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양대 반도체 기업이 성과급을 둘러싸고 정반대의 노사 갈등 양상을 보이고 있다. 삼성전자 최대 노조는 부문 간 성과급 격차에 위원장 비위 논란까지 겹치며 '노노(勞勞) 갈등' 끝에 사실상 분리 수순을 밟고 있는 반면, SK하이닉스 노사는 근소한 표 차로 부결된 첫 합의안을 손질해 다시 한 테이블로 뭉치는 모양새다. 14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 최대 노조인 초기업노조가 내홍 끝에 반도체(DS) 전용 노조로 재편되는 수순에 들어섰다. 초기업노조는 오는 16일부터 22일까지 모바일 전자투표 방식으로 '2026년 5차 총회'를 진행하며, 노조 가입 자격을 DS 부문 소속으로 한정하는 규약 변경안을 표결에 부친다. 안건이 통과되면 완제품(DX) 부문 조합원들은 탈퇴 처리돼 초기업노조는 사실상 DS 전용 노조가 된다. 발단은 올 상반기 임금협상에서 DS 부문 직원들은 수억원대 성과급 주식 보상을 받을 길이 열린 반면, DX 부문 추가 보상은 600만원 안팎에 그치면서 한 노조가 두 부문을 함께 대변하기 어렵다는 목소리가 커진 데 있다. 초기업노조 조합원의 99%가 DS 소속이어서 규약 개정안 가결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 나온다. 여기에 최승호 위원장의 장인 운영 업체와의 집회 물품 수의계약 논란까지 겹쳐 노조 내부 갈등은 더 격화됐다. 최 위원장 측은 DX 소속인 이송이 부위원장과 이원일 광주지회장이 규약 변경을 막기 위해 자신을 끌어내리려 했다는 카카오톡 대화를 확인했다고 주장했다. 이에 이번 총회에서 두 사람에 대한 불신임 안건도 함께 전자투표에 부치기로 했다. 반면 DX부문 간부들은 조합원 배제 조치라며 반발하고 있다. 노조 내부에서도 해당 제보를 공익 제보로 봐야 한다는 이견이 나오는 등 균열이 표면화하고 있다. 전국삼성전자노조는 최 위원장이 언급한 사전 동의 사실을 전면 부인했고, 동행노조도 법적 조치 검토를 밝혔다. 초기업노조는 내년 임단협에서 동행노조 등과 공동교섭을 꾸리지 않겠다는 입장이어서, 각 노조가 별도 요구안으로 개별 교섭에 나설 가능성도 제기된다. 다음 달 6일 열릴 별도 조합원 총회에서는 성과급 분배 전사 기준 통합 요구안과 시스템LSI·파운드리 사업부 적자 패널티 개선 요구안도 표결에 부쳐진다. SK하이닉스 노사는 25표 차로 부결됐던 임단협 잠정합의안을 수정해 15~16일 다시 조합원 총투표에 부친다. 지난달 25일 첫 투표에서는 반대 7535표(50.08%), 찬성 7510표(49.92%)로 갈려 투표자의 0.2%도 안 되는 표 차로 부결됐다. 수정안의 핵심은 성과급인 초과이익분배금(PS) 지급 방식이다. 기존 안은 현금 40%·자사주 60% 비율이었으나, 이번 수정안은 현금과 주식 비중을 각각 50%로 조정했다. 구성원이 원하면 주식 지급 비율을 50%에서 최대 100%까지 10%포인트 단위로 직접 선택할 수 있도록 재량도 넓혔다. 지난해 실적 기준으로 내년·내후년에 나눠 지급될 예정이던 이연분 20%도 앞당겨 지급하기로 했고, 주택 대출 추가 지원 대상에는 한부모 가정도 새로 포함했다. 성과급 총액 등 큰 틀은 유지하면서 첫 투표에서 반발이 컸던 지급 방식만 집중적으로 손질한 것이 특징이다. 첫 투표 당시 기술사무직 노조는 66.2% 찬성률로 가결됐던 반면 생산직 노조에서만 근소한 차로 부결됐다. 이에 따라 이번 재투표에서는 현금 비중 확대와 자사주 선택권 확대가 기존 반대표를 얼마나 돌려세울지가 관건이다. 증권가에서는 SK하이닉스의 올해 영업이익이 265조원에 달할 것으로 추산하는데, 이를 기준으로 하면 1인당 성과급은 약 7억3000만원, 이 중 현금 지급분은 약 3억6500만원 수준으로 계산된다. 총투표는 15~16일 진행되며, 이 기간 잠정합의안이 가결되면 노사는 추석 연휴(9월 25~27일) 전에 임단협을 마무리하게 된다. 업계에서는 두 회사가 마주한 갈등의 층위 자체가 다르다는 분석도 나온다. SK하이닉스는 이미 합의된 지급 방식을 두고 현금·주식 비율이라는 조건을 조정하는 단계인 반면, 삼성전자는 부문 간 보상 격차라는 구조적 문제에 노조 지도부 리스크까지 겹치면서 갈등의 성격 자체가 다르다는 것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SK하이닉스는 이견이 표 차이로 드러난 만큼 조정 여지가 있지만, 삼성전자는 DS·DX 간 성과 배분 틀을 새로 짜야 하는 문제인 만큼 봉합에 시간이 더 걸릴 수 있다"며 “두 회사의 임단협 결과가 다른 반도체·대기업 노사 협상에도 적잖은 영향을 줄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하나 기자 uno@ek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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