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부가 2035년까지 히트펌프 350만대를 보급해 온실가스를 감축하겠다는 목표를 내걸면서 국내 가전업계도 관련 생산체제 구축에 속도를 내고 있다. 친환경 냉난방 시장이 본격 개화하는 가운데 삼성전자와 LG전자는 국내 생산 확대와 기술 투자로 시장 선점에 나섰다. 다만 국내 주택의 다수를 차지하는 아파트·공동주택에는 아직 제품을 들이기 어려워, 본격적인 대중화까지는 시간이 더 필요할 전망이다. 26일 업계 취재를 종합하면, 삼성전자는 다음 달 말부터 광주사업장에서 'EHS 히트펌프 보일러'의 국내 양산을 시작하고, LG전자도 연내 국내 생산 확대를 목표로 창원 생산기지를 보강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유안타증권 등에 따르면, 향후 10년간 국내 히트펌프 시장 규모는 35조원에 이를 것으로 추정되지만, 실제 보급 대수는 2022년 기준 36만대에 그쳐 아직 걸음마 단계다. 배경에는 반복되는 폭염으로 고효율 냉난방 설비에 대한 관심이 커진 점이 있다. 가전업체는 물론 보일러·산업설비 업체까지 가세하며 대성히트에너시스, 경동나비엔, 센추리 등도 기존 제조망을 앞세워 시장 공략에 뛰어든 상태다. 연소 과정 없이 외부 열을 실내로 끌어와 냉난방을 해결하는 히트펌프는 가스보일러보다 에너지 효율이 3~5배 높다는 게 강점으로 꼽힌다. 독일에서는 이미 히트펌프 판매량이 가스보일러를 앞질렀고, 글로벌 시장도 지난해 133조원에서 2034년 302조원 규모로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 보급사업 발판 삼아 국내 생산 속도전 삼성전자는 정부의 난방 전기화 드라이브를 새로운 매출원이자 성장동력으로 규정하고 있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2035년 난방 전기화 보급 정책을 국내 B2B 및 친환경 가전 시장을 획기적으로 넓힐 수 있는 중대한 기회로 보고 있다"고 밝혔다. 이런 판단에 따라 삼성전자는 광주사업장 제2캠퍼스에 2132㎡ 규모 생산라인을 새로 짓고 지난 19일부터 시험생산에 돌입했다. 연간 10만대 이상 생산 능력을 갖추며 해외 생산분을 국내로 대체하는 '리쇼어링'에 나선 것은 참여 업체 중 삼성전자가 처음이다. LG전자는 정부 보급 활성화 사업에 납품하는 제품 역시 연내 국내 생산 체제로 전환한다는 목표를 세우고 있다. LG전자는 신규 부지 투자 대신 기존 창원 생산라인을 보강해 히트펌프 생산능력을 확대하는 방안을 유력하게 검토하고 있다. 이미 올해 상반기 제주 보급사업(1042가구) 중 가장 많은 450가구를 전담하며 1위 사업자로 선정된 데다, 2008년부터 유럽 등 해외에서 히트펌프 사업을 벌여온 경험까지 갖추고 있어 국내 생산 전환은 예정된 수순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LG전자 관계자는 “정부 사업에 참여하며 제품을 알릴 기회이자 사업을 확장할 계기로 보고 적극적으로 뛰어들고 있다"고 말했다. 두 회사의 행보는 이미 진행 중인 정부 보급사업과 맞물려 있다. 국비 138억원이 투입된 제주 보급사업(총 2460가구) 가운데 상반기 물량 1042가구 중 450가구를 LG전자가 전담해 1위 사업자에 올랐고, 삼성전자는 하반기 1418가구 규모 2차 사업에 참여를 확정했다. 정부 주도로 새 시장이 열리자 삼성전자와 LG전자가 앞다퉈 출사표를 던지고 있는 셈이다. ◇ 아파트 공략은 아직 숙제 관건은 국내 주택 구조의 다수를 차지하는 아파트·공동주택 공략이다. LG전자 관계자는 “히트펌프 난방 시스템은 기존 보일러보다 기계실 공간이 더 필요해 아파트에 곧바로 적용하기는 어려운 부분이 있다"며 “이를 극복할 제품을 개발 중이지만 정확한 상용화 시점은 아직 나오지 않았다"고 말했다. 삼성전자도 별도의 한국형 개발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아파트·공동주택 비중이 압도적으로 높은 국내 주거 환경의 특수성을 고려해 해외 사양과 차별화한 한국형 히트펌프 솔루션을 확보해 나가고 있다"고 전했다. 경기 용인 삼성물산 주거연구소와 제주도 등에서 실제 주거 패턴을 반영한 실증 연구를 진행 중이며, 이를 통해 얻은 데이터로 알고리즘과 편의 기능을 계속 업그레이드한다는 설명이다. 이와 별도로 양평·충주·남해 등 전국 각지에서도 난방·온수 성능 실증을 이어가고 있다. 다만 국내 생산능력 확대나 구체적인 판매 목표는 아직 설비 투자 초기 단계인 만큼 향후 시장 상황을 지켜보며 구체화할 예정이다. 대중화까지 넘어야 할 비용 장벽도 만만치 않다. 본체와 온수 저장탱크, 배관 공사비를 합치면 대당 1400만원 안팎이 들어 기존 보일러보다 월등히 비싸다 보니, 최대 70%에 이르는 정부 보조금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소비자 부담이 클 수밖에 없다. 누진제가 적용되지 않는 일반 요금제를 받으려면 전용 계량기를 별도로 달아야 한다는 점도 진입 장벽으로 꼽힌다. 업계 관계자는 “지금은 시장 형성 초기인 만큼 일정 수준의 정책 지원이 필요한 단계"라며 “보급이 확대되면 규모의 경제를 통해 제품과 설치 비용이 낮아지고, 기업들의 기술 혁신과 경쟁까지 더해져 소비자 부담도 빠르게 줄어들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김하나 기자 uno@ek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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