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리 보는 CES 2026] 삼성·SK·LG 등 ‘코리아 초격차 AI’ 위상 과시

인공지능(AI)을 중심으로 한 글로벌 기술 산업의 흐름을 가늠할 수 있는 세계 최대 가전·정보기술(IT) 전시회 'CES 2026'이 오는 6∼9일(현지시간)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다. 해마다 혁신기술 트렌드의 바로미터 역할을 해온 CES는 올해도 AI를 전면에 내세우며 인류와 기업에 미래산업의 방향성을 제시할 전망이다. 4일 업계에 따르면, 올해 CES를 관통하는 최대 화두는 단연 AI다. 다만, 생성형 AI가 처음 대중의 주목을 받았던 초기 단계와 달리 CES 2026은 AI 기술의 '상용화'와 '일상 침투' 수준을 가늠하는 무대가 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단순한 기술 시연을 넘어 실제 제품과 서비스에 어떻게 적용되고, 안정성과 효율성을 어떻게 확보했는지가 주요 관전 포인트로 떠오를 것이라는 전망이다. 지난해 'AI의 기술화' 관점이 올해 'AI의 대중화'로 전환한 것이다. 이 같은 흐름 속에서 삼성전자와 LG전자는 AI를 '보여주는 기술'이 아닌 실제 생활 속에서 작동하는 기술로 구현한 스마트홈 전략과 신제품을 대거 선보이며 'AI가 바꾸는 미래 일상'의 청사진을 제시할 계획이다. 삼성전자는 라스베이거스 컨벤션 센터(LVCC)가 아닌 윈 호텔에 마련한 단독 전시관에서 4일(현지시간) '더 퍼스트룩(The First Look)' 행사를 열고 AI 중심의 차세대 비전을 공개한다. 노태문 삼성전자 대표이사 사장(DX 부문장)을 비롯해 용석우 영상디스플레이사업부장(사장), 김철기 DA사업부장(부사장)이 무대에 올라 사업 부문별 고객 경험 혁신 전략을 소개할 예정이다. 업계 최대 규모인 약 1400평으로 꾸려진 전시장은 '당신의 AI 일상 동반자'라는 비전을 구현하기 위해 삼성전자의 모든 기기와 서비스가 AI로 연결되는 'AI 리빙 플랫폼' 형태로 구성된다. 기존 전시의 틀을 깨고 전 제품과 서비스를 AI로 연결하는 차별화된 AI 경험을 제공하겠다는 구상이다. 이를 통해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 AI가 조화를 이루는 '초연결 생태계'를 구현한다. LG전자는 CES 개막에 앞서 5일(현지시간) 글로벌 프레스 콘퍼런스 'LG 월드 프리미어(LG World Premiere)'를 열고 '당신에게 맞춘 혁신'을 주제로 LG전자의 혁신 전략과 비전을 공개한다. 류재철 LG전자 최고경영자(CEO)는 집 안과 모빌리티, 상업용 공간 등 다양한 환경에서 제품과 솔루션이 유기적으로 연결돼 사용자를 중심으로 맞춰지고, 일상을 조화롭게 조율하는 공감지능(Affectionate Intelligence)의 진화를 소개할 계획이다. LG전자는 그간 기술적 관점에서 논의되던 AI의 지향점을 'AI로 고객을 배려하고 공감하며 차별화된 경험을 제공하는 기술'로 재정의해 왔다. 특히 이번 CES에서는 '가사 노동의 자동화'를 전면에 내세우며 홈 로봇 'LG 클로이드'를 공개해 기대를 모은다. LG전자는 '제로 레이버 홈(Zero Labor Home·가사노동 자동화 등 미래 스마트홈 비전)' 구현을 위한 노력을 제시하겠다는 포부다. 아울러 사용자 상황을 인식·학습하는 대화형 AI 기반 프리미엄 가전 등 공감지능이 적용된 제품들도 전시한다. AI 기술의 상용화가 본격화되면서 이를 뒷받침하는 반도체와 핵심 부품의 존재감도 한층 커질 전망이다. 삼성전자에서 반도체 사업을 담당하는 디바이스솔루션(DS)부문은 고객 대상 프라이빗 부스를 마련하고 AI 데이터센터, 온디바이스 AI, 피지컬 AI에 이르는 전방위 AI 반도체 통합 솔루션을 소개한다. 삼성전자는 양자컴퓨팅 시대에 최적화된 솔루션으로 평가받는 양자보안 칩 'S3SSE2A'를 전시한다. 이 제품은 CES 주관사 소비자기술협회(CTA)가 선정하는 CES 혁신상을 2개 분야에서 수상했다. 업계 최초로 개발된 차세대 모바일 D램 LPDDR6과 AI 컴퓨팅 시스템에 최적화된 5세대 기반 SSD 'PM9E1'도 공개될 예정이다. 전장(차량용 전자·전기장비) 분야에서는 업계 최초로 탈부착이 가능한 차량용 SSD를 선보인다. 아울러 6세대 고대역폭 메모리(HBM4)와 '제2의 HBM'으로 불리는 LPDDR 기반 서버용 메모리 모듈 'SOCAMM2'도 전시될 것으로 예상된다. SK하이닉스는 베네시안 엑스포에 고객용 전시관을 열고 차세대 AI 메모리 솔루션을 공개한다. 그동안 SK그룹 공동 전시관과 고객용 전시관을 병행 운영해왔으나, 이번 CES에서는 고객용 전시관에 집중해 고객사와의 기술적 소통을 강화한다는 계획이다. 전시관에는 HBM을 비롯한 최신 AI용 메모리와 AI에 최적화된 범용 메모리 제품, 차세대 AI 메모리 시스템 솔루션이 전시된다. 부품 기업들도 AI향 고신뢰 부품 수요 확대 흐름에 발맞춰 이번 CES를 기술 경쟁력과 고객사 확대의 기회로 삼는다. 삼성전기는 AI 반도체와 서버의 핵심 부품으로 평가받는 실리콘 커패시터를 비롯해 AI 서버용·첨단운전자지원시스템(ADAS)용 적층세라믹커패시터(MLCC), AI 가속기용 플립칩 볼그리드 어레이(FCBGA) 등을 소개한다. LG이노텍은 인공지능 정의 차량(ADV) 시대를 겨냥해 로봇과 자율주행차, 산업용 기기에 적용되는 카메라 모듈과 센서 기술을 선보일 예정이다. 특히 이번 CES에서 최초 공개되는 '차세대 언더 디스플레이 카메라 모듈'(차세대 UDC)이 눈길을 끈다. 차세대 UDC는 차량 계기판 뒤에 탑재돼 운전자를 모니터링한다. 현대차그룹의 경우, 이번 CES 키워드로 '로봇'에 맞췄다. 행사기간에 '소프트웨어 정의 공장'(Software Defined Factory, SDF) 개념을 전세계와 공유하면서 AI 로보틱스 생태계 확장 전략을 발표한다. 또한, 로봇 자회사인 보스턴 다이내믹스의 휴머노이드 로봇 '전동식 아틀라스'를 처음으로 실물 시연하고, 현대차, 현대모비스, 현대위아 등 계열사들이 함께 모여 LVCC 웨스트홀에 대규모 부스를 마련하고 각사의 기술 경쟁력을 선보인다. 디스플레이 분야에서도 AI 확산에 따른 기술 경쟁이 이어진다. 삼성디스플레이는 AI와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기술의 결합이 가져올 새로운 사용자 경험을 주제로 고객사 대상 프라이빗 전시를 진행한다. 태블릿, 노트북, 모니터 등 IT용 OLED 신제품을 대거 공개하고, 성능이 한층 강화된 TV용 퀀텀닷(QD)-OLED를 최초로 선보일 예정이다. LG디스플레이는 대형 OLED부터 중형, 차량용에 이르는 OLED 풀 포트폴리오를 공개한다. 특히 OLED TV 패널에 적용되는 AI 업스케일링 기술 확산에 맞춰 고휘도·고명암비·고주사율을 구현한 최첨단 패널 기술 '프라이머리 RGB 탠덤 2.0'을 선보이며 차별화를 꾀한다. 이밖에 HL그룹도 HL만도의 '로봇 관절 액추에이터'를 비롯해 HL로보틱스 '캐리', HL디앤아이한라 '디봇픽스' 등 휴머노이드뿐만 아니라 산업 서비스 로봇을 총출동해 공개할 예정이다. 업계 관계자는 “CES 2026은 AI가 더 이상 미래 기술이 아닌, 실제 산업과 일상 속으로 얼마나 깊이 들어왔는지를 확인하는 자리"라며 “가전과 IT, 반도체를 아우르는 국내 기업들의 종합적인 기술 경쟁력이 글로벌 시장에서 어떻게 평가받을지 주목된다"고 말했다. 김윤호 기자 kyh81@ekn.kr

삼성, 사내 핵심 기술 전문가 ‘2026 삼성 명장’ 17명 선정

삼성은 △제조기술 △설비 △품질 △인프라 △금형 △구매 △계측 등 핵심 기술분야 전문가들을 '2026 삼성 명장'으로 선발했다고 4일 밝혔다. 올해 선정된 삼성 명장은 총 17명으로 사상 최대 규모다. 관계사별로는 삼성전자 12명, 삼성디스플레이 2명, 삼성SDI 1명, 삼성전기 1명, 삼성중공업 1명이 각각 뽑혔다. 삼성은 명장 제도를 통해 본인의 분야에서 20년 이상 근무하면서 장인 수준의 숙련도와 노하우를 갖추고 리더십을 겸비한 인재를 선정해 사내 최고의 전문가로 인증하고 있다. 지난 2019년부터 삼성 명장 제도를 운영했으며 명장 선정 분야와 명장 제도 도입 계열사를 확대해왔다. 명장으로 선정된 직원들은 △격려금 △명장 수당 △정년 이후에도 계속 근무할 수 있는 '삼성시니어트랙' 우선 선발 등 다양한 혜택을 받을 수 있다. 삼성은 지금까지 총 86명의 명장을 선정했다. 삼성 관계자는 “앞으로도 최고 수준의 기술전문가 육성에 힘쓰는 한편 국제기능경기대회, 전국기능경기대회 후원 등을 지속해 국가 산업 생태계 강화에도 기여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여헌우 기자 yes@ekn.kr

[김한성의 AI시대] 2026년, AI 거버넌스는 통제가 아니라 공존의 기술이다

김한성 굿프롬프트 대표 인공지능(AI)은 더 이상 미래의 기술이 아니다. 보고서를 대신 써주고, 상담을 도와주며, 복잡한 판단을 정리해 주는 일은 이미 일상속으로 들어왔다. 그런데도 2026년을 막들어선 지금, AI 논의는 여전히 혼란스럽다. 기술은 빠르게 발전하는데 우리가 AI를 대하는 태도는 그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필요한 질문은 의의로 간단하다. “AI는 무엇인가?"가 아니라, “AI와 우리는 어떤 관계를 맺어야 하는가?"라는 것이다. AI는 인간처럼 말한다. 질문을 이해하고, 맥락을 읽고, 때로는 사람보다 빠르고 정확한 답을 내놓는다. 이런 점에서 AI는 우리와 매우 가깝다. 그러나 동시에 AI는 의도를 갖지 않고, 책임도 지지 않는다. 스스로 목적을 세우지 않고, 결과에 대해 도덕적 판단을 하지도 않는다. 이 점에서 AI는 분명히 우리와 다르다. 이 '가깝지만 다른 존재'라는 특성 때문에 AI는 늘 두 가지 극단 사이를 오간다. 너무 믿어서 모든 판단을 맡기거나, 반대로 아무 책임 없는 도구처럼 써버리는 것이다. 이 모순을 이해하지 못하면, AI에 대한 논의는 낙관과 공포를 오가는 감정 싸움에 머물수 밖에 없다. 이제 이 문제를 조금 다른 각도에서 볼 필요가 있다. 이 지점에서 뜻밖의 인물이 떠오른다. 침팬지 연구로 유명한 제인 구달이다. 침팬지는 인간과 유전적으로 매우 가깝다. 도구를 사용하고, 무리를 이루고 나름의 사회적 위계도 갖으며, 배운 행동을 서로에게 전한다. 기쁨과 분노 같은 감정도 분명히 드러낸다. 멀리서 보면 인간과 꽤 닮아 보인다. 그러나 침팬지는 인간이 아니다. 추상적이고 명문화된 법적 체계를 갖지 못하며, 행동에 대한 '자기 성찰적 책임'도 지지도 않는다. 제인 구달의 중요한 통찰은 바로 이 지점을 놓치지 않았다는 데 있다. 그는 침팬지를 인간처럼 대하지도 않았고, 단순한 실험 대상으로 취급하지도 않았다. 대신 스스로에게 이런 질문을 던졌다. 어디까지 허용할 것인가 (자율성). 언제 개입해야 하는가 (책임). 얼마만한 거리를 유지해야 하는가 (존중). 여기서 핵심은 통제냐 방임이 아니었다. 침팬지를 “객체'가 아닌 '주체'로 대우하며 관계를 어떻게 설계할 것인가였다. 제인 구달의 질문은 우리가 AI를 '단순한 소프트웨어'를 넘어 '자율성을 가진 에이전트'를 설계할 때 반드시 답해야 하는 질문들과 맞닿아 있다. 이 관점에서 각국의 AI 정책을 바라보면, 흥미로운 공통점이 보인다. 한국, EU, 미국, 중국, 일본의 접근 방식은 제각각이다. 규제의 강도도, 표현 방식도 다르다. 하지만 한 가지 점에서는 모두 닮아 있다. 어느 나라도 AI를 그냥 놔두지 않으며, 그렇다고 사람과 똑같이 취급하지도 않는다. 자율성과 영향력을 인정하되, 규칙과 책임의 틀 안에 두려 한다. 한국은 국가인공지능전략위원회를 중심으로 AI를 국정 차원의 문제로 다룬다. 기술, 산업뿐 아니라 윤리와 안전을 함께 논의하고 조정하며, AI를 단순한 기술정책이 아니라 사회 전체의 관계 문제로 바라본다. EU는 AI 법을 통해 고위험 AI에 대한 책임과 감독을 명확히 한다. 인간의 개입과 기록을 요구함으로써, AI와 인간 사이의 경계를 법으로 그어 놓는다. 미국은 표준과 안전 기준, 인프라 투자를 통해 AI를 국가운영 능력의 일부로 흡수하여. 강한 단일 규제보다는 실질적 관리에 초점을 둔다. 한편 중국은 등록과 책임을 통해 AI를 예측 가능한 질서 안에 두려한다. 일본은 강한 규제 보다는 가이드라인과 사회적 합의를 통해 AI가 일상에 자연스럽게 스며들도록 한다. 이들 정책은 방식은 달라도 결국 같은 질문에 대한 서로 다른 답이다. “이 가깝지만 다른 존재를 사회 안에서 어디에 둘 것인가?" 각국의 AI 거버넌스는 제인 구달의 태도를 각자의 제도와 문화로 옮겨놓은 결과라고 볼 수 있다. 이 흐름 속에서 AI와 공존하기 위한 원칙도 자연스럽게 드러난다. 첫째, AI를 사람처럼 대하기 보다 명확한 역할을 맡겨야 한다. 둘째, 결과만 보지 말고 왜 그런 판단이 나왔는지를 함께 살펴야 한다. 셋째, 스스로 움직이는 기능이 강할수록 승인과 기록은 더 분명해야 한다. 넷째, AI를 사용했다는 사실을 숨기지 말아야 한다. 다섯째, 정확도보다 책임질 수 있는 구조인지를 기준으로 삼아야 한다. 이 원칙들은 AI를 두려워하자는 말도, 무작정 믿자는 말도 아니다. AI와 함께 살아가기 위한 거리와 질서를 정하자는 제안이다. 결국 AI 거버넌스란 기술을 얼마나 세게 붙잡아 둘 것인가의 문제가 아니다. 그것은 인간이 오래전부터 '자신과 닮았지만 다른 존재와 함께 살아오며 익혀 온 방식을, 오늘의 기술 환경에 맞추어 다시 다듬는 과정에 가깝다. AI는 스스로 문제를 일으키는 존재라기보다, 우리가 타자와 어떤 거리에서 관계를 맺어 왔는지를 비추는 거울이다. 그래서 2026년의 AI 논의는 새로운 기계에 대한 이야기가 아니라, 인간사회가 언제나 반복해 온 '공존의 질문'을 다시 한번 눈앞에 펼쳐 보이는 장면이라 할 수 있다. 김한성

“반도체 왕의 귀환”…삼성전자, 4분기 영업익 사상 첫 20조 돌파 ‘초읽기’

삼성전자가 '반도체 겨울'을 끝내고 완벽한 부활을 알렸다. 범용 D램 가격의 기록적인 폭등과 차세대 고대역폭메모리(HBM) 시장에서의 기술력 입증에 힘입어, 사상 처음으로 분기 영업이익 20조 원 시대를 열 것이라는 장밋빛 전망이 나오고 있다. 4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오는 7일 또는 8일 2025년 4분기 잠정 실적을 발표할 예정이다. 연합인포맥스가 집계한 증권가 컨센서스에 따르면 삼성전자의 4분기 영업이익은 약 18조9930억 원으로 추정된다. 특히 IBK투자증권은 영업이익이 21조7460억 원에 달할 것으로 내다보는 등 시장의 기대감은 최고조에 달했다. 이 중 반도체(DS) 부문에서만 약 16조 원 이상의 이익을 거둘 것으로 분석되는데, 이는 전 분기 약 7조 원 대비 2배 이상 급증한 수치다. 이번 '어닝 서프라이즈'의 일등 공신은 역설적이게도 최첨단 칩이 아닌 '범용 메모리'다. AI 서버용 고성능 메모리인 HBM 생산에 라인이 집중되면서, 상대적으로 구형 제품인 범용 D램(DDR4)의 공급이 줄어 가격이 천정부지로 치솟았기 때문이다. 시장 조사 업체 D램익스체인지에 따르면 PC용 범용 D램인 DDR4 8GB의 고정 거래 가격은 2024년 말 1.35달러에서 지난해 말 9.3달러로 1년 새 무려 6.9배나 급등했다. DDR4 가격이 9달러를 넘어선 것은 2016년 이후 처음이다. 낸드플래시 범용 제품 가격 역시 같은 기간 2.76배 오르며 수익성 개선에 힘을 보탰다. 삼성전자는 메모리 3사 중 가장 큰 생산 능력을 보유하고 있어 이러한 가격 상승의 수혜를 가장 크게 입은 것으로 분석된다. 삼성전자는 미래 먹거리인 HBM 시장에서도 기술 격차를 빠르게 좁히며 자존심 회복에 나섰다.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최근 엔비디아와 브로드컴 등 주요 고객사로부터 6세대 HBM인 'HBM4'의 시스템 인 패키지(SiP) 테스트에서 최고점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HBM4는 올 하반기 출시 예정인 엔비디아의 차세대 AI 가속기 '루빈'에 탑재될 핵심 부품이다. 삼성전자는 HBM4 시장이 본격 개화하는 올해를 기점으로 시장 점유율을 30% 이상으로 끌어올리며 SK하이닉스와의 격차를 대폭 줄인다는 계획이다. 또한 중국 기업들이 엔비디아의 H200 칩을 대량 주문하면서 여기에 탑재되는 HBM3E(5세대) 수요가 늘어난 점도 호재로 작용하고 있다. 증권가에서는 삼성전자가 올해 반도체 슈퍼사이클에 힘입어 연간 영업이익 100조 원을 돌파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삼성전자 경영진 역시 강한 자신감을 드러냈다. 전영현 삼성전자 DS부문장(부회장)은 지난 2일 신년사에서 “HBM4가 고객들에게 '삼성이 돌아왔다'는 평가를 받으며 차별화된 성능 경쟁력을 보여줬다"고 강조했다. 전 부회장은 “작년의 성과는 기술 리더십 복원을 위한 초석"이라며 “메모리부터 파운드리, 선단 패키징까지 모두 제공할 수 있는 세계 유일의 '원스톱 솔루션' 기업으로서 AI 시대를 주도해 나가자"고 임직원들을 독려했다. 박규빈 기자 kevinpark@ekn.kr

LG전자, ‘가사 해방’ 홈로봇 ‘LG 클로이드’ CES서 첫 선…요리·세탁·청소 보조 수행

LG전자가 가사 노동으로부터의 완전한 해방을 의미하는 '제로 레이버 홈(Zero Labor Home)' 비전을 실현할 핵심 병기로 양팔 달린 홈로봇을 전격 공개한다. LG전자는 오는 6일(현지시간)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개막하는 세계 최대 가전·IT 전시회 'CES 2026'에서 홈로봇 'LG 클로이드(LG CLOiD)'를 선보인다고 밝혔다. 이번에 공개되는 LG 클로이드는 주행형 로봇을 넘어 사용자의 스케줄과 주변 환경을 스스로 인지하고 가전 제품을 제어하며 직접 가사일가지 수행하는 'AI 집사' 역할을 맡는다. 이는 “가사 해방을 통해 삶의 가치를 높이겠다"는 LG전자의 가전 사업 목표가 구체화된 결과물이다. LG 클로이드는 거주자의 일상을 세밀하게 케어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예를 들어 출근 준비로 바쁜 아침, 전날 설정된 식단에 맞춰 냉장고에서 우유를 꺼내고 오븐에 빵을 넣어 아침 식사를 준비한다. 거주자가 외출할 때는 차 키나 필요한 물품을 챙겨주기도 한다. 외출 후에는 세탁 바구니에서 빨래를 꺼내 세탁기에 넣고, 건조된 수건을 개켜 정리하는 등 고난도 가사 업무를 수행한다. 로봇청소기가 작동할 때 바닥의 장애물을 치워주는 협업 기능도 갖췄다. 이러한 복합적인 동작은 LG전자가 자체 개발한 시각 언어 모델(VLM)과 시각 언어 행동(VLA) 기술 덕분에 가능하다. VLM이 시각 정보를 언어로 해석해 상황을 이해하면, VLA가 이를 바탕으로 구체적인 행동 계획을 수립해 실행하는 방식이다. 여기에 수만 시간 이상의 가사 작업 데이터를 학습시켜 로봇의 판단력을 높였다. 하드웨어 측면에서는 인간의 신체 구조를 모사하면서도 실용성을 극대화한 폼팩터가 적용됐다. 클로이드의 양팔은 어깨, 팔꿈치, 손목 등 총 7가지 구동 자유도(DoF)를 갖춰 사람의 팔과 유사한 움직임을 구현한다. 5개의 손가락 역시 개별 관절로 움직여 섬세한 작업이 가능하다. 이동 방식은 이족 보행 대신 안정성이 입증된 휠(바퀴) 기반 자율주행 시스템을 채택했다. 키 높이는 105cm에서 143cm까지 조절 가능하며, 무게 중심을 낮춰 어린이나 반려동물과 충돌해도 균형을 유지할 수 있도록 설계했다. 로봇의 머리 부분은 이동형 AI 홈 허브 'LG Q9'의 역할을 수행한다. 탑재된 디스플레이와 카메라, 음성 기반 생성형 AI를 통해 사용자와 언어 및 표정으로 교감하며 정서적 케어 기능까지 제공한다. LG전자는 이번 CES에서 로봇 완제품뿐만 아니라 핵심 부품 경쟁력도 과시한다. 로봇용 액추에이터 신규 브랜드인 'LG 액추에이터 악시움(LG Actuator AXIUM)'을 처음으로 공개하는 것이다. 액추에이터는 모터, 드라이버, 감속기 등을 결합한 모듈로 로봇의 관절 역할을 하는 핵심 부품이다. 로봇 제조 원가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해 '피지컬 AI' 시대의 핵심 후방 산업으로 꼽힌다. LG전자는 세탁기(AI DD모터), 청소기 등 가전 사업에서 축적한 세계 최고 수준의 모터 기술력을 바탕으로 경량화·고효율·고토크를 구현한 액추에이터를 통해 급성장하는 로봇 부품 시장을 공략한다는 계획이다. 이를 위해 최근 조직개편에서 HS사업본부 산하에 'HS로보틱스 연구소'를 신설하기도 했다. 백승태 LG전자 HS사업본부장(부사장)은 “인간과 교감하며 깊이 이해해 최적화된 가사 노동을 제공하는 홈로봇 'LG 클로이드'를 통해 '제로 레이버 홈' 비전을 향한 노력을 지속해 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박규빈 기자 kevinpark@ekn.kr

한화비전, 올해 생산분부터 네트워크 제품 무상 AS ‘5년’으로 확대…업계 최고 수준

글로벌 비전 솔루션 프로바이더 한화비전이 올해부터 국내에서 판매되는 네트워크 제품의 품질 보증(무상 AS) 기간을 업계 최고 수준인 5년으로 대폭 확대한다. 한화비전은 2026년 1월 1일 이후 생산되는 네트워크 제품에 대해 기존 3~4년이던 무상 수리 등 품질 보증 기간을 5년으로 일괄 연장한다고 밝혔다. 기존에는 일반 네트워크 제품의 경우 3년, 대·중소 상생협력 제품은 4년의 보증 기간을 각각 적용해왔으나, 올해 생산분부터는 이를 통합해 5년으로 늘린 것이다. 대상 품목은 네트워크 카메라와 저장장치이며, 하드 디스크 드라이브(HDD)나 소모성 자재 등 일부 품목은 제외된다. 이번 조치는 국내 영상보안 시장에서 통용되는 보증 기간 중 가장 긴 수준이다. 한화비전은 이번 정책 변경을 통해 고객들이 보안 시스템을 더욱 안정적으로 운영하고, 장기적인 유지·보수 비용을 절감하는 효과를 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파격적인 보증 기간 확대의 배경에는 '제품 품질'에 대한 한화비전의 강한 자신감이 깔려 있다. 실제 한화비전 제품은 글로벌 기준 5년 평균 AS율이 0.5% 미만을 기록할 정도로 높은 내구성을 자랑한다. 회사 측은 생산부터 연구, 테스트에 이르는 전 과정에서 엄격한 품질 관리를 시행한 결과라고 설명했다. 한화비전 관계자는 “이번 보증 기간 확대로 업계 최고 수준의 서비스를 제공하게 됐다"며 “앞으로도 신뢰할 수 있는 품질과 차별화된 서비스를 통해 브랜드 가치를 지속적으로 제고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한화비전은 전국 26개 서비스 지정점을 운영하며 신속한 AS를 지원하고 있다. 또한 전문 교육을 이수한 엔지니어가 배치된 콜센터를 통해 기술 상담과 원격 점검 서비스도 제공 중이다. 박규빈 기자 kevinpark@ekn.kr

삼성·LG, 금주 4분기 잠정 실적 발표 ‘희비 교차’…가전·배터리 울고 전장 웃었다

국내 전자·배터리 업계가 이번 주 2025년 4분기 및 연간 잠정실적 발표를 앞둔 가운데, 전통적 주력 사업인 가전·TV와 배터리는 고전을 면치 못한 반면 차량용 전자·전기 장비(전장) 사업이 실적 버팀목 역할을 톡톡히 한 것으로 나타났다. 4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LG전자·LG에너지솔루션은 오는 7일부터 9일 사이 작년 4분기(10~12월) 잠정실적을 차례로 발표할 예정이다. 증권가 컨센서스(전망치)를 종합하면 글로벌 경기 침체에 따른 수요 둔화와 중국의 저가 공세, 배터리 캐즘(일시적 수요 정체) 등의 여파가 4분기 성적표에 고스란히 반영될 전망이다. 삼성전자는 오는 7일 혹은 8일 잠정 실적을 발표할 것으로 예상된다. 증권가에 따르면 삼성전자의 4분기 매출은 92조2011억 원, 영업이익은 18조9930억 원으로 추정된다. 연간 기준으로는 영업이익 42조 5174억 원을 기록해 2024년 대비 30% 가까이 성장할 것으로 보인다. 전사 실적은 반도체와 스마트폰 사업의 호조가 견인했으나, 생활 가전(DA)과 영상 디스플레이(VD) 사업부는 부진의 늪에 빠졌다. 4분기에도 전방 수요 둔화와 물류비 상승, 중국발 저가 공세가 겹치며 DA·VD 사업부 합산 1000억 원에서 최대 3000억 원 규모의 영업손실을 기록할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이다. 반면 전장·오디오 자회사인 하만은 구원투수 역할을 해냈다. 하만은 4분기에만 매출 4조2000억 원 이상, 영업이익 4500억~5000억 원을 기록하며 연간 영업이익 1조6000억 원을 돌파, 사상 최대 실적을 경신할 전망이다. 하만은 최근 독일 ZF사의 첨단 운전자 보조 시스템(ADAS) 사업을 인수하는 등 경쟁력을 강화하고 있다. LG전자는 상황이 더 심각하다. 오는 9일 발표가 유력한 가운데 4분기 영업이익이 적자로 전환할 가능성이 크다. 증권사 컨센서스에 따르면 매출은 23조4410억 원으로 소폭 늘었으나, 323억 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할 것으로 추정된다. 가전을 담당하는 HS사업본부와 TV를 맡은 MS사업본부 모두 적자가 예상된다. HS본부는 180억~550억 원, MS본부는 2000억~3300억 원대의 영업손실을 낼 것으로 보여, 지난 3분기 6000억 원대 영업이익을 냈던 것과 대조적인 모습이다. 위기 속에서 빛난 건 전장(VS) 사업본부다. VS본부는 4분기 400억 원을 상회하는 영업이익을 거두며 주요 사업 부문 중 유일하게 흑자를 기록할 것으로 예상된다. 100조 원에 육박하는 수주 잔고와 안정적인 포트폴리오가 실적 방어의 핵심 요인으로 꼽힌다. 배터리 업계 맏형인 LG에너지솔루션역시 '캐즘'의 한파를 피하지 못했다. 4분기 매출은 5조 8944억 원, 영업손실은 909억 원으로 적자 전환이 유력하고 8일 잠정 실적을 발표할 것으로 보인다. 미국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에 따른 첨단 제조 생산 세액 공제(AMPC) 혜택을 제외할 경우 실질적인 적자 규모는 4000억 원대에 달할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다만 업계에서는 올해 상반기부터 주요 완성차 업체들로부터 수주한 물량이 본격 출하되면서 실적 반등의 여지가 있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한편 삼성전자와 LG전자 양사는 장기화되는 가전·TV 부진에 대응해 조직 슬림화·인력 효율화 작업에 착수했으며, 관세 리스크 최소화를 위한 생산지 다변화 전략에 속도를 내고 있다. 박규빈 기자 kevinpark@ekn.kr

[초혁신기업] HBM 앞세운 SK하이닉스 승승장구…올해도 고공행진 채비

지난해 국내 반도체 업계의 주인공은 단연 SK하이닉스다. 고대역폭메모리(HBM) 시장에서 승기를 잡은 SK하이닉스는 분기마다 최고 실적을 써 내리며 시장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올해 역시 인공지능(AI) 반도체 수요 확대와 함께 HBM 시장의 고성장이 예상되면서 SK하이닉스의 상승세가 이어질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이다. 2일 업계에 따르면, SK하이닉스는 지난해 수많은 기록을 새로 썼다. 33년 만에 삼성전자로부터 D램 시장 점유율 1위(1·2·3분기)를 탈환한 데 이어, 2분기에는 메모리 반도체 전체 시장에서도 1위에 올랐다. 기업 규모와 자본력 격차를 감안하면 '다윗이 골리앗을 이겼다'는 평가가 나왔다. 미국발 관세 리스크와 글로벌 경기 불확실성이 커진 상반기에도 실적은 흔들리지 않았다. 1분기 영업이익 7조4400억원, 2분기 9조2100억원을 기록하며 삼성전자 전사 영업이익을 웃돌았다. 3분기에는 창사 이래 처음으로 영업이익 10조원을 돌파했고, 매출 역시 24조4500억원으로 사상 최대를 기록했다. 이 같은 실적의 배경에는 HBM 시장에서의 독보적 입지가 있다. 시장조사업체 카운터포인트리서치에 따르면 SK하이닉스는 지난해 3분기 기준 글로벌 HBM 시장 점유율 58%를 차지했다. HBM은 고객사와 사전 계약을 맺고 생산하는 구조로, 가격 경쟁보다 기술력과 신뢰가 중요하다. SK하이닉스는 지난해 물량을 조기에 완판하며 안정적인 수익 기반을 구축했다. 특히 엔비디아와의 전략적 파트너십은 SK하이닉스의 최대 강점으로 꼽힌다. SK하이닉스는 엔비디아 AI 가속기에 탑재되는 HBM3E(5세대)를 사실상 독점 공급하며 기술력을 입증했다. 최근에는 차세대 HBM4(6세대) 역시 엔비디아에 선제 공급한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에서는 엔비디아가 올해 출시할 차세대 그래픽처리장치(GPU) '루빈'에 SK하이닉스의 HBM4가 탑재될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SK하이닉스는 지난해 3분기 실적 발표 콘퍼런스 콜에서 “내년에는 (HBM4의) 본격 판매에 나설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경쟁사들에 앞서 엔비디아에 HBM4 공급을 시작한 만큼, 공급 물량 확보에서도 유리한 위치를 점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업계는 AI 추론 워크로드 확대와 클라우드 사업자들의 AI 서비스 상업화가 본격화되면서 HBM을 중심으로 한 메모리 수요가 올해 급증할 것으로 보고 있다. KB증권에 따르면 2026년 HBM4 가격은 제품별 사양에 따라 HBM3E 대비 28~58%의 프리미엄이 예상된다. 내년 HBM 시장 규모는 전년 대비 23% 증가한 69조원으로, 금액 기준 비중은 HBM4가 55%, HBM3E가 45%를 차지할 것으로 전망됐다. 올해 3분기부터는 HBM4가 HBM3E 수요를 빠르게 흡수할 것으로 보인다. 이는 SK하이닉스의 수익성 개선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시장에서는 올해 SK하이닉스의 영업이익이 80조원 안팎에 이를 것이란 관측이 우세하다. 일부 증권사에서는 AI 메모리 수요가 예상보다 빠르게 확대될 경우 90조원대도 가능하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나이스신용평가는 “HBM 시장에서 SK하이닉스의 경쟁우위가 유지될 것으로 전망된다"며 “주요 고객사와 올해 공급 물량 구성에 대한 협의를 경쟁사 대비 빠르게 완료했고, 차기 제품에 대해서도 기존 수익성을 유지할 수 있는 수준의 가격 협상을 이뤄낸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물론 과제도 있다. 삼성전자와 마이크론이 HBM 시장 추격에 속도를 내고 있다는 점은 리스크 요인으로 꼽힌다. 다만 업계는 SK하이닉스가 수년간 축적한 적층·패키징 기술과 양산 경험을 고려할 때 경쟁사와의 격차가 단기간에 좁혀지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교보증권은 SK하이닉스의 올해 HBM 시장 점유율을 전년과 유사한 59%로 전망하며 독주 체제가 지속될 것으로 내다봤다. HBM4 시장에서도 주도권을 쥘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되는 배경에는 '어드밴스드(Advanced) MR-MUF' 패키징 기술이 있다. HBM은 D램을 수직으로 적층하고 1000개 이상의 통로(I/O)를 구현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휨(Warpage)'과 '발열' 제어가 핵심 난제다. 경쟁사가 필름을 삽입해 압착하는 TC-NCF 방식을 쓰는 것과 달리, SK하이닉스는 액체 보호재를 주입해 굳히는 MR-MUF 방식을 고도화해 왔다. 특히 12단 이상 적층으로 칩 두께가 얇아진 상황에서도 안정성을 확보하기 위해 칩을 하나씩 쌓을 때마다 순간 가열하는 가접합 기술과 신규 방열 보호재를 적용한 '어드밴스드 MR-MUF'를 완성했다. 이 기술은 생산성을 기존 대비 3배, 열 방출 성능을 36% 개선한 것으로 알려졌다. SK하이닉스는 지난해 조직개편을 통해 HBM 기술 리더십을 더욱 공고히 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미주 지역에 HBM 전담 기술 조직을 신설해 엔비디아 등 주요 고객사에 대한 신속한 기술 지원 체계를 구축했고, HBM 패키징 수율·품질 전담 조직도 별도로 운영하며 개발부터 양산까지 전 과정을 아우르는 특화 체계를 완성했다. HBM이 고객 맞춤형 제품으로 진화하는 만큼, 이에 선제 대응하기 위한 조직적 기반을 다졌다는 평가다. 곽노정 SK하이닉스 최고경영자(CEO)는 “세계 시장을 선도하는 글로벌 리딩 컴퍼니로서의 경쟁력을 더 강화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SK하이닉스의 전략은 HBM에만 머물지 않는다. HBM 이후를 대비한 차세대 메모리 기술 개발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차세대 기술로 주목받는 소캠(SOCAMM)은 저전력 D램(LPDDR)을 기반으로 AI 서버에 특화한 메모리 모듈로, 전력 효율이 뛰어나다. 엔비디아는 차세대 AI 가속기 '루빈'에 소캠을 적용할 것으로 전망된다. AI 시대의 최대 과제로 꼽히는 전력 문제 해결을 위해 SK하이닉스는 소캠 개발에 집중하고 있다. 이와 함께 메모리 용량 한계를 극복할 수 있는 컴퓨트 익스프레스 링크(CXL) 기술과 데이터 저장·연산을 동시에 수행하는 프로세싱인메모리(PIM) 기술도 고도화 중이다. SK하이닉스는 지난해 4월 CXL 2.0 기반 96GB DDR5 D램의 고객 인증을 마쳤으며, 128GB 제품은 고객사와 인증 절차를 진행 중이다. 아울러 LPDDR6 기반 PIM을 개발하고 있다. HBM을 넘어 차세대 메모리까지 주도권을 이어간다면, SK하이닉스의 질주는 개별 기업 성과를 넘어 AI 시대 한국 반도체 산업의 경쟁력을 상징하는 사례로 평가받을 수 있을 전망이다. 김윤호 기자 kyh81@ekn.kr

글로벌 전기차 속도 조절…K-배터리 ‘새해도 불투명’

미국과 유럽 등 주요 국가들의 전기차 전환 속도 조절로 내년 국내 배터리 업계의 전망이 불투명해지고 있다. 글로벌 완성차 업체들 역시 전기차 전략 수정에 나서면서 업계 전반에 긴장감이 확산되는 분위기다. 2일 업계에 따르면, 글로벌 전기차 전환 속도 조절 기조에 맞춰 주요 완성차 업체들은 국내 배터리 기업들과의 공급 계약을 해지하는 등 협력 구조에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 LG에너지솔루션은 지난달 17일 미국 완성차 업체 포드와 체결한 약 9조6000억원 규모의 전기차 배터리 셀·모듈 공급 계약을 해지한다고 공시했다. 이밖에 LG에너지솔루션은 지난달 26일 미국 배터리팩 제조업체 FBPS와 체결한 3조9217억원 규모의 공급 계약이 해지됐다고 밝혔다. FBPS는 독일 프로이덴베르크 그룹 계열사로 미국 미시간주 미들랜드에서 배터리팩 조립을 위한 기가팩토리를 운영해왔다. FBPS는 당초 LG에너지솔루션의 폴란드 공장에서 생산한 배터리 모듈을 팩으로 조립해 북미 대형 버스와 전기트럭 등 상용차 업체에 공급할 계획이었으나 전기차 업황 악화로 배터리 사업 철수를 결정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로써 LG에너지솔루션은 불과 열흘 만에 약 13조6000억원 규모의 계약이 연이어 해지됐다. 이는 LG에너지솔루션의 지난해 연간 매출(25조6200억원)의 절반을 넘는 수준이다. SK온 역시 지난달 11일 포드와의 합작법인인 블루오벌SK의 운영 구조를 재편했다. 테네시 공장은 SK온이, 켄터키 1·2공장은 포드가 각각 운영하기로 하면서 사실상 기존 합작 체제가 해체됐다. 이처럼 국내 배터리 기업들과 완성차 업체들 간 계약 해지가 잇따르는 배경에는 미국과 유럽연합(EU)을 중심으로 한 전기차 관련 정책 기조 변화가 자리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미국은 지난해 10월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에 따른 전기차 보조금을 전면 폐지한 데 이어 12월 초에 제조사 평균 연비(CAFE) 목표를 완화하는 등 전기차 전환을 유도하던 정책 동력이 급격히 약화됐다. 유럽연합(EU) 역시 오는 2035년부터 시행할 예정이던 '내연기관차 판매 전면 금지' 정책 기조에서 한발 물러섰다. EU 집행위원회는 2035년 이후에도 내연기관차 생산을 제한적으로 허용하는 방향의 법 개정안을 추진한다. 이 같은 흐름 속에서 주요 완성차 업체들은 전기차 투자 및 생산 계획을 재조정하고 있다. 최근 포드는 미국 내 전기차 보조금 폐지와 전기차 캐즘(일시적 수요 정체) 장기화에 따라 대형 전기 픽업트럭 'F-150 라이트닝' 등 일부 전기차 모델의 생산을 취소하고 하이브리드 및 내연기관 차량에 집중하는 방향으로 전략을 수정했다. 제너럴모터스(GM)도 2035년까지 전 차종을 전기차로 전환하겠다는 계획을 사실상 철회했다. GM은 기존 전기차 모델은 유지하되 대규모 증설은 중단하고 향후 하이브리드 모델과 대형 트럭,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생산에 집중할 방침이다. 이처럼 주요 완성차 업체들의 전기차 속도 조절 기조가 이어지면서 배터리 업계 전반에 추가적인 계약 해지 등 불확실성이 더욱 커질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게다가 국내 배터리 기업들은 전기차 전환 속도 조절과 함께 중국 기업들과의 치열한 경쟁으로 내년 시장 전망이 더욱 어두워지고 있다. 시장 조사업체 SNE리서치에 따르면, 지난해 1월부터 10월까지 글로벌 전기차 배터리 시장에서 국내 배터리 3사(LG에너지솔루션·삼성SDI·SK온)의 합산 점유율은 16%로 4년 전 대비 사실상 반토막 수준으로 급감했다. 반면에 CATL과 BYD 등 중국 업체들의 점유율은 55%에 달하며 격차는 더욱 벌어졌다. 전기차 배터리 시장 전망이 악화되자 국내 기업들은 에너지저장장치(ESS) 시장으로 눈을 돌려 성장 기반을 다진다는 전략을 내세우고 있다. ESS는 발전소에서 생산한 전기를 저장했다가 필요할 때 공급하는 시스템으로 예기치 못한 전력 수급 불안을 해소하는 역할을 한다. 이에 따라 ESS는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는 물론 재생에너지 확대, 전력망 안정화 등 미래 산업 전반의 핵심 인프라로 자리 잡고 있다. 특히 AI 데이터센터의 급증으로 ESS 시장은 중장기적으로 가파른 성장세가 예상된다. 시장조사업체 SNE리서치에 따르면, 글로벌 ESS 시장 규모는 2023년 약 185기가와트시(GWh)에서 2035년에는 약 1232GWh까지 확대될 전망이다. 현재 LG에너지솔루션은 비(非)중국 기업 가운데 유일하게 ESS용 리튬인산철(LFP) 배터리 양산 체계를 구축했다. 삼성SDI도 올해 말까지 미국에서 연간 30GWh 규모의 ESS 배터리 생산능력을 확보할 계획이다. 또한, SK온 미국 조지아주 SK배터리아메리카(SKBA) 공장 일부 생산라인을 ESS용으로 전환하는 등 시장 다변화에 힘쓰고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글로벌 전기차 수요가 둔화될 것으로 예상되면서 배터리 기업들도 타격을 피하기 어려운 상황"이라며 “다만 배터리는 전기차뿐만 아니라 ESS, 로봇 등 다양한 산업에서 필요로 하기 때문에 다른 분야로 확장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박지성 기자 captain@ekn.kr

[신년사] 이청 삼성디스플레이 사장 “실행과 결과로 ‘업계 1등’ 증명해야”

이청 삼성디스플레이 대표이사 사장은 “'업계 1등'이라는 타이틀을 실행력과 결과로 확실히 증명해야 할 때"라고 밝혔다. 이 사장은 2일 2026년 새해를 맞아 임직원에게 보낸 매시지를 통해 “2026년은 큰 변곡점이자 갈림길의 해"라며 이같이 말했다. 이 사장은 “새해에는 △8.6세대 IT OLED 양산 △폴더블 시장 성장 △AI 디바이스의 등장 등 새로운 도전이 펼쳐질 것"이라며 “확고한 1등을 증명하기 위해서는 모든 분야에서 고객의 신뢰를 얻고 기술 리더십을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이청 사장은 지난해를 돌아보며 “급격한 산업 환경의 변화와 치열한 경쟁 구도 속에서 지금까지 해 온 대로 답습하는 것은 결코 답이 될 수 없다"며 “우리의 강점은 강화하고 개선이 필요한 부분은 과감히 재정비해 새롭게 도전하자"고 당부했다. 이 사장은 마지막으로 “큰 물고기가 작은 물고기를 잡아먹는 것이 아니라 빠른 물고기가 느린 물고기를 잡아먹는 세상"이라며 “새해에도 실행, 고객, 기술이라는 핵심 키워드 'ACE(Action, Customer, Excellence)'를 통해 압도적인 삼성디스플레이가 되도록 병오년(丙午年) 붉은 말의 해를 맞아 힘차게 달려 나가자"고 임직원들을 격려했다. 김윤호 기자 kyh81@ek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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