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S효성첨단소재, 타이어코드 호조에 실적 상승세

HS효성첨단소재가 세계 시장 점유율 1위를 차지하고 있는 주력 제품을 앞세워 실적 반등을 모색하고 있다. 중국발 공급과잉으로 성장성이 한풀 꺾인 품목도 재정비, 수익성을 높인다는 전략이다. 21일 금융정보업체 에프엔가이드에 따르면 HS효성첨단소재의 지난해 4분기 예상 매출과 영업이익은 각각 8265억원·401억원이다.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7.6%, 영업이익은 92.8% 높다. 그러나 영업이익 증가율이 100%를 넘는 등 이를 상회하는 실적을 거뒀을 것이라는 분석이 연달아 나오고 있다. 타이어보강재(타이어코드)가 계절적 비수기에 진입했음에도 탑티어 고객사향 출하량이 늘어나면서 전체 판매량을 뒷받침하고, 판매단가(ASP)도 높아졌다는 논리다. 겨울철용(윈터) 타이어 수요도 실적에 기여한 요소로 꼽힌다. HS효성첨단소재는 글로벌 폴리에스테르(PET) 타이어코드 시장에서 50%에 달하는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으며, 전기차 시장 확대에 따른 수혜도 입고 있다. SNE리서치는 지난해 1~11월 글로벌 전기차 인도량이 약 1559만대로, 전년 동기 대비 25.9% 성장했다고 분석했다. 내연기관 차량 보다 무거운 전기차는 마모를 줄일 수 있도록 더 많은 타이어코드가 들어간 타이어를 쓴다. 반면, 일명 '슈퍼섬유'로 불리는 탄소섬유와 아라미드는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김도현 SK증권 애널리스트는 중국법인 생산조정 등 운영효율화로 적자 폭이 축소됐음에도 판가 하락이 지속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수소경제 성장이 예상을 밑도는 가운데 중국 업체들의 대규모 증설이 이어진 탓에 공급과잉 구간에 진입한 탓이다. 실제로 2020년부터 2023년까지 증가세를 보였던 탄소섬유·아라미드 수출량이 감소했고, 2023년 하반기부터 판가 하락도 본격화됐다. 수소차 시장이 축소되는 것도 악재다. 탄소섬유는 수소 연료탱크 생산비의 75%를 차지하는 등 수소차의 핵심소재로 꼽힌다. 정부도 승용차 보다는 상용차 쪽에 초점을 두는 모양새다. 신차 출시 계획이 공격적이지 않고, 인프라도 부족해 친환경차 시장 내 입지가 좁아진 까닭으로 풀이된다. SNE리서치에 따르면 지난해 1~9월 글로벌 수소차 등록대수는 9946대로, 전년 동기 대비 17.4% 감소했다. 2017년 4280대였던 수소차 등록대수는 2022년 2만대를 넘겼으나, 2023년 1만6413대로 축소됐다. HS효성첨단소재는 올해 베트남 탄소섬유 공장 3곳을 순차적으로 가동하면서 실적을 끌어올린다는 방침이다. 하반기 흑자전환에 성공할 것이라는 기대도 받고 있다. 베트남 공장은 국내와 중국 보다 수익성이 높다는 평가를 받는다. 국내 물량과 판매처가 같아 중국 내수 물량 보다 가격대가 높지만, 생산 원가는 낮기 때문이다. 전유진 iM증권 애널리스트는 “이익률은 베트남>국내>중국 순서로 추정된다"며 “올 하반기부터 국내·베트남 공장 가동 효과가 일부 반영되면서 중국법인의 대규모 적자를 상쇄시키겠고, 뚜렷한 수익성 개선을 확인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나광호 기자 spero1225@ekn.kr

[트럼프 2.0] 美, 1조3000억 보조금 삭감 우려… K-배터리 ‘비상경영’

트럼프 미국 대통령 취임 이후 예고된 업황 악화에 대비해 국내 배터리 3사가 잇따라 비상경영 체제에 돌입했다. 전기차 캐즘이 장기화된 상황에서 트럼프 행정부 2기의 에너지 정책 변화에 큰 타격을 받을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글로벌 시장에서 중국에 크게 뒤처지고 있는 상황에서 미국의 정책 변화로 K-배터리의 악재가 예상된다. 20일 배터리 업계에 따르면 K-배터리가 비상경영 체제에 돌입하고 있다. LG에너지솔루션은 지난달 하순 이창실 최고재무책임자(CFO)와 김기수 최고 인사책임자(CHO) 명의로 직원들에게 메시지를 보내 전사 차원의 위기 경영을 시작하겠다고 밝혔다. LG엔솔은 비용절감을 위해 임원 해외 출장 시 8시간 미만 거리는 이코노미석 탑승을 의무화했다. 출장 규모를 최소화하고 화상화의도 활성화할 방침이다. 또한 일부 신사업 및 신기술 분야를 제외하고 신규 증원 대신 내부 인력 재배치하며 조직 효율화를 극대화한다는 계획이다. SK온은 지난해 7월부터 조직을 효율화하고 흑자전환을 달성할 때까지 비상경영 체제에 돌입하겠다고 밝혔다. SK온은 흑자 달성 때까지 모든 임원의 연봉을 동결하고 임원 해외 출장 시 이코노미석 탑승을 의무화하기로 했다. 지난해 하반기에는 2021년 출범 이후 최초로 희망퇴직을 실시하기도 했다. 삼성SDI는 대내외적으로 메시지를 발표하지는 않았지만 현재 임원 주 6일 근무제를 시행하며 내부적으로 비용 절감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이는 올해 트럼프 행정부 2기에서 K-배터리 3사의 버팀목이었던 미국 첨단제조생산세액공제(AMPC) 보조금을 삭감할 가능성이 높은 탓이다. LG에너지솔루션, 삼성SDI, SK온 등은 그동안 중국 배터리 업체의 공략이 느슨한 미국을 기회의 땅으로 여기고 수십조원 규모의 투자를 단행해왔다. 국내 배터리 3사가 목표한 생산 능력을 합산하면 북미 지역에만 연 600GWh(기가와트시) 이상으로 집계된다. 뿐만 아니라 미국에서 현대차를 비롯해 GM, 스텔란티스, 혼다, 포드 등과의 합작법인(JV) 설립도 활발하게 추진하고 있다. 이는 바이든 행정부의 IRA 시행으로 인한 수혜가 있었기에 가능하기도 했다. 그동안 국내 배터리 3사의 AMPC 보조금 규모는 지난해 1~3분기까지 합계 1조3787억원 규모에 달한다. LG에너지솔루션이 1조1027억원으로 가장 큰 혜택을 봤고, SK온도 2111억원, 삼성SDI도 649억원 수준이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선거 과정에서 AMPC 보조금 예산 폐지 혹은 축소 등을 공약으로 밝혀왔다. 이를 감안하면 올해 4조원 규모로 예상됐던 국내 배터리 3사의 보조금 수령 규모가 큰 폭으로 줄어들 수밖에 없다. 더 큰 문제는 K-배터리가 정책 변화로 미국 공략이 어려워지는 동시에 미국 이외의 시장에서는 중국 배터리 업체의 공세에 완전히 밀리고 있다는 점이다. 시장조사업체 SNE리서치에 따르면 지난해 1~11월 동안 K-배터리 3사의 글로벌 점유율은 19.8%를 기록했다. 지난 2023년 한 해 동안 23.5%를 기록했으나 지난해에는 20% 점유율마저 지키지 못한 것이다. LG에너지솔루션은 2023년 13.8%의 점유율을 기록했지만 지난해에는 11.6%로 줄었다. 같은 기간 SK온도 5.1%에서 4.5%로, 삼성SDI도 4.7%에서 3.7%로 점유율 축소를 피하지 못했다. 반면 중국 배터리 업체는 점유율을 확대하며 성장세를 과시했다. 글로벌 배터리 1위 기업인 중국 CATL은 2023년 36.2%의 점유율을 기록했고 지난해에는 36.8%로 소폭 성장했다. 글로벌 2위인 중국 비야디(BYD)도 15.9%에서 17.1%로 점유율 개선에 성공했다. 전기차 캐즘 기간 동안 저렴한 리튬인산철(LFP) 배터리를 앞세운 중국 배터리 업체가 세계 시장을 석권하고 있다는 진단이 나온다. 배터리 업계 관계자는 “현재의 위기를 극복하려면 비용 절감하는 동시에 미국과의 관계도 지속적으로 신경을 써야할 것"이라며 “기업만으로는 한계가 있기 때문에 정부의 도움이 절실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윤동 기자 dong01@ekn.kr

효성화학 지원 나선 효성티앤씨, 주식매수청구권 행사 나올라 ‘전전긍긍’

화학산업의 업황 악화로 위기에 처한 계열사인 효성화학을 지원하기 위해 나선 효성티앤씨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효성화학의 특수가스 사업부를 인수하기 위해서 주주총회 특별 결의를 통과해야하는데다 최근 주가 하락으로 주식매수청구권으로 추가적인 지출이 발생할 우려가 있는 탓이다. 16일 산업권에 따르면 효성티앤씨와 효성화학은 오는 23일 각각 임시 주주총회를 열고 효성화학 특수가스 사업부 영업 양수·양도를 확정한다. 효성티앤씨는 지난달 12일 효성화학으로부터 특수가스 사업부를 9200억원에 양수하는 계약을 체결했으며, 이번 임시 주총은 이에 따른 후속 조치다. 다만 영업 양수도는 상법상 주주총회 특별결의 대상이다. 때문에 효성티앤씨·화학 모두 이번 임시 주총에 출석한 주주의 3분의 2가 찬성해야만 추진할 수 있다. 영업 양수도의 경우 주총 불확실성이 있기 때문에 통상 매각하는 사업부를 물적분할한 이후 해당 주식을 사들이는 방식으로 인수가 진행되는 경우가 많다. 실제 당초 효성화학도 특수가스 사업부를 물적분할한 이후 자회사를 설립해 지분을 매각할 계획이었지만, 이 경우 인수자가 연결기준 3조1782억원에 달하는 효성화학의 전체 부채 중 일부를 연대보증해야 했기에 원매자를 찾기가 어려웠다. 이에 계열사인 효성티앤씨가 효성화학의 특수가스 사업부를 매수하기로 한 것이다. 결국 효성티앤씨도 효성화학의 대규모 부채를 연대보증하기가 어려워 주총 특별 결의가 필요한 영업 양수도 방식으로 인수를 진행한 것으로 분석된다. 지난해 9월 말 기준 효성티앤씨·화학의 최대주주인 ㈜효성은 양사의 지분을 각각 41.63%와 52.32% 보유하고 있다. 이를 감안하면 대형 변수가 없다면 출석 주주의 3분의 2 찬성인 특별 결의에 큰 무리가 없을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더 큰 문제는 최근 주가가 하락해 주식매수청구권 가격에 근접하고 있다는 것이다. 효성티앤씨는 22만6713원의 주식매수청구권을 주주들에게 부여했다. 주식매수청구권이란 합병·분할 등 주주총회 특별결의 사항에 반대하는 주주가 회사 측에 보유한 주식을 정당한 가격으로 되사달라고 청구하는 권리를 의미한다. 주식매수청구권을 활용하는 주주들이 많아질 경우 회사의 자금이 크게 빠져나가게 된다. 최근 효성티앤씨의 주가가 전반적으로 하락세를 보여 지난 14일에는 22만7500원으로 주식매수청구권 가격에 매우 근접한 수준까지 떨어졌다. 효성티앤씨의 주식매수청구권은 오는 21일부터 다음달 12일까지 행사할 수 있다. 이 기간 주가가 더욱 떨어질 경우 주식매수청구권을 행사할 주주가 늘어날 수 있다. 이 경우 회사 자금으로 주식을 사들여야 하기에 생각지 못한 지출이 발생할 수 있다. 올해 중국의 경기 회복이 지연되면서 효성티앤씨의 주요 사업인 스판덱스 수요 회복 속도가 더딜 것으로 관측된다. 이 같은 상황에서 경쟁사의 증설로 공급이 더욱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이를 감안하면 경쟁사와의 가격 경쟁으로 수익성이 악화될 가능성이 높다. 뿐만 아니라 막대한 자금을 투자해 계열사 효성화학의 특수가스 사업부를 인수해 궤도에 올려야 하는 상황이다. 효성티앤씨의 고민이 깊어질 수밖에 없다. 산업권 관계자는 “효성티앤씨도 보유한 현금이 많지 않아 외부 차입을 통해서 인수 자금을 마련해야 할 것"이라며 “차입 이자와 주식매수청구권 가능성 등을 감안하면 계열사를 지원하기 위해 힘든 길을 가고 있다"고 말했다. 윤동 기자 dong01@ekn.kr

[CES 2025]에쓰오일 최고경영층, 전시장 방문…“통찰력 향상 기회”

안와르 알 히즈아지 에쓰오일 최고경영자(CEO)가 7일(현지시각)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세계 최대 전자·IT 전시회 'CES 2025' 현장을 찾았다. 8일 에쓰오일에 따르면 이번 참관에는 류열 사장, 정영관 신사업부문장, 임종인 IT부문장이 함께했다. 이들은 삼성SDS·삼성전자·마이크로소프트(MS) 등 국내외 기업의 전시장을 방문했다. 특히 삼성SDS가 선보인 인공지능(AI) 에이전트에 기반한 기업의 하이퍼오토메이션 등 디지털 전환 전략 및 신사업 확장을 위한 최신 기술 동향을 확인했다. 삼성SDS는 에쓰오일의 전사적 자원관리(ERP) 차세대 시스템 업그레이드 프로젝트 수행을 비롯해 IT 컨설팅과 어플리케이션 개발 분야 핵심 파트너로서 자리잡았다. 알 히즈아지 CEO는 “글로벌 테크 기업들이 선보인 최신 제품과 기술을 현장에서 직접 확인하면서 AI 기술과 결합한 시장환경 변화를 느낄 수 있었다"며 “에너지 기업이 이를 활용해 앞으로 나아갈 방향에 대한 통찰력을 높이는 기회가 됐다"고 말했다. 또한 △에너지 전환 △차량 전동화 △청정 에너지원 수요 등의 경영환경 변화 속에서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창출·운영하는 전략 방향을 점검하는 데도 도움을 받았다고 덧붙였다. 에쓰오일은 4차 산업혁명 기술을 활용한 디지털 전환 메가 프로젝트 계획을 수립하고, 지능형 공장 시스템 구축을 진행 중이다. 나광호 기자 spero1225@ekn.kr

SKC, ‘CES 2025’서 반도체 글라스 기판 실물 공개

SKC가 오는 7~10일(현지시각)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리는 세계 최대 산업박람회 'CES 2025'에서 반도체 산업의 게임 체인저로 평가받는 소재를 선보인다. SKC는 SK그룹 4개 계열사가 공동 운영하는 전시관 내 인공지능 데이터센터(AI DC) 구역에서 글라스 기판을 실물 전시한다고 7일 밝혔다. 글라스 기판은 초미세회로 구현이 가능하고, 적층 세라믹 콘덴서(MLCC) 등의 소자를 넣어 표면에 대용량 중앙처리장치(CPU)와 그래픽처리장치(GPU)를 얹을 수 있다. 이를 통해 기존 기판 대비 데이터 처리 속도를 40%를 높이고, 전력 소비와 패키지 두께는 절반 이상 줄어든다. 데이터센터 면적도 줄일 수 있다는 의미다. SKC는 세계 최초로 미국 조지아주에 양산공장을 준공하고, 상업화를 추진 중이다. 지난해에는 미국 정부로부터 생산 보조금 7500만달러와 연구개발(R&D) 보조금 1억달러도 확보했다. 이번 전시회에서 SKC 글라스 기판 사업 투자사 앱솔릭스는 'AI 반도체를 위한 최첨단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를 주제로 진행되는 발표에 참여, 글라스 기판 기술을 통해 진화하는 AI 솔루션의 발전 방향을 제시한다. SKC 관계자는 “점점 치열해지고 있는 반도체 경쟁에서 글라스 기판을 통해 기술 우위를 공고히 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나광호 기자 spero1225@ekn.kr

정유4사, 4분기 정제마진 상승·고환율에 울고 웃었다

국제유가과 정제마진 감소로 지난해 3분기 고전했던 국내 정유사들이 4분기에는 선방했다는 기대감이 불거지고 있다. 그러나 원달러 환율 급등에 따른 손실도 불어났다는 우려가 공존하는 모양새다. 6일 대한석유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10월과 11월에 걸쳐 정제마진이 반등했다. 이는 △미국 걸프연안에 위치한 정제설비 설비 가동 차질 △유럽 난방 수요 증가 △일본·한국의 항공유 수요 강세 등으로 등유와 경유를 비롯한 제품의 스프레드가 반등한 영향이다. 정제마진은 휘발유·경유 등 석유제품 가격에서 원유값·운송비·운영비를 비롯한 요소를 제외한 값으로, 국내 기업들의 손익분기점(BEP)은 5달러 수준이다. 황규원 유안타증권 애널리스트는 5737억원의 적자를 냈던 에쓰오일 정유부문이 흑자전환한 것으로 예상했다. 정제마진 뿐 아니라 재고평가손익도 개선된 덕분이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엔가이드에서도 에쓰오일의 4분기 총 영업이익이 1843억원으로 3분기(-4149억원) 대비 흑자전환했다는 예측이 나온다. 전체 매출의 4분의 3 이상을 차지하는 정유부문의 실적 개선이 전체 지표 반등을 이끌었다는 분석이다. SK이노베이션도 -4841억원에서 291억원으로 회복됐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양사는 제품 수요 회복 및 공급 감소 효과를 들어 정제마진이 나아질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은 바 있다. 재고평가손익이 좋아진 점도 이같은 목소리에 힘을 싣는 요소다. 정유사들은 국제유가가 하락하는 국면에서는 재고평가손실을 입는다. 원가를 인식한 시점 보다 이를 정제해 만든 제품을 판매한 시점에서 발생한 마진이 축소되기 때문이다. 실제로 지난해 6월초 배럴당 70달러대 중후반이었던 국제유가가 7월초 80달러대 중반으로 상승했다가 9월 중순 70달러 밑으로 떨어지면서 3분기 실적을 끌어내렸다. 그러나 이후 70달러선을 회복했고, 4분기에는 변동폭이 적게 형성되면서 재고평가이익이 소폭 발생한 것으로 추정된다. 문제는 대규모 환차손을 피할 수 없었다는 것이다. 업계는 통상 원달러 환율 10원 상승시 연간 1000억원에 달하는 손실을 입는 것으로 보고 있다. 정유사들이 지난해 1~11월 4억5000만배럴에 달하는 물량을 수출하는 등 원유 도입액의 절반 이상을 회수하고 있으나, 전량 수입의 벽이 높은 탓이다. 원달러 환율은 지난해 9월30일 1320.0원에서 12월31일 1477.0원으로 치솟았다. 황 애널리스트는 에쓰오일이 5500억원 규모의 영업외 환손실을 입은 것으로 추정했다. 중국발 공급과잉, 정기보수 등의 여파로 국내 기업들의 가동률이 일정 수준을 넘어서지 못하는 점도 지적된다. 대한석유협회는 지난해 1~11월 월별 평균 가동률이 79.5%였다고 설명했다. 12월 83.5%를 상회하지 못한 경우 최근 몇년간 이어진 80% 돌파가 또다시 좌절된다. 2020년 1월부터 지난해 11월까지 83.5% 이상이었던 횟수는 4번에 머문다. 업계 관계자는 “석유수출국기구 플러스(OPEC+)의 감산 완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친화석연료 정책 등으로 글로벌 생산량이 불어나면서 국제유가가 지난해 보다 하락할 수 있다"면서도 “중국·유럽·북미 정제시설 구조조정의 영향으로 지난해 일일 100만배럴이었던 글로벌 신증설 물량이 16만배럴 수준으로 급락하는 만큼 수요 개선이 이뤄지면 업황 회복도 노려볼 수 있다"고 말했다. 나광호 기자 spero1225@ekn.kr

SK에너지, 국내 최초로 지속가능항공유 유럽 수출 달성

SK에너지가 국내 정유사 중 처음으로 유럽에 지속가능항공유(SAF)를 수출했다. SAF 대량생산 체계를 선도적으로 갖춘 SK에너지가 유럽연합(EU)이 올해 1월 SAF 사용 의무화에 돌입하자마자 수출에 성공한 것이다. SK에너지는 5일 코프로세싱(Co-Processing) 생산방식으로 폐식용유 및 동물성 지방 등 바이오 원료를 가공해 만든 SAF를 유럽으로 수출했다고 밝혔다. 유럽 각국은 올해 1월부터 항공유에 SAF를 최소 2% 이상 배합해야 한다는 제도를 도입했다. 현재 SAF 사용이 의무화된 글로벌 시장은 유럽이 유일하다. 앞서 SK에너지는 지난해 9월 코프로세싱 방식의 생산라인을 갖추고 SAF 상업생산에 착수한 바 있다. 코프로세싱은 기존 석유제품 생산 공정 라인에 별도의 바이오 원료 공급 배관을 연결해 SAF와 바이오납사 등 저탄소 제품까지 생산하는 방식이다. 특히 SK에너지는 연산 10만t(톤) 수준의 SAF 등 저탄소 제품 대량 생산체계를 갖춰 수출에 유리한 고지를 차지했다. SK에너지 관계자는 “환경과학기술원 연구개발(R&D) 및 SK이노베이션 울산콤플렉스 (울산CLX) 엔지니어링 역량을 토대로 대량 생산체제를 갖추고 상업생산 라인을 가동한 것이 수출에 주효했다"고 말했다. 앞서 SK이노베이션 자회사인 SK온 트레이딩 인터내셔널이 폐자원 기반 원료기업에 투자했고, SK에너지가 이번에 SAF 생산 및 수출에 성공함으로써 원료 수급부터 생산 및 판매에 이르는 글로벌 밸류체인을 완성했다. 이를 토대로 SK에너지는 올 상반기 국내 공급을 비롯해 글로벌 SAF 시장을 지속 확장해 나간다는 계획이다. 글로벌 SAF 수요는 지난 2021년 국제항공운송협회(IATA)가 '2050 탄소중립' 계획을 발표한 이후 지속적으로 성장해 왔다. IATA는 오는 2050년까지 항공업계의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2005년 대비 50% 감축하는 결의안을 통과시켰다. 이에 발맞춰 유럽연합(EU)는 올해부터 유럽 지역에서 이륙하는 모든 항공기에 대해 최소 2%의 SAF를 혼합해 사용할 것을 의무화했고, 2030년에는 6%, 2050년에는 70%까지 의무화 비율을 확대할 예정이다. 미국은 2050년까지 항공유 사용 전량을 SAF로 대체한다는 목표를 수립했다. 이춘길 SK에너지 울산CLX 총괄은 “앞으로 국내외 SAF 정책 변화와 수요 변동 등 시장 상황을 면밀히 모니터링하면서 SAF 생산 및 수출 확대를 추진해 나갈 방침"이라고 말했다. 윤동 기자 dong01@ekn.kr

“정밀화학 경쟁력 향상 시급… 방치땐 日 전철 밟을수도”

우리 기업들이 지난해 역대 최대 수출 실적을 기록했으나, 이같은 흐름을 이어가기 위해서는 정밀화학 경쟁력을 높여야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성장산업 등 제조업 역량을 끌어올리는 요소로 작용한다는 이유다. 2일 업계에 따르면 정밀화학은 △반도체·디스플레이 △2차전지 △바이오헬스 △정보통신 △가전 △전기차를 비롯한 분야의 후방산업으로, 제품 경량화와 내열성 향상 등 물성 뿐 아니라 친환경성도 높일 수 있다. 글로벌 무대에서는 중국·인도를 중심으로 생산력 확대가 지속되고 있으며, 시장 규모도 2023년 2조1000억달러에서 2030년 2조9000달러로 성장할 전망이다. 롯데그룹 화학군에 속한 한덕화학이 1300억원을 들여 반도체 현상액(TMAH) 공장을 건설하고, 태광산업이 청화소다 생산력을 6만6000t에서 13만2000t로 높여 수익성 향상에 나서는 것도 이 때문으로 풀이된다. 국내 기업들의 수출은 2019년 164억달러에서 2023년 216억달러로 향상됐다. 이는 전체 수출(6322억달러)의 3.4% 수준으로, 글로벌 시장에서 중국·미국·독일의 뒤를 잇는 위치로 올라섰다. 그러나 선진국과 비교하면 포토케미컬과 점·접착제를 비롯한 분야의 기술력이 충분치 않고, 개도국 대비 열위에 놓인 가격경쟁력 등으로 인해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지적이 잇따른다. 국산화율이 미흡한 품목도 많다는 평가를 받는다. 산업연구원(KIET)에 따르면 모빌리티용 친환경 도료·코팅 소재 및 고내열성 접착제의 수입 의존도는 80%에 달한다. 불소계 양극 바인더는 일본·프랑스·벨기에를 비롯한 국가로부터 전량 수입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미·중 패권경쟁과 디커플링 등으로 공급망 재편이 이뤄지는 상황에도 충분히 대처하지 못하고 있다는 문제도 거론된다. 대외 변수에 취약하다는 의미다. 산업연구원은 바스프가 예측 유지보수·증강현실(AR)을 포함한 5개 혁신 테마를 토대로 생산성을 높이고, 미쓰비시케미컬도 인공지능(AI)을 활용해 독성 화학물질의 대체품을 찾았다고 설명했다. 반면 우리나라는 디지털 전환 속도가 늦다는 비판이 나온다. 양극재와 전해질에 디지털 트윈 기술을 적용하는 등 대기업을 중심으로 소기의 성과를 내고 있으나, 중소·중견기업은 투자금 및 인력 부족에 막혀 기술 도입이 제한되고 있다는 것이다. 'IT강국'으로 불리지만 인구구조 급변과 정밀화학 산업군에 대한 기피현상에 대응할 수 있는 역량을 갖추기 어렵다는 뜻이다. 실제로 국내에서 적층세라믹콘덴서(MLCC) 제조 등에 쓰이는 약품을 생산하는 기업의 대표는 “젊은 인력 충원이 좀처럼 이뤄지지 않는다"고 토로했다. 산업용 전기요금 향상으로 원가 부담이 가중되는 가운데 화학물질관리법(화관법)과 화학물질의 등록 및 평가 등에 관한 법률(화평법)을 비롯한 규제도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 업계는 이같은 문제를 극복하지 못하면 글로벌 시장에서 2019년 6%를 차지했다가 2023년 2.5%로 입지가 축소된 일본의 전철을 밟을 것으로 걱정하는 모양새다. 유해 화학물질을 대체하고, 탄소중립 및 에너지 효율 향상을 위한 투자를 지원하는 등 정부 차원의 노력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경제단체들은 중소·중견기업 임시투자세액공제 한시 도입, 국제사회와의 소통 강화, 전력망·재생에너지 인재 육성을 비롯한 정부의 정책에 환영 의사를 드러내면서도 국가전략기술 R&D시설 세액공제 도입 등의 추가적인 조치를 촉구했다. 업계 관계자는 “정밀화학산업은 중국에 이어 중동발 공급과잉에 직면한 석유화학산업의 돌파구가 될 수 있다"며 “소량생산이 이뤄지는 경우가 많은 만큼 민관이 힘을 합쳐 판로를 확보해야 투자 동력도 강화될 것"이라고 말했다. 나광호 기자 spero1225@ekn.kr

[리이그나이트 코리아] K-배터리 ‘기술 초격차 확보’에 올인…캐즘 이후 승부수

글로벌 전기차 시장에서 캐즘(일시적 수요정체) 현상이 장기화하는 가운데 배터리 시장의 생존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다. 이에 국내 배터리 3사는 2025년 강력한 경쟁자인 중국이 쫓아오기 어려운 기술 초격차 확보에 총력을 기울인다는 방침이다. 2일 재계에 따르면 전기차 캐즘 장기화로 국내 배터리 기업의 점유율이 줄어가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SNE리서치에 따르면 지난해 1~10월 글로벌 전기차용 배터리 사용량에서 LG에너지솔루션·SK온·삼성SDI 등 국내 배터리 3사의 합산 점유율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5%포인트(p) 하락한 20.2%를 기록했다. 최근 3년 사이 시장 1~2위를 차지하고 있는 중국 CATL과 BYD(비야디)의 합산 점유율은 39.7%에서 53.6%로 상승했다. 중국 기업은 자국 정부의 강력한 지원을 바탕으로 내수 시장뿐 아니라 가격 경쟁력을 바탕으로 세계 시장에서 영향력을 확대해 나가고 있다. 이에 국내 배터리 기업들은 중국이 쫓아오기 어려운 기술 우위 확보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당장 캐즘 시기에는 저렴한 중국산 배터리가 점유율을 확대할 수 있지만 조만간 본격적인 전기차 시대가 다가온다면 차세대 배터리 기술력이 중요할 것이라는 관측에서다. 실제 국내 배터리 3사는 전고체 배터리를 비롯한 선진 기술 확보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전고체 배터리는 에너지 밀도가 높고 화재 위험성이 낮아 '꿈의 배터리'로 불린다. 이에 전고체 배터리를 선제적으로 상용화한 기업은 미래 시장의 주도권을 잡을 수 있다. 전고체 배터리를 비롯한 차세대 배터리 시장을 선점하기 위한 기업 간 경쟁도 치열해지고 있다. 삼성SDI는 2027년 양산을 목표로 전고체 배터리 상용화를 준비하고 있다. SK온은 2025년 하반기까지 전고체 배터리 라인을 준공해 2029년 상용화할 계획이다. LG엔솔도 2030년까지 전고체 배터리를 상용화한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이와 동시에 중국을 견제하기 위해서 중국 업체의 주력 제품인 리튬·인산·철(LFP) 배터리 개발과 생산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LFP 배터리는 니켈·코발트·망간(NCM) 배터리 대비 30%가량 저렴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SEN리서치 관계자는 “가격 경쟁력과 높은 열안전성의 LFP가 NCM을 대체하기 시작하면서 중국의 시장 점유율이 급성장했다"며 “중국 OEM 외에도 다수의 글로벌 OEM이 LFP를 도입하면서 3사 역시 빠르게 LFP 양산을 준비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국내 배터리 3사가 올해 기술력 강화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는 점은 최근 마무리된 2025년 정기 임원 인사를 통해서도 드러난다. 이들은 승진 규모를 대폭 축소하면서도 '기술통'을 전진 배치했다. 배터리 3사의 임원 승진자 수는 총 28명으로 전년의 48명 대비 42%가 줄었다. 눈에 띄는 점은 3사 모두 기술 전문가를 전면에 배치하고 연구개발(R&D) 인재를 적극 영입했다는 점이다. SK온은 임원 인사에서 단 2명을 승진시켰는데, 모두 엔지니어 출신이다. 아울러 SK하이닉스 출신 이석희 최고경영자(CEO)에 이어 피승호 SK실트론 제조·개발본부장을 제조총괄로 선임했다. 피 총괄은 SK하이닉스 미래기술연구원 R&D(연구개발) 실장 등을 맡으며 해외에 의존하던 기능성 웨이퍼의 자체 개발을 주도해 소재부품 국산화를 이끈 경험이 있다. 삼성SDI는 지난해 11월 인사를 통해 엔지니어 출신 최주선 삼성디스플레이 사장을 신임 대표이사로 내정했다. 기존에 '전략통'으로 꼽힌 최윤호 대표이사 자리를 교체한 것이다. 또 부사장 3명 중 2명을 엔지니어 출신으로 채우면서 '초격차 기술경쟁력' 확보에 속도를 낸다는 방침을 뚜렷하게 했다. LG에너지솔루션은 김동명 사장의 유임을 결정했다. 김 사장은 1998년 배터리 연구센터로 입사해 연구개발(R&D), 생산, 상품기획, 사업부장 등을 역임한 대표적인 '기술통'이다. 배터리 업계 관계자는 “지난해 연말 임원 인사에서 기술 전문가들이 약진했다"며 “배터리 시장이 주춤하면서 투자 확장보다 기술력 확보를 통한 내실 강화에 집중하겠다는 전략"이라고 말했다. 윤동 기자 dong01@ekn.kr

롯데 한덕화학, 반도체 소재 생산력 확대 나서…1300억원 투자

한덕화학이 경기경제자유구역청(경기경제청)·평택시와 평택 포승지구에 1300억원 규모의 투자협약을 체결했다. 롯데그룹 화학군 고부가 스페셜티 사업 강화의 일환이다. 한덕화학은 9746평 규모의 신규 부지를 확보하고, 내년 하반기부터 반도체 현상액(TMAH) 생산시설을 착공한 뒤 2026년말부터 생산에 돌입할 계획이라고 26일 밝혔다. TMAH는 반도체 및 디스플레이에 미세 회로 패턴을 현상하는 핵심소재다. 고순도의 반도체 용 현상액은 현재 한국·대만·일본·미국만 생산 가능하며 한덕화학의 공장은 국가전략기술 사업화 시설로 선정됐다. 한덕화학은 글로벌 1위 TMAH 제조사로, 2020년부터는 롯데케미칼과 일본 도쿠야마가 50대 50 지분을 보유 중이다. 롯데정밀화학과 한덕화학은 세계에서 유일하게 기초 원료부터 최종제품까지 한 공장에서 수직계열했다. 신규 생산시설은 삼성전자·SK하이닉스·삼성디스플레이·LG디스플레이를 비롯한 주요 고객사들과의 거리가 6분의 1 수준으로 줄어 물류비를 줄일 수 있다. 또한 생산거점을 추가해 공급 안정성을 높이는 동시에 향후 반도체 메가 클러스터 조성과 OLED 생산 확대 등 신규 수요에 대응할 수 있다. 롯데는 한덕화학이 현재 글로벌 1위에 안주하지 않고 규모의 경제를 통한 초격차를 실현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롯데 화학군은 중국의 대규모 증설과 수요 부진 등 글로벌 경쟁이 심화된 범용 석유화학 비중을 축소하는 방향으로 사업 포트폴리오를 조정 중이다. 업황 부진과 상관 없이 미래 경쟁력 확보를 위한 투자도 차질 없이 진행할 방침이다. 정승원 롯데정밀화학 대표(내정)는 “향후 반도체 메가 클러스터 조성 등 수요를 확보해 국내 반도체 산업 경쟁력에 일조하고 회사의 고부가 스페셜티 사업을 강화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최원용 경기경제청장은 “최근 반도체 첨단소재 기업들이 잇달아 평택 포승지구에 대규모 투자를 하고 있다"며 “기업들이 원활하게 사업·성장할 수 있도록 행정적인 지원을 아끼지 않을 것"이라고 발언했다. 나광호 기자 spero1225@ek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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