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재명 대통령이 7일 여·야 지도부를 청와대로 불러 '내부 단합'을 강조하며 추경 협조를 호소했다. 여야 대표가 한 자리에 앉은 건 지난해 9월 이후 7개월 만이다. 강경 지도부 출범 이후 극한으로 치달은 여야 소통 단절을 대통령이 직접 나서 돌파하려는 시도다. 미국·이란 전쟁 여파로 인한 경제·에너지 위기 앞에서 여야 극한 대립을 잠시 멈춰 세우고, 26조2000억 원 규모 추가경정예산(추경)안의 국회 통과를 이끌어내기 위해 이번 회동을 성사시켰다는 풀이가 나온다. 이날 청와대에서 열린 여·야·정 민생경제 협의체 오찬 시작 전부터 이 대통령은 분위기 조성에 공을 들였다. 기념촬영 도중 사진사의 손을 잡아달라는 요청에 “그럴까요"라며 두 대표의 손을 직접 이끌었다. 첫 악수가 끝나자 이 대통령은 “두 분이 요새도 손 안 잡고 그러는 거 아니죠. 연습 한번 해보세요"라고 농담을 건네며 다시 한 번 악수를 유도했다. 두 대표가 손을 맞잡자 이 대통령은 그 위에 자신의 손을 포개며 환하게 웃었다. 이날 이 대통령은 빨간색과 파란색이 섞인 '통합 넥타이'를 착용하고 회담에 임했다. 모두발언 순서에서도 야당을 먼저 배려했다. 장 대표가 주위를 둘러보며 정 대표에게 발언을 양보하려 하자, 이 대통령은 “손님 먼저"라며 장 대표에게 권했다. 장 대표는 “뒤에 정청래 대표님도 계시고 대통령도 계셔서 뒤통수가 따갑지만 시작해보겠다"는 농담으로 발언을 열었다. 발언 말미 “다소 불편한 말씀을 길게 드렸다"고 하자, 이 대통령은 “전혀 안 불편하다"고 웃으며 답했다. 이 대통령은 이어진 모두발언에서 “지금처럼 어려운 시기, 특히 외부 요인에 의해 우리 공동체가 위기에 처해 있을 때는 내부적 단합이 정말로 중요하다"며 초당적 협력을 요청했다. 이어 “야당은 야당으로서의 역할을 잘해 주시는 게 중요하다. 지적할 것은 지적하시고, 부족한 것은 채워주시고, 잘못된 것은 고쳐 나가야 하겠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이 이날 가장 공을 들인 대목은 추경안이었다. 장 대표가 소득 하위 70%에 1인당 10~60만 원씩 지급하는 고유가 피해 지원금을 '현찰 나눠주기'라고 비판하자, 이 대통령은 “조금 과한 표현"이라고 즉각 반박했다. “유류세 인상으로 파생되는 물가 상승이 워낙 크기 때문에 그로 인한 고통을 조금이라도 보전해 드려야 한다"고 설명했다. 재원 논란도 정면 돌파했다. 이 대통령은 “빚을 내거나 증세해서 만든 게 아니라, 경제가 일정 부분 회복되면서 예상보다 늘어난 세수를 활용하는 것"이라며 '빚 없는 추경'임을 강조했다. 그러면서 “세수는 국민을 위해 반드시 써야 하는 돈"이라며 “이게 나눠주는 현금 포퓰리즘은 결코 아니다"라고 거듭 선을 그었다. 추경에 더해 개헌안 처리에도 야당의 협조를 직접 요청했다. 이번 개헌안에는 5·18 민주화운동·부마 민주항쟁의 민주 이념을 헌법 전문에 수록하고,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에 대한 국회 승인권을 도입하는 내용이 담겼다. 이 대통령은 “국민의힘의 도움이 없으면 개헌은 불가능하다"며 “순차적·점진적 개헌이라는 측면에서 긍정적으로 수용해 달라"고 손을 내밀었다. 이에 장 대표는 “개헌을 논의하기 전에 중임 또는 연임하지 않겠다는 선언을 국민께 선제적으로 해야 한다"고 맞받았다. 그러면서 “지방선거와 동시에 하는 개헌에는 반대한다는 것이 당론"이라고 강조했다. 다만 이 대통령은 해당 요구에 대해 별도의 답변을 하지 않았으며, 구체적인 입장은 밝히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이처럼 이 대통령이 여야 지도부를 직접 소집해 설득에 나선 데는 복합적인 속내가 작용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미국·이란 전쟁 여파로 촉발된 유가 급등과 물가 불안이 민심을 압박하는 상황에서, 26조 원대 추경안을 국회에서 묶어둔 채로는 경제 위기 대응의 타이밍을 놓친다는 절박감이 이번 회동을 이끌었다는 것이다. 한 여권 관계자는 “지금은 정쟁을 할 여유가 없는 상황"이라며 “에너지·물가 위기가 동시에 밀려오는 국면에서 추경 타이밍을 놓치면 정부 책임론으로 직결될 수 있다는 위기감이 상당하다"고 말했다. 이어 “대통령이 직접 나서 여야를 한 테이블에 앉힌 것도 결국 '속도를 내지 않으면 늦는다'는 절박함 때문"이라고 했다. 또 다른 여권 인사는 “추경이 늦어질수록 경제 부담이 눈에 보이게 커지는 상황에서 이 대통령의 스타일상 국회에 맡겨두기보다 직접 풀어보겠다는 판단이 작용한 것 같다"고 말했다. 최근 이 대통령은 국회를 향한 압박 수위를 높여왔다. 지난달 27일 국무회의에서 “국회가 너무 느려 일을 할 수 없다"고 작심 발언한 데 이어, “민생 입법 속도를 높여달라"(3월 3일), “현재 같은 입법 속도로는 국제 변화에 대응하기 어렵다"(3월 10일)며 잇따라 국회를 직격한 바 있다. 반면 야권에서는 여전히 경계심이 강하다. 한 국민의힘 관계자는 “형식은 협치지만 내용은 일방 추진에 가깝다"며 “과거에도 법안 강행 처리 직후 회동을 제안하는 패턴이 반복됐던 만큼 진정성을 의심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어 “2월 오찬이 무산됐던 것도 그런 불신의 연장선"이라고 했다. 김하나 기자 uno@ek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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