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 APEC 스마트 모빌리티 포럼] 자율주행 시대 성큼…APEC 표준 협력 과제 부상

인공지능(AI)으로 교통 부문 전반의 디지털 전환이 가속화되는 가운데 APEC 국가들이 협력해 모빌리티의 미래를 위해 공유 표준을 만드는 것이 필요하다는 제언이 나온다. 15일 서울 중구 웨스틴조선호텔에서 열린 '2026 APEC 스마트 모빌리티 포럼'에서는 APEC 경제체의 스마트 모빌리티 현황과 거버넌스를 주제로 규제·표준·체계 구축 문제가 집중 논의됐다. 기술 혁신의 중심지로 불리는 중국 선전은 지난 10년간 디지털 트윈, 인공지능, 자율주행 기술 등을 도시 거버넌스에 적용한 사례로 소개됐다. 인구 2000만명 규모 도시인 선전은 중국 최초 지능형 연결 차량에 대한 정부 규제 플랫폼을 구축했다. 4000km 이상의 테스트 도로를 개방했으며, 2000대 이상의 자율주행 차를 보유한 29개 기업을 연결했다. 무인운전 애플리케이션 시연도 시작했다. 상용 자율주행 로보택시 호출 서비스인 '바이두 아폴로 고'는 선전에서 1000만km 이상의 자율주행 거리를 기록했다. '포니 AI 서비스'는 선전 도심지역의 200㎢ 이상을 커버한다. 선전은 지능형 연결 차량 전문 규정을 제정했고 우한, 베이징 등 다른 도시로 규정을 적용하고 있다. 물류 네트워크 구축을 위해 물류 유통에도 지능형 기술을 도입했다. 선전은 푸톈역에서 저고도 항공·철도·지하철 복합 수송을 시범 운용하고 있다. 비혼잡 시간대를 활용해 하루 1만3000건 가량의 특송화물을 운송한다. 도시의 라스트마일 배송을 위해 니우스토어와 메이투안은 공중·지상을 통합한 무인 배송 차량을 배치했다, 300개 이상의 상업용 드론 경로 개설해 수천만건의 주문을 처리한다. 공중지상협력을 통해 배송 시간을 40% 단축했다. 선전 도시 교통계획 센터는 시 수준의 저고도 디지털 관리 서비스 플랫폼을 구축했다. 6만대 이상 드론과 1200개 이상 이착륙 지점을 연결해 물류, 긴급구조 및 기타 시나리오에 역량을 부여했다. 팅팅지아(Tingting JIA) 중국 선전 해양안전청 담당관은 “선전은 교통 디지털 트윈 플랫폼 개발해 7700억건의 교통데이터 기록을 집계했다"며 “스마트 교통 플랫폼을 구축해 교통사고율은 15% 감소했고, 주요 허브에서의 환승 시간은 20% 감소했다"고 설명했다. 스마트 모빌리티의 미래라는 공동의 목표 아래 APEC 경제체가 모인 가운데, 국가 간 데이터 공유와 상호 운용성을 확보하기 위한 공통 표준 마련의 필요성도 제기됐다. 야스히사 하야카와(Yasuhisa HAYAKAWA) 일본 닛산모터스 수석매니저는 커넥티드 차량과 인프라에서 생성되는 데이터가 실제로 운용 가능해져야 하고, 그 과정에서 신뢰가 확보돼야함을 강조했다. 자율주행 차량 운영 과정에서 차량 자체만이 아니라 주변 환경에 대한 데이터 수집이 중요해졌다. 시야 너머를 감지하기 위해서는 커넥티드 및 협력적 접근 방식이 필요하다는 설명이다. 생태계 전반으로 데이터 수집이 확장됨에 따라 표준화에 대한 중요성도 커졌다. 일본의 경우 기본적인 시스템 표준화부터 시작해 자동 주차 시스템과 저속 자율주행, 제한적인 영역에서의 자율주행 시스템으로 발전했다. 현재는 일반 도로환경에서의 자율주행시스템을 다루고 있다. 최근 일본은 자동화 차량 마샬링 시스템(AVMS)을 개발하고 있다. 운전자가 탑승하지 않은 차량을 공장, 야적장, 항만 및 물류센터 같은 폐쇄된 환경 내에서 운송하는 시스템이다. 여러 제조사 차량이 섞이는 야적장 같은 환경에서는 신뢰할 수 있는 정보와 데이터 정의가 핵심적이다. 산업간 협력 시스템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시스템에 대한 표준화가 필요하다는 설명이다. 이러한 표준을 개발하기 위해 여러 도메인에 걸친 다양한 이해관계자를 참여시키고 있다. 차량과 인프라 간에 정보를 공유하는 시스템의 안전성을 어떻게 확보할 것인가에 대해 조율하는 과정에 있다. 그는 “APEC 경제체가 가지는 수많은 경험들이 표준화 과정에 기여할 수 있다고 본다"며 “표준화는 단순히 모든 사람을 위한 단일한 해결책을 제시하는게 아니라, 공유모빌리티 미래를 위해 공유표준을 만드는 일"이라고 강조했다. 송윤주 기자 syj@ekn.kr

서울 집값 상승폭 두 달 연속 둔화…강남·서초 하락에도 노원·성북 ‘강세’

서울 주택 매매가격 상승폭이 두 달 연속 둔화한 것으로 나타났다. 강남구와 서초구 등 서울 핵심 주거지역에서는 가격 하락이 나타난 반면 성북구와 노원구, 서대문구 등 강북권 주요 지역은 1%대 상승률을 기록하며 지역별 양극화가 뚜렷해졌다. 매매시장 상승세가 다소 진정되는 가운데 전세와 월세 가격은 여전히 높은 상승률을 유지하면서 실수요자의 주거비 부담은 이어지고 있다. 15일 한국부동산원이 발표한 '2026년 9월 전국주택가격동향조사'에 따르면 지난달 서울 주택종합 매매가격지수는 전월 대비 0.84% 상승했다. 이는 8월 상승률인 0.97%보다 0.13%포인트 낮은 수준이다. 서울 주택 매매가격 상승률은 지난 4월 0.55%에서 5월 0.90%, 6월 1.03%, 7월 1.09%로 확대됐다가 8월 0.97%, 9월 0.84%로 두 달 연속 축소됐다. 특히 아파트 매매가격 상승폭은 더욱 가파르게 둔화했다. 서울 아파트 매매가격은 7월 1.27% 상승한 이후 8월 1.05%, 9월 0.74%로 상승폭이 줄었다. 두 달 사이 상승폭이 0.53%포인트 축소된 것이다. 다만 서울 주택 매매가격은 올해 9월까지 누적 7.58% 상승했다. 같은 기간 서울 아파트 매매가격 누적 상승률은 8.32%를 기록해 상승폭 둔화에도 연초 이후 가격 상승세는 여전히 뚜렷한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 자치구별로는 강남권과 강북권의 흐름이 엇갈렸다. 강남구는 대치동과 압구정동을 중심으로 매매가격이 1.14% 하락했다. 서초구 역시 반포동과 잠원동 주요 단지를 중심으로 0.60% 떨어졌다. 일부 고가 주택 밀집 지역에서 가격을 낮춘 거래가 이뤄진 영향으로 풀이된다. 반면 강북권에서는 성북구가 1.61% 상승하며 높은 오름폭을 기록했다. 돈암동과 정릉동 대단지를 중심으로 매수 수요가 이어진 결과다. 노원구는 상계동과 중계동을 중심으로 1.58% 올랐고, 서대문구는 홍은동과 홍제동의 중소형 주택을 중심으로 1.57% 상승했다. 광진구는 구의동과 자양동을 중심으로 1.41%, 동대문구는 이문동과 장안동을 중심으로 1.40% 올랐다. 강남권 11개 구에서도 지역별 차이가 나타났다. 관악구는 봉천동과 신림동 대단지를 중심으로 1.22% 상승했고, 구로구는 1.19%, 강서구는 1.17% 올랐다. 서울 내에서도 고가 주택 밀집 지역의 가격 조정과 상대적으로 중저가 주택이 많은 지역의 상승세가 동시에 나타나는 모습이다. 수도권 전체 주택 매매가격은 0.60% 상승해 전월(0.63%)보다 상승폭이 축소됐다. 경기도는 0.63% 상승하며 전월(0.58%)보다 오름폭이 확대됐다. 수원 영통구와 성남 분당구, 용인 기흥구 등이 상승세를 이끌었다. 반면 인천은 0.11% 하락했다. 미추홀구와 남동구, 서해구 등을 중심으로 가격 약세가 나타났다. 전국 주택종합 매매가격은 0.30% 상승해 전월(0.32%)보다 상승폭이 소폭 줄었다. 지방은 0.02% 상승에 그쳤다. 주택 유형별로는 전국 아파트 매매가격이 0.35%, 연립주택이 0.32%, 단독주택이 0.07% 각각 상승했다. 매매시장과 달리 임대차시장에서는 가격 상승세가 지속됐다. 지난달 전국 주택종합 전세가격은 0.34% 상승했다. 수도권은 0.60%, 서울은 0.74%, 지방은 0.09% 각각 올랐다. 서울 전세가격 상승률은 7월 1.03%, 8월 0.83%, 9월 0.74%로 둔화했지만 여전히 전국 평균의 두 배를 웃돌았다. 서울에서는 노원구의 전세가격이 1.55% 상승하며 높은 오름폭을 기록했다. 상계동과 중계동 대단지를 중심으로 임차 수요가 이어졌다. 강북구는 미아동과 번동을 중심으로 1.18%, 중랑구는 신내동과 중화동을 중심으로 1.09%, 성북구는 1.04% 상승했다. 강남권에서는 강동구가 명일동과 천호동 주요 단지를 중심으로 1.12% 올랐다. 금천구는 0.99%, 영등포구는 0.97% 상승했다. 서울 아파트 전세가격은 0.80% 올라 주택종합 전세가격 상승률을 웃돌았다. 전국 아파트 전세가격은 0.42%, 수도권은 0.71% 상승했다. 월세시장에서도 상승세가 이어졌다. 9월 전국 주택종합 월세가격은 0.39% 상승해 전월(0.35%)보다 상승폭이 확대됐다. 수도권 역시 0.59%에서 0.66%로 오름폭이 커졌다. 서울 월세가격은 0.82% 상승하며 전월과 같은 상승률을 유지했다. 서울 아파트 월세가격은 0.93% 상승해 전월(0.91%)보다 오름폭이 확대됐다. 자치구별로는 노원구가 1.47% 상승해 높은 상승률을 보였다. 성북구는 1.28%, 도봉구는 1.11%, 마포구는 1.06%, 강북구는 0.96% 각각 올랐다. 강남권에서는 영등포구가 1.02% 상승했고, 구로구 0.99%, 동작구 0.95%, 강동구 0.93%, 금천구 0.92% 순으로 상승했다. 올해 9월까지 서울의 누적 전세가격 상승률은 6.70%, 월세가격 상승률은 6.52%를 기록했다. 매매가격 상승폭이 축소되는 상황에서도 임대차 가격이 꾸준히 오르면서 세입자의 주거비 부담이 지속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한국부동산원은 일부 지역에서 가격 조정이 이뤄지고 있지만 주거 여건이 양호하고 선호도가 높은 지역을 중심으로 수요가 이어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한국부동산원 관계자는 “매매는 국지적으로 가격 하향 조정된 거래가 체결됐지만 견고한 수요가 지속되는 대단지와 교통 여건이 양호한 지역 등을 중심으로 상승계약이 발생했다"고 밝혔다. 이어 “전·월세는 거주 선호도가 높은 지역에 대한 임차 수요가 꾸준히 나타나는 가운데 학군지와 역세권, 대단지 등을 중심으로 가격이 상승했다"고 덧붙였다. 장혜원 기자 dalgu@ekn.kr

서울 주택 매매심리 두 달째 하락…전세심리는 반등

서울 주택 매매시장 소비심리가 두 달 연속 하락한 반면 전세시장 소비심리는 반등했다. 수도권 매매심리가 전반적으로 낮아진 가운데 비수도권은 강원·세종 등을 중심으로 상승하면서 지역별 온도 차를 보였다. 15일 국토연구원이 발표한 '2026년 9월 부동산시장 소비자 심리조사'에 따르면 지난달 서울 주택매매시장 소비심리지수는 130.8로 전월보다 1.7포인트(p) 하락했다. 지난 7월 139.9에서 8월 132.5로 내린 데 이어 두 달째 하락했다. 다만 지수는 여전히 상승국면을 유지했다. 부동산시장 소비심리지수는 일반가구와 중개업소를 대상으로 가격과 거래 동향 등을 조사해 산출하며 0~200의 값으로 표시한다. 100을 넘으면 전월보다 가격이 상승하거나 거래가 증가했다는 응답이 많다는 의미다. 지수 수준에 따라 95 미만은 하강국면, 95 이상 115 미만은 보합국면, 115 이상은 상승국면으로 구분한다. 수도권 주택매매시장 소비심리지수는 124.9로 전월보다 0.7p 하락했다. 서울과 함께 인천이 113.5에서 112.7로 0.8p, 경기가 124.2에서 124.1로 0.1p 각각 낮아졌다. 반면 전국 주택매매시장 소비심리지수는 117.3으로 전월보다 0.6p 상승했다. 비수도권 지수가 106.5에서 108.4로 1.9p 오르면서 전국 지수를 끌어올렸다. 비수도권은 보합국면을 유지했다. 지역별로는 강원이 97.2에서 114.1로 16.9p 올라 가장 큰 상승폭을 기록했다. 세종은 112.9에서 125.3으로 12.4p 상승하며 보합국면에서 상승국면으로 전환했다. 대구도 102.8에서 110.7로 7.9p 올랐다. 반면 제주는 100.3에서 89.2로 11.1p 하락해 하강국면으로 내려섰다. 경북과 울산도 각각 7.4p, 5.4p 낮아졌다. 서울 전세시장 소비심리는 매매시장과 다른 흐름을 나타냈다. 서울 주택전세시장 소비심리지수는 122.8로 전월보다 2.1p 상승했다. 지난 5월 124.2에서 8월 120.7까지 석 달 연속 하락한 뒤 반등했다. 수도권 전세심리지수는 119.8로 0.8p 올랐다. 인천은 114.7에서 115.3으로 상승하며 보합국면에서 상승국면으로 전환했고, 경기는 118.9에서 119.0으로 소폭 올랐다. 전국은 114.4로 0.9p 상승했지만 보합국면에 머물렀다. 중개업소 응답에서도 서울 전셋값 상승에 대한 체감이 나타났다. 서울 중개업소의 60.7%는 지역 전세가격이 전월보다 높아졌다고 답했다. '매우 높아짐'이 4.2%, '다소 높아짐'이 56.5%였다. 낮아졌다는 응답은 3.0%였다. 서울 중개업소의 64.0%는 전세주택을 임차하려는 사람이 임대하려는 사람보다 많았다고 응답했다. 임대하려는 사람이 더 많았다는 응답은 9.8%였다. 매매시장에서는 서울 중개업소의 39.8%가 매수하려는 사람보다 매도하려는 사람이 많았다고 답했다. 매수하려는 사람이 더 많았다는 응답은 19.9%였다. 주택 매매거래가 전월보다 감소했다는 응답은 39.0%로, 증가했다는 응답 8.3%를 웃돌았다. 주택 매매와 전세를 합친 전국 주택시장 소비심리지수는 115.9로 전월보다 0.8p 올라 상승국면을 유지했다. 수도권은 122.3으로 전월과 같았고, 비수도권은 108.4로 1.5p 상승했다. 토지시장 소비심리는 하락했다. 전국 토지시장 소비심리지수는 76.7로 전월보다 2.9p 낮아져 하강국면을 이어갔다. 수도권은 83.6으로 5.6p, 비수도권은 74.0으로 2.7p 각각 하락했다. 서울은 107.5에서 95.0으로 12.5p 떨어져 보합국면을 유지했다. 주택과 토지를 합친 전국 부동산시장 소비심리지수는 112.0으로 전월보다 0.5p 올라 보합국면을 유지했다. 수도권은 118.4로 0.6p 하락했고, 비수도권은 104.9로 1.0p 상승했다. 이번 조사는 지난 9월 21일부터 10월 13일까지 전국 152개 시군구의 일반가구 6680인과 중개업소 2338개소를 대상으로 전화조사 방식으로 진행됐다. 국토연구원 관계자는 본지에 “서울 매매시장 심리는 그동안 가파르게 오른 가격에 대한 고점 인식과 규제 영향 등이 반영돼 소폭 하락한 것으로 보인다"며 “지수 자체는 여전히 높은 수준인 만큼 심리 수준에서는 시장 위축보다는 상승세 둔화로 해석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전세시장에 대해서는 “전월보다 가격이 올랐다는 응답이 지수를 높인 것으로 보인다"며 “단순히 반등으로 보기보다는 과거와 비교해 높은 수준의 소비심리가 이어지고 있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장혜원 기자 dalgu@ekn.kr

[2026 국감] 오세훈 “서울 집값 상승, 공급 불안·전월세 급등 탓”…정부에 정비사업 규제 완화 촉구

오세훈 서울시장이 최근 서울 아파트값 상승의 주요 원인으로 주택 공급에 대한 불확실성과 전월세 시장 불안을 지목하며 정부에 재개발·재건축 관련 규제 완화를 촉구했다. 특히 서울 외곽 지역의 집값 상승이 전세 매물 감소와 맞물려 나타나고 있다며 주택 공급 확대와 임대시장 안정 대책이 병행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오 시장은 15일 국회 행정안전위원회의 서울시 국정감사에서 서울 주택시장 불안의 원인을 묻는 국민의힘 주호영 의원의 질의에 "제일 중요한 것은 서울 시민들이 주택 공급에 대한 예측과 확신을 가질 수 있느냐가 관건“이라고 밝혔다. 이어 “시민들이 공급에 대한 확신을 갖지 못하기 때문에 집값이 더 오르기 전에 사야 한다는 가수요가 발생하는 것"이라며 “이것이 집값 상승의 가장 중요한 원인이라고 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최근 서울 아파트값 상승세가 강남권에서 비강남권으로 확산하는 현상에 대해서는 전월세 시장의 수급 불균형을 주요 원인으로 꼽았다. 오 시장은 “최근 비강남 지역, 다시 말해 서울 외곽 지역의 아파트값이 계속 오르고 있다"며 “이는 해당 지역의 전세·월세 가격 상승과 매우 긴밀하게 연결돼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현 정부가 실거주를 지나치게 강조하는 정책을 추진하면서 전세 매물이 줄어들고 있다"며 “전월세 가격이 오르고 매물까지 부족해지면서 시민들이 주택 매수로 내몰리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고 주장했다. 특히 동북권과 서남권 등 그동안 상대적으로 집값 상승폭이 크지 않았던 지역에서도 매매가격이 오르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고 진단했다. 이날 서명옥 국민의힘 의원도 서울 아파트값이 87주 연속 상승하고 있다며 강남뿐 아니라 강북과 경기 지역으로 상승세가 확산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오 시장은 정부의 부동산 대책이 서울 외곽 지역의 전세 매물을 감소시키는 부작용을 낳고 있다는 기존 입장을 재확인했다. 오 시장은 서울의 주택 공급 확대를 위해서는 정비사업 활성화가 필수적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서울은 이미 가용한 토지가 많지 않은 도시이기 때문에 재개발·재건축·모아타운이 신규 주택 공급의 3총사"라며 “서울에 공급되는 주택의 절반 이상이 재개발·재건축을 통해 공급된다"고 말했다. 과거 정비구역 해제가 현재의 공급 부족으로 이어졌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주호영 의원은 박원순 전 서울시장 재임 당시 도시재생 정책 등으로 389곳의 정비구역이 해제되면서 계획됐던 약 43만호의 주택 공급이 지연됐다는 서울시 측 분석을 언급했다. 서명옥 의원 역시 과거 정비구역 해제에 따른 공급 공백이 현재 주택시장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지적했다. 오 시장은 이에 동의하며 “매년 순차적으로 공급됐어야 할 주택 물량이 당시 사라졌기 때문에 그 영향이 5년, 10년, 15년 뒤까지 이어질 수밖에 없는 구조"라고 주장했다. 다만 이러한 발언은 과거 정비구역 해제와 현재 주택가격 상승 사이의 인과관계에 대한 서울시 측 판단으로, 실제 공급 감소 규모와 시장에 미친 영향은 별도의 검증이 필요한 부분이다. 오 시장은 정비사업의 속도를 높이기 위한 핵심 과제로 조합원 지위양도 제한과 이주비 대출 규제 완화를 제시했다. 그는 “조합원 지위양도 제한을 한시적으로 3년만 해제해 주면 조합 내 갈등 요소가 현저하게 줄어들고 사업에도 속도가 날 수 있다"며 “정부에 수십 차례 건의했지만 아직 결단을 내리지 못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주비 대출 규제에 대해서도 추가 완화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오 시장은 “지난 8·13 대책에서 금융 규제를 일정 부분 완화했지만 그것만으로는 많이 부족하다"며 “이주비가 원활하게 공급될 수 있도록 지원한다면 정비사업 속도를 높이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전월세 시장 안정을 위해 민간 임대사업자에 대한 금융·세제 지원도 확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전월세 가격이 가파르게 상승하는 상황에서는 민간 임대사업자에 대한 세제상·금융상 혜택을 획기적으로 높여야 한다"며 “청년안심주택을 비롯한 임대주택 공급에 민간사업자가 적극 참여할 수 있도록 정책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서울시가 이날 보고한 주택 공급 실적에 따르면 2031년까지 재개발·재건축 등을 통해 총 31만호를 착공한다는 목표 아래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올해 착공 목표는 3만호로, 지난 9월 말 기준 1만5000호가 착공에 들어갔다. 연간 목표의 절반 수준이다. 서울시는 신속통합기획 2.0을 통한 인허가 지원과 공정 관리로 사업 기간을 단축하고, 핵심 전략 정비구역에서 3년 내 8만5000호 착공을 추진할 계획이다. 아울러 2031년까지 공공주택 13만호, 모아주택 4만호 착공을 목표로 사업 단계별 지연 요인을 집중 관리한다는 방침이다. 이날 국정감사에서는 정부의 용산공원 부지 활용 구상을 둘러싼 서울시와 중앙정부의 입장 차이도 드러났다. 주호영 의원이 정부의 용산공원 일부 주택 공급 검토에 대한 입장을 묻자 오 시장은 “용산공원 본체 부지 일부를 아파트로 개발하겠다는 계획은 용산공원 특별법의 취지에 정면으로 배치된다"고 주장했다. 이어 “국민적 공감대 속에서 국가공원으로 조성하기로 한 공간을 다른 용도로 전환하려면 법 개정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오 시장은 서울시가 실시한 긴급 여론조사에서 시민 약 3분의 2가 용산공원 개발에 반대했다며 공원 보존의 필요성을 설명했다. 대신 탄천 물재생센터 부지를 활용한 주택 공급 방안을 대안으로 제시했다. 그는 “무작정 반대만 할 것이 아니라 대안을 제시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했다"며 “용산공원은 토양오염 정화에 최소 3~4년에서 6~7년이 걸리는 등 현 정부 임기 내 착공하기 어려운 장애 요인이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탄천 부지도 10년 뒤를 내다보고 계획하는 만큼 용산공원 부지를 활용하는 것과 비슷한 시기에 주택을 공급할 수 있을 것으로 판단한다"고 밝혔다. 오 시장은 신임 국토교통부 장관과 만나 용산공원 보존 및 탄천 부지 활용 방안을 협의하겠다는 계획도 밝혔다. 한편 서울시는 이날 업무보고에서 신혼부부 맞춤형 주택인 '미리내집'을 지난 8월 말까지 누적 7108호 공급했다고 밝혔다. 청년 월세 지원은 같은 기간 2만8727명에게 제공했으며, 청년안심주택 공급과 역세권 장기전세주택 활성화도 지속 추진할 방침이다. 서울시는 앞으로도 정비사업 인허가 기간 단축과 정부 규제 개선 건의를 병행해 주택 공급 속도를 높인다는 계획이다. 장혜원 기자 dalgu@ekn.kr

[2026 국감] 581억에 판 제주헬스케어타운 땅, 1906억에 되살 판…JDC 부실관리 도마

제주국제자유도시개발센터(JDC)가 중국 녹지그룹에 581억원에 매각한 제주헬스케어타운 부지를 다시 사들이기 위해 협상에 나선 가운데, 해당 토지의 감정평가액이 매각가의 3배를 웃도는 1906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녹지그룹이 당초 약속한 투자와 고용을 제대로 이행하지 않았음에도 JDC가 계약상 환매권과 위약금 청구권을 행사하지 않으면서 사업 부실관리 논란이 커지고 있다. 15일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장종태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JDC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JDC는 2012년과 2014년 두 차례에 걸쳐 제주헬스케어타운 부지 11개 필지, 총 36만4396㎡를 녹지그룹에 1079억1900만원에 매각했다. 당시 녹지그룹은 사업협약과 토지매매계약에 따라 헬스케어타운 조성사업에 총 1조130억원을 투자하고 호텔과 의료시설 등을 건립해 3965명을 고용하기로 약속했다. 그러나 사업은 2017년 6월 중국 정부의 해외투자 제한 정책과 국내 자금조달 여건 악화 등의 영향으로 공사가 중단된 이후 사실상 답보 상태에 놓였다. 녹지그룹의 투자 실적은 2025년 말 기준 6360억원으로 당초 약정액의 63%에 그쳤다. 고용인원은 올해 8월 기준 125명으로 계획했던 3965명의 약 3% 수준에 불과했다. 호텔과 리조트는 완공되지 못했고, 워터파크와 의료 연구개발(R&D)센터 등을 포함한 7개 필지는 9년째 공터로 남아 있다. 대규모 투자 유치와 일자리 창출을 통해 제주를 의료관광 거점으로 육성하겠다는 당초 사업 구상도 차질을 빚고 있는 셈이다. 문제는 사업이 장기간 중단됐는데도 JDC가 계약상 마련된 대응 수단을 제대로 활용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JDC와 녹지그룹이 체결한 사업협약 및 토지매매계약에는 착공기한을 넘길 경우 계약을 해제할 수 있도록 하는 조항이 포함돼 있다. 2단계 매매계약에는 계약 체결일로부터 270일 이내 사업에 착수하지 않을 경우 계약을 해제할 수 있도록 했으며, 5년 이내 환매권 행사와 계약해제 시 매매대금의 20%를 위약금으로 청구할 수 있는 근거도 마련돼 있었다. 하지만 JDC는 계약해제나 환매권 행사를 한 차례도 하지 않았다. 위약금 청구·징수 실적 역시 전무했다. 오히려 JDC는 이행보증금 66억7000만원 가운데 61억5000만원을 녹지그룹에 반환했다. 현재 보유 중인 이행보증금은 5억2000만원에 그친다. 투자진흥지구 지정에 따른 세금감면액도 환수하지 않았다. 녹지그룹이 2016년부터 2023년까지 감면받은 취득세와 재산세는 총 49억6718만6000원에 달하지만 환수 실적은 0원으로 집계됐다. 이처럼 계약상 권리를 행사하지 않은 사이 JDC는 과거 매각했던 부지를 훨씬 높은 가격에 다시 매입해야 하는 상황에 놓였다. 현재 JDC는 녹지그룹이 보유한 9개 필지, 총 20만4917㎡와 건축물 2개소를 인수하기 위한 협상을 진행하고 있다. 해당 9개 필지의 과거 매각가격은 총 581억300만원이지만 올해 7월 기준 토지 감정평가액은 1906억1800만원으로 집계됐다. 매각 당시 가격의 약 3.3배에 달하는 금액이다. 시설별로 보면 의료R&D센터 부지의 감정평가액은 267억3800만원으로 과거 매각가 28억6200만원의 9.3배에 이르렀다. 기숙사동 부지 역시 16억2700만원에 매각됐지만 현재 감정평가액은 145억1600만원으로 8.9배 상승했다. 워터파크 부지는 36억3900만원에서 179억3200만원으로 4.9배, 헬스사이언스가든은 29억4200만원에서 128억4300만원으로 4.4배 높아졌다. 특히 JDC가 2019년 7월 환매기간 만료 이전에 권리를 행사했다면 매매가격 기준 약 74억원에 되찾을 수 있었던 헬스사이언스가든·의료R&D센터·기숙사동 등 3개 필지의 현재 감정평가액은 총 541억원에 달한다. 다만 1906억원은 토지에 대한 감정평가액으로, 실제 자산양수도 계약에 따른 최종 매입가격이 확정된 것은 아니다. 사업 정상화에 필요한 재정 부담도 상당하다. JDC가 자산을 인수한 뒤 중단된 공사를 재개하는 데 필요한 총사업비는 7576억원으로 추산됐다. 헬스케어타운 부지는 유원지로 지정된 토지로, 2017년 대법원 판결에 따라 제3자 매각이 제한된 상태다. 이에 따라 녹지그룹이 보유 자산을 다른 사업자에게 매각하거나 JDC가 새로운 투자자를 유치하는 데에도 제약이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이 때문에 JDC가 사업 정상화를 위해 직접 자산을 인수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지만, 당초 투자·고용 의무를 이행하지 않은 사업자의 자산을 공공기관이 높은 가격에 다시 사들이는 것이 적절한지를 둘러싼 논란이 제기된다. 계약 관련 정보의 비공개 문제도 도마에 올랐다. 장 의원에 따르면 JDC는 녹지그룹과 체결한 사업협약과 토지매매계약서뿐 아니라 올해 6월 체결한 자산양수도 업무협약의 주요 조건도 비밀유지 조항을 이유로 국회에 제출하지 않았다. 장 의원은 “사유가 무엇이든 녹지는 투자 63%에서 멈춰 9년째 그대로이고, 해제·환매·위약금 조항은 바로 이런 때 쓰라고 넣은 것"이라며 “녹지의 계약 불이행과 이를 보고도 묵인한 JDC 때문에 땅 7곳은 9년간 공터로 남았고, 3965명 고용은커녕 제주 의료관광 거점이라는 발전 기회까지 놓쳤다"고 지적했다. 이어 “581억원에 판 땅을 감정가대로 1906억원에 사는 것은 무리가 있는 만큼 녹지의 계약 불이행 책임을 물어 협상으로 매입가를 조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녹지는 이미 한 번 약속을 어긴 회사인 만큼 양수도 계약서에 이행 의무와 미이행 시 조치를 반드시 반영해야 한다"며 “매입 이후에는 헬스케어타운 시설의 79%를 JDC가 직접 운영하게 되는 만큼 어떻게 완성하고 운영할지 철저한 계획을 세워야 한다"고 덧붙였다. 장혜원 기자 dalgu@ekn.kr

[장혜원의 부동산현장] 아차산역 낡은 빌라촌의 변신…1663가구 개발 기대 속 주민 반발도

서울 지하철 5호선 아차산역 일대의 낡은 빌라촌에 재개발 바람이 불고 있다. 오래된 다세대·다가구주택이 밀집한 광진구 구의동 일대에서 도심 공공주택 복합사업과 신속통합기획 재개발이 잇따라 추진되면서다. 아차산과 서울어린이대공원 등 풍부한 녹지시설을 갖추고도 상대적으로 개발이 더뎠던 저층 주거지가 대규모 주거단지로 탈바꿈할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린다. 15일 에너지경제신문 취재를 종합하면 아차산역 동측은 지난달 정부의 도심 공공주택 복합사업 신규 후보지로 선정되면서 1663가구 규모의 주택 공급이 추진되고 있다. 인근 구의동 46번지와 32번지 일대에서도 서울시 신속통합기획을 통한 민간 재개발이 진행 중이다. 현장에서는 개발을 둘러싼 엇갈린 분위기도 감지됐다. 구의동 27-1번지 일원에는 건설사의 후보지 선정 축하 현수막이 걸린 반면, 구의동 51번지 일대에서는 공공 주도 개발에 반대하는 일부 소유주들의 현수막이 확인됐다. 개발 기대감과 재산권 우려가 교차하는 모습이다. 국토교통부는 지난달 30일 서울지역 도심 공공주택 복합사업 신규 후보지 11곳을 선정했다. 전체 공급 규모는 약 1만8000가구다. 이 가운데 광진구 아차산역 동측은 4만4620㎡ 부지에 1663가구를 공급하는 역세권 유형 사업지다. 도심복합사업은 공공이 주도해 노후 도심에 주택을 공급하는 방식이다. 민간 재개발과 달리 조합설립과 관리처분계획 등 일부 절차를 생략하고 용적률 인센티브 등을 활용해 사업기간을 단축하는 것이 특징이다. 정부는 이달 주민설명회를 열고 2027년 상반기 예정지구 지정을 거쳐 2030년 하반기 착공을 추진할 계획이다. 다만 주민 동의와 지구 지정 등 후속 절차가 남아 있어 실제 착공 시점은 달라질 수 있다. 에너지경제신문이 찾은 아차산역 주변은 지하철 5호선과 천호대로를 이용할 수 있는 교통 여건을 갖추고 있었다. 아차산과 어린이대공원, 아차산배수지체육공원 등 녹지·체육시설도 가까웠다. 그러나 주택가 안쪽으로 들어서자 오래된 빌라와 다가구주택이 이어졌다. 일부 골목은 차량이 교행하기 어려울 만큼 좁았고 경사진 도로도 눈에 띄었다. 대로변에 상업시설이 형성된 것과 달리 주거지 내부에는 저층 건축물이 밀집해 있었다. 아차산역 주변에는 구의동 23번지와 80-1번지 일대, 중곡동 일대 등에서도 정비사업이 검토되고 있다. 다만 지역마다 적용 제도와 추진 단계가 달라 일대가 동시에 개발될 것으로 보기는 어렵다. 한 정비업계 관계자는 “역세권임에도 고층 건물이 많지 않은 배경으로 과거 고도제한과 용도지역 규제를 지목하며 향후 도시계획 변화에 따라 개발 가능성이 커질 수 있다"고 평가했다. 그는 “아차산역 반경 약 700m 안팎에는 이들 지역 외에도 구의동 23번지와 80-1번지 일대, 중곡동 일대 등 복수의 정비사업 검토 지역이 분포한다"면서 “각 지역은 신속통합기획과 모아타운 등 적용 제도와 사업 단계가 달라 모든 사업지가 동일한 속도로 개발될 것으로 보기는 어렵다"고 덧붙였다. 아차산역 주변에서는 공공 도심복합사업뿐 아니라 민간 재개발도 추진되고 있다. 구의동 46번지와 32번지 일대가 대표적이다. 신속통합기획은 서울시가 정비계획 수립 초기부터 참여해 민간 정비사업의 계획 마련을 지원하는 제도다. 공공이 사업을 주도하는 도심복합사업과는 추진 방식이 다르다. 구의동 46번지 일대는 지난 2월 신속통합기획 주택재개발 후보지로 조건부 선정됐다. 서울시는 5월 28일 분양받을 권리의 산정 기준일 변경 고시를 통해 대상지 면적을 기존 10만5957.2㎡에서 12만702.8㎡로 확대했다. 이는 정비계획 수립을 위한 대상지 범위로, 향후 정비구역 지정 과정에서 조정될 수 있다. 인근 구의동 32번지 일대 역시 신속통합기획을 통한 재개발이 추진되고 있다. 두 지역 모두 아차산 자락을 따라 노후 저층 주택이 밀집해 있으며 정비계획 수립과 주민 동의 등 후속 절차를 거쳐야 한다. 현장에서는 건설업계의 관심을 보여주는 모습도 확인됐다. 구의동 27-1번지 일원 붉은 벽돌 다세대주택 앞에는 '도심공공주택 복합사업 후보지 선정'이라는 문구가 적힌 파란색 현수막이 걸려 있었다. 현수막에는 DL이앤씨의 로고와 축하 문구가 함께 표시돼 있었다. 부동산업계 관계자는 “여러 정비사업이 인접 지역에서 추진되면 중장기적으로 주거환경 개선과 기반시설 확충을 기대할 수 있다"면서도 “각 사업의 착공과 이주 시점이 겹칠 경우 주변 전월세 시장과 교통, 생활환경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했다. 그러면서 “특히 공공 주도 개발과 민간 재개발이 혼재하는 지역인 만큼 사업별 보상 기준과 이주 지원, 주택 공급 방식에 대한 정확한 안내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아차산역 주변 정비사업의 장점으로는 교통과 녹지 접근성이 꼽힌다. 아차산 등산로와 숲속도서관, 어린이대공원 후문, 아차산배수지체육공원 등이 인접해 있다. 반면 경사지의 보행환경과 좁은 도로, 통학 동선 등은 향후 정비계획에서 개선해야 할 과제다. 부동산업계에서는 구의동 46번지 일대의 개발 잠재력에 주목하고 있다. 아차산역에서 도보로 약 3~4분 거리에 위치한 역세권으로, 아차산배수지체육공원과 인접해 녹지 접근성이 뛰어나다는 평가다. 한 부동산 전문가는 관련 방송에서 이 지역의 예상 공급 규모를 2900~3200가구로 전망했다. 천호대로변에는 상대적으로 높은 아파트가 들어서고 아차산 방향으로 갈수록 건축물 높이가 낮아지는 형태로 단지가 조성될 가능성도 제시했다. 인근 구의동 32번지 일대는 아차산역에서 도보로 약 8분 거리에 위치하며 구의동 46번지 일대와 맞닿아 있다. 사업 면적은 약 8700평으로 소개됐으며, 향후 650~750가구 규모의 주택 공급이 가능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아차산역 동측 도심복합사업이 추진되는 구의동 27번지 일대는 지하철역에서 도보로 약 2~3분 거리에 위치한 역세권이다. 정부는 이 일대에 1663가구를 공급할 계획이다. 다만 구의동 46·32번지의 공급 규모와 건축물 배치 전망은 전문가 추정치로, 확정된 정비계획과는 구분해야 한다. 정비사업이 잇따라 추진되면서 인근 부동산 시장에도 개발 기대감이 나타나고 있다. 14일 부동산 정비사업 정보 플랫폼 '재개발닷컴'에 따르면 구의동 46번지 일대에는 41건의 매물이 등록돼 있으며, 다세대주택 호가는 최저 4억5000만원부터 10억원 이상까지 다양하다. 6억5000만원과 6억8000만원, 7억원대 매물도 확인된다. 구의동 32번지 일대는 등록 매물 5건으로, 최저 호가는 5억2000만원 수준이다. 다만 이는 매도인이 제시한 희망가격으로 실제 거래가격과 차이가 있을 수 있다. 건축물 상태와 면적, 대지지분 등에 따라서도 가격이 달라진다. 정비사업 후보지 선정이 곧바로 주택 가치 상승이나 사업 추진을 보장하는 것은 아니다. 향후 감정평가액과 추가 분담금, 사업기간 등이 소유자들의 부담을 결정하는 주요 변수로 작용한다. 개발 기대감이 반영된 높은 가격에 주택을 매입할 경우 사업 진행 과정에서 부담이 커질 가능성도 있다. 한 부동산업계 관계자는 “정비사업 초기 단계임에도 일부 매물 가격에 개발 기대감이 상당 부분 반영돼 있을 가능성이 있다"면서도 “실제로 정비사업 후보지로 선정됐다는 이유만으로 향후 주택 가치 상승이나 사업 추진이 보장되는 것은 아니다"라고 했다. 개발 기대감이 높아지는 가운데 공공 주도 사업에 반대하는 움직임도 확인됐다. 구의동 51번지 일대 주택가 담장에는 '주민 반대 의사 무시하는 도심공공복합사업 결사반대', '우리는 끝까지 투쟁한다'는 문구가 적힌 현수막이 걸려 있었다. 게시 명의는 '구의동 51번지 일대 LH 도심공공복합사업 반대 소유주 일동'이었다. 인근 안내문에는 구의동 27·28·29·30·49·50·51번지 일대 주민들을 대상으로 사업 반대 민원서 제출을 안내하는 내용도 담겼다. 게시 측은 공공 주도 개발에 따른 재산권 제한 등을 우려하며 민간 역세권 개발을 대안으로 제시했다. 정비사업 정보 플랫폼에 따르면 아차산역 동측 신규 후보지의 사업지 관련 자료에는 구의동 27-1번지와 29-18번지, 50-30번지 등의 필지가 등장한다. 반대 안내문에서 언급한 지역과 일부 지번대가 겹치는 셈이다. 주민 동의 확보는 향후 사업 추진의 핵심 변수다. 현행 공공주택 특별법에 따르면 도심복합사업은 복합지구 지정 절차에서 토지등소유자 3분의 2 이상의 동의와 사업 대상 토지 면적의 2분의 1 이상 확보 요건을 충족해야 한다. 토지 확보에는 소유권 취득이나 토지등소유자의 사용동의가 포함된다. 주민 등의 의견청취 공고일부터 1년 이내에 해당 요건을 충족하지 못하면 복합지구 지정 제안이 반려된다. 후보지 선정 단계에서 확보한 주민 의향률과 법정 동의 요건은 별개다. 아차산역 일대는 공공 도심복합사업과 민간 신속통합기획이 인접 지역에서 추진된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여러 정비사업이 계획대로 진행되면 노후주택 정비와 도로 등 기반시설 개선을 기대할 수 있다. 반면 사업 방식과 추진 단계가 다른 만큼 착공과 입주 시점에도 차이가 발생할 수 있다. 각 사업의 이주 시기가 겹칠 경우 주변 전월세 시장과 교통, 생활환경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도 있다. 공공과 민간 정비사업이 혼재하는 지역인 만큼 보상 기준과 이주 지원, 주택 공급 방식 등에 대한 정확한 안내가 필요한 이유다. 정부는 이번 신규 후보지 11곳을 통해 서울에 약 1만8000가구를 공급할 계획이다. 그러나 도심복합사업은 2021년 제도 도입 이후 실제 착공까지 상당한 시간이 걸렸다는 점에서 사업 실행력이 관건으로 꼽힌다. 아차산역 동측 역시 2030년 하반기 착공을 목표로 하지만 주민 동의와 사업성 검증, 보상 및 이주 대책 등 후속 절차가 남아 있다. 오랫동안 저층 빌라촌의 모습을 유지해 온 아차산역 일대가 대규모 주거단지로 탈바꿈할 수 있을지 관심이 모인다. 개발 기대감과 주민들의 재산권 우려가 교차하는 만큼 사업의 성패는 이해관계를 얼마나 원만하게 조율하고 계획을 실행에 옮기느냐에 달려 있다. 장혜원 기자 dalgu@ekn.kr

[2026 APEC 스마트 모빌리티 포럼] 자율주행 상용화, 기술보다 제도·인프라가 관건… 협력 로드맵 논의

인공지능(AI)과 자율주행 등 미래 모빌리티 기술이 빠르게 발전하고 있지만 실제 상용화를 위해서는 제도와 인프라, 전문인력, 사회적 수용성을 함께 확보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왔다.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회원경제들은 스마트 모빌리티 기술을 시범사업 단계에서 실제 교통서비스로 확대하기 위한 국제협력과 정책 로드맵 마련이 필요하다는 데 공감대를 형성했다. 14일 서울 중구 웨스틴조선호텔에서 열린 '2026 APEC 스마트 모빌리티 포럼'에서는 '모빌리티 정책 대화(Mobility Policy Dialogue)'를 통해 스마트 모빌리티 권고안의 실질적인 이행 방안과 회원경제 간 협력 과제가 집중 논의됐다. 국토교통부와 한국교통연구원이 마련한 이번 포럼은 '사람과 번영, 파트너십을 위한 스마트 모빌리티: 정책·기술·운영의 연결'을 주제로 오는 16일까지 진행된다. 이날 정책 대화에서는 지난해 인천에서 마련된 APEC 스마트 모빌리티 10대 권고안을 실제 정책과 산업 현장에 적용하기 위한 단계별 추진 방향이 제시됐다. 특히 각국의 기술 수준과 제도적 여건이 다른 만큼 획일적인 상용화 일정 대신 공동의 목표 아래 각국이 자국 상황에 맞게 기술을 도입하는 방식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나왔다. 이날 정책 대화는 문영준 한국과학기술원(KAIST) 교수의 진행으로 시작됐다. 김규옥 한국교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발표를 통해 지난해 APEC 회원경제들이 합의한 스마트 모빌리티 10대 권고안을 실제 정책으로 연결하기 위한 이행 로드맵을 제안했다. 김 선임연구위원은 “지난해 인천에서 APEC 회원경제들이 미래 모빌리티를 위한 공동의 방향에 합의했다"며 “이제 중요한 것은 합의한 권고안을 어떻게 실질적인 이행으로 옮길 것인가 하는 문제"라고 말했다. 그는 스마트 모빌리티의 핵심 요소로 통합과 연결성, 혁신, 인간 중심, 회복력, 규제, 인적자원 개발, 민관협력, 국제협력 등을 제시하면서 개별 기술보다 전체 교통체계를 하나의 시스템으로 바라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10대 권고안을 △연결된 시스템 △혁신과 가치 △신뢰와 역량 △파트너십과 협력 등 4가지 이행 차원으로 재구성했다. 김 선임연구위원은 “아무리 진보한 자율주행 기술을 보유하고 있더라도 인프라가 연결되지 않거나 규제가 준비되지 않고 숙련된 인력이 없다면 기술은 시범운행 단계에 머물 수밖에 없다"며 “4가지 이행 차원이 함께 발전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실행 로드맵은 3단계로 제시됐다. 첫 번째는 '학습과 구축' 단계다. 회원경제들이 우수사례를 공유하고 정책과 규제를 비교하면서 기술과 제도적 역량의 격차를 파악하고 전문인력을 양성하는 과정이다. 두 번째는 '입증과 연결' 단계로, 실제 시범사업을 통해 기술을 검증하고 서로 다른 교통수단과 서비스를 연계하면서 효과를 평가하는 방식이다. 세 번째는 '확대와 협력' 단계다. 실증사업을 통해 효과가 확인된 기술과 정책을 더 넓은 지역으로 확산하고 회원경제 간 협력을 강화하는 것이다. 김 선임연구위원은 “모든 경제체가 동일한 시간표를 따를 필요는 없다"며 “서로 다른 발전 경로를 허용하면서 공통된 방향을 설정하는 것이 현실적인 협력 방식"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자율주행과 연결형 도로교통, 전기 모빌리티, 교통수단 간 통합, 스마트 인프라, 교통안전 등을 우선 협력 분야로 제시했다. 이어 발표에 나선 응우옌티푸 APEC 교통연구전문가그룹(EGTR) 의장은 회원경제 간 정책과 연구 협력을 지원하기 위한 전문가그룹의 역할을 소개했다. 응우옌 의장에 따르면 EGTR은 올해 8월 출범했으며 김규옥 한국교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이 부의장을 맡고 있다. EGTR은 회원경제의 교통 분야 전문성을 연결하고 공동 연구를 통해 교통 문제의 해결 방안을 모색하는 협력체다. APEC 교통실무그룹의 정책 우선순위에 부합하는 연구 기반을 제공하는 역할도 담당한다. 응우옌 의장은 “각 회원경제가 필요로 하는 과제를 발굴하고 경험을 공유하면서 합의된 체계 안에서 공동의 연구 목표를 추진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협력 방식으로는 관심 있는 회원경제들이 특정 현안을 공동으로 연구하는 소규모 협력사업과 주제별 웨비나, 우수사례 공유, 공동 프로젝트 등이 제시됐다. 특히 스마트 모빌리티 기술의 상용화를 가로막는 규제와 표준, 운영체계의 차이를 비교하고 실제 적용 과정에서 발생한 문제를 분석하는 연구가 필요하다는 의견이 나왔다. 응우옌 의장은 APEC 재원 사업과 회원경제 자체 재원 사업 등 프로젝트 추진 방식도 소개하면서 회원경제 간 합의와 승인 절차, 연구 성과의 공유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어진 패널토론에서는 호주와 캐나다, 중국, 한국, 베트남 등 5개 경제체 관계자들이 스마트 모빌리티 정책의 우선순위와 기술 상용화 과정의 장애요인, 국제협력 방안을 논의했다. 호주 측 패널인 앤드류 모리스 맥하피 수석 컨설턴트는 자율주행과 협력형 지능형교통체계(C-ITS) 기술을 실제 운영 단계로 확대하는 것이 가장 중요한 과제라고 밝혔다. 그는 “호주는 지난 10년 동안 자율주행차와 협력형 지능형교통체계 분야에서 상당한 시범사업과 투자를 진행했다"며 “표준 개발과 상호운용성, 사이버보안, 보안 인증체계 등 기반을 마련했지만 이를 광범위한 실제 운영으로 전환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말했다. 특히 시범사업 이후 지속적인 운영을 가능하게 하는 재원과 조달체계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그는 “초기 시범사업에 대한 자금 지원이 종료된 이후 어떤 일이 발생했는지, 인프라 구축 비용은 누가 부담했으며 어떤 제도적 장벽을 해결해야 했는지 공유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단순히 기술의 성능을 검증하는 데 그치지 않고 사업의 경제성과 운영 주체, 투자 구조까지 검토해야 실제 상용화로 이어질 수 있다는 취지다. 캐나다 측 패널인 네일 코커 캐나다 교통부 전략정책국 과장 겸 선임정책자문관은 물류와 무역 분야의 디지털 전환을 주요 과제로 제시했다. 코커 과장은 캐나다가 무역 다변화와 교통 인프라 확충을 추진하고 있다며, 교통망의 연결성을 높이고 디지털 기반의 물류체계를 구축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특히 종이서류 없는 무역과 세관 데이터 공유 등 디지털 무역 분야에서 회원경제 간 상호운용성을 확보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스마트 모빌리티와 디지털 전환은 단순히 기술적인 문제가 아니라 다양한 주체 간 조정의 문제이기도 하다"며 “개인정보 보호와 보안, 신뢰, 국제표준 등에 대한 공동의 이해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중국 측 패널인 송용창 중국해안안전청 부국장은 교통 분야의 AI 적용을 확대하기 위한 정책과 실증사업 추진 현황을 소개했다. 송 부국장은 중국이 'AI+교통' 정책을 통해 지능형 주행과 스마트 항만, 스마트 물류 등 다양한 분야에서 AI 기술 적용을 확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특히 올해 100개 이상의 시범사업을 추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그는 “교통 분야의 AI 혁신 적용을 가속화하기 위해 컴퓨팅 자원의 공급을 최적화하고 고품질 데이터 구축과 차세대 통신, 사물인터넷 기술 발전을 지원할 것"이라며 “AI 거버넌스를 개선하고 전문인력 양성과 국제협력도 강화하겠다"고 말했다. 회원경제 간 협력 방안으로는 공동 시범사업과 기술표준의 조화, 데이터 교환체계 마련 등을 제안했다. 송 부국장은 “EGTR의 가치는 단순히 지식을 공유하는 데 그치지 않고 지식을 공동으로 창출하는 데 있다"며 “각 경제체가 실제 적용 사례를 제시하고 전문가들이 공동으로 평가하는 협력체계를 구축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베트남 측 패널인 황타인 건설부 부국장은 교통 인프라의 확충과 함께 지능형교통체계의 통합 운영이 중요한 과제로 떠올랐다고 설명했다. 베트남은 2030년까지 지능형교통체계(ITS) 구축을 추진하면서 교통관리센터와 교통정보의 통합을 모색하고 있다. 황 부국장은 “스마트 모빌리티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 중 하나는 상호운용성"이라며 “데이터 인터페이스와 시스템 구조, 사이버보안 원칙을 마련하고 성공사례뿐 아니라 시행착오에서 얻은 교훈도 공유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시스템 설계와 통합, 운영·유지보수 분야의 실무교육과 국제협력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한국 측 패널로 참석한 김기훈 국토교통부 도심항공교통정책과장은 자율주행과 도심항공교통(UAM), 이동로봇 등을 미래 모빌리티의 주요 정책 분야로 제시했다. 김 과장은 “기술적으로 가능하다는 것과 실제 상용화가 이뤄지는 것은 다른 문제"라며 “상용화를 위해서는 제도와 인프라, 전문인력, 국민적 수용성이라는 4가지 요소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자율주행 분야에서는 실증을 통해 데이터를 축적하고 제도적 기반을 마련하는 작업이 중요하며, UAM 역시 초기 상용화 모델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실제 서비스로 연결할 수 있는 방안을 검토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동로봇 분야에서는 기술 발전에 맞춰 제도화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고 밝혔다. 특히 회원경제 간 우수사례를 공유할 때 성공적인 결과뿐 아니라 정책 결정 과정과 시행착오까지 함께 공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과장은 “우수사례는 결과물이 많이 공유되지만 실제 의사결정 과정에서 어떤 판단이 이뤄졌는지 알기 어려운 경우가 많다"며 “시범사업에서 중요한 결정이 어떻게 내려졌고 어떤 시행착오를 겪었는지 공유한다면 각국의 정책 수립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는 자율주행과 UAM 등 새로운 교통수단이 국가별 법률과 사회·경제적 여건에 따라 서로 다른 방식으로 도입되는 만큼 정책 경험의 공유가 기술 자체의 교류 못지않게 중요하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한편, 이날 정책 대화에 이어 산업계와 차세대 전문가들이 참여하는 대화 프로그램도 진행됐다. 유민상 오토노머스에이투지 최고전략책임자(CSO)는 한국 공공도로에서 자율주행차를 운영하는 기업의 경험을 소개하며 미래 모빌리티를 논의하는 과정에서 청년세대의 목소리를 듣는 것이 중요하다고 밝혔다. 이어 LG경영연구원 천서형 연구원과 아주대학교 석사과정 이은호 씨, 경희대학교 김찬중 씨, 인도네시아 출신 서울시립대학교 석사과정 학생, 대만 출신 KAIST 석사과정 학생 등이 참석해 자신을 소개하고 미래 모빌리티에 대한 논의를 했다. 장혜원 기자 dalgu@ekn.kr

[현장] AI·자율주행 시대, 기술보다 중요한 것은 ‘책임’…2026 APEC 스마트 모빌리티 포럼 개막

인공지능(AI)과 자율주행 기술이 빠르게 발전하는 가운데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회원경제들이 미래 교통체계의 안전성과 지속가능성을 높이기 위한 협력 방안을 논의하기 위해 서울에 모였다. 단순한 기술 개발을 넘어 실제 도로와 대중교통 현장에서 이를 어떻게 구현하고, 사고 발생 시 누가 책임을 질 것인지가 핵심 과제로 떠올랐다. 국토교통부와 한국교통연구원은 14일 서울 중구 웨스틴조선호텔에서 '2026 APEC 스마트 모빌리티 포럼'을 개최했다. 오는 16일까지 사흘간 열리는 이번 행사에는 APEC 10개 회원경제 정부 대표와 국내외 교통 전문가, 산업계 관계자 등이 참석해 스마트 모빌리티 정책과 기술, 운영 경험을 공유한다. 올해 포럼의 주제는 '사람과 번영, 파트너십을 위한 스마트 모빌리티: 정책·기술·운영의 연결'이다. 지난해 처음 개최된 포럼에서 도출된 'APEC 스마트 모빌리티 권고안'을 바탕으로 교통혼잡과 도로 안전, 환경 지속가능성, 교통 접근성 등 회원경제들이 공통으로 직면한 문제의 실질적인 해결책을 모색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특히 AI와 자율주행, 디지털 전환이 교통산업의 패러다임을 바꾸고 있는 만큼 기술 혁신을 실제 교통서비스로 연결하기 위한 정책적·제도적 기반 마련이 주요 의제로 다뤄졌다. 이날 개회식에서 정의경 국토교통부 제2차관은 스마트 모빌리티 기술의 발전 속도에 걸맞은 정책과 운영체계 구축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정 차관은 개회사를 통해 “AI와 자율주행 기술이 빠르게 발전하고 있지만 기술이 발전한다고 해서 국민의 이동이 저절로 편리해지는 것은 아니다"라며 “정책과 기술 개발이 실제 도로와 대중교통 현장에서 안정적으로 구현돼야 국민이 변화를 체감할 수 있다"고 밝혔다. 이어 “APEC 회원경제마다 교통환경과 정책 여건이 다르고 지방정부가 직면한 과제도 서로 다르다"며 “어떤 정책이 효과를 거뒀고 어떤 시행착오가 있었는지 경험을 공유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앞으로 스마트 모빌리티는 기술이 얼마나 앞서 있느냐뿐 아니라 얼마나 안전하고 효과적으로 운영되는지에 따라 평가받게 될 것"이라며 “이번 포럼에서 논의된 경험과 해법이 아시아태평양 지역의 더 나은 교통환경을 만드는 데 기여하기를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김영찬 한국교통연구원장 역시 기술 발전에 따른 교통체계 변화와 국제협력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김 원장은 환영사에서 “AI와 자율주행, 전동화, 디지털 전환이 교통체계를 빠르게 변화시키고 있지만 도로 안전과 탄소중립, 고령화, 교통 접근성 격차 등 해결해야 할 과제도 더욱 복잡해지고 있다"고 진단했다. 이어 “APEC 회원경제들은 서로 다른 교통체계와 정책환경, 기술 역량을 보유하고 있다"며 “각자의 경험과 교훈을 공유한다면 새로운 통찰력과 실질적인 해결책을 도출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번 포럼의 성과는 단순히 공유된 아이디어가 아니라 논의 이후 어떤 협력이 이뤄지는지에 따라 평가될 것"이라며 “공동연구와 정책 협력, 지식 교류를 확대하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고 강조했다. 마티아스 프랑케 주한 칠레대사는 한국의 스마트 모빌리티 정책과 교통 인프라 운영 경험을 높이 평가하면서 민관협력의 중요성을 역설했다. 프랑케 대사는 “한국에서 근무하는 동안 서울이 스마트하고 지속가능하며 통합적이고 안전한 모빌리티의 모범사례로 발전하는 모습을 직접 목격했다"고 말했다. 특히 서울의 통합 대중교통체계와 자율주행버스, 강릉의 지능형 교통관리체계를 사례로 소개했다. 강릉에서는 CCTV와 레이더, AI 기술을 활용해 차량과 보행자의 움직임을 분석하고 교통흐름을 개선하는 한편 긴급차량에 우선 통행권을 부여하는 시스템이 운영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스마트 모빌리티의 성공은 중앙정부와 지방정부, 대중교통 당국, 민간 운영자 등 다양한 이해관계자의 협력에 달려 있다"며 “협력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을 경우 그 피해는 결국 교통서비스 이용자들에게 돌아간다"고 지적했다. 이어 기술과 혁신에 관한 모든 논의에서 잊지 말아야 할 것은 사람"이라며 “미래 모빌리티로 전환하는 과정에서 누구도 소외되지 않도록 접근성을 확대하고 삶의 질을 개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에드아르도 페드로사 APEC 사무총장도 회원경제 간 정책 경험과 실무 지식 공유의 중요성을 언급했다. 페드로사 사무총장은 “디지털 기술과 AI가 사람과 물자의 이동 방식을 재편하면서 새로운 기회와 도전이 동시에 나타나고 있다"며 “어느 한 경제체가 모든 해답을 갖고 있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서로의 경험을 공유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밝혔다. 이어 “기술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며 “실질적인 진전은 효과적인 정책체계와 운영 경험, 정부·산업계·학계·지역사회 간 파트너십에 달려 있다"고 말했다. 개회식에 이어 진행된 첫 번째 기조연설에서는 자율주행 상용화 시대의 책임체계 구축이 핵심 의제로 제시됐다. 황기연 한국과학기술원(KAIST) 초빙교수는 운전자 없는 자율주행차가 도로를 운행하는 시대에 대비해 사고 대응과 피해자 보상, 데이터 관리 등을 담당할 '운행대행자(DSP·Driving Service Provider)' 모델을 제안했다. 황 교수는 “운전자 없는 자동차는 더 이상 연구실 속 아이디어가 아니다"라며 “로보택시가 실제로 유료 승객을 태우고 운행하는 시대가 됐지만 차량이 스스로 해결할 수 없는 상황이 발생했을 때 누가 대응하고 피해자에게 보상할 것인지에 대한 문제는 여전히 남아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자율주행 기술이 발전하더라도 모든 돌발상황에 완벽하게 대응하기는 어렵다고 설명했다. 정전이나 대규모 인파 밀집, 자연재난, 도로공사 등 예측하기 어려운 상황에서는 차량 자체의 판단 능력만으로 한계가 있다는 것이다. 이에 황 교수는 차량의 자율주행 기능과 도로 인프라, 책임 있는 운영 주체를 연결하는 3단계 구조를 제시했다. 차량은 자체 AI를 통해 실시간 주행과 제동 등을 수행하고, 도로 인프라는 교통신호와 주변 상황을 공유하며, DSP는 운행 상황을 관리하고 사고 발생 시 대응과 보상 책임을 맡는 방식이다. 특히 사고 발생 이후 제조사와 소프트웨어 개발사, 운영사업자 등이 책임 소재를 다투는 동안 피해자가 보상을 받지 못하는 문제를 방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황 교수는 “피해자가 기업들 사이의 책임 공방이 끝날 때까지 기다려서는 안 된다"며 “DSP가 먼저 피해자에게 보상하고 이후 사고 기록과 증거를 바탕으로 책임 있는 당사자에게 비용을 청구하는 구조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자율주행차의 사이버보안과 데이터 관리 역시 중요한 과제로 꼽았다. 차량 운행정보에는 보행자 얼굴과 차량번호판 등 민감한 정보가 포함될 수 있는 만큼 데이터 관리 주체와 활용 범위를 명확히 해야 한다는 것이다. 황 교수는 “AI는 이제 책임 있는 사업자가 필요하다"며 “자율주행차의 지능을 대체하려는 것이 아니라 차량과 도로, 책임 있는 운영체계를 연결해 신뢰할 수 있는 서비스를 구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두 번째 기조연설자로 나선 마이클 앨런 브라운 미국 남서부연구원(SwRI) 수석연구원은 AI 기반 지능형 교통체계의 발전 방향을 소개했다. 브라운 연구원은 과거 교통관리센터가 CCTV와 레이더, 도로 검지기 등을 통해 수집한 정보를 바탕으로 사람이 직접 교통상황을 판단했다면, 앞으로는 차량과 도로 인프라, 교통관리센터가 지능을 공유하고 협력하는 방식으로 발전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과거에는 교통관리센터가 교통체계의 두뇌 역할을 했지만 이제는 차량과 인프라 곳곳에 지능이 분산되고 있다"며 “단순히 정보를 주고받는 단계를 넘어 교통상황의 의미를 이해하고 대응 방안을 함께 결정하는 체계로 진화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AI가 교통사고나 역주행 차량, 보행자 위험 등을 감지하고 교통관리센터 운영자에게 대응 방안을 제안하는 사례도 소개했다. 특히 미국 테네시주에서 진행한 교통관리 프로젝트를 언급하며 AI가 교통상황에 따라 제한속도를 조정하는 시스템을 지원하고, 운영자가 AI의 판단을 검토하면서 교통관리 효율성을 높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대규모언어모델(LLM)을 활용한 교통관리 시스템도 주목받았다. 교통관제사가 자연어로 시스템에 질문하면 AI가 상황을 분석하고 표준운영절차에 따라 필요한 조치를 안내하는 방식이다. 브라운 연구원은 “교통관리기관은 한정된 인력으로 갈수록 복잡해지는 업무를 수행해야 한다"며 “AI가 사람과 함께 상황을 판단하고 대응하는 체계를 구축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모든 데이터를 AI에 입력하고 알아서 해결하도록 맡길 수는 없다"며 “데이터 품질과 국제표준, 단계적인 AI 도입, 인간과 AI의 협력체계를 함께 고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장혜원 기자 dalgu@ekn.kr

[2026 국감] KTX 이용객 83% 늘 때 좌석은 5% 증가…“표 구하기도, 제때 도착도 어렵다”

KTX 이용객이 최근 5년간 83% 증가하는 동안 공급좌석은 5% 늘어나는 데 그친 것으로 나타났다. 올해는 8개월 만에 60분 이상 장기 지연된 열차가 지난해 연간 규모를 넘어섰다. 승차권 확보의 어려움과 열차 지연이 겹치면서 선로 병목구간 개선과 신규 차량 도입을 병행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왔다.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정일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인천 연수을)은 13일 한국철도공사 국정감사에서 KTX 좌석 공급 부족과 지연 문제를 지적하고, 정규열차 증편과 수송력 확대 대책을 촉구했다. 정 의원이 코레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KTX 이용객은 2021년 4544만6000명에서 2025년 8323만4000명으로 83.1% 증가했다. 반면 같은 기간 공급좌석은 7014만7000석에서 7378만6000석으로 5.2% 늘어나는 데 그쳤다. 코로나19 영향이 상대적으로 줄어든 2023년과 비교해도 수요와 공급의 증가 폭은 달랐다. 2025년 이용객은 2023년보다 9.4% 늘었지만 공급좌석은 1.6% 증가했다. 특히 지난해에는 전년 대비 이용객이 2.5% 늘었음에도 공급좌석은 오히려 0.5% 감소했다. 정 의원은 “KTX 이용객은 늘어나는데 지난해 공급좌석은 오히려 줄었다"며 “국민은 표를 구하기도 어렵고, 어렵게 탄 열차마저 지연되는 이중의 불편을 겪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임시열차와 기존 좌석 활용에 머물지 말고, 정규열차 증편과 병목구간 개선을 통해 수송력을 확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 의원은 좌석 부족을 해소하기 위해 평택∼오송 복복선 사업과 신규 고속열차 도입, 수색∼광명 구간 개선을 함께 추진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우선 평택 SR 분기점∼오송 복복선 공사를 계획대로 2028년까지 완료해 선로용량을 하루 190회에서 372회로 확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계획대로 확충되면 하루 운행 가능 횟수는 182회, 약 95.8% 늘어난다. 다만 선로가 늘어나더라도 운행 차량이 부족하면 실제 증편으로 이어지기 어렵다는 점도 짚었다. 정 의원은 신규 고속열차 도입계획을 적기에 이행하고, 복복선 개통 시점에 맞춰 충분한 차량을 확보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특히 1차분 28편성의 차질 없는 도입을 요구했다. 이날 질의에서는 기존 열차를 연결해 좌석을 늘리는 방안도 거론됐다. 코레일 측은 차량 부족을 제약 요인으로 설명했다. 국토교통부 김태병 철도국장은 별도 차량 도입계획과 관련해 2027년 3월부터 월 2편성씩, 편성당 약 500석 규모의 고속열차 총 31편성을 확보할 예정이라고 답했다. 정 의원은 수색∼광명 구간 24.5㎞ 노선 지하화 등 수도권 병목구간 개선사업도 속도감 있게 추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국토부는 수색∼광명 사업이 예비타당성조사를 통과했으며 올해 안에 기본설계를 발주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코레일과 SR 통합을 통한 수송력 확대 가능성도 언급됐다. 정 의원은 서울역과 수서역 출발 노선의 관계를 짚으며 통합 효과를 강조하는 한편, 노사 문제에 대한 협의를 주문했다. 국토부는 코레일과 SR 노사 등이 참여하는 협의체를 통해 논의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열차 지연 문제도 도마에 올랐다. 코레일 제출자료에 따르면 올해 1∼8월 60분 이상 장기 지연된 열차는 지난해 연간 규모를 이미 넘어섰다. 정 의원은 국제철도연맹(UIC) 기준에 따른 높은 정시율을 설명하는 것만으로는 승객의 불편에 충분히 답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정 의원실에 따르면 15분 59초 이내 도착을 정시로 보는 UIC 기준을 적용한 정시율은 약 99.6%인 반면, 코레일 고객서비스헌장 기준 정시율은 88.15%였다. 기준에 따라 11%포인트 넘게 차이가 나는 셈이다. 정 의원은 “열차 지연이 늘어나는데도 국제철도연맹 기준에 따른 약 99.6%의 정시율을 언급하는 것은 국민의 불편에 매우 둔감한 대응"이라며 “고객서비스헌장 기준으로 보면 정시율은 88.15%로 국제기준과 차이가 난다"고 밝혔다. 이어 “한국철도공사는 국민 입장에서 지연 원인별 예방 대책과 재발 방지 조치를 마련해 실제 지연을 줄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 의원은 지연 원인을 시설·차량·운영 등 유형별로 분석하고, 반복되는 원인에 대한 재발 방지 대책과 개선 일정을 마련할 것을 요구했다. 지연 발생 시에는 정확한 안내와 신속한 대응을 통해 환승 차질 등 승객 피해를 줄여야 한다고 주문했다. 장혜원 기자 dalgu@ekn.kr

외교·국방·금융까지 세종으로…44개 기관·9929명 이전 추진

정부가 외교부·통일부·국방부·금융위원회 등 수도권에 남아 있는 중앙행정기관의 세종 이전을 추진한다. 대상은 총 44개 기관, 공무원 정원 기준 9929명이다. 내년부터 임차청사를 활용해 기관들을 먼저 옮기고, 독립청사와 특수시설이 필요한 기관은 청사를 신축해 2031년까지 순차적으로 이전한다. 세종과 수도권으로 나뉜 행정체계를 재편해 국정운영의 효율성을 높이고 국가균형발전을 촉진한다는 구상이다. 다만 핵심 부처 이전을 위한 법 개정과 예산 확보, 공무원 정착 지원이 뒤따라야 한다. 이날 브리핑에서는 수도권 인구 분산과 경제적 파급효과를 뒷받침할 구체적인 분석 자료가 제시되지 않아 실효성을 묻는 질문도 이어졌다. 윤호중 행정안전부 장관은 13일 광화문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브리핑에서 “정부는 지난 9월 수도권 일극체제를 극복해 국가균형발전을 도모하고, 국정과제인 행정수도 세종 완성을 차질 없이 이행하기 위해 수도권에 남아 있는 중앙행정기관의 추가 이전을 추진하겠다고 발표한 바 있다"며 구체적인 이전 대상과 추진 계획을 공개했다. 윤 장관은 “국정운영의 효율성을 위해 중앙부처는 모두 세종으로 이전하되, 직접 대민서비스를 담당하는 소속기관은 이전 대상에서 제외했다"고 밝혔다. 행안부는 지난 9월 3일 이전 추진방향을 발표한 뒤 관계기관 협의와 네 차례 전문가 의견수렴을 거쳐 이전 대상과 방식을 구체화했다. 수도권 소재 142개 행정기관을 대상으로 기관별 기능과 업무 특성, 기관 간 연계성, 청사 확보 여건 등을 검토했다. 현재까지 세종으로 이주한 기관은 43개이며, 이주 당시 정원 기준으로 1만4731명이다. 이번 이전은 임차청사 활용과 청사 신축 후 이전 등 두 가지 방식으로 추진한다. 임차청사를 활용하는 대상은 27개 기관, 2995명이다. 내년 상반기에는 방송미디어통신위원회·개인정보보호위원회·원자력안전위원회·국가인권위원회·국가교육위원회·재외동포청 등 6개 기관의 이전을 우선 추진한다. 하반기에는 금융위원회를 비롯한 소속기관과 각종 자문위원회 등 19개 기관이 이전한다. 법무부와 성평등가족부도 임차청사 활용 대상에 포함됐지만, 구체적인 이전 시점은 행복도시법 개정 시기에 맞춰 정한다. 윤 장관은 “임차청사를 활용할 수 있는 27개 기관은 2027년 중 단계적으로 이전할 계획"이라며 “법무부와 성평등가족부는 행복도시법 개정 시기에 맞춰 이전 시점을 정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독립청사나 수사·보안·관제 등 특수시설이 필요한 17개 기관, 6934명은 청사를 신축한 뒤 2031년까지 순차적으로 이전한다. 외교부·통일부·국방부와 감사원·경찰청·공소청·중대범죄수사청·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등이 해당한다. 국립외교원·국방홍보원·국방전산정보원 등 부처 연계 소속기관도 포함됐다. 윤 장관은 “독립청사와 특수시설이 필요한 17개 기관은 업무 특성에 맞는 청사를 신축한 뒤 이전하겠다"며 “수사·보안 등 업무 특성에 맞는 최적의 시설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대통령비서실·국가안보실 등 대통령과 직접 연계된 기관의 이전은 별도로 검토한다. 윤 장관은 “대통령 연계 기관의 이전은 대통령 집무실 완전 이전 시기 등을 고려해 별도로 검토하겠다"며 “2033년 국회 세종의사당이 완공되면 세종은 명실상부한 행정의 중심지로서 면모를 갖출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 자료에는 대통령 세종 집무실 준공 목표가 2029년, 국회 세종의사당 준공 목표가 2033년으로 제시됐다. 독립청사가 필요한 기관과 향후 임차청사 활용 기관 등을 위한 청사 건립에는 약 3조1000억원이 소요될 것으로 추산됐다. 정부는 내년 기본설계비 약 286억원을 반영해 청사 건립 절차에 착수할 계획이다. 전체 사업비는 기관별 입지와 시설 규모, 부지 확보 및 설계 결과에 따라 조정될 수 있다. 내년 임차청사 활용 기관의 청사 임차·조성·운영비와 공무원 이주지원비 등에는 약 897억원이 필요할 것으로 예상됐다. 신축청사가 완공될 때까지 임차청사를 사용하는 데 따른 후속 비용도 발생할 전망이다. 대통령 집무실 이전 비용은 이번 중앙행정기관 이전 비용에 포함되지 않았다. 공무원과 가족의 정착 지원도 추진한다. 이사비와 초기 이주지원비를 지원하고, 주택 마련이나 자녀 학기 종료 등으로 즉시 이주하기 어려운 공무원에게 한시적으로 교통편을 지원하는 방안도 검토한다. 다만 지원금 규모와 지급 기간 등은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 윤 장관은 “이전 공무원과 가족이 세종에 안정적으로 정착할 수 있도록 주거·교통 등 필요한 지원 방안을 마련하겠다"며 “기관 이전은 공무원과 가족의 생활에 큰 변화를 가져오는 만큼 충분히 소통하며 이전에 따른 어려움을 줄여 나가겠다"고 말했다. 질의응답에서 정부 관계자는 “관계기관이 태스크포스를 구성해 이주 지원 방안을 논의하고 있지만 아직 확정된 것은 아니다"라며 “기존 지원 사례를 검토해 어느 정도 지원 범위를 설정한 상태로, 관계부처와 추가 논의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기관 이전으로 발생하는 서울·과천 정부청사의 유휴공간은 수도권에 남는 특별행정기관 등을 입주시켜 우선 활용할 방침이다. 민간 청사를 임차 중인 기관의 입주 수요도 조사하고, 중장기 활용 방안은 연구용역 등을 통해 마련한다. 금융위원회의 세종 이전을 놓고 금융감독원과 국책은행 등 관련 기관도 함께 옮기는지, 정부의 경제수도 서울 구상과 상충하는지를 묻는 질문도 나왔다. 정부는 이번 발표가 중앙행정기관을 대상으로 한 것으로, 금융감독원 등 관련 기관의 이전 여부는 별도 검토 사안이라고 설명했다. 공공기관 2차 지방이전 방안은 올해 4분기 발표를 목표로 준비하고 있다고 밝혔다. 정부 관계자는 “금융정책은 금융시장 유관기관과의 긴밀한 연계뿐 아니라 관계부처 간 정책 협의·조정도 필요하다"며 “금융정책을 강화하기 위해 반드시 서울에 있어야 하는 것은 아니라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이어 “금융시장의 대응력을 유지하고 강화하기 위해 세부 이전 계획을 세울 때 별도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덧붙였다. 경찰청과 수사기관의 이전으로 수도권 사법기관과의 업무 연계가 약화하거나 전문인력이 이탈할 수 있다는 우려에 대해서는 “관계기관과 세부 이전 계획을 마련하는 단계에서 구체적인 방안을 마련해 나가겠다"고 답했다. 대법원·헌법재판소·중앙선거관리위원회 등 헌법기관은 이번 이전 대상에 포함되지 않았다. 정부 관계자는 “헌법기관과 이전에 관해 본격적으로 논의한 바는 없다"며 향후 국가운영체계 차원에서 별도 논의가 필요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현지 대민서비스나 입지의 역사성이 중요한 기관은 수도권에 남는다. 국립과천과학관·국립국악원·국립중앙도서관·경찰병원 등이 대표적이다. 국립고궁박물관처럼 역사적 장소와의 연계성이 중요한 기관도 이전 대상에서 제외됐다. 이날 브리핑에서는 기존 세종 이전의 성과와 이번 추가 이전의 효과를 묻는 질문이 반복됐다. 정부 관계자는 “세종시 출범 이후 수도권 집중 완화를 위한 커다란 효과는 확인하기 어렵지만, 세종시와 같은 도시가 건설돼 인근 지역과 함께 발전할 가능성은 여러 가지로 확인됐다고 판단한다"고 말했다. 이어 “도시의 성장 과정에서 중앙행정기관 이전을 통해 성장 동력을 추가한다면 성공 가능성이 있다고 생각해 2차 이전을 추진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구체적인 인구 분산과 경제적 파급효과 분석 자료를 요구하는 질문에는 “명확한 자료를 찾지 못해 추후 자료를 검토한 뒤 따로 설명할 기회를 마련하겠다"고 답했다. 정부는 이번 이전 대상을 선정할 때 기관별 기능과 업무 특성, 업무 연계성과 수행 여건을 우선적인 기준으로 삼았으며, 이전 과정에서 나타날 문제는 보완해 나가겠다고 설명했다. 국무조정실 관계자는 “세종시 행정기관 이전 하나만 볼 것이 아니라 혁신도시와 공공기관 이전, 5극 3특 균형성장 정책을 큰 틀에서 바라봐야 한다"며 “상징적인 부분과 지역경제 유발 효과, 국가균형발전 전체의 의미가 다층적으로 포함돼 있어 단순히 얼마만큼의 효과가 있다고 설명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외교부·통일부·국방부·법무부·성평등가족부는 현행 행복도시법상 이전 제외기관으로 규정돼 있어 법 개정이 선행돼야 한다. 정부는 이들 부처를 이전 제외대상에서 삭제하는 개정안을 이번 정기국회에서 최대한 처리할 수 있도록 국회와 협의할 방침이다. 윤 장관은 “국회와 긴밀히 협력해 외교부·통일부·국방부·법무부·성평등가족부를 이전 제외기관에서 삭제하는 행복도시법 개정과 필요한 예산 확보를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이후 관계기관 협의와 공청회 등 법정 절차를 거쳐 이전계획을 변경·고시하고, 기관별 청사 확보와 이전 준비 상황에 따라 순차적으로 이전을 추진한다. 민원·인허가 등 행정서비스에 공백이 발생하지 않도록 기관별 업무 연속성 확보 방안도 마련한다. 행정중심복합도시건설청은 국회 세종의사당 부지 마스터플랜 당선작이 마련된 상태이며, 향후 행정수도 특별법이 통과되면 국회 전체 이전을 위한 설계 변경 등도 추진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추가 이전에 따른 교통·기반시설 여건은 대통령 집무실과 국회 이전 계획을 함께 고려해 검토한다. 관련해 윤 장관은 발표문에서 “중앙행정기관의 이전은 단순히 정부의 공간을 옮기는 데 그치는 일이 아니다"라며 “수도권 일극체제를 극복하고 국토를 균형 있게 활용하는 공간 전략이자 대한민국의 지속 가능한 미래와 새로운 도약을 이끄는 성장 전략"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정부는 국민 불편을 최소화하면서 기관의 이전과 업무 방식 개선을 함께 추진해 행정수도 세종의 기능을 강화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장혜원 기자 dalgu@ekn.kr

배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