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LG에너지솔루션(엔솔)이 배터리 시장 한파에도 2분기 의미있는 실적을 거뒀다. 상승세에 올라탄 LG엔솔은 미래성장전략으로 '네트워크 다변화'를 준비하고 있다. 15일 업계에 따르면, LG엔솔은 2분기 매출 5조5654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9.7% 감소했으나, 영업이익은 4922억원으로 152%나 급증했다. 미국 IRA(인플레이션 감축법) 세액공제(AMPC) 보조금 4908억원을 제외해도 14억원의 흑자를 기록하며, 6분기 만에 실질 영업 흑자 전환에 성공했다. 업계 관계자는 LG엔솔의 실적에 대해 “유럽 완성차 업체들의 재고 조정, 중국 ESS(에너지저장장치) 생산지 조정 등으로 인한 매출 감소 압박에도 불구하고, 공급망 유연성 강화와 생산지 다변화, 원가 절감 등 전략적 대응이 실적 방어에 주효했다"고 평가했다. LG엔솔은 유럽·중국 등 특정 지역에 집중된 생산 구조를 분산하고, 북미·동남아 등 다양한 거점으로 생산 라인을 확대했다. 현지 생산 비중을 늘리고, 주요 고객사와의 협력을 강화해 공급 안정성을 확보했다. 자동화, 공정 효율화, 공급망 최적화 등으로 원가 경쟁력도 강화했다. 이러한 유연성은 글로벌 시장 변동성에 효과적으로 대응하며, 단기 실적 방어를 넘어 장기 성장 기반을 다지는 데 기여했다. 성공적인 2분기를 보낸 LG엔솔은 '네트워크 다변화' 전략을 통해 북미 현지 생산 확대, 글로벌 리사이클 네트워크 구축, 중국 내 기술 리더십 강화 등 다각화된 사업 구조로 글로벌 시장 변동성에 효과적으로 대응할 방침이다. 이러한 전략은 단기 실적 방어를 넘어, 중장기적 성장과 지속 가능한 경쟁력의 핵심 축이 될 전망이다. LG엔솔은 지난 6월 미국 미시간 홀랜드 공장에서 ESS용 LFP 배터리 대규모 양산을 시작했다. 롱셀(Long Cell) 기반 ESS 전용 파우치형 LFP 배터리로 에너지 효율과 안전성, 가격 경쟁력을 모두 확보했다. 테라젠, 델타 등 주요 고객사에 공급이 확정됐으며, 관세 영향을 받지 않아 북미 시장 내 경쟁사 대비 우위를 확보했다. 글로벌 주요 배터리 업체 중 미국 내 ESS용 LFP 배터리 대규모 양산 체제를 가동한 곳은 LG엔솔이 유일하다. 이 같은 현지 양산 경쟁력은 불확실한 정책 상황에서도 미국 ESS 시장 내 입지를 더욱 강화할 수 있는 기반이 되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SNE리서치 등에 따르면 글로벌 LiB ESS 시장은 2023년 약 185GWh에서 2035년 1232GWh까지 6배 이상 성장할 전망이다. LG엔솔은 북미 지역 다수의 고객들과 ESS용 배터리 공급 협의를 진행 중이며, AI 데이터센터, 친환경 에너지 등 다양한 산업에서 급증하는 ESS 수요에 민첩하게 대응한다는 계획이다. 또 LG엔솔은 재활용 사업에도 적극 나서고 있다. 사용후 배터리를 재활용해 공급망을 다각화겠다는 방침이다. 지난 6월 LG엔솔은 일본 토요타통상과 미국 노스캐롤라이나에 배터리 리사이클 합작법인(GMBI)을 설립하는데 합의했다. 신규 합작법인 GMBI는 사용 후 배터리 및 배터리 제조 과정에서 발생하는 공정 스크랩을 파쇄해 '블랙 매스(Black Mass)'를 생산하는 전처리 전문 공장이다. 연간 처리 능력은 최대 1만3500톤으로, 연 4만대 이상의 전기차 사용 후 배터리 및 스크랩을 처리할 수 있다. 생산된 블랙 매스는 후처리 공정을 통해 리튬, 코발트, 니켈 등 메탈로 추출돼 양극재 및 배터리 제조 공정에 재투입된다. 양사는 이번 협력을 통해 북미 지역에서 배터리 생산부터 재활용까지 전 과정을 유기적으로 연결한 '자원 선순환 체계(Closed Loop System)' 구축을 본격화한다는 계획이다. 뿐만 아니라 LG엔솔은 프랑스 등 유럽에서도 리사이클 합작법인을 확대하며 글로벌 자원 네트워크를 강화하고 있다. 더불어 수주처도 늘리고 있다. 그간 미국에 편중됐던 고객사를 중국까지 넓혔다. 지난 6월 LG엔솔은 중국 체리기차와 6년간 8GWh 규모의 46시리즈 원통형 배터리 공급 계약을 체결했다. 국내 배터리 기업 최초로 중국 완성차 업체에 대규모 원통형 배터리를 납품하는 성과다. 46시리즈 배터리는 기존 원통형 배터리 대비 에너지 용량과 출력이 최소 5배 이상 높고, 생산 효율성이 뛰어나 전기차 주행거리와 성능을 대폭 향상시킬 수 있다. 특히 이번 계약은 저온 환경에서 출력과 충전 효율이 우수하고, 높은 에너지 용량을 바탕으로 주행거리 면에서 강점을 가진 삼원계(NCM) 46시리즈 솔루션이 인정받았다는 데 큰 의미가 있다. LG엔솔은 46시리즈에 대한 적극적인 투자를 이어가며 글로벌 주요 완성차 업체들과 협력을 확대하고 있다. 배터리 업계 관계자는 “LG엔솔이 2분기 어려운 시장 환경에서도 실적을 안정적으로 방어했다"며 “리밸런싱과 투자 효율화 전략이 실제 성과로 이어지는 모습"이라고 평가했다. 이어 “당분간 업황 변동성이 크겠지만, 각자의 영역에서 본연의 역량을 충분히 발휘하고 있다고 본다"고 밝혔다. 이찬우 기자 lcw@ekn.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