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인사이트] 테슬라가 간과한 생명의 무게

자동차로 이동하는 건 현대인에게 가장 기본적인 권리에 속한다. 이 이동은 안전을 보장해야 한다. 또한 자동차로 이동하려면, 마차를 이용해도 마찬가지겠지만, 무엇보다 문을 열고 닫을 수 있어야 한다.너무 당연한 얘기를 정색하며 말하는 게 우습지만, 오늘날 도로 위를 질주하는 첨단의 전동화 차량 중 일부는 때로 이 단순한 전제를 충족하지 못하기에 정색하지 않을 수 없다. 문을 열어야 할 때 열지 못하면 치명적 상황이 열릴 수 있다. 최근 테슬라를 비롯한 주요 완성차 업체가 중국에서 총 400만 대가 넘는 차량을 리콜한 사태는, 매끄러운 디자인과 혁신이라는 미명 아래 무엇인가 매우 중요한 것이 망각되고 있음을 일깨운다. 이 사태의 중심에 선 테슬라의 리콜 규모는 약 300만 대이다. 리콜이라는 익숙한 말로 퉁치기엔 현대 기술주의의 폐해가 너무 심각해 보인다. 논란의 핵심은 일론 머스크의 테슬라가 대중화한 이른바 '매립식 도어 핸들(Flush Door Handle)'이다. 차체와 완벽하게 밀착되어 공기저항을 줄이고 미래지향적인 미니멀리즘을 완성한다는 이 손잡이는, 차량 전원이 차단되는 비상 상황에서 차를 운전자나 탑승자를 가두는 철창으로 바꿔버린다. 사고로 전기가 끊겼을 때 내부의 기계식 비상 개방 장치를 직관적으로 찾지 못해 화마 속에서 생명을 잃거나 구조의 손길이 차단되는 참사가 잇따르고 있다. 전통적인 기계식 손잡이와 달리, 전자식 매립 핸들은 비상용 레버가 도어 포켓 안쪽이나 보이지 않는 패널 아래 숨겨져 있어 절체절명의 순간에 탑승자를 패닉으로 몰아넣는다. 기술혁신이라는 이름으로 포장된 이 감각적 디자인은, 역설적으로 인간의 생존이라는 가장 본질적인 가치를 뒷전으로 밀어냈다. 더 큰 문제는 이러한 사태가 일회성 해프닝이 아니라는 점이다. 테슬라는 완전자율주행(FSD, Full Self-Driving)을 둘러싼 과장 광고와 끊이지 않는 소송 속에서, 줄곳 안전 검증보다 시장 선점과 주가 부양을 우선시하는 태도를 보였다. 무선 소프트웨어 업데이트(OTA)라는 현대적 기술을 내세워 물리적 리콜 비용과 사회적 책임을 교묘하게 축소하려는 모습은, 테슬라의 혁신이 과연 누구를 위한 것인지 근본적 의문을 품게 한다. 인류문명의 발전보다는 특정인을 세계 최고 부자를 만드는 게 유일한 목적 같다. 지금도 FSD는 홍보되고 있고, 교묘한 방어장치로 눈가림하면서 우리가 상상하는 자율주행이 실제로 가능할 것처럼 과장한다. '매립식 도어 핸들'을 리콜하게 한 중국은 FSD란 용어도 금지했다. 테슬라가 제공하는 '보조주행' 정도의 용어를 쓴다. 타당한 조치다. 테슬라가 FSD라는 말을 쓴 지 꽤 시간이 흘렀지만, 한 번도 FSD가 구현된 적이 없기 때문이다. FSD가 아닌 차량을 FSD로 착각하며 몰다가 실제로 사고가 나고 소송이 이어지고 사법당국이 나서는 등 혼란이 빚어지고 있다. 소비자는 소프트웨어 오류와 복잡한 사용자 인터페이스의 실험 대상이자 위험을 스스로 감당해야 하는 이상한 존재로 전락했다. 오늘날 빅테크와 결합한 모빌리티 자본은 인간을 존엄한 주체가 아니라, 실험실의 데이터이자 이윤 창출을 위한 도구로 보는 듯하다. 종종 잊히지만, 인간의 생명은 최상위 가치다. 머스크의 행보는 그가 말하는 혁신이 CEO 개인의 과시욕과 거대한 자본의 탐욕이 결부된 자본주의의 추한 괴물에 불과하다는 사실을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디자인의 미려함이나 자율주행의 환상 속에서, 비상시 생명의 위협을 느끼며 공포에 떨어야 하는 인간의 목소리는 소음처럼 지워진다. 이제 쟁점은 한국 정부가 이 문제에 어떻게 대처할 것인가이다. 한국인의 생명이 중국인보다 덜 소중하지는 않지 않을까. bienns@ekn.kr

5년 내 2회 담합 영업정지 “시장퇴출 법제화”…당정 “국감후 입법”

앞으로 5년 내 두 번 이상 반복 담합하다 적발되면 영업정지 처분까지 가능하도록 법제화될 전망이다. 민생 분야 반복적, 고질적 담합 가담자는 시장에서 퇴출되도록 제재 수위가 높아진다. 의약품·석유·폐기물·여객·화물 운송 등 민생 밀접 17개 업종이 대상이다. 담합 적발도 강화하기 위해 처분 시효도 최대 15년으로 연장된다. 공정거래위원회와 더불어민주당은 28일 국회에서 당정협의회를 열어 이 같은 내용의 '반복 담합 근절 입법 추진방안'을 발표했다. 당정은 이번 방안을 통해 민생 밀접 분야의 반복·고질적인 담합에 대한 적발률을 높이고, 시정조치의 실효성을 강화하기로 했다. 민생 밀접 17개 업종에서 5년 이내 2회 이상 반복 담합 사업자에 대한 등록취소나 영업정지까지 가능하도록 법제화해 제재 수위를 높인다. 공정위가 반복 담합 사업자를 적발해 관계 부처에 등록취소나 영업정지 등을 요청하면 해당 부처가 시정조치하는 방식이다. 대상 업종은 의약품 제조·수입업과 소방시설업 등 안전·생명 분야, 석유정제·판매업 등 에너지·산업 분야, 폐기물처리업 등 환경 분야, 여객·화물 운송업 등 운송 분야다. 공정위는 올 상반기 설탕과 밀가루, 고추장 등 서민 먹거리 분야 담합을 엄정 제재했다. 적발된 담합 관련 매출액만 20조원대에 달한다. 올 하반기에도 조사 중인 식품과 교육, 에너지, 생필품 분야 등의 담합을 시정조치할 예정이다. 담합 처분 시효도 최대 15년까지 늘려 적발을 강화한다. 현행 공정거래법은 조사를 시작하지 않은 경우 위반행위 종료일부터 7년, 조사를 시작한 경우 조사 개시일부터 5년의 시효를 두고 있어 최대 12년까지 처분할 수 있다. 이번 개정안에 따라 조사를 시작하지 않은 경우 처분 시효를 7년에서 10년으로 늘려 전체 처분시효도 최대 12년에서 15년으로 늘어난다. 공정위가 담합 이후 가격 인상 등 왜곡된 가격을 바로잡기 위해 실시하는 '가격재결정' 명령도 법적으로 명문화한다. 법적 근거가 마련되면 해당 사업자들은 담합 전 경쟁을 회복하는 수준으로 가격을 다시 결정하는 것이 의무화된다. 담합 자진신고자에 대한 가격재결정명령 등 시정조치 감면 혜택도 없애기로 했다. 다만, 자진 신고시 과징금과 고발 감면 혜택은 유지한다. 앞으로 교복과 교육용 기자재 등 교육 분야 입찰담합 감시도 강화된다. 당정은 공정위 입찰담합징후분석시스템(BRIAS)에 교육청을 의무적인 정보 제공 협조기관으로 명시하는 공정거래법 개정을 추진하기로 했다. 주병기 공정위원장은 이날 당정협의에서 “그동안 담합 사례가 지속되던 업종을 중심으로 관계 부처들과 협의를 진행해 왔다"며 “반복 담합 사업자의 등록취소, 영업정지 제도 도입 등 5개 입법 제도를 마련, 국민 생활 밀접 분야의 담합을 뿌리 뽑겠다"고 강조했다. 국회 정무위원회 여당 간사 박상혁 의원도 “국정감사가 지나면 본격적으로 예산과 입법에 대한 논의가 있을 것"이라며 “담합 근절은 소비자들의 민생과 복리후생에 직접적인 연관이 있는 중요한 사안이라 빠르게 처리하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원승일 기자 won@ekn.kr

“육아휴직 갈까, 수억 받을까”...삼전닉스 직원들 선택 달라졌다

'반도체 호황'이 직장인들의 육아휴직 풍경까지 바꾸고 있다. 사상 최대 수준의 실적을 거두며 수억원대 성과급 기대가 커진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에서 올해 상반기 육아휴직률이 함께 떨어졌다. 성과급 지급 규모가 커질수록 휴직에 따른 보상 공백도 커지는 만큼 고(高)성과 시기를 피해 휴직을 미루는 움직임이 실제 통계로 나타난 것으로 보인다. 27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올라온 반기 및 사업보고서를 보면 삼성전자의 올해 상반기 육아휴직률은 당해 출생 자녀를 둔 직원 기준 35.5%로 집계됐다. 지난해 같은 기간 36.2%에서 0.7%포인트 하락한 수치다. 성별로 보면 남성 직원의 육아휴직률은 12.4%에서 11.2%로 1.2%포인트 떨어졌고, 여성은 94.3%에서 88.2%로 6.1%포인트 낮아졌다. SK하이닉스 역시 하락세를 보였다. 초등학생 이하 자녀를 둔 직원 가운데 육아휴직을 사용한 비율은 올해 상반기 3.2%로, 전년 동기 4.0%보다 0.8%포인트 줄었다. 남성은 1.3%에서 0.7%로, 여성은 10.1%에서 8.9%로 각각 하락했다. 두 회사의 육아휴직률이 같은 시기에 함께 낮아진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특히 반도체 업황 회복으로 성과급 기대가 커진 시점과 맞물렸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양사의 성과급 제도도 휴직 결정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요인으로 꼽힌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각각 영업이익의 10%, 10.5%를 기준으로 성과급을 지급하는 방안에 노사가 합의한 상태다. 반도체 사업의 실적 개선 폭이 커질수록 직원들이 받게 될 성과급 규모도 함께 커지는 구조다. 삼성전자의 경우 지난해 하반기부터 반도체 사업 실적이 빠르게 개선되면서 올해 영업이익이 350조원을 넘어설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되고 있다. 이에 따라 반도체 부문에서 개인별 성과급이 최소 2억원에서 많게는 6억원을 웃돌 수 있다는 전망까지 나오고 있다. 육아휴직을 사용할 경우 성과급 산정에서 불리해지거나 근속 기간에 따른 지급률에 영향을 받을 수 있다는 점이 직원들의 선택을 바꿀 수 있다는 것이다. 높은 성과급을 기대할 수 있는 시기일수록 휴직에 따른 경제적 기회비용이 커진다는 설명이다. SK하이닉스의 과거 실적과 육아휴직률에서도 비슷한 흐름이 나타난다. 2023년 회사가 8조원에 가까운 영업손실을 기록했을 당시 육아휴직률은 8%를 넘어서며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했다. 이후 연간 영업이익이 2024년과 2025년 각각 23조원대, 47조원대로 급증하면서 육아휴직률은 2년 연속 6%대에 머물렀다. 삼성전자도 육아휴직률이 계속 상승하다 최근 하락으로 돌아섰다. 2022년 34.5%였던 육아휴직률은 2023년 37.4%, 2024년 39.5%까지 높아졌다. 이후 2025년 38.1%로 낮아졌고 올해 상반기에는 35.5%까지 추가 하락했다. SK하이닉스는 2022년 7.8%, 2023년 8.2%로 상승한 뒤 2024년 6.6%로 떨어졌다. 2025년 6.9%로 소폭 반등했지만 올해 상반기에는 다시 하락세를 나타냈다. 업계에서는 육아휴직 기간의 성과급 지급 여부와 근속기간 산정 방식 등이 고액 성과급을 기대하는 직원들의 휴직 결정에 영향을 줄 수 있다고 보고 있다. 반도체 업황 호조가 이어지고 대규모 성과급 지급이 예상되는 기간에는 이러한 요인이 육아휴직률을 낮추는 방향으로 작용할 가능성도 있다는 설명이다. 송재석 기자 mediasong@ekn.kr

대미투자 공식 발표 ‘안갯 속’…“미국 내부절차 진행 중”

1호 대미투자 프로젝트 추진 계획에 대한 정부의 국회 보고 이후 닷새가 지난 현재까지 한미 양국의 공식 발표가 안갯속이다. 당초 미국의 신속한 투자 이행 요구에 맞춰 조만간 합의 내용이 발표될 것으로 전망됐으나, 예상과 달리 대기 시간이 길어지는 모양새다. 27일 연합뉴스에 따르면, 산업통상부 관계자는 “미국에서 내부 절차를 완료하는 데 시간이 걸리는 것 같다"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미국 상무장관 등의 추천을 받아 투자처를 선정하는 절차가 남아있는 상태"라고 전했다. 앞서 한국과 미국이 지난해 11월께 체결한 '전략적 투자에 관한 양해각서(MOU)'와 한미전략적투자특별법 등에 따르면, 투자처는 양국의 합의를 거쳐 미국 대통령이 선정한다. 절차 상 미국 대통령은 미 상무장관이 위원장으로 있는 투자위원회를 추천을 통해 투자 분야를 설정한다. 투자위원회의 경우 사전에 한국 산업부장관이 위원장인 한미 협의위원회와의 협의를 통해 상업적으로 합리적인 투자만 추천토록 한다. 한국은 산업부장관이 위원장직을 수행하는 한미전략투자사업관리위원회의 검토와 재정경제부장관이 위원장을 맡는 한미전략투자운영위원회의 심의·의결을 거치는 단계를 밟는다. 이후 국회에 사업 추진 의사를 보고하는 내부적인 절차를 거치는 것으로, 국회 보고는 지난 22일 완료됐다. 정치권에 따르면 김정관 산업부장관을 비롯한 정부 관계자들은 이 시기 총 2000억달러 규모 대미 투자의 첫 사업으로 223억달러 상당의 '엔시날 가스복합화력발전소' 건설 사업을 추진하겠다고 국회에 보고했다. 아울러 해당 보고는 미국 내 대형 원전 8기 건설과 알래스카 액화천연가스(LNG) 개발 프로젝트에 대해선 추가 협의가 필요한 과제로 분류했다. 국회 보고 이후 양국의 공식 합의내용 발표가 지연되고 있으나, 정부는 최종 협의 도출에 앞서 새로운 돌발변수나 쟁점이 등장했기 때문은 아닌 것으로 보고 있다. 앞서 청와대 측도 지난 22일(현지시간) 미국에서 진행된 이재명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간 깜짝 정상회담이 성사된 배경을 '대미투자 협상 진전'으로 지목한 바 있다.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최근 유엔총회와 미중정상회담 등 대외 일정이 잇따르면서 양국의 대미투자 발표가 늦어졌을 수 있다는 관측도 제기된다. 정부는 대미투자 프로젝트에 대한 공식 발표 이후 이르면 이달 말 22억달러 규모에 달하는 첫 투자액을 송금할 것으로 알려졌다. 박주성 기자 wn107@ekn.kr

구미, K-치킨 ‘교촌치킨 시작점’ 관광상품 띄운다

10월 2일~11월 29일 총 27회 운영 교촌1호점·금오산·금리단길 한 코스로 소스 바르고 치킨무·하이볼 직접 체험 수도권 관광객 겨냥 당일·1박2일 상품 구성 구미=에너지경제신문 윤성원기자 대한민국 대표 치킨 브랜드 교촌치킨이 시작된 구미가 'K-치킨'을 앞세워 미식관광객 유치에 나선다. 27일 구미시는 농림축산식품부와 한식진흥원이 추진하는 '2026 K-미식벨트 조성사업'의 하나로 '구미시 K-치킨벨트' 관광상품을 오는 10월 2일부터 11월 29일까지 모두 27회 운영한다고 밝혔다. 이번 상품은 교촌치킨의 출발지라는 구미만의 스토리에 지역 농산물과 관광자원을 결합한 체험형 미식관광 프로그램이다. 주요 대상은 수도권 관광객이다. 관광상품은 당일형과 1박2일 체류형으로 나뉜다. 당일형은 금·토·일요일 운영되며 갈뫼루를 시작으로 교촌1호점, 교촌1991문화거리, 로컬푸드직매장 공유주방, 금오산을 차례로 둘러보는 일정이다. 1박2일 상품은 첫날 같은 코스를 체험한 뒤 이튿날 지산샛강공원과 신라불교초전지, 새마을중앙시장, 금리단길 등을 찾는다. 단순히 관광지를 둘러보는 방식에서 벗어나 관광객이 직접 참여하는 체험 프로그램을 강화한 것이 특징이다. 교촌1호점에서는 특별 메뉴인 '구미플래터'에 교촌 대표 소스를 직접 바르는 체험을 할 수 있다. 교촌1991문화거리에서는 스탬프투어를 통해 교촌치킨의 역사와 브랜드 문화를 살펴본다. 지역 농산물을 활용한 체험도 마련됐다. 로컬푸드직매장 내 공유주방에서는 수제 치킨무를 직접 만들고 전통주를 활용한 이른바 '치막 하이볼'도 만들어 볼 수 있다. 구미시는 이를 통해 치킨을 단순한 먹거리에서 지역의 역사와 농산물, 관광지를 함께 소비하는 관광콘텐츠로 확장한다는 구상이다. 관광상품은 서울 광화문과 양재역, 죽전버스정류장 등 수도권 주요 거점에서 출발한다. 참가 신청과 세부 일정은 여행사 노랑풍선을 통해 받는다. 본격적인 운영에 앞서 오는 29일에는 농림축산식품부와 한식진흥원 관계자, 관광·미식·콘텐츠·브랜딩·지역문화 분야 기자단 등 16여 명이 참가하는 팸투어도 진행된다. 참가자들은 K-치킨벨트 주요 코스를 직접 체험하며 관광상품의 콘텐츠와 운영방식을 점검한다. 수도권 홍보도 강화한다. 구미시는 지난 21일부터 다음 달 21일까지 한 달간 노랑풍선 시티버스에 K-치킨벨트 홍보 래핑을 진행해 서울 도심에서 관광상품을 집중적으로 알리고 있다. 구미시는 글로벌 치킨 브랜드의 발상지라는 지역 고유의 스토리에 금오산과 전통시장, 금리단길 등 관광자원을 결합해 당일 관광객을 체류형 관광객으로 전환한다는 계획이다. 김장호 구미시장은 “구미 K-치킨벨트는 교촌치킨의 시작점이라는 차별화된 스토리와 지역 관광자원을 결합한 새로운 미식관광 콘텐츠"라며 “앞으로 K-치킨뿐 아니라 라면 등 지역의 우수한 K-푸드 자원을 활용한 관광콘텐츠를 지속적으로 발굴해 관광객이 찾고 머무르는 미식 관광도시 구미를 만들겠다"고 말했다. 구미시는 K-치킨벨트를 시작으로 지역 식품산업과 관광을 연결하는 미식관광 콘텐츠를 확대해 '산업도시 구미'에 새로운 관광 브랜드를 더한다는 구상이다. 윤성원 기자 won56789@ekn.kr

암보다 무서운 ‘자살’, 10대만 늘었다…“가정불화에 정신과 문제”

자살로 인한 사망자 수가 줄었지만 유독 10대 자살률만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가정 불화로 생긴 정신적 문제, 극심한 학업 스트레스 등이 어린 10대들의 생을 마감하는 비극으로 내몰고 있는 상황이다. 10대부터 40대의 사망원인 1위도 자살이 암을 제치고 차지했다. 최근 국가데이터처가 발표한 '2025년 사망원인 통계'를 보면, 지난해 전체 자살 사망자 수는 1만4144명으로 1년 전보다 728명(4.9%) 줄었다. 자살 사망자 수는 2023년과 2024년 2년 연속 증가한 뒤 3년 만에 감소세로 전환했다. 인구 10만 명당 자살자 수 비율인 자살률도 27.8명으로 1.4명(4.7%) 감소했다. 다만,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평균 10.9명에 비해 3배 가까이 높은 수준이다. 2위 리투아니아(18.1명)와 비교해도 훨씬 웃도는 수준이다. 연령별로 보면 10대 자살률이 인구 10만명당 8.6명으로 전년보다 7.5% 증가했다. 10대만 보면 자살률은 통계 작성 이후 최고치다. 다른 연령대에서 자살 사망자가 모두 감소한 것과 달리 10대만 유일하게 늘었다. 10대의 자살 원인은 가정 문제가 가장 많았고, 정신과적 문제, 학업 진로 문제 등이 뒤를 이었다. 연령별 사망원인도 자살이 10대부터 40대까지 1위를 차지했다. 40대는 2024년에 이어 지난해에도 자살이 암을 제치고 1위였다. 50대는 암에 이어 자살이 2위였고, 60대는 4위였다. 성별로는 10대에서 여성의 자살률이 높았고, 20대 이상에서는 남성이 높았다. 박현정 데이터처 인구동향과장은 “자살통계연보 자료를 보면 10대의 경우 정신과적 문제와 가정 문제 등으로 자살이 많았다"며 “지난해 40대 사망 1위가 암에서 자살로 바뀐 후 이번에도 되돌려지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주된 사망 원인으로는 이번에도 암이 부동의 1위를 차지했다. 지난해 암 사망자는 9만203명으로 처음 9만명을 넘어섰다. 암 사망자는 전체 사망자의 24.9%였다. 암 사망률은 인구 10만명당 177.1명으로 전년보다 2.8명 높아졌다. 암에 이어 심장 질환과 폐렴, 뇌혈관 질환 등의 순이었다. 지난해 전체 사망자 수는 코로나19 직후인 2022년에 이어 역대 두 번째로 많았다. 지난해 총사망자 수는 36만2968명으로 전년보다 4399명(1.2%) 증가했다. 코로나19로 사망자가 큰 폭으로 늘었던 2022년(37만2939명) 이후 3년 만에 최다고, 2022년에 이어 역대 2위다. 특히, 80세 이상 사망자가 전체 사망의 54.7%를 차지했다. 인구 고령화가 심화되면서 80~90세 고령층 사망 비중이 지속적으로 늘고 있는 영향으로 분석됐다. 원승일 기자 won@ekn.kr

정부 “추석 차례상비 9년 만 하락” 보니…대형마트 할인 ‘착시효과’

올해 추석 차례상 비용이 31만3000원이란 조사 결과에 정부는 “2017년 이후 9년 만에 하락했다"고 평가했다. 역대 최대 규모인 1900억원 농축수산물 할인지원, 성수품 공급 확대 등 정부의 추석 민생안정대책이 물가 안정 효과를 냈다는 점을 강조하기 위한 취지로 풀이된다. 반면, 성수품 가격 하락은 대형마트 중심의 할인 행사 영향이 커 전통시장과는 가격 차이가 나고, 체감 물가와도 괴리가 있다는 지적이다. 추석을 앞두고 성수품 가격이 다시 오르면서 정부가 막대한 재정으로 일시적 물가를 눌러놨던 영향이란 분석도 나온다. 최근 한국소비자단체협의회 물가감시센터가 추석을 1주일 앞둔 17~18일 제수용품 가격을 조사한 결과 대형마트의 제수용품 비용이 전년보다 9.0% 하락한 반면, 일반 슈퍼마켓은 6.9%, 전통시장은 3.8% 상승했다. 대형마트만 유일하게 비용이 내려간 셈이다. 이는 대형마트에서 할인가 비중이 전년보다 늘어났는데 정부의 농축산물 할인 지원 등이 가격에 반영됐다는 게 소비자단체협의회 설명이다. 실제 대형마트에서 진행된 한우 할인 행사로 쇠고기 산적용 가격은 22.7% 내렸고, 달걀과 명태살 등의 가격도 하락했다. 정부가 비축물량을 풀고, 성수품 공급을 늘리면서 가격 하락에 영향을 준 것으로 분석됐다. 앞서 정부는 추석 민생안정대책으로 농축수산물 할인 지원에 1930억원을 투입했다. 지난해(900억원) 보다 2배 이상 늘린 규모다. 성수품 공급도 18만5000톤(t)으로 평시보다 1.6배 늘렸고, 가격 상승 품목에는 정부 비축 물량을 추가 공급 중이다. 이후, 재정경제부는 지난 21일 '추석 차례상 비용 자료'를 통해 올해 구매비용이 31만3089원으로 지난해보다 2.3% 하락했다고 밝혔다. 소비자단체협의회가 추석 3주 전인 지난 3~4일 4인 가족 기준 추석 제수용품 25개 품목 구매비용 조사한 결과를 인용하며 “2017년 이후 9년 만에 하락"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재경부는 “대형 유통업체를 중심으로 차례상 비용 부담이 더욱 크게 하락했다"고 강조했다. 소비자단체협의회 조사로 -5.0%,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 조사로 –7.6%란 수치도 밝혔다. 소비자들이 체감하는 가격 하락이 대형마트에 집중된 할인 행사 영향이란 분석이 나오는 이유다. 재경부 관계자는 “차례상 비용 하락세는 정부가 추석 민생안정대책 보완 방안으로 추진 중인 역대 최대 규모의 농축수산물 할인지원과 적극적인 성수품 공급 확대 등이 일부 기여했기 때문"이라고 자평했다. 정부 대책이 물가 안정 효과를 냈다는 점을 강조한 셈이다. 22일 취임한 이형일 신임 부총리 겸 재경부 장관이 출사표로 밝힌 첫 번째 과제도 물가 안정이었다. 지난 1일 열린 국무회의 추석 민생안정대책 보고 때 후보자 신분이었던 그는 이 대통령의 “추석 물가 자신 있냐"는 질문에 “확실하게 잡겠다"고 답하기도 했다. 하지만, 명절이 다가올수록 사과와 배, 돼지고기 등 주요 성수 과일 가격이 다시 치솟으면서 가격 부담이 커지고 있는 상황이다. 소비자단체협의회 추석 1주 전 조사에 따르면 사과는 5개 기준 11.8%, 배는 3개 기준 11.1%, 돼지고기는 5.0% 각각 올랐다. 추석을 코앞에 두고 수요가 몰린 영향으로 3주 전 조사 때보다 가격이 올랐다는 분석과 함께 정부 발표와 실제 체감 물가와의 괴리가 크다는 지적도 나온다. 소비자단체 관계자는 “정부가 물가를 잡기 위해 막대한 돈을 풀어 일시적으로 가격을 누른 것이어서 효과가 언제까지 갈지 모르겠다"며 “대형마트 중심으로 할인이 커 전통시장 등에서는 가격 하락을 체감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어 “전통시장은 온누리상품권 환급 등 할인 혜택이 가격에 반영되지 않아 실제 소비자가 부담하는 가격과는 차이가 있을 수 있다"며 “유통업태별로 할인 품목과 할인율이 달라 구매 전 가격을 비교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원승일 기자 won@ekn.kr

[고속도로 교통상황] 서울→부산 8시간 50분…귀성길 정체 시작, 언제 해소되나

추석 연휴 첫날인 24일 오전부터 전국 고속도로가 귀성 차량으로 정체가 빚어지고 있다. 한국도로공사에 따르면 이날 오전 10시 기준 승용차로 서울 요금소를 출발해 전국 주요 도시까지 걸리는 예상 시간은 부산 8시간 50분, 울산 8시간 30분, 목포 8시간 40분, 광주 8시간, 대구 7시간 50분, 강릉 6시간 50분, 양양 5시간 10분, 대전 4시간 50분이다. 경부고속도로 부산 방향은 신갈분기점부근~수원 3km, 기흥휴게소부근~남이분기점 90km, 남청주부근~비룡분기점 24km 구간에서 서행 중이다. 서해안고속도로 목표 방향은 팔탄분기점부근~서평택 24km, 서평택~서해대교 5km정체, 해미부근~홍성 8km, 대천휴게소~대천부근 3km, 동서천분기점부근~동군산부근 24km, 김제분기점부근~서김제부근 5km 구간에서 차량이 정체되고 있다. 중부고속도로 남이 방향은 하남분기점~경기광주분기점부근 22km, 이천휴게소~호법분기점 4km, 호법분기점~남이천IC부근 8km, 일죽~삼성 Hi부근 5km, 대소분기점부근~진천터널부근 18km정체, 오창부근~남이분기점 14km에서 차량 운행이 지체되고 있다. 영동고속도로 강릉 방향에서는 둔대분기점~부곡 5km, 신갈분기점부근~양지터널부근 15km, 호법분기점부근~여주분기점 16km, 문막휴게소부근~원주부근 12km, 새말~새말 1km에서 혼잡하다. 중부내륙선 창원 방향은 남여주~감곡부근 17km, 장연터널부근~연풍터널부근 6km, 문경2터널부근~문경휴게소부근 16km, 점촌함창~북상주 6km, 낙동분기점부근~상주터널부근 2km, 선산부근~김천분기점부근 2km 등에서 정체 중이다. 도로공사에 따르면 이날 전국 교통량은 616만대로 예측됐다. 이 중 수도권에서 지방으로 51만대, 지방에서 수도권으로 38만대가 이동할 것으로 도로공사는 예상했다. 도로공사는 오전 11시~오후 1시 귀성길 정체가 절정에 달한 뒤 밤 8~9시께 해소될 것으로 내다봤다. 모든 고속도로에서는 27일까지 나흘간 통행료가 면제된다. 박성준 기자 mediapark@ekn.kr

재정자립도 8%인데 주민 1인당 50만원…지자체 곳간 빌수록 더 크게 쏜다

추석 연휴를 앞두고 전국 지방자치단체들이 현금성 민생지원금 지급에 속도를 내고 있다. 그런데 재정 여건이 열악한 지자체일수록 오히려 더 많은 금액을 지급하는 현상이 뚜렷하다. 지자체 간 지원금 격차는 최대 5배에 달한다. 행정안전부 지방재정 자료를 보면 지원금 규모와 재정자립도는 뚜렷한 반비례 관계를 보인다. 가장 많은 지원금을 주는 전남 함평군과 경남 의령군은 주민 1인당 50만원을 지급한다. 두 지역의 재정자립도는 각각 8.2%, 8.3%에 불과하다. 자체 세입만으로는 공무원 인건비도 충당하기 버거운 수준이다. 함평군은 151억1000만원을 투입해 지난 7일부터 신청과 지급을 시작했다. 의령군은 125억원을 들여 1인당 50만원을 지역화폐로 지급했다. 정부 지방교부세 여유분을 재원으로 활용했다고 군은 설명했다. 재정자립도가 8.91%인 전북 부안군과 9.97%인 충북 영동군은 각각 30만원을 지급했다. 13.6%인 경남 통영시는 35만원, 16.22%인 전남 나주시는 20만원을 준다. 반면 재정자립도가 16.7%인 강원 강릉시와 25.16%인 경남 김해시는 10만원에 그친다. 재정 여건이 어려운 지역일수록 오히려 대규모 현금 지원에 나서는 흐름이 일관되게 나타나는 셈이다. 구균철 경기대 경제학과 교수는 “자체 세입만으로는 인건비도 충당하기 버거운 지역이 중앙정부 지원에 의존하면서 별도의 현금성 지원에 나서는 데는 비판의 여지가 있다"고 말했다. 다만 그는 “어려운 지방의 현실적 측면도 있고, 중앙정부 역시 이런 지원을 장려하는 시책사업으로 운영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런 지원이 가능해진 배경에는 재정 통제 장치의 변화가 있다. 그동안 중앙정부는 지자체가 현금성 복지 지출을 과도하게 늘리면 보통교부세를 깎는 방식으로 무분별한 집행을 견제해 왔다. 그런데 올해 관련 항목의 반영 방식이 달라지면서 재정자립도가 낮은 지자체도 이전보다 부담 없이 지원금 예산을 편성할 수 있게 됐다. 실제로 2026년 지방재정 공시 자료에는 '현금성 복지경비 지출운영' 항목의 반영액이 0으로 표시된 지자체들이 여럿 확인된다. 다만 보통교부세 산정 방식 전체가 개편된 만큼, 이를 단순히 '페널티 폐지'로만 규정하기보다는 산정기준 자체가 바뀌었다는 점을 함께 볼 필요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지방선거 공약·의회 정치 셈법 맞물려 지원금 확산의 이면에는 정치적 셈법도 얽혀 있다. 상당수 지자체의 지원금은 지난 6·3 지방선거 당시 후보들의 공약을 이행하는 성격이 강하다. 일각에서는 사실상의 당선 사례금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실제 집행 여부와 시기는 재정 형편보다 지방의회 구도나 선거 일정에 따라 출렁였다. 강릉시가 대표적이다. 김중남 시장은 취임 직후인 지난 7월 전 시민에게 10만원을 지급하는 안을 1호 결재로 추진했다. 하지만 7월 31일 시의회 본회의에서 찬성 9표, 반대 10표로 부결됐다. 당시 의석은 국민의힘 10명, 더불어민주당 9명이었다. 두 달 가까운 협의 끝에 시의회는 지난 22일 수정 조례안을 통과시켰고, 시는 212억원 규모의 추경을 반영했다. 실제 지급은 행정절차를 거쳐 11월 이후가 될 가능성이 거론된다. 통영시는 반대로 지원금이 선거 공약보다 늘어난 사례다. 강석주 시장은 선거 과정에서 1인당 33만원을 공약했지만, 취임 후 시의회와 협의하면서 최종 지원액을 35만원으로 올렸다. 대상은 11만6353명, 전체 사업비는 409억원이다. 지급은 지난달 31일부터 시작됐다. 의령군 역시 50만원 지급이 오태완 군수의 선거 공약이었고, 군의회는 지난 7월 말 지원 조례와 120억여원 규모의 추경안을 함께 의결했다. 추석 전 지급을 공식화한 지자체는 함평·완주·고창·부안, 의령·통영·김해, 경북 울진 등 전국 10곳이 넘는다. 대체로 명절 대목 소비와 제철 농산물 판로 확보를 명분으로 내세운다. 다만 명절 지급이 실제로 얼마나 소비를 끌어올리는지는 검증된 바 없다. 구 교수는 “추석에 준다고 해서 평소보다 소비 진작 효과가 더 크다는 게 실증적으로 확인된 결과는 아니다"라고 말했다. 사용 기한이 보통 12월 말까지라 지급이 늦어진다고 소비 자체가 사라지는 건 아니지만, 애초 기대했던 명절 특수 효과는 줄어들 수 있다는 설명이다. 그는 “지역화폐 형태의 지원금은 쿠팡 등 외부 쇼핑몰로 빠져나갈 자금을 동네 상권에 붙잡아두는 효과는 분명하다"고 말했다. 다만 주민이 기존 소비를 지원금으로 대체하는 경우, 실제 순증 효과는 그만큼 작아질 수 있다. 결국 올해 추석 지원금은 같은 명절을 앞두고도 지역마다 다른 재정 여건과 선거 일정, 의회 구도 속에서 저마다 다른 금액으로 결정됐다. 50만원을 받는 지역부터 10만원에 그치는 지역까지 격차가 큰 가운데, 실제 소비 진작 효과와 지역 상권에 미친 영향은 연말 이후 별도의 검증이 필요한 상황이다. 이상무 기자 rokmc@ekn.kr, 박선우 인턴기자

[르포] 추석 소포 하루 13만개…인력·장비 부족에 허덕이는 우편집중국

“물량이 훨씬 많아졌는데 무게도 무거워져서 더 힘들어요", “바쁠 때 장비, 인력이 더 충원됐으면 좋겠어요" 지난 22일 오후 11시30분 서울 광진구 동서울우편집중국. 굉음을 내며 돌던 컨베이어 벨트가 잠시 멈추자 물류장에 국민체조 음악이 울려 퍼졌다. 근로자들은 야간 소포 분류 작업을 앞두고 일제히 몸을 풀었다. 냉방 장치가 없는 물류장 내부는 섭씨 30도를 넘나들었다. 사람 한 명이 겨우 지나다닐 공간을 남기고 소포가 성인 남성 키를 훌쩍 넘는 높이로 파레트마다 쌓여 있었다. 우정사업본부는 지난 14일부터 29일까지 16일간을 '추석 명절 우편물 특별소통기간'으로 지정하고 24시간 비상근무체계로 전환했다. 이 기간 전국 예상 소포 물량은 1433만 건에 달한다. 박창근 공공운수노조 전국민주우체국본부 동서울우편집중국지부장은 “이번 연휴가 애매하게 잡혀서 물량이 상당히 많았다"며 동서울우편집중국이 처리하는 서울 도착 소포가 하루 최대 13만 개에 이른다고 말했다. 동서울우편집중국의 하루 현장 근무인원은 200명이며, 야간 소포계 근무자는 약 120명이다. 박 지부장에 따르면 근로자 한 명이 담당하는 소포물은 650개다. 물량은 작업에 따라 100개에서 1000개까지 차이가 난다. ◇비상근무 속 현장 과부하 명절 대목을 맞아 농수산물 등 중량 소포 접수가 늘면서 상자당 무게는 최대 30kg에 육박한다. 컨베이어 벨트에서 소포를 적재하던 공무직 근로자 A씨(50대)는 “바쁠 때는 최대 1000kg까지 적재하는 롤파레트가 하루 1000개까지 들어온다"고 말했다. 그는 “물량도 늘어난 데다 무게까지 무거워져 골격계에 무리가 심하게 간다"며 장비와 인력 충원이 필요하다고 호소했다. 물량을 소화하기 위해 동서울우편집중국은 이번 특별소통기간 단기 아르바이트생 40~50여 명을 긴급 고용했다. 하지만 현장의 체감 효과는 크지 않다. A씨는 “아르바이트생은 숙련도가 낮기 때문에 업무 효율이 좋지 않고, 어렵고 무겁고 힘든 업무는 사실상 우리가 하게 된다"며 “숙련된 공무직 인원이 상시적으로 부족하다"고 말했다. 공무직 근로자 B씨(50대)는 평소보다 물량이 두 배 이상 늘어 지난주 몹시 힘들었다고 전했다. 그는 지난해 추석과 물량 자체는 비슷하지만 인력 절감 기조 탓에 체감 노동강도는 훨씬 높아졌다고 덧붙였다. 롤테이너 등 보급 장비의 잦은 고장도 현장에서 반복적으로 제기되는 문제다. 정부 지원 정책의 불균형도 도마에 올랐다. 국토교통부는 지난 3일 '추석 명절 택배 특별관리기간'을 발표하며 배송기사와 상하차·분류 인력 등 약 5500명을 주요 민간 택배사에 추가 투입한다고 밝혔다. 반면 우정사업본부의 지원은 미미하다. 우편사업단 물류기획과에 따르면 본부 직원 30~50명이 안전교육을 받은 뒤 상하차 업무를 지원했지만, 대상은 대전 중부권 광역 우편물류센터 한 곳뿐이었다. 동서울을 비롯한 전국 24개 우편집중국에는 별도의 본부 인력이 투입되지 않았다. ◇'법적 사각지대' 공공 우체국은 외면 이런 차별적 지원에는 법적 배경이 있다. 국토부 생활물류정책팀 사무관은 “우체국 소포의 경우 생활물류서비스산업발전법 등 관련 법령에 따른 택배사업자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공공 영역인 우체국 소포 물류가 정부 물류 지원 정책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는 셈이다. 우본 측은 향후 지원 대책에 대해 "이전에도 그런 현장 의견을 들은 바 있어 추후 대책을 논의 중“이라고 밝혔다. 동서울우편집중국의 구조적 불안정성은 고용 형태에서도 드러난다. 건강보험 가입자 기준으로 전체 직원 550명 가운데 공무직 근로자는 450명으로 절반을 넘는다. 이들은 정년은 보장되지만 공무원 신분은 아니다. 임금은 기본급이 아닌 최저시급을 기준으로 한 시급제 계약이다. 주당 근무시간에 따라 명절 상여금은 130만 원에서 260만 원까지 차이가 난다. 노조 측은 전체 공무직의 70%가 주 8시간 미만 단시간 근로자로 채워져 있다고 지적했다. 박 지부장은 “시급제 계약이라는 이유로 단기 아르바이트와 다름없는 차별적 시선을 받을 때 현장 근로자들의 박탈감이 크다"며 “명절마다 반복되는 물량 대란을 견뎌내는 현장 공무직 근로자에 대한 실질적인 인력·장비 지원과 처우 개선책이 조속히 마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상무 기자 rokmc@ekn.kr, 조채운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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