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현대건설이 북미와 북유럽을 중심으로 원전 사업 확대에 속도를 내고 있다. 대형 원전뿐 아니라 소형모듈원전(SMR), 용융염원자로(MSR) 등 차세대 원자로까지 포트폴리오를 넓히며 글로벌 원전 EPC(설계·조달·시공) 시장 공략에 나선 모습이다. 다만 업계에서는 협력 구조 속에서 설계 주도권과 수익 배분 구조를 둘러싼 과제가 여전히 남아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22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현대건설은 최근 핀란드와 스웨덴을 중심으로 원전 협력 논의를 확대하고 있다. 미국 웨스팅하우스와 협력해 대형 원전(AP1000) 프로젝트 참여를 추진하는 한편, 스웨덴에서는 홀텍(Holtec)과 SMR 사업 협력을 검토 중이다. 네덜란드에서는 MSR 기술 기업과 협력하며 차세대 원전 분야로 사업 영역을 확장하고 있다. 일각에서 언급된 '원전 40조원' 규모는 확정된 수주잔고가 아니라 향후 수주 가능성을 반영한 '수주 예정 프로젝트 및 파이프라인' 규모로 해석된다. 증권가에서는 2026년 이후 현대건설의 원전 관련 수주 파이프라인을 약 40조원 수준으로 추산하고 있으며, 이는 SMR, 유럽 원전 프로젝트, 북미 사업 등을 포함한 중장기 전망치다. 실제 전자공시 기준으로 확인되는 주요 원전 관련 계약은 신한울 3·4호기와 UAE 원전 등으로, 전체 수주잔고(약 90조원 대) 대비 원전 비중은 제한적인 수준이다. 업계에서는 “파이프라인과 확정 수주를 혼용할 경우 사업 규모에 대한 시장 오해가 발생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북유럽의 정책 환경도 원전 확대에 우호적으로 변화하고 있다. 스웨덴은 탈원전 정책을 사실상 폐기하고 신규 원전 건설 규제 완화와 재정 지원 방안을 추진 중이고, 2035년까지 2기, 2045년까지 10기 이상 건설을 목표로 설정했다. 핀란드 역시 원자력법 개정을 통해 SMR 전용 인허가 체계를 도입하는 등 원전 확대 정책을 강화하고 있다. 러시아산 에너지 의존도를 낮추기 위한 에너지 안보 전략이 주요 배경이다. 다만 이러한 정책 변화가 단기간 내 실질 수주로 이어질지는 미지수라는 평가도 나온다. 업계에서는 현대건설이 제시한 수주 파이프라인의 경우 향후 본계약 체결 및 착공 시점에 따라 실제 매출 인식까지 시차가 발생할 수 있으며, 일부 프로젝트는 협력 또는 초기 검토 단계일 가능성도 있어 해석에 신중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회사 측 역시 사업별 금액이나 해외 원전 비중에 대해서는 “대외비로 공개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현대건설은 해외 원전 사업에서 단순 시공을 넘어 설계 영역까지 역할을 확대하고 있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회사 측은 “설계 기술은 자체적으로 확보한 상태이며 현재 기본설계(FEED)를 수행 중"이라고 설명했다. 불가리아 코즐로두이 원전 사업에서도 기본설계를 담당하고 있다는 입장이다. 다만 독자 원전 모델 개발 계획은 없다고 밝혀, 글로벌 기술 기업과의 협력 기반 전략을 유지하겠다는 방침이다. 업계에서는 이러한 구조를 두고 원전 설계 영역의 특수성을 감안한 해석이 필요하다고 보고 있다. 원전 설계는 원자로 핵심 계통(NSSS)과 건설 및 계통 설계(BOP·FEED)로 구분되는데, 현재 해외 프로젝트에서는 원자로 설계와 핵심 기술은 주로 글로벌 기술 기업이 담당하고, 국내 건설사는 계통 설계와 시공을 수행하는 역할 분담 구조가 일반적이라는 설명이다. 김규태 동국대 교수는 “건설·플랜트 엔지니어링 영역에서는 독자 수행이 가능하지만, 원전의 핵심은 원자로 설계"라며 “노심 설계는 고도의 전문 영역으로 별도의 기술 축적이 필요한 분야"라고 설명했다. 이어 “원전 사업은 기술과 동시에 지적재산권이 결합된 산업이라는 점을 함께 봐야 한다"고 진단했다. 이 같은 구조와 관련해 김 교수는 보다 직설적인 분석도 내놨다. 그는 “원전은 기술 산업이면서 동시에 특허 산업"이라며 “스마트폰 산업처럼 설비를 완공한 이후에도 기술 사용 대가 문제가 제기될 경우 수익성이 크게 영향을 받을 수 있는 구조"라고 말했다. 또 “현재 한국 원전 산업은 기술력은 확보했지만 지적재산권 구조가 완전히 정리되지 않은 과도기적 상태"라며 “이로 인해 해외 기술 기업과 협력하는 방식이 현실적인 선택으로 자리 잡은 측면이 있다"고 평가했다. 현대건설의 기술 역량에 대해서는 “격납건물 등 건설 영역(BOP)은 세계적 수준이지만, 원자로 설계는 여전히 글로벌 기술 기업 중심으로 형성돼 있다"며 “원천 기술 보유 기업이 로열티를 요구할 경우 사업 수익 구조에 영향을 줄 수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 웨스팅하우스와 한국수력원자력 간 지식재산권 분쟁은 이러한 구조적 특성을 보여주는 사례로 꼽힌다. 웨스팅하우스는 한국형 원전(APR1400)이 자사 기술 기반이라고 주장하며 제3국 수출 시 자사 동의가 필요하다는 입장을 제기했고, 체코 원전 사업 등을 둘러싸고 법적 대응에 나선 바 있다. 한국 측은 독자 기술이라는 입장을 유지하고 있지만, 분쟁 자체가 수출 협상 과정에서 변수로 작용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익명을 요구한 원자력 전문가는 “북미와 유럽은 규제와 감리 기준이 매우 엄격하고 발주처 요구 수준도 높다"며 “공급망, 인증, 인력 등 다양한 요소가 동시에 작용하는 시장"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이러한 환경에서는 기술력뿐 아니라 제도 대응 능력과 파트너십 구조가 사업 성패를 좌우하는 핵심 변수로 작용한다"고 평가했다. 업계에서는 이 같은 협력 구조가 단기적으로는 해외 시장 진입과 수주 확대에 기여할 수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원천 기술 보유사에 대한 의존도가 높아질 경우 독자적인 시장 확장성에 제약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현대건설의 해외 원전 사업 확대 전략에 대해 원자력 업계 관계자는 “기술 협력 자체는 문제 될 것이 없지만, 구조가 고착화될 경우 산업 전체에 미치는 영향은 따져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계속해서 “북미나 유럽에서 추진되는 대형 원전은 사실상 미국 웨스팅하우스의 AP1000 계열 기술이 중심"이라며 “이 구조 안에서 참여하는 것은 가능하지만, 문제는 그 방식이 국내 원전 산업의 전략적 방향과 충돌할 수 있다는 점"이라고 말했다. 이어 “한국은 이미 APR1400이라는 완성된 원전 모델과 '팀코리아'라는 통합 수출 체계를 갖추고 있다"며 “이 체계를 통해 설계부터 시공, 운영까지 전체 밸류체인을 확보하는 것이 국익 측면에서는 훨씬 유리하다"고 설명했다. 한편 SMR 시장에서는 기존 '팀코리아' 중심 구조에도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 대형 원전 수출은 한국수력원자력을 중심으로 설계·시공·금융이 결합된 패키지 방식으로 추진돼 왔지만, SMR 분야에서는 건설사들이 각기 다른 해외 기업과 협력하는 방식으로 시장에 진입하고 있다. 현대건설은 홀텍, 삼성물산은 뉴스케일, DL이앤씨는 엑스에너지와 협력하는 등 개별 협력 모델이 확산되는 양상이다. 30년 경력의 한 원자력 기술사는 “원전 산업은 설계·기자재·운영·연료까지 결합된 통합 산업"이라며 “해외 기술 기업과의 협력 구조가 확대되는 만큼, 국내 산업 생태계 차원의 전략적 접근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통합 전략 없이 개별 기업 중심으로 시장에 접근할 경우 글로벌 경쟁에서 주도권 확보가 쉽지 않을 수 있다"고 전망했다. 그러면서 “개별 기업이 해외 기술 기업과 협력해 프로젝트를 수주하는 방식이 확대되면, 기존에 축적해 온 산업 생태계가 분산될 수 있다"며 “결국 설계는 해외 기업이 맡고 국내 기업은 시공 중심으로 참여하는 구조가 고착화될 경우, 장기적으로는 국내 산업이 원전 '하도급형 구조'로 재편될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또 “이 문제는 단순히 기업 차원의 전략이 아니라 국가 산업 전략과 직결되는 사안"이라며 “정부 차원에서 팀코리아 체계를 어떻게 유지하고 확장할 것인지에 대한 정책적 조율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현대건설 관계자는 “글로벌 원전 기업들과의 전략적 협력은 시장 진입 장벽을 낮추고 시공 및 FEED 설계 역량을 세계적으로 입증하기 위한 최선의 선택"이라며 “독보적인 공기 준수 능력과 시공 기술력을 바탕으로 글로벌 원전 시장의 주도권을 확보해 나가겠다"고 전했다. 장혜원 기자 dalgu@ek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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