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크 던리비 미국 알래스카 주지사가 한국 체류일정을 늘리며 알래스카 LNG 프로젝트에 기업들이 참여하도록 열심히 마케팅을 하고 있지만, 기업들의 반응은 뜨뜻미지근하기만 하다. 환경단체는 프로젝트의 탄소비용만 최대 6300조원이 발생할 것이라며 경제성이 없고, 한국이 여기에 참여하면 큰 리스크에 빠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던리비 주지사는 국내 언론과 인터뷰에서 한국이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관세 압박을 벗어나기 위해선 프로젝트에 참여하는 것이 나을 것이라며 노골적인 압박을 가했다. 27일 연합뉴스 등 국내 언론에 따르면 마이크 던리비 알래스카 주지사는 지난 26일 서울 콘래드호텔에서 국내언론과 인터뷰를 갖고 “(한국이) 알래스카 LNG를 구매하겠다는 합의를 먼저 해야, 이후 관세를 포함한 여러 사안들에 대한 논의가 가능해질 것"이라며 “이는 무역 불균형 문제와 관세 이슈 등과도 연결될 수 있는 사안"이라고 말했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한국 등 무역상대국들에게 관세 폭탄 압박을 가하고 있는 가운데, 한국이 알래스카 프로젝트에 참여하면 관세 논의가 보다 유리해 질 수 있다고 노골적인 압박을 한 것이다. 실제로 트럼프 대통령은 알래스카 LNG 프로젝트에 관심이 많다. 그는 지난 1월 취임 직후 에너지 비상사태를 선포하며 프로젝트 개발을 개시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또한 현지시간으로 지난 4일 트럼프 대통령은 첫 의회연설에서 “우리 행정부는 세계에서 가장 큰 규모 중 하나인 알래스카의 거대한 천연가스관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일본과 한국 등 다른 나라들이 우리의 파트너가 되고 싶어 한다. 그들은 수조 달러를 투자할 것이다. 정말 장관(spectacular)이 될 것이다"라고 말했다. 던리비 주지사는 해당 프로젝트가 트럼프 대통령의 관심사안인 점을 강조하며 사실상 한국에 참여를 요구하고 있지만, 우리 정부와 기업들의 반응은 뜨뜻미지근하기만 하다. 던리비 주지사는 25일 김동연 경기도지사와 안덕근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을 만났고, 26일에는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만났다. 윤석열 대통령의 탄핵으로 국가 최고의사결정자가 부재한 가운데 사실상 이를 대신할 만한 인물들을 만난 것이다. 하지만 대부분의 대화 내용은 양국 간 에너지 협력 및 동맹 강화에 관한 것일 뿐, 프로젝트 계약 등 실무에 관한 대화는 거의 이뤄지지 않았다. 이는 전 방문지인 대만에서 공기업 CPC사와 LNG 구매 및 프로젝트 참여 계약에 관한 의향서(LOI)를 체결한 것에 비하면 부족한 성과이다. 던리비 주지사가 방한 일정을 당초 24~25일에서 이틀이나 늘려 27일까지 한국에 머문 이유도 아직 별다른 성과를 거두지 못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그는 인터뷰에서 “서울에서의 일정이 끝나면 의미 있는 이해를 도출하면서 몇 건의 투자의향서(LOI) 체결을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던리비 주지사는 알래스카 LNG 프로젝트를 홍보하기 위해 아시아를 순방하고 있다. 대만, 태국을 거쳐 한국에 왔으며, 이어 일본에 갈 예정이다. 알래스카 LNG 프로젝트는 알래스카 북부 가스전에서 생산한 천연가스를 1300km의 가스관을 거쳐 남부 LNG터미널로 보내 이를 아시아권으로 수출하는 사업이다. 준공은 2031년, 총 사업비는 440억달러로 예상된다. 알래스카 LNG는 파나마운하, 호즈무즈해협, 말라카해협 등 지정학 위기 지역을 지나지 않기 때문에 아시아권에 빠르고 안정적으로 운송이 가능하다. 한국까지 예상 소요일은 7~8일로, 미국 본토산의 20일, 중동산의 한달에 비해 훨씬 짧다. 도착단가도 알래스카 LNG는 MMBtu당 6달러대로, 현재의 국제 거래가격인 11~12달러대보다 저렴하다고 알래스카주는 홍보하고 있다. 하지만 북극의 매우 추운 날씨, 환경보호대책, 환경 리스크 등을 감안하면 사업비는 훨씬 더 늘어 단가에서도 경제성이 떨어질 것이란 관측이 나오고 있다. 던리비 주지사는 한국에서 포스코, SK 등 LNG 수입사와 한화 등 조선업체, 강관업체와 만난 것으로 알려졌다. LNG 수입업체 한 관계자는 “알래스카 LNG 프로젝트는 총 사업비 규모가 불확실하다는 것이 가장 큰 리스크이다. 정확한 사업비 규모와 단가가 나와야 기업들이 참여할지, 말지를 결정하는데 아직 공개된 것이 거의 없다. 대만 CPC와의 LOI도 알려진 정보가 거의 없다"고 지적했다. 기후솔루션은 알래스카 LNG 프로젝트가 막대한 탄소비용이 발생해 경제성이 없으며, 한국이 참여할 경우 커다란 리스크에 빠지게 될 것이라고 큰 우려를 보였다. 기후솔루션은 27일 논평에서 “알래스카 북부에서 가스를 상업화하려는 시도는 1970년대 파이프라인 구상에서 시작되어 수십 년간 이어졌지만, 높은 난이도와 낮은 경제성으로 번번이 무산돼왔다"며 “BP, 코노코필립스, 엑손모빌 3사는 알래스카 가스라인 개발공사(AGDC)와 함께 LNG 수출형 프로젝트를 재추진했지만 2016년경 모두 철수했고, 2019년 중국과의 62조원 규모 공동개발 계약도 무산됐다. 사업의 지속 가능성에 근본적인 의문이 있다"고 밝혔다. 기후솔루션은 2023년 미국 에너지부(DOE)의 알래스카 LNG 프로젝트 최종 환경영향평가서(Final SEIS)를 인용해 “이 프로젝트는 2029년부터 약 30년에 걸쳐 6억3230만톤 규모의 LNG를 수출할 계획이며 이는 2023년 기준 한국 연간 가스 도입량의 약 14배에 달하는 수준"이라고 전했다. 그러면서 “해당 환경영향평가서는 한국을 주요 수출국 중 하나로 설정한 시나리오를 바탕으로, LNG 사용에 따른 온실가스 배출량을 추산했다"며 “이를 기반으로 탄소비용을 계산하면, CCS(탄소 포집 저장 기술) 적용 여부에 따라 총 탄소비용은 약 3300조원에서 최대 6300조원에 이를 수 있다"고 밝혔다. 이는 “현재 대한민국의 국가 총 부채 수준에 맞먹는 규모"라고 덧붙였다. 특히 “해당 평가서는 LNG 수요가 향후 30년간 현재 수준으로 유지된다는 가정 아래 배출량과 사회적 비용을 추산했지만, 이는 현실과 괴리가 크다"며 “IPCC를 비롯한 주요 국제기구들 역시, 탄소중립 목표 달성을 위해 석유·가스 수요가 빠르게 줄어들어야 한다고 지적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기후솔루션은 “이처럼 리스크가 큰 프로젝트에 투자하게 된다면 에너지 공급 안정은 커녕 오히려 동시에 경제와 기후대응 리스크라는 위험에 한국을 깊이 빠뜨릴 수 있다"며 “공적 금융이 여전히 화석연료 인프라와 해외 자원개발에 쏠려 있는 지금 정부는 화석연료 중심의 정책 기조에서 벗어나 청정에너지에 대한 명확한 정책 시그널을 제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아울러 “전 세계 청정에너지 투자는 2015년 이후 화석연료 투자를 꾸준히 앞질러 왔으며, 2024년에는 사상 처음으로 연간 2조달러를 돌파했다"며 “이 같은 흐름은 단기 정권 변화와 무관하게 지속되고 있으며, 재생에너지 전환은 선언이 아닌 세계시장의 명확한 투자 우선순위로 자리 잡고 있다"고 밝혔다. 기후솔루션은 “지금 필요한 것은 선택이 아닌 전환으로 곧장 가는 일"이라며, “청정에너지, ESS(에너지 저장 시스템), 그리드 강화와 같은 미래 산업에 과감히 투자하고, 산업계가 전환을 준비할 수 있도록 정책적 전환점을 제시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윤수현·윤병효 기자 ysh@ekn.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