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전투표 코앞인데…‘부산 북구갑·경기 평택을’ 단일화 난항

6·3 지방선거와 함께 치러지는 국회의원 재보궐선거 사전투표(29~30일)를 앞두고 주요 격전지인 부산 북구갑과 경기 평택을에서 후보 단일화 가능성이 점차 낮아지고 있다. 단일화 성사 여부가 막판 최대 변수로 떠오른 가운데 차기 대권 주자로 거론되는 한동훈 무소속 부산 북구갑 후보와 조국 조국혁신당 경기 평택을 후보의 정치적 시험대라는 평가도 나온다. 27일 정치권에 따르면, 부산 북구갑과 경기 평택을 등 진영 내 후보 단일화 협상 작업이 좀처럼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 사전투표 전 단일화를 마무리해야 투표용지의 사퇴 후보 이름 옆에 '사퇴' 표기 인쇄가 가능하다. 이 때문에 사전투표 하루 전인 28일을 '단일화 데드라인'으로 보고 있다. 현재까지 양측 진영 모두 뚜렷한 진전을 이루지 못하면서 단일화 무산 가능성에 무게가 실리는 분위기다. 부산 북구갑에서는 박민식 국민의힘 후보와 한동훈 후보 간 보수 단일화 문제가 접점을 찾지 못하고 있다. 박민식 후보는 지난 25일 한동훈 후보와의 보수 단일화 가능성에 대해 “단일화는 확고부동하게 없다"고 재차 선을 그었다. 전날 기자회견에서도 “정정당당한 태도도 아닐뿐더러, 북구 주민들의 선택권을 무시하는 정치공학적 셈법에 불과하다"며 완주 의지를 밝힌 바 있다. 한동훈 후보는 “단일화하자고 압박한 적 없다"며 “결국 민주당을 제대로 이길 후보는 한동훈뿐"이라고 맞받았다. 경기 평택을에서도 김용남 더불어민주당 후보와 조국 조국혁신당 후보 간 진보 진영 단일화가 난망한 상태다. 조 후보가 김 후보의 차명 대부업 의혹 공세 수위를 끌어올리면서 양측 간 충돌이 격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조 후보 측은 차명 대부업 의혹이 제기된 김 후보가 완주할 경우, 진보 진영 전체에 부담이 될 수 있다고 주장하며 민주당에 “결자해지"를 요구했다. 기존의 단일화 가능성 언급에서 한발 더 나아가 사실상 김 후보의 사퇴를 촉구한 것이다. 또 김 후보를 향해 “차명 사채업자"라고 비판하며 윤리감찰도 요구했다. 반면 민주당 조승래 사무총장은 “김 후보 관련 의혹이 후보를 중간에 그만두게 할 만한 사항은 아니다"라며 사퇴 요구를 일축했다. 단일화 협상의 가장 큰 걸림돌은 후보 간 우열이 뚜렷하지 않다는 점이다. 한쪽이 버티기 어려울 정도의 경쟁력 차이가 나타나야 협상이 속도를 낼 수 있지만, 현재로선 팽팽한 신경전만 이어지는 형국이다. 정치권 안팎에서는 단순한 후보 경쟁을 넘어 향후 정치 주도권과 차기 대권 구도까지 맞물려 있는 만큼 한동훈·조국 후보 모두 쉽게 양보하기 어려운 상황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일각에서는 한동훈 후보 사례가 지난 2024년 총선 당시 경기 화성을에서 당선된 이준석 개혁신당 대표 사례와 유사하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이 대표는 국민의힘 대표 시절 윤석열 전 대통령과 갈등을 빚은 뒤 개혁신당을 창당해 제3지대 후보로 경기 화성을에 출마해 당선됐다. 높은 인지도와 강성 지지층, 지역 밀착 전략이 승리 요인으로 꼽혔다. 한 후보 역시 국민의힘 대표 출신으로 현 지도부와 충돌 끝에 당에서 제명된 뒤 무소속 출마를 택했다. 높은 대중 인지도와 중장년층 중심 지지세, 지역 밀착 행보를 바탕으로 존재감을 키우고 있다는 점에서 정치권의 주목을 받고 있다. 다만 단일화가 최종 무산되더라도 부산 북구갑과 경기 평택을 모두 혼전 양상이 이어지고 있어 향후 선거 결과를 섣불리 예측하기 어렵다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특히 부산 북구갑의 경우 초접전 양상이다. 여론조사 회사 한국갤럽이 세계일보 의뢰로 지난 21~22일 실시해 24일 공개한 조사에 따르면, 하정우 더불어민주당 후보는 35%, 한동훈 무소속 후보는 36%의 지지를 얻어 오차범위(±4.4%포인트) 내 접전을 벌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국민의힘 박민식 후보는 19%를 기록했다. 이번 조사는 부산 북구갑 유권자 502명을 대상으로 무선 전화면접 방식으로 진행됐으며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4.4%포인트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경기 평택을 역시 '1강 없는 혼전' 구도로 흐르고 있다. 김용남 더불어민주당 후보와 조국 조국혁신당 후보가 선두권에서 경쟁하는 가운데 유의동 국민의힘 후보도 추격권에 있다는 평가다. MBC가 코리아리서치에 의뢰해 지난 16~18일 평택을 지역구 만 18세 이상 남녀 5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서는 김용남 후보 31%, 조국 후보 27%, 유의동 후보 17%로 집계됐다. 해당 조사는 휴대전화 가상번호를 활용한 전화면접 방식으로 진행됐으며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4.4%포인트다. 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고하면 된다. 결국 이번 재보궐선거는 단순한 지역 승패를 넘어 차기 주자들의 정치적 생존 가능성과 확장성을 가늠할 시험대로도 주목받고 있다. 다만, 이번 선거 결과가 곧바로 정치 생명의 종결로 이어지지는 않을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이종근 정치평론가는 “한동훈 후보의 경우 무소속 신분으로 지역 밀착 행보를 이어오며 유권자들과 정치적 유대감을 형성한 점이 큰 자산이 됐다"며 “한동훈 후보 입장에서 당선이 최상의 시나리오겠지만, 떨어지더라도 부산 북구갑에서 2년 후 총선을 통해 재기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이어 “조국 후보가 낙선할 경우에는 한동훈 후보보다 쓰라린 패배가 될 것"이라면서도 “조국혁신당 소속 12명의 국회의원이 있는 만큼 향후 총선 승리를 위한 재정비에 나설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봤다. 김윤호 기자 kyh81@ekn.kr

합치면 ‘지역 소멸’ 해결될까…선거 화두 된 ‘행정통합’

6·3 지방선거를 앞두고 여야의 치열한 선거전이 충청권과 호남권, 영남권의 '행정통합 경쟁'으로 이어지고 있다. 해당 지역의 지자체장 후보를 중심으로 통합논의 주도권 싸움이 갈수록 치열해지는 양상이다. 전문가들은 표면적인 통합을 넘어 인구 유입의 실질적 매개를 포함한 구체적인 설계가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26일 정치권에 따르면, 정부·국회 주도로 급물살을 탔던 행정통합 문제가 선거철과 맞물리며 주요 정략적 현안으로 주목받고 있다. 당장에 오는 7월 출범하는 전남광주통합특별시의 초대 수장으로 누가 뽑힐지 관심이 쏠린다. 해당 지역 여·야 지자체장 후보들은 수도권 일극 체제 해소·지방 소멸 대응 등 대승적 관점에 공감하고 있지만, 방식 등 각론에서 입장차를 보이고 있다. 앞서 시·군 단위의 기초자치단체 통합 사례는 있었지만, 광역자치단체 통합형 지방정부는 전남광주통합특별시가 최초다. 정치권에서 광역지자체 중심의 행정구역 통합에 초점을 맞춘 배경에는 '수도권 집중화'에 대한 문제의식이 깔려있다. 초광역화를 통한 중복 인프라 제거 등 행정 효율성 제고는 물론, 수백만 명의 인구 수를 보유한 광역시 특성상 규모의 경쟁력을 기반으로 지역 경쟁력을 높이기 용이하다는 평가가 뒤따른다. 민형배 더불어민주당 전남광주시장 후보·이정현 국민의힘 후보는 핵심 공약으로 '청년이 모이는 도시'로의 전환에 교집합을 이룬다. 통합특별시의 경우, 정부가 4년 간 20조원의 예산을 지원하는데, 이를 활용한 두 후보 간 공약 내용에 따라 표심도 판가름 날 전망이다. '압도적 성장'을 강조하는 민 후보는 통합특별시라는 큰 그릇 속 '분권형 특별시'라는 청사진을 제시했다. 광주권·서부권·동부권·중남권 4개 권역으로 쪼갠 뒤, AI·재생에너지·미래차·반도체·바이오·K-푸드·문화관광 산업 등 권역별 특성을 살린 신성장 벨트를 구축한다는 포부다. 이 후보는 '단군 이래 최대 기회'를 강조하며 20조원을 들여 항공우주·AI에너지 등 10개 유력 분야, 대기업 10곳을 유치한다는 비전을 밝혔다. 동시에 과거 예산·인사·인허가·보조금 등 운영 전반을 점검해 지역 발전을 막는 비효율 구조 개혁을 추진한다. 대구·경북 행정통합을 위한 특별법도 지방선거 전 국회 처리가 무산되면서 민선 9기 단체장의 과제로 남았다. 대구시장 선거에 출마한 여·야 주요 후보들은 행정통합 필요성에 공감하면서도, 방식에선 저마다 의견이 다르다. 김부겸 더불어민주당 대구시장 후보는 2년 내 행정통합을 마무리하고, 향후 총선 때 통합단체장을 선출하는 계획을 밝히는 등 속도감 있는 재추진을 강조하고 있다. 당선 직후 경북도와 통합추진위원회를 출범하고, 추후 주민 투표를 통한 의견 수렴을 거쳐 통합특별법 제정까지 단계적으로 추진한다는 구상이다. 추경호 국민의힘 후보는 “대구·경북의 생존이 달린 행정통합 특별법 처리를 방해하며 발목을 잡았다"며 민주당이 행정통합에 제동을 건 데 대해 집중 공세를 쏟고 있다. 그는 같은 당 이철우 경북지사 후보와 수차례 접촉하며 'TK 공동비전'까지 선포하는 등 통합특별법 국회 통과에 대한 의지를 내비치고 있다. 부산·울산·경남 지역을 둘러싼 여야 간 공방은 민주당의 '메가시티 복원론'과 국민의힘의 '행정통합론'으로 충돌하고 있다. 지난 5월 김경수 더불어민주당 경남지사 후보는 봉하마을에서 같은 당 전재수 부산시장 후보, 김상욱 울산시장 후보와 만나 '부·울·경 해양수도 메가시티(특별연합) 복원'을 공통 공약으로 선포했다. 앞서 2022년 지방선거에서 부·울·경 시도지사가 야권 소속으로 변경됨에 따라, 무산된 특별지자체 구성을 되살리겠다는 복안이다. 반면 국민의힘에선 특별연합이 아닌 '부·경 행정통합'을 전면에 내걸었다. 메가시티가 기존 지자체를 유지한채 특별지방자치단체를 별도 마련하는 광역연합형이라면, 행정통합은 기존 지자체를 합쳐 광역지자체로 새롭게 만드는 데 차이점을 둔다. 국회 문턱에서 표류 중인 대전시·충남 행정통합 작업에 대한 잡음도 계속되고 있다. 당초 7월 출범이 목표였으나, 마지노선으로 통하던 지난 2월 임시국회에서도 통합법안 처리가 무산돼 여·야 간 힘겨루기가 지속되고 있다. 일각에서는 간판만 바꾸는 형식적인 수준을 넘어, 재정·권한 이양 등 지역 경쟁력을 효과적으로 회복시킬 수 있는 비효율적 행정체계 개선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서진형 한국부동산경영학회장은 “단순한 시·도 행정 통합은 지역 살리기의 대안이 되기 어렵다"며 “인구 감소 현상이 지속되는 상황에서 인구를 유입할 수 있는 시설은 결국 산업밖에 없다"고 했다. 이어 서 교수는 “행정체계를 사문화 체계에서 중앙정부와 지방정부가 비등한 이원화 체계로 바꾸는 것이 바람직한 방향으로 생각된다"고 말했다. 조하니 기자 inahohc@ekn.kr

[르포] “선거 특수요? 옛말이죠”…현수막 골목, ‘대목’이 사라졌다

27일 80여 개 인쇄소가 밀집한 서울 중구 충무로 인형동 1가 일대. 이 골목은 선거철만 되면 현수막과 포스터를 뽑아내는 기계 소리가 밤낮으로 이어지던 곳이었다. 하지만 이날 찾은 상가 곳곳에 슬레이트가 쳐진 채 문을 닫은 곳과 공실이 대부분이었고, '임대문의' 현수막만 몇 장 붙어 있었다. 골목 안쪽 인쇄 공장 문을 열고 들어서자 열다섯 평 남짓한 공간에 인쇄기계 3대가 놓여 있었다. 작동 중인 기계는 한 대뿐이었다. 출력 중인 현수막이 기계 하부를 스치는 소리, 기계가 덜커덕거리는 소리, 한쪽 낡은 나무 작업대 앞에서 재봉틀을 돌리는 소리만 들릴 뿐 공장 안은 적막했다. 이곳에서 20년 넘게 인쇄업체를 운영해온 사장 윤주철(68)씨는 “원래 여기가 다 인쇄 사무실이었는데, 지금은 60퍼센트나 남아있으려나. 20년 사이 거의 다 망해서 나갔다"며 “이건 사실상 사양산업"이라고 잘라 말했다. 6·3 지방선거를 7일 앞두고 찾은 충무로 인쇄골목은 선거 특수라는 말이 무색할 정도로 침체에 빠져 있었다. 업계에서는 매년 선거철을 '대목'으로 여겨왔지만, 현장에서는 이미 그 공식이 깨진 지 오래다. 인쇄 수요 자체가 쪼그라들었다. 후보와 정당들이 수천만 원을 들여 현수막과 포스터를 찍어내는 대신 유튜브와 SNS로 공약을 알리는 방식이 굳어진 탓이다. 대형 현수막 업체 부사장 김모(63)씨는 “요즘은 휴대폰으로 홍보를 많이 하니까 현수막을 안 하려 한다"며 “전에는 선거만 되면 공장이 모자라 다른 공장까지 빌려 돌렸는데 지금은 있는 공장이 겨우 돌아간다"고 했다. 인근에 있는 한 인쇄업체사장도 “인쇄업이 디지털·온라인 쪽으로 빠지면서 필드에서 직접 물건을 만들어내는 건 적자를 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번 선거의 판세도 현수막 수요 감소에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 나온다. 박창환 장안대 정치학과 교수는 “선거 결과가 어느 정도 예측되는 선거가 많다 보니 처음부터 기울어진 운동장이라 현수막으로 선거 운동 효과를 낼 수 있을 거라 생각 안 하는 것"이라며 “지방선거 경쟁률이 낮아진 영향도 있고, 군소 정당 후보가 많지 않은 것도 원인"이라고 했다. 남은 일감마저 대형 업체로 집중되면서 영세 인쇄소들의 설 자리는 더욱 좁아지고 있다. 정치권 인맥을 갖춘 업체나 초저가 공장형 업체가 선거 물량을 독식하고, 일반 영세 업체들은 선거철에도 한두 건 겨우 받는 수준에 그치기 때문이다. 을지로에서 인쇄업을 40년째 해온 인쇄업체 사장 김모(68)씨는 “15년 전에는 국회의원 후보 한 분을 맡아 선거 인쇄물을 다 했는데 지금은 그렇게 들어오지 않는다"며 “지난 선거 때는 아예 주문을 못 받았고 이번에 시의원·구의원 건 두 개 겨우 했다"고 했다. 을지로에 있는 인쇄업체 사장도 “선거 때 작은 업체에서 밤새 작업해봤자 몇 장이나 하겠냐"며 “하룻밤에 수백 장 하는 큰 업체들이 있으니 일감이 안 넘어온다"고 말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원가 압박까지 가중되고 있다. 현수막 원단은 폴리프로필렌(PP)·폴리에틸렌(PE) 등을 원료로 하는데, 나프타 수급 불안정 탓에 가로 5m·세로 90㎝ 기준 원단 단가가 기존 6만 원 선에서 8만~9만 원까지 뛰었다. 제작비가 올랐지만 판매 단가는 제자리여서 사실상 팔수록 손해를 보는 구조다. 34년째 인쇄업체를 운영하는 김모(59)씨는 “원래 현수막은 마진을 10~20퍼센트밖에 못 보는데 나프타 값이 20~30퍼센트 뛰면 원자재 값에서 마진이 사라진다"고 했다. 을지로 토박이로 35년째 현대광고기획을 운영하는 정모(65)씨도 “원자재 값은 올라도 물건 값은 못 올려 마진을 거의 못 본다"고 푸념했다. 단가를 올리지 못하는 근본 원인은 온라인 대형 업체의 저단가 공세다. 인쇄업 40년 경력의 인쇄업체 사장 오모(71)씨는 “미터당 7000~8000원은 받아야 운영이 되는데 지금은 5000원밖에 못 하니 운영 자체가 안 된다"며 “온라인 업체가 다 죽여놓은 것"이라고 했다. 31년째 인쇄업체를 운영하는 조모(68)씨도 “마진을 생각하면 미터당 만 원은 받아야 하는데 그나마 8000원 겨우 받고 있다"고 했다. 또 다른 인쇄업체 관계자는 “원래 미터당 4000원인데 계속 그 값으로 받고 있다"고 했다. 5년 새 매출이 30~40퍼센트 줄었다는 조씨는 “전에는 영업하는 사람들이 따로 있어서 일감을 물고 왔는데 지금은 그런 중간 업자도 없다"며 “지금 을지로는 옛날 을지로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김하나 기자 uno@ekn.kr, 박서현 인턴기자

서소문 고가차도 철거중 붕괴…사망자 3명으로 늘어

서울 서대문구 서소문 고가차도 철거 공사 현장에서 구조물이 붕괴해 작업자 3명이 숨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소방 당국에 따르면 26일 오후 2시32분께 서소문 고가차도 철거 작업 중 상판 일부가 무너져 아래에서 작업하던 차량과 작업자 등을 덮쳤다. 이 사고로 현재까지 3명 사망한 것으로 알려졌다. 숨진 2명은 50대·60대 남성으로 철거 작업 관계자로 전해졌다. 50대 남성 1명은 차에 깔렸다가 구조된 뒤 심정지 상태로 병원에 이송됐으나 결국 숨졌다. 부상자 3명은 30대·40대·50대로 허리나 머리, 갈비뼈 등을 다쳤다. 사고는 이날 새벽 슬라브 절단 작업 과정에서 발생한 2.9㎝ 규모 단차 침하 현상을 점검하기 위해 정밀 안전진단을 진행하던 중 발생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종운 서대문소방서 재난안전과장은 현장 브리핑에서 “공사를 중단하고 오후 2시 안전점검을 위해 '거더' 사이로 들어갔다가 거더가 붕괴한 것 같다"며 말했다. 거더는 교량 상판을 지지하는 보 형태 구조물이다. 소방당국은 사건 접수 6분 만에 선착대를 현장에 보냈고, 오후 2시 49분에 대응1단계를 발령해 소방차 16대와 인력 62명을 투입했다. 경찰 30여명도 출동해 2차 피해 방지를 위해 현장 통제에 나섰다. 이번 사고로 서울역∼신촌역 구간 전차선 단전이 발생하면서 해당 구간 열차 운행도 한때 중단되는 등 교통 차질이 빚어졌다. 1966년 건설된 서소문 고가차도는 충정로역과 시청역을 연결하는 길이 335m, 폭 14.9m 규모 구조물이다.2019년 3월 콘크리트 조각이 도로 위로 떨어지는 등 안전 문제가 불거진 이후 정밀안전진단에서 D등급 판정을 받아 철거가 결정됐다. 철거 공사는 지난해 8월 시작됐으며 올해 6월 초 완료 예정이었다. 서울시는 기존 고가차도 철거 이후 2028년 2월 준공 목표로 새 고가차도를 건설할 계획이었다. 박성준 기자 mediapark@ekn.kr

김소희 국힘 의원 “재생에너지 만능주의 안돼…원전 등 에너지 믹스 필요”[창간기획]

글로벌 패권 경쟁의 중심축이 '에너지'로 이동하고 있다. 미국과 유럽 등 주요 선진국들은 기후 정책을 자국의 산업 경쟁력과 에너지 안보를 지키는 핵심 카드로 활용하는 추세다. 반면 대한민국 정치권의 에너지 논의는 여전히 진영 논리와 '재생에너지 확대만이 정답'이라는 이분법적 사고에 갇혀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 14일 본지는 창간 37주년을 맞아 국민의힘 1호 기후에너지 전문가이자 국회 기후위기특별위원회(기후특위) 야당 간사로 활동 중인 김소희 의원을 만났다. 김 의원은 기후변화센터 사무총장 등을 역임하며 오랜 기간 현장에서 전문성을 쌓아온 인물로, 보수 정당 내에서는 드물게 기후 의제를 전면에 내세우며 주목받고 있다. 이날 김 의원은 “한국은 국토 면적이 좁고 제조업 비중이 커 안정적인 전력 공급이 중요하다"며 “특정 에너지원에만 의존하는 '재생에너지 만능주의'에서 벗어나 원전과 해상풍력, 수소 등을 유연하게 조합하는 '현실적인 에너지 믹스'가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다음은 김 의원과의 일문일답 -그동안 진보 진영의 의제로 여겨졌던 '기후'를 보수의 언어로 풀어내고 있다. “내가 2년 동안 했다고 뭐가 달라지겠는가(웃음). 우리 당은 전통적으로 안보나 외교 같은 이슈를 중요하게 다뤄왔기 때문에 시간이 더 필요하다고 본다. 다만 에너지 문제가 지금처럼 국민적 관심을 받은 적이 많지 않았다는 점에서 위기가 곧 기회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현 정부도 기후를 강조하고 있는 만큼 지도부도 자연스럽게 관심을 가질 수밖에 없다. 당내에서도 이 분야에 대해 목소리를 낼 사람이 필요하다는 인식은 있는 것 같다. 기후·에너지 문제는 공부가 많이 필요한 분야인 만큼 저를 믿고 맡겨주시는 부분도 있다고 본다." -최근 '보수기후환경네트워크'를 출범했다. 이를 통해 만들고 싶은 변화는 무엇인가. “보수 정당에서 기후·에너지 전문가로 비례대표에 들어온 것은 제가 처음이다. 민주당에 기후 의제의 주도권을 넘겨줘서는 안 된다는 생각이 있었다. 지난해 영국 보수당 의원들이 찾아와 관련 네트워크를 소개해준 것도 계기가 됐다. 우리도 이런 조직을 만들고, 각국의 보수·우파 진영과 연대하면서 목소리를 낼 필요가 있다고 생각했다. 특히 젊은 의원들을 중심으로 먼저 논의했다. 아무래도 젊은 세대 의원들이 기후 대응 문제에 더 민감하고, 무엇인가 해야 한다는 생각도 강하다. 관련 상임위 의원들도 한 명씩은 참여할 수 있도록 구성했고, 4월 22일 지구의 날에 맞춰 출범했다." -최근 미국과 유럽은 기후 정책을 단순 환경 문제가 아니라, 산업 경쟁력과 에너지 안보 차원에서 접근하고 있다. 한국 정치권은 이런 변화에 제대로 대응하고 있나. “제대로 대응하고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 기후 정책은 환경 문제이면서 동시에 산업 경쟁력과 에너지 안보 문제인데, 국내 논의는 여전히 '기후 대응=재생에너지 확대'로 단순화돼 있다. 한국은 국토 면적이 좁고 제조업 비중이 커 안정적인 전력 공급이 중요한 나라다. 원전, LNG, 재생에너지, 수소 등을 함께 고려해야 하는데 재생에너지에만 치우치면 전기요금과 산업 경쟁력에 부담이 생길 수 있다. 석탄을 줄이는 방향은 맞지만, 대체 수단은 현실적으로 설계해야 한다. 기후 정책에는 균형감과 유연성이 필요하다." -AI·데이터센터·반도체 산업 확대로 전력 수요가 빠르게 커지고 있다. 지금의 전력 수급 구조로 이를 감당할 수 있다고 보나. “감당할 수 있도록 원전을 지속적으로 늘려가야 한다는 게 제 오래된 생각이다. 원전 비중을 35%에서 45% 정도까지 꾸준히 올리면 전력 수급에는 큰 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본다. 반면 이재명 정부는 늘어나는 전력 수요를 재생에너지로 감당할 수 있다고 말한다. 현실성이 떨어진다고 본다. 예컨대 대만도 TSMC 반도체 산업을 유지하기 위해 LNG를 늘리고 있다. 지진 위험성 때문에 원전 확대가 어려운 상황에서 산업을 살리기 위한 선택을 하는 것이다. 한국 보고 원전을 늘릴 수 있어 부럽다고 하더라." -최근 원자력계에서는 12차 전기본에 신규 원전이 추가돼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저는 대형 원전 4기, SMR 2기 정도는 추가돼야 한다고 본다. 원전 외에도 진정으로 재생에너지를 확대하려면 해상풍력에 더 집중해야 한다. 지금처럼 태양광 중심으로만 접근해서는 발전량을 급격히 늘리기 어렵다. 해상풍력은 터빈을 제외하더라도 타워, 선박 등 우리 산업 구조와 연결될 수 있는 부분이 많다. 반면 태양광은 부지와 패널 중심이라 국내 산업에 주는 효과가 제한적이다." -탄소중립기본법 개정과 관련해서 헌재 결정과 공론화 과정을 거친 뒤에도 국회 입법이 더디다는 비판이 있다. “솔직히 이런 입법은 빨리 안 했으면 좋겠다. 이렇게 산업, 경제랑 연결된 중차대한 문제를 졸속으로 결정해야 할 이유가 없다. 2035년까지 우리 국가온실가스감축목표(NDC)가 다 정해져 있기 때문에 그 이후에 다시 해도 된다. 우리 입장은 우선 2030년 목표 달성 상황부터 보자는 것이다. 한국의 온실가스 배출량은 전 세계의 약 1.5% 수준이다. 우리만 무리하게 줄인다고 기후 피해가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기후 대응도 결국 국가의 경제력이 있어야 가능하다. 충분한 재력은 산업이 돌아갈 때 만들어진다. 산업이 버틸 수 있는 속도로 감축해야 한다. 유럽, 미국, 중국, 일본도 결국 자국 산업과 국익을 고려하며 움직이고 있다." -현 정부의 기후·에너지 정책에서 가장 아쉬운 점은? “수소 정책이다. 그린수소는 재생에너지로 만들지만, 한국은 아직 이를 충분히 생산할 만큼 재생에너지 여건이 갖춰져 있지 않다. 그래서 2030년 이후에는 그린수소로 가더라도, 그전까지는 천연가스를 활용한 수소도 필요하다. 그런데 현 정부는 천연가스로 수소를 만들 때 온실가스가 나온다는 이유로 이를 부정적으로 본다. '재생에너지로 만드는 수소가 아니면 안 된다'는 식으로 접근하면 시장이 열리지 않는다. 기술 개발과 실증을 위해 2030년까지 시간을 주기로 했다면 그에 맞게 시장을 열어줘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기업들은 버티지 못하고 해외로 나갈 수밖에 없다. 이런 부분에서 현 정부의 융통성이 부족하다고 본다." -끝으로 에너지경제신문 창간기념일을 맞아 독자들에게 한 말씀. “에너지경제신문은 에너지와 경제를 함께 다루는 드문 매체다. 기후 대응 시대에 기후변화 문제는 곧 에너지 문제이고, 에너지는 우리 경제와 직결된다. 그런 점에서 '에너지경제'라는 제호가 갖는 의미는 앞으로 더 커질 것이라고 본다. 기후 대응과 에너지 전환, 산업 경쟁력이 함께 논의돼야 하는 시대인 만큼 에너지경제신문의 역할도 더욱 중요해질 것이다." ■ 김소희 의원 프로필 ▲1998년 덕성여대 영어영문학과 졸업 ▲2008년 영국 소아스런던대학교 개발학 석사 ▲2010년 재단법인 기후변화센터 사무국장 ▲2014년 사단법인 한국신재생에너지학회 부회장 ▲2016년 기후변화센터 사무총장 ▲2020년 서울대학교 농생명과학대학원 경제학 박사 수료 ▲2022년 2050 탄소중립녹색성장위원회 국제협력분과 민간위원 ▲2024년 국민의힘 비례대표 의원(원내부대표) ▲제22대 국회 기후위기특별위원회 간사 ▲제22대 국회 기후에너지환경노동위원회 위원 김나현 기자 knh@ekn.kr, 이동윤 인턴기자

“당신들이 살던 때와 지금은 다르다”…2030 ‘무당층’의 고백

26일 오후 4시 서울 중구 무교로 서울시일자리센터 입구에는 '채용중심 취업지원 프로그램', '생성형 AI 활용 교육', '청년취업사관학교' 안내문이 나란히 붙어 있었다. 복도에는 이력서와 노트북, 포트폴리오를 든 청년들이 상담 순서를 기다리고 있었다. “곧 토익학원에 가야 한다"며 연신 시간을 확인하던 대학생 이모(24)씨도 그중 한 명이었다. 대학 4학년인 그는 편의점 아르바이트와 토익 준비를 병행 중이다. 지지 정당을 묻자 “청년 공약이 제 일상과 연결된다는 느낌이 없다"는 답이 돌아왔다. 경남 진주에서 올라와 서울에서 자취 중인 취업준비생 김모(27)씨도 사정은 비슷했다. 카페 아르바이트를 주 4일 하며 사무·마케팅 직무 취업을 준비한 지 1년 반째다. 월세 55만원에 식비·교통비·자격증 응시료까지 더하면 매달 최소 130만원이 빠져나간다. 김씨는 “알바를 늘리면 생활비는 되는데 자기소개서 쓸 시간이 없어진다"며 “지금은 진보냐 보수냐보다 월세가 더 크게 느껴진다"는 말이 돌아왔다. 이날 센터에서 만난 청년 가운데 지지 정당을 확정한 사람은 단 한 명도 없었다. 6·3 지방선거가 8일 앞으로 다가왔지만, 이들에게 선거는 아직 삶을 바꿀 수 있는 통로라기보다 멀리 있는 정치 일정에 가까웠다. 본지가 2030 청년 37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심층 인터뷰에서도 같은 흐름이 확인됐다. 응답자 가운데 지지 정당이 없거나 결정하지 못했다고 답한 청년은 26명, 70.3%에 달했다. 반면 투표 의향이 있다고 밝힌 응답자는 36명으로 97.3%였다. 투표를 포기한 것이 아니라, 마음을 줄 정당을 찾지 못하고 있다는 얘기다. 청년들이 지지 정당을 정하지 못한 이유는 단순한 정치 무관심이 아니었다. 생활비 부담이 커졌다는 응답자가 33명, 89.2%였다. 월세를 제외한 한 달 생활비가 50만~80만원이라는 응답이 19명으로 가장 많았고, 80만~100만원 8명, 100만~150만원 6명 순이었다. 가장 부담되는 지출은 식비(24명)였고, 여가·문화비(13명), 교통비(12명)가 뒤를 이었다. 무당층인 이유로는 '이념 싸움이 피로해서'가 15명(40.5%)으로 가장 많았고, '기존 정당 모두에 실망해서' 11명, '청년 공약이 체감되지 않아서' 9명 순이었다. 경기 용인시에 사는 직장인 문모(23)씨는 “월급은 크게 오르지 않는데 식비, 주거비, 교통비 같은 기본 생활비는 계속 올라 부담이 커졌다"며 “청년 공약이라고 하지만 당장 시행할 수 있는 대책은 없고 절차도 너무 복잡하다"고 했다. 그는 “단순한 보여주기식 공약보다 청년들이 '열심히 살면 미래가 나아질 수 있다'는 확신을 가질 수 있는 현실적인 정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세종시에 사는 취업준비생 홍모(24)씨는 경제적 독립을 위해 오후 2시부터 밤 10시까지 풀타임으로 일한다. 앞뒤 출퇴근에만 두 시간이 더 걸린다. 취업 준비 7개월 차인 그는 “월세 지원 확대나 취업 준비 비용 공약이 나오면 마음이 움직일 것 같다"며 “취업 준비를 위한 생계 유지비 마련이 취업 준비에 부담을 주는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재직 3년 차인 서울 용산구의 직장인 조모(27)씨는 “근로소득이 청년 지원 기준에서 조금씩 초과돼 대부분의 혜택 대상에서 제외되지만, 실제 체감 생활은 결코 여유롭지 않다"며 “열심히 일하며 세금을 내는 청년들이 오히려 정책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고 했다. 청년들이 가장 필요하다고 꼽은 공약은 '청년 일자리 확대'가 24명(64.9%)으로 압도적 1위였다. 이어 전세사기·주거 불안 대책(17명), 생활비·물가 지원(14명), 청년 월세 지원(11명) 순이었다. 반면 여야 청년 공약에 대한 체감도는 낮았다. '별로 체감되지 않는다'가 17명, '전혀 체감되지 않는다'가 2명으로 전체의 51.4%가 체감도가 낮다고 답했다. 이유로는 '대상 조건이 너무 제한적이라서'와 '취업·주거 문제의 근본 해결책이 아니라서'가 각각 11명으로 가장 많았다. 서울 광진구에서 자취하는 대학생 김모(25)씨는 월세와 관리비로 67만원을 낸다. 그는 “학교에 다니면서 알바를 하는데 월급을 받으면 30만~40만원으로 생활해야 해 죽을 맛"이라며 “청년 공약을 하는 건 좋은데 어느 당이든 공약했으면 지켜야 한다. 지키지도 않을 거면 내놓지도 마라. 당신들이 살았을 때와 지금은 다르다"고 했다. 취업준비 5개월 차인 이모(25)씨는 “청년은 공약용 표어로만 남아있다"고 했다. 취업준비 1년 차인 장모(29)씨도 “이념 싸움이 피곤하다. 민생에는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 흠 잡기가 많다"며 “국민을 위해 일하고 있다는 느낌이 들지 않는다"고 했다. 전문가들은 2030 무당층이 느는 이유로 정치권이 청년의 삶을 오랫동안 외면해 온 데서 찾는다. 구정우 성균관대 사회학과 교수는 “젊은 세대에게 청년실업을 비롯해 새로운 바람과 갈망이 있는데 여야 어느 쪽도 이를 충족시켜 주지 못하고 있다"며 “정년 연장 등 기성세대 중심의 정책을 펴는 것으로 청년들은 받아들이고 있다"고 진단했다. 이어 “국민의힘의 경우 계엄 이후 젊은 남성들이 보수 정당과 거리를 두기 시작한 것도 무당층 증가에 영향을 줬다"고 분석했다. 이준한 인천대 정치학과 교수는 “윤석열 전 대통령의 계엄 이후 젊은 남성들이 정치적 방향을 잃어버리는 현상이 두드러졌다"며 “미래 불확실성과 경제 불안이 정치 무관심을 키울 수 있지만, 반대로 정치 참여를 자극하는 효과도 있어 단정적 해석은 어렵다"고 했다. 그러면서 “정치권이 청년의 관심을 살 수 있는 일자리, 경제 등 실질적인 이슈를 많이 제시하고 혜택을 명확히 보여줘야 한다"고 말했다. 김하나 기자 uno@ekn.kr, 이예림 인턴기자

‘고교 무상교육’ 국비지원 축소…교육감 선거 쟁점으로

오는 6월 3일 치러지는 제9회 전국동시지방선거 교육감 선거에서 '고교 무상교육' 예산과 교육복지 확대 공약이 핵심 쟁점으로 떠올랐다. 전국 58명의 교육감 후보 상당수는 고교 무상교육과 교육복지 확대 관련 공약을 전면에 내걸며 학부모와 청년층 표심 잡기에 나서고 있다. 특히 최근 재정 당국이 고교 무상교육 국비 지원을 단계적으로 축소한 뒤 폐지하겠다는 방침을 공식화하면서, 이번 선거는 단순한 정책 경쟁을 넘어 '지방 교육재정 방어'를 위한 후보들의 역량 시험대로 번지는 양상이다. 26일 교육계에 따르면, 이번 선거에서 고교 무상교육이 최대 화두로 떠오른 배경에는 정부의 예산 기조 변화가 자리하고 있다. 기획예산처는 지난 3월 30일 '2027년 예산편성지침'을 통해 교육교부금 제도 개편 방안을 발표했다. 해당 방안에는 고교 무상교육 국비 지원 규모를 단계적으로 축소한 뒤 폐지하는 내용이 담겼다. 고교 무상교육은 입학금·수업료·교과서비·학교운영지원비 등을 전액 지원하는 제도로, 2021년 전면 시행됐다. 현재는 정부와 시·도교육청이 각각 47.5%, 지방자치단체가 5%를 부담하는 구조다. 다만 지난해 법 개정으로 국비 지원 비율은 기존 '47.5%'에서 '47.5% 이하'로 조정됐다. 올해 정부 지원 비율은 30%(5785억원) 수준으로 축소됐다. 정부는 내년 지원 비율을 추가로 낮춘 뒤 국회 협의를 거쳐 2027년 사업을 종료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교육부는 “지방교육재정 여건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고교 무상교육을 현장에서 흔들림 없이 안정적으로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국비 지원이 완전히 중단될 경우, 전국 시·도교육청이 떠안아야 할 재정 부담이 크게 늘어날 것으로 전망되면서 교육계에도 비상이 걸렸다. 이러한 갈등은 6·3 지방선거 국면과 맞물려 각 후보들의 핵심 공약 경쟁으로 이어지고 있다. 후보들은 정부의 국비 축소 움직임에 대응하는 방식에서도 차이를 보이고 있다. 일부 후보는 '국가 책임 강화'를 전면에 내세우는 반면, 다른 후보들은 교통비·교육 바우처·운전면허 취득비 지원 등 '생활 밀착형 복지' 공약으로 학부모 표심 공략에 나서는 모습이다. 수도권 후보들을 보면 정근식 서울시교육감 후보는 '만 3~5세 유아교육 완전 무상화'와 '초·중·고 학생 교통비 지원' 등을 약속했다. 윤호상 서울시교육감 후보는 초등학교 영어교육 시작 시기를 현행 3학년에서 1학년으로 앞당기는 공약을 제시했다. 윤 후보는 서울 지역 초등학교 1∼2학년 학생들의 영어학원 의존도가 높은 현실을 고려할 때 공교육 확대를 통해 사교육비 부담을 줄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또 교육청이 우수 학원을 지정해 비용 부담을 낮추고 지방자치단체와 함께 학부모의 사교육비 일부를 지원하는 '공립형 학원' 구상도 내놨다. 경기도교육감 선거에 출마한 임태희 후보는 지난해 고3 학생 12만명에게 1인당 30만원씩 운전면허 취득비를 지원한 데 이어, 중3~고3 학생 독감 예방접종비 지원도 추진하고 있다. 안민석 후보는 중학교 1학년 학생에게 100만원의 펀드 자금을 지급한 뒤 6년간 위탁 운용해 졸업 시 수익금과 함께 돌려주는 '씨앗 교육펀드'를 공약했다. 특히 최근 교육감 선거에서는 단순 무상교육 유지 요구를 넘어 AI 바우처·교통비·교육수당·사회진출 지원금 등 현금성·바우처형 공약 경쟁이 빠르게 확산되는 모습이다. 교육복지 범위가 학교 안을 넘어 생활 전반으로 확대되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정부 청사가 위치한 세종·충청권에서는 정부의 예산 축소 기조를 정면으로 비판하며 '국가 책임 강화'를 강조하는 목소리가 상대적으로 강하게 나타나고 있다. 임전수 세종시교육감 후보는 최근 “교육은 선택이 아닌 기본권"이라며 “고등학교 교육까지 국가가 책임지는 것은 당연한 일"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고교 무상교육을 법정 제도로 전환해 항구적 안정성을 확보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강원 지역은 농산어촌과 소외 지역 비중이 높은 만큼 국비 축소 시 타격이 클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이에 따라 후보들은 지방교육재정 방어 필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강삼영 강원교육감 후보는 교육감협의회와 연대해 국고 지원 비율을 법으로 명확히 의무화하고 지방교육재정교부금 축소에 단호히 대응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박현숙 후보는 “국가 지원 축소는 교육격차 확대 위험으로 이어질 수 있다"며 상시적 예산 편성 체계 전환 필요성을 주장했다. 신경호 후보는 지역별 교육 인프라 지수를 반영한 예산 배분 기준 마련과 고교 무상교육 법적 근거 강화, 지역소멸 위기 지역 대상 특별 교육교부금 확대 등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최광익 후보 역시 “국비 지원 축소는 결국 지역 간 교육격차 심화로 이어질 수 있다"며 정부에 최소한의 국비 지원 유지 필요성을 강하게 요구하겠다고 강조했다. 김윤호 기자 kyh81@ekn.kr

“지금도 누군지 몰라요”…교육감 ‘깜깜이 선거’ 무관심

“지금 교육감이 누군지도 몰랐어요." 지난 23일 서울 광진구에 거주하는 20대 신 모씨는 이번 서울시 교육감 선거 후보를 아냐는 기자 질문에 이 같이 답하며 “이번에는 누가 나오냐"며 오히려 되물었다. 같은 날 은평구 응암동에 사는 이 모(34세·남)씨는 “미취학 아동인 딸 1명이 있지만 솔직히 교육감 선거는 생각도 하지 않고 있었다"고 말하더니 “앞으로는 관심을 가져보겠다"며 머쓱한 웃음을 지었다. 26일 정치권에서는 오는 6·3 전국 교육감 선거까지 8일 남았지만, 누가 출마했는지조차 모르는 '깜깜이 선거'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이번 선거는 광주·전남 통합에 따라 16개 시·도에서 교육감을 선출하며, 총 58명의 후보들이 출마했다. 특히, 서울시 교육감 자리에는 진보·보수 모두 단일화에 실패하며, 교육감 직선제 도입 이래 역대 최다인 8명의 후보가 뛰어들었다. 하지만 시민들의 관심은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분위기다. 교육감은 시·도별 유치원부터 초·중·고 교육과정에 걸쳐 인사·예산·시설 등에 대한 막강한 권한을 행사하는 중차대한 자리다. 그만큼 교육감 선거도 중요성이 커질 수밖에 없지만, 유권자들의 관심 밖으로 밀려나며 그들만의 리그라는 수식어가 따라붙고 있다. 교육감 선거는 2007년부터 정당 공천 제도를 배제한 주민 직접선거(직선제) 방식으로 실시되고 있다. 이를 통해 유권자들의 중립성을 확보할 수 있는 반면, 어떤 후보가 있고 어떤 공약을 펼치는지조차 파악하기 힘들게 만든다는 점에서 득과 실이 공존한다는 평가를 받는다. 정당 공천이 불가능함에도 특정 정당을 연상시키는 상징색을 앞세우는 등 결국 진영 싸움으로 흘러간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사실상 인지도 조사에 가까운 여론조사 결과를 살펴봐도 유권자들의 무관심이 드러난다. 5월 12일~13일 CBS·한국사회여론연구소(KSOI)가 서울시 거주 성인 1002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무선전화 자동응답 조사 결과, 교육감 후보 적합도를 묻는 질문에 '없음(23.8%)'·'잘 모름(27.7%)' 선택지를 택한 응답자 비중이 전체의 절반이었다.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 3.1%포인트(p)다. 기사에 인용된 해당 조사 결과에 대한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하면 된다. 선거 기간이 겹치는 지방 선거와 비교하면 관심도 차이가 더 두드러진다. 시·도지사 등 지역 일꾼을 뽑는 지방 선거의 경우 교육감 선거와 달리 정당 공천이 허용된다. 2022년 6월 '제8회 전국동시지방선거 투표율 분석' 자료에 따르면, 당시 서울 투표율은 53.3%였다. 반면 2024년 10월 서울시교육감 보궐선거 때는 23.5%로 절반에도 못 미치는 투표율을 기록했다. 정치권에서는 공통적으로 자녀를 둔 학부모 이외 성인 유권자의 경우 투표 후 체감 효과가 낮기 때문에 교육감 선거에 무관심할 수밖에 없다고 지적한다. 정당 공천이 막혀 후보자가 막대한 선거비용 전부 부담해야 하는 탓에 정책보다 자금 동원력에 결과가 갈리는 폐해를 낳고 있다는 의견도 있다. 전문가들은 “직선제의 제도적 실효성이 다했다"며 관련 법 개정이 필요하다고 한 목소리를 내면서도, 개정 방향성을 놓고 의견이 분분하다. 조상식 동국대 교육학과 명예교수는 본지와의 통화에서 “현재 교육감 선거는 진보·보수라는 위장 가면이 씌어져 작동되고 있다"며 “중립적으로 판단하는 데 구조적 한계가 있는 만큼, 러닝메이트제(시·도지사, 교육감 후보가 짝을 이뤄 출마하는 제도)를 통해 정당 정치 안으로 편입시켜야 한다"고 책임감을 강화한 선거제를 주장했다. 이어 조 교수는 “러닝메이트 후보가 교사 출신 등 현장 전문가보다 소위 교수·전문가 집단 위주로 이뤄질 리스크가 있다"며 “교육전문가의 범주를 초·중·고 등 현장 경력으로 법안화시키는 등 보완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국가가 주도해 후보 등록부터, 검증, 홍보, 토론, 단일화 등을 공적 체계로 묶는 선거 공영제로 후보자들의 자금 부담을 줄이고, 투표 신뢰성을 높이자는 의견도 있다. 박남기 전 광주교대 총장은 “정당 공천을 허용하는 러닝메이트제를 도입하면 특정 정당에 유리한 공약을 만든다든지 선전성 경쟁이 심해질 수 있다"며 “어릴 때 받는 교육은 뇌 형성에 영향을 미치는데, 자칫 극단적으로 흘러갈 수 있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선거공영제 원칙을 담은 특별법을 따로 만들어야 한다"고 했다. 또 박 전 총장은 교육감 선거에 한해 학생들의 참정권을 확보해야 한다는 의견도 내놨다. 현행 선거법상 교육감 선거는 만 18세 이상에게만 선거권이 주어진다. 박 전 총장은 “교육감 선거를 통해 가장 직접적으로 영향을 받는 것은 학생들"이라며 “유권자로서 아이들 스스로 교육감 정책을 분석해본다든지 민주시민으로 성장시키기 위한 교육감 선거법을 따로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조하니 기자 inahohc@ekn.kr

국민 절반, “시장경제·여론조사 강점…독보적 매체 브랜드 안착” [창간기획]

국민 절반은 에너지경제신문을 '시장경제 정보'와 '여론조사 정보'를 양대 축으로 제공하는 매체로 인식했다. 또 국민 10명 중 8명은 에너지경제신문이 정례 실시하는 여론조사를 안다고 답했다. 에너지경제신문이 3년 여간 시행해 온 정치 여론조사로 국민들에게 독보적 미디어 브랜드로 안착했다는 평가다. 다수 국민들이 '시장경제 중심의 풍부한 정보 전달'을 에너지경제신문의 강점이자 핵심 정체성으로 꼽았다. 에너지경제신문은 그간 기후·에너지 분야 전문성으로 호평을 받아왔다. 국민들은 올해 37살을 맞은 에너지경제신문이 종합 경제지로서 기업·가계 경제 현안, 시장 동향 등으로 콘텐츠를 확대해 나갈 것을 주문했다. 26일 종합경제지 에너지경제신문은 올해 창간 37주년을 맞아 실시한 국민 인식 조사 결과를 이 같이 발표했다. 이번 조사는 여론조사 전문기관 리얼미터가 에너지경제신문 의뢰로 전국 18세 이상 남녀 1003명을 상대로 미디어 환경 변화에 따른 매체의 현주소를 점검하고, 향후 발전 방향을 모색하기 위해 실시됐다. 조사 결과, 국민들은 에너지경제신문의 핵심 정체성으로 '시장경제 정보'와 '여론조사'를 꼽았다. 에너지경제신문의 가장 두드러진 특징으로 국민 24.8%가 '시장경제 중심의 풍부한 정보 전달'이라 답했다. 이어 응답자의 23%는 '정치·경제·사회 이슈 여론조사'를 선택했다. 다수의 국민들이 에너지경제신문을 경제 정보와 여론 지표를 동시에 제공하는 매체로 인식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지역에 따라 매체를 바라보는 시각도 차이를 보였다. 대전·세종·충청의 경우 29.6%가 '시장경제 중심 정보 전달' 매체라고 답해 시장 경제지로서의 인식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24.2%)과 인천·경기(24.3%), 광주·전라(24.4%) 등에서는 '여론조사 중심 매체'라는 인식이 상대적으로 강했다. 연령별로는 60~70대 장년층에서 에너지경제를 시장경제와 여론조사에 강점이 있는 매체로 꼽았다. 70세 이상(31.1%)이 '시장경제 중심 정보'를 에너지경제의 1순위 가치로 인식하며 경제 정보에 대한 높은 신뢰를 보였다. 60대(31.8%)에서는 '여론조사 중심 매체'란 인식이 가장 두드러져 시사 이슈에 대한 높은 민감도를 반영했다. 특히 에너지경제가 2023년 9월부터 리얼미터와 함께 한 정치 정례 여론조사는 시행 3년 차를 앞둔 현재 핵심 미디어 브랜드로 자리매김한 것으로 나타났다. 에너지경제신문-리얼미터의 정치 정례 조사를 인지하고 있는 응답자는 79.1%에 달했다. 구체적으로 응답자 50.7%가 '뉴스를 통해 가끔 접한다'고 답했다. '매주 또는 자주 접한다'는 적극층은 19.1%, '제목 위주로 본 적 있다'는 소극층도 9.3%로 집계됐다. 반면 '접한 적 없다'는 응답은 20.9%였다. 지역별로 보면 호남권인 광주·전라(82.7%)에서 여론조사에 따른 매체 인지도가 가장 높았다. 이어 대전·세종·충청(80.2%)과 서울(78.1%), 인천·경기(79.8%) 등의 순이었다. 부산·울산·경남(79.1%)과 대구·경북(72%) 등 경상도는 타 권역 대비 상대적으로 낮은 인지도를 보였다. 연령별로는 70세 이상(85.1%), 60대(83.5%) 등 고연령층일수록 여론조사에 대한 관심도가 높았다. 직업별로는 농·임·어업 종사자(91.3%)와 가정주부(84%), 자영업(83%), 판매·생산·노무·서비스직(82.6%), 사무·관리·전문직(71.4%), 학생층(72.4%) 등의 순으로 인식 수준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응답자 다수가 에너지경제신문을 통해 일반 경제 소식을 접하고 있다고 답해 종합 경제지로서의 높은 인지도를 입증했다. 에너지경제신문 콘텐츠가 가진 유익성을 독자층별로 조사한 결과, '일반 경제 뉴스 소비자'가 23.3%로 가장 많았다. 다음으로 '투자자·재테크 관심층'(16.1%), '기업 경영자·실무자'(11.2%), '정책 결정자·공직자'(8.7%), '청년층·트렌드 선도층'(8.3%) 등이 뒤따랐다. 독자들은 에너지경제가 언론 매체로서 짚어야 할 과제, 나아가야 할 방향 등 애정 깃든 제언도 잊지 않았다. 향후 중점적으로 다뤄야 할 과제로 응답자 29.6%가 '기업 및 민생·가계 경제 이슈'를 가장 시급한 현안으로 꼽았다. '기후·에너지·환경 문제'(21.7%), '저출산·고령화 등 미래 사회 이슈'(20.6%) 등 대한민국의 지속가능한 중장기적 정책에 대해 짚어달라는 주문도 있었다. 이어 '증권·금융 등 자본시장 이슈'(12%), '차기 대선 후보 및 정치인 호감도'(8.1%) 등을 택했다. 에너지경제신문의 경쟁력 강화를 위해 응답자 30%가 '기사 및 콘텐츠의 대중성 강화'를 우선 순위로 지목했다. '재테크 정보 강화'(16.3%), '콘텐츠 다양성 확대'(15.3%) 등도 매체 발전의 주요 과제로 꼽았고, 이어 '브랜드 인지도 제고'(9.5%), '오피니언 및 독자 기고 확대'(9.2%) 순이었다. 리얼미터는 “시장 경제와 여론조사는 국민들이 에너지경제신문을 접할 때 연상되는 이미지로 꼽을 만큼 매체 브랜드로 자리매김했다"고 평가했다. 이번 조사는 지난 12~13일 전국 만 18세 이상 남녀 1003명을 대상으로 무선(100%) RDD 자동응답조사(ARS) 방식으로 진행했다. 응답률은 4.4%,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3.1%포인트(p)다. 원승일 기자 won@ekn.kr

李 전통시장 행보에 野 불편 기류…대통령들의 ‘시장 정치학’

6·3 지방선거 및 국회의원 재보궐선거를 앞두고 이재명 대통령의 잇단 전통시장 방문 행보가 이어지자 국민의힘 등 야권에서 불편한 기류가 감지되고 있다. 야권은 “사실상 정치 행보", “관권선거 우려가 있다"고 반발하고 있지만, 정치권 안팎에서는 전통시장 방문이 역대 대통령들이 꾸준히 활용해온 대표적인 '민생 정치'의 한 형태라는 분석도 나온다. 25일 정치권에 따르면, 이 대통령은 지난 18일 본인의 고향인 경북 안동의 안동구시장을 찾아 시민들의 목소리를 청취하고 저녁 식사를 했다. 같은 날 점심에는 광주 동구 남광주시장을 찾아 시민과 상인들과 만났다. 앞서 이 대통령은 지난 13일 울산 동구 남목마성시장을 예고 없이 방문한 데 이어, 14일에는 경기 성남시 성남 모란민속5일장에 들러 소상공인의 애로 사항 등을 경청했다. 국민의힘은 이 대통령이 지방선거를 앞두고 각 지역 전통시장을 방문하는 것에 대해 “선거 개입"이라며 날을 세웠다. 송언석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페이스북을 통해 “노골적인 관권선거이자 선거 개입이다. 대통령이 선거 개입의 수준을 넘어 아예 직접 선거운동을 뛰고 있는 것"이라면서 “선거를 앞두고 매일같이 전국의 전통시장을 직접 돌며 선거 운동을 한 대통령은 없었다"고 지적했다. 이어 “대통령의 선거 운동이 한 번만 더 진행된다면 국민의힘은 즉시 대통령의 노골적인 선거 운동에 대한 법적 조치를 추진하겠다"고 경고했다. 이에 대해 이규연 청와대 홍보소통수석은 “대통령으로서 할 일, 명분 있는 행사, 가야 할 곳을 가고 있다"며 “지선과 무관한 통상적인 국정 운영"이라고 선을 그었다. 정치권에서 전통시장은 단순한 '장보기 공간'을 넘어 민심의 바로미터이자 강력한 상징성을 갖는 무대다. 역대 대통령들 역시 정치적 고비나 주요 선거를 앞두고 어김없이 전통시장을 찾았으며, 그때마다 '민생 행보'와 '선거 개입'이라는 상반된 평가가 평행선을 달렸다. 실제 대통령의 시장 방문을 둘러싼 여야의 공수교대는 정권의 색깔을 가리지 않고 반복되어 온 '단골 레퍼토리'다. 후보 시절부터 전통시장 '어퍼컷 세리머니'로 지지층을 결집했던 윤석열 전 대통령은 임기 중 지지율 고비가 올 때마다 대구 서문시장이나 청주 육거리종합시장 등 보수 기반의 시장을 찾아 정면 돌파를 시도했다. 특히 지난 2024년 총선을 앞두고 전국을 돌며 민생토론회와 시장 방문을 병행하자, 당시 야당이었던 더불어민주당은 “대통령의 정치적 중립 의무 위반"이라며 거세게 비판한 바 있다. 문재인 전 대통령은 포항 지진이나 코로나19 팬데믹 등 국가적 재난 상황이 발생했을 때 민심을 다독이는 방편으로 시장을 주로 찾았다. 2020년 총선을 앞두고 문 전 대통령과 김정숙 여사가 남대문시장, 동원시장 등을 잇달아 방문하자 당시 야당은 '총선용 기획 행보'라며 관권 선거 의혹을 제기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은 선거철이나 정치적 위기 때마다 '정치적 고향'인 대구 서문시장을 방문해 지지층을 결집하는 콘크리트 지지율의 발판으로 삼았다. 대선 후보 시절에는 시장에서 직접 미나리를 사는 모습을 통해 기존의 '귀족 이미지'를 탈피하는 감성 정치의 무대로 활용하기도 했다. 정치권에서는 대통령의 시장 방문이 갖는 다중적 의미에 주목하면서도, 선거 임박 시기에는 불필요한 정치적 오해를 피하기 위한 완급 조절이 필요하다고 제언한다. 동시에 선거철마다 되풀이되는 '선거 개입' 프레임 논란을 종식하기 위해 근본적인 선거법 개정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현행 공직선거법 제9조(공무원의 중립의무 등)는 '공무원 기타 정치적 중립을 지켜야 하는 자(기관·단체 포함)는 선거에 대한 부당한 영향력의 행사 기타 선거 결과에 영향을 미치는 행위를 해서는 안 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대통령은 행정부 수반으로서 공정한 선거를 관리·감독해야 하는 위치에 있어 선거 중립 의무를 지는 공무원으로 해석된다. 이에 따라 특정 정당이나 후보자를 지지하는 행위는 행위 양태에 따라 관련 규정 위반 소지가 있을 수 있다. 이종근 정치평론가는 “역대 대통령들도 각종 선거 때마다 지방을 순회했다. 이재명 대통령의 전통시장 방문이 특별한 일은 아니다"라며 “선거철마다 관권 선거 논란을 소모적으로 반복하느니, 차라리 선거법 개정을 통해 미국처럼 대통령의 정당 활동 및 선거 운동을 일정 부분 전면 허용하는 것도 소모적 논란을 줄이는 하나의 방법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윤호 기자 kyh81@ek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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