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12월 10일(화)
[이슈&인사이트] “우리 당 일임”은 또 다른 헌정유린

이강윤 정치평론가 12.3 계엄은 정치-사회적 충격 못지않게 중대한 법적 문제도 야기하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은 7일 대국민 담화에서 “저의 임기를 포함하여 앞으로의 정국안정방안은 우리 당에 일임하겠습니다. 향후 국정운영은 우리 당과 정부가 함께 책임지고 해나가겠습니다"라고 말했다. 이후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는 “한덕수 국무총리와 함께 국정을 운영하며 '질서있는 퇴진' 절차를 밟겠다“고 밝혔다. '우리 당 일임, 여당대표-총리 국정운영'은 헌법유린 두 발언은 중대한 법적 문제를 안고 있다. 우선, 대통령은 자신의 권한과 책임을 법률에 의거하지 않고 누구에게도 위임하거나 양도할 수 없다. 또 여당(국힘) 대표는 정치적 지위이지 법률적 지위가 아니므로 대통령이 여당 대표에게 “이제 자네가 맡아서 해보소"라며 넘겨준다는 것 자체가 말이 안된다. 법률가이기도 한 대통령과 국힘 대표에게서 이런 비상식적 발상이 나온 것에 경악한다. 대통령이 자신의 대행자를 지정한다는 것 자체가 반헌법적이다. 지금이 왕조시대인가. 국가기관의 구성원도 아닌 여당 대표와, 아직 대통령권한대행자가 아닌 국무총리가 대통령권한을 대행하며 국정을 운영하겠다는 것은 헌법 유린이다. 헌법 상 대통령직은 다음 세 가지 경우에만 권한대행이 가능하다. 탄핵, 궐위나 사고, 사임으로 직무수행이 불가능할 때이다. 이 세 가지 외에는 법적 근거가 없다. 법적 근거 없이 대통령의 권한과 책무가 대행되는 순간 위헌이다. 정통성 문제가 필연적으로 제기된다. '한-한' 라인 국정운영 방침은 정치적 계산 국힘이나 한덕수 총리가 이런 것을 모를 리 없음에도 '한-한' 라인으로 국정을 운영하겠다는 것은 정치적 이유일 것이다. 대통령 유고 사태는 곧 민주당에 정권을 내주는 것이며, 이재명 대표의 2심 결과 등이 나올 때까지 상황을 지켜보자는 계산으로 읽힌다. 특정 정파의 추측과 이해관계에 맞춰 국가 권력체계를 손 대는 것은 국기문란이다. 비상사태일수록 법률이 정한 바에 따라야 또 다른 혼란을 막을 수 있다는 것은 상식이다. 또, “질서있는 퇴진" 역시 말 잔치에 불과하다. 마치 차분하게 국가시스템이 회복되고 뭔가가 합법적으로 진행되는 듯한 뉘앙스를 주지만, 법적으로 아무 근거도 없는 무책임한 얘기다. 무엇이 질서이며, 누구를 위한 질서인가. 말이 좋아 일임이지 무책임한 방책이다. 대한민국은 중대한 시험대에 올라 있다. 탄핵안처리 무산 이후 내란죄 수사가 급물살을 타고 있다. 검찰 특수본은 8일 김용현 전 국방장관을 내란혐의로 긴급체포한데 이어 윤 대통령을 내란혐의 피의자로 입건했다. '긴급체포후 48시간이내 구속영장 청구여부-구속기간 20일이내 기소여부'가 수사 원칙이니 빠르면 연내로 기소 여부가 결정될 것이다. 현직 대통령도 내란과 외환죄의 경우는 소추 대상이다. 수사가 급물살을 타는 마당에 국힘이 탄핵안을 계속 외면할 수는 없을 것이다. 수사는 탄핵안 통과여부에 관계없이 진행된다. 판사 출신의 이 모 변호사는 “이러저러한 절차를 거치느라 늦어진다 해도 새해 1월에는 윤에 대한 직접수사가 이뤄질 것"이라며 “아마도 비상계엄이 내란 기수냐 미수냐 정도만 쟁점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만큼 내란혐의의 증거가 많다는 얘기다. 법 앞에 만민 평등…누구나 '밥값'을 내야 한다 탄핵안 처리가 무산된 7일 국회 앞에서의 느낌 두 가지로 글을 맺는다. 밥을 먹었으면 누구나 밥값을 내야 한다. 지금은 윤 대통령의 '밥값 계산'이 최주요 본질이자 최우선 사항이다. 사법부에서 내란이 최종적으로 인정된다면 역사 법정은 물론이고 현실 법정에서 그가 치러야 할 댓가는 혹독할 것이다. 내란죄는 최중형으로 다스린다. 전두환-노태우가 내란으로 처벌받은 전직 대통령들이다. 또 하나. 계엄이라는 초대형 폭탄이 여타 사안을 무화시키거나, 홍수에 둑 터져 다 휩쓸고 가버리듯 지나갈 수는 없다는 것. 민주당 이재명 대표는 현재 여러 건의 재판이 진행중인데, 최종 판결 형량에 따라 밥값을 계산하게 될 수도 있다. 계엄사태로 민심과 정국 분위기가 크게 바뀌었다고 해서 밥값을 깎아주거나 안받는 일이 생길 만큼 사법부가 정치적이거나 비논리적이지는 않겠지만, 만일 그런 기미나 냄새가 난다면 시민들은 어떤 반응을 보일까. 넓디넓은 한강에서 불어오는 칼바람을 10시간 동안 맞으며 윤석열 탄핵과 내란수괴구속을 외친 수 십만 시민이 그건 대충 넘어가줄까. 8년 전 박근혜탄핵 때 이미 공정과 상식, 주권재민을 관철시켜 나라의 기틀을 바로잡은 국민이다. 민주당과 이 대표도 윤 대통령에 대한 분노를 자신들에 대한 사랑과 지지라고 직역할만큼 단순하지는 않으리라 생각한다. “촛불정부 어쩌다가 윤같은 자가 집권하게 만들었는가?" 토로 “법 앞에 만인은 동등하다"는, 이제는 다시 말하는 게 짜증날 정도로 상식적인 이 말이 더 이상 강조되지 않아도 되는 나라를 만들자는 게, 시민들의 줄기찬 요구다. A는 A이고, B는 B다. 이게 상식이고 법률이다. '법 앞의 평등'을 강조해야 하는 한, 이 나라는 여전히 야만이다. 야만이면서 선진을 운운하는 건 간단히 말해 사기다. 국회 앞에서 광주에서 올라왔다는 시민과 몇 마디 나눴다. 이런 얘기를 들었다. “도대체 민주당과 문재인이 촛불정부를 어떻게 운영했기에 윤석열이 같은 자가 집권해서 이렇게 분탕질을 하고 이 난리를 만드는지 억장이 무너진다"고. 상식과 원칙에 반하는 모든 정치적 계산이나 시도는 '시민에 대한 모반'이라는 것을 칼바람 속 시민들은 웅변하고 있었다. 모두가 놀란 국회앞 집회참가자 연령대와 시위문화 또 하나 놀란 건 집회 참가자 규모가 아니라 연령대였다. 2030으로 보이는 사람이 열에 최소한 서넛, 40대 이하로 보이는 사람들이 60%를 훌쩍 넘겼다. 들고 있는 “조기퇴진" “즉각탄핵" 손팻말이 아니었으면 주말을 맞은 서울 성수동이나 홍대앞, 대학로로 착각할 정도였다. 시위문화도 8년 전과 크게 달라졌다. 촛불은 여전했지만, 형형색색의 아이돌그룹 응원봉이나 형광봉도 많았고, K팝신곡이 80년대 '님을 위한 행진곡'과 함께 짱짱하게 울려퍼졌다. 모든 연령층의 국민이 한 마음으로 모여 공동체의 기본을 지키자고 다짐하는 국회 앞에서 희망을 봤다. '너희 진영이 이 난리를 쳤으니 이제 묻고 따질 것도 없이 우리 당이고 내 차례'라고 도식적으로 생각하는 정치꾼이 있다면 자성해야 할 것이다. 시민들은 '아닌 것은 아니다'는 것을, '민주주의와 주권은 이런 것'이라는 것을 흥겹게 웅변하고 있었다. 이렇게 세상은, 역사는, 장애물을 치우고 앞으로 간다. 윤석열의 터무니없는 비상계엄은 시민들을 비상하게 깨웠고, 포기할 수 없는 가치와 원칙 앞에 결연히 집결시켰다. 길이 잘 보이지 않을 때는 시민들과 헌법을 보면 된다. 이강윤

[신율의 정치 칼럼]국민의힘은 국민의 마음을 읽고 있는 걸까?

정치란 무엇인가라는 단순한 질문을 던지면, 국가 혹은 국민이라는 단어와 연관해 말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런데 정치는 철저한 권력 현상에 불과하다. 여기서 궁금하게 생각하는 분들이 있을 것이다. 정치인들은 하나 같이 국민, 민주주의, 국가 등의 단어를 입에 달고 사는데, 그렇다면 이것이 모두 거짓말인가 하는 부분을 궁금하게 생각할 수 있다는 것이다. 정치인들의 이런 단어 사용을 반드시 거짓으로 생각할 필요는 없다. 실제로 정치인들은 국민 혹은 지역 주민들을 위해 많은 일들을 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들이 국민과 주민들에게 잘 보이려고 노력하고 실제 이들을 위해 일하는 이유는, 이들의 선택을 받아야만 권력을 획득할 수 있고, 유지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즉, 현대 민주주의 사회에서는 선거를 통해서만 권력을 획득할 수 있기 때문에, 선거에서 이기기 위해 국민 혹은 지역 주민들의 마음을 얻어야 하고 그래서 이들에게 잘 보이려고 필사적인 노력을 한다는 것이다. 그런데 계엄 사태에서 불거진, 대통령 탄핵 정국에서 국민의힘이 보인 행동은, 이런 정치의 일반론에서 벗어나고 있다. 이번 계엄 사태를 보면, 대통령에 대한 탄핵 요건이 충분하다는 것이 법학자들의 일반적인 견해다. 비상계엄 선포의 '상황적 정당성'과 '절차적 정당성' 모두가 결여됐을 뿐 아니라, 포고령 1호 내용에도 위헌적 요소가 포함돼 있기 때문이다. 특히, 헌법적 독립기관인 선거관리위원회에 군대를 투입했고, 군이 국회 본청을 난입한 것은 중요한 탄핵 요소라고 할 수 있다. 비상계엄은 행정부와 사법부를 통제할 수는 있어도, 입법부는 통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국회에 군이 난입한 것은, 바로 이 점에서 위법, 위헌적이라고 할 수 있다는 것이다.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당시에는 여러 상황을 종합적으로 '해석'해야 하는 요소가 많았지만, 이번의 경우는 국민들이 실시간으로 영상을 생생히 볼 수 있었기 때문에, 탄핵 가능성을 판단하는 데 있어, 상대적으로 단순한 사안이라고 할 수 있다. 국민들이 현장을 생생히 봤다는 것은 매우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사람은 본성상, 본 것에 대해서는 '확신'을 갖는 성향이 강하기 때문이다. 자신이 본 것은 존재하는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이 인간의 본성이라는 뜻이다. 상황이 이런데도 국민의힘은 김건희 특검법을 부결시키고, 윤 대통령 탄핵 표결에는 아예 불참했다. 국민의힘은, 이번에 다시 탄핵당하면 향후 20년 동안 집권을 하지 못할 것이라고 생각하는 모양이다. 그만큼 박근혜 전 대통령의 탄핵에 대한 트라우마가 강한 것 같다. 그것은 이해할 수 있다. 하지만, 그런 트라우마가 탄핵 반대의 실질적 이유라면, 이는 오판이라고 할 수밖에 없다. 지난번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소추안 통과에, 당시 새누리당이 동참했기 때문에, 그나마 5년 후에 다시 정권을 찾을 수 있었다고 생각하는 것이 합리적이기 때문이다. 만일 국민의힘 구성원 대다수가, 윤 대통령의 행위가 탄핵당할 정도의 원인을 제공하지 않는다고 생각한다면, 이는 더욱 큰 문제다. '주관적 시각'으로 사태를 파악한다는 것인데, 그렇다면 이들은 정치를 할 자격이 없음을 자인하는 것이나 마찬가지이기 때문이다. 그 이유가 어떻든, 국민의힘은 지금 스스로 폭망의 길을 걷는 것은 아닌가 하는 우려가 든다. 윤 대통령의 계엄 선포가 내란 행위에 해당하느냐 마느냐는 수사 결과를 지켜봐야 알 수 있겠지만, 최소한 국민의 눈에는 이런 행위가 내란 아니면 무엇이냐고 비쳐질 확률도 적지 않다. 이런 상황에서 국민의힘이 대통령 탄핵안을 부결시켰으니, 국민은 국민의힘의 '존재 이유'에 대해 의문을 가질 수밖에 없다. 또 하나 지적할 수 있는 부분은, 대통령이 2선으로 물러나고 당과 정부가 나서서 국정을 담당하겠다고 하고 있지만, 이런 방안은 제도적 뒷받침이 되지 않는, 대통령의 의지에 의해 좌우될 수 있는 '계획'이라는 것이 문제다. 즉, 대통령의 마음이 바뀌면 2선 후퇴했던 대통령이 언제든 다시 국정 전면에 등장할 수 있는 '계획'이라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이런 당정의 계획을 쉽게 이해할 수 있는 국민은 그리 많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할 수밖에 없다. 이런 상황에서 탄핵소추안을 부결시켰으니, 국민들의 대한민국 미래에 대한 우려는 더욱 커질 수밖에 없게 됐다. 현재 시점에서 국민이 원하는 것은, 제도적으로 윤 대통령을 즉시 직무에서 배제하는 것이다. 그런데도 국민의힘이 그런 국민의 생각을 읽지 못하고 있는 것 같으니, 국민은 암담해 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신율

[박원주 칼럼]비상계엄 사태...우리경제에 미칠 영향은

12월 3일 밤 윤석열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는 6시간 만에 국회의 해제 의결과 대통령의 수용으로 무력화되었다. 기록적인 짧은 시간에 헌정 사상 초유의 민주주의 파괴 위기를 극복해낸 우리 국민들과 국회에 대해서 각국 언론을 중심으로 놀라워하는 반응이 연이어 나타나고 있다. 그러나 지금 우리가 위기를 빨리 극복했다고 자랑스러워 할 상황은 전혀 아니다.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로 이미 우리 시장경제 질서가 폭력적 권력 앞에서 얼마나 취약한 지 드러났고, 이러한 상태가 조금이라도 더 오래 지속되었다면 한국의 대외 신인도와 경제 환경에는 회복 불가능한 피해가 발생했을 것이다. 이번 위기가 순조롭게 극복된다 해도 외국 기업을 비롯한 우리 비즈니스 파트너들이 다시 한국을 신뢰할 만한 협력 대상으로 평가해 주는 데는 적지 않은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이번 대통령의 비상 계엄 선포에 국민들이 더욱 배신감을 느끼는 지점은 대통령이 용인에서 열린 민생경제 토론회에 참석하여 소상공인, 자영업자를 지원하고, 물가 안정을 위한 재정 투입 등을 통해서 고통받는 서민 경제를 회복시키겠다고 약속한 바로 다음 날 이런 일을 벌였다는 사실이다. 외국인과 개미 투자자들의 이탈로 주가가 폭락했고 달러 환율도 순식간에 1446원까지 급등한 뒤 겨우 진정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이러한 경제상황의 악화로 가장 큰 피해를 입었을 당사자들은 바로 윤 대통령이 지원하겠다고 했던 서민들 아닌가? 사단이 벌어진 뒤 금융, 경제당국은 금융시장과 산업계, 민생의 충격을 완화하기 위해 다양한 비상조치를 발표하고 있지만 이미 벌어진 국민들의 피해를 과연 어떻게 보상할 것인가? 서민을 위한다며 도대체 어떤 서민을 위해 이런 일을 벌인 것인가? 이러한 정치적 파행 이전에 이미 우리 경제는 큰위기에 처해 왔다. 부동산 발 PF 위기 여파로 서민 경제에는 돈이 돌지 않고 있고, 많은 자영업자들이 폐업에 내몰리고 있다. 미국, 유럽, 일본을 비롯한 많은 나라들이 코로나 종식 이후 나름의 경기 붐업의 혜택을 누리고 있지만 우리는 고물가와 소득 정체, 삼성전자를 비롯한 대표 대기업들의 실적 저하로 만성적인 불경기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정상적인 위정자라면 이런 때 국민의 고통을 더욱 가중시키는 정치적 도박을 해서는 안 되었다. 비상계엄으로 인한 불안심리는 우리 내수 경제를 더욱 위축시킬 우려가 적지 않고, 이는 내수경제의 중심축인 중소기업과 서민경제에 특히 큰 타격을 주게 될 것이다. 또한 이번 일로 우리나라가 여러 나라 정부로부터 여행주의 대상국가로 지정됐다는 소식도 여러 건 보도되고 있다. 국민들의 자존심에 상처를 줄 수 있는 일이기도 하지만 그보다 우리나라를 향하는 외국인 관광객들의 방문이 줄어 드는 것이 더 큰 걱정거리다. 관광객 수의 감소 또한 관광업과 요식업 등 우리 내수 경제에 적지 않은 상처를 줄 수 있다. 비상계엄 발표 직후 시내 편의점의 식품류가 동나는 등 매점매석 사태가 있었다는 일부 보도가 있었다. 국내 정세 불안은 시장의 정상적인 유통을 가로막는 부작용을 초래할 수 있다. 시장이 이처럼 정세 변화에 민감하게 반응하게 되면 정상적인 유통 질서가 회복되는 데는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다. 이번 위기가 불과 수시간 만에 해소되었기 때문에 이 문제가 심각하게 확산되지는 않았지만 앞으로 이런 일이 되풀이된다면 더 본격적인 시장 불안으로 자리잡을 우려도 있으며 이는 우리 경제의 회복에 큰 장애가 될 것이다. 12월 3일 밤, 국회의 해제 요구 의결을 막기 위해서 여의도의 마천루 사이를 여러대의 군헬기가 질주하면서 무장병력을 국회의사당에 쏟아냈다. 또한 특전사 병사들이 총기를 들고 의사당의 유리창을 깨거나 우발적으로 야당 대변인에 총기를 들이대는 일도 있었다. 이러한 모습이 여과 없이 전 세계에 실시간으로 보도되었다. 이런 상황에서, 국제 신용평가기관들이 한국의 신용평가에 큰 영향이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해서, 외국인 투자자들과 글로벌 기업들에게 한국이 지금까지처럼 안전한 투자처이자 비즈니스 파트너로 인식되리라고 믿는다면 지나치게 안이한 것 아닐까? 이미 영국 BBC는 “이번 사태가 민주주의 국가로서 한국의 평판을 (미국에서 벌어진)1월 6일 폭동때 (미국)보다 더 훼손할 수 있다"고 지적하였으며, 이번 계엄령 선포가 한국의 경제와 안보를 불필요하게 위험에 빠뜨렸다는 아픈 평가도 이어지고 있다. 고속성장과 두 차례의 글로벌 경제 위기를 극복하면서 우리가 오랫동안 쌓아왔던 경제적 역동성과 안정된 시장경제에 대한 신뢰가 이번 일로 얼마나 훼손되었을지 상상도 되지 않는다. 이러한 신뢰의 위기는 외국인 투자만이 아니라 우리 수출에도 적지 않은 악영향을 미칠 것으로 우려된다. 이미 우리 경제는 저가 노동력을 바탕으로 한 가격 경쟁력으로 싼값에 물건을 내다파는 개발 경제의 시대를 넘어서 있다. 우리 수출에 대한 글로벌 시장의 신뢰가 훼손된다면 기업들의 장기 안정적인 거래에도 지장이 있을 수밖에 없다. 이는 이미 어려움에 처해 있는 우리 수출 환경에 또다른 도전이 될 수 있다. 당장 우리가 위기 상황을 신속하게 해소하여 영구적인 피해를 막았다는 점은 평가해 줄 만하지만, 아직 위험이 완전히 사라진 것은 아니다. 앞으로 이번 사태가 어떻게 전개될 것인지 전 세계가 주목하고 있고, 그 결과에 따라 우리 경제가 갈 길도 달라질 것이다. 위기를 온전하게 극복함으로써 우리 민주주의와 시장경제의 탁월한 복원력(resilience)을 입증할 수 있다면 새로운 기회가 될 수도 있겠지만, 아직은 최악의 사태를 막는 것이 더 시급하다. 민주주의 헌정질서를 복원하고 국내외 투자자들과 소비자들에게 우리 경제가 굳건하게 자리잡고 있다는 믿음을 주는데 모든 역량을 집중해야 할 때다. 이번 사태의 재발을 막기 위해 국민들부터 눈을 부릅뜨고 앞으로의 상황 전개를 지켜 봐야 하는 것은 기본중의 기본일 것이다. 박원주

[이슈&인사이트] 6시간의 촌극, 비상계엄

밤새 안녕이라더니 오늘(4일)이 꼭 그 꼴이다. 동기 송년회를 마치고 귀가하자마자 방송에서는 윤 대통령이 긴급기자회견을 자처해 전국에 비상계엄령을 선포했다고 아우성이다. 지난달, 필자는 당시 김민석 의원의 계엄령 준비 주장에 대해 불가능한 일이라는 칼럼을 썼었다. 당시 논리는 헌법 제77조에 비상계엄 요건이 “전시·사변 또는 이에 준하는 국가비상사태"와 “병력으로써 군사상의 필요에 응하거나 공공의 안녕질서를 유지할 필요가 있을 때"로 매우 엄격하다는 점과 무엇보다 “국회가 재적의원 과반수의 찬성으로 계엄해제를 요구하면 대통령은 이를 해제해야 한다"는 국회의 계엄해제 요구권 때문이었다. 그런데도 계엄령은 선포됐고, 국회의 해제요구에 따라 불과 6시간 반만에 해제되는 촌극이 벌어졌다. 도대체 윤 대통령은 무슨 생각으로 이런 비상식적인 계엄령 선포라는 촌극을 벌인 것일까. 그는 “종북세력을 척결하고 자유 헌정질서를 지키기 위해"라고 했는데, 비상계엄 이외의 방식으로도 종북세력 척결이 불가능하다고 볼 수 없고, 그로 인해 “전시·사변 또는 이에 준하는 국가비상사태"가 현실적으로 발생한 것도 아니니 결국 윤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는 위헌임이 명백하다. 더불어민주당에게 이번 사태는 한마디로 “하늘이 준 선물"과 같다. 우선 이재명 대표의 사법리스크가 고조되는 상황에서 비상계엄 촌극은 문자 그대로 “울고 싶은데 뺨 맞은 격"이다. 20% 선을 간신히 유지하던 대통령 지지도는 곤두박질칠 것이 분명하고 위헌적 계엄선포는 “중대한 법률 위반"이라는 대통령 탄핵의 조건을 충족시킨다. 그동안 일부 의원들이 주장해 온 대통령 탄핵을 당론으로 확정해 밀어부칠 계기를 당사자인 윤 대통령이 제공했으니 이보다 더 큰 선물이 있을까. 더욱이 45년 만의 계엄령 소리를 들은 국민의 분노는 하늘을 찌를 터이니, 이 대표의 대권가도는 제트엔진을 달았다고 할 수 있다. 국민의힘에게 비상계엄은 더이상 윤 대통령을 지지할 수 없게 할 것이다. 윤 대통령을 지키려 하다가는 보수우파 세력 전체가 무너질 것이 확실하기 때문이다. 차라리 국민의 분노를 달래고 차기를 노리는 것이 훨씬 현명한 선택일 것이다. 그런 점에서 한동훈 대표가 즉각적인 반대 의사를 밝힌 것은 그나마 불행 중 다행이다. 국민의힘은 이번 사태의 책임을 묻는데 앞장서야 한다. 계엄선포 건의권을 갖는 국방, 행자부 장관의 해임과 한덕수 총리를 비롯한 내각 총사퇴를 건의하고, 대통령이 수용하지 않을 경우, 국회에 해임건의안을 제출해 처리해야 한다. 아울러 위기를 기회로 활용하기 위해서는 개헌을 통해 4년 중임제 대통령제, 국회의원 선거제도 개혁, 선거 주기 일치를 위한 임기 단축 등 오랫동안 국회와 학계에서 논의돼온 개헌을 야당과 함께 논의해 가는 것도 생각해야 한다. 윤 대통령은 더이상 정상적인 통치가 불가능하다. 위헌적 비상계엄 선포로 국민은 이미 심정적으로 대통령으로 인정하지 않을 것이 확실하다. 공무원들도 적극적으로 움직이지 않을 것이다. 미국 트럼프 행정부의 출범으로 국제정치경제의 불확실성이 크게 증가한 상황에서 국민을 위한 정치를 할 수 없다면 그 자리에 계속 앉아있는 것만으로도 역사의 죄인이 된다. 여야 합의로 개헌안을 만들어 오면 이를 수용하고 사퇴할 것임을 천명하는 것이 그나마 이 나라를 위해 할 수 있는 최선일 것이다. 검찰을 비롯한 사정기관들은 김건희 의혹, 명태균 사건을 비롯한 대통령 측의 문제들과 백현동, 대장동, 위례신도시, 성남FC 등 이재명 대표 관련 사건들의 신속하고 철저한 수사와 기소를 해야 하고, 사법부는 신속한 재판을 통해 법 앞에 특권은 없다는 것을 보여야 한다. 헌법재판소는 민주당이 제기한 수많은 탄핵사건을 가장 빠른 시간 내에 처리해 국가를 정상화시켜야 한다. 24시간 재판 체제를 가동해서라도 신속하게 모든 탄핵 사건의 결말을 내 국가기관을 정상화해야 한다. 이번 비상계엄 사태로 윤석열 대통령이 국가운영 능력을 갖추지 못한 사람이라는 것을 스스로 입증했다. 역사의 죄인이 되지 않으려면 윤 대통령이 지금부터 해야 할 일은 이 나라의 미래를 위해 필요한 기틀을 마련하고 혼란 없이 스스로 자리에서 물러나는 일이다. 홍성걸

[이슈&인사이트] AI 시대에도 기업의 기본은 품질이다.

11월 30일은 대화형 AI인 챗GPT가 세상에 등장한 지 2년이 되는 날이다. 챗GPT의 개발은 AI가 특정인의 전유물에서 대중화를 촉발했다. 대중화가 진행됨에 따라 고객들의 기대 심리에 따라 AI의 품질 중요성은 증대된다. AI가 사회 전반에 큰 영향력을 끼치는 만큼, 오류에 의한 역작용도 만만치 않다. AI 시대의 품질 과제는 3단계로 요약된다. ① AI를 구성하는 하드웨어 품질 ② AI 소프트웨어 품질 ③ AI의 환경을 구성하는 국가 시스템 품질이다. AI 시대에도 기업의 기본은 품질이라는 것을 입증하는 사례가 바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현 상황이다. SK하이닉스는 2024년 3분기 영업이익 규모가 넘사벽이라고 하는 삼성전자 반도체 부문의 2배다. 주된 원인은 SK하이닉스는 AI용 반도체 전문업체인 엔비디아에 HBM(고대역 메모리)을 납품하고 있는데 삼성전자는 품질 테스트에서 실패했다. 이유는 삼성전자는 10나노급 D램 반도체 미세 공정에서 SK하이닉스에 품질이 뒤져 있기 때문이다. 중국의 한 전시회에서 인공지능이 탑재된 안내 로봇 샤오팡이 오작동 난동으로 부상자가 발생했다. 오작동으로 판명됐지만, 인공지능 위험성의 한 단면이다. 이 같은 AI 로봇 사고 사례는 많다. 2016년 미국의 경비 로봇 오작동으로 16개월 된 아기를 공격했다. 2016년 2월에는 구글 무인 자동차가 시험 주행 중 버스와 사고를 냈다. 2015년 6월 독일 폭스바겐 제조 로봇 오작동에 엔지니어가 사망했다. 유럽 배터리의 희망이라고 하는 스웨덴 배터리 셀 제조사 노스볼트가 미국에 파산보호를 신청했다. 이유는 북유럽의 적은 노동시간, 고임금 등 과도한 '노동 중시' 환경에 발목을 잡혔다는 분석 뒤에는 근본적으로 10개를 만들면 불량품이 6개에 달할 정도로 수율을 끌어올리지 못한 데 있다. 최근에 중국 홍성 신문에 의하면 중국의 IT업체 샤오미가 최근에 자체 개발한 전기차의 주차 기능 고장으로 70여 대가 파손되는 사고가 났다. AI의 소프트웨어품질은 AI 모델의 품질과 학습용 데이터의 품질로 대별 된다. 특히 데이터 품질은 AI 성능을 결정하는 요소 중 하나다. 좋은 AI 모델을 도입한다 해도 고품질 데이터 없이는 원하는 결과를 얻기 어렵다. 얼마나 많은 데이터를 학습하느냐는 AI 성능을 결정하는 요소이다. 2016년 3월에는 MS 언어습득 AI 로봇이 인종차별 표현으로 가동 중단되었다. 2017년 중국이 만든 인공지능 채팅 메신저가 중국에서 퇴출당했다. 채팅 메신저 '베이비Q'가 이용자가 “공산당 만세"라고 입력했더니 “부패하고 무능한 정치가 오래갈 것으로 생각하냐?"고 반문했다. 다른 챗봇 'QQ 샤오빙'도 “너의 중국몽이 뭐냐?"고 묻자 “미국 이민"이라고 답했다. 두 챗봇이 중국에 대한 거침없는 비판을 쏟아낸 배경은, 챗봇에 적용된 실시간 대화 기능이 미국 마이크로소프트사가 만든 빅데이터에 기반을 뒀기 때문이다. 급기야 인공지능에 의한 중국 민주화 봉기라는 댓글까지 등장하자, 중국에서 챗봇 서비스가 폐쇄됐다. 국가 시스템의 품질 문제는 인공지능의 오류에 의한 사회 영향을 최소화 하기 위한 규제 도입을 위한 고민에서 나온다. 규제가 강할 경우 AI의 개발을 제약하고 약할 경우 역효과가 발생한다. AI의 발달로 범람하는 가짜뉴스, 인물의 이미지를 실제처럼 합성하는 '딥페이크' 등이 사회적 혼란을 가져올 수 있다. 유럽연합은 위험 기반 접근 방식을 적용해 AI를 규제하는 'AI 법'을 지난 6월 초안이 통과됐으며, 2026년 법안 시행을 목표로 한다. 더욱이 미국에서 트럼프가 당선되면서 딥페이크 문제는 진실과 거짓의 경계를 모호하게 만들었다. 딥페이크의 일부가 트럼프와 머스크에 의해서 자의적으로 만들어진 것들이다. 이는 AI가 진실 개념 자체를 불안하게 한다. 모두 것이 가짜일 수 있고 진짜도 조작되었다고 주장할 수 있다. AI 시대일수록 품질 또 다른 측면에는 신뢰성이 기업의 기본임을 확인한다. 윤덕균

[이슈&인사이트] 상법 개정에 사장단이 직접 나선 이유, 경제계의 절박함 외면해서는 안 돼

유정주 한국경제인협회 기업제도팀장 최근 경제계에서 보기 어려운 행사가 열렸다. 11월 21일 한국경제인협회와 삼성, SK, 현대차, LG 등 16개 주요 그룹들의 CEO들이 '한국경제 재도약을 위한 주요 기업 사장단 긴급 성명'을 발표한 것이다. 필자의 경험에 비추어 보면 기업과 경영자가 실명을 밝히면서까지 언론 앞에 나서는 것은 매우 드문 일이다. 아무리 필요한 일이라고 해도 자신이 종사하는 기업에 피해가 갈 우려가 있고, 정치권에서 한마디 한다면 이러한 행사에 참여한 개인들에게도 불이익이 돌아갈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걱정에도 주요 기업의 사장들이 공식적인 자리에 직접 얼굴을 보였다는 것은 지금의 상황이 심상치 않다는 것을 말해준다. 2015년 메르스 사태 당시 기업인들이 경제위기 극복을 위해 나선 이후 9년 만의 일이다. 당시에는 국가 보건위기 상황이었지만, 지금은 특별한 위기 상황이 아님에도 기업의 CEO가 직접 나서는 행사가 열렸다는 것은 가볍게 받아들일 일이 아니다.긴급제언의 내용은 엄중한 경제상황, 위기에 직면한 산업에 대한 지원이 담겨있지만, 주된 내용은 역시 상법 개정안이었다. 사실상 모든 언론도 상법 개정안을 중심으로 기사를 다루었다. 그 만큼 기업에게는 중차대한 일인 것이다. 야당은 11월 14일 이정문 의원이 발의한 상법 개정안을 당론으로 채택했는데 그 내용은 이사의 충실의무 주주로 확대, 이사의 정당한 주주이익 보호 의무, 감사위원 분리선임 확대, 집중투표제 의무화 등 기존 경제계에서 반대하던 규정들이 고스란히 담겨있다. 정치권에서는 경제계와 투자자 의견 수렴 등 절차를 거쳐 일사천리로 통과시킬 것처럼 이야기하고 있어 경제계로서는 위기감이 더욱 커질 수밖에 없었다. 상법이 재계의 의견이 반영되지 않고 정치권을 통과한다면 투기 세력에 의한 경영권 공격, 이사에 대한 손해배상소송과 배임죄 고발 등 일상적인 경영활동이 어려워지고 신산업 투자나 사업재편을 위한 M&A는 사실상 불가능하게 된다. 이러한 경제계의 우려 때문인지 지배구조 규제를 강화하면서 보완방안으로 배임죄 개선이나 폐지, 경영권 방어수단 도입, 경영판단원칙 도입 등 도입하자는 주장이 있는데 이는 번지수를 잘못 찾은 것이다. 배임죄 폐지나 개선은 형법, 특경법, 상법 등에 규정된 배임죄 규정을 모두 정비해야 하고, 부작용 방지를 위한 방안까지 면밀히 검토해야 하므로 단시간에 가능한 작업이 아니다. 경영권방어수단은 그간 경영계에서 줄기차게 도입을 주장했지만 대기업 특혜 논란 때문에 번번이 좌절되었다. 경영판단의 원칙은 지금도 대법원에서 판례로 인정하고 있으나 엄격하게 적용하고 있어, 법제화한다고 지금보다 상황이 좋아지기 어렵다. 결론적으로 이러한 보완방안은 없는 것보다는 좋겠지만, 이사의 충실의무 확대와 같은 지배구조 규제 강화와 등가교환이 가능한 것이 아니라는 의미이다. 지금 우리 경제는 커다란 변화의 순간에 서있다. 수출주도형 경제구조를 가진 대한민국은 자유무역의 혜택을 받아 국가 경제를 발전시켜 왔다. 그러나 보호무역주의가 세계적 트랜드로 자리잡게 되면 대한민국에게 커다란 시련이 닥칠 가능성이 있다. 이런 위기에 대응하기 위해 모두가 힘을 모아야 할 시기에 기업을 옥죄는 규제강화는 지양해야 한다. 만일 필요하다면 실질적으로 주주의 이익을 지킬 수 있는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 예를 들어 자본시장법상 합병 산정 방식의 개선, 물적분할한 회사 상장시 모회사 주주 보호 방안과 같이 실질적 개선방안을 찾는 것이 바람직하다. 유정주

[윤석헌 칼럼] 윤석열 정부 금융정책의 평가와 방향

임기 반환점을 지나면서 윤석열 대통령 지지율이 19%로 다시 하락했다(지난달 29일 갤럽 발표 기준). 부정평가 이유로는 '경제/민생/물가'가 1순위로 올라섰다. 그렇다면 경제부문 중 금융부문은 어떻게 평가될까. 구체적 수치 평가는 안보이나 점수가 높진 않을 것 같다. 차제에 지난 2년반 동안 윤석열 정부의 금융정책을 주요 이슈 중심으로 돌아보고 앞으로의 방향을 살펴본다. 첫째, 가계부채는 초기엔 잡히는 듯싶었으나 결국 상승세로 돌아섰다. 한은에 따르면 가계부채는 '22년 일시 감소했다가 '23년 들어 증가세로 돌아서 지난 3분기말 1913조 8000억원으로 사상 최고치를 갱신했다. 은행권 주담대가 증가세를 이끌었다. 한은은 올해 3분기까지 가계신용 누적 증가율이 1.5%로 명목 GDP 성장률 이내라고 긍정적으로 평가했으나, 가계부채 절대규모 부담이 커지면서 경제사회적 한계비용 증가의 부담이 걱정된다. 당분간 지속적인 감시가 불가피할 것이다. 한편 코로나19 사태 이후 자영업자 어려움이 계속되면서 최근 취약 자영업자 대출의 연체율 증가가 가계부채 문제의 핵심으로 떠오르고 있다. 이에 재정자금 지원 확대는 물론 금융권의 자영업자 프리워크아웃 및 컨설팅 등을 촉구하는 금융당국의 정책적 노력이 필요해 보인다. 둘째, 윤석열 정부는 출범 이후 은행의 과점이익을 수차례 질타하면서 은행개혁을 강도 높게 요구했다. 은행개혁 과제는 은행중심인 국내 금융시스템에서 경쟁력을 좌우하는 핵심이슈로 강조할만하다. 그러나 그후 해결책은 잘 안 보이는 중에 정부 개입에 대해 관치 비판이 이어졌다. 사실 오늘의 과점체제는 외환위기 이후 정부가 주도했던 금융기관 대형화 정책의 결과로 이해되어 책임소재가 불분명하고 개선방안도 쉽지 않다. 문제의 핵심은 '은행이 천수답 경영에서 벗어나 한국경제 지속발전에 필요한 금융중개역할을 제공'하도록 이끄는 것인데, 과점이익의 질타로 해결될 문제가 아니다. 정부가 적절한 해법을 제시하지 못하는 사이 관치금융 비난을 방패삼아 은행의 천수답 경영이 더 공고해질까 걱정이다. 셋째, 정부가 추진하는 밸류업 프로그램은 한국경제 선진화를 위해 자본시장의 국제적 정합성을 높혀 주가상승을 도모하려는 것이다. 여러 가지 이슈가 있지만 기업지배구조 부문에서 코리아디스카운트의 주요 원인으로 지목되는 지배주주와 일반주주 간 '기울어진 운동장'의 개선이 필요해 보인다. 이를 위해 상법상 이사의 충실의무 대상을 회사에서 주주로 넓히는 상법 개정안이 국회를 중심으로 논의되고 있다. 주주 이익을 침해하는 경영행위에 법적 책임을 지우는 방식인데, 재계를 중심으로 반대의 목소리가 크다. 그러나 기울어진 운동장을 방치하는 것은 밸류업 취지에 위배된다. 넷째, 금투세는 '소득 있는 곳에 과세'라는 조세의 기본원칙에 충실하며, 과세하기로 대내외에 공표한 바 있다. 따라서 주가하락을 이유로 이를 폐기처분하는 것은 국가 신뢰에 문제를 야기한다. 물론 금투세 시행 초기에 세금효과로 일시적 주가하락이 불가피할 것이다. 그러나 주가하락으로 투자자들은 동일 주식을 낮은 주가로 구입하게 되며, 후일 매도시 금투세의 이익과세/손실공제로 인해, 금투세 도입을 전후로 투자수익률의 기대값은 동일하나 변동성은 낮아질 것이다. 이것이 주가상승 요인으로 작용하여 시행 초기 주가하락을 일부 상쇄할 것이다. 다섯째, 지난달 25일 국회 정무위를 통과한 예금자보호법 개정안(보험한도 1억원 증액)은 금융 안정화에 기여하기 어려워 보인다. 한도가 높아지면 예금자의 금융사 위험 감시기능은 약화될 것이다. 게다가 금융사들간 수신고 확대 경쟁이 예금금리 인상으로 이어지면서 금융사의 대출과 투자 위험의 확대가 예상된다. 그 과정에서 예금자 보호가 확대되고 금리가 높아져 마치 예금자 이득인 듯 싶지만, 위험확대의 부담은 예금자 내지 국민 몫으로 귀결될 것이다. 결국 보험한도 증액은 예금자와 국민 부담에 기대어 금융사와 예금자의 위험부담 확대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끝으로, 금융권은 국내 탈탄소 에너지 전환 지원에 적극 나서야 한다. 정부는 원전 수출을 핑계로 재생에너지 관련 국내투자에 소홀하여 한국의 재생에너지 사용 비중이 OECD 국가 최하위 수준이다. 한국경제의 지속가능발전을 위해 중소기업과 자영업자 탈탄소 에너지 전환을 위한 금융권의 정보제공과 자금지원이 절실하다. 트럼프 당선자의 미국 우선주의 강화로 한국경제 불확실성이 높아지면서 대내외 금융중개역할을 이끄는 금융정책의 중요성이 커지고 있다. 윤석헌

[이슈&인사이트]탑다운 방식이 빚은 ‘사도광산’ 사태, 대일외교 다시 생각해야

순항하던 한일 관계가 일제 강점기 조선인 강제 노역의 현장인 사도광산에서 복병을 만났다. 공동으로 개최키로 했던 사도광산 희생자 추도식이 일본측만 참석한 채 진행되고 한국이 희생자 유족 9명과 함께 별도 추도식을 열어 둘로 쪼개졌다. 일본이 지난 7월 사도광산을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할 때 한국 정부의 이해를 얻겠다는 취지로 매년 현지에서 추도식을 열기로 약속했지만, 일본은 진정성 없는 태도를 보였다. 한국 정부가 차관급 정부 인사의 참석을 끝까지 요청해 받아냈으나, 일본이 보낸 인물은 야스쿠니 신사 참배 의혹이 있는 이쿠이나 아키코 외무성 정무관(차관급)이었다. 특히, 일본 대표의 추도사에는 “한반도 노동자들이 위험하고 가혹한 환경에서 힘든 노동에 종사했다"고 하였으나 '강제성'에 대한 언급이 빠졌고, 추도식 식순에서는 추도사가 아니라 아예 '인사말'로 명명됐다. 일본 정부는 한국의 불참에 '유감'을 표했다. 이번 사태는 어찌 보면 예견되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한국 정부는 '일본의 마음'을 중시하면서, '물잔의 반'을 먼저 채우고 관계 개선을 도모해 왔는데, 일본이 진정성 있는 태도로 나머지 물잔을 채워줄 거란 믿음 때문이었다. 윤석열 대통령은 대법원의 징용 배상 판결 관련 한국 정부가 이행하는 '제3자 변제안'을 결단하여 최악의 상황을 맞았던 한일 관계를 정상화시켰다. 그간 굴욕 외교라는 비판도 제기되었지만, 한일 관계 개선과 한미일 협력을 추동한다는 '대의'를 위해 양보할 수 있는 부분은 양보한다는 기조를 유지했다. 그러나 국제관계에서 상대방에게 선의로 대하면서 선의를 기대한다는 것이 얼마나 허구인지는 곧바로 입증되었다. 일본 시장에서 크게 성장한 '라인야후'에 대해 일본 정부가 “네이버와 라인야후 간 자본적·기술적 관계를 끊으라"는 행정지도를 하고 한국인 이사가 내쫒기는 사태가 발생했지만, 한국 정부는 소극적으로 임했었다. 당시 한일관계 개선에 찬물을 끼얹을 수 있는 일본측 조치에 대해 한국 정부가 양국 관계 냉각을 우려해 사태를 방치했다는 분석까지 나왔다. 한국 정부가 사도광산 유네스코 등재를 찬성할 때, 일본이 과거 '군함도' 때처럼 뒤통수를 칠 것이라는 우려가 제기됐었다. 그러나 정부는 일본이 '강제성'을 인정했으며, 군함도 때와는 달리 일본이 강제동원 관련 전시물 설치와 추도식 매년 개최를 합의했다고 하면서 그럴 일 없다고 적극적으로 일본을 옹호했지만, 추도식이 파행으로 끝났다. 일본은 관방장관이 기자회견에서 '유감'을 표명했는데, 한국 외교부는 “당장 일본에 유감 표명을 할 계획은 없다"고 했다가, 뒤늦게 당국자가 주한일본대사관을 접촉해 사도광산 추도식과 관련한 한일 협의 과정에서 일본이 보여준 태도에 대해 유감을 표명했다고 밝혔다. 유감을 표명한 당국자가 누구인지, 일본대사관 측 대화 당사자가 누구인지도 공개하지 않았다. '외교참사'라는 말까지 나온 이번 사태에 한국 정부의 대응은 너무나 비정상적이다. 국가관계는 상호 대응성, 비례성이 매우 중요하다. 그렇게 하지 않으면 상대방에게 밀리는 것이고 잘못을 인정하는 꼴이 된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사도광산 추도식에 대한 구체적 협의와 추진 일정에 대해 외교부에 자율성을 주고 간섭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과연 그랬을까? 내년이 한일 국교 정상화 60주년이고 트럼프 행정부 2기 출범을 앞두고 한미일 공조 등에 있어 불확실성이 커진 만큼 안정적인 한일 관계가 중요하다는 인식하에 추도식 논란이 한일 간 외교 갈등으로 확산되지 않도록 관리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보고, '신중한 대응'을 주문했을 것이다. 그러나 외교관계라는 것은 한쪽만 선의를 보인다고 잘 되는 것이 아니다. 상대방이 이용하려 할 수 있고 뒤통수를 칠 수도 있다. 주장할 것은 주장하고 요구할 것은 요구하면서 당당하게 타협해 가는 것이 결국은 더 효과적이다. 윤 정부 들어서 한일관계 협의가 정상 간 개인적인 친분과 케미(chemistry)에 의존한 탑다운 방식으로 진행되었으나, 사도광산 문제를 보면서 한계에 직면했다는 생각이 든다. 게다가, 일본에서 기시다 총리는 떠났고 다른 총리가 들어섰는데, 개인적인 친분이 아직도 유효한가? '죽창가'를 불렀던 문재인 정부를 제외하고 역대 한국 정부는 원칙을 가지고 '근성(guts)' 있는 대일 외교를 전개해 왔는데, 윤 정부는 다른 모습이다. 국력이 상대적으로 약한 국가는 강한 국가에 대해 '신중 모드'가 아니라 근성있는 외교를 전개해야만 국익을 확보할 수 있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이강국

[이슈&인사이트] 트럼트2.0 시대: 고개를 들어 세계를 보자

설마가 사람 잡는다더니, 설마 했던 트럼프가 다시 미국 대통령 자리에 올랐다. 제45대 대통령에 이어 이번에는 제47대 대통령으로 당선된 그의 시대를 사람들은 '트럼프 2.0'이라 부르고 있다. 이번에는 상·하원을 공화당이 모두 장악했고, 내각 역시 트럼프에게 충성도가 높은 인사들로 채워지고 있다. 이에 따라 지난 임기보다 훨씬 강력한 권한을 행사하며 트럼프가 주장해온 정책들을 더욱 강도 높게 추진할 가능성이 크다. 이는 우리가 우려하던 여러 시나리오를 현실로 만들 수 있다는 점에서 걱정을 낳고 있다. 트럼프 1기가 국내외적인 저항으로 인해 의도한 정책 효과를 충분히 발휘하지 못했음에도, 이미 한국 경제는 다양한 측면에서 상당한 충격을 경험한 바 있다. 과거 트럼프 행정부는 미국 우선주의(America First) 정책을 바탕으로 글로벌 경제에 큰 변화를 몰고 왔으며, 이는 한국 경제에도 중대한 영향을 미쳤다. 미·중 무역전쟁은 글로벌 공급망에 충격을 주어 한국의 수출 중심 산업, 특히 반도체와 전자제품 부문에 직·간접적 타격을 입혔다. 확장적 재정 정책과 금리 인상은 달러 강세를 유도하며 원화 약세와 외환시장 변동성을 확대시켰고, 보호무역주의 강화와 자동차 관세 부과 위협은 한국 제조업에 추가적인 부담을 안겼다. 이번 트럼프 대통령의 재선과 공화당의 상·하원 장악, 그리고 트럼프주의(Trumpism)를 신봉하는 내각 구성을 통해 우리 경제는 다시 한번 복합적이고 강력한 변수에 직면하게 될 전망이다. 우선, 트럼프 행정부의 보호무역주의는 우리의 대미 수출에 심각한 위협이 될 수 있다. 모든 수입품에 10%의 보편적 관세를 부과하려는 계획은 자동차, 반도체, 전자제품 등 한국의 주력 수출 품목에 직접적인 타격을 줄 가능성이 크다. 또한, 인플레이션 감축법(IRA)과 반도체지원법(칩스법)의 폐지 가능성은 한국 기업들의 대미 직접 투자(FDI)와 관련된 기대 수익을 불확실하게 만들 우려가 있다. 여기에 더해, 최근 한국이 대미 무역수지 흑자를 기록하고 있는 상황에서 무역 보복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특히, 미 재무부가 한국을 중국, 일본, 싱가포르, 대만, 베트남, 독일과 함께 환율 관찰 대상국으로 지정한 점은 주목할 필요가 있다. 이는 대미 무역 흑자를 기록하는 국가들이 환율을 유리하게 조정하는지를 면밀히 모니터링하겠다는 의도다. 만약 환율 조작 정황이 포착될 경우, 해당 국가는 대미 무역에서 불이익을 받을 가능성이 높아진다. 트럼프의 무역 및 재정정책은 금융시장의 변동성을 한층 확대할 가능성이 크다. 트럼프 2.0 행정부는 대규모 재정지출과 감세 정책을 지속할 가능성이 높으며, 이는 관세정책의 효과와 맞물려 인플레이션 압력을 더욱 가중시킬 수 있다. 이에 따라 미연준(Fed)은 통화 완화 기조를 장기간 유지하기 어려워지고, 결국 금리인상과 달러강세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이는 원화의 약세를 초래할 주요 요인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원화 약세는 수출 경쟁력을 강화하는 긍정적 측면이 있으나, 수입물가 상승, 외채 부담 증가, 그리고 해외 자금의 급격한 유출 가능성 등을 고려하면 우리 경제 전반에 상당한 부담이 될 수 있다. 특히 원화 약세는 한국은행의 통화정책 운용에 큰 제약을 가하게 된다. 통화정책의 완화적 기조에 대한 민간의 기대를 충족시키지 못할 경우, 금리인하를 통한 내수 부양 효과를 기대하기 어려워질 우려가 크다. 이는 결과적으로 경제회복의 동력이 약화될 위험성을 내포하고 있다. 원화 환율은 지정학적 리스크에 특히 민감하며, 트럼프 2.0 행정부의 대중국 및 대북정책으로 인해 이러한 리스크가 다시 증폭될 가능성이 크다. 트럼프 1기에서 결론을 내리지 못한 대중국 무역 분쟁은 재점화될 가능성이 높고, 이에 대응하는 중국의 조치들은 글로벌 공급망과 무역 환경에 큰 혼란을 초래할 수 있다. 이는 우리의 수출 중심 경제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으며, 특히 반도체와 같은 핵심 산업이 타격을 받을 우려가 있다. 대북정책 역시 한반도 지정학적 리스크를 확대시킬 요소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다. 비핵화 협상이 미국과 북한 중심의 외교로 진행될 경우, 우리에게는 불확실성으로 다가올 가능성이 높다. 대한민국 경제는 높은 파도가 몰아치는 글로벌 환경 속에서 내부 갈등이라는 무거운 닻에 발목이 잡혀 있다. 정치적 문제와 사회적 분열은 우리가 직면한 외부 위기보다 더 깊은 상처를 남길 수 있다. 젠더 갈등, 이념 갈등, 세대 갈등 등으로 사회가 사분오열된 가운데 외부로부터 다가오는 위기의 본질을 놓치고 있다. 이러한 불확실성과 위기에 대비하려면 지금이야말로 사회의 구심점을 강화하고 하나로 결속해야 할 시점이다. 세계경제 질서는 국지적 분쟁, 글로벌 공급망의 와해, 중국의 과잉 공급으로 혼란이 이어지고 있으며 우리는 중국 등과 기술 격차 축소 등 복합적인 도전에 직면하고 있다. 미국, 유럽, 중국, 러시아 등 주요 국가들이 자국 중심의 경제 구조를 강화하며 새로운 세계 질서를 구축하는 가운데, 한국 경제가 내부 분열로 인해 대응력을 잃는다면 그 부담은 고스란히 국민들의 몫이 될 것이다. 지금이야말로 각계각층의 리더와 국민 모두가 각성해, 외부의 위협에 대응하고 내부의 분열을 치유하는 데 힘을 모아야 할 시점이다. 고개를 들어 세계로 시선을 돌릴 시점이 왔다. 김수현

[이상호 칼럼] 러시아의 중거리 다탄두 탄도미사일 공격의 역설과 한계

지난 11월 21일에 러시아가 6개의 개별 목표 타격이 가능한 사정거리 약 5~6,000km의 다탄두 중거리 탄도미사일(IRBM)인 '오레시니크'로 우크라이나 드니프로 지역을 공격했다. 통상 대륙간 탄도미사일(ICBM)의 사정거리를 5,500km 이상으로 보기 때문에 오레시니크 미사일은 사실 사정거리가 약간 짧은 대륙간 탄도미사일이라고 봐야 한다. 이번 공격이 놀라운 이유는 지금까지 우크라이나 전쟁 같은 국지적 재래식 전쟁에서 6개의 탄두가 들어간 대륙간 탄도미사일에 가까운 물건을 사용한 적이 없었다는 것이다. 미국은 그동안 확전을 우려해 우크라이나에 에이태큼스(ATACMS) 같은 장거리 공격무기로 러시아 본토를 타격하는 것을 금지했다. 그러나 미국은 지난 19일에 북한의 참전에 대응하기 위해 러시아 본토 타격을 허용했고, 러시아는 이에 대한 보복으로 이번 공격을 감행했다. 본토 공격을 받은 직후 러시아는 “비핵보유국이 핵보유국의 지원을 받아 러시아를 공격하면 두 국가의 공동 공격으로 간주해 핵무기를 사용할 수 있다"며 러시아의 핵무기 사용 원칙을 수정하는 강경한 대응을 시사한 바 있다. 러시아가 이번 공격을 감행한 이유는 분명하다. 본토가 공격받을 경우 러시아는 서방에 대해 매우 정교하고 강력한 핵 공격을 시도할 수 있고 서방이 러시아의 핵 공격을 막을 수 있는 수단이 없으므로 러시아를 자극하지 말아야 한다는 것이다. 이번 공격에서 미사일에 탑재된 6개의 탄두는 음속의 10~12배 속도로 목표를 타격했고, 서방의 현존 미사일 방어체계로 이들 탄두를 요격하기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러시아는 핵전쟁 준비가 되어 있고 필요하면 하겠다는 메시지를 분명히 전달했다. 그러나 러시아가 다탄두 미사일로 핵전쟁을 수행할 수 있는 능력을 과시했지만, 핵이 탑재되지 않은 6개의 재래식 탄두 공격의 군사적 효용은 부족했다. 오레시니크 미사일의 개별 탄두 무게는 약 800kg 정도로 알려졌고, 이는 한국이 보유한 현무 5 지대지미사일 탄두 예상 무게인 8~9톤의 10%에 불과하다. 현무 5도 사정거리에 따라 탄두 무게가 달라지지만, 러시아 다탄두 미사일과 같은 음속의 10~12배로 지상을 타격할 수 있다. 그러나 현무 5는 오레시니크와 달리 지하 수백 미터에 있는 김정은 지휘부 같은 전략시설을 공격할 수 있는 관통력과 파괴력을 가지고 있다. 현무 5 미사일 탄두의 질량을 갖지 못해 관통력이 부족했던 러시아 재래식 탄두 공격의 피해는 경미한 것으로 파악되었다. 이번 공격은 러시아의 재래식 전쟁 수행 능력이 점차 고갈되어 가고 있다는 사실을 방증한다. 이미 포탄, 전차, 장갑차 등의 재고가 급격하게 소진되었고 북한군이 대규모로 참전한 이유가 러시아의 전쟁 지속 능력 부족 때문이다. 불과 10발 정도만 재고로 보유했다는 오레시니크 미사일을 이번에 사용한 배경에는 역설적으로 러시아가 장기간 재래식 전쟁을 수행하기 어려운 상태라는 것을 의미한다. 아니라면 러시아가 핵 억제력으로 사용할 수 있는 고가의 귀중한 자원을 함부로 낭비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러시아는 북한 참전과 트럼프 대통령 재선으로 약간의 여유가 생겼다고 착각할 수 있지만, 우크라이나 전쟁이 러시아가 원하는 방향으로 쉽게 끝나지는 않을 것으로 예상한다. 기대보다 전쟁이 더 장기화할 가능성도 있다. 서방으로서는 러시아를 핵전쟁이라는 극단적인 상황으로 몰아가지는 않지만, 이번 기회에 전쟁 수행 능력을 최대한 낭비하게 하는 것이 여러모로 유리할 수 있다. 러시아가 아무리 핵 사용 위협을 공식화하고 오레니시크 미사일의 뛰어난 성능을 과시해 서방을 위협했지만, 이를 러시아가 핵전쟁을 일으킬 것이라는 증거로 보지 않아도 되는 이유다. 이상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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