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동 안 켰어?”…제네시스, 전기차 안 부러운 ‘GV80 하이브리드’ 공개

제네시스가 정숙성과 가속감을 전기차 수준으로 끌어올린 차세대 하이브리드 시스템을 공개했다. 연비 개선에 초점을 맞췄던 기존 하이브리드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전기차에 가까운 주행 감성을 구현하는 데 무게를 실은 것이 특징이다. 제네시스는 최근 국내 판매가 둔화되는 상황에서 하이브리드와 전기차를 중심으로 제품 포트폴리오를 재편하고 있다. 다음 달 GV80 하이브리드를 시작으로 하이브리드 라인업을 확대하고, 브랜드 첫 대형 전기 SUV인 GV90 출시도 준비하며 전동화 전략에 속도를 내는 모습이다. 제네시스는 13일 새로운 2.5 터보 하이브리드 시스템을 공개하고, 이를 다음 달 출시 예정인 GV80 하이브리드에 처음 적용한다고 밝혔다. 새 시스템은 엔진 시동과 발전을 담당하는 P1 모터, 차량 구동과 회생제동을 맡는 P2 모터를 조합한 병렬형 구조다. 합산 최고출력은 352마력(PS), 최대토크는 54.0kgf·m로 기존 GV80 2.5 터보 가솔린 모델보다 더 강력한 성능을 낸다. 출력은 16%, 토크는 26% 향상돼 출발 가속과 재가속 성능을 모두 끌어올렸다. 연비도 좋아졌다. 제네시스 연구소 자체 측정 기준으로 19인치 2륜구동 모델의 복합연비는 가솔린 모델보다 25% 이상 높아졌고, 정지 상태에서 시속 100km까지 가속하는 데 걸리는 시간은 7.1초다. 이번 시스템의 가장 큰 변화는 전기차처럼 조용하고 부드럽게 달리는 주행 감각이다. 현대차그룹 하이브리드 최초로 배터리를 물로 냉각하는 수냉식 배터리 시스템을 적용해 배터리 성능을 더 적극적으로 활용할 수 있게 했고, 모터만으로 달릴 수 있는 구간도 크게 늘렸다. 덕분에 출발 직후 30km/h까지는 모터만으로 주행하는 EV 모드를 적극 활용하도록 설계됐다. 지하주차장이나 저속 주행 구간에서는 엔진 소음과 진동을 최소화하고, 일정 속도 이상에서 자연스럽게 엔진이 개입하는 방식이다. 정체 구간에서도 EV 모드 활용 범위를 넓혀 정숙성을 높였다. 가속 반응도 빨라졌다. 운전자가 가속 페달을 깊게 밟으면 엔진과 모터가 함께 작동해 힘을 즉각적으로 전달하도록 했다. 시속 100km로 달리다 다시 속도를 높일 때의 재가속 성능은 기존 2.5 가솔린 터보 모델보다 18% 빠르다. 새로운 편의 기능도 추가됐다. '스테이 모드'를 이용하면 엔진을 켜지 않아도 에어컨과 멀티미디어 등 차량 내 편의 기능을 사용할 수 있다. 목적지와 도로 상황을 미리 분석해 EV 모드와 하이브리드 모드를 자동으로 조절하는 예측 제어 기능과, 주행 상황에 맞춰 회생제동 강도를 자동으로 조절하는 스마트 회생제동 기능도 함께 적용됐다. 제네시스는 이번 하이브리드 시스템을 효율과 정숙성, 주행 성능을 함께 끌어올리는 데 초점을 맞춰 개발했다고 설명했다. 이시혁 제네시스사업본부장은 “신규 파워트레인은 효율과 정숙성, 주행 성능의 균형을 정교하게 완성해 차별화된 주행 경험을 구현할 것으로 기대한다"며 “GV80 하이브리드를 시작으로 시장 환경 변화와 고객 수요에 대응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박서현 기자 shine@ekn.kr

주행거리 아쉬움 덜었다…MINI 전기 컨트리맨 35km 더 간다

“배터리는 동일…휠 베어링·공기역학 성능 개선" 파노라마 글라스 선루프, 전 트림 기본 사양 적용 MINI 코리아가 전기 SUV '디 올-일렉트릭 MINI 컨트리맨'의 주행거리와 전비를 개선한 모델을 출시했다. 배터리 용량은 그대로 유지하면서 에너지 효율을 끌어올려 1회 충전 주행거리를 최대 35km 늘린 것이 핵심이다. MINI 코리아는 13일 새 모델을 국내에 공식 출시했다고 밝혔다. 이번 모델은 'E'와 'SE ALL4' 두 가지 라인업으로 운영된다. 실리콘 카바이드(SiC) 인버터를 적용해 전기를 모터에 전달하는 과정에서 에너지 손실을 줄이고 전비와 주행거리를 개선했다. 여기에 배터리 관리 시스템을 새롭게 적용하고 소프트웨어를 최적화해 전력을 더 효율적으로 사용할 수 있도록 했다. 배터리 총용량은 기존과 같은 66.5kWh지만 실제 사용할 수 있는 용량을 늘려 효율을 높였다. 바퀴를 더 부드럽게 구르게 하는 저마찰 휠 베어링을 적용하고, 공기역학 성능도 함께 개선했다. 주행거리는 눈에 띄게 늘었다. 컨트리맨 E는 복합 전비가 5.3km/kWh로 개선되면서 1회 충전 주행거리가 381km를 기록했다. 이전보다 32km 늘어난 수치다. 사륜구동 모델인 컨트리맨 SE ALL4는 복합 전비 5.0km/kWh, 주행거리 361km를 확보해 기존보다 35km 더 달릴 수 있게 됐다. 두 모델 모두 에너지소비효율 등급도 3등급에서 2등급으로 올라갔다. 실내 사양도 손봤다. 기존에는 일부 모델에만 적용됐던 파노라마 글라스 선루프를 전 트림 기본 사양으로 확대했고, 원형 OLED 디스플레이와 MINI 특유의 토글 방식 조작계를 그대로 유지했다. 뒷좌석은 4:2:4 분할 폴딩을 지원해 적재 공간 활용성도 높였다. 운전자 보조 기능도 강화했다. 전 모델에 액티브 크루즈 컨트롤과 차선 유지 보조 기능 등을 포함한 '드라이빙 어시스턴트 플러스', 서라운드 뷰와 원격 3D 뷰 등을 지원하는 '파킹 어시스턴트 플러스'를 기본 적용했다. 최상위 JCW 트림에는 차선 변경 보조와 전방 교차 통행 경고 등 추가 기능이 포함된다. 국내 판매 가격은 컨트리맨 E 클래식 5890만원, 컨트리맨 SE ALL4 페이버드 6350만원, 컨트리맨 SE ALL4 JCW 6610만원이다. 박서현 기자 shine@ekn.kr

EV 붐 후반전 시작…타이어 3사 ‘교체 시장’ 정조준

전기차 타이어가 교체 주기에 접어들면서 타이어 업계의 승부처가 바뀌고 있다. 2분기 한국타이어와 금호타이어는 수익성을 끌어올렸고, 넥센타이어는 비용 부담으로 영업이익이 감소했다. 세 회사 모두 교체용 타이어와 고부가 제품 확대를 하반기 핵심 전략으로 내세우고 있다. 12일 업계에 따르면, 한국타이어는 2분기 타이어 부문 매출 2조8073억원, 영업이익 4832억원을 올리며 견조한 수익성을 유지했다. 금호타이어 역시 매출 1조3328억원, 영업이익 1822억원으로 실적 개선 흐름을 이어갔다. 넥센타이어는 매출 8913억원으로 외형은 성장했지만 영업이익은 343억원으로 감소했다. 겉으로 보면 한국타이어와 금호타이어의 수익성 개선, 넥센타이어의 부진으로 보이지만, 업계에서는 3사가 고부가 제품 확대와 교체용(RE) 시장 강화에 무게를 두고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판매량 경쟁보다 수익성이 높은 제품과 시장 비중을 얼마나 확대하느냐가 실적을 좌우하는 구조로 바뀌고 있다는 것이다. 고부가 제품 비중 확대는 타이어 3사의 공통 전략이다. 3사는 특히 수익성 개선 효과가 큰 고인치 타이어 판매 확대에 주력하고 있다. 최근 글로벌 시장에서 SUV와 픽업트럭의 비중이 확대되면서 18인치 이상 고인치 타이어 수요가 꾸준히 늘고 있다. 특히 고인치 타이어는 프리미엄 차량에 적용되는 비중이 높아 승차감과 소음, 고속 주행 안정성 등에서 높은 수준의 성능이 요구된다. 무엇보다 일반 제품보다 판매단가와 마진이 높고, 원재료 투입 대비 부가가치도 커 수익성 개선에 유리한 제품군으로 평가된다. 한국타이어의 2분기 승용차·경트럭용 타이어 매출에서 18인치 이상 고인치 제품 비중은 절반에 가까운 49.5%다. 금호타이어는 47%, 넥센타이어는 38.8%를 나타내며 고인치 제품 비중을 확대하고 있다. 전기차(EV) 타이어도 고부가 제품으로 분류된다. 전기차는 배터리 탑재로 동급 내연기관차보다 차체가 무거운 경우가 많고, 전기모터의 높은 초기 토크 특성으로 타이어에 가해지는 하중과 마찰이 커진다. 이에 따라 저소음·고하중·내마모 성능을 강화한 전용 타이어 수요가 확대되고 있다. 한국타이어는 2분기 승용차·경트럭용 신차용(OE) 타이어 매출에서 EV 전용 타이어 비중이 31.8%까지 상승했다고 밝혔고, 금호타이어는 글로벌 OE 매출 기준 EV 타이어 공급 비중이 25.1%를 기록했다. 넥센타이어도 아이오닉6·EV3·EV9 등 EV 신차용 타이어 공급을 확대하고 중국 BYD에 신규 공급을 시작하는 등 전동화 포트폴리오를 강화하고 있다. 업계가 더 주목하는 변화는 교체용 시장이다. 그동안 전기차 타이어 시장은 완성차 업체에 공급하는 신차용 중심이었지만, 최근에는 초기 보급된 전기차 물량이 점차 교체 주기에 접어들면서 교체용 타이어 시장이 새로운 성장 변수로 떠오르고 있다. 승용차 타이어의 일반적인 교체 주기가 3~5년 수준인 만큼 2021~2022년 판매된 초기 전기차 물량이 점차 교체 수요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는 전망이다. 실제 한국타이어는 지난 11일 2분기 실적 발표에서 중국 시장에서 “전기차 타이어 교체 주기 도래에 따른 교체용 타이어 판매 확대가 두드러졌다"고 밝혔다. 중국은 세계 최대 전기차 시장으로, IEA에 따르면 2022년 전 세계 전기차 판매의 59%를 차지했고, 2023년 기준 누적 전기차 등록 대수는 약 2040만대로 전 세계 운행 중인 전기차의 거의 절반에 해당한다. 업계에서는 대규모로 보급된 전기차 물량이 점차 교체 주기에 접어들면서 중국에서 RE 수요가 먼저 나타나고 있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중국 사례가 다른 주요 EV 시장의 RE 수요를 가늠할 선행 지표가 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미국 시장의 현지 생산력도 변수로 꼽힌다. 미국은 SUV와 픽업트럭 비중이 높아 고인치 타이어 수요가 큰 시장이다. 한국타이어는 2017년부터 가동한 미국 테네시 공장의 승용차용 생산능력을 기존 550만본에서 1100만본으로 확대하고 있으며, 금호타이어는 2016년부터 조지아 공장을 운영 중이다. 반면 넥센타이어는 미국 현지 생산기지가 없어 미국 반덤핑 관세율 조정에 따른 일회성 비용이 2분기 실적에 반영됐다. 미국은 차량 교체 주기가 길어 교체용(RE) 타이어 수요가 꾸준한 시장으로도 평가된다. 미 시장조사업체 S&P 글로벌 모빌리티(S&P Global Mobility)에 따르면 미국에서 운행되는 차량의 평균 연령은 2019년 11.8년에서 2025년 12.8년으로 높아졌다. 결국 하반기 경쟁은 고인치와 EV 등 고부가 제품 확대에 더해 교체용(RE) 시장 대응력이 핵심 변수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신차 판매 둔화로 신차용 타이어 시장 성장세가 제한되는 상황에서, 마진이 높은 RE 시장에서 프리미엄 제품 비중을 얼마나 빠르게 높이느냐가 수익성을 좌우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증권업계 역시 전기차 타이어 시장이 신차용(OE) 중심에서 교체용(RE) 중심으로 이동하는 초기 국면에 들어섰다고 보고 있다. 삼성증권 임은영 연구원은 “글로벌 타이어 수요의 80%가 교체용 타이어로 경기와 무관하게 견조한 양상을 보이고 있다"면서 “전기차 수요 붐은 2020년 이후 시작돼 2026년에는 전기차 타이어 교체 주기가 도래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했다. 박서현 기자 shine@ekn.kr

‘내 차처럼 타보고 결정’…르노코리아, SUV 판매 전략 승부수 던졌다

르노코리아가 시승부터 구매, 유지관리까지 이어지는 체험형 프로그램을 앞세워 SUV 판매 방식에 변화를 주고 있다. 자동차를 계약하기 전에 충분히 타본 뒤 구매 여부를 판단하려는 소비자가 늘면서 완성차 업계도 경험 중심의 판매 전략을 강화하는 모습이다. 르노코리아는 8월 그랑 콜레오스와 필랑트를 중심으로 시승 서비스와 반납 보장, 금융 혜택, 사후 관리 프로그램을 연계한 고객 체험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차량을 충분히 경험한 뒤 구매를 결정할 수 있도록 구매 과정 전반을 재구성한 것이 특징이다. 대표 프로그램은 그랑 콜레오스 60일 반납 보장이다. 차량을 일정 기간 운행해 본 뒤에도 구매를 철회할 수 있는 프로그램으로, 출퇴근과 장거리 주행, 가족 이동 등 실제 운전 환경에서 차량을 경험한 뒤 최종 결정을 내릴 수 있도록 했다. 시승 방식도 달라졌다. '차가옴' 서비스를 통해 고객이 원하는 장소로 차량을 보내 시승을 진행한다. 전시장 중심의 짧은 시승에서 벗어나 실제 생활 동선에서 차량을 경험할 수 있도록 한 점이 특징이다. 구매 이후의 부담을 줄이기 위한 금융 프로그램도 마련했다. 3ZERO 할부는 차량 구매 후 첫 3개월 동안 납입금이 발생하지 않아 초기 자금 부담을 완화한다. 차량을 인도받은 직후 비용 부담이 집중되는 시기를 고려한 방식이다. 필랑트 구매 고객에게 제공되는 '5년 걱정-제로 바이백'은 잔존가치 보장과 5년·10만km 연장 보증, 주요 소모품 교환 등을 포함한 유지관리 프로그램이다. 차량을 장기간 이용하는 과정까지 고려한 서비스다. 여기에 8월 한달 간 전동 선쉐이드 또는 50만 원 상당의 순정 액세서리를 제공한다. 시승과 구매, 금융, 사후 관리까지 하나의 경험으로 연결하는 방식으로 소비자 접점을 넓히겠다는 전략이다. 르노코리아는 이러한 전략에 제품 경쟁력에 대한 자신감을 반영했다고 밝혔다. 그랑 콜레오스는 출시 이후 누적 판매 7만대를 돌파했고, 하이브리드 E-Tech 시스템과 정숙성, 실내 공간 등을 앞세워 국내 주요 자동차 시상식에서 '올해의 SUV' 3관왕을 차지했다. 출시 이후에는 다섯 차례의 FOTA(무선 소프트웨어 업데이트)를 통해 공조 기능과 인포테인먼트, 사용자 인터페이스(UI), 첨단 운전자 보조 시스템(ADAS) 등을 지속적으로 개선해 왔다. 업계에서는 자동차 구매 과정이 '설명 중심'에서 '체험 중심'으로 이동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르노코리아 관계자는 “좋은 선택은 충분한 경험에서 시작된다고 생각한다. 고객이 내 차처럼 충분히 경험하고, 스스로 확신을 갖고 선택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박서현 기자 shine@ekn.kr

[현장] AX 달려온 현대차, 연구소와 공장 넘어 ‘피지컬 AI’로

현대차그룹이 생성형 AI를 조직 전반에 확산시키며 연구개발과 생산, 정비, 고객 서비스까지 아우르는 AI 전환(AX)을 본격화했다. 단순한 AI 도입을 넘어, 현장에 축적된 경험과 데이터를 AI가 활용하는 업무 체계로 전환한 점이 핵심이다. 12일 서울 양재동 본사에서 열린 '현대차그룹 AX 성과 발표회'에서는 2019년부터 추진해 온 디지털 전환(DX) 과정을 바탕으로 AI를 실제 업무 혁신과 연결한 사례들이 공개됐다. 현대차그룹은 협업 시스템과 데이터 체계를 먼저 구축한 뒤 이를 기반으로 AI 활용을 전사에 확산시키는 전략을 추진해 왔다. ◇ AX 시동, DX가 닦아놓은 길에서…데이터 연결하니 AI가 일상으로 현대차그룹이 AI보다 먼저 손댄 것은 협업과 데이터다. 연구개발, 생산, 품질, 판매 조직이 각각 다른 시스템에서 일하던 구조에서는 AI가 제대로 작동하기 어렵다는 판단에서다. 이에 2019년부터 프로젝트 관리와 지식 공유 체계를 정비하고, 마이크로소프트의 'Microsoft 365(M365)' 기반 협업 환경을 전 사업장으로 확대하면서 흩어져 있던 문서와 업무, 커뮤니케이션을 하나의 플랫폼으로 연결했다. 연구개발에서 생성된 정보가 생산과 품질 관리로 이어지고, 판매 데이터가 다시 제품 개발과 공정 개선으로 연결되는 데이터 흐름도 구축했다. DX를 단순히 시스템을 늘리는 작업이 아니라, 조직 안에 흩어져 있던 경험과 정보를 연결하는 과정으로 접근했다. 이 기반 위에서 AI 활용도 빠르게 확산됐다. 현대차는 생성형 AI 플랫폼인 '에이치 챗 프로(H Chat Pro)'를 통해 전직원이 챗지피티(ChatGPT), 제미나이(Gemini), 클로드(Claude) 등을 업무에 활용할 수 있도록 했다. 최근에는 개발자가 아닌 일반 직원들도 AI 에이전트를 직접 만들어 사용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반복 업무를 자동화하거나 데이터를 분석하는 도구를 현업에서 스스로 설계하는 방식이다. 지난 7월 기준 H Chat Pro 사용자는 3만명을 넘어섰다. AI가 일부 조직의 실험 단계를 넘어 회사 전체의 업무 방식으로 자리 잡고 있다는 의미다. ◇ 연구소와 생산라인 달린 AI…충돌 데이터, 부품 경로 최적화 현대차그룹은 AI를 연구개발과 생산, 서비스 현장에 직접 적용하며 업무 효율을 높이고 있다. 연구개발에서는 '충돌안전 AI 어시스턴트'가 대표 사례다. 과거 충돌시험 결과와 이미지, 해석 자료를 한 번에 찾아 유사 사례까지 비교해준다. 엔지니어들은 관련 사례 탐색과 분석 자료 검토 시간을 약 90% 줄였고, 확보한 시간을 설계 개선과 시험 전략 수립에 활용하고 있다. 과거 숙련자의 경험에 의존하던 연구개발 과정이 데이터 기반으로 전환되고 있다는 설명이다. 제조 현장도 같은 흐름이다. 생산 공정의 품질 관리와 운영 효율 개선에 AI가 활용되고 있다. 'AI 자동화 인식 서비스'는 차량 식별번호를 AI로 실시간 판독해 작업 오류를 조기에 찾아낸다. 현재 국내외 70개 생산 거점에서 운영되고 있으며, 연간 52억4000만원의 비용 절감 효과를 거두고 있다. '대차 정렬 최적화 기술'은 생산라인 부품 공급 과정에서 AI가 이동 경로를 자동으로 계산해 생산 중단 시간을 약 86% 줄인다. 이를 현장 전반으로 확산하기 위해 제조 특화 AI 플랫폼 '이포레스트: 폴라리스(E-FOREST: POLARIS)'도 구축했다. 현장 엔지니어들이 품질과 설비, 물류 업무에 맞는 AI 에이전트를 직접 만들어 운영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개인의 노하우를 조직 차원의 AI 자산으로 축적하는 구조라는 점이 특징이다. 서비스 분야에서도 AI 활용이 확대되고 있다. 해외 정비 현장에서는 AI가 매뉴얼과 과거 정비 기록을 분석해 진단 결과를 제시하면서 정비 대응 시간이 약 42% 단축됐다. 고객 리뷰 대응 역시 AI가 초안을 작성하면서 처리 시간이 크게 줄었다. 현대자동차는 현재 전체 리뷰의 85% 이상이 AI 기반으로 처리되고 있다고 밝혔다. ◇ 현장에서 검증한 AX…다음 목적지는 '피지컬 AI' 마지막 단계는 '피지컬 AI(Physical AI)'다. 지금까지 연구소와 생산라인에서 AI가 데이터를 찾고, 공정을 최적화하고, 정비를 지원했다면 앞으로는 차량과 로보틱스, 제조 현장처럼 물리적 세계에서 AI가 직접 판단하고 움직이는 단계로 확장하겠다는 구상이다. 현재의 AX는 그 기반을 만드는 과정이라는 설명이다. 현대차그룹은 연구개발과 생산, 서비스 현장에서 축적한 데이터와 운영 경험을 차량과 로봇, 공장으로 연결하는 Physical AI 체계를 구축할 계획이다. AI를 업무 효율화 도구에 머물게 하지 않고 미래 모빌리티 경쟁력의 핵심 기술로 발전시키겠다는 전략이다. 진은숙 현대차·기아 ICT담당 사장은 이날 성과발표회에서 “새로운 기술이 등장할 때마다 누구보다 빠르게 흡수하고 성과로 연결하는 것이 현대자동차 그룹이 오랫동안 축적해 온 DNA"라며 “목표는 AI를 가장 많이 사용하는 기업이 아니라 전 세계에서 AI를 가장 제대로 활용하는 기업이 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AI 전환은 특정 기업만의 경쟁력이 아니라 대한민국 산업 전체의 경쟁력이어야 된다"면서 “현대자동차그룹은 그동안 축적해 온 경험과 역량을 바탕으로 중소기업의 AX 전환을 적극 지원하고 함께 성장할 수 있는 산업 생태계를 만들어 나가겠다"고 했다. 박서현 기자 shine@ekn.kr

폭염에 중고차 시장은 찬바람…테슬라만 ‘뜨거운 인기’

중고차 시장이 계절적 비수기에 들어서며 가격이 전반적으로 약세를 보였지만, 전기차와 하이브리드 일부 인기 모델은 오히려 몸값을 높였다. 테슬라 모델3와 모델Y는 3% 넘는 상승률을 기록하며 전체 시장 흐름과 다른 움직임을 나타냈다. 11일 엔카가 공개한 8월 중고차 시세에 따르면, 국산차와 수입차를 포함한 주요 인기 차종의 평균 시세는 전월보다 1.43% 하락했다. 국산차는 1.77%, 수입차는 0.99% 내렸다. 여름철은 차량 구매 수요가 둔화되는 시기로 꼽힌다. 휴가와 레저 관련 지출이 늘어나는 데다 폭염으로 매물 거래도 줄어드는 영향이 겹치면서 대부분의 차종이 약세를 보였다. 반면 전동화 모델은 상대적으로 견조한 흐름을 이어갔다. 현대 아이오닉5 롱레인지 프레스티지는 1.44%, 기아 EV6 롱레인지 어스는 0.76% 하락하는 데 그쳐 평균보다 낙폭이 작았다. 가장 눈에 띈 것은 테슬라였다. 모델3 롱레인지 AWD는 전월 대비 3.32%, 모델Y 롱레인지 AWD는 3.05% 상승했다. 국내에서 FSD(완전자율주행) 적용 대상이 확대되면서 중고차 수요가 늘어난 영향으로 풀이된다. 최근 테슬라 신차 판매가 회복세를 보인 점도 중고차 가격을 떠받친 요인으로 거론된다. 하이브리드 모델도 상대적인 강세를 보였다. 기아 더 뉴 쏘렌토 4세대 HEV는 1.11% 올라 국산차 주요 모델 가운데 유일하게 상승했다. 현대 그랜저 하이브리드와 싼타페 HEV는 각각 0.53%, 0.77% 하락하는 데 그쳤다. 수입차에서는 렉서스 ES300h가 1.19% 상승했다. 내연기관차는 하락세가 두드러졌다. 현대 캐스퍼는 6.25% 떨어져 국산차 가운데 낙폭이 가장 컸고, 쉐보레 트랙스 크로스오버와 기아 카니발, 스포티지 등도 2~3%대 하락률을 기록했다. 수입차에서는 메르세데스-벤츠 E클래스가 4.10%, C클래스가 3.43% 내렸으며, 볼보 XC90과 아우디 Q5·A6도 3% 이상 하락했다. 중고차 업계에서는 중고차 시장에서도 전동화 모델 선호가 가격에 반영되기 시작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엔카 관계자는 “올해도 전반적인 하락세가 나타난 가운데 전기차와 하이브리드 일부 인기 모델은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시세를 보이고 있어, 파워트레인과 모델별 수요에 따라 시세 흐름이 차별화되고 있다"고 말했다. 박서현 기자 shine@ekn.kr

“짐차가 아니라 데일리카”…‘타스만’이 달군 시장에 ‘사이버트럭’ 뛰어든다

국내 픽업트럭 시장이 국산과 수입 브랜드의 새로운 경쟁 무대로 떠오르고 있다. 올해 상반기 픽업트럭 판매가 지난해보다 23.7% 증가하면서, KGM이 형성하고 기아 타스만이 경쟁을 확대한 시장에 RAM, GMC, 테슬라 사이버트럭 등 수입 브랜드까지 뛰어들며 존재감 확보에 나섰다. 11일 한국자동차모빌리티산업협회(KAMA)와 한국수입자동차협회(KAIDA)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국내에서 판매된 픽업트럭은 국산과 수입 브랜드를 합쳐 1만4938대로 집계됐다. 지난해 같은 기간(1만2073대)보다 2865대(23.7%) 증가한 수치다. 동시에 전체 승용차 판매는 76만9508대에서 77만4683대로 0.7% 성장했다. 틈새시장으로만 여겨졌던 픽업트럭 판매 증가율이 전체 승용차 판매 증가율을 크게 웃돈 것이다. 그동안 국내 픽업 시장은 기존 상용차 시장과는 다른 경쟁 구도를 보였다. 국내 상용차 시장은 현대자동차가 선두를 유지하는 가운데, 수입 상용차 시장의 볼보트럭과 MAN, 스카니아 등 여러 대형 트럭 브랜드가 경쟁하는 구조다. KAIDA에 따르면, 올해 1~7월 수입 상용차 누적 등록대수는 2271대로, 볼보트럭이 886대(39.0%)를 등록하며 선두를 유지했고 MAN(481대·21.2%), 스카니아(451대·19.9%)가 뒤를 이었다. 반면 국내 픽업 시장은 오랫동안 KGM이 사실상 주도해왔다. KGM은 올해 1~5월 무쏘와 무쏘 EV를 합쳐 1만360대를 판매하며 국내 픽업 시장의 86%를 차지했다. 기존 수입 픽업인 쉐보레 콜로라도와 지프 글래디에이터 등이 제한적인 판매에 머물렀던 것과 달리 시장 대부분을 점유해온 셈이다. 그러나 최근 경쟁 구도에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 기아가 지난해 타스만을 출시하며 본격적으로 시장에 뛰어든 데 이어, 스텔란티스는 RAM 1500 판매를 시작하며 국내 첫 공식 전시장을 열었고, GM은 기존 쉐보레 콜로라도 대신 프리미엄 브랜드 GMC 캐니언을 국내에 투입했다. 테슬라 사이버트럭도 상반기에만 268대가 판매되며 고가 전기 픽업 시장의 가능성을 보여줬다. 지난 7월 기준 무쏘와 무쏘 EV는 각각 612대와 615대, 타스만은 442대가 판매됐다. 업계는 국내 픽업 시장이 국산과 수입을 막론하고 다양한 브랜드가 직접 경쟁하는 시장으로 재편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픽업 시장 확대의 배경에는 차량 성격 변화도 있다. 과거에는 적재와 운송 기능이 중심이었다면 최근 출시되는 모델들은 대형 디스플레이와 운전자 보조 시스템, 오프로드 성능 등을 앞세워 레저와 일상용 수요까지 겨냥하고 있다. 기아 타스만은 12.3인치 파노라믹 디스플레이, 원격 스마트 주차 보조, 다양한 오프로드 주행 모드 등을 적용해 일상에서의 편리함과 활용성을 강조하고 있다. 무쏘 EV 역시 V2L(외부 전력 공급) 기능과 데크 슬라이딩 커버, 2열 슬라이딩·리클라이닝 시트 등을 적용해 캠핑과 차박 등 레저 활용성을 강화했다. 자동차관리법상 화물차로 분류돼 자동차세 부담이 낮다는 점도 소비자 선택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이다. 픽업트럭은 영업용이 아닌 일반 화물차 기준으로 자동차세가 연 2만8500원(지방교육세 포함) 수준의 정액세가 적용된다. 배기량에 따라 자동차세가 부과되는 3.0L급 대형 SUV보다 유지비 부담이 크게 낮은 편이다. 적재 공간과 견인 능력을 확보하면서도 캠핑과 차박 등 레저 활용성을 동시에 누릴 수 있다는 점도 장점으로 꼽힌다. 다만 시장 규모는 여전히 제한적이다. 성장 속도는 가파르지만 상반기 판매량이 1만5000대 수준인 만큼 당장 SUV 시장을 대체하기는 어렵다는 평가다. 대부분의 모델이 고배기량 차량인 만큼 유지비 부담도 적지 않다. 실제 최근 국내에 출시된 RAM 1500의 복합연비는 6km/L 수준으로 일반 승용 SUV보다 연료비 부담이 큰 편이다. 전기차인 테슬라 사이버트럭 AWD의 전비도 미국 EPA 기준 22.4kWh/100km 수준으로 대형 전기 픽업 특성상 일반 전기 SUV보다 전력 소비율이 높다. 여기에 운행상 제약도 따른다. 픽업트럭은 고속도로 지정차로제 적용을 받아 편도 3차로 이상에서는 1차로 주행이 제한되고, 일반적으로 2차로 이하 차로를 이용해야 한다. 업계 관계자는 “예전에는 국내 픽업 시장이 사실상 국산 브랜드 중심이었다면 최근에는 수입 브랜드들의 진입이 눈에 띄게 늘고 있다"며 “앞으로는 가격 경쟁뿐 아니라 브랜드 경험과 오프로드 성능, 전동화 전략까지 경쟁 요소가 다양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박서현 기자 shine@ekn.kr

운전대 놓는 자율주행 시대…자동차보험 책임 해법은

자율주행차 상용화를 앞두고 자동차보험과 사고 책임체계를 운전자 중심에서 운행관리 중심으로 전환해야 한다는 논의가 본격화되고 있다. 운전자가 없는 자율주행 환경에서는 제조사와 자율주행시스템 제공자, 운행사업자, 원격지원자 등 다양한 주체의 책임을 함께 검토해야 하는 만큼 보험과 피해구제 체계도 이에 맞게 개편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10일 국회에서 열린 '자율주행 상용화 시대 사고책임과 국민안전 체계는 준비됐나' 세미나에서는 현행 교통사고 처리체계가 여전히 운전자가 차량을 직접 통제한다는 전제를 바탕으로 설계돼 있다는 점이 핵심 문제로 제기됐다. 레벨4 이상 자율주행 단계에서는 운전자가 차량 운행에 개입하지 않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어 기존 책임 구조만으로는 사고 처리에 한계가 있다는 것이다. 김영진 국회 행정안전위원장은 “지금까지 교통법규와 사고 대응 체계는 운전자가 차량을 직접 통제한다는 전제 아래 사람의 과실을 중심으로 설계됐다"며 “자율주행 시대에는 운전자뿐 아니라 제조사 등 관련 주체의 책임을 합리적으로 규명할 수 있는 새로운 기준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윤후덕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자율주행에서는 누가 책임질 것이냐가 핵심"이라며 “기술 발전을 막을 수는 없는 만큼 자율주행 상용화에 맞는 보험 체계와 안전 체계를 함께 준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날 세미나에서는 자율주행차 사고 발생 시 경찰과 소방이 차량의 운행 상태와 시스템 정보를 신속히 확인하고 대응할 수 있는 현장 안전체계 구축 필요성도 함께 제기됐다. 앞서 지난달 21일에는 사고조사를 위해 경찰이 사고기록장치(EDR)와 자율주행정보 기록장치(DSSAD)를 수집·분석할 수 있도록 하는 자율주행자동차법 개정안이 발의된 바 있다. ◇ 사고 책임 가르는 건 '운전자' 아닌 '운행데이터' 자율주행 시대 자동차보험의 핵심 변화는 사고 당시 차량의 운행을 누가 통제했는지를 판단하는 방식이다. 기존에는 운전자의 과실 여부가 보험과 책임 판단의 출발점이었다. 그러나 레벨4 이상 자율주행 단계에서는 차량의 제어권이 운전자에서 시스템으로 넘어가는 만큼 사고 원인과 책임 주체를 판단하는 기준도 달라질 수밖에 없다. 이에 따라 책임을 검토해야 하는 대상도 확대된다. 기존에는 운전자와 차량 소유자가 중심이었다면 자율주행차 사고에서는 제조사와 자율주행 소프트웨어 제공자, 운행사업자, 원격지원자, 정비·유지관리 주체까지 함께 검토해야 할 가능성이 커진다. 이 과정에서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것이 운행데이터다. 자율주행차에는 기존 사고기록장치(EDR)와 자율주행정보 기록장치(DSSAD)가 함께 탑재된다. EDR은 충돌 직전·직후의 속도와 제동, 에어백 전개 등 차량의 물리적 상태를 기록한다. 반면 DSSAD는 자율주행시스템의 작동 여부와 해제 시점, 제어권 전환 요구, 오작동, 위험최소화운행 등 시스템 상태 변화를 기록한다. EDR이 '충돌 순간의 차량 상태'를 보여준다면 DSSAD는 '사고 당시 실제 운전 주체가 누구였는지'를 판단하는 핵심 자료가 될 수 있다. 특히 자율주행시스템이 정상적으로 작동했는지, 운전자가 제어권 전환 요구에 적절히 대응했는지 등을 확인할 수 있어 사고 원인 분석과 책임 비율 산정에 직접 활용될 가능성이 크다. 지난달 21일 발의된 자율주행자동차의 도로운행 등에 관한 법률 개정안에도 경찰이 EDR과 DSSAD 데이터를 수집·분석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이 담겼다. 사고조사 과정에서 운행데이터의 법적 활용 근거를 마련하려는 취지다. 운행데이터의 활용 근거가 마련되면 그 활용 범위는 사고조사와 책임 규명을 넘어설 수 있다. 미국에서는 운행데이터를 보험에 접목해 보험료를 낮추고 보험사의 손해율을 개선하는 사례가 확산되고 있다. 자율주행차의 운행 이력과 시스템 작동 정보는 물론 급가속과 급제동, 주행거리, 운행 시간대 등 실제 운전 데이터를 보험료 산정과 위험 평가에 반영하는 방식이다. 국내에서는 운행데이터를 사고조사와 책임 규명의 핵심 근거로 활용하는 방안이 입법과 정책 차원에서 논의되고 있다. 보험업계에서는 정확한 사고 책임 규명을 위해 경찰이 수집한 데이터를 보험사나 사고조정기구와 공유할 수 있는 절차를 마련해야 한다는 의견도 제기된다. 주병권 손해보험협회 자동차 보험부장은 “정확하고 공정한 보상이 이뤄지려면 사고 데이터를 확인할 수 있는 기반이 필요하다"면서 “공유 기반이 법 제도적으로 잘 마련된다면 이를 바탕으로 한층 더 신속하고 촘촘한 피해자 보상 체계를 구축하겠다"고 말했다. 피해구제 방식은 현행 체계를 유지하면서 적용 범위를 확대하는 방향으로 논의가 이뤄질 가능성이 크다. 책임 주체를 가리는 데 시간이 걸리더라도 피해자는 우선 보상을 받고, 이후 운행데이터를 바탕으로 최종 책임 주체를 정하는 방식이다. 현행 자동차손해배상 보장법은 자동차 사고 피해자를 신속하게 구제하기 위해 '운행자 책임'을 인정하고 있으며, 현재의 피해구제 체계도 운행자 책임과 자동차보험을 중심으로 운영된다. 실제로 현행 운행자 책임은 운전 여부와 무관하게 차량의 운행으로 이익을 얻고 지배·관리하는 자에게 인정되는 구조다. 황현아 보험연구원 보험법제연구실장은 “운전이라는 행위가 책임 귀속 여부를 결정하는 핵심적인 요건이 아니기 때문에 자율주행시스템이 운전을 담당하는 자율주행차의 경우에도 현행 자배법상 운행자 책임과 자동차보험 제도의 기본 틀이 그대로 적용될 수 있다"고 말했다. 박서현 기자 shine@ekn.kr

아파트 주차 로봇에게 맡긴다…현대차그룹, ‘공간 활용·안정성’ 검증

현대자동차그룹이 아파트 주차난 해결을 위한 로봇 주차 실증에 나선다. 실제 공동주택 지하주차장에서 로봇이 차량을 자동으로 이동시키는 방식으로 공간 활용과 안전성을 검증하는 프로젝트다. 현대차그룹은 현대자동차와 현대위아, 현대건설이 컨소시엄을 구성해 경기도 시흥시 '힐스테이트 더웨이브시티'에서 공동주택 주차로봇 실증사업을 추진한다고 10일 밝혔다. 이번 사업은 국토교통부 스마트도시 규제샌드박스 사업으로 추진되며 국비 지원을 받아 진행된다. 실증은 지하 1층 주차장 내 53면 규모의 구역에서 이뤄진다. 현대위아의 주차로봇 2세트를 투입해 차량 입출차와 이동 과정을 자동화하는 방식이다. 운전자가 지정된 구역에 차량을 세우고 하차하면 로봇이 차량 아래로 들어가 바퀴를 들어 올린 뒤 빈 주차 공간으로 차량을 옮긴다. 차량을 다시 호출하면 로봇이 출차 구역까지 자동으로 이동시킨다. 현대차그룹은 주차 공간 부족과 혼잡, 안전 문제를 실제 생활 환경에서 검증하기 위해서 공동주택을 실증 대상으로 선택했다고 밝혔다. 아파트 지하주차장은 빈 공간을 찾기 위해 차량이 반복적으로 이동하고 차량과 보행자 동선이 겹치는 경우가 많아 안전사고 위험도 꾸준히 제기돼 왔다. 주차로봇은 라이다(LiDAR) 센서를 통해 차량 바퀴 위치를 인식해 최대 3.4톤의 SUV까지 이동시킬 수 있도록 설계됐다. 전후좌우 모든 방향으로 움직일 수 있어 일반 차량이 접근하기 어려운 좁은 공간도 활용할 수 있다. 현대차그룹은 동일 면적에서 주차 공간을 더 효율적으로 활용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면서, 주차 수용 능력이 최소 20%에서 최대 50%까지 개선될 가능성을 보고 있다. 차량 이동이 줄어들면 공회전 감소와 함께 탄소 배출 저감 효과도 거둘 수 있을 거라는 전망이다. 실증 기간에는 차량 1대당 입출차 시간과 이용자 대기시간, 주차 성공률, 로봇 가동률, 주차면 효율 개선율 등을 측정한다. 확보한 데이터를 바탕으로 공동주택뿐 아니라 상업시설과 업무시설, 교통거점 등 다양한 건물 유형에 적용할 수 있는 운영 기준도 마련할 예정이다. 현대차그룹 관계자는 이번 공동주택 주차로봇 실증사업에 대해 “단순한 기술 검증을 넘어 스마트도시 시대의 새로운 주차 패러다임을 구축하는 중요한 단계"라며 “공동주택이라는 실제 생활 환경에서 주차로봇의 운영 안정성, 효율성, 사용자 편의성을 종합적으로 검증해 향후 국내외 다양한 도시 공간으로 확산 가능한 표준 모델을 도출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박서현 기자 shine@ekn.kr

[시승기] “날아라 필랑트여”…세단을 닮은 하이브리드 SUV의 정답

태권브이가 도로를 달리면 이런 모습일까. 자동차라기보다 튼튼하고 거대한 로봇의 얼굴이 보인다. 수직에 가깝게 툭 떨어지는 보닛 라인부터 범상치 않은 첫인상을 준다. 아래쪽으로 깊게 파여 각진 헤드램프는 로봇의 날카로운 눈매 같다. 입체적인 전면부에 좌우에 자리한 부메랑 형태의 이중 주행등까지, 강인한 로봇의 얼굴을 완성한다. 정중앙에 자리한 엠블럼은 마치 동력을 품은 심장같다. 시동을 걸자, 모든 조명이 일제히 빛나며 번쩍거린다. 잠들어 있던 로봇이 천천히 눈을 뜨는 순간이다. 운전석 문을 열면 분위기가 또 한 번 달라진다. 거대한 로봇의 얼굴 뒤에는 파일럿을 위한 조종석이 숨어있다. 몸을 단단히 감싸는 버킷같은 시트에 앉으면 푸른색의 엠비언트 라이트가 마치 숨을 쉬듯 은은하게 점멸한다. 주행을 시작하자 거친 첫인상은 사라진다. 전기 모터가 경쾌하게 차를 밀어내고, 가속 페달을 밟는 만큼 민첩하게 몸을 움직인다. 차를 운전한다기보다, 살아 있는 로봇과 호흡을 맞추는 느낌이다. 지난 4월 르노코리아는 새로운 글로벌 플래그십 하이브리드 SUV, '필랑트'를 야심차게 선보였다. SUV는 한국 완성차 시장에서 가장 대중적인 차종이 됐지만, 동시에 가장 까다로운 차종이기도 하다. 넓은 실내와 헤드룸 개방성, 높은 공간 활용도를 원하면서도 세단 같은 승차감을 갖춰야한다. 가족과 함께 타기 편해야 하지만 혼자 운전할 때도 재미를 잃어서는 안 된다. 심지어 하이브리드라면 연비와 정숙성, 자연스러운 동력 전환까지 모두 만족시켜야 한다. 필랑트는 세단과 SUV의 장점을 하나로 묶은 크로스오버라는 해법을 제시했다. 지난 7월 르노 필랑트를 타고 서울 강남역에서 일산 백석동까지 왕복 60km를 달렸다. 강남의 정체 구간부터 올림픽대로와 자유로, 비가 쏟아지는 도심과 일산 외곽의 비포장도로까지 다양한 환경을 두루 경험했다. 내내 컴포트 모드로 주행했고, 연비는 서울에서 일산까지 18.3km/L, 일산에서 서울까지는 20.1km/L를 기록했다. 공인 복합연비(15.1km/L)를 꾸준히 웃도는 수준이었다. ◇ 조종석 같은 실내…12.3인치 파노라마 스크린 차에 타자마자 눈에 들어온 건 마치 레이싱카의 조종석 같은 실내 분위기다. 운전석에 앉으면 '퍼스트 클래스 라운지 시트'가 몸에 딱 맞게 감기며 안정감을 선사한다. 주변에 흐르는 푸른 엠비언트 라이트는 실내 그라데이션과 어우러져 특유의 미래적인 분위기를 만들어낸다. 스티어링휠을 수놓은 빨강·하양·파랑 삼색 스티치와 중앙의 파란 스틸 장식까지, 작은 디테일 하나도 허투루 넘기지 않았다. 무엇보다 압도적인 건 디스플레이였다. 운전석 계기판부터 중앙 디스플레이, 조수석 디스플레이까지 세 개의 파노라마 스크린이 하나의 화면처럼 이어진다. 수평으로 낮게 깔린 대시보드와 합쳐져 개방감이 상당하다. 각각의 디스플레이들은 서로 화면을 주고받을 수 있게 설계됐다. 중앙디스플레이를 손가락 세개로 스와이프하니 네비게이션 창이 그대로 계기판 디스플레이로 넘어왔다. 최근 몇몇 차량들이 턴온턴 안내에 의존하는 점을 감안하면, 꽤나 장점이라 할 수 있는 부분이다. 헤드업 디스플레이(HUD) 역시 운전자 중심으로 잘 설계한 게 느껴졌다. 크고 선명한 데다 따로 조작하지 않아도 좌석 높이에 맞춰 자동으로 디스플레이 위치를 조절해줬다. 주변 환경에 맞춰 여러 모드로 조정도 가능하다. 여기에 차량의 움직임에 따라 함께 움직이는 작은 비행기 아이콘까지 더해져 조종석에 앉아 있다는 느낌을 은근히 살려준다. 그 외 공조나 미디어 등 웬만한 기능은 에이닷 오토로 음성 조작이 가능했다. ◇ 전기차 같은 정숙성, '찰랑' 흘려보낸 충격 출발하자마자 강남역에서 올림픽대로를 타기까지 30분이 넘는 정체 구간이 이어졌다. 필랑트는 그동안 거의 전기차에 가까운 승차감을 보여줬다. 하이브리드가 맞나 싶을 정도로 조용했다. 다만 내내 가다 서기를 반복하다보니 감속이 다소 적극적으로 걸리는 느낌이 들었다. 곧바로 중앙 디스플레이에서 회생제동 강도를 '저'로 설정하자 브레이크가 훨씬 부드럽고 가볍게 밟혔다. 도심 주행에 어울리는 자연스러운 감속 감각이었다. 고르지 않은 아스팔트의 잔충격도 차분하게 걸러냈다. 군데군데 깊게 패인 물 웅덩이를 여러 번 지났지만 차는 한 번도 크게 흔들리지 않았다. 충격을 '쿵'라고 받아내기보다는 '찰랑'하고 흘려보내는 느낌에 가까웠다. 일산 외곽의 비포장도로에서는 그 안정감이 더 선명하게 드러났다. 양 옆으로 논밭이 펼쳐진 구불구불한 흙길을 달리는데도 차가 들썩이거나 진동이 실내로 전달되지 않았다. 바닥이 거칠어질수록 오히려 차가 한층 단단하게 중심을 잡고 버틴다는 인상을 받았다. 르노는 필랑트에 주파수 감응형 댐퍼(SFD)를 적용했다. 덕분에 노면에서 전달되는 진동의 주파수를 세밀하게 감지해 서스펜션이 충격을 흡수하는 정도를 실시간으로 자동 조절할 수 있다. 시내 도로와 비포장도로에서 느낀 차분한 승차감이 단순히 '부드럽다'는 수준을 넘어 안정적으로 다가온 이유다. 더 놀라운 건 정숙성이었다. 빗방울을 바라보고 있는데 문득 '왜 빗소리가 들리지 않지?'하는 생각이 들었다. 르노는 필랑트에 이중접합 차음 유리를 대폭 적용하고, 액티브 노이즈 캔슬링(ANC) 기술을 적용했다. ◇ 세단 같은 크로스오버의 균형감, 엑티브 드라이버 어시스트 자유로에 다다르자 필랑트는 그야말로 자유롭게 달리기 시작했다. 고속 주행 감각은 의외로 조용한 세단에 가까웠다. 필랑트는 1.64kWh 용량의 하이브리드 배터리를 차체 밑바닥에 배치하고, 차체 비율도 비교적 낮고 길게 설계했다. 무게중심이 안정적으로 아래에 깔려 있다는 느낌이 분명했다. 차선을 변경하거나 급감속을 할 때도 차체가 크게 흔들리지 않았고, 속도를 급하게 올려도 세단처럼 부드럽게 치고 나갔다. 시속 60km 안팎부터는 엔진이 슬슬 힘을 내기 시작하는 듯 했다. 내내 전기차처럼 조용히 움직이다가 자연스럽게 엔진이 등장했다. 인상적이었던 건 전환감이다. 일부 하이브리드에서 느껴졌던 아주 미세한 머뭇거림이나 울컥거림도 전혀 느껴지지 않았다. 분명 전기 모터로 달리는 것 같은데 계기판을 보면 이미 엔진이 작동하고 있는 경우도 적지 않았다. '액티브 드라이버 어시스트'의 존재감도 확실했다. 일반적인 어댑티브 크루즈 컨트롤보다 개입도가 한 단계 높은 레벨2 주행보조 시스템이다. 핸들의 반발력과 제어력이 생각보다 강하고 적극적이었다. 차선을 단단하게 붙잡고 간다는 안정감은 충분했다. 방향 지시등을 켜면 차가 머뭇거림 없이 자연스럽게 차선을 바꿨다. 급하게 끼어들거나 타이밍을 놓친다는 느낌은 없었다. 장거리 주행에서는 확실히 피로를 덜어주는 기능이었다. ◇ 정석 같은 패밀리카, 4천만원대 플래그십 주차를 마친 뒤엔 운전석에서 벗어나 뒷좌석과 조수석을 살펴봤다. 패밀리카로서의 완성도도 높았다. 가장 크게 체감되는 건 뒷좌석 공간이다. 2,820mm의 휠베이스 덕분에 앞좌석을 운전 자세에 맞춰 놓은 상태에서도 무릎 앞 공간이 두 뼘 가까이 남을만큼 넉넉했다. 조수석 전용 디스플레이를 보면 게임이나 영상, 차량 기능 조작을 독립적으로 사용할 수 있고, 주행 중에는 실제 도로와 연동되는 레이싱 게임도 지원한다. 무엇보다 운전석에서는 이 화면이 거의 보이지 않도록 편광 필터가 적용됐다. 운전자 시야를 산만하게 방해하지 않는다. 실제로 운전석에 앉으면 조수석에서 화면을 켜거나 어떤 기능을 조작하든 디스플레이가 없는 것처럼 까맣게 보였다. 실내 온도와 환기, 시트 위치, 조명 등 개인 설정을 가족 구성원별로 저장할 수 있는 점도 패밀리카로서의 활용도를 높여준다. 필랑트는 테크노 4,331만9,000원, 아이코닉 4,696만9,000원, 에스프리 알핀 4,971만9,000원부터 시작한다. 시승차였던 '에스프리 알핀 1955'는 1,955대 한정 런칭 에디션으로 5,218만9,000원이다. 가장 낮은 트림인 테크노에도 이중접합 차음 유리와 액티브 노이즈 캔슬링, 레벨2 주행보조 시스템 등 핵심 사양이 기본 적용된다. 동급 하이브리드 SUV와 비교하면 상품 구성대비 가격 경쟁력은 충분한 편이다. 박서현 기자 shine@ek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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