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금 비중 10%p 늘렸다…SK하이닉스 노사, 임단협 최종 타결

SK하이닉스 노사가 첫 잠정합의안 부결이라는 진통을 겪은 끝에 올해 임금 및 단체협약(임단협) 교섭을 마무리했다. 지난달 25일 1차 잠정합의안이 부결된 이후 약 2주간의 집중 교섭을 거쳐 이달 9일 수정 합의안을 도출했고, 재교섭 끝에 3주 만에 타결에 성공했다. 16일 업계에 따르면 SK하이닉스 노조가 15~16일 이틀간 진행한 조합원 총투표에서 수정 잠정합의안이 찬성 57.08%로 가결됐다. 전체 선거인 1만6039명 가운데 1만5297명이 참여해 투표율은 95.37%를 기록했으며, 찬성 8731표·반대 6566표로 집계됐다. 수정 합의안의 핵심은 초과이익분배금(PS) 지급 방식 조정과 구성원 선택권 확대다. 최대 쟁점이었던 현금·주식 지급 비율을 기존 현금 40%·주식 60%에서 현금 50%·주식 50%로 조정했다. 여기에 현금 지급분에 대해서도 10% 단위로 주식을 선택할 수 있도록 세분화해, 원할 경우 성과급 전액을 주식으로 받는 것도 가능해졌다. 아울러 적자 시 임금 이연을 명문화해, 흑자일 때의 성과급뿐 아니라 적자일 때도 노사가 함께 책임지고 위기를 극복하겠다는 취지를 담았다. 앞서 지난달 25일 진행된 1차 잠정합의안 투표에서는 기술사무직 노조에서만 가결되고 생산직(전임직) 노조에서는 25표 차로 근소하게 부결되며 최종 무산됐다. 이후 노사는 재협상에 나서 수정안을 마련했고, 사측은 재투표를 앞두고 총 60여 차례에 달하는 구성원 설명회를 열어 제도 변경의 취지와 효과를 알리는 데 주력했다. 한 차례 부결에도 불구하고 노사가 기존 틀 안에서 자발적인 보완을 통해 스스로 해법을 찾았다는 점에서 이번 타결의 의미가 크다는 평가가 나온다. SK하이닉스는 “어려운 과정에 함께해준 노동조합과 구성원들께 감사하다"며 “앞으로 직면하는 문제들도 회사와 구성원이 함께 머리를 맞대고 스스로 헤쳐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회사는 추석 명절 전 최종 합의안 조인식을 열고 올해 임단협 절차를 공식 마무리할 예정이다. 김하나 기자 uno@ekn.kr

히트펌프 맞붙었다…삼성 “데이터센터까지” vs LG “집 한 채 통째로”

삼성전자와 LG전자가 16일부터 사흘간 부산 벡스코(BEXCO)에서 열리는 '2026 기후산업국제박람회(WCE)'에 나란히 참가해 인공지능(AI) 기반 고효율 에너지 솔루션을 대거 선보인다. 가정용 히트펌프와 생활가전부터 데이터센터·대형 빌딩용 공조 시스템까지, 일상과 산업 전 영역을 아우르는 맞춤형 제품군을 앞세워 탈탄소 기술 경쟁력을 과시한다는 전략이다. 이번 행사는 기후에너지환경부와 부산광역시, 국제에너지기구(IEA)·세계은행(WB) 등이 공동 주최하는 글로벌 행사로, '기후테크가 만드는 거대한 변화, 탈탄소 세상을 향한 도약'을 주제로 열린다. 기후 위기 대응과 탄소중립 달성을 위한 첨단 기술·정책 해법을 논의하는 자리인 만큼, 양사 모두 전시관을 별도로 마련해 각자의 에너지 기술 리더십을 알리는 데 공을 들였다. ◇ 히트펌프·공조 설비 정면 대결 양사가 가장 앞세운 것은 히트펌프 기술이다. 삼성전자는 하나의 실외기로 냉방·난방·급탕을 통합 제공하는 'EHS 올인원'을 전면 배치했다. 에어컨과 보일러를 각각 설치해야 했던 기존 방식보다 공간 활용성과 설치 편의성이 높고, 여름철 냉방까지 가능해 사계절 기후에 최적화됐다는 설명이다. 함께 전시된 'EHS 히트펌프 보일러'는 공기열과 전기로 난방·온수를 공급하는 고효율 솔루션으로, 정부의 난방 전기화 보급 사업과 연계해 국내 시장에 확산되고 있다. 이 제품군은 독일 ITQF '최고의 가격대비 품질 1위', 'MCE 2026 우수상', 'iF 디자인 어워드 2026' 등을 수상했다. 삼성전자는 여기에 지난해 인수한 플랙트그룹(FläktGroup)과의 협업을 바탕으로 AI 데이터센터 냉각 솔루션과 첨단 산업단지·대형 빌딩용 중앙 공조 제품군도 함께 전시하며 B2B 시장 확장 역량을 강조했다. LG전자는 2008년부터 축적한 히트펌프 기술력을 앞세웠다. 최근 출시한 일체형 'LG 써마브이 히트펌프 보일러'는 투입 전력 대비 약 4~5배의 열에너지를 얻을 수 있어 기존 화석연료 보일러 대비 약 40~60%의 에너지 비용 절감이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냉난방공조 존에서는 에너지위너상 대상과 기후에너지환경부 장관상을 받은 'LG 휘센 AI 오브제컬렉션 타워Ⅰ 에어컨'을 비롯해 AI 기반 운전 제어 기술을 적용한 'LG 멀티V i', 'LG 휘센 AI 시스템에어컨', 냉난방 에너지를 회수하는 'LG 프리미엄 환기 플러스' 등을 선보였다. ◇ 삼성 “서비스로 신뢰", LG “자원순환까지" 두 회사는 생활가전과 미래 주거 비전에서도 각자의 강점을 내세웠다. 삼성전자는 냉장고·세탁기·에어컨·식기세척기·인덕션 등 에너지 소비효율 1등급 가전을 대거 전시하고, 스마트싱스 기반의 'AI 절약모드'를 소개했다. 고객 가전의 상태를 AI로 진단하는 '가전제품 원격진단(HRM)'과 와이파이 탑재 가전에 대한 최대 7년 소프트웨어 업데이트 지원도 함께 공개해 제품 신뢰성을 강조했다. LG전자는 듀얼 인버터 히트펌프 기술을 적용한 'LG 트롬 AI 오브제컬렉션 워시콤보·워시타워·건조기'와 스타일러, 퓨리케어 정수기, 디오스 인덕션·식기세척기 등을 전시했다. 미디어·디스플레이 존에서는 소비전력을 99% 이상 절감한 'LG 이페이퍼 디스플레이'와 대기전력을 0.5W 이하로 낮춘 'LG 스탠바이미 2 맥스'를 선보였다. 지속가능성 측면에서는 복합섬유소재를 적용해 플라스틱 사용량을 LCD TV 대비 40% 수준으로 줄인 올레드 TV를 앞세웠다. 이에 따라 올해 올레드 TV 제조에 쓰이는 플라스틱량이 동일 수량의 LCD TV보다 약 1만5000톤 적을 것으로 예상되며, 대표 제품 'LG 올레드 에보 AI G6'는 영국 카본트러스트로부터 '탄소 저감' 인증을 받았다. 여기에 AI 가전과 냉난방공조 기술을 집약해 국내 최초로 제로에너지건축물 최고 등급 'ZEB 플러스'를 획득한 모듈러 주택 'LG 스마트코티지', 청소기 폐배터리를 재자원화하는 '배터리턴', 다회용컵 문화를 확산하는 텀블러 세척기 'LG 마이컵'도 함께 소개했다. 삼성전자 DA사업부 임성택 부사장은 “AI 기반의 고효율 제품 기술력과 삼성만의 차별화된 서비스를 결합해 에너지 절감 분야 혁신을 주도해 나갈 것"이라고 했다. LG전자 한국영업본부장 김영락 사장은 “고객이 일상 속에서 지속가능한 라이프스타일을 경험할 수 있도록 차별화된 에너지 효율 기술과 탄소 저감 제품을 지속적으로 선보이겠다"고 했다. 김하나 기자 uno@ekn.kr

[이슈&인사이트] 대미 투자, 전략적으로 하자

미・중 갈등 속에 중국의 대미 수출과 무역흑자는 줄어들지만, 중국은 동남아와 EU 시장에 대한 수출을 대폭 확대하면서 대체시장을 찾았다. 중국은 관세가 낮은 국가를 경유하여 미국에 수출하는 우회 수출로 미국에 대한 수출을 어느 정도 유지하였다. 미국은 중국산 제품에 관세를 부과하면서 인플레이션에 직면하게 되자, 결국 소비자물가에 민감한 품목의 관세를 다시 낮추기도 하였다. 그럼에도 미국 정부는 여전히 중국산 태양광 제품, 전기차 및 배터리, 반도체, 철강 및 알루미늄 등 핵심 전략 품목에 대해 고율의 관세를 부과하였다. 미국 정부의 관세 부과조치는 단순히 중국산 제품의 수입을 줄이기 위한 목적을 넘어 미국에서 이 제품들을 생산하도록 유도하기 위한 것이다. 중국의 제조업이 단순 노동집약적 제조업을 넘어 첨단 제조업으로 발전하면서 고부가가치를 창출하고 있는 반면, 미국은 제조업이 급속도로 약화하면서 무기 제조나 군함 건조・수리 등에 어려움을 겪으면서 국가 안보까지 타격을 주게 되었다. 이런 상황에서 미국이 인플레이션을 감수하더라도 미국 제조업 특히 첨단 제조업을 육성하는 정책을 강하게 밀어붙이고 있다. 마침 피지컬 AI가 발전하면서 로봇 제조가 활성화할 경우 미국에서도 저렴하게 제품을 생산할 수 있는 기반이 마련될 전망이다. 미・중 갈등과 미국 정부의 제조업 부흥 정책이라는 큰 흐름 속에서 우리나라는 더 이상 미중 갈등 때문에 발생하는 피해 상황에만 주목할 것이 아니라 미국에서 새로운 기회를 찾아야 할 것이다. 한・미 관세 합의와 투자협정에 따라 우리나라가 향후 10년간 3,500억 달러를 미국에 투자하기로 하였다. 또한 미국은 관세를 무기로 반도체와 같이 전략적으로 자국에 필요한 업종이나 품목의 투자를 하도록 압박하고 있다. 이 시점에서 전략적으로 대미 투자를 어떻게 해야 할 것인지 냉정하게 살펴보아야 할 것이다. 우선 우리나라 기업이 개별적으로 투자하는 것과 한・미 투자협정에 따라 투자하는 것을 긴밀하게 연결해야 한다. 삼성전자는 텍사스주 테일러에 400억 달러 이상 투입하여 첨단 파운드리 팹 2곳과 첨단 패키징 R&D 및 제조라인을 구축하고 있으며, SK하이닉스는 인디애나주 웨스라피엣에 40억 달러 이상 투입해 차세대 고대역폭메모리(HBM) 등 AI 메모리용 첨단 패키징 생산기지 및 R&D 시설을 착공하였다. 그럼에도 베선트 미 상무부 장관은 미국에서 반도체를 생산하지 않으면 반도체에 고관세를 부과하겠다고 압박하고 있다. 한화오션과 한화시스템은 펜실베니아주 필라델피아에 1억 달러를 들여 미 필리 조선소 지분을 100% 인수했고, HD현대중공업도 미 해군 함정 MRO 사업 자격(MSRA)을 획득하고 미 현지 방산 업체 및 조선 파트너들과 협력을 타진하며 미국 시장 공급망 편입을 추진 중이다. 그 외에도 HD현대일렉트릭의 앨라바마주 변압기 투자, 효성중공업의 테네시주 멤피스 변압기 투자 등 전력 관련 투자가 진행 중이다. 그럼에도 확정적이라고 거론되는 우리나라의 대미 투자 1호는 기존 투자나 투자 예정인 건과 별개로 논의되고 있다. 정부와 국내 기업 간에 충분한 소통을 통해 한・미 투자협정과 연계하여 전략적으로 투자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기업은 정부와 소통 없이 투자할 경우 향후 기업의 투자 여력이 약화하여 더 이상 한・미 투자협정 관련 투자를 하기 어려운 상황에 직면할 수 있을 것이다. 국가적으로도 기업은 기업대로 정부는 정부대로 투자하면 과잉투자가 이루어져 국내에 투자할 여력을 잃어버릴 수 있을 것이다. bienns@ekn.kr

SK, ‘2026 SK AI 해커톤’ 성료… 대상에 SK이노베이션 ‘SynthOS’팀

SK그룹이 전체 구성원을 대상으로 개최한 '2026 SK AI 해커톤'을 성공적으로 마쳤다고 16일 밝혔다. SK AI 해커톤은 SK의 대표 교육 플랫폼인 마이써니(mySUNI)가 2021년부터 그룹 내 다양한 현장 난제를 구성원들의 AX(AI 기반 전환) 역량으로 해결한다는 목표 아래 6년째 이어오고 있는 행사다. 올해 대회는 'AI 솔루션' 리그와 'AI 아이디어' 리그로 나누어 진행됐다. AI 솔루션 리그는 현장의 문제나 사업 아이디어를 2~3명이 팀을 이뤄 제안하고 실제 작동하는 서비스로 구현하는 실전형 경연으로, 39개 계열사 672명의 구성원이 271개 팀을 이뤄 참가했다. AI 아이디어 리그는 기존 업무에 적용 중인 AI 활용 사례 735건을 공모해 심사하는 방식으로 추진됐다. 약 한 달 반에 걸친 예선과 본선을 거쳐 10개 팀이 결선에 진출했으며, 지난 14일과 15일 양일간 몰입형 결선을 치렀다. 심사는 AI 전문기업 대표, 대학교수 등 외부 전문가 5명으로 구성된 심사위원단이 가상 투자 크레딧을 유망 팀에 투입하는 방식으로 이뤄졌다. 치열한 경연 끝에 영예의 대상은 SK이노베이션 구성원 3명으로 구성된 'SynthOS'팀에게 돌아갔다. 이들은 새로운 소재나 원료를 개발할 때 반복되는 실험 과정을 계획 수립부터 최적화까지 스스로 수행하는 AI 에이전트를 선보여 높은 평가를 받았다. 심사위원단은 “AI 에이전트가 무인 자율실험실의 핵심 두뇌 역할을 수행하며, 실험 노하우 축적을 통한 안정적인 실험실 운영 기반을 확보할 수 있다는 점에서 혁신적"이라고 평가했다. 마이써니는 이번 해커톤이 일회성 행사에 그치지 않고 현장의 실질적인 AX 성과로 이어질 수 있도록, 결선 진출 팀들의 솔루션을 현업에 적용하는 방안을 실무 부서와 적극 논의할 계획이다. 박상규 마이써니 총장은 “짧은 시간에도 불구하고 완성도 높은 AI 에이전트와 서비스를 구현해 낸 참가자들의 역량이 매우 인상적이었다"라며 “참가한 모든 구성원들이 앞으로도 SK그룹에 필요한 다채로운 AX를 이끄는 프론티어로 성장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전지성 기자 jjs@ekn.kr

LG전자 “모든 공간이 로봇”…피지컬 AI 승부처는 ‘센서 표준화’

피지컬 인공지능(AI) 열풍이 로봇 하드웨어와 거대언어모델(LLM)에 쏠려 있는 사이, LG전자가 “결국 승부는 센서에서 갈린다"는 메시지를 던졌다. 휴머노이드든 가전이든 로봇을 로봇답게 만드는 것은 화려한 외형이 아니라 상태를 인지하고 공유하는 센서 체계이며, 이 표준을 누가 먼저 쌓느냐가 피지컬 AI 시대의 성패를 가른다는 진단이다. 김성혁 LG전자 상무는 15일 서울 강남 조선팰리스에서 열린 '제11회 첨단센서포럼'에서 '피지컬 AI 홈로봇 시대, 공간을 인식하는 센서 전략'을 주제로 발표했다. 산업통상부가 주최하고 한국산업기술기획평가원(KEIT)·한국반도체산업협회(KSIA)·한국반도체연구조합 등이 주관한 이번 포럼에는 산업계 관계자 약 150명이 참석했다. 김 상무는 국제 반도체 표준화 커뮤니티인 IEEE 관련 산업그룹(IT플릭 센서스)에서 한국인 최초로 활동 중인 인물이다. 김 상무는 먼저 피지컬 AI의 개념부터 새로 정의했다. 그는 “센서가 있고, 센서 값을 연산하는 뇌가 있고, 이를 실행하는 액추에이터가 있으면 그게 로봇"이라며 “사람의 형태를 갖췄기 때문에 휴머노이드일 뿐, 집이든 공장이든 하나의 공간 자체가 로봇이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런 관점에서 보면 LG전자 역시 “로봇을 엄청 잘하는 회사"라는 게 그의 주장이다. 그는 이 정의의 핵심 요소로 센서를 꼽으며, “센서가 틀리면 나머지 어떤 것도 제대로 동작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LG전자가 그동안 쌓아온 센서 상용화 이력도 소개됐다. 스마트폰의 각종 센서, 웨어러블 심박 센서에 이어 에어컨·공기청정기용 멀티가스 센서까지 대부분 세계 최초 또는 유일하게 상용화했다는 설명이다. 대표적으로 2023년부터 에어컨에 1m 웨이브 레이더를 탑재하기 시작해 지난해 기준 25개 모델, 사실상 전 모델에 적용했다. 공기청정기의 AI 스캔 센서는 특정 가스 하나만 감지하는 게 아니라 소프트웨어 업데이트만으로 감지 대상을 확장할 수 있는 '소프트웨어 정의 센서'로, 애완동물 배변 냄새까지 맥락(컨텍스트)으로 인식해 알려준다. 건조기에는 자이로·가속도 센서를 탑재해 실시간으로 습도·온도 변화 패턴을 분석, 세탁물의 수분량과 재질 조합까지 예측하는 AI 모델을 적용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김 상무는 현재 업계의 센서 개발 방향에 문제를 제기했다. 그는 “지금 로봇들은 고성능 센서를 가지고 계속 집중해서 연산만 하고 있다"며 “실제로는 사람이 눈을 감고도 집안에서 생활할 수 있듯 정보가 기기 간에 공유되는 구조가 더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특히 로봇 간 데이터 미공유로 인한 문제도 언급했다. 그는 “중국에서 로봇을 대거 현장에 투입했지만 로봇들끼리 서로 데이터를 주고받지 못해 부딪히고 협업을 못하는 일이 많이 생긴다"고 전하며, 센서값이 아닌 '상태' 자체를 공유하는 방향으로 진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 문제의식은 현재 국제 표준화 논의로 이어지고 있다. 김 상무가 참여 중인 IT플릭 센서스 컨소시엄에서는 상태의 표준화, 신뢰도(컨피던스 레벨)를 동반한 센서 데이터 공유, 시계열 센서 데이터를 통합 관리하는 '센서 파운데이션 모델' 등이 논의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오는 11월 벨기에에서 열릴 예정인 IT플릭 센서스 행사에서 '그레이트 챌린지'라는 이름으로 참가자들에게 이 논의를 공식 제안할 계획이라고 예고했다. 미래 비전으로는 가전 간 센서 공유를 통한 협업 시나리오를 제시했다. 그는 “로봇 청소기가 센서가 없어도 세탁기가 '내 쪽으로 가까이 와'라고 알려줄 수 있는 형태로, 집 전체가 하나의 시스템 상태로 통합돼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를 위해 센서 데이터를 LLM이 이해할 수 있는 문장 형태로 변환하고, 현재 상태를 인식하는 '스테이트 모델'과 다음 상태를 예측하는 '월드 모델'이 함께 구동돼야 한다는 구상이다. LG전자는 이런 방향에서 딥큐 관련 소프트웨어와 베어로보틱스 인수 등을 통해 하드웨어·소프트웨어 파이프라인을 구축하고 있다고 했다. 김 상무는 “센서 관측 범위를 확장하고, 센서를 재사용해 여러 기기와 공간이 상태를 공유하며, 이 모든 과정이 검증·개선되는 루프를 만드는 것이 홈로봇과 피지컬 AI의 성패를 결정한다"며 강연을 마쳤다. 그는 “한국이 소재부터 시스템, 테스트베드까지 관련 역량을 부분적으로 모두 갖추고 있다"며 “이것들을 잘 엮기만 하면 앞서 나갈 수 있다"고 말했다. 김하나 기자 uno@ekn.kr, 김슬아 인턴기자

“보일러 없는 아파트”…LG전자, 국내 첫 실거주 아파트에 히트펌프

LG전자가 국내 최초로 주민이 실제 거주 중인 아파트 단지에 히트펌프를 설치해 한국형 냉·난방 및 급탕 전기화 실증에 나선다. 단독주택에 이어 공동주택 난방 전기화 시장까지 선도한다는 전략이다. LG전자는 15일 제주국제컨벤션센터에서 제주특별자치도, 제주개발공사, 한국생산기술연구원과 함께 '공동주택 냉·난방 전기화 및 P2H(Power to Heat) 실증사업' 추진을 위한 업무협약(MOU)을 체결했다. 협약식에는 위성곤 제주도지사, 김대현 제주개발공사 주거복지사업본부장, 김택수 한국생산기술연구원 원장 직무대행과 LG전자 ES연구소장 오세기 부사장 등이 참석했다. 실증사업은 지하 1층, 지상 7층 규모로 12세대가 실거주 중인 서귀포시 효돈동 신효아파트에서 진행된다. 오는 10월까지 설계를 마치고 착공해 12월 준공 후 운영 실증에 들어간다. LG전자는 히트펌프 시스템 설계와 고효율 제품 공급, 시운전 및 유지보수, 운전 데이터 기반 성능 평가를 전담한다. 제주도는 제도 개선과 정책 연계를, 제주개발공사는 실증 건물 제공과 시스템 운영을, 한국생산기술연구원은 P2H 시스템 설계와 데이터 분석을 각각 맡는다. ◇ 세대별 히트펌프+중앙급탕 결합…“탈탄소 전기화 선도" 핵심 솔루션은 세대별 히트펌프 통합 냉·난방 시스템과 건물 공용부를 활용한 중앙급탕 P2H 시스템의 결합이다. 각 세대에 설치되는 고효율 히트펌프는 하나의 실외기로 직접 냉방과 바닥 난방을 함께 제공해 실외기 설치 공간을 줄이면서도 세대별 맞춤 냉난방을 가능하게 한다. 중앙급탕 시스템은 부피가 큰 급탕탱크를 세대별로 두는 대신 1층 필로티 유휴공간에 중앙급탕용 공기열원 히트펌프와 대용량 급탕탱크를 구축해 각 세대에 온수를 일괄 공급하는 방식이다. LG전자 관계자는 “태양광 등 재생에너지로 만든 잉여전력으로 히트펌프를 구동해 열을 저장했다가 급탕에 활용해 전력망 안정화와 입주민 에너지 비용 절감에도 기여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LG전자는 2008년부터 글로벌 히트펌프 사업을 전개해 왔으며, 2011년 국내 시스템 보일러 사업 진출, 2018년 국내 최초 주거용 일체형 히트펌프 보일러 공급 등을 거치며 국내 주거 환경에 최적화된 공조·난방 기술력을 쌓아왔다. 최근 정부와 제주도가 진행한 '2026년 제주 생활 속 히트펌프 보급사업'에서도 경쟁사 대비 가장 많은 가구를 수주해 상·하반기 전체 물량 1위 사업자로 선정됐다. LG전자는 이번 실증을 발판으로 아파트 등 공동주택 전반에 히트펌프 보급을 확대하고, 신효아파트 운전 데이터를 토대로 공공임대주택·기축 리모델링·신축 단지 등에 맞춘 '한국형 공동주택 전기화 표준 모델'을 구축할 계획이다. 극한 기후에서도 성능을 검증하기 위해 미국 알래스카, 노르웨이 오슬로, 중국 하얼빈 등에 히트펌프 한랭지 연구소도 운영 중이다. LG전자 ES연구소장 오세기 부사장은 “실제 입주민이 거주하는 아파트를 대상으로 한 이번 실증은 공동주택 특성에 최적화된 히트펌프 냉·난방·급탕 전기화 모델을 검증한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며 “글로벌 시장에서 입증한 독보적인 히트펌프 기술력을 바탕으로 국내 주거 환경의 탈탄소 전기화 전환을 선도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김하나 기자 uno@ekn.kr

“군중 밀집도 실시간 감지”…삼성, 6G 기술 美서 첫 실증

삼성전자가 미국 이동통신사업자 버라이즌과 함께 가상화 네트워크 솔루션을 활용해 6G 핵심 기술인 ISAC(통신·센싱 융합 기술)의 현장 실증에 업계 최초로 성공했다. 통신 장비를 별도로 바꾸지 않고 소프트웨어 적용만으로 차세대 기술을 구현했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15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와 버라이즌은 지난 7월 미국 텍사스에서 열린 글로벌 스포츠 이벤트에서 삼성전자의 가상화 네트워크 솔루션을 활용해 AI 기반 ISAC 기술을 실제 행사 환경에 적용했다. ISAC은 통신 장비를 고정밀 센서처럼 활용하는 6G 핵심 기술로, 별도 장비 없이 기존 통신 인프라만으로 기지국이 수집한 무선 신호의 반사 정보를 분석해 사물의 위치·속도·방향을 파악할 수 있다. 기존 센싱 방식이 어려운 사각지대나 어두운 환경에서도 활용할 수 있어 안전·보안, 교통, 산업 현장 등에 두루 적용 가능하다. 양사는 실제 인파가 몰린 행사 현장에서 이 기술로 사람들의 움직임과 군중 밀집도를 감지하고, AI로 수집 정보를 실시간 분석해 밀집도를 히트맵 형태로 시각화하는 데 성공했다. 이를 활용하면 스포츠 이벤트나 콘서트처럼 대규모 인파가 몰리는 현장에서 혼잡 상황을 실시간으로 파악해 안전 사고를 예방하고, 관람객을 상대적으로 한산한 편의시설이나 이동 경로로 유도하는 데도 활용할 수 있다. ◇ 기존 장비 그대로…AI 무선망 솔루션 'NIS'가 구현 이번 실증에는 삼성전자의 최신 AI 무선망(AI RAN) 솔루션 'NIS(Network in a Server)'가 활용됐다. NIS는 AI, 기지국, 코어 등 네트워크 기능을 소프트웨어로 구현하고 CPU·GPU 등 고성능 컴퓨팅 파워를 하나의 플랫폼에 통합한 엣지 AI 플랫폼이다. 하나의 하드웨어에 소프트웨어만으로 다양한 네트워크 기능을 구현할 수 있어, 기존 장비를 바꾸거나 별도 장비를 추가하지 않고도 ISAC 같은 신규 기술을 구현할 수 있다는 게 특징이다. 삼성전자 네트워크 사업부 상품전략팀장 설지윤 부사장은 “삼성전자와 버라이즌은 통신은 하드웨어가 중심이어야 한다는 150년 간의 틀을 깨고 소프트웨어 기반 차세대 네트워크로의 전환을 선도했다"며 “네트워크 AI 주도권을 잡기 위한 글로벌 경쟁이 치열한 가운데 AI와 6G가 가져올 새로운 시대의 지평을 열어 나가겠다"고 말했다. 삼성리서치 6G연구팀장 찰리 장 부사장은 “6G 시대 핵심 기술로 주목받는 ISAC을 글로벌 이벤트에서 실증하며 상용화 가능성을 한 단계 앞당겼다"며 “미국이 주파수 대역 확대 등 AI·6G 신규 서비스 창출에 대비하는 상황에서 선행연구 역량을 집결해 차세대 기술을 선도하겠다"고 말했다. 버라이즌 야고 테노리오 최고기술책임자(CTO)는 “이번 실증 성공은 6G 시대의 청사진을 구체화하는 뜻 깊은 성과"라며 “생활 인프라부터 산업 생태계까지 AI와 결합한 미래 기술을 지속 검증하고 이끌어 나가겠다"고 말했다. 김하나 기자 uno@ekn.kr

호남에 895조 약속한 이재용·최태원…전기료 25조 선납은 거절, 왜?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과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이재명 정부의 호남 반도체 육성정책에는 대규모 투자로 화답하면서도 한국전력의 25조원 규모 전기요금 선납 요청에는 선을 그었다. 반도체 공장과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 등 기업이 소유하고 수익을 회수할 사업에는 투자하되, 공기업이 구축·운영할 국가 전력망의 금융 부담까지 떠안지는 않겠다는 실리적 선택으로 풀이된다. 15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최근 한전이 제안한 향후 5년치 전기요금 선납 방안을 받아들이지 않겠다는 뜻을 전달했다. 한전은 삼성전자에 약 20조원, SK하이닉스에 약 5조원을 미리 납부해 달라고 제안했다. 한전 측은 “양사가 전기요금 선납안을 수용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밝힌 것이 맞다"며 “현재로서는 조건을 변경해 다시 협상할 계획도 없다"고 밝혔다. 다만 삼성과 SK가 정부와 체결한 호남 반도체 전력공급 협약은 예정대로 이행한다. 삼성의 호남 425조원, SK의 서남권 470조원 투자계획에도 현재까지 변화가 없다. 정부 정책에 대한 협력과 한전의 자금조달 지원을 별개의 문제로 판단한 것이다. 한전은 선납금을 호남과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에 전력을 공급할 송·변전망 건설에 활용할 계획이었다. 선납금 잔액에는 일정 수준의 이자를 적용하고 이를 향후 전기요금에서 차감하는 방안도 검토했다. 그러나 사이클 등락이 심한 반도체 업황과 실제 전력 사용량을 5년 앞서 예측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수십조원의 현금을 먼저 지급하는 것은 부담이 크다는 게 양사의 판단으로 풀이된다. 선납금을 내더라도 송·변전망의 소유권이나 운영권을 확보하는 것이 아니라는 점도 경제적 유인을 떨어뜨린 요인으로 꼽힌다. 삼성과 SK가 정부의 호남 반도체 육성정책 자체에서 발을 빼는 것은 아니다. 삼성은 호남에 425조원, SK는 서남권에 470조원을 투자해 반도체 생산시설과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 등을 조성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한 바 있다. 지난 8월12일 기후에너지환경부와 전남광주통합특별시, 한전, 삼성전자, SK하이닉스가 체결한 호남권 반도체 산업단지 전력공급 협약도 예정대로 이행된다. 협약에 따라 한전은 기업의 전력 수요 시점을 고려해 2029년부터 약 3GW를 우선 공급하고, 추가 송전선로와 변전소를 건설해 공급능력을 6GW 이상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전력공급 협약과 전기요금 선납은 별개의 사안이라는 게 한전의 설명이다. 전력망을 적기에 구축해 반도체 투자를 지원한다는 약속은 유지하지만, 그 건설비를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전기요금 선수금으로 마련하려던 자금조달 구상은 무산된 것이다. 삼성과 SK의 선택은 정부 정책과 기업의 이해가 일치하는 범위에서는 대규모 투자로 협력하되, 공기업의 재무 부담을 대신하는 요구에는 참여하지 않겠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기업이 직접 소유하고 수익을 회수할 수 있는 반도체 생산설비 투자와 한전이 소유할 공공 전력망에 자금을 먼저 투입하는 것은 성격이 다르기 때문이다. 문제는 한전의 대체 재원이다. 한전의 지난 6월 말 기준 총부채는 210조7000억원에 달하고 하루 이자 비용만 약 115억원에 이른다. 사채 발행 한도를 자본금과 적립금 합계의 최대 5배로 완화한 특례도 내년 말 종료된다. 선납금 조달이 무산되면서 한전은 호남·용인 반도체 클러스터 전력망 건설비를 한전채 발행이나 자체 자금, 정부 지원 등 다른 방식으로 마련해야 한다. 대체 재원을 확보하지 못하면 전력공급 협약에서 제시한 건설 일정을 맞출 수 있는지도 점검이 필요하다. 한 업계 관계자는 “이번 결정이 반도체 투자 철회나 정부 정책에 대한 거부라기보다 공공 전력망의 비용 분담 원칙을 둘러싼 문제"라며 “기업이 전력망 소유권이나 운영권을 갖지 않는 상황에서 장래 전기요금까지 선납하도록 하려면 전력공급 보장과 자금 회수 조건 등 그에 상응하는 유인이 먼저 제시돼야 한다"고 말했다. 전지성 기자 jjs@ekn.kr

삼성SDS, 국내 최초 앤트로픽 ‘클로드 파트너 네트워크’ 셀렉트 티어 획득

삼성SDS가 국내 기업 최초로 미국 AI 혁신 기업 앤트로픽(Anthropic)의 '클로드 파트너 네트워크(Claude Partner Network, CPN)' 셀렉트 티어(Select Tier) 파트너 자격을 획득했다고 15일 밝혔다. 삼성SDS는 지난 2026년 7월 샌프란시스코 AI 서밋에서 앤트로픽과 전략적 파트너십을 체결한 데 이어, 이번 셀렉트 티어 지위를 확보하며 클로드 기반 AI 서비스의 구축·운영 및 기술 지원 역량을 입증했다. CPN 셀렉트 티어는 검증된 기술 인력과 실제 운영 환경에서의 공동 구축 경험을 갖춘 파트너에게 부여된다. 앞서 아마존웹서비스(AWS)의 생성형 AI 플랫폼 '아마존 베드록' 기반 클로드 공식 리셀러 자격을 확보했던 삼성SDS는 이번 자격 추가로 △클로드 도입 컨설팅 △아마존 베드록 기반 공급 △서비스 구축 및 운영 △기술 지원에 이르는 '원스톱 AI 도입 프레임워크'를 완성했다. 이를 통해 공공·금융·제조·물류 등 다양한 산업군에 맞춤형 AI 서비스와 에이전트 구축을 본격 확대할 방침이다. 양사는 전략적 파트너십을 바탕으로 한국 시장 내 신규 사업 기회 발굴, 기술검증(PoC), 응용형 AI 엔지니어(Applied AI Engineer) 공동 양성 등 다각도로 협력을 강화하고 있다. 또한 삼성SDS는 신기술을 내부 업무에 먼저 적용하는 '클라이언트 제로(Client Zero)' 전략에 따라 클로드 엔터프라이즈를 사내에 우선 도입했다. 현재 20개 삼성 관계사의 7만여 명 임직원에게 클로드 엔터프라이즈를 제공해 AI 네이티브 조직으로의 전환을 이끌고 있으며, 이 대규모 활용 노하우를 바탕으로 대외 기업의 AX(AI 전환) 사업 공략을 가속화할 계획이다. 크리스 차우리 앤트로픽 인터내셔널 GTM 총괄은 “삼성SDS는 엔터프라이즈 환경에서 AI를 실제 비즈니스에 적용할 수 있는 높은 기술력과 산업 전문성을 갖춘 파트너"라며 “한국 기업들이 클로드를 통해 생산성을 극대화할 수 있도록 적극 지원하겠다"고 말했다. 이준희 삼성SDS 대표이사(사장)는 “앤트로픽의 프론티어 AI 기술력과 삼성SDS의 산업별 디지털 혁신 경험을 결합해 국내 기업의 AI 도입을 가속화하겠다"며 “클로드를 비롯한 글로벌 AI 기술을 다차원 AI 풀스택과 결합해 성공적인 AX를 지원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전지성 기자 jjs@ekn.kr

‘돈’ 앞에 갈린 노조…삼성은 쪼개지고 하이닉스는 손잡고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양대 반도체 기업이 성과급을 둘러싸고 정반대의 노사 갈등 양상을 보이고 있다. 삼성전자 최대 노조는 부문 간 성과급 격차에 위원장 비위 논란까지 겹치며 '노노(勞勞) 갈등' 끝에 사실상 분리 수순을 밟고 있는 반면, SK하이닉스 노사는 근소한 표 차로 부결된 첫 합의안을 손질해 다시 한 테이블로 뭉치는 모양새다. 14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 최대 노조인 초기업노조가 내홍 끝에 반도체(DS) 전용 노조로 재편되는 수순에 들어섰다. 초기업노조는 오는 16일부터 22일까지 모바일 전자투표 방식으로 '2026년 5차 총회'를 진행하며, 노조 가입 자격을 DS 부문 소속으로 한정하는 규약 변경안을 표결에 부친다. 안건이 통과되면 완제품(DX) 부문 조합원들은 탈퇴 처리돼 초기업노조는 사실상 DS 전용 노조가 된다. 발단은 올 상반기 임금협상에서 DS 부문 직원들은 수억원대 성과급 주식 보상을 받을 길이 열린 반면, DX 부문 추가 보상은 600만원 안팎에 그치면서 한 노조가 두 부문을 함께 대변하기 어렵다는 목소리가 커진 데 있다. 초기업노조 조합원의 99%가 DS 소속이어서 규약 개정안 가결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 나온다. 여기에 최승호 위원장의 장인 운영 업체와의 집회 물품 수의계약 논란까지 겹쳐 노조 내부 갈등은 더 격화됐다. 최 위원장 측은 DX 소속인 이송이 부위원장과 이원일 광주지회장이 규약 변경을 막기 위해 자신을 끌어내리려 했다는 카카오톡 대화를 확인했다고 주장했다. 이에 이번 총회에서 두 사람에 대한 불신임 안건도 함께 전자투표에 부치기로 했다. 반면 DX부문 간부들은 조합원 배제 조치라며 반발하고 있다. 노조 내부에서도 해당 제보를 공익 제보로 봐야 한다는 이견이 나오는 등 균열이 표면화하고 있다. 전국삼성전자노조는 최 위원장이 언급한 사전 동의 사실을 전면 부인했고, 동행노조도 법적 조치 검토를 밝혔다. 초기업노조는 내년 임단협에서 동행노조 등과 공동교섭을 꾸리지 않겠다는 입장이어서, 각 노조가 별도 요구안으로 개별 교섭에 나설 가능성도 제기된다. 다음 달 6일 열릴 별도 조합원 총회에서는 성과급 분배 전사 기준 통합 요구안과 시스템LSI·파운드리 사업부 적자 패널티 개선 요구안도 표결에 부쳐진다. SK하이닉스 노사는 25표 차로 부결됐던 임단협 잠정합의안을 수정해 15~16일 다시 조합원 총투표에 부친다. 지난달 25일 첫 투표에서는 반대 7535표(50.08%), 찬성 7510표(49.92%)로 갈려 투표자의 0.2%도 안 되는 표 차로 부결됐다. 수정안의 핵심은 성과급인 초과이익분배금(PS) 지급 방식이다. 기존 안은 현금 40%·자사주 60% 비율이었으나, 이번 수정안은 현금과 주식 비중을 각각 50%로 조정했다. 구성원이 원하면 주식 지급 비율을 50%에서 최대 100%까지 10%포인트 단위로 직접 선택할 수 있도록 재량도 넓혔다. 지난해 실적 기준으로 내년·내후년에 나눠 지급될 예정이던 이연분 20%도 앞당겨 지급하기로 했고, 주택 대출 추가 지원 대상에는 한부모 가정도 새로 포함했다. 성과급 총액 등 큰 틀은 유지하면서 첫 투표에서 반발이 컸던 지급 방식만 집중적으로 손질한 것이 특징이다. 첫 투표 당시 기술사무직 노조는 66.2% 찬성률로 가결됐던 반면 생산직 노조에서만 근소한 차로 부결됐다. 이에 따라 이번 재투표에서는 현금 비중 확대와 자사주 선택권 확대가 기존 반대표를 얼마나 돌려세울지가 관건이다. 증권가에서는 SK하이닉스의 올해 영업이익이 265조원에 달할 것으로 추산하는데, 이를 기준으로 하면 1인당 성과급은 약 7억3000만원, 이 중 현금 지급분은 약 3억6500만원 수준으로 계산된다. 총투표는 15~16일 진행되며, 이 기간 잠정합의안이 가결되면 노사는 추석 연휴(9월 25~27일) 전에 임단협을 마무리하게 된다. 업계에서는 두 회사가 마주한 갈등의 층위 자체가 다르다는 분석도 나온다. SK하이닉스는 이미 합의된 지급 방식을 두고 현금·주식 비율이라는 조건을 조정하는 단계인 반면, 삼성전자는 부문 간 보상 격차라는 구조적 문제에 노조 지도부 리스크까지 겹치면서 갈등의 성격 자체가 다르다는 것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SK하이닉스는 이견이 표 차이로 드러난 만큼 조정 여지가 있지만, 삼성전자는 DS·DX 간 성과 배분 틀을 새로 짜야 하는 문제인 만큼 봉합에 시간이 더 걸릴 수 있다"며 “두 회사의 임단협 결과가 다른 반도체·대기업 노사 협상에도 적잖은 영향을 줄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하나 기자 uno@ek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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