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반도체 호황에 힘입어 역대급 실적을 기록하거나 예고하고 있지만 주가는 큰 폭의 조정을 받고 있다. 인공지능(AI) 인프라 투자 수익성에 대한 우려와 중국 메모리 업체의 추격 등이 맞물리면서다. 양사가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에 이어 호남 신규 생산시설 구축까지 추진하는 가운데 향후 투자 속도와 자금 집행계획에도 관심이 쏠린다. 19일 한국거래소 등에 따르면 삼성전자 주가는 지난 16일 21만5500원으로 거래를 마쳤다. 전날보다 2.62% 반등했지만 지난 2일 종가와 비교하면 21.92% 하락한 수준이다. SK하이닉스도 이날 0.79% 오른 127만2000원에 마감했으나 앞선 7거래일 연속 하락에 따른 낙폭을 만회하지는 못했다. 외국인 투자자들의 매도세도 거셌다. 지난 12~16일 외국인은 SK하이닉스 주식 5조3565억원, 삼성전자 주식 3조5070억원을 순매도했다. 두 기업에서만 약 8조8600억원이 빠져나간 것이다. 같은 기간 코스피는 14.46% 하락했다. 주가 흐름은 양사의 실적과 대조적이다. 삼성전자는 3분기 잠정실적에서 사상 최대 수준의 영업이익을 발표했고, SK하이닉스 역시 AI 메모리 수요 확대에 따른 실적 개선이 예상된다. 반면 시장에서는 미국 AI 인프라 기업들의 자금조달 부담과 투자 수익성, 중국 메모리 업체의 공급 확대 가능성 등을 우려하고 있다. 지난 16일 미국 증시에서도 필라델피아 반도체지수가 3.83% 하락하면서 국내 반도체주의 변동성이 당분간 이어질 가능성이 제기된다. ◇ 최태원 “장기 보유" 강조…호남 투자도 속도전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반도체 산업의 장기 성장 가능성에 대한 자신감을 지속적으로 드러내 왔다. 최 회장은 지난 7월 대한상공회의소 제주포럼에서 SK하이닉스 주식과 관련해 단기 매매보다 장기 보유를 강조했다. 같은 달에는 SK하이닉스 주식을 직접 매수하며 기업가치에 대한 자신감을 행동으로 보여줬다. 지난 9일에는 호남 반도체 클러스터 예정지인 광주 군공항을 직접 방문해 조기 착공 의지를 밝혔다. 최 회장은 반도체 수요 증가에 대응하기 위해 용인과 호남 생산시설을 병행 건설할 필요성을 언급했다. 전력과 용수 공급이 늦어지더라도 공사 일정을 앞당길 수 있다면 먼저 착공하겠다는 입장도 내놨다. 삼성전자 역시 호남 신규 투자 준비에 나선 상태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은 지난 6월 정부의 반도체 지방 투자계획 발표를 앞두고 대통령과 관련 사안을 논의했다. 삼성전자 사장단은 7월 광주 군공항 부지를 방문했으며 김용관 DS부문 경영전략총괄 사장은 8월 호남 투자 준비 시점이 크게 앞당겨질 것이라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다만 양사 모두 호남 신규 팹의 구체적인 착공 일정과 단계별 투자 집행계획은 공개하지 않고 있다. ◇ 용인도 앞당기는데 호남까지…투자 우선순위 주목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이미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를 중심으로 대규모 생산능력 확충을 추진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용인 국가산업단지에 반도체 팹 6기를 구축할 계획이다. SK하이닉스 역시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의 완공 목표 시점을 기존 2045년에서 2033년으로 앞당기는 등 투자 일정을 단축하고 있다. 여기에 정부는 호남권에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각각 2기씩 총 4기의 메모리 팹을 구축하는 메가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다. 발표된 장기 투자 구상 규모는 총 800조원에 달한다. 용인과 호남의 신규 생산시설을 병행 구축할 경우 기업별 투자 규모와 집행 시기, 장비 도입 일정, 전문인력 확보 등이 주요 과제로 꼽힌다. 특히 기존 생산시설 확충과 신규 투자에 필요한 자본을 어떻게 배분할지가 관심사다. 반도체업계에서는 AI 데이터센터 확대에 따른 메모리 수요 증가가 설비투자 필요성을 높이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반면 최근 주가 급락의 배경으로 AI 인프라 기업들의 재무 부담과 향후 투자 속도 조절 가능성이 거론되는 만큼 장기 수요 전망을 둘러싼 불확실성도 존재한다. ◇ 2030년 첫 양산 목표…착공·전력·용수 일정 관건 정부와 전남광주시는 호남 반도체 클러스터의 2030년 첫 양산을 목표로 기반시설 구축을 추진하고 있다. 그러나 군공항 관련 시설 이전과 부지 정비, 산업단지 조성, 전력·용수 공급망 구축 등 실제 착공과 가동에 앞서 해결해야 할 과제도 적지 않다. 반도체 팹은 건축공사를 마친 뒤에도 생산장비 반입과 설치, 시운전, 수율 안정화 등의 과정을 거쳐야 한다. 기업들이 조기에 공사에 착수하더라도 기반시설 공급 일정이 맞지 않으면 실제 양산 시점은 늦어질 수 있다. 특히 최근 반도체주 급락이 기업의 직접적인 투자 여력 축소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지만, AI 산업의 중장기 수익성에 대한 시장의 평가가 달라지고 있다는 점은 주목할 대목이다. 증권가에서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실적 전망이 여전히 견조하다는 평가도 나온다. 향후 AI 인프라 투자 우려가 실제 수요 감소로 이어지는지, 일시적인 금융시장 불안에 그칠지가 반도체 업황 판단의 주요 변수가 될 전망이다. 양사의 호남 신규 팹 투자 역시 기존 용인 투자와의 우선순위, 장기 메모리 수요 전망, 정부의 기반시설 공급 일정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구체화될 것으로 보인다. 전지성 기자 jjs@ek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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