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예산정책처 “온실가스 감축 위해 탄소세 도입 필요”

우리나라가 온실가스를 줄이는데 탄소배출권거래제만으로는 충분치 않아 탄소세 도입의 필요하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배출권이 산업과 발전 부문에는 영향력을 발휘하나 수송과 건물 부문에서는 온실가스 감축을 유도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이에 수송과 건물 부문에서 온실가스를 줄이도록 탄소세를 보완적으로 활용해야 한다는 분석이다. 국회예산정책처는 지난 13일 '기후위기 대응을 위한 탄소세 역할 및 시사점: 유럽국가의 운영사례를 중심으로'를 주제로 '나보포커스' 제108호(저자 이정훈 분석관) 보고서를 발간했다. 보고서는 “우리나라는 2030 온실가스감축목표(NDC) 달성을 위해 배출권거래제 등 다양한 정책을 시행하고 있으나, 감축목표 달성을 위한 추가적인 수단에 대한 고려가 필요한 상황"이라며 “전환(발전)·산업 부문은 감축량에서 배출권거래제가 담당하는 비율은 각각 96.6%, 88.9%로 높은 수준이지만 수송과 건물 부문은 각각 9.0%, 4.5%로 배출권거래제의 역할이 상대적으로 제한적"이라고 진단했다. 이어 “기후위기 대응을 위해 중장기적 관점에서 배출권거래제와 탄소세의 정책 조합을 고려할 수 있다"며 “탄소세 재원을 친환경 산업 연구개발(R&D), 취약계층 지원 등에 우선적으로 투입하는 방식 등을 통해 사회적 수용성을 제고하는 방안도 검토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수송과 건물 부문에서는 승용차나 아파트 등 일반 국민이 사용하는 영역을 포함한다. 수송과 건물 부문의 온실가스 배출량은 전체의 20%에 이르러 전체로 합치면 작지 않다. 배출권거래제는 일정 규모 이상의 온실가스를 배출하는 꽤 규모가 큰 사업자를 규제하기 때문에 수송과 건물 부문은 사각지대로 남는다는 의미다. 보고서에 따르면 유럽에서 탄소세와 배출권을 함꼐 운영하는 국가는 총 21개다. 이들은 탄소세를 통해 배출권거래제가 적용되지 않는 사각지대를 보완하거나, 탄소가격을 강화하는 용도로 활용하고 있다. 프랑스·스위스·네덜란드 등에서는 배출권거래제가 적용되지 않고 있는 수송·건물 등 부문에 탄소세를 과세하고 있다. 영국·네덜란드는 탄소가격을 일정 수준 이상으로 유지하는 수단으로 탄소세를 활용하고 있다. 탄소세 세율은 올해 기준 프랑스는 1톤당 44.6유로(7만594원), 스위스는 120스위스프랑(20만2318원), 네덜란드는 87.9유로(13만9130원)이다. 다만, 프랑스의 경우 수송 부문에 대한 지속적인 탄소세율 인상을 추진했으나 국민 다수의 반발로 세율 인상이 중단되기도 했다. 사회적 수용성에 따라 정책 추진이 제약을 받을 수 있어 수용성을 확보하는 게 주요 과제로 꼽혔다. 이원희 기자 wonhee4544@ekn.kr

미중 무역전쟁 휴전에도 중국산 태양광 덤핑관세는 유지, 국내산 태양광 굳건

미국과 중국의 무역전쟁이 휴전에 돌입했지만, 중국산 태양광에 대한 덤핑관세는 유지될 전망이다. 미국에 진출한 국내 태양광 산업은 반중국산 흐름에 힘입어 굳건한 위치를 보일 것으로 전망됐다. 미국과 중국은 14일부터 양국이 협상을 진행하는 90일 동안 상대국에 부과한 상호관세를 대거 유예하기로 했다. 하지만 태양광 업계에 따르면 미국 상무부가 캄보디아, 타이, 말레이시아, 베트남에서 우회로 들어오는 태양광 제품에 매기는 최대 3500%의 관세(AD), 상계 관세(CVD)는 양국 협상과 별개로 부과된다. 상계관세는 상대국이 불공정 무역행위를 했다고 보고 매기는 보복관세다. 미국은 여전히 동남아에서 우회해 수입되는 태양광 모듈이 덤핑되고 있다고 보는 점은 변하지 않았다. 태양광 업계 관계자는 “동남아 우회수출 물량은 별도로 적용돼서 중국 기업들이 미국에 태양광 모듈을 수출하는 건 여전히 어렵다"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한화솔루션, 현대에너지솔루션, OCI홀딩스, 신성이엔지 등 국내 태양광 업계의 반사이익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특히, 한화솔루션 큐셀 부문은 지난달 미국 조지아주 카터스빌 공장의 모듈 생산라인 건설을 완료했다. OCI홀딩스는 미국 텍사스 현지에서 법인을 설립하고 태양광 모듈의 핵심 부품인 셀 신규 생산공장을 건설 중이다. 이날 국내 주요 태양광 제조 기업의 주가는 상승하고 있다. 미국과 중국의 무역전쟁에 숨통이 트인 가운데 중국산 태양광에 여전히 관세가 부과되고 있기 때문으로 풀이됐다. 이날 12시 기준 한화솔루션 주식은 전 거래일 대비 10.53% 오른 3만7250원에, OCI홀딩스는 6.9% 오른 7만9000원, HD현대에너지솔루션 25.81%나 올라 4만2650원에, 신성이엔지는 5.86% 오른 1499원에 거래되고 있다. 태양광 업계는 하반기 태양광 모듈의 판매 증가 등으로 실적 개선을 기대하고 있다. 상반기는 미국 대선 등의 불확실성으로 태양광 모듈 판매량이 저조했으나 하반기에 안정화되면 반등할 수 있다는 기대다. 한화솔루션은 올해 1분기 연결기준 매출 3조945억원, 영업이익 303억원을 기록해 전년 동기 대비 매출은 31.5% 증가, 영업이익은 흑자전환했다. 윤안식 최고재무책임자(CFO) 부사장은 “2분기에는 모듈 판가 상승 및 판매량 증가가 예상됨에 따라 신재생에너지 부문의 영업이익 증가세가 이어질 것"이라며 “개발자산 매각 및 설계·조달·시공(EPC) 사업 매출은 2분기 4000~5000억원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밝혔다. OCI홀딩스는 올해 1분기 연결기준 매출액은 전분기 대비 10.8% 늘어난 9465억원, 영업이익은 487억원을 기록하며 1개 분기만에 흑자전환했다. 회사는 총 2억6500만달러(약 3800억원)를 투자해 내년 상반기 1기가와트(GW)의 셀 생산에 돌입하고, 하반기 1GW 규모의 점진적 증설을 통해 총 2GW 이상의 생산능력을 확보할 계획이다. 신성이엔지는 올해 1분기 연결기준 매출 1163억원, 영업손실 52억원, 당기순손실 69억원으로 잠정 집계됐다. 미국과 중국 등 주요 해외 시장에서의 수요 둔화, 프로젝트 일정 지연, 외화 환산 손실 등 불안정한 외부환경으로 인해 전년 동기 대비 실적이 감소했다. 회사는 하반기에는 EPC 중심의 실적 회복과 함께 흑자 전환을 기대했다. 이원희 기자 wonhee4544@ekn.kr

실적 회복에도 못 웃는 한전…천문학적 부채, 자회사와 국제분쟁 수모까지

한전이 7개 분기 연속 흑자를 기록하며 뚜렷한 실적 개선세를 보이고 있지만, 복잡한 내부 사정으로 인해 웃지는 못하고 있다. 200조원이라는 천문학적 부채와 현금 부족이 여전하면서 이로 인해 자회사인 한수원이 UAE 바라카 원전 사업 관련 정산금 1조4000억원에 대한 청구 건으로 국제 중재를 신청하면서 한전 내부의 구조적 문제가 한계로 치달았다는 지적이 나온다. 14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한국전력공사는 1분기 연결기준 매출 24조2240억원, 영업이익 3조7536억원, 당기순이익 2조3617억원을 기록했다. 전년 대비 매출은 4% 증가, 영업이익은 188.9% 증가, 당기순이익은 296.3% 증가했다. 한전은 7개 분기 연속 흑자를 이뤘지만, 여전히 현금이 없다. 지난해 말 기준 한전의 현금 및 현금성자산은 약 2조3829억원이다. 현금 및 현금성자산은 기업이 즉시 사용할 수 있는 자금으로, 통장에 있는 현금과 만기 3개월 이내의 수시입출금예금, MMF 등 단기 금융상품 등을 포함한다. 한전은 지난해에 이어 올 1분기에도 흑자를 기록하며 7개 분기 연속 실적 개선에 성공했지만, 여전히 부채 200조원 규모는 좀처럼 개선되지 않고 있다. 한전은 한수원에 바라카 원전 건설 추가 정산금 1조4000억원을 지불해야 한다. 하지만 한전은 지급에 난색을 표하고 있다. 최근 연속 흑자에도 그동안 누적된 적자로 인해 가용 현금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한 금융업계 관계자는 “현재 한전이 보유한 2조4000억원 규모의 현금 중 일부는 운전자금, 단기 부채 상환, 이자 지급 등 지속적인 필수 유출 항목에 쓰여야 한다"며 “여기서 60% 이상에 해당하는 1조4000억원을 일시에 한수원에 지급할 경우 유동성 경색 위험 등 재무불안정성을 심화시키는 것은 물론 신용등급 하락 가능성도 있다. 회계상 흑자 전환과 실제 현금 유동성은 다르며, 기초체력 회복에는 시간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일각에서는 단순한 자금 부족의 문제가 아니라는 분석도 나온다. 한전과 한수원 모두 이사회 의결을 통해 지급 시기를 조정할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원전 수출 주도권과 책임 소재 등을 둘러싼 미묘한 내부 갈등이 봉합되지 못하면서 사태가 국제 분쟁으로까지 확대됐다. 한 공기업 관계자는 “현실적으로는 일시 지급이 아닌 분할 지급, 또는 정산 시기 유예 등이 재무적 안정성과 관계 유지 측면에서 합리적 대안이 될 수 있다"면서도 “그러나 이 과정에서 한전-한수원 간 수출 주도권 다툼, 산업부의 조정력 부족 등이 해결되지 않으면 조정 자체가 지연될 가능성도 크다"고 말했다. 즉 이번 사태의 본질적 원인은 단순한 재무 갈등이 아닌 해외 원전 수출 구조에서의 주도권 싸움이라는 것이다. UAE 바라카 사업처럼 한전과 한수원이 공동으로 수주한 대형 프로젝트에서, 성과 배분과 위험 부담의 주체가 누구인지에 대한 명확한 기준이 없고, 모회사-자회사 간 이해 충돌이 커지고 있다는 점이 드러난 것이다. 특히 최근 체코 두코바니 원전 본계약이 프랑스 EDF의 소송으로 연기되면서 한수원 내부 분위기가 악화되고 있는 가운데, 이 같은 상황이 합의 가능성을 더욱 낮추고 있는 형국이다. 한전 입장에서도 원전 수출 주도권을 둘러싼 힘겨루기 상황에서 한수원이 체코 원전 수주에 성공할 경우, 향후 해외 원전 프로젝트에서의 그룹 내 주도권이 흔들릴 수 있다는 우려가 있어 쉽게 물러서지 않으려는 기류가 감지된다. 결국 이 같은 갈등을 해소하기 위해서는 주무 부처인 산업통상자원부의 적극적 중재가 절실하지만, 최근 정권 교체기에 따른 통제력 약화로 부처의 조정 능력에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결국 실적만으로는 해결되지 않는 구조적 모순이 여전히 한전 그룹 내부에 남아있다는 사실이 드러난 셈이다. 재무 건전성 회복뿐 아니라, 공기업 간 역할 조정과 수익 구조 합의, 수출 전략의 일원화 없이는 해외 진출 확대가 오히려 분쟁의 씨앗이 될 수 있다는 경고음이 커지고 있다. 한 에너지 업계 관계자는 “여전히 체코 원전 수주에 대한 불확실성이 남아 있는 상태에서 대표 전력 공기업 간 분쟁이 국제 중재로 가는 것 자체가 외교적 신뢰에 타격을 줄 수 있다"며 “수출 확대 이전에 공공부문 간 역할 정립과 수익 배분 원칙부터 명확히 정비해야 한다. 또한 향후 원전 수출이 늘어날수록 민관 협력 체계의 명확한 정립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전지성 기자 jjs@ekn.kr

대한LPG협회, ‘LPG 1톤 트럭 서포터즈’ 3기 모집

대한LPG협회가 친환경 LPG 트럭 확산을 위해 'LPG 1톤 트럭 서포터즈 3기'를 모집한다. 신형 포터2, 봉고3 LPG 운전자라면 누구나 지원할 수 있다. 선발된 서포터즈는 소형 화물 시장에서 대세가 된 LPG 트럭의 장점을 널리 알리고, 실사용자의 생생한 운행 경험을 공유하는 역할을 맡는다. 활동 기간은 6월부터 8월까지 총 3개월이다. 온라인 커뮤니티 또는 개인 SNS 등을 통해 월 1건 이상 운행 후기와 노하우를 공유하면 된다. 선발 인원은 총 20명으로, △총 60만원의 활동비 △15만원 상당 LPG 충전권 △우수 서포터즈 특별 포상 등 다양한 혜택이 제공된다. 이달 7일부터 22일까지 LPG 트럭 홈페이지를 통해 모집한다. 신형 LPG 1톤 트럭은 출시 약 1년여 만인 지난 1월말 누적 판매대수가 10만대를 넘어서며 1톤 트럭 시장 점유율 84%를 기록했다. 2.5리터 터보 LPG 직분사(LPDi) 엔진을 탑재해 높아진 출력과 토크로 주행 성능이 향상됐으며, 저렴한 유지비로 경제성까지 갖춰 화물 운송업자와 소상공인의 매력적인 선택지로 자리잡았다. 또한 질소산화물과 미세먼지 배출량을 대폭 줄여 친환경성을 더욱 강화했다. 환경부 배출가스 시험 결과에 따르면 미세먼지 배출량은 0.08mg/km로 북미 배출가스 규제인 SULEV30(Super Ultra Low Emission Vehicle) 기준치(2.0mg/km)의 4% 수준에 불과하다. 이호중 대한LPG협회장은 “화물차를 구매할 때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요인은 실제 사용자의 경험"이라며, “서포터즈 분들의 진솔한 후기가 LPG 트럭을 고민하는 분들에게 좋은 길잡이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윤병효 기자 chyybh@ekn.kr

[EE칼럼] 익숙해 무심히 지나쳤던 것들의 소중함

“연로하신 어머니가 싸주신 도시락에 행복했습니다." “당신은 도시락이 아니라 어머니가 건강하게 살아계신 것에 행복해야 합니다." 최근 퇴근길에 우연히 시청한 유튜브에서 들은 대화다. 늘 함께 있어 그 소중함을 잊고 있던 것들에 대해 감사해야 함을 가르쳐준 죽비였다. 우리는 오랜 기간 값싼 전기에 익숙해 있었다. 그러나 요즘 그것이 얼마나 큰 축복이었나를 새삼 깨닫는다. 최근 산업용 전기요금이 급격히 올랐다. 2010년까지만 해도 산업용 전기요금은 주택용 전기요금의 60% 수준에 불과했으나, 2020년 이후 급상승했다. 현재 산업용 전기요금은 kWh당 183원으로, 주택용보다 비싸졌다. 전기요금 인상은 '그리드플래이션(Gridflation)'을 유발한다. 이는 전기요금 등 에너지 요금 상승이 다른 상품들의 가격에 연쇄적으로 영향을 미쳐, 소비자 물가를 끌어올리는 현상이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 3월 가공식품 물가 상승률은 3.6%로, 2023년 12월 이후 가장 많이 올랐고, 외식 물가도 2개월 연속 3%대 상승률을 기록했다. '그리드플래이션'은 기업에도 영향을 미친다. 높은 에너지 비용은 기업의 운영 경비를 증가시켜 경쟁력을 떨어뜨린다. 지난 3월 연간 1조 원 이상의 전기요금을 내던 현대제철이 제철소를 미국으로 옮기겠다고 발표했다. 전기요금 인상으로 경쟁력을 잃었기 때문이라고 한다. 에너지경제연구원은 “산업용 전기 요금이 10% 상승하면, 설비투자는 1.41% 감소하고 GDP는 0.18% 줄어든다"고 분석한 바 있다.하지만 아직 우리에게 기회는 있다. 값싼 발전원 중 하나인 원전을 자체 설계‧건설‧운영할 역량을 보유하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대선이 다가오면서 탈원전 논의가 다시 고개를 들고 있다. 재생에너지 비중 확대와 이를 위한 전력망 확충을 강조하는 사람들이 많아졌다. 실제 그렇게 됐을 때, 대다수 국민과 기업이 얼마나 큰 부담을 져야 하는지를 애써 외면하는 듯하다. 우리가 값싼 전기를 안정적으로 사용할 수 있었던 이유 중 하나가 바로 원전이다. 1978년부터 이어온 원전 건설 덕분에 품질 좋은 전기를 풍족하게 사용할 수 있었다. 이 과정에서 세계적으로 경쟁력 있는 원전 공급망을 구축했고 우수한 인력을 양성했다. 이들은 국내 원전을 설계‧건설‧운영하는 것은 물론 세계 시장에서도 인정받는 원전을 개발해 냈다. 그 결과, 연구로와 상용 원전을 수출하는 성과도 거뒀다. 지난달에는 미국에 차세대연구로 설계를 수출하였다. 66년 전 우리나라에 연구로를 공급하고 기술을 전수했던, 원전 기술의 종주국 미국에 역수출하는 쾌거였다. 그러나 원전 산업에 대한 정치적 간섭이 지나치게 늘고 있다. 일부는 우리 원전 산업을 폄훼하고 퇴출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만약 이들의 주장대로 원전 산업이 붕괴한다면, 과연 우리나라는 더 안전하고 살기 좋은 나라가 될 수 있을까? 3월 서울에서 열린 한-영 청정에너지 워크숍에서 만난 영국 원자력 전문가의 말은 많은 것을 시사한다. 현재 영국은 원자력 전공 교수 인력이 부족해 대학별로 독립적인 원자력공학과를 운영하기 어렵다고 한다. 이에 대학별로 분산된 교수진을 모아 온라인 과정을 운영하고 있지만, 기대만큼 인력 양성이 되지 않는다고 한다. 영국은 2차 세계대전 당시 맨해튼 프로젝트에 참여하고, 1956년 세계 최초의 상업용 원전인 칼더홀(Calder Hall) 원전을 운영한 세계 최고의 원자력 기술 강국 중 하나였다. 그런데 시즈웰 B 원전 운영을 시작한 1995년부터 힝클리 포인트 C 원전 건설을 시작한 2017년까지 원전 건설이 중단되면서, 원전산업 경쟁력이 급격히 약화했다. 결국 힝클리 포인트 C 원전 건설은 프랑스 기업에 맡겨야 했고, 원자력 전공을 가르칠 교수조차 찾기 어렵게 됐다. 정치의 과도한 개입으로 원전산업 생태계를 붕괴시킨다면. 우리나라도 결국 영국과 같은 길을 걷게 될지 모른다. 이제부터라도 정치권은 원전 문제를 단순히 '줄이느'냐 '마느냐'가 아니라 '어떻게 활성화하여 국가 전력 공급에 더욱 기여하게 할 것인지', '세계 원전 시장에 어떻게 더 많이 진출시킬 것인지'를 고민해야 한다. 원전 산업이 살아야, 우리가 지금까지 누려온 값싼 고품질 전기의 혜택을 미래에도 누릴 수 있기 때문이다. 문주현

사용후 배터리 국가 핵심 자원으로 육성…순환이용 체계 본격 구축

정부는 전기차 폐배터리를 국가 핵심 자원으로 육성하기 위해 재생원료 인증제도를 도입하는 등 순환이용 체계를 본격적으로 구축한다. 환경부는 14일 이주호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 주재로 열린 경제관계장관회의 겸 산업경쟁력강화 관계장관회의에서 이같은 내용을 담은 '배터리 순환이용 활성화 방안'을 발표했다. 이번 대책은 전기차 등 모빌리티의 전동화와 재생에너지 전환 확산에 따라 대량 발생이 예상되는 사용후 배터리를 고부가가치 자원으로 재활용해 핵심 원료의 안정적인 공급망을 확보하기 위해 마련됐다. 정부는 △순환이용 시장 조성 △재활용 자원 수급 안정화 △기술혁신 및 경쟁력 강화 △전주기 관리체계 구축 등 4대 분야 14개 과제를 추진한다. 먼저, 국제 환경규제에 대응하고 재생원료에 대한 신뢰도를 높이기 위해 '재생원료 인증제도'를 도입한다. 이 제도는 폐배터리나 공정 불량품(스크랩)에서 회수한 유가금속(예: 황산니켈 등)을 재생원료로 인증하고, 신품 배터리 내 재생원료 사용 여부와 함유율을 확인하는 방식이다. 올해 인증제도의 세부 운영 방안을 마련하고 시범운영을 거쳐 오는 2027년부터 본격 시행할 계획이다. 국내 기업을 위한 컨설팅 등 산업계 지원도 강화한다. 재생원료의 초기 수요를 창출하기 위해 국내 제조·수입 배터리를 대상으로 '재생원료 사용목표제' 도입을 추진한다. 시행 시기와 목표 수준은 국제 규제 동향과 국내 재생원료 생산능력 등을 고려해 결정된다. 생산자책임재활용제도(EPR) 대상 전기·전자제품에 재생원료를 사용한 배터리를 탑재할 경우 회수·재활용 의무량 감면 등 인센티브도 제공된다. 사용후 배터리를 활용한 재사용 제품의 수요 창출과 판로 확보를 위한 지원도 확대된다. 재사용 제품군을 환경표지 인증 대상에 포함하고 조달청의 혁신제품으로 지정해 공공구매를 촉진한다. 재사용 배터리를 활용한 전동 농기계, 공공시설 에너지저장장치(ESS) 등 보급사업도 지속적으로 추진한다. 폐배터리, 공정 불량품(스크랩) 등 재활용 가능자원 수급에 어려움을 겪는 재활용업계 지원을 위해 생산자책임재활용제도(EPR) 대상 전기·전자제품을 내년부터 전품목으로 확대해 폐제품 내 배터리의 회수율을 높인다. 국내 재활용 기업의 해외시장 진출 지원을 위해 현지 환경규제를 충족하는 친환경 재활용 기술을 개발하고 현재 운영중인 재활용가능자원 비축시설을 블랙매스 등 재활용 원료제품 보관장소로 민간에 임대하여 국외 원료 반입을 지원한다. 순환이용 촉진을 위한 규제 완화도 추진한다. 재활용 가능자원의 유해성과 유가성을 고려해 양극재 제조공정 불량품 등을 순환자원으로 인정하는 것을 검토한다. 삼원계(NCM) 배터리에 맞춰 설정된 현행 재활용 원료제품 기준을 리튬 인산철(LFP) 등 배터리 유형에 따라 세분화해 폐기물 규제 면제 범위를 확대한다. 양극활물질 스크랩, 구리스크랩 등의 보관기간도 전기차 폐배터리와 동일하게 기존 30일에서 180일로 연장해 안정적인 원료확보를 지원한다. 배터리 핵심원료 고순도 회수(탄산리튬 순도 99.5% 이상)기술, 음극재‧분리막 등 배터리 소재의 고부가가치 재활용 기술 등 여러 혁신기술을 개발한다. 전문가 협의체 운영을 통해 현재 대부분 폐기되고 있는 폐염용액, 흑연잔사 등 배터리 제조공정 발생 부산물의 재활용 방안도 마련한다. 재활용 공정에서 발생하는 염폐수의 효율적인 관리를 위해 염인정 제도를 운영하고 기업의 염폐수 처리 지원을 위한 개별사업장 맞춤형 컨설팅과 기술개발도 추진된다. 염폐수 방류해역 인근 지역의 해양오염 우려를 해소하기 위한 환경부·해양수산부 합동 모니터링도 수행한다. 배터리 순환이용 거점인 '배터리 자원순환 클러스터'를 내년 하반기까지 준공해 순환이용 산업 전반에 걸친 실증, 분석, 인증 등에 대한 통합 지원체계가 마련된다. 전기차 사용후 배터리 성능평가가 오는 2027년까지 의무화되고 잔존가치에 따른 고부가가치 활용을 극대화된다. 이를 위해 올해 안으로 '배터리 인라인 자동평가센터'를 설립, 평가 소요시간 단축과 안전성 검사 비용 절감을 도모한다. 배터리 제조부터 재활용까지 전주기에 걸쳐 체계적인 관리기반을 구축한다. 설계단계부터 순환이용성에 대한 고려가 반영되도록 오는 2027년까지 배터리에 대한 친환경(에코) 디자인 표준안을 마련하고 순환이용 촉진을 위한 재질·구조개선 권고와 필요한 지원도 강화된다. 운송·보관 단계의 안전성 강화를 위해 화재 대응을 위한 상세 지침을 마련하는 등 기존 운송·보관 기준을 보완되고 폐배터리의 분리·운송·보관 시 화재·폭발 발생 위험을 차단하는 초저온 냉각 운송·보관 기술 개발도 추진한다. 최근에 보급이 증가하고 있지만 재활용이 어려운 리튬 인산철(LFP) 배터리의 적정 처리도 지원된다. 리튬 인산철 배터리 재활용 기술개발을 위한 전용 실증센터를 내년까지 구축하고 재활용 경제성 평가 연구를 통해 최적의 관리방안도 마련된다. 효과적인 배터리 순환이용 정보 관리체계 구축을 위해 기존 폐전지류 폐기물 분류체계를 정비한다. 폐전지류 폐기물을 성상·유형에 따라 세분화하고 유해성이 낮은 것은 사업장 일반폐기물로 분류해 보다 쉽게 재활용될 수 있도록 유도한다. 배터리 전주기 이력관리 시스템을 오는2027년 내로 구축해 전기차 배터리 제조부터 사용, 재활용까지 전 과정의 정보를 수집·공유하는 등 세계 각국의 통상규제 대응 및 투명한 거래를 위한 기반도 구축한다. 김완섭 환경부 장관은 “배터리 순환이용은 온실가스 감축과 자원안보 강화, 성장동력 확보 및 관련 산업경쟁력 제고라는 세 가지 목표를 동시에 달성할 수 있는 필수 전략"이라며 “산업계, 관계부처와 적극 협력해 국내 배터리 순환이용 산업계가 전 세계 배터리 순환이용을 선도할 수 있도록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김종환 기자 axkjh@ekn.kr

기름값 정보앱 ‘오피넷’, 공공 플랫폼으로 거듭난다

한국석유공사와 근로복지공단은 13일 공사가 운영하는 유가정보 제공 플랫폼 '오피넷'을 활용한 업무협약을 체결하고, 화물차주 등 운송업 종사자의 정보 접근성과 이용 편의를 높이기 위한 공동 협력에 나섰다. 오피넷(www.opinet.co.kr)은 2008년부터 석유공사가 운영해온 주유소 가격 정보를 제공하는 인터넷 웹·모바일 앱 서비스이다. 2024년말 기준 연간 2억3000명이 이용하는 대표적인 생활밀접형 공공서비스이다. 운송업 종사자는 정보 접근성이 낮은 취약계층으로 고용보험과 산재보험은 이들의 생계를 보호하고, 운송산업의 지속가능성을 뒷받침하는 핵심 제도다. 공사는 오피넷에 고용보험과 산재보험 가입 정보를 안내하는 별도 메뉴를 마련하고, 공단은 전국 38개 화물협회에 오피넷 안내 리플릿을 배포한다. 오피넷은 유류비에 민감한 화물차주들이 실시간으로 전국 주유소 가격 정보를 비교하고, 저렴한 주유소를 선택할 수 있는 서비스로 널리 알려져 있다. 여기에 고용보험과 산재보험 등 생계와 직결된 생활복지 정보까지 결합하면서, 단순 가격 안내를 넘어 생활에 도움이 되는 '공공 정보 플랫폼'으로 기능을 확대한 셈이다. 이번 협약은 정보 사각지대에 있는 취약계층에게 실질적인 도움을 주는 복지 정보를 제공한다는 점에서 공공 플랫폼을 활용한 국민편익 제고의 모범 사례로 평가된다. 윤병효 기자 chyybh@ekn.kr

가스공사, 1분기 실적에 울고, 부채 감소에 웃었다

가스공사 1분기에 울고 웃었다. 실적이 하락했지만, 부채가 크게 감소하면서 재무구조가 개선됐기 때문이다. 13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한국가스공사는 1분기 연결기준으로 매출액 12조7327억원, 영업이익 8339억원, 당기순이익 3672억원을 기록했다. 전년 동기 대비 매출은 0.6% 감소, 영업이익은 9.5% 감소, 당기순이익은 9.8% 감소했다. 가스공사 실적자료에 따르면 1분기 판매물량은 전년 동기보다 47만톤 늘었지만, 판매단가는 MJ당 0.94원 하락하면서 매출 감소로 이어졌다. 매출액 감소 속에 매출원가는 전년 동기보다 108억원 증가했고, 금리인하 여파로 도매공급비용 투자보수가 643억원 감소하면서 영업이익 감소로 이어졌다. 가스공사는 실적에선 울었지만, 재무구조에서는 웃었다. 1분기 말 기준 총부채는 2024년 말보다 2조4172억원(5.2% 감소) 감소한 44조4260억원을 기록했고, 총자본은 2291억원 증가한 11조555억원을 기록하면서 부채율이 기존 433%에서 402%로 개선됐다. 가스공사의 숨은 적자요인인 미수금도 줄었다. 미수금은 원래 인상해야 할 요금에서 정부 정책에 따라 올리지 못한 금액만큼 나중에 받기로 한 금액을 말한다. 총 미수금은 2024년 말보다 4094억원 감소한 14조3763억원을 기록했다. 발전용 미수금은 2784억원 감소한 1026억원, 도시가스용 미수금은 1310억원 줄어든 14조2737억원을 기록했다. 다만 도시가스용 미수금 가운데 민수용 미수금은 395억원 늘어난 14조871억원을 기록했다. 가스공사 관계자는 “국제 에너지 가격이 안정되면서 1분기 민수용 미수금 증가폭이 395억원으로 다소 둔화됐으나, 여전히 증가세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어 본격적인 회수를 위해서는 요금 인상이 필요하다"며 “앞으로도 해외사업 회수액 증대, 사업 조정 및 경영 효율화를 통한 신규 부채 증가 억제, 수익성 개선을 통한 자본 확충 등으로 재무건전성 제고에 힘쓰겠다"고 밝혔다. 윤병효 기자 chyybh@ekn.kr

지리산 반달가슴곰 짝짓기 시기 시작, 탐방객 주의보

지리산 일대에 서식 중인 반달가슴곰이 짝짓기 철을 맞아 활동을 본격적으로 시작하면서 지리산을 방문하는 탐방객에 주의가 요구된다. 환경부 산하 국립공원공단은 지리산국립공원 탐방객을 대상으로 탐방수칙 안내를 강화한다고 13일 밝혔다. 국립공원공단이 지난해 계절별로 반달가슴곰의 평균 행동권을 분석한 결과, 겨울잠에서 깨어난 봄(3~5월)의 행동권을 1로 봤을 때 여름(6~8월)으로 넘어가는 시기에는 약 5.3배가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일반적으로 반달가슴곰의 활동이 왕성해지는 짝짓기(교미) 시기는 5월 말부터 7월 사이다. 지리산국립공원 일대 탐방수칙은 탐방객이 법정 탐방로만을 이용해야 함을 알리고 단독산행보다는 2인 이상 산행을 권장한다. 특히 가방걸이용 종 등 소리나는 물품을 통해 자신의 존재를 알려야 반달가슴곰이 먼저 피한다고 설명했다. 국립공원공단은 출입이 금지된 샛길 입구 등 600여 곳에 반달가슴곰 서식지임을 알리는 홍보 깃발과 무인안내기를 설치했다. 가을철 성수기(9월~11월)에는 지리산국립공원 탐방로 입구에서 공존 홍보활동(캠페인)을 통해 가방걸이용 종과 호루라기 등 소리나는 물품을 나눠줄 계획이다. 올해 하반기에는 탐방객이 소리나는 물품을 쉽게 구할 수 있도록 지리산과 덕유산국립공원 탐방안내소, 대피소 등에서 판매를 병행하고 지리산 종주능선 10곳에는 고정식 종을 시범 설치할 예정이다. 국립공원공단은 반달가슴곰의 위험성이 크지 않다고 설명한다. 국립공원공단에 따르면 반달가슴곰은 사람에 대한 경계심과 회피 성향이 강해 탐방로에서 지난 10년간 목격된 사례가 10건으로 동일기간 지리산국립공원 탐방객(3207만명) 규모를 볼 때 매우 적다. 국립공원공단은 반달가슴곰을 마주치더라도 일반적으로 곰이 먼저 자리를 피하지만 그렇지 않으면 등을 보이거나 시선을 피하지 않고 뒷걸음으로 조용히 그 자리를 벗어나고, 먹을 것을 주거나 사진 촬영을 위해 다가가는 등 자극적인 행동을 하지 않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주대영 국립공원공단 이사장은 “지리산 일원은 안정적으로 반달가슴곰이 서식할 수 있는 여건이 확보된 만큼, 앞으로는 반달가슴곰과 사람이 안전하게 공존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며 “탐방객과 지역주민 모두 탐방수칙 준수 등 공존의 길을 함께 가야 한다"고 밝혔다. 이원희 기자 wonhee4544@ekn.kr

[이슈분석] 체코 원전, 佛EDF 압박에 입찰안 공개되나…원전업계 “정부 차원 지원 절실”

체코 두코바니 신규 원전 수주 사업을 둘러싼 한국수력원자력(KHNP)과 프랑스 전력공사(EDF) 간의 갈등이 입찰안 공개 요구로까지 확산되고 있다. EDF가 체코 정부에 입찰 재검토 또는 의회 청문회 개최를 공식 요청하며, 입찰제안서 실체적 비교를 요구하고 나섰기 때문이다. 이 과정에서 입찰 세부조건이 처음으로 대외 공개될 가능성도 제기된다. 13일 본지가 단독 입수한 EDF의 브리핑 자료 《The Dukovany Project: One Decision – Long-Term Implications》에 따르면, EDF는 계약 중단 가처분 제소 전인 4월 30일 이미 체코 정부에 해당 내용을 설명하며 한국과의 계약 체결 중단을 압박한 것으로 확인됐다. EDF는 “KHNP가 싸고 EDF가 비싸다는 일반적 인식은 사실과 다르다"고 반박하며, “자사 제안은 kW당 단가가 유사하고, 발전 용량은 더 크며(1200MW vs 1000MW), 100% 고정가 계약이라는 점에서 예측 가능성과 리스크 관리에 강점이 있다"고 주장했다. 또한 EDF는 한국의 정치적 불확실성(대통령 탄핵), 미국 웨스팅하우스에 대한 기술 종속성, EU 산업 전략과의 단절 우려를 들어 체코 정부에 '유럽 내 연대 유지 차원에서 결정 재고'를 촉구했다. “이번 결정은 향후 100년간 체코의 에너지 안보와 주권에 직접적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표현까지 등장하며 강하게 체코를 압박했다. 체코 원전 입찰 패소에 반발한 EDF가 유럽 각국의 원전 프로젝트 참여 현황을 시각화한 자료를 통해 “유럽은 유럽 기술을 선택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나섰다. 해당 이미지는 “KHNP는 유럽에서 사실상 퇴출되고 있으며, EDF는 대부분의 유럽 시장을 선점했다"는 메시지를 담고 있다. 이미지에는 2024년 8월자 파이낸셜타임스 기사에서 황주호 한국수력원자력 사장이 언급한 “2030년까지 전 세계에 원전 10기 수출 목표", “핀란드·스웨덴·네덜란드 원전 진출 추진" 등의 발언이 인용되었지만, 실제 각국 원전 참여 현황을 비교한 표에서는 KHNP가 확실한 진출 성과를 거둔 국가는 체코뿐으로 표시됐다. 반면 EDF는 핀란드, 스웨덴, 영국, 네덜란드, 폴란드, 체코, 슬로바키아, 프랑스 등에서 적극적으로 참여 중인 것으로 나타났다. 폴란드, 핀란드, 스웨덴 등은 KHNP에 대해 '거부' 표시가 되어 있으며, 영국·슬로바키아는 '불확실' 기호가 붙어 있어 KHNP의 유럽 진출이 아직 성과로 연결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을 부각했다. EDF는 하단 문구를 통해 “미국의 이해관계에 굴복한 대가(Consequences for conceding to US interests)"라며, KHNP가 미국 웨스팅하우스 기술에 의존하고 있음을 비판하는 메시지도 덧붙였다. 해당 자료는 체코 정부 및 여론을 향한 EDF의 유럽 기술 보호주의 논리와 여론전의 일환으로 해석된다. KHNP의 실제 수주 경쟁력뿐만 아니라, 지정학적 연대와 기술 주권 문제까지 본격적으로 공론화되는 분위기다. EDF는 현지화율 문제도 집중 부각했다. “KHNP가 제시한 60%는 실현 가능성이 낮고, 실제 계약서상 보장은 20~30% 수준에 불과하다"며 “자사는 체코 기업 참여율을 70%까지 보장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체코 현지 언론도 최근 보도에서 정부 대응을 비판하고 있다. 기자회견장에서 체코 정부는 “한국의 제안이 훨씬 낫다"고만 반복할 뿐, 한국의 국가 보조금 문제나 웨스팅하우스 관련 리스크에 대해선 아무런 언급도 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국내 원전업계는 이번 사태를 두고 “사실상 국제 에너지 전쟁 수준의 경쟁"이라며, “정권 교체 여부와 무관하게 정부 차원의 강력한 외교·정책적 대응이 절실하다"고 촉구하고 있다. 정범진 경희대 원자력공학과 교수는 “프랑스의 이같은 행보는 충분히 예상됐다. 체코가 용감한 결정을 한 것이며 이같은 압박을 이겨내기 위해서는 우리 정부도 치밀하고 과감한 지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특히 일정 지연과 정치 리스크가 반복되자, 일부에서는 “정권 교체, 탄핵 등 변수가 큰 공기업 주도 방식이 아닌, 민간기업 중심의 해외 수출 전략 전환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해외 수주에서의 유연성과 속도, 책임성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정책 주도권을 공공에서 민간으로 일부 이양할 필요성이 있다는 것이다. 이번 갈등을 단순한 한국-프랑스 간의 경쟁으로 보긴 어렵다는 분석도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사실상 EU와 미국 간의 기술·시장 주도권 경쟁 구도에 한국이 끼어 있는 상황"이라며, “우리는 가격과 기술 경쟁력만으로는 부족하며, 지정학적 연대와 외교적 기반까지 고려한 입체적 전략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현재 체코 원전 수주 본계약은 현지 법원이 EDF의 체결 중단 가처분 요청을 받아들여 보류된 상태다. 본안 판결까지 수개월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된다. 최종 계약은 차기 체코 정부로 넘어갈 가능성이 커지는 가운데, 이번 입찰이 단순한 수주전이 아닌 다자간 정치·산업 패권 경쟁의 일환으로 해석되며 향후 귀추가 주목된다. 전지성 기자 jjs@ek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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