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지엠 철수설 점입가경···불난 집에 NDC·노란봉투법 ‘부채질’

한국지엠 '철수설'에 다시 불이 붙고 있다. 내수·수출 동반 부진에 실적이 하락하고 있는데 미국발 관세 전쟁에 직격탄을 맞는 등 전망도 밝지 않다. '2035 국가 온실가스 감축 목표'(2035 NDC) 수립과 '노동조합법 제2·3조 개정안'(노란봉투법) 시행은 여기에 '부채질'을 할 것으로 우려된다. 8일 업계에 따르면 기후에너지환경부는 최근 '2035 NDC' 공청회를 열고 최종 후보 2가지를 결정했다. 2035년까지 2018년 대비 '50∼60%' 또는 '53∼60%' 감축하자는 안이다. NDC는 각 국가가 5년마다 설정하는 10년 단위의 온실가스 감축 목표다. 2035년 NDC는 올해 안에 유엔(UN)에 제출해야 한다. 수송 부문에서는 신차 10대 중 7대를 무공해차로 보급한다는 도전적인 목표가 설정됐다. 김성환 기후부 장관은 “2030년까지 신차 기준 40%, 35년까지 70%를 전기·수소차로 보급하겠다"고 언급했다. 한국지엠은 당장 발등에 불이 떨어진 모습이다. 국내 공장에서 전기차가 만들어지지 않는데다 제너럴모터스(GM) 본사도 한국에 친환경차 물량을 배정할 생각이 없다고 수차례 밝혀왔기 때문이다. 한국지엠은 현재 부평·창원공장에서 자동차를 만들고 있다. 물량은 내수에서 소비되거나 미국으로 수출된다. GM은 한국지엠을 소형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생산 거점으로 활용하고 있다. 쉐보레 트레일블레이저와 쉐보레 트랙스 크로스오버를 중심으로 뷰익 엔비스타 등 형제차를 생산 중이다. 연간 생산 능력은 각각 20만대, 30만대 수준이다. GM이 한국에 전기차 물량을 배정하지 않는 것은 '노조리스크' 때문이라는 게 업계 중론이다. 회사 출범 이후 강성 성향 노조가 강도 높은 투쟁을 지속하며 임금인상을 요구해오면서 잡음이 계속 발생했기 때문이다. 2018년에는 성과급을 달라며 사장실을 무단 점거하고 집기류를 파손하는 등 소동도 일어났다. 같은 맥락에서 GM은 한국에서 노란봉투법이 통과된 상황을 매우 심각하게 인식하고 있다고 전해진다. 이 법은 사용자 범위를 확대하고 노조의 단체행동 관련 손해배상 청구를 제한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산업계는 이 법이 내년 시행되기 시작하면 원·하청간 생태계가 흔들리고 기업의 정상적인 경영 활동이 어려워질 것이라고 우려하고 있다. 한국지엠 사장 출신인 제임스 김 주한미국상공회의소(암참) 회장도 노란봉투법 국회 논의 당시 수차례 강한 우려와 반대 입장을 공식적으로 표명했다. 그는 “(노란봉투법이 통과되면) 한국 진출을 고려 중인 미국 기업들의 투자 판단에 영향을 줄 수 있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한국지엠이 '철수설'에 휘말린 것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메리 베라 GM 회장이 2010년대 중반부터 글로벌 사업장 구조조정을 시작하자 '고비용 구조' 한국지엠이 타깃이 됐다. 2018년 군산공장 폐쇄로 신호탄을 쐈지만 2대주주(지분율 17%)인 산업은행이 8000억원 규모를 투자하며 '10년간 사업 지속'을 약속받았다. 시간이 흘러 2028년 '디데이'가 가까워지자 GM은 노골적으로 한국을 떠날 채비를 하기 시작했다. 전국 9개 직영 서비스센터를 순차적으로 매각·폐쇄하고, 부평 2공장 등 유휴 자산도 처분한다고 지난해 발표했다. 올해 국감에서도 허성무 의원 등은 “한국지엠이 내수를 외면하고 부지를 매각하고 있다"며 정부에 적극적인 행동을 촉구했다. GM의 행보에 '한국지엠 철수설' 불이 붙었는데 정부·국회가 2035 NDC와 노란봉투법 제정으로 여기에 '부채질'을 하고 있는 셈이다. 더 큰 문제는 한국지엠 실적 자체에 '비상등'이 켜져 있다는 점이다. 이 회사의 올해 1~10월 내수 판매(캐디락 제외)는 1만2979대로 전년 동기(2만1202대) 대비 38.8% 급감했다. 2018년만 해도 연간 판매가 9만3000대가 넘었던 회사지만 상품 경쟁력에서 밀리며 '꼴찌 완성차 업체'로 전락했다. 회사를 먹여살리는 수출도 같은 기간 37만5406대에서 35만3032대로 6% 줄었다. 대부분 미국으로 넘어가는데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관세 폭탄'을 부과한 탓이다. 한미간 무역협상을 타결하긴 했으나 기존 0%였던 관세를 15%나 물게된 처지라 수출 경쟁력도 개선되기 힘들 것으로 관측된다. 여헌우 기자 yes@ekn.kr

[주간 신차] 볼보 V60CC 포레스트 레이크 한정판, BMW M5 투어링 퍼스트 에디션

BMW 코리아가 오는 11일 온라인을 통해 창립 30주년 기념 11월 온라인 한정 에디션 5종을 출시한다. 우선 'BMW M5 투어링 퍼스트 에디션'이 나온다. 오는 12월 출시 예정인 BMW 뉴 M5 투어링 정규 모델 출시에 앞서 선보이는 첫번째 온라인 한정판 버전이다. 외관에 무광 특유 질감이 돋보이는 '인디비주얼 프로즌 딥 그레이' 색을 적용한 게 특징이다. M 전용 디자인 요소를 통해 M 하이 퍼포먼스 모델만의 특색을 강조했다. 실내에는 인디비주얼 메리노 가죽 내장재가 토프 그레이, 딥 라군 투톤으로 들어간다. M 트윈파워 터보 8기통 4.4L 가솔린 엔진을 품었다. 합산 최고출력 727마력, 최대토크는 101.9kg·m까지 나온다. 정지 상태에서 시속 100km까지 가속하는 데 걸리는 시간은 3.6초다. BMW M5 투어링 퍼스트 에디션은 단 9대 한정 판매된다. 가격은 1억9090만원이다(이하 개별소비세 3.5% 기준). BMW 740i xDrive M 스포츠 프로 인디비주얼 투톤 드라빗 그레이 에디션도 출시된다. 정규 모델에 M 스포츠 프로 패키지와 특별한 투톤 외장색을 적용해 희소성을 높인 모델이다. 실내외 전반에 묵직한 색감을 적용해 고급스러움을 강조했다는 게 업체 측 설명이다. 48볼트 마일드 하이브리드 기술이 적용된 BMW 트윈파워 터보 직렬 6기통 가솔린 엔진이 탑재된다. 합산 최고출력은 381마력, 최대토크는 55.1kg·m이다. 물량은 10대가 준비됐다. 가격은 1억9270만원이다. BMW M850i xDrive 그란 쿠페 인디비주얼 다크 에메랄드 에디션은 짙은 초록색 계열의 인디비주얼 다크 에메랄드 메탈릭 외장색을 적용해 개성과 존재감을 한층 끌어올린 모델이다. 최고출력 530마력, 최대토크 76.5kg·m를 발휘하는 M 트윈파워 터보 8기통 가솔린 엔진을 적용했다. 10대 한정 판매된다. 가격은 1억6230만원이다. BMW X7 M60i xDrive M 스포츠 프로 건메탈 에디션은 M 스포츠 프로 패키지와 새로운 인디비주얼 건메탈 II 메탈릭 외장색을 적용해 역동성을 강조한 차다. 내·외관 모두 명도 낮은 무채색이 조화를 이뤄 통일감 있는 분위기를 완성한다. M 트윈파워 터보 8기통 가솔린 엔진이 탑재됐다. 최고출력 530마력, 최대토크 76.5kg·m를 낸다. 정지 상태에서 시속 100km까지 가속하는 데 걸리는 시간은 4.7초다. 10대 한정 판매되며 가격은 1억9620만원이다. BMW X7 xDrive40d M 스포츠 프로 스페셜 에디션은 X7 xDrive40d 7인승 모델에 M 스포츠 프로 패키지와 블랙 사파이어 메탈릭 외장색을 넣은 차다. 최고출력 340마력, 최대토크 73.4kg·m를 발휘하는 직렬 6기통 디젤 엔진이 탑재된다. 물량은 10대가 준비됐다. 가격은 1억5850만원이다. 볼보도 한정판 모델로 국내 소비자들의 소유욕을 자극한다. 스칸디나비아 디자인 철학과 자연의 감성을 결합한 한정판 모델 'V60CC 포레스트 레이크 에디션'을 10대 한정으로 선보인다. 오는 11일 오전 10시부터 볼보자동차 디지털 숍을 통해 선착순 판매한다. 신차는 신규 외장 컬러인 '포레스트 레이크'와 따뜻하고 포근한 분위기를 선사하는 '앰버 시트'가 적용된 것이 특징이다. 외관은 포레스트 레이크 단일 컬러로 판매된다. 볼보는 최상의 고객 경험을 선사하기 위해 △업계 최고 수준 5년 또는 10만km 일반 부품 보증 및 소모품 교환 서비스 △15년 무상 무선 업데이트(OTA) △5년 무상 5G 디지털 패키지 등 비스 패키지를 기본으로 제공한다고 설명했다. 가격은 기존 모델과 동일한 6340만원이다. 구매 고객 전원에게 140만원 상당의 '루프탑 자전거 캐리어 패키지'가 제공된다. 스카니아코리아그룹이 2026년형 '스카니아 슈퍼' 모델을 내놨다. '차선 변경 경고 장치'(LCP), 능동형 조향 기능을 갖춘 차선 이탈 방지 장치 등 '첨단 운전자 보조 시스템'(ADAS) 등이 카고 모델까지 확대 적용된 게 특징이다. '비상 자동 제동 장치'(AEB)와 보행자 충돌 방지 경고 시스템은 새롭게 적용됐다. 기존 최상위 770마력 트랙터 모델에만 적용되던 전자식 선블라인드가 S캡 전 트림으로 확대됐다. 차량에 적용된 스마트 대시는 풀 디지털화 된 12.3인치의 운전자 계기판과 중앙에 위치한 12.9인치 HD 인포메이션 디스플레이를 통해 효율적인 운행정보를 제공한다. 메르세데스-벤츠 코리아가 6일 출시한 '메르세데스-AMG CLE 53 4MATIC+ 카브리올레 리미티드 에디션'을 15대가 약 2시간만에 완판됐다. AMG 전용 마누팍투어 스펙트럴 블루 마그노 컬러 바탕에 검은색 포인트를 가미한 모델이다. 인테리어는 화이트 나파 가죽에 검은색 포인트를 넣었다. 가격은 1억3730만원이다. 여헌우 기자 yes@ekn.kr

AI부터 로보틱스까지···현대차그룹 ‘스타트업 협력’ 총력전

현대자동차그룹이 차세대 성장 동력 확보를 위해 국내외 스타트업들과 협력을 적극 추진하고 있다. 인공지능(AI), 로보틱스 등 신산업 분야에서 아이디어와 실행력이 중요한만큼 다양한 분야에 '동맹군'을 조성하며 미래에 대비하는 모습이다. 7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차그룹은 6일(현지시각) 영국 케임브리지에서 스타트업 '커스프AI'와 소재 협력을 위한 전략적 파트너십을 체결했다. 커스프AI는 첨단 생성형 인공지능(AI), 딥러닝, 분자 시뮬레이션 등을 활용해 소재 개발 프로세스를 간소화하는 동시에 목적에 맞는 최적화된 재료를 빠르게 찾는 것을 목표로 하는 영국 스타트업이다. 소재의 효율성, 내구성, 안정성 등을 높이고 다양한 신소재를 발굴함으로써 모빌리티 솔루션을 혁신하는 게 파트너십의 목표다. 인공지능(AI) 기술 역량을 강화해 연구 및 개발 성과를 더 많이 창출함으로써 미래 모빌리티 리더십을 강화한다는 계산도 깔렸다. 현대차그룹이 후원하는 '제로원'은 활동 반경을 빠르게 넓혀가고 있다. 제로원은 창의인재 생태계 조성을 목표로 현대차그룹이 지난 2018년 서울 서초구 강남대로에 만든 창의공간이자 인재 플랫폼이다. 제로원은 지난 9월 서울 성동구 성수동에서 '2025 제로원데이'를 열어 주목받았다. 행사는 예술가와 개발자뿐 아니라 스타트업 등 다양한 분야 인재들이 참가해 자신의 프로젝트와 사업 모델을 선보이는 형태로 진행됐다. 특히 이 자리에서 제로원 육성 스타트업 11개사가 프로젝트 전시를 펼쳤다. 대표 스타트업은 국내 6개사로 △자율주행 배달 로봇 개발 '모빈' △AI 로봇 공정 자동화 '로아이' △AI 자율설계 플랫폼 나니아랩스 △중성자 성분 분석 솔루션 '쓰리아이솔루션' △AI 의사결정 플랫폼 '오믈렛' △전기차 충전·결제·차량관리 솔루션 '소프트베리' 등이다. 현대차그룹은 지난 5월에도 '제로원 3호 펀드'를 설립하며 스타트업과 상생 생태계 조성에 앞장섰다. 1250억원 규모의 이 펀드는 혁신 기술과 창의적 아이디어를 갖춘 스타트업에 투자하기 위해 만들어졌다. 현대차가 400억원, 기아가 400억원, 현대차증권이 100억원 등을 출자했다. 현대차그룹은 이번 펀드를 통해 한국, 일본, 동남아 등 아시아 권역을 중심으로 AI, 로봇, 수소, 사이버보안 등 미래 신사업·기술을 탐지하고 관련 초기 유망 스타트업에 투자할 예정이다. 현대차그룹은 앞서 2018년에 100억원 규모의 1호 펀드, 2021년에 805억원 규모의 2호 펀드를 조성하고 총 105개사에 투자를 단행했다. 이후 200여건의 그룹 협업사례를 창출하는 등 성과를 냈다. 사내 스타트업에는 날개를 달아주고 있다. 현대차그룹은 지난 3월 유망 사내 스타트업 4곳을 분사시켰다. △플라스틱 패키징을 활용해 가볍고 디자인이 자유로운 태양광 모듈을 생산하는 '솔라스틱' △로봇 자율제어 기술을 통해 제조 프로세스 자동화를 지원하는 'ROAI' △습기 및 부식을 방지하는 소재와 솔루션을 개발하는 'HVS' △친환경 휠 밸런스 웨이트 및 배터리 방폭 패드의 소재를 제조하는 '플렉스온' 등이다. 현대차그룹은 2000년 사내 스타트업 육성 제도 '벤처플라자'를 시작으로, 2021년부터 '제로원 컴퍼니 빌더'라는 이름으로 현대차그룹 임직원 대상 사내 스타트업 발굴 및 육성을 추진하고 있다. 모빌리티, 자동차 부품, 소프트웨어 등 현대차그룹의 유관 분야뿐만 아니라 시장성과 혁신성을 갖춘 모든 사업 아이템을 대상으로 사내 스타트업 선발·육성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사업 아이디어가 채택된 사내 스타트업은 최대 3억원의 개발 비용을 지원받는다. 각 스타트업은 1년 간 제품, 서비스 개발 및 사업화 기간을 거치게 되며 이 과정에서 분사 또는 사내 사업화 여부를 평가받는다. 사회공헌활동을 전개하면서도 스타트업들과 호흡하고 있다. 현대차는 지난 7월 '아이오닉 9' 기반 드론 스테이션 구축을 완료하고 울진군 일대 생태 복원 사업에 힘을 보탠다고 밝혔다. 현대차는 지난해 6월 산림청 산하 '한국수목원정원관리원', 나무 심기 전문 소셜벤처 '트리플래닛'과 함께 동해안 산불 피해 지역 국유림 생태 복원을 위해 5년간 협력하기로 했다. 이후 '아이오닉 5 모니터링 드론 스테이션'을 활용한 산림 모니터링 및 데이터 수집 활동을 진행해왔다. 현대차가 산림 복원 기술 스타트업 구루이엔티와 함께 구축한 '아이오닉 9 씨드볼 드론 스테이션'은 훼손된 산림의 복원과 식재, 모니터링을 위해 제작된 특장차량이다. 대형 씨드볼(Seed ball) 드론 1대와 트렁크 공간을 활용한 전용 이착륙 리프트가 탑재돼 있다. 사람이 접근하기 어려운 지역에서도 황토와 씨앗을 혼합한 공 모양의 씨드볼을 공중에서 투하해 효율적인 식재 작업이 가능하다. 여헌우 기자 yes@ekn.kr

‘SUV 명가’ KGM, 토레스·무쏘 앞세워 해외 영토 넓힌다

국내에서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명가'로 자리잡은 KG모빌리티(KGM)가 상품 경쟁력을 앞세워 해외 시장 영토를 빠르게 넓혀가고 있다. 과거 '쌍용차 사태'와 '먹튀 논란' 등을 겪으며 무너진 해외 영업망을 KG그룹 계열사로 편입된 이후 빠르게 복원하고 있는 모습이다. 6일 업계에 따르면 KGM은 지난 5일(이하 현지시각) 이스라엘 텔아비브 인근에서 토레스 하이브리드(HEV) 출시 행사를 진행했다. 현지 기자단 등을 대상으로 차량을 소개하고 시승 기회를 제공했다. 이스라엘은 유가가 높고 친환경 에너지 정책을 펼치고 있어 HEV 수요가 증가하는 곳으로 꼽힌다. KGM은 이에 앞서 지난달 26일 튀르키예 이스탄불에 있는 체바히르 호텔에서 무쏘 EV를 현지에 선보였다. 현지 대리점사와 기자단 등 120여명이 참석해 차량을 직접 운전하며 상품성을 경험했다. KGM 관계자는 “참석자들은 무쏘 EV의 경제성과 다용도성, 토레스 HEV의 연비와 안정적인 승차감 등에 만족감을 보였다"고 전했다. 회사는 앞서 지난 9월 두 차량을 알리기 위해 독일에서 대규모 행사를 진행하기도 했다. 스페인, 영국, 튀르키예 등 유럽과 중동·중남미 지역 총 38개국 대리점사와 기자단을 초청해 제품을 알렸다. KGM은 지난해에도 이탈리아에서 신차를 론칭하며 시장 공략을 선언하거나 한국으로 전세계 42개국 대리점 대표 91명을 초청해 액티언 등 SUV 경쟁력을 알리기 위해 노력했다. KGM은 지난해 전세계 시장에서 11만6428대의 자동차를 판매했다. 전년 대비 2.2% 늘어난 수치다. 이 중 내수가 6만3345대로 절반 이상을 차지했다. 수출(5만3083대)은 2023년보다 실적이 17.2%나 뛰었음에도 아직 비중이 낮은 상태다. KGM 평택공장은 연간 25만대 수준 자동차를 생산할 수 있는 곳이다. 인력 조정 등으로 인해 현실성을 감안하더라도 15만~18만대 가량은 만들 수 있다는 게 업계 중론이다. 회사가 영업흑자를 내며 정상 궤도에 올라서긴 했지만 공장을 100% 효율적으로 활용하지는 못하고 있다는 뜻이다. KGM이 해외 영토를 확장을 위해 힘을 쏟고 있는 배경이다. 엑티언, 토레스, 무쏘 등 최근 나오는 신차들의 상품성에 자신감이 생겼기 때문이라는 분석도 있다. 성과는 속속 나오고 있다. KMG의 지난달 판매는 9517대로 지난해 동월 대비 2.9% 늘었다. 추석 연휴가 있어 전년 대비 조업·영업일이 크게 줄었음에도 '플러스 성적표'를 받아든 것이다. KGM을 제외한 국내 완성차 4개사는 모두 지난달 판매가 전년 동월 대비 감소했다. 수출 덕분이다. 지난달 내수 판매는 3537대로 21.5% 줄었지만 수출(5980대)이 26.1% 뛰며 이를 상쇄했다. 올해 들어서는 수출 물량이 내수 수요보다 많아지는 '선순환 구조'도 그려지고 있다. KGM의 올해 1~10월 판매는 내수 3만4469대, 수출 5만7436대로 집계됐다. 이같은 수출량은 최근 10년 사이 가장 많은 수치다. KGM의 별도 기준 올해 3분기 매출액은 1조1889억원으로 분기 기준 역대 최고치를 경신했다. 영업이익은 39억원을 기록해 전년 동기 대비 흑자전환했다. 회사가 그간 공들여온 튀르키예 등에서 좋은 반응이 나온 결과로 풀이된다. KGM의 튀르키예 수출 물량은 2023년 2217대에서 지난해 1만1870대로 5배 이상 급등했다. 상품성을 인정받고 있다는 점은 앞으로 전망을 밝게 하는 요소다. KGM은 지난 8월 스페인 '가디아 시빌'에 렉스턴과 무쏘 스포츠를 공급하기로 했다. 이 곳은 시민 안전 보호뿐만 아니라 마약·폭발물 탐지 및 실종자 수색, 특수작전 등 고난도 업무를 수행하는 국가 안보 담당 치안 기관이다. 5월에는 인도네시아 군사 장비 등을 생산하는 국방부 산하 국영 방산 기업 핀다드사와 렉스턴 부품분해수출(KD) 공급 물량 및 인도네시아 국민차 프로젝트 등 사업 확대를 위한 주요 조건 합의서를 체결했다. 무쏘 스포츠의 경우 호주 유력 온라인 자동차 매체인 'Drive'로부터 2년 연속 '최고의 픽업'에 선정됐다. 2023년에는 스코틀랜드 자동차협회로부터 'SCOTY'(Scottish Car of the Year)를 획득했다. 여헌우 기자 yes@ekn.kr

호세 무뇨스 현대차 사장 “위기대응력은 우리 DNA···미래 대응 역량 확신”

호세 무뇨스 현대자동차 사장이 “올해 성과를 통해 '위기대응력'이야말로 우리 DNA의 일부임을 증명했다"며 회사 실적에 대한 자신감을 내비쳤다. 무뇨스 사장은 5일 서울 강남구 현대차 사옥에서 진행된 '타운홀 미팅'에서 “자동차 산업은 그 어느 때보다 빠르게 변화하고 있지만 우리의 미래 대응 역량에 그 어느때보다 큰 확신을 가지고 있다"며 이같이 밝혔다. 무뇨스 사장이 국내 임직원들과 소통하기 위해 따로 자리를 마련한 것은 지난해 11월 최고경영자(CEO)로 내정된 이후 이번이 세 번째다. 무뇨스 사장은 CEO 부임 첫 해 성과를 되돌아보고, 올해의 성공적인 마무리를 위한 당부와 함께 내년의 전략과 방향성을 임직원들과 공유했다. 현장에는 200명이 참석했으며 7500여명은 온라인으로 함께했다. 무뇨스 사장은 “내년과 그 이후를 내다볼 때 우리의 강점은 제품의 품질과 안전성, 파워트레인과 시장 전반에 걸친 전략의 유연성, 그리고 무엇보다 임직원들의 재능과 헌신에 있다"고 강조했따. 이어 “우리가 구축하고 있는 다양한 파트너십, 제조 부문 투자, 제품 혁신은 현대차그룹이 미래 모빌리티를 선도할 수 있는 기반이 되고 있다"고 덧붙였다. 무뇨스 사장은 “정의선 회장이 말한 '인류를 위한 진보'(Progress for Humanity) 비전은 모빌리티를 보다 안전하고 지속 가능하며 모두에게 접근 가능한 것으로 만들겠다는 약속"이라며 “이 비전은 우리가 고객을 대하는 태도, 서로에 대한 존중, 일상 속 실천에서부터 시작된다"고 말했다. 여헌우 기자 yes@ekn.kr

‘스틸 코리아 2025’ 개최…“韓 산업, 일본형 공동화” 경고 속 “맹목적 낙관론 깨야”

글로벌 경제 질서 재편 속에서 한국 주력 산업이 중대한 기로에 섰다는 경고가 잇따랐다. 전문가들은 미국의 보호무역주의 강화와 산업 정책의 귀환 속에서 '일본형 공동화'를 우려하는 한편, 철강 수요의 핵심인 자동차, 조선, 건설 산업 전반에 걸쳐 구조적 위기가 닥쳤다고 진단했다. 특히 '전기차 수요 절벽', '환경 규제 지연', 'L자형 장기 침체' 등 각 산업의 성장 동력이 꺾이면서 막연한 낙관론을 버리고 냉철한 생존 전략을 모색해야 할 때라는 지적이 쏟아졌다. 4일 한국철강협회 주최로 '글로벌 전환기 철강 산업의 대응 방안' 세미나가 개최됐다. 이날 행사에서는 글로벌 경제 질서 재편에 따른 국내 주력 산업의 위기를 진단하고, 생존 전략을 모색하는 다양한 분석이 제시됐다. 기조연설에 나선 권남훈 산업연구원장은 현재 글로벌 경제가 '산업 정책의 시대'로 귀환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그는 “2010년대 이후 각국이 발표한 신규 정책 중 25%가 산업 정책"이라며 “한국도 국제 질서 변화에 맞춰 보다 적극적으로 산업 정책적 접근을 검토해야 할 시점"이라고 언급했다. 권 원장은 최근의 대미 투자 협상 배경에 대해, 미국의 IRA·칩스법 등 막대한 보조금 정책은 재정 적자로 지속 가능성이 낮다고 지적했다. 그는 '마이런 리포트'를 인용하며, 최근 한국(3,500억 달러)과 일본(5,500억 달러)의 투자가 “미국의 산업 정책 재원을 동맹국으로부터 마련하기 위한 일련의 과정"으로 풀이된다고 설명했다. 이어 권 원장은 이러한 대규모 해외 투자가 '산업 공동화'를 유발할 수 있다고 우려를 제기했다. 그는 “1980년대 일본이 해외 투자 급증 후 2000년대 들어 국내 투자가 급감했다"며 “그 결과 상품수지는 적자로 돌아서고 해외 투자 수익에 의존하게 됐다"고 분석했다. 그는 이 과정에서 국내 고용과 임금 정체가 발생했다며, 한국 역시 이러한 '일본형' 미래를 맞이할 가능성이 높다고 경고했다. 권 원장은 현재 한국 산업이 “수출 비중 하락, 기업 역동성 저하, 총 요소 생산성 하락 등 '정신을 꽉 차려야 하는 국면'"이라고 진단했다. 그는 과거의 '백화점식' 정책을 지양하고 성장을 이끄는 '소수 선도 기업' 중심의 전략적 접근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이어진 세션에서 공문기 포스코 경영연구원 연구위원은 업계의 '맹목적 낙관주의'를 경계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공 연구위원은 2026년 국내 철강 내수 시장이 4,500만 톤 수준에서 정체될 것으로 전망했다. 이는 2007년 이후 처음 5,000만 톤이 무너진 2024년과 비슷한 수준으로 그는 “건설 경기 침체에 따른 구조적 하락일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또한 그는 세계철강협회(WSA)의 2026년 글로벌 전망치가 “상당히 낙관적인 쪽으로 편향돼 있다"고 비판했다. 공 연구위원은 업계가 타파해야 할 '신화'로 다음을 제시했다. 그는 “중국의 인프라 투자가 1% 하락하는 등 정책 부양 효과가 부동산 부진을 상쇄하지 못하고 있다"며 “인도를 제외하면 , 아세안이나 중동 등은 리스크가 커 '이머징 마켓 환상'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중국 수출 1억 톤은 '뉴 노멀'이 됐다"며 “현재의 낮은 가격에서도 원가 경쟁력으로 이윤을 내고 있다"며 “일본의 수요 감소 트렌드를 그대로 따라갈 것이라는 '평행 이론'은 '자기 충족적 예언'의 오류일 수 있다"며 , “AI와 디지털 혁명이 다른 궤적을 만들 수 있다"고 강조했다. 자동차 산업 세션에서 박광래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2026년 미국 자동차 시장의 역성장 가능성을 경고했다. 그는 “2025년의 판매 호조는 관세 인상과 전기차 세액공제 종료를 앞둔 '가수요'에 기반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실제로 “2025년 10월 미국 전기차 판매가 전년 동월 대비 50% 이상 급감했다"며, '수요 절벽'이 시작됐음을 시사했다. 박 연구원은 이러한 '전기차 캐즘'의 돌파구로 하이브리드를 지목했다. 그는 “하이브리드가 현대차·기아의 수익성 1위 차종인 반면, 전기차는 수익성이 가장 안 좋다"고 평가하며 “전기차 세액공제 종료가 오히려 고수익성 하이브리드 판매를 늘려 실적에 긍정적일 수 있다"고 전망했다. 다만 그는 “장기적으로 차량 교체 주기가 길어지면서 자동차 산업의 철강 수요 감소는 불가피하다"며 철강업계의 신사업 진출 등 전략적 고민을 주문했다. 조선업 세션에서는 '차원이 다른' 장기 호황 사이클에도 불구, 이것이 철강재의 '양적 성장'으로 이어질지에 대해 부정적인 전망이 나왔다. 엄경아 신영증권 조선 분야 연구위원은 국내 조선업계가 “대형사들의 몸집 키우기와 중견사들의 구조조정으로 양분화"됐다고 전했다. K조선, 대한조선 등 중견사들이 수주 확대에 어려움을 겪는 가운데, HJ중공업 등 일부는 신조선 대신 미국 군함 MRO 사업을 모색 중이라고 밝혔다. 그는 이들 업체가 MRO에 집중할 경우 “신규 후판 수요는 사실상 발생하지 않게 된다"고 설명했다. 방산(군함 건조) 분야 역시 “철강이 많이 들어가는 산업이 아니"라고 덧붙였다. 군함은 건조 시간보다 테스트 기간이 2년 이상 소요될 정도로 길어, 철강재의 양적 소모를 이끌기엔 역부족이라는 분석이다. 오히려 철강업계에 더 큰 악재로 환경 규제 지연을 꼽았다. 2025년 10월 국제해사기구(IMO)에서 확정될 예정이던 '넷제로 프레임워크' 논의가 “미국의 보복 위협과 사우디의 주도로 1년 전격 연기"됐다. 이 규제안은 2028년부터 노후 선박 교체를 유도할 핵심 발주 동력이었으나 이 논의가 지연되면서 선주들이 관망세로 돌아설 가능성이 커졌다고 발표자는 분석했다. 그는 2028년 조선소 증설 물량이 즉각 채워지지 않을 수 있다며, “물리적인 재료를 대는 철강 업계에서는 조금 중요한 사안"이라고 강조했다. 마지막 세션의 박정우 연구원은 건설 산업이 'L자형' 장기 침체에 빠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는 외환 위기(V자 반등)나 금융 위기(U자형) 때보다 심각한 상황이라는 진단이다. 박 연구원은 2026년 건설 투자가 2% 내외 성장에 그칠 것으로 전망했다. 그는 한국은행 등의 +3~4%대 전망은 “오직 2025년의 극심한 부진에 따른 '기저 효과'에 기댄 것"이라며 이는 업계가 '회복'으로 체감하기 어려운 수준이라고 평가했다. 그는 현재 건설 경기가 “BSI 52, 한계 기업 비중 22.6% 등 '지표상 최악의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가장 큰 문제로는 시장의 70~80%를 차지하는 민간 부문의 침체와 “수도권과 지방 간의 극심한 양극화"를 지목했다. 박 연구원은 “건설향 봉형강 수요가 주거용 착공과 밀접하다"고 설명하며 2025년 최저점 이후 2026년에도 소폭 회복에 그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에 따라 철강업계가 'K자형'으로 분화되는 지역별 양극화에 맞춰 판매 및 재고 관리 전략을 세워야 한다고 조언했다. 박규빈 기자 kevinpark@ekn.kr

[여헌우의 산업돋보기] 현대차·기아 최대 매출 키워드는 ‘해외 RV 판매단가’

+8.8%, -29.2%. 현대자동차의 3분기 매출과 영업이익의 전년 동기 대비 증감폭이다. 기아 역시 같은 기간 매출이 8.2% 늘었지만 영업이익은 49.2% 급감했다. 현대차·기아가 장사를 못한 게 아니다. 미국이 수입 자동차에 관세 장벽을 쌓아 비용 부담이 커진 탓이다. 양사가 미국 수출을 위해 쓴 관세 비용은 3분기에만 3조원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된다. '관세 착시'를 걷어내고 보면 오히려 현대차·기아의 매출 성장이 돋보인다는 분석이다. 자동차 판매가 늘며 나란히 3분기 기준 역대 최고치를 경신했다. '최대 매출 기록' 일등공신은 해외 레저용차량(RV) 판매 증가다. 앞으로 회사가 지속적으로 성장할 수 있는 키워드 역시 RV 판매단가에 달려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4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차·기아 매출이 향후 지속 성장하기 위한 키워드로는 '해외 시장'과 'RV'가 꼽히고 있다. '관세 쇼크' 등이 불가항력적인 리스크라는 점을 감안하면 영업이익 방어를 위한 양사 판매·마케팅 전략 역시 이쪽 분야에서 주로 만들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현대차 반기보고서를 보면 연결 기준 차량 부문 매출액에서 RV 평균 판매가 성장세는 승용(세단)보다 더 돋보인다. 지난 2023년 대비 올해 상반기 세단의 평균 판매가격은 5271만원에서 5509만원으로 4.4% 올랐다. 해외에서는 6293만원에서 6985만원으로 10.9% 상승했다. 같은 시기 RV 평균 가격은 국내에서 7.5%(5166만원→5557만원), 해외에서 11.9%(6744만원→7544만원) 뛰었다. 기아도 비슷하다. 다른 차종의 평균가가 큰 변동이 없거나 오히려 줄어든 것과 달리 해외 RV 가격은 5779만원에서 6337만원으로 9.6% 늘어났다. 각사 별도 기준 매출현황을 봐도 RV 수출의 중요성을 인식할 수 있다. 현대차의 세단 내수 판매 매출액은 2023년 12조5억원에서 지난해 9조6670억원으로 줄었다. 올해 상반기 실적은 4조9143억원이라 반등은 쉽지 않을 것으로 관측된다. 수출액의 경우 2023년 15조3125억원, 지난해 15조668억원이었지만 올해 1~6월은 5조7490억원으로 빠졌다. 단순 계산할 경우 연간 성적이 11조원 안팎일 것으로 예상된다. RV는 훨훨 날고 있다. 같은 시기 내수 매출액이 10조6753억원, 11조8562억원으로 뛰었다. 상반기 실적은 6조6271억원이라 연간 기준으로 성장세를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수출은 22조3004억원, 24조3058억원으로 올랐다. 올해 역시 6월까지 13조3396억원을 벌어 연간 기준 최대치를 또 경신할 것으로 전망된다. 기아는 일찍부터 RV 중심 체제를 구축한 상태다. 별도 기준 세단의 내수 매출액이 2023년 4조266억원, 3조5037억원으로 줄었다. 올해 1~6월은 1조7424억원이라 연간 기준 반등이 가능할지도 미지수다. 수출의 경우 기존에 물량 자체가 적었던 터라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2023년 2조9584억원, 작년 4조2805억원, 올해 상반기 2조3739억원 등이다. RV 매출액은 내수에서 2023년 11조6328억원, 지난해 12조6520억원, 올해 상반기 6조9480억원 등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수출은 2023년 28조1504억원이었는데 올해는 6월까지 15조원을 넘겨 연간 기준 30조원 돌파가 기대된다. 현대차·기아는 다양한 형태로 글로벌 RV 시장을 장악하기 위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인도 '크레타', 중국 '일렉시오' 등 현지 맞춤형 SUV를 출시하며 고객들과 호흡하고 있다. 전기차 신차를 내놓으면서 디자인 형태를 대부분 SUV 또는 크로스오버차량(CUV) 형태로 가져가는 것도 같은 맥락으로 읽힌다. 업계에서는 향후 현대차·기아가 '관세 리스크' 회피를 위해 미국 등 현지 SUV 생산 비중을 더 높일 것으로 본다. 현대차는 최근 열린 3분기 실적발표 콘퍼런스콜에서 “팰리세이드 하이브리드를 4분기 미국 내 출시하는데 현지 생산도 검토 중"이라며 “미국 현지 생산 비중을 점진적으로 확대하겠다는 계획은 앞서도 밝혔다"고 했다. 1990년대부터 2000년대까지 현대차·기아의 글로벌 시장 내 주력 상품은 단연 세단이었다. 현대차 엘란트라(국내명 아반떼)와 쏘나타 등이 미국, 중국, 유럽 등 전세계를 누볐다. 기아는 정의선 당시 사장 주도로 탄생한 'K 시리즈'를 통해 '디자인 경영' 서막을 열었다. 2000년대 초중반 들어서는 싼타페(2000년), 쏘렌토(2002년), 투싼(2004년) 등이 나오며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라인업도 속속 늘어났다. 초반에는 내수 중심이었으나 점차 수출 물량과 해외 생산이 늘어났다. 준중형급 SUV인 현대차 투싼과 기아 스포티지의 경우 현재까지도 전세계 시장에서 '베스트셀링카'로 통한다. 승승장구하던 현대차·기아는 2010년대 후반 첫 고난을 맞이한다. 2017년 중국 '사드보복' 이후 현지 판매가 급감하기 시작한 것이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글로벌 트렌드인 'SUV 열풍'에 제때 올라타지 못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대형 SUV 베라크루즈 단종, 세단 위주의 제네시스 라인업 구성 등 결정을 내렸기 때문이다. 당시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당시 부회장)은 신차 계획을 재정비하는 승부수를 띄웠다. 공격적으로 SUV 라인업을 확장하고 파워트레인도 다양화했다. '현대차는 세단에 강하고 기아는 RV 명가'라는 이미지를 과감히 벗어던진 조치였다. 이후 출시된 현대차 팰리세이드, 제네시스 GV80, 기아 텔루라이드 등은 현재 회사 실적을 견인하는 대표 차종이 됐다. 베뉴, 코나, 셀토스, 니로 등 소형급 SUV와 아이오닉 9, EV6 등 전기차 존재감도 상당하다. 픽업트럭인 싼타크루즈, 타스만 등은 새로운 시장을 개척해나가고 있다. SUV는 차량 크기가 큰 탓에 통상 판매 단가가 높은 편이다. 강력한 파워트레인이 들어가는 경우가 많고 원자재 사용량도 많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개발비용에 대한 부담이 승용보다 크지는 않다. 오히려 세단과 플랫폼을 공유하는 경우가 많아 원가절감에 도움을 준다. SUV를 포함한 RV를 원하는 고객은 전세계적으로 늘어나는 추세다. 시장조시기관 그랜드뷰리처시(Grand View Research)에 따르면 글로벌 RV 시장 규모는 2022년 약 607억달러(약 87조3300억원)에서 2030년 1445억5000만달러(약 208조원)로 성장할 전망이다. 판매 대수로 따지면 이미 2020년대 들어 전세계에서 팔리는 자동차 2대 중 1대 이상은 RV라고 집계되고 있다. RV 성공신화를 쓴 현대차·기아 역시 혜택을 충분히 봤다. 연결기준 현대차의 매출액은 2022년 142조1515억원, 2023년 162조6636억원, 지난해 175조2312억원으로 상승 곡선을 그리고 있다. 같은 시기 기아의 매출액도 86조5590억원, 99조8084억원, 107조4488억원으로 늘어났다. 여헌우 기자 yes@ekn.kr

기아, 英 ‘모타빌리티’와 PBV 보급 확대 ‘맞손’

기아가 영국의 장애인 대상 리스 차량 최대 운영업체인 모타빌리티(Motability)와 손잡고 목적기반모빌리티(PBV) 보급 확대에 나선다. 기아는 지난 3일 서울 서초구 본사에서 모타빌리티와 '영국 내 PBV 보급 확대를 위한 업무협약(MOU)'을 체결했다고 밝혔다. 모타빌리티는 약 86만명의 고객과 약 3만5000대의 휠체어용차량(WAV)을 보유 중이다. 휠체어 탑승이 가능한 전기차 콘셉트 모델 'eVITA'를 개발하는 등 장애인 이동권 향상을 위한 다양한 활동을 펼치고 있다. 이번 협약은 PV5 WAV를 비롯한 기아의 다양한 PBV 라인업을 활용해 글로벌 시장에서 대두되는 이동약자용 모빌리티의 전동화 전환 요구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겠다는 데 뜻을 모아 이뤄졌다. PV5 WAV에는 △휠체어 탑승자뿐 아니라 가족, 간병인, 운전자 등 모든 이용자에게 친화적인 유니버설 디자인 콘셉트 △휠체어 탑승자의 편의성을 고려한 측면 승하차 방식 △휠체어 벨트 고정 시스템, 3열 팁업 시트 등 보호자가 동승해 휠체어 탑승자를 보조할 수 있는 기능 △넓은 실내 공간 및 휠체어를 접어 트렁크에 보관할 수 있는 구조가 적용됐다. 기아는 모타빌리티에 PV5 기본형 및 PV5 WAV 모델을 공급하고 모타빌리티는 내년부터 영국 현지에서 해당 차량들을 활용한 서비스를 선보일 계획이다. 송호성 기아 사장은 “PV5 WAV는 교통약자들의 이동권 향상과 편의 증진에 기여할 수 있다"고 말했다. 앤드류 밀러 모타빌리티 최고경영자(CEO)는 “이번 협력은 업계 최초의 차량 측면 승하차 방식의 WAV 전동화 모델 개발과 관련한 모타빌리티의 장기적인 전동화 및 환경 목표를 진전시키는 동시에 혁신적인 WAV를 필요로 하는 리스 고객들에게 실질적인 가치를 제공할 것"이라고 전했다. 여헌우 기자 yes@ekn.kr

‘단종 운명’ 디젤 SUV, 중고차 시장서 ‘상승 랠리’

국내 중고차 시장에서 디젤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의 몸값이 상승세를 타고 있다. 디젤차 인기가 줄면서 자동차 제조사들이 해당 모델 단종에 나서자 중고차 시장으로 수요가 몰리고 있는 것이다. 4일 중고차업계에 따르면 11월은 연말 프로모션과 연식 변경 모델 출시를 앞두고 중고차 시장 비수기가 시작되는 시기지만 디젤 SUV 가격은 최근 오히려 오르고 있다. 엔카닷컴이 이날 발표한 이달 중고차 시세를 보면 전체 차량 평균 시세는 전월 대비 0.17% 떨어졌다. 반면 같은 기간 기아 스포티지 5세대 2.0 2WD 노블레스는 3.01% 오르며 3달 연속 상승세를 보였다. 현대차 더 뉴 팰리세이드 2.2 2WD 캘리그래피, 현대 더 뉴 싼타페 2.2 2WD 프레스티지 시세 역시 각각 1.56%, 0.34% 뛰었다. 다목적차량(MPV)인 카니발 4세대 9인승 프레스티지도 가격이 0.19% 상승했다. 디젤 SUV 선호 트렌드는 다른 통계에서도 확인된다. 직영중고차 플랫폼 케이카가 출시 10년 이내 740여개 모델을 대상으로 평균 시세를 분석한 결과를 봐도 디젤 SUV 시세는 오름세를 보이고 있다. 기아 카니발의 경우 지난달에 이어 2개월 연속 전월 대비 강세를 보이는 중이다. 최신 모델인 더 뉴 카니발 4세대가 1.4%, 더 뉴 카니발 4세대 하이브리드는 1.0% 올랐다. △현대차 올 뉴 투싼 TL(3.4%) △현대차 싼타페 더 프라임(3.0%) △기아 스포티지 4세대(1.7%) △기아 더 뉴 쏘렌토(1.4%) △현대차 더 뉴 팰리세이드(1.0%) 등 디젤 모델도 비수기에 가격이 올라가고 있다. 조은형 케이카 PM팀 애널리스트는 “디젤 차량에 대한 수요가 일정 수준의 견조한 상황을 보여주고 있다"며 “유가가 당분간 높은 수준을 이어가는 상황에서 차량 유지비에 대한 고민은 국내와 해외를 가리지 않고 있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중고차 시장에서 뒤늦게 '디젤 SUV 바람'이 부는 것은 제조사들이 신차를 내놓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현재 신차 시장에서 디젤 SUV를 찾으려면 선택지가 제한적인 상황이다. 현대차는 신차 개발을 중단했고, 기아에서는 쏘렌토만 해당 모델을 판매 중이다. KG모빌리티는 렉스턴 뉴 아레나와 렉스턴 스포츠에 아직 디젤 엔진을 쓰고 있다. 한국지엠과 르노코리아는 디젤 SUV 라인업이 없다. 수입차 브랜드 역시 2015년 폭스바겐의 '디젤게이트' 사건 이후 가솔린 또는 전기차 쪽으로 신차를 선보이는 추세다. 볼보의 경우 지난해부터 디젤 엔진 차량 생산을 완전히 중단한다고 공식 선언하기도 했다. BMW, 메르세데스-벤츠, 아우디, 푸조, 지프, 랜드로버 정도만 일부 모델에서 디젤을 선택할 수 있게 하고 있다. 소비자 입장에서도 디젤차를 기피하게 된 사건이 여럿 있었다. '디젤게이트' 이후 미세먼지·질소산화물을 다수 배출한다는 인식이 퍼졌고 가솔린차 대비 부품·유지비 부담이 크다는 입소문도 돌았다. 배기가스재순환장치(EGR) 결함으로 BMW 디젤차에서 연이어 화재가 발생한 것도 고객들의 뇌리에 남았다. 디젤 운전자들은 지난 2021년 중국의 요소수 수출 제한으로 인해 '요소수 대란'을 직접 겪기도 했다. 업계 한 관계자는 “디젤차의 강점을 선호하는 소비자가 여전히 적지 않다"며 “수출 시장에서는 러시아에서 자국 기업 우대 등을 위해 연말부터 수입 차량에 대한 폐차세 인상을 예정하고 있어 그 전에 한국산 매물을 확보하려는 수요가 늘어나기도 했다"고 전했다. 여헌우 기자 yes@ekn.kr

완성차 지난달 판매 전년 比 감소세···KGM 나홀로 성장

국내 완성차 업체들의 지난달 성적표가 전년 동월과 비교해 하락했다. 추석 연휴로 인한 조업·영업일 감소가 판매에 영향을 미친 탓이다. KG모빌리티(KGM)는 수출 물량을 늘리며 나홀로 지난해 대비 '플러스 성적표'를 받았다. 3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차는 지난달 국내 5만3822대, 해외 29만7931대 등 35만1753대의 자동차를 판매했다고 이날 공시했다. 작년 10월과 비교해 국내 판매가 17.1%, 해외 판매가 4.8% 줄었다. 전체 성적은 6.9% 떨어졌다. 기아는 지난달 국내 4만1대, 해외 22만3014대 등 전년 동기 대비 0.5% 감소한 26만3904대의 자동차를 판매했다. 조업·영업일 감소로 국내 실적이 13.1% 빠졌지만 해외에서는 오히려 2.1% 더 팔며 이를 상쇄했다. 차종별 실적은 스포티지가 4만7341대로 전세계 시장에서 가장 많이 나갔다. 셀토스(2만5406대), 쏘렌토(2만1824대)가 뒤를 이었다. 한국지엠은 같은 기간 20.8% 줄어든 3만9630대를 판매했다. 내수(1194대)가 39.5% 급감했고 수출(3만8436대)도 20% 하락했다. 수출은 2만4271대가 팔린 쉐보레 트랙스 크로스오버(파생모델 포함)가 주도했다. 르노코리아 분위기도 비슷했다. 지난달 내수 3810대, 수출 3391대로로 7201대의 실적을 거뒀다. 전년 동월 대비 42.2% 빠진 수치다. 르노코리아의 경우 국내외 시장에서 출고한 하이브리드 모델이 총 4767대로 3대 중 2대의 비중을 차지했다는 점이 눈길을 끌었다. 국내에서 '그랑 콜레오스'는 2934대가 팔렸다. 이 중 하이브리드 E-Tech 모델은 2578대로 87.9%를 점했다. KGM은 지난달 국내외 시장에서 작년 같은 달보다 2.9% 증가한 총 9517대를 팔았다고 3일 밝혔다. 내수는 추석 연휴로 생산 물량이 줄면서 21.5% 줄어든 3537대였다. 반면 해외 판매는 5980대로 26.1% 늘었다. 튀르키예·헝가리 등에서 판매가 늘어난 영향이다. 차종별로는 지난 9월 독일에서 론칭한 무쏘 EV(783대)와 토레스 하이브리드(603대), 코란도(1013대) 등이 해외 실적을 이끌었다. 여헌우 기자 yes@ek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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