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수입차 업체들이 생산기지를 다변화하면서 브랜드 국적과 실제 생산국의 경계도 흐려지고 있다. 생산 효율과 시장 접근성을 높이기 위해 글로벌 생산망을 구축하면서, 국내 인기 차종의 생산국도 다양해지는 모습이다. 5일 한국수입자동차협회(KAIDA)에 따르면, 8월 수입 승용차 신규 등록은 2만9817대로 전년 동월 대비 9.2% 증가했다. 올해 1~8월 누적 등록은 24만4825대로 전년 동기 대비 27.2% 늘었다. 브랜드별로는 테슬라가 1만400대로 가장 많이 판매되며 7개월 연속 수입차 판매 1위를 기록했다. BMW 6180대에 이어 메르세데스-벤츠 4037대, BYD 3002대로 뒤를 이었다. 테슬라와 BYD의 8월 판매량을 합치면 1만3402대로 전체 수입차의 45%를 차지했다. 누적 등록 대수에서도 두 브랜드의 성장세가 두드러졌다. 테슬라의 1~8월 누적 등록대수는 7만6776대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22.3% 늘었다. BYD도 1~8월 1만7523대를 기록해 전년 동기 대비 800% 증가했다. 이 가운데 8월 한 달간 1746대를 판매하며 테슬라의 국내 판매 차종 중 두 번째로 많이 팔린 모델Y L는 미국 텍사스나 프리몬트공장이 아닌 상하이 기가팩토리에서 생산된다. 테슬라는 중국 현지 생산을 통해 운송·제조 비용을 낮추고 현지 공급망을 활용하는 한편, 미국산 차량에 부과되는 관세를 피할 수 있다고 설명해왔다. 한국에 판매되는 모델Y L 역시 중국에서 생산된 차량을 들여오는 구조다. 모델Y L은 중국에서 먼저 출시된 뒤 한국을 비롯한 아시아·태평양 시장으로 판매 지역을 넓혔다. 올해 7월부터는 미국에서도 판매를 시작하며 텍사스 기가팩토리에서도 모델 Y L 생산에 돌입했지만, 한국을 비롯한 아시아·태평양 시장 판매 물량은 여전히 상하이 공장에서 생산된 차량이 공급된다. 같은 모델이라도 판매 지역에 따라 생산거점이 달라지는 셈이다. 상하이 공장은 모델Y L뿐 아니라 모델3와 모델Y를 생산하며 유럽·아시아·태평양·캐나다 등 해외 시장을 겨냥한 주요 수출 거점으로 활용되고 있다. 지난 8월 상하이 공장에서 생산된 모델3와 모델Y의 중국 내 판매 및 수출 물량은 8만6166대로 지난해 같은 달보다 3.6% 증가했다. 올해 2분기에는 상하이 공장 생산량의 절반 이상이 해외로 수출된 것으로 나타났다. 상하이 공장이 중국 내수뿐 아니라 해외 시장 공급을 뒷받침하는 핵심 생산·수출 거점으로 기능하고 있는 것이다. 중국 브랜드인 BYD 역시 중국에 대규모 생산기지를 두면서도 글로벌 판매 확대에 맞춰 해외 생산거점을 넓히고 있다. BYD의 8월 글로벌 판매량은 44만293대로 집계됐으며, 이 중 해외 판매·수출 물량은 18만9466대로 전년 동월보다 134.5% 증가했다. 중국 내수보다 해외 판매가 빠르게 늘면서 주요 시장에 생산거점을 확보하는 방식으로 현지 공략을 강화하고 있다. 중국에서는 시안·허페이·창저우·정저우 등 주요 생산거점이 차종별 생산을 나눠 맡는다. 허페이 공장에서는 아토3(중국명 위안 플러스), 시안과 창저우 공장에서는 씨라이언7을 생산한다. 정저우 공장에서는 송플러스·송프로·씰 DM-i 등 송 계열 차량을 생산하는 등 중국 내에서도 생산기지별로 차종을 구분해 운영하고 있다. 해외에서는 태국이 대표적인 생산거점이다. BYD는 태국 라용에 연간 15만대 규모의 완성차 공장을 세우고 2024년부터 현지 생산을 시작했다. 이곳에서는 아토3·돌핀·씰·씰05 DM-i·씨라이언5 DM-i·씨라이언6 DM-i 등을 생산한다. 현지 판매뿐 아니라 해외 시장 수출도 맡고 있다. 국내 판매 차종의 생산국도 서로 다르다. 8월에 판매된 BYD 모델 가운데 씨라이언7은 중국, 씨라이언6 DM-i는 태국에서 생산된다. 1115대가 판매된 돌핀과 327대가 판매된 아토3 역시 중국과 태국 등 복수의 생산거점을 두고 있다. BMW도 차종에 따라 생산국이 갈린다. 8월 한달간 1902대가 판매된 5시리즈는 독일 딩골핑 공장에서 생산되는 대표 차종이다. 485대가 판매된 X5는 미국 사우스캐롤라이나주 스파르탄버그 공장에서 생산된다. 스파르탄버그는 X5를 비롯한 BMW의 주요 SUV 생산기지다. 반면 메르세데스-벤츠의 국내 인기 차종은 독일 생산에 집중돼 있다. 8월에만 1404대가 판매된 E클래스 세단은 독일 진델핑겐 공장, 547대가 판매된 GLC는 독일 브레멘 공장에서 생산된다. 진델핑겐은 E클래스, 브레멘은 GLC를 생산하는 핵심 거점으로 운영되고 있다. 업계에서는 앞으로도 완성차 업체들의 글로벌 생산망이 더욱 세분화되면서 같은 브랜드·같은 차종이라도 판매 지역에 따라 생산국이 달라지는 사례가 늘어날 것으로 보고 있다. 수입차 업계 관계자는 “글로벌 완성차 업체들이 판매 지역과 생산 효율 등을 고려해 생산거점을 배분하면서 하나의 브랜드가 여러 국가에서 차량을 생산하는 것이 일반화되고 있다"며 “소비자 입장에서도 브랜드 국적과 실제 차량의 생산국을 별개로 보는 시각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박서현 기자 shine@ek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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