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 전기차 충전소 늘어도 소비자는 불편…‘보조금 개혁’ 절실

전기차 운전자들 사이에서 충전 이용료에 대한 불만이 높아지고 있다. 주로 이용하는 완속충전기 요금이 가파르게 오른다는 이유에서다. 전기차를 산 지 2년여 만에 유지비가 두 배 이상 늘었다는 하소연도 들린다. 불만 대상으로 정부 보조금 정책이 지목받고 있다. 화재 예방을 목적으로 '스마트 제어 완속 충전기' 보급을 활성화하고 있는 게 문제다. 보조금을 수령하기 위해 설치된 지 얼마 안 된 정상적인 충전기를 철거하고 새 설비로 교체하는 사례가 빈번해졌다. 이 과정에서 운영 주체가 요금을 크게 인상하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국회에서 열린 '전기차 충전기 사용자 경험 개선 토론회'에서도 관련 내용이 논의됐다. 발제자로 나선 조현민 이볼루션 대표는 “사용 가능한 충전기까지 교체해 기존 100원이던 요금이 200~300원 수준으로 상승해 사용자 부담으로 이어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국회전자청원에는 '전기차 충전기 보조금 정책 재검토 요청에 관한 청원'이라는 글이 올라왔다. 스마트 제어 완속 충전기 보급 정책이 잘못됐다는 내용이다. 작성자는 정상 설비까지 바꾸는 관행을 없애고 부실 운영·불량 앱 업체에는 '보조금 회수' 등 강력한 조치를 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해당 의견은 지난달 게시 이후 한 달여 만에 5만명 이상의 동의를 얻었다. 이로 인해 국회 상임위원회(기후에너지환경노동위원회)에 공식 회부된 상태다. 공공주택·아파트에 설치된 전기차 충전 인프라는 특정 사업자가 요금 결정권을 쥐는 형태로 운영된다. 설비가 설치되면 이용자는 사업자를 선택할 수 없다. 경쟁이 작동하지 않는 시장인 셈이다. 요금 체계도 불투명하다. 한국소비자원이 지난해 12월 실시한 조사에서 같은 완속 충전임에도 회원·비회원 간 요금 차이가 최대 두 배로 나타났다. 현장에서 요금을 안내하지 않는 사례도 빈번했다. 정부는 그동안 전기차 충전 인프라를 '얼마나 많이' 설치했는가에 초점을 맞춰왔다. 그 결과 설비는 늘었지만 이용 경험은 오히려 후퇴했다. 보조금이 시장을 키우는 대신 왜곡시키는 방향으로 작동하고 있다. 정책의 초점을 바꿔야 한다. 단순한 보급 확대가 아니라 가격, 운영, 이용자 경험까지 포함한 관리 기준이 필요하다. 이대로 두면 전기차 확산 정책 자체가 신뢰를 잃을 수밖에 없다. '보조금 개혁'이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과제가 된 이유다. 여헌우 기자 yes@ekn.kr

LG전자, OLED·LCD·웹OS로 ‘TV 적자 탈출’ 시동

LG전자가 중국 제조사의 약진과 국내외 수요 둔화로 침체에 빠진 TV 사업을 되살리기 위해 '전면전'에 나섰다. 단순 신제품 출시를 넘어 제품 포트폴리오와 플랫폼 전략을 동시에 재편하는 구조적 대응이다. LG전자는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액정표시장치(LCD) 기반 마이크로 적·녹·청(RGB) △웹 운영체제(OS) 플랫폼으로 이어지는 '삼각 편대'를 구축해 TV 사업 반등을 노린다는 전략이다. 프리미엄 시장 지배력을 유지하는 동시에 가격 경쟁력을 확보하고, 나아가 콘텐츠·광고 기반 수익 모델까지 확대하겠다는 구상이다. LG전자는 지난 25일 서울 양평동 그라운드220에서 2026년형 TV 신제품을 공개하고 'TV 회생' 전략을 밝혔다. 지난해까지 글로벌 OLED TV 시장에서 13년 연속 점유율 1위를 기록한 LG전자는 이번에도 OLED 신제품을 전면에 내세웠다. 'OLED 에보(G6)'와 월페이퍼 TV 'OLED 에보(W6)'가 대표적이다. 회사 측은 신제품이 역대 최고 수준의 성능을 구현하며 '더 넥스트 OLED'로 진화했다고 강조했다. OLED 에보(G6)는 일반 OLED(B6 모델) 대비 최대 3.9배 밝기를 구현하며, '하이퍼 브라이트 부스터'를 통해 장면별 밝기를 정교하게 제어한다. 또 3세대 알파11 인공지능(AI) 프로세서를 탑재해 색 표현력을 한층 끌어올렸다. 해당 프로세서는 전작 대비 성능이 5배 이상 향상됐으며, 빛 반사도 낮춰 몰입감을 극대화했다. OLED 에보(W6)도 눈길을 끈다. 9mm대 두께에 패널·파워보드·메인보드·스피커 등을 모두 내장한 무선 월페이퍼 TV로, 세계 최초로 4K·165Hz 영상과 오디오를 손실·지연 없이 전송하는 기술이 적용됐다. 이 제품은 지난 1월 CES 2026에서 다수 해외 매체로부터 최고 제품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OLED와 함께 이번 전략의 또 다른 축은 LCD 기반 'LG 마이크로 RGB 에보'다. 이 제품은 백라이트 광원을 초소형화하고 기존 백색 대신 RGB 발광다이오드(LED)를 적용해 색 재현력을 극대화한 것이 특징이다. OLED에 탑재되는 3세대 알파11 AI 프로세서를 동일하게 적용해 화질 처리 성능도 강화했다. 백선필 LG전자 디스플레이 CX담당(상무)은 “마이크로 RGB는 컬러 측면에서 OLED에 근접한 수준까지 성능을 끌어올린 프리미엄 LCD 기술"이라고 설명했다. 이는 프리미엄 OLED 중심 구조를 유지하면서도 상대적으로 가격 경쟁력을 갖춘 프리미엄 LCD 라인업을 확대해 시장 저변을 넓히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OLED 대비 가격 장벽이 낮은 마이크로 RGB를 통해 중국 업체들의 공세에 대응하겠다는 의도다. 여기에 웹OS를 중심으로 한 플랫폼 전략도 강화한다. 신제품에 탑재되는 웹OS26은 기존 마이크로소프트 '코파일럿(Copilot)'에 더해 구글 '제미나이(Gemini)'까지 지원하는 멀티 AI 체계를 갖췄다. 이를 통해 사용자 맞춤형 콘텐츠 탐색과 추천 기능을 한층 고도화했다. 또 독자 보안 시스템 'LG 쉴드(Shield)'를 적용해 제품과 개인정보, 데이터를 보호하는 등 소프트웨어 경쟁력도 끌어올렸다. LG전자가 이처럼 제품과 플랫폼을 동시에 강화하는 배경에는 TV 사업의 구조적 부진이 자리하고 있다. LG전자에서 TV 사업을 담당하는 MS사업본부는 지난해 7509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가장 큰 원인은 수요 부진이다. TV 시장은 모바일 기기 확산과 교체 주기 장기화로 신규 수요보다는 교체 수요 중심의 성숙기로 접어들었다는 평가다.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는 올해 글로벌 TV 출하량을 전년 대비 0.6% 감소한 1억9481만대로 전망했다. 지난해에 이어 2년 연속 역성장할 것이란 분석이다. 이 같은 침체 속에서 중국 업체의 물량 공세로 경쟁은 더 치열해지고 있다. 지난해 12월 글로벌 TV 출하량 기준 점유율 1위는 중국 TCL이 차지했다. 중국 제조사들은 가성비 전략에 더해 가격 경쟁력을 갖춘 프리미엄 제품 미니 LED TV를 앞세워 시장 장악력을 높여가고 있다. 단순 하드웨어 경쟁만으로는 수익성 확보가 어려워진 만큼, 플랫폼을 결합한 사업 구조 전환이 불가피하다는 분석이 나온다. LG전자는 기존 OLED 강자로서의 지위는 지속적으로 가져가며 프리미엄 입지를 높이되, LCD 기반 TV 라인업도 늘리며 주도권 회복을 노린다는 전략이다. OLED TV의 경우 높은 가격대가 대중화의 걸림돌로 지적돼온 만큼 가격 경쟁력을 갖춘 마이크로 RGB 에보 출시를 통해 중국의 공세에 맞설 방침이다. 마이크로 RGB는 OLED 대비 성능은 다소 낮지만 가격적인 측면에선 경쟁력을 갖춘 것이 특징이다. 백선필 상무는 “LG전자가 OLED 중심 기업으로 알려져 있지만 LCD 역시 오랜 기간 고민해온 영역"이라며 “마이크로 RGB 에보는 그 결과물"이라고 말했다. 연내에는 가격대를 낮춘 OLED TV 출시 관측도 나온다. 업계에서는 LG전자가 OLED 스페셜 에디션(SE) 패널을 적용한 보급형 제품을 선보일 것으로 보고 있다. 해당 패널은 기존 대비 20% 이상 저렴한 것으로 알려져 OLED 대중화의 계기가 될 전망이다. 웹OS 기반으로는 광고와 외부 OS 공급을 통해 수익을 확대한다. 전 세계 2억대 이상의 기기를 연결하는 플랫폼 생태계를 기반으로 광고 및 콘텐츠 수익을 창출하고, 하드웨어 의존도를 낮춘 반복 수익 구조를 구축하겠다는 방침이다. 백선필 상무는 “우리만의 장점을 최대한 발휘해 최상의 솔루션을 지속적으로 발굴할 것"이라며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강조했다. 김윤호 기자 kyh81@ekn.kr

구광모 LG그룹 회장, 지주사 이사회 의장직 8년만에 내려놔

구광모 LG그룹 회장이 지주사인 ㈜LG 이사회 의장직을 8년만에 내려놓았다. 빈 자리는 박종수 사외이사가 메운다. 사내이사가 의장직을 겸하는 것을 막아 이사회 운영 투명·독립성을 강화하는 차원이다. ㈜LG 외 그룹 내 11개 주요 상장사들도 모두 '사외이사 의장체제'로 전환했다. 26일 ㈜LG와 재계에 따르면, ㈜LG는 이날 이사회를 열고 박종수 사외이사 의장 선임 안건을 의결했다. 박 신임 의장은 지난 2023년 ㈜LG에 합류해 감사위원회, ESG위원회, 내부거래위원회, 보상위원회 소속으로 활동 중이다. 고려대법학전문대학원 교수로 재직 중이기도 하다. 2022년 국내 최대 조세 전문학회인 한국세무학회의 회장을 역임하는 등 회계·세무 분야에 전문성을 갖췄다는 평가를 받는다. 구 회장은 이사회 독립성을 높여 경영 투명성을 제고하기 위해 이같은 결정을 내린 것으로 알려졌다. 2018년 6월 임시 주주총회를 통해 대표이사 회장으로 임명된 뒤 줄곧 ㈜LG 이사회 의장직을 맡아왔다. 국내 대부분 대기업은 사내이사인 대표이사가 이사회 의장을 겸하고 있다. 이럴 경우 경영진을 견제하는 이사회의 주요 기능이 크게 떨어진다는 단점이 부각된다. LG그룹은 이사회가 경영진과 분리돼 독립적으로 주요 안건을 심의하는 게 '경영 균형'을 맞추는 방법이라고 판단한 것으로 분석된다. '글로벌 스탠다드' 역시 이처럼 독립성을 강화하는 쪽으로 형성돼 있다. 구광모 회장의 결단으로 LG그룹 상장사들은 이사회 의장을 모두 외부인으로 채우게 됐다. LG이노텍과 LG헬로비전이 2022년 사외이사를 이사회 의장으로 뽑았고, 지난달 LG화학, LG디스플레이, LG에너지솔루션, HS애드도 동참했다. 그룹 주력사인 LG전자는 지난 23일 첫 사외이사 출신 리더로 강수진 의장을 선임했다. LG그룹은 지배구조를 개선하고 이사회 다양성을 높이기 위해 그동안 다양한 노력을 기울여왔다. 2021년 ㈜LG, LG전자, LG유플러스에서 첫 여성 사외이사를 배출했고, 거버넌스 강화 기틀을 마련하기 위해 같은 해 ESG위원회 및 내부거래위원회도 신설했다. 이어 지난해 ㈜LG, LG전자, LG화학에서 '보상위원회'를 만들어 경영진 보수를 객관적이고 투명하게 산출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를 마련했다. 이번에 구 회장 결단을 포함한 '사회이사 의장 체제'로 전환으로 LG그룹의 지주 및 계열사 이사회의 투명경영 구조가 확립된 것으로 평가받는다. 여헌우 기자 yes@ekn.kr

스마트폰·모니터 ‘OLED 대세’…K-디스플레이 부활 기지개

글로벌 정보기술(IT) 기기 시장에서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채택이 빠르게 확산되면서 국내 디스플레이 산업이 구조적 반등 국면에 진입하고 있다. 스마트폰을 넘어 모니터까지 OLED 적용이 확대되며 수요 기반이 넓어지는 가운데, 사업 체질을 OLED 중심으로 전환해온 삼성디스플레이, LG디스플레이 등 국내 기업들의 수익 개선 기대감도 커지고 있다. 25일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스마트폰 OLED 채택률은 지난 2023년 50%를 넘어섰고, 올해는 60% 이상으로 확대될 전망이다. OLED가 얇고 유연한 구조와 높은 명암비, 전력 효율 등의 장점을 바탕으로 프리미엄 제품의 핵심 디스플레이로 자리잡고 있으며, 최근에는 중저가 제품군까지 빠르게 확산되는 추세를 반영한 것이다. 주요 세트 기업들이 프리미엄 라인업을 중심으로 OLED 탑재를 기본화하고 있는 점도 채택률 상승을 이끄는 요인으로 꼽힌다. 특히, 애플은 최대 OLED 패널 구매 기업으로 자리잡은 데 이어, 올해도 적용 범위를 한층 넓힐 것으로 예상된다. 시장조사업체 유비리서치가 최근 발간한 '2026 소형 OLED 디스플레이 연간 보고서'에 따르면, 애플은 지난해 2억 5000만대 이상의 스마트폰용 OLED 패널을 공급받은 것으로 조사됐다. 이로써 애플은 스마트폰 업계에서 5년 연속 가장 많은 OLED 패널을 구매한 기업이 됐다. 애플은 차기 스마트폰 라인업 '아이폰18' 시리즈는 물론 연내 공개 예정인 '폴더블 아이폰' 등 기기 전반에 OLED를 확대 적용할 계획이다. 중국 세트업체들의 전략 변화도 OLED 수요 확대를 뒷받침하고 있다. 한창욱 유비리서치 부사장은 “샤오미, 화웨이, 오포, 비보 등 중국 세트업체들이 스마트폰 OLED 전환을 빠르게 확대 중"이라고 설명했다. 이들 제조사는 프리미엄 모델뿐 아니라 중가 라인업까지 OLED 적용을 늘리며 전체 패널 수요를 끌어올리고 있다는 분석이다. 모니터 시장에서는 OLED가 새로운 성장 축으로 부상하고 있다. 전체 모니터 시장은 수요 둔화로 성장세가 제한적이지만, OLED 모니터 출하량은 연평균 두 자릿수 이상의 고성장이 예상된다. 유비리서치는 패널 기준으로 지난해 OLED 모니터 출하량이 약 320만대로 2024년(195만대) 대비 64% 증가한 데 이어 올해에도 50% 이상 성장할 것으로 관측했다. 특히, 게이밍과 콘텐츠 제작용 프리미엄 시장을 중심으로 OLED 수요가 빠르게 확대되고 있다. OLED 성장은 전체 디스플레이 시장 성장률을 크게 웃도는 수치다. 글로벌 시장 조사업체 옴디아 조사에서 지난해 대형 디스플레이 시장 전체 출하량이 2.8% 증가하는 데 그쳤고, 액정표시장치(LCD) 모니터 출하량은 1.8% 감소한 내용과 좋은 대조를 보였다. 이 같은 변화는 국내 디스플레이 업계에 구조적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우선, 주요 스마트폰 제조사의 OLED 탑재율이 확대되며 관련 시장 주도권을 선점한 국내 기업의 수익성을 높여줄 전망이다. 옴디아에 따르면 지난해 3분기 스마트폰용 중소형 OLED 매출 기준 시장 점유율은 삼성디스플레이·LG디스플레이 등 국내 기업이 67.6%를 차지했다. 특히, 애플의 OLED 적용 확대는 국내 기업에 직접적인 수혜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삼성디스플레이는 삼성전자의 폴더블 스마트폰 '갤럭시 Z' 시리즈에 이어 연내 출시 예정인 애플의 첫 폴더블 아이폰에도 초도 물량을 공급하며 스마트폰 패널 시장 입지를 강화할 전망이다. LG디스플레이 역시 아이폰18 시리즈에 OLED 패널을 공급하며 수익을 확대할 것으로 보인다. 중국 디스플레이 업체 BOE가 일부 모델에서 품질 이슈를 겪으며 차기 아이폰 공급이 제한될 가능성이 제기되는 점도 LG디스플레이에 유리한 변수로 작용하고 있다. OLED 모니터가 대세로 자리 잡아가는 점도 국내 기업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삼성디스플레이는 QD-OLED 양산 라인을 중심으로 TV용 패널보다 상대적으로 단가와 수익성이 높은 모니터용 OLED 패널 출하 확대에 주력하고 있다. 프리미엄 게이밍 모니터와 크리에이터용 제품을 중심으로 QD-OLED 채택이 확산되면서 중대형 OLED 전략에서도 모니터 비중이 점차 확대되는 모습이다. LG디스플레이 역시 WOLED 기반 TV 패널 공급을 유지하는 한편, 모니터용 OLED 패널 출하 확대에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LG디스플레이는 2023년 약 10만대 수준에서 모니터용 OLED 패널 공급을 시작한 이후 2024년 20만대, 2025년에는 약 40만대까지 출하량을 늘린 것으로 파악된다. 올해도 신규 고객 확보와 라인 활용도 제고를 통해 모니터용 OLED 출하 증가세를 이어갈 것으로 전망된다. 업계는 두 기업이 액정표시장치(LCD) 사업 축소 이후 OLED 중심으로 사업 포트폴리오를 재편해온 만큼 수요 확대에 따른 레버리지 효과가 클 것으로 보고 있다. 실제로 불황을 겪던 국내 디스플레이 업계는 OLED 비중 확대를 기반으로 지난해부터 반등 흐름을 보이고 있다. LG디스플레이는 지난해 영업이익 5170억원을 기록하며 4년 만에 연간 흑자 전환에 성공했다. 삼성디스플레이의 지난해 영업이익은 4조1000억원으로 전년 대비 11% 증가했다. 이는 OLED 비중 확대에 따른 제품 믹스 개선 효과로 풀이된다. 스마트폰에서 시작된 OLED 전환이 모니터를 넘어 태블릿, 노트북 등 IT 기기 전반으로 확산되고 있는 점도 주목된다. OLED 전환에 속도를 낸 국내 기업의 수익성 개선 효과가 더 크게 나타날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다. 업계 관계자는 “스마트폰을 넘어 태블릿, 노트북, 웨어러블 등 OLED의 응용 분야는 꾸준히 확대되고 있다"며 “고품질 디스플레이에 대한 수요 증가와 함께 OLED 시장은 지속적인 성장세를 이어갈 것"이라고 말했다. 김윤호 기자 kyh81@ekn.kr

아이폰 폴드 출시 지연?…삼성, 폴더블폰 격차 벌리기 ‘찬스’

애플이 준비 중인 '폴더블 아이폰' 출시 일정이 당초 예상보다 늦춰질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글로벌 폴더블 스마트폰 시장의 판도에도 미묘한 변화가 감지되고 있다. 당초 업계에서는 애플이 오는 9월 신제품 공개 행사에서 폴더블 아이폰을 선보일 것으로 예상했지만, 최근에는 연말 출시 가능성에 무게가 실린다. 이에 따라 올해 하반기 폴더블폰 시장은 당초 예상됐던 '삼성-애플 정면 승부' 대신, 삼성전자가 한발 앞서 시장 주도권을 강화할 수 있는 구도로 재편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25일 정보기술(IT) 매체 맥루머스 등에 따르면, 투자은행 바클레이즈의 팀 롱 애널리스트는 최근 공급망 소식통을 확인한 결과 애플의 첫 폴더블폰인 '아이폰 폴드'(가칭)의 출시가 올해 12월에 시작될 가능성이 높다고 밝혔다. 이 같은 일정 조정은 단순한 출시 지연을 넘어, 애플이 폴더블 시장 첫 진입에서 '완성도'를 최우선으로 두고 전략을 재정비하고 있다는 신호로 읽힌다. 초기 시장 선점보다는 제품 완성도를 끌어올려 프리미엄 기준 자체를 재정의하겠다는 접근이다. 다만, 제품 완성도 언급은 애플이 아이폰 폴드의 디스플레이 주름 등 기술적 과제를 완전히 해소하지 못하고 있다는 해석을 가능하게 만드는 대목이다. 애플은 디스플레이 주름을 최소화하는 데 여전히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업계에선 디자인뿐 아니라 성능, 사용자 경험 전반에서 '첫 제품에 걸맞은 완성도'를 확보하려는 고민이 애플에 큰 부담감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현재 아이폰 폴드는 삼성전자 '갤럭시 Z 폴드'처럼 세로로 접히는 북타입 디자인이 적용되고, 화면을 펼치면 약 7.8인치, 외부에는 5.5인치 디스플레이가 탑재될 것으로 알려졌다. 성능 측면에서는 TSMC 2나노 공정 기반 'A20 프로' 칩이 적용될 가능성이 거론된다. 아이폰 폴드 출시 지연 가능성은 폴더블 시장 1위 삼성전자로서는 호재다. 삼성전자는 통상 7~8월 폴더블 신제품을 공개해 온 만큼, 애플의 일정이 뒤로 밀릴 경우 최소 수개월간 '시간 격차'를 확보할 수 있기 때문이다. 시장조사업체 카운터포인트리서치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지난해 글로벌 폴더블폰 시장에서 점유율 40%로 1위를 차지했다. 2위 중국 화웨이(30%)와의 격차는 10%포인트에 달한다. 올해 시장 판도는 다소 달라질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카운터포인트리서치는 애플이 폴더블 시장에 진입할 경우 약 20% 후반대 점유율을 확보하며 삼성전자를 빠르게 추격할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있다. 이러한 관측 속에서 애플의 제품 출시가 늦춰질수록 삼성전자가 시장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할 확률은 더욱 높아지는 셈이다. 변수는 중국 제조사들의 약진이다. 그동안 가성비를 앞세운 추격자 이미지가 강했지만, 최근에는 힌지 구조, 두께·무게, 배터리 효율 등 핵심 기술에서 빠르게 격차를 좁히고 있다. 가격 경쟁력에 더해 기술 완성도까지 끌어올리면서 '기술 경쟁자'로 성격이 바뀌고 있다는 평가다. 일례로 오포는 최근 출시한 폴더블폰 '파인드 N6'가 세계 최초로 '느껴지지 않는 주름(Zero-Feel Crease)'을 구현했다고 밝혔다. 폴더블폰의 고질적인 약점으로 꼽히던 화면 주름 문제 해결을 전면에 내세우며 기술 경쟁력을 강조한 것이다. 이에 따라 글로벌 폴더블폰 시장은 삼성 중심에서 애플·중국 제조사가 가세한 '다극 경쟁 체제'로 빠르게 재편되고 있다. 이 같은 환경 속에서 삼성전자는 '초격차 전략'을 앞세워 1위 수성에 나선다. 단순한 성능 개선을 넘어 폼팩터(기기 외형) 다양화와 핵심 부품 경쟁력을 동시에 강화하는 방식이다. 업계에선 삼성전자가 올 하반기 '갤럭시 Z 8' 시리즈와 함께 7.6인치 이상의 대형 디스플레이를 적용한 신형 폴더블 모델 '와이드 폴드(가칭)'를 선보일 가능성이 거론된다. 대화면을 기반으로 멀티태스킹과 콘텐츠 소비 경험을 극대화해 기존 폴더블폰의 활용성을 한 단계 끌어올리겠다는 구상이다. 이는 애플과의 차별화를 노린 '경험 중심 전략'으로도 해석된다. 아울러 대용량 배터리를 탑재하는 등 하드웨어 전반의 완성도도 강화할 것으로 전망된다. 폴더블 특성에 최적화된 인공지능(AI) 기능을 접목해 사용자 경험을 확장하는 시도 역시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앞서 선보인 신형 폼팩터 두 번 접는 스마트폰 '갤럭시 Z 트라이폴드'가 긍정적 반응을 얻은 점도 이러한 전략에 힘을 보태고 있다. 카운터포인트리서치 관계자는 “삼성은 차세대 Z 폴드·플립 시리즈를 준비 중이며 올 3분기 출시가 예상된다"며 “여기에 더해 더 넓은 화면 비율을 갖춘 폴드 모델을 도입해 애플과 직접적으로 경쟁할 것으로 보인다"고 내다봤다. 애플의 시장 진입이 늦춰지는 사이 삼성전자는 시간과 제품 완성도 측면에서 유리한 고지를 확보하게 됐다. 다만 중국 제조사들의 기술 추격이 가속화되면서 폴더블 시장 주도권 경쟁은 향후 더욱 치열해질 전망이다. 김윤호 기자 kyh81@ekn.kr

무선청소기·가습기·창문형에어컨…중견 가전업계, ‘틈새시장’ 넓힌다

쿠쿠홈시스, 신일전자, 파세코 등 국내 중견 가전기업들이 다양한 제품 라인업을 앞세워 성공적으로 몸집을 불려가고 있다. 대형 경쟁사들이 눈여겨보지 않는 '틈새시장'을 적극적으로 공략하며 매출 성장세를 이어가는 모습이다. 24일 각사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쿠쿠홈시스는 지난해 연결 기준 1조1213억원의 매출액을 기록했다. 전년(1조572억원) 대비 6% 늘어난 수치다. 같은 기간 신일전자의 연결 매출액은 1783억원에서 1940억원으로 8.8% 증가했다. 파세코 역시 1578억원에서 1679억원으로 몸집을 6.4% 키웠다. 다양한 '신가전'을 선보이는 등 고객 선택지를 늘린 게 매출 성장의 주요 요인으로 꼽힌다. 특히 냉장고, 세탁기 등 경쟁이 치열한 대형 가전 대신 특정 소비자군을 겨냥한 제품을 주로 선보인 게 주효한 것으로 풀이된다. 쿠쿠홈시스는 청소기, 정수기, 펫 가전, 공기청정기 등 다양한 분야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말레이시아를 중심으로 동남아시아 등 해외 진출에도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앞으로는 자동조리로봇 같은 푸드테크·기업간거래(B2B) 시장도 개척해 나갈 방침이다. 신일전자는 '선풍기 1위' 기업 이미지를 넘어 사계절 필수 가전으로 제품군을 확장 중이다. 캠핑용 히터, 에어서큘레이터, 로봇청소기, 음식물처리기 등 '소형 아이디어 가전' 시장을 촘촘하게 메우고 있다. 파세코는 창문형 에어컨 시장을 개척해온 기업이다. 실외기 설치가 어려운 주거 환경에서도 소형 에어컨을 사용할 수 있도록 해 판매를 늘려왔다. 최근에는 캠핑이나 빌트인 제품 쪽으로 영역을 넓혀가고 있다. 업계는 중견 가전 기업들의 이같은 행보가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보고 있다. 1인 가구의 증가, 가치 소비를 중시하는 트렌드 등으로 '스몰 가전'에 대한 수요가 계속 늘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변수는 '중국산 공세'다. 알리익스프레스, 테무 등 중국 이커머스 플랫폼을 통해 유입되는 초저가 소형 가전과 차별화할 요소를 찾아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조언한다. 대형 가전 업체들은 인공지능(AI) 같은 신기술을 대거 접목하며 이에 대한 해법을 찾고 있다. 상대적으로 자금 여력이 부족한 중견 기업들은 상품성만으로 대응책을 찾아야 할 것으로 관측된다. 일부 중견사들은 오히려 중국에서 만든 제품을 들여와 파는 방식으로 해법을 찾고 있다.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이나 제조업자개발생산(ODM) 방식을 통해 생산 원가를 절감하고 있는 것이다. 1인용 세탁기 등 틈새시장 공략에 적합한 제품이 대부분이다. 국내 중견 가전 기업들은 연구개발(R&D)에 열중하며 '기술 장벽'도 쌓고 있다. 쿠쿠홈시스의 R&D 비용은 2024년 63억원에서 지난해 68억원으로 7.9% 많아졌다. 같은 기간 신일전자는 3억5800만원에서 4억1000만원으로 R&D 비용을 14.5% 늘렸다. 파세코의 집행 금액은 22억5700만원에서 29억6100만원으로 31.2% 뛰었다. 업계 한 관계자는 “더 큰 성장을 위해 제품 다각화와 해외 시장 진출이 필요하다고 인식하고 있다"고 전했다. 여헌우 기자 yes@ekn.kr

삼성SDI, 엘앤에프와 1.6조원 규모 LFP 양극재 공급 계약

삼성SDI가 배터리 핵심 소재의 탈(脫) 중국화를 통해 북미 에너지저장장치(ESS) 시장 공략 강화를 위한 기반을 마련했다. 삼성SDI는 24일 국내 배터리 소재 전문업체 엘앤에프와 약 1조6000억원 규모의 리튬인산철(LFP) 배터리용 양극재 공급 계약을 체결했다고 밝혔다. 이번 계약을 통해 삼성SDI는 내년부터 3년간 ESS용 LFP 배터리 생산에 필요한 양극재를 엘앤에프로부터 공급받는다. 또 이후 3년간 추가로 공급받을 수 있는 옵션도 받았다. 삼성SDI는 엘앤에프로부터 확보한 LFP 양극재를 활용해 미국 인디애나주(州)에 있는 스텔란티스와의 합작법인 '스타플러스에너지(SPE)'에서 ESS용 배터리를 생산할 계획이다. SPE는 지난해 4분기부터 일부 생산라인을 전기차용에서 ESS용으로 단계적으로 전환하고 있으며 올해 4분기부터는 기존의 하이니켈 니켈·코발트·알루미늄(NCA) 배터리 외에 LFP 배터리도 양산할 예정이다. 글로벌 배터리 업계에서는 LFP 양극재의 대부분을 중국업체에 의존하고 있으나 최근 미국 정부가 '금지외국기관(PFE) 규정' 등을 통해 원산지 규제를 강화하고 있어 공급망의 탈중국화가 주요 이슈로 부상했다. 삼성SDI는 이번 엘앤에프와의 계약을 통해 안정적인 국내 소재 공급망을 구축함과 동시에 북미 ESS 시장에서의 경쟁력 우위를 확고하게 다질 것으로 기대된다. 엘앤에프는 지난해 8월 중국 외 기업들 중에서는 처음으로 LFP 양극재 신규 투자를 단행해 현재 연 6만톤 규모의 생산설비 구축을 진행 중이다. 삼성SDI 관계자는 “소재 시장의 탈중국화 수요에 맞춰 선제적으로 국내 업체와 공급 계약을 체결하게 됐다"며 “이번 계약을 통해 북미 시장에서 경쟁력을 한층 강화해 더 많은 비즈니스 기회를 창출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지성 기자 captain@ekn.kr

네이버 ‘전 서비스의 AI화’…R&D·CFO로 말한다

네이버가 올해 안에 모든 서비스 영역에 '인공지능(AI) 에이전트'를 전면 도입하겠다고 선언했다. 검색과 쇼핑, 로컬 서비스 등 모든 분야에 특화된 버티컬 에이전트들을 차례로 고도화해 새로운 사업 영역에서 선제적으로 시장선점에 나서겠다는 경영 전략을 내놓은 것이다. ◇ 네이버, 검색 넘어 쇼핑·금융·건강 등 '전사업의 AI 고도화' 23일 네이버는 경기도 성남 네이버사옥 그린팩토리에서 제27기 정기 주주총회를 개최하고 AI를 중심에 둔 중장기 성장 방향성을 발표했다. 최수연 네이버 대표는 “AI는 서비스의 진화를 넘어 기업의 경쟁력을 결정짓는 거대한 변곡점"이라고 강조한 뒤 “이미 다양한 영역에서 AI 전환을 실증하고 있는 만큼 네이버만이 구현할 수 있는 차별화된 에이전트 경험을 제공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네이버 플랫폼에서 축적한 AI를 기업과 일반소비자간 거래(B2C)와 기업간 거래(B2B)를 망라한 전 영역으로 넓히고, 온라인 경험을 오프라인으로 확장한다는 계획이다. 단순히 검색에 국한하는 것이 아니라 쇼핑과 로컬, 금융, 건강 등 네이버가 서비스하는 모든 영역에 AI 에이전트를 적용하겠다는 목표이다. 이를 위해 개인화된 쇼핑 경험을 구현한 네이버의 AI 쇼핑 에이전트를 연내 네이버 커머스(유통) 부문 전반으로 확대한다. 앞서 네이버는 지난 2월부터 자사 쇼핑앱 '네이버 플러스 스토어' 내 디지털·리빙·생활 등 카테고리에서 상품 키워드를 입력하면 AI 에이전트가 사용자의 구매 특성 등을 바탕으로 적합한 브랜드 등을 추천하는 서비스를 선보였다. 아울러 '건강 AI 에이전트'도 연내에 선보일 예정이다. ◇ 작년 R&D 투자 2조원 첫 초과, 이사회에 CFO 합류…AI 실행력 '가속도' 네이버의 이 같은 실행 전략은 회사가 진행 중인 연구개발(R&D) 분야에도 잘 드러난다. 네이버가 최근 공시한 지난해 사업보고서를 살펴보면, 지난해 R&D 비용이 전년대비 19.6% 증가한 2조2218억원을 기록했다. 네이버의 R&D 비용이 2조원을 넘긴 것은 지난해가 처음이다. 현재 진행 중인 R&D도 160여 건으로, 이 가운데 40% 이상이 AI 관련 연구에 집중돼 있다. 이미지 속 글자를 인식하는 기술인 광학문자인식(OCR)를 비롯해 △언어 이해와 관련된 자연어처리(NLP) △신경망기계번역(NMT) 등 AI 관련 항목과 함께 검색과 쇼핑, 로컬 서비스에 AI를 온-서비스로 통합하는 전략이 크게 눈에 띄었다. 또한, 엔터테인먼트 분야에서 단순 소비 플랫폼을 넘어 AI 기반 콘텐츠 제작·가공·유통 전 과정에 걸친 기술투자가 집중되고 있는 점도 주목받았다. 가령, 영상 생성, 버추얼 휴먼, 음성 더빙, 라이브 스트리밍 등 콘텐츠 제작 전 과정에 걸쳐 AI 기술이 적용된다. 단순 콘텐츠 추천을 넘어 콘텐츠 생성과 제작, 유통, 소비까지 AI가 통합하는 구조다. 업계에서는 AI를 중심에 둔 네이버의 성장 전략이 기존보다 더 속도를 낼 것으로 전망한다. 23일 주주총회에서 김희철 네이버 최고재무책임자(CFO)가 사내이사로 합류한 만큼 비용이 수반되는 의사결정 과정이 더 빨라질 수 있을 것이라는 견해를 뒷받침해 준다. 네이버 이사회에 CFO가 합류한 것은 지난 2016년 이후 10년 만이다. 네이버는 “김 CFO는 정보기술(IT) 산업에 대한 풍부한 경험과 전문성을 보유하고 있는 인물"이라며 “네이버의 글로벌 확장을 위한 투자전략과 재무 건전성이 중요한 상황에서 이사회의 합리적인 의사결정을 지원할 것"이라며 기대감을 드러냈다. 정희순 기자 hsjung@ekn.kr

LG그룹, 이사회 의장 사외이사로 채운다…‘구광모 회장 결단’ 최대관심

LG그룹이 주요 계열사 이사회 의장직을 사외이사에게 맡기는 방안을 추진한다. 이사회 독립성을 강화해 경영 투명성을 제고하는 차원이다. 구광모 LG그룹 회장 역시 지주사 ㈜LG의 이사회 의장직을 내려놓을 것으로 예상된다. 23일 재계에 따르면, LG그룹은 올해부터 전 상장사 이사회 의장직을 사외이사에게 부여하기로 결정했다. 주요 상장사들의 주주총회가 끝난 뒤 이르면 이번주 안에 관련 작업을 마무리할 것으로 전해졌다. 국내 주요 기업 대부분은 사내이사인 대표이사가 이사회 의장까지 겸하고 있다. 이럴 경우 경영진을 견제하는 이사회의 기능이 크게 떨어진다는 단점이 있다. LG그룹이 '외부인'인 사외이사에게 의장 역할을 맡기기로 한 배경이다. 구 회장은 이사회가 경영진과 분리돼 독립적으로 주요 안건을 심의하고 의사결정 하는 균형 잡힌 체계를 구축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글로벌 스탠다드' 역시 이사회 독립성을 강화하는 쪽으로 형성돼 있다. LG이노텍과 LG헬로비전이 이미 지난 2022년 사외이사를 이사회 의장으로 선임한 상태다. 지난달에는 LG화학, LG디스플레이, LG에너지솔루션, HS애드 등도 같은 작업에 착수했다. LG전자는 이날 이사회를 열고 첫 사외이사 출신 의장으로 강수진 사외이사를 선임했다. LG전자 관계자는 “이사회의 독립성과 투명성을 제고해 기업 지배구조를 고도화하겠다는 취지"라고 밝혔다. 재계 시선은 (주)LG로 쏠리고 있다. (주)LG 이사회 의장은 구 회장이다. 이 회사는 지난 18일 공시한 사업보고서를 통해 “(구 회장이) 대표이사로서 이사회를 효율적이고 책임 있게 운영하기 위해 의장을 겸직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구 회장이 직접 '경영 투명화'를 주문한 만큼 (주)LG 이사회 의장 역할도 사외이사가 맡을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하다. (주)LG는 오는 26일 정기 주주총회가 끝난 뒤 이사회를 개최할 방침이다. 여헌우 기자 yes@ekn.kr

美·中 갈등에 K-배터리 ‘북미 ESS수주’ 수혜

미국과 중국 간 무역 갈등 장기화가 국내 배터리기업에 '수주 증대' 기회로 연결되면서 수혜를 안겨주고 있다. 미국이 중국산 배터리와 핵심소재를 자국 공급망에서 배제하기 시작하면서 높은 기술력과 안정적인 공급능력이 검증된 우리 배터리업계가 공급망 대안으로 인정받아 잇따라 미국시장에서 수주 성과를 올리며 존재감을 키우고 있다. 22일 배터리업계에 따르면, LG에너지솔루션·삼성SDI·SK온 등 국내 배터리 빅3는 미·중 갈등 속에서 '탈중국' 중심의 공급망 재편에 따른 수혜를 누리며 글로벌시장 점유율 확대에 속도를 내고 있다. LG에너지솔루션은 최근 미국정부로부터 전기차업체 테슬라에 43억 달러(약 6조 4000억 원) 규모의 대형 에너지저장장치(ESS) '메가팩3'에 배터리를 공급하는 계약 내용을 확인받았다. 해당 물량은 미국 미시간주 랜싱 공장에서 생산될 예정이다. 이 공장은 LG에너지솔루션이 100% 단독으로 운영하는 북미 거점으로 리튬인산철(LFP) 각형 배터리가 생산된다. 업계에서는 이번 사례가 LG에너지솔루션이 각형 기반 LFP 배터리 고객사를 확보한 첫 대규모 계약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는 평가가 나온다. 지난 18일엔 미국 제너럴모터(GM)와 합작법인인 얼티엄셀즈(Ultium Cells)가 테네시주 스프링힐 얼티엄셀즈 공장에서 ESS용 LFP 배터리 셀 생산에 들어갔다. 테네시 공장의 ESS 배터리 셀은 LG에너지솔루션의 북미 ESS SI(시스템 통합) 법인 버텍(Vertech)을 통해 △북미 전력망 안정화 프로젝트 △재생에너지 연계 ESS 설비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 전력 인프라 등 다양한 분야에 공급될 예정이다. LG에너지솔루션은 북미 지역에서 총 5개의 ESS 생산 네트워크를 확보하고 있다. 단독공장 3곳인 △미시간 홀랜드 공장 △미시간 랜싱 공장 △캐나다 넥스트스타 에너지(NextStar Energy)에 이어 △얼티엄셀즈 테네시 공장 △오하이오 혼다 합작공장도 ESS 제품 생산을 시작하며 차별화된 생산 역량을 선보일 것이라고 회사는 설명했다. 삼성SDI 역시 최근 미국의 에너지 전문업체와 약 1조5000억원 규모의 ESS용 배터리 수주 계약을 따냈다. 이번 계약으로 삼성SDI는 고객사에 올해부터 2029년까지 단계적으로 물량을 공급할 예정이다. 해당 배터리는 미국 인디애나주에 위치한 삼성SDI-스텔란티스 합작법인 '스타플러스 에너지(SPE)' 공장에서 생산된다. 삼성SDI는 지난해 말 미국 에너지 인프라 개발·운영 업체와 2조원 이상 규모의 ESS용 LFP 배터리 공급 계약도 체결한 바 있다. 이 외에도 삼성SDI는 현지 다수 고객과 추가 공급 계약을 협의 중이며, 일부는 조만간 가시적인 성과로 이어질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SK온 또한 미국 시장을 중심으로 ESS 사업을 포트폴리오 강화에 힘을 쏟고 있다. 올해 ESS 수주 목표는 20GWh 이상이다. SK온은 지난해 9월 미국 플랫아이언과 1GWh 규모 ESS 공급 계약을 체결하며 북미 시장에 진출했다. 오는 2030년까지 최대 6.2GWh 추가 협상권도 확보해 수주 물량은 더욱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또 포드와의 블루오벌SK(BOSK) 합작 체제를 종료하고 테네시 공장을 독자 운영하기로 하면서, 오는 2028년부터 해당 공장을 ESS 생산 거점으로 적극 활용할 방침이다. 이처럼 국내 배터리 빅3가 미국 시장에서 성과를 낼 수 있었던 배경에는 급성장하는 ESS 시장이 자리 잡고 있다. 미국은 재생에너지 확대와 전력망 안정성 확보를 위해 ESS 투자 규모를 빠르게 늘리고 있으며 데이터센터 및 인공지능(AI) 산업 성장도 전력 수요 증가를 견인하고 있다. 여기에 탈중국 기조까지 더해지면서 국내 배터리 빅3는 기술력과 공급 안정성을 앞세워 미국 현지 핵심 파트너로 부상하고 있다. 현재 미국 정부는 보조금 정책도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다. 중국산 배터리를 사용해 ESS 단지를 조성할 경우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에 따른 보조금 대상에서 제외하는 정책을 펴고 있으며 관세 회피를 위한 중국 기업의 현지 생산 확대도 견제하고 있다. 이에 따라 향후 미국 내 현지 생산 능력과 원재료 조달 경쟁력을 확보한 국내 기업들의 수주 경쟁력은 더욱 강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배터리 업계 한 관계자는 “현재까지 미국의 탈중국 정책이 시장 전반에 걸쳐 가시적인 성과로 이어졌다고 보기는 어렵지만 기조가 장기화될수록 국내 기업에 유리한 환경이 조성되는 것은 분명하다"며 “국내 기업들이 미국 현지에 생산 거점을 속속 마련하고 있는 만큼 향후 수주 확대 가능성은 더욱 커질 것"이라고 말했다. 북미시장에서 잇단 수주 성과는 ESS사업이 전기차 캐즘(일시적 수요 정체) 국면 속에서 신성장동력의 축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는 점에서 산업적 의미를 평가받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최근 미국은 전기차 구매 시 제공되던 최대 7500달러의 세액공제 정책을 일부 축소하거나 적용 요건을 강화하면서 시장 성장세가 둔화되고 있다. 유럽연합(EU)도 오는 2035년 내연기관차 판매 중단 정책을 추진해왔지만 자동차 업계와 일부 회원국의 반발로 규제 완화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따라서, 전기차용 배터리 시장이 최소 3년 이후 수요 회복 국면에 진입할 것으로 업계는 전망한다. 실제로 김동명 LG에너지솔루션 사장은 최근 열린 주주총회에서 “차세대 전기차 모델들이 2029~2030년경 본격 양산에 들어갈 것으로 예상된다"며 “이 시기에 전기차 배터리 수요도 회복세를 보일 것"이라고 밝혔다. 반면에 글로벌 ESS 시장 규모는 2024년 235기가와트시(GWh)에서 오는 2035년 618GWh로 크게 성장할 것으로 예측된다. 이에 따라 중장기적으로는 ESS를 중심으로 한 배터리 수요 확대가 이어지며 국내 기업들의 사업 포트폴리오 다변화 전략도 더욱 탄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박지성 기자 captain@ek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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