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위, ‘경영권 프리미엄 주주 공유’ 27년만 재추진…핵심쟁점은?[자본법안 와치]

금융위원회는 하반기 의무공개매수제도를 우선 입법과제로 선정했다. 1997년 처음 도입됐다가 이듬해 외환위기 속에 폐지된 지 27년 만이다. 어떤 모델을 어떻게 설계하느냐가 핵심 쟁점으로 부상하고 있다. 금융위원회는 18일 국민경제자문회의와 합동회의를 열고 의무공개매수제도를 우선순위 정책으로 추진한다고 밝혔다. 전날 열린 '주주가치 제고를 위한 M&A 제도 개선 방향'에서도 권대영 금융위원회 부위원장도 “주식 양수도 방식의 M&A에서 발생하는 경영권 프리미엄을 일반 주주가 같이 누릴 수 있도록 의무공개매수제도를 빨리 도입해야 한다"고 말했다. 의무공개매수는 기업 인수합병 과정에 인수자가 일정 비율 이상의 지분을 사들이면 나머지 모든 주주에게도 같은 가격에 주식을 살 기회를 의무적으로 줘야 하는 규정이다. 도입 취지는 주주 평등 대우의 원칙을 구현하는 것이다. 김우찬 고려대학교 경영대학 교수는 “지배주주나 일반주주주 모두 공평하게 팔 기회를 주고, 같은 가격에 팔 수 있게 해야 한다는 게 주주 평등 원칙을 구현하는 방식"이라고 말했다. 의무공개매수제도가 없는 상황에선 지배주주만 경영권 프리미엄을 독차지하는 사례가 생길 수밖에 없다는 문제의식이다. 국내 M&A 과정에 지배주주가 장외에서 주식을 양도하면서 프리미엄을 독점하는 거래 방식은 관행으로 자리 잡았다. 2021년 IMM PE가 한샘 경영권을 인수한 사례가 대표적이다. 조창걸 한샘 명예회장과 특수관계인 7명이 받은 주당 매각가는 22만2550원으로 거래 당일 종가 11만6500원 대비 91%의 경영권 프리미엄이 붙었다. 창업주 일가는 지분 27.7%를 총 1조4500억원에 매각했다. 나머지 72%를 보유한 일반주주는 이 가격에 팔 기회가 없었다. 인수 이듬해 한샘 주가는 3만원대로 폭락했고, 이후에도 4만원 중반대에 머물렀다. 증권업계에서도 비슷한 패턴이 반복됐다. 2016년 KB금융지주가 현대증권 지분 22.56%를 인수할 때 지배주주는 주당 2만3182원에 매각했지만, 소액주주에게는 주당 6737원의 주식매수청구권만 부여됐다. 미래에셋증권이 대우증권을 인수할 때도 지배주주에게는 주당 1만6518원을 지급했지만, 소액주주에게는 그 절반도 못 미치는 7999원의 주식매수청구권을 줬다. 같은 회사 주식 한 주가 거래 구조에 따라 최대 3.4배 다른 가격에 팔리는 셈이다. 이런 구조가 굳어진 데는 이유가 있다. 인수자 입장에서는 경영권을 확보하려면 지배주주 지분만 사면 충분하다. 소수 지분만으로 회사 전체를 지배할 수 있는 구조에서 인수자는 지배주주에게 프리미엄을 얹어 지분을 사고 나머지 소액주주에게는 기회를 줄 필요가 없다. 의무공개매수제도는 1972년 영국에서 처음 도입됐다. 2026년 초 기준, OECD 38개국 중 29개국이 채택했다. 제도 설계는 크게 영국형과 일본형으로 나뉜다. 영국은 의결권 30% 이상 취득 시 잔여 전 주주에게 12개월 내 최고 지급가로 전량 매수 청약을 의무화한다. 소수주주에게 회사를 떠날 권리, 즉 '퇴출권'을 보장하는 것이 핵심이다. 유럽연합(EU) 대부분 국가가 이 모델을 따른다. 일본은 3분의 1 초과 지분 취득 자체를 공개매수로 강제하되 전량 매수 의무는 없다. 지배권 거래의 투명성 확보가 목적이어서 소수주주의 실질적인 퇴출권 보장 면에서는 취약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게다가 시장 거래나 제3자 배정으로 3분의 1을 초과해도 공개매수 의무가 없어 규제 회피가 쉽다는 지적도 나온다. 미국은 제도 자체가 없다. 대신 이사회의 신의성실 의무와 주(州) 회사법 판례가 소수주주를 간접적으로 보호한다. 1998년 한국이 의무공개매수를 폐지하면서 미국 모델을 따른 셈이지만, 미국과 달리 한국은 회사법 판례가 충분히 쌓이지 않았다. 금융위원회는 아직 구체적인 도입 방안을 밝히진 않았다. 다만 2022년 12월 당시 발표한 도입 방안은 발동 기준 25%, 매수 범위 50%+1주를 골자로 한다. 학계에서는 이 방안의 설계 수준에 이견을 제시한다. 김우찬 교수는 전날 세미나 발표에서 제도 도입 시 '50%+1주'가 아닌 '잔여 주식 전량'을 공개매수하는 방식이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특정 주주가 상장회사의 지배권을 확보하는 수준에 도달할 경우 매수를 원하는 잔여 주주들의 주식 전량에 대해 공개매수 제의 의무를 부과해야 한다"며 “프리미엄을 낮출 수 있는 유인을 높이기 위해서도 전량 인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금융위가 검토 중인 '50%+1주' 방안에 대해 지배주주로부터 지분 40%를 인수한 뒤 10%만 공개매수하는 경우 일반주주 중 16.7%만 평등한 대우를 받게 된다"고 지적했다. 의무공개매수 가격 산정 기간을 과거 12개월로 길게 설정하고, 발행주식 50% 이상을 확보하지 못하면 공개매수를 무효화하는 인수 수락 조건을 둘 필요가 있다고도 제언했다. 발동 기준에 대해서도 의견이 엇갈린다. 김순석 교수는 논문에서 “국내 상장회사 최대주주의 평균 지분율이 41.2%로 높고, EU 11개국이 30%를 채택하고 있어 발동 기준을 25%에서 30%로 상향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주장했다. 이는 금융위 현행안과 다른 입장이다. 재계 일각에서 제기하는 M&A 시장 위축 우려를 두고는 '실체가 없다'고 반박했다. 김우찬 교수는 “의무공개매수가 도입되면 일반주주에게도 프리미엄을 지급해야 해 인수 비용이 늘고 M&A 건수 자체가 줄어들 것이라는 우려가 있지만, 실제로는 지배권 프리미엄이 낮아지면서 주당 인수 비용이 조정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한국은 한 차례 의무공개매수제도를 시행했다가 스스로 폐지했다. 1997년 증권거래법 개정으로 도입했지만, 1998년 1년 만에 사라졌다. 당시 IMF 외환위기 속에 기업 구조조정 촉진을 이유로 폐지 요구가 있었다. 이후 2020년대 들어 도입 논의는 이어졌지만, 입법으로 결실을 맺지 못했다. 금융위원회는 2022년 12월 발동 기준 25%, 매수 범위 50%+1주를 골자로 한 도입방안을 발표하고 자본시장법 개정을 추진했지만 국회를 통과하지 못했다. 금융위원회는 의무공개매수제도 도입을 하반기 핵심 입법 과제로 못 박았다. 상장사 합병가액 산정 기준을 공정가액 방식으로 변경하는 법안은 지난달 국회 정무위원회를 통과했고, 의무공개매수 제도 도입을 골자로 한 법안은 아직 정무위에 계류 중이다. 사모펀드업계 한 관계자는 “국내 사모펀드 입장에서 의무공개매수제도로 주주를 보호하기 위해선 상장폐지까지 용이하게 해주는 게 필요하다"며 “그렇게 되면 M&A가 더 활성화되는 기폭제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최태현 기자 cth@ekn.kr

메리츠, “홈플러스 정상화, 최대주주 MBK가 먼저 책임져야”…수익 사유화 비판

메리츠금융그룹이 홈플러스의 대주주인 사모펀드(PEF) 운용사 MBK파트너스를 향해 '경영 실패에 따른 책임을 채권자에게 전가하지 말고 책임 있는 자구책을 마련하라'고 강력 촉구했다. 메리츠금융은 18일 입장문을 통해 “MBK파트너스는 운용자산 약 325억 달러(약 50조 원) 규모의 동북아 최대 사모펀드로, 연간 수천억 원의 운용보수와 막대한 성과보수를 거두고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포브스 기준 한국 부자 순위 2위인 김병주 회장의 자산(추정 99억 달러)과 지난해 투자자들에게 지급된 17억 달러의 분배금을 언급하며 MBK파트너스의 막강한 자금 동원력을 강조했다. MBK파트너스의 바이아웃펀드 3호는 홈플러스 투자 부진에도 지난해 15.4%의 수익률을 기록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럼에도 MBK파트너스가 홈플러스에 대한 추가 지원 여력이 없다고 주장하는 것에 대해 메리츠금융은 “경영권을 보유해 온 최대주주가 금융 지원을 해온 채권자들에게 부담을 떠넘기려 한다"고 비판했다. 이어 “수익은 사유화하고 손실은 사회화하는 방식은 시장의 상식과 책임경영 원칙에 어긋난다"며, 홈플러스 정상화를 위해 MBK파트너스가 납득할 만한 수준의 자금 지원 계획을 먼저 제시해야 한다고 압박했다. 이번 사태는 대형 오프라인 마트의 업황 악화 속에서 지분 인수 후 기업가치를 높여 되파는 사모펀드의 '바이아웃' 모델이 한계에 직면하며, 투자 성과를 둘러싼 자본시장 내 대형 금융사 간의 책임 공방으로 확산하는 모양새다. 다음은 메리츠금융그룹 입장문. MBK파트너스는 그동안 스스로를 동북아 최대 규모의 사모펀드라고 소개해 왔습니다. 실제로 MBK파트너스의 운용자산은 약 325억달러(약 50조원)에 달하며, 업계 통상 수준의 기본 운용보수 1%이상을 고려하더라도 연간 수천억원 규모의 수익을 거두고 있는 것으로 추정됩니다. 여기에 투자 성과에 따른 성과보수까지 감안하면 실제 수익 규모는 더욱 클 것으로 예상됩니다. 또한 MBK파트너스의 창업자인 김병주 회장의 추정 자산은 99억달러로 2026년 포브스 한국 부자 순위 2위에 오르는 등 막대한 자산을 보유한 것으로 평가받고 있습니다. 포브스는 김 회장의 자산이 MBK파트너스를 통한 대형 인수합병(M&A)과 투자 성과를 기반으로 형성됐다고 설명했습니다. 실제로 MBK파트너스는 올해 3월 연례서한을 통해 지난해 투자자들에게 17억달러 규모의 분배금을 지급했다고 밝혔습니다. 특히 홈플러스가 포함된 바이아웃펀드 3호는 홈플러스 투자 실패에도 불구하고 지난해 15.4%의 수익률을 기록했다고 설명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MBK파트너스는 홈플러스에 대한 추가 지원 여력이 없다고 주장하며 그 부담을 채권자들에게 전가하려 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홈플러스의 최대주주이자 경영권을 보유해 온 MBK파트너스야말로 이번 사태에 가장 큰 책임을 져야 할 당사자입니다. 메리츠는 홈플러스에 대한 금융 지원 과정에서 채권자로서의 역할과 책임을 충실히 수행해 왔습니다. 반면 MBK파트너스는 투자 성과를 통해 얻은 수익은 투자자와 함께 향유하면서도 경영 실패에 따른 부담은 채권자들에게 전가하려는 모습을 보이고 있습니다. 이는 시장의 상식과 책임경영 원칙에 부합하지 않습니다. 홈플러스 정상화를 위해서는 무엇보다 최대주주의 책임 있는 자금 투입과 손실 부담이 선행돼야 합니다. MBK파트너스는 그동안 투자 성과에 따른 이익을 누려왔습니다. 이제는 그에 상응하는 책임을 다해야 할 때입니다. 수익은 사유화하고 손실은 사회화하는 방식으로는 시장의 신뢰를 얻을 수 없습니다. 홈플러스 사태의 책임 있는 해결을 위해서는 최대주주인 MBK파트너스가 먼저 시장이 납득할 수 있는 수준의 자구 노력과 자금 지원 계획을 제시해야 합니다. 박상주 기자 redphoto@ekn.kr

코스피 1년 만에 3000→9000…반도체 쏠림도 더 심해졌다[마감시황]

코스피 지수가 18일 사상 처음으로 9000을 넘겼다. 1년 전 2972.18에 마감했던 것에서 3배가량 올랐다. 이날도 반도체 대형주가 지수를 끌어올렸지만, 800개 가까운 종목은 하락 마감했다. 시가총액 상위 두 종목 쏠림 현상은 더 심해진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날 코스피 지수는 전 거래일보다 2.25%(199.60포인트) 오른 9063.84이다. 장중에는 9100선을 돌파하기도 했다. 지난 5월 26일 종가 기준 8000을 돌파한 지 16거래일만이다. 코스피 시장 시가총액도 사상 최대치인 7413조원을 기록했다. 세계 7위 수준이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주요 국가의 올해 대표지수 상승률 중 한국(+115.1%)이 압도적으로 높다. 일본(+38.9%), 튀르키예(+28.1%), 이탈리아(+17.0%), 캐나다(+10.8%)가 뒤를 이었다. 시가총액 상위 두 종목의 쏠림은 심해졌다. 이날 코스피 시가총액 중 삼성전자(28.58%)와 SK하이닉스(25.81%) 두 종목의 합은 54.4%에 달했다. 1년 전 삼성전자(14.55%)와 SK하이닉스(7.37%) 합이 21.92%인 것에 견줘 두 배 넘게 늘었다. 이날도 반도체 대형주가 지수를 이끌었다. 시가총액 1위인 삼성전자(+4.62%)는 장 막판에 급등하며 36만2500원에 마감했다. 시총 2위인 SK하이닉스(+6.51%)는 장중 오름세를 보이면서 최고가인 273만8000원을 터치한 뒤 268만5000원에 마감했다. SK하이닉스는 장중 HBM4E 12단 샘플을 공급한다는 소식이 알려지며 삼성전자보다 상승 폭이 컸다. SK하이닉스 시가총액은 삼성전자의 90.3%에 달한다. 각각 삼전과 하이닉스 지분가치 수혜주로 꼽히는 삼성생명(+4.92%)과 SK스퀘어(+6.52%)도 급등했다. AI서버용 부품인 적층세라믹콘덴서(MLCC) 수요 확대 덕분에 삼성전기(+8.27%)도 연일 급등하고 있다. 삼성전기는 올해 국내 증시에서 가장 높은 상승률(+762.75%)을 기록했다. 다만 반도체가 포함된 전기·전자 업종을 제외한 대부분 업종은 하락했다. 이날 코스피에서 112개 종목은 상승했지만, 791개 종목은 하락했다. 17개 종목은 보합이다. 코스닥 지수는 전 거래일보다 3.01%(31.03포인트) 하락한 1000.93에 마감했다. 장중 996.93까지 하락하기도 했다. 투자자별 매매 동향을 보면, 개인은 3925억원을 순매수했다. 외국인과 기관은 각각 1324억원, 2647억원을 순매도했다. 시가총액 상위 종목은 대부분 하락했다. 반도체 업종으로 수급이 크게 쏠리고 금리 부담이 맞물린 결과로 풀이된다. 서울 외환시장에서 달러당 원화값은 전날보다 13.7원 오른 1527.1원에 주간 거래를 마감했다. 최태현 기자 cth@ekn.kr

“‘닷컴 버블’과 다르지 않다”…소외주 반등에도 무게추는 ‘주도주’

시장에서는 순환매 장세가 나타나더라도 주도권은 여전히 인공지능(AI)·반도체 중심의 주도주에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금리 인상을 둘러싼 불확실성이 잦아들면 투자자 관심은 다시 이익으로 돌아갈 수 있다는 분석이다. 18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달 1일부터 전일까지 수익률이 상승한 종목 수와 하락한 종목 수 편차는 158개다. 이는 지난달 700개 대비 77% 감소한 수준이다. 자금 쏠림 현상이 완화되고 있다는 해석이 가능한 대목이다. 코스피 성과를 상회하는 업종도 늘어나는 추세다. 키움증권에 따르면, 지난달 코스피(+28.5%)의 성과를 상회한 업종은 IT 하드웨어(+111%), 반도체(+58%), 자동차(+33%), 보험(+29%) 4개다. 이달에는 소매·유통(+21%), 보험(+12%), 은행(+12%), 반도체(+3%) 등 11개 업종이 코스피(+0.8%) 성과를 웃돌았다. 최근 국내 증시에서는 AI 투자 사이클의 직접적인 수혜가 기대되는 반도체와 IT 하드웨어 업종으로 자금이 집중돼 왔다. 주도주를 제외한 업종은 상대적으로 시장의 관심에서 소외되며 시장 대비 부진한 수익률을 기록했다. 미국·이란 전쟁으로 인한 금리와 경기 둔화 우려도 경기민감주의 투자 매력을 낮추는 요인으로 작용했다는 설명이다. 한지영 키움증권 연구원은 “미국·이란 전쟁 종전으로 인한 대외 불확실성 완화와 외국인 수급 여건 개선 등을 고려할 때, '키 맞추기' 확률이 높은 업종의 비중을 중립 이상으로 가져가는 것도 수익률을 높이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처럼 소외주 반등과 순환매 장세가 나타나지만 결국 시장에서는 주도주 쏠림이 강화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종전으로 유가와 물가가 하락하면 금리 인상 압박이 줄어들며 주가 할인율 부담이 낮아질 수 있어서다. 통상 주가는 기업이 미래에 벌어들일 이익과 현금흐름을 현재가치로 환산해 평가하는데, 이 과정에서 금리가 할인율로 사용된다. 금리 우려가 걷어지면 시장은 다시 이익에 집중할 수 있고, 그 중심에 반도체가 있다는 분석이다. 시장이 이미 금리 변화 방향을 가격에 반영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의 금리 인하 기대 후퇴, 일본은행의 금리 인상 가능성이 겹치며 기업 이익보다 금리에 기반한 할인율이 주가에 먼저 반영됐다는 의견이다. 김두언 하나증권 연구원은 “금리의 공포가 낮아지면 시장은 다시 이익을 본다. 그 이익의 중심은 여전히 메모리"라고 말했다. 이어 “유가는 인플레이션 프리미엄을 낮추고 있으며, 국내 증시의 본류는 실적이다"라고 덧붙였다. 역사적 통계도 이 같은 전망을 뒷받침하는 것으로 보인다. 1998년 말 '닷컴 버블' 당시, 미국 증시에서는 닷컴 관련주만이 급등세를 유지했다. 투자자들이 닷컴 이외의 업종을 외면했듯, 지금의 국내 증시도 AI 관련주에 시장의 관심이 쏠리는 것이 당연하다는 평가다. 이은택 KB증권 연구원은 “실적이 잘 나와도 투자자들은 닷컴 이외의 업종에는 관심을 두지 않았다"며 “30년 전 투자자나 지금의 투자자나 시장에서 반복되는 투자 행태는 크게 다르지 않다. 게다가 지금의 AI 관련주는 실적까지 좋아 쏠림이 강화되기 좋은 조건이다"라고 설명했다. 김태환 기자 kth@ekn.kr

AI 전력인프라, 조정 끝났나…수주 늘고 실적 시즌 다가온다

인공지능(AI) 전력인프라 관련 종목들에 대한 관심이 다시 커지고 있다. 증권가는 최근 조정을 업황 둔화가 아닌 수급 이동에 따른 일시적 현상으로 보고 있다. 2분기 실적 발표를 앞두고 신규 수주 확대와 실적 개선 여부에 시장의 관심이 쏠리는 모습이다. 18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KRX-Akros AI 전력인프라 지수는 전일 1만4017.98로 마감했다. 전 거래일 대비 3.3% 오른 수준이다. 해당 지수는 최근 3거래일 동안 10% 넘게 상승했다. 해당 지수는 효성중공업, HD현대일렉트릭, LS ELECTRIC, 산일전기, 일진전기, 대한전선 등 AI 데이터센터 전력 수요 확대 수혜가 기대되는 전력기기 종목들로 구성된다. 전력기기 업종은 지난 4월부터 5월 초까지 AI 데이터센터 투자 확대 기대감에 가파른 상승세를 보였다. 이후 차익실현 매물과 AI 투자 테마 내 수급 이동이 맞물리며 5월 말까지 급격한 조정을 받았지만, 최근 다시 반등 흐름을 나타내고 있다. 최근 조정은 업황 악화보다 AI 투자 테마 내 자금 이동 영향이 컸다는 분석이 나온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반도체 대형주로 수급이 이동하면서 전력기기 관련 상장지수펀드(ETF) 환매가 증가했고, 이 과정에서 구성 종목들의 매도 압력이 확대됐다는 것이다. 유안타증권은 최근 전력기기 업종 조정을 업황 둔화가 아닌 AI 테마 내 수급 로테이션 영향으로 평가했다. 실제 수주 지표는 오히려 개선되는 흐름을 보이고 있다. 유안타증권에 따르면 올해 1분기 주요 변압기 업체 5곳의 신규 수주 규모는 8조5000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54% 증가했다. 수주잔고는 34조5000억원으로 늘었다. HD현대일렉트릭과 효성중공업의 북미향 신규 수주 비중도 각각 73%, 77%까지 상승했다. 증권가는 하반기 관전 포인트로 신규 수주 가이던스 상향 여부를 꼽고 있다. 이미 1분기 수주 실적만으로 연간 목표의 상당 부분을 채운 기업들이 적지 않기 때문이다. 효성중공업은 1분기 중공업 부문 신규 수주가 4조1745억원으로 연간 가이던스의 절반 수준에 도달했다. HD현대일렉트릭 역시 연간 신규 수주 목표의 43%를 1분기에 달성했다. LS ELECTRIC도 데이터센터 관련 수주가 잇따르면서 가이던스 상향 가능성이 거론된다. 유안타증권은 주요 전력기기 업체들의 올해 신규 수주가 기존 가이던스를 평균 20% 이상 웃돌 수 있다고 전망했다. 전방 산업 환경도 우호적이다. AI 데이터센터 투자 확대가 지속되면서 전력망 구축 수요가 빠르게 늘고 있기 때문이다. LS증권은 미국 전력망 시장이 여전히 공급자 우위 국면에 있다고 평가했다. AI 데이터센터 전력 수요 증가와 제조업 리쇼어링, 전기차 보급 확대로 전력 인프라 투자가 확대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특히 미국 전력망의 70% 이상이 설치 후 30~40년이 지나 교체 시점에 진입한 점도 구조적 수요 요인으로 꼽힌다. LS증권은 빅테크 기업들이 기존 수백 메가와트(MW)급에서 1~5기가와트(GW)급으로 AI 데이터센터 규모를 확대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데이터센터 건설 속도에 비해 송전망과 변전소 구축에는 수년이 소요되면서 전력기기 수요가 확대되는 구조라는 설명이다. GW급 데이터센터는 기존 데이터센터 대비 전력 소비 규모가 크게 확대된 초대형 시설을 의미한다. 증권가는 전력기기 업종의 실적 모멘텀이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미국 유틸리티 기업들의 설비 투자 확대와 AI 데이터센터 증설이 동시에 진행되고 있는 만큼 수주 증가가 실적으로 연결되는 흐름이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는 평가다. 손현정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최근 전력기기 업종의 주가 조정은 업황 훼손보다 수급 로테이션과 밸류에이션 부담 완화의 성격이 강하다"며 “단기 급락은 업황 둔화라기보다, 실적 확인 이후 높아진 주가 부담과 AI 테마 내 수급 이동이 맞물린 결과로 보는 것이 타당하다"고 말했다. 장하은 기자 lamen910@ekn.kr

한울반도체, 일본 무라타와 MLCC 제조용 마운터 설비 협력 MOU

한울반도체가 세계 최대 적층세라믹콘덴서(MLCC) 기업인 일본 무라타와 고성능 MLCC 제조공정용 '마운터' 설비를 함께 검토하는 내용의 양해각서(MOU)를 맺었다고 18일 밝혔다. 마운터는 MLCC를 만들고 검사하는 공정에서 부품을 빠르고 정밀하게 옮겨 배치하는 장비다. 이번 협약은 AI 서버와 전기차 등에서 고신뢰성 MLCC 수요가 빠르게 늘면서, 생산성과 정밀도, 품질 안정성을 끌어올릴 수 있는 장비 기술을 두 회사가 함께 들여다보자는 취지다. 양사는 우선 마운터 설비의 개발 가능성과 성능, 실제 공정 적용성을 공동으로 검토하기로 했다. 구체적으로는 설비 운전 조건 최적화와 공정 품질 안정화 방안을 논의하고, 초기 평가와 정보 교환, 샘플 제공, 현장 확인, 평가 결과 검토 등을 단계적으로 진행할 계획이다. 자동화 기능 개선과 공정 데이터 분석, 설비 성능 개선 가능성도 검토 대상에 포함된다. MLCC는 전자회로에서 전류 흐름을 안정시키고 신호 간섭을 막아주는 핵심 수동소자다. 스마트폰부터 서버, 자동차, 산업용 장비까지 거의 모든 전자기기에 들어간다. 최근 AI 서버와 전기차가 확산되면서 고사양 MLCC 수요도 함께 늘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전체 MLCC 시장은 연평균 8% 안팎의 성장이 예상되며, AI 서버와 전장(자동차 전자장비)에 쓰이는 고신뢰성 MLCC 시장은 연 10~30%로 더 가파른 성장이 전망된다. AI 서버는 일반 서버보다 훨씬 많은 MLCC를 필요로 하고, 전기차 한 대에는 배터리관리시스템과 인버터, ADAS(첨단운전자보조시스템) 등에 약 1만~1만8000개의 MLCC가 들어가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에 따라 글로벌 MLCC 제조사들이 고신뢰성 제품 생산능력을 늘리면서, 후공정에 쓰이는 고정밀 검사장비와 고속 마운터, 자동화 설비, 데이터 기반 공정 분석 장비 수요도 함께 커질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한울반도체는 반도체와 전자부품, 디스플레이 제조 현장에 쓰이는 고속·고정밀 검사장비와 자동화 설비를 고객 공정에 맞춰 개발하는 기업이다. 그동안 MLCC 외관·전기특성 검사, 마운터, 초음파 비파괴 검사, 필름·디스플레이 검사장비 등으로 사업을 넓혀 왔다. 광학계와 기구, 소프트웨어, AI 알고리즘을 통합 설계하는 기술과 자체 개발 AI 플랫폼 'HaWAIe'를 주요 강점으로 내세운다. 회사 측은 일본 기업이 강세를 보여온 MLCC 제조 장비 분야에서 한국 기업의 기술이 세계 1위 업체의 협력 검토 대상에 오른 점에 의미를 뒀다. 앞으로 불량칩 선별기와 전사기, 초음파 선별기·검사기 등 MLCC 후공정 전반으로 협력 범위를 넓혀간다는 계획이다. 회사 관계자는 “AI 서버와 전장 시장이 커지면서 MLCC 생산공정에 요구되는 정밀도와 속도, 품질 안정성 수준이 높아지고 있다"며 “이번 MOU는 자사의 마운터 설비와 AI 기반 공정장비 기술을 글로벌 시장에서 검증할 수 있는 계기"라고 말했다. 최태현 기자 cth@ekn.kr

코스피 FOMC 충격 딛고 사상 첫 8900 돌파…장중 최고치 경신[개장시황]

코스피는 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의 매파적인 결과에도 장 초반 상승하며 8900선을 돌파했다. 미국 뉴욕증시는 하락 마감했지만, 코스피는 반도체 대형주를 중심으로 상승하고 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날 9시 20분 코스피 지수는 전 거래일보다 0.49%(44.28포인트) 오른 8908.52이다. 코스피는 장 초반 8975.52까지 오르며 장중 최고치를 경신했다. 이전 최고치는 지난 2일 기록한 8933.62이다. 코스닥 지수는 전 거래일보다 1.50%(15.57포인트) 내린 1016.39다. 투자자별 매매 동향을 보면, 코스피 시장에서 개인은 6737억원을 순매수하고 있다. 외국인과 기관은 각각 6069억원, 646억원을 순매도했다. 코스닥에서도 개인은 1224억원을 순매수하고 있다. 외국인과 기관은 각각 908억원, 306억원을 순매도하고 있다. 시가총액 상위 종목은 삼성전자(+0.07%), SK하이닉스(+3.29%), SK스퀘어(+2.76%), 삼성전기(+7.48%) 등은 상승하고 있다. 삼성전자우(-0.44%), 현대차(-1.21%), LG에너지솔루션(-1.92%), 삼성물산(-2.86%) 등은 하락하고 있다. 간밤 미국 뉴욕증시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충격에 하락했다. 연준은 기준금리는 3.50~3.75%로 4번 연속 동결했지만, 점도표 중간값이 3.4%에서 3.8%로 대폭 상향했다. 9명의 위원이 올해 금리 인상을 예상했다. 그중 6명은 두 번 이상 금리 인상을 시사했다. 금리 인하를 예상한 위원은 없었다. 케빈 워시 의장은 선제 안내(포워드 가이던스)를 전면 삭제하고 “물가 안정"을 반복 강조했다. 기자회견이 끝난 뒤 스탠다드앤드푸어스(S&P)500지수는 1.21% 하락한 7420.10, 나스닥지수는 1.35% 내린 2만6021.66에 마감했다. 한지영 키움증권 연구원은 “매파적이었던 6월 FOMC, 혹은 미국-이란 휴전 노이즈를 빌미로 잠재적인 조정 압력에 노출될 수 있다"면서도 “기존 코스피 상승 추세가 유효하다는 점을 감안하면 추후 나타날 수 있는 속도 조절 국면에서 반도체, MLCC 등 주도주 비중 확대 전략을 유지하는 것이 적절하다"고 말했다. 서울 외환시장에서 달러당 원화값은 전 거래일 대비 11.6원 오른 1525.0원에 개장했다. 최태현 기자 cth@ekn.kr

[특징주] 가온전선, 미국 전력 인프라 시장 공략·무상증자…강세

18일 장 초반 가온전선이 강세다. 전력 인프라 수주와 무상증자 결정이 매수세를 견인한 것으로 보인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날 오전 9시 18분 현재 가온전선은 전 거래일 대비 5만6500원(16.57%) 오른 39만7500원에 거래되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가온전선은 글로벌 빅테크 기업과 버스덕트·케이블버스 등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 핵심 전력 설비 공급 프로젝트를 추가로 수주했다. 버스덕트와 케이블버스는 대용량 전류 전송을 돕는 배전 설비다. 추가로 수주된 프로젝트 규모는 약 4조원으로 알려졌다. 가온전선은 지난 16일 이사회를 열어 보통주 1주당 0.8주를 배정하는 무상증자를 발표했다. 증자가 이뤄지면 가온전선의 발행된 총 주식 수는 1654만 3115주에서 2977만 7607주로 늘어난다. 회사 측은 이러한 무상증자 결정이 AI 데이터센터 전력 인프라 시장에서 얻은 성과를 주주와 나누겠다는 취지에서 이뤄졌다고 설명했다. 김태환 기자 kth@ekn.kr

“M&A 인수 프리미엄 일반주주에도 돌아가야”…의무공개매수제 집중 논의[자본법안와치]

“지배주주와 일반주주의 이해관계가 갈리는 그 시점에 누군가는 일반주주의 손을 들어줘야 한다." 권대영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이 17일 서울 여의도 금투센터에서 열린 '주주가치 제고를 위한 M&A 제도 개선 방향' 심포지엄에서 꺼낸 말이다. 자본시장연구원과 한국증권학회가 공동 개최한 이 자리에는 학계·법조계·업계·정책 당국이 한자리에 모여 합병가액 공정화, 자발적 상장폐지 규제, 의무공개매수제 도입 방향을 집중 논의했다. 자본시장법 개정안이 지난 5월 국회 정무위원회를 통과하며 인수합병(M&A) 제도 개편의 큰 그림은 윤곽을 잡았지만, 실효성 확보를 위한 후속 입법과 제도 설계는 여전히 숙제로 남아 있다는 게 참석자들의 공통된 인식이었다. 심포지엄의 핵심 쟁점은 의무공개매수제 설계 방식이었다. 김우찬 고려대 경영대학 교수는 “기업 인수 시장 위축론의 실체가 없다"고 단언하며 41개국 실증 데이터를 근거로 들었다. 의무공개매수제는 인수자가 일정 지분 이상을 취득해 최대주주가 되면 잔여 주식 전부를 대상으로 공개매수를 의무화하는 제도다. 지배권 이전 시 일반주주에게도 동일한 매도 기회와 가격을 보장하는 '주주 평등 대우 원칙'을 구현하기 위한 것이다. KB금융의 현대증권 인수·미래에셋증권의 대우증권 인수 등에서 인수 프리미엄이 지배주주에게만 귀속됐던 문제를 바로잡는 데 목적이 있다. 김우찬 고려대 교수는 위축론의 근거로 제시되는 '인수비용 증가' 주장에 대해 다섯 가지 반박 논거를 제시했다. 핵심은 지배권 프리미엄이 고정돼 있다는 가정 자체가 틀렸다는 것이다. 그의 연구에 따르면 의무공개매수제 도입 이후 발동 지분율 이상 거래의 지배권 프리미엄은 60%에서 23%로 낮아졌지만, 그 이상의 지배권 거래 건수는 통계적으로 유의미하게 줄지 않았다. 오히려 전량 인수·과반 지분 인수 비중이 늘었다. 김우찬 교수는 “MBK파트너스의 오스템임플란트 인수, VIG파트너스의 비올 인수 등 최근 사례에서 보듯 제도가 없음에도 지배주주와 일반주주에게 동일한 가격을 제시하는 국내 사례가 이미 늘고 있다"고 덧붙였다. 업계에서도 전량 공개매수 도입을 지지하는 목소리가 나왔다. 이철민 VIG파트너스 대표는 “의무공개매수를 하게 되면 프리미엄을 낮출 수 있고, 상장폐지를 용이하게 해주면 불확실성이 제거돼 국내 사모펀드의 인수금융에도 유리하다"며 “의무공개매수 도입과 상장폐지 절차 완화는 맞물려 논의돼야 한다"고 말했다. 김목홍 법무법인 태평양 변호사는 “상장회사를 100% 자회사로 만들려는 수요는 상당한데, 현재 제도상 95% 지분 취득 요건과 이사 충실의무 이슈가 맞물려 실무에서 사실상 막혀 있다"며 관련 절차 개선을 촉구했다. 발동 지분율을 놓고는 의견이 엇갈렸다. 김우찬 교수는 주총 참석률이 낮은 국내 현실을 감안해 25%가 적절하다고 주장한 반면, 김목홍 태평양 변호사는 공정거래법 등에서 통용되는 지배 개념이 30%인 만큼 이와 맞추는 것이 법적 명확성 측면에서 낫다고 반론을 제기했다. 정준혁 서울대 교수는 “최대주주 변경이 발생할 때만 의무공개매수가 발동되도록 해야 한다는 것은 국제 표준"이라며, 예외 사유 설계와 신속한 판단을 위한 민간 위원회 도입을 함께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저가 차등 매수(lowballing) 전략 방지에 대해 김우찬 교수는 가격 산정 기준 기간을 12개월로 설정하고 영국처럼 공개매수에 발행주식의 50% 이상이 응하지 않으면 거래를 무효화하는 '인수 수락 조건'을 도입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황현영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현행 합병가액 산정 제도의 구조적 결함부터 짚었다. 현행 제도는 이사회 결의 전날을 기준으로 1개월·1주일 종가의 거래량 가중평균과 전일 종가를 평균한 '기준시가'로 합병가액을 정하도록 규정한다. 계열사 간 합병에는 이 기준시가의 ±10% 범위만 허용된다. 황현영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이 최근 5년간 합병한 상장기업을 분석한 결과, 합병 발표 전 1년간 누적 시장조정수익률이 평균 -16.0%로 나타났다. 지배주주가 소수주주에게 불리한 시점을 선택해 합병을 추진할 유인이 제도에 구조적으로 내재돼 있다는 뜻이다. 두산로보틱스와 두산밥캣의 합병 시도가 대표적 사례로 거론됐다. 자본시장법을 정확히 준수했음에도 매출액·영업이익·자본 등 모든 재무 지표에서 열세였던 두산로보틱스의 합병가액이 높게 산정돼 두산밥캣 주주가 자신의 주식 1주 대신 로보틱스 주식 0.63주를 받아야 하는 결과가 초래됐다. 정무위 통과 안은 계열사 간 합병에도 주식가격·자산가치·수익가치를 종합 고려한 공정가액으로 합병가액을 산정하도록 하고, 감사(위원회)가 외부평가기관을 선임하도록 했다. 황현영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공정한 합병가액 산정에는 획일적 정답을 기대하기 어렵다"며 “미국이나 일본 사례를 보면 동일한 평가 방식을 써도 결과가 다르게 나오는 경우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사회가 합병의 필요성, 가격 산정 근거, 이해관계 등을 주주에게 충분히 소명하는 것이 핵심이라고 강조하며, 법원 선임 합병검사인 제도와 합병유지청구권 도입도 병행 추진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토론자로 나선 정준혁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공정 가치라는 건 결국 '내가 말하는 가격이 공정하다'는 주장으로 흐를 가능성이 높다"며 평가기관의 독립성 확보와 연성규범을 통한 가이드라인 명확화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금융위원회 공정시장과 김미정 과장은 “자본시장법 개정 이후 페어밸류(fair value)가 무엇인지는 결국 시장에서 판단할 수밖에 없다"며 “그러려면 정보 비대칭성 해소가 선행돼야 하고, 현재 형식적으로 흐를 위험이 있는 이사회 의견 공시도 내실화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황현영 연구위원은 주식매수청구권 제도의 공백도 집중 조명했다. 전자공시 기준으로 2021년부터 올해 5월까지 국내 상장회사 합병의 93%가 이사회 승인만으로 처리되는 소규모합병이었다. 소규모합병에서는 반대주주의 주식매수청구권이 인정되지 않는다. 가격 분쟁이 발생할 경우 지급 지연 문제도 도마 위에 올랐다. 황현영 연구위원이 대법원 주식매수가격결정 판결 사례를 분석한 결과, 주주총회일로부터 판결까지 최소 537일에서 최대 3925일이 소요됐다. 삼성물산 합병 반대주주들은 주총일로부터 2463일, 약 6년이 지난 뒤에야 대금을 받았다. 황 연구위원은 소규모합병 기준을 발행주식총수 기준에서 순자산액 기준으로 전환하고, 회사가 공정가격 상당액을 우선 지급한 뒤 법원 판결 이후 차액과 지연이자만 정산하는 '사전지급제도' 도입을 제언했다. 그는 “연 6% 법정이자를 6년 뒤에 받는 것보다, 회사가 인정한 금액을 먼저 받고 나중에 차액을 받는 것이 주주에게 훨씬 합리적"이라고 말했다. 권대영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은 의무공개매수제 도입을 “최대한 빨리" 추진하겠다고 밝히면서도, 제도가 M&A의 순기능을 위축시키지 않도록 균형점을 찾는 것이 관건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저PBR 기업 목록 공표, M&A 관련 이사회 의견 공시 의무화 등을 10월 발표를 목표로 준비 중"이라고 밝혔다. 최태현 기자 cth@ek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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