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기 영업익 100조’ 삼성전자, 주주환원 보따리 푼다…“우선주 매입 적극 고민”

글로벌 테크 기업 최초로 분기 영업이익 100조원 시대를 연 삼성전자가 올해 최대 110조원 규모의 주주환원 계획을 재확인했다. 남은 재원 최대 75조원 가운데 상당 규모를 자사주 매입·소각에 쓸 예정이어서, 시장에서 요구가 커진 우선주 매입 비중을 얼마나 늘릴지 관심이 모인다. 29일 삼성전자는 올 3분기 연결 기준 매출 195조3000억원, 영업이익 107조4000억원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전 분기 대비 매출은 14%, 영업이익은 20% 늘었다. 지난해 같은 기간(매출 86조1000억원, 영업이익 12조2000억원)과 비교하면 매출은 약 2.3배, 영업이익은 약 8.8배로 불었다. 4분기 연속 최대 매출과 영업이익을 동시에 갈아치웠고, 주당순이익(보통주 1만1462원)도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 실적을 끌어올린 건 반도체다. DS(디바이스솔루션)부문은 매출 147조1000억원, 영업이익 106조5000억원으로 전사 영업이익의 99%를 책임졌다. 고대역폭메모리(HBM)4와 서버용 SSD 판매가 크게 늘면서다. 반면 스마트폰·가전 등 DX(디바이스경험)부문은 메모리를 비롯한 부품 원가 상승 여파로 0.8조원 규모의 영업손실을 냈고, 원화 강세에 따른 환율 영향으로 전사 영업이익이 전 분기 대비 약 10조원 깎이기도 했다. 곳간이 두둑해지자 주주환원 보따리도 커졌다. 삼성전자는 이날 3분기 현금배당 총액이 30조원이라고 공시했다. 보통주와 우선주 모두 주당 4601원이며, 이 가운데 우선주 배당금은 약 3조6917억원이다. 시가배당률은 보통주 1.7%, 우선주 2.2%다. 같은 금액을 배당하는데도 우선주 배당률이 높게 나온 건 그만큼 우선주 주가가 보통주보다 낮게 형성돼 있다는 뜻이다. 상반기 배당액(4조9000억원)을 더하면 올해 현금배당으로만 약 35조원이 주주에게 돌아간다. 앞서 삼성전자는 지난 8월 이사회에서 90조~110조원 규모의 2026년 주주환원 방안을 의결했는데, 이미 집행·확정된 35조원을 빼면 잔여 재원은 55조~75조원이다. 회사는 이 재원을 현금배당과 함께 상당 규모의 자사주 매입·소각에 쓰겠다고 밝혔다. 컨퍼런스콜에서는 우선주 문제가 언급됐다. 삼성전자는 “보통주와 우선주 간 가격 차이에 대한 시장의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는 점을 인지하고 있다"며 “자사주 매입 및 소각 때 시장 상황을 반영해 우선주 매입 비중을 적극적으로 고민해 조정해나갈 것을 약속한다"고 밝혔다. 이어 “지속적 성장과 주주 가치 제고를 함께 달성할 수 있도록 내년 이후 신규 주주환원 정책에 대해 심도 있게 논의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 곳간 채울 반도체, 내년에도 버틸까 주주환원 확대의 지속 여부는 결국 반도체 실적에 달려 있다. 삼성전자는 일단 자신감을 내비쳤다. 회사는 “내년 HBM 공급 물량은 목표 수준의 가격으로 협상이 완료돼 이미 솔드아웃(완판)된 상태"라며 “주요 고객들의 추가적인 HBM 증량 요청이 지속되고 있다"고 말했다. 3분기 HBM4 매출은 전 분기 대비 세 배 이상 늘었고, 전체 HBM 매출에서 HBM4가 차지하는 비중도 60%까지 올라왔다. 하반기 중 D램 점유율과 같은 수준까지 HBM 점유율을 끌어올리겠다는 목표도 3분기에 이미 달성한 것으로 회사는 보고 있다. 지난 5월 세계 최초로 샘플을 출하한 차세대 HBM4E도 고객사 초기 평가에서 긍정적인 반응을 얻고 있다는 설명이다. 수요의 '질'도 달라졌다. 삼성전자에 따르면 현재 주요 고객사 10곳과 다년 공급 계약을 맺었고, 다른 10곳과도 협상을 진행 중이다. 장기 계약을 원하는 고객이 하이퍼스케일러와 서버 업체를 넘어 모바일·자동차·네트워크 분야로 넓어지면서, 중장기 생산능력의 60~70%를 다년 계약으로 채우겠다는 목표에도 가시성이 생겼다는 것이다. 공급 측면에선 신규 팹 건설에서 실제 웨이퍼 생산까지 시차가 길고 HBM 세대가 올라갈수록 칩 크기가 커지는 만큼, 내년 설비투자가 늘더라도 2028년까지 공급 부족이 이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파운드리도 8나노 이하 선단 공정 수요가 생산능력을 크게 웃돌아 가동률이 100%를 넘을 것으로 예상되며, 2나노 연간 수주 과제는 지난해보다 두 배 이상 늘어날 전망이다. 박순철 삼성전자 최고재무책임자(CFO)는 “2027년 반도체 부문에서 올해를 뛰어넘는 실적 달성이 기대된다"고 말했다. 다만 변수도 있다. 메모리 가격 상승은 반도체엔 호재지만 메모리를 사다 쓰는 스마트폰·TV 사업에는 그대로 비용 부담으로 돌아온다. 삼성전자는 높은 원자재 가격이 내년까지 이어질 것으로 보고 플래그십 중심의 제품 믹스 개선으로 수익성을 방어하겠다는 계획이다. 투자 수요도 만만치 않다. 올해 연간 시설투자는 84조4000억원으로 이 중 DS부문에만 76조8000억원이 들어간다. 회사는 미국 테일러 팹 외에 한국과 미국에서 신규 팹 증설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혀, 주주환원과 투자 사이의 배분이 내년 정책의 관건이 될 전망이다. 3분기 배당금은 다음 달 27일 지급된다. 삼성전자는 4분기 2나노 2세대 모바일 칩(엑시노스 2700) 양산과 4나노 대형 고객 신경망처리장치(NPU) 양산을 시작하고, 테일러 1공장 가동으로 공급 역량을 키울 예정이다. 내년 1월 말 이사회에서는 차기 주주환원 정책과 올해 잔여 재원의 최종 환원 규모, 구체적인 실행 방안을 확정해 발표한다. 시장의 관심이 쏠린 우선주 매입 비중과 내년 이후 환원 정책의 윤곽도 이 자리에서 나올 것으로 관측된다. 김하나 기자 uno@ekn.kr

“방화벽 뚫고 美 정부 서버까지”…PHP 취약점에 전 세계 보안 비상

해커들이 PHP 보안 취약점을 이용해 방화벽 24대의 최고 관리자 권한을 빼앗고 미국 정부 관련 기관의 내부 서버까지 침투한 정황이 나왔다. 이스라엘 보안업체 드림 리서치는 공격자들이 인터넷에 노출된 방화벽을 통해 내부망에 접근한 것으로 분석했다. 공격 대상에는 한국과 미국, 일본, 대만의 보안 장비가 포함됐다. 29일 보안업계에 따르면, 이스라엘 사이버보안 기업 드림(Dream)의 연구조직 드림 리서치는 최근 공개한 보고서에서 PHP 취약점을 악용한 공격으로 방화벽 24대와 내부 관리 서버 1대 등 총 25대의 최고 관리자 권한이 탈취된 정황을 발견했다고 밝혔다. 연구진은 공격자가 사용한 프로그램과 접속 기록 등을 확보해 지난 23~24일 이뤄진 침투 과정을 추적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공격자는 인터넷에 노출된 방화벽 약 1만9000대를 탐색한 뒤 한국과 미국, 일본, 대만에 있는 장비 240대를 공격 대상으로 추렸다. 이 가운데 24대에서 최고 관리자 권한을 탈취한 기록이 발견됐다. 공격에는 지난 21일 공개된 PHP의 원격 코드 실행 취약점 2건과 리눅스 운영체제의 권한 상승 취약점이 함께 이용된 것으로 드림 리서치는 보고 있다. 특히 미국 정부 관련 기관으로 추정되는 조직에서는 방화벽 2대에 이어 내부 관리 서버 1대까지 공격받은 흔적이 발견됐다. 드림 리서치는 공격자가 방화벽을 통해 내부 네트워크에 접근한 뒤 중앙 관리 서버의 최고 관리자 권한을 확보했다고 설명했다. 해당 서버는 조직 내 여러 방화벽의 설정과 접근 권한을 통합 관리하는 시스템이다. 연구진이 확보한 기록에는 내부 사용자와 그룹 목록을 수집하고 계정 인증정보를 복호화한 흔적도 담겼다. 공격자는 확보한 정보를 이용해 다른 계정의 비밀번호를 알아내거나 새로운 계정을 생성하려는 시도까지 벌인 것으로 파악됐다. 드림 리서치는 보고서에서 “외부에 노출된 관리 인터페이스가 조직의 인증 체계로 침입하는 통로가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방화벽 관리 시스템의 취약점이 내부 계정과 네트워크 전체를 위협하는 공격 경로로 이용될 수 있다는 것이다. ◇ 공개 나흘 전부터 공격…美 정부 긴급 대응 이번 PHP 취약점은 공식 발표 이전부터 공격에 악용되고 있었다. 아마존웹서비스(AWS)의 위협정보팀은 지난 17일 관련 취약점을 이용한 공격 시도를 처음 포착했다. PHP 개발진이 보안 패치를 공개한 21일보다 나흘 앞선 시점이다. 취약점 공개 당일에는 공격에 사용할 수 있는 프로그램이 인터넷에 등장했고, 이후 여러 공격자의 시도가 잇따랐다. CJ 모지스 아마존 위협정보 책임자는 지난 21일 “인터넷에 노출된 시스템의 치명적인 취약점은 대응 시간을 며칠이 아닌 몇 시간 단위로 계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인공지능(AI)을 활용한 취약점 분석이 확산하면서 보안 패치 공개부터 실제 공격 도구가 등장하기까지 걸리는 시간이 점점 짧아지고 있다고 경고했다. 미국 정부도 긴급 대응에 나섰다. 미국 사이버안보·인프라보안국(CISA)은 지난 26일 PHP 취약점 2건을 실제 공격에 악용된 취약점 목록에 추가하고, 연방 민간기관에 29일까지 보안 조치를 완료하도록 요구했다. 통상적인 업데이트 일정 대신 사흘의 대응 기간을 부여한 것이다. PHP는 웹사이트의 로그인과 게시판, 데이터 처리 등에 널리 쓰이는 프로그래밍 언어다. 이번에 발견된 취약점은 별도의 인증 없이 서버에서 명령을 실행할 수 있다는 점에서 위험성이 크다. 특히 PHP가 설치된 네트워크 장비의 관리 시스템까지 공격 대상이 될 수 있어 일반 웹사이트를 넘어 기업과 기관의 내부망 보안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 한국인터넷진흥원(KISA)도 지난 22일 관련 보안 업데이트를 권고했다. PHP 개발진은 취약점을 수정한 버전을 배포했으며, AWS는 보안 장비의 차단 규칙만으로는 위험을 완전히 제거할 수 없다며 업데이트 적용을 강조했다. ◇ AI 동원한 방화벽 공격 확산…한국도 표적 생성형 AI를 활용한 방화벽 해킹은 최근 더욱 조직화되는 추세다. AWS는 지난 2월 러시아어를 사용하는 해킹 세력이 생성형 AI 서비스를 활용해 세계 55개국 이상에서 포티넷의 방화벽 장비 600대 이상을 침해한 사례를 공개했다. 당시 공격자는 AI를 이용해 장비의 취약한 설정을 찾아내고 침투 과정을 자동화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번 PHP 공격에서도 AI 도구를 활용한 정황이 발견됐다. 드림 리서치가 확보한 공격 환경에는 앤트로픽의 AI 코딩 도구 '클로드 코드'가 설치돼 있었고, 중국 AI 모델 '딥시크'와 '키미' 관련 설정도 남아 있었다. 연구진은 약 40개의 공격용 스크립트에서 나타난 코드 작성 방식 등을 근거로 AI 활용 가능성을 제시했다. 공격 배후로는 중국과 연계된 해킹 세력이 거론된다. 드림 리서치는 공격 대상이 한국과 미국, 일본, 대만에 집중됐고 중국의 인터넷 자산 검색 엔진 '포파(FOFA)'가 사용된 점에 주목했다. 공격 환경에서는 중국어 명령문과 중국 표준시 사용 흔적도 발견됐다. 다만 특정 해킹 조직의 소행이나 실제 AI 활용 여부를 입증하는 자료는 제시되지 않았다. 한국도 공격자가 선정한 방화벽 240대에 포함됐다. 실제 침해된 것으로 분류된 방화벽 24대 가운데 국내 장비가 있는지는 공개되지 않았다. 드림 리서치는 미국 정부 관련 기관의 방화벽 2대를 제외한 나머지 22대에서 웹셸 설치 흔적을 발견했다고 밝혔다. 웹셸은 공격자가 외부에서 서버에 다시 접속해 명령을 실행할 수 있도록 하는 프로그램이다. 연구진은 해당 장비에서 추가 공격 활동은 발견하지 못했으나, 웹셸이 남아 있다면 공격자가 다시 접근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AWS는 이번 PHP 취약점과 관련해 보안 업데이트만이 두 취약점을 모두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이라고 강조했다. 드림 리서치 역시 공격 대상이 된 방화벽 제조사에 관련 내용을 통보하고 보안 조치를 권고했다. 김나현 기자 knh@ekn.kr

“노트북 화면 왜 만지나”던 애플…16년 만에 고집 꺾었다

애플이 노트북 화면을 손가락으로 조작할 수 있는 맥북 프로를 처음 내놨다. 2010년 창업자 스티브 잡스가 터치스크린 노트북에 부정적인 입장을 밝힌 지 16년 만이다. 그동안 키보드와 트랙패드만으로 조작하도록 했던 맥북에 아이폰과 아이패드의 터치 기능을 도입한 것이다. 2021년 이후 5년 만에 디자인도 대대적으로 바꿨다. 애플은 28일(현지시간) 미국 로스앤젤레스에서 신제품 공개 행사 '프로 앤 텔(Pro and Tell)'을 열고 14인치와 16인치 맥북 프로를 공개했다. 신제품에는 맥북 최초로 터치스크린과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화면을 탑재했다. 화면 상단에는 아이폰에서 사용하던 '다이내믹 아일랜드'를 적용해 인공지능(AI) 비서도 손가락으로 호출할 수 있도록 했다. 이번 신제품의 가장 큰 변화는 화면을 직접 만져 작업할 수 있다는 점이다. 이날 공개된 시연에서는 영상 편집 프로그램을 실행한 뒤 손가락으로 영상 클립을 끌어다 원하는 위치에 배치하는 기능이 소개됐다. 클립 양 끝을 움직여 영상 길이를 조절하고, 두 손가락을 벌리거나 오므려 편집 구간을 확대하거나 축소할 수도 있다. 기존에는 마우스나 트랙패드로 해야 했던 작업이다. 웹페이지를 손가락으로 넘기거나 사진을 확대하는 것도 가능하다. 디자이너는 화면을 직접 만져 그림을 그릴 수 있고, 음악가는 화면에 표시된 가상 악기를 연주할 수 있다. 애플은 키보드와 트랙패드도 그대로 남겨 작업에 따라 조작 방식을 선택하도록 했다. 터치스크린 도입에 맞춰 제품 구조도 바꿨다. 화면을 누를 때 흔들림이 생기지 않도록 힌지(경첩)를 개선하고, 터치 센서를 화면 패널 안에 넣어 반응 속도를 높였다. 운영체제인 맥OS도 손가락 조작에 맞게 손봤다. 화면을 터치하면 손가락 주변에 필요한 메뉴가 나타나는 방식이다. 디스플레이에는 두 개의 발광층을 사용하는 탠덤 OLED 기술을 적용했다. 최대 밝기는 2000니트, 명암비는 1000만대 1이다. 최대 120Hz의 가변 주사율을 지원하며 영상 편집과 사진 보정에 필요한 P3와 어도비 RGB 색 영역도 지원한다. 기존 액정표시장치(LCD)보다 높은 명암비와 정확한 색상 표현이 필요한 전문 작업자를 겨냥한 것이다. AI 기능도 강화했다. 화면 상단의 다이내믹 아일랜드를 터치하면 AI 비서 '시리 AI'를 호출할 수 있다. 시리는 이용자가 화면에서 보고 있는 내용과 작업 상황을 파악해 이메일이나 문서에서 필요한 정보를 찾고, 여러 앱에 걸친 작업을 수행하도록 설계됐다. 별도의 프로그램을 실행하지 않고 작업 중 AI 기능을 이용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신제품에는 애플의 M5 프로와 M5 맥스 칩이 탑재됐다. 최대 128GB의 통합 메모리와 16TB 저장 공간을 지원하며 배터리 사용시간은 최대 24시간이다. 애플은 하루 전인 27일에는 차세대 M6 칩을 탑재한 일반형 14인치 맥북 프로와 아이맥도 공개했다. M6 칩은 기존 M5보다 AI 처리 성능이 최대 25%, 그래픽 성능이 최대 30% 향상됐다. 애플이 터치스크린을 도입한 것은 오랫동안 유지해 온 제품 전략을 뒤집은 결정이다. 잡스는 2010년 수직으로 세워진 화면을 계속 만지면 팔에 피로가 쌓인다며 노트북에 터치스크린을 적용하는 데 반대했다. 2012년 팀 쿡 당시 최고경영자(CEO)도 PC와 태블릿을 결합하는 것을 '토스터와 냉장고를 합치는 일'에 비유했다. 이후 애플은 맥북과 아이패드의 조작 방식을 구분해 왔다. 반면 경쟁사들은 일찌감치 터치스크린 노트북을 출시했다. 삼성전자와 레노버, HP, 델 등은 화면을 직접 터치하거나 접어서 태블릿처럼 사용할 수 있는 제품을 판매해 왔다. 스마트폰과 태블릿에 익숙한 소비자가 늘면서 노트북에서도 터치 기능을 원하는 수요가 커졌다.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쿡 전 CEO는 약 4년 전 터치스크린이 소비자들이 가장 많이 요구하는 기능 가운데 하나로 떠오르자 관련 제품 개발을 승인했다. 지난달 취임한 존 터너스 CEO도 터치스크린이 노트북의 기본 기능으로 자리 잡았다고 판단한 것으로 전해졌다. 애플이 그동안 고수했던 제품 간 구분보다 소비자 요구와 경쟁 환경에 무게를 둔 셈이다. 가격은 미국 기준 14인치 M5 프로 모델이 2899달러, 16인치 모델은 3399달러부터다. 기존 터치스크린 미탑재 모델보다 시작 가격이 약 400달러 높다. 애플은 28일부터 예약 주문을 받고 다음 달 6일 정식 판매에 들어간다. 김나현 기자 knh@ekn.kr

[컨콜] 누적 영업익 4조 넘기고도 못 웃는 LG전자…“패널값 상승 압력 더 커진다”

메모리·패널 등 부품값과 해상 운임이 함께 오르는 가운데 LG전자가 3분기까지 누적 영업이익 4조원을 넘기며 선방했다. 다만 4분기부터 원가 부담이 본격적으로 커질 것으로 보여, 인공지능 데이터센터(AIDC) 냉각·로봇 등 신사업이 수익성 방어에 얼마나 힘을 보탤지 관심이 모인다. 28일 LG전자는 올 3분기 연결기준 매출 23조8241억원, 영업이익 7819억원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각각 전년 동기 대비 8.9%, 13.5% 늘어난 수치다. 3분기까지 누적 매출은 71조3778억원, 누적 영업이익은 4조347억원으로, 영업이익이 1년 새 55.9% 뛰었다. 생활가전과 전장이 안정적인 수익을 내는 가운데 TV 사업이 살아나며 실적을 받쳤다. 생활가전(HS)본부가 매출 7조444억원, 영업이익 2592억원으로 가장 많이 벌었고 TV(MS)본부가 매출 5조215억원, 영업이익 1467억원으로 뒤를 이었다. TV는 올레드 등 프리미엄 제품 판매가 늘면서 전년보다 수익성이 크게 개선됐다. 전장(VS)본부는 매출 2조8261억원, 영업이익 1903억원으로 3분기 기준 역대 최대 실적을 냈다. 공조(ES)본부는 매출 2조1736억원, 영업이익 872억원을 기록했다. 신사업 가운데 성과가 가장 두드러진 건 AIDC 냉각솔루션이다. 3분기 누적 수주액이 3조원을 넘기면서 상반기 6000억원 수준에서 석 달 만에 다섯 배로 불었다. 김창태 LG전자 최고재무책임자(CFO·부사장)는 이날 열린 실적발표 컨퍼런스콜에서 “단발성 프로젝트가 아니라 수년간 안정적 매출을 확보할 수 있는 장기 공급 계약이라는 측면에서 시장 지위를 강화하는 계기가 됐다"고 말했다. 최근에는 엔비디아로부터 냉각수 분배장치(CDU) 600킬로와트(㎾)·1메가와트(㎿)·2.6㎿ 제품 승인도 받았다. 3분기 실적은 선방했지만 LG전자가 마주한 4분기 여건은 녹록지 못하다. 이날 컨퍼런스콜에서 원가 관련 질문이 잇따르자 LG전자 측은 “LCD 패널 가격은 4분기 강보합세를 유지하고 내년 1분기부터는 상승 압력이 더 커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어 “가격 경쟁이 심한 중저가 제품군은 원가 상승분을 판매가격에 반영하기 어려워 수익성 부담이 가중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 부품값·운임 뛰고 환율 흔들리는데, 4분기 괜찮나 LG전자는 원가 부담이 4분기 실적에 일부 영향을 줄 것으로 보고 있다. 메모리·패널 등 주요 부품값이 오르는 데다 고유가·고금리로 소비심리까지 얼어붙으면서 4분기 TV 수요는 전년 동기보다 줄고, 가전 수요 회복도 더딜 것이란 게 회사 측 판단이다. 물류비 부담도 쉽게 걷히지 않고 있다. LG전자 측은 “중동 전쟁 심화와 선복 수급 불균형으로 일부 지역에서는 추가 비용까지 발생하고 있어 물류비 안정화 시점이 예상보다 다소 늦어질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그나마 11월 이후 성수기 수요가 꺾이면 운임 상승 압력도 누그러질 것으로 봤다. 환율 역시 우호적이지 않다. 한때 달러당 1500원대이던 원·달러 환율이 크게 떨어지면서 해외 매출을 원화로 환산한 금액이 줄어들 수밖에 없어서다. LG전자 측은 “중국·베트남 등 생산지 원가에는 개선 요인이 되는 등 상당 부분 자연 헤지(위험 회피)가 되는 구조"라면서도 “전사 관점에서 보면 헤지 효과는 기존보다 다소 악화됐다"고 설명했다. 여기에 중국 가전업체들이 프리미엄 제품을 앞세워 해외 공략을 강화하는 것도 부담이다. LG전자 측은 “상반기 해외 점유율은 중국 업체 대비 유의미하게 개선됐지만 경쟁은 더욱 치열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런 흐름은 숫자로도 드러난다. 3분기 영업이익은 2분기(1조5791억원)보다 50.5% 줄었다. 계절적 비수기 영향이 크다고는 하지만, 단순 계산으로도 상반기 분기 평균(약 1조6264억원)의 절반에 못 미친다. 3분기 말 현금 역시 8조2593억원으로 전분기보다 1조8102억원 줄었다. 생산능력 확대를 위한 투자로 9869억원이 빠져나간 데다 환율 변동으로 9722억원이 깎인 결과다. 신사업에 돈을 더 써야 하는 LG전자로서는 부담이 커지는 셈이다. 애널리스트들이 이날 신사업의 수익화 시점과 매출 비중을 집중적으로 물은 것도 이 때문이다. LG전자 측은 “통합 냉각 솔루션으로 사업 범위를 넓히면 기존 에어컨 사업과 비교해도 수익성이 상당히 개선될 것"이라고 자신하면서도, 구체적인 중장기 매출 목표와 제품별 비중은 공개하지 않았다. LG전자는 4분기 B2B·구독·온라인 중심의 성장 전략을 이어가는 한편 공급망을 다변화해 대외 변수에 대응한다는 계획이다. AIDC 사업에서는 내년 중 데이터센터가 밀집한 미국 버지니아주에 연면적 3만2000㎡(약 9700평) 규모의 생산거점을 세우고, 평택·창원에도 신규 라인을 까는 등 약 2200억원을 투입한다. 로봇 사업에서는 부분 가동에 들어간 서울 우면동 'LG 데이터 팩토리'를 4분기 중 본격 가동해 내년까지 누적 50만 시간 분량의 학습 데이터를 확보할 예정이다. LG전자 측은 “학계·공공·제조 시장에 먼저 집중한 뒤 휴머노이드가 본격적으로 열리는 2030년께 가정용으로 사업을 넓히겠다"고 말했다. 올해 사들인 자사주 73만주는 4분기 안에 전량 소각하고, 내년에는 1000억원 규모의 추가 주주환원에 나설 방침이다. 김하나 기자 uno@ekn.kr

엔비디아도 투자하는 ‘네이버 AI 팩토리’…GPU 임대와 뭐가 다르길래

네이버가 엔비디아의 인공지능(AI) 반도체를 활용해 글로벌 기업에 GPU(그래픽처리장치)와 운영 서비스를 함께 판매한다. 브룩필드가 자금을 대고 엔비디아가 반도체와 기술을 제공하면 네이버가 GPU 자원 배분과 인프라 운영을 총괄하는 방식이다. 네이버는 여기에 자체 소프트웨어를 더해 기업별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할 계획이다. 28일 정보기술(IT) 업계에 따르면 네이버는 전날 글로벌 투자사 브룩필드와 최대 90억달러(약 12조원) 규모의 AI 컴퓨팅 인프라 확보 계약을 체결했다. 엔비디아도 10억달러 규모의 전략적 지분 투자를 추진하고 있다. 네이버는 내년 상반기 55메가와트(MW) 규모의 AI 팩토리를 가동하고, 2028년까지 200MW로 확대할 계획이다. 이번 사업은 브룩필드가 특수목적법인(SPV)을 통해 GPU와 데이터센터 등 인프라를 확보하면 네이버클라우드가 컴퓨팅 자원을 공급받아 기업 고객에게 서비스하는 구조다. 네이버는 GPU 임대 서비스인 GPUaaS(서비스형 GPU)에 운영 기술과 소프트웨어를 결합해 수익을 낼 방침이다. GPUaaS는 기업이 고가의 GPU를 직접 구매하지 않고 빌려 쓰는 서비스다. AI 모델을 개발하는 기업은 GPU를 이용해 대규모 학습을 진행하거나 개발한 모델을 실제 서비스에 적용할 수 있다. 하지만 GPU를 많이 확보한다고 곧바로 AI 서비스를 운영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여러 GPU를 연결해 작업을 나누고, 고객별로 연산 자원을 배분하는 기술이 필요하다. 장비에 문제가 생겼을 때 서비스를 안정적으로 유지하고 복구하는 체계도 갖춰야 한다. 네이버 관계자는 “AI 팩토리는 GPU와 자본만 있다고 되는 사업은 아니다"라며 “GPU를 어떻게 배열하고 자원을 논리적으로 나눠 배분할지, 분산 기술을 어떻게 적용할지 등 운영 경험과 노하우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네이버클라우드가 이러한 인프라 운영을 총괄한다는 설명이다. 고객이 구매하는 것도 GPU 사용 시간만은 아니다. 네이버 관계자는 “글로벌 고객은 GPU만 구매하는 것이 아니라 운영 노하우와 안정적인 대응 체계, 재난 대응까지 포함한 서비스를 구독하는 형태"라고 설명했다. 네이버는 GPU 인프라를 활용한 자체 소프트웨어 상품도 개발할 계획이다. 기업이 AI 모델을 개발하거나 서비스에 적용할 때 필요한 기능을 고객별 요구에 맞춰 제공한다는 것이다. 네이버 관계자는 “GPU를 기반으로 네이버클라우드가 자체 개발하는 새로운 상품들을 고객 맞춤형으로 제공할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구체적인 상품명과 기능, 출시 시점은 아직 공개하지 않았다. 네이버가 내세우는 강점은 자체 데이터센터와 AI 모델을 운영한 경험이다. 네이버는 2013년 강원 춘천에 첫 데이터센터인 '각 춘천'을 세웠고, 2023년 세종시에 두 번째 데이터센터인 '각 세종'을 열었다. 자체 AI 모델 '하이퍼클로바X'를 개발하면서 대규모 GPU를 연결하고 관리하는 경험도 쌓았다. 네이버는 자체 데이터센터와 AI 모델을 운영하면서 GPU 클러스터 구축과 관리, AI 모델 학습과 서비스 운영에 필요한 기술을 축적해 왔다. 이번에는 이러한 경험을 글로벌 기업 고객을 대상으로 한 대규모 인프라 사업에 활용할 계획이다. 다만 GPU 임대에 운영 기술과 소프트웨어를 결합하는 사업이 네이버만의 독자적인 방식은 아니다. 아마존웹서비스(AWS)와 마이크로소프트 등 글로벌 클라우드 업체들도 GPU와 AI 개발 플랫폼을 함께 제공하고 있다. 네이버 역시 기존에 GPUaaS 사업을 운영해 왔다. 네이버는 고객 수요에 따라 GPU 공급 규모를 늘릴 계획이다. 계약상 최대 물량을 한꺼번에 들여오는 대신 고객을 확보한 만큼 단계적으로 공급받는 방식이다. 장기적으로는 AI 팩토리 규모를 1기가와트(GW)까지 확대한다는 목표다. 대규모 인프라 확보에 따른 재무 부담도 변수다. 네이버는 이번 계약과 관련해 네이버클라우드의 인프라 사용료 지급 의무를 최대 8년간 보증하기로 했다. 공시된 지급보증 규모는 최대 18조7400억원이다. 네이버 관계자는 “고객 수요와 매출에 맞춰 GPU를 공급받고 사용료를 지급하는 방식"이라며 “지급보증 금액은 명목상 금액으로, 전액 지급이 확정된 것은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다만 실제 사용료 부담과 지급보증에 따른 위험은 향후 고객 확보 규모와 계약 이행 상황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김나현 기자 knh@ekn.kr

[컨콜] AI칩당 필요한 MLCC 용량 매년 2배…삼성전기 “증설해도 부족”

AI 데이터센터발 부품 수요가 폭발적으로 늘어나는 가운데 삼성전기가 6조8000억원 규모의 기판 증설로도 고객사 수요를 모두 채우기 어렵다는 입장을 내놨다. 적층세라믹커패시터(MLCC)와 패키지 기판 모두 공급 부족이 심화하는 만큼, 추가 증설의 시점과 규모를 어떻게 정할지 관심이 모인다. 28일 삼성전기는 올 3분기 연결기준 매출 3조7633억원, 영업이익 6910억원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각각 전년 동기 대비 30%, 165% 증가한 수치로, 분기 기준 역대 최대다. 전 분기와 비교해도 매출은 9%, 영업이익은 57% 늘었다. 3분기 누적 매출은 10조4296억원으로 10조원을 넘어섰다. 사업부별 매출은 컴포넌트 1조8830억원, 광학솔루션 9413억원, 패키지솔루션 9390억원 순이다. 특히 패키지솔루션은 전년 동기 대비 58% 성장했다. 서버 CPU·AI 가속기·네트워크용 등 데이터센터향 고부가 플립칩 볼그리드어레이(FCBGA) 공급이 늘어나면서다. MLCC가 주력인 컴포넌트도 서버·네트워크·파워 등 AI 데이터센터용을 중심으로 전 응용처 매출이 늘며 36% 성장했다. 이날 열린 실적발표 컨퍼런스콜에서 환율이 우호적이지 않았는데도 실적이 좋았던 배경을 묻는 질문이 나왔다. 삼성전기는 “AI 데이터센터 부품 수요의 고성장세와 첨단운전자보조시스템(ADAS) 관련 수요 성장세가 지속되면서 MLCC·FCBGA 고부가 제품 판매가 큰 폭으로 확대됐다"고 설명했다. 실적은 역대 최대를 기록했지만, 삼성전기가 마주한 현실은 '없어서 못 파는' 상황이다. 삼성전기는 지난 9월 세종·베트남 등에 6조8000억원 규모의 패키지 기판 증설 투자를 공시했다. 이날 증설 계획에 대한 질문이 나오자 삼성전기는 “이번 대규모 증설로도 고객사 수요를 모두 충족하기 어려워 추가 물량 확대 요청이 지속적으로 들어오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시장 상황과 수급 현황을 면밀히 분석해 대응 시점과 규모를 신중히 판단해 나갈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 만들수록 모자란 AI 부품, 품귀 언제까지 가나 삼성전기는 AI 부품 공급 부족이 4분기에 더 심해질 것으로 보고 있다. AI 서버용 GPU가 고성능화하면서 MLCC의 고용량화·초소형화 요구가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업계에서는 GPU·ASIC 한 개에 필요한 MLCC 정전용량이 매년 2배씩 늘어나는 현상을 'AI MLCC 법칙'이라고 부른다. 수요가 몰리면서 3분기 MLCC 출하량은 늘고 전체 재고는 줄었다. 평균판매가격(ASP)도 초고용량 제품 중심으로 제품 구성이 개선되며 전 분기보다 올랐다. 고객사들은 물량 선점에 나섰다. 삼성전기는 현재까지 약 50곳의 고객사와 고용량·고압 MLCC 장기공급계약을 체결했거나 체결을 진행 중이다. 이를 통해 내년 MLCC 매출의 과반이 장기공급계약에서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 패키지 기판 역시 주요 빅테크 고객사들로부터 대규모 투자비를 지원받고 장기공급계약을 맺은 상태다. 삼성전기는 “고객 관점에서도 패키지 기판을 단순 부품이 아니라 반드시 공급망을 구축해야 하는 전략 부품으로 간주하는 흐름"이라고 짚었다. 공급 부족이 단기간에 풀리기는 어려울 전망이다. 삼성전기는 “AI 서버용 최첨단 제품은 높은 기술력과 안정적인 공급 역량이 요구돼 공급 가능 업체가 제한적이고, 캐파(생산능력) 증설에도 상당한 시간이 소요된다"며 “타이트한 수급 상황은 지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수동 부품을 기판 안에 내장하는 임베딩 기판에 대해서는 “수동 부품과 이를 임베딩한 FCBGA 기판을 동시에 공급할 수 있는 글로벌 유일 업체"라고 강조했다. 실적 구조도 AI 쪽으로 빠르게 기울고 있다. 단순 계산으로도 전년 동기 대비 늘어난 매출 8743억원 가운데 약 97%(8476억원)가 컴포넌트와 패키지솔루션에서 나왔다. 1년 전 3214억원이던 패키지솔루션과 광학솔루션의 매출 격차는 이번 분기 23억원까지 좁혀졌다. 광학솔루션 매출은 전 분기 대비 9% 감소했다. 다만 삼성전기는 3분기부터 북미 거래선에 휴머노이드용 카메라 모듈 공급을 시작하고 북미 거점의 공급 능력을 확대하는 등 새 수요처 발굴에 나섰다. 투자 규모도 커지는 추세다. 삼성전기는 “국내외 부지·인프라 확보를 위한 선행 투자까지 감안하면 올해 투자 규모가 당초 전망보다 늘어날 것"이라고 밝혔다. 삼성전기는 4분기에도 MLCC와 FCBGA의 제품 구성 강화와 판가 상승 효과에 힘입어 통상적인 수준을 훌쩍 넘어 전 분기 대비 큰 폭의 성장을 예상했다. 필리핀에 건설 중인 신공장은 내년부터 최첨단 고부가 MLCC 양산을 시작한다. 지난 9월 공시한 기판 증설분은 2027년부터 단계적으로 양산에 들어가 2028년부터 매출에 본격 기여할 예정이다. 임베딩 기판 공급량도 2027년 이후 본격 확대된다. 삼성전기는 내년에도 역대 최대 실적을 달성할 것으로 전망했다. 김하나 기자 uno@ekn.kr

애플, AI 성능 25% 높인 맥북 프로 공개…가격은 329만원부터

애플이 인공지능(AI) 처리 성능을 최대 25% 높인 신형 맥북 프로를 공개했다. 차세대 반도체인 'M6' 칩을 탑재해 인터넷 연결 없이 기기 자체에서 AI를 구동하는 성능을 강화했다. 함께 선보인 일체형 데스크톱 아이맥은 전작보다 AI 처리 속도가 최대 5배 빨라졌다. 애플은 27일(현지시간) M6 칩을 탑재한 14인치 맥북 프로와 24인치 아이맥을 공개했다. 두 제품은 28일부터 사전 주문을 받고 다음 달 6일 정식 출시된다. 국내 출고가는 맥북 프로 329만원, 아이맥 249만원부터다. 이번 신제품의 핵심은 2나노미터(㎚, 10억분의 1m) 공정으로 제작한 M6 칩이다. 맥북 프로에 탑재된 M6는 12코어 중앙처리장치(CPU)와 12코어 그래픽처리장치(GPU)를 갖췄다. 전작인 M5와 비교해 그래픽 성능은 최대 30%, AI 작업 처리 속도는 최대 25% 향상됐다. 특히 GPU에 AI 연산을 돕는 뉴럴 가속기를 적용하고, 16코어 뉴럴 엔진 2개를 탑재했다. 이를 통해 대규모언어모델(LLM)을 기기에서 직접 실행하거나 이미지 생성, 사진 편집 등 AI 작업을 처리하는 속도를 높였다. 애플에 따르면 뉴럴 엔진 성능은 M5 대비 최대 1.9배 빨라졌다. 배터리 사용 시간도 늘렸다. 신형 맥북 프로는 한 번 충전으로 최대 24시간 사용할 수 있다. 이는 역대 맥 가운데 가장 긴 사용 시간이다. 화면 반사를 줄이는 나노 텍스처 디스플레이를 선택할 수 있으며, 와이파이7과 블루투스6도 지원한다. 색상은 스페이스 블랙과 실버 두 가지다. 함께 공개된 신형 아이맥에도 M6 칩이 적용됐다. 2024년 출시된 M4 탑재 모델과 비교하면 온디바이스 AI 처리 성능은 최대 5배, 그래픽 성능은 최대 2배 향상됐다. 화면 크기는 24인치로 유지했으며 파란색, 녹색, 분홍색, 노란색, 보라색, 주황색, 은색 등 7가지 색상으로 출시된다. 본체 색상에 맞춘 키보드와 마우스도 제공한다. 두 제품 모두 외관보다는 내부 반도체와 연결 기능을 개선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신형 아이맥은 기존 디자인을 유지하면서 무선 연결 성능을 높였고, 맥북 프로 역시 기존 형태를 유지한 채 AI 처리 능력과 배터리 효율을 개선했다. 가격은 기존 모델과 같은 수준으로 책정했다. 미국 기준 맥북 프로는 1999달러, 아이맥은 1499달러부터 시작한다. 국내 가격은 각각 329만원과 249만원이다. 애플은 28일 미국 로스앤젤레스에서 추가 신제품 공개 행사도 연다. 블룸버그통신은 이 행사에서 애플 최초의 터치스크린 맥북 프로가 공개될 것으로 전망했다. 새 제품에는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화면과 터치 조작 기능이 적용될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 공개될 경우 애플이 맥북에 터치스크린을 도입하는 첫 사례가 된다. 김나현 기자 knh@ekn.kr

[컨콜] 매출 100조 찍고도 ‘과잉투자’ 질문 받은 SK하이닉스…“2029년까지 사실상 솔드아웃”

AI 투자 속도 조절론이 고개를 드는 가운데 SK하이닉스가 사상 처음으로 분기 매출 100조원을 넘어섰다. 회사가 “2030년까지 메모리 공급 부족이 이어질 것"이라며 시장의 '고점 논란'에 정면으로 반박한 만큼, 이 같은 자신감이 내년 실적으로 이어질지 관심이 모인다. 28일 SK하이닉스는 올 3분기 매출 104조6155억원, 영업이익 83조3338억원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전년 동기 대비 각각 328%, 632% 증가한 수치로, 전분기와 비교해도 매출은 32%, 영업이익은 38% 늘었다. 영업이익률은 80%에 달해 1000원어치를 팔아 800원을 남긴 셈이다. 매출과 영업이익 모두 또다시 분기 기준 최대치를 갈아치웠다. 실적을 이끈 건 D램이었다. HBM4 출하가 본격화된 데다 서버용 DDR5 판매가 크게 늘었고, 낸드에서도 321단 TLC 기반 기업용 SSD(eSSD) 판매가 확대되면서 데이터센터향 고부가 제품 전반이 고르게 성장했다. 재무구조도 한층 탄탄해졌다. 3분기 말 현금성 자산은 114조5000억원으로 전분기보다 26조5000억원 늘어난 반면, 차입금은 15조8000억원으로 줄면서 순현금은 98조7000억원까지 불어났다. 곳간이 넉넉해지자 주주환원 규모도 키웠다. SK하이닉스는 2026 회계연도 기준으로 현금배당 30조원 이상, 지난 8월 발표한 40조원을 포함한 자사주 매입·소각 60조원 이상 등 약 100조원을 주주에게 돌려주기로 했다. 회사 측은 배당과 자사주의 배분 기준을 묻는 질문에 “현재 주가는 창출하는 이익과 현금흐름을 충분히 반영하지 못하고 저평가돼 있다"며 “자사주 매입·소각이 주당 가치를 높이는 효과적인 방법이라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이날 실적발표에서는 곽노정 대표이사 사장(CEO)이 직접 나서 솔리다임 기업공개(IPO) 검토를 접은 배경도 밝혔다. 곽 CEO는 “IPO는 외부 자본을 활용해 솔리다임의 생산시설 확충 재원을 마련하고, 당사의 투자 부담을 덜어 주주환원 여력도 넓히기 위한 방안이었다"며 “다만 최근 금융시장 상황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할 때 현 시점에서는 당초 기대했던 효과를 충분히 달성하기 어렵다고 판단해 검토를 중단했다"고 말했다. 외부 자금 조달 카드를 내려놓은 대신 곽 CEO는 전략적 투자의 성과를 주주와 나누는 원칙을 강조했다. 그는 “전략적 투자가 결실을 맺으면 그 대부분을 주주들과 나누는 것을 원칙으로 삼아 왔다"며 “미래를 준비하는 과정에서 일시적으로 줄어들 수 있는 주주환원 여력을 그 성과로 채워, 지속 성장을 위한 투자는 과감하게 이어가면서도 주주 이익을 지키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3분기 배당금을 주당 2만원으로 정하면서 실적 개선분 1만원에 키옥시아 투자 수익을 나누는 특별배당 1만원을 더한 것도 이 원칙에 따른 것이다. 곽 CEO는 “앞으로도 이 원칙을 변함없이 지켜 주주들이 전략적 투자의 성과를 직접 체감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강조했다. 실적은 역대급이었지만 애널리스트들의 관심은 '이 호황이 언제까지 이어지느냐'에 쏠렸다. 첫 질문부터 AI 인프라 투자 규모에 비해 수익화 속도가 더디다는 시장 일각의 우려를 짚었다. 이에 대해 회사 측은 “고객들이 개별 프로젝트의 실행 가능성과 수익성을 면밀히 점검하면서 투자 시점과 속도를 구체화하는 과정"이라고 평가했다. 주요 하이퍼스케일러의 클라우드 매출이 전년 대비 30~80% 성장하고 수주잔고도 2~5배 늘어난 만큼 AI 투자가 실제 사업 성과로 이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회사 측은 투자 주체가 소수 빅테크에서 일반 기업과 소버린 AI, 온프레미스 수요로 넓어지고 있다는 점도 근거로 들며 “특정 주체가 투자 속도를 조절하더라도 다른 분야의 수요 확대가 이를 보완할 수 있는 구조로 바뀌고 있다"고 덧붙였다. ◇ '솔드아웃' 하이닉스, 과잉투자 괜찮나 SK하이닉스가 내세운 버팀목은 장기공급계약(LTA)이다. 회사는 현재 글로벌 대형 클라우드 서비스 제공업체(CSP)를 포함한 14개 고객과 LTA를 맺었으며, 통상 5년인 계약 기간을 더 늘리는 방안도 일부 고객과 선제적으로 논의하고 있다. 가격은 고객과 합의한 범위 안에서 시장 상황을 반영하는 구조로 정했고, 고객의 구매 계획이 실제 주문과 출하로 이어지도록 예치금 등 이행 장치도 계약에 담았다. 이렇게 확보한 물량은 2027~2028년 전체 생산능력의 50%를 웃돈다. 회사 측은 “이미 확보한 LTA 물량과 현재 협의 중인 수요를 종합하면 2029년까지 향후 3년간 D램과 HBM 물량은 사실상 모두 솔드아웃된 상황"이라고 말했다. 그럼에도 시장이 경계를 늦추지 않는 건 과거 메모리 사이클의 기억 때문이다. 호황기에 앞다퉈 늘린 생산능력이 수요 둔화와 맞물리면서 업황 급락을 부른 전례가 있어서다. 이날도 용인 클러스터와 M17 등 신규 팹 투자가 잇따르는 상황에서 수요가 예상보다 적게 나오면 어떻게 대응할 것이냐는 질문이 나왔다. 회사 측은 “투자 규모나 신규 팹 숫자가 늘어난다고 해서 그에 비례해 공급이 증가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HBM 등 고성능 제품 비중이 커지고 공정이 복잡해지면서 같은 양을 생산하는 데 더 많은 자원이 들어가는 만큼, 지금의 투자는 단순한 증설이 아니라 기술 전환을 위한 기반 확보 성격이 짙다는 설명이다. 투자 집행 방식도 단계적이다. 건물 골조에 해당하는 셸 공사는 앞당기되 클린룸은 단계별로 나눠 열고, 실제 공급 증가로 이어지는 장비 반입과 양산 확대는 수요에 맞춰 조절하겠다는 것이다. 회사 측은 “고객이 제시하는 설비투자나 수요 전망만 보는 게 아니라 고객의 재무 건전성과 자금 조달 여력까지 함께 점검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HBM 수요에 대해서는 더욱 자신감을 드러냈다. 최근 일부 고객이 HBM 적층 단수를 낮추려는 움직임을 보이는 데 대해 회사 측은 “한정된 물량으로 더 많은 AI 가속기를 만들려는 전략일 뿐"이라며 “수요가 공급을 압도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대표적 사례"라고 해석했다. 이어 “고객의 요청 물량은 당사가 공급할 수 있는 물량의 2배를 넘는다"고 말했다. 단순 계산으로도 SK하이닉스는 3분기 92일 동안 하루 평균 9000억원이 넘는 영업이익을 거둔 셈이다. 올해 약속한 주주환원 100조원이 3분기 영업이익보다 많다는 점을 감안하면, 대규모 투자와 주주환원을 동시에 감당하려면 지금의 수익 구조가 유지돼야 한다. 결국 호황이 얼마나 오래 이어질지는 내년 실제 수요에 달려 있다는 얘기다. SK하이닉스는 연말까지 M15X의 생산능력을 최대로 끌어올려 HBM4 생산을 늘릴 계획이다. 4분기에는 HBM4가 출하량과 매출 모두에서 HBM3E를 앞지르며 주력 제품으로 올라설 것으로 내다봤다. 낸드는 4분기 중 321단 공정 비중을 국내 생산능력의 절반 이상으로 높일 예정이다. 내년에는 용인 1기 팹이 본격 가동에 들어가는 등 국내외 인프라 투자가 활발해지면서 투자 규모가 올해보다 크게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지난주 매입을 마친 자사주 40조원은 조만간 소각하고, 키옥시아 특별배당 가운데 나머지는 올해 결산 배당에 포함해 지급할 전망이다. 김하나 기자 uno@ekn.kr

[기자의눈] 삼성 겨눈 공정위의 이상한 뒷북 칼춤

조선시대 형장의 망나니는 칼을 휘두르기 전에 춤부터 췄다. 입에 머금은 술을 칼날에 뿜고, 칼을 돌리며 형장을 몇 바퀴 돈다. 형 집행에는 필요 없는 몸짓이다. 그 칼춤은 죄인이 아니라 구경하는 이들을 향했다. 그래도 망나니의 칼춤에는 순서가 있었다. 죄인이 형장에 끌려 나와 있을 때 춤을 췄다. 형이 끝나고 죄인이 풀려나 형장이 텅 빈 뒤에 홀로 칼을 돌리는 망나니는 없었다. 그런데 주병기의 공정거래위원회가 그 일을 했다. 공정위는 27일 삼성전자 갤럭시 S21·S22와 갤럭시탭 S8 광고가 소비자를 속였다며 과징금 201억1400만원(잠정)을 매겼다. '고사양 게임도 거뜬하다'고 광고하면서, 게임만 켜면 성능이 묶인다는 사실은 숨겼다는 이유다. 하지만 이 광고가 마지막으로 나간 건 2022년 3월이다. 삼성은 그달 업데이트로 성능 제한을 풀었고, 공정위 심사보고서도 그날을 위법 행위가 끝난 날로 적었다. 소송을 냈던 소비자 1690명은 올해 법원 조정을 받아들이고 공정위 신고마저 거둬들였다. 국내외 소송 8건도 지난달로 모두 끝났다. 죄인이 끌려 나왔던 형장은 이미 텅 비어 있었다. 공정위는 그 빈 형장에 4년 반 만에 들어와 201억원짜리 칼을 돌렸다. 이번에 칼을 든 근거도 묘하다. 공정위는 일부 게임 성능이 최대치의 30%까지 떨어졌다고 했다. 하지만 이를 자체 실험으로 검증하지 않았고, 조건도 통제되지 않은 일부 유튜버의 테스트 영상을 사실상 근거로 삼은 것으로 알려졌다. 문초 대신 장터에 떠도는 소문을 받아 적어 판결을 내린 꼴이다. 법원에서 이미 다툼이 정리된 사안에 다른 결론을 내리려면, 그보다 무거운 증거가 있어야 한다. 4년 반을 들여 내놓은 근거가 그 정도라면 궁색하다. 죄의 무게도 달아보자. 발열·배터리·성능 사이에서 균형을 찾는 최적화는 세계 모든 제조사의 숙제다. 그 사실을 광고에서 뺀 건 잘못이지만, 죄목의 실체는 기술을 속인 게 아니라 설명을 빠뜨린 것이고, 그마저 2주 만에 스스로 바로잡았다. 이미 고친 잘못에 뒤늦게 201억원의 칼이 내려온다면, 어느 기업이 새 기능을 선뜻 내놓겠나. 기준이 보이지 않는 시장에서 기업은 새 기능 앞에서 머뭇거리게 되고, 그 부담은 결국 새 기능을 기다리던 소비자에게 돌아간다. 그럼 칼춤을 출 만큼 죄가 컸는가. 표시광고법은 경쟁 질서를 크게 해치거나, 소비자 영향이 크거나, 부당이득이 생긴 경우에 과징금을 매기도록 한다. 그런데 GOS 부가설정이 적용된 게임에 한 번이라도 다시 접속한 S22 사용자는 1.47%로 추정된다. 명백한 거짓·과장 광고도 자진 종료를 감안해 경고로 끝낸 선례가 적지 않다. 곤장 몇 대로 끝날 일에 칼을 뽑아 든 격이다. 국민이 공정위에 칼을 맡긴 건 그 칼이 시장의 진짜 죄를 베어주길 바라서다. 담합을 끊고, 진입장벽을 허물고, 속은 소비자를 구제하는 칼이다. 지금의 GOS 처분은 이상한 뒷북 칼춤 공연처럼 보인다. 한 야당 의원의 지적처럼 '경제를 살리는 칼'이 아니라 '기업을 잡는 칼'로 비치는 것도 그래서다. “한번 찍히면 4년 뒤에도 형장에 다시 선다"는 수군거림 말고는 남는 게 없다. 이럴 바엔 칼끝을 거두고 판관석부터 돌아보길 권한다. 빈 형장의 칼춤은 집행이 아니다. 뒷북이다. 김하나 기자 uno@ekn.kr

법원은 “단정 어렵다”는데 공정위는 “기만광고”…재계 “피해자 없는 과징금”

공정거래위원회가 27일 삼성전자 갤럭시 스마트폰의 게임 최적화 서비스(GOS) 광고를 기만광고로 판단하고 시정명령과 과징금 201억1400만원(잠정)을 부과하자 재계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서울고법이 기만광고로 단정하기 어렵다고 본 사안을 공정위가 정반대로 결론 내렸기 때문이다. 집단소송을 냈던 소비자 1690명 전원이 GOS를 '필요한 조치'로 받아들이고 소송과 신고를 모두 거둬들인 상황에서, 피해자도 분쟁도 없는 사안에 과징금까지 부과한 것은 무리한 처분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공정위는 이날 “고사양 게임앱 실행 즉시 기기의 최대 성능이 일률적으로 제한된다는 사실을 소비자에게 알리지 않았다"며 “게임 실행 성능에 대해 잘못 알게 하여 소비자의 합리적 구매 선택을 방해했다"고 밝혔다. 공정위가 문제 삼은 것은 2021년 1월부터 2022년 3월까지 진행된 갤럭시 S21·S22와 갤럭시탭 S8 시리즈 광고다. 삼성전자는 이 기간 '고사양 게임할 때 하드캐리', '모바일 게임 경험의 끝판왕' 등의 문구로 게임 성능을 강조했다. GOS는 게임 실행 시 AP 클럭과 발열, 배터리, 초당 프레임(FPS)의 균형을 맞추는 최적화 소프트웨어로, 일부 고사양 게임이 오래 안정적으로 돌아가도록 클럭 상한을 뒀다. 공정위는 이 상한이 기기 온도와 무관하게 게임 실행 즉시 걸렸고, 일부 게임에서는 최대 성능의 30% 수준까지 내려갔다고 봤다. 공정위는 지난 14일 전원회의에서 같은 유형의 광고를 금지하는 시정명령과 함께 관련 매출액의 0.5%를 과징금으로 산정했다. ◇ 출시 2주 만에 시정했는데…4년 뒤 201억원 과징금 그러나 재계는 사법 절차에서 이미 결론이 난 사안을 4년 만에 다시 문제 삼았다고 우려한다. 사법부와 규제당국의 판단이 엇갈리면 기업이 기준을 잡기 어렵다는 것이다. 한 재계 관계자는 “법원 판단이 나온 사안에 규제당국이 다른 결론을 내린 것"이라며 “규제의 예측 가능성 측면에서 아쉬운 대목"이라고 말했다. 공정위가 근거로 든 소비자 불만도 이미 해소됐다는 게 재계 설명이다. 지난 2022년 'GOS가 성능을 일괄적으로 떨어뜨린다'는 주장이 온라인에 퍼지면서 일부 소비자들이 소송과 신고에 나섰지만, 국내 1심 재판부는 2025년 6월 소비자 손해가 없다며 청구를 전부 기각했다. 이어 서울고등법원은 지난 2월 12일 강제조정 결정에서 원고들의 불만이 소프트웨어 업데이트로 해소됐고, 원고들도 소송 과정에서 이를 이해하게 됐다고 봤다. GOS 역시 발열 억제와 배터리 성능 유지, 안정적인 FPS 확보를 위한 필요한 조치로 판단했다. 성능은 클럭뿐 아니라 발열·배터리·FPS를 종합해 따져야 하는 만큼 GOS로 성능 자체가 떨어졌다고 볼 수 없다는 것이다. 원고와 조정참가인 1690명은 전원 이 결정에 이의를 제기하지 않았다. 결정이 확정된 3월 18일에는 신고인들이 공정위 신고와 민원까지 모두 취하했다. 국내외 어느 법원도 책임을 인정하지 않았다는 점도 근거로 꼽힌다. 서울고법은 같은 결정에서 광고 자체도 표시광고법상 기만광고로 단정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한국·미국·이스라엘에서 진행된 소송 8건은 지난 9월 모두 끝났다. 미국에서 있었던 소송 4건은 원고 자진 취하 3건과 대표 원고 변호사 비용 수준의 소액 합의 1건으로, 이스라엘 소송은 9월 9일 심리를 앞둔 원고의 취하로 마무리됐다. 논란 자체도 삼성전자가 2022년 3월 업데이트로 CPU·GPU 최대 동작 속도 제한을 풀고 사용자에게 성능 선택권을 주면서 출시 2주 만에 해소됐다. 공정위 심사보고서도 이 날짜를 위법 행위가 끝난 시점으로 봤다. 삼성전자는 “국내외 소송이 모두 종결되고 소송 참여자들이 제기한 공정위 신고도 취하된 상황에서 이해하기 어려운 결정"이라며 법적 절차를 통해 적극 소명하겠다고 밝혔다. GOS 같은 최적화 기능은 글로벌 스마트폰 제조사들이 공통으로 쓰는 방식이고, 해외 경쟁당국이 이를 제재하거나 과장 광고로 본 사례도 없다는 입장이다. ◇ 법조계 “소비자 기만 입증 부족" 법조계에서도 처분의 전제부터 성립하기 어렵다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공정위 사건을 대리한 법무법인 지평은 “발열 관리와 성능의 지속성은 모든 스마트기기 제조사가 안고 있는 공통의 과제"라며 “최적의 사용자 경험을 위해 기기 작동을 조율하는 기능을 두고 구체적인 작동 방식을 광고에 담지 않았다는 이유로 기만 광고로 판단한 것은 받아들이기 어렵다"고 밝혔다. 한 법조계 관계자는 “문제를 제기했던 소비자들이 GOS의 필요성과 효과를 스스로 인정하고 더 이상 다투지 않기로 한 이상 '소비자가 성능 저하를 모른 채 속았다'는 전제는 성립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공정위의 입증 방식도 도마에 올랐다. 공정위가 성능 저하를 자체 실험으로 검증하지 않은 채, 실험 조건이 통제되지 않은 일부 유튜버의 테스트 영상을 사실상 근거로 삼은 것으로 알려졌기 때문이다. 과징금 부과 요건을 충족하는지도 논란이다. 표시광고법상 과징금은 경쟁 질서를 크게 해치거나, 소비자 영향이 크거나, 부당이득이 생긴 경우에 부과된다. 하지만 GOS 부가설정이 적용된 게임을 설치하고 한 번이라도 다시 접속한 S22 사용자는 1.47%에 그친 것으로 추정된다. 법조계 관계자는 “심사보고서가 소비자 영향이 크다는 근거로 든 다수 소비자의 공동소송이 원고 전원 취하로 사라졌다"며 “과징금 부과 근거 자체가 소멸한 셈"이라고 지적했다. 또 다른 법조계 관계자는 “명시적인 거짓·과장 광고도 광고 기간과 자진 종료를 따져 경고로 끝낸 선례가 적지 않다"며 “피해자도 분쟁도 남지 않은 사안"이라고 했다. 김하나 기자 uno@ek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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