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칼럼]시장 초토화한 ‘오쏘공’…욕심 버리고 시민만 보라

“오쏘공(오세훈이 쏘아 올린 작은공)이 시장을 초토화시켰다." 최근 오세훈 서울시장의 '토지거래허가구역' 해제·번복 사태가 대한민국의 부동산 시장을 뒤흔들고 있다. 첫째, 정책의 신뢰도·예측가능성을 훼손했다. 부동산 투기의 '최후의 장벽'을 정확한 근거도 없이 풀었다가 35일 만에 뒤집자 시장은 대혼란에 빠졌다. 해제 후 해당 지역에서 집을 샀거나 팔려던 사람들은 '멘붕'을 호소한다. 정책이 정치적 논리에 의해 좌우돼 불신이 커졌다. 둘째, 부동산 망국론을 고조시켰다. 우리나라는 '불로소득'만 나오는 부동산에 투자가 집중돼 생산성 저하·양극화·가계 부채 등 문제가 심각하다. 집값을 안정화시켜 경제가 효율적으로 돌아가도록 하는 것이 정치 지도자의 임무인데, 오히려 투기를 부추겼다. 기회를 엿보던 전국의 부자들이 돈을 싸들고 몰려들었다. 셋째, 정부 부동산 정책을 무력화했다. 정부는 지난 1월19일 지방 부동산 경기 활성화를 위해 3000가구 매입과 세제·대출 규제 완화 등 대책을 발표했는데, '오쏘공'으로 힘을 잃었다. 인구 감소·양극화로 '똘똘한 한 채', 서울 1급지 아파트가 전 국민의 최우선 재테크 대상이다. 오쏘공으로 강남 아파트가 시장에 등장하니 다른 곳이 팔릴 리가 있나. 넷째, 경기 부양을 위한 금리 인하의 효력까지 제한했다. 한국은행은 지난해 10월 이후 경기 부양을 위해 3차례나 금리를 인하했다. 그러면서도 가계 부채 관리를 위해 주택담보대출 규제는 강화했다. 풀린 돈이 생산적인 곳으로 투자되어야 효과가 크다. 하지만 오쏘공이 등장하자 부동산 가격이 들썩이고 주담대도 늘어나면서 '도루묵'이 됐다. 다섯째, 뒤늦지만 오 시장의 '이해 충돌' 논란도 있다. 오 시장은 강남구 대치동에 고급 빌라를 소유하고 있는데, 이미 2023년 11월 토지거래허가구역에서 제외된 것으로 확인된다. 그해 4월 '부동산거래에관한법률'이 개정돼 '핀셋 지정'이 가능해지자 시가 빌라·다세대 등을 토지거래허가 대상에서 뺐기 때문이다. 땅 투기를 막겠다면서 아파트는 놔두고 토지 지분이 훨씬 큰 고급 빌라를 제외한 이유는 무엇일까? 백번 양보해도 '셀프 해제'에 따른 이해 충돌 논란이 불가피하다. 참고로 몇 년 전 청와대 공직자들은 강남 아파트 소유만으로도 사표를 냈었다. 오 시장은 이번 일로 대권 가도에 큰 타격을 받았다. 정치 지도자로서 실력·비전·철학 부재를 지적받았다. 치명타다. 지난달 올림픽 국내 유치 도시 경쟁에서 전북에게 완패한 것은 실무적 차원이라고 치자. 오쏘공 사태는 지금 이 시대 국민들이 진정 원하고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를 몰랐다는 점에서 아주 큰 결격 사유다. 시민들에게 큰 혼란을 주고 직접적인 경제적 피해까지 끼쳤다. '뉴타운 광풍'으로 대권을 잡았던 이명박 전 대통령을 모델로 여겼을까? 지난해 12.3 비상계엄 사태 이후 부동산 규제 완화를 쏟아 낸 것으로 봐 충분히 의심된다. 설상가상 '명태균 게이트' 의혹까지 나날이 확산되고 있다. 2010년 무상급식 반대를 이유로 시장직을 내던져 국민들을 의아하게 했던 기억마저 소환되고 있다. 모든 게 욕심에서 나왔다. 오 시장은 지금이라도 왜 정치에 뛰어들었는지 되새겨 보길 바란다. 오로지 '시민'만 보라. 김봉수 기자 bskim2019@ekn.kr

[데스크 칼럼] 사모펀드 MBK의 끝없는 그림자

2015년 9월, MBK파트너스가 영국 테스코로부터 유통 공룡 홈플러스를 인수한 사례는 MBK파트너스뿐만 아니라 우리나라 인수합병(M&A) 시장에도 큰 획이었다. MBK는 당시 미국 콜버그크래비스로버츠(KKR), 아시아 투자 전문회사 어피티니에쿼티파트너스 컨소시엄, 칼라일그룹을 누르고 7조2000억원에 홈플러스를 인수하는데 성공하며 국내 M&A시장에 새로운 이정표를 세웠다. 해당 거래는 아시아태평양 지역에서 최대 규모의 바이아웃(Buy-out) 딜이자, 국내 인수합병 역사상 최고가를 기록한 사례로 남았다. 홈플러스 인수 당시 김광일 MBK파트너스 대표는 “MBK는 직원들과 노동조합, 협력사, 고객 등 이해관계자들과 생산적인 관계를 유지할 수 있도록 경영진과 긴밀하게 협력하겠다"고 밝혔다. 그리고 10년이 흐른 지금, MBK파트너스는 한국 사모펀드 시장에 또 다시 중대한 역사를 남기고 있다. 국내 대형마트 2위인 홈플러스가 이달 4일 서울회생법원에 회생절차를 신청해 개시 결정을 받은 것이 발단이었다. 지난달 28일 한국신용평가 등 신용평가사들이 홈플러스 신용등급을 하향(A3→A3-)하면서 단기 유동성을 확보하고자 선제적으로 회생절차라는 카드를 꺼냈다는 MBK의 명분은, 대한민국 자본시장에 던져진 큰 혼란과 파장을 감안할 때 궁색하기만 하다. 갑작스런 기업회생 절차로 홈플러스 입점사들은 정산금을 지급받지 못해 각종 자금 마련에 비상이 걸렸으며, 홈플러스 카드대금채권을 유동화한 전자단기사채(ABSTB, 전단채)에 투자한 투자자들은 전액 손실 위기에 놓였다. 이 와중에 홈플러스가 지속적으로 내놓는 변명과 해명들은 돌연 줄도산 위기에 직면한 소상공인과 납품업체들의 고통을 얼마나 진지하게 받아들이고 있는지 의문스럽다. 특히 MBK파트너스와 홈플러스가 기업의 지속 가능성과 이해관계자 보호에 일말의 책임감이나 윤리의식이 있었다면, 신용등급 강등 직전까지 전단채를 발행하는 행위는 단연코 없었을 것이다. 자구책을 생략하고 기습적으로 기업회생 절차를 신청한 것은 1원이라도 손해 보기 싫다는 MBK파트너스 본성을 드러낸 사례라고 봐도 무방하다. 시장 전반의 신뢰를 저버린 MBK의 고려아연 인수 시도는 그런 측면에서 상당히 우려스럽다. 고려아연은 이달 말 정기주총에서 영풍-MBK연합과 의결권 정면 대결을 벌인다. 김광일 부회장은, MBK가 고려아연 최대주주로 주주환원·기업 거버넌스(의사결정구조)를 조속히 추진하겠다고 했다. 고려아연 이사회는 견제, 감독기능이 상실됐으며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의 이해관계에 따라 회사가 원아시아파트너스, 이그니오홀딩스, 정석기업 등에 투자해 2조5000억원의 기업가치를 훼손시켰다는 게 MBK의 주장이다. MBK는 고려아연의 거버넌스를 개선하는 것만으로 총 3조4000억원의 주주가치를 제고할 수 있다고 공언했다. 책임경영을 도외시한 채 국내 자본시장을 혼돈으로 몰아버린 MBK가 과연 거버넌스 개선을 운운할 자격이 있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 고려아연은 세계 1위 비철금속 제련기업이자 국내 첨단 산업에 다양한 기초 소재를 공급하는 공급망 핵심 역할을 담당한다. 게다가 고려아연의 '하이니켈 이차전지 전구체' 기술은 국가핵심기술로, 해외로 유출될 경우 국가 안전보장 및 국민 경제 발전에 악영향을 줄 우려가 있어 정부가 특별 관리하고 있다. 홈플러스 사태를 통해 확인된 MBK파트너스의 경영 방식이 고려아연에서도 적용된다면, 이는 주주 가치를 높이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기업의 지속 가능성을 위협하고 국가 경제에도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본다. 고려아연은 사모펀드식 경영의 민낯을 드러낸 MBK가 간단하게 넘볼 수 있는 기업이 아니라는 뜻이다. MBK는 고려아연의 거버넌스를 논하기 전에 홈플러스 기업회생으로 촉발된 경제적 손실과 사회적 비용에 대한 책임 있는 답부터 내놔야 하지 않나. 적어도 김병주 MBK파트너스 회장이 아시아 사모펀드 시장의 개척자이자 대부, M&A 시장의 귀재라면 말이다. 송재석 기자 mediasong@ekn.kr

[데스크 칼럼] ESTP 대통령을 만났을 때 대처하는 방법

어린이집에 가보면 유독 에너지가 넘치고 즉흥적이며 현실적이고 경쟁심이 강한 어린이가 있다. 잠시도 가만히 있질 못한다. 하기로 했던 일보다 바로 하고 싶은 일에만 관심을 가진다. '나는 자라서 대통령이 될 거야' 같은 허황된 꿈을 입 밖으론 내지 않는다. 당장에 치토스 한 봉지를 먹기 위해 어떻게든 친구를 꼬드겨 낸다. 말싸움으로 이길 재간이 없다. 무엇에든 이겨야 직성이 풀린다. 전략적이고 상당히 똑똑하다. 교사 입장에서 보면 좀 피곤한 아이다. MBTI로 보면 ESTP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재집권 이후 연일 전 세계를 들어다 놨다 한다. 관세를 부담스러운 수준까지 올리는 건 예사다. 이민 장벽을 높게 치면서도 올리가르히에게도 영주권을 팔겠다고 선언한다. 이전 정부가 시행했던 각종 보조금 정책을 단칼에 베어버린다. 거대한 미국 재정으로 암호화폐를 비축자산에 편입할까한다는 혼란스런 메시지로 비트코인 가격을 흔들어 댄다. 군비 지원 중단으로 우크라이나를 압박해 자원을 미국 수중에 넣어버린다. MBTI로 보면 ESTP에 가깝다. 그런 트럼프 대통령이 '광인 전략'을 최근 잠시 멈춘다. 멕시코와 캐나다에 25%의 관세부과를 추진하다 지난 4일 돌연 관세를 한 달 연기한다. 그 중심에 클라우디아 셰인바움 멕시코 대통령이 있다. '얼음여왕'이라 불리는 셰인바움은 계산적이고 기술적으로 예측 불가능한 스타일의 트럼프를 대했다. 트럼프가 멕시코의 '펜타닐 공급'을 비난하자 미국의 멕시코 상대 '무기 공급'을 문제 삼으며 되받아쳤다. 관세 폭탄에 대해 '캐나다와 같은 다른 무역 파트너를 찾을 것'이라고 적극 응수했다. 미국-캐나다-멕시코 3국 정상간 통화가 이어지자 쥐스탱 트뤼도 캐나다 총리는 트럼프와의 통화해서 욕설을 주고받으며 설전을 벌였다. 전화를 함께 듣고 있던 셰인바움은 온화한 분위기를 주도했다고 알려졌다. 결국 트럼프는 트뤼도에 대해선 '멍청이'란 표현까지 써가며 혹평했지만, 셰인바움에겐 '존경'의 뜻을 밝혔다. 관세가 유예되는 동안 멕시코는 협상의 여지와 외교적으로 유리한 입장을 확보했다. 외교가는 트럼프를 들었다 놨다한 셰인바움이 '2승을 거뒀다'고 평가하고 있다. 노련한 어린이집 교사는 ESTP 어린이를 보고 있다 결심이 서면 옹호자형(INFJ)이나 선도자형(ENFJ)으로 변신한다. 옹호자형으로 변신하면 차분하게 인내심을 보여준다. 즉흥성과 감정의 기복을 이해하고, 장기적인 목표를 설정해 준다. 조용한 카리스마로 자연스레 옳은 방향으로 유도한다. 감정적인 공감을 통해 아이가 자신의 행동이 타인에게 미치는 영향을 깨닫게 만든다. 실수할 기회를 주고 그 실수를 통해 배우도록 유도한다. 자연히 존경을 불러일으켜 아이를 원하는 방향으로 이끈다. 선도자형으로 변신한 교사는 ESTP 아이의 높은 에너지 레벨을 맞춰준다. 아이들이 즉흥적으로 행동하면 긍정적인 방식으로 관심을 끌어준다. 아이들의 사회적 욕구를 이해하고 협력을 통해 성취감을 느끼게 한다. 리더십의 기회를 줘봐서 경쟁적이면서도 협력적인 환경을 조성한다. 멕시코 교사가 INFJ나 ENFJ를 적절히 오가는 능숙한 교사라면, 아직 어린이집에 출근하지 않은 한국인 교사는 어떤 유형의 성격이어야 할까. 박상주 기자 redphoto@ekn.kr

[데스크칼럼] 배당 재개에 욕먹는 에너지공기업, 누구 책임인가

“빚 갚으라고 국민이 요금 올려줬더니 배당이나 하고, 모럴해저드가 따로 없다." 유튜브에서 한전의 배당 결정을 비판하는 영상의 내용이다. 에너지 공기업 중 상장된 한국전력, 한국가스공사, 한국지역난방공사가 지난해 호실적을 바탕으로 대규모의 배당을 결정했다. 그런데 이를 두고 비난의 목소리가 적지 않다. 한전은 지난해 연결기준으로 매출액 94조13억원, 영업이익 8조3488억원, 당기순이익 3조7484억원을 기록했다. 4년 만의 흑자 전환이다. 한전은 이를 바탕으로 4년만에 배당도 재개했다. 주당 214원씩, 총 1374억원을 배당한다. 그러나 한전의 이번 배당을 놓고 주주들을 비롯한 국민들은 황당하고 어이 없다는 반응이다. 정부와 한전 경영진은 한전의 천문학적 부채로 인해 도저히 회사 운영이 힘들다며 요금 인상을 호소했고, 국민들은 물가 인상으로 힘든 상황인데도 이를 허락해줬다. 그런데 요금 인상으로 수익이 발생하자 그 돈으로 빚 먼저 갚을 생각은 안하고 배당 잔치나 하고 있으니 국민들은 얼마나 황당하고 어이가 없겠는가. 한전의 부채는 정말 심각한 수준이다. 지난해 3분기 말 기준 한전의 총부채는 204조원(부채율 514.5%)이며, 이 가운데 이자가 붙는 이자발생부채만 136조원이다. 이에 따른 이자비용을 대략 계산해보면 한전은 공기업이기 때문에 국고 금리 약 2.6%를 적용하면 연간 이자액만 3조5900억원이고, 이를 월평균으로 나누면 매월 약 3000억원이 발생한다. 즉, 한전이 지난해 벌어들인 순수익 3조7484억원은 연간 이자비용 3조5900억원가량을 지불하고 약간 남는 수준에 불과한데, 한전은 그 남은 돈을 배당으로 다 써버린 것이다. 한전의 배당이 모럴해저드라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이다. 가스공사와 지역난방공사도 마찬가지다. 가스공사는 지난해 당기순이익 1조1480억원을 바탕으로 주당 1455원씩 총 1270억원을 배당하기로 했다. 한난도 지난해 당기순이익 2607억원을 바탕으로 주당 3879원씩, 총 449억원을 배당하기로 결정했다. 두 공기업 모두 3년 만의 배당 재개다. 지난해 3분기 기준으로 가스공사 총부채는 42조4930억원(부채율 402.7%), 한난 총부채는 5조5914억원(부채율 251.7%)이다. 게다가 두 공기업은 숨겨진 적자인 미수금 계정이 각각 14조원, 5600억원이 있다. 미수금은 요금 인상을 미루고 나중에 받기로 한 금액인데, 사실상 요금을 추가 인상하지 않는 한 받기 힘들기 때문에 손실 성격이 강한 계정이다. 두 공기업도 지속적인 요금 인상으로 실적이 크게 향상됐다. 하지만 여전히 재무구조가 부실한 상태여서 순수익으로 부채부터 갚는게 급선무인데, 상당한 금액을 배당에 써버렸다. 이처럼 3곳의 상장 에너지 공기업이 재무 상태가 엉망인데도 배당을 결정한 배경에는 정부의 입김이 작용했다는 게 업계의 파다한 소문이다. 정부는 2년 연속으로 세수 부족을 겪었다. 총 80조원 규모다. 올해도 경기둔화 심화로 또 세수 부족이 발생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정부가 세수를 충당하기 위해 지분을 가진 상장 공기업의 배당율을 높이도록 주문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세 공기업의 정부와 지자체 등 공공지분율은 모두 50%가 넘는다. 에너지 공기업의 부채 갚기가 늦어지면 늦어질 수록 그 피해는 국민에게 돌아간다. 국제 에너지 가격은 2022년 2월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으로 폭등했다가 3년이 지난 지금은 전쟁 전 수준으로 하락한 상태인데도 국내 에너지 요금은 전혀 내리지 않았고 부채 때문에 오히려 더 올라야 할 판이다. 애꿎은 에너지 소비자들의 피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곶감 빼먹는 듯한 정부의 에너지 공기업 배당 요구는 이제 그만해야 한다. 윤병효 기자 chyybh@ekn.kr

[데스크칼럼] ‘기업민생 챙기기’ 여야 따로 없다

미국 트럼프 2기 행정부의 출범과 함께 관세를 무기로 한 미국의 일방주의 통상 압박이 전 세계를 뒤흔들고 있다. 국제 통상관계에서 무역 당사국간 호혜주의에 입각한 자유무역 질서를 훼손하는 트럼프의 독단적인 관세 정책에 주요 대미수출국들이 당황해하며 반발하는 것은 당연하다. 한국도 예외가 아니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게 지난해 우리나라의 대미 수출액은 1278억 달러(약 184조 원)로 전체 수출액(6838억 달러, 약 1206조 원)의 18.7%를 차지한다. 대한민국 국부(國富) 핵심 창출원인 수출의 5분의 1가량이 미국에서 나온 것이다. 더욱이 수출을 이끌고 있는 품목은 △반도체(2024년 1419억달러) △자동차(708억달러) △IT(반도체 제외, 446억달러) △선박(256억달러) △의약바이오(151억달러)로, 바로 트럼프가 관세 인상을 예고한 철강·반도체·의약바이오 품목들이다. 대한민국호(號) 수출선단을 이끄는 이들 주요 품목에 미국 트럼프 정부가 실제로 10~25% 수입관세를 매길 경우, 우리나라의 대미 수출액은 지난해와 비교해 8~14%, 금액으로 55억~93억달러 감소(산업연구원 분석)하고, 총수출액도 전년대비 1.9% 감소(한국무역협회 보고서)할 것이라고 전망한다. 문제는 트럼프 행정부의 일방적 보호주의 통상정책이 단순히 수출액의 감소라는 부정적 리스크를 넘어 자칫 해당 품목과 직결된 산업의 생태계를 교란·파괴시키는 '퍼펙트 스톰(Perfect Storm)'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점이다. 더욱이 관련 산업의 수출 중소기업에 막대한 피해를 입힐 가능성이 높다는 점에서 '트럼프 관세 리스크'의 심각성이 크다. 대표적인 예로, 우리나라 최대 수출품목인 반도체 산업은 트럼프 정부가 관세 20%를 적용할 경우 대미 수출액이 8% 줄어들 것이라고 산업연구원은 내다봤다. 반도체의 대미수출 감소는 삼성전자·SK하이닉스 같은 대기업에만 피해를 주는 게 아니다. 대기업과 협력관계를 맺고 있는 반도체 관련 중견·중소기업에도 악영향을 끼친다. 국내 반도체산업에서 중소기업의 비중은 약 90% 이르며, 주로 부품 및 소재 공급, 설계 및 제조 서비스에 집중돼 있다. 지난해 전체 중소기업 수출액 1151억 달러 가운데 반도체제조용장비와 반도체가 중소기업 수출 10대 품목에 포함돼 있다. 따라서, 미국발 관세가 현실화될 경우 비단 반도체산업뿐 아니라 국내 주요 제조산업 전반에 '거센 폭풍'이 강타할 것이다. 자금과 조직, 전문인력 등 대응 능력이 상대적으로 취약한 중소기업에 피해 강도는 더 클 것이 자명하다. 다행히 정부가 최근 전체 수출기업을 대상으로 360조원 규모의 무역금융을 지원하는 범부처비상수출 대책을 발표하고 기업 피해를 최소화하는 선제대응에 나선 것은 잘한 일이다. 정치권도 가뜩이나 고환율, 소비침체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중소기업들이 美관세 악재로 더 큰 어려움을 겪지 않도록 정부와 보조를 맞춰 그 어느 때보다 현장 방문과 금융 지원, 대·중소기업 상생을 돌보는 '기업민생 챙기기'에 나서야 할 것이다. 이진우 기자 jinulee6464@ekn.kr

[데스크 칼럼] 추경, 정쟁에 휘둘릴 시간이 없다

추가경정예산안(추경)이 다시 여야 정쟁의 희생양이 되고 있다. 민주당이 지난 13일 35조원 규모의 '슈퍼추경'을 제안한 이후 정치권에서는 찬반의 목소리가 거세지며 갈등이 증폭되는 상황이다. 이번 추경에서 갈등이 첨예한 대목은 '국민 1인당 25만원 소비쿠폰(지원금)' 부분이다. 민주당의 안을 들여다보면 '소비 진작 4대 패키지' 가운데 국민 1인당 25만원의 소비쿠폰을 지급하고, 기초생활보장 수급자와 차상위 계층 및 한부모 가족에 추가 10만원을 지역화폐로 지급하는 내용이 포함되어 있다. 이를 위해 전체 추경의 3분의 1 가량인 13조1000억원이 투입된다. 민주당의 추경안이 발표되자마자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라벨갈이 추경"이라며 몰아세웠고, 국민의힘 의원들도 “이재명 대선용" “나라를 망친다" 등의 자극적인 발언까지 불사하고 있다. 이는 1인당 25만원 지원금을 현금살포의 또 다른 형태이자 조기대선의 포석으로 해석하는 것이다. 국민의힘 입장에서는 탄핵 국면 이후 조기대선으로 정치적 환경이 급변할 경우 가뜩이나 불리한 선거 환경에서 민주당에 표심을 도와주는 결정은 하지 않겠다는 내심이 작용했을 법 하다. 하지만 거대 양당이 추경 편성에 공감대를 이루는 듯 보였던 상황이 급반전 한 데에는 이재명 민주당 대표의 말 바꾸기가 한몫을 하고 있다. 이 대표는 지난달 31일 '전 국민 25만 원 지원금을 포기하겠다'고 밝혔지만, 불과 보름 만에 이를 뒤집는 추경안을 나왔기 때문이다. 이 점에서는 민주당 내부에서도 반대 의견이 나오는 등 당내 불협화음이 이어지고 있다. TK(대구·경북)를 찾은 김부겸 전 총리는 “숨넘어가는 환자 앞에서 치료방식을 두고 의료진이 싸우는 꼴"“이라며 “민주당이 통 크게 양보하자"고 호소했고, 진성준 민주당 정책위의장 역시 “민생회복 소비쿠폰만 포기하면 (국민의힘이)즉각 추경을 할 수 있나"라며 한발 물러선 모습을 보이고 있다. 문제는 진 위원당의 달라진 말이 원래의 의도라면, 이렇게 쉽게 포기할 지원금을 당대표의 말 바꾸기 논란까지 부르며 주장한 진의가 의심스러워진다. 게다가 35조로 추경의 규모가 갑자기 늘어난 것과 관련해서도 의구심은 피하기 힘들다. 국민의힘의 무조건 적인 반대를 전제로 한 민주당 일부의 수읽기가 아니였냐는 궁색함도 피할 수 없어 보인다. 결국 민주당이 추경에 대한 절심함이 최우선이라면, 이제는 행동해야 할 시간이 다가온 것으로 보인다. '통큰 양보'가 됐건 '대의를 위한 절심함'이 됐던 민주당은 한발 물러서는 협치로 여당인 국민의힘에 공을 넘기고 압박하는 모습을 기대해본다. 트럼프 2기의 관세압박과 국내 경기둔화 등이 이어지며 소상공인·자영업자의 삶은 생존의 문제로까지 추락해있다. 민주당 추경안이 발표되던 13일, 국회 앞에서는 소상공인연합회 주최의 추경 촉구 기자회견이 열렸다. 그들의 플래카드에는 “소상공인 다 죽는다"라는 호소가 적혀있었다. '살려달라'는 그들의 애원에 화답하는 것이야말로 정치의 본령이 아닐까. 그리고 그 시간은 이제 몇일 앞으로 다가왔다. 오는 20일 최상목·우원식·권영세·이재명이 참여하는 국정협의회 4자 회담이 열린다. 이날만큼은 추경에 대한 깊이 있는 논의와 협의가 기다려지는 이유가 있다. 공교롭게도 이 날은 윤석열 대통령 형사재판의 첫 공판준비 기일이자, 헌재의 탄핵심판 10차 변론 기일이다. 정치권의 탄핵 찬반 주장들과 아스팔트의 목소리가 얼마가 거세질지 두려워진다. 그 목소리에 묻혀 추경을 정쟁의 대상으로 되풀이하거나 '찻잔 속 태풍'으로 위축시키는 4자회담이 되어서는 안된다. 김현우 기자 kimhw@ekn.kr

[김병헌 칼럼]이재명표 실용주의...급변침(急變針)우클릭의 끝은?

선박이나 항공기 등이 항로를 변경하는 것을 변침(變針)'이라고 한다. 변침은 각 항로마다 정해진 '변침점'에서 해야 한다. 전국민을 충격과 슬픔에 잠기게 한 세월호가 침몰한 곳도 목포~제주, 인천~제주로 향하는 선박이 서로 항로를 바꾸는 이른바 변침점이었다. 사고 직후 대부분의 전문가들은 세월호가 항로를 급격하게 바꾸는 급변침(急變針)으로 무게중심을 잃고 한쪽으로 쏠렸을 수 있다고 판단했다. 변침점에서 세월호는 목적지인 제주로 항해할 경우 병풍도를 끼고 왼쪽으로 뱃머리를 돌려가야 했다. 침몰당시 배가 좌현으로 급하게 기울었다는 사실도 이같은 분석에 힘을 실어준다. 최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급작스런 '우클릭' 항로 변경에 민주당은 물론이고 정부여당과 국민들도 우려스러운 눈길을 감추지 못하는 현상도 유사하게 보이는건 왜일까. 그동안 일부 유명 정치인들의 정치적 변침점이 되기도 됐던 대선과 관련이 있어 보인다. 계엄 사태에 이은 윤석열 대통령의 탄핵국면으로 대선이 조만간 치러질 가능성이 커졌기 때문이다. 대선 유력후보의 행보로는 있을수 있다는 측면에서 이해는 되나 다소 즉흥적이라는 생각이 든다. 이 대표의 실용주의 주창은 당내 의견수렴마저 미흡한 '급변침'으로 여겨진다. 그래서인가? 이 대표의 실용주의 우클릭 행보는 당내에서부터 비명계 중심으로 반발이 터져 나오고 있다. 시작부터 심상치 않다. 이 대표 일극주의 체제라 내부 설득도 가능하겠지만 그 실천의 진정성 확인은 두고 볼 일이라는게 중론이다. 민주당 집권플랜본부는 지난 5일 '성장 전략 세미나'를 열고 '5년 내 3%대 성장' 목표를 제시하며 이 대표의 실용주의 친기업 성장론을 재차 강조했다. 하지만 첫시험대가 된 '반도 체특별법 주 52시간제 예외 조항'부터 삐걱거린다. 이 대표가 지난 5일 토론회에서 언급한 예외 조항에 대한 '분리 처리' 방안은 실용주의가 잉크도 채 마르기 전에 후퇴했다는 해석이 나오면서 진의에 대한 논란이 일었다. 이 대표 제안이 52시간 근무 예외 조항에 대한 양보였다는 의견이 적지않다. 당시 참석한 삼성·SK·LG·현대차 등을 비롯한 재계 인사들은 누구도 이에 답을 하지 않았다고 한다. 한 참석자는 “이 대표가 이틀 전만 해도 재계 요구를 수용해 반도체 특별법을 통과시킬 것처럼 얘기했는데 오늘은 완전히 다른 기조의 얘기를 하더라"라고 전했다. 민주당 이인영 의원은 “이는 근로 시간 단축의 역사에 역행하고, 민주당의 노동 가치에 반하는 주장"이라며 “'실용'도 아니고 '퇴행'일 뿐"이라고 평가했다. 민주당 일각에서는 이 대표가 금융투자소득세 폐지 때와 달리 전향적 결단을 내리기 힘들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현재 민주당 비상설특별기구인 '월급방위대'는 사측이 우리사주조합에 주식을 매각하면 법인세와 양도소득세를 면제하는 방안도 검토중이다. 또 자녀가 두 명 이상이거나 부모를 부양하는 가구에 소득세율을 최대 3%포인트 인하하는 법 개정도 추진한다고 한다. 직장인과 중산층을 겨냥한 감세 정책을 통해 외연을 넓히겠다는 구상이다. 당 일각에서는 “과거 MB(이명박) 정부의 '747' 공약을 연상시키는 성장 플랜"이라며 “우클릭에 치중하다가 지지층을 잃을 수도 있다"고 비판 목소리도 사그러 들지 않고 있다 이 대표 실용주위 급변침 우클릭의 여정은 앞으로 더욱 험난해보인다. 정치적 수사에 그치지 않고, 중도층등 국민의 신뢰를 얻으려면 실천은 물론이고 자신부터 환골탈태의 노력이 필요하다고 여겨진다. 그동안 잦은 말바꾸기 정치 행태 및 적절치 못한 사법 리스크 대처가 소환되면서 실용주의에 스스로 찬물을 끼얹고 있는 부분마저 적지 않기 때문이다. 국민은 정치인의 말보다 행동으로서의 실천을 중시한다. 문제 발생시 책임을 지고 해결하려는 태도도 포함해서다. 무슨이유인지 사법리스크 대처부터 옆길로 새고 있다. 본인의 강한 부인에도 불구하고 무더기 증인 신청, 억지성 위헌법률심판 제청 등 시간 끌기가 의심되는 행태가 발목을 잡는다.비판이 쏟아지자 이 대표는 지난 5일 재판에 출석하면서 “재판은 지연되지 않고 신속히 끝날 것"이라고 했다. 이 대표의 이런 태도는 중도 외연을 넓히려는 모습과는 어울리지 않는다,갖은 꼼수를 동원하는 이율배반적 태도는 급변침을 더욱 위험하게 만든다. 자신의 재판도 신속한 판결을 요구해야 합리적이다. 실용주의가 사법 리스크에 매몰되면서 거짓말과 말바꾸기 등 이중적 태도로 인식될 공산이 크다. 그리 높지않은 그의 정치적 신뢰도에 더욱 심각한 악영향을 줄수 있다. 중도층은 도덕성과 청렴성을 특히 중시한다. 공자는 신뢰를 얻는 법과 관련해 “경사이신(敬事而信)하라"고 했다. 경(敬)은 사람이든 일이든 한결같이 집중하여 대하는 마음'을 뜻하는 글자다. 상대가 나를 어떻게 대하고 상황이 어떻게 바뀌든 매사에 천성적 '마음가짐'은 전혀 변함없이 한결같아야 그게 경(敬)이다. 자기중심적 사상이나 생각과는 엄연히 다르다. 실용주의로 바쁘시겠지만 이 지점에 이 대표에게 이솝 우화 '양치기소년'의 가벼운 일독을 권하고 싶다.

[데스크칼럼]비상계엄 사태 해법, ‘헌법·민주주의’ 뿐이다

한국 경제는 지금 사상 초유의 위기다. 거대한 삼각파도가 덮쳐 침몰하는 난파선이 될 처지다. 과도한 가계 부채 등에 의한 내수 침체, 도널드 트럼프 미국 정부의 보호무역주의 강화, 정치적 리더십 실종과 극단적 사회 분열이 삼각파도의 정체다. 이 위기를 어떻게 극복할 것인가? 가장 급선무는 불확실성의 해소다. 눈앞의 비상계엄·탄핵 사태를 헌법 질서와 민주주의 원칙으로 깔끔하게 정리하는 일이다. 폭력을 유발하는 극단적 대립과 갈등이 더 이상 증폭되어서는 안 된다. 이미 지난달 19일 새벽 우리는 그 일단을 지켜봤다. '국민저항권' 운운하는 수백명의 폭도들이 윤석열 대통령 구속에 항의해 법원을 습격했다. 앞으로도 위험하다. 헌법재판소 일부 재판관들의 편향성 논란, 절차적 공정성 문제들이 불거지고 있다. '불복 빌드업'이란 얘기가 나온다. 예정된 탄핵소추 판결과 이어질 조기 대선, 내란죄 재판 등에서 대규모 폭동이 재현되지 않으란 법이 없다. 원인은 정략으로 지지세력을 부추기는 정치권이 제공하고 있다. 어떻게 보면 탄핵 심판이나 내란죄 재판은 그들에게 관심거리가 아니다. 차기 대권의 향배와 자리 보전만 본다. 지지세력을 유지하기 위해 가짜뉴스와 음모론을 배포하고 견강부회를 일삼는다. 온 국민이 실시간으로 지켜 본 위헌적 비상계엄령을 '계몽령'이라고 우긴다. 수백건의 재판에서 실체가 부인된 부정선거론을 공공연히 설파한다. 특히 사회 질서의 보루인 사법부를 흔드는 것이 최악의 행태다. 판사들의 신상 정보 유포와 인신 공격, 테러 위협이 도를 넘고 있다. 어떤 판결이 나와도 사태를 정리하고 한 단계 나아가기 위한 디딤돌이 되기는커녕 극단적인 폭력 사태가 초래될 수 있는 위험한 상황이다. 그렇게 되면 한국 경제는 어떻게 될까? 국제적 신뢰도는 땅에 떨어지고 외국 자본은 철수할 게 뻔하다. 지난 두 달 동안 원달러 환율이 출렁이고 경제성장률이 바닥을 친 것만 봐도 명약관화하다. 여야, 진보 보수 막론하고 국가적 위기를 인식하자. 정치적 이해를 떠나 이번 비상계엄 사태로 초래된 불확실성을 최대한 빨리 확실하게 해소하는 게 최우선 과제다. 특히 그 과정에서 어떤 세력도 헌법 질서 준수, 민주주의 원칙 존중이라는 금도를 벗어나도록 방치해선 안 된다. 1.19 폭동 주도자는 물론 '국민저항권'을 운운하는 세력들을 철저히 발본색원해 '제2의 내란'을 막아야 한다. 두 번째,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은 여야 정치권과 함께 시급히 민생 해법 마련과 경제 살리기에 나서라. 최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긴급 지원금을 포기하는 대신 추경 편성을 제안했다. 최 권한대행은 수용하지 않고 반도체 특별법 등 민생 관련 법안 협의를 전제 조건으로 걸었다. 차기 대권을 염두해 둔 한가한 정치 노름으로 비친다. 꽁꽁 언 민생은 최 권한대행과 야당의 다툼으로 시간을 보낼 정도로 여유롭지 않다. 당장 내수 진작과 경기 활성화를 위해 할 수 있는 모든 조치를 다해야 한다. 최 권한대행은 자신에 대한 야당의 탄핵 검토에 국민들이 부정적인 이유를 심사숙고해 그 요구에 제대로 부응해야 한다. 세 번째, '피크 아웃' 코리아라는 말이 나온다. 이번 사태를 구조적 한계에 처한 한국 사회의 근본적인 재검토와 재구성의 기회로 삼자. 삼성전자의 반도체 부진에서 나타난 고질적 대기업 문제가 대표적 사례다. 규제를 혁신해 사주 일가의 불법적 사익 추구를 제한하자. 몸집을 줄이고 전문화해 경쟁력을 강화하도록 해야 한다. 시장에서의 자유·공정 경쟁을 보장하고 지원할 것은 지원하되, 최소한의 룰은 지키도록 감시하자. 제왕적 대통령제를 바꾸기 위한 개헌 등 권력구조 개편, 초저출산 등 장기적 성장 동력 유지·향상을 위한 사회 시스템 개선도 우선 과제다. 피크 아웃이 아니라 바텀 아웃이 되는 전화위복의 기회를 만들어 내야 한다. 김봉수 기자 bskim2019@ekn.kr

[데스크칼럼] 外憂內患…트럼프노믹스와 계엄노믹스의 간극

국어(國語) 진어(晉語)편. 복잡한 내외 정치 관계에 휘말린 진나라(晉)는 화평을 배신한 정나라(鄭)를 정벌하려 들었다. 그러자 초나라(楚)가 지원군을 보내 언릉에서 진나라와 맞섰다. 진나라 사섭(士燮)은 싸우지 않을 것을 주장하며 “제후(諸侯)로 있는 사람이 반란하면 이것을 토벌하고, 공격을 당하면 이를 구해야 한다. 나라는 이로써 혼란해진다. 따라서 제후는 어려움의 근본"이라고 입을 뗀다. 이어 사섭은 “성인은 안으로부터의 근심도, 밖으로부터의 재난도 능히 견디지만(唯聖人能外內無患) 성인이 아닌 우리들에게는 밖으로부터의 재난이 없으면 반드시 안으로부터 일어나는 근심이 있다(自非聖人 外寧必有內憂). 초나라와 정나라는 놔두자. 밖으로부터의 근심을 내버려두지 않겠는가"라고 조언한다. 초나라의 위협(외부 위협)이 약해지면 제후가 반란을 일으키는 내부 정쟁이 일어날 것이라는 의미다. 사섭의 말은 받아들여지지 않는다. 진은 전투에서 대승을 거두지만, 진나라 내부 정쟁이 심화하면서 조, 위, 한 세 가문이 진나라로부터 독립한다. 사섭 말에서 유래된 사자성어가 내우외환(內憂外患)이다. 우(憂)는 '항상 마음 속에 담고 있는 근심'이다. '우려'에 이 자를 쓴다. 환(患)도 근심이다. 환은 '어떤 일에 대한 근심'이다. '환란'과 같이 일어나는 사건·사고에 대한 근심에 환을 쓴다. 한국은 지금 내외발 근심과 걱정에 둘러싸여 있다. 안(內)으로는 12.3 계엄에서 시작된 근심이오, 밖(外)으로는 트럼프2.0이 가져올 걱정이다. 모두 한국인의 삶에 직접적인 우환이다. 이를 보면 외우내환이다. 성어 배열을 뒤집어 쓴 이유가 있다. 내외 근심의 양상이 조금 다르기 때문이다. 12.3 계엄은 이미 사건으로 일어났다. 군 수뇌부가 줄줄이 구속되고 대통령은 탄핵 심판을 앞두고 있다. 급기야 대통령을 체포해 서울구치소에 수감했다. 탄핵을 둘러싸고 국론은 찬반으로 나뉘었다. 여론조사 결과를 발표할 때마다 갈라진 국론을 두고 논박이 뒤엉켰다. 민주당의 독주를 견제하기 위해 일으킨 계엄은 정당하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친위쿠데타로 영구집권을 획책했다는 반박이 이어졌다. 연말 이후 연초까지 모든 이슈는 '계엄'이었다. 여야 협치나 민생이란 단어는 한가한 사람들의 사치스런 말로 치부됐다. 그래서 계엄은 '환'이다. 도널드 트럼프가 재집권했다. 조 바이든이 형성했던 거의 모든 정책을 뒤집을 태세다. 관세 장벽을 높이고 자국 이익 중심주의를 천명했다. 세계 경제를 이끌던 비교우위론은 순진한 학자들의 옛말로 치부하려 한다. 지원금을 준다며 꼬드겨 한국의 반도체 기업을 유치했던 미국의 정책도 변화할 전망이다. 트럼프는 주한 미군을 운영하기 위한 한국의 방위비 분담금이 9배 가량 올리겠다고 공언한 바 있다. 또 남한을 배제하고 김정은과 직거래를 틀 마음도 숨기지 않았다. 트럼프의 그 모든 공언이 한국 경제에 좋지 않은 시그널이다. 어디로 얼만큼 튈지 모르는 트럼프 미국 대통령, 그래서 트럼프 2.0은 '우'다. 환은 우보다 직접적이어서 충격도 강하다. 계엄으로 나라가 부서질 것처럼 보인다. 대통령은 사법 일정에 따라 탄핵 심판의 수순을 밟을 것이고, 여야는 서둘러 조기 대선을 준비하고 있다. 그러나 계엄은 위험의 잠재성을 이미 보였다. 한국 경제에 이미 선반영됐다. 그러니 '환'은 이미 지나간 근심이다. 우가 더 걱정이다. 트럼프는 많은 위험을 아직 시전하지 않았다. 그 크기와 폭이 얼마나 될지 가늠할 수 없다. 트럼프의 말이 으름장이 될 지, 실제 대한국 정책에 반영을 할 지 알 수 없다. 무섭게 다가오는 회색코뿔소다. 위험인 건 맞는데, 한국을 들이받을지 빗겨 나갈지 단언할 수 없다. 그것이 더욱 두럽다. 다가오지 않은 근심, 트럼프2.0은 '우'다. 내환은 연일 언론을 통해 국민에게 자극을 준다. 그러나 이미 역치를 넘는 극단의 충격을 받은 국민이다. 내환에 면역마저 생겼다. 이제 왠만한 자극에는 꿈쩍도 하지 않을 정도다. 외우는 심각한 위험이지만 큰 자극으로 느끼지는 않는다. '그래서 트럼프가 어떻게 하겠다는 거냐'를 어느 언론도 단언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막상 트럼프의 행정 지시가 떨어지고서야 부랴부랴 대응할 참이다. 내환은 커보이고 외우는 작아 보인다. 그 시각적 간극은 심리적 상상에 불과하다. 보이는 것과 달리 간극은 서로 맞닿아있다. 오히려 외우가 크고, 내환은 작을 수 있다. 그래서 외우내환이다. 박상주 기자 redphoto@ekn.kr

[데스크 칼럼] 은행권 소환 반복, 민생 보호인가 포퓰리즘인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0일 서울 명동 은행연합회관에서 6대 시중은행장과 만난다고 한다. 이날 회동에는 이 대표를 비롯해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민주당 의원들과 조용병 은행연합회장, 이환주 KB국민은행장, 정상혁 신한은행장, 이호성 하나은행장, 정진완 우리은행장, 강태영 NH농협은행장, 김성태 IBK기업은행장이 참석한다. 은행장들 입장에서 이 대표와의 만남이 반가울리 없다. 이 대표가 은행장들에게 소상공인과 금융소외계층을 대상으로 상생금융 지원 폭을 확대하고 기준금리 인하추이에 맞춰 가산금리도 낮춰달라고 주문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작년 12월 23일, 맞춤형 채무조정과 폐업자 지원 등을 골자로 하는 '소상공인 금융지원 방안'을 내놓은 지 불과 한 달 만에 또 다른 청구서가 날아드는 셈이다. 이 대표가 유력한 차기 대선주자이자 더불어민주당이 횡재세 도입을 외쳤던 주체라는 점도 은행권의 부담을 가중시키는 요인이다. 이 대표의 소환 요구는 실제 메시지를 떠나 금융지주사들로 하여금 일종의 군기를 잡고, '민생 행보에 집중하는 차기 대권주자'라는 이미지를 강하게 구축시키려는 의도로 보여진다. 그간 정부부처, 금융당국이 아닌 정치권이 은행권을 소집하지 않았던 이유이기도 하다. 사실 은행 실적을 봐도 정치권의 요구에 거부할 명분은 부족하다. KB금융, 신한, 하나, 우리금융지주 등 4대 금융지주는 작년 연간 기준으로 사상 최대 순이익을 달성할 것으로 추정된다. 삼성전자, 현대차 등 국내 굴지의 대기업들이 작년 실적에 불확실성이 커진 점과 비교할 때 금융지주사들의 실적은 단연 눈에 띌수밖에 없다. 게다가 은행권은 기준금리 인하 시기에도 당국의 가계부채 관리 기조로 인해 대출금리를 높은 수준으로 유지해왔다. 최대실적·대출금리 인상 등이 자의든 타의든 간에 정치권 입장에서는 이 좋은 기회를 놓칠리 만무하다. 그러나 거듭된 은행권의 소환은 코리아 디스카운트를 심화시키고 이윤 창출이라는 기업 본연의 속성과도 배치되는 측면이 있어 심각한 염려를 낳는다. 금융지주사 전체 지분의 70%를 차지하는 외국인 투자자들에게 현재 상황은 납득하기 어려운 일이다. 금융지주사들의 최대 실적이 정치권의 자원으로 치부되는 행위가 당연시된다면, 이는 한국 경제에 심각한 후폭풍을 초래할 수 있다. 특히 정치적 불확실성이 우리나라 경제, 금융시장을 계속해서 누르는 작금의 상황에서는 더더욱 그러하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계엄 등 정치적 이유로 펀더멘털에 비해 원달러 환율이 30원 정도 더 올랐다고 했다. 현재의 환율 수준은 우리 경제 펀더멘털이나 미국과의 기준금리 격차 등으로 설명할 수 없을 정도로 높은 수준이라는 분석이다. 이재명 대표는 이달 8일에도 한국은행, 기획재정부 등 금융·외환시장 당국자들과 만나 외환시장 점검 간담회를 개최했다. 이 대표는 “금융시장이 경제 상황을 잘 보여주는데 국민께서 걱정이 많다"며 “금융당국, 외환당국의 노력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당국도 정치권에 필요한 것을 요청하면 정치권도 적극적으로 협력하겠다"는 발언도 했다. 정치적 혼란을 수습하고 책임져야 할 국회가 사사로운 싸움과 정쟁에만 휘말려 서민과 자영업자 지원의 책임을 당국, 은행권에만 전가하는 건 아닌지 우려를 금할 수 없다. 정국 혼란이 장기화되면 국가 신용도 하방 압력이 커질 수 있다는 국내외 신용평가사의 경고를 무시해서는 안된다. 한국은행은 얼마 전 금융통화위원회에서 기준금리를 동결하면서도 추가적인 금리 인하를 시사했다. 소비, 내수, 건설경기 등이 예상보다 많이 떨어지고 있고 정치 등 여러 이유로 국내총생산(GDP) 갭(마이너스 폭)도 늘어나고 있어 통화정책 외에 추가경정예산(추경)을 통한 경기부양이 시급하다고 역설했다. 기준금리 인하는 우리나라 경제가 그만큼 정치적 불확실성으로 인해 곪아가고 있다는 방증이다. 본질은 외면한 채 본인들의 정치적 생명을 연장하려는 작금의 모든 태도는 반드시 근절해야 한다. 경제와 탄핵, 계엄은 자신들의 권력을 지키기 위한 장신구 따위가 아니다. 송재석 기자 mediasong@ek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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