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발행어음은 자기자본 4조원 이상 초대형 투자은행(IB) 가운데 인가를 받은 증권사가 자체 신용으로 발행하는 만기 1년 이내 어음이다. 고객 자금을 모아 기업금융·채권 등에 굴리고 약정 수익률을 돌려준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 6월 말 기준 7개 사업자의 발행 잔액은 55조9291억원으로 1년 전(44조3900억원)보다 26% 늘었다. 한국투자증권이 22조4700억원으로 약 40%를 차지하고 KB증권(11조원)·미래에셋증권(10조5800억원)·NH투자증권(8조7800억원)이 뒤를 잇는다. 지난해 말 진입한 키움·하나·신한투자증권은 세 곳을 합쳐도 3조1000억원 수준이다. 격차를 메울 수단은 금리다. 삼성증권은 21일 2~90일물 특판에 연 5.5%, 1년물에 연 4.3%를 제시했다. 기존 대형사 1년물이 3%대 중후반인 점을 감안하면 공격적인 수준이다. 메리츠증권은 5%대 후반~6% 수준의 금리를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발행 한도가 자기자본의 200%인 점을 감안하면 삼성증권(자기자본 8조1600억원)의 발행 여력은 최대 16조3000억원이다. 메리츠증권도 16조원 안팎의 여력을 확보하게 된다. 이들이 본격적인 발행에 나서면 시장은 60조원을 훌쩍 넘어설 수 있다. 특판은 만기가 짧고 한도가 정해져 있어 실제 조달 비용은 표면 금리보다 작다. 고객 확보를 위한 마케팅 비용에 가깝다. 문제는 그 이후다. 업계는 발행어음 이자 마진을 통상 1~1.5%포인트로 본다. 조달 금리가 4%대로 올라서면 운용 수익률은 5~6%를 넘어야 한다는 뜻이다. 후발주자의 고금리가 기존 사업자의 금리 인상을 압박하면 시장 전체의 조달 비용이 올라갈 수 있다. 자금의 성격도 변수다. 조달액의 약 65%가 개인 자금이어서 금리에 민감하다. 특판으로 들어온 돈이 만기 뒤에도 남을지는 미지수다. 김상훈 국민의힘 의원실이 금융감독원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1분기 조달액 54조4273억원 가운데 53.7%가 만기 1개월 이하 단기물이었다. 짧게 빌려 길게 굴리는 구조에선 금리 경쟁이 곧 차환 비용 상승으로 이어진다. 운용 환경은 녹록지 않다. 당국은 발행어음 조달액의 모험자본 투자 비율을 올해 10%에서 내년 20%, 2028년 25%로 높인다. 반면 수익성이 높은 부동산 운용 한도는 30%에서 올해 15%, 내년 10%로 줄인다. 고수익 자산은 묶이고 회수 기간이 길고 손실 위험이 큰 자산 비중은 커지는 구조다. 우량 기업금융 딜은 한정적인데 자금을 굴려야 할 증권사는 늘어나 조건 협상의 주도권이 차주 쪽으로 넘어갈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신승환 나이스신용평가 연구원은 “모험자본의 약 30%가 VC 관련인 점을 고려하면 실질적으로 실현수익이 IPO에 크게 의존하는 구조"라며 “상장 여건이 악화되면 회수 지연과 수익성 저하로 이어질 수 있어 개별사의 중장기 운용 성과와 함께 회수시장 여건도 살펴봐야 한다"고 말했다. 기존 사업자 사이에선 속도 조절 움직임도 보인다. NH투자증권 잔액은 6월 말 기준 3월 말보다 4.3% 줄었다. 모험자본 투자 기회도 있다. 모험자본 의무는 벤처투자·인수금융·기업공개(IPO) 연계 역량을 갖춘 증권사에는 차별화 수단이 될 수 있다. 하나증권은 25% 목표를 당국 일정보다 앞당겨 달성하겠다고 밝혔다. 조달 규모보다 운용 쪽에서 차별화하겠다는 포석으로 읽힌다. 반대로 딜 소싱 역량 없이 금리만 올린 곳은 조달이 늘수록 역마진 위험을 떠안게 된다. 발행어음 경쟁의 무게중심이 '얼마나 모으느냐'에서 '어떻게 굴리느냐'로 옮겨가고 있다. 금리로 끌어온 자금이 결국 각 사 운용 역량의 시험대가 되는 셈이다. 신 연구원은 “증권사는 엑시트 경로의 경색 가능성과 담보가치 하락에 따른 자산 회수 지연이 직접적인 위험 요인으로 작용한다"고 말했다. 최태현 기자 cth@ek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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