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패권 직접 챙긴다…이재용·최태원, 분주한 미국 출장

인공지능(AI) 반도체를 둘러싼 글로벌 패권 경쟁이 격화하면서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과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나란히 미국행 비행기에 올랐다. 이 회장은 글로벌 빅테크 수장들이 모이는 사교 행사에서 파운드리 신규 수주 물꼬를 트고, 최 회장은 SK하이닉스의 뉴욕 증시 상장을 계기로 자본시장에서 기업가치를 재평가받는 데 주력한다. 10일 재계에 따르면, 이 회장은 지난 7일(현지시간)부터 미국 아이다호주 선밸리에서 열리는 '선밸리 콘퍼런스'에, 최 회장은 같은 날 뉴욕 나스닥 마켓사이트에서 열리는 SK하이닉스 미국주식예탁증서(ADR) 상장 기념식에 각각 자리했다. 대만 TSMC의 생산 한계와 미국 인텔의 추격으로 파운드리 시장이 새 국면을 맞고, AI 메모리 경쟁이 격화하는 시점에 이뤄진 방미다. 한 업계 관계자는 “이재용 회장의 목적이 실질적인 수주와 비즈니스인 반면, 최태원 회장은 나스닥 상장 자체의 성공적 안착이 당면 과제"며 “두 총수가 역할을 분담해 미국 시장 내 사업 발판을 넓혀가는 구조로 한국 반도체가 정점에 오른 지금이야말로 디테일한 생존 전략에 더 신경 써야 할 시점"고 말했다. 이 회장은 이번 출장에 삼성전자 파운드리사업부장 한진만 사장을 대동했다. 앨런앤드컴퍼니가 매년 7월 주최하는 선밸리 콘퍼런스는 IT·자동차·통신·미디어·금융 등 각 산업 리더 300여명이 모이는 '억만장자들의 사교 모임'으로 이 회장은 이 행사를 “1년 중 가장 바쁜 출장"이라 부를 만큼 애착을 보여왔다. 지난해에 이어 2년 연속 참석했으며, 8일에는 루퍼트 머독 전 부인 웬디 덩과 대화하는 모습이 포착되기도 했다. 가장 주목되는 건 애플과의 접점이다. 팀 쿡 현 CEO는 물론 9월 취임을 앞둔 존 터너스 차기 CEO, 앤디 큐 수석부사장까지 모두 참석했다. 삼성 파운드리는 지난해 8월 애플 아이폰 이미지센서 반도체를 수주한 데 이어, TSMC가 독점 생산 중인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AP) 공급망 복귀를 노리고 있다. 최근 TSMC에 AI 칩 주문이 몰리며 공급 차질이 빚어지자 애플이 삼성전자를 대안으로 검토 중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지난달 블룸버그는 애플 경영진이 삼성전자와 메인 프로세서 위탁생산을 논의했다고 보도한 바 있다. 앤디 제시 아마존 CEO, 샘 올트먼 오픈AI CEO도 자리했다. 두 회사는 엔비디아에 맞서 자체 AI 반도체를 개발 중이며 삼성전자로부터 고대역폭메모리(HBM)를 공급받는 동시에 파운드리 잠재 고객이기도 하다. 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이 대주주인 Arm의 르네 하스 CEO, 삼성SDI 배터리 협력사인 메리 바라 GM 회장, 필립 쉰들러 구글 CBO 등도 참석해 이 회장의 순회 미팅이 이어지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달 말에는 실리콘밸리에서 젠슨 황 엔비디아 CEO와의 회동도 조율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성사되면 지난해 10월 APEC 계기 '치맥회동' 이후 9개월 만으로, 광주 반도체 팹 등 '대한민국 대도약 3대 메가 프로젝트' 후속 협력이 논의될 전망이다. 조동근 명지대 경제학과 명예교수는 “삼성 파운드리가 여전히 취약한 만큼 애플뿐 아니라 대규모 주문을 넣을 수 있는 AMD 리사 수 CEO, 자율주행 칩 수요를 가진 테슬라 등과의 네트워킹도 총수 차원에서 챙겨야 할 과제"라고 짚었다. 그는 “방미 성과가 곧바로 수주 계약으로 이어질지는 예단하기 어려운 만큼 글로벌 빅테크 시장의 문을 계속 두드리는 것 자체가 지금으로선 유일한 생존 전략"이라고 말했다. 최 회장은 곽노정 SK하이닉스 사장 등 핵심 경영진과 함께 나스닥 오프닝벨을 울렸다. SK하이닉스는 ADR 공모가를 주당 149달러로 확정, 265억달러(40조원)를 조달한다. 이는 2014년 알리바바(250억달러)를 넘어서는 외국기업 사상 최대 규모이자 지난달 스페이스X에 이어 미국 IPO 역대 두 번째다. ADR은 이날 'SKHYV'로 임시 거래를 시작해 13일 'SKHY'로 정규 거래에 들어가며, 조달 자금은 용인·청주 공장 건설과 첨단 장비 확충에 투입된다. 이는 최 회장이 강조해온 기업가치 재평가 작업의 연장선이다. 그는 올해 초 저서 '슈퍼 모멘텀'에서 “시장이 SK하이닉스를 아직 커머디티(범용) 제조사로 인식해 더 높은 가치를 인정해주지 않았다"며 “하이닉스는 지금보다 10배는 더 커져야 한다"고 썼다. 박지형 서울대 경제학과 교수는 “SK하이닉스의 나스닥 상장을 리스크 헤지 전략"으로 평가했다. 그는 “상장을 통한 자금 조달은 부채와 달리 미래 성장성을 담보로 한 장기적이고 안정적인 재원"이라며, “미국 내 기관·개인 투자자 지분이 늘어나면 관세 등 통상 압박에 대응할 정치·경제적 안전장치를 확보하는 효과도 있다"고 설명했다. SK하이닉스가 이처럼 현지 상장과 미국 빅테크와의 공동 투자 타진이라는 투트랙으로 재원 부담을 덜려는 것으로 보인다는 진단이다. 그는 “총수들이 직접 등판해 빅테크 CEO들을 만나는 것도 이런 국내외 이해관계를 조율하려는 전략적 행보"로 해석했다. 이날 하워드 러트닉 미 상무장관이 마이크론 공장 현장에서 삼성과 SK하이닉스를 향해 “미국으로 불러와 생산 시설을 짓게 하겠다"고 공개 압박했고, 마이크론은 375조원(2500억달러) 규모 추가 투자 계획을 발표했다. 삼성전자는 이미 텍사스주에 57조원을 들여 반도체 공장을 짓고 있고, SK하이닉스도 인디애나주에 6조원을 투자해 첨단 패키징 생산기지를 구축 중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올 초 미국에 생산시설을 짓지 않는 메모리 기업에 100%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경고한 만큼, 국내 투자와 별개로 미국 내 추가 투자 요구가 이어질 가능성도 제기된다. 조 교수는 이 같은 압박을 두고 “높아진 한국 반도체의 위상"으로 해석했다. AI 시대로 반도체 가치가 과거와 비교할 수 없이 높아지면서 미국 정부와 글로벌 시장의 러브콜이 쏟아지는 국면이라는 것이다. 그는 “미국 입장에서도 국내 기업의 현지 공장 건설이 이득인 만큼, 공장 건설을 매개로 최대한의 인센티브를 끌어내는 협상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아울러 “자율주행·휴머노이드 로봇 등 신산업의 핵심에도 결국 첨단 반도체가 필요한 만큼, 삼성과 SK가 선제적으로 움직이면 상상 이상의 협력 기회를 선점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그는 “애플이 원가 절감을 위해 중국산 메모리 도입을 검토하는 움직임도 경계해야 한다"며 “팀 쿡·일론 머스크 등 빅테크 수장들과 수평적 파트너십을 다져 대체 불가능한 입지를 확보해야 한다"고 말했다. 박 교수는 이러한 미국의 압박이 “트럼프 행정부 이후에도 이어질 장기 리스크"라고 봤다. 그는 “고율 관세 위협이 국내 기업의 대미 투자 결정에 결정적 요인으로 작용했다"며 “프렌드쇼어링을 넘어 미국 영토 내 공급망을 구축하겠다는 정책 기조가 계속될 가능성이 크다"고 진단했다. 이어 “이런 상황에서 국내 투자와 대미 투자 간 균형을 유지하는 것이 두 기업의 가장 큰 부담"이라며 “반도체 빅사이클로 호실적을 내고 있음에도 대미 투자 재원은 결국 외부 조달이 불가피한 구조"라고 했다. 김하나 기자 uno@ekn.kr, 신은서 인턴기자

[속보] SK하이닉스 ADR 나스닥 데뷔…“글로벌 컴퍼니로 재도약”

SK하이닉스가 미국주식예탁증서(ADR) 상장을 통해 글로벌 자본시장의 심장부인 나스닥에 입성했다. 조달 규모는 265억 달러(40조원)로 외국 기업의 미국 ADR 상장 사상 최대 규모다. SK하이닉스는 10일(현지시간) 오전 미국 뉴욕 타임스스퀘어 나스닥 마켓사이트에서 ADR 상장 기념 '오프닝 벨' 행사를 열고 조건부 거래를 개시했다고 밝혔다. 정규 거래는 13일부터 시작된다. 행사에는 최태원 SK그룹 회장, 최재원 수석부회장, 곽노정 SK하이닉스 최고경영자(CEO) 등 그룹과 회사 주요 경영진이 대거 참석했다. 곽노정 CEO는 기념사에서 “미국은 AI 중심지로 고객사와 인재가 있는 곳"이라며 “이번 상장으로 AI 생태계에 더 가까이 다가가 더 깊은 파트너십을 구축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신뢰(Trust), 혁신(Innovation), 성장(Growth)을 강조하며 “믿어준 투자자와 고객에 감사하고, 혁신을 통해 메모리 가능성의 경계를 넓혀가며, 함께해준 임직원들이 더 큰 성취를 이루도록 지원하겠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SK하이닉스는 기술 리더십을 증명하며 AI가 있는 모든 곳에 함께하겠다"고 했다. ADR은 외국 기업의 주식을 예탁기관이 보관하고, 이를 근거로 미국 증시에서 거래할 수 있도록 발행하는 증서다. 기업은 자국 증시 상장을 유지하면서 미국 자본시장에 진출할 수 있고, 투자자는 한국 증권사 계좌 개설이나 원화 환전 없이도 나스닥에서 달러로 직접 주식을 사고팔 수 있다. 지금까지 해외 투자자가 SK하이닉스 주식을 사려면 국내 증권사 계좌를 개설해야 했지만, 이번 상장으로 문턱이 사실상 사라졌다. ADR 공모가는 주당 149달러로 확정됐다. SK하이닉스는 1억7790만 주를 발행해 총 265억 달러를 조달했다. 이는 2014년 알리바바그룹이 세운 250억 달러 기록을 넘어선 외국 기업의 역대 최대 ADR 상장 규모이며, 최근 상장한 스페이스X(750억 달러)에 이어 미국 증시 전체로도 역대 두 번째로 큰 규모다. 공모 물량의 7배가 넘는 2000억 달러어치 주문이 몰리면서 애초 목표보다 높은 가격에 공모가를 확정하는 '프리미엄 프라이싱'에도 성공했다. 시장에서는 이번 ADR 상장이 그동안 저평가돼 온 SK하이닉스의 기업 가치를 재평가하는 계기가 될 것이란 기대가 나온다. SK하이닉스는 고대역폭메모리(HBM) 분야 선두주자지만, 증시에서는 3위 마이크론보다도 주가수익비율(PER)이 20∼40% 낮게 형성돼 왔다. 최태원 회장은 올해 출간된 SK하이닉스 관련 서적 '슈퍼 모멘텀'에서 “시장이 SK하이닉스를 아직 '커머디티(범용)' 제조사로 인식해 더 높은 가치를 인정해 주지 않았다"며 “하이닉스는 지금보다 10배는 더 커져야 한다"고 밝힌 바 있다. 1997년 10월 미국에 ADR을 상장한 대만 TSMC는 상장 이후 대만 증시보다 높은 가격을 형성한 바 있는 만큼, SK하이닉스 ADR에서도 유사한 흐름이 나타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이 경우 SK하이닉스 ADR 가격이 한국 주가보다 높아지는 이른바 '역(逆)김치 프리미엄' 현상이 발생할 가능성도 거론된다. 다만 ADR 상장이 곧바로 기업가치 상승으로 이어지지는 않을 것이라는 신중론도 있다. ADR 발행이 해외 투자자의 거래 편의성을 높이는 효과는 있지만, 그 자체로 기업 가치를 변화시키지는 않는다는 얘기다. SK하이닉스는 이번 상장을 계기로 미국 자본시장에서 투자자 저변을 넓히고 'AI 핵심 파트너'로서 입지를 강화한다는 계획이다. 이번 상장은 단순한 자금 조달을 넘어 차세대 컴퓨팅 생태계와의 연결을 강화해 새로운 사업기회를 발굴하고 전략적 파트너십을 심화하는 계기가 될 전망이다. SK하이닉스는 “AI 시대 데이터센터 확산에 따라 AI 메모리 수요가 급격히 늘고 있는 가운데, 글로벌 빅테크 고객들이 요구하는 기술력과 공급 역량을 갖춘 메모리 반도체 기업"이라고 했다. 특히 “AI 가속기 핵심 부품인 고대역폭메모리(HBM) 분야에서 경쟁우위를 확보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김하나 기자 uno@ekn.kr

美까지 우려한 ‘가짜뉴스처벌법’…‘플랫폼 부담·위헌 논란’ 확산

정부가 일명 '허위조작정보근절법'(개정 정보통신망법) 시행과 함께 주요 9개 플랫폼에 허위조작정보 대응 의무를 부과했다. 하지만 무엇을 허위조작정보로 볼 것인지에 대한 판단은 사업자 자율에 맡기면서 플랫폼 부담과 표현의 자유 논란이 동시에 커지고 있다. 미국 정부가 공개적으로 우려를 제기한 데 이어, 국내에서는 위헌 소송까지 제기되며 법 시행을 둘러싼 논란이 국내외로 확산하는 모습이다. 10일 IT업계에 따르면, 방송미디어통신위원회는 개정 정보통신망법에 따라 네이버, 카카오, 에이엑스지(AXG), 네이트, 디시인사이드, 구글, 메타, 엑스(X), 틱톡 등 9개 사업자를 허위조작정보 대응 의무 사업자로 지정했다. 지정 기준은 전년도 말 기준 직전 3개월 일평균 이용자 수(DAU) 100만명 이상이다. 대상 사업자는 허위조작정보 신고·조치 체계와 자율 운영정책을 마련하고, 운영 현황을 담은 투명성 보고서를 공개해야 한다. 법 시행과 함께 플랫폼들은 허위조작정보 대응 책임도 떠안게 됐다. 정부가 구체적인 판단 기준을 제시하지 않고 사업자 자율에 맡기면서 업계 안팎에서는 혼선과 법적 리스크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방미통위는 지난 8일 브리핑에서 “구체적인 허위조작정보나 불법정보의 판단 기준은 사업자가 정하도록 돼 있다"며 플랫폼의 자율 운영정책에 따른 판단을 강조했다. 정부가 세부 기준을 제시할 경우 과도한 개입으로 비칠 수 있다는 취지다. 업계에서는 허위조작정보 판단 책임이 플랫폼으로 넘어오면서 부담이 커졌다는 지적이 나온다. 시행 초기인 만큼 판단이 모호한 '회색지대' 사례를 둘러싼 혼선도 불가피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허위조작정보 여부를 플랫폼이 직접 판단해야 하는 만큼 부담이 클 수밖에 없다"며 “판단이 어려운 사례가 적지 않을 것으로 보여 당분간은 신중하게 대응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신고를 접수하고 요건을 검토하는 것은 가능하지만 허위조작정보 여부를 판단하는 것은 별개의 문제"라며 “기업은 법원이 아닌 만큼 그 판단까지 맡기는 데는 한계가 있다"고 했다. 이 때문에 주요 플랫폼들은 허위조작정보 여부를 자체적으로 판단하기보다 한국인터넷자율정책기구(KISO)에 판단을 맡기는 방향으로 가닥을 잡고 있다. KISO는 지난달 허위조작정보 자율정책 가이드라인을 확정하고, 회원사가 판단이 어려운 사안에 대해서는 '허위조작정보심의특별위원회'에 심의를 요청할 수 있도록 했다. 주요 플랫폼 업계 관계자는 “허위조작정보 여부는 플랫폼 자체 기준보다는 KISO 자율규제 가이드라인을 우선 적용할 계획"이라며 “판단이 어려운 사안은 KISO 전문위원회 심의를 거쳐 자의적 판단을 최소화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현재로서는 기존 신고 체계와 운영정책을 손질하는 것이 플랫폼들의 기본 대응 방향이다. 별도의 조직 신설이나 인력 확충 대신 기존 체계를 활용하는 데 무게를 두고 있다. 네이버는 법 시행 하루 전인 지난 6일 고객센터에 허위조작정보 신고 기능을 신설했다. 블로그, 카페, 뉴스 댓글, 치지직 등 공개형 서비스에서 관련 신고를 접수해 운영정책과 자율규제 기준에 따라 검토·조치하도록 했으며, 기존 게시물 신고 항목에도 '허위조작정보'를 추가했다. 카카오는 지난달 30일 고객센터와 신고센터에 허위조작정보 신고 창구를 마련하고 기존 신고 체계에 관련 항목을 추가했다. 신고가 접수되면 운영정책에 따라 허위조작정보 해당 여부를 검토한 뒤 사안의 성격과 심각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조치할 방침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현재로서는 별도의 조직 신설이나 인력 확충 없이 기존 체계 안에서 대응할 계획"이라며 “우선 운영정책을 개정하고 신고 항목을 추가하는 수준에서 법 시행에 대응하고 있다"고 말했다. 법 시행을 둘러싼 논란은 외교 문제로도 번지고 있다. 토미 피곳 미국 국무부 대변인은 9일(현지시간) 연합뉴스의 관련 질의에 “한국은 미국 기업들에 과도한 부담을 부과해서는 안 되며, 법 시행이 표현의 자유를 검열하는 수단으로 이용돼서도 안 된다"고 밝혔다. 이어 “미국은 정보통신망법 개정안이 과도한 콘텐츠 규제를 초래하고 표현의 자유를 훼손할 수 있다는 점에 대해 심각한 우려를 갖고 있다"며 “법 시행이 표현의 자유를 위축시키지 않도록 한국 정부가 주요 이해관계자, 특히 미국 기술기업들과 지속적으로 대화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트럼프 행정부는 그동안 이 법이 표현의 자유를 중시하는 미국의 온라인 콘텐츠 규제 원칙에 배치되고 메타와 구글 등 미국 플랫폼 기업에도 부담을 줄 수 있다는 이유로 문제를 제기해왔다. 사라 로저스 미국 국무부 공공외교 담당 차관도 지난 4월 방한 당시 한국 정부 관계자들에게 같은 취지의 우려를 전달한 바 있다. 국내에서는 위헌 논란도 본격화하고 있다. 법 시행 첫날에는 개정 정보통신망법이 표현의 자유를 침해한다는 취지의 헌법소원이 제기됐다. 10일 법조계에 따르면, 법무법인 동인 공원준 변호사는 지난 7일 개정 정보통신망법 제44조의7 제1항 제2의2호에 대해 위헌확인 헌법소원을 청구했다. 해당 조항은 불법정보 유형 가운데 하나로 '공공연하게 인종, 국가, 지역, 성별, 장애, 연령, 사회적 신분, 소득 수준 또는 재산 상태 등을 이유로 특정 개인이나 집단에 대한 직접적인 폭력이나 차별을 선동하거나, 증오심을 심각하게 조장해 존엄성을 현저히 훼손하는 정보'를 규정하고 있다. 공 변호사는 “차별을 비롯해 조항에 사용된 개념들의 정의가 지나치게 모호해 헌법상 명확성 원칙에 위배된다"며 “자의적인 법 적용이 가능해져 표현의 자유를 침해할 우려가 있다"는 취지로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치권에서도 야당을 중심으로 위헌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 정점식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지난 7일 원내대책회의에서 “입틀막법은 악법이자 위헌"이라며 헌법소원 심판 청구를 예고했다. 한동훈 무소속 의원도 지난 6일 “헌법에 위반되는 것이며 표현의 자유를 심각하게 왜곡하는 법"이라고 비판했다. 김나현 기자 knh@ekn.kr

우주청, ‘배터리+엔진’ 미래항공기 개발 추진...2030년 첫 비행 목표

정부가 배터리와 엔진을 함께 쓰는 하이브리드 미래항공기 개발에 나선다. 우주항공청은 10일 경남 사천 청사에서 국내 항공기 체계 및 소재·부품 기업과 '제8차 우주항공 SOS 간담회'를 열고, 이 같은 미래항공기 개발 전략을 논의했다고 밝혔다. 이번 간담회는 지난 3일 국가우주위원회에서 발표된 '대한민국 우주항공 산업육성전략'의 후속 논의를 위해 마련됐다. 한국항공우주산업(KAI), 대한항공, 현대자동차, 두산에너빌리티, 한화시스템 등 항공기와 엔진, 소재·부품 분야 기업 20곳이 참석했다. 우주항공청에 따르면, 정부는 하이브리드 미래항공기 개발을 주도하고, 민간은 순수 배터리 기반 항공기를 개발하는 등 역할을 분담한다. 정부 사업에는 2027년부터 국비 5958억 원이 투입되며, 2030년 말 기본형 시제기 첫 비행을 목표로 한다. 하이브리드 미래항공기를 기본 플랫폼으로 개발한 뒤, 공공·상용 시장의 임무별 수요에 따라 기체를 확장한다는 계획이다. 참석 기업들은 국내 미래항공기 산업 생태계를 조성하려면 국산 소재·부품 기업의 참여를 늘리고, 정부 주도의 체계개발 사업을 통해 신기술을 먼저 확보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시험·실증 인프라 지원과 초기 공공수요 창출, 국내 소재·부품 기업의 참여를 뒷받침할 제도적 지원도 요청했다. 오태석 우주항공청장은 “국내 독자 미래항공기 플랫폼 확보가 민간 항공산업의 경쟁력을 높이는 기반이 될 것"이라며 “정부 투자가 실제 산업화와 수출로 이어질 수 있도록 지원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박서현 기자 shine@ekn.kr

“엔비디아 없는 미래 그린다”…메타, 9월 자체 AI칩 양산 돌입한 까닭

메타플랫폼이 오는 9월부터 자체 설계한 인공지능(AI) 칩 '아이리스(Iris)' 양산에 돌입한다. 엔비디아·AMD 의존도를 낮추는 동시에, 확보한 컴퓨팅 인프라를 외부에 임대하는 클라우드 사업 진출까지 검토하며 AI 인프라 패권 경쟁의 몸집을 키우는 모습이다. 10일 업계와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메타는 자체 AI 칩 프로젝트인 '메타 훈련·추론 가속기(MTIA)'의 첫 양산 제품으로 '아이리스'를 내놓는다. 설계는 브로드컴이, 생산은 대만 TSMC가 맡는다. 아이리스는 6주간의 검증 테스트에서 중대한 결함은 발견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메타가 자체 칩 양산을 서두르는 배경에는 최신 GPU 확보난이 자리하고 있다. 내부 메모에는 최신 GPU 확보가 “매우 어렵고 시간이 많이 걸렸다"는 내용이 담긴 것으로 알려졌다. 메타는 통상 1년 이상이던 업계 신제품 출시 주기를 절반 수준인 6개월로 단축해 2027년까지 신규 AI 칩을 잇달아 선보인다는 계획이다. 외부 공급망 의존도를 낮추고 개발 속도 자체를 끌어올리겠다는 전략이다. 마이크 괄티에리 포레스터리서치 부사장은 “다른 기업에 칩을 의존해서는 AI 강자가 될 수 없다"며 “하이퍼스케일러(초대형 클라우드 사업자)와 스페이스X까지 모두 칩 생산을 계획하는 것은 모델 사용료 경쟁에서 가격 경쟁력을 확보할 유일한 방법이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메타는 AI 컴퓨팅 인프라 확장에도 고삐를 죈다. 메타는 올해 인프라 규모를 7기가와트(GW)까지 늘리고, 내년에는 이를 두 배인 14GW까지 확대한다. 상반기에 1GW를 구축했고 연말까지 5.5GW를 추가로 확보한다는 계획이다. 업계 관계자는 “1GW가 80만 가구에 전력을 공급할 수 있는 규모"라며 “이를 감안하면, 14GW는 1120만 가구 몫의 전력을 컴퓨팅에 투입하는 셈"이라고 했다. 해외 거점 확대도 병행한다. 메타는 캐나다에 91억 달러(13조원) 이상을 투입해 첫 AI 데이터센터를 짓기로 했는데, 이는 미국 외 지역에 메타가 건설하는 AI 데이터센터 중 최대 규모다. 업계에서는 이 같은 메타의 몸집 불리기 행보가 최대 클라우드 수요처에서 '공급자'로 영역을 넓히는 신호로 보고 있다. 마크 저커버그 메타 최고경영자(CEO)는 이날 블룸버그통신 인터뷰에서 “컴퓨팅 사용 제안 가격이 워낙 높아, 일부는 내부 용도보다 외부 임대가 합리적일 수 있다"고 말했다. 앞서 블룸버그는 지난 1일 메타가 AI 인프라를 기반으로 새로운 클라우드 사업을 준비 중이라고 보도한 바 있다. 유력하게 거론되는 방식은 아마존웹서비스(AWS)의 '베드록(Bedrock)'식 모델로, 자사 AI 모델 '뮤즈 스파크(Muse Spark)'를 서비스 형태로 제공하고 개발자에게 사용료를 받는 구조다. 대규모 데이터센터 확장을 위한 핵심 부품 공급망도 선제적으로 확보했다. 메타는 삼성전자의 메모리 반도체, 샌디스크의 플래시 스토리지, 스미토모전기의 광섬유 장비 부문과 장기 공급 계약을 체결했다고 밝혔다. AI 투자 확대에 따른 메모리 품귀에 대비한 조치다. 모건스탠리는 최근 메모리 가격 급등 현상을 '칩플레이션'으로 규정하며 새로운 거시경제 변수로 지목한 바 있다. 리서치업체 포레스터의 마이크 구알티에리 부사장은 “칩을 다른 회사에 의존하고서는 AI 거인이 될 수 없다"고 말했다. 메타는 올해 AI 인프라에 최대 1450억 달러(약 219조원)를 투입한다. 이는 빅테크 전체의 올해 CAPEX 전망치 7000억달러의 5분의 1 수준이다. 메타는 데이터센터 확충을 위해 삼성전자와 메모리 반도체, 샌디스크와 플래시 스토리지, 일본 스미토모전기와 광케이블 장기 공급 계약도 각각 체결했다. AI 투자 확대에 따른 메모리 품귀에 대비한 조치다. 메모리 품귀 여파로 애플이 제품 가격을 인상하는 등 공급망 확보 경쟁이 치열해지는 상황에서, 메타는 장기 계약을 통해 안정적 발판을 마련했다는 평가다. 다만 시장 일각에선 메타가 과잉 투자한 컴퓨팅 자원을 처분하려는 것 아니냐는 의구심도 제기된다. 이에 대해 저커버그 CEO는 블룸버그에 “컴퓨팅 자원이 남아돌기 때문이 아니다. 현재도 보유한 연산 능력을 모두 내부적으로 활용하고 있다"고 해명했다. 그러면서도 메타가 AI 모델이 아닌 순수 컴퓨팅 자원 자체를 판매하는 '네오클라우드(neocloud)' 사업도 검토하고 있다고 알려졌다. 저커버그 CEO는 “혹시 내부에서 모든 컴퓨팅 자원을 쓰지 않게 되더라도 AWS·애저(Azure)·구글 컴퓨트처럼 장기 계약으로 충분히 판매할 수요가 존재한다"며 상업화 가능성에 자신감을 보였다. 이어 “단기 계약을 높은 프리미엄에 체결한다는 점에서 매우 흥미롭다"며 스페이스X가 테네시주 멤피스 xAI 데이터센터를 앤트로픽과 구글에 임대하는 전략에도 관심을 나타냈다. 김하나 기자 uno@ekn.kr

“AI 시대 승부처는 GPU 아닌 전력”…우드맥킨지 “비트에서 와트로 중심 이동”

“AI 시대의 마지막 병목(Bottleneck)은 알고리즘도, 반도체도 아닌 전력(Power)입니다." 김나영 우드맥킨지(Wood Mackenzie) 전력·신재생에너지 컨설팅 디렉터는 10일 열린 에너지미래포럼에서 'From Bits to Watts: Why AI is Becoming an Energy Story'를 주제로 발표하며 “세계는 비트(Bit)를 중심으로 한 시대에서 전력(Watt)이 산업 경쟁력을 좌우하는 시대로 넘어가고 있다"고 진단했다. 김 이사는 “과거에는 석유와 가스를 가진 국가가 경쟁력을 가졌고, 이후에는 데이터와 반도체가 산업을 주도했다"며 “AI 시대에는 결국 충분한 전력을 얼마나 빠르게 공급할 수 있는지가 승자를 결정하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이를 '분자(Molecule)의 시대→비트(Bit)의 시대→와트(Watt)의 시대'라는 산업 패러다임 변화로 설명했다. 20세기는 석유기업이 세계 경제를 주도했지만, 2011년 애플이 처음으로 엑손모빌 시가총액을 넘어선 이후 데이터 중심 시대가 열렸고, 생성형 AI 등장 이후에는 다시 전력이 핵심 경쟁 요소로 부상하고 있다는 것이다. 김 이사는 “AI 산업은 알고리즘과 GPU만으로 완성되지 않는다"며 “마지막 퍼즐은 결국 전력"이라고 말했다. 그는 AI 시대를 가능하게 하는 세 가지 축으로 ▲대형언어모델(LLM) 등 알고리즘 ▲엔비디아 GPU와 같은 병렬연산 칩 ▲전력을 제시하며 “전력이 없으면 알고리즘도 GPU도 아무 의미가 없다"고 설명했다. 이어 “AI 붐의 수혜는 반도체 기업에서 끝나지 않는다"며 데이터센터 가치사슬 전반으로 투자 대상이 확대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실제로 광통신 기업 코닝(Corning), 데이터센터 냉각기업 버티브(Vertiv), 연료전지 기업 블룸에너지(Bloom Energy), 소형모듈원전(SMR) 개발사 오클로(Oklo), 지열기업 퍼보에너지(Fervo Energy), 송전망 건설기업 퀀타서비스(Quanta Services) 등도 시장의 주목을 받고 있다고 소개했다. 김 이사는 “예전에는 유리회사 정도로 인식됐던 코닝도 AI 데이터센터용 광케이블 수요가 급증하면서 다시 시장의 중심으로 올라섰다"며 “데이터센터와 연결된 거의 모든 밸류체인에서 새로운 기업들이 등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특히 최근 미국에서는 빅테크들이 데이터센터뿐 아니라 전력 확보에도 직접 뛰어들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구글은 신재생에너지 개발사를 인수했고, 메타도 광통신 인프라에 대규모 투자를 진행했다"며 “이제 자본은 컴퓨팅이 아니라 전력을 사고 있다"고 말했다. 대표 사례로는 미국 최대 민간 발전기업 넥스트에라에너지(NextEra Energy)의 도미니언에너지(Dominion Energy) 인수를 꼽았다. 그는 “넥스트에라가 약 670억달러 규모의 도미니언 인수를 추진한 이유는 단순히 발전설비를 늘리기 위해서가 아니라 미국 최대 데이터센터 밀집지역인 버지니아 '데이터센터 앨리(Data Center Alley)'를 확보하기 위한 전략"이라며 “전력 공급능력과 데이터센터 고객을 동시에 확보한 상징적인 거래"라고 평가했다. 김 이사는 AI 시대 최대 과제로 여섯 가지 병목도 제시했다. 첫 번째는 발전원이다. 그는 “데이터센터 전력 공급을 위해 LNG냐, 재생에너지냐, SMR이냐를 많이 묻지만 현재 정답은 '모두(All of the above)'"라며 “어떤 발전원이든 가장 빠르게 전력을 공급할 수 있다면 모두 필요한 시대"라고 말했다. 이어 “지금 중요한 것은 특정 기술이 아니라 '스피드 투 파워(Speed to Power)'"라고 강조했다. 두 번째는 송전망이다. 김 이사는 “데이터센터는 2년이면 건설되지만 송전망은 10년 이상 걸린다"며 “전 세계적으로 전력망이 가장 큰 병목이 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초기에는 자체 발전원을 활용하는 '비하인드 더 미터(Behind-the-Meter)' 방식이 확대되겠지만 장기적으로는 결국 송전망 확충이 필수적이라고 전망했다. 세 번째는 지역사회 수용성이다. 그는 “미국에서도 데이터센터 반대 여론이 60%를 넘는다"며 “소음과 물 사용, 전기요금 상승 등에 대한 주민 반발이 커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 밖에도 ▲변압기·가스터빈 등 공급망 부족 ▲AI 투자 확대로 인한 전기요금 상승 ▲AI 투자 과열과 수익성 검증 여부 등을 향후 산업의 핵심 변수로 제시했다. 김 이사는 발표를 마무리하며 “시대의 중심은 이미 비트에서 와트로 이동했다"며 “역사적으로도 항상 병목을 해결한 기업이 산업의 승자가 됐듯 AI 시대 역시 전력 공급 문제를 해결하는 기업들이 새로운 승자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전지성 기자 jjs@ekn.kr

SK하이닉스 ADR 공모가 149달러…외국기업 美 IPO ‘최대어’

SK하이닉스 미국주식예탁증서(ADR)의 공모가가 주당 149달러로 최종 확정됐다. SK하이닉스는 9일(현지시간) “ADR 1억7790만 주의 기업공개(IPO) 가격을 이같이 확정했다"고 발표했다. ADR 1주가 국내 보통주 10분의 1에 해당한다는 점을 고려하면, 이번 공모가는 전날 국내 증시 종가 218만6000원(원/달러 환율 1509.9원 기준)보다 2.9% 높은 수준이다. SK하이닉스 측은 “이번 IPO에서 유일하게 프리미엄 프라이싱(공모가 할증)을 달성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SK하이닉스는 265억700만 달러(40조 원)를 조달하게 됐다. 이는 알리바바그룹이 2014년 뉴욕증권거래소 상장 당시 조달한 250억 달러를 넘어서는 규모로, 외국기업의 미국 증시 상장 사상 최대다. 미국 기업까지 포함하면 지난달 12일 상장한 일론 머스크의 스페이스X에 이어 역대 두 번째로 큰 IPO 규모다. 당초 시장에서는 조달 규모가 290억 달러 안팎에 이를 것이라는 전망도 나왔으나, 최근 주가 조정으로 예상보다 축소됐다. SK하이닉스 주가는 지난달 25일 298만7000원으로 사상 최고가를 기록한 뒤 상장 전날 218만6000원까지 내려앉은 상태다. 흥행의 열기는 수요예측 단계에서부터 뚜렷했다. 전날 블룸버그에 따르면, SK하이닉스 ADR 수요예측에서 모집 물량의 7배가 넘는 청약이 몰렸다. 총수요는 2000억 달러(301조 원)에 달했으며, 발행 물량의 절반가량이 상위 10개 계좌에 배정된 것으로 전해졌다. 글로벌 장기투자펀드, 기술주 전문펀드, 국부펀드, 아시아 투자에 집중하는 글로벌 투자자 등으로부터 강한 수요가 확인됐다. 상장 전 핵심 기관투자자들이 물량 일부를 미리 매입하기로 하는 코너스톤 투자에도 대형 투자사들이 대거 참여했다. 시추에이셔널 어웨어니스 파트너스, 베일리 기포드, 코튜매니지먼트 등 3곳은 최대 70억 달러 상당의 매수 의향을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코너스톤 투자는 법적 구속력이 없는 투자의향 단계로, 향후 물량이 조정될 수 있다. 업계에서는 이번 공모가 흥행에 성공한 배경으로 인공지능(AI) 수요 확대에 대한 기대를 꼽는다. 메타의 클라우드 사업 검토 소식 등이 반도체 '피크아웃(정점 통과)' 우려에 불을 지폈지만, 해외 투자자들은 여전히 AI발 성장랠리가 지속될 것이라는 데 더 무게를 둔 것으로 풀이된다. SK하이닉스 ADR은 10일 나스닥 글로벌셀렉트마켓에서 종목코드 'SKHYV'로 조건부 거래를 시작한다. 이어 13일부터는 정식 종목코드 'SKHY'로 정규 거래가 개시되며, 공모 절차는 14일 마무리될 예정이다. 이번 공모는 뱅크오브아메리카(BofA), 시티그룹, 골드만삭스, JP모건체이스가 공동 주관을 맡았으며, 이 밖에 9개 증권사가 추가로 참여했다. 김하나 기자 uno@ekn.kr

SK하이닉스 몸값 재평가 나선 최태원…美서 메모리 세일즈

SK하이닉스가 미국 나스닥시장에 주식예탁증서(ADR)를 상장함에 따라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직접 미국을 찾아 상장 기념 오프닝벨 타종 행사에 참석한다. 상장 기념식에서 글로벌 투자자들과 직접 소통하고, 주요 고객사들과 만나 인공지능(AI) 메모리 협력 확대 방안도 모색할 것으로 관측된다. 9일 재계에 따르면, 최 회장은 10일 오전(현지시간) 미국 뉴욕에서 열리는 SK하이닉스 ADR 나스닥 상장 기념식에 곽노정 SK하이닉스 대표이사 사장 등 주요 경영진과 함께 자리한다. 나스닥 개장과 함께 진행되는 오프닝벨 행사는 글로벌 기업의 상장을 기념하는 대표적 이벤트로 통상 오너 경영자 등 최고위 경영진이 직접 참석한다. 뉴욕증권거래소(NYSE)가 실제 종을 치는 방식과 달리 나스닥은 터치스크린 형태의 디지털 버튼을 누르는 방식으로 세리모니를 진행한다. 이번 행사는 SK하이닉스가 AI 시대 핵심 기업으로 자리매김한 이후 처음으로 미국 자본시장에서 대규모 ADR을 발행하는 자리다. SK하이닉스는 이번 상장을 위해 전체 발행주식의 2.5%인 최대 1779만주를 신주로 발행한다. SK하이닉스 ADR 수요예측에 공모 물량의 7배가 넘는 청약이 몰린 것으로 알려졌다. 글로벌 장기투자 펀드와 기술 전문 펀드, 국부펀드, 아시아 전문 글로벌 투자자 등의 수요가 집중되면서다. 공모가는 9일 확정되며, 직전 거래일인 8일 종가(207만6000원) 기준으로 산정될 경우 조달 규모는 245억달러(37조1400억원) 수준이 될 전망이다. 이는 알리바바(250억달러)에 이어 외국 기업의 미국 증시 상장 역대 2위에 해당하는 규모다. 다만 상장 전 예상치로는 총 290억달러(43조원) 규모까지 거론돼, 외국 기업의 첫 미국 주식 매각으로는 사상 최대가 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왔다. ADR은 10일 임시 거래를 시작해 13일부터 정규 거래로 전환되며, 신주 예탁증서(DR)의 최종 상장일은 29일이다. 조달 자금은 전액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 1기 팹 건설 ▲청주 P&T7 어드밴스드 패키징 팹 건설·장비·부대비용 ▲극자외선(EUV) 스캐너 등 기계장치 취득 및 시설투자에 투입될 방침이다. 이번 ADR 상장은 AI 데이터센터용 고대역폭메모리(HBM) 수요 급증 속에서 AI 인프라 확산의 핵심 기업으로 부상한 SK하이닉스의 기업가치를 글로벌 자본시장에서 제대로 평가받기 위해 추진됐다. 그동안 SK하이닉스는 한국 증시에만 상장돼 있어 거래 시간, 환전 문제, 낮은 유동성의 장외 ADR 등으로 미국 투자자들의 직접 투자에 한계가 있었고, 이는 실제 경쟁력에 비해 저평가되는 요인으로 지적돼 왔다. 나스닥 상장이 이뤄지면 미국 정규장 시간대 거래가 가능해지고 나스닥100 등 주요 지수 편입 가능성도 열리면서, 패시브 상장지수펀드(ETF)의 기계적 매수 수요까지 유입될 수 있다. 업계에서는 이번 나스닥 입성이 SK하이닉스를 '범용 메모리 업체'에서 AI 인프라 핵심 기업으로 재평가받는 분수령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최 회장은 이 자리에서 글로벌 투자자들을 상대로 SK하이닉스의 AI 메모리 경쟁력과 중장기 성장 전략을 직접 설명할 것으로 예상된다. 최 회장은 올해 초 출간한 SK하이닉스 HBM 성공 스토리를 담은 저서 '슈퍼 모멘텀'에서 “시장이 SK하이닉스를 아직 '커머디티(범용)' 제조사로 인식해 더 높은 가치를 인정해주지 않았다"며 “하이닉스는 지금보다 10배는 더 커져야 한다"고 밝힌 바 있다. 이는 SK하이닉스를 단순 메모리 공급업체가 아닌 고객 맞춤형 AI 메모리 솔루션 기업으로 키워 기업가치를 끌어올리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재계에서는 최 회장이 방미 기간 엔비디아, 테슬라 등 주요 빅테크 경영진과도 잇달아 회동할 가능성이 제기된다. 최 회장은 올해 2월 미국 실리콘밸리에서 젠슨 황 엔비디아 CEO와 만나 HBM은 물론 차세대 서버용 메모리 모듈 소캠(SOCAMM), 낸드플래시 등 메모리 반도체와 AI 데이터센터 구축을 포함한 중장기 협력 방안을 논의했으며, 지난달 방한한 황 CEO와 다시 만나 협력 관계를 재확인했다. 이에 앞서 최 회장은 혹 탄 브로드컴 CEO, 사티아 나델라 마이크로소프트 CEO, 마크 저커버그 메타 CEO, 순다르 피차이 구글 CEO 등과도 잇달아 회동하며 글로벌 빅테크와의 AI 협력을 확대해왔다. 김하나 기자 uno@ekn.kr

선글라스 낀 이재용, 선밸리서 ‘파운드리 세일즈’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한진만 삼성전자 DS부문 파운드리사업부장(사장)과 함께 미국 아이다호주 선밸리에서 열린 '선밸리 콘퍼런스'에 참석했다. 글로벌 빅테크 수장들이 총집결하는 자리인 만큼, 파운드리 및 AI 반도체 협력 확대로 이어질지 업계의 관심이 쏠린다. 8일 재계에 따르면, 이 회장과 한 사장은 7일(현지시각)부터 11일까지 나흘간 미국 아이다호주 선밸리 리조트에서 열리는 '앨런&컴퍼니 선밸리 콘퍼런스'에 참석했다. 두 사람이 현지 언론 카메라에 포착되면서 참석 사실이 알려졌다. 이날 공개된 사진 속 이 회장은 검은색 선글라스를 낀 채 하늘색 체크무늬 셔츠에 네이비 재킷을 걸친 비즈니스 캐주얼 차림으로 손에는 생수병을 들고 있었다. 한 사장은 안경을 쓴 채 하늘색 카라 폴로 셔츠와 청바지를 입었다. 두 사람은 각각 콘퍼런스 참가자 명찰을 목에 걸고 있었다. 선밸리 콘퍼런스는 미국 투자은행 앨런&컴퍼니가 1983년부터 매년 7월 개최하는 비공개 행사다. IT·미디어·금융 등 각 분야 극소수 유력 인사만 초청받는 자리로 '억만장자의 여름 캠프' 또는 '억만장자 사교클럽'으로 불린다. 초청 인사들은 5일간 휴가를 겸해 이곳에 모여 친목을 다지는 동시에 첨단 기술 동향을 논의하고 사업 협력 방안을 모색한다. 이 회장은 2002년부터 거의 매년 선밸리를 찾은 '단골 멤버'이며, 이 행사를 연중 일정 중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과거 “선밸리는 1년 중 가장 바쁜 출장이자 가장 신경 쓰는 출장"이라며 “애플과 페이스북 등 20~30개 고객사와 만난다"고 언급한 바 있다. 올해 행사에는 팀 쿡 애플 CEO와 차기 CEO 내정자인 존 터너스 수석부사장, 제프 베이조스 아마존 창업자 겸 이사회 의장, 마크 저커버그 메타 CEO, 순다르 피차이 구글 CEO, 샘 올트먼 오픈AI CEO 등 글로벌 빅테크 수장들이 대거 참석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번에는 파운드리 사업을 총괄하는 한 사장이 동행한 만큼, 주요 고객사들과 AI 반도체·파운드리 협력 확대를 집중 논의할 가능성이 제기된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테슬라와 20조원 대의 AI 칩 생산 계약을 체결한 것으로 알려진 데 이어, 엔비디아 자율주행칩과 그록(Groq) AI 칩 생산에도 협력 중이다. 최근에는 인공지능(AI) 모델 '클로드' 개발사인 앤스로픽과도 AI 칩 생산을 논의 중인 것으로 전해지는 등 고객사 확보에 속도를 내고 있다. 업계에서는 모바일 AP 설계업체 퀄컴, PC·서버용 CPU 설계업체 AMD 등 추가 글로벌 고객사와의 협력 확대 가능성도 거론된다. 재계에서는 이 회장이 선밸리를 시작으로 미국 현지 체류 기간 주요 고객사들과 잇달아 접촉해 파운드리뿐 아니라 고대역폭 메모리(HBM) 등 메모리 반도체 분야 협력 방안도 구체화할 것으로 보고 있다. 아울러 이달 말 이탈리아 시칠리아에서 열리는 글로벌 테크 CEO 모임 '구글 캠프' 참석 가능성도 점쳐지면서, 이 회장의 글로벌 네트워크 행보는 당분간 이어질 전망이다. 김하나 기자 uno@ekn.kr

네카오·구글 딱 8곳만…방미통위가 이들만 찍은 까닭

방송미디어통신위원회(방미통위)가 개정 정보통신망법에 따른 허위조작정보 대응 의무 대상 사업자로 8일 총 8곳을 지정해 통보했다. 국내 사업자는 네이버·카카오·네이트·디시인사이드, 해외 사업자는 구글·메타·엑스(X)·틱톡이다. 개정 정보통신망법이 지난 1월 6일 공포되고 전날부터 시행에 들어가면서 법 적용 첫 대상이 확정된 셈이다. 기준이 된 건 이용자 수다. 전년도 말 기준 직전 3개월간 하루 평균 이용자 수가 100만명 이상인 정보통신서비스 제공자가 지정 대상이 됐다. 신영균 방미통위 방송통신이용자정책국장은 이날 과천 방미통위 청사에서 열린 브리핑에서 “국내 사업자는 네이버·카카오·네이트·디시인사이드, 해외 사업자는 구글·메타·엑스(X)·틱톡이 규제 대상에 해당한다"고 밝혔다. 지정된 8곳은 이제 허위조작정보 신고 접수·처리 절차와 자율 운영정책을 마련해야 한다. 신고 접수 사실과 조치 결과를 신고자와 정보 게재자 양쪽에 통지해야 하고, 운영 현황을 담은 투명성 보고서도 정기적으로 공개해야 한다. 방미통위는 이들 사업자가 법상 의무를 제대로 이행하는지 점검하고, 운영 실태에 대해서도 조사·감독할 방침이다. 이에 따라 지정 사업자 입장에서는 신고 창구부터 새로 정비해야 하는 부담이 당장의 과제로 떨어지게 됐다. 신 국장은 “사후적으로 사업자들이 자율 운영정책을 적절히 운영하는지 조사, 감독할 권한이 있다"며 이행을 압박했다. 방미통위는 이날 지정 발표와 함께 관련 가이드라인도 공개했다. 방미통위 관계자는 “개정안의 현장 안착을 지원하고 사업자·이용자의 명확한 이해를 돕기 위해 가이드라인을 제작했다"고 말했다. 가이드라인에는 ▲대규모 정보통신서비스 제공자 기준(서비스 종류·이용자 수) 및 준수사항(자율 운영정책 수립·신고 접수 및 조치·보고서 작성 및 공표·사실확인 활동 지원) ▲불법·허위조작정보로 인한 피해 구제 방법(관련 신고 및 분쟁조정 신청, 방송미디어통신심의위원회 심의 신청, 손해배상 청구) ▲불법·허위조작정보 유통 시 제재 사항(과징금) 등이 구체적으로 담겼다. 이 가운데 가장 뜨거운 쟁점은 풍자·패러디와 허위조작정보를 가르는 경계선이다. 방미통위는 이 구분 기준을 정부가 직접 제시하지 않기로 했다. 다만 방미통위는 앞으로 법령 적용 사례를 홈페이지를 통해 지속적으로 공유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신 국장은 “정부가 구체적인 기준을 제시하는 것은 오히려 과도한 개입이 될 수 있다"며 “최종적인 판단은 법원이 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허위조작정보 해당 여부를 행정기관이 아닌 법원이 최종 판단하도록 한 것은 표현의 자유를 최대한 보장하기 위한 설계라는 설명이다. 과징금 부과 여부와 액수를 결정하는 건 방미통위 몫이다. 허위조작정보로 확정된 동일 정보를 알면서도 2회 이상 반복 유포한 경우, 방미통위가 위반 정도와 사회적 영향, 고의성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과징금을 부과한다. 과징금 규모는 최소 500만원에서 최대 10억원까지다. 허위조작정보를 반복 유포해 수익을 얻는 이른바 '수익형 정보 게재자'를 겨냥한 가중손해배상 제도도 함께 시행된다. 다만 공익 목적의 보도이거나, 게재 당시 사실이라고 믿을 만한 상당한 이유가 있었던 경우는 적용 대상에서 제외된다. 방미통위는 “표현의 자유 위축 우려에 대해 허위조작정보 요건 자체가 고의성·의도성·목적성을 모두 갖춘 경우로 엄격하게 규정돼 있고, 전략적 봉쇄소송(SLAPP)을 막기 위한 장치도 마련돼 있다"고 말했다. 김하나 기자 uno@ek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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