李 대통령, ‘규제합리화위’ 첫 가동…“규제 합리화가 국가 생존 전략”

이재명 대통령은 15일 첨단산업 분야의 규제 체계를 '네거티브 방식'으로 전환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이 대통령은 이날 청와대에서 열린 규제합리화위원회 제1차 전체회의에서 “대한민국 경제의 성장 잠재력을 회복하는 길 중에 매우 중요한 방식이 규제 합리화"라며 이같이 말했다. 네거티브 규제는 금지해야 하는 사항들만 법이나 규정에 명시하고 나머지를 전부 허용하는 방식이다. 이 대통령은 "과거에는 규제가 속된 표현으로 갈취 수단, 기업이나 경제활동을 하는 주체로부터 뭘 뜯어내는 수단이 되기도 했다“며 “지금은 그 단계는 벗어난 것으로 보이지만, 여전히 지금의 규제는 현장의 필요보다는 규제당국의 필요에 의한 측면이 많은 것 같다"고 지적했다. 이어 “산업과 기술이 발달하고 또 사회의 발전 수위가 높아지면 공공 영역이 민간 영역을 못 따라가는 상황이 발생한다. 대한민국이 그렇게 됐다"며 “이 상황에서 공무원들이 '이것만 하세요'라고 정해두면 안 된다"고 거듭 강조했다. 다만 “사실 저도 말은 이렇게 해놓고 엄청 불안하다. '사고가 나면 어떡하나'라는 생각도 든다"며 “그러나 믿어야 한다"고 했다. 이어 “대신에 동작이 좀 빨라야 된다"며 “문제가 생기면 즉각 금지를 하거나 통제를 해야 된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이날 지역에 대규모 '규제 특구'를 만드는 방안에 대해서도 고민해달라고 주문했다. 이 대통령은 “규제 합리화를 전국 단위로 일률적으로 할 수 있냐하면 그건 또 아닌 측면이 있다"며 “특정 지역과 영역에서 규제를 완화하거나, 아예 없애는 시도를 하고 있는데 대규모 지역 단위로 한 번 해보는 것도 좋겠다“고 제안했다. 이 대통령은 “대한민국의 가장 큰 문제는 수도권 집중"이라며 “이 때문에 자원 배분의 효율성이 떨어져서 대한민국 전체 경쟁력을 갉아먹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지역균형발전은 시혜나 배려가 아니라 국가 생존을 위한 필수전략"이라며 “지역 단위의 대규모 규제 특구를 한번 만들어봐야겠다"고 말했다. 규제합리화위원회는 역대 정부에서 운영돼 온 '규제개혁위원회'의 한계를 극복하겠다는 취지로 이재명 정부에서 명칭을 바꾸고 전면 개편한 조직이다. 기존 국무총리 직속이던 위원회가 지난 2월 대통령 직속의 '규제합리화위원회'로 격상·개편됐다. 개편 이후 처음 열린 이날 회의에서는 국무조정실장 발제로 △국민주권정부 규제 구조개혁 추진방안 △5극 3특(5대 메가시티·3대 특별자치도) 지원을 위한 메가특구 추진방안 등이 논의됐다. 이날 이 대통령은 회의에 앞서 박용진 민생 부위원장(전 국회의원), 남궁범 성장 부위원장(전 삼성전자 사장), 이병태 지역 부위원장(카이스트 명예교수)에게 위촉장을 수여했다. 정계와 산업계, 학계를 아우르는 인사를 고르게 배치해 규제 혁신 구상에 다양한 사회적 시각을 담겠다는 구상이다. 김나현 기자 knh@ekn.kr

李, 세종 집무실 신속 공사 지시…“국가 균형발전의 상징적 출발점”

이재명 대통령은 14일 “임기 내 대통령 세종 집무실을 이용할 수 있도록 신속하게 공사하라"고 지시했다. 이규연 청와대 홍보소통수석은 이날 춘추관에서 브리핑을 열고 “대통령이 퇴임식을 세종에서 하겠다는 뜻을 여러 차례 밝힌 만큼, 임기 내 사용이 가능하도록 신속한 추진을 지시했다며 “진정한 국가균형성장시대를 열어가겠다"고 강조했다. 부지 조성 공사 입찰 공고는 15일 낼 예정이다. 대상 부지는 35만㎡ 규모로, 사업비 98억원에 공사 기간은 14개월이다. 설계 공모도 병행 중이다. 이달 말 당선작을 선정하고 후속 설계를 거쳐 내년 8월 건축 공사에 착수할 계획이다. 정부 목표는 2029년 8월 입주다. 행정중심복합도시건설청도 지난 1월 업무보고에서 같은 시기를 입주 목표로 제시한 바 있다. 이 대통령은 또 부동산 관련 정책 결정 과정에서 다주택자와 고가 주택 보유자를 전면 배제하라고 재차 지시했다. 이 대통령은 비상경제점검회의 겸 국무회의에서 “정책 결정 과정에서 부동산 이해관계에 있는 사람을 전부 빼라고 했는데 그게 이행되고 있냐"고 물으며 “서류 복사하는 직원조차도 다주택자는 안 된다"고 못 박았다. 이에 김용범 대통령정책실장은 부동산 정책 관리와 관련해 “각 부처 차관들이 맡아 관리하고 있다"며 “국토교통부와 재정경제부, 기획예산처, 금융위원회, 청와대 정책실 등이 함께 대응하고 있다"고 보고했다. 그러자 이 대통령은 “이해관계가 개입할 여지를 원천 차단해야 한다"며 “기안 문서를 복사하는 직원조차 다주택자는 배제해야 한다"고 거듭 강조했다. 이날 회의에서는 대출 관리 상황도 점검됐다. 이 대통령이 “부동산 관련 대출을 제대로 관리하고 있느냐"고 묻자, 이억원 금융위원장은 “다주택자에 대한 대출 만기 연장 불허 조치가 17일부터 시행되며, 추가 조치도 종합적으로 점검하고 있다"고 답했다. 중동전쟁 여파로 도입한 석유최고가격제에 대해선 세금 부담을 들어 절약을 당부했다. 이 대통령은 “가격 안정을 위해 국민 여러분께서 내시는 세금으로 가격을 누르고 있는 것"이라며 “생산원가와 실제 판매가격의 차액을 정부가 보전해야 하는데 그게 다 결국 국민 세금"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최대한 유류 사용 절감에 노력해달라. 국민들의 어려움 때문에 억제하는 건데 거기엔 세금이 들어간다는 것을 고려해 달라"고 당부했다. 이 대통령은 석유최고가격제의 역효과에도 우려를 표했다. 그는 “시행하다 보니 전 세계에서 가장 유류값이 싼 나라가 되지 않았을까 싶다"면서도 “소비를 절감해야 하는 상황인데 오히려 소비가 늘고 있다. 가격을 내려놓는 게 100% 잘한 일이냐에 대해 반론이 있는데 일리 있는 지적"이라고 했다. 특히 매점매석에 대해선 “누군가 걱정된다고 웅덩이를 파버리면 흐름이 딱 멈춰버린다"며 “서로 쌓기 시작하면 불필요하게 너무 많은 걸 쌓아놓게 된다"고 지적했다. 이어 “사재기를 막으려면 신뢰를 회복해야 하고, 신뢰 회복은 정확한 정보를 신속하고 투명하게 알리는 것에서 출발한다"며 각 부처에 정보 공개에 각별히 신경 써줄 것을 요청했다. 이 대통령은 또 “이번 전쟁 과정에서 확인된 경제·산업 구조의 취약점을 개선하는 노력에도 박차를 가해야 한다"며 대체 공급망 개척, 중장기 산업 구조 개혁, 탈플라스틱 경제 실현을 국가 최우선 핵심 전략 프로젝트로 추진해달라고 지시했다. 외교부는 알제리·리비아에 실장급을 파견하고 콩고공화국에 외교장관 특사를 파견하는 등 대체 수급선 확보를 위한 총력 외교를 병행하고 있다고 보고했다. 이날 국무회의에선 고환율 상황에 대응해 해외 투자자금의 국내 유입을 유도하기 위한 이른바 '환율안정 3법'이 핵심 안건으로 처리됐다. 이번 대책은 중동 사태 등 대외 변수로 환율 변동성이 확대된 상황에서 세제 인센티브를 통해 외화 유출을 억제하고 국내 증시로 자금을 되돌리려는 취지다. 핵심은 해외 주식에 투자하던 '서학개미'의 복귀 유도다. 개인 투자자가 지난해 12월 23일 이전 보유한 해외 주식을 매도한 뒤 '국내시장 복귀 계좌(RIA)'를 통해 국내 주식에 재투자할 경우 양도소득세를 최대 100%까지 공제하는 파격적인 혜택이 담겼다. 환율 변동 위험을 줄이기 위해 환 헤지 파생상품에 투자하는 경우에도 해외 주식 양도소득에 대한 세 부담을 낮추는 과세특례가 신설됐다. 여기에 국내 기업의 해외 자회사 배당금에 대한 익금불산입률도 한시적으로 95%에서 100%로 확대해 기업 자금의 국내 환류를 유도하기로 했다. 에너지·물류 부담 완화와 시장 교란 방지 조치도 함께 논의됐다. 석유화학제품 원료 등에 대한 매점매석 행위를 금지하는 긴급 수급 조정 조치안이 통과됐고, 고유가로 어려움을 겪는 운송·화물 업계를 지원하기 위해 노선버스와 심야 화물차의 재정고속도로 통행료를 한 달간 한시 면제하는 방안도 의결됐다. 아울러 대통령 집무실의 청와대 복귀에 따라 국방부와 합동참모본부 청사 재배치를 위한 일반 예비비 205억8000만원이 편성됐으며, 헌법 개정안 공고에 따른 국민투표 관리 준비 비용으로도 195억7000만원의 목적 예비비를 지출하기로 했다. 김하나 기자 uno@ekn.kr

정원오, “‘골목·공연 인프라’로 3000만 관광객 잡겠다”

정원오 더불어민주당 서울시장 후보는 14일 “방한 외국인이 자국에서 쓰던 카드로 서울 지하철과 버스를 바로 탈 수 있게 하겠다"며 “서울시의 교통 카드 결제 개방 계획(2030년)을 최대한 앞당기겠다"고 말했다. 뉴욕·런던 등 주요 도시는 이미 시행 중이지만, 서울은 여전히 티머니 구매·충전 방식에 머물러 있다는 게 정 후보의 지적이다. 정 후보는 이날 오전 서울 용산구 국립중앙박물관 앞에서 '원 서울, 원 패스(One Seoul, One Pass)' 문화·관광 공약을 발표하며 “외국인 관광객 3000만 명 시대를 열겠다"고 밝혔다. 6·3 지방선거를 50여 일 앞둔 이날 발표된 여덟 번째 공약이다. 정 후보는 서울 관광의 핵심 키워드로 '서울다움'을 내세우며 이를 '산·강·궁·길' 네 글자로 압축했다. 그는 “외국인들이 궁에서 시작해 강, 산, 이제는 길까지 서울 시민들이 사는 골목 곳곳을 찾고 있다"며 “시민들이 가장 사랑하는 공간이 관광객들도 가장 사랑하는 공간이 되고 있다는 것에 주목해야 한다"고 했다. 성수동이 그 근거다. 그는 “작년 서울을 찾은 외국인 카드 매출의 4분의 1이 성수동에서 나왔다. 10년 전만 해도 외국인이 전혀 찾지 않던 곳"이라고 설명했다. 성수동은 정 후보가 성동구청장으로 재직한 10여 년간 직접 일군 성과이기도 하다. 쇠락한 준공업지역이던 성수동은 대규모 재개발 대신 도시 재생의 길을 택한 결과, 지난 10년 새 사업체 수 78%, 종사자 수 51%, 카드 매출액 274% 증가라는 성적표를 받았다. 연간 외국인 방문객은 6만 명(2018년)에서 300만 명(2024년)으로 50배 뛰었다. 공연 인프라 확충도 핵심 과제로 꼽혔다. 건설 중인 창동 아레나(동부권)에 이어 상암(서부권)과 잠실(동남권)에도 대형 K-아레나를 추가 조성해 K팝 등 한류 팬을 겨냥한 글로벌 공연 거점으로 활용한다는 구상이다. '성수동 모델'을 확장한 글로벌 콘텐츠 축제 '크리에이티브X서울'도 추진한다. 서울패션위크·서울아트위크·도시건축비엔날레 등 기존 행사를 통합·확대하는 방식이다. 여기에 전통시장·노포·미슐랭 맛집을 잇는 'K-미식 로드' 조성, 패션·뷰티 초대형 행사 '런웨이 서울' 개최, 초대형 게임장 '게이머즈 파크' 조성도 공약에 담겼다. 오세훈 현 시장의 관광 정책에 대해서는 날을 세웠다. 정 후보는 “오세훈 시장의 관광 정책은 보여주기식"이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서울이 가진 역사와 풍경, 동네의 개성, 시민의 일상이 바로 오늘의 산업과 관광·문화의 경쟁력이 되게 하겠다"고 말했다. 김하나 기자 uno@ekn.kr

조국, ‘평택을’ 출사표…범여권 다자 구도 불가피

조국 조국혁신당 대표가 6·3 지방선거와 함께 치러지는 국회의원 재·보궐선거 출마지로 경기 평택을을 택했다. 당초 하남갑 등이 거론됐지만, 조 대표가 '험지 중 험지'에 출사표를 던지면서 이곳 재보선은 범여권 다자 구도가 불가피해졌다. 14일 정치권에서는 이번 선거 국면을 두고 “결국 조국 대표의 거취가 최대 변수"라며 사실상 '조국 선거'로 봐야 한다는 해석도 나온다. 조 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6월 3일 평택을 국회의원 재선거에 출마하겠다"며 “조국혁신당의 열세 번째 국회의원이 되겠다"고 밝혔다. 그는 “집권 더불어민주당 소속 의원보다 더 뜨거운 마음으로 '내란 완전 종식, 진짜 개혁 완수'라는 시대적 과제를 책임지고 실천하겠다"고 말했다. 조 대표는 “그동안 평택을은 19·20·21대 총선에서 국민의힘이 내리 승리한 곳으로 민주개혁 진영에게 험지 중 험지"라며 “쉬워 보이는 곳은 택하지 않겠다"고 강조해왔다. 이날도 “저 조국만이 유일하게 극우 내란 정치세력을 모두 격퇴하고 민주개혁 진영의 확실한 승리를 가져올 수 있다"고 했다. 그는 이어 “이번 선거의 최상위 목표는 극우 내란 정치세력을 심판하고 국민의힘을 '제로'로 만드는 것"이라며 “국회의원 재선거가 이뤄지는 곳에는 귀책 사유가 있는 정당이 무공천해야 한다는 원칙 역시 일관되게 강조해왔다"고 말했다. 조 대표는 “저는 평택에 연고가 없다"면서도 “평택을 도약시킬 비전과 정책, 그리고 이를 실행할 능력만큼은 누구보다 앞선다고 감히 자부한다"고 말했다. 이어 “중앙 정치에서 평택의 목소리를 키우겠다"며 “평택의 현안이 곧 국가적 과제가 되도록 만들겠다"고 했다. 평택을은 민주당 소속 이병진 전 의원이 의원직을 상실하면서 재선거가 치러지는 곳이다. 정치권에서는 조 대표가 당초 거론되던 하남갑 대신 평택을을 택한 데 대해, 명분과 실리를 모두 고려한 선택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험지 도전'이라는 정치적 상징성을 확보하는 동시에 실제 판세상으로도 승산이 가장 높다고 판단했을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공희준 정치컨설턴트는 “당 내부적으로 여론조사를 상당히 많이 돌렸을 것"이라며 “평택을이 가장 승률이 높은 지역으로 나왔을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했다. 이종훈 정치평론가도 “그나마 당선 가능성이 있는 곳이라고 생각했을 것"이라며 “민주당과 일정한 합의가 가능한 곳이기도 하다"고 말했다. 다만 조 대표와 민주당과의 사전 교감 여부를 놓고는 해석이 엇갈린다. 공 컨설턴트는 “겉으로는 국민의힘 후보를 의식한 선택처럼 보일 수 있지만, 실제로는 민주당에서 누가 나오느냐를 더 따졌을 가능성이 크다"며 “민주당 후보가 정해지기 전에 이른바 '알박기' 효과를 노린 측면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선거를 사실상 '조국 선거'로 봐야 한다는 견해도 있다. 공 컨설턴트는 “범여권 입장에서 보면 지방선거 전체 판세는 거의 정리된 상태"라며 “남아 있는 최대 변수는 거물급인 조국의 선택과 결과"라고 했다. 이어 “사람들의 관심이 선거 전체보다 조국의 거취에 집중되고 있다"며 “결국 이번 선거 국면은 지방선거이면서도 동시에 '조국 선거'라는 프레임으로 읽힐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했다. 조 대표의 참전으로 평택을 선거는 범여권 다자 구도가 불가피해지는 분위기다. 이미 김재연 진보당 상임대표가 출마를 선언했고, 민주당에서도 김용 전 민주연구원 부원장의 출마 가능성이 거론된다. 조 대표는 이날 “선거연대를 생각하며 출마 선언을 한 것이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김나현 기자 knh@ekn.kr

[기자의 눈] HMM 본사 부산 이전은 ‘강제 이주’다

“제 두 살 아기에게 엄마의 품은 온 세상 그 자체입니다. 그런데 회사와 정부는 제게 아이의 세상을 포기하라고 종용합니다. 부산으로 본사를 옮기는 건 그저 수백 킬로미터 이동하는 문제가 아닙니다. 저희 아이들에게서 엄마, 아빠의 품을 빼앗아 가겠다는 이야기입니다. 우리는 트럭에 실어 마음대로 옮길 수 있는 공장 기계가 아닙니다." 지난 2일 청와대 사랑채 앞, 13년 차 직장인이자 21개월 아기를 둔 엄마인 김 모 매니저의 절규가 매서운 봄바람을 갈랐다. 전체 조합원 776명 중 638명이 아스팔트 위로 쏟아져 나온 전국사무금융서비스노동조합 HMM 지부의 총력 투쟁 결의 대회 현장. 기자가 직접 마주한 그곳에는 '국가 균형 발전'이라는 화려한 구호에 짓눌려 졸지에 타향살이는 물론 가족과의 생이별을 강요하는 정부와 회사를 향한 근로자들의 눈물과 분노가 서려 있었다. 현재 정부는 지난해 이재명 대통령이 당시 대선후보 공약으로 내걸었던 HMM 본사의 부산 이전을 핵심 국정 과제로 내걸고 맹렬한 속도전을 펴고 있다. 명분은 지역 발전이라지만 그 이면에는 다가오는 6월 3일 지방 선거 승리라는 얄팍한 '정치적 셈법'이 짙게 깔려 있다는 것이 현업자들의 지배적인 시각이다. 정부가 대주주인 한국산업은행과 한국해양진흥공사를 행동대장 삼아 민간기업의 경영 자율권을 침해하는 '폭압적 조치'를 취하고 있다는 게 노조의 주장이다. 본사 이전의 절차적 정당성이나 노사 간의 신뢰는 헌신짝처럼 버려졌다. “노사 협의를 지켜보겠다"던 해양수산부 장관의 며칠 전 취임사는 비난을 피하기 위한 한낱 기만극이었음이 드러났다. 사측은 회사 창립 50주년 비전 선포식에서 “모든 성과는 임직원의 노고 덕분"이라며 샴페인을 터뜨린 직후 기습적으로 이사회를 열고 본점 소재지 변경을 위한 임시 주주총회 안건을 통과시켰다. 앞에서는 100년 기업을 운운하며 근로자를 치켜세우고, 뒤에서는 삶의 기반을 통째로 뽑아버리는 기습 양동작전을 감행한 것이다. 근로자의 삶을 체스판의 말처럼 소비하는 이러한 행태는 단순히 한 가정의 비극으로 끝나지 않는다. 대한민국의 수출입을 책임지는 국가 핵심 산업의 치명적 자해 행위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오늘날 글로벌 해운업은 단순한 선박 운항을 넘어 고도화된 물류 네트워크와 첨단 IT 기술이 결합된 총성 없는 전쟁터다. 무리한 강제 이전에 반발해 심혈을 기울여 영입한 물류 IT 핵심 인력들이 대규모로 이탈한다면 이는 곧바로 해운업 본원적 경쟁력의 추락을 의미한다. 이날 현장에서 한 직원은 노부모를 모시기 위해 눈물을 머금고 퇴사를 고민하며 한숨을 내쉬었다. 이는 결국 서비스 질 하락과 글로벌 해운 동맹의 균열, 나아가 국가적 물류 대란이라는 거대한 부메랑으로 돌아올 것이다. 사태가 파국으로 치닫자 전국사무금융노조는 500여 명의 간부에게 1주 이상의 HMM 주식 매수 지침을 내리며 주총장 물리적 봉쇄라는 초강경 연대 투쟁을 천명했다. 일방적 이전 계획 중단과 투명한 정보 공개와 성실한 협의, 고용 안정 보장·강제 이전 금지 명문화라는 노조의 요구는 거창한 특혜가 아니다. 최소한의 인간다운 삶과 일터를 지키기 위한 상식적이고 절박한 생존권 선언이다. 기업을 움직이는 핵심 동력은 서류상의 주소지나 거수기 경영진이 아니다. 뼈를 깎는 구조조정과 험난한 해운 불황의 파고 속에서도 밤낮없이 땀 흘려 지금의 HMM을 일궈낸 평범한 '사람'들이다. 정부와 사측은 정치적 목적을 위해 소수 근로자를 희생양으로 삼는 맹목적인 폭주를 당장 멈춰야 한다. 가족의 해체를 막아달라는 아기 엄마의 눈물을 짓밟고 세운 모래성 위에서는 그 어떤 거창한 국정 과제도 결코 성공할 수 없음을 뼈저리게 명심해야 할 때다. 박규빈 기자 kevinpark@ekn.kr

여야는 ‘오찬 회동’ vs 당 대표는 ‘미국행’… 엇갈린 정치권 행보

여야가 중동 전쟁발 안보·경제 위기 대응을 매개로 협치 행보에 시동을 걸었다. 여야정 민생경제협의체 회담에 이어 양당 원내대표 간 공개 오찬과 정례 회동 합의까지 이어지면서 정치권엔 모처럼 '협치 국면'이 조성되는 분위기다. 다만 정치권 안팎에선 이를 개헌 명분 쌓기와 중도층 공략이 맞물린 정치적 행보로 보는 시각도 적지 않다. 13일 정치권에선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가 방미로 자리를 비운 사이 협치 분위기가 형성되면서, “장 대표가 빠지자 오히려 협치가 이뤄진 것 아니냐"는 해석까지 나온다. 한병도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와 송언석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이날 오찬 회동을 갖고 중동발 위기 상황에 공동 대응하기 위해 매주 월요일 정례 오찬 회동을 이어가기로 했다. 오는 16일에는 여야 원내지도부와 관련 부처가 참석하는 긴급 현안 보고 및 대응 점검회의도 열 예정이다. 민주당은 이날 언론 공지를 통해 “양당 원내대표와 수석은 중동전쟁으로 인한 현재의 위기상황 극복을 위해 여야가 공동으로 상황을 점검해야 한다는 공감대를 형성했다"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겉으로는 위기 대응을 위한 초당적 공조이지만 그 이면에는 정치적 셈법이 깔려 있다는 해석도 적지 않다. 신율 명지대 교수는 “여야 협의체가 어제오늘 처음 나온 얘기는 아니고, 과거에도 있었지만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다"며 “지금 갑자기 친한 척하는 이유는 결국 개헌 때문일 가능성이 크다"고 짚었다. 개헌은 국민의힘 협조 없이는 추진이 어려운 만큼, 민주당이 '협치 시도'의 명분을 쌓고 있다는 것이다. 신 교수는 특히 “민주당도 이번에 개헌이 쉽지 않다는 점을 알고 있을 것"이라며 “그럼에도 이런 움직임을 보이는 건 결국 '우리는 하려고 했지만 국민의힘이 반대해서 안 됐다'는 구도를 만들기 위한 측면이 크다"고 해석했다. 반면 최요한 정치평론가는 이번 회동을 선거를 앞둔 중도층 공략 차원에서 해석했다. 최 평론가는 “최근 국민의힘이 보이콧 등 강경한 모습을 이어가면서 양쪽 모두 국민 전체의 비판을 받을 수 있다는 위기의식을 느끼는 것 같다"며 “결국 선거는 중도층을 얼마나 확보하느냐에 달려 있는 만큼, 민생경제 협의 자체가 중도층을 향한 소구"라고 말했다. 한편 국민의힘 내부에선 장동혁 대표의 방미를 둘러싼 비판이 커지고 있다. 지방선거를 50여 일 앞둔 시점에 당 대표가 장기간 자리를 비운 것을 두고 문제 제기가 이어지는 분위기다. 장 대표는 당초 2박 4일로 계획했던 방미 일정을 5박 7일로 늘려 지난 11일(현지 시간) 워싱턴DC에 도착했다. 장 대표는 출국 이튿날 페이스북에 “세계의 자유를 지키는 최전선 워싱턴으로 출발했다"며 “이 길이 자유대한민국을 지키는 길이라 믿기 때문에 처절한 마음으로 싸우는 것"이라고 방미 명분을 강조했다. 그러나 당 안팎의 반응은 싸늘하다. 배현진 의원은 12일 “민주당 정청래는 전국을 휩쓸고 있는데 불러주는 곳 없다고 공천을 올스톱시키고 미국 가는 당 대표를 누가 이해하겠느냐"며 “17개 시도당 후보들의 공천 시계가 장 대표의 이유 모를 방미행에 일주일간 멈춰선다"고 비판했다. 한동훈 전 대표도 11일 “미국에 지방선거 표가 있느냐"며 “선거를 포기한 듯한 느낌을 리더가 줘선 안 된다"고 지적했다. 민주당도 공세 수위를 높였다. 정청래 민주당 대표는 이날 “특히 지금 선거 시기에 매우 일정이 촉발할 텐데 미국까지 출장을 가시니 저로서는 너무 부럽기만 하다"며 “그래서인지 국민의힘 내부에서 '후보의짐이다' 얘기까지 나오고 있다"고 비꼬았다. 전문가들도 장 대표의 방미 시점을 두고 비판적 시각을 드러냈다. 신 교수는 “트럼프나 밴스를 만나는 것이라면 모르겠지만, 지금 왜 미국에 가는지 도저히 이해할 수 없다"며 “비판의 시각 정도가 아니라 상식에 벗어난 행동"이라고 말했다. 최 평론가도 “장 대표가 없으니까 여야 협치가 벌어지는 것처럼 보인다"며 “계속 강경하게 목소리를 내던 인물이 빠져 있으니 오히려 협치 흐름이 만들어지는 듯한 인상을 준다"고 했다. 김나현 기자 knh@ekn.kr

한동훈·조국·송영길 ‘출격’…‘원내 입성’땐 판 흔든다

6·3 지방선거와 함께 치러지는 국회의원 재·보궐선거 지역이 최대 15곳이 될 전망이다. 송영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 조국 조국혁신당 대표, 무소속 한동훈 전 국민의힘 대표 등 대선주자급 거물들이 출마 지역을 저울질하고 있다. 하정우 청와대 AI미래기획수석, 김남준 전 대변인, 김용 전 민주연구원 부원장 등 '이재명의 사람들'의 국회 입성 여부도 관심사다. 13일 정치권에 따르면, 재·보선 지역은 이재명 대통령의 지역구였던 인천 계양을, 강훈식 대통령비서실장의 충남 아산을, 민주당 의원의 당선무효형으로 공석이 된 경기 평택을·안산갑, 전북 군산·김제·부안갑 등 5곳이 일찌감치 확정됐다. 여기에 박찬대 인천시장 후보(인천 연수갑), 김상욱 울산시장 후보(울산 남갑), 추미애 경기지사 후보(경기 하남갑), 전재수 부산시장 후보(부산 북구갑), 이원택 전북지사 후보(전북 군산·김제·부안을)의 지역구가 추가됐다. 대전시장 결선에 장철민 의원(대전 동구), 전남광주통합시장 결선에 민형배 의원(광주 광산을), 충남지사 결선에 박수현 의원(충남 공주·부여·청양)이 각각 올라와 있다. 제주지사 결선에서는 위성곤 의원(제주 서귀포)과 문대림 의원(제주 제주갑)이 맞붙는다. 국민의힘도 대구시장 공천 결과에 따라 유영하·윤재옥·추경호·최은석 의원의 지역구가 빌 가능성이 있다. 정치권 관계자는 “민주당은 정권 지지율을 바탕으로 현역 의원들의 광역단체장 차출이 이어지고 있는 반면, 국민의힘은 불리한 선거 환경 속에서 당선 가능성이 높은 텃밭에만 현역이 몰리는 양상"이라며 최대 15곳까지 판이 커질 수 있다고 내다봤다. 관심이 집중되는 최대 격전지는 부산 북구갑이다. 이 지역에서 재선을 지낸 박민식 전 장관이 일찌감치 출마 채비를 마친 가운데, 한동훈 전 대표와 하 수석의 출마 가능성까지 거론되며 '3파전' 구도가 형성되고 있다. 한 전 대표는 이날 “최근 부산 북구 만덕에 거처를 마련했다"고 밝히며 부산 북구갑 재·보궐선거 출마 의지를 사실상 공식화했다. 앞서 그는 지난달 7일 구포시장을 방문한 데 이어 지난달 14일에는 사직야구장을 찾아 롯데 자이언츠 유니폼을 입고 시범경기를 관람했다. 특히 고(故) 최동원 선수의 이름과 등번호(11번)가 새겨진 유니폼을 착용하며 부산과의 인연을 강조했다. 그는 과거에도 부산지검 근무 시절 사직구장을 찾았던 경험을 언급하며 “염종석과 같은 부산의 승리를 이루고자 한다"고 밝힌 바 있다. 민주당 내에서는 하 수석 차출론이 잦아들지 않고 있다. 조승래 사무총장은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2부 능선을 넘기 위해 추가적인 노력이 필요하다"고 했고, 정청래 대표는 이번 주 하 수석을 직접 만나 출마를 요청할 계획이다. 다만 이재명 대통령이 만류 의사를 밝히고 하 수석 역시 선을 그으면서 실제 출마 여부는 불투명한 상황이다. 수도권에서는 경기 하남갑이 또 다른 '빅매치' 후보지로 떠오르고 있다. 범여권 차기 주자로 거론되는 송영길 전 대표와 조 대표 간 맞대결 시나리오다. 부산 출마설이 돌았던 조 대표는 최근 수도권으로 방향을 틀며 하남갑을 유력 선택지로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조 대표는 지난 10일 “평택을은 19·20·21대 총선에서 국민의힘 후보가 당선된 험지 중 험지고, 하남갑도 추미애 의원이 1200표 차로 이긴 험지"라며 두 지역을 직접 언급했다. 송 전 대표 역시 하남 지역 행보를 본격화하고 있다. 2022년 대선 직후 이 대통령에게 계양을 지역구를 내줬던 송 전 대표는 지난 9일 강병덕 하남시장 예비후보의 후원회장을 맡으며 하남갑 출마에 사실상 시동을 걸었다. 이번 재보선은 이른바 '친명(이재명) 인사'들의 원내 진입 여부가 여권 권력 재편의 분수령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정치권 관계자는 “공천에서 배제된 민주당 시·도지사 후보군 상당수가 친이재명계와 일정한 거리를 둔 인사들"이라며 “친명계 핵심 인사들이 얼마나 원내에 안착하느냐를 가르는 선거"라고 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정청래 대표 입장에서도 전당대회를 앞두고 이재명 대통령과 각을 세울 이유가 없는 만큼 경쟁력 있는 친명 인사들의 공천을 암묵적으로 지원하는 방향으로 갈 것"이라고 전망했다. 경기 안산갑에서는 민주당 내 경쟁이 가장 치열하다. '이 대통령의 분신'으로 불리는 김용 전 민주연구원 부원장, '원조 친명'으로 꼽히는 김남국 민주당 대변인, 친문계 전해철 전 의원 등이 출마를 준비하거나 선언한 상태다. 이재명 대통령의 지역구를 물려받는 인천 계양을도 상징성 면에서 초미의 관심사다. 김남준 전 청와대 대변인이 선거 사무실을 열며 출마 의지를 드러낸 가운데, 박찬대 의원 출마로 공석이 되는 인천 연수갑도 주목받고 있다. 정치권 안팎에서는 누가 원내에 복귀하느냐에 따라 선거 뒤 정치 지형이 크게 달라질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한동훈 전 대표가 당선된다면 보수 재편의 구심점이 될 수 있다"고 했다. 조국 대표의 원내 입성에 대해서는 “조국 대표와 진보당 대표가 동시에 입성하면 두 당만으로도 원내 교섭단체 구성이 가능해진다"며 “이는 분명히 정치 지형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내다봤다. 다만, “배지를 단 조국이 합당 과정에서 더 많은 것을 요구할 수 있어 민주당 입장에서는 오히려 부담스러운 존재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박창환 장안대 특임교수는 “한 전 대표가 부산에 출마할 경우 국민의힘은 후보를 안 낼 수 없는 상황이 된다"며 “단일화가 이뤄지든 안 이뤄지든 향후 당권·대권 구도에 알게 모르게 여파가 미칠 것"이라고 했다. 조국 대표에 대해서는 “민주당이 전 지역에 공천하겠다고 한 만큼 강제적 단일화로 갈 수밖에 없다"며 “단일화 여부를 둘러싼 해석이 친명이냐 반명이냐에 따라 완전히 달라질 것"이라고 분석했다. 김하나 기자 uno@ekn.kr

차량 5·2부제 ‘보험료 인하’ 추진…당정 “다음주 발표”

정부와 더불어민주당은 중동 사태에 따른 차량 5·2부제 등 운행 제한 조치로 자동차 보험료 인하 요인이 생겼다고 보고 구체적인 인하 방안을 다음 주에 발표하기로 했다. 특위 간사인 안도걸 민주당 의원은 13일 국회에서 열린 중동전쟁 경제대응 특별위원회 3차 회의에서 이같이 결정됐다고 밝혔다. 안 의원은 “현재 차량 5·2부제 시행에 따라 운행 거리가 줄어든 만큼, 보험료 인하 요인이 있다는 점에 착안했다"며 “금융위원회와 보험 당국이 보험료율 인하 방안에 대해 긴밀히 협의하고 있고, 늦어도 내주 중 발표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당정은 승용차 5부제 시행을 통해 월 6,900배럴의 에너지 절감 효과가 있었다고 밝혔다. 여기에 2부제까지 시행하면서 월 1만7,000∼8만7,000배럴의 에너지 절감 효과가 기대된다고 안 의원은 전했다. 당정은 석유화학 제품의 수급과 관련해 현재까지는 전반적인 공급에 차질이 없다고 평가했다. 다만 주사기, 수액세트, 라면, 의료용품, 쓰레기종량제 봉투 등 일부 품목에서 발생하는 수급 병목 현상에 대해선 일일 모니터링 체제를 가동 중이다. 안 의원은 “현재 종량제 봉투의 경우 일부 판매처에서 부족한 상황이 발생하고 사재기 현상도 있지만 전체 수급 측면을 보면 대부분 지자체에서 3∼5개월의 재고를 갖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기후부가 단기적으로 지방자치단체 간 과부족 등을 메꿀 수 있는 조정 작업을 추진하고 있다"며 “일반 봉투도 쓰레기 봉투로 표기해 사용할 수 있도록 하는 지침도 내려졌다"고 덧붙였다. 당정은 이날 주유소 카드 수수료 인하 문제도 논의했으나, 주유소 간 형평성 문제 등을 고려해 추후 계속 논의키로 했다. 안 의원은 “주유업계에서 카드 수수료를 추가로 1% 수준으로 낮춰달라는 요청이 있었지만, 금융위와 카드사가 협의한 결과 수용이 쉽지 않다"며 “매출 3억∼5억원인 중소 가맹점, 50억원이 넘는 곳 등 형평성 문제가 있어서 금융당국이 계속 검토하기로 했다"고 전했다. 그는 “국회를 통과한 26조2000억원 규모의 추경은 신속 집행이 중요하다"며 “오는 6월까지 추경 예산의 85%를 집행하기로 당정 간 합의했다"고 말했다. 김나현 기자 knh@ekn.kr

민주당 차지호 의원, 세계 최고 권위 ‘란셋’ 위원회 공동의장 선임

차지호 더불어민주당 의원(오산)이 세계적 권위의 국제 의학 학술지 란셋(The Lancet)이 새롭게 출범시킨 '해수면 상승과 건강, 기후 정의에 관한 위원회' 공동의장으로 선임됐다. 현역 국회의원이 란셋 위원회의 공동의장을 맡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번 위원회는 기후변화로 인한 해수면 상승이 전 세계 수억 명의 삶과 건강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하고, 정부와 국제기구, 지역사회가 실질적으로 적용할 수 있는 대응 방안을 제시하기 위해 꾸려졌다. 위원회는 ▲해양 및 역학 ▲문화·지역사회 ▲법·정책·형평성 ▲경제·기술 ▲윤리 등 5개 분야를 중심으로 연구를 진행한다. 과학적 근거와 정책, 지역사회 경험, 전통 지식을 결합해 해수면 상승 문제에 통합적으로 접근한다는 방침이다. 특히 해수면 상승으로 인한 건강 피해에 각국의 책임을 묻는 법적 틀을 검토하고, 오는 2027년 9월까지 보고서를 제출할 예정이다. 차 의원은 파리협정을 이끈 크리스티아나 피게레스 전 유엔기후변화협약(UNFCCC) 사무총장, 환경보건 분야 권위자인 캐서린 보웬 멜버른 대학교 교수와 함께 공동의장을 맡는다. 영국 일간지 '가디언(The Guardian)'은 8일 “란셋 위원회는 주요 글로벌 보건 문제를 분석하고 정책에 영향을 미치는 국제 협력체"라며 “피게레스와 보웬과 함께 한국의 의사이자 국회의원인 차지호 박사도 공동의장을 맡게 됐다"고 보도했다. 국제 보건 연구에 따르면 해수면 상승은 감염병 확산, 식수 오염, 강제 이주 등 복합적 건강 위기를 초래하는 '위험 증폭 요인'으로 꼽힌다. 특히 저지대 연안 지역과 섬나라의 건강 불평등을 더욱 심화시키는 것으로 분석된다. 차 의원은 “해수면 상승은 단순한 환경 문제가 아니라 가장 취약한 사람들의 건강과 삶의 기반을 위협하는 '형평성의 문제'"라며 “공동의장으로서 국제사회와 협력해 과학적 근거에 기반한 대응을 강화하고, 건강 형평성과 기후 정의를 실현하는 정책 마련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차 의원은 앞으로 이번 위원회 활동을 지원하는 세계보건기구 산하 아시아태평양 환경보건센터(WHO ACE)와 함께 국제 협력 기반의 정책 논의를 이끌고, 기후변화 대응 과정에서 건강 형평성과 기후 정의 실현을 위한 입법·정책 활동을 이어갈 계획이다. 차 의원은 아시아태평양 국제보건의회포럼(APPFGH) 의장을 맡는 등 글로벌 헬스 분야에서 전문성과 기여를 인정받아 이번 위원회 공동의장으로 참여하게 된 것으로 알려졌다. 김나현 기자 knh@ekn.kr

국힘 최형두 의원, ‘韓日 전력 공유’ 제안…정부, “들은 바 없다”

최형두 국민의힘 의원이 9일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과방위) 전체회의에서 한일 전력 공유 케이블 연구 착수를 공식 제안했으나, 배경훈 부총리 겸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이 “들은 바 없다"며 선을 그었다. 최 의원은 이날 회의에서 “소프트뱅크 손정의 회장이 동북아 슈퍼그리드를 제안한 바 있다"며 한일 전력 공유 논의를 공식화할 것을 요청했다. 동북아 슈퍼그리드는 청정에너지 자원이 풍부한 러시아·몽골에서 전기를 생산해 한국·중국·일본으로 공급하는 국제 전력망 구축 사업이다. 한국·중국·일본·러시아·몽골 5개국이 포함된 메가 프로젝트로, 청정에너지 자원이 풍부한 지역과 전력 수요가 많은 지역 간의 거리를 극복하는 이른바 '청정에너지 패러독스'를 해소하기 위해 구상됐다. 최 의원은 “중국과의 갈등으로 슈퍼그리드 전체가 어렵게 됐지만 한일 간 전력 공유는 오히려 중요성이 커졌다"고 강조했다. 그는 “우리나라는 서해안·동해안을 다 합쳐도 일조 시간이 30분 차이가 안 난다"며 “일본까지 합치면 3~4시간 일조량을 늘릴 수 있고, 풍력도 다양하기 때문에 신재생에너지 전력 공유가 가능해진다"고 말했다. 이어 “에너지 안보 측면에서 일본과 우리는 에너지 의존도가 높아 위기 상황이 똑같다"며 “한일 전력 케이블 연구에 착수함으로써 양국 에너지 협력 기반을 닦고, 신재생의 간헐성을 완화하며 원자력 협력도 높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당장 할 수는 없으니 착수를 함으로써 본격적인 논의를 시작하자"며 “기후에너지부가 주로 하겠지만 정부에서 적극적으로 수용해 달라"고 요청했다. 이 같은 제안은 AI 시대 전력 수급 위기가 현실화하는 가운데 나왔다. 손 회장은 지난해 12월 방한 당시 한국 AI 산업의 결정적 약점으로 에너지를 지목했다. 실제로 데이터센터 사업자가 한국전력에 신청한 2027년 전기 사용량은 7343MW에 달하지만, 공급 가능 규모는 4718MW에 그쳐 이미 2625MW(36%)가 부족한 상태다. 제11차 전력수급기본계획은 데이터센터 최대 전력 수요가 2025년 0.5GW에서 2038년 4.4GW로 급증할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최민희 과방위원장은 곧바로 “굉장히 민감하고 예민한 쟁점"이라며 제동을 걸었다. 그는 “다 답하라"며 “일본에서 전력을 들여온다고 하다가 공유한다고 표현을 바꾸셨는데, 공유하는 방식이 뭔지 국민들이 궁금하실 것 같다"고 지적했다. 이에 배 부총리는 “손정의 회장이 작년에 한국을 방문한 당시 아티피셜 슈퍼 인텔리전스(ASI) 이야기를 계속했고, 앞으로 AI가 발전하면서 필요한 것은 AI 데이터센터이고, 거기의 핵심은 또 전력 문제라는 얘기를 했다"며 “일본과도 우리는 사실 지금 투트랙으로 고민을 해야 될 것 같다"고 답했다. 그러면서 “우리가 자체적으로 소형모듈원자로(SMR) 부분들을 빨리 연구 개발해야 할 부분들, 그리고 국제 협력을 통해 최적의 효과적인 부분들을 종합적으로 올해 준비하고 고민하겠다"고 설명했다. 최 위원장은 “일각에서 일본과의 경제연합 등 의제를 슬슬 던지고 있는데, 정부가 그것을 공식 의제로 테이블에 올리느냐 안 올리느냐는 차원이 다른 얘기"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오늘 야당 간사가 국회에서 일본과의 전력 공유를 얘기한 것은 매우 중요한 순간"이라며 배 부총리를 향해 “분명히 답하셔야 한다"고 촉구했다. 배 부총리는 “정부 에너지 정책은 기후에너지부 중심의 '재생에너지 확산'과 과기정통부 중심의 'SMR·LNG·원전' 등 두 축으로 진행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자체적인 SMR 연구개발과 미국·유럽과의 원전 협력을 투 트랙으로 고민하겠다"고 덧붙였다. 최 위원장이 “지금 이 시점에서 일본과의 전력 공유를 아예 논의 테이블에 올린 적이 없다는 것이냐"고 재차 압박하자 배 부총리는 “들은 바 없다"고 말했다. 김하나 기자 uno@ekn.kr

배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