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밤엔 이재용, 새벽엔 홍라희 자택 앞…삼성 DX 노조 ‘1인 시위’](http://www.ekn.kr/mnt/thum/202609/news-p.v1.20260919.1c1bfd44906e4cf7bad30cdc2228257f_T1.png)
삼성전자 DX(디바이스경험) 부문 노조 간부가 이재용 회장 자택 앞 밤샘 텐트 농성에 이어 19일 오전 홍라희 리움미술관 명예관장 자택 앞에서 '고 삼성전자 DX 부문 추모' 피켓을 들고 '기습 1인 시위'를 벌였지만, 재계 반응은 싸늘하다. 차기 위원장 선거 위법성 논란과 다른 노조와의 법적 다툼이 이어지는 가운데, 경영에 관여하지 않는 오너 일가의 자택까지 찾아가 관심을 돌리려 한다는 시각이 나오기 때문이다. 재계 일각에서는 '방탄·뒷북 집회'라는 비판마저 나온다. 복수노조가 참여한 공동교섭단을 통해 올해 임금협상이 이미 최종 타결됐는데도 장외 투쟁에 나선 것은 노사 합의의 신의성실 원칙을 저버린 행위라는 것이다. 게다가 소통 창구를 열라는 요구가 내부 갈등에서 시선을 돌리는 수단으로 쓰이고 있다는 점에서, 진정성이 부족하다는 지적도 적지 않다. 이날 새벽 서울 용산구 한남동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자택 앞 인도. 회색 돌바닥 위에 갈색 텐트 한 동이 서 있었다. 옆에는 파란 천막 두 동이 붙어 있었고, 주황색 라바콘 사이로 붉은 소형 발전기와 기름통, 이동식 확성기가 놓여 있었다. 텐트 앞 나무 탁자에는 흰색 플라스틱 바구니가 포개져 있었다. 그 위에는 손으로 쓴 편지 한 통이 놓여 있었다. 텐트 뒤편 현수막에는 노란 글씨로 '사람은 비용이 아닙니다, 삼성의 경쟁력입니다!'라고 적혀 있었다. 텐트 안은 단출했다. 야전침대 위에 침낭이 둘둘 말려 있었고, 검정 배낭과 접이식 의자가 곁에 놓였다. 검정 조끼 가슴팍에 '동행'이라는 글자를 단 백순안(44) 삼성전자노동조합 동행 정책기획국장이 침대 끝에 걸터앉아 있었다. 딱딱해 보이는 침대에서 자는 게 불편하지 않으냐고 묻자 그는 그는 “춥고, 모기가 많다"고 했다. 노숙에 가까운 생활을 가족이 어떻게 보느냐는 물음에는 “별로 좋아하지는 않죠"라고 했다. 업무 이후 시간을 쪼개 회장 집 앞에 텐트를 친 이유는 뜻밖에 애정 고백에서 시작했다. “저는 삼성전자를 정말 사랑해요." 네트워크사업부(수원)에서 26년째 일하는 그는 고등학교를 졸업하기도 전에 삼성전자에 들어온 고졸 입사자다. 그가 보기에 삼성전자에는 더 좋은 조직문화와 경영진, 인재를 키울 역량이 충분한데 “제대로 된 소통을 못 한다"고 했다. 과거에는 노사협의회로 조직을 바꿔 보려 했지만 “겉모습은 바뀌나 속은 바뀌지 않았다"고 했다. 10년 전 이미 “위태위태해 보였고", 그때 문제를 반영하지 못한 대가로 “착했던 연구원들이 이제 터진 것"이라는 것이다. 이 회장 집 앞 농성은 노사 갈등이 커질 때마다 반복돼 왔다. 전국삼성전자노동조합(전삼노)은 올해 4월 총파업 가능성이 거론되자 이곳에 천막을 치고 20여일간 농성을 벌였다. 천막은 임금 협상이 마무리되고 나서야 철거됐다. 2022년에는 당시 부회장이던 이 회장의 자택 앞에서 임금교섭과 복리후생 개선을 요구하며 91일간 24시간 천막 농성이 이어졌다. '재충전 휴가 3일' 등 복리후생 개선안이 추가된 뒤에야 농성은 끝났다. 동행노조는 이번엔 조합원이 한 명씩 텐트를 지키는 방식을 택했다. 농성과 함께 집회, 1인 시위도 병행하기로 했고 종료 시점은 정하지 않았다. 현재 이 회장 자택 앞에는 삼성전자 노조뿐 아니라 삼성중공업 노동자협의회도 일주일째 텐트를 치고 농성 중이다. 삼성중공업 노사는 최근 다시 협상에 들어간 것으로 전해졌다. 백 국장은 이재용 회장이 사태를 모른다고 본다. 문제를 제기한 지는 5월부터 넉 달이 넘었지만, 경영진이 나서 대화를 언급한 건 노태문 대표이사가 한 차례 “얘기해 보자"는 취지로 나선 것이 전부라고 했다. 수원과 서초 집회에 이어 한남까지 온 이유는 그래서 “알리기 위해서"다. 알았다면 “적어도 이러시지는 않으실 분"이라는 것이다. 근거로는 삼성의 보고 체계를 들었다. 서초 사업지원실 아래에 DX와 DS 부문별 경영지원실이 있고, 그 밑에 사업부와 개발·연구개발·제조 조직이 '크리스마스 트리'처럼 매달린 구조인데, 협상 테이블에 나오는 경영지원실 상무는 결정 권한이 없다고 했다. 보고가 층층이 올라가는 사이 “정작 중요한 D는 빠지고 A, B, C만 전달된다"는 게 그의 주장이다. 수원 집회 규모와 요구 사항이 위로 갈수록 축소되고 회사 입장에 맞게 다듬어진다는 설명도 덧붙였다. 전날에는 회사 임원이 만류에 나섰다고 한다. 그는 “가족은 건드리는 게 아니다"라는 말을 들었고 “당신들도 선을 지키지 않았는데 내가 뭘 지키느냐"고 맞받았다. 테이블을 마련하겠다는 답이 돌아왔지만 그는 조건을 달았다. 회사가 할 수 있는 것과 제안을 들고 나와야 하고, 수원 DX 경영지원실장이 나오면 거절하겠다는 것이다. 만나야 할 사람은 서초의 사업지원실장이라고 했다. 요구는 소박하다고 했다. 그동안 노조는 자사주 1000주(약 3억원) 수준의 보상을 요구해 왔지만 “그 정도 수준의 가치가 있는 사람들이고 DX 부문 구성원들이 그 정도 기여는 있었다"고 했다. 그보다 먼저 받고 싶은 건 사과다. “사과할 사람들은 아니고요." 협상은 회사가 '못 준다, 너희가 좀 내놔라'는 식으로 나오는 한 시작조차 안 된다고 했다. 그는 이를 사탕에 빗댔다. 12명이 나눠야 할 사탕 한 봉지가 일부에게만 쏠린다는 것이다. 그는 회장에게 손편지도 썼다. 금박 민들레 그림이 찍힌 편지지에 손글씨로 이렇게 적었다. '존경하는 이재용 회장님, DX 부문과 DS 부문은 한 회사 한 몸입니다. 우리 직원들의 마음이 더 이상 상처받지 않도록 이제 마음을 다독여 주세요.' 끝에는 '삼성전자노동조합 동행 정책기획국장 백순안'이라고 적었다. '사람은 비용이 아니다'라는 문구를 내건 건 회사가 사람을 재원으로 “재단한다"는 문제의식에서다. 2004년 군 복무를 마치고 복직해 환경안전 업무를 맡았던 그는 토·일에도 출근했고 밤 11시를 넘겨도 수당 없이 12시, 1시까지 일하던 시절을 기억한다. “그렇게 해서 TV도 핸드폰도 나온 것인데 서초는 그걸 모른다"고 했다. 밤을 텐트에서 보낸 그는 아침 일찍 홍라희 리움미술관 명예관장 자택 앞 골목으로 자리를 옮겼다. 오르막을 따라 나뭇결 무늬가 그대로 남은 회갈색 널판 담장이 길게 이어졌고, 담장 위에는 산울타리와 나무가 얹혀 있었다. 작은 나무 쪽문 하나가 유일한 틈이었다. 그 앞에서 백 국장은 검은 리본에 흰 국화와 백합을 두른 영정 액자 모양 피켓을 들었다. 피켓에는 '추모 고 삼성전자 DX 부문의 명복을 빕니다'라고 적혀 있었다. 담장이 얼마나 높으냐고 묻자 그는 “제 키가 170이니까 한 5m 되겠네요"라고 했다. 경영에 참여하지 않는 홍 명예관장의 자택 앞 시위는 비판을 받을 수도 있다는 지적에 그는 “감내하겠다"고 했다. 그는 “경영진 누군가가 소통만 해줬어도 이렇게까지 될 일이 아니었다. 그게 뭐가 어렵다고"라며 “소통을 하지 않아 여기까지 온 것"이라고 했다. 홍 명예관장에게까지 호소해야 한다고 느낀 계기를 묻자 “소통을 해달라고 몇십 번을 얘기했는데도 어느 누구도 소통 얘기를 하지 않았다"고 답했다. 그러면서 “안타깝게도 화살을 이쪽으로 돌린 것"이라며 “저도 이러고 싶지는 않다"고 했다. 홍 명예관장이 시위를 직접 보거나 메시지를 전달받길 원하느냐는 물음에는 “실제로 뵙기는 어렵지 않겠느냐"고 했다. 이날 오전 7시 50분을 넘기자 그는 한 손에 마이크를 쥐고 발치의 휴대용 스피커를 켰다. 백씨는 마이크를 입에 대고 “노동조합 동행의 목소리를 들어 주십시오"라고 외쳤다. 그는 이재용 회장을 향해 “저 간신배들의 말에 속지 마시고 현장의 목소리에 귀 기울여 달라"며 “오늘도 새벽까지 밤을 새워 일하는 직원들을 살펴봐 주시기 바란다"고 했다. 이날 스마트폰 소음측정 앱(연설 모드)으로 잰 소리는 오전 7시 54분 기준 69데시벨(dB-A)이었다. 동행노조는 이달 18일부터 30일까지 홍 명예관장 자택 앞 집회를 신고했다. 동행노조는 9월 중 홍 명예관장 자택 인근인 서울 용산구 이태원로27다길 일대에서도 노동자의 목소리를 알리는 소규모 집회를 이어갈 계획이다. 다만 재계 일각에서는 동행노조의 이번 집회를 두고 노조 내부 문제에서 시선을 돌리려는 '방탄·뒷북 집회'라는 비판이 나온다. 차기 위원장 선거를 둘러싼 위법성 논란과 다른 노조와의 법적 공방이 이어지는 가운데 국면을 전환하려는 성격이 짙다는 것이다. 이들은 동행노조가 차기 위원장 선거 위법성 논란 속에 지도부가 둘로 갈라졌다고 주장한다. 한쪽은 불법 선거라며 고용노동부에 진정서를 냈고, 다른 쪽은 진정서 제출을 주도한 대의원에게 직무정지 처분을 내리는 등 내홍이 계속되고 있다는 것이다. 동행노조 지도부가 초기업노조와 노선 갈등을 벌이는 과정에서 모바일 단체대화방을 통해 인신공격성 폭언과 욕설을 주고받았고, 두 노조 지도부 사이에 모욕죄·명예훼손 혐의 고소·고발이 오가며 사법 공방으로 번졌다는 주장도 나온다. 백 국장은 앞서 인터뷰에서 이번 행동이 “9월 말까지 임기"에 맞춘 1차 액션이며 10월부터는 다른 임원진이 이어받을 수 있다고 했다. '평화의무'를 둘러싼 지적도 있다. 삼성전자 노사는 복수노조가 참여한 공동교섭단을 통해 2026년도 임금협상을 최종 타결했고, 동행노조도 공동교섭단에 참여했다. 노동법 원칙상 유효한 단체·임금협약이 체결되면 협약 기간 중 이에 반하는 쟁의행위를 하지 않을 '평화의무'가 생긴다. 한 재계 관계자는 “동행노조가 이미 서명한 임금협약을 뒤집고 장외 투쟁에 나서는 것은 협약 자치주의와 신의성실 원칙을 저버린 행위"라고 지적했다. 김하나 기자 uno@ekn.kr, 김슬아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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