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부가 전기차 충전요금과 충전시설 관리체계를 전면 손질한다. 공공 충전요금 체계를 출력별 원가 중심으로 개편한 데 이어 충전시설 관리기준도 새롭게 마련하며 가격체계와 관리체계를 함께 정비하는 것이다. 전기차와 충전기 보급이 빠르게 늘어난 만큼 이용자 부담은 합리화하고, 충전시설 운영과 유지관리 체계는 강화하겠다는 취지다. 기후에너지환경부는 지난 7월 전기차 공공 충전 로밍요금 개편안을 확정하고 이달 1일부터 새로운 요금체계를 적용했다. 기존 체계에서는 7킬로와트(㎾) 완속 충전기와 50㎾ 급속 충전기가 같은 요금 구간에 포함되는 등 충전속도에 따른 비용 차이가 충분히 반영되지 못했다. 최근에는 200㎾ 이상 초급속 충전기 보급이 빠르게 확대되면서 기존 2단계 체계만으로는 다양한 충전기의 원가 구조를 반영하기 어렵다는 지적도 이어졌다. 이에 정부는 요금체계를 △30㎾ 미만 △30~50㎾ △50~100㎾ △100~200㎾ △200㎾ 이상 등 5단계로 세분화해 출력별 원가를 보다 세밀하게 요금에 반영하도록 했다. 기후에너지환경부 탈탄소녹색수송혁신과 박판규 과장은 “충전 속도별 원가 차이를 실질적으로 연동시키기 위해 5단계로 세분화 했다"면서 “이용자 형평성 제고와 초급속 충전 인프라 투자 유인 확보라는 두가지 정책 목표를 함께 고려한 것이다"라고 밝혔다. 이번 개편으로 가장 큰 혜택을 받는 것은 완속 충전기 이용자다. 전체 공공 충전기의 89.3%를 차지하는 30㎾ 미만 충전기의 로밍요금은 ㎾h당 324.4원에서 295원으로 9.1% 인하됐다. 이에 맞춰 GS차지비와 SK일렉링크, 플러그링크, 파워큐브 등 주요 민간 충전사업자들도 완속 충전요금을 잇달아 인하했다. 반면 200㎾ 이상 초급속 충전요금은 인상됐다. 초급속 충전기는 고출력 충전기 설치를 위한 수전설비 증설과 한전 시설부담금, 공사비 등 초기 투자비가 크고 운영·유지 비용도 높은 만큼 출력별 원가를 보다 현실적으로 반영한 결과다. 실제 정부의 전기차 충전시설 보조금 지원 기준을 보면 급속 충전기 지원 상한은 50㎾급 1000만원, 100㎾급 2000만원, 200㎾급 4000만원, 350㎾급 7500만원으로 출력이 높아질수록 설치비 부담도 크게 증가한다. 이 같은 비용 구조를 요금에도 반영해 이용자 부담과 사업자의 투자 여건을 함께 고려했다. 정부는 요금체계 개편과 별도로 충전시설 관리기준 마련도 추진하고 있다. 지난 4월 「대기환경보전법」하위법령 개정안을 입법예고했으며, 관련 제도는 오는 11월 시행될 예정이다. 다만 기후에너지환경부는 로밍 요금제 개편은 지난해 말부터 제기된 현장 의견을 반영한 것이며, 충전시설 관리기준은 지난해 11월 대기환경보전법 개정에 따른 후속 하위법령 정비의 일환이라고 설명했다. 두 정책의 추진 배경은 다르지만, 결과적으로 전기차 충전 정책 전반을 손질하는 작업이 같은 시기에 진행되고 있는 셈이다. 개정안에는 충전시설 설치·운영자의 정보 등록 의무를 비롯해 충전기 위치와 실시간 이용 가능 여부 공개, 충전시설 관리기준 마련, 이를 점검할 전담 관리기구 지정 등의 내용이 담겼다. 관리기준을 위반할 경우 조치명령과 과태료를 부과할 수 있는 근거도 마련된다. 이용자는 충전기 위치와 이용 가능 여부 등을 보다 정확하게 확인할 수 있고, 사업자는 일정한 관리기준에 따라 시설을 운영해야 한다. 정부가 관리체계 마련에 나선 배경에는 빠르게 늘어난 충전 인프라와 사후관리 필요성이 있다. 기후에너지환경부에 따르면, 전기차 충전기 보급은 2030년 목표치인 123만기의 40%를 웃도는 수준까지 확대됐다. 반면 현장에서는 고장 충전기가 장기간 방치되거나 유지·보수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 사례가 꾸준히 제기되면서 설치 확대에 걸맞은 관리체계를 제도화해야 한다는 요구도 커졌다. 박 과장은 이에 대해 “현장에서는 고장 충전기가 장기간 방치되거나 유지·보수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는 사례들이 일부 보고되어 왔다" 면서 “문제 제기가 누적되며 설치 확대에 걸맞은 관리 체계의 제도화 가능성이 대두되었고, 이번 관리 기준 마련 조치의 직접적인 계기가 됐다"고 말했다. 이어 “향후에는 노후·고장 충전기에 대한 정기 점검 및 유지보수 의무화, 충전사업자 등록·관리요건 강화 등을 위한 사후관리 체계 보완 등을 추가 검토 과제로 다루어 나갈 계획"이라고 했다. 박서현 기자 shine@ek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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