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그룹, “협력사와 상생협력…‘AI·로봇·SDV’ 경쟁력 강화”

현대자동차그룹이 'AI·로봇·소프트웨어(SDV)' 중심의 미래 모빌리티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협력사들과의 상생협력을 강화한다. 현대차그룹은 7일 경기도 성남시 판교 더블트리호텔에서 '현대자동차그룹 상생협약 체결식'을 열고 공정거래위원회와 1·2차 협력사들과 함께 미래 모빌리티 생태계 협력 기반을 다지고 상생협력을 확대하는 협약을 맺었다. 이날 협약식에는 주병기 공정거래위원장을 비롯해 현대차그룹 기획조정담당 서강현 사장 등 주요 임직원들이 참석했다. 현대차·기아, 현대모비스, 현대제철, 현대건설, 현대로템, 현대엔지니어링, 현대트랜시스, 현대위아, 현대오토에버, 현대케피코, 이노션 등 12개 계열사 대표와 150여 개 1·2차 협력사 관계자들도 함께했다. 주병기 위원장은 축사를 통해 “미래 모빌리티 산업의 혁신은 협력사와의 건강한 '협업' 구조와 상생 위에서 더욱 단단하게 지속될 수 있다"며 “현대자동차그룹이 스스로 책임감을 가지고 협력사들과의 상생협력에 적극 나서기로 한 오늘은 우리 경제가 선진 경제 시스템으로 전환하는 출발점"이라고 말했다. 현대차그룹은 로봇과 SDV, 자율주행, 미래 항공 모빌리티, 수소 에너지, 스마트 팩토리 등 다양한 미래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이에 따라 협력사도 단순 거래 관계를 넘어 미래 산업 전환을 함께 준비하는 공급망 파트너로서의 역할이 확대되고 있다. 서강현 사장은 “협력사의 경쟁력이 곧 현대자동차그룹의 경쟁력이고, 공급망 전체가 건강해야 우리 모두가 글로벌 시장에서 살아남을 수 있다"며 “협력사들이 전동화·자율주행·로봇·소프트웨어 중심의 미래 모빌리티 전환 과정에서 홀로 뒤처지는 일이 없도록 그룹 전체의 역량을 모아 함께할 것"이라고 했다. 이번 협약을 통해 현대차그룹은 공정거래 관행을 정착시키고, 협력사의 경영 안정을 지원해 미래 산업 전환에 대응하는 공급망 경쟁력 확보에 나설 계획이다. 우선 현대차그룹은 대금 지급조건을 개선한다. 협력사에 대한 대금을 법정 지급기한인 60일보다 짧은 평균 10일 이내에 지급해 자금 운용 부담을 줄이고 경영 안정성을 높일 계획이다. 1차 협력사가 2차 협력사에 지급하는 대금의 지급기일도 함께 단축될 수 있도록 교육과 모니터링, 인센티브 등 지원을 병행한다. 또 상생결제시스템도 활성화한다. 상생결제시스템은 최상위 구매기업의 신용을 바탕으로 운영되는 결제 체계다. 1·2·3차 협력사가 납품대금을 연쇄적으로 조기에 현금화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 2·3차 협력사도 대기업 수준의 금리로 자금을 조달할 수 있어 금융비용 부담을 줄일 수 있고, 납품 대금도 보다 빠르게 현금화할 수 있다. 계열사 전반으로 교육·기술·금융 지원도 확대해 협력사 미래 산업 경쟁력을 높인다는 구상이다. 아울러 공정거래위원회는 협약을 이행하는 기업들에게 인센티브를 제공하고, 대금 지급조건 개선에 따른 협력사들의 애로사항을 청취하는 등 적극 지원한다는 방침이다. 현대차그룹 관계자는 “협력사 경쟁력 제고를 추진해 공급망 전반의 기술 수준을 높이고, 미래 산업 생태계도 협력사와 함께 키워 나갈 계획"이라며 “공급망 전반에 공정하고 지속가능한 상생협력 문화가 확산될 수 있도록 실질적인 지원을 이어가겠다"고 말했다. 박서현 기자 shine@ekn.kr

전기차 넘어 전력시장으로…배터리 3사 ESS로 ‘성장’

7일 발표된 LG 에너지솔루션의 2분기 실적 개선 배경으로 '에너지 저장 장치(ESS)' 사업이 주목 받고 있다. 글로벌 전기차 시장 성장세 둔화와 AI 데이터센터 확산으로 ESS 수요가 늘면서 전기차(EV) 중심이던 국내 배터리 업계가 본격적인 ESS 시장 공략에 나섰다. ESS는 생산된 전력을 저장했다가 필요할 때 공급하는 설비다. 최근 글로벌 AI 데이터센터 수요가 폭발적으로 늘어나면서 전력망 안정을 위한 ESS 수요가 함께 증가하고 있다. 특히 데이터센터 전력을 태양광이나 풍력 등 재생에너지로 사용할 경우 발전량의 편차가 크기 때문에, 미리 전력을 저장하고 효율적으로 관리할 수 있는 ESS가 필수 인프라로 꼽힌다. 블룸버그NEF에 따르면, 2025년 글로벌 ESS 신규 설치량은 처음으로 연간 100기가와트(GW)를 돌파했다. 2026년에도 성장세가 이어져 158GW에 달할 것으로 전망한다. 장기적으로는 2035년까지 향후 10년 간 전세계 ESS 누적 설치 규모가 2025년 대비 8배 수준을 기록할 것으로 봤다. 글로벌 전기차 시장이 성장세를 유지하면서도 과거 대비 성장 속도가 둔화되는 양상을 보이는 것과는 대조적인 흐름이다. 국내 배터리 업계도 이러한 ESS 성장세에 올라타는 동시에 미 정부의 중국산 배터리 규제도 기회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그동안 글로벌 ESS 시장은 CATL 등 중국 업체들이 70% 이상 점유하며 주도해왔지만, 최근 들어서는 미 정부의 고강도 규제와 보조금 차별화 장벽에 직면했다. 미국은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세액 공제와 해외우려기업(FEOC) 규제를 통해 중국산 배터리 의존도를 점차 낮춰가고 있다. 특히 ESS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업체가 미국산 부품 요건을 충족할 경우 최대 40%의 세제 혜택을 제공하면서, 사실상 북미에 생산 기반이 없는 중국 업체들의 시장 진입이 어려워졌다. 최근 중국산 ESS 셀 가격은 미국산 대비 1.3배 높은 수준으로 상승하며 가격 경쟁력도 약화됐다. 이 같은 시장개편 흐름에 국내 배터리 업계도 반사이익을 기대하며 북미 ESS 시장 공략에 속도를 내고 있다. LG 에너지솔루션은 지난해 2분기부터 미국 ESS용 LFP 배터리 생산라인을 가동하고 ESS 생산력 확대에 나섰다. 미시간과 오하이오 등 북미 다섯 개 지역에 ESS 생산 공장을 구축하고, 기존 생산라인도 ESS용 LFP 라인으로 전환했다. 지난 5월에는 미국 미시간주 최대 에너지 기업 'DTE 에너지'와 한화 2조 4000억원 규모의 계약을 체결했다. 올해 말까지 글로벌 ESS 생산력을 60기가와트시(GWh) 이상으로 확대하고, 그 중 50GWh를 북미 지역에 집중적으로 배치하겠다는 계획이다. 삼성 SDI 역시 지난해 12월 미국 에너지 인프라 업체와 2조원 규모의 ESS용 LFP 배터리 계약을 체결했다. 이어 지난 3월에도 미국 에너지 기업과 1조5000억 원 규모의 ESS 배터리 공급 계약을 체결했다고 밝혔다. 올해부터 2029년까지 4년간 인디애나주에 위치한 삼성SDI와 스텔란티스의 합작법인 '스타플러스에너지(SPE)' 공장에서 ESS 배터리를 생산해 공급할 예정이다. 삼성 SDI는 비중국계 업체 중에서는 유일하게 각형 ESS용 배터리를 생산하고 있어 북미 시장에서 그 상품성을 주목 받아왔다. SK온도 올해 3분기부터 현재 가동 중인 미국 조지아 공장의 일부를 ESS 생산라인으로 전환하겠다고 밝혔다. 국내에서도 올해 말까지 충남 서산 공장에 ESS용 LFP 생산을 위한 설비를 구축해 가동할 예정이다. 기존 설비를 ESS용으로 가동해 올해 20GWh 이상의 글로벌 ESS 프로젝트를 수주하겠다는 목표를 내세웠다. 증권가에서는 이러한 국내 배터리 업계의 ESS 전환 흐름이 새로운 실적 호재가 될 것이라 예측하고 있다. 2026년 1분기 글로벌 전기차 판매량이 394만대로 집계되며 처음으로 역성장을 기록한 상황에서 전기차 배터리에 편중됐던 국내 배터리 업체들의 수익 구조가 ESS로 다변화하며 실적 변동을 방어하고, 중장기 안정성도 높아질 것이란 전망이다. 신한투자증권 이진명 연구원은 “북미는 EV 성장 둔화에도 AI 데이터센터 투자에 따른 ESS 수요 급증이 새로운 성장축으로 부상할 것"이라며 “ESS 추가 수주 모멘텀 등이 하반기 국내 이차전지 섹터 이익 가시성을 높이는 요인으로 작용할 전망"이라고 말했다. 이어 미국의 중국산 배터리 규제에 대해서도 “북미 현지에 현지 생산능력을 확보한 국내 업체들의 구조적 반사 수혜를 기대할 수 있다"고 했다. 박서현 기자 shine@ekn.kr

ESS가 구했다…LG엔솔, 2분기 흑자전환

LG에너지솔루션이 에너지저장장치(ESS) 사업 성장에 힘입어 2분기 흑자 전환에 성공했다. 미국 전기차 시장 성장세 둔화에도, ESS 출하 확대와 전기차용 원통형 배터리 판매가 실적 개선을 이끌었다는 분석이 나온다. 7일 LG에너지솔루션은 올해 2분기 연결 기준 잠정 영업이익이 1133억원으로 집계됐다고 공시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77% 감소했지만, 직전 분기 2078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한 이후로 한 분기 만에 흑자로 돌아섰다. 같은 기간 매출은 7조5602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24.8% 증가했다. 미국 인플레이션감축법(IRA)에 따른 첨단제조생산세액공제(AMPC) 수혜 규모는 2410억원으로 집계됐다. AMPC는 미국 정부가 자국 내 배터리 생산을 장려하기 위해 지급하는 세액공제 제도다. 최근 국내 배터리 업체들의 실적을 좌우하는 핵심 요인이다. AMPC를 제외한 매출은 7조3193억원, 영업손실은 1277억원이다. 실적 개선에는 ESS 사업 확대가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미국 시장을 중심으로 ESS 출하가 늘면서 생산설비 증설 과정에서 발생했던 초기 비용 부담이 완화됐고, 원통형 전기차 배터리와 유럽 중저가 전기차용 파우치형 배터리 판매도 증가했다. 앞서 LG 에너지솔루션은 지난 5월 미국 DTE 에너지와 2조4000억원 규모의 공급 계약을 체결하는 등 본격적으로 미국 ESS 시장 공략에 나서고 있다. 증권가에서는 LG에너지솔루션의 실적이 2분기를 기점으로 점진적인 회복 국면에 들어설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미국 ESS 시장 성장세가 이어지는 데다, 유럽에서는 리튬인산철(LFP),고전압 미드니켈 등 중저가 전기차용 배터리 수요도 확대되고 있어서다. 이진명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하반기 ESS는 수주와 실적 성장이 본격화되는 국면에서 상반기 대비 하반기 매출액 46% 증가를 예상한다"면서 “EV 미국 공장 저율 가동에도 유럽향 미드니켈과 LFP 물량 확대 등으로 매분기 실적 개선세가 유효하다"고 분석했다. 이번 잠정 실적은 한국채택국제회계기준(IFRS)에 따라 작성된 추정치다. LG 에너지솔루션은 이달 말 기업설명회를 개최하고 확정 실적과 사업 전망을 공개할 예정이다. 박서현 기자 shine@ekn.kr

현대차 아틀라스, 월드컵 무대서 첫 데뷔…대규모 관중 앞 시연 ‘자신감’

현대자동차가 2026 FIFA 북중미 월드컵 경기장에서 휴머노이드 로봇 '아틀라스'를 선보이며 로보틱스 사업 알리기에 나섰다. 현대차는 5일(현지시간) 미국 뉴욕 뉴저지 스타디움에서 열린 브라질과 노르웨이의 월드컵 16강전 하프타임 행사에서 아틀라스를 활용한 퍼포먼스를 진행했다고 밝혔다. 이번 무대에 오른 아틀라스는 '차세대 전동식 아틀라스 개발형 모델'이다. 현대차는 지난 1월 CES 2026에서 해당 모델을 최초 공개했다. 이후 공개 행사와 영상 콘텐츠 등에서 일부 동작을 소개한 적은 있지만, 대규모 관중이 지켜보는 현장에서 시연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아틀라스는 경기장 터널을 통해 등장해 손흥민과 해리 케인 등 축구 팬들에게 익숙한 선수들의 세리머니를 재현한 뒤, 후반전을 앞두고 공인구를 전달하는 역할을 맡았다. 아틀라스는 변수가 많은 경기 현장에서도 실수 없이 안정적으로 동작을 수행하며 로봇 기술의 완성도를 보여줬다. 이번 시연에는 신체의 미세한 움직임을 로봇 형태에 맞게 구현하는 '리타겟팅 기술' 과 인공지능 기반 강화 학습 체계, 전신 제어 기술 등이 적용됐다. 현대차는 이를 통해 제조 현장 중심으로 인식되던 로보틱스 기술이 스포츠와 문화 콘텐츠 등 다양한 영역으로 확장될 수 있다는 점을 보여줬다고 했다. 이번 행사는 현대차의 글로벌 브랜드 캠페인 '넥스트 스타츠 나우(Next Starts Now)'의 일환으로 마련됐다. 현대차는 월드컵 기간 동안 아틀라스를 활용한 다양한 콘텐츠를 공개하며 미래 모빌리티와 로보틱스 비전을 알릴 계획이다. 현대자동차 브랜드마케팅본부 지성원 부사장은 “현대차는 앞으로도 인간 중심의 기술을 일상과 자연스럽게 연결하겠다"면서 “로보틱스를 통해 확장될 미래 모빌리티의 새로운 비전과 로보틱스가 인류의 진보를 함께하는 파트너임을 다채롭고 창의적인 브랜드 경험을 통해 제시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현대차는 오는 7일 BBC와 협업한 다큐멘터리 영상 “트레인드 그라운드((The Training Ground)"를 공개하고, 월드컵 로보틱스 프로젝트 준비 과정과 관련 기술 개발 스토리를 소개한다. 박서현 기자 shine@ekn.kr

보급형은 다시 ‘원페달’…갈피 못 잡는 테슬라 ‘회생제동’

“모델 Y 회생제동 감소 너무 부러운데…모델 3는 언제 생길까요?" 국내 전기차 시장에서 영향력을 키우고 있는 '테슬라(Tesla)'가 '회생제동' 기능을 두고 차종별로 다른 전략을 펼치고 있다. '회생제동'은 전기차의 안전을 좌우하는 핵심 기능인만큼, 감속 강도를 조절할 수 있는 선택권에 대한 소비자 요구도 계속되고 있다. 회생제동은 전기차의 주행 효율을 높이는 기술이다. 차량이 감속할 때 발생하는 운동에너지를 전기에너지로 전환해 배터리를 충전한다. 특히 회생제동 강도를 최대한으로 높인 일명 '원 페달(One-Pedal) 주행'은 배터리를 충전하면서도 가속 페달만으로 가속과 감속, 정차까지 가능해 도심 주행 시 편의성을 높인다는 장점이 있다. 다만 회생제동의 강도가 높아질수록, 안전성과 승차감의 문제가 발생한다. 감속이 강해 차량의 꿀렁거림이 심해지면서 운전자에게 멀미를 유발하고, 원 페달 주행에 익숙해진 운전자가 다른 차량을 운전하게 될 경우 제때 제동하지 못할 가능성이 생긴다. 눈길이나 미끄러운 환경에서 회생제동이 강하게 작동할 경우 순간적으로 바퀴가 잠기는 위험도 배제할 수 없다. 김필수 대림대학교 미래자동차학부 교수는 “회생제동이 강할수록 에너지 회수 효과는 커지지만 원 페달 주행에 대한 위험성은 분명히 존재한다"며 “원 페달 주행에 익숙해지면 브레이크 사용 습관이 달라질 수 있어 사고 위험이 커질 수 있다"고 했다. 특히 “한 가구에서 내연차와 전기차를 번갈아 타는 1가구 2차량 운전자나 고령 운전자에게 가장 치명적이다"라며 우려를 나타냈다. 이 때문에 최근 주요 완성차 업체들은 회생제동을 자동 제어하거나, 운전자가 강도를 조절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차종마다 방법 차이는 있지만, 회생제동 강도를 최대로 높인 원 페달 주행 여부를 선택할 수 있다는 것은 같다. 예컨대 현대차와 기아 모델의 경우, 스티어링 휠 뒤 패들 시프트를 짧게 당기면 단계적 조절, 길게 당기면 원 페달 주행으로 전환할 수 있다. 아이오닉 3·5·6·9, EV3·EV6·EV9 등이 해당한다. 반면 테슬라는 오랜 기간 회생제동 강도 조절 기능을 제공하지 않는 정책을 유지해왔다. 2019년 국내에 출시된 모델 3를 시작으로 2021년 선보인 모델 Y 등 주요 차종에서 운전자가 회생제동 강도를 별도로 설정할 수 없었다. 회생제동 강도를 '기본'과 '낮음' 두 단계 중 선택할 수 있었던 이전 모델과 달리, 항상 최고 강도로 고정해 전비를 극대화한 것이다. 테슬라가 회생제동 조절 기능을 다시 지원한 건 2025년 모델 Y의 신형인 '모델 Y 주니퍼' 라인을 출시하면서부터다. 모델 Y 프리미엄 RWD, 모델 Y 프리미엄 롱레인지 AWD 등 주요 트림에 회생제동 시 감속 강도를 조절할 수 있는 '감소됨 모드'를 적용했다. 기존과 같은 강한 회생제동은 물론, 보다 완만하게 멈춰서는 감속 주행이 가능해졌다. 업계에서는 이를 두고, 운전자 선택권을 확대한 합리적 조치라는 평가를 하기도 했다. 소비자들 역시 온라인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감소됨 모드로 설정하니 일반 엔진차와 비슷하다", “급한 상황에서 더 안전해진 것 같다"는 긍정적 평가를 내놓았다. 실제 모델 Y 주니퍼는 올해 상반기 국내 전기차 시장 판매 1위를 기록하며 테슬라의 주력 차종으로 자리 잡았다. 지난 3일 한국수입자동차협회가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모델 Y 주니퍼' 라인은 6월 한 달 동안 9188대 판매됐다. 그러나 올해 1월 출시된 보급형 차량 '모델 3 스탠다드 RWD'에는 해당 기능이 적용되지 않았다. 회생제동 조절 기능을 지원하는 '모델 Y 주니퍼'보다 더 늦게 출시됐음에도 관련 기능이 제외된 것이다. 특히 '모델 3 스탠다드 RWD'가 상대적으로 가격이 낮은 보급형 모델이라는 점이 부각되면서 테슬라의 회생제동 정책과 적용 기준을 둘러싼 소비자들의 불만이 다시 제기되고 있다. 온라인 커뮤니티와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등에서는 회생제동 관련 기능을 모든 차종에 확대 적용해야한다는 목소리가 이어지고 있다. 소비자들은 “모델 3를 사지니 회생제동 조절이 안 돼서 스트레스 받을 것 같다.", “모델 3에 회생제동 조절 기능을 탑재한다는 소식은 언제 들리냐.", “이번에 나온 보급형 모델 3는 사실상 원 페달 주행만 하라는 거 아닌가." 등의 반응을 보였다. 특히 현대차·기아를 비롯해 BMW 등 주요 완성차 업체들이 차급과 관계없이 회생제동 강도 조절 기능을 제공하고 있다는 점에서 테슬라의 차종별 적용 방식은 더욱 대비된다는 평가다. 김필수 대림대학교 미래자동차학부 교수는 “회생제동은 운전 습관과 주행 환경에 따라 선호도가 크게 갈리는 기능"이라며 “운전자가 직접 설정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최근 완성차 업계의 흐름"이라고 말했다. 이어 “테슬라 자체가 제품 업그레이드나 교체 사이클이 느리기 때문에 회생제동 관련한 개선 속도도 느릴 수 있다"면서 “회생제동은 안전과도 연결되는 만큼 차종에 관계없이 운전자가 직접 설정할 수 있도록 하는 방향이 바람직하다"고 했다. 박서현 기자 shine@ekn.kr

현대차 ‘살고’ BYD ‘죽고’…“전기차 보조금 패러다임 전환”

정부가 전기차 구매 보조금 지급 기준에 '국내 공급망 기여도'를 반영하면서 국내 전기차 보조금 정책의 중심이 소비 진작에서 산업 생태계 육성으로 이동하고 있다. 5일 업계에 따르면, 새 기준이 처음 적용된 평가에서 중국 전기차 브랜드 'BYD(비야디)'가 탈락하며 정책 변화의 영향이 본격화되고 있다. 기후에너지환경부는 2026년도 하반기 '전기자동차 보급사업 수행자 선정 평가' 결과를 지난달 30일 공개했다. 이전까지는 차량 성능과 가격 등을 기준으로 판매가 8500만원 이하 대부분의 전기차에 대해 구매 보조금을 지급했다. 그러나 기후부는 지난 5월 한층 더 세분화된 평가 기준을 공개하고 이에 따라 보조금을 지급하겠다고 밝혔다. 기술개발 역량(10점), 국내 공급망 기여도(40점), 환경정책 대응 (15점), 사후관리 지속성 (20점), 안전 관리 (15점) 다섯 개 영역이다. 100점 만점에 총점 60점 이상을 받아야 보조금 지원 대상에 포함된다. 이번 평가 결과, 전기 승용차 부문에서는 현대차, 기아, 볼보, BMW, 테슬라 등 10개 업체가 선정됐다. 대부분의 수입 전기차 업체가 올해 하반기에도 보조금을 지급 받게 된 것이다. 유일하게 제외된 업체는 중국 전기차 브랜드 BYD다. 3일 한국수입자동차협회에서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6월 한 달 동안 BYD의 등록대수는 4652대다. 전체 26개 브랜드 중 4위다. 지난 2월 출시한 소형 전기차 '돌핀(Dolphin)'도 같은 기간 2747대 팔리며 전체 판매 대수 3위에 이름을 올렸다. 국내 시장에 진출한지 1년여만에 주목할만한 판매량을 달성했지만, 당장 이달 1일부터 보조금 지급 대상에서 제외된 것이다. 보조금 지원이 중단되면서 그 금액만큼 소비자의 구매 부담이 더 커지게 됐다. BYD 측도 곧바로 입장문을 내고 “차량 구매 고객을 대상으로 7월 한 달간 지난 보조금 수준에 상응하는 금액을 지원해드리는 '친환경 무공해 차량 고객 지원 프로그램'을 진행하겠다"고 밝히며 대응에 나섰다. 당락을 좌우한 결정적 요인은 '국내 공급망 기여도(40점)' 영역이다. BYD는 다섯 개 평가 영역 중 이 부문에서 가장 낮은 점수를 받은 것으로 확인됐다. 반면 현대차의 경우, 부품 공급을 위한 협력업체 네트워크, 공동 연구개발 인프라 등을 갖춰 보조금 지급 기준을 통과했다. 기후에너지환경부 박판규 탈탄소수송혁신과장은 “BYD는 국내 부품을 쓰는 비율이나 국내 고용 창출 같은 세부적인 부분에서 다른 브랜드와 차이가 났다"고 했다. 차량 판매를 통한 전기차 보급 확대보다 국내 공급망과 산업 생태계에 얼마나 기여했는지가 평가에 더 큰 비중을 차지했다는 의미다. 국내 공급망 기여도 영역은 ▲생산 및 공급 역량(10점) ▲부품산업 전환 기여(10점) ▲지역 공급망 안정성(10점) ▲고용 창출 효과(10점) 등 네 개 항목으로 구성된다. 예컨대, 국내 생산시설 운영 여부와 국내 부품 사용 비중, 협력사 공동 연구개발, 국내 고용 규모 등을 반영한다. 사업자가 국내 전기차 가치사슬과 얼마나 유기적으로 연결되어있는지를 보겠다는 것이 정부 입장이다. 평가 기준이 바뀐 배경에는 전기차 시장 성장에 따른 자동차 산업 구조의 변화가 있다. 기후환경에너지부에 따르면, 2011년 전기차 보급 사업이 시작될 당시 1만 2000대(점유율 2.5%)에 그쳤던 연간 전기차 보급 대수는 작년 말 기준으로 연간 20만대를 넘어섰다. 전기차가 국내 자동차 산업의 한 축으로 자리 잡고 내연차에서 전기차 중심으로의 패러다임 전환이 이뤄지고 있다는 평가다. 이에 따라 정책도 단순한 보급 확대를 넘어 산업 생태계 육성으로 무게중심을 옮기고 있다. 초기에는 전기차 보급 확대를 통한 온실가스 감축에 중점을 두었다면, 이제는 산업 생태계와 공급망까지 함께 육성하는 방향으로 확대되고 있다. 기후에너지환경부 박판규 탈탄소수송혁신과장은 “이제는 온실가스 감축 같은 환경적 요인을 위해 단순히 보급 대수를 늘리는 것을 넘어서서 더 전체적인 부분, 산업적인 요소와 고용 창출 효과까지 함께 본다"며 “전기차 산업이 커진 만큼 자동차 산업 전체에 미치는 영향도 함께 고려해야 하는 단계"라고 말했다. 심사 방식도 달라졌다. 기존에는 각 업체에서 제출한 자료를 바탕으로 전문 위원이 종합적으로 판단하는 정성 평가 위주였다면, 이번 평가부터는 정량 평가 비중을 높였다. 예를 들어, 고용 창출 부문에서 국내 사업장 고용 인원이 300인 이상이면 10점, 200인 이상이면 8점을 부여한다. 박 과장은 “과거에는 고용 창출 효과를 평가하더라도 100명이 적절한지, 1000명이 적절한지 명확한 기준이 없었다"며 “올해부터는 고용 규모 등 항목별 기준을 수치화해 심사위원의 주관이 개입될 여지를 줄였다"고 설명했다. 정부는 향후 전기차 시장 확대에 맞춰 공급망 기여도 평가를 지속적으로 보완할 계획이다. 박 과장은 “전기차 보급이 확대될수록 산업에 미치는 영향도 커지는 만큼 평가 기준은 매년 보완할 예정"이라며 “내년 이후에도 공급망 기여도 평가는 단계적으로 강화될 것"이라고 했다. 박서현 기자 shine@ekn.kr

영남, ‘피지컬 AI’ 심장 된다…6대 기업 312조원 투자

삼성전자를 비롯해 SK·한화·현대차·두산·LG 등 6개 기업이 영남권에 총 312조원을 투자한다. 140조원 투자 카드를 꺼낸 SK는 2기가와트(GW) 규모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를 구축하고, 60조원을 투입하는 삼성은 휴머노이드 로봇과 배터리 생산 라인 등 피지컬 AI 제조 기반을 확충한다. 한화(55조원)와 현대차그룹(42조원)은 각각 우주항공·자율주행 모빌리티 분야에, 두산(5조1000억원)과 LG(9조4000억원)는 에너지·소재 분야에 힘을 싣는다. 이번 투자로 영남권은 반도체 후공정과 로봇, 우주항공을 아우르는 국내 '피지컬 AI' 핵심 거점으로 자리잡게 됐다. 3일 경남 진주에서 열린 '영남권 첨단산업 발전비전 국민보고회'에서 국내 주요 기업들이 대규모 투자청사진을 제시했다. 이번 계획은 지난달 29일 정부가 발표한 '대한민국 대도약 3대 메가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추진된다. 앞서 서남권(896조원)에 반도체 클러스터를 신설하기로 한 데 이어, 이번 영남권 투자(312조원)는 규모는 다소 작지만 AI 데이터센터와 피지컬 AI, 우주항공 등 미래 첨단산업의 또 다른 축을 세우며 산업 다각화에 방점을 찍었다. 먼저 삼성은 영남권에 60조원을 투자해 '글로벌 피지컬 AI 혁신 클러스터'를 조성한다. 피지컬 AI는 로봇, 제조 설비, 조선소, 배터리 생산라인 등 물리적 산업 현장에 AI를 접목하는 개념이다. 삼성은 영남권의 기존 제조 기반을 활용해 AI가 적용된 차세대 생산 거점으로 전환한다는 계획이다. 이번 투자에는 삼성전자, 삼성SDS, 삼성SDI, 삼성전기, 삼성중공업 등 5개 계열사가 참여하며, 휴머노이드 로봇·전고체 배터리·AI 서버용 패키지 기판·적층세라믹커패시터(MLCC) 생산 라인·고부가가치 선박 등을 중심으로 제조 AI 선도 전략을 편다. 노태문 삼성전자 대표이사 겸 DX(디바이스경험) 부문장은 “AI로 인해 제조 기술 패러다임이 상상 못할 속도로 전환되면서 전통 공장이 휴머노이드 로봇 중심의 'AI 드리븐 팩토리'로 바뀌고 있다"며 “영남을 AI전환(AX)과 로봇을 주요 산업에 접목한 제조 AI 선도지역으로 육성하기 위해 첨단 분야에 집중 투자해 양질의 일자리 20만개를 창출하겠다"고 말했다. 현대자동차그룹은 향후 10년간 42조원을 투입해 자율주행 등 피지컬 AI 기술과 부품 공급망 재편을 동시에 추진한다. 울산 전기차 전용 공장을 중심으로 고단계 자율주행차 양산 체계를 갖추고, 울산(배터리시스템)·대구(모터·제어기)·창원(열관리 장치)을 잇는 부품 공급망을 구축해 전동화 핵심 기술의 내재화를 꾀한다. 항공 모빌리티 독립법인 슈퍼널과 협업한 차세대 항공기 개발, 로봇 기반 달 탐사 장비 등 우주 기술 자립화도 추진한다. 장재훈 부회장은 영남권에 고도화된 모빌리티 인프라를 심어 신성장 부문을 육성하겠다는 취지를 밝혔다. SK그룹은 140조원을 투자해 2기가와트(GW)급 AI 데이터센터(AIDC)를 구축한다. 정재헌 SK텔레콤 대표이사 사장은 “AI 데이터센터는 고부가 자산일 뿐 아니라 국가의 핵심 안보 자산"이라며 “아시아 최대 AI 데이터센터 인프라 허브를 구축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어 “AI로 새로운 경부고속도로를 만들겠다"고 했다. SK는 울산을 첫 사업지로 삼아 영남권 다른 지역으로 단계적으로 확대할 방침이다. 이 밖에 한화는 위성·발사체와 우주·국방 AI 데이터센터 등 우주항공 분야에 55조원, LG는 반도체 기판 생산시설 증설과 프리미엄 가전 연구개발 등에 9조4000억원, 두산은 소형모듈원전(SMR)·가스터빈 등 에너지 분야에 5조1000억원을 각각 투자한다. 정부는 국내생산세액공제 신설, 영남권 첨단 국가산업단지 조성, '영남권 메가특구' 지정 등 세제·재정·입지 지원을 병행해 기업 투자를 뒷받침하고 영남권을 첨단산업 선도 거점으로 육성할 방침이다. 김하나 기자 uno@ekn.kr

“사고보니 파라시스”…벤츠 ‘배터리 허위 안내’ 집단분쟁조정 개시

메르세데츠-벤츠 코리아의 전기차 배터리 정보 허위 안내 논란에 대한 집단분쟁조정 절차가 시작됐다. 소비자분쟁조정위원회는 메르세데스-벤츠 코리아를 상대로 제기된 EQE 차량 집단분쟁조정 신청에 대해 조정 절차를 개시하기로했다고 3일 밝혔다. 앞서 소비자 53명은 벤츠 코리아가 2023년 6월부터 공식 수입 판매한 전기차 EQE 모델 판매 당시, 중국 배터리 업체 파라시스(Farasis)의 배터리 셀이 탑재됐음에도 씨에이티엘(CATL) 배터리가 장착된 것으로 안내해 판매했다며 손해배상을 요구했다. 위원회는 이번 사건이 집단분쟁조정 대상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동일한 유형의 피해를 주장하는 소비자가 50명을 넘고, 분쟁의 핵심 쟁점도 공통된다고 봤다. 현행 소비자기본법에 따르면, 같은 유형의 피해를 입은 소비자 50명 이상이고, 사건의 쟁점이 공통될 경우 집단분쟁조정 절차를 개시할 수 있다. 위원회는 이번 결정에 따라 한국소비자원 홈페이지와 일간신문에 14일 이상 관련 내용을 공고하고 추가 참가 신청을 받는다. 이후 조정 결정은 공고 종료 후 법정 기한 내 마무리 할 것이라고 밝혔다. 참가 대상은 2023년 6월 8일부터 2024년 8월 12일까지 벤츠코리아 딜러사를 통해 CATL 배터리가 탑재된 것으로 안내받고 차량을 구매한 소비자다. 집단분쟁조정 대상 차량은 EQE 350+, EQE 350 4MATIC, EQE 53 4MATIC+, EQE 500 4MATIC SUV 등이다. 참가를 희망하는 경우 계약서 등 관련 서류를 지참해 한국소비자원 홈페이지에서 참가 신청할 수 있다. 박서현 기자 shine@ekn.kr

전기 대신 하이브리드…람보르기니, ‘우루스 SE 퍼포만테’ 공개

람보르기니가 2일 고성능 하이브리드 모델 '우루스 SE 퍼포만테(Urus SE Performante)'를 공개했다. 지난 2월 순수 전기차로 개발하던 '란자도르 EV(Lanzador EV)' 의 양산 계획을 취소한 지 다섯 달 만에 공개한 새 '플러그인 하이브리드(PHEV)' 모델이다. 우루스 SE 퍼포만테는 람보르기니가 순수 전기차로의 전환에 앞서 하이브리드 기술을 중심으로 전동화로 향하는 흐름을 보여준다. 내연 기관의 4리터 V8 트윈터보 엔진을 갖추면서도 영구자석 전기모터를 활용해 60㎞ 이상 순수 전기 주행이 가능하다. 이를 통해 최고출력 812마력, 최대토크 1000뉴턴미터(Nm)를 발휘한다. 정지 상태에서 시속 100㎞까지 3.3초, 최고속도는 312㎞에 달해 우루스 라인업 가운데 가장 강력한 성능을 갖췄다. 스테판 윙켈만 람보르기니 회장 겸 CEO는 “우루스 SE 퍼포만테는 브랜드 역사상 가장 높은 수준의 성능과 주행 정밀성을 구현한 슈퍼 SUV"라며 “하이브리드 기술과 람보르기니의 주행 감성을 결합한 새로운 기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기존 모델인 '우루스 SE' 보다 더 날카로운 차체 라인에, 우루스 역사상 가장 많은 양의 노출형 탄소 섬유를 사용했다. 여기에 대형 공기 흡입구를 새롭게 설계해 한층 더 대담한 외관을 갖췄다. 실내 디자인도 한층 더 운전자 중심적인 형태로 개선됐다. 람보르기니만의 '파일럿이 된 듯한 감각(Feel Like a Pilot)' 콘셉트에 따라 대시보드 중앙에 새로운 12.3인치 디스플레이를 탑재했다. 새롭게 설계한 보닛과 공기 흡·배출 구조를 적용해 공기 흐름을 최적화했다. 주행 중 공기의 저항은 기존 모델보다 3% 줄이고, 차체를 노면으로 눌러주는 힘은 23% 높여 고속 안정성을 높였다. 새로운 냉각 시스템도 적용해 하이브리드 파워트레인의 열관리 성능을 강화했다. 우루스 최초로 AURA 듀얼 챔버 에어 서스펜션도 적용됐다. 주행 상황에 따라 차체 감쇠력을 정밀하게 제어해 스포츠 주행 시 차체 쏠림 현상을 기존 모델 대비 최대 55% 줄였다. 승차감 관련 진동도 25% 감소시켰다. 정확한 판매 시점과 가격은 미국 출시 이후 공개될 예정이다. 박서현 기자 shine@ekn.kr

[르포] “가상공간 달리고, 데이터 검증”…현대차 남양기술연구소 가보니

지난 1일, 국내 자동차 연구개발 혁신의 현주소를 찾았다. 경기 화성시에 위치한 현대차·기아 남양기술연구소다. 1995년 문을 연 이곳은 최근 2년 동안 주요 연구시설에 대한 '리모델링'을 마쳤다. 국내 최대 규모의 자동차 연구개발 산실답게 쉽게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연구소 정문에서 출입 승인을 받고도 굽이진 도로를 3분 정도 달려야 비로소 연구단지에 다다른다. 도로 옆으로 수소 충전소와 검은색 위장막으로 가려진 차들이 눈에 들어왔다. A, B, C 연구단지라고 쓰여진 파란 표지판을 따라 좌회전하면, 드디어 연구동이 자리하고 있다. 남양기술연구소 관계자는 “소프트웨어 혁신을 넘어, 하드웨어 기술력과 완성차 품질까지 아우르는 기술 역량으로 미래 모빌리티 시대를 선도해 가고 있다"면서 “어떤 자동차도 처음부터 완벽할 수는 없다. 끝없는 시험과 개선, 그리고 검증을 통해 완성될 뿐"이라고 말했다. 가장 먼저 향한 곳은 차세대 개방형 제어기 검증실, 노바랩(Nova-Lab)이다. 2,700㎡의 넓은 공간에 총 14대의 '와이어카(Wire-car)'로 테스트를 진행할 수 있는 검증셀이 늘어서 있다. 입구 벽면에 부착된 모니터를 통해 와이어카와 검증셀의 작동 현황을 확인할 수 있었다. 1톤 트럭 길이의 와이어카는 일반적인 자동차의 모습이 아니다. 얼핏 보면 '개방형'이라는 말 그대로 차체는 없고 자동차 시트만 눈에 보인다. 2019년부터 운영 중인 와이어카는 시험차(Prototype) 제작 전 차량의 정상 작동 여부를 테스트하는 용도로 개발됐다. 헤드램프, 사이드미러 등 대부분의 부품이 실제 차처럼 갖춰져 있다. 수 많은 전선이 제어기와 부품들에 연결돼 있어 실제 운전하면서 작동하는 모든 기능을 시험한다. 완성차와는 달리 실물 제어기를 탈착할 수 있어 회로 분석이 수월하고, 차량의 기능과 통신 상태도 빠르고 정확하게 검증할 수 있다. 정차 테스트 중에는 헤드라이트나 공조장치를 켜거나, 시트를 움직일 수 있고, 브레이크가 작동하는 지도 확인 가능하다. 이 때 모든 데이터는 손바닥만한 통신분석장비를 거쳐 모니터를 통해 보여지며 실시간으로 저장된다. 주행 테스트를 할 때는 와이어카 옆 세개의 모니터에 가상의 주행 시나리오 영상이 함께 표시된다. 전방 충돌 방지 보조 (FCA) 테스트를 진행하자, 실제 상황처럼 짧고 높은 경고음이 들리기도 했다. 현대차 관계자는 “와이어카를 이용하면 차량 성능 개선과 보완 과정에서 비용과 시간을 줄일 수 있다"면서 “특히 소프트웨어 중심 자동차(SDV)를 개발하는데 효율적"이라고 했다. 노바랩을 나와 도보로 3분 정도 걸으면 드라이빙 시뮬레이터가 있는 파이롯트 센터에 도착한다. 1층 로비에 들어서자마자 '고객을 위한 타협하지 않는 완벽함을 추구'라는 문구가 크게 걸려있다. 현대차와 기아의 실제 차량이 제작돼 실험 주행 도로를 달리기 전까지, 이곳 드라이빙 시뮬레이터 스튜디오의 가상 환경에서 수백번 테스트 주행이 진행된다. 스튜디오에 들어서자마자 눈에 띄는 건 270도 화각으로 펼쳐진 대형 곡면 스크린과 그 앞의 시뮬레이터 차량이다. 차체는 매트한 질감의 검정색 카본으로 만들었다. 실제 차량의 3분의 2 정도 길이로, 차량 뒷문 손잡이 직전까지의 부분을 실제 차량과 똑같이 제작했다. 최대한 실제 주행과 가까운 느낌을 주기 위해 차량 내부도 제네시스 G80 차량의 스티어링과 악셀 등 실제 인테리어를 사용했다. 가상 주행이 시작되면, 도로 표지판과 방지턱 등 실제 주행 환경이 구현된 시뮬레이션 영상이 스크린에 나타난다. 운전석에 탑승한 연구원이 악셀을 밟으면 영상 속 도로도 빠르게 흘러가고, 방지턱을 넘을 때면 덜컹하는 소리가 나기도 한다. 동시에 차량 전체가 하단 레일을 따라 앞뒤양옆으로 바쁘게 오가고, 차량 바로 아래에 있는 원형 바닥판도 분주하게 돌아간다. 전후, 좌우, 상하 직선 운동과 롤(Roll), 피치(Pitch), 요(Yaw)로 구성된 6자 유도 모션 시스템이다. 드라이빙 시뮬레이터 룸 밖에서는 연구원들이 모니터를 통해 운전자 시점에서의 차량 전방과 후방, 내부 운전석 상황 등을 지켜보고 있다. 연구원들은 차량의 움직임을 인가하면서, 도로 데이터와 주행 측정값을 기록한다. 실제 주행도로를 mm단위로 세밀하게 스캔해 구성한 도로 데이터를 사용하려면 시뮬레이터를 구동할 수 없을 정도로 방대한 양의 데이터가 발생한다. 남양연구소에서는 세계 최초로 차량 주변의 데이터만 최소화해 전송하는 '지형 서버(Terrain Server)' 방식을 적용해 문제를 해결했다고 한다. 차량 부품을 제조하는 적층 제조 솔루션 센터(Advanced Mobility Solution Center, 이하 AMSC)를 찾았다. 남양연구소에서는 금속 거푸집 없이 부품 설계 데이터만 가지고도 적층 제조 기술, 즉 3D 프린팅을 활용해 부품을 제작한다. 적층제조솔루션팀 소속 전승엽 책임 매니저는 “설계 형상에 맞춰 적층되는 높이를 실시간으로 보정하기 때문에 원하는 형상을 빠르게 만들 수 있는 장점이 있다"고 말했다. AMSC 4층에는 플라스틱 소재의 폴리머 분말을 녹여서 부품을 출력하는 폴리머 분말소결셀 설비가 갖춰져 있다. 장비 외에는 아무것도 없는 넓은 공간에 폴리머 분말소결셀 장비 2대가 나란히 서있고, 곳곳에서 장비가 작동하는 진동음이 들렸다. 폴리머 분말소결셀 장비는 정사각형 형태로 양팔을 벌린 길이보다 더 폭이 넓다. 내부에 분말이 도포될 때는 바람 빠지는 듯한 소리가 들린다. 작동하는 내내 주황색 적외선 불빛이 번쩍이고 초록색 상태표시등이 깜빡였다. 이렇게 생산한 부품들은 시험 검증용이나 헤리티지 모델 부품 복원용 등으로 쓰인다. 같은 건물 1층에는 차량 부품의 치수를 측정, 분석하는 디지털 측정 센터(DMC)가 자리하고 있다. 단순히 부품이나 완성차의 치수를 디지털 방식으로 측정하는 걸 넘어서서, 차량 개발부터 양산 직전 단계까지 발생하는 품질 편차나 조립의 정밀도까지 데이터 기반으로 분석한다. 파이롯트품질검증팀 하재민 파트장은 “DMC의 목표는 현대차그룹 전체의 디지털 측정 역량을 한 단계끌어올리는 데 있다"고 했다. 센터에 들어서면 가장 먼저 차량의 뼈대라고 할 수 있는 바디 스트럭쳐(Body Structure)들이 여러개 길게 늘어서 있다. 각 바디 스트럭쳐 양 옆으로는 3차원 측정장비 CMM(Coordinate Measuring Machine)이 쉴 새 없이 움직이고 있다. 천장에 닿을 듯 높은 세로 축이 앞뒤로 이동하고, 가로 측정 축이 매달린 채 스트럭쳐 곳곳에 접촉한다. 가로축 맨 끝에는 빨대 굵기만한 금속 센서 칩이 달려있다. 이렇게 스트럭쳐 하나 당 1000개 포인트의 치수를 정밀 측정할 수 있다. SDV와 전기차 시대를 맞아 자동차는 더 이상 하드웨어만으로 완성되지 않는다. 보이지 않는 데이터와 소프트웨어, 그리고 수없이 반복되는 검증 과정이 오늘날 자동차의 경쟁력을 결정하기 때문이다. 남양기술연구소는 미래차를 개발하는 공간인 동시에 미래차 개발 방식을 바꾸는 공간이었다. 실차를 만들기 전 가상공간에서 먼저 달리고, 데이터로 품질을 검증하며, 소프트웨어와 디지털 기술로 개발 과정을 끊임없이 고도화하고 있다. 박서현 기자 shine@ekn.kr

배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