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 인수 프리미엄 일반주주에도 돌아가야”…의무공개매수제 집중 논의[자본법안와치]

“지배주주와 일반주주의 이해관계가 갈리는 그 시점에 누군가는 일반주주의 손을 들어줘야 한다." 권대영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이 17일 서울 여의도 금투센터에서 열린 '주주가치 제고를 위한 M&A 제도 개선 방향' 심포지엄에서 꺼낸 말이다. 자본시장연구원과 한국증권학회가 공동 개최한 이 자리에는 학계·법조계·업계·정책 당국이 한자리에 모여 합병가액 공정화, 자발적 상장폐지 규제, 의무공개매수제 도입 방향을 집중 논의했다. 자본시장법 개정안이 지난 5월 국회 정무위원회를 통과하며 인수합병(M&A) 제도 개편의 큰 그림은 윤곽을 잡았지만, 실효성 확보를 위한 후속 입법과 제도 설계는 여전히 숙제로 남아 있다는 게 참석자들의 공통된 인식이었다. 심포지엄의 핵심 쟁점은 의무공개매수제 설계 방식이었다. 김우찬 고려대 경영대학 교수는 “기업 인수 시장 위축론의 실체가 없다"고 단언하며 41개국 실증 데이터를 근거로 들었다. 의무공개매수제는 인수자가 일정 지분 이상을 취득해 최대주주가 되면 잔여 주식 전부를 대상으로 공개매수를 의무화하는 제도다. 지배권 이전 시 일반주주에게도 동일한 매도 기회와 가격을 보장하는 '주주 평등 대우 원칙'을 구현하기 위한 것이다. KB금융의 현대증권 인수·미래에셋증권의 대우증권 인수 등에서 인수 프리미엄이 지배주주에게만 귀속됐던 문제를 바로잡는 데 목적이 있다. 김우찬 고려대 교수는 위축론의 근거로 제시되는 '인수비용 증가' 주장에 대해 다섯 가지 반박 논거를 제시했다. 핵심은 지배권 프리미엄이 고정돼 있다는 가정 자체가 틀렸다는 것이다. 그의 연구에 따르면 의무공개매수제 도입 이후 발동 지분율 이상 거래의 지배권 프리미엄은 60%에서 23%로 낮아졌지만, 그 이상의 지배권 거래 건수는 통계적으로 유의미하게 줄지 않았다. 오히려 전량 인수·과반 지분 인수 비중이 늘었다. 김우찬 교수는 “MBK파트너스의 오스템임플란트 인수, VIG파트너스의 비올 인수 등 최근 사례에서 보듯 제도가 없음에도 지배주주와 일반주주에게 동일한 가격을 제시하는 국내 사례가 이미 늘고 있다"고 덧붙였다. 업계에서도 전량 공개매수 도입을 지지하는 목소리가 나왔다. 이철민 VIG파트너스 대표는 “의무공개매수를 하게 되면 프리미엄을 낮출 수 있고, 상장폐지를 용이하게 해주면 불확실성이 제거돼 국내 사모펀드의 인수금융에도 유리하다"며 “의무공개매수 도입과 상장폐지 절차 완화는 맞물려 논의돼야 한다"고 말했다. 김목홍 법무법인 태평양 변호사는 “상장회사를 100% 자회사로 만들려는 수요는 상당한데, 현재 제도상 95% 지분 취득 요건과 이사 충실의무 이슈가 맞물려 실무에서 사실상 막혀 있다"며 관련 절차 개선을 촉구했다. 발동 지분율을 놓고는 의견이 엇갈렸다. 김우찬 교수는 주총 참석률이 낮은 국내 현실을 감안해 25%가 적절하다고 주장한 반면, 김목홍 태평양 변호사는 공정거래법 등에서 통용되는 지배 개념이 30%인 만큼 이와 맞추는 것이 법적 명확성 측면에서 낫다고 반론을 제기했다. 정준혁 서울대 교수는 “최대주주 변경이 발생할 때만 의무공개매수가 발동되도록 해야 한다는 것은 국제 표준"이라며, 예외 사유 설계와 신속한 판단을 위한 민간 위원회 도입을 함께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저가 차등 매수(lowballing) 전략 방지에 대해 김우찬 교수는 가격 산정 기준 기간을 12개월로 설정하고 영국처럼 공개매수에 발행주식의 50% 이상이 응하지 않으면 거래를 무효화하는 '인수 수락 조건'을 도입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황현영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현행 합병가액 산정 제도의 구조적 결함부터 짚었다. 현행 제도는 이사회 결의 전날을 기준으로 1개월·1주일 종가의 거래량 가중평균과 전일 종가를 평균한 '기준시가'로 합병가액을 정하도록 규정한다. 계열사 간 합병에는 이 기준시가의 ±10% 범위만 허용된다. 황현영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이 최근 5년간 합병한 상장기업을 분석한 결과, 합병 발표 전 1년간 누적 시장조정수익률이 평균 -16.0%로 나타났다. 지배주주가 소수주주에게 불리한 시점을 선택해 합병을 추진할 유인이 제도에 구조적으로 내재돼 있다는 뜻이다. 두산로보틱스와 두산밥캣의 합병 시도가 대표적 사례로 거론됐다. 자본시장법을 정확히 준수했음에도 매출액·영업이익·자본 등 모든 재무 지표에서 열세였던 두산로보틱스의 합병가액이 높게 산정돼 두산밥캣 주주가 자신의 주식 1주 대신 로보틱스 주식 0.63주를 받아야 하는 결과가 초래됐다. 정무위 통과 안은 계열사 간 합병에도 주식가격·자산가치·수익가치를 종합 고려한 공정가액으로 합병가액을 산정하도록 하고, 감사(위원회)가 외부평가기관을 선임하도록 했다. 황현영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공정한 합병가액 산정에는 획일적 정답을 기대하기 어렵다"며 “미국이나 일본 사례를 보면 동일한 평가 방식을 써도 결과가 다르게 나오는 경우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사회가 합병의 필요성, 가격 산정 근거, 이해관계 등을 주주에게 충분히 소명하는 것이 핵심이라고 강조하며, 법원 선임 합병검사인 제도와 합병유지청구권 도입도 병행 추진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토론자로 나선 정준혁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공정 가치라는 건 결국 '내가 말하는 가격이 공정하다'는 주장으로 흐를 가능성이 높다"며 평가기관의 독립성 확보와 연성규범을 통한 가이드라인 명확화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금융위원회 공정시장과 김미정 과장은 “자본시장법 개정 이후 페어밸류(fair value)가 무엇인지는 결국 시장에서 판단할 수밖에 없다"며 “그러려면 정보 비대칭성 해소가 선행돼야 하고, 현재 형식적으로 흐를 위험이 있는 이사회 의견 공시도 내실화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황현영 연구위원은 주식매수청구권 제도의 공백도 집중 조명했다. 전자공시 기준으로 2021년부터 올해 5월까지 국내 상장회사 합병의 93%가 이사회 승인만으로 처리되는 소규모합병이었다. 소규모합병에서는 반대주주의 주식매수청구권이 인정되지 않는다. 가격 분쟁이 발생할 경우 지급 지연 문제도 도마 위에 올랐다. 황현영 연구위원이 대법원 주식매수가격결정 판결 사례를 분석한 결과, 주주총회일로부터 판결까지 최소 537일에서 최대 3925일이 소요됐다. 삼성물산 합병 반대주주들은 주총일로부터 2463일, 약 6년이 지난 뒤에야 대금을 받았다. 황 연구위원은 소규모합병 기준을 발행주식총수 기준에서 순자산액 기준으로 전환하고, 회사가 공정가격 상당액을 우선 지급한 뒤 법원 판결 이후 차액과 지연이자만 정산하는 '사전지급제도' 도입을 제언했다. 그는 “연 6% 법정이자를 6년 뒤에 받는 것보다, 회사가 인정한 금액을 먼저 받고 나중에 차액을 받는 것이 주주에게 훨씬 합리적"이라고 말했다. 권대영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은 의무공개매수제 도입을 “최대한 빨리" 추진하겠다고 밝히면서도, 제도가 M&A의 순기능을 위축시키지 않도록 균형점을 찾는 것이 관건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저PBR 기업 목록 공표, M&A 관련 이사회 의견 공시 의무화 등을 10월 발표를 목표로 준비 중"이라고 밝혔다. 최태현 기자 cth@ekn.kr

코스피, FOMC 경계 속 반도체가 견인...8900 목전 [마감시황]

코스피가 17일 장 초반 약세를 딛고 반등에 성공하며 8900선에 바짝 다가섰다. 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를 앞둔 경계심이 여전했지만, SK하이닉스를 중심으로 한 반도체주 강세가 지수 상승을 이끌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날 코스피는 전 거래일보다 137.64포인트(1.58%) 오른 8864.24에 거래를 마쳤다. 장 초반에는 FOMC를 앞둔 관망 심리와 미국 기술주 약세 영향으로 하락 출발했지만, 오후 들어 상승폭을 확대하며 장을 마감했다. 유가증권시장에서 외국인은 9925억원을 순매도했다. 반면 기관과 개인은 각각 5800억원, 5400억원을 순매수하며 지수 상승을 뒷받침했다. 시가총액 상위 종목에서는 반도체주가 두드러진 강세를 보였다. SK하이닉스는 5.84% 오른 252만1000원에 거래를 마치며 사상 최고가를 다시 경신했다. SK스퀘어도 6.33% 상승했다. 삼성전자는 1.02% 오르며 강보합 마감했다. 반면 자동차와 일부 금융주는 차익실현 매물이 출회됐다. 현대차는 3.44% 하락했고 삼성물산도 1.41% 내렸다. 삼성생명은 3.71% 상승하며 보험주 강세 흐름을 이어갔다. 코스닥지수는 전 거래일보다 13.28포인트(1.30%) 오른 1031.96에 마감했다. 외국인이 320억원 순매수한 반면 기관과 개인은 각각 156억원, 200억원 순매도했다. 코스닥 시가총액 상위 종목 가운데서는 알테오젠이 5.82% 상승했고 HLB는 5.07%, 삼천당제약은 4.34% 올랐다. 원익IPS도 3.59% 상승했다. 반면 주성엔지니어링은 2.87% 하락했다. 투자자들은 이날 밤 발표되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의 기준금리 결정과 점도표 변화에 주목한 것으로 보인다. 한지영 키움증권 연구원은 “6월 FOMC에서는 금리 동결이 유력한 만큼 점도표 변화와 연준의 향후 정책 방향이 시장의 핵심 관심사"라며 “시장이 예상 범위 내 결과를 확인할 경우 FOMC는 중립적인 재료로 소화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한편 원·달러 환율은 전 거래일보다 3.82원 오른 1512.28원에 거래됐다. FOMC를 앞둔 달러 강세가 이어지면서 환율은 장중 1510원대에서 움직였다. 장하은 기자 lamen910@ekn.kr

종전 후 금융株 반등 기대…‘지정학적 할인’ 벗어날까

올해 상반기 소외됐던 금융주가 종전 이후 저평가 해소 국면에 들어설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종전이 유가와 금리, 환율 등 '매크로' 불확실성을 완화할 것이란 분석이다. 시장은 금융주 밸류에이션을 누르던 요인이 걷어지면 상대적 부진을 겪던 금융주가 재평가될 수 있을지 주목하는 분위기다. 17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전일 기준 최근 3개월간 코스피지수는 59% 상승했다. 동 기간 금융 업종은 35.98% 상승하며 코스피 상승률에 못 미치는 성과를 기록했다. 이 같은 부진의 배경에 미국·이란 전쟁에 따른 지정학적 리스크가 있다는 시각이 제기된다. 전쟁이 변동성을 키우며 증시에 대한 기대감이 제한되고, 물가 상승으로 기업과 가계의 상환 능력에 대한 우려가 커졌다는 평가다. 통상 금융주는 경기와 금리 환경에 민감해 지정학적 리스크가 확대될 경우 투자 심리가 위축되는 대표적인 경기민감주로 알려졌다. 김재우 삼성증권 연구원은 “증권, 은행 업종의 성과가 코스피지수에 못 미치는 모습이 나타나고 있다"며 “이는 추가적인 지수와 거래대금 상승에 대한 시장 기대감이 약화된 영향으로 볼 수 있다"고 진단했다. 종전 이후 대외 불확실성이 완화되면 이러한 상황이 개선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금융주 전반에 우호적인 환경이 조성될 수 있어서다. 전문가들은 금리와 환율, 물가가 안정세로 접어들면 경기가 활성화되며 금융 업종에도 파급력이 미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조동근 명지대학교 경제학과 명예교수는 “종전으로 호르무즈 해협이 열리고 통행이 가능하게 되면, 유가가 내려가면서 인플레이션 우려가 완화될 수 있다"며 “대외 불확실성과 물가 상승 압력이 해소되면서 증권, 은행 업종에도 긍정적인 영향이 갈 수 있다"고 말했다. 업권별로 보면, 증권은 거래대금 환경과 실적 개선이 이뤄질 수 있다는 평가다. 종전으로 위험자산 선호 심리가 되살아나는 상황에서 증시를 향해 구조적 자금 이동이 이뤄질 수 있다는 분석이다. 정민기 삼성증권 연구원은 “증권 업종 같은 경우 종전이 되면 주가지수 차원에서 불확실성이 해소되면서 거래대금이 늘고 증권사가 보유한 주식 가격이 오른다"고 말했다. 이어 “거래대금이 늘면 증권사가 받게 되는 중개매매 수수료가 늘어나는 효과도 있다"고 부연했다. 은행은 대출 리스크가 해소될 수 있다는 기대가 나온다. 통상 물가가 오르면 이를 잡기 위해 금리가 오른다. 물가 상승과 금리 인상이 동시에 이뤄지면 기업과 가계의 현금은 말라붙고, 은행은 기업대출과 가계대출 부실을 걱정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은행 입장에서는 리스크가 커지는 셈이다. 김재우 삼성증권 연구원은 “은행 업권 기초체력은 순조롭지만, 밸류에이션 회복 관건은 결국 지정학적 리스크다"라며 “미국과 이란 간 종전합의가 도출된 만큼 향후 이에 따른 매크로 환경의 개선이 투자심리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보험은 종전이 미치는 영향이 중립적일 수 있다는 분석이다. 통상 보험은 내수 중심 사업 구조에 힘입어 방어주로 분류된다. 최근 증시 조정 국면에서 해당 성격이 더욱 부각될 수 있었지만, 전쟁으로 금리가 오르면서 보험사 운용 자산에 포함된 채권과 대체투자 자산의 가치 하락도 지적된다. 정민기 삼성증권 연구원은 “종전 합의 등 위험자산 선호 심리가 확대될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인 만큼, 기존 로직보다는 보험사가 보유한 주식 지분 등 업종 외 이슈가 주가 방향성의 향방을 가를 것"으로 내다봤다. 다만 종전의 긍정적 효과가 제한적일 수 있다는 의견도 제기된다. 물가 상승 외에 전쟁이 의외로 국내 경제에 미친 영향이 작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양준석 가톨릭대학교 경제학과 교수는 “전쟁이 인플레이션을 야기한 측면은 있지만, 전쟁 초 우려했던 정유·화학 제품의 품귀현상은 발생하지 않았다. 중동뿐 아니라 인도네시아, 캐나다 등지로 석유 수입처를 다변화했기 때문이다"라며 “전쟁이 실물 경제에 미친 영향이 예상보다는 작기 때문에, 종전이 되었지만 금융 업종 전반에 미치는 긍정적인 영향은 크지 않을 수 있다"고 전망했다. 김태환 기자 kth@ekn.kr

영풍, 수천억 충당부채 누락 ‘중징계’…감사위 독립성·전문성 도마에

금융당국이 영풍의 회계처리 기준 위반에 대해 중징계를 의결했다. 이를 사전에 걸러내지 못한 감사위원회 감독 기능이 제대로 작동했는지에 대한 의구심이 커지고 있다. 지난 10일 증권선물위원회(증선위)는 영풍의 사업보고서에 대한 조사·감리 결과를 공개했다. 과징금 부과, 감사인 지정 3년, 전임 대표이사에 대한 해임권고 상당, 담당 임원에 대한 해임·직무정지 6개월, 시정요구 등을 의결했다. 이번 제재의 핵심은 영풍이 2021년부터 2024년까지 매년 1000억~2000억원 규모의 충당부채를 재무제표에 제대로 반영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구체적으로는 제련소 주변 토양 정화 관련 충당부채, 지하수 정화 관련 충당부채, 제련소 유형자산 손상차손 등이 누락 또는 과소계상된 것으로 나타났다. 금융위원회 보도자료에 따르면 지하수정화충당부채의 경우 2023년과 2024년 각각 1114억원이 과소계상된 것으로 확인됐다. 영풍은 2019년 지하수 오염방지명령에 따라 법적 정화 의무를 지고 있었음에도, 향후 발생할 전체 비용을 충당부채로 인식하지 않고 정화업체와 계약 금액만을 계상하는 데 그쳤다. 특히 전직 대표이사에 대한 해임권고 상당 조치가 포함된 점이 주목된다. 회계업계에 따르면 이 조치는 관련 규정상 고의 1단계 또는 2단계에 해당하는 위반에만 부과된다. 과소계상 기간 동안 재임했던 대표이사가 현재는 퇴임한 상태여서 '해임권고 상당'이라는 형태로 조치가 이뤄졌지만, 그 수위만으로도 금융당국이 이번 사안을 매우 심각하게 판단했다는 점을 방증한다는 것이 업계의 분석이다. 문제는 이러한 대규모 회계 누락이 4년에 걸쳐 반복됐음에도 감사위원회가 이를 지적하거나 시정하지 못했다는 점이다. 영풍의 감사위원회는 사업보고서상 이사에 대한 업무보고 요구, 회사 업무 및 재산 상태 조사, 재무제표 이사회 승인에 대한 동의 권한 등을 보유한 독립 감독기구다. 전체 주주를 대신해 경영진의 업무 집행과 회계처리, 내부통제를 감시하는 역할을 맡고 있다. 회계업계 일각에서는 감사위원 구성의 독립성과 전문성 측면에서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과소계상이 지적된 기간 동안 감사위원을 맡다가 2022년 4월 감사위원장으로 취임한 A 사외이사의 경우, 지배주주인 장형진 영풍그룹 명예회장과 같은 해 같은 대학교를 졸업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기업지배구조 전문기관인 좋은기업지배구조연구소(CGCG)는 2023년 영풍 정기주주총회 의안 분석 보고서에서 이 점을 지적하며 해당 사외이사 선임에 반대를 권고한 바 있다. 같은 시기 감사위원을 맡은 B 사외이사의 경우 방송 연출가 출신으로 교향악단 사장 등을 역임한 인물이다. 영풍은 기업지배구조보고서에서 이 사외이사의 전문 분야를 '사회공헌'으로 기재했다. 감사위원에게 요구되는 회계·재무 분야 전문성과는 거리가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업계와 시민사회에서는 영풍 감사위원회가 이번 회계처리 과정에서 어떤 보고를 받았고 어떤 검토를 수행했는지 투명하게 밝혀야 한다고 촉구하고 있다. 환경단체와 시민단체를 중심으로는 책임자에 대한 법적·행정적 조치와 함께 내부통제 및 회계관리 시스템 개선 방안을 공개하라는 요구도 이어지고 있다. 시장에서는 영풍 감사위원회가 회계처리기준 위반의 경위와 책임소재를 자체적으로 조사하고, 그 결과를 주주들에게 공개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수년간 반복된 대규모 충당부채 누락이 감사위원회의 감시망을 벗어났다는 사실 자체가 영풍 거버넌스의 구조적 문제를 드러낸다는 것이 업계의 중론이다. 최태현 기자 cth@ekn.kr

[특징주] 중앙그룹 계열사 익스포저 840억원…한양증권 12%대 하락

한양증권 주가가 17일 장 초반 하락세다. 한양증권이 보유한 중앙일보 계열사 관련 익스포저가 약 840억원으로 추산되면서다. 한양증권 자기자본 6478억원의 약 12% 수준이다. 한양증권은 '회수에 문제가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날 9시 40분 한양증권 주가는 전 거래일보다 11.89%(2700원) 하락한 2만원이다. 나이스신용평가에 따르면, 14~15일에 걸쳐 중앙그룹 계열사 5곳이 회생 절차를 개시했다. 5곳의 금융권 신용공여 익스포저는 약 8000억원 수준으로 알려졌다. 신용공여 익스포저는 은행 등 금융기관이 특정 거래상대방에게 대출 등으로 제공한 신용 규모를 뜻한다. 개별 금융회사 중에서는 한양증권이 총자산 및 자본 대비 익스포저 규모가 가장 컸다. 지난 3월 말 한양증권의 자기자본 규모는 6478억원이다. 한양증권은 JTBC 540억원, 중앙일보 300억원의 익스포저를 보유하고 있다. 최태현 기자 cth@ekn.kr

FOMC 앞두고 코스피 숨 고르기…8600선 등락[개장시황]

코스피 지수가 숨 고르기에 들어갔다. 미국 시각으로 17일 열릴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의 금리 결정을 앞두고 미국 뉴욕증시에서 반도체주가 대거 하락한 영향으로 풀이된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날 9시 10분 코스피 지수는 전 거래일보다 0.76%(67.16포인트) 하락한 8659.44이다. 이날 코스피는 1.20% 하락 출발했다. 투자자별 매매 동향을 보면, 개인은 4269억원을 순매수하고 있다. 외국인과 기관은 각각 3261억원, 1118억원을 순매도하고 있다. 외국인은 전날까지 3거래일 연속 '사자'로 돌아서 4조8000억원을 순매수했다. 이들은 반도체 약 2조원, IT하드웨어 약 1조7000억원으로 두 개 업종 순매수 비중이 77%에 달한다. 코스피 종목 중 250개는 상승하고 있지만, 591개는 하락하고 있다. 시가총액 상위 종목은 종목별로 등락이 엇갈리고 있다. 삼성전자(-2.19%), 삼성전자우(-1.34%), 삼성전기(-0.44%) 등은 하락하고 있다. SK하이닉스(+0.97%), SK스퀘어(+4.26%), 삼성생명(+0.70%), HD현대중공업(+1.72%) 등은 상승하고 있다. 이날 코스피 하락은 전날 미국 뉴욕증시에서 반도체주가 큰 폭으로 떨어진 여파로 풀이된다. 간밤에 엔비디아(-2.37%), 마이크로소프트(-1.48%), 브로드컴(-4.37%) 등 주요 대형 기술주는 하락했다. 이에 필라델피아반도체지수(-5.71%) 등도 큰 폭으로 떨어졌다. 나스닥 종합지수(-1.15%)도 하락했다. 같은 시각, 코스닥 지수는 전 거래일보다 0.35%(3.60포인트) 오른 1022.28이다. 투자자별 매매 동향을 보면, 개인은 420억원을 순매수하고 있다. 외국인과 기관은 각각 374억원, 65억원을 순매도하고 있다. 한지영 키움증권 연구원은 “내일 새벽 치러질 6월 FOMC는 동결이 유력한 만큼, 점도표상 2026년 말 중간값 변화 여부, 케빈 워시 신임 연준의장의 첫 기자회견이 중요하다"며 “어제 금리 인상을 단행했던 6월 BOJ 회의 후 양호했던 시장 반응처럼 예상에 부합하는 매파 결과만 나오더라도 주식시장은 6월 FOMC를 중립 수준의 재료로 소화하는 데 그칠 듯하다"고 말했다. 서울 외환시장에서 이날 달러당 원화값은 전 거래일 주간 종가보다 0.8원 오른 1512.4원에 개장했다. 최태현 기자 cth@ekn.kr

[특징주] 한국전력 ‘중동 리스크 완화 기대’…목표가·주가 ↑

한국전력 주가가 17일 장 초반 강세를 보이고 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날 오전 9시18분 현재 한국전력은 전 거래일 대비 5.65%(2250원) 오른 4만2050원에 거래되고 있다. LS증권은 전날 한국전력의 목표주가를 기존 5만원에서 6만2000원으로 상향 조정하고 투자의견 '매수'를 유지했다. 중동 전쟁 종전에 따른 투자 모멘텀과 가치 복원을 반영한 조정이다. 성종화 LS증권 연구원은 “전쟁으로 인해 전쟁 직전 대비 40%의 급격한 조정을 거친 상황에서 종전 국면 진입으로 전쟁 이전의 투자 모멘텀 부활과 가치의 가파른 복원이 기대된다는 점을 더욱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장하은 기자 lamen910@ekn.kr

한화솔루션, 1.7조 조달해도 남은 숙제 ‘신용등급’…방어 키는 ‘EBITDA’ [장하은의 유증 리포트]

한화솔루션이 세 차례 정정 끝에 1조7000억원 규모 유상증자를 본궤도에 올렸다. 조달 자금 가운데 절반인 9000억원은 채무 상환에 투입된다. 단순한 투자 재원 마련을 넘어 재무구조 개선 성격이 짙다. 시장의 관심은 유상증자 자체보다 신용도에 미칠 영향에 쏠리고 있다. 한화솔루션은 최근 2년 연속 적자를 기록하며 차입 부담이 크게 확대됐다. 한국기업평가가 제시한 신용등급 하향변동요인도 충족한 상태다. 회사는 유상증자와 자구안 이행을 통해 주요 재무지표가 개선될 것으로 보고 있다. 반면 신용평가업계는 상각전영업이익(EBITDA) 회복 여부, 즉 실질적인 영업 개선이 관건이라고 보고 있다. 17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한화솔루션은 주주배정 후 실권주 일반공모 방식으로 약 1조70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추진하고 있다. 조달 자금 가운데 약 9000억원은 채무 상환에, 나머지는 미국 태양광 사업 관련 시설투자 등에 투입될 예정이다. 앞서 한화솔루션은 지난 3월 약 2조4000억원 규모 유상증자 계획을 발표했다. 하지만 금융감독원의 정정 요구와 발행 조건 조정 등을 거치며 조달 규모를 축소했다. 이후 세 차례 정정 끝에 최근 증권신고서 효력이 발생하면서 유상증자 절차가 재개됐다. 이번 유상증자가 주목받는 이유는 재무개선 효과 때문으로 보인다. 한화솔루션은 최근 수년간 태양광 사업 확대 과정에서 대규모 투자를 집행했다. 미국 인플레이션감축법(IRA) 수혜를 선점하기 위해 생산능력을 공격적으로 늘린 것이다. 하지만 글로벌 태양광 업황 둔화와 석유화학 부문 부진이 겹치면서 재무부담도 커졌다. 실제로 회사는 최근 2년 연속 영업적자를 기록했다. 영업이익은 2024년 3000억원, 2025년 3600억원 적자를 기록했다. EBITDA는 2023년 1조원대에서 2024년 4000억원대 수준으로 쪼그라들었고, 지난해에도 비슷한 수준을 유지했다. 이자 부담도 적지 않다. 한화솔루션의 이자비용은 최근 2년간 5000억원을 웃돌며 EBITDA를 상회하고 있다. 벌어들이는 현금보다 금융비용이 더 큰 구조가 이어진 것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이자보상배율은 2024년 -0.56배, 2025년 -0.67배를 기록했다. 이자보상배율이 1배 미만이면 영업이익으로 이자조차 갚지 못한다는 의미다. 일반적으로 이 배율이 3년 연속 1배를 밑도는 기업은 한계기업 또는 이른바 '좀비기업'으로 분류된다. 이 같은 흐름이 올해에도 지속될 경우 한계기업으로 분류될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총차입금은 2022년 7조원대에서 지난해 14조원대로 급증했고, 올 1분기 들어서는 16조원까지 늘었다. 순차입금도 해마다 2조~3조원 단위로 증가하면서 올 1분기에는 13조원까지 확대됐다. 신용평가사들이 주목하는 대목도 이 부분이다. 한국기업평가는 최근 보고서에서 한화솔루션의 올 3월 말 TTM(Trailing Twelve Months·최근 12개월 실적 기준) 기준 순차입금/EBITDA가 등급 하향변동요인 수준에 해당한다고 평가했다. 한기평이 제시한 등급 하향 기준은 순차입금/EBITDA 3.5배 초과다. 한화솔루션의 3월 말 TTM 기준 해당 수치는 26.9배로 기준을 크게 웃돈다. 순차입금/EBITDA는 기업이 벌어들이는 현금창출력(EBITDA)으로 순차입금을 상환하는 데 몇 년이 걸리는지를 보여주는 대표적인 재무안정성 지표다. 예를 들어 해당 수치가 30배라면 현재 수준의 EBITDA가 유지된다고 가정할 때, 순차입금을 모두 갚는 데 약 30년이 걸린다는 의미다. 반대로 6배는 약 6년, 3배는 약 3년 수준이다. 수치가 높을수록 차입 부담이 크고 재무적 유연성이 떨어지는 것으로 평가된다. 한화솔루션은 이번 유상증자가 신용도 개선의 전환점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회사가 밝힌 계획을 보면, 유상증자 완료 이후 부채비율은 196.3%에서 159.8%로 낮아질 전망이다. 순차입금은 12조6259억원에서 10조6236억원으로 감소하고, 순차입금의존도는 38.1%에서 31.5%로 개선될 것으로 추산됐다. 다만 순차입금의존도의 경우 차입금의존도 대비 좀 더 보수적인 판단 지표인 만큼, 31.5%는 여전히 불안한 수준이다. 업종 마다 차이는 있지만, 통상 차입금의존도는 30% 이하가 안전 수준으로 평가된다. 한화솔루션 관계자는 “유상증자와 자구안 이행 시 한국기업평가의 신용등급 하락 트리거인 순차입금/EBITDA는 2025년 말 30.1배에서 올해 말 6배, 2028년 말 2.9배로 개선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관계자는 “나이스신용평가의 주요 지표인 총차입금/EBITDA 역시 지난해 말 36.5배에서 올해 말 8.2배, 2028년 말 3.9배로 낮아질 것으로 예상된다"며 “순차입금의존도도 2028년 27.3% 수준까지 하락할 것으로 전망되는 만큼 현 신용등급 유지가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고 덧붙였다. 눈여겨볼 부분은 회사가 제시한 개선 전망이 단순히 차입금 감소만 반영한 수치가 아니라는 점이다. 순차입금/EBITDA는 분자인 순차입금과 분모인 EBITDA가 동시에 반영되는 지표다. 순차입금이 줄어도 EBITDA가 늘어나지 않으면 기대만큼 개선되기 어렵다. 실제 회사가 제시한 전망치를 보면 순차입금 감소 효과뿐 아니라 대규모 EBITDA 증가가 전제돼 있다. 한화솔루션은 올해 EBITDA를 1조6480억원으로 전망하고 있다. 지난해 4000억원 수준과 비교하면 4배 가까이 증가한 규모다. 계획대로 순차입금/EBITDA가 30배 수준에서 6배 수준으로 낮아지기 위해서는 EBITDA 확대가 훨씬 더 중요한 역할을 해야 한다는 의미다. 다만 계획대로 순차입금/EBITDA 수준을 6배대로 낮추더라도, 한기평의 하향 트리거인 3.6는 초과하는 수준이다. 회사는 실적 개선의 배경으로 미국 태양광 사업을 꼽고 있다. 한화솔루션 관계자는 “연도별 사업계획과 실적 전망을 반영해 EBITDA를 추정했다"며 “최근 완공된 미국 카터스빌 공장을 통해 잉곳·웨이퍼·셀·모듈을 아우르는 미국 내 유일의 태양광 밸류체인을 구축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이어 “정책 수혜와 현지 프리미엄 효과가 기대되며 연간 1조원 규모의 첨단제조생산세액공제(AMPC) 수혜가 예상된다"며 “한화큐셀의 AMPC 수령액은 올해 약 1조원대로 예상되며 향후 지속적으로 증가할 전망"이라고 덧붙였다. 증권가 전망도 회사 설명과 크게 다르지 않다. 키움증권은 한화솔루션의 EBITDA가 지난해 4195억원에서 올해 1조7493억원으로 증가할 것으로 전망했다. 영업이익 역시 올해 적자에서 내년 8469억원 흑자전환을 예상했다. 회사가 제시한 EBITDA 전망과 유사한 수준이다. 다만 실적 개선 전망이 현실화될지는 아직 검증이 필요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특히 석유화학 부문은 여전히 업황 불확실성에 노출돼 있다. 최근 미국과 이란의 종전 합의와 호르무즈 해협 재개방 기대감으로 화학주가 반등하고 있지만, 업계 전반에 퍼진 공급과잉 우려는 여전하다. 중국발 신증설 물량 부담과 국내 구조조정 변수도 남아 있다. 한기평은 최근 보고서에서 호르무즈 해협 봉쇄가 해제되더라도 공급망 정상화에는 적지 않은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전망했다. 리스토킹(재고 축적) 수요에 따른 단기 개선 가능성은 있지만 중국의 신증설 물량은 여전히 중장기 부담 요인으로 남아 있다는 설명이다. 태양광 역시 정책 변수에서 자유롭지 않다. IRA 정책 변화와 미국 수요 둔화 여부에 따라 실적 전망이 달라질 수 있다. 현재 한화솔루션은 AA- 등급에 부정적 전망(Negative)이 부여된 상태다. 롯데케미칼과 LG화학 등 주요 석유화학 업체들이 AA급 신용등급을 유지하고 있는 것과 비교하면 하방 압력이 반영된 상태다. 만약 한 단계 하향될 경우 등급은 A+로 내려가게 된다. 여전히 투자적격등급에 해당하지만 시장이 받아들이는 의미는 적지 않다. 일반적으로 AA급은 재무안정성과 사업안정성이 매우 우수한 기업군으로 평가된다. 반면 A급은 업황 변화나 경기 변동의 영향을 상대적으로 더 크게 받을 수 있는 기업군으로 분류된다. 신용등급은 단순한 숫자가 아니다. 회사채 발행금리와 투자자 수요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 일반적으로 신용등급이 높을수록 기관투자가와 펀드의 매입 수요가 많아지고 자금조달 비용도 낮아진다. 반대로 등급이 하락할 경우 차환 부담과 조달 비용이 함께 증가할 수 있다. 신용평가업계 한 관계자는 “이번 유상증자에 따른 채무 상환으로 순차입금 부담이 줄어드는 효과는 분명히 있을 것"이라면서도 “순차입금/EBITDA는 EBITDA 변화도 함께 반영되는 지표인 만큼 실제 개선 폭은 향후 실적 흐름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현재 화학 업황은 긍정적 요인과 부정적 요인이 혼재돼 있는 상황"이라며 “시장 변동성이 큰 만큼 정기평가 과정에서 종합적으로 반영될 것으로 보인다"라고 덧붙였다. 장하은 기자 lamen910@ekn.kr

긴장 풀린 중동, 돌아오는 투심…훈풍 타고 증시 반등 시도 [글로벌 레이더]

중동발 지정학적 리스크 완화와 물가 안도감에 글로벌 증시에서는 훈풍이 불고 있다. 소형주와 경기민감주, 반도체주가 반등을 주도한 미국, 기술주 변동 국면을 소화한 중국, 수출 호조 속 저가 매수세가 유입된 대만 증시는 모두 우상향 발판을 마련했다. 시장의 눈은 글로벌 변동성 진정 이후 금리 변화로 쏠리고 있다. 지난주(8~12일) 미국 증시는 반등을 시작했다. 전형적인 인공지능(AI) 주도 장세가 아닌 반도체와 소형주, 경기민감주 주도 장세였다는 분석이다. 지난달 미국 소비자물가지수(CPI), 생산자물가지수(PPI)가 대체로 시장 예상치에 부합하자 금리에 민감한 소형주와 은행, 경기민감주가 반응했다는 평가다. 이번 주(15~19일) 미국 증시에서는 연방준비제도(Fed)의 통화 정책 신호가 변수가 될 전망이다. 16일 금융정보업체 마켓워치에 따르면, 지난주 필라델피아 반도체지수(9.42%), 러셀2000 지수(3.90%)는 모두 상승 흐름을 보였다. 스탠다드앤푸어스(S&P)500 지수(0.65%)는 강보합세에 그쳤다. 러셀 2000 지수는 미국 증시에 상장된 기업 중 시가총액 하위 2000개 기업으로 구성돼 있다. 경기 민감도가 높은 종목이 대부분으로 알려졌다 미국 노동통계국은 지난 10일 5월 CPI가 4.2%라고 발표했다. 이는 시장 예상치에 부합하는 수치다. PPI는 6.5%로 시장예상치를 소폭 상회했다. CPI와 PPI는 물가 변동을 가늠하는 핵심 지표다. 물가 상승 압력이 예상만큼 강하지는 않음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김승혁 키움증권 연구원은 “5월 CPI와 PPI가 우려만큼 악화되지 않으며 금리 민감도가 높은 소형주와 은행주, 경기민감주가 반응했다"며 “이번 반등은 전형적 AI 랠리와 달랐다. 주도주가 시가총액 상위 기업이 아닌 반도체와 소형주, 경기민감주였다"고 설명했다. 미국·이란이 종전협상에서 진전을 이뤄내며 중동 불확실성이 줄어든 것이 긍정적으로 작용했다는 분석도 나온다. 미국·이란이 지난 주말간 양해각서(MOU)를 체결할 가능성이 전해지면서다. 실제로 지난 11일(현지시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대규모 이란 공습 계획을 전격 취소하며 종전 합의 가능성에 대해 언급했다. 이번 주(15~16일) 미국 증시에서 변수는 6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가 될 전망이다. 최근 금리가 증시를 흔든 요인으로 작용한 것을 고려할 때, 예상치 못한 긴축 신호는 반등 추세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평가다. 김 연구원은 “에너지 가격이 안정화될 경우 긴축적 기조를 미국 연방준비제도가 고집할 필요는 없다"면서도 “예상치 못한 긴축 기조는 추세를 비틀 수 있어 경계할 필요는 있다"고 말했다. 지난주 중국 증시는 기술주 변동성 소화 국면이었다는 평가다. 브로드컴발 AI 실적 우려, 미국 연준 긴축에 대한 경계감이 차익실현 명분으로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이번 주 중국 증시는 지정학적 우려가 완화되며 강세를 이어갈 전망이다. 금융정보업체 인베스팅닷컴에 따르면, 지난 12일 상해종합지수(1.12%), 항셍지수(1.93%)는 전일 하락과 대비되는 강세를 보이며 롤러코스터 장세를 연출했다. 중국 기술주는 상승 동력이 AI 자본지출(Capex)이라는 점에서 글로벌 기술주 변동성과 떼어 놓고 보기 어렵다는 평가다. 수급 과열도 더욱 뚜렷해졌다. 신한투자증권은 중국 증시에서 기술·미디어·통신(TMT) 거래대금 비중이 지난 4월 초 30%에서 이번 달 초 45%대로 상승했다고 분석했다. 신승웅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TMT 거래대금 비중이 사상 최고치에 근접했다"며 “상해와 선전에 상장된 A주 주식 거래의 절반 가까이가 기술주에 집중된 셈"이라고 분석했다. 향후 중국 증시는 미국·이란 전쟁 협상 타결로 우상향 추세를 이어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금리 인상 우려 진정, 유가 하락 등이 중국 경제에 긍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어서다. 박수진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6월 무역 데이터에서는 중동 지역 긴장 완화 영향이 점차 반영될 것으로 예상된다"며 “에너지와 원자재, AI 관련 품목의 수출입 변화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지난주 대만 증시는 등락을 거듭하는 롤러코스터 장세를 보였다. 글로벌 기술주가 중동 정세 불확실성, AI 데이터센터 등을 둘러싼 '노이즈' 등에 영향을 받자 대만 증시도 함께 흔들린 것으로 풀이된다. 금융정보업체 인베스팅닷컴에 따르면, 가권지수는 지난 10일과 11일 3.31%, 0.18%씩 하락하다 지난주 마지막 거래일인 12일 2.36% 상승했다. 특히 미국·이란 전쟁 협상이 진전되며 투자 심리가 개선됐다는 평가다. 여기에 대만 증시가 직전까지 조정을 거쳤다는 점을 고려해 저가 매수세까지 들어왔다는 해석이다. 미국·이란 간 협상이 타결되면 대만 증시에서도 투자심리가 개선될 것이라는 기대가 나온다. 중동 정세가 안정되면 대만 증시를 누르던 대외 불확실성이 일부 해소될 것이라는 분석이다. 최근 대만 증시에서는 반도체 업황 호조에 따른 수출 확대가 지수를 밀어올리는 요인으로 작용해왔다. 시장조사기관 트레이딩 이코노믹스에 따르면, 5월 대만 수출 규모는 785억 달러(한화 약 118조8176억원)로, 전년 동기 대비 51.7% 올랐다. 박수현 KB증권 연구원은 “미국과 이란이 19일 종전 합의문 서명을 계획하고 있다는 점에서 대외 불확실성이 일부 해소되며 투자 심리 개선이 기대된다"고 말했다. 김태환 기자 kth@ekn.kr

중동 리스크 걷히자 증시 시선은 실적으로…반도체·조선 주목

미국과 이란이 종전에 합의하면서 증시 불확실성이 한층 해소됐다. 그간 물가와 증시를 옭아매던 유가는 80달러선까지 내려왔다. 증권가에서는 반도체 쏠림으로 인한 변동성은 당분간 이어지겠지만, 강세장 주요 근거인 이익 전망은 여전히 살아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16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전날 미국과 이란이 종전에 합의했다. 전쟁 발발 이후 106일 만이다. 정식 서명식은 스위스 제네바에서 오는 19일 열릴 예정이다. 양국은 모든 전선에서 전쟁을 중단하고, 호르무즈 해협을 개방하는 등 주요 사안에 합의했다고 밝혔다. 다만 이란의 우라늄 농축 중단 또는 제거 협상, 이란 압류 자산 해제 규모와 시점, 호르무즈 통행료 등 세부적으로 협상할 안건은 남아 있다. 양국은 19일 양해각서(MOU)에 공식 서명한 뒤 이견을 보였던 주요 쟁점에 대한 협상을 60일간 이어가기로 했다. 증권가에서는 미국과 이란이 종전에 일단 합의하면서 중동 전쟁은 수습 국면에 들어선 것으로 보고 있다. 이에 전날 나스닥종합 지수는 전 거래일보다 3.07%, 닛케이225는 4.99%, 코스피는 5.20% 오르는 등 주요국 증시는 일제히 상승했다. 시장에서 가장 주목하던 유가도 80달러선으로 내려왔다. 유가 급등으로 인한 물가 압박과 금리 인상 기조가 커지던 시점에 종전 선언이 나오면서 한시름 덜었다는 평가가 나온다. 변준호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미국과 이란 종전 합의로 인해 하반기 미국 물가 하락 기대감이 재점화하면서 연준의 금리 인상과 달러 강세 압력이 단기적으로 완화될 전망"이라고 말했다. 시장에서는 향후 유가는 70~80달러선에서 움직일 것으로 보고 있다. 김광래 삼성선물 연구원은 네 가지 시나리오를 제시했다. 가장 가능성이 높은 시나리오는 부분 협상 타결을 전제로 70~80달러선에 고착하는 것이다. 김 연구원은 “호르무즈는 열려 있고 이란 원유는 일부 수출되지만 핵협상의 불확실성으로 인해 지정학 프리미엄이 완전히 해소되진 않는" 시나리오를 가장 가능성 높은 경로로 꼽았다. 최악의 시나리오는 협상 결렬이다. MOU 이행 위반, 미군과 이스라엘의 이란 추가 공습, 호르무즈 재봉쇄 등이 트리거가 될 수 있다. 이 같은 상황에서 유가는 다시 전쟁 최고조 시기인 95~110달러까지 올라갈 것으로 내다봤다. 반면 최선의 시나리오는 협상이 완전 타결되는 것이다. 이에 이란 원유 생산량이 전쟁 전인 300만 배럴 수준으로 올라서면 시장에 원유 공급이 늘어나면서 유가는 70달러 밑으로 내려올 것으로 보고 있다. 마지막으로 협상이 교착되면 유가는 다시 90달러선을 오갈 것으로 전망했다. 유가 80달러 수준은 중동 전쟁 이전과 비교하면 여전히 높은 수준이지만, 전쟁 최고조 당시 100달러를 웃돌았던 것과 비교하면 부담이 크게 줄었다. 특히 유가 안정은 인플레이션 압력을 낮춰 글로벌 긴축 우려를 완화하는 효과가 있다. 증권가는 이번 종전 합의가 지정학적 리스크 해소를 넘어 금융시장 전반에 긍정적 영향을 줄 것으로 보고 있다. 허재환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미국과 이란 종전 합의는 유가 하락과 호르무즈 해협 정상화를 통해 긴축 우려를 완화하는 요인이 될 수 있다"며 “그동안 반도체 중심으로 과도하게 집중됐던 자금 쏠림 현상도 일부 완화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다만 종전이 곧바로 안정적인 상승장을 의미하지는 않는다는 지적도 나온다. 최근 국내 증시는 역사적으로 보기 드문 높은 변동성을 보이고 있다. 코스피 변동성지수(VKOSPI)는 글로벌 금융위기와 코로나19 당시 수준을 웃돌 정도로 상승했다. 허재환 연구원은 “주요국 중앙은행들이 점차 긴축 기조로 이동하는 통화정책 전환기에 진입한 만큼 증시 변동성은 쉽게 낮아지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증권가에서 주목하는 부분은 종전 이후에도 증시 주도주가 바뀌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는 점이다. SK증권은 최근 조정에도 불구하고 개인투자자들의 위험자산 선호 심리가 크게 훼손되지 않은 것으로 분석했다. 올해 들어 코스피의 20거래일 수익률이 장기간 마이너스 구간에 머문 적이 없다는 점을 근거로 제시했다. 강대승 SK증권 연구원은 “중동 전쟁 이후에도 2027년 영업이익 전망치가 상향 조정된 업종은 반도체와 IT하드웨어 등 AI 투자 관련 산업"이라며 “기존 주도주 중심의 투자 전략이 여전히 유효하다"고 설명했다. 다만 반도체 일변도 장세에서 벗어나 일부 업종으로 매수세가 확산될 가능성도 제기된다. 허재환 연구원은 “반도체 비중을 축소할 필요는 없지만 최근 조정 폭이 컸던 IT가전과 전력기기, 기계, 조선 업종 등은 비중 확대를 검토할 만하다"고 말했다. 최태현 기자 cth@ek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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