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수청 휴일에도 수사 채비…김지용 놓고 與 갈등 수습될까

중대범죄수사청(중수청)이 출범 후 첫 휴일에도 직원들을 출근시키며 수사 준비에 속도를 내고 있다. 초대 청장으로 지목된 김지용 후보자에 대한 국회 인사청문 절차도 시작되며 검찰 개혁을 둘러싼 여권 내 갈등이 수습될지 주목된다. 이재명 대통령은 김 후보자를 향한 비판을 직접 반박하며 국회에 인사청문요청안을 제출했다. 4일 법조계에 따르면 중수청은 이날 일부 간부와 직원들이 출근해 각 국·과별 사무분장과 매뉴얼을 마련하는 등 행정·실무 절차를 정비하고 있다. 중수청은 정원 2876명의 66%인 약 1900명으로 지난 2일 출범했다. 아직 공소청으로부터 사건 기록을 넘겨 받지는 않은 상태다. 직접 수사 권한을 내려놓은 공소청은 성질상 불가피하거나 공소시효가 임박한 사건에 대해 최장 90일까지 수사를 이어갈 수 있다. 이에 따라 진행 중인 인지 사건 수사를 최대한 마무리하겠다는 방침이다. 중수청은 초대 청장 취임 전에도 수사 착수가 가능하다는 입장이다. 현재 전종민 차장이 청장 대행을 맡고 있어 수사 착수에 문제 없다고 보고 있다. 중수청이 본격적인 수사 채비에 나선 가운데 초대 수장으로 지명된 김 후보자의 인사 청문 절차도 시작됐다. 김 후보자 지명 후 여권에서는 그가 '친윤(친윤석열) 검사'라는 비판과 함께 검찰 개혁을 맡기기에 적절하지 않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그러나 이 대통령이 이를 직접 반박하고 청와대가 추가 검증을 거쳐 인사청문요청안을 국회에 보내면서 임명 절차를 이어가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이 대통령은 지난달 30일 “허위임을 알면서 하는 억지 주장은 국정 방해"라고 밝혔고, 이달 1일에는 검찰 출신이라는 이유로 배제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는 취지의 입장을 내놨다. 2일에도 “최소한 친윤이라고 단정하기는 어렵지 않겠나"라고 말했다. 이에 따라 김 후보자를 둘러싼 갈등은 청문회를 계기로 수습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대통령이 직접 임명 의지를 밝힌 데다 청문회를 통해 김 후보자의 과거 행적과 검찰 개혁 의지를 확인하면 된다는 것이다. 박지원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이날 페이스북에 국회 행정안전위원장인 김영진 의원, 법제사법위원장인 서영교 의원 등과 의견을 교환했다고 밝히며 “소위 강경파로 알려진 김용민 의원님께서도 반대하지만 당의 결정을 존중하겠다고 한다"고 했다. 서영교 의원도 이날 기자들과 만나 김 후보자에 관한 우려에 대해 “많은 부분이 정리됐다"고 말했다. 이어 대통령이 추가 검증을 거쳐 인사청문요청안을 보낸 만큼 국회에서 충분히 살펴보겠다며 “당은 이 대통령과 여당의 모습으로 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다만 여권 내 반대론은 여전히 변수다. 김용민 의원은 김 후보자가 과거 검찰 수사권 축소에 반대했다는 점 등을 들어 중수청장으로 부적절하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소속 박주민 의원도 라디오 방송에서 “원칙을 지켜나갈 수 있는 사람인지를 보고 부적격하다면 부적합한 것 아니냐는 목소리를 내겠다"고 했다. 윤건영 의원 또한 김 후보자 임명에 대해 반대한다는 뜻을 밝히고 있다. 추미애 경기도지사도 자신이 법무부 장관 시절 김 후보자를 검사장으로 발탁했다는 사실을 신뢰의 근거로 삼아서는 안 된다며 반대 목소리를 이어가고 있다. 송두리 기자 dsk@ekn.kr

‘출호이자 반호이자’…여야 마이크 잔혹사

'출호이자 반호이자(出乎爾者 反乎爾者)'. “네 입에서 나온 말은 결국 네게로 돌아간다"는 뜻이다. 맹자가 한 말이다. 정치인의 말도 다르지 않다. 정치인에게 말은 가장 손쉬운 정치 수단이지만, 때로는 예상하지 못한 후폭풍을 부르는 족쇄가 되기도 한다. 방송에서 무심코 던진 한마디가 정치 공방으로 번지는가 하면, 자신 있게 내놓은 평가가 시간이 지난 뒤 다시 소환되기도 한다. 최근 여야 정치권에서 나온 발언들이 잇따라 논란으로 번지고 있다. 가장 최근 사례는 김태규 국민의힘 의원. 김 의원은 지난달 30일 JTBC 유튜브 채널 '장르만 여의도'에 출연해 영화 '암살자(들)' 등을 주제로 이야기하던 중 윤석열 전 대통령과 전두환 전 대통령의 내란 여부에 대한 질문을 받았다. 진행자가 '윤석열은 내란이냐, 아니냐'고 묻자 김 의원은 “아니다"라고 답했고, '전두환은 내란이냐, 아니냐'는 질문에도 “내란이 아니다"라고 했다. '법적 판결이 난 사안'이라는 재질문에도 “저는 내란이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거듭 밝혔다. 이후 김 의원은 “단정적으로 내란이라고 하는 부분은 선뜻 동의하기 어렵고 역사적 평가가 더 필요한 부분"이라고 덧붙였다. ◇역사 인식에서 막말 공방으로 방송에서 오갔던 질문과 답변은 이틀 만에 국회로 옮겨왔다. 국회 운영위원회는 지난 2일 전체회의를 열어 김 의원에 대한 제명 촉구 결의안을 의결했다. 무기명 표결 결과 총 16표가 모두 찬성표로 집계됐다. 국민의힘 소속 운영위원들은 안건 상정과 처리에 반발해 표결에 참여하지 않고 퇴장했다. 국회법상 20일의 숙려기간이 지나지 않았지만, 운영위 의결을 거쳐 숙려기간을 생략하고 안건을 처리했다. 같은 당 이진숙 의원을 둘러싼 논란도 공개적인 발언에서 시작됐다. 이 의원은 지난 8월 국회에서 5·18 민주화운동을 재조명한다는 취지의 토론회를 공동 주최했다. 이 자리에서 일부 토론회 발제자가 5·18을 “소요 사태"로 주장하는 발언 등이 나와 논란이 커졌다. 이후 민주당 주도로 이 의원에 대한 제명 촉구 결의안이 8월 26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당시 표결에는 159명이 참여해 찬성 157표, 반대 1표, 무효 1표가 나왔다. 국민의힘 의원 대부분은 표결에 앞서 퇴장했다. 여야 간 설전도 거칠어졌다. 김민석 민주당 대표는 이 의원을 겨냥해 '여자 전두환', '여자 히틀러'라는 표현을 사용했고, 이 의원은 김 대표를 모욕 혐의로 고소했다. 한쪽에서 시작된 논란이 반박과 재반박을 거치며 또 다른 공방으로 번진 사례다. ◇의혹에 낙마한 후보자더러 잘된 인사라니 '우리 편'을 지키기 위해 던진 한마디가 부메랑으로 되돌아오기도 한다. 김민석 민주당 대표가 김승원 전 법무부 장관 후보자를 두고 했던 발언이 대표적. 김 대표는 지난달 11일 민주당 최고위원회의에서 김 전 후보자에 대해 “지켜보면 지켜볼수록 잘된 인사라고 판단된다. 지킬 것"이라며 김 후보자를 두둔했다. 하지만 김 전 후보자는 신약 임상실험 승인 청탁 의혹 등 각종 의혹과 논란이 이어진 끝에 같은 달 19일 자진 사퇴했다. 김 전 후보자는 당시 “국민 눈높이에 미치지 못했음을 깊이 받아들이며 부족함을 성찰하겠다"고 밝혔다. 대통령의 지명 20일 만이었다. 김 전 후보자 낙마와 동시에 김 대표의 “잘된 인사"라는 평가도 다시 회자됐다. 또 낙마 이후 김 전 후보자를 둘러싼 식약처 청탁 의혹 고발 사건, 청탁 의혹의 중심에 있는 제넨셀 창업자의 법정구속 이후 김 대표의 '실드 발언'은 다시 한번 도마에 올랐다. 이처럼 정치인들이 한번 내뱉은 말은 상황이 바뀌었다고 해서 사라지지 않는다. 특히 유튜브와 SNS를 통해 정치인의 발언이 실시간으로 퍼지는 요즘 시대에는 짧은 영상과 문구로 저장돼 논란이 일 때마다 재소환된다. 말로 먹고사는 정치인들이 말 때문에 곤욕을 치르는, '마이크 잔혹사'가 계속되고 있다. 김윤호 기자 kyh81@ekn.kr

한성숙 총리 개천절 경축식서 “연대·통합의 힘 강조”

한성숙 국무총리가 개천절인 3일 “높은 문화의 힘으로 인류가 마주한 공동 난제 앞에서 경험과 기술, 문화적 역량을 나누며 함께 손잡는 데 앞장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 총리는 이날 오전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에서 열린 제4358주년 개천절 경축식에서 “그것이 바로 '홍익인간 재세이화' 정신을 실천하는 길"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한 총리는 “오늘날 대한민국은 홍익인간의 정신을 깊게 뿌리내린 역사 위에 서 있다"며 “전쟁의 폐허를 딛고 국민소득 4만불을 바라보는 자랑스러운 나라를 일궈냈다"고 평가했다. 그는 “지금 세계는 역사상 가장 빠르고 광범위한 변화의 한 가운데에 서 있다"며 “변화가 거셀수록 모든 변화의 중심에 '사람'이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인공지능(AI) 기술 발전의 혜택에서 누구도 소외되지 않도록 'AI 기본사회'를 추진하겠다"며 “AI 전환의 성과를 국민이 일상에서 체감할 수 있도록 주거 안정과 일자리, 서민금융 등 민생 분야에도 정책 역량을 집중하겠다"고 덧붙였다. 한 총리는 이날 경축식 행사에 참석한 박경수 소방위와 정은아 간호사 등 일상에서 이웃의 생명을 구한 시민들에게 감사를 표했다. 한 총리는 “각자의 자리에서 서로에게 힘이 되어 주는 국민 여러분이 '널리 이롭게 대체불가 대한민국'을 만드는 가장 든든한 힘"이라고 강조했다. 정희순 기자 hsjung@ekn.kr

“북한 경멸한다”던 李대통령 北지뢰에 “응징” 말 못하는 속사정

비무장지대(DMZ)에서 북한의 매설 지뢰로 우리 장병들이 중상을 입은 지 열흘이 넘었지만, 이재명 대통령은 북한을 상대로 '응징' 등 구체적인 대응 방안에 대해 함구하고 있다. 과거 강경한 대북 발언을 쏟아냈던 이 대통령의 침묵에는 미북 정상회담 등 복잡한 셈법이 얽혀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北 비판하면서도 전쟁보다 평화 입장 고수 3일 정치권에 따르면, 이 대통령은 성남시장 시절이던 2016년 10월 19일 과 인터뷰에서 북한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가감 없이 밝힌 바 있다. 이 대통령은 당시 인터뷰에서 '혹시 북한을 추종하느냐'는 질문에 “저는 비인간적, 비민주적인 북한을 경멸한다"며 “자기들끼리 상속하고, 3대 세습하고, 이런 불합리한 체제를 추종한다고 이야기하는 것은 저를 정신병자 취급하는 것"이라고 항변했다. 이어 “그런 말도 안 되는 체제를 추종하는 정신병자 아니다. 종북은 치료받아야 할 병"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제가 제대로 이야기할 기회가 없었는데, 저 진짜 북한 안 좋아한다. 혐오한단 말이에요"라며 “북한이 뭔가. 남북이 대치하는 상황에서 대한민국 제1 주적 아닌가. 주적을 제가 추종한다면 국가 반역자 아닌가. 저를 종북이라고 하는 사람은 제가 아주 결딴낸다"고도 했다. 다만 이 대통령은 이 당시에도 전쟁보다는 평화가 낫다는 입장은 고수했다. 이 대통령은 '진보는 북한에 퍼주기만 하자는데 바람직하다고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상대방을 압박하고 때리기만 하면 기분은 좋다. 그러다 극단적인 사태가 벌어질 수 있다"며 “기분 나쁘고 자존심 상하더라도 전쟁보다는 평화가 낫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불의의 사고" 표현 두고두고 논란 이처럼 과거 북한을 향해 날선 비판을 서슴지 않았던 이 대통령이지만, 이번 북한의 지뢰 도발 국면에서는 비판이나 대북 응징 언급을 극도로 자제하고 있다. 특히 이 대통령은 지난 1일 열린 제78주년 국군의 날 기념사에서 “얼마 전 비무장지대에서 불의의 사고로 부상을 당하신 우리의 장병들을 생각하면 지금도 마음이 아프다"며 북한의 지뢰 도발을 '불의의 사고'로 표현해 논란을 키웠다. 이에 청와대는 이튿날 “부상 장병을 위로하는 맥락에서 나온 표현"이라며 진화에 나섰으나 파장은 가라앉지 않고 있다. 정치권에서는 이 대통령의 대북 메시지 수위 조절 배경으로 미북 정상회담 변수를 꼽는다. 한반도를 둘러싼 중대 외교 국면에서 남북 간 군사적 긴장이 최고조로 치솟거나 강경 대응 카드를 꺼내들 경우, 어렵게 마련된 대화의 판 자체가 흔들릴 수 있다는 고도의 정무적 우려가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실제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을 향해 거듭 유화적인 제스처를 보내며 미북 간 대화 재개 가능성을 시사하고 있다. 이 상황에서 이 대통령이 대북 강경론을 고수하기는 쉽지 않다는 평가다. 미국이 미북 대화 모멘텀을 살리려는 판에 우리 정부 홀로 군사적 응징이나 강경 대응을 전면에 내세울 경우 자칫 한국이 '평화의 걸림돌'로 비칠 수 있다는 외교적 부담도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국민 납득할 만한 안보 원칙 입증해야 그러나 야당은 이 대통령의 이 같은 대북 발언 함구에는 쌍방울그룹의 대북 송금 사건이 배경에 있는 것 아니냐고 의심하고 있다. 이 대통령은 경기지사 재임 당시 쌍방울그룹이 북한에 스마트팜 사업비와 방북 비용을 대신 지급하게 했다는 혐의로 기소됐는데, 이 사건의 1심 재판은 이 대통령의 취임 이후인 지난해 7월 무기한 연기됐다.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는 지난 2일 페이스북을 통해 이 대통령이 우크라이나에 공개 사과를 요구한 것을 두고 “지뢰 심어 우리 국군 발목 날린 북한보다 중대한 문제인가"라며 “단순한 선택적 분노가 아니다. 분명히 이유가 있을 것이다. 북한이 '불법 대북송금' 영수증을 갖고 있기 때문에?"라고 지적했다. 한동훈 무소속 의원도 지난 1일 페이스북에 “북한 김정은 정권에게 대북송금 약점 잡힌 것은 이재명 개인이지 대한민국이 아니다"라며 “왜 자기 약점 때문에 대한민국을 저당잡히고 부끄럽게 하느냐"고 비판했다. 윤상현 국민의힘 의원은 같은 날 페이스북에 “캄강북약(캄보디아에 강하고, 북한에 약한) 대통령"이라면서 이 대통령이 지난 1월 캄보디아 범죄 조직이 우리 국민을 납치했을 때 “한국인 건들면 패가망신"이라고 한 점을 언급하며 북한에는 “입을 꾹 닫고 있다"고 꼬집었다. 이처럼 야당은 북한의 명백한 도발 앞에서도 굳게 닫힌 대통령의 입을 두고 외교적 계산을 넘어선 사법적 약점의 발현이라며 총공세에 나서고 있다. 이 대통령의 침묵은 외교적 고심의 결과물일 수 있지만, 동시에 우리 장병을 다치게 한 북한의 도발에는 미온적으로 대응한다는 거센 역풍을 자초하고 있다. 이 대통령이 국민이 납득할 만한 안보 원칙을 어떻게 증명해 낼지 정치권의 시선이 집중된다. 신교근 기자 shin1948@ekn.kr

박은정 의원이 ‘기를 쓰고’ 김지용 중수청장 반대한 속사정은

박은정 조국혁신당 의원이 김지용 중수청장(전 법무부 차관)의 임명 및 취임 행보에 배수의 진을 치고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이재명 대통령과 충돌을 불사하면서 목소리를 높이자 그 배경에 정치권의 시선이 쏠리고 있다. 2일 정치권 안팎에서는 박 의원의 이 같은 강경 행보가 표면적인 '수사 중립성' 문제를 넘어, 최근 더불어민주당과의 합당·연대 논란 속에서 조국혁신당의 독자적 존재감과 선명성을 각인시키려는 정치적 계산이 깔려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① 前대검 형사부장 남편과 얽힌 과거사 박은정 의원이 내세우는 공식적인 반대 사유는 윤석열 정부 검찰의 수사 중립성과 공정성에 대한 불신이다. 박 의원은 국회 법사위 질의 과정에서 김건희 여사 관련 수사 체계와 인사를 집요하게 파고들며 김 후보자의 적절성을 문제 삼아왔다. 그러나 법조계에서는 수면 밑의 '과거사 셈법'에도 주목한다. 김 후보자는 대검 형사부장 재직 시절 윤석열 전 대통령 장모 관련 사건에 대해 재기명령(재수사 지시)을 내린 바 있다. 문제의 지점은 김 후보자의 직전 대검 형사부장이 박은정 의원의 남편인 이종근 전 검사였다는 사실이다. 전임자 체제에서 정리됐던 사건 처리 방향과 이후 김 후보자가 내린 재기명령 조치가 선명한 대비를 이루면서, 전·후임자 간 수사 지휘 판단을 둘러싼 복잡한 대립각이 박 의원의 강경 태도에 직간접적인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는 관측이다. ②'선명 야당' 존재감 각인 여기에 최근 범여권의 지형 변화가 박 의원의 '투사' 행보에 불을 지폈다는 해석이 힘을 얻는다. 현재 민주당과 조국혁신당 사이의 정서적·정치적 거리는 여전히 상당하다. 박 의원의 강력한 견제 행보는 이러한 긴장 관계 속에서 혁신당의 존재감을 극대화하려는 전략적 포석이라는 분석이다. 지난 8월 김민석 대표 체제가 출범한 민주당은 '대통합추진단'을 띄우고 범여권 연대·통합 논의를 공식화했다. 김 대표는 전당대회 과정에서부터 혁신당과의 통합 가능성을 언급하며 '경쟁력 중심의 연대'를 주장해왔다. 반면 조국혁신당은 민주당 중심의 흡수통합 시도에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조국 혁신정책연구원장은 지난 9월 2일 민주당과의 합당 논의에 대해 “합당 논의를 하려면 양쪽 주체가 만나는 테이블이 만들어져야 하는데 그 자체가 지금 없는 상태"라며 민주당과의 신뢰 회복이 우선이라는 점을 분명히 했다. 특히 조 원장은 김민석 대표가 언급한 '경쟁력 중심의 연대와 통합'에 대해 “모욕적"이라고 직격하는 등 양당 간 신경전이 가열되는 양상이다. 여권 관계자는 “혁신당 입장에서는 민주당의 흡수통합 시도를 차단하고 독자 노선을 정당화할 최적의 무대가 바로 검찰 개혁 이슈"라며 “박은정 의원의 강경한 투사 이미지를 앞세워 내년 보궐선거 등 향후 국면에서 자당의 지분과 선명성을 확실히 확보하겠다는 계산"이라고 짚었다. ③'흡수통합' 거부 속 독자 노선 구축 양당의 속내와 셈법은 현저히 다르다. 민주당으로서는 향후 지방선거 및 선거 일정에서 범여권 표를 하나로 묶는 방안이 시급하다. 반면 조국혁신당은 민주당에 흡수되는 방식의 통합에 강한 거부감을 보이고 있다. 혁신당이 독자 노선을 유지하며 주요 인사들의 지역위원장 배치와 내년 보궐선거 출마 방침까지 내놓은 것도 당의 고유한 가치와 세력을 유지하려는 차원이다. 합당을 둘러싼 여론 지형 역시 양당이 선뜻 결론을 내리지 못하게 만드는 변수다. 최근 한국일보 조사에서는 민주당 지지층 내에서도 합당 반대 응답이 찬성보다 높게 나타났으며, 뉴스토마토가 9월 28일 공개한 여론조사에서도 전체 응답자의 55.2%가 양당 합당에 반대한다고 답했다. 여권 내부나 지지층 사이에서도 합당에 대한 일방적인 지지가 형성되어 있지 않음을 보여준다. 이 같은 상황에서 박은정 의원의 '김지용 때리기'는 조국혁신당이 민주당의 그늘에 가려지지 않고, 검찰 개혁 국면에서 가장 매섭게 싸우는 '독자적 선명 야당'임을 입증하는 핵심 카드로 활용되고 있다는 평가다. 범여권 내 주도권 싸움이 본격화되는 가운데, 박 의원을 필두로 한 조국혁신당의 선명성 투쟁은 당분간 계속될 전망이다. 한편 박 의원은 이날 페이스북을 통해 남편인 이종근 변호사(전 대검형사부장)와 관련해 “최은순 재항고장이 2021년 5월 17일 접수되었다면 5월 말 배당되었을 것이고, 남편은 6월 초 서울서부지검으로 발령받았는데 누가 무슨 사건을 뭉갰다는 것이냐"고 밝혔다. 이상무 기자 rokmc@ekn.kr

주진우 vs 한동훈…‘닮은꼴’ 검사 출신, 다른 길을 걷다

최근 이재명 정권을 향해 날을 세우는 주진우 국민의힘 의원과 한동훈 무소속 의원을 나란히 놓으면 겹치는 대목이 많다. 둘 다 서울대 법대(92학번인 한 의원이 2년 선배)를 나와 사법시험에 합격했고 검사로 출발했다. 검사 시절 윤석열 전 대통령과 인연을 맺었고 50대에 정치권에 입문해 부산을 거점으로 삼았다. 정계에 들어온 뒤의 궤적은 크게 갈렸다. 주 의원은 안정적으로 국민의힘 안에서 세를 넓혀왔다. 한 의원은 파란만장한 정치 여정을 겪다 무소속으로 국회에 입성했다. 출발점은 같았지만 정치적 생존법은 달라졌던 것이다. 주 의원은 검사 생활을 하다 윤석열 대선 후보 법률지원팀에 합류했고 정부 출범과 함께 초대 대통령비서실 법률비서관에 임명됐다. 2024년 총선에서는 해운대갑에 단수공천을 받아 국회에 입성했다. 그는 국회에 들어온 뒤에는 자신의 이름을 앞세우기 시작했다. 대표적인 수단이 유튜브 '주진우의 이슈해설'이다. 정치 현안과 형사·법률 문제를 직접 풀어 설명하는 채널로, 2일 기준 구독자가 약 48만8000명이다. 검사 출신이라는 경력을 정치 콘텐츠로 바꿔 지지층과 직접 만나는 통로를 만든 셈이다. 법제사법위원회에서 이재명 정부를 비판하고 유튜브에서 법리 해석을 더하는 방식으로 보수 지지층의 관심이 큰 사법·수사 이슈를 자기 언어로 다룬다. ◇朱 당내에서 세 확장, 韓 밖에서 무소속 생환 주 의원의 행보는 당내 입지를 넓히는 쪽으로 이어졌다. 국회 입성 2년 만에 당대표 선거에 도전했고 이후 부산시장 경선에도 뛰어들었다. 한때 한 의원과 가까운 모습을 보였지만 당정 갈등과 윤 전 대통령 탄핵 국면을 거치며 선을 그었다. 유튜브에서는 “분명히 말하지만 한동훈과 같이 갈 수 없다"고 밝혔다. 이를 계기로 당내 주류 라인에 자리를 잡았다는 평가가 나온다. 한 의원의 출발점도 윤 전 대통령이었다. 2022년 법무부 장관, 2023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 2024년 국민의힘 대표를 지냈다. 한때 '윤석열의 2인자' '황태자'로 불렸다. 관계는 예상보다 빨리 갈라졌다. 김건희 여사 문제와 채상병 특검을 둘러싸고 이견이 커졌고 12·3 비상계엄 사태를 거치며 돌아서기 어려운 수준으로 악화됐다. 한 의원은 2025년 국민의힘 대선 경선에서는 결선까지 올랐지만 후보가 되지 못했다. 이후 '당원게시판 사건'을 이유로 국민의힘에서 제명됐다. 정치인에게 당적 상실은 치명적이지만 한 의원은 무소속 출마를 택했다. 여의도 복귀 이후에도 존재감은 이어지고 있다. 한 의원은 김승원 법무부 장관 후보자 의혹과 관련한 검찰 내부 문서를 공개해 정국의 주목을 받았다. 추석을 앞두고는 국민의힘 의원 전원에게 부산 구포국수를 선물했다. 당적은 없지만 당 의원들에게 손을 내민 것이다. 두 사람 모두 특수통 검사 출신다운 집요함으로 최근 김승원 전 법무부 장관 후보자 의혹과 DMZ 지뢰 폭발 사건, 영화 '암살자(들)' 논란을 파고들며 여론의 중심에 섰다. 장기말로 따지면 두 사람은 보수의 차(車)와 포(包)에 해당한다. 두 사람의 차이는 정치적 자산에서 뚜렷하다. 주 의원은 국민의힘 소속 의원이라는 신분과 해운대갑이라는 지역 기반을 갖고 있다. 당원과 현역 의원, 지역 조직은 정치적 영향력을 넓히는 토대다. 주 의원은 이 기반 위에서 이름값을 키우고 있다. 한 의원은 전국적 인지도와 대선 경선 경험이 있지만 당내 조직이 없다. 원내 활동 공간은 확보했으나 당 조직은 별개의 문제다. 주 의원은 조직을 가지고 전국화를 시도하고, 한 의원은 인지도를 가지고 조직을 다시 만들어야 하는 처지다. ◇전국적 확장 vs 당내 세력화가 '숙제' 넘어야 할 벽도 다르다. 주 의원에게는 전국적 확장이 과제다. 대통령선거는 전국 단위 선거인데 검사 출신, 대통령실 법률비서관이라는 경력만으로는 자신의 정치적 체급을 증명하기 어렵다. 경제와 외교·안보, 복지와 노동, 부동산과 교육 등 국정 전반에서 자기 브랜드를 만들어야 대권주자 여론조사 후보군에 올라간다. 중도·무당층을 끌어들일 대중적 인지도도 더 쌓을 필요성이 있다. 한 의원에게는 당 밖에 있다는 사실이 벽이다. 대통령선거는 개인 인지도만으로 치를 수 없다. 전국 조직과 당원, 현역 의원의 지지가 필요하다. 친윤계를 비롯한 당내 주류의 반발도 여전하다. 무소속 신분은 입법 활동과 당내 세력화에도 제약이 된다. 두 사람의 공통 무대는 부산이다. 주 의원에게 부산은 정치적 기반을 다지는 곳이다. 해운대갑 의원에서 부산시장 경선까지 영역을 넓혔다. 한 의원에게 부산은 재기의 장소다. 이재명 대통령 지지율 하락이 이어지자 보수 차기 대권주자 인물에 이목이 쏠리는 가운데 두 사람 모두 부산에서 다음 단계를 준비하고 있다. '닮은꼴' 검사 출신으로 다른 길을 걷는 주·한 의원이 지지층의 이목을 사로잡고 있다. 이상무 기자 rokmc@ekn.kr

소통과 논란 사이…‘대통령 SNS’에 쏠린 눈

이재명 대통령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가 국정 현안을 직접 설명하는 '국민 소통창구'로 자리 잡고 있다. 빠른 대응과 직접적인 메시지 전달이라는 장점이 있지만, 최근에는 지지자 게시물 공유부터 대외비 문건 노출 논란까지 대통령의 SNS 자체가 새로운 정치적 쟁점이 되는 사례도 잇따르고 있다. 2일 정치권에 따르면 이 대통령은 SNS를 '국민과의 직접 소통 통로'로 강조하며 주요 현안에 적극적으로 목소리를 내고 있다. 엑스(X·옛 트위터)를 통해 언론 보도나 정치권의 주장에 직접 반박하거나 정부 정책과 성과를 소개하는 등 기존의 공식 브리핑과는 다른 방식으로 대국민 메시지를 내고 있다. 최근에는 김지용 중수청장 후보자를 '친윤 검사'라고 표현한 게시물에 직접 반박하는 등 인사와 국정 현안에 대해서도 SNS를 통한 대응을 이어갔다. 지지자들의 게시물을 직접 공유하는 모습도 눈에 띈다. 이 대통령은 최근 정부 성과를 소개한 게시물을 공유하면서 “많이들 함께해 주세요, 좌아하게 말입니다"라고 적었다. '좌아하게'는 온라인에서 일부 이 대통령 지지자들이 사용하는 표현이다. 기존의 공식 발표와 달리 현안에 즉각 반응하고 타인의 게시물까지 공유하면서 대통령의 메시지가 보다 직접적으로 전달되는 모습이다. 하지만 대통령의 게시물 하나가 곧바로 정치적 해석의 대상이 되면서 논란으로 번지는 사례도 반복되고 있다. ◇ “국민과 소통이라기보다 지지자들과 소통" 지적도 정치권에서는 대통령의 SNS가 특정 지지층과의 결속을 강화하는 공간으로 비쳐서는 안 된다는 우려도 나온다.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본지 통화에서 “국민과의 소통을 위해 SNS를 한다고 하지만, 일반 국민과의 소통 수단이라기보다 자신의 지지자들과 소통하는 수단으로 보는 게 맞다"며 “최근 '좌아하게'라는 표현도 그런 인식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신 교수는 특히 SNS가 정치인 팬덤을 형성하는 통로가 될 수 있다는 점에 주목했다. 그는 “SNS를 통해 정치인이 내 이야기에 답을 해준다는 느낌을 주면서 친밀감이 생기고, 이것이 추종과 팬덤으로 이어질 수 있다"며 “SNS 활용이 정치적 양극화에 기여할 가능성도 있다"고 분석했다. SNS의 특성상 정치인의 메시지가 지지자들에게 빠르게 확산되고, 반대로 지지층의 반응이 다시 정치인의 메시지에 영향을 미치는 구조가 만들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정치권 관계자는 “대통령이 국민에게 직접 정책을 설명하는 것은 SNS의 장점이 될 수 있지만, 지지자들과의 친밀감이나 정치적 결속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활용되면 국민 전체를 대상으로 한 국정 소통이라는 본래 취지가 흐려질 수 있다"고 말했다. SNS의 직접성은 때로 예상하지 못한 논란으로 이어지기도 한다. 이 대통령은 지난달 29일 보이스피싱 대응 성과를 알리면서 '일일 종합상황 보고' 문건 사진을 X에 게시했다. 해당 문건에는 '대외비' 표시가 있었고, 하단에는 선관위 특검과 관련된 것으로 보이는 문구가 담겨 야권의 문제 제기로 이어졌다. 야권은 대통령이 대외비 문건과 선관위 특검 관련 내용을 공개했다고 주장했지만, 청와대는 해당 자료가 보안 사안이 아니며 문건 하단 내용 역시 특검 수사 보고가 아닌 경찰의 치안 상황 보고에 기초한 것이라고 반박했다. 당초 게시물의 목적은 보이스피싱 피해 감소라는 정책 성과를 알리는 데 있었다. 그러나 자료 한 장에 포함된 정보가 새로운 정치적 쟁점이 되면서 게시물의 본래 메시지와 별개로 논란이 확대됐다. ◇타인 게시물 공유하는 과정에서도 논쟁 불거져 대통령 SNS는 전달 속도가 빠른 만큼 정책 성과를 국민에게 알리는 데 효과적일 수 있지만, 동시에 공개 범위와 표현 하나하나가 정치적 논쟁으로 번질 가능성도 크다는 점을 보여주는 사례다. 타인의 게시물을 공유하는 과정에서도 논쟁이 불거졌다. 이 대통령은 과거 지지자의 게시물을 공유했다가 해당 글에 포함된 '문조털래유'라는 표현 등이 논란이 되자 게시물을 삭제했다. 이후 다른 사람의 글을 인용하는 것이 해당 인물이 과거에 주장한 모든 내용에 동조한다는 의미는 아니라는 취지로 설명했다. 김어준씨가 이 대통령의 게시물 공유 행태를 두고 '알고리즘 감옥'이라고 비판한 데 대한 반응이었다. 정치권 관계자는 “일반인의 게시물이라도 대통령 계정에서 공유되는 순간 사실상 대통령의 메시지로 받아들여질 수 있다"며 “특히 논란이 될 만한 표현이나 정치적 편향성이 강한 내용이라면 대통령이 직접 메시지를 낸 것처럼 해석될 가능성을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결국 이 대통령의 SNS를 둘러싼 논란은 게시물의 횟수보다 누구를 향해 어떤 메시지를 내느냐의 문제다. 직접성과 신속성은 국민과의 거리를 좁히는 장점이지만, 대통령의 게시물 하나가 정치적 논쟁으로 번질 가능성도 크다. 앞으로 국민 전체를 향한 국정 소통과 지지층과의 친밀감 형성 사이에서 어떤 균형을 잡느냐가 대통령 SNS의 향방을 가를 변수로 꼽힌다. 김윤호 기자 kyh81@ekn.kr

청와대로 옮겨진 이재명·송영길의 끈끈한 인연

이재명 대통령이 송영길 더불어민주당 의원을 청와대 평화외교특별보좌관에 임명했다. 이번 인사는 이 대통령이 지난 2022년 대선 패배 직후 자신에게 지역구를 양보했던 송 의원을 특보로 곁에 두고, 그의 목소리를 경청하겠다는 의미로 읽힌다. 2일 정치권에 따르면, 최근 청와대 인선으로 고심을 거듭해 온 이 대통령은 대통령비서실에 평화외교특별보좌관을 신설하고 송 의원을 그 자리로 불렀다. 송 의원은 당내 최다선인 6선 중진으로 2020년 21대 국회 전반기 외교통일위원장을 지내는 등 정가에서는 외교통으로 통한다. 송 의원은 임명 직후 페이스북에 “미국·중국·러시아·일본을 비롯한 주변국과의 소통을 강화하고, 남북 간 대화의 공간을 다시 만들어가는 데 맡은 역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이번 인선에는 과거 이 대통령의 정치적 위기 속에서 송 의원이 보여준 결단 등 두 사람의 깊은 신뢰가 작용했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李, 대선 패배 직후 낙선하면 정치생명 끝나" 두 사람의 인연은 지난 2022년 대선 직후로 거슬러 올라간다. 대선 패배로 정치적 암흑기를 맞았던 이 대통령에게 송 의원은 자신의 지역구였던 인천 계양을을 선뜻 내어주며 활로를 열어줬다. 인천을 떠난 송 의원은 험지인 서울시장 선거에 출마하며 이 대통령의 국회 조기 등판을 도왔다. 송 의원은 지난 1월 발간한 회고록 에서 당시 상황에 대해 “민주당 지도부가 이재명 후보를 낙선 가능성 큰 분당갑 보궐선거에 전략공천할 가능성이 컸기 때문"이라며 “이 대통령이 당시 선거에서 낙선하면 정치생명이 끝날 수 있다는 판단에 서울시장 출마를 결심했다"고 회고했다. 이 대통령은 송 의원의 결단 덕분에 같은 해 6월 보궐선거에서 당선되며 국회의원 배지를 달았다. 이 대통령은 여세를 몰아 두 달 뒤인 8월 민주당 전당대회에서 당대표로 선출되며 대선 재수의 디딤돌을 놓았다. 하지만 그 사이 송 의원은 '돈봉투 사건' 등으로 수사와 재판을 받으며 옥고를 치르는 등 정치적 고초를 겪었다. 송 의원은 그러나 우여곡절 끝에 지난 6월 인천 연수갑 국회의원 보궐선거에 당선, 국회에 재입성했다. 1964년생인 이 대통령과 1963년생인 송 의원은 한 살 터울이다. 학번도 이 대통령 82학번, 송 의원 81학번으로 1년 차다. 이 대통령은 그런 송 의원을 사석에서 '형님'이라고 부르는 등 깊은 신뢰와 인간적 고마움을 표현해 온 것으로 전해졌다. ◇특보가 된 宋, 李의 '스피커 역할' 할 듯 이 대통령의 각별한 신임 속에 평화외교특보로 중용된 송 의원은 외교 문제는 물론 당내 현안에 대해서도 적극적으로 목소리를 내는 '스피커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송 의원은 임명 직후 국내·외 민감한 정치 현안들에 대해 특유의 거침없는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송 의원은 이날 MBC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이 대통령의 김지용 중수청장 후보자 지명을 두고 철회를 요구하는 추미애 경기지사와 김용민 민주당 의원을 향해 “대통령이 임명했는데 그걸 흔들면 어쩌라는 건가. 대통령의 인사권을 뺏어오겠다는 것이냐"며 쓴소리를 아끼지 않았다. 서부전선 비무장지대에 발생한 북한 지뢰 폭발 사고에 대해서는 “(북한의) 완전한 도발"이라며 소행을 부인하는 북한을 향해 '공동조사' 수용을 촉구했다. 이어 부상을 입은 장병들에 대해서는 “특진을 시켜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우크라이나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대통령이 북한군 포로송환 비공개 약속을 파기한 것과 관련해서는 “우크라이나의 공식 사과를 받아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자 이 대통령은 송 의원의 방송 직후 자신의 X(구 트위터)에서 우크라이나 정부를 향해 “사실 인정과 공개 사과를 계속 거부하면 추가 조치를 해 나갈 것"이라며 강경한 입장을 표명했다. 4년 전 자신의 안방을 내주면서까지 이 대통령을 지켰던 송 의원, 그런 송 의원에 각별한 배려를 아끼지 않는 이 대통령의 끈끈한 인연에 정가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신교근 기자 shin1948@ekn.kr

李대통령, 김지용 중수청장 후보자 인사청문요청안 재가…임명 수순

이재명 대통령이 김지용 중대범죄수사청장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요청안을 재가했다. 김 후보자는 국회 인사청문 절차를 거쳐 임명 여부가 결정된다. 강유정 청와대 수석대변인은 2일 출입기자단 공지를 통해 이같이 밝혔다. 청와대는 이날 김 후보자의 인사청문요청안을 국회에 송부할 예정이다. 이에 따라 국회 인사청문회 등 임명 절차가 진행될 예정이다. 다만 이 대통령이 김 후보자를 지명한 뒤 3주 넘게 인사청문요청안 제출을 미루면서 이날 출범하는 중대범죄수사청은 청장 공석 상태로 문을 열게 됐다. 김 후보자를 둘러싼 논란도 이어지고 있다. 청와대는 전날 김 후보자와 관련해 제기된 ▲친윤 검사 논란 ▲윤석열 당시 검찰총장 징계 청구에 반대하는 성명 동참 ▲정진웅 당시 부장검사의 독직폭행 사건 기소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 사건 관여 ▲채널A 사건 포렌식 거부 등 5가지 의혹에 대해 조목조목 반박했다. 성기홍 청와대 홍보소통수석은 김 후보자의 친윤 검사 의혹에 대해 “전혀 맞지 않는 주장"이라고 밝혔다. 김 후보자는 2020년 8월 추미애 당시 법무부 장관 재직 당시 검사장으로 승진했다. 이후 대검찰청 형사부장으로 재직하던 2021년 7월 윤 전 대통령의 장모 최모씨의 모해위증 사건에 대해 재기 수사를 명령했다는 게 청와대 설명이다. 성 수석은 이 때문에 김 후보자가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첫 인사에서 지방으로 좌천됐고 이듬해 사실상 검찰에서 쫓겨났다고 밝혔다. 이 대통령도 앞서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김 후보자에 대한 비판을 반박하는 글을 올렸다. 이 대통령은 “검사 출신이라고 다 버리자면 박은정 조국혁신당 의원도 임은정 검사장도 이성윤 더불어민주당 의원도 다 검사 또는 검사 출신인데 그분들은 어찌 되겠느냐"고 적었다. 이어 “중요 수사기구 책임자에 수사전문가인 전직 검사를 검사 출신이란 이유로 쓰지 말라고 하면 중수청을 망치자는 얘기나 마찬가지"라며 “중수청이 제 기능을 못하면 나라의 질서와 국민의 안전이 어찌 되겠느냐"고 했다. 이상무 기자 rokmc@ekn.kr

자료부터 남다른 국감 스타 탄생의 ‘필요조건’

매년 10월이면 국회 의원회관의 밤이 길어진다. 국정감사를 앞두고 보좌진들은 피감기관 답변서를 다시 뜯어보고 통계표의 숫자를 대조하며 의원이 던질 질문의 순서를 바꾼다. 의원실마다 목표는 비슷하다. 피감기관을 긴장시키면서도 국민이 알아들을 수 있는 질문 한두 개를 만드는 것이다. 국감은 행정부를 감시하는 국회의 핵심 기능이다. 동시에 의원 개인에게는 전국적인 인지도를 얻을 수 있는 큰 무대다. 최근 5년간 주목받은 의원들의 사례를 보면 국감 스타들은 '자료·질문·후속조치' 과정에서 차별화를 이룬다. 파급력 센 자료를 확보하고, 이를 짧은 질문으로 바꾸고, 답변을 법과 예산으로 연결하는 것이다. 출발점은 자료다. 2023년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국감에서 이소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서울~양평고속도로 논란과 관련한 자료를 토대로 남한강휴게소 운영권 특혜 의혹 등을 잇따라 제기했다. 같은 상임위 한준호 민주당 의원도 양평고속도로 노선 검증으로 이름을 알렸다. 탄탄한 논리와 선명한 전달력이 돋보인 질의라는 평가다. 물증의 힘은 2024년 국감에서도 확인됐다. 민형배 의원은 안세영 선수가 대한배드민턴협회에 보낸 13장 분량의 건의문 전문을 공개했다. 구두질의에 그치지 않고 당사자의 목소리가 담긴 문건을 제시하면서 협회 운영 관행을 따져 물을 근거가 마련됐다. 국감 자료에는 수백 페이지의 표와 기관별 답변이 쌓인다. 의원이 찾아야 할 것은 기존 설명과 맞지 않는 숫자 한두 개다. 보좌진은 몇 달 전부터 전년도 지적 사항, 감사원 자료, 부처 통계, 공공기관 경영공시, 예산서와 결산서를 겹쳐 본다. 한 의원실 보좌진은 “기관이 제출한 자료만 보면 놓치는 부분이 생긴다"며 “현장 제보와 기관 자료를 대조하는 작업이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좋은 자료는 피감기관이 사실과 다르다고 반박하기도, 문제없다고 답하기도 어려운 숫자를 담고 있다. ◇질문은 짧고 숫자는 정확해야 자료 확보 다음은 질문 설계로 빌드업이 이어진다. 의원에게 주어진 시간은 제한돼 있다. 질문이 길어지면 답변 시간이 늘고, 질문이 많아지면 한 가지 쟁점도 끝까지 파고들기 어렵다. 그래서 준비된 의원들은 질문을 쪼갠다. “이 자료가 맞습니까." “그렇다면 이 수치는 왜 다릅니까." “지난해 국감에서는 이렇게 답변했는데 올해 자료는 왜 바뀌었습니까." 상대의 답변을 다음 질문의 근거로 삼는 방식이다. 2025년 국감에서는 기획재정위원회 김태년 민주당 의원이 입법과 예산을 함께 짚으며 주목받았다. 국민의힘 박수영 의원은 한미 관세 협상과 부동산 대책을 사전에 준비한 자료로 파고들었다는 평가를 받았다. 현장을 지켜본 매체들은 두 의원의 공통점으로 철저한 준비와 구체적인 정책 질의를 꼽았다. 언변도 평가 요소다. 국감에서 말 잘하는 의원은 질문이 짧고 숫자가 정확하다. 답변자가 장황하게 설명하기 시작하면 질문으로 끊고, 필요한 답을 받은 뒤 다음 자료를 제시한다. 상대가 인정해야 할 대목에서는 충분히 기다린다. 시청자가 30초 안에 이해할 수 있는 구조가 큰 동작이나 목소리보다 오래 남는다는 게 정치권의 시각이다. 복잡한 정책을 직관적으로 전달하는 소품과 시각자료도 활용된다. 2021년 경기도 대상 국토위 국감에서 송석준 국민의힘 의원은 대장동 개발 특혜 의혹을 비판하며 양의 탈을 쓴 강아지 인형 '대동이'를 들고 나왔다. 노회찬 전 의원이 국감장 바닥에 신문지를 깔고 누워 수용 면적의 실태를 보여준 장면도 지금까지 회자된다. 2020년에는 기술 개발의 필요성을 강조하기 위해 자율주행 로봇을 시연한 질의가 나왔다. 세 번째 요소는 후속 조치다. 국감 당일 보도되는 자료는 수없이 많지만 몇 달 뒤에도 기억되는 국감에는 대개 후속 조치가 따라붙는다. 이철규 국민의힘 의원은 2023년 국감에서 연구·개발 이권 카르텔, 소규모 신재생에너지 접속 문제, 대기업의 중소기업 기술 탈취, 코로나19 재난지원금 환수 문제 등을 다뤘다. 이 의원은 재난지원금 환수 면제를 위한 법률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고, 개정안은 그해 12월 본회의를 통과했다. ◇잘못 인정하는 답변 유도가 중요 국감에서 가장 강한 질문은 잘못을 인정하는 답변을 받아내는 질문이다. 2024년 국감에서 국정감사NGO모니터단 우수의원으로 선정된 강민국 국민의힘 의원은 금융사고 463건을 분석해 재발 방지 대책을 요구했다. 부동산 대출과 전월세 대출, 소비자 보호 문제도 함께 제기했다. 사례를 나열하는 데서 멈추지 않고 금융사고를 유형별로 분류해 정책 문제로 연결한 점이 눈에 띈다. 여기서 한 걸음 더 나아가 “그러면 어떻게 고치겠느냐"는 답변까지 끌어내는 질문이 성과로 남는다. 화제성만 좇은 질의는 역풍을 낳는다. 2024년 국감에서는 일부 의원의 막말과 비속어가 논란이 됐다. 국정감사NGO모니터단은 질의의 적시성·실효성·충실성·공익성·공정성을 평가 기준으로 제시하고, 중복 질의와 막말·고성·시간 미준수를 감점 요소로 삼았다. 같은 자료에서는 일부 상임위원장의 발언 시간이 의원 평균 질의 시간의 5배를 넘긴 사례도 지적됐다. 2025년에는 '쇼츠 국감'이라는 표현이 등장했다. 현장을 영상화한 매체들은 고성과 정쟁, 보여주기식 질의를 비판하면서 준비된 자료와 정책 대안을 제시한 의원들에게 상대적으로 높은 평가를 내렸다. 국감장에서 피감기관장을 윽박지르는 장면은 짧은 영상으로 만들기 쉽다. 그러나 소리를 빼고 질문 내용만 보면 무엇을 지적했는지 알기 어려운 경우가 생긴다. 뚜렷한 근거 없이 인신공격성 발언을 쏟아내거나 국감과 무관한 소품을 들고 나오는 행태도 여론의 역풍을 맞기 쉽다. 국감은 생중계되고, 발언은 영상과 기사로 남는다. 상대를 몰아세우는 데 성공해도 자료와 정책 대안이 보이지 않으면 '송곳 질의'보다 '고성 국감'으로 기억될 가능성이 크다. 반대로 증인의 허점을 논리적으로 짚고 차분하게 답을 끌어낸 질의는 오래 남는다. 이상무 기자 rokmc@ek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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