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차지호 민주당 의원, “UN AI 허브, 빅테크 이전 신호탄 될 것”

세계보건기구(WHO)·국제노동기구(ILO) 등 UN 6개 기구가 한 지붕 아래 모이는 건 “일하면서 한 번도 못 봤다"는 말이 나올 만큼 드문 일이다. 그 기구를 하나의 연대체로 묶은 건 유럽도, 미국도 아닌 한국이었다. 민주당 차지호 의원(경기 오산·초선)이 그 중심에 있었다. 그가 구상한 '글로벌 AI 허브' 프로젝트는 지난달 유엔 6개 기구와의 협력 의향서(MOU) 체결로 첫 번째 결실을 맺었다. 블랙록 자본 유치, UN 총회 비전 선포에 이은 UN 플랫폼 유치의 첫 단추가 꿰어진 것이다. 반년 남짓한 시간에 이 판이 짜였다. 지난해 하반기 청와대 김우창 국가AI전략비서관과 차지호 의원이 유엔 기구들과 사전 교섭을 시작했다. 같은 해 12월 UN 고위급 면담이 성사됐고, 당내에 'AI 글로벌 전략 TF'가 꾸려졌다. 그 사이 굵직한 성과도 나왔다. 지난해 9월 이재명 대통령이 뉴욕에서 세계 최대 자산운용사 블랙록의 래리 핑크 최고경영자와 AI·재생에너지 관련 MOU를 체결한 것이다. 12조5000억 달러(1경7000조 원)를 운용하는 '월스트리트의 제왕'을 움직인 건 차 의원의 아이디어였다. 차 의원이 구상을 짜고, 카이스트 동료 출신인 김우창 비서관과 함께 계획을 현실화했다. 올해 들어 속도는 더 붙었다. 유니세프(UNICEF)와 유엔환경계획(UNEP)도 추가 합류 대기 중이고, 미공개 기구 1곳도 줄을 섰다. 6개였던 연대체가 9개 기구로 늘어날 채비를 갖추고 있다. 경제적 파급력도 상당하다는 게 차 의원의 계산이다. WHO가 AI 헬스케어 컨퍼런스를 열고, ILO가 AI 노동시장 포럼을 개최하면 각 기구가 두 달에 한 번씩만 행사를 열어도 1년 내내 글로벌 행사가 끊이지 않는다. 그는 “엑스포보다 큰일"이라며 “1년 내내 엑스포를 하는 것과 같다"고 했다. 더 큰 그림은 따로 있다. UN 기구가 정착하면 민간 기업, 아카데미, 싱크탱크의 생태계가 자연스럽게 뒤를 따라온다는 구상이다. 그는 “구글 본사 기능 일부가 지금은 미국 서부와 싱가포르에만 있지 않느냐"며 “UN도 오는 마당에 구글 헤드쿼터 기능이 한국으로 못 올 이유가 없다. 지역 사무소가 아니라 각 기업의 핵심 기능들이 올 수 있는 여지가 크다"고 했다. 지난 1일 본지가 서울 여의도 의원실에서 만난 차지호 의원은 “국내 반응이 더 낯설다. 국내에서 이렇게 조용할지는 예상치 못했다"고 말했다. 다음은 차지호 의원과의 일문일답 -'글로벌 AI 허브' 프로젝트를 처음 구상하게 된 계기가 무엇인가. “구상 자체는 오래됐다. 결정적인 계기는 이재명 대통령께서 나를 영입하시고 정치권으로 들어올 때 내주신 숙제였다. 가장 큰 질문 하나가 AI였고, 또 하나가 K-외교였다. 저는 이 두 과제가 사실 따로 떨어진 게 아니라고 봤다. AI 전략은 산업 전략이기도 하고 사회 전략이기도 한데, 글로벌 전략이 빠지면 성립하기 어렵다. AI는 전 세계적으로 동시에 전환을 일으키는 기술인데, 한국만을 위한 국내 전략을 짠다는 건 한계가 분명하다. 국내 시장만 위해 AI를 만든다면 삼성이 한국에만 TV를 파는 것과 크게 다르지 않다. 산업적으로도 제한적이고 글로벌 경쟁력도 가질 수 없다. 그래서 반드시 글로벌 전략이 필요했다." -AI 산업의 미래 먹거리는 어디에 있다고 보나. “많은 분들이 제조 AI, 피지컬 AI를 먼저 떠올리지만 나는 지식서비스 산업 쪽이 훨씬 더 크다고 본다.제조업은 한국 GDP에서 20%대지만, 3차 산업 비중은 훨씬 크고 AI 전환 속도도 더 빠를 수 있다. 특히 개발도상국의 미충족 의료시장만 2032년 2경원 규모로 예상된다. 의료 AI가 본격화하면 의사 인력 이동 없이도 서비스 수출이 가능해진다. 한국은 바이오·의료 시스템과 AI 기술을 함께 갖춘 만큼, 정부가 협의체를 통해 시장을 연결하면 보수적으로 봐도 세계 시장의 10%, 2000조원 규모까지 노려볼 수 있다는 구상이다. 교육 분야 역시 EBS라는 강력한 데이터 자산이 있어 잠재력이 크다." -UN 6개 기구를 하나의 연대체로 묶어냈는데. “굉장히 이례적이다. 뉴욕과 제네바에 가기 전 워싱턴DC 백악관에서 이미 'UN AI 구상을 우리가 지지하는데 어떻게 참여하면 되느냐'는 질문을 받았다고 하더라. 우리가 본격적으로 돌기 전부터 참여 의향을 확인해 온 건 꽤 큰 일이다. UN 내부에서도 세 가지 이유로 굉장히 센세이셔널했다. 첫째, 주요 6개 기구가 모여 연대체를 만드는 것 자체가 굉장히 드문 일이다. 어떤 분은 자기 일하면서 한 번도 못 봤다고 하더라. 둘째, 그 연대를 유럽이나 미국이 아니라 한국이 주도했다는 점이다. 한국은 경제력과 문화 영향력이 충분한데도 다자외교에서 이런 시도를 많이 하지 않았기 때문에 놀라움이 더 컸다. 셋째, 주제가 AI라는 점이다. AI는 지금 세계에서 경쟁이 가장 치열한 분야인데, 그 공공성의 프레임을 한국이 선점하려고 나선 것이기 때문에 파급력이 클 수밖에 없다." -국내에서는 아직 체감이 적다는 지적도 있다. “바로 그 점이 예상 밖이었다(웃음). 해외에서는 굉장히 큰 일로 받아들이는데, 국내에서는 '아, 그렇구나' 정도로 조용한 반응이 나와서 의외였다. 솔직히 그게 예상치 못했던 부분이다. -경제적 파급력은 어느 정도로 보나. “구체적인 수치는 4월쯤 나올 것으로 본다. 다만 큰 그림은 분명하다. 전시·컨벤션, 즉 마이스(MICE) 산업만 보더라도 사실상 매년 엑스포를 여는 것과 비슷한 효과를 낼 수 있다. AI 관련 주요 글로벌 컨퍼런스를 한국에서 열 수 있고, WHO는 AI 헬스케어, ILO는 AI 노동과 실업, 또 다른 기구들은 자기 분야별로 관련 행사를 계속 만들게 될 것이다. 여러 기구가 1년 내내 움직이면 컨퍼런스가 상시적으로 이어진다. 더 중요한 건 민간 기업과 아카데미, 싱크탱크 생태계가 따라 들어온다는 점이다. 지금까지는 구글이 한국으로 본사의 일부 기능을 옮길 이유가 크지 않았지만, 이런 인프라가 구축되면 이야기가 달라질 수 있다. UN이 오는데 기업 기능이 못 올 이유가 없지 않나. 지역 사무소가 아니라 본사의 일부 기능이 들어올 가능성도 열리는 셈이다." -향후 일정은 어떻게 되나. “2027년부터 시작해 이재명 정부 4~5년 차까지 한 사이클이 마무리되는 식으로 계획을 잡고 있다. 지금 6개 기구가 들어와 있는데, 이미 2개 기구가 더 참여 의사를 보이고 있고 최근에 1개 기구가 추가로 관심을 보였다." -어느 기구들인가. “두 곳은 유니세프(UNICEF)와 유엔환경계획(UNEP)이다. 한 곳은 아직 지금 말하긴 어렵다." -프로젝트를 단계별로 설명해달라. “1단계는 글로벌 AI 기본사회 공약과 프레임을 짜서 국내 국정과제로 만들고 전 부처가 움직이도록 하는 것이었다. 2단계는 글로벌 자본 플랫폼과 연결하는 것이었다. 한국 공공자본만으로 AI 전환에 필요한 자금의 5~10%를 동원할 수 있을까 말까다. 민간 자본까지 끼더라도 한계가 있다. 결국 글로벌 자본과 연결돼야 아시아태평양을 넘어선 시장에 진출할 수 있다. 그래서 가장 급한 게 글로벌 자본 플랫폼이었고, 그 과정에서 블랙록과 연결해 래리 핑크 회장과도 이야기를 나눴다. AI 아시아 시대를 만들겠다는 구상으로 접근한 것이다. 3단계가 지금의 AI 거버넌스 플랫폼이다. 4단계는 이미 준비 중인데, 아직은 공개하기 어렵다." -블랙록 래리 핑크 회장과 만났을 때 비하인드가 있나. “함께 차를 마시며 꽤 많은 이야기를 했다. 여러 논의를 했지만, 세부는 조금 더 시간이 지나면 자연스럽게 드러날 것이다." -김민석 총리와의 호흡은 어땠나. “이번에 새삼 느낀 건 우리 리더십들이 다 괜찮다는 점이다. 대통령께서는 오랫동안 이 문제를 같이 논의해왔고, 총리님도 글로벌 및 중장기 전망에 굉장히 친숙한 분이다. 이 구상을 들었을 때 빨리 이해하고 함께 움직일 수 있었다. 정청래 민주당 대표도 저를 미래전략 사무부총장에 앉히고 이 일을 전적으로 하라고 지원했다. 당에 미래전략 사무부총장이라는 포지션 자체가 없었는데 새로 만들어준 것이다. 그래서 블랙록도 하고, AI 거버넌스도 하고, 미래전략 관련 일을 계속할 수 있었다." -이번 프로젝트를 함께 설계한 핵심 인물을 꼽는다면. “이재명 대통령이 방향을 던지시고, 대통령실 김우창 AI비서관과 계속 같이 움직였다. 또 최병민 전 보좌관도 중요한 역할을 했다. 지금은 대통령실 직속 국가AI전략위원회 AI민주주의 분과 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AI가 민주주의를 어떻게 위협하고, 또 어떤 역할을 할 수 있는지에 대해 굉장히 뛰어난 인사이트를 가진 분이다. 함께 논의하며 설계를 다듬었다. 이 작업은 혼자 한 일이 아니다." -초선 의원으로서 앞으로 어떤 역할을 하고 싶나. “다른 의원님들이 상대적으로 덜 하는 일을 열심히 하려고 한다. 당과 정부와 대통령실을 왔다 갔다 하면서, 정치적 자율성을 가지고 비공식·공식 채널을 연결하고 탐색적으로 협상하는 역할을 할 수 있다고 본다. 장관이 직접 나서면 그건 곧 국가 간 약속이 돼버리기 때문에 어려운 부분들이 있는데, 저는 의원으로서 그런 중간 공간을 활용할 수 있다. 지금 정치에서 검찰개혁, 민주주의 위기 같은 중요한 의제들이 많지만, 미래의 문제이자 동시에 우리 세대의 문제인 AI와 기후에 대해선 아직 말하는 사람이 많지 않다. 예전 같으면 20~30년 뒤 미래라고 했겠지만, 지금은 5~15년 안에 닥칠 미래다. 저는 거기에 집중하겠다." 김하나 기자 uno@ekn.kr, 김나현 기자 knh@ekn.kr

고환율·고유가 이중 격랑에 수입업계 “원달러 1600원 넘으면 줄도산”

최근 미-이란 전쟁으로 환율과 유가가 동시에 치솟고 있어 지난해 미국의 일방적 관세정책에 시달렸던 국내 산업계를 더욱 위기로 내몰고 있다. 특히, 내수가 아닌 수출입 기반의 기업들이 원가 및 환율 관리에 비상이 켜진 가운데 수입기업들이 고환율로 생존위기에 처해 있다. 제조원가 상승분을 수출대금으로 헤징(위험 회피)할 수 있는 수출기업과 달리 수입기업들은 수출기업과 달리 규모가 상대적으로 작아 환율 헤징 시스템이 부재한데다 정부의 지원마저 미흡해 고환율 피해를 고스란히 입고 있기 때문이다. 5일 산업통상부에 따르면, 지난 3월 수입액은 604억달러로 지난해 3월 대비 13.2% 늘어났다. 이 가운데 에너지 수입은 93억 7000만달러로 7.0% 감소했다. 이는 미·이스라엘의 공습에 이란이 호르무즈 해협을 봉쇄하면서 국내 에너지 연료의 핵심인 중동산 원유 해상운송이 차단된 영향으로 풀이된다. 실제로 원유 수입액은 중동사태로 국제 유가가 크게 오르면서 수입단가 상승 부담을 안고 있음에도 수입 차질로 실제 국내로 도입한 물량이 줄어 1년 전과 비교해 5% 금액이 감소한 60억달러로 집계됐다. 통상 원유 수입량이 줄어들면 국내 물가 상승 압력 요인으로 작용하는데 우리나라처럼 에너지 수입 의존도가 높은 국가에서는 그로 인한 영향이 더욱 크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여기에 더해 원-달러 환율이 올들어 상승세를 타고 있는 가운데 지난 2월 말 미-이란 전쟁 발발 이후 1400원대 중후반에서 1500원대로 단숨에 6% 가량 껑충 뛰었다. 이처럼 고유가와 고환율의 이중고에 인건비와 전기 요금 등을 제외하고 통상 3~4% 수준이던 수입사들의 영업이익은 완전히 사라졌다는게 업계의 하소연이다. 과거 10년 동안 평균 영업이익률도 1~2%에 불과할 정도로 수익 구조가 취약한 상황에서 수입 원가에 직결되는 환율 급등이 수입기업들을 '제로(0) 마진' 내지는 적자 상태로 몰아넣고 있는 것이다. ​익명을 요구한 육류수입자 A씨는 “고기를 팔면 팔수록 적자를 보는 구조라 업계 전반이 이미 수입량을 줄이고 있으며, 원가 상승분을 판매 가격에 온전히 전가하는 것도 불가능하다"고 업계 분위기를 전했다. ​이어 “현재 피해를 호소하는 곳들은 그나마 버틸 힘이 있는 업체들"이라며 “환율이 1570~1580원 선에 이르면 한계에 달했던 기업들의 도산이 수면 위로 드러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특히 환율이 1600원을 넘어가게 되면 육류를 포함한 모든 수입업계에 줄도산이 이어지는 '아마겟돈(종말)'이 시작될 것이라고 A씨는 우려했다. ​결과적으로 10개의 업체 중 2~3곳은 시장에서 탈락하는 혹독한 과정을 겪을 것이며, 업체 관계자들은 원가 상승 문제와 환율을 자극하는 발표 등으로 인해 밤잠을 설치고 있다고 토로했다. ​한국수입협회 부회장인 전방글로벌의 박진우 대표 역시 중소 수입업체들의 절망적인 현실을 호소했다. ​박 대표는 “대기업과 달리 중소기업은 환 리스크를 회피할 수 있는 헤지 수단이 전혀 없어 환율 상승에 따른 타격을 100% 그대로 받는다"고 토로했다. ​환율이 1400원대에서 1500원대로 약 100원 상승하면서 환율 인상률이 6%대에 달했는데, 제조 수입업체들의 통상적인 영업이익률(5~7%)을 감안하면 1년 치 농사로 벌어들일 이익을 환손실로 전부 잃게 되는 셈이다. ​수입 물품은 국내 판매용이든 수출용 상품화를 위한 원료든 이미 계약상 단가가 정해져 있어, 수입 원가가 7% 올라도 이를 중간에 조정할 수 있는 방법이 전무하다. 박 대표는 “헤지 방안이 전혀 없는 상태에서 수입업체들은 발생하는 손실을 고스란히 떠안고 있다"고 답답함을 표했다. ​가장 큰 문제는 뚜렷한 고환율 대책이나 정부 지원책이 마땅치 않다는 점이다. 주무부처인 산업통상부 등 정부 입장에서도 특정 수입업체들에게만 막대한 자금을 지원하거나 환율을 조정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때문에 손실을 줄이거나 보전할 뾰족한 해법이나 대책은 없다는 게 수입업계의 공통 반응이다. ​박 대표는 “해외 전쟁 등 불가항력적 대외요인으로 환율이 급등한 것이라 개별기업가 감당할 수 없다"면서 수입업계 전체가 발만 동동 구르고 있는 상황임을 전했다. ​한국수입협회 차원에서도 아직 개별 업체들의 구체적인 피해 사례를 취합하거나 대책 마련을 위한 공식 결의를 진행하지는 못한 상태다. ​하지만 박 대표는 “협회가 수입업체들을 대변하는 곳인 만큼 정부에 보다 강력하게 입장과 대책 마련을 건의할 수 있도록 다시 한번 요청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아울러 수입업자들을 '외화 유출'이라는 잣대로 평가절하하는 정부 일각과 사회의 편견에 대한 아쉬움도 드러냈다. ​박 대표는 “자원이 없는 우리나라에서 수입은 국내 내수생활 유지와 수출품 제조를 위한 기본적인 필수경제활동"임을 강조하며, “수출입 중소기업 대표들이 국가의 고용을 책임지고 애국한다는 마음으로 기업을 유지하려 애쓰고 있음을 알아달라"고 강조했다. 박규빈 기자 kevinpark@ekn.kr

“기름만이 아니다”...비료까지 들썩, 물가 상승 ‘2차 파장’ 점화

중동발 지정학 리스크가 길어지면서 국내 물가를 둘러싼 긴장감이 다시 높아지고 있다. 국제유가 상승에 더해 비료, 곡물 가격까지 연쇄적으로 들썩이면서 물가 압력이 에너지에서 식품 전반으로 확산될 조짐이다. 주요 글로벌 투자은행들도 한국의 물가 전망치를 잇달아 끌어올리며 경고 수위를 높이고 있다. 단기적으로는 정책 대응이 일부 완충 역할을 하고 있지만, 고유가와 고환율이 맞물릴 경우 물가 상승 흐름이 예상보다 길어질 수 있다는 관측이 힘을 얻는다. 5일 한국농촌경제연구원 농업관측센터는 호르무즈 해협 봉쇄가 길어져 비료 조달에 문제가 생길 경우 올해 2분기 국제곡물(밀·옥수수·콩·쌀) 선물가격지수가 전 분기보다 6.4% 상승할 것으로 전망했다. 비료 공급 차질로 재배 면적이 줄 수 있고, 국제유가 상승으로 바이오연료 수요가 늘면 곡물 가격이 추가로 오를 수 있기 때문이다. 비료 가격은 이미 큰 폭으로 올랐다. 농촌경제연구원에 따르면 지난달 중동 지역 요소 수출 가격은 톤당 670달러로 전월보다 38.1%, 지난해 같은 달보다 172.3% 상승했다. 같은 기간 세계질소비료지수는 전월 대비 35.2%, 전년 동월 대비 168.6% 올랐다. 비료 생산의 핵심 원료인 천연가스 선물 가격도 지난달 메가와트시(MWh)당 53유로로 전월보다 62.4%, 전년 동월보다 126.4% 상승했다. 곡물과 유지류 가격도 상승 압력을 받고 있다. 지난달 콩 선물 가격은 톤당 430달러 수준으로 전월보다 4.2%, 전년 동월보다 16.5% 올랐다. 대두유 선물 가격은 지난해 같은 달보다 34.2%, 팜유는 11.7% 상승했다. 국제유가 상승에 따른 바이오디젤 수요 확대 기대가 가격을 밀어 올린 것으로 분석된다. 유엔 식량농업기구(FAO)가 발표한 지난달 세계 식량가격지수도 전월보다 2.4% 상승했다. 에너지 가격 상승이 식량 가격에 영향을 미치기 시작했다는 해석이 나온다. 막시모 토레로 FAO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전쟁이 40일 넘게 이어지고 원자재 비용이 상승하면 농부들은 재배면적을 줄이거나 비료를 덜 쓰는 작물로 전환해야 한다"며 “이는 내년까지 식량 공급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말했다. 유엔무역개발회의(UNCTAD)도 중동 전쟁으로 비료 공급망 혼란이 심해지고 있다고 진단했다. 에너지와 비료, 운송비가 함께 오르면 식량 생산과 공급, 가격 전반의 불확실성이 커진다는 것이다. 골드만삭스도 최근 보고서에서 비료 가격 상승에 따른 공급 감소가 향후 곡물 가격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분석했다. 골드만삭스는 “전 세계 질소 비료 거래의 4분의 1이, 질소 생산의 핵심 원료인 LNG의 약 5분의 1이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한다"며 “비료 공급 감소로 비료 살포가 지연되면 수확량이 감소할 수 있다"고 했다. 또한 “농부들도 옥수수같이 비료를 많이 쓰는 작물에서 비료를 적게 쓰는 대두 등 작물로 전환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국내 비료 수급은 단기적으로는 버틸 여력이 있다는 게 정부 설명이다. 주요 요소 비료 업체가 이달 말까지 공급할 수 있는 완제품을 보유하고 있고, 추가로 3개월 치를 생산할 수 있는 원자재를 확보하고 있어 7월 말까지 비료 공급에는 문제가 없을 것이라는게 농림축산식품부의 설명이다. 다만 한국은 여전히 중동 지역 요소 비료 의존도가 43.7% 수준이고, 이 가운데 호르무즈 해협을 거치는 물량이 38.4%를 차지해 중장기 불확실성은 남아 있다. 이 같은 대외 변수는 국내 물가 전망에도 반영되고 있다. 국제금융센터에 따르면 주요 IB 8곳이 제시한 올해 한국 소비자물가 상승률 평균 전망치는 2월 말 2.0%에서 3월 말 2.4%로 높아졌다. 한국은행이 2월 제시한 2.2% 전망치보다 높은 수준이다. 기관별로 보면 바클리는 1.9%에서 2.5%로, 씨티는 1.9%에서 2.6%로, 골드만삭스는 1.9%에서 2.4%로, JP모건은 1.7%에서 2.6%로 각각 전망치를 상향 조정했다. HSBC와 노무라도 기존 전망치를 2% 중반 수준으로 높였다. 뱅크오브아메리카와 UBS를 제외한 대부분 기관이 물가 전망을 올렸다. 일부 기관은 물가가 일시적으로 3%를 웃돌 가능성도 제기했다. JP모건은 중동발 에너지 가격 충격이 아직 지표에 완전히 반영되지 않았다고 보고, 상황이 실질적으로 개선되지 않으면 우리나라의 5~9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3%를 넘을 수 있다고 전망했다. 씨티도 같은 기간 물가가 2.8~3.3% 수준에서 움직일 가능성이 크다고 봤다. 시장은 아직 3월 물가 지표만으로 충격의 크기를 판단하기 어렵다고 보고 있다. 국제유가 상승이 소비자물가에 반영되기까지는 시차가 있기 때문이다. 석유류 가격이 먼저 오르고, 이후 운송·물류와 공산품, 가공식품, 축수산물, 외식서비스 등으로 영향이 확산하는 경로가 예상된다. 비료 가격 상승이 농산물과 식품 가격에 반영되는 데도 시간이 걸릴 수 있다. 고환율도 부담 요인이다. 원·달러 환율이 1500원 안팎에서 움직이면 석유류뿐 아니라 곡물과 식품 원재료, 농축수산물 등 수입 물가 전반에 압력이 커진다. 국제유가 상승과 환율 상승이 동시에 나타날 경우 물가에는 이중 부담이 생긴다. 정부는 유류세 인하와 최고가격제, 특별관리 품목 운영 등을 통해 단기 충격을 완화하고 있다. 일부 품목에서는 정책 효과가 나타났다는 평가도 있다. 다만 공급 측 충격이 장기화할 경우 정책 대응만으로 물가 상승 압력을 제어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최태현 기자 cth@ekn.kr

7000억 달러 넘은 韓 수출...이젠 ‘일본의 벽’ 넘본다

지난해 한국 수출액이 반도체 슈퍼사이클(초호황기) 영향으로 7000억달러를 돌파하며 일본과의 격차를 크게 좁힌 것으로 나타났다. 1948년 대한민국 정부 수립 이후 단 한 번도 넘지 못했던 '일본의 벽'을 올해는 넘어설 수 있을 것이라는 전망도 제기된다. 5일 산업통상부에 따르면 지난해 한국의 연간 수출액은 7093억3000만달러로 집계되며 사상 처음으로 7000억달러를 돌파했다. 한국 수출은 1995년 1000억달러를 시작으로 2004년 2000억달러, 2006년 3000억달러, 2008년 4000억달러, 2011년 5000억달러, 2018년 6000억달러를 순차적으로 넘어섰다. 이번 7000억달러 달성은 2018년 6000억달러를 돌파한 이후 7년 만에 이룬 성과다. 한국은 미국(2000년), 독일(2003년), 중국(2005년), 일본(2007년), 네덜란드(2018년)에 이어 세계에서 6번째로 수출 7000억달러를 달성한 국가가 됐다. 특히 6000억달러는 세계 7번째로 달성했으나 7000억달러는 6번째로 올라서며 주요국 대비 빠른 성장 흐름을 입증했다. 연간 수출 규모가 7000억달러대에 진입하면서 일본과의 격차도 역대 가장 작은 수준으로 축소됐다. 일본의 연간 수출은 2011년 8226억달러로 정점을 기록한 이후 감소 흐름을 보이며 지난해 7383억4000만달러에 그쳤다. 이에 따라 한일 수출 격차는 290억1000만달러까지 좁혀졌다. 월별 흐름에서도 한국의 상승세가 뚜렷했다. 지난해 5월과 8월, 9월, 12월 등 총 네 차례 일본의 월간 수출액을 넘어섰다. 지난해 하반기 누적 기준으로는 한국이 3746억5000만달러, 일본이 3782억5000만달러를 기록하며 격차가 크게 줄었다. 한국 수출 호조의 핵심 동력은 반도체다. 지난해 하반기부터 본격화된 반도체 '슈퍼사이클'이 올해까지 이어지며 수출 증가를 이끌고 있다. 올해 1월 한국 수출은 658억5000만달러로 역대 1월 기준 처음으로 600억달러를 넘어섰다. 같은 기간 세계무역기구(WTO)가 집계한 일본의 수출액은 586억3000만달러로 한국이 크게 앞섰다. 2월에도 한국이 일본을 상회했고 3월에는 861억3000만달러를 기록하며 사상 처음으로 월 수출 800억달러 시대를 열었다. 일본의 3월 수출은 아직 발표되지 않았지만 한국의 기록적인 실적을 감안하면 이를 웃돌았을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 나온다. 한국의 올해 1분기 수출은 2193억달러로 분기 기준 역대 최대치를 경신했다. 통상 하반기로 갈수록 수출이 증가하는 흐름을 고려하면 올해 연간 수출은 정부 목표인 7400억달러를 넘어 사상 최대 기록을 다시 쓸 가능성이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다만 중동 전쟁 장기화에 따른 글로벌 경기 둔화 등 리스크 요인도 여전히 존재한다. 김정관 산업부 장관은 “중동 전쟁 장기화로 유가 상승과 공급망 불안이 이어지면서 수출 여건의 불확실성이 확대되고 있다"고 진단했다. 그럼에도 업계에서는 올해가 사상 처음으로 일본을 추월할 수 있는 적기라는 평가를 내놓고 있다. 일본은 원유 수입의 90% 이상을 중동에 의존하고 있어 약 70% 수준인 한국보다 중동 리스크에 더 취약한 구조다. 특히 일본 수출의 주력인 자동차 산업이 고유가 영향으로 부진한 반면, 한국은 반도체 중심의 수출 호조가 이어지고 있다. 박지성 기자 captain@ekn.kr

전쟁에 계속 오르는 기름값…휘발유 가격 2000원 넘을까

중동 전쟁으로 국제유가가 계속 오르자 국내 휘발유와 경유 가격이 덩달아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4일 유가정보시스템 오피넷에 따르면 이날 오전 9시 기준, 전국 주유소 평균 휘발유 가격은 전날보다 6.8원 오른 리터당 1938.6원으로 나타났다. 경유 가격은 1929.4원으로 6.3원 상승했다. 서울 기름값 오름폭이 가장 큰 것으로 나타나는 등 전국에서 가장 비싼 지역으로 기록됐다. 서울 평균 휘발유 가격은 9.2원 오른 리터당 1976.7원,, 경유 가격은 8.4원 상승한 1952.3원으로 집계됐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이란에 대한 강격한 발언을 이어가자 국제유가 상승세가 유지되고 있는 모양새다. 이란이 세계 핵심 석유 수송로인 호르무즈 해협을 통제하면서 수급 차질이 빚어지는 점도 유가를 끌어올리는 요인이다. 글로벌 벤치마크인 브렌트유 6월물 선물가격은 지난 2일 배럴당 109.03달러를 기록, 2022년 이후 최고치를 보이고 있다. 통상 국제유가 변동은 약 2∼3주의 시차를 두고 국내 주유소 가격에 반영된다. 박성준 기자 mediapark@ekn.kr

‘유가 영향’ 물가, 4월부터 더 오른다…해외 IB “5∼9월 3% 웃돌 것”

중동 전쟁에 따른 국제유가 상승 여파가 국내 전체 물가를 끌어올리면서 4월부터 물가 상승세가 본격화할 전망이다. 해외 주요 투자은행(IB)들도 한국 물가 전망치를 일제히 상향 조정하고 나섰다. 3일 국가데이터처의 3월 소비자물가동향을 보면, 지난달 소비자 물가 지수는 118.8(2020년=100)으로 1년 전보다 2.2% 올랐다.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지난해 10~11월 2.4%에서 12월 2.3%, 지난 1월 2%로 내려온 뒤 2월까지 같은 수준을 유지하다가 지난달 0.2%p 높아졌다. 에너지 위기 여파로 석유류 가격이 9.9% 급등하며 물가 상승을 주도한 것으로 나타났다. 2월 말 시작된 중동 전쟁으로 국제유가 상승 영향이 본격적으로 반영되기 시작했다는 해석이다. 실제로 두바이유의 배럴당 월평균 가격은 2월 68.4달러에서 3월 128.5달러로 87.9% 급등했다. 상세 지표를 보면, 경유(17%), 등유(10.5%), 휘발유(8%) 등 주요 유종 가격이 일제히 상승하며 전체 물가를 0.39%포인트 끌어올렸다. 석유류 물가 상승률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초기였던 2022년 10월(10.3%) 이후 3년 5개월 만에 최고치다. 데이터처는 또 유류할증료 상향 조정으로 국제 항공료가 오르면 소비자 물가 전반을 추가로 자극할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2주마다 조정되는 석유 최고가격제로 지난달 27일부터 유종 가격이 210원씩 인상됐는데, 추가로 인상될 가능성도 있다. 통상 국제 유가 변동은 2∼3주의 시차를 두고 국내 주유소 가격에 반영된다. 유가 상승에 직접 영향을 받는 공업제품 물가도 상승했다. 공업제품 소비자물가지수는 지난달 118.8을 기록, 1985년 1월 관련 통계 작성 이래 가장 높았다. 이전 최고 기록은 지난해 12월의 117.30이었다. 1년 전과 비교한 상승률은 2.7%로, 2023년 10월(3.6%) 이후 29개월 만에 가장 높았다. 내구재(2%), 섬유제품(2.2%) 등 항목의 상승에도 영향을 미쳤다. 이런 가운데 지난달 농산물 가격은 하락하며 전체 물가 상승세를 억제한 것으로 나타났다. 농산물이 5.6% 하락하며 전체 소비자물가를 0.25%p 낮췄다. 봄철 생산량 증가 영향으로 채소류 물가가 13.5% 급락했다. 반면 축산물과 수산물은 각각 6.2%, 4.4% 올랐다. 가공식품은 작년 동월보다 1.6% 상승했다. 전월(2.1%)보다 상승 폭이 낮아지며 2024년 11월(1.3%) 이후 1년 4개월 만에 상승률이 가장 낮았다. 출고가가 인하되며 설탕(-3.1%)이 하락 전환했고, 밀가루도 2.3% 떨어졌다. 자주 구매하는 품목 중심으로 체감 물가를 보여주는 생활물가지수는 2.3% 상승했다. 신선식품지수는 6.6% 하락했다. 정부는 국제유가 변동성이 물가에 상방 압력으로 작용할 것이고 우려하고 있다. 앞서 유상대 한국은행 부총재는 지난 2일 물가상황점검회의에서 “4월 이후 소비자물가는 국제유가의 큰 폭 상승 영향으로 오름폭이 확대될 것"이라고 밝혔다. 국제유가 급등으로 중동 에너지 의존도가 높은 한국이 물가 상승 압력에 그대로 노출될 수밖에 없다는 지적도 나온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은 '미-이란 전쟁에 따른 유가 충격의 주요국 파급효과' 보고서에서 중동전쟁이 끝나더라도 유가는 전쟁 이전 수준인 배럴당 63달러로 내려가지 않을 것으로 분석했다. KIEP가 제시한 시나리오에 따르면, 전쟁이 조기에 종료될 경우 에너지 시설 피해 복구 지연으로 유가가 전쟁 이전보다 43% 높은 배럴당 90달러 가량 추산됐다. 이란 호르무즈 해협 봉쇄 등 전쟁이 장기화되면 세계 원유 생산량이 10% 감소해 유가는 전쟁 이전보다 86% 오른 배럴당 117달러에 이를 것으로 예상됐다. 송하윤 KIEP 국제거시팀 부연구위원은 “수입 에너지 비용 증가를 통해 한국을 비롯한 에너지 순수입국의 물가·경상수지에 상당한 압력을 야기할 것"이라고 진단했다. 주요 국제기구들도 중동사태에 따른 인플레이션 우려 속에 한국의 물가상승률 전망치를 올려잡을 것으로 보인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올해 한국 물가상승률 전망치를 기존 1.8%에서 2.7%로 0.9%p 올렸다. 국제통화기금(IMF)도 4월 발표 예정인 세계 경제 전망에서 중동 전쟁과 고유가 국면을 반영해 물가를 상향 조정할 가능성이 크다. 해외 주요 IB들도 국내 물가 전망치를 일제히 상향 조정했다. 주요 IB 8곳이 제시한 올해 소비자물가 상승률 전망치는 지난 2월 말 평균 2%에서 3월 말 2.4%로 0.4%p 높아졌다. 한국은행 전망치(2.2%)보다 0.2%p 높다. HSBC(2.1%→2.3%), 골드만삭스(1.9%→2.4%), 노무라(2.1%→2.4%), 바클리(1.9%→2.5%), JP모건(1.7%→2.6%), 씨티(1.9%→2.6%) 등이 각각 상향 조정했다. JP모건은 지난 2일 보고서에서 “중동발 에너지 가격 충격이 아직 데이터에 완전히 반영되지 않았다"며 “중동 상황이 실질적으로 개선되지 않는다면 5∼9월에는 3%를 웃돌 것으로 예상한다. 그 이후의 전망은 불확실성이 매우 큰 상황“이라고 내다봤다. 원승일 기자 won@ekn.kr

공정위 전속고발권 폐지 추진…경영계, 줄소송 ‘고발 리스크’ 우려

공정거래위원회가 전속고발권 폐지를 추진하자 경영계에 '사법 리스크' 비상이 걸렸다. 중대재해처벌법, 상법 개정 등에 대응하기 바쁜 가운데 공정거래위원회(공정위)가 전속고발권 폐지를 추진한다는 소식이 전해지며 비상이 걸렸다. 민·형사 고발 루트가 다양해지면서 경영 활동 자체가 사법 리스크의 소용돌이에 휘말릴 수 있다는 공포심이 조성되고 있다. 1일 재계와 법조계 등에 따르면 전속고발권은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공정거래법) 위반 사건에 대해서는 오직 공정위만 검찰에 고발할 수 있는 특권을 뜻한다. 주병기 공정거래위원회 위원장은 전날 국무회의에서 이를 폐지하고 고발권을 확대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일정 수 이상 집단이 고발하면 공정거래 관련 공소 제기가 가능하도록 바꾸자는 게 골자다. 일부 이견 탓에 당장 결론이 나지는 않았다. 이같은 논의가 시작된 배경은 공정위가 기업들에게 '솜방망이 처벌'을 내리고 사건을 덮는다는 의혹이 꾸준히 제기됐기 때문이다. 대기업 갑질로 중소기업이 망하더라도 공정위가 고발을 안 하면 검찰 수사가 아예 안 되는 상황이 불공정하다는 목소리도 있다. 앞으로 공정위에 집중돼 있던 관련 고발 권한이 대폭 분산되는 쪽으로 논의가 이어질 것으로 관측된다. 이재명 대통령도 “공정위가 독점하다 보니 사건을 덮어버릴 권한도 가졌다"며 제도 개편을 주문했다. 공정거래법 제정 때부터 46년간 이어진 전속고발권이 폐지 기로에 선 것이다. 경영계는 공정위 전속고발권이 없어질 경우 '줄소송'이 이어질 수 있다고 걱정하고 있다. 일반인들도 고발권을 가지면 부작용이 엄청날 것이라는 우려에서다. 경쟁사가 악의적인 고발을 남발하거나 노조 등 단체들이 사측을 압박할 수단으로 이를 활용할 여지도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우리나라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4개국 중 유일하게 경쟁법 전반에 걸쳐 형벌 조항을 두고 있다는 점도 재조명받고 있다. 다른 국가들은 형벌 규정 자체가 없거나 카르텔에 한정해 적용하고 있다. 전속고발권 개편 논의와 함께 형사처벌 범위에 대한 검토도 병행될 필요가 있다는 얘기가 나오는 배경이다. 고발권이 이미 분산돼 있다는 의견도 있다. 사회적 파급력이 큰 사안에는 '의무고발요청제'가 도입돼 있다는 이유에서다. 이 제도에 따라 중소벤처기업부(중기부) 장관, 검찰총장, 감사원장 등은 공정위에 고발을 요청할 수 있다. 중기부는 최근 야놀자, 여기어때 등이 입점업체에 피해를 입혔다며 고발요청권을 행사했다. 경영계 한 관계자는 “전속고발권 개편은 기업활동 전반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는 사안인 만큼 중동 사태로 극심한 어려움을 겪고 있는 기업들에 수사·소송 부담이 가중되지 않도록 충분한 공론화와 의견 수렴 과정을 거칠 필요가 있다"고 짚었다. 경영계가 고발권 확대를 걱정하는 분야는 이뿐만이 아니다. 상법 개정으로 이사의 충실 의무 대상이 '회사'에서 '주주'로 확대된 것도 '고발 리스크'를 부각시키는 요소다. 배임죄 고발 문턱이 사라진 상황에서 기존 민사로 진행되던 소송이 형사로 발전하는 사례가 늘어날 전망이다. 여기에 전속고발권 폐지까지 맞물리면 주주들이 힘을 모아 회사 또는 경영진을 압박하는 사례가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외국계 행동주의펀드 등의 활동 반경이 더욱 넓어질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재계 한 관계자는 “'아니면 말고'식 소송이 남발되면 기업 경쟁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여헌우 기자 yes@ekn.kr

원강수 원주시장, “AI 대전환 국비 140억 확보… ‘공공 GPU 센터’ 구축”

원주=에너지경제신문 박에스더 기자 원주시가 중소벤처기업부의 '지역 주도형 AI 대전환' 공모사업에 최종 선정되며 국비 140억 원을 확보했다. 원강수 원주시장은 2일 시청 브리핑룸에서 열린 현안 브리핑을 통해 “이번 사업을 통해 원주를 디지털 헬스케어와 바이오 산업 중심지로 도약시키겠다"고 밝혔다. 이번 사업은 2027년까지 총 236억 원이 투입되는 대형 프로젝트로, 지역 산업의 인공지능(AI) 전환과 고도화를 목표로 △공공 GPU 인프라 구축 △AI 기술 실증 △전문 인재 양성 등 3대 핵심사업을 추진한다. 우선 원주에는 강원도 최초로 '산업용 공공 GPU 센터'가 구축된다. AI 개발에 필수적인 고성능 연산 인프라를 지자체가 직접 구축해 지역 기업에 제공하는 방식으로, 수억 원에 달하는 장비 투자 부담을 줄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또한 의료기기 제조와 바이오 분야를 중심으로 '맞춤형 AI기술 실증'지원으로 AI 기술을 실제 생산 공정에 적용하는 실증 사업을 추진한다. AI 기반 데이터 분석을 통해 신제품 개발 기간 단축과 품질 향상, 생산 효율 개선 등으로 기업 경쟁력 향상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이와 함께 원주미래산업진흥원을 중심으로 강원테크노파크, 지역 대학 등이 참여하는 산학연 협력체계를 구축해 '실무형 AI 인재 양성'도 병행한다. 특히 오는 9월 개관 예정인 엔비디아 기반 교육센터와 연계해 지역 내 인재 양성과 기업 수요를 연결하는 구조를 마련할 계획이다. 시는 이번 사업을 통해 기존 제조 중심 산업 구조에서 벗어나 디지털 헬스케어와 바이오 중심의 고부가가치 산업 생태계로 전환한다는 전략이다. 원강수 시장은 “AI 기반 산업 전환을 통해 디지털 헬스케어·바이오 산업 경쟁력을 선점하고 지역 경제 체질을 고부가가치 산업 중심으로 전환하겠다"며 “기업의 글로벌 진출을 위해 행정 역량을 총동원하겠다"고 밝혔다. 또한 원 시장은 시정브리핑에서 “올해 1분기 원주시 인구가 예상을 뛰어넘는 증가세를 기록하며 감소 흐름이 완전히 뒤바뀌었다"고 밝혔다. 원주시에 따르면 1월 302명, 2월 173명, 3월 231명이 늘어 1분기 총 706명 증가를 기록했으며, 이는 최근 3년간 3월마다 감소했던 흐름과 대비된다. 이 같은 추세가 이어질 경우 연말 인구는 약 36만6194명으로 전년 대비 최대 3000명 증가가 예상되며, 시는 이를 기업 투자와 일자리 창출에 따른 구조적 변화로 분석했다. 원 시장은 “인구는 도시의 경쟁력"이라며 “투자 확대와 고용 창출을 통해 인구 유입과 경제 성장이 선순환하는 구조를 만들겠다"고 말했다. 박에스더 기자 ess003@ekn.kr

중견기업 “2분기 경기 부정적”…美관세·중동전쟁 영향 지속

중견기업들은 체감 경기가 개선되고 있지만 여전히 최근 발생한 대외 변수 때문에 올해 상반기 수출 전망을 부정적으로 전망했다. 2일 한국중견기업연합회가 발표한 '2026년 2분기 중견기업 경기전망조사'에 따르면, 올해 2분기 중견기업 경기전망지수가 82.8로 집계돼 직전 분기 대비 0.7포인트(p) 상승했다. 100보다 크면 다음 분기에 관해 긍정적으로 전망하는 기업이 더 많다는 뜻이다. 제조업 경기전망지수는 77.0으로 1.0p 증가하며 상승 전환했다. 특히 1차금속·금속가공 업종이 6.3p 상승한 74.4를 기록하며 큰 상승폭을 보였다. 비제조업 부문은 0.5p 오른 88.1로 조사됐다. 건설 업종이 80.4로 12.5p 상승하며 지수 상승에 크게 기여했다. 다만, 수출 시장에 대해서는 부정적 시각이 우세했다. 수출전망지수는 전분기 대비 1.4p 하락한 89.9로 집계됐다. 제조업 부문에서 2.9p 감소한 89.4을 기록했고, 비제조업은 1.2p 오른 90.8로 나왔다. 중견련 관계자는 “미국 연방법원 판결에 따른 관세 혼란, 중동 분쟁으로 인한 자원 수급 불안정 등 글로벌 무역·통상 환경 불확실성 증대가 제조업 부문 수출 전망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라고 설명했다. 내수전망지수는 1.3p 오른 86.9로 조사됐다. 2.0p 하락한 비제조업(87.9)과 달리 제조업 분야(85.9)에서 5.0p 상승했다. 1차금속·금속가공 업종(85.3)이 14.3p 상승하며 전체 상승세를 이끌었다. 생산전망지수와 영업이익전망지수는 각각 84.0과 88.8로 전분기 대비 3.8p, 2.3p 상승했다. 박양균 중견련 정책본부장은 “급격한 대외 여건 악화에도 소폭이나마 상승세를 기록한 중견기업계의 경기 인식을 산업 경쟁력 강화의 돌파구로 전환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승현 기자 jrn72benec@ekn.kr

GH, 공사채 31조 확보…“더 많고 더 빠른 공급” 주택정책 엔진 본격 가동

경기=에너지경제신문 송인호 기자 경기주택도시공사(GH)가 공사채 발행 제도 개선을 통해 확보한 31조원 규모의 재정 여력을 바탕으로 주택 공급 확대와 사업 속도 혁신에 본격적으로 나선다. GH는 2일 오전 기자간담회를 열고 경기도 주거 정책의 중장기 비전을 담은 'GH Bridge 2030 행동계획'을 발표했다. 이번 계획은 정부의 부동산 시장 안정 정책을 뒷받침하고 주택 공급의 속도와 규모를 동시에 끌어올리기 위한 실행 전략으로 마련됐다. 특히 GH는 향후 2~3년을 주택시장 정상화의 '결정적 시기'로 판단하고 공공주택 공급 확대와 사업 추진 속도 혁신을 핵심 과제로 제시했다. 김용진 GH 사장은 “제도 개선으로 확보된 31조 원의 재정 기반을 바탕으로 주택 공급의 속도와 규모를 동시에 확대하겠다"며 “국민이 체감할 수 있는 착공과 입주 성과로 정책 실행력을 증명하겠다"고 강조했다. 이번 행동계획의 가장 큰 기반은 재원 조달 구조의 변화다. 지난달 행정안전부의 공사채 발행 승인 제도가 개정되면서 GH는 2030년까지 약 31조원 이상의 자금 여력을 확보하게 됐다. 이는 그동안 지방 공기업의 사업 추진을 제약해온 재정 한계를 크게 완화한 조치로 평가된다. GH는 이런 재정 기반을 토대로 조직 체계도 전면 개편했고 사업 추진의 안정성을 높이기 위해 전사적 컨트롤타워를 구축하며 현장 중심의 의사결정 체계를 강화했다. 특히 권한과 책임을 현장에 대폭 위임하는 방식으로 사업 추진 속도를 높이는 'GH형 패스트트랙' 체계를 도입해 사업 추진의 효율성을 극대화한다는 전략이다. GH는 확보된 재정과 조직 혁신을 기반으로 '2030 GH형 주택공급 패스트트랙'을 본격 가동한다. 이를 통해 하남교산 등 5개 우선 사업지구 약 7000가구의 입주 일정을 평균 1년 이상 앞당길 계획이다. 보상과 지장물 철거 등 선행 공정을 병렬로 추진하고 인접 지역의 기반시설을 임시 활용하는 등 행정 절차를 혁신해 사업 기간을 단축한다는 구상이다. 공공주택 공급 규모도 대폭 확대돼 기존 5만호 계획에 북수원 테크노밸리와 화성 진안지구 등을 포함해 약 2만호 이상을 추가해 총 7만호 규모의 건설형 공공주택을 공급한다. 여기에 수요 맞춤형 공공임대주택 3만호를 더해 전체 공공주택 공급 규모를 10만호 이상으로 확대할 방침이다. 또한 공사 기간을 약 30% 단축할 수 있는 모듈러 주택을 매년 1000호씩 공급해 기존 계획 대비 약 5배 수준으로 확대한다. 이같이 주택 공급 속도를 높이는 동시에 국민의 주거 대기 시간을 줄이기 위한 전략적 선택이다. GH는 단순한 주택 공급을 넘어 도시 구조 혁신에도 나선다. GH는 판교테크노밸리 개발 경험을 바탕으로 일자리(직), 주거(주), 여가(락)가 결합된 '경기도형 기회타운' 모델을 확산할 계획이다. 북수원 테크노밸리와 용인 플랫폼시티, 안양 인덕원 등 주요 개발 사업에 이 모델을 적용해 자족형 미래 도시를 조성하고, 첨단 산업 기반의 양질의 일자리 창출까지 연결하겠다는 구상이다. 또 무주택 청년과 신혼부부의 주거 사다리 복원을 위해 '지분적립형 주택'을 확대 공급한다. 초기 자금 부담을 줄이고 적금처럼 지분을 늘려 내 집 마련이 가능하도록 하는 방식으로 광교신도시를 시작으로 2030년까지 매년 약 1000호 수준으로 공급할 계획이다. 이와 함께 도시계획 단계부터 제로에너지빌딩(ZEB)을 넘어 2050 제로에너지 시티를 목표로 친환경 도시 모델을 구축하고 고령화 사회에 대응하는 커뮤니티 중심 공간혁신 모델인 'AIC(Aging in Community)'도 도입한다. 김용진 GH 사장은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31조원의 재정 여력 확보는 GH가 공공주택 공급과 도시 혁신을 본격적으로 추진할 수 있는 결정적 전환점"이라며 “3기 신도시 등 핵심 사업을 속도감 있게 추진해 국민이 체감하는 주거 안정 성과를 만들어내겠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GH는 정부 정책을 실행하는 강력한 정책 엔진으로서 역할을 다하고 경기도민과 국민에게 실질적인 주거 안정 성과로 보답하겠다"고 덧붙였다. 송인호 기자 sih31@ek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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