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검, 중단됐던 尹 조사 재개…“오늘 마치기 어려울듯”

12·3 비상계엄과 관련한 내란·외환 사건을 수사하는 조은석 특별검사팀이 28일 윤석열 전 대통령의 조사를 재개했다. 특검팀은 언론 공지를 통해 “오후 8시 25분 윤 전 대통령에 대한 조사를 재개했다"고 밝혔다. 윤 전 대통령은 이날 오후 4시 45분부터 7시까지 김정국·조재철 부장검사로부터 비상계엄 전후 국무회의 의결 과정 및 외환 혐의 등에 대한 조사를 받고 저녁 식사를 했다. 앞서 오전 9시 55분께 서울고검에 도착한 그는 10시 14분부터 1시간가량 박창환 경찰청 중대범죄수사과장(총경)으로부터 체포 저지 혐의에 대해 조사받았다. 특검팀은 점심 식사 후 이 혐의 조사를 이어가려 했지만 윤 전 대통령 측에서 경찰이 아닌 검찰이 신문해야 한다며 돌연 조사를 거부했다. 양측은 3시간여 대치를 이어가다 특검팀이 체포 저지 혐의 조사를 중단하고 검찰이 주도하는 혐의 조사로 넘어가면서 윤 대통령 측도 응했다. 박지영 특검보는 앞서 언론 브리핑에서 “오늘 중 조사를 마치긴 물리적으로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며 추가 소환을 시사했다. 박성준 기자 mediapark@ekn.kr

이두희·이스란 발탁…실적과 전문성 앞세운 ‘일하는 정부’ 실험

지난 26일 이재명 대통령은 국방부·보건복지부·환경부·고용노동부 차관과 공정거래위원회 부위원장 등 차관급 인사를 단행했다. 전원 해당 부처에서 잔뼈가 굵은 관료 출신 인사로, '정치보다 실무, 형식보다 실적'을 내세운 실용주의 인사로 평가된다. 그 중심엔 이두희 국방부 차관과 이스란 보건복지부 1차관이 있다. 각각 국방 전략과 복지 정책의 핵심 실무 라인을 책임져온 전문가로, 이재명 정부의 국정 철학과 인사 기조를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 이두희, 미사일 전략 사령관에서 국방정책 최전선으로 이두희 신임 국방부 차관은 육군사관학교 46기 출신으로, 육군 제1군단장, 국방부 정책기획관, 미사일전략사령부 사령관을 역임했다. 야전지휘와 정책기획을 두루 경험한 '현장형 전략가'다. 특히 현역 사령관 신분에서 곧바로 차관직에 임명된 것은 이례적인 사례로, 변화하는 전장 환경과 미사일 전력 증강 등 안보 과제를 실무적으로 뒷받침할 적임자로 꼽힌다. ◇ 이스란, 연금·복지 정책 두루 꿰뚫은 실무통 이스란 보건복지부 1차관은 복지부 내에서 연금재정과장, 연금정책과장, 연금정책관 등 연금 분야 주요 직책을 모두 거쳤다. 동시에 건강정책국장, 보육정책과장 등을 역임하며, 복지 정책 전반에 깊이 관여한 실질적인 정책 주역이다. 대통령실은 “사회안전망 강화라는 국정 철학을 실현할 대표적 정책형 관료"로 이 차관을 소개했다. 여성 관료로서 주요 정책부서를 두루 이끈 점도 조직 다양성과 포용의 흐름을 반영한다. ◇ '기후·노동·공정'도 실무자 카드…관료형 인사 본격화 환경부 금한승 차관은 환경부 기후탄소정책실장, 탄소중립녹색성장위원회 사무차장, 기후변화정책관 등을 역임한 30년 경력의 환경 전문가다. 고용노동부 권창준 차관은 기획조정실장, 청년고용정책관, 노사협력정책관 등을 맡으며 현장형 노동정책을 이끈 인물이다. 공정거래위원회 남동일 부위원장은 공정위 대변인, 소비자정책과장, 사무처장, 상임위원 등을 두루 거친 조정형 관료다. 플랫폼 시대에 맞는 공정거래정책을 주도할 적임자로 평가된다. 김은지 기자 elegance44@ekn.kr

檢 포토라인에 선 尹…특검보 면담후 조사시작

윤석열 전 대통령이 내란 특검의 첫 피의자 신분으로 28일 공개 출석해 조사를 받고 있다. 윤 전 대통령이 피의자석에 앉은 것은 지난 1월 체포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조사를 받은 뒤 약 5달 만이다. 이날 윤 전 대통령은 지하 주차장 출입 시도 없이 곧바로 고검 정문으로 이동한 뒤 차에서 내려 공개 출석했다. 검은색 정장에 붉은색 넥타이를 입은 윤 전 대통령은 차 뒷좌석에서 내려 청사 출입문까지 빠른 걸음으로 향했다. 그는 출입문 앞 계단을 가득 메운 취재진을 굳은 표정으로 흘깃 바라보다 이내 정면을 응시하며 건물 안으로 들어갔다. 앞서 윤 전 대통령 측은 출석 모습이 공개되는 게 적절치 않다며 지하 주차장을 통한 비공개 출석을 요청했다. 하지만 특검팀은 특혜를 줄 수 없다며 정문을 통한 출입을 강조했다. 이 외에 다른 방식의 출석을 고수할 경우 소환 불응으로 간주하고 체포영장을 신청하겠다고 압박을 넣기까지 했다. 윤 전 대통령은 취재진의 질문에 아무런 말을 하지 않고 곧장 조사실로 향했다. 이날 윤 전 대통령은 내란 특별검사팀 박억수·장우성 특검보와 10여분간 사전 면담 후 오전 조사에 들어갔다. 박지영 특검보는 이날 언론 브리핑에서 윤 전 대통령이 오전 10시 14분부터 조사를 받고 있다며 오전 조사는 체포영장이 청구됐던 피의사실에 대해 이뤄질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지난 1월 대통령경호처를 동원해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의 체포영장 집행을 방해한 혐의, 비화폰 기록 삭제 지시 혐의 등을 먼저 조사한다는 설명이다. 조사는 수사 연속성을 고려해 박창환 경찰청 중대범죄수사과장(총경)이 진행하고 있다. 중대범죄수사과 최상진, 이정필 경감도 조사에 참여했다. 박 특검보는 “박 총경은 특검에 파견된 경찰 내 대표적 엘리트 수사통으로 이 수사를 처음부터 이끌어왔다"며 “오로지 수사 논리, 수사 효율성에 따른 것"이라고 말했다. 박 총경은 경찰대 15기(95학번)로, 경찰 재직 중 사법시험 52회(사법연수원 42기)에 합격했으며 광역수사대, 강력범죄수사대, 중대범죄수사과 등에서 근무한 수사 전문가다. 다양한 대형 수사에 참여했고 주요 사건 경력으로는 1월 윤 전 대통령 체포영장 집행을 비롯해 한국형 구축함(KDDX) 관련 전방위사업청장 알선수재 수사, 사교육카르텔 의혹 수사, 이태원 사건 특수단, 이대목동병원 신생아 4명 사망 사건 등이 있다. 변호인 중에서는 채명성·송진호 변호사가 입회해 방어에 나섰다. 고검장 출신 김홍일 변호사도 이날 함께 출석했으나 경찰 수사 단계 혐의 조사에 직접 입회하지는 않았다. 진술거부권 행사 여부와 관련해 박 특검보는 윤 전 대통령이 현재로서는 아직 진술거부권을 행사하고 있지 않다면서 “충분히 진술하실 듯하다"고 말했다. 윤 전 대통령과 변호인단은 조사 시작 전 박억수·장우성 특검보와 10여분간 면담하면서 출석 방식·조사에 관한 의견을 피력했다고 한다. 윤 전 대통령 본인도 의견을 밝혀 특검팀이 청취했다. 수사를 총괄하는 조은석 특검은 따로 만나지 않았다. 서울고검 현관에 도착했을 때는 장영표 특검 수사지원단장이 윤 전 대통령을 안내했다. 조사실은 고검 청사 6층에 마련됐다. 조사 공간은 일반 검사실 구조와 유사하다고 박 특검보는 전했다. 검찰은 시간이 허락되면 체포 집행 방해 및 비화폰 삭제 지시 혐의, 계엄 선포 전후 국무회의에 관한 내용 외에 외환 혐의 등도 폭넓게 조사할 계획이다. 박 특검보는 “조사 시간에 따라 유동적이나, 국회 의결 방해나 외환 등에 대한 조사도 이뤄질 예정"이라며 “가급적 그 부분에 대해서도 조사하려는 생각"이라고 말했다. 외환 혐의는 비교적 검찰·경찰 수사가 미진한 것으로 평가돼왔지만, 박 특검보는 “상당 부분 자료도 축적돼 있다"며 “어느 정도 조사에 관한 준비는 된 것으로 안다"고 했다. 윤 전 대통령은 오전 조사를 마치면 고검 청사 내에서 점심을 해결한 뒤 오후 조사에 임할 것으로 보인다. 특검팀은 윤 전 대통령이 동의하면 심야 조사도 진행할 예정이다. 박성준 기자 mediapark@ekn.kr

태도 바뀐 송미령…민주당과 양곡관리법 등 입법 합의

더불어민주당과 농림축산식품부가 양곡관리법 등 농업 핵심 법안 6건을 여름 전후 국회에서 처리하기로 합의했다. 과거 '농망(農妄)법'이라 칭했던 송미령 장관도 입장을 선회해 새 정부 기조에 부합하는 추진 의지를 공식화했다. 더불어민주당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농해수위)는 27일 국회에서 송미령 장관 간 당정협의를 열고 △양곡관리법 △농수산물 유통 및 가격 안정에 관한 법률(농안법) △농어업재해대책법 △농어업재해보험법 △필수농자재법 △한우법 등 총 6개 '농업·민생 법안'의 단계별 입법을 추진하기로 했다. 송미령 장관은 이날 당정협의에서 “정책은 국정철학과 현장의 실행력을 함께 고려해야 지속 가능하다"며 “식량 안보, 농가 소득, 재해 대응이라는 새 정부의 기조에 맞춰 농정 방향을 전면 재정비하겠다"고 밝혔다. 윤석열 정부 당시 양곡관리법을 '농망법'이라며 강하게 비판했던 그는 이날 협의에서 “사전 수급조정 장치가 포함된 지금은 추진 여건이 됐다"며 입장을 선회했다. 이는 이재명 정부가 전략작물 전환 인센티브 도입 등 사전적 생산조정 장치를 명시하면서 가능해졌다는 설명이다. 송 장관은 “생산량이 과잉되지 않도록 사전에 조절하고, 예외적으로 과잉이 발생한 경우에만 정부가 공공비축미를 매입하는 구조로 전환한 것"이라며 “정책은 지속가능해야 하며, 이번 개정안은 현장의 실행력을 강화한 것이 핵심"이라고 밝혔다. 이날 협의에서 특히 강조된 법안은 '농어업재해보험법'과 '재해대책법'이었다. 재해보험법은 자연재해로 보험금을 수령한 농민에게 다음 해 할증 보험료를 부과하지 않도록 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재해대책법은 재해 피해 농가에 대해 생산비 일부 또는 전부를 보전해주는 내용을 골자로 한다. 송 장관은 “기후 위기로 인해 재해가 반복되고 있어 농가의 생존권 차원에서 실질적인 안전망을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의원도 “재해는 하늘이 일으킨 것인데, 농민에게 할증 부담을 전가하는 것은 부당하다"며 법 개정의 시급성을 언급했다. ◇농안법·한우법 등도 방향 전환…“사후 지원 아닌, 사전 수급관리 중심" 농안법 개정안은 마늘, 양파, 포도 등 15개 주요 품목에 대해 가격이 기준 이하로 하락할 경우 정부가 차액을 지원하는 '가격안정제'를 일부 도입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당정은 이 제도의 효과성과 재정부담을 감안해 수급 예측이 가능한 품목부터 선별 도입하기로 했다. 윤석열 정부 시절 거부권이 행사됐던 '한우법'도 이번에는 새로 발의된 법안 7건을 병합 심사해 농해수위에서 의결됐다. 송 장관은 “한우 산업의 특수성과 발전 방향을 반영하겠다"며 개별 축종법에 대한 반대 입장을 철회했다. 이번 농업 6법 추진의 핵심에는 '쌀 과잉생산 방지'와 '작물 전환 인센티브'가 있다. 정부는 밀, 콩, 사료작물로의 품종 전환을 유도하며 쌀 생산면적을 조절할 방침이다. 이에 필요한 예산은 약 4000억 원 규모로 추산된다. 이재명 정부는 이를 '식량 안보와 농가 안정에 대한 투자'로 판단해 재정 투입에 적극적이다. 송 장관은 “현재도 전략작물 지원 예산으로 2400억 원이 집행되고 있어, 추가 재정 소요는 제한적일 것"이라며 “과잉 생산을 사전에 막는 것이 가장 경제적인 방식"이라고 강조했다. 이날 협의에 참여한 이원택 민주당 의원은 “기후재해에 대비한 재해보험법과 재해대책법은 7~8월 통과, 양곡법과 농안법은 수확기 전인 8~9월 사이 국회 통과를 목표로 하고 있다"며 “사전 수급조절을 중심에 둔 방향으로 당정이 이견 없이 합의했다"고 밝혔다. 김연숙 기자 youns@ekn.kr

내란특검, 尹 대면조사 시작…검찰청사 포토라인에 섰다

지난해 비상계엄과 관련한 내란·외환 사건을 수사하는 조은석 특별검사팀이 윤석열 전 대통령의 대면 조사를 시작했다. 윤 전 대통령이 피의자석에 앉은 것은 지난 1월 체포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조사를 받은 뒤 약 5달 만이다. 특검팀은 28일 오전 10시 14분부터 윤 전 대통령 조사를 시작했다고 언론에 공지했다. 윤 전 대통령은 이날 지하 주차장 출입 시도 없이 곧바로 고검 정문으로 이동한 뒤 차에서 내려 공개 출석했다. 검은색 정장에 붉은색 넥타이를 입은 윤 전 대통령은 차 뒷좌석에서 내려 청사 출입문까지 빠른 걸음으로 향했다. 그는 출입문 앞 계단을 가득 메운 취재진을 굳은 표정으로 흘깃 바라보다 이내 정면을 응시하며 건물 안으로 들어갔다. “지하 주차장으로 들어가지 않은 이유가 있나", “조은석 특검을 8년만에 피의자 신분으로 만났는데 어떤가", “이번에도 진술거부권 행사할 것인가" 등 취재진의 질문에는 묵묵부답으로 일관했다. 윤 전 대통령이 차에서 내려 건물로 들어가기까지 약 10초가 걸렸다. 앞서 윤 전 대통령 측은 출석 모습이 공개되는 게 적절치 않다며 지하 주차장을 통한 비공개 출석을 요청했다. 하지만 특검팀은 특혜를 줄 수 없다며 정문을 통한 출입을 강조했다. 이 외에 다른 방식의 출석을 고수할 경우 소환 불응으로 간주하고 체포영장을 신청하겠다고 압박을 넣기까지 했다. 특검팀은 우선 대통령경호처를 동원해 공수처의 체포영장 집행을 방해한 혐의를 캐물을 것으로 보인다. 경호처는 지난 1월 3일 공수처의 1차 체포영장 집행 시도 당시 200여명의 인간띠와 3단계 차벽을 동원해 공수처와 경찰 인력의 한남동 관저 진입을 막았다. 1월 15일 2차 체포영장 집행을 앞두고는 윤 전 대통령이 경호처 부장단과 오찬에서 “총을 쏠 수는 없느냐"라고 말했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특검팀은 윤 전 대통령을 상대로 군사령관들의 비화폰 관련 정보 삭제를 지시한 혐의(경호처법상 직권남용 교사), 계엄 전후 국무회의 상황 등도 강도 높게 조사할 방침이다. 한덕수 전 국무총리, 최상목 전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이상민 전 행정안전부 장관 등과 계엄에 관한 사항을 논의했는지 등도 조사 대상에 포함될 것으로 보인다. 이는 앞서 검찰이 윤 전 대통령을 내란 우두머리 혐의로 기소할 때는 포함되지 않았거나 제한적으로만 담겼던 내용이다. 윤 전 대통령 측에서는 검찰 강력·특수통 출신의 김홍일(사법연수원 15기) 변호사를 비롯해 채명성(36기)·송진호(40기) 변호사가 조사에 입회한다. 박성준 기자 mediapark@ekn.kr

‘38년 지기’ 정성호 “이재명은 한국판 오다 노부나가”

1987년 봄, 사법연수원 학회실. 법전을 펴놓고 토론하던 젊은 연수생들 사이에서 유독 또렷한 목소리로 불합리함에 맞서는 한 사람이 있었다. 가난한 소년공 출신의 '비주류' 변호사 지망생. 정성호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그때를 떠올리며 말했다. “지금도 변하지 않았습니다. 자기 목소리가 분명한 사람입니다." 정 의원은 지난 25일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서울대 정치외교학부 총동창회 주최 '송강포럼'에서 이재명 대통령과의 38년 인연을 풀어놓았다. 정 의원은 원조 친명계 핵심인 '7인회'의 좌장이자, 이 대통령의 정치 여정을 가장 가까이서 지켜본 인물이다. 이날 그는 '정치인 이재명'을 한마디로 “실용적이고 현실적이며, 도그마나 이념에 갇히지 않는 사람"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선출된 공직자로서 '세금값은 해야 하지 않겠냐'는 인식이 굉장히 투철하다"며, 이재명식 행정의 출발선에 국민 세금의 가치를 되돌려줘야 한다는 실용주의적 감각이 자리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정 의원은 이 대통령은 성남시장 시절 무상급식으로 시작된 정책들을 밀어붙였던 것을 대표적 사례로 소개했다. 무상교복, 무상산후조리 등으로 확장된 이른바 '무상 시리즈'는 매번 언론과 야당의 뭇매를 맞았다. “포퓰리즘이다", “재정 낭비다"란 비판 앞에서도 단호했다. “밥을 굶는 아이가 있는 나라에서 '세금값'을 논하는 건 순서가 잘못된 겁니다." “밥은 공짜가 아닙니다. 다만 어떤 아이도, 가난하다는 이유로 밥을 굶어선 안 됩니다." 정 의원은 그 결단력의 원천을 소년공 시절의 분노와 연민에서 찾았다. 이 대통령은 경북 안동 예안면 도촌동, 산골 마을에서 태어나 초등학교를 마치자마자 중학교 대신 공장에 들어갔다. 하루 12시간 넘는 노동, 통금 전까지 버티며 쪽잠을 자고, 어린 이재명은 공장에서 작업반장의 부당한 폭력에도 눈을 감지 않았다. 정 의원은 “약자였지만 불의에 맞섰어요. 그게 이 대통령의 성격을 보여주는 것 같다. 옳지 않다고 생각하면 단호하게 맞서 싸워왔습니다"고 말했다. 그가 받은 월급은 5만2900원. 성장판이 눌려 팔이 뒤틀릴 정도로 다쳤지만 산재 보상도 받지 못했다. 기계에 손가락이 휘감기는 사고를 당해도 다음 날 다시 현장으로 갔다. 정 의원은 “자기 어린 시절을 하나의 '추억'으로 소비하지 않습니다. 그 고통스러운 경험을 겪었던 사람들을 생각하고 연민의 감정을 갖고 공감하면서 거기서 벗어날 수 있도록 하는 게 정치 역량이고 실력이 있다고 생각합니다"고 말했다. 그리고 덧붙였다. “그런 점 때문에 제가 (이 대통령을) 도왔습니다." 정 의원은 이 대통령을 일본 전국시대의 오다 노부나가에 비유했다. “결단이 빠르고, 상황 판단이 정확합니다." 이 말은 단지 비유에 그치지 않았다. 지난 26일, 이재명 대통령은 국회 본회의장에서 취임 후 첫 시정연설을 가졌다. 추가경정예산(추경)안 처리를 위한 자리였다. 그는 먼저 우원식 국회의장과 여야 지도부를 만나 머리를 숙였다. “제가 이제 을이라, 각별히 잘 부탁드립니다." 연설이 시작되자, 대통령은 국정운영의 방향성과 함께 추경의 필요성, 예산의 사용 목적을 조목조목 짚어나갔다. “경제와 민생을 살리는데 여야가 따로 있을 수 없습니다." 연설을 마친 이 대통령은 야당 의원들을 향해 90도 가까이 허리를 숙였다. 그는 본회의장을 나서며 국민의힘 의원석으로 걸어가 야당 의원들과 일일이 악수를 나눴고, 일부 의원들과는 짧은 대화를 주고받았다. 그는 추경안 시정연설이 끝난 후 용산 대통령실 앞 골목상권을 찾았다. “골목상권이 살아야 경제가 살고 민생이 삽니다"라며 “국회로 넘어간 추경안이 통과해 시민들이 느끼는 삶의 형편이 조금이라도 나아지고 경제회복의 마중물이 되길 희망한다"고 밝혔다. 정 의원은 “그동안 우리 사회에 쌓여 있는 여러 불합리한 규제를 조정하는 데 있어 이재명 대통령이 획기적인 변화를 이끌 것"이라며 “해양수산부 부산 이전 같은 국정 과제도 이른 시일 내 현실화될 것"이라고 자신했다. 그는 끝으로 “이재명이 부패한 사람처럼 인식되는 게 가장 안타깝다"고도 말했다. “제가 국회의원 선거에 7번 나갔지만, 이 대통령은 단 한 번도 후원금을 낸 적이 없습니다. 제가 국회 예결위원장을 할 때도 '취임 축하' 화환을 안 보낸 유일한 시도지사였어요." 정 의원은 “그만큼 권력 주변의 허례허식에 무관심하고, 원칙에 충실한 사람"이라고 강조했다. 김하나 기자 uno@ekn.kr

“한국이 美 군함 건조?…갈 길 멀고 이익 내기 어렵다”

우리나라 조선산업이 최근 미국 해군 조함·수리 사업 참여 가능성과 글로벌 무역 전쟁에 따른 선박 수요에 따라 전망이 밝지만, 그 과실을 제대로 수확하려면 치밀한 준비과 노력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대한민국 미래혁신포럼'이 27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개최한 'K-조선 재도약을 위한 미래 국가전략 토론회'에서 국회, 정부, 산업계, 학계 전문가들은 보호무역주의 확산과 글로벌 기술 경쟁 심화에 대응하기 위한 구체적인 산업전략을 제시했다. 이번 포럼은 미국의 '조선업법'(Shipyard Act), 중국의 과점 구조 강화, 일본의 국립조선소 추진 등 자국 중심 조선 패권 경쟁이 심화되는 가운데 한국 조선산업의 구조적 대응과 미래 청사진 마련이 시급하다는 인식에서 마련됐다. 이날 발제를 맡은 양종서 한국수출입은행 수석연구원은 미국 행정부의 조선산업 전략을 분석하고, 한국의 대응 방향을 제안했다. 양 연구원은 “미국은 자국 조선산업을 안보·공급망 회복력 핵심 기반산업으로 간주하고 있으며, 조선업을 단순 제조업이 아닌 전략 산업으로 끌어올리는 중"이라며, “우리도 이 흐름에 맞춰 대응전략의 고도화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양 연구원에 따르면 미국 해군은 한국 등 동맹국의 군함 건조를 긍정적으로 검토한다는 입장을 밝혀왔지만, 미 의회는 해외건조를 위한 법 개정에 극히 소극적인 것으로 알려졌다. 군함 건조를 위한 외국 기업의 참여는 안보 규정(NAVSEA C-222-H001 등)에 따라 비미국 시민의 접근이 원천 차단되고, 예외 적용은 해상시스템사령관의 승인을 받아야만 가능하다. 이는 실질적으로 외국 기업이 미국 조선 시장에 참여하기 위해서는 미국 내 현지 투자가 사실상 필수라는 의미다. 한국 기업들이 진입 가능한 상선 시장 역시 투자 실익이 크지 않다는 분석이다. 양 연구원은 “미국은 연안 운송 중심의 중소형 상선 중심 시장을 형성하고 있으며, 한국 조선산업은 대형 선박, 특히 LNG선·VLCC(초대형 유조선) 등 고부가가치 선박 중심으로 특화돼 있어 미국 내 상선 수요 구조와 괴리가 크다"고 진단했다. 아울러 현재 미국 내 조선산업은 핵심 기자재 공급망과 인력 인프라가 거의 붕괴된 상태로, 외국 기업이 미국에 진출하더라도 시설 확충, 인력 재교육, 기자재 라인 복원 등 막대한 초기 투자 비용이 수반된다고 양 연구원은 지적했다. 이에 따라 양 연구원은 미국 보호주의 강화에 대응하기 위해 한국이 준비해야 할 전략으로 △조선금융·보증지원 확대 △FTA 및 조달시장 전략 연계 △기술역량 기반 공동개발 △현지화 전략과 기자재 공급망 참여 △산업외교 강화와 제도 공조 확대 등을 제안했다. 이날 토론에서 전문가들은 한-미 간 조선·해양 분야의 전략적 연계를 통해 상호 보완적인 파트너십을 구축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토론회 좌장을 맡은 김현수 인하공업전문대 교수는 “한국 조선업이 기술 우위를 확보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정책·인력·공급망 시스템이 이를 뒷받침하지 못하고 있다"며 근본적 체질 개선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정석주 한국조선해양플랜트협회 전무는 “조선업을 단순 제조산업이 아닌 국가안보와 첨단 전략산업으로 재정의하고, 군함 건조와 해양안보 강화를 위한 인력·기술 지원을 확대해야 한다"며 “인구구조 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내외국인 인력 수급체계 개편과 함께, 첨단기술 실증사업 및 국산화 적용 선박 발주 확대가 요구된다"고 밝혔다. 또한 “대·중소 조선소와 해운·기자재 업체 간 상생 모델 구축이 중요하며, 특히 중소기업의 친환경·디지털 전환 참여 확대와 범용선 중심의 협력 체계가 중요하다"며 “이를 뒷받침하기 위한 중소형 선박 금융지원 확대도 필수적"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글로벌 협력 차원에서는 한미 조선 협력 강화가 필요하며, 미국 내 조선소 인수·협력, 함정 정비(MRO) 허용, 조선 인재 공동 양성 등을 통해 K-조선의 방산·해양 분야 글로벌화를 가속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우만 HD현대 특수선사업부 상무는 한·미 방산 조선산업 발전을 위한 세가지 협력 방안을 제시했다. 정 상무는 “한국은 최근 HD현대중공업과 한화오션이 미 7함대 소속 지원함 MRO 사업에 참여해 실적과 신뢰를 확보했으며, 이를 기반으로 미국 함정시장에 단계적으로 진입해 나간다는 전략"이라며 “HD현대는 향후 시범사업을 통해 표준작업을 정립하고 협력을 확대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어 “미국 내 조선 인프라 회복은 단기적으로 어렵기 때문에 장기적 관점에서 현지 조선소 인수·협력 및 공급망 구축 투자가 필요하다"며 “미국 현지 조선업 역량 강화 지원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또한 “법적·보안 규제를 기업 단독으로 해결하기 어려워 정부 간 국방외교와 국회 차원의 협력을 통해 미국 내 제도개선을 유도하는 동시에, 일본의 사례처럼 한·미 간 해양안보동맹 강화를 통한 제도적 기반 마련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날 세미나에서 환영사에 나선 김기현 의원은 “'위기는 곧 기회'라는 말처럼, K-조선산업이 여러 도전을 받고 있지만 그럼에도 실질적인 국가전략이 뒷받침된다면 다시금 재도약할 수 있을 것"이라며, “오늘 토론회를 통해 제시될 다양한 대안들이 우리 조선산업의 밝은 미래를 위한 실질적인 정책으로 이어지도록 필요한 법안 마련과 예산 확보, 제도 개선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라고 다짐했다. 김연숙 기자 youns@ekn.kr

“괴물산불 막으려면 소방청이 진화 전담해야”

지난 3월 말 경남·경북·울산 일대에서 발생한 '괴물산불'이 국내 산불 통계 작성 이래 가장 큰 인명·재산피해를 낸 가운데, 국회 입법조사처가 현재의 복잡한 산불 진압 체계를 소방청이 지휘하는 것으로 일원화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입법조사처는 27일 발표한 '산불대응연구TF' 보고서를 통해 “예방과 진화를 기능별로 분리하고, 현장 대응은 소방청 중심으로 통합하는 방향으로의 전환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입법조사처에 따르면 올해 영남권 산불로 사망 27명, 부상 156명 등 총 183명의 인명 피해가 발생했다. 피해액은 1조818억원, 산림 소실 면적은 10만 헥타르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이관후 처장은 이날 국회 기자회견에서 “산불이 기후변화, 건조화 추세와 맞물려 동시다발적·대형화되는 양상을 보인다"며 “기존 산림청 중심 대응 체계의 한계가 분명해졌다"고 진단했다. 보고서는 현재의 산불 지휘 체계가 산불 규모·발생지역 등에 따라 시·군·구 또는 시·도지사가 지휘권을 갖는 복잡한 이양 구조로 돼 있어 신속하고 일관된 대응에 어려움이 크다고 분석했다. 특히 산불 진화 단계에서 전문성과 기동력을 갖춘 기관인 소방청이 주관기관이 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현행 산불대응 발령기준은 피해면적, 풍속 및 지속시간 기준으로 초기대응, 확산대응(1~3단계)으로 구분하고, 초기대응~확산대응 2단계까지는 시·군·구, 3단계에서 시·도가 각각 지휘한다. 소방청은 산불진화지원부처로 산불발생시 소방기본법에 따라 산림주변의 가곡이나 시설물 방어를 담당한다. 이에 산림청은 계절별 단기 채용 중심 구조이며, 담당 공무원이 순환 보직 체계로 운영돼 지속적인 전문성 확보가 어렵다는 구조적 문제가 지적됐다. 반면 소방청은 전국 15만명 규모의 상시 조직과 화재·구조·구급 대응 경험을 갖추고 있어 산불과 같은 대형 재난에 더 효과적으로 대응할 수 있다는 것이다. 보고서는 산불 예방 단계에서 산림청이 산림 관리와 방재 중심의 조림정책을 지속하되, 진화는 소방청, 주민 대피는 지자체, 복구는 부처별 전문기관이 맡는 식의 기능 분담형 체계 전환을 제안했다. 이로써 “산불 발생부터 복구까지 각 단계별 주관기관이 명확해지고, 책임성과 전문성이 높아질 것"이라는 설명이다. 주민 대피와 관련해서도 현장에서 주민 대피가 이어질 수 있도록 지자체의 역할과 책임 강화를 주문했다. 지자체는 지역별 지형과 인구구조, 취약계층 분포 등 각 지역별 특수성과 실제 재난사례를 바탕으로 지역 맞춤형 대피계획을 세우고 훈련 등을 통해 대비체계를 갖춰야 한다는 것이다. 사람 외에도 동물에 대한 지원체계 마련도 제언했다. 재난 시 동물 동반 또는 전용 대피소 구축 관련 정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이외에도 보고서는 △산불 감시용 드론 상시화 △산불 대응 헬기 운용체계 통합 관리 △산불 피해 지역 PTSD 및 건강관리 지원 △동물 대피소 및 수용체계 구축 △임시주택의 장기화 활용 지원 △내화수림 확대 조성 등의 후속 입법·정책과제를 제시했다. 특히 소나무 등 산불 취약 수종이 전체 산림의 68%를 차지한다는 점을 지적하며, 민가 인접지역부터 불에 강한 내화수종 중심의 식생 전환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또한 산불 예방을 위한 감시체계로 드론 활용 확대를 주문하며, 현재 항공안전법상 비가시권·야간 비행 제한 등 규제 완화를 위한 특례 입법 추진도 제안했다. 입법조사처는 이번 보고서를 위해 현장 전문가, 산불 대응 기관, 피해 지역 지자체와 협업해 13명의 전담 TF를 구성하고, 2개월간 현지 실사와 설문조사 등을 진행했다. 이번 특별보고서는 국회는 물론, 행정부 정책조정과 국민 인식 제고 차원에서 참고자료로 활용될 전망이다. 이관후 처장은 “매년 산불 대응과 피해 지원대책이 반복되지 않도록 쟁점들은 충분한 논의를 통해 혜안을 마련하고, 단계별로 전문기관이 제 역할을 할 수 있도록 한 제안들이 최우선으로 반영되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김연숙 기자 youns@ekn.kr

“추경 더 못 미뤄” 與 법사·예결·운영·문체위원장 선출

범여권이 27일 야당의 반발에도 불구하고 추가경정예산안, 상법 개정안의 심사와 관련된 4개 상임위원회 위원장 선출을 강행했다. 국회는 27일 오후 본회의를 열고 더불어민주당 주도로 4개 상임위원회 위원장을 선출했다. 국민의힘이 본회의를 보이콧해 불참한 가운데, 민주당을 비롯해 조국혁신당, 진보당, 개혁신당 등 야당 소속 의원 171명이 참여했다. 이날 선출된 상임위원장직은 모두 민주당 몫으로 돌아갔다. 법제사법위원장에는 4선의 이춘석 의원, 예산결산특별위원장에는 3선의 한병도 의원이 각각 선출됐다. 운영위원장과 문화체육관광위원장에는 각각 3선의 김병기 의원과 김교흥 의원이 임명됐다. 특히 김병기 의원은 현재 민주당 대표 직무대행 겸 원내대표직도 맡고 있다. 이번 본회의는 민생 법안 및 추가경정예산(추경)안의 신속한 처리를 위해 상임위원장 선출을 서둘러야 한다는 민주당의 요구에 따라 우원식 국회의장이 본회의 소집을 결정하면서 열렸다. 당초 여야는 상임위원장 배분 문제를 두고 협상을 이어왔으나 끝내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 국민의힘은 조기 대선 결과를 반영해 법사위원장을 야당이 맡아야 한다고 요구했으나, 민주당은 “이미 지난 국회 원 구성 협상에서 2년 단위로 배분하기로 결정된 사안"이라며 기존 입장을 고수했다. 협상 교착 국면에서 국민의힘은 이날 본회의 직전 “예결위원장 선출에 협조하는 조건으로, 법사위원장 선출은 다음 주로 미루자"는 절충안을 제시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국민의힘 3선 이상 중진 의원들이 우 국회의장을 찾아 선출 일정을 재고해달라고 요청했지만, 우 의장은 더 이상 늦추기 어렵다는 입장을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우 의장은 이날 안건 상정 전 “나라 안팎 사정이 모두 어렵다. 위기 극복에 힘을 모으라는 것이 한결같은 국민들의 말씀"이라며 “상임위원장을 비워두면 상임위의 정상 운영이 어려워진다. 경제 민생의 시급한 법안이 한둘이 아닌데 역시 국민들 보시기에 납득할 수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국민의힘 의원들은 본회의에서 상임위원장 선출 투표가 진행되는 동안 국회 본청 로텐더홀에서 규탄 대회를 열고 강력 반발했다. 송언석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이 자리에서 “대통령의 재의요구권과 (국민의힘) 107석으로 겨우 틀어막은 온갖 악법이 쓰나미처럼 밀려올 것"이라며 “무리한 법안 추진의 부작용과 폐해는 국민과 민생의 큰 주름살이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반면 김병기 민주당 원내대표는 본회의 직전 열린 의원총회에서 “이재명 대통령이 어제 추경안 시정연설을 하고 민생 회복이 시급하고 실천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지금 국회의 시간이고 속도가 제일 중요하다"며 상임위원장 일괄 선출의 필요성을 피력했다. 김하나 기자 uno@ekn.kr

李대통령, 천안함·연평해전 유족 위로 “서해 지켜낸 영웅들”

이재명 대통령이 '호국보훈의 달'이자 한국전쟁 75주년을 맞은 6월을 전후해 안보와 보훈 의제를 잇따라 부각하고 있다. 이 대통령은 27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호국보훈의 달, 대통령의 초대'라는 이름으로 오찬 행사를 열고, 국가유공자와 유족 등 보훈 가족 160여 명을 초청했다. 이날 행사에는 주요 보훈단체 관계자들과 함께 최원일 전 천안함장을 비롯해 천안함 피격 사건 및 제2연평해전 희생자 유족 등이 참석했다. 이 대통령은 참석자들과 일일이 인사를 나누며, “서해바다를 지켜낸 영웅들"이라며 최 전 함장의 이름을 직접 호명하고 박수를 유도했다. 천안함 사건은 그동안 보수 진영이 민주당의 대북 정책을 비판할 때 자주 거론해온 대표적인 사례다. 이재명 정부는 진영 논리를 넘어서 '특별한 희생에는 특별한 보상'이라는 원칙에 따라 보훈 기조를 강조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 대통령은 “국가 공동체의 존속, 국가 구성원의 더 나은 삶과 안전을 위해 희생한 것들에 대해 모두가 특별한 관심과 애정으로 보상하고 예우해야 더 나은 대한민국으로 인정받을 수 있다"며 “여러분께서 소외감, 섭섭함을 느끼지 않게 최선을 다하겠다"고 약속했다. 이 대통령은 취임 이후 연일 안보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6·6 현충일 추념식 참석을 시작으로, 취임 첫날에는 합동참모본부를 찾았고, 지난 13일에는 최전방 부대 및 접경지역 마을을 방문했다. 24일 국무회의에서도 “우리 공동체의 가치를 지키는 안보 문제는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며 국가유공자에 대한 예우를 재차 강조했다. 이와 함께, 지난 25일에는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국민이 안심하며 살아갈 수 있도록 한반도 평화 체계를 굳건히 구축하겠다"고 밝혔다. 이는 흔들리는 군심을 다독이고, 전통적으로 안보에 취약하다는 지적을 받아온 민주당 정권에 대한 보수층의 우려를 불식시키려는 의도로도 해석된다. 이 대통령은 실제로 지난 23일, 보수 성향의 권오을 전 의원을 국가보훈부 장관 후보자로 지명하며 '통합 메시지'를 명확히 했다. 보수 성향 유권자들에게도 소구하는 정책을 통해 정치적 양극화를 완화하고, '모두의 대통령'이 되겠다는 취임 초 약속을 실천에 옮기고 있다는 평가다. 다만 안보 강화 기조 속에서도 이 대통령은 남북 간 긴장 완화에도 힘을 싣고 있다. 최근 북한의 대남 확성기 방송에 대응해 재개했던 대북 확성기 방송을 중지하도록 했으며, 대북전단 살포에 대해서도 “엄정 대응하라"고 지시하는 등 전통적인 민주 진영의 대북 유화 기조를 계승하는 모습도 보이고 있다. 이 대통령의 안보 정책은 나아가 경제 성장 전략과도 맞물려 있다. 그는 전날 취임 후 첫 국회 시정연설에서 “평화가 곧 밥이고, 평화가 경제"라며 “평화가 경제 성장을 견인하고, 경제가 다시 평화를 강화하는 선순환을 통해 국민의 일상이 흔들리지 않는 나라를 만들겠다"고 밝혔다. 김하나 기자 uno@ek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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