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한 가구 평균 부채가 9128만원으로 1년전보다 줄며 처음으로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가구당 평균 소득은 근로·사업소득 증가에 힘입어 6.3% 증가하며 역대 최대 폭으로 늘었다. 통계청·한국은행·금융감독원이 9일 발표한 '2024년 가계금융복지조사 결과'에 따르면 올해 3월 말 기준 국내 가구당 평균 부채는 9128만원으로 전년 대비 0.6% 줄었다. 전체 가구의 평균 부채가 줄어든 것은 관련 조사를 시작한 지난 2012년 이후 이번이 처음이다. 금융부채가 상대적으로 적은 1인 가구나 고령 가구가 늘어난 구조적 요인 때문으로 분석됐다. 가구당 평균 자산은 금융자산과 실물자산이 나란히 늘어난 덕분에 증가세를 보였다. 3월 말 기준 국내 가구당 평균 자산은 1년 전보다 1295만원(2.5%) 증가한 5억4022만원으로 집계됐다. 자산에서 부채를 뺀 순자산은 4억4894만원으로 전년 대비 3.1% 늘었다. 금융자산은 1억3천378억원으로 6.3%, 실물자산은 4억644만원으로 1.3% 각각 증가했다. 특히 거주 주택 이외 부동산이 4.4% 증가했다. 전체 자산 중 금융자산이 24.8%, 실물자산이 75.2%를 차지했다. 금융자산 구성비가 전년 대비 0.9%포인트(p) 확대됐다. 평균 자산은 50대 가구가 6억1448만원으로 가장 많았고, 60대 이상(5억8251만원), 40대(5억8212만원), 39세 이하(3억1583만원) 등의 순이었다. 가구주 연령대가 높을수록 전체 자산 중 실물자산이 차지하는 비율이 증가했다. 자영업자 가구 자산이 6억7640만원으로 가장 많았고, 상용근로자(5억8486만원), 무직 등 기타(4억6532만원), 임시·일용근로자(2억4383만원) 등으로 집계됐다. 소득 5분위 가구의 평균 자산은 12억3780만원으로, 1분위 가구(1억6948만원)의 7.3배였다. 작년(6.8배)보다 격차가 확대됐다. 순자산 5분위 가구의 평균 자산은 16억2291만원으로, 순자산 1분위 가구(3859만원)의 42.1배에 달했다. 역시 작년(39배)보다 격차가 벌어졌다. 순자산 불평등 정도를 나타내는 순자산 지니계수는 0.612로 작년보다 0.007 높아졌다. 지난 3월 말 기준 자산 규모를 지역별로 살펴보면, 세종이 7억6663만원으로, 서울(7억6173만원)을 앞질러 가장 많았다. 경기(6억5945만원)가 뒤를 이었다. 충남(3억5915만원)은 전국에서 자산 규모가 가장 작은 지역으로 나타났다. 가구주는 여유자금 운용 방법으로 '저축과 금융자산 투자'를 선호한다는 응답 비율이 53.3%로 가장 많았다. '부동산 구입'은 22.7%, '부채 상환'은 20.1%였다. 금융자산 투자 시 선호하는 운용 방법은 예금이 87.3%로 가장 많았고, 주식(9.8%), 개인연금(1.7%) 등의 순이었다. 1년 후 거주지역 주택가격 전망에 대해서는 '변화가 없을 것'이라고 응답한 가구주가 전체의 46.2%였고, '상승할 것'이 17.7%, '하락할 것'이 14.8% 등으로 집계됐다. 소득이 증가하거나 여유자금이 생기면 부동산에 투자할 의사가 있는 가구주는 전년 대비 3.2%p 감소한 49.4%였고, 가장 선호하는 운용 방법은 아파트(65.8%)였다. 금융부채는 6637만원으로 0.8%, 임대보증금은 2491만원으로 0.1% 각각 줄었다. 부채가 있는 가구 비율은 60.7%로 작년보다 1.4%p 감소했다. 소득 5분위별로는 소득 1분위 평균 부채가 1975만원으로, 작년(2004만원)보다 1.4% 감소했다. 2분위(4625만원)는 4.3% 늘고, 3분위(7333만원)는 1.5% 줄었다. 4분위(1억1177만원)와 5분위(2억529만원)는 각각 2.1%, 0.5% 줄었다. 가구주가 40대인 가구의 평균 부채가 1억3148만원으로 가장 많았고, 50대(1억317만원), 39세 이하(9425만원), 60세 이상(6328만원) 등의 순이었다. 가구주의 연령이 높아질수록 임대보증금 비중이 높아지는 것이 특징이었다. 종사상 지위별로는 자영업자 가구 부채가 1억2020만원으로 가장 많았고, 상용근로자(1억1283만원), 무직 등 기타(4631만원), 임시·일용근로자(3390만원) 등으로 집계됐다. 임시·일용근로자 가구 부채가 작년보다 4.0% 줄어 가장 큰 감소율을 기록했다. 입주 형태별로는 전세 가구의 평균 부채가 1억2026만원으로, 자가 가구(1억716만원)보다 많았다. 금융부채 세부 구성은 담보대출 5273만원, 신용대출 946만원, 신용카드 관련 대출 52만원 등으로 나타났다. 금융부채는 전체 가구 부채의 72.7%로 작년에 비해 비중이 0.2%p 줄었다. 금융부채를 보유한 가구는 전체 가구의 54.1%로, 역시 1.6%p 줄었다. 이들은 평균적으로 금융부채 1억2261만원, 소득 8153만원, 자산 6억11만원을 보유한 것으로 집계됐다. 금융부채 보유 가구 인식 조사 결과, '원리금 상환이 부담스럽다'고 응답한 가구는 65.1%로, 작년보다 2.5%p 감소했다. '가계부채 상환이 불가능할 것'이라고 응답한 비율은 4.5%로 작년보다 0.9%p 줄었다. 3월 말 기준 자산 대비 부채 비율은 작년보다 0.5%p 감소한 16.9%였다. 저축액 대비 금융부채 비율은 7.4%p 감소한 68.4%였다. 가구 평균소득은 7185만원으로 전년(6762만원)보다 6.3% 증가했다. 지난 2011년 관련 통계 집계 이후 가장 높은 증가율이다. 소득 부문별로 보면 근로·사업·재산소득 모두 늘었지만 특히 재산소득이 크게 뛰었다. 가구소득 중 가장 비중이 큰 근로소득은 4637만원으로 전년보다 5.6% 늘었다. 사업소득은 전년보다 5.5% 늘어난 1272만원이었다. 재산소득은 559만원으로 28.1% 치솟았다. 재산소득이 상대적으로 큰 폭으로 늘면서 재산소득이 전체 가구소득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6.4%에서 7.8%로 상승했다. 가구주 연령별 소득은 40대가 9083만원으로 가장 많았고 50대(8891만원), 39세 이하(6664만원) 등 순이었다. 증가율을 보면 60세 이상(10.0%)이 가장 높았고 40대(8.2%), 50대(5.8%) 등이 뒤를 이었다. 39세 이하 가구 소득은 전년보다 1.1% 늘어나는 데 그쳐 지난 2015년(1.0%) 이후 8년 만에 증가율이 가장 낮았다. 작년 물가 상승률(3.6%)의 3분의 1도 안되는 수준이다. 상대적으로 소득이 낮은 1인 가구가 30대 이하에서 많이 늘어난 점이 주된 이유로 분석된다. 전체 고용 지표 호조세에도 청년층은 부진했던 점도 2030가구 소득 감소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지 상용근로자 가구의 근로소득은 7842만원, 자영업자 가구의 사업소득은 4680만원으로 집계됐다. 김종환 기자 axkjh@ekn.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