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원화 스테이블코인이 많이 쓰이면 은행업은 수익이 악화하고, 증권업은 신규 사업 확대로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왔다. 다만 원화 스테이블코인의 쓰임새가 명확하지 않아 스테이블코인 확산을 위해서 실질적 유인 설계가 중요하다는 분석도 뒤따랐다. 22일 나이스신용평가는 '스테이블코인을 둘러싼 쟁점과 신용평가 시사점' 보고서를 냈다. 보고서에 따르면, 원화 스테이블코인이 활성화하는 것을 전제로 은행의 수익성 악화가 우려된다. 은행은 전통적으로 예금을 받고 대출을 내주는 예대마진을 중심으로 수익을 창출하는데, 스테이블코인의 준비금이 늘어날수록 은행 예금이 줄어들 수 있기 때문이다. 스테이블코인은 발행액의 100%에 해당하는 준비금을 안전자산으로 보유해야 한다. 이 준비금은 은행 예금과 구분되어 은행이 대출에 활용할 수 없다. 발행자의 운용 지시에 따라 단기 국채, 중앙은행 예치금 등으로만 운용된다. 이런 상황에서 은행이 스테이블코인 발행자가 아닌 준비금 수탁기관으로 머무를 경우 스테이블코인의 사용 확산에 따라 기존 예금 기반이 줄어들 수 있다는 의미다. 은행이 스테이블코인 발행자로 나서더라도, 이자 수익 감소는 피할 수 없다고 내다봤다. 준비금은 안전성과 환금성을 최우선으로 하기 때문에 운용수익이 대출을 통한 이자수익보다 낮을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이정현 나이스신용평가 연구원은 “대출 여력 축소는 이자수익 감소로 이어지며 특히 규모의 경제 확보가 중요한 은행업 특성상, 예금 유치를 위해 더 높은 금리를 제시할 유인이 발생할 수 있다"며 “결과적으로 조달비용 상승, 수익성 저하로 이어질 수 있다"고 내다봤다. 증권업은 스테이블코인을 활용해 토큰증권(STO) 발행과 유통 과정에서 결제·정산 수단으로 쓰일 수 있다는 점에서 중장기적으로 긍정적인 영향을 줄 것으로 나이스신용평가는 내다봤다. 증권업의 전통적인 수익모델인 위탁매매·기업금융(IB)·자기매매 등과 스테이블코인의 직접 관련성은 낮지만, 토큰증권과 같은 신규 사업영역 확대 및 수익기반 다변화 측면에서 기회 요인이라는 의미다. 토큰증권은 부동산, 미술작품 등 실물자산이나 비상장 지분 등 다양한 비정형 자산을 블록체인 상에서 소액 단위로 거래·유통할 수 있도록 만든 디지털 증권이다. 스테이블코인은 토큰증권 거래에서 디지털 현금처럼 쓰일 수 있다. 증권사는 향후 토큰증권 발행 주관, 유통 플랫폼 제공, 디지털 자산 관리 등 여러 영역에서 스테이블코인을 연계한 서비스를 만들 것으로 전망된다. 보고서에 따르면, 주요 글로벌 스테이블코인은 가상자산 거래와 디지털 자산 투자 목적으로 쓰이지만 원화 기반 스테이블코인은 실생활 결제, 송금 등 제도권 내 지급 인프라 수단으로 쓰일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원화는 국제 결제통화가 아니기 때문에 투자 목적으로 보유할 수요가 적고 원화 스테이블코인은 국내 시장에서 주로 쓰일 가능성이 높다. 달러 기반 스테이블코인은 글로벌 기축통화를 기반으로 하기 때문에 가상자산 거래, 국가 간 송긍 및 결제 등 이점이 있다. 주요 글로벌 스테이블코인 대부분은 USDT(테더)와 USDC(서클)가 차지하고 있다. 전체 스테이블코인 거래의 약 90%가 가상자산 거래 및 투자에 활용되고 있다. 반면, 국내는 이미 간편결제와 카드결제가 보편화되어 있어 결제 기반 스테이블코인을 도입해도 기존 시스템 대비 체감 우위를 확보하기 어렵다. 이정현 연구원은 “국내 스테이블코인의 제도적 안착과 실질적 확산을 위해서는 경제적 유인, 사용자 편의성, 사용처 확대 등 실용적 요건이 갖춰야 한다"고 조언했다. 최태현 기자 cth@ekn.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