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양홀딩스 “공정거래 이슈 재발 방지할 것” [주총 현장]

엄태웅 삼양홀딩스 대표가 “자회사(삼양사)의 공정거래 이슈로 주주 여러분께 심려를 끼쳐드리게 되어 깊은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며 “그룹 차원에서 공정거래 자율준수 프로그램 도입, 전 사업부문의 영업 관행 및 거래 프로세스 전수조사 등을 추진해 다시는 같은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엄 대표는 31일 서울 종로구 삼양그룹 본사에서 열린 삼양홀딩스 제75기 정기주주총회에서 인사말을 통해 이 같이 밝혔다. 삼양홀딩스의 계열사인 삼양사는 공정거래위원회의 설탕 담합 조사를 거쳐 과징금을 부과받았다. 밀가루와 전분당도 담합 혐의를 받고 있다. 밥상 물가를 올리는 원인 중 하나라는 지적이 나오면서 이 같은 사과 메시지를 낸 것으로 풀이된다. 엄 대표는 “기업소명(Purpose) 체계 내재화를 통해 글로벌∙스페셜티 기업 도약을 가속화할 것"이라며 "지주회사로서 그룹의 전략과 실행을 연결하고, 변화의 속도를 높이는 중심축 역할을 수행해 지속가능한 성장을 도모하겠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올해도 대내외적으로 많은 어려움이 예상되지만, 고부가 사업 중심으로 수익성을 제고하고 신성장 동력을 발굴하겠다"고 말했다. 아울러 △글로벌∙스페셜티 사업 포트폴리오 고도화 △현금 흐름 중심 경영 강화 △인공지능 전환 가속화 등 그룹 3대 경영방침으로 기업가치를 제고하겠다고도 했다. 이날 주주총회에서는 제75기 재무제표 승인과 정관 일부 변경, 이사 및 감사위원 선임, 이사 보수한도 승인 등 총 5개 안건이 모두 원안대로 가결됐다. 보통주 1주당 3,500원을 현금 배당하기로 했다. 정승현 기자 jrn72benec@ekn.kr

[미-이란전 한달] 홍해도 봉쇄 위기…항공·석화·정유 ‘공급망 셧다운’ 우려로 비상

미국과 이란 간 전쟁이 실질적인 종전 합의 진전이 없는 가운데 호르무즈 해협 봉쇄에 이어 또다른 중동지역 핵심 해상로인 홍해마저 막힐 가능성이 커지면서 글로벌 경제 위기감이 최고조에 이르고 있다. 특히, 수입 원유의 70% 가량이 통과하는 호르무즈 해협의 사실상 봉쇄에 따른 원유 수급 차질로 자원안보 위기 경보와 함께 비상경제체제로 돌입한 한국으로선 이란 지지세력인 예멘 후티 반군이 홍해마저 차단할 경우 수에즈운하를 통한 원유 우회로 및 유럽 수출길이 막혀 막대한 피해가 예상된다. 호르무즈 해협에 이어 홍해마저 봉쇄되면 국내 산업의 젖줄인 원유 수입과 국부 창출원인 유럽 수출에 차질이 빚어지는 '초유의 공급망 셧다운' 사태에 직면하는 것이다. 미국과 이란 간 종전 협상 결과에 한 줄기 희망을 걸고 있지만 예측가능한 시기를 알 수 없다는 점에서 3월에 이어 4월까지 국내 경제와 산업계가 감내해야 할 피해와 그에 따른 국민들의 고통도 더 커질 것으로 우려된다. ◇원유 중동 의존도 70%…가격보다 수급이 진짜 위기 31일 산업계에 따르면, 이란의 호르무즈 해협 봉쇄에 이어 예멘 후티 반군의 참전으로 아시아와 유럽을 잇는 수에즈운하의 진출입로에 해당하는 홍해의 해상로를 막을 가능성이 높아지자 국내 기업들도 사태 진전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이미 호르무즈 해협 봉쇄에 따른 중동산 원유 수급 차질은 국제 유가(두바이유 기준)를 전쟁 직전 배럴당 70달러선에서 3월 내내 120~130달러대 등락을 거듭하며 요동시키고 있다. 유조선이 중동에서 원유를 싣고 국내 항구에 입항하기까지는 약 25일이 걸린다. 사실상의 봉쇄 직전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해 한국으로 향하는 마지막 중동산 원유 운반선으로 불리는 '이글 밸로어 호'는 지난 20일 충남 대산항에 입항했다. 이런 상황에서 사우디아라비아와 아랍에미리트(UAE) 등 중동의 주요 산유국들이 원유를 호르무즈 해협이 아닌 우회 수출로인 홍해마저 예맨 후티 반군이 군사적 위협을 가할 경우 원유 수송 지름길마저 잃을 가능성이 높아 우리 기업들이 '원유 공급망 전면 셧다운'을 걱정하는 것이다. 현재 정부와 민간의 국내 비축유 1억 9000만배럴로 버틸 수 있는 기간은 70여일 정도인 것으로 알려졌다. 전체 수입량에서 수출 석유제품 제조에 쓴 원유를 제외한 순수입만 따지면 208일분이 남은 것으로 계산되지만, 전체 소비량(하루에 280만배럴)을 기준으로 보면 버틸 수 있는 기간이 더 짧아진다. ◇원유 수급 위기에 제조업 원가·공급망 '빨간불' 원유 공급망 셧다운은 국민 실생활뿐 아니라 경제 기반인 기업 생산 전반에 큰 타격을 미친다. 생산 전반의 제조 원가를 끌어올려 국민 소비물가 상승을 부추기고 원자재 부족 등 국가 제조산업을 지탱하는 공급망 시스템 약화로 연결될 수밖에 없다. 산업연구원은 지난 19일 보고서를 내고 호르무즈 부분 봉쇄와 통항 제한으로 1~3개월의 중기 공급 차질이 생기면 유가는 배럴당 120~160달러로 오를 것으로 분석했다. 액화천연가스(LNG) 가격도 100~140% 상승하고, 초대형원유운반선(VLCC) 운임도 하루에 60만~90만달러 수준을 유지할 전망이다. 이에 따라 산업군별 생산비 상승률은 △석유제품 60.4% △전력·가스 53.4% △화학제품 10.7% △비금속광물제품 8.6% 등으로 추정됐다. 원자재 가운데 가장 타격이 큰 품목은 중동 수급분이 45%를 차지하는 나프타다. 나프타는 에틸렌과 프로필렌, 벤젠·톨루엔·자일렌(BTX) 등 기초 유분을 생산하는 석유화학 산업의 기초 원료다. 나프타가 없으면 기초 유분뿐 아니라 비닐 장갑과 전기차용타이어, 의료용 호스 등 일상과 산업 전반에 걸친 제품들을 적재적소에 공급하기 어려워진다. 아울러 중동산 수입 비중이 43%와 33%를 차지하는 무수암모니아와 LNG, 웨이퍼 식각·냉각 등 반도체 공정에 쓰이는 헬륨, 중동지역 제련 비중이 상당한 알루미늄 제품도 공급망 셧다운 영향을 받는 품목으로 꼽힌다. 중동지역의 생산이 멈추면 다른 원산지의 대체원료를 찾는 수요가 늘어나 글로벌 공급가격의 상승이나 또다른 공급 부족 현상마저 초래할 수 있다. ◇원유 확보 나선 정부·정유사…석화사는 가동 중단도 산업계는 최악의 공급망 위기 가능성까지 염두에 두고 원료 조달 다변화와 생산 축소 등으로 대응에 나서고 있다. 휘발유·경유 정유사 공급가를 제한하고 나프타 수출 물량을 국내로 돌리는 등의 정부 조치에도 근본적인 수급 안정화가 절실하기 때문이다. 원유와 나프타 대체 수급처 모색이 대표적이다. 청와대가 나서 주요 우방국이자 방산으로 협력 관계를 다져온 아랍에미리트(UAE)에서 두 차례에 걸쳐 원유 2400만배럴을 확보했다. 러시아산 나프타도 민간과 산업통상부의 수급 노력으로 지난 30일 2만4000톤만큼 충남 대산항으로 들어왔다. 정유사들과 석화사들은 미국산 원유·석화제품 수입을 확대하거나 그동안 러시아-우크라이나전으로 끊긴 러시아산 수입 재개도 검토 중이지만 해결 과제가 만만치 않다. 한국의 원유 수입 2위 국가인 미국은 장거리 운항이 필요해 운임이 더 비싸 다. 러시아산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에 따른 대러 국제 금융제재를 유예할 길이 열렸지만 단기 처방이라는 한계가 있다. 대체 수급 불확실성에 석유화학 업계는 오는 4월 중순 나프타 공급 차질이 본격화할 것으로 예상하고 대비책을 마련 중이다. LG화학은 나프타 수급 문제로 지난 23일 에틸렌 연산 80만톤 규모의 여수2공장 가동을 중단했고, 롯데케미칼은 4월 예정이던 여수공장 정기 보수를 지난 27일부터 두달 간으로 앞당겼다. 석화사들이 생산중인 공장들도 가동률을 최소 수준인 60%가량으로 낮췄다. 여천NCC의 경우 통제할 수 없는 외부 요인으로 향후 공급 차질이 생겨도 제품을 계약 내용대로 공급하지 못할 수도 있다고 미리 알리는 '공급 불가항력' 선언을 고객사에 이미 통보했다. 석화업계 한 관계자는 “나프타분해설비(NCC) 보유 석화사가 수급 위기 타격을 가장 먼저 받고, NCC없이 다운스트림 소재만 생산하는 석화사들도 시기의 문제일 뿐 타격을 입을 것"이라며 “가격 변동성도 커서 실시간으로 나프타 등 원료 시장 상황을 모니터링하며 수급 문제에 실시간으로 대처하는 중"이라고 설명했다. 국내 정유사들이 수출 세계 1위를 차지하는 항공유의 공급 불안은 항공업계 수익성과 운항 일정에도 직격타를 날렸다. 정유사들이 원유 도입량 감소에 따라 전체 정제 설비 가동률을 하향 조정하며 항공유 생산량 역시 급감했기 때문이다.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등 대형 항공사(FSC)들은 유류비에 대한 헷징으로 타격을 방어하고 있지만 저비용 항공사(LCC)들은 당장 4월 운항에 필요한 연료 물량을 확보하는 데 비상이 걸린 상태다. 일부 항공사는 해외 공항에서 연료를 평소보다 많이 채워 돌아오는 '탱커링(Tankering)'을 확대하고 있지만, 전 세계적인 유가 급등으로 인해 이마저도 비용 부담이 만만치 않은 상황이다. 항공유 가격 폭등은 고스란히 유류 할증료 최고치 경신과 노선 축소로 이어지고 있다. 국제항공운송협회(IATA) 기준 아시아 지역 항공유 현물 가격은 전쟁 발발 직전 대비 단기간에 2배 가까이 치솟았다. 이에 따라 국적 항공사들은 미주·유럽 등 연료 소모가 많은 장거리 노선을 중심으로 감편을 단행하고, 수익성이 떨어지는 일부 단거리 노선은 아예 운휴에 들어갔다. 치솟은 항공권 가격과 유류 할증료 부담에 여행 및 출장 수요마저 꺾이면서 항공업계는 예상치 못한 최악의 보릿고개를 맞이하게 됐다. 이와 관련, 아시아나항공과 티웨이항공은 비상 경영 체제를 선언했다. ◇중동 긴장 고조에 재차 부각된 K-방산 에너지와 물류, 제조 등 산업 전반이 짙은 먹구름에 휩싸인 가운데 역설적으로 국내 방위산업계는 중동발 지정학적 위기를 타고 새롭게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다. 미국과 이란의 전면전 양상으로 역내 안보 불안이 최고조에 달해 자체 국방력을 강화하려는 중동 및 인접 국가들의 무기 수요가 급증하고 있기 때문이다. 앞서 정부가 아랍에미리트(UAE)로부터 원유 물량을 긴급 확보할 수 있었던 배경에도 K-방산 수출을 통해 다져놓은 탄탄한 신뢰 관계가 크게 작용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특히 무인기와 미사일 등 공중 도발 위협이 현실화하면서, 이미 사우디아라비아와 UAE 등에 대규모 수출 계약을 맺은 중거리 지대공 요격 체계 '천궁-II(M-SAM)'에 대한 주변국들의 추가 도입 문의가 빗발치고 있다. 또한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K-9 자주포나 다연장 로켓 '천무' 등 실전에서 성능과 가성비가 검증된 지상 무기체계 역시 새삼 주목받는 분위기다. 증시에서도 방산주들은 유가 폭등과 물류 대란으로 인한 전반적인 하락장 속에서 강력한 방어주 역할을 하며 강세를 보이고 있다. 글로벌 지정학적 블록화와 각국의 국방비 증액 기조가 맞물리면서 K-방산의 중장기적인 수주 랠리가 이어질 것이란 기대감이 반영된 결과다. 그렇다고 방산업계가 마냥 웃을 수만 있는 처지는 아니다. 첨단 무기체계를 적기에 생산하기 위해서는 철강·알루미늄·특수 합금 등 각종 원자재와 반도체 부품이 필수적인데 글로벌 물류 마비와 원자재 가격 급등이 방산 공장의 생산 원가를 끌어올리고 납기 지연 리스크를 키울 수 있기 때문이다. ◇'호르무즈 개방' 한달째 학수고대…“4월 초중순이 변곡점" 산업계는 호르무즈 해협 봉쇄 완화·해제 여부에 촉각을 곤두 세우고 있다. 특히 미국과 이란 정부가 협상에 나섰다는 소식에 어떤 식으로든 해협 통항 재개가 이뤄지지 않을까 조심스런 기대도 내비쳤다. 사태 장기화가 미국 경제에도 공급망 차질과 물가 상승 압력 등 부작용을 안기기 때문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지난 23일 종전 협상을 언급하며 5일 동안 대이란 공격을 중단했다가 이보다 열흘 뒤인 4월 6일로 시한을 연장했다. 동시에 호르무즈 해협 개방을 압박하는 메시지도 연이어 내놓았다. 이란 정부가 미국의 협상 요청 메시지를 받았다고 인정하기도 했다. 프랑스가 주도해 한국 등 35개국 합참의장이 전투 중단 후 호르무즈 해협 항해 재개를 목표로 모인 회의도 열렸다. 다만 향후 시계는 여전히 불투명하다. 미국의 협상 소식에도 이스라엘군이 이란 지역 타격을 이어가고 있고, 29일 예멘 후티 반군까지 참전을 선언하면서 중동 전선이 확대되고 홍해까지 운항이 어려워질 조짐이 나타났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미국의 협상 참여로 한국이 최악의 시나리오를 피할 가능성이 있다면서도 호르무즈 해협 통항 재개를 오는 4월까지 이끌어낼 지 여부가 공급망 위기를 피할 관건이라고 내다봤다. 김태황 명지대 국제통상학과 교수는 “한국 정부가 비축유 50~60% 남겨놔야 한다는 점을 고려하면 사태가 지금부터 한 달 정도 더 이어지면 경제와 공급망에 미치는 영향이 매우 심각해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어 “항공유 등 한국산 정유 제품을 미국이 수입하는 등의 사례를 봐도 사태 장기화에 따른 주요국 피해는 미국도 감당하기 어려운 문제"라고 덧붙여 설명했다. 김 교수는 “트럼프 대통령이 대이란 공격을 4월 6일까지 유예하겠다고 직접 말한 만큼 곧 협상으로 부분 휴전이라도 합의할 가능성이 있다"면서 “늦어도 4월 중순까지 호르무즈 해협 통과 재개 협상에 돌파구를 마련해야만 한다"고 강조했다. 정승현 기자 jrn72benec@ekn.kr

해외주력 고부가 품목도 수출제한? 석화업계 ‘한숨’

나프타에 이어 석유화학 제품까지 수출 제한이 거론되면서 석화사들의 속내가 복잡하다. 나프타는 단일 항목인 데다 정유사들의 수출 비중이 작은 반면, 석화 제품은 내수와 수출 비중이 다양해 나중에 해외 고객 신뢰를 회복하기까지 시간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다만 국내에서 기초적인 비닐 제품조차 사재기 현상이 벌어질 정도로 심리적 불안감이 커지는 만큼 품목별 대응책을 마련해야 하는 상황이다. 지난 30일 당정 협의체인 '민주당 중동 상황 경제 대응 특별위원회' 회의에서는 합성수지도 현재 시행 중인 나프타 수급 안정 조치와 유사한 조치를 검토 중이라는 언급이 나왔다. 나프타가 8월 말까지 수출 허가제를 적용받는다는 점을 고려하면 합성수지도 수출 규제 조치를 시행할 여지를 남긴 것이다. 호르무즈 해협에 이어 수에즈 운하로 통하는 홍해까지도 사실상 봉쇄 상태로 접어들 가능성이 커지자 정부는 자원안보 위기 경보를 '경계' 단계로 상향하는 방안까지 검토하고 나섰다. 이 같은 언급이 나오면서 합성수지 수출 제한 범위와 세부 품목 같은 구체적인 내용이 어떻게 나올지에 석유화학 기업들의 시선이 쏠렸다. 일반적으로 석유화학 기업들의 매출 중 수출이 차지하는 비중이 내수보다 더 크기 때문이다. 지난해 기준 SK이노베이션의 석유화학 자회사인 SK지오센트릭은 지난해 연결 조정 전 기준 내수와 수출·해외판매 매출이 각각 4조8479억원과 8조1146억원으로 집계됐다. 기초 유화제품은 에틸렌을 비롯한 대부분 품목이 내수 비중이 크지만, 파라자일렌 등 일부 품목은 거의 전 물량을 수출과 해외 판매가 차지했다. LG화학 석유화학사업부문은 내수로 7조4667억원, 수출로 10조1016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롯데케미칼 기초화학사업부문의 내수와 수출 매출이 각각 4조3208억원과 8조1593억원으로 수출 비중이 더 컸다. 사업부문 전체를 놓고 보면 수출 비중이 더 크지만, 소재별로 수익 구조와 공략 시장의 특성이 달라 예측이 어렵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특히 고부가가치 소재 중심으로 사업 구조를 전환하려면 신소재 개발 뿐만 아니라 기존에 확보한 우량 고객사와 고품질 보장과 안정적 공급에 대한 신뢰 관계를 유지해야 하는데, 혹여나 해당 제품이 수출 제한 범위에 들면 신뢰 유지가 어려워진다는 것이다. 석화업계 한 관계자는 “수출 제한이 현실화하면 내수-수출 비중부터 수익성, 고객사와의 거래 기간과 신뢰 정도 등 변수가 다양하기 때문에 대응 방향도 제각기일 것"이라며 “수출 제한으로 고객사에 제품을 잠깐이라도 공급하지 못하게 되면 고객사가 안정적 공급에 대한 신뢰 부족을 이유로 새 공급처를 찾아 나설 것이 우려된다"고 설명했다. 다만 국내에서 석화제품 공급 불안 심리가 증폭돼 내수시장 대응도 외면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소비자들 사이에서는 쓰레기 봉투 사재기 현상이 나타나고 있고, 대형 석화사로부터 소재를 받아 플라스틱 용기 같은 제품을 생산하는 중소 업체들도 공급가 인상과 물량 축소 문제를 호소하고 있어서다. 나프타 수급도 변수다. 현재로서는 정부가 나프타 수출 허가제와 러시아산 수급 지원 등으로 나프타 공급 위기를 최대한 늦추기 위한 조치들을 시행 중이고, 수급이 가능한 시한을 4월 말에서 5월 초까지로 예상하고 있다. 다만 수급 위기 시점이 가까워질수록 공급 불안이 더 커진다는 점을 고려해 석화사들은 더 이른 시점을 가정하고 대비책을 세운다는 입장이다. 다른 석화업계 관계자는 “NCC 기업들이 나프타 대체 물량을 확보해도 어떤 기초유분을 뽑아내는 게 물성 측면에서 알맞을지 추가 판단이 필요하다"며 “고분자 석화제품 공급 중단이라는 여파가 언젠가 올 수 있기 때문에 가격과 물성 면에서 최적의 기초유분을 찾기 위한 공급처 물색을 이어가고 있다"고 말했다. 정승현 기자 jrn72benec@ekn.kr

롯데 상생경영, 아이돌봄·청년지원·환경보호에 ‘선한 영향력’ 발산

롯데그룹의 '상생경영'이 주목받고 있다. 영유아부터 군 장병까지 전 세대를 아우르는 사회공헌 활동을 전개하며 미래 가치 창출을 지속하고 있다. 유통 계열사를 중심으로 환경보호 캠페인에도 적극 나서며 '선한 영향력'을 발산하고 있다. 롯데그룹은 전 계열사 차원의 비전을 '라이프타임 밸류 크리에이터'(Lifetime Value Creator)로 정하고 다양한 사회공헌활동을 다양하게 진행하고 있다. 롯데가 지난 2017년 시작한 'mom(맘) 편한' 사업은 재계 안팎의 호평을 받고 있다. '엄마가 편안한 세상을 만들겠다'는 취지로 시작한 활동이다. 이 사업에서 파생한 'mom편한 꿈다락'은 방과후 돌봄 기관인 지역아동센터의 환경을 개선하는 프로젝트다. 2017년 전북 군산시 회현면에 1호 센터를 조성한 이후 지난해 12월 부산 동구에 100호점을 개소하며 전국 15개 시·도로 확대됐다. 전체 센터의 60% 이상을 비수도권에 만들어 지역 간 돌봄 환경 격차 해소에도 기여해왔다는 평가를 받는다. 어린이들의 놀이 환경 조성과 교육 환경 불평등 완화를 위한 'mom편한 놀이터' 프로젝트도 성공적으로 진행되고 있다. 지난달 경북 칠곡군 호국평화기념관에서 'mom편한 실내 놀이터' 준공식을 개최하며 전국 32호점까지 문을 열었다. 롯데그룹은 해당 사업을 통해 지역 아동 돌봄 환경 개선에 기여한 공로를 인정받아 2024년 11월 '제13회 대한민국 나눔국민대상'에서 국무총리상을 받기도 했다. 회사는 최근 '롯데 mom편한 가족상'도 신설했다. 출산·양육, 가족나눔, 가족다양성 등 3개 부문 개인과 단체를 발굴해 격려하기 위해서다. 보건복지부, 초록우산과 함께 총 6개 팀을 선정해 수상하고 있다. 롯데그룹은 미래 세대를 이끌 청년들과 함께하는 사회공헌 활동도 확대하고 있다. 지난 2022년부터 청년들과 ESG 관점에서 사회 문제 해결 방안을 모색하는 '밸유 for ESG'를 운영 중이다. 청년들이 지역 사회 문제 해결을 위한 프로젝트를 직접 기획하고 실행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활동이다. 지난해 11월 '밸유 for ESG 4기' 발대식을 개최했다. 참가자들은 다음달까지 ESG 관련 사회공헌 프로젝트를 수행한다. 국가를 위해 헌신하는 군 장병들을 위한 '청춘책방' 조성도 계속하고 있다. 2016년 시작된 이 사업은 장병들이 복무 기간 동안 독서를 통해 인문학적 소양을 키우고 자기계발을 할 수 있도록 독서카페 형태의 병영 도서관 조성을 지원하는 게 골자다. 계열사 차원 ESG 활동도 적극 장려하고 있다. 롯데케미칼은 폐플라스틱 자원순환 체계 구축을 위한 '프로젝트 루프'(Project LOOP) 캠페인을 추진하며 지역사회 자원순환 활동을 지원하고 있다. ESG센터 운영에 필요한 시설과 장비를 제공하고 교육 및 컨설팅을 통해 폐플라스틱 수거와 원료화 체계가 지역사회에 정착될 수 있도록 돕고 있다. 롯데백화점은 지난 2004년 '그린 롯데'(Green LOTTE)를 선포하며 유통업계 최초로 환경 캠페인을 도입했다. 이를 발전시켜 2022년부터 '리얼스(RE:EARTH)' 캠페인을 전개하고 있다. 리얼스 마켓과 업사이클링 브랜드 팝업스토어 운영 등을 통해 친환경 브랜드를 고객에게 소개하고 지속 가능한 소비 문화 확산에 기여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여헌우 기자 yes@ekn.kr

김동춘 LG화학 사장 “러시아산 나프타 추가 수급 어려울 듯” [주총 현장]

김동춘 LG화학 사장이 31일 러시아산 나프타 물량 확보와 관련해 “나프타 수급이 아직 원활한 상황이 아니라 시장 상황을 보면서 대응할 것"이라며 “현재로서는 러시아산 나프타 추가 구입이 어려운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김 사장은 이날 서울 여의도 LG트윈타워에서 열린 LG화학 제25기 정기 주주총회가 끝난 뒤 기자들에게 “최근 미국의 대러 제재 허용 범위 내에서 러시아산 나프타를 수급했다"며 이같이 밝혔다. 김 사장의 발언은 미국이 대러 금융제재를 오는 4월 11일까지 일시 완화해 러시아산 원유와 석유제품을 공급받는 것이 가능해졌지만, 이 기간 안에 러시아산 물량을 추가로 확보하기가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또한, 지난달 28일부터 한 달 넘게 이어진 미국과 이란 간 전쟁이 끝날 기미를 보이지 않으면서 석유화학산업의 핵심 원료인 나프타에 대한 수급 위기감을 직접 드러낸 것이기도 하다. LG화학은 나프타 수급 차질 가능성에 대비해 지난 23일 전남 여수2공장이 보유한 에틸렌 연산 80만톤 규모의 나프타분해설비(NCC) 1기를 가동 중단했다. 전날에는 산업통상부 지원 아래 러시아산 나프타 2만7000톤을 수급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 사장은 석화업황 회복 시점을 묻는 질문에 “미-이란 전쟁 때문에 예측하기 쉽지 않다. 매일매일 시황을 확인하며 대응해 나가고 있다"고 설명했다. 여수 석화산단 내 LG화학과 GS칼텍스 간 사업재편 논의에 대해서도 김 사장은 “정부의 전반적인 사업 재편 계획에 맞춰 적극 대응하고 있다"며 “조금 더 속도 있게 진행하려고 노력하고 있다"는 원론적 입장만 전했다. 양극재 사업에 관해선 “(전방산업) 시장 상황이 좋지 않아 업황 회복 시점에 맞춰 차별화된 양극재 제품을 선보일 것"이라고 말했다. 최근 LG에너지솔루션 일부 제품에 쓸 양극재를 LG화학 대신 엘앤에프가 공급할 예정이라는 보도와 관련해 “LG화학의 양극재 개발 계획을 차분히 진행 중"이라고 답했다. 니켈 비중을 94%로 늘린 삼원계 배터리용 울트라 하이니켈 양극재를 계획에 따라 선보인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한편, 김 사장은 주주 가치 제고에 대한 회사 의지에 변함이 없다는 뜻도 피력했다. LG화학은 지난해 하반기 이후 주주환원 확대와 미래 성장을 위한 투자 재원을 확보하기 위해 LG에너지솔루션 주식을 기존 81%에서 70% 수준까지 낮추겠다는 기업가치 제고 계획을 내놓았다. 실제로 김 사장은 지난 25일자로 9970만원 어치의 자사주 주식 매입을 단행하기도 했다. 다만, 영국계 행동주의 펀드 팰리서 캐피탈 측이 이번 주총에서 권고적 주주제안 제도와 선임이사제도 도입 등을 주주제안 안건으로 올려 LG화학 주총의 변수로 떠올랐지만, 주총 투표 결과 부결됐다. 국민연금은 해당 주주제안 안건에 반대 표를 던졌다. 순자산가치(NAV) 할인율 공개와 LG에너지솔루션 지분 추가 유동화 같은 안건도 자동 폐기됐다. 주주제안 안건의 부결 뒤 김동춘 사장은 “LG화학을 주주들의 가치 제고에 더 신경 쓰는 회사로 만들도록 노력하겠다"고 약속한 뒤 “오늘 주총에서 나온 주주 말씀들을 이사들과 논의한 뒤 방향이 잡히면 추후 말씀드리겠다"며 주주환원정책을 예고했다. 앞서 주총 인사말에서 김 사장은 “신임 최고경영자(CEO)로서 향후 2~3년내 현재의 어려운 상황을 극복하고, 실행력이 강한 기술 중심 기업으로 LG화학을 변화시켜 나가고자 한다"며 “어떠한 경영 환경 속에서도 수익성과 성장성에서 경쟁사를 앞서는 회사를 만들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수익성 회복과 미래지향적 사업 포트폴리오 전환을 위해서는 “석유화학 사업을 저수익 범용 사업에 대한 구조조정을 더욱 가속화하고, 신규 성장 영역 중심의 고부가가치 사업으로 빠르게 재편해 나갈 것"이이라고 말했다. 이어 “첨단소재 사업은 차세대 고성능 양극재 개발을 가속화하고 차별화된 기술을 기반으로 폐배터리 리사이클 사업에 진입해 원가 경쟁력을 한층 높일 것"이라며 “에너지저장장치(ESS)용 양극재도 LG화학만의 신규 공정 기술 적용해 시장에 적극 대응하겠다"고 했다. 생명과학 사업에서 관해서는 “항암 파이프라인의 임상을 보다 체계적으로 추진하는 동시에, 신약후보 물질을 지속 발굴해 나가겠다"고 강조했다. 나아가 김 사장은 “최고기술책임자(CTO) 조직의 연구개발 역량을 한층 보강해 신사업과 신제품 개발을 더욱 강화하겠다"며 “현재 새롭게 준비중인 AI용 첨단 반도체 패키지 소재 사업을 확대하고, 다품종 소량 특성을 가지고 있는 방열·절연 등 기능성 접착제 사업 역시 차별화된 기술로 경쟁력을 강화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LG화학은 팰리서 캐피탈 측의 주주제안 안건을 제외한 나머지에 해당하는 김 사장의 사내이사 선임과 개정 상법 시행에 대비한 정관 개정을 포함한 주요 안건을 원안대로 가결했다. 정승현 기자 jrn72benec@ekn.kr

김동춘 LG화학 사장, 자사주 1억원 매입…‘고부가사업 성공’ 강한 의지

김동춘 LG화학 사장이 오는 31일 정기 주주총회를 앞두고 첫 자사주 매입을 실행했다. 김 사장이 인공지능(AI) 반도체와 전자, 자율주행 등 첨단산업에 필요한 소재의 사업 포트폴리오를 강화하겠다는 경영 전략에 맞춰 성과를 내겠다는 책임경영 의지를 보여준 행보로 풀이된다. LG화학은 김 사장이 지난 25일 장내매수를 통해 보통주 336주(주당 29만6737원)를 약 9970만원에 취득했다고 30일 공시했다. 지난해 말 LG화학의 새 최고경영자(CEO)로 선임된 이후 김 사장이 처음으로 자사주를 매입한 것이다. 김 사장은 1996년 입사 이후 반도체 소재와 전지소재 사업부장, 첨단소재본부장을 역임했고, CEO 취임 이후에도 기술 장벽이 높은 고부가 사업을 키우는 데 역점을 둬왔다. 이번 자사주 매입 결정에 앞서 김 사장은 석유화학산업 구조개편 국면에서 LG화학의 고부가가치 소재 경쟁력을 공고히 해 사업 포트폴리오를 강화한다는 목표를 반드시 달성하겠다는 뜻을 드러낸 바 있었다. 김 사장은 올해 신년사를 통해 '파부침주(破釜沈舟)의 결의'를 내세우며 “기술 장벽이 높고 고객 밀착형인 고수익 사업 영역에서 일시적인 성공이 아니라 지속적으로 경쟁 우위를 유지하기 위해 혁신적 과제의 성공이 절대적으로 중요하다"고 말했다. 한편, LG화학은 이날 전자소재 사업 매출 규모를 오는 2030년까지 현재보다 두 배 많은 2조원으로 확대한다는 계획도 제시했다. 독보적인 핵심 경쟁우위 기술 전략을 구사해 기술 진입 장벽이 높아 고객사와 장기적인 파트너십이 핵심인 전지소재시장에서 지배력을 강화한다는 방침이다. 이같은 전자소재 사업 지배력 강화를 위해 LG화학은 반도체와 전장, 차세대 디스플레이를 전자소재 핵심 사업으로 선정하고 최근 첨단소재연구소 산하에 관련 선행연구개발 조직을 통합·신설했다. 세계적으로 AI 인프라 확산과 차량 전장화 가속 등으로 고성능 전자소재 수요가 급격히 늘고 있기 때문이다. 수백여 명 규모의 선행연구개발 조직이 그간 축적해온 정밀 소재 설계·합성·공정 기술 핵심 역량을 토대로 기술을 선제적으로 확보할 계획이다. 아울러 사업화 가능성이 높은 분야를 집중 육성해 미래 신소재 포트폴리오 가동을 본격화할 예정이다. 메모리용 소재 기술을 토대로 열 관리와 전기간섭 제어 성능을 확보한 AI·비메모리용 첨단 패키징 소재 사업도 경쟁력을 강화하고 있다. LG화학은 동박적층판(CCL)과 칩 접착 필름(DAF) 등 기존 패키징 분야에서 기술 신뢰성을 확보해 왔다. 최근에는 미세 회로 연결을 구현하는 감광성 절연재(PID) 개발을 완료해 글로벌 톱 반도체 회사와 협업을 진행하고 있다. 회로 패턴 형성을 위해 사용된 감광액 잔여물을 제거하는 스트리퍼(Stripper) 등 공정용 소재 기술도 확보하며 사업을 확대하고 있다. 전기차·자율주행 등 미래 모빌리티 산업에 대비한 전장 부품용 소재 시장도 겨냥하고 있다. LG화학은 배터리와 에너지저장장치(ESS) 시스템의 안정성을 확보하는 방열 접착제를 비롯해 모터와 전력 반도체, 통신·센서 등 다양한 전장 부품 영역에서 솔루션을 제공해왔다. 전장 시스템·소재 기업들과도 공동 개발을 진행 중이다. 자동차 유리의 빛과 열 투과 정도를 조절할 수 있는 투명도 조절 필름(SGF)부터 홀로그래픽 윈드실드 디스플레이(HWD) 구현에 필요한 포토폴리머 필름까지 미래 모빌리티 산업에 필요한 소재를 중심으로 글로벌 파트너사와 사업 협력을 진행하고 있다. 나아가 혼합현실(XR)과 로봇 등 디스플레이 적용이 확대되는 차세대 분야에서도 소재 개발 경쟁력을 토대로 주도권 확보에 나선다는 구상이다. 김동춘 사장은 “LG화학은 그동안 석유화학에서 첨단 소재로 누구보다 빠르게 사업 포트폴리오를 전환하며 사업환경 변화 속 도전과 도약을 지속해 왔다"며 “LG화학은 미래 신소재 분야에 대한 치열한 집중을 바탕으로, 모든 역량과 기술을 투입해 기술 중심의 고부가 첨단 소재 기업으로 거듭날 것"이라고 말했다. 정승현 기자 jrn72benec@ekn.kr

중동사태·노조리스크 ‘내우외환’…재계 ‘비상경영’ 전환

미국과 이스라일의 이란 공습으로 촉발된 중동발 글로벌 에너지 및 공급망 위기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오락가락 말 한마디에 더 큰 혼란과 불안감으로 이어지고 있다. 특히, 중동산 원유 의존도가 절대적인 탓에 국제유가 상승, 원유 수급 차질에다 원-달러 환율 급등 등 '복합 악재' 불똥을 맞은 국내 주요기업들은 중동사태의 단기해결 조짐이 보이지 않자 하나 둘씩 비상경영 체제에 돌입하고 있다. 29일 재계에 따르면, 미-이란 전쟁의 직격탄을 맞은 항공업계가 가장 먼저 '비상경영'을 선포하고 영업전략 전면 수정에 나섰다. 올해부터 생산감축 중심의 산업 구조개편을 감수해야 하는 석유화학업계도 원유 수급 차질로 일부 가동 중단에 돌입했고, 그에 따른 수익 저하로 구조조정 행보가 더 빨라질 것으로 예측된다. 항공업계의 경우, 티웨이항공이 지난 16일, 아시아나항공이 지난 25일 잇달아 사내 공지를 통해 비상경영체제를 공식화했다. 티웨이항공은 투자 계획과 비용 구조를 전반적으로 점검하기로 했다. 불요불급한 지출과 투자에 대해서는 일정 조정 또는 집행 보류에 나설 예정이다. 아시아나항공 역시 재무 건전성 안정화를 위해 비용 절감 과제를 적극 발굴할 방침이다. 진에어, 에어부산, 이스타항공, 에어프레미아, 에어로케이도 오는 4월부터 일부 노선에 여객기를 띄우지 않기로 결정했다. 유가가 급격하게 오르면서 유류할증료로 운임 부담을 상쇄하기에 힘든 지경에 이르렀기 때문이다. 저비용항공사(LCC)들의 경우 고객들의 가격 저항이 높아 이를 티켓 가격으로 고스란히 반영하기도 힘든 형국이다. 대외 환경도 녹록지 않다. 베트남을 비롯한 현지 항공유 공급사들이 우리나라 국적기에 가격 인상을 통보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항공유는 휘발유·경유 등 다른 정유 제품보다 품질 기준이 까다롭고 변질 위험이 큰 특징이 있다. 장기 비축이 어려워 갑작스러운 유가 급등에 시장 혼란이 가중되는 모습이다. 석유화학 쪽도 사정이 나쁘기는 매한가지다. 중국발 공급 과잉으로 자발적인 구조조정을 시행 중인 상황에서 국제유가 공급 감소와 국제유가 상승, 그에 따른 석유제품 원료 가격 동반급등이라는 복병을 맞아 어려움을 겪고 있다. 석화업계에 따르면, 석유산업 기초원료인 나프타(납사)가 중동 산유국의 정유시설 피습으로 일부 불가항력 공급중단 사태에 빠지면서 국내에도 수급 위기로 이어지고 있다. 실제로 나프타 부족 현상으로 이미 시중에서 종량제 봉투 사재기 등 소비자 불안으로 나타나자 급기야 정부는 국내 나프타의 수출을 금지하고 기존 수출 예정물량도 국내 수요처로 우선 배정하는 비상대책을 내놓았다. 국내 최대 수출품목인 반도체 쪽도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중동사태가 장기화하면 헬륨 등 원자재 공급에 차질이 생기면서 반도체 생산에 타격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최근 이란이 카타르의 액화천연가스(LNG) 생산시설을 공격하면서 가스와 함께 추출되는 헬륨 생산도 차질을 빚고 있어 반도체기업의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이렇듯 미-이란 전쟁과 중동발 원유 수급 위기가 예상보다 길어지면서 내실경영 강화에 나선 기업들도 늘어나고 있다. 삼성·SK·현대차·LG·롯데 등 국내 주요 대기업들은 최근 자체적인 에너지 절감정책 가이드라인을 마련해 전 계열사 사업장에 고지했다. 중동사태 이후 유가 급등으로 이동·물류비 같은 비용 부담이 커지자 허리띠를 졸라매기 시작한 것이다. 삼성그룹은 모든 사업장에서 차량 10부제를 실시하고 미사용 조명은 소등하기로 했다. SK·현대차·롯데그룹은 이보다 강력한 차량 5부제를 도입하기로 했다. LG그룹은 자동 소등 시스템 등을 적용해 불필요한 전력을 낭비하지 않기 위해 애쓰고 있다. 유통·식품사도 내실 경영에 돌입하며 위기관리에 들어갔다. 최근 원-달러 환율이 달러당 1500원에 근접하면서 원료 및 포장비닐 수급 차질, 그에 따른 구매비용 증가에 직면했지만 정부의 소비자물가 규제로 판매가격 인상이 사실상 막히면서 자체 비용 절감을 통한 수익성 확보에 매달리고 있는 것이다. 더욱이 유통식품사들은 중동사태가 길어질 경우 국민들 소비심리 위축으로 이어질까봐 노심초사하는 표정이다. 이같은 중동사태라는 외부적 변수 외에도 일부 대기업들은 '노조 리스크'라는 국내 변수에도 골치를 앓고 있다. 가장 우려를 낳고 있는 곳은 삼성전자로, 창사 이래 두 번째 파업이 일어날 수 있다는 분위기로 이어지고 있다. 삼성전자 노조가 '초과이익성과급 상한 폐지'나 '영업이익의 20% 성과급 지급' 등을 요구하며 쟁의행위 카드를 만지작거리고 있기 때문이다. 만일 회사가 노조 요구를 수용할 경우, 삼성전자는 올해 경영 실적에 따라 성과급 지출액이 지난해 연구개발(R&D) 투자액(37조 7404억원)보다 많아질 수도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중동사태로 인한 원료 수급 문제까지 더해질 경우 삼성전자가 파업으로 입는 경제적 손실 규모는 10조원대를 넘어갈 수도 있다는 우려마저 나온다. 이밖에 3월부터 시행에 들어간 노란봉투법(노동조합법 제2·3조 개정안)도 기업에 압박 요소로 작용하고 있다. 원·하청 구조가 복잡한 대기업들로선 벌써부터 올해 단체협상을 걱정하고 있다. 현대차·기아, 현대제철, 한화오션, 포스코 등 하청 노조들은 노란봉투법이 시행되자마자 원청에 교섭을 일제히 요구하며 단체행동을 예고하고 있다. 올해 초만 해도 경기회복에 대한 기대감이 컸던 국내 기업들은 미-이란 전쟁의 대형 돌발 악재와 국내 노조 리스크 등 '내우외환' 상황을 극복해야 하는 절박한 처지에 놓이게 됐다. 여헌우 기자 yes@ekn.kr

금호석화, 포스코퓨처엠·비이아이와 무음극 리튬메탈 배터리 MOU

금호석유화학은 포스코퓨처엠, 비이아이(BEI)와 차세대 배터리 기술 협력을 위한 3자 양해각서(MOU)를 25일 체결했다. 이들 3사는 무음극 리튬메탈 배터리(AFLMB) 기술 개발과 사업화를 위해 전략적으로 협력해 나가기로 했다. AFLMB는 배터리에서 음극 저장 공간 부분을 제거해 무게와 부피를 줄이고 에너지 밀도를 높여 차세대 배터리로 꼽힌다. 금호석유화학의 탄소나노튜브(CNT)와 포스코퓨처엠의 양극재, 비이아이의 무음극 셀 설계 기술을 결합해 고성능 배터리 생태계를 구축할 예정이다. 나아가 전기차(EV)와 로봇, 도심항공교통(UAM), 전동공구 등 고성능이 요구되는 품목의 잠재 수요에 선제적으로 대응한다는 계획이다. 금호석유화학은 CNT 기술력으로 AFLMB 개발에 기여할 예정이다. 금호석유화학의 CNT는 전기·열 특성이 우수해 소량만으로 배터리의 전극 내부 저항을 줄이는 성능을 발휘한다. 무음극 구조의 구리 집전체에 리튬 이온이 균일하게 전착(균일한 막 형태로 달라붙음)하도록 유도할 수 있다. 이 같은 특성으로 AFLMB의 성능 안정과 수명 연장에 기여한다는 것이 금호석유화학의 설명이다. 백종훈 금호석유화학 대표는 “금호석유화학의 CNT 제품이 차세대 배터리의 한계를 돌파하는 핵심 솔루션으로 자리잡을 수 있게 노력할 것"이라며 “앞으로도 첨단소재 포트폴리오를 지속적으로 확대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정승현 기자 jrn72benec@ekn.kr

최고가격제에 사회적 대화·압수수색까지…정유업계 ‘사면초가’

미국-이란 전쟁 이후 원유 수급 불안을 마주한 국내 정유사들이 정부·여당에 주유소업계까지 가세해 석유제품 공급구조 개선을 요구하는 전방위 압박으로 '사면초가'에 빠졌다. 이달 들어 석유제품 최고가격제와 나프타 수출 통제 같은 정부 정책에 이어 주유소의 공급 관행 개선 요구, 검찰의 기름값 담합 의혹 수사까지 잇달아 정유업계르 겨냥한 집중공세가 쏟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정유사들은 전방위적 압박과 석유제품의 공급망 영향을 고려해 이같은 공세에 협조한다는 입장이지만, 업계 한켠에서는 시장원리 역행과 과도한 위축 같은 부작용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아울러 중동 위기를 계기로 국내 정유사들이 안정적 물량 수급·비축과 기업 이윤 추구 사이의 균형점을 찾아야 하는 시험대에 올랐다는 분석이 제기되고 있다. 25일 정유업계에 따르면, 산업통상부는 석유제품 최고가격제에 따라 오는 27일 0시 휘발유·경유·등유의 2차 정유사 공급가격 최고치를 고시한다. 지난 13일 첫 고시에 따라 최고가격제에 따른 정유사 손실을 정부 재정으로 보전할 근거도 마련돼 구체적인 협의 과정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정유사 손실 보전에 대한 실제 논의는 요원한 상황이다. '최고액 정산위원회'를 구성한 뒤 정유사가 계산한 손실액을 정부가 검증하고, 얼마나 재정 보전을 할지 결정하게 된다. 손실액 산정 근거와 정부 보전 비중을 두고 정유사가 정부를 설득해야 하는 구조다. 이 같은 가격 압박에 더해 공급 관행 개선에 대한 주유소 업계의 요구도 커졌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 산하 을지로위원회가 정유4사, 한국주유소협회 등과 지난 20일 개최한 간담회가 공급 관행 개선 움직임의 계기로 작용했다. 민주당은 빠르면 이번주 중 정유사와 주유소 업계를 포함한 사회적 대화 자리를 마련한다는 계획이다. 주유소업계는 △정유사 한 곳과만 전속 공급 계약 △국제유가 변동 시 급격한 공급가 인상 △너무 긴 사후정산 주기 △정유사 카드 결제 불가 등 정유사들의 공급 관행을 개선해야 한다고 촉구하고 있다. 반면에 SK에너지와 GS칼텍스, 에쓰오일, HD현대오일뱅크 등 정유4사는 최고가격제 이행과 수급 안정을 위해 정부와 공조 중이지만 국제유가 급등으로 현실적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호소했다. 또한, 주유소업계가 요구하는 전속공급 계약의 경우 주유소가 가짜석유를 섞어 파는 문제를 관리하기 어려워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더욱이 검찰이 기름값 담합 혐의로 정유4사 강제 수사에 나서면서 정유사들이 체감하는 압박은 더 커졌다. 검찰은 지난 23일 오전부터 정유4사를 압수수색했는데, 수사 범위가 미-이란 전쟁 발발 전후 뿐만 아니라 과거까지 광범위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재명 대통령도 전날 정유사들을 향해 “국민 고통을 악용한 부당한 돈벌이에 대해서는 법과 원칙에 따라 발본색원하고 일벌백계해야 한다"며 “국가 기간산업으로서 공적 책무를 깊이 인식하고 국가적 위기극복 노력에 동참해달라"고 지적했다. 잇따른 압박에 정유업계는 적극 협조한다는 메시지를 계속 냈다. 정유4사를 회원사로 둔 대한석유협회는 이달 들어 세 차례 입장문을 내고 정부 정책 협조와 가격·공급 안정 노력을 강조하고 나섰다. 다만 정유사들은 이달 초부터 공정거래위원회 조사를 받은 터라 당황한 기색이 역력했다. 미-이란 전쟁 이후 정유사들을 향한 전방위적 압박에 관해 전문가들은 핵심 자원 공급이라는 공적 역할과 기업으로서 이윤 추구 목표 사이의 딜레마를 풀어낼 계기로 삼아야 한다는 목소리를 내고 있다. 유승훈 서울과학기술대학교 미래에너지융합학과 교수는 “정유사에게 물량의 물리적 확보를 통한 수급 안정이라는 기존 역할에 덧붙여, 국제 유가 상승분을 국내 가격에 반영하는 속도를 늦추거나, 유통 구조 개선을 통한 가격 안정에 역할을 하라는 새로운 공적 역할이 요구되고 있다"며 “정유사는 '수익 극대화'와 '공적 책무' 사이에서 균형점을 찾기 위한 역할을 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유 교수는 “공급가 공개에 대한 사회적 요구가 큰 만큼 석유 유통 구조의 투명성을 강화하기 위해 지역별 공급가를 공개하는 것을 고려할 만하다"며 “'석유 유통구조 개선을 위한 사회적 대화 기구' 등에 적극 참여해 정부의 손실 보상 요구와 가격 인하 노력을 맞교환하는 협상력을 발휘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한, 정유업계가 나프타 등 주요 원자재의 국가 비축 방안에 적극 협력해 위기 시 정유사의 부담을 정부와 분담하는 구조를 만드는 것이 장기적인 균형점을 마련하는 길이라고 유 교수는 강조했다. 정승현 기자 jrn72benec@ekn.kr

[주총 현장] 추형욱 SK이노 대표 “본원 경쟁력 확보·주주소통 지속”

추형욱 SK이노베이션 대표이사가 “SK이노베이션은 본원적 경쟁력과 미래 성장 기반을 확보해 나가는 동시에 책임감 있는 경영과 투명한 소통을 지속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추 대표이사는 24일 서울 종로구 SK서린빌딩에서 개최된 SK이노베이션 제19기 정기 주주총회에서 “주주 여러분들께 더 큰 가치를 돌려드릴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며 이 같이 말했다. 추 대표는 2025년도 영업보고를 통해 △포트폴리오 리밸런싱 완수 △ 새로운 운영개선(New O/I) 기반 본원적 경쟁력 강화 △전기화 시대 변화 기반 성장동력 확보 등의 전략 실행력을 높이겠다고 강조했다. 주주총회에서는 장용호 SK이노베이션 총괄사장이 이사회 사내이사로 선임됐다. 주총 이후 SK이노베이션은 이사회를 열고 장 총괄사장을 대표이사로 신규 선임해 장용호·추형욱 공동 대표 체제를 구축했다. 장 총괄사장은 SK이노베이션의 전신인 유공 입사를 시작으로 SK그룹 에너지와 화학 분야에서 전문성과 리더십을 쌓아왔다. 2024년부터 SK 주식회사 사장을 지냈고, 지난해부터SK이노베이션 총괄사장을 맡고 있다. 이 밖에도 △김주연 사외이사 재선임 △이복희 사외이사·감사위원 선임 △정관 일부 개정 △이사 보수한도 승인 △19기 재무제표 승인이 주주총회 안건으로 올라와 원안대로 가결됐다. P&G 한국·일본지역 부회장 등을 지낸 김주연 사외이사는 지난 2023년 SK이노베이션 사외이사로 최초 선임된 이후 인사평가보상위원회 위원장으로서 이사회 내 리더십과 역량을 인정받아 재선임됐다. 이복희 사외이사·감사위원은 듀폰코리아 대표이사와 파이퍼베큠코리아 대표이사를 역임했고, 2023년 SK이노베이션 사외이사로 최초 선임된 이후 이사회 투명성과 독립성 제고에 기여해온 점을 인정받았다고 SK이노베이션은 설명했다. SK이노베이션은 2004년 이사회 중심 경영을 선언한 뒤 이사회 공정성과 투명성을 제고하는 노력을 기울여온 결과 전체 이사 중 60% 이상을 사외이사로 구성하게 됐다. 아울러 이번 주총을 통해 상법 개정 취지에 따라 △주주에 대한 이사의 충실 의무 명시 △집중투표 배제 규정 제외 △전자주주총회 도입 △자기주식 보유·처분 근거 신설 등의 내용으로 정관을 개정했다. 정승현 기자 jrn72benec@ek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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