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라질 달려간 정의선…中 공세 맞서 현지화 승부수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이 브라질을 찾아 현지 사업 전략을 점검했다. 중국 자동차 업체들의 현지 투자 확대와 브라질 친환경차 정책 변화에 대응해 현지 맞춤형 하이브리드차와 수소 사업을 앞세운 중장기 성장 전략에 속도를 내겠다는 구상이다. 현대차그룹은 정의선 회장이 지난 27일(현지시간) 브라질 상파울루주 피라시카바에 있는 현대차 브라질 공장을 방문해 생산·판매 전략과 연구개발(R&D) 현황을 점검했다고 30일 밝혔다. 이번 방문은 이재명 대통령의 브라질 국빈 방문에 맞춰 경제사절단의 일원으로 현지를 찾은 일정 중 이뤄졌다. 최근 브라질의 시장 경쟁 환경은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 연간 자동차 수요가 250만대에 달하는 세계 6위권 시장이지만 최근 중국 완성차 업체들의 현지 투자가 확대되면서 경쟁이 한층 치열해지고 있다. 브라질 정부 역시 현지 생산 확대를 유도하기 위해 친환경차 정책을 손질하면서 글로벌 완성차 업체들의 투자 경쟁도 가속화하는 분위기다. 특히 중국 최대 전기차 업체인 BYD는 2021년 문을 닫은 포드 공장을 인수해 현지 생산 체제를 구축했다. 올해 상반기 브라질 브랜드 판매 순위 4위에 오르며 존재감을 키우고 있다. 중국·브라질기업협의회(CBBC)에 따르면 지난해 중국의 브라질 투자액은 61억달러(9조원)로 전년보다 45% 증가했다. 현대차는 이에 맞서 현지화 전략을 강화한다. 우선 스포츠유틸리티차(SUV) 라인업을 확대하고 브라질 연료 환경에 맞춘 에탄올·가솔린 겸용(FFV) 하이브리드 전용 파워트레인을 개발해 현지 시장에 투입할 계획이다. 브라질은 휘발유와 에탄올을 함께 사용하는 FFV 차량 비중이 높은 시장으로, 현대차는 이를 적용한 전용 하이브리드 모델을 인기 차급인 SUV에 우선 적용한다는 방침이다. 수소 사업도 새로운 성장축으로 키운다. 현대차는 그룹사의 연료전지와 에너지 사업 역량을 활용해 브라질에서 수소 생산·유통·활용을 아우르는 사업 기회를 발굴하고, 수소 상용차와 수소 트램 등 모빌리티 분야까지 사업을 확대할 계획이다. 브라질이 재생에너지와 저탄소 수소 육성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는 점도 고려했다. 정 회장은 이날 중남미권역 R&D센터를 찾아 연구개발 역량 강화와 파워트레인 현지화를 주문했다. 이어 생산공장에서는 지난 6월 생산을 시작한 i20와 크레타 생산라인을 둘러보고 현지 임직원들을 격려했다. “지속가능한 중장기 사업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현지 R&D 기능을 강화하고 파워트레인 현지화를 더욱 적극적으로 추진해야 한다"고 당부하기도 했다. 브라질은 현대차의 중남미 핵심 생산 거점이다. 현대차는 올해 상반기 브라질에서 9만6723대를 판매해 2019년 이후 상반기 기준 최대 판매 실적을 기록했다. 크레타는 현지 SUV 딜러 판매 1위에 올랐다. 현대차는 올해 출시한 i20를 앞세워 연간 20만4000대 판매를 달성한다는 목표다. 박서현 기자 shine@ekn.kr

인증 늘고 대기업 참전…실외이동로봇, 이젠 ‘거리 경쟁’

실외이동로봇 시장이 '인증 경쟁'을 넘어 '운영 경쟁'에 돌입했다. 30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실외이동로봇 시장에 대기업까지 진입하면서 인증 획득 이후 실제 서비스 운영 역량이 중요해지고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지난 2023년 정부는 '첨단로봇 규제혁신 방안'을 발표하고, 실외이동로봇의 보도 통행 허용과 운행안전인증 제도 도입을 추진했다. 이후 같은 해 11월 지능형로봇 개발 및 보급 촉진법을 시행하면서 운행안전인증을 받은 실외이동로봇의 보도 통행이 허용됐다. 그동안 실증사업에 머물렀던 배달·순찰 등 서비스 로봇이 실제 보행자와 같은 공간을 이동할 수 있는 법적 기반이 마련된 것이다. 지난해 11월에는 인증 절차를 간소화하는 고시 개정을 통해 심사항목을 16개에서 8개로 줄이고 처리기간을 60일에서 30일로 단축하기도 했다. 한국로봇산업진흥원(KIRIA)에 따르면, 제도 시행 이후 지금까지 총 22개 모델이 운행안전인증을 받았다. 이 중 올해만 11개 모델이 변경 인증과 최초 인증을 받았다. 기존 스타트업 중심의 경쟁 구도에도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 특히 현대자동차는 지난달 다양한 서비스 로봇에 활용할 수 있는 모바일 로봇 플랫폼 'MobED Pro'의 운행안전인증을 획득하며 실외이동로봇 시장에 본격 진입했다. 우아한형제들 역시 지난 8일 실내외 자율주행 배달로봇 'dilly X3-R1.4' 의 인증을 획득했다. 지난해 12월에는 네이버랩스의 자율주행 배송로봇 '룽고'도 인증을 획득했다. 이렇게 자율주행과 로보틱스 기술을 보유한 대기업이 시장에 뛰어들면서 기존 업체들도 인증 모델을 늘리며 경쟁력 강화에 나서고 있다. 국내 실외이동로봇 시장의 선도 기업인 뉴빌리티는 기존 모델의 변경 인증을 받았고, 로보티즈의 계열사인 로보티즈AI도 신규 모델 인증을 획득하며 제품군을 확대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인증 획득을 넘어 실제 운영 실적과 서비스 지역, 운행 대수 등이 기업 경쟁력을 가르는 요소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인증 획득은 상용화를 위한 출발점일 뿐이다. 인증 제도가 도입된 지 3년이 지났지만, 실외이동로봇이 거리에서 쉽게 보이지 않았던 이유도 여기에 있다. 운행안전인증은 보도 통행을 위한 필수 요건이지만 인증만으로 곧바로 서비스를 시작할 수 있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한국로봇산업진흥원(KIRIA)이 지난 21일 공개한 '실외이동로봇 운행안전인증 가이드북'에 따르면 사업자는 보험 가입 등 법에서 정한 요건을 갖춰야 한다. 실제 서비스 단계에서는 운영지역 설정과 지자체 협의 등 추가 준비도 뒤따라야하고, 원격 관제체계 등 기술적 기반도 갖춰져야한다. 업계 관계자는 “과거에는 인증 자체가 목표였다면 이제는 실제 얼마나 많은 로봇을 도심에서 안정적으로 운행할 수 있는지가 경쟁력이 되고 있다"며 “상용화 경쟁이 본격적으로 시작되는 단계"라고 말했다. 해외 역시 실증을 넘어 실제 서비스 확대에 무게를 두는 방향으로 시장이 변화하고 있다. 한국로봇산업진흥원(KIRIA)은 지난 10일 발간한 로봇산업 정책동향 보고서를 통해 일본의 자동배송로봇 정책과 시장 동향을 소개했다. 일본은 법·제도 개선을 바탕으로 배송로봇의 일반 도로 운행을 확대하며 서비스 적용 범위를 넓혀가고 있다. 일본은 하나의 표준 모델을 먼저 정하는 방식보다 다양한 실증사업을 통해 중속 배송로봇의 운영 모델을 검증하고, 이를 바탕으로 제도와 운영 생태계를 단계적으로 구축하는 전략을 택하고 있다. 특히 저속 배송로봇과 연계성이 높은 중속·소형 로봇부터 우선 검토하고, 중속·중형 로봇은 대량 적재와 지역 생활서비스 등 활용 분야를 확대하는 방향으로 제도를 정비하는 게 핵심이다. 보고서는 실증 데이터 축적과 차량 분류 및 주행 규칙의 명확화, 안전·사고 데이터 환류 체계 구축, 원격 다중관제, 지역별 복합 비즈니스 모델 개발 등을 국내 시장의 과제로 제시했다. 우리나라 역시 물류 인력 부족과 지역 생활서비스 공백이라는 공통 과제를 안고 있는 만큼 실증을 기반으로 한 단계적 제도화와 운영 모델 구축이 필요하다는 설명이다. 업계 관계자는 “제도 기반이 마련되면서 앞으로는 '얼마나 많은 로봇을 안정적으로 운영하느냐'가 시장 경쟁력을 좌우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박서현 기자 shine@ekn.kr

현대차그룹, 자율주행 인재 확보 속도…삼성전자 출신 권정현 부사장 영입

현대자동차그룹이 삼성전자와 엔비디아 출신의 자율주행 인공지능(AI) 전문가 권정현 부사장을 영입하며 자율주행 기술 경쟁력 강화에 나섰다. 현대차그룹은 30일 첨단차플랫폼(AVP) 본부 자율주행개발센터장으로 권 부사장을 선임했다고 밝혔다. 권 부사장은 그룹의 자율주행 기술 개발부터 제품화까지 전 과정을 총괄한다. 권 부사장은 최근까지 삼성전자에서 지능형 로봇 개발을 이끌었으며, 이전에는 엔비디아에서 자율주행 소프트웨어 개발과 상용화를 담당했다. 자율주행 차량 인식 소프트웨어를 비롯해 딥러닝, 머신러닝, 컴퓨터 비전 등 AI 기반 자율주행 기술 개발 경험을 갖춘 전문가로 평가받는다. 현대차그룹은 이번 영입을 통해 자율주행 기술을 고도화하고 미래 모빌리티 전략 실행에 속도를 낸다는 계획이다. 최근 현대차그룹은 SDV(소프트웨어 중심 자동차)와 자율주행 분야 핵심 인재 확보를 이어가고 있다. 이달 초에는 애플과 테슬라 출신 김동욱 전무를 AVP본부 SDV플랫폼개발센터장으로, 애플·도요타·엔비디아 출신 제레미 마 전무를 AVP본부 실리콘밸리 실장으로 영입했다. 글로벌 빅테크와 완성차 업체 출신 인재를 잇달아 영입하며 SDV와 자율주행 분야 경쟁력 강화에 나서는 것으로 보인다. 박서현 기자 shine@ekn.kr

LG엔솔, ESS가 EV 부진 메웠다…2분기 흑자 전환

LG에너지솔루션이 올해 2분기 흑자 전환에 성공했다. 에너지저장장치(ESS) 출하 확대와 원통형 배터리 판매 증가가 실적 개선을 이끌었다. 다만 전기차 시장 둔화 영향이 이어지면서 영업이익은 감소했다. LG에너지솔루션은 30일 실적 설명회를 열고 올해 2분기 연결 기준 매출 7조5602억원, 영업이익 1133억원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매출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4.8%, 전 분기보다 15.3% 늘었다. 영업이익은 직전 분기 적자에서 벗어났지만 전년 동기와 비교하면 77% 감소했다. 실적에는 북미 생산세액공제(IRA) 2410억원이 반영됐다. ESS 사업이 흑자 전환을 견인했다. 상반기 ESS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4.6배 증가했고, AI 데이터센터 프로젝트를 포함해 3조원 이상의 신규 수주를 확보했다. 고수익 원통형 배터리 판매 확대와 유럽 공장 가동률 개선도 수익성 회복에 힘을 보탰다. 이창실 LG에너지솔루션 최고재무책임자(CFO) 부사장은 이날 실적 설명회에서 “EV용 중저가 제품과 원통형 배터리 출하 증가, 북미 ESS 생산 확대 등에 힘입어 매출이 늘었다"며 “유럽 가동률 개선과 고수익 원통형 제품 판매 비중 확대, 북미 ESS 생산 증가로 2개 분기 만에 흑자 전환했다"고 말했다. LG에너지솔루션은 하반기 북미 ESS 생산능력을 확대하고 미국 애리조나 공장의 46시리즈 생산라인 가동을 추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AI 데이터센터 투자 확대에 따른 ESS 수요 증가에 대응하는 한편 차세대 원통형 배터리 경쟁력도 강화한다는 전략이다. 박서현 기자 shine@ekn.kr

가장 큰 아우디 ‘Q9’ 공식 데뷔…대형 SUV 시장 출사표

아우디(Audi)가 브랜드 최초의 풀사이즈 스포츠유틸리티차(SUV) 'Q9'을 공개하며 대형 럭셔리 SUV 시장 공략에 나섰다. Q9은 아우디 역사상 가장 큰 SUV다. 기본 7인승으로 출시되며, 2열 독립 전동 시트를 적용한 6인승 모델도 선택할 수 있다. 넓은 실내 공간과 프리미엄 편의 사양을 앞세워 가족 고객뿐 아니라 비즈니스 수요까지 공략한다는 전략이다. 경쟁사들이 이미 대형 럭셔리 SUV 시장을 공략해 온 것과 달리 아우디는 그동안 Q7을 최상위 SUV로 운영해 왔다. 이번 Q9 공개로 BMW X7과 메르세데스-벤츠 GLS가 경쟁하는 풀사이즈 SUV 시장에 본격적으로 뛰어들게 됐다. Q9이 베일을 벗으면서 국내 대형 럭셔리 SUV 시장 진출 여부에도 관심이 쏠린다. 다만 아우디는 Q9의 국내 출시 일정과 판매 계획은 아직 확정하지 않았다. 신차에는 브랜드 최초로 오토매틱 도어가 적용됐다. 차량 주변 환경을 감지해 자동으로 문을 여닫는 기능으로, 승하차 편의성과 안전성을 높였다. 아우디 역사상 가장 큰 파노라믹 선루프도 탑재해 실내 개방감을 강화했다. 외관은 직립형 차체 비율과 대형 싱글프레임 그릴을 적용해 존재감을 강조했다. 후면에는 세계 최초의 커브드 디지털 OLED 리어램프를 탑재했으며, 전면에는 디지털 매트릭스 LED 헤드램프를 적용했다. 실내에는 파노라믹 디스플레이를 중심으로 한 인포테인먼트 시스템과 자연어 기반 음성 비서, AI 기반 정보 서비스를 적용했다. 다양한 첨단 운전자 보조 시스템(ADAS)도 탑재해 편의성과 주행 안전성을 강화했다. 하드웨어보다 소프트웨어 경쟁력을 강화하려는 아우디의 SDV(소프트웨어 중심 자동차) 전략을 반영한 모델이라는 평가다. 게르놋 될너 아우디 최고경영자(CEO)는 “자동차는 단순한 이동 수단을 넘어 이동형 생활 공간으로 진화하고 있다"며 “Q9은 공간성과 럭셔리, 첨단 디지털 기술을 결합한 새로운 플래그십 SUV"라고 말했다. 박서현 기자 shine@ekn.kr

넥센타이어, 2분기 매출 10% 늘었지만…영업이익 19% 감소

넥센타이어가 올해 2분기 유럽 시장을 중심으로 판매를 늘리며 매출 증가세를 이어갔다. 원재료 가격 상승과 미국 반덤핑 관세 영향으로 같은 기간 영업이익은 19.5% 감소했다. 넥센타이어는 29일 기업설명회(IR)를 열고 올해 2분기 연결 기준 매출 8913억원, 영업이익 343억원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매출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0.8% 증가했다. 실적은 유럽을 중심으로 한 판매 확대가 이끌었다. 신차용(OE) 타이어 공급 차종을 늘리고 교체용(RE) 시장 판매를 확대하면서 외형 성장을 이어갔다. 수익성이 높은 18인치 이상 고인치 타이어 매출 비중은 38.8%로 전년 동기보다 3.6%포인트 상승했다. 특히 유럽 매출은 4072억원으로 사상 처음 분기 4000억원을 넘어섰다. 현지 공장을 기반으로 OE 공급을 확대하고 영국과 튀르키예 등으로 판매 지역을 넓힌 것이 실적을 뒷받침했다. 국내에서는 전기차와 스포츠유틸리티차(SUV) 중심의 판매 호조가 이어졌다. 다만 중동 분쟁에 따른 원재료 가격과 해상운임 상승, 미국 반덤핑 관세 관련 일회성 비용은 수익성에 부담으로 작용했다. 넥센타이어는 유럽연합(EU)의 중국산 타이어 반덤핑 관세 움직임에 대응해 유럽 판매 물량 중 중국 공장 생산 비중을 지난해 15%에서 올해 4% 수준으로 낮췄다. 넥센타이어는 앞으로 전동화 차종과 프리미엄 브랜드를 중심으로 OE 공급을 확대하고 북미 유통망 강화에도 나설 계획이라고 밝혔다. 박서현 기자 shine@ekn.kr

다시 쓴 첫 차의 기준…현대차 ‘디 올 뉴 아반떼’ 테크 데이

디 올 뉴 아반떼. 익숙한 이름을 달고 나왔지만 첫인상은 낯설다. 어두운 무대 위, 알파벳 H 모양의 주간주행등 두개가 밝게 빛났다. 기존 모델과 과감하게 달라졌지만 흐트러짐은 없었다. 낮게 깔린 자세와 단단하게 다듬어진 비례가 차 전체에 안정감을 불어넣었다. 준중형 세단이지만 마치 머슬카를 연상시키는 강인한 인상이다. 멀리서 바라보면 한 체급 위 모델처럼 커 보이지만, 밀도 있게 잘 다듬어진 선과 면이 차체를 과하게 부풀리지 않았다. 존재감은 분명한데 부담스럽지 않다. 29일 현대자동차는 서울 양재동에서 '디 올 뉴 아반떼 테크 데이'를 열고 '차급의 경계를 허무는' 핵심 기술력을 선보였다. 디 올 뉴 아반떼는 현대자동차가 7세대 아반떼 출시 이후 6년 만에 내놓은 완전변경 모델이다. 전동화 흐름에 맞춰 하이브리드 모델을 새롭게 추가하고 안전, 디자인, 첨단 기술 전반을 개선했다. 준중형 세단의 기준을 넘어 상위 차급 수준의 공간과 디자인, 하이브리드 경쟁력, 주행 성능, 디지털 경험을 구현하고자 했다. 이날 행사에서는 디 올 뉴 아반떼 개발의 각 분야를 담당한 연구원들이 직접 디 올 뉴 아반떼에 적용된 기술과 개발 과정을 소개했다. 이번 프로젝트를 총괄한 황세영 책임연구원은 “국민차이자 많은 고객의 첫 차인 아반떼가 어떤 역할을 해야 하는지 꾸준히 고민했다"면서 “차급을 뛰어넘는 가치 그리고 프리미엄 엔트리 세단이라는 개발 목표를 세웠다"고 말했다. ◇ 차체부터 ADAS까지 '안전 기본기' 강화 디 올 뉴 아반떼는 차체 강성을 높이고 다양한 예방 안전 기술을 적용해 안전성을 보완했다. 우선 차체 주요 부위의 구조를 보강하고 초고장력 강판 적용 비율도 기존보다 높인 58.7%까지 끌어올렸다. 초고장력 강판 적용 범위를 차체 곳곳으로 확대해 충돌 시 차체가 받는 충격을 여러 방향으로 분산하고, 승객이 탑승하는 승객룸의 변형을 최소화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디 올 뉴 아반떼의 안전 파트를 맡은 황성찬 책임 연구원은 “충돌 시 발생하는 하중을 더욱 효과적으로 분산시키고 승객룸의 변형을 최소화했다"고 말했다. 운전자가 위급 상황에서 차량을 멈출 수 있도록 현대차 최초로 전자식 변속 레버(SBW)의 P단 긴급 제동 기능도 적용했다. 황 연구원은 “운전자가 위급 시에 보다 직관적으로 사용할 수 있도록 EPB 스위치뿐 아니라, 전자식 변속 레버 P단에도 동일한 기능을 구현했다"고 설명했다. 운전자가 브레이크 페달을 가속 페달로 오인하는 상황에 대비해 페달 오조작 안전 보조 기능도 추가했다. 여기에 현대차 최초의 내비게이션 기반 스마트 크루즈 컨트롤 2(NSCC2)도 더했다. 고속도로뿐 아니라 일반도로에서도 내비게이션 정보를 바탕으로 감속이 필요한 구간에 진입하면 차량이 자동으로 속도를 줄이고, 구간을 통과하면 기존 설정 속도로 다시 가속한다. 이 밖에도 전방 충돌방지 보조, 차로 유지 보조 2, 고속도로 주행 보조 2, 후방 교차 충돌방지 보조 등 다양한 첨단 운전자 보조 시스템(ADAS)을 적용했다. ◇ 하이브리드 효율, 엔진 넘어 차량 전체에서 현대차는 디 올 뉴 아반떼에 하이브리드 전용 3세대 스마트스트림 1.6 GDI 엔진과 2세대 6단 DCT를 새롭게 적용했다. 엔진에는 배기 일체형 실린더 헤드와 연속가변 오일펌프, 350bar 고압 연료 분사 시스템 등을 적용해 연소 효율을 높이고 구동 손실을 줄였다. 하이브리드 개발을 맡은 심재강 책임연구원은 “기존 아반떼 하이브리드 엔진 대비 여러 개선 기술을 적용했다. 동급의 엔진 출력을 유지하면서도 엔진 자체의 효율은 2.9% 개선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변속기에도 효율 개선을 위한 기술을 더했다. 구동모터 역구동 방식의 후진 기능을 적용해 후진 기어 관련 부품을 줄였고, 저마찰 볼베어링과 저점도 오일을 적용해 전달 효율을 높였다. 심 연구원은 “엔진과 변속기, 모터와 배터리의 개선에 더해 차체 공력 개선 등을 통해 고객에게 더욱 다이내믹한 성능을 효율적으로 제공할 수 있게 됐다"고 설명했다. 엔진과 변속기뿐 아니라 공조 시스템도 손봤다. 하이브리드 모델에는 실내 습도에 따라 내기와 외기를 자동으로 전환하는 스마트 인테이크를 적용해 에어컨 사용에 따른 에너지 소비를 줄였다. 또 에어컨 컴프레서 작동을 최적화하는 IECC2를 적용해 냉방 효율도 높였다. 전동화 연비 파트를 담당한 정재환 연구원은 “연비 향상은 파워트레인 외에도 차량 전체 시스템 관점에서의 최적화가 담겨 있다"고 했다. ◇ 준중형 넘어선 주행 완성도…승차감·정숙성 현대차는 디 올 뉴 아반떼의 승차감과 조향 안정성, 정숙성을 균형 있게 끌어올렸다는 점도 강조했다. 전륜에는 주파수 감응형 밸브(SFD3)와 유압제어 리바운드 스토퍼(HRS2)를 적용해 주행 상황에 따라 서스펜션 감쇠력을 조절하고 큰 충격을 완화했다. 후륜에는 하이드로 부싱을 적용해 노면 충격을 줄이면서도 주행 안정성과 조향 응답성을 높였다. MSV 총합시험팀 송현진 책임 연구원은 “노면 충격은 효과적으로 줄이면서도 안정적인 차체 밸런스를 바탕으로 차량의 응답성과 민첩성을 높였다"고 했다. 핸들링 성능도 개선했다. 전륜 스트럿 상단에 4점 스트럿 링을 적용해 차체 강성을 높였고, 차체 하부에는 터널 스테이를 추가해 선회와 차선 변경 시 차량이 보다 안정적으로 반응하도록 했다. 송 연구원은 “코너링과 차선 변경 상황에서 보다 자연스럽고 든든한 조향 성능을 체감할 수 있도록 개발했다"고 말했다. 정숙성 향상에도 공을 들였다. 플로어 카펫 2중 레이어 구조와 흡음 타이어, 이중접합 차음 글라스 등을 적용하고 차체 실링 구조를 보강해 노면 소음과 바람 소리를 줄였다. 앞 유리와 문 사이, 사이드미러 주변의 틈새를 보강하고 선루프에는 바람을 분산시키는 메쉬 타입 디플렉터를 적용해 고속도로 주행에서도 실내를 보다 조용하게 유지하도록 했다. 박서현 기자 shine@ekn.kr

카카오모빌리티, “자율주행 승부는 기술 아닌 운영…플랫폼이 경쟁력”

자율주행 경쟁의 승부처가 달라지고 있다. 차량이 얼마나 스스로 잘 달리느냐보다, 수많은 자율주행차를 도시에서 얼마나 효율적으로 운영하느냐가 상용화의 핵심 경쟁력으로 떠오르고 있다. 28일 국회에서 열린 '피지컬 AI 시대, 자율주행은 어떻게 일상이 되는가' 정책토론회에서는 자율주행 기술의 실증 단계를 넘어 국민이 일상에서 체감하는 서비스로 확산하기 위한 정책과 산업 방향이 논의됐다. 엄태영 국민의힘 의원은 개회사에서 “이제 인공지능은 도로와 공장, 물류와 교통 공간에서 직접 움직이면서 현실의 문제를 해결하는 단계로 발전해 가고 있다"면서 “카카오모빌리티와 토론회를 공동 개최한 것도 자율주행 시대 플랫폼의 역할을 함께 논의하기 위해서"라고 말했다. 이어 “국내 기업들이 기술과 데이터를 기반으로 성장하고, 그 결실이 해외로 유출되지 않고 국내 산업 발전으로 이어질 수 있는 생태계를 만들어야 한다"고 했다. 글로벌 자율주행 산업은 차량의 주행 성능을 겨루는 기술 경쟁에서 실제 서비스를 확산하고 생태계를 구축하는 상용화 경쟁으로 빠르게 전환되고 있다. 이에 따라 국내도 기술 개발을 넘어 AI 기반 서비스와 산업 생태계 조성에 정책 역량을 집중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궁극적으로는 기술 격차와 교통사고, 이동 제약을 줄이는 '3-Zero(기술격차·사고·이동제약)'를 실현하기 위해 기술·서비스·제도를 유기적으로 연결하는 생태계 조성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정광복 자율주행기술개발혁신사업단 단장은 “기술 중심 지원을 넘어 서비스와 생태계 중심으로 정책 패러다임을 전환해야 한다"고 했다. 이날 발제를 맡은 김진규 카카오모빌리티 피지컬AI 부문 부사장 역시 자율주행 상용화의 핵심으로 '운영'을 꼽았다. 그는 자율주행 상용화를 △차량이 스스로 주행하는 기술 △이용자가 실제 이용하는 서비스 △도시 전체에서 안전과 품질을 관리하는 운영 체계 등 세 단계로 설명했다. 지금까지는 차량의 주행 성능에 초점이 맞춰졌지만 앞으로는 플랫폼과 관제, 데이터 활용 등을 아우르는 운영 역량이 경쟁력을 좌우하게 될 것이라는 설명이다. 서울시 자율주행 서비스 운영 사례도 소개했다. 김 부사장에 따르면, 서울에서 자율주행 서비스를 이용한 승객의 97%는 카카오T에서 일반 택시를 호출하는 과정에서 자율주행 차량을 선택했다. 별도 애플리케이션을 설치하도록 했던 기존 방식보다 기존 플랫폼 안에 서비스를 통합하면서 이용 장벽을 크게 낮췄다는 분석이다. 이용자 반응도 긍정적이었다. 서울 자율주행 택시 서비스 만족도는 5점 만점에 4.94점을 기록했고, 유료 전환 시에도 이용 의향이 있다는 응답은 81.7%에 달했다. 김 부사장은 “시민들이 자율주행을 위해 서비스를 찾는 것이 아니라 평소 이용하는 플랫폼 안에서 자연스럽게 경험하는 것이 상용화의 출발점"이라고 말했다. 그는 해외 사례를 언급하며 운영 체계의 중요성도 강조했다. 미국에서는 웨이모 등 로보택시 서비스가 확대되면서 차량이 침수 구간에 진입하거나 소프트웨어 오류로 차량이 멈추는 사례 등이 발생하고 있다. 원격 관제와 사고 대응, 충전·정비, 데이터 관리 등을 통합 운영하는 플랫폼의 역할이 더욱 중요해지고 있다는 설명이다. 김 부사장은 “기술 기업은 주행 성능 고도화에 집중하고 플랫폼은 서비스 운영을 담당하는 역할 분담이 필요하다"며 “정부와 지자체, 기술기업, 플랫폼 기업이 함께 생태계를 구축해야 자율주행 상용화를 앞당길 수 있다"고 했다. 박서현 기자 shine@ekn.kr

외국인 관광객 늘자 렌터카도 달렸다…렌터카업계 ‘새 먹거리’ 부상

외국인의 국내 관광 회복세가 이어지면서 렌터카 업계에도 훈풍이 불고 있다. 28일 업계에 따르면, 외국인 관광객이 단기렌터카 시장의 새로운 수요층으로 자리 잡으면서 관련 매출 비중도 확대되는 추세다. 한국관광공사 관광통계를 보면, 올해 1분기 방한 외국인 관광객은 476만 명으로 전년 동기 대비 23% 증가하며 1분기 기준 역대 최대를 기록했다. 관광객 증가와 함께 일본·대만 등 개별여행(FIT) 수요도 확대되면서 렌터카를 이용하는 외국인이 꾸준히 늘고 있다. 실제 관광지에서도 렌터카는 대중교통을 제외하면 가장 주요한 이동수단으로 자리잡고 있다. 국토교통부의 '항공여객 이동특성 조사'에 따르면, 제주를 방문한 외국인의 이동수단은 택시(47.7%)가 가장 많았고, 버스(20.8%), 렌터카(13.3%) 순으로 나타났다. 렌터카 이용 비중은 버스에 이어 세 번째로 높았다. 롯데렌탈 측은 올해 1분기 외국인 대상 단기렌터카 매출은 66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38억원)보다 73.7% 늘었다고 했다. 단기렌터카 전체 매출에서 외국인 고객이 차지하는 비중도 지난해 19%에서 올해 25%로 확대됐다. 단기렌터카 매출 4분의 1이 외국인에게서 발생하는 구조다. 롯데렌탈 관계자는 “2026년 2분기도 이 흐름이 이어질 것으로 회사 측은 전망하고 있다"고 말했다. SK렌터카 역시 올해 상반기 외국인 대상 단기렌터카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20% 증가했다고 밝혔다. 국내 주요 렌터카 업체들이 외국인 관광객 매출에 주목하는 이유는 단순히 이용객이 늘어서만은 아니다. 외국인 관광객은 수익성이 높은 고객층으로 평가 받는다. 특히 개별 여행 관광객의 경우 차량을 장기간 대여하는 경우가 많아 반납과 재대여를 반복하는 내국인보다 차량 회전 횟수가 적다. 차량이 반납될 때마다 이뤄지는 세차와 실내 청소, 소모품 점검 등 이른바 '상품화' 작업이 줄어드는 만큼 운영 비용을 절감할 수 있다는 것이 업계의 설명이다. 업계는 외국인 관광객 유치를 위해 면세점 할인, 항공사 마일리지 적립, 공항·호텔 연계 서비스 등 전용 프로모션도 확대하고 있다. 다만 관갱객 증가가 곧바로 렌터카 시장의 구조적인 성장으로 이어진다고 보기는 어렵다는 시각도 있다. 단기렌터가 수요가 외국인 관광객 중심으로 늘고 있지만, 전체 실적은 여전히 장기렌터카 사업이 견인하고 있어서다. 실제로 올해 1분기 연결 기준 매출 7309억원, 영업이익 836억원을 기록한 롯데렌탈의 단기 렌터카부문 매출은 전년 대비 95.7% 늘었지만, 롯데렌탈 측은 장기렌탈 사업이 실적 성장을 주도했다고 분석했다. 장기렌터카와 중고차 사업이 여전히 실적의 중심축인 만큼 업계에서는 외국인 관광객 매출을 기존 사업을 보완하는 성장 동력으로 보고 있다. 여기에 최대 방한 관광시장인 중국 수요를 온전히 흡수하지 못하는 점도 해결 과제로 꼽힌다. 올해 1분기 방한 외국인 관광객 가운데 중국인은 145만명(28.9%)으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했고, 일본 94만명(19.3%), 대만 54만명(11.4%)이 뒤를 이었다. 하지만 중국 본토 운전면허는 국내에서 인정되지 않아 중국인 관광객은 사실상 렌터카 이용이 어렵다. 업계에서도 이러한 한계를 아쉬운 대목으로 꼽는다. 롯데렌탈 관계자는 “실제 단기렌터카를 이용하는 외국인 고객은 대만과 일본 관광객 비중이 가장 높다"며 “중국인 관광객이 많긴 하지만 렌터카 이용 수요는 사실상 거의 발생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앞서 제주도는 2014년 중국 관광객에게 제주에서만 사용할 수 있는 한시적 임시운전증명서를 발급하는 특례를 추진했지만, 교통안전과 보험 체계 미비 등을 이유로 국회 심의 과정에서 무산됐다. 이후에도 제도 개선 논의가 이어지고 있지만 아직까지는 뚜렷한 진전이 없는 상태다. 최근에도 제주 관광업계와 지역 정치권을 중심으로 중국 관광객 회복에 맞춰 국제운전면허 인정 범위를 확대하거나 제주 한정 임시운전허가 제도를 재검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인바운드 회복으로 단기렌터카 시장의 성장 가능성은 커지고 있다"면서도 “외국인 수요를 안정적인 성장 기반으로 만들기 위해서는 특정 국가에 편중되지 않는 고객 기반을 확보하고 제도적 보완도 함께 이뤄질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박서현 기자 shine@ekn.kr

‘한국판 IRA’ 나온다는데…車·배터리 업계 “반쪽 지원”

정부가 이른바 '한국판 인플레이션감축법(IRA)'인 국내생산세액공제(국내생산촉진세제) 도입을 추진하고 있지만 자동차와 배터리 업계에서는 '반쪽 지원'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27일 업계에 따르면 정부는 이번 세법 개정안에서 전기차를 지원 대상에서 제외하고, 적자 기업에 세액공제액을 현금으로 지급하는 '직접환급제'도 도입하지 않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정작 최대 수혜가 기대됐던 자동차·배터리 업계에서는 이 같은 제도로는 국내 생산 확대와 산업 경쟁력 강화라는 정책 취지를 달성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정부는 지난 16일 '2026년 하반기 경제성장전략'을 발표하고 국내생산세액공제 도입을 공식화했다. 그동안은 기업의 연구개발(R&D)과 시설투자, 고용 확대 등에 대해서만 세제 혜택을 제공했다면, 여기에 국내 생산 실적을 기준으로 한 세액공제를 새롭게 추가하겠다는 것이다. '얼마나 투자했는지'에 더해 '국내에서 얼마나 생산했는지'에 따라 세제 혜택을 주는 방식이다. 지원 대상은 경제안보와 녹색전환 측면에서 전략적 중요도가 높은 품목이다. 국내에서 생산·판매한 물량에 정부가 정한 품목별 기준 단가를 곱한 금액만큼 법인세와 소득세를 공제해주는 방식이 유력하다. 이 외에 별도의 현금 지원은 없다. 예를 들어 전기차가 지원 대상에 포함되고 차량 1대당 공제 기준을 100만원으로 가정했을 때, 국내에서 전기차 10만대를 생산·판매한 기업은 1000억원의 세액공제를 받게 된다. 정부는 구체적 지원 대상 품목과 단가, 적용 방식 등은 이달 말 공개하겠다고 밝혔다. 문제는 국내 완성차와 배터리 업계는 제도의 직접적 수혜를 누리기 어려울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완성차 업계의 가장 큰 관심사는 지원 대상 품목에 전기차가 포함되는지 여부다. 업계에 따르면 정부는 세수 부담 등의 이유로 전기차를 지원 대상에서 제외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대로 전기차가 제외될 경우, 국내에 생산·판매 기반을 갖추고 있어 당초 최대 수혜 기업으로 거론됐던 현대자동차그룹의 기대 효과는 크게 줄어들 수밖에 없다. 국내 자동차 산업의 높은 수출 의존도를 고려하면 이번 제도가 국내 생산을 유도하는 효과는 제한적일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전기차 시장이 가파르게 성장하고 있는 점도 이 같은 우려를 키운다. 27일 한국자동차모빌리티산업협회(KAMA)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전기차 판매는 전년 동기 대비 113.6% 증가한 19만8509대로 집계됐다. 전체 내수 시장에서 전기차가 차지하는 비중도 23.3%까지 확대됐다. 이렇게 전기차 수요가 빠르게 늘고 있지만 국내 자동차 산업은 여전히 수출 중심 구조다. 지난해 국내 자동차 생산량 408만 대 가운데 272만 대가 해외로 수출됐다. 생산 차량 3대 중 2대가 해외 시장으로 향하는 상황에서, 국내 생산과 판매에 대한 세제 혜택이 충분하지 않을 경우 기업들이 생산과 투자 거점을 국내에 유지하거나 확대할 유인이 약해질 수밖에 없다. 한 자동차 업계 관계자는 “미국과 중국, 유럽은 자국 생산 확대를 위해 강력한 인센티브를 제공하고 있다"며 “국내 지원이 상대적으로 제한적이면 기업들의 판단에도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배터리 업계 역시 상황은 크게 다르지 않다. 생산세액공제가 도입되더라도 현행 방식으로는 실질적인 혜택을 체감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세액공제는 기업이 납부해야 할 법인세에서 일정 금액을 빼주는 제도다. 하지만 최근 국내 배터리 업체들은 전기차 캐즘과 대규모 투자 등으로 수익성이 악화되면서 법인세를 낼 만큼의 이익을 내지 못했다. 이 때문에 세액공제를 받아도 당장 돌려받을 돈은 없고, 공제액만 남게 된다. 이에 배터리 업계는 세액공제액을 현금으로 지급받는 직접환급제나 세액공제를 다른 기업에 넘겨 현금화할 수 있는 세액공제권 양도제 도입을 요구하고 있다. 미국의 IRA는 이런 한계를 보완했다. 첨단제조생산세액공제(AMPC)를 통해 생산량에 비례해 세제 혜택을 제공하는 것은 물론, 일정 기간 적자를 낸 기업에도 세액공제액을 현금으로 지급하는 직접환급제를 운영한다. 또 세액공제를 제3자에게 넘길 수 있는 크레딧 거래 제도를 마련해 기업들이 세제 혜택을 즉시 현금화해 투자 재원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했다. 효과는 숫자로도 나타났다. 지난해 LG에너지솔루션은 미국 AMPC를 통해 1조6468억원, SK온은 7186억원, 삼성SDI는 2752억원의 세액공제 혜택을 받았다. 업계에서는 이 같은 현금성 지원이 북미 생산시설 증설과 신규 투자 확대를 뒷받침한 핵심 요인이었다고 평가했다. 반면 국내 제도는 현재까지 법인세를 깎아주는 세액공제 중심으로만 설계될 가능성이 큰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에 따르면 직접환급제와 세액공제권 양도제는 이번 제도에 반영되지 않을 가능성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이 경우 적자를 내 법인세를 낼 필요가 없는 기업은 세액공제를 충분히 활용하기 어렵다. 국내생산세액공제가 한국판 IRA로 불리며 기대를 모았지만 미국처럼 세제 혜택이 곧바로 투자 재원으로 이어지는 효과를 기대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는 지적이 이어지는 배경이다. 다만 정부와 재정당국은 제도의 신중한 설계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국회 검토보고서는 기존 국가전략기술 투자세액공제와의 중복 지원 가능성, 대규모 세수 감소, 최저한세 실효성 저하 등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한국조세재정연구원(KIPF)도 지원 대상이 지속적으로 확대되는 데 따른 재정 부담과 세제지원 범위 확산에 대한 우려를 제기했다. 연구원에 따르면 신성장·원천기술은 2010년 91개에서 올해 284개로, 국가전략기술은 2021년 36개에서 85개로 늘었다. 지원 대상을 계속 확대할 경우 재정 부담이 커지고 기존 세제와의 중복 지원 문제도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이다. 결국 '한국판 IRA'의 성패는 생산세액공제 도입 자체보다 제도를 어떻게 설계하느냐에 달렸다는 평가가 나온다. 한 업계 관계자는 “생산세액공제 도입 자체는 의미 있는 첫걸음이지만 기업이 실제 투자로 이어갈 수 있는 수준의 인센티브가 뒷받침돼야 한다"며 “생산 유인을 높이면서도 재정 부담을 최소화할 수 있는 균형점을 찾는 것이 한국판 IRA의 성패를 좌우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서현 기자 shine@ek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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