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인당 7억 성과급 약속 지켜라”…3500명 규모 ‘SK하이닉스 통합 노조’ 추진

글로벌 인공 지능(AI) 반도체 '슈퍼 사이클'을 타고 창사 이래 최대 실적을 기록 중인 SK하이닉스에서 직군을 초월한 거대 '통합 노동조합'이 공식 출범 절차에 돌입했다. 사상 초유의 호실적 속에서도 그 과실을 어떻게 나눌 것인가를 두고 내부 구성원 간의 파열음이 갈수록 커지는 양상이다. 사측이 역대급 흑자에 따른 천문학적인 성과급 현금 유출을 막고자 '자사주 지급 의무화' 등 보상 체계 개편을 시도하자 반발한 근로자들이 파편화된 기존 노조를 이탈해 세력 결집에 나선 것이다. 여기에 정부의 전방위적 성과급 규제 압박과 소액 주주들의 경영진 배임 고발까지 겹치면서 이번 사태는 다차원적인 복합 갈등으로 비화하고 있다. 이에 따라 노사 간의 임금 협상이 기업의 초과 이익 분배를 둘러싸고 각계의 이해 관계로 커져 정면 충돌하는 중대 국면을 맞이했다. 9일 업계에 따르면 SK하이닉스 구성원들이 주도한 '통합 노조 설립 준비 모임'은 지난 8일 관할 행정관청에 노동조합 설립 신청서를 정식 제출했다. 이르면 다음 주 중 합법적인 단일 노조로 출범할 전망이다. 양대 노총으로 흩어져 있던 기존의 틀을 깨고 사내 익명 커뮤니티 등을 통해 직원들이 자발적으로 뜻을 모은 결과다. 현장의 반응은 폭발적이다. 지난 5일 모임 개설 이후 불과 사흘 만에 약 3만5000명에 이르는 전체 임직원의 10%에 달하는 3500명 이상이 가입 의사를 밝혔다. 기존 노조를 탈퇴하고 통합 노조에 합류하겠다는 이탈 선언도 줄을 잇고 있다. 사측의 일방적인 개편안 제시와 지지부진한 기존 노조의 늦장 대응에 실망한 현장의 불만이 그만큼 임계점에 달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현재 SK하이닉스는 민주노총 산하 기술사무직 지회와 한국노총 소속 전임직(생산직) 노조가 별도로 단체 교섭을 진행하는 복수 노조 체제다. 사측의 파격적인 성과급 개편 공세와 5차 본교섭까지 이어진 지지부진한 협상에 한계를 느낀 직원들이 거대 단일 노조 결성으로 맞불을 놓은 것이다. 최근 삼성전자에서 7만6000여 명을 결집해 사측으로부터 특별 경영 성과급을 이끌어낸 '초기업노조'의 성공 사례도 기폭제가 됐다. 동종 업계 경쟁사의 노동 권력 통합 성공은 SK하이닉스 직원들에게 '뭉쳐야 교섭력을 극대화할 수 있다'는 교훈을 안겼다. 통합 노조 임시 위원장은 공지를 통해 “최우선 출범 목적은 지난해 합의된 성과급 지급 약속의 완벽한 이행"이라며 “사측이 제안한 성과급 협상안을 전면 철회시키고 향후 10년간 임금 단체 협상에서 성과급 안건을 완벽히 분리할 것"이라고 천명했다. 회사의 단기적인 유동성 위기 논리를 수용하지 않고 근로자의 정당한 몫을 강경하게 사수하겠다는 굳은 의지를 드러낸 것이다. 노사 갈등의 핵심은 '초과 이익 분배금(PS)'으로 불리는 성과급 체계다. 앞서 2025년 단체 교섭에서 노사는 '영업이익의 10%'를 상한선 없이 전액 현금(당해 80%·이연 20%)으로 지급하는 제도를 향후 10년간 유지하기로 상호 확약했다. 반도체 사이클마다 반복되던 소모적인 산정 기준 논란을 종식시키고자 도출한 획기적인 합의였다. 문제는 유례없는 반도체 호황에 있다. 증권가 컨센서스대로 2026년 연간 영업이익이 최대 250조 원에 달할 경우 산식에 따른 PS 재원만 25조 원에 육박한다. 임직원 1인당 평균 세전 7억 원 상당의 성과급이 현금으로 지급돼야 한다는 계산이 나온다. 이는 단일 기업의 성과 보상 규모로는 전무후무한 수치로, 회사 재무 라인의 위기감이 극도로 고조된 원인이 됐다. 총 54조 원을 투입할 예정인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 건설 등 글로벌 기술 초격차 유지를 위해 막대한 자본 지출(CAPEX) 재원을 보존해야 하는 사측은 당장 비상이 걸렸다. 이에 4·5차 본교섭에서 PS 총액의 50% 이상 자사주 의무 지급(일정 기간 매도 제한)과 적자 발생 시 임금 한시적 조정(삭감)이라는 파격적인 수정안을 들이밀며 사실상 1년 전 합의를 번복했다. 현금 유출을 방어하고 직원들의 이익을 회사의 장기적 가치와 일치시키겠다는 재무적 고육지책이었지만 결과적으로 노사 관계에 큰 파장을 불러왔다. 노조는 “미래의 주가 하락 리스크를 오롯이 근로자에게 전가하고 임금 안정성을 파괴하는 개악"이라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특히 극심한 경기 순환을 겪는 메모리 산업의 특성상 성과급을 주식으로 받았다가 주가가 곤두박질치면 실질적인 보상 규모가 쪼그라든다는 불안감이 저변에 깔려 있다. 한편 새롭게 출범하는 통합 노조가 당면한 외부 환경은 첩첩산중이다. 거대 기술 기업의 잉여 자본 유출에 제동을 걸기 위해 자본시장과 정부 핵심 부처가 전방위적인 압박을 가하고 있기 때문이다. 내부적으로는 사측과 맞서야 하지만 외부적으로는 싸늘한 시선을 보내는 관계 당국과 자본의 견제까지 이겨내야 하는 삼면초가의 상황이다. 주주 행동주의 단체인 '대한민국 주주운동본부'는 최근 곽노정 SK하이닉스 대표이사 등을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업무상 배임 혐의로 경찰에 전격 고발했다. 성과급은 상법상 주주총회를 거쳐야 할 '이익의 처분'에 해당함에도 경영진이 노조와 임의로 타협해 회사 자산을 유출하려 한다는 논리다. 과거 노사 간의 문제로만 치부되던 성과급 협상이 이제는 자본시장 전체의 주주 권리 침해 논란으로 확산되며 법정 공방으로 번지고 있다. 특히 주주들은 사상 최대 실적에도 불구하고 최근 회사가 보통주 1주당 375원이라는 저조한 현금 배당을 결정한 것에 대해 격앙된 상태다. 무엇보다 글로벌 기술주 조정 등의 여파로 한때 역대 최고점까지 치솟았던 SK하이닉스의 주가가 최근 최고점 대비 대폭 하락하며 막대한 손실을 감내하고 있는 상황에서 시가 배당률 0.02%에 불과한 '쥐꼬리 배당금'은 주주들의 분노에 불을 지폈다. 직원들에게는 1인당 수억 원대 성과급 잔치를 벌이면서 정작 회사의 주인인 주주들에게는 푼돈 수준의 배당만 돌아간다는 분통이 배임 고발 등 강경한 실력 행사로 폭발하고 있는 것이다. 사측이 3분기 중 추가 주주 환원 방안을 확정해 발표하겠다고 진화에 나섰지만 성난 여론을 달래기엔 역부족인 모양새다. 시장에서는 회사가 실적 잔치를 벌이는 동안 그 과실을 투자자들과 공정하게 나누려는 의지가 부족하다며 불만이 최고조에 달해 있다. 정부 역시 강경한 기조다. 산업통상부는 “기업의 초과 이익은 미래 인프라에 재투자돼야 한다"며 대규모 성과급 지급 시 주총 승인을 의무화하는 상법 개정을 시사했다. 고용노동부 또한 이달 중 “영업이익 N% 연동 성과급 요구는 합법적 파업 대상이 아니다"라는 행정 지침을 발표할 예정이어서 노동계의 투쟁 동력이 크게 꺾일 전망이다. 국가의 핵심 전략 산업인 반도체 패권 경쟁에서 기업의 재투자 여력이 내부 성과급으로 소진되는 것을 행정력으로라도 막겠다는 단호한 의지로 풀이된다. 설상가상으로 통합 노조가 폭발적으로 세를 불렸음에도 당장 올해 임단협 테이블에 합법적인 당사자로 앉기는 사실상 불가능하다. 현행 노동조합법상 '교섭 창구 단일화 제도'의 기한 제한으로 이미 기존 노조와 5차 본교섭까지 진행된 상태에서 신설 노조가 중간에 개입할 법적 권한이 없기 때문이다. 따라서 SK하이닉스의 이번 보상 체계 갈등은 노사의 평행선뿐만 아니라 주주들의 거센 반발과 정부의 규제망, 그리고 신설 노조의 합법적 교섭권 부재라는 난관들이 복잡하게 뒤엉키면서 연내 타결을 장담하기 어려운 장기 교착 상태로 빠져들고 있는 형국이다. 박규빈 기자 kevinpark@ekn.kr

SK하이닉스 54조 베팅…용인엔 D램, 청주는 낸드

AI 시대 메모리 수요가 구조적 성장세로 접어들었다는 판단 아래 SK하이닉스가 대규모 신규 팹 투자에 나섰다. 회사는 7일 이사회 결의를 거쳐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의 D램 팹 'Y2'와 청주 낸드 팹 'M17' 건설에 각각 35조2000억원, 19조1000억원 등 총 54조원을 투입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D램과 낸드 두 축에서 동시에 생산 기반을 확충함으로써 AI발 메모리 수요 확대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겠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 D램은 용인 Y2로…HBM 등 차세대 제품 생산 용인 Y2는 회사가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에 순차 조성하는 총 4기 팹 중 두 번째로, 연면적 34만1000평 규모의 D램 생산 거점이다. 내년 7월 착공해 2029년 6월 첫 클린룸을 오픈할 계획이며, HBM을 비롯한 차세대 D램을 생산하게 된다. 투자는 2031년 10월까지 순차 집행된다. 회사는 시장조사기관 옴디아 전망을 근거로 D램 수요가 지난해부터 2030년까지 연평균 19% 성장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이를 일시적 호황이 아닌 메모리가 AI 성능을 좌우하는 핵심 인프라로 자리 잡으며 나타나는 구조적 성장으로 판단했다는 설명이다. 앞서 용인 클러스터 완공 시점을 당초 2045년에서 12년 앞당겨 2033년으로 잡은 바 있는데, 이번 Y2 투자는 이 단축된 로드맵의 두 번째 단계에 해당한다. 클러스터 부지(약 126만 평)의 1단계 전력·용수 인프라는 99% 공정률로 마무리 단계에 접어들었다. 1기 팹(Y1)도 내년 2월 첫 클린룸 오픈을 목표로 순조롭게 진행 중이라고 회사 측은 전했다. ◇ 낸드는 청주 M17로…AI 추론 수요가 변수 낸드 쪽 신규 거점으로는 청주가 낙점됐다. 이미 낸드를 생산하는 M11·M12·M15가 자리 잡고 있어 기존 팹과 연계한 효율적 생산이 가능하고, 부지·전력·용수 인프라도 상당 부분 갖춰져 있어 가장 빠르게 팹을 지을 수 있다는 게 회사 설명이다. M17은 연면적 20.6만 평 규모로, 내년 2월 착공해 2028년 12월 첫 클린룸을 오픈한다. 투자 기간은 2031년 4월까지다. 수요 배경으로는 AI 서비스 확산에 따른 엔터프라이즈 SSD 수요 증가와 함께, AI 추론 과정에서 발생하는 KV 캐시 저장 수요가 새롭게 꼽혔다. 에이전틱·피지컬 AI 도입이 본격화하면 낸드 적용 분야가 한층 넓어질 것이라는 전망도 투자 결정에 힘을 보탰다. 회사는 “AI 시대에는 기술 경쟁력만으로 충분하지 않으며 고객이 필요로 하는 시점에 필요한 물량을 공급할 수 있는 능력이 곧 경쟁력"이라고 밝혔다. 실제 생산능력 확대는 팹 건설과 별개로 고객 수요 흐름에 맞춰 클린룸 증설과 장비 투입을 순차 진행하는 방식으로 투자 효율성을 높인다는 방침이다. SK하이닉스 관계자는 “시장의 성장 속도에 맞춰 기회를 놓치지 않기 위한 결정"이라며 “선제적 생산 기반 확보를 통해 글로벌 AI 반도체 공급망 안정에 기여하는 핵심 파트너로 자리매김하겠다"고 말했다. 김하나 기자 uno@ekn.kr

사상 최대 실적 이어가는 SK하이닉스…분기배당 375원

SK하이닉스는 7일 보통주 1주당 375원의 분기 현금배당을 결정했다고 공시했다. 이사회는 이날 열린 이사회에서 이같이 결의했으며, 사외이사 6명 전원이 참석했다. 배당금 총액은 약 2733억 2480만원이며, 시가배당률은 0.02%다. 배당 기준일은 이달 31일이고, 배당금은 자본시장법에 따라 배당 기준일로부터 1개월 내 지급될 예정이다. SK하이닉스는 2024년부터 분기배당을 도입해 실적에 따른 주주환원을 이어오고 있다. SK하이닉스는 이와 함께 주주가치 제고를 위한 추가 주주환원 방안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회사 측은 “주주가치 제고를 위해 추가 주주환원 방안을 적극 검토 중"이라며 “구체적인 사항은 3분기 중 확정해 발표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김하나 기자 uno@ekn.kr

[단독] 삼전닉스 광주 250만평 ‘한판 설계’…평택식 캠퍼스 들어선다

호남권 반도체 클러스터 부지로 확정된 광주 군공항 종전부지(250만평)에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삼성전자 평택캠퍼스와 같은 '팹-유틸리티-팹' 구조의 캠퍼스형 배치를 각각 적용하는 방안을 유력하게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양사가 각각 독립된 유틸리티를 갖춘 캠퍼스를 구축하는 방식으로, 향후 반도체 수요에 따라 최대 4개 세트를 동시에 착공하는 방안도 거론된다. ◇ '팹-유틸리티-팹' 배치…건설기간 단축 장점 7일 업계에 따르면, 광주 군공항 부지에도 삼성전자 평택캠퍼스처럼 복수의 팹(Fab) 사이에 공통 유틸리티 시설을 두고 전력·용수·가스·냉각설비 등을 공급받는 캠퍼스형 배치가 유력하게 검토되고 있다. 반도체 팹은 통상 생산라인 사이에 전력·용수·가스·냉각설비 등을 공급하는 유틸리티 시설을 두고, 여러 라인이 함께 이를 쓰는 구조를 채택한다. 삼성전자 평택캠퍼스가 대표적이다. 삼성E&A는 평택 P2 프로젝트에서 D램·V낸드·파운드리 공정에 필요한 냉수·스팀·압축공기·공업용수 등을 공급하는 유틸리티 시설을 구축하면서, P1 건설 경험을 바탕으로 유틸리티동(UT동)과 클린룸 지원동(CT동)을 블록 단위로 배치해 운영 효율을 높인 바 있다. 이런 배치의 장점은 건설 속도에 있다. 업계 관계자는 “기존에는 팹을 먼저 짓고 별도로 유틸리티를 지어 스팀 등을 공급받는 방식이었다면, '팹-유틸리티-팹' 구조는 가운데 유틸리티를 두고 양쪽 팹이 전력·용수·가스·냉각시설을 편리하게 공급받을 수 있어 건설 기간이 크게 단축된다"고 말했다. 팹 한 세트를 짓는 데는 통상 2~3년, 부지는 30만평이 필요하다. 다만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하나의 유틸리티를 함께 쓰는 방식은 아니다. '삼성1기-유틸리티-삼성1기', 'SK하이닉스1기-유틸리티-SK하이닉스1기' 식으로 회사마다 별도 세트를 운영하는 구조다. 전력·용수·가스 공급을 각 회사가 자체적으로 맡는 데다, 유틸리티 관리 자체도 회사별 노하우 영역이라 혼용이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같은 캠퍼스 안에 들어서더라도 유틸리티가 지원하는 설비 구성은 회사마다 조금씩 다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 당장은 세트 하나씩…수요 늘면 4세트 동시 착공 업계에서는 일단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각각 캠퍼스 한 세트씩부터 짓는 방안이 유력하다고 본다. 시장 수요 변화에 유연하게 대응하기 위해서다. 다만 수요가 충분하다고 판단되면 양사가 각각 2세트씩, 최대 4개 세트를 동시에 착공할 가능성도 배제되지 않고 있다. 반도체 수요가 늘어나면 한 세트를 짓는 도중에 다른 세트를 동시에 착공하는 것도 가능하다는 게 업계 설명이다. 정부와 지자체는 공항부지 185만평, 탄약고 이전부지 24만평, 안전구역 등 39만평을 구역별로 따로 개발하는 방식이 아니라, 세 구역을 합친 250만평 전체를 처음부터 하나의 캠퍼스로 설계하는 방향에 무게를 두고 있다. 앞서 업계에서는 탄약고 이전부지 등 63만평을 우선 활용해 팹을 순차적으로 짓는 방안이 유력하게 거론돼 왔지만, 이보다는 250만평 전체를 하나의 단위로 놓고 설계한 뒤 착공 순서만 군공항 이전 일정에 맞춰 조정하는 쪽에 가깝다는 게 관계자 설명이다. 정부는 지난달 반도체 메가프로젝트 민관 합동 점검회의에서 광주 군공항 부지를 호남권 반도체 산단 입지로 확정한 데 이어, 오는 10일 2차 민관 합동 점검회의를 열어 군공항 이전 문제를 우선 논의할 예정이다. 구체적인 착공 시기는 이 회의 이후 나올 것으로 전망된다. 전남광주특별시 관계자는 “10일 점검회의에서 군공항 이전 문제가 먼저 정리돼야 이후 일정도 윤곽이 나올 것"이라고 말했다. 김하나 기자 uno@ekn.kr, 신은서 인턴기자

네이버, 2분기 매출 3조 3888억원…전년比 16.2%↑

네이버는 올해 2분기 연결기준 매출 3조3888억원, 영업이익 5203억원을 기록했다고 7일 밝혔다. 매출은 광고와 커머스 등 핵심 사업 성장에 힘입어 전년 동기 대비 16.2% 증가했고, 영업이익은 AI 인프라 투자 등의 영향으로 전년 동기 대비 0.2% 감소했다. 사업 부문별 매출은 네이버 플랫폼 1조9022억원, 파이낸셜 플랫폼 4707억원, 글로벌 도전 1조159억원을 기록했다. 네이버 플랫폼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12.3%, 전분기 대비 3.4% 증가했다. 광고 매출은 AI 기반 지면 최적화와 타기팅 고도화 등에 힘입어 전년 동기 대비 7.5% 늘었다. 회사에 따르면 AI의 광고 매출 성장 기여도는 60% 이상을 기록했다. 지난 7월 말 정식 출시한 AI 브리핑 광고는 기존 검색광고 대비 클릭 전환율이 30% 이상, 구매 전환율은 3배 이상을 기록했다고 회사는 설명했다. 서비스 매출은 네이버플러스 스토어와 멤버십, N배송 강화 등에 힘입어 전년 동기 대비 31.3% 증가했다. 파이낸셜 플랫폼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16%, 전분기 대비 2.4% 증가한 4707억원을 기록했다. 2분기 Npay 결제액은 스마트스토어 성장과 외부 생태계 확대로 전년 동기 대비 21.0% 증가한 25조2000억원으로 집계됐다. 네이버는 오프라인 통합 단말기 'Npay Connect'를 확대하고 사업자용 AI 플랫폼 사업을 본격 추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온·오프라인 데이터를 통합해 네이버 생태계 전반의 경쟁력을 높이고 신규 수익화 기회를 마련한다는 설명이다. 글로벌 도전 부문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24.4%, 전분기 대비 7.9% 증가한 1조159억원을 기록했다. 왈라팝, 포시마크, 소다 등의 거래 확대에 따라 C2C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74.9%, 전분기 대비 13.3% 증가했다. 콘텐츠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0.5%, 전분기 대비 5.5% 증가했으며, 엔터프라이즈 매출은 AI와 디지털트윈 관련 B2B 사업 성장 등에 힘입어 전년 동기 대비 21.3%, 전분기 대비 2.2% 늘었다. 이와 함께 네이버는 엔비디아와 추진 중인 AI 팩토리 사업 관련 매출이 내년 상반기부터 발생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최수연 네이버 대표는 “엔비디아와의 전략적 파트너십을 통해 AI 팩토리 사업의 초기 자본 부담을 최소화하면서 사업 확대 기반을 마련했다"며 “엔비디아 생태계와 네이버의 기업·공공 고객 기반을 활용해 초기 가동 용량에 대한 고객을 확보하고, 글로벌 AI 컴퓨팅 시장에서 의미 있는 매출과 이익을 창출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김나현 기자 knh@ekn.kr

“201g, 이렇게 가벼워졌어?” 갤럭시 폴더블 오늘 출격

7일 삼성전자의 8세대 폴더블 스마트폰 '갤럭시 Z 폴드8 울트라·폴드8·플립8'과 스마트워치 '갤럭시 워치 울트라2·워치9'가 국내에 공식 출시된다. 삼성전자는 이날 “신제품이 한국을 포함해 미국, 영국, 인도, 일본 등 전 세계 주요 100여 개국에 순차 출시된다"고 밝혔다. '갤럭시 Z 시리즈'는 지난달 28일부터 이달 3일까지 진행된 사전 판매에서 144만 대가 판매돼 역대 갤럭시 스마트폰 최고 기록을 세웠다. 사전 구매 고객 10명 중 약 7명이 새로운 폼팩터인 '갤럭시 Z 폴드8'을 선택했다. '갤럭시 Z 폴드8 울트라'는 203.1mm 대화면으로 멀티태스킹에 최적화됐으며, 무게 215g에 두께 4.1mm로 역대 '갤럭시 Z 폴드 시리즈' 중 가장 얇다. 5000mAh 배터리를 탑재해 최대 27시간 영상 시청이 가능하고, 2억 화소 카메라와 폴드 시리즈 최초 5000만 화소 초광각 카메라도 갖췄다. '갤럭시 Z 폴드8'은 콘텐츠 감상에, '갤럭시 Z 플립8'은 휴대성에 초점을 맞췄다. '갤럭시 Z 폴드8'은 무게 201g으로 역대 최경량이며, 4800mAh 배터리와 5000만 화소 듀얼 카메라를 탑재했다. '갤럭시 Z 플립8'은 무게 180g, 펼쳤을 때 두께 6.1mm로 역대 플립 시리즈 중 가장 얇고 가볍다. 손거울처럼 자신의 모습을 빠르게 확인할 수 있는 '미러뷰' 기능도 새롭게 추가됐다. '갤럭시 워치 울트라2', '갤럭시 워치9'도 사전 판매에서 전작 동기간 대비 각각 두 자릿수 성장을 기록했다. '갤럭시 워치 울트라2'는 800mAh 대용량 배터리와 최대 5000니트 밝기의 디스플레이를 탑재해 트레일 러닝, 다이빙 등 전문 아웃도어 스포츠 환경에서 안전한 목표 달성을 돕는다. '갤럭시 워치9'은 생체 징후, 심장 건강 점수, 일일 유산소 부하, 신체 체력 지수 등을 24시간 측정해 맞춤형 헬스케어 가이드를 제공한다. 삼성전자는 한국적인 미를 살린 '갤럭시 Z 폴드8', '갤럭시 Z 플립8' 전용 자개 마그넷 케이스와 손거울 대용으로 쓸 수 있는 '미러 마그넷 케이스', '마그넷 미러 그립 스탠드' 등 액세서리도 함께 선보였다. '갤럭시 워치' 시리즈에는 픽폼 밴드, 마린 밴드, 트레일 밴드(울트라2용)와 미스티·스포츠·패브릭·벨크로 밴드(워치9용) 등이 추가돼 워치페이스와 조합하면 100여 가지 스타일 연출이 가능하다. 김하나 기자 uno@ekn.kr

카카오 이어 네이버도 ‘파업 경고등’…네이버Z, 그룹 첫 파업 위기

네이버 계열사에서 그룹 출범 이후 첫 파업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메타버스 플랫폼 '제페토' 운영사 네이버제트 노조가 쟁의행위 찬반투표를 압도적 찬성으로 가결하면서다. 카카오에 이어 네이버에서도 노사 갈등이 본격화하면서 IT업계의 긴장감이 높아지고 있다. ◇ 임금 동결에 평행선…쟁의권 확보 6일 IT업계에 따르면, 네이버·계열사 통합노조 '공동성명' 네이버제트지회가 지난달 31일부터 진행한 쟁의행위 찬반투표는 조합원 98% 찬성으로 가결됐다. 이에 따라 노조는 파업을 포함한 합법적인 쟁의행위에 나설 수 있는 요건을 갖췄다. 다만 노조는 투표 가결이 즉각적인 파업 돌입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라며 향후 조합원 의견을 수렴해 구체적인 쟁의 시기와 방식을 결정하겠다는 입장이다. 사측도 노조와의 대화는 계속 이어가겠다는 뜻을 밝혔다. 갈등의 핵심은 올해 임금 인상률이다. 네이버제트는 지난 6월 24일 경영 환경 악화와 실적 부진 등을 이유로 연봉 동결안을 제시했다. 2018년 네이버 노조 출범 이후 회사가 제시한 첫 동결안이다. 반면 노조는 네이버 본사와 동일한 5.3% 임금 인상을 요구하고 있다. 2020년 네이버에서 별도 법인으로 분사한 네이버제트는 지난해까지 본사와 동일한 임금 인상률을 적용받아 왔다. 그러나 올해 처음으로 동결안이 제시되면서 노조는 기존 처우 원칙이 깨졌다고 반발하고 있다. 노사는 지난달 16일과 24일 두 차례 경기지방노동위원회 조정회의를 진행했지만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 노동위원회가 조정 중지 결정을 내리자 노조는 쟁의행위 찬반투표 절차에 착수했다. 교섭 과정에서 사옥 내 피케팅에는 직원 100여명이 참여했고, 네이버 본사 앞에는 연봉 동결을 규탄하는 현수막이 일주일 넘게 게시되는 등 내부 반발도 이어졌다. ◇ “경영 책임" vs “대화 지속" 노조는 이번 갈등을 단순한 임금 인상률 문제가 아닌 '경영 책임'의 문제로 보고 있다. 네이버제트 노조 관계자는 “네이버제트 분사는 경영진의 의사결정으로 이뤄진 것"이라며 “사업이 어려워졌다는 이유만으로 그 부담을 노동자들에게만 지우는 것은 무책임하다"고 말했다. 이어 “임금 동결은 말이 동결이지 물가 등을 고려하면 사실상 실질임금 삭감"이라며 “사업이 잘될 때는 노동자들에게 더 돌려주는 것도 아니면서 어려울 때마다 희생을 요구하는 방식은 받아들이기 어렵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분사를 결정한 주체는 결국 네이버인 만큼 모회사도 책임 있는 역할을 해야 한다"며 “회사가 교섭에 성실히 나선다면 대화를 통해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가장 바람직하다"고 덧붙였다. 사측은 노조와의 대화를 이어가겠다는 입장이다. 네이버제트 관계자는 “노조와 대화는 계속 이어나가고 있다"며 “회사가 어려운 상황인 것도 사실인 만큼 여러 사정을 함께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 그룹 첫 파업 기로…통합교섭도 변수 네이버제트의 경영 상황도 녹록지 않다. 한때 누적 가입자 3억명을 넘기며 메타버스 열풍을 이끌었던 제페토는 시장 침체와 함께 성장세가 둔화했다. 지난해 네이버제트 매출은 663억원으로 전년보다 14.4% 감소했고, 영업손실은 494억원을 기록했다. 네이버제트 노조가 실제 파업에 돌입하면 네이버 그룹 출범 이후 첫 파업 사례가 된다. 지난해에도 스튜디오리코 등 손자회사 6곳이 쟁의권을 확보하며 파업 직전까지 갔지만, 교섭이 재개되면서 실제 파업으로 이어지지는 않았다. 앞서 카카오도 임금 인상률과 성과급을 둘러싼 갈등으로 반일·전일 파업인 '로그아웃 데이'를 진행했다. 카카오 노사는 지난달 29일 잠정합의안을 마련했지만, 카카오뱅크와 디케이테크인, 엑스엘게임즈 등 일부 계열사의 교섭은 아직 진행 중이다. 최근 플랫폼 업계는 AI를 미래 성장동력으로 삼는 동시에 수익성 개선과 사업 재편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카카오는 정신아 대표 취임 이후 핵심 사업 중심의 그룹 재편과 비용 최적화를 추진해왔으며, 네이버도 AI 경쟁력 강화와 수익성 확보를 주요 경영 과제로 제시하고 있다. 이 같은 경영 환경 속에서 플랫폼 기업들의 임금과 처우를 둘러싼 노사 갈등도 이어지고 있다. 현재 네이버 노조는 계열사별로 진행해온 임금·단체협약을 하나로 묶는 '통합교섭'도 추진하고 있다. 노조는 이른바 '노란봉투법' 시행으로 근로조건을 실질적으로 결정하는 주체의 사용자 책임 범위가 확대된 만큼 계열사 처우 문제에 대해서도 네이버 본사가 교섭에 나서야 한다고 주장한다. 노조는 오는 20일 통합교섭 선포식을 열고 사측에 공식 교섭을 요구할 계획이다. 김나현 기자 knh@ekn.kr

조사만 두 달, 8월말 착공 무산…삼성 광주 HVAC공장 발목 잡은 ‘맹꽁이’

삼성전자가 광주 그린시티3캠퍼스 부지에 짓기로 한 HVAC(냉난방공조) 신공장이 멸종위기 야생생물 2급인 '맹꽁이' 서식이 확인되면서 착공 일정이 계속 밀리고 있다. 당초 8월 말로 예정됐던 착공은 사실상 무산됐다. 포획·이주 절차가 마무리되더라도 환경당국의 검증까지 거쳐야 해 실제 착공은 이르면 9월, 늦으면 10월 이후로 넘어갈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 신공장 왜 늦어지나…발견부터 트랩 설치까지 6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광주 그린시티3캠퍼스 내 약 1만평 부지에 HVAC 공장을 신설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기존 공장 일부 라인을 조정하는 동시에 나대지에 증축하는 형태로, 투입 규모는 2000억원대로 알려졌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11월 유럽 최대 공조기기 업체인 독일 플랙트그룹을 인수한 데 이어, 지난 21일 로봇사업 조직을 신설하며 신사업 다각화에 속도를 내고 있다. 이번 HVAC 공장은 AI 데이터센터향 냉각기 등으로 라인업을 넓혀 B2B 경쟁력을 강화하려는 전략의 연장선으로 풀이된다. 문제는 지난해 7월부터 인근 주민들 사이에서 목격되기 시작한 맹꽁이였다. 올해 5월 말 한 주민이 광주전남녹색연합에 제보하면서 상황이 본격화됐다. 녹색연합은 6월 2일 1차 야간조사에서 18개체를 확인했고, 6월 27일 삼성전자는 현장에 안내 펜스와 가림막을 설치했다. 6월 23일에는 시청·북구청·영산강유역환경청·삼성전자 등 25명이 참여한 합동조사가 이뤄져 서식 사실이 최종 확인됐다. 지난달 1·2·6일에는 전문업체 '상원기술개발'이 세 차례 정밀조사를 벌여 성체 7마리와 알·올챙이를 확인했다. 이후 절차는 법정 기한에 맞춰 진행되고 있다. 삼성전자 측은 지난달 22일 영산강유역환경청에 포획·이주 허가를 신청했다. 이후 국립생태원 멸종위기종복원센터 등 전문기관 검토를 거쳐 지난달 23일 승인이 났다. 현재는 개체를 안전하게 포획하기 위한 트랩 설치가 진행 중이며, 관내 대체 서식 후보지 4곳을 환경청에 제출해 검토를 받고 있는 단계다. 업계 관계자는 “법적으로 올바른 절차를 밟아 검토 기관의 의견을 들어가며 진행하고 있다"며 “맹꽁이를 최대한 안전하고 많은 개체로 포획하려 노력 중"이라고 밝혔다. 다만 남은 절차도 만만치 않다. 트랩 설치가 끝나면 맹꽁이 활동기(6~8·9월)에 맞춰 순차 포획·이주가 진행된다. 포획·이주는 착공 전인 오는 31일까지 마무리하는 게 목표다. 다만 착공 이후 공사 과정에서 맹꽁이가 추가로 발견될 경우, 허가 기간인 10월 31일까지는 포획·이주를 계속 진행할 수 있도록 여지를 뒀다. 포획·이주가 끝나도 곧바로 공사가 가능한 건 아니다. 사업자가 '포획·이주 완료 보고서'를 환경청에 내고 서류·현장 검증까지 마쳐야 부지의 공사 중지 상태가 공식 해제된다. 이 검증·모니터링 과정만 최소 한 달 이상 걸릴 것으로 전망된다. 이 때문에 착공은 8월 안에는 사실상 어렵고 9월을 넘어 10월로 밀릴 가능성도 거론된다. 신공장 가동이 늦어지면 삼성전자가 그리고 있던 데이터센터 공조 사업의 시간표에도 영향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삼성전자는 오픈AI·소프트뱅크 등이 최대 5000억달러를 투입해 미국 전역에 데이터센터를 짓는 '스타게이트 프로젝트'에서 반도체와 함께 공조 부문을 맡고 있는데, 이번에 증설하려는 광주 HVAC 라인이 바로 AI 데이터센터향 냉각기 생산을 겨냥한 설비다. 착공이 한 달 이상 밀리면 가동 시점도 동반 지연될 가능성이 커, 글로벌 데이터센터 발주가 몰리는 시기에 맞춰 공급망을 갖추려던 계획에 차질이 빚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특히 삼성전자는 지난해 11월 인수한 플랙트그룹을 통해 개별 공조 중심이던 사업을 대형시설용 중앙공조로 확장하는 전환기에 있는 만큼, 광주 신공장을 '표준 모델' 삼아 아시아 지역으로 생산 체계를 넓히려던 구상도 그만큼 뒤로 밀릴 수밖에 없다. 완제품(DX) 부문 부진을 만회할 신성장동력으로 HVAC 사업을 낙점한 상황에서, 예상치 못한 생태 변수가 사업 다각화의 속도 자체를 늦추는 셈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스타게이트 같은 초대형 프로젝트는 설계 단계에서부터 공급업체와 물량·일정을 맞춰가는 경우가 많아, 생산기지 가동 시점이 늦어지면 협상력 자체가 흔들릴 수 있다"면서도 “다만 이 정도 지연으로 전체 로드맵이 크게 틀어지진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문제는 이번처럼 예상치 못한 인허가·환경 변수로 조사에만 두 달을 쓴 것처럼, 후속 투자 계획에도 보수적으로 접근하게 된다는 점"이라며 “신사업 속도전을 하는 삼성전자 입장에서는 뼈아픈 변수"라고 했다. 김하나 기자 uno@ekn.kr, 신은서 인턴기자

[현장] 코히어, 한국 법인 세운다…‘소버린 AI’로 금융·공공 정조준

글로벌 AI 기업 코히어(Cohere)가 한국을 아시아·태평양(APAC) 핵심 거점으로 삼고 3개월 안에 한국 법인 설립에 나선다. 연말까지 조직도 두 배로 확대한다. 무기는 '소버린 AI'다. 기업과 공공기관이 데이터를 외부로 내보내지 않고 직접 통제하는 구조를 앞세워 금융·공공 시장 공략에 속도를 낸다는 전략이다. 코히어는 5일 서울 중구 웨스틴조선호텔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이 같은 사업 확대 계획을 공개했다. 한국과 일본에서 법인 설립 절차를 진행하고, 올해 말까지 현지 조직을 현재의 두 배로 늘릴 계획이다. 최근 1년간 APAC 고객 수를 5배로 키운 데 이어, 앞으로 1년 안에 고객 기반을 다시 세 배 이상 확대한다는 목표도 내놨다. 장화진 코히어 아시아태평양 총괄 대표는 “한국과 일본 모두 법인 설립 절차를 시작했다"며 “정부 절차가 남아 있지만 약 3개월이면 한국 법인 설립이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온프레미스(기업 내부 서버) 수요가 많은 만큼 고객사의 구축을 지원할 엔지니어를 적극 채용하고 있다"며 “한국 법인장도 곧 선임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 한국 선택한 이유…“AI 시장 가장 역동적" 코히어가 한국을 전략 거점으로 선택한 이유는 빠르게 성장하는 AI 시장과 높은 기술 경쟁력 때문이다. 프랭크 오다우드 코히어 사업총괄책임자(CRO)는 “아시아·태평양에서 한국만큼 AI와 관련해 역동적이고 경쟁이 치열한 시장은 찾기 어렵다"며 “한국에서 성공적으로 사업을 확장하면 다른 국가에서도 훨씬 효과적으로 성장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장 대표도 “한국에는 우수한 AI 인재가 많고 기업들의 AI 도입 의지도 매우 높다"며 “정부도 AI 인프라 확대 정책을 적극 추진하고 있어 한국을 핵심 시장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코히어는 2019년 캐나다 토론토에서 설립된 기업용 AI 스타트업이다. 구글 AI 연구조직 출신 연구진이 창업에 참여했으며, 일반 소비자 대상 서비스보다 기업과 공공기관을 위한 생성형 AI 플랫폼과 대규모언어모델(LLM) 개발에 집중해 왔다. 특히 데이터와 AI 운영 권한을 고객이 직접 관리하는 '소버린 AI'를 핵심 전략으로 내세우고 있다. 국내에서는 LG CNS와 맞춤형 AI 솔루션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일본에서는 후지쯔와 공동 개발한 대규모언어모델(LLM) '타카네'를 일본 디지털청 등에 공급했으며, 싱가포르에서는 공공부문 협력을 확대하고 있다. ◇ “만든 회사도 못 본다"…통제권을 고객에게 이날 간담회에서 가장 많이 언급된 키워드는 단연 '소버린 AI'였다. 소버린 AI는 기업이나 정부기관이 데이터를 외부 AI 서비스에 맡기지 않고 자체 서버나 데이터센터에서 AI를 운영하는 방식이다. 데이터와 AI 운영 권한을 고객이 직접 관리할 수 있어 금융·공공·국방처럼 보안과 규제가 엄격한 산업에서 주목받고 있다. 코히어의 AI는 퍼블릭 클라우드뿐 아니라 기업 내부 서버, 전용 데이터센터, 인터넷과 완전히 분리된 폐쇄망에도 설치할 수 있다. 고객이 요구하면 데이터가 외부로 나가지 않는 환경에서 AI를 운영할 수 있다는 의미다. 오다우드 CRO는 “코히어는 최근 들어 소버린 AI를 내세우기 시작한 회사가 아니다"라며 “창업 초기부터 규제가 엄격한 산업을 위한 AI를 만들겠다는 목표로 출발했다"고 강조했다. 그는 “기업의 가장 큰 경쟁력은 자체 데이터와 업무 노하우"라며 “외부 AI 서비스를 사용할 때 기업 데이터가 모델 학습에 활용될 수 있다는 우려가 있지만, 소버린 AI 환경에서는 고객이 데이터를 직접 통제하고 보호할 수 있다"고 말했다. 장 대표도 “시스템을 구축한 이후에는 어떤 데이터로 모델을 운영하는지, AI를 어떻게 활용하는지 코히어도 볼 수 없다"며 “데이터와 모델, 인프라를 모두 고객이 직접 결정하고 통제하는 것이 소버린 AI의 핵심"이라고 설명했다. ◇ 성능 경쟁 끝났다…이제는 '효율화' 경쟁 코히어는 국내 기업들의 관심이 모델 자체의 성능보다 실제 업무 활용과 비용 절감으로 옮겨가고 있다고 진단했다. 장 대표는 “과거에는 어떤 AI 모델의 성능이 더 뛰어난지가 고객들의 주요 관심사였다"며 “이제는 AI로 실제 업무를 얼마나 효율화하고 원가를 줄일 수 있는지를 더 많이 묻는다"고 말했다. 특히 금융권과 공공기관은 데이터를 외부 AI 서비스에 입력하는 데 대한 보안 우려가 커 자체 서버에서 AI를 운영하는 방식에 높은 관심을 보이고 있다는 설명이다. 코히어는 여러 AI 모델을 통합 관리하는 기업용 플랫폼 '노스(North)'를 앞세워 국내 시장을 공략할 계획이다. 특정 모델에 종속되지 않고 업무 목적과 비용에 맞는 AI를 선택할 수 있으며, 인터넷과 완전히 분리된 폐쇄망(에어갭) 환경에서도 운영할 수 있도록 설계했다. 장 대표는 “노스는 특정 AI 모델만 사용하는 플랫폼이 아니다"라며 “한국 기업이 개발한 AI 모델도 함께 활용할 수 있어 한국 AI 생태계와도 충분히 협력할 수 있다"고 말했다. ◇ 정액제 도입…“깜짝 청구서 없어" 코히어는 AI 사용량(토큰) 기반이 아닌 동시 접속자 수와 처리 규모를 기준으로 요금을 책정하는 방식을 차별점으로 제시했다. 오다우드 CRO는 “중요한 것은 가장 큰 AI 모델을 사용하는 것이 아니라 업무에 가장 적합한 모델을 선택하는 것"이라며 “토큰 가격이 낮아지는 것은 AI 산업 확산에 오히려 긍정적인 변화"라고 말했다. 장 대표는 “기업 입장에서는 예상하지 못한 사용료가 발생하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며 “계약 단계부터 비용을 예측할 수 있는 구조를 제공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코히어는 검색 정확도를 높이는 임베딩·리랭크 기술을 활용해 불필요한 연산을 줄이고 비용을 절감하는 것도 강점으로 꼽았다. 같은 수준의 성능을 더 적은 GPU로 구현해 기업의 인프라 투자 부담을 낮출 수 있다는 설명이다. 오다우드 CRO는 “연말 전 1조(1Trillion) 파라미터 규모의 차세대 대형 AI 모델도 선보일 계획"이라며 “앞으로도 기업이 안전하고 효율적으로 AI를 활용할 수 있는 환경을 구축하는 데 집중하겠다"고 말했다. 김나현 기자 knh@ekn.kr, 신은서 인턴기자

[이슈&인사이트] 일본 반도체 산업사를 보면 한국 반도체 미래가 보인다

일본의 반도체 산업은 1953년 소니가 벨 연구소로부터 트랜지스터 기술을 도입하여 시작되었다. 1970년대 말 일본 통상산업성은 전자진흥법을 제정하고 'VLSI 연구조합'을 발족하여 DRAM 대량생산 기술 고도화를 달성했다. 1985년 일본의 세계 반도체 시장 점유율이 미국을 추월했고 특히 메인 컴퓨터용 DRAM 분야에서 세계 시장의 80% 이상을 독점했다. 1988년에는 전 세계 반도체 매출 10대 기업 중 6개 기업이 일본계 기업으로 최전성기를 구가했다. 이에 미국은 심각한 무역 적자와 위기의식으로 슈퍼 301조를 발동하여 1985년 플라자 합의, 1986년 1차 미·일 반도체 협정, 1991년 2차 미·일 반도체 협정으로 일본 반도체의 몰락을 유도했다. 한편, 2천년대 초 PC 보급 확산으로 고품질·고가격 DRAM의 수요가 폭발하면서 일본 반도체 기업들이 고품질 수요로 전환하면서 삼성전자와 TSMC 등 후발주자에 저가격·적정품질의 틈새시장을 허락했다. 결과적으로 일본은 1988년 50%를 넘어섰던 시장 점유율이 1999년 엘피다 메모리를 출범시키는 등 분전에도 불구하고 2천년대에는 10% 미만으로 추락했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최근에 “지금 메모리 가격은 비정상적"이라며 “가격이 내리지 않으면 옛날 일본과 똑같은 상황을 겪을 수 있다."라고 언급한 것은 시의 적절한 지적이다. 일본이 세계 반도체 산업을 석권하던 1986년과 한국이 세계 반도체 산업을 석권하고 있는 2026년의 상황이 판박이다. 1986년 반도체 초호황이 PC 보급 확산에 의한 것이었다면 현재의 초호황은 인공지능에 의한 것이 유사하다. 1980년대 반도체 초호황에 의한 메모리 가격 폭등이 삼성전자와 TSMC의 출현을 앞당겼다면 현재의 메모리 가격 폭등은 중국 창신메모리테크놀로지(CXMT)의 등장을 가능케 한다. 2016년 창업 이래 10년간 적자로 파산 지경에 헤매던 CXMT는 최근의 반도체 초호황 덕에 2025년 첫 흑자를 냈고, 2026년에는 매출이 전년 대비 7배 급증했고 상하이 증시에 상장하여 시가총액 1위에 올랐다. 이는 삼성전자가 1986년까지 누적 적자가 2,000억 원에 달해 파산 지경에 이르다가 초호황으로 1988년 한 해에 3,200억 원의 순이익을 내 회생한 것과 유사하다. 그렇다면 CXMT가 한국 기업에 실제 위협적 존재인가. 한국 업계에선 아직은 아니라는 분위기다. CXMT는 최첨단 극자외선 노광장비를 확보하지 못해 HBM3 8단 제품조차 수율 안정화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점을 지적한다. 이것은 1980년대 일본이 삼성전자에 가졌던 안이함과 판박이다. 청와대는 'AI 서밋'을 계기로 한국 기업들이 미국 빅테크와 9,500억 달러 규모 공급 협력을 이뤘다고 홍보한다. 증권가는 삼전닉스(삼성전자·SK하이닉스)의 2026년, 2027년의 영업이익은 600조 원, 800조 원 수준으로 추정하는 등 핑크빛 전망이다. 그런데 아이러니하게도 2026년 상반기 코스피에서 외국인의 삼전닉스 순매도액이 130조 원에 달한다. 무차별 투매로 2026년 7월까지 사이드카 발동이 68회로 금융위기가 있었던 2008년 연간 기록 28회를 크게 넘어섰다. 증시 전문가 중에는 삼전닉스의 기반이 무너졌다기보다는, 단기 급등에 따른 차익 실현과 환율·글로벌 기술주 변동성에 따른 수급 조정이라고 에둘러 말한다. 그러나 외국인들은 핑크빛 전망이 한국판 플라자 합의, 미·한 반도체 협정의 부메랑이 될 것을 우려한다. 한국 정부와 기업은 핑크빛 전망을 부풀리기 전에 부자 입조심·몸조심이 필요하다. 또한 CXMT 등장에 긴장해야 한다. 삼성전자가 일본 반도체 산업 붕괴의 기폭제였듯 CXMT도 한국 반도체 산업 붕괴의 기폭제일 수 있다. 2026년 기준 메모리 시장 점유율은 1~3위가 삼성전자(38%), SK하이닉스(29%), 마이크론(22%)이고, CXMT(8%)가 4위로 미미하지만, 내년에는 마이크론을 추월할 것이라는 시각도 있다. 선제적 대처로 삼전닉스가 일본의 전철을 밟지 않기를 기원한다. bienns@ek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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