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소기업 AI 도입률 5.3% 불과…“협동조합 중심 공동 생태계 조성해야”

인공지능(AI) 기술이 산업 전반의 핵심 경쟁력으로 부상하고 있으나 국내 중소기업의 AI 도입률은 여전히 저조한 실정이다. 자금과 데이터가 부족한 개별 중소기업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업종별 협동조합을 중심으로 한 '공동혁신 생태계'를 구축해야 한다는 주장이 업계에서 제기됐다. 중소기업중앙회와 중소벤처기업부, 중소벤처기업연구원은 25일 서울 여의도 중소기업중앙회에서 '모두의 성장, K-중소벤처기업의 혁신 전환'을 주제로 제4회 중소벤처기업연구 통합학술대회를 개최했다. 기업가정신학회 등 8개 유관 학회가 공동 주관한 이번 행사에서는 중소벤처기업의 AI 및 디지털 전환(AX·DX) 과정에서 나타나는 현실적 제약과 이를 타개하기 위한 연대 방안이 중점적으로 논의됐다. 현재 국내 중소기업은 AI 도입에 난항을 겪고 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보고서에 따르면 최근 5년간 AI를 활용하는 기업 비중은 2배 이상 늘었지만, 중소기업의 AI 도입 비중(20.4%)은 대기업(40.0%)의 절반 수준에 불과했다. 특히 중기중앙회 조사 결과에 따르면, AI를 활용하는 중소기업 비중은 5.3%에 그쳤으며 제조업 분야는 1%에 머무르고 있다. 노용석 중소벤처기업부 차관은 축사를 통해 “중소기업과 소상공인들은 관련 경험 및 인프라 부족 등으로 인공지능 전환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진단하며, “제조 중소기업 AX 대전환, 소상공인 AI 전환, AI 유니콘기업 육성, 지역 주도형 AX 대전환 등 4대 정책 방향을 중심으로 지원을 확대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AI 시대의 경쟁력이 '데이터 축적'에 있는 만큼 개별 기업 단위의 대응으로는 구조적 한계가 있다고 지적했다. 오기웅 중소기업중앙회 상근부회장은 “과거 IT 혁명은 외부 기술을 수동적으로 도입해 효율성을 높이는 차원이었지만, AI의 본질은 데이터에 있다"며 “데이터는 다양하게 많이 쌓을수록 경쟁력이 생기기 때문에 공동 대응이 필수적"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기존에 마케팅이나 R&D를 중심으로 공동사업 노하우를 가진 협동조합의 공동 대응 능력이 AI 시대에 대안이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구체적인 대안으로는 협동조합 중심의 인프라 공유를 이뤄낸 북이탈리아 모델이 제시됐다. 김희선 중소벤처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에밀리아-로마냐 및 트렌티노 지역의 연대 기반 혁신 모델을 소개했다. 이탈리아 협동조합들은 당기순이익의 3%를 상호기금으로 의무 출연해 개별 조합이 단독으로 구축하기 어려운 데이터 인프라 조성이나 클라우드 구축 등에 투자하고 있다. 김 연구위원은 “현장 밀착형 기술 중개 조직을 통해 개별 기업의 기술 수요를 해결하고, 공용 디지털 플랫폼을 통해 가상 규모의 경제를 실현한 사례"라며 “국내에서도 연대 기반 혁신기금 조성, 한국형 현장 밀착형 기술 중개 체계 구축, 공동 활용이 가능한 디지털 거점 마련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단순한 기술 보급을 넘어 기업과 기업, 업종과 지역, 산학연이 각자의 자원을 공유하는 협력 체계를 구축해야 한다는 데 학계도 뜻을 같이했다. 이날 이어진 8개 학회장 좌담회에서 참석자들은 중소기업의 혁신 전환이 기업·업종·지역·산학연이 함께 참여하는 공동혁신 생태계로 확장되어야 한다고 의견을 모았다. 아울러 데이터 공유 과정에서 발생하는 영업비밀 노출 우려를 해소하고, 관련 규제 대응 비용을 완화하기 위한 정책적 가이드라인 마련이 시급하다는 점도 지적됐다. 조주현 중소벤처기업연구원장은 “AI 정책도 기술 보급에 머무르지 않고 데이터 활용과 인프라 실증을 통해 실제 성과로 이어져야 한다"며 “기업 간 협력과 업종·지역 간 연계가 중소벤처기업의 자원과 역량을 한층 강화하는 기반이 마련되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송민규 기자 songmg@ekn.kr

“저출생 대책 가장 큰 걸림돌은 기재부…끝까지 설득할 것”

대통령직속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저고위)가 오는 9월 인구전략위원회로 확대 개편되는 가운데, 김진오 저고위 부위원장이 저출생 대책의 가장 큰 걸림돌로 기획재정부를 지목해 눈길을 끌었다. 저고위는 지난 22일 서울 여의도 중기중앙회에서 '인구구조 변화 대응을 위한 중소기업 정책 간담회'를 개최했다. 중기중앙회와 공동 주최한 이 간담회에는 한국여성경제인협회, 한국IT여성기업인협회, 대한여한의사회, 한국아이돌봄협회 등 여성 경제·전문직 단체장과 중소기업 대표들이 참석했다. 김 부위원장은 이 간담회에서 “기자로 출발해 정부에 들어와 두 달여 일해 보니 가장 높은 장벽이 기획재정부였다"며 “세제실과 예산실은 도무지 어떤 말도 먹히지 않는 곳"이라고 말해 기재부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CBS 사장을 지낸 김 부위원장은 “인구전략위의 뒷배는 언론"이라고 말해 언론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계란으로 바위를 계속 치다 보면 언젠가 바위에 피가 맺힌다. 끝까지 (기재부에) 전달하고 설득하겠다"고 했다. 작심발언으로 기재부에 경각심을 준 김 부위원장은 오는 9월 출범하는 인구전략위원회의 역할에 대한 비전도 밝혔다. 김 부위원장은 인구전략위원회가 저출생 문제의 컨트롤타워가 될 것이라며 △정책·예산 지원 △법·제도 개선 △대국민 인식 개선 등 3대 전략을 제시했다. 그는 “출산은 기쁨으로, 돌봄은 다 함께"라는 구호를 강조하며 “돈으로 해결될 문제가 아니라 인식 개선이 핵심"이라고 말했다. 이날 공개된 중기중앙회 조사에서는 중소기업 종사자들의 결혼·출산 기피가 뚜렷하게 드러나기도 했다. 중기중앙회가 지난 2~8일 근로자 300명과 소기업·소상공인 대표 300명 등 600명을 상대로 실시한 '출산·육아 인식 조사'에 따르면, 미혼 근로자의 결혼 의향은 42.9%에 그쳤다. 2024년 정부의 '가족과 출산 조사'(64.6%)보다 20%포인트 이상 낮은 수치다. 추가 자녀 계획이 '없다'는 응답은 근로자 51.0%, 대표자 50.7%로 절반을 넘었고, 근로자 가운데 '있다'는 응답은 23.3%에 불과했다. 일·가정 양립의 격차도 컸다. '대기업·공공기관보다 일·가정 양립이 어렵다'는 응답이 근로자 85%, 대표자 81.7%에 달했다. 격차의 원인으로 근로자는 '제도를 쓰기 어려운 직장 문화'(63.5%)를, 대표자는 '사업장 운영 공백'(72.7%)을 가장 많이 꼽았다. 발표를 맡은 박은정 육아정책연구소 연구위원은 “결국 인력 공백과 운영 부담이 중소기업의 제도 활용을 가로막는 핵심 장벽"이라며 “경제적 지원과 함께 시간 보장, 돌봄, 대체인력 지원 등 다층적 대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현장에서는 “제도는 있지만 중소기업에는 그림의 떡"이라는 호소가 잇따랐다. 직원의 육아휴직 공백을 메울 정부 대체인력 지원기관인 '인재채움뱅크'가 전국 5곳뿐이라는 지적이 나오자, 김기문 회장도 “5개로는 턱없이 부족해 유연근무가 활성화되지 못한다"고 했다. 박창숙 한국여성경제인협회장은 “여성 창업가에게는 법적 육아휴직조차 없고, 창업 지원이 7년 미만에 집중되다 보니 임신·출산기와 겹쳐 대출 만기 연장이나 정책자금 신청에서 불이익을 받는다"며 출산·육아 기간을 창업 기간에 산입하는 제도를 건의했다. 돌봄 공백 문제도 도마에 올랐다. 정지예 한국아이돌봄협회장은 “어린이집과 초등학교가 모두 오후 3~4시에 끝나는데 부모는 7~8시에 퇴근해, 오후 4시부터 8시까지 모든 아이가 동시에 돌봄 공백에 놓인다"고 말했다. 그는 공공 아이돌봄 서비스 대기 기간이 전국 평균 40일, 수도권은 1년에 이르고, 올해 4월 시작된 민간 아이돌봄 등록제는 두 달이 지나도록 등록 업체가 한 곳도 없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기업과 정부가 비용을 분담하는 '중소기업 맞춤형 아이돌봄 바우처' 도입을 제안했다. 김기문 중소기업중앙회 회장은 “오늘 나온 건의를 중앙회가 취합해 정부에 전달하겠다"며 “하반기에도 토론회 등을 이어가겠다"고 밝혔다. 김 부위원장은 “여기서 나온 제안을 각 부처와 협의하고, 전략적 사안은 정책실장과 대통령에게 직접 보고하겠다"고 말했다. 송민규 기자 songmg@ekn.kr

“최저임금 감내 수준 넘으면 48.6% 고용 축소”…중소기업계, 내년 임금 동결 촉구

내년도 최저임금 심의가 진행 중인 가운데 중소기업계가 경영난과 고용 축소 우려를 이유로 최저임금 동결과 사업 종류별 구분 적용 시행 등을 공식적으로 요구하고 나섰다. 중소기업중앙회는 24일 서울시 영등포구 여의도 본관에서 '중소기업·소상공인 생존을 위한 최저임금 결정 촉구' 기자회견을 개최했다고 밝혔다. 참석자들은 내년도 최저임금을 현재 수준으로 유지해 줄 것과 지난 18일 최저임금위원회에서 부결된 최저임금 사업 종류별 구분 적용의 조속한 시행을 요구했다. 이날 중소기업중앙회는 중소기업 최저임금 관련 애로 실태 및 의견조사를 발표했다. 이번 조사는 중소기업과 소상공인 994개사를 대상으로 지난 5월19일부터 6월10일까지 진행됐다. 조사 결과 응답 기업의 41.6%가 내년도 최저임금을 올해 수준으로 동결해야 한다고 답했고 21.0%는 인하해야 한다고 응답해 전체의 62.6%가 동결 또는 인하를 요구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올해 최저임금이 경영에 부담이 된다는 응답은 77.6%에 달했으며 사업 종류별 구분 최저임금 도입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76.1%에 달했다. 참여 기업들의 경영 상황과 관련해 전년 대비 현재 경영 상황이 악화됐다고 응답한 비율은 60.4%로 조사됐다. 내년 경영 상황에 대해서도 47.6%가 악화될 것으로 내다봤으며 43.3%는 비슷한 수준일 것으로 예측했다. 최근 3년간 인건비 증가에 따른 대응 방법을 묻는 항목에서는 43.6%가 영업이익 감소 등 사실상 대응하지 못했다고 답했으며 영업 등 타 비용 축소로 대응했다는 응답이 24.6%로 뒤를 이었다. 올해 근로자 임금 평균 인상률은 4.0% 수준으로 나타났고 임금 인상률 결정에 영향을 미치는 주된 요인으로는 최저임금 인상률이 52.3%로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했다. 기업들은 내년 최저임금이 감내할 수 있는 수준 이상으로 인상될 경우 신규 채용 축소 24.6%와 기존 인력 감원 24.0% 등 전체의 48.6%가 고용 규모를 줄이겠다고 응답했다. 임금 동결 및 삭감으로 대응하겠다는 기업은 22.0%였으며 사업 종료를 검토하겠다는 응답도 8.7%로 나타났다. 가장 시급한 최저임금제도 개선 사항으로는 최저임금 인상에 대응한 정부 지원 신설 및 확대가 34.5%로 가장 높게 나타났다. 이어 업종별 차등 적용이 28.7%를 기록했으며 최저임금 결정 주기를 1년에서 2년 내지 3년으로 확대해야 한다는 응답이 17.8%를 차지했다. 이재광 중소기업중앙회 노동인력위원회 위원장은 지불 능력을 고려하지 않은 최저임금 인상은 일자리를 줄이고 기업을 벼랑 끝으로 내모는 부작용으로 되돌아올 수 있다며 기업 여건을 고려해 내년도 최저임금은 반드시 현재 수준으로 동결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송민규 기자 songmg@ekn.kr

홈플러스 납품 중소상공인 76.7% 경영난…평균 7.7억 정산 지연

홈플러스 기업회생 절차 개시 이후 협력사들의 미정산 대금이 평균 7억원을 넘어선 가운데 피해 업체의 98%가 수개월째 대금을 받지 못해 유동성 위기에 직면했다. 중소기업중앙회는 대금 정산 지연을 겪고 있는 홈플러스 납품 중소상공인 150개사를 대상으로 실시한 실태조사 결과를 23일 발표했다. 이번 조사는 지난해 3월 홈플러스의 기업회생 절차 개시 이후 협력사들의 피해 현황을 파악하기 위해 진행됐다. 조사 결과 업체당 받지 못한 납품 대금은 평균 7억7400만원으로 집계됐고 5억원 이상을 정산받지 못한 기업도 40.7%에 달했다. 특히 응답 기업의 98.0%는 납품일로부터 60일이 넘도록 대금을 받지 못해 자금이 묶여 있는 상태다. 이에 따른 주요 애로사항으로는 원부자재 구입 대금 및 하도급 대금 결제 지연(85.3%)과 필수 운영자금 부족(65.3%) 등이 꼽혔다. 이번 실태조사의 세부 교차 분석을 살펴보면 기업 규모가 작고 홈플러스에 대한 매출 의존도가 높은 영세 소상공인일수록 타격이 더 집중된 것으로 확인됐다. 연 매출 10억원 미만인 영세 기업의 경우 응답자의 66.7%가 매우 어려운 상태라고 답해 대기업이나 중견기업 대비 경영난이 심각했다. 홈플러스 거래 매출 비중이 50% 이상인 기업은 응답자 전원이 극심한 경영 위기에 직면했다고 응답했다. 또한 매출액이 낮은 기업일수록 인건비 지급 지연과 인력 이탈 위기를 겪는 비율이 상대적으로 높게 나타났다. 피해 중소상공인들은 사태 해결을 위한 가장 시급한 대책으로 홈플러스 익스프레스 매각 대금을 담보로 한 대주단 자금 지원 및 납품업체 우선 정산(95.3%)을 요구했다. 이와 함께 정부의 긴급경영안정자금 지원 확대와 납품 대금 제3자 예치 의무화 등 결제 시스템 강화를 촉구했다. 김희중 중소기업중앙회 경제정책본부장은 “홈플러스의 정산 지연 사태가 수개월째 장기화되면서 협력사들이 예기치 못한 유동성 위기에 직면해 있다"며 “납품 중소기업들의 생존이 담보되어야 홈플러스의 정상화도 가능한 만큼 이들 기업의 생존을 최우선으로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송민규 기자 songmg@ekn.kr

월드컵 개막에도 매장 중계 가이드라인 ‘무방침’…소상공인 혼란 가중

2026 북중미 월드컵이 개막해 경기가 진행 중이지만 국내 독점 중계권자인 JTBC가 상업시설 내 중계 상영(PV권)에 대한 명확한 가이드라인을 내놓지 않아 영세 소상공인들의 혼란과 불안이 커지고 있다. 네이버 등 플랫폼 역시 자체 결정 권한이 없어 원천 권리자인 JTBC의 방침만을 기다려야 하는 상황이다. 상업시설의 월드컵 중계 상영은 국제축구연맹(FIFA)이 규정하는 '공공장소전시권(Public Viewing·PV권)'의 적용을 받는다. 이는 식당, 주점, 카페 등 영리 목적의 상업시설이나 공공장소에서 다수의 사람에게 경기를 틀어주는 행위에 대한 권리다. 원칙적으로는 중계권자의 방침에 따라 사전 승인을 받거나 별도의 비용을 지불해야 저작권 및 PV권 침해 논란을 피할 수 있다. 업계 일각에서는 독점 중계권자가 가이드라인 제정을 망설이는 배경에 현실적인 딜레마가 작용했을 것이라 보고 있다. 전국 수만 개에 달하는 치킨집과 호프집 등 영세 매장을 일일이 단속하는 것은 물리적으로 불가능에 가깝기 때문이다. 더욱이 영세 상인을 상대로 저작권 소송을 강행할 경우, 자칫 '대기업의 횡포'로 비쳐 심각한 기업 이미지 타격의 '역풍'을 맞을 수 있다는 점도 부담 요소다. 하지만 대회 개막 이후에도 중계권자의 구체적인 가이드라인이 나오지 않으면서 영업 현장의 자영업자들은 일단 틀고는 있지만 불안함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서울시 동대문구에서 호프집을 운영하고 있는 김 모씨는 “저녁에도 월드컵 경기 하이라이트를 찾는 고객들이 있어 틀어는 놓지만 나중에 돈을 내라고 할까 불안하다"고 말했다. 과거 월드컵에서는 중계권자들이 소상공인들의 현장 상황과 국민 정서를 고려해 유연한 기준을 적용한 바 있다. 2018년 러시아 월드컵 당시 중계권을 보유했던 지상파 방송사들은 대형 스크린을 추가 설치하는 것이 아니라면, 영세 자영업자가 매장에 기존에 설치되어 있던 일반 TV를 통해 중계를 틀어주는 수준의 상영에 대해서는 별도의 제재나 과금을 하지 않기로 했다. 당시 방송사들이 제재 대상으로 삼은 것은 △평소에 없던 대형 빔프로젝터나 야외 스크린 등을 임시로 설치하는 경우 △축구 중계를 빌미로 입장료나 자릿세를 별도로 받는 경우 △월드컵 공식 엠블럼 등을 무단 사용하는 매복 마케팅 등 명백하게 특수 목적을 띤 상업 행위에 한정됐다. 현재 우리 국가대표팀의 경기가 한 차례 치러진 시점임에도 이 같은 최소한의 기준조차 제시되지 않아 혼란스러운 상황이다. 이와 관련해 독점 중계권자인 JTBC 측에 소상공인 매장 중계 과금 여부, 과금시 산정 기준 및 라이선스 정책, 무상 상영시 가이드라인 및 저작권 위반 구체적 기준 등을 공식 질의했으나 답변을 받지 못했다. 송민규 기자 songmg@ekn.kr

한솔테크닉스, 윌테크놀러지 인수 완료…“반도체 사업 경쟁력 강화”

한솔그룹 계열의 전기·전자소재 전문기업 한솔테크닉스가 반도체 검사 부품 전문기업 윌테크놀러지 인수를 완료했다. 한솔테크닉스는 윌테크놀러지 주식 611만 544주(1772억원)를 취득해 지분 83.37%를 확보하고 자회사 편입 절차를 마무리했다고 밝혔다. 윌테크놀러지는 비메모리 시스템반도체 검사 공정에 사용되는 핵심 부품인 '프로브카드(Probe Card)'를 설계 및 제조하는 기업이다. 특히 스마트폰 메인칩(AP)과 이미지센서(CIS)용 프로브카드 분야에서 두각을 나타내며 국내외 주요 고객사를 확보하고 있다. 프로브카드는 반도체 칩의 전기적 특성과 불량 여부를 검사하는 핵심 부품으로, 반도체 미세공정 고도화에 따라 기술 중요성이 지속적으로 높아지고 있다. 또한 반도체 생산 과정에서 반복적으로 사용되는 소모성 부품이라는 점에서 안정적인 수요를 창출할 수 있다. 이번 윌테크놀러지 인수로 한솔테크닉스는 한솔아이원스, 에스아이머트리얼즈와 함께 반도체 장비와 소재, 검사 분야까지 아우르는 사업 경쟁력을 확보하게 됐다. 또한, 계열사간 기술 협력과 고객 네트워크 연계를 통해 다양한 시너지 효과도 기대하고 있다. 한솔테크닉스 관계자는 “이번 윌테크놀러지 인수는 반도체 사업 경쟁력 강화를 위한 전략적 투자"라며 “최근 AI 확산과 디지털 전환 가속화에 따라 반도체 시장의 중요성이 더욱 높아지고 있는 만큼, 윌테크놀러지의 기술력과 시장 경쟁력을 바탕으로 반도체 사업 포트폴리오를 더욱 강화해 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김철훈 기자 kch0054@ekn.kr

중기중앙회-LG CNS, 中企 AI 확산 모델 발굴 ‘맞손’

중소기업중앙회가 중소기업의 인공지능 전환(AX)을 촉진하기 위해 LG CNS와 손을 잡았다. 중기중앙회는 17일 서울 여의도 중기중앙회에서 LG CNS와 '중소기업 AI 확산을 위한 대·중소 상생협력 모델 발굴 업무협약'을 체결했다고 밝혔다. 이 협약식에는 중기중앙회 김기문 회장과 한병준 부회장, 양찬회 전무이사를 비롯해 LG CNS 현신균 사장, 박상균 전무이사, 홍진헌 상무이사 등이 참석했다. 이번 협약은 정부의 중소기업 AX 확산 정책에 발맞춰 대·중소기업간 AI 활용 격차를 해소하기 위해 마련됐다. 특히 AX와 디지털 전환(DX) 선도기업인 LG CNS의 지원을 바탕으로 중소기업의 AX·DX 역량을 확대하는 것이 것이 핵심 목적이다. LG CNS는 연간 약 20억원 규모의 지원을 통해 △교육 △기술 △유통‧마케팅 등 3대 핵심 분야를 중심으로 중소기업의 디지털 경쟁력 강화를 위한 지원체계를 구축하기로 했다. 첫째, '교육' 부문에서는 중소기업 현장에서 CEO 주도의 AX 가속화를 지원하기 위해 중소기업 경영진을 대상으로 LG CNS 마곡 교육장에서 교육을 진행한다. 중소기업의 최대 고민인 '어떤' AI를 도입할 것인지 및 '어떻게' AX를 진행할 것인지에 대한 영감을 얻고 발굴해 나갈 수 있는 AI·AX 교육과 컨설팅이 함께 이어진다. 둘째, '기술' 부문에서는 신설된 정부 지원 사업과 연계해 상생형 AX 선도모델 구축을 지원한다. LG CNS가 현금 및 현물(기술 및 인력)을 투입해 중소제조업 현장의 제조혁신을 위한 AX선도모델 구축을 직접 돕는다. 셋째, '유통·마케팅' 부문에서는 LG CNS의 AI 마케팅 솔루션(Optapex, MOP)을 활용해 2년간 중소기업 100개사의 아마존 등 글로벌 유통 플랫폼의 입점 및 마케팅을 지원하고, 국내 쇼핑 플랫폼 광고 효율을 높이는 등 디지털 마케팅 경쟁력 강화를 전폭적으로 지원할 예정이다. 김기문 중기중앙회 회장은 “중소기업중앙회가 그동안 축적해온 중소기업 제조 데이터와 다양한 산업군의 현장 데이터를 LG CNS의 AI 기술과 결합해 실질적인 AI 전환이 되기를 기대한다"며 “AX 선도기업인 LG CNS가 지원하고 산업계를 아우르는 중소기업중앙회가 뒷받침해 중소기업 현장에 대·중소기업 상생형 모델이 뿌리내릴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송민규 기자 songmg@ekn.kr

“입점업체 매출 늘수록 영업이익 줄어”…배달 플랫폼 ‘성장의 역설’

국내 배달 플랫폼 입점 소상공인의 단체 협상력을 제고하고 개별 배달 플랫폼의 투명성을 강화해야 한다는 제언이 나왔다. 국내 배달 플랫폼 생태계의 구조적 문제를 해소하고 지속가능성을 확보하기 위해서다. 한국중소기업학회는 16일 서울 여의도 국회도서관에서 '배달 플랫폼 생태계의 지속가능성: 진단과 처방'을 주제로 정책토론회를 개최했다. 지난 10여년간 약 41조원 규모까지 빠른 속도로 성장해 온 과정에서 누적된 국내 배달 플랫폼 생태계의 구조적 문제를 진찰하고 즉시 검토 가능한 해법을 모색한다는 취지다. 토론회는 국내외 배달 플랫폼의 고율 수수료, 플랫폼 의존도 심화에 따른 입점업체의 영업이익률 감소 등 구조적 문제에 대한 진단이 이뤄졌다. 이날 토론회에서 박경민 한국중소기업학회장은 지난 2021년부터 지난해까지 약 49개월간 수도권 음식점 1만3098곳의 실거래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를 소개하며 국내 배달 플랫폼 입점 업체의 매출이 증가할수록 영업이익은 하락하는 '성장의 역설' 문제를 지적했다. 박 회장에 따르면, 이 기간 수도권 음식점을 소형·중형·대형 등 세 그룹으로 나눠 배달 플랫폼 의존도 확대에 따른 매출과 영업이익 변화를 분석한 결과, 소형·중형 음식점은 의존도가 심화할수록 수익성은 악화한 반면, 대형 음식점은 매출과 수익성이 함께 개선돼 규모의 경제 효과를 누린 것으로 나타났다. 박 회장은 “대형 음식점은 물류와 마케팅의 효율화를 통해 수수료 압박을 흡수하고 거래량 자체를 무기로 수수료 단가 등에 있어 플랫폼과의 협상력을 높일 수 있었다"며 “반면 소형·중형 음식점은 대형 음식점과 달리 물류·마케팅 효율화 등 완충장치가 부재해 협상력을 높일 여력이 없다"고 분석했다. 또한 박 회장은 한 가지 플랫폼에 매출이 집중된 음식점일수록 이러한 성장의 역설 문제가 두드러졌다고도 설명했다. 별점이나 리뷰와 같은 이른바 '평판 자산'의 플랫폼 간 이동이 불가능해 이용 중인 플랫폼의 수수료가 인상되더라도 다른 플랫폼으로 옮기기 어렵고, 이로 인해 음식점의 개별 플랫폼 '락인(Lock-in)' 구조는 한층 극대화된다는 설명이다. 그는 이 같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플랫폼을 상대로 거래조건 협상에 나서는 소상공인의 단체협상에게 공정거래법 적용 면책을 부여하되 가격 담합은 엄격히 금지하는 '투트랙 세이프하버'를 비롯해, 개별 소상공인이 평판 자산을 플랫폼간 자유롭게 이동할 수 있도록 보장하는 '평판 자산 이동권' 정책을 즉시 검토 가능한 처방으로 제시했다. 이 밖에 박 회장은 소상공인이 배달 플랫폼의 노출광고 순위 근거를 투명하게 파악할 수 있도록 알고리즘 투명성을 제고하고, 중개수수료·광고비·배달료·결제 수수료 등 음식점의 플랫폼 대상 지불 비용을 합산한 매출 대비 실질 부담률(통합 부담률)을 정기적으로 공시하는 방안도 제안했다. 그는 “플랫폼에 종속되지 않으면 도태되고, 종속되면 수익성이 줄어드는 딜레마는 개별 자영업자의 전략 실패가 아니라 시장 구조의 문제"라며 “소상공인 보호는 교섭력을 보완하는 '단체 협상'과 시장 경쟁을 촉진하는 '플랫폼 이동성'이 함께 가야 실효성이 있다"고 강조했다. 이날 토론회에선 국내 배달 플랫폼 생태계의 지속가능성을 확보하기 위한 전문가들의 다양한 정책 제언도 이어졌다. 이상윤 성공회대학교 경영학부 교수는 박 회장의 소상공인 협상력 제고 취지에 공감하며 '협동조합형 연대' 활성화와 배달플랫폼의 소상공인 수익성, 라이더 처우, 소비자 후생, 지역상권 기여를 종합 측정하는 '플랫폼 상생지수'를 개발·공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차남수 소상공인연합회 정책개발본부장은 배달 플랫폼 입점 업체의 규모와 매출-수익성 구조에 따른 차등 수수료 구조를 현실화하되, 상생 지표값이 높은 플랫폼 기업을 대상으로 인센티브를 적극 부과하는 등의 방안을 제시했다. 이 밖에 이혜원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 소상공인정책연구소 부연구위원은 박 회장이 제시한 소상공인 단체협상 면책과 통합 부담률 정기 공시 방안에 공감을 표하면서도 독립 소상공인 중심의 정책 정교화 필요성과 통합 부담률 공시의 투명성·실효성 확보를 위한 다부처 협력 체계 설계가 선행돼야 한다고 제언했다. 박주성 기자 wn107@ekn.kr

자본시장 개편으로 코스닥 활성화?…“벤처투자 오히려 얼어붙어”

금융당국이 코스닥 시장 활성화를 위해 추진하는 자본시장 개편안이 본격 시행되기도 전에 부작용을 낳고 있다. 벤처투자 현장이 빠르게 얼어붙고 있는 것이다. 규제 불확실성에 벤처캐피탈(VC)이 진행하던 투자를 잇따라 접고, 시가총액이 너무 적어 상장 폐지 위기에 몰린 코스닥 기업들은 '우려 기업'으로 낙인찍혀 선제 매도에 노출되고 있다. 그러나 정작 이 문제를 당국과 머리를 맞대고 논의할 공식 대화 테이블은 없다는 것이 벤처업계의 호소다. 벤처기업협회(회장 송병준)와 한국벤처캐피탈협회(회장 김학균), 코리아스타트업포럼(의장 김재원) 등 벤처 3개 단체는 15일 서울 여의도에서 '혁신경제의 심장을 다시 뛰게 하는 자본시장'을 주제로 공동 기자간담회를 열고, 금융당국에 자본시장 개편과 관련한 5대 정책과제를 제안했다. ◇ “방향엔 공감하나 속도·균형이 문제" 앞서 이재명 정부는 지난 3월 청와대에서 '자본시장 안정과 정상화 간담회'를 갖고 코스닥 세그먼트 분리, 중복상장 금지, 상장폐지요건 강화 등 자본시장 체질 개선과 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를 위한 일련의 정책 추진 방안을 발표했다. 이번 벤처 단체들이 마련한 간담회의 배경에는 정부 개편안을 둘러싼 금융당국과 벤처업계간의 미묘한 온도차가 깔려 있다. 벤처 단체들은 부실기업의 신속한 퇴출과 일반주주 보호, 시장 신뢰 회복이라는 개편의 큰 방향에는 원칙적으로 공감한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그동안 정책의 사각지대에 놓였던 코스닥을 자본시장 개혁의 핵심 의제로 끌어올린 데 대해서도 환영의 뜻을 나타냈다. 문제는 개혁의 방향이 아니라 세부 제도 설계의 '속도와 균형'이라는 게 이들의 일관된 지적이다. 시장 정화에 초점을 맞춘 규제는 비교적 구체화되고 있는 반면, 유망 혁신기업의 발굴·상장·성장·회수로 이어지는 '성장 사다리' 측면의 보완장치는 아직 충분치 않다는 것이다. 이날 간담회에서 송병준 벤처기업협회장은 지난해 '코스닥 3000 시대'를 제안했던 점을 거론하며 “1년이 지난 지금도 근본적 변화는 체감되지 않고, 오히려 코스피·코스닥 간 양극화는 더 심화됐다. 지수는 올랐지만 모두가 오른 것은 아니다"라고 진단했다. 반도체·AI 등 일부 대형주로 자금이 쏠리는 사이 다수 중소형 벤처기업은 그 온기를 받지 못했다는 것이다. ◇ 시행 전부터 멈춰선 투자… “검토하던 딜도 접었다" 이런 상황에서 벤처 단체들이 가장 무겁게 제기한 문제는 규제가 시행되기도 전에 시장이 먼저 위축되고 있다는 점이었다. 김학균 한국벤처캐피탈협회장은 “지금 관련 투자가 대부분 보류되거나 멈춰 있는 것이 사실"이라며 “벤처캐피탈들도 검토하던 딜 몇 건을 접은 상황"이라고 말했다. 그는 “VC는 리스크가 생기면 일단 멈추는 게 원칙인 만큼, 규제의 불명확성이 결국 시장을 위축시키는 결과로 이어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파장이 단순한 투자 보류에 그치지 않는다는 데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 벤처 생태계는 모험자본이 초기 기업에 투자하고, 그 기업이 성장해 코스닥에 상장하면서 자금을 회수하고, 회수한 돈이 다시 새로운 창업에 투입되는 선순환 구조로 돌아간다. 벤처투자 회수의 절반 이상이 기업공개(IPO)로 이뤄지는 만큼 코스닥은 이 순환의 핵심 길목이다. 출구인 코스닥이 막히면 회수가 늦어지고, 이는 곧 초기 단계 투자까지 얼어붙게 만든다는 게 업계의 우려다. 상장폐지 요건 강화에서도 같은 현상이 감지된다. 송 회장은 “기준선에 근접한 기업에 낙인 효과가 발생해 선제적 매도로 주가가 폭락하는 악순환이 이미 시작됐다"며 “제도 발표 이후 오히려 시가총액 미달 기업이 크게 늘어난 것이 그 증거"라고 지적했다. 오는 2027년 1월 시행 예정인 '시가총액 300억원 미달 상장폐지' 기준이 대표적이다. 송 회장은 “바이오 신약이나 딥테크 기업은 매출이 나기까지 5년, 10년이 걸린다"며 “단기 시총 하나로 퇴출 여부를 가르면 충분히 성장할 기술기업까지 낙인 때문에 시장에서 사장된다"고 우려했다. 벤처 단체들은 이런 기업에 대해선 시총·주가 같은 단일 지표가 아니라 매출 성장성과 기술개발 마일스톤 달성 여부를 함께 보는 복합 평가체계가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 우려 쌓이는데…당국과 논의할 창구가 없다 더 근본적인 문제는 이런 우려를 당국에 전달하고 조율할 공식 창구가 마땅치 않다는 데 있다. 김 회장은 중복상장 규제의 예외 기준을 묻는 질문에 “이 사안에 대해 협회나 업계와 정부 간 공식 소통 채널은 현재 없다"며 “여러 비공식 채널을 통해 의견을 전달하고 있을 뿐"이라고 설명했다. 송 회장도 “실무진 차원에서 우려를 전하고는 있지만, 공식 테이블에 앉아 벤처기업의 특수성을 반영하겠다는 명확한 시그널이나 가이드라인을 받은 적은 아직 없다"고 말했다. 3개 단체가 한자리에 모여 한 목소리를 낸 배경에도 이런 사정이 있다. 송 회장은 “하반기 법령·규정 개정이 본격화되기 전에 골든타임을 놓치지 말고 논의를 시작하자는 의미"라고 했다. 실제로 이날 제시된 5대 과제 가운데 하나가 '생산적금융 정책협의체 상설화'다. 금융위원회와 한국거래소, 중소벤처기업부 등 정부 부처와 벤처업계가 상시로 참여하는 협의 기구를 두자는 것으로, 뒤집어 보면 현재 그런 상설 채널이 부재하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단체들은 제도 설계 첫 단추부터 현장과 소통해야 불필요한 규제 저항과 시장 혼란을 줄이고 정책의 예측 가능성을 높일 수 있다고 강조했다. 간담회 직후 공문을 통해 당국에 협의체 구성을 공식 요청하겠다는 계획도 밝혔다. ◇ “시장 쪼개면 자금은 프리미엄으로만 쏠려" 이날 벤처 단체들이 제안한 5대 과제는 △코스닥 세그먼트(프리미엄·스탠다드 분리) 시행 유예 및 재검토 △중복상장 금지 규제의 벤처기업 예외 적용 △상장폐지 요건 시행 유예 및 기준 재검토 △생산적금융 정책협의체 상설화 △기술특례상장 제도 보완 등이다. 쟁점은 크게 둘로 모인다. 우선 코스닥을 '프리미엄'과 '스탠다드'로 나누는 세그먼트 도입이다. 단체들은 2022년 시장을 3개(프라임·스탠다드·그로스)로 재편한 일본 도쿄증권거래소(JPX) 사례를 들어 “하위 시장에 '비우량 기업' 낙인이 찍히고 자금이 상위 시장으로만 쏠리는 서열화가 되풀이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현재 코스닥의 기관투자자 비중이 6%로 일본 그로스 시장(7%)과 비슷한 수준인 상황에서 시장을 쪼개면, 기관 자금이 프리미엄에만 몰리고 스탠다드로 분류된 다수 벤처기업은 유동성 절벽에 내몰릴 수 있다는 논리다. 다른 하나는 중복상장 규제다. 단체들은 대기업이 알짜 사업부만 떼어내는 '쪼개기 상장'과, 벤처기업이 신사업·신기술 확보를 위해 자회사를 키워 상장시키는 것은 성격이 다르다는 점을 강조했다. 후자는 후속 성장자금을 조달하기 위한 정상적 전략이라는 것이다. 이에 규제의 잣대를 '중복상장 여부'가 아니라 '지배주주의 사익편취 여부'와 '일반주주 보호장치 확보 여부'로 바꾸고, 국가전략산업이나 VC가 투자한 기업에는 예외를 허용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 “코스닥 80%가 벤처… 흔들리면 시장 전체 흔들려" 벤처 단체들이 코스닥 제도 개편을 '시장 관리'가 아닌 '혁신경제의 미래' 문제로 규정하는 데는 코스닥에서 벤처기업이 차지하는 절대적 비중이 자리한다. 벤처기업협회에 따르면 올해 4월 말 기준 코스닥 상장사 1603개사 중 벤처이력기업이 1274개사로 79.5%를 차지한다. 시가총액 비중은 81.1%(516조원)에 이르며, 최근 4년간 기술특례상장 기업 127개사 중 벤처기업이 89.8%(114개사)다. 벤처기업이 흔들리면 코스닥 시장 전체가 흔들릴 수밖에 없는 구조라는 게 단체들의 설명이다. 김재원 코리아스타트업포럼 의장은 “퇴출과 규제에만 무게가 실리면 자금이 절실한 혁신 스타트업까지 위축된다"며 “규제는 시장을 지키는 둑이지만 너무 높이 쌓으면 물길마저 마른다. 부실은 정리하되 혁신기업의 자금조달 통로는 지켜달라"고 말했다. 공은 이제 업계의 협의체 구성 요청에 금융당국이 어떻게 응답하느냐로 넘어가게 됐다. 송민규 기자 songmg@ekn.kr

[이슈&인사이트] 중소기업 정책, ‘지원’보다 ‘혁신 경로’를 설계해야 한다

이 글은 필자가 지도한 장영재 박사의 논문 '중소기업의 역량과 혁신성과의 순차적 매개효과에 관한 연구'에서 얻은 정책적 시사점을 바탕으로 작성한 것이다. 그동안 중소기업 정책은 자금, 세제, 인력, 판로, 연구개발 지원을 각각의 사업 단위로 제공해 왔다. 물론 이런 지원은 필요하다. 문제는 지원이 기업 내부의 역량 강화, 혁신활동 실행, 경쟁우위 확보, 성과 확산으로 연결되는지를 끝까지 추적하지 못했다는 점이다. 정부 지원을 받은 기업은 많지만, 그 지원이 실제로 제품혁신이나 공정혁신으로 이어졌는지, 나아가 시장에서 차별적 위치를 확보했는지는 충분히 관리되지 않았다. 본 연구 결과가 중기부 정책에 주는 시사점은 다음과 같다. 첫째, 중기부는 '지원금 배분 기관'에서 '역량 진단 기관'으로 역할을 바꿔야 한다. 지금 필요한 것은 기업의 신청서가 잘 쓰였는지를 평가하는 방식이 아니다. 해당 기업이 어떤 역량이 부족한지, 제품혁신이 필요한지, 공정혁신이 필요한지, 디자인·브랜드·지식재산 보강이 필요한지, 아니면 시장 접근 전략이 문제인지를 먼저 진단해야 한다. 병원에서 처방 전에 진단을 하듯, 중소기업 지원도 진단 없는 처방에서 벗어나야 한다. 둘째, 정책사업을 단절된 메뉴가 아니라 단계별 성장 경로로 재설계해야 한다. 예컨대 1단계는 역량 진단, 2단계는 혁신활동 실행, 3단계는 비용우위 또는 차별화우위 확보, 4단계는 매출·수익·생산성·지속가능성 성과 확인으로 이어져야 한다. 이렇게 해야 R&D 지원, 스마트공장 지원, 수출지원, 디자인 지원, 지식재산 지원이 따로 노는 것을 막을 수 있다. 기업 입장에서는 부처와 사업을 찾아다니는 행정 순례가 아니라, 자기 성장단계에 맞는 정책 경로를 따라갈 수 있어야 한다. 셋째, 중기부는 혁신성과의 기준을 단기 매출 증가에만 묶어두어서는 안 된다. 논문은 혁신성과를 경제적 성과, 운영 성과, 지속가능성 성과로 나누어 보았다. 이는 매우 중요한 관점이다. 중소기업의 혁신은 당장 매출이 늘어나는 것만으로 평가할 수 없다. 불량률 감소, 납기 단축, 생산성 향상, 에너지 효율 개선, 고객 반복구매 증가, 지역사회 기여 같은 성과도 혁신의 중요한 결과다. 정책평가도 이처럼 다차원적 성과를 반영해야 한다. 넷째, 지속가능한 경쟁우위를 정책의 중간 목표로 삼아야 한다. 지금까지 정책은 대체로 투입과 산출을 보았다. 얼마를 지원했는가, 몇 개 기업이 참여했는가, 매출이 얼마나 늘었는가를 따졌다. 그러나 더 중요한 질문은 따로 있다. 그 기업이 지원 이후 시장에서 더 싸게 만들 수 있게 되었는가. 더 좋은 품질을 만들 수 있게 되었는가. 경쟁사가 쉽게 따라 하기 어려운 기술, 디자인, 브랜드, 데이터, 고객관계를 확보했는가. 바로 이 지점이 혁신활동과 혁신성과를 연결하는 핵심 고리다. 다섯째, 납품 중심 산업구조의 한계를 함께 다뤄야 한다. 중소기업이 아무리 혁신해도 원청기업의 단가 압박 속에 성과가 흡수된다면 혁신 유인은 약해질 수밖에 없다. 따라서 중기부의 혁신정책은 공정거래, 판로 다변화, 공공조달, 수출, 브랜드 구축 정책과 연결되어야 한다. 기술개발만 지원하고 시장에서 제값을 받을 구조를 만들지 못하면 혁신은 지속되지 않는다. 결국 중소기업 혁신정책의 핵심은 '돈을 더 주는 것'이 아니라 '성과가 나는 경로를 설계하는 것'이다. 역량을 키우고, 그 역량이 혁신활동으로 이어지게 하며, 혁신활동이 경쟁우위로 축적되고, 그 경쟁우위가 경제적·운영적·지속가능성 성과로 확장되도록 해야 한다. 중기부가 해야 할 일은 더 많은 지원사업을 만드는 것이 아니다. 중소기업이 자기 역량을 정확히 알고, 필요한 혁신활동을 실행하며, 시장에서 지속가능한 경쟁우위를 확보하도록 정책의 순서를 다시 짜는 일이다. 중소기업 정책이 '지원의 양'에서 '성장 경로의 질'로 이동할 때, 비로소 혁신성과는 숫자가 아니라 기업의 체질 변화로 나타날 것이다. bienns@ek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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