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궐 99.9%” 김민석 공세에…오세훈이 꺼내든 ‘86조원’ 승부수

오세훈 서울시장이 여당의 사법 리스크 압박에도 정쟁 대신 정책과 법리 대응을 통해 정국 돌파에 나선 모습이다. 보궐선거 프레임에 말려들지 않고 정책 성과와 당을 뛰어넘는 개인 지지율로 사면초가의 난국을 헤쳐 나가겠다는 셈법으로 풀이된다. 11일 정치권에 따르면, 더불어민주당의 조기 보궐선거 공세에 대한 오 시장의 답은 86조원대 시정 청사진이었다. 오 시장은 전날(10일) 서울시청에서 2030년까지 총 86조1000억원을 투입해 서울을 세계 3대 도시로 끌어올리겠다는 최상위 전략인 'G3 서울플랜'을 전격 발표했다. 김민석 민주당 대표가 같은 날 유튜브 채널 '민주당티비'에서 “(내년) 서울시장 보궐선거는 99.99% 있다고 본다"며 압박 수위를 올린 직후 나온 행보였다. 오 시장은 G3 서울플랜 시민보고회에서 “지금 서울 앞에 놓인 과제들은 결코 쉽지 않다"면서 인공지능(AI) 전환과 기후위기, 인구구조 변화, 글로벌 인재 경쟁에 대응하기 위한 100대 핵심과제를 제시하며 “선언이 아닌 성과로 증명하겠다"고 말했다. 오 시장의 사법 리스크 공세를 높이던 김민석 대표조차 이날 충북도청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오 시장의 1심 판결 이후 G3 플랜에서 담고 있는 좋은 내용들도 많이 있다"며 “그러한 노력은 평가한다"고 언급할 정도였다. 여당의 사법 리스크 공세에 직접 맞대응하며 진흙탕 싸움을 벌이기보다 흔들림 없이 시정을 챙기는 '일하는 행정가' 이미지를 각인해 사법 리스크 프레임을 무력화하겠다는 전략이 일정 부분 성과를 거두고 있다는 평가다. 오 시장의 이러한 면모는 소셜미디어(SNS) 활동을 통해서도 드러났다. 당내 현안이나 중앙 정치 이슈에 대해 적극적으로 목소리를 내왔던 오 시장은 지난 7월 22일 1심 당선무효형 선고 이후 메시지의 방향을 정밀하게 다듬은 모습이다. 과도한 정치적 언사를 자제하는 대신 서울시와 관련된 정책적 사안이나 민생 행정에만 메시지를 집중하며 일하는 시장으로서의 면모를 부각하고 있다. 지난 두 달 동안 오 시장이 SNS에서 대정부 공세를 높이던 사안은 정부의 주거 및 부동산 정책에 집중됐다. 사법 리스크 속에서 보여준 오 시장의 차별화된 정책 행보는 지지율 지표 변화로 입증됐다. 오 시장은 여론조사기관 리얼미터가 전날 발표한 8월 광역단체장 정당지표 상대지수 조사에서 120.8점으로 전국 16개 시·도 광역단체장 중 1위를 기록했다. 상대지수가 100을 넘으면 단체장 개인의 직무수행 평가가 소속 정당의 지역 지지율보다 높다는 의미다. 코리아정보리서치가 천지일보 의뢰로 지난 7~8일 전국 만 18세 이상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범야권 대선후보 적합도를 조사해 같은 날 발표한 여론조사에서도 오 시장은 17.1%로 선두권을 차지했다. 이어 한동훈 무소속 의원(16.8%),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13.4%), 이진숙 의원(9.6%), 김태규 의원(2.7%) 순이었다. 이와 관련, 오 시장 측 관계자는 이날 본지와 통화에서 “오 시장이 시정을 잘 끌고 가고 있다고 평가받는 건 부동산 문제에서 중앙 정부와 대립하는 모습이었다"며 “(정부의 부동산 정책이) 오 시장이 지난 5년간 해왔던 민간 중심 공급 등의 성과와 대비되면서 시민들이 정책적 효능감을 갖게 된거 같다"고 말했다. 정책 성과와 지지율 상승세에 더해 오 시장 측은 진행 중인 항소심 등 사법 리스크 대응에서도 법리적 무죄 입증에 자신감을 드러내고 있다. 앞서 오 시장은 지난 7월 22일 정치 브로커 명태균씨에게 여론조사를 의뢰하고 후원자를 통해 비용을 대납하게 한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당선무효형인 벌금 1000만원을 선고받았다. 그러나 오 시장 측 변호인단은 1심 판단의 전제부터 오판이라고 지적한다. 1심 재판부는 오 시장이 2021년 1월 명씨에게 전화를 걸어 여론조사를 요청했다고 판단했지만, 오 시장 측은 통화 가능 시간대에 현장 방문 등의 공개 일정과 명씨 진술의 번복을 근거로 '직접적 물증 부재'와 '진술 신빙성 결여'를 주장했다. 재판부조차 명씨 진술을 온전히 믿기 어렵다면서도 일부만 취사선택해 유죄 판단에 활용했다는 지적이다. 아울러 유죄로 인정된 여론조사 결과가 가장 먼저 전달된 상대는 김종인 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었다며, 이를 전달받은 사실이 없다고도 주장했다. 오 시장 측은 지난달 21일부터 진행된 항소심에서 1심 판결은 직접 증거가 없고 명씨의 일방 진술과 주변 정황만을 근거로 유죄를 내렸다는 허점을 집중 공략해 오 시장의 무죄를 이끌어내겠다는 방침이다. 오 시장 측 관계자는 “(향후 판결에서) 무죄가 나올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본다"며 “직접적인 물증 증거 하나 없이 명태균의 말 한마디만 믿고서는 저렇게 1심 판결을 내렸다. 법조인들도 1심 판결에 무리가 있다고 지적하는 만큼 법리 중심으로 객관적 진실들이 바로잡힐 것이라고 본다"고 말했다. 한편, 기사에서 인용한 리얼미터 조사는 7월 28~31일과 8월 28~31일 전국 18세 이상 유권자 1만4400명을 대상으로 유·무선 임의걸기(RDD) 자동응답전화 방식으로 실시, 광역단체별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3.3%p이며, 응답률은 3.4%다. 코리아정보리서치-천지일보 여론조사는 무선 RDD 자동응답 방식(100%)으로 실시,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3.1%p이며, 응답률은 3.6%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신교근 기자 shin1948@ekn.kr

‘써본 사람’만 믿는 이재명식 실용…여의도서 막히는 ‘행정가’ 마이웨이

이재명 대통령이 취임 이후 단행한 6개 부처 개각을 두고 정치권의 해석이 엇갈리고 있다. 실무 능력을 중시하는 '성남·경기식' 인사 스타일을 중앙 정부에도 그대로 이식했다는 평가가 나오지만, 정무직 장관 후보자들의 과거 행보가 야당의 집중 타깃이 되면서 인사청문회 정국의 험로가 예상된다. 이 대통령이 내정한 기획재정부 이형일, 국토교통부 홍지선 장관 후보자는 해당 부처에서 잔뼈가 굵은 인물들로, 정책의 연속성과 안정적인 국정 운영을 고려한 포석으로 읽힌다. 실무 경험이 풍부한 관료를 중용해 당면한 민생 경제 현안을 정면 돌파하겠다는 의지다. 이는 이 대통령이 과거 지자체장 시절부터 보여온 '일 잘하는 사람을 다시 쓴다'는 인사 원칙과도 맥을 같이 한다. 반면 정치인 출신 후보자들을 향한 시선은 차갑다. 특히 법무부 장관 후보자로 지명된 김승원 의원과 성평등가족부 장관 후보자인 용혜인 의원을 두고 야당은 거세게 반발해 고발전까지 이어졌다. 민주당 소속인 김승원 후보자는 그간 검찰 개혁 등 사법 제도를 두고 강경한 입장을 견지해온 인물이다. 김 후보자가 지휘권 불행사 카드를 꺼내 들며 진화에 나섰지만, 야권은 송곳 검증을 예고한 상태다. 용혜인 후보자의 경우 '상징성'과 '경험' 사이에서 논란이 일고 있다. 청년 세대와 여성을 대표한다는 상징성은 인정받지만, 행정 경험이 전무한 30대 현역 의원이 거대 부처를 장악하고 정책을 이끌어갈 수 있느냐는 의구심이 제기된다. 특혜·공정성 논란이 확산하면서 청년층의 실제 요구와 괴리가 있는 인선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이러한 논란의 기저에는 이 대통령 특유의 '성남·경기식' 인사 철학이 자리 잡고 있다. 이 대통령은 성남시장과 경기도지사 시절부터 본인이 직접 업무를 맡겨보고 역량을 확인한 인물을 중용하는 '성과 중심적 회전무대' 방식의 용인술을 고수해 왔다. 실무 분야에서는 전문 관료를 통해 행정의 안정성을 꾀하되, 정무적 판단이나 개혁 동력이 필요한 자리에는 자신의 정치적 지향점을 공유하는 측근을 배치해 국정 장악력을 높이는 전략이다. 실제로 이번 개각에서 법무부와 성평등가족부처럼 여야 대립이 첨예한 부처에 정치인 출신을 내정한 것은 정책적 전문성보다는 정무적 돌파력에 방점을 찍은 결과로 풀이된다. 대통령이 신뢰하는 '내 사람'을 통해 국정 현안을 정면 돌파하겠다는 의지인 셈이다. 문제는 지방자치단체와 중앙정부의 인사 메커니즘이 근본적으로 다르다는 점이다. 지자체장 시절에는 임명권자의 결단과 내부 발탁만으로도 충분한 동력을 얻을 수 있었으나, 중앙부처 장관은 국회 인사청문회라는 엄격한 검증대와 국민적 여론의 향배를 동시에 고려해야 한다. 대통령의 신임이 두터운 인사일수록 야당의 견제 심리는 강해질 수밖에 없으며 과거의 정치적 발언이나 행보 하나하나가 국정 운영 전체의 부담으로 전이될 가능성이 크다. 박충권 국민의힘 수석대변인은 11일 논평에서 “이 역대급 막장 인사에 김현지 실장이 개입했다면, 청와대는 진상을 조사하고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지지율 하락 국면에서 단행된 개각이 국정 쇄신의 신호탄이 되기보다 정쟁의 소용돌이로 빠져드는 형국은 청와대로서도 곤혹스러운 대목이다. 김승원 후보자의 정치적 선명성과 용혜인 후보자의 자격 논란이 청문회 정국을 압도하면, 관료 출신 후보자들을 통해 보여주려 했던 '실용주의' 기조마저 퇴색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이종훈 정치평론가는 “한정된 범위 내의 인재 풀과 정무적 판단 부족이 청문회 전부터 인사 논란을 낳고 있다"며 “후보자 낙마까지 이어질 경우 실제 인사를 누가 주도했는지를 둘러싼 논쟁까지 번질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이상무 기자 rokmc@ekn.kr

“연임 안 한다” 대신 “임기는 제한”…李 ‘모호한 선 긋기’, 왜

이재명 대통령이 최근 개헌과 연임 논란을 둘러싸고 직접적인 '연임 불가' 선언 대신 현행 헌법을 강조하는 방식으로 입장을 밝히면서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청와대는 사실상 연임하지 않겠다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다는 입장이지만, 야권에서는 대통령 본인의 정치적 의사를 명확히 밝히지 않은 '말 돌리기'라며 공세를 이어가고 있다. 정치권에서는 이 대통령의 발언을 두고 연임 논란을 종식하기보다 개헌 논의와 자신의 임기 문제를 분리하려는 정치적 대응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11일 정치권에 따르면 이 대통령은 지난 9일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동포 오찬 간담회에서 해외 순방 일정을 취임 초 집중적으로 잡은 이유를 설명하며 “저의 임기는 헌법상 명확하게 제한돼 있다"고 말했다. 정상외교의 효과를 임기 초부터 최대한 활용해야 한다는 취지의 설명이었지만, 최근 정치권에서 개헌과 대통령 연임 문제가 계속 거론되는 상황에서 나온 발언이라는 점에서 정치적 해석이 뒤따랐다. 성기홍 청와대 홍보소통수석은 10일 MBC라디오에서 이 대통령의 발언을 연임하지 않겠다는 뜻으로 이해해도 되느냐는 질문에 “그렇게 해석될 수 있을 것 같다"고 답했다. 다만 성 수석은 “대통령이 연임하지 않겠다고 해서 대통령 연임이 금지되는 것이 아니라 헌법에 이미 금지돼 있는 것"이라며 현행 헌법에 따른 임기 제한을 강조했다. 반면 국민의힘은 이 대통령이 정작 자신이 연임하지 않겠다는 말은 하지 않았다며 공세를 이어갔다.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는 “연임 여부를 묻는 질문에 대한 답변이 아니라 왜 이렇게 해외순방을 자주 다니느냐고 질문하니까 '저의 임기는 헌법상 명확하게 제한돼 있다'고 답변한 것"이라며 “대통령의 말 돌리기를 언제까지 듣고 있어야 하나"라고 비판했다. 결국 같은 발언을 놓고 청와대는 '현행 헌법상 연임이 불가능하다는 점을 밝힌 것'이라고 해석하는 반면, 야권은 '대통령 본인의 정치적 의사를 밝히지 않은 것'이라고 맞서는 형국이다. 현행 헌법상 대통령 임기는 5년 단임이다. 대통령의 임기 연장 또는 중임 변경을 위한 헌법 개정은 개정 당시 대통령에게 효력이 없다는 규정도 있다. 법률적 차원에서만 보면 이 대통령의 현 임기가 끝난 뒤 다시 대통령 선거에 출마하는 것은 현행 헌법상 불가능하다. 그러나 정치적으로는 '현행 헌법상 불가능하다'는 설명과 '대통령 본인이 다시 출마하지 않겠다'는 선언은 성격이 다르다. 전자가 현재의 헌법 질서를 설명하는 것이라면, 후자는 대통령 자신의 정치적 선택을 명시하는 행위이기 때문이다. 이 대통령은 이 문제와 관련해 앞서서도 직접적인 연임 포기 선언에는 선을 그어왔다. 지난 4일 청와대 시민사회 간담회에서 '연임하지 않는다고 명시적으로 이야기하는 것이 어떠냐'는 취지의 질문에 “도둑질은 안 하겠다고 하라고 하는 것과 같은 것인데 그런 말을 굳이 해야 하나"라는 취지로 답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번 프랑스 발언 역시 같은 맥락으로 읽힌다. 이 대통령은 연임 가능성을 직접 언급하지도 않았지만, 반대로 자신의 정치적 의지를 담은 '연임하지 않겠다'는 표현도 사용하지 않았다. 이종훈 정치평론가는 이 같은 발언 방식에 대해 “두 가지 가운데 하나로 볼 수 있다"며 “실제로 연임에 대한 생각이 여전히 있거나, 반대로 이 문제를 통해 야당을 자극하려는 의도가 있을 수 있다"고 말했다. 다만 이 같은 해석만으로 이 대통령에게 실제 연임 의도가 있다고 단정하기는 어렵다. 현재까지 공개된 발언만으로는 이 대통령의 개인적인 의도를 확인하기 어렵고, 현행 헌법상 임기 제한을 강조했다는 사실 자체도 분명하기 때문이다. 이번 발언에서 또 하나 주목할 부분은 이 대통령이 개헌 자체에 대한 찬반이나 자신의 연임 여부를 직접 언급하지 않고 '현행 헌법'을 기준으로 답했다는 점이다. 개헌을 통해 대통령 4년 중임제 등 권력구조를 변경하는 문제와 현직 대통령인 이 대통령의 재출마 여부는 제도적으로 별개의 사안이다. 하지만 현직 대통령이 개헌 논의와 자신의 임기 문제를 직접 연결할 경우 개헌 논의가 '이재명 대통령의 연임을 위한 개헌'이라는 프레임으로 좁혀질 가능성이 있다. 반대로 현행 헌법에 따른 임기 제한을 강조하면 개헌 논의 자체와 자신의 정치적 이해관계를 일정 부분 분리할 수 있다. 이 대통령이 연임 문제에 대해 명확한 입장을 밝히지 않는 것이 반드시 연임 의사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라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다. 오히려 개헌 논의가 시작되기도 전에 자신의 임기 문제와 연결되는 것을 피하면서 정치적 부담을 관리하는 방식으로 볼 수도 있다. 다만 대통령이 이 문제에 대해 명확한 입장을 밝힐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종근 정치평론가는 본지에 “어떤 논쟁이 있을 때 마침표를 찍는 게 대통령"이라며 “갈등을 끝낼 의지가 있다면 '내 임기 동안에는 하지 않겠다'고 직접적으로 밝힐 수도 있는데, 그렇게 하지 않고 여지를 주는 이유가 무엇인지가 쟁점"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야권이 요구하는 것도 법률적 설명이 아니라 대통령 스스로 자신의 정치적 의지를 밝히라는 것"이라며 “현행 헌법상 임기가 제한돼 있다는 사실은 정치권 모두가 알고 있는 만큼 대통령의 직접적인 확답이 필요하다"고 분석했다. 대통령 입장에서 자신의 연임 여부를 지금 명확하게 선언하는 것이 반드시 정치적으로 유리한 것도 아니다. 이 대통령이 “다음 대통령 선거에 출마하지 않겠다"고 직접 밝힐 경우 연임 논란 자체는 정리할 수 있다. 그러나 동시에 여권 내부의 관심이 차기 구도로 빠르게 이동할 가능성이 있다. 특히 임기 초반부터 대통령이 자신의 정치적 종착점을 명확히 선언하면 여권 내에서는 차기 주자와 후계 구도에 대한 논의가 예상보다 일찍 시작될 수 있다. 아직 상당한 임기가 남은 현직 대통령으로서는 차기 경쟁을 조기에 촉발할 정치적 유인이 크지 않다는 분석이 가능한 대목이다. 결국 현재까지 이 대통령의 발언만으로 연임 의사를 판단하기는 어렵다. 다만 이 대통령이 두 차례에 걸쳐 '연임하지 않겠다'는 직접적인 표현보다 현행 헌법과 임기 제한을 강조했다는 점은 분명하다. 개헌 논의가 본격화할 경우 이 같은 입장 차이는 다시 부각될 가능성이 있다. 향후 쟁점은 이 대통령이 자신의 임기와 차기 구도에 대해 언제, 어떤 방식으로 정치적 입장을 확정할지에 맞춰질 전망이다. 김윤호 기자 kyh81@ekn.kr

[김병헌의 체인지] 벌써 ‘레임덕’이라는 말이 흘러나오는 이유

대통령의 집무실에는 문이 많다. 그 문을 통과하려는 사람도 많다. 칭찬을 들고 오는 사람, 좋은 숫자를 들고 오는 사람, 대통령의 생각이 옳았다는 보고서를 들고 오는 사람들이다.정작 대통령에게 필요한 사람은 따로 있다.“대통령님, 그건 아닙니다." 이 말을 들고 문을 두드리는 사람이다. 이재명 대통령은 강한 대통령이다. 판단이 빠르고 결정하면 밀어붙인다. 디테일까지 직접 챙기는 '일잘러' 이미지도 두드러진다. 여당의 의석도 든든하고 뚜렷한 2인자도 보이지 않는다. 대통령이 마음먹으면 정책을 움직일 힘이 충분하다. 문제는 여기서 출발한다. 권력이 강할수록 대통령에게 “아닙니다"라고 말하기 어려워지 때문이다.처음에는 참모가 반대한다. 대통령이 듣지 않으면 다음에는 표현을 순화한다. 그래도 소용없으면 보고서에서 빼버린다. 결국 대통령 책상에는 좋은 뉴스만 올라온다. 현장에는 빨간불이 켜졌는데 대통령 보고서는 초록색이다. 지지율도 계속 빠지는 추세로 돌아선지 꽤 됐다. 권력의 위기는 여기서 시작된다.최근 정치권 일부에서 벌써 '레임덕'이라는 말까지 등장했다. 집권 초반의 대통령에게는 지나치게 빠른 표현이 분명한데도 그렇다. 더구나 대통령의 권력 자체가 약해진 것도 아닌데…. 레임덕을 단순히 권력이 빠져나가는 현상으로만 보면 중요한 것을 놓친다. 진짜 위험은 국민의 목소리가 대통령에게 도착하지 않는 순간부터이다. 인사도 그래서 중요하다. 첫 조각에서 이재명 정부는 외교·안보와 산업·과학 분야 등에 경험과 실무 능력을 갖춘 인사를 배치하며 비교적 좋은 평가를 받았다. 진영보다 능력을 보겠다는 기대도 있었다. 그 초심이 필요하다. 최근 김승원 법무부 장관 후보자와 용혜인 성평등가족부 장관 후보자를 둘러싼 논란에서 청와대가 먼저 물어야 할 것은 야당이 왜 공격하느냐가 아니다.왜 이 사람이어야 하는가. 장관 후보라면 세 가지 질문에 답할 수 있어야 한다. 그 분야에서 무엇을 해봤는가. 어떤 문제를 해결했는가. 대통령에게도 아니라고 말할 수 있는가. 충성은 능력을 대신할 수 없다. 유명세도 성과를 대신할 수 없다. 대통령과 가깝다는 것이 국가의 일을 맡길 자격증일 수도 없다. 특히 지금은 더욱 그렇다. 반도체가 경제를 끌어올리고 있지만 반도체의 봄이 대한민국 전체의 봄은 아니다. 서울과 지방, 대기업과 중소기업, 자산을 가진 사람과 그렇지 못한 사람 사이의 온도는 다르다. 청년은 일자리와 집값을 걱정하고 지방은 사람이 사라지는 것을 걱정한다. 대통령에게 지금 필요한 것은 좋은 숫자를 설명해 줄 사람이 아니다. 숫자 밖의 국민을 보여줄 사람이다. 경제가 좋아지고 있다는 보고가 올라오면 “그런데 왜 골목은 춥습니까"라고 물을 사람, 부동산 대책이 나왔을 때 “정책은 맞지만 현장에서는 작동하지 않습니다"라고 말할 사람, 대통령이 아끼는 사람이라도 자격이 부족하면 “이번 인사는 접으셔야 합니다"라고 말할 사람이 있어야 한다.대통령도 달라져야 한다. 잘못된 정책을 고치는 것을 패배라고 생각해서는 안 된다. 인사를 철회하는 것도 굴복이 아니다. 방향이 틀렸다는 것을 알면서도 체면 때문에 계속 달리는 것이 더 위험하다. 자동차가 시속 50㎞로 달릴 때는 엔진이 중요하다. 200㎞로 달릴 때는 브레이크가 더 중요하다.이재명 대통령에게 성능이 뛰어난 엔진은 이미 있다. 추진력도 있고 권력도 있다. 이제 필요한 것은 브레이크다. 정치에서 가장 좋은 브레이크는 제도가 아니라 사람이다.자신과 생각이 다른 유능한 사람을 쓰고, 그 사람이 반대할 자유를 주는 것. 대통령이 말해온 '통합'도 거기서 시작될 수 있다.통합은 여야 인사 몇 명을 섞어 사진을 찍는 일이 아니다.나와 다른 사람의 말을 듣는 것이다.권력은 대통령에게 사람을 고를 힘을 준다. 그러나 좋은 대통령은 그 힘으로 자신에게 좋은 사람만 고르지 않는다. 나라에 필요한 사람을 고른다.그리고 그들에게 말할 자리를 내준다.“대통령님, 아닙니다." 그 한마디가 대통령의 귀에 계속 들리는 정부라면 아직 건강하다. 대통령의 귀가 열려 있는 동안 권력은 쉽게 늙지 않는다.레임덕은 권력이 약해질 때가 아니라, 대통령이 쓴소리를 듣지 않기 시작할 때 문앞에 슬그머니 모습을 드러낸다.

‘서울시장 후보 청래’ 김민석, 또 보선 발언…“사법부에 가이드라인?” 법조계도 비난했다

김민석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0일 내년 서울시장 보궐선거가 99.99%의 확률로 치러질 것이라고 발언해 정치권과 법조계가 술렁이고 있다. 집권당 대표가 사실상 사법부에 가이드라인을 준 것 아니냐는 지적이다. 김 대표는 이날 유튜브 채널 '민주당티비'에 출연해 “서울시장 선거와 강릉 국회의원 보궐 선거는 99.99%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이에 진행자가 '내년에요'라고 묻자 “총선에 대한 책임도 있고, 서울과 강릉 보궐 선거에 대한 책임을 가지고 있어서 그 준비를 하는 것이 당연하다"고 했다. 김 대표는 전날(9일) 국회 본회의장에서 자신의 수첩에 '서울시장 후보'라며 정청래 전 민주당 대표, 강훈식 청와대 비서실장, 우원식 전 국회의장의 이름 등을 적은 장면이 취재진의 카메라에 포착돼 논란이 됐다. 이를 두고 야당에서는 “김 대표가 오 시장에게 유죄 판결을 내리도록 사법부를 압박하는 것"이라는 지적이 나왔다. 정점식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이날 페이스북을 통해 “내년 4월 서울시장 보궐선거가 열리는 것을 기정사실로 해서 '오세훈 시장은 유죄'라고 여론몰이하고, 유죄 판결을 내리도록 사법부를 압박하는 시그널을 보낸 것 아니냐"며 “정부·여당은 졸렬한 야당 지자체장 흔들기와 사법부 압박을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법조계에서도 김 대표의 발언을 두고 술렁이는 분위기다. 부장판사 출신인 한 변호사는 본지에 “오 시장의 재판이 남아 있는 상황에서 (김 대표가) 조금 자제할 줄 알고 자중할 줄도 알고 그러는 게 좋지 않겠느냐"며 “만약에 집권당 대표가 판사한테 영향을 줄 의도를 가지고 그런 소리를 공개적으로 했다면은 그야말로 부적절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또 다른 판사 출신의 한 변호사도 “자신의 생각을 나타낸 것에 불과하지만 정치적으로는 적절하지 않다"고 했다. 검사 출신인 한 변호사 역시 “사법부에다 약간의 심리적 부담감을 줄 수 있어서 적절치 못한 발언이라 생각한다"며 “아직 1심밖에 안 나온 사건 아닌가. 항소심에서 무죄가 나올 수도 있는데 그렇게 너무 속단하는 거는 조금 과한 거 같다"고 말했다. 앞서 오세훈 서울시장은 지난 7월 정치 브로커 명태균씨에게 여론조사 비용을 후원자를 통해 대납하게 했다는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당선무효형인 벌금 1000만원을 선고받았다. 여당의 관측처럼 내년 서울시장 보궐선거가 치러지려면 오 시장이 대법원(3심)에서 벌금 100만원 이상의 당선무효형을 최종 확정받아야 한다. 공직선거법상 내년 4월 보궐선거가 열리기 위해서는 내년 2월 말일까지 형이 최종 확정돼야 한다. 핵심은 이번 재판이 특별검사에 의해 수사 및 공소 제기된 사건이라는 점이다. 현행 특검법상 특검이 기소한 사건은 타 재판보다 최우선으로 다뤄져 1심 6개월, 2심과 3심은 전심 선고일로부터 각각 3개월 이내에 판결을 내리도록 하는 '6·3·3 원칙'을 따라야 한다. 법정시한대로 재판 진행에 속도가 붙을 경우 내년 2월 말 이전에 대법원 최종 결론이 나올 가능성이 높다. 만약 2월 말까지 3심에서 당선무효형 수준의 유죄가 나온다면 서울시장 보궐선거는 내년 4월 7일에 치러지고, 항소심이나 상고심 절차가 지연돼 확정 시점이 내년 3월 이후로 넘어가면 다음 보궐선거는 내년 10월 6일에 치러질 가능성이 제기된다. 신교근 기자 shin1948@ekn.kr

국가봉사동물 입양률 22%, 그럼 나머지는?…“의료비 국가가 지원해야” [멍예퇴직④]

은퇴 국가봉사동물의 의료비 지원과 재활·입양을 연계하는 지원체계를 마련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관련 동물보호법 개정안이 지난 2일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법안소위를 통과했지만, 실제 현장에서 작동하려면 시행령과 예산, 지원센터 운영방식 등을 구체화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2024년 은퇴한 국가봉사동물 284두 가운데 입양된 동물은 64두로 약 22%에 그쳤다. 사단법인 지속가능발전연구소 '마침표'는 9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여야 국회의원들과 함께 '봉사동물 입법 촉진 및 지원 생태계 조성을 위한 국회정책포럼'을 열었다. 조승환 국민의힘 의원은 군견·경찰견·탐지견·구조견·소방견 등이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켜왔지만 은퇴 이후에는 헌신에 걸맞은 제도적 지원이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은퇴견 284두 중 64두만 입양…고령·대형견 의료비 부담 이영 마침표 이사장이 제시한 자료에 따르면, 2024년 활동 중인 국가봉사동물은 약 1106두다. 같은 해 284두가 은퇴했지만 입양된 동물은 64두로 약 22%에 그쳤다. 이 이사장은 “저먼 셰퍼드와 말리노이즈, 래브라도 리트리버 등 대형견이 많고 통상 8세 전후에 은퇴해 관절질환 등 건강 문제가 나타날 가능성이 높다"고 설명했다. 국내 주거환경이 아파트 중심인 데다 동물 진료비가 비급여 중심이라는 점도 입양 부담을 키우는 요인으로 꼽았다. 기관별 격차도 컸다. 이 이사장이 제시한 자료에 따르면 관세청 탐지견의 입양률은 68.1%였다. 그는 관세청이 입양 전 주거환경을 확인하고 입양 후 상담·사후관리까지 하는 민간분양 체계를 운영하는 반면 일부 기관에는 은퇴견을 전담하는 인력조차 없다고 지적했다. 법안소위 넘었지만…“시행령·예산이 진짜 시작" 지난 2일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는 전체회의에서 동물보호법 개정안을 처리했다. 이 개정안은 법제사법위원회와 국회 본회의 통과를 기다리고 있다. 개정안에는 국가 및 지방자치단체가 봉사동물이 보호·관리를 받을 수 있도록 행정적·재정적 지원을 할 수 있는 근거가 담겼다. 또 은퇴 국가봉사동물 지원센터의 설치 근거도 마련됐다. 이 이사장은 법안이 최종 통과되더라도 후속 작업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법이 굉장히 많이 통과되지만 현실 생활에 어떤 영향도 못 주는 법이 정말 많다"며 “법을 현실에서 작동하게 하려면 국민의 지속적인 관심과 감시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시행령과 예산 등을 구체화할 필요성을 언급했다. 이 이사장은 “국가봉사동물 정책 전문가 협의회를 중심으로 시행령에 담을 의료·시설·재활 등 세부 내용을 준비하고, 내년부터 실행 가능한 사업을 위해 예산을 확보하겠다"고 밝혔다. 정부 지원체계가 마련되기 전까지의 공백을 민간이 일부 보완하는 지원체계도 가동된다. 이날 전국대학동물병원장협의회와 하림펫푸드, 인터펫코리아, 라함은 은퇴 봉사견을 입양한 핸들러를 대상으로 의료비와 사료·용품 등을 지원하는 협약을 맺었다. ▲은퇴 국가봉사견 사료 및 의료지원을 위한 업무협약을 맺고 있다. (사진=이소현 인턴기자) “보호소 아닌 중간기지로"…지원센터 기능·입지도 쟁점 이 이사장은 지원센터가 은퇴견을 장기간 수용하는 보호시설이 아니라 일반 가정으로 입양되기 전 치료·재활·사회화 훈련을 제공하는 '중간 스테이션' 역할을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지원센터가 해야 할 역할로 재활, 사회화 훈련, 트라우마 치료, 입양 연결, 치료 등을 꼽았다. 센터의 접근성 문제도 반복해서 제기됐다. 토론에 참가한 박현종 반려마루 센터장은 “일반인들이 쉽게 접근하고, 봉사활동을 와서 은퇴 봉사동물들과 교감하면 입양률도 자연스럽게 높일 수 있을 것"이라며 “기왕이면 센터는 수도권에 있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농림축산식품부 이연숙 동물복지정책과장도 “일반 국민들의 접근성이 좋은 수도권 혹은 대도시 인근으로 입지를 희망하고 있다"며 “지자체들 대상으로 수요조사를 받고 있다"고 밝혔다. 센터 운영방식을 놓고 현장 의견은 엇갈렸다. 김철현 소방 구조견 핸들러는 “구조견과 핸들러의 1대1 관계가 강하고 운용 규모도 크지 않다"며 기존 기관과 핸들러 중심 관리에 무게를 뒀다. 반면 최재용 검역 탐지견 핸들러는 “현역견과 은퇴견을 함께 관리하면 은퇴견의 관리 우선순위가 밀릴 수 있다"며 “통합센터의 전문 관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연숙 과장은 “센터에 대한 경험과 신뢰를 먼저 쌓아야 한다"며 단계적으로 운영한 뒤 안정화되면 통합 수준을 확대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가장 큰 부담은 의료비"…'동물보훈병원'까지 제안 연성찬 전국대학동물병원장협의회장은 “현실적으로 가장 큰 부담은 의료비"라고 강조했다. 서울시 야생동물센터장을 맡고 있는 연 회장은 “환경부 야생동물 구조관리센터가 야생동물 구조·치료 비용을 국가와 지방자치단체 예산으로 지원하는 체계를 운영하고 있다"며 이를 벤치마킹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연 회장은 환경부 2026년 중앙정부 관련 예산이 약 48억원, 지자체 분담 예산까지 포함하면 약 160억원 규모라고 설명했다. 연 회장은 이어 “현재 전국 10개 대학동물병원이 봉사동물 진료비를 50% 감면하고 있다"며 “법이 시행되고 예산이 마련될 때까지 지원 수준을 확대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또 연 회장은 '국가동물보훈병원'을 제안했다. 사람의 중앙보훈병원과 유사하게 국가를 위해 활동한 봉사동물을 전문적으로 치료하는 기관을 만들자는 것이다. 연 회장은 급성기 치료와 재활, 장기요양 등을 맡는 동시에 봉사동물에 특화한 최상위 3차 의료기관으로 국가동물보훈병원을 육성하는 방안을 제안했다. 이소현 인턴기자

“마약, 사라진 게 아니라 이동했을 뿐”…최형두, ‘풍선효과’ 막을 전주기 대응 촉구

국제우편을 통한 마약 적발 건수가 줄어들었다고 해서 국내 마약 밀수 자체가 감소한 것으로 착각해선 안 된다는 경고가 나왔다. 단속이 강화된 경로를 피해 여행자나 특송화물 등으로 밀반입 수단이 전환되는 이른바 '풍선효과'가 뚜렷해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소속 최형두 의원(국민의힘, 경남 마산합포)은 10일 국정감사를 앞두고 우정사업본부의 마약류 대응체계를 점검하며 “국제우편부터 국내 우편·택배망까지 포함하는 전주기 대응체계 구축이 시급하다"고 밝혔다. 관세청 자료에 따르면 전체 마약 적발 중 국제우편이 차지하는 비중은 2021년 74.0%에서 2025년 25.3%, 2026년 상반기 17.1%로 급감했다. 그러나 이는 밀수 조직이 단속을 회피한 결과일 뿐 국경 단계의 마약 자체가 줄어든 것은 아니다. 2026년 상반기 국경 단계 마약 적발은 총 767건(1007kg)에 달했다. 경로별로는 여행자가 509건(175kg)으로 가장 많았고, 국제우편 131건(33kg), 특송화물 120건(163kg) 순이었다. 관세청은 2025년 말부터 우편집중국 내 '2차 저지선'이 확대되자 밀수 조직이 다른 입국 경로로 눈을 돌린 것으로 보고 있다. 실제 2026년 1분기 항공 여행자를 통한 마약 적발은 178건(6만4039g)으로 전년 동기 대비 건수는 128%, 중량은 78%나 증가했다. 최 의원은 “국제우편 적발이 줄었다고 해서 마약 밀수가 줄었다고 단정할 수 없다"며 “단속이 강화된 경로를 피해 여행자·특송 등 다른 경로로 이동하는 풍선효과에 대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현행 체계상 우정사업본부는 5개 우편집중국에 X-ray 검색기 등 시설을 제공하고, 실제 판독과 개장검사는 관세청이 맡는다. 우정사업본부가 배치한 전담 인력은 22명이다. 하루 평균 검사 물량이 약 3만 1000건에 달하는 점을 감안하면, 단순 산출 시 1인당 하루 약 1400건을 담당해야 하는 셈이다. 최 의원은 “22명이 실제 마약 검사인력인지, 검사대 투입 등을 담당하는 물류지원 인력인지부터 명확히 해야 한다"며 전담 인력의 산출 근거와 추가 증원 계획을 요구했다. 법적 제도의 실효성 문제도 지적됐다. 관세법 제256조의2에 따라 위험 우편물을 사전에 가려내는 '사전전자정보' 제도가 2021년 12월 도입됐으나, 정작 제출 대상 국가나 제출률, 미제출에 따른 반송 실적 등은 대외적으로 확인하기 어려운 실정이다. 최 의원은 “우리나라는 이미 국제우편 위험물을 사전에 선별할 수 있는 법적 수단을 갖고 있다"며 “문제는 법이 없다는 것이 아니라 있는 법과 권한이 실제 현장에서 얼마나 집행되고 있느냐"라고 질타했다. 이어 제출 대상 국가와 국가별 제출률, 연도별 반송 실적을 공개할 것을 촉구했다. 국제 단속을 뚫고 들어온 마약이 국내 우편이나 택배망을 통해 유통될 가능성도 해결해야 할 과제다. 특히 수사기관이 마약 수거책을 추적하기 위해 무기물 배송을 감시하는 '통제배달' 과정에서 일반 집배원이나 위탁배달원이 위험에 노출될 수 있다는 점이 지적됐다. 최 의원은 “통제배달은 수사를 위해 필요한 기법이지만 현장 직원의 안전이 전제돼야 한다"며 안전 매뉴얼과 법적 보호체계 마련을 주문했다. 아울러 명의도용이나 반복 발송 등 이상징후를 탐지할 수 있는 국내 우편 관리 시스템 도입도 제안했다. 최 의원은 “마약 범죄는 단속을 피해 끊임없이 경로를 바꾼다"며 “국제우편 → 여행자·특송 → 국내 우편·택배까지 전체 유통경로를 관리하는 전주기 대응체계를 구축해야 한다"고 밝혔다. 아울러 “국제우편 적발이 감소했다는 통계만으로 마약 문제가 해결됐다고 판단해서는 안 된다"며 “없는 것은 법이 아니라 집행이다. 이미 마련된 법과 제도가 현장에서 제대로 작동하는지 점검하고, 국제 반입 차단부터 국내 유통 방지까지 빈틈없는 대응체계를 마련해야 한다"고 재차 강조했다. 이상무 기자 rokmc@ekn.kr

[미리보는 인청] 영끌에 장모 찬스까지…‘부동산 내로남불’ 홍지선 국토장관 후보 쟁점 3가지

국회 국토교통위원회가 오는 16일 인사청문회를 앞두고 홍지선 국토교통부 장관 후보자에 대한 고강도 검증에 집중하고 있다. 국토부에서 교통·물류 정책을 총괄하는 2차관을 지낸 홍 후보자 청문회 쟁점은 크게 ▲신도림 아파트 영끌 매수 및 장모 찬스 ▲이해충돌 ▲이재명표 기본주택 재추진 등 세 가지다. ■1년 5개월만에 4억 껑충…“서민이 집 사면 투기꾼, 본인은 반듯한 실거주?" 먼저 논란이 된 쟁점은 홍 후보자의 서울 구로구 신도림동 소재 아파트를 둘러싼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으다) 매수 논란이다. 홍 후보자는 과거 영끌 매수를 비판한 바 있어 '내로남불' 비판을 받는다. 10일 국회 인사청문요청안에 따르면, 홍 후보자는 남양주 부시장으로 재직 중이던 지난해 3월 부부 공동명의로 전용면적 84.87㎡(공급 32평형)의 신도림태영타운 아파트를 10억500만원에 매수했다. 매수 자금 중 절반 이상이 빚으로 충당됐다. 홍 후보자 본인 명의로 받은 주택담보대출 3억6700만원, 배우자가 장모에게 차용증을 쓰고 빌린 1억7000만원이다. 문제는 주담대와 장모 자금을 끌어모아 아파트를 매수한 홍 후보자가 과거에는 영끌 매수 등 주택 투기를 비판해 온 장본인이라는 점이다. 홍 후보자는 경기도 도시주택실장 당시인 2021년 11월 8일 경기도의회 도시환경위원회 행정사무감사에 출석해 “주택 자체가 모자라는 것은 아니다. 그런데 계속 전세가도 오르고 주택 가격이 상승하다 보니까 과도한 대출까지 받아 가면서 없는 수요까지 끌어올리는 상황"이라고 발언한 바 있어 야당에서는 “전형적인 내로남불의 극치"라는 비판이 나왔다. 더구나 해당 아파트의 동일 면적 매물이 지난달 22일 14억2000만원에 실거래되면서 홍 후보자는 불과 1년여 만에 4억원 이상의 평가 차익을 거두게 됐다. 홍 후보자는 “시세차익 목적이 아닌 실거주용"이라고 반박했지만, 야당에서는 “서민이 빚을 내 집을 사면 투기꾼으로 몰아 규제의 칼을 휘두르면서 자신이 부모 돈까지 동원해 수억원을 번 것은 그저 착하고 반듯한 실거주냐"라는 비판이 나왔다. 야당은 홍 후보자를 '부적격 인사'로 규정하고 송곳 검증을 통해 지명 철회까지 이끌어내겠다고 예고했다. ■홍지선 아파트, 1·2호선 신도림역 5분거리… GTX-B 개통시 '트리플 초역세권' 최근 서울 아파트값 상승세가 비강남권인 서울 서남권으로 확산하면서 홍 후보자의 아파트는 똘똘한 한 채라는 평가가 나온다. 신도림역 초역세권인 홍 후보자 아파트는 향후 대형 교통 호재가 집약된 핵심 입지여서 향후 관련 개발 사업을 총괄할 주무 부처 수장이 직접적인 수혜를 입는 구조라는 '이해충돌' 가능성이 제기된다. 홍 후보자의 아파트 '신도림태영타운'은 서울 지하철역 황금 노선인 2호선과 1호선 신도림역이 5~7분 거리에 있는 '더블 초역세권'으로 향후 수도권광역급행철도 GTX-B(인천대입구역~신도림~여의도~용산~서울역~청량리~마석) 노선이 들어설 예정이어서 벌써부터 '트리플 초역세권'으로 평가받는 분위기다. 여기에 인근 도림사거리 일대에 신안산선 개통 등 주변 교통망 확충 호재까지 있어 해당 아파트의 자산 가치는 향후 더욱 상승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문제는 GTX-B 노선 개통과 신안산선 사업 등 신도림 일대의 대형 교통 호재를 총괄 지휘하는 주무 부처가 다름 아닌 국토교통부라는 점이다. 정치권에서는 주택·교통 정책의 수장이 될 홍 후보자가 본인 소유 아파트의 자산 가치를 대폭 올려줄 대형 국책 사업의 '직접적 수혜자'라는 점에서 이해충돌 가능성을 제기하고 있다. 자신이 이끌 주무 부처의 교통·개발 정책이 결과적으로 본인 소유 주택의 시세를 올리는 구조이기 때문이다. 야당은 이번 인사청문회에서 이 같은 정책 공정성을 두고 홍 후보자의 장관 적격성 여부를 따져 물을 것으로 보인다. ■李, 폭락하면 대량매입 주문 후 홍지선 임명… 野 “기본주택 정책 시작" 우려 정책 검증 영역에서는 이재명 대통령의 대선 후보 시절 핵심 정책인 '기본주택'의 전국적 확대 및 재추진 가능성이 도마 위에 오를 전망이다. 홍 후보자는 과거 경기도 도시주택실장 재직 시절 이재명 당시 경기도지사의 기본주택 정책의 실무를 담당했었다. 그러나 '제1호 기본주택'으로 추진됐던 구리 교문지구(1280가구) 사업이 일반 공공주택으로 전환되고 목표 시점마저 2028년 하반기로 지연되는 등 과거 경기도에서의 실적이 미완에 그쳤다는 점에서 정책 현실화 가능성에 대한 의문이 제기된다. 야당은 이번 인선을 이 대통령이 기본주택 정책을 전국 단위로 확장하려는 수순으로 보고 고강도 검증을 예고했다. 김미애 국민의힘 원내정책수석부대표는 지난 1일 당 원내대책회의에서 “이재명 경기지사 시절 경기도 도시주택실장으로 기본주택을 추진했던 홍지선씨를 국토부 2차관에 임명한 데 이어 불과 8개월 만에 장관 후보자로 지명했다"며 “그 시기에 대통령은 집값 폭락에 대비한 공공주택 대량 매입 시스템을 주문했다. 이것이 우연인가. 아니면 이재명 정부가 추진해 온 기본사회, 기본주택을 전국적으로 확대하기 위한 정책적 수순인가"라고 우려했다. 국민이 내 집 마련을 하기보다 국가와 공공이 주택을 대량 보유해 국민은 임차인으로 살아가는 기본주택 사회를 우려한 것이다. 실제로 홍 후보자가 장관에 취임하게 되면 주도하게 될 핵심 국정과제로 기본주택의 전국판으로 평가받는 '보편형 공공임대주택' 사업이 될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국토부는 내년 보편형 공공임대 3만6000가구 공급을 목표로 6조2000억원의 예산을 편성했다. 소득과 자산 기준을 낮추고 입주 문턱을 허물어 청년과 중산층까지 수용하겠다는 구상이다. 문제는 핵심 입지에 중대형 평형을 조성하고 임대료를 낮게 유지할수록 발생하는 구조적 재정 부실이다. 과거 경기도 기본주택 역시 분양주택과 달리 30년 이상 장기 보유하는 구조 탓에 사업비 회수가 어렵고, 공공기관의 차입금과 부채 부담만 누적되는 등 대규모 공급이 좌절된 바 있다. 정부가 6조원대의 주택도시기금을 출·융자 형태로 지원하더라도 이는 초기 마중물일 뿐 향후 막대한 건설비 이자와 장기 유지·보수 비용은 사업 시행자인 LH(한국토지주택공사)가 떠안아야 한다. 공공임대주택을 공급할 때 LH가 부담하는 부채가 1가구당 3억원에 달하는 상황에서 저소득층 대상 임대주택과 달리 민간 아파트급 고품질 내장재와 넓은 평형을 공급하는 보편형 공공주택은 가구당 건설·매입 단가가 대폭 상승할 수밖에 없다는 우려가 나온다. 결국 사업을 확대할수록 LH가 떠안아야 할 부채 역시 가파르게 불어날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야당은 “부동산은 이념으로 이길 수 없다"며 홍 후보자가 기본주택 등 공공주도 사업과 인위적인 규제 중심의 주택 공급 정책을 고수할 것인지 이번 청문회에서 철저히 파헤치겠다는 방침이다. 신교근 기자 shin1948@ekn.kr

[분석] ‘후원금 유용 의혹’ 용혜인·기본소득당, 6년간 ‘국민 돈’ 23억 챙겼다

용혜인 성평등가족부 장관 후보자가 국회 입성 후 현재까지 6년여간 받은 세금 규모가 17억원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10일 국회에 따르면 용 후보자가 의원으로 재직한 2020년 5월 말부터 2026년 8월까지 지급된 세비는 9억7480만5830원이다. 연간 지급액은 △2020년(7개월 분) 8859만6540원 △2021년·2022년 1억5280만7360원 △2023년 1억5426만3460원 △2024년·2025년 1억5690만860원 △2026년(8개월 분) 1억1254만 4110원이다. 여기에는 매월 지급되는 일반수당, 관리업무수당, 정액급식비에 더해 정근수당, 명절휴가비, 입법활동비, 특별활동비 등이 포함됐다. 용 후보자 후원회에 2020년부터 2025년까지 모인 정치자금은 총 7억5810만7962원이다. 2020년 약 6370만원, 2021년 약 7471만원 수준이었으나, 2022년부터는 매년 1억5000만원 안팎의 후원금이 꾸준히 모였다. 해당 자금은 후원회가 모금해 정치활동 목적으로만 사용하도록 관리되는 회계상 별개의 정치자금이다. 기본소득당에 그동안 지급된 국고보조금 및 선거보조금은 5억9442만7920원이다. 창당 초기인 2020년 3·4분기 경상보조금으로 1577만1370원을 수령한 이후, △2021년 3206만8810원 △2022년 1억663만2990원(대선·지선 보조금 합산) △2023년 3498만1490원 △2024년 3284만2350원 △2025년 3631만920원을 받아왔다. 기본소득당은 지난 6·3 지방선거에서 0.99%를 득표하며 국회 1석을 보유한 상태로 정치자금법상 정액 배분 요건을 충족했다. 그 결과, 2026년 3분기에만 2분기(약 985만원) 대비 28배 증가한 2억7709만8720원의 경상보조금을 받았다. 지방선거 보조금을 합치면 현재까지 올해 총 3억3582만원이 당에 귀속됐다. 용 후보자 측에서 정당으로 흘러 들어간 자금도 확인된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제출된 2020~2024년 정치자금 수입·지출 내역에 따르면, 용 의원은 해당 기간 총 5억395만9785원의 정치자금을 사용했고, 이 중 58.3%에 달하는 2억9360만원을 특별당비로 지출했다. 이는 후원금 등을 재원으로 한 정치자금에서 정당으로 넘어간 금액이다. 최근 이 특별당비 지출 내역과 당에서 지급된 배우자 급여를 두고 정치자금법 위반 의혹이 제기돼 고발이 이뤄졌다. 특별당비를 제외한 세 항목의 액수를 합산하면 23억2734만1712원이다. 각 자금은 개인 급여(국회 직접 지급액), 후원회 회계(후원금), 정당 귀속금(국고보조금)으로 분리된 회계망을 통해 움직였다. 용 후보자는 이날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기본소득당은 6년 동안 분기별 900만원, 1명 인건비도 나오지 않는 국고보조금으로 정당 운영 잘해 왔고, 작지만 강한 정당으로 성장해 왔다"며 “1년 총수입의 35.7%를 국고보조금에 의존하는 국민의힘과, 단지 1.6%만 국고보조금으로 보조받으며 당원들의 당비로 자립해 온 기본소득당 중 도대체 누가 기생정당이냐"고 말했다. 이상무 기자 rokmc@ekn.kr

또 ‘증인 0명’ 김승원 청문회…커지는 ‘인사청문회 무용론’

김승원 법무부 장관 후보자의 인사청문회가 증인과 참고인 없이 진행될 가능성이 커지면서 인사청문회의 실효성을 둘러싼 논란이 다시 불붙고 있다. 앞서 김민석 국무총리 후보자와 한성숙 국무총리 후보자 인사청문회에서도 증인·참고인이 채택되지 않은 가운데, 정치권 안팎에서는 반복되는 '증인 없는 청문회'를 두고 제도 자체를 손질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10일 정치권에 따르면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는 전날 김 후보자 인사청문회 증인·참고인 채택 문제를 논의했지만 여야가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 국민의힘은 김 후보자의 신약 관련 의혹을 검증하기 위해 양모씨와 강모씨 등 44명의 증인과 4명의 참고인을 요구했지만, 더불어민주당은 이를 모두 받아들이지 않았다. 국민의힘은 김 후보자가 코로나19 치료제 임상시험 승인 과정에서 식품의약품안전처에 영향력을 행사하려 했다는 의혹을 검증하기 위해 관련자들의 출석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반면 민주당은 해당 의혹이 이미 수사기관의 조사를 거친 사안으로 사실상 종결됐다는 논리를 펴고 있다. 김의겸 민주당 의원도 수사 과정에서 다수의 검사가 투입됐지만 결국 기소로 이어지지 않았다는 취지로 반박했다. 국민의힘은 한동훈 무소속 의원을 증인으로 부르는 방안까지 제안했지만 민주당이 반대하면서 접점을 찾지 못했다. 윤상현 국민의힘 의원은 관련 의혹을 둘러싼 사실관계를 확인하기 위해서라도 증인 채택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결국 여야가 증인·참고인 명단에 합의하지 못하면서 김 후보자 청문회는 증인 없이 진행될 가능성이 커졌다. 인사청문회법상 증인 출석 요구서 송달 등에 필요한 시간까지 고려하면 사실상 채택이 어려워졌다는 관측이다. 문제는 이 같은 '증인 없는 청문회'가 김 후보자 사례에만 그치지 않는다는 점이다. 앞서 김민석 국무총리 후보자와 한성숙 국무총리 후보자의 인사청문회 역시 증인과 참고인 없이 진행됐다. 장관 후보자 청문회까지 확대하면 현 정부 출범 후 24회에 달한 총리·장관 후보자 인사청문회 중 19회(79%)가 증인 없이 진행됐다. 김 후보자까지 더해질 경우 25회 중 20회(80%)에 달하게 된다. 인사청문회에서 증인과 참고인의 역할은 단순히 의혹을 제기하는 데 그치지 않는다. 후보자 본인의 해명과 국회의원들의 질의만으로 확인하기 어려운 사안에 대해 제3자의 진술을 통해 사실관계를 교차 검증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특히 김 후보자처럼 과거 특정 기관의 인허가나 행정 절차와 관련한 의혹이 쟁점이 된 경우에는 당시 상황을 알고 있는 관계자의 진술이 후보자의 해명과 실제 사실관계를 확인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다. 증인이 배제될 경우 후보자의 설명과 의원들의 공방만으로 청문회가 마무리될 가능성이 커지는 셈이다. 다만 야당의 증인 요구가 모두 실질적인 검증을 위한 것이라고 보기도 어렵다는 지적도 있다. 과거 인사청문회에서도 가족의 사생활이나 재산 문제 등 후보자의 직무 수행과 직접적인 관련성이 떨어지는 증인까지 대거 요구하면서 정치적 공세로 흐른 사례가 적지 않았다. 증인 채택 자체가 청문회가 열리기 전부터 여야 간 정쟁의 수단으로 활용되는 경우도 반복됐다. 여야가 정권 교체에 따라 증인 채택에 대한 입장을 뒤바꾸는 관행도 인사청문회의 실효성을 떨어뜨리는 요인으로 꼽힌다. 야당일 때는 철저한 검증을 이유로 증인 채택을 요구하다가 여당이 되면 이를 최소화하거나 막는 식의 행태가 반복되면서 제도 자체에 대한 불신을 키우고 있다는 것이다. 박상병 정치평론가는 본지와의 통화에서 “인사청문회 무용론이 제기된 것은 오래된 일"이라며 “여야가 합의하지 못해 임명을 강행하는 사례가 반복되는 상황에서 필요한 증인까지 다수당의 힘으로 막는다면 인사청문회의 존재 이유 자체가 흔들릴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1차적으로 후보자의 기본적인 도덕성 검증을 위한 자료를 사전에 제출하도록 해 검증하고, 청문회에서는 후보자의 자질과 정책, 국정 운영 능력을 중심으로 검증하는 방식이 바람직하다"며 “지금처럼 모든 것을 털어내는 방식으로 후보자를 검증하면서 청문회가 흥미 위주나 여야 정쟁의 장으로 전락하는 상황도 개선해야 한다"고 말했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청문회를 단순한 의혹 검증을 넘어 후보자의 직무 수행 역량을 평가하는 제도로 전환해야 한다는 제안이 나온다. 국가인재경영연구원 등이 최근 제안한 '정무직 역량 검증 지표 체계'도 이런 문제의식에서 출발한다. 공직윤리·법치, 국가전략·정책, 조직·인재, 소통·협업, 디지털·데이터, 국제·안보, 공직관·자기관리 등 7개 역량을 기준으로 후보자를 평가하고 행동사례면접과 상황판단, 전문지식 등을 통해 객관적인 검증을 하자는 취지다. 이근면 초대 인사혁신처장은 인사 검증 과정에서 질문 가운데 실제 미래 성과를 예측할 수 있는 비중이 높지 않다는 점을 지적하며, 청문회 역시 과거의 흠결을 찾는 데 그치기보다 향후 직무 수행 능력을 검증하는 방향으로 전환할 필요가 있다는 취지의 의견을 제시했다. 결국 김 후보자 청문회를 둘러싼 논란은 특정 후보자의 증인 채택 문제를 넘어 현행 인사청문회가 실질적인 검증 절차로 기능하고 있는지를 되묻는 계기가 되고 있다. 야당의 과도한 증인 요구와 여당의 일괄적인 차단이 반복될 경우 청문회가 여야 공방의 장으로 전락할 수 있는 만큼, 정치적 유불리보다 실제 검증에 필요한 증인과 자료를 선별하고 후보자의 정책·역량까지 살펴볼 수 있도록 인사청문제도 전반을 손질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증인·참고인 없는 청문회가 반복될수록 '인사청문회 무용론'이 힘을 받을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김윤호 기자 kyh81@ek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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