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 주도” vs “생태계 활성화”…AX 시대 K-스타트업 육성 해법은?

인공지능 대전환(AX) 시대에 올라선 오늘, 미국과 중국의 패권경쟁 속 한국이 인공지능(AI) 3강으로 도약하기 위해선 어느 방향으로 나아가야 할까. 11일 코리아스타트업포럼의 주최로 서울 강남구 씨스퀘어에서 열린 'AXIS 2026 서밋'에 모인 각계 전문가들은 스타트업이 중심에 선 '한국형 AX' 모델로 나아가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대기업 중심의 담론을 초월해 스타트업이 도전과 실패, 성장으로 이어지는 선순환 생태계를 구축하고, 스타트업의 '앙트러프러너십(기업가정신)'을 고취할 수 있는 환경을 마련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날 제1세션 'AI 생태계'를 주제로 연단에 오른 연사들은 한국이 성공적인 AX를 실현하기 위한 방법론을 도출하기 위해 열띤 토론을 펼쳤다. 이날 행사에서 박영선 전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은 AI 스타트업 생태계를 육성하기 위해 국가가 보다 명확한 프로젝트를 수립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우리 AI 생태계의 차별성을 극대화할 수 있는 국가 단위의 업계 지원·육성 프로젝트를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박 전 장관은 “엄밀히 따져보면 대한민국은 AI 반도체 제조 강국이지만, AI 시대를 설계하기 위한 전체적인 능력은 다소 부족하다"며 “생태계를 설계할 수 있는 능력을 키우기 위해선 제대로 된 국가 프로젝트가 필요한데, 국가 프로젝트를 어떻게 선정할지에 대한 문제는 스타트업계와 논의를 통해 면밀한 아젠다(의제) 세팅을 할 필요가 있다"고 짚었다. 우리 스타트업계가 다른 AI 선진국과 비교해 차별화된 특성을 가질 수 있도록 견인하는 것 역시 국가의 책임이라는 게 박 전 장관의 지론이다. 그는 국가가 이 같은 역할을 수행하기 위해 주도적으로 민감 데이터의 '온톨로지(AI 모델이 데이터를 활용할 수 있도록 각 개념과 그 관계를 체계화한 구조)'화를 추진해야 한다고 제시했다. 박 전 장관은 “한국은 국방·재난·의료 등 민감 데이터의 개방성 측면에선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소속 국가 중 최상위권이지만, 이 데이터를 AI가 이해할 수 있도록 활용하는 부분에선 미국 등에 굉장히 뒤쳐지고 있다"고 진단했다. 이어 “K-온톨로지 프로젝트를 가동해 이러한 데이터를 온톨로지화하고, 이를 기반으로 '소버린 AI(국가 단위에서 독립적으로 운영·통제가 가능한 AI)'·'버티컬 AI(특정 산업에 특화된 전문 AI)'를 구축해야 한다"며 “이 같은 프로젝트를 통해 스타트업이 참여·경쟁할 수 있는 생태계를 조성해야 한다"고 말했다. 반면 산업계 일각에선 '소버린 AI'에 대한 회의론과 함께 국내외 유망 인력이 자발적으로 한국에 모여들 수 있는 생태계 구축이 급선무라는 의견도 나왔다. 이날 류중희 리얼월드 대표는 “현재 정부가 추진하는 여러 프로젝트가 대단하고 위대한 것은 분명하지만, 여전히 국가주도 산업 성장의 망령을 벗어던지지 못한 것 같다"고 운을 뗐다. 류 대표가 이끄는 리얼월드는 피지컬 AI 기업으로, 최근 엔비디아와 휴머노이드 로봇 AI의 정밀조작 성능평가 체계·데이터 표준 개발 협력체계를 구축한 유망 스타트업이다. 핵심 인력과 투자자 등이 대부분 한국인으로 구성된 토종 기업이지만, 최근 한국에서 미국으로 본사를 이전(플립)해 국외 창업 기업으로 분류된다. 류 대표는 “리얼월드는 중기부 해석상 국외 창업 기업이지만, 소버린 AI의 관점에서는 미국 정부의 컨트롤을 받을 수 있기 때문에 한국 정부의 지원 대상에서 배제해야 한다"며 “리얼월드가 미국행을 택한 건 한국의 자본시장을 전부 긁어모아도 미국의 파운데이션 모델과 경쟁할 수 없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AI 발전'이라는 거대한 테마가 전 인류의 조별과제로 부상한 지금, 폐쇄성이 짙은 소버린 AI의 개념은 실존하기 어렵다는 게 류 대표의 주장이다. 그는 “이미 개인이건 기업이건 자신이 자리잡을 국가를 선택할 수 있는 현실"이라며 “실리콘밸리와 같이, 인도네시아 출신이건 동유럽 출신이건 기업과 연구자들이 자발적으로 한국을 선택할 수 있는 생태계를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국회에선 AX시대에 맞서는 행정부의 인식에 대한 문제제기와 함께 'AI 수요창출'이라는 국가 차원의 직접적인 역할론도 제기됐다. 이해민 조국혁신당 의원은 “소버린 AI나 AI 3강과 같은 의제를 제시함에 있어 정의부터 명확히 내릴 필요가 있다"며 “어떤 정의를 내리기 위해선 '메트릭(측정 지표)'를 명확히 제시할 수 있어야 하는데, 정부는 그간 정의를 명확히 하기보단 의제를 앞세웠다"고 지적했다. 정부가 단순 의제 설정에 그치지 않고 의제에 대한 명확한 정의를 확보해야만 보다 진정성있는 한국형 AX를 추진할 수 있다는 게 이 의원의 지적이다. 그는 “민간이 해야 할 일을 정부가 할 필요가 없고, 정부가 할 일을 민간이 해서도 안된다"며 “민간이 AX를 위해 공급에 나서고 있는 지금, 정부가 한국을 AI 3강으로 끌어올리기 위해선 주도적으로 AI 수요 창출에 나서야 한다"고도 짚었다. 이 밖에 산업 육성을 위한 정부의 지원이 파편화된만큼, 보다 선별·집중적인 유망 스타트업 육성이 필요하다는 업계 의견도 제시됐다. 이한빈 서울로보틱스 대표는 자사의 주력분야인 자율주행 산업을 예로 들어 이 같은 문제를 제시했다. 서울로보틱스는 지난 2017년 설립된 물류 자율주행 솔루션 기업으로, 그간 BMW·NVIDIA 등과 협업 관계를 구축한 10년차 스타트업이다. 이 대표는 “과거 AI의 핵심 분야였던 자율주행이 산업계에서 입지가 지속적으로 감소하면서 스타트업 대부분이 쇠퇴했고, 서울로보틱스는 이들이 실패한 프로젝트를 이어 수주를 받고 있다"며 “문제를 살펴보니 자율주행 유행 당시 정부의 대규모 투자가 이어지긴 했으나, 이 투자가 지나치게 잘게 쪼개졌다"고 설명했다. 실제 판매가 가능한 제품을 생산하는 단계까지 기업 역량을 끌어올리려면 수백~수천억원 수준의 투자가 필요한데, 정부의 투자가 지나치게 파편화돼 완성도 90% 수준의 이른바 '보여주기식' 제품을 양산하는데 필요한 20억~30억원 규모의 자금 지원에 그치며 산업 육성의 효과가 미미했다는 설명이다. 이 대표는 “AI 시대에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메모리'라는 한정된 분야에서 두각을 드러내며 글로벌 성과를 이끈 것처럼, 자율주행이나 피지컬 AI 등 여러 스타트업 중 잠재적인 글로벌 경쟁력을 지닌 유망 기업을 집중적으로 육성하는 방안도 고민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박주성 기자 wn107@ekn.kr

벤처협, 코스닥 활성화·52시간제 개편 요구…“정부 펀딩 환영하지만 디테일 부족”

벤처기업협회가 10일 서울 여의도 켄싱턴호텔에서 '2026 상반기 기자간담회'를 열고 현 정부의 창업·벤처 정책에 대한 업계 평가와 생태계 활성화를 위한 주요 정책 보완 과제를 발표했다. 협회는 현 정부 출범 1년 동안 추진된 '글로벌 4대 벤처강국' 정책 방향과 벤처금융 확대 및 규제 혁신 기조에 동의하면서도, 자본시장 제도, 노동 규제, 투자 자원 배분 등 세부 영역에서 현장의 특성을 반영한 제도적 보완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 올해 회원사 2만·벤처 4만개 돌파 전망…정부 자금 확대 긍정 평가 벤처기업협회는 이날 간담회에서 정부가 제시한 벤처투자 시장 확대 기조와 재정적 지원에 대해 긍정적인 성과가 나타나고 있다고 진단했다. 올해 중소벤처기업부 예산은 16조5000억원 규모로 확대됐고 중소기업 R&D 예산은 전년 대비 6789억원 증액된 2조1959억원, 모태펀드 출자 규모는 3200억원 늘어난 8200억원으로 편성됐다. 또한 법정기금의 벤처투자 참여 범위가 기존 44개에서 전체 67개로 확대되는 등의 금융 지원책도 추진 중이다. 송병준 벤처기업협회장은 “연간 벤처투자 40조원 조성을 위한 벤처금융 확대와 민관합동 규제합리화추진단 발족 등 시장 유연성을 높이는 정책 기조를 환영한다"며 “이러한 정책적 기반이 실질적인 성과로 연결되기 위해서는 현장의 현실을 반영한 세부 제도의 정교한 설계가 수반돼야 한다"고 말했다. 협회는 이 같은 정책 환경 변화를 바탕으로 올해 내에 △협회 회원사 2만개사 돌파 △벤처천억기업(매출 1000억원 이상) 1000개사 달성 △전체 벤처기업 수 4만개사 돌파라는 세 가지 지표를 달성할 것으로 전망했다. ◇ “인위적 코스닥 세그먼트 분리 반대"…15일 공동 대안 발표 간담회에서는 금융당국이 추진 중인 코스닥 시장 활성화 및 개편 방안에 대한 업계의 세부 의견이 제시됐다. 협회는 자본시장의 체질 개선과 주주가치 제고라는 기본 취지에는 동의하나, 시가총액 등 외형적 기준에 따른 세그먼트 분리, 승강제 도입, 상장폐지 요건 강화 등의 조치가 기술 중심 벤처기업의 자금조달 구조를 위축시킬 수 있다는 의견을 냈다. 임유명 벤처기업협회 혁신정책본부장은 “인위적인 세그먼트 분리에 대해서는 원칙적으로 반대하는 입장"이라며 “만약 분리 조치가 불가피하게 도입된다면 외형이나 시가총액만을 기준으로 우량과 비우량을 임의로 나누어 낙인효과를 유발하는 현행 기준에 대해서는 재고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또한 일시적인 실적 변동이나 기술 개발 주기를 고려하지 않은 상장폐지 기준 적용과 중복상장 규제는 혁신 기업의 스케일업 경로를 제한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협회는 본 사안과 관련해 한국벤처캐피탈협회, 코리아스타트업포럼과 공조하여 오는 15일 공동 정책기자간담회를 개최하고 세부적인 정책 대안을 공식 발표할 계획이다. ◇ “일 배우러 왔는데 규제에 막혀"…R&D 주52시간제 예외 요청 R&D 인력에 대한 근로시간 제도의 경직성 해소 요구도 주요 과제로 다뤄졌다. 협회가 실시한 2025년 벤처기업 애로조사 결과에 따르면, 조사 대상 기업의 42.5%가 주52시간제로 인한 생산성 저하 및 업무 차질을 겪고 있다고 답했으며, 30.1%는 구인난을 포함한 인력 확보 문제를 호소했다. 협회는 인력 대체나 유연한 비용 집행 여력이 부족한 중소 벤처·스타트업의 특성상 획일적인 근로시간 제한이 핵심 기술 개발 속도를 지연시키는 원인이 된다고 분석했다. 송병준 회장은 “현장의 한 이공계 핵심 인력은 창업 과정에 참여하고 기술을 배우기 위해 대기업 대신 벤처기업을 선택했으나, 규제로 인해 일정 시간 이상 근무하지 못하게 막는 제도적 현실에 어려움을 토로하기도 했다"며 “자율성과 이에 따른 정당한 보상을 전제로, 연구개발 핵심 인력에 한해서는 주52시간제 적용을 예외로 인정하는 특례 규정 도입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 AI·수도권 자금 편중 지적…자사주 소각 상법 개정 우려도 정책 및 민간 자금이 특정 산업 분야와 특정 지역에 집중되면서 발생하는 생태계 내부의 양극화 현상에 대한 지적도 이어졌다. 이용운 벤처기업협회 수석부회장은 “정부 주도의 인공지능(AI) 섹터 투자는 국가 경쟁력 확보 측면에서 타당하지만, 재원과 관심이 AI 분야에만 과도하게 집중되다 보니 제조업, 바이오, 소재·부품·장비(소부장) 등 우량한 전통 혁신 업종들이 상대적으로 투자 심사에서 후순위로 밀리거나 소외되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협회는 투자 재원의 균형 있는 배분을 위한 업종별 분산 기준 마련과 함께, 지방 소재 혁신 벤처기업의 인력난과 투자 부족을 완화하기 위한 지역 전용 매칭 펀드 및 지역 벤처캐피탈(VC) 육성 확대를 건의했다. 또한 주주가치 제고 조치 중 하나로 논의되는 자사주 소각 의무화를 골자로 하는 상법 개정안에 대해서도 우려를 표명했다. 협회는 벤처기업의 경우 자사주를 활용한 전략적 제휴, 주식교환 형태의 M&A, 외부 투자 유치 등이 빈번하게 이루어지므로, 자사주 소각을 획일적으로 의무화하면 성장 재원이 제한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따라 향후 벤처기업법 개정 시 관련 예외 조항을 명문화해 줄 것을 요청했다. 이어 권성택 벤처기업협회 부회장(티오더 대표)은 소상공인 지원 정책과 관련하여 “현재 소상공인 관련 오프라인 데이터들이 파편화되어 있어 현장 소상공인들이 정부의 AI 자금이나 제도적 혜택을 온전히 누리지 못하는 구조적 한계가 있다"며 소상공인 디지털 전환(DX) 및 AI 전환(AX)을 위한 바우처 지원 규모의 확대를 제안했다. ◇ AX브릿지·벤처금융포럼 등 민간 주도 해결책도 벤처기업협회는 정부에 대한 정책 건의 외에 생태계 내부의 자생적 성장을 지원하기 위한 민간 중심의 역점 사업 추진 계획도 밝혔다. 현재 77개 회원사가 참여하고 있는 'AX브릿지위원회'를 총괄하는 이주완 부회장(메가존클라우드 의장)은 “단순한 AI 기술 개발 관점을 넘어 실제 제조, 서비스 등 다양한 산업 현장에 기술을 적용하고 효익을 실현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며 “수요 기업과 공급 기업 간의 가교 역할을 지속 수행해 민간 중심의 산업 전환 플랫폼으로 기능하겠다"고 사업 방향을 설명했다. 이와 함께 협회는 투자업계 및 금융권과의 상시적 협력 체계인 '벤처금융포럼'을 구동하여 민간 자본의 유입 촉진과 회수 시장 선순환 구조 구축을 추진할 계획이다. 송병준 회장은 “벤처기업협회는 현장의 요구사항을 정교한 정책 대안으로 번역해 제시하는 현장 중심의 싱크탱크 역할을 강화하겠다"고 강조했다. 송민규 기자 songmg@ekn.kr

[신간] 33년간 대기업 경영전략 수립한 전문가의 노하우 집대성

기업 경영전략의 이론과 실제를 모두 담아낸 경영전략 전문서적이 출간됐다. 김정민 저자는 총 2권으로 구성된 실전 MBA 교과서와 같은 신간 '핀포인트 전략 코치'(좋은땅출판사)를 출간했다. '핀포인트 전략 코치'는 국내 2개 대기업 그룹에서 33년 동안 경영전략 업무를 수행한 저자가 자신의 경험을 기존의 이론들과 비교해 집대성한 경영전략 전문 서적이다. 저자는 지질학 전공 엔지니어로 커리어를 시작했으나 신규사업 발굴 업무를 맡게 된 계기로 경영전략 분야에 몸담은 독특한 경력의 소유자다. 다섯 차례의 MBA 과정을 거치며 경영전략 이론과 기업의 실제 적용 사이에 상당한 간극이 있음을 느끼게 된 저자는 이 책을 집필하기로 결심했다. 저자는 “기존의 경영전략, 전략경영 같은 관련 서적들이 주로 아카데미아의 관점에서 이론 연구에 더 비중을 두고 있다면, 이 책은 실제 기업에서 전략 이슈들을 풀어가는 방법이 무엇이고 이를 위해 기업의 관점에서 필요하고 유용한 이론들이 무엇인지 그리고 어떻게 활용하면 되는지 해답을 제시한다"고 밝혔다. 그는 “AI가 보고서까지 써주는 시대가 되었지만 실무자들에게 전략 보고서 준비는 여전히 두려움의 대상"이라며 “리더들은 실무자가 내민 보고서를 그냥 믿어야 할지 고심하게 된다. AI를 적극 활용하되 AI가 제시하는 내용의 맥락을 제대로 이해하고 참과 거짓을 판단하기 위해서는 AI를 배제하고 인간의 머리로 상황을 정리하고 분석해 전략을 수립할 줄 아는 역량이 절대 필요하다. 그래야 AI를 판단할 수 있다"고 이 책의 출간 이유를 밝혔다. 이 책은 취업 준비생부터 직장 새내기, 각 조직의 전략 실무자, 중간 관리자, 최고 경영자 등 각 계층이 기초 입문부터 고급 전략 과정까지를 모두 배울 수 있도록 구성돼 있다. 1권에서는 기업 전체, 단위 사업, 업무 기능이라는 3가지 관점에서 전략을 다룬다. 제1장부터 제3장까지는 자본주의 시장경제체제 내 기업의 역할과 다양한 조직 기능에 대한 이해, 중장기 전략 수립 프로세스, 신규 사업 마스터플랜 수립 및 재무적 타당성 분석 방법, M&A 검토, 한계 사업 철수까지 설명한다. 제4장 업무 기능별 전략에서는 마케팅, 상품 개발, 생산 등 사업 기능과 기술 R&D, 품질, 인사, 재무, 리스크 관리 등 지원 기능별 전략을 상세하게 설명한다. 2권은 기업 역량 향상 전략, 기업 경영 위기 시 대응 전략을 비롯해 특히 실무자에게 도움이 되는 전략 보고서 쓰기와 중요한 경영 전략 이론 및 방법론을 소개한다. 제5장은 15년간 경영 전략과 함께 전사 IT 시스템 개발·운영을 책임졌던 저자가 임원으로서의 경험을 토대로 기업들이 어떻게 하면 디지털 혁신 등을 두려움 없이 접근할 수 있는지에 대해 제시한다. 제6장에서는 대형 사고, 도산 등 위기에 처했을 때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지 해법을 제시한다. 제7장은 보고서 쓰기, 전략 담당자의 육성, 컨설팅사 활용 방법 등에 대해 설명한다. 부록에서는 경영전략 이론을 활용하는 요령부터 실제 필요한 방법론, 간과되기 쉬운 이론, 문제점에 비해 유용하다고 알려진 이론 설명 외에 중요한 이론 및 방법론들에 대해서는 바로 공부할 수 있는 요약까지 제공한다. 김철훈 기자 kch0054@ekn.kr

에이치에너지, 전기안전공사 전북본부와 맞손…‘솔라온케어’에 태양광 법정검사 연계

에이치에너지는 한국전기안전공사 전북본부와 '태양광발전설비 AI 관리체계 구축'을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했다고 2일 밝혔다. 이번 협약은 태양광 발전소의 법정검사 정보를 민간 자산관리 플랫폼과 연계해 발전 사업자의 운영 불확실성을 해소하기 위해 마련됐다. 전기사업법에 따라 태양광 발전소는 사용전검사와 정기검사를 의무적으로 이행해야 하지만, 검사 일정이 적시에 전달되지 않아 운영 리스크로 작용하는 경우가 많았다. 이에 따라 한국전기안전공사 전북본부는 관할 지역 발전소의 법정검사를 실시한 후 안전 정보를 에이치에너지에 제공하고, 에이치에너지는 이를 자사 플랫폼에 연계해 사업자에게 전달하기로 했다. 양 측은 전북 권역에서 시범 운영을 거친 뒤 향후 전국 단위로 서비스를 확대할 계획이다. 이번 협약으로 솔라온케어 이용자는 플랫폼 내에서 발전 현황과 장애 진단뿐 아니라 정기검사 일정까지 한 번에 확인할 수 있게 된다. 차기 검사일이 도래하면 앱 내 신청 링크를 통해 직접 검사를 신청하는 기능도 지원된다. 이를 통해 기존 발전소 자산관리에 더해 법정 안전관리까지 원스톱으로 처리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된다. 함일한 에이치에너지 대표는 “태양광 발전소는 20년 이상 장기적으로 수익을 발생시키는 자산인 만큼 설비 관리와 법정 의무 이행이 병행돼야 한다"며 “이번 협력을 통해 전북 지역을 시작으로 전국의 발전 사업자가 플랫폼을 통해 발전소를 안정적으로 운영할 수 있는 환경을 넓혀갈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에이치에너지는 2018년 설립된 재생에너지 플랫폼 기업으로 솔라쉐어, 모햇, 솔라온케어, ESS온케어, 솔라쉐어바로 등 다양한 에너지 관련 플랫폼을 운영 중이다. 인공지능(AI) 에이전트 기술을 활용해 에너지 자산 소유와 거래 확대를 추진하고 있으며 오는 2027년 기업공개(IPO)를 목표로 하고 있다. 송민규 기자 songmg@ekn.kr

“후계자 없는 중소기업 30만개…‘인수창업’ 활성화 지원 절실”

“저도 사려다가 안 됐습니다." 중소기업 인수합병(M&A) 플랫폼 '리스팅'을 운영하는 김재윤 딥서치 대표는 본인이 직접 겪었던 중소기업 인수 시도 실패 경험을 떠올리곤 웃으며 말했다. 김 대표가 인수하려던 매물은 정신과와 연계된 한 청소년 상담센터였다. 매출도 꾸준했고 수익구조도 안정적이었지만 이미 다른 인수자가 먼저 계약을 체결해 인수에 실패했다. 매각 희망자와 인수 희망자간의 정보나 자금이 부족한 상태에서 혼자 힘으로 중소기업을 인수하는 것이 쉽지 않은 일임을 시사했다. 김 대표는 지난 26일 서울 여의도 딥서치 본사에서 본지와 가진 인터뷰에서 자신의 경험을 언급하며 “아무것도 없는 상태에서 시작하는 '맨땅 창업'보다 이미 가동 중인 중소기업을 인수해 경영권을 확보하는 '인수창업(ETA)'이 훨씬 현실적이고 성공률 높은 대안이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현재 국내에는 후계자를 찾지 못해 승계가 필요한 중소기업 매물만 30만 개가 넘는 것으로 추산된다. ◇ 후계자 찾지 못해 승계 필요한 中企 매물만 30만여개 연세대학교 컴퓨터공학과를 졸업한 공학도이자 한국공인회계사(KICPA)인 김 대표는 유수의 IT기업·벤처캐피탈(VC)·회계법인에 근무하다가 2013년 기업 데이터 기반 인공지능(AI) 플랫폼 기업 '딥서치'를 창업했다. 딥서치는 150만개 이상 기업의 내부데이터, 심사보고서, 기업IR자료 등 데이터를 보유한 동시에 자체 검색엔진과 머신러닝 기술을 활용해 고객이 원하는 조건에 맞는 기업을 빠르고 정확하게 찾아주는 통합 플랫폼 기업이다. 빅데이터와 AI 기술을 기반으로 금융·기업 정보를 분석하는 핀테크 기업인 딥서치의 출발점은 김 대표의 과거 벤처캐피탈 심사역 시절 경험에 기반한다. 김 대표는 “과거 모바일 게임 태동기에 투자 의사결정을 내리고 포트폴리오를 구축하는데만 한 두 달씩 걸렸다"며 “시장을 스터디하고 대표를 인터뷰하는 과정에서 투자가 무산되는 경우도 많았는데, 이러한 투자 프로세스를 자동화할 수 있다면 좋겠다는 생각에 딥서치를 창업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딥서치의 핵심 경쟁력은 글로벌 금융 데이터와 기업 정보, 공시, 특허 등 방대한 정형·비정형 데이터를 API(애플리케이션 프로그래밍 인터페이스) 형태로 공급하는 금융 데이터 엔진 '피노르마(Finorma)'다. 현재 국민연금공단, 한국거래소, 카카오뱅크 등 국내 주요 금융 및 공공기관들이 딥서치의 엔진을 자사 서비스와 의사결정에 활용하고 있다. 딥서치는 이 거대한 데이터베이스(DB)를 기반으로 조사·분석을 맡는 '애널리스트', '투자', '평가', 그리고 M&A 전 과정을 담당하는 'M&A 에이전트'까지 총 4종의 금융 전문 AI 에이전트를 구축해 운영 중이다. ◇ 소외된 중소형 M&A 시장 겨냥한 '리스팅' 플랫폼 현재 운영 중인 소규모 M&A 플랫폼 '리스팅(Listing)'은 바로 이 M&A 에이전트 기술에서 파생됐다. 김 대표는 “초기에는 회계법인에 기술을 판매하려 했으나 M&A는 AI가 할 수 없는 영역이라는 반대에 부딪혔다"며 “이후 플랫폼 시장이 활성화된 일본 선례를 보며 기업 정보와 평가 기술을 갖춘 우리가 직접 시장에 뛰어들기로 결심했다"고 회상했다. '리스팅'은 기존 회계법인이나 증권사가 인력 투입 대비 수지타산(ROI)이 맞지 않는다는 이유로 외면해 온 300억원 이하의 중소형 거래를 타깃으로 삼는다. 김 대표는 “기존 회계법인들은 대형 딜 위주로만 운영해도 조직이 돌아가기 때문에 소형 딜은 관심 밖이었다"며 “최근에는 중소규모 M&A 수요가 늘고 있고 AI가 거래 과정의 상당 부분을 처리할 수 있게 되면서 작은 규모의 거래도 가능해졌다"고 설명했다. 현재 리스팅 플랫폼에는 공개·비공개 매물 약 4000개가 등록돼 있으며, 5000여 명의 매수자 간 매칭을 통해 한 달 평균 3건 정도의 거래가 성사되고 있다. ◇ 30여곳 중 단 2곳 거래 성사…시장 확산 가로막는 '자금의 벽' 이처럼 매물과 수요는 충분하지만, 국내 인수창업 시장의 확산을 가로막는 가장 큰 장벽은 '자금 조달 구조'다. 인수창업(ETA·Entrepreneurship Through Acquisition)은 창업자의 자녀 등이 가업을 승계하는 대신 제3자가 기업을 인수해 경영을 이어가는 M&A 방식의 기업승계로, 최근 자녀가 가업승계를 거부해 폐업을 고민하는 고령의 창업자가 증가하고 있는 상황에서 주목받고 있다. 특히 창업희망자(인수희망자)로서는 인수대상 기업의 기존 축적된 기술력과 숙련 인력, 거래망을 그대로 이어받을 수 있어 일반 신규창업보다 생존율을 크게 높일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그러나 고령 창업자들의 인수창업에 대한 인식 부족, 정보 부족, 인수자금 부족 등으로 국내 인수창업은 일본, 미국 등 선진국에 비해 활성화되지 못한 상태다. 김 대표는 “국내 중소기업 인수창업 시장은 여전히 부진한 상태"라며 “지난해에 30~40개 팀을 모아 인수창업 실험을 진행했으나 최종 성사된 것은 단 2건에 불과했고, 실패한 팀은 모두 자금 조달의 벽을 넘지 못했다"고 토로했다. 성공한 2개 팀은 순수 자비로 인수를 진행한 케이스다. 김 대표는 “신용보증기금, 은행 등을 다 돌았지만 모두 담보를 요청했다"며 “해외와 달리 한국 금융권은 피인수 기업의 자산이나 미래 가치를 담보로 인정하는 차입매수(LBO) 구조가 배임 논란 등으로 사실상 불가능해, 여전히 창업자 개인의 신용이나 아파트 등 무리한 담보를 요구하는 관행이 굳어져 있다"고 지적했다. 개인 재산을 얼마나 더 걸 수 있는지에 따라 인수 여부가 갈리는 구조에서는 시장이 커지기 어렵다는 진단이다. ◇ 선진국형 금융 마중물과 실질적 입법 보완 필요 김 대표는 중소기업 인수창업 시장 활성화를 위해 '딜(매물)·자금·지식·기술'의 4대 요소가 결합한 통합 플랫폼과 금융 제도의 대대적인 보완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그는 “일본은 '사업승계지원법'을 통해 흑자 중소기업을 젊은 경영자와 연결하고 있고, 미국은 초기 자금이 부족해도 미래 현금흐름 기반 대출을 전제로 한 '서치펀드' 구조가 정착돼 있다"며 “우리 정부도 펀드 후순위 출자나 보증 형태로 민간 금융의 초기 손실 위험을 흡수해 주는 금융 마중물을 깔아주어야 금융권이 움직일 것"이라고 강조했다. 최근 국회에서 발의된 기업승계 특별법 3건에 대해서는 “시장의 필요성을 인지했다는 점에서 좋은 시작이지만, 제도 논의만으로는 한계가 있다"며 “결국 인센티브 제공이나 대출 이자 지원 같은 실질적인 자금 조달 해결책이 법적으로 명시돼야만 현장에서 워킹할 것"이라고 진단했다. ◇ 인수창업, 청년창업의 새 대안…“청년 일자리·中企 기술 모두 지킬 수 있어" 마지막으로 김 대표는 창업을 준비하는 청년들에게 맨땅에 헤딩하는 방식 대신 우량 중소기업을 이어받는 인수창업을 우선순위에 두고 고민해 볼 것을 권했다. 김재윤 대표는 “인수창업은 후계자 부재로 문을 닫을 위기에 처한 중소기업의 일자리와 축적된 기술, 거래처를 다음 세대로 잇는 장치"라며 “나름의 비즈니스 모델이나 고객 기반을 가지고 안정적으로 승계해 발전시키는 구조를 만드는 것이 앞으로 중소기업 정책과 금융이 풀어야 할 핵심 과제"라고 강조했다. ■ 김재윤 딥서치 대표는 △1981년생 △연세대학교 컴퓨터공학/경영학 졸업 △한국공인회계사(KICPA) △2003~2004년 하모니칼라시스템(개발팀) △2004~2006년 NHN (플랫폼개발팀) △2007~2010년 딜로이트 안진회계법인(공인회계사) △2010~2013년 파트너스인베스트먼트(투자팀) △2013년~ 현재 딥서치(CEO). 송민규 기자 김유진·김혜민 인턴기자 songmg@ekn.kr

다시 도는 ‘권리 밖 노동자 패키지법’ 시계…소상공인 우려 고조

하청·간접고용 노동자의 노동권을 확대한 '노란봉투법'에 뒤이어 플랫폼노동자·프리랜서·특수고용직 등 모든 노무제공자의 노동권을 확대하기 위한 '일하는 사람 기본법'과 '근로자 추정제'의 입법 시계가 다시 돌아가기 시작했다. 김영훈 고용노동부 장관은 지난 27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기자단 차담회에서 '일하는 사람 기본법'과 '근로자 추정제' 등 권리 밖 노동자 보호를 위한 패키지 입법을 오는 9월 정기국회 통과를 목표로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당초 올해 노동절(5월 1일)까지 법제화를 추진했다가 경영계 반발 등에 막혀 중단됐던 입법 논의를 6.3 지방선거 이후 다시 재개하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아울러 노동부는 최근 '플랫폼 노동 실태조사 연구용역'을 발주, 내년부터 플랫폼 노동자 현황을 국가 통계로 발표하기로 했다. 플랫폼 노동자 관련 법제화의 밑받침이 될 기초 통계를 마련하려는 의도인 셈이다. 이밖에 올해 최저임금위원회에서는 택배기사, 배달라이더 등 '도급제 근로자'에 대한 최저임금 적용여부도 처음 논의될 전망이다. 지난 1월 일하는 사람 기본법을 대표발의하고 이어 4월 국회에서 '세계 노동자의 날 기념 시리즈 좌담회'를 주최한 더불어민주당 박홍배 의원은 일하는 사람 기본법 제정이 당초 일정보다 미뤄지긴 했지만 오는 9월 정기국회 또는 그 이전 임시국회를 통해 빠르게 처리할 방침임을 내비쳤다. 현재 국회에는 총 7개의 일하는 사람 기본법안들이 발의돼 있다. 가장 최근인 지난 4월 6일 조국혁신당 신장식 의원이 대표발의한 법안을 보면, 사업자는 일하는 사람과 노무공급계약을 서면으로 작성해야 하고, 정당한 이유 없이 노무공급계약을 해지·변경할 수 없으며, 일하는 사람은 노무제공조건 개선 등을 위해 단체를 결성하거나 가입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 등을 골자로 하고 있다. ◇ 소상공인 “모호한 입법, 과도한 부담·잠재적 범죄자 양산" 반발 근로자 추정제는 다른 사람의 사업을 위해 노무를 제공하는 사람을 근로자로 추정하고, 민사 분쟁시 사용자가 '노동자가 아님'을 입증하게 하는 제도다. 이 제도는 근로기준법 개정을 통해 도입이 추진되며 도입될 경우 특수고용직, 플랫폼노동자, 프리랜서 등이 최저임금, 4대보험, 퇴직금, 주휴수당 등 근로기준법상 혜택을 받게 될 것으로 예상된다. 패키지로 추진되는 일하는 사람 기본법은 근로자 추정제보다 더 포괄적으로 모든 노무제공자의 인간다운 삶을 보장하기 위한 기본법이다. 정부와 여권이 일하는 사람 기본법과 근로자 추정제 입법에 다시 시동을 걸면서 경영계와 소상공인들의 우려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우선, 소상공인들은 사업자에게 과도한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하고 있다. 근로자 추정제가 도입되면 분쟁 발생시 소송비용이나 벌금, 과태료는 물론 수당, 퇴직금, 4대보험료 등 다양한 비용 부담이 발생해 안그래도 경영 한계에 직면해 있는 영세 소상공인들이 적자구조 고착화와 연쇄 파산을 피할 수 없다는 것이다. 지난해 중소벤처기업부가 발표한 소상공인 실태조사에 따르면, 소상공인 한 기업체당 연간 영업이익은 2022년 3100만원에서 2023년 2500만원으로 감소한 반면, 기업체당 부채액은 같은 기간 1억8500만원에서 1억9500만원으로 늘었다. 같은 기간 전국 전통시장 점포 수는 23만2206개에서 22만 6995개로 감소했고, 전통시장 방문고객 수도 19억6000만명에서 16억6000만명으로 대폭 줄었다. 이러한 상황에서 영세 소상공인의 열악한 수익구조에 대한 면밀한 실태조사 없이 법안이 추진된다면 대다수 지역의 소상공인은 연쇄 파산을 피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류필선 소상공인연합회 전문위원은 “프리랜서가 근로자로 인정될 경우 최저임금만 적용해도 월 42만원의 추가 비용이 발생하고, 퇴직금과 4대 보험까지 포함하면 연간 수백만원의 부담으로 이어진다"며 “소상공인 입장에서는 반대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한 PC방 사업주는 “PC방 특성상 주말, 심야 근무가 많아 휴일, 야간 수당에 대한 분쟁이 안 그래도 많은 편"이라며 “초단기 근로자들이 주휴·연차·미지급 수당 및 퇴직금을 요구하기도 한다. 만일 근로자 추정제가 도입된다면 이러한 분쟁이 더욱 심화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소상공인들은 근로자 추정제나 일하는 사람 기본법이 사업자의 정의를 넓게 설정해 실질적인 지휘·감독을 하지 않는 발주자까지 사용자의 의무와 책임을 지우는 것은 소상공인의 재산권을 침해할 뿐 아니라 소상공인을 잠재적 범죄자로 내몰 수 있다고 반발하고 있다. 이 때문에 소상공인업계는 충분한 시간을 갖고 소상공인이 받는 충격을 완화할 보완책을 마련한 후 입법을 추진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일부 법조계는 근로자 추정제로 입증책임의 주체가 전환되면 퇴직금 등을 받으려는 프리랜서 등 노무제공자의 소송이 크게 증가해 기업의 소송 부담이 증가하고 이는 오히려 기업이 일자리를 줄이는 역효과를 가져올 것이라고 지적한다. 정부의 패키지 입법에 노동계도 환영하는 분위기가 아니다. 노동계는 보호 대상 확대의 실효성에 대한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일하는 사람 기본법이 도입되더라도 플랫폼 종사자와 프리랜서 등은 여전히 근로기준법상 '근로자'로 인정되지 않을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지난 4월 국회에서 열린 '특수고용·플랫폼 노동자성 인정 근로기준법 개정 촉구 증언대회'에서 직장갑질119 정현철 사무국장은 “근로자 판단에 관한 명확한 기준을 제도적으로 마련하는 것이 선행돼야 한다"며 “일하는 사람 기본법은 오히려 사각지대를 법적으로 고착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경영계와 노동계 모두의 우려와 반발에도 정부와 정치권은 패키지 입법에 속도를 낼 것으로 보임에 따라 향후 입법 과정에서 제도의 적용 범위와 실효성을 둘러싼 논의도 더욱 거세질 것으로 보인다. 김철훈 기자, 김혜민·김유진 인턴기자 kch0054@ekn.kr

중소기업 6월 경기전망 일제히 반등… 제조업·비제조업 동반 상승

중소기업중앙회는 지난 12일부터 18일까지 3061개 중소기업을 대상으로 실시한 '2026년 6월 중소기업 경기전망조사' 결과를 경기전망지수가 2%포인트(p) 상승했다고 29일 밝혔다. 조사 결과에 따르면 6월 업황전망 경기전망지수(SBHI)는 79.6으로 전월대비 2.0p 상승했다. 이는 전년 동월(75.0) 대비로도 4.6p 상승한 수치다. 업종별로는 제조업과 비제조업 모두 전망이 개선됐다. 제조업의 6월 경기전망은 전월대비 3.8p 상승한 82.3을 기록했으며, 전년 동월(79.8)과 비교해 2.5p 올랐다. 비제조업은 전월대비 1.1p 상승한 78.4로 나타났다. 제조업 내에서는 고무제품 및 플라스틱제품(12.7p↑), 전자부품·컴퓨터·영상·음향 및 통신장비(10.8p↑) 등 16개 업종이 상승한 반면, 인쇄 및 기록매체복제업(7.1p↓) 등 7개 업종은 하락했다. 비제조업에서는 건설업(2.9p↑)과 서비스업(0.8p↑)이 모두 전월대비 올랐다. 서비스업 중에서는 교육서비스업(6.2p↑)을 포함한 7개 업종이 올랐고, 예술·스포츠 및 여가 관련 서비스업(9.3p↓) 등 3개 업종은 떨어졌다. 전산업 항목별 전망을 보면 수출(4.0p↑), 영업이익(1.4p↑), 내수판매(0.1p↑)는 전월대비 상승한 반면 자금사정(0.1p↓)은 하락했다. 고용전망은 96.7에서 96.6으로 전월대비 소폭 개선될 것으로 나타났다. 중소기업들의 주요 경영상 애로요인(복수응답)으로는 매출 부진(50.8%)이 가장 높았고, 원자재 가격상승(48.4%), 업체간 경쟁심화(30.3%), 인건비 상승(24.7%)이 뒤를 이었다. 한편 2026년 4월 기준 중소제조업 평균가동률은 75.5%로 전월대비 0.1%p 상승했다. 이는 전년 동월(70.7%) 대비 4.8%p 상승한 수준이다. 기업규모별로는 소기업과 중기업이 전월대비 각각 0.2%p씩 상승해 71.2%, 78.1%를 기록했다. 기업유형별로는 일반 제조업이 전월대비 0.6%p 상승한 75.7%를 기록한 반면, 혁신형 제조업은 0.9%p 하락한 75.0%로 집계됐다. 송민규 기자 songmg@ekn.kr

‘제자리걸음’ 기후테크, 특별법 ‘승부수’…“대기업 품고 스타트업 깨운다” [창간기획]

기후위기에 대응하기 위한 핵심 산업으로 '기후테크' 산업이 떠오르면서 신속한 혁신이 가능한 기후테크 스타트업을 육성하려는 논의가 본격화되고 있다. 기후에너지환경부는 올해 주요업무 추진계획 중 하나로 '기후테크 육성 특별법(가칭)' 제정을 제시했다. 이어 지난 3월에는 중소벤처기업부와 함께 정부·공공기관·기업간 상시 소통창구인 '기후테크 혁신 연합'도 출범시켰다. 올해 하반기 제정을 목표로 하는 기후테크 육성 특별법은 이재명 정부의 123대 국정과제 중 하나로, 특별법 제정을 통해 그동안 지지부진했던 기후테크 스타트업 육성의 법적 기반을 확고히 마련하고, 각종 규제 샌드박스 및 금융 지원을 통해 기후테크 연구개발(R&D) 및 산업화를 집중 지원할 방침이다. 특히 정부가 추진하는 기후테크 육성 특별법은 벤처·스타트업 뿐만 아니라 대·중견기업도 지원 대상에 포함하는 것이 특징이다. 대규모 인프라를 필요로 하는 기후·에너지 분야 특성상 기후테크가 하나의 산업 생태계로 발전하기 위해서는 대·중·소기업이 협업관계를 구축해야 함을 인식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 기후테크 스타트업, 관심·지원 비해 성장 '지지부진' 기후테크는 기후(Climate)와 기술(Technology)의 합성어로, 온실가스 감축과 기후변화 대응에 필요한 기술과 산업 전반을 뜻한다. 2050탄소중립녹색성장위원회(현 국가기후위기대응위원회)가 분류한 기후테크 분야는 크게 5가지로 △재생에너지·친환경 에너지 솔루션을 다루는 '클린테크' △탄소포집·저장(CCUS) 등 탄소 저감 기술 중심의 '카본테크' △자원순환·업사이클링 분야의 '에코테크' △저탄소 식품 생산과 대체식품 기술을 포함한 '푸드테크' △기후 데이터·탄소 모니터링·기상정보 활용 산업인 '지오테크'가 이에 해당한다. 그동안 국내 기후테크 산업은 정책적 관심과 지원에 비해 산업으로서의 성장은 지지부진했다. 이는 개별 스타트업에 대한 일회성 지원 위주의 육성 정책을 비롯해 국내 법체계 미비, 정보 및 투자 부족, 대기업·공기업 중심의 산업구조 등이 주된 요인으로 꼽힌다. 특히 우리나라는 기존 탄소감축 산업이 정부와 공기업·대기업 중심으로 형성되면서 이미 구축된 사업 관계 위주로 시장이 운영돼 왔고, 이로 인해 새로운 기술이나 사업 모델을 가진 스타트업이 시장에 진입하기 어려운 환경이 만들어졌다. 기후테크 전문매체 그리니엄에 따르면, 전 세계 기후테크 유니콘 기업(기업 가치가 10억 달러를 넘는 비상장 기업)은 2024년 1월 현재 총 54개로, 이 가운데 미국 기업이 25개, 중국 기업이 19개로 두 나라 비중이 80%를 넘는다. 나머지도 독일, 프랑스, 영국, 아일랜드, 스위스, 캐나다, 이스라엘 등 소수 국가에 국한돼 있다. 일례로 스위스에 본사를 둔 기후테크 스타트업 클라임웍스(Climeworks)는 2009년 창업 이래 누적 1조원 이상의 투자금을 유치한 유니콘 기업이면서 동시에 직접 공기중 이산화탄소를 포집해 제거하는 탄소 감축 기술(DAC·직접공기포집기술)을 보유한 기업으로, 아직 공기중 이산화탄소 제거 기술이 대규모 상업성이나 경제성은 검증 중인 단계라 할 수 있지만, 공기중 이산화탄소를 직접 포집해 지하에 돌처럼 반영구적으로 매립하는 기술을 상용화하고 있다는 점에서 대표적인 기후테크 유니콘 기업으로 꼽힌다. 반면 우리나라는 기후테크 분야에서는 아직 유니콘 기업 없이 예비유니콘 기업만 존재하는 수준이다. 일례로 국내 폐기물 재활용 기술 스타트업 수퍼빈은 인공지능(AI) 선별기술이 탑재된 무인회수기를 통해 시민이 배출한 투명 페트(PET)병을 수거하고 분리 운송해 자체 공장에서 고품질 재활용 페트(r-PET) 재생원료를 만드는 기업으로, 2015년 설립돼 현재까지 누적 2000억원 가량의 투자유치에 성공한 국내 기후테크 분야 대표적 예비 유니콘 후보 기업이지만, 아직 유니콘 기업 단계에는 이르지 못하고 있다. 우리나라 기후테크 산업은 특정 기업과 기술에 편중된 점도 문제점으로 지적된다. 2024년 한국은행 보고서에 따르면 기후테크 관련 특허의 절반 이상이 2차전지·전기차·재생에너지·정보통신기술 등 4개 기술 분야에 집중돼 있다. 반면, 화학·정유·철강 등 탄소 다배출산업의 탄소저감기술이나 탄소 포집·활용·저장 기술 등 핵심유망기술에서는 특허 실적이 부진했다. 더욱이 2차전지·전기차·재생에너지 등 주력 기술 분야에서도 대부분의 질적 특허평가지표가 10대 선도국(특허출원건수 상위국) 중 하위권에 머물렀다. 무엇보다 국내 기후테크 스타트업은 자생력이 부족한 상태다. 현재 많은 기후테크 스타트업들은 자생적인 매출보다는 정부의 보조금 및 탄소감축 규제에 의존하고 있다. 산업연구원이 지난해 6월 발표한 '기후테크 스타트업의 현황과 정책적 시사점' 보고서에 따르면, 국내 기후테크 스타트업은 정부의 기술개발 보조금 및 정책금융 의존도가 60%를 웃도는 반면, 세제 혜택이나 민간투자는 미미한 수준에 머물고 있다. ◇ 산업 전망 여전히 밝아…스타트업이 기술 혁신 중심 돼야 그러나 기후테크 산업의 전망은 여전히 밝다. 시장조사기관 그랜드 뷰 리서치(Grand View Research)에 따르면 2024년 231억달러(약 31조3468억원) 규모였던 글로벌 그린테크 및 지속가능성 시장은 올해부터 2030년까지 연평균 23.1%의 성장률(CAGR)을 기록해 2030년 796억5000만달러(약 108조1802억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금융시장 역시 기후테크 산업에 주목하고 있다. 네덜란드의 스타트업 대상 데이터베이스 제공업체 '딜룸(Dealroom)'에 따르면, 기후테크에 대한 글로벌 모험자본(VC) 투자 규모는 2015년 87억 달러(약 13조원)에서 2023년 498억 달러(약 75조원)로 4.7배 증가했다. 전 세계 450여개 금융기관이 참여하는 탄소중립 금융 연합체 '글래스고 넷제로 금융연맹(GFANZ)'은 2050년 탄소중립 달성을 위해 약 100조달러 규모의 자금을 조달할 계획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우리나라가 글로벌 기후테크 시장에서 주도권을 갖기 위해서는 빠르고 과감한 혁신이 가능한 스타트업 육성에 힘을 쏟아야 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조언이다. 지금까지 다양한 기후대응 기술이 개발돼 왔지만 실제 상업화에 도달한 기술은 많지 않고 대표적 기술인 태양광이나 전기차 배터리 기술도 상용화까지 수십년이 걸렸는데 탄소중립 달성 목표시점인 2050년까지 남은 기간이 30년도 안되는 만큼 기후테크 기술개발과 상용화 속도가 지금까지의 속도를 뛰어넘기 위해서는 혁신적인 아이디어와 기술력을 갖추고 시장 변화에 유연하게 대응할 수 있는 스타트업 육성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것이다. 선용욱 중소벤처기업연구원 부연구위원은 “스타트업은 대기업에 비해 내부 자원은 부족하지만 상대적으로 작은 조직 규모를 기반으로 시장 변화에 기민하게 대응할 수 있다"며 “특히 기후테크 스타트업의 육성은 기존 중소기업의 친환경 전환(GX)을 촉진할 기술·설비 공급기업의 성장으로도 이어질 수 있다"고 강조했다. ◇ 기후테크 스타트업 기구 '그린테크얼라이언스' 출범…“스타트업 목소리 모을 것" 전문가들은 기후테크 스타트업 육성을 위해서는 민간 투자 확대와 정부의 종합적 지원 정책이 함께 이뤄져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단순한 보조금 지원을 넘어 투자·기술·제도 개선이 유기적으로 연결된 산업 생태계 조성이 필요하다는 설명이다. 먼저 민간 투자 확대를 위해서는 재무적 성과뿐 아니라 기업의 '기후가치평가' 체계 마련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한국에너지기술평가원 기후테크육성실 관계자는 “민간 기업과 투자기관 입장에서는 어떤 기업에 투자해야 할지 판단할 기준이 명확하지 않다"며 “기후테크 기술이 실제 온실가스 감축에 얼마나 도움이 되는지를 평가할 수 있는 전문적이고 공신력 있는 체계 마련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기후가치평가는 기업이 보유한 기술이 실제 탄소 감축과 기후위기 대응에 어느 정도 기여할 수 있는지를 전문적이고 공신력 있게 평가하는 제도를 의미한다. 현재 투자 시장에서는 기술의 환경적 효과를 객관적으로 판단할 기준이 부족해 투자 유치에 어려움을 겪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 이 관계자의 설명이다. 이런 의미에서 기후부가 추진하는 기후테크 육성 특별법이 주목된다. 현재 추진 중인 특별법에는 기후가치평가 체계 구축과 기술·금융·규제 지원 방안이 포함될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는 관련 법과 정책이 본격 시행될 경우 기후테크 스타트업에 대한 민간 투자 확대와 함께 산업 전반의 탄소중립 전환 역시 속도를 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그동안 분산돼 있던 기후테크 스타트업의 목소리를 모을 수 있는 기구가 출범한 것도 고무적이다. 국내 27개 기후테크 스타트업으로 구성된 '그린테크얼라이언스'는 지난 4월 기후부 인가를 받고 공식 출범했다. 폐기물 수거서비스 '업박스'를 운영하는 스타트업 '리코'의 김근호 대표가 초대 회장을 맡았다. 그린테크얼라이언스는 앞으로 회원사들의 목소리를 모아 정부와 대기업 등에 전달하는 한편 기후테크 산업이 직면한 제도적·기술적 장벽을 개선하기 위해 적극적인 정책 제언 활동을 할 것임을 다짐했다. 김근호 회장은 “기후테크 스타트업들이 가장 바라는 과제는 네거티브 규제로의 전환"이라며 “기후·환경 분야에는 대기업·공기업이 주도권을 갖고 있는 만큼 스타트업들의 결집된 목소리를 전달해 대기업·공기업과 스타트업의 상생을 모색하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김철훈 기자, 김혜민·김유진 인턴기자 kch0054@ekn.kr

소모적 보조금 줄이고 선진국 ‘인수창업’ 벤치마킹 해야 [창간기획]

해외 주요 선진국은 중소기업 인수창업을 활성화하고 은퇴를 앞둔 고령 창업자의 '흑자 폐업'을 막기 위해 어떤 제도를 활용하고 있을까. 정부 주도의 강력한 지원책으로 가시적인 성공을 거둔 대표적 국가는 일본이다. 일본 정부는 지난 2008년 '경영승계원활화법' 제정 이후 전국 47개 광역자치단체에 '사업승계·인수지원센터'를 구축했다. 이를 통해 자산과 기술력을 갖추고도 후계자가 없던 수많은 '흑자 노포'들을 젊은 창업가들과 연결하는데 기여했다. 대표적인 사례로 100년이 넘는 역사를 지닌 니가타현의 사케 양조회사 '이마요츠카사 주조회사'(今代司酒造株式会社)가 IT 벤처 출신 창업가에게 인수된 사례를 꼽을 수 있다. 장인의 감에 의존하던 사케 발효 공정에 'IoT 온도 센서' 데이터를 도입하고 글로벌 직구망을 구축해 프리미엄 브랜드로 부활하는 등 성공적인 인수창업 스토리를 만들었다. 일본 정부가 제공하는 파격적인 세제 혜택도 성공의 기폭제가 됐다. 제3자 인수를 추진하는 창업자가 피인수 기업의 주식을 취득할 때 취득 금액의 최대 100%를 세법상 비용으로 인정해 초기 부담을 원천적으로 차단했다. 또한 M&A 실사 비용(최대 600만 엔)과 인수 후 디지털전환(DX) 설비투자 보조금(최대 800만 엔)을 직접 지원하며, 위험을 낮춘 청년들이 기존 기업의 무형 신용과 인허가권을 레버리지(Leverage)해 신속하게 기업가치(Value-up)를 끌어올리는 상생 모델을 완성했다. 즉, 청년이 낡은 기업을 살 때 발생하는 금액을 '지출 비용'으로 전액 인정해, 첫 세금 부담을 줄여주는 것이 핵심 원리다. 이와 더불어 기업의 가치를 알아보는 실사 비용은 물론, 인수 후 공장이나 인터넷 쇼핑몰 등을 구축하는 비용까지 국가에서 현금으로 지원하는 구조다. 자비를 크게 들이지 않고도 기존 기업이 가진 '단골'과 '은행 신용'을 발판 삼아 청년 창업가가 사업을 시작할 수 있도록 정부가 적극 지원해 주는 셈이다. 한편, 미국은 민간 금융 기법을 결합한 '서치펀드(Search Fund)' 모델로 성공을 거둔 경우라고 할 수 있다. 명문 경영대학원(MBA) 출신의 젊은 인재(서처, 인수희망자)가 우량 기업을 발굴하겠다고 나서면 투자자들이 1단계로 활동비를 지원하고, 실제 중소기업을 찾아내면 2단계로 본격적인 인수 자금을 투자하는 방식이다. 즉, 서치펀드는 '돈 없는 청년 인재'가 투자자의 자금과 정부 보증을 지렛대 삼아 검증된 알짜 기업을 인수해 CEO로 거듭나는 구조다. 대표적인 사례로 미국 매사추세츠주에서 가업 승계가 막힌 낙후된 에그카턴스(달걀 포장재) 제조 중소기업을 인수해 활성화한 사라 무어(Sarah Moore)가 있다. 무일푼의 하버드대생이던 사라 무어는 서치펀드를 통해 중소기업 '에그카턴스(EggCartons)'를 인수한 취임 직후부터 아날로그 공정을 디지털화하고 B2B 유통채널을 변화해 수십억원대 매출을 올리는 기업가로 거듭났다. 일본과 미국 등 선진국들이 입증한 중소기업 인수창업의 성공 방식은 최고경영자 고령화와 지방 뿌리산업 공동화 위기를 동시에 맞이한 한국에 방향성을 제시한다. 전문가들은 단순히 부실기업이나 폐업 자영업자에게 단발성 보조금을 쥐여주는 소모적 지원 정책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강조한다. 우수한 산업 유산이 청년들의 혁신적인 역량과 결합해 국가적 자산으로 영속될 수 있도록, 일본의 제도적 인센티브와 미국의 선진 인수금융 등을 참고해 '한국형 인수창업 생태계'를 서둘러 구축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김철훈 기자, 김유진 인턴기자 kch0054@ekn.kr

“일감 넘치는데 문 닫습니다”…‘흑자 폐업’ 중소기업, ‘인수창업’이 살린다 [창간기획]

“돈이 없어서 폐업하는 거라면 억울하지라도 않죠. 일감은 넘치고 통장엔 돈이 들어오는데, 가업을 넘겨받을 사람이 단 한 명도 없습니다." 30년 넘게 식자재 유통업체를 운영해 온 A대표(68)는 최근 폐업 고민에 밤잠을 설친다. 매년 수억 원의 영업이익을 내는 소위 '알짜 기업'임에도 말이다. 자녀는 외국에서 전문직으로 자리 잡아 가업을 승계받을 생각이 없기 때문이다. A대표의 고민은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사회적 현상으로 번지고 있다는데 심각성이 있다. 중소벤처기업진흥공단에 따르면, 경영자의 고령화로 승계 위기에 처한 중소기업은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주목할 부분은 해당 기업들이 수익을 내지 못해 문을 닫는 '적자 도산' 형태가 아닌 '흑자 폐업'이라는 점이다. ◇ 후계자 없어 폐업 위기 몰린 중소 제조기업 5만6천곳 중소기업중앙회 중소기업실태조사에 따르면 중소제조업 경영자의 평균 연령은 2014년 52.2세에서 2024년 57.8세로 증가했다. 10년 사이 평균 연령이 5세 이상 높아진 것으로, 현재 추세라면 조만간 평균 연령 60세를 넘어설 전망이다. 2025년 12월 정부가 발표한 '중소기업 인수합병 및 승계 보고서'에 따르면 60세 이상 중소기업 중 28.6%가 후계자가 없는 것으로 추정됐다. 문제는 고령화 속도에 비해 승계 준비는 더디다는 점이다. 과거에는 자녀에게 회사를 물려주는 친족승계 방식이 일반적이었지만, 저출생과 가치관 변화 등으로 가업 승계를 이어갈 후계자를 찾지 못하는 사례가 늘어나고 있다. 중소기업벤처부에 따르면 60세 이상 CEO가 운영하는 중소기업은 약 236만개사(2022년 기준)로, 이 가운데 28.6%인 67만 5000개사가 마땅한 후계자를 찾지 못해 지속적인 경영을 담보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제조업으로 범위를 좁히면 2024년 11월 기준 후계자 부재로 지속 경영이 불투명한 제조 중소기업은 5만6000개에 달했다. 특히 폐업 위기에 놓인 중소기업 중 83%인 약 4만6000여 개사는 서울 경기 외 지방에 분포돼 있다. 창업 희망자 등에 의한 인수창업이 좌절돼 지방 기업들이 무더기 폐업할 경우, 향후 10년간 총 794조원에 달하는 매출이 감소해 지역 GDP에 타격을 줄 것으로 보인다. 단순히 기업 몇 곳이 문을 닫는 수준이 아니라 지역 산업 생태계와 일자리 기반 자체가 흔들릴 수 있다는 의미다. ◇ 인수창업, 중소기업 승계·청년창업 활성화·지역경제활성화 1석 3조 이 같은 상황에서 대안으로 떠오르는 것이 '중소기업 인수창업(ETA·Entrepreneurship Through Acquisition)'이다. 제3자가 기업을 인수해 경영을 이어가는 M&A 방식의 기업승계로, 기존 기업을 유지한 채 경영권만 넘기는 방식인 만큼, 축적된 기술력과 숙련 인력, 거래망을 그대로 이어갈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특히 최근에는 중소기업의 폐업을 막으면서도 새로운 창업을 촉진할 수 있는 모델로 주목받고 있다. 중소기업 인수창업은 신규 창업보다 생존율이 2배 가까이 높다는 점도 인수창업이 주목받는 이유다. 2026년 발표된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국내 일반 창업기업의 5년간 생존율은 약 33.8~36.4%에 불과하다. 반면 기반이 잡힌 기존 사업을 승계받아 시작하는 인수창업의 5년 기준 생존율은 73.3% 이상으로 신규 창업 대비 2배가 넘는 안정성을 보였다. 인수창업은 폐업으로 인한 대거 실직 등 일자리 문제도 방지할 수 있다. 정부 역시 M&A를 활용한 기업승계를 제도적으로 뒷받침하기 위한 움직임에 나서고 있다. 특히 기존 친족 중심의 승계 정책에서 벗어나 제3자 승계까지 정책 범위를 확대하려는 점이 핵심으로 꼽힌다. 중소벤처기업부는 기업승계 정책 범주를 기존 친족승계 중심에서 M&A를 통한 제3자 승계까지 확장해 두 가지 승계 유형을 모두 포괄하는 법적 체계를 마련하는 특별법 제정을 추진하고 있다. 또한 기업승계 과정에서 발생하는 정보 비대칭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기업승계 M&A 중개 플랫폼을 구축·운영하고, 상법상 M&A 주요 절차 요건을 완화하는 특례를 신설해 보다 기업승계 친화적인 환경을 조성하겠다는 계획도 포함됐다. 국회 차원의 입법 논의도 활발하다. 지난해 12월 김원이 의원이 '인수·합병 등을 통한 중소기업 승계 촉진에 관한 특별법안'을 대표 발의한 데 이어, 김동아 의원이 '중소기업 기업승계 촉진에 관한 특별법안'을, 이철규 의원이 '기업경영의 계속성 강화를 위한 기업승계 지원 특별법안'을 각각 발의했다. 이들 3개 특별법안은 공통적으로 중소기업의 지속가능성과 고용 안정성을 높여 국민경제에 기여하겠다는 취지를 담고 있다. 구체적으로는 △기업승계 촉진 기본계획의 5년 단위 수립 △조세 감면 및 상법상 합병 절차 특례 마련 △기업승계 중개업자의 등록·관리 제도 도입 등의 내용이 포함됐다. 김원이 의원실 관계자는 “현재 법안이 상정된 상태이며 관련 토론회도 한 차례 진행했다"며 “발의는 완료됐지만 현재 6.3 지방선거로 인해 구체적으로 정해진 일정은 없는 상황이다. 입법 시점은 올해 하반기로 예상하는 것이 좋을 것 같다"고 말했다. 김철훈 기자, 김유진·김혜민 인턴기자 kch0054@ek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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