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기차 배터리 제조사 공개가 시작된 지 2년이 지났지만 완성차 업체별 정보 공개 수준과 소비자 접근성에는 여전히 차이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22일 본지 확인 결과, 2024년 배터리 제조사 공개에 참여한 주요 17개 브랜드 가운데 현재 자사 홈페이지에서 별도 안내 페이지나 차량 정보 등을 통해 배터리 제조사를 바로 확인할 수 있는 곳은 11개로 확인됐다. 국내 완성차 업체 중에서는 현대차그룹이 배터리 정보를 가장 구체적으로 공개하고 있다. 현대자동차는 별도의 '전기차 배터리 정보' 페이지를 운영하며 차종별로 배터리 팩 용량과 정격전압, 전동기 최고출력은 물론 배터리 셀 제조사·셀 형태·주요 원료·배터리 제조사·생산국가까지 공개한다. 단순히 셀 제조사만 공개하는 데 그치지 않고, 배터리의 주요 사양과 공급망 관련 정보까지 함께 제시하는 방식이다. 차종별로 정보를 구분해 같은 브랜드 내에서도 모델에 따라 다른 배터리 공급 현황을 확인할 수 있다. 제네시스도 별도 안내 페이지를 통해 같은 수준의 정보를 제공한다. 지난 5월 업데이트된 '전기차 배터리 정보 구매자 제공 안내사항'에는 GV60과 일렉트리파이드 G80·GV70 등의 셀 제조사, 셀 형태, 주요 원료, 배터리 제조사, 생산국가 등이 차종별로 담겼다. 기아는 차종별 제원 페이지와 별도 공지를 병행하는 방식이다. EV3 공식 제원 페이지에서는 배터리 팩 제조사와 생산국가, 셀 제조사, 주요 원료, 셀 형태 등을 확인할 수 있다. 레이 EV와 니로 EV, EV3, EV6, EV9 등도 차종별로 배터리 셀 제조사 정보를 공개하고 있다. 그 외 국내 완성차 업체는 공개 범위와 접근 방식에서 차이를 보인다. 한국GM은 2024년 쉐보레 전기차 2종의 배터리 제조사를 공개했지만, 현재 공식 홈페이지에서는 차종별 배터리 셀 제조사를 바로 확인할 수 있는 별도 안내 페이지를 찾기 어렵다. KGM은 토레스 EVX 등 전기차의 배터리 용량과 정격전압 등 기본 제원을 공개하면서, 공식 차량 정보에서 셀 제조사를 함께 명시하고 있다. 르노코리아는 세닉 E-Tech 등 일부 차종의 가격표에 셀 제조사·셀 형태·주요 원료 등을 기재하는 방식으로 정보를 제공하고 있다. 수입차 업체들 역시 제각각이다. 테슬라는 수입차 가운데서도 배터리 정보에 접근하는 경로가 상대적으로 제한적이다. 테슬라는 2024년 정부의 자발적 공개 요청에 따라 국토교통부에 배터리 제조사 정보를 제출한 바 있다. 이후 국토부 자동차리콜센터를 통해 모델3·모델Y의 트림과 차대번호에 따른 배터리 제조사까지 공개됐다. 당시 모델3·모델Y에는 LG에너지솔루션, 파나소닉, CATL 배터리가 혼용되는 것으로 확인됐다. 다만 현재 테슬라코리아 공식 홈페이지에서는 차량별 배터리 제조사를 한눈에 확인할 수 있는 별도 안내 체계를 찾기 어렵다. 소비자가 배터리 제조사를 확인하려면 국토부 자동차리콜센터 등 별도 경로를 찾아야 한다. 2024년 정부 요청에 따라 관련 정보를 제출했음에도 정작 차량을 판매하는 자사 홈페이지에서는 소비자가 배터리 공급망 정보를 확인할 수 있는 경로가 마련돼 있지 않다. 정보가 존재함에도 불구하고 소비자가 가장 손쉽게 접근할 수 있는 자사 홈페이지에서는 이를 찾아보기 어려운 구조다. 벤츠는 2024년 인천 청라 아파트 지하주차장 화재 이후 당시 화재 차량에 탑재된 EQE를 비롯해 8개 차종의 배터리 제조사를 홈페이지에 공개하면서 관련 정보 제공을 본격화했다. 현재도 홈페이지에 '전기차 차종별 배터리 셀 제조사 현황'을 별도로 제공하고 있다. 차종별 셀 제조사를 확인할 수 있지만, 연식 변경이나 공급 상황에 따라 배터리 공급자가 달라질 수 있다고 안내하고 있다. 일부 차종은 생산 시점이나 세부 사양에 따라 고객센터를 통해 확인하도록 하고 있어 차량별·생산 시점별로 정보를 확인해야 하는 방식이다. BMW는 홈페이지에 '전기차 배터리 제조사 안내' 메뉴를 별도로 운영하고 있다. 배터리 제조사 정보를 별도 메뉴로 분리해 제공해 차량 정보와 배터리 정보를 구분해서 확인할 수 있는 방식이다. 아우디 역시 '전기차 배터리 안내'를 통해 차종·연식별 셀 제조사와 배터리 생산국가 등을 공개한다. 볼보와 폴스타는 별도의 배터리 현황표 대신 공식 홈페이지의 차량별 지원 페이지와 온라인 매뉴얼을 통해 관련 정보를 제공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소비자의 정보 접근성과 비교 가능성을 높이기 위해 배터리 정보 공개 방식을 표준화해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정부는 2024년 청라 전기차 화재를 계기로 완성차 업체의 자발적 공개를 유도한 데 이어, 자동차관리법령을 개정해 배터리 제조사·셀 형태·주요 원료 등 정보를 구매자에게 제공하도록 제도를 강화했다. 그러나 어떤 정보를 어떤 경로와 형식으로 제공해야 하는지에 대한 세부 기준은 여전히 업체별 재량에 맡겨져 있다. 유럽연합(EU)은 이 같은 문제를 정보 공개 방식의 표준화로 풀고 있다. EU는 2027년 2월부터 전기차 배터리에 디지털 배터리 패스포트 적용을 의무화해 배터리 제조사와 생산·기술 정보, 성능·내구성 등을 일정한 형식으로 제공하도록 할 예정이다. 국내에서도 배터리 제조사 공개 의무를 넘어 소비자가 제조사별 정보를 같은 기준으로 확인하고 비교할 수 있도록 공개 항목과 표시 방식, 접근 경로를 표준화해야 한다는 요구가 나온다. 이은희 인하대학교 소비자학과 교수는 “배터리는 전기차의 성능과 안전에 관련된 핵심 요소인 만큼 구매 전에 관련 정보를 쉽게 파악할 수 있어야 한다"며 “제조사마다 정보 제공 방식에 차이가 있다면 관계 부처가 소비자가 알아야 할 최소한의 정보를 담은 가이드라인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정부 부처가 기준을 제시하면 제조사들이 이를 따르고 소비자들도 필요한 정보를 보다 쉽게 파악할 수 있다"며 “공정거래위원회나 산업통상자원부 등 관계 부처가 관련 가이드라인을 마련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했다. 박서현 기자 shine@ekn.kr, 이수진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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