쿼드메디슨, 마이크로니들 상업화·자동화 역량으로 IPO 도전장

오는 12일 상장하는 쿼드메디슨이 분리형·코팅형·입자부착형 마이크로니들 플랫폼을 앞세워 백신·비만·골다공증 등 제약·바이오 영역에서 상업화 속도를 높이겠다는 전략을 내놨다. 회사 측은 적자 지속과 고평가 논란, 상장 이후 오버행 우려 등에 대해 “상업화·자동화 역량 기반의 제약 매출을 근거로 밸류는 충분히 설명 가능하다"고 강조했다. 1일 서울 여의도에서 열린 상장 기자간담회에서 백승기 쿼드메디슨 대표는 “마이크로니들은 단순 패치형 화장품이 아니라 기존 주사제의 한계를 보완하는 개량신약 플랫폼"이라며 “피부 진피층으로 약물을 전달해 정량성, 자가 투여, 상온 안정성 측면에서 장점이 크다"고 말했다. 쿼드메디슨은 국내 최초로 백신용 마이크로니들 임상 1상 임상시험계획 승인신청(Investigational New Drug Application, IND)를 획득한 상태다. 백 대표는 글로벌 시장에서도 마이크로니들 상업화 경험을 가진 기업은 극히 드물다고 강조했다. 임상 단계에서 안전성과 효능은 이미 여러 차례 입증됐지만, 실제 제품화를 좌우하는 건 무균 제조·정량 생산·품질관리(CMC) 등 상업화 역량이라는 설명이다. 그는 “마이크로니들 의약품의 가장 큰 난관은 '임상'이 아니라 '상업 생산'"이라며 “무균(ISO 클래스) 환경에서 원료 투입→성형→건조→검증까지 전 과정을 자동화로 구현한 회사는 거의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우리는 GMP 기반의 전주기 자동화 라인과 로봇 기반 아이솔레이터 공정을 구축해 제약사가 요구하는 품질·정량성 기준을 충족할 수 있는 수준까지 끌어올렸다"고 설명했다. 회사 측은 이 자동화 라인에서 원료–제형–성형–검증–포장까지 일관된 공정이 가능하다는 점을 핵심 경쟁력으로 제시했다. 기존 마이크로니들 업체들이 성형 기술 위주였던 반면, 쿼드메디슨은 제형 연구·품질 밸리데이션·무균·정량 생산 기술을 통합한 플랫폼을 갖춘 것이 차별화 요소라는 것이다. 쿼드메디슨은 2026년 용인에 연 2000만 도즈 규모의 생산기지를 완공해 '마이크로니들 전문 CDMO(위탁개발·생산)' 사업을 본격화할 계획이다. 백 대표는 “마이크로니들을 실제 의약품으로 만들 수 있는 생산·품질 체계를 갖춘 상태여서 글로벌 제약사들과의 기술 이전·공동개발 논의도 확대되고 있다"고 밝혔다. 쿼드메디슨은 현재 총 8개 파이프라인을 운영 중이다. 한림제약과 동시 결제방식(Concurrent Payment, COD)계약을 통해 개발한 골다공증 치료제는 호주 임상 1상을 완료했고, 비만 치료제는 독성시험을 진행 중이다. 백신 분야에서는 LG화학과 B형간염 백신 마이크로니들 제형을 공동 연구하며 국내 임상 1상을 진행 중이고, GSK와는 이질·장티푸스 백신 공동개발을 추진하고 있다. 이 밖에도 백신·펩타이드·대사질환 등 적응증에 따라 분리형(S-MAP)·코팅형(C-MAP)·입자부착형(P-MAP) 플랫폼을 적용하고 있으며, 단계별 마일스톤 달성 시 기술료가 발생하는 구조다. 화장품·의료기기 라인업 역시 내년부터 본격적인 매출 기여가 예상된다. 회계·실적 논란에 대한 입장도 내놨다. 백 대표는 “올해 상반기까지 적자를 기록한 건 맞다"면서도 “위탁개발·생산(CDMO) 계약 구조상 개발비와 장비 매출이 일괄 인식돼 계약부채만 약 100억원이 잡혀 있다"고 설명했다. 기술이전·장비 계약이 누적돼 있어 실제 사업 진행 속도 대비 매출이 늦게 잡히는 구조라는 것이다. 최근 3년간 연구개발비가 매출 대비 150%를 웃돈 점도 수익성 우려 요인이다. 이에 대해 백 대표는 “백신·펩타이드 중심 상업화 단계 진입과 함께 비용 구조가 개선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번 공모가 산정 과정에서 2027년 예상 순이익(120억원)을 기반으로 약 1700억원의 기업가치가 적용된 점은 시장에서도 고평가 논란을 낳고 있다. 당장 실적이 아닌 2~3년 뒤 추정 이익을 반영해 공모가 밴드(1만2000~1만5000원)가 결정되면서 '미래 실적을 과도하게 선반영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제기되는 것이다. 백 대표는 이에 대해 “우리는 신약개발 회사가 아니라 허가된 약물을 마이크로니들 제형으로 바꾸는 개량신약 모델"이라며 “기술 리스크가 낮고, 자동화 장비 제조 기술은 외부에서 가장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제약 매출이 이미 발생하고 있고 백신·펩타이드 중심으로 매출 구조가 더 확장될 것"이라며 “밸류(1700억원)는 충분히 정당하다"고 강조했다. 시장에서 가장 우려하는 지점은 오버행(잠재 매도 물량)이다. 상장예정주식 39.9%가 상장 즉시 유통 가능하고, 한 달 뒤에는 60% 이상이 시장에 풀릴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오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는 “프리IPO와 레벨C 라운드 모두 1만1000원 수준의 동일 단가로 투자받았다"며 “기존 투자자들의 매입단가가 비슷해 단기 차익 실현 유인이 크지 않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백 대표는 보유지분 19.25% 전량의 보호예수 기간을 기존 1년에서 3년으로 자발 연장했다. 일부 VC 역시 1~6개월의 보호예수를 추가로 설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어 “단기적으로 가격 차이가 크지 않아 대규모 오버행이 발생할 가능성은 낮다고 본다"고 말했다. 한편 쿼드메디슨은 기술성장특례 방식을 통해 코스닥 상장을 추진한다. 이번 공모는 총 170만주, 공모가 희망밴드는 1만2000원~1만5000원, 대표주관사는 NH투자증권이다. 윤수현 기자 ysh@ekn.kr

[이슈+] 12월 ‘다시 유동성’ 장세로…코스피, 3800선 바닥 다지나

12월 국내 증시는 다시 한 번 갈림길 앞에 서게 될 전망이다. 지난 달 내내 이어진 급락과 변동성 확대는 시장을 압박했지만, 바닥권까지 밀린 밸류에이션과 글로벌 유동성 재개, 정부의 구조개혁 시그널은 반등 가능성을 동시에 키우고 있다. 이달 코스피는 3800~4200포인트 범위에서 방향성을 모색할 전망이다. 우선 연말을 앞두고 글로벌 환경이 완전히 달라지고 있다. 이날로 마무리 되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양적긴축(QT) 종료는 상징적 의미를 넘어 금융시장 전반의 스트레스를 한꺼번에 낮출 수 있는 이벤트로 꼽힌다. 여기에 셧다운 종료로 정부의 재무부 일반계정(TGA) 방출이 본격화되면 달러 유동성 공급 속도는 더 빨라질 것이란 기대다. TGA는 미국 정부의 지출에 사용되는 '재무부 현금 계좌'로, 이 계좌의 자금이 풀리면 시중으로 유입되는 달러가 그만큼 늘어나는 구조다. 최근 시장에 부담으로 작용한 금리 불안과 유동성 경색 우려가 완화될 수 있는 구조가 만들어지는 셈이다. 김용구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시중 달러 유동성 공급은 미국 연방정부 TGA 방출 재개와 연준 QT 종료에 힘입어 재차 확대될 개연성이 높다"며 “시중 유동성 공급 증가로 글로벌 자금시장 유동성 경색 현상은 크게 완화될 공산이 크고, 연말 국내증시 외국인 현선물 수급 환경 역시 순매수 방향선회 가능성이 우세하다"고 설명했다. 이달 FOMC의 금리 결정이 인하일지, 동결일지는 여전히 미지수다. 다만 동결이더라도 시장 충격은 제한적일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그간 누적된 노이즈가 이미 반영돼 있고, 금리 인하 사이클이 중단된 것이 아니라 셧다운 여파로 일정이 뒤틀렸다는 해석이 힘을 얻기 때문이다. 시장은 '예상 가능한 불확실성'에 조금씩 적응 중이라는 평가다. 김 연구원은 “12월 금리동결도 시장 영향은 선반영된 노이즈의 재확인 수준에 그칠 것"이라며 “이는 금리인하 사이클이 중단된 것이 아니라 셧다운 후폭풍으로 일정이 이월된 성격이 짙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국내 요인도 연말 증시에 우호적인 환경을 만들고 있다. 자사주 1년 내 의무소각과 배당소득 분리과세 최고세율 인하는 주주환원 정책의 방향성을 명확히 보여주는 조치다. 실제 수급에도 직접적으로 반영될 수 있는 제도 변화여서 외국인 매수 심리 회복에도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이란 전망이다. 조만간 공개될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 선진지수 승격 관련 로드맵은 규제 완화를 통해 외국인 접근성을 높이는 장치로 평가된다. 150조원 규모의 국민성장펀드 조성과 금산분리 완화 논의, 연금 기금화 이슈 등도 모두 연말·연초 수급 안정성을 강화하는 요인으로 거론된다. 밸류에이션은 오히려 반등의 출발점이 되고 있다. 유안타증권 분석에 따르면, 코스피 12개월 선행 PER은 10.5배로 역사적 평균 대비 뚜렷한 저점 구간을 유지하고 있다. –2표준편차에 해당하는 10.2배에 근접한 현 지수대는 수급만 정상화되면 단기적으로 반등하기에 무리가 없는 위치로 분석된다. 11월 낙폭이 –9%에 이르며 강세장 평균 수준을 충족한 점도 시장이 '가격 조정'을 상당 부분 소화했다는 신호로 받아들여진다. 경기 흐름도 이달 관점에서는 과도한 우려보다는 확장 쪽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AI 관련 투자와 수요는 공급 병목과 가수요가 맞물리며 여전히 강한 흐름을 보이고 있다. 물가 압력도 완화 흐름을 이어가고 있어 단기간 긴축 강화로 전환될 가능성은 크지 않다는 평가다. 글로벌 환경이 급격히 둔화세로 돌아섰다는 신호도 아직 뚜렷하지 않다. 업종 전략은 12월 반등 초입에 맞춰 재편될 전망이다. 전월 낙폭이 컸던 업종과 수급 변화가 빨리 반영되는 업종 중심의 접근이 필요하다는 평가다. 반도체와 조선·기계·방산 등 중공업·자본재 밸류체인은 단기 반등의 선봉에 설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이 우세하다. 여전히 실적 기반의 강점을 유지하고 있어서다. 여기에 디스플레이, 엔터·유통, 호텔·레저 등 일부 소비·콘텐츠 업종도 지난달 조정 폭이 컸던 만큼 연말 포트폴리오 재조정 국면에서 관심이 확대될 여지가 있다. 중소형주 역시 존재감을 회복하는 흐름이다. 올해 내내 대형주에 편중됐던 수급이 평균회귀 조짐을 보이고 있고, 배당 시즌 진입과 코스닥 활성화 정책도 중소형 성장주 수요를 자극할 수 있는 단기 촉매로 작용한다. 주주환원 흐름이 강화되는 환경도 고배당·저밸류 종목군에 대한 관심을 키우는 요인이다. 결국 이달 증시는 글로벌 유동성 재개와 정책 모멘텀 강화, 밸류에이션 매력 회복이라는 세 가지 축이 한 방향으로 작동할지에 달려 있다. 단기 변동성은 남아 있지만, 3800포인트 초반에서 지지력이 확인된다면 이달 내에 4000선 회복과 상단 4200선까지의 반등도 기대해볼 수 있다는 게 증권업계의 중론이다. 시장은 11월 조정을 통해 부담을 상당 부분 털어낸 만큼, 남은 과제는 연말 수급 안정과 유동성 흐름이 실제로 확인되는 일이다. 이은택 KB증권 연구원은 “12월 주식비중은 '확대'가 맞다"며 “코스피는 50일 이격 조정이 진행 중이고, 경기사이클이 확장 국면을 유지하는 만큼 조정 이후 반등 가능성도 여전히 유효하다"고 진단했다. 여기서 말하는 '50일 이격 조정'은 최근 지수가 50일 이동평균선 대비 과도하게 앞서갔던 흐름을 되돌리는 과정으로, 강세장에서 흔히 나타나는 단기 조정을 의미한다. 장하은 기자 lamen910@ekn.kr

[특징주] 고영, 내년 美 시장 판매 본격화로 밸류업…↑

고영 주가가 1일 장초반 강세다. 목표주가를 상향 조정한 증권가 분석 보고서가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풀이된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날 오전 9시9분 현재 고영은 전 거래일 대비 8.44% 뛴 2만5700원에 거래되고 있다. iM증권은 이날 고영에 대해 내년 미국에서의 판매가 본격화되면서 기업가치가 재평가될 것이라며 목표주가를 종전 2만3300원에서 3만원으로 상향 조정했다. 장호 iM증권 연구원은 “고영의 뇌수술용 의료 로봇인 지니언트 크래니얼(Geniant Cranial)이 올해 1월 미국 FDA510(k) 인증을 획득한 상황에서 지난 7월 미국 대형 병원에 단순 테스트용이 아닌 판매용으로 설치됐다"며 “이는 수개월 후 매출로 인식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장하은 기자 lamen910@ekn.kr

[특징주] 카티스, 양자센싱 기반 마약탐지 공동개발 소식에 급등

카티스가 양자센싱 전문기업과의 차세대 마약 탐지 솔루션 공동 연구개발 소식에 힘입어 장 초반 강세다. 1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오전 9시3분 기준 카티스는 전 거래일 대비 12% 이상 급등한 1380원에 거래되고 있다. 카티스는 이날 양자센싱·양자암호키분배(QKD) 기술 전문기업 지큐티코리아(GQT코리아)와 공동으로 차세대 마약 탐지 솔루션 연구개발에 착수했다고 밝혔다. 최근 5년 새 국내 마약 밀반입 적발량이 7배 이상 증가하는 등 수요가 급증한 상황에서 관련 기술 개발 가시화가 투자심리에 긍정적으로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회사 측에 따르면 카티스는 보안 인증 및 하드웨어 설계 역량을, 지큐티코리아는 양자센싱 기반 형광 마약탐지 핵심 기술과 알고리즘 개발을 담당한다. 특히 국제 인증 비용이 높은 마약탐지 시장의 특성을 고려해 공동 R&D 과제화와 정부·유관기관 협업도 추진할 계획이다. 양사는 현재 △솔루션 기술 방향성 검토 △유럽·미국 등 국제 인증 절차 분석 △관세청·공항공사·경찰청 등 주요 고객사 니즈 정리 등을 진행 중이다. 향후 기술 검증, 시장성 분석, 시제품 개발 로드맵 등을 협의해 개발 속도를 높인다는 방침이다. 윤수현 기자 ysh@ekn.kr

가상자산거래소들 ‘왜 이러나’…네이버 합병하는 업비트는 ‘해킹’, IPO 앞둔 빗썸은 ‘고강도 조사’

국내 가상자산 거래소 1, 2위인 업비트와 빗썸이 잇따라 악재에 직면했다. 업비트는 대규모 해킹 피해로 보안 리스크가 부각됐고, 빗썸은 해외 거래소와 오더북 공유를 둘러싸고 금융당국의 고강도 조사에 맞닥뜨렸다. 업계에서는 업비트(두나무)와 빗썸이 각각 추진 중인 기업 결합과 상장(IPO) 계획에도 변수가 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30일 가상자산업계에 따르면, 업비트에서 27일 새벽 4시42분경 445억원 규모의 코인을 도둑맞는 사건이 발생했다. 금융감독원과 한국인터넷진흥원(KISA)은 즉각 현장 조사에 착수했다. 정부 당국은 해킹 패턴과 정황을 토대로 북한 정찰총국 산하 해킹조직 '라자루스'의 소행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조사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업비트 운영사 두나무는 일부 솔라나 네트워크 계열 디지털자산에서 비정상적인 출금 행위가 탐지됐다고 27일 낮 12시 33분에 공지했다. 솔라나 네트워크 계열 디지털자산은 블록체인 플랫폼 '솔라나'를 기반으로 발행된 토큰을 말한다. 구체적으로 시가총액 6위인 솔라나와 7위 USD코인(USDC)을 비롯해 오피셜트럼프(TRUMP), 펏지펭귄(PENGU), 오르카(ORCA) 등 24개 가상자산이 담긴 핫월렛(Hot Wallet)에서 비정상적인 출금이 감지됐다. 핫월렛(Hot Wallet)은 온라인 상태의 지갑을 의미하며, 인터넷이 연결된 상태에서 거래 정보를 주고받을 수 있다. 이와 반대되는 개념인 콜드월렛(Cold Wallet)은 오프라인 상태의 지갑으로 인터넷과 단절된 장치에 만들어진다. 박춘식 전 아주대 사이버보안학과 교수는 현장 조사를 해봐야 알 수 있다면서도 “가상자산 거래소에는 내부망도 많이 있다"며 “만약 서버가 해킹되면 전자지갑 정보나 고객 정보, 코인 정보 등 여러 정보를 해킹해서 코인을 탈취할 수 있다"고 말했다. 해커는 업비트의 핫월렛에서 코인을 빼돌린 뒤 수십 개 지갑으로 자산을 쪼개 전송하고 쪼개진 자금 일부는 허브 역할을 하는 중간 지갑에 다시 모았다. 빼돌린 코인을 솔라나와 이더리움으로 일원화해 현금화를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다. 박춘식 전 교수는 “탈취한 코인을 여러 곳으로 쪼개서 보내고 섞는 등 자금을 세탁하는 여러 방법이 있다"며 “그걸 추적하는 방법도 있긴 하지만 결국은 찾기가 어렵다"고 설명했다. 라자루스가 배후로 지목되는 이유로 해킹 수법이 과거 사례와 비슷하다는 점이 꼽힌다. 라자루스는 2022년 '엑시 인피니티'의 사이드체인 '로닌'을 해킹할 때 다수의 핫월렛에서 자산을 빼돌린 뒤 특정 지갑으로 모으고, 다시 여러 지갑으로 분산하는 방식을 사용했다. 업비트는 6년 전 같은 날인 2019년 11월 27일에 이더리움 34만2000여개(당시 시세 580억원)를 도둑맞는 사건을 겪었는데, 5년 뒤 경찰청은 북한 해킹조직 라자루스와 안다리엘 소행이라고 발표했다. 당시 탈취된 가상자산 절반 이상은 공격자가 만든 것으로 추정되는 가상자산 교환사이트 3곳을 통해 시세보다 2.5% 싼 가격에 비트코인으로 바뀌었고, 나머지는 해외 51개 거래소로 분산 전송 후 자금을 세탁했다. 현장검사에 나선 금융당국은 말을 아끼고 있다. 금융감독원 관계자는 “현장 조사에 나선 건 맞다"면서 “해킹을 당했으니 내부 통제가 부족했던 점, 소비자 피해가 있는지 등을 보고 있다"고 말했다. 경찰청 국가수사본부 사이버테러수사대 또한 내사에 착수했다. 업비트는 “고객 자산에 어떤 피해도 발생하지 않도록 업비트 보유 자산으로 전액 보전할 예정"이라며 “나아가 모든 자산에 대해 더욱 강화된 보안 절차를 적용해 점검을 진행 중이다. 강화된 보안 체계를 바탕으로 안전한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빗썸은 전혀 다른 성격의 이슈로 규제당국의 압박을 받고 있다. 빗썸은 최근 호주 가상자산 거래소 스텔라(Stellar)와 진행해 온 스테이블코인 '테더(USDT)' 오더북(호가창) 공유를 전면 중단하기로 결정했다. 당초 빗썸은 글로벌 유동성 확대를 위해 지난 9월 스텔라와 오더북 연동을 추진해 왔다. 오더북 공유는 서로 다른 거래소의 매수·매도 주문 내역을 실시간으로 연동하는 방식이다. 빗썸 이용자가 올린 주문뿐만 아니라 제휴된 해외 거래소 이용자의 주문도 하나의 호가창에서 체결할 수 있다. 거래량이 부족한 신설 마켓에서 풍부한 유동성을 확보해 매수·매도 간 가격 차이를 줄이고 체결 속도를 높일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그러나 FIU가 지난달 1일부터 해당 건에 대해 현장 조사를 이어가면서 상황이 급변했다. FIU의 조사는 통상 1~2주가 일반적이지만, 이번 조사는 수차례 연장돼 이달 말까지 이어지고 있다. 금융당국은 해외 거래소와 오더북 공유를 자금세탁방지(AML) 우려에 따라 사실상 제한하고 있다. 해외 거래소가 국내 특정금융정보법 수준의 AML·고객신원확인(KYC) 체계를 갖추지 못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특히 규제당국은 스테이블코인 테더 특성상 자금세탁 위험이 크다고 판단하고 있다. 테더는 가격 변동성이 낮아 자금이 동에 활용되기 쉽다. 반면 업계 일각에서는 “오더북 공유 자체는 글로벌 거래소 간 유동성 확보를 위한 일반적 협력 방식"이라는 의견도 제기된다. 업비트와 빗썸은 각각 보안 이슈와 규제 이슈라는 다른 성격의 도전에 직면했지만, 공통적으로는 사업 확장 국면에서 예상치 못한 리스크가 발생했다는 점에서 업계의 시선이 집중된다. 두나무는 네이버와 전략적 협력을 통해 기업 간 결합으로 시너지를 모색하던 중 해킹 사태를 맞았고, 빗썸은 내년 상반기 기업공개(IPO)를 목표로 하는데 금융당국의 현장 조사가 길어지면서 영향을 받을 가능성도 나온다. 가상자산 시장의 성장과 제도권 편입이 가속화되는 가운데, 대형 거래소들의 신뢰 확보는 필수 과제로 꼽힌다. 보안 강화와 리스크 관리 체계의 재정비가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가상자산업계 관계자는 “국내 주요 거래소를 둘러싼 불확실성이 커지면 투자자 심리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며 “각 사가 위기 대응력을 입증해야 시장 신뢰가 유지될 것"이라고 말했다. 최태현 기자 cth@ekn.kr

이달 외국인 역대급 ‘팔자’…코스피 순매도 1위 종목은?

이달 들어 국내 증시에서 외국인 투자자들이 역대 최대 규모로 순매도한 것으로 나타났다. 30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달 들어 28일까지 외국인 투자자들은 코스피 시장에서 14조4560억원 순매도했다. 이는 월별 외국인 코스피 순매도액 기준 역대 최대 수치다. 직전 사상 최대 순매도액은 지난 2020년 3월 기록한 12조5174억원이었다. 당시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인한 글로벌 경기 불확실성과 기업 실적 우려 등에 증시 전반의 투자 심리가 위축된 바 있다. 외국인은 코스피 시장에서 올해 9월과 10월 각각 7조4000억원, 5조3000억원어치 순매수하며 2개월 연속 매수 우위를 보였으나 3개월 만에 '팔자'로 돌아섰다. 올해 연간 기준으로도 외국인은 8조8028억원 순매도를 기록하고 있다. 이달 들어 미국 12월 금리 인하 기대감이 일부 약화한 데다, 인공지능(AI) 거품론이 번지면서 미국 기술주가 휘청이자 반도체주를 중심으로 투자 심리가 위축된 영향으로 풀이된다 외국인이 이달 가장 많이 순매도한 종목은 SK하이닉스로 8조7310억원어치 팔았으며, 삼성전자도 2조2290억원어치 순매도해 두 번째로 많이 팔았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차지한 순매도 비중은 76%에 달했다. 뒤이어 두산에너빌리티(7870억원), 네이버(6060억원), KB금융(5580억원) 등 순으로 많이 순매도했다. 반면 개인 투자자들은 이달 코스피 시장에서 외국인의 매물을 대거 받아내는 모습을 보였다. 이달 들어 28일까지 개인의 코스피 순매수액은 9조2870억원으로 역대 3번째로 많았다. 현재 개인의 월별 코스피 순매수액 기준 역대 1위는 지난 2021년 1월 기록한 22조3384억원이며, 2위는 2020년 3월 기록한 11조1869억원이다. 개인이 이달 가장 많이 담은 종목은 SK하이닉스로 5조9760억원어치 순매수했다. 삼성전자도 1조2900억원어치 순매수해 두 번째로 많이 담았다. 뒤이어 두산에너빌리티(9880억원), 네이버(8720억원), 삼성에피스홀딩스(6150억원) 등 순으로 많이 샀다. 증권가에서는 이미 외국인의 매도 규모가 큰 상황에서 외국인의 순매도세가 장기화하지는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반도체주 등 낙폭이 컸던 종목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는 제언이 나온다. 박성준 기자 mediapark@ekn.kr

[주간증시] FOMC 앞두고 숨 고르는 증시…금리·AI 변수에 촉각

금리 인하 기대감이 커지며 지난주 국내 증시는 소폭 상승했다. 구글이 출시한 제미나이 3.0이 우호적인 평가를 얻으면서 AI 모멘텀 회복 기대감도 부각됐다. 이번 주 증시는 12월 미국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를 앞두고 연준의 통화정책 컨센서스와 글로벌 유동성 흐름에 따라 방향성이 갈릴 전망이다. 다만 미국 연방정부 셧다운 여파로 주요 경제지표 발표가 FOMC 이후로 미뤄지면서 불확실성에 따른 변동성은 불가피하다는 분석이 나온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주 금요일 코스피 지수는 3926.59로 마감했다. 주 초반 3908.70으로 출발한 것에 견줘 17.89포인트 올랐다. 지난주 국내 증시는 12월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Fed)의 금리 인하 기대감이 확대되면서 코스피가 완만한 상승세를 보였다. 연준 이사들은 12월 금리 인하를 지지한다는 발언을 잇달아 내놓았다. 또한 차기 연준 의장으로 금리 인하를 강하게 주장하는 케빈 해싯 국가경제위원장이 유력하다는 보도가 나오면서 기대감이 한층 강화됐다. 인공지능(AI) 모멘텀도 증시 상승을 뒷받침했다. 구글이 최근 출시한 제미나이 3.0이 시장에서 긍정적 평가를 얻으며 알파벳을 중심으로 AI·반도체 투자심리도 회복했다. 제미나이 3.0 개발에 활용된 구글의 텐서처리장치(TPU)에 대한 관심이 커진 가운데 메타가 구글 TPU 도입을 논의한다는 소식까지 전해지며 관련 업종이 강세를 보였다. 특히 TPU에도 HBM이 탑재된다는 점에서 국내 반도체 업종 전반에 우호적인 수급이 유입됐다. 다만 외국인 투자자는 한 주간 매도 우위를 보이며 지수 상단을 제한했다. 11월 24~28일 기준, 외국인과 개인은 각각 2조1609억원, 1조3411억원을 순매도했고, 기관은 3조3320억원을 순매수했다. 외국인은 9월과 10월에 13조원 이상을 순매수하며 연간 누적 순매수로 전환했지만, 11월 들어 14.5조원을 순매도하며 사상 최대 규모로 팔아치웠다. 9월 이후 외국인 수급은 IT 업종, 특히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에 몰려있다. 9월과 10월 외국인의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순매수 대금은 8.7조원이고, 11월 순매도 대금은 10.9조원이다. 다만 전문가들은 외국인 자금이 추세적인 매도로 이어질 수준은 아니라고 평가했다. 염동찬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미국계 자금이 과거 6개월 이상 국내 주식을 순매도하는 구간은 항상 원·달러 환율이 1200원 이하의 원화 강세 시기였다"며 “미국계 자금 입장에서 원화가 약한 상황에서 추세적인 국내 주식 비중 축소의 이득은 제한적"이라고 설명했다. 이번 주 국내 증시는 금리 인하 기대감의 지속 여부, AI 버블론 확대 여부, 국내 경제지표 결과가 상승·하락 요인을 가를 전망이다. 먼저 하락 요인으로는 FOMC를 둘러싼 불확실성이 꼽힌다. 연준 내부에서도 금리 인하를 두고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지난 21일 연준 내 실질적 2인자로 불리는 존 윌리엄스 뉴욕 연방준비은행 총재가 단기적으로 “금리를 추가 조정할 여지가 남아 있다"며 매파적 기조를 내비쳤다. 시카고상품거래소(CME) 페드워치에 따르면, 이 발언 이후 시장에서 12월 금리를 25bp 내릴 가능성은 30%에서 28일 84%로 뛰었다. 다만 일각에선 최종 투표에서 동결과 인하가 6:6으로 맞설 가능성도 제기된다. 서상영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투표권이 있는 위원들 발언을 종합하면 6:6이 될 수 있기 때문에 1일에 있을 파월 연준의장의 발언이 중요하다"며 “사전 토론에서 6:6이 나오면 파월 의장의 협상 능력이 필요하다"고 전망했다. AI버블 논란이 다시 부각될 가능성도 있다. 1~2일 엔비디아가 주요 AI학회에서 발표에 나서고 AMD, 램 리서치, 아리스타 네트웍스 등이 'UBS 글로벌 테크 & AI 컨퍼런스'에 참석한다. 5일 열리는 마이크로소프트(MS) 주주총회에서 AI 투자와 비용 관련 질의가 집중될 것으로 보여 기술주 변동성이 확대될 수 있다. 반면 상승 요인으로는 글로벌 유동성 확대가 거론된다. 1일부터 연준의 양적긴축(QT) 중단이 본격화하며 시장 유동성 개선 기대가 커지고 있다. 여기에 수출·GDP 등 국내 지표가 견조하게 나오면 외국인 수급 환경이 개선될 수 있다. 김승혁 키움증권 연구원은 “셧다운 종료 이후 미 재무부의 일반계정(TGA) 방출은 '정부 재정지출→지급준비금 확대→레포 시장 유동성 여력 증가'로 이어져 단기 수급을 구조적으로 개선하는 효과가 있다"고 설명했다. 최태현 기자 cth@ekn.kr

연말 IPO 줄섰지만…11월 불장 뒤 급락, “공모주 시장 과열 경고음”

연말을 앞두고 11월 IPO 시장이 '따블', '따따블'을 기록하며 상장 훈풍을 보였지만, 급등 이후 급격한 조정이 이어지며 공모주 시장이 과열 국면으로 기울고 있다는 경고음도 동시에 커지고 있다. 연말까지 삼진식품, 세미파이브, 나라스페이스테크놀로지, 리보스메드, 알지노믹스, 아크릴 등 다수 기업이 상장을 예고하며 수요예측과 일반청약을 앞두고 있는 가운데상장 당일 주가 흐름에 대한 경계심도 높아지는 분위기다. 28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거래소 공모가 대비 등락률 자료를 바탕으로 분석한 결과, 2025년 10월 이후 상장한 IPO 종목 가운데 상장이후 최고가 대비 30% 이상 하락한 종목은 3개(약 15.8%)로 집계됐다. 전년 동기에는 상장 당일 30% 이상 급락한 종목 비중이 53%였지만, 올해 11월에는 15%로 낮아졌다. 올해 일부 기업은 상장 직후 급등세를 보였지만, 또 다른 종목들은 고점 대비 큰 폭으로 밀리며 낙폭을 키웠다. 다수 종목이 상장 직후 '따블'을 기록한 뒤 단기간에 조정으로 진입하는 흐름이 반복되면서 변동성이 현실화되는 모습이다. 이노테크는 고점 대비 약 50% 하락했으며, 명인제약과 세나테크놀로지도 30% 이상 밀리며 상당 부분 상승분을 반납했다. 개인투자자의 쏠림도 두드러진다. 지난주 코스닥 시장에서 개인은 4000억원 이상을 순매수했고, 신규 상장 종목이 개인 순매수 상위권에 대거 포함됐다. 그러나 NH데이터에 따르면 이달 신규 상장 기업 상당수에서 손실 투자자 비율이 70%를 웃돌며, 뒤늦게 진입한 투자자들이 고점 부담을 떠안는 구조가 나타났다. 2025년 10월 이후 상장한 IPO 가운데 상장이후 최고가 대비 30% 이상 하락한 종목은 △이노테크(-50.9%) △명인제약(-38.6%) △세나테크놀로지(-34.4%)다. 같은 기간 고점 대비 20% 이상 조정을 받은 종목도 △씨엠티엑스(-29.9%) △비츠로넥스텍(-23.5%) △큐리오시스(-22.3%) 등 6개로 집계됐다. 또한 △삼익제약(-16.5%) △그린광학(-14.7%) △더핑크퐁컴퍼니(-13.4%) △노타(-13.3%) 등도 두 자릿수 하락률을 기록하며 조정 구간에 들어섰다. 반면 2024년 같은 기간 상장한 IPO 32개 중 고점 대비 30% 이상 하락한 종목은 17개(53.1%)로, 올해보다 비중이 크게 높았다. △와이제이링크(-87.9%) △인스피언(-73.2%) △닷밀(-72.7%) △탑런토탈솔루션(-69.8%) 등 다수 종목이 60~80%대 급락을 기록해 변동성 수준에서도 큰 차이를 보였다. 고점 대비 40% 이상 급락한 종목 비중도 지난해는 13개(40.6%)였던 반면, 올해는 1개(5.3%)에 그쳤다. 올해가 전년과 다른 점은 기관 의무보유 확약 강화 등 제도 변화로 인해 상장 당일 급락세가 줄어든 데 있다. 다만 상장 당일 수익률에 대한 과도한 관심이 유지되면서 단기 기대감 중심의 매매가 강화되는 구조는 여전하다는 지적이다. 시장의 훈풍만 보고 진입한 개인 투자자들이 고점에 물리며 고점 부담을 떠안는 구조도 동시에 나타나고 있다. 상장 당일 수익률에 과도하게 민감한 반응이 이어지면서 단기 기대감 중심의 매매가 강화되는 모습이다. 시장에서는 이 같은 흐름을 두고 비정상적인 과열 양상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최종경 흥국증권 연구원은 “상장 첫날 주가가 과도하게 급등하는 것은 정상적인 시장 흐름이라 보기 어렵다"며 “부동산 시장에서 신축 아파트 가격이 하루 만에 급등하는 것과 유사한 과열 신호"라고 진단했다. IPO 시장이 회복 흐름에 올라섰다는 평가도 있지만, 급등과 급락이 반복되는 구조가 고착화될 경우 투자 신뢰 약화와 변동성 확대라는 부작용이 뒤따를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연말 IPO가 줄을 서 있는 상황에서 이제는 '첫날 수익률'이 아닌 기업의 본질을 바라보는 시각이 요구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증권업계 한 관계자는 “최근 개인 투자자들이 IPO를 기업 가치나 성장성을 보고 접근하기보다, '넣으면 수익이 난다'는 인식 아래 부동산 청약과 유사한 구조로 받아들이는 경향이 짙다"며 “이 같은 인식이 일부 기관 투자자에게까지 확산되고 있다는 점이 문제"라고 말했다. 이어 “실적이나 비즈니스 모델보다 상장 첫날 주가 흐름만을 보고 참여하는 사례가 늘어나면서 IPO 시장의 건전성이 훼손되고 있다"며 “현재 흐름은 장기 투자라기보다 단기 기대감에 기반한 과열 구조에 가깝다"고 설명했다. 또 다른 증권사 관계자도 “공모주가 기업 성장에 참여하는 투자 수단이 아니라 단기 차익을 노린 거래 이벤트처럼 IPO로 '치킨값 벌자'는 말이 나온다"며 “이 같은 흐름이 이어질 경우 기업과 투자자 모두 리스크를 떠안게 되는 구조가 반복될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윤수현 기자 ysh@ekn.kr

원화 환율 고공행진에도 美주식 늘린 투자자들…순매수 1위 종목은?

미국 달러화 대비 한국 원화 환율이 고공행진을 이어가고 있지만 해외 주식에 대한 투자자들의 수요는 더욱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국내 증시가 이달 들어 흔들린 모습을 이어가자 투자 수요가 미국 주식 등에 몰린 것으로 풀이된다. .29일 금융투자협회와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지난 26일 기준 투자자 예탁금은 77조9546억원으로 집계됐다. 지난달 말 85조4569억원이었던 것과 비교하면 약 한 달 사이 7조5023억원 감소했다. 투자자 예탁금은 투자자가 증권사 계좌에 넣어 둔 잔금의 총합으로 통상 주가 상승을 기대하는 투자자가 많을수록 늘어나는 경향을 보인다. 그러나 이달 들어 국내 증시가 출렁이자 투자자 예탁금이 감소한 것으로 풀이된다. 코스피는 같은 기간 3.57% 하락했고 코스닥 지수는 2.57% 내렸다. 특히 코스피의 경우 하루가 멀다고 3% 안팎으로 등락을 거듭하면서 지난 26일 종가 기준 4000선 아래로 주저앉기도 했다. 지난달 거침없는 상승세로 지수가 20% 가까이 오른 것과 대비된다. 반면 국내 투자자의 미국 증시에 대한 매수세는 지속했다. 이달 들어 지난 26일까지 국내 투자자는 미국 주식을 55억1298만 달러(약 8조837억원) 순매수 결제했다. 이 기간 순매수 결제액 1위 종목은 엔비디아로, 금액은 7억7591만 달러(약 1조1379억원)를 기록했다. 원/달러 환율이 1475원을 넘으며 고공 행진을 하는 가운데서도 미국 주식에 대한 매수세는 좀처럼 꺾이지 않는 모양새다. 이번 달 원/달러 환율은 2.75% 상승했다. 지난 20일에는 종가 기준 1475.00원까지 치솟았다. 이에 한국은행과 정부 측에서는 내국인의 공격적인 미국 주식 매수세에 대한 우려를 내비치고 있다. '서학 개미'의 공격적인 투자에 환전 수요가 폭발하면서 환율이 오르고 있다는 분석이 그 배경이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최근 기자 회견에서 원/달러 환율이 1500원대로 진입할 우려에 대해 “레벨(수치)에 대해서 걱정은 안 한다"면서 “지금 (환율이) 1500원을 넘는다면 이는 한미 금리차나 외국인 때문이 아니고 단지 내국인들의 해외 주식 투자가 많기 때문"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서학 개미는 인터넷 토론방 등에서 불만을 쏟아내고 있다. 작금의 환율 상승은 미국 주식 투자자의 환전 수요 외에도 국민연금의 해외 투자나 수출 업체의 달러 보유 등 복합적인 요인에 따른 결과인데 투자자에게만 그 탓을 돌리고 있다는 불만이다. 박성준 기자 mediapark@ekn.kr

삼바, 분할 재상장 첫 주 ‘약세’...‘순수 CDMO’ 기대 높지만 시장은 관망

삼성바이오로직스가 인적분할 이후 재상장한 첫 주, 주가가 예상과 달리 약세다. 재상장 직후 증권가는 기업가치 재평가를 근거로 긍정적인 분석을 잇달아 내놓았지만, 시장은 관망세를 이어가는 모양새다. 28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지난 24일 코스피 재상장 이후 4거래일간 종가 기준 179만9000원에서 164만6000원으로 8% 하락했다. 거래량도 재상장일 56만주에서 6만주대로 줄며 수급 불안이 부각됐다. 3주간 거래정지 이후 투자 주체가 다시 재편되는 과정에서 단기 조정이 나타났다는 분석이다. 지난 24일부터 25일까지 재상장 직후 증권사들은 삼성바이오로직스의 목표주가를 200만~230만원으로 제시했다. 재상장을 계기로 기업가치 평가체계가 달라졌다는 판단을 기반에 두고 있다. 증권가는 공통적으로 “삼성바이오로직스가 분할을 통해 순수 위탁개발생산(CDMO) 기업으로 재정의됐다"고 평가했다. 삼성에피스홀딩스가 분리되면서 복합가치 구간이 해소됐고, 기업 분석도 CDMO 산업 특성에 맞춰 EV/EBITDA·순이익 중심의 방식으로 재편됐다는 설명이다. 이는 생산능력과 수익성이 기업가치의 핵심 축이 되는 CDMO 산업 특성이 평가에 반영된다는 의미다. 증권가의 실적 전망은 2025~2026년에 집중돼 있다. 4공장 풀가동과 5공장 램프업, 대형 수주 확대로 실적 레버리지가 본격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미래에셋증권·대신증권·상상인증권은 재상장 직후 내년과 내후년을 '삼성바이오로직스 실적 전환의 핵심 구간'으로 제시했다. 실적 전망치도 거의 같은 범위에서 잡혔다. 증권가가 제시한 내년 매출액은 4조4000억~5조4000억원, 영업이익은 2조~2조3000억원 수준이다. 영업이익률(OPM)은 40~46% 범위에서 유지될 것으로 예상됐다. 대규모 생산능력(CAPA) 확충 이후 가동률 상승과 배치 가격 인상, 운영 효율 개선이 이어지면서 수익성이 강화될 것이라는 분석이다. CAPA 확장에 따른 매출·이익 확대도 공통적인 관전 포인트다. 5공장은 올해부터 가동에 들어갔으며 내년부터 매출 기여가 본격화될 전망이다. 최근에는 1조5000억~2조원대 신규 계약이 연달아 체결되며 대형 수주 흐름이 강화됐다. 생산능력이 빠르게 채워지는 만큼 6공장 착공 가능성도 거론된다. 중장기적으로는 8공장까지 이어지는 확장 시나리오가 유지된다. 증권가가 재상장 직후 목표주가를 200만~230만원 구간으로 상향한 것도 이 같은 구조적 변화에 기반한다. 미래에셋증권은 CDMO 가치 105조원과 순현금 1조원을 반영해 목표주가 230만원을 제시했다. 대신증권은 유통주식수 감소 효과를 반영해 목표주가를 150만원에서 220만원으로 상향했다. 상상인증권은 2030년 순이익을 현가로 환산하는 장기 모델을 적용해 목표주가를 200만원으로 설정했다. 이는 단기 가격 흐름과는 별개로, 재상장 이후 평가체계가 단일 CDMO 모델로 정리된 점은 공통적으로 강조되는 변화다. 수주 기반이 넓어지고 공장 가동률이 안정화되는 시기와 5공장 실적 반영 시점이 겹치면서 밸류에이션 상향 요인이 누적되고 있다는 평가다. 다만 시장은 단기적으로 관망세를 유지하는 모습이다. 재상장 후 거래량 급감과 차익 실현 물량이 겹치면서 수급 불안이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증권가의 실적 추정은 상향되고 있지만, 실제 주가는 파란불 흐름 속에 단기 조정을 받는 모습이다. 이희영 대신증권 연구원은 “3주간의 거래정지 이후 수급 재편 과정에서 단기 변동성은 불가피하나, 동사의 주가 방향성은 우상향으로 전망한다"며 “분할 후 순수 CDMO 기업으로 수주 경쟁력이 강화될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장하은 기자 lamen910@ek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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