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 APEC 스마트 모빌리티 포럼] 자율주행 상용화, 기술보다 제도·인프라가 관건… 협력 로드맵 논의

인공지능(AI)과 자율주행 등 미래 모빌리티 기술이 빠르게 발전하고 있지만 실제 상용화를 위해서는 제도와 인프라, 전문인력, 사회적 수용성을 함께 확보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왔다.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회원경제들은 스마트 모빌리티 기술을 시범사업 단계에서 실제 교통서비스로 확대하기 위한 국제협력과 정책 로드맵 마련이 필요하다는 데 공감대를 형성했다. 14일 서울 중구 웨스틴조선호텔에서 열린 '2026 APEC 스마트 모빌리티 포럼'에서는 '모빌리티 정책 대화(Mobility Policy Dialogue)'를 통해 스마트 모빌리티 권고안의 실질적인 이행 방안과 회원경제 간 협력 과제가 집중 논의됐다. 국토교통부와 한국교통연구원이 마련한 이번 포럼은 '사람과 번영, 파트너십을 위한 스마트 모빌리티: 정책·기술·운영의 연결'을 주제로 오는 16일까지 진행된다. 이날 정책 대화에서는 지난해 인천에서 마련된 APEC 스마트 모빌리티 10대 권고안을 실제 정책과 산업 현장에 적용하기 위한 단계별 추진 방향이 제시됐다. 특히 각국의 기술 수준과 제도적 여건이 다른 만큼 획일적인 상용화 일정 대신 공동의 목표 아래 각국이 자국 상황에 맞게 기술을 도입하는 방식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나왔다. 이날 정책 대화는 문영준 한국과학기술원(KAIST) 교수의 진행으로 시작됐다. 김규옥 한국교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발표를 통해 지난해 APEC 회원경제들이 합의한 스마트 모빌리티 10대 권고안을 실제 정책으로 연결하기 위한 이행 로드맵을 제안했다. 김 선임연구위원은 “지난해 인천에서 APEC 회원경제들이 미래 모빌리티를 위한 공동의 방향에 합의했다"며 “이제 중요한 것은 합의한 권고안을 어떻게 실질적인 이행으로 옮길 것인가 하는 문제"라고 말했다. 그는 스마트 모빌리티의 핵심 요소로 통합과 연결성, 혁신, 인간 중심, 회복력, 규제, 인적자원 개발, 민관협력, 국제협력 등을 제시하면서 개별 기술보다 전체 교통체계를 하나의 시스템으로 바라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10대 권고안을 △연결된 시스템 △혁신과 가치 △신뢰와 역량 △파트너십과 협력 등 4가지 이행 차원으로 재구성했다. 김 선임연구위원은 “아무리 진보한 자율주행 기술을 보유하고 있더라도 인프라가 연결되지 않거나 규제가 준비되지 않고 숙련된 인력이 없다면 기술은 시범운행 단계에 머물 수밖에 없다"며 “4가지 이행 차원이 함께 발전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실행 로드맵은 3단계로 제시됐다. 첫 번째는 '학습과 구축' 단계다. 회원경제들이 우수사례를 공유하고 정책과 규제를 비교하면서 기술과 제도적 역량의 격차를 파악하고 전문인력을 양성하는 과정이다. 두 번째는 '입증과 연결' 단계로, 실제 시범사업을 통해 기술을 검증하고 서로 다른 교통수단과 서비스를 연계하면서 효과를 평가하는 방식이다. 세 번째는 '확대와 협력' 단계다. 실증사업을 통해 효과가 확인된 기술과 정책을 더 넓은 지역으로 확산하고 회원경제 간 협력을 강화하는 것이다. 김 선임연구위원은 “모든 경제체가 동일한 시간표를 따를 필요는 없다"며 “서로 다른 발전 경로를 허용하면서 공통된 방향을 설정하는 것이 현실적인 협력 방식"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자율주행과 연결형 도로교통, 전기 모빌리티, 교통수단 간 통합, 스마트 인프라, 교통안전 등을 우선 협력 분야로 제시했다. 이어 발표에 나선 응우옌티푸 APEC 교통연구전문가그룹(EGTR) 의장은 회원경제 간 정책과 연구 협력을 지원하기 위한 전문가그룹의 역할을 소개했다. 응우옌 의장에 따르면 EGTR은 올해 8월 출범했으며 김규옥 한국교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이 부의장을 맡고 있다. EGTR은 회원경제의 교통 분야 전문성을 연결하고 공동 연구를 통해 교통 문제의 해결 방안을 모색하는 협력체다. APEC 교통실무그룹의 정책 우선순위에 부합하는 연구 기반을 제공하는 역할도 담당한다. 응우옌 의장은 “각 회원경제가 필요로 하는 과제를 발굴하고 경험을 공유하면서 합의된 체계 안에서 공동의 연구 목표를 추진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협력 방식으로는 관심 있는 회원경제들이 특정 현안을 공동으로 연구하는 소규모 협력사업과 주제별 웨비나, 우수사례 공유, 공동 프로젝트 등이 제시됐다. 특히 스마트 모빌리티 기술의 상용화를 가로막는 규제와 표준, 운영체계의 차이를 비교하고 실제 적용 과정에서 발생한 문제를 분석하는 연구가 필요하다는 의견이 나왔다. 응우옌 의장은 APEC 재원 사업과 회원경제 자체 재원 사업 등 프로젝트 추진 방식도 소개하면서 회원경제 간 합의와 승인 절차, 연구 성과의 공유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어진 패널토론에서는 호주와 캐나다, 중국, 한국, 베트남 등 5개 경제체 관계자들이 스마트 모빌리티 정책의 우선순위와 기술 상용화 과정의 장애요인, 국제협력 방안을 논의했다. 호주 측 패널인 앤드류 모리스 맥하피 수석 컨설턴트는 자율주행과 협력형 지능형교통체계(C-ITS) 기술을 실제 운영 단계로 확대하는 것이 가장 중요한 과제라고 밝혔다. 그는 “호주는 지난 10년 동안 자율주행차와 협력형 지능형교통체계 분야에서 상당한 시범사업과 투자를 진행했다"며 “표준 개발과 상호운용성, 사이버보안, 보안 인증체계 등 기반을 마련했지만 이를 광범위한 실제 운영으로 전환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말했다. 특히 시범사업 이후 지속적인 운영을 가능하게 하는 재원과 조달체계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그는 “초기 시범사업에 대한 자금 지원이 종료된 이후 어떤 일이 발생했는지, 인프라 구축 비용은 누가 부담했으며 어떤 제도적 장벽을 해결해야 했는지 공유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단순히 기술의 성능을 검증하는 데 그치지 않고 사업의 경제성과 운영 주체, 투자 구조까지 검토해야 실제 상용화로 이어질 수 있다는 취지다. 캐나다 측 패널인 네일 코커 캐나다 교통부 전략정책국 과장 겸 선임정책자문관은 물류와 무역 분야의 디지털 전환을 주요 과제로 제시했다. 코커 과장은 캐나다가 무역 다변화와 교통 인프라 확충을 추진하고 있다며, 교통망의 연결성을 높이고 디지털 기반의 물류체계를 구축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특히 종이서류 없는 무역과 세관 데이터 공유 등 디지털 무역 분야에서 회원경제 간 상호운용성을 확보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스마트 모빌리티와 디지털 전환은 단순히 기술적인 문제가 아니라 다양한 주체 간 조정의 문제이기도 하다"며 “개인정보 보호와 보안, 신뢰, 국제표준 등에 대한 공동의 이해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중국 측 패널인 송용창 중국해안안전청 부국장은 교통 분야의 AI 적용을 확대하기 위한 정책과 실증사업 추진 현황을 소개했다. 송 부국장은 중국이 'AI+교통' 정책을 통해 지능형 주행과 스마트 항만, 스마트 물류 등 다양한 분야에서 AI 기술 적용을 확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특히 올해 100개 이상의 시범사업을 추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그는 “교통 분야의 AI 혁신 적용을 가속화하기 위해 컴퓨팅 자원의 공급을 최적화하고 고품질 데이터 구축과 차세대 통신, 사물인터넷 기술 발전을 지원할 것"이라며 “AI 거버넌스를 개선하고 전문인력 양성과 국제협력도 강화하겠다"고 말했다. 회원경제 간 협력 방안으로는 공동 시범사업과 기술표준의 조화, 데이터 교환체계 마련 등을 제안했다. 송 부국장은 “EGTR의 가치는 단순히 지식을 공유하는 데 그치지 않고 지식을 공동으로 창출하는 데 있다"며 “각 경제체가 실제 적용 사례를 제시하고 전문가들이 공동으로 평가하는 협력체계를 구축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베트남 측 패널인 황타인 건설부 부국장은 교통 인프라의 확충과 함께 지능형교통체계의 통합 운영이 중요한 과제로 떠올랐다고 설명했다. 베트남은 2030년까지 지능형교통체계(ITS) 구축을 추진하면서 교통관리센터와 교통정보의 통합을 모색하고 있다. 황 부국장은 “스마트 모빌리티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 중 하나는 상호운용성"이라며 “데이터 인터페이스와 시스템 구조, 사이버보안 원칙을 마련하고 성공사례뿐 아니라 시행착오에서 얻은 교훈도 공유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시스템 설계와 통합, 운영·유지보수 분야의 실무교육과 국제협력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한국 측 패널로 참석한 김기훈 국토교통부 도심항공교통정책과장은 자율주행과 도심항공교통(UAM), 이동로봇 등을 미래 모빌리티의 주요 정책 분야로 제시했다. 김 과장은 “기술적으로 가능하다는 것과 실제 상용화가 이뤄지는 것은 다른 문제"라며 “상용화를 위해서는 제도와 인프라, 전문인력, 국민적 수용성이라는 4가지 요소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자율주행 분야에서는 실증을 통해 데이터를 축적하고 제도적 기반을 마련하는 작업이 중요하며, UAM 역시 초기 상용화 모델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실제 서비스로 연결할 수 있는 방안을 검토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동로봇 분야에서는 기술 발전에 맞춰 제도화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고 밝혔다. 특히 회원경제 간 우수사례를 공유할 때 성공적인 결과뿐 아니라 정책 결정 과정과 시행착오까지 함께 공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과장은 “우수사례는 결과물이 많이 공유되지만 실제 의사결정 과정에서 어떤 판단이 이뤄졌는지 알기 어려운 경우가 많다"며 “시범사업에서 중요한 결정이 어떻게 내려졌고 어떤 시행착오를 겪었는지 공유한다면 각국의 정책 수립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는 자율주행과 UAM 등 새로운 교통수단이 국가별 법률과 사회·경제적 여건에 따라 서로 다른 방식으로 도입되는 만큼 정책 경험의 공유가 기술 자체의 교류 못지않게 중요하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한편, 이날 정책 대화에 이어 산업계와 차세대 전문가들이 참여하는 대화 프로그램도 진행됐다. 유민상 오토노머스에이투지 최고전략책임자(CSO)는 한국 공공도로에서 자율주행차를 운영하는 기업의 경험을 소개하며 미래 모빌리티를 논의하는 과정에서 청년세대의 목소리를 듣는 것이 중요하다고 밝혔다. 이어 LG경영연구원 천서형 연구원과 아주대학교 석사과정 이은호 씨, 경희대학교 김찬중 씨, 인도네시아 출신 서울시립대학교 석사과정 학생, 대만 출신 KAIST 석사과정 학생 등이 참석해 자신을 소개하고 미래 모빌리티에 대한 논의를 했다. 장혜원 기자 dalgu@ekn.kr

[현장] AI·자율주행 시대, 기술보다 중요한 것은 ‘책임’…2026 APEC 스마트 모빌리티 포럼 개막

인공지능(AI)과 자율주행 기술이 빠르게 발전하는 가운데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회원경제들이 미래 교통체계의 안전성과 지속가능성을 높이기 위한 협력 방안을 논의하기 위해 서울에 모였다. 단순한 기술 개발을 넘어 실제 도로와 대중교통 현장에서 이를 어떻게 구현하고, 사고 발생 시 누가 책임을 질 것인지가 핵심 과제로 떠올랐다. 국토교통부와 한국교통연구원은 14일 서울 중구 웨스틴조선호텔에서 '2026 APEC 스마트 모빌리티 포럼'을 개최했다. 오는 16일까지 사흘간 열리는 이번 행사에는 APEC 10개 회원경제 정부 대표와 국내외 교통 전문가, 산업계 관계자 등이 참석해 스마트 모빌리티 정책과 기술, 운영 경험을 공유한다. 올해 포럼의 주제는 '사람과 번영, 파트너십을 위한 스마트 모빌리티: 정책·기술·운영의 연결'이다. 지난해 처음 개최된 포럼에서 도출된 'APEC 스마트 모빌리티 권고안'을 바탕으로 교통혼잡과 도로 안전, 환경 지속가능성, 교통 접근성 등 회원경제들이 공통으로 직면한 문제의 실질적인 해결책을 모색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특히 AI와 자율주행, 디지털 전환이 교통산업의 패러다임을 바꾸고 있는 만큼 기술 혁신을 실제 교통서비스로 연결하기 위한 정책적·제도적 기반 마련이 주요 의제로 다뤄졌다. 이날 개회식에서 정의경 국토교통부 제2차관은 스마트 모빌리티 기술의 발전 속도에 걸맞은 정책과 운영체계 구축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정 차관은 개회사를 통해 “AI와 자율주행 기술이 빠르게 발전하고 있지만 기술이 발전한다고 해서 국민의 이동이 저절로 편리해지는 것은 아니다"라며 “정책과 기술 개발이 실제 도로와 대중교통 현장에서 안정적으로 구현돼야 국민이 변화를 체감할 수 있다"고 밝혔다. 이어 “APEC 회원경제마다 교통환경과 정책 여건이 다르고 지방정부가 직면한 과제도 서로 다르다"며 “어떤 정책이 효과를 거뒀고 어떤 시행착오가 있었는지 경험을 공유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앞으로 스마트 모빌리티는 기술이 얼마나 앞서 있느냐뿐 아니라 얼마나 안전하고 효과적으로 운영되는지에 따라 평가받게 될 것"이라며 “이번 포럼에서 논의된 경험과 해법이 아시아태평양 지역의 더 나은 교통환경을 만드는 데 기여하기를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김영찬 한국교통연구원장 역시 기술 발전에 따른 교통체계 변화와 국제협력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김 원장은 환영사에서 “AI와 자율주행, 전동화, 디지털 전환이 교통체계를 빠르게 변화시키고 있지만 도로 안전과 탄소중립, 고령화, 교통 접근성 격차 등 해결해야 할 과제도 더욱 복잡해지고 있다"고 진단했다. 이어 “APEC 회원경제들은 서로 다른 교통체계와 정책환경, 기술 역량을 보유하고 있다"며 “각자의 경험과 교훈을 공유한다면 새로운 통찰력과 실질적인 해결책을 도출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번 포럼의 성과는 단순히 공유된 아이디어가 아니라 논의 이후 어떤 협력이 이뤄지는지에 따라 평가될 것"이라며 “공동연구와 정책 협력, 지식 교류를 확대하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고 강조했다. 마티아스 프랑케 주한 칠레대사는 한국의 스마트 모빌리티 정책과 교통 인프라 운영 경험을 높이 평가하면서 민관협력의 중요성을 역설했다. 프랑케 대사는 “한국에서 근무하는 동안 서울이 스마트하고 지속가능하며 통합적이고 안전한 모빌리티의 모범사례로 발전하는 모습을 직접 목격했다"고 말했다. 특히 서울의 통합 대중교통체계와 자율주행버스, 강릉의 지능형 교통관리체계를 사례로 소개했다. 강릉에서는 CCTV와 레이더, AI 기술을 활용해 차량과 보행자의 움직임을 분석하고 교통흐름을 개선하는 한편 긴급차량에 우선 통행권을 부여하는 시스템이 운영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스마트 모빌리티의 성공은 중앙정부와 지방정부, 대중교통 당국, 민간 운영자 등 다양한 이해관계자의 협력에 달려 있다"며 “협력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을 경우 그 피해는 결국 교통서비스 이용자들에게 돌아간다"고 지적했다. 이어 기술과 혁신에 관한 모든 논의에서 잊지 말아야 할 것은 사람"이라며 “미래 모빌리티로 전환하는 과정에서 누구도 소외되지 않도록 접근성을 확대하고 삶의 질을 개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에드아르도 페드로사 APEC 사무총장도 회원경제 간 정책 경험과 실무 지식 공유의 중요성을 언급했다. 페드로사 사무총장은 “디지털 기술과 AI가 사람과 물자의 이동 방식을 재편하면서 새로운 기회와 도전이 동시에 나타나고 있다"며 “어느 한 경제체가 모든 해답을 갖고 있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서로의 경험을 공유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밝혔다. 이어 “기술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며 “실질적인 진전은 효과적인 정책체계와 운영 경험, 정부·산업계·학계·지역사회 간 파트너십에 달려 있다"고 말했다. 개회식에 이어 진행된 첫 번째 기조연설에서는 자율주행 상용화 시대의 책임체계 구축이 핵심 의제로 제시됐다. 황기연 한국과학기술원(KAIST) 초빙교수는 운전자 없는 자율주행차가 도로를 운행하는 시대에 대비해 사고 대응과 피해자 보상, 데이터 관리 등을 담당할 '운행대행자(DSP·Driving Service Provider)' 모델을 제안했다. 황 교수는 “운전자 없는 자동차는 더 이상 연구실 속 아이디어가 아니다"라며 “로보택시가 실제로 유료 승객을 태우고 운행하는 시대가 됐지만 차량이 스스로 해결할 수 없는 상황이 발생했을 때 누가 대응하고 피해자에게 보상할 것인지에 대한 문제는 여전히 남아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자율주행 기술이 발전하더라도 모든 돌발상황에 완벽하게 대응하기는 어렵다고 설명했다. 정전이나 대규모 인파 밀집, 자연재난, 도로공사 등 예측하기 어려운 상황에서는 차량 자체의 판단 능력만으로 한계가 있다는 것이다. 이에 황 교수는 차량의 자율주행 기능과 도로 인프라, 책임 있는 운영 주체를 연결하는 3단계 구조를 제시했다. 차량은 자체 AI를 통해 실시간 주행과 제동 등을 수행하고, 도로 인프라는 교통신호와 주변 상황을 공유하며, DSP는 운행 상황을 관리하고 사고 발생 시 대응과 보상 책임을 맡는 방식이다. 특히 사고 발생 이후 제조사와 소프트웨어 개발사, 운영사업자 등이 책임 소재를 다투는 동안 피해자가 보상을 받지 못하는 문제를 방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황 교수는 “피해자가 기업들 사이의 책임 공방이 끝날 때까지 기다려서는 안 된다"며 “DSP가 먼저 피해자에게 보상하고 이후 사고 기록과 증거를 바탕으로 책임 있는 당사자에게 비용을 청구하는 구조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자율주행차의 사이버보안과 데이터 관리 역시 중요한 과제로 꼽았다. 차량 운행정보에는 보행자 얼굴과 차량번호판 등 민감한 정보가 포함될 수 있는 만큼 데이터 관리 주체와 활용 범위를 명확히 해야 한다는 것이다. 황 교수는 “AI는 이제 책임 있는 사업자가 필요하다"며 “자율주행차의 지능을 대체하려는 것이 아니라 차량과 도로, 책임 있는 운영체계를 연결해 신뢰할 수 있는 서비스를 구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두 번째 기조연설자로 나선 마이클 앨런 브라운 미국 남서부연구원(SwRI) 수석연구원은 AI 기반 지능형 교통체계의 발전 방향을 소개했다. 브라운 연구원은 과거 교통관리센터가 CCTV와 레이더, 도로 검지기 등을 통해 수집한 정보를 바탕으로 사람이 직접 교통상황을 판단했다면, 앞으로는 차량과 도로 인프라, 교통관리센터가 지능을 공유하고 협력하는 방식으로 발전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과거에는 교통관리센터가 교통체계의 두뇌 역할을 했지만 이제는 차량과 인프라 곳곳에 지능이 분산되고 있다"며 “단순히 정보를 주고받는 단계를 넘어 교통상황의 의미를 이해하고 대응 방안을 함께 결정하는 체계로 진화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AI가 교통사고나 역주행 차량, 보행자 위험 등을 감지하고 교통관리센터 운영자에게 대응 방안을 제안하는 사례도 소개했다. 특히 미국 테네시주에서 진행한 교통관리 프로젝트를 언급하며 AI가 교통상황에 따라 제한속도를 조정하는 시스템을 지원하고, 운영자가 AI의 판단을 검토하면서 교통관리 효율성을 높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대규모언어모델(LLM)을 활용한 교통관리 시스템도 주목받았다. 교통관제사가 자연어로 시스템에 질문하면 AI가 상황을 분석하고 표준운영절차에 따라 필요한 조치를 안내하는 방식이다. 브라운 연구원은 “교통관리기관은 한정된 인력으로 갈수록 복잡해지는 업무를 수행해야 한다"며 “AI가 사람과 함께 상황을 판단하고 대응하는 체계를 구축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모든 데이터를 AI에 입력하고 알아서 해결하도록 맡길 수는 없다"며 “데이터 품질과 국제표준, 단계적인 AI 도입, 인간과 AI의 협력체계를 함께 고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장혜원 기자 dalgu@ekn.kr

[2026 국감] KTX 이용객 83% 늘 때 좌석은 5% 증가…“표 구하기도, 제때 도착도 어렵다”

KTX 이용객이 최근 5년간 83% 증가하는 동안 공급좌석은 5% 늘어나는 데 그친 것으로 나타났다. 올해는 8개월 만에 60분 이상 장기 지연된 열차가 지난해 연간 규모를 넘어섰다. 승차권 확보의 어려움과 열차 지연이 겹치면서 선로 병목구간 개선과 신규 차량 도입을 병행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왔다.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정일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인천 연수을)은 13일 한국철도공사 국정감사에서 KTX 좌석 공급 부족과 지연 문제를 지적하고, 정규열차 증편과 수송력 확대 대책을 촉구했다. 정 의원이 코레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KTX 이용객은 2021년 4544만6000명에서 2025년 8323만4000명으로 83.1% 증가했다. 반면 같은 기간 공급좌석은 7014만7000석에서 7378만6000석으로 5.2% 늘어나는 데 그쳤다. 코로나19 영향이 상대적으로 줄어든 2023년과 비교해도 수요와 공급의 증가 폭은 달랐다. 2025년 이용객은 2023년보다 9.4% 늘었지만 공급좌석은 1.6% 증가했다. 특히 지난해에는 전년 대비 이용객이 2.5% 늘었음에도 공급좌석은 오히려 0.5% 감소했다. 정 의원은 “KTX 이용객은 늘어나는데 지난해 공급좌석은 오히려 줄었다"며 “국민은 표를 구하기도 어렵고, 어렵게 탄 열차마저 지연되는 이중의 불편을 겪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임시열차와 기존 좌석 활용에 머물지 말고, 정규열차 증편과 병목구간 개선을 통해 수송력을 확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 의원은 좌석 부족을 해소하기 위해 평택∼오송 복복선 사업과 신규 고속열차 도입, 수색∼광명 구간 개선을 함께 추진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우선 평택 SR 분기점∼오송 복복선 공사를 계획대로 2028년까지 완료해 선로용량을 하루 190회에서 372회로 확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계획대로 확충되면 하루 운행 가능 횟수는 182회, 약 95.8% 늘어난다. 다만 선로가 늘어나더라도 운행 차량이 부족하면 실제 증편으로 이어지기 어렵다는 점도 짚었다. 정 의원은 신규 고속열차 도입계획을 적기에 이행하고, 복복선 개통 시점에 맞춰 충분한 차량을 확보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특히 1차분 28편성의 차질 없는 도입을 요구했다. 이날 질의에서는 기존 열차를 연결해 좌석을 늘리는 방안도 거론됐다. 코레일 측은 차량 부족을 제약 요인으로 설명했다. 국토교통부 김태병 철도국장은 별도 차량 도입계획과 관련해 2027년 3월부터 월 2편성씩, 편성당 약 500석 규모의 고속열차 총 31편성을 확보할 예정이라고 답했다. 정 의원은 수색∼광명 구간 24.5㎞ 노선 지하화 등 수도권 병목구간 개선사업도 속도감 있게 추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국토부는 수색∼광명 사업이 예비타당성조사를 통과했으며 올해 안에 기본설계를 발주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코레일과 SR 통합을 통한 수송력 확대 가능성도 언급됐다. 정 의원은 서울역과 수서역 출발 노선의 관계를 짚으며 통합 효과를 강조하는 한편, 노사 문제에 대한 협의를 주문했다. 국토부는 코레일과 SR 노사 등이 참여하는 협의체를 통해 논의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열차 지연 문제도 도마에 올랐다. 코레일 제출자료에 따르면 올해 1∼8월 60분 이상 장기 지연된 열차는 지난해 연간 규모를 이미 넘어섰다. 정 의원은 국제철도연맹(UIC) 기준에 따른 높은 정시율을 설명하는 것만으로는 승객의 불편에 충분히 답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정 의원실에 따르면 15분 59초 이내 도착을 정시로 보는 UIC 기준을 적용한 정시율은 약 99.6%인 반면, 코레일 고객서비스헌장 기준 정시율은 88.15%였다. 기준에 따라 11%포인트 넘게 차이가 나는 셈이다. 정 의원은 “열차 지연이 늘어나는데도 국제철도연맹 기준에 따른 약 99.6%의 정시율을 언급하는 것은 국민의 불편에 매우 둔감한 대응"이라며 “고객서비스헌장 기준으로 보면 정시율은 88.15%로 국제기준과 차이가 난다"고 밝혔다. 이어 “한국철도공사는 국민 입장에서 지연 원인별 예방 대책과 재발 방지 조치를 마련해 실제 지연을 줄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 의원은 지연 원인을 시설·차량·운영 등 유형별로 분석하고, 반복되는 원인에 대한 재발 방지 대책과 개선 일정을 마련할 것을 요구했다. 지연 발생 시에는 정확한 안내와 신속한 대응을 통해 환승 차질 등 승객 피해를 줄여야 한다고 주문했다. 장혜원 기자 dalgu@ekn.kr

외교·국방·금융까지 세종으로…44개 기관·9929명 이전 추진

정부가 외교부·통일부·국방부·금융위원회 등 수도권에 남아 있는 중앙행정기관의 세종 이전을 추진한다. 대상은 총 44개 기관, 공무원 정원 기준 9929명이다. 내년부터 임차청사를 활용해 기관들을 먼저 옮기고, 독립청사와 특수시설이 필요한 기관은 청사를 신축해 2031년까지 순차적으로 이전한다. 세종과 수도권으로 나뉜 행정체계를 재편해 국정운영의 효율성을 높이고 국가균형발전을 촉진한다는 구상이다. 다만 핵심 부처 이전을 위한 법 개정과 예산 확보, 공무원 정착 지원이 뒤따라야 한다. 이날 브리핑에서는 수도권 인구 분산과 경제적 파급효과를 뒷받침할 구체적인 분석 자료가 제시되지 않아 실효성을 묻는 질문도 이어졌다. 윤호중 행정안전부 장관은 13일 광화문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브리핑에서 “정부는 지난 9월 수도권 일극체제를 극복해 국가균형발전을 도모하고, 국정과제인 행정수도 세종 완성을 차질 없이 이행하기 위해 수도권에 남아 있는 중앙행정기관의 추가 이전을 추진하겠다고 발표한 바 있다"며 구체적인 이전 대상과 추진 계획을 공개했다. 윤 장관은 “국정운영의 효율성을 위해 중앙부처는 모두 세종으로 이전하되, 직접 대민서비스를 담당하는 소속기관은 이전 대상에서 제외했다"고 밝혔다. 행안부는 지난 9월 3일 이전 추진방향을 발표한 뒤 관계기관 협의와 네 차례 전문가 의견수렴을 거쳐 이전 대상과 방식을 구체화했다. 수도권 소재 142개 행정기관을 대상으로 기관별 기능과 업무 특성, 기관 간 연계성, 청사 확보 여건 등을 검토했다. 현재까지 세종으로 이주한 기관은 43개이며, 이주 당시 정원 기준으로 1만4731명이다. 이번 이전은 임차청사 활용과 청사 신축 후 이전 등 두 가지 방식으로 추진한다. 임차청사를 활용하는 대상은 27개 기관, 2995명이다. 내년 상반기에는 방송미디어통신위원회·개인정보보호위원회·원자력안전위원회·국가인권위원회·국가교육위원회·재외동포청 등 6개 기관의 이전을 우선 추진한다. 하반기에는 금융위원회를 비롯한 소속기관과 각종 자문위원회 등 19개 기관이 이전한다. 법무부와 성평등가족부도 임차청사 활용 대상에 포함됐지만, 구체적인 이전 시점은 행복도시법 개정 시기에 맞춰 정한다. 윤 장관은 “임차청사를 활용할 수 있는 27개 기관은 2027년 중 단계적으로 이전할 계획"이라며 “법무부와 성평등가족부는 행복도시법 개정 시기에 맞춰 이전 시점을 정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독립청사나 수사·보안·관제 등 특수시설이 필요한 17개 기관, 6934명은 청사를 신축한 뒤 2031년까지 순차적으로 이전한다. 외교부·통일부·국방부와 감사원·경찰청·공소청·중대범죄수사청·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등이 해당한다. 국립외교원·국방홍보원·국방전산정보원 등 부처 연계 소속기관도 포함됐다. 윤 장관은 “독립청사와 특수시설이 필요한 17개 기관은 업무 특성에 맞는 청사를 신축한 뒤 이전하겠다"며 “수사·보안 등 업무 특성에 맞는 최적의 시설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대통령비서실·국가안보실 등 대통령과 직접 연계된 기관의 이전은 별도로 검토한다. 윤 장관은 “대통령 연계 기관의 이전은 대통령 집무실 완전 이전 시기 등을 고려해 별도로 검토하겠다"며 “2033년 국회 세종의사당이 완공되면 세종은 명실상부한 행정의 중심지로서 면모를 갖출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 자료에는 대통령 세종 집무실 준공 목표가 2029년, 국회 세종의사당 준공 목표가 2033년으로 제시됐다. 독립청사가 필요한 기관과 향후 임차청사 활용 기관 등을 위한 청사 건립에는 약 3조1000억원이 소요될 것으로 추산됐다. 정부는 내년 기본설계비 약 286억원을 반영해 청사 건립 절차에 착수할 계획이다. 전체 사업비는 기관별 입지와 시설 규모, 부지 확보 및 설계 결과에 따라 조정될 수 있다. 내년 임차청사 활용 기관의 청사 임차·조성·운영비와 공무원 이주지원비 등에는 약 897억원이 필요할 것으로 예상됐다. 신축청사가 완공될 때까지 임차청사를 사용하는 데 따른 후속 비용도 발생할 전망이다. 대통령 집무실 이전 비용은 이번 중앙행정기관 이전 비용에 포함되지 않았다. 공무원과 가족의 정착 지원도 추진한다. 이사비와 초기 이주지원비를 지원하고, 주택 마련이나 자녀 학기 종료 등으로 즉시 이주하기 어려운 공무원에게 한시적으로 교통편을 지원하는 방안도 검토한다. 다만 지원금 규모와 지급 기간 등은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 윤 장관은 “이전 공무원과 가족이 세종에 안정적으로 정착할 수 있도록 주거·교통 등 필요한 지원 방안을 마련하겠다"며 “기관 이전은 공무원과 가족의 생활에 큰 변화를 가져오는 만큼 충분히 소통하며 이전에 따른 어려움을 줄여 나가겠다"고 말했다. 질의응답에서 정부 관계자는 “관계기관이 태스크포스를 구성해 이주 지원 방안을 논의하고 있지만 아직 확정된 것은 아니다"라며 “기존 지원 사례를 검토해 어느 정도 지원 범위를 설정한 상태로, 관계부처와 추가 논의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기관 이전으로 발생하는 서울·과천 정부청사의 유휴공간은 수도권에 남는 특별행정기관 등을 입주시켜 우선 활용할 방침이다. 민간 청사를 임차 중인 기관의 입주 수요도 조사하고, 중장기 활용 방안은 연구용역 등을 통해 마련한다. 금융위원회의 세종 이전을 놓고 금융감독원과 국책은행 등 관련 기관도 함께 옮기는지, 정부의 경제수도 서울 구상과 상충하는지를 묻는 질문도 나왔다. 정부는 이번 발표가 중앙행정기관을 대상으로 한 것으로, 금융감독원 등 관련 기관의 이전 여부는 별도 검토 사안이라고 설명했다. 공공기관 2차 지방이전 방안은 올해 4분기 발표를 목표로 준비하고 있다고 밝혔다. 정부 관계자는 “금융정책은 금융시장 유관기관과의 긴밀한 연계뿐 아니라 관계부처 간 정책 협의·조정도 필요하다"며 “금융정책을 강화하기 위해 반드시 서울에 있어야 하는 것은 아니라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이어 “금융시장의 대응력을 유지하고 강화하기 위해 세부 이전 계획을 세울 때 별도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덧붙였다. 경찰청과 수사기관의 이전으로 수도권 사법기관과의 업무 연계가 약화하거나 전문인력이 이탈할 수 있다는 우려에 대해서는 “관계기관과 세부 이전 계획을 마련하는 단계에서 구체적인 방안을 마련해 나가겠다"고 답했다. 대법원·헌법재판소·중앙선거관리위원회 등 헌법기관은 이번 이전 대상에 포함되지 않았다. 정부 관계자는 “헌법기관과 이전에 관해 본격적으로 논의한 바는 없다"며 향후 국가운영체계 차원에서 별도 논의가 필요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현지 대민서비스나 입지의 역사성이 중요한 기관은 수도권에 남는다. 국립과천과학관·국립국악원·국립중앙도서관·경찰병원 등이 대표적이다. 국립고궁박물관처럼 역사적 장소와의 연계성이 중요한 기관도 이전 대상에서 제외됐다. 이날 브리핑에서는 기존 세종 이전의 성과와 이번 추가 이전의 효과를 묻는 질문이 반복됐다. 정부 관계자는 “세종시 출범 이후 수도권 집중 완화를 위한 커다란 효과는 확인하기 어렵지만, 세종시와 같은 도시가 건설돼 인근 지역과 함께 발전할 가능성은 여러 가지로 확인됐다고 판단한다"고 말했다. 이어 “도시의 성장 과정에서 중앙행정기관 이전을 통해 성장 동력을 추가한다면 성공 가능성이 있다고 생각해 2차 이전을 추진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구체적인 인구 분산과 경제적 파급효과 분석 자료를 요구하는 질문에는 “명확한 자료를 찾지 못해 추후 자료를 검토한 뒤 따로 설명할 기회를 마련하겠다"고 답했다. 정부는 이번 이전 대상을 선정할 때 기관별 기능과 업무 특성, 업무 연계성과 수행 여건을 우선적인 기준으로 삼았으며, 이전 과정에서 나타날 문제는 보완해 나가겠다고 설명했다. 국무조정실 관계자는 “세종시 행정기관 이전 하나만 볼 것이 아니라 혁신도시와 공공기관 이전, 5극 3특 균형성장 정책을 큰 틀에서 바라봐야 한다"며 “상징적인 부분과 지역경제 유발 효과, 국가균형발전 전체의 의미가 다층적으로 포함돼 있어 단순히 얼마만큼의 효과가 있다고 설명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외교부·통일부·국방부·법무부·성평등가족부는 현행 행복도시법상 이전 제외기관으로 규정돼 있어 법 개정이 선행돼야 한다. 정부는 이들 부처를 이전 제외대상에서 삭제하는 개정안을 이번 정기국회에서 최대한 처리할 수 있도록 국회와 협의할 방침이다. 윤 장관은 “국회와 긴밀히 협력해 외교부·통일부·국방부·법무부·성평등가족부를 이전 제외기관에서 삭제하는 행복도시법 개정과 필요한 예산 확보를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이후 관계기관 협의와 공청회 등 법정 절차를 거쳐 이전계획을 변경·고시하고, 기관별 청사 확보와 이전 준비 상황에 따라 순차적으로 이전을 추진한다. 민원·인허가 등 행정서비스에 공백이 발생하지 않도록 기관별 업무 연속성 확보 방안도 마련한다. 행정중심복합도시건설청은 국회 세종의사당 부지 마스터플랜 당선작이 마련된 상태이며, 향후 행정수도 특별법이 통과되면 국회 전체 이전을 위한 설계 변경 등도 추진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추가 이전에 따른 교통·기반시설 여건은 대통령 집무실과 국회 이전 계획을 함께 고려해 검토한다. 관련해 윤 장관은 발표문에서 “중앙행정기관의 이전은 단순히 정부의 공간을 옮기는 데 그치는 일이 아니다"라며 “수도권 일극체제를 극복하고 국토를 균형 있게 활용하는 공간 전략이자 대한민국의 지속 가능한 미래와 새로운 도약을 이끄는 성장 전략"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정부는 국민 불편을 최소화하면서 기관의 이전과 업무 방식 개선을 함께 추진해 행정수도 세종의 기능을 강화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장혜원 기자 dalgu@ekn.kr

[2026 국감] 전용기 “1125명 탄 KTX, 최대 승차인원 초과”…명절 안전관리 질타

전용기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명절 기간 KTX에 최대 승차인원을 초과한 승객이 탑승했다며 한국철도공사(코레일)의 부정승차 단속과 안전 관리를 질타했다. 코레일·에스알(SR) 통합에 대해서는 이용자 편익과 운임 결정 구조를 국민에게 명확히 설명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전 의원은 13일 “국회 국토교통위원회의 코레일 등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천안아산∼오송 구간을 운행한 KTX에 최대 1125명이 탑승해 최대 승차인원을 47명 초과했다"고 지적했다. 그는 “적발되지 않은 부정승차 인원까지 고려하면 실제 탑승 규모를 정확히 파악하기 어려울 수 있다며, 수요가 집중되는 명절에는 승차 인원 관리를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전 의원은 '해당 구간에서 KTX가 시속 300㎞로 운행한다는 점'을 언급하며 정원 초과에 따른 안전 문제를 제기했다. 특히 “명절에는 승객들이 많은 수하물을 들고 탑승하는 만큼 인원뿐 아니라 짐을 포함한 전체 하중을 함께 고려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제작사의 하중 관련 주의사항을 근거로 기준 초과 시 제동력과 현가장치, 견인력 등에 영향을 줄 가능성을 점검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전 의원은 코레일의 탑승 인원 파악 체계도 문제 삼았다. 관련 자료를 요구했을 당시 “준비된 데이터가 없었고, 이후 계산한 수치를 제출했다는 취지로 지적하며 실제 승차 규모를 체계적으로 관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이번 추석뿐 아니라 2025년 명절에도 최대 승차인원을 초과한 사례가 있었다"고 언급하며 반복되는 혼잡과 부정승차 문제에 대한 대책을 주문했다. 코레일 측은 수요가 집중되는 상황에서 부정승차를 충분히 막지 못한 부분이 있다는 취지로 답변했다. 명절 기간에는 관련 관리를 더욱 철저히 했어야 한다는 입장도 밝혔다. 앞서 전 의원은 철도 통합에 따른 이용자 편익을 코레일이 적극적으로 설명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서울∼부산 공급 좌석이 11만석 늘고 운임이 10% 낮아졌으며, 동탄역의 공급 좌석도 증가했다"고 언급했다. 통합의 효과를 묻는 질의에 코레일이 자신 있게 답변하지 못했다는 지적이다. 한편, 앞서 유상범 국민의힘 의원이 언급한 통합 이후 운임 인상 우려에 대해서는 “정부의 운임 상한 등 통제 장치가 있어 사업자가 임의로 요금을 올릴 수 없다"는 취지로 설명했다. 파업 우려에 대해서도 “실제 운행에 미치는 영향과 대응 방안을 구체적으로 밝혀 국민의 오해를 줄여야 한다"고 주문했다. 전 의원은 철도 통합의 필요성과 편익을 설명하는 동시에, 명절 등 수요 집중 시기에도 국민이 안전하게 열차를 이용할 수 있도록 승차 관리 체계를 보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장혜원 기자 dalgu@ekn.kr

[2026 국감] 코레일 ‘커피·빵 미리주문’ SPC 특혜 의혹…윤종군 “사실상 독점”

한국철도공사(코레일)의 모바일 앱을 통한 '커피·빵 미리주문' 서비스가 SPC 계열사에 사실상 독점적으로 운영되고 있다는 의혹이 국정감사에서 제기됐다. 사업자 모집 공고 이전 사전협의와 이후 앱 추가 개발 중단이 특정 업체에 유리하게 작용했다는 지적이다. 코레일은 국감 이후 사업자 신청부터 선정 과정까지 조사하겠다고 밝혔다. 윤종군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13일 국회 국토교통위원회의 코레일 등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코레일+' 앱의 미리주문 서비스 사업자 선정과 운영 과정의 공정성을 문제 삼았다. 해당 서비스는 이용자가 앱에서 기차역과 픽업 날짜, 매장 등을 선택해 음료와 빵을 미리 주문하고 수령하는 기능이다. 윤 의원이 제시한 화면에는 파리크라상, 던킨, 잠바주스, 파리바게뜨 등 SPC 계열 브랜드가 표시돼 있었다. 윤 의원은 서비스에 다른 업체가 참여하지 않은 경위를 따져 물으며 “경쟁이 없었던 것인지, 경쟁이 없도록 한 것인지"를 확인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쟁점은 사업자 모집 공고 이전 코레일과 SPC 측의 접촉이다. 윤 의원이 공개한 자료에는 2024년 11월 19일 코레일과 S사의 사전협의 결과가 담겼다. PPT는 이를 공고 게시 약 한 달 전 협의로 제시했다. 해당 자료에는 매장 공간과 개발 일정의 한계 등을 이유로 '코레일 앱과 연계한 모바일 선주문·픽업 서비스를 우선 도입하기로 결정했다'는 내용이 기재돼 있었다. 윤 의원은 사전에 만난 사실은 있지만 사전협의는 없었다는 취지의 설명을 문제 삼았다. 특히 공고 당일 제출된 23쪽 분량의 제안서에 승차권 연동과 장바구니·결제 연동, 서버 구조 등 기술적 내용이 담겼다며 사전 준비 여부를 따져 물었다. 사업자 적격 판정 이후 코레일톡 추가 개발이 중단된 과정도 도마에 올랐다. 윤 의원이 제시한 PPT에는 'SPC 적격 판정 보고 2일 만에 코레일톡 신규 개발 중지…타 업체 진입 막혀'라는 제목과 함께 코레일 공문이 공개됐다. 공문은 코레일톡 사용자 환경·경험(UI·UX) 고도화에 따라 신규 버전 개통과 서비스 안정화 때까지 추가 개발을 중지한다는 내용이다. 다만 개발 요청은 미리 제출할 수 있으며, 실제 개발은 신규 버전 개통 이후 순차적으로 진행한다는 설명도 담겼다. 윤 의원은 이러한 개발 제한이 장기간 이어지는 동안 다른 업체의 서비스 참여가 사실상 어려워졌다고 주장했다. 외부에는 상시 모집 중인 것처럼 안내하면서 실제로는 특정 업체가 서비스를 독점하도록 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다. 그는 “이름만 상시 모집이고 수의계약으로 독점하게 한 것 아니냐"며 업무방해와 공정거래 위반에 해당할 소지가 있는지도 검토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이에 코레일 측은 국감이 끝나면 철저히 조사해 신청 단계부터 경위를 정확히 밝히겠다는 취지로 답변했다. 윤 의원은 사업 공고와 제안서 접수, 사업자 선정, 협약 체결 관련 자료를 국감 종료 전까지 보고하고, 감사부서를 통한 내부감사 결과와 개선 방안을 제출하라고 요구했다. 또 올해 말 협약을 자동 연장하지 말고 공정한 경쟁을 통해 사업자를 선정하는 방안을 검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윤 의원은 공공기관인 코레일과의 협력 자체가 기업에 중요한 마케팅 수단이 될 수 있다며, 매출 규모와 별개로 사업자에게 공정한 참여 기회를 보장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장혜원 기자 dalgu@ekn.kr

[현장] 해가 지면 여행이 시작된다…서울서 만난 일본 ‘야경관광’

일본 여행의 목적지가 도쿄와 오사카의 번화가에서 꽃과 빛이 어우러진 정원, 촛불이 일렁이는 섬으로 넓어지고 있다. 해가 진 뒤에야 모습을 드러내는 풍경을 지역의 관광자원으로 활용하고, 한국 여행객에게 새로운 여행 코스를 제안하려는 일본 지자체와 관광시설들이 서울에 모였다. 12일 서울 용산구 서울드래곤시티에서 열린 '야경서밋 2026 인 서울'은 일본 각지의 야경과 일루미네이션을 국내 여행업계와 언론, 인플루언서에게 소개하는 자리였다. 일본 야경관광컨벤션뷰로가 주최한 이번 행사에는 나가사키·요코하마·후지사와·기타큐슈·구루메 등 5개 도시와 아시카가 플라워파크, 오키나와 동남식물낙원, 이즈 그랑팔 공원 등 총 8개 단체가 참여했다. 서울에서 야경서밋이 열린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현장에서는 각 지역 관계자들이 부스를 통해 관광명소와 계절별 행사를 설명하고, 한국 관계자들과 여행상품 개발 가능성을 논의했다. 같은 야경이라도 항구도시의 불빛, 정원에 펼쳐지는 조명, 사람이 직접 밝히는 촛불처럼 지역마다 내세우는 풍경과 체험은 달랐다. 마루마루 모토오 야경관광컨벤션뷰로 대표이사는 개회사에서 밤의 경관과 일루미네이션이 중요한 관광자원으로 주목받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번 행사를 통해 일본 각지의 야경을 한국에 알리고, 여행상품 개발과 한일 관광교류로 연결하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주최 측이 강조한 것은 대도시 밖에서도 만날 수 있는 일본의 밤이었다. 도쿄·오사카의 익숙한 도심 풍경과 함께 자연과 정원, 지역 고유의 경관을 활용한 야간 관광시설을 한국 시장에 소개하겠다는 취지다. 현장에서 만난 야경관광컨벤션뷰로 관계자는 한국 여행객에게 상대적으로 덜 알려진 야경 명소의 매력을 전달하는 것이 행사 목적이라고 설명했다. 멀리서 도시를 조망하는 데서 나아가 직접 입장해 걷고 체험하는 야경도 여행의 목적지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아시카가 플라워파크는 꽃과 정원을 활용한 일루미네이션을 소개했다. 낮에는 식물과 꽃을 감상하는 공간이 밤에는 빛을 따라 거니는 공간으로 바뀐다. 현장 설명에서도 단순히 조명을 바라보는 것보다 정원의 풍경 속을 걸으며 꽃과 빛을 함께 즐기는 경험이 강조됐다. 나가사키는 도시의 역사와 야경을 함께 내세웠다. 행사에 참석한 나가사키시 부시장은 도시 재건 과정과 평화의 중요성을 소개하고, 역사·문화자원과 밤의 풍경을 함께 즐길 수 있는 지역 관광의 매력을 설명했다. 낮 동안의 관광이 저녁에도 이어질 수 있도록 한국 여행업계와 언론이 나가사키를 적극적으로 알려주기를 당부했다. 가나가와현 후지사와시 부스에서는 에노시마의 계절별 관광과 야간 행사를 소개했다. 관계자는 에노시마 시캔들 전망등대와 인근 수족관, 이와야 동굴 등을 주요 관광명소로 설명했다. 여름에는 쇼난 해안에서 해수욕을 즐기고, 다른 계절에는 섬의 경관과 야간 이벤트를 연결해 여행할 수 있다는 것이다. 가을의 대표 행사로는 '쇼난 캔들'이 제시됐다. 올해 행사는 10월 10일부터 11월 3일까지 에노시마 사무엘 코킹 정원에서 열리며, 약 1만 개의 촛불이 정원을 밝힌다. 후지사와시 관계자는 전기로 밝히는 일루미네이션과 달리 사람이 매일 직접 양초에 불을 붙이고 끄는 방식이라고 설명했다. 화려한 조명의 규모보다 작은 불꽃이 모여 만드는 풍경과 그 과정에 담긴 사람의 손길이 차별점이다. 에노시마의 사례는 야경관광이 반드시 대규모 시설이나 첨단 기술에만 기대는 것은 아니라는 점을 보여준다. 기존 정원과 섬의 풍경에 계절 행사를 더해 낮과 다른 방문 이유를 만드는 방식이다. 오키나와는 가족의 밤, 요코하마는 도시 전체의 빛 오키나와 동남식물낙원은 열대 식물과 동물 체험에 야간 일루미네이션을 결합한 관광시설로 소개됐다. 부스 관계자는 오랜 시간 자란 식물들이 만드는 경관과 동물 먹이주기 등 낮의 체험 프로그램을 설명하면서, 밤에는 가족이 함께 즐길 수 있는 공간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관계자는 오키나와에서 어린이를 동반한 여행객이 저녁 시간에 찾을 수 있는 장소로 시설을 운영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바다와 휴양 중심의 일정에 정원 산책과 빛의 체험을 더해 가족 단위 여행객의 선택지를 넓히겠다는 취지다. 요코하마는 항구와 도심의 경관을 활용하는 야간 이벤트 '요르노요'를 소개했다. 올해 행사는 12월 4일부터 30일까지 열린다. 요코하마는 2024년 '일본 신 3대 야경도시'로 선정됐으며, 항구와 도시의 불빛이 어우러지는 경관을 관광자원으로 알리고 있다. 현장 관계자는 요르노요와 함께 내년 개최 예정인 '그린 엑스포 2027'도 소개했다. 야경과 정원 등 서로 다른 관광 콘텐츠를 연결해 요코하마를 찾을 이유를 넓히겠다는 설명이다. 축사에 나선 유인촌 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은 야간관광을 낮과 다른 경험을 제공하는 관광자원이자 경제적 효과를 만들어낼 수 있는 분야로 평가했다. 여행객의 관심과 취향이 다양해지는 만큼 각 지역의 특성을 살린 관광 콘텐츠가 중요하다는 취지다. 유 전 장관은 한일 교류의 의미도 강조했다. 과거 한일 국교 정상화 50주년을 기념한 조선통신사 자전거 여정에 참여했던 경험을 소개하며, 양국 참가자들이 함께 땀을 흘리고 서로를 도왔던 기억을 전했다. 그는 이번 서밋이 관광객 수를 늘리거나 사업 기회를 찾는 데서 나아가, 양국 국민이 서로를 이해하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이번 행사에서 소개된 일본의 밤은 하나의 풍경으로 묶이지 않았다. 에노시마는 촛불을, 오키나와는 열대정원과 가족 체험을, 요코하마는 항구도시의 빛을 내세웠다. 지역이 가진 공간에 저마다 다른 밤의 경험을 더하고 있었다. 한국 여행업계에는 익숙한 일본 여행 코스에 새로운 시간을 보태는 제안이었다. 장혜원 기자 dalgu@ekn.kr

[2026 국감] 이성훈 LH 사장 “집값 급락 가능성…지금 집 안 사도 손해 안 봐”

이성훈 한국토지주택공사(LH) 사장이 향후 주택 공급 확대와 금리 상승 등의 영향으로 집값이 급락할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최근 주택담보대출 규제를 추가로 강화할 필요가 있다는 취지의 발언으로 논란을 빚은 가운데, 집값이 안정되면 당장 주택을 구입하지 않더라도 손해를 보지 않을 수 있다는 입장을 밝힌 것이다. 특히 청년과 신혼부부 등 무주택 실수요자의 내 집 마련 기회를 제한할 수 있다는 비판에 대해서도 주택공급 확대와 가격 하락 가능성을 강조했다. 이에 야당뿐 아니라 여당에서도 공공주택 공급을 책임지는 LH 사장이 수요 억제에 무게를 둔 발언을 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12일 국회 국토교통위원회의 LH 등 국토교통부 산하기관 국정감사에서 국민의힘 김은혜 의원은 이 사장의 주택담보대출 규제 강화 발언을 문제 삼으며 청년과 신혼부부의 내 집 마련 대책을 추궁했다. 김 의원은 “생애최초 대출을 줄이면 신혼부부와 청년들은 어디 가서 집을 어떻게 사라는 것이냐"며 대출 규제 강화가 실수요자의 주택 구입 기회를 제한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이 사장은 “집값이 계속 오른다고 그러면 경쟁적으로 집을 사야 되겠지만 안정이 되면 지금 바로 집을 사지 않아도 손해를 보지 않는다"고 답했다. 이어 “앞으로 집값이 급락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그 점을 고려해서 드린 말씀"이라며 “지금 LH가 열심히 공급을 하고 있고 금리도 높아지고 있어 집값이 계속 오르지 않고 많이 낮아질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논란은 지난달 30일 이 사장이 경기 용인 첨단시스템반도체 국가산업단지 현장에서 취재진과 만나 주택담보대출 규제 강화 필요성을 언급하면서 시작됐다. 당시 이 사장은 수도권 규제지역에서 15억원 이하 주택에 적용되는 주택담보대출 한도 6억원을 추가로 강화할 필요가 있다는 취지의 의견을 밝혔다. 또 생애최초 주택구입자에게 적용되는 주택담보인정비율(LTV) 70%를 거론하며 대출을 최대한 활용해 경쟁적으로 주택을 매수하는 현상에 우려를 나타냈다. 이 사장은 당시 “생애최초는 LTV를 70%까지 해주고 있는데 시장에 물어보면 이를 최대한 받아 경쟁적으로 집을 사는 분들이 많다고 한다"며 주택가격 상승이 사회 전체의 이익에 부합하는지 고민할 필요가 있다는 취지로 발언했다. 이에 대해 국민의힘 김미애 의원은 이날 국감에서 15억원 이하 주택을 구입하려면 상당한 자기자본이 필요하다는 점을 지적했다. 김 의원은 “수도권 규제지역에서 15억원 이하 주택을 사려면 현금 9억원이 있어야 한다"며 청년과 30·40대 실수요자들이 대출 없이는 내 집 마련에 나서기 어려운 현실을 고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LH 사장이라는 공적 지위에서 대출 규제 강화를 언급하면 국민들이 정부의 추가 규제 신호로 받아들일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 사장은 “가계소득 대비 주거비 부담이 늘어나고 주택가격이 지속적으로 상승하면 민생과 국가경제에 악영향을 미친다"며 “국민 전체의 이익과 사회 전체의 후생이 무엇인지 생각해 보자는 취지였다"고 해명했다. 다만 금융당국 소관 업무를 언급한 점에는 유감을 표했다. 그는 “지금 집을 마련하려는 분들은 많이 불편해하실 수 있다"며 “제가 관할하지 않는 업무에 대해 언급한 것에 대해서는 금융위원회 등 관련 부서에 죄송하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이것은 정부 기조가 아니라 제 생각"이라고 선을 그었다. 이 사장의 해명에도 국감장에서는 청년과 신혼부부의 주택 구입 기회를 제한할 수 있다는 비판이 이어졌다. 김은혜 의원은 청년들이 투기가 아닌 실거주 목적으로 주택을 구입하려 한다는 점을 강조하며 생애최초 주택구입자에 대한 대출 규제 강화 필요성을 언급한 이 사장의 발언을 문제 삼았다. 특히 이 사장에게 기존 발언에 대한 사과를 요구했지만 이 사장은 주택가격 하락 가능성을 재차 언급했다. 그는 “2021년도에 집값이 피크를 찍었다가 그 이후 고금리가 되면서 집값이 많이 내렸다"며 향후에도 집값이 급락할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김 의원은 이 사장이 과거 대출을 활용해 첫 주택을 구입했던 사실도 거론했다. 김 의원이 당시 대출과 현재 청년들의 생애최초 주택구입 대출이 무엇이 다른지 묻자 이 사장은 당시 집값이 하락해 정부에서도 주택 구입을 권장하던 시기였다고 답했다. 이에 김 의원은 “본인 대출은 착한 대출이고 청년 대출은 나쁜 대출이냐"는 취지로 비판했다. 여당에서도 이 사장의 발언이 부적절하다는 지적이 나왔다. 더불어민주당 정일영 의원은 “청년들이나 실수요자들은 거기에 대해 불만들이 많기 때문에 공급을 빨리해야지 수요를 억제해야 한다는 것은 LH 사장 입장에서 할 얘기는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국민의힘 엄태영 의원 역시 대출 규제 강화 발언이 무주택 서민의 주거 사다리를 약화할 수 있다는 취지로 비판했다. 정부의 공공주택 공급 확대 정책을 집행하는 LH 수장이 금융 규제 강화 필요성을 공개적으로 언급한 것이 적절했는지를 놓고 여야 모두 문제를 제기한 셈이다. 이 사장은 이날 국감에서 주택가격 하락 가능성을 여러 차례 강조했지만 실제 집값이 언제, 어느 정도 하락할 것인지에 대한 구체적인 수치를 제시하지는 않았다. 그는 공급 확대와 높은 금리 수준이 향후 주택가격을 안정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판단을 내놓았다. 다만 공공주택 공급 확대가 실제 착공과 입주 물량 증가로 이어지기까지는 시간이 필요한 만큼 단기적인 주택시장 안정 효과와 중장기적인 공급 확대 효과를 구분해 살펴볼 필요가 있다. 특히 청년과 신혼부부 등 무주택 실수요자에게 대출은 주택 구입을 위한 주요 자금 조달 수단이라는 점에서 추가 규제가 주택가격 안정에 기여할 수 있는지, 오히려 내 집 마련 기회를 축소하는 결과로 이어질지에 대한 논쟁도 예상된다. 이 사장이 집값 급락 가능성을 공개적으로 언급하면서 정부의 공급 확대 정책과 금융 규제 방향, 실수요자 보호 방안을 둘러싼 논의도 이어질 전망이다. 장혜원 기자 dalgu@ekn.kr

[2026 국감] 이성훈 LH 사장 ‘3주택 보유’ 도마…세종 아파트 8억에 분양받아 14억대 매도

이성훈 한국토지주택공사(LH) 사장의 과거 3주택 보유 이력과 주택 매각 과정이 국회 국정감사에서 도마에 올랐다. 이 사장이 청와대 국토교통비서관 재직 당시 서울 강남구와 세종시에 주택 3채를 보유했던 사실이 재조명된 가운데, 세종시 아파트를 약 8억원에 분양받아 14억원대에 매도했다고 밝히면서 주택 취득 및 처분 경위를 둘러싼 질의가 이어졌다. 특히 세종시 아파트는 매매계약이 체결됐지만 소유권 이전등기가 아직 완료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나면서 매매계약과 법적 소유권 이전 시점의 차이가 쟁점으로 떠올랐다. 12일 국회 국토교통위원회의 LH 등 국토교통부 산하기관 국정감사에서 국민의힘 김미애 의원은 이 사장의 다주택 보유 이력을 거론하며 주택 취득 과정과 대출 활용 여부, 매각 경위 등을 집중적으로 추궁했다. 지난 3월 공개된 고위공직자 재산신고 내역에 따르면 당시 청와대 국토교통비서관이었던 이 사장은 세종시 나성동 아파트와 서울 강남구 대치동 다가구주택, 도곡동 아파트 등 주택 3채를 신고했다. 김 의원은 부동산 정책을 담당했던 고위공직자가 다주택을 보유했던 경위를 따져 물으며 취득자금 조달 방식과 실제 주택 처분 여부 등을 확인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 사장은 세종시 아파트를 약 8억원에 분양받았으며 당시 대출은 받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이후 해당 아파트를 14억원대에 매도했다고 밝혔다. 분양가격과 매도가격을 단순 비교하면 약 6억원의 차이가 발생한다. 다만 실제 양도차익은 취득·양도 관련 비용 등을 반영해야 하므로 이를 그대로 순수익으로 볼 수는 없다. 이 사장은 강남구 소재 주택을 상속으로 취득했다고도 설명했다. 이날 국감에서는 세종시 아파트의 소유권 이전등기 여부가 핵심 쟁점으로 떠올랐다. 국민의힘 김은혜 의원은 이 사장이 처분 절차를 진행한 세종시 아파트의 등기부를 확인한 결과 여전히 이 사장 명의로 소유권이 남아 있다고 지적했다. 김미애 의원 역시 부동산 소유권 이전의 법적 효력을 규정한 민법 제186조를 거론하며 매매계약을 체결했더라도 등기를 완료하지 않았다면 소유권이 이전된 것으로 볼 수 있는지 추궁했다. 민법 제186조는 부동산에 관한 법률행위로 인한 물권의 득실변경은 등기해야 효력이 발생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따라서 매매계약 체결과 소유권 이전등기는 별개의 절차로, 매매계약이 이뤄졌더라도 등기가 완료되지 않았다면 등기부상 소유자는 기존 명의자로 남게 된다. 이에 이 사장은 세종시 아파트의 등기 문제와 관련해 “신속히 등기하도록 하겠다"고 답했다. 다만 등기가 완료되지 않았다는 사실만으로 매매계약 자체가 이뤄지지 않았거나 허위라고 단정할 수는 없다. 실제 매매계약 체결 여부와 잔금 지급 일정, 소유권 이전등기 예정일 등을 종합적으로 확인해야 한다. LH 측은 이 사장이 청와대 재직 당시 보유했던 주택 3채 가운데 2채에 대해 처분 절차를 진행했다고 해명했다. LH 관계자는 에너지경제신문에 “이 사장은 청와대 재직 당시 기존 3주택 중 2주택을 처분했다"며 “서울 강남구 도곡동 아파트는 올해 6월 초 매도를 완료했고, 세종시 아파트는 지난 5월 매매계약을 체결했다"고 밝혔다. 이어 “세종시 아파트는 기존 세입자의 잔여 계약 기간이 남아 있어 오는 10월 말 소유권 이전등기가 완료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LH 측 설명에 따르면 도곡동 아파트는 매도가 완료됐으며 세종시 아파트는 매매계약 체결 이후 소유권 이전등기를 앞두고 있다. 다만 대치동 주택의 처분 여부에 대해서는 이번 해명에서 별도로 언급하지 않았다. 이번 논란은 이 사장이 공공주택 공급과 주거복지 정책을 책임지는 LH 사장이라는 점에서 주목받고 있다. 특히 이 사장이 과거 청와대에서 국토교통 정책을 담당했던 만큼 다주택 보유 경위와 주택 처분 과정의 투명성에 대한 검증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세종시 아파트의 매매계약과 실제 소유권 이전등기 사이에 시차가 발생한 이유에 대해서는 LH가 세입자의 잔여 계약 기간을 설명한 상태다. 향후 예정대로 10월 말 등기가 완료되는지 여부가 남은 확인 사항이다. 장혜원 기자 dalgu@ekn.kr

LH, 기간제 보상인력 250명 확충…주택공급 기간 단축 효과는 ‘제한적’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주택공급 속도를 높이기 위해 보상업무 기간제 인력 확충에 나섰다. 전문가들은 보상업무에 인력을 추가 투입하면 기간 단축에 도움은 될 것이지만 근본적인 실효성에는 한계가 있다고 지적한다. LH에 따르면 12일부터 보상직무 기간제 근로자 채용 접수가 시작됐다. 올해 150명, 내년에 100명 채용 예정이다. 이번에 채용되는 기간제 근로자들은 기본 1년 근무 예정이며 근무평정에 따라 재연장 될 경우 최대 2년동안 근무할 수 있다. 올해는 보상일반역 80명과 보상전문역 70명이 채용될 예정이다. 별도 경력이나 자격요건이 없는 보상일반역은 기본조사 및 협의보상, 재결신청, 이주관리, 보상 일반민원 대응을 담당한다. 보상전문역은 감정평가사, 보상관련 공인 민간 자격 소지자, 보상전문기관에서 5년이상 보상경력자 중 한 가지 요건을 충족해야 한다. 전문역은 일반역 업무와 법무, 세무, 감정평가 등 전문분야와 쟁송 등을 담당할 예정이다. 이성훈 LH 사장은 지난 8월 주택공급 속도를 높이기 위해 보상업무를 담당하는 임시직 급여를 정규직보다 높게 지급하겠다는 방침을 밝힌 바 있다. LH는 보상전문역의 경우 법무, 세무, 감정평가 등 고도의 전문적 보상업무를 수행하므로 정규직과 동일 또는 이상의 급여 지급한다는 방침이다. 이에 감정평가 업계 관계자는 “전국에 보상이 매년 그만큼 늘어나는 것은 아니"라며 “국소적으로 특정 시기에 발생하는 업무 때문에 그 사람들을 정규직으로 채용하기는 부담스럽기 때문에 기간제로 채용하는 대신 더 높은 급여를 주는 것은 LH의 의지만 있으면 가능하고 업계에서도 괜찮은 제안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다만 보상인력 확충시 착공까지 얼마나 시간이 단축될지 정량적인 산출은 어려운 상황이다. LH 관계자는 “기간제 투입을 통해 기존 순차적으로 진행됐던 보상업무의 동시, 병렬적 업무수행이 가능하는 점에서 보상기간 단축에 도움이 될 것"으로 예상했다. 시간 단축 효과는 일부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감정평가 업계 관계자는 “일반적으로 단기채용되는 사람들은 보상물건을 추릴 때 대상지역에 토지는 몇 필지 있는지, 건물이 몇 층에 있는지, 수목은 몇 주 인지 등 단순 카운트 업무에 투입될 가능성이 높다"며 “수도권에 주택 공급 속도를 높이기 위해 일시적으로 공급 적체 물량을 해소할 정도로만 인력을 확충할거라 원포인트로 기간을 단축시키는 효과가 가능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러나 토지 보상 업무 인원을 늘리는 것이 바로 공급 기간 단축으로 이어진다고 보기는 어렵다는 진단이 나온다. 서진형 광운대 부동산법무학과 교수는 “보상이라는 것은 LH와 소유자 간의 괴리를 좁히는 문제"라며 “LH는 적게 주려하고, 소유자는 많이 받으려 하는 상황을 조율하는 것이 핵심이므로 실효성에는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원론적으로는 토지를 보상하는 동시에 설계도 진행하고, 착공도 진행하는 방식으로 병렬적으로 진행하면 단축은 될 것"이라면서도 “협의보상으로 보상 방식이 동일한 상황에서는 획기적인 기간 단축 효과를 기대하기는 어렵다"고 진단했다. 송윤주 기자 syj@ek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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