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순직 소방관 영정 앞 6세 딸의 편지 “아빠, 어른 되면 다시 만나요”

“그리운 아빠, 나중에 꼭 다시 만나요. 그땐 제가 아마 어른이 됐을 때일 거예요." 경기 부천 공장 화재를 진압하다 순직한 고(故) 김진석 소방위의 빈소. 영정사진 앞에는 여섯 살 딸이 한 자 한 자 눌러쓴 편지가 놓여 있었다. 내년 초등학교 입학을 앞둔 아이는 아빠에게 다시 만나자는 약속을 적었다. 편지 끝에는 빨간 하트와 '출동'이라는 글씨, 소방차 그림이 그려졌다. 18일 경기 부천시 순천향대학교 부천병원 장례식장. 김 소방위의 빈소에는 고인의 마지막 길을 배웅하려는 동료 소방관들의 발길이 이틀째 이어졌다. 제복을 갖춰 입은 소방관들은 영정사진 앞에서 고개를 숙였다. 안쪽에서 시작된 울음소리는 빈소 밖까지 새어 나왔다. 동료를 잃은 슬픔에 말을 잇지 못하는 이들도 있었다. 영정 앞에는 딸의 편지와 함께 아이가 좋아하는 캐릭터 색칠 그림이 놓였다. 한쪽에는 순직 전 소방장이던 고인의 계급을 소방위로 추서한다는 임명장이 자리했다. 국가와 국민의 안전을 지키다 돌아온 아버지에게 남겨진 딸의 편지는 빈소를 찾은 이들의 마음을 무겁게 했다. 김 소방위의 장인은 이날 취재진과 만나 “손녀는 아빠와 메뚜기를 같이 잡는 것을 굉장히 좋아했다. 사고가 있기 전에는 내일 채집 활동을 하자고 약속했었다""며 “영정 앞에 보면 한글을 깨쳐서 쓴 편지가 있다. 그것만 읽어 보면 눈물이 난다"고 전했다. 김 소방위는 어린이집 보조교사인 아내와 어린 딸을 둔 가장이었다. 결혼 8년 차인 그는 2주 뒤 경기도의 한 아파트로 이사해 새 보금자리를 꾸릴 예정이었다. 가족과 함께할 미래를 준비하던 13년 차 베테랑 소방관의 일상은 화재 현장에서 멈췄다. 사고 당일인 지난 16일 오전 8시 38분. 24시간 근무를 마치고 오전 9시 퇴근을 앞둔 김 소방위에게 화재 출동 지령이 내려왔다. 퇴근까지 약 22분을 남겨둔 시각이었다. 그는 경기 부천시 오정구 내동의 금속 사출 인쇄공장 화재 현장으로 향했다. 선착대로 현장에 진입한 그는 화마에 고립됐고, 심정지 상태로 병원에 이송됐으나 끝내 숨졌다. 고인은 올해 1월 화재 현장에서 인명 구조에 앞장서 모범 소방공무원상을 받는 등 모두 네 차례 표창을 받은 소방관이었다. 이번 사고로 다른 40대 소방대원 1명도 중상을 입었고, 소방관 4명과 공장 관계자 2명도 다쳤다. 빈소를 찾은 동료들의 슬픔에는 동료를 잃은 비통함과 함께 소방관들의 희생이 되풀이되는 데 대한 안타까움도 묻어났다. 한 동료는 고인을 “누구보다 근면하고 성실한 소방관이었다"고 회상하며 말을 잇지 못했다. 정치권의 조문도 이어졌다. 이재명 대통령은 전날 오후 6시 14분 빈소를 찾아 유가족을 위로하고, 방명록에 “당신께서 지켜주신 안전한 일상 속에서 국민들은 님의 희생을 영원히 기억할 것입니다"라고 적었다. 여야 지도부도 고인을 애도하며 소방관들의 안전한 근무 환경 조성과 처우 개선을 약속했다. 추미애 경기도지사도 전날 빈소를 찾아 조문한 뒤 자신의 이른바 '소방 재정 빨대' 발언에 대해 “소방관 폄훼 의도는 전혀 없다. 제 의도와 다르게 전달됐다면 깊은 유감의 말씀을 드리고 마음을 다해 사과드리겠다"고 말했다.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는 이날 방문하며 방명록에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고귀한 희생을 결코 잊지 않겠습니다“라면서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는 소방대원들의 임무 수행을 위해 국가가 더 세심하게 챙기겠습니다“라고 작성했다. 김 소방위의 장례는 유가족의 뜻에 따라 경기도청장으로 치러진다. 영결식은 19일 오전 10시 부천실내체육관에서 엄수된다. 이상무 기자 rokmc@ekn.kr

“당나라 감사원”부터 “발작버튼”까지…국감 달군 말말말

“국민의 감사원이 아니라 당나라 감사원", “정말 나랏돈이 아까워 죽겠다", “정치검사 1호는 윤석열". 지난 12일부터 이어진 2주 차 국정감사에서는 정책 질타부터 상대 진영을 겨냥한 날 선 표현까지 다양한 발언이 쏟아졌다. 세금 낭비와 감사원 중립성, 사법제도와 수사기관 인사 등 상임위마다 쟁점은 달랐지만, 거침없는 한마디가 국감장의 열기를 끌어올렸다. ◇“당나라 감사원"…독립성 놓고 정면충돌 12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의 감사원 국정감사에서는 감사위원 인사와 감사 결과의 정치적 중립성을 둘러싸고 여야가 맞붙었다. 윤상현 국민의힘 의원은 감사위원 인선을 문제 삼으며 “국민의 감사원이 아니라 당나라 감사원"이라고 비판했다. 여야는 전·현 정권을 둘러싼 감사의 적절성을 놓고 공방을 벌였고, 감사원의 독립성과 신뢰성 확보 방안이 쟁점으로 떠올랐다. ◇“나랏돈 아깝다" 13일 국회 재정경제기획위원회의 국세청 국정감사에서는 체납관리단의 운영 성과와 예산 효율성이 도마 위에 올랐다. 박수영 국민의힘 의원은 투입 예산과 징수 실적을 비교하며 “정말 나랏돈이 아까워 죽겠다"고 질타했다. 국민 세금이 투입된 사업인 만큼 비용에 걸맞은 성과를 거뒀는지 따져봐야 한다는 취지다. ◇헌재 국감서 고성 공방 13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의 헌법재판소 국정감사에서는 재판소원 제도와 대법관 후임 제청 문제 등을 놓고 여야가 충돌했다. 이재명 대통령의 대구 상가 천장 붕괴 사고 당일 골프 관련 의혹까지 거론되면서 공방은 격화했다. 주진우 국민의힘 의원은 신상발언에서 “제가 이재명 황제골프와 관련된 문제점을 지적했더니 청와대에서 지령을 받은 것도 아니고 민주당 단체로 발작버튼이 눌렸다"고 주장했다. 사법제도와 헌법기관의 역할을 검증해야 할 국감장에서 의원 간 거친 설전이 이어졌다. ◇김지용 인선 놓고 설전 13일 국회 행정안전위원회의 경기도 국정감사에서는 김지용 중대범죄수사청장 후보자 인선을 둘러싼 논란이 이어졌다. 추미애 경기도지사는 후보자 인선에 반대하는 이유를 설명하며 “양심에 기반해 나라를 위해 말씀드린 것"이라고 밝혔다. 후보자의 적격성을 문제 삼는 것은 공직자로서 책임을 다하는 일이라는 취지다. 국민의힘은 추 지사의 발언과 정치적 행보를 문제 삼으며 맞섰다. ◇“정치검사 1호는 윤석열" 14일 국회 행정안전위원회의 김지용 초대 중대범죄수사청장 후보자 인사청문회에서는 검찰개혁과 후보자 적격성을 둘러싼 질의가 집중됐다. 김 후보자는 정치검사를 지목하는 질문에 윤석열 전 대통령을 거론하며 “아무래도 제가 생각하기에는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안 좋은 영향을 끼치는 데 제일 첫 번째일 것 같다"고 말했다. 한동훈 무소속 의원도 정치검사에 해당하느냐는 질문에는 “부정하기는 어려울 것 같다"고 답했다. 후보자의 과거 이력과 검찰개혁 관련 입장을 둘러싼 논란이 이어지면서 새 수사기관 수장의 자격을 놓고도 공방이 벌어졌다. 2주 차 국감은 상임위마다 거친 발언과 설전으로 주목받았다. 짧고 자극적인 한마디는 정치권의 공방을 부각하고 대중의 관심을 끌지만, 발언 자체가 국감의 성과를 대신할 수는 없다. 혈세 낭비를 지적했다면 예산 개선으로, 수사와 감사의 공정성을 따졌다면 객관적인 검증과 후속 조치로 이어져야 한다. 국감장을 달군 말들이 실질적인 변화로 이어질 수 있을지 주목된다. 김윤호 기자 kyh81@ekn.kr

‘묻지마 범죄’ 87% 쇼핑몰·지하철 등 공공장소에서

불특정 다수를 향한 이상동기 범죄의 대다수가 노상이나 쇼핑몰 등 공개된 장소에서 벌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경찰이 연초부터 특별 대응 계획을 가동했음에도 최근 인천 흉기 난동 사건을 막지 못해 현장 대응체계에 허점이 드러났다는 지적이 나온다. 18일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소속 국민의힘 김예지 의원이 경찰청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경찰이 집계를 시작한 2023년부터 올해 상반기까지 발생한 이상동기 범죄는 총 146건에 달했다. 연도별로는 2023년 46건, 2024년 42건, 2025년 39건으로 집계됐다. 건수 자체는 감소 추세를 보였으나 매년 4명에서 5명에 이르는 사망자가 발생했고 살인미수와 상해·폭행 사건도 매년 각각 최대 20건, 37건씩 이어졌다. 전체 146건 중 127건에 해당하는 87.0%가 노상, 쇼핑몰, 지하철 역사 등 다중밀집장소와 상점 등 대중이 출입하는 공개된 장소에서 일어났다. 범행 도구가 사용된 경우는 85건으로 58.2%를 차지했으며 이 가운데 칼 등 날카로운 예기를 사용한 비율이 69.4%로 대부분이었다. 이 같은 범죄의 위험성은 최근 인천에서 발생한 흉기 난동 사건에서 고스란히 드러났다. 피의자인 59세 최충락은 남동구 구월동의 대형 상업시설에서 양손에 흉기를 테이프로 묶은 채 시민 10명에게 무차별적으로 휘둘렀다. ◇이번에도 작동하지 않은 경찰 예방 시스템 경찰의 사전 예방 시스템은 이번에도 작동하지 않았다. 최충락은 지난달 병원 앞에서 1인 시위를 벌이다 흉기를 소지한 혐의로 지난 4일 입건된 위험성 평가 대상자였다. 그는 지난 2015년 8월 전처를 살해하려 한 혐의로 기소되어 징역 4년을 선고받았고 당시 성인 재범 위험성 평가에서 총점 14점으로 높은 수준 판정을 받았다. 정신병질자 선별도구 검사에서도 재범 위험성 중간 수준인 15점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경찰은 그가 소지하고 있던 흉기로 시위 팻말에 구멍을 뚫었을 뿐 시민을 위협하지 않았다고 판단해 범죄 분석과 평가 절차를 밟지 않았다. 경찰은 지난 1월 이상동기 범죄 전조 증후 분석 및 대응 강화 계획을 수립하고 대상 선별, 범죄분석 평가, 결과 활용의 3단계 대응체계를 마련했으나 현장에서 무력화된 셈이다. 전문가들은 이상동기 범죄가 예측 불가능한 우발적 범행이 아니라고 강조한다. 학술지 한국과 국제사회에 실린 이상동기 범죄 위험징후 분석 논문에 따르면 2020년부터 2025년까지의 판결문 82건 중 가해자의 약 78.0%가 전과자였으며 이 가운데 동종 전과 비율은 87.5%에 달했다. 특히 살인으로 이어진 범죄의 68.4%는 철저한 계획범죄였다. 연구진은 명확한 위험 징후와 특유의 패턴이 존재하는 만큼 고위험군을 선별해 즉시 대응과 추적 관찰을 수행하는 현장용 가이드라인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김예지 의원은 “이상동기 범죄가 끊이지 않는 상황에서 경찰이 마련한 대응책이 현장에서 제대로 작동하지 못했다는 점은 심각한 문제"라며 “대책이 선언에 그치지 않도록 현장 대응체계를 전면 점검하고, 실질적인 범죄예방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상무 기자 rokmc@ekn.kr

한달 앞둔 中 선전 APEC…미·중·러 빅매치 속 김정은 당길까

다음 달 중국 선전(深圳)에서 열리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가 미·중·러 정상외교와 북미 대화의 무대가 될지 주목된다. 18일 외교가에 따르면 선전 APEC 정상회의는 다음 달 14~15일 최종고위관리회의(CSOM), 17~18일 최고경영자(CEO) 서밋에 이어 18~19일 정상회의 본회의 순으로 진행된다. 중국은 지난 15일 각국에 초청장을 발송했다. 올해 회의 주제는 '아시아·태평양 공동체 건설, 공동번영 촉진'이다. 미·중 무역 갈등과 인공지능(AI) 협력, 우크라이나 전쟁 등 주요 현안과 함께 한반도 정세를 둘러싼 정상 간 접촉에도 관심이 쏠린다. 트럼프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정상회담은 이번 회의의 주요 관전 포인트다. 양국은 지난해 부산 정상회담에서 무역 휴전에 합의했고, 최근 휴전 시한을 내년 1월까지 연장했다. 선전 회담에서는 무역 갈등 관리와 양국 관계 안정화 방안 등이 논의될 것으로 전망된다. 푸틴 대통령까지 참여하는 미·중·러 3자 회담 가능성도 거론된다. 푸틴 대통령은 지난 1일 관련 질문에 “우리는 대찬성(all for it)"이라고 밝혔다. 러시아 측은 우크라이나 전쟁과 이란 전쟁, 한반도 문제 등이 논의될 가능성을 시사해 왔다. 다만 3자 회담의 구체적인 개최 계획은 확인되지 않았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12일 APEC 기간 김 위원장과 만날 계획이 있느냐는 질문에 “그럴 수도 있다(I may)"며 “흥미진진할 것이다. 나는 (김 위원장과) 잘 지낸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김 위원장이 회동에 응할 경우 트럼프 대통령의 평양 방문 가능성도 제기한다. 그러나 북한은 별다른 반응을 내놓지 않고 있다. 김 위원장은 지난해 9월 최고인민회의 연설에서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좋은 기억이 있다고 밝히면서도 미국이 비핵화 요구를 철회하고 북한의 현실을 인정해야 대화할 수 있다는 입장을 내놨다. 최선희 북한 외무상도 지난달 북한의 핵보유국 지위는 되돌릴 수 없다고 주장했다. 미국은 북한의 비핵화를 목표로 하지만 북한은 핵보유국 지위를 인정받겠다는 입장이다. 정상회담이 성사되더라도 핵 문제를 둘러싼 간극을 좁히기는 쉽지 않다는 전망이 나온다. ◇중·러와 교역망 확충…北 협상 여지 커져 북한의 달라진 외교 환경은 국경 교량 개통에서도 드러난다. 북한과 중국은 지난 15일 중국 단둥과 북한 신의주를 잇는 신압록강대교를 개통했다. 길이 3㎞, 왕복 4차로인 이 다리는 중국이 2014년 약 22억 위안(3억1000만 달러)을 들여 건설했지만 북한 측 연결도로와 세관시설 등이 마련되지 않아 12년 가까이 사용되지 않았다. 개통식에는 리창 중국 국무원 총리와 박태성 북한 내각 총리가 화상으로 참석했다. 리 총리는 교량이 양국의 경제·무역 협력을 촉진하고 전통적 우호 관계의 새로운 상징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북한은 지난달에도 나선 지역과 러시아 하산을 연결하는 첫 도로 교량을 개통했다. 북중·북러 육상 교역망이 잇달아 확충된 것이다. 중국은 북한 대외 교역의 약 98%를 차지하는 최대 교역국이다. 북한이 우크라이나 전쟁을 계기로 러시아에 병력과 무기를 지원하고 현금·연료 등 경제적 지원을 받아온 가운데, 중국도 대북 경제협력을 확대하며 영향력 유지에 나섰다는 분석이 나온다. 미국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의 빅터 차는 파이낸셜타임스(FT)에 중국이 러시아의 영향력과 물질적 지원을 고려해 북한을 자국 영향권으로 다시 끌어들이려 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지난 6월 시진핑 주석의 평양 방문 이후 양국은 무역·농업·건설·기술 분야 협력 확대에도 합의했다. 중국과 러시아의 지원으로 북한의 경제적 선택지가 넓어지면 미국과의 협상에서 서두를 유인도 줄어들 수 있다. 북한이 대화에 나서더라도 더 유리한 조건을 요구할 여지가 생긴다는 의미다. 이재명 대통령의 정상외교도 선전 APEC의 주요 관심사다. 한미 정상회담이 열리면 북핵 문제와 전시작전통제권 전환 등이 논의될 수 있고, 한중 정상회담에서는 경제·산업 분야 협력 확대가 다뤄질 전망이다.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와 시 주석의 회동 여부도 중일 관계의 변수다. 중국·러시아와의 협력으로 외교적 선택지를 넓힌 김 위원장이 미국과의 대화에 나설 유인을 얼마나 크게 평가하느냐가 관건이다. 미·중·러 정상 간 접촉이 실제로 이뤄질 경우 한반도 문제를 둘러싼 논의가 북미 대화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도 주목된다. 이상무 기자 rokmc@ekn.kr

오세훈 서울시장직 걸린 23일 항소심 선고

오세훈 서울시장의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 항소심 선고가 오는 23일 내려진다. 1심에서 벌금 1000만원을 선고받은 오 시장은 항소심에서 유죄가 확정되면 시장직을 잃을 수 있다. 향후 대권 도전에도 제동이 걸릴 수 있는 만큼 재판부의 판단에 정치권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18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고법 형사7부(부장판사 구회근)는 23일 오후 2시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오 시장의 항소심 선고 공판을 연다. 민중기 특별검사팀은 지난 2일 결심공판에서 오 시장에게 징역 1년 6개월과 추징금 3300만원을 선고해 달라고 재판부에 요청했다. 오 시장은 2021년 4·7 서울시장 보궐선거 당시 정치 브로커 명태균씨로부터 여론조사 결과를 10차례 전달받고, 당시 비서실장이던 강철원 전 서울시 정무부시장을 통해 후원자인 사업가 김한정씨에게 여론조사 비용 3300만원을 대신 내게 한 혐의를 받는다. 오 시장은 지난해 12월 재판에 넘겨졌다. 1심 재판부는 공소사실에 포함된 여론조사 10건 가운데 5건에 대해 오 시장 측의 의뢰 사실과 김씨의 2100만원 대납 혐의를 유죄로 인정했다. 나머지 5건은 여론조사 의뢰나 비용 대납 사실이 충분히 증명되지 않았다고 판단했다. 오 시장에게 벌금 1000만원과 추징금 2100만원을 선고했다. 정치자금법 위반으로 벌금 100만원 이상의 형이 확정되면 선출직 공직자는 직을 잃고 5년간 공직에 진출할 수 없다. 항소심에서 1심 형량이 유지되고 판결이 확정되면 오 시장은 서울시장직 상실과 함께 차기 대선 출마도 제한받게 된다. ◇통화 녹음 두고 엇갈린 주장 항소심에서는 명씨와 김씨의 통화 녹음 파일이 새롭게 탄핵 증거로 채택됐다. 오 시장이 여론조사 비용 대납을 알고 있었는지를 둘러싼 양측의 주장이 맞서는 가운데 해당 녹음이 재판부 판단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주목된다. 녹음에서 명씨는 “오세훈이는 몰라요. 모르고 걱정하지 마요. 내가 알아서 할게"라고 말하는 한편 “시장님 은밀하게 했고 이건 소문나면 안 되고"라고도 했다. 오 시장 측은 앞선 발언을 근거로 김씨가 오 시장과 무관하게 명씨에게 여론조사를 의뢰했으며, 오 시장은 여론조사 진행과 비용 대납을 구체적으로 알지 못했다는 입장이다. 명씨는 지난달 30일 항소심 재판부에 제출한 진술서에서 다른 해석을 내놨다. 그는 해당 통화가 당내 경선용 여론조사 실시 여부를 논의한 대화가 아니라, 오 시장이 국민의힘 서울시장 후보로 확정된 뒤 안철수 당시 후보와 추진한 야권 단일화 전략의 구체적인 경위와 실행 과정을 주고받은 대화라고 주장했다. 오 시장은 항소심 결심공판 최후진술에서 혐의를 부인하면서도 명씨와의 관계를 단호하게 정리하지 못한 점을 사과했다. 그는 “오세훈법으로 불리는 정치자금법 개정 성과를 서울시장 5선보다 더 명예롭게 생각하는 제가 후원자에게 비용을 대납해달라고 요청했다는 것은 상상할 수 없는 일"이라고 말했다. 이어 “국민 여러분께 송구스러운 마음을 금할 수 없다"며 “명씨를 단호히 끊어내지 못해 법정에 서게 된 것에 대해 깊은 반성의 말씀을 드린다"고 했다. 그러면서 “제자리를 잃는 것은 두렵지 않다"며 “증오가 진실을 이길 수 없고 조작된 정황이 사실을 덮을 수 없다는 것을 사법부가 증명해 줄 것이라 믿는다"고 덧붙였다. 오 시장의 항소심 선고는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에 대한 사법적 판단을 넘어 서울시정과 차기 대선 구도에도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유죄 판단이 유지될지, 새로 채택된 통화 녹음과 양측의 주장이 재판부 판단에 어떤 영향을 줄지가 선고의 주요 관심사다. 이상무 기자 rokmc@ekn.kr

취임 1년 지났지만 바람 잘 날 없는 장동혁 리더십

국민의힘 지도부가 지역 당협위원장 선출 문제를 두고 정면으로 충돌하면서 장동혁 대표의 리더십이 흔들리고 있다. 이견을 조율해야 할 지도부가 분열을 그대로 드러냈다는 비판이 당 안팎에서 나온다. 일각에서는 장 대표 취임(2025년 8월) 1년이 훨씬 지났지만, 당은 바람 잘 날이 없다는 탄식도 들린다. 국민의힘 조직강화특별위원회는 16일 경기 용인갑 당원협의회 조직위원장의 경선 후보였던 양향자 최고위원의 '전면 재선거' 요구를 받아들이지 않고 조직위원장으로 윤재복 후보를 선정했다고 밝혔다. 전날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양 최고위원은 “이해충돌 소지를 없애기 위해 이번 재경선에 불참하겠다"고 밝혔다. ARS 투표 누락과 이중당적 의혹에 대한 진상조사 없이 재투표를 진행해서는 안 된다는 입장이다. 그는 용인갑에 한정하지 않고 전체 경선 과정에 대한 전수조사도 요구했다. 발단은 지난 6일 3자 경선과 8일 결선이다. 결선에서 윤재복 전 경기도당 부위원장이 양 최고위원을 꺾었다. 그런데 일부 당원이 통신사 문제로 ARS 투표 전화를 받지 못한 사실이 확인되면서 재투표 논란이 불거졌다. 공개회의에서 조강특위 위원장인 정희용 사무총장이 먼저 반격에 나섰다. 정 사무총장은 “경기도지사 후보 경선에서 본인이 당선될 땐 아무 말 안 하다가 이제 와서 당의 시스템을 무력화하는 발언을 하느냐"고 쏘아붙였다. 양 최고위원이 경선 결과에 승복하겠다는 각서까지 썼다는 취지의 언급도 나왔다. 정 사무총장은 회의 후 “통신사 측의 기술 문제를 당의 오류로 확대·과장해 언론에 공식 발표한 것은 해당 행위"라고 주장했다. 친한계는 양 최고위원을 거들고 있다. 우재준 최고위원은 진상조사 없이 재투표를 결정한 과정을 지적하며 “당사자인 양 최고위원이 재투표를 요구하지도 않았는데 왜 갑자기 결정해서 발표했느냐"고 따졌다. 충돌은 회의가 비공개로 전환된 뒤 더 거세졌다. 회의장 밖으로 고성이 새어 나왔고, 장 대표와 정 사무총장이 양 최고위원과 우 최고위원에게 항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장 대표는 “어떻게든 지도부 실수 있으면 끄집어내서 흔들어보자, 그러려고 정치하느냐"며 목소리를 높였다. “부정선거에 싸우는 대표까지 싸울 자격 없는 사람을 만드냐"는 말도 했다고 한다. 양 최고위원의 불참 선언으로 18일 재투표 계획은 불투명해졌다. 당권파는 양 최고위원 측의 문제 제기를 '지도부 흔들기'로 규정한다. 비당권파는 부실한 경선 관리 시스템에 대한 정당한 문제 제기라며 물러서지 않고 있다. ◇지역 하나 정비하는 데도 한목소리 못 내는 지도부 당내에서는 터질 일이 터졌다는 반응이 적지 않다. 장 대표가 도입한 당원 직선제 이후 당내 역학 구도가 재편되는 과정에서 비당권파와 원외 인사들의 불만이 쌓여 왔다는 것이다. 양 최고위원이 투표 오류를 고리로 재선거를 요구한 데에는 당권파 주도의 공천·조직 정비 흐름에 제동을 걸려는 성격도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장 대표로서는 부담이 크다. 당 대표는 경선에서 불거진 이견을 조율하고 의사결정 절차에 대한 신뢰를 지켜야 하는 자리다. 그런데 이번에는 투표 누락 의혹과 재투표 결정의 정당성을 놓고 최고위원들이 맞섰고, 장 대표도 갈등의 한복판에 섰다. 지역 조직 하나를 정비하는 일에 지도부가 한목소리를 내지 못한 셈이다. 경선 과열이 반복되면 당원 참여를 넓히려던 제도의 취지도 퇴색할 수 있다. 친한계인 박정훈 의원은 이날 YTN 라디오에서 “(이번 사태가) '개혁파를 지지하는 당원들의 명단은 (ARS 전화 목록에서) 빼고 주는 거 아닌가' 하는 오해를 살 수 있다"고 지적했다. 장 대표가 이번 사태를 어떻게 수습하느냐에 따라 당내 장악력에 대한 평가도 갈릴 전망이다. 최고위원 간 충돌과 책임 공방이 되풀이되면 대표의 조정 능력을 향한 의문은 더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이상무 기자 rokmc@ekn.kr

국민의힘 초강경파 ‘주김이’…“이런 사람 100명이면 영남당”

더 이상 강경파라는 단어는 더불어민주당만의 전유물이 아니다. 국민의힘에서 신흥 초강경파 3인방이 등장하면서다. 주진우·김태규·이진숙 의원은 대여(對與) 투쟁에 수위 높은 발언을 불사하며 강한 전투력을 보여준다는 평가와 함께 지나친 언행으로 당의 외연 확장을 막고 있다는 비판도 받는다. ◇저격수 자처하는 주진우 과연… 17일 정치권에 따르면, 주진우·김태규·이진숙 의원은 최근 대여 전선의 선봉에 서며 정치권의 화두를 독점하고 있다. 이들 의원의 발언이 매일같이 언론과 온라인 커뮤니티를 도배하면서다. 최근 대구 천장 붕괴 사고 당시 이재명 대통령의 주말·가족 골프 폭로로 이목을 끈 주 의원은 SNS에서 한 지지자가 “주 의원, 호랑이가 되셔야 한다"고 글을 올리자, 댓글로 “이재(제) 명을 끊을 때"라고 답해 논란이 됐다. 민주당은 즉각 국회 윤리위원회 제소 검토 등 강경 대응에 나섰다. 이에 주 의원은 “이재명 황제 골프로 정권의 운명이 다했으니 이재명을 탄핵해야 한다는 뜻"이라고 해명하면서도 “진짜 막말은 이재명, 김혜경 부부의 욕설"이라며 “민주당이 막말 운운하며 나를 입틀막 한다면, 이재명 부부의 막말 모음 육성을 기자회견장에서 틀어버릴 것"이라고 맞받았다. 주 의원은 이 밖에도 감사원에 예산 낭비와 부실 운영 등이 제기된 여수세계섬박람회에 대한 감사를 청구하는 등 각종 현안의 '저격수'를 자처하며 대여 투쟁의 전선을 전방위로 넓히고 있다. ◇'부엉이바위'·'李부모 묘소' 공세 김태규 의원도 지난달 불거진 영화 '암살자(들)'의 역사왜곡 논란 국면에서 존재감을 드러냈다. 김 의원은 지난 6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국정감사장에서 “우리 '부엉이바위의 진실'이나 하나 만들자"고 했다. 부엉이바위는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이 서거한 장소다. 이에 범여권이 “인간이 되세요" “한 번도 사람인 적이 없어"라고 항의하자, 김 의원은 “부엉이바위에 긁혔어?" “패륜 영화는 보자고 하면서 부엉이바위는 긁혀?"라고 응수했다. 지난달 30일에는 유튜브 채널 '장르만 여의도'에 출연해 전두환·윤석열 전 대통령의 내란 여부를 묻는 질문에 모두 “아니다"라는 취지로 답해 논란이 일었다. 문제는 김 의원이 원내수석대변인이라는 당직을 맡고 있다는 점이다. 원내지도부는 최근 김 의원에게 '주의'를 당부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진숙 의원은 지난 10일 경북 봉화군에 있는 이 대통령의 부모 묘소를 직접 찾아 농지법 의혹을 제기했다. 이 의원은 페이스북에 “이곳은 농지로 묘를 쓸 수 없는 곳"이라며 “이재명은 농민들의 농지가 불법이니 투기니 따지기 전에 본인 부모 묘소부터 옮겨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의원은 지난 8월에는 국회 도서관에서 '5·18 재조명 토론회'를 주최해 논란을 빚었다. 이 때문에 헌정사상 최초로 이 의원에 대한 제명 촉구 결의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기도 했다. 그는 “5·18 성역화의 완성"이라고 항변했다. 이에 민주당은 '패륜 3남매'로 규정하고 국회의원 자격정지 방안까지 거론했다. 손명수 민주당 대변인은 15일 서면브리핑에서 “국민의힘 막말 3인방이 금도를 넘고 있다"며 “국회의원 제명, 자격 정지 등 할 수 있는 모든 조치를 취하겠다"고 경고했다. ◇“강경파들 지역구는 소속 정당의 텃밭" 이들 3인방의 활약으로 강성인 장동혁 대표는 상대적으로 온화해 보이는 이미지 개선 효과를 얻고 있다. 당내에서는 이들 3인방을 두고 엇갈린 반응이 나온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이날 본지에 “당대표가 너무 나서서 지도부가 세 보이는 것보다는 의원들 중 강성도 있고 온건한 사람도 있는 그림을 보여주는 게 당 차원에서는 나은 측면이 있다"며 “야당으로서 머릿수도 밀리는 상황에서 지지자들이 힘을 얻고 기세를 잡기 위해서라도 필요한 부분"이라고 평가했다. 이 관계자는 다만 “과한 발언으로 여당에 반격의 빌미가 되는 부분은 국회에 들어온 지 얼마 안 된 의원들이기 때문에 스스로 배워가고 수위를 조절해 나가야 하지 않을까 싶다"고 귀띔했다. 내후년 총선을 앞두고 이들 의원의 언행을 향한 우려도 제기된다. 당장 선거가 없을 땐 대여 선명성을 확보하는 효과가 있지만, 총선 국면에선 수도권 표심에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우려다. 이들 3인방이 모두 '공천이 곧 당선'으로 통하는 영남권에 쏠려 있다는 점도 한계로 지목된다. 원내대표 출신인 김성태 전 국민의힘 의원은 지난 14일 SBS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에 출연해 “이런 사람이 10명, 100명 이렇게 자꾸 많아지면 우리는 영남정당에 한정될 수 있다"고 비판했다. 또 다른 국민의힘 관계자는 “여야 막론하고 강경파들의 공통점은 자신들의 지역구가 각자 정당의 텃밭이라는 점"이라며 “누가 나가도 당선 확률이 높은 지역구이기 때문에 공천받기 위해 스피커 출력을 높일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꼬집었다. 신교근 기자 shin1948@ekn.kr

임태희 전 경기교육감 “선거제도 바꿔야 대한민국 바뀐다”

3선 국회의원·고용노동부 장관·대통령비서실장 등을 지낸 임태희 전 경기교육감이 주도한 '사전투표 폐지' 등 선거제도 개선과 공직선거법 개정을 위한 국민동의청원이 5만명 이상의 동의를 얻었다. 5만명 이상 동의는 국회 심사 요건 충족을 의미한다. 임 전 교육감은 지난 9월 15일 6·3 지방선거 출마자, 공직 경험 인사 등과 햠께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국민동의청원 추진을 발표했다. 이후 선거관리의 투명성과 신뢰 회복을 요구하는 시민들의 참여가 이어지며 국민동의청원 5만명을 돌파했다. 이번 청원의 가장 큰 특징은 20~40대 청년들이 실무 준비를 주도하고, 전직 단체장과 교육감 등 사회 중진 인사들이 이를 뒷받침했다는 점. 실제 청원 과정에 대학생과 호남 지역 청년들도 참여하는 등 세대·지역 등을 초월한 움직임도 나타났다. 임태희 전 경기교육감은 “선거제도 개선은 특정 정당이나 지역만이 아닌, 국민 한 사람 한 사람의 소중한 참정권을 지키는 문제"라며 “미래세대가 살아갈 대한민국의 민주주의를 더욱 공정하고 투명하게 만들기 위해 반드시 필요한 일"이라고 강조했다. ◇시민들의 엄중한 요구…이제 국회가 답할 차례 이번 국민청원 5만명 동의가 곧바로 법 개정을 의미하는 건 아니다. 청원 성립으로 국회가 시민들의 엄중한 요구를 공식적으로 논의할 수 있는 길이 열린 만큼, 앞으로 국회가 실질적인 법 개정과 제도 개선에 나서도록 하는 과제가 남아 있다. 이제 국회가 답할 차례인 셈이다. 임 전 교육감은 향후 여야 정치권과 전문가, 청원 추진 관계자 등이 참여하는 국민보고회 등을 계획 중이다. 아울러 여야 정당 지도부 방문 등을 통해 국민동의청원에 담긴 시민들의 요구를 전달하고, 공직선거법 개정과 선거제도 개선에 국회가 적극 나서도록 촉구할 방침이다. 임 전 교육감은 “청원 성립은 끝이 아닌 시작"이라며 “선거제도 개선 완성을 위해 끝까지 최선을 다할 것다. 선거제도를 바꾸면 대한민국이 바뀐다"고 힘줘 말했다. 최경호 기자 squeeze@ekn.kr

청와대 국무회의, 생중계 부작용에 수사기관 참석 논란까지

이재명 대통령의 국무회의 운영 방식을 둘러싼 비판이 커지고 있다. 국정 투명성을 높이겠다며 도입한 전체 생중계가 장관들의 소신 발언을 가로막는다는 지적이다. 수사·공소기관장의 정례 참석을 두고는 정치적 중립성 훼손이 우려되고 있다. 이 대통령은 16일 엑스(X)에 '국무회의 공개 논란에 대해'라는 제목의 글을 올려 정면돌파에 나섰다. 그는 “국무회의는 공개회의에 이어 비공개회의가 따로 있고 보안이 필요하거나 국무위원들의 입장이 난처할 수 있는 사안들은 비공개회의에서 논의하고 있다"며 “국정을 포함한 모든 행정은 공개가 원칙이고 이전부터 국무회의 회의록은 공개되어 왔다"고 밝혔다. 이어 “공개회의에서 토론 시 국무위원들이 팩트체크를 위한 대통령의 질문에 불편함을 느낄 수 있지만, 주무장관으로서 자기 업무는 손바닥처럼 파악하는 게 당연하고 또 세부 수치 등은 모를 수도 있기 때문에 '모르는 건 모른다고 하면 된다“며 "토론과 판단에 방해되니 허위보고를 하거나 모르면서 아는 척하지 말아 달라'고 수차 말했다"고 항변했다. 관가와 정치권에 따르면 장관 10여 명은 지난 2일 한성숙 국무총리 공관 만찬에서 생중계 축소를 이재명 대통령에게 건의해 달라고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전 국민이 지켜보는 상황에서는 대통령 의견에 반론을 내기 어렵고, 충분히 검토되지 않은 정책이 추진된다는 이유에서다. 이재명 정부는 지난해 7월 29일 정책 결정의 투명성을 높이고 국민 참여를 확대하겠다며 국무회의 생중계를 도입했다. 대통령 모두발언은 물론 부처 보고와 토론까지 공개했고, 회의는 최장 4시간까지 이어졌다. 지방세 체납 관리나 인공지능(AI) 인력 채용처럼 부처 간 이견을 조율한 성과도 나왔다. ◇카메라 앞에 경직…일부 공개 뒤 비공개 전환도 방법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득보다 실이 크다는 평가에 힘이 실렸다. 카메라 앞에서 장관들이 이견을 내기 어렵다 보니 회의가 형식적인 보고 위주로 흐르고 있다는 것이다. 대통령 발언이 부처의 기존 검토 결과를 흔든 사례도 이어졌다. 성평등가족부가 공론조사를 거쳐 마련한 촉법소년 연령 하향 논의가 대표적이다. 현행 14세인 기준을 13세로 낮추는 방안이었으나, 이 대통령이 “너무 미약하지 않으냐"고 지적하면서 추진 방향이 흔들렸다. 농지 전수조사와 노란봉투법 시행령 추진도 사전검토 없이 국무회의 발언을 계기로 시작됐다가 농민 등의 반발에 부딪혀 후퇴했다. 초고가 1주택 보유세 같은 민감한 부동산 현안을 유튜브 댓글로 즉석에서 수렴하는 모습도 논란을 낳았다. 대통령의 공개 발언이 부처 검토와 이해관계 조정보다 앞서면 정책이 바뀌거나 물러설 가능성이 커진다. 장관들이 문제점을 지적하기 어려운 구조에서는 사전에 걸러낼 장치도 약해진다. 국무회의 참석 대상을 둘러싼 논란도 겹쳤다. 이 대통령은 지난해 12월 부처뿐 아니라 외청도 국무회의에 참석하도록 주문했다. 이에 따라 올해 초부터 검찰총장과 경찰청장 직무대행 등이 배석했고, 지난 2일 중대범죄수사청(중수청)과 공소청이 출범한 직후에는 두 기관의 장 직무대행도 회의에 자리했다. 현행 규정은 필요할 경우 청의 장을 배석시킬 수 있도록 하지만, 이들 기관장은 원칙적인 배석 대상이 아니다. 참여연대는 15일 논평을 내고 “대통령의 지휘·감독 권한이 수사·공소기관장의 국무회의 참석 적절성까지 담보하진 않는다"며 수사·공소기관의 공정성과 정치적 중립성을 훼손할 수 있다고 비판했다. 국무회의 구성원 역시 잠재적 수사·기소 대상인 만큼 구체적 지시가 없더라도 기관장에게 정치적 부담을 줄 수 있다는 주장이다. 국민의힘도 “정권 수사와 직결된 기관을 길들이려는 조치라"고 가세했다. 현재 이 대통령 앞에는 국무회의를 모두발언이나 일부 토론만 공개한 뒤 비공개로 전환해 숙의 기구로 되살리는 선택지가 있다. 그래도 공개회의를 유지한다면 장관들이 소신껏 이견을 낼 수 있는지, 수사·공소기관의 독립성을 지키면서 국정 방향을 공유할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이상무 기자 rokmc@ekn.kr

서울시장 보궐선거 선점 나선 민주당의 속앓이

더불어민주당이 서울시장 보궐선거 가능성에 대비해 후보군을 띄우고 민생 행보를 강화하고 있다. 오세훈 서울시장의 재판 결과에 따라 선거가 현실화할 수 있는 만큼 선제 대응에 나선 모습이다. 그러나 당 지지율이 부진한 데다 서울 지역 민심까지 녹록지 않아 승리를 낙관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16일 정치권에 따르면 김민석 민주당 대표는 최근 서울시장 후보군을 공개적으로 거론하며 선거 준비에 시동을 걸었다. 김 대표는 민주당 유튜브 방송에서 강훈식 전 대통령비서실장의 출마 가능성에 대해 “무엇이든 할 수 있는 가능성과 미래가 열려 있다"며 “전국적 인물이고, 역량이 검증됐고, 당 내외 신뢰가 있다"고 평가했다. 앞서 지난달에는 김 대표의 수첩에 서울시장 후보군으로 해석될 수 있는 '훈식·원식·청래'라는 이름이 포착되면서 논란이 일기도 했다. 잠재 주자들을 공개적으로 거론하며 선거 분위기를 조성하는 한편, 서울 민심을 선점하려는 움직임으로 풀이된다. 김 대표는 서울 민생 현장을 찾으며 시민과의 접점도 넓히고 있다. 버스 차고지와 환경공무직 근로 현장, 농수산물도매시장, 소방서, 동서울우편집중국 등을 방문해 현장의 애로사항을 청취했다. 서울시 정책에 대해서도 무조건적인 반대보다 시민에게 필요한 사업은 협력하겠다는 기조를 내세우고 있다. 생활 밀착형 행보와 정책적 유연성을 통해 중도층까지 공략하려는 전략으로 해석된다. 민주당이 보선 가능성에 촉각을 곤두세우는 배경에는 오 시장의 사법 리스크가 있다. 오 시장은 이른바 '명태균 여론조사비 대납 의혹'과 관련한 정치자금법 위반 사건으로 1심에서 벌금 1000만원과 추징금 2100만원을 선고받고 항소심을 진행 중이다. 항소심 선고는 오는 23일로 예정돼 있다. 벌금 100만원 이상의 형이 확정되면 시장직을 잃게 되는 만큼 재판 결과에 따라 보궐선거가 현실화할 수 있다. 다만 선거가 실제로 치러지더라도 민주당이 승리를 장담하기는 어렵다. 한국갤럽이 지난 6~8일 전국 만 18세 이상 1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표본오차 95% 신뢰수준에서 ±3.1%p, 응답률 9.7%, 전화면접조사,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에서 민주당 지지도는 35%로 집계됐다. 김 대표 취임 이후 최저치다. 최민희 민주당 최고위원도 최근 친여 성향 방송인 김어준씨의 유튜브 방송에서 여론조사 추이를 '위기 징후'라고 진단했다. 서울 지역의 정당 지지도도 부담이다. 리얼미터가 본지 의뢰로 지난 1~2일 전국 18세 이상 유권자 1009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10월 1주차 조사(무선(100%) 자동응답(ARS) 방식, 응답률은 3.0%, 표본오차 95% 신뢰수준에서 ±3.1%p,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에서 서울 지역 민주당 지지도는 34.2%로 국민의힘(45.1%)에 10.9%포인트 뒤졌다. 9월 첫째 주 조사에서 서울 지역 양당 간 격차(민주당 31.3%, 국민의힘 37.4%)가 6.1%포인트였던 것과 비교하면 차이가 더 벌어졌다. ◇“현재 서울 민심으로는 승리 낙관하기 어렵다" 부동산 문제도 민주당이 풀어야 할 과제로 꼽힌다. 집값 상승과 전월세 부담, 정부 세제개편안을 둘러싼 논란이 서울 민심에 영향을 미치는 상황에서 현장 방문만으로 유권자의 불신을 해소하기는 쉽지 않다는 분석이다. 시민들이 체감할 수 있는 주거 대안을 제시하고 정책 신뢰를 회복해야 선거 경쟁력도 확보할 수 있다는 의미다. 이종근 정치평론가는 본지 통화에서 “오 시장의 재판 결과와 국민의힘 후보가 누가 될지를 떠나 현재 서울 민심으로는 민주당의 승리를 낙관하기 어렵다"며 “서울 집값 상승 등 부동산 문제가 결정적"이라고 말했다. 강 전 실장의 후보 경쟁력에 대해서도 “이재명 정부 2기 개각 인사 참사에 대한 책임을 지고 물러난 인물"이라며 “김 대표가 강 전 실장을 띄우는 것은 난센스"라고 비판했다. 민주당의 과제는 보궐선거 가능성을 선점하는 데 그치지 않고 실제 승리 기반을 마련하는 것이다. 후보 경쟁력을 입증하고 부동산 민심을 회복할 수 있는 대안을 제시하지 못한다면, 조기 선거 준비와 민생 행보도 성과를 거두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김윤호 기자 kyh81@ek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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