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예 퇴직에 사업부 매각까지…석화업계, 물러날 곳이 없다

석유화학업계의 돈줄이 장기 불황과 투자 자금 소요 등으로 인해 말라가고 있다. 주요 석화 기업들의 합산 적자 규모는 조단위에 이른 가운데 업계는 감원이나 사업부 매각 등 각종 자구책을 통해 활로를 모색하고 있다. 8일 석화업계에 따르면 해상 운임이 급등한 탓에 운반비 부담이 가중돼 작년 주요 업체들의 합산 손익은 적자로 돌아섰다. 또 올해에도 저조한 수익성과 투자 자금 소요 등으로 국내 관련 업체들의 재무 악화는 과거 대비 더욱 뚜렷해지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주요 원인으로는 중국 경제 성장률 둔화 속 자국 내 자급률 상승과 유가 앙등, 신규 투자 부담 확대 등이 꼽힌다. 롯데케미칼·한화솔루션·SKC·효성화학 등 4개사의 작년 영업손실은 취합한 결과 총 1조6416억원으로 집계됐다. 이 중 롯데케미칼은 범용 올레핀 계열 부진의 영향이 커 적자 규모도 8941억원으로 최대치를 기록했고, 3년 연속 적자를 면치 못하고 있다. 작년 10월 미국 루이지애나 법인 지분 40%에 대해 6627억원 상당의 주가 수익 스왑(PRS) 계약을 체결했고, 올해 2월과 3월에는 파키스탄 법인 지분과 LCI 지분을 매각해 7479억원을 확보했다. 울산 사업장에서는 일부 생산 라인 가동을 중단했고, 인력을 재배치하는 과정에서 퇴사자들이 생겨났다. 롯데케미칼 관계자는 “회사 차원에서 권고 사직 등 구조조정을 단행했다는 보도 내용은 사실과 다르다"면서도 “일정 부분 명예 퇴직 방식으로 진행된 건 맞다"고 말했다. 투자 은행(IB)업계에 따르면 LG화학은 사모펀드 글랜우드 프라이빗에 최근 수처리 필터 사업을 1조3000억원에 매각하는 협상을 이어가고 있다. 또한 40년 간 운영해오던 여수 공장 사택도 폐지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LG화학 관계자는 “확정된 바는 없다"면서도 “친환경 소재·전지 소재·신약 등 3개 신 성장 동력에 전사적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고 전했다. 사측이 매각설에 대해 부인하지 않아 업계에서는 기정사실로 받아들이고 있다는 전언이다. 작년 영업손실이 3002억원인 한화솔루션은 울산 사옥 부지와 한화저축은행 지분 매각해 3382억원을 마련하는 등 다양한 방안을 실행했다. 그러나 주력인 석화와 신재생 에너지 사업 모두 업황이 저조해 영업 실적 회복을 바탕으로 한 재무 안정성 개선에는 상당한 시일이 소요될 것이라는 게 한국신용평가의 분석이다. SKC는 동박 사업이 전기차 캐즘에 따른 전방 수요 둔화와 시장 공급 생산 과잉으로 인한 낮은 가동률이 지속됐고, 국내 전력 비용이 급격히 상승해 손익 구조가 약화됐다. 이에 따라 작년 11월에는 SK넥실리스 FCCL 박막을, 12월에는 SK엔펄스 CMP 패드 사업을 매각해 4360억원을 확보했다. 올해에는 구매력이 큰 중화권 대형 고객사향 공급이 본격화되고, 기존 고객사들의 가동률 정상화가 예상돼 판매 물량의 탄력적인 회복을 기대하고 있다. SKC 관계자는 “투자 자산의 손상 등으로 세전 적자가 더욱 심화됐다"며 “전방 산업의 부진은 계속될 전망이지만 주요 사업의 본원적 경쟁력을 강화함과 동시에 미래 사업의 성장 기반을 탄탄히 구축해 수익 기반을 회복하고, 차입구조 개선, 폴란드 정부 보조금 확보 등 재무 건전성을 지속 강화해 나가겠다"고 설명했다. 효성화학은 역내 프로필렌 계열 증설로 경쟁 강도가 높아지는 가운데 해상 운임이 급등해 수익성이 악화됐다. 작년 12월 특수 가스(NF3) 사업 부문은 효성티앤씨에 양도했다. 한편 산업통상자원부는 석화산업 경쟁력 제고 방안을 포함한 업계 재편 지원책을 발표했지만 자율 컨설팅을 맡겨 결과를 기다리는 중이라며 유보적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 안덕근 산업부 장관은 지난달 15일 국회에서 열린 대정부 질문에 “정부가 강력한 메스를 들이대면 문제의 소지가 있다"며 “중장기 연구·개발(R&D)로 기술력을 제고하려는 기업이 있고,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 종식되면 수요가 나올 수도 있어 과도한 구조조정보다는 자율적인 사업 재편으로 지원을 계획 중"이라고 답변했다. 김서연 한신평 기업평가본부 수석연구원은 “석화 산업단지에는 여러 기업의 설비가 유기적으로 밀접하게 연계돼있기 때문에 개별 매각이 쉽지 않은 구조적 특성이 있다"며 “장기간 지속된 수익성 저하로 인수자 확보와 매각가 협상에도 어려움이 따르고, 실제 사업·재무 효과로 나타나기까지는 상당한 시일이 소요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박규빈 기자 kevinpark@ekn.kr

[대선 2025]이재명 “경제 살리기는 기업, 신규 성장동력 발굴”

최근 '중도 보수'를 자처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8일 '친기업 행보'를 이어갔다. 경제를 살리는 일의 중심은 바로 기업이고, 과거처럼 경제·산업 문제를 정부가 제시하고 끌고 가는 시대는 이제 지났다면서 재생에너지 산업 등 신규 성장 동력의 발굴 필요성을 강조했다. 이 후보는 이날 대한상공회의소에서 한국경제인협회·한국무역협회·한국경영자총협회·대한상공회의소·한국중견기업연합회가 개최한 '대선후보 초청 경제5단체장 간담회'에 참석했다. 이 자리에서 이 후보는 “앞으로 우리가 해야 할 가장 중요한 일은 결국 민생을 살리는 일이고, 민생을 살리는 일의 핵심은 바로 경제를 살리는 일"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이 후보는 “이제는 민간 영역의 전문성과 역량을 믿고, 정부 영역이 이를 충실히 뒷받침해주는 방식으로 가지 않으면 어려운 상황들을 이겨내기 어려울 것이고, 특히 우리는 앞으로 추격자가 아니라 선도자의 길을 가야한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거기에 더해서 새로운 산업 영역, 성장 동력을 만들어내고, 그 속에서 기회의 공정, 결과 배분의 공정을 통해서 양극화도 조금씩은 완화해가면서 지속적인 성장의 길을 우리가 찾아낼 수 있을 것이라고 확신한다"고 말했다. 특히 이 후보는 재생에너지 산업에 대해서 특별히 관심을 가지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한국이 엄청난 화석연료를 수입하는데 RE100(재생에너지 100% 사용)이나 탄소 국경세 등 때문에 기업 경제 심각한 문제가 생길 수 있어 재생에너지 산업을 육성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또 재생에너지 생산도 국내에서 대체할 수 있다면 에너지 수입을 대체할 수 있고 많은 일자리도 생기고, 지방의 새로운 소득원으로 지역 균형 발전의 도움이 될 것으로 봤다. 문화산업에도 주목했다. 그는 “지금은 '케이팝', '케이컬쳐'가 '한국 멋있다' 수준이라면, 앞으로는 하나의 산업으로(나가야 한다)"며 “문화의 최정점이라고 할 수 있는 강점을 살려서 큰 중간재도 필요없는 문화산업의 대대적 육성을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아울러 우주항공·바이오 산업도 우리에게 새로운 기회 요인이라고 짚었다. 이어진 제언 시간에서 최태원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은 “최근 미국과 중국의 갈등에서 보듯이 경제 규모가 큰 국가가 새로운 룰을 만들면 우리는 수용할 수밖에 없는 입장이 됐다"며 경제 규모 확대를 위해 다른 나라와 연대할 필요성이 있다고 제언했다. 최 회장은 “가장 가까운 일본과의 경제연대 모색이 필요하다고 제언을 드린다“며 "경제연대라는게 협조 정도가 아닌 EU와 같은 공동체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날 간담회에는 손경식 한국경영자총협회 회장, 류진 한국경제인협회 회장, 윤진식 한국무역협회 회장, 최진식 한국중견기업연합회 회장 등도 참석했다. 윤동 기자 dong01@ekn.kr

[석유시장 동향] 관세전쟁 우려 줄면서 3월 국내수요 회복…바닥 딛고 반등 예상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주도하는 관세 전쟁의 영향이 다소 줄어들면서 지난 3월 국내 석유제품 수요도 다소 회복됐다. 국내에서는 상호관세 여파를 예의주시하면서도 석유제품 수요가 지금 이상 크게 줄어들지 않을 것이라는 낙관적인 관측이 나온다. 5일 한국석유공사에 따르면 지난 3월 원유수입량은 8029만 배럴로 지난해 3월 8260만 배럴 대비 231만 배럴(2.8%) 줄었다. 다만 올해 2월 7663만 배럴에 비해서는 366만 배럴(4.78%) 늘어난 수준이다. 지난 3월 국내에서 정제처리된 원유도 7683만 배럴로 2월 7670만 배럴 대비 13만 배럴(0.17%) 늘었다. 다만 지난해 3월 8713만 배럴에 비해서는 11.82% 줄어든 규모다. 석유제품 소비량도 이와 유사한 흐름을 보였다. 3월 국내 석유제품 소비량은 7801만 배럴로 전월 7256만 배럴 대비 회복세를 보였으나 지난해 3월 8069만 배럴 수준만큼 회복하지는 못했다. 다만 올해 2월 소비량이 지난 2023년 4월 7045만 배럴 이후 2년여 만에 최저치를 기록할 정도로 급감했으나 3월에 바로 반등한 점이 눈에 띈다. 상품별 생산량을 살펴보면 올해 1~3월 아스팔트 생산량이 지난해 1~3월 대비 36.2% 줄었다. 벙커씨유 16.29%, LPG 10.9%, 경유 9.41%, 윤활유 7.04% 등 대부분 제품에서 하락세를 보였다. 다만 최근 항공 수요가 회복되면서 항공유 생산이 지난해 대비 2.7% 상승해 견조한 생산량을 보였다. 난방용으로 활용되는 등유도 지난해보다 2.79% 많이 생산됐다. 국내 석유제품 수요는 지난 2월 급감했다가 3월 들어 다소 회복세를 보였다. 이는 트럼프 행정부 2기의 관세 전쟁 영향이 다소 줄어든 결과로 분석된다. 3월 초 미국이 전 세계를 대상으로 했던 상호 관세 조치가 결국 유예된 덕이다. 앞서 트럼프 행정부는 한국 포함 57국에 10~50% 상호 관세를 부과한다고 밝혔다. 발표 다음 날 뉴욕 주식시장에서 시가총액 3조1000억 달러(약 4500조원)가 사라지는 등 경기 위축에 대한 공포가 만연했다. 결국 트럼프 대통령은 90일간 관세를 유예하며 물러설 수밖에 없었다. 철강 및 알루미늄 제품에 대한 25% 관세는 3월 발효됐지만 트럼프는 자동차·부품 관세와 중복 적용하지 않기로 했다. 전 세계 수입품에 부과하는 기본 관세(10%)는 이미 그만큼 내고 있던 국가가 적지 않아 효과가 매우 크지 않다는 분석이 나온다. 정유업계는 향후 2월 만큼 국내 석유제품 수요가 줄어드는 일은 없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미국의 정책 영향에 따라 환경이 급변할 가능성은 있으나 협상이 가능할 것이라는 관측에서다. 정유업계 관계자는 “미국이 상호관세 등에서 다소 유예적 조치를 취하고 있어 향후 여파가 2월만큼 크지는 않을 것"이라며 “다만 국내 정부도 협상을 통해서 최대한 관세 리스크를 줄여야한다"고 말했다. 윤동 기자 dong01@ekn.kr

‘스페셜티 자신감’…금호석유화학, 업황 부진 속 美·인니 법인 신설도

작년 국내 석유화학업계가 전반적으로 대규모 적자를 기록했다. 수급 전망을 감안하면 우호적이지 않은 영업 환경이 지속될 것이라는 예상이 지배적인 가운데 고부가가치품(스페셜티)에 승부수를 건 금호석유화학은 안정적인 실적을 내며 해외 법인 확장 등 견조세를 보이고 있다. 3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 시스템(DART)에 따르면 LG화학·롯데케미칼·한화솔루션·SKC·효성화학 등 국내 6개 석유화학사의 합산 영업손실은 -1792억원으로 집계됐다. 주요 업 스트림 회사는 대체로 연간 영업이익이 적자 전환한 것으로 파악됐고, 다운 스트림 기업의 경우 주요 제품군에 따라 방향성이 상이하나 수익성은 전반적으로 전년 대비 위축됐다. 올해에도 석화 산업의 전망은 밝지 않다는 게 업계 중론이다. 한국신용평가는 그 이유로 △중국 경기 불확실성·공급 과잉 △글로벌 수요 부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관세 정책 △고환율 등을 꼽았다. 특히 중국에서는 2020년부터 2023년까지 대규모 설비가 증설됐고, 이에 따라 시장에서는 물량이 넘쳐나 가격 하방 압력이 지속됐다. 일부 증설 일정 지연으로 2024년 공급 부담은 전년 대비 축소됐지만 스프레드 개선 효과는 제한적이다. 올해 이후 중국과 중동을 중심으로 생산 능력 확장이 재개될 예정이고, 정유사의 정유·석유화학 통합 시설(COTC) 설비 확충도 부담 요소로 작용한다. 이 같은 시황에 재무 압박을 받는 LG화학은 편광 필름·진단 사업을 매각했고, 여수 나프타 분해 설비(NCC)도 구조조정 대상으로 삼았다. 롯데케미칼은 중국·말레이시아·파키스탄 등 해외 법인을 털어냈고, 효성화학은 특수 가스 사업부를 효성티앤씨에 넘겼다. 한편 금호석유화학은 스페셜티로 업황 부진을 정면 돌파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금호석유화학 합성 고무 부문은 글로벌 경기 침체 지속과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에도 불구하고, 매출액이 전년 대비 29% 늘어난 2조7953억원, 판매량은 전년 동기 대비 16% 증가한 134만2012톤을 기록했다. 이는 합성 고무의 톤당 가격이 208만3000원으로 전년 대비 1.12배 오르는 등 주요 원재료 가격 강세로 금호석유화학은 판매 단가 인상에 적극 나선 결과다. 또 고형 고무의 적극적인 포트폴리오 전환과 니트릴 부타디엔(NB) 라텍스 판매량 증대를 추진한 점도 반영됐다. 금호석유화학의 핵심 수익원 중 하나인 NB 라텍스는 의료·위생용 장갑에 사용되는 주요 원료로, 일반 비닐 장갑에 비해 내구성과 화학 물질 저항성이 뛰어난 것이 특징이다. 특히 알레르기 유발 가능성이 낮고 노화에 강한 특성 덕분에 의료 현장에서 선호도가 높다. NB라텍스 제품군은 금호석유화학의 회사 전체 매출의 약 40%를 차지해 외형 성장에 크게 기여했고, 고부가가치 스페셜티 제품 전략의 한 축으로 자리매김했다. 이 가운데 금호석유화학은 전 세계 각국의 전략적 시장성과 산업 기반, 공급망 다변화와 고객 밀착 영업 강화 필요성에 따라 해외 법인 2개소를 세웠다. 작년 1월에는 'PT 금호 페트로케미칼 인도네시아'를 설립해 중국 소재 해외 투자 지주회사인 금호페트로홀딩스유한공사와는 8억5200만원을 들여 지분 100%를 취득했다. 이 회사는 인도네시아 현지 법인으로, 자카르타 소재 판매·영업 사무소다. 업계에서는 금호석유화학의 인도네시아 진출 배경으로 동남아 최대 내수 시장이라는 점과 현지 다국적 기업과의 거래선 확보 필요성 등 고객 기반 확대, 동남아 전역에 접근 가능한 지리적 이점에 따른 물류·수출입 허브 역할 수행, 현지 법인을 통한 규제 대응 등을 꼽는다. 또 2023년 12월에는 세계 최대 합성 고무·수지·고기능 소재 소비 시장인 미국에 'KKPC(금호석유화학) 아메리카' 법인을 조직했고, 작년 6월 3억1700만원을 투입해 지분 100%를 확보했다. 미국에는 브리지스톤·굿이어·미쉐린 등 굴지의 글로벌 타이어 업체들이 공장을 두고 있고, 현지 고객들에 대한 영업·기술 지원을 수행하기 위해 진출했을 것으로 보인다. 또한 최근 미국 정부가 자국 내 생산 시설 건립 시 관세를 면제해준다는 것을 골자로 정책을 내놓고 있어 현지 법인의 역할 확대가 기대된다. 금호석유화학 관계자는 “당사의 중장기 사업 포트폴리오의 세계화 전략에 따라 합성 고무·합성 수지·고무 약품 등 사업의 시장적 근접성·지리적 경쟁력·원료 확보의 용이성 등 최상의 경쟁력을 갖춘 최적의 글로벌 생산 거점 확보를 위해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박규빈 기자 kevinpark@ekn.kr

[컨콜] SK이노베이션, 10분기 來 최대 매출에도 수익성 악화

SK이노베이션이 올해 1분기 매출 21조원을 돌파하며 10분기 만에 분기 최대치를 기록했지만, 유가 하락과 정제마진 약세, 석유화학 업황 부진으로 영업손익은 적자 전환됐다. 북미 중심의 배터리 출하 증가와 E&S 실적 반영으로 외형은 성장했으나 이익 방어에는 실패했다. SK이노베이션은 2025년 1분기 연결 재무제표 기준 매출 21조1465억원, 영업손실 446억원을 기록했다고 30일 공시했다. 전년 동기 대비 매출은 12.2%, 전분기 대비 1조7049억원 증가해 2022년 3분기 이후 10분기 만에 최대치를 기록했다. 이는 지난해 말 SK E&S와의 합병 이후, 해당 법인의 실적이 분기 전체에 반영된 데 따른 결과다. 반면 수익성은 악화됐다. 국제 유가 하락과 정제 마진 약세, 석유화학 업황 부진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며 작년 6247억원 흑자를 기록했던 영업이익이 적자 전환됐다. 순손익도 –1257억원으로 적자를 이어갔다. 사업부문별 매출과 영업이익은 △석유(11조9181억원, 363억원) △화학(2조4770억원, –1143억원) △윤활유(9722억원, 1214억원) △석유 개발(3831억원, 1204억원) △배터리(1조6054억원, –2993억원) △소재(238억원, –548억원) △E&S(3조7521억원, 1931억원) 등으로 집계됐다. 배터리 부문은 북미 완성차 공장의 가동률 회복과 출하량 증가로 전분기 대비 손실폭을 601억원 줄였다. SK온은 닛산으로부터 99.4GWh, 미국 전기차 스타트업 슬레이트로부터 20GWh 규모 배터리 공급 계약을 잇따라 따내며 북미 시장 내 고객 다변화에 성공했다고 밝혔다. 1분기 첨단제조생산세액공제(AMPC) 수혜 규모도 1708억원으로 전분기 813억원 대비 약 2배 확대됐다. 석유 개발 자회사 SK어스온은 베트남 15-2/17 광구에서 일일 최대 1만배럴 규모의 고품질 원유 시험 생산에 성공했다. 올해 하반기에는 3~4공의 평가정 시추를 진행해 매장량과 상업성을 본격적으로 판단할 계획이다. 글로벌 조사기관 우드맥킨지는 해당 광구를 최근 10년간 베트남에서 가장 유망한 유전 탐사 사례로 평가한 바 있다. 이날 컨퍼런스콜에서는 배터리 사업의 북미·유럽 수요 회복 가능성과 차세대 기술 전략, 석유 개발 사업의 상업성, SK온의 재무 구조 개선 방향에 대한 증권사 연구원들의 질문이 집중됐다. 유럽 전기차 시장과 관련, SK온 관계자는 “1월과 2월 전기차 판매량이 전년 동기 대비 약 21% 증가했고, 당사 출하량도 27% 늘었다"며 “주요 OEM의 신차 출시가 이어지는 만큼 연간 판매량 증가와 가동률 확대가 기대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불확실성이 상존하는 만큼 회복세가 지속될지는 좀 더 지켜봐야 한다"며 신중한 입장을 보였다. 차세대 배터리 기술 전략에 대해서는 고성능 NCM 파우치 기술을 기반으로 건식 코팅·미디엄 니켈 등 원가 절감형 기술 개발을 병행하고 있고, 각형 배터리는 2028년 양산을 목표로 주요 OEM과 협의 중이라는 입장이다. 또한 향후 반고체·전고체 배터리 기술도 준비하고 있다고 부연했다. SK온의 재무 구조에 대해 회사 관계자는 “작년 하반기 SK트레이딩인터내셔널(SKTI)와 SK엔탐과의 합병, 1조50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통해 자본 여력을 보강했다"고 설명했다. 또 “대규모 투자 사이클이 마무리되고 있어 추가 차입 부담은 줄고 있다"며, 현금흐름 개선과 자산 효율화 등을 통해 재무 안정화를 추진하겠다고 덧붙였다. SK엔무브는 전기차 확산에 따른 엔진 오일 수요 감소 우려에도 불구하고 윤활유 부문에서 그룹 3과 3+ 제품은 고연비 환경 규제 강화에 따른 수요가 유지될 것으로 전망했다. SK엔무브 관계자는 “2025~2035년까지 연평균 2%대의 시장 성장률이 기대된다"며 “전기차용 냉각유와 공기 조화 설비(HVAC) 냉매 사업 진출 등으로 수익 포트폴리오를 다변화하고 있다고 했다. E&S 부문은 호주·북미·탄중 가스전에서의 연간 300만톤 규모의 저가 액화 천연 가스(LNG) 도입이 2026년부터 본격화될 예정으로, 수익성 개선에 크게 기여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전했다. 아울러 국내 전력 구매 계약(PPA) 시장에서는 아모레퍼시픽과 현대차, 삼성디스플레이 등과 누적 1.2GW 이상의 계약을 체결하며 RE100 대응에도 적극 나서고 있다고 설파했다. 향후 윤활유 자회사 SK엔무브 기업 공개(IPO)에 대한 질의도 나왔다. 이에 서건기 SK이노베이션 재무본부장은 “전략적 옵션 중 하나로 신중하게 검토 중이지만 현재 구체적인 일정은 정해지지 않았다"고 답변했다. 또 “2분기부터는 정제 마진 회복과 배터리·소재 판매 확대, 저가 LNG 도입 본격화 등을 통해 실적 개선이 가능할 것"이라며 “석유·화학부터 배터리·LNG·전력까지 아우르는 종합 에너지 포트폴리오를 통해 본원적 경쟁력과 재무 건전성을 강화해 나가겠다"고 덧붙였다. 박규빈 기자 kevinpark@ekn.kr

LG화학, 화학 반등과 소재 호황에 1분기 호실적…“올해도 사업 재편 지속”

LG화학이 석유화학 부문 적자폭 축소와 고부가 소재 매출 확대에 힘입어 올해 1분기 호실적을 기록했다. 자회사 LG에너지솔루션이 원가 절감 효과로 흑자 전환에 성공하면서 전사 수익성 개선을 뒷받침했다. LG화학은 올해 1분기 연결기준 매출액 12조1710억원과 영업이익 4470억원을 기록했다고 30일 공시했다. 전년 동기 대비 매출은 4.8%, 영업이익은 68.9% 각각 증가했다. 전분기와 비교하면 매출은 1.3% 감소했으나, 영업이익은 흑자 전환했다. 차동석 LG화학 사장은 “석유화학 사업의 적자폭 축소, 전자소재 및 엔지니어링소재의 고부가 제품 확대 등으로 전분기 대비 개선된 실적을 달성했다"며 “고성장·고수익 사업 중심의 포트폴리오 재편과 경영 효율성 제고를 통해 중장기 성장 기반을 다질 것"이라고 말했다. 부문별로 보면, 석유화학 부문은 매출 4조7815억원과 영업손실 565억원을 기록했다. 대산공장 정전과 전력단가 상승 등으로 수익성이 악화됐지만, 환율 강세와 비용 절감 노력에 힘입어 전분기 대비 적자폭은 줄었다. 첨단소재 부문은 매출 1조4898억원과 영업이익 1270억원을 기록했다. 고부가 전자소재 및 엔지니어링소재 매출 증가에 힘입어 수익성이 회복됐지만 오는 2분기에는 미국의 관세 정책 변화 등으로 전지재료 출하 감소가 예상된다. 생명과학 부문은 매출 2856억원과 영업손실 134억원을 기록했다. 자가면역질환 치료제 및 백신 수출 시점 차이로 인해 매출과 수익성이 다소 감소했지만, 2분기부터는 견조한 매출 흐름과 글로벌 임상 과제에 대한 투자가 지속될 전망이다. 이날 LG화학은 실적 발표 후 컨퍼런스콜을 통해 사업 재편 계획에 대해 소통하기도 했다. LG화학 고위 관계자는 “최근 언론에서 기사화된 수처리 매각과 관련해서는 아직까지 확정된 바는 없다"며 “다만 LG화학은 지난 몇 년 동안 지속적으로 포트폴리오 조정을 전략적으로 실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미래 경쟁력 관점에서 중장기 성장이 정체되거나 경쟁력 저하되거나 또는 앞으로 저하될 가능성이 높은 사업, 또는 당사 사업과 시너지가 부족한 영역에 대해서는 포트폴리오 구조를 재정립하면서 그런 부분을 여전히 아웃 가능성 열어두고 준비를 해나가고 있다"고 덧붙였다. 윤동 기자 dong01@ekn.kr

HD현대오일뱅크, 네이버클라우드에 ‘서버용 액침 냉각’ 제품 공급…신 사업 박차

HD현대오일뱅크는 네이버클라우드에 '엑스티어 E-쿨링 플루이드'를 공급하기 시작했다고 30일 밝혔다. 기간은 2028년까지 총 4년 간이다. 이 제품은 액침 냉각 서버 테스트 프로젝트에 활용되며, 네이버클라우드는 제품 사용성·성능 검증·고도화를 진행할 예정이다. HD현대오일뱅크는 2024년 액침 냉각 제품 브랜드인 '엑스티어 E-쿨링 플루이드'를 출원하며 데이터 액침냉각에 활용할 수 있는 제품 개발을 완료한 바 있다. 또한 세계 최대 액침 냉각 시스템 기업인 GRC(Green Revolution Cooling)로부터 일렉트로세이프(Electrosafe) 프로그램 인증을 획득했다. 2009년 설립된 GRC는 미국 휴스턴에 본사를 둔 세계 최대 액침 냉각 시스템 기업이다. 총 30종의 관련 기술 특허를 보유 중이며 자사가 구축한 설비는 물론, 전 세계 구축돼 있는 모든 액침 냉각 설비에 적합한 제품에만 일렉트로세이프 프로그램 인증을 수여하고 있다. 아직 공인 제품 규격이 미흡한 액침냉각 전용 윤활유 시장에서 가장 신뢰성 높은 지표로 평가받고 있다. 액침 냉각 기술은 전통적인 공랭식 대비 냉각 비용을 95% 이상 절감하며, 공간 효율을 높일 수 있는 기술이다. 인공 지능(AI) 시장 확대 등으로 데이터 센터 서버 발열은 늘어날 예정이고, 2031년 2조7000억원의 액침 냉각 시장은 전기차와 에너지 저장 장치(ESS) 산업용으로 확대 시 2040년 연 42조원으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HD현대오일뱅크 관계자는 “액침 냉각 제품에 대한 관심과 수요가 늘어나고 있는 만큼 적극적인 투자로 세계 시장의 주도권을 확보하겠다"며 “윤활유를 활용한 다양한 제품 개발도 확대해 가겠다"고 말했다. 한편, HD현대오일뱅크는 전기차 윤활유 시장에 본격적으로 진출하며 2023년 전기차용 윤활유 브랜드 '현대엑스티어 EVF'를 출시했다. 차량용 윤활유는 차량 내부의 불필요한 전기를 차단하는 역할을 한다. 지난 해에는 HD현대사이트솔루션에 산업 자동차용 윤활유 엑스티어를 공급하면서 북미 윤활유 시장 진출의 포문을 열었다. 박규빈 기자 kevinpark@ekn.kr

‘실적 부진’ LG화학, 양극재에 미래 걸었다…美 테네시 생산 법인 2725억원 추가 출자

석유화학 업황 부진으로 고전하는 LG화학이 미국 내 전기 자동차 시장이 확대에 대비해 양극재 사업에 적극 투자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24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DART)에 따르면 LG화학은 작년 1분기인 2월 28일 미국 테네시주 클락스빌에 자회사 'LG화학 아메리카 어드밴스드 머터리얼즈(LG Chem America Advanced Materials, Inc.)'를 설립했다. 이와 동시에 LG화학은 1331억3000만원을 들여 LG화학 아메리카 어드밴스드 머터리얼즈의 지분 100%를 취득했고 같은해 3분기에 1379억원, 4분기에 1346억5000만원 등 총 2725억5000만원을 더 출자했다. 이로써 누적 투자 금액은 총 4056억8000만원으로 늘어났다. LG화학 아메리카 어드밴스드 머터리얼즈는 양극재 제조·판매를 사업 목적으로 세워졌다. 이는 판매·무역을 위해 1988년 7월 1일 설립된 애틀란타 소재 LG화학 아메리카와는 별도 법인이다. LG화학의 기존 주력 사업인 석화 부문은 에틸렌·폴리에틸렌·폴리염화비닐(PVC) 등을 생산해왔다. 그러나 글로벌 경기 둔화와 중국발 공급 과잉, 고유가 등으로 수익성이 악화돼 업황 자체가 장기 부진 상태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실제로 석화 부문은 2023년 1434억5200만원, 2024년에는 1357억9600만원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전사적으로도 2024년 연결 재무제표 기준 매출과 영업이익은 각각 48조9161억원, 9168억원으로 전년 대비 11.5%, 63.8% 떨어졌다. 영업이익률은 2.71%p 깎인 1.87%, 부채 비율도 95.6%로 전년 대비 6.5%p 늘어 재무 상태가 악화됐다. 이 같은 이유로 신 성장 동력 마련 필요성이 꾸준히 제기돼왔고, LG화학은 첨단 소재인 양극재에 집중하기로 결정한 것이다. 첨단 소재 사업은 양극재·분리막 등 전지 재료와 자동차 내·외장재, 부품·가전 제품용 엔지니어링 플라스틱, IT·반도체 제품용 핵심 소재를 개발하고 생산·판매하는 사업이어서 시장·고객 지향적인 스페셜티 소재 산업의 특징을 지니고 있다. LG화학은 미국 전기차 시장 선제 대응 능력 강화 차원에서 2026년 상반기 중 테네시 공장 양산 체제에 돌입하고, 이로써 고성능 순수 전기차 60만대를 만들 수 있는 니켈·코발트·망간·알루미늄(NCMA)를 연간 6만톤을 생산한다는 방침이다. 2027년까지 테네시 공장에 투입할 설비 투자 지출 비용(CAPEX)은 4조원에 이른다. 전기차 시장에서 중저가 세그먼트의 비중이 빠르게 높아지고 있는 점을 고려해 LG화학 전지재료사업부는 고전압 미드니켈이나 리튬인산철(LFP) 배터리 등의 맞춤 솔루션을 제공하기 위한 연구와 투자를 병행하고 있다. 올 상반기에는 전구체 프리 양극재를 국내 최초로 양산해 성능과 비용, 친환경 측면의 차별화된 맞춤 솔루션을 제공한다는 입장이다. LG화학 관계자는 “종합 전지 소재 기업으로 성장하기 위해 당사는 분리막·기타 전지 재료 육성을 위해 지속적인 제품 개발·투자를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를 위해 사내 전지소재연구소를 통해서는 전지 소재 기반 기술과 차세대 소재를 개발해 양극재·전지 부가 소재 등 기술 경쟁력 제고를 기대하고 있다. 또 양극재개발그룹으로 하여금 전기차에 탑재될 2차 전지용 고용량 장수명 양극재를 개발하는 중이다. 이와 관련, 정부 보조금을 포함한 작년 LG화학의 연구·개발(R&D) 비용은 2조1903억4600만원으로 전년 대비 1046억2300만원 늘었다. LG화학 관계자는 “전지 소재 사업은 성장성이 큰 북미 고객 중심으로 출하 확대가 예상된다"며 “생산과 공급망 관리(SCM) 운영 최적화와 함께 신제품 개발 가속화로 고객 다변화를 추진하겠다"고 전했다. 박규빈 기자 kevinpark@ekn.kr

[석유시장 동향] 트럼프 관세 전쟁 영향에 연초부터 국내 수요도 급감

올해 연초부터 국내 석유제품 수요가 크게 위축됐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주도하는 관세 전쟁의 영향으로 글로벌 경제 불확실성이 높아진 영향으로 분석된다. 18일 한국석유공사에 따르면 지난 2월 원유수입량은 7663만 배럴로 지난해 2월 8903만 배럴 대비 1230만 배럴(13.93%) 줄었다. 이는 지난 2023년 8월 7532만 배럴 이후 1년6개월여 만에 최저치다. 특히 올해 1월 8963만 배럴을 기록했으나 한 달 만에 1300만 배럴(14.5%) 줄어든 점이 눈에 띈다. 지난 2월 국내에서 정제처리된 원유도 7670만 배럴로 지난해 2월 8302만 배럴에 비해서 632만 배럴(7.61%) 줄었다. 지난해 초부터 올해 1월까지 매월 정제처리된 원유 규모는 8000만 배럴 이상을 유지해왔으나 2월에는 기어코 하회했다. 석유제품 소비량도 크게 줄었다. 2월 국내 석유제품 소비량은 7145만 배럴에 그쳐 지난해 2월 7503만 배럴 대비 4.77%(358만 배럴)줄었다. 이 역시 지난 2023년 4월 7045만 배럴 이후 2년여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상품별 생산량을 살펴보면 올해 1~2월 아스팔트 생산량이 지난해 1~2월 대비 25.1% 줄었다. 항공유 9.92%, 경유 7.57%, 윤활유 7.32% 등 대부분 제품에서 하락세를 보였다. 다만 지난해보다 날씨가 추워진 탓에 난방용으로 활용되는 등유와 벙커씨유는 각각 13.91%와 9.39% 생산량이 늘었다. 이 같은 석유제품 수요 위축은 트럼프 행정부 2기의 관세 전쟁 영향으로 분석된다. 당초 트럼프 대통령이 취임한 1월까지는 국내 수요가 크게 줄지는 않았으나 관세 정책을 본격화한 2월부터 본격적으로 영향이 나타난 모습이다. 한국의 최대 수출국인 미국이 관세 장벽을 높이게 된다면 국내 경기가 타격을 받을 수밖에 없다. 정유업계 관계자는 “전 세계가 관세 전쟁에 돌입하는 상황이 된다면 국내 정유산업은 혹한기를 맞이할 것"이라며 “정부가 관세 문제를 해결해주거나 정유산업에 통 큰 정책적 지원을 해줘야 타격을 최소화할 수 있다"고 말했다. 윤동 기자 dong01@ekn.kr

국내 주요 화학사 올해도 자산 팔아야 버틴다

국내 대형 화학사들이 최근 반 년 동안 3조원 이상의 비핵심 자산과 사업을 매각했음에도 여전히 재무 상태 악화 흐름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중국 업체가 일반 화학제품 생산설비를 대규모로 증설하면서 기존 사업에 큰 타격을 받은 탓이다. 올해도 국내 화학사들이 여전히 비핵심 자산과 사업을 매각하지 못하면 생존을 보장받기 어려운 환경으로 분석된다. 하지만 화학 업황 악화에 원매자가 쉽게 나타나지 않는데다 원하는 매각 대금을 받아내기도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8일 화학업계에 따르면 국내 대형 화학사들이 최근 반 년 동안 비핵심 자산과 사업을 대규모로 매각해 현금을 충당하고 있다. 지난해 10월부터 올해 3월까지 6개월의 기간 동안 국내 대형 4개 화학사(롯데케미칼 한화솔루션 SKC 효성화학)의 자산·사업부 매각 규모는 3조1053억원에 달한다. 특히 롯데케미칼은 지난해 10월과 올해 3월 롯데케미칼 루이지애나(LCLA) 지분 40%와 롯데케미칼 인도네시아(LCI) 지분 25%를 활용해 각각 6627억원과 6500억원의 자금을 조달했다. 올해 2월 롯데케미칼 파키스탄 지분을 979억원에 매각한 것을 포함하면 1조4106억원의 자금을 확보한 것이다. PRS는 기업과 금융기관 사이에 체결되는 파생상품으로, 계약 기간 중 담보로 맺은 주식의 가격 변동에 따른 수익과 손실을 서로 교환하게 된다. 정산 시기에 기초자산의 주식가치가 매각 당시보다 높을 경우 기업이 차액을 가져가고, 가치가 낮을 경우 손실금액을 기업이 금융기관에 보전하는 방식이다. 효성화학도 지난해 12월 특수가스사업부를 계열사 효성티앤씨에 매각하면서 9200억원의 현금을 챙겼다. SKC도 지난해 10~11월 자회사 SK엔펄스의 CMP 패드사업과 SK넥실리스의 박막사업을 매각해 합계 4360억원의, 한화솔루션도 지난해 10월 한화저축은행 지분과 울산 무거동 사옥 부지를 매각해 합계 3387억원의 자금을 조달했다. 이들 화학사는 이 같이 확보한 자금 대부분으로 차입금을 상환해 재무 구조 개선을 추진했다. 하지만 3조원이 넘는 자금을 투입했으나 모든 화학사가 여전히 차입금 부담이 완화되지 않고 악화되고 있다는 점이 눈에 띈다. 실제 이들 4개사의 총차입금(연결 기준)은 지난해 말 29조5996억원으로 집계돼 지난 2023년 25조7436억원 대비 14.98%(3조8560억원) 늘었다. 같은 기간 이들 4개사의 부채비율과 차입금의존도 모두 악화됐다. 효성화학은 특수가스사업부 매각 마무리가 늦어지면서 지난해 연말 기준 자본잠식 상태에 빠졌다가 올해 1월 이를 해소하기도 했다. 이 같은 재무 리스크 악화는 국내 화학사의 가장 큰 경쟁자인 중국 업체와의 경쟁이 격화된 탓으로 분석된다. 최근 중국 업체는 일반 화학제품 생산을 위해서 대규모로 생산 설비를 늘리고 있다. 중국 업체들의 증설 규모를 살펴보면 국내 화학사의 생산능력의 2~3배 수준에 달하는 것으로 파악된다. 이 같은 증설의 결과로 지난해부터 공급이 수요를 웃도는 공급 과잉 국면에 진입해 국내 화학사의 실적이 크게 악화됐다. 향후 국내 화학사가 생산원가가 낮은 중국산 일반 화학제품과의 경쟁에서 승리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이에 국내 대형 화학사들은 중국 업체와의 경쟁에서 생존하기 위해 고부가가치 제품이나 이차전지·첨단 산업 소재 등 미래 성장 동력을 확보하는데 주력하고 있다. 그러나 업황이 좋지 않은 상황에서 대규모 투자를 진행한 결과 재무 리스크가 급격히 악화되고 있다. 때문에 최근 6개월 동안 국내 대형 화학사들이 비핵심 자산과 사업부를 매각해 재무 리스크를 조금이나마 줄이는데 힘쓰고 있다. 이 같은 비핵심 자산사업부 매각은 올해 내내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이는 화학 업황 악화로 인해 원매자 확보와 매각가 협상에 오랜 기간이 걸리는 탓이다. 후한 가격을 받기가 쉽지 않은 상황이라 향후 자산·사업을 매각한 화학사의 재무 리스크도 대폭 개선되기는 어려울 것으로 관측된다. 화학업계 관계자는 “지난해 하반기 이후 주요 화학사들이 비핵심 자산사업을 매각해 재무 관리를 강화하고 있으나 근원적 사업 경쟁력 악화로 차입금 부담은 지속적으로 늘어나고 있다"며 “올해도 업황 개선을 기대하기 어려워 화학사들의 재무 리스크 관리가 중요해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윤동 기자 dong01@ek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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