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기중앙회-LG CNS, 中企 AI 확산 모델 발굴 ‘맞손’

중소기업중앙회가 중소기업의 인공지능 전환(AX)을 촉진하기 위해 LG CNS와 손을 잡았다. 중기중앙회는 17일 서울 여의도 중기중앙회에서 LG CNS와 '중소기업 AI 확산을 위한 대·중소 상생협력 모델 발굴 업무협약'을 체결했다고 밝혔다. 이 협약식에는 중기중앙회 김기문 회장과 한병준 부회장, 양찬회 전무이사를 비롯해 LG CNS 현신균 사장, 박상균 전무이사, 홍진헌 상무이사 등이 참석했다. 이번 협약은 정부의 중소기업 AX 확산 정책에 발맞춰 대·중소기업간 AI 활용 격차를 해소하기 위해 마련됐다. 특히 AX와 디지털 전환(DX) 선도기업인 LG CNS의 지원을 바탕으로 중소기업의 AX·DX 역량을 확대하는 것이 것이 핵심 목적이다. LG CNS는 연간 약 20억원 규모의 지원을 통해 △교육 △기술 △유통‧마케팅 등 3대 핵심 분야를 중심으로 중소기업의 디지털 경쟁력 강화를 위한 지원체계를 구축하기로 했다. 첫째, '교육' 부문에서는 중소기업 현장에서 CEO 주도의 AX 가속화를 지원하기 위해 중소기업 경영진을 대상으로 LG CNS 마곡 교육장에서 교육을 진행한다. 중소기업의 최대 고민인 '어떤' AI를 도입할 것인지 및 '어떻게' AX를 진행할 것인지에 대한 영감을 얻고 발굴해 나갈 수 있는 AI·AX 교육과 컨설팅이 함께 이어진다. 둘째, '기술' 부문에서는 신설된 정부 지원 사업과 연계해 상생형 AX 선도모델 구축을 지원한다. LG CNS가 현금 및 현물(기술 및 인력)을 투입해 중소제조업 현장의 제조혁신을 위한 AX선도모델 구축을 직접 돕는다. 셋째, '유통·마케팅' 부문에서는 LG CNS의 AI 마케팅 솔루션(Optapex, MOP)을 활용해 2년간 중소기업 100개사의 아마존 등 글로벌 유통 플랫폼의 입점 및 마케팅을 지원하고, 국내 쇼핑 플랫폼 광고 효율을 높이는 등 디지털 마케팅 경쟁력 강화를 전폭적으로 지원할 예정이다. 김기문 중기중앙회 회장은 “중소기업중앙회가 그동안 축적해온 중소기업 제조 데이터와 다양한 산업군의 현장 데이터를 LG CNS의 AI 기술과 결합해 실질적인 AI 전환이 되기를 기대한다"며 “AX 선도기업인 LG CNS가 지원하고 산업계를 아우르는 중소기업중앙회가 뒷받침해 중소기업 현장에 대·중소기업 상생형 모델이 뿌리내릴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송민규 기자 songmg@ekn.kr

“입점업체 매출 늘수록 영업이익 줄어”…배달 플랫폼 ‘성장의 역설’

국내 배달 플랫폼 입점 소상공인의 단체 협상력을 제고하고 개별 배달 플랫폼의 투명성을 강화해야 한다는 제언이 나왔다. 국내 배달 플랫폼 생태계의 구조적 문제를 해소하고 지속가능성을 확보하기 위해서다. 한국중소기업학회는 16일 서울 여의도 국회도서관에서 '배달 플랫폼 생태계의 지속가능성: 진단과 처방'을 주제로 정책토론회를 개최했다. 지난 10여년간 약 41조원 규모까지 빠른 속도로 성장해 온 과정에서 누적된 국내 배달 플랫폼 생태계의 구조적 문제를 진찰하고 즉시 검토 가능한 해법을 모색한다는 취지다. 토론회는 국내외 배달 플랫폼의 고율 수수료, 플랫폼 의존도 심화에 따른 입점업체의 영업이익률 감소 등 구조적 문제에 대한 진단이 이뤄졌다. 이날 토론회에서 박경민 한국중소기업학회장은 지난 2021년부터 지난해까지 약 49개월간 수도권 음식점 1만3098곳의 실거래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를 소개하며 국내 배달 플랫폼 입점 업체의 매출이 증가할수록 영업이익은 하락하는 '성장의 역설' 문제를 지적했다. 박 회장에 따르면, 이 기간 수도권 음식점을 소형·중형·대형 등 세 그룹으로 나눠 배달 플랫폼 의존도 확대에 따른 매출과 영업이익 변화를 분석한 결과, 소형·중형 음식점은 의존도가 심화할수록 수익성은 악화한 반면, 대형 음식점은 매출과 수익성이 함께 개선돼 규모의 경제 효과를 누린 것으로 나타났다. 박 회장은 “대형 음식점은 물류와 마케팅의 효율화를 통해 수수료 압박을 흡수하고 거래량 자체를 무기로 수수료 단가 등에 있어 플랫폼과의 협상력을 높일 수 있었다"며 “반면 소형·중형 음식점은 대형 음식점과 달리 물류·마케팅 효율화 등 완충장치가 부재해 협상력을 높일 여력이 없다"고 분석했다. 또한 박 회장은 한 가지 플랫폼에 매출이 집중된 음식점일수록 이러한 성장의 역설 문제가 두드러졌다고도 설명했다. 별점이나 리뷰와 같은 이른바 '평판 자산'의 플랫폼 간 이동이 불가능해 이용 중인 플랫폼의 수수료가 인상되더라도 다른 플랫폼으로 옮기기 어렵고, 이로 인해 음식점의 개별 플랫폼 '락인(Lock-in)' 구조는 한층 극대화된다는 설명이다. 그는 이 같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플랫폼을 상대로 거래조건 협상에 나서는 소상공인의 단체협상에게 공정거래법 적용 면책을 부여하되 가격 담합은 엄격히 금지하는 '투트랙 세이프하버'를 비롯해, 개별 소상공인이 평판 자산을 플랫폼간 자유롭게 이동할 수 있도록 보장하는 '평판 자산 이동권' 정책을 즉시 검토 가능한 처방으로 제시했다. 이 밖에 박 회장은 소상공인이 배달 플랫폼의 노출광고 순위 근거를 투명하게 파악할 수 있도록 알고리즘 투명성을 제고하고, 중개수수료·광고비·배달료·결제 수수료 등 음식점의 플랫폼 대상 지불 비용을 합산한 매출 대비 실질 부담률(통합 부담률)을 정기적으로 공시하는 방안도 제안했다. 그는 “플랫폼에 종속되지 않으면 도태되고, 종속되면 수익성이 줄어드는 딜레마는 개별 자영업자의 전략 실패가 아니라 시장 구조의 문제"라며 “소상공인 보호는 교섭력을 보완하는 '단체 협상'과 시장 경쟁을 촉진하는 '플랫폼 이동성'이 함께 가야 실효성이 있다"고 강조했다. 이날 토론회에선 국내 배달 플랫폼 생태계의 지속가능성을 확보하기 위한 전문가들의 다양한 정책 제언도 이어졌다. 이상윤 성공회대학교 경영학부 교수는 박 회장의 소상공인 협상력 제고 취지에 공감하며 '협동조합형 연대' 활성화와 배달플랫폼의 소상공인 수익성, 라이더 처우, 소비자 후생, 지역상권 기여를 종합 측정하는 '플랫폼 상생지수'를 개발·공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차남수 소상공인연합회 정책개발본부장은 배달 플랫폼 입점 업체의 규모와 매출-수익성 구조에 따른 차등 수수료 구조를 현실화하되, 상생 지표값이 높은 플랫폼 기업을 대상으로 인센티브를 적극 부과하는 등의 방안을 제시했다. 이 밖에 이혜원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 소상공인정책연구소 부연구위원은 박 회장이 제시한 소상공인 단체협상 면책과 통합 부담률 정기 공시 방안에 공감을 표하면서도 독립 소상공인 중심의 정책 정교화 필요성과 통합 부담률 공시의 투명성·실효성 확보를 위한 다부처 협력 체계 설계가 선행돼야 한다고 제언했다. 박주성 기자 wn107@ekn.kr

자본시장 개편으로 코스닥 활성화?…“벤처투자 오히려 얼어붙어”

금융당국이 코스닥 시장 활성화를 위해 추진하는 자본시장 개편안이 본격 시행되기도 전에 부작용을 낳고 있다. 벤처투자 현장이 빠르게 얼어붙고 있는 것이다. 규제 불확실성에 벤처캐피탈(VC)이 진행하던 투자를 잇따라 접고, 시가총액이 너무 적어 상장 폐지 위기에 몰린 코스닥 기업들은 '우려 기업'으로 낙인찍혀 선제 매도에 노출되고 있다. 그러나 정작 이 문제를 당국과 머리를 맞대고 논의할 공식 대화 테이블은 없다는 것이 벤처업계의 호소다. 벤처기업협회(회장 송병준)와 한국벤처캐피탈협회(회장 김학균), 코리아스타트업포럼(의장 김재원) 등 벤처 3개 단체는 15일 서울 여의도에서 '혁신경제의 심장을 다시 뛰게 하는 자본시장'을 주제로 공동 기자간담회를 열고, 금융당국에 자본시장 개편과 관련한 5대 정책과제를 제안했다. ◇ “방향엔 공감하나 속도·균형이 문제" 앞서 이재명 정부는 지난 3월 청와대에서 '자본시장 안정과 정상화 간담회'를 갖고 코스닥 세그먼트 분리, 중복상장 금지, 상장폐지요건 강화 등 자본시장 체질 개선과 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를 위한 일련의 정책 추진 방안을 발표했다. 이번 벤처 단체들이 마련한 간담회의 배경에는 정부 개편안을 둘러싼 금융당국과 벤처업계간의 미묘한 온도차가 깔려 있다. 벤처 단체들은 부실기업의 신속한 퇴출과 일반주주 보호, 시장 신뢰 회복이라는 개편의 큰 방향에는 원칙적으로 공감한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그동안 정책의 사각지대에 놓였던 코스닥을 자본시장 개혁의 핵심 의제로 끌어올린 데 대해서도 환영의 뜻을 나타냈다. 문제는 개혁의 방향이 아니라 세부 제도 설계의 '속도와 균형'이라는 게 이들의 일관된 지적이다. 시장 정화에 초점을 맞춘 규제는 비교적 구체화되고 있는 반면, 유망 혁신기업의 발굴·상장·성장·회수로 이어지는 '성장 사다리' 측면의 보완장치는 아직 충분치 않다는 것이다. 이날 간담회에서 송병준 벤처기업협회장은 지난해 '코스닥 3000 시대'를 제안했던 점을 거론하며 “1년이 지난 지금도 근본적 변화는 체감되지 않고, 오히려 코스피·코스닥 간 양극화는 더 심화됐다. 지수는 올랐지만 모두가 오른 것은 아니다"라고 진단했다. 반도체·AI 등 일부 대형주로 자금이 쏠리는 사이 다수 중소형 벤처기업은 그 온기를 받지 못했다는 것이다. ◇ 시행 전부터 멈춰선 투자… “검토하던 딜도 접었다" 이런 상황에서 벤처 단체들이 가장 무겁게 제기한 문제는 규제가 시행되기도 전에 시장이 먼저 위축되고 있다는 점이었다. 김학균 한국벤처캐피탈협회장은 “지금 관련 투자가 대부분 보류되거나 멈춰 있는 것이 사실"이라며 “벤처캐피탈들도 검토하던 딜 몇 건을 접은 상황"이라고 말했다. 그는 “VC는 리스크가 생기면 일단 멈추는 게 원칙인 만큼, 규제의 불명확성이 결국 시장을 위축시키는 결과로 이어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파장이 단순한 투자 보류에 그치지 않는다는 데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 벤처 생태계는 모험자본이 초기 기업에 투자하고, 그 기업이 성장해 코스닥에 상장하면서 자금을 회수하고, 회수한 돈이 다시 새로운 창업에 투입되는 선순환 구조로 돌아간다. 벤처투자 회수의 절반 이상이 기업공개(IPO)로 이뤄지는 만큼 코스닥은 이 순환의 핵심 길목이다. 출구인 코스닥이 막히면 회수가 늦어지고, 이는 곧 초기 단계 투자까지 얼어붙게 만든다는 게 업계의 우려다. 상장폐지 요건 강화에서도 같은 현상이 감지된다. 송 회장은 “기준선에 근접한 기업에 낙인 효과가 발생해 선제적 매도로 주가가 폭락하는 악순환이 이미 시작됐다"며 “제도 발표 이후 오히려 시가총액 미달 기업이 크게 늘어난 것이 그 증거"라고 지적했다. 오는 2027년 1월 시행 예정인 '시가총액 300억원 미달 상장폐지' 기준이 대표적이다. 송 회장은 “바이오 신약이나 딥테크 기업은 매출이 나기까지 5년, 10년이 걸린다"며 “단기 시총 하나로 퇴출 여부를 가르면 충분히 성장할 기술기업까지 낙인 때문에 시장에서 사장된다"고 우려했다. 벤처 단체들은 이런 기업에 대해선 시총·주가 같은 단일 지표가 아니라 매출 성장성과 기술개발 마일스톤 달성 여부를 함께 보는 복합 평가체계가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 우려 쌓이는데…당국과 논의할 창구가 없다 더 근본적인 문제는 이런 우려를 당국에 전달하고 조율할 공식 창구가 마땅치 않다는 데 있다. 김 회장은 중복상장 규제의 예외 기준을 묻는 질문에 “이 사안에 대해 협회나 업계와 정부 간 공식 소통 채널은 현재 없다"며 “여러 비공식 채널을 통해 의견을 전달하고 있을 뿐"이라고 설명했다. 송 회장도 “실무진 차원에서 우려를 전하고는 있지만, 공식 테이블에 앉아 벤처기업의 특수성을 반영하겠다는 명확한 시그널이나 가이드라인을 받은 적은 아직 없다"고 말했다. 3개 단체가 한자리에 모여 한 목소리를 낸 배경에도 이런 사정이 있다. 송 회장은 “하반기 법령·규정 개정이 본격화되기 전에 골든타임을 놓치지 말고 논의를 시작하자는 의미"라고 했다. 실제로 이날 제시된 5대 과제 가운데 하나가 '생산적금융 정책협의체 상설화'다. 금융위원회와 한국거래소, 중소벤처기업부 등 정부 부처와 벤처업계가 상시로 참여하는 협의 기구를 두자는 것으로, 뒤집어 보면 현재 그런 상설 채널이 부재하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단체들은 제도 설계 첫 단추부터 현장과 소통해야 불필요한 규제 저항과 시장 혼란을 줄이고 정책의 예측 가능성을 높일 수 있다고 강조했다. 간담회 직후 공문을 통해 당국에 협의체 구성을 공식 요청하겠다는 계획도 밝혔다. ◇ “시장 쪼개면 자금은 프리미엄으로만 쏠려" 이날 벤처 단체들이 제안한 5대 과제는 △코스닥 세그먼트(프리미엄·스탠다드 분리) 시행 유예 및 재검토 △중복상장 금지 규제의 벤처기업 예외 적용 △상장폐지 요건 시행 유예 및 기준 재검토 △생산적금융 정책협의체 상설화 △기술특례상장 제도 보완 등이다. 쟁점은 크게 둘로 모인다. 우선 코스닥을 '프리미엄'과 '스탠다드'로 나누는 세그먼트 도입이다. 단체들은 2022년 시장을 3개(프라임·스탠다드·그로스)로 재편한 일본 도쿄증권거래소(JPX) 사례를 들어 “하위 시장에 '비우량 기업' 낙인이 찍히고 자금이 상위 시장으로만 쏠리는 서열화가 되풀이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현재 코스닥의 기관투자자 비중이 6%로 일본 그로스 시장(7%)과 비슷한 수준인 상황에서 시장을 쪼개면, 기관 자금이 프리미엄에만 몰리고 스탠다드로 분류된 다수 벤처기업은 유동성 절벽에 내몰릴 수 있다는 논리다. 다른 하나는 중복상장 규제다. 단체들은 대기업이 알짜 사업부만 떼어내는 '쪼개기 상장'과, 벤처기업이 신사업·신기술 확보를 위해 자회사를 키워 상장시키는 것은 성격이 다르다는 점을 강조했다. 후자는 후속 성장자금을 조달하기 위한 정상적 전략이라는 것이다. 이에 규제의 잣대를 '중복상장 여부'가 아니라 '지배주주의 사익편취 여부'와 '일반주주 보호장치 확보 여부'로 바꾸고, 국가전략산업이나 VC가 투자한 기업에는 예외를 허용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 “코스닥 80%가 벤처… 흔들리면 시장 전체 흔들려" 벤처 단체들이 코스닥 제도 개편을 '시장 관리'가 아닌 '혁신경제의 미래' 문제로 규정하는 데는 코스닥에서 벤처기업이 차지하는 절대적 비중이 자리한다. 벤처기업협회에 따르면 올해 4월 말 기준 코스닥 상장사 1603개사 중 벤처이력기업이 1274개사로 79.5%를 차지한다. 시가총액 비중은 81.1%(516조원)에 이르며, 최근 4년간 기술특례상장 기업 127개사 중 벤처기업이 89.8%(114개사)다. 벤처기업이 흔들리면 코스닥 시장 전체가 흔들릴 수밖에 없는 구조라는 게 단체들의 설명이다. 김재원 코리아스타트업포럼 의장은 “퇴출과 규제에만 무게가 실리면 자금이 절실한 혁신 스타트업까지 위축된다"며 “규제는 시장을 지키는 둑이지만 너무 높이 쌓으면 물길마저 마른다. 부실은 정리하되 혁신기업의 자금조달 통로는 지켜달라"고 말했다. 공은 이제 업계의 협의체 구성 요청에 금융당국이 어떻게 응답하느냐로 넘어가게 됐다. 송민규 기자 songmg@ekn.kr

[이슈&인사이트] 중소기업 정책, ‘지원’보다 ‘혁신 경로’를 설계해야 한다

이 글은 필자가 지도한 장영재 박사의 논문 '중소기업의 역량과 혁신성과의 순차적 매개효과에 관한 연구'에서 얻은 정책적 시사점을 바탕으로 작성한 것이다. 그동안 중소기업 정책은 자금, 세제, 인력, 판로, 연구개발 지원을 각각의 사업 단위로 제공해 왔다. 물론 이런 지원은 필요하다. 문제는 지원이 기업 내부의 역량 강화, 혁신활동 실행, 경쟁우위 확보, 성과 확산으로 연결되는지를 끝까지 추적하지 못했다는 점이다. 정부 지원을 받은 기업은 많지만, 그 지원이 실제로 제품혁신이나 공정혁신으로 이어졌는지, 나아가 시장에서 차별적 위치를 확보했는지는 충분히 관리되지 않았다. 본 연구 결과가 중기부 정책에 주는 시사점은 다음과 같다. 첫째, 중기부는 '지원금 배분 기관'에서 '역량 진단 기관'으로 역할을 바꿔야 한다. 지금 필요한 것은 기업의 신청서가 잘 쓰였는지를 평가하는 방식이 아니다. 해당 기업이 어떤 역량이 부족한지, 제품혁신이 필요한지, 공정혁신이 필요한지, 디자인·브랜드·지식재산 보강이 필요한지, 아니면 시장 접근 전략이 문제인지를 먼저 진단해야 한다. 병원에서 처방 전에 진단을 하듯, 중소기업 지원도 진단 없는 처방에서 벗어나야 한다. 둘째, 정책사업을 단절된 메뉴가 아니라 단계별 성장 경로로 재설계해야 한다. 예컨대 1단계는 역량 진단, 2단계는 혁신활동 실행, 3단계는 비용우위 또는 차별화우위 확보, 4단계는 매출·수익·생산성·지속가능성 성과 확인으로 이어져야 한다. 이렇게 해야 R&D 지원, 스마트공장 지원, 수출지원, 디자인 지원, 지식재산 지원이 따로 노는 것을 막을 수 있다. 기업 입장에서는 부처와 사업을 찾아다니는 행정 순례가 아니라, 자기 성장단계에 맞는 정책 경로를 따라갈 수 있어야 한다. 셋째, 중기부는 혁신성과의 기준을 단기 매출 증가에만 묶어두어서는 안 된다. 논문은 혁신성과를 경제적 성과, 운영 성과, 지속가능성 성과로 나누어 보았다. 이는 매우 중요한 관점이다. 중소기업의 혁신은 당장 매출이 늘어나는 것만으로 평가할 수 없다. 불량률 감소, 납기 단축, 생산성 향상, 에너지 효율 개선, 고객 반복구매 증가, 지역사회 기여 같은 성과도 혁신의 중요한 결과다. 정책평가도 이처럼 다차원적 성과를 반영해야 한다. 넷째, 지속가능한 경쟁우위를 정책의 중간 목표로 삼아야 한다. 지금까지 정책은 대체로 투입과 산출을 보았다. 얼마를 지원했는가, 몇 개 기업이 참여했는가, 매출이 얼마나 늘었는가를 따졌다. 그러나 더 중요한 질문은 따로 있다. 그 기업이 지원 이후 시장에서 더 싸게 만들 수 있게 되었는가. 더 좋은 품질을 만들 수 있게 되었는가. 경쟁사가 쉽게 따라 하기 어려운 기술, 디자인, 브랜드, 데이터, 고객관계를 확보했는가. 바로 이 지점이 혁신활동과 혁신성과를 연결하는 핵심 고리다. 다섯째, 납품 중심 산업구조의 한계를 함께 다뤄야 한다. 중소기업이 아무리 혁신해도 원청기업의 단가 압박 속에 성과가 흡수된다면 혁신 유인은 약해질 수밖에 없다. 따라서 중기부의 혁신정책은 공정거래, 판로 다변화, 공공조달, 수출, 브랜드 구축 정책과 연결되어야 한다. 기술개발만 지원하고 시장에서 제값을 받을 구조를 만들지 못하면 혁신은 지속되지 않는다. 결국 중소기업 혁신정책의 핵심은 '돈을 더 주는 것'이 아니라 '성과가 나는 경로를 설계하는 것'이다. 역량을 키우고, 그 역량이 혁신활동으로 이어지게 하며, 혁신활동이 경쟁우위로 축적되고, 그 경쟁우위가 경제적·운영적·지속가능성 성과로 확장되도록 해야 한다. 중기부가 해야 할 일은 더 많은 지원사업을 만드는 것이 아니다. 중소기업이 자기 역량을 정확히 알고, 필요한 혁신활동을 실행하며, 시장에서 지속가능한 경쟁우위를 확보하도록 정책의 순서를 다시 짜는 일이다. 중소기업 정책이 '지원의 양'에서 '성장 경로의 질'로 이동할 때, 비로소 혁신성과는 숫자가 아니라 기업의 체질 변화로 나타날 것이다. bienns@ekn.kr

“국가 주도” vs “생태계 활성화”…AX 시대 K-스타트업 육성 해법은?

인공지능 대전환(AX) 시대에 올라선 오늘, 미국과 중국의 패권경쟁 속 한국이 인공지능(AI) 3강으로 도약하기 위해선 어느 방향으로 나아가야 할까. 11일 코리아스타트업포럼의 주최로 서울 강남구 씨스퀘어에서 열린 'AXIS 2026 서밋'에 모인 각계 전문가들은 스타트업이 중심에 선 '한국형 AX' 모델로 나아가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대기업 중심의 담론을 초월해 스타트업이 도전과 실패, 성장으로 이어지는 선순환 생태계를 구축하고, 스타트업의 '앙트러프러너십(기업가정신)'을 고취할 수 있는 환경을 마련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날 제1세션 'AI 생태계'를 주제로 연단에 오른 연사들은 한국이 성공적인 AX를 실현하기 위한 방법론을 도출하기 위해 열띤 토론을 펼쳤다. 이날 행사에서 박영선 전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은 AI 스타트업 생태계를 육성하기 위해 국가가 보다 명확한 프로젝트를 수립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우리 AI 생태계의 차별성을 극대화할 수 있는 국가 단위의 업계 지원·육성 프로젝트를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박 전 장관은 “엄밀히 따져보면 대한민국은 AI 반도체 제조 강국이지만, AI 시대를 설계하기 위한 전체적인 능력은 다소 부족하다"며 “생태계를 설계할 수 있는 능력을 키우기 위해선 제대로 된 국가 프로젝트가 필요한데, 국가 프로젝트를 어떻게 선정할지에 대한 문제는 스타트업계와 논의를 통해 면밀한 아젠다(의제) 세팅을 할 필요가 있다"고 짚었다. 우리 스타트업계가 다른 AI 선진국과 비교해 차별화된 특성을 가질 수 있도록 견인하는 것 역시 국가의 책임이라는 게 박 전 장관의 지론이다. 그는 국가가 이 같은 역할을 수행하기 위해 주도적으로 민감 데이터의 '온톨로지(AI 모델이 데이터를 활용할 수 있도록 각 개념과 그 관계를 체계화한 구조)'화를 추진해야 한다고 제시했다. 박 전 장관은 “한국은 국방·재난·의료 등 민감 데이터의 개방성 측면에선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소속 국가 중 최상위권이지만, 이 데이터를 AI가 이해할 수 있도록 활용하는 부분에선 미국 등에 굉장히 뒤쳐지고 있다"고 진단했다. 이어 “K-온톨로지 프로젝트를 가동해 이러한 데이터를 온톨로지화하고, 이를 기반으로 '소버린 AI(국가 단위에서 독립적으로 운영·통제가 가능한 AI)'·'버티컬 AI(특정 산업에 특화된 전문 AI)'를 구축해야 한다"며 “이 같은 프로젝트를 통해 스타트업이 참여·경쟁할 수 있는 생태계를 조성해야 한다"고 말했다. 반면 산업계 일각에선 '소버린 AI'에 대한 회의론과 함께 국내외 유망 인력이 자발적으로 한국에 모여들 수 있는 생태계 구축이 급선무라는 의견도 나왔다. 이날 류중희 리얼월드 대표는 “현재 정부가 추진하는 여러 프로젝트가 대단하고 위대한 것은 분명하지만, 여전히 국가주도 산업 성장의 망령을 벗어던지지 못한 것 같다"고 운을 뗐다. 류 대표가 이끄는 리얼월드는 피지컬 AI 기업으로, 최근 엔비디아와 휴머노이드 로봇 AI의 정밀조작 성능평가 체계·데이터 표준 개발 협력체계를 구축한 유망 스타트업이다. 핵심 인력과 투자자 등이 대부분 한국인으로 구성된 토종 기업이지만, 최근 한국에서 미국으로 본사를 이전(플립)해 국외 창업 기업으로 분류된다. 류 대표는 “리얼월드는 중기부 해석상 국외 창업 기업이지만, 소버린 AI의 관점에서는 미국 정부의 컨트롤을 받을 수 있기 때문에 한국 정부의 지원 대상에서 배제해야 한다"며 “리얼월드가 미국행을 택한 건 한국의 자본시장을 전부 긁어모아도 미국의 파운데이션 모델과 경쟁할 수 없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AI 발전'이라는 거대한 테마가 전 인류의 조별과제로 부상한 지금, 폐쇄성이 짙은 소버린 AI의 개념은 실존하기 어렵다는 게 류 대표의 주장이다. 그는 “이미 개인이건 기업이건 자신이 자리잡을 국가를 선택할 수 있는 현실"이라며 “실리콘밸리와 같이, 인도네시아 출신이건 동유럽 출신이건 기업과 연구자들이 자발적으로 한국을 선택할 수 있는 생태계를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국회에선 AX시대에 맞서는 행정부의 인식에 대한 문제제기와 함께 'AI 수요창출'이라는 국가 차원의 직접적인 역할론도 제기됐다. 이해민 조국혁신당 의원은 “소버린 AI나 AI 3강과 같은 의제를 제시함에 있어 정의부터 명확히 내릴 필요가 있다"며 “어떤 정의를 내리기 위해선 '메트릭(측정 지표)'를 명확히 제시할 수 있어야 하는데, 정부는 그간 정의를 명확히 하기보단 의제를 앞세웠다"고 지적했다. 정부가 단순 의제 설정에 그치지 않고 의제에 대한 명확한 정의를 확보해야만 보다 진정성있는 한국형 AX를 추진할 수 있다는 게 이 의원의 지적이다. 그는 “민간이 해야 할 일을 정부가 할 필요가 없고, 정부가 할 일을 민간이 해서도 안된다"며 “민간이 AX를 위해 공급에 나서고 있는 지금, 정부가 한국을 AI 3강으로 끌어올리기 위해선 주도적으로 AI 수요 창출에 나서야 한다"고도 짚었다. 이 밖에 산업 육성을 위한 정부의 지원이 파편화된만큼, 보다 선별·집중적인 유망 스타트업 육성이 필요하다는 업계 의견도 제시됐다. 이한빈 서울로보틱스 대표는 자사의 주력분야인 자율주행 산업을 예로 들어 이 같은 문제를 제시했다. 서울로보틱스는 지난 2017년 설립된 물류 자율주행 솔루션 기업으로, 그간 BMW·NVIDIA 등과 협업 관계를 구축한 10년차 스타트업이다. 이 대표는 “과거 AI의 핵심 분야였던 자율주행이 산업계에서 입지가 지속적으로 감소하면서 스타트업 대부분이 쇠퇴했고, 서울로보틱스는 이들이 실패한 프로젝트를 이어 수주를 받고 있다"며 “문제를 살펴보니 자율주행 유행 당시 정부의 대규모 투자가 이어지긴 했으나, 이 투자가 지나치게 잘게 쪼개졌다"고 설명했다. 실제 판매가 가능한 제품을 생산하는 단계까지 기업 역량을 끌어올리려면 수백~수천억원 수준의 투자가 필요한데, 정부의 투자가 지나치게 파편화돼 완성도 90% 수준의 이른바 '보여주기식' 제품을 양산하는데 필요한 20억~30억원 규모의 자금 지원에 그치며 산업 육성의 효과가 미미했다는 설명이다. 이 대표는 “AI 시대에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메모리'라는 한정된 분야에서 두각을 드러내며 글로벌 성과를 이끈 것처럼, 자율주행이나 피지컬 AI 등 여러 스타트업 중 잠재적인 글로벌 경쟁력을 지닌 유망 기업을 집중적으로 육성하는 방안도 고민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박주성 기자 wn107@ekn.kr

벤처협, 코스닥 활성화·52시간제 개편 요구…“정부 펀딩 환영하지만 디테일 부족”

벤처기업협회가 10일 서울 여의도 켄싱턴호텔에서 '2026 상반기 기자간담회'를 열고 현 정부의 창업·벤처 정책에 대한 업계 평가와 생태계 활성화를 위한 주요 정책 보완 과제를 발표했다. 협회는 현 정부 출범 1년 동안 추진된 '글로벌 4대 벤처강국' 정책 방향과 벤처금융 확대 및 규제 혁신 기조에 동의하면서도, 자본시장 제도, 노동 규제, 투자 자원 배분 등 세부 영역에서 현장의 특성을 반영한 제도적 보완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 올해 회원사 2만·벤처 4만개 돌파 전망…정부 자금 확대 긍정 평가 벤처기업협회는 이날 간담회에서 정부가 제시한 벤처투자 시장 확대 기조와 재정적 지원에 대해 긍정적인 성과가 나타나고 있다고 진단했다. 올해 중소벤처기업부 예산은 16조5000억원 규모로 확대됐고 중소기업 R&D 예산은 전년 대비 6789억원 증액된 2조1959억원, 모태펀드 출자 규모는 3200억원 늘어난 8200억원으로 편성됐다. 또한 법정기금의 벤처투자 참여 범위가 기존 44개에서 전체 67개로 확대되는 등의 금융 지원책도 추진 중이다. 송병준 벤처기업협회장은 “연간 벤처투자 40조원 조성을 위한 벤처금융 확대와 민관합동 규제합리화추진단 발족 등 시장 유연성을 높이는 정책 기조를 환영한다"며 “이러한 정책적 기반이 실질적인 성과로 연결되기 위해서는 현장의 현실을 반영한 세부 제도의 정교한 설계가 수반돼야 한다"고 말했다. 협회는 이 같은 정책 환경 변화를 바탕으로 올해 내에 △협회 회원사 2만개사 돌파 △벤처천억기업(매출 1000억원 이상) 1000개사 달성 △전체 벤처기업 수 4만개사 돌파라는 세 가지 지표를 달성할 것으로 전망했다. ◇ “인위적 코스닥 세그먼트 분리 반대"…15일 공동 대안 발표 간담회에서는 금융당국이 추진 중인 코스닥 시장 활성화 및 개편 방안에 대한 업계의 세부 의견이 제시됐다. 협회는 자본시장의 체질 개선과 주주가치 제고라는 기본 취지에는 동의하나, 시가총액 등 외형적 기준에 따른 세그먼트 분리, 승강제 도입, 상장폐지 요건 강화 등의 조치가 기술 중심 벤처기업의 자금조달 구조를 위축시킬 수 있다는 의견을 냈다. 임유명 벤처기업협회 혁신정책본부장은 “인위적인 세그먼트 분리에 대해서는 원칙적으로 반대하는 입장"이라며 “만약 분리 조치가 불가피하게 도입된다면 외형이나 시가총액만을 기준으로 우량과 비우량을 임의로 나누어 낙인효과를 유발하는 현행 기준에 대해서는 재고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또한 일시적인 실적 변동이나 기술 개발 주기를 고려하지 않은 상장폐지 기준 적용과 중복상장 규제는 혁신 기업의 스케일업 경로를 제한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협회는 본 사안과 관련해 한국벤처캐피탈협회, 코리아스타트업포럼과 공조하여 오는 15일 공동 정책기자간담회를 개최하고 세부적인 정책 대안을 공식 발표할 계획이다. ◇ “일 배우러 왔는데 규제에 막혀"…R&D 주52시간제 예외 요청 R&D 인력에 대한 근로시간 제도의 경직성 해소 요구도 주요 과제로 다뤄졌다. 협회가 실시한 2025년 벤처기업 애로조사 결과에 따르면, 조사 대상 기업의 42.5%가 주52시간제로 인한 생산성 저하 및 업무 차질을 겪고 있다고 답했으며, 30.1%는 구인난을 포함한 인력 확보 문제를 호소했다. 협회는 인력 대체나 유연한 비용 집행 여력이 부족한 중소 벤처·스타트업의 특성상 획일적인 근로시간 제한이 핵심 기술 개발 속도를 지연시키는 원인이 된다고 분석했다. 송병준 회장은 “현장의 한 이공계 핵심 인력은 창업 과정에 참여하고 기술을 배우기 위해 대기업 대신 벤처기업을 선택했으나, 규제로 인해 일정 시간 이상 근무하지 못하게 막는 제도적 현실에 어려움을 토로하기도 했다"며 “자율성과 이에 따른 정당한 보상을 전제로, 연구개발 핵심 인력에 한해서는 주52시간제 적용을 예외로 인정하는 특례 규정 도입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 AI·수도권 자금 편중 지적…자사주 소각 상법 개정 우려도 정책 및 민간 자금이 특정 산업 분야와 특정 지역에 집중되면서 발생하는 생태계 내부의 양극화 현상에 대한 지적도 이어졌다. 이용운 벤처기업협회 수석부회장은 “정부 주도의 인공지능(AI) 섹터 투자는 국가 경쟁력 확보 측면에서 타당하지만, 재원과 관심이 AI 분야에만 과도하게 집중되다 보니 제조업, 바이오, 소재·부품·장비(소부장) 등 우량한 전통 혁신 업종들이 상대적으로 투자 심사에서 후순위로 밀리거나 소외되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협회는 투자 재원의 균형 있는 배분을 위한 업종별 분산 기준 마련과 함께, 지방 소재 혁신 벤처기업의 인력난과 투자 부족을 완화하기 위한 지역 전용 매칭 펀드 및 지역 벤처캐피탈(VC) 육성 확대를 건의했다. 또한 주주가치 제고 조치 중 하나로 논의되는 자사주 소각 의무화를 골자로 하는 상법 개정안에 대해서도 우려를 표명했다. 협회는 벤처기업의 경우 자사주를 활용한 전략적 제휴, 주식교환 형태의 M&A, 외부 투자 유치 등이 빈번하게 이루어지므로, 자사주 소각을 획일적으로 의무화하면 성장 재원이 제한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따라 향후 벤처기업법 개정 시 관련 예외 조항을 명문화해 줄 것을 요청했다. 이어 권성택 벤처기업협회 부회장(티오더 대표)은 소상공인 지원 정책과 관련하여 “현재 소상공인 관련 오프라인 데이터들이 파편화되어 있어 현장 소상공인들이 정부의 AI 자금이나 제도적 혜택을 온전히 누리지 못하는 구조적 한계가 있다"며 소상공인 디지털 전환(DX) 및 AI 전환(AX)을 위한 바우처 지원 규모의 확대를 제안했다. ◇ AX브릿지·벤처금융포럼 등 민간 주도 해결책도 벤처기업협회는 정부에 대한 정책 건의 외에 생태계 내부의 자생적 성장을 지원하기 위한 민간 중심의 역점 사업 추진 계획도 밝혔다. 현재 77개 회원사가 참여하고 있는 'AX브릿지위원회'를 총괄하는 이주완 부회장(메가존클라우드 의장)은 “단순한 AI 기술 개발 관점을 넘어 실제 제조, 서비스 등 다양한 산업 현장에 기술을 적용하고 효익을 실현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며 “수요 기업과 공급 기업 간의 가교 역할을 지속 수행해 민간 중심의 산업 전환 플랫폼으로 기능하겠다"고 사업 방향을 설명했다. 이와 함께 협회는 투자업계 및 금융권과의 상시적 협력 체계인 '벤처금융포럼'을 구동하여 민간 자본의 유입 촉진과 회수 시장 선순환 구조 구축을 추진할 계획이다. 송병준 회장은 “벤처기업협회는 현장의 요구사항을 정교한 정책 대안으로 번역해 제시하는 현장 중심의 싱크탱크 역할을 강화하겠다"고 강조했다. 송민규 기자 songmg@ekn.kr

[신간] 33년간 대기업 경영전략 수립한 전문가의 노하우 집대성

기업 경영전략의 이론과 실제를 모두 담아낸 경영전략 전문서적이 출간됐다. 김정민 저자는 총 2권으로 구성된 실전 MBA 교과서와 같은 신간 '핀포인트 전략 코치'(좋은땅출판사)를 출간했다. '핀포인트 전략 코치'는 국내 2개 대기업 그룹에서 33년 동안 경영전략 업무를 수행한 저자가 자신의 경험을 기존의 이론들과 비교해 집대성한 경영전략 전문 서적이다. 저자는 지질학 전공 엔지니어로 커리어를 시작했으나 신규사업 발굴 업무를 맡게 된 계기로 경영전략 분야에 몸담은 독특한 경력의 소유자다. 다섯 차례의 MBA 과정을 거치며 경영전략 이론과 기업의 실제 적용 사이에 상당한 간극이 있음을 느끼게 된 저자는 이 책을 집필하기로 결심했다. 저자는 “기존의 경영전략, 전략경영 같은 관련 서적들이 주로 아카데미아의 관점에서 이론 연구에 더 비중을 두고 있다면, 이 책은 실제 기업에서 전략 이슈들을 풀어가는 방법이 무엇이고 이를 위해 기업의 관점에서 필요하고 유용한 이론들이 무엇인지 그리고 어떻게 활용하면 되는지 해답을 제시한다"고 밝혔다. 그는 “AI가 보고서까지 써주는 시대가 되었지만 실무자들에게 전략 보고서 준비는 여전히 두려움의 대상"이라며 “리더들은 실무자가 내민 보고서를 그냥 믿어야 할지 고심하게 된다. AI를 적극 활용하되 AI가 제시하는 내용의 맥락을 제대로 이해하고 참과 거짓을 판단하기 위해서는 AI를 배제하고 인간의 머리로 상황을 정리하고 분석해 전략을 수립할 줄 아는 역량이 절대 필요하다. 그래야 AI를 판단할 수 있다"고 이 책의 출간 이유를 밝혔다. 이 책은 취업 준비생부터 직장 새내기, 각 조직의 전략 실무자, 중간 관리자, 최고 경영자 등 각 계층이 기초 입문부터 고급 전략 과정까지를 모두 배울 수 있도록 구성돼 있다. 1권에서는 기업 전체, 단위 사업, 업무 기능이라는 3가지 관점에서 전략을 다룬다. 제1장부터 제3장까지는 자본주의 시장경제체제 내 기업의 역할과 다양한 조직 기능에 대한 이해, 중장기 전략 수립 프로세스, 신규 사업 마스터플랜 수립 및 재무적 타당성 분석 방법, M&A 검토, 한계 사업 철수까지 설명한다. 제4장 업무 기능별 전략에서는 마케팅, 상품 개발, 생산 등 사업 기능과 기술 R&D, 품질, 인사, 재무, 리스크 관리 등 지원 기능별 전략을 상세하게 설명한다. 2권은 기업 역량 향상 전략, 기업 경영 위기 시 대응 전략을 비롯해 특히 실무자에게 도움이 되는 전략 보고서 쓰기와 중요한 경영 전략 이론 및 방법론을 소개한다. 제5장은 15년간 경영 전략과 함께 전사 IT 시스템 개발·운영을 책임졌던 저자가 임원으로서의 경험을 토대로 기업들이 어떻게 하면 디지털 혁신 등을 두려움 없이 접근할 수 있는지에 대해 제시한다. 제6장에서는 대형 사고, 도산 등 위기에 처했을 때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지 해법을 제시한다. 제7장은 보고서 쓰기, 전략 담당자의 육성, 컨설팅사 활용 방법 등에 대해 설명한다. 부록에서는 경영전략 이론을 활용하는 요령부터 실제 필요한 방법론, 간과되기 쉬운 이론, 문제점에 비해 유용하다고 알려진 이론 설명 외에 중요한 이론 및 방법론들에 대해서는 바로 공부할 수 있는 요약까지 제공한다. 김철훈 기자 kch0054@ekn.kr

에이치에너지, 전기안전공사 전북본부와 맞손…‘솔라온케어’에 태양광 법정검사 연계

에이치에너지는 한국전기안전공사 전북본부와 '태양광발전설비 AI 관리체계 구축'을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했다고 2일 밝혔다. 이번 협약은 태양광 발전소의 법정검사 정보를 민간 자산관리 플랫폼과 연계해 발전 사업자의 운영 불확실성을 해소하기 위해 마련됐다. 전기사업법에 따라 태양광 발전소는 사용전검사와 정기검사를 의무적으로 이행해야 하지만, 검사 일정이 적시에 전달되지 않아 운영 리스크로 작용하는 경우가 많았다. 이에 따라 한국전기안전공사 전북본부는 관할 지역 발전소의 법정검사를 실시한 후 안전 정보를 에이치에너지에 제공하고, 에이치에너지는 이를 자사 플랫폼에 연계해 사업자에게 전달하기로 했다. 양 측은 전북 권역에서 시범 운영을 거친 뒤 향후 전국 단위로 서비스를 확대할 계획이다. 이번 협약으로 솔라온케어 이용자는 플랫폼 내에서 발전 현황과 장애 진단뿐 아니라 정기검사 일정까지 한 번에 확인할 수 있게 된다. 차기 검사일이 도래하면 앱 내 신청 링크를 통해 직접 검사를 신청하는 기능도 지원된다. 이를 통해 기존 발전소 자산관리에 더해 법정 안전관리까지 원스톱으로 처리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된다. 함일한 에이치에너지 대표는 “태양광 발전소는 20년 이상 장기적으로 수익을 발생시키는 자산인 만큼 설비 관리와 법정 의무 이행이 병행돼야 한다"며 “이번 협력을 통해 전북 지역을 시작으로 전국의 발전 사업자가 플랫폼을 통해 발전소를 안정적으로 운영할 수 있는 환경을 넓혀갈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에이치에너지는 2018년 설립된 재생에너지 플랫폼 기업으로 솔라쉐어, 모햇, 솔라온케어, ESS온케어, 솔라쉐어바로 등 다양한 에너지 관련 플랫폼을 운영 중이다. 인공지능(AI) 에이전트 기술을 활용해 에너지 자산 소유와 거래 확대를 추진하고 있으며 오는 2027년 기업공개(IPO)를 목표로 하고 있다. 송민규 기자 songmg@ekn.kr

“후계자 없는 중소기업 30만개…‘인수창업’ 활성화 지원 절실”

“저도 사려다가 안 됐습니다." 중소기업 인수합병(M&A) 플랫폼 '리스팅'을 운영하는 김재윤 딥서치 대표는 본인이 직접 겪었던 중소기업 인수 시도 실패 경험을 떠올리곤 웃으며 말했다. 김 대표가 인수하려던 매물은 정신과와 연계된 한 청소년 상담센터였다. 매출도 꾸준했고 수익구조도 안정적이었지만 이미 다른 인수자가 먼저 계약을 체결해 인수에 실패했다. 매각 희망자와 인수 희망자간의 정보나 자금이 부족한 상태에서 혼자 힘으로 중소기업을 인수하는 것이 쉽지 않은 일임을 시사했다. 김 대표는 지난 26일 서울 여의도 딥서치 본사에서 본지와 가진 인터뷰에서 자신의 경험을 언급하며 “아무것도 없는 상태에서 시작하는 '맨땅 창업'보다 이미 가동 중인 중소기업을 인수해 경영권을 확보하는 '인수창업(ETA)'이 훨씬 현실적이고 성공률 높은 대안이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현재 국내에는 후계자를 찾지 못해 승계가 필요한 중소기업 매물만 30만 개가 넘는 것으로 추산된다. ◇ 후계자 찾지 못해 승계 필요한 中企 매물만 30만여개 연세대학교 컴퓨터공학과를 졸업한 공학도이자 한국공인회계사(KICPA)인 김 대표는 유수의 IT기업·벤처캐피탈(VC)·회계법인에 근무하다가 2013년 기업 데이터 기반 인공지능(AI) 플랫폼 기업 '딥서치'를 창업했다. 딥서치는 150만개 이상 기업의 내부데이터, 심사보고서, 기업IR자료 등 데이터를 보유한 동시에 자체 검색엔진과 머신러닝 기술을 활용해 고객이 원하는 조건에 맞는 기업을 빠르고 정확하게 찾아주는 통합 플랫폼 기업이다. 빅데이터와 AI 기술을 기반으로 금융·기업 정보를 분석하는 핀테크 기업인 딥서치의 출발점은 김 대표의 과거 벤처캐피탈 심사역 시절 경험에 기반한다. 김 대표는 “과거 모바일 게임 태동기에 투자 의사결정을 내리고 포트폴리오를 구축하는데만 한 두 달씩 걸렸다"며 “시장을 스터디하고 대표를 인터뷰하는 과정에서 투자가 무산되는 경우도 많았는데, 이러한 투자 프로세스를 자동화할 수 있다면 좋겠다는 생각에 딥서치를 창업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딥서치의 핵심 경쟁력은 글로벌 금융 데이터와 기업 정보, 공시, 특허 등 방대한 정형·비정형 데이터를 API(애플리케이션 프로그래밍 인터페이스) 형태로 공급하는 금융 데이터 엔진 '피노르마(Finorma)'다. 현재 국민연금공단, 한국거래소, 카카오뱅크 등 국내 주요 금융 및 공공기관들이 딥서치의 엔진을 자사 서비스와 의사결정에 활용하고 있다. 딥서치는 이 거대한 데이터베이스(DB)를 기반으로 조사·분석을 맡는 '애널리스트', '투자', '평가', 그리고 M&A 전 과정을 담당하는 'M&A 에이전트'까지 총 4종의 금융 전문 AI 에이전트를 구축해 운영 중이다. ◇ 소외된 중소형 M&A 시장 겨냥한 '리스팅' 플랫폼 현재 운영 중인 소규모 M&A 플랫폼 '리스팅(Listing)'은 바로 이 M&A 에이전트 기술에서 파생됐다. 김 대표는 “초기에는 회계법인에 기술을 판매하려 했으나 M&A는 AI가 할 수 없는 영역이라는 반대에 부딪혔다"며 “이후 플랫폼 시장이 활성화된 일본 선례를 보며 기업 정보와 평가 기술을 갖춘 우리가 직접 시장에 뛰어들기로 결심했다"고 회상했다. '리스팅'은 기존 회계법인이나 증권사가 인력 투입 대비 수지타산(ROI)이 맞지 않는다는 이유로 외면해 온 300억원 이하의 중소형 거래를 타깃으로 삼는다. 김 대표는 “기존 회계법인들은 대형 딜 위주로만 운영해도 조직이 돌아가기 때문에 소형 딜은 관심 밖이었다"며 “최근에는 중소규모 M&A 수요가 늘고 있고 AI가 거래 과정의 상당 부분을 처리할 수 있게 되면서 작은 규모의 거래도 가능해졌다"고 설명했다. 현재 리스팅 플랫폼에는 공개·비공개 매물 약 4000개가 등록돼 있으며, 5000여 명의 매수자 간 매칭을 통해 한 달 평균 3건 정도의 거래가 성사되고 있다. ◇ 30여곳 중 단 2곳 거래 성사…시장 확산 가로막는 '자금의 벽' 이처럼 매물과 수요는 충분하지만, 국내 인수창업 시장의 확산을 가로막는 가장 큰 장벽은 '자금 조달 구조'다. 인수창업(ETA·Entrepreneurship Through Acquisition)은 창업자의 자녀 등이 가업을 승계하는 대신 제3자가 기업을 인수해 경영을 이어가는 M&A 방식의 기업승계로, 최근 자녀가 가업승계를 거부해 폐업을 고민하는 고령의 창업자가 증가하고 있는 상황에서 주목받고 있다. 특히 창업희망자(인수희망자)로서는 인수대상 기업의 기존 축적된 기술력과 숙련 인력, 거래망을 그대로 이어받을 수 있어 일반 신규창업보다 생존율을 크게 높일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그러나 고령 창업자들의 인수창업에 대한 인식 부족, 정보 부족, 인수자금 부족 등으로 국내 인수창업은 일본, 미국 등 선진국에 비해 활성화되지 못한 상태다. 김 대표는 “국내 중소기업 인수창업 시장은 여전히 부진한 상태"라며 “지난해에 30~40개 팀을 모아 인수창업 실험을 진행했으나 최종 성사된 것은 단 2건에 불과했고, 실패한 팀은 모두 자금 조달의 벽을 넘지 못했다"고 토로했다. 성공한 2개 팀은 순수 자비로 인수를 진행한 케이스다. 김 대표는 “신용보증기금, 은행 등을 다 돌았지만 모두 담보를 요청했다"며 “해외와 달리 한국 금융권은 피인수 기업의 자산이나 미래 가치를 담보로 인정하는 차입매수(LBO) 구조가 배임 논란 등으로 사실상 불가능해, 여전히 창업자 개인의 신용이나 아파트 등 무리한 담보를 요구하는 관행이 굳어져 있다"고 지적했다. 개인 재산을 얼마나 더 걸 수 있는지에 따라 인수 여부가 갈리는 구조에서는 시장이 커지기 어렵다는 진단이다. ◇ 선진국형 금융 마중물과 실질적 입법 보완 필요 김 대표는 중소기업 인수창업 시장 활성화를 위해 '딜(매물)·자금·지식·기술'의 4대 요소가 결합한 통합 플랫폼과 금융 제도의 대대적인 보완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그는 “일본은 '사업승계지원법'을 통해 흑자 중소기업을 젊은 경영자와 연결하고 있고, 미국은 초기 자금이 부족해도 미래 현금흐름 기반 대출을 전제로 한 '서치펀드' 구조가 정착돼 있다"며 “우리 정부도 펀드 후순위 출자나 보증 형태로 민간 금융의 초기 손실 위험을 흡수해 주는 금융 마중물을 깔아주어야 금융권이 움직일 것"이라고 강조했다. 최근 국회에서 발의된 기업승계 특별법 3건에 대해서는 “시장의 필요성을 인지했다는 점에서 좋은 시작이지만, 제도 논의만으로는 한계가 있다"며 “결국 인센티브 제공이나 대출 이자 지원 같은 실질적인 자금 조달 해결책이 법적으로 명시돼야만 현장에서 워킹할 것"이라고 진단했다. ◇ 인수창업, 청년창업의 새 대안…“청년 일자리·中企 기술 모두 지킬 수 있어" 마지막으로 김 대표는 창업을 준비하는 청년들에게 맨땅에 헤딩하는 방식 대신 우량 중소기업을 이어받는 인수창업을 우선순위에 두고 고민해 볼 것을 권했다. 김재윤 대표는 “인수창업은 후계자 부재로 문을 닫을 위기에 처한 중소기업의 일자리와 축적된 기술, 거래처를 다음 세대로 잇는 장치"라며 “나름의 비즈니스 모델이나 고객 기반을 가지고 안정적으로 승계해 발전시키는 구조를 만드는 것이 앞으로 중소기업 정책과 금융이 풀어야 할 핵심 과제"라고 강조했다. ■ 김재윤 딥서치 대표는 △1981년생 △연세대학교 컴퓨터공학/경영학 졸업 △한국공인회계사(KICPA) △2003~2004년 하모니칼라시스템(개발팀) △2004~2006년 NHN (플랫폼개발팀) △2007~2010년 딜로이트 안진회계법인(공인회계사) △2010~2013년 파트너스인베스트먼트(투자팀) △2013년~ 현재 딥서치(CEO). 송민규 기자 김유진·김혜민 인턴기자 songmg@ekn.kr

다시 도는 ‘권리 밖 노동자 패키지법’ 시계…소상공인 우려 고조

하청·간접고용 노동자의 노동권을 확대한 '노란봉투법'에 뒤이어 플랫폼노동자·프리랜서·특수고용직 등 모든 노무제공자의 노동권을 확대하기 위한 '일하는 사람 기본법'과 '근로자 추정제'의 입법 시계가 다시 돌아가기 시작했다. 김영훈 고용노동부 장관은 지난 27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기자단 차담회에서 '일하는 사람 기본법'과 '근로자 추정제' 등 권리 밖 노동자 보호를 위한 패키지 입법을 오는 9월 정기국회 통과를 목표로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당초 올해 노동절(5월 1일)까지 법제화를 추진했다가 경영계 반발 등에 막혀 중단됐던 입법 논의를 6.3 지방선거 이후 다시 재개하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아울러 노동부는 최근 '플랫폼 노동 실태조사 연구용역'을 발주, 내년부터 플랫폼 노동자 현황을 국가 통계로 발표하기로 했다. 플랫폼 노동자 관련 법제화의 밑받침이 될 기초 통계를 마련하려는 의도인 셈이다. 이밖에 올해 최저임금위원회에서는 택배기사, 배달라이더 등 '도급제 근로자'에 대한 최저임금 적용여부도 처음 논의될 전망이다. 지난 1월 일하는 사람 기본법을 대표발의하고 이어 4월 국회에서 '세계 노동자의 날 기념 시리즈 좌담회'를 주최한 더불어민주당 박홍배 의원은 일하는 사람 기본법 제정이 당초 일정보다 미뤄지긴 했지만 오는 9월 정기국회 또는 그 이전 임시국회를 통해 빠르게 처리할 방침임을 내비쳤다. 현재 국회에는 총 7개의 일하는 사람 기본법안들이 발의돼 있다. 가장 최근인 지난 4월 6일 조국혁신당 신장식 의원이 대표발의한 법안을 보면, 사업자는 일하는 사람과 노무공급계약을 서면으로 작성해야 하고, 정당한 이유 없이 노무공급계약을 해지·변경할 수 없으며, 일하는 사람은 노무제공조건 개선 등을 위해 단체를 결성하거나 가입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 등을 골자로 하고 있다. ◇ 소상공인 “모호한 입법, 과도한 부담·잠재적 범죄자 양산" 반발 근로자 추정제는 다른 사람의 사업을 위해 노무를 제공하는 사람을 근로자로 추정하고, 민사 분쟁시 사용자가 '노동자가 아님'을 입증하게 하는 제도다. 이 제도는 근로기준법 개정을 통해 도입이 추진되며 도입될 경우 특수고용직, 플랫폼노동자, 프리랜서 등이 최저임금, 4대보험, 퇴직금, 주휴수당 등 근로기준법상 혜택을 받게 될 것으로 예상된다. 패키지로 추진되는 일하는 사람 기본법은 근로자 추정제보다 더 포괄적으로 모든 노무제공자의 인간다운 삶을 보장하기 위한 기본법이다. 정부와 여권이 일하는 사람 기본법과 근로자 추정제 입법에 다시 시동을 걸면서 경영계와 소상공인들의 우려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우선, 소상공인들은 사업자에게 과도한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하고 있다. 근로자 추정제가 도입되면 분쟁 발생시 소송비용이나 벌금, 과태료는 물론 수당, 퇴직금, 4대보험료 등 다양한 비용 부담이 발생해 안그래도 경영 한계에 직면해 있는 영세 소상공인들이 적자구조 고착화와 연쇄 파산을 피할 수 없다는 것이다. 지난해 중소벤처기업부가 발표한 소상공인 실태조사에 따르면, 소상공인 한 기업체당 연간 영업이익은 2022년 3100만원에서 2023년 2500만원으로 감소한 반면, 기업체당 부채액은 같은 기간 1억8500만원에서 1억9500만원으로 늘었다. 같은 기간 전국 전통시장 점포 수는 23만2206개에서 22만 6995개로 감소했고, 전통시장 방문고객 수도 19억6000만명에서 16억6000만명으로 대폭 줄었다. 이러한 상황에서 영세 소상공인의 열악한 수익구조에 대한 면밀한 실태조사 없이 법안이 추진된다면 대다수 지역의 소상공인은 연쇄 파산을 피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류필선 소상공인연합회 전문위원은 “프리랜서가 근로자로 인정될 경우 최저임금만 적용해도 월 42만원의 추가 비용이 발생하고, 퇴직금과 4대 보험까지 포함하면 연간 수백만원의 부담으로 이어진다"며 “소상공인 입장에서는 반대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한 PC방 사업주는 “PC방 특성상 주말, 심야 근무가 많아 휴일, 야간 수당에 대한 분쟁이 안 그래도 많은 편"이라며 “초단기 근로자들이 주휴·연차·미지급 수당 및 퇴직금을 요구하기도 한다. 만일 근로자 추정제가 도입된다면 이러한 분쟁이 더욱 심화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소상공인들은 근로자 추정제나 일하는 사람 기본법이 사업자의 정의를 넓게 설정해 실질적인 지휘·감독을 하지 않는 발주자까지 사용자의 의무와 책임을 지우는 것은 소상공인의 재산권을 침해할 뿐 아니라 소상공인을 잠재적 범죄자로 내몰 수 있다고 반발하고 있다. 이 때문에 소상공인업계는 충분한 시간을 갖고 소상공인이 받는 충격을 완화할 보완책을 마련한 후 입법을 추진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일부 법조계는 근로자 추정제로 입증책임의 주체가 전환되면 퇴직금 등을 받으려는 프리랜서 등 노무제공자의 소송이 크게 증가해 기업의 소송 부담이 증가하고 이는 오히려 기업이 일자리를 줄이는 역효과를 가져올 것이라고 지적한다. 정부의 패키지 입법에 노동계도 환영하는 분위기가 아니다. 노동계는 보호 대상 확대의 실효성에 대한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일하는 사람 기본법이 도입되더라도 플랫폼 종사자와 프리랜서 등은 여전히 근로기준법상 '근로자'로 인정되지 않을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지난 4월 국회에서 열린 '특수고용·플랫폼 노동자성 인정 근로기준법 개정 촉구 증언대회'에서 직장갑질119 정현철 사무국장은 “근로자 판단에 관한 명확한 기준을 제도적으로 마련하는 것이 선행돼야 한다"며 “일하는 사람 기본법은 오히려 사각지대를 법적으로 고착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경영계와 노동계 모두의 우려와 반발에도 정부와 정치권은 패키지 입법에 속도를 낼 것으로 보임에 따라 향후 입법 과정에서 제도의 적용 범위와 실효성을 둘러싼 논의도 더욱 거세질 것으로 보인다. 김철훈 기자, 김혜민·김유진 인턴기자 kch0054@ek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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