한 야당 의원들과 함께 한동훈 무소속 의원, 이 의원도 이름을 올렸다. 안보 현안에만 머물지 않는 모습도 보인다. 이 의원은 조정훈 국민의힘 의원과 함께 '수도권 주거혁신포럼' 공동대표를 맡아 국민의힘 의원들과 주거정책을 논의하는 등 정책적 접점도 넓히고 있다. 이 같은 움직임은 향후 국민의힘과의 관계 설정과도 무관하지 않다는 분석이 나온다. 정치권 관계자는 “이 의원은 자신의 정치적 생존과 맞물려 정치적 미래에 대한 고민이 많을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여러 가지 경우의 수를 생각할 것"이라며 “개혁신당으로 2028년 총선에서 제대로 된 결과를 내기는 쉽지 않은 만큼 자신의 몸값을 키워 국민의힘과 연대하거나 합당을 요구할 가능성도 있다"고 전망했다. 이를 위해서는 국민의힘과의 관계를 형성하는 과정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결국 이번 안보 메시지는 이 의원이 지방선거 이후 좁아진 정치적 공간에서 자신의 역할을 다시 확보하려는 움직임으로 해석할 수 있다. 향후 안보 현안뿐 아니라 정책 행보와 국민의힘과의 접점을 얼마나 넓혀가느냐에 따라 2028년 총선을 앞둔 범보수 재편 과정에서 이 의원의 역할도 달라질 전망이다. 김윤호 기자 kyh81@ekn.kr

목함지뢰 때도 그러더니…김여정 “서울의 자작 광대극” 발뺌

군 당국이 서부전선 비무장지대(DMZ) 지뢰 폭발 사고 원인을 북한군 지뢰로 확정한 가운데, 김여정 북한 노동당 총무부장이 “서울의 자작광대극"이라며 군의 발표를 전면 부인했다. 앞서 북한은 지난 2015년 8월 우리 군 장병 2명이 중상을 입은 목함지뢰 매설 사건 당시 '남측의 모략'이라며 부인하다 남북고위급회담 끝에 유감 표명을 한 바 있다. 김여정은 30일 조선중앙통신을 통해 발표된 '도발의 장본인들은 자작 광대극의 대가를 각오해야 할 것이다'라는 제목의 담화를 통해 “우리 군인들은 단 한 번도 국경선을 넘어선 적이 없다"며 “서울의 자작 광대극의 극적 절정은 결코 재미가 없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김여정은 “지난 21일 문제의 지뢰 폭발이 일어난 그때 벌써 우리는 서울의 연출 대본에 대해 예상했으며, 한국 군부 깡패들이 펴고 있는 모략극의 저의도 간파했다"며 “이번 사건은 도발 시기와 수법에 있어서 10여 년 전 세상을 소란하게 했던 '목함지뢰 사건'을 그대로 방불케 하는 명백한 자작극"이라고 했다. 이어 “신임 국방부 장관의 부질없는 호기에 맞추어 벌써부터 '국민의힘' 것들을 포함한 서울의 위정자들은 철거한 대조선확성기를 다시 세워야 한다고 열변하고 있다"며 우리 군의 대북 확성기 설치 움직임을 우려하기도 했다. 김여정은 북한군이 국경선 일대에서 벌이는 요새화 작업에 대해서는 “그 어떤 군사적 목적과는 무관한 철저한 주권 행사일 뿐"이라며 “한국 군부 호전광들은 국경 차단물 공사에 동원된 우리 인원들이 월선했다고 근거 없는 트집을 걸면서 경고 방송과 경고 사격까지 가하며 우리 군인들의 신변을 엄중히 위협하고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국경 지역에서 우리에 대한 악의적인 트집과 도발의 빈도수가 잦아지고, 그것이 실제적인 우리의 영토와 군사 주권에 대한 침해로 이어진다면 불량배 무리들은 아직 체험해 보지 못한 상황을 마주해야 할 것"이라며 “이성적인 사고로 득실관계를 잘 따져보는 것이 좋을 것이라는 것을 엄중히 경고한다"고 덧붙였다. 이에 맞서 군 당국은 북한군 지뢰로 인해 우리 장병이 부상을 당했음을 분명히 했다. 강현우 합동참모본부 작전본부장은 이날 서울 국방부 청사에서 입장문을 발표하며 “지난 9월 21일 군사분계선 이남에서 정상적인 수색작전을 수행하던 우리 장병들이 북한군의 지뢰에 의해 심각한 부상을 당한 사건이 발생했다"고 밝혔다. 이어 “향후 발생하는 상황에 대한 모든 책임은 전적으로 북한에 있다는 점을 분명하게 밝혀둔다"고 경고했다. 신교근 기자 shin1948@ekn.kr

1년 만에 거리로 나서는 국민의힘…‘장동혁 위한 집회’ 논란

국민의힘이 1년 만에 서울 도심 대규모 장외집회를 열고 대여 투쟁 수위를 끌어올린다. 검찰청 폐지 등 사법체계 개편과 민생·부동산 문제를 고리로 정부·여당을 압박하겠다는 구상이지만, 국정감사를 앞둔 시점에 장외집회를 추진하면서 당내에서는 '장동혁 대표를 위한 행사 아니냐'는 반발과 강성 보수세력 유입에 대한 우려도 나온다. 최수진 국민의힘 원내수석대변인은 지난 29일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 후 브리핑에서 “10월 3일 장외투쟁 하는 것으로 결정됐다"고 밝혔다. 집회는 서울 시청역에서 숭례문 일대까지 이어지는 방식으로 진행되며 참석 대상은 전체 당원이다. 국민의힘은 이번 집회에서 검찰청 폐지와 보완수사권 폐지 등 사법체계 개편을 비롯해 부동산·민생 문제, 비무장지대(DMZ) 지뢰 폭발 사고 등 안보 현안을 집중적으로 부각할 예정이다. 개정 형사소송법 시행일인 10월 2일 직후 집회를 열어 원내 투쟁을 장외로 확장한다는 구상이다. 서울 도심에서 열리는 당 차원의 대규모 장외집회는 지난해 9월 28일 서울 대한문 앞 집회 이후 1년 만이다. 지도부는 국회 안에서 이어온 대여 공세에 더해 거리에서 지지층을 결집하고 정부·여당에 대한 비판 여론을 확산시키겠다는 생각이다. 그러나 당내에서는 시점과 방식에 대한 부담도 제기된다. 10월 6일부터 국정감사가 시작되는 만큼 의원들이 원내 대응과 장외집회를 동시에 준비해야 하는 데다, 지역 당원들을 서울로 동원해야 하는 부담도 적지 않다. 실제 일부 의원 사이에서는 “장 대표 한 명을 위한 일정 아니냐"는 반발이 나온 것으로 전해졌다. 강성 보수세력의 가세 가능성도 변수다. 전광훈 목사가 이끄는 사랑제일교회가 같은 날 광화문에서 집회를 예고한 가운데, 이른바 '태극기 세력'이 국민의힘 집회에 합류할 경우 당이 내세운 사법·민생 현안보다 강성 지지층의 메시지가 부각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정치권에선 국민의힘이 장외투쟁보다 국정감사에 우선순위를 둬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종근 정치평론가는 본지 통화에서 “국감은 야당이 피감기관으로부터 자료를 확보하고 정부의 실정을 폭로할 수 있는 공간"이라며 “장외집회에 시간과 에너지를 쓰기보다 지금은 국감 준비에 총력을 기울여야 할 시기"라고 말했다. 이어 “무엇을 우선순위에 두고 당력을 집중해야 하는지에 대한 판단이 필요하다"고 했다. 국민의힘의 이번 장외집회가 실제 대여투쟁의 동력을 확보하는 계기가 될지, 장동혁 대표의 지도력 과시를 위한 행사라는 당내 우려를 키울지는 집회 이후 당의 메시지와 국감 대응에서 판가름 날 전망이다. 김윤호 기자 kyh81@ekn.kr

[김병헌의 체인지] 기업의 시간, 정치의 시간

10월 6일 산자위 국감을 앞두고 국회에서는 다시 '기업인 줄소환' 논란이 벌어지고 있다. 호남 반도체 클러스터 투자 문제를 놓고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최태원 SK그룹 회장을 증인으로 부르자는 요구도 나왔다. 1차 명단에서는 빠졌지만 추가 협의 가능성은 남아 있다. 반도체는 물론이고 방산·금융까지 기업 총수들의 증인 신청이 이어진다. 국감철이면 되풀이되는 '기업인 줄소환' 풍경이다.국회의 증인 요구권은 당연히 존중돼야 한다. 소비자 피해나 불공정거래, 산업재해처럼 최고경영자의 결정과 책임을 직접 확인해야 한다면 총수든 CEO든 국회에 나와 답해야 한다. 1994년 미국 의회가 7개 담배회사 최고경영자들을 불러 세운 청문회가 그랬다. 당시 CEO들은 니코틴의 중독성을 부인했지만 이후 내부자료와 증언들이 공개되면서 담배산업의 책임을 둘러싼 사회적 논쟁은 완전히 달라졌다. 의회의 소환권이 필요한 이유를 보여준 대표적 사례다. 그러나 강한 권한일수록 절제가 필요하다. 미국에서도 기업인 청문회가 정치인을 위한 '극장'으로 흐른다는 비판이 끊이지 않았다. 기업 최고경영자를 한 줄로 세워놓고 카메라 앞에서 몰아붙이는 장면이 사실 규명보다 정치인의 존재감을 부각시키는 수단이 되면 의회의 감시권은 힘을 잃는다. 책임을 묻기 위한 소환과 정치적 장면을 만들기 위한 소환은 구별돼야 한다. 우리 국회도 여기서 자유롭지 않다.지난해인 2025년 국감에서는 기업 관계자 증인·참고인이 200명에 육박했다. 전년의 159명을 훌쩍 넘어선 규모였다. 최태원·정의선·정용진 회장 등 주요 총수까지 증인 명단에 올랐고, 이 가운데 일부 인사는 이후 출석 요구가 철회됐다.그렇다면 묻지 않을 수 없다. 꼭 불러야 해서 불렀다면 무엇이 며칠 사이 해소됐는가. 꼭 필요하지 않았다면 애초에 왜 불렀는가. 올해는 문제가 더 무겁다. 반도체와 AI, 방산은 개별 기업의 사업이 아니다. 미·중 기술패권 경쟁 속에서 국가의 산업지도와 안보까지 걸린 분야다. 미국 의회가 지난 4월 반도체 생태계를 점검하는 청문회를 열면서 인텔에서는 그룹 총수가 아니라 기업전략 담당 수석부사장을 증인으로 불렀다는 점도 눈여겨볼 만하다. 사안을 가장 정확하게 설명할 사람을 부르는 것이 청문의 목적이기 때문이다.직함의 높이보다 답변의 정확성을 택한 셈이다. 기업이 반도체 공장 하나를 짓는 결정은 정치권의 구호처럼 가볍지 않다. 수십조원의 자본을 걸고 기술의 미래, 전력과 용수, 인재, 공급망과 시장을 계산한다. 판단이 틀리면 정치인은 다음 선거에서 구호를 바꿀 수 있지만 기업은 엄청난 투자손실을 떠안는다. 기업의 생사를 가를 수 있는 중대한 결정을 어느 지역에 투자했느냐는 이유만으로 여야 정쟁의 소재로 끌어들이기 시작하면 기업은 정치의 부속품으로 전락한다. '국가와 국민을 위해 묻는다'는 거대한 명분도 질문이 빈약하면 초라해진다.기업의 투자 판단을 검증하는 것과 정파의 이해관계에 끌어들이는 것은 전혀 다른 일이다. 국가에 대한 기여도 국회 안에서만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다. 기업이 세계시장에서 기술을 개발하고 공장을 짓고 일자리를 만들며 해외 경쟁기업과 싸우는 것 역시 국가 경쟁력을 떠받치는 일이다. 특히 반도체·AI·방산처럼 한번의 투자 결정이 10년 뒤 산업의 운명을 바꿀 수 있는 분야라면 정치는 기업의 고뇌를 존중할 필요가 있다.공장 위치 하나를 정하는 데도 인력과 세제, 물류와 공급망, 지정학적 위험을 함께 계산해야 한다. 정치권에는 지역구의 문제가 될 수 있지만 기업에는 생존 문제가 될 수 있다. 그렇다고 기업인을 국회에서 보호하자는 얘기는 아니다. 부를 때 제대로 부르자는 것이다. 총수를 부르려면 해당 사안에 직접 관여했거나 최종 의사결정권자로서 답변할 필요가 있다는 점을 증인 신청 의원이 입증하도록 하는 '직접성 원칙'을 국회 규칙에 담을 필요가 있다. 증인 채택 뒤 철회할 경우에는 신청 의원과 철회 사유를 공개하는 '철회 책임제'도 검토할 만하다. 증인 요구권이 강한 만큼 요구한 의원의 책임도 무거워져야 하기 때문이다.국민도 국감장에서 기업총수를 줄 세우는 광경 자체를 원하는 것은 아닐 것이다. 알고 싶은 것은 누가 더 높은 사람을 불렀느냐가 아니라 무엇을 밝혀냈느냐다. 국정감사의 수준은 증인석에 앉은 사람의 직함으로 결정되지 않고 질문의 무게로 결정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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