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로공사 유정훈 사장, “직계약으로 휴게소 운영 근본 바꾸겠다”

유정훈 한국도로공사 사장은 휴게소 운영구조 개선을 위해 직계약이 체결된 8곳을 시작으로 확대 추진한다는 의지를 밝혔다. 5극3특·3대 메가프로젝트 등 국가경제에 공사가 기여하겠다는 포부도 드러냈다. 22일 유 사장은 세종시에서 열린 기자 간담회에서 “열심히 해서 직계약이 체결된 8곳을 성공시킬 것"이라며 “확대 속도는 성공시킨 뒤 고민하겠다. 국민 신뢰가 걸린 일이기에 목숨 걸고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국토교통부는 지난 7월 휴게소 운영구조 개편 방안을 발표했다. 당시 홍지선 국토부 전 2차관은 “도로공사, 운영업체, 입점업체로 이어지는 다단계 구조 때문에 입점 업체는 매출의 평균 33% 이상을 임대료로 부담했다“면서 “앞으로는 전문 공공관리회사가 입점업체와 직접 계약하는 체계로 전환하겠다"고 말했다. 홍 전 차관은 도로공사 퇴직자 단체가 자회사를 통해 휴게소를 40년 가까이 운영해 온 사실도 지적하며 전관예우 근절을 지시한 바 있다. 도로공사는 여주, 대천, 군위 등 8개 휴게소를 대상으로 직계약을 추진 중이다. 직계약을 통해 입점 매장의 수수료 부담을 낮춰 서비스 비용을 낮춘다. 도로공사는 매출액 대비 평균 8~9% 수준으로 수수료가 인하될 것으로 전망했다. 유 사장은 직계약 일정과 관련해 “스케줄은 내년 설 전까지로 생각하는데, 정부와 협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휴게소 개선 방안의 일환으로 추진되는 공공관리회사 설립은 현재 논의 중이다. 유 사장은 “9개 지역 본부가 있는데 휴게소만 담당한 직원이 있다"면서 “그런 직원을 모으고 F&B 전문가들을 임시 계약직으로 모아 TF를 구성해 8곳을 준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정부가 추진중인 '5극 3특' 정책의 초광역권 지원 등 지방주도 균형성장에도 기여하겠다고 밝혔다. 대도시 외곽을 순환하는 초광역순환망과 중심 도시 간 직결 방사축 구축, 지역 주요 거점 간 연결도로를 확충할 계획이다. 기존 격자형 국가간선도로망을 낙후지역까지 연장해 교통복지를 실현한다. 고속도로 하부 공간을 활용한 전력망 구축을 통해 3대 메가프로젝트도 지원한다. 유 사장은 "AI 데이터센터는 결국 전력의 문제이고, 고압 송전을 위해 철도나 도로 같은 기존 인프라를 활용하는 방안도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도로공사는 고속도로 하부에 전력망을 구축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신규 고속도로 건설 단계부터 전력망을 함께 설치하거나 운영 중인 고속도로 하부에 전력망을 매설하는 방식이다. 한국전력과 상시 협업체계를 구축해 시범사업 구간 선정과 토공부·교량부·터널부 등 구간별 전력망 통과 방식에 대한 기술 검토도 추진할 전망이다. 송윤주 기자 syj@ekn.kr

[현장] 미로 속에서 다시 만난 서울…“건축문화제, 5분만 머물러도 됩니다”

“건축을 전시한다는 게 굉장히 어렵습니다. 건축은 결국 현장에서 경험하는 것이니까요." 22일 서울 중구 서울도시건축전시관 지하 3층. 어두운 전시장 안으로 들어서자 검푸른 조명 아래 높고 낮은 구조물들이 미로처럼 이어졌다. 벽면을 설계도와 설명문으로 빼곡하게 채운 전형적인 건축 전시와는 다른 모습이다. 구조물 사이를 걸으면 서울의 건축과 도시 풍경을 담은 사진이 나타나고, 방향을 틀면 건축 모형과 영상이 모습을 드러낸다. 관람객이 작품을 차례로 훑어보는 대신 공간 사이를 직접 걷고 머물며 서울의 여러 얼굴을 발견하도록 설계됐다. 이날 프레스투어에서 만난 국형걸 이화여대 건축학과 교수 겸 서울건축문화제 총감독은 “건물을 그대로 전시할 수는 없다"며 “아무리 멋있는 건축물도 직접 가보지 않으면 공간이 제대로 전달되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어 “전시장에서는 모형과 영상, 패널, 사진 등을 통해 최대한 간접적인 경험을 전달할 수밖에 없다"며 “작품을 쭉 나열하기보다 이 공간 자체에서 경험을 하고, 거기에서 각각의 작품에 대한 호기심이 시작되도록 만들었다"고 설명했다. 지난 15일 개막한 '2026 제18회 서울건축문화제'가 다음 달 11일까지 서울도시건축전시관에서 열린다. 지난해 약 2주였던 행사 기간을 올해는 약 한 달로 늘렸다. 전시를 넘어 포럼과 건축가와의 만남, 현장 투어 등 시민 참여 프로그램을 확대하면서다. 올해 주제는 'Assembling Seoul: 서울의 발견'이다. 서로 다른 역사와 장소, 문화와 사람이 만나 지금의 서울을 만들어온 과정을 건축이라는 렌즈를 통해 들여다본다. 서울건축문화제는 서울의 특징을 '복합밀도(Hybrid Density)', '가속진화(Rapid Evolution)', '글로컬리티(Glocality)'라는 세 가지 키워드로 풀어냈다. 국 총감독은 서울이 세계적인 도시로 성장한 만큼 이제 건축에서도 외부의 흐름을 빠르게 받아들이는 데서 한발 더 나아가 '우리 건축이 가진 고유성이 무엇인가'라는 질문을 던질 때라고 설명했다. 그는 “서울의 고유성은 어쩌면 우리가 이미 가지고 있지만 미처 알아보지 못했던 것에 있을 수 있다"며 “그 안에서 가능성과 고유성을 발견하는 것이 먼저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이어 “시민들도 우리가 살아가는 서울을 조금 다른 시선으로 바라보고 다시 한번 생각해 볼 수 있는 기회를 가졌으면 했다"고 덧붙였다. 올해 문화제의 중심인 주제전 '서울의 발견'은 국 총감독과 신경섭 사진작가의 협업으로 완성됐다. 특히 눈길을 끄는 것은 전시장 자체다. 산업현장에서 사용하는 재활용 팔레트를 조립해 높고 낮은 구조물을 만들고 그 사이로 관람객이 걸어 다닐 수 있는 미로형 공간을 조성했다. 전시가 끝나면 다시 산업현장으로 돌아갈 수 있는 재료다. 익숙한 산업 재료가 한 달 동안 전시장을 구성하는 건축물로 변신했다가 다시 본래 용도로 돌아가는 셈이다. 국 총감독은 이를 서울의 도시적 특징을 보여주는 장치로 설명했다. 서로 다른 요소가 충돌하고 교차하고 다시 조합되면서 새로운 공간이 생겨나는 서울의 모습을 전시 공간 자체에 담았다는 것이다. 그는 “공간을 만드는 모든 요소가 산업현장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팔레트"라며 “익숙한 재료가 반복되고 조합되면서 새로운 공간으로 변한다. 전시가 끝나면 다시 산업현장으로 돌아간다"고 설명했다. 이어 “우리가 너무 익숙해서 미처 발견하지 못했던 서울의 모습은 무엇인지, 그 안에서 발견할 수 있는 서울 건축의 고유성은 무엇인지 질문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주제전 사진 역시 서울의 유명 랜드마크만을 보여주지 않는다. 신 작가가 포착한 서로 다른 서울의 공간과 일상을 하나의 시각적 프레임으로 끌어들였다. 익숙한 서울을 낯설게 바라보게 하는 장치다. 국 총감독이 올해 문화제를 준비하며 가장 경계한 것은 '건축인들끼리 보고 이해하는 행사'였다. 그는 “서울건축문화제가 건축인들만의 문화제가 돼서는 안 된다고 생각했다"며 “일반 시민에게 건축을 설명적으로 보여주는 재미없는 전시를 피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그래서 전시의 목표도 '얼마나 많은 작품을 보여주느냐'보다 시민이 얼마나 편하게 머물고 경험하느냐에 맞췄다. 국 총감독은 수백개의 패널을 한꺼번에 늘어놓는 방식에 대해 “작품이 일정 개수를 넘어가면 건축하는 사람에게조차 눈에 들어오지 않는다"며 “전시는 단순히 많이 늘어놓고 '보라'고 하는 것이 아니라 작품 하나하나를 생각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관람 방식에도 정답을 두지 않았다. 그는 “시민들에게 쉽고 편한 경험이어야 한다"며 “5분 있다가 나가도 되고, 한 시간 머물다 가도 된다"고 말했다. 이어 “요즘 미술관과 도서관 등의 기능이 섞여 복합문화공간이 되는 것처럼 그냥 시간을 보내거나 쉬어갈 수도 있는 공간이었으면 한다"며 “추석 연휴에도 가족들과 편하게 둘러보며 '이런 공간도 있구나' 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했다. 그가 시민들에게 발견해 달라고 주문하는 '서울'도 유명 건축물에 국한되지 않는다. 국 총감독은 “한옥이나 멋진 고층건물만 서울인 것은 아니다"며 “'서울에 이런 공간도 있었어? 이런 건물도 있었어?'라고 느껴봤으면 한다"고 말했다. 이어 “어떤 공간을 좋아할 수도 있고 싫어할 수도 있지만 '아, 이런 것도 서울이구나'라고 느끼고 경험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서울이라는 도시를 한 번쯤 새롭게 바라보는 계기가 됐으면 한다"고 강조했다. 이 같은 취지는 전시뿐 아니라 올해 문화제 전체 프로그램에 반영됐다. 서울도시건축전시관에서는 제44회 서울특별시 건축상 수상작 20점을 만날 수 있다. 완공 부문 대상작인 더시스템랩 건축사사무소의 '서울시립 서서울미술관'을 비롯해 완공 부문 10점과 학생 아이디어 부문 10점이 전시된다. 학생 아이디어 부문 대상인 '두 경계 사이_한양도성의 복원과 활용' 등 대학생들이 제안한 미래 도시 아이디어도 함께 소개된다. 일부 건축 모형은 건물 내부를 들여다볼 수 있도록 단면을 잘라 제작했다. 평면도나 외관 사진만으로 이해하기 어려운 공간의 구조와 건축가의 설계 의도를 일반 시민도 직관적으로 살펴볼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이 밖에 제15회 UAUS 대학생건축과연합회 파빌리온 모형전과 2025 대학생 도시건축 아이디어 공모 수상작, 청소년 건축사진 공모전, 건축도서전 등도 마련됐다. 전시는 지하 3층뿐 아니라 지하 2층과 루프탑 등 서울도시건축전시관 곳곳으로 이어진다. 건축은 결국 현장에서 경험해야 한다는 문제의식은 '서울 건축문화 투어'로 이어졌다. 서울시 건축상 수상 건축사사무소를 직접 찾아가는 '오픈오피스', 수상 건축물을 설계한 건축가와 함께 둘러보는 '수상작 투어', 서울의 주요 건축물과 도시공간을 답사하는 '건축문화투어'가 행사 기간 운영된다. 오픈오피스에서는 더블유아키텍츠건축사사무소와 더시스템랩건축사사무소, 김효영건축사사무소, 운생동건축사사무소, 스테이아키텍츠 등이 시민에게 문을 연다. 건축문화투어에서는 북촌과 서울역~정동길, 금천·독산 일대 등을 걸으며 서울의 옛 건축과 현대 도시공간을 함께 살펴본다. 국 총감독은 “모형으로 보는 것과 현장에서 느끼는 것은 다르다"며 “수상작 투어 등을 운영하는 것도 실제 공간에 가서 직접 경험해 보라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서울시 관계자는 “전시뿐 아니라 건축가와 시민이 직접 만나는 프로그램에 대한 관심이 높아 일부 프로그램은 이미 신청이 마감될 정도로 호응을 얻고 있다"며 “시민들이 건축을 전문 영역으로 어렵게 받아들이기보다 직접 보고 걷고 경험하면서 서울의 건축문화를 접하도록 프로그램을 구성했다"고 말했다. 전시가 진행되는 약 한 달 동안 세대와 분야를 넘나드는 프로그램도 계속된다. 지난 18일에는 제44회 서울시 건축상 수상 건축가들이 설계 의도와 철학을 시민에게 설명하는 오픈클래스가 열렸고, 19일에는 '건축, 문화를 말하다'를 주제로 건축문화포럼이 진행됐다. 다음 달 2일 오후 5시에는 '건축가와의 만남: 미래세대 건축가들에게 전해주고 싶은 말'이 열린다. 기성 건축가들이 청년 예비건축가에게 경험과 조언을 전하는 토크 형식이다. 8일에는 신진건축상 수상자와 젊은 건축가들이 참여하는 'SAF × YAFK 컨퍼런스 파티'가 열린다. 일방적인 강연보다는 젊은 건축가들이 자신의 작업 방향과 고민을 자유롭게 이야기하고 토론하는 자리로 꾸며진다. 생성형 인공지능(AI) 연구 동향과 AI 시대 건축 디자인, 가상현실(VR), 빅데이터 기반 도시분석 등을 다루는 AI 건축 강좌도 11월까지 이어진다. 서울시는 지난해 약 2주였던 문화제 기간을 올해 약 한 달로 늘려 시민들이 전시와 프로그램을 접할 기회를 확대했다. 국 총감독은 이번 문화제가 지향하는 모습을 거창한 건축 담론 대신 이렇게 표현했다. “시민들이 그냥 쉽고 편하게 들를 수 있는 공간이었으면 좋겠습니다." 매일 걷던 거리와 무심코 지나쳤던 건물도 시선을 조금 달리하면 새로운 서울이 된다. 건축을 '설명하는' 대신 직접 걷고 머물며 서울을 다시 발견하게 하는 것. 올해 서울건축문화제가 시민에게 건네는 제안이다. 장혜원 기자 dalgu@ekn.kr

강남보다 더 오른 강북 전셋값…성북·노원 12% 뛰고 ‘국평 10억’ 시대

서울 아파트 전세시장의 상승세가 강남을 넘어 강북으로 빠르게 확산하고 있다. 서울 평균 전셋값이 사상 처음 7억원을 넘어선 가운데 성북·노원 등 동북권의 전셋값 상승률은 강남3구가 포함된 동남권의 두 배 수준까지 치솟았다. 그동안 상대적으로 주거비 부담이 낮았던 강북권에서도 전용면적 84㎡, 이른바 '국민평형' 전셋값이 10억원을 넘는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 강남권에 대규모 신축 아파트 입주가 이어진 것과 달리 동북권은 신규 입주 물량이 부족한 데다 서울 전역 토지거래허가구역 지정에 따른 실거주 수요 증가로 기존 전세 매물까지 줄어든 영향으로 풀이된다. 여기에 대규모 재건축·재개발 사업장의 이주 수요까지 예정돼 있어 서울 전세시장의 수급 불안이 장기화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22일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올해 들어 9월 둘째 주까지 서울 아파트 전세가격 누적 상승률은 7.79%를 기록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 상승률 1.66%의 약 4.7배다. 지난해 연간 상승률 3.77%의 두 배를 이미 넘어섰으며 전세난이 심했던 2015년 연간 상승률 10.79%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다. KB부동산 통계에서도 상승세가 확인된다. 지난달 서울 아파트 평균 전셋값은 7억1178만원으로 전월 7억458만원보다 720만원(1.0%) 올랐다. 지난 7월 관련 통계 집계 이후 처음 7억원을 돌파한 뒤 한 달 만에 다시 최고치를 갈아치웠다. 지난해 8월 6억5179만원과 비교하면 1년 사이 5999만원(9.2%) 올랐다. 전셋값이 저점을 기록했던 2023년 7월 5억6981만원과 비교하면 3년여 만에 1억4197만원(24.9%) 뛰었다. 최근 전셋값 상승세는 강남권보다 강북권에서 더욱 두드러진다. 올해 들어 전셋값 상승률이 가장 높은 곳은 성북구로 12.84%에 달했다. 노원구가 12.25%로 뒤를 이었고 동대문구도 8.43% 상승해 서울 평균을 웃돌았다. 반면 강남·서초·송파·강동구가 포함된 동남권의 상승률은 6.03%로 서울 평균에도 미치지 못했다. 성북·노원의 전셋값 상승률이 동남권의 두 배를 웃돈 셈이다. 가격 수준도 빠르게 높아지고 있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따르면 성북구 길음동 '롯데캐슬 클라시아' 전용 84㎡는 지난달 11억원에 신규 전세계약이 체결됐다. 성동구 옥수동 대표 단지인 'e편한세상 옥수 파크힐스' 같은 면적이 지난달 10억5000만원에 계약된 것보다도 높은 수준이다. 길음동 '래미안 길음 센터피스' 전용 84㎡ 역시 지난 7월 말 10억원대 호가에 전세계약이 이뤄졌다. 동대문구 청량리역 일대에서도 비슷한 흐름이 나타난다. '청량리역 한양수자인 그라시엘'과 '청량리역 롯데캐슬 SKY-L65' 전용 84㎡에서는 지난 6~8월 각각 10억원에 거래된 사례가 나왔다. 지난해 8월만 해도 6억~7억원대였던 청량리역 롯데캐슬 SKY-L65 전세가격이 1년 만에 10억원 선까지 올라온 것이다. 노원구 중계동 '건영3차' 전용 84㎡도 이달 9억1000만원에 신규 전세계약이 체결됐다. 강북구 미아동 '한화포레나미아' 전용 84㎡는 전세 호가가 12억원까지 형성됐다. 그동안 마포·용산·성동 등 한강변 인기 지역에서 주로 나타났던 10억원대 '국민평형' 전세가 동북권 신축·대장주 단지로 확산하는 모습이다. 강북권 전셋값 상승의 주요 원인으로는 지역별 신축 아파트 입주 물량 격차가 꼽힌다. 올해 동북권에서는 761가구 규모의 '청량리 롯데캐슬 하이루체'와 299가구 규모의 '도봉 아테라' 등 일부 단지를 제외하면 대규모 신규 입주가 많지 않았다. 반면 동남권에서는 '래미안 트리니원' 2091가구, '디에이치 방배' 3064가구, '잠실 르엘' 1865가구 등 대단지 입주가 잇따랐다. 세 단지만 합쳐도 7020가구에 달한다. 신축 입주장에서 전세 물량이 한꺼번에 풀리면서 강남권 전셋값 상승 압력을 일정 부분 흡수한 것으로 풀이된다. 신규 공급뿐 아니라 기존 전세 매물도 빠르게 줄고 있다. 부동산 빅데이터 플랫폼 아실에 따르면 지난 21일 기준 서울 아파트 전세 매물은 1년 전보다 14.8% 감소했다. 동대문구는 같은 기간 70.1% 급감했고 도봉구와 노원구도 각각 52.8%, 52.6% 줄었다. 성북구 역시 18.8% 감소했다. 서울 전역이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지정된 것도 전세 물량 감소 요인으로 지목된다. 토허구역에서는 주택 매수자에게 실거주 의무가 발생하기 때문에 세입자가 거주하던 주택이 매매된 뒤 새 집주인이 입주하면 해당 주택이 전세시장에서 빠져나가는 구조다. 실제로 전셋값 상승률이 서울에서 두 번째로 높은 노원구는 올해 7월까지 아파트 거래량이 5448건으로 서울 25개 자치구 가운데 가장 많았다. 매매 거래 증가가 임대차시장에서는 전세 공급 감소로 이어질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다. 부동산업계 한 관계자는 “현재 서울 임대차시장은 전셋값이 비싸진 것도 문제지만 세입자가 선택할 수 있는 전세 매물 자체가 크게 줄었다는 점이 더 큰 부담"이라며 “전세를 구하지 못한 수요가 월세나 반전세로 이동하면서 월세 부담까지 높아지고, 일부 실수요자는 '차라리 집을 사자'며 상대적으로 대출 여력이 있는 서울 외곽의 중저가 아파트 매수로 돌아서는 흐름도 나타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전세와 월세, 매매시장이 각각 따로 움직이는 것이 아니라 임대차시장의 공급 부족이 다른 시장으로 수요를 밀어내는 구조"라며 “전세 매물 부족이 장기화하면 임차인의 주거비 부담뿐 아니라 중저가 지역의 매매가격에도 추가적인 상승 압력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문제는 앞으로다. 신규 주택 공급을 단기간에 늘리기 어려운 상황에서 대규모 정비사업장의 이주 수요가 추가로 발생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서울에서는 2027년 상반기까지 강남구 은마아파트 4424가구, 개포주공 6·7단지 1960가구 등이 재건축·재개발 사업에 따라 이주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수천 가구 규모 단지의 이주 시기가 겹치면 해당 지역에서 전셋집을 구하지 못한 수요가 인접 지역으로 이동하고, 다시 그 지역의 기존 임차 수요를 외곽으로 밀어내는 연쇄적인 이동이 나타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정비업계 한 관계자는 “서울 전세시장은 이미 매물 자체가 부족한 상황인데 은마아파트와 개포주공 등 대규모 정비사업장의 이주가 본격화하면 특정 지역만의 문제가 아니라 인접 지역까지 연쇄적으로 영향을 받을 수 있다"며 “특히 수천 가구 규모 단지가 비슷한 시기에 이주할 경우 강남권에서 전셋집을 구하지 못한 수요가 다른 권역으로 이동하면서 서울 전반의 전세 수급 부담을 키울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이어 “정비사업은 주택 공급을 늘리는 과정에서 불가피하게 기존 주택을 일시적으로 비워야 하는 만큼 이주 시기와 주변 입주 물량을 함께 살펴야 한다"며 “사업 속도를 늦추기보다는 이주 시기를 분산하고 인근 지역에서 임차 물량을 충분히 확보할 수 있도록 공급 대책을 병행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장혜원 기자 dalgu@ekn.kr

[인터뷰] 이정훈 교수 “AI도시 결정 책임 누구…‘리빙랩’ 중요한 이유”

“인공지능(AI)시티에서 중요한것은 시민이 직접 경험하는 것입니다. 그래서 '리빙랩(Living Lab)'이 잘 만들어져야하고, 실증이나 테스트베드를 잘 디자인해서 AI가 실제 도시문제를 해결하고 시민의 삶을 변화시키는 경험과 노하우를 축적해야하죠." 이정훈 연세대학교 정보대학원 교수는 서울 서대문구 연세대학교 연구실에서 진행된 에너지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K-AI 시티를 육성하고 한 단계 더 나아가기 위해 중요한 것으로 리빙랩의 중요성을 꼽았다. 구체적인 실증경험을 통해 시민 체감도를 높이고, AI의 효율성과 책임성을 조율하는 현장이 되어야 한다는 설명이다. 이 교수는 현재 서울특별시 명예시장과 대통령 직속 국가 인공지능 전략 위원회 분과위원 등 정부와 학계 다방면에서 왕성한 활동 중이다. 에너지경제신문이 이 교수를 만나 스마트시티·AI시티의 현재와 미래에 관해 들어봤다. 스마트시티부터 AI시티에 이르기까지, 미래 도시는 다양한 모습으로 대변된다. 한국에서 AI시티의 개념을 이 교수는 '전환과 진화'로 본다. 스마트시티와 AI시티의 개념에 대해 여러 해석이 있지만, 외국은 일반적으로 AI시티를 스마트시티 안에서 AI기술로 인해 또 한 번 업그레이드된 것으로 이해한다. 본격적으로 AI가 적용되면서 예측과 판단을 할 수 있게 됐다. 이 교수는 이를 '도시의 지능화' 수준이 발전하는 과정이라고 설명한다. 이 교수는 “스마트도시가 도시를 데이터화했다면, AI도시는 그 데이터를 도시의 지능으로 전환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교통정보를 이용할 때 데이터는 실시간으로 해당 구간이 걸리는 시간이 어느정도인지만 알 수 있다면, 지능의 개념이 도입됐을 때는 도로가 막히는지, 안막히는지 판단을 할 수 있게 의견을 제시한다. 학습경험을 한 지능이 도시의 여러 서비스들에 적용이 돼서 새로운 가치를 준다. AI기반 도시운영체계는 교통·환경·에너지 분야 중심에서 도시행정·재난대응 등으로 확장됐다. 지금까지 교통·환경·에너지 분야가 스마트시티를 이끌어왔고, 이에 따라 많은 행정데이터들이 축적돼있다. 도시행정이나 재난대응으로 확장된 것은 사용 가능한 데이터들이 많아 응용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서울시도 AI행정을 통해 행정의 생산성을 높였다. 순환보직을 하는 공무원들의 경우 현업에서 조례 등 법령을 알아보거나 구체적인 사례를 체크할 때 AI를 활용한 신속행정이 가능하다. 재난대응의 경우 개별적인 데이터에서 통합 데이터로 나아가면서 사전예측이 핵심이 됐다. 축적된 데이터들을 근거로 특정 지역에 홍수 위험이 높다거나 하는 예측을 할 수 있기에 사후대응이 아닌 선제적 대응이 가능하다. 도시가 먼저 개인을 인지하고 대응한다. 데이터들을 통합해서 학습시키고 정확도를 점점 높인다는 점에서 플랫폼의 역할이 중요해진다. 컴퓨터와의 대화가 가능해짐에 따라 향후 체감될 변화는 더욱 커질 전망이다. 박근혜 정부의 '정부 3.0'·문재인 정부의 '지능형 정부(디지털 뉴딜)'·윤석열 정부의 '디지털플랫폼정부'에 이어 현 정부에서도 'AI 정부'가 주요 정책으로 추진되고 있다. 이 교수는 정권마다 명칭과 특성을 차이가 있을 지라도 정부 행정의 디지털 전환이라는 점에서 큰 맥락은 정책성 연속성을 가진다고 평가했다. 이 교수는 “공공데이터 개방부터 디지털 행정, 플랫폼기반의 행정, AI 기반의 행정으로 나아가며 UN에서도 높은 평가를 받고, 국제적 인지도가 높은 편"이라면서 “우리나라는 꽤 높은 수준의 디지털 인프라의 공공 데이터 축적을 보유하고 있고, IT기업 생태계도 잘 갖춰져 있다"고 했다. 앞으로 중요한 것은 AI가 읽고 활용할 수 있는 표준과 품질 구조를 만드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데이터들의 연결을 가능하게 하기 위해선 범 부처적으로 AI 거버넌스의 국가적인 연속성을 확보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현재 세종시와 부산시에서 2018년부터 스마트시티 시범사업이 진행 중이다. 입주 시기를 기점으로 봤을 때 이 도시들은 여전히 신도시다. 데이터들이 충분히 쌓이지 않은 상황이라 활용 역시 원활하지 않은 상황이다. 해당 도시들에도 리빙랩이 각각 있지만 시민 체감도를 높이기는 쉽지 않은 실정이다. 부동산 경기가 침체되면서 분양가 등의 문제로 사업 속도가 느려졌다. 정부 주도가 아니라 SPC주도이다 보니, 사업이 진행되지 않아 수익이 나지 않았고 악순환이 이어졌다. 그럼에도 데이터가 데이터 허브에 잘 쌓이고, 이를 AI가 학습·분석할 수 있는 구조로 만들어져 시민 피드백으로 가는 그 순환구조를 설계하는 것이 중요한 과제다. AI의 활용성이 높아질수록 책임성에 대한 논의도 나온다. 미국 LA에서는 에이전틱 AI를 도입해 건축 허가 승인을 자율결정 하는 사례도 있다. AI의 효율성과 책임성을 어떻게 조화시킬 것인가의 문제에 대해 이 교수는 '어떤 결정이 얼마나 중요하고 위험한 결정인가'를 사회가 합의하는 과정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중요하고 위험한 결정일수록 그 영향력에 따라 사람이 개입하는 수준이 단계적으로 잘 설계돼야 한다"며 “단순한 반복적인 행정 업무는 AI가 자율적으로 하게될 것이고, AI의 자율성을 어느정도까지 허용할지는 거버넌스를 통해 위험수준을 합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사회가 위험수준을 합의하는 일은 경험해보지 않으면 정할 수 없기에 실증 경험이 중요해진다. 거버넌스의 논의를 주도하는 것은 시민을 보호하는 입장에서 정부가 주도하고 시민단체가 함께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결국은 시민이 체감하고 수용성을 높이는 것이 핵심이다. 피드백을 통해 서비스가 발전하고, 더 많은 서비스가 새롭게 생기는 선순환이 가능해지는 것이다. AI 시대의 도시는 데이터의 표준화를 통해 생성된 가치가 원활하게 순환하는 '플랫폼'이 되어야 한다. 이 교수는 플랫폼은 '데이터·지능·에이전트'의 삼박자가 맞아야 한다고 강조한다. 데이터는 표준화돼서 연결되고, 이를 AI가 학습해 추론·예측하며 이를 기반으로 구체적인 행동을 취하는 에이전트가 필요하다. K-AI시티에서는 자율주행차가 대표적이다. 상황데이터들을 보고, AI가 상황을 인지해 돌발상황에 대응한다. 여러 학습과정을 거쳐 플랫폼에 다시 데이터가 쌓이며 새로운 서비스를 지속적으로 계속 만들어낼 수 있는 선순환 구조가 만들어지는 것이다. 정부 부처별로, 지자체 별로 자체 플랫폼이 만들어지지 않으려면 공통으로 합의된 인프라와 표준이 필요하다. 이 교수는 이 역할을 국가인공지능전략위원회가 조율자로서 맡아야한다고 본다. 정부는 공통의 표준을 위해 데이터 허브 2.0 사업을 진행 중이다. 하나의 표준과 연결된 여러 플랫폼 연합의 모습이 한국형 AI 도시의 방향이다. 국정과제로 있는 K-AI시티는 원주와 천안·아산시에 특화 시범도시로 추진 중이다. 사업 활성화를 위해서는 충분한 정부지원과 시민 체감형 과제를 우선 수행하는 것이 필요하다. 이 교수는 “대부분의 기업들이 운영을 하다가도 자금문제로 그 다음 단계 운영으로 못넘어가는 경우가 많다"며 “이를 위해 충분한 국고보조가 필요하고, 시민 체감도를 높이기 위해서는 AI를 갖고 풀 수 있는 문제들을 먼저 시도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AI가 실제 도시의 문제를 해결하고 시민의 삶을 변화시키는 테스트 베드 역할을 한다는 것을 잘 보여줘야 다른 도시에도 확장이 가능해진다는 것이다. 이 교수는 한국이 통합 플랫폼이나 테스트베드 등 실행력이 높은 것은 중요한 자산으로 봤다. 다만 약점은 지속성과 확장성이 충분하지 못하다는 점이다. 그럼에도 이 교수는 K-AI 시티에 기대감을 드러냈다. 그는 “AI국가로 도약하기 위한 청사진의 측면에서 기술적인 로드맵 뿐만아니라 사회 전체적인 변화에 대한 국가적 로드맵도 필요하다"며 “앞으로 AI 민주주의 등 AI를 둘러싸고 어떻게 대응을 할 것인지 국민적인 공감대를 형성해가는 과정 자체가 경쟁력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송윤주 기자 syj@ekn.kr

삼성물산, 1.8조 성수3지구 재개발 수주…72층 ‘래미안’ 들어선다

삼성물산 건설부문이 공사비 1조8275억원 규모의 서울 성동구 성수3지구 재개발 사업 시공권을 확보했다. 반포와 압구정 등 강남권 핵심 정비사업에 이어 한강변 대형 재개발 사업까지 수주하며 서울 주요 정비사업에서 영향력을 확대하고 있다. 삼성물산은 성수3지구 재개발 조합이 지난 19일 총회를 열고 삼성물산을 시공사로 선정하는 안건을 가결했다고 21일 밝혔다. 성수3지구 재개발은 서울 성동구 성수2가1동 572-7번지 일대 약 11만4193㎡ 부지에 최고 72층, 11개동, 2203가구 규모의 공동주택과 업무·근린생활시설 등을 조성하는 사업이다. 총공사비는 약 1조8275억원이다. 조합원 959명 가운데 669명이 시공사 선정 투표에 참여했으며 이 중 598명이 삼성물산 선정에 찬성했다. 앞서 시공사 입찰이 두 차례 유찰되면서 삼성물산은 지난 7월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고 이번 총회를 거쳐 시공사 지위를 최종 확보했다. 삼성물산은 단지명으로 '래미안 레비르 성수(RAEMIAN REVIR SEONGSU)'를 제안했다. '레비르'는 절대적 가치의 영역을 의미하는 스웨덴어에서 따왔다. 단지 설계에는 영국의 글로벌 건축설계사 포스터+파트너스(Foster+Partners)가 참여한다. 포스터+파트너스는 미국 애플파크와 런던 시청사, 홍콩 HSBC 본사 등을 설계했으며 최근 삼성물산이 시공권을 확보한 압구정4구역 재건축 사업에도 참여하고 있다. 성수3지구에는 최고 높이 250m의 초고층 타워가 들어선다. 한강의 흐름과 수면에 비친 빛을 형상화한 입면 디자인을 적용해 성수 한강변의 새로운 스카이라인을 구축한다는 계획이다. 특히 포스터+파트너스의 조망분석 솔루션 '사이클롭스(CYCLOPS)'를 활용해 주거동 배치와 가구별 한강 조망 범위를 분석했다. 이를 바탕으로 한강 조망이 가능한 주택을 1216가구로 계획해 조합원 959명 모두가 해당 주택을 선택할 수 있도록 했다. 3면 개방형 파노라마 조망 평면은 1588가구, 침실과 거실·욕실 등 집 안 곳곳에서 한강을 볼 수 있는 평면은 995가구에 적용할 예정이다. 펜트하우스에는 9면 개방형 특화 평면을 제안했다. 한강변 2개동에는 24가구 규모의 '레비르 스위트'를 조성한다. 이곳에는 건식 바닥 시스템 '넥스트 플로어'와 모듈형 욕실 '넥스트 바스' 등 삼성물산의 미래 주거모델 '넥스트홈' 기술을 적용한다. 커뮤니티 시설은 약 4만1500㎡ 규모로 총 102개 프로그램을 마련한다. 한강변에는 길이 55m의 파노라마 브릿지 '클럽 리버프론트'를 설치해 수영장과 라운지, 게스트하우스 등을 배치한다. '클럽 레비르'에는 골프클럽과 수영장, 라운지 레스토랑 등이 들어선다. 조경은 미국 조경 디자인그룹 SWA와 협업한다. 단지 중앙에 약 5만2800㎡ 규모의 대형 광장을 조성하고 정원과 수경시설, 휴게공간 등을 배치할 예정이다. 임철진 삼성물산 주택영업본부장은 “성수3지구가 지닌 입지적 가치를 극대화할 수 있도록 단지 곳곳마다 세심하고 차별화된 설계 요소들을 반영했다"며 “초고층 시공 역량과 미래 주거 기술을 바탕으로 성수 한강변을 대표하는 새로운 랜드마크를 완성하겠다"고 말했다 장혜원 기자 dalgu@ekn.kr

[현장] 신호등이 구급차 길 열고 AI가 정체 감지…강릉 전체가 ‘ITS 실험실’

“안목 커피거리 공영주차장에 혼잡 상황을 발생시켜 보겠습니다." 18일 강원 강릉시 도시정보센터 대형 상황판에 안목 커피거리 일대 폐쇄회로(CC)TV 영상과 주차장 혼잡도가 동시에 떠올랐다. 인공지능(AI)이 이상 상황을 감지하자 인근 CCTV와 주차장 점유율, 도로전광표지판 작동 상태가 한 화면에 자동 배치됐다. 관제요원이 수많은 화면을 일일이 찾아보지 않아도 AI가 사고와 정체, 주차 혼잡 등 상황에 맞는 정보를 먼저 골라주는 방식이다. 이어 회전교차로에 차량이 멈춰 선 상황을 가정하자 AI가 차량의 움직임을 추적해 이상 정차 여부를 판별했다. 긴급차량 출동 시연에서는 차량의 이동 경로를 따라 주변 CCTV 화면이 순차적으로 바뀌고 우선신호 작동 여부가 표시됐다. 남대천 수위가 높아지는 재난 상황을 입력하자 하천 주변 CCTV와 관련 정보가 곧바로 상황판에 나타났다. 교통과 방범, 재난, 자율주행 데이터를 한데 모은 이 센터는 다음 달 19일부터 23일까지 열리는 '2026 강릉 ITS 세계총회'의 주요 기술시찰 장소다. 총회 기간 해외 교통 전문가들은 이곳에서 강릉 전역에 구축된 지능형교통체계(ITS)의 작동 과정을 직접 살펴보게 된다. 강릉시는 인구 약 20만명의 중소도시지만 연간 관광객이 3000만명을 넘는다. 주말과 여름철이면 차량이 한꺼번에 몰리고 지역 내 승용차 이용 비율도 높아 교통량 변화에 신속하게 대응할 필요가 있다. 강릉시는 이러한 지역 특성을 반영해 도시 전체를 하나의 ITS 실증무대로 만들었다. 시는 2021년부터 올해까지 6단계에 걸쳐 총 975억원 규모의 ITS 구축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1단계에서는 자가통신망과 기본 교통정보 수집망을 구축했고 이후 도시정보센터, 실시간 신호정보, 스마트교차로와 스마트횡단보도, 주차정보시스템 등을 차례로 확충했다. 올해는 교통 빅데이터 플랫폼과 AI 상황실, 홍보체험관 고도화를 추진한다. 현재 강릉에는 온라인 신호제어기 359개, 스마트교차로 100개, 교통상황 감시용 CCTV 52개소, 교차로 감시카메라 49개소, 도로전광표지판 29개소, 스마트횡단보도 26개소 등이 구축돼 있다. 도시정보센터는 교통·방범·산불·재난·주정차 단속 등에 활용되는 CCTV 3229대를 통합 관리한다. 센터에는 관제사 16명을 포함해 모두 44명이 근무하며 24시간 운영된다. 대표 서비스는 실시간 교통신호 정보 제공이다. 운전자가 교차로에 도착하기 전 신호 상태와 남은 시간을 확인해 급정거나 무리한 통과를 줄일 수 있도록 했다. 처음에는 카카오내비에서만 제공했지만 현재 티맵과 현대차그룹 내비게이션, 네이버 지도까지 4개 플랫폼으로 확대됐다. AI 기반 스마트교차로는 시간대와 요일별 교통량, 민원 발생 현황을 분석해 적정 신호시간을 제안한다. 강릉시에 따르면 9개 신호연동 구간에 최적 신호를 적용한 결과 평균 교차로 지체시간은 20.9초에서 17.9초로 14.5% 줄고 평균 통행속도는 23.4㎞/h에서 24.8㎞/h로 6.2% 높아졌다. 특히 아산병원교차로에서는 통행속도가 시속 5.9㎞ 빨라지고 지체시간은 162초 줄어든 것으로 분석됐다. 현재는 AI가 신호 운영안을 추천하면 사람이 검토해 반영하는 구조지만, 시는 장기적으로 도시 전체 교통 상황을 AI가 분석하고 신호까지 자동 조정하는 체계를 구상하고 있다. 시민이 체감할 수 있는 성과도 나타나고 있다. 긴급차량 우선신호는 소방차와 구급차가 출동하면 진행 방향에 녹색신호를 부여하고, 차량이 교차로를 통과하면 일반 신호체계로 되돌리는 방식이다. 강릉시 집계에 따르면 2023년부터 지난해까지 긴급차량 우선신호는 총 7235건 사용됐다. 시스템 도입 이후 긴급차량의 평균 현장 도착시간은 13분에서 5분으로 60.5% 단축됐다. 지난해에만 1449건이 운영됐다. 스마트횡단보도에서는 AI가 노약자나 장애인 등 교통약자의 움직임을 인식해 필요한 경우 보행신호를 연장한다. 적색신호의 남은 시간도 표시해 보행자가 기다려야 할 시간을 알 수 있도록 했다. 효과 분석 결과 정지선 미준수는 506건에서 448건으로 11.5%, 무단횡단은 802건에서 75건으로 90.6% 감소했다. 정해진 시간 안에 횡단을 마치지 못한 보행자도 136명에서 47명으로 65.4% 줄었다. 강릉시는 자율주행 시범운행지구도 68.5㎞ 규모로 운영하고 있다. 관광형 자율주행차 6대와 벽지노선을 운행하는 자율주행 마실버스 1대가 도심과 관광지 등을 연결한다. 연간 이용자는 2024년 3432명에서 지난해 1만3011명으로 278% 증가했고 탑승객 만족도는 91%를 넘었다. 관광도시의 고질적인 주차난을 완화하기 위해 주요 주차장 18곳의 빈 주차면도 실시간으로 수집한다. 현재 관련 정보는 주차정보 홈페이지와 도로전광판으로 제공하고 있으며, 향후 민간 내비게이션과 연계해 혼잡한 주차장 대신 주변 주차장으로 차량을 분산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강릉시는 이번 ITS 세계총회를 기술 전시를 넘어 국내 기업의 해외 진출 창구로 활용한다는 구상이다. 중소 관광도시 전체에 적용한 실시간 신호제어와 교통약자 지원, 긴급차량 우선신호, 자율주행 서비스를 해외 도시에 선보여 '중소도시형 K-ITS'의 수출 가능성을 타진한다. 강릉시 관계자는 “각 나라의 신호체계와 표준이 달라 개별 시스템을 그대로 수출하기에는 조정이 필요하다"면서도 “우리 시스템이 해외에 정착하면 국내 기업의 수출 기반도 더 강해질 수 있는 만큼 공적개발원조(ODA) 등 국가 차원의 지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장혜원 기자 dalgu@ekn.kr

[현장] ‘교통올림픽’ 한 달 앞으로…강릉, K-ITS 세계시장 출격 준비

2018 평창동계올림픽 당시 빙상 선수들이 속도를 겨루던 강릉 올림픽파크가 8년 만에 세계 첨단교통기술의 경연장으로 변신한다. 스피드스케이팅경기장은 인공지능(AI)과 자율주행, 스마트 교통 인프라를 선보이는 대형 전시장으로 바뀌고 그 옆에는 총공사비 926억원을 투입한 강릉컨벤션센터가 새로 들어섰다. 다음달 19일부터 23일까지 닷새간 열리는 '2026 강릉 ITS 세계총회'를 한 달 앞두고 찾은 강릉 올림픽파크에서는 막바지 준비가 한창이었다. 이번 총회의 무대는 행사장에만 머물지 않는다. 스마트 교차로와 횡단보도, 실시간 교통신호 정보부터 자율주행차까지 강릉 도심 전체가 한국의 지능형교통체계(ITS)를 세계에 보여주는 거대한 실증무대가 된다. 국토교통부와 강릉시는 이를 통해 국내 ITS 기술력을 세계에 알리는 것을 넘어 국내 기업의 해외 진출까지 연결한다는 구상이다. ITS 세계총회는 첨단교통기술을 활용해 교통정보를 효율적으로 관리하고 교통의 효율성과 안전성을 높이는 ITS 분야 최대 규모의 전시·학술행사다. 세계 각국 정부와 기업, 학계 관계자들이 한자리에 모인다는 점에서 '교통올림픽'으로도 불린다. 한국 개최는 1998년 서울과 2010년 부산에 이어 이번이 세 번째다. 이윤영 국토부 첨단도로교통과 팀장은 지난 17일 강릉컨벤션센터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강릉 ITS 세계총회는 우리의 ITS 기술과 역량을 잘 보여줄 수 있도록 준비하고 있다"며 “하나의 일회성 이벤트가 아니라 우리 기업과 기술이 해외로 수출될 수 있는 기회로 작용했으면 한다"고 말했다. 올해 총회는 'Beyond Mobility, Connected World(이동성을 넘어, 연결된 세계)'를 주제로 강릉 올림픽파크 일원에서 열린다. 조직위원회는 90개국, 연인원 6만명 참가를 목표로 하고 있다. 목표대로 개최될 경우 역대 최대 규모의 ITS 세계총회가 될 것이라는 게 조직위 설명이다. 17일 간담회에서 조직위가 공개한 집계에 따르면 당시까지 참가 등록자는 3180명으로 국내 2144명, 해외 1036명이다. 현재 참가 등록 국가는 70개국이며 조직위는 총회 개최 때까지 90개국 이상이 참가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행사는 단순한 기술 전시에 그치지 않는다. 개·폐회식을 비롯해 장관회의와 학술회의, 전시, 기술시연·시찰, 정책토론과 시민 참여 프로그램 등이 닷새 동안 이어진다. 학술 프로그램은 총 193개 세션으로 구성된다. 논문은 당초 목표인 300편을 웃도는 449편이 접수됐다. AI와 자율주행, 스마트 인프라 등 미래 교통체계의 발전 방향을 놓고 세계 각국 정부와 연구기관, 기업 관계자들이 머리를 맞댄다. 총회 기간 올림픽파크 전체도 거대한 ITS 행사장으로 바뀐다. 새로 건립된 강릉컨벤션센터에서는 개·폐회식과 공식회의, 학술세션이 열리고 평창올림픽 당시 경기장으로 쓰였던 스피드스케이팅경기장은 전시장으로 활용된다. 하키센터 주차장에서는 ITS 기술 시연이 진행되며 올림픽파크 야외광장에서는 시민들이 참여할 수 있는 부대행사가 열린다. 강릉 총회가 앞선 서울·부산 총회와 차별화되는 지점은 개최지가 인구 20만명대 중소 관광도시라는 점이다. 강릉은 상주 인구에 비해 관광객이 압도적으로 많다. 간담회에서 국토부는 강릉의 인구가 약 20만5000명인 반면 연간 방문객은 약 3500만명에 달한다고 설명했다. 여름 피서철이나 연휴에는 한정된 도로에 차량이 한꺼번에 몰리는 만큼, 중소 관광도시가 ITS를 활용해 급증하는 교통수요에 어떻게 대응할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실증무대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강릉시는 이미 도시 전역에 ITS 인프라를 구축하고 있다. 시에 따르면 359개 교차로가 온라인으로 연결돼 있으며 스마트 교차로와 스마트 횡단보도, 실시간 신호정보 제공 등의 서비스가 운영되고 있다. 특히 차량이 강릉에 진입하면 카카오내비와 네이버지도, 티맵, 현대 블루링크 등을 통해 실시간 신호정보를 제공받을 수 있다. 관광 성수기처럼 교통량이 일시에 늘어날 경우 스마트 교차로 등을 활용해 신호체계를 조정함으로써 한정된 도로의 효율을 높이는 방식이다. AI가 기존 ITS와 결합하면서 교통관리 방식도 한 단계 진화하고 있다. 기존에는 CCTV와 센서가 교통량을 파악하면 관제센터에서 이를 확인해 신호주기를 조정하는 방식이었다. AI 기반 신호제어 시스템은 여기서 더 나아가 교통량을 측정하고 AI가 이를 분석해 필요한 신호시간까지 판단하는 방식으로 발전하고 있다. 긴급차량의 이동을 돕는 기술도 있다. 구급차나 소방차가 접근할 경우 정해진 신호주기와 관계없이 우선신호를 부여해 목적지까지 빠르게 이동하도록 돕는다. 보행자 안전에도 ITS가 활용된다. 스마트 횡단보도는 어린이나 고령자 등이 정해진 시간 안에 길을 건너지 못하고 횡단보도에 남아 있을 경우 이를 감지해 보행신호 시간을 연장한다. 조직위는 총회 기간 해외 참가자들이 강릉 시내를 직접 둘러보며 이 같은 ITS 서비스를 체험하도록 할 예정이다. 이 팀장은 “기존 ITS가 도로상의 정보를 취합해 일반에 제공하는 역할을 했다면 현재 ITS는 AI와 접목해 스스로 분석하고 판단해 제어할 수 있는 기술로 발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정부와 조직위가 이번 총회에서 특히 공을 들이는 부분은 국내 ITS 기업의 해외 진출이다. 전시장에 마련된 434개 부스는 판매가 모두 완료됐다. 해외 37개 기관과 국내 72개 기관이 전시에 참여할 예정이다. 조직위는 단순히 국내 기술을 전시하는 데 그치지 않고 해외 정부·기관·기업과 국내 기업이 실제 사업을 논의할 수 있도록 별도의 비즈니스 프로그램도 마련했다. 전시장 내 컨퍼런스 스테이지에서는 국내외 기업들이 기술과 사업모델을 소개하는 27차례의 발표 세션이 진행된다. 별도의 비즈니스 매칭 공간에서는 해외 기관·기업과 국내 기업을 사전에 연결해 총회 기간 약 405회의 비즈니스 미팅이 이뤄질 수 있도록 준비하고 있다. 눈으로 보는 기술 전시뿐 아니라 직접 체험하는 프로그램도 마련된다. 강릉 시내를 운행하는 자율주행차를 직접 타보는 프로그램과 자동 주차로봇 등의 시연이 진행된다. 하키센터 인근 주차장에서도 국내 기업들이 참여하는 10여개의 기술시연 프로그램을 선보인다. 조직위에 따르면 강릉에는 2021년 이후 국비 등을 포함해 약 1000억원이 투입돼 최신 ITS 시설이 구축됐다. 총회 참가자들은 도시정보센터를 방문하거나 직접 차량을 타고 강릉 도심을 이동하며 실제 운영 중인 기술을 살펴볼 수 있다. 한국은 앞선 ITS 세계총회를 해외 진출의 계기로 활용한 경험도 있다. 2010년 부산 총회 이후 국내 기업이 콜롬비아 보고타 버스정보시스템(BIS) 사업을 수주한 것이 대표적이다. 정부가 이번 총회를 단순 국제행사가 아닌 'K-ITS 수출 플랫폼'으로 만들려는 이유다. 총회를 위해 새로 지은 강릉컨벤션센터도 모습을 드러냈다. 강릉시는 총공사비 약 926억원을 투입해 올림픽파크 내에 연면적 약 1만8000㎡, 지하 1층~지상 4층 규모의 컨벤션센터를 건립했다. 2024년 11월 착공해 올해 7월 준공했다. 중심시설인 컨벤션홀은 약 2300㎡ 규모로 2000명 이상을 수용할 수 있다. 이동식 벽체를 활용해 행사 규모에 따라 공간을 분할할 수 있도록 했으며 중소 회의실 역시 필요에 따라 공간을 합치거나 나눠 사용할 수 있는 가변형 구조로 설계됐다. 무엇보다 기존 올림픽 시설과의 연결에 초점을 맞췄다. 컨벤션센터와 스피드스케이팅경기장, 아이스아레나가 통합광장을 중심으로 유기적으로 연결된다. 컨벤션센터 옥상정원을 지나 약 200m를 이동하면 전시장으로 활용될 스피드스케이팅경기장에 도착할 수 있다. 국제행사 일정에 맞추기 위해 공사기간을 줄이는 것도 과제였다. 강릉시는 부지 정지 작업을 진행하는 동안 건축공사를 별도로 발주하고 설계와 시공 일부를 병행하는 패스트트랙 방식을 적용해 전체 사업기간을 단축했다. 총회에 앞서 교통 관련 학술행사를 실제 개최하며 시설과 설비 운영, 돌발상황 대응체계도 점검하고 있다. 컨벤션센터의 역할은 총회와 함께 끝나지 않는다. 강릉시는 KTX 개통으로 개선된 접근성과 평창동계올림픽을 계기로 확충된 숙박 인프라에 컨벤션시설까지 더해 향후 국내외 대형회의와 전시를 유치하는 MICE 산업 거점으로 육성한다는 계획이다. 강릉시는 이번 총회 개최에 따른 경제적 파급효과를 약 1980억원, 고용효과를 약 980명으로 추산하고 있다. 결국 강릉 총회의 성패는 닷새간 국제행사를 무사히 치르는 데서 끝나지 않는다. 평창동계올림픽의 유산을 미래교통 산업과 MICE 인프라로 다시 활용하고, 강릉이라는 중소 관광도시에서 실제 운영되는 ITS 기술을 세계 각국에 보여준 뒤 국내 기업의 해외 사업으로 얼마나 연결하느냐가 다음 과제로 남는다. 한 달 뒤 세계 각국의 교통 전문가와 기업인이 강릉에 모이면 한때 빙상 선수들이 속도를 겨루던 올림픽파크에서는 이번에는 AI와 자율주행, 그리고 미래 교통기술의 속도 경쟁이 펼쳐진다. 장혜원 기자 dalgu@ekn.kr

LH 전세임대 20만호,  10월부터 HUG 반환보증 적용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다음 달부터 약 20만호에 달하는 전세임대주택에 주택도시보증공사(HUG)의 전세보증금 반환보증을 적용한다. 임대인이 계약 종료 후 보증금을 돌려주지 못할 경우 HUG가 보증채무를 이행하는 체계를 도입하고, 계약 전 임대인과 주택의 위험요인도 확인할 수 있도록 한다. LH는 18일 HUG와 '전세임대주택 전세반환보증 업무협약'을 체결하고 오는 10월 1일부터 전세임대주택에 HUG의 전세보증금 반환보증을 적용한다고 밝혔다. 가입 대상은 약 20만호 규모다. 전세임대주택은 입주자가 원하는 주택을 선택하면 LH가 해당 주택 소유자와 전세계약을 체결한 뒤 입주자에게 다시 임대하는 공공임대 사업이다. 전세보증금 반환보증은 임대차계약이 종료됐음에도 임대인이 보증금을 반환하지 못할 경우 보증기관이 보증채무를 이행해 보증금을 보호하는 제도다. LH는 기존에도 전세임대 계약을 체결할 때 보증보험 가입을 의무화하는 등 별도의 보증 관리체계를 운영해왔다. 이번 협약으로 HUG의 반환보증을 전세임대주택에 적용하고 양 기관이 보유한 관련 정보를 연계해 보증 가입부터 사후관리까지 관리체계를 강화한다. 전세임대주택을 계약하기 전 위험요인을 확인하는 절차도 강화된다. LH는 HUG의 '안심전세앱'을 활용해 오는 21일부터 임대인의 HUG 보증 가입 금지 여부와 계약하려는 주택의 권리관계 등을 사전에 확인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 그동안 여러 기관을 통해 각각 확인해야 했던 대항력 관련 임대차 정보도 안심전세앱에서 한 번에 확인할 수 있도록 개선할 계획이다. 이를 통해 전세임대 입주자가 계약 단계부터 임대인과 주택의 위험요인을 확인하고 보증사고 가능성을 낮추겠다는 취지다. 보증사고를 낸 임대인에 대한 보증기관 간 정보 공유도 확대된다. HUG와 한국주택금융공사(HF), SGI서울보증 등 3개 보증기관은 다음 달부터 임대인 보증금지 정보를 공동으로 공유한다. 이에 따라 3개 기관 가운데 한 곳에서라도 보증금을 반환하지 않은 임대인은 다른 보증기관에서도 전세·임대보증 가입이 제한된다. 이성훈 LH 사장은 “이번 업무협약을 통해 전세임대주택 보증금 보호 체계를 한층 강화하는 한편 입주민 편의를 높일 수 있는 다양한 서비스도 제공할 계획"이라며 “관계기관과 협력을 강화하고 제도를 지속 개선해 안심하고 거주할 수 있는 든든한 주거안전망을 구축해 가겠다"고 말했다. 최인호 HUG 사장은 “이번 업무협약은 주거취약계층의 보증금을 안전하게 지키고 공공 임대주택 공급을 활성화하기 위한 HUG와 LH의 협력 모델"이라며 “양 기관의 적극적인 협력을 통해 국민 주거안정을 위한 버팀목 역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관련 세부 내용은 LH 전세임대포털에서 확인하거나 LH 전세임대 콜센터를 통해 안내받을 수 있다. 장혜원 기자 dalgu@ekn.kr

“자율주행 넘어 일상이 바뀐다”…교통학계, ‘피지컬 AI’ 미래 모색

인공지능(AI)과 자율주행 기술이 단순한 기술 개발을 넘어 국민의 이동 방식과 교통산업 생태계를 어떻게 바꿀지를 논의하기 위해 국내 교통 분야 전문가들이 강릉에 모였다. 다음 달 강릉에서 열리는 지능형교통체계(ITS) 세계총회를 앞두고 학계와 정부, 교통 공공기관들은 AI 기술을 실제 교통서비스와 현장에 접목하기 위한 제도 개선과 협력을 강조했다. 대한교통학회는 17일 강릉컨벤션센터에서 'AX와 Physical AI 시대의 교통모빌리티'를 주제로 제95회 학술대회를 개최했다. 이번 학술대회는 오는 19일까지 이어지며 약 800명 이상의 교통 분야 전문가들이 참여한다. 발표 논문은 172편이며 자율주행 상용화 서비스와 모빌리티 솔루션 등을 다루는 총 49개 특별세션도 마련됐다. 이 가운데 19개 교통 관련 기관이 참여해 연구 성과를 발표하고 토론한다. 특히 이번 행사는 오는 10월 19~23일 ITS 세계총회가 열리는 강릉컨벤션센터에서 개최됐다. 대한교통학회는 강릉 ITS 세계총회 조직위원회와 협력해 이번 학술대회를 준비했다. 17일 오후 열린 개회식에는 김중남 강릉시장과 김용석 대도시권광역교통위원회 위원장, 김태승 한국철도공사 사장, 유정훈 한국도로공사 사장, 정진혁 국가철도공단 이사장, 정용식 한국교통안전공단 이사장 등 정부·지자체와 주요 교통기관 관계자들이 참석했다. 이동민 대한교통학회 회장 직무대행은 개회사에서 자율주행 기술 자체를 넘어 기술이 실제 국민 생활과 산업에 미칠 변화에 주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직무대행은 “자율주행 기술 개발에 대한 고민과 연구는 많이 진행되고 있지만 그 기술을 통해 새로운 교통서비스가 제공되고, 그 서비스로 우리의 일상이 어떻게 달라지며 새로운 산업 생태계가 어떻게 만들어지는지에 대해서는 상대적으로 소홀했다"고 말했다. 이어 “이번 학술대회에서는 자율주행 시대의 새로운 교통서비스와 일상생활의 변화, 새로운 교통산업 생태계를 어떻게 다뤄야 하는지를 논의한다"며 “학회가 시대의 교통 관련 이슈를 선도하고 전문가들의 경험과 연구 성과를 공유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학회는 교통 분야 전문가의 강연과 젊은 연구자들의 토론을 결합한 '코어 세션'도 새롭게 마련했다. 단순한 논문 발표를 넘어 학계와 현장의 경험을 연결하고 연구자들의 전문성을 높이겠다는 취지다. 김중남 강릉시장은 이번 학술대회를 한 달 뒤 열리는 ITS 세계총회의 사실상 사전 점검 무대로 평가했다. 김 시장은 “강릉컨벤션센터가 만들어진 이후 첫 번째 행사"라며 “세계 최대 규모의 교통 분야 국제행사를 앞두고 이번 학술발표회가 실질적인 최종 리허설이자 강릉이 준비된 모습을 선보이는 첫 무대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2022년만 해도 AI는 일부 첨단산업에 활용되는 미래 기술로 여겨졌지만 이제는 누구나 AI를 활용하는 시대"라며 “중소도시 최초로 강릉에서 ITS 세계총회가 개최되는 만큼 대도시 중심의 패러다임을 바꾸는 새로운 ITS 모델을 세계에 선보이겠다"고 강조했다. 정부와 교통 공공기관장들도 AI가 철도와 도로, 광역교통 등 기존 교통체계를 바꾸는 핵심 동력이 될 것으로 내다봤다. 김용석 대도시권광역교통위원장은 “대도시권이 확대되면서 지역 간 경계를 넘나드는 교통망의 중요성이 어느 때보다 커졌다"며 “AX 대전환과 피지컬 AI가 확산되는 상황에서 이번 학술대회가 교통·모빌리티가 AI 시대의 미래 성장동력으로 기능할 수 있도록 근본적인 아이디어부터 실용적인 제언까지 논의하는 자리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김태승 한국철도공사 사장은 코레일의 AI 전환 계획을 소개했다. 김 사장은 “교통 분야는 자율주행 차량이 이미 도입되고 있을 만큼 AI 산업의 최전선에 있다"며 “코레일도 외부 자문위원회를 운영하고 경영진 특별교육을 실시하는 등 전사적인 역량 강화에 나서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현장에서는 차량과 선로 유지보수에 AI 기술을 활용하고 고객 안내 분야에도 AI 기반 서비스를 도입하고 있다"며 “AI는 일하는 방식은 물론 철도 안전과 고객 서비스를 근본적으로 변화시키는 핵심 동력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대한교통학회장을 지낸 유정훈 한국도로공사 사장은 학계의 연구 성과를 실제 도로 현장에 적용하는 연결 구조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유 사장은 “고속도로는 단순히 자동차가 달리는 공간을 넘어 사람과 물류, 데이터와 에너지를 연결하고 첨단 모빌리티를 구현하는 국가 핵심 인프라로 진화하고 있다"며 “혁신은 국민이 체감하는 교통서비스로 이어질 때 비로소 가치가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학회의 연구와 아이디어가 현장에서 실증되고 현장에서 찾은 문제와 경험이 다시 새로운 정책으로 이어져야 한다"며 “고속도로를 자율주행과 스마트 물류, AI 기반 교통관리 등 미래 기술을 직접 시험하고 구현하는 혁신의 무대로 만들겠다"고 밝혔다. 교통 분야의 AI 전환을 위해 기술 개발뿐 아니라 규제와 제도 개선이 병행돼야 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김영찬 한국교통연구원장은 주차로봇과 자율주행차, 드론, 도심항공교통(UAM) 등을 사례로 들며 새로운 기술의 현장 적용을 가로막는 규제를 개선하는 것이 교통 전문가들의 중요한 과제라고 강조했다. 교통학회는 이번 학술대회에서 사고 없이 달리는 자율주행 기술 자체뿐 아니라 자율주행으로 등장할 새로운 이동서비스와 이에 따른 일상생활의 변화, 새로운 교통산업 생태계까지 논의를 확장한다는 계획이다. 한편, 학술대회는 19일까지 강릉컨벤션센터에서 이어진다. 장혜원 기자 dalgu@ekn.kr

[송윤주의 부동산생태계] 은퇴자마을, 노인용 임대아파트로만 보면 안된다③

지난 3월 제정된 '은퇴자마을 조성 및 운영에 관한 특별법'(은퇴자마을법)이 내년 시행을 앞두고 후속 시행령과 시행규칙을 만드는 작업이 진행 중이다. 주거시설뿐 아니라 의료·문화·체육·공원녹지 등을 함께 조성하는 대규모 복합단지인 은퇴자마을을 단순히 노인용 공공임대주택 공급으로 접근해서는 안된다는 지적이 나온다. 기반 조성에 공공이 주도적인 역할을 하되 민간의 자본과 운영 전문성을 활용할 수 있도록 하위규범을 구성하는 것이 필요한 상황이다. 17일 에너지경제신문의 취재를 종합하면 은퇴자마을은 은퇴자에게 주거시설과 노후의 안정적인 생활을 제공하기 위해 각종 생활편의시설을 집단적으로 설치하는 일정 규모 이상의 단지다. 은퇴자주택은 임대 또는 분양 형태로 공급할 수 있으며, 구체적인 임대·분양 비율은 대통령령으로 정하도록 했다. 법은 은퇴자마을 사업자로 국가와 지방자치단체·한국토지주택공사(LH)·주택사업을 목적으로 설립된 지방공사·대통령령으로 정하는 공공기관과 공공이 총지분의 50%를 초과해 출자·설립한 법인 등을 규정하고 있다. 미국 애리조나의 '선시티(Sun City)'는 법안의 모델이 되는 사례다. 선시티는 1978년부터 19년에 걸쳐 건설된 CCRC(Continuing Care Retirement Community)이다. CCRC는 미국에서 시작된 은퇴자 커뮤니티로 건강할 때부터 간병이 필요해지는 시기까지 거주지를 옮기지 않고 같은 장소에서 살아갈 수 있는 모델이다. 선시티의 경우 민간 개발사가 대규모 편의시설이 풍부한 골프 코스 커뮤니티로 건설하고 발전시켰다. 주택 입주자는 단독주택 또는 연립형, 콘도미니엄 중에 선택할 수 있다. 입주는 분양방식으로 은행으로부터 장기 융자도 가능하다. 주택 가격은 약 1억7000만원부터 13억6000만원 선이다. 생활비는 2인기준 관리비 포함 월평균 150~200만원 수준이다. 주거단지의 기능은 주거공간·의료·식사·오락·운동·커뮤니티 시설로 구성된다. 건강이 나빠져 전적인 돌봄이 필요해지면 단지 내에 요양원으로 거주 형태를 바꿀 수도 있다. 중심부에 종합병원이 위치해 단지 내 입주자에게 의료서비스 제공이 가능하고, 노인요양시설과 치매센터 등 관련 의료시설 10개소도 같이 운영하고 있다. 규모도 크다. 1960년대 조성된 선시티에는 4만명에 육박하는 은퇴자들이 거주한다. 은퇴자마을의 경우, 법안 발의를 주도한 맹성규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구체적인 규모는 법령에 명시되지 않았으나, 최소 1만가구, 2만명 이상이 모여 사는 규모로 조성되어야 실질적인 도시 기능을 수행할 수 있다"고 설명한 바 있다. 문제는 막대한 사업비다. 주거시설뿐 아니라 의료·교통·문화·체육·복지시설까지 함께 조성하려면 일반적인 임대주택 사업보다 훨씬 많은 자본이 필요하다. 실제 강원 춘천시가 추진하는 은퇴자마을은 약 50만㎡ 규모로, 주거와 의료·문화·교육·체육·복지 기능을 결합한 도심 근교형 복합단지를 구상하고 있다. 시는 기본계획 및 타당성 검토용역을 통해 입지 선정·주거 유형·생활 인프라 기능 등을 구체화하고 있다. 시는 국비 지원이 필요한 규모의 사업이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실제 법안 심사 과정에서 국토부는 은퇴자마을을 우선 공공 주도로 추진해 안정화한 뒤 민간 참여를 유도하는 단계적 모델을 구상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법은 사업자를 공공 위주로 제한하고 있다. 이는 과거 분양형 노인복지주택에서 나타났던 부작용을 반복하지 않기 위한 안전장치로 볼 수 있다. 1998년 도입된 분양형 노인복지주택은 2015년 사실상 폐지됐다. 당시 정부는 민간 자본을 통해 고령자 주거시설 공급을 활성화 시키려 했지만 노인복지주택은 복지시설이 아니라 사실상 부동산 분양 상품으로 변질됐다. 60세 이하를 대상으로 불법 전매·양도를 비롯해 의료·식사·돌봄·커뮤니티 운영 등 장기 서비스가 핵심인 시설임에도 상당수 사업장이 분양 후 방치 수순을 밟았다. 시행령이 구체화되는 단계에서 중요한 것은 사업자를 공공으로 한정하면서도 민간의 참여를 어떻게 활성화시킬 것인가다. 과거 분양형 노인복지주택이 실패한 것은 '민간 참여' 자체의 문제였던 것은 아니다. 입주자에게 필요한 서비스를 지속적으로 제공할 수 있는 운영구조와 책임주체가 명확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공공이 주거단지 개발과 운영을 모두 떠안는 방식도 지속 가능한 구조라고 보기 어렵다. 이 때문에 업계에서는 공공이 기반 조성을 맡고 민간이 운영을 담당하는 역할 분담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한 주거 커뮤니티 위탁 운영사 관계자는 “공공이 기반시설 조성을 맡고, 민간 자본은 커뮤니티 운영에 참여할 수 있는 통로를 여는 것을 고민해봐야 한다"며 “직접 매입임대를 하기에 자금사정이 넉넉치 않은 회사들에게 이런 사업은 기회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결국 은퇴자마을 성패는 공공이 조성한 기반 위에 민간이 얼마나 안정적으로 서비스를 이어갈 수 있느냐에 달려 있다. 시행령과 시행규칙이 사업자 자격만 좁게 규정하고 운영 참여 통로를 열어두지 않는다면, 법 제정 취지와 달리 '공공이 다 떠안는' 구조로 굳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송윤주 기자 syj@ek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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