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자동차 산업 전반에 전기차 전환이 확대되면서 슈퍼카 업계에서도 전동화 움직임이 이어지고 있다. 28일 업계에 따르면, 페라리와 람보르기니 등 주요 슈퍼카 업체들은 하이브리드 모델을 안정화하는 한편 순수전기차 시장에도 본격적으로 진입하고 있다. 고성능 스포츠카에 요구되는 주행 성능과 전동화 기술을 동시에 확보해야 하는 만큼 브랜드별 전환 전략과 속도는 서로 다르다. 페라리는 지난 24일 서울 강남구 청담동 페라리 전시장에서 첫 순수전기 스포츠카 '루체'를 국내에 공개했다. 122킬로와트시(kWh) 배터리와 4개의 전기모터를 탑재했으며 합산 최고출력은 1050마력이다. 정지 상태에서 시속 100㎞까지 2.5초 만에 도달하며 최고속도는 시속 310㎞다. 페라리 최초의 4도어·5인승 모델이기도 하다. 통상 슈퍼카의 전동화는 일반 승용차보다 까다롭다. 고성능과 효율뿐 아니라 차량의 주행 특성까지 함께 확보해야 하기 때문이다. 일반 전기차는 배터리 용량을 늘려 주행거리를 확보하는 방식으로 상품성을 높일 수 있지만, 스포츠카에서는 배터리 무게가 차량의 운동 성능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 배터리 용량이 커질수록 차량 중량이 증가하고 이는 가속뿐 아니라 제동과 코너링 성능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 고출력 주행에 필요한 열관리도 주요 과제다. 전기모터와 배터리는 높은 출력을 지속적으로 사용할 경우 열이 발생하며, 배터리 온도가 지나치게 상승하면 출력이 제한될 수 있다. 특히 스포츠카는 반복적인 가감속과 고부하 주행에서도 성능을 유지해야 하는 만큼 배터리와 구동계의 열을 안정적으로 관리하는 기술이 중요하다. 차량 설계 단계에서도 차이가 발생한다. 내연기관 스포츠카는 엔진과 변속기, 연료탱크 등의 배치에 맞춰 차체를 설계하지만 순수전기차는 대형 배터리 팩이 차체 하부에 배치되는 구조가 일반적이다. 배터리의 무게와 위치를 고려해 차체 강성과 무게중심을 새롭게 설정해야 한다. 기존 스포츠카의 주행 특성을 유지하면서 전기차의 구조적 장점을 구현해야 하는 것이다. 엔진음과 배기음 같은 감각적 요소도 순수전기 스포츠카가 넘어야 할 과제다. 전기모터는 내연기관에서 발생하는 엔진음과 배기음 같은 고유의 소리 특성이 없다. 이에 따라 전기 스포츠카에서는 가상 사운드를 통해 가속과 주행 상황에 따른 음향을 별도로 구현하기도 한다. 성능 수치만으로는 대체하기 어려운 슈퍼카 특유의 주행 경험을 전기차에서도 구현해야 하는 셈이다. 이 같은 기술적 과제 때문에 슈퍼카 업체들은 순수전기차에 앞서 하이브리드 모델을 확대해왔다. 페라리는 2022년 첫 순수전기차를 2025년에 공개하겠다는 계획을 밝혔지만, 실제 공개는 당초 계획보다 1년 늦은 지난 24일에서야 이뤄졌다. 다만 그동안 라페라리와 SF90 스트라달레, 296 GTB 등 하이브리드 모델을 선보이며 전동화 라인업을 확대해왔다. 순수 전기차 출시를 앞두고 하이브리드 모델을 통해 전동화 기술을 먼저 확대해온 셈이다. 페라리는 지난해 전략발표 당시 2030년까지 내연기관 40%, 하이브리드 40%, 순수전기차 20%의 제품 구성 계획을 밝힌 바 있다. 람보르기니는 하이브리드 중심의 전동화 전략을 이어가고 있다. 순수전기차로 동력원을 전환하기보다 기존 내연기관에 전기모터를 결합하는 것이다. 레부엘토와 우루스 SE, 테메라리 등에 이러한 전동화 시스템이 적용된다. 특히 레부엘토는 자연흡기 V12 엔진과 3개의 전기모터를 결합한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모델이다. 시스템 최고출력은 1015마력이다. 지난 14일 공개된 레부엘토 SV 역시 자연흡기 V12 엔진을 유지하면서 전기모터를 결합해 1065마력을 구축했다. 포르쉐는 순수전기 스포츠카를 일찍 선보인 사례다. 2019년 타이칸을 출시했지만 최근 생산 계획을 둘러싼 논란이 불거졌다. 독일 경제지 비르트샤프트보헤는 지난 13일 포르쉐가 타이칸 생산을 2030년까지 단계적으로 종료할 계획이라고 보도했다. 이에 포르쉐는 지난 25일 이를 공식 부인했다. 타이칸 전체 라인업을 폐지할 계획은 없으며 단기적으로 모델을 단종할 계획도 없다고 밝혔다. 다만 생산 복잡성을 낮추기 위해 타이칸의 파생 모델을 줄이는 방침을 설명했다. 전기 스포츠카 생산을 중단하기보다 시장 상황에 맞춰 라인업을 조정하겠다는 계획이다. 자동차 업계 관계자는 “슈퍼카 시장에서 전동화가 늦어지고 있는 것은 전기차 기술 자체의 문제가 아니라 기존 스포츠카의 상품성을 전동화 이후에도 어떻게 유지할 것인지에 대한 고민이 크기 때문"이라며 “배터리 중량과 열관리, 고부하 주행 성능은 물론 엔진음과 주행 감각 등 기존 내연기관 스포츠카가 제공해온 경험까지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하이브리드는 기존 내연기관의 특성을 유지하면서 전기모터를 통해 성능을 높일 수 있다는 점에서 슈퍼카 업체들이 선택하기 용이한 방식"이라며 “순수전기차 기술이 발전하고 있는 만큼 전동화 자체는 계속되겠지만, 브랜드마다 시장 상황과 제품 특성에 따라 전환 속도와 동력원 구성은 당분간 차이를 보일 것"이라고 했다. 박서현 기자 shine@ek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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