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강산업 ‘국가 대항전’…K-스틸법 까다로운 조정 과제 풀 때”

내수 부진과 저가 물량 과잉 공급, 미국발(發) 관세장벽 강화로 시황 부진을 겪는 철강 산업이 K-스틸법(철강산업 경쟁력 강화 및 녹색철강기술 전환을 위한 특별법안) 제정으로 위기 극복 기회를 적시에 잡아야 한다는 제언이 나왔다. 국회철강포럼은 12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K-스틸법 발의, 그 의미와 향후 과제'를 주제로 정책토론회를 개최했다. K-스틸법은 지난달 어기구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이상휘 국민의힘 의원을 대표로 여야 의원 100여명이 발의했다. 어 의원은 이날 토론회에서 “이달 중 후속 법안까지 포함한 패키지를 추진할 것"이라고 말했다. 산업계 전문가들은 여러 여야 의원이 K-스틸법에 뜻을 모을 정도로 한국 철강산업이 위기에 처한 만큼 경쟁력 회복을 위한 산업구조 전환이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정은미 산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올해는 전기료 인상과 건설산업 역성장, 감산 등으로 철강사들의 평균 가동률이 한계선으로 여겨지는 80%보다 낮은 수준으로 하락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그러면서 “미래형 제조업과 생활 패턴에 맞는 유망시장에 대응하는 소재를 공급할 역량을 학보하고, 생산 구조 최적화와 질적 성장이라는 접근 방향이 한국 산업의 지속적인 성장을 위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이를 위해 미국과 일본, 유럽 등 주요 제조 국가들처럼 자국 철강산업을 지원하는 정책을 강화할 것을 주문했다. 정 위원은 “전 세계의 보호무역 기조 아래에서 공급망 불안정이 가속화할 것이기 때문에 한국 철강산업 원가 절감과 국제 경쟁력 강화를 위한 전략과 제도, 인프라를 국가가 제공해야 한다"고 말했다. K-스틸법이 철강산업의 구조적 경쟁력을 다져줄 것이라는 기대와 함께 산업 현장에 안착하기 위한 과제를 논의할 때라는 목소리도 나왔다. 철강 산업을 둘러싼 이해관계자들과 충분히 논의해 법안을 정교하게 다듬고, 법안의 최종 목표 지점과도 같은 수소환원제철 상용화 단계에 이르기까지 산업 구조 전환 과정을 관리해나가야 한다는 것이다. 박용삼 포스코경영연구원 철강연구센터장은 “철강산업을 둘러싼 여러 이해관계자 사이의 까다로운 조정과 합의가 K-스틸법의 과제"라며 “저탄소 전환과 친환경 에너지 공급, 규제 등 법안 속 개별 조항마다 많은 논의가 필요한 만큼 철강 생태계를 튼튼하게 만들기 위한 입법부와 업계, 국민의 공감대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상준 서울과학기술대 에너지정책학과 교수는 “철강업계 탄소중립의 궁극적 목표인 수소환원제철 기술 상용화까지 많은 시간이 필요하다"며 “K-스틸법이 수소환원제철 상용화 로드맵 뿐만 아니라 전환 기간에 저탄소 산업 육성과 경쟁력·수익 유지 두 축에서 '전환관리'를 해나갈 방안을 담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밖에도 K-스틸법으로 수소환원제철을 필두로 특수강, 제조AI 등 다양한 미래 기술 연구개발(R&D)을 지원해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제언했다. 이광석 한국산업기술기획평가원 금속재료PD는 “철강 산업은 자본집약적이라는 특성 때문에 저탄소 전환 과정에서 초기에 많은 비용을 투자해야 하지만 당장 효과가 안날 수도 있어 기업들이 직접 투자를 꺼리는 경향이 있다"며 “정부와 민간이 힘을 합쳐 저탄소 철강 기술 실증 연구개발(R&D)에 대한 장기 로드맵을 가지고 움직여야 한다"고 말했다. 최재식 한국과학기술원(KAIST) 교수는 “수소환원제철 공정은 기존 고로 방식보다 복잡하고 에너지 관리를 잘 해야 한다"며 “실시간 품질관리와 공정 자동화, 생산량 확대까지 고려하면 철강산업에도 제조 AI를 이용하도록 K-스틸법이 지원해줘야 한다"고 조언했다. 박주현 한양대 재료공학과 교수는 “항공과 방산, 소형모듈원자로(SMR) 등 특수용 철강재가 고부가가치를 창출하지만 수입 의존도가 높다"며 “특수강 R&D에 대한 국비 지원도 필요하다"고 했다. 정승현 기자 jrn72benec@ekn.kr

기후에너지환경부 신설에 철강업계 “탄소중립 시간 더 달라”

에너지 정책 업무를 기존 산업통상자원부에서 환경부로 이관하는 정부 조직개편안이 발표되자 철강업계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에너지 정책을 품은 기후에너지환경부 신설로 환경규제 기조가 강해질 것으로 예상되면서 철강업계가 전기로 도입과 수소환원제철 기술 개발에 속도를 내더라도 국내외 현실적 어려움 때문에 '친환경 대응 시간이 더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한켠에서는 탄소 배출을 줄이려면 공정 자체를 새로 도입해야 하는 철강산업의 특성을 정부 정책에 반영하는 게 더 어려워질 것이라는 우려마저 제기된다. 11일 업계에 따르면, 산업통상자원부가 관장하던 에너지 정책 중 자원관리와 원자력 발전 수출을 제외한 나머지를 환경부로 떼어 붙이는 부처 개편안이 나오면서 에너지 정책이 규제 중심으로 전환할 가능성이 점쳐지고 있다. 철강업계는 이 같은 부처 개편이 미래 경쟁력 확보에 부담을 주지 않을 지 예의주시하고 있다. 철강업계가 탄소 배출을 줄이려면 공장 가동에 필요한 에너지원을 바꾸는 것 뿐만 아니라 공정 자체를 새로 도입해야 해 더 많은 시간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철강사들의 탄소중립 목표 달성을 위한 수소환원제철 공정은 아직 개발하는 단계다. 대표사례가 포스코로, 빠르면 오는 2030년까지 하이렉스 상용화 기술 개발을 마친다는 계획을 세워놓고 있다. 제철소 가동에 필요한 에너지원인 전기 공급 안정성도 철강업계가 주목하고 있다. 태양광과 풍력 등 재생에너지 발전을 중심으로 '에너지 믹스'를 구성할 것이라는 전망이 현실화하면 전력 공급 안정성에 차질이 생기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벌써부터 나온다. 철강재 제조 원가의 약 5분의 1가량을 전력 비용이 차지할 정도로 막대한 전력 소비량을 감당하려면 조달 비용이 외부 환경 변화의 영향과 상관 없이 안정적으로 전기가 공급돼야 한다는 것이다. 철강사들이 액화천연가스(LNG)를 이용한 자체 발전 방식을 도입해 전기료를 줄이면서 전력 공급 안정성을 확보하려는 시도도 이 같은 이유로 풀이된다. 정부의 부처 개편이 대내외 철강 업황 부진 속에서 진행돼 철강업계의 걱정을 더 키우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수입 철강제품에 50% 관세를 부과한데다 미국 관세를 피해 가격이 낮은 중국산 제품이 한국을 비롯한 세계 곳곳에 밀어넣기식으로 수출되고 있다. 가뜩이나 중국의 저가과잉공급 공세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한국 철강사들이 미래의 기술 경쟁력을 전제로 현재의 영업 부진을 회복세로 돌리기란 당분간 쉽지 않은 상황이다. 철강업계 관계자는 “부처 개편 방향과 구체적 내용이 확정되지 않은 상황"이라면서도 “철강업계가 대내외 요인으로 어려운 시장 상황을 겪는 가운데 에너지 정책 소관이 바뀌는 데 따른 영향이 나타날지 아직 지켜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철강 산업의 특성을 고려해 규제 일변도가 아니라 유연한 에너지 정책을 마련하기 위한 방향을 재정립할 것을 주문하고 있다. 여야 국회의원들 100여명이 뜻을 모아 지난달 발의한 '철강산업 강화 및 녹색철강 기술 전환 특별법(K스틸법)'을 돌파구로 삼자는 업계의 움직임이 병행되고 있다. 손영욱 철강산업연구원 대표는 “에너지 정책 소관을 산자부에서 환경부로 옮기면 에너지 규제에 대한 추가 압박 우려에 철강사들의 불안감이 커질 것"이라고 말했다. 손 대표는 “수소환원제철 기술 상용화가 언제 될지 기약하기 어려운 데다 재생에너지 비중 확대로 전력공급이 불규칙해지고 변동성이 심해질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며 “산업부처럼 산업계의 의견을 경청하는 소통 창구를 마련해야 철강산업 특성을 충분히 고려한 에너지 정책이 가능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정승현 기자 jrn72benec@ekn.kr

영풍-고려아연 경영권 분쟁 격화…‘용역 동원’ 의혹에 형사 고발까지

고려아연과 최대 주주 영풍 간의 경영권 분쟁이 점입가경으로 치닫고 있다. 영풍 측이 “고려아연이 소액주주 플랫폼 '액트'를 금전적으로 동원해 영풍을 공격하고, 이 과정에서 삼성, 현대차 등 무관한 대기업들까지 희생양으로 삼았다"고 주장하며 고려아연 경영진을 형사 고발했다. 고려아연은 즉각 “적대적 M&A를 시도하는 측의 소모적 소송전"이라며 강하게 반발했다. 11일 영풍은 고려아연 최윤범 회장과 박기덕 사장, 소액 주주 플랫폼 '액트'의 이상목 대표를 상법 위반 및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업무상 배임 혐의로 서울 용산경찰서에 고발했다고 밝혔다. 영풍 측이 지난 10일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액트는 영풍을 공격할 명분을 쌓기 위해 고려아연과 무관한 삼성전자·현대자동차·네이버·이마트 등 20개 대기업에 집중 투표제 도입을 요구하는 주주 서한을 발송하려는 계획을 세웠다. 이를 통해 “액트가 국내 대표 기업들에도 집중투표제를 요구했으니, 영풍에 대한 주주제안은 자연스럽다"는 여론을 조성하려는 의도였다는 것이 영풍의 주장이다. 영풍은 2024년 9월 3일 자 '고려아연-액트 프로젝트 경과 보고서'를 근거로 제시했다. 해당 보고서에는 “영풍의 저평가를 액트가 단독으로 거론할 경우 이해관계 상충 이슈에 휘말릴 수 있기에, 저PBR(주가순자산비율)을 거론하며 자연스럽게 영풍을 곤경에 처하게 한다"는 내용이 명시돼 있다고 영풍은 밝혔다. 영풍은 고발장에서 “최윤범 회장과 박기덕 사장이 2024년 4월 액트와 연간 4억원, 총 8억원 규모의 자문 계약을 체결하고 회사 자금을 사적으로 전용했다"고 주장했다. 이 계약을 통해 액트가 소액주주연대 운영, 의결권 위임장 수거 등 사실상 최 회장의 경영권 방어를 위한 용역을 수행했으며, 이는 주주 의결권 행사에 관해 재산상 이익을 제공하는 것을 금지한 상법(제634조의2)을 정면으로 위반한 행위라는 것이다. 영풍 관계자는 “기업 가치 제고가 아닌 특정인의 자리 보전을 위해 제도를 도구화하고 다른 기업의 명예를 희생시켰다"며 “자본시장의 신뢰를 훼손한 심각한 사례로 규제기관의 신속한 조치와 제도적 보완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고려아연은 11일 즉각 반박 입장을 내고 “영풍·MBK 측이 고려아연에 대한 적대적 M&A 공격을 시작한 지 1년이 되도록 왜곡과 짜깁기에 기반한 주장을 앞세워 또다시 소모적인 소송전에 나섰다"고 비판했다. 고려아연은 액트와의 계약에 대해 “'기업분석 및 주주행동 관련 각종 서비스' 등을 제공하는 주주총회 컨설팅 업체와 체결한 정상적인 자문 계약"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당사의 입장을 밝혔음에도 불구하고, 영풍은 일방적으로 왜곡된 주장을 반복하며 명예를 의도적으로 실추시키고 있다"고 유감을 표했다. 고려아연은 이번 고발이 기업의 정상적인 경영 활동을 방해하고 기업가치를 훼손하려는 의도라고 규정했다. 특히 영풍과 함께하는 사모펀드 MBK파트너스를 겨냥해 “제2의 홈플러스 기업회생 사태, 롯데카드 해킹 사고와 같은 일이 고려아연에서 재발하지 않도록 적대적 M&A를 반드시 막아낼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한 “지난 1년간 영풍·MBK 측의 적대적 M&A 시도 이후 무려 24건의 소송이 발생했다"며 “국가기간산업을 단순한 돈벌이 대상으로 전락시키려는 행태가 더 이상 지속돼서는 안 된다"고 덧붙였다. 양측의 갈등이 법적 다툼으로 비화하면서 고려아연의 경영권을 둘러싼 분쟁은 한층 더 격렬해질 전망이다. 시장에서는 이번 사태가 주주 행동주의의 본질을 훼손하고 자본시장 전체의 신뢰를 떨어뜨릴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박규빈 기자 kevinpark@ekn.kr

‘안전·미래’ 해법 외부서 찾는다…포스코, 회장 직속 자문위 9일 출범

포스코그룹이 고질적인 안전 문제 해결과 미래 성장 동력 확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기 위해 외부 전문가들을 중심으로 한 회장 직속 자문 기구를 출범시킨다. 경영진의 시각에서 벗어나 객관적이고 독립적인 제언을 통해 그룹의 체질을 근본적으로 개선하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포스코그룹은 오는 9일 전남 광양에서 '안전 혁신·미래 전략 자문위원회' 출범식을 열고 본격적인 활동에 들어간다고 8일 밝혔다. 이번에 신설되는 자문위원회는 회장 직속 독립기구로 운영되며, △안전 △미래 신사업 △커뮤니케이션 등 3개 분과로 구성된다. 가장 큰 특징은 위원장을 비롯한 각 분과 전문위원을 모두 외부 인사로 위촉해 그룹의 주요 의사결정 과정에 객관성과 독립성을 확보했다는 점이다. 초대 위원장에는 박준식 한림대 부총장이 위촉됐다. 안전 분과는 김경문 성공회대 총장이, 미래 신사업 분과는 윤영철 플래닛03파트너스 부사장과 오대균 서울대 객원교수가 맡는다. 커뮤니케이션 분과는 유승찬 스토리닷 대표가 전문 위원으로 참여해 사회와의 소통을 강화하는 역할을 수행한다. 각 분과는 구체적인 목표를 가지고 활동에 나선다. '안전' 분과는 현장의 작업 중지권 강화, 원·하청 통합 안전 관리 체계 구축, 인공지능(AI) 신기술 도입 등을 통해 안전 시스템을 글로벌 선진사 수준으로 끌어올리는 혁신안을 제시할 계획이다. '미래 신사업' 분과는 기존 철강 사업과의 시너지를 고려해 에너지, 환경, 희토류 등 미래 전략 산업을 발굴하고, 탄소중립과 같은 시대적 과제에 대응하는 역할을 맡는다. '커뮤니케이션' 분과는 위원회 활동 결과를 바탕으로 정부 정책 기관을 포함한 다양한 이해 관계자들과 소통하며 민관 협력의 기반을 다질 예정이다. 자문위원회는 9일 출범식을 시작으로 매월 1회 각 사업 현장을 직접 찾아 정례 회의를 개최하며 현장 중심의 실질적인 대안을 모색해 나갈 방침이다. 박규빈 기자 kevinpark@ekn.kr

“철강 거인, 시대를 비춘 보살”…故 대원 장경호 동국제강 창업주 50주기 추모

한국 철강산업의 초석을 놓은 거인이자 자신의 모든 것을 사회에 환원하며 불교 대중화에 헌신한 대원(大圓) 장경호 동국제강그룹 창업주의 50주기 추모식이 8일 거행됐다. 범동국제강그룹은 그의 '철강보국(鐵鋼報國)' 정신을 기렸고, 불교계는 그가 전 재산을 헌정해 설립한 대한불교진흥원의 창립 50주년을 함께 기념하며 고인의 숭고한 뜻을 되새겼다. 동국제강그룹은 창업주 50주기를 하루 앞둔 8일 서울 마포구 대한불교진흥원 대법당에서 '대원 장경호 거사 50주기 추모 및 대한불교진흥원 창립 50주년 기념 법회'를 열었다. 대한불교진흥원이 주관한 이날 법회에는 조계종 총무원장 진우 스님이 법사로 나섰고 동국제강그룹 장세주 회장과 장세욱 부회장을 비롯해 동국산업그룹, 한국철강그룹 등 한 뿌리에서 성장한 범동국강그룹 경영진 78명이 자리를 함께했다. 손자인 장세주 동국제강그룹 회장은 추모사에서 “할아버님께서는 일제강점기와 6.25 전쟁의 소용돌이 속에서 사업을 일으켜 민족 자본을 세우셨고, 업(業)을 통해 민족과 국가에 보은하고자 하셨던 선각자"라며 “돌아가시기 전 모든 사재를 사회와 불교에 환원하셨던 큰 뜻을 기릴 수 있음에 깊은 감사를 드린다"고 말했다. 조계종 총무원장 진우 스님은 “장경호 거사님은 이 시대의 진정한 보살이셨다"고 회고하며 “그 숭고한 유지를 후학들이 받들어 고인의 뜻을 빛내주고 있음에 감사하다. 거사님의 뜻을 이어받아 불교를 현대적으로 개선하고 대중의 마음 평안을 얻도록 함께 노력하자"고 당부했다. 대원 장경호 회장의 삶은 대한민국 철강의 역사 그 자체였다. 1899년 부산에서 태어난 그는 1929년 '큰 활을 쏘는 우리 민족'을 상징하는 '대궁양행(大弓洋行)'을 세우며 사업에 뛰어들었다. 대궁, 남선(南鮮), 조선(朝鮮), 동국(東國) 등 그의 기업명에는 늘 민족과 국가가 담겨 있었다. 6.25 전쟁의 폐허 속에서 '철강이 곧 국력'이라는 신념으로 1954년 동국제강을 설립했다. 부산 용호동 갯벌을 메워 세운 제강소에서 민간 최초로 용광로와 전기로 시대를 열었고, 와이어로드와 후판 등 당시 수입에 의존하던 핵심 철강재를 국내 최초로 생산하며 대한민국 중화학공업의 기틀을 다졌다. 장경호 회장이 뿌린 씨앗은 동국제강그룹을 넘어 2000년 계열 분리한 동국산업그룹과 한국철강그룹으로 이어지며 한국 철강산업의 굳건한 기둥으로 성장했다. 독실한 불자였던 장경호 회장의 삶은 '비움'과 '나눔'으로 요약된다. 그는 1975년 9월 9일 별세하기 직전, “국가와 부처님의 은혜에 보답하고자 한다"는 서신과 함께 당시 돈 30억 원(현재 가치 약 5,000억 원)에 달하는 전 재산을 사회에 헌정했다. 이 기부금을 바탕으로 1975년 대한불교진흥원이 설립됐다. 대한불교진흥원은 1990년 불교방송(BBS)을 개국하며 불교의 현대화와 대중화라는 장 회장의 평생 염원을 실현하고 있다. 장세주 회장은 “쌀 한 톨도 함부로 하지 않으셨던 할아버님의 검약 정신은 곁에서 자란 제게도 각인되었고, 후손들에게도 전하고자 노력하고 있다"며 고인을 추억했다. 장경호 회장의 경영 철학 제1원칙은 '사람'이었다. 그는 '사람이 동국의 최고의 자본'이라며 모든 임직원을 평등한 인연으로 존중할 것을 강조했다. 이러한 인본(人本) 정신은 동국제강그룹의 상생 노사문화의 뿌리가 됐다. 동국제강 노사는 1994년 국내 최초로 '항구적 무파업'을 선언한 이래, 2025년까지 31년째 그 약속을 지켜오며 한국 재계에 귀감이 되고 있다. 한편, 동국제강그룹은 이번 추모식을 '동국 헤리티지(DK Heritage)'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삼고, 2029년 '동국 75주년-대궁 100주년'을 향한 유산 계승 작업을 본격화할 계획이다. 그룹은 이날 공식 유튜브 채널에 창업주 50주기 추모 영상 '기업을 세우고, 마음을 남기다'를 공개하며 고인의 발자취를 공유했다. 박규빈 기자 kevinpark@ekn.kr

‘건물 외벽이 태양광 패널로’…현대제철, 철강 BIPV 개발 ‘드림팀’ 꾸렸다

현대제철이 국내 유수의 기업·대학과 건물 외벽 자체를 태양광 패널로 활용하는 차세대 기술 개발에 나선다. 기존의 유리 소재 패널을 내구성과 발전 효율이 뛰어난 철강으로 대체, 정부의 탄소 중립 로드맵에 따라 2025년부터 민간으로 확대되는 '제로 에너지 건축물' 시장을 선점하겠다는 전략이다. 현대제철은 지난 4일 한화솔루션·롯데건설·삼화페인트·엡스코어·고려대학교와 함께 철강 기반의 차세대 건물 일체형 태양광(BIPV) 모듈 공동 기술 개발 협약을 체결했다고 밝혔다. 이번 협력은 △소재(현대제철·삼화페인트) △에너지(한화솔루션) △건축(롯데건설) △제품화(엡스코어) △학술(고려대) 등 각 분야의 전문 역량을 한데 모아 시너지를 극대화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개발의 핵심은 기존 태양광 모듈의 유리 소재를 철강으로 대체하는 것이다. 철강은 유리보다 내구성이 좋을 뿐만 아니라 열전도율이 높아 패널의 온도를 효율적으로 낮출 수 있다. 태양광 패널은 온도가 낮을수록 발전 효율이 올라가기 때문에, 철강을 적용하면 더 많은 전기를 생산할 수 있게 된다. 이번 기술 개발은 정부의 '제로 에너지 건축물(ZEB) 의무화' 정책에 대응하기 위해 마련됐다. ZEB는 2020년 공공 건축물을 시작으로 2025년부터는 1000㎡ 이상인 민간 건축물로 의무화 대상이 확대된다. 건물이 에너지를 자급자족해야 하는 만큼, 외장재 자체가 발전 설비가 되는 BIPV 기술의 중요성이 커지고 있다. 참여사들은 각자의 전문성을 바탕으로 소재 개발부터 제품화와 실제 건축물 적용까지의 과정을 유기적으로 연계해 기술 상용화를 가속한다는 방침이다. 현대제철 관계자는 “이번 협력은 산학계가 공동으로 미래 에너지 솔루션을 모색하는 대표적인 사례"라며 “철강의 강점과 태양광 기술을 융합해 탄소중립 실현에 기여하는 건축 솔루션을 제시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규빈 기자 kevinpark@ekn.kr

‘SM엔터 시세 조종 의혹’ 전면전…영풍-고려아연, 이메일 놓고 ‘진실 게임’

고려아연과 최대주주 영풍이 SM엔터테인먼트(이하 SM엔터) 시세 조종 사건에 대한 연루 의혹을 두고 한 치의 양보 없는 전면전에 돌입했다. 영풍이 고려아연 경영진이 시세 조종 가능성을 인지하고도 1000억 원대 자금을 출자했다며 내부 이메일을 '공모의 증거'로 제시하자 고려아연은 “의도적인 왜곡"이라며 해당 이메일이야말로 '무고함의 증거'라고 정면으로 맞받아치며 단 하나의 증거를 둘러싼 양측의 팽팽한 '진실 게임'이 펼쳐지고 있다. 5일영풍은 최윤범 회장을 비롯한 고려아연 경영진이 SM엔터 시세 조종 의혹의 핵심인 '하바나 1호 펀드'의 목적을 사전에 인지했다고 포문을 열었다. 이는 '펀드에 투자한 출자자일 뿐, 투자 내용에 관여한 바 없다'는 고려아연의 기존 해명을 정면으로 뒤집는 주장이다. 영풍이 제시한 결정적 증거는 2023년 2월 14일자 고려아연 내부 이메일이다. 하이브가 주당 12만원에 SM엔터 공개 매수를 개시한 직후, 당시 고려아연 부사장이 재경본부장으로부터 받은 해당 메일에는 '원아시아파트너스에서 SM엔터 지분 매입을 위한 프로젝트 펀드를 조성하려고 한다. 하이브에 SM엔터 주식을 12만원에 팔 수도 있다'고 명시돼 있다. 영풍은 이 시점과 내용을 근거로 “고려아연의 출자가 단순한 재무적 투자 목적이 아니라 SM엔터 주가조작 구조에 가담하기 위한 것임을 경영진이 명확히 알고 있었음을 시사한다"고 해석했다. 실제로 고려아연은 이메일이 오간 바로 다음 날인 2월 15일 998억원, 24일 18억원을 추가해 총 1016억원을 하바나 1호 펀드에 출자했다. 이 펀드의 지분 99.82%를 보유한 사실상의 단독 출자자였다. 이후 펀드는 하이브의 공개매수 가격을 웃도는 평균 12만5000원대에 SM엔터 주식을 대량 매수했고, 이는 하이브의 공개매수를 무산시키는 결정적 요인이 됐다. 영풍은 “시세를 인위적으로 형성하는 자금 흐름을 인지하고도 출자했다면 '공모' 혹은 '방조'에 해당한다"며 자본시장법 제176조(시세조종)와 제178조(부정거래) 위반 소지를 강력히 제기했다. 특히 작년 1월 시행된 개정 자본시장법에 따라 시세조종 자금 제공자에게 불법 이익의 2배까지 과징금을 물을 수 있다는 점을 강조하며, “법조계에서도 자금 집행을 승인한 책임자가 불법 행위를 '예견 가능했는지'에 따라 법적 책임이 부과될 수 있다는 것이 일관된 시각"이라고 최윤범 회장의 책임론을 정조준했다. 영풍의 공세에 고려아연은 즉각 입장문을 내고 “단순 재무 투자에 대한 의도적 왜곡을 멈춰야 한다"고 반박하며 모든 의혹을 전면 부인했다. 고려아연은 영풍이 '스모킹 건'으로 지목한 바로 그 이메일이 “오히려 당사의 무고함을 뒷받침하는 증거"라고 주장했다. 핵심은 '하이브에 SM엔터 주식을 12만원에 팔 수도 있다'는 대목이다. 고려아연은 “이는 당시 공개된 정보인 하이브의 공개 매수(12만원)에 응해 투자금을 회수하는, 지극히 정상적인 '엑시트(Exit)' 가능성을 검토한 것"이라며 “만약 하이브의 공개매수를 저지할 목적이었다면 공개매수에 응하는 방안을 검토할 이유가 전혀 없다"고 설명했다. 해당 검토 내용은 '주가를 올려 공개 매수를 방해하려는 목적이 없었다'는 것을 명백히 보여준다는 것이다. 고려아연은 “당시 상대방이 주장하는 공개 매수 저지 목적 등에 대해 전혀 사전 보고나 전달을 받지 않았다"고 재차 강조했다. SM엔터 사건의 핵심은 '하이브의 경영권 확보를 고의로 실패하게 했는가'인데, 고려아연의 투자 검토 내용은 이와 정면으로 배치된다는 입장이다. 고려아연은 “영풍 측이 이러한 명백한 사실을 외면한 채 지속적으로 사실과 다른 왜곡된 주장을 하고 있다는 점에 깊은 유감을 표한다"며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이어 “본연의 업무에 충실하여 국가기간산업이자 전략 광물 공급자로서 국익과 한미 경제안보 동맹 강화에 기여하겠다"며 논란 확산에 선을 그었다. SM엔터 시세조종 의혹을 둘러싼 양측의 공방은 '1016억원 출자'라는 사실을 바탕으로 그 의도를 입증할 '내부 이메일'의 해석을 두고 극명하게 엇갈리며 한층 더 가열될 전망이다. 박규빈 기자 kevinpark@ekn.kr

두산에너빌리티, 제주에 풍력 발전 ‘전국 관제탑’ 열어

두산에너빌리티가 전국의 풍력발전기를 24시간 통합 관리하는 컨트롤 타워를 국내 최초로 구축하고 본격적인 운영에 들어갔다. 두산에너빌리티는 제주특별자치도 제주시 오라동에서 '두산윈드파워센터(WPC)' 개소식을 개최했다고 3일 밝혔다. 이날 개소식에는 오영훈 제주도지사·이상봉 도의회 의장·정연인 두산에너빌리티 부회장 등 주요 관계자들이 참석했다. 지상 2층, 연면적 약 496㎡(150평) 규모로 문을 연 WPC는 풍력발전기 제조사로서는 국내에서 처음으로 마련한 통합 관제 센터다. 이 센터는 두산에너빌리티가 유지·보수 계약을 맺은 전국 모든 풍력 발전기의 운전 상태를 24시간 실시간으로 모니터링하고 원격으로 제어하는 역할을 수행한다. 특히 발전기 운영 이력과 누적된 빅 데이터를 기반으로 고장을 사전에 탐지하고 문제를 최소화하는 예측 진단 기능을 갖췄다. 이를 통해 풍력 발전기의 가동률을 극대화하고 발전량을 늘려 보다 안정적인 에너지 공급이 가능해질 전망이다. 두산에너빌리티는 2005년 풍력 사업을 시작한 이래 현재까지 국내에 총 347.5MW 규모의 풍력 발전기를 공급했다. 제주 탐라(30MW)·서남해(60MW)·제주 한림(100MW) 등 국내 주요 해상풍력 프로젝트를 수행하며 국내 최다 실적을 보유하고 있으며, 지난 7월에는 자체 개발한 10MW급 해상 풍력 발전기의 국제 인증을 취득하기도 했다. 정연인 두산에너빌리티 부회장은 “국내 최초 해상 풍력 단지가 들어선 제주에 윈드 파워 센터를 개소하게 돼 뜻깊다"며 “국내 풍력 생태계가 함께 성장할 수 있도록 기여하겠다"고 말했다. 박규빈 기자 kevinpark@ekn.kr

고려아연 “영풍 공격용 계약? 정상적 주총 자문일 뿐” 반박

고려아연이 최대주주 영풍 측이 제기한 '소액주주 플랫폼 동원' 의혹에 대해 “정상적인 주주총회 컨설팅 계약을 일방적으로 왜곡한 것"이라며 공식 반박하고 나섰다. 고려아연은 3일 입장문을 통해 “당사가 영풍을 공격하기 위해 특정 업체와 계약을 맺고 비용을 지급했다는 영풍의 주장은 사실과 다르다"고 밝혔다. 해당 업체는 △전자 위임 △기업 분석 자료 제공 △주주총회 컨설팅 등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곳이라는 게 고려아연 측 입장이다. 이와 관련, 고려아연은 '주주총회 자문' 관련 용역 계약만을 체결했다고 전했다. 회사 관계자는 “시장의 관심이 높은 주주 총회의 성공적인 운영과 주주 친화적인 안건 개발을 위해 전문적인 자문을 받았다"고 계약의 목적을 설명했다. 특히 지난 주주 총회에서 사외이사의 이사회 의장 선임과 집중 투표제 도입 등 주주들의 높은 지지를 받았던 안건들이 바로 이러한 자문 결과를 바탕으로 도출된 것이라고 강조했다. 고려아연 측은 “구체적인 계약 내용을 무시하고 이를 왜곡해 일방적 주장을 펴고 있는 영풍 측에 강력한 유감을 표한다"며 “이러한 행위는 법적으로 심각한 문제가 될 수 있다는 점을 분명히 알린다"고 경고했다. 박규빈 기자 kevinpark@ekn.kr

영풍 “고려아연, 용역업체 동원해 최대 주주 공격…명백한 배임”

3일 영풍은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 측이 주주 행동주의 플랫폼 '액트'와 공모해 최대 주주인 영풍을 공격하려는 시나리오를 사전에 기획하고 실행해왔다는 주장을 제기했다. 이는 최 회장 측이 그간 내세워 온 '적대적 인수·합병(M&A) 피해자'라는 주장의 진실성을 정면으로 반박하는 것으로, 경영진의 배임과 자본시장법 위반 소지가 명백하다는 것이 영풍 측의 입장이다. 영풍 측이 제시한 핵심 근거는 액트의 내부 문건이다. 영풍·MBK의 공개 매수 발표 이전인 지난해 9월 작성된 이 문건에는 'Y사(영풍) 공격'이라는 표현이 명시돼 있으며, 주주 명부 열람 소송 등 영풍을 압박하기 위한 구체적인 실행 방안까지 담겨있다는 게 영풍 측 주장이다. 영풍 측은 고려아연 경영진이 회사 자금으로 액트와 자문 계약을 맺고, 그 계약 주체를 최 회장의 특수관계사인 영풍정밀(현 KZ정밀)로 변경해가면서까지 영풍을 공격하는 데 활용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는 회사와 전체 주주의 이익이 아닌, 현 경영진의 경영권 방어라는 사적인 목적을 위해 회사 자산을 유용한 행위라는 것이다. 영풍 측은 “고려아연의 본업과 무관한 일에 회삿돈을 사용해 최대 주주를 공격한 것은 이사의 선관주의 의무를 위반한 명백한 배임 행위"라고 지적했다. 나아가 영풍 측은 영풍정밀과 액트의 행위가 자본시장법을 위반했다고 보고 있다. 영풍정밀이 액트를 내세워 다른 주주들에게 집중 투표제 도입 등을 설득하며 사실상의 '의결권 대리행사 권유' 활동을 펼쳤음에도 법에서 규정한 위임장 용지 교부 등의 절차를 전혀 지키지 않았다는 것이다. 또한 의결권 대리 행사 권유 참고 서류에 특별 관계자인 액트를 누락한 것은 투자자들의 판단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중요사항을 부실 기재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영풍 측은 “특정 세력이 사익을 위해 회사의 정상적인 경영 활동을 저해하고 법 질서를 어지럽히는 행위를 좌시하지 않을 것"이라며 “법과 원칙에 따라 가능한 모든 법적 대응을 검토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박규빈 기자 kevinpark@ekn.kr

배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