셀트리온이 향후 3년간 국내에 4조원 가량 대규모 투자에 나서는 한편, 연간 연구개발(R&D) 투자 규모를 1조원까지 확대할 계획을 밝히며 빅파마 전환 속도를 올렸다. 다만 이번 대규모 투자계획 발표로 단기간 수조원대 지출이 예고되면서 투자금 조달 방안에도 관심이 모아진다. 18일 업계에 따르면, 서정진 셀트리온그룹 회장은 지난 16일 이재명 대통령 주재 한미 관세협상 후속 민관 합동회의에서 “향후 3년간 인천 송도와 충북 오창, 충남 예산에 총 4조원 규모로 시설 투자를 하겠다"고 밝혔다. 이날 서 회장이 “송도와 오송, 오창(투자를) 밸런스를 맞춰 진행할 계획"이라며 “그동안 바이오의약품 소부장(소재·부품·장비) 관련 수입되는 원부자재가 많았는데 국산화율도 높일 것"이라고 공언한만큼, 바이오의약품과 화학합성(케미컬)의약품을 아우르는 전사적 생산 역량을 확대할 구상인 것으로 해석된다. 셀트리온과 계열사 셀트리온제약의 사업보고서를 보면, 인천 송도 1~3 공장은 바이오시밀러 등 셀트리온의 바이오의약품 제조를, 충북 청주(오송)·진천 공장은 셀트리온제약의 케미컬의약품과 바이오의약품 생산을 담당하고 있다. 충남 예산 공장은 셀트리온이 오는 2028년 완공을 목표로 건립을 진행중이다. 서 회장의 연구개발(R&D) 투자 확대 기조도 이목이 집중된다. 셀트리온이 항체약물접합체(ADC) 등 차세대 신약까지 사업 구조를 확장하는 등 대형 제약사로의 체질 전환에 나서고 있다는 시장의 분석에 무게가 쏠리는 탓이다. 서 회장은 “지금까지 해마다 약 6000억원을 R&D 비용으로 사용했는데, 내년부터는 8000억원 정도를 쓸 계획"이라며 “내후년쯤 되면 (연간 연구개발비가) 1조원을 넘길 예정인데, 글로벌 상위 제약사와 맞먹는 규모"라고 언급했다. 셀트리온은 지난 2023년 R&D에 연간 총 3427억원을 투자한 데 이어, 지난해 약 4200억원으로 투자 규모를 확대한 바 있다. 올해는 3분기 말까지 3533억원 투자에 나서며 전년동기 3128억원 대비 약 13% 가량 R&D 투자 규모를 키웠다. 셀트리온이 오는 2028년까지 ADC와 다중항체를 포함한 차세대 바이오 신약 후보물질 13종을 개발한다는 방침인 가운데, R&D 투자 확대를 지속하면서 신약 파이프라인 개발과 신규 후보물질 발굴 속도도 높아질 전망이다. 현재 셀트리온은 'CT-P70'과 'CT-P71', CT-P73' 등 항암 ADC 파이프라인의 임상 1상을 진행중이며, 미국 에이비프로와 개발중인 이중항체 면역항암제 후보물질 'CT-P72'은 최근 전임상 연구결과를 공개하는 등 본격적인 임상시험 진입 채비에 나서고 있다. 이처럼 셀트리온이 공격적인 투자 확대에 나설 수 있었던 배경에는 바이오시밀러의 글로벌 판매 호조와 셀트리온헬스케어 합병 후유증을 벗어난 데 따른 원가율 개선 효과가 자리한다. 최근 바이오시밀러 3종(램시마·유플라이마·베그젤마)이 유럽 시장에서 잇따라 처방 1위에 오르며 매출 확대를 지속하는 가운데, 셀트리온헬스케어 합병 직후 최대 63%까지 치솟았던 매출원가율도 올 3분기 39%로 개선돼 현금창출력과 수익성이 크게 높아졌다. 셀트리온의 현금창출력을 가늠해 볼 수 있는 상각전영업이익(EBITDA)은 올 3분기 기준 1조616억원으로, 3개 분기만에 지난해 연간 EBITDA(9103억원)를 넘어서며 가파른 성장세를 보였다. 서 회장은 내년 셀트리온 연간 EBITDA가 3조원에 달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1~3분기 누적 영업이익도 6933억원으로 전년동기 2956억원 대비 134.5% 성장하며 수익성이 크게 개선됐다. 김승민·조세은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향후) 스테키마 및 신규 바이오시밀러가 탑라인 성장을 견인할 것으로 보인다"며 “합병 영향의 소멸과 신제품 중심의 제품 믹스 개선에 따라 수익성 개선 폭이 두드러질 것으로 예상한다"고 진단했다. 다만 대규모 투자 확대를 위한 구체적인 재원 확보 방안은 아직 공개되지 않은 상태다. 당장 1조~2조원 규모 미국 공장 투자금 집행이 연말 예고돼있는데다, 3년간 국내 4조원 규모 투자를 공언한만큼 단기간 수조원대의 재원확보 방안 마련이 필요한 상황이다. 올 3분기 말 기준 셀트리온이 보유한 현금및현금성자산은 전년말 9964억원 대비 18.6% 감소한 8100억원이다. 단순 수치만 놓고 보면 연말 미국공장 투자를 위해 보유현금자산의 2배에 이르는 지출이 이뤄지는 셈이다. 재원 조달 방안을 추가로 마련할 필요성이 대두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이에 업계에서는 은행 차입과 전환사채(CB)·교환사채(EB) 등 주식연계채권(메자닌) 발행 가능성, 매입 자사주 활용 가능성 등이 폭넓게 거론된다. 실제 셀트리온은 은행 차입을 적극 활용하며 투자 여력을 확보해나가는 모양새다. 올 3분기말 기준 셀트리온 유동부채 규모는 4조84억원으로 지난해말 3조1871억원 대비 8213억원(25.8%) 확대됐다. 이 가운데 단기금융부채는 같은 기간 7322억원 증가한 2조8345억원 규모로 집계됐다. 메자닌 활용 가능성도 점쳐진다. 앞서 지주사 셀트리온홀딩스는 지난 8월 셀트리온 지분 매입을 목표로 메리츠금융그룹 대상 5000억원 규모의 CB를 발행을 결정한 바 있다. 지난 2018년 CB 발행(2000억원) 이후 7년만이다. 매입 자사주를 활용해 재원을 조달할 가능성도 무게가 실린다. 셀트리온그룹은 올해만 약 8800억원 규모로 셀트리온 주식 매입에 나서고 있으며, 셀트리온도 8500억원어치 자사주를 매입하는 한편 9000억원 규모로 자사주 소각을 진행했다. 그동안 주주가치 제고를 목적으로 보유현금규모에 맞먹는 자사주 매입-소각 작업을 진행해왔지만, 최근 재원조달 방안 마련이 지속 요구되는만큼 매입 자사주를 활용해 자금을 확보할 가능성이 있다는 게 업계의 시각이다. 앞서 서 회장은 지난 9월 열린 온라인 간담회에서 “자사주 중 어느 정도를 유동화할지, 소각할지 주주들의 의견을 물어 결정하려 한다. 유동화한다면 3년 정도는 매각되지 않게 락을 걸어 놓고 유동화할 생각"이라며 매입 자사주 활용 가능성을 시사하기도 했다. 이와 관련 셀트리온 관계자는 “(서 회장이 16일 언급한) 투자나 재원 마련과 관련한 사안들은 공개가 가능한 시점에 별도로 안내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박주성 기자 wn107@ekn.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