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탄소중립과 에너지 안보, 인공지능(AI) 시대의 폭증하는 전력 수요가 맞물리면서 소형모듈원전(SMR)이 글로벌 건설업계의 새로운 전략 산업으로 부상하고 있다. 과거 대형 원전 시공 경험에 머물렀던 국내 건설사들도 이제는 설계·조달·시공(EPC)을 넘어 지분 투자와 공동개발까지 사업 영역을 넓히며 미래 에너지 시장 선점 경쟁에 뛰어드는 모습이다. 24일 에너지경제신문 취재를 종합하면 관련 업계에서는 SMR이 단순 발전 설비를 넘어 미래 전력 패권 경쟁의 핵심 인프라로 자리 잡고 있다고 본다. 소형모듈원전(SMR·Small Modular Reactor)은 기존 대형 원자력발전소를 소형·표준화·모듈화한 차세대 원전이다. 일반적으로 출력 300MW 이하 원전을 의미하며, 공장에서 주요 설비를 모듈 형태로 제작한 뒤 현장에서 조립하는 방식이 핵심 특징이다. 에너지경제연구원은 관련 보고서에서 SMR에 대해 “대형 원전 대비 건설 기간 단축과 초기 부지 부담 완화가 가능하고, 반복 생산을 통한 장기적 비용 절감 효과를 기대할 수 있는 차세대 분산형 전원"이라고 평가했다. 기존 대형 원전이 현장 중심의 대규모 토목 공사와 장기간 건설 과정을 거쳤다면, SMR은 공장 제작 기반의 모듈화를 통해 생산 효율성을 높이는 구조다. 업계가 이를 '원전의 반도체화'라고 부르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에너지경제연구원은 “초도호기(FOAK)는 비용 부담이 클 수 있지만 반복 생산 단계(NOAK)에 진입하면 경제성이 개선될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실제로 글로벌 SMR 시장은 뉴스케일(NuScale Power), GE히타치(GE Hitachi), 영국 롤스로이스 SMR 등을 중심으로 상업화 경쟁 단계에 접어들고 있다. 최근에는 단순 기술력 경쟁을 넘어 실제 착공 가능성과 자금 조달 능력, 전력판매계약(PPA) 확보 여부가 핵심 변수로 떠오르는 분위기다. 이 같은 흐름은 미국과 일본 정부의 공식 투자 기조에서도 드러난다. 실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일본 정부는 2025년 7월 미·일 전략무역·투자협정을 발표한 뒤 같은 해 9~10월 세부 투자 프로젝트와 공동 팩트시트를 공개했다. 당시 일본은 미국에 총 5500억달러 규모의 투자 및 금융지원 패키지를 제공하기로 했으며, 이 가운데 약 3320억달러가 에너지 분야에 배정됐다. 미국 백악관과 일본 경제산업성이 공개한 자료에는 웨스팅하우스, GE버노바, 히타치, ENTRA1(뉴스케일 계열) 등 원전·SMR 관련 기업과 프로젝트가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에서는 이를 두고 글로벌 SMR 시장에 대한 대규모 자금 조달 기반이 본격적으로 형성되고 있다는 신호로 해석하고 있다. 다만 시장의 기대감과 별개로 경제성 검증은 여전히 핵심 과제로 남아 있다. 대표 사례로 꼽히는 뉴스케일은 세계 최초로 미국 원자력규제위원회(NRC) 설계 인증을 획득하며 한때 시장 선두주자로 평가받았지만, 미국 유타주의 CFPP(Carbon Free Power Project)가 비용 급등과 참여 지자체 이탈로 무산되며 시장에 적지 않은 충격을 줬다. 업계에서는 이를 두고 “SMR 역시 경제성을 입증하지 못하면 시장성이 없다"는 현실을 보여준 사례라고 평가한다. 반면 캐나다 온타리오주 다링턴(Darlington) 프로젝트와 영국 롤스로이스 SMR 사업은 상용화 단계에 근접한 사례로 거론된다. 이 같은 흐름 속에서 국내 건설사들은 과거처럼 단순 원전 시공(EPC)에 머무르지 않고 설계 협력과 지분 투자, 기자재 공급망 구축, 운영·개발 참여까지 사업 영역을 빠르게 확장하고 있다. 기존에는 해외 원전 발주처가 설계와 운영을 주도하고 국내 건설사는 시공을 맡는 구조였다면, 최근 SMR 시장에서는 초기 개발 단계부터 직접 참여해 사업권과 공급망 주도권까지 확보하려는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는 평가다. 현대건설은 미국 홀텍 인터내셔널(Holtec International)과 협력해 미시간주 팰리세이즈(Palisades) 부지에 SMR-300 건설을 추진 중이며, 장기적으로 북미 지역 10GW 규모 SMR 플릿 구축까지 목표로 하고 있다. 현대건설 관계자는 “홀텍은 설계 관련 지식재산권과 특허를 보유하고 있고, 현대건설은 EPC 수행 역량과 시공 노하우를 갖고 있다"며 “양사는 독점적 컨소시엄 계약을 체결해 향후 SMR 사업에 공동 진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어 “국내 최다 원전 시공 실적과 UAE 바라카 원전 경험을 바탕으로 글로벌 SMR 시장 선도 기업으로 도약하겠다"고 말했다. 삼성물산은 지분 투자형 전략으로 차별화를 시도하고 있다. 삼성물산은 2021년 뉴스케일에 전략적 투자를 단행한 이후 루마니아 도이세슈티(Doicești) SMR 프로젝트 기본설계(FEED)에 참여하고 있으며, 최근에는 스웨덴·에스토니아·폴란드 등 유럽 시장 중심으로 협력을 확대하고 있다. 삼성물산 관계자는 “뉴스케일과 GE히타치 계열 기술군이 초도 상업운전에 가장 근접한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며 “유럽 중심으로 글로벌 SMR 사업 확대에 속도를 내고 있다"고 설명했다. DL이앤씨 역시 미국 X-energy와 협력해 고온가스로 기반 SMR 기술 확보에 나섰다. DL이앤씨 관계자는 “현재 엑스에너지와 함께 SMR 표준화 설계 작업에 참여하고 있다"며 “향후 국내외 SMR 프로젝트에서 EPC 참여 기회를 확대하고 개발·투자·운영을 연계한 사업 모델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이어 “SMR 표준화 설계 경험은 향후 프로젝트 수행 과정에서 기술 경쟁력과 사업 신뢰도를 높이는 중요한 자산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SMR 시장의 최대 변수는 여전히 경제성이다. SMR은 공장 제작 기반의 모듈화를 통해 장기적으로 비용 절감 효과를 기대하고 있지만, 초기 초도호기(FOAK·First Of A Kind)는 오히려 기존 대형 원전보다 단가가 높아질 가능성이 크다는 지적이 나온다. 여기에 고금리와 원자재 가격 상승, 전문 인력 부족, 사용후핵연료 처리 문제, 장기 인허가 리스크까지 겹치며 상업화 불확실성이 여전히 크다는 분석이다. 강창호 한국수력원자력노조위원장은 “아직은 실증과 경제성이 충분히 검증되지 않은 기대 산업 성격이 강하다"며 신중론을 제기했다. 그는 “현재 대형 원전은 이미 인증과 운영 경험을 통해 검증됐지만 SMR은 아직 제한적인 데모 수준에 머물러 있다"며 “건설사들의 투자 역시 당장 수익이 입증된 사업이라기보다 미래 산업 선점을 위한 전략적 포트폴리오 투자 성격이 강하다"고 말했다. 반면 정범진 경희대 원자력공학과 교수는 “SMR이 초기 단계라는 지적 자체는 맞지만 이를 허구 산업으로 보는 것은 원전 산업 초기 발전 과정을 간과한 시각"이라고 반박했다. 정 교수는 “현재 SMR 기업들은 기존 원전처럼 실험로·실증로를 모두 거친 뒤 상업화하는 방식이 아니라 투자와 인허가를 병행하며 시장 선점 경쟁을 벌이고 있다"며 “1960~70년대 미국 원전 산업 붐 당시에도 유사한 방식으로 산업이 성장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현재 개발 중인 SMR 80여 종 가운데 최종적으로 살아남는 모델은 일부에 불과할 가능성이 크지만, 이는 산업 초기 경쟁 구조에서는 자연스러운 현상"이라며 “AI 산업처럼 승자가 정해지기 전까지는 기업들이 투자에 나설 수밖에 없는 국면"이라고 강조했다. 장혜원 기자 dalgu@ek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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