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적 레벨이 달라졌다”...삼성전자, 1분기 영업이익 40兆 찍나

삼성전자와 LG전자가 세트 수요 둔화와 대외 불확실성에도 불구하고 반도체와 전장, 공조 사업의 호조를 앞세워 1분기 실적 방어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사업 포트폴리오 다변화 효과가 본격적으로 드러나며 양사 모두 비교적 견조한 성적표를 받아들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5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와 LG전자는 오는 7일 '2026년 1분기 잠정실적'을 공개한다. 특히 삼성전자는 반도체 슈퍼사이클(초호황기)에 올라타며 분기 영업이익 40조원 돌파가 유력하게 점쳐진다. LG전자 역시 냉난방공조(HVAC)와 전장(차량용 전자·전기장비) 사업 호조에 힘입어 전 분기 적자에서 벗어나 수익성 개선에 성공할 것으로 보인다. 증권사 13곳의 컨센서스에 따르면 삼성전자의 1분기 매출과 영업이익은 각각 121조3946억원, 41조8359억원 수준으로 추정된다.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6조6853억원) 대비 6배 이상 증가한 규모다. 이 같은 전망이 현실화될 경우 지난해 4분기(약 20조원)보다 두 배 가까이 늘어나며 분기 기준 사상 최대 실적을 새로 쓸 가능성이 크다. 업계에서는 호황 국면에 진입한 반도체가 전체 실적을 견인한 반면 스마트폰 사업은 상대적으로 부진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증권가에서는 1분기 반도체 사업을 맡고 있는 DS부문 영업이익이 최소 37조원에서 최대 48조원 수준에 이를 수 있다는 관측을 내놓고 있다. 이는 지난해 1분기(1조1000억원) 대비 큰 폭으로 늘어난 규모다. 메모리 반도체 수요가 꾸준히 이어지고 범용 D램 가격 상승, 고대역폭 메모리(HBM) 판매 증가 등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 그동안 실적을 떠받쳐온 MX사업부는 올해 초 '갤럭시 S26' 출시에도 불구하고 메모리 등 부품 가격 상승 영향으로 수익성이 악화되며 영업이익이 2조원대에 머물 것으로 예상된다. 또 지난해 4분기 6000억원 규모의 적자를 기록했던 DA(가전)·VD(TV) 사업부는 1분기 흑자 전환 가능성이 제기된다. LG전자는 세트 수요 둔화 상황에서도 전 사업부가 전반적으로 회복 흐름을 보이며 비교적 견조한 실적을 낼 전망이다. 최근 3개월 내 보고서를 낸 증권사 15곳의 컨센서스에 따르면 1분기 LG전자의 매출과 영업이익은 각각 23조2618억원, 1조3749억원으로 추산된다. 전년 동기 대비 매출은 2.3%, 영업이익은 9.2% 증가한 수준이다. 직전 분기 일회성 비용과 일부 사업 부진으로 발생한 영업손실(1090억원)을 한 분기 만에 해소하고 실적 반등에 성공할 것으로 보인다. 사업부별로는 가전 사업을 담당하는 HS사업본부가 7000억원에 근접한 영업이익을 기록하며 실적을 견인할 것으로 예상된다. TV 사업을 맡은 MS사업본부는 영업이익이 소폭 개선되면서 흑자 전환이 유력하다. MS사업본부는 지난해 7509억원의 적자를 기록한 바 있다. 이와 함께 공조 사업을 담당하는 ES사업본부가 4000억원 이상의 영업이익을 거두고, VS사업본부(전장) 역시 예년과 유사한 1000억원 초반대 영업이익을 기록하며 전사 실적을 뒷받침했을 것으로 전망된다. 박지성 기자 captain@ekn.kr

전쟁중에 관세 때린 美…가전·車부품업계 ‘한숨’

미국이 '트럼프 관세 장벽'을 다시 쌓기 시작하면서 우리 기업들이 바짝 긴장하고 있다. 당장 철강·알루미늄·구리 함량이 높은 파생제품에 대해 25%의 일률 관세를 부과한다고 밝혀 대책 마련에 고심하고 있다. '무역법 301조'에 근거한 새로운 리스크가 생기는 상황도 걱정하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지난 2일(이하 현지시각) 철강 관세 조정 포고령에 서명했다. 철강 등을 원료로 사용해 만든 완제품 가격에 25%의 세금을 일괄 적용하겠다는 내용이다. 기존에는 제품에 포함된 철강 함량 비중에 비례해 최대 50%의 관세를 부과했지만 이를 단순화한 것이다. 이같은 조치는 오는 6일 오전 0시1분부터 적용된다. 미국 정부는 이번 조정에서 철강·알루미늄·구리 등 함량이 15% 이하인 완제품에는 관세를 부과하지 않기로 했다. 기존 50%가 붙었던 원재료 품목 관세 50%는 그대로 유지된다. 이밖에 현지에서 생산되지 않은 의약품에도 100% 세금을 부과하기로 했다. 이같은 미국 정부의 관세 조정으로 삼성·LG전자 등 가전 제품을 수출하는 우리 기업들이 직접 영향을 받을 것으로 업계는 전망한다. 한국무역협회 통상연구실은 “가전, 전선·케이블, 일부 자동차 부품은 함량 기준이 아닌 전체 가치 기준으로 전환되면서 관세가 증가할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다만, 변압기, 기계류, 화장품 등은 관세 대상에서 제외되거나 한시적으로 경감돼 관세 걱정은 줄고 함량가치 산정에 따른 행정 부담도 다소 완화될 것이라고 통상연구실은 덧붙여 설명했다. 이에 따라 기업들은 득실 계산기를 두드리고 있다. 세탁기·냉장고 등 제품을 멕시코에서 주로 만드는 삼성·LG전자는 유불리를 먼저 따져보고 있다. 철강 등 함량 15% 이하 제품은 세금이 아예 면제된다는 점에 주목하는 분위기다. 일부 제품이 오히려 무관세로 들어가는 호재로 인식될 수도 있다는 이유에서다. 양사는 트럼프 1기 시절 생산라인을 미국으로 이전한 이력도 있다. 당시 미국이 세이프가드 조치를 통해 우리 기업들을 압박하자 현지 생산 전략을 구사한 것이다. 삼성전자는 사우스캐롤라이나 공장에서 세탁기를 만들고 있다. LG전자는 테네시 공장에서 세탁기·건조기 등을 생산하고 있다. 트럼프 2기가 시작된 이후에는 가전 제품 라인 변경에 대한 고민도 계속해온 만큼 상황에 맞는 유연한 대처가 가능할 것으로 예상된다. 제약·바이오 업계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고 있다. 미국과 별도의 무역 합의를 한 국가에는 별도 관세율이 적용되기 때문이다. 한국·일본·유럽은 15%, 영국은 10%의 관세를 물게 된다. 100%를 내고 들어오는 국가 의약품들에 비해 오히려 가격 경쟁력이 높아질 요인이 생긴 셈이다. 관세 부담이 커지게 된 경쟁 상대로는 중국, 인도, 싱가포르 등이 꼽힌다. 정부도 대책 마련에 나섰다. 산업통상부는 이날 관계부처를 비롯해 주요 업종별 협회, 경제단체 등과 긴급 화상회의를 개최했다. 오는 8일에는 여한구 통상교섭본부장 주최로 업계 간담회를 열고 기업들의 애로사항을 수렴할 계획이다. 우리 기업들은 이번 미국의 행보에 당장 타격을 받지 않더라도 앞으로 불확실성이 높아질 수 있다는 점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월 연방대법원이 국제비상경제권한법(IEEPA)에 근거한 상호관세 부과가 위법이라고 판결하자 '무역법 122조'를 앞세워 각국에 관세 10%를 부과하고 있다. 또 아예 새로운 질서를 만들기 위해 '무역법 301조' 조사에도 속도를 내는 형국이다. 무역법 301조는 미국 입장에서 무역 이익을 침해하는 국가를 직접 조사하고 징벌적 조치를 내릴 수 있는 '보복 무기'다. 거의 모든 수입품은 물론 지식재산권, 보조금 지급 등도 문제삼을 수 있어 그 후폭풍이 상당할 것으로 전망된다. 기업들이 '관세 불확실성' 제거를 위해 미국 투자를 늘리고 있다는 점은 한국 경제 입장에서 '양날의 검'이다. 삼성전자, 현대자동차 등이 계속 미국 투자를 늘리면서 국내 고용이나 환율 상승(원화가치 하락) 등 구조적 문제에 대한 걱정거리를 던지고 있기 때문이다. 여헌우 기자 yes@ekn.kr

[에너지 절약 이렇게] 차량운행 줄이고 점심시간 사무실 불끄고…대기업·경제단체 ‘고유가 비용절감’ 앞장

미국과 이란 간 전쟁에 따른 에너지 공급망 차단으로 전세계 경제에 '고유가 쇼크'가 확산되고 있는 가운데 국내 주요 제조기업도 에너지 절감을 통한 비용 감축에 적극 나서고 있다. 아울러 정부 차원의 에너지 절약 캠페인에도 동참해 산업계의 에너지 위기 돌파 의지를 보여주고 있다. 국내 산업계의 에너지 절약 실천은 대부분 임직원 개인차량 및 영업용 차량의 운행 제한을 비롯해 사무실 및 공장 내 불필요한 전력 사용 축소, 전력 소모를 필요로 하는 기업 네트워크의 운용 효율화를 통한 사용량 절감 등 형태로 전사적 차원에서 전개되고 있다. ◇차량 5·10부제 도입은 기본…카풀 권고, 저층부 엘리베티어 사용 제한도 2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현대차·SK·LG·한화·GS·HD현대 등 주요 그룹과 경제단체들이 차량 5·10부제를 도입하는 등 정부의 에너지 절약 대책에 동참하고 있다. 차량 10부제는 자동차 번호 끝자리와 날짜 끝자리가 같은 날에 차량 운행을 제한하는 방식이며, 차량 5부제는 요일별로 운행을 제한하는 방식이다. 재계에서는 HD현대가 지난달 23일 가장 선제적으로 차량 10부제를 도입했다. 사업장 내 에너지 사용량 감축을 위한 노력도 이어지고 있다. 복도나 주차장 등 비업무 공간 조명의 조도를 낮추거나 소등하는가 하면, SK그룹은 아예 점심시간에 사무실 전등을 끄는 것을 의무화했다. 저층부의 엘리베이터 사용 제한도 일반적인 방식으로, HD현대의 경우 임직원들에게 사무용품·비닐·플라스틱 등 석유화학 파생상품의 절약도 요청했다. 포스코그룹은 오는 6일부터 에너지 절약을 조직 문화로 정착시키기 위해 사내 캠페인 '세이브(S.A.V.E.) 챌린지'를 진행한다. 세이브 챌린지는 △엘리베이터 대신 계단 이용(Step Up) △출퇴근 시 대중교통·도보 이용(Active Transit) △출퇴근 시 카풀 활용(Vehicle Share) △전원 차단 등 에너지 절감(Energy Off) 등으로 구성된다. 임직원 전용 모바일 플랫폼 '챌린지(CHAlleNGE) 앱'으로 참여해 인증 실적에 따라 기프티콘으로 교환 가능한 포인트를 한명 당 최대 5만원 상당 지급한다. 대한상공회의소와 전국 74개 지역 상공회의소는 차량 5부제 시행과 함께 소등, 대기전력 차단 등 에너지 절약 캠페인을 추진하고 회원사의 자율 참여를 독려하고 있다. 한국경제인협회도 '에너지 절감 캠페인'을 시행하고 회원사에 참여를 요청했다. 한국무역협회 본부와 13개 국내지역본부는 차량 5부제를 의무 시행하고 업무용 차량 운행을 제한한다. 또 점심시간에 전 층을 소등하는 한편 층간 이동 시 계단 이용을 권장하고 있다. 서울 삼성동 코엑스 전시장과 도심공항터미널 등 무역센터 권역의 전력 관리도 강화했다. ◇ '전기 먹는 하마' 통신 인프라 전력 소모량 최소화…재생에너지 비중도 늘려 통신업계도 이런 흐름에 맞춰 에너지 저감에 나서고 있다. 특히 이들 기업은 전력 소모량이 많은 데이터센터와 네트워크 영역 안에서 전력 소모량을 줄이는 데 신경 쓰는 모습이다. SK텔레콤의 '페타서스 AI 클라우드'는 AI 데이터센터 구축과 운영을 위한 고성능·고효율 클라우드 플랫폼으로, 전력 소모를 절감할 수 있도록 설계됐다. 또 AI 데이터센터 발열과 전력 소모를 최소화할 수 있는 다양한 액체 냉각 기술을 연구 개발하고, 시범 적용하고 있다. KT는 통합관제센터를 통해 전국 사옥과 통신 설비의 에너지 사용을 실시간 모니터링하고 공조·조명 설비를 효율적으로 운영하고 있다. 인공지능(AI)으로 적정 온도와 기지국 전파 출력, 전력 소모량을 자동으로 제어하는 방식이다. LG유플러스는 에너지 절감을 위해 네트워크 영역 내 저전력 고효율 장비 사용 확대, 현장 점검 차량 이동 시 정속 주행, 퇴근 시 자동 소등 및 PC 끄기 등 에너지 절감을 노력을 병행하고 있다. 또 LG유플러스는 대전 R&D센터 내에 1000㎾급 자가 태양광 발전 설비를 가동하는 등 통신 인프라 구축 및 데이터센터 운영에 재생에너지 사용 비중을 늘리고 있다. 정희순 기자 hsjung@ekn.kr

삼성·SK·LG, 1분기 ‘전자 역대급 실적’ 쏜다

국내 전자업계가 올해 1분기 '역대급 실적 시즌'에 진입한다. 인공지능(AI) 수요 확대를 등에 업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분기 기준 최대 실적 경신이 유력하고, LG전자 역시 시장 기대치를 웃도는 성과가 예상되면서 주요 전자기업들이 일제히 호실적을 기록할 전망이다. 2일 업계 및 증권가에 따르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나란히 1분기 기준 최대 실적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된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는 삼성전자의 영업이익이 약 37조원, SK하이닉스는 31조원에 이를 것으로 추산했다. 전망이 현실화될 경우 삼성전자의 영업이익은 사상 최대치였던 직전 분기(20조 1000억원) 대비 85% 이상 증가하고, SK하이닉스 역시 직전 분기(19조 1696억원)보다 60% 이상 늘어나며 분기 최대 실적을 다시 쓰게 된다. 일부 증권사를 중심으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1분기 영업이익이 각각 45조원, 39조원을 넘어설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오면서 양사의 합산 분기 실적이 '70조원 시대'를 맞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이 같은 실적 호조의 배경에는 AI를 중심으로 한 메모리 수요의 구조적 변화가 자리하고 있다. 단순한 수요 증가를 넘어 고대역폭메모리(HBM) 중심의 고부가 제품 비중이 빠르게 확대되면서 수익성이 크게 개선된 것이다. 특히, 글로벌 빅테크 기업들의 AI 인프라 투자 확대가 이어지며 서버용 메모리 중심의 '고수익 수요'가 시장을 견인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는 메모리 산업이 범용 중심에서 AI용 고부가 제품 중심으로 재편되고 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양사의 제품 경쟁력 역시 실적을 끌어올리는 핵심 요인으로 꼽힌다. 삼성전자는 차세대 HBM4(6세대) 제품을 세계 최초로 양산 출하하며 기술 주도권 확보에 나섰고, SK하이닉스는 안정적인 공급망과 고객 기반을 바탕으로 높은 수익성을 유지하고 있다는 평가다. 여기에 양사가 수익성이 높은 HBM 생산에 집중하면서 범용 D램과 낸드플래시 공급이 줄고, 이에 따른 가격 상승이 영업이익률 개선으로 이어지는 구조도 뚜렷해지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올 1분기 범용 D램 가격은 직전 분기 대비 최대 90~95% 상승했고, 낸드플래시 가격 역시 50% 이상 급등하며 강한 오름세를 이어가고 있다. 박유악 키움증권 연구원은 “모바일 D램과 낸드 가격 상승률이 예상치를 넘어설 것"이라고 밝혔다. LG전자는 '턴어라운드'의 신호탄을 쏠 것으로 기대된다. LG전자는 지난해 4분기 1090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하며 9년 만에 분기 적자를 냈지만, 올해는 실적 반등이 본격화될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하다. 특히 이번 실적은 기업 간 거래(B2B) 중심의 체질 전환이 실제 성과로 이어지는지를 가늠할 시험대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에프앤가이드가 집계한 LG전자의 1분기 실적 컨센서스(시장전망치)는 매출액 23조 3144억원, 영업이익 1조 3786억원이다. 이는 지난해 1분기 매출(22조 7398억원)보다 2.5% 증가한 수준으로, 전망치대로라면 1분기 기준 최대 매출을 기록하게 된다. 영업이익 역시 10%가량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일부 증권가에서는 컨센서스를 웃도는 '어닝 서프라이즈' 가능성도 제기된다. 대신증권은 LG전자의 1분기 영업이익이 1조 6100억원대에 달할 수 있다는 분석을 내놓았다. LG전자의 실적 개선은 사업 구조 변화와 맞닿아 있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전장, 냉난방공조(HVAC), 플랫폼 등 B2B 중심 사업이 성장 축으로 자리 잡으며 수익 구조를 보완하고 있다는 평가다. 아울러 지난해 부진했던 TV·가전 사업도 실적 반등에 힘을 보탤 전망이다. 박강호 대신증권 연구원은 “TV 사업은 중국 업체의 저가 공세에 대응한 액정표시장치(LCD) TV 라인업 확대와 스포츠 이벤트 효과, 가격 전략 다변화에 따른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TV 판매 증가가 예상된다"며 “가전 사업 역시 프리미엄 제품 중심으로 가격 경쟁력을 확보한 점이 긍정적"이라고 분석했다. 김윤호 기자 kyh81@ekn.kr

중견기업 “2분기 경기 부정적”…美관세·중동전쟁 영향 지속

중견기업들은 체감 경기가 개선되고 있지만 여전히 최근 발생한 대외 변수 때문에 올해 상반기 수출 전망을 부정적으로 전망했다. 2일 한국중견기업연합회가 발표한 '2026년 2분기 중견기업 경기전망조사'에 따르면, 올해 2분기 중견기업 경기전망지수가 82.8로 집계돼 직전 분기 대비 0.7포인트(p) 상승했다. 100보다 크면 다음 분기에 관해 긍정적으로 전망하는 기업이 더 많다는 뜻이다. 제조업 경기전망지수는 77.0으로 1.0p 증가하며 상승 전환했다. 특히 1차금속·금속가공 업종이 6.3p 상승한 74.4를 기록하며 큰 상승폭을 보였다. 비제조업 부문은 0.5p 오른 88.1로 조사됐다. 건설 업종이 80.4로 12.5p 상승하며 지수 상승에 크게 기여했다. 다만, 수출 시장에 대해서는 부정적 시각이 우세했다. 수출전망지수는 전분기 대비 1.4p 하락한 89.9로 집계됐다. 제조업 부문에서 2.9p 감소한 89.4을 기록했고, 비제조업은 1.2p 오른 90.8로 나왔다. 중견련 관계자는 “미국 연방법원 판결에 따른 관세 혼란, 중동 분쟁으로 인한 자원 수급 불안정 등 글로벌 무역·통상 환경 불확실성 증대가 제조업 부문 수출 전망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라고 설명했다. 내수전망지수는 1.3p 오른 86.9로 조사됐다. 2.0p 하락한 비제조업(87.9)과 달리 제조업 분야(85.9)에서 5.0p 상승했다. 1차금속·금속가공 업종(85.3)이 14.3p 상승하며 전체 상승세를 이끌었다. 생산전망지수와 영업이익전망지수는 각각 84.0과 88.8로 전분기 대비 3.8p, 2.3p 상승했다. 박양균 중견련 정책본부장은 “급격한 대외 여건 악화에도 소폭이나마 상승세를 기록한 중견기업계의 경기 인식을 산업 경쟁력 강화의 돌파구로 전환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승현 기자 jrn72benec@ekn.kr

[기자의 눈] 한국 TV산업, 흠집내기보다 응원이 필요한 이유

“경쟁을 두려워해선 나아갈 수 없다", “최상의 솔루션을 선보이기 위해 멈추지 않겠다." 최근 LG전자의 TV 신제품 출시 행사에서 나온 고위 관계자의 발언이다. 중국 제조사의 거센 공세 속에서도 물러서지 않겠다는 LG전자의 '정면 돌파' 의지를 확연하게 읽을 수 있었다. 냉정하게 보면 현재 LG전자의 TV사업 환경은 녹록지 않다. TCL·하이센스 같은 중국 가전업체들은 초대형·초저가 전략을 앞세워 글로벌 TV시장을 빠르게 잠식하며 점유율 상위권(출하량 기준)을 차지하고 있다. 여기에 미니 발광다이오드(LED)를 기반으로 한 '가성비 프리미엄' 공세까지 더해지며 국내 가전사와 매출 기준 점유율 격차도 빠르게 좁히고 있다. 이는 LG전자만의 문제가 아니다. 글로벌 TV시장 1위를 지켜온 삼성전자 역시 중국의 거센 추격과 가격경쟁 압박 속에서 새로운 돌파구를 모색해야 하는 상황이다. 이른바 K-TV산업 전반이 구조적 도전에 직면해 있는 셈이다. 그럼에도 주목해야 할 점은 삼성·LG의 K-가전이 위기를 회피하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오히려 경쟁을 필연으로 받아들이고 기술 혁신으로 정면 대응에 나서는 자신감을 드러내고 있다. 최근 공개된 LG 올레드 에보(W6)가 상징적인 사례로, 9㎜대 두께에 모든 부품을 내장한 무선 월페이퍼 TV, 4K·165Hz 영상과 오디오를 지연 없이 전송하는 무선 기술, 생성형 인공지능(AI) 기반 개인화 콘텐츠 기능까지 더해졌다. TV는 여전히 국내 전자산업의 핵심축이며, 디스플레이·부품·콘텐츠로 이어지는 거대 생태계를 떠받치는 기반산업이다. 특히,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분야에서 한국 기업들이 쌓아온 기술 리더십은 여전히 견고하다. 지난해 '글로벌 TV 시장 20년 연속 1위', 'OLED 시장 13년 연속 1위'의 성과를 거뒀다. 안타까운 점은 시장에서 '중국 약진'과 '한국 위기'만을 부각하는 시각이 적지 않다는 것이다. 냉정한 진단과 비판은 필요하지만, 과도한 위기 담론은 글로벌 선도산업의 사기와 도전 동력을 약화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글로벌 생존게임에 내몰린 한국 TV기업에 지금 필요한 것은 성급한 비관론이 아니라 기술로 돌파구를 찾으려는 노력에 대한 균형 잡힌 평가다. 무한경쟁을 피하지 않고 부단한 혁신 노력을 기울이는 기업에 응원의 박수를 보낼 때다. 김윤호 기자 kyh81@ekn.kr

치고 나가는 LG, 추격하는 삼성…TV업계 ‘이유 있는 OLED 경쟁’

LG전자와 삼성전자가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TV 시장 주도권을 둘러싸고 정면 승부에 나섰다. LG전자가 13년간 이어온 왕좌에 삼성전자가 빠르게 추격하며, 시장은 '독주 체제'에서 '양강 경쟁' 구도로 재편되는 모습이다. 업계에서는 이를 단순 점유율 경쟁이 아닌, 글로벌 TV 시장 주도권을 둘러싼 구조적 전환 경쟁의 본격화로 보고 있다. 삼성전자는 오는 4월 OLED TV 신제품 출시를 앞두고 마케팅 공세를 강화하고 있다. 먼저, 2026년형 OLED TV 전 라인업이 엔비디아 '지싱크 호환(G-SYNC Compatible)' 인증을 획득했다고 강조했다. 지싱크 호환은 디스플레이 주사율과 그래픽카드 프레임 속도를 동기화해 화면 끊김을 최소화하는 기술로, 고사양 게임 환경에서 몰입도를 높이는 요소다. TV를 단순 시청 기기를 넘어 '게이밍 디스플레이'로 확장하려는 전략으로, 사용 경험의 영역 자체를 넓히려는 시도다. 삼성의 전략은 제품 포트폴리오 확장에서도 뚜렷하게 드러난다. 2023년 OLED TV 시장에 본격 진입한 삼성전자는 자사 퀀텀닷(QD)-OLED 패널에 더해 LG디스플레이의 화이트(W)-OLED 패널까지 도입하는 '투트랙' 전략을 택했다. 이를 통해 42형부터 83형까지 촘촘한 라인업을 구축하며 소비자 선택지를 크게 넓혔다. 패널 공급망을 다변화해 생산 효율성을 극대화한 점이 점유율 확대의 핵심 동력으로 작용했다. 실제 수치도 이를 뒷받침한다. 시장조사업체 옴디아에 따르면 지난해 삼성전자의 글로벌 OLED TV 매출 기준 점유율은 34.4%로 LG전자(45.7%)에 이어 2위를 기록했다. 양사 격차는 2023년 약 26%포인트에서 11.3%포인트로 줄었다. 불과 2년 만에 15%포인트 가까이 좁혀진 것으로, OLED 시장이 '독주 체제'에서 '경쟁 체제'로 빠르게 전환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이에 맞서 LG전자는 프리미엄 전략을 한층 강화하며 수성에 나섰다. 최근 신제품 설명회에서 “2026년형 LG OLED 에보는 밝기·컬러·빛 반사 등 화질 전반에서 역대 최고 수준을 구현한 '더 넥스트 OLED'"라고 강조했다. 3세대 알파11 인공지능(AI) 프로세서를 기반으로 밝기와 색 표현력을 끌어올리고, 'AI 듀얼 4K 업스케일링'을 통해 저화질 콘텐츠까지 최적화된 화질로 구현한다는 설명이다. 양사의 경쟁이 격화되는 배경에는 글로벌 TV 시장의 구조 변화가 자리 잡고 있다. 저가형 액정표시장치(LCD) 시장은 TCL, 하이센스 등 중국 업체들이 사실상 장악한 상태다. 프리미엄 LCD 시장 역시 미니 발광다이오드(LED) TV를 앞세운 중국 기업들이 빠르게 점유율을 확대하고 있다. 국내 기업들도 '마이크로 적·녹·청(RGB)' 등으로 대응에 나섰지만, 가격 경쟁력을 앞세운 중국의 공세는 여전히 거세다. 결국 수익성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프리미엄 제품 중심으로 체질을 전환할 수밖에 없고, 그 해법이 OLED라는 분석이 나온다. OLED는 기술 진입장벽과 브랜드 경쟁력이 동시에 요구되는 영역으로, 한국 기업들이 주도권을 유지할 수 있는 사실상 유일한 전장으로 평가된다. 이 같은 흐름 속에서 삼성전자와 LG전자의 경쟁은 단순한 점유율 싸움을 넘어 OLED 시장 자체를 키우기 위한 전략적 행보로 해석된다. 경쟁이 심화될수록 가격 접근성이 높아지고 시장 저변이 확대되는 선순환 구조가 형성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백선필 LG전자 디스플레이 CX담당(상무)은 최근 신제품 설명회에서 “경쟁을 해야 산업이 발전하고 강해질 수 있다"며 “OLED TV 시장 확대 측면에서도 삼성과 LG의 경쟁은 반가운 요소"라고 말했다. 결국 OLED를 둘러싼 양사의 승부는 선택이 아닌 필수에 가깝다. LCD 중심 시장이 중국으로 기운 상황에서, OLED는 한국 TV 산업의 수익성과 주도권을 동시에 지탱할 핵심 축으로 자리 잡고 있다. 이번 경쟁은 단순한 '1위 다툼'을 넘어, 글로벌 TV 시장의 판도를 가를 분기점이 될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 나온다. 김윤호 기자 kyh81@ekn.kr

[김한성의 AI시대] AI 시대에는 더 많은 실패가 더 큰 경쟁력이다

김한성 투비유니콘 최고철학책임자(CPO) 2025년 글로벌 스타트업 생태계 평가에서, 한국은 지식 축적과 R&D, 특허 경쟁력에서 세계 최상위에 올랐지만 초기 스타트업 투자는 전년 대비 57.7%나 급감했다. 원인은 단순하다: 투자자들은 검증된 기업을 안전하다고 보고, 사회는 실패를 용납하지 않는 구조를 유지한다. 취업시장의 안정을 지향하고, 창업은 가계 대출 부담, 금융·제도 관행과 실패 시 사회적 낙인이 합쳐져 '위험한 선택'으로 몰아간다. 교육도 예외가 아니다. 학교와 입시 시스템은 '틀리지 않는 답'을 정답으로 삼아 학생들을 그렇게 훈련시킨다. 수능·등급 중심의 평가 체계는 창의적 탐구나 문제를 새로 설계하는 능력, 가설을 세워 검증하는 과정 같은 역량을 제대로 측정하거나 보상하지 않는다. 최근의 “AI 의존을 줄여라"는 정책 방향은 일리가 있지만, 더 근본적인 질문이 빠져 있다. 왜 우리는 여전히 '정답' 중심의 평가 방식을 유지하는가. 기업 현장도 크게 다르지 않다. 많은 회사가 AI를 도입했지만 그것은 주로 기존 업무를 더 빠르게 처리하기 위한 도구로 사용된다. 조직을 근본적으로 바꿀 새 사업을 시도하거나 업무 방식을 혁신하는 실험은 드물다. 실패했을 때 개인과 조직에 돌아가는 책임이 지나치게 무겁기 때문이다. 프로젝트 실패가 임원과 실무자에게 '연좌제'처럼 불이익으로 작용하고, 실패로 얻은 데이터와 교훈은 조직의 자산으로 인정받지 못한다. 결과적으로 리스크가 큰 실험은 예산 심사에서 걸러지고 조직에는 관성만 남는다. 국가 차원에서도 양상이 비슷하다. 대규모 지원 정책과 펀드는 발표되지만, 실패 이후 재도전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제도 개선은 더디다. R&D 예산이 늘어도, 실패한 창업가가 다시 금융시장에서 기회를 얻기 어려우면 자금은 '안전한' 쪽으로만 흐른다. 단순히 돈을 푸는 것과, 실패를 딛고 다시 시작할 수 있게 만드는 제도를 만드는 것은 본질적으로 다르다. 개인·교육·기업·국가가 한 방향으로 수렴하면서 '틀리지 말자, 실패하지 말자'는 문화가 자리잡았다. 문제는 이 선택이 비도덕적이거나 잘못된 개인 탓이 아니라, 합리적인 선택으로 보이기 때문에 바꾸기 어렵다는 점이다. AI 시대에는 이 격차가 더욱 뚜렷해진다. AI는 수천·수만 건의 실험을 병렬로 돌려 실패를 즉시 학습 자원으로 바꾸는 반면, 사람과 제도는 실패를 주로 비용과 리스크로만 계산해 시도와 재도전을 억제한다. 결국 기술의 우열이 아니라 '얼마나 자주 시도하느냐'와 '얼마나 빨리 실패에서 배우느냐'가 성패를 가른다 — AI는 반복 실험으로 앞서가고, 우리가 시도를 줄일수록 뒤처질 뿐이다. 그렇다면 무엇을 바꿔야 할까. 구체적이고 실행 가능한 네 가지 제안을 제시한다. 첫째, 실패 뒤의 경로를 바꿔야 한다. 파산이나 부실 이력이 재도전을 막는 구조에서는 누구도 쉽게 도전하지 못한다. 신용회복 프로그램과 재창업 전용 펀드, 재도전 보조금을 마련해 재입금·재투자를 가능하게 해야 한다. 실패 경험을 공적 학습으로 인정해 재창업 시 금융·세제 우대나 보증 완화로 연결하면, 실패는 낙인이 아니라 재기의 자산으로 바뀐다. 둘째, 교육의 평가 기준을 바꿔야 한다. 현재의 수능·등급 중심 평가는 정답 맞히기만 보상한다. 이제는 좋은 질문을 만들고, 가설을 세워 실험으로 검증하며, 팀으로 프로젝트를 설계·운영하는 능력을 평가 항목에 포함해야 한다. 고교·대학 입시와 기업 채용에 포트폴리오·프로젝트 기반 평가를 확대하고, 교육과정에 실험형 과제와 문제설계 수업을 정규 과목으로 편성하면 AI 시대에 '질문을 잘 만드는 사람'이 경쟁력을 갖게 된다. 셋째, 기업은 '실험 비용'을 공식 비용으로 인정해야 한다. 모든 시도를 성공 여부로만 평가하면 위험한 실험은 사라진다. 실패한 프로젝트가 남긴 데이터·가설 실패 기록·실험 설계서를 조직의 자산으로 등록하고, 이를 인사·성과평가에 반영하라. 내부 회계·예산 배분과 인사 규정을 바꿔 실패로 얻은 학습이 다음 시도에 실질적으로 재사용되도록 해야 한다. 또한 실패한 직원이 불이익을 받지 않도록 보호해 실험이 지속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 넷째, 정책은 단순한 예산 숫자를 넘어 구조를 바꿔야 한다. 핵심은 투입액이 아니라 그 자금이 얼마나 많은 독립적 실험을 촉발하느냐다. 한 번 실패해도 다시 도전할 수 있는 안전망과 유연한 평가 기준을 만들어야만 투자가 의미를 갖는다. 초기기업 지원의 성과를 '성공률'로만 따지지 말고, 실험 반복 횟수와 실패에서 얻은 학습이 다른 프로젝트로 얼마나 전이됐는지로 평가하는 방식으로 전환하자. 마지막으로 문화의 전환이 뒤따라야 한다. 실패를 개인의 치욕으로 규정하지 말고 조직과 제도의 학습 과정으로 바꿔야 한다. 미디어·교육·기업 리더들이 성공 신화만 강조하면 사람들은 안전한 답만 택해 도전은 줄어든다; 반대로 실패와 재도전을 공개적 학습으로 인정하면 도전은 확산된다. 우리가 진짜 두려운 것이 실패 자체인지, 아니면 실패 뒤에 다시 설 수 없게 만드는 구조인지 묻지 못하면 어떤 정책이나 기술도 실질적 변화를 만들지 못한다. 미래는 기술 축적뿐 아니라 그 기술을 어떻게 선택·활용할지를 허용하느냐에 달려 있다. AI가 실험을 빠르게 학습으로 바꾸는 시대에는 실패를 금기가 아니라 재도전과 학습의 자산으로 전환하는 제도적·문화적 조치가 필수다. 정답만 강요하면 질문과 실험은 사라지고, 실패에서 얻은 값진 우리의 경험은 활용되지 못한다. bienns@ekn.kr

[기자의 눈] ‘AI 무기화’ 윤리적 기준, 우리도 고민할 때다

전쟁에 인공지능(AI)을 쓰는 시대가 왔다. 최근 미군이 이란을 상대로 한 전쟁에서 AI가 사실상 두뇌 역할을 했다는 사실이 속속 확인되고 있다. 미국은 이란을 공습하면서 생성형 AI 클로드의 개발사 앤트로픽(Anthropic)과 갈등을 빚은 것으로 전해진다. 앤트로픽은 AI 사용에 나름의 '윤리적 제한' 규정을 두고 있으나, 미 국방부는 민간기업의 윤리 기준이 국가 안보보다 앞설 수는 없다는 논리를 내세웠다. 트럼프 행정부는 앤트로픽을 공급망 위험기업으로 지정하며 제재에 나섰지만, 실제 군사작전에서는 여전히 클로드를 사용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첨단기술의 침투가 윤리와 정치적 판단을 앞지른 장면이다. 미군은 이번 전쟁에서 타깃을 구분해 선정하고 우선순위를 정하는 데 AI를 썼다고 한다. 이 때문에 '인간을 돕기' 위해 개발된 AI가 '인간을 살상하는' 도구로 쓰이고 있다며 비판하는 시각도 적지 않다. 기술의 비완결성, 오판 가능성 등은 윤리적 기준에 대한 더 명확한 레드라인(red line)을 요구하는 근거다. 이번 사태를 보며 떠오른 책이 있다. 미래학자 후안 엔리케스의 저서 '무엇이 옳은가'이다. 책의 제목에서 풍기는 느낌과는 달리 엔리케스는 '인간성'을 절대적 가치나 최후의 안전장치로 앞세우지 않는다. 오히려 그가 강조한 것은 기술의 발전이 윤리적 기준을 얼마든지 바꿀 수 있다는 점이었다. 가령 증기기관 같은 기술은 과거에는 당연하게 여겨졌던 노예제에 대한 비판을 불러왔고, 의학 기술의 발전으로 흡연과 폐암의 연관성이 밝혀지면서 공공장소 금연이 표준이 됐다. 또 유전학과 뇌과학 기술의 발전으로 성적 지향의 생물학적 근거가 생기면서 동성애에 대한 기준도 바꾸고 있다. 이런 관점에서 보면 전쟁에 AI를 활용하는 것에 대한 윤리적 기준도 얼마든지 바뀔 수 있지 않을까. 어쩌면 후대에는 어떻게 전쟁을 치르면서 AI에게 정확한 판단을 맡기지 않고 사람이 최종 결정을 내릴 수 있냐는 윤리적 비판이 역설적으로 제기될 지도 모를 일이다. 중요한 것은 기술이 윤리를 바꾸는 시점에서 우리가 지녀야 할 태도다. 후안 엔리케스는 무엇이 옳고 그른 지를 고집하기보다 끊임없이 질문하고 논쟁하는 태도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AI는 이미 전쟁의 한 가운데 들어와 있다. 우리 정부와 국민은 어떤 윤리적 기준을 가져야 할지 진지하게 고민해볼 때다. 정희순 기자 hsjung@ekn.kr

이사·혼인 ‘쑥’…가전업계 ‘반등 타이밍’ 왔다

삼성전자, LG전자 등 국내 가전업계가 부진에 빠진 가전사업 반등의 '타이밍'을 맞이하고 있다. 국내에서 혼인 건수와 부동산 거래량이 동시에 늘어나면서 가전 수요의 회복 조짐이 뚜렷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업계는 제품·기술·마케팅 전방위 전략을 앞세워 실적 개선에 시동을 거는 모습이다. 29일 가전업계에 따르면, 올해 들어 국내 기업들은 가전 신제품을 잇달아 선보이며 라인업을 빠르게 확대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세탁과 건조를 한 번에 해결하는 올인원 세탁건조기를 비롯해 냉장고·에어컨 등 주력 제품군을 강화했고, 3년 만에 에어드레서를 재출시하며 의류관리기 시장 공략에도 나섰다. 여기에 2년 만에 새로운 라인업을 공개한 올인원 로봇청소기, 자사 첫 얼음정수기까지 더해지며 제품 포트폴리오는 한층 다변화되는 모습이다. LG전자도 에어컨 라인업을 강화하는 한편 스팀다리미와 핸디 스티머, 스타일링 보드(다림판)를 하나로 결합한 올인원 의류 관리 솔루션 'LG 시스템 아이어닝'을 선보이며 새로운 형태의 가전 실험에 나섰다. 연내에는 약 2년 만에 신형 올인원 로봇청소기를 선보일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이 같은 가전업계의 제품군 확대 움직임은 혼인 및 이사 수요의 의미있는 증가 추세에 대응한 전략으로 풀이된다. 결혼·이사 시 여러 가전을 한 번에 구매하려는 수요가 늘어나는 만큼, 올인원·패키지형 제품 비중을 확대해 구매 편의성을 높이겠다는 의도다. 실제로 국내 혼인건수와 부동산 거래량은 증가 흐름을 타고 있다. 국가데이터처가 지난 25일 발표한 인구동향에 따르면, 지난 1월 혼인 건수는 2만 2640건으로 전년 동월 대비 2489건(12.4%) 증가했다. 이는 1월 기준 2018년(2만 4370건) 이후 8년 만에 최대 수치다. 1991~1996년 출생한 이른바 '에코붐 세대'가 결혼 적령기인 30대 초반에 접어들면서 혼인 수요가 자연스럽게 늘어난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여기에 코로나19로 미뤄졌던 결혼이 이어진 기저효과도 일부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또한, 서울시 부동산정보 광장 통계에서 지난 1~2월 서울시 아파트 거래량은 1만 1040건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9712건) 대비 1328건(14%) 늘었다. 이에 따라, 주택 거래 회복과 입주 물량 증가까지 맞물리며 가전제품 신규·교체 수요가 동시에 확대될 것이란 기대감도 커지고 있다. 업계에서는 혼인과 이사 수요가 동시에 살아나는 시기를 가전업계 최대 성수기로 보고 있는 만큼 이번 흐름이 실적 반등의 핵심 변곡점이 될 수 있다는 평가까지 나온다. 가전업계 한 관계자는 “혼인과 이사 수요가 동시에 살아나는 시기는 가전업계에 있어 가장 강력한 성수기"라며 “이사·혼수 가전 수요 확대를 기대할 수 있는 긍정적인 신호"라고 말했다. 마케팅 전략 역시 '신혼·이사 수요'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삼성전자는 삼성닷컴에 다양한 혼수 가전을 간편하게 조합해볼 수 있는 혼수 전용 플랫폼을 구축하고, 혼수 고객 전용 특별기획전을 운영한다. 전국 삼성스토어 160개 지점은 신혼가전 전문 컨설턴트를 통한 체계적인 상담 서비스를 제공하며, 혼수 패키지 쇼룸이 마련된 '웨딩 전문 스토어'도 운영할 예정이다. 웨딩 전문 스토어는 웨딩 컨설팅부터 가전 구매 컨설팅까지 원스톱 서비스를 제공한다. 또한, 혼수 추천 모델 구매 시 품목별 최대 10만 포인트, 삼성카드 등 금융사와 제휴한 결제 혜택, 최대 500만원 상당의 여행 상품권 추첨 등 다양한 혜택도 제공한다. LG전자도 자사 가전제품 전문 매장 베스트샵에서 웨딩 고객 대상 프로모션을 진행하는 한편 이사를 앞둔 고객들을 위한 혜택을 강화하고 있다. 여기에 프리미엄 가전에 대한 선호까지 겹치면서 단순한 판매량 증가를 넘어 고부가 제품 중심의 '업셀링'이 가능한 환경이 조성되고 있다는 평가다. 삼성·LG는 이 같은 흐름에 맞춰 인공지능(AI) 기능을 전면에 내세우고 있다. 삼성전자가 최근 선보인 올인원 세탁건조기 2026년형 '비스포크 AI 콤보'는 옷감의 무게와 종류, 오염도를 감지해 최적의 세탁과 건조를 수행하는 'AI 맞춤+'를 탑재했다. LG전자의 에어컨 '2026년형 LG 휘센 오브제컬렉션'은 온도와 습도를 동시에 제어하는 'AI콜드프리' 기능을 적용했다. AI 가전이 단순한 편의 기능을 넘어 소비자의 생활 방식을 바꾸는 '생활 필수재'로 자리 잡고 있다는 게 업계의 분석이다. 이에 맞춰 삼성·LG는 생활밀착형 AI 기능을 확대 적용하며 차별화를 꾀하는 동시에 수요 확대를 노리고 있다. 가전업계가 이 같은 전략을 추진하는 배경에는 지난해 부진한 실적이 자리하고 있다. 수요 위축과 경쟁 심화 속에 수익성이 악화된 만큼, 이번 수요 회복 국면을 놓칠 수 없다는 판단이다. 삼성전자에서 TV와 가전 사업 등을 담당하는 영상디스플레이(VD)·생활가전(DA) 사업부는 지난해 2000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LG전자의 생활가전(HS) 사업본부도 지난해 4분기 1711억원의 적자를 냈다. 수요, 제품, 기술, 마케팅이라는 네 축이 맞물린 가운데 가전업계가 이번 '혼인·이사 특수'를 발판으로 가전사업 반등의 변곡점을 마련할 수 있을 지 주목된다. 김윤호 기자 kyh81@ek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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