툴젠, 매출 1400억 공언했지만 현실은 9억…특허 전쟁도 주주 돈으로 [장하은의 유증 리포트]

크리스퍼(CRISPR·원핵생물 유기체의 게놈에서 발견되는 DNA 서열) 원천기술 기업 툴젠이 다시 주주에게 손을 벌렸다. 이번 유상증자 자금의 최우선 사용처는 신약도, 신기술도 아닌 특허소송이다. 세계 최고 수준의 원천기술을 내세워온 회사가 그 권리를 지키는 데 필요한 돈을 다시 시장에서 조달하고 있다. 툴젠은 지난 15일 이사회를 열고 주주배정 후 실권주 일반공모 방식의 유상증자를 결의했다. 신규 발행 주식 수는 77만7000주다. 예정 발행가는 주당 9만200원이며 총 조달 예정 금액은 약 700억원 규모다. 증자 비율은 기존 발행주식 수 대비 8.64% 수준이다. 공동 대표주관사는 대신증권과 키움증권이 맡았다. 신주 상장 예정일은 오는 8월 24일이다. 가장 눈에 띄는 부분은 자금 사용 구조다. 우선 조달 자금 중에서 가장 먼저 배정된 항목은 미국 저촉심사와 유럽·미국 특허침해 소송 대응을 위한 법률비다. 금액은 263억원으로 전체의 37.5% 수준이다. 툴젠은 올 하반기부터 2028년 말까지 저촉심사 대응 법률비 101억원, 특허침해 소송 비용 161억원을 집행할 계획이다. 연구개발에는 289억원이 배정됐다. 종자·치료제·품질혁신 부문 연구개발 관련 인건비와 재료비 등이 포함된다. 판매비와 일반관리비에는 148억원이 책정됐다. 결국 전체 조달 자금의 3분의 1 이상이 연구개발이 아닌 '특허 전쟁 비용'으로 사용되는 구조다. 바이오 기업이 유증 자금 사용 계획의 최우선 순위로 소송비를 적시한 것은 현재 툴젠의 현실을 단적으로 보여준다는 평가가 나온다. 툴젠의 핵심 자산은 CRISPR-Cas9 유전자가위 원천기술이다. 회사 측은 해당 기술을 진핵세포에 최초 적용한 기업이라는 입장이다. 다만 이 기술의 권리를 두고 미국 브로드 연구소, 캘리포니아대학교 등과 장기간 특허 분쟁을 이어가고 있다. 현재 전선은 크게 두 갈래다. 우선 CRISPR-Cas9 원천특허 저촉심사다. 2013년 이전 출원 특허에 적용되는 미국 선발명주의에 따라 미국 특허심판원(PTAB)에서 진행 중인 절차다. 툴젠 외에도 UC버클리 등으로 구성된 CVC그룹, 브로드 연구소가 얽혀 있는 3자 구도 분쟁이다. 툴젠은 2022년 9월 1단계에서 선순위 당사자(Senior Party) 지위를 확보했다. 이는 툴젠이 먼저 발명했다는 법적 추정을 받는 위치라는 의미다. 다만 이후 CVC그룹과 브로드 연구소 양측이 항소하면서 관련 절차는 중단됐고, 올해 3월 브로드 연구소가 승리하면서 보류됐던 툴젠 관련 저촉심사 2단계가 지난 3월 31일 재개됐다. 툴젠은 증권신고서를 통해 현재 진행 중인 저촉심사 최종 결과가 향후 2년 내 도출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또 다른 축은 리보핵단백질(CRISPR RNP) 특허침해 소송이다. 툴젠은 세계 최초 CRISPR 유전자치료제로 상용화된 카스제비(CASGEVY) 생산·판매 과정에서 자사 원천특허가 무단 사용됐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를 근거로 지난해 영국을 시작으로 네덜란드, 미국 등에서 관련 기업들을 상대로 특허침해 소송을 제기한 상태다. 문제는 비용 부담이다. 지급수수료(법률비 포함)는 2023년 45억원에서 2024년 88억원, 2025년 116억원으로 급증했다. 지난해에는 판매관리비 전체의 47.3%가 법률비 성격 지급수수료였다. 연구개발비 76억원보다 법률비가 더 많았다. 이번 유상증자로 확보한 263억원까지 투입될 경우 향후 특허 대응 비용은 지금보다 더 확대될 가능성이 높다. 특허 전쟁이 길어질수록 결국 주주 부담 역시 커질 수밖에 없는 구조다. 금융투자업계 한 관계자는 “유상증자 자금의 사용처로 소송비가 1순위로 올라온 건 흔치 않은 경우"라며 “보통 채무 상환이나 운영자금 둘 중 하나인데, 운영자금이라고 포괄해놓고 들여다보니 소송비가 300억 가까이 되는 구조라면 주주 입장에서는 납득하기 어려운 결정일 수 있다"고 말했다. 재무 구조는 전형적인 초기 바이오 기업 형태를 띠고 있다. 다만 '초기'라는 표현이 무색할 정도로 적자 기간이 길다는 점이 문제로 꼽힌다. 툴젠의 연결 기준 매출은 2021년 16억원, 2022년 7억4000만원, 2023년 11억원, 2024년 8억9000만원, 2025년 13억원 수준이다. 연 매출이 수년째 10억원 안팎을 크게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올해 1분기 매출 역시 3억9000만원에 그쳤다. 반면 손실 규모는 수백억원대다. 영업손실은 2021년 207억원, 2022년 194억원, 2023년 171억원, 2024년 218억원, 2025년 233억원이다. 상각전영업이익(EBITDA) 역시 최근 5년 동안 단 한 차례도 흑자를 기록하지 못했다. 누적 영업손실만 1000억원을 넘어선다. 2024년 당기순이익 흑자를 기록하긴 했지만 이는 사업 정상화 결과와는 거리가 있었다. 62억원의 순이익이 발생했음에도 같은 해 영업활동현금흐름은 165억원 적자를 기록했다. 비현금 조정 항목 영향이 컸다는 의미다. 누적 적자가 쌓이면서 올해 1분기 기준 결손금은 1705억원까지 불어났다. 현금성자산은 2023년 말 345억원에서 2024년 말 162억원, 2025년 말 95억원으로 감소했고 올해 1분기 말에는 57억원까지 줄었다. 영업활동현금흐름 역시 2023년 -149억원, 2024년 -165억원, 2025년 -202억원으로 해마다 악화되는 흐름이다. 시장에서는 이번 유증이 사실상 운영 지속을 위한 성격도 강하다고 보고 있다. 현재 보유 현금만으로는 수개월 내 추가 자금 압박이 불가피했을 것이란 평가다. 외형상 재무 안정성 지표는 개선된 것처럼 보인다. 부채비율은 2023년 210.5%에서 올해 1분기 7.7%까지 하락했다. 다만 이는 영업 정상화 결과라기보다 2023년 발행했던 330억원 규모 전환사채(CB)가 이후 주식으로 전환되면서 부채가 자본으로 이동한 영향이 컸다. 자산재평가 효과도 반영됐다. 툴젠 역시 증권신고서에서 “재무지표 개선은 전환사채 전환 및 자산재평가 등 외부 자본조달과 회계상 분류 변경 영향이 크며 영업활동을 통한 구조적 개선으로 보기에는 한계가 있다"고 설명했다. 영업이익률은 현실을 더 극명하게 보여준다. 2023년 -1548.61%, 2024년 -2446.62%, 2025년 -1783.03%, 올해 1분기 -1175.57%다. 사실상 아직 상업화 이전 단계에서 벗어나지 못했다는 평가가 나오는 배경이다. 툴젠은 2021년 코스닥 이전상장 당시 공격적인 실적 전망을 제시했다. 2023년 매출 871억원, 2024년 매출 1402억원이었다. 특히 특허수익화 사업에서만 2024년 707억원 규모 라이선스 수익이 발생할 것으로 예상했다. 하지만 실제 성적표는 전혀 달랐다. 2023년 실제 매출은 11억원으로 전망치 대비 860억원 부족했다. 2024년 역시 실제 매출은 8억9000만원에 불과했다. 예측치와의 차이는 1393억원에 달했다. 영업이익 기준 괴리는 더 컸다. 2024년 예상치는 951억원 흑자였지만 실제로는 218억원 적자를 기록했다. 차이만 1169억원 규모다. 2024년 700억원이 넘는 수익을 예상했던 특허수익 역시 실제로는 8억원 수준에 그쳤다. 툴젠은 특허 불확실성과 글로벌 파트너사의 보수적 계약 기조 등을 원인으로 설명했다. 바이엘(Bayer·옛 몬산토)과의 계약에서 기대했던 로열티 수익이 아직 초기 단계에 머물러 있다는 설명도 내놨다. 다만 투자자 입장에서 중요한 것은 결과라는 지적이 나온다. 상장 당시 제시했던 수익화 시나리오가 4년째 현실화되지 못한 상황에서 다시 대규모 자금 조달에 나섰기 때문이다. 툴젠 역시 증권신고서에서 “특허수익화 사업의 실적은 파트너사 개발 일정과 글로벌 특허·규제 환경 변화 등 회사가 직접 통제하기 어려운 요인에 영향을 받을 수 있다"고 인정했다. 그렇다고 성장 논리 자체가 사라진 것은 아니다. 시장에서는 툴젠이 특허 분쟁 결과에 따라 기업 가치가 완전히 달라질 수 있는 구조라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CRISPR-Cas9 저촉심사에서 승소할 경우 글로벌 유전자치료제 기업과 농업 기업을 대상으로 한 대규모 라이선스 협상이 가능해질 수 있다. CASGEVY(CRISPR-Cas9 기술을 기반으로 한 대표적인 치료제) 관련 특허침해 소송에서도 승소한다면 로열티 및 손해배상 수익 발생 가능성이 있다. 실제 툴젠은 미국 내 CRISPR RNP 관련 특허를 꾸준히 확대하고 있다. 현재 미국에서만 관련 특허 16건을 확보한 상태다. 치료제 파이프라인도 개발 중이다. 심혈관질환 치료제 지이비-이백(GEB-200)은 제넥트바이오(GenEditBio)와의 엘엔피(LNP·지질 나노입자) 기술 상호 라이선스 계약을 기반으로 미국 식품의약국(FDA) 임상 1상 진입을 목표로 하고 있다. 종자 사업에서도 Bayer 외에 키젠(KeyGene), 써모 피셔 사이언티픽(Thermo Fisher Scientific), 바이오시드 인디아(Bioseed India), 눌라바이오(NulaBio) 등 총 24개 기업과 라이선스 계약을 체결했다. 다만 현재 구조는 여전히 '상업화 이전 단계'라는 한계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매출 대비 연구개발비 비율은 2023년 708%, 2024년 833%, 2025년 580% 수준이다. 추가 자금조달 가능성도 열려 있다. 툴젠은 증권신고서에서 “향후에도 상당 규모 연구개발 투자와 추가 자금조달이 불가피할 수 있다"고 밝혔다. 이번 700억원이 마지막 증자가 아닐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의미다. 최대주주인 제넥신의 낮은 청약 참여율도 시장이 주목하는 부분이다. 제넥신은 배정 물량 약 9만6602주 가운데 약 10% 수준인 9660주에 대해서만 청약에 참여할 계획이다. 회사 측은 보유 현금을 고려한 최소 참여라고 설명했지만 시장에서는 추가 희석 가능성을 고려한 판단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관리종목 리스크 역시 변수다. 코스닥 규정상 2년 연속 매출 30억원 미만일 경우 관리종목 지정 사유가 발생한다. 툴젠의 지난해 매출은 13억원에 불과했다. 올해 역시 현재 사업 진행 속도를 감안하면 30억원 달성이 쉽지 않다는 전망이 나온다. 투자은행(IB) 업계 한 관계자는 “툴젠의 기술력 자체를 의심하는 시각은 많지 않다"며 “다만 이 기술이 실제 돈이 되려면 결국 특허 전쟁에서 승리해야 하고, 그 승리를 위해 다시 막대한 자금이 들어가는 구조"라고 말했다. 이어 “저촉심사 2단계가 이제 막 시작된 만큼 최종 결론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걸릴 가능성이 높다"며 “그 과정에서 추가 자금 조달 가능성도 열어둬야 한다"고 덧붙였다. 툴젠이 글로벌 특허 전쟁에서 최종 승리할 경우 라이선스 수익 규모는 투자 비용을 상회할 수 있다. 다만 그 전제가 성립하지 않을 경우, 앞으로 추가될 소송 비용은 고스란히 주주 손해로 귀결된다. 한편 본지는 대규모 법률비를 최우선 항목으로 배정한 이유와 최대주주의 낮은 청약 참여 배경 등을 확인하기 위해 툴젠 측에 수차례 연락을 취했지만 회신은 없었다. 장하은 기자 lamen910@ekn.kr

[특징주] 티로보틱스, 글로벌 첨단 패키징 시장 공략…日 특허 취득에 강세

티로보틱스가 반도체 유리기판 관련 일본 특허 취득 소식에 강세를 보이고 있다. 28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날 오전 9시55분 현재 티로보틱스는 전 거래일 대비 8.37% 오른 1만9170원에 거래되고 있다. 장 초반에는 두 자릿수 상승률을 기록하기도 했다. 회사는 이날 반도체 유리기판 공정용 '진공 챔버 내 기판 이송 장치'의 일본 특허 등록을 완료했다고 밝혔다. 해당 기술은 고청정 진공 환경 대응력을 높이고 멀티 챔버 공정에 대응할 수 있도록 설계된 것이 특징이다. 최근 고대역폭메모리(HBM)를 중심으로 AI 반도체 시장이 급성장하면서 유리기판 중요성도 커지고 있다. 장하은 기자 lamen910@ekn.kr

[특징주] 디앤디마파텍, MASH 임상 2상 성과…강세

28일 장 초반 디앤디파마텍이 강세다. 대사이상 관련 지방간염(MASH) 임상 과정에서 성과가 발표되며 매수세가 몰린 것으로 보인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날 오전 9시 43분 현재 디앤디마파텍은 전 거래일 대비 7200원(7.29%) 오른 10만6000원에 거래되고 있다. 전일 유럽간학회(EASL)에서 디앤디파마텍의 MASH 치료제 후보물질 임상 2상 결과가 공개됐다. MASH 악화 없는 섬유화 개선 등 유의미한 성과를 낸 것으로 알려졌다. 허혜민 키움증권 연구원은 “MASH 치료제 개발에서 가장 중요한 3개 조직생체검사 지표 모두 위약 대비 통계적 유의성이 확보됐다"며 “앞으로 디앤디파마텍의 기술 이전 협상력이 높아질 것"으로 전망했다. 김태환 기자 kth@ekn.kr

코스피 하락 개장…반도체 부진에 외인 매도세 겹쳐 [개장시황]

국내 증시가 28일 장 초반 약세를 보이고 있다. 반도체주 부진과 외국인 순매도에 영향을 받은 것으로 풀이된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날 오전 9시 9분 현재 코스피는 전 거래일 대비 1.20% 내린 8130.24포인트에 거래되고 있다. 시가총액 상위 종목은 대부분 하락세다. 삼성전자(-0.98%), SK하이닉스(-0.62%) 등 반도체 종목과 한화에어로스페이스(-3.46%), LIG디펜스앤에어로스페이스(-1.83%) 등 방산주 일부가 밀려났다. HD현대중공업(-2.82%), 삼성생명(-2.12%), 두산에너빌리티(-0.18%) 등도 내렸다. 현대차(+2.50%), 기아(+1.88%) 등 자동차 종목은 올랐다. 같은 시각 코스닥은 전 거래일 대비 1.01% 내린 1121.63포인트를 기록했다. 코스닥 역시 시총 상위 종목들이 하락세다. 알테오젠(-2.59%), 레인보우로보틱스(-0.82%), 주성엔지니어링(-1.53%), 코오롱티슈진(-3.44%), 삼천당제약(-0.85%), 리노공업(-3.41%) 등이 모두 하락했다. 에코프로비엠(+1.64%), 에코프로(+0.59%), HLB(+0.59%) 등은 소폭 올랐다. 27일(현지시간) 뉴욕증시에서 스탠다드앤푸어스(S&P) 500 지수는 전 거래일보다 1.24포인트(0.02%) 오른 7520.36에 거래를 마쳤다.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 종합지수는 전 거래일보다 18.55포인트(0.07%) 오른 2만6674.73에 마감했다. 다우존스30 산업평균지수 역시 전 거래일보다 182.60포인트(0.36%) 오른 5만644.28에 장을 마무리했다. 반도체 종목이 차익 실현으로 숨을 고르는 상황 속 경기소비재, 필수소비재 업종 등에서 순환매 장세가 펼쳐진 것으로 보인다. 한편 원·달러 환율은 전 거래일 대비 2.8원 오른 1504.0원에 개장했다. 김태환 기자 kth@ekn.kr

[특징주] LG에너지솔루션, 美 2조4000억원 ESS 공급 계약에 급등

LG에너지솔루션 주가가 28일 장 초반 강세다. 미국에서 2조4000억원 규모의 에너지저장장치(ESS) 배터리 공급 계약을 따낸 영향으로 풀이된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날 9시 20분 LG에너지솔루션 주가는 전 거래일보다 12.25%(4만7000원) 오른 43만500원에 거래되고 있다. LG에너지솔루션은 이날 미국 미시간주 최대 종합 에너지 기업인 DTE에너지와 총 6기가와트시(GWh) 규모 ESS 배터리 공급 계약을 체결했다고 밝혔다. 총 계약 규모는 16억달러(약 2조4000억원)로, 공급 기간은 약 2년이다. DTE에너지는 이번 공급 계약을 통해 미국 미시간주 살린 타운십에 신설하는 오라클의 AI 데이터센터 프로젝트 등 총 8개의 핵심 전력망 구축 사업을 진행할 예정이다. 최태현 기자 cth@ekn.kr

세 차례 중복상장 토론에도 입장 차 ‘여전’…주주 동의 방식·예외 범위서 이견[자본법안 와치]

한국거래소가 중복상장 제도개선을 위한 세 차례 공개 세미나를 열었지만, 핵심 쟁점을 둘러싼 입장 차는 좁혀지지 않았다. 모회사 일반주주 동의를 의무화할 건지, 어떻게 받을지를 두고 기관 투자자는 일반주주 다수결로 동의받아야 한다는 입장을 고수한 반면 기업과 벤처캐피탈(VC)·사모펀드(PE) 업계는 투자와 기업공개(IPO) 위축 가능성을 우려하며 예외 적용이 필요하다고 맞섰다. 한국거래소는 27일 서울 여의도 한국거래소 서울사옥에서 '중복상장 제도개선 3차 세미나'를 열고 중복상장 과정에서의 일반주주 보호 방안을 논의했다. 제도의 큰 방향인 '중복상장 원칙 금지·예외 허용'과 모회사 일반주주 보호의 필요성에는 공감대가 있었지만, 구체적인 설계로 들어가자 이견이 드러났다. 거래소는 “상장 자체를 막기보다 주주의 실질적 보호에 방점을 두고 있다"며 7월 제도 시행을 목표로 금융당국과 협의를 이어가겠다고 밝혔다. 발제를 맡은 왕수봉 아주대학교 경영학과 교수는 모회사 이사회에 주주 보호 의무를 부과하고 특별위원회를 통해 의사결정 공정성을 보완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그는 모회사 이사회의 의무로 ▲외부 전문가를 활용한 주주 영향 평가 ▲현금배당·자기주식 소각·자회사 주식 배분 등 보호 방안 마련 ▲간담회·설문·임시주총 등 주주 소통 ▲찬반 결의와 자회사 통지 ▲공시 등 다섯 가지를 제시했다. 그는 일반주주 동의 방식으로는 특별결의보다 '소수주주 다수결(MoM·Majority of Minority)'이나 '3%룰'이 일반주주 보호 취지에 더 부합한다고 설명했다. MoM은 최대주주를 제외한 일반주주 다수의 동의를 받는 방식이다. 3%룰은 감사위원을 선출·해임할 때 최대주주의 의결권을 3%로 제한하는 제도다. 왕 교수는 “특별결의는 지배주주 지분율이 높은 기업에서는 가결이 너무 쉬워 기존과 차이가 없다"며 “일반주주 보호라는 취지에는 MoM이나 3%룰이 더 부합한다"고 말했다. 그는 지난해 개정된 상법에서 이사의 주주 충실의무가 강조되면서 모회사 이사회가 일반주주 보호에 적극적으로 나설 근거가 생겼다고 설명했다. 지금까지 자회사 상장은 자회사 이사회가 결정해 왔기 때문에 모회사 일반주주 의견은 사실상 반영되기 어려웠다는 것이다. 기관 투자자 측은 소수주주 다수결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임성윤 달튼인베스트먼트 한국 대표는 “중복상장은 코리아 디스카운트 핵심 사안"이라며 “기존 중복상장 구조를 해소하고 신규 중복상장은 원칙적으로 금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상법상 이사의 충실의무가 도입됐지만 자율적인 것만으로는 부족하다"며 “완벽하게 독립성을 보장하려면 결국 일반주주 다수결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임 대표는 이사의 충실의무 도입 이후에도 일부 기업에서 주식매수청구권 가격이 외부 평가기관 산정 가치에 크게 못 미치는 사례가 있었다고 지적했다. 또 일본 패밀리마트–이토추 상사 사례를 언급하며 특별위원회만으로는 독립성 확보에 한계가 있다고 주장했다. 국내에는 미국식 증거개시(디스커버리) 제도나 상사 전문법원이 없어 사후 소송만으로 일반주주를 보호하기 어렵다는 설명이다. 이채원 라이프자산운용 의장은 한 발 더 나아가 중복상장을 예외 없이 원칙적으로 제한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 의장은 “한국의 특수한 상황을 고려하면 중복상장은 예외 없이 원칙적으로 제한하는 것이 맞다"며 “상장이 필요하다면 인적분할로 처리하는 편이 더 낫다"고 말했다. 그는 지난 20년간 코스피 시가총액이 9.4배 늘었으나 지수는 5.6배에 그친 점을 근거로 자사주 소각 부재와 중복상장을 디스카운트의 주요 원인으로 지목하고, IPO 이후 남은 자회사 지분을 모회사 주주에게 배분하는 방식도 대안으로 제시했다. 벤처캐피탈(VC)·사모펀드(PE)·증권사는 중복상장 원칙 금지 취지에는 공감하지만, 중소·벤처기업은 별도 예외나 유예기간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중소·벤처기업이 이사회나 특별위원회를 갖추기 어렵고, 투자 위축이 우량기업의 IPO 공급 위축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을 근거로 들었다. 박병건 대신프라이빗에쿼티 대표는 순수 지주회사에 대한 완화된 접근과 기존 투자 건에 대한 소급 배려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자체 사업이 없는 순수 지주회사가 새 사업을 위해 자회사를 설립하는 경우는 사업부문을 분리하는 물적분할과 성격이 다르며, 제도 도입 전 투자한 재무적 투자자(FI)의 회수 부담을 고려해야 한다는 것이다. 왕태식 NH투자증권 본부장은 국내 기업의 구조적 특성을 감안한 '열린 예외 적용'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왕 본부장은 “해외와 절대적으로 비교하기보다 국내 기업의 특성을 감안해 열린 관점에서 심사하고 예외를 적용할 수 있는 제도를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외환위기 후 정부가 지주회사 제도를 과세이연 특례 등으로 장려한 결과 대기업 상당수가 투자 여력이 제한된 순수 지주회사 형태가 됐다는 점을 근거로 들었다. 주주명부 폐쇄 없이 진행되는 소액주주 간담회가 실제로 의결권 있는 주주를 가려내기 어렵다는 실무상 한계도 지적했다. 왕 본부장은 “간담회를 진행하면 참석하는 소액주주가 굉장히 소수이고 참석한 주주가 실제로 의결권을 행사할 주주인지도 불분명하다"며 “목소리 큰 몇몇 주주가 의견을 주도하는 것도 현실"이라고 말했다. 정우용 한국상장사협의회 부회장은 “우선 이번 논의가 실체법적 규제인지, 절차적 의무 부과인지부터 명확히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MoM·3%룰·특별결의 방식이 현행법에 명확히 규정돼 있지 않아 위반 시 법적 책임을 묻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또 지난해 말 기준 자기자본 조달 비용은 연 1.4% 수준인 반면 차입·회사채 조달 비용은 3.29% 수준이라며 상장 제한이 기업 투자와 배당 여력을 약화시킬 수 있다고 우려했다. 정 부회장은 법무부가 지난 2월 발표한 가이드라인에서도 MoM 방식을 권고하지 않았고, 일본 역시 인위적인 규제 없이 중복상장이 감소했다고 덧붙였다. 임흥택 한국거래소 상무는 이번 제도가 상장 금지가 아닌 주주의 실질적 보호에 방점을 둔 것이라고 밝혔다. 임 상무는 “기조 자체의 변화를 꾀한다기보다는, 그동안 디스카운트됐던 부분을 개선해 나가는 과정에서 주주의 실질적 보호라는 부분에 방점이 찍혀야 한다는 측면으로 접근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번 제도 개선이 여러 차례의 공청회와 간담회를 거친 사안이라며 “의견들이 조금씩 좁혀가는 느낌은 있다"고 평가했다. 최종 확정까지 금융당국과 추가 협의를 거쳐 7월 시행 목표를 유지하겠다고 했다. 최태현 기자 cth@ekn.kr

“이정도면 닷컴버블 수준”…5개월 만에 두 배 뛴 코스피 [머니+]

'8천피' 탈환에 성공한 코스피가 27일 또다시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며 올해 들어 100%에 육박하는 폭등세를 이어갔다. 이날 코스피는 전장 대비 2.25% 오른 8228.70으로 거래를 마쳤다. 지수는 전장 대비 2.42% 오른 8242.12로 출발해 개장 이후 한때 5.09% 오른 8457.09까지 치솟았다. 이날 장중 첫 8400선 고지를 밟은 것이다. 다만 오후 들어 차익실현 매물이 나오면서 상승폭 일부를 반납했다. 이날 상승세는 국내 반도체 '투톱'인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주도했다. 삼성전자는 2.68% 오른 30만7000원에 마감했다. 장 초반에는 8.03% 급등한 32만3000원까지 치솟으며 장중 신고가를 새로 썼다. SK하이닉스는 9.31% 오른 224만3000원에 거래를 마쳤다. 장중에는 14.91% 급등한 235만8000원까지 오르며 또다시 신고가를 경신했다. 특히 이날 상승으로 SK하이닉스 시가총액은 사상 처음으로 1조달러를 돌파했다. 이는 대만 TSMC와 삼성전자에 이어 아시아 기업 가운데 세 번째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주가는 올해 들어 각각 149%, 215% 폭등했다. 코스피 역시 이날 장중 고점 기준으로 연초 대비 상승률이 100.68%에 달했다. 이를 두고 블룸버그통신은 “코스피가 불과 몇 달 만에 5000선에서 8000선까지 치솟았다"며 “코스피 상승률은 1999년 닷컴버블 붕괴 직전 나스닥100 지수가 기록했던 연 상승률(102%)에 맞먹는 수준까지 올라왔다"고 보도했다. 소셜미디어 엑스(X·옛 트위터)에서 시황 등을 알리는 하이젠버그는 “오늘 밤(미국 시간 기준) 한국 증시가 4% 더 상승했다. 우리가 지금 목격하고 있는 상황은 정말 믿기 어려울 정도다"며 “메모리 반도체와 관련된 모든 것들이 말 그대로 수직 상승하고 있다"고 적었다. 다만 시장에서는 현재 한국 증시 상황을 단순한 버블로 보기는 어렵다는 시각도 적지 않다. 글로벌 메모리 반도체의 수요가 구조적으로 바뀌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과거 메모리 반도체 산업은 경기 흐름에 따라 호황과 불황이 반복되는 대표적인 경기순환 업종으로 분류됐다. 하지만 최근에는 AI 데이터센터 확산으로 고대역폭메모리(HBM)와 D램 수요가 급증하면서 구조적 성장 국면에 진입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에 따라 일부 시장 전문가들은 이번 랠리가 단순한 투기 과열이 아니라 글로벌 AI 인프라 확대에 따른 장기 성장 기대를 반영한 결과라고 보고 있다. 프랑스 자산운용사 소시에테 드 제스티옹 프레부아르의 파레스 헨디 포트폴리오 매니저는 “AI 하이퍼스케일러들의 막대한 자본지출(capex) 계획을 감안하면 현재 랠리가 곧 끝날 이유는 없어 보인다"며 “만약 미국과 이란 간 관계에서 돌파구가 마련된다면 공매도 투자자들의 숏커버링(환매수)까지 겹치며 상승세가 더 가속화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국내 증권가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목표 주가를 상향 조정하고 있다. 미래에셋증권은 이날 삼성전자 목표 주가를 55만원, SK하아닉스 목표 주가를 380만원으로 높여 잡았다. 박성준 기자 mediapark@ekn.kr

반도체가 이끈 불장…코스피 8200선 돌파 [마감시황]

27일 코스피지수는 강세를 보였다. 반도체 종목 위주로 매수세가 몰리며 장중에는 사상 최초로 8400선을 돌파하기도 했다. 코스닥지수는 약세를 나타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날 코스피는 전 거래일 대비 181.19포인트(2.25%) 오른 8228.70에 마감했다. 유가증권시장에서는 이날 오전 9시 6분 매수 사이드카가 발동됐다. 매수 사이드카는 급등으로 인한 증시 과열을 막기 위해 프로그램 매수 호가 효력을 잠시 멈추는 장치다. 투자자별 매매 동향을 보면, 개인과 기관은 각각 4039억원과 1899억원을 순매수했다. 외국인은 4490억원을 순매도했다. 코스피에서 시가총액 상위 종목은 반도체를 제외하면 대부분 하락세였다. 실제로 삼성전자(2.68%), SK하이닉스(+9.31%) 등 반도체 대형주는 상승했다. 현대차(-1.16%), 기아(-1.38%) 등 자동차 종목은 밀려났다. LG에너지솔루션(-4.01%), 두산에너빌리티(-3.64%), HD현대중공업(-0.13%), 한화에어로스페이스(-0.56%) 등도 내렸다. 반도체 종목은 삼성전자·SK하이닉스를 추종하는 단일종목 레버리지 상장지수펀드(ETF)가 출시되자 반도체 대형주 주가가 크게 오른 것으로 보인다. 다만 여타 업종은 부진한 모습을 보였다. 레버리지 ETF는 기초지수 수익률을 두배로 추종할 수 있으나, 그만큼 손실 폭도 클 수 있다. 임정은 KB증권 연구원은 “코스피 강세에도 상승 종목 수는 80개 미만이었다"고 짚으며 “반도체 대형주 중심으로 자금이 몰리는 차별화 장세가 나타났다"고 진단했다. 코스닥은 전 거래일 대비 39.39포인트(3.36%) 내린 1133.13에 장을 마쳤다. 시가총액 상위 종목은 대체로 하락했다. 에코프로비엠(-2.95%), 에코프로(-2.79%), 레인보우로보틱스(-5.18%), 주성엔지니어링(-2.35%), 삼천당제약(-3.03%), 리노공업(-7.49%) 등이 모두 밀려났다. 알테오젠(+5.75%), 코오롱티슈진(+1.37%), 펩트론(+6.28%) 등은 올랐다. 한편 원·달러 환율은 전 거래일 대비 3.1원 내린 1501.2원에 마감했다. 김태환 기자 kth@ekn.kr

‘삼전·닉스 레버리지’ 상장 첫날…레버리지 투자 러시에 금융투자교육원 먹통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기초자산으로 하는 단일종목 레버리지 상장지수펀드(ETF)가 상장 첫날부터 폭등하면서 이 상품 투자를 위한 필수 이수 교육 사이트가 먹통이 됐다. 금융투자협회 금융투자교육원에 따르면, 27일 오전 10시께 홈페이지 이용자가 급증하면서 서버가 다운돼 오후 1시 20분 현재까지 접속되지 않고 있다. 이날 프리마켓이 열리기 전인 오전 8시 이전부터 홈페이지 이용자가 일시적으로 증가하면서 접속이 지연되다가 아예 먹통이 됐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단일종목 레버리지 상품 출시 이후 수익률이 급등하자 투자자들이 몰린 데 따른 것으로 보인다. 이날 삼성·미래에셋·한국투자·KB·신한·한화·키움·하나자산운용 등 8개 운용사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기초자산으로 하는 단일종목 레버리지·인버스 ETF 16종을 동시 상장했다. 이날 오후 1시 20분 현재 코스피 시장에서 SK하이닉스 주가를 추종하는 상품은 25~30%대, 삼성전자를 추종하는 상품은 10~15%대 상승을 기록하고 있다. 해당 상품은 기초자산의 일일 수익률을 ±2배로 추종하는 구조로, 일반 ETF보다 변동성과 손실 위험이 큰 고위험 상품으로 분류된다. 이에 따라 금융당국은 투자자 보호 차원에서 사전교육 이수와 기본예탁금 1000만원 요건을 도입했다. 투자자는 거래 전 금융투자교육원에서 관련 교육을 이수해야 한다. 기존 레버리지 ETF 투자 경험이 없는 경우 '국내외 레버리지 ETF 가이드'와 '단일종목 레버리지·인버스 사전교육'을 각각 1시간씩 총 2시간 수강해야 한다. 기존에 레버리지 ETF 투자 경험이 있는 경우에는 1시간짜리 심화교육만 이수하면 된다. 교육 이수 후 발급되는 이수 번호를 증권사 모바일트레이딩시스템(MTS)이나 홈페이지에 등록해야 실제 거래가 가능하다. 지난 21일까지 교육 신청자는 10만명, 이수자는 9만명을 넘었다. 금융투자협회 관계자는 “오전부터 동시 접속자가 6000~7000명 몰리면서 접속 지연이 발생하고 있다"며 “현재 복구를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최태현 기자 cth@ekn.kr

캐리, 차입 공시에 한 때 ‘상한가·논란 후 상환’…54억 거래의 수상한 궤적

코스닥 상장사 캐리가 50여억원 규모 차입금을 둘러싸고 공시 내용과 실제 자금 성격이 엇갈리면서 논란에 휩싸였다. 캐리는 차입 당시 자금 목적을 '운영자금'이라고 공시했지만, 본지의 첫 질의에서 해당 자금이 '사실상 유상증자 납입 전환을 염두에 둔 것이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공시 위반 가능성이 제기되자 회사 측은 해명을 바꿨고, 차입금 50억원을 상환했다. 시장에서는 거래 구조 자체가 일반적인 차입보다 출자 성격에 가까웠던 것 아니냐는 의구심이 커지고 있다. 특히 캐리가 이미 감사의견 거절로 거래가 정지된 상태에서 불성실공시 누적 벌점까지 상당 수준 쌓여 있다는 점에서, 추가 공시 논란이 기업 신뢰도와 퇴출 심사 부담을 더욱 키울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캐리는 지난 3월19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DART)을 통해 모나크1호조합으로부터 54억원을 단기 차입한다고 공시했다. 차입 목적은 운영자금으로 기재됐다. 이사회 결의와 실행일은 모두 같은 날이었다. 하지만 김용선 캐리 대표이사는 본지의 첫 질의에서 공시와 다른 취지의 설명을 내놨다. 지난 8일 본지는 캐리 측에 해당 자금을 왜 빌렸는지를 물었다. 운영자금으로 사용할 목적이 아닌 다른 목적의 차입으로 회사에 재산상의 피해를 입혔다는 의혹이 제기됐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김 대표는 “원래는 유상증자 납입 방식으로 진행하려 했지만, 주거래 은행 계좌에 다른 채권자 압류가 걸려 있어 자금을 바로 사용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며 “우선 차입 형태로 받아놓고 추후 유상증자 납입금으로 전환하려 했던 것"이라고 답했다. 공시상 운영자금이라고 기재된 자금이 실제로는 유상증자 납입을 염두에 둔 자금이었다는 취지다. 김 대표의 설명대로라면, 해당 자금을 단순 차입으로 공시한 것이 적절했는지에 대한 의문이 제기된다. 자금 조달 방식이 순수 차입이라기보다 유상증자 전환 가능성이 포함된 신주인수권부사채(BW)·전환사채(CB) 등 메자닌 금융 성격과 유사하다는 이유에서다. 큰 틀에서는 모두 차입 형태의 자금 조달이지만, 단순 운영자금 차입과 자본확충 가능성이 결합된 메자닌 거래는 시장이 받아들이는 성격 자체가 크게 다르다는 지적이다. 한국거래소 관계자는 본지와의 통화에서 “운영자금 차입이라고 공시한 자금을 실제로는 유상증자 납입 용도로 사용하려 했다면 공시 목적과 실제 자금 사용 목적이 달라지는 것"이라며 “허위의 목적으로 공시한 뒤 실제 다른 목적으로 사용했다면 공시 불이행에 해당될 소지가 있다"고 밝혔다. 거래소는 허위 공시가 확인될 경우 해당 법인을 불성실공시법인으로 지정할 수 있다. 공시 위반의 고의성과 중대성을 고려해 벌점 부과와 함께 최대 5억원 규모의 공시위반 제재금도 부과할 수 있다. 위반 동기가 고의적이고 사안이 중대하다고 판단될 경우에는 공시책임자나 공시담당자 교체를 요구할 수도 있다. 캐리는 감사의견 거절로 지난 4월1일부터 거래가 정지된 상태다. 현재 거래소로부터 개선기간을 부여받아 상장폐지 여부 심사가 진행 중이다. 이런 상황에서 이번 공시 목적 불일치 문제가 허위 공시로 판단될 경우 불성실공시법인 지정과 추가 제재 가능성이 커질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여기에 배임 혐의까지 수사기관에서 사실로 확인될 경우 시장 퇴출 부담은 한층 커질 전망이다. 시장에서는 이번 사안을 단순 공시 논란 이상으로 보는 시각도 나온다. 이미 감사의견 거절로 상장폐지 심사가 진행 중인 상황에서, 추가 허위공시나 배임 논란까지 현실화할 경우 거래소의 기업 개선 가능성 판단에도 부정적으로 작용할 수 있어서다. 시장에서는 향후 퇴출 심사 과정에서 부담 요인이 한층 커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논란이 불거지자 김 대표의 설명은 달라졌다. 그는 이후 본지와의 통화에서 “유상증자로 갈 수도 있다는 정도의 논의였을 뿐 실제로 그렇게 하겠다는 의미는 아니었다"며 “여러 선택지 가운데 하나를 검토했던 것"이라고 말했다. 시장에서는 김 대표의 해명이 오히려 의구심을 키우고 있다는 반응이 나온다. 투자은행(IB) 한 전문가는 “처음에는 유상증자 목적이라고 설명했다가 문제가 제기되자 표현을 바꾼 것"이라며 “애초 공시 내용과 실제 의도가 달랐다는 점을 스스로 인정한 셈으로 비칠 수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시장 관계자는 “자금 목적이 바뀌면 통상 이사회 재결의와 정정공시 절차를 거쳐야 한다"며 “별도 절차 없이 내부적으로 방향을 바꾸려 했다면 시장에 충분히 알리지 않은 채 진행하려 했다는 의심을 받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주가 흐름도 석연치 않다는 평가다. 캐리 주가는 차입 공시 당일인 3월19일 16.12% 상승한 데 이어 다음 날인 20일에는 개장 직후 상한가(751원)를 기록했다. 이후 주가는 급락세로 돌아서며 3월31일 장중 440원까지 밀렸다. IB업계 관계자는 “공시 직후 상한가가 나온 것은 시장에서 이미 유상증자 기대감이 사전에 돌았던 것 아니냐는 의심을 살 수 있는 대목"이라며 “전형적인 '소문에 사고 뉴스에 파는' 흐름처럼 보인다"고 설명했다. 본지 취재가 시작되자 회사 대응도 달라졌다. 김 대표는 본지와의 추가 통화에서 “54억원 가운데 4억원은 세금 납부 등 실제 운영자금으로 사용했고, 나머지 50억원은 지난 21일 모나크1호조합에 상환했다"고 밝혔다. 캐리 측 법률대리인 역시 “차입 이후 일주일 이내 약 4억원이 집행됐고, 잔여 50억원은 상환 처리됐다"고 설명했다. 결국 회사가 공시했던 54억원 가운데 실제 운영자금으로 사용된 금액은 일부에 그쳤고, 대부분 자금은 약 두 달간 보유만 하다 반환된 셈이다. 김 대표는 상환 배경에 대해 “이자 부담 문제가 있었고 유상증자 추진도 현실적으로 어려워지면서 상환을 결정했다"고 말했다. 이자와 관련한 발언 역시 논란을 키우고 있다. 김 대표는 본지와 통화에서 “소액주주 피해를 줄이기 위해 모나크 측과 이자 감면 또는 탕감 가능성을 협의 중"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IB업계 관계자는 “차입 거래에서 가장 핵심은 원금과 이자 관계"라며 “이자를 받지 않을 수도 있다는 설명 자체가 일반적인 대여보다 출자 성격에 가깝다는 해석을 가능하게 만든다"고 지적했다. 이어 “대표 해명이 반복될수록 애초 차입 공시가 아니라 출자 또는 투자 성격 공시가 필요했던 거래 아니었느냐는 의문이 커진다"고 덧붙였다. 한 법무법인 변호사는 “사용하지도 못한 자금에 대해 회사가 이자를 부담하게 됐다면 최근 강화된 이사의 충실의무 측면에서도 논란 소지가 있다"며 “당시 의사결정에 참여한 이사진 역시 책임에서 자유롭기 어려울 수 있다"고 말했다. 한편 캐리는 현재 감사의견 거절로 지난 4월1일부터 거래가 정지된 상태다. 회사는 누적 결손금과 유동성 부담이 지속되고 있으며, 시장에서는 실질적인 자금 개선 효과 없이 소액주주 피해만 확대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실질 사주로 알려진 조윤형 씨는 현재 코너스톤네트웍스 횡령·배임 혐의 재판을 받고 있으며, 캐리와 관련해서도 업무상 배임 및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 고발장이 접수된 상태다. 장하은 기자 lamen910@ek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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