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아파트 ‘15억의 저주’… 대출 규제가 부른 ‘외곽 폭등·강남 침체’ 양극화

서울 아파트 시장이 정부의 대출 규제선인 '15억원'을 기점으로 거대한 칸막이가 쳐진 형국이다. 주택담보대출 최대 한도(6억원)를 활용할 수 있는 15억원 이하 아파트에는 실수요자가 몰리며 신고가가 속출하는 반면, 대출 문턱이 높은 강남권 상급지는 매수세가 끊기며 하락세로 돌아섰다. 4일 KB부동산과 한국부동산원 통계에 따르면, 서울 중소형 아파트(전용 60~85㎡)의 평균 매매 가격이 이달 15억 1,022만 원을 기록하며 사상 처음으로 15억 원 선을 넘어섰다. 지난해 10월 14억 원을 돌파한 지 단 5개월 만에 1억 원이 더 오른 것이다. 이 같은 현상은 정부의 대출 규제가 부른 '규제의 역설'로 풀이된다. 현행 대출 규제상 15억 원 이하 주택은 최대 6억 원까지 대출이 가능하지만, 15억 원을 넘어서는 순간 한도가 4억 원으로 급감한다. 이 때문에 실수요자들이 대출을 최대한 끌어쓸 수 있는 15억 원 이하 매물에 몰리면서, 가격이 15억 원으로 수렴하는 '키 맞추기' 장세가 뚜렷해지고 있다. 실제로 올해 서울 아파트 거래 10건 중 8건(81.3%)은 15억 원 이하에서 이뤄졌다. 지역별 온도 차는 실거래 사례에서도 선명하게 드러난다.국 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따르면 서울 관악구 봉천동 관악드림타운 전용 84㎡가 지난달 2일 12억3000만원에 거래되며 동일 면적 기준 최고가를 새로 썼다. 종전 최고가는 같은 해 2월 5일 거래된 12억2000만원이었다. 성북구 역시 비슷한 흐름이다. 길음동 '래미안길음센터피스' 전용 59㎡는 최근 15억 4,000만 원에 거래되며 처음으로 15억 원 선을 돌파했다. 이 단지 역시 지난해까지만 해도 13억~14억 원대에서 거래되던 가격이 단기간에 1억 원 이상 뛰어오르며 '대출 마지노선'에 맞춰 가격이 형성되는 모습이다. 외곽 지역 중소형 아파트가 연이어 10억 후반~15억 구간으로 올라서면서, 실수요가 몰린 가격대에서 상승 압력이 집중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반면 '상급지'인 강남 3구와 용산구는 거래 현장에서 확연히 다른 흐름을 보이고 있다. 강남구는 1분기 누적 상승률이 0.11%에 그치며 사실상 보합 수준에 머물렀고, 최근에는 주간 기준으로 하락 전환하는 흐름까지 나타나고 있다. 실거래 현장에서는 가격을 낮춘 급매물 위주로 거래가 간헐적으로 체결되는 모습이다. 예컨대 대치동과 도곡동 일대 주요 단지에서는 직전 최고가 대비 수천만 원에서 많게는 1억 원 이상 낮춘 매물이 시장에 나오고 있지만, 거래 성사는 제한적인 상황이다. 이는 5월 9일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유예 종료를 앞두고 보유 부담을 느낀 매도자들이 선제적으로 물건을 내놓고 있는 반면, 매수자들은 대출 규제에 막혀 적극적으로 진입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15억 원을 초과하는 구간에서는 주택담보대출 한도가 크게 줄어들면서, 실수요자 입장에서는 현금 비중을 대폭 늘리지 않는 이상 매입이 어려운 구조다. 이로 인해 강남권 시장은 거래량이 줄고 가격은 약세를 보이는 '거래 절벽형 하락' 양상이 나타나며, 점차 매수자 우위 시장으로 재편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신규 분양 시장에서도 '국평(국민평형)' 이하 선호 현상이 뚜렷하다. 올해 서울 분양 아파트 중 전용 85㎡ 이하의 1순위 평균 경쟁률은 36.8대 1에 달했으나, 85㎡ 초과는 6.9대 1에 그쳤다. 분양가가 치솟은 상황에서 대출 규제까지 겹치자 대형 평형의 자금 부담을 이기지 못한 수요자들이 소형 평형으로 대거 눈을 낮춘 결과다. 문제는 고소득자라 하더라도 부모의 자산 조력(증여 등)이 없는 이른바 '자수성가형' 그룹은 대출 벽에 막혀 상급지 진입이 원천 차단된다는 점이다. 2020년부터 자산 형성과 상급지 이주를 목표로 주택담보대출을 갚으며 서울 외곽에서 근무해온 연봉 2억 원대의 전문직 직장인 김 모 씨(40)는 최근 오른 서울 집값을 보고 큰 절망감을 느끼고 있다. 그는 “높은 소득을 올려도 대출 규제 칸막이에 천정부지로 뛰는 집값에 가로막혀 서울 상급지 내 가족이 살 집을 구하기가 불가능에 가깝다"며 “결국 대출이 필요 없는 현금 부자들만 급매물을 쓸어 담는 불공정한 구조"라고 성토했다. 이러한 구조는 단순한 시장 변화를 넘어 주거 양극화를 심화시키는 기폭제가 되고 있다. 박원갑 KB부동산 수석전문위원은 “베이비부머를 비롯한 고령층이 보유세 부담 등을 고려해 매물을 내놓으면서 강남권과 일부 한강벨트 가격은 조정 흐름을 보이고 있다"며 “반면 30~40대는 주식시장 호황과 공급 부족 체감 속에 중저가 주택을 중심으로 매수에 나서면서 서울 평균 아파트값 상승률을 끌어올리고 있다"고 진단했다. 이어 “정책 신호에 대한 세대 간 인식 차이가 시장의 엇갈린 흐름을 만든 결과"라고 부연했다. 장혜원 기자 dalgu@ekn.kr

[단독] ‘접도’ 요건 반대 ‘매크로’ 동원에 민의 ‘왜곡’…서울시 ‘뒷짐만’

서울시가 입법예고 게시판에 도입한 '1분당 1회 의견 게시' 제한이 접도(도로 경계선에서 일정 거리에 지정된 토지 이용 제한 구역) 요건 지정을 반대하는 조직적 반복 게시 앞에서 사실상 무력화된 것으로 나타났다. 에너지경제신문이 '도심복합개발 조례 시행규칙안' 입법예고 게시판을 취재한 결과, 동일 문구의 반복 게시와 특정 시간대 집중 등록 등 비정상적 패턴이 확인됐다. 그럼에도 서울시는 “건수는 중요하지 않다"는 입장을 유지하고 있어, 왜곡된 여론이 정책 판단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4일 본지가 지난달 26일 마감된 서울시 입법예고 게시판에 등록된 접도 요건 지정 게시글 3870건을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같은 달 5일 부터 시작된 의견 제출은 특정 시점에 비정상적으로 집중되는 '기형적 폭증' 양상을 보였다. 전체의 66.3%에 해당하는 2566건이 마감 직전 단 3일(23~25일)에 몰렸다. 특히 마지막 날인 25일 하루에만 1425건이 쏟아졌다. 이는 입법예고 초기 18일 동안 누적된 의견(1304건)을 단 하루 만에 뛰어넘는 수치로, 일반적인 민원 흐름을 벗어난 '집중 투입' 정황으로 해석된다. 입법예고 기간 동안 여론 흐름은 시점별로 뚜렷하게 갈렸다. 초기 단계인 3월 5일부터 22일까지는 누적 1304건이 접수되며 비교적 완만한 흐름을 보였고, 이 기간에는 접도 요건 완화나 수정 요구 등 반대 의견이 주류를 이뤘다. 그러나 마감이 임박하면서 상황은 급변했다. 마감 전날인 24일에는 하루에만 601건이 쏟아지며 반대 측의 장문 제목 게시물이 집중적으로 올라오는 양상이 나타났고, 이어 마감 당일인 25일에는 1425건이 몰리며 정점을 찍었다. 특히 이날은 전체 의견의 36.8%가 한꺼번에 등록되면서, 짧은 찬성·반대 구호 형태의 게시글이 대량 반복되는 방식으로 게시판이 사실상 점령된 모습이었다. 가장 뚜렷한 특징은 게시글 제목의 반복성이다. 작성자 명의는 매번 달라지지만 “서울시 시행규칙(안) 제4조 제2호 가목은 상위법의 취지와 범위를 벗어나…" 또는 “도심복합개발의 핵심 목적은 양질의 주택을 신속하게 공급하는 데 있습니다"와 같은 40자 이상의 장문 제목이 연속된 게시글 구간을 점유하는 사례가 다수 확인됐다. 완전히 동일한 문구 기준으로도 최대 100건 안팎의 반복 게시가 확인됐으며, 유사 문구까지 포함하면 특정 의견군이 수백 건 단위로 집중 제출된 것으로 나타났다. 일부 작성자 명의로는 수십 건에서 많게는 100건에 가까운 게시가 연속 등록되며 여론 비중을 단기간에 끌어올리는 양상도 포착됐다. 게시판 구조 역시 이 같은 현상을 가능하게 한 배경으로 지목된다. 본지가 확인한 '비회원 인증' 절차에 따르면, 이용자는 최초 인증 이후 24시간 내 최대 10회, 1분당 1회 게시 제한만 적용받는다. 표면적으로는 중복 제출 방지 장치지만, IT 전문가들은 오히려 조직적 제출을 위한 '가이드라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지적한다. 계정 단위 제한만 존재할 뿐, 다수 명의를 활용한 분산 제출이나 자동화 시도를 구조적으로 차단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실제로 특정 시간대에 장문 제목 게시물이 짧은 간격으로 쏟아진 현상은 여러 명의를 순차적으로 활용하는 이른바 '명의 돌려쓰기' 방식의 가능성을 보여주는 대목으로 해석된다. 특히 자동 입력을 차단하는 보안문자(CAPTCHA) 장치조차 적용되지 않아, 시스템이 자동화 공격에 취약한 구조라는 지적도 나온다. 해당 게시판에 수일 간 최대한 많은 의견글을 올렸다는 복수의 현장 주민이 느끼는 바도 역시 비슷하다. 기계적 프로그램을 동원한 것으로 의심되는 데이터 패턴이 지속해서 포착됐다는 것이다. 한 서울 주민은 “(게시판에 글을 올리려고) 들어가 보면 순식간에 같은 문장이 이름만 바뀐 채 줄줄이 올라온다"며 “사람이 직접 쓴 정상적인 의견으로 보기 어렵다"고 말했다. 또 다른 주민은 “우리는 단톡방에 뿌린 글을 통해 들어온 주민이 직접 인증해서 몇십 개 올리는데 상대는 밤사이 수백, 수천 건을 올린다"며 “사람이 직접 쓴 글이라고 절대 보기 힘들다"고 주장했다. 서울시에 해당 사안을 직접 문의했다는 한 주민은 “AI 등을 활용해 매크로성 게시글을 걸러달라고 요청했지만 어렵다는 답변을 들었다"며, 수일간 이어진 게시판 여론전에 깊은 피로감을 호소했다. 이 같은 '화력전'의 본질에는 시행규칙안의 핵심 쟁점인 '접도 요건'이 자리하고 있다. 서울시는 지난달 5일 도심 복합개발 조례 시행규칙안을 입법예고했다. 지난해 시행된 도심복합개발법에 따라 공공뿐 아니라 신탁사·리츠 등 민간도 사업에 참여할 수 있게 된 것이 핵심이다. 대상지는 성장거점형과 주거중심형으로 나뉘며, 모두 5000㎡ 이상 부지를 기준으로 지정된다. 이번 시행규칙안의 쟁점은 '접도 요건'으로, 성장거점형은 20m 이상 간선도로 등 2면 이상 도로 접도를 요구하고, 주거중심형도 면적에 따라 15~20m 간선도로와 폭 6m 이상 도로로 둘러싸인 조건을 충족해야 한다. 논란의 발단은 주거중심형에 놓여있다. 반대 측은 “이면도로가 대부분 6~12m 수준인 현실을 고려하면 사실상 사업을 막겠다는 것과 같다"고 반발하고 있다. 반면 서울시는 “최대 700% 용적률이 적용되는 고밀 개발인 만큼 교통 혼잡과 안전 문제를 고려한 최소한의 기준"이라고 설명한다. 실제로 에너지경제신문이 도심복합개발 대상지인 삼전동 현장을 직접 확인한 결과, 접도 요건을 둘러싼 논쟁이 현장에서 더욱 뚜렷하게 드러났다. A투자신탁 등이 참여하는 약 6000세대 규모의 대단지가 북측 백제고분로(20m 이상)나 서측 삼전로(6차선) 같은 간선도로와 직접 연결되지 않고, 폭 4~12m 수준의 협소한 생활도로와 일방통행로로만 진출입하도록 설계돼 있었다. 본지가 입수한 설명 자료 문건에 따르면 대상지는 남측으로 삼전로2길(4차선·약 12m)과 접하고 있다. 그러나 본지가 직접 확인한 현장의 도로는 탄천을 따라 형성된 뚝방도로로 한쪽은 하천, 다른 한쪽은 제방과 인접 구조물로 막혀 있어 물리적으로 확장 여지가 사실상 없는 상태였다. 도로 폭을 넓히기 위해서는 제방을 훼손하거나 하천 구간을 침범해야 하는 구조여서, 현실적으로 확장이 불가능하다는 지적이 현장에서 곧바로 체감됐다. 이를 두고 반대 측은 “기준을 충족할 수 없는 지역까지 접도를 일괄 적용하면 정비사업 자체가 좌초된다"고 강조하고 있다. 찬성 측 의견도 맞선다. 이곳에서 30년 넘게 터를 잡고 살아왔다는 주민은 “협소한 생활도로에 거대 단지가 들어서면 인근 교통은 완전히 마비될 것"이라며 “이번 시행규칙안은 투기 세력에 의한 난개발을 막는 최후의 보루"라고 강조했다. 한편, 서울시는 이 같은 논란에 대해 “입법예고는 찬반을 묻는 절차가 아니라 의견을 수렴하는 과정"이라는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서울시 관계자는 “의견이 1건이든 1만건이든 중요한 것은 개수가 아니라 내용이며, 동일한 취지의 의견은 하나로 묶어 판단한다"며 “매크로 의심 정황이 있는 게시글의 반복 제출 여부와 관계없이 정책 결정은 공공 목적과 타당성을 기준으로 이뤄진다"고 밝혔다. 계속해서 “입법예고는 투표가 아니기 때문에 찬반 숫자에 따라 정책이 결정되지 않는다"며 “온라인 게시판은 다양한 의견을 듣기 위한 창구일 뿐, 최종 판단은 법적 기준과 정책 목적에 따라 이뤄진다"고 강조했다. 결국 이번 사안은 단순한 민원 폭주를 넘어, 디지털 의견 수렴 시스템의 구조적 한계와 여론 왜곡 가능성이라는 문제를 동시에 드러냈다는 평가다. 게시판은 열려 있지만, 그 안에서 형성된 '민의'가 과연 얼마나 실제 시민 의사를 반영하는지에 대한 근본적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장혜원 기자 dalgu@ekn.kr

“급매 끝, 이제부턴 버티기”... 서울 집값, 전세난 등에 업고 반등

서울 아파트 매매가격이 다시 상승 폭을 키우면서 부동산 시장이 반등 국면에 진입하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급매물 소화와 매물 감소, 전세시장 불안이 맞물리며 수급 구조가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3일 부동산업계와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3월 다섯째 주(30일 기준) 서울 아파트 매매가격은 0.12% 상승해 전주(0.06%) 대비 상승폭이 두 배로 확대됐다. 2주 연속 상승폭이 커진 것으로, 1월 말 이후 둔화하던 흐름이 다시 반등하는 모습이다. 시장에서는 이를 단순한 반등이 아닌 수급 전환의 신호로 해석하는 분위기다. 성북·서대문·강서구 등 강북권과 외곽 지역이 상승세를 주도했고, 노원·도봉·강북 등 '노도강'과 금천·관악·구로 등 '금관구'를 중심으로 거래가 집중됐다. 반면 강남권은 엇갈린 흐름을 보였다. 서초(-0.02%)와 송파(-0.01%)는 낙폭을 줄이며 보합권에 근접했고, 용산·동작(각 0.04%)은 상승 전환했다. 강동구도 보합으로 돌아섰다. 다만 강남구(-0.22%)는 하락폭이 확대되며 지역별 '디커플링(탈동조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가격 반등의 배경에는 매물 감소가 있다. 부동산 빅데이터 플랫폼 아실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 매매 매물은 지난달 21일 8만80건에서 최근 7만7000건대 수준으로 줄었다. 약 2주 만에 3% 이상 감소한 수치다. 특히 강남구를 비롯해 노원·강서·중랑 등 외곽 지역까지 매물이 동반 감소하며 시장 전반에서 '매물 잠김'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이는 양도세 중과 유예 종료를 앞두고 출회됐던 다주택자 매물이 상당 부분 소화된 데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현장에서도 같은 흐름이 감지된다. 강남구의 한 공인중개업소 대표는 “올해 초까지만 해도 양도세 중과 유예 종료 시점에 맞춰 '무조건 팔아달라'는 다주택자 매물이 많았지만, 최근에는 급매물이 대부분 거래로 소화됐다"며 “지금은 집주인들이 호가를 다시 올리거나 아예 매물을 거둬들이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이어 “세금을 내고 파느니 차라리 증여를 하거나 더 지켜보겠다는 판단이 늘고 있다"고 덧붙였다. 매수·매도 심리 역시 변화하고 있다. 또 다른 중개업자는 “강남은 실수요층이 두터워 매물이 줄면 대기 수요가 바로 반응한다"며 “최근에는 집값이 바닥을 찍었다는 인식이 퍼지면서 매수자와 매도자 간 '눈치싸움'에서 주도권이 집주인 쪽으로 넘어간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이 같은 흐름은 강남권에 국한되지 않고 외곽 지역으로도 빠르게 확산되는 모습이다. 동작구의 중개업자는 “강남이 움직이면 노원이나 강서 등 외곽 지역이 뒤따르는 경우가 많은데, 이번에는 그 속도가 상당히 빠르다"며 “양도세 이슈로 나왔던 매물들이 정리되면서 시장에 유통되는 물량 자체가 줄어든 상태"라고 말했다. 이어 “이른바 '매물 가뭄'이 가격의 하방을 지지하는 구조가 형성되고 있다"고 덧붙였다. 거래 방식에서도 변화가 감지된다. 일부 다주택자들이 매도 대신 증여를 선택하는 사례가 늘고 있는 것이다. 법원등기정보광장에 따르면 지난달 서울 집합건물 증여 건수는 901건으로 1년 전(514건)보다 증가했다. 특히 강남구(87건)는 전년 대비 2.1배 늘었고, 서초구(62건)와 송파구(56건)도 각각 1.9배, 1.6배 증가했다. 강남구의 한 공인중개업소 대표는 “양도세 부담을 감수하고 급매로 던지느니 차라리 자녀에게 물려주겠다는 분위기가 뚜렷하다"며 “강남 집주인들은 기본적으로 버티는 성향이 강해 '남 주느니 자식 준다'는 심리가 작동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중개업자는 “상담하던 매물 10건 중 2~3건은 결국 증여로 돌리겠다며 매물을 거둬들인다"며 “특히 서초·송파 등에서는 전셋값 상승과 맞물려 채무를 포함한 '부담부증여' 문의가 크게 늘었다"고 전했다. 시장에서는 다주택자 매물 출회가 사실상 마무리 단계에 접어들었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에 따라 단기적으로 나타났던 매물 증가 흐름은 둔화되고, 향후 '매물 잠김' 현상이 더욱 강화될 가능성이 제기된다. 이번 반등의 또 다른 핵심 변수는 전세시장이다. 서울 전셋값은 올해 들어 누적 1% 이상 상승하며 지난해보다 상승폭이 확대됐고, 전세 물량은 연초 대비 30% 이상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입주 물량 감소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올해 서울 아파트 입주 예정 물량은 약 2만7000가구로, 지난해의 60% 수준에 그칠 전망이다. 전세 공급이 줄고 가격이 오르자 일부 수요가 매매시장으로 이동하는 흐름도 감지된다. 실거주 의무 강화와 갭투자 제한 등 정책 변화 역시 매매 전환을 자극한 요인으로 꼽힌다. 시장에서는 “전세를 구하지 못해 매매로 이동하는 '전세 밀림 수요'가 본격화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실수요자들 사이에서도 전세 품귀에 대한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한 무주택자는 “전세 매물이 거의 없어지면서 전세난이 이미 시작된 것 아니냐는 얘기가 나온다"며 “전세를 구하지 못하면 매매로 갈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어 “지인들 말 들어보면, 대단지 아파트인데도 전세 매물이 거의 없고, 나오면 바로 계약이 되는 분위기"라며 “예전에는 고를 수 있었는데 지금은 물건 자체가 부족하다"고 덧붙였다. 송파구의 한 공인중개사는 “전세가 줄어들면 갭투자자들이 어려워질 것이라는 시각도 있지만, 현장에서는 반대 흐름이 나타나고 있다"며 “전세 매물이 워낙 귀해지면서 전셋값이 오히려 매매가를 밀어 올리는 구조"라고 말했다. 이어 “전세 가능한 물건이 희귀해지다 보니 사실상 '부르는 게 값'이 된 상황이고, 결국 부담은 실수요 임차인에게 돌아가고 있다"며 “'전세난은 이미 예견된 미래'라는 인식 속에 매매 전환을 고민하는 수요도 늘고 있다"고 덧붙였다. 다만 상승 흐름이 이어질지는 여전히 불확실하다. 이재명 정부가 보유세 인상과 대출 규제 강화 등 추가 규제 카드를 검토할 가능성이 거론되는 가운데, 세제와 금융 정책 변화가 시장 방향을 좌우할 핵심 변수로 꼽힌다. 특히 양도세·보유세 등 세제 정책과 주택담보대출 규제 수준에 따라 매도·매수 심리가 크게 흔들릴 수 있다는 점에서 정책 리스크는 여전히 유효하다는 평가다. 익명을 요구한 한 부동산 전문가는 “최근 강남권 매물 변화는 세제 중심 정책의 '반짝 효과'가 한계에 도달했음을 보여주는 사례"라며 “양도세 중과 유예 종료를 앞두고 일시적으로 매물이 늘었지만, 결국 급매물은 빠르게 소화됐고 이후에는 오히려 매물 잠김으로 전환됐다"고 설명했다. 이어 “다주택자 규제 영향력도 점차 약화되는 흐름"이라며 “과거처럼 세금 부담만으로 매도 결정을 유도하기 어려워졌고, 증여나 장기 보유 등 대체 전략이 늘어나면서 시장 반응이 분산되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최근 강남권에서는 매도 대신 증여를 선택하거나, 가격을 낮추기보다 관망하는 '버티기' 전략이 확산되고 있다는 설명이다. 장혜원 기자 dalgu@ekn.kr

[송윤주의 부동산생태계] 용적률 400% 건물들에 밀려난 성수 벽돌건물 정체성

용적률 400% 건물들에 성수 벽돌 건물이 밀려나고 있다. 성수는 이제 감각적인 카페와 디자이너브랜드들과 예술가들의 거리를 넘어 새로운 단계에 들어섰다. 거대 자본이 들어오면서 관광지로서 소비·문화를 이끌고 있기 때문이다. 무신사·젠틀몬스터·올리브영 이런 규모 있는 기업들이 성수에 자리 잡은 이유는 무엇일까. 그들은 과거·현재·미래가 성수에서 어우러진다고 봤다. 문화적 가치를 보고 온 것이다. 그러나 거대 자본이 들어오는 순간 공간의 결은 바뀔 수밖에 없다. 성수의 향방은 정체성을 공유하는 신구의 조화에 있다. 성수는 1960년대부터 준공업지구였다. 1970~1980년대는 수제화와 인쇄업같은 전통 제조업이 강세였지만 1990년대에 들어 IMF위기를 맞았다. 중국산 제품과의 경쟁으로 산업구조에 급격한 변화가 찾아온 것도 침체의 원인이었다. 2000년대에 들어서면서 서울시는 도시의 폐공장을 문화공간으로 전환하기 위해 여러 시도를 했다. 저렴한 임대료로 젊은 예술가와 창업가들을 모았다. 2010년대 들어 본격적으로 성수는 개성있는 젊은 예술가들의 공간으로 발돋움했다. 벽돌의 골조를 살리면서 카페와 전시공간으로 리모델링한 '대림창고'가 주목받으면서 성수 특유의 레트로 분위기가 사람들에게 매력적으로 각인됐다. 대림창고는 1970년대 쓰이던 정미소이자 물류창고였다. 2016년 리모델링을 하면서 건물의 투박한 외관과 산업시설의 흔적은 보존하되 내부는 현대적 감각으로 재해석했다. 그대로 드러난 콘크리트 벽면, 높은 천장, 대형 유리창이 핵심이었다. 이는 성수 도시재생에 있어 여러 기회를 만들어낸 공간이었다. 2020년대 이후에는 IT·R&D 기업들과 패션브랜드가 한데 모인 융합의 공간이 됐다. 미래 전략분야의 혁신 스타트업을 발굴·육성하기 위한 창업허브와 국내외 패션·뷰티 브랜드들이 공격적으로 들어왔다. 2023년부터 무신사·젠틀몬스터·올리브영이 높은 빌딩을 올려 성수를 거점으로 삼았다. 높은 빌딩이 들어서기 전 부지에는 공통적으로 성수 수제화 거리 시절 업체들이 있었다. 무신사 스탠다드 성수점은 건축물대장에 따르면 용적률이 478.79%다. 2023년 6월에 사용 승인된 지하 4층, 지상 10층 건물이다. 1,2층만 무신사 스탠다드로 개방하고 나머지는 사무실이다. 2021년 8월에 무신사 빌딩이 착공되기 전 2021년 2월에는 2층짜리 건물인 남일상사가 있었다. 대스키(피할)·하리(가죽이나 천을 접착제로 붙임)·갑보(신발 윗부분 안쪽에 덧대는 보강재)는 모두 가죽 가공 및 신발 부자재와 관련된 용어들이다. 젠틀몬스터와 템버린즈, 누데이크가 함께 있는 아이아이컴바인드 사옥은 건축물대장에 따르면 용적률이 421.47%다. 2025년 6월에 사용 승인됐고 지하는 5층까지, 지상으론 14층까지 있다. 2019년 5월에 아이아이컴바인드 빌딩이 착공되기 전 2019년 2월에는 2층짜리 건물인 컴퓨터 그레딩·제화 철형 전문 업체가 있었다. 컴퓨터 그레딩(Computer Grading)은 신발을 만들 때 기본 사이즈 패턴을 만들고, 사이즈별로 비율에 맞게 확대 축소하는 작업이다. 제화철형은 가죽이나 원단을 신발 도안 모양대로 한 번에 찍어내는 강철 칼날 틀을 말한다. 올리브영 N 성수는 건축물 대장에 따르면 용적률이 472.98%다. 2024년 2월 29일에 사용 승인돼 지하 5층, 지상 10층까지 있다. 원래 올리브영 자리에는 2021년 4월까지 소규모 제조공장이 있었다. 성수의 정체성은 무엇일까. 답은 '과거와 현재가 공존하는 낮은 벽돌 빌라'였다. 성수를 방문한 사람들에게서 답을 구할 수 있었다. 무신사를 방문한 A씨는 성수의 매력에 대해 “성수의 낮은 건물들이 좋다"며 “특히 벽돌건물이 마음에 든다“고 말했다. B씨는 "원래 반지하는 꺼려지기 마련인데, 성수에서 통유리로 터놓은 반지하는 매력적“이라며 인근 빌라 건물을 리모델링한 한 카페를 추천했다. 새로 지어지는 매끈한 빌딩이 기존의 성수 건물들과 조화를 이루기 위해서 경계해야 할 것은 '획일성'이다. 올리브영에서 만난 외국인 관광객 C씨는 “볼거리가 많아서 좋다"면서도 “인스타그램에 사진을 한 장 올려야 한다면 카페 골목에서 찍은 사진을 올릴 것"이라고 말했다. 명동에 있는 올리브영도 이미 다녀왔다는 이유에서다. 31일 평일 저녁 성수에는 절반 이상이 관광 온 외국인이었다. 일본 여행가서 꼭 들려야 할 곳으로 유니클로와 돈키호테가 꼽히는 것처럼 한국에서는 무신사와 올리브영이 언급된다. 사랑받는 지금은 괜찮지만 앞으로 이것이 더 이상 새롭게 느껴지지 않을 때를 대비해야 한다. 지역의 개성은 결국 개인들에게서 나온다. 성수 인근 공인중개사에 따르면 카페 창업을 위한 임대료가 평당 100만원이 넘어간다. 권리금도 2억원에서 7억원까지 뛰어 이제는 개인이 들어가기 어려운 상황이라는 설명이다. 자연스럽게 상권은 기업 중심으로 재편된다. 성수를 '한국의 브루클린'이라고 한다. 붉은 벽돌 공장을 리모델링한 건물들만이 이유는 아니다. 예술가들이 자리 잡았다는 사실과 스타트업·IT 기반 기업이 유입됐다는 사실도 공통적이다. 브루클린 항은 뉴욕항과 더불어 잘 나가는 항구였다. 미국 최고의 소비시장 중 하나인 맨하탄에 가장 빨리 물자를 공급할 수 있었던 곳이 브루클린 공장이었다. 옛날 항구 시절 뉴욕은 창고가 많았다. 항구가 빠지면서 그 빈 창고 공간이 럭셔리 로프트나 사무공간이 됐다. 점차 브루클린 항에 화물선이 들어오지 않으면서 지역이 쇠락하자 브루클린도 뉴욕과 비슷한 길을 걸었다. 공장이 꼭 브루클린에 있어야 할 이유가 없어지자 공장부지가 빈 채로 남게 됐다. 브루클린의 빈 공장 부지와 창고에 예술가들이 모여들었다. 맨해튼 소호지역의 렌트비가 비싸지면서 브루클린의 윌리엄스버그, 그린포인트, 덤보 등지로 이동한 것이다. 예술가들이 먼저 자리잡자 부자들도 그 예술을 즐기러 브루클린에 모이기 시작했다. 1970년대에 투트리(Two Trees) 부동산개발업체가 이런 빈 공장 부지들을 사들여 고급 레지던스로 바꾼다. 이곳에 주로 이사오는 사람들은 테크업계 종사자들이다. 맨하탄과 가깝기 때문에 벤처투자를 받기 용이하고, 큰 옛날 공장이 많아 벤처 사무실을 얻기도 용이한 것이다. 브루클린은 우리보다 앞서 젠트리피케이션과 도시 정체성에 대해 고민해온 곳이다. 뉴욕의 건축·도시 연구단체 아키텍처럴 리그 오브 뉴욕(The Architectural League of New York)이 운영하는 도시 전문지는 브루클린을 두고 한때 도시의 랜드마크였던 빨간색·흰색 체크무늬의 가스 탱크는 사라지고, 그 자리를 유리 타워가 차지했다고 지적했다. 특히 젠트리피케이션의 전형으로 자리 잡은 윌리엄스버그는 살인적인 주택 가격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전문가들은 치솟는 주택 가격의 원인으로 우후죽순 발생하는 고가 럭셔리 개발을 짚는다. 결국 핵심은 '건축적 맥락'이라는 진단이다. 퓰리처상을 수상한 건축평론가인 저스틴 데이비슨(Justin Davidson)은 고층 유리건물이 들어선 브루클린 시내에 대해 “밀레니얼 시대의 건축적 평범함의 상징이 됐다"고 비판한 바 있다. 그는 “19세기 붉은 벽돌창고를 재활성화하려는 시도는 미약하다"고 덧붙였다. 성동구청은 성수동 전역에 대해 붉은 벽돌 집수리에 대해 보조금을 지원하고 있다. 2023년 1월부터 2026년 12월까지 신청을 받고있으며 건축물을 건축하거나 대수선할 때 최대 2000만원까지 지원한다. 현재 11.9억원에 대해 보조금 지원 결정이 이뤄졌고 실제 지급된 것은 10.5억원이다. 구청 관계자는 “붉은 벽돌 건축물을 지역 건축 자산으로 보전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관계자는 “고층건물에 대해서는 따로 정책이 없고 상권 활성화 측면에서 긍정적으로 평가되는 측면도 있다" 고 덧붙였다. 송윤주 기자 syj@ekn.kr

[미-이란 전쟁 한 달] 중동 수주 관망세…미국으로 눈 돌리는 건설사들

미-이란 전쟁 발발 이후 전쟁이 끝나고 나면 인프라 재건을 위해 중동 수주가 다시 되살아날 수도 있지 않냐는 전망도 나왔지만 건설사들은 잠잠했다. 요즘 건설사들의 최대 관심은 에너지 기업으로의 체질개선. 건설사의 미래먹거리는 어디에서 나오는지를 물었을 때 그들은 미국을 주목했다. 3일 에너지경제신문 취재 결과, 이번 중동 위기는 원유 생산과 유통 문제가 복합적으로 얽혀 과거 러우전쟁보다 더 큰 타격을 받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러우전쟁 당시 러시아의 원유 규제로 유가가 상승했지만 유통이 문제되진 않았기 때문이다. 호르무즈 해협을 둘러싸고 갈등은 여전히 진행 중이다. 중동 지역 석유에 대한 의존도가 높은 동아시아 국가들은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가장 큰 위협은 치솟는 유가다. 두바이유는 전쟁 이전인 2월 27일 71.2달러에서 2일 108.9달러로 50% 이상 상승했다. 브렌트유와 서부텍사스유도 40% 이상 증가하며 100달러 넘는 수준에 이르렀다. 2월 말 1450원대 였던 환율도 2일 기준 1500원을 넘기며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최고치를 갱신했다. 유가와 환율이 급등하자 물가 상승 압력이 생긴다. 세계 전반에서 물가가 상승하자 각국 금리도 상승추세다. 한국 국채(3년물) 수익률 역시 2월 27일 3.04%에서 2일 3.47%로 0.43%p 상승했다. 국채 수익률이 오르면 시중금리도 함께 오르는 경향이 있다. 건설사들은 중동 위기 장기화를 가장 우려한다. 고유가·고환율·고금리 상황에서 공사비 상승 타격을 가장 먼저 받게 되기 때문이다. 유가에 가장 크게 영향을 받는 요인은 유류비다. 유류비는 중장비를 운용하는 데 들어가는 모든 비용의 30% 수준이다. 중동 위기 이전인 2월 27일 1597원이었던 국내 경유 가격은 2일 1907원으로 20% 가량 상승했다. 중장비 운용비용인 기계경비 외에도 석유화학제품 비용상승과 철근·시멘트 가격 상승으로 인해 공사비 상승은 불가피하다. 이자비용 상승도 건설업계 수익성에 악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 중장기 금리 상승으로 내수시장에서 민간 프로젝트 발주가 감소할 전망이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2020년 기준금리 급등 이후에 좀처럼 국내 주택시장은 계속 침체기"라며 “지식산업센터나 생활숙박시설 등 과거에 잘 팔리던 것들이 지금은 안팔리는 것이 증거"라고 말했다. 전문가는 건설기업은 공급망 관리를 고도화해 공사비 상승에 대비해야한다고 조언한다. 김태준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건설기업은 철근·시멘트·아스팔트 등 핵심 자재를 조기계약하거나 가격고정계약을 통해 원가상승리스크를 통제해야한다고 본다. 신규 사업은 원가 상승을 고려해 수익성을 재검토할 필요가 있다. 기존에 계약된 공사의 경우 물가 변동에 따른 공사비를 반영해야 한다. 중동 상황이 좀처럼 정리되지 않자 건설사들은 당분간 관망하는 모양새다. 일각에서는 전쟁이 종식되고 나면 인프라 투자가 다시 활발해지지 않겠냐는 기대감을 비치기도 하지만 건설사들은 당분간은 신규 투자는 없다는 입장이다. 2025년 시공능력순위 기준 상위 3개 건설사인 삼성물산·현대건설·대우건설은 중동 지역 분쟁 사태가 향후 글로벌 거시경제와 연결회사의 사업 환경에 직·간접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보고 상황을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하고 있다고 밝혔다. 고유가·고환율·고금리 상황을 방어하며 중장기적으로는 기업의 전략대로 포트폴리오를 구성할 것으로 보인다. 주요 건설사들의 사업보고서를 분석한 결과, 건설사마다 에너지 신사업으로 확장하고자 하는 움직임이 공통적으로 드러났다. 삼성물산의 매출액 비중을 살펴보면 빌딩이 가장 주력인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이후로 플랜트, 토목, 조경 순으로 매출액을 차지한다. 건설부문 제62기 매출은 14조1486억원으로 전년 대비 24.2% 감소했다. 영업이익은 5355억원으로 전년 대비 4,658억원 감소했다. 삼성물산 2024·2025년 매출액 비중 변화를 살펴보면 가장 큰 수익원인 빌딩 부문이 79.5%에서 69.9%로 9.6%p 감소했다. 대신 플랜트 부문은 15.6%에서 23.6%로 8.0%p 상승한 점이 눈에 띈다. 조경(0.8%→1.0%)과 토목(4.1%→5.4%) 부문도 소폭 상승세를 보였다. 삼성물산은 매출과 영업이익이 감소한 주된 원인을 하이테크 대형 프로젝트 준공 및 주요 공정 종료에 따른 이익 감소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건설부문은 데이터센터, 공항 등 기술 특화 상품 수주를 확대하고 에너지 솔루션 등 미래 유망 분야에서 사업 기회를 창출하겠다는 계획이다. 기존 EPC 수행에서 프로젝트 개발 및 운영 단계로 사업영역을 확장해 포트폴리오를 다변화하겠다는 설명이다. 삼성물산은 미래 에너지 분야의 경쟁력 확보를 위해 태양광, 그린수소, 소형모듈원전(SMR) 등 친환경 사업을 지속적으로 확장하고 있다. 2024년에는 미국 NuScale사 지분투자를 통해, 2025년에는 GVH와 파트너십을 체결해 선진기술 역량을 강화하고 있다. 현대건설의 매출액 비중을 살펴보면 건축/주택이 가장 주력이다. 플랜트/뉴에너지, 토목 등이 뒤이어 매출액을 차지한다. 당기말 자산은 약 27.8조원으로 전년 대비 2.9% 증가했다. 현대건설은 매출채권 등의 증가를 그 원인으로 꼽았다. 현금성자산은 전년대비 6.2% 감소한 4.8조원을 기록했다. 부채는 전년대비 2.0% 증가했고 자본은 전년대비 4.6% 증가했다. 현대건설 매출비중에서 가장 눈에 띄는 변화는 플랜트/뉴에너지 부문의 성장이다. 2024년 20.6%였던 비중이 2025년 31.7%로 11.1%p 증가했다. 기존 주력 부문인 건축/주택은 66.5%에서 54.3%로 12.2%p 하락하며 현대건설은 에너지 사업 강화를 시도하고 있다. 장기적으로 현대건설은 AI 산업의 급격한 성장으로 전력수요가 구조적으로 확대되면서 글로벌 에너지 시장은 원자력과 재생에너지를 중심으로 한 에너지 믹스의 고도화와 안정적인 공급역량 확보가 핵심 경쟁 요소로 부각될 것으로 봤다. 대우건설의 매출액 비중을 살펴보면 건축이 절반 이상의 비중을 차지한다. 토목, 플랜트 등이 순서대로 매출액을 구성한다. 당기말 자산 총계는 13조 3585억원으로 전년 대비 5.5% 증가했다. 부채 총계는 9조 8839억원으로 전년말 대비 18.7% 증가하였습니다. 자본 총계는 3조 4746억원을 기록했으며 이익잉여금 감소 등으로 전년 대비 19.8% 감소했다. 토목부문에서는 해외 프로젝트에서의 손실로 인해 경영 기조가 공격적 수주에서 리스크 관리로 변화했다. 수주실적을 등에 업고 건축부문은 데이터센터 등 비주거시설 수행 역량 확보로 포트폴리오를 다각화하려는 계획이다. 플랜트는 2025년에 체코원전사업이 본계약 체결로 이어지며 실질적인 성과를 거뒀다. 국가별로 기본 도급액을 비교해보면 삼성물산은 중동·북미·아시아를 균형 있게 가져간다. 현대건설은 중동 비중이 약 80%로 제일 높다. 대우건설은 아시아·중동·아프리카를 가장 균형있게 가져가는 것을 볼 수 있다. 삼성물산은 미국 Taylor FAB1 신축공사를 진행하고있다. 에너지 분야에서는 미국 내 태양광 파이프라인의 개발과 매각을 확대하여 안정적인 수익을 확보하고자 한다. 한편 현대건설과 대우건설은 2025년까지 미국의 기본 도급액은 없었지만 향후 미국 진출을 위한 포석을 다지고 있다. 현대건설은 주로 원전과 재생에너지 분야에 공을 들이고 있다. 회사 관계자는 “올해 미국 홀텍사의 소형모듈원전(SMR)인 '팰리세이즈 SMR-300' EPC 계약을 앞두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미국 텍사스 루시(Lucy) 태양광 프로젝트와 서남해 신안우이 해상풍력에 이은 재생에너지 분야의 추가 수주도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대우건설은 과거 한미 관세협상 과정에서 나온 대미투자특별법을 기회로 보고 있다. 원금 회수는 물론 미국과의 이익공유가 가능한 부문은 전력과 에너지라는 것이다. 미국의 송전망과 전력시설이 노후화됐고, AI 데이터 센터로 막대한 에너지가 필요한 만큼 원전 수요를 공략하겠다는 전략이다. 송윤주 기자 syj@ekn.kr

GH, 공사채 31조 확보…“더 많고 더 빠른 공급” 주택정책 엔진 본격 가동

경기=에너지경제신문 송인호 기자 경기주택도시공사(GH)가 공사채 발행 제도 개선을 통해 확보한 31조원 규모의 재정 여력을 바탕으로 주택 공급 확대와 사업 속도 혁신에 본격적으로 나선다. GH는 2일 오전 기자간담회를 열고 경기도 주거 정책의 중장기 비전을 담은 'GH Bridge 2030 행동계획'을 발표했다. 이번 계획은 정부의 부동산 시장 안정 정책을 뒷받침하고 주택 공급의 속도와 규모를 동시에 끌어올리기 위한 실행 전략으로 마련됐다. 특히 GH는 향후 2~3년을 주택시장 정상화의 '결정적 시기'로 판단하고 공공주택 공급 확대와 사업 추진 속도 혁신을 핵심 과제로 제시했다. 김용진 GH 사장은 “제도 개선으로 확보된 31조 원의 재정 기반을 바탕으로 주택 공급의 속도와 규모를 동시에 확대하겠다"며 “국민이 체감할 수 있는 착공과 입주 성과로 정책 실행력을 증명하겠다"고 강조했다. 이번 행동계획의 가장 큰 기반은 재원 조달 구조의 변화다. 지난달 행정안전부의 공사채 발행 승인 제도가 개정되면서 GH는 2030년까지 약 31조원 이상의 자금 여력을 확보하게 됐다. 이는 그동안 지방 공기업의 사업 추진을 제약해온 재정 한계를 크게 완화한 조치로 평가된다. GH는 이런 재정 기반을 토대로 조직 체계도 전면 개편했고 사업 추진의 안정성을 높이기 위해 전사적 컨트롤타워를 구축하며 현장 중심의 의사결정 체계를 강화했다. 특히 권한과 책임을 현장에 대폭 위임하는 방식으로 사업 추진 속도를 높이는 'GH형 패스트트랙' 체계를 도입해 사업 추진의 효율성을 극대화한다는 전략이다. GH는 확보된 재정과 조직 혁신을 기반으로 '2030 GH형 주택공급 패스트트랙'을 본격 가동한다. 이를 통해 하남교산 등 5개 우선 사업지구 약 7000가구의 입주 일정을 평균 1년 이상 앞당길 계획이다. 보상과 지장물 철거 등 선행 공정을 병렬로 추진하고 인접 지역의 기반시설을 임시 활용하는 등 행정 절차를 혁신해 사업 기간을 단축한다는 구상이다. 공공주택 공급 규모도 대폭 확대돼 기존 5만호 계획에 북수원 테크노밸리와 화성 진안지구 등을 포함해 약 2만호 이상을 추가해 총 7만호 규모의 건설형 공공주택을 공급한다. 여기에 수요 맞춤형 공공임대주택 3만호를 더해 전체 공공주택 공급 규모를 10만호 이상으로 확대할 방침이다. 또한 공사 기간을 약 30% 단축할 수 있는 모듈러 주택을 매년 1000호씩 공급해 기존 계획 대비 약 5배 수준으로 확대한다. 이같이 주택 공급 속도를 높이는 동시에 국민의 주거 대기 시간을 줄이기 위한 전략적 선택이다. GH는 단순한 주택 공급을 넘어 도시 구조 혁신에도 나선다. GH는 판교테크노밸리 개발 경험을 바탕으로 일자리(직), 주거(주), 여가(락)가 결합된 '경기도형 기회타운' 모델을 확산할 계획이다. 북수원 테크노밸리와 용인 플랫폼시티, 안양 인덕원 등 주요 개발 사업에 이 모델을 적용해 자족형 미래 도시를 조성하고, 첨단 산업 기반의 양질의 일자리 창출까지 연결하겠다는 구상이다. 또 무주택 청년과 신혼부부의 주거 사다리 복원을 위해 '지분적립형 주택'을 확대 공급한다. 초기 자금 부담을 줄이고 적금처럼 지분을 늘려 내 집 마련이 가능하도록 하는 방식으로 광교신도시를 시작으로 2030년까지 매년 약 1000호 수준으로 공급할 계획이다. 이와 함께 도시계획 단계부터 제로에너지빌딩(ZEB)을 넘어 2050 제로에너지 시티를 목표로 친환경 도시 모델을 구축하고 고령화 사회에 대응하는 커뮤니티 중심 공간혁신 모델인 'AIC(Aging in Community)'도 도입한다. 김용진 GH 사장은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31조원의 재정 여력 확보는 GH가 공공주택 공급과 도시 혁신을 본격적으로 추진할 수 있는 결정적 전환점"이라며 “3기 신도시 등 핵심 사업을 속도감 있게 추진해 국민이 체감하는 주거 안정 성과를 만들어내겠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GH는 정부 정책을 실행하는 강력한 정책 엔진으로서 역할을 다하고 경기도민과 국민에게 실질적인 주거 안정 성과로 보답하겠다"고 덧붙였다. 송인호 기자 sih31@ekn.kr

아파트 가고 원전·SMR 온다… ‘회색 콘크리트’ 벗고 ‘에너지 디벨로퍼’ 입는 건설사들

중동발 에너지 위기가 건설업계의 판을 바꾸고 있다. 국내 주택 경기 침체가 장기화한 가운데, 중동 정세 불안으로 촉발된 에너지 안보 리스크가 맞물리면서 대형 건설사들이 원전, 소형모듈원전(SMR), 태양광, 수소, 송전망 등 에너지 사업으로 빠르게 무게중심을 옮기고 있다. 단순 시공을 넘어 설계·조달·시공(EPC), 운영, 전력 공급까지 아우르는 '에너지 디벨로퍼'로의 전환이 가속화되는 흐름이다. 업계에서는 “주택 의존 구조로는 불확실성을 버티기 어려운 상황에서, 에너지 인프라가 사실상 대체 성장축으로 부상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31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가장 눈에 띄는 곳은 GS건설이다. GS건설은 최근 정기 주주총회에서 '신재생에너지 발전 및 판매 관련 사업'을 정관상 신규 사업목적에 추가했다. 이는 태양광 발전소를 시공하는 수준을 넘어 직접 발전소를 운영하고 생산 전력을 판매하는 사업자로 확장하겠다는 선언에 가깝다. 이미 충남 태안 창기 태양광 발전소를 기반으로 기업 대상 직접전력구매계약(PPA) 사업에 나섰고, LG유플러스와 20년 장기 전력 공급을 위한 MOU를 체결했다. 주택사업이 분양 성적에 따라 수익이 흔들리는 구조라면, 장기 PPA는 비교적 예측 가능한 현금흐름을 제공하는 모델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GS건설은 인도 파투르 태양광 발전단지에서도 개발사업자로 참여해 시공과 운영, 전력 판매 경험을 쌓아왔다. 국내외에서 태양광 발전의 생산부터 판매까지 밸류체인을 직접 쥐겠다는 구상이다. 직접 PPA는 이미 제도화돼 있으며, GS건설 사례는 발전사업자가 기업과 장기 계약을 맺는 민간 조달 모델이 실제 사업화 단계로 확장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이는 민간 주도의 자율적인 에너지 거래 시장이 열리는 신호탄으로 해석된다. 특히 삼성전자 등 RE100 대응이 필요한 대기업들은 수출 경쟁력 유지를 위해 재생에너지 전력 확보가 절실한 상황이다. GS건설이 태양광 중심으로전기를 공급하면, 기업들은 보다 안정적인 가격에 RE100 대응 기반을 마련할 수 있다. GS건설 관계자는 “다가오는 글로벌 탄소중립 시대를 맞아 태양광을 비롯한 다양한 신재생에너지 사업 분야로 영역을 확장하고 있다"며 “국내외 신재생에너지 개발 사업권 확보와 수요처 발굴에 주력해 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현대건설은 원전과 에너지 인프라를 중심으로 포트폴리오 재편 속도를 높이고 있다. 이한우 대표는 지난해 3월 '에너지 전환 리더'를 내세우며 2030년까지 에너지 분야 매출 비중을 21%까지 높이겠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이달 이탈리아 로마에서 글로벌 건설사 위빌드와 대형 인프라 및 양수발전 협력을 위한 전략적 업무협약(MOU)을 체결했고, 핀란드 헬싱키에서는 웨스팅하우스와 함께 신규 원전 건설 심포지엄을 열며 북유럽 시장 공략에도 나섰다. 대형 원전뿐 아니라 SMR, 수소, 태양광, 해상풍력 등으로 사업 축을 넓히며 주택 중심 수주 구조를 글로벌 에너지 인프라 중심으로 바꾸려는 흐름이 뚜렷하다. 현대건설이 제시한 'H-로드(H-Road)' 전략은 단순한 포트폴리오 다변화를 넘어선다. 2030년까지 에너지 매출 비중을 21%로 끌어올리겠다는 선언은 주택 경기와 무관하게 작동하는 독립적인 성장 엔진을 확보하겠다는 뜻에 가깝다. 업계에서는 과거 건설업 매출이 분양 시장 상황에 따라 크게 흔들리는 주택·건축 부문에 집중돼 있었던 만큼, 에너지 비중을 20% 이상으로 확대할 경우 원전과 해상풍력 등 국가 단위 장기 프로젝트가 실적의 하방을 지지하는 역할을 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현대건설 역시 대형 원전과 SMR, 원전 해체 등 전 주기 밸류체인 확대를 추진하고 있다. 현대건설 관계자는 “에너지 사업은 원전과 해상풍력, 수소 등을 포함해 전반적으로 확대하고 있는 상황이며, 특히 원전에 대한 시장 기대감이 큰 것으로 보고 있다"며 “다만 실제 수주나 매출은 계약 체결 여부에 따라 가시화되는 만큼 현재로서는 구체적인 규모를 단정하기는 어렵다"고 밝혔다. 이어 “잠재적 사업 기회를 실제 성과로 연결하기 위해 지속적으로 노력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DL이앤씨는 한 단계 더 들어가 기술 축적형 사업에 승부를 걸고 있다. DL이앤씨는 미국 엑스에너지와 약 1000만달러 규모의 'SMR 표준화 설계' 계약을 체결했다. 국내 건설사가 SMR의 표준화 설계를 직접 수행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표준화 설계는 발전소 내 각 설비의 연계 구조를 정형화해 공장에서 미리 제작하고 현장에서 조립하는 모듈러 방식의 효율을 극대화하는 작업이다. 같은 설계를 반복 적용해 공기와 비용을 낮출 수 있어 향후 후속 프로젝트 확장성도 높다. 단순 시공을 넘어 설계 역량과 기술 내재화를 확보하려는 시도라는 점에서 의미가 작지 않다. DL이앤씨가 추진하는 SMR 표준화 설계의 핵심은 모듈러다. 이는 원자력 발전소를 짓는 방식을 기존의 현장 중심 토목공사에서 공장 제작과 현장 조립 중심의 '제품 조립형' 모델로 바꾸는 시도다. 기존 대형 원전이 현장에서 콘크리트를 타설하며 수년간 건설되는 구조라면, SMR 모듈러 방식은 주요 부품을 공장에서 미리 제작한 뒤 현장에서 레고처럼 조립하는 개념에 가깝다. 이 경우 공사 기간을 줄일 수 있고, 금융 비용 절감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 한 번 표준화된 설계를 완성하면 동일한 품질의 발전소를 여러 프로젝트에 반복 적용할 수 있다는 점도 강점이다. DL이앤씨 관계자는 “4세대 SMR 등 차세대 원전 기술 협력 경험을 바탕으로 국내외 프로젝트 참여 및 수주 경쟁력을 강화해 나가고 있다"며 “이번 사업은 단순 설계를 넘어 표준화·모듈화 기반의 SMR 개발·설계 모델을 구축하는 단계로, 글로벌 SMR 시장에서 신뢰성과 경쟁력을 동시에 확보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삼성물산 건설부문 역시 카타르 태양광 프로젝트와 탄소 압축·이송 설비(CCS 인프라), 호주 HVDC(초고압직류송전) 등 글로벌 에너지 인프라로 포트폴리오를 확대하는 동시에 SMR 분야 글로벌 협력을 강화하고 있다. 삼성물산은 미국 뉴스케일파워에 대한 전략적 투자를 바탕으로 루마니아 등 동유럽 SMR 시장 진출도 추진하고 있다. 삼성물산 관계자는 “AI 산업 확산에 따른 전력 수요 증가와 글로벌 신재생 에너지 수요 확대에 대응해 관련 기술과 네트워크를 지속적으로 확보해왔다"며 “SMR과 수소, 재생에너지 등 분야를 향후 전략 사업으로 육성해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건설업계와 에너지업계에서는 최근 대형 건설사들의 사업 재편을 두고 “단순한 신사업 추가가 아니라 생존 방식 자체를 바꾸는 흐름"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한 대형 건설사 관계자는 “중동발 에너지 위기로 원자재 가격과 공급망 불안이 겹치면서 주택 사업의 불확실성이 더 커졌다"며 “금리와 PF 부담, 분양 심리 위축까지 동시에 작용하면서 사실상 주택만으로는 실적을 방어하기 어려운 국면에 들어섰다"고 말했다. 이어 “에너지 안보 이슈가 부각되면서 국가 단위 발주가 이어지는 원전과 전력 인프라 쪽으로 사업 무게중심이 이동하는 것은 불가피한 흐름"이라고 덧붙였다. 또 다른 건설업계 관계자도 “국내 주택 시장은 사이클 자체가 흔들리고 있는 데다, 중동 변수까지 겹치면서 건설사 입장에서는 리스크가 한꺼번에 터진 상황"이라며 “이제는 공사를 따내고 끝나는 구조로는 수익을 유지하기 어렵고, 발전소를 짓고 운영하고 전력을 공급하는 단계까지 들어가야 안정적인 수익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이어 “EPC만으로는 한계가 분명한 만큼 운영·유지보수(O&M)나 전력 판매까지 이어지는 구조를 확보하지 못하면 향후 경쟁에서 밀릴 수밖에 없다는 위기감이 업계 전반에 퍼져 있다"고 전했다. 에너지업계에서는 중동발 에너지 안보 리스크가 확대되면서 건설사들의 전략 전환을 앞당긴 핵심 변수로 작용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한 에너지업계 관계자는 “중동 정세 불안으로 에너지 공급망 리스크가 현실화되면서 전력의 '안정적 확보' 자체가 기업 경쟁력으로 떠오르고 있다"며 “특히 AI 데이터센터처럼 24시간 대규모 전력을 끊김 없이 써야 하는 산업이 늘어나면서 단순히 건물을 짓는 수준을 넘어 전기를 어떻게 안정적으로 공급하느냐가 핵심이 됐다"고 말했다. 이어 “이 과정에서 원전, 재생에너지, 송전망 같은 전력 인프라의 전략적 가치가 동시에 부각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장혜원 기자 dalgu@ekn.kr

BS한양 ‘풍무역세권 수자인 그라센트 2차’ 4월 공급

BS한양이 경기도 김포시 풍무역세권 도시개발사업 B1블록에 조성되는 '풍무역세권 수자인 그라센트 2차'를 오는 4월 분양할 예정이라고 30일 밝혔다. '풍무역세권 수자인 그라센트 2차'는 경기도 김포시 사우동 167-1번지 일원(풍무역세권 도시개발사업 B1블록)에 지하 2층~지상 28층, 7개동, 총 639세대(▲84㎡ 509세대 ▲105㎡ 130세대)로 조성된다. 분양가 상한제가 적용돼 일대 시세 대비 저렴한 분양가로 공급될 전망이다. 풍무역세권은 최근 김포 내에서도 청약 성적이 우수한 곳으로 평가받는다. B2블록 풍무역세권 수자인 그라센트 1차를 포함해 지난해 공급한 3개 단지가 평균 약 10대 1의 청약 경쟁률을 기록하며 조기 완판에 성공한 바 있다. 풍무역세권 수자인 그라센트 2차는 김포골드라인 풍무역과 사우역을 모두 도보로 이용할 수 있는 더블역세권 입지를 갖췄다. 단지 인근에 사우초와 사우고가 위치해 도보 통학이 가능하다. 서울 접근성도 강점이다. 풍무역을 중심으로 지하철 5호선 연장 사업이 추진되고 있고, 5호선 연장 시 마곡지구를 비롯해 여의도, 광화문 등 서울 주요 업무지구로의 접근성이 크게 개선될 것으로 예상된다. 전용 59㎡, 84㎡ 타입이 공급된 1차와 달리, 2차는 전용 84㎡와 105㎡ 타입으로 공급돼 중대형 수요층을 겨냥했다. 특히 전용 105㎡는 일반 아파트(주상복합 제외)로서는 풍무역세권 내 마지막 대형 타입으로 분양된다. 단지는 전 세대 4베이 판상형 설계를 적용해 채광과 통풍을 극대화했고, 실거주 만족도를 높일 수 있도록 다자녀 가구를 대상으로 공간 확장이 가능한 옵션도 제공한다. BS한양 관계자는 “서울 공급 감소와 가격 부담이 지속되는 상황에서, 풍무역세권은 비규제·분상제·서울 접근성이라는 조건을 동시에 갖춘 계획도시로서 주목받고 있다"며 “앞서 공급한 1차가 흥행에 성공한 만큼 풍무역세권 수자인 그라센트 2차 역시 분양 전부터 많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고 말했다. '풍무역세권 수자인 그라센트 2차'의 견본주택은 경기도 김포시 사우동 571-8 일원에 마련될 예정이다. 임진영 기자 ijy@ekn.kr

전국 임대차 월세 비중 66.8%…서울도 ‘전세→월세’ 구조 전환

서울 주택 임대차 시장에서 월세 비중이 빠르게 확대되며 전세 중심 구조가 약화되고 있다. 전세 매물 감소와 계약 구조 변화가 맞물리면서 임대차 시장의 '월세화'가 뚜렷해지는 흐름이다. 과거 주거 안정의 축으로 기능해온 전세 제도가 흔들리면서 시장 전반의 작동 방식 자체가 달라지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28일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올해 1월 기준 전국 주택 임대차 거래에서 월세(보증부 월세 포함) 비중은 66.8%로 나타났다. 월세 거래량은 16만9305건으로 전월 대비 1.4%, 전년 동월 대비 42.5% 증가했다. 임대차 시장에서 월세가 차지하는 비중이 빠르게 커지고 있음을 보여주는 지표다. 현장에서는 전세 매물 부족 체감이 커지고 있다. 서울 강동구의 한 공인중개업소 관계자는 “전세를 찾는 수요는 꾸준하지만 매물 자체가 줄어든 상황"이라며 “실제 계약은 반전세나 월세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전세를 구할 수는 있지만 가격 부담이 커지면서 임차인들이 월세로 이동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는 설명이다. 월세 시장 역시 공급이 충분하지 않은 상황이다. 부동산 빅데이터 플랫폼 '아실' 매물 분석 결과 서울 아파트 월세 매물은 1년 전보다 14.5% 감소했다. 자치구별로는 성북구(-78.3%), 강북구(-58.2%), 동대문구(-54.3%), 노원구(-52.1%) 등에서 감소 폭이 크게 나타났다. 중저가 주택이 밀집한 지역일수록 매물 감소가 두드러진다는 점에서 실수요자의 체감 부담은 더 크다는 분석이 나온다. 서울 관악구 원룸촌 인근의 한 공인중개업자는 “전용 10평 기준 신축은 월세가 100만원을 넘는 경우가 많고, 구축이라도 최소 70만~80만원 수준은 형성돼 있다"며 “이 같은 흐름은 코로나19 시기 이후 더욱 뚜렷해졌다"고 말했다. 이어 “신축 물건은 시장에 나오면 바로 계약이 이뤄질 정도로 수요가 빠르게 붙고 있다"고 덧붙였다. 실제 대단지 아파트에서도 매물 부족 현상이 확인된다. 수천 세대 규모 단지에서도 전세와 월세 물건이 각각 한 자릿수 수준에 그치는 사례가 이어지며, 임차 수요 대비 공급이 충분하지 않은 상황이 지속되고 있다. 실제 대단지 아파트에서도 매물 부족 현상이 확인된다. 27일 기준 부동산 플랫폼 집계에 따르면 강북구 미아동 'SK북한산시티'(3830세대)는 전세 3건, 월세 1건 수준에 그쳤다. 동대문구 '래미안위브'(2652세대)와 도봉구 '북한산아이파크'(2061세대) 역시 전세와 월세 물건이 각각 한 자릿수에 머문 것으로 나타났다. 수천 세대 단지에서도 임대 물건이 손에 꼽힐 정도로 줄어든 사례가 확인된 것이다. 이 같은 공급 감소는 가격 상승으로 이어지고 있다. 한국부동산원과 고용노동부 자료를 국회 이종욱 의원실이 분석한 결과, 지난달 기준 서울 아파트 평균 월세는 151만5000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근로자 월평균 임금(420만5000원)의 36.1%에 해당하는 수준으로, 소득의 3분의 1 이상이 주거비로 지출되는 구조다. 주거비 부담이 가계 소비 여력 전반을 압박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서울 송파구의 한 다세대 원룸 임대사업자는 “대출 규제 등 정책 영향이 임대차 시장 전반으로 확산되면서 장기적으로 왜곡을 낳을 수 있다"며 “결국 그 부담은 임대사업자와 세입자가 함께 지게 되는 구조"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전세 감소의 배경으로 제도 변화와 시장 환경을 동시에 지목한다. 전세사기 등으로 인한 보증금 회수 불안이 커지면서 전세에 대한 신뢰가 약화됐고, 매매가격 상승에 따라 전세가격이 동반 상승하면서 일부 집주인이 보증금 인상분을 월세로 전환하는 흐름이 확산됐다는 설명이다. 여기에 계약갱신청구권 사용 증가와 실거주 의무 강화 등으로 시장에 나오는 전세 물량 자체가 줄어든 점도 영향을 미쳤다. 이처럼 전세 매물 감소와 월세 확대가 동시에 나타나는 가운데, 임대차 시장 내부 구조 변화에 대한 해석도 이어지고 있다. 일부에서는 주거비를 일정 수준 부담하더라도 자산을 금융시장에 투자하려는 인식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다만 이러한 흐름이 전체 시장으로 확산된 구조적 변화인지, 아니면 제한적인 현상에 그치는지에 대해서는 추가적인 검증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최근 온라인 커뮤니티 등에서는 전세보증금 약 3억 원을 회수해 미국 주식, 특히 S&P500 지수에 투자하고 월세로 전환하겠다는 사례가 공유되며 관심을 끌고 있다. 주거 안정성을 일부 포기하는 대신 자산의 수익률을 극대화하겠다는 전략이다. 이 같은 소식을 알린 업계 관계자는 “과거에는 '집은 마지막 보루'라는 인식이 지배적이었고 주거비를 줄이고 전세를 유지하는 것이 대표적인 자산 방어 전략이었다"며 “그러나 글로벌 자산 시장에 익숙한 젊은 층에게 전세보증금은 수익을 창출하지 못하는 '정체 자산'으로 인식되는 경향이 강해지고 있다"고 귀띔했다. 실제 최근 시장에서는 지역별 가격 흐름이 과거보다 분절되는 양상도 감지된다. 특정 지역의 가격 움직임이 주변 지역으로 확산되는 전통적인 패턴이 약화되면서, 지역별로 수급과 가격이 다르게 움직이는 모습이 나타나고 있다는 분석이다. 다만 이러한 변화 역시 단기적인 현상인지 구조적 전환인지는 아직 판단하기 이르다는 평가가 많다. 박원갑 KB국민은행 수석전문위원은 최근 서울 주택시장의 변화에 대해 “그동안 시장을 설명하던 '공간적 전이(Spatial Diffusion)'가 약화되고 있다"고 진단했다. 박 위원은 “과거에는 강남 등 특정 지역에서 형성된 가격 상승 흐름이 인접 지역으로 확산되는 패턴이 일반적이었지만, 최근에는 지역별로 서로 다른 방향을 보이는 '탈동조화' 현상이 뚜렷하다"며 “시장 전체가 하나의 물결로 움직이기보다 각 지역이 개별적으로 반응하는 '분절 시장'으로 전환되는 모습"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강남이 가격 흐름을 선도하던 '안테나 역할'도 예전보다 약해졌다"며 “강남권과 용산 등 고가 주택 밀집 지역은 약세를 보이는 반면, 노원·구로·성북 등 비강남 중저가 지역은 상대적으로 강세를 나타내는 등 서울 내부에서도 서로 다른 흐름이 동시에 나타나고 있다"고 말했다. 이러한 변화의 배경으로는 수요 구조의 변화를 지목했다. 박 위원은 “현재 주택시장은 고가 주택을 보유한 고령층과, 중저가 주택을 매수하려는 MZ세대라는 두 축으로 나뉘고 있다"며 “고령층은 보유세 부담과 정책 변화에 민감하게 반응해 자산을 줄이거나 주거를 축소하려는 경향이 있는 반면, 젊은 세대는 가격 메리트가 있는 비강남 지역을 중심으로 움직이고 있다"고 분석했다. 장혜원 기자 dalgu@ekn.kr

[르포] 양도세+보유세 직격… “연금 200에 세금 80” 1주택자 ‘비틀’

“이미 버스는 떠났습니다. 지금은 막판에 한두 건 나오는 수준이에요." 지난 27일 서울 송파구 헬리오시티 인근 공인중개업소. 양도세 중과 유예 종료를 앞두고 '매물 폭탄'이 쏟아진다는 외부 인식과 달리, 현장의 공기는 오히려 정반대였다. 중개업소 관계자는 “급매는 2월 말부터 3월 초중반 사이에 대부분 정리됐다"며 “지난주까지 팔릴 만한 물건은 다 나갔고, 지금은 집주인들이 호가를 1억 이상 다시 올리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강동구 올림픽파크포레온 일대 역시 상황은 비슷하다. 현지 중개사는 “4월 초가 사실상 마지막 바겐세일"이라며 “4월 중순을 넘기면 절차상 매도가 어려워져 '안 팔리면 그냥 가져간다'는 분위기로 돌아섰다"고 말했다. 시장에서는 “이미 팔 사람은 다 팔았다"는 인식이 확산되는 모습이다. 현장은 가격이 아니라 '현금흐름'이 무너지고 있는 모습이다. 호가 5억 하락이라는 말이 파다하지만, 현장은 '급매 소진' 이후 다시 빗장을 걸어 잠그고 있는 셈이다. 부동산 빅데이터 플랫폼 '아실'에 따르면 송파·강동권 매물은 2월 말 정점을 찍은 뒤 3월 셋째 주(16일~20일) 기준 약 12% 감소했다. 양도세 중과 유예라는 '탈출구'를 활용할 수 있는 물량은 사실상 3월 15일 이전에 정리됐다는 의미다. 송파 헬리오시티 전용 84㎡가 27억 원대에 거래됐다는 사례 역시 전체 9510세대 중 극히 일부에 불과하다. 나머지 다수 집주인은 여전히 29억~30억 원 선의 호가를 유지하며 정책과 팽팽한 줄다리기를 이어가고 있다. 가격 하락 역시 체감과는 거리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일부 단지에서 전용 84㎡ 기준 최고가 대비 4억~6억 원 낮은 거래가 등장했지만, 이는 제한적인 초급매 사례다. 헬리오시티 소망부동산 박영호 대표 공인중개사는 “언론에서는 5억씩 떨어졌다고 하지만 실제 거래는 한두 건뿐"이라며 “대부분 매도자는 여전히 28억~30억 선을 고수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중개사는 “온라인에 올라온 저가 매물은 실제 존재하지 않는 경우가 많아 하락폭이 과장된 측면이 있다"고 전했다. 시세 대비 수억 원 낮은 특급 매물을 내걸고 영업 중인 한 업소에 들어가 실시간 거래 가능 여부를 문의했다. 돌아온 답변은 “이미 나갔다"는 판에 박힌 말뿐이었다. 기자가 신분을 밝히고 구체적인 거래 시점 등을 묻자 중개인은 즉각 취재에 강한 거부감을 드러내며 대화를 끊었다. 현장 곳곳에서 제기되는 '미끼성 허수 매물' 의구심이 취재 과정에서도 고스란히 묻어난 대목이다. 이처럼 단기 급락 이후 시장은 빠르게 관망 국면으로 전환되고 있다. 그러나 현장에서 더 크게 언급되는 변수는 가격이 아니라 '세금'이다. 양도세 국면이 종료되면서 시장의 중심축은 보유세로 이동했다. 실제 수치도 이를 뒷받침한다. 올해 서울 공동주택 공시가격은 평균 18.67% 상승했다. 반면 보유세는 최대 40~50% 수준까지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국회 예산정책처의 '2026년 세수 추계 보고서' 분석 결과에 따르면, 종합부동산세 대상 1주택자는 31만7000가구에서 48만7000가구로 1년 새 53.5% 급증하며 과세 대상이 빠르게 확대되고 있다. 가격보다 세금이 훨씬 빠르게 상승하는 구조가 만들어진 셈이다. 특히 충격은 고령층과 1주택 실수요자에게 집중되는 양상이다. 통계청 가계금융복지조사에 따르면 은퇴 가구의 월평균 가처분 소득은 약 250만~300만 원 수준이다. 반면 공시가격 상승에 따른 보유세를 월 단위로 환산하면 약 70만~100만 원에 달해 소득의 30~40%를 세금으로 지출하는 구조가 현실화되고 있다. 현장에서는 “연금 200만 원을 받아 80만 원을 세금으로 내는 상황"이라는 말까지 나온다. 더 큰 문제는 '현금흐름'이다. 복수 공인중개사의 정보를 종합하면 올림픽파크포레온 등 신축 대단지에서 별도 소득이 없는 60대 이상 고령층 비중은 약 20~25% 수준으로 추정된다. 이들에게 올해 보유세는 단순한 세금이 아니라 생존 문제에 가깝다. 실제로 헬리오시티 보유자의 보유세는 650만 원에서 약 980만 원으로 50% 이상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월 환산 시 약 81만 원 수준으로, 소득의 상당 부분이 주거비로 전환되는 구조다. 올림픽파크포레온 한 중개업소 관계자는 “70~80대 고령 조합원이 전체의 약 20%를 차지하는데, 이분들은 소득이 없어 보유세가 그대로 생활비 부담으로 이어진다"며 “결국 버티지 못하고 집을 내놓는 비자발적 매물이 나올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헬리오시티도 마찬가지다. 그는 “강남에 집 한 채 있다고 모두 부자가 아니다"라며 “보유세가 월 100만 원 수준으로 늘어나면 사실상 생계 문제"라고 지적했다. 젊은 세대 역시 예외는 아니다. DSR 40% 규제 속에 '영끌'로 주택을 매입한 2030 세대는 원리금 상환에 더해 월 50만~60만 원 수준의 보유세 부담이 추가될 경우 실질 가용 소득이 마이너스 구간으로 진입할 가능성이 크다. 한 중개사는 “월급 받는 직장인도 세금이 늘어나면 가장 먼저 줄이는 것이 식비"라며 “세금이 주거 안정성을 넘어서 삶의 질 자체를 압박하고 있다"고 말했다. 시장 전망은 엇갈리지만 흐름은 분명하다. 5월 9일 이후에는 매물 감소에 따른 '공급 절벽' 가능성이 제기된다. 강동구 한 중개사는 “다주택자가 빠지고 나면 남는 것은 1주택자뿐인데, 이들이 급하게 매도할 이유는 없다"며 “일정 기간 거래 공백 이후 가격 회복 흐름이 나타날 것"이라고 내다봤다. 현재 시장은 매수와 매도가 팽팽히 맞서는 '심리 교착' 상태다. 매수자는 추가 하락을 기대하고, 매도자는 반등을 기대하며 버티는 상황이다. 단기적으로는 거래 절벽, 중기적으로는 가격 반등 가능성이 동시에 존재하는 복합 국면이다. 복수 공인중개사는 “지금 매수자들은 가격이 더 떨어질 것이라는 기대가 강해 호가보다 훨씬 낮은 가격을 제시하는 경우가 많다"며 “반면 매도자들은 조금만 버티면 다시 오를 것이라는 생각으로 가격을 쉽게 내리지 않고 있다"는 데 입을 모았다. 결국 이번 시장 변화는 가격이 아니라 구조의 문제다. 공시가격 상승(약 18%)과 과표 확대가 맞물리며세금이 40~50% 급증하는 구조가 형성됐고, 그 부담은 다주택자가 아닌 1주택 고령층과 실수요자에게 전이되고 있다. “결국 가장 먼저 무너지는 것은 집 한 채 가진 서민"이라며 “세금이 시장을 조정하는 것이 아니라 사람을 압박하는 상황"이라는 것이다. 다주택자의 투기를 잡겠다던 조세의 칼날이, 평생 집 한 채를 지켜온 은퇴 세대의 밥상머리와 청년 세대의 미래를 먼저 베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전문가 역시 시장의 중심 변수가 세금으로 이동했다고 진단한다. 박원갑 KB국민은행 수석전문위원은 “양도세 국면은 사실상 마무리됐고, 지금은 보유세 부담이 시장을 움직이는 시기"라며 “특히 소득이 없는 고령층일수록 세금에 민감하게 반응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박 위원은 “고령층은 일정한 소득이 없기 때문에 보유세가 곧 생활비 부담으로 직결된다"며 “이들은 주택 규모를 줄이거나 일부를 처분하는 방식으로 대응할 가능성이 크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 과정에서 시장에서는 자연스러운 세대 교체가 나타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장혜원 기자 dalgu@ek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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