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원물산, 곳간엔 쌓인 400억…지분만 늘어난 오너 2세[상폐워치]

유가증권시장 상장사 태원물산이 시가총액 미달로 관리종목에 지정됐다. 회사가 보유한 순자산가치에도 못 미치는 수준까지 시가총액이 떨어진 결과다. 부채비율이 11%에 불과할 정도로 재무구조는 안정적이지만, 정작 그 안전성을 만든 자본은 투자나 주주환원 등에 쓰이지 않고 쌓여있다. 이런 상황에 태원물산 오너 2세는 꾸준히 지분을 확대하고 있다. 20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태원물산은 지난 13일 30거래일 연속 시가총액이 300억원을 밑돌면서 관리종목에 지정됐다. 20일 종가 기준 태원물산 시가총액은 162억원이다. 올해 상반기 순자산 392억원의 절반에도 못 미친다. 주가를 주당순자산가치(BPS)로 나눈 주가순자산비율(PBR)은 0.41배 수준이다. 회사를 그대로 청산해도 지금 주가보다 두 배 넘는 가치가 남는다는 뜻이다. 태원물산의 사업보고서 5년치를 분석한 결과, 재무 건전성만 놓고 보면 태원물산은 상장폐지를 걱정할 회사가 아니다. 올해 상반기 말 기준 부채는 44억원, 자본은 396억원으로 부채비율은 11.1%에 그친다. 부채 대부분은 매입채무 등 영업성 채무로, 이자를 내는 차입금은 없는 것으로 파악된다. 유동비율은 지난해 말 3631%까지 치솟았다가 올해 상반기 2323%로 다소 낮아졌지만, 여전히 극단적으로 높은 수준이다. 2023년 울산 공장 매각대금 302억원이 회사로 들어오고 단기 유동부채가 크게 줄어든 결과다. 문제는 이렇게 쌓인 자본이 어디로도 가고 있지 않다는 점이다. 태원물산의 자산 중 88%는 유동자산이다. 그중 82%는 예금 등 현금성 자산이다. 적자를 이어오는 본업 재투자나 신사업 확장, 대규모 주주환원 등 어디에도 쓰이지 않고 있는 셈이다. 2021년부터 지난해까지 5년간 배당금 총액은 47억원이다. 올해 상반기 처음 결정한 자사주 매입 8억원을 더해도 5년 반 동안 누적 주주환원은 55억원 수준으로 자본총계의 14% 남짓에 그쳤다. 투자업계(IB) 한 관계자는 “투자나 주주환원 등 어떤 방향으로든 자본을 써야 결과가 나오는데 그런 행동이 없거나 잘 드러나질 않는다"고 평가했다. 태원물산은 석고와 자동차부품을 제조·판매하는 전통 제조업체에서 식품 수입 유통과 IP 사업 등 신사업으로 무게 중심을 옮기고 있다. 태원물산은 1955년 설립해 오랫동안 석고와 자동차부품을 만들고 팔았다. 2019년 매출 219억원 중 자동차부품이 166억원(75.7%), 석고가 53억원(24.3%)을 차지했다. 석고 사업은 2021년 말 영업정지를 결정했다. 원료 석고 고갈과 대체 석고 확산으로 가격 경쟁력을 잃으면서다. 2023년 12월에는 석고를 만들던 울산 공장 부지도 302억원에 매각했다. 이후 자동차부품 단일사업 체제가 됐지만, 한국GM 등 소수 매출처 의존도가 높고 수요 자체가 줄면서 매출은 2019년 166억원에서 지난해 62억원까지 쪼그라들었다. 이 공백을 메운 게 식품 수입·유통업이다. 2023년 말 정관에 식품 관련 사업 목적을 추가했다. 냉동 디저트 브랜드 '사몬타나' 등을 수입·유통했다. 지난해에는 마른김, 유제품 등 취급 품목을 넓혔다. 그 결과 식품사업 매출이 지난해 87억원을 기록했다. 전체 매출의 58.3% 수준이다. 처음으로 자동차 부품(41.7%)을 제치고 매출 비중 1위 사업 부문이 됐다. 하지만 지난 5년간 한 번도 영업 적자를 벗어나진 못했다. 적자 규모도 2021년 4억9000만원에서 2022년 5억3000만원, 2023년 8억1000만원, 2024년 8억9000만원, 지난해 9억8000만원으로 해마다 커졌다. 2024년에는 울산 석고사업 부지를 302억원에 매각하며 순이익이 175억원까지 뛰었지만, 이는 일회성 중단 영업이익일 뿐 본업인 자동차 부품·식품 사업의 적자 흐름과는 무관했다. 태원물산은 올해부터 글로벌 지식재산권(IP) 기반 브랜드 기업으로 전환할 계획을 밝혔다. 올해 정기 주주총회를 열고 정관에 화장품, 건강기능식품, 지식재산권(IP) 라이선싱 등 사업 목적을 추가했다. 다만 올해 상반기 IP사업 매출은 7억7700만원으로 전체의 8.6%에 그쳤다. 회사 관계자는 의 상장폐지 대응에 관한 질의에 “현재 확정된 사안은 자사주 매입 중인 것"이라며 “확정된 사항 외에는 말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눈에 띄는 건 남기영 대표 아들인 남윤현 전무의 지분 확대다. 최대주주인 남기영 대표이사의 특수관계인 중 남윤현 이사의 지분은 최근 5년간 0.69%에서 5.78%로 8배 넘게 늘었다. 특히 올해 1월 21일에는 남 대표와 같은 세대인 친인척 남기수씨가 보유주식 전량(26만6442주)를 시간외매매로 남윤현 전무에게 팔았다. 취득 단가는 3245원이다. 남윤현 전무는 공시에서 근로소득 등 자기자금으로 주식 취득 자금 8억6460만원을 마련했다고 밝혔다. 다른 특수관계인 9명의 지분이 5년간 전혀 변동되지 않은 것과 대조적이다. 시장 일각에서는 오너 일가의 승계 작업이 진행되고 있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최태현 기자 cth@ekn.kr

환율 1300원대인데 수익률 지지부진…‘원화 강세 수혜주’ 언제 웃나

원·달러 환율이 1300원대로 되돌아왔지만 원화 강세 수혜가 기대되는 업종에는 아직 훈풍이 불지 않고 있다. 환율 하락에 비용 부담 완화가 예상되는 항공·음식료 등 관련 업종의 수익률은 지지부진하다. 증권가에서는 국내 증시 외국인 수급 개선과 기업의 달러 매도 등을 근거로 환율의 추가 하락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다. 원화의 추가적 강세 국면이 관련 업종의 주가 흐름을 바꿀 수 있을지 주목된다. 20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1392.8원을 기록하며 주간 거래를 마쳤다. 전일 환율은 주간 종가 기준 1397.7원을 기록하며 약 11개월만에 1400원대 밑으로 내려왔다. 같은 날 원화 강세 수혜주로 평가받는 운송·창고(-2.41%) 음식료(-0.92%) 유통(-4.45%) 업종의 수익률은 일제히 하락했다. 통상 원화 가치 상승은 원재료를 해외에서 들여오거나 달러로 비용을 지급하는 기업의 부담을 덜어주는 요인으로 꼽힌다. 항공업의 경우 유류비와 항공기 임차료 등 달러로 지급하는 비용이 적지 않고, 음식료 업체 역시 일부 원재료를 해외에서 수입한다. 원화 가치가 오르면 같은 달러화 비용을 지급하는 데 필요한 원화가 줄어드는 구조다. 하지만 환율의 가파른 하락에도 이들 업종의 수익률은 예상만큼 오르지 못하고 있다. 환율 하락이 기업의 실적과 주가에 즉각적으로 반영되지는 않은 것으로 풀이된다. 환율 하락이 곧바로 기업의 기초체력(펀더멘털) 개선을 의미하지 않는 데다, 하락세의 지속 여부를 확인할 필요가 있다는 설명이다. 최제민 현대차증권 연구원은 “환율 하락이 기업 펀더멘털 변화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라며 “기업마다 환헤지를 비롯해 환율관리하는 방식과 노출도가 다르고 실적 경과 역시 지켜봐야 하므로, 환율 효과가 시장에 즉각적으로 반영되지는 않는다고 본다"고 말했다. 시장에서는 이들 업종의 향후 수익률을 가를 변수 중 하나로 환율의 추가 하락 여부를 지목하고 있다. 원화 강세가 이어질 경우 관련 기업의 실적과 주가에 우호적으로 작용할 수 있어서다. 증권가에서는 원화 강세 흐름이 더 이어질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한국투자증권은 올해 하반기 원·달러 환율 평균 전망치를 1470원에서 1420원으로 하향 조정했다. 올해 3분기와 4분기 평균 환율은 각각 1430원, 1410원으로 예상했다. 연말까지 적정 범위는 1340~1520원으로 제시했다. 특히 1400원선을 뚫고 내려앉은 만큼 단기적으로 원·달러 환율의 하락 동력이 더 이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문다운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반도체 업황을 반영한 성장 호조와 달러 유동성 확대,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상으로 거시적 환경이 미국 대비 우호적이다"라며 “환율 상승에 대한 기대가 잡힌다면 내년까지도 환율 하락 흐름을 예상해볼 수 있다"고 말했다. 국내 증시를 둘러싼 외국인 수급 변화도 원화 강세를 뒷받침할 요인으로 거론된다. KB증권은국내 증시에서 외국인 매도세가 7월부터 주춤한 데 이어 이달 초순을 넘어서며 매수세를 보이고 있다고 분석했다. 국내 기관과 개인의 해외투자 역시 지난해보다 축소된 것으로 추정했다. 상반기보다 외환시장의 수급 불확실성이 완화됐다는 평가다. 올해 하반기 기업의 환전 수요가 확대되면서 환율 하락세를 견인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올해 상반기 환전이 미뤄지면서 기업이 보유한 달러가 늘어났고, 이 물량이 추가로 외환시장에 나올 가능성이 거론되면서다. 신한투자증권은 기업 외화예금 잔액이 최근 5개년 평균보다 약 200억 달러(한화 약 27조8940억원) 더 쌓인 것으로 추정했다. 올해 상반기 무역흑자가 누적된 데다 원화 약세 전망으로 기업들이 환전을 미뤘다는 설명이다. 이진경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환율이 고점에서 하락하는 국면에서는 그동안 환전을 유보했던 기업이 분할 환전에 나설 유인이 커진다"며 “누적된 대기 물량이 실제 외환시장 수급으로 전환될 가능성이 높다"고 설명했다. 김태환 기자 kth@ekn.kr

美 금리 안정·40조원 주주환원에 코스피 6850선 돌파[마감시황]

코스피가 미국 장기 국채금리 진정세와 SK하이닉스 대규모 주주환원 기대에 힘입어 3거래일 만에 상승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날 코스피 지수는 전 거래일보다 5.89%(381.41포인트) 오른 6852.58에 마감했다. 이날 증시가 급등하면서 오전 9시 57분에는 코스피 매수 사이드카가 발동했다. 투자자별 매매 동향을 보면 개인과 기관은 각각 2조2714억원, 4904억원을 순매도했다. 외국인은 1조7079억원을 순매수했다. 최근 증시를 짓누르던 미국 장기 국채금리가 진정된 것이 투자심리 개선에 긍정적으로 영향을 준 것으로 풀이된다. 미국 재무부는 만기가 10~20년, 20~30년 남은 장기 국채의 바이백 규모를 현재 회당 20억달러에서 최소 두 배 이상 확대하기로 했다. SK하이닉스가 전날 대규모 주주환원 계획을 발표한 데 이어 이날 삼성전자도 100조원대 주주환원 정책을 의결할 예정이라는 보도가 나오면서 반도체를 포함한 국내 증시 전반에 긍정적인 영향을 줬다. 시가총액 상위 종목은 대부분 강세였다. 삼성전자(+9.49%), SK하이닉스(+12.73%), 삼성전자우(+10.07%), SK스퀘어(+11.85%) 등 반도체 대형주는 급등했다. 전날 SK하이닉스가 40조원 규모 자사주 매입·소각과 잉여현금흐름의 50% 이상을 주주환원에 쓰겠다고 공시한 영향으로 풀이된다. SK증권(+29.79%)은 약 40조원에 이르는 SK하이닉스 자사주 매입을 위한 위탁중개기관으로 단독 선정되면서 상한가를 기록했다. 업계에서는 전체 자사주 매입 규모를 고려하면 최소 40억원에서 200억원의 수수료 수익이 발생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이는 회사 2분기 순이익 355억원의 약 11~59%에 달한다. 코스닥 지수는 전 거래일보다 1.99%(16.43포인트) 오른 840.39에 마감했다. 투자자별 매매 동향을 보면 개인과 기관은 각각 9억원, 1124억원을 순매수했다. 외국인은 1278억원을 순매도했다. 이날 달러당 원화값은 전 거래일 종가보다 5.1원 내린 1392.6원에 주간거래를 마쳤다. 최태현 기자 cth@ekn.kr

[기자의 눈] 속도전에 갇힌 상장폐지, 흑자 기업까지 벤다

주가와 시가총액이 낮아서 관리종목에 지정되는 기업이 눈에 띄게 늘었다. 지난달부터 한국거래소가 강화된 상장폐지 기준을 적용하면서 12일에만 36개 종목이 관리종목 명단에 올랐다. 최근 30거래일 시가총액이 코스피 300억원, 코스닥 200억원에 못 미치거나, 주가가 1000원 미만인 '동전주'가 대상이다. 이후 90거래일 안에 45거래일 이상 기준을 넘기지 못하면 상장폐지로 이어진다. 이르면 10월 첫 퇴출 사례가 나올 전망이다. 금융당국이 이런 강수를 둔 배경은 코스닥 시장이 오랜 기간 정체되어 있기 때문이다. 지난 20년간 코스닥 상장사는 343개에서 1821개로 다섯 배 넘게 불었지만 지수는 600선에서 900선을 맴돌았다. 상장은 넘쳐나되 부실기업 퇴출은 더딘 '다산소사' 구조 탓이다. 동전주만 코스닥에 156개로 코스피의 세 배에 달했고, 이들은 자본잠식과 감사의견 거절을 반복하며 개인투자자를 수년간 손실 속에 붙들어놓았다. 그러나 이 칼끝은 부실기업만 겨누지 않는다. 중소기업중앙회에 따르면, 시가총액 200억원 미만 코스닥 상장사 149곳 중 30.2%가 흑자 기업이다. 실제로 영업이익이 두 배 가까이 늘었거나 우량기업부·라이징스타에 속한 회사까지 관리종목에 이름을 올렸다. 지정 후 주가 급락과 거래정지가 시가총액을 더 끌어내리는 악순환도 우려된다. 자본시장연구원은 퇴출 위기에 몰린 기업의 인위적 주가 부양이나 가장납입 같은 불법행위가 오히려 늘어날 수 있다고 경고한다. 정보에서 소외된 소액주주가 가장 먼저, 가장 크게 손실을 떠안는다는 점도 되풀이되는 우려다. 한국처럼 예외 없는 자동 산식으로만 미달 여부를 가르는 방식이 능사는 아니다. 미국 나스닥 역시 최저주가 미달이라는 정량 기준을 쓰지만, 통지 후 180일에 추가 180일까지 유예를 주고 그래도 부족하면 독립 청문위원회에 이의를 제기할 길을 열어둔다. 도쿄증권거래소도 기준 미달 기업에 '적합 계획서' 제출과 최대 1년 개선기간을 준 뒤에야 퇴출 절차에 들어간다. 같은 정량 기준이라도 회복 시간과 이의 절차를 넉넉히 준다는 점이 한국과 다르다. 부실기업 퇴출은 늦출 이유가 없다. 다만 그 칼끝이 일시적 위기에 놓인 흑자 기업과 소액주주의 재산권까지 겨눠서는 안 된다. 지금처럼 이의를 제기할 절차 자체가 없다면, 상장폐지에 내몰린 기업과 투자자는 결국 거래소를 상대로 한 소송에서 답을 찾으려 할 것이다. 나스닥과 도쿄가 갖춘 유예와 이의신청 절차를 한국도 갖출 때, '신속'과 '공정'이 함께 설 수 있다. 최태현 기자 cth@ekn.kr

[특징주] 삼양바이오팜, 모더나 급등·mRNA 기술력 부각…강세

20일 장 초반 삼양바이오팜이 강세다. 앞서 미국 증시에서 글로벌 제약사 모더나의 암 치료제 임상 3상 성공 소식이 전해지며 관련 기술을 보유한 삼양바이오팜에도 매수세가 몰리는 것으로 풀이된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날 오전 9시 55분 현재 삼양바이오팜은 전 거래일 대비 1만1100원(+25.64%) 상승한 5만4400원에 거래 중이다. 삼양바이오팜은 메신저 리보핵산(mRNA) 암 백신 개발에 주력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삼양바이오팜은 회사가 개발한 mRNA 기반 약물 전달체 플랫폼 '나노레디' 연구 결과가 국제학술지(Journal of Controlled Release)에 실렸다고 발표했다. 전일 미국 증시에서 모더나가 mRNA 암 백신 임상 3상에서 목표를 달성했다는 소식에 주가가 급등하면서 국내 mRNA 기술 보유 기업 삼양바이오팜에 대한 투자심리가 활성화되는 것으로 보인다. 김태환 기자 kth@ekn.kr

산이 높으면 골은 깊겠지…증권사 2Q ‘역대급 성적표’, 하반기는 ‘실적 둔화·양극화’ 심화

국내 주요 증권사들이 올해 2분기 역대 최대 실적을 거뒀다. 증시 활황으로 거래대금이 급증하면서 위탁매매 수익이 크게 늘어난 영향이다. 상품운용과 투자은행(IB) 부문도 힘을 보탰다. 다만 2분기 실적은 정점에 가까웠을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 나온다. 증시가 조정을 받고 거래대금도 빠르게 줄고 있어서다. 특히 종합IB와 일반증권사의 실적 격차는 하반기 더욱 벌어질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호황의 과실이 대형 종합IB에 집중된 가운데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규제까지 강화되면서다. 20일 한국기업평가가 유효등급을 보유한 국내 26개 증권사의 올해 2분기 실적을 종합한 결과, 총 영업순수익은 10조5334억원으로 집계됐다. 종전 최대였던 올 1분기 8조4902억원보다 24.1% 증가하며 한 분기 만에 최고치를 다시 갈아치웠다. 같은 기간 영업이익은 4조7092억원에서 5조6579억원으로, 순이익은 3조5561억원에서 4조3324억원으로 늘었다. 모두 분기 기준 최대 규모다. 실적을 끌어올린 가장 큰 동력은 위탁매매였다. 2분기 위탁매매부문 수지는 5조3757억원으로 1분기 4조2880억원보다 25.4% 증가했다. 이 가운데 위탁매매수수료는 3조1476억원에서 4조1064억원으로 30.5% 늘었다. 신용공여금 수익도 9767억원에서 1조845억원으로 11.0% 증가했다. 증시 상승과 함께 투자자들의 거래가 급증한 영향이 컸다. 중동 지역의 지정학적 불확실성이 완화되고 반도체 기업의 실적 개선 기대가 커지면서 지난 4월 이후 코스피가 가파르게 상승했다. 이에 6월 일평균 증시 거래대금은 90조원에 달했다. 거래가 늘면서 증권사가 고객의 주식 매매를 중개하고 받는 수수료가 증가했고 신용거래에서 발생하는 이자수익도 함께 늘어난 셈이다. 다른 사업부문도 호조를 보였다. 2분기 상품운용 수지는 4조213억원으로 전분기 3조1686억원보다 26.9% 증가했다. 주식과 상장지수펀드(ETF) 운용손익 개선이 성장을 이끌었다. 금리 상승으로 채권평가손실이 이어졌지만 채권 이자수익이 이를 상당 부분 상쇄했다. IB부문 수지도 1조4452억원으로 전분기 1조1931억원보다 21.1% 늘었다. 특히 채무보증 관련 수수료가 같은 기간 4011억원에서 5424억원으로 35.2% 증가했다. 대출채권 이자수익 역시 4889억원에서 5128억원으로 4.9% 늘었다. 금리 상승과 금융시장 불확실성으로 주식자본시장(ECM)과 부채자본시장(DCM) 발행 규모는 전년 동기보다 위축됐지만 전분기보다는 소폭 회복됐다. 역대 최대 실적이라는 숫자 뒤에서는 증권사 간 격차가 더욱 뚜렷해졌다. 2분기 종합IB의 영업순수익은 8조4496억원에 달했다. 반면 중대형사와 중소형사를 합친 일반증권사의 영업순수익은 2조838억원 수준에 그쳤다. 이에 종합IB와 일반증권사 간 영업순수익 차이는 약 6조4000억원으로 전년 동기 3조7000억원보다 크게 벌어졌다. 단순히 위탁매매 경쟁력에서만 차이가 난 것도 아니다. 상품운용과 IB, 자산관리(WM) 등 사업 전반에서 대형사와 일반증권사의 실적 격차가 확대되고 있다. 증시 활황이 모든 증권사에 동일한 수준의 실적 개선으로 연결된 것은 아니라는 의미다. 격차는 특히 IB에서 두드러진다. 종합IB의 2분기 IB부문 수지는 1조2089억원으로 전년 동기 1조646억원보다 13.6% 증가했다. 같은 기간 일반증권사는 2752억원에서 2363억원으로 14.1% 감소했다. 한쪽은 두 자릿수 성장했지만 다른 한쪽은 오히려 뒷걸음질한 것이다. 자본력 차이가 실적 차이로 연결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종합IB는 유상증자와 대규모 이익 유보 등을 통해 자본을 확충한 데다 종합투자계좌(IMA)와 발행어음 등을 활용해 투자여력을 확대하고 있다. 이를 바탕으로 IB 사업을 키울 수 있는 기반이 마련됐다. 반면 일반증권사는 상대적으로 PF 의존도가 높은 상황에서 부동산 경기 회복이 지연되면서 IB 실적이 부진한 흐름을 이어가고 있다. 여기에 앞으로는 신규 부동산 투자를 둘러싼 규제 부담까지 커진다. 지난 7월 금융투자업규정 및 시행세칙이 개정되면서 증권사의 부동산 투자 규제 대상이 확대됐다. 기존에는 자기자본 대비 부동산 채무보증 한도를 중심으로 관리했지만 앞으로는 PF 채무보증뿐 아니라 부동산 관련 대출과 지분투자, 펀드 등을 모두 포함한 부동산 투자금액을 기준으로 한도가 적용된다. 증권사는 자기자본 대비 부동산 투자금액 비율을 올해 말까지 130% 이하로 유지해야 한다. 이후 한도는 매년 10%포인트씩 낮아져 2029년부터 100%가 적용된다. 부동산 투자에 적용되는 위험값도 사업 단계와 담보인정비율(LTV)에 따라 높아진다. 브릿지론 단계에는 60%, 본PF 단계에는 24%의 위험값이 적용된다. LTV가 60%를 넘으면 일부 투자형태의 위험값은 추가로 높아진다. 개정 기준은 지난달 8일 이후 신규로 취급한 부동산 투자부터 적용돼 기존 자산보다는 향후 신규 사업 과정에서 순자본비율(NCR) 부담을 높이는 요인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규제 강화의 영향 역시 증권사마다 다르게 나타날 가능성이 크다. 종합IB는 상대적으로 충분한 자본과 투자여력을 확보한 반면 일반증권사는 이익 유보와 자본 확충 여력이 제한적이다. 중·후순위 PF 채무보증 등 상대적으로 위험도가 높은 부동산 PF 비중도 높아 신규 투자 때 위험값 상승에 따른 NCR 부담이 더 크게 나타날 수 있다. 문제는 2분기 실적을 끌어올렸던 시장 환경이 하반기 들어 달라졌다는 점이다. 국내 증시 거래규모는 지난 6월 2087조원에서 7월 1458조원으로 약 30% 급감했다. 이달 들어 코스피가 일부 반등했지만 거래대금 감소세는 이어지고 있다. 2분기 사상 최대 실적의 가장 큰 동력이 위탁매매였던 만큼 거래대금 감소가 지속될 경우 증권사 실적 역시 영향을 피하기 어렵다는 진단이다. 상품운용 부문도 변수다. 2분기 상품운용 실적 개선이 주식·ETF 운용손익을 중심으로 이뤄진 만큼 증시가 다시 하락할 경우 관련 수익이 줄어들 수 있다. 여기에 시장금리 상승세가 이어지면 채권평가손실 부담도 커진다. 2분기 위탁매매와 상품운용 실적을 동시에 끌어올렸던 증시 호황이 하반기에는 오히려 실적 부담으로 돌아설 수 있는 셈이다. 시장 환경 악화에 따른 충격은 증권사마다 다르게 나타날 전망이다. 상반기 호황 속에서도 종합IB와 일반증권사의 실적 격차가 크게 벌어진 데다 자본력과 사업구조에서도 차이가 뚜렷하기 때문이다. 특히 일반증권사는 상대적으로 PF 의존도가 높은 상황에서 부동산 규제 강화까지 맞물리면서 하반기 실적 확보 부담이 더욱 커질 수 있다. 이혁진 한기평 선임연구원은 “7월 이후 증시 하락과 거래대금 감소로 위탁매매와 주식·ETF 운용을 중심으로 실적 개선 모멘텀이 다소 둔화될 가능성이 있다"며 “금리 상승세가 지속되고 있는 점도 실적 전반에 부담 요인"이라고 말했다. 이어 “부동산 투자금액 한도 신설과 위험값 상향 등 규제 강화로 신규 부동산 투자 부담도 확대될 전망"이라며 “특히 자본력이 상대적으로 열위한 일반증권사의 PF 신규 투자 부담이 더욱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고 덧붙였다. 장하은 기자 lamen910@ekn.kr

[특징주] SK하이닉스, 역대 최대 규모 주주환원 소식에 강세

SK하이닉스 주가가 20일 장 초반 강세다. 전날 40조원 규모 자사주 매입·소각과 잉여현금흐름(FCF)의 50% 이상을 주주환원으로 쓰겠다고 공시한 영향으로 풀이된다. 자사주 매입·소각을 수행할 단독 위탁중개업자로 선정된 SK증권도 강세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날 9시 5분 SK하이닉스 주가는 전 거래일보다 6.73%(10만1000원) 오른 160만1000원에 거래되고 있다. 같은 시각 SK증권은 11.08%(240원) 오른 2405원이다. SK하이닉스는 전날 정규장 마감 직후 40억원 규모 자사주·매입 소각을 공시했다. 국내 상장사 역사상 가장 큰 규모다. 2025~2027년 동안 발생한 누적 잉여현금흐름(FCF)의 50% 이상을 환원하겠다는 계획도 발표했다. 하이닉스는 이날부터 11월 19일까지 3개월에 걸쳐 40조원 자사주를 매입할 예정이다. 하루 주문 한도는 240만7000주다. 자사주 취득을 완료한 후 해당 기간에 취득한 자사주 전량을 소각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SK증권은 40조원 규모 자사주 매입 소각의 위탁중개업자로 단독 선정됐다. SK증권은 올해 상반기 432억원의 순이익을 냈다. 하이닉스 자사주 매입 중개로 인한 수수료는 상당할 것으로 예상된다. 최태현 기자 cth@ekn.kr

[단독] ‘상폐 위기’ 태원물산, 소액주주 행동 본격화 “임시주총 열어라”

코스피 상장사 태원물산이 시가총액 미달로 관리종목에 지정되자 소액주주가 회사에 임시주주총회 소집 청구서를 보낸 것으로 확인됐다. 회사가 상장폐지 위기에 처했지만, 적극적으로 대응하지 않는다고 판단한 주주가 직접 행동에 나선 것이다. 소액주주는 회사가 임시주총 소집을 거절하면 법원에 임시주총 소집 허가를 신청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19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태원물산 지분 4.99%를 가진 주주 이문의 씨는 전날 임시주주총회 소집 청구서를 회사에 보냈다. 이 씨는 과 통화에서 “6월부터 시가총액 미달로 상장폐지에 처할 수 있으니 자사주 매입 및 소각과 무상증자를 건의했다"며 “회사가 이를 거부해서 임시 주주총회를 열어달라고 요청하게 됐다"고 말했다. 이 씨가 회사에 요구한 임시주주총회 주요 안건은 주주가치 제고 조치 승인의 건과 주주가치 보호를 위한 신규 사외이사 1인 선임의 건이다. 주주가치 제고 조치 관련 안건으로 30억원 규모 자사주 매입 및 즉시 소각과 100% 무상증자를 제안했다. 30억원 규모 자사주 매입과 즉시 소각은 주가와 시가총액 부양을 위한 방안으로 제안했다고 이 씨는 밝혔다. 태원물산은 시가총액 미달로 관리종목에 지정된 만큼 주가 부양이 시급한 과제라는 판단이다. 태원물산은 지난 12일 관리종목에 지정됐다. 하반기부터 강화된 상장폐지 요건에 따라 코스피 시장은 30거래일간 시가총액 300억원을 밑돌면 관리종목에 지정된다. 이후 90거래일간 연속 45거래일 이상 기준을 웃돌지 못하면 상장폐지된다. 올해 말까지 상장폐지 요건을 넘기더라도 내년 1월 1일부터 코스피 시장은 시가총액 기준을 500억원으로 상향한다. 태원물산은 이날 시가총액 기준으로 두 배가량을 올려야 상장폐지 요건에서 벗어난다. 19일 태원물산은 주가 2100원에 시가총액 160억원으로 마감했다. 태원물산은 “주식가격 안정 및 주주가치 제고"를 위한 8억원 규모 자기주식을 취득하고 있지만, 주가는 자사주 취득 공시 당시(2430원)보다 떨어졌다. 이 씨는 “회사가 보유한 막대한 현금성 자산 중 2%에 불과한 미미한 수준"이라며 “코스피 상장유지 기준을 충족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한 '생색내기용 면피 대책'"이라고 주장했다. 회사는 올해 6월 30일 기준, 단기금융상품을 포함한 현금성 자산만 337억원을 보유하고 있다. 100% 무상증자 제안은 유동성 확대를 위해서다. 태원물산은 전체 발행주식총수가 760만주에 불과하다. 최대주주와 특수관계인 지분 43.99%와 2대주주 지분 11.14% 등을 제외하면 시장에서 거래되는 주식은 절반에도 미치지 못한다. 지난해 말 기준 소액주주 지분은 24.8%에 불과하다. 회사가 이번 임시 주주총회 소집 청구를 거부하면, 이 씨는 법원에 임시 주주총회 소집 허가를 신청할 예정이다. 상법 366조에 따르면, 발행주식총수 3% 이상을 가진 주주가 이사회에 임시총회 소집을 청구했지만 회사가 응하지 않을 때 법원의 허가를 받아 직접 주주총회를 열 수 있다. 이 씨는 태원물산 지분 4.99%를 가진 주주다. 태원물산 소액주주들은 주주행동 플랫폼 액트를 통해서 지분을 모으고 있다. 이날까지 37명 소액주주가 지분 9%를 모았다. 이 씨는 “회사는 상장폐지 대응에 손을 놓고 있는데, 주주들이 힘을 모아서 의견을 전달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금융투자업계 한 관계자는 “정당하게 지분 4.99%를 갖고 임시주총 소집 청구를 할 수 있는데, 청구 자체를 거부하면 법원으로 갈 수밖에 없다"며 “자사주 매입·소각과 무상증자는 이사회 결의 사항은 맞지만 주주들이 주주제안으로 주총 안건으로 올릴 수 있고 그 안건을 상정하면 투표해야 한다"고 말했다. 최태현 기자 cth@ek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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