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04월 15일(목)
[데스크칼럼] 수소경제·탄소중립과

[데스크칼럼] 수소경제·탄소중립과 '士林의 禍'

조선 중기 신진사류들이 훈신·척신들로부터 받은 정치적 탄압인 ‘사화(士林의 禍)’. 무오사화, 갑자사화, 기묘사화, 을사사화 등 당시 나라를 뒤흔든 일련의 사건은 계속됐다.사화는 경제상황이 급변하는 가운데 사회질서 문제를 놓고 일어난 정치적인 마찰로 규정된다. 집권 훈신·척신 계열의 권력을 이용한 사적 치부 현상이 심화되고, 이를 비리로 규정한 사림 측이 신랄한 비판을 가하면서 오히려 정치적 보복을 받게 된 사건들이다. 당대 수많은 인재들이 희생되면서 사화는 역사의 비극 가운데 하나로 기록되고 있다.이러한 사화가 21세기 대한민국에서 재현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일부 호사가들에 의해 제기됐던 적이 있다. 이른바 ‘수소사화’다.2017년 문재인정부 출범 이후 ‘수소경제로의 전환’에 대한 강력한 정책적 드라이브가 이어지자 우려 반, 걱정 반 부정적인 시각이 더해지면서 생긴 말이다. 언감생심 수소정책에 ‘사적 치부’가 개입됐을 리 만무하지만, ‘경제적 현실성이 담보되지 않은 무모한 정책’ ‘정권이 바뀌면 언제든 뒤집어질 허울뿐인 정책’ 등 온갖 비판에 시달려 온 게 사실이다.2019년 정부의 구체적인 수소경제 로드맵이 발표되고, 기후변화를 우려한 탄소배출 저감 필요성이 날로 높아지면서 이제 이러한 비판은 더 이상 찾아볼 수 없게 됐다.오히려 정부의 정책적 의지나 노력에 비해 탄소배출 저감을 위한 에너지 산업구조 등은 여전히 뒤쳐져 있다는 비판을 받는다. 정부의 강력한 재정적, 제도적 지원 없이는 수소경제의 자립 또한 장담할 수 없다.해외에서도 한국은 에너지 혁신을 위한 정부 정책의 뒷받침은 높은 수준인 반면, 탄소배출과 산업구조는 상대적으로 부정적인 것으로 평가된다.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WEF(세계경제포럼) 등에 따르면 한국의 탄소집약도(0.29)는 G7(주요 7개국) 평균(0.19) 대비 높은 수준이다. 프랑스(0.11), 영국(0.12), 이탈리아(0.14), 독일(0.17) 등 유럽 국가는 물론 일본(0.21), 미국(0.25) 보다도 높다. 탄소집약도가 높다는 것은 상대적으로 탄소함유량이 높은 에너지 사용 비율이 높다는 것을 의미한다.특히 탄소배출을 일으키는 산업구조 지수는 G7 국가 중 꼴찌다. 탄소배출에 대한 한국(26.3)의 산업구조는 G7 평균(13.6) 대비 두 배 가량 높다.탄소중립(넷제로) 목표 실현을 위한 준비기간은 턱없이 부족하다.유엔기후변화협약(UNFCCC)이 분석한 ‘주요국 탄소배출 감축전략’에 따르면 2050년 탄소중립을 목표로 유럽 등 EU(유럽연합) 국가는 1990년, 미국·캐나다는 2005년을 기준연도로 하지만 한국의 기준연도는 2017년이다.2050년 탄소중립 목표 달성을 위해서는 정부뿐만 아니라 기업, 국민 등 각계의 참여를 유도하고 이를 뒷받침할 수 있는 보다 구체적인 방안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국내 온실가스 배출량은 2018년을 정점으로 감소할 것으로 전망되지만, 산업구조 및 에너지믹스를 고려해 볼 때 탄소중립 실현은 어려운 과제라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탄소중립 시대, 수소경제 시대로 나아가기 위한 직접적인 수단이 현재 지나치게 천연가스에 의존하고 있다는 점도 재고해 봐야 한다.김성환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발표한 휘발유차와 수소차의 탄소배출량 분석 결과에 따르면 천연가스 추출수소를 연료로 쓴 수소차의 경우 비슷한 급의 휘발유차에 비해 연간 탄소배출량 감소율이 16% 수준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천연가스에서 수소를 추출해내는 과정에서 추출된 수소 양의 8배가 넘는 이산화탄소가 나오기 때문이다. 국내 생산 수소 대부분이 천연가스를 이용한 추출수소로 이뤄진다는 점에서 시사하는 바가 크다. 수소경제로의 전환과 탄소중립은 이제 거스를 수 없는 시대적 소명이다. ‘사림의 화’를 무릎 쓸 용기까지는 아니더라도, 현실성과 일관성 있는 정책적 의지는 분명히 필요한 때다.

[데스크 칼럼] 분기배당, 증시 퀀텀점프 기회

[데스크 칼럼] 분기배당, 증시 퀀텀점프 기회

올해 3월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재확산과 함께 주요 상장사의 정기주주총회에서도 많은 이슈가 있었다. 한국타이어앤테크놀로지, 금호석유화학 등은 경영권 분쟁을 두고 당사자는 물론 주요 주주들 사이에서도 희비가 엇갈렸으며, 포스트 코로나 시대를 맞이해 사명을 바꾸거나 정관변경을 통해 신규 사업을 추가하는 상장사도 있었다.서로의 이익을 위해 또는 각자의 미래를 위해 때로는 핏대까지 세우던 3월 주주총회에서 유독 조용했던 기업이 있다. 바로 한진그룹이다. 한진칼, 대한항공은 2018년 11월 KCGI가 한진칼 주식을 매입한 이후 경영권 분쟁을 벌이며 오너와 주요 주주 간에 날 선 신경전이 벌어졌지만 올해는 달랐다. 지난해 12월 산업은행이 한진칼 지분 10.66%를 확보한 데 이어 KCGI와 반도건설, 조현아 대한항공 전 부사장이 결성한 ‘3자연합’마저 해체되면서 한진가 경영권 분쟁은 사실상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의 승리로 끝났다. KCGI는 한진가와의 경영권 분쟁에서 사실상 패배했지만, 그 과정을 보면 결코 완전한 패배는 아니었다. 그간 한국 상장사를 공격한 해외 헤지펀드들은 투기자본, 먹튀 라는 비난을 받으며 주요 주주들에게 신임을 얻지 못한 경우가 부지기수였다. 이와 달리 KCGI는 끊임없이 지배구조 개선, 기업가치 제고 등을 요구하며 주주로서 견제, 감시의 역할을 하는데 주력했다. KCGI 입장에서는 산은 등장으로 경영권 분쟁을 계속할 명분은 사라졌지만 결코 쉽게 지지 않았고 쉽게 패배하지도 않은 셈이다. 행동주의 펀드, 오너일가, 개인투자자를 막론하고 자신이 투자한 기업들의 주가가 오르기를 바라는 것은 주주라면 당연한 바람일 것이다. 그러나 주가를 끌어올리는 것은 생각보다 쉽지 않다. 실적이 좋아도 미래 성장성에 대한 기대감이 없다면 주가를 끌어올리는데도 한계가 있다. 반대로 당장의 실적은 좋지 못해도 미래 성장성이나 해당 기업을 둘러싼 경영 환경이 우호적이라면 주가는 상승세를 탄다. 실적도 좋고 경영 환경도 우호적인데 주주들에게 외면받는 상장사도 물론 있다. 이러한 기업들은 대체로 실적 호조에도 배당 등 주주환원정책을 적극적으로 펼치지 않는다는 공통점이 있다. 상장사들의 낮은 배당성향은 다른 나라에 비해 기업가치가 낮게 평가되는 ‘코리아 디스카운트’로 이어진다.이 가운데 최근 SK텔레콤, 신한금융지주를 비롯한 국내 주요 상장사들이 정기주주총회에서 정관변경을 통해 분기배당을 확정하면서 투자자들로부터 주목을 받고 있다. 상장사들 사이에서 분기배당이 확산될 경우 국내 증시가 또 한 번 퀀텀 점프하는 중요한 계기가 될 수 있다는 기대감때문이다. 실제 미국은 이미 오래전부터 주요 상장사들이 분기배당을 실시하고 있다. 애플은 물론 미국 최대 통신사 AT&T, 엑손모빌 등 수많은 기업들이 1년에 4번 배당을 실시하는 것은 물론 더 나아가 월 배당을 하는 기업들도 존재한다. 그러나 국내 증시에서는 중간배당을 일명 ‘여름 보너스’라고 부를 정도로 분기배당을 하는 상장사가 많지 않다.초저금리 시대에 상장사들이 배당 횟수를 늘리는 등 강력한 주주환원정책을 펼칠 경우 이는 개인투자자는 물론 국내외 투자자들에게 강력한 유인책이 될 수 있다. 계절에 따라 사고팔지 않아도 분기 혹은 월마다 정기적으로 배당금을 지급하는 상장사를 어떤 투자자가 마다하겠는가. 배당을 정기적으로 지급하면 큰 자금을 굴리는 펀드들 입장에서도 안정적인 수익을 얻을 수 있어 이들 투자자들의 자금이 국내 증시로 더 많이 유입될 수 있다.주가가 오르는 데는 배당 말고도 여러 요인들이 있지만, 분기배당정책은 분명 국내 증시에 장기투자 DNA를 심는데 있어서 호재임은 분명하다. 우량 상장사가 투자자로부터 인정받기 위해서는 ‘배당’ 등의 주주환원정책으로 행동하는 것이 중요하다. 대기업을 중심으로 시작된 분기배당책이 더욱 확산돼 국내 증시도 장기투자가 적합한 시장으로 나아갈 수 있기를 기대해본다.mediasong@ekn.kr

[데스크 칼럼] 에너지 정책은 ‘미스트롯’이 아니다

[데스크 칼럼] 에너지 정책은 ‘미스트롯’이 아니다

양지은 씨. TV조선 ‘미스트롯2’에서 1등(진)을 먹은 주인공이다. 미스트롯2만큼은 처음부터 끝까지 지켜본 나는 첫방송부터 그녀를 주목했다. 목소리가 시원한 사이다처럼 터져 나왔고, 고음을 내도 소위 악을 쓰지 않고 자유자재로 꺾어대는 것 자체가 신비로움까지 느껴졌다. ‘내 마음 속의 진’으로 양지은을 찍었고, 강력한 라이벌로 홍지윤, 별사랑, 윤태화까지 해서 모두 4명을 우승감으로 점쳤다. 그런데 나의 귀를 ‘포로’로 만든 4명 중 유일하게 양지은만 중도 탈락했다. 나중에 그녀의 팬이 되고 나서야 알게 된 사실임을 고백하건데, 양지은은 실력파 국악인이었다. 중학교 때부터 판소리를 배웠고, 제주 출신 중 유일한 무형문화재 ‘판소리흥보가’의 이수자이기도 하고, 전국국악대전에서 ‘심청가’로 대상을 받았다고 한다. 미스트롯2의 매 경연에서 실수한 것도 전혀 없어 보였는데, 떨어지고 말았다. 그런데 어찌된 일인지 그녀는 기적적으로 부활했다. 준결승 진출자가 14명이었는데, 학교폭력 사고에 연루돼 더 이상 방송 출연이 불가능하게 된 1명의 ‘대타’로 선정된 것. 뜻밖에 생긴 공석을 채울 ‘패자부활자’로 낙점돼 최종 1등이 됐으니 양지은은 그야말로 ‘신데렐라’다. 당시 양지은에게 주어진 결승전 준비 시간은 약 20시간. 다른 경쟁자에 비해 턱없이 부족했다. 그럼에도 최종 1위가 되기까지의 필름을 모두 되돌려보면, 중도 탈락이라는 결과는 결국 ‘아이러니하다’는 점도 말해준다. 음악전문가가 아닌 내가 ‘TV’로 봐도 웬만큼 알아차린 양지은의 실력을 음악전문가 중심의 평가단이 ‘현장’에서 듣고도 몰라봤다는 이야기도 되니까 말이다. 제작진이 어떠한 방식으로 양지은의 탈락을 결정했는지는 그때나 지금이나 관심사가 아니다. 왜냐 하면 미스트롯2는 ‘국가 공인시험’이 아니라 ‘예능 프로그램’이기 때문. 민간기업이 수익사업의 하나로 재미있는 요소를 가미해 만드는 것일 뿐이란 의미다. 백운규 씨. 전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다. 월성원전 1호기 경제성 평가 조작 의혹의 ‘윗선’으로 지목된 장본인이다. 그에 대한 구속영장은 기각됐으나, 그와 함께 일했던 실무진(산업부 공무원 2명)은 구속된 상태다. 월성 1호기를 조기에 폐쇄하기 위해 "경제성이 없다"는 조작을 했다는 건 최재형 감사원장이 먼저 밝혀낸 가운데 재판이 진행되고 있다. 지난 9일 대전지법에선 첫 재판이 열린 만큼 머지 않아 판결도 나올 것이므로 대중의 관심은 여전하다. 원래 월성 1호기는 30년 수명으로 설계됐다. 1983년 가동을 시작했으니 2013년까지다. 그런데 2009년 한전연구원이 "경제성이 있다"는 판정 하에 7000억원을 들여 개보수해 가동을 연장했다. 미국의 경우 원전 98기 중 88기가 수명 40년을 넘어 60년으로 연장된 걸 보면 흔한 조치임이 자명하다. 2014년 국회예산처는 "안전성, 경제성에 문제가 없다"고 해 월성 1호기는 2022년까지 수명 연장이 결정됐다. 그런데 문재인 대통령은 2017년 6월 19일 취임한 지 꼭 40일 만에 고리 1호기 영구정지 선포식에서 "이제 탈핵화 시대로 나아가야 한다. 신규 원전건설은 백지화하고 월성 1호기는 가급적 빨리 폐쇄하겠다"고 선언했다. 이후 사달이 난 정황이 짙다. 그런데 현실은 2019년부터 원전 가동률을 다시 높이는 정책으로 돌아섰다는 것이다. 아이러니한 대목이다. 한국전력이 구매한 전체 전력량 중 원전이 차지하는 비중이 2018년 23.7%까지 떨어졌다가 2019년 26.2%로 높아진 뒤 지난해 29.5%까지 뛰었다. 현 정부가 출범하기 전인 2016년 30.8%에 근접한 것.이는 ‘탈원전·탈석탄’ 정책을 추진한 문재인 정부가 출범한 뒤 2년 만에 한전이 발전회사들로부터 전력을 사들이며 준 전력구입비가 9조원 가까이 폭증한 탓이다. 발전 단가가 싼 원전과 석탄발전 대신 단가가 비싼 LNG발전과 신재생에너지를 통해 생산된 전기 구매를 늘린 결과다. 이는 원전이 경제성 측면에서 다른 에너지원에 비해 우위에 있다는 것을 입증한다. 에너지든 국가의 정책은 미스트롯 같은 예능 프로그램이 아니여야 한다. 국가 신뢰를 만드는 길이다.

[데스크 칼럼] 文 정부 임기 말 알박기 公기관장 좀비되게 놔둘텐가

[데스크 칼럼] 文 정부 임기 말 알박기 公기관장 좀비되게 놔둘텐가

세상에 꼴불견이 많다. 부동산 투기 수법 ‘알박기’도 그 중 하나다. 알박기는 개발 예정지의 땅 일부를 사들인 뒤 사업자의 매각 요청을 거부하는 방식으로 땅값을 올려 막대한 시세 차익을 올리는 것이다. 땅에 알을 박아놓고 그것이 황금알로 변하기를 기다리는 행위라는 뜻에서 그 표현이 등장했다고 한다. 이는 건전한 사회를 좀먹게 하는 해악이다. 개발 정보를 악용한다는 점, 개인의 이익을 위해 개발 저지 등 방식으로 다수의 이익을 침해한다는 점에서 그렇다. 알박기와 다소 개념이 다른 사안으로 요즘 사회가 연일 시끄럽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 직원들의 신도시 땅 투기 의혹 사태다. 신도시 개발은 일반의 투기를 막기 위해 소수의 정책 당국자 등 관계자들이 비밀리에 추진해야 할 사안이다. 그런데 이들이 자신의 손으로 만든 개발정보로 땅 투기했다는 것이다. 고양이에게 생선가게를 맡긴 격이다. 촛불운동의 힘으로 공정과 정의를 부르짓으며 출범한 문재인 정부에서 일어난 일이다. ‘LH사태’가 최근 엄청난 사회적 공분을 사고 있는 것은 다른 데 있지 않다. 바로 문재인 정부가 그토록 강조했던 공정·정의의 허상이 고스란히 드러난 탓이다. 내로남불의 민낯이 여지없이 까발려진 점도 원인이다.낯 뜨거운 알박기는 최근 공공기관장 교체작업에도 엿보인다. 올해 전체 공공기관 340곳 중 170여곳 가까운 기관의 수장이 공석 또는 임기만료로 물갈이 대상이다. 에너지분야 공공기관장도 대부분 올해 임기가 끝난다. 현재 후임자 공모절차를 계획 또는 진행 중이거나 이미 마쳤다. 한국전력의 경우 정부가 다음달 12일 임기 종료인 김종갑 사장을 교체키로 하고 지난 19일 공고를 통해 차기 사장 공모절차에 착수했다. 한국수력원자력의 정재훈 사장만 연임이 결정됐다. 월성 원전 1호기 조기폐쇄 관련 검찰 수사가 아직 마무리되지 않은 게 가장 큰 이유로 꼽힌다. 발전 공기업 5사의 새 사장 윤곽도 이미 나왔다. 정치인, 관료, 한전 임원 출신들이 사실상 나눠먹기 하는 것으로 가닥이 잡힌 모양이다. 올해 유독 공공기관장 인사의 큰 시장이 열린 데는 이유가 있다. 2017년 5월 출범한 문재인 정부에서 처음 대거 임명된 공공기관장 3년 임기 만료가 몰려 있어서다. 문재인 정부가 임기 1년을 앞두고 최근 공공기관장을 줄줄이 교체하는 것을 두고 시비하거나 탓할 게 아니다. 임기가 끝난 기관장을 연임시키거나 바꾸는 것은 정상적인 절차이기 때문이다. 문제는 새 기관장 임명 절차가 공정한지, 뽑힌 기관장이 적임자인지, 이 기관장이 새 정부에서도 임기를 보장받아야 하는지 등이다. 우선 현행 ‘공공기관의 운영에 관한 법’에 따르면 공공기관장 임명 절차가 명확히 규정돼 있다. 임원추천위원회를 구성, 후보를 복수 추천받은 뒤 감독부처 장관이 직접 임명하거나 기획재정부 공공기관운영위원회 심의·의결을 거쳐 감독부처 장관이, 또는 이 장관의 제청으로 대통령이 임명토록 했다. 그러나 이게 허울이고 형식이라는 점은 알 만한 사람들은 모두 안다. 낙하산을 내려 보내기 위해 그럴싸하게 포장한 겉치레라는 뜻이다. 대부분 공모 등 절차를 진행하기 전에 미리 특정 인사를 정해놓는다. 공공기관장이 전리품이자 논공행상 자리로 전락했다는 평가는 이래서 나온다. 실제로 정권 창출과 운영 등에 기여한 정치인·관료 등이 역대 정권을 불문하고 이 자리를 차지했다. 전 정권의 국정농단과 이에 따른 촛불운동으로 탄생해 공정과 정의를 기치로 내건 문재인 정권이라고 다르지 않다. 더 했으면 더 했지 결코 덜하다고 볼 수 없다. 공공기관 운영 법은 ‘공공기관장 추천 후보자로 기업 경영과 그 공기업ㆍ준정부기관의 업무에 관한 학식과 경험이 풍부하고, 최고경영자의 능력을 갖춘 사람’이라고 명시했다. 이런 느슨한 법 규정으로는 논공행상 낙하산을 막거나 적임자 여부를 판단하기도 어렵다. 이런 한계로 그간 오히려 대통령의 공공기관장 임명권 존중 현실론으로 낙하산 인사를 묵인해온 것도 사실이다. 대통령과 국정철학을 공유하는 인사들을 공공기관장으로 발탁, 전면 포진시킴으로써 현장에서 국정과제를 강도 높게 추진하고 정책성과를 제대로 내는 게 국민의 이익에 더 가까울 수 있다.문제의 심각성은 함량 미달 낙하산 공공기관장이 자신을 임명한 대통령의 퇴임에도 염치 없이 자리보전하는 알박기에 있다. 공공기관장은 국민투표 방식으로 새 대통령이 선출되면 임명권자가 바뀐 만큼 물러나는 게 상식이고 이치다. 정권 재창출이든 교체든 새 정부는 국정 철학·이념·과제를 달리할 수밖에 없다. 새 정부가 선거를 통해 지지받고 확인한 정책을 힘 있게 펼칠 수 있도록 하는 게 민주주의 근본원리다. 그 원리를 구현하는 수단 중 하나가 자신과 함께 일할 공공기관장 임명권이다. 공공기관장이 이를 무시하고 새 정권이 출범했는데도 임기를 남겨뒀다는 이유로 계속 눌러앉아 있겠다는 것은 개인의 이기일 뿐이다. 예컨대 탈원전 정책은 문재인 정부의 핵심 국정과제였지만 차기 정부에선 아닐 수 있다. 문재인 정부 탈원전 추진 공공기관장이 차기 정부에서도 버티고 앉아 있다면 어찌 되는가. 새 정부 정책을 반대하며 발목 잡기를 하는 좀비로 남을 것인가, 달라진 새 정부 정책을 지지·추진하며 전 정권에 배신하는 변절자로 기생할 것인가를 선택할 뿐이다. 영혼이 없다는 지적을 받지만 정치적 중립이 보장된 직업 공무원과 다르다. 공공기관장이 임명권자 대통령의 임기와 함께 하지 않으면 국민의 뜻을 거스르는 일이다. 요즘 여권에서는 임기 1년 밖에 남지 않은 문재인 정부의 공공기관장 인사 막차를 타기 위해 분주하다고 한다. 문재인 정부 입장에서도 정책 대못박기를 할 수 있는 공공기관장 알박기를 마다할 이유가 없다. 그러니 "지금 임명돼도 3년 임기가 보장된다", "지금 임명되면 내년 야당으로 정권교체가 이뤄져도 임기 중간에 내쫓겨날 수 없다"는 말도 들린다.그런 얘기가 빈말도 아니다. 문재인 정부 초기 김은경 환경부 장관이 지난달 서울지방법원에서 ‘환경부 블랙리스트 사건’으로 2년 6개월의 실형을 선고받았다. 임기가 보장된 환경부 산하 공공기관 임원들에게 사표를 제출하게 한 혐의였다. 이 법원 판결로 과거 정권 시절 뒷조사를 통해 조용히 사표를 종용하거나 협박을 통해 물러나게 했던 시대는 간 것이다.최근 이뤄지는 공공기관장 교체가 알박기로 이뤄진다면 차기 정부가 국민에 공약한 정책을 강도 높게 추진할 임기 초반에 지난 정권에서 임명된 3년 임기 공공기관장과 2년간 불편한 동거를 할 수밖에 없다. 이제 이런 관행과 제도는 시대에 맞게 바뀔 필요가 있다. 지금 임명되는 공공기관장이 차기 정부 출범과 동시에 잔여 임기에 상관 없이 새 정부로부터 신임을 받도록 하는 것부터 시작해야 한다. 이 일은 지금 문재인 정부가 할 수 있다. 공정과 정의를 앞세운 정권이자 원내 절대 다수의석을 가진 힘 있는 정권이지 않는가. 문재인 정부가 이 작은 것조차 못한다면 그간의 실정을 조금이나 만회할 기회를 영영 갖지 못한다. ‘검수완박’등 개혁 구호도 표리부동 또는 꼼수로밖에 평가받지 못할 것이다.

[데스크 칼럼]잘못된 관행이 우리 사회를 할퀴고 있다

[데스크 칼럼]잘못된 관행이 우리 사회를 할퀴고 있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 직원들로부터 촉발된 땅 투기 의혹이 정부 산하 공기업과 지방자치단체, 지방의회 관계자들로까지 확산되면서 온 나라가 시끄럽다. 투기 의심자들이 내부 정보를 이용한 것도 모자라 기상천외한 방법까지 동원한 사실이 마치 생방송처럼 전달되는 것을 보고 있자니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분노를 느끼게 된다. 그런 가운데 LH의 간부 직원 2명이 잇따라 목숨을 끊는 안타까운 사건이 발생했고, 사태의 책임을 지고 사의를 표명한 변창흠 장관은 ‘시한부 장관’이라는 타이틀을 갖게 됐다. 문재인 대통령의 발본색원 주문에 맞춰 특수본이 수사 대상을 확대하고 있어 앞으로 더 충격적인 범법 행위들이 밝혀질 가능성도 있다. 땅 투기 의혹이 제기됐을 때 ‘블라인드’에는 LH의 직원으로 보이는 사람이 ‘내부에서는 신경도 안 씀’이란 제목으로 글을 올렸다. 그는 "어차피 한두 달만 지나면 사람들 기억에서 잊혀서 물 흐르듯이 지나갈 거라고 다들 생각하는 중"이라고 했다. 또 "털어봐야 차명으로 다 해놨는데 어떻게 찾을 거냐"라는 말도 덧붙였다. 글쓴이가 LH 직원이 맞는다면 오래전부터 LH 내부에서는 차명을 활용한 직원들의 땅 투기가 비일비재했을 것으로 보인다. 건설업계 한 관계자는 투기 의혹이 불거진 LH 직원들이 2급(부장급)이라는 사실에 주목했다. 그는 "투기 의심자 대부분 은퇴를 앞두고 있어 노후자금이 필요하던 차에 신도시 개발 정보를 알게 돼 땅을 샀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차명으로 땅을 사면 나중에 본인 명으로 변경할 때 세금을 내야 하는데 은퇴가 얼마 남지 않아 굳이 그럴 필요가 없었을 것"이라는 주장을 폈다. 그러고는 "이들은 ‘남들도 다 해 먹었는데 재수 없게, 하필 나만’이라는 생각을 하고 있을 지도 모르겠다"라고 덧붙였다.어느 사회나 조직에는 오랜 시간을 거쳐 만들어진 잘못된 관행이 있지만 쉽게 사라지지 않고 있다. 습관처럼 굳어져 행위 당사자들이 문제의 심각성을 인지하지 못하거나가 불법·편법인 줄 알면서도 남들이 다해 본인도 따라 하는 경우도 있다. 땅 투기처럼 잘못된 관행인 줄 알면서도 막대한 이득을 위해 양심을 저버리는 사람도 있다. 우리 사회가 정직하게 사는 사람을 ‘꽉 막혀 있는 사람’, ‘융통성 없는 사람’으로 치부하는 문화도 잘못된 관행을 조장했을지도 모른다. 4월 재보궐 선거와 내년 대선을 앞두고 대형 악재를 만난 정부와 여당은 연일 철저한 조사와 투기 수익 환수, 재발방지 대책 마련 등을 외치고 있다. 그러면서 2·4 공급대책을 차질 없이 진행하겠다는 말을 되풀이하고 있다. 공급대책 차질로 야기될 부동산 시장의 혼란을 막기 위한 조치지만 국민들의 신뢰감은 이미 바닥까지 떨어졌다. 실제 정부 의지와 달리 시장에서는 차질 불가피론이 대세다. 땅 투기 사태 수습에 걸리는 시간을 예단하기 어렵고 2·4 대책 후속 입법도 차질을 빚고 있다. 여기에 신도시를 철회하라는 목소리가 커지면서 토지보상 작업도 난항이 예상된다. 토지보상이 늦어지면 지구단위 계획 수립 등 신도시 개발을 위한 절차도 미뤄져 오는 7월 사전청약도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다. LH 땅 투기 사태가 무주택자들의 내 집 마련 희망도 빼앗아 간 것이다.1기 신도시 개발할 때도 공직자들의 땅 투기가 있었는데 지금도 이 같은 관행이 횡행하고 있다. 우리가 뿌리 뽑지 못한 잘못된 관행이 30년이 지난 지금 거대한 괴물이 되어 우리 사회를 할퀴고 있다.

[데스크 칼럼] 美 국채금리 상승에 불안한 투자자들

[데스크 칼럼] 美 국채금리 상승에 불안한 투자자들

코스피가 예상보다 봄을 너무 빨리 맞이한 탓일까. 국내 증시가 3000선을 아슬아슬하게 넘나들며 살얼음판을 걷고 있다. 코스피가 사상 최초 3000선을 돌파하며 모두가 환호성을 지르던 올해 1월과는 사뭇 다른 모습이다. 동학개미운동의 승리를 단언하던 개인투자자들의 자신감은 온데간데 없다. 연기금이 국내 주식 비중 조절을 위해 사상 최장 기간 순매도를 기록하는 사이 개인들은 연일 손절과 버티기 사이에서 갈팡질팡하고 있다.코스피 뿐만이 아니다. 미국을 비롯한 글로벌 증시 모두 최근 들어서는 약세장으로 돌아섰다. 이처럼 글로벌 증시가 패색이 짙어진데는 미국 국채수익률(금리) 상승과 인플레이션 우려 등이 맞물렸기 때문이다.소위 시장금리로 불리는 미국국채 10년물 금리가 최근 가파른 속도로 상승해 1.5%를 상회하면서 인플레이션에 대한 부담감이 높아졌다.미국채 수익률이 1.5%라는 것은 굉장히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미국 S&P500지수의 속한 기업들의 평균 배당수익률은 1.5%다. 쉽게 말해 S&P500에 편입된 기업의 주식에 투자한다면 1년 배당수익률로 1.5%를 거둘 수 있다는 의미다. 이는 곧 투자자들이 주식에 투자할 것인지, 채권에 투자할 것인지에 대한 바로미터가 된다. 안전한 미국 국채로 1.5%의 수익률을 얻을 수 있다면 굳이 주식투자로 위험을 감수하면서까지 같은 수익률을 추구할 이유가 줄어들기 때문이다. 결국 주식시장의 자금이 채권시장으로 이동하는 머니무브가 발생할 수 있는 위치가 조성된 것이 최근 증시의 조정장세를 유발했다.커지는 인플레이션 압력도 주식시장의 발목을 잡고 있다. 코로나 백신 보급으로 경기가 빠르게 회복될 것이라는 기대감이 커지고 있고 이는 지난 1년여간 코로나 극복을 위해 가동된 전 세계적인 저금리 기조와 막대한 유동성으로 인해 인플레이션이 발생할 것이라는 우려로 이어졌다. 실제 지난달 우리나라의 소비자물가는 전년 동월 대비 1.1% 오르며 1년 만에 가장 높은 상승률을 보였다. 인플레이션 우려로 중앙은행이 기준금리를 인상할 경우 그간 유동성이 밀어올린 증시 상승세에는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밖에 없다.그렇다면 앞으로 코스피는 어떻게 될까. 이에 대한 해답 역시 ‘금리’에서 찾아보는게 합리적으로 보인다. 제롬 파월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은 지난해 8월 평균물가목표제 도입을 선언하며 기준금리 변동의 기준을 인플레이션보다는 고용에 무게를 싣겠다고 시사했다. 즉, 실제 인플레이션이 발생한다 해도 단기간의 물가 상승만으로는 기준금리를 올릴 생각이 없음을 투자자들에게 분명히 전달한 것이다.현재 투자자들의 심리를 위축시키고 있는 시장금리 상승세에 대해서도 금리 인상에 대한 우려를 불식시키기 위해 연준이 꺼내들 수 있는 카드는 많다. 대표적인 것이 바로 오퍼레이션 트위스트(Operation Twist)다. 오퍼레이션 트위스트는 장기 채권은 매입하면서 동시에 단기 채권은 파는 식으로 장기 채권 수익률은 낮추고 단기금리는 높여 국채 수익률을 조작하는 것을 의미한다. 이를 통해 기준금리를 조절하지 않으면서도 인플레이션 유발에 대한 우려를 잠재울 수 있다.주식시장이 하락구간에 진입하면 투자자들은 하락하는 이유에 더 많은 표를 던진다. 하락하면 하락하는 이유만을 찾고, 상승을 하게 되면 상승을 하는 이유를 찾는다.현재의 기준금리는 여전히 낮고 각국 중앙은행장들은 이른바 ‘출구전략’에 대해 아직은 시기상조라는 입장이다. 시장 불안감을 키운 시장금리에 대해 연준은 아직 개입도 하지 않은 상태다. 적당한 수준의 인플레이션은 이미 저금리 기조가 장기화되면서 예견된 일이다.장기간 상승장에 익숙해진 투자자들의 불안감이 유난히 높아진 3월이다. 시장의 소음에 흔들리기보다는 차분하게 자산 포트폴리오를 점검하며 수익률 회복을 기다려야 할 때다.mediasong@ekn.kr

[데스크 칼럼] 천문학적 해상풍력 투자

[데스크 칼럼] 천문학적 해상풍력 투자 '용두사미' 걱정된다

제너럴일렉트릭(GE)과 도시바. GE는 미국, 도시바는 일본 회사다. 양국 에너지 산업의 대표주자인 두 회사가 해상풍력발전 사업에서 제휴를 하려 한다. 지난달 23일 니혼게이자이신문에 나온 팩트다. 그 속내가 무엇인지 궁금증을 자아낸다. GE·도시바의 연합전선은 국내에선 일부 언론에만 짤막하게 나온 내용이지만, 사실 그것이 갖는 의미는 심장해서다.상식적으로 어떤 회사든 손을 맞잡는다는 것은 서로 이익이 맞아떨어져서다. GE·도시바가 협상 중인 해상풍력발전의 핵심설비에 관심이 쏠릴 수밖에 없다. 그 아이템은 발전장치(나셀). 두 회사는 도시바의 발전 계열사인 도시바에너지 요코하마 공장에서 나셀을 공동 생산할 것으로 알려졌다. 그런데 요코하마 공장은 도시바가 최근 화력발전사업 시장에서 철수하면서 남게 된 곳이다. 이 공장의 기존 설비와 인력을 활용하게 될 터이니, 도시바 입장에서만 봐도 그야말로 꿩 먹고, 알 먹고다.도시바는 세계적인 탈석탄 흐름에 맞춰 신재생에너지 쪽에서 보폭을 넓히고 있는 만큼 규모가 더 큰 GE와 나셀을 함께 만들면 비용 등 여러 면에서 경쟁력을 높일 수 있다. 삼척동자도 가늠하는 얘기다.GE가 얻는 이익 또한 살펴보지 않을 수 없다. 역사적으로 GE는 사실 바다보다 땅의 강자다. 다시 말해 육상 풍력발전 시장에서 높은 점유율을 구축한 반면 해상풍력발전 시장에서는 후발주자에 속한다. GE가 도시바와 손잡으려는 이유다. 일본은 거대한 해상풍력발전 건설이 예정돼 있으니, 이 나라에 말뚝을 먼저 박으면 당연히 선두권 기업들과의 격차를 빠르게 줄일 수 있게 된다. 양사는 이미 원자력·화력발전에서 제휴를 맺었던 만큼 해상동맹 시너지는 더 커지면 커졌지, 작아지진 않게 된다.게다가 두 회사는 수익성이 높은 발전시설의 보수·운용 서비스로까지 제휴 범위를 넓힐 것으로 전해졌다. 업계에 널리 알려진 ‘알짜’ 사업이다. 서로 밀어주고 당겨준다. 덩치를 키우는 ‘묘수’다.이게 다일까. 아니다. GE·도시바 움직임은 좀 더 글로벌 시각에서 해석하는 게 옳다고 본다. 세계 해상풍력발전 시장을 장악하고 있는 기업을 살펴보면, 2019년 기준 세계시장 점유율에서 유럽 지멘스가메사가 39%로 1위다. 이어 덴마크 베스타스(15%), 중국 SE윈드(10%), 엔비전(9%), 골드윈드(9%) 순이다. 유럽·중국기업 5곳을 합하면 무려 82%나 된다. GE·도시바 동맹은 결국 중국·유럽에 맞서려는 것이다. 수년 전부터 차세대 에너지원으로 해상풍력발전을 활용하려면 모든 산업의 원천기술력이 뛰어난 일본 기업을 키우는 게 시급하다는 지적이 끊이질 않았던 것도 바로 이 때문이리라.일본 정부도 해상풍력발전에 눈을 떠 투자를 적극적으로 독려하고 있다는 점을 눈여겨 봐야 한다. 2019년 해상풍력발전 근거법을 만들고, 현재 2만㎾에 불과한 해상풍력발전을 2030년까지 1000만㎾, 2040년까지 4500만㎾로 키울 계획이다. 이를 통해 2019년 19%인 신재생에너지 비중을 2050년까지 50~60%로 높일 방침이며, 2040년까지 자국산 부품 조달비율도 60%까지 늘린다는 목표도 세웠다. 일본은 기계 분야에서 세계 최고 수준의 원천기술들을 확보하고 있는 만큼 실현 가능이 높다는 게 전문가들의 대체적 평가다.걱정은 이제 한국이다. 최근 정부가 전남 신안 앞바다에 2030년까지 세계 최대인 8.2GW 규모 해상풍력단지를 조성하겠다고 선언한 게 걱정의 씨앗이다. 투자 규모는 48조5000억원. 천문학적인 돈이다. 비용만큼의 효율을 거둘 수만 있다면 ‘기우’에 불과할 것이다. 하지만 세계 해상풍력 누적 설치용량이 2010년 3GW에서 2019년 28GW로 10년간 25GW 늘었다는 점에서 우리의 기술력과 비용·시간, 에너지정책을 둘러싸고 오락가락 하는 정치 등의 현실을 생각하면 고개를 갸우뚱하지 않을 수 없다. 영국·독일·덴마크 등 수십 년 전부터 해상풍력발전을 해온 터줏대감들도 설비를 빠르게 늘리지 못했다. 건설 및 유지·보수 비용이 해상은 육지에 비할 바가 아니라서 그렇다.우리 현실에서 구체적이고 체계적인 ‘실력 키우기’ 계획도 없이 그린 큰 그림이 ‘용두사미’에 그친 일을 한 두번 겪어본 게 아니라서 그런지 더더욱 걱정으로 다가온다.

[데스크 칼럼] 文 정권, 더 이상 애먼 희생양 만들지 말라

[데스크 칼럼] 文 정권, 더 이상 애먼 희생양 만들지 말라

문재인 대통령은 어지간해선 주요 갈등 현안에 끼어들지 않는다. 솔직히 말하면 인상적인 언급이나 행보를 찾기 어렵다. 이게 코로나19로 한숨 짓고 고통받는 국민의 최근 심중을 고려한 것이라면 다행이다. 대통령까지 정쟁 한 가운데 서 있다면 가뜩이나 심란한 국민의 마음을 더 무겁게 할 수 있기 때문이다. 문제는 문 대통령이 주요 갈등 현안을 조정하거나 정리·수습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를 두고 팔짱 끼고 있다거나 직무유기하고 있다면 너무 나간 것인가. 문 대통령은 여러 갈등을 풀지 못한 것에 대해 수차례 사과했다. 사과는 해야 할 일을 하지 않았거나 해서는 안 되는 일을 한 것에 대한 반성이다. 다시는 같은 일을 되풀이 하지 않겠다는 다짐이기도 하다. 하지만 사과 그 자체로 끝이었다. 나중에 별로 달라진 게 없다. 법무장관과 검찰총장 간 갈등이 대표적이다. 검찰개혁을 명분 삼은 윤석열 검찰총장 ‘찍어내기’의 진두지휘자로 법무장관이 추미애에서 박범계로 선수 교체됐지만 그저 ‘시즌2’일 뿐이다. 신현수 대통령 민정수석의 사의파동이 그 반증이다. 검찰개혁 타령하며 사상 초유 검찰총장 징계 등으로 윤석열과 1년 내내 대립했던 추미애는 판사 출신 정치인이다. 문 대통령은 추미애에 이어 추미애와 같은 길을 걸은 박범계를 법무장관에 기용했다. 동시에 청와대 민정수석에 검찰 출신이자 문 대통령과 사실상 동지관계로 알려진 신현수를 발탁했다. 이에 대해 여권의 검찰개혁이 정상화의 길로 가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왔다. 그러나 결과는 역시나였다. 이번 파동을 놓고 보면 신현수 스스로도 당초 자신의 기대가 오판이었고 착각이었던 듯 싶다. 이는 무엇을 뜻하는가. 문 대통령이 참모조차도 자신의 의중을 제대로 읽을 수 없는 처신과 행보를 하고 있다고 보는 게 상식이다. 검찰개혁 관련 여권의 입장도 중구난방이다. 정권에 미운 털 단단히 박힌 윤석열 개인을 겨냥, 대선 등 공직 출마를 제한하는 입법 추진론까지 나왔다. 이게 현행 법과 사리에 맞지 않은 것에 더해 다분히 감정적인 발상으로 비춰진다. 중대범죄수사청을 만드는 입법 추진도 마찬가지다. 검찰·경찰 수사권 분리, 공직자범죄수사처 신설 관련 입법을 마무리하자마자 갑자기 들고 나온 것이다. 중대범죄를 검찰이 수사하도록 한 게 얼마나 됐나. 뒤늦게 보니 검찰엔 중대범죄 수사도 맡기지 못하겠다는 것이다. 입법을 마치 붕어빵 찍어내는 것쯤으로 생각하는 모양이다. 이런 입법이 비위혐의로 기소된 집권당 의원들의 주도로 추진돼 방패입법이란 비판도 나온다. 사정이 이런데도 문 대통령과 청와대는 관련 입장이 없다. 문 대통령은 1년여의 추미애-윤석열 갈등에 대해 사과까지 하면서 "윤 총장은 문재인정부 검찰총장"이라고 껴안았다. 그런데 신현수 파동을 보니 그게 아니었던 듯 싶다. 어쨌든 문 대통령이 주요 현안에 대해 메시지를 내는 데 너무 신중하다. 어쩌다 내놓은 메시지는 여권에서 잘 먹히지 않는다. 일각에선 임기 말 대통령 권력 누수현상이 현 정권에서 만큼 나타나지 않은 적 없다고 한다. 그렇다면 대통령 메시지는 표현과 속내가 다르다는 뜻 아닌가. 문 대통령의 현안 정리가 제대로 안되거나 메시지가 겉과 속이 다른 이중성으로 받아들여지면서 정권 인사들이 상처를 받고 있다. 추미애·박범계·윤석열·신현수는 물론 최재형 감사원장, 홍남기 부총리겸 기획재정부 장관 등이 그렇다. 특히 검찰 조직은 추매애·윤석열 라인으로 갈려 치고박고 할퀸다. 이들의 출세욕·권력욕만 탓할 게 아니다. 그 자리에 가면 줄을 서지 않을 수 없다. 직을 거는 소신도 소용없다. 수많은 검사들이 개혁이든 반개혁이든 각각의 공범자·부역자라기보다 크게 보면 모두 불쌍한 희생양들이다. 월성 원전 1호기 조기 폐쇄 또한 다를 게 없다. 지금까지 나왔거나 진행되는 관련 감사원 감사와 검찰 수사에 따르면 문 대통령의 말 한 마디가 조기 폐쇄 강행의 절차상 허점과 뒤 이은 자료폐기 등 불법으로 이어졌다는 것이다. 문 대통령의 말 한 마디는 대선 주요 공약인 월성 1호기 가동 중단과 관련 취임 2년차인 2018년 4월 참모들에게 "언제 결정하느냐"고 물어봤다는 것이다. 이 사안으로 비록 법원에서 받아들여지지 않았지만 백운규 당시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에 대해 구속영장이 청구됐다. 산업부 국장 등 실무자 3명은 구속 또는 불구속 기소됐다. 또 당시 대통령 참모들이 대거 수사선상에 올랐거나 오를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 문 대통령에 대한 법적 책임론을 거론하는 것은 지나친 비약일 수 있다. 그렇더라도 문 대통령의 정치적, 도의적 책임까지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문 대통령의 한 마디가 없었다고 하더라도 ‘탈원전’은 문재인 정부의 핵심 국정과제였다. 산업부 관료든 청와대 참모든 탈원전이 국정과제가 아니었다면 이런 무리수를 둘 필요가 없었을 것이다. 감사원 감사 전날 증거인멸한 혐의를 받는 산업부 공무원이 감사원 감사 및 검찰 수사 과정에서 "신내림을 받았다"고 진술한 것을 보면 자신도 어처구니 일로 생각한 것 같다. 월성1호기 조기폐쇄 관련 감사원 감사에 이어 검찰 수사로 확대되자 여권은 대통령 공약이행의 경우 수사 대상이 될 수 없다고 주장한다. 공약을 내걸고 선거에서 이겼으니 국민의 추인받은 것이고 통치권 행사 차원에서 이뤄진 것이니 신성불가침이라는 뜻이다. 그 주장 자체의 타당성을 따지기 전에 이런 여권의 주장이 설득력을 가지려면 대통령이 "내 탓이요"를 먼저 얘기해야 한다. 하지만 문 대통령은 이에 대해 일언반구 말이 없다. 그러니 자꾸 ‘꼬리 자르기’란 지적이 나온다. 문재인 정부 탈원전의 일환으로 중단된 신한울 원전 3·4호기 건설 재개 여부가 오리무중이다. 신한울 3·4호기 건설 사업은 전 정권 박근혜 정부 때인 2017년 2월 27일 사업허가를 받았다. 그러나 현 정부가 들어선 뒤인 그 해 10월 국무회의에서 에너지전환 로드맵이 의결돼 공사 중단됐고 12월 전력수급기본계획에서 제외됐다. 그 이후 4년간 현 정부는 공사 재개여부에 대해 공식적으로 아무런 언급을 하지 않고 있다. 이 사업허가 기한이 오는 26일 종료돼 한국수력원자력은 주무부처인 산업부에 이 기한을 앞으로 2년간 연장 요청했다. 산업부는 22일 이 기한 연장을 승인했다. 다만 공사재개 여부 결정은 차기 정부로 넘어갈 것으로 전해졌다. 그게 현재로선 예측 가능한 수순으로 보인다. 문 대통령은 탈원전을 공약하고도 구체적인 사안에 대해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다. 이 상황에서 월성1호기 사건에 데기까지 했는데 어떤 관료가 앞장서서 깃발 들겠는가. 신한울 3·4호기 공사 중단에 따른 직접적인 피해규모만 7790억원에 이른다고 한다. 문 대통령은 탈원전 중심의 에너지전환 추진을 말하기 전에 우선 명확히 할 게 있다. 신한울 3·4호기 건설 중단 피해에 대한 책임문제다. 이를 건너뛰고 공직기강을 강조하며 탈원전을 위해 관료를 다그치는 것은 무책임하고 비겁하다. 더 많은 피해자들을 만들 뿐이다. 문 대통령은 ‘문재인 보유국’, ‘우주미남’ 등 찬사에 취할 때가 아니다. 대통령 안색이나 안위만 살피는 정권수호 돌격대, 대통령 호위무사들만 믿고 섣불리 개혁을 추진했다간 역풍과 반동을 부른다. 문 대통령은 갈등 현안 뒤로 숨지 말고 전면에 나서서 조정하고 해결해야 한다. 그게 문 대통령이 그토록 염원했던 개혁의 성과를 내고 애먼 희생자를 만들지 않는 길이다.

[데스크 칼럼] 착한금융 나쁜금융

[데스크 칼럼] 착한금융 나쁜금융

벌써 4년 전의 일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취임 후 처음으로 청와대에서 주요 기업인들을 초청해 ‘기업인과의 호프미팅’을 개최했다. 당시 미팅에 참석한 여러 기업 중 화제를 모은 기업은 단연 오뚜기였다. 오뚜기는 문 대통령과 기업인들과의 대화에서 삼성, 현대, 기아차 등 내로라하는 그룹 외에 중견기업으로는 유일하게 이름을 올려 주목을 받았다. 오뚜기는 일명 ‘갓뚜기’로 불릴 정도로 상생 협력, 일자리 창출 등 여러 방면에서 모범을 보인 만큼 호프미팅에 초청해 적극 격려하겠다는 게 청와대의 취지였다.청와대 간담회의 힘은 굉장했다. 간담회가 끝난 직후 오뚜기 라면 등 주요 제품은 불티나게 팔렸고 주가도 상승세를 탔다. 그간 기업들은 ‘착한 기업’이라는 이미지를 심고자 부던히 애썼는데, 오뚜기 사례는 ‘착한 기업’의 이미지가 실제 기업의 수익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 셈이다. 여기에 최근 기업 활동에 비재무적인 요소로 분류되는 환경(E), 사회(S), 지배구조(G) 경영이 글로벌 투자의 주요 화두로 떠오르면서 ‘착한 기업’이 돼야 한다는 기업들의 사명에 불을 지폈다.그리고 4년이 지난 올해 2월, 거대 여당 사이에서 입방아에 오르내리는 산업이 있다. 바로 금융업이다. 더불어민주당 홍익표 정책위의장은 지난달 한 라디오 방송에 출연해 "코로나 상황에서 가장 이익을 크게 보고 있는 업종은 이자를 꼬박꼬박 받아 가는 금융업"이라고 지적했다. 금융사들은 코로나 여파에도 ‘이자를 꼬박꼬박 받아’가며 많은 이익을 낸 만큼 여당이 추진 중인 ‘이익공유제’에 적극 동참하라는 취지였다. 이와 동시에 금융당국의 칼날도 금융사, 아니 더 정확히 말하면 금융지주사를 향했다. 금융위는 코로나로 인한 손실 흡수 능력을 확보하기 위해 배당성향을 기존보다 6~7%포인트 낮춘 20%로 제한하라고 권고했다.물론 KB, 신한, 하나금융지주 등 국내를 대표하는 금융그룹들이 지난해 코로나 상황에서도 사상 최대 실적을 기록한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그러나 이들이 역대급 실적을 낸 것은 ‘이자를 꼬박꼬박 받아’갔기 때문이라는 일각의 주장에는 다소 동의하기 어렵다. 금융그룹 내 계열사들 실적을 보면 증권사들은 동학개미운동에 힘입어 역대급 실적을 달성한 반면 주력 계열사인 은행들은 지속되는 저금리 기조와 큰 폭의 대손충당금 적립 등 비우호적인 경영 환경 등으로 대체로 순이익이 전년보다 뒷걸음질쳤다. 코로나가 아직 끝나지 않은 만큼 주주에게 돌아가는 배당금을 조절할 필요가 있다는 건 금융사들도 일부 동의하는 부분이다. 다만 단순히 금융사들의 이익이 증가했다는 이유로 반강제적으로 돈을 출연해 피해를 입은 이들을 지원한다는 여당의 논리는 금융사 주주들 입장에서는 설득력이 떨어진다. 이익공유제와 같은 정책은 금융사 뿐만 아니라 국내에서 사업을 영위하는 다수의 기업들에게도 이익을 많이 낼 경우 언제든지 이를 다른 계층에 지원할 수 있다는 정치권의 시그널로 비춰질 수 있다.금융사들이 탈석탄 금융을 선언하고 현 정부의 한국판 뉴딜에 수십조원의 금융지원책을 내놓은 것은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다하고 착한 기업이 되겠다는 의지와 무관치 않을 것이다. 이는 다시 말해 정부의 정책에 적극적으로 동참하지 않으면 언제 어떻게든 나쁜 기업이 될 수 있다는 위기의식이 깔린 것이다.4월 재보궐 선거를 앞둔 이 때, 정치권의 요구를 순순히 따르면 착한 기업이고, 이에 응하지 않으면 나쁜 기업인가. 모두가 힘들 때 돈을 벌면 나쁜 기업이고, 같이 돈을 벌지 못하면 착한 기업인가. 정치권의 요구를 순순히 따르면서도 소비자 보호를 도외시하는 금융사는 착한 금융인가 나쁜 금융인가.앞서 오뚜기 사례를 다시 떠올려보면 문 대통령은 당시 기업인들과 만난 자리에서 "월마트같은 기라성 같은 기업과 경쟁해 생존할 정도로 우리 기업은 뛰어나다. 기업의 어려움을 적극적으로 해결해주겠다"고 강조한 바 있다. 2021년 2월, 정치권은 코로나19라는 어려움을 딛고 오뚝이처럼 일어선 금융권을 향해 어떤 시선을 보내고 있는가. 돈을 벌어도 서러운 금융업이다.mediasong@ekn.kr

[데스크 칼럼]2·4대책

[데스크 칼럼]2·4대책 '플랜B'도 마련해야

정부의 부동산 정책 실패에 따른 집값 상승 문제를 해결하기 등판한 변창흠 국토부 장관이 역대급 주택공급 확대방안을 내놓았다. 변 장관은 4일 서울 32만가구를 포함해 수도권에 61만6000가구, 지방에 22만가구 등 총 83만6000가구를 공급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1월 신년 기자회견에서 "시장의 대책을 뛰어넘는 특단의 대책을 만들겠다"면서 "공급이 부족하다는 국민 불안을 일거에 해소하는 데 목적을 두고 있다"라고 했는데, 변 장관이 이를 구체적인 숫자로 명확히 한 것이다. 시장에서는 변 장관이 주택공급 확대라는 과제를 안고 장관으로 임명됐기에 이번 대책에 많은 물량이 포함될 것이라고 예상은 했다. 80만가구가 넘는 ‘물량 폭탄’이 나오자 놀라는 분위기다. 변 장관의 계획에 이미 나온 3기 신도시 물량까지 합치면 노태우 정부의 200만가구를 뛰어넘는 역대급 물량 공세이기 때문이다. 서울 32만가구 역시 강남3구 아파트 규모와 맞먹는 수준이다.더 놀라운 것은 변 장관이 이번 대책을 통해 공급되는 주택의 입주 시기와 관련 신도시처럼 오래 걸리지 않는다고 자신했다는 점이다. 그는 주택공급 확대방안을 발표한 날 저녁 한 방송사의 뉴스 프로그램에 나와 "아주 작으면 1년 내에도 가능하고 유형에 따라 3~4년 걸리는 주택도 있을 수 있다"라고 말했다. 변 장관의 말처럼 늦어도 3~4년 안에 많은 물량의 새 집에 입주할 수 있다면 이보다 더 좋은 공급대책은 없을 것이다. 더욱이 이번 대책을 통해 마련되는 주택의 70~80%를 임대주택이 아닌 분양주택으로 값싸게 공급한다니 무주택자 입장에서는 금상첨화가 아닐 수 없다. 서울 도심 곳곳에서 다양한 형태로 공급된다는 것도 긍정적이다. 계획대로라면 3040 무주택자들은 조만간 지긋지긋한 ‘패닉바잉’과 ‘영끌’의 고민에서 벗어날 수 있다는 희망을 갖기에 충분하다.하지만 정부의 청사진이 계획에 그치고 실현되지 않는다면 아무 소용이 없다. 정부 발표만 믿고 3~5년을 기다렸는데 새 집은 나오지 않고, 그 사이 집값마저 계속 오른다면 무주택자들은 ‘정부 말을 믿은 내가 바보지’라며 실망과 분노를 느낄 것이다.정부의 공급 확대 방안에는 어디에 얼마나 공급할지에 대한 구체적인 내용이 없다. 내부적으로 어디를 개발하겠다는 계획은 있겠지만 개발에 따른 변수가 많아서인지 발표 자료에는 들어있지 않다. 이 때문에 이번 공급대책의 실현 가능성을 반신반의하는 사람들이 많다. 일예로 도심 공공주택 복합사업과 공공이 시행하는 정비사업은 땅과 주택 소유자 3분의 2 이상이 희망할 때에만 그 절차가 시작된다. 용적률을 올려 수익성을 높여 주고 재건축 조합원 거주 의무와 초과이익부담금 부과도 면해 주겠다는 당근책을 내 놨지만 자신의 땅과 집을 내놓지 않는다면 주택 공급이 불가능하다. 이에 따라 이번 공급대책이 차질을 빚게 될 경우를 대비한 대안을 만들어 놓을 필요가 있다. 개인적으로 두 가지를 제안한다. 하나는 민간 재개발·재건축 허용이다. 서울시가 2012부터 2018년까지 취소한 재개발·재건축 사업지는 모두 393곳이다. 이들 사업을 통해 공급되는 아파트는 총 24만8889가구에 달한다. 이번 공급대책에 포함된 사업들이 차질을 빚을 경우 민간 재개발·재건축은 훌륭한 대안이 될 수 있다. 다른 하나는 다주택자들의 양도소득세 한시적 인하다. 집을 여러 채 가지고 있는 다주택자들이 매물을 내놓을 경우 새로 주택을 짓지 않아도 시장에는 공급효과가 나타난다. 공평과세와 다주택자의 시세차익 환수도 중요하지만 지금은 집값을 잡는 게 우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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