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그룹 지배구조 개편 관련 3사가 올해 한 차례 더 임시 주주총회를 연기해야 할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이번에 두산이 제출한 분할·합병 관련 증권신고서가 이달 말까지 통과돼야 임시 주총을 제대로 진행할 수 있으나 통과 여부를 최종 판단하는 금융감독원이 고민을 거듭하고 있기 때문이다. 19일 재계에 따르면 두산에너빌리티·로보틱스·밥캣 등 3사는 다음달 12일로 예정된 임시 주총을 또 다시 연기해야한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이들 3사는 지난 9월에도 예정됐던 임시 주총을 한 차례 연기했던 바 있다. 이들 3사가 내달 12일 임시 주총을 개최해 분할·합병 안건을 처리하기 위해서는 금감원이 관련 증권신고서를 통과시켜줘야 한다. 주총 2주 전까지 소집공고를 내야하는데, 신고서의 효력발생까지 걸리는 시간이 7영업일인 점을 고려한다면 오는 28일 전 금감원 심사가 마무리돼야 한다. 이에 두산로보틱스는 지난 12일 합병 관련 증권신고서를 자진 정정해 제출하기도 했다. 외부평가기관을 추가로 선정해 합병비율에 대한 객관성을 보강했고, 추가로 3분기 실적과 재무상황도 업데이트했다. 이는 혹여 발생할 수 있는 정정 요구를 사전에 방지하기 위한 움직임으로 분석된다. 통상 상장법인의 3분기 실적이 이달 15일 최종 정리되지만 두산로보틱스는 증권신고서를 최대한 빠르게 정정하기 위해 최대한 서둘렀다는 후문이 들린다. 해당 신고서는 스스로 정정한 횟수까지 합쳐 6번째 신고서다. 두산그룹은 지난 7월 지배구조 개편안을 처음 공개했다. 당시 발표한 개편안에는 에너빌리티의 자회사인 밥캣 등을 분할해 만든 신설법인과 로보틱스를 합병한 이후 포괄적 주식교환을 거쳐 밥캣을 로보틱스의 완전 자회사로 만드는 것이 핵심이었다. 시장에서는 곧바로 에너빌리티 분할신설법인 로보틱스 간 합병비율, 로보틱스와 밥캣의 주식교환 비율 산정 과정에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 쏟아졌다. 알짜회사인 밥캣이 시장에서 저평가됐으며, 적자회사인 로보틱스는 고평가된 결과 합병비율 산정이 소액주주에 불리하다는 불만이 커졌다. 이후 금감원도 합병비율 산정 등을 재검토할 필요가 있다며 7월과 8월 두 차례 증권신고서 정정을 요구했다. 이에 두산은 해당 증권신고서를 철회한 이후 지난달 21일 절충안을 담은 증권신고서를 다시 제출했다. 우선 로보틱스와 밥캣의 포괄적 주식교환을 추진하지 않기로 했다. 에너빌리티 분할신설법인과 로보틱스 간 분할합병 비율도 기존 1대 0.0315에서 1대 0.0432로 상향조정했다. 에너빌리티 주주 입장에서는 로보틱스 주식을 좀 더 많이 받게 된 것이다. 두산 3사는 지난달 21일 절충안을 담은 증권신고서를 제출하면서 임시 주총 시점도 12월 12일로 설정했다. 두 달 가까운 기간 동안 금감원의 검사 등이 마무리될 것으로 판단한 것이다. 그러나 두산의 증권신고서를 제출받은 금감원이 아직까지 뚜렷한 결론을 내리지 않고 장고를 거듭하면서 기한이 차츰 다가오게 됐다. 다만 재계에서는 두산이 금감원을 장고할 수밖에 없도록 만들었다는 지적도 나온다. 앞서 금감원이 지적한 합병비율 산정 방식을 그대로 유지했다는 점에서다. 당초 두산은 에너빌리티 분할신설법인의 수익가치를 밥캣의 주가로만 평가했는데, 금감원은 이 방식을 채택한 근거가 미흡하다고 봤다. 시장에서 흔히 활용하는 현금흐름할인법 등을 대안으로 검토해야한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하지만 두산은 수 차례 신고서를 정정하면서도 시가기준 평가 방식을 유지했다. 분할신설법인이 별도의 사업을 영위하지 않은 사실상 지주회사에 가깝기 때문에 자회사(밥캣) 지분 가치를 시가로 평가하는 것이 적합하다는 주장을 거듭 강조하고 있다. 다만 두산은 최근 이촌회계법인과 우리회계법인을 외부 평가법인으로 추가 선정해 합병가액에 대한 검토를 받기도 했다. 원래는 안진회계법인이 혼자 합병가액 산정 평가를 맡았는데, 이 회계법인이 두산로보틱스의 2023년도 감사를 맡았던 터라 이해상충 우려가 있다는 금감원의 지적사항을 받아들인 것이다. 가장 중요한 쟁점사항인 합병비율 산정 방식을 제외하고서는 두산도 나름 금감원의 지적을 받아들인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이에 재계에서는 금감원이 두산의 절충안을 받아들일지 주의 깊게 바라보고 있다. 쟁점사항인 합병비율 산정 방식이 바뀌지 않았다는 측면을 본다면 금감원이 쉽사리 받아들이기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반면 두산이 나름대로 절충안을 내놓은 상황에서 세 번째 증권신고서 정정을 요구할 경우 감독권을 과도하게 활용하고 있다는 역풍이 불 수 있다는 점을 의식할 것이라는 예상도 적지 않다. 재계 관계자는 “금감원이 쉽게 답변을 내놓기 어려운 애매한 상황을 만드는데 두산이 일조하기는 했다"며 “그렇지만 금감원의 고민이 길어진다면 두산이 속이 탈 수밖에 없는 상황이기도 하다"고 말했다. 윤동 기자 dong01@ekn.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