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AI’- 현대 ‘로봇’…건설사 주차장 고급화 경쟁 ‘치열’

주요 건설사들이 아파트 주차장 고급화를 통해 차별화에 나서고 있다. 과거 이중 주차 등 지상주차장의 불편함을 지하주차장을 통해 개선한데 더 나아가 AI 시스템과 로봇 시스템을 이용한 주차장의 자동화가 업계의 주요 화두로 떠오르고 있다. 18일 건설업계 등에 따르면 삼성물산 건설부문은 방배6구역을 재건축한 래미안 원페를라에 '래미안 AI 주차장'을 최초로 도입한다. 오는 26일부터 입주가 시작되는 래미안 원페를라는 총 1097세대, 지하 4층 ~ 지상 최고 22층 16개동으로 구성돼 있고 주차장은 지하 1층~지하 4층에 위치한다. 일반 주차 1902면, 전기차 충전 구역 101면으로 세대 당 1.8대 주차가 가능한 규모다. '래미안 AI 주차장'은 일반적인 아파트 주차장에 구축되는 주차 관제, 주차 유도, 전기차 충전 시스템을 AI 기술과 통합 연동한 것이 특징이다. 먼저 'AI 주차 서비스'는 입주민의 평소 주차 데이터를 분석해 선호하는 주차 위치나 거주동과 가까운 곳으로 추천·안내한다. 방문차량의 경우 사전 예약된 정보를 바탕으로 방문하는 동까지 최단 경로와 최적의 주차 위치를 제공한다. 주차 위치는 세대 내 월패드와 삼성물산의 홈플랫폼 '홈닉'앱으로 확인할 수 있다. 외출 시 월패드와 앱에서 출차 서비스를 이용하면 주차된 층으로 엘리베이터가 자동 호출·운행되고, 주차구역 상부 표시등을 점멸시켜 주차 위치를 쉽게 확인할 수 있다. 'AI 전기차 충전 서비스'는 입차 시 최적의 충전 위치로 안내하고, 차량번호를 인식해 자동으로 입주민을 인증하고 충전 요금은 관리비에 합산된다. 충전이 완료되면 해당 세대로 통보해 차량 이동을 유도하여 전기차 충전 구역을 효율적으로 이용할 수 있다. 'AI 주차 관리 서비스'는 곳곳에 설치된 차량번호 인식 카메라를 활용해 장기 주차된 차량의 배터리 방전, 타이어 공기압 부족 등 발생 가능한 문제점을 알려준다. 특히 전기차 충전 구역과 장애인 주차구역 내 불법 주차나 이면 주차 발생시 빠른 조치가 이루어질 수 있도록 안내한다. 건설사 간 아파트 시공 품질 경쟁이 심화되는 상황에서 삼성물산은 주차장에 AI 시스템을 전면 도입해 차별화에 나서고 있다. 실제로 삼성물산은 앞서 개포우성7차 재건축 수주전에서 대우건설과 경쟁 끝에 지난 8월 시공권을 따냈다. 당시 삼성물산은 시공사 선정을 앞두고 조합 측에 처음으로 '래미안 AI 주차장' 시공을 제안해 조합원들의 표심을 얻는데 성공했다는 평가다. 삼성물산 관계자는 “개포우성 7차에서 처음으로 제안한 래미안 AI 주차장이 좋은 평가를 받아 수주에도 성공했다"며 “이달 말 입주를 앞둔 래미안 원페를라에 첫 적용하고, 앞으로 적용 범위를 점차 확대해 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현대건설도 주차장 품질 강화에 힘쓰고 있다. 현대건설은 이달 초 현대위아와 '로봇주차 솔루션 공동 개발 및 사업 확장을 위한 업무협약(MOU)'을 체결했다. 현대건설은 로봇을 활용한 스마트 발렛 주차 시스템을 공동 개발해 주차 효율을 약 30% 향상시키고, 이를 공동주택과 오피스 빌딩 등 다양한 생활공간으로 확산시킬 계획이다. 현대건설이 추진하는 로봇주차 시스템은 운전자의 개입 없이 차량을 자동 이동·정렬 주차하는 완전 무인 발렛 방식이다. 이용자가 지정 구역에 차량을 세우면 로봇이 차량 하부로 진입해 바퀴를 들어 올리고, 최적의 경로를 계산해 지정된 위치로 자동 이송한다. 센서 제어 기술과 앱 기반 운용 시스템을 결합해 좁은 공간에서도 정밀하고 안전한 주차가 가능하다. 별도의 복잡한 구조물 설치가 필요 없어 기존 자주식 주차장에도 손쉽게 도입할 수 있는 것이 장점이다. 동일한 면적에서 주차 가능한 차량 수가 대폭 늘어나고, 건물 설계 자유도 또한 확대된다. 현대건설 관계자는 “최근 수주에 성공한 압구정2구역 재건축에 로봇주차 시스템 주차장을 최조 적용할 계획"이라며 “실용화를 앞두고 지속적으로 연구 개발 품질을 강화해 입주 시점에 더욱 발전한 주차장 자동화를 선보이겠다"고 말했다. 임진영 기자 ijy@ekn.kr

이재명 정부의 부동산 정책 운영을 함께할 국토교통부 산하 공공기관장 인선이 본격화되고 있다. 한국부동산원은 지난 17일 새로운 원장 모집 공고를 내고 공모 절차에 착수했다고 18일 밝혔다. 부동산원은 오는 28일까지 서류 접수를 마친 후 임원추천위원회에서 서류 심사와 면접 심사를 거쳐 3∼5배수를 추천할 예정이다. 최종 인선은 공공기관운영위원회의 심의 의결과 국토교통부 장관의 임명 제청, 대통령 재가를 거쳐 확정한다. 신임 원장의 임기는 3년이다. 경영 실적 평가 결과 등에 따라 1년 연임할 수 있다. 다만 현 손태락 원장은 문재인 정부 시절인 지난 2021년 2월 취임했으나 이례적으로 4년 9개월 가량 원장직을 맡았다. 공공주택 공급 확대 및 구조 개편이라는 엄중한 임무를 맡은 한국토지주택공사(LH)도 금주 내 새로운 사장 선임 절차를 밟을 예정이다. 이한준 사장은 지난 8월 임기 만료를 약 3개월 앞두고 사의를 표명했다. 지난달 말 면직안이 재가되며 현재는 이상욱 LH 사장 직무대행 체제로 운영되고 있다. 한국철도공사도 한문희 전 사장이 경북 청도군 경부선 철로에서 발생한 열차 사상 사고로 지난 8월 사임하며 조만간 신규 사장을 선임할 전망이다. SR도 새 수장을 선정하기 위해 13일부터 공모를 진행 중이다. 한편, 한국주택도시보증공사(HUG)는 지난달 30일부터 이달 7일까지 차기 사장 공개모집을 진행했다. 공모에는 최인호 전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 권대철 건설기술교육원장, 오동훈 서울시립대 교수 등 10여 명이 지원한 것으로 알려졌다. HUG는 자체 심의 및 국토부 장관 제청과 대통령 최종 임명을 거쳐 내년 1월 말께 새 사장이 취임할 예정이다. 연합뉴스

LH, 공공주택지구 송전철탑 이설·지중화…“주택 공급 2년 당긴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는 공사기한 2~3년 단축을 목표로 전국 공공주택 지구 송전철탑의 이설 및 지하화 사업을 추진 중이라고 18일 밝혔다. 특히, 하남교산 지구는 공공주택 3000호를 내년 조기 공급할 수 있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현재 LH는 3기 신도시를 비롯한 전국 42개 공공주택 지구를 대상으로 송전철탑의 이설·지중화 사업을 추진 중이다. 총 148.2㎞ 구간, 이설대상 철탑 506기로, 전체 사업비 규모는 약 4조 원대에 달한다. LH는 공기단축 및 주택공급 조기화를 위해 송전선로 이설 시 '임시이설'과 '본이설'을 병행 추진하는 'Two-Track 전략'을 도입한다. 기존 송전선로 이설은 협의과 설계, 시공 등이 순차적으로 진행돼 평균 8년 이상이 소요됐다. 반면, 'Two-Track 전략'을 도입해 임시이설을 병행할 경우 평균 2~3년의 공기단축이 가능해진다. 신규 공법은 '용인반도체 국가산단'과 '하남교산 공공주택지구'에 우선 적용 중이다. 향후 전국 주요 사업지구로 확대 적용될 계획이다. 특히, 하남교산 지구의 경우 송전선로 지중화 전 임시 이설을 통해 토지사용시기는 최대 36개월 단축, 주택 3000호 공급도 내년 조기 가능할 것으로 LH는 기대한다. 아울러 LH는 내년부터 도시 설계단계부터 주민 시야와 조망권을 고려한 전력 인프라 설계를 가능케 하는 '전력시설 3D 경관시뮬레이션'을 도입할 예정이다. 해당 시뮬레이션은 입주자가 창문 밖으로 보게 될 전력시설 위치를 입체적으로 구현해 입주민을 고려한 최적의 송전설비 위치와 차폐 방안 등을 분석한다. 박동선 LH 국토도시본부장은 “송전철탑 이설은 단순한 전력 사업이 아닌 국가 주거정책을 뒷받침하는 필수 인프라 사업으로, 국민 주거안정과 도시의 미래 경쟁력을 함께 높이는 일"이라며 “앞으로도 지자체, 한국전력 등과 긴밀히 협력하여 주택공급 조기화를 목표로 차질없는 공공 인프라 구축을 이뤄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김유승 기자 kys@ekn.kr

삼표그룹, 한양대 건축학과 학생들과 산학투어 진행

삼표그룹이 건설산업의 미래를 이끌어갈 대학생들과 함께 뜻깊은 산학투어를 진행했다. 삼표산업은 지난 6일 경기 화성시 소재 삼표산업 기술연구소(S&I 센터)에서 한양대학교 건축학과 학생 및 교수진을 대상으로 실습 중심 산학투어를 실시했다고 18일 밝혔다. 이번 프로그램에는 안기현·신민재 한양대 건축학과 교수를 중심으로 학생 46명(4·5학년 및 대학원생)이 참여했고 2개 조로 나뉘어 연구소, 몰탈공장, 레미콘공장 등 삼표산업의 주요 생산 및 연구 시설을 직접 체험했다. 삼표산업은 지난해 서울대 건축학과 학생 대상 산학투어를 진행한데 이어 2년 연속 현장 견학을 통해 학문과 산업의 접점을 직접 경험하며 도약을 준비하는 예비 건축인들을 위한 실무 체험형 산학 프로그램을 준비했다. 특히 이론 위주였던 지난해와 달리 올해는 힉생들이 직접 콘크리트 부재 몰드(공시체)를 제작해온 뒤 레미콘 타설 실습을 통해 콘크리트 혼합, 타설, 마감 등 실제 시공 과정을 직접 참여했다. 또 원재료 배합 및 강도시험을 주도적으로 진행하며 현장 중심의 실무 경험을 통해 건축 분야의 실무 감각을 높이는데 주안점을 뒀다. 삼표산업 연구소의 전문 연구원들은 건축 재료의 성능시험, 혼화재 개발, 친환경 기술 연구 방향 등을 소개하며, 건축학 전공 학생들에게 실제 산업 현장의 연구개발 프로세스를 생생히 전달했다. 이날 산학투어에 참가했던 박예은·최혜연 한양대 건축학과 대학원생은 “실제 공정을 직접 보면서 이론으로만 배웠던 내용들을 설명과 함께 테스트를 거치며 검증하는 과정이 흥미로워 더 생생하게 와닿았다"며 “특히 견학을 하면서 안전을 최우선으로 하는 현장의 분위기가 기억에 남았다"고 소회를 남겼다. 안기현 한양대 건축학과 교수는 “학생들이 실험실을 넘어 실제 공정 현장에서 재료의 흐름과 기술을 이해하는 귀중한 기회였다"며 “산업계와의 연계를 통해 실무 감각을 키우는 데 큰 도움이 됐다"고 전했다. 삼표그룹은 산학 협력체계 강화 및 확대 일환으로 현장교류형 공장 견학을 정기적인 프로그램으로 추진하고 체계적으로 프로세스를 개선해 미래 인재 양성에 적극적인 노력을 이어갈 방ㅊ침이다. 삼표산업 관계자는 “이번 프로그램은 이론 위주의 대학 교육에서 벗어나, 학생들이 실제 산업 현장을 체험하고 건축 재료의 생산과 연구 과정을 직접 느낄 수 있도록 기획됐다"며 “앞으로도 삼표산업은 건축 및 재료 분야의 미래 인재들이 성장할 수 있도록 산학 협력 활동을 지속 확대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임진영 기자 ijy@ekn.kr

[김유승의 부동산뷰] 서울 재개발 인허가권 지자체로?…부동산시장 ‘대격변’ 온다

최근 정부와 여당이 서울의 주택 공급 확대를 위해 재개발·재건축 인허가권 일부를 25개 자치구에 넘기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서울시는 반대하고 있지만 국토교통부나 더불어민주당의 의지가 상당해 곧 입법화될 전망이다. 부동산 전문가들은 전문성·부패 가능성 등을 보완하면 주택 공급 속도를 높일 수 있는 점에서 긍정적인 평가를 내놓고 있다. 특히 사업성 때문에 강남 3구나 마용성(마포·용산·성동구) 등 1급지 위주로 진행되는 노후 주택 정비 사업이 자치구들의 인센티브 등 활성화 정책에 힘입어 서울 전체로 확산돼 신규 주택 시장의 판도가 파뀔 수 있다는 전망까지 나오고 있다. 18일 업계에 따르면 정부·여당은 현재 시가 독점하고 있는 △정비구역 지정 △추진위·조합 설립 △사업시행·관리처분 인가 △이주·철거 △착공·분양 △준공·입주 등 재개발·재건축의 인허가권 일부를 자치구에게 이양한다는 방침이다. 현재는 모든 인허가권을 시가 쥐고 있다. 특히 시가 운영하는 도시·건축공동위원회가 핵심이다. 문제는 시가 인·허가 권한을 일괄 행사하면서 심의 대기 기간이 길어져 사업비 상승과 분양가 상승을 유발하고 있다는 점이다. 따라서 정비사업 '속도전'을 위해서라도 현장과 가까운 자치구에 인·허가 권한을 넘기는 것이 합리적이라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구 단위에서 인·허가를 처리할 경우 도심 중심부 뿐 아니라 주변 지역까지 정비사업이 다양하게 추진될 수 있어 공급 효과를 누릴 수 있다. 실제 사례로는 경기도는 서울의 구청장급인 기초자치단체장들에게 인·허가 권한이 부여돼 있어 정비사업 진행 속도 및 주택 공급 정책 결정이 빠르다. 지난달 28일 김윤덕 국토부 장관, 전현희 민주당 최고위원, 정원오 성동구청장 등 범여권 인사들은 서울 성동구 성수1구역 재건축 현장에서 만남을 가지며 권한 이양 필요성에 대해 논의한 바 있다. 이날 정 구청장은 “현재 서울시 내에서 지정이 완료됐거나 추진 중인 재개발·재건축 정비구역은 총 1054곳"이라며 사업 규모가 제각각임에도 모든 정비사업이 서울시 단일 창구 체계에서 동일한 절차를 거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로 인해 상대적으로 신속하게 추진될 수 있는 중·소규모 사업까지 착공이 지연되는 문제가 발생한다는 비판이다. 정 구청장은 “정비구역 지정 권한만이라도 자치구에 위임하면 구청장이 현장 여건과 주민 의견을 직접 반영해 계획을 수립할 수 있고, 도시계획·건축·환경 심의도 구 차원에서 병행 처리할 수 있어 행정 속도가 크게 개선될 것"이라며 “초기 결정권이 분산되면 이후 조합설립, 사업시행인가, 관리처분인가 등 후속 절차도 자연스럽게 연쇄적으로 빨라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전문가들도 긍정적이다. 박원갑 KB국민은행 수석전문위원은 “지자체장이 의사결정을 하는 것이 더 바람직하다. 지역마다 사정이 다른데 이를 일률적으로 법규로 묶기보다는, 조례 등을 통해 지역에 맞는 세부 규정을 마련하는 것이 효율적"이라며 “너무 구체적인 부분까지 중앙부처가 관여하기보다는, 세부 행정은 지자체가 맡는 것이 맞다"고 말했다. 유선종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도 “구마다 특성이 있다. 예를 들어 재정자립도가 높은 구의 경우 인허가 권한을 가지고 개발 계획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정비 구역을 조정하거나 지정하려는 수요가 많다"면서 “현재는 그 권한을 행사할 수 없는 상황이기 때문에 이양을 요구하는 것으로 일정한 범위를 정해 권한을 넘겨줄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시는 부정적이다. 주택 공급은 기반시설 확보, 전세 대란의 가능성 등 때문에 광역 지자체 차원에서 조율해야 한다는 것이다. 오 시장은 지난 13일 “자치구로 인허가권이 이양되면 규모를 떠나 현장에서 상당한 혼란이 생길 것"이라며 “현재 100곳 이상에서 재개발·재건축이 동시다발적으로 진도를 나가고 있다. 일정 시점이 되면 관리처분을 지나 이주·착공·준공 단계로 가야 하는데, 시기 조율이 원활하지 않으면 모든 자치구가 다 빠르게 진행하고 싶어할 것이다. 자치구 간 이해관계 조정 등으로 시기를 조절하지 않으면 전세대란 가능성이 생기는 등 실무적 난점이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고도의 전문성이 요구되는 정비사업 계획을 수립·결정할 만한 심의 역량을 자치구가 충분히 갖추고 있는지 검증되지 않았다는 주장도 나온다. 서울 전체를 바라보는 도시계획의 관점에서 정비사업을 추진해야 하는데 자치구는 자신들의 이해 관계만 본다는 것이다. 이창무 한양대 도시공학과 교수는 “속도를 높이는 것이 목표라면 의사결정 당사자 수가 줄어들수록 합의를 통해 사업을 진행할 가능성이 높아지는 것은 사실"이라며 “구역 규모를 작게 가져갈수록 이해관계가 단순해져 진행 속도 면에서는 유리하다. 다만 속도가 실제로 얼마나 빨라질지에 대해서는 단정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정비 계획을 세운다는 것은 큰 틀에서 도시 모습을 그리는 것으로, 도시 계획에서 요구되는 목표는 유지해야 한다. 도로·보행 동선 등 도시 인프라를 종합적으로 설계해야 하는데, 구 단위로 권한이 내려가면 이런 체계를 통합적으로 만들기 어려워지는 문제가 생긴다"고 지적했다. 도시는 개별 구역을 따로 정비한다고 좋아지는 것이 아니라는 주장이다. 그는 “역할 분담을 어떻게 해야할 지는 고민이 필요하겠지만, 도시는 네트워크로 연결해야 한다. 그런 면을 고려하면 서울시가 전체적인 큰 틀을 유지하고 기존 방식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은 선에서 역할을 이행하는 게 좋지 않을까 한다"고 덧붙였다. 이 교수는 또 “현재 진행되는 정비 사업 중에는 1000세대 이상인 곳들이 있는데, 인허가 권한이 지자체로 넘어가면 지자체 입장에서는 속도전을 위해 구역을 쪼개게 될 수 있다"고도 우려했다. 실제로는 2000~3000세대 규모로 정비가 이뤄져야 하는 곳도 1000세대 단위로 나눠 추진할 수 있어, 결과적으로 종합적인 정비계획 수립이 어려워진다는 것이다. 도시 정비 사업이 지나치게 민원에 휘둘릴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유 교수는 “정비구역 관련 인허가는 현재 서울시가 도시계획 차원에서 다양한 형태로 승인하고 있다. 이를 구청으로 넘기면 주민들과 표심에 더 직접적으로 노출되기 때문에 도시계획 총량과 무관하게 인허가가 남발될 위험이 있다"며 “관점에 따라 생각이 다양할 수 있는 부분이지만, 이런 점들은 우려스러운 부분이 있어 검토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이번 부동산 권한 다툼이 내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정부가 오 시장을 견제하려는 것 아니냐는 분석도 있다. 오 시장의 핵심 정책 중 하나가 정비사업으로, 재건축 핵심지이자 부촌인 강남 3구 등에서 지지 기반도 확보하고 있다. 그런 만큼 서울시의 부동산 정책 권한을 분산하고 주요 의제를 정부에서 이끌려 한다는 분석이다. 이번 제도 개편 논의의 한 주축을 맡은 정원오 성동구청장 역시 여당의 차기 서울시장 후보로 거론되고 있다. 그러나 서울시의 반대에도 국토부와 민주당 등은 서울 내 주택 공급 문제 해결에 긍정적 효과가 기대된다는 명분으로 곧바로 입법화하겠다는 방침을 굽히지 않고 있다. 국토부는 9·7 공급 대책을 통해 2030년까지 수도권에서 노후 공공청사·국유지 등을 활용해 총 2만8000호를 착공하겠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그러나 시장 반응은 싸늘해 타개책이 필요한 상황이다. 한 부동산 전문가는 “정부와 서울시가 부동산 정책을 두고 싸우고 있는데, 지방선거를 앞두고 너무 정쟁화된 게 아닌지 우려스럽다. 부동산에 있어 기본적으로 정부가 잘하는 부분이 있고 오 시장이 잘 하는 점도 있는데, 지역 사정에 따라 민간 주도나 공공 주도 등을 다르게 가져가야 한다"며 “한 목소리를 내는 것까지는 아니더라도 불협화음이 과도하면 전체적인 모양새가 좋지 않을 뿐더러 시장에 대한 신뢰를 떨어뜨릴 수 있다"고 말했다. 김유승 기자 kys@ekn.kr

외국인 주택 위법 의심거래 210건 적발…전년比 45.7% 증가

# A 국적 부동산 매수인은 서울 ○○구 일대에서 주택 4건을 매수했다. 그러나 총 매매대금 17억3500만 원 중 5억7000만원을 외화 반입 신고 없이 현금을 들고 입국하거나, 지인들과 환치기 방식으로 조달한 것으로 드러나 해외자금 불법 반입이 의심되고 있다. # B 국적 매수인은 서울 ○○구 소재 단독주택을 125억원에 매수하면서 필요한 자금을 전액 금융기관 예금으로 충당했다. 매수인은 해외에서 벌어들인 사업소득을 제3국 은행으로 송금한 뒤 이를 다시 국내 은행 계좌로 입금하는 방식으로 자금을 마련했다. 다만 해외에서 발생한 구체적인 사업소득 규모는 명확히 소명하지 않았다. 국토교통부는 지난해 6월부터 올해 5월까지 외국인의 주택 거래를 조사한 결과, 이상거래로 의심되는 438건 중 210건(47.9%)에서 총 290건의 위법 의심행위가 적발됐다고 17일 밝혔다. 이는 지난해(199건)보다 45.7% 증가한 수치이다. 위법 거래는 2022년 410건, 2023년에도 127건 적발된 바 있다. 의심 사례는 실제 거래금액이나 계약일을 다르게 신고한 사례가 162건으로 가장 많았다. 부모, 법인 등 특수관계인이 주택 거래대금을 자녀나 법인 대표 등 매수인에게 대여하면서 차용증을 작성하지 않아 편법 증여가 의심되는 경우도 57건에 달했다. 해외에서 1만 달러를 초과하는 현금을 반입하면서 신고하지 않은 불법 반입 의심 사례 역시 39건으로 집계됐다. 주택의 실질 소유자와 등기사항전부증명서상 명의자가 달라 명의신탁으로 의심되는 사례는 14건이었다. 개인사업자가 기업 자금 용도의 대출을 받은 뒤 주택 매수에 활용한 사례도 13건 적발됐다. 방문취업비자(H2) 등 임대업이 불가한 체류자격으로 한국에 체류하면서 임대업을 영위한 경우도 5건으로 확인됐다. 국무조정실 부동산 감독 추진단은 적발된 위법 의심 거래를 법무부, 국세청, 관세청, 경찰청 등에 통보해 세무조사, 수사 및 검찰 송치, 대출금 회수 등의 후속 조치를 진행할 방침이다. 예컨대 법무부는 외국인의 체류지역 실태조사 후 체류자격 범위를 벗어난 영리활동이 확인되면 출입국관리법 제94조에 따라 처벌한다. 국세청은 소득 누락 및 편법 증여 적발 시 소득세·증여세 등 관련 세금을 추징할 계획이다. 부동산 감독 추진단은 외국인의 위법 부동산 거래를 근절할 수 있도록 향후 자금조달계획서에 해외자금 조달내역도 포함할 예정이다. 탈세 혐의 및 의심거래에 대해서도 본국으로 적극 통보한다는 방침이다. 관계부처와 제재 및 처벌수위 상향도 적극 검토할 계획으로, 차후 회의에서 구체적 방안을 논의할 예정이다. 한편, 국토부는 외국인의 비주택(오피스텔)·토지 거래에 대한 조사를 연말까지 마무리할 계획이다. 외국인의 토지 이상거래는 2023년 437건, 2024년 68건 적발된 바 있다. 김유승 기자 kys@ekn.kr

10·15 대책 ‘실패론’ 확산…10월 서울 집값 상승폭↑·전월세도 올라

10·15 부동산 대책이 시행된 지난달 서울 주택가격이 전월 대비 1.19%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전세가격은 0.44%, 월세가격은 0.53% 오르며 임대차 시장도 오름폭을 키웠다. 17일 한국부동산원이 발표한 10월 전국주택가격동향조사에 따르면, 10월 주택 매매가격지수는 전국 0.29%를 기록하며 전월(0.09%)보다 상승 폭이 확대됐다. 서울은 전월 0.58%에서 1.19%로, 수도권은 0.22%에서 0.60%로 오르며 두 지역 모두 상승세가 강화됐다. 지방은 전월 -0.03%에서 보합으로 전환했다. 구체적으로, 서울 강북 14개 구 가운데 성동구(1.49%→3.01%)는 행당·응봉동 대단지를 중심으로 오름폭을 키웠다. 마포구(1.17%→2.21%)는 아현·공덕동 주요 단지를 중심으로 상승했다. 광진구(0.80%→1.93%)는 광장·자양동 재건축 추진 단지 위주로, 용산구(1.20%→1.75%)는 이태원·이촌동 위주로 상승세가 지속됐다. 중구(0.80%→1.67%)는 신당·황학동을 중심으로 매매가가 올랐다. 서울 강남 11개 구에서도 상승세가 이어졌다. 송파구(1.30%→2.93%)는 재건축이 이뤄지는 신천·잠실동 역세권 단지를 중심으로 오름폭이 확대됐다. 강동구(0.74%→2.28%)는 명일·상일동 주요 단지를 중심으로 상승폭이 커졌다. 양천구(0.67%→2.16%)는 목·신정동 재건축 추진 단지 위주로, 동작구(0.76%→1.67%)는 흑석·상도동 위주로 오름세가 유지됐다. 부동산원은 “서울·수도권에서는 재건축 및 학군지 등 주요 단지를 중심으로 매수 문의가 집중되고 상승 계약이 체결되고 있다"며 “다만 정주여건이 다소 열세한 외곽 단지는 거래가 한산한 반면, 준신축 및 재건축 추진 단지는 상승세가 이어지는 등 혼조 양상"을 보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앞서 지난 7월에는 6·27 대출규제 여파로 상승폭이 줄었다. 그러나 8월 0.45%로 반등한 뒤 9월과 10월 두 달 연속 상승세가 이어진 바 있다. 국토부는 정부의 10·15 부동산 대책이 효력을 나타내는 11월 통계부터 서울 및 수도권 집값 오름세가 줄어들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수도권에서는 경기가 전월 0.06%에서 0.34% 오르며 오름폭을 키웠다. 성남 분당구와 과천·광명·하남시는 상승했다. 인천(-0.04%→0.07%)도 서·동·부평구를 중심으로 상승 전환했다. 다만 평택·이천시는 하락해 지역별 차이가 드러났다. 지방에서는 울산(0.28%)이 남·북구 선호 단지 위주로, 세종(0.02%)이 다정·새롬동 등 중심으로 상승세를 보였다. 반면 제주(-0.14%)는 미분양 적체 영향으로 서귀포시 위주로 하락했다. 대구(-0.13%)는 달서구 구축 및 북구 중소형 단지를 중심으로 약세를 보였다. 전국 임대차 시장의 가격 상승세도 이어졌다. 전국 주택종합 전세가격은 전월 0.10%에서 0.18%로 오름폭이 커졌다. 서울(0.30%→0.44%)과 수도권 (0.17%→0.30%), 지방(0.04%→0.07%) 모두 상승세였다. 5대 광역시(0.07%→ 0.13%)와 8개 도(0.00%→0.02%), 세종(0.77%→0.90%)도 오름폭을 키웠다. 월세가격도 전월 0.13%에서 0.19%로 상승했다. 수도권(0.20%→0.30%), 서울(0.30%→0.53%), 지방(0.07%→0.09%) 역시 모두 오름세를 보였다. 5대 광역시(0.08%→0.10%)와 8개 도(0.06%→0.07%), 세종(0.34%→0.65%)도 상승세를 이어갔다. 부동산원은 “전·월세 모두 정주여건이 양호한 역세권·학군지 단지를 중심으로 임차 수요가 지속되며 상승 흐름이 이어지고 있다"고 밝혔다. 최근 전세의 월세화 흐름이 가속화되며 올해 1~10월 체결된 서울 주택 월세 계약은 47만6634건을 기록해 2020년 같은 기간(23만9888건)보다 두 배로 증가했다. 반면, 같은 기간 전세 계약은 34만1977건에서 26만2500건으로 23% 감소했다. 김유승 기자 kys@ekn.kr

[임진영의 아파토피아]50년 전 ‘비선호’, 현재는 ‘로또’…아파트공화국 탄생사

대한민국 국민 중 절반 이상이 아파트에 살고 있다. 통계청의 '2024년 인구주택총조사' 결과에 따르면 우리 국민의 거주 주택 유형 중 아파트에 거주하는 비율은 53.9%다. 그러나 1970년대만 해도 전국 주택 유형 중 95%가 단독주택이었고, 아파트는 극히 소수에 불과했다.산업화와 함께 도시로 인구가 몰리면서 주택난이 심각해지자 정부가 한국토지주택공사(LH)의 전신인 대한주택공사를 중심으로 택지를 개발해 아파트를 대규모로 공급하기 시작했다. 그 일환으로 80년대와 90년대 수도권 신도시 개발과 함께 아파트들이 우후죽순으로 들어섰다. 1기 신도시 개발이 마무리 된 2000년, 우리 국민의 아파트 거주 비율은 36.3%로 전 국민의 3분의 1이 아파트에 살고 있었다. 또 이 시기를 기점으로 각 건설사들이 브랜드 아파트를 선보였고, 2기 신도시 개발까지 이뤄지면서 국민의 아파트 거주 비율은 지속적으로 올랐다. 2015년이 되자 아파트 거주 비율이 50.1%를 기록하면서 처음으로 국민 절반이 아파트에 사는 시대가 열렸다. 사실 처음부터 우리나라에서 아파트가 선호하는 주택이 된 것은 아니었다. 불과 50년전만 아파트에 사는 국민은 찾아보기 힘들었다. 일제 시대인 1937년에 지어진 충정 아파트와 1959년에 지어진 개명 아파트를 비롯해 산업화 시대 이전에도 이미 우리나라에 아파트는 존재했다. 그러나 이들 아파트는 1개동으로 이뤄진 개별 단독 건물에 다수의 세대가 모여 살던 방식이었다. 정원을 갖춘 단독주택 주거 형식에 익숙한 국민들에겐 개별동 아파트는 주거의 프라이버시가 보장되지 않는다는 이유로 크게 선호되지 않았다. 획기적인 변화가 생긴 것은 1964년 서울 마포구 도화동에 지어진 '마포아파트'였다. 마포아파트는 우리나라에서 현대적인 개념인 단지형 아파트가 처음으로 구현된 곳이었다. 대부분 단독주택이 아궁이에서 밥을 짓던 단독주택과 달리 마포아파트는 현대적인 부엌을 선보였고 재래식 화장실을 쓰던 시대에 수세식 화장실을 갖췄다. 특히 부유층을 중심으로 마포아파트에 거주하기 시작하면서 아파트는 상류층이 거주하는 주택이라는 인식이 처음으로 생기기도 했다. 1966년 용산구 동부 이촌동에 공무원아파트가 건설되면서 공무원들이 대거 아파트에 거주하기 시작하자 아파트 선호 현상은 더 강해졌다. 1971년엔 최초로 엘리베이터를 갖추고, 10층 이상 고층 건물과 20개 동 이상으로 이뤄진 한국 최초의 대단지 아파트인 여의도 시범아파트가 준공됐다. 여의도 시범아파트의 등장을 기점으로 이제 우리나라에서 아파트는 비선호 주거 형태에서 비싼 돈을 주고서라도 한번쯤 살아보고 싶은 새로운 주거 형태로 떠오르기 시작했다. 국토의 65%가 산지인 우리나라에서 사실 아파트만한 주거 효율성이 가장 높은 주거 형태이기도 하다. 과거 단독주택은 개별 세대가 토지에 집을 올렸지만, 아파트는 한정된 땅위에 집을 더 높게 지어 다수 세대의 주거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 문제는 아파트의 품질이었다. 산업화와 함께 주택난이 심각해지자 정부 주도로 시민아파트를 급격히 보급하는 와중에 1970년 와우아파트 붕괴사고로 34명의 사망자가 발생하는 등 우리나라 아파트 초기 도입기엔 오히려 '아파트의 위기'가 도래하기도 했다. 정부는 당시 사고를 계기로 아파트 시공 품질을 획기적으로 높인 시범아파트를 도입해 이 위기를 극복했다. 그리고 중소업체에게 무분별하게 아파트를 짓게 하던 관행을 철폐하고 현대건설, 대림산업(현 DL이앤씨) 등 굴지의 대형 건설사들에 아파트 시공을 맡겼다. 1970년대 강남 개발이 본격화 되면서 반포와 잠실 지구에 반포주공아파트와 잠실주공아파트가 들어섰다. 이어 도곡주공아파트, 둔촌주공아파트, 개포주공아파트 등이 70년대 후반과 80년대 후반에 지속적으로 완공되면서 강남 개발은 현 LH가 주도했다. 대한주택공사가 시공한 강남지역 주공아파트들은 현재 강남 아파트 신화의 시초를 시작한 단지로 현재 강남 재건축 신축 아파트의 뿌리가 됐다. 이처럼 국가가 주도하던 강남 일대 대규모 아파트 공급 상황에 변화의 바람이 분 것은 압구정 현대 아파트의 등장이었다. 1970년대까지만 해도 과수원과 채소밭으로 채워져 있던 15만평 규모의 압구정 지구에 현대건설이 '압구정 현대 아파트'를 대규모로 공급하면서 민간 건설사가 주도하는 고급화 아파트 시대가 열린 것이다. 압구정현대 아파트가 고급 아파트의 대명사로 자리매김하자 정부도 80년대부터 민간 건설사에 대규모 택지 지구 공급을 맡겼다. 1985년부터 1988년에 걸쳐 입주를 시작한 목동신시가지 아파트는 14개 단지, 392개동, 2만6000세대 규모로 신도시급 개발에 버금가는 대규모 사업이었다. 그러나 정부는 시공을 주택공사에 맡기지 않고 삼성물산과 현대건설 등 국내 유수의 대형 건설사 17곳에 맡겼다. 분당과 일산 등 1기 신도시 개발도 더 이상 주택공사가 시공에 나서지 않고, 민간 건설사 주도로 이뤄졌다. 압구정현대가 주택시장에서 고급 아파트를 대표하게 되면서 이미 주공아파트가 아닌 민간 건설사의 이름을 딴 아파트를 선호하는 것이 시장의 대세가 됐다. 정부 입장에서도 서류상으로 부지를 선정하고 구획을 확정한 후 도로만 깔아놓은 다음 아파트 시공을 맡은 민간 건설사에 아파트 건축 및 주위 근린시설 개발비용까지 부담하도록 해 주택공급에 지출되는 예산을 줄일 수 있었다. 대신 정부는 민간 건설사에 각종 규제를 면제해 주거나 택지의 상가 조성 수익 등을 건설사에 제공해 민간 건설사를 아파트 공급에 뛰어들도록 했다. 70년대 강남 개발 초기에 주공이 주도하던 아파트 공급 시장이 80년대부터 정부의 가이드 라인 하에 민간이 주도하는 방식으로 변화하면서 국가는 1기 신도시의 성공과 같이 최소한의 지출로 신속하게 대규모 주거단지 개발을 할 수 있었다. 2000년을 전후로 대형 건설사가 브랜드 아파트를 선보이면서 사실상 대한민국 아파트 문화는 완전히 민간 건설사의 주도 하에 놓이게 됐다. 과거 주공아파트가 강남 아파트 개발을 주도하던 시대에서 이제 LH가 짓는 아파트는 임대 아파트의 상징으로 오히려 '비선호' 대상이 됐다. 민간 브랜드 아파트가 주거 문화를 선도하자 아파트가 계급의 상징, 자산의 상징이 됐다. 삼성물산의 아파트 브랜드인 '래미안'은 론칭 초기 광고를 통해 이런 논란을 부추기기도 했다. 남자친구를 부모님께 소개시키기 위해 데려가는 와중에 “집이 어디야?"라고 묻자 여자친구가 래미안 로고가 선명한 아파트를 가리키며 연인이 흐뭇한 표정을 짓자 “수정씨 집은 래미안입니다"라는 나레이션이 흐르는 내용의 광고였다. 2007년 당시 공개된 이 광고를 두고 래미안 아파트에 살지 않으면 연인을 자랑스럽게 소개시키도 못하냐는 반응이 나왔다. 삼성물산이 래미안의 고급화 이미지를 홍보하는 것을 넘어 사회적 계층과 불평등을 조장한다는 비판을 받은 것이다. 서울과 지방의 양극화는 물론이고 같은 서울 내에서도 강남 3구(강남, 서초, 송파)와 마용성(마포, 용산, 성동) 및 노도강(노원, 도봉, 강북)과 금관구(금천, 관악, 구로)라는 약칭이 사회적 용어로 익숙해졌다. 강남 3구 아파트와 마용성 아파트, 노도강 및 금관구 아파트 사이엔 사실상의 계층화가 형성됐다. 아이들 사이에서도 어느 지역의 래미안 아파트 몇 평에 사는지를 묻고 따지고, 가정의 사회경제적 수준은 판가름할 정도로 이제 우리 사회에서 아파트 단지명은 사회적인 지위가 됐다. 이는 우리나라 가계 자산에서 부동산이 차지하는 기형적으로 높은데 따른 것이다. 2024년 기준 전체 가계 자산 중 부동산이 차지하는 비중은 78.6%에 달했다. 미국(13.1%) 등 선진국에 비해 월등히 높은 수준이다. 사실상 가계 대부분의 자산은 깔고앉은 집 한 채가 대부분인 상황인 것이다. 이렇게 높은 부동산 자산 비중은 현재 주택시장 불안의 근본 원인이기도 하다. 가계 자산이 증식하면 '똘똘한 한 채'를 팔고 더 '똘똘한 한 채'로 갈아타는 것이 우리나라 아파트 거래의 근간을 이루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강남의 아파트 가격이 계속 오르고, 그 여파는 서울 한강벨트를 자극해 아파트 시장의 '부익부 빈익빈' 현상을 강화하고 있다. 2025년 대한민국 아파트는 사는 곳(Live)이라는 개념보다 사는 것(Buy)이라는 비중이 커지고 있는 것이다. 임진영 기자 ijy@ekn.kr

“겨울철 사고 막아라”…건설업계, 동절기 현장 안전 강화 착수

건설현장 폭발 사고와 추락 사고가 잇따르는 동절기를 앞두고 건설사들이 일제히 현장 관리 강화에 나섰다. 실외 기온이 뚝 떨어지며 사고 위험이 커지는 시기인 만큼, 경영진이 직접 현장을 돌며 안전보건관리 체계를 다시 정비하는 등 중대산업재해 근절 대책을 위해 힘쓰는 모습이다. 14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건설사들은 본격적인 한파가 시작되기 전 경영진 현장 점검을 확대하는 등 근로자 중심의 안전관리 시스템을 정착시키기 위한 다양한 프로그램을 가동하고 있다. 특히 이재명 정부 들어 '산업재해 근절' 기조가 강하게 흐르면서, 현장 안전 점검의 수위도 한층 높아진 분위기다. HDC현대산업개발은 최근 급격한 기온 변화로 위험 요소가 급증하는 겨울철을 앞두고 동해선 포항~영덕 고속도로 4·5공구에서 현장 안전 점검을 진행한 바 있다. 해당 공사 구간은 포항과 영덕을 잇는 총연장 30.9㎞이다. 이중 현산은 영덕군 구간 9.48㎞ 시공을 맡고 있다. 이날 점검에는 정경구 대표이사(CEO)와 조태제 대표이사(CSO) 등 경영진이 직접 참석해 터널·교량·도로포장면의 시공 상태부터 안전시설물 설치 여부 등을 세세하게 들여다봤다. 부영그룹도 동절기 사고 취약성을 고려해 21개 사업장을 대상으로 자체 안전점검에 돌입했다. 점검은 11일부터 20일까지 8일 동안 진행될 예정이다. 부영그룹은 안전보건경영시스템 확립을 위해 무너짐·중독·질식·화재·한랭질환 등 151개 항목을 중심으로 사업장별 점검 요소를 철저하게 확인한다는 방침이다. 아울러 삼표그룹도 최근 광화문 본사에서 전 계열사 대표이사와 임원들이 참석한 안전점검 회의를 개최한 바 있다. 이날 회의에서는 각 현장 특성을 반영한 맞춤형 점검 강화 방안, 사고 사례 공유를 통한 경각심 제고, 협력사와의 소통 확대 등 다양한 대책이 논의됐다. 더불어 현장에서 직접 제기한 안전활동 현황과 개선 요구사항을 반영한 안전관리 체계 확립 방안도 검토했다. 국토교통부 역시 동절기 사고를 대비하기 위해 발 빠르게 대응에 나섰다. 국토부는 다음 달 22일까지 동절기 안전사고 우려가 큰 전국 1만9000여 개 건설현장을 대상으로 대대적인 안전점검을 실시할 예정이다. 강설 대비 콘크리트 시공 적정성, 일평균 기온 4도 이하 시 콘크리트 온도 보정 이행 여부, 폭설·강풍 대비 안전시설물 관리 상태 등이 주요 점검 항목이다. 이번 점검에는 국토부를 포함한 12개 기관과 외부 전문가가 참여한다. 유관부서인 고용노동부와의 합동 점검도 병행하다. 이처럼 업계와 정부가 동시에 긴장 수위를 높이는 건, 동절기가 한파·폭설·강풍·동결 등으로 난방‧전열‧용접기구 사용이 급증하는 시기이다. 이로 인해 화재·폭발 사고 발생률이 높아진다. 또, 강풍과 빙판길로 떨어짐·넘어짐 사고도 빈번하게 발생한다. 콘크리트 양생을 위한 갈탄 연료 사용이 늘면서 이산화탄소 중독이나 질식 사고도 잦다. 실제로 고용노동부가 지난해 발표한 '동절기 건설현장 안전보건 길잡이'에 따르면 최근 5년(2019~2023) 동안 개소한 건설현장 225만8988곳에서 30만5049명이 사고로 사망한 것으로 집계됐다. 이를 예방하기 위해 고용노동부와 한국산업안전보건공단은 지난해 △강설 대비 굴착면 천막 덮기 △콘크리트 보온 시 화석연료 대신 열풍기 사용 △한파특보 시 옥외 작업 최소화 △방한복·온열 휴식 공간·따뜻한 물 제공 등을 핵심 점검사항으로 제시한 바 있다. 한 대형 건설사 관계자는 “동절기는 건설현장 사고 위험이 높아지는 시기인 만큼 중대재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안전과 품질 관리를 더욱 철저히 하고 예방 중심의 현장 관리도 강화하려 한다"며 “최근 정부의 산업 재해 의지가 강력한 만큼 사망사고 근절을 위해 전사 차원의 노력을 지속적으로 기울일 것"이라고 말했다. 김유승 기자 kys@ekn.kr

10·15 대책 후 김포 청약 완판 행렬…남은 물량은?

비규제지역인 경기 김포 부동산 시장이 정부의 10·15 대책 이후 빠르게 달아오르고 있다. 규제지역으로 묶인 서울·수도권과 달리 김포는 대출·전매·청약 규제가 상대적으로 느슨해 실수요와 투자수요가 동시에 유입되는 모습이다. 15일 업계에 따르면, 10·15 대책 시행 이후 주택 수요가 김포로 빠르게 쏠리고 있다. 대우건설이 김포시 사우동에 짓는 '풍무역 푸르지오 더 마크'는 지난 5일 발표된 1순위 청약에서 전 평형이 마감됐다. 한국부동산원 청약홈에 따르면 558가구(특별공급 제외) 모집에 9721건이 접수돼 평균 경쟁률은 17.4대 1을 기록했다. 특히 전용 84㎡A는 179가구 모집에 5291명이 몰리며 29.6대 1의 최고 경쟁률을 보였다. 김포 아파트 가격도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하반기 국토교통부 아파트 매매 실거래가를 보면 대표 단지인 '풍무 센트럴 푸르지오' 전용 84㎡는 지난달 7억원에 거래됐고, 현재 호가는 8억5000만원대까지 올랐다. '한강메트로자이' 84㎡ 역시 8억원대 매물이 늘며 가격대가 전반적으로 상향 조정되는 흐름이다. 김포 아파트 매매거래량은 지난 7월 469건으로 집계돼 6·27 대출 규제 이후에도 매수세가 꾸준히 이어지고 있다. 주택 수요가 김포로 이동한 배경에는 서울 전세가격 상승이 있다. 올해 서울 아파트 전셋값은 7개월 연속 오르며 3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KB부동산에 따르면 10월 서울 아파트 중위 전세가격은 5억7333만원으로 전월보다 503만원 올랐다.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하면 4.9%(2666만원) 상승한 수치다. 이런 상황 속 탈서울 수요가 뚜렷해지면서 김포 지역 아파트 매매도 증가하고 있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올해 3분기 서울 거주자의 김포 아파트 매수는 200건으로 집계됐다. 여기에 비규제 혜택과 교통망 확충 기대감도 수요를 끌어올린 배경으로 꼽힌다. 김포는 중도금 대출 주택담보대출비율(LTV)이 최대 60% 적용되며, 추첨제 비중이 높아 2030세대와 신혼부부의 당첨 가능성이 비교적 높다. 다주택자 양도세·종부세 중과에서도 제외된다. 김포골드라인에 더해 지하철 5호선 연장(추진), 수도권광역급행열자(GTX)-D(장기~부천종합운동장) 예비타당성 통과 등 광역 교통망 확충 기대감도 시장 분위기를 끌어올리는 요소다. 이 같은 장점이 맞물리면서 김포 신규 분양 단지의 인기도 높아지고 있다. 이러한 흐름은 BS한양이 공급하는 '풍무역세권 수자인 그라센트 1차'에서도 확인된다. 견본주택 오픈 후 사흘간 2만5000명이 방문했고, 분양가 상한제 적용으로 가격 경쟁력도 확보했다. '풍무역세권 수자인 그라센트 1차'는 지하 2층~지상 29층, 10개 동, 1071가구(전용 59~84㎡) 규모다. 풍무역과 사우역을 모두 도보로 이용할 수 있는 더블역세권 입지가 특징이다. 전용 59㎡는 5억 원 초·중반대, 84㎡는 6억 중반~7억 초반대로 책정됐으며 1순위 청약은 이달 18일이다. 연내 공급되는 신규 물량도 이어지고 있다. 북변지구에서는 대원이 공급하는 '칸타빌 디 에디션'이 분양을 준비 중이다. 총 612가구(전용 66~127㎡) 규모로 걸포북변역 도보권에 위치하며, 지하철 5호선 감정역(추진)과 가장 가까운 신축 단지로 꼽힌다. 분양업계 관계자는 “합리적인 분양가와 역세권 입지가 맞물려 갈아타기 수요뿐 아니라 서울 수요 문의도 꾸준하다"고 말했다. 김포 내 주요 분양 일정은 연말까지 계속된다. 김포풍무 호반써밋(B5)은 18~21일 정당계약을 진행하고, 앞서 청약에서 완판된 풍무역 푸르지오 더 마크(B3)는 오는 24~27일 계약이 예정돼 있다. 서예온 기자 pr9028@ek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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