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피지컬 인공지능(AI) 열풍이 로봇 하드웨어와 거대언어모델(LLM)에 쏠려 있는 사이, LG전자가 “결국 승부는 센서에서 갈린다"는 메시지를 던졌다. 휴머노이드든 가전이든 로봇을 로봇답게 만드는 것은 화려한 외형이 아니라 상태를 인지하고 공유하는 센서 체계이며, 이 표준을 누가 먼저 쌓느냐가 피지컬 AI 시대의 성패를 가른다는 진단이다. 김성혁 LG전자 상무는 15일 서울 강남 조선팰리스에서 열린 '제11회 첨단센서포럼'에서 '피지컬 AI 홈로봇 시대, 공간을 인식하는 센서 전략'을 주제로 발표했다. 산업통상부가 주최하고 한국산업기술기획평가원(KEIT)·한국반도체산업협회(KSIA)·한국반도체연구조합 등이 주관한 이번 포럼에는 산업계 관계자 약 150명이 참석했다. 김 상무는 국제 반도체 표준화 커뮤니티인 IEEE 관련 산업그룹(IT플릭 센서스)에서 한국인 최초로 활동 중인 인물이다. 김 상무는 먼저 피지컬 AI의 개념부터 새로 정의했다. 그는 “센서가 있고, 센서 값을 연산하는 뇌가 있고, 이를 실행하는 액추에이터가 있으면 그게 로봇"이라며 “사람의 형태를 갖췄기 때문에 휴머노이드일 뿐, 집이든 공장이든 하나의 공간 자체가 로봇이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런 관점에서 보면 LG전자 역시 “로봇을 엄청 잘하는 회사"라는 게 그의 주장이다. 그는 이 정의의 핵심 요소로 센서를 꼽으며, “센서가 틀리면 나머지 어떤 것도 제대로 동작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LG전자가 그동안 쌓아온 센서 상용화 이력도 소개됐다. 스마트폰의 각종 센서, 웨어러블 심박 센서에 이어 에어컨·공기청정기용 멀티가스 센서까지 대부분 세계 최초 또는 유일하게 상용화했다는 설명이다. 대표적으로 2023년부터 에어컨에 1m 웨이브 레이더를 탑재하기 시작해 지난해 기준 25개 모델, 사실상 전 모델에 적용했다. 공기청정기의 AI 스캔 센서는 특정 가스 하나만 감지하는 게 아니라 소프트웨어 업데이트만으로 감지 대상을 확장할 수 있는 '소프트웨어 정의 센서'로, 애완동물 배변 냄새까지 맥락(컨텍스트)으로 인식해 알려준다. 건조기에는 자이로·가속도 센서를 탑재해 실시간으로 습도·온도 변화 패턴을 분석, 세탁물의 수분량과 재질 조합까지 예측하는 AI 모델을 적용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김 상무는 현재 업계의 센서 개발 방향에 문제를 제기했다. 그는 “지금 로봇들은 고성능 센서를 가지고 계속 집중해서 연산만 하고 있다"며 “실제로는 사람이 눈을 감고도 집안에서 생활할 수 있듯 정보가 기기 간에 공유되는 구조가 더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특히 로봇 간 데이터 미공유로 인한 문제도 언급했다. 그는 “중국에서 로봇을 대거 현장에 투입했지만 로봇들끼리 서로 데이터를 주고받지 못해 부딪히고 협업을 못하는 일이 많이 생긴다"고 전하며, 센서값이 아닌 '상태' 자체를 공유하는 방향으로 진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 문제의식은 현재 국제 표준화 논의로 이어지고 있다. 김 상무가 참여 중인 IT플릭 센서스 컨소시엄에서는 상태의 표준화, 신뢰도(컨피던스 레벨)를 동반한 센서 데이터 공유, 시계열 센서 데이터를 통합 관리하는 '센서 파운데이션 모델' 등이 논의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오는 11월 벨기에에서 열릴 예정인 IT플릭 센서스 행사에서 '그레이트 챌린지'라는 이름으로 참가자들에게 이 논의를 공식 제안할 계획이라고 예고했다. 미래 비전으로는 가전 간 센서 공유를 통한 협업 시나리오를 제시했다. 그는 “로봇 청소기가 센서가 없어도 세탁기가 '내 쪽으로 가까이 와'라고 알려줄 수 있는 형태로, 집 전체가 하나의 시스템 상태로 통합돼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를 위해 센서 데이터를 LLM이 이해할 수 있는 문장 형태로 변환하고, 현재 상태를 인식하는 '스테이트 모델'과 다음 상태를 예측하는 '월드 모델'이 함께 구동돼야 한다는 구상이다. LG전자는 이런 방향에서 딥큐 관련 소프트웨어와 베어로보틱스 인수 등을 통해 하드웨어·소프트웨어 파이프라인을 구축하고 있다고 했다. 김 상무는 “센서 관측 범위를 확장하고, 센서를 재사용해 여러 기기와 공간이 상태를 공유하며, 이 모든 과정이 검증·개선되는 루프를 만드는 것이 홈로봇과 피지컬 AI의 성패를 결정한다"며 강연을 마쳤다. 그는 “한국이 소재부터 시스템, 테스트베드까지 관련 역량을 부분적으로 모두 갖추고 있다"며 “이것들을 잘 엮기만 하면 앞서 나갈 수 있다"고 말했다. 김하나 기자 uno@ekn.kr, 김슬아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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