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기관 지방이전 내년 본격화…금융권 안팎 반발에 ‘진통’

정부가 내년부터 2차 공공기관 지방 이전에 본격 착수한다. 수도권 잔류를 최소화하고 혁신도시를 중심으로 공공기관을 집적한다는 구상이다. 금융권에서는 한국산업은행과 한국수출입은행, IBK기업은행 등 국책은행을 중심으로 반발이 거세지고 있다. 금융감독원 노동조합까지 가세하면서 지방 이전을 둘러싼 갈등이 장기화할 가능성도 커지고 있다. 5일 정부와 금융권에 따르면 정부는 수도권 소재 공공기관 350여개를 대상으로 이전 여부를 검토해 올해 4분기 구체적인 이전 계획을 발표한다. 내년부터는 선도 기관을 시작으로 실제 이전 절차에 들어갈 방침이다. 정부가 내세운 핵심 원칙은 '수도권 잔류 최소화'다. 1차 공공기관 이전 당시 적용했던 잔류 기준을 다시 검토하고 수도권에 반드시 남아야 할 필요성이 인정되지 않는 기관은 원칙적으로 이전 대상에 포함한다. 이전 속도도 높인다. 청사를 새로 지은 뒤 옮겼던 과거 방식과 달리 민간 건물을 임차하는 방식 등을 활용해 내년부터 이전을 시작한다. 이전 거리가 멀거나 조기에 이전하는 기관에는 지원을 확대하고 임직원의 주거비와 교육·의료 등 정주 여건에 대한 지원도 강화한다. 중앙행정기관의 세종 이전도 함께 추진한다. 정부는 내년 상반기부터 법무부와 성평등부 등 규모와 이전 효과가 큰 기관부터 세종으로 옮길 계획이다. 금융위원회를 비롯해 아직 거취가 언급되지 않은 기관은 올해 4분기 이전 대상 확정 과정에서 포함 여부가 결정될 전망이다. 공공기관 구조조정도 병행한다. 정부는 전략적 기능 재편과 유사·중복 업무 통합 등을 통해 공공기관 109개를 줄이기로 했다. 전체 공공기관의 약 20%에 해당하는 규모다. 발전 5사를 하나로 통합하고 4개 항만공사를 합치는 방안도 추진한다. 한성숙 국무총리는 지난 3일 “공공기관 지방 이전을 속도감 있게 추진하겠다"며 “'나눠먹기식' 배분을 지양하고 혁신도시를 중심으로 집적 배치해 지역 거점의 힘을 극대화하겠다"고 밝혔다. 금융권의 반발은 거세다.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은 전날 서울 광화문 일대에서 총파업 결의대회를 열었다. 경찰 비공식 추산으로 1만5000명이 참여했다. 특히 지방 이전 대상으로 거론되는 산업은행·수출입은행·기업은행 등 3대 국책은행 조합원들이 전체 참석자의 약 24%를 차지했다. 금융노조는 금융회사와 전문인력이 밀집하면서 발생하는 금융산업의 집적 효과를 고려하지 않은 이전은 경쟁력 저하로 이어질 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뉴욕과 런던 등 주요 금융도시가 금융회사와 인력을 한곳에 모으는 것과 배치된다는 논리다. 본사 이전에 앞서 노조와의 사전 합의도 요구하고 있다. 금감원 노조도 반대 대열에 합류했다. 금감원 임직원 1720명이 서명한 지방 이전 반대 탄원서를 전날 대통령실에 제출했다. 변호사와 회계사 등 전문인력 이탈로 감독 역량이 떨어질 수 있고 금융회사와 물리적으로 멀어지면서 금융사고나 소비자 피해에 대한 대응이 늦어질 수 있다는 우려를 담았다. 정치권에서도 온도 차가 나타나고 있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에서는 공공기관 지방 이전을 국가균형발전을 위한 정책으로 추진하면서 금융노조가 요구하는 노동조건 개선에도 힘을 싣는 모습이다. 전날 금융노조 집회에 참석한 이용우 민주당 의원은 주 4.5일제 등 노조 요구를 지지하며 “현장에 계신 조합원들의 요구 관철에 함께하겠다"고 밝혔다. 국민의힘은 국가균형발전이라는 정책 방향에는 동의하면서도 정부의 추진 방식에는 비판적인 입장이다. 이전 기관과 지역, 재원 조달 방안이 확정되지 않은 상황에서 내년부터 이전을 서두르는 것은 무리라는 주장이다. 최수진 국민의힘 원내수석대변인은 “이번 발표는 이전 대상 기관·지역·규모가 전혀 확정되지 않은 '원칙 선언'에 그쳤다"며 1차 공공기관 이전의 효과와 한계에 대한 충분한 검토 없이 속도전에 나설 경우 노동계와 지방정부의 갈등을 키울 수 있다고 지적했다. 장하은 기자 lamen910@ekn.kr

충언이냐 견제냐…조국, ‘李 레드팀’ 자처한 속내는

조국 조국혁신당 혁신정책연구원장이 이재명 대통령과 더불어민주당을 향한 공개 비판의 수위를 높이고 있다. 이 대통령에 대한 공소취소 문제를 비롯해 부동산 정책 등 주요 국정 현안에 잇따라 목소리를 내면서 스스로를 '레드팀'으로 규정하는 모습이다. 이 대통령이 정치적 부담을 감수하고 조 원장을 사면·복권한 데 이어 조국혁신당 소속 이해민 의원을 청와대 AI미래기획수석으로 기용하는 등 범진보 진영을 향한 포용 행보를 보이는 상황에서 나온 비판이라는 점에서 주목된다. 특히 민주당과 조국혁신당의 통합·연대 논의가 다시 본격화되는 시점과 맞물리면서 조 원장의 행보가 단순한 정책적 충언을 넘어 정치적 존재감과 협상력을 확보하기 위한 움직임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5일 정치권에 따르면 조 원장은 최근 이 대통령의 공소취소 문제를 정면으로 지적했다. 그는 조작기소를 이유로 공소취소를 추진하려면 조작기소 여부가 먼저 확인돼야 한다는 취지의 주장을 내놓으며, 이 대통령의 사건이 퇴임 이후 재개될 경우 유죄 판결 가능성까지 언급했다. 공소취소를 서두를 경우 정치적·법적으로 문제가 될 수 있다는 경고도 덧붙였다. 이후 조 원장은 자신의 역할을 '이재명 레드팀'으로 규정했다. 이 대통령이 잘못된 방향으로 갈 경우 잘못 가고 있다고 이야기하는 것이 자신의 역할이라는 설명이다. 조 원장은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충언역이이리어행(忠言逆耳利於行)'이라는 글귀를 올렸다. 충직한 말은 귀에 거슬리지만, 행동하는 데에는 이롭다는 의미다. 실제 조 원장은 공소취소뿐 아니라 부동산 세제 개편 등 정부·여당의 정책 방향에 대해서도 비판적인 목소리를 이어가고 있다. 민주당 내부에서는 조 원장의 발언에 대한 반발이 이어졌다. 박선원 최고위원은 조 원장의 발언을 두고 '동지의 언어'가 아니라며 강하게 반발했고, 박지원 의원도 조 원장이 정치적 고독을 화풀이하듯 풀어서는 정치적 복귀가 어려워질 수 있다는 취지로 경고했다. 조 원장이 반발을 감수하면서까지 공개 비판에 나서는 배경으로는 민주당과 조국혁신당의 통합·연대 논의를 빼놓기 어렵다는 분석이 나온다. 민주당은 대통합추진단을 중심으로 조국혁신당과의 통합 가능성을 열어두고 논의를 본격화하고 있다. 김민석 민주당 대표 역시 합당과 연대 모두 가능성을 열어두는 입장이다. 하지만 조국혁신당은 공식적인 논의가 시작되지 않았다고 반박하며 양측 사이에 상당한 온도차를 보이고 있다. 전날에도 조국혁신당 측은 민주당이 일방적으로 통합 논의를 꺼내기보다 먼저 통합과 연대의 가치와 방향부터 정해야 한다는 입장을 내놨다. 결국 현재 양측의 갈등은 단순히 '합당할 것이냐, 말 것이냐'의 문제만으로 보기 어렵다는 분석이다. 합당이나 연대가 이뤄질 경우 어떤 방식으로 결합할 것인지, 조국혁신당의 독자성과 정치적 지분을 어느 정도 인정할 것인지, 누가 통합의 주도권을 쥘 것인지가 핵심 쟁점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조국혁신당 입장에서는 민주당과의 통합이 정치적 재기의 기회인 동시에 독자적인 정치세력으로서의 존재감이 약화될 수 있는 위험도 안고 있다. 특히 민주당의 규모와 조직력이 압도적인 상황에서 일방적인 흡수 통합으로 비칠 경우 조국혁신당이 쌓아온 정치적 브랜드와 독자 노선이 희석될 가능성이 있다. 이 때문에 조 원장이 '레드팀'을 자처하며 이 대통령과 민주당을 향해 공개적으로 다른 목소리를 내는 것 자체가 통합 논의에서 자신의 정치적 공간을 확보하기 위한 수단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정부·여당에 무조건적인 지지를 보내는 세력이 아니라 필요할 경우 공개적으로 비판할 수 있는 독자 세력이라는 이미지를 만들어야 향후 통합 과정에서도 일정한 협상력을 확보할 수 있다는 논리다.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본지와의 통화에서 “조국혁신당이 이 대통령과 각을 세우는 데에는 진보 진영 내에서 자신들의 존재감을 부각하려는 전략적 판단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신 교수는 “대통령 지지율이 떨어지고 있는 상황에서 조국혁신당이 민주당과의 합당 가능성을 높게 보는 것도 아니다"라며 “그런 상황에서는 진보 진영의 대안 세력이라는 점을 각인시킬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그 과정에서 이재명 정권과 각을 세우는 것"이라며 “대통령과 대립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 조국혁신당 입장에서는 유리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김윤호 기자 kyh81@ekn.kr

닻 올린 선관위 특검…‘IT·검찰 출신’ 전면 배치, 전산망부터 캔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 관련 전방위 의혹을 수사할 특별검사팀이 검찰 출신 수사 인력과 IT·보안 전문가를 전면에 배치했다. 특검보 5명 가운데 4명이 검사 출신으로 채워졌고, 국가보안기술연구소 연구원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검사 경력을 가진 김상천 변호사도 합류했다. 특검팀은 파견검사 20여명 인선을 마무리하는 대로 기존 합동수사본부의 수사 기록과 압수물을 넘겨받아 분석하고 선관위 전산망 등 관련 자료에 대한 검증에 들어갈 예정이다. 5일 법조계와 정치권에 따르면 이태한 특별검사는 특검보 후보 10명 가운데 5명에 대한 임명 절차를 완료했다. 특검보 5명 중 4명이 검사 출신이다. 김상천 변호사는 국가보안기술연구소 연구원 출신으로 공수처 검사를 지낸 IT·보안 분야 전문가다. 정보통신부 파견 경력이 있는 박협 변호사와 대검찰청 검찰연구관을 지낸 김은정 변호사도 특검보로 합류했다. 경찰·검사·판사를 모두 거친 법조계 인사와 대한변호사협회 조사위원회 등에서 활동한 변호사 출신 인사도 포함됐다. 특검보 진용에서 눈에 띄는 부분은 IT·보안 전문성을 갖춘 인사를 별도로 배치했다는 점이다. 선관위 관련 의혹을 수사하려면 관계자 진술이나 문서뿐 아니라 전산 시스템에 남은 자료를 함께 확인해야 하기 때문이다. 특검팀은 선관위 전산 시스템의 운영 과정과 관련 자료의 생성·보존 경위 등을 들여다볼 것으로 보인다. 특검팀의 첫 작업 중 하나는 기존 합수본 수사자료를 다시 들여다보는 것이다. 파견검사 인선이 끝나면 합수본이 확보한 수사 기록과 압수물, 분석 자료 등을 넘겨받아 의혹별로 사실관계를 재검토할 예정이다. 기존 관계자 진술과 압수·분석 자료를 대조하면서 추가로 확인할 부분이 있는지도 살펴볼 것으로 예상된다. 전산 분야에서는 시스템에 남아 있는 자료와 관련 기록을 어떻게 확보하고 검증하느냐가 중요하다. 특검팀이 관련 자료에 대한 증거보전을 요청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특검팀은 앞서 선관위 측에 올림픽공원 등에 보관된 관련 자료에 대한 증거보전을 요청했다. 특검팀은 이 자료들을 기존 수사에서 확보한 기록과 맞춰보면서 선관위 관련 의혹의 사실관계를 재구성할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IT·보안 전문가가 참여하는 만큼 전산자료에 대한 기술적 검증과 법률적 판단을 병행하는 수사 방식이 예상된다. 파견검사 20여명 인선도 막바지 단계다. 일선 검찰청의 부장검사급 인사들이 파견 명단에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사무실 정비와 수사 인력 구성이 마무리되면 특검은 선관위 전산망을 비롯해 기존 합수본 수사에서 다뤄진 관련 의혹 전반으로 수사를 확대할 예정이다. 이태한 특검은 과거 '한반도 인권과 평화를 위한 변호사모임(한변)' 등에서 활동했다. 특검팀이 검찰 출신 수사 인력에 IT·보안 전문가까지 결합한 진용을 갖추면서 출범 초기부터 확보 자료 분석과 전산자료 검증에 수사력을 집중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이상무 기자 rokmc@ekn.kr

호르무즈 파병 검토에 공공기관 통폐합… 李정부 정책은 ‘우클릭’, 인사는 ‘좌클릭’

집권 2년 차를 맞은 이재명 대통령이 외교·안보 및 공공 개혁 분야에서 보수 진영의 핵심 의제인 이른바 '우클릭' 정책을 과감히 꺼내 들어 정국이 요동치고 있다. 6개 부처 중폭 개각과 청와대 인선에서 진보적 색채를 강화하는'좌클릭'을 단행한 것과 대조를 이룬다. 야권에서는 “보수의 위기"라는 탄식이 나왔다. 靑 “파병, 군사적 기여 포함해 검토중" 기조 바뀌어 4일 정치권에 따르면, 최근 이재명 정부가 꺼내 든 대표적인 우클릭 카드는 '호르무즈 해협 파병 검토'와 '공공기관 109곳 통폐합'이다. 한미동맹 강화라는 안보 축과 작은 정부를 지향하는 구조개혁이라는 내치 축을 동시에 가동한 것이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이날 기자들과 만나 호르무즈 해협 파병에 대해 “검토 단계에 있다"고 밝혔다. 앞서 복수의 언론에서 전날(3일) 우리 군이 파병을 위해 구체적인 준비를 하고 있다는 보도가 나왔다. 그동안 정부는 이란 전쟁이 끝나야 항행 안전 차원의 파병을 추진한다는 입장이었지만 최근 기조를 바꾼 것으로 보인다. 이 관계자는 “군사적 기여를 포함해 실질적인 방안을 검토 중"이라며 “호르무즈에서의 자유 통항은 우리 국익에 굉장히 중요한 부분"이라고 말했다. 호르무즈 해협을 통한 원유 의존도가 70%에 육박한 데다, 전쟁으로 항행이 금지되면 초래될 경제·안보적 타격이 크다는 게 이 관계자의 설명이다. 다만 군사적 기여에는 “전투뿐 아니라 비전투와 수색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하고 있다"며 한반도 대비태세에 손상이 없는 범위 내에서 검토하고 있다고 했다. 국회의 동의를 받아야 하는 것과 관련해서는 “아직 그 단계까지는 아니다"라며 선을 그었다. 파병 논의는 한미동맹 차원에만 머물지 않는 것으로 전해진다. 이 관계자는 미국뿐 아니라 “프랑스·영국 측과도 협의하고 있는 단계"라고 전했다. 마침 이 대통령이 오는 6일부터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의 초청으로 프랑스를 국빈 방문하는 만큼 양국 정상회담에서 호르무즈 해협 안보 공조가 주요 의제로 다뤄질 것으로 보인다. 정부 “공공기관 과감히 개혁"…양대노총 반발 호르무즈 해협 파병 검토에 이어 정부는 공공부문 구조개혁도 꺼내 들었다. 한성숙 국무총리는 전날 정부서울청사에서 관계부처 합동 기자회견을 열고 “급변하는 정책 환경에 대응해 공공기관의 기능을 과감하게 개혁하겠다"며 “전략적 구조 개혁, 유사·중복 기능의 일원화, 소규모 기관 통합 등을 통해 역대 최대 규모인 109개 공공기관을 감축하겠다"고 밝혔다. 정부는 우선 발전 5사를 '한국발전'(가칭)으로, 4개 항만공사를 '한국항만공사'(가칭)로 각각 통합하는 방안을 추진한다. 한국석유공사와 한국가스공사도 '에너지자원공사'(가칭)로 합친다. 모든 광업소가 폐광된 대한석탄공사는 폐지한다. 이에 한국노총과 민주노총은 “정부의 일방 발표"라며 반발했다. 양대노총 공공부문 노동조합 공동대책위원회는 같은 날 성명을 통해 “당사자와의 실질적 협의나 사회적 공론화를 배제한 정부의 비민주적 밀실 행정"이라며 “총정원과 총고용을 보장하고, 노동조건의 상향 평준화를 위한 예산 지원과 총인건비 조정 등 실효성 있는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규탄했다. 정부는 일단 “정책 방향의 목표를 비용 절감에 두고 있지는 않다"며 노동계 진화에 나섰다. 친장계 인사도 “보수의 위기" 당혹감 이처럼 보수 진영의 전유물처럼 여겨졌던 작은 정부와 한미동맹 강화라는 핵심 의제를 이재명 정부가 선제적으로 수용하며 정국 주도권을 쥐고 나가자 야권에서는 심각한 위기감이 감돌고 있다. 친장동혁계 인사로 분류되는 주현철 전 국민의힘 외신대변인은 이날 본지와 통화에서 “공공기관 100여 곳 통폐합은 원래 보수 진영이 해야 할 일"이라며 “공공기관이 줄면 결국 쓸데없는 비용은 줄고, 효율화가 될 것"이라고 관측했다. 호르무즈 해협 파병 검토와 관련해서는 “파병을 하면 노무현 정부 때처럼 하는 건데 진보 쪽에서는 굉장히 어려운 결정일 것"이라며 “미국에 한국이 참전했다는 것은 외교적으로 큰 의미와 상징성이 있다"고 평가했다. 주 전 대변인은 “이재명 정부가 저런 걸 할 수 있다는 부분은 굉장히 고무적이다. 비판을 할 땐 비판하지만 잘한 건 잘했다고 해야 한다"며 “보수의 위기라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신교근 기자 shin1948@ekn.kr

국민의힘 당협 217곳 물갈이에 ‘흉흉한’ 소문…“말 한마디 잘못했다간 휘청”

국민의힘이 국정감사가 끝나는 11월 즈음에 전국 217개 당원협의회를 대상으로 정기 당무감사를 벌이기로 하면서 당내에 긴장감이 높아지고 있다. 장동혁 지도부가 당무감사에서 당원 평가를 50% 의무 반영하고 해당 행위에 대한 감점을 강화하는 방안을 추진하면서다. 현역 의원을 포함한 당협위원장들이 평가 결과에 따라 사실상 교체 대상에 오를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4일 정치권에 따르면 당초 지도부가 추진했던 전국 254개 당협위원장 전면 재선출 방안은 현역 의원들의 반발에 부딪혀 한발 물러섰다. 대신 기존 당무감사에 당원 평가와 강도 높은 감점 기준을 결합하는 쪽으로 방향을 틀었다. 당내에선 이를 두고 직선제를 접는 대신 당무감사를 통한 '우회 물갈이'를 추진하는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특히 논란이 되는 것은 해당행위 감점이다. 국민의힘 지도부와 사무처는 윤리위원회 징계 전력뿐 아니라 방송 출연 과정에서의 발언이나 주요 정책 노선에 대한 공개 비판 등을 감점 대상으로 삼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구체적인 감점 폭까지 커질 경우 당무감사 결과가 당협위원장의 거취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당내 비당권파와 중진 의원들이 민감하게 반응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지도부에 대한 공개적인 이견 표명과 정책 비판까지 해당행위로 분류될 경우 당무감사가 사실상 당내 반대파를 걸러내는 수단으로 활용될 수 있다는 것이다. 영남권의 한 중진 의원은 “지도부에 이견을 냈다는 이유로 감점 폭탄을 던진다면 당무감사가 아니라 정적 제거를 위한 정무 감사가 된다"며 “누가 어떤 기준으로 해당행위를 판단할 것인지가 명확하지 않은 상태에서 감점부터 강화하면 당내 갈등만 커질 것"이라고 말했다. 당 지도부가 먼저 직선제를 적용하기로 한 사고 당협 36곳과 직무정지 상태인 당협 1곳(경남 마산회원)의 재선출 과정도 주목된다. 국민의힘은 당협위원장이 공석인 이들 지역에서 당원 투표 방식의 직선제를 적용하고 공모 절차에 들어갔다. 이 과정에서 어떤 심사 기준을 적용하고 해당행위 감점을 실제로 어떻게 판단하느냐가 국감 이후 217개 당협 정기 당무감사의 기준점이 될 가능성이 크다. 문제는 조직 정비의 시점이다. 국민의힘은 6·3 지방선거에서 참패한 뒤 당의 외연을 넓히고 중도층과 무당층의 지지를 회복해야 한다는 과제를 안고 있다. 그런데 지방선거 패배의 원인을 진단하고 새로운 정책 노선을 내놓기보다 당협위원장 교체와 당원 평가, 징계·감점 기준 마련에 당력을 집중하고 있다는 비판이 당 안팎에서 나온다. 특히 정기국회가 시작된 상황에서 제1야당이 당협 개편과 내부 인사 문제에 정치적 역량을 소진할 경우 쇄신의 방향이 국민이 체감할 수 있는 변화와 동떨어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당원 중심 정당으로의 전환을 추진하더라도 지방선거에서 등을 돌린 중도층과 무당층을 다시 끌어안을 정책과 메시지가 함께 제시돼야 하는데, 현재 논의가 조직과 당권 문제에 치우쳐 있다는 것이다. 국민의힘 내부에선 이번 당무감사가 장동혁 지도부의 당 장악력을 가늠하는 계기가 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당원 평가와 해당행위 감점이 객관적인 기준에 따라 운용되느냐, 아니면 지도부와 다른 목소리를 낸 인사들에게 불리하게 작용하느냐에 따라 당내 갈등의 폭이 달라질 수 있어서다. 한 국민의힘 관계자는 “직선제를 둘러싼 갈등이 일단 봉합됐지만 당무감사에서 누가 살아남고 누가 탈락하느냐를 놓고 다시 충돌할 가능성이 있다"며 “특히 해당행위의 범위가 넓게 잡히면 당협 정비 문제가 계파 갈등으로 번질 수 있다"고 말했다. 이상무 기자 rokmc@ekn.kr

[미리보는 인청] 강남 룸살롱 업주 친분에 ‘코로나 청탁’…野, 김승원 정조준한다

오는 10월 중대범죄수사청·공소청 출범 등 새 형사사법체계 안착을 지휘할 김승원 법무부 장관 후보자에 대해 야당이 '지명 철회 0순위'로 규정하고 송곳 검증을 예고했다. 김 후보자를 둘러싼 핵심 의혹과 논란은 크게 4가지로 △코로나 치료제 청탁 의혹 △이 대통령 공소취소모임 대표 △변호사 시절 대장동 남욱 변호사 및 미성년·장애인 성폭행 가해자 변호 이력 △박병석 국회의장을 향해 'GSGG' 표현을 사용한 비속어 논란 등이다. ◇2주만에 떨어진 식약처 승인… '기소유예' 두고 여야 격돌 가장 뜨거운 화약고는 '코로나 치료제 청탁 의혹'이다. 3일 정치권과 법조계에 따르면, 김 후보자는 더불어민주당 초선 의원이던 지난 2021년 10월 브로커 양모씨의 청탁을 받은 뒤 김강립 당시 식품의약품안전처장에게 연락해 A제약사의 코로나19 치료제 관련, 임상시험 승인을 신속히 처리해 달라고 요구해 결국 승인을 받아냈다는 의혹을 받는다. 강남 유흥주점을 운영했던 양씨는 2013년 변호사이던 김 후보자에게 근로기준법 위반 사건 변호를 맡겼다고 한다. 두 사람이 언제 처음 만난 지는 알려지지 않았지만 박정훈 국민의힘 의원은 페이스북을 통해 “판사 시절부터 알게 된 사이"라고 주장했다. 이후 국회에 입성한 김 후보자는 A사 설립자 강모씨의 부탁을 받은 양씨의 청탁을 받고 2021년 10월 12일 김강립 당시 식약처장에게 A사의 임상시험 승인 신청을 잘 챙겨봐 달라는 취지의 요청을 했다고 한다. 식약처는 김 후보자가 식약처장에게 관련 요청을 한 지 2주 만인 2021년 10월 26일 A사 임상시험 계획을 승인했다. 이 배경에 김 후보자의 '성공한 로비'가 작동했다는 게 야당의 지적이다. 그해 12월에는 강씨가 김 후보자에게 후원금 500만원을 전달하려 했으나 연간 후원금 한도액이 다 차서 실제 돈이 전달되진 않았다는 게 검찰의 수사 결과다. 동물실험 부작용 누락 등으로 재판에 넘겨진 강씨는 2024년 12월 약사법 위반과 사기 미수 혐의 등으로 재판에 넘겨져 1심에서 징역 3년에 집행유예 5년을 선고받았다. 야당은 앞서 2023년 강씨의 구속영장을 기각했던 서울서부지법 정모 판사에 주목하고 있다. 정 판사가 2022년 김 후보자, 브로커 양씨와 함께 찍은 사진이 공개되면서 이들의 연결고리도 야당의 주요 관심사다. 현재 강씨와 양씨는 뇌물공여약속 혐의로 기소돼 1심 재판을 받고 있다. 그러나 김 후보자는 강씨와 직접 연락한 사실은 확인되지 않았다는 이유 등으로 2024년 12월 검찰로부터 기소유예 처분을 받았다. 야당은 △계엄 직후에 기소유예가 결정됐다는 점 △당시 검찰 지휘부에서 기소유예를 지시한 의혹 △김 후보자가 당시 검찰과 법원을 관할하는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소속 여당 간사였다는 점 등을 근거로 '봐주기성 특혜 수사'와 '권력형 외압'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김 후보자는 지난 1일 서영교 국회 법제사법위원장에게 해당 의혹을 해명하며 “위원장님, 식약처 관련 내용 요약입니다. 송구합니다"라는 문자메시지를 보내다가 취재진의 카메라에 포착되기도 했다. 이를 두고 김 후보자 측과 민주당은 “치료제 허가를 청탁한 것이 아니라 임상시험 절차가 부당하게 지연되지 않도록 공정하게 살펴봐 달라고 요청한 것"이라며 “식약처 관계자들은 모두 혐의없음 처분을 받았고, 임상시험 승인 과정에서도 법령이나 절차 위반은 확인되지 않았다"고 맞서면서 여야 간 치열한 공방이 예상된다. ◇의원 땐 “공소취소 해야" vs 지명 후 “권한 없다" 김 후보자가 민주당 내에서 이 대통령 재판의 공소 취소를 공개적으로 주도하며 강경파로 활동해 온 점도 논란이다. 김 후보자는 지난 1월 민주당 경기지역 국회의원들과의 기자회견을 통해 “정치검찰이 조작 기소한 이 대통령 사건은 당장 공소 취소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지난 2월에는 '공취모(이재명 대통령 사건 공소취소와 국정조사 추진을 위한 의원 모임)' 공동대표를 맡는 등 이 대통령 사건의 공소 취소를 지속적으로 주장해 왔다. 지난 3월에는 TBS라디오 '봉지욱의 봉인해제'에 출연해 대북송금 사건을 '기획 수사'로 규정하면서 '법무부 장관이 지휘를 해서 이 대통령에 대한 제3자 뇌물 재판 공소 취소를 그냥 할 수 없는 것이냐'고 묻자 “저는 해야된다라고 본다"고 답했다. 그러나 김 후보자는 이날 서울 종로구에 위치한 인사청문회 사무실 출근길에서 관련 질문에 “법무부 장관에게 직접적인 권한이 없고 검찰총장을 통해 지휘할 생각도 없다"며 상반된 입장을 내놨다. 야당은 “대통령이 김 후보자를 임명한 이유는 물불 안 가리고 공소취소에 몰두할 장관이 필요하기 때문"이라며 김 후보자가 법무부 장관이 되면 공소 취소를 강행할 것이라고 의심하고 있어 인사청문회에서 강도 높은 검증이 예상된다. ◇'대장동' 남욱 변호… 성폭행 가해자 변호 김 후보자의 변호사 시절 이력도 야당의 주요 검증 대상이다. 김 후보자는 2015년 남욱 변호사의 변호사법 위반 사건을 변호한 바 있다. 당시 남 변호사는 대장동 민간개발 추진을 위해 불법 로비를 한 혐의로 구속기소 됐다. 2021년 불거진 대장동 개발 비리 사건에서는 핵심 민간사업자로 성남도시개발공사에 거액의 손해를 입히고 특혜를 챙긴 배임 및 뇌물공여 등으로 기소됐다. 이에 김 후보자 측은 “대장동 개발 비리 본안 사건 변호인으로 활동한 사실은 없다"고 반박했다. 사건 변호인단에 소속 법무법인으로 형식상 이름만 올렸다가 한 차례 접견·상담만 한 것이 전부라는 것이다. 하지만 야당은 2015년 사건이 대장동 개발 비리의 뿌리와 맞닿아 있는 만큼 김 후보자를 “대장동 변호인"이라며 공세 수위를 높이고 있다. 대장동 핵심 인사들과의 유착 의혹이 해결되지 않는 한 법무행정 수장으로서 관련 수사의 공정성을 담보하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여기에 과거 '미성년·장애인 성폭행' 피고인을 변호한 전력까지 드러나며 자질 논란이 일고 있다. 김 후보자는 2012년 15세 여성을 집단 성폭행한 고교생 등 가해자 측을 변호했으며, 2017년에는 14세 지적장애 중학생을 성폭행하고 불법 촬영한 사건의 피고인 측 변호도 맡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김 후보자는 “첫 번째 사건은 소속 로펌에서 수임한 사건인데 실질적으로 관여한 사건은 아니었다"며 “두 번째 사건은 친한 지인의 조카 사건인데 형들 따라서 범행을 저지른 그 조카는 미성년자였다. 다시 기회를 받을 수 있는 게 좋겠다고 생각해 평소 신념대로 변호했다"고 해명했다. ◇박병석 향해 “GSGG"… 똑같은 해명 내놓나 과거 박병석 전 국회의장을 향해 사용했던 'GSGG' 막말 논란도 다시 도마 위에 올랐다. 김 후보자는 2021년 언론중재법 개정안이 본회의 상정이 무산되자 페이스북에 박 전 의장을 향해 'GSGG'라는 게시글을 올려 입법부 수장을 향한 비속어 사용 논란이 일었다. 논란이 커지자, 김 후보자는 “정부가 국민의 일반의지에 봉사해야 한다(Government Serve General G)라는 뜻의 줄임말"이라고 해명해 국민을 우롱했다는 지적이 나왔다.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도 김 후보자의 'GSGG'를 지적하고 나서면서 야당은 이번 인사청문회에서 해당 비속어에 대한 해명을 재차 요구할 것으로 보인다. 국민의힘은 지도부 차원에서 김 후보자를 '지명 철회 0순위'로 규정한 만큼, 이번 청문회에서 김 후보자를 둘러싼 각종 의혹에 대해 집요한 검증을 이어가며 자진 사퇴나 지명 철회를 끌어내겠다는 방침이다. 신교근 기자 shin1948@ekn.kr

[단독] 용혜인, 후원금으로 거액 ‘선거 프사’ 촬영…업체 대표는 페미니스트

용혜인 성평등가족부 장관 후보자가 정치후원금을 활용해 414만7000원을 들여 프로필 사진을 촬영하고, 220만원의 스피치 과외를 받은 것으로 확인됐다. 국민이 모아준 정치후원금이 사적 '이미지 메이킹'에 쓰였다는 지적이 나온다. 3일 본지가 확보한 용혜인 후보자의 정치자금 지출 내역에 따르면 용 후보자는 22대 총선을 앞둔 2024년 3월 '헤비메거진'이라는 업체에 두 차례에 걸쳐 총 414만7000원을 결제했다. 3월 12일 '의정활동용 프로필 사진 촬영료'로 343만2000원을, 3월 22일 '프로필 사진 추가 제공' 명목으로 71만5000원을 지출했다. 여의도 정치권에선 통상 의원 프로필 사진 촬영에 100만원 안팎을 쓴다. 용 후보자가 쓴 비용은 일반 의원들의 4배에 달한다. 헤비메거진의 대표 A씨는 스스로를 페미니스트로 정체화하며 활동해 온 여성 사진 작가다. 스튜디오 운영과 함께 여성 작가들의 작품을 소개하는 출판업을 하고 있다. A씨는 과거 공개된 인터뷰에서 “남자 위주의 매거진을 보며 '여자로만 구성된 매거진은 왜 없어?'라는 단순한 생각에 시작했다"며 “여성 작업자들이 모이고 연대해서 무거워질수록, 우리는 더 자유롭고 평등해질 거라는 바람을 담았다"고 밝혔다. 또한 자신의 삶의 동력을 묻는 질문에 “여성이 미래다. 여성을 찍는 건 언제나 짜릿하다"며 “이 기울어진 구조가 수평이 되길 바란다"고 강조한 바 있다. 2021년 서울시장 보궐선거에 출마한 여성의당 김진아 후보, 기본소득당 신지혜 후보를 전담 촬영한 이력도 내세웠다. 정치권 안팎에선 성평등가족부 장관 내정자가 특정 성별주의, 배타적 연대를 주장하는 인사에게 고액의 공적 자금을 지출한 것은 부적절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야권 관계자는 “페미니스트 창작자에게 일반 시세의 4배가 넘게 지불한 것은 사실상 '내 식구 챙기기'이자 '정치적 공생관계'를 증명하는 것"이라며 “어느 한쪽에 치우치지 않고 젠더 갈등을 봉합해야 할 성평등부 장관으로서의 자질이 의심되는 대목"이라고 말했다. 스스로의 화술을 다듬기 위해 거액을 쓴 내역도 나타났다. 용 후보자는 2022년 4월 23일 '이선미스피치랩'이라는 사설 학원에 220만원을 지출했다. 명목은 '의정활동 역량강화 교육 수강료'였다. 해당 학원이 운영하는 '정치인 스피치' 과정은 △발음·발성·호흡 등 말하기 기초 이론 △브리핑 및 즉흥 스피치 훈련 △이미지 메이킹과 미디어 대응 전략 △실제 국정감사/청문회 시뮬레이션 등으로 구성됐다. 용 후보자는 2023년 김행 여성가족부 장관 후보자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큰 목소리로 몰아붙이며 대중적 인지도를 높였다. 또한 행정안전위원으로서 오세훈 서울시장, 홍준표 전 대구시장과 설전을 벌이며 '국정감사 저격수'로 통했다. 정치자금법상 후원금은 정치활동을 위해 소요되는 정당한 경비로만 써야 하며, 사적 경비로 지출하거나 부정한 용도로 사용해선 안 된다. 야권 관계자는 “'서민을 위한 기본소득'을 기치로 내건 의원이 화술을 늘리기 위해 학원비를 정치후원금으로 결제한 것은 사적으로 비칠 소지가 다분하다"며 “법적 테두리를 떠나 유권자의 눈높이에 맞는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본지는 용혜인 의원실과 성평등가족부 장관 후보자 인사청문준비단 측에 연락을 했으나 답변이 오지 않았다. 이상무 기자 rokmc@ekn.kr

‘정청래 체제’와 거리두는 김민석…‘친청 견제’ 넘어 세력 재편 시동

김민석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당내 권력지형 재편에 속도를 내고 있다. 정청래 전 대표 체제에서 영향력을 키운 친정청래계(친청계)를 겨냥한 것으로 해석되는 인사와 조직 개편이 잇따르는 가운데 전당대회 여론조사 의혹에 대한 윤리감찰까지 맞물리면서다. 단순한 계파 견제를 넘어 정 전 대표 체제에서 형성된 당내 조직과 메시지 구조를 자신의 리더십 중심으로 바꾸려는 행보라는 분석이 나온다. 3일 정치권에 따르면 김 대표 취임 이후 당직 인선에서는 친청계와 경쟁 관계에 있거나 정 전 대표 측과 정치적 거리를 둔 인사들이 잇따라 기용되고 있다. 박성준 민주당 수석대변인은 지난달 31일 최고위원회의 브리핑에서 정명수 전 민주당 정책위원회 부의장이 서울정책기획단 간사를 맡게 됐다고 밝혔다. 정 간사는 정 전 대표의 지역구인 서울 마포을을 기반으로 활동해온 인사로, 정 전 대표가 컷오프된 2016년 총선 당시 손혜원 전 의원의 공천에 반발해 탈당 후 무소속으로 출마한 이력이 있다. 김 대표의 측근으로 꼽히는 강신성 전 대한체육회 부회장도 당 체육특별위원회 위원장에 임명됐다. 강 위원장은 김 대표가 2020년 총선을 통해 원내에 복귀할 당시 후원회장을 맡았던 인사로, 경기 광명을을 기반으로 활동해온 만큼 친청계 임오경 의원의 지역구와 맞물린 인선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친청계 최고위원들의 지역구에서도 경쟁 구도가 형성될 가능성이 거론된다. '팀정청래'로 분류되는 최민희 최고위원의 지역구인 경기 남양주갑에서는 최재성 당 대표 특보단장이, 한민수 최고위원의 지역구인 서울 강북을에서는 정봉주 기획특보와 박용진 규제합리화위원회 민간부위원장 등이 각각 정치적 기반을 갖고 있다. 정 특보는 2024년 총선을 앞두고 강북을 경선에서 승리했지만 과거 발언 논란으로 공천이 취소됐고, 박 부위원장 역시 강북을에서 재선을 지낸 만큼 2028년 총선을 앞두고 경쟁 구도가 재점화할 가능성이 있다. 중앙당 인사에서 비롯된 움직임이 지역구 경쟁으로까지 이어지면서 김 대표 취임 이후 당내 권력 재편의 무대가 중앙당에만 국한되지 않는 모습이다. 김 대표의 움직임은 인적 재배치에 그치지 않는다. 당의 정책과 조직을 이끌 핵심 혁신기구에서도 자신의 색깔을 분명히 하고 있다. 김 대표가 정당 개혁과 민생·경제 회복, 외교적 지평 확장 등을 위해 가동한 10대 당내 혁신특별기구, 이른바 '메가텐'에서는 친청계 핵심 의원이 전면에 나선 사례가 두드러지지 않는다. 메가텐에는 메가프로젝트 및 지방성장지원특별위원회, 공천혁신추진단, 정당개혁추진단, 개헌추진단 등을 비롯해 AI·금융, 한류·청년, 정당외교 등 다양한 정책기구가 포함됐다. 이는 특정 계파 인사를 배제하는 차원을 넘어 당의 정책 의제와 조직 운영에서 김 대표가 직접 주도권을 쥐겠다는 신호로 해석될 수 있다. 김 대표가 제시한 '뉴ABC론'도 같은 맥락에서 주목된다. 김 대표는 지난달 27일 민주당 의원 워크숍에서 유시민 작가의 기존 ABC론을 비판하며 'Affordability(민생)·Broadening(확장)·Competence(유능)'를 민주당의 새로운 방향으로 제시했다. 특히 전통적 지지기반을 넘어 중도보수층까지 외연을 확장해야 한다는 취지의 메시지를 내놓으며 정 전 대표와의 정치적 차별화를 공개적으로 드러냈다. 이는 김 대표가 정 전 대표와의 차별화를 인적 문제에만 한정하지 않고, 집권여당으로서 민주당의 정치적 외연과 메시지 운영 방식까지 바꾸려는 움직임으로 해석된다. 친청계와의 긴장 관계는 전당대회 여론조사 논란을 계기로 보다 직접적인 충돌 양상으로 번지고 있다. 민주당 윤리감찰단은 지난달 31일 김 대표의 지시에 따라 친청계 유튜브 채널 시사타파TV 운영자인 이종원씨에 대한 조사에 착수했다. 김 대표는 앞서 엑스(X·옛 트위터)를 통해 이씨의 전당대회 여론조사 조작 시비와 관련해 당원 여부를 확인하고 긴급감찰을 통해 징계 필요 여부를 보고하라고 특별지시를 내렸다고 밝혔다. 김 대표 측은 이씨가 전당대회 당시 시사타파TV 방송을 통해 지역과 연령을 실제와 다르게 응답하도록 유도하는 방식으로 여론조사를 조작했다는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민주당 전당대회에서는 국민여론조사가 30% 반영됐던 만큼 해당 의혹이 사실로 확인될 경우 선거 결과의 공정성 문제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게 김 대표 측의 판단이다. 이에 친청계에서는 즉각 반발했다. 정청래 지도부의 일원이었던 박규환 전 최고위원은 김 대표를 향해 “친석무죄, 친청유죄를 넘어 아예 친청 솎아내기라도 할 참인가"라고 비판했다. 정치권에서는 이 같은 김 대표의 행보가 지난 8·17 전당대회 결과와 무관하지 않다는 분석이 나온다. 김 대표는 선호투표제를 거쳐 최종 54.08%를 얻어 45.92%를 득표한 정 전 대표를 앞섰다. 대표직은 확보했지만 정 전 대표 역시 상당한 지지세를 확인한 만큼 김 대표가 당내 주도권을 완전히 장악했다고 보기는 어려운 결과였다. 더욱이 5명을 뽑는 최고위원 선거에서는 친청계로 분류되는 이성윤·최민희·한민수 최고위원이 지도부에 입성했다. 대표 선거에서는 김 대표가 승리했지만 지도부 전체가 김 대표 중심으로 재편된 것은 아닌 셈이다. 박상병 정치평론가는 본지와의 통화에서 “김민석 대표 입장에서는 당내 기반이 아직 취약하기 때문에 우선 자신의 체제를 만드는 것이 급하다"며 “이재명 대통령의 지지율이 계속 떨어질 경우 당내에서 '김민석 체제로 차기 선거를 치를 수 있느냐'는 문제가 제기될 수 있는 만큼 당의 기반을 다지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핵심 자리는 자신과 뜻을 같이할 수 있는 인사들로 채우면서 외곽에서는 친청계와의 화합 메시지를 내놓는 수순이 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김윤호 기자 kyh81@ekn.kr

조희대, 대법관 재제청 요구에 “경과 들어보고 공식적으로 말씀드리겠다”

조희대 대법원장이 부친상을 치르고 3일 업무에 복귀한 가운데 청와대의 대법관 후보자 재제청 요구에 대해 즉답을 피했다. 조 대법원장은 관련 논의 경과를 먼저 확인한 뒤 공식 입장을 밝히겠다는 뜻을 밝혔다. 조 대법원장은 이날 서울 서초구 대법원 청사 출근길에 취재진과 만나 청와대의 대법관 후보 재제청 요구와 관련해 “그간 업무관계로 전혀 논의한 바 없다"며 “들어가서 경과를 들어보고 다시 공식적으로 말씀드리겠다"고 말했다. 대법관후보추천위원회를 다시 구성할 계획이 있느냐는 질문에도 “전부 논의 경과를 들어보고 말씀드리겠다"고 답했다. 앞서 조 대법원장은 지난달 28일 청와대가 손봉기 대법관 후보자 제청에 대해 재제청을 요구한 직후에도 신중한 입장을 보였다. 당시 대법원 청사 퇴근길에서 “국민 여러분께 심려를 끼쳐 송구하다"며 “내용을 검토 중이고 다음 주 중 정리가 되면 공식적으로 알려드리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이후 지난달 30일 부친상을 당하면서 전날까지 출근하지 않았던 조 대법원장은 이날 업무에 복귀했다. 조 대법원장은 출근길에서 부친상과 관련해서도 “먼저 저의 부친상에 위로를 보내주신 모든 분께 깊이 감사드린다"며 “가족끼리 조촐하게 치르려 했는데 요란스럽게 돼서 국민들께 송구한 마음"이라고 말했다. 현재 사법부 안팎의 관심은 조 대법원장이 노태악 전 대법관 후임 인선을 위해 대법관후보추천위원회를 새로 꾸릴지, 아니면 기존 추천 후보 가운데 한 명을 다시 제청할지에 쏠리고 있다. 청와대는 지난달 28일 조 대법원장이 제청한 손봉기 후보자에 대해 “절차적 완결성을 갖추지 못했다"며 다른 후보자를 재제청하라고 요구했다. 이에 따라 조 대법원장이 어떤 방식으로 대응하느냐가 대법관 인선 절차의 향방을 좌우할 전망이다. 사법부 안팎에서는 조 대법원장이 추천위를 재구성해 대법관 후보자 추천 절차를 처음부터 다시 진행할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 나온다. 현행 법원조직법에 '대법원장은 대법관 후보자를 제청할 때마다 추천위를 구성한다'고 규정돼 있기 때문이다. 반면 청와대의 요구대로 기존에 추천된 나머지 후보 3명 가운데 한 명을 다시 제청할 경우 또 다른 논란이 불거질 수 있다는 지적도 있다. 청와대가 제청된 후보자를 거부하고 다른 후보자의 재제청을 요구하는 방식이 반복되면, 사실상 청와대가 원하는 후보자가 제청될 때까지 재제청을 요구할 수 있게 된다. 이 경우 대법원장이 가진 대법관 제청권이 사실상 무력화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조 대법원장이 추천위 재구성에 나설 경우 청와대와의 갈등이 본격화할 가능성도 있다. 추천위 구성부터 후보자 추천과 제청까지 상당한 시간이 필요한 만큼 이미 장기화한 대법관 공백이 더 길어질 수 있다는 점도 부담이다. 과거에도 대법관 후보자가 낙마하면서 추천 절차를 처음부터 다시 진행한 사례가 있다. 2012년 7월 김병화 당시 대법관 후보자가 각종 의혹 제기로 사퇴하자 대법원은 추천위를 새로 구성해 천거 절차부터 다시 진행했다. 이후 재추천과 재제청을 거쳐 국회 임명동의안이 통과되기까지 약 3개월이 소요됐다. 대법관 공백 문제는 이미 상당 기간 이어지고 있다. 노태악 전 대법관은 지난 3월 후임자 없이 퇴임하면서 현재까지 반년 가까이 대법관 1명이 공석인 상태다. 여기에 이흥구 대법관도 오는 7일 퇴임을 앞두고 있어 후임 인선이 지연될 경우 대법원의 인적 공백은 더욱 커질 수 있다. 다만 이흥구 대법관 후임으로 제청된 김성수 후보자에 대해서는 청와대와 대법원 간 합의가 이뤄진 만큼 절차가 진행되고 있다.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 1일 김 후보자에 대한 임명동의안을 국회에 제출했다. 결국 조 대법원장이 이날 밝힌 대로 청와대의 재제청 요구와 관련한 논의 경과를 확인한 뒤 어떤 결정을 내릴지가 핵심이다. 추천위 재구성으로 제청 절차를 다시 밟을 경우 대법원장의 제청권을 둘러싼 청와대와의 충돌이 불가피할 수 있고, 기존 후보자 가운데 재제청할 경우 제청권의 독립성을 둘러싼 논란이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 김윤호 기자 kyh81@ekn.kr

‘李정부 2기 개각’ 인사청문회 본격화…이소영·홍지선 15·16일 검증대

이재명 정부 2기 개각에 따른 장관 후보자들의 국회 인사청문회 일정이 속속 확정되면서 본격적인 인사 검증 절차가 시작될 전망이다. 2일 국회에 따르면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와 국토교통위원회 여야 간사는 이소영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후보자와 홍지선 국토교통부 장관 후보자의 인사청문회를 각각 오는 15일과 16일 개최하기로 합의했다. 이 후보자는 한성숙 국무총리 취임으로 공석이 된 중기부 장관 후보자로 지난달 30일 지명됐다. 재선 국회의원으로 활동하며 산업·중소기업 관련 정책을 다뤄온 만큼 중소벤처기업 정책 전반에 대한 이해도를 갖췄다는 평가를 받는다. 청문회에서는 중소·벤처기업 지원 정책과 소상공인 대책, 기업 경쟁력 강화 방안 등이 주요 검증 대상이 될 것으로 보인다. 홍 후보자는 이재명 대통령이 경기도지사로 재직하던 당시 경기도 도시주택실장을 지낸 인사로, 현재 국토교통부 2차관을 맡고 있다. 국토부 내부 사정과 주택·도시 정책에 대한 이해도가 강점으로 꼽힌다. 청문회에서는 새 정부의 부동산 정책 방향을 둘러싼 질의가 집중될 전망이다. 특히 수도권 주택 공급 확대와 주택시장 안정, 재개발·재건축 규제 완화 등 정부가 추진 중인 주택 정책의 구체적인 실행 방안과 함께 후보자의 정책 철학과 역할에 대한 검증이 이뤄질 것으로 예상된다. 다른 장관 후보자들의 청문회 일정도 이달 중 줄줄이 확정될 것으로 보인다. 이형일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 후보자는 오는 16일 청문회를 개최하는 방안을 놓고 여야가 조율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강신철 국방부 장관 후보자의 경우 14~18일 가운데 하루를 정해 청문회를 개최하는 방안이 논의되고 있다. 김승원 법무부 장관 후보자의 청문회는 이르면 18일 열릴 가능성이 거론된다. 용혜인 성평등가족부 장관 후보자의 경우 15~18일 중 하루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후보자별로 검증 쟁점도 뚜렷하게 갈릴 전망이다. 김 후보자는 검찰개혁과 수사·기소 분리 등 사법개혁 현안을 둘러싼 정책 방향과 추진 역량이 주요 검증 대상이 될 것으로 보인다. 용 후보자는 비례대표 국회의원직 유지 여부와 장관 후보자로서의 정책 역량 등을 놓고 여야의 공방이 예상된다. 장관 후보자들의 청문회 일정이 본격적으로 잡히면서 이재명 정부 2기 내각의 인선 적격성을 둘러싼 국회의 검증 절차도 속도를 낼 전망이다. 특히 주요 정책 현안을 직접 책임질 후보자들이 잇따라 청문회에 나서는 만큼, 여야가 정책 역량과 도덕성 등을 놓고 어떤 검증 공방을 벌일지 주목된다. 김윤호 기자 kyh81@ek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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