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정에 CO₂ 넣어 원유 채굴…기후 해법인가, 석유산업 승부수인가

기름이 고갈돼 가는 노후 유전에 이산화탄소(CO₂)를 집어넣어 남은 원유를 더 뽑아내는 기술이 다시 주목받고 있다. 원유를 추가로 생산하면서 CO₂를 지하에 저장할 수 있다는 점에서 '저탄소 석유'의 가능성까지 제기된다. 하지만 추가로 채굴한 석유를 태울 때 발생할 온실가스까지 생각하면 이것이 기후변화의 근본적인 해법이 될 수 있는지는 여전히 논란이다. 미국 휴스턴대 에너지 분야 연구진은 최근 '노후 유전의 재활성화: CO₂-EOR의 기회와 과제 (Revitalization of Mature Oil Fields: Opportunities and Challenges of CO₂-EOR)'라는 제목의 백서를 통해 미국 노후 유전의 재개발 가능성을 집중적으로 분석했다. CO₂-EOR는 CO₂ 주입 원유 회수 증진 기술(CO₂ Enhanced Oil Recovery)을 말한다. ◇남은 석유 4140억 배럴…1370억 배럴은 추가 생산 가능 백서에 따르면 미국의 기존 재래식 유전에는 지금까지 생산되지 않은 원유가 약 4140억 배럴 남아 있다. 이 가운데 CO₂-EOR 기술 적용에 기술적으로 유리한 자원이 2840억 배럴, 실제 회수가 가능한 자원이 약 1370억 배럴​에 이르는 것으로 추정됐다. CO₂-EOR은 고압의 CO₂를 유전에 주입해 원유의 점도를 낮추고 유층의 압력을 유지하면서 지하에 남아 있는 원유를 생산하는 방식이다. 생산 과정에서 회수된 CO₂는 다시 분리해 주입할 수 있다. 기술 자체가 새로운 것도 아니다. 백서가 소개한 텍사스 새크록(SACROC) 유전은 1974년부터 CO₂-EOR을 시작했고 7500만t 이상의 CO₂를 지하에 저장했다. 콜로라도 랭글리 유전도 1986년부터 2200만t을 저장했다. 캐나다 웨이번 유전에서는 2001년부터 3000만t 이상이 저장됐다. 백서는 이들 사업에서 장기간 모니터링 결과 누출이 매우 적었거나 보고되지 않았다는 점을 근거로 노후 유전을 활용한 장기 CO₂ 저장이 가능하다고 평가한다. ◇문제는 CO₂도 '실어 나르는 상품'이라는 것 그러나 CO₂-EOR은 단순히 '버려질 CO₂를 유정에 넣는 기술'이 아니다. CO₂를 포집한 뒤 압축하고 유전까지 운송할 인프라가 필요하다. 주입시설과 생산 과정에서 회수된 CO₂를 다시 압축·재순환하는 시설도 필요하다. 백서가 사례로 든 와이오밍주 솔트크리크 유전은 CO₂-EOR을 위해 약 200㎞의 CO₂ 파이프라인을 건설했다. 1000개가 넘는 유정의 상태를 조사하고 기록에 없던 유정까지 찾아냈고, 지상 생산시설도 재건해야 했다. 그 결과 5600만 배럴 이상의 추가 원유를 생산하고 3200만t 이상의 CO₂를 저장했다. 이처럼 CO₂-EOR의 경제성을 평가할 때는 석유 생산량만 볼 수 없다. CO₂ 포집·압축·운송·주입·재순환과 유정 보수에 들어가는 비용까지 모두 계산해야 한다. 백서 역시 포집과 운송, 유전 재개발, 운영, 탄소 모니터링·검증(MMV), 세액공제 등을 사업성의 핵심 변수로 꼽는다. ◇노후 유정은 '탄소 저장고'이면서 잠재적 누출 통로 특히 오래된 유정은 CO₂ 저장의 아킬레스건이다. 과거에 건설된 유정의 시멘트와 케이싱이 현재의 저장 기준을 충족하지 못할 수 있기 때문이다. 백서가 인용한 연구에서는 캐나다 앨버타의 31만6439개 유정을 조사한 결과 4.6%에서 시멘트 부족, 부식, 케이싱 파손, 유정 누출 등 누출 위험이 확인됐다. CO₂가 지하수나 지층수와 만나 탄산이 되면 기존 포틀랜드 시멘트의 성능을 저하시켜 미세한 틈을 넓힐 가능성도 있다. 따라서 유정 상태 조사, 재시공, 압력시험, 지속적인 모니터링 등이 필요하다. 백서는 2024년 미국 일리노이주 ADM 디케이터 저장시설에서 잠재적인 유체 누출이 발견돼 작업이 중단된 사례도 소개했다. 기존 유정을 CO₂ 저장에 재활용하는 것이 가능하더라도 장기간 안전성을 별도로 검증해야 한다는 의미다. ◇'저탄소 석유'이지 '탄소중립 석유'는 아니다 CO₂-EOR의 가장 큰 논쟁거리는 결국 이것이다. CO₂를 지하에 저장했다고 해서 그 원유가 탄소중립이 되는 것은 아니다. CO₂-EOR은 생산 과정에서 CO₂를 저장함으로써 원유 1배럴당 탄소집약도를 낮출 가능성이 있다. 그러나 추가로 생산한 원유가 정유되고 자동차나 선박, 항공기 등에서 연료로 사용되면 탄소는 다시 대기로 배출된다. 액체 상태의 고밀도 탄소인 원유를 빼내고 기체 상태의 저밀도 탄소인 CO₂를 저장한다면, 땅속에 묻힌 탄소의 양은 줄어들기 마련이다. 따라서 생산 과정의 탄소집약도가 낮아지는 것과 전 과정에서 온실가스 순배출이 없어지는 것은 전혀 다른 문제다. CO₂-EOR을 '탄소중립 석유'라고 부르는 데 신중해야 하는 이유다. 백서 역시 경제성의 핵심이 결국 추가 석유 생산에 따른 수익이라고 인정한다. 휴스턴대의 경제모델에서는 유가와 추가 원유 생산성이 사업 순현재가치(NPV)에 가장 큰 영향을 미쳤고, 45Q 세액공제 등 정책 지원도 중요한 변수로 나타났다. NPV는 사업에 앞으로 발생할 현금 흐름을 현재 가치로 환산한 뒤 초기 투자비용을 뺀 금액으로, 0보다 크면 경제성이 있다고 판단할 수 있다. 45Q 세액공제는 미국의 '내국세법(Internal Revenue Code)' 45Q 조항에 따라 포집·저장하거나 활용하는 이산화탄소 1t당 일정 금액을 세금에서 공제해주는 제도를 말한다. ◇한국의 고민과 선택: '어떤' 미국산 원유를 살 것인가 에너지 안보와 대외 통상 압력 속에서 한국은 미국산 원유와 천연가스 등 화석연료 구매를 늘려야 하는 현실적인 상황을 마주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단순히 수입량을 채우는 수준을 넘어, '어떤 미국산 원유를 선택할 것인가'를 고민할 필요도 있다. 미국산 원유라고 해서 모두 동일한 탄소발자국을 가지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수압파쇄를 거친 셰일오일인지, 기존 노후 유전에 CO₂를 주입해 생산한 CO₂-EOR 원유인지, 혹은 생산 공정에서 메탄 누출과 플레어링(Flaring)을 얼마나 통제했는지에 따라 원유의 탄소집약도(Carbon Intensity, CI)는 큰 차이를 보인다. 따라서 국내 정유업계는 단순히 '가격과 품질'이라는 전통적 거래 기준을 넘어, 생산부터 수송에 이르는 전 과정평가(LCA) 기반의 탄소집약도를 비교·검토하는 '기후 연계형 원유 조달 체계'를 선제적으로 구축할 필요가 있다. 원유 1배럴이 생산되어 최종 소비되기까지 대기 중으로 방출되는 전 주기적 온실가스의 총량을 따져봐야 한다는 얘기다. CO₂-EOR 원유라 할지라도 포집원의 성격(산업용 포집 또는 직접 공기 포집), 압축·운송 과정의 배출량, 지중 격리의 안전성과 영구성 등을 철저히 검증해야만 '그린워싱' 논란을 피할 수 있다. 한편, CO₂-EOR 원유가 다른 원유보다 가격이 높지 않을까 하는 우려도 없지 않다. 하지만 생산 과정에서 발생하는 세액 공제 혜택과 글로벌 환경 규제에 따른 '소비 단계의 징벌적 탄소 비용'을 종합적으로 고려할 때, 실질적인 경제성은 오히려 다른 원유보다 우수할 수도 있다. ◇LCA, 대미 에너지 협상의 강력한 외교적 카드 이러한 LCA 기반의 엄격한 탄소 검증 기준은 단순한 환경적 규제를 넘어 미국과의 통상 및 에너지 협상에서 강력한 실리적 카드가 될 수도 있다. 미국의 에너지 수출 확대 요구를 수용하면서도, “우리는 탄소발자국이 가장 낮은 친환경 원유를 우선 구매하겠다"는 명분을 선제적으로 제시하자는 것이다. 이는 기후 변화 대응이라는 글로벌 환경 규범에 부합하면서도, 미국의 통상 압박을 유연하게 받아치는 세련된 무역 외교 전략이 될 수 있다. 동시에, 미국 현지 생산기업들로 하여금 메탄 누출을 차단하고, 공정 효율을 개선하며, 포집한 이산화탄소를 지하에 더 안전하게 지중 격리하도록 강력한 시장 압박과 유인을 제공하는 일석이조의 효과도 거둘 수 있다. CO₂-EOR 기술이 화석연료 소비 자체를 원천적으로 종식하는 근본적인 기후 해법으로 볼 수 없다. 오히려 막대한 사회적·기술적 비용을 투입해 석유 생산 수명을 인위적으로 연장한다는 기후 진영의 거센 비판도 존재한다. 그러나 완전한 무탄소 에너지 전환에 도달하기 전까지 화석연료 수입을 당장 멈추기 어려운 것이 우리의 현실이라면, '가장 탄소 배출이 적은 화석연료를 지혜롭게 선택하는 것' 또한 현실적이고 강력한 기후 에너지 정책이 될 수 있다. 강찬수 기후환경 전문기자 kcs25@ekn.kr

[가스소식] ‘가스사고 제로’ K-노하우 전수…국회수소경제포럼, 현대차 남양연구소 찾아

지난 2일 한국가스안전공사가 KOICA 공적개발원조(ODA) 사업의 일환으로 몽골 울란바타르에서 몽골 광물석유청(MRPAM)과 함께 '몽골 가스산업 환경조사 컨설팅 결과보고회'를 개최했다. 이번 보고회에는 KOICA 몽골사무소, 몽골 산업광물자원부, 재난방재청 등 양국 가스산업 관계자 60여 명이 참석했다. 공사는 몽골의 기후 조건과 산업 환경, 법제도를 종합 분석한 결과를 공유했으며, 이를 토대로 향후 '몽골 가스안전관리법'(가칭) 초안을 마련해 몽골 정부에 공식 제안할 계획이다. 박경국 한국가스안전공사 사장은 “한국의 가스안전 노하우를 바탕으로 몽골 가스산업의 발전 방향을 함께 모색했다"며 “몽골의 안전하고 지속가능한 가스산업 기반을 다지는 뜻깊은 출발점이 되기를 바란다"라고 밝혔다. 지난 2일 국회의원 연구단체 '국회수소경제포럼'이 현대차·기아 남양연구소를 방문해 차세대 수소 모빌리티 기술 현장을 점검하고 수소 생태계 확대를 위한 정책 지원 방안을 논의했다. 포럼 의원들은 수소 생산·저장·활용 전주기 기술과 차세대 연료전지 개발 현황을 살펴보고, 세계 최대 규모인 23억 km 수소차 실행 데이터 축적 성과를 높이 평가했다. 현대차그룹과 산업계는 예측 가능한 정책 환경과 인프라 확충의 필요성을 피력했으며, 포럼 측은 이에 발맞춰 '수소사업법' 및 '수소도시법' 제정과 예산 확보 등 국회 차원의 전폭적인 입법 지원을 약속했다. 장재훈 현대자동차그룹 부회장은 “수소경제 성패는 기술력뿐만 아니라 정책의 일관성에 달려 있다"며 민관 협력을 강조했고, 이종배 대표의원은 “여기서 멈칫하면 수소 후진국으로 전락할 수 있다는 위기의식을 갖고 선진국 입지를 다지기 위해 적극 뒷받침하겠다"고 밝혔다. 이현진 기자 vrai.jin@ekn.kr

[미리보는 국감]“석유공사 해외 확보물량 얼마나 가져올 수 있나”…입법조사처 의문 제기

올해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국정감사의 주요 이슈로 국회입법조사처가 부실한 석유 공급망 대책과 '석유 최고가격제'의 미흡한 사후관리를 지목했다. 입법조사처는 27일 발간한 '2026 국정감사 이슈 분석: 정부가 답해야 할 올해의 질문' 보고서를 통해, 이란의 호르무즈 해협 봉쇄로 두바이유가 배럴당 169.75달러까지 급등했던 상황에서 정부 대응이 근본적 체질 개선 대신 임시방편적 재정 투입에 그쳤다고 비판했다. 보고서는 먼저 한국의 높은 중동 원유 의존도와 공급망 다변화 정책의 한계를 지적했다. 국내 중동산 원유 수입 비중은 2024년 기준 71.5%에 달하며, 수입 상위 3개국(사우디·미국·UAE) 비중이 60%를 웃돈다. 특히 수입 원유 대부분이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하는 구조여서 해협 봉쇄 시 국가적 공급 차질로 직결된다. 정부는 위기 당시 미국·호주 등 대체 공급선 확보에 나섰으나, 이는 운송비 지원과 수입부과금 환급 등 한시적 비상조치에 의존한 결과라는 분석이다. 국내 정유시설이 중동산 중질·고유황 원유 처리에 맞춰져 있어 단기 전환이 어렵다는 점도 지적됐다. 보고서는 '정부가 제시한 중동산 원유 비중 50% 이하 목표를 위한 실천 계획은 무엇인가'라며 '위기 때만 일시적으로 대체 원유를 확보하는 데 그치지 않고, 정유사 설비 개선 지원이나 운송비·금융 등 상시적 유인책을 마련할 계획이 있는가'라고 물었다. 에너지 안보 최전선에 있는 한국석유공사의 위기 대응력도 도마 위에 올랐다. 석유공사는 전국 9개 기지에 1억4600만 배럴 규모의 비축시설을 갖추고 해외 생산자산을 보유하고 있지만, 이번 유가 급등기 당시 정부 비축유 직접 방출이나 해외 생산물량의 국내 직도입 실적은 불투명했다. 비축유 직접 방출 대신 민간 비축의무 완화와 대여(SWAP)에만 의존하면서, 공사의 조치가 국내 수급과 가격 안정에 얼마나 기여했는지 정량적 데이터가 전무하다는 지적이다. 아울러 석유공사는 '2025년도 공공기관 경영실적평가'에서 종합 D등급(미흡)을 받아 운영 신뢰성에도 타격을 입었다. 보고서는 '해외 자산 중 위기 시 즉각 국내로 전환할 수 있는 물량과 실제 직도입 실적이 있는가'와 '알뜰주유소와 오피넷 등 시장안정 사업 역시 유가 급등기 소비자 비용 절감에 얼마나 기여했는지 종합적인 성과평가를 하고 있는가'를 국정감사 주요 질문거리로 제시했다. 공급망과 비축 기능의 공백을 메우기 위해 도입된 '석유 최고가격제'를 둘러싼 재정 낭비 우려도 제기됐다. 정부는 올해 3월부터 정유사의 공급가격을 제한하는 최고가격제를 시행하며 추경 목적예비비 5조 원 중 4조2000억 원을 정유사 손실보전용으로 편성했다. 하지만 정유사 공급가 인하분이 실제 주유소 소비자가격으로 얼마나 반영됐는지는 명확히 확인되지 않았다. 특히 정부가 제시한 손실보전 원가 기준과 회계 검증 기준이 불투명해, 수조 원의 혈세가 투입되는 제도임에도 소비자 유류비 절감액과 정부 보전액 간의 비용효과 분석조차 이뤄지지 않았다는 지적이다. 이현진 기자 vrai.jin@ekn.kr

SK가스 윤병석의 승부수…‘만년 적자’ SK어드밴스드 흡수, 노림수는?

SK가스 윤병석 사장이 프로판을 원료로 석유화학 기초제품인 프로필렌을 생산하는 SK어드밴스드를 흡수합병하는 경영 승부수를 던졌다. SK어드밴스드는 만년 적자를 보이다 올해 중동 전쟁 특수로 반짝 흑자를 보이고 있다. 가스 발전소 건설, LNG 직도입 및 터미널 사업 참여 등으로 잇따라 경영 홈런을 날린 윤 사장의 승부가 과연 어떤 결과를 낼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SK가스는 26일 이사회를 열고 SK어드밴스드 합병 계약을 체결하는 안건을 의결했다고 밝혔다. SK가스는 SK어드밴스드의 주식 100%를 보유하고 있어 이번 합병은 신주를 발행하지 않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SK어드밴스드는 프로판을 원료로 석유화학 기초제품인 프로필렌을 만드는 화학기업이다. SK가스는 2013년 1월 내부 사업승인을 받아 2014년 9월 물적분할을 통해 법인을 설립한 뒤 사우디아라비아 APC와 쿠웨이트 PIC의 지분 투자를 받았다. SK어드밴스드는 매출 6000억원 회사로 성장했지만, 공급과잉으로 인한 제품마진 악화로 만년 적자에 빠졌다. 영업적자 규모는 2022년 1290억원, 2023년 825억원, 2024년 1161억원, 2025년 1400억원 등이다. 이로 인해 지난해 말 부채율은 400%가 넘었다. 적자가 계속되자 사우디아라비아와 쿠웨이트 기업이 지분을 SK가스에 되팔고 나갔다. 그러나 그 이후 대반전이 이뤄졌다. 2월 말 터진 중동 전쟁이 장기화되면서 석유화학 원료인 나프타 공급이 부족해졌다. 이로 인해 그동안 중국의 공급과잉으로 손익분기점보다 낮게 형성됐던 석유화학 기초제품의 마진이 폭등한 것이다. 트레이딩이코노믹스에 따르면 폴리프로필렌 가격은 전쟁 전인 올해 2월 톤당 약 6700위안에서 4월 9035위안까지 치솟았다가 현재는 8015위안 수준을 보이고 있다. 이로 인해 올해 반기 SK어드밴스드 영업이익은 404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의 624억원 적자에서 대반전을 보였다. 윤병석 사장은 SK가스로 SK어드밴스드를 아예 흡수함으로써, 경영 효과를 극대화하겠다는 선택을 했다. 원료 조달부터 제품 생산 및 판매까지 사업 전반의 의사결정을 일원화해 운영 효율성과 판매 경쟁력을 높이겠다는 구상이다. 나아가 자금조달 및 재무관리 일원화를 통한 금융비용을 절감하고 자금운용 효율화 등 재무적 시너지까지 올리겠다는 계획이다. 예를 들어 그동안 중국이 싸게 공급받던 중동산 나프타 및 이란산 원유가 비싸진다면 기본적으로 제품단가가 오르고, 여기에 값싼 프로판을 조달한다면 더 많은 마진을 얻을 수 있다. 다만 석유화학 기초제품 시장이 다시 공급과잉으로 마진이 떨어질 수 있다는 리스크도 상존한다. 그래서 SK가스는 차량 연료, 석유화학 원료, 트레이딩, 발전 연료 등 다양한 활용방안을 구축해 리스크를 최소화하면서 이익을 올리는 옵셔널리티 사업전략을 펴고 있다. 시장이 또 하나 주목하는 것은 윤병석 사장이다. 윤 사장은 울산GPS 발전소 건설, LNG 직도입 및 터미널 사업 참여, 중동 석유화학 지분참여 매각 등으로 잇따라 경영 홈런을 날렸다. 대표적으로 울산GPS 발전소는 가동 1년 만에 대규모 흑자를 기록하고 있다. 올해 상반기 매출은 4373억원, 영업이익 916억원을 기록했다. SK가스는 올해 6월 말 울산GPS의 지분 49%를 스틱한투인프라에 매각해 1조2242억원 현금을 확보했다. 투자비 1조4000억원을 벌써 회수한 것이다. SK가스는 이를 기반으로 미래 성장동력에 투자할 계획이다. 산업계에서는 SK가스가 그룹에서 진행 중인 기가급 데이터센터 사업에 참여할 계획이라는 소식이 나오고 있다. 윤 사장은 오는 10월 IR행사인 CEO 인베스터데이를 통해 회사의 주주환원 및 미래 성장 계획을 투자자들과 공유할 계획이다. 윤병효 기자 chyybh@ekn.kr, 정승현 기자 jrn72benec@ekn.kr

[특별기고] 전력수요 급증 시대, 가스 인프라를 활용해야

제12차 전력수급기본계획 수립 과정에서 우리나라의 미래 전력수요가 당초 예상보다 훨씬 빠르게 증가할 수 있다는 전망이 제시됐다.최근 수요계획 소위원회가 반도체 클러스터와 AI 데이터센터 등 대규모 신규 수요를 반영해 제시한 2040년 최대전력 목표수요는 158.4~165.0GW로, 불과 몇 달 전 전망보다 약 27GW 늘어났다. 이는 단순히 전력수요 전망치가 높아졌다는 것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 AI와 반도체를 비롯한 첨단산업이 국가경쟁력을 좌우하는 시대에는 안정적인 전력공급 자체가 산업경쟁력이기 때문이다. 이제 전력정책은 '얼마나 많은 전력을 생산할 것인가'뿐 아니라 '필요한 전력을 언제, 어디에서 공급할 것인가'를 함께 고민해야 한다.급증하는 전력수요에 대응하려면 원전과 재생에너지 등 충분한 발전설비를 확보하고 전력망도 적기에 확충해야 한다. 그러나 대규모 발전소와 송전망 건설에는 상당한 시간과 비용이 필요하다. 특히 반도체 클러스터와 데이터센터처럼 대규모 전력수요가 특정 지역에 집중되면 발전설비의 총량 못지않게 필요한 지역에 전력을 제때 공급할 수 있느냐가 중요해진다. 따라서 기존의 '대규모 발전-장거리 송전-수요지 소비' 방식과 함께 수요지 인근에서 직접 전력을 생산하는 분산형 전력공급 체계를 적극 활용할 필요가 있다.분산전원의 역할을 신규 전력수요에 대한 추가 공급수단으로만 볼 필요도 없다. 기존에 대규모 발전소와 송전망을 통해 전력을 공급받던 산업체와 대형 수요처의 일부가 중소형 자가·분산발전으로 전환한다면 중앙계통이 담당해야 할 전력수요 자체를 줄일 수 있다. 이는 기존 발전설비와 송·변전망의 부담을 완화하고, 그렇게 확보된 계통의 여력을 AI 데이터센터와 반도체 등 새롭게 증가하는 전력수요를 수용하는 데 활용할 수 있다는 의미다. 분산전원은 단순히 새로운 발전설비를 추가하는 것이 아니라 기존 전력 인프라에 새로운 공급여력을 만들어내는 수단이라는 관점의 전환이 필요하다. 이러한 관점에서 다시 살펴봐야 할 것이 가스 인프라다. 우리나라는 수십 년에 걸쳐 LNG 인수기지와 주배관망, 전국의 도시와 산업단지를 연결하는 도시가스 배관망을 구축해 왔다. 그동안 이러한 인프라는 주로 가정과 산업체에 연료를 공급하는 수단으로 인식돼 왔다.그러나 전력수요가 급증하는 시대에는 가스망을 전력망과 함께 국가 에너지시스템을 지탱하는 또 하나의 에너지 수송 인프라로 바라볼 필요가 있다. 모든 에너지를 전기의 형태로 장거리 수송할 필요는 없다. 기존 가스망을 통해 에너지를 수요지까지 운반하고, 그곳에서 열병합발전, 연료전지, 가스엔진·가스터빈 등을 활용해 필요한 전력으로 전환할 수 있다. 전력망과 가스망이라는 두 개의 국가 에너지 네트워크를 상호 보완적으로 활용하는 것이다. 특히 앞으로는 대규모 가스발전뿐 아니라 수요지 가까이에 설치되는 중소형 가스 분산전원의 역할에 주목해야 한다. 중소형 발전설비는 산업단지, 데이터센터, 병원, 대형 상업시설 등 수요처의 특성에 맞춰 설치할 수 있고, 수요 증가에 따라 단계적으로 확충하는 것도 가능하다. 열수요가 있는 곳에서는 열병합발전을 통해 전기와 열을 동시에 생산함으로써 에너지 이용효율도 높일 수 있다. 여기에 '적기 전력공급(Time to Power)'이라는 가치도 주목해야 한다. 글로벌 첨단산업 투자 경쟁에서는 전력가격 못지않게 필요한 전력을 언제 공급받을 수 있느냐가 중요한 입지 조건이 되고 있다. 반도체 공장이나 데이터센터는 준비됐는데 송전망이 수년 뒤에 완성된다면 그 시간의 차이는 투자 지연과 산업경쟁력의 손실로 이어질 수 있다. 이미 구축된 도시가스 배관망을 활용한 중소형 분산전원은 이러한 시간과 공간의 간극을 메울 수 있는 현실적인 대안이 될 수 있다. 물론 이것이 탄소중립 시대에 천연가스 소비를 무조건 확대하자는 의미는 아니다. 천연가스 역시 탄소를 배출하는 화석연료인 만큼 효율적으로 이용하는 한편, 장기적으로는 가스 자체의 저탄소·무탄소화를 함께 추진해야 한다. 그 가능성은 다양하게 열려 있다. 고효율 열병합발전과 연료전지의 활용을 확대하고, 바이오메탄과 청정수소뿐 아니라 재생에너지 기반 수소와 포집된 이산화탄소를 합성해 생산하는 e-메탄의 활용도 검토할 수 있다. 천연가스의 생산과 이용 과정에 CCUS를 결합해 탄소배출을 줄이는 것도 중요한 선택지가 될 수 있다. 따라서 현재의 가스 인프라를 단순히 화석연료 시대의 유산으로 볼 필요는 없다. 공급되는 가스의 탄소집약도를 단계적으로 낮추고 다양한 탈탄소 기술을 결합해 나간다면 기존 가스망은 미래의 저탄소·무탄소 에너지를 수송하고 활용하는 플랫폼으로 진화할 수 있다. 이미 구축된 인프라를 활용하면서 에너지의 탄소집약도를 지속적으로 낮춰가는 것은 안정적인 에너지 공급과 탄소중립을 함께 추구하는 현실적인 전환전략이다. 이제 정책과 시장제도도 이러한 변화에 맞춰야 한다. 중소형 분산전원이 생산하는 전력량만을 평가할 것이 아니라 송전망 부담을 얼마나 줄이는지, 기존 계통에 얼마나 새로운 공급여력을 만들어내는지, 필요한 지역에 얼마나 신속하게 전력을 공급할 수 있는지, 계통 유연성과 에너지효율에 얼마나 기여하는지를 종합적으로 평가하고 그 가치를 적절히 보상할 필요가 있다. 제12차 전력수급기본계획을 수립하는 과정에서도 이러한 관점이 적극 반영되기를 기대한다. 급증하는 전력수요에 대응하는 방법은 대규모 발전소와 송전망을 계속 확충하는 것만이 아니다. 신규 전력수요의 일부를 수요지에서 직접 충당하고, 기존 전력수요의 일부도 중소형 자가·분산발전으로 전환해 중앙계통이 감당해야 할 수요를 줄이는 것 역시 중요한 전력수급 대책이다. 전력수요가 급증하는 시대일수록 국가가 이미 구축한 에너지 인프라를 보다 효율적으로 활용해야 한다. 전력망과 가스망, 중앙집중형 발전과 분산형 발전은 서로 경쟁하는 인프라가 아니라 상호 보완하는 인프라가 되어야 한다. 전기화 시대에 가스 인프라의 역할이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 달라지고 있다. 급증하는 전력수요에 대응하면서 탄소중립과 산업경쟁력, 에너지안보를 함께 달성하기 위해서는 국가 에너지 인프라 전체를 보는 시각이 필요하다. 새로운 발전소와 전력망을 구축하는 노력과 함께, 이미 전국에 구축된 가스 인프라를 어떻게 효과적으로 활용할 것인지 고민해야 할 때다. bienns@ekn.kr

미래엔서해에너지, 장애 영유아 현장학습 봉사활동 진행

미래엔서해에너지(대표이사 송민섭) 한마음봉사단은 지난 13일 장애 영유아 현장학습에 일일도우미로 참여했다. 이날 한마음봉사단원들은 아이들과 함께 청주 오스코 상상체험 키즈월드를 방문해 다양한 놀이시설을 체험했으며, 이동과 놀이활동, 식사 및 휴식 등을 돕는 등 일일도우미 역할을 수행했다. 한마음봉사단 관계자는 "아이들과 함께 놀이와 체험활동을 하며 즐거운 시간을 보낼 수 있어 뜻깊었다"며 "앞으로도 지역사회의 도움이 필요한 이웃들에게 따뜻한 나눔을 실천할 수 있도록 다양한 봉사활동을 지속적으로 추진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미래엔서해에너지는 충남 서북부 5개 시·군(당진·서산·예산·태안·홍성)에 도시가스를 공급하고 있으며, 지역사회와의 상생을 위해 환경보전 활동, 헌혈 캠페인, 성금 기부 등 다양한 사회공헌 활동을 지속적으로 전개하며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실천하고 있다. 이원희 기자 wonhee4544@ekn.kr

구리가격, 전년 대비 44% 폭등…메가프로젝트 변수로

구리 가격이 지난해 연평균 대비 40% 넘게 뛰면서 정부가 추진하는 대규모 전력망 확충 사업인 '메가프로젝트'에도 부담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인공지능(AI) 산업 확대에 따른 전력 인프라 투자로 구리 수요가 늘어나고 있고 주요 생산국의 공급 차질까지 겹치면서 가격 상승 압력이 커지고 있다. 19일 한국광해광업공단의 '8월 2주차 주간 광물가격 동향'에 따르면 런던금속거래소(LME) 기준 구리 가격은 톤당 1만4384달러를 기록했다. 지난해 연평균 가격인 톤당 9945달러와 비교하면 4439달러, 약 44.6% 상승한 수준이다. 최근 가격 상승에는 AI 산업 성장과 각국의 전력망 투자가 영향을 미치고 있다. 광해광업공단의 '7월 전략광종 인사이트'에 따르면 우드맥킨지는 올해 전 세계 정련동 소비량을 2828만1000톤으로 전망했다. 전년보다 약 2% 증가한 규모다. 특히 미국과 중국의 수요가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미국의 올해 상반기 동 소비량은 85만8000톤으로 전년 동기 대비 1.1% 증가했다. 전기동 관세 부과 우려에 따른 재고 확보와 AI 데이터센터의 전력 수요 증가가 영향을 미쳤다. 올해 미국 전체 소비량은 174만5000톤으로 전년보다 2.7% 늘어날 전망이다. 세계 최대 구리 소비국인 중국에서도 전력망 투자가 수요를 끌어올리고 있다. 중국의 올해 상반기 동 소비량은 787만4000톤으로 전년 동기보다 1.3% 증가했다. 중국 정부가 53조위안 이상의 송전망 투자 계획을 확정하면서 올해 중국의 동 소비량은 전년보다 2.3% 증가할 것으로 예상됐다. 반면 공급 확대는 제한적이다. '콩고민주공화국 Kamoa-Kakula', '칠레 El Teniente', '인도네시아 Grasberg' 등 대형 광산에서 지진 피해와 침수, 광석 품질 저하, 용수 부족 등의 문제가 발생하면서 구리 원료 생산에 차질이 빚어지고 있다. 중동과 중국의 황산 공급 차질과 정광 부족까지 겹치면서 올해 정련동 공급도 2828만톤으로 전년보다 1.6% 증가하는 데 그칠 것으로 전망됐다. 최근에도 공급 불안은 이어지고 있다. 인도네시아 주요 제련소에서 긴급 가동 중단이 발생했고 중국에서는 전기동 감산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칠레 역시 폭우로 Los Pelambres 광산 조업이 중단되면서 올해 동 생산 전망치를 기존 70만톤에서 65만톤으로 낮췄다. LME 전기동 재고량도 8월 둘째 주 21만2000톤으로 전주보다 9.1% 줄어 14주 연속 감소했다. 이에 우드맥킨지는 올해 전기동 가격이 중국의 전력망 투자와 미국의 관세 회피 목적의 비축 수요 확대 등의 영향으로 전년보다 28.9% 오른 톤당 1만2814달러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했다. 다만 내년 이후에는 콩고, 칠레, 인도네시아, 잠비아 등 주요 광산의 생산 증가율이 높아지면서 구리 원료 공급이 늘어나 가격 상승을 일부 늦출 수 있다고 예상했다. 이원희 기자 wonhee4544@ekn.kr

석유공사, 조직·인사 쇄신…“비축 기능 강화·해외개발 연구 축소”

한국석유공사가 국내 석유 비축 기능과 공공 서비스를 맡을 조직을 신설하는 방향으로 조직·인사 혁신에 나섰다. 석유공사는 공공기관 경영 혁신 국정과제 달성과 대국민 신뢰 회복을 위해 전면적인 조직·인사 쇄신을 단행했다고 18일 밝혔다. 이번 조직·인사 쇄신은 △에너지 안보 수호에 걸맞는 내실 있는 성장 △해외석유개발 사업 전반에 대한 진단 △조직 효율화와 전문성 기반 업무 방식 정착에 초점을 뒀다고 회사는 설명했다. 이는 손주석 석유공사 사장이 올해 3월 취임 후 강조해온 내용이기도 하다. 석유공사는 공사의 석유자원 비축 기능과 관련한 조직을 강화했다. 비축시설 증설과 국제공동비축 사업 업무를 담당하는 부서를 각각 신설하고, 공공 서비스를 전담하는 공공사업본부도 새로 조직했다. 반면 해외석유개발 사업부문은 연구조직을 축소해 관련 정원의 약 30%에 해당하는 기술인력을 사업부서로 전진 배치하는 등 현장 중심으로 조직을 재정비했다. 아울러 경영관리 분야에서는 기존 4개 부서를 2개 부서로 통·폐합하는 등 조직 운영의 효율성을 높이고 부서간 협업체계를 강화했다. 핵심 인재를 적재적소에 배치하고 능력·성과를 기반으로 차세대 관리자를 발탁하는 인사도 단행했다. 특히 여성 부서장을 최고위 직급으로 승급시키고, 현장직으로 입사한 직원을 비축기지 지사장에 최초로 임명했다. 손 사장은 “이번 조직 개편과 인사 혁신은 에너지 안보 수호와 공공서비스 제공이라는 석유공사 본연의 기능을 한층 강화하기 위한 중요한 첫걸음"이라며 “이번 혁신이 끝이 아니라 시작이라는 각오로, 대국민 신뢰를 회복할 때까지 쇄신을 거듭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정승현 기자 jrn72benec@ekn.kr

AI는 재생에너지 도우미?…오히려 화석연료 구원투수로 등판

인공지능(AI)이 에너지 전환을 가속하는 기술로 주목받고 있지만, 적절한 정책적 개입이 없다면 오히려 화석연료의 수명을 연장하고 온실가스 배출을 늘릴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AI가 태양광·풍력 등 저탄소 에너지의 효율을 높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석유·가스의 탐사와 생산성까지 높여 화석연료를 더 많이 사용하도록 부추기기 때문이다. 미국 시애틀의 비영리 연구·정책 프로젝트인 '인에블드 에미션 캠페인(Enabled Emissions Campaign, 유발 배출 캠페인)'과 퍼듀대학교 등의 연구진은 최근 네이처의 자매 학술지인 'npj 클라이밋 액션(Climate Action)'에 관련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논문에서 연구진은 AI를 단순한 전력 소비 기술이 아니라 '양방향 생산성 증폭기(bidirectional productivity amplifier)'로 규정했다. AI가 재생에너지와 전력망의 효율을 높이는 동시에 화석연료 산업의 생산성도 높인다는 의미다. ◇AI가 태양광도 돕지만 석유도 더 싸게 캔다 AI는 태양광·풍력 발전량 예측, 전력망 운영, 발전설비 유지보수 등을 개선해 재생에너지의 생산성을 높일 수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AI의 기후 영향을 둘러싼 기존 논의 역시 주로 데이터센터가 사용하는 전력과 AI를 활용해 줄일 수 있는 배출량에 초점을 맞췄다. 그러나 이번 연구는 AI가 화석연료 공급 자체의 경제성을 어떻게 변화시키는지에 주목했다. AI가 석유·가스 분야에서는 탐사와 시추, 생산, 정제 등 공급망 전반의 효율을 높이고 생산비용을 낮출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생산비용이 낮아지면 과거에는 경제성이 없었던 화석연료 자원까지 개발할 가능성이 커진다. 문제는 두 효과가 대칭적이지 않다는 점이다. 그렇다면 AI는 어느 쪽에 더 크게 기여할까. ◇AI 적용하면 세계 CO₂ 배출량 최대 18억톤 증가 연구진이 글로벌 에너지·경제 시스템을 대상으로 연산가능 일반균형(CGE) 모델을 이용해 시나리오를 분석한 결과, 화석연료와 재생에너지에 AI가 비슷한 수준으로 도입되는 경우 세계 연간 CO₂ 배출량이 4억7000만톤~18억톤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2024년 세계 에너지 관련 CO₂ 배출량의 1.2~4.8%에 해당한다. 배출 증가를 주도한 것은 재생에너지의 효율 개선보다 화석연료 생산성 향상 효과였다. 특히 연구진은 재생에너지의 생산성 향상이 화석연료 생산성 향상보다 4~5배 커야 AI의 효과가 배출 증가에서 감소로 전환되는 것으로 분석했다. 이는 AI가 재생에너지 산업에 적극 활용된다는 사실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는 의미다. ◇데이터센터보다 더 큰 '숨은 배출' 이번 연구가 주목받는 또 다른 이유는 AI의 기후 영향을 데이터센터 전력소비만으로 평가해서는 안 된다는 점이다. 연구진은 AI의 화석연료 생산성 향상으로 발생하는 '유발 배출(enabled emissions)'을 연간 6억~24억톤 CO₂로 추정했다. 이는 국제에너지기구(IEA)의 2025년 데이터센터 배출량 추정치인 1억8000만톤보다 3.3~13.3배 큰 규모다. 연구진은 다만 두 수치는 서로 다른 분석체계에서 나온 것이어서 직접 합산해서는 안 된다고 설명했다. 핵심은 AI가 에너지를 직접 소비해서 발생시키는 1차적 배출뿐 아니라, AI가 산업의 생산성을 높이고 가격을 낮춰 추가적인 생산과 소비를 유발하는 2차·3차 효과까지 봐야 한다는 것이다. 다만 이번 연구 결과는 미래의 실제 배출량을 예측한 것이 아니라, AI 생산성 충격을 적용한 시나리오 분석이라는 점은 유의할 필요가 있다. 연구진도 실제 배출량의 규모는 달라질 수 있다고 설명한다. ◇'효율 향상'이 반드시 배출 감소로 이어지지 않아 AI로 석유 생산비용이 낮아지면 기업은 생산을 줄이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생산량을 늘릴 수 있다. 과거 경제성이 없었던 유전이 다시 개발 대상이 될 수도 있다. 이처럼 기술 발전으로 생산비용이 내려가면서 소비와 생산이 증가해 기대했던 에너지 절감 효과가 일부 상쇄되거나 역전되는 현상을 '반동 효과(rebound effect)'라고 한다. 이번 연구에서 AI의 효과는 여기서 한 단계 더 나아간다. AI가 화석연료 산업의 경쟁력을 높이면 기존 화석연료 체제가 더 오래 유지될 수 있다. 연구진은 이를 기존 탄소집약적 에너지 체제의 '강화(reinforcement)'라고 설명한다. 현재 세계 1차 에너지의 약 80%가 여전히 화석연료에 의존하고 있다는 점도 문제다. AI가 기존 경제 시스템의 생산성을 높일 경우 상대적으로 규모가 큰 화석연료 시스템에 더 큰 효과가 돌아갈 수 있기 때문이다. ◇해법은 AI 규제가 아니라 '방향'의 규제 연구진이 제시하는 해법은 AI 자체를 제한하는 것이 아니다. AI의 생산성 향상이 어느 에너지 시스템에 집중되도록 할 것인가를 정책적으로 설계해야 한다는 것이다. 우선 AI가 화석연료 생산을 확대해 발생시키는 '유발 배출'을 별도의 기후정책 대상으로 관리할 필요가 있다. 지금처럼 데이터센터의 전력소비와 AI가 줄여주는 배출량만 계산하면 AI의 전체 기후효과를 놓칠 수 있다는 것이다. 동시에 태양광·풍력·전력망·에너지저장 등 저탄소 시스템에 AI 활용을 집중해야 한다. 다만 재생에너지의 AI 활용 확대만으로는 충분하지 않고, AI를 통한 화석연료 공급 확대를 제한하는 공급 측 정책을 병행해야 한다고 연구진은 강조한다. 연구진은 논문에서 “AI가 재생에너지와 전력망의 병목을 해결하고 화석연료의 신규 공급 확대에는 제약을 받도록 정책을 설계한다면 AI는 에너지 전환의 강력한 가속기가 될 수 있다"고 평가했다. 하지만 “시장에만 맡겨 화석연료와 재생에너지에 동일하게 AI를 확산한다면, 현재의 화석연료 중심 경제가 AI를 통해 더욱 효율적으로 작동하면서 에너지 전환을 늦추는 역설이 발생할 수 있다"고 경고도 잊지 않았다. 강찬수 기후환경 전문기자 kcs25@ekn.kr

[EE칼럼] 에너지전환시대에 천연가스개발이 중요한 이유

기록적인 여름 폭염과 같은 이상기온이 반복적으로 발생하고 있다. 모든 것이 기후변화 탓이라고 이야기한다. 기후변화의 주원인은 이산화탄소 방출이다. 이산화탄소의 대부분은 인류의 주요 에너지원인 화석연료로부터 시작된다. 현재 화석연료가 일차에너지의 80%를 담당하고 있다. 기후변화 대응을 위한 전 세계적인 움직임이 에너지전환이다. 화석연료의 사용을 줄이고 신재생에너지의 생산과 활용을 늘려야 한다. 2050 탄소중립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전 지구적인 노력은 아직 큰 결실을 보지 못하고 있다. 인구가 많고 산업 규모가 큰 미국, 중국, 인도 등 전 세계 탄소 방출이 많은 국가의 획기적 변화 없이는 지구의 탄소중립은 요원한 것이 사실이며 현실이다.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탄소증립이 훨씬 오래 걸릴 수도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런 상황에서 전 세계 탄소배출의 2% 미만을 차지하고 있는 한국은 어떻게 탄소중립을 위한 에너지전환을 추진하는 것이 현명한 대안이 될까? 4차산업 시대로 들어서면서 생산 자동화와 인공지능을 위한 데이터센터 등 에너지의 수요가 급증을 할 것으로 예상되고 특히 전력의 수요가 급속도로 증가하여 바야흐로 전기의 시대가 눈앞으로 다가오고 있다. 많은 국가는 신재생과 원자력을 활용하여 전력 생산을 추진하고 있다. 현재 전력의 60%를 석탄과 천연가스가 차지하고 있다. 즉, 완벽한 에너지전환을 위해서는 기존의 전력 생산을 신재생, 원자력, 수소 등과 같은 저탄소 에너지원으로 바꿔야 하고 동시에 늘어날 전력수요도 저탄소 에너지원으로 감당해야 하는 것이다. 에너지전환의 길이 멀고 험하다는 것이다. 한국은 2050년까지 남은 25년간 탄소중립 목표와 에너지전환을 계획대로 추진하고 달성할 수 있을까? 화석연료가 전체 에너지원의 80%를 차지하고 있고, 또한 전력 생산의 35%를 석탄이, 27%를 LNG가 차지하고 있다. 이와 같은 에너지원 공급 현실과 에너지 인프라 전환 및 건설 기간 등을 고려하면 에너지전환 목표 달성은 불가능해 보인다. 미래 에너지원인 수소에너지도 현재는 90% 이상을 대부분을 석탄과 천연가스와 같은 화석연료에 기반하여 생산하고 있다. 문제는 계획 자체보다는 실효성 있는 탄소중립 정책의 실행에 필요한데 그 실천은 큰 희생과 경제적인 어려움을 감내할 수 있어야 가능하다. 미국과 이란의 전쟁으로 인한 에너지 공급망 확보가 더 아프게 다가오는 우리에게 미래의 에너지전환은 그냥 나중 일이 되어가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결국 다가오는 “전기의 시대"에 늘어나는 전력을 적기에 공급하기 위해서는 원자력과 천연가스의 역할이 중요할 수밖에 없다. 현실적인 탄소중립 정책을 위해서는 탄소배출이 많은 석탄을 대신해 탄소배출이 60% 수준인 천연가스를 활용하는 것이 중요하다. 전력과 달리 천연가스는 일차에너지원으로서 냉난방에도 직접 활용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또한 천연가스는 수소의 생산에도 큰 기여를 하고 있다. 다만 수소 생산 시 발생하는 이산화탄소를 포집하여 지층에 주입하여 저장 격리하는 이산화탄소 지중저장(CCS) 분야가 연계되는 것이 중요하다. 전 세계 탄소중립의 늦은 속도와 큰 불확실성이 존재하는 지금의 에너지전환 시대에는 천연가스를 적극 활용하는 것이 중요하다. 국가 탄소중립 정책이 본래 시간표대로 수행되더라도 에너지전환의 가교 에너지원으로서 천연가스의 역할은 상당 기간 지속될 것이며 수소에너지 시대에 접어들어서도 CCS 기술과 연계되어 중요할 수밖에 없다. 만약 탄소중립이 우리의 청사진처럼 이루어지지 않고 늦어진다면 천연가스의 역할은 더욱 중요하게 남아있을 것이다. 생산이 완료된 가스전은 이산화탄소 저장소로 활용될 수 있기 때문에 천연 가스전은 자체로 탄소중립이 가능한 에너지원으로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 불확실한 탄소중립과 에너지전환 시대에서 중요한 역할을 할 천연가스와 이를 활용한 수소 생산과 CCS 분야를 연계한 적극적인 정책이 추진되면 에너지 신산업화 뿐만 아니라 국가 에너지 안보 측면에서도 큰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 이것이 국내 가스전 개발과 그 활용인 CCS가 중요한 이유이다. bienns@ek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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