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9년 1차 팹 완공’ 삼성·SK 호남 반도체, 공정률 0%·남은 시간은 3년

정부가 '속도전'을 강조해온 호남권 반도체 메가프로젝트가 여전히 출발선에 머물러 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실제 반도체 팹 건설만 놓고 보면 공정률은 사실상 0%다. 후보지 선정과 조사·설계, 전력·용수 공급계획, 기업과 정부·한국전력 간 협약 등 사전 준비까지 사업 진척으로 최대한 폭넓게 인정하더라도 전체 사업 진행률은 5~10% 초기 단계로 평가된다. 업계는 물론 정치권에서도 발표 후 3개월이 지난 만큼 연내 물리적 착공에 돌입할 수 있도록 더욱 속도를 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정부는 2029년부터 호남 반도체 산업단지에 3기가와트(GW)의 전력을 우선 공급하고 초기 팹을 완공한다는 시간표를 제시하고 있다. 하지만 산업단지 조성공사부터 팹 건설, 전력망 구축까지 대부분의 물리적 공정이 앞으로 남아 있다. 여기에 최근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전력망 투자 재원 마련을 위한 한전의 25조원 규모 전기요금 선납 제안을 거절하면서 정부가 내건 '속도전'을 뒷받침할 전력망 재원 확보도 새로운 변수로 떠올랐다. ◇ 팹 공정은 0%…준비까지 후하게 쳐도 '초기 단계' 18일 관련 업계 등에 따르면 호남 반도체 국가산단은 현재 LH가 개발사업 조사·설계와 인허가 등을 준비하는 단계다. LH 전자조달시스템에도 지난 10일 '호남권 반도체 첨단 국가산업단지 개발사업 조사설계용역' 관련 자료가 공개됐다. LH가 제시한 산단 조성공사 면적은 약 820만㎡, 추정 공사비는 4455억원이며 예상 공사기간만 46개월이다. 이마저 반도체 생산시설과 외부 전력·용수 기반시설을 제외한 산단 조성공사 기준이다. LH는 전체 산단 완성을 기다리지 않고 팹 부지를 먼저 착공하기 위해 설계·조사·인허가를 동시에 추진한다는 방침이다. 현재 사업의 진척도를 어떤 기준으로 보느냐에 따라 숫자는 크게 달라진다. 실제 건설공사를 기준으로 보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팹 건설 공정률은 사실상 0%다. 아직 팹 토목·건축공사나 클린룸 구축, 장비 반입 등이 시작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반면 후보지 선정과 기업의 투자계획, 정부·LH의 조사·설계, 전력·용수 계획, 삼성·SK와 한전의 전력공급 협약 등 착공 전 준비까지 사업 진행과정으로 최대한 후하게 포함한다면 전체 프로젝트가 대략 5~10% 수준의 초기 단계에 들어섰다고 평가할 수 있다. 다만 이는 정부나 LH가 발표한 공식 공정률이 아니라 전체 사업단계를 기준으로 현재 위치를 가늠한 분석적 수치다. 즉 호남 반도체 프로젝트의 현재 위치는 '물리적 공정 0%, 사전 준비까지 포함하면 10%에 못 미치는 수준'으로 요약할 수 있다. 문제는 앞으로 남은 과정이다. 산단 조성뿐 아니라 전력·용수 등 기반시설 구축과 팹 건축, 클린룸 조성, 제조장비 반입·설치, 시운전을 거쳐 실제 양산까지 이어져야 한다. ◇ 2029년 3GW 공급 목표…전력망도 동시에 달려야 정부의 시간표는 빠듯하다. 정부와 한전,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은 지난달 호남권 반도체 산단 전력공급 협약을 체결했다. 현재 6GW 이상으로 예상되는 최종 전력수요 가운데 기업의 전력 필요시점을 고려해 2029년부터 약 3GW를 우선 공급한다는 계획이다. 신장성~신광주 송전선로에서 산단으로 연결되는 공급선로를 만들고 산단 내 변전소 1개를 우선 구축한다. 이후 추가 송전선로와 변전소를 확보해 누적 6GW 이상으로 공급능력을 확대한다. 산단과 팹만 빨리 지어서는 목표를 달성할 수 없다는 의미다. 부지조성·팹 건설과 함께 송전선로와 변전소 건설이라는 세 개의 시계가 동시에 돌아가야 한다. 정부가 일반적인 순차 방식 대신 조사·설계·인허가를 병행하고 팹 부지를 우선 착공하는 방안을 추진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46개월이 예상되는 전체 산단 조성을 마친 뒤 팹을 짓는 방식으로는 2029년이라는 시간표를 맞추기 어렵다. 전력망 건설비 분담도 남은 과제다. 정부는 호남 산단 1단계 전력공급 설비 비용을 한전과 기업 등이 전력사용량에 따라 분담하고 민간 분담금 일부에는 반도체특별법을 통한 재정 지원을 추진한다는 방침이다. ◇ 삼성·SK, 25조 선납 거절…'속도전' 재원은 어디서 이런 가운데 전력망을 빠르게 구축하기 위해 한전이 마련했던 대규모 자금조달 방안 하나가 최근 무산됐다. 한전은 삼성전자에 약 20조원, SK하이닉스에 약 5조원 등 총 25조원 규모의 향후 5년치 전기요금을 미리 납부해 달라고 제안했다. 한전은 선납금을 국가 기간 전력망 구축에 우선 투자하고 잔액에는 국고채 2년물보다 높은 수준의 이자를 적용하는 방안도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두 회사는 내부 검토 끝에 참여하기 어렵다는 뜻을 한전에 전달했다. 남은 자금조달 방법은 한전 채권 발행 혹은 정부의 직접적인 재정지원이다. 채권의 경우 국회가 2022년 발행한도를 최대 5배로 늘려준 특례가 내년 말 종료를 앞두고 있어 또 다시 법안 개정이 필요하다. 양사의 거절이 호남 반도체 투자계획 철회나 전력공급 협약 파기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한전도 전력공급 협약과 전기요금 선납은 별개 사안이라는 입장이다. 삼성·SK의 호남 투자계획에도 현재까지 공개적으로 확인된 변화는 없다. 다만 한전이 전력망 건설 재원을 조기에 확보하기 위해 마련했던 카드가 사라진 만큼 대체 재원을 얼마나 빨리 마련하느냐는 전력망 건설 속도의 변수가 됐다. 지난 6월 말 기준 한전의 총부채는 210조7000억원에 달하고 하루 이자비용도 약 115억원이다. 한전은 기존처럼 자체 자금과 한전채 발행, 정부 지원 등을 통해 필요한 투자를 이어갈 수 있다. 따라서 선납 거절이 곧바로 전력망 공사 지연으로 이어진다고 단정하기는 어렵다. 다만 2029년 3GW 공급을 위해서는 산단 조성과 팹 건설뿐 아니라 송·변전망까지 동시에 앞당겨야 하는 만큼 재원 조달계획의 구체화 여부도 향후 시간표를 가늠할 주요 지표가 될 전망이다. 전지성 기자 jjs@ekn.kr

삼성 노조에 무슨 일이…내홍 속 DS가 더 단단해진 이유

삼성전자 최대 노동조합인 삼성그룹 초기업노동조합 삼성전자지부(초기업노조)가 반도체(DS) 부문에서 조직 기반을 빠르게 다지고 있다. 18일 삼성전자 전사노사협의회 근로자위원 선거에서 조합이 낸 DS부문 공식 후보 5명이 사업장별 선거구에서 모두 당선되면서다. 위원장을 둘러싼 비위 의혹과 간부 불신임 투표, 다른 노조와의 마찰 등 내홍이 격화하는 와중에도 조직 재편의 속도는 오히려 빨라지는 모습이다. 이날 초기업노조에 따르면 이번 선거는 DS부문 전 직원이 참여한 가운데 사업장별 선거구 단위로 치러졌다. 초기업노조 공식 후보들은 평택(최승호 위원장·득표율 94.0%), 기흥(김성동·39.7%), DSR(정경준·66.3%), 화성(서장훈·82.3%), 천안·온양(황대하·61.0%) 등 출마한 5개 선거구에서 모두 당선을 확정지었다. 최승호 위원장은 “DS부문 전 직원이 참여한 이번 선거에서 초기업노조가 낸 후보 5명이 한 명도 빠짐없이 전원 당선되어 고무적"이라며 “9월 말 예정된 전사근로자대표 확보까지 최선을 다하고, 27년 임단협에 사업장 대표 모두 교섭위원으로 함께할 것"이라고 말했다. 초기업노조는 오는 21일 'SELU 대표자 회의체'를 가동해 전사 근로자대표 권한 확보, 노조 운영계획, 사업장별 노사 소통채널 구성 방안 등을 논의할 방침이다. 이번 전원 당선은 초기업노조가 올 들어 DS부문 중심으로 조직을 재편해온 흐름과 맞물린다. 조합에 따르면 DX(디바이스경험) 부문 조합원 비중은 5개월 만에 28%에서 1% 수준까지 급감했다. 지난 5월 성과급 협상에서 DS 부문에 사업성과의 10.5%를 재원으로 하는 특별경영성과급이 신설된 반면 DX 부문은 600만원 상당 자사주 지급에 그치면서, 부문간 보상 격차에 대한 불만이 조합원 이탈로 이어졌다는 설명이다. DX부문 중심의 삼성전자노동조합 동행(동행노조)도 이에 반발해 공동투쟁본부에서 탈퇴했다. 초기업노조는 지난 17일부터 19일까지 총회를 열어 신규 조합원 가입 자격을 DS부문 임직원으로 제한하는 규약 개정안을 표결에 부쳤다. 개정안이 통과되면 기존 DX부문 조합원의 자격은 유지되지만 신규 가입은 막힌다. 노조 측은 “조직 대상을 DS부문 소속 근로자로 명확히 해 조직 운영과 단체교섭의 일관성과 효율성을 확보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초기업노조는 2027년 임금교섭부터 동행노조와 분리 교섭하겠다는 방침도 밝힌 상태다. 조직 재편이 속도를 내는 사이 내부 갈등도 격화하고 있다. 조합 회계를 맡아온 이송이 부위원장은 최 위원장의 조합비 집행 내역을 공개하며 사적 유용 의혹을 제기했다. 조합비 약 4억2596만원이 카드로 결제되는 과정에서 발생한 마일리지·포인트가 최 위원장 개인에게 귀속됐을 가능성이 있다는 주장이다. 리솜리조트 회원권 2건의 1회차 대금 2억3250만원이 법인·개인카드로 나뉘어 결제됐지만 관련 혜택이 조합에 귀속된 기록이 없고, 동탄 롯데백화점에서 조합 물품을 구매한 영수증 41건에는 '최*호' 명의로 약 11만 포인트가 적립된 사실도 확인됐다는 것이다. 이 부위원장은 수사기관에 사실관계 확인을 요청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앞서 이 부위원장과 이원일 광주지회장은 초기업노조가 올해 3~4월 집회용 물품 구매에 최 위원장 장인이 운영하는 업체와 약 3억6793만원 규모로 계약한 사실을 공개하며 적절성 문제를 제기하기도 했다. 물품 운반 과정에서 처남의 트럭을 대여했다는 대화 내역과 20만원 상당 상품권이 지급된 정황도 함께 제시됐다. 최 위원장은 복수 업체의 가격·납기 등을 비교해 선정한 것이며 자신이나 친족에게 부당한 금전적 이익이 돌아간 사실은 없다고 해명했다. 한 시민단체는 최 위원장을 배임·업무방해 등 혐의로 경찰에 고발한 상태다. 초기업노조는 이 부위원장과 이 지회장이 장인 업체 계약 내용을 외부에 제보한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 두 사람에 대한 불신임 안건은 지난 16일부터 전자투표에 부쳐졌으며, 사유로는 '노조 와해 작업'이 거론됐다. 오는 22일까지 진행되는 투표에서 노조원 3분의 2 이상이 찬성하면 가결된다. 이 부위원장과 이 지회장은 모두 DX부문 소속으로, 초기업노조 측은 두 사람이 DS 중심 조직 재편을 막기 위해 최 위원장을 끌어내리려 한다고 주장한다. 이 부위원장은 최 위원장이 “광주로 돌아가라"는 말을 계속 해왔다며 이를 사실상 노조 활동 중단 요구로 받아들였다고 말했다. 초기업노조는 지난 14일 동행노조에 공문을 보내 내부 대화방에서 최 위원장과 삼성전자 임직원을 겨냥한 폭력적·비하성 발언이 오갔다며 사과와 재발 방지, 대화방 기록 보존을 요구했다. 여기에 최 위원장이 삼성전자 임직원 10만여명의 개인정보로 노조 가입 여부 등이 담긴 명단을 작성했다는 '노조 블랙리스트' 혐의로 지난 4일 검찰에 불구속 송치되면서 갈등의 골은 더 깊어졌다. 동행노조는 엄벌 탄원서 1만2000건 이상을 확보했고, 초기업노조는 이에 맞서 전자서명업체 이용에 조합비 약 2000만원을 책정하며 선처 탄원서 3만건을 목표로 캠페인을 벌이고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노조 간 공문을 주고받고 탄원서로 맞서는 모습은 국내 대기업 노동운동에서도 이례적"이라며 “내부 파열음이 길어질수록 외부에는 조직 관리 실패로 비칠 수 있다"고 말했다. 김하나 기자 uno@ekn.kr

삼성 ‘원 UI 9’ 뭐가 달라지나…폰이 약속·위치까지 먼저 챙긴다

삼성전자가 최신 소프트웨어 원 UI(One UI) 9 업데이트를 16일 국내부터 시작해 글로벌 시장으로 순차 확대한다. 새로운 폼팩터와 한층 강화된 갤럭시 AI 기능을 다양한 기기에 이식해 사용자 경험을 한 단계 끌어올리겠다는 전략이다. 개인화된 정보 구성부터 촘촘해진 보안 기능까지, 갤럭시 이용자들의 일상이 한층 편리하고 스마트해질 전망이다. 17일 삼성전자에 따르면 이번 업데이트는 갤럭시 S26 시리즈부터 적용되며, 지원 기기 범위를 차례로 넓혀갈 계획이다. 지난 7월 공개한 신규 갤럭시 Z 시리즈 3종과 함께 선보인 원 UI 9은 다양한 폼팩터에서 더 쉬운 모바일 경험과 강화된 갤럭시 AI 기능을 앞세운다. 원 UI는 갤럭시 기기의 사용자 인터페이스와 핵심 경험을 지탱하는 삼성전자의 자체 소프트웨어다. 스마트폰뿐 아니라 태블릿, 폴더블, 웨어러블 등 여러 폼팩터에 동일한 사용성을 이식하는 역할을 한다. 이번 버전은 사용자가 일상의 소중한 순간에 집중하고, 매일 확인하는 정보를 맞춤형으로 구성해 기기 관리를 더 쉽게 만드는 데 초점을 맞췄다고 삼성전자 측은 전했다. 신규 기능 중 가장 눈에 띄는 건 '마이 팬캠(My FanCam)'이다. 동영상에서 선택한 인물을 자동으로 따라가며 화면 중앙에 맞춰주는 기능으로, 아이의 공연이나 경기 장면처럼 움직임이 많은 영상도 편집 없이 원하는 인물이 돋보이게 만들 수 있다. '보증 및 케어(Warranty and Care)' 메뉴는 모바일 기기의 보증 기간 확인부터 자가 진단, 예상 수리비 조회, 삼성케어플러스(Samsung Care+) 관리, 서비스 센터 예약까지 한 곳에서 처리할 수 있게 했다. 기존 기능의 편의성도 대폭 강화됐다. '나우 브리프(Now Brief)'에는 사용자가 직접 카드를 만들고 편집하는 '나만의 카드' 기능이 추가돼 건강·날씨·영상 등 다양한 주제로 맞춤형 브리핑을 구성할 수 있다. '나우 넛지(Now Nudge)'는 메시지로 약속을 잡을 때 예약 정보를 자동으로 불러오거나 대화 중 공유된 위치를 저장해주는 등 사용 맥락을 분석해 필요한 순간 제안을 건넨다. '크리에이티브 스튜디오(Creative Studio)'는 지인의 생일 같은 주요 일정에 맞춰 이미지 생성 아이디어를 제안하고, '통역(Interpreter)' 기능은 대화 흐름을 한눈에 보여주는 '스레드 뷰(Thread View)'를 새로 지원하며 갤럭시 버즈 이용 시 번역 음성 속도도 개선했다. 이 밖에 '스캔(Document Scan)'은 굴곡지거나 모서리가 접힌 문서도 손쉽게 스캔하고 함께 찍힌 손가락까지 지워주며, '음성 녹음(Voice Recorder)'은 요약 내용을 제목과 표 형태로 구조화해 정리해준다. 보안 강화에도 무게를 실었다. 나우 브리프 내 '시큐리티 브리프(Security Brief)'는 악성 앱, 출처 불명 앱, 불필요한 권한 사용 등 보안·개인정보 이슈를 주기적으로 요약하고 필요한 조치까지 곧바로 이어지도록 돕는다. 온디바이스 AI 기반의 '개인정보 보호 알림(Privacy Alerts)'은 불필요한 권한 접근 시도 등 잠재적 침해 위협을 사전에 알려준다. 보이스피싱 및 사기 전화를 미리 탐지하는 '보이스피싱 의심 전화 알림(Scam Detection)' 기능은 지원 국가를 일본, 캐나다, 인도 등으로 확대했고, 상대방 목소리의 AI 변조 여부까지 분석해 신종 보이스피싱을 사전에 차단한다. 변조나 조작 징후가 감지되면 통화 화면 팝업과 알림음, 진동으로 실시간 경고해 사용자가 금융 범죄 위협을 즉각 인지하고 대응할 수 있도록 했다. 다만 AI 변조 목소리 감지 기능도 국내(한국) 지역에서만 지원돼, 해외에서 구입한 제품에서는 사용이 제한될 수 있다. 김하나 기자 uno@ekn.kr

호남보다 일본? 이재용·최태원 연이어 일본과 AI·반도체 협력 광폭 행보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과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잇따라 일본과의 AI 반도체 협력에 힘을 싣고 있다. 최 회장이 일본 내 반도체 투자 가능성과 한일경제공동체 구상을 공개적으로 거론한 데 이어, 이 회장은 삼성전자의 요코하마 첨단 패키징 연구거점 개소 직후 방한한 일본 정치권 인사들을 만났다. 두 그룹이 최근 한국전력의 호남 반도체 메가프로젝트 인프라 구축을 위한 25조원 전기요금 선납을 거절한 것과 맞물려 향후 투자의 중심이 국내보단 일본으로 향하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17일 재계에 따르면 이재용 회장은 지난 14일 서울에서 일본 참의원 대표단과 오찬을 갖고 AI 시대 반도체 산업 전망과 삼성전자의 전략, 한일 협력 분야 등을 논의했다. 회동 사실은 참석자인 히라키 다이사쿠 참의원의 공개 글을 통해 알려졌다. 삼성전자는 앞서 8일 일본 요코하마에 첨단 패키징 연구거점인 '어드밴스드 패키지 랩(APL)'을 열었다. 현지 소재·부품·장비 기업 및 연구기관과 차세대 패키징 기술을 개발한다는 계획이다. 최태원 회장은 일본 내 반도체 생산시설 투자까지 검토하고 있다. 그는 지난달 31일 일본 센다이에서 일본 공장 가능성에 대해 “검토 중"이라고 밝히며 전력과 용수를 입지 조건으로 꼽았다. 앞서 6월에는 차기 공장을 두고 “전력도 땅도, 사람도 물도 모두 갖춰져야 한다"고 말했다. 일본 기업들과 AI 전용 데이터센터 구축도 협의 중이다. 다만 반도체 공장 부지와 투자 방식은 확정되지 않았다. 두 그룹의 일본 행보는 국내 메가프로젝트의 실행 조건을 다시 보게 한다. 정부와 기업이 호남권 반도체 생산거점 조성을 추진하고 있지만, 대규모 공장을 실제로 짓고 가동하려면 계획한 시점에 전력·용수·부지·인력을 확보해야 한다. 최 회장이 입지 조건을 반복해 강조한 것도 투자 규모의 발표와 생산 기반의 확보가 별개라는 뜻으로 읽힌다. 최근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한전의 5년 치 전기요금 약 25조원 선납 제안을 거절한 일도 같은 맥락에서 주목된다. 한전은 선납금을 국가 기간 전력망 투자에 활용하려 했으나, 양사는 거액을 미리 집행하는 데 부담을 느낀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선납 거절을 호남 투자 재검토나 일본 투자 확대 결정과 연결할 근거는 없다. 앞서 한전 측은 기후부·한전·광주통합시·삼성전자·SK하이닉스가 맺은 전력공급 협약은 예정대로 이행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또한 국내든 해외든 인력 확보에는 채용 규모뿐 아니라 배치와 보상에 관한 노사 협의도 변수다. 삼성전자 노조는 호남 반도체 클러스터 투자에 따른 전환 배치와 근로조건 문제를 교섭 의제로 제기하고 있고, SK하이닉스는 성과급 지급 방식을 둘러싸고 재협상을 거쳤다. 해외 투자를 검토할 때도 기업은 현지 인력 수급과 임금, 노사관계를 함께 따져볼 수밖에 없다. 다만 삼성과 SK가 국내 노사 갈등을 이유로 일본 투자를 추진한다는 사실은 확인되지 않았다. 한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삼성은 일본에서 패키징 연구거점을 이미 가동하고 있고, SK는 현지 생산시설과 데이터센터를 검토하고 있다. 물론 현재 공개된 계획만으로 앞으로 일본이 국내 생산거점보다 전력이나 용수, 인력 확보에 유리하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면서도 “향후 양국에서 필요한 인프라와 인력을 언제, 어떤 비용으로 마련할 수 있는지가 각 투자안의 실행 속도를 가를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전지성 기자 jjs@ekn.kr

日 정치권까지 직접 챙긴 이재용…반도체 판 커지나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방한한 일본 참의원(상원) 대표단과 만나 인공지능(AI) 시대 반도체 사업 전망과 한일 협력 방안을 논의했다. 이 회장은 그동안 수차례 일본을 찾아 현지 파트너사들과 협력을 타진해 왔는데, 이번엔 방한한 일본 정치권 인사들을 국내에서 직접 맞이한 것이다. 삼성전자가 최근 일본 요코하마에 첨단 패키징 연구거점을 열고 현지 소재·부품·장비(소부장) 업체와의 협력을 확대하는 가운데 이뤄진 만남이어서, 이 회장이 언급한 '일본과의 협력 분야'가 앞으로 어떤 방식으로 구체화할지 재계의 관심이 쏠린다. 16일 재계에 따르면, 이 회장은 14일 서울 모처에서 일본 참의원 대표단과 오찬 회동을 했다. 일본 측에서는 후쿠야마 데쓰로 참의원 부의장, 히라키 다이사쿠 공명당 참의원 국회대책위원장, 가와이 다카노리 국민민주당 참의원 간사장, 우메무라 미즈호 참정당 참의원 부간사장, 미즈시마 고이치 주한일본대사가 참석했다. 삼성전자에서는 이 회장과 김원경 글로벌퍼블릭어페어스(GPA)실 사장이 자리했다. 이 회장의 참석은 당초 예정에 없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히라키 위원장은 자신의 엑스(X) 계정에 회동 사진을 공개하며 “삼성전자 임원들과의 오찬에서 당초 예정에 없었지만 이재용 회장이 깜짝 참석했다"고 밝혔다. 이어 “AI로 활기를 띠는 반도체 사업의 전망과 삼성전자의 전사 전략, 일본과의 협력 분야, 인재 육성과 확보 방안 등을 질문했고, 이 회장이 진지하고 성실하게 답변했다"고 전했다. 대표단은 이 회장과의 회동 후 서울 종로구 서린동 SK그룹 본사를 찾아 반도체 사업 전망과 AI 기술 개발 가능성 등을 논의했다. 이어 서울 여의도 한국경제인협회를 방문해 류진 회장과 면담하고 한일 경제공동체 구상에 대해 의견을 나눴다. 이번 회동은 삼성전자가 일본과의 반도체 협력을 강화하는 시점에 이뤄졌다. 삼성전자는 이달 8일 일본 요코하마 미나토미라이에 첨단 반도체 후공정 연구거점인 '어드밴스드 패키지 랩(APL)'을 열었다. 2024년부터 5년간 400억 엔을 투자해 차세대 패키징 기술을 개발하고, 현지 소부장 기업 및 연구기관과 협력을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개소식에 참석한 전영현 삼성전자 반도체(DS)부문장(부회장)은 “한국과 일본의 기술 교류를 가속해 차세대 패키징 산업을 함께 성장시키는 원동력으로 만들겠다"고 밝힌 바 있다. 김하나 기자 uno@ekn.kr

모레, GPU 달라도 한데 묶는다…‘토큰 팩토리 OS’ 공개

AI 인프라 솔루션 기업 모레가 엔비디아와 AMD 등 서로 다른 AI 가속기를 하나의 자원처럼 활용하는 '토큰 팩토리 OS'를 공개했다. 특정 GPU에 의존하지 않고 여러 가속기에 AI 추론 작업을 나눠 처리해 데이터센터의 연산 효율을 높이는 기술이다. 모레는 15~17일(현지시간) 미국 산타클라라 컨벤션센터에서 열리는 'AI 인프라 서밋 2026'에 참가해 토큰 팩토리 OS와 이기종(Heterogeneous) 가속기 기반 분산 추론 기술을 선보였다고 16일 밝혔다. 이기종 가속기는 엔비디아와 AMD처럼 제조사나 설계 방식이 서로 다른 AI 연산용 반도체를 뜻한다. 토큰 팩토리 OS는 데이터센터에 있는 여러 종류의 가속기를 하나의 자원 풀로 묶어 운용하는 AI 인프라 소프트웨어다. 특정 GPU나 추론 엔진에 종속되지 않고 AI 모델과 요청, 가속기의 연산 특성에 따라 추론 작업을 배분한다. 모레는 이를 구현하는 기술로 'MoAI Inference Framework'를 제시했다. 엔비디아와 AMD, 텐스토렌트 등 서로 다른 가속기를 하나의 클러스터처럼 구성하고 각 가속기의 특성에 맞춰 추론 작업을 분산하는 방식이다. 실제 엔비디아 H100과 AMD MI300X를 결합한 분산 추론 결과도 공개했다. 입력된 문맥을 처리하는 프리필(Prefill)은 H100이, 이를 바탕으로 답변을 생성하는 디코드(Decode)는 MI300X가 각각 맡도록 구성했다. 두 가속기 사이의 데이터 처리는 모레의 분산 추론 소프트웨어로 연계했다. 모레에 따르면, 이 방식은 동일 업체의 가속기로 구성한 시스템보다 처리량이 최대 1.67배 높았다. 하나의 가속기에서 전체 추론 과정을 처리하는 대신 작업별로 적합한 가속기에 연산을 나눠 처리 효율을 높였다는 설명이다. 모레가 이기종 가속기 운용에 나선 것은 AI 데이터센터에서 서로 다른 업체와 세대의 가속기를 함께 사용하는 환경이 확대되고 있어서다. 생성형 AI 확산으로 GPU 확보량이나 개별 GPU의 성능뿐 아니라 보유한 연산 자원을 얼마나 효율적으로 활용해 토큰을 처리하느냐가 중요해지고 있다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조강원 모레 대표는 “AI 데이터센터는 GPU를 제공하는 공간에서 토큰을 생산하고 판매하는 '토큰 팩토리'로 진화하고 있다"며 “중요한 것은 특정 GPU의 성능이 아니라 서로 다른 가속기를 얼마나 효율적으로 활용해 낮은 비용으로 토큰을 생산하느냐"라고 말했다. 모레는 이기종 가속기 통합 운용 기술을 데이터센터 단위로 확대할 계획이다. GPU와 NPU 등 다양한 가속기를 특정 하드웨어에 종속되지 않고 하나의 인프라처럼 운용할 수 있도록 토큰 팩토리 OS 개발을 이어간다는 방침이다. 김나현 기자 knh@ekn.kr

“AI 너무 빨라” 속도조절 외치면서…빅테크, GPU는 왜 더 쓸어 담나

글로벌 빅테크 최고경영자(CEO)들이 안전성 검증을 이유로 잇따라 AI '속도조절론'을 꺼내 들었다. 개발 속도는 늦추자면서도 GPU(그래픽처리장치)와 데이터센터 등 AI 인프라 확보에는 오히려 속도를 내고 있다. 16일 업계에서는 모델 개발 속도와 컴퓨팅 수요를 별개로 봐야 한다는 분석이 나온다. AI 서비스 이용이 늘면서 새 모델을 만드는 '학습'뿐 아니라 완성된 모델을 실제 서비스에서 구동하는 '추론' 수요가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 AI 개발 늦춘다는데…컴퓨팅 투자는 확대? 최근 이른바 AI '속도조절론'에 불을 지핀 것은 다리오 아모데이 앤트로픽 CEO다. 아모데이는 지난 12일(현지시간) 자신의 블로그에서 “AI 모델의 성능 향상 속도를 늦춰야 한다"며 “발전은 여전히 빠르게 느껴지겠지만, 확보된 시간을 현명하게 활용해야 한다"고 밝혔다. 아모데이의 주장에는 경쟁사 수장들도 잇따라 동조했다. 샘 올트먼 오픈AI CEO는 “프런티어 AI의 발전 속도를 조절해야 한다는 의견에 동의한다"고 밝혔다. 데미스 허사비스 구글 딥마인드 CEO와 일론 머스크 xAI CEO도 같은 취지의 입장을 내놨다. 속도 조절은 실제 개발 과정에서도 나타났다. 오픈AI는 지난달 배포를 준비하던 최신 모델의 강화학습(RL)을 2주간 중단했다. 해당 모델의 사이버 공격 능력이 자체 위험 기준에 근접하자 연구 환경의 보안과 모니터링 체계를 강화하기 위해서다. 계획했던 최대 규모의 프런티어 모델 강화학습도 보류했다. 오픈AI 측은 “모델 역량이 강해질수록 내부에서 개발하고 시험하는 데 따른 위험도 커진다"며 “모니터링과 보안 기준이 이러한 위험보다 앞서 있어야 한다"고 밝혔다. 개발 속도에 제동을 걸면서도 AI 인프라 확보는 계속되고 있다. 미국 IT 전문매체 디인포메이션에 따르면, 앤트로픽은 지난해 10월 이후 11개월 동안 최소 14.8기가와트(GW)의 컴퓨팅 용량을 확보하는 계약을 맺었다. 공개된 계약을 토대로 추산한 향후 지출액은 최대 5170억달러에 달한다. 앤트로픽은 지난달에도 영국 AI 인프라 업체 엔스케일(Nscale)과 6년간 450억달러 규모의 컴퓨팅 임차 계약을 맺은 것으로 알려졌다. 웨스트버지니아 데이터센터에서 엔비디아의 차세대 '베라 루빈'을 기반으로 460메가와트(MW)의 연산 용량을 확보하는 내용이다. 오픈AI 역시 컴퓨팅 지출을 늘리고 있다. 디인포메이션에 따르면, 오픈AI가 2030년까지 컴퓨팅에 투입할 것으로 예상한 금액은 약 7500억달러다. 오픈AI는 최근 늘어나는 AI 수요에 대응하려면 충분한 컴퓨팅 용량과 비용 효율성을 함께 확보해야 한다고 밝혔다. 구글도 AI 인프라 투자를 확대하고 있다. 구글 모회사 알파벳은 지난 7월 올해 설비투자 전망치를 기존 1800억~1900억달러에서 1950억~2050억달러로 상향했다. AI 관련 클라우드 수요가 급증하면서 컴퓨팅 자원 확보에 속도를 내고 있다. ◇ 챗봇서 에이전트로…AI 돌릴 GPU 더 필요 개발 속도 조절이 컴퓨팅 투자 감소로 이어지지는 않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UBS는 지난 15일 AI 컴퓨팅 수요의 약 3분의 2가 완성된 모델을 실제로 구동하는 '추론'에서 발생하는 것으로 추산했다. 올해 9000억달러로 예상되는 AI 산업 설비투자는 내년 1조2000억달러로 33% 증가할 것으로 전망했다. AI 연산은 크게 모델을 만드는 '학습'과 완성된 모델을 실제 서비스에서 구동하는 '추론'으로 나뉜다. 프런티어 모델의 개발 속도가 일부 늦춰지더라도 AI 서비스 이용자가 늘면 추론에 필요한 GPU와 데이터센터 수요는 계속 증가할 수 있다. AI 에이전트의 확산은 추론 연산량을 더 늘리고 있다. 기존 챗봇이 이용자의 질문에 답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면 AI 에이전트는 정보를 찾고 외부 도구를 호출해 여러 단계의 작업을 수행한다. 하나의 업무에도 모델이 여러 차례 구동된다. 이용자가 목표를 제시하면 AI가 필요한 정보를 찾고 작업을 수행한 뒤 결과를 확인한다. 필요하면 다시 모델을 호출해 다음 작업을 이어간다. 이용자가 늘어나는 동시에 한 번의 업무를 처리하는 데 필요한 연산량도 많아지는 구조다. ◇ 추론 수요 커지자…국내도 GPU 투자 속도 국내 IT·통신 기업들도 늘어나는 AI 연산 수요에 맞춰 투자를 늘리고 있다. KT클라우드는 2031년까지 20여개 사이트에 1GW 이상의 AI 데이터센터(AIDC) 인프라를 공급할 계획이다. 현재 200MW의 공급 물량을 확보했으며, 나머지 800MW 확보를 위해 1.1GW 규모의 부지 파이프라인을 바탕으로 개발을 추진하고 있다. 네이버는 올해 1월 엔비디아 B200 GPU 4000장으로 구성된 AI 컴퓨팅 클러스터 구축을 마쳤다. SK텔레콤은 울산을 시작으로 AI 데이터센터 투자를 늘리고 있다. 2029년부터 국내 5GW 규모를 단계적으로 오픈하고, 시장 수요에 따라 2035년까지 총 15GW 규모로 확대할 계획이다. AI 업계에서는 속도조절론이 AI 개발이나 인프라 투자의 축소를 뜻하는 것은 아니라는 설명이 나온다. 이홍락 LG AI연구원 공동원장은 지난 14일 열린 AI 토크 콘서트에서 “개발을 가속하면 했지 감속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AI교육협회 회장인 문형남 숙명여대 융합국제학부 교수는 “프런티어 모델의 능력 향상 속도와 컴퓨팅 수요는 구분해서 볼 필요가 있다. 앞으로는 모델을 한 번 학습시키는 것보다 수억 명이 AI를 사용하는 추론 수요가 훨씬 커질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에이전틱 AI와 피지컬 AI까지 확산되면 모델 개발 속도가 일부 조절되더라도 GPU와 AI 데이터센터 수요가 바로 감소한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했다. 김나현 기자 knh@ekn.kr

현금 비중 10%p 늘렸다…SK하이닉스 노사, 임단협 최종 타결

SK하이닉스 노사가 첫 잠정합의안 부결이라는 진통을 겪은 끝에 올해 임금 및 단체협약(임단협) 교섭을 마무리했다. 지난달 25일 1차 잠정합의안이 부결된 이후 약 2주간의 집중 교섭을 거쳐 이달 9일 수정 합의안을 도출했고, 재교섭 끝에 3주 만에 타결에 성공했다. 16일 업계에 따르면 SK하이닉스 노조가 15~16일 이틀간 진행한 조합원 총투표에서 수정 잠정합의안이 찬성 57.08%로 가결됐다. 전체 선거인 1만6039명 가운데 1만5297명이 참여해 투표율은 95.37%를 기록했으며, 찬성 8731표·반대 6566표로 집계됐다. 수정 합의안의 핵심은 초과이익분배금(PS) 지급 방식 조정과 구성원 선택권 확대다. 최대 쟁점이었던 현금·주식 지급 비율을 기존 현금 40%·주식 60%에서 현금 50%·주식 50%로 조정했다. 여기에 현금 지급분에 대해서도 10% 단위로 주식을 선택할 수 있도록 세분화해, 원할 경우 성과급 전액을 주식으로 받는 것도 가능해졌다. 아울러 적자 시 임금 이연을 명문화해, 흑자일 때의 성과급뿐 아니라 적자일 때도 노사가 함께 책임지고 위기를 극복하겠다는 취지를 담았다. 앞서 지난달 25일 진행된 1차 잠정합의안 투표에서는 기술사무직 노조에서만 가결되고 생산직(전임직) 노조에서는 25표 차로 근소하게 부결되며 최종 무산됐다. 이후 노사는 재협상에 나서 수정안을 마련했고, 노조 측은 재투표를 앞두고 총 60여 차례에 달하는 구성원 설명회를 열어 제도 변경의 취지와 효과를 알리는 데 주력했다. 한 차례 부결에도 불구하고 노사가 기존 틀 안에서 자발적인 보완을 통해 스스로 해법을 찾았다는 점에서 이번 타결의 의미가 크다는 평가가 나온다. SK하이닉스는 “어려운 과정에 함께해준 노동조합과 구성원들께 감사하다"며 “앞으로 직면하는 문제들도 회사와 구성원이 함께 머리를 맞대고 스스로 헤쳐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회사는 추석 명절 전 최종 합의안 조인식을 열고 올해 임단협 절차를 공식 마무리할 예정이다. 김하나 기자 uno@ekn.kr

히트펌프 맞붙었다…삼성 “데이터센터까지” vs LG “집 한 채 통째로”

삼성전자와 LG전자가 16일부터 사흘간 부산 벡스코(BEXCO)에서 열리는 '2026 기후산업국제박람회(WCE)'에 나란히 참가해 인공지능(AI) 기반 고효율 에너지 솔루션을 대거 선보인다. 가정용 히트펌프와 생활가전부터 데이터센터·대형 빌딩용 공조 시스템까지, 일상과 산업 전 영역을 아우르는 맞춤형 제품군을 앞세워 탈탄소 기술 경쟁력을 과시한다는 전략이다. 이번 행사는 기후에너지환경부와 부산광역시, 국제에너지기구(IEA)·세계은행(WB) 등이 공동 주최하는 글로벌 행사로, '기후테크가 만드는 거대한 변화, 탈탄소 세상을 향한 도약'을 주제로 열린다. 기후 위기 대응과 탄소중립 달성을 위한 첨단 기술·정책 해법을 논의하는 자리인 만큼, 양사 모두 전시관을 별도로 마련해 각자의 에너지 기술 리더십을 알리는 데 공을 들였다. ◇ 히트펌프·공조 설비 정면 대결 양사가 가장 앞세운 것은 히트펌프 기술이다. 삼성전자는 하나의 실외기로 냉방·난방·급탕을 통합 제공하는 'EHS 올인원'을 전면 배치했다. 에어컨과 보일러를 각각 설치해야 했던 기존 방식보다 공간 활용성과 설치 편의성이 높고, 여름철 냉방까지 가능해 사계절 기후에 최적화됐다는 설명이다. 함께 전시된 'EHS 히트펌프 보일러'는 공기열과 전기로 난방·온수를 공급하는 고효율 솔루션으로, 정부의 난방 전기화 보급 사업과 연계해 국내 시장에 확산되고 있다. 이 제품군은 독일 ITQF '최고의 가격대비 품질 1위', 'MCE 2026 우수상', 'iF 디자인 어워드 2026' 등을 수상했다. 삼성전자는 여기에 지난해 인수한 플랙트그룹(FläktGroup)과의 협업을 바탕으로 AI 데이터센터 냉각 솔루션과 첨단 산업단지·대형 빌딩용 중앙 공조 제품군도 함께 전시하며 B2B 시장 확장 역량을 강조했다. LG전자는 2008년부터 축적한 히트펌프 기술력을 앞세웠다. 최근 출시한 일체형 'LG 써마브이 히트펌프 보일러'는 투입 전력 대비 약 4~5배의 열에너지를 얻을 수 있어 기존 화석연료 보일러 대비 약 40~60%의 에너지 비용 절감이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냉난방공조 존에서는 에너지위너상 대상과 기후에너지환경부 장관상을 받은 'LG 휘센 AI 오브제컬렉션 타워Ⅰ 에어컨'을 비롯해 AI 기반 운전 제어 기술을 적용한 'LG 멀티V i', 'LG 휘센 AI 시스템에어컨', 냉난방 에너지를 회수하는 'LG 프리미엄 환기 플러스' 등을 선보였다. ◇ 삼성 “서비스로 신뢰", LG “자원순환까지" 두 회사는 생활가전과 미래 주거 비전에서도 각자의 강점을 내세웠다. 삼성전자는 냉장고·세탁기·에어컨·식기세척기·인덕션 등 에너지 소비효율 1등급 가전을 대거 전시하고, 스마트싱스 기반의 'AI 절약모드'를 소개했다. 고객 가전의 상태를 AI로 진단하는 '가전제품 원격진단(HRM)'과 와이파이 탑재 가전에 대한 최대 7년 소프트웨어 업데이트 지원도 함께 공개해 제품 신뢰성을 강조했다. LG전자는 듀얼 인버터 히트펌프 기술을 적용한 'LG 트롬 AI 오브제컬렉션 워시콤보·워시타워·건조기'와 스타일러, 퓨리케어 정수기, 디오스 인덕션·식기세척기 등을 전시했다. 미디어·디스플레이 존에서는 소비전력을 99% 이상 절감한 'LG 이페이퍼 디스플레이'와 대기전력을 0.5W 이하로 낮춘 'LG 스탠바이미 2 맥스'를 선보였다. 지속가능성 측면에서는 복합섬유소재를 적용해 플라스틱 사용량을 LCD TV 대비 40% 수준으로 줄인 올레드 TV를 앞세웠다. 이에 따라 올해 올레드 TV 제조에 쓰이는 플라스틱량이 동일 수량의 LCD TV보다 약 1만5000톤 적을 것으로 예상되며, 대표 제품 'LG 올레드 에보 AI G6'는 영국 카본트러스트로부터 '탄소 저감' 인증을 받았다. 여기에 AI 가전과 냉난방공조 기술을 집약해 국내 최초로 제로에너지건축물 최고 등급 'ZEB 플러스'를 획득한 모듈러 주택 'LG 스마트코티지', 청소기 폐배터리를 재자원화하는 '배터리턴', 다회용컵 문화를 확산하는 텀블러 세척기 'LG 마이컵'도 함께 소개했다. 삼성전자 DA사업부 임성택 부사장은 “AI 기반의 고효율 제품 기술력과 삼성만의 차별화된 서비스를 결합해 에너지 절감 분야 혁신을 주도해 나갈 것"이라고 했다. LG전자 한국영업본부장 김영락 사장은 “고객이 일상 속에서 지속가능한 라이프스타일을 경험할 수 있도록 차별화된 에너지 효율 기술과 탄소 저감 제품을 지속적으로 선보이겠다"고 했다. 김하나 기자 uno@ekn.kr

[이슈&인사이트] 대미 투자, 전략적으로 하자

미・중 갈등 속에 중국의 대미 수출과 무역흑자는 줄어들지만, 중국은 동남아와 EU 시장에 대한 수출을 대폭 확대하면서 대체시장을 찾았다. 중국은 관세가 낮은 국가를 경유하여 미국에 수출하는 우회 수출로 미국에 대한 수출을 어느 정도 유지하였다. 미국은 중국산 제품에 관세를 부과하면서 인플레이션에 직면하게 되자, 결국 소비자물가에 민감한 품목의 관세를 다시 낮추기도 하였다. 그럼에도 미국 정부는 여전히 중국산 태양광 제품, 전기차 및 배터리, 반도체, 철강 및 알루미늄 등 핵심 전략 품목에 대해 고율의 관세를 부과하였다. 미국 정부의 관세 부과조치는 단순히 중국산 제품의 수입을 줄이기 위한 목적을 넘어 미국에서 이 제품들을 생산하도록 유도하기 위한 것이다. 중국의 제조업이 단순 노동집약적 제조업을 넘어 첨단 제조업으로 발전하면서 고부가가치를 창출하고 있는 반면, 미국은 제조업이 급속도로 약화하면서 무기 제조나 군함 건조・수리 등에 어려움을 겪으면서 국가 안보까지 타격을 주게 되었다. 이런 상황에서 미국이 인플레이션을 감수하더라도 미국 제조업 특히 첨단 제조업을 육성하는 정책을 강하게 밀어붙이고 있다. 마침 피지컬 AI가 발전하면서 로봇 제조가 활성화할 경우 미국에서도 저렴하게 제품을 생산할 수 있는 기반이 마련될 전망이다. 미・중 갈등과 미국 정부의 제조업 부흥 정책이라는 큰 흐름 속에서 우리나라는 더 이상 미중 갈등 때문에 발생하는 피해 상황에만 주목할 것이 아니라 미국에서 새로운 기회를 찾아야 할 것이다. 한・미 관세 합의와 투자협정에 따라 우리나라가 향후 10년간 3,500억 달러를 미국에 투자하기로 하였다. 또한 미국은 관세를 무기로 반도체와 같이 전략적으로 자국에 필요한 업종이나 품목의 투자를 하도록 압박하고 있다. 이 시점에서 전략적으로 대미 투자를 어떻게 해야 할 것인지 냉정하게 살펴보아야 할 것이다. 우선 우리나라 기업이 개별적으로 투자하는 것과 한・미 투자협정에 따라 투자하는 것을 긴밀하게 연결해야 한다. 삼성전자는 텍사스주 테일러에 400억 달러 이상 투입하여 첨단 파운드리 팹 2곳과 첨단 패키징 R&D 및 제조라인을 구축하고 있으며, SK하이닉스는 인디애나주 웨스라피엣에 40억 달러 이상 투입해 차세대 고대역폭메모리(HBM) 등 AI 메모리용 첨단 패키징 생산기지 및 R&D 시설을 착공하였다. 그럼에도 베선트 미 상무부 장관은 미국에서 반도체를 생산하지 않으면 반도체에 고관세를 부과하겠다고 압박하고 있다. 한화오션과 한화시스템은 펜실베니아주 필라델피아에 1억 달러를 들여 미 필리 조선소 지분을 100% 인수했고, HD현대중공업도 미 해군 함정 MRO 사업 자격(MSRA)을 획득하고 미 현지 방산 업체 및 조선 파트너들과 협력을 타진하며 미국 시장 공급망 편입을 추진 중이다. 그 외에도 HD현대일렉트릭의 앨라바마주 변압기 투자, 효성중공업의 테네시주 멤피스 변압기 투자 등 전력 관련 투자가 진행 중이다. 그럼에도 확정적이라고 거론되는 우리나라의 대미 투자 1호는 기존 투자나 투자 예정인 건과 별개로 논의되고 있다. 정부와 국내 기업 간에 충분한 소통을 통해 한・미 투자협정과 연계하여 전략적으로 투자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기업은 정부와 소통 없이 투자할 경우 향후 기업의 투자 여력이 약화하여 더 이상 한・미 투자협정 관련 투자를 하기 어려운 상황에 직면할 수 있을 것이다. 국가적으로도 기업은 기업대로 정부는 정부대로 투자하면 과잉투자가 이루어져 국내에 투자할 여력을 잃어버릴 수 있을 것이다. bienns@ek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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