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가 가업을 물려받은 후 이전과는 다른 도전을 실행할 때마다 야단을 많이 맞았습니다. 그때 제 대답은 '모르니까 일단 해보겠다'였죠. 실패를 해도 이유를 모르면 한 번 더 했습니다. 실패하며 쌓인 경험은 기존과는 다르더군요. 삼진식품이 일어설 수 있었던 건 한계를 모르던 저의 '무지(無知)' 덕분이었다고 생각합니다." 박용준(42) 삼진식품 대표는 할아버지가 설립한 어묵 공장을 물려받아 사업을 일군 '3세 경영인'이다. 그는 15일 서울 여의도 FKI타워에서 열린 '2025 강한 소상공인 밸류업 데이'에서 “영세 사업장에 불과했던 삼진식품은 지난해 약 1000억원의 매출을 올렸다"며 “30년 뒤 삼진식품은 글로벌을 넘어 우주로 향하는 기업이 될 것"이라고 자신했다. 지금이야 삼진식품이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국민 어묵 기업'으로 이름을 날리고 있지만, 사실 박 대표가 사업을 물려받기 전인 2012년 이전까지만 해도 삼진식품은 부산 지역에 많고 많은 어묵 제조업체 중 한곳에 불과했다. 과거 미국에서 회계사의 삶을 살던 박 대표는 사실 가업 승계에 뜻이 없었다. 그러던 어느 날, 삼진어묵이 세무당국의 조사를 받으면서 부모님이 박 대표에게 SOS를 보냈다. 그렇게 귀국한 박 대표가 맞닥뜨린 것은 컴퓨터 한 대도 없는 영세 사업장이었다. 박 대표는 “업계 자체가 영세하다보니 세금 신고는 물론이고 장부도 부실했다"며 “나름 제조회사인데 공장 가동률은 하루 3시간에 불과했다. 대대적인 수술이 필요했다"고 말했다. 가장 먼저 뛰어든 건 영업이었다. 어묵을 팔 수 있을 만한 곳에 연락을 돌리고 전국의 시장을 돌며 판로를 찾았다. 그 과정에서 가격 경쟁의 비극을 마주했고, 기업 간 거래(B2B)의 한계를 체감했다. 그렇게 만들게 된 브랜드가 '삼진어묵'이다. 박 대표는 “어묵 제조업계 최초로 기업 소비자간 거래(B2C)에 도전해, 오프라인 매장도 내고 온라인 쇼핑몰도 만들었지만 초반 결과는 처참했다"면서 “비닐봉지에 넣어 팔던 어묵을 예쁘게 포장해서 선물용으로 만들었을 때는 '이걸 누가 사겠냐'고 야단도 많이 맞았다"고 말했다. 여러 반대를 무릅쓰고 시도했던 박 대표의 도전은 결국 시장이 알아줬다. 지난해 설 명절 일주일 동안 삼진어묵 선물세트는 무려 20만 박스가 팔렸다. 매출로는 200억원 수준이다. 삼진식품은 올해 초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세계 최대 전자제품 박람회 'CES 2025'에도 부스를 냈다. 물을 부어 반죽을 만든 뒤 튀기면 어묵이 되는 '블루 미트 파우더'를 선보이며 '푸드테크' 기업으로 도전장을 낸 것이다. 박 대표는 “여전히 어묵은 더 건강하게 만들 수 있다"면서 “양질의 단백질을 제공하는 공급원이자, 고기나 콩보다 채산성이 좋아 산업적 가치가 무궁무진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어묵을 커피나 피자, 불닭볶음면처럼 대중화된 상품으로 각인시키는 것이 목표"라며 “삼진식품이 창립 100주년이 될 무렵에는 '완전 영양식품'인 어묵으로 글로벌 시장을 제패하고, 우주까지 나아가는 기업으로 도약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정희순 기자 hsjung@ekn.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