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슬라 “美 생산 전기차, 중국 부품 전면 배제 추진”…‘차이나 엑소더스’ 속도↑

일론 머스크의 전기 자동차 회사 테슬라가 미국 내에서 생산하는 차량에 중국산 부품 사용을 전면 배제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라고 월스트리트 저널(WSJ)이 14일(현지 시간) 보도했다. 이는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고율 관세 부과와 미·중 지정학적 긴장에 대응해 중국 공급망 의존도를 낮추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WSJ에 따르면 테슬라는 올해 초 이 같은 결정을 내리고 미국 공장의 주요 부품 공급사들에 중국산을 완전히 배제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이미 일부 부품은 다른 지역 생산품으로 교체됐으며 향후 1~2년 내 나머지 모든 부품을 중국 외 지역에서 조달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테슬라는 코로나19 팬데믹 당시 중국산 부품 공급에 차질을 빚은 후 의존도를 줄여왔다. 올해 트럼프 대통령이 중국산 수입품에 강력한 관세를 부과하기 시작하면서는 '탈중국' 전략을 가속화했다. 가장 대체하기 어려운 부품은 중국 닝더스다이(CATL)가 공급해 온 리튬인산철(LFP) 배터리였다. 테슬라는 지난해까지 중국산 LFP 배터리 장착 차량을 미국에서 판매했으나 이로 인해 전기차 세액공제 대상에서 제외되고 고율 관세까지 부과되자 올해부터 미국 내 사용을 중단했다. 대신 테슬라는 미국 내에서 LFP 배터리 자체 생산을 추진 중이다. 테슬라는 지난달 네바다주에 건설 중인 이 배터리 생산 시설이 내년 1분기 중 가동을 시작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언급했다. 바이바브 타네자 테슬라 최고 재무 책임자(CFO) 역시 지난 4월 “자체 LFP 셀 생산과 중국 외부에 기반을 둔 공급망 확보를 함께 추진 중"이라고 말한 바 있다. 박규빈 기자 kevinpark@ekn.kr

대기업 3분기 영업익 22%↑…삼성전자·SK하이닉스 ‘반도체 투톱’ 하드 캐리

'반도체 슈퍼 사이클'에 힘입어 올해 3분기 국내 대기업들의 영업이익이 전년 동기 대비 22% 이상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두 반도체 기업이 전체 이익 증가분의 절반 이상을 책임지며 실적 개선을 주도했다. 16일 기업데이터연구소 CEO스코어가 국내 500대 기업 중 분기보고서를 제출한 339개사의 3분기 실적을 집계한 결과 이들의 합산 영업이익은 73조2047억원으로 나타났다. 이는 전년 동기 59조7992억원보다 13조4055억 원(22.4%) 증가한 수치다. 합산 매출액 역시 831조1613억 원으로 전년 동기 785조8194억원 대비 5.8% 늘었다. 실적 견인의 일등 공신은 단연 반도체였다. 삼성전자가 12조1661억원, SK하이닉스가 11조3834억원으로 나란히 영업이익 1, 2위를 차지했다. 전년 동기 대비 영업이익 증가액은 SK하이닉스가 4조3534억원(61.9%↑), 삼성전자가 2조9827억원(32.5%↑)을 기록했다. 두 기업의 증가분 합계(7조3361억원)는 조사 대상 기업 전체 영업이익 증가분(13조 4,055억 원)의 54.7%에 달했다. 두 반도체 기업의 뒤를 이어 한국전력공사(5조6519억원), 현대자동차(2조5373억원), 기아(1조4623억원), 한화(1조3442억원) 등이 영업이익 상위권에 올랐다. 반면 3분기 가장 큰 영업손실을 기록한 기업은 삼성SDI(-5913억원)였으며, 아시아나항공(-1977억원), 포스코이앤씨(-1947억원), 롯데케미칼(-1326억원), 하이브(-422억원) 등도 적자를 냈다. 업종별로는 석유화학이 흑자로 전환했으며, 조선·기계·설비(72.3%↑), 제약(63.6%↑), 에너지(61.1%↑) 업종의 영업이익 증가율이 두드러졌다. 박규빈 기자 kevinpark@ekn.kr

기후부 “내년 내연차 17.7만대 전기차 전환” 전망…국회 “제조사 설문 기반, 과도한 추산”

정부가 온실가스 감축을 위해 내년도 전기차 보급 예산을 대폭 늘리고 '전기차 전환 지원금'을 신설했으나, 정작 그 근거가 되는 수요 예측이 과도하게 산출됐다는 국회의 지적이 나왔다. 16일 국회 기후에너지환경노동위원회 신항진 수석전문위원의 '내년도 기후에너지환경부 예산안 검토보고서'에 따르면 내년 전기차 전환지원금 물량과 산정 근거를 재검토하고 계획의 현실성을 고려해 예산을 조정하라는 권고가 담겼다. 정부 예산안에 따르면 내년 무공해차 보급 예산은 2조2825억원이며, 이 중 전기차 보급사업 예산은 1조6113억7천만 원이다. 이는 올해 본예산보다 896억원, 추가 경정 예산보다는 3686억 원 증액된 수치다. 예산 증액의 주된 요인은 1775억원 규모의 '전기차 전환 지원금' 신설이다. 이는 내연차에서 전기차로 교체 시 1대당 100만 원 안팎을 지원하는 사업으로, 총 17만7500대를 지원하겠다는 것이 기후부의 계획이다. 하지만 신 수석전문위원은 이 목표치가 과도하다고 지적했다. 기후부는 내년 보조금이 지급될 전기차(승용 20만8000대, 화물 2만1500대)의 75%가 내연차에서 전환될 것으로 봤는데, 이 75%라는 비율이 과거 실적이 아닌 '자동차 제조사 대상 설문조사' 결과를 토대로 산출돼 엄밀성이 떨어진다는 것이다. 실제로 국내에서 전기차가 가장 많이 팔린 2022년의 연간 총판매량(16만4486대)조차 내년 '전환 물량' 예상치에 미치지 못한다. 정부의 전기차 보급 목표가 현실과 동떨어진다는 비판은 매년 반복되고 있다. 전기차 보급 실적은 2022년 목표 대비 5만5000여대, 2023년 10만5000여대, 2024년 9만8000대가 미달했다. 전기차 충전기 예산 집행은 더욱 부진했다. 2023년 6만 3,355기 설치 예산이 편성됐으나 실제 집행은 737대에 그쳤다. 작년에는 14만7000대 목표에 8월까지 실집행은 375대에 불과했다. 보고서는 또한 내연차를 폐차하지 않고 중고차로 팔거나 양도하는 '형식적인 전환'에도 지원금이 지급될 불합리성이 있다며 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내년도 예산안에는 다른 허점들도 언급됐다. 정부는 3시간 내외로 완충 가능한 '중속 충전기'(30∼50kW) 2천 기를 마트·영화관 등에 설치하겠다며 300억 원을 편성했으나, 별도 수요 조사를 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전기차 화재 시 최대 100억 원을 보장하는 '무공해차 안심 보험' 예산 20억 원을 반영했으나, 이미 자동차 제조사들이 제조물 책임 보험에 가입해 있어 '중복 지원'이라는 지적을 받았다. 한편, 정부는 2030년 전기차 누적 보급 420만대를 목표로 하고 있으나 , 올해 9월까지 누적 등록 대수는 85만여 대에 불과해 목표 달성을 위해선 내년부터 연평균 67만 대가 보급돼야 하는 실정이다 박규빈 기자 kevinpark@ekn.kr

벤츠, 삼성·LG 만나 한국과 車 파트너십 보폭 넓혀

올라 칼레니우스 메르세데스-벤츠 회장이 방한해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과 LG그룹 전자·배터리 계열사 경영진 등 삼성, LG의 주요 경영진을 만나 전장 분야 협력 확대를 모색했다. 한국과 완성차 공급망의 핵심 파트너십과 주요 아시아 시장 거점으로서 역할을 강화하기 위한 행보로 풀이된다. 16일 재계에 따르면 칼레니우스 회장은 13~14일 이틀간 방한 일정을 소화했다. 13일 오후에는 삼성과 LG, HS효성 주요 경영진과 회동하며 전장 분야에서 협력을 확대할 방안을 논의했다. 먼저 서울 여의도 LG트윈타워를 찾아 조주완 LG전자 최고경영자(CEO)와 정철동 LG디스플레이 CEO, 김동명 LG에너지솔루션 CEO, 문혁수 LG이노텍 CEO 등 LG그룹 전장 분야 주요 경영진을 만났다. 양측은 전장 분야 '원(One) LG' 설루션을 기반으로 소프트웨어 정의 차량(SDV) 설루션, 차량용 인공지능(AI) 에이전트, 배터리 등의 협력 방안을 논의했다. 벤츠는 LG전자, LG디스플레이, LG에너지솔루션, LG이노텍 등 LG그룹 주요 계열사들과 인포테인먼트 시스템과 차량용 플라스틱 유기발광다이오드(P-OLED), 배터리, 자율주행 센싱 등으로 파트너십을 이어왔다. 칼레니우스 회장은 “LG는 메르세데스-벤츠가 특별하고 새로운 것을 시도할 때마다 자연스럽게 찾는 파트너 중 하나"라며 “LG처럼 광범위하면서도 깊이 있는 회사는 전 세계에서 유일무이하다"고 말했다. 이 회장과 최주선 삼성SDI 사장, 크리스천 소봇카 하만 CEO 등 삼성의 주요 경영진과는 서울 한남동 승지원에서 저녁 만찬을 했다. 삼성 주요 계열사들의 전장 부품 공급과 관련한 논의가 이뤄진 것으로 알려졌다. 기존 파트너십을 강화하는 동시에 배터리와 자율주행 등 미래 모빌리티 분야로 협력 범위를 확대할 것으로 기대된다. 특히 삼성SDI가 이번 회동을 계기로 벤츠와 차세대 배터리 공급망을 구축할 가능성이 주목받고 있다. 삼성SDI는 BMW, 아우디 등 독일의 다른 고급 완성차 기업들을 고객사로 두고 있다. 삼성과는 차량용 인포테인먼트 시스템과 디지털 키 등의 분야에서 협력하고 있다. 삼성전자의 오디오·전장 자회사 하만은 벤츠 고급형 전기차 EQS의 차세대 인포테인먼트 시스템 MBUX 플랫폼을 공급하고 있다. 조현상 HS효성 부회장을 비롯한 HS효성 경영진과도 서울 압구정동 '마이바흐 브랜드센터 서울'에서 만났다. 조 부회장은 칼레니우스 회장과 배터리 소재, 탄소섬유, 자동차 내장재, 에어백, 타이어코드 등 자동차 소재 분야의 밸류체인 협력을 강화할 방안에 대해 의견을 교환했다. HS효성의 주요 계열사인 HS효성첨단소재는 차량용 첨단소재를 생산하며 HS효성더클래스는 국내 벤츠 공식 딜러사다. 칼레니우스 회장은 14일 인천 파라다이스시티에서 벤츠 미래전략 간담회에서 “13일에는 주로 '왓츠 넥스트'(What's next), 즉 다음의 혁신과 기술이 무엇이고 어떻게 함께 미래로 도약을 할 것인가에 대한 생산적인 논의가 있었다"며 “삼성, LG와 같은 글로벌 챔피언과의 협력을 강화해 고객에게 월드클래스 수준의 경험을 제공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한국 기업들과 협력하면서 한국이 가진 혁신 생태계가 벤츠에 정말 중요하다는 것을 많이 느낀다"며 “실제로 한국 기술이 탑재되지 않은 벤츠 차량을 보기가 어렵다"고 강조했다. 칼레니우스 회장은 2027년까지 40종이 넘는 신차를 한국에 출시하고, 내년 1월 아시아 지역 자동차 전장부품 구매와 공급사 품질, 사업 개발 부문을 총괄하는 거점을 서울에 설립하겠다는 계획도 내놨다. 칼레니우스 회장은 “순수전기차, 플러그인하이브리드, 전동화 기반 첨단 내연기관 차량 등 다양한 파워트레인 옵션을 제공하는 등 벤츠 역사상 가장 큰 규모의 신차 출시를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정승현 기자 jrn72benec@ekn.kr

[주간 신차] 혼다 CR-V 하이브리드, 페라리 ‘849 테스타로사’

혼다코리아가 2026년형 CR-V 하이브리드를 국내에 선보였다. 2023년 국내에 데뷔한 6세대 제품의 부분변경 모델이다. 신제품은 안전사양 '혼다 센싱'(Honda SENSING)에 '후측방 경보 시스템'(BSI)과 '크로스 트래픽 모니터'(CTM) 기능을 새롭게 추가한 게 특징이다. '자동 감응식 정속 주행 장치'(ACC), '차선 유지 보조 시스템'(LKAS), '트래픽 잼 어시스트'(TJA) 등 기존 혼다 센싱 기능은 동일하게 작동한다. 2.0L 직분사 앳킨슨 엔진과 E-CVT 조합의 4세대 2모터 하이브리드 시스템이 조화를 이룬다. 모터의 최고출력 184마력, 최대토크는 34kg·m다. 엔진은 최고출력 147마력, 최대 토크 18.6kg·m의 힘을 낸다. 혼다 2026년형 뉴 CR-V 하이브리드는 2가지 트림으로 구성된다. 가격은 2WD 5280만원, 4WD 5580만원이다(이하 개별소비세 3.5% 기준). BMW 코리아가 'BMW 뉴 X3 30 xDrive M 스포츠 패키지 프로'를 출시했다. 차량 실내에는 12.3인치 디지털 계기판과 14.9인치 컨트롤 디스플레이가 통합된 BMW 커브드 디스플레이가 들어간다. D-컷 디자인의 M 가죽 스티어링 휠과 M 시트벨트를 장착했다. 엔진은 최고출력 258마력, 최대토크 40.8kg·m를 발휘하는 트윈파워 터보 4기통 가솔린 엔진이 올라갔다. 최고 11마력을 내는 48볼트 마일드 하이브리드 시스템도 들어갔다. 정지 상태에서 시속 100km까지 가속하는 데 필요한 시간은 6.3초다. BMW 뉴 X3 30 xDrive M 스포츠 패키지 프로의 가격은 8390만원이다. 페라리가 플러그인하이브리드(PHEV) 스포츠카 '849 테스타로사'(849 Testarossa)를 국내에 공개했다. 페라리는 지난 14일 서울 반얀트리 클럽 앤 스파에서 코리아 프리미어 행사를 열고 새로운 플래그십 모델 849 테스타로사를 선보였다. 모델명 테스타로사는 1950년대 전설적인 레이싱카 500 TR의 붉은색 캠 커버에서 유래했다. 차량은 4.0L V8 트윈터보 엔진을 품고 있다. 최고출력 830마력을 발휘하며, 여기에 3개의 전기모터가 더해져 총 1050마력의 성능을 낼 수 있다. 정지 상태에서 시속 100km까지는 2.3초 만에 도달한다. 페라리는 오는 23일까지 페라리 반포 전시장에서 기존 고객 및 잠재 고객을 대상으로 849 테스타로사 프라이빗 뷰 행사를 개최할 계획이다. 여헌우 기자 yes@ekn.kr

현대차그룹, 평택항 탄소중립 수소항만 구축 참여

현대자동차그룹이 평택시 등과 함께 수소 생태계 조성에 앞장선다. 현대차그룹은 11일 평택시청에서 평택시, 경기평택항만공사, 평택지방해양수상청과 '탄소중립 수소항만 구축을 위한 업무협약(MOU)'을 체결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현대차그룹과 평택시 등은 △평택항 기아·현대글로비스 사업장 내 수소 연료전지(FC) 발전기 도입을 위한 기술 개발 및 사업 진행 △평택항 일대 수소 생산·공급 인프라 구축 △수소 항만장비 및 트럭, 수소 충전소, 수소·암모니아 벙커링 등 친환경 항만 전환에 관한 지원 △평택항의 친환경 항만 전환과 관련된 협약 기관들이 참여하는 협의체 운영 등 다양한 영역에서 협력해 나갈 예정이다. 이를 통해 △평택항 인근의 수소 생산 단지를 활용해 안정적인 친환경 전력 공급 구조를 구축하고 △그린 암모니아 수입을 통한 친환경 그린수소 공급망 확장 및 육상전력장치(AMP) 등 수소 활용 어플리케이션 확대 도입을 추진해 수소 생태계를 선도하기 위한 안정성과 경제성을 확보할 계획이다. 평택시는 1기 수소도시로 선정된 이후 2023년부터 평택항 인근 수소 생산 단지에서 경기경제자유구역(포승지구)까지 약 15km에 이르는 대규모 수소 배관 구축을 계획하고 있다. 협력 과정에서 △현대차는 수소 관련 사업 총괄을 △기아와 현대글로비스는 수소 어플리케이션의 도입 및 운영을 △평택시는 수소 생산 및 배관 인프라 등 수소 도시 구축 관련 제반 사항을 △평택지방해양수산청은 인허가 지원 및 시행 세칙 개선 등을 △경기평택항만공사는 각종 규제 개선 등을 각각 담당하게 된다. 켄 라미레즈 현대차그룹 부사장은 “이번 업무협약은 해양수산부의 '수소 항만', 국토교통부의 '수소 도시' 정책 목표를 공동 달성하기 위해 민관이 협력 관계를 적극 구축하는 사례"라며 “평택항 및 인근 시설을 바탕으로 수소를 활용해 국내 최초로 항만 내 친환경 전력 공급 인프라를 추진한다는 점에서 의미가 깊다"고 말했다. 여헌우 기자 yes@ekn.kr

산업계 ‘NDC 초비상’…“정부 전폭지원” 호소

'2035 국가 온실가스 감축 목표'(2035 NDC)가 최종 확정되면서 산업계에는 비상이 걸렸다. 관련 기술을 축적하지 못한 상황에 다소 도전적인 목표가 제시돼 부담이 상당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정부는 11일 국무회의를 열고 2035 NDC를 의결했다. 온실가스 배출량을 2035년까지 2018년 대비 53~61% 감축한다는 게 골자다. 부문별로는 △에너지 68.8∼75.3% △산업 24.3∼31.0% △수송 60.2∼62.8% 등으로 설정됐다. 산업계는 이같은 NDC 수준을 '제조 활동의 족쇄'로 인식하는 분위기다. 미국·일본·중국 등 NDC 참여국은 관련 목표를 설정하되 강제성이 없는데 반해 우리나라는 법적 의무로 못 박는다는 이유에서다. 미국발 무역분쟁, 환율 급등락, 주요국 경기침체 등 대외 환경이 녹록지 않은 상황이라는 점도 NDC 압박 수위를 높이는 요소다. 기업들은 기존 안보다 더 높아진 NDC 달성을 위해서는 탄소 감축 기술·설비에 더 큰 비용을 투입해야 할 것으로 관측된다. 인공지능(AI) 등 신사업에 투자될 비용은 상대적으로 축소될 수밖에 없는 셈이다. 대기업들의 경우 앞으로 구매해야 할 배출권 규모가 커져 추가적으로 수익성이 악화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특히 자동차 업종에 'NDC발 쓰나미'가 밀려올 것으로 보인다. 2035년까지 전체 자동차 등록대수 중 무공해차 비중을 30~35% 수준으로 높이기 위해서는 사실상 전기차 판매에 '올인'하는 전략 구사가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국내에 전기차 생산 라인을 구축하지 못한 한국지엠 등은 존폐기로에 놓일 수도 있다. 부품 업체들은 대부분 문을 닫을 수도 있다. 현재 국내 부품 업체의 95% 이상은 중소·중견기업이다. 이들 중 전동화 차량 등 미래차 매출액 비중이 30% 미만인 업체는 86.5%로 대부분이다. 한국자동차모빌리티산업협회(KAMA)는 이날 입장문을 내고 “수송부문 감축량 목표는 유지하되 수송부문 내 감축수단 다양화와 감축수단별 감축비중 조정을 통해 자동차산업 생태계 부담을 완화해야 한다"며 “규제 일변도보다는 과감한 인센티브 정책으로 국산 무공해차 수요를 창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부품업계 및 노동자를 위한 전환 지원정책도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구조조정이 불가피한 철강·석유화학·시멘트 업계도 초긴장 상태다. 철강사들은 수소환원제철 도입 시점을 2037년 정도로 보고 있다. 석유화학업계는 탄소 감축 비용이 산업 위축 속도를 더 빠르게 할 것을 걱정하고 있다. 대한상공회의소, 한국경제인협회, 한국경영자총협회 등 14개 경제단체는 하루 전인 10일 산업계 공동입장문을 내고 “세계 경제 환경 변화에 대한 대응이 시급한 가운데 아직 산업 부문 감축 기술이 충분히 상용화되지 못한 상황"이라며 “감축목표를 상향한 것은 산업계에 상당한 부담"이라고 지적했다. 또 “도전적인 목표 달성을 위해 정부는 기업들이 예측 가능한 환경 속에서 과감한 전환 투자를 이어갈 수 있도록 규제보다는 인센티브 중심의 제도적 기반을 강화해야 한다"면서 “조속한 혁신 기술의 개발과 상용화를 위한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이 반드시 이뤄져야 한다"고 주문했다. 여헌우 기자 yes@ekn.kr

美관세 버틴 타이어업계 “고부가제품, 성장 모멘텀 삼는다”

타이어 업계가 '관세 압박' 등 각종 변수에도 3분기 양호한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고인치 제품 등 판매를 늘리며 외형 성장에 성공했고 수익성도 시장 기대치 이상을 확보했다. 전기차용 타이어를 포함한 고부가가치 제품 영향력 확대가 앞으로 성장에 관건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11일 업계에 따르면 한국타이어앤테크놀로지는 지난 3분기 연결 기준 매출액 5조4127억원, 영업이익 5859억원을 기록했다. 타이어 부문만 놓고 보면 분기 기준 역대 최고 실적을 새로 썼다. 전년 동기와 비교해 매출액은 11.2% 증가한 2조7070억원, 영업이익은 10.4% 늘어난 5192억원으로 집계됐다. 고인치 타이어 판매 비중을 늘려 몸집을 키운데다 재료비·운임비 감소 등을 통해 미국 자동차 부품 관세 영향을 상쇄한 게 주효했다고 업체 측은 설명했다. 금호타이어는 3분기 매출액 1조1137억원, 영업이익 1085억원의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지난해와 비교해 매출은 0.1% 성장하는 데 성공했지만 영업이익은 22.6% 꺾였다. 지난 5월 광주공장에서 발생한 화재 여파가 지속됐고 미국 수출 물량이 부품 관세 직격탄을 맞은 결과다. 영업이익 '마이너스 성적표'지만 당초 시장 예상치는 10% 이상 웃돌아 선전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넥센타이어는 같은 기간 매출액(7807억원)은 10% 늘렸지만 영업이익(465억원)이 11% 빠졌다. 유럽 시장 신차용 타이어 공급 확대와 국내 렌탈 판매 호조로 역대 최대 분기 매출을 기록했다. 영업이익 역시 시장 예상치에는 부합했다. 업계에서는 타이어 3사가 고부가가치 제품 판매 확대에 매진하며 3분기 경영 실적이 선방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들은 공통적으로 전세계 프리미엄 시장을 겨냥, 18인치 이상 고인치 타이어 판매 비중을 확대해왔다. 25%에 달하는 미국 부품 관세 파도는 각자의 방식으로 넘었다. 한국타이어는 미국 테네시주 클락스빌 공장 등 현지 생산 능력을 빠르게 확장하며 적극적으로 대응했다. 내년 초 기준 미국 판매량 내 현지 생산 비중을 70%까지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관측된다. 금호타이어도 연간 300만본 안팎의 타이어를 미국에서 생산하면서 프리미엄 제품은 수출하는 등 다양한 활로를 열어왔다. 넥센타이어는 현지 생산 기반이 없어 유럽향 물량 등을 늘리며 대응책을 찾았다. 이번 한-미 협상 타결에 따라 3사 모두 수혜를 볼 것으로 기대된다. 향후 관건은 고부가가치 제품군 확대가 될 것으로 보인다. 각종 일회성 비용에 대한 불확실성은 이미 해결된만큼 추가적인 실적 개선을 위해서는 본격적으로 체질을 개선해야하는 시점이기 때문이다. 전기차용 타이어는 일반 타이어 대비 단가가 높고 수익성이 높다는 특징이 있다. 한국타이어의 경우 전기차 전용 타이어 기술력을 앞세워 포르쉐 '마칸', 샤오미 'YU7', BMW 'iX'·'뉴 i4' 등 프리미엄 전기차 브랜드에 신차용 타이어를 공급하고 있다. 금호·넥센타이어 역시 현대차·기아를 비롯해 테슬라, 폭스바겐 등 글로벌 기업과 협력 관계를 구축 중이다. 원가 절감 노력도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금호타이어 반기보고서를 보면 주요 원재료인 천연고무 가격이 최근 오름세를 보이고 있다. 2023년 상반기에는 1kg당 가격이 2058원이었는데 지난해 2404원, 올해 3021원으로 올랐다. 이 회사가 타이어를 만들기 위해 매입한 전체 원재료 가격 중 천연고무가 차지하는 비중은 27.5% 수준이다. 25% 가량을 차지하는 합성고무의 상반기 평균 가격도 2023년 1kg당 2531원에서 올해 2985원으로 18% 상승했다. 여헌우 기자 yes@ekn.kr

경기 위축에 수입 상용차 시장에도 ‘찬바람’

국내 건설 경기 위축 등 여파로 수입 상용차 시장에도 찬바람이 불고 있다. 볼보트럭, 스카니아, 만(MAN) 등 대표 브랜드 판매가 전년 대비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10일 한국수입자동차협회(KAIDA)에 따르면 지난달 수입 상용차 신규등록대수는 222대로 집계됐다. 전년 동월 대비 44.9% 빠진 수치다. 메르세데스-벤츠를 제외한 대부분 브랜드가 작년보다 떨어진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수입 상용차 시장 1위인 볼보트럭 실적이 131대에서 71대로 45.8% 하락했다. 스카니아(112대→54대, -51.8%), 만(73대→37대, -49.3%), 이베코(36대→9대, -75%) 등도 부진했다. 트랙터를 주력으로 삼는 메르세데스-벤츠만 36대에서 46대로 실적을 끌어올렸다. 지난달 수입 상용차 업체들이 판매한 제품을 종류별로 구분해보면 특장(95대)과 트랙터(91대)가 대부분을 차지했다. 덤프(27대), 카고(6대), 밴(3대) 등이 뒤를 이었다. 지난달 추석 연휴가 길게 자리잡아 영업일수가 전년 동월 대비 줄어든 게 판매 급감의 주요 원인으로 지목된다. 분위기 자체도 좋지 않다. 관세 불안, 환율 상승 등 각종 경영 관련 불확실성이 높아진 올해 들어 수입 상용차 시장 규모는 지속적으로 위축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전체 브랜드의 올해 1~10월 누적 등록대수를 합산하면 3263대로 지난해 같은 기간(4109대) 보다 20.6% 감소했다. 작년까지만 해도 연간 판매가 4713대로 전년(4504대) 대비 4.6% 성장세를 유지했었다. 현대자동차·기아는 상용차 시장 판매 규모를 지난해와 비슷하게 유지하고 있다. 현대차는 버스·트럭을 1~10월 2만3018대 팔았다. 전년 동기 대비 2.6% 늘어난 수치다. 같은 기간 기아의 버스 판매는 1165대로 1.1% 상승했다. 현대차·기아는 수입 상용차 브랜드들과 판매 제품군과 가격대 등이 크게 다르다. 업계 한 관계자는 “경기 침체 등 영향으로 덤프트럭과 콘크리트 믹서트럭 등 신규 수요가 줄었고 구매자들도 가격 부담을 느끼고 있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여헌우 기자 yes@ekn.kr

한국지엠 철수설 점입가경···불난 집에 NDC·노란봉투법 ‘부채질’

한국지엠 '철수설'에 다시 불이 붙고 있다. 내수·수출 동반 부진에 실적이 하락하고 있는데 미국발 관세 전쟁에 직격탄을 맞는 등 전망도 밝지 않다. '2035 국가 온실가스 감축 목표'(2035 NDC) 수립과 '노동조합법 제2·3조 개정안'(노란봉투법) 시행은 여기에 '부채질'을 할 것으로 우려된다. 8일 업계에 따르면 기후에너지환경부는 최근 '2035 NDC' 공청회를 열고 최종 후보 2가지를 결정했다. 2035년까지 2018년 대비 '50∼60%' 또는 '53∼60%' 감축하자는 안이다. NDC는 각 국가가 5년마다 설정하는 10년 단위의 온실가스 감축 목표다. 2035년 NDC는 올해 안에 유엔(UN)에 제출해야 한다. 수송 부문에서는 신차 10대 중 7대를 무공해차로 보급한다는 도전적인 목표가 설정됐다. 김성환 기후부 장관은 “2030년까지 신차 기준 40%, 35년까지 70%를 전기·수소차로 보급하겠다"고 언급했다. 한국지엠은 당장 발등에 불이 떨어진 모습이다. 국내 공장에서 전기차가 만들어지지 않는데다 제너럴모터스(GM) 본사도 한국에 친환경차 물량을 배정할 생각이 없다고 수차례 밝혀왔기 때문이다. 한국지엠은 현재 부평·창원공장에서 자동차를 만들고 있다. 물량은 내수에서 소비되거나 미국으로 수출된다. GM은 한국지엠을 소형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생산 거점으로 활용하고 있다. 쉐보레 트레일블레이저와 쉐보레 트랙스 크로스오버를 중심으로 뷰익 엔비스타 등 형제차를 생산 중이다. 연간 생산 능력은 각각 20만대, 30만대 수준이다. GM이 한국에 전기차 물량을 배정하지 않는 것은 '노조리스크' 때문이라는 게 업계 중론이다. 회사 출범 이후 강성 성향 노조가 강도 높은 투쟁을 지속하며 임금인상을 요구해오면서 잡음이 계속 발생했기 때문이다. 2018년에는 성과급을 달라며 사장실을 무단 점거하고 집기류를 파손하는 등 소동도 일어났다. 같은 맥락에서 GM은 한국에서 노란봉투법이 통과된 상황을 매우 심각하게 인식하고 있다고 전해진다. 이 법은 사용자 범위를 확대하고 노조의 단체행동 관련 손해배상 청구를 제한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산업계는 이 법이 내년 시행되기 시작하면 원·하청간 생태계가 흔들리고 기업의 정상적인 경영 활동이 어려워질 것이라고 우려하고 있다. 한국지엠 사장 출신인 제임스 김 주한미국상공회의소(암참) 회장도 노란봉투법 국회 논의 당시 수차례 강한 우려와 반대 입장을 공식적으로 표명했다. 그는 “(노란봉투법이 통과되면) 한국 진출을 고려 중인 미국 기업들의 투자 판단에 영향을 줄 수 있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한국지엠이 '철수설'에 휘말린 것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메리 베라 GM 회장이 2010년대 중반부터 글로벌 사업장 구조조정을 시작하자 '고비용 구조' 한국지엠이 타깃이 됐다. 2018년 군산공장 폐쇄로 신호탄을 쐈지만 2대주주(지분율 17%)인 산업은행이 8000억원 규모를 투자하며 '10년간 사업 지속'을 약속받았다. 시간이 흘러 2028년 '디데이'가 가까워지자 GM은 노골적으로 한국을 떠날 채비를 하기 시작했다. 전국 9개 직영 서비스센터를 순차적으로 매각·폐쇄하고, 부평 2공장 등 유휴 자산도 처분한다고 지난해 발표했다. 올해 국감에서도 허성무 의원 등은 “한국지엠이 내수를 외면하고 부지를 매각하고 있다"며 정부에 적극적인 행동을 촉구했다. GM의 행보에 '한국지엠 철수설' 불이 붙었는데 정부·국회가 2035 NDC와 노란봉투법 제정으로 여기에 '부채질'을 하고 있는 셈이다. 더 큰 문제는 한국지엠 실적 자체에 '비상등'이 켜져 있다는 점이다. 이 회사의 올해 1~10월 내수 판매(캐디락 제외)는 1만2979대로 전년 동기(2만1202대) 대비 38.8% 급감했다. 2018년만 해도 연간 판매가 9만3000대가 넘었던 회사지만 상품 경쟁력에서 밀리며 '꼴찌 완성차 업체'로 전락했다. 회사를 먹여살리는 수출도 같은 기간 37만5406대에서 35만3032대로 6% 줄었다. 대부분 미국으로 넘어가는데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관세 폭탄'을 부과한 탓이다. 한미간 무역협상을 타결하긴 했으나 기존 0%였던 관세를 15%나 물게된 처지라 수출 경쟁력도 개선되기 힘들 것으로 관측된다. 여헌우 기자 yes@ekn.kr

배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