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인사이트]트럼프의 관세 전쟁과 세계의 선거

#2025년 5월 3일 토요일. 호주 총선에서 집권 노동당의 앤서니 앨버니지 총리는 하원 의석 150석 가운데 85석 이상을 확보하면서 승리를 선언했다. 두 달 전만 해도 야당인 자유당과 국민당 연합에게 패색이 짙었으나 극적으로 선거의 운명을 뒤집었다. 이번 총선에서 자유당과 국민당 연합의 대표 피터 더튼 자유당 당수는 트럼프 미 대통령과 같이 머스크의 정부효율부(Department of Government Efficiency)를 설치해 공공부문 인력을 대폭 감축하겠다고 공약했다. 자신을 부자로 만들고 미국을 위대하게 만들 것으로 믿었던 유권자가 트럼프와 머스크의 대량 해고에 따라 하루아침에 일자리를 잃으면서 트럼프를 괜히 뽑았다고 후회하는 사이, 호주에서도 유권자의 마음이 동요했다. 자유당 당수는 지지율만 떨어진 게 아니라 자신의 지역구도 잃고 선거에서 패배했다. # 4월 28일 월요일. 호주와 같은 영연방국가이자 미국과 국경을 마주한 캐나다의 총선에서 집권 자유당이 과반에 3석 부족한 169석을 차지하면서, 144석을 얻은 보수당을 이겼다. 쥐스탱 트뤼도 총리는 2015년부터 10년 동안 캐나다를 이끌어오면서 지지율도 떨어졌고 정치적 피로감에 입지도 크게 흔들렸다. 코로나19 시절 트뤼도는 대규모 재정지출로 경제를 지탱했으나 그 여파로 물가는 나빠졌고 금리도 올랐다. 유권자는 높은 생활비와 주택 가격에 시름을 겪었다. 연초까지만 해도 보수당에 20% 포인트 이상 낮은 지지율로 패색이 짙었는데 결국 자유당은 대역전에 성공했다. 트럼프가 캐나다를 “미국의 51번째 주(州)"로 편입시키겠다고 했고 25%라는 높은 관세를 매기겠다고 위협했다. 또 트럼프는 트뤼도 총리를 주지사라고 부르면서 캐나다인의 자존심을 긁었다. 이에 자유당은 영국의 중앙은행 총재까지 역임한 전문가인 마크 카니를 얼굴로 선거를 치러 승리했던 것이다. 이와 반대로 차기 총리를 넘겨보던 피에르 포일리에브르 보수당 당수는 20년간 지켜온 자신의 지역구에서 패배해 의원직마저 잃었다. 포일리에브르는 '캐나다 우선'(Canada First)이라는 슬로건을 들고 나왔다. 그는 트럼프를 연상시킬 정도로 인기영합주의적인 정책을 공약했다. # 5월 4일 일요일. 원래 11월로 예정되었으나 조기에 치러진 싱가포르의 총선에서는 집권 인민행동당이 압승했다. 싱가포르의 국부로 불리는 리콴유 초대 총리가 만든 인민행동당은 1965년 독립 이후 모든 총선에서 승리했고 이번에도 마찬가지다. 선거의 관심은 누가 이기느냐보다는 인민행동당이 얼마나 이기느냐였다. 지난해 5월 싱가포르의 새 지도자가 된 로런스 웡 총리는 취임 뒤 첫 선거에 승리함으로써 안정적인 국정 운영의 동력을 확보하게 되었다. 리콴유의 장남인 리셴룽 전 총리가 코로나19를 이유로 2020년으로 약속된 퇴진 시기를 2024년까지 늦췄고 그 뒤에도 정계 은퇴 대신 초대 총리와 같이 선임장관직을 유지하자 비판을 받았다. 교통부 장관은 뇌물을 받다가 걸렸고 고위 관료 둘은 국유 주택을 사적으로 유용했으며 국회의장은 의원하고 불륜 스캔들을 일으키는 등 유권자의 마음이 많이 돌아선 상황이었다. 선거 결과는 인민행동당이 전체 97석 중 87석을 차지하는 승리로 끝났다. 2020년 총선에서는 93석 중 83석을 차지했는데 이번에 선거구 개편으로 늘어난 의석수 4석만큼 더 많은 의석을 확보한 것이다. 트럼프의 관세 전쟁의 여파로 세계 경제의 불확실성이 커지자 싱가포르 유권자는 안정 추구 심리를 표출한 것으로 보인다. 웡 총리는 선거 과정에서 미중 사이의 관세 전쟁에 따른 경제 위기를 강조하며 안정적인 여당에 대한 지지를 호소했다. # 2025년 6월 3일. 한국도 조기 대선이다. 한미 관세 협상을 앞두고 “미국이 원조, 기술 이전, 투자, 안전 보장을 제공해줬다"라고 하면서 “우리의 산업 역량과 금융 발전, 우리 문화, 성장, 부유함은 미국한테 도움을 크게 받은 덕"이라고 주장한 자를 후보로 옹립하려 했던 당이 있다. “미국의 행동을 맞서야 하는 대상으로 받아들이기보다는 양쪽에 윈윈이 되는 해법"을 찾겠다고 했다. 벌써 두 번째인 조기 대선에서 한국의 유권자는 어떤 정당을 선택할까. 이준한

[신연수 칼럼] 소프트 파워의 시대는 끝났나

'소프트 파워(soft power)'의 개념을 정립한 조지프 나이 하버드대 석좌교수가 지난 주 별세했다. 강압이나 물질적 보상을 통해 상대방의 행동을 바꾸는 능력이 '하드 파워'라면, 매력이나 설득을 통해 상대방의 마음을 사로잡는 능력이 소프트 파워다. 미국이란 나라가 냉전 이후 세계 원 톱이 될 수 있었던 첫 번째 이유는 물론 막강한 군사력과 경제력 덕분이다. 그러나 민주주의와 자유주의라는 보편적 가치와 문화, 외교적 매력으로 사람들을 끌어당긴 측면도 무시할 수 없다. 조지 워싱턴 대통령이 3선 출마를 거절함으로써 민주적 정권교체 전통을 확립한 것이나, 링컨 대통령이 노예해방을 한 사례는 수많은 책과 영화를 통해 세계인들의 머릿속에 미국의 문화와 가치를 새겨 넣었다. 미국은 제2차 세계 대전 이후 국제연합(UN) 설립을 주도하며 지금의 국제질서를 만든 주인공이기도 하다. 그랬던 미국이 스스로 소프트 파워를 파괴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 우선주의'를 내세우며 멋대로 다른 나라를 협박하고 불안하게 한다. 미국의 가치관을 세계에 퍼뜨리는 하버드, 스탠퍼드 같은 명문 대학들에 대한 지원을 끊고, 다양성과 포용성 정책을 폐기하라고 압력을 넣고 있다. 트럼프 정부는 가난한 나라들에 대한 해외 원조를 중단하고, 담당 부처인 국제개발처 직원들을 해고하는 일도 서슴지 않는다. 미국의 국익이 우선이라고 하지만, 단기적인 시야로 국익을 챙기다가 장기적이고 포괄적인 국익을 잃게 될 지도 모른다. 중국은 덩샤오핑의 개혁 개방 이후 국력이 무척 커졌지만 국제사회에 새로운 가치관을 제시하지 못한다는 한계를 갖고 있다. 2030년이면 중국의 국내총생산(GDP)이 미국을 추월하리라는데, 미국은 소프트 파워조차 버리고 무엇으로 중국을 이기려고 하는지 의아하다. 소프트 파워의 결핍은 국제 정치 뿐 아니라 국내 정치에서도 두드러진다. 국내 정치야말로 유권자의 마음을 사로잡는 소프트 파워의 경연장이어야 한다. 그러나 그동안 거대 양당이 벌인 행태는 실망스러웠다. 자기네 대장에게 유죄 판결을 내렸다고 대법원장 탄핵을 외치는 민주당에는 독재의 그림자가 어른거린다. “삼권분립이라는 것이 이제 막을 내려야 될 시대가 아닌가"라며 아예 대놓고 삼권분립을 부정하는 말까지 한다. 다수당의 힘을 내세워 장관들과 검사들을 줄줄이 탄핵한데 이어 법관들도 탄핵할 참이다. 민주당이 국회 다수당으로서 입법권을 장악한데 이어 행정권, 사법권까지 갖는다면 브레이크 없는 독주 체제가 될까 걱정이다. 이재명 후보는 “복수를 하지 않겠다"고 말하지만 지난해 총선에서 '비명횡사' 공천으로 '뒤끝 작렬'을 보여준 바 있다. 반대파를 포용하기보다 확실한 보복으로 모두 엎드리게 만든 노골적인 '하드 파워'였다. 국민의힘도 더하면 더했지 나을 게 없다. 김문수 후보는 경선에서 단일화를 외쳤지만 당선된 뒤에는 공식 후보라는 '권력'을 믿고 약속을 저버렸다. 당 지도부는 자신들이 뽑은 대선 후보를 한밤중에 날치기로 바꾸는 등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단일화를 관철하려 했다. 무엇보다 윤석열 전 대통령의 계엄령이야말로 소프트 파워를 무시한 전형적인 사례다. 윤 전 대통령은 3년 전 대선 때 야당과의 협치, 국민 통합을 외치며 당선되었다. 그러나 집권한 뒤에는 소통하고 설득하기보다 야당과 강 대 강 대치를 이어갔고, 결국 군사력으로 문제를 해결하려는 시대착오적인 계엄령까지 선포했다. 미국의 정치학자 스티븐 레비츠키는 저서 에서 상호관용과 제도적 자제가 민주주의의 탈선을 막는 가드레일 역할을 한다고 했다. 정치적 상대를 정당한 경쟁자로 인정하고, 주어진 권력을 행사할 때 자제심을 발휘하는 관행이야말로 민주주의를 지키는 보루라는 것이다. 관용과 절제의 미덕을 저버리고 극단적 대립을 일삼는 정치인들이 새겨야 할 말이다. 엊그제 공식 선거운동을 시작한 대선 후보들은 모두 계파를 초월한 화합과 국민 통합을 외치고 있다. 그러나 정작 권력을 쥐게 되면 소통과 타협보다 제도적 강제력을 앞세울까 걱정이다. 어느 후보가 약속을 잘 지킬지 눈 밝은 유권자들이 승리하는 대선이 되길 바란다. 나이 교수는 떠났지만 소프트 파워의 중요성은 사라지지 않았다. 신연수 기자 ysshin@ekn.kr

[이슈&인사이트] 내수 부진과 신용카드 이용

최근 신용카드 이용이 줄고 있다. 10%를 웃돌던 지난 2021년 신용카드 이용(금액 기준) 증가율은 2024년 들어 급격히 하락했다. 2025년 들어서도 이용률은 4월에 처음으로 마이너스로 전환했다. 2025년 2월말 기준의 신용판매 이용실적은 전월대비 3.5% 감소하는 등 신용카드 이용이 감소하는 경향을 보여준다. 특히, 20~40대의 신용카드 이용은 2024년 3분기를 계기로 급격히 감소하기 시작해 해당 시점에 전년동기 대비 9%나 감소한 바 있으며, 30~40대도 동 기간동안 신용카드 이용이 줄었다. 민간 소비의 판단 지표인 신용카드 이용실적 부진은 대체로 카드사의 부가 혜택 축소와 관련 있다. 합리적 소비에 익숙한 20~40대 소비자는 카드사의 무이자 할부개월수 단축, 할인 및 포인트 축소, 부가 혜택을 제공하는 소위 '알짜카드' 단종에 민감하게 반응한다. 기존 6개월 무이자할부 서비스 기간은 최근 3개월로 줄었다. 최근 3년간 국내 카드사들은 약 80건의 부가서비스(포인트 적립, 할인, 캐시백 등) 축소 및 폐지를 신고했다. 지난해 동안 국내 카드사는 595종의 카드발급을 중단했다. 이는 이전년도 대비 약 30% 증가한 수치이다. 카드사는 저렴한 연회비 대비 혜택 많은 '알짜카드'를 비용절감 차원에서 단종한 것으로 판단된다. 한편, 소비심리와 내수시장도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올해 4월 기준의 가계소비심리지수(CSI)는 93.8로 여전히 100을 밑돌고 있다. 이는 소비자들이 경제 상황을 비관적으로 인식해 소비에 부정적 입장을 취하고 있다는 의미이다. 민간 소비현황을 나타내는 소매판매액 지수 증감률도 감소세를 보인다. 올해 3월 기준 동 지수(계절조정지수: 계절별 소비패턴 등 일시 변동을 배제한 실질적 지수)의 전년동월대비 증감률은 –2.4%이다. 동 기간중 승용차·가전제품·통신기기 및 컴퓨터를 포함한 내구재 지수 증감률은 –3.9%이다. 통신기기 및 컴퓨터의 지수 증감률은 무려 –28.9%이다. 이는 민간 소비 부진의 중심에 내구재 소비 부진이 있음을 시사한다. 필자의 최근 연구결과에 따르면, 고가의 내구재 소비 감소는 신용카드를 이용한 신용판매 감소와 밀접한 연관성이 있음을 알 수 있다. 동 연구는 카드사의 비용절감을 위한 소비자 부가 혜택 축소가 내구재 소비 감소에 직접적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고한다. 결국, 내수 부진의 원인이 되는 신용판매 부진은 금융당국의 신용카드 가맹점 수수료율 규제와 관련 있다. 금융당국은 지난 2012년 이후 지속적으로 소규모 카드 가맹점에게 부과하는 수수료율 규제인 적격비용 제도를 시행 중이다. 이는 3년 주기로 시행되며, 카드사 신용판매업의 주요 수익원인 가맹점 수수료 수익 감소를 초래했다. 적격비용 제도 시행 후 지속적으로 가맹점 수수료율이 인하되고 있기 때문이다. 문제는 적격비용 제도가 당초 취지인 가맹점이 합당하게 부담하도록 가맹점 수수료율의 원가를 정확하게 판단하여, 수수료율을 재산정한다는 것에서 벗어났다는 데 있다. 소상공인의 비용을 줄여준다는 명분으로 당초 취지와는 다르게 적격비용 제도를 통해 시장상황과 무관하게 가맹점 수수료율의 지속 인하가 진행되어왔다. 카드사는 가맹점 수수료율의 지속 인하에 따른 신용판매업의 수익성 감소로 소비자 부가 혜택에 들어가는 비용을 절감하고, 오히려 카드론 등 고금리의 수익 마진이 큰 사업을 확대하고 있다. 카드사는 신용판매 촉진을 위한 가맹점 지원행사 축소 등 각종 마케팅 활동도 줄이면서, 카드 소비자의 신용카드 이용 유인을 낮추고 있다. 신용판매 수익성 부진을 보존하기 위한 카드사의 카드론 공급 증가는 최근 연체율 상승으로도 이어져 카드사의 건전성 악화 등 국민경제에도 많은 부담을 주고 있다. 대출채권 부실에 따른 대손충당금 적립과 대손 발생에 따른 위험관리비용 보전을 위해 카드 소비자 부가혜택 감소에 더욱 주력하며, 소비자 후생이 위협받고 있다. 또한, 서민 등 중저신용자들이 주로 이용하는 카드사의 중금리 대출 공급도 감소하고 있다. 올해 1분기 카드사 중금리 대출 취급액은 전년동기 대비 7.6%나 감소했다. 이는 서민들의 고금리 대출 또는 불법 사금용 이용 가능성을 높인다. 결론적으로 금융당국의 소상공인을 위한 비용 절감 차원에서 진행중인 적격비용 제도는 민간소비 부진과 소상공인의 매출 감소로 인한 폐업률 증가, 카드소비자에 대한 부가혜택 축소, 중금리 대출 이용 제한이라는 각종 부작용을 낳고 있다. 빠른 시간내에 적격비용 제도의 대폭 개선 또는 폐지가 시급한 상황이다. 서지용

[특별기고] 영국 보건의료 혁신이 우리에게 주는 교훈

지난 4월 7일(현지 시간) 영국 키어 스타머 총리는 국가 보건의료 데이터 연구 생태계 혁신을 위한 총 6억 파운드(한화 약 1조 1000억원) 규모의 투자 계획을 발표했다. '건강 데이터 연구 서비스' 통합 플랫폼을 구축하고 그곳에 영국 국민보건서비스(NHS)가 보유한 방대한 데이터를 모아 연구자들이 손쉽게 접근하고 활용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또한, 불필요한 절차를 없애 행정에 소모되던 시간을 줄이고, 의약품과 치료제 개발에 필요한 임상시험 설정 시간도 250일에서 150일로 단축하기로 했다. 영국은 데이터 기반 의료 분야에서 이미 세계적인 선도국가이다. UK바이오뱅크와 지놈잉글랜드(Genomics England) 설립에 이어 보건의료 데이터 통합 플랫폼을 구축하면서 첨단 의료분야에서 한 발 더 앞서 나가는 모양새다. 급변하는 의료 환경에서 이같은 영국 정부의 조치는 자연스럽게 우리나라의 현실을 돌아보게 만든다. 우리나라는 국민건강보험공단, 건강보험심사평가원 등 공공기관과 의료기관 등 여러 경로를 통해 세계 최고 수준의 의료 데이터를 축적해 왔다. 하지만, 이 데이터들은 기관별로 분산돼 있으며, 데이터 연계 및 접근은 복잡하고 제한적이다. 한국보건의료정보원은 이런 데이터들을 표준화하고 연계·관리하며, 활용할 수 있도록 하는 디지털 헬스케어 전문기관으로 역할을 수행 중이다. 먼저 보건의료데이터의 상호운용성을 높이기 위해 표준화하고, 데이터가 효율적으로 관리·활용될 수 있도록 병원에서 사용하는 전자의무기록(EMR) 시스템을 인증하고 있다. 동시에 국립병원정보화 사업을 통해 고품질의 보건의료 데이터를 생산하고 있다. 그리고 수집된 정보가 의료기관 간, 의료기관-개인 간 안전하고 정확하게 전달·공유될 수 있도록 진료정보교류 사업과 의료마이데이터 사업 등을 벌인다. 영국에 50만명의 유전체를 모아놓은 UK바이오뱅크가 있다면, 우리나라에는 100만명의 임상정보와 유전체를 모으는 국가통합바이오빅데이터가 있다. 보건복지부,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산업통상자원부, 질병관리청 등 4개 부처가 참여해 정밀의료 연구 및 바이오헬스산업 연구 활용 기반을 마련하는 이 사업에서 한국보건의료정보원은 통합 데이터를 수집·제공·보관하는 데이터뱅크를 구축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 이밖에도 여러 국가기관과 공공기관이 보유한 보건의료 빅데이터를 연계·결합해 다양한 임상·정책연구를 지원하는 '보건의료빅데이터 플랫폼 구축' 사업, 암·심뇌혈관 등 한국인 주요 질환을 대상으로 빅데이터를 구축하고 연구기반을 확대하는 '케이 큐어(K-CURE) 임상데이터 네트워크' 등 보건의료 데이터 활용을 위한 혁신 생태계를 만들고 있다. 이러한 데이터 기반 사업들은 단순히 치료 기술을 고도화하는 데 그치지 않고, 예방 중심의 의료로의 전환과 국민건강 증진이라는 궁극적인 목표로 이어진다. 디지털 헬스케어 기술을 통하면 유전체 기반 맞춤형 질병 예측이 가능해지고, 개인은 자신의 건강 정보를 통합관리하며 자기주도형 예방전략을 수립할 수 있다. 국가 차원에서는 취약계층 발굴, 지역 건강 격차 분석 등을 통해 선제적 정책 대응이 가능해진다. 그러나, 이런 기능들이 제대로 작동하기 위해서는 데이터 활용을 원활하게 할 수 있도록 법·제도의 정비가 필요하다. 특히, 국회에 발의된 '디지털헬스케어법'은 보건의료 데이터 활용을 제도적으로 정립하는 데 있어 중추적인 전환점이 될 것이다. 개인정보보호와 데이터 윤리에 대한 사회적 신뢰를 쌓는 노력이 병행돼야 함은 물론이다. 영국의 선택은 단지 기술 혁신이 아닌 보건의료 시스템 전반을 다시 설계하려는 국가적 비전임을 참고하면 우리도 국가적 정책 수립과 역량 결집이 필요한 시점이다. 한국보건의료정보원 국민건강 증진이라는 목표 아래 단순한 데이터 전달자가 아닌 전략적 기획자로서 동참할 것이다.

[이슈&인사이트] 트럼프의 중국 시장 개방 요구와 제 2 루브르 협정

금융시장, 특히 머니 마켓이 흔들리자 트럼프는 관세를 90일 유예했다. 다만 자기가 대통령이 될 수 있게 해 준 러스트 벨트의 주요 산업인 자동차와 철강에 부과한 25% 관세는 현재 발효 중이다. 여전히 트럼프의 관세 부과가 적대국은 물론 동맹국의 반발이 커지고 특히 국내 인플레이션과 머니 마켓이 심하게 요동치자 일단 뒤로 한발짝 물러나 있는 상태다. 어차피 관세를 들고 나온 트럼프의 속내는 자기 1기 때 실패한 중국을 손 봐주기 위함이기에 관세라는 삐걱거리는 플랜 A과 함께 플랜 B를 가동하기 시작했다. 중국 시장의 개방 요구다. 머스크와의 싸움에서 이기고 경제 정책권을 쥐게 된 베센트는 계속해서 중국 시장의 개방을 요구하는 목소리를 내고 있다. 그는 중국이 시장을 더 개방하고 내수 중심으로 경제 구조를 전환하여 미국산 제품 수입을 늘려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다. 이는 무역 불균형 해소와 글로벌 경제 재균형을 위한 조치로, 사실상 위안화 강세를 유도하는 압박을 하고 있는 것이다. 여기서 1987년 루브르 협정이 다시 나오게 되는 것이다. 85년 플라자 협정 이후 엔화가 달러 대비 25% 이상 상승했고 87년에는 1달러당 150엔 수준까지 떨어졌다. 하지만 엔화 강세로 미국의 무역 적자는 줄어들지 않았다는 것이 판명되자 미국은 다시 87년 루브르에서 회의를 개최한다. 루브르 협정의 주요 목적은 플라자 합의 이후 급격히 하락한 미 달러화의 추가 하락을 막고 주요국 통화 간 환율을 안정시키는 것이었다. 이를 위해 각국은 재정적자와 공공지출을 줄이고 세금 인하와 금리 인하 등 경제정책을 조정하기로 합의했다. 특히 일본 등 주요 교역국의 내수 확대를 유도해 미국 제품 구매를 늘려 무역수지 개선을 도모하는 것이 핵심 목표였다. 여기서 주목할 것은 '일본 등 주요 교역국의 내수 확대'다. 루브르 협정 이후 일본은 급속하게 절상된 엔화 가치와 경기 후퇴를 막기 위해 시행한 최악의 정책, 즉 금리 인하로 엔화의 구매력은 증가하고 싼 금리로 인해 대출이 늘어나 통화 팽창을 가져오게 되었다. 당시 엔화의 강세로 모든 돈이 일본으로 몰리자 일본은 버블을 키웠고 마침내 부동산에서 먼저 버블이 꺼지면서 우리가 알고 있는 잃어버린 20년을 맞이하게 된 것이다. 이 루브르 협정 2편을 중국에 적용하겠다는 베센트와 트럼프의 속내다. 일본이 루브르 협정 이후 수입을 늘릴 수 있었던 것은 엔화의 지속적인 강세로 수입 물가가 오르지 않아 인플레이션이 발생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중국이 수입을 확대하기 위해서는 일본에게 했던 것처럼 위안화를 절상시켜야 한다. 이런 의도를 외환 시장도 감지하기 시작했다. 다만 중국 외환시장이 전면 개방이 안되어 여전히 달러당 7.2 위안에 걸쳐 있지만 위안화를 달러당 6위안 초반 또는 그 이하로 절상시켜 중국이 인플레 걱정에 벗어나 미국 물품을 살 수 있게 만든다는 것이 미국이 들고 나온 플랜 B다. 중국 위안화는 완전한 변동환율제가 아니기에 먼저 그 주변 국가인 대만과 우리나라 환율이 절상을 시작했다. 대만은 GDP 성장이 좋게 발표된 이유도 있고 대만의 생명보험 회사의 헷지가 안된 미국 투자 자금 1.7조 달러의 청산 이유도 있지만 3일만에 미 달러당 33 TWD에 머물던 대만달러가 30 TWD 밑으로 내려왔다. 우리도 1430-1450원에 머물던 환율이 1400원 아래로 급하게 절상을 하여 우리 연휴 때 역외 환율이 1370원대까지 빠져 있는 상황이다. 중국 위완화가 강세가 되고 중국에 자금이 몰려 과거 일본처럼 버블이 생긴다면 우리에게는 중국 시장이 또 다른 기회가 될 것이다. 수출과 교역을 늘릴 수 있는 기회, 이 기회를 잡아야 할 것이다. 최용

[기고] 2025 양평용문산 산나물축제 키워드 4가지...

전진선 양평군수 양평의 자연이 선사하는 봄의 맛과 즐거움 '2025년 제15회 양평용문산산나물축제'가 지난 4월 25일부터 27일까지 총 14만8천여명의 방문객에게 행복한 추억을 선사하며 성황리에 마무리됐다. 2025양평용문산산나물축제는 지난해보다 1만6000여명의 발걸음을 더 이끌며 양평군 대표 봄 페스티벌로서 위상을 다시 한번 입증했다. 특히 2025년 경기대표관광축제로 선정된 2025양평용문산산나물축제는 Let's GO(먹GO쉬GO즐기GO) 양평 산나물!이란 슬로건으로 흥미로운 체험과 다채로운 프로그램으로 방문객의 뜨거운 호응을 얻었다. 또한 양평 군정 정책 방향인 '관광, 환경, 건강, 안전'이란 4대 키워드가 축제 속에 조화롭게 어우러진 성공적인 축제란 평가가 이어지고 있다. 양평은 천혜의 청정 자연환경과 수도권과 가까운 지리적 이점을 살려 가족, 연인, 반려동물이 함께 누구나 쉽고 편하게 찾을 수 있는 수도권 최고 힐링-관광도시다. 2025양평용문산산나물축제는 '가족과 함께 떠나는 산나물 피크닉'을 주제로 가족 중심 프로그램을 대폭 확대해 큰 반응을 이끌어 냈다. 아이들이 부모와 함께 산나물 요리를 만들어 보는 '꼬마 요리왕', 어린이를 위한 '산나물 벌룬 쇼' 등 다양한 프로그램이 운영돼 가족 단위 방문객에게 즐거운 추억을 선사했다. 또한 반려동물 친화 도시 양평을 알리기 위한 새로운 시도로 '댕이트 엔 양평' 프로그램을 선보였다. 반려동물과 함께 즐길 수 있는 펫 트래킹, 펫 운동회, 플리마켓 등이 마련돼 반려인구 1500만명 시대에 부응하는 이색 콘텐츠로 주목받았다. '사람과 자연 행복한 양평'을 슬로건으로 미래 환경정책을 선도하는 대한민국 최고의 환경교육도시 양평은 적극적인 자원순환 정책으로 '1회용품 없는 도시'를 목표로 군민이 직접 참여하고 생활 속에서 변화를 체감할 수 있는 다양한 정책들을 통해 지속 가능한 자원순환도시 모델을 구축해 나가고 있다. 2025양평용문산산나물축제도 1회용품 사용을 최소화하고 약 20만개 다회용기를 사용해 '친환경 축제' 모범을 성공적으로 실현했다. 산나물 비빔밥, 튀김, 전 등을 판매하는 공간에서 다회용기를 전면 도입해 쓰레기 발생량을 90% 이상 감축하는 놀라운 성과를 거뒀다. 방문객이 다회용기 사용의 환경적 이점을 직접 체험할 수 있도록 축제장 내 '다회용기 홍보' 공간을 운영했다. 방문객은 일회용품과 다회용기의 환경 영향을 비교한 전시를 통해 친환경 실천 중요성을 체감했으며, 퀴즈 이벤트를 통해 즐겁게 학습하는 시간도 가졌다. 축제 기간 중 방문객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응답자 중 92%가 다회용기 사용에 대해 '매우 긍정적'이라고 답했고 '깔끔한 식사 환경', '환경보호에 동참하는 자부심' 등이 주요 만족 요인으로 꼽혔다. 2025양평용문산산나물축제 다회용기 사용 성과는 인근 지자체들 관심도 끌었다. 광주시-하남시-이천시 등 인근 도시에서 벤치마킹을 위한 방문이 이어졌으며, 경기도 내 여러 축제에서도 다회용기 도입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고로쇠축제, 산수유한우축제, 누리봄축제 등과 함께 2025양평용문산산나물축제의 다회용기 전면 도입은 양평군 친환경 축제의 새로운 기준이 될 것이다. 양평은 전국 최초 친환경농업특구로서 건강한 먹거리를 위한 생산지원과 친환경농업 활성화에 앞장서고 있다. 양평용문산산나물축제는 임금님 진상품 중 맛과 품질에서 으뜸으로 뽑혔던 용문산 산나물의 '동국여지지' 기록을 바탕으로 시작된 축제로 양평의 청정자연이 길러낸 참나물, 곰취, 두릅 등 신선한 봄철 산나물을 정성껏 채취하고 준비해 건강을 생각하는 현대인에게 큰 인기를 끌었다.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축제장 내 가격정찰제를 통해 '바가지 없는 축제'를 지향해 저렴한 가격과 훌륭한 품질로 전국적으로 큰 호평을 받았고 축제 기간 내내 양평의 싱싱한 산나물을 값싸게 구입할 수 있는 산나물 판매 부스와 양평의 청정 자연에서 생산된 농-특산물 판매 부스 운영을 통해 양평의 건강한 맛을 선사했다. 무엇보다도 2025양평용문산산나물축제는 '안전도시 양평'에 걸맞게 안전하고 쾌적한 환경 속에서 진행됐다는 점에서 큰 의미를 갖는다. 지역 기관-사회단체를 비롯한 관계자의 헌신적인 노력, 군민과 방문객의 질서 있는 참여 덕분에 큰 사고 없이 성공적인 축제로 마무리될 수 있었다. 양평용문산산나물축제는 양평을 알리는 지역 축제이자, 청정자연 및 환경 소중함과 건강한 먹거리에 대한 가치를 함께 나누는 의미 있는 자리다. 앞으로도 양평군은 축제를 통해 매력 넘치는 양평의 아름다움을 알리고, 이와 함께 양평군이 지향하는 가치와 군정 방향을 함께 공유하는 의미를 더할 수 있도록 노력을 아끼지 않을 것이다. 전진선 양평군수 kkjoo0912@ekn.kr

[이슈&인사이트] 한국 도움 없는 MAGA는 없다. 대미협상에 당당히 임해라.

조자룡 칼 쓰듯이 아무 때나 휘두르는 예측 불가의 도널드 트럼프의 MAGA의 행보가 세계 경제에 큰 파장을 일으키고 있다. 미국의 영광을 다시 돌리겠다는 트럼프의 대선 구호인 MAGA는 피아 구분 없이 전 세계 75개국을 향해서 관세 포탄을 터트리고 있다. 특히 한국과 일본에 부과하겠다는 25% 관세는 가장 양호한 편이다. 미국이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 체제 아래서 가장 밀접하게 경제 교류를 해온 최우방 국가라고 할 캐나다와 멕시코에 적용되는 25% 수준이다. 적대국 중국에는 145% 관세를 선언하고 우회 수출국으로 의심되는 베트남(46%), 태국(37%), 인도(27%) 등에 상대적으로 높은 관세율을 책정하고 있다. 이번 무역 전쟁은 트럼프 정권의 아젠다인 MAGA와 시진핑 정권의 아젠다인 중국몽이 전면전을 선언한 양상이다. 트럼프가 국제 무대에서의 여론 약화와 경제적 손실을 각오하고 전면전을 선언한 것은 더 이상 방치할 경우 패권국의 지위를 상실할 위험 때문이다.또한 중국으로서는 물러서면 미국이 제시하는 시장개방 조건을 모두 수용해야 하는데, 이는 곧 시진핑 정권의 중국몽 실패를 뜻함과 동시에 정권의 종말을 초래한다. 이번 전쟁이 계속되면 중국은 두 눈을 잃게 되겠지만 미국도 한눈을 멀게 되는 치명타가 예측된다. 이 경우 미·중의 군사적 충돌도 각오해야 한다. 그래서 트럼프의 계속된 MAGA 행보는 절대적 군사력 우위가 입증되지 않으면 불가하다. 미·중이 핵전쟁을 감수해야 하는 전면전은 불가하겠지만, 동북아에서 국지전의 가능성은 상존한다. 이때 해군력이 승패를 좌우한다. 그런데 문제는 지금까지 절대적이었던 미 해군력의 우세가 흔들리고 있다. 2024년 현재 함정 총톤수에서는 미국(360만 톤)은 중국(156만 톤) 보다 2배 이상 우월하다. 그러나 미국의 6개 함대는 세계 각지에 분산되어 있다. 동북아에는 중국은 3개 함대가 있는 반면에, 미국은 일본 요코스카에 있는 7함대가 유일하다. 동북아에 한정하면 중국이 미국보다 3배 우월하다. 7함대를 지원하기 위해 다른 함대를 동북아에 파견하는 데는 시간이 소요된다. 최근 함정 소요 계획에 따르면, 미국은 2030년에 290척을 보유하는 반면 중국은 2030년에 425척을 보유하게 된다. 5년 후에는 중국은 양적인 우위와 더불어 질적으로도 미 해군을 압도한다. 중국 함정의 선령은 15년인데 미국 함정의 선령은 24년으로 노후화되어 있다. 그래서 미국은 함정의 MRO(유지, 보수, 운영) 가 중요한 데 미국의 조선소가 문제다. 현재 미국에는 MRO가 가능한 조선소가 5개가 있는데, 연간 MRO 능력이 7척 미만이다. 이 때문에 현재 미국 함정의 약 30%가 수리대기 상태다. MRO를 맡기기에는 중국은 적대국이고 일본은 노쇠하다. 오직 한국만이 미국 해양 전력 강화의 해결책이 되고 있다. 트럼프가 관세에 의한 MAGA의 실현을 추구한다면 전임 대통령 바이든은 반도체동맹(CHIP4)에 의한 중국 산업 고사 전략을 구사했다. CHIP4는 미국(팹리스), 한국(메모리), 일본(소재·부품), 대만(파운드리)이 동맹하여 '산업의 쌀'인 반도체에서 중국을 고립시키는 전략이다. 반도체동맹에는 메모리가 핵심이다. 한국이 빠진다면 CHIP4는 김빠진 맥주가 된다. 결론적으로 한국의 제조업이 받쳐주지 않으면 MAGA나 CHIP4나 미·중 경제전쟁에서 미국은 승리를 장담할 수 없다. 최근에 한국 최상묵과 안덕근 장관과 미국 무역대표부(USTR) 대표와의 2+2 협의 후에 스콧 베센트 미 재무장관이 한국이 최선의 제안(A game)을 가져왔다고 평한 부분에 우려한다. 미국의 압력에 굴복하여 미국의 대왕고래 프로젝트인 알래스카 LNG 투자를 약속했거나 미군 방위비 분담금 인상 등 국익에 반하는 제안했을 가능성을 걱정한다. 상호 관세 유예 기간 7월 8일까지는 시간이 있다. 대행 체제인 현 정부는 서두르지 말고 6월3일 발족하는 신정부에 미루는 것이 옳다. 한국 도움 없이 MAGA는 없다. 대미협상에 당당히 임해라. 윤덕균

[이슈&인사이트] 미중 무역전쟁과 한국 경제의 전략적 대응

2025년 4월, 미중 무역전쟁의 두 번째 라운드가 본격화되며 세계 경제는 거대한 불확실성의 소용돌이에 휘말리고 있다. 트럼프 행정부는 내수 부진과 높은 실업률로 정치적 난국에 처한 중국을 전략적으로 압박하며 고율 관세와 다양한 제재를 가하고 있다. 이에 맞서 중국은 강력한 보복관세와 희토류 수출제한으로 대응하며 양국 간 긴장이 최고조에 달하고 있다. 금융시장은 요동치고, 글로벌 공급망은 흔들리며, 세계 각국은 이 거대한 충돌의 여파를 피해가기 위해 분주히 움직이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한국 경제는 이미 위기의 조짐을 보이고 있다. 2025년 1분기 경제성장률은 –0.2%를 기록하며 마이너스 성장을 경험했고, 수출 역시 부진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더욱 심각한 것은 이러한 결과가 미국의 고율 관세가 본격적으로 발효되기 이전의 수치라는 점이다. 미중 무역전쟁의 충격파가 앞으로 더욱 강하게 밀려오면 한국 경제는 훨씬 큰 타격을 받을 가능성이 높다. 수출 의존도가 높은 한국으로서는 두 강대국의 충돌이 단순히 먼 나라 이야기가 아니라 생존과 직결된 문제로 다가오고 있다. 우리는 한국의 처지를 비관적으로 바라보며 흔히 '고래 싸움에 새우 등 터진다'는 속담을 떠올릴 수도 있다. 미국과 중국이라는 두 경제 고래가 격돌하는 사이에서 한국은 작은 새우처럼 무력하게 휩쓸릴 수밖에 없다는 비유다. 실제로 양국의 무역전쟁은 한국 경제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 미국은 한국의 최대 수출 시장 중 하나이며, 중국은 제조업 공급망에서 핵심적인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 두 나라 간 갈등이 심화될수록 한국은 수출 감소와 공급망 혼란이라는 이중고에 시달릴 가능성이 크다. 하지만 여기서 멈춰 피해를 우려하거나 상황을 수동적으로 지켜보는 것은 결코 해결책이 될 수 없다. 국제 정세의 급변과 불확실성 속에서도 한국은 능동적으로 전략을 수립하고 위기를 기회로 전환하는 적극적인 자세가 필요하다. 단순히 새우처럼 등을 터뜨릴 것이 아니라, 고래들이 싸우는 틈에서 실속을 챙길 수 있는 지혜가 요구되는 시점이다. 그 전략적 해답은 아이러니하게도 트럼프가 자주 언급했던 손자병법에서 찾을 수 있다. 바로 '이이제이(以夷制夷)', 즉 적을 이용해 다른 적을 제압하는 전략이다. 미국의 강력한 관세 정책과 제재로 중국 제품의 미국 시장 점유율이 급격히 축소되는 것은 불 보듯 뻔한 일이다. 이에 따라 미국 내 기업들과 미국에 수출하는 국가들은 중국산 제품을 대체할 새로운 공급처를 찾기 시작했으며, 이미 그 움직임이 가시화되고 있다. 이는 중국과 수출 경쟁 관계에 있는 한국에게 뜻밖의 기회가 될 수 있다. 과거 중국에 추격당하고 추월당했던 가전, 반도체 부품, 자동차 부품, 화학 소재 등 중간재 및 최종재 생산에서 중국이 차지했던 공급망의 빈자리를 한국이 채울 수 있다면, 관세로 인한 부정적 영향을 상쇄할 뿐 아니라 새로운 성장 동력을 확보할 수 있다. 기업들의 동시다발적인 공급망 재편은 국가 경제에 중대한 변화를 가져오는 기회로, 평소라면 쉽게 일어나지 않는 대규모 변화가 지금과 같은 세계 경제의 격변 속에서 가능해지고 있다. 현재와 같은 공급망 재구축은 단순한 위기 대응을 넘어 한국 경제의 펀더멘털을 강화할 기회다. 중국이 빠진 자리를 한국이 메운다면, 제조업 강국으로서의 입지를 더욱 공고히 할 수 있다. 이는 고래 싸움에 등 터지는 새우가 아니라, 고래들이 싸우는 틈에서 실속을 챙기는 영리한 전략이 될 것이다. 미국으로 하여금 중국을 지속적으로 견제하게끔 유도하면서 한국은 그 사이에서 경제적 이득을 극대화하는 이이제이 전략을 실현할 수 있다. 물론 이 전략이 성공하려면 몇 가지 조건이 충족되어야 한다. 첫째, 정부와 기업의 긴밀한 협력이 필수적이다. 정부는 기업들이 새로운 공급망에 빠르게 적응할 수 있도록 세제 혜택, 연구개발 지원, 시장 진출 지원 등 실질적인 정책을 마련해야 한다. 둘째, 기업은 기술 혁신과 품질 향상을 통해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력을 확보해야 한다. 셋째, 국제 사회와의 협력을 강화해 한국이 공급망 재편의 중심에 설 수 있도록 외교적 노력을 물론 병행해야 할 것이다. 지금은 결코 수동적으로 물러설 때가 아니다. 미중 무역전쟁은 한국 경제에 위기이자 동시에 기회다. 단기적으로는 수출 감소와 성장률 하락이라는 뼈아픈 타격을 감내해야 할지도 모른다. 그러나 장기적인 관점에서 이 혼란을 기회로 삼아 공급망 재편의 주도권을 잡는다면, 우리의 경제구조를 한 단계 업그레이드할 수 있다. 중요한 것은 전략적 사고와 능동적인 대응이다. 손자병법의 이이제이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해 한국만의 생존과 성장 전략을 수립한다면, 미중 무역전쟁의 파고를 넘어 새로운 도약의 발판을 마련할 수 있을 것이다. 김수현

[이상호 칼럼] 인도-파키스탄 충돌로 보는 한국의 핵무장 딜레마

현재 인도와 파키스탄의 관계는 파탄 일보 직전이다. 지난 4월 22일 카슈미르의 도시 파할감(Pahalgam)에서 파키스탄이 지원하는 것으로 알려진 무장 세력의 총기 난사 테러가 발생해 힌두교도 관광객 26명이 사망했다. 테러범들은 힌두교 성을 가진 비무슬림 남성만 골라 처형하는 만행을 저질렀다. 인도는 이 사건 배후로 파키스탄을 지목하고 양국 국경 폐쇄는 물론 1960년 체결된 '인더스 수역 조약'을 파기하는 등 강력한 대응을 했다. 파키스탄이 인더스강의 물을 공급받지 못하면 천천히 망해갈 수밖에 없는 최악의 상황이 되고, 이는 파키스탄의 생존을 직접 위협하는 재앙이다. 양국은 과거 여러 번 전면전과 국지전을 벌였지만, 이번 상황은 심각하다. 인도와 파키스탄은 둘 다 핵보유국이다. 핵 보유의 대표적인 논리는 핵무기의 가공한 성능과 공포 때문에 핵보유국 사이 전쟁은 발생하지 않으며 충돌이 있더라도 국지적 또는 제한적인 수준에 머문다는 것이다. 바로 핵 억제전략의 본질이다. 양국은 핵무장 이후에도 계속 충돌했다. 적어도 인도와 파키스탄의 경우 핵 억제력이 분쟁 발생을 막지는 못했다고 볼 수 있다. 핵무기가 확전을 방지하지만, 전쟁 위협 자체를 막지는 못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번에는 양상이 다르다. 만약 양국이 충돌한다면 핵무기 사용도 고려할 정도로 심각한 상황이 벌어질 수 있다. 이런 인도-파키스탄 관계는 한국에 시사하는 점이 크다. 북한도 파키스탄같이 국제사회의 각종 제재에도 국가 존망을 걸고 핵무장을 이루어 냈다. 한국은 트럼프 행정부의 고립주의 확산으로 미국이 제공하는 핵우산(확장억제력)에 대한 신뢰가 약해지며 핵무장 여론이 큰 힘을 받고 있다. 한국이 아직은 핵을 보유하고 있지 않지만, 핵 보유 잠재력이 있는 국가이다. 최근 한국 핵 보유 논란의 핵심은 북한이 핵보유국이기 때문에 한국의 재래식 전력이 아무리 강해도 북한의 핵 위협에 굴복할 수밖에 없다는 사실에 기반하고 있다. 북한은 한국에 각종 군사도발을 계속할 수 있는 이유 중 하나도 핵 보유에 따른 자신감이라고도 볼 수 있다. 미국이 핵우산으로 한국을 보호해 준다지만, 100% 믿을 수 없기 때문에 자체 핵무장이 필요하다는 논리다. 미국의 제공하는 확장억제력를 신뢰해야 한다는 주장과 소위 '핵자강'을 이뤄내야 한다는 여론 모두 충분한 설득력이 있다. 그러나 현재 한국이 '핵우산'과 '핵자강' 사이 하나만을 선택할 지렛대를 보유하고 있지는 않다. 포기해야 할 것이 많기 때문이다. 한국이 당장 핵무장을 통해 한국만의 '고슴도치' 방식의 고립된 생존 정책을 택해야 할 시나리오는 미국과의 관계가 파탄 나고 북한과 전쟁 상태에 있으며 중국이 한국을 전방위에서 고립시켜 숨통을 끊을 정도의 국가 재앙적인 상황일 것이다. 향후 충분히 발생할 수 있는 사태이기도 하다. 따라서 최근 한국의 핵 보유 논의는 시의적절하며 필요한 것이다. 핵 보유의 길을 가더라도 오랜 시간이 필요하고 이 영향력에 대한 깊은 이해와 연구가 필요하다. 현재 생각할 수 있는 이상적인 대안은 한미동맹을 지키면서 한국이 핵 보유 잠재 역량을 계속 확대하고 한국 핵 보유에 따른 득실을 계산하며 시간과 인내를 가지고 한 걸음씩 천천히 전진하는 것이다. 당장 핵을 보유해야 한다는 급진적인 주장은 옳지 않다. 비록 이번 인도-파키스탄의 충돌 양상이 과거와 달리 매우 심각한 국면이지만, 지금까지 양국의 재래식 충돌은 전면 핵전쟁까지 확대되지 않았다. 이는 핵 보유가 국가 간 무력 충돌이나 전쟁을 막아주지는 못하지만, 핵전쟁이라는 최악의 경우는 회피하게 해준다는 사실을 확인해 준다. 핵무기는 공포라는 극단적인 감정을 통해 교전 당사자가 이성적인 판단을 하게 설득해 주는 도구다. 한국의 도전 과제는 최근 어려운 국제 환경에서 독자적이든 집단적이든 최소한의 피해를 감수하면서 이런 공포의 균형을 분명하게 보증할 수 있는 대안을 어떻게 확보하냐는 것이다. 이상호

[이슈&인사이트]은행권 역대급 이자이익의 불편한 이면

최근 몇 년간 국내 은행들은 사상 최대 규모의 이자이익을 창출했다. 2024년 기준, 국내 은행권 이자이익은 60조원에 육박한다. 은행권 이자이익은 전체 은행 이익의 90%를 넘는 수준이다. 은행이 이자이익에 집중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이자이익은 은행의 상품경쟁력에 따라 수익이 창출되는 비이자수익과 본질적 측면에서 다르다. 예대금리차에 의해 결정되는 이자이익은 은행의 노력보다는 금융환경 및 정책변화에 기인하기 때문이다. 은행은 지난 2022년에 이미 59.2조원의 이자이익을 기록했다. 2022년초 1.00%이던 기준금리가 인플레이션으로 인해 연말 3.25%까지 빠르게 인상되며, 은행들의 대출금리 인상도 본격화되었다. 2021년 1.43%였던 순이자마진(NIM)이 2022년에는 1.73%까지 상승하며, 이자이익이 전년대비 무려 21.6%나 급증했다. 2023년 들어서는 기준금리가 3.5% 수준을 유지하며, 은행의 대출이익 증가율은 전년동기대비 크게 둔화되었지만, 전년보다 소폭 높아진 대출금리를 이용하여, 은행들은 2023년에도 역시 59.2조원의 이자이익을 창출했다. 더욱이, 2023년에는 연초에 기준금리가 한차례 소폭(0.25%p) 인상된 후 무려 1년 8개월동안 기준금리가 3.5%로 동결되었다. 2023년 미국이 기준금리를 공격적으로 인상하여 2023년초 4.25~4.50%이던 연방기금금리가 2023년말에는 5.25~5.50%까지 인상되었다. 하지만, 금통위는 미국의 공격적인 기준금리 인상에도 포워드가이던스를 통해 기준금리의 동결 가능성을 지속적으로 시사했다. 이는 결정적으로 대출수요가 급증하는 계기를 만들었다. 당분간 금리가 높아지고 전에 은행 대출을 받아 주택을 구입하려는 가수요까지 겹치면서, 2023년 상반기부터 주택담보대출은 2024년 상반기에 걸쳐 급증했다. 동 기간중 증가율은 6.0%이며, 금액은 61.5조원에 달했다. 이는 전년동기(2022년 상반기~2023년 상반기)의 주택담보대출 증가율(1.4%) 대비 무려 4배 이상 높은 수치이다. 급증한 주택담보대출 억제를 위한 금융당국의 강한 대출 규제가 2024년 상반기 중 시행되었다. 우선, 금융당국은 기존에 대출한도를 연 단위로 관리했으나, 월·분기별로 대출공급을 관리하며, 일부 은행의 대출한도가 조기 소진되는 '대출 절벽'현상도 나타났다. 이로인해 사실상 은행권의 가계대출 공급은 축소되었지만, 높아진 대출수요를 이용하여, 은행들은 수익 보존을 위해 대출금리 인상을 단행했다. 2024년 8월부터 4개월 연속 은행권 평균 가계 대출금리(신규취급액 기준)가 상승했다. 금융당국의 강한 대출 공급 규제로 가계대출 증가세가 둔화되었음에도 은행권은 대출금리 인상을 토대로 오히려 전년대비 증가한 59.3조원의 이자이익을 거두었다. 2025년 들어서도 은행권의 이자이익 창출 기조는 멈추지 않는다. 올해 1분기 이자이익은 전년동기 대비 3~4% 증가했다. 금통위의 경기부양을 위한 기준금리가 인하되면서, 부동산 가격이 다시 들썩거리기 시작했다. 2025년 1분기의 서울 아파트 가격이 전년동기 대비 상승하면서 고점을 이어가고 있다. 올해 1분기 한국은행 대출행태 서베이에 따르면, 주택담보대출 수요지수(19)는 전년동기(10)에 비해 크게 상승한 것으로 확인된다. 3.5%수준이던 2024년 1분기의 기준금리가 최근 2.75%까지 낮아졌음에도 최근 은행권 평균 주택담보대출 금리는 오히려 전년동기대비 높은 편이다. 2025년 1분기의 은행 주택담보대출 평균 금리 수준이 4.32%로 전년동기의 4.27%보다 높은 것으로 확인된다. 올해에도 은행권은 최소한 지난해 59.3조원의 이자이익 이상을 거둘 것으로 전망된다. 2022년에는 높아진 금리수준에 힘입어 대출금리를 인상함으로써, 역대급 이자이익을 창출했다. 2023년부터는 기준금리 동결을 기회로 주택 구입을 염두에 둔 대출수요가 급증하며, 은행권은 역대급 이자이익을 거두었다. 2024년에는 금융당국의 대출규제 강화에도 불구하고, 높아진 대출수요와 대출금리 인상을 통해 전년도 이자이익 이상의 역대급 실적을 창출했다. 올해에는 경기부양을 위한 기준금리 인하를 계기로 부동산 가격 상승, 대출 가수요 발생, 여전히 높은 대출금리를 기반으로 이자이익 창출을 위한 호재가 펼쳐지고 있다. 아마도 올해도 지난 2022년~2024년 이상의 이자이익을 훨씬 넘어서는 역대급 이자이익이 창출될 것으로 전망된다. 결론적으로 은행의 역대급 이자이익 창출은 반대로 많은 금융소비자의 이자비용 지출이 있었기에 가능했을 것이다. 또한, 금융당국의 효과적이지 못한 대출 규제정책, 시장 예측력과 정책 전환의 한계점을 드러낸 통화정책의 문제점도 은행 이자이익 창출에 한몫했던 것으로 평가된다. 금융소비자 후생 제고를 우선적으로 고려하는 금융당국의 대출 규제책 마련이 시급하다. 또한, 미 연준과 비교해서 시장 상황 대비 후행적 결정이 많고, 정책 전환 시점이 늦은 통화정책의 문제점도 개선되기를 기대한다. 서지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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