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버클라우드, ‘보안 AI’ 개발 착수…글로벌 최고 수준 노린다

네이버클라우드가 사이버 공격과 방어에 특화한 인공지능(AI) 모델 2종 개발에 착수했다. 중국 즈푸의 'GLM 5.3', xAI의 '그록4', 앤트로픽의 '클로드 오푸스 4.5' 등 세계 최고 수준의 AI와 맞먹는 성능을 확보하는 것이 목표다. 그래픽처리장치(GPU) 4512장과 830테라바이트(TB)의 보안 데이터를 투입한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22일 서울 중구 롯데호텔에서 '사이버보안 특화 AI 모델 개발사업' 착수 간담회를 열고 네이버클라우드 컨소시엄의 개발 계획을 공개했다. 33개 참여기관과 8개 협력기관 등 41개 기관이 참여한다. 개발 기간은 10개월이다. 배경훈 부총리 겸 과기정통부 장관은 “AI 보안 주권 확립과 안보 전략자산으로서 우리만의 AI 보안 모델 확보는 필수적"이라며 “최근 부각된 AI 속도조절론 속에서도 우리는 속도 조절이 아니라 과감한 도전을 계속해야 한다"고 말했다. 개발하는 AI는 공격과 방어에 각각 특화한다. LG AI연구원의 '엑사원'은 시스템의 취약점을 찾아내는 공격 능력을 강화한다. 네이버클라우드의 '하이퍼클로바X'는 침해 사고를 조사하고 대응하는 방어 능력에 초점을 맞춘다. 구체적인 성능 목표도 제시했다. 엑사원 기반 공격 모델은 내년 2월까지 중국 즈푸의 GLM 5.3 대비 80% 수준에 도달하고, 7월에는 같은 수준까지 끌어올리는 것이 목표다. 취약점 발굴 능력을 측정하는 국제 벤치마크 '사이버짐'을 기준으로 평가한다. 하이퍼클로바X 기반 방어 모델은 내년 2월까지 xAI의 그록4 수준, 7월에는 앤트로픽의 클로드 오푸스 4.5 수준에 도달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침해 사고 조사 능력을 측정하는 '엑사이틴 벤치'를 기준으로 성능을 평가한다. 최종 성능은 한국인정기구(KOLAS) 인증 공인기관이 검증한다. 두 AI가 서로 공격하고 방어하면서 성능을 높이는 방식도 쓴다. 공격 역할의 '레드팀 AI'가 방어 역할의 '블루팀 AI'를 공격하고, 블루팀의 대응 결과를 다시 레드팀의 새로운 과제로 삼는 식이다. 실제 사이버 공격과 방어를 반복하며 취약점을 찾고 대응 능력을 높이는 것이다. 여기에 GPU 4512장이 투입된다. 정부가 엔비디아 B200 256장을 지원하고 네이버클라우드는 자체 보유한 B200 4000장을 쓴다. LG AI연구원도 H200 256장을 추가로 투입한다. AI가 학습할 보안 데이터도 830TB를 확보했다. 네이버클라우드와 LG CNS 등 참여 기관이 보유한 데이터를 모았다. 국내 보안기업들이 현장에서 축적한 공격 데이터와 보안 전문가들의 대응 노하우도 학습시킬 계획이다. 내년 2월 1단계 평가를 거쳐 6월부터 현장 실증에 들어간다. 국가 기반시설과 핵심 전략산업, 네이버클라우드 고객사와 LG그룹 계열사 등이 대상이다. 7월 최종 평가를 마친다. 개발한 AI 모델은 오픈소스로 공개한다. 국내 보안기업들이 자체 보안 솔루션과 응용 프로그램 인터페이스(API), 소프트웨어개발키트(SDK), 보안 에이전트 등에 활용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김유원 네이버클라우드 대표는 “우리의 통제권 안에 있는 보안 특화 모델이 필요하다"며 “보안기업과 정부, 공공기관, 학교, 병원 등 국내 전반에서 널리 쓰일 수 있도록 준비하겠다"고 말했다. 김나현 기자 knh@ekn.kr

현대차그룹 ‘로봇학교’ 문 열었다…아틀라스, 車공장 학습 시작

현대차그룹이 휴머노이드 로봇 '아틀라스(Atlas)'의 자동차 제조 현장 적용을 위한 준비에 속도를 낸다. 실제 생산시설과 유사한 환경에서 로봇의 작업 수행 능력을 검증하고 데이터를 확보하는 전용 시설을 본격 가동한다. 보스턴다이나믹스는 지난 21일(현지시간) 미국 조지아주 현대차그룹 메타플랜트 아메리카(HMGMA)에 '로보틱스 메타플랜트 응용 센터(RMAC)'를 개소하고 운영에 들어갔다고 22일 밝혔다. RMAC은 아틀라스가 자동차 제조 현장에 투입되기 전 작업을 학습하고 성능을 검증하는 시설이다. 실제 사업장과 유사한 환경에서 물류 작업을 준비하고 자동차 부품을 조립 순서에 맞게 배치하는 서열(Sequencing) 작업 등을 수행한다. 지난 6월부터 시범 운영을 시작한 RMAC은 이번 개소를 계기로 본격적인 운영에 들어간다. 내년에는 HMGMA 부지에 별도 시설을 마련해 현재보다 약 10배 규모로 확대할 예정이다. 학습 범위도 단계적으로 넓힌다. 보스턴다이나믹스는 2030년까지 아틀라스의 작업 영역을 부품 조립으로 확대하고, 이후 반복 동작이나 중량물 취급 등 고강도 작업으로 적용 범위를 넓힐 계획이다. 현대차그룹은 향후 수년 동안 아틀라스 2만5000대를 현대차·기아 글로벌 사업장에 순차적으로 배치한다는 계획이다. 미국에는 연간 3만대 규모의 로봇 생산시설도 구축한다. RMAC에서는 자동차 제조 현장에서 실제로 발생하는 작업 데이터를 확보해 아틀라스의 성능을 고도화한다. 보스턴다이나믹스는 2027년 데이터 수집과 작업 범위를 확대해 학습 과정을 한층 강화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자동차 제조 외 산업으로의 적용 가능성도 검토한다. 현재 제조·항공우주·반도체·물류·식음료·생명과학 등 다양한 산업의 고객들과 아틀라스 활용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 잭 재코우스키 보스턴다이나믹스 최고제품·기술책임자(CPTO)는 “현대차그룹이라는 헌신적인 파트너와 함께 기업 규모의 피지컬 AI를 개척하고 있어 기쁘다"며 “아틀라스의 공급망, 생산, 테스트 및 배치 역량을 최적화하기 위한 전략을 수립했다"고 말했다. 한편 현대차그룹과 보스턴다이나믹스는 오는 30일 블룸버그 미디어 스튜디오와 공동 제작한 다큐멘터리 '로보틱스 경쟁, 그 최전선에서(Inside the Robotics Race)'를 공개한다. RMAC에서 진행되는 아틀라스의 현장 학습과 실제 자동차 제조 데이터를 활용한 안전성·신뢰성·성능 검증 과정을 담을 예정이다. 박서현 기자 shine@ekn.kr

LG전자, 냉각설비 풀라인업 왜?…AI 데이터센터 사업 속도내나

LG전자가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AI DC)용 냉각 설비를 소용량부터 대용량까지 모두 갖추며 풀라인업을 완성, 엔비디아 규격 승인을 발판 삼아 액체냉각 시장 공략에 속도를 낸다. AI 가속기 성능이 높아지며 서버 발열이 급증하자 기존 에어컨·칠러 중심의 공조 사업을 넘어 칩 바로 옆에서 열을 식히는 액체냉각까지 사업 영역을 넓힌 결과다. 600㎾·1㎿에 이어 2.5㎿급 냉각수 분배장치(CDU)까지 엔비디아 규격 승인을 받으며 칠러·CRAH·CDU·콜드 플레이트를 아우르는 '칩 투 칠러(Chip to Chiller)' 체계를 완비, 글로벌 빅테크의 AI 데이터센터 투자 확대를 성장 기회로 삼겠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LG전자는 22일(한국시간) 엔비디아로부터 2.5㎿급 CDU에 대해 AI 팩토리 규격 승인 과정의 추가 요건까지 모두 충족해 'DSX 레디 CDU(DSX Ready CDU)' 제품으로 승인받았다고 밝혔다. AI 팩토리는 AI의 생애주기 전반을 관리하며 데이터로부터 가치를 창출하도록 설계된 고도화된 데이터센터로, 엔비디아는 컴퓨팅·네트워킹·전력·냉각·시설·소프트웨어를 아우르는 '엔비디아 DSX AI 팩토리 플랫폼'을 통해 관련 요건을 충족한 제품에 한해서만 'DSX 레디' 인증을 부여한다. CDU의 경우 AI 팩토리 구축용 2.3㎿ 이상 대용량 제품이 대상이다. 냉각 설비 라인업 전반을 규격 승인 형태로 정비하며 시장 공략에 속도를 내는 배경이다. LG전자는 앞서 지난 7월과 9월에도 각각 600㎾급과 1㎿급 CDU 제품이 엔비디아 규격 승인을 받은 데 이어, 이번 2.5㎿급 제품까지 추가 요건을 모두 충족하며 소·중·대용량 전 구간에서 'DSX 레디' 승인을 확보해 글로벌 액체냉각 시장에서 톱티어 수준의 기술력을 입증했다. 같은 날 LG에너지솔루션의 배터리 에너지저장장치(BESS)도 DSX 레디 제품으로 함께 승인받았다. ◇ 2.5㎿ 대용량 CDU, 고집적 AI 데이터센터 열관리 핵심 설비 이번에 규격 승인을 받은 2.5㎿급 CDU는 AI DC 열관리의 핵심 설비로 꼽힌다. 엔비디아 블랙웰 아키텍처 기반 차세대 AI 가속기 도입으로 AI 반도체 성능이 기하급수적으로 발전하며 서버 랙 하나가 소비하는 전력은 수백 킬로와트(㎾)를 넘어 메가와트 수준까지 높아졌다. 공기만으로는 이 정도 발열을 감당하기 어려워지면서, 개별 랙마다 소용량 CDU를 붙이던 '인랙(In-Rack)' 방식 대신 여러 랙을 묶어 대용량 CDU 한 대로 한꺼번에 식히는 '인로우(In-Row)' 방식이 늘고 있다. 최신 AI 서버 랙의 용량은 약 120㎾ 수준으로, 이를 20대 단위로 묶으면 2.4~2.5㎿가 되는 만큼 2.5㎿는 대용량 CDU의 사실상 표준으로 자리 잡았다. 시장 상황도 이런 흐름을 뒷받침한다. 시장조사기관 트렌드포스(TrendForce)는 AI DC 액체냉각 솔루션 도입률이 2024년 14%에서 2027년 약 60%까지 확대되며 시장의 대세가 될 것으로 내다봤다. 델오로 그룹(Dell'Oro Group)도 차세대 칩셋의 전력 급증으로 액체냉각이 선택지가 아닌 AI 팩토리의 필수 기반 기술로 자리 잡았다고 분석했다. ◇ 칠러부터 칩까지 모두 판다…AI 데이터센터 시장 정조준 이번 승인으로 LG전자는 AI DC 열 관리를 책임지는 냉각 솔루션 풀라인업을 완성했다. 차가운 물을 대량 생산하는 고효율 칠러(Chiller)와 컴퓨터룸 공기조화기(CRAH) 등 전통 공조 설비는 물론, 액체냉각의 핵심인 CDU도 600㎾(소용량)·1㎿(중용량)·2.5㎿(대용량) 전 구간을 갖췄다. 여기에 칩의 열을 직접 식히는 콜드 플레이트(Cold Plate)까지 더해 AI DC 열관리의 핵심 구성요소인 '칩 투 칠러(Chip to Chiller)' 토털 솔루션을 모두 확보한 셈이다. LG전자는 이를 바탕으로 AI DC 사업자별 요구사항에 최적화된 맞춤형 토털 솔루션을 제공하며 시장 공략을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LG전자 ES사업본부장 이재성 사장은 “이번 엔비디아 DSX 규격 승인을 계기로 더욱 신뢰성이 높고 효율적인 냉각 솔루션을 글로벌 빅테크 기업들에 본격 공급하며, 차세대 액체냉각 시장의 주도권을 확보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김하나 기자 uno@ekn.kr

삼성이 광주에 2400억 베팅한 이유…AI가 키운 ‘냉각시장’

삼성전자가 AI 데이터센터 확산으로 커지는 냉각·공조 시장을 잡기 위해 광주에 약 2400억원을 투자한다. 신규 생산라인은 삼성전자의 냉난방공조(HVAC) 사업이 글로벌 대형 프로젝트를 수주하는 데 필요한 생산 거점 역할을 하게 될 전망이다. 삼성전자는 21일 전남광주통합특별시 광주사업장에서 플랙트그룹 HVAC 생산라인 착공식을 열었다. 이날 행사에는 노태문 DX부문 대표이사 사장과 토비아스 케텔레 플랙트그룹 최고재무책임자(CFO), 민형배 전남광주통합특별시장, 안도걸 전남광주통합특별시당 위원장 등이 참석했다. 삼성전자는 광주사업장 제3캠퍼스에 연면적 2만1800㎡(6600평) 규모의 생산라인을 짓는다. 투자 규모는 2400억원이다. 2028년 초부터 본격 가동될 예정이며, 한국과 동아시아 지역의 글로벌 대형 프로젝트를 전담한다. 투자의 배경에는 AI 서버의 발열 급증이 있다. 최신 AI 칩의 열설계전력(TDP)은 1kW를 넘어섰고, 서버 랙 하나가 쓰는 전력은 수백kW에 이른다. 데이터센터 전문 인증기관 업타임인스티튜트는 랙 전력이 150kW에 근접하거나 넘으면 액체냉각이 필수라고 설명한다.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AI 서버의 액체냉각 적용 비중은 2023년 33%에서 2024년 53%로 뛰었다. 시장조사업체 델오로그룹은 글로벌 액체냉각 장비 시장이 2029년 70억 달러(10조원) 규모로 커질 것으로 전망했다. 삼성전자는 이 시장 진입을 위해 인수합병(M&A)을 택했다. 2025년 11월 독일 플랙트그룹을 15억 유로에 인수했으며, 이는 2017년 하만 인수 이후 최대 규모 M&A다. 경쟁사인 LG전자가 HVAC 사업을 단계적으로 넓히며 2030년까지 HVAC 매출 20조원을 목표로 하는 것과 달리, 삼성전자는 인수를 통해 진입 속도를 높였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번 신규 생산라인은 플랙트그룹의 15번째 글로벌 생산거점이다. AI 데이터센터뿐 아니라 반도체·배터리 등 첨단 제조시설, 대형 상업시설의 공조 수요까지 폭넓게 겨냥한다. 삼성전자가 한국과 동아시아 지역에서 대형 프로젝트를 직접 생산·공급할 수 있는 체제를 갖추게 되는 셈이다. 이곳에서는 △냉각수 분배장치(CDU) △팬 월 유닛(FWU) △컴퓨터룸 공기 처리 장치(CRAH) △대형 건축물용 공기조화기(AHU) 등 AI 데이터센터의 핵심 냉각·중앙공조 장비를 만든다. 삼성전자는 그동안 축적해 온 제조 역량을 바탕으로 높은 품질과 신뢰도가 요구되는 산업용 HVAC 경쟁력을 높일 방침이다. 제품 개발부터 생산, 설치, 유지보수가 긴밀하게 연계되는 사업 체계를 구축해 고객사 요구에 신속하고 정교하게 대응한다는 구상이다. 삼성전자는 착공부터 완공, 양산 안정화 단계까지 안전 관리에 나서는 한편, 지역 인재 채용·육성과 협력회사와의 동반성장으로 지역 경제 활성화에도 기여할 계획이다. 노태문 사장은 “이번 플랙트그룹 신규 생산라인 착공은 회사의 핵심 성장동력인 HVAC 사업의 도약을 위한 또 하나의 이정표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앞으로 광주사업장을 AI 가전과 차세대 HVAC 솔루션을 함께 생산하는 첨단 제조 거점으로 육성할 계획"이라고 했다. 김하나 기자 uno@ekn.kr

[단독] 밤엔 이재용, 새벽엔 홍라희 자택 앞…삼성 DX 노조 ‘1인 시위’

삼성전자 DX(디바이스경험) 부문 노조 간부가 이재용 회장 자택 앞 밤샘 텐트 농성에 이어 19일 오전 홍라희 리움미술관 명예관장 자택 앞에서 '고 삼성전자 DX 부문 추모' 피켓을 들고 '기습 1인 시위'를 벌였지만, 재계 반응은 싸늘하다. 차기 위원장 선거 위법성 논란과 다른 노조와의 법적 다툼이 이어지는 가운데, 경영에 관여하지 않는 오너 일가의 자택까지 찾아가 관심을 돌리려 한다는 시각이 나오기 때문이다. 재계 일각에서는 '방탄·뒷북 집회'라는 비판마저 나온다. 복수노조가 참여한 공동교섭단을 통해 올해 임금협상이 이미 최종 타결됐는데도 장외 투쟁에 나선 것은 노사 합의의 신의성실 원칙을 저버린 행위라는 것이다. 게다가 소통 창구를 열라는 요구가 내부 갈등에서 시선을 돌리는 수단으로 쓰이고 있다는 점에서, 진정성이 부족하다는 지적도 적지 않다. 이날 새벽 서울 용산구 한남동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자택 앞 인도. 회색 돌바닥 위에 갈색 텐트 한 동이 서 있었다. 옆에는 파란 천막 두 동이 붙어 있었고, 주황색 라바콘 사이로 붉은 소형 발전기와 기름통, 이동식 확성기가 놓여 있었다. 텐트 앞 나무 탁자에는 흰색 플라스틱 바구니가 포개져 있었다. 그 위에는 손으로 쓴 편지 한 통이 놓여 있었다. 텐트 뒤편 현수막에는 노란 글씨로 '사람은 비용이 아닙니다, 삼성의 경쟁력입니다!'라고 적혀 있었다. 텐트 안은 단출했다. 야전침대 위에 침낭이 둘둘 말려 있었고, 검정 배낭과 접이식 의자가 곁에 놓였다. 검정 조끼 가슴팍에 '동행'이라는 글자를 단 백순안(44) 삼성전자노동조합 동행 정책기획국장이 침대 끝에 걸터앉아 있었다. 딱딱해 보이는 침대에서 자는 게 불편하지 않으냐고 묻자 그는 “춥고, 모기가 많다"고 했다. 노숙에 가까운 생활을 가족이 어떻게 보느냐는 물음에는 “별로 좋아하지는 않죠"라고 했다. 업무 이후 시간을 쪼개 회장 집 앞에 텐트를 친 이유는 뜻밖에 애정 고백에서 시작했다. “저는 삼성전자를 정말 사랑해요." 네트워크사업부(수원)에서 26년째 일하는 그는 고등학교를 졸업하기도 전에 삼성전자에 들어온 고졸 입사자다. 그가 보기에 삼성전자에는 더 좋은 조직문화와 경영진, 인재를 키울 역량이 충분한데 “제대로 된 소통을 못 한다"고 했다. 과거에는 노사협의회로 조직을 바꿔 보려 했지만 “겉모습은 바뀌나 속은 바뀌지 않았다"고 했다. 10년 전 이미 “위태위태해 보였고", 그때 문제를 반영하지 못한 대가로 “착했던 연구원들이 이제 터진 것"이라는 것이다. 이 회장 집 앞 농성은 노사 갈등이 커질 때마다 반복돼 왔다. 전국삼성전자노동조합(전삼노)은 올해 4월 총파업 가능성이 거론되자 이곳에 천막을 치고 20여일간 농성을 벌였다. 천막은 임금 협상이 마무리되고 나서야 철거됐다. 2022년에는 당시 부회장이던 이 회장의 자택 앞에서 임금교섭과 복리후생 개선을 요구하며 91일간 24시간 천막 농성이 이어졌다. '재충전 휴가 3일' 등 복리후생 개선안이 추가된 뒤에야 농성은 끝났다. 동행노조는 이번엔 조합원이 한 명씩 텐트를 지키는 방식을 택했다. 농성과 함께 집회, 1인 시위도 병행하기로 했고 종료 시점은 정하지 않았다. 현재 이 회장 자택 앞에는 삼성전자 노조뿐 아니라 삼성중공업 노동자협의회도 일주일째 텐트를 치고 농성 중이다. 삼성중공업 노사는 최근 다시 협상에 들어간 것으로 전해졌다. 백 국장은 이재용 회장이 사태를 모른다고 본다. 문제를 제기한 지는 5월부터 넉 달이 넘었지만, 경영진이 나서 대화를 언급한 건 노태문 대표이사가 한 차례 “얘기해 보자"는 취지로 나선 것이 전부라고 했다. 수원과 서초 집회에 이어 한남까지 온 이유는 그래서 “알리기 위해서"다. 알았다면 “적어도 이러시지는 않으실 분"이라는 것이다. 근거로는 삼성의 보고 체계를 들었다. 서초 사업지원실 아래에 DX와 DS 부문별 경영지원실이 있고, 그 밑에 사업부와 개발·연구개발·제조 조직이 '크리스마스 트리'처럼 매달린 구조인데, 협상 테이블에 나오는 경영지원실 상무는 결정 권한이 없다고 했다. 보고가 층층이 올라가는 사이 “정작 중요한 D는 빠지고 A, B, C만 전달된다"는 게 그의 주장이다. 수원 집회 규모와 요구 사항이 위로 갈수록 축소되고 회사 입장에 맞게 다듬어진다는 설명도 덧붙였다. 전날에는 회사 임원이 만류에 나섰다고 한다. 그는 “가족은 건드리는 게 아니다"라는 말을 들었고 “당신들도 선을 지키지 않았는데 내가 뭘 지키느냐"고 맞받았다. 테이블을 마련하겠다는 답이 돌아왔지만 그는 조건을 달았다. 회사가 할 수 있는 것과 제안을 들고 나와야 하고, 수원 DX 경영지원실장이 나오면 거절하겠다는 것이다. 만나야 할 사람은 서초의 사업지원실장이라고 했다. 요구는 소박하다고 했다. 그동안 노조는 자사주 1000주(약 3억원) 수준의 보상을 요구해 왔지만 “그 정도 수준의 가치가 있는 사람들이고 DX 부문 구성원들이 그 정도 기여는 있었다"고 했다. 그보다 먼저 받고 싶은 건 사과다. “사과할 사람들은 아니고요." 협상은 회사가 '못 준다, 너희가 좀 내놔라'는 식으로 나오는 한 시작조차 안 된다고 했다. 그는 이를 사탕에 빗댔다. 12명이 나눠야 할 사탕 한 봉지가 일부에게만 쏠린다는 것이다. 그는 회장에게 손편지도 썼다. 금박 민들레 그림이 찍힌 편지지에 손글씨로 이렇게 적었다. '존경하는 이재용 회장님, DX 부문과 DS 부문은 한 회사 한 몸입니다. 우리 직원들의 마음이 더 이상 상처받지 않도록 이제 마음을 다독여 주세요.' 끝에는 '삼성전자노동조합 동행 정책기획국장 백순안'이라고 적었다. '사람은 비용이 아니다'라는 문구를 내건 건 회사가 사람을 재원으로 “재단한다"는 문제의식에서다. 2004년 군 복무를 마치고 복직해 환경안전 업무를 맡았던 그는 토·일에도 출근했고 밤 11시를 넘겨도 수당 없이 12시, 1시까지 일하던 시절을 기억한다. “그렇게 해서 TV도 핸드폰도 나온 것인데 서초는 그걸 모른다"고 했다. 밤을 텐트에서 보낸 그는 아침 일찍 홍라희 리움미술관 명예관장 자택 앞 골목으로 자리를 옮겼다. 오르막을 따라 나뭇결 무늬가 그대로 남은 회갈색 널판 담장이 길게 이어졌고, 담장 위에는 산울타리와 나무가 얹혀 있었다. 작은 나무 쪽문 하나가 유일한 틈이었다. 그 앞에서 백 국장은 검은 리본에 흰 국화와 백합을 두른 영정 액자 모양 피켓을 들었다. 피켓에는 '추모 고 삼성전자 DX 부문의 명복을 빕니다'라고 적혀 있었다. 담장이 얼마나 높으냐고 묻자 그는 “제 키가 170이니까 한 5m 되겠네요"라고 했다. 경영에 참여하지 않는 홍 명예관장의 자택 앞 시위는 비판을 받을 수도 있다는 지적에 그는 “감내하겠다"고 했다. 그는 “경영진 누군가가 소통만 해줬어도 이렇게까지 될 일이 아니었다. 그게 뭐가 어렵다고"라며 “소통을 하지 않아 여기까지 온 것"이라고 했다. 홍 명예관장에게까지 호소해야 한다고 느낀 계기를 묻자 “소통을 해달라고 몇십 번을 얘기했는데도 어느 누구도 소통 얘기를 하지 않았다"고 답했다. 그러면서 “안타깝게도 화살을 이쪽으로 돌린 것"이라며 “저도 이러고 싶지는 않다"고 했다. 홍 명예관장이 시위를 직접 보거나 메시지를 전달받길 원하느냐는 물음에는 “실제로 뵙기는 어렵지 않겠느냐"고 했다. 이날 오전 7시 50분을 넘기자 그는 한 손에 마이크를 쥐고 발치의 휴대용 스피커를 켰다. 백씨는 마이크를 입에 대고 “노동조합 동행의 목소리를 들어 주십시오"라고 외쳤다. 그는 이재용 회장을 향해 “저 간신배들의 말에 속지 마시고 현장의 목소리에 귀 기울여 달라"며 “오늘도 새벽까지 밤을 새워 일하는 직원들을 살펴봐 주시기 바란다"고 했다. 이날 스마트폰 소음측정 앱(연설 모드)으로 잰 소리는 오전 7시 54분 기준 69데시벨(dB-A)이었다. 동행노조는 이달 18일부터 30일까지 홍 명예관장 자택 앞 집회를 신고했다. 동행노조는 9월 중 홍 명예관장 자택 인근인 서울 용산구 이태원로27다길 일대에서도 노동자의 목소리를 알리는 소규모 집회를 이어갈 계획이다. 다만 재계 일각에서는 동행노조의 이번 집회를 두고 노조 내부 문제에서 시선을 돌리려는 '방탄·뒷북 집회'라는 비판이 나온다. 차기 위원장 선거를 둘러싼 위법성 논란과 다른 노조와의 법적 공방이 이어지는 가운데 국면을 전환하려는 성격이 짙다는 것이다. 이들은 동행노조가 차기 위원장 선거 위법성 논란 속에 지도부가 둘로 갈라졌다고 주장한다. 한쪽은 불법 선거라며 고용노동부에 진정서를 냈고, 다른 쪽은 진정서 제출을 주도한 대의원에게 직무정지 처분을 내리는 등 내홍이 계속되고 있다는 것이다. 동행노조 지도부가 초기업노조와 노선 갈등을 벌이는 과정에서 모바일 단체대화방을 통해 인신공격성 폭언과 욕설을 주고받았고, 두 노조 지도부 사이에 모욕죄·명예훼손 혐의 고소·고발이 오가며 사법 공방으로 번졌다는 주장도 나온다. 백 국장은 앞서 인터뷰에서 이번 행동이 “9월 말까지 임기"에 맞춘 1차 액션이며 10월부터는 다른 임원진이 이어받을 수 있다고 했다. '평화의무'를 둘러싼 지적도 있다. 삼성전자 노사는 복수노조가 참여한 공동교섭단을 통해 2026년도 임금협상을 최종 타결했고, 동행노조도 공동교섭단에 참여했다. 노동법 원칙상 유효한 단체·임금협약이 체결되면 협약 기간 중 이에 반하는 쟁의행위를 하지 않을 '평화의무'가 생긴다. 한 재계 관계자는 “동행노조가 이미 서명한 임금협약을 뒤집고 장외 투쟁에 나서는 것은 협약 자치주의와 신의성실 원칙을 저버린 행위"라고 지적했다. 김하나 기자 uno@ekn.kr, 김슬아 인턴기자

이재용 자택 3m 앞서 터진 외침…“이건희의 약속 어디 갔나”

“이건희 선대회장님께서는 20년 전 임직원들에게 이렇게 약속하셨습니다. '삼성이 초일류 기업으로 인정받는 날, 그 모든 영광과 결실은 여러분들의 것'이라고. 그 약속은 지금 어디 있습니까." 서민성 삼성전자노동조합 동행(동행노조) 사무국장 후보가 18일 오후 5시 서울 용산구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자택에서 3m 떨어진 지점에서 이렇게 말했다. 이날 자택 인근에는 디바이스경험(DX)부문 조합원이 중심인 동행노조 조합원 40여명이 모였다. 조합원 곽혁준씨는 “책임을 질 수 없는 분들이 와서 회사가 힘들다는 얘기만 하고 간다. 진짜 권한을 가진 분이 와서 조율하는 협상 과정이 필요한데 그럴 생각 자체가 없어 보인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조합원들은 검은 옷과 '동행' 로고가 박힌 조끼 차림으로 자택 앞에서 출발해 리움미술관 인근을 거쳐 다시 자택 앞으로 돌아오는 1㎞ 구간을 10분간 행진했다. 행렬 앞에는 세탁기·로봇청소기 등 가전제품에 검은 띠를 두른 영정사진 형태의 피켓이 늘어섰고, '고(故) DX'라는 글자가 새겨진 상장(喪章)형 액자와 '사람은 비용이 아닙니다, 삼성의 경쟁력입니다'라는 현수막도 등장했다. 조합원들은 행진 내내 “같은 회사, 같은 권리"를 외쳤다. 사업부 소속이라고 밝힌 40대 조합원 이모씨는 “AI가 도입되면서 희망퇴직이 눈에 띄게 늘고 있어 불안한 것이 사실"이라면서도 “삼성을 사랑하고 삼성이 잘됐으면 좋겠다는 마음에 집회에 참여하게 됐다"고 말했다. 이날 다른 발언자들도 선대 회장들을 잇달아 소환했다. 안영석 MX사업부 프로는 “이병철 회장님은 사업보국의 꿈이, 이건희 회장은 신경영이 있었지만 이재용 회장께서는 꿈과 비전이 무엇인지 알 수 없다"고 말했다. 이상호 사무국장 후보는 “이재용 회장께서는 언제까지 이건희 회장님 아버님의 그늘 아래에서만 계실 것이냐. 이제는 삼성그룹 전체의 아버지 역할을 하셔야 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박혁준 홍보국장의 선창에 조합원들은 “이건희 회장님 보고 싶습니다"를 함께 외치기도 했다. ◇ 하나의 삼성인데, 임금협상만 두 개의 삼성 동행노조가 이 회장 자택까지 찾아온 배경에는 임금교섭에서 배제됐다는 DX 직원들의 누적된 불만이 있다. 동행노조 측은 “DX와 DS는 다른 회사가 아니라 하나의 삼성전자인데, 올해 임금교섭에서는 DX의 목소리가 단 1줄도 반영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노조 측은 또 “삼성전자는 역대 최대 수준의 매출을 기록하고 있고 DX 역시 전년 대비 매출이 늘었는데도 현장에서는 비용절감과 인력효율화 압박을 체감하고 있다"며 이른바 '의도된 적자' 의혹을 제기했다. 이용훈 복지국장은 “부품을 담당하는 사업부와 완제품을 만드는 사업부가 나뉘어 있는 구조에서, 관리회계상 특정 부문에 이익을 몰아주거나 특정 부문을 적자로 만드는 것이 경영진의 선택으로 충분히 가능하다고 본다"며 “'적자 프레임과 분리된 재원'이라는 표현으로 DX 부문 임직원에게 보상을 하지 않으려는 것 아니냐는 의심이 든다"고 말했다. 회사 측은 성과급 재원을 부문 간 공유한 전례가 없다며 성과주의 원칙을 유지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 1000주 요구하는 DX 노조 동행노조는 이날 '1000주' 요구의 산정 근거를 처음으로 설명했다. 이 복지국장은 “과거 DX 부문에서 발생한 초과이익이 DS 부문 투자로 활용됐다고 가정하고 기여도를 계산한 결과"라고 말했다. 그러나 회사 안팎에선 적자인 DX에 이미 자사주 지급이 결정된 상황에서 1인당 1000주를 추가 요구하는 것은 과도하다는 지적이 여전하다. 이에 대해 동행노조는 “1000주라는 숫자 자체보다 상징적 의미로 봐 달라. 회사가 합리적인 계산식으로 기여도를 납득시켜 준다면 충분히 받아들일 용의가 있다"는 입장이다. 교섭 대표성을 둘러싼 갈등은 더 깊어지는 모양새다. 초기업노조는 내년 공동교섭단을 구성하지 않겠다고 통보한 데 이어 DS 직원만 가입하도록 규약 개정을 추진 중이다. 최승호 위원장 등 6명은 임직원 10만여명의 개인정보와 노조 가입 여부를 수집·관리한 혐의로 검찰에 송치된 상태로, 동행노조는 엄벌 탄원서 1만5000건 이상을 준비했다고 밝혔다. 동행노조는 오는 28일 5기 위원장 선거가 끝나는 대로 새 집행부가 임금·단체협상 태스크포스(TF)를 가동한다는 방침이다. 임금·보상을 둘러싼 노사 마찰은 다른 기업에서도 이어지고 있다. 현대차 노조는 앞서 10년 만에 전면파업에 나섰고, 포스코 노조도 쟁의권을 확보해 창사 첫 파업 가능성이 거론된다. 네이버제트에서도 임금·처우 문제로 노조가 추가 단체행동을 예고하고 있다. 동행노조는 홍라희 리움미술관 명예관장 자택 인근에서도 별도 집회를 열 계획이다. 김하나 기자 uno@ekn.kr, 김슬아 인턴기자

‘2029년 1차 팹 완공’ 삼성·SK 호남 반도체, 공정률 0%·남은 시간은 3년

정부가 '속도전'을 강조해온 호남권 반도체 메가프로젝트가 여전히 출발선에 머물러 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실제 반도체 팹 건설만 놓고 보면 공정률은 사실상 0%다. 후보지 선정과 조사·설계, 전력·용수 공급계획, 기업과 정부·한국전력 간 협약 등 사전 준비까지 사업 진척으로 최대한 폭넓게 인정하더라도 전체 사업 진행률은 5~10% 초기 단계로 평가된다. 업계는 물론 정치권에서도 발표 후 3개월이 지난 만큼 연내 물리적 착공에 돌입할 수 있도록 더욱 속도를 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정부는 2029년부터 호남 반도체 산업단지에 3기가와트(GW)의 전력을 우선 공급하고 초기 팹을 완공한다는 시간표를 제시하고 있다. 하지만 산업단지 조성공사부터 팹 건설, 전력망 구축까지 대부분의 물리적 공정이 앞으로 남아 있다. 여기에 최근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전력망 투자 재원 마련을 위한 한전의 25조원 규모 전기요금 선납 제안을 거절하면서 정부가 내건 '속도전'을 뒷받침할 전력망 재원 확보도 새로운 변수로 떠올랐다. ◇ 팹 공정은 0%…준비까지 후하게 쳐도 '초기 단계' 18일 관련 업계 등에 따르면 호남 반도체 국가산단은 현재 LH가 개발사업 조사·설계와 인허가 등을 준비하는 단계다. LH 전자조달시스템에도 지난 10일 '호남권 반도체 첨단 국가산업단지 개발사업 조사설계용역' 관련 자료가 공개됐다. LH가 제시한 산단 조성공사 면적은 약 820만㎡, 추정 공사비는 4455억원이며 예상 공사기간만 46개월이다. 이마저 반도체 생산시설과 외부 전력·용수 기반시설을 제외한 산단 조성공사 기준이다. LH는 전체 산단 완성을 기다리지 않고 팹 부지를 먼저 착공하기 위해 설계·조사·인허가를 동시에 추진한다는 방침이다. 현재 사업의 진척도를 어떤 기준으로 보느냐에 따라 숫자는 크게 달라진다. 실제 건설공사를 기준으로 보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팹 건설 공정률은 사실상 0%다. 아직 팹 토목·건축공사나 클린룸 구축, 장비 반입 등이 시작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반면 후보지 선정과 기업의 투자계획, 정부·LH의 조사·설계, 전력·용수 계획, 삼성·SK와 한전의 전력공급 협약 등 착공 전 준비까지 사업 진행과정으로 최대한 후하게 포함한다면 전체 프로젝트가 대략 5~10% 수준의 초기 단계에 들어섰다고 평가할 수 있다. 다만 이는 정부나 LH가 발표한 공식 공정률이 아니라 전체 사업단계를 기준으로 현재 위치를 가늠한 분석적 수치다. 즉 호남 반도체 프로젝트의 현재 위치는 '물리적 공정 0%, 사전 준비까지 포함하면 10%에 못 미치는 수준'으로 요약할 수 있다. 문제는 앞으로 남은 과정이다. 산단 조성뿐 아니라 전력·용수 등 기반시설 구축과 팹 건축, 클린룸 조성, 제조장비 반입·설치, 시운전을 거쳐 실제 양산까지 이어져야 한다. ◇ 2029년 3GW 공급 목표…전력망도 동시에 달려야 정부의 시간표는 빠듯하다. 정부와 한전,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은 지난달 호남권 반도체 산단 전력공급 협약을 체결했다. 현재 6GW 이상으로 예상되는 최종 전력수요 가운데 기업의 전력 필요시점을 고려해 2029년부터 약 3GW를 우선 공급한다는 계획이다. 신장성~신광주 송전선로에서 산단으로 연결되는 공급선로를 만들고 산단 내 변전소 1개를 우선 구축한다. 이후 추가 송전선로와 변전소를 확보해 누적 6GW 이상으로 공급능력을 확대한다. 산단과 팹만 빨리 지어서는 목표를 달성할 수 없다는 의미다. 부지조성·팹 건설과 함께 송전선로와 변전소 건설이라는 세 개의 시계가 동시에 돌아가야 한다. 정부가 일반적인 순차 방식 대신 조사·설계·인허가를 병행하고 팹 부지를 우선 착공하는 방안을 추진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46개월이 예상되는 전체 산단 조성을 마친 뒤 팹을 짓는 방식으로는 2029년이라는 시간표를 맞추기 어렵다. 전력망 건설비 분담도 남은 과제다. 정부는 호남 산단 1단계 전력공급 설비 비용을 한전과 기업 등이 전력사용량에 따라 분담하고 민간 분담금 일부에는 반도체특별법을 통한 재정 지원을 추진한다는 방침이다. ◇ 삼성·SK, 25조 선납 거절…'속도전' 재원은 어디서 이런 가운데 전력망을 빠르게 구축하기 위해 한전이 마련했던 대규모 자금조달 방안 하나가 최근 무산됐다. 한전은 삼성전자에 약 20조원, SK하이닉스에 약 5조원 등 총 25조원 규모의 향후 5년치 전기요금을 미리 납부해 달라고 제안했다. 한전은 선납금을 국가 기간 전력망 구축에 우선 투자하고 잔액에는 국고채 2년물보다 높은 수준의 이자를 적용하는 방안도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두 회사는 내부 검토 끝에 참여하기 어렵다는 뜻을 한전에 전달했다. 남은 자금조달 방법은 한전 채권 발행 혹은 정부의 직접적인 재정지원이다. 채권의 경우 국회가 2022년 발행한도를 최대 5배로 늘려준 특례가 내년 말 종료를 앞두고 있어 또 다시 법안 개정이 필요하다. 양사의 거절이 호남 반도체 투자계획 철회나 전력공급 협약 파기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한전도 전력공급 협약과 전기요금 선납은 별개 사안이라는 입장이다. 삼성·SK의 호남 투자계획에도 현재까지 공개적으로 확인된 변화는 없다. 다만 한전이 전력망 건설 재원을 조기에 확보하기 위해 마련했던 카드가 사라진 만큼 대체 재원을 얼마나 빨리 마련하느냐는 전력망 건설 속도의 변수가 됐다. 지난 6월 말 기준 한전의 총부채는 210조7000억원에 달하고 하루 이자비용도 약 115억원이다. 한전은 기존처럼 자체 자금과 한전채 발행, 정부 지원 등을 통해 필요한 투자를 이어갈 수 있다. 따라서 선납 거절이 곧바로 전력망 공사 지연으로 이어진다고 단정하기는 어렵다. 다만 2029년 3GW 공급을 위해서는 산단 조성과 팹 건설뿐 아니라 송·변전망까지 동시에 앞당겨야 하는 만큼 재원 조달계획의 구체화 여부도 향후 시간표를 가늠할 주요 지표가 될 전망이다. 전지성 기자 jjs@ekn.kr

삼성 노조에 무슨 일이…내홍 속 DS가 더 단단해진 이유

삼성전자 최대 노동조합인 삼성그룹 초기업노동조합 삼성전자지부(초기업노조)가 반도체(DS) 부문에서 조직 기반을 빠르게 다지고 있다. 18일 삼성전자 전사노사협의회 근로자위원 선거에서 조합이 낸 DS부문 공식 후보 5명이 사업장별 선거구에서 모두 당선되면서다. 위원장을 둘러싼 비위 의혹과 간부 불신임 투표, 다른 노조와의 마찰 등 내홍이 격화하는 와중에도 조직 재편의 속도는 오히려 빨라지는 모습이다. 이날 초기업노조에 따르면 이번 선거는 DS부문 전 직원이 참여한 가운데 사업장별 선거구 단위로 치러졌다. 초기업노조 공식 후보들은 평택(최승호 위원장·득표율 94.0%), 기흥(김성동·39.7%), DSR(정경준·66.3%), 화성(서장훈·82.3%), 천안·온양(황대하·61.0%) 등 출마한 5개 선거구에서 모두 당선을 확정지었다. 최승호 위원장은 “DS부문 전 직원이 참여한 이번 선거에서 초기업노조가 낸 후보 5명이 한 명도 빠짐없이 전원 당선되어 고무적"이라며 “9월 말 예정된 전사근로자대표 확보까지 최선을 다하고, 27년 임단협에 사업장 대표 모두 교섭위원으로 함께할 것"이라고 말했다. 초기업노조는 오는 21일 'SELU 대표자 회의체'를 가동해 전사 근로자대표 권한 확보, 노조 운영계획, 사업장별 노사 소통채널 구성 방안 등을 논의할 방침이다. 이번 전원 당선은 초기업노조가 올 들어 DS부문 중심으로 조직을 재편해온 흐름과 맞물린다. 조합에 따르면 DX(디바이스경험) 부문 조합원 비중은 5개월 만에 28%에서 1% 수준까지 급감했다. 지난 5월 성과급 협상에서 DS 부문에 사업성과의 10.5%를 재원으로 하는 특별경영성과급이 신설된 반면 DX 부문은 600만원 상당 자사주 지급에 그치면서, 부문간 보상 격차에 대한 불만이 조합원 이탈로 이어졌다는 설명이다. DX부문 중심의 삼성전자노동조합 동행(동행노조)도 이에 반발해 공동투쟁본부에서 탈퇴했다. 초기업노조는 지난 17일부터 19일까지 총회를 열어 신규 조합원 가입 자격을 DS부문 임직원으로 제한하는 규약 개정안을 표결에 부쳤다. 개정안이 통과되면 기존 DX부문 조합원의 자격은 유지되지만 신규 가입은 막힌다. 노조 측은 “조직 대상을 DS부문 소속 근로자로 명확히 해 조직 운영과 단체교섭의 일관성과 효율성을 확보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초기업노조는 2027년 임금교섭부터 동행노조와 분리 교섭하겠다는 방침도 밝힌 상태다. 조직 재편이 속도를 내는 사이 내부 갈등도 격화하고 있다. 조합 회계를 맡아온 이송이 부위원장은 최 위원장의 조합비 집행 내역을 공개하며 사적 유용 의혹을 제기했다. 조합비 약 4억2596만원이 카드로 결제되는 과정에서 발생한 마일리지·포인트가 최 위원장 개인에게 귀속됐을 가능성이 있다는 주장이다. 리솜리조트 회원권 2건의 1회차 대금 2억3250만원이 법인·개인카드로 나뉘어 결제됐지만 관련 혜택이 조합에 귀속된 기록이 없고, 동탄 롯데백화점에서 조합 물품을 구매한 영수증 41건에는 '최*호' 명의로 약 11만 포인트가 적립된 사실도 확인됐다는 것이다. 이 부위원장은 수사기관에 사실관계 확인을 요청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앞서 이 부위원장과 이원일 광주지회장은 초기업노조가 올해 3~4월 집회용 물품 구매에 최 위원장 장인이 운영하는 업체와 약 3억6793만원 규모로 계약한 사실을 공개하며 적절성 문제를 제기하기도 했다. 물품 운반 과정에서 처남의 트럭을 대여했다는 대화 내역과 20만원 상당 상품권이 지급된 정황도 함께 제시됐다. 최 위원장은 복수 업체의 가격·납기 등을 비교해 선정한 것이며 자신이나 친족에게 부당한 금전적 이익이 돌아간 사실은 없다고 해명했다. 한 시민단체는 최 위원장을 배임·업무방해 등 혐의로 경찰에 고발한 상태다. 초기업노조는 이 부위원장과 이 지회장이 장인 업체 계약 내용을 외부에 제보한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 두 사람에 대한 불신임 안건은 지난 16일부터 전자투표에 부쳐졌으며, 사유로는 '노조 와해 작업'이 거론됐다. 오는 22일까지 진행되는 투표에서 노조원 3분의 2 이상이 찬성하면 가결된다. 이 부위원장과 이 지회장은 모두 DX부문 소속으로, 초기업노조 측은 두 사람이 DS 중심 조직 재편을 막기 위해 최 위원장을 끌어내리려 한다고 주장한다. 이 부위원장은 최 위원장이 “광주로 돌아가라"는 말을 계속 해왔다며 이를 사실상 노조 활동 중단 요구로 받아들였다고 말했다. 초기업노조는 지난 14일 동행노조에 공문을 보내 내부 대화방에서 최 위원장과 삼성전자 임직원을 겨냥한 폭력적·비하성 발언이 오갔다며 사과와 재발 방지, 대화방 기록 보존을 요구했다. 여기에 최 위원장이 삼성전자 임직원 10만여명의 개인정보로 노조 가입 여부 등이 담긴 명단을 작성했다는 '노조 블랙리스트' 혐의로 지난 4일 검찰에 불구속 송치되면서 갈등의 골은 더 깊어졌다. 동행노조는 엄벌 탄원서 1만2000건 이상을 확보했고, 초기업노조는 이에 맞서 전자서명업체 이용에 조합비 약 2000만원을 책정하며 선처 탄원서 3만건을 목표로 캠페인을 벌이고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노조 간 공문을 주고받고 탄원서로 맞서는 모습은 국내 대기업 노동운동에서도 이례적"이라며 “내부 파열음이 길어질수록 외부에는 조직 관리 실패로 비칠 수 있다"고 말했다. 김하나 기자 uno@ekn.kr

삼성 ‘원 UI 9’ 뭐가 달라지나…폰이 약속·위치까지 먼저 챙긴다

삼성전자가 최신 소프트웨어 원 UI(One UI) 9 업데이트를 16일 국내부터 시작해 글로벌 시장으로 순차 확대한다. 새로운 폼팩터와 한층 강화된 갤럭시 AI 기능을 다양한 기기에 이식해 사용자 경험을 한 단계 끌어올리겠다는 전략이다. 개인화된 정보 구성부터 촘촘해진 보안 기능까지, 갤럭시 이용자들의 일상이 한층 편리하고 스마트해질 전망이다. 17일 삼성전자에 따르면 이번 업데이트는 갤럭시 S26 시리즈부터 적용되며, 지원 기기 범위를 차례로 넓혀갈 계획이다. 지난 7월 공개한 신규 갤럭시 Z 시리즈 3종과 함께 선보인 원 UI 9은 다양한 폼팩터에서 더 쉬운 모바일 경험과 강화된 갤럭시 AI 기능을 앞세운다. 원 UI는 갤럭시 기기의 사용자 인터페이스와 핵심 경험을 지탱하는 삼성전자의 자체 소프트웨어다. 스마트폰뿐 아니라 태블릿, 폴더블, 웨어러블 등 여러 폼팩터에 동일한 사용성을 이식하는 역할을 한다. 이번 버전은 사용자가 일상의 소중한 순간에 집중하고, 매일 확인하는 정보를 맞춤형으로 구성해 기기 관리를 더 쉽게 만드는 데 초점을 맞췄다고 삼성전자 측은 전했다. 신규 기능 중 가장 눈에 띄는 건 '마이 팬캠(My FanCam)'이다. 동영상에서 선택한 인물을 자동으로 따라가며 화면 중앙에 맞춰주는 기능으로, 아이의 공연이나 경기 장면처럼 움직임이 많은 영상도 편집 없이 원하는 인물이 돋보이게 만들 수 있다. '보증 및 케어(Warranty and Care)' 메뉴는 모바일 기기의 보증 기간 확인부터 자가 진단, 예상 수리비 조회, 삼성케어플러스(Samsung Care+) 관리, 서비스 센터 예약까지 한 곳에서 처리할 수 있게 했다. 기존 기능의 편의성도 대폭 강화됐다. '나우 브리프(Now Brief)'에는 사용자가 직접 카드를 만들고 편집하는 '나만의 카드' 기능이 추가돼 건강·날씨·영상 등 다양한 주제로 맞춤형 브리핑을 구성할 수 있다. '나우 넛지(Now Nudge)'는 메시지로 약속을 잡을 때 예약 정보를 자동으로 불러오거나 대화 중 공유된 위치를 저장해주는 등 사용 맥락을 분석해 필요한 순간 제안을 건넨다. '크리에이티브 스튜디오(Creative Studio)'는 지인의 생일 같은 주요 일정에 맞춰 이미지 생성 아이디어를 제안하고, '통역(Interpreter)' 기능은 대화 흐름을 한눈에 보여주는 '스레드 뷰(Thread View)'를 새로 지원하며 갤럭시 버즈 이용 시 번역 음성 속도도 개선했다. 이 밖에 '스캔(Document Scan)'은 굴곡지거나 모서리가 접힌 문서도 손쉽게 스캔하고 함께 찍힌 손가락까지 지워주며, '음성 녹음(Voice Recorder)'은 요약 내용을 제목과 표 형태로 구조화해 정리해준다. 보안 강화에도 무게를 실었다. 나우 브리프 내 '시큐리티 브리프(Security Brief)'는 악성 앱, 출처 불명 앱, 불필요한 권한 사용 등 보안·개인정보 이슈를 주기적으로 요약하고 필요한 조치까지 곧바로 이어지도록 돕는다. 온디바이스 AI 기반의 '개인정보 보호 알림(Privacy Alerts)'은 불필요한 권한 접근 시도 등 잠재적 침해 위협을 사전에 알려준다. 보이스피싱 및 사기 전화를 미리 탐지하는 '보이스피싱 의심 전화 알림(Scam Detection)' 기능은 지원 국가를 일본, 캐나다, 인도 등으로 확대했고, 상대방 목소리의 AI 변조 여부까지 분석해 신종 보이스피싱을 사전에 차단한다. 변조나 조작 징후가 감지되면 통화 화면 팝업과 알림음, 진동으로 실시간 경고해 사용자가 금융 범죄 위협을 즉각 인지하고 대응할 수 있도록 했다. 다만 AI 변조 목소리 감지 기능도 국내(한국) 지역에서만 지원돼, 해외에서 구입한 제품에서는 사용이 제한될 수 있다. 김하나 기자 uno@ekn.kr

호남보다 일본? 이재용·최태원 연이어 일본과 AI·반도체 협력 광폭 행보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과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잇따라 일본과의 AI 반도체 협력에 힘을 싣고 있다. 최 회장이 일본 내 반도체 투자 가능성과 한일경제공동체 구상을 공개적으로 거론한 데 이어, 이 회장은 삼성전자의 요코하마 첨단 패키징 연구거점 개소 직후 방한한 일본 정치권 인사들을 만났다. 두 그룹이 최근 한국전력의 호남 반도체 메가프로젝트 인프라 구축을 위한 25조원 전기요금 선납을 거절한 것과 맞물려 향후 투자의 중심이 국내보단 일본으로 향하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17일 재계에 따르면 이재용 회장은 지난 14일 서울에서 일본 참의원 대표단과 오찬을 갖고 AI 시대 반도체 산업 전망과 삼성전자의 전략, 한일 협력 분야 등을 논의했다. 회동 사실은 참석자인 히라키 다이사쿠 참의원의 공개 글을 통해 알려졌다. 삼성전자는 앞서 8일 일본 요코하마에 첨단 패키징 연구거점인 '어드밴스드 패키지 랩(APL)'을 열었다. 현지 소재·부품·장비 기업 및 연구기관과 차세대 패키징 기술을 개발한다는 계획이다. 최태원 회장은 일본 내 반도체 생산시설 투자까지 검토하고 있다. 그는 지난달 31일 일본 센다이에서 일본 공장 가능성에 대해 “검토 중"이라고 밝히며 전력과 용수를 입지 조건으로 꼽았다. 앞서 6월에는 차기 공장을 두고 “전력도 땅도, 사람도 물도 모두 갖춰져야 한다"고 말했다. 일본 기업들과 AI 전용 데이터센터 구축도 협의 중이다. 다만 반도체 공장 부지와 투자 방식은 확정되지 않았다. 두 그룹의 일본 행보는 국내 메가프로젝트의 실행 조건을 다시 보게 한다. 정부와 기업이 호남권 반도체 생산거점 조성을 추진하고 있지만, 대규모 공장을 실제로 짓고 가동하려면 계획한 시점에 전력·용수·부지·인력을 확보해야 한다. 최 회장이 입지 조건을 반복해 강조한 것도 투자 규모의 발표와 생산 기반의 확보가 별개라는 뜻으로 읽힌다. 최근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한전의 5년 치 전기요금 약 25조원 선납 제안을 거절한 일도 같은 맥락에서 주목된다. 한전은 선납금을 국가 기간 전력망 투자에 활용하려 했으나, 양사는 거액을 미리 집행하는 데 부담을 느낀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선납 거절을 호남 투자 재검토나 일본 투자 확대 결정과 연결할 근거는 없다. 앞서 한전 측은 기후부·한전·광주통합시·삼성전자·SK하이닉스가 맺은 전력공급 협약은 예정대로 이행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또한 국내든 해외든 인력 확보에는 채용 규모뿐 아니라 배치와 보상에 관한 노사 협의도 변수다. 삼성전자 노조는 호남 반도체 클러스터 투자에 따른 전환 배치와 근로조건 문제를 교섭 의제로 제기하고 있고, SK하이닉스는 성과급 지급 방식을 둘러싸고 재협상을 거쳤다. 해외 투자를 검토할 때도 기업은 현지 인력 수급과 임금, 노사관계를 함께 따져볼 수밖에 없다. 다만 삼성과 SK가 국내 노사 갈등을 이유로 일본 투자를 추진한다는 사실은 확인되지 않았다. 한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삼성은 일본에서 패키징 연구거점을 이미 가동하고 있고, SK는 현지 생산시설과 데이터센터를 검토하고 있다. 물론 현재 공개된 계획만으로 앞으로 일본이 국내 생산거점보다 전력이나 용수, 인력 확보에 유리하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면서도 “향후 양국에서 필요한 인프라와 인력을 언제, 어떤 비용으로 마련할 수 있는지가 각 투자안의 실행 속도를 가를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전지성 기자 jjs@ek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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