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제6노조’ 출범 가시권…기존 노조 간 ‘공방’

삼성전자 내부에 여섯 번째 노동조합을 세우려는 움직임이 본격화함에 따라 출범 배경과 향후 교섭 구도를 둘러싸고 기존 노조들 사이에 미묘한 신경전이 벌어지고 있다. 올해 임금 교섭 과정에서도 부문별 성과급 배분과 협상 방향을 두고 노조 간 시각차가 노출됐던 만큼 신규 노조의 등장이 내년도 교섭 판도에 어떤 변수로 작용할지 관심이 쏠린다. ◇ '삼성전자 유니온샵 노조' 출사표…구체적 활동 범위는 미정 5일 삼성그룹 초기업노동조합 삼성전자지부(초기업노조)에 따르면 지난 4일 고용노동부 구미지청에 '삼성전자 유니온샵 노동조합'이라는 명칭으로 제6노조 설립 신고서가 정식 제출됐다. 디바이스 솔루션(DS·반도체) 부문을 주축으로 하는 초기업노조는 5일 내부 공지를 통해 디바이스 경험(DX·완제품) 부문 중심인 삼성전자 노동조합 동행(동행노조)의 한문석 전 구미지부장과 초기업노조 윤주용 전 사무국장 등이 이번 신규 노조 설립을 주도한 것으로 파악됐다고 전했다. 일각에서는 신설 노조가 DX부문을 주 무대로 삼을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되나 세부적인 조직 체계나 구체적인 활동 영역은 아직 확인되지 않았다. ◇ '내부 갈등설' 제기한 초기업노조 vs “전혀 무관" 선 그은 동행노조 신규 노조의 탄생 배경을 두고 기존 노조들의 해석은 정면으로 엇갈렸다. 초기업노조 측은 최근 동행노조 내부에서 전·현직 집행부 사이의 갈등이 깊어진 것으로 알고 있다며 이와 같은 내부 불협화음이 독자 노조 설립으로 이어졌을 개연성이 있다고 주장했다. 반면 동행노조는 5일 입장문을 내고 이러한 추측을 즉각 일축했다. 동행노조는 현재 진행되는 제6노조 설립 추진은 동행노조와 아무런 관련이 없다며 전·현 집행부 간 불화가 새 노조 출범을 촉발했다는 해석은 사실 관계에 어긋난다고 반박했다. 아울러 구체적인 설립 배경은 제6노조 측에 직접 확인해야 할 사안이라고 덧붙였다. ◇ 5개 노조 체제서 6개 노조로…2027년 임금 교섭 셈법 복잡해지나 현재 삼성전자 내에는 △사무직(1노조) △구미 네트워크(2노조) △동행(3노조) △전국삼성전자노동조합(전삼노·4노조) △초기업(5노조) 등 총 5개 노조가 활동하고 있다. 이 중 초기업노조가 5만3천475명, 동행노조가 3만143명의 조합원을 각각 확보하고 있다. 2027년도 임금 교섭을 앞두고 각 노조의 대응 기조도 뚜렷이 나뉘는 양상이다. 초기업노조는 DX부문 내 신규 노조 출범 여부와 상관없이 DS부문을 대표하는 노조로서 2027년 교섭 준비를 차질 없이 이어가겠다며 단독 교섭을 통해 철저히 대비하겠다는 방침을 분명히 했다. 한편 동행노조는 5일 오후 삼성전자 수원 사업장에서 대규모 총집회를 개최한다. 동행노조는 이번 집회에서 현금성 보상안 마련과 2027년 공동 교섭 추진 등을 주요 요구 사항으로 내걸 전망이다. 박규빈 기자 kevinpark@ekn.kr

삼성 미래기술육성사업 14년 결실…‘우수 연구자’ 10명 첫 선정

삼성의 '기술중시' 경영철학을 바탕으로 2013년 출범한 삼성미래기술육성사업이 14년간의 성과를 처음으로 결산했다. 국내 첫 민간 주도형 연구개발(R&D) 지원사업인 이 사업에는 지금까지 1조2000억 원이 넘는 연구비가 들어갔다. 삼성은 이날 그간 지원한 과제 가운데 학계와 산업계에 큰 영향을 남긴 연구자 10명을 골라 처음으로 시상했다. ◇ “블랙홀부터 AI 서버까지" 14년 결실 담은 첫 시상 삼성은 5일 서울 강남구 웨스틴 서울 파르나스에서 '삼성미래기술육성사업 2026 애뉴얼 포럼'을 열었다. 애뉴얼 포럼은 과제를 수행 중인 연구자와 학계·산업계 전문가가 성과를 공유하고 토론하는 자리로, 2014년부터 매년 열리고 있다. 이날 행사에는 구혁채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제1차관과 황정아 더불어민주당·박충권 국민의힘·서왕진 조국혁신당·이준석 개혁신당 의원, 박홍근 삼성전자 SAIT 원장(사장), 장석훈 삼성 사회공헌총괄 사장 등 과학기술계 인사와 연구진 450여 명이 참석했다. 이번 행사의 핵심은 처음 도입된 '삼성미래기술육성사업 우수 연구자' 시상이었다. 삼성은 기초과학과 소재·ICT 분야의 완료 과제 644개를 대상으로 연구의 우수성과 성과의 확장성, 연구자의 성장성, 학계·산업계 파급력을 종합 평가했다. 분야별 석학으로 꾸려진 심사위원단이 약 4개월간 심사해 10개 분야에서 1명씩 뽑았다. 기초과학 분야에서는 오성진 미국 UC버클리대·고등과학원 교수(수리과학), 이현우 포스텍 교수(물리학), 박정원 서울대 교수(화학), 정원석 KAIST 교수(생명과학) 등 4명이 이름을 올렸다. 소재·ICT 분야에서는 김봉수 UNIST 교수(전자소재), 유창식 성균관대 교수(전자소자), 최장욱 서울대 교수(에너지·환경), 유홍기 KAIST 교수(바이오·메디컬), 김장우 서울대 교수(통신·컴퓨팅), 황성주 KAIST 교수(AI로보틱스) 등 6명이 선정됐다. 삼성은 수상자들에게 명예 타이틀과 함께 맞춤형 기술 자문과 산업계 교류, 창업·지식재산권(IP) 멘토링, 후속 연구를 지원한다. 해당 분야 주요 연구진을 초청하는 기술 워크숍 개최도 돕는다. 이날 수상자 3명이 연구 성과를 직접 발표했다. 오성진 교수는 우주를 이루는 입자들이 힘을 주고받는 원리를 담은 '양-밀스 방정식'이 블랙홀 내부 같은 특이한 환경에서 시간에 따라 어떻게 변하는지를 수학적으로 밝혀냈다. 블랙홀 내부의 안정성을 이해하는 실마리가 될 것으로 기대되는 연구로, 오 교수는 이 업적으로 '2026 삼성호암상' 과학상(물리·수학 부문)도 받았다. 최장욱 교수는 물 기반 전해액을 써 불이 나거나 폭발할 위험이 거의 없는 '수계(水系) 전지'의 약점을 개선했다. 수계 전지는 그동안 저장 용량이 적고 성능이 쉽게 떨어지는 한계가 있었다. 최 교수는 성능 저하의 원인을 규명하고 전극과 전해액 소재를 새로 개발해 해결의 길을 열었다. 태양광·풍력 발전으로 만든 전기를 저장하는 대용량 에너지저장장치(ESS) 시장의 핵심 원천기술로 평가받는다. 김장우 교수는 AI 연산량이 폭증하면서 불거진 데이터센터 서버의 병목 현상에 주목했다. 중앙처리장치(CPU)가 모든 작업을 떠안는 대신, 데이터 이동과 관리를 전담하는 데이터처리장치(DPU)에 일을 나누는 새로운 컴퓨팅 구조를 개발했다. 김 교수는 AMD와 인텔, 삼성전자 등 글로벌 기업과 협력해 차세대 AI 인프라를 이끌겠다는 계획이다. 오후에 이어진 '미래과학기술포럼'에서는 기초과학 4개 분야와 공학 6개 분야의 최신 연구 결과가 폭넓게 공유됐다. 국양 삼성미래기술육성재단 이사장은 “지난 14년간 연구자들의 창의적이고 도전적인 연구가 쌓이면서 대한민국 과학기술의 도약을 이끄는 의미 있는 성과들이 나타나고 있다"며 “연구자들이 새로운 가능성을 자유롭게 탐구할 수 있도록 든든히 뒷받침하겠다"고 밝혔다. ◇ 연구실 넘어 코스닥까지…R&D 생태계로 확장 삼성은 연구비 지원에 그치지 않고 전문가 멘토링과 기술 창업 지원까지 연구개발 전 단계를 함께 지원해 왔다. 시상자로 나선 박홍근 사장은 “이 사업은 기초과학을 지원하고 젊은 과학자를 발굴·육성하며, 연구 단계에 그치지 않고 스타트업 창출로도 이어졌다"며 “이런 방향이 학계와 산업계 모두에게 진정한 가치를 만든다고 믿어왔다"고 말했다. 그는 “오늘 이 자리가 학계와 산업계 간 더 깊은 네트워킹과 치열한 논의의 출발점이 되기를 바란다"고 덧붙였다. 대표 사례가 프로티나와 망고부스트다. 윤태영 서울대 교수가 창업한 프로티나는 몸속 단백질이 다른 단백질과 어떻게 결합하고 반응하는지를 측정하는 자체 기술 'SPID'를 보유하고 있다. 이렇게 얻은 데이터를 AI가 학습해 항체 신약을 설계하는 방식으로, 지난해 7월 코스닥에 상장했다. 망고부스트는 이날 우수 연구자로 선정된 김장우 교수가 2022년 창업한 DPU 설계 기업이다. DPU는 데이터센터 안에서 네트워크와 저장장치, AI 가속기의 동작을 조율해 서버 효율을 끌어올리는 칩이다. 주력 시제품 'MBDPU-1'은 기존 서버 구조보다 데이터센터 성능을 3배 이상 높이고 서버 CPU 사용량은 50% 넘게 줄이는 것으로 알려졌다. 망고부스트는 이후 AI 추론 최적화 소프트웨어 '망고 LLM부스트'를 내놓으며 AI 데이터센터 인프라 사업으로 영역을 넓히고 있다. 삼성이 연구 지원을 창업까지 넓혀온 배경에는 축적된 연구 기반이 있다. 이 사업은 출범 이후 기초과학부터 소재, ICT 융복합까지 과학기술 전 분야에서 916개 과제를 지원했다. 교수진과 박사후연구원, 석·박사 연구원 등 1만7000여 명이 이 과제들에 참여했다. 김현수 삼성전자 미래기술육성센터장(상무)은 “미지의 영역에 도전해 온 연구자들의 담대한 도전에 앞으로도 동반자 역할을 하겠다"며 “작년 공개 행사 전환에 이어 포럼을 대한민국 과학기술 발전을 위한 교류의 장으로 키워가겠다"고 밝혔다. 김하나 기자 uno@ekn.kr

[컨콜] 카톡 광고 35% 뛰고 콘텐츠는 역성장…카카오 “AI 2028년 손익분기”

카카오가 올해 3분기 매출 2조867억원, 영업이익 2403억원을 기록했다. 카카오톡 광고 매출이 35% 증가하며 영업이익은 지난해보다 7.4% 늘었지만, 전 분기보다는 13.3% 감소했다. 콘텐츠 매출도 6% 줄고 인공지능(AI) 서비스 부문의 영업손실은 640억원으로 확대됐다. 카카오는 2028년 AI 사업의 손익분기점 달성을 목표로 제시했다. 신종환 카카오 최고재무책임자(CFO)는 5일 열린 3분기 실적 발표 컨퍼런스콜에서 “2028년에는 AI 신규 매출이 톡비즈 매출에서 두 자릿수 비중을 차지하는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자리 잡을 것으로 전망한다"며 “매출 확대와 비용 효율화를 통해 2028년 AI 사업은 손익분기점 수준까지 수익성이 개선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날 카카오는 1500억원 규모의 자사주를 매입해 전량 소각하겠다는 계획도 발표했다. 정신아 카카오 대표는 “카카오에 대한 시장의 현재 평가와 내부에서 바라보는 펀더멘털에 기반한 미래 성장 가능성 사이의 괴리가 그 어느 때보다 커졌다"며 자사주 매입·소각 배경을 설명했다. ◇ 광고 35% 성장…콘텐츠 매출은 6% 감소 3분기 실적을 이끈 것은 카카오톡 광고와 커머스 사업이다. 플랫폼 부문 매출은 1조2350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7% 증가했다. 카카오톡 광고와 커머스 등을 포함한 톡비즈 매출은 6329억원으로 13% 늘었고, 모빌리티와 페이 등이 포함된 플랫폼 기타 매출도 21% 증가한 6021억원을 기록했다. 특히 카카오톡 디스플레이 광고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35% 급증했다. 피드형 광고 출시 이후 중소형 광고주들이 새롭게 유입되고 기존 광고주들의 광고 집행도 확대된 영향이다. 신 CFO는 “피드형 광고 출시 이후 기존 카카오 광고를 집행하지 않았던 중소형 광고주들의 유입이 지속되고 있다"며 “4분기에도 두 자릿수 성장을 무난하게 이어갈 것으로 전망한다"고 말했다. 커머스 사업도 성장했다. 선물하기와 톡스토어의 3분기 거래액은 2조3000억원으로 13% 증가했다. 추석 명절 수요와 자기구매 확대에 힘입어 선물하기는 지난 9월 역대 최대 월간 거래액을 기록했다. 톡비즈 커머스 매출은 2413억원으로 16% 늘었다. 반면 콘텐츠 부문 매출은 8517억원으로 6% 감소했다. 웹툰과 웹소설 등을 포함한 스토리 매출은 17% 줄어든 2006억원, 뮤직 매출은 10% 감소한 5083억원을 기록했다. 일본 웹툰 플랫폼 픽코마 매출이 15% 줄었고, 주요 아티스트들의 앨범 발매와 대형 공연 감소도 영향을 미쳤다. 신 CFO는 “플랫폼 부문의 성장은 견조하지만 콘텐츠 부문의 실적 회복은 다소 지연되고 있다"며 “4분기에도 3분기와 유사한 흐름이 예상된다"고 말했다. ◇ AI 적자 확대…2028년 손익분기점 목표 AI 사업에서는 적자 규모가 커졌다. 이날 공개된 기업설명회(IR) 자료에 따르면 카카오 별도 기준 AI 서비스 부문의 3분기 영업손실은 640억원으로 전 분기보다 70억원 늘었다. AI 모델 학습과 서비스 운영을 위한 인프라 수요가 증가하면서 외주·인프라비도 전 분기 대비 8% 증가한 2408억원을 기록했다. 카카오는 AI 운영 비용을 줄이기 위해 그래픽처리장치(GPU)를 직접 구매하는 대신 클라우드를 활용하고, AI가 외부 서비스를 이용할 때도 브라우저 조작과 서비스 간 직접 연동 방식을 병행하기로 했다. 정 대표는 “브라우저를 통해 결제까지 수행할 경우 모델 API 호출 비용만 건당 약 800~900원이 소요될 수 있는 반면 A2A와 MCP를 통한 직접 연동이 가능하다면 비용은 약 5원 수준까지 낮아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연결 방식에 따라 비용이 최대 180배 차이 나는 셈이다. AI를 활용한 광고 사업도 추진한다. 이용자가 상품을 직접 검색하지 않아도 AI가 관심사와 구매 의도를 파악해 적절한 상품이나 서비스를 추천하는 방식이다. 정 대표는 “그동안 카카오에 없었던 검색 광고와 유사한 새로운 광고 수요를 창출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카카오는 내년 1분기까지 AI 광고 추천을 위한 공통 메모리 인프라를 구축하고, 오는 12월에는 광고 운영을 돕는 AI 에이전트 'AI 크루'의 비공개 베타 테스트를 시작한다. 카카오톡 내 AI 비서 '카나나 스페이스'도 12월 시범 서비스를 시작하며, '모두의 AI'와 '칸바스'는 연내 정식 출시할 예정이다. 카카오는 올해 월간 활성 AI 이용자 1000만명, 2030년에는 2000만명 이상을 확보한다는 목표다. 정 대표는 “올 한 해 AI 서비스의 확산 속도가 자본시장의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는 점은 대표이사로서 뼈아픈 평가로 겸허히 받아들인다"고 말했다. 카카오는 플랫폼 사업의 성장세를 바탕으로 연초 제시한 연간 연결 매출 성장률 10% 이상, 영업이익률 10% 목표는 달성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김나현 기자 knh@ekn.kr

구자균 “AI 데이터센터 전력난, 지능형 DC 배전이 해법”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 확대로 전력 수요가 급증하는 가운데 구자균 LS일렉트릭 회장이 직류(DC) 기반 지능형 배전망을 해법으로 제시했다. 전력망이 AI 데이터센터를 뒷받침하고, AI가 다시 전력망을 효율적으로 관리하는 양방향 구조로 전환해야 한다는 구상이다. 구 회장은 최근 서울 JW 메리어트 동대문 스퀘어에서 열린 '2026 국제배전협의회(CIRED) 워크숍' 기조연설에서 “폭발하는 AI 전력 수요를 감당할 확실한 해법은 직류 기반의 지능형 전력망"이라고 밝혔다. CIRED 워크숍이 아시아에서 열린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CIRED는 세계 전력산업 관계자들이 배전 기술과 전력망 발전 방향을 논의하는 국제 행사다. ◇ “Grids for AI에서 AI for Grids로" 구 회장이 이날 강조한 핵심은 AI와 전력망의 결합이다. 그는 “막대한 전력을 소비하는 AI 데이터센터가 안정적으로 가동되려면 신뢰도 높은 전력망이 뒷받침돼야 한다"며 이를 'Grids for AI'라고 설명했다. 동시에 AI를 전력망 운영에 활용하는 'AI for Grids'도 강조했다. 전력설비에 데이터와 AI 기술을 접목해 수요와 설비 상태를 예측하고 이상 징후를 사전에 파악하는 방식이다. 구 회장은 "고도화된 AI가 다시 전력망을 똑똑하고 효율적으로 예측하고 관리하는 강력한 선순환 구조를 구축해야 한다“고 말했다. AI 데이터센터가 늘어나면서 전력산업의 역할도 단순히 전기를 공급하는 데서 벗어나고 있다는 게 구 회장의 진단이다. 특히 차세대 배전망의 핵심 기술로 DC를 지목했다. 현재 전력망은 교류(AC)가 중심이지만 태양광·에너지저장장치(ESS)와 데이터센터 내부의 각종 IT 장비 등은 직류 기반 설비가 많다. 이에 따라 전력변환 과정의 효율을 높이고 데이터센터 등 대규모 전력 소비처의 특성에 맞는 AC·DC 혼합 전력망을 구축하려는 움직임이 확대되고 있다. 구 회장은 "과거 일방향으로 전기를 전달하던 방식에서 벗어나 이제는 DC와 AC의 조화를 통해 데이터센터 등 고객 맞춤형 전력 인프라를 제공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전력기기에 데이터와 AI를 결합해 이상 징후를 조기에 발견하고 유연하게 에너지를 주고받는 '지능형 양방향 에너지 플랫폼'으로 거듭나야 한다"고 말했다. ◇ AI 데이터센터 커지자 배전시장도 확대 AI 데이터센터 투자 확대는 전력기기 업계에도 새로운 시장을 만들고 있다. 대규모 GPU가 들어가는 AI 데이터센터는 기존 데이터센터보다 훨씬 높은 수준의 전력밀도와 안정적인 전력공급을 요구한다. 데이터센터 건설이 늘어날수록 변압기와 개폐기, 무정전전원장치(UPS), 전력변환장치(PCS) 등 후방 전력 인프라 수요도 함께 증가하는 구조다. 업계에서는 AI 데이터센터 투자 확대 등을 바탕으로 글로벌 배전 인프라 시장이 2030년 약 1500억달러(약 200조원) 규모에 이를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LS일렉트릭도 북미를 중심으로 AI 데이터센터 전력 인프라 시장 공략을 확대하고 있다. 초고압 전력기기와 PCS를 비롯해 데이터센터용 배전 솔루션을 주요 성장사업으로 육성하고 있다. 최근 삼성SDS가 경북 구미에 초기 60MW에서 최대 120MW까지 확장 가능한 AI 데이터센터 건설에 착수하는 등 국내에서도 대규모 AI 인프라 투자가 실제 건설 단계로 넘어가면서 전력망 확충과 효율적인 전력공급 기술의 중요성은 더욱 커질 전망이다. LS일렉트릭은 DC 배전과 전력기기, 데이터 기반 전력관리 기술을 결합해 AI 데이터센터를 비롯한 차세대 전력 인프라 시장을 공략한다는 방침이다. 전지성 기자 jjs@ekn.kr

AI 데이터센터가 탄소섬유 수요도 키운다…HS효성, 고부가 시장 공략

AI 데이터센터 확대가 전력·냉각뿐 아니라 탄소섬유 등 첨단소재 시장에도 새로운 수요를 만들어내고 있다. 전력망 연결이 늦어지는 미국 데이터센터에서 천연가스 현장발전이 대안으로 활용되면서 압축천연가스(CNG) 운송에 필요한 고압용기용 탄소섬유 시장도 주목받고 있다. HS효성첨단소재는 4~6일 서울 코엑스마곡 컨벤션센터에서 열리는 '카본 코리아 2026'에 참가해 우주항공·방산과 에너지 분야 등에 적용되는 탄소섬유 제품과 기술을 선보였다고 5일 밝혔다. 산업통상부가 주최하는 카본 코리아는 국내 탄소소재 전문 전시회로 올해는 'AI와 함께하는 탄소소재의 미래: 우주항공·방산, 에너지'를 주제로 열렸다. 국내외 기업과 연구기관 100여곳이 참가했다. ◇ 드론부터 인공위성까지…탄소섬유 적용 확대 HS효성첨단소재는 이번 전시에서 드론용 탄소섬유 직물·복합재와 인공위성 추진체용 고압용기 등 고부가가치 제품을 전면에 내세웠다. 탄소섬유는 철과 비교해 무게는 4분의 1 수준이면서 강도는 10배, 탄성은 7배에 달해 무게를 줄이면서 높은 강도가 필요한 우주항공·방산 분야에서 활용되고 있다. 회사 측이 인용한 글로벌 시장조사기관 전망에 따르면 세계 탄소섬유 시장은 2030년까지 연평균 약 10% 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HS효성첨단소재는 범용 제품보다 우주항공·방산과 고압용기 등 고부가가치 시장을 중심으로 사업을 확대할 계획이다. AI 데이터센터도 새로운 수요처로 떠오르고 있다. 미국에서는 데이터센터 건설 속도를 전력망 확충이 따라가지 못하면서 천연가스를 이용해 데이터센터 인근에서 직접 전력을 생산하는 방식이 확대되고 있다. 회사 측은 가스 배관망이 구축되지 않은 지역에 CNG를 운송할 때 탄소섬유 복합용기가 활용되면서 관련 수요가 늘어날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HS효성첨단소재는 이에 맞춰 고압용기용 탄소섬유 판매 확대를 추진하고 있다. 최근 AI 데이터센터 산업의 확장이 GPU와 서버를 넘어 발전설비와 전력기기, 냉각시스템에 이어 소재 산업까지 연관 시장을 넓히고 있는 것이다. ◇ '국산 탄소섬유 공급망' 구축도 추진 HS효성첨단소재는 국내 탄소섬유 공급망 확대에도 나선다. 전시회 마지막 날인 6일 김동성 HS효성첨단소재 탄소재료PU 품질담당은 한국복합재료학회 컨퍼런스에서 '국산 탄소섬유 산업생태계 구축과 미래 전략'을 주제로 발표한다. 국내 탄소섬유 산업의 경쟁력 강화와 공급망 구축 방안을 소개할 예정이다. 탄소섬유와 함께 아라미드 사업도 확대하고 있다. HS효성첨단소재는 지난 1~4일 미국 플로리다에서 열린 전선·케이블 산업 행사 'IWCS 2026'에 참가해 자체 아라미드 브랜드 '알켁스(ALKEX)'를 선보였다. 알켁스는 강철보다 강도가 약 5배 높고 고온에 견딜 수 있는 특성을 갖춰 방탄복과 광케이블, 자동차용 소재 등에 사용된다. HS효성첨단소재는 탄소섬유와 아라미드 등 고성능 소재를 기반으로 우주항공·방산, 에너지, 통신 인프라 등 고부가가치 시장을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전지성 기자 jjs@ekn.kr

음악 듣던 이어폰이 보청기로…삼성 갤럭시 버즈, 식약처 허가

삼성전자가 갤럭시 버즈에 넣을 '청력 체크(Hearing Test)'와 '청력 케어(Hearing Aid)' 기능으로 식품의약품안전처(식약처)의 의료기기 허가를 받았다고 4일 밝혔다. 이에 따라 국내 갤럭시 버즈4 프로와 버즈3 프로 사용자는 내년 초부터 소프트웨어 업데이트만으로 쓰던 이어폰을 청력 검사와 청력 보조에 활용할 수 있게 된다. 이번 허가는 음악을 듣고 통화하는 데 쓰던 무선 이어폰이 디지털 의료기기 영역으로 들어섰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별도 기기를 사거나 병원을 찾지 않아도 평소 끼던 이어폰으로 청력을 확인하고 관리할 수 있는 길이 열린 것이다. 삼성전자는 “청력 지원 기능을 갤럭시 버즈에 직접 통합해 접근성을 넓혔다"고 설명했다. 청력 체크는 디지털의료기기소프트웨어로 등록된 기능이다. 스마트폰 설정의 갤럭시 버즈 메뉴에서 바로 검사할 수 있다. 검사는 임상에서 쓰는 순음 공기전도 청력검사 방식을 따른다. 주파수별로 단일한 음을 들려주고, 사용자가 들을 수 있는 가장 작은 소리의 크기를 재 청력 수준을 평가하는 표준 검사법이다. 버즈를 낀 상태에서 양쪽 귀를 따로 측정해 청력이 얼마나 떨어졌는지 파악하고, 이를 바탕으로 청력도(Audiogram)를 그려준다. 결과는 보통부터 경미, 경도, 중도, 중고도, 고도, 고심도까지 7단계로 나뉘며, 결과와 함께 앞으로 필요한 조치도 안내한다. 청력 케어는 검사 결과를 토대로 사용자가 잘 듣지 못하는 소리를 개인 청력도에 맞춰 키워준다. 증폭량은 호주 국립음향연구소(NAL)가 개발한 보청기 처방 공식 'NAL-NL2'로 계산한다. 청력도를 바탕으로 주파수별 최적 증폭량을 산출하는 공식으로, 글로벌 임상 표준으로 인정받아 세계적으로 널리 쓰인다. 소음 제거와 정면 소리 집중, 배경 소음 억제 기능도 함께 지원한다. 소음 노출 수준과 청력 검사 결과 같은 청력 관련 정보는 삼성 헬스 앱에서 모아 볼 수 있다. 이번 성과는 하루아침에 나온 것이 아니다. 삼성전자는 2020년 갤럭시 버즈 플러스에 개인용 소리 증폭 제품(PSAP) 기능을 처음 넣으며 청력 지원 기술 개발에 나섰다. 이듬해인 2021년에는 이 기능이 난청 사용자의 일상 의사소통에 효과가 있다는 임상 검증을 거쳐 청력 케어 기능의 토대를 닦았다. 미국에서는 이미 지난 7월 같은 기능으로 식품의약국(FDA) 허가를 받았다. 다만 누구나 쓸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청력 케어 기능은 경도에서 중등도 수준의 난청이 의심되는 만 18세 이상 사용자가 대상이다. 이들은 청각 전문가의 도움 없이 자신의 청력에 맞춰 버즈의 소리를 직접 조정할 수 있다. 지원 기기도 국내 갤럭시 버즈4 프로와 버즈3 프로로 한정되며, 업데이트는 내년 초부터 순차적으로 이뤄진다. 박헌수 삼성전자 MX사업부 디지털헬스팀장(부사장)은 “갤럭시 생태계의 연결성과 디지털 헬스 기술을 바탕으로 선제적이고 개인화된 건강 관리 경험을 지속 확대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김하나 기자 uno@ekn.kr

제네시스네스트, 1만5000명 동시 접속 채팅 솔루션 ‘챗플래닛’ 출시

인공지능(AI) 소프트웨어 개발 기업 제네시스네스트가 1만5000명이 동시에 접속해도 실시간 대화가 가능한 채팅 솔루션을 출시했다. 제네시스네스트는 대규모 동시 접속에 특화된 기업용 채팅 솔루션 '챗플래닛(CHATPLANET)'을 출시했다고 4일 밝혔다. 기업이 별도의 채팅 시스템을 개발하지 않고도 기존 서비스에 실시간 대화 기능을 추가할 수 있도록 만든 제품이다. 챗플래닛은 1대1 대화와 그룹 채팅은 물론, 아티스트 한 명과 수만 명의 팬이 동시에 참여하는 대규모 채팅을 지원한다. 특정 시간대에 이용자가 몰리는 팬덤 플랫폼과 라이브 방송, 온라인 쇼핑 등에 활용할 수 있다. 고객 상담과 중고거래, 온라인 교육 등에도 적용이 가능하다. 제네시스네스트는 대규모 접속 환경에서도 메시지를 빠르게 전달하는 데 중점을 뒀다. 동시 접속자 1000명, 8000명, 1만5000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성능 시험에서 메시지 전송 성공률은 모두 99.9%를 기록했다. 접속자 1000명 환경에서는 대부분의 응답이 0.2초 이내에 이뤄졌고, 8000명에서는 0.5초, 1만5000명에서는 1초 이내에 처리됐다. 회사 측은 시험 과정에서 메시지 유실이나 시스템 장애가 발생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실제 팬덤 플랫폼에도 적용됐다. 챗플래닛은 더블랙레이블 소속 그룹 올데이 프로젝트의 'DAY OFF'와 미야오(MEOVV)의 '츄르(Churrrrr)'에서 운영되고 있다. 아티스트와 팬들의 실시간 대화뿐 아니라 공지사항과 이벤트 메시지 발송, 이모티콘 등 팬덤 서비스에 필요한 기능을 제공한다. 해외 이용자를 위한 자동 번역 기능도 갖췄다. 15개 언어를 지원하며, 한 번 번역한 결과를 다시 활용해 반복적인 번역 처리를 줄일 수 있다. 실시간 양방향 통신 기술인 웹소켓(WebSocket)과 메시지 전송 규약인 STOMP를 적용했다. 푸시 알림과 금칙어 필터링, 사용자 차단 및 신고 기능도 제공한다. 기업의 채팅 시스템 구축 비용을 줄일 수 있다는 점도 내세웠다. 기업이 자체적으로 채팅 서비스를 개발하려면 서버 구축과 유지보수, 접속자 증가에 따른 시스템 증설 등에 인력과 비용이 필요하다. 챗플래닛은 필요한 채팅 기능을 응용프로그램 인터페이스(API) 형태로 제공하고, 기업별 요구에 맞춘 서비스 구축도 지원한다. 제네시스네스트는 자체 개발 방식과 비교해 초기 도입 비용을 최대 80% 이상 줄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동수 제네시스네스트 대표는 “대규모 실시간 채팅은 이용자가 몰리는 순간에도 안정적인 메시지 전달과 서비스 운영이 가능해야 한다"며 “기업들이 채팅 인프라 구축 부담을 줄이고 서비스 특성에 맞는 실시간 소통 기능을 구현할 수 있도록 지원하겠다"고 말했다. 제네시스네스트는 2022년 NHN 게임플랫폼센터 출신 개발자들이 설립한 소프트웨어 기업이다. 현대자동차와 카카오, 더블랙레이블, LS엠트론, 아모레퍼시픽 등과 협력해 왔으며, 최근에는 기업용 소프트웨어 개발을 넘어 AI 서비스와 자체 솔루션 사업으로 영역을 넓히고 있다. 김나현 기자 knh@ekn.kr

삼성·SK도 뛰어든 AI 데이터센터…슈나이더일렉트릭이 꺼낸 해법은 ‘전력·냉각’

4일 서울 양재 aT센터에서 개막한 '데이터센터코리아 2026'. 슈나이더 일렉트릭 전시 공간에는 대형 무정전전원장치(UPS)부터 냉각수 분배장치(CDU), AI 데이터센터를 축소해 놓은 모듈형 인프라까지 한자리에 등장했다. 제품은 서로 달랐지만 겨냥하는 문제는 하나였다. 생성형 인공지능(AI) 확산으로 GPU가 고성능·고밀도화되면서 데이터센터가 감당해야 할 전력과 열이 동시에 급증하고 있다는 것이다. 삼성SDS가 구미에 초기 60MW, 최대 120MW 규모의 AI 데이터센터 건설에 착수하는 등 국내에서도 AI 데이터센터 투자가 본격적인 실행 단계로 접어들고 있다. SK그룹 역시 AI와 에너지를 미래 성장축으로 설정하면서 관련 인프라 사업을 확대하고 있다. AI 데이터센터 경쟁이 GPU 확보를 넘어 이를 24시간 안정적으로 가동하기 위한 전력과 냉각, 운영 기술 경쟁으로 확산되는 배경이다. 슈나이더 일렉트릭은 이날 전시에서 'Powering Every Layer of AI Datacenters — From Grid to Chip, Chip to Chiller'를 주제로 전력망에서 서버, 냉각설비까지 연결하는 AI 데이터센터 인프라를 선보였다. ◇ GPU 늘어날수록 전력·발열도 급증 AI 데이터센터에서 가장 먼저 부각되는 문제는 전력이다. 대규모 GPU를 동시에 가동하려면 막대한 전력을 안정적으로 공급해야 할 뿐 아니라 순간적인 전력 변화와 장애에도 대응해야 한다. GPU 서버의 전력밀도가 높아질수록 기존 데이터센터보다 냉각 부담도 커진다. 슈나이더 일렉트릭이 이번 전시에서 UPS와 배전설비, 액체냉각 시스템을 함께 전면에 내세운 이유다. 모듈형 UPS 'Galaxy VXL'은 eConversion 모드에서 최대 99% 효율을 제공한다. 가동 상태에서 전력 모듈을 추가하거나 교체할 수 있는 'Live Swap' 기능도 적용해 데이터센터를 멈추지 않고 증설·유지보수할 수 있도록 했다. 전력 공급 이후에는 '열과의 싸움'이 이어진다. 전시장에는 냉각수 분배장치(CDU) 'MCDU-25'도 배치됐다. 냉각수의 유량과 온도를 조절해 고밀도 GPU에서 발생하는 열을 처리하는 장비다. 이중 펌프와 이슬점 관리 기능 등을 적용해 액체냉각 시스템의 안정성을 높였다. 이는 이날 삼성SDS가 공개한 구미 AI 데이터센터의 방향과도 맞닿아 있다. 삼성SDS 역시 고밀도 GPU 영역에 수냉식을 적용하고 일반 서버에는 공냉식을 사용하는 하이브리드 냉각 방식을 채택했다. AI 데이터센터에서 액체냉각이 선택적인 기술을 넘어 고밀도 GPU를 안정적으로 운영하기 위한 핵심 인프라 가운데 하나로 부상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 삼성·SK AIDC 확대…'GPU 뒤의 시장'도 커진다 국내 기업들의 AI 데이터센터 투자가 확대되면서 서버 뒤편의 전력·냉각 인프라 시장도 함께 커질 전망이다. 특히 삼성의 구미 AI 데이터센터처럼 수십~100MW급 시설이 들어서면 데이터센터 내부 GPU뿐 아니라 외부 전력망과 수전설비, UPS, 비상전원, 냉각설비까지 하나의 시스템으로 안정적으로 운영하는 것이 중요해진다. 슈나이더 일렉트릭은 이에 대응해 고압 배전반 'MCSeT'부터 지능형 배전·모터제어 시스템, UPS, 랙 전력분배, 액체냉각까지 전력과 냉각 인프라를 연결하는 전략을 내세웠다. 사전 조립식 모듈형 'EcoStruxure Pod Data Center'도 축소 모형으로 공개했다. 전력·냉각·네트워크 인프라를 모듈 형태로 구성해 AI 수요 증가에 따라 데이터센터를 단계적으로 확장할 수 있도록 하는 방식이다. 전력관리시스템(EPMS)과 빌딩관리시스템(BMS)을 연계해 전력 품질과 에너지 소비, 설비 상태를 동시에 관리하는 기술도 소개했다. 데이터센터 설비에서 발생하는 데이터를 분석해 이상 징후를 조기에 파악하고 유지보수 시점을 결정하는 방식이다. 슈나이더 일렉트릭은 5일 열리는 컨퍼런스에서는 'AI 데이터센터 디지털트윈과 통합 엔지니어링'을 주제로 설계와 운영 단계에서 디지털 기술을 활용하는 방안도 발표한다. 권지웅 슈나이더 일렉트릭 코리아 대표는 "고밀도 AI 환경에서는 전력과 냉각 설비를 유기적으로 연결하고 운영 데이터를 활용해 인프라 전반의 성능과 효율을 관리하는 역량이 중요하다"며 "국내 고객과 파트너가 AI 수요 증가에 유연하게 대응할 수 있도록 지원하겠다"고 말했다. 전지성 기자 jjs@ekn.kr

美 ‘러브콜’ 받고도 발목 잡힌 SK하이닉스 뉴욕 공장

미국 정부가 SK하이닉스의 중국 다롄 공장 장비 반입 허가를 미루면서 미국 뉴욕주 낸드플래시 공장 건설 계획에 제동이 걸렸다. 중국 공장의 생산을 늘려 미국 투자 재원을 마련하려던 구상이 대중(對中) 반도체 규제에 막힌 셈이어서, 트럼프 행정부가 기술 통제와 투자 유치 사이에서 어떤 결론을 내릴지 관심이 모인다. 로이터통신은 3일(현지시간) 복수의 소식통을 인용해 미 상무부가 SK하이닉스의 중국 내 생산 확대에 필요한 미국산 반도체 장비 수출 허가를 내주지 않고 있다고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SK하이닉스의 미국 자회사 솔리다임은 뉴욕주 마시(Marcy)에 약 450억달러(약 60조원)를 들여 낸드 공장 2곳을 짓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으며, 투자액은 장기적으로 약 1000억달러(약 133조원)까지 늘어날 수 있다. 낸드플래시는 전원이 꺼져도 데이터가 사라지지 않는 메모리 반도체로, 데이터센터의 저장장치에 주로 쓰인다. 후보지는 뉴욕주 오나이다 카운티의 산업단지인 마시 나노센터로, 솔리다임은 이곳에 월 10만장(12인치 웨이퍼 기준) 규모의 낸드 팹 1곳을 먼저 완공한 뒤 두 번째 팹으로 확장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투자의 관건은 다롄 공장에 대한 미국의 장비 수출 허가다. 회사 측은 다롄 공장의 생산을 늘리고 더 고도화된 낸드를 만들어야 경쟁력을 유지하면서 미국 공장 건설에 필요한 수익도 확보할 수 있다는 입장이지만, 상무부는 아직 새 허가를 승인하지 않았다. 솔리다임 경영진은 지난 8월 말 이후 상무부 당국자들과 10차례 가까이 만나며 협상을 이어온 것으로 전해졌다. 8월 말 회의에는 리처드 친 솔리다임 공동 최고경영자(CEO) 등이 하워드 러트닉 상무부 장관, 제프리 케슬러 차관과 마주 앉았다. 당시 미국 측은 미국 내 투자와 낸드 공장 건설 구상에 기대감을 보이며 해법을 찾으려는 의지를 나타냈다고 한 소식통은 전했다. 이후 솔리다임은 상무부와 조율하며 여러 차례 신청서를 고쳐 썼지만 허가는 아직 나오지 않았다. 지난주 회의에서도 케슬러 차관은 중국 공장의 기술 고도화나 생산능력 확대를 위한 미국산 장비 반입은 허용할 수 없다는 입장을 고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상무부가 허가를 공식적으로 거부한 것은 아니며, 양측은 다롄 공장 운영 유지에 필요한 2027년분 장비 수출 허가도 별도로 협상하고 있다. 솔리다임은 지난주 성명에서 “미국에서 설립되고 본사를 둔 회사로서 고객에게 최선의 서비스를 제공하고 장기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전략적 대안을 정기적으로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 '다롄에 묶인' 하이닉스, 뉴욕 공장 괜찮나 다롄 공장은 SK하이닉스 낸드 사업의 핵심 거점이다. SK하이닉스는 총 90억달러에 인텔의 낸드 사업부를 인수하면서 SSD 사업과 중국 다롄 팹을 넘겨받았다. 다롄 공장은 SK하이닉스 팹 가운데 유일하게 데이터센터용 고용량 SSD에 쓰이는 QLC 낸드를 생산하는 곳으로, 전체 낸드 생산의 약 30%를 담당해 왔다. AI 데이터센터 확산으로 기업용 SSD 수요가 폭증하면서 다롄의 생산능력을 키우는 것이 곧 솔리다임의 경쟁력과 직결되는 구조다. 솔리다임은 미국 공장 건설에 필요한 재원을 마련하고 경쟁력을 유지하기 위해서라도 중국 내 생산을 늘리고 낸드 공정을 고도화해야 하는 처지다. 걸림돌은 미국의 대중 수출통제다. 미 상무부 산업안보국(BIS)은 지난해 9월 연방관보를 통해 '검증된 최종 사용자(VEU)' 명단에서 인텔 반도체(다롄), 삼성 차이나 반도체, SK하이닉스 반도체(중국)를 삭제했고, 이 조치는 2025년 12월 31일 효력이 발생했다. 그동안 개별 허가 없이 미국산 장비를 들여오던 '하이패스'가 사라진 것이다. 이후 BIS는 매년 장비 수출 물량을 승인하는 방식으로 반출을 허용하기로 했다. 다만 기존 공장 운영에 필요한 장비는 허용하되 생산능력 확대나 기술 고도화를 위한 반입은 승인하지 않겠다는 방침이었고, 다롄 공장의 올해분 허가에도 장비 수량 제한이 붙었다. 양측 간 쟁점 중 하나는 다롄 공장의 빈 공간에 장비를 들이는 것을 '증설'로 볼 수 있느냐다. SK하이닉스는 해당 클린룸을 2023년에 이미 지어놓은 만큼 장비를 채우는 것은 생산능력 확대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입장이다. 반면 상무부는 지난해 중국 내 반도체 공장의 기술 고도화나 생산능력 확대를 위한 수출 허가는 내줄 의도가 없다고 못 박은 바 있다. 회사 측은 중국 공장용 장비 구매에 필요한 대외투자 규제의 예외를 인정받기 위해 미 재무부 당국자들과도 접촉했지만, 재무부는 우선 상무부의 판단을 지켜보겠다는 반응을 보인 것으로 전해졌다. 미국 입장에서도 셈법이 간단하지 않다. 첨단 메모리 생산시설을 자국에 유치하려는 트럼프 행정부로서는 수십조원대 투자를 놓치기 아깝지만, 그 대가로 중국 공장의 생산능력 확대를 허용하면 바이든 정부 이래 쌓아온 수출통제 원칙에 균열이 생긴다. 일각에서는 이번 협상을 두고 트럼프 행정부가 투자 유치를 위해 대중 기술 통제의 빗장을 어디까지 풀어줄지 가늠할 수 있는 시험대로 보고 있다. 미 의회 산하 초당적 기구인 미·중 경제안보검토위원회(USCC)의 릴랜드 밀러 위원은 “결국 백악관의 승인 없이는 어떤 것도 진행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투자가 성사되면 뉴욕주에는 대형 메모리 클러스터가 형성된다. 마시 인근 클레이에서는 마이크론이 1000억달러 규모 메모리 단지 착공에 들어갔다. 다롄 증설 승인이 뉴욕 투자 계획의 핵심인 만큼 양측의 협상은 계속될 예정이다. 다만 업계에서는 미 당국의 대중 수출 통제가 이어질 경우 SK하이닉스가 미국 현지 투자 규모를 대폭 줄이거나 아예 사업지를 다른 나라로 돌릴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솔리다임이 성명에서 미국이 아닌 “세계 여러 잠재적 입지"를 언급한 것도 이런 가능성을 열어둔 것으로 풀이된다. 한 업계 관계자는 “아직 협상이 진행 중인 만큼 단정하긴 이르다"면서도 “대중 규제 기조가 이대로 굳어지면 동맹국 기업들이 대규모 미국 투자를 주저하는 분위기가 확산될 수 있다"고 말했다. 김하나 기자 uno@ekn.kr

삼성SDS, 구미 AI 데이터센터 착공…‘영남 60조 투자’ 첫 삽

삼성SDS가 4273억원을 투입하는 구미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 건설에 본격 착수했다. 지난 7월 삼성이 발표한 영남권 60조원 투자계획 가운데 실제 착공으로 이어진 첫 사업이다. 삼성SDS는 최근 경북 구미시 공단동 약 1만4000평 부지에 AI 전용 데이터센터를 착공했다. 구미 AI 데이터센터는 초기 전력용량 60MW 규모로 건설되며 AI 수요 증가에 따라 최대 120MW까지 단계적으로 확장할 수 있도록 설계된다. 지난해 8월 말 구미시의 착공 승인을 받아 현재 공사가 진행 중이며 2028년 말 준공이 목표다. 삼성SDS는 지난 1월 데이터센터 건립을 위해 4273억원을 투자한다고 공시하고 경상북도·구미시와 건립을 위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한 바 있다. ◇ 삼성 '영남 60조 투자' 첫 가시화 이번 착공은 삼성이 지난 7월 발표한 약 60조원 규모 영남권 투자계획이 실제 사업으로 넘어간 첫 사례다. 삼성은 당시 경남 진주시 경상국립대에서 열린 '영남권 첨단산업 발전비전 국민보고회'에서 영남을 '글로벌 피지컬 AI 혁신 클러스터'로 조성하기 위한 투자계획을 발표했다. 구미의 휴머노이드 로봇·AI 데이터센터를 비롯해 울산 전고체 배터리, 부산 AI 서버용 패키지 기판·적층세라믹커패시터(MLCC), 거제 고부가가치 선박 등을 주요 투자 분야로 제시했다. 구미 데이터센터는 제조·로봇 자동화에 필요한 대규모 AI 연산 인프라 역할도 맡는다. 삼성 관계사들이 확대하고 있는 제조 RX(Robotics Transformation) 사업과 연계해 제조현장의 정밀 작업 로봇 학습 등에 활용될 예정이다. ◇ GPU 고발열 잡는다…최대 120MW로 확장 삼성SDS는 구미 데이터센터를 고성능 GPU 서버 운영에 최적화된 하이퍼스케일 AI 데이터센터로 구축한다. AI 데이터센터는 고밀도 GPU 서버가 대규모 전력을 소비하면서 많은 열을 발생시키는 만큼 전력공급과 냉각 인프라가 핵심이다. 삼성SDS는 대용량 전력 인프라와 주요 설비 이중화, 비상전원 체계를 구축한다. 서버 냉각에는 공냉식(Air Cooling)과 수냉식(Liquid Cooling)을 함께 사용하는 하이브리드 쿨링 기술을 적용한다. 네트워크와 스토리지 등 상대적으로 발열이 적은 영역에는 공냉식을 사용하고 고밀도 GPU 서버에는 물을 순환시켜 열을 제거하는 수냉식을 적용한다. 향후 차세대 GPU 도입으로 서버의 전력밀도가 높아지는 것에 대비해 초고전력 랙도 수용할 수 있도록 설계한다. ◇ 자체 GPU부터 외부 고객 코로케이션까지 구미 데이터센터는 삼성SDS의 자체 GPU 인프라뿐 아니라 외부 고객을 대상으로 한 사업에도 활용된다. 고객사가 직접 GPU를 설치하고 사용하는 코로케이션(Co-location) 사업을 병행하고 다양한 기업에 AI 인프라 서비스를 제공할 계획이다. 삼성SDS는 특정 GPU나 서비스에 종속되지 않도록 데이터센터를 설계해 향후 다양한 AI 시스템을 수용한다는 방침이다. 이준희 삼성SDS 대표이사 사장은 "AI의 변화가 실제 성과로 이어지려면 방대한 데이터를 처리하고 AI를 안정적으로 운영할 수 있는 튼튼한 기반이 필요하다"며 "구미 AI 데이터센터가 바로 그 역할을 맡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차세대 AI 인프라를 바탕으로 제조·산업 현장의 AX 혁신을 이끌고 고객에게 최적의 AI 풀스택 서비스를 제공하겠다"고 밝혔다. 전지성 기자 jjs@ek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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