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를 ‘성장동력’으로…李대통령 1000조 풀고 최태원 220조 쏜다

이재명 대통령이 기후위기 대응을 국가경쟁력 강화와 미래 성장동력 창출의 핵심 전략으로 제시하며, 한국형 녹색대전환(K-GX)을 통한 글로벌 녹색시장 선점에 나서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이를 위해 정부는 2035년까지 재정 200조원과 기후금융 790조원 이상 등 약 1000조원 규모의 정책 지원에 나선다. 이 대통령은 7일 서울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열린 '한국형 녹색대전환(K-GX) 전략 국민보고회'에서 “남을 뒤따르던 추격자 관행에서 벗어나 이제 우리가 직접 판을 짜는 녹색시장의 설계자, 선도자가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번 보고회는 지난달 유엔총회에서 제시한 'K-이니셔티브' 3대 비전 중 하나인 녹색대전환 구상을 구체적인 산업·투자 전략 및 국가 온실가스 감축목표(NDC) 실행 로드맵으로 연결하기 위해 마련됐다. 행사에는 최태원 대한상의 회장과 박승희 삼성전자 사장 등 경제계 인사들이 참석했다. 이 대통령은 “기후위기는 이제 먼 미래의 일이 아니라 인류의 생존을 당장 위협하는 눈앞의 현실이 됐다"며 유럽의 폭염과 네팔 빙하 참사, 국내 기록적인 폭염과 집중호우 등을 사례로 꼽았다. 이어 “기후위기 대응은 이제 환경과 성장 가운데 하나를 포기하는 일이 아니라, 산업과 국가경쟁력을 함께 키우는 실질적 해법이 되도록 대전환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특히 유럽의 탄소국경세를 비롯해 해외 기업들의 탄소감축 요구가 강화되는 현실을 지적하며 “녹색전환을 추진하는 것은 국제경쟁력을 확보하면서 동시에 기후위기로부터 국민의 삶과 터전을 지키는 확실한 미래전략"이라고 평가했다. 이어 “녹색 대전환은 우리 첨단산업의 초격차를 유지하고, 또 3대 메가 프로젝트를 성공시키기 위한 필수적인 전제"라며 세계 최고 수준의 R&D 역량으로 핵심 녹색기술을 선점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아울러 지역 산단과 재생에너지를 연계한 지역 성장동력 모색을 주문하는 한편, 노후 산단과 취약 업종, 저소득층이 전환 과정에서 소외되지 않도록 포용적 정책 체계도 갖출 것을 강조했다. 정부는 K-GX 전략을 통해 2035년까지 핵심 R&D 및 녹색 인프라 등에 재정 200조원을 투입하고, 저금리 대출·보증 등 기후금융 790조원 이상을 공급할 방침이다. 태양광·풍력·이차전지 장비에 대한 국내생산세액공제 신설과 소형모듈원전(SMR)의 국가전략기술 지정, 철강·석유화학·시멘트 등 탄소 다배출 업종의 공정 전환 및 2030년 재생에너지 설비 100기가와트(GW) 달성 추진 등이 포함됐다. 산업계도 대규모 투자 계획으로 응답했다. 최태원 회장은 “기업이 정부의 지원에 부응해서 시그니처 프로젝트를 비롯한 220조원의 투자를 차질 없이 실행하고, 현장의 성과로 보여드리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밝혔다. 'K-GX 시그니처 프로젝트'에는 한화큐셀의 차세대 태양전지 기술 국산화 및 양산라인 조성, 포스코홀딩스의 수소환원제철 설비·수소 생산시설 등 철강 탈탄소 생태계 구축, 삼성전자와 LG전자의 히트펌프를 활용한 주거공간 녹색전환 등이 담겼다. 최 회장은 “그동안 기업들이 탄소중립 투자를 망설인 것은 의지가 없어서가 아니라, 기술도 시장도 정책도 불확실한 상황에서 수십 년짜리 투자 위험을 기업 혼자서 감당하기는 어려웠기 때문"이라며 “규제는 기업을 기준선까지는 데려갈 수 있지만, 기준선을 넘어가는 힘은 보상에서 나온다"고 말했다. 정부의 마중물 지원을 '투자 리스크 분담 약속'으로 평가한 셈이다. 아울러 최 회장은 인공지능 전환(AX)과 녹색전환(GX)을 “국가의 쌍둥이 전략"으로 함께 추진할 것을 제안했다. SK 역시 AI 환경연구소를 설립해 반도체 생태계 차원의 환경 문제 해결에 나설 방침이다. 정부의 정책적 이정표와 기업의 220조원 규모 투자가 결합된 대규모 민관 협력 체계가 시동을 걸면서, 향후 기술 개발 및 설비 전환 투자가 실제 산업 초격차 확보로 이어질지 주목된다. 이상무 기자 rokmc@ekn.kr

[2026 국감] 아시안게임 축구대표팀 논란에… 강신철 국방장관 “병역특례 폐지” 언급

강신철 국방부 장관이 7일 아시안게임 남자 축구대표팀 일부 선수가 '군면제' 발언으로 논란이 된 것과 관련해 “병역특례를 궁극적으로 폐지하는 것이 국방부의 목표"라고 밝혔다. 강 장관은 이날 서울 용산구 국방부에서 열린 국회 국방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아시안게임 남자 축구팀 일부 선수들의 불미스러운 언행을 보고 심정이 어땠나'라고 묻는 유용원 국민의힘 의원 질의에 이같이 답했다. 앞서 아시안게임 남자 축구대표팀은 지난 3일 일본과의 남자 축구 결승전에서 일본을 1-0으로 꺾고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그런데 주장 이기혁은 인터뷰에서 “군대 안 갑니다“라고 말했고, 양민혁은 “메달이나 트로피보다 군면제라는 보상 하나만 보고 경기를 했다"고 밝혔다. 박승수는 자신의 SNS에 전역모를 쓴 사진을 올려 논란이 일었다. 강 장관은 “신성한 국방의 의무를 폄하하는 거에 대해서 심히 유감스럽게 생각한다"며 “우리 국방부는 병역특례에 대해서 점진적으로 축소해서 궁극적으로 폐지하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황명선 더불어민주당 의원도 “시대적 소명을 다한 체육·예술 병역특례 폐지는 당연한 귀결"이라며 “아시안게임에서 우승한 (일부 남자 축구대표팀) 선수들의 부적절한 내용들이 2030 젊은 청년들에게 불공정한 행태로 비춰져서 국민적 분노가 굉장히 크다"고 지적하면서 여야가 병역특례 폐지에 한목소리를 냈다. 북한의 지뢰 도발에 대한 질의도 이어졌다. 북한 외무성이 전날 “영토 1mm라도 침범하면 강력히 대응하겠다"는 성명을 발표한 것과 관련해 유 의원이 입장을 묻자, 강 장관은 “그전에는 바로바로 입장이 나오다가 (군의 최종 조사결과 발표와 지뢰제거 작전) 하루 정도 지나서 입장을 냈다"며 “그들도 우리의 대응에 대해서 상당히 당황했을 것"이라고 답했다. 이어 'MDL 이남에만 수백 발 이상의 북한 지뢰가 매설돼 있을 것'이라는 질의에는 “저희들도 그렇게 보는 부분이 있다"고 말했다. 반복되는 북한군의 MDL 침범을 두고 군의 단호한 대응을 촉구하는 지적도 잇따랐다. 유 의원이 21사단 지역의 MDL 남쪽으로 10여m의 북한군 순찰로가 형성된 것과 관련해 “단순한 MDL 월선이 아닌 의도적인 도발이 아니냐"고 따져 묻자, 강 장관은 “매일같이 단호하게 대응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에 유 의원은 “경고사격을 말씀하시는 것 같은데, 경고사격의 효과가 없는 것 아니냐"며 “북한이 전혀 영향을 받지 않고 계속 침범하고 있는데 언제까지 두고 볼 것이냐"고 질타했다. 강 장관은 “저희도 당연히 고민하고 있고, 그 부분에 대해서는 어떻게 조치할 것인지도 생각하고 있다"면서도 “철모를 썼지만 소총을 들지 않은 비무장 상태에서 들어오는 데 대해 경고사격 이상의 것을 하는 것은 여러 원칙과 규정에 의해 판단하고 있다"고 말했다. 신교근 기자 shin1948@ekn.kr

[인터뷰] 이광재 “정치인 평가할 ‘성적표’ 만들어 고성방가 정치 끝내야”

“거대한 파도가 밀려오고 있다." 이광재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장은 7일 국회 본관 예결위원장실에서 진행된 에너지경제신문과 인터뷰에서 “기술혁명이 미국과 중국의 패권 경쟁과 세계 질서 재편으로 이어지고 있다"며 이렇게 말했다. “인공지능(AI)과 데이터센터, 플랫폼을 새로운 '디지털 경제 영토'"로 규정한 그는 “여의도가 아직 충분히 깨어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 위원장은 김대중 전 대통령이 정보기술(IT) 혁명 당시 빌 게이츠와 앨빈 토플러 등을 직접 만나며 변화에 대응했던 사례를 언급하면서 “지금은 젠슨 황(엔비디아 CEO) 같은 세계적인 기업 최고경영자(CEO)를 대통령과 장관, 국회로 초대해 많은 이야기를 들어야 한다"고 했다. 이 위원장은 당장 특정 분야부터 제로베이스 예산을 적용하기에는 이르다면서도 국가의 돈을 전체적으로 조망할 수 있는 시스템부터 만들어야 한다고 했다. 그가 제시한 '네 개의 돈주머니'는 △약 820조원의 예산 △1500조원 규모의 연기금 △3500조원 규모의 국공유 자산 △금융시장에서 움직이는 자금이다. 지금은 중앙정부와 지방정부, 각 부처가 서로의 장부를 제대로 보지 못한 채 예산을 편성하지만, 정책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반드시 예산만 써야 하는지는 따져볼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연기금이 해외 부동산을 사는 것과 국내 주거 문제 해결에 활용하는 것 가운데 어느 쪽이 국가 목표에 더 도움이 되는지 함께 볼 수 있어야 한다는 설명이다. 국공유 자산 역시 마찬가지다. 이 위원장은 “하남에만 800만평이 넘는 국공유 자산이 있다"며 “이를 제대로 활용하려면 국가자산기본법과 전자적 통합관리 체계가 필요하다"고 했다. “청년 자립기금과 아동 자립기금, 국민성장펀드, 국부펀드 등도 재정만 바라볼 것이 아니라 금융 시스템을 활용해 국가 자금을 운용하는 방식으로 접근해야 한다"는 게 이 위원장의 구상이다. 이 위원장이 그리고 있는 방향은 '돈을 쓰는 국가'에서 '돈을 벌어 국민의 삶을 안심시키는 국가'로의 전환이다. AI가 발전할수록 대기업과 자본이 AI를 통해 소득을 가져가고 노동소득의 비중은 줄어들 가능성이 있다는 판단에서다. 그는 출생한 아이에게 1억원을 국부펀드 형태로 지급하고 연 7% 수익률을 가정하면 20세에 3억8600만원으로 늘릴 수 있다는 구상을 제시했다. 이 가운데 1억원은 청년 시기의 도전 자금으로 활용하고 나머지를 장기 운용해 노후자금으로 연결하는 방식이다. “AI 시대에는 이런 자산 형성 구조가 필요하며 현재 약 25조원에 달하는 기초연금 지출과도 연결해 고민할 필요가 있다"는 설명이다. 다음은 주요 문답. ◇ 연평균 40조 불용액…투자심사부터 AI로 ―매년 반복되는 예산 불용 문제에 대한 해결책은 무엇인가. “엄격한 투자심사가 필요하다. 이월금은 다음 해에 쓸 수 있지만 연평균 40조 원가량 발생하는 불용액이 심각한 문제다. 단년도 회계 방식의 구조적 한계도 있으나, 애초 사업 계획이 충분히 준비되지 않았거나 급하게 추진된 사업에서 불용액이 발생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중앙정부뿐 아니라 지방정부와 기초자치단체 단계부터 투자심사를 전면 강화해야 한다." ―투자심사에 인공지능(AI)을 도입하겠다고 밝혔는데. “AI가 투자심사와 사업평가에 큰 강점을 보일 수 있다. 국회가 자체 대규모언어모델(LLM)을 구축 중이지만 아직 성능에 한계가 있어 내부 데이터를 학습시키며 활용도를 높이는 중이다. 예산 심사와 투자심사에 AI를 적용하는 작업을 본격적으로 준비하고 있으며, 올해 실제 예산 심사 과정에서 시범 활용하는 방안도 긍정적으로 검토하고 있다." ― AI 산업 발전을 위한 정부의 역할은. “하드웨어와 반도체 산업 지원을 넘어 서비스 영역 등 다양한 분야를 살펴야 한다. 현재 AI 관련 예산이 36조 원에 이르지만 연구개발(R&D) 사업의 성공률이 지나치게 높게 잡혀 있다. 성공률이 98%인 R&D는 존재하기 어렵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수준의 성공률을 참고해 실패 가능성이 있는 미지의 영역에도 과감히 투자해야 한다." ―특별히 집중해서 주목하는 AI 분야가 있다면. “생활 속 AI 서비스 분야다. 반도체와 하드웨어는 대기업이 상당 부분 주도할 수 있으므로, 정부는 젊은 창업자들이 영상편집, 사진, 웹툰, 드라마 등 다양한 실생활 AI 서비스를 만들도록 집중 지원해야 한다. 의료와 교육 분야에서도 API를 개방해 AI 개인 주치의나 AI 교사 같은 혁신 서비스를 창출하도록 국가 차원의 선택과 투자가 시급하다. 세계적 핵심 기술을 확보함과 동시에 한국이 직접 경쟁력을 가지는 AI 서비스 생태계를 넓혀야 한다." ―AI와 클라우드 이용료를 '디지털 임대료'라고 표현했다. “기업이 클라우드 비용을 내고 개인도 AI 서비스 이용을 위해 지속해서 비용을 지불하는 구조가 점차 커지고 있다. 한국이 외국 플랫폼에 계속 막대한 비용을 지불하는 상황을 그대로 방치해선 안 된다. 정부와 민간이 적극 협력해 핵심 기술을 확보하고, 우리가 세계 시장에서 주도할 수 있는 서비스를 직접 만들어야 한다." ◇ 정치인도 성적표 받아야…국민 삶의 질로 평가 ―4년 만에 국회로 돌아온 소감은. “정치가 과거보다 더 나빠졌다고 체감한다. 정치인들이 국가를 어떻게 바꿀지에 대한 뚜렷한 목표와 계획을 제대로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정책 경쟁보다는 언론의 주목을 끌기 위한 자극적인 말과 행동에 치우치는 경향이 심해졌다." 이 위원장은 지난 6·3 보궐선거 당시 하남갑 공천을 받아 당선돼 국회에 다시 입성했다. 그는 “이전 지역구였던 태백·영월·평창·정선이 정겨운 시골이었고, 원주가 활력의 기업도시였다면 하남은 그 둘을 섞어놓은 느낌"이라고 말했다. 이 위원장의 e메일 아이디는 'hanamkap'이다. ―정치를 바꿀 구체적인 해법이 있나. “정치인에게 국민 삶의 질 성적표를 매겨야 한다. 일자리·소득·주거·보육·교육·의료·문화·생활환경·공동체·불평등과 사회이동성 등을 객관적 지표로 만들어 광역단체와 234개 지방정부의 삶의 질을 매년 또는 6개월마다 낱낱이 평가하는 구상이다. 과거 지역별 대학 진학률을 투명하게 공개해 교육당국의 자발적 경쟁을 유도했던 경험처럼, 삶의 질 지표를 예산 배분과 정치인 평가에 직결시켜야 한다. 이젠 고성방가 정치를 끝내야 한다." ―국회의원 평가 기준 자체를 근본적으로 바꿔야 한다는 뜻인가. “법안 발의 수보다 지역 주민의 실제 삶이 얼마나 나아졌는지를 핵심 평가 기준으로 삼아야 한다. 지역구는 표를 얻는 공간을 넘어 정치인이 땀 흘려 성과를 내는 실무 현장이 되어야 한다. 기업 실적을 철저히 평가하듯 정치인도 지역 일자리·소득·주거·교육·의료 등에서 도출한 구체적인 결과물로 심판받아야 마땅하다." ◇ “검찰개혁 논쟁보다 일자리·주거에 집중을" ― 검찰개혁을 둘러싼 당내 강경파와 온건파 간 갈등을 어떻게 보나. “정치권 내부의 정쟁보다 정부 여당이 국민에게 보여줄 실질적 성과 창출에 집중해야 한다. 국민에겐 당내 옳고 그름의 논쟁보다 일자리·주거·노후 불안 같은 현실적인 민생 문제가 훨씬 더 절실하다." ―중대범죄수사청장 후보자를 둘러싼 논란도 이어지고 있다. “청문회를 통해 투명하게 판단하면 된다. 프랑스의 드골 전 대통령이 이념 성향이 확연히 다른 앙드레 말로를 문화부 장관으로 기용해 문화 전성기를 이끌었고, 사르트르를 품었던 역사적 용기를 돌아볼 필요가 있다. 링컨의 사례처럼 정치에서 서로 다른 의견이 존재하는 것 자체는 나쁜 현상이 아니다. 상대를 비판하기는 무척 쉬우나 대안을 제시하려면 열 배 이상의 공부가 필요하다. 자신의 판단이 틀렸을 가능성을 인정하고 국민 삶을 최우선 기준으로 삼아 정치적 오류를 끊임없이 수정해 나가는 용기가 지금 정치권에 가장 필요한 덕목이다." ■ 이광재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장 프로필 △1965년 강원 평창 출생 △원주고-연세대 법학과 △노무현 국회의원 비서관 △노무현 대통령 당선인 기획팀장 △대통령비서실 국정상황실장 △17~18대 국회의원(강원 태백·영월·평창·정선) △제35대 강원도지사 △21대 국회의원(강원 원주시갑·민주당) △국회 외교통일위원장 △제35대 국회사무총장 △22대 국회의원(경기 하남갑·보궐선거) △제22대 국회 후반기 예산결산특별위원장 대담=최경호 정경부장(부국장) squeeze@ekn.kr 정리=이상무 기자 rokmc@ekn.kr

[2026 국감] 여야 ‘6·3 투표용지 부족’ 선관위 질타…“전 세계 웃음거리”

여야가 7일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의 6·3 지방선거 투표용지 부족 사태와 후속 조치를 강하게 질타했다. 국회 국정조사 특별위원회(국조특위) 이후에도 개선책이 미흡하다는 지적과 함께 자료 제출과 선거관리 전반의 문제까지 도마에 올랐다. 양부남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투표용지 인쇄 매수 결정 방식과 관련해 국조특위에서 제기된 개선 요구가 제대로 반영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양 의원은 최근 선거관리규칙 개정에도 실질적인 변화가 없다며 “국민한테 약속해 놓고 '눈 가리고 아웅'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박상웅 국민의힘 의원은 6·3 지방선거 당시 선관위 업무 혼선이 민주주의에 대한 신뢰를 훼손했다고 질타했다. 박 의원은 “6·3 지방선거의 선관위 업무와 관련한 대혼란으로 대한민국 민주주의가 전 세계의 웃음거리로 전락했다"며 “'면목이 없다', '분골쇄신하겠다'는 말로 때워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선관위의 소극적인 대응도 도마에 올랐다. 윤건영 민주당 의원은 올림픽공원에서 장기간 이어지는 일부 집회와 관련해 선관위가 보다 적극적으로 대응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윤 의원은 “올림픽공원을 무법천지로 만든 지 100일이 넘어가고 수백억의 손해를 보고 있으면 선관위가 '이렇게 하자'고 의견을 낼 수 있는 것 아닌가"라며 “왜 일부 극우세력의 놀이터가 되는 걸 그냥 두고 보느냐"고 따졌다. 국감 자료 제출을 둘러싼 비판도 이어졌다. 권영진 국민의힘 의원은 채용 비리 의혹으로 수사를 받는 선관위 직원 관련 자료 등을 요구하며 “세상을 떠들썩하게 했던 채용 비리 혐의로 수사를 받고 있는 것을 선관위는 전혀 모른다는 말인가"라며 “그렇게 말하는 것은 직무유기"라고 지적했다. 박주민 민주당 의원도 정치자금 후원 관련 자료 제출 문제를 두고 “관리를 부실하게 하고 자료까지 제출 안 하고 그냥 우리를 믿어달라는 것은 통하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여야의 집중포화를 받은 선관위는 공식 사과와 함께 전면적인 쇄신을 약속했다. 위철환 중앙선관위원장 직무대행은 이날 인사말에서 “위원회는 지금 창설 이래 가장 무거운 시련의 시간을 보내고 있다"며 “투표용지 부족과 미흡한 업무 처리로 선거 관리의 신뢰를 훼손한 데 대해서 책임을 통감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조직 개편, 투·개표 절차 개선, 정치관계법 개정의 세 분야로 나눠서 전면적인 쇄신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며 “올 하반기 지방체육선거부터 내년 초 전국동시조합장선거까지 투·개표 전 과정을 철저히 관리해 국민 신뢰 회복의 전기로 삼겠다"고 말했다. 김윤호 기자 kyh81@ekn.kr

‘위헌 배수진’ 조희대, 진퇴양난 靑… 민주당 ‘탄핵카드’ 꺼냈다

조희대 대법원장이 대법관 제청 과정에 대통령과 국회가 관여하는 것은 '위헌'이라고 배수진을 치면서 청와대가 진퇴양난에 빠졌다. 조 대법원장의 주장을 수용하면 기존 재제청 요구를 철회해야 하고, 압박을 이어가면 대법관 공백 장기화라는 부담을 떠안게 되기 때문이다. 사법부 수장이 정면충돌을 불사하자, 여당은 자진 사퇴 촉구와 함께 탄핵 가능성까지 거론하며 압박 수위를 높였다. 7일 정치권에 따르면, 조 대법원장은 전날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대법원 국정감사에 출석해 대법관 제청을 두고 '위헌'이라는 단어만 4차례 언급했다. 조 대법원장의 작심 발언은 여당에서 증인선서 및 증언을 요구하며 “사법부는 치외법권 지역인가" 등의 공세를 이어가자 “모욕적"이라며 항변을 이어가는 과정에서 나왔다. 조 대법원장은 대법관 제청에 국회가 증언을 요구하는 것은 “헌법상 위헌적인 일"이라며 국회 법사위가 제청권에 간섭하는 조치도 “사법권 독립에 반하는 위헌적인 조치"라고 반박했다. 3부(행정부·입법부·사법부)의 고유 전속 권한을 침해하는 절차와 방식의 강요 역시 “모두 위헌"이라며 대법관후보추천위원회를 거치는 것은 “존중하지 않아도 정치적인 문제에 그치고 위헌이나 위법은 아니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청와대와 대법원의 갈등은 지난 1월 대법관 후보 추천 이후 반년 넘게 접점을 찾지 못하면서 본격화됐다. 조 대법원장이 지난 8월 관행을 깨고 손봉기 대구지법 부장판사를 서면 제청하자, 청와대는 절차적 완결성을 문제 삼아 1987년 민주화 이후 처음으로 제청을 사실상 반려하고 재제청을 요구했다. 조 대법원장이 이를 거부하고 청와대가 맞받으면서 갈등은 깊어졌다. 양측의 충돌은 헌법상 권한 해석의 공백에서 비롯됐다. 헌법 제104조 제2항은 대법관은 대법원장의 제청, 국회 동의, 대통령 임명 권한을 규정하고 있지만, 대통령이 제청을 거부할 경우의 후속절차는 명시돼 있지 않다. 이 때문에 양측 모두 자신의 헌법적 권한을 내세우며 해법을 찾지 못하면서 대치하고 있는 것이다. 청와대는 조 대법원장 '위헌' 발언 직후 “별도의 입장은 없다"며 말을 아꼈다. 조 대법원장의 주장을 수용하면 기존 재제청 요구를 철회해야 하고, 공세를 이어가자니 대법관 공백 장기화라는 정치적 부담을 떠안게 되는 딜레마에 빠진 셈이다. 이재명 대통령이 이 같은 난관에 봉착하자 여당은 조 대법원장의 자진 사퇴를 압박하며 탄핵 카드를 꺼내들었다. 김민석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위헌을 운운하는 궁색함에 처하기보다는 떳떳하지 못하면 스스로 물러나는 것이 대법원장의 마지막 도리"라고 압박했다. 이성윤 최고위원은 “제2의 윤석열을 꿈꾼다면 어림 반 푼어치 없다"면서 “조 대법원장에게 이제 남은 길은 사퇴와 탄핵의 길뿐"이라고 압박 수위를 높였다. 신교근 기자 shin1948@ekn.kr

[단독 인터뷰] 이광재 예결위원장 “대화·타협 통해 예산 시한 반드시 준수해야”

“국회가 법을 만드는 곳인 만큼 반드시 법을 잘 지켜야 한다. 법을 지키지 않는다면 국회의원 자격이 없는 것이다." 이광재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장은 7일 국회 본관 예결위원장실에서 진행된 에너지경제신문과 인터뷰에서 국회 본연의 의무인 예산안 법정 처리 시한을 국회의원들이 국민과 지켜야 할 첫째 약속으로 꼽았다. 기한을 넘기면 국회의 심사 권한이 약화되고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과 지자체에 돌아가는 만큼, 여야가 치열한 대화와 타협을 통해 합의를 이끌어내야 한다고 강조했다. 지자체는 국회 예산을 바탕으로 다음 해 예산을 편성해야 하기 때문에 법정 시한을 넘기는 일이 반복돼서는 안 된다는 게 이 위원장의 설명이다. 이 위원장이 제시한 법정 처리 시한 준수 '묘안'은 간단하다. “왕도는 없다. 많이 대화하고 타협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 위원장은 “여야가 예산심사 과정에서 충분히 대화할 수 있도록 발언시간을 최대한 늘리는 한편, 장관들에게도 충분히 답변할 시간을 줘야 한다"고 했다. “일부 의원들은 정부 설명은 들으려 하지 않고, 오로지 자기 말만 하려 한다"고 꼬집은 이 위원장은 “주거·일자리·자산 형성 등 국민 생활과 직결된 문제를 논의해야 할 국회가 자극적인 언어에 지나치게 많은 에너지를 쓰고 있다"고 일갈했다. 이 위원장은 이런 태도를 한마디로 “국력낭비, 고성방가"라고 잘라 말했다. 그는 재정을 효율적으로 움직일 네 가지 자산 통합 시스템 마련 필요성도 제시했다. 이 위원장은 “국가재정을 움직이는 돈주머니는 크게 네 가지다. 약 820조원의 국가 예산, 1500조원 규모의 연기금, 3500조원에 달하는 국·공유자산, 그리고 하루 결제액만 수십조원에 이르는 8000조원 규모의 금융시장 자본이 바로 그것"이라며 “여야를 떠나 정치권이 주택·일자리·노후 대비 같은 국민 삶에 직접 영향을 미치는 의제를 놓고 경쟁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이상무 기자 rokmc@ekn.kr

존경하는 대통령 1위 박정희…2위 노무현, 3위는?

역대 대통령 가운데 박정희 전 대통령을 존경한다는 응답이 가장 많았다는 여론조사 결과가 나왔다. 박 전 대통령은 2위인 노무현 전 대통령과 오차범위를 넘어서는 격차를 보이며 선두에 올랐다. 7일 펜앤마이크가 여론조사 전문기관 여론조사공정에 의뢰해 지난 4~5일 전국 만 18세 이상 남녀 1002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어느 대통령을 가장 존경하는가' 조사에서 박 전 대통령은 32.9%의 응답을 얻었다. 노 전 대통령은 27.0%로 뒤를 이었고, 김대중 전 대통령이 12.6%로 3위를 기록했다. 이어 윤석열 전 대통령 5.4%, 이명박 전 대통령 5.3%, 박근혜 전 대통령 3.9%, 문재인 전 대통령 2.4%, 김영삼 전 대통령 1.9% 순이었다. '존경하는 대통령이 없다'는 응답은 5.3%, '기타 다른 인물·잘 모름'은 3.2%로 집계됐다. 지역별로 보면 박 전 대통령은 부산·울산·경남에서 42.0%로 가장 높은 응답률을 기록했다. 대구·경북에서도 39.9%가 박 전 대통령을 꼽았으며 경기·인천 34.8%, 서울 27.0% 등으로 나타났다. 노 전 대통령은 대전·세종·충청에서 33.0%로 가장 높은 지지를 받았다. 강원·제주 32.3%, 호남 26.1%에서도 상대적으로 높은 응답률을 보였다. 성별로는 박 전 대통령을 꼽은 남성이 39.2%로 여성보다 많았다. 노 전 대통령은 여성 응답자 가운데 32.2%가 선택해 남성보다 높은 비율을 나타냈다. 연령대별로 박 전 대통령은 18~20대 32.6%, 30대 39.2%, 60대 38.1%, 70세 이상 42.9%로 강세를 보였다. 반면 노 전 대통령은 40대에서 40.0%, 50대에서 42.6%로 박 전 대통령보다 높은 응답률을 기록했다. 정당 지지층에 따라서는 선호하는 대통령이 뚜렷하게 갈렸다. 더불어민주당 지지층에서는 54.9%가 노 전 대통령을 가장 존경한다고 답한 반면, 국민의힘 지지층에서는 56.8%가 박 전 대통령을 선택했다. 특히 지지 정당이 없다고 답한 무당층에서는 박 전 대통령이 37.3%로 가장 많은 선택을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번 조사는 구조화된 설문지를 활용한 무선 ARS 전화조사(무선 RDD 100%) 방식으로 진행됐다. 응답률은 3.1%였으며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1%포인트다. 성·연령·지역별 인구비례에 따른 할당 추출 방식으로 조사한 뒤 2026년 9월 말 행정안전부 주민등록인구통계를 기준으로 가중치를 적용했다. 자세한 조사 개요와 결과는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에서 확인할 수 있다. 김윤호 기자 kyh81@ekn.kr

[이슈&인사이트] 미국 중간선거와 그 결과

꼭 한 달 뒤면 미국 중간선거 결과를 알게 된다. 중간선거란 임기 4년인 대통령 선거의 딱 2년 만에, 임기 2년인 하원의원 435명 전부를 대상으로 실시하는 선거다. 물론 중간선거는 임기 6년인 상원의원 100명 가운데 약 1/3씩 나누어 뽑는데 이번에는 상원의석 35개가 해당한다. 이름대로 중간선거는 대통령의 중간평가 성격이 매우 강하다. 첫 번째 임기의 대통령 지지율은 취임 직후 최고를 기록하다가 시간이 지날수록 지지율의 하락을 피할 수 없다. 2년 만에 맞이하는 중간선거에서 상원이나 하원 또는 양원 모두에서 점차 다수당의 지위를 빼앗기는 경향이 있다. 보통의 경우에는 재선에 성공하여 두 번째 임기를 시작할 때도 양원에서는 대통령 소속 정당이 다수당이 아닐 가능성이 꽤 높다. 이러한 경향은 두 번째 중간선거에서 더 강해지고 8년 차 선거에서는 대통령은 물론 양원 모두 주인이 교체될 가능성이 매우 높아진다. 트럼프 미 대통령은 이른바 '퐁당퐁당' 대통령이다. 1885년부터 4년, 그리고 4년을 쉰 뒤 1893년부터 다시 4년 대통령을 역임한 클리블랜드 이후 미국 역사상 두 번째 사례이다. 트럼프는 2017년부터 4년 재임한 뒤 바이든에게 자리를 내주었지만 2015년부터 두 번째 임기를 보내는 중이다. 트럼프의 지지율은 임기 초를 제외하고는 30% 초반대를 꾸준하게 유지하고 있다. 지지율이 이렇게 낮은 이유는 트럼프의 변덕스럽고 좌충우돌하며 독불장군 리더십 스타일이 기본이다. 거래적 외교로 동맹의 지지도 떨어지고 미국의 위상도 낮아졌다. 관세 폭탄의 부메랑이 트럼프의 표밭에 집중적으로 돌아오고 있다. 우크라이나 전쟁도 끝이 안 보이는데 이란과 교전을 시작해 미국 경제가 최악의 상황이다. 선거에 유리한 것이란 눈 씻고 찾아봐도 보이지 않는 형국이다. 시간이 지날수록 본전이 떨어지는데 그나마 30% 초반대 지지율은 마가세력(Make America Great Again)의 콘크리트 지지층 덕으로 보인다. 최근 미국의 권위있는 선거분석 업체가 이구동성으로 중간선거에서 민주당의 우세를 점치고 있는 것은 전혀 이상하지 않다. 이럴수록 트럼프의 선택은 외통수로 몰리는 중이다. 국내적으로는 현금살포 포퓰리즘이다. 지난달 공화당 전당대회에서 트럼프는 공화당이 중간선거에서 이기면 모든 미국 성인에게 5,000불을 주겠다고 공약했다. 지난달 30일부터는 오바마 케어 건강보험 가입자 약 100만 명에게 500불짜리 수표를 우송했다. 과거 건강보험 가입 과정에서 부과된 잘못된 수수료를 돌려준다는 이유다. 또 노인 의료보험 메디케어 가입자 가운데 약 2,000만 명에게는 이달 중으로 90불 수표를 준다고 한다. 이 2,000만 명은 대대로 투표 참여가 높은 연령대이다. 아주 대놓고 돈으로 표를 사는 중이다. 국제적으로는 관세 추가 부과 압박이다. 최근 알래스카 액화천연가스(LNG) 개발 프로젝트에 우리나라가 540억 불을 투자하기로 했다고 트럼프가 일방적으로 발표했다. 그러고선 한국이 합의하지 않는다면 두 배로 올리겠다고 덧붙였다. 공화당이 어려움을 겪는 지역에 외국의 투자를 유치하기 위하여 압박을 가하고 만약 해당 지역에 공장을 짓지 않으면 두 배, 세 배의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공언하는 중이다. 9월 24일 미국 워싱턴 DC에서는 무소속 전당대회가 열렸다. 양당제가 확고한 미국 정치에서 제3지대가 조직적인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약 150개 선거구에서 220명의 무소속 후보가 출마했다. 최근 갤럽 여론조사에서 미국 유권자의 45%가 무당파라고 응답했다. 하지만 실제 선거에서 양당 외의 후보에게 투표한 유권자는 약 3%에 그쳤다. 트럼프 시대에 확산된 정치적 혐오감과 경제적 불황이 이번 중간선거에는 어떠한 결과를 낳을지 궁금하다. bienns@ekn.co.kr

[2026 국감] 이형일 부총리 “초과세수, 국고채 발행 추가 축소 검토”

이형일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은 6일 “시장 상황을 보고, 필요하다면 초과세수를 활용해 국고채 발행 물량 추가 축소도 검토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 부총리는 이날 국회 재정경제기획위원회의 재경부 국정감사에서 윤후덕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11~12월에도 국고채 발행을 줄일 계획이 있느냐는 질의에 이같이 답했다. 윤 의원은 국고채 조달금리가 오른 상황에서 초과세수로 국채발행을 줄이는 방향이 바람직하다고 지적했다. 앞서 재경부는 지난 1일 초과세수를 활용, 10월 국고채 발행 물량을 당초 계획보다 5조원 줄이기로 했다. 이 부총리는 지난달 30일 열린 거시경제·금융현안 간담회를 언급하며 “우리나라 국채시장의 수급 부담이 타이트(커진 점)을 감안해 초과세수를 국채 발행 물량 조정에 우선적으로 활용하는 것이 좋겠다는 데 의견 일치를 봤다"고 설명했다. 정부는 올해 국세수입을 재추계한 결과 지난 2월 추가경정예산 편성 때보다 세수가 63조2000억원 더 걷힐 것으로 전망했다. 원승일 기자 won@ekn.kr

보수 주도권 쟁탈전 나선 장동혁·한동훈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와 한동훈 무소속 의원이 보수 주도권 쟁탈전에 나선 모습이다. 전현직 대통령을 고리로 지지층 결집에 전력투구하고 있다는 평가다. 정치권에서는 “두 사람이 차기 당권과 대권 싸움에 돌입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張 “李 우크라엔 분노조절 장애…" 6일 정치권에 따르면, 장 대표는 최근 이 대통령의 북한 지뢰 대응과 역사 왜곡 논란을 촉발한 영화 '암살자(들)' 공세에 나서며 정국 주도권 확보에 나섰다. 장 대표는 전날(5일) 현안 관련 기자회견을 열고 이 대통령을 향해 “우크라이나에는 '분노조절장애', 북한에는 '분노조절잘해'"라며 “북한이 지뢰를 매설해서 우리 군인의 발목을 날렸는데도 '불의의 사고'라며 찍소리도 못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장 대표는 특히 이 대통령이 변호사 시절이던 지난 2005년 북한을 방문했던 전력을 언급하며 이 대통령이 북한 지뢰 대응에 함구하는 배경에 의구심을 제기했다. 그는 “이 대통령이 성남시장 시절 친형인 고(故) 이재선씨가 '북한에 만달러 공작금 받지 않았느냐'면서 이 대통령을 추궁하는 통화 녹취도 있다"며 “2005년 방북 당시에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건가"라고 물었다. 이어 “무슨 일이 있었기에 북한에 아무 말도 못하고 절절매는가"라며 “대북송금을 넘어서는 엄청나게 큰 약점이라도 잡힌 것 아니냐"고도 주장했다. ◇張 보수 정통성 부각 나서 곧바로 충북 옥천으로 이동한 장 대표는 육영수 여사 생가를 방문해 육 여사 피격사건을 다룬 영화 '암살자(들)'을 비판하며 보수 정통성 부각에 나섰다. 장 대표는 육 여사 생가를 둘러본 뒤 기자들과 만나 “좌파 진영에서 이승만 전 대통령과 박정희 전 대통령을 음해하고 폄훼하려는 것은 대한민국의 건국과 산업화, 대한민국 정통성을 부정하려는 것"이라며 “'암살자(들)'은 딱 그 수준에 머물러 있는 영화"라고 꼬집었다. 그는 “지금까지 좌파 진영에서는 특정 인물과 특정 사건에 대한 왜곡을 시도해 왔다"며 “역사에 대해서 어떤 사건에 대해서는 왜곡하고, 어떤 사건에 대해서는 성역화를 시도한 것은 역사마저 정치적으로 이용하려는 나쁜 의도"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역사전쟁·문화전쟁 그 맨 앞에 국민의힘이 서서 싸우겠다"며 “국민 여러분께서도 이 전쟁에 함께 나서달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韓 '盧사위' 곽상언과도 설전 장 대표가 안보와 역사로 보수 결집 공략에 나선 가운데, 한동훈 의원은 노무현 전 대통령의 금품수수 의혹을 재소환하며 여권과 '팩트 전쟁'에 나서고 있다. 한 의원은 이날 페이스북을 통해 더불어민주당이 노 전 대통령을 거론하는 자신을 비판하는 것을 두고 “감성팔이 말고 팩트로 말하자"며 “18년 동안 다 알면서도 쉬쉬하며 미뤄오지 않았느냐"고 맞받았다. 한 의원이 노 전 대통령 관련 의혹을 수면 위로 올린 것은 지난 8월 4일 '보완수사 금지, 지옥문이 열렸다' 긴급간담회에서다. 당시 한 의원은 “노 전 대통령 일가가 박연차 전 태광실업 회장으로부터 금품을 받은 건 사실"이라는 주장을 폈다. 이후 지난 1일에 열린 형사소송법 개정안 토론회에서도 관련 언급을 이어가면서 민주당과 닷새 넘게 거친 공방을 이어가고 있다. 한 의원은 특히 노 전 대통령 사위인 곽상언 민주당 의원과 설전을 벌였다. 곽 의원은 전날 페이스북에서 한 의원의 의혹 제기에 “미국 뉴저지에 구입한 아파트 대금을 누가 박연차로부터 받았는지 등 그 사실을 보여주고 알려달라"며 “분명하게 보여주고 확인해 주면 사죄하고 처벌받겠다"고 반발했다. 그러자 한 의원은 “당사자인 곽 의원 본인에게 묻는 것이다. 곽 의원 본인이 모를 수 없는 것이니 아니면 아니라고 말하면 된다"며 “도대체 무슨 말을 하는 것이냐"고 즉각 반문했다. 한 의원은 여권 대표적 스피커인 김어준씨와도 공방을 주고받았다. 김씨는 같은 날 유튜브 채널 '김어준의 겸손은힘들다 뉴스공장'에서 한 의원을 향해 “어디서 함부로 노무현을 들먹이느냐"고 비판했다. 이에 한 의원은 “거만한 X꼰대 소리 집어치우고 팩트로 얘기하라"며 “팩트 없는 거만한 가스라이팅의 본질을 보여준다"고 응수했다. ◇범야 차기 대통령감… 韓 18.7%·張 12.3% 전현직 대통령을 고리로 한 장 대표와 한 의원의 대여 공세는 최근 여론조사 지표에서도 고스란히 반영되고 있다. 여론조사꽃이 지난 2~3일 전국 성인 1004명을 대상으로 범야권 인물 7명에 대한 차기 대통령 선호도를 조사(무선 RDD 100%·표본오차 95% 신뢰수준 ±3.1%포인트·응답률 2.0%·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한 결과, 한 의원이 18.7%로 가장 높았다. 장 대표는 12.3%로 오세훈 서울시장과 동률을 기록하며 공동 2위를 기록했다. 정치권에서는 두 사람의 이 같은 행보는 차기 보수 진영의 헤게모니를 쥐기 위한 주도권 싸움과 맞닿아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박상병 정치평론가는 “두 사람의 행보는 국민의힘 차기 당권 장악과 대권 샅바싸움"이라며 “장 대표 입장에서는 범야권 대선주자 1위를 달리는 한 의원이 치고 올라오는 게 제일 두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장 대표의 대여 공세는 강성 지지층을 상대로는 효과가 있을 것 같다"고 덧붙였다. 신교근 기자 shin1948@ekn.kr

배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