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조선 서해를 지킨 충청수영성…보령, 세계유산 향한 첫걸음](http://www.ekn.kr/mnt/thum/202607/news-p.v1.20260716.adebb3777c84486b9972c46054f9f1fe_T1.jpg)
보령=에너지경제신문 김은지 기자 보령시가 조선시대 충청수군의 본영인 충청수영성의 유네스코 세계유산 등재를 시 차원에서 처음으로 공식 추진한다. 단일 문화유산이 아닌 전라좌·우수영과 경상좌·우수영을 포함한 전국 수군 방어체계를 하나의 역사문화권으로 묶는 '연속유산(Serial Heritage)' 방식이 검토되면서, 조선 수군의 국가 방위 시스템을 세계적으로 인정받기 위한 장기 프로젝트가 시작됐다. 이번 추진은 단순히 문화재의 위상을 높이는 데 그치지 않는다. 세계유산 등재를 통해 역사적 가치를 국제적으로 인정받고 문화관광 자원으로 육성하는 동시에 지역경제 활성화까지 연결하겠다는 전략이 담겨 있다. 보령시는 엄승용 시장은 지난 15일 국가유산청을 방문해 허민 청장과 면담을 갖고 충청수영성의 세계유산 등재 추진과 국가유산 보존·활용 방안을 논의했다고 16일 밝혔다. 이 자리에서 엄 시장은 등재 추진에 필요한 국가 차원의 행정 지원과 학술 자문을 요청했으며, 국가유산 정비와 관광자원화를 위한 2027년 국비 지원도 함께 건의했다. 충청수영성은 조선 초기에 설치돼 1896년 폐영될 때까지 약 500년 동안 충청수군절도사가 주둔하며 충청 연안의 군사와 해상 방위를 총괄했던 수군의 본영이다. 단순한 군사시설이 아니라 서해 방어와 국가 물류를 책임졌던 전략적 거점이었다. 세종실록지리지에 따르면 조선 초기 충청수영에는 군선 142척과 수군 8,414명이 배치됐다. 이들은 왜구의 침입을 막고 한양으로 향하는 조운선을 보호하는 임무를 수행했으며, 조선 후기에는 서해를 오가는 외국 선박을 감시하는 등 국가 해양안보의 핵심 역할을 담당했다. 역사적 의미도 깊다. 임진왜란 당시 충청수사 최호는 충청수영의 수군을 이끌고 한산도 해전에 출전했으며, 이후 칠천량해전에서 전사했다. 성 안의 영보정은 조선시대 문인들이 풍류를 즐기던 명소였고, 서문 밖 갈마진두는 병인박해 당시 천주교 신부 5명이 순교한 장소로 전해진다. 군사와 문화, 종교의 역사가 함께 축적된 공간인 셈이다. 현재 충청수영성은 일부 구간이 근대 도시개발 과정에서 훼손됐지만, 성곽과 지형은 비교적 원형을 유지하고 있다. 국가유산청도 충남 수군의 조직체계와 예하 수군진 운영 구조를 보여주는 중요한 유적으로 평가하며 높은 역사·학술적 가치를 인정하고 있다. 보령시가 주목하는 부분은 '연속유산' 방식이다. 하나의 유산만으로 세계유산의 보편적 가치를 입증하기보다 충청수영성과 전라좌·우수영, 경상좌·우수영을 하나의 방어체계로 연결해 조선시대 해양 방위 시스템 전체를 세계유산으로 평가받겠다는 구상이다. 실제로 유네스코는 동일한 역사적·문화적 가치를 공유하는 여러 유산을 하나로 묶어 등재하는 연속유산 방식을 적극 인정하고 있다. 국내에서도 공주 공산성과 공주 무령왕릉·왕릉원, 부여와 익산의 유적을 하나로 묶은 '백제역사유적지구'가 2015년 세계유산으로 등재된 사례가 있다. 개별 유적보다 역사적 맥락과 체계성을 강조했다는 점에서 충청수영성 추진 방식과도 닮아 있다. 다만 세계유산 등재까지는 넘어야 할 관문이 많다. 우선 국가 차원의 세계유산 잠정목록에 이름을 올려야 하며, 이후 학술조사와 비교연구, 보존관리계획 수립, 등재신청서 작성, 국제기념물유적협의회(ICOMOS)의 서류 심사와 현지 실사, 세계유산위원회 최종 심의를 통과해야 한다. 통상 10년 안팎의 시간이 소요되는 장기 사업으로 평가된다. 보령시는 2029~2030년 세계유산 잠정목록 신청을 목표로 충남도와 실무 협의를 진행하고 있다. 향후 국가유산청과 관련 지자체, 학계가 참여하는 공동 연구체계를 구축하고 연속유산 추진을 위한 협력 기반도 마련할 계획이다. 전문가들은 세계유산 등재의 성패는 유산의 역사성뿐 아니라 국제사회가 공감할 수 있는 '탁월한 보편적 가치(OUV·Outstanding Universal Value)'를 얼마나 설득력 있게 입증하느냐에 달려 있다고 분석한다. 조선 수군의 해양 방어체계가 동아시아 해양사 속에서 어떤 독창성과 역사적 의미를 지니는지 학술적으로 뒷받침하는 작업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것이다. 충청수영성의 세계유산 도전은 이제 첫걸음을 뗐다. 앞으로 학술적 연구와 보존관리, 중앙정부와 지자체 간 협력, 지역사회의 공감대 형성이라는 과제를 차근차근 풀어낸다면 충청수영성은 충남을 넘어 우리나라 해양문화유산의 새로운 세계유산 후보로 자리매김할 가능성을 키워갈 것으로 기대된다. 김은지 기자 elegance44@ek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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