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에셋증권의 차입부채 규모가 크게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따른 3분기 누적 이자비용만 4조원에 달해 수익성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타 사에 비해 큰 환매조건부사채(RP) 매도 때문으로 해석된다. 21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미래에셋증권의 3분기 말 차입부채 잔액은 연결 기준 75조원이다. 이는 작년 말(약 68조원) 대비 7조원가량 증가한 것으로, 8조1000억원에 달하는 회사채는 제외된 수치다. 차입부채란 기업이 금융기관, 일반 투자자, 고객 등 외부로부터 조달한 자금 규모다. 단기 유동성 확보 및 중장기 투자를 위해 활용되며 RP, 차입금, 발행어음 등으로 구성됐다. 자금 조달과 운용이 핵심 사업인 증권사는 유동성뿐 아니라 레버리지 활용, 상품 경쟁력, 고객 서비스, 각종 리스크 관리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 그러나 과도한 차입부채 규모는 높은 이자비용과 유동성 리스크를 야기시켜 효율적인 관리가 필요하다. 그런데 미래에셋증권의 차입부채는 업계 1위임과 동시에 2위 한국투자증권(약 48조원) 대비 27조원가량 크게 차이가 나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실제로 미래에셋증권의 수익성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올해 3분기가 지나갈 동안 차입부채 등에 대해 지출한 이자비용이 4조원이 넘는다. 동기간 미래에셋증권이 거둔 매출은 약 16조4525억원에 달하는데, 순이익은 6618억원에 그쳤다. 한국투자증권이 매출 15조2558억원에 순이익 1조원, 삼성증권이 순이익 7513억원을 거둔 것과 대조적이다. 2021년 말 미래에셋증권의 차입부채 규모는 50조3300억원이었다. 그러던 것이 2022년 약 2조원, 2023년 약 16조원, 올해만 7조원이 증가하면서 현재에 이른 것이다. 이 추세대로라면 남은 4분기에도 수조원이 증가하며 차입부채가 80조원에 가까워질 가능성이 있다. 미래에셋증권의 차입부채 증가 원인은 RP매도다. 현재 회사의 RP매도 규모는 47조3422억원으로 전체 차입부채 중 63%를 차지하고 있다. 이자율은 0.10%~5.75%로 상단 금리가 5%대를 넘어, 조달 비용 부담 증가에 일정 부분 기여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RP 매도는 증권사가 보유한 채권을 일정 기간 후 재매입하겠다는 조건으로 고객이나 금융기관 등에 매도해 자금을 조달하는 방식이다. 이 매도 시점과 매입 시점 사이 금리 차가 이자율로 작용하는데, 빠르고 안정적으로 대규모 자금 조달이 가능하나 고금리 환경에서 조달 비용이 증가한다는 단점이 있다. 그러나 미래에셋증권의 경우 차입부채 증가세가 고금리 시기에 발생해 이에 따른 이자 비용이 만만치 않을 것으로 풀이된다. 또 RP 매도 규모가 큰 만큼 단기 자금 의존도가 높아 재조달 압박이 잦고 예기치 못한 시장 불안정에 따른 위험이 높다. 이외에도 한국증권금융 등으로부터 조달한 차입금이 7조5731억원(이자율 3.40%~5.34%)이며, 초대형 IB로써 조달 가능한 발행어음 판매 규모가 7조8921억원(3.05%~5.30%)에 달했다. 이들 모두 상단 금리가 RP에 준하는 고금리다. 이 RP 매도 상당수는 해외 지부에서 발생하는 것으로 보인다. 미래에셋증권의 해외 자회사 등 연결회사를 제외한 별도 기준 RP 매도 규모가 22조2035억원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미래에셋증권 측은 “미국 뉴욕 등 해외 지부에서 RP 거래를 많이 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RP 등 차입부채 규모가 커 보이지만 내부에서는 최대한 보수적으로 관리하고 있다"고 밝혔다. 금융투자업계 한 관계자는 “작년부터 미래에셋증권의 수익성이 악화한 것은 해외 부동산 투자와 더불어 차입부채의 급증 때문이라는 의견도 종종 나왔다"며 “아직 금리 전망이 불투명한 현 환경에서 평균 금리를 낮추기 위한 노력이 필요해 보인다"고 말했다. 성우창 기자 suc@ekn.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