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09월 15일(일)
“현장으로 다시 체코로” 추석에도 쉴 틈 없는 재계 총수들

재계 총수들이 추석 명절에도 휴식을 반납하고 경영 일선을 지킨다. 연휴 직후 있을 윤석열 대통령의 체코 순방 동행도 준비해야 한다. 글로벌 경제 불확실성 속에서 새로운 기회를 모색하려는 수장들의 노력이 이어지는 중이다. 13일 재계에 따르면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을 비롯한 주요 그룹 총수들은 추석 연휴 기간 해외 출장과 경영 구상, 그리고 체코 방문 준비에 집중할 전망이다. 대통령 해외 순방에 4대 그룹 총수가 모두 동행하는 것은 올해 들어 처음이다. ◇이재용, 10년 전통 해외 출장 이어가 이재용 회장은 지난 10년간 이어온 명절 해외 출장 전통을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이 회장은 2014년 삼성 경영을 본격적으로 맡은 이후 매년 명절마다 해외 사업장을 방문해 왔다. 올해 설에는 말레이시아 스름반의 삼성SDI 배터리 공장 건설 현장을 점검했으며, 지난해 추석에는 중동 3개국을 순방했다. 이번 추석에도 주요 해외 사업장을 방문해 현장 경영을 이어갈 것으로 예상된다. 체코 방문과 관련해 삼성전자는 체코와의 반도체 협력 가능성을 타진하고, 원전 시공 참여 기회도 모색할 것으로 예상된다. 체코 정부가 최근 반도체 제조를 전략적 투자 분야로 지정한 만큼, 삼성전자의 반도체 기술력이 주목받을 전망이다. 또한, 삼성물산이 UAE 바라카 원전 시공에 참여한 경험을 바탕으로 체코 원전 사업에서도 역할을 할 수 있을지 관심이 모아진다. ◇ 최태원, 'BBC' 전략으로 체코 공략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국내에 머물며 하반기 경영 구상에 집중할 예정이다. 다음 달 예정된 SK그룹 CEO 세미나 준비와 함께 체코에서의 배터리, 바이오, 반도체 분야 협력 방안을 검토할 것으로 보인다. SK그룹은 최근 'BBC'(배터리, 바이오, 반도체)를 미래 핵심 성장동력으로 선정했으며, 체코에서 이 분야의 협력 기회를 모색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SK온의 배터리 사업과 관련해 체코 내 투자 가능성을 타진할 수 있다. ◇정의선, 유럽 전기차 시장 공략 노린다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은 체코 내 유일한 EU 생산기지인 노소비체 공장의 확장 가능성을 타진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 공장은 2009년 준공 이후 현대차의 유럽 수출 전진기지 역할을 해왔다. 특히 유럽 전기차 시장 공략을 위한 전략을 구상할 것으로 보인다. 현대차 노소비체 공장은 이미 내연기관, 하이브리드, 전기차를 모두 생산할 수 있는 체제를 갖춰 유럽 전기차 시장 성장에 대응할 준비를 마쳤다. ◇구광모, 체코 배터리 공장 설립 타진 구광모 LG그룹 회장도 가족과 시간을 보내며 하반기 경영 현안을 점검하고, 체코에서의 배터리 사업 협력 가능성을 모색할 전망이다. LG에너지솔루션의 체코 내 배터리 공장 설립 가능성에 관심이 쏠린다. LG그룹은 이미 30여 년간 체코에서 가전 사업을 운영해 왔으며, 최근에는 전장부품으로 사업 영역을 확대하고 있다. 체코 정부가 자국 내 배터리 공장 유치에 적극적인 만큼, LG에너지솔루션의 투자 가능성이 주목받고 있다. ◇ 정기선, 미국서 친환경 선박 기술 논의 정기선 HD현대 부회장은 추석 연휴 기간 미국에서 열리는 '가스텍 2024' 행사에 참석할 예정이다. 이 행사는 친환경 선박·에너지 전시회로, HD현대는 후원사로 참여한다. 정 부회장은 이 행사에서 글로벌 에너지 기업 경영진들과 만나 사업 협력을 논의할 계획이다. 이는 HD현대가 추진 중인 친환경 선박 기술 개발과 에너지 사업 다각화 전략의 일환으로 해석된다. ◇한화, 우주항공·신재생에너지 투자 확대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과 김동관 부회장은 국내에서 경영 구상에 집중할 계획이다. 특히 김동관 부회장은 사실상 승계 구도가 굳어진 만큼, 올해 초 수립한 계획을 점검하고 미래 신성장동력과 신규 투자처를 집중 모색할 것으로 보인다. 한화그룹은 최근 우주항공, 신재생에너지 등 첨단 산업 분야에 대한 투자를 확대하고 있어, 이와 관련한 전략이 논의될 것으로 예상된다. ◇두산 등 기타 그룹, 각자도생 전략 수립 이 밖에 장인화 포스코그룹 회장은 그룹 주력 사업인 철강과 이차전지 소재 등의 현안을 점검하고, 글로벌 경기 침체에 대응한 전략을 수립할 것으로 보인다.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은 연휴 기간 근무하는 직원들을 격려하고, 대한항공-아시아나항공 통합 등 주요 현안을 챙길 예정이다. 박정원 두산그룹 회장은 최근 체코 신규 원전 사업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된 만큼, 이번 방문을 통해 구체적인 협력 방안을 모색할 것으로 보인다. 두산에너빌리티가 참여하는 '팀코리아'가 약 24조 원 규모의 체코 신규 원전 건설 사업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된 것은 한국 원전 산업의 글로벌 경쟁력을 입증한 사례로 평가받고 있다. ◇체코 순방, 新시장 개척 교두보 될까 연휴 짂후 이어지는 체코 순방은 한-체코 수교 30주년을 맞아 이뤄지는 것으로, 양국 간 경제 협력을 한 단계 높이는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특히 체코가 최근 반도체, 전기차 배터리, 원전 등 첨단 산업 육성에 적극적인 만큼, 한국 기업들에게는 새로운 비즈니스 기회가 될 전망이다. 재계 관계자는 “불확실한 글로벌 경영 환경 속에서 총수들이 추석 연휴마저 반납하고 현장 경영에 나서는 것은 위기를 기회로 바꾸려는 의지의 표현"이라며 “특히 체코 순방을 앞두고 있어 새로운 시장 개척과 사업 확장을 위한 준비에 만전을 기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강현창 기자 khc@ekn.kr

고려아연 “비철금속 1위 기업 약탈 시도”… ‘MBK-영풍’ 연합에 강력 반발

비철금속 업계 세계 1위 기업인 고려아연이 최대주주 영풍과 사모펀드 MBK파트너스의 공개매수 시도에 대해 강력히 반발하고 나섰다. 이번 사태는 고려아연을 둘러싼 복잡한 지배구조와 경영권 분쟁이 표면화된 것으로 해석된다. ◇복잡한 지배구조와 경영권 분쟁 13일 고려아연은 보도자료를 통해 “영풍이 기업사냥꾼 MBK파트너스와 결탁해 일방적으로 진행하는 공개매수에 반대한다"고 밝혔다. 고려아연은 이번 공개매수를 “국가 기간산업인 비철금속 분야 세계시장 점유율 1위 기업에 대한 적대적 약탈적 M&A"라고 규정했다. 현재 고려아연(최 씨 일가)의 지배구조를 살펴보면, 영풍(장 씨 일가)과 특수관계인이 33.13%의 지분을 보유해 최대주주 지위에 있다. 실질적인 경영은 최윤범 회장이 맡고 있으며, 최 회장 측 우호 지분은 32.58%로 영풍 측과 비슷한 수준이다. 이런 상황에서 영풍과 MBK는 공개매수를 통해 지분 52%를 확보해 경영권을 강화하려는 것으로 보인다. 고려아연은 지난 1974년 설립 이후 상호 합의 하에 장영신 영풍 회장이 최대주주로서 지분을 보유하고 최기호 고려아연 회장이 경영권을 행사하던 곳이다. 하지만 2000년대 들어 장태평 영풍 회장(장영신 회장의 아들)이 고려아연 경영에 참여하려고 하자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최기호 회장의 아들)이 이에 반발해 지분을 모아가며 경영권을 고수하려는 중이다. ◇고려아연, 기존 경영진 전문성 강조 이에 대해 고려아연 측은 현 경영진의 전문성과 경쟁력을 강조하며, 창업 이래 이어온 경영 노하우와 기술력이 세계적 경쟁력의 원천이라고 주장했다. 고려아연 측은 “최기호 창업자를 시작으로 최창걸, 최창영, 최창근 명예회장에 이어 현 최윤범 회장까지 전현직 경영진과 임직원이 수십 년간 합심해 산업 전문성과 경영 노하우, 업계를 선도하는 독보적인 기술을 통해 세계적인 기업 경쟁력과 비철금속 분야 1위를 달성했다"고 설명했다. 반면 영풍에 대해서는 환경법 위반과 중대재해 사고 등을 지적하며 경영 능력 부족을 비판했다. 고려아연은 “영풍은 석포제련소를 운영하면서 각종 환경오염 피해를 일으켜 지역 주민들과 낙동강 수계에 막대한 피해를 입혀왔다"며 “빈발하는 중대재해 사고로 최근 대표이사들이 모두 구속됐고, 카드뮴 누출 등 환경오염으로 현재 구속된 대표이사들에게 추가로 실형이 구형되는 등 사회적 지탄이 이어지고 있다"고 주장했다. ◇MBK 향한 강도 높은 비판 특히 MBK파트너스에 대해서는 “약탈적 투기자본"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고려아연은 “MBK파트너스는 그동안 수차례 국내에서 시장 경쟁력 있는 회사를 인수한 다음 핵심 자산을 매각하거나 과도한 배당금 수령 등을 통해 투자금을 회수에만 몰두하는 등 약탈적 경영을 일삼아왔다"고 지적했다. 또한 “MBK가 경영권을 취득할 경우 구성원과 지역사회에 막대한 피해가 갈 것이며, 국가 기간산업 및 이차전지 소재 관련 핵심 기술이 해외로 유출될 우려가 크다"고 강조했다. 이번 경영권 분쟁의 배경에는 장씨 일가(영풍)와 최씨 일가 간의 합의 파기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영풍 측은 지분율에 맞는 경영권을 되찾고, 전문 경영인에게 경영을 맡기겠다는 계획이지만, 현 경영진은 이를 강력히 반대하고 있는 상황이다. 고려아연은 “공개 매수자들이 당사 경영권을 확보하게 될 경우 핵심적인 사업전략이 제대로 추진되지 못해 주주가치가 심대하게 훼손될 우려가 크다"고 강조했다. 특히 “당사는 트로이카 드라이브 전략을 통해 기존의 전통적인 제련 사업 분야에서의 경쟁력을 바탕으로 이차전지 소재와 자원순환(폐배터리 리싸이클링), 신재생 에너지 등 미래 성장동력 확보를 위한 신규 사업을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있다"며 현 경영진의 장기적 비전을 강조했다. 강현창 기자 khc@ekn.kr

판 바뀐 주식부자…MZ가 대기업 제껴

국내 게임·IT·엔터테인먼트 업계에서 MZ세대 주식부자들의 약진이 두드러지고 있다. 향후 기업 지배구조와 경영 방식에도 변화를 몰고 올 수 있다는 분석이다. 12일 한국CXO연구소가 발표한 '2024년 국내 주식종목 중 비(非)오너 임원 및 주주 주식평가액 현황' 분석 결과에 따르면, 시가총액 2조원 이상 기업 중 주식재산이 100억원을 넘는 비오너 주식부자 27명 가운데 7명이 1980년 이후 출생한 MZ세대인 것으로 나타났다. 100억원 이상의 주식재산을 보유한 27명 중 30~40대가 12명으로 44.4%를 차지했다. 게임과 IT 관련 기업뿐만 아니라 엔터테인먼트 분야에서도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1981년생인 스콧 사무엘 브라운 하이브 사내이사의 주식재산은 599억원에 달했다. 게임 업계에서는 1981년생 조인상 시프트업 최고인사책임자가 174억원의 주식재산을 보유했고, 1982년생 이동기 시프트업 테크니컬 디렉터는 101억원의 주식재산을 기록했다. IT 분야에서는 1982년생 허정우 레인보우로보틱스 기술이사가 509억원의 주식재산을 보유해 눈길을 끌었다. 30대 초반의 젊은 임원들도 부상 중이다. 1989년생인 민경립 시프트업 부사장과 임정수 레인보우로보틱스 기술이사는 각각 562억원, 437억원의 주식재산을 보유해 이목을 끌었다. 이는 게임과 IT 분야의 신생 기업들이 젊은 인재들에게 과감한 지분 보상을 제공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게임 업계의 강세가 두드러진 가운데, 크래프톤 그룹에서는 비오너 중 주식재산 100억 클럽에 가입한 인원만 4명에 달했다. 김정훈(49세) 라이징윙스 대표이사의 주식재산은 2723억원으로, 작년 대비 두 배 이상 증가했다. 김창한(50세) 크래프톤 대표이사도 1771억원의 주식재산을 보유해 비오너 주식부자 2위에 올랐다. 송인애(50세) 본엔젤스벤처파트너스 대표이사(428억원)와 류성중(45세) 주주(292억원)도 100억 클럽에 이름을 올렸다. IT 분야에서도 젊은 주식부자들의 활약이 돋보였다. 레인보우로보틱스의 이정호(47세) 대표이사는 1731억원의 주식재산으로 3위를 차지했다. 같은 회사의 허정우(42세) 기술이사와 임정수(35세) 기술이사도 각각 509억원, 437억원의 주식재산을 기록했다. 신흥 게임업체 시프트업에서도 4명의 임원이 100억원 이상의 주식재산을 보유했다. 민경립(35세) 부사장을 비롯해 이형복(47세) 정보보호 최고책임자, 조인상(43세) 최고인사책임자, 이동기(42세) 테크니컬 디렉터가 그 주인공이다. 이러한 현상은 전통 대기업과 극명한 대조를 이룬다. 국내 매출 1위 기업인 삼성전자의 경우, 비오너 주식부자 1위인 박학규 사장의 주식재산이 19억원에 그쳤다. SK하이닉스에서는 박정호 부회장이 34억원 이상으로, 현대차에서는 호세 무뇨스 사장이 22억원으로 각각 해당 기업 내 비오너 중 최고액을 기록했지만, 게임·IT·엔터 기업 임원들과는 큰 격차를 보였다. 한국CXO연구소 오일선 소장은 “과거에는 국내를 대표하는 삼성전자와 현대차와 같은 주요 대기업에서도 주식재산이 100억원 넘는 전문경영인 등이 등장했었지만, 근래에는 50억원을 넘기는 경우도 드물어졌다"며 “이와 달리 최근에는 게임업체 등에서 활약하는 30~40대 중에서 100억원 넘는 신흥 주식부자들이 다수 배출되고 있는 것이 특징"이라고 말했다. 강현창 기자 khc@ekn.kr

삼성전자, 초고용량 서버 SSD향 ‘QLC 9세대 V낸드’ 업계 최초 양산

삼성전자는 인공 지능(AI)시대 초고용량 서버 SSD를 위한 '1Tb(테라비트) QLC(Quad Level Cell) 9세대 V낸드'를 업계 최초로 양산했다고 12일 밝혔다. 1Tb V낸드는 1조 비트의 셀을 단일 칩 안에서 구현한 제품이고 QLC는 하나의 셀에 4bit 데이터를 기록할 수 있는 구조다. 삼성전자는 지난 4월 'TLC 9세대 V낸드'를 최초 양산한데 이어 QLC 제품까지 선보이며 고용량∙고성능 낸드플래시 시장 리더십을 굳건히 했다. TLC는 하나의 셀에 3bit 데이터를 기록할 수 있는 구조다. 삼성 9세대 V낸드는 몰드층을 순차적으로 적층한 다음 한번에 전자가 이동하는 홀(채널 홀)을 만드는 기술인 '채널 홀 에칭'을 활용해 더블 스택 구조로 업계 최고 단수를 구현해냈다. 특히 이번 QLC 9세대 V낸드는 셀과 셀의 동작을 관장하는 각종 회로들로 구성된 페리의 면적을 최소화해 이전 세대 QLC V낸드 대비 약 86% 증가한 업계 최고 수준의 비트 밀도를 자랑한다. V낸드의 적층 단수가 높아질수록 층간, 층별 셀 특성을 균일하게 유지하는 것이 더욱 중요해졌으며, 삼성전자는 이를 위해 '디자인드 몰드' 기술을 활용했다. '디자인드 몰드'란 셀 특성 균일화, 최적화를 위해 셀을 동작시키는 트랜지스터의 온·오프를 담당하는 배선인 WL(Word Line)의 간격을 조절하여 적층하는 기술로, 데이터 보존 성능을 이전 제품보다 약 20% 높여 제품 신뢰성을 향상시켰다. 이번 9세대 QLC는 셀의 상태 변화를 예측하여 불필요한 동작을 최소화하는 '예측 프로그램 기술' 혁신을 통해 이전 세대 QLC 제품 대비 쓰기 성능은 100%, 데이터 입출력 속도는 60% 개선했다. 또한 낸드 셀을 구동하는 전압을 낮추고 필요한 BL(Bit Line)만 센싱해 전력 소모를 최소화한 '저전력 설계 기술'을 통해 데이터 읽기, 쓰기 소비 전력도 각각 약 30%, 50% 감소했다. 허성회 삼성전자 메모리 사업부 플래시 개발실 부사장은 “9세대 TLC 양산 4개월 만에 9세대 QLC V낸드 또한 양산에 성공함으로써 AI용 고성능·고용량 SSD 시장이 요구하는 최신 라인업을 모두 갖췄다"며 “최근 AI향으로 수요가 급증하고 있는 기업용 SSD 시장에서의 리더십이 더욱 부각될 것"이라고 밝혔다. 삼성전자는 브랜드 제품을 시작으로 향후 모바일 UFS·PC·서버 SSD 등 QLC 9세대 V낸드 기반 제품 응용처를 점차 확대할 계획이다. 박규빈 기자 kevinpark@ekn.kr

中 ‘반도체 굴기’ 284조원 투입…韓 대응 시급

중국 정부가 반도체 산업에 대한 대규모 투자를 지속하는 가운데, 한국 정부와 업계의 적극적인 대응이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중국 반도체 산업의 빠른 정상 속도가 한국 반도체 산업의 글로벌 경쟁력에 위협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12일 글로벌 반도체 장비 제조사 협회인 SEMI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에만 중국은 250억달러를 반도체 제조 장비에 투자했다. 이는 한국, 대만, 미국을 합친 것보다 더 많은 규모다. 이는 전년 동기 대비 2배 이상 증가한 수치다. SEMI는 2024년 전체 중국의 장비 구매액이 350억달러 이상으로 지난해보다 12% 증가할 것으로 전망했다. 중국의 반도체 투자 규모는 최근 크게 증가하는 추세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에 따르면 중국 정부는 최근 3기 반도체 투자기금으로 3440억위안(약 64조 원)을 조성했다. 여기에 사회자본까지 포함하면 총 1조5000억 위안(약 284조원) 규모의 투자가 이뤄질 것으로 추정했다. 이는 미국의 'CHIPS and Science Act'에 따른 반도체 보조금 520억달러(약 69조원)를 크게 상회하는 규모다. 중국은 이번 3기 투자기금의 투자 기간을 늘려 중장기 R&D 지원을 확대한다고 알려졌다. 또 국유은행을 대거 참여시켜 인내자본(Patient Capital·장기투자자금)의 역할도 강화했다. 투자 방향도 AI 반도체와 고대역폭(HBM) 메모리 제조기술 확보에 집중될 전망이다. 미국반도체협회(SIA)도 중국 반도체 기업들의 총 매출액은 2024년까지 1160억 달러에 이를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시장 점유율은 2020년 9%에서 2024년 17.4%로 증가할 전망이다. 이러한 중국의 공격적인 투자에 비해 한국의 반도체 산업 지원은 상대적으로 미흡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한국의 현행 반도체 지원 정책은 주로 세제 혜택과 인프라 구축, 인력 양성 등에 초점을 맞추고 있으나, 직접적인 투자 규모 면에서 중국에 크게 뒤처지고 있는 실정이다. 현재 우리 정부는 기획재정부가 6월 발표한 “반도체 생태계 지원 패키지"를 통해 18조1000억원 규모의 반도체 금융 지원 프로그램과 2030년까지 운용할 반도체 전문인력 양성 계획(15만명) 등을 진행 중이다. 중국의 계획과 투자 규모 차이가 상당한 상황이다. 이에 대해 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KISTEP)의 이광호 연구위원은 “중국의 3기 반도체 기금 조성은 미국의 견제에 대응해 반도체 굴기를 지속하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라며 “우리나라도 반도체 산업 육성을 위한 대규모 예산 투입과 함께 기술 개발, 인력 양성 등 종합적인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특히 전문가들은 한국 정부의 직접적인 투자 확대와 R&D 지원 강화를 촉구하고 있다. 현재의 지원 정책으로는 중국의 빠른 추격을 막기 어렵다는 것이 중론이다. 특히 시스템 반도체, AI 반도체 등 신성장 분야에 대한 집중 투자가 필요하다는 의견이 제기되고 있다. 한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반도체 산업은 국가 경제와 안보에 직결되는 핵심 산업"이라며 “중국의 공격적인 투자에 맞서 한국이 어떻게 대응하고 산업 경쟁력을 유지할 것인지가 향후 한국 경제의 중요한 과제"라고 설명했다. 강현창 기자 khc@ekn.kr

“삼성전자, 해외 인력 30% 감축 추진”

삼성전자가 해외 일부 부문에서 최대 30%의 인력 감축을 추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세계 최대 스마트폰·TV·메모리칩 제조업체인 삼성전자의 이번 결정은 글로벌 경기 둔화에 대응하기 위한 조치로 보인다. 12일 로이터는 복수의 소식통을 인용해 삼성전자가 전 세계 자회사에 영업·마케팅 인력은 약 15%, 관리직은 최대 30% 감축하라는 지침을 내렸다고 보도했다. 이번 구조조정은 연말까지 단계적으로 진행되며, 미주, 유럽, 아시아, 아프리카 등 전 지역에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한 소식통은 로이터에 “인도에서는 이미 일부 중간 관리자들에게 퇴직 패키지를 제공하고 있으며, 최대 1000명이 영향을 받을 수 있다"고 전했다. 삼성전자는 인도에서 약 2만5000명을 고용하고 있다. 로이터에 따르면 삼성전자 측은 “일부 해외 법인에서 효율성 제고를 위한 통상적인 인력 조정"이라고 밝혔다. 회사 측은 이번 구조조정이 생산직 인력에는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지난해 말 기준 삼성전자의 전체 직원 수는 26만7800명이며, 이 중 14만7000명이 해외에서 근무하고 있다고 로이터는 전했다. 영업 및 마케팅 인력은 약 2만5100명, 기타 부문 인력은 2만7800명으로 집계됐다. 로이터는 이번 구조조정이 삼성전자가 주요 사업 부문에서 직면한 도전과 관련이 있다고 분석했다. 핵심 사업인 반도체 부문은 경쟁사들에 비해 업황 회복이 더뎌 지난해 15년 만의 최저 실적을 기록했다. 프리미엄 스마트폰 시장에서는 애플과 화웨이의 거센 도전을 받고 있으며, 위탁 생산 분야에서는 TSMC에 뒤처져 있는 상황이다. 로이터는 “글로벌 경기 둔화로 인한 기술 제품 수요 감소에 대비한 조치"라며 “비용 절감을 통한 수익성 개선이 목적"이라고 전했다. 한편 삼성전자 본사가 위치한 한국에서의 인력 감축 여부는 확인되지 않았다. 강현창 기자 khc@ekn.kr

카카오 김범수, SM 시세조종 의혹 전면 부인…“무리한 기소”

SM엔터테인먼트 경영권 인수 과정에서 주가를 조작한 혐의를 받는 김범수 카카오 창업자가 첫 공판에서 혐의를 전면 부인했다. 그는 경영상 필요에 따라 이뤄진 정당 행위에 대해 검찰이 무리하게 기소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서울남부지방법원 형사합의15부(양환승 부장판사)는 11일 자본시장과금융투자업에관한법률(자본시장법) 위반 첫 공판을 열었다. 지난 7월 23일 김 창업자가 구속된 지 약 두 달 만이다. 구속 수감 중인 김 창업자는 이날 수의 대신 정장을 입은 채 굳은 표정으로 법정에 섰다. 홍은택 전 카카오 대표와 김성수 전 카카오엔터테인먼트 대표, 강호중 카카오 전 투자전략실장 등도 법정에 출석했다. 김 창업자는 배재현 전 카카오 투자총괄대표, 지창배 원아시아파트너스 대표 등과 함께 지난해 2월 SM엔터 인수 과정에서 경쟁사인 하이브의 공개매수를 방해할 목적으로 시세조종에 관여한 혐의를 받고 있다. 검찰은 임원들이 조직적으로 자금을 동원해 시세조종을 위해 장내 매집을 실행한 것으로 보고 있다. 이 과정에서 최종의사결정권자인 김 창업자가 관련 내용을 보고받거나 직접 지시한 사실이 있는지가 관건이다. SM엔터 보유 주식이 5%를 넘겼음에도 주식 당국에 보고하지 않은 혐의도 있다. 검찰 측은 이날 모두진술을 통해 “피고 측은 카카오엔터가 SM엔터를 인수할 경우 하이브를 넘어 엔터 1위를 달성할 것으로 예상했다"며 “이 과정에서 신주 및 전환사채 발행금지 가처분 소송에 미칠 영향과 '문어발 확장'에 대한 비판적 여론을 우려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자본시장법에 따라 경영권 분쟁 시 대항공개매수를 통한 대응이 가능하고, 경영권 취득 목적을 공시하며 5% 이상 장내 매집을 통해 확보하는 방법도 있었다"며 “그러나 피고인은 배 투자총괄대표의 제안에도 불구하고 경영권 취득 목적을 밝히지 않기 위해 이러한 제안을 거부했다"고 주장했다. 김 창업자가 공개매수 대신 비밀리에 SM엔터 주가를 끌어올리는 방안을 동의·지시했다고 본 것이다. 이에 대해 김 창업자 측 변호인은 정상적인 경영 활동 일환으로 적법한 절차를 거친 것이라고 주장했다. 경영상 필요에 따라 이뤄진 지분 매수가 위법하다며 무리하게 기소했다는 것이다. 아울러 김 창업자가 원아시아의 SM엔터 고가 매수 활동에 대해 인지하지 못했다며 시세조종의 고의성이 성립하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변호인은 “김 창업자는 원아시아 등 SM엔터 주식 매수에 어떤 관여도 하지 않았고, 해당 사실 자체도 몰랐다"며 “우호지분을 확보하라고 기재돼 있을 뿐 언제, 누구에게 어떤 지시를 했다는 내용이 없는데 원아시아와 공모했다는 건 무리한 추측"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양사 간 인수전에 따른 기대로 주가가 오른 부분도 있으나 검찰은 무조건 시세 조종성 고가 매수라고 주장했다“며 “검찰 측 주장대로라면 경쟁사의 공개매수에 대응하기 위해 고가주문이나 물량 주문하는 게 불가능하다. 저가 주문과 동일한 가격으로 매수할 수 있길 기다리며 필요한 주식 매입을 포기하라는 것과 다름없는 것"이라고 말했다. 또 카카오와 카카오엔터, 원아시아가 공동 보유 관계에 있다고 할 수 없다며 “원아시아가 매집한 부분을 제외하면 5%를 넘지 않으므로 공소사실이 성립되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이에 검찰 측은 “이 사건 범행 역시 주가를 올리기 위한 목적과 의도가 인정됐기 때문에 기소한 것"이라며 주가가 오른 것만 갖고 기소한 게 아니라고 반박했다. 이와 함께 카카오의 SM엔터 시세조종 혐의를 입증할 증거를 2270개 가량 제출했다. 재판부는 다음 공판준비기일을 다음달 8일 오후 3시로 지정했다. 이달 말까지 변호인 측 증거 의견을 받은 후 검찰과 변호인의 쟁점에 대한 입장을 청취할 예정이다. 이태민 기자 etm@ekn.kr

LG CNS, 인니 합작법인 ‘LG 시나르마스’ 출범…현지 IT 시장 본격 공략

LG CNS가 인도네시아 시나르마스 그룹과 합작법인을 설립하고, 현지 정보기술(IT) 시장 공략에 나섰다. 이를 통해 데이터센터와 클라우드를 필두로 신사업 기회를 모색하고, 영토를 확장한다는 전략이다. LG CNS는 10일(현지시간) 그랜드 하얏트 자카르타에서 합작법인 'LG 시나르마스 테크놀로지 솔루션(LG 시나르마스)'의 공식 출범식을 가졌다고 11일 밝혔다. 양사는 지난 3월 합작법인 설립을 위한 투자 계약을 체결한 바 있다. 합작법인은 인도네시아 자카르타에 본사를 두고 있으며, LG CNS 인니 및 중국법인장을 거친 한동협 법인장이 대표직을 맡았다. LG 시나르마스는 이번 출범식에서 '인니에서 가장 신뢰할 수 있는 혁신 IT 서비스 기업'이라는 슬로건과 로드맵을 공표했다. 양사의 강점을 접목해 최첨단 데이터센터 컨설팅·구축·운영과 클라우드 전환 등 사업을 추진할 계획이다. 아울러 주요 사업영역을 스마트시티와 금융 IT 서비스 등으로 지속 확장해 폭넓은 디지털전환(DX) 서비스도 제공할 계획이다. 글로벌 컨설팅기업 가트너에 따르면 인니 IT 시장은 매년 빠르게 성장하고 있으며, 2027년까지 약 9조4000억원의 시장 가치를 가질 것으로 전망된다. LG CNS는 인니에서 △누산타라 신수도청 스마트시티 설계 컨설팅 사업 △국세행정시스템 (CTAS) 구축 사업 △자카르타 수도권 경전철 설비 사업 등을 성공적으로 수행하고 있다. 시나르마스 그룹은 △에너지·인프라 △통신·기술 △금융 △부동산 △펄프·제지 △농업·식품 △헬스케어 등 7개 산업 분야에서 사업 전문성과 현지 네트워크를 축적해온 인도네시아 최대 그룹 중 하나다. 현 대표는 “이번 법인 설립을 계기로 양사의 시너지를 발휘해 인니 DX 시장에서 새 사업 기회를 모색하고 고객에게 차별적인 IT 솔루션을 제공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태민 기자 etm@ekn.kr

LG SW 협의회, AI 기술 한마당 열었다…인재 확보 박차

LG전자는 지난 9일부터 이틀 간 마곡 LG사이언스파크에서 소프트웨어 개발자들의 기술 교류와 소통을 위한 'LG 소프트웨어 개발자 콘퍼런스 2024'를 개최했다고 11일 밝혔다. 이번 행사는 LG 계열사가 참여하는 'LG SW 협의회' 주관으로 열렸다. 올해 LG 소프트웨어 개발자 콘퍼런스는 '함께 만들어 나가는 미래'를 주제로 △AI·빅데이터 △모빌리티·자동차 △플랫폼·아키텍쳐 △클라우드 △이머징 테크 △ SW 기술·개발 문화 △SW 보안 △SW 관리 등 8개 분야 기술 발표를 진행했다. LG전자를 포함한 LG 계열사 소프트웨어 연구원들은 물론, 마이크로소프트·IBM·퀄컴·아마존웹서비스(AWS)·팔란티어 등 글로벌 빅테크 기업 개발자 2500여명이 한 자리에 모여 기술·개발 노하우를 공유했다. 특히 LG전자를 비롯 LG에너지솔루션·LG유플러스·LG CNS의 소프트웨어 개발 담당 임원들이 다양한 사업 영역에서 AI 적용 사례를 소개하는 릴레이 기조 연설을 맡아 참석자들의 호응을 얻었다. 김재철 LG전자 CTO부문 인공지능연구소 상무는 기조 연설을 통해 개발 중인 '비전 AI 범용 모델'을 소개해 주목을 받았다. 각 제품마다 필요한 비전 AI 기술을 개발해 왔던 것과는 달리, 'LG전자 비전 AI 범용 모델'은 물체 인식 및 구분, 사람의 자세 인식·3D 거리 측정 등 다양한 인식 기술을 활용할 수 있어 범용성이 높다. 홈·모빌리티·커머셜 등 다양한 사업 분야에 적용돼 효율적으로 제품 개발의 효율성을 높이고 개발 기간도 단축할 것으로 기대한다. 이어지는 발표 세션에서는 고객의 다양한 공간과 경험을 연결, 확장하는 '스마트 라이프 솔루션 기업' 도약을 위한 3대 성장 동력인 논-하드웨어·B2B·신사업 분야의 최신 SW 기술 적용 사례도 소개됐다. 자동차용 AI 솔루션 개발을 위한 머신러닝 기술 활용 방법과 웹OS 온디바이스 AI 기술 현황·생성형 AI와의 결합을 통한 향후 개발 방향, 로봇용 AI 설계 및 LG 로봇의 미래 방향, LG 씽큐(ThinQ) 클라우드를 위한 플랫폼 엔지니어링 등 다양한 기술이 다뤄지며 관심을 모았다. LG전자는 올해 소프트웨어 개발자 콘퍼런스에서 프로젝트 관리 대회와 커널 개발자 기술 교류 모임 등 새로운 프로그램을 도입했다. SW 개발 프로젝트 상황에서 발생할 수 있는 문제를 해결하며 복잡한 개발 프로젝트 관리 역량을 제고하고, 국내 커널 전문가들이 함께 운영체계의 핵심인 커널 관련 기술 동향을 공유한다. SW 분야의 역량을 갖춘 미래 인재 확보에도 나선다. LG전자는 올해 처음으로 '대학생 프로그래밍 대회'를 개최했다. LG전자는 1000여명의 대학생·대학원생 참가자 가운데 우수한 성적을 거둔 상위 수상자들에게 서류 전형·SW 코딩 테스트 면제 등 채용 우대 혜택을 제공한다. 박규빈 기자 kevinpark@ekn.kr

삼성에 연이은 기밀 유출…‘매국’ 행위로 25조 ‘줄줄’

한국의 대표 기업 삼성전자에 대한 기술 유출 사건이 연이어 발생하면서 국가 경제에도 심각한 위협이 되고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지속적으로 발생한 기술 유출 시도가 한국의 첨단 산업 경쟁력을 위협하기 때문이다. ◇삼성전자 기술유출 사례 잇따라 11일 서울경찰청 산업기술안보수사대에 따르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반도체 출신 전 임원과 삼성전자의 전 수석연구원 등이 지난 2014년 삼성전자가 독자 개발한 20나노급 D램 기술 코드명 '볼츠만'을 중국의 반도체 업체 청두가오전에 넘긴 혐의로 구속송치됐다. 경찰에 따르면 이들은 국가핵심기술로 지정된 '반도체 공정 종합 절차서'(PRP)와 '최종목표규격'(MTS) 등을 포함한 삼성전자의 핵심 기술을 중국에 넘겼다. 유출된 기술의 경제적 가치만 4조3000억원으로 추산되며, 실제 피해 금액은 경제 효과 등을 감안하면 가늠하기 어려운 수준이라는 게 경찰의 설명이다. 삼성전자의 기술이 탈취된 사례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 2018년 8월에 발생한 'F프로젝트' 관련 기술 유출 사건도 충격을 줬다. 삼성전자 전직 상무가 삼성전자에서 20~31년간 근무한 베테랑 직원 3명을 영입해 화성 삼성반도체 공장의 'BED 자료'(클린룸 유지를 위한 최적 온도, 습도, 조도 등의 수치)와 중국 시안 삼성반도체 공장의 설계도면 및 공정배치도를 유출한 일이 있었다. 이들은 유출한 자료를 이용해 중국에 '복제 공장'을 건설하려 하려다가 적발됐다. 2020년에는 삼성전자 자회사인 세메스의 전 연구원들이 710억 원대 반도체 세정장비 핵심 기술과 장비를 중국으로 빼돌린 혐의로 실형을 선고받았다. 이들은 2018년 3월부터 2021년 12월까지 세메스가 세계 최초로 개발한 초임계 세정장비 도면 등 반도체 관련 기술정보로 동일한 사양의 반도체 세정 장비 14대를 제작한 뒤 관련 기술과 함께 중국 업체와 연구소 등에 팔아넘기다가 적발됐다. 2022년에는 삼성의 반도체 초순수시스템 관련 기술을 중국과 미국으로 유출한 전·현직 연구원 등 10명이 재판에 넘겨지는 일도 있었다. 이 기술은 삼성엔지니어링이 2006년부터 매년 300억원 이상의 연구개발비를 들여 이룬 업적이었다. 비교적 최근인 지난 1월에도 삼성전자 전직 부장급 직원과 협력사 전직 팀장이 18나노급 D램 반도체 공정 정보를 중국의 최대 D램 제조기업인 창신메모리(CXMT)에 무단으로 넘긴 혐의로 구속기소됐다. 이 사건으로 인한 피해액은 약 2조3000억원으로 추산된다. 해당 기술 유출은 2016년에 발생했지만 8년이 지난 후에야 적발됐다. ◇국가 경제에 심각한 타격…처벌 강화 기조 이러한 지속적인 기술 유출 시도는 한국의 산업 경쟁력을 심각하게 위협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국가의 핵심 경쟁력과 직결되는 기술을 유출하는 건 '매국' 행위나 다름 없다는 얘기다. 실제 이런 행위는 국가정보원이 비중있게 다루고 있다. 국정원에 따르면 지난 2018년 1월부터 5년동안 적발한 산업기술 해외 유출 사건은 총 93건으로 기업 추산 피해액은 25조원 규모다. 적발된 전체(93건)의 3분의 1(33건)이 '국가핵심기술' 유출 사건이었다. 국가핵심기술이란 국내외 시장에서 차지하는 기술적·경제적 가치가 높거나 관련 산업의 성장 잠재력이 큰 기술이다. 해외로 유출될 경우 국가의 안전 보장 및 국민 경제 발전에 중대한 악영향을 끼칠 수 있기에 정부가 따로 관리하는 기술을 말한다. 정부도 기술 유출에 대한 처벌을 대폭 강화하고 있다. 최근 대법원 양형위원회가 국가핵심기술을 해외로 유출할 경우 최대 징역 18년까지 선고할 수 있도록 양형기준을 강화했다. 일반 산업기술 침해에 대한 최대 권고형량을 국내침해의 경우 기존 6년에서 9년으로, 산업기술 국외침해의 기존 9년에서 15년으로 각각 상향하고, 국가핵심기술의 국외침해 유형의 경우 기본 권고 형량을 3년~7년, 가중 권고 형량을 5년~12년으로 정했다. 특별가중인자가 2개 이상인 경우 특별조정을 통해 권고 형량 상한의 2분의 1까지 가중할 수 있어 최대 18년까지 선고가 가능해진 것이다. 한 재계 관계자는 “삼성전자를 비롯한 한국 기업들의 핵심 기술의 유출은 단순히 한 기업의 문제를 넘어 국가 경제 전체에 심각한 타격을 줄 수 있다"며 “장기적인 관점에서 법제도 개선, 기업 문화 변화, 개인의 보안 의식 제고 등 다방면의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강현창 기자 khc@ek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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