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소·ESS·전력망 기술 한자리에…‘스마트 에너지 위크 2026’ 도쿄서 개최

세계 최대 규모 에너지 전문 전시회인 '스마트 에너지 위크(Smart Energy Week)' 봄 전시회가 오는 3월 일본 도쿄에서 개최된다. 수소, 전력망, ESS 등 에너지 전환 핵심 기술을 중심으로 글로벌 기업과 정책 기관이 참여하는 아시아 대표 에너지 산업 플랫폼이 될 전망이다. RX Japan은 '2026 스마트 에너지 위크 3월' 전시회를 오는 3월 17일부터 19일까지 일본 도쿄 빅사이트에서 개최한다고 밝혔다. 이번 행사에는 한국 기업 20여 곳을 포함한 글로벌 에너지 기업과 기관이 대거 참가해 수소·전력망·ESS·태양광·에너지 관리 시스템 등 다양한 에너지 전환 기술을 선보인다. 특히 전시와 함께 진행되는 글로벌 컨퍼런스를 통해 아시아 에너지 시장의 정책 방향과 산업 전략도 함께 논의될 예정이다. 이번 전시회에는 LS ELECTRIC, GS엔텍, 한솔케미칼 등 한국 기업 20여 곳이 참가해 에너지 전환 관련 핵심 솔루션을 소개한다. 참가 기업들은 수소 생산 및 활용 기술, 전력 인프라, ESS, 배터리 소재, 에너지 관리 시스템 등 다양한 분야에서 기술력을 선보이며 글로벌 바이어와의 협력 기회 확대에 나설 계획이다. 주요 참가 한국 기업은 △AXBIS △Hanseong Plant Engineering △Taesung △Hansol Chemical △PNT △DYPNF △Hydrochem △Hyundai Mobility △GASDNA △SNCHIPS △MiCo Power △I Solar Energy △리셋컴퍼니 △SB Electric △International Electric △Green Power Monitor △LS ELECTRIC △dotsenergy △SAMIL C&S △GS Entec △SPICO Corporation 등이다. 업계에서는 한국 기업들이 수소·전력 인프라·ESS 분야에서 경쟁력을 갖춘 만큼 글로벌 에너지 전환 시장에서 협력 기회가 확대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전시회 기간 동안 열리는 컨퍼런스에서는 일본 정부와 글로벌 기업들이 참여해 에너지 전환 전략과 기술 트렌드를 공유한다. 주요 참여 기관 및 기업으로는 일본 경제산업성(METI), Honda R&D, IHI, TEPCO Power Grid, MHI Vestas Japan, JERA 등이 포함된다. 컨퍼런스에서는 △일본 정부와 주요 기업들이 참여해 청정수소 인증제 확대와 수소 공급망 구축 전략을 공유 △TEPCO, BYD, GS Yuasa 등이 참여해 전력망 안정화와 ESS 기반 스마트 운영 사례를 발표△Honda R&D, MHI Vestas Japan 등이 탈탄소 기술 상용화 및 글로벌 시장 확대 전략을 소개한다. 특히 이번 행사에서는 일본의 GX(Green Transformation) 정책과 수소 공급망 구축 전략이 주요 논의 주제로 다뤄질 것으로 예상된다. 최근 아시아 에너지 시장에서는 수소 생태계 구축, ESS 안전성 강화, 재생에너지와 전력망 통합 운영이 핵심 정책 과제로 부상하고 있다. 한국에너지공단과 국제에너지기구(IEA) 등도 전력 수요 증가와 탈탄소 정책 확산에 따라 수소와 ESS 중심 투자가 확대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스마트 에너지 위크는 에너지 전환 관련 기술과 정책, 산업 전략을 한자리에서 확인할 수 있는 글로벌 플랫폼"이라며 “아시아 에너지 시장의 협력 확대와 기술 교류가 더욱 활발해질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한편 '2026 스마트 에너지 위크 3월' 참관 등록은 현재 진행 중이며, 사전 등록 시 무료 참관이 가능하다. 전지성 기자 jjs@ekn.kr

산업용만 올린 전기요금…한전 흑자가 드러낸 구조적 모순

한국전력공사가 13조원대 영업이익을 기록하며 흑자 전환에 성공했지만, 전기요금 정책의 구조적 문제는 오히려 더 선명해졌다는 지적이 나온다. 적자가 나면 요금 인상이 어렵고, 흑자가 나면 인상 명분이 사라지는 상황이 반복되면서 결국 산업용 전기요금에만 부담이 집중되는 왜곡된 구조가 고착화됐다는 것이다. 전력업계에서는 이번 한전 실적이 단순한 경영 회복을 넘어 한국 전기요금 체계의 근본적 한계를 드러낸 사례라고 평가한다. 그동안 전기요금 조정은 경제 논리보다 정치 환경의 영향을 크게 받아왔다. 물가 부담과 선거 일정 등의 이유로 가정용 전기요금 인상은 제한적으로 이뤄진 반면, 한전 재무 부담이 커질 때마다 산업용 요금이 사실상의 조정 수단으로 활용돼 왔다. 특히 최근 수년간 연료비 급등으로 한전 적자가 확대되자 산업용 전기요금은 여러 차례 인상됐지만, 주택용 요금은 상대적으로 완만하게 조정되며 용도별 요금 격차가 확대됐다. 한전 실적 개선 이후 산업계에서는 산업용 전기요금 부담 완화 기대감도 조심스럽게 제기되고 있다. 최근 반도체·자동차·조선 등 제조업 실적이 개선되는 가운데 석유화학·철강 등 일부 업종은 여전히 구조적 침체를 겪고 있어 전력비 부담 조정 필요성이 함께 거론되는 상황이다. 다만 정부 내부에서는 전면적인 요금 인하보다는 추가 인상 중단이나 일부 요금군 미세 조정 수준에 그칠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이 나온다. 전력 수요 증가와 대규모 송배전망 투자 부담을 고려할 때 산업용 요금을 정책적으로 낮추기보다는 요금 체계 개편을 통해 부담 구조를 재조정하는 방향이 현실적이라는 분석이다. 유승훈 서울과학기술대학교 교수는 27일 “지금과 같은 구조에서는 한전이 적자를 내도, 흑자를 내도 요금 정상화가 이뤄지기 어렵다"며 “정치 일정이나 경기 상황에 따라 부분적으로 산업용 요금만 조정하는 방식은 지속 가능하지 않다"고 말했다. 이어 “연료비와 계통 투자 비용을 자동으로 반영하는 요금 연동 체계를 강화하고, 가정·산업·상업용 간 교차보조 구조를 단계적으로 해소해야 전력시장 왜곡을 근본적으로 해결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제조업계에서는 전기요금이 시장가격이 아니라 정책 수단처럼 운영되면서 비용 부담이 산업계로 이동해 산업경쟁력 문제로 직결되고 있다고 분석하고 있다. 코스피 지수가 6000선을 넘어서는 등 반도체·자동차·조선·배터리 산업의 실적 개선 흐름이 이어지고 있지만, 전력 다소비 업종의 비용 부담은 여전히 높은 수준이다. 여기에 석유화학·철강 등 구조적 침체 산업까지 겹치면서 전기요금 부담 완화 요구가 커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산업용 요금만 반복적으로 조정되는 구조가 지속될 경우 투자 위축과 생산기지 해외 이전 압력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보고 있다. 이에 단순한 요금 인상이나 인하 논쟁을 넘어 전기요금 체계 자체를 재설계해야 할 시점이라고 입을 모은다. 현재 논의되는 방향은 △연료비 연동제 실질 정상화 △시간대별 요금 확대 △지역별 전기요금 도입 △대형 전력수요자 맞춤 요금제 △용도별 교차보조 단계적 축소 등이다. 즉 특정 용도 요금을 올리고 내리는 방식에서 벗어나 전력 생산비와 계통 비용을 반영하는 시장형 구조로 전환해야 한다는 것이다. 전기요금 논쟁과 함께 전력시장 구조 개편 논의도 동시에 속도를 내고 있다.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와 첨단 제조업 전력 수요가 급증하면서 기존 한전 중심 공급 구조만으로는 대응이 어렵다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기 때문이다. 정부와 업계에서는 송전망 투자를 국가 인프라 차원에서 확대하는 한편, 대규모 전력 수요자의 직접구매(PPA) 확대와 전력시장 유연성 강화 방안이 함께 검토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향후 전력정책의 핵심이 '요금 인상 여부'가 아니라 송전망 확충, 민간 전력거래 확대, 계통 투자 재원 마련 등 전력시장 구조 개편으로 이동할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결국 한전의 흑자 전환은 '요금을 올릴 수 있느냐'의 문제가 아니라 '전기요금 체계를 언제 개편할 것이냐'라는 질문을 던지고 있다는 평가다. 에너지 업계 한 관계자는 “지금의 전기요금 논쟁은 한전 경영 문제가 아니라 한국 산업 경쟁력과 전력시장 구조의 문제"라며 “이번 흑자 국면이 구조개편의 마지막 기회가 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전지성 기자 jjs@ekn.kr

“AI 시대 전력은 국가안보”…대통령실, 전력계통 안정 직접 챙긴다

대통령실 하정우 AI미래기획수석이 전력계통 운영의 핵심 기관인 전력거래소를 직접 방문하면서 정부의 에너지 정책 무게중심이 '탄소중립'에서 '전력·AI 인프라'로 이동하고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전력거래소는 27일 하정우 AI미래기획수석이 전남 나주 중앙전력관제센터를 찾아 봄철 전력수급 안정화 대책을 점검했다고 밝혔다. 이번 방문에는 대통령실 이유진 기후에너지환경비서관과 기후에너지환경부 이재식 전력망정책관도 함께 참석했다. 특히 대통령실 AI 정책을 총괄하는 수석이 전력계통 운영 현장을 직접 찾은 것은 이례적이라는 평가다. 업계에서는 이를 두고 전력망을 단순한 에너지 문제가 아닌 AI 시대 국가 핵심 인프라로 인식하기 시작한 신호로 해석하고 있다. 정부는 오는 28일부터 6월 14일까지 107일간 봄철 전력수급 안정화 대책을 시행한다. 봄철은 냉·난방 수요가 줄어 전력 수요는 낮아지는 반면 태양광 발전량은 증가하는 '저수요·고발전' 구조가 나타나는 시기로, 공급 과잉과 계통 불안정 가능성이 동시에 커지는 시기다. 실제 올해 설 연휴 기간에는 역대 최저 수준의 전력수요가 기록되는 등 계통 운영 난도가 크게 높아진 상황이다. 이날 하 수석은 “전력은 산업 활동을 넘어 국가 안보와 직결되는 핵심 기반 인프라"라며 “지능을 생산하는 시대로 전환되는 과정에서 안정적인 전력공급은 국가 경쟁력과 기술 주권을 좌우하는 요소가 되고 있다"고 강조했다. AI 정책 총괄 인사가 전력망 운영을 직접 점검한 것은 데이터센터·AI 산업 확산에 따른 전력 인프라 중요성이 정책 최상위 의제로 올라섰음을 보여준다는 분석이다. 전력거래소는 대책 기간 동안 발전량 조정과 수요자원 활용, 재생에너지 연계 설비 운영 최적화 등을 통해 전력수급 균형을 관리할 계획이다. 필요 시 출력제어 등 단계적 대응도 시행한다. 최근 재생에너지 비중 확대와 분산형 전원 증가로 계통 운영 복잡성이 급격히 높아지면서 전력망 안정성이 에너지 정책의 핵심 이슈로 부상하고 있다. 김홍근 전력거래소 이사장 직무대행은 “설 연휴 기록적 최소 수요 상황에서도 안정적으로 전력을 공급했다"며 “봄철 대책기간에도 정부와 긴밀히 협력해 계통 안정 운영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업계에서는 이번 현장 방문의 의미를 단순한 계절 수급 점검 이상으로 보고 있다. 그동안 전력정책이 요금·발전원 중심이었다면, 앞으로는 AI·데이터 산업 확대에 대응하는 전력망 운영 능력 자체가 국가 경쟁력으로 인식되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에너지 업계 관계자는 “대통령실 AI수석이 전력관제센터를 찾았다는 것은 앞으로 전력망 문제가 산업·안보·기술 정책과 직결되는 국가 핵심 의제가 될 가능성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전력거래소는 이번 방문을 계기로 AI·데이터 기반 계통 운영 역량을 더욱 고도화하고 에너지 전환 과정에서도 안정적인 전력망 운영 체계를 강화해 나갈 방침이다. 전지성 기자 jjs@ekn.kr

한국전력, 영업이익 13.5조 ‘턴어라운드’…에너지 위기 이후 최대 실적

한국전력공사가 에너지 가격 급등 위기 이후 본격적인 실적 회복 국면에 진입했다. 한국전력은 26일 발표한 2025년 결산(잠정) 실적에서 매출액 97조4345억원, 영업이익 13조5248억원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영업이익은 전년 대비 5조1601억원 증가하며 61.7% 급증했다. 당기순이익도 8조7372억원으로 전년 대비 141% 늘었다. 이는 연료가격 안정과 전기요금 조정 효과, 강도 높은 재정건전화 노력이 동시에 작용한 결과로 평가된다. 한전 실적 개선의 핵심 배경은 전기요금 정상화와 비용 구조 안정이다. 전력 판매량은 549.4TWh로 전년 대비 0.1% 감소했지만, 판매단가는 170.4원/kWh로 4.6% 상승하면서 전기판매수익이 4조원 이상 증가했다. 여기에 국제 에너지 가격 하락이 더해지며 연료비 3조1014억원 감소, 민간발전 구입전력비 6072억원 감소, SMP 12% 하락, LNG 가격 13% 하락 등 비용 부담도 크게 줄었다. 연료비와 전력구입비가 동시에 낮아지면서 한전의 수익성이 빠르게 회복됐다는 분석이다. 한전은 단순한 외부 환경 개선을 넘어 구조적인 비용 혁신도 병행했다. 2025년 재정건전화 계획 이행 규모만 약 3조6000억원에 달했다. 주요 성과는 다음과 같다. 고객참여 부하차단 제도 등으로 1.3조원 절감 AI 기반 자산관리(AMS) 고도화로 유지보수 효율 개선 투자 시기 조정 등 사업 구조조정 0.5조원 절감 비핵심 자산 매각 등으로 0.9조원 추가 수익 창출 업계에서는 이번 실적을 두고 “요금 인상만이 아니라 운영 효율 개선이 실제 성과로 나타난 첫 해"라는 평가가 나온다. 별도 재무제표 기준에서도 매출 95조5362억원, 영업이익 8조5400억원, 순이익 7조2416억원으로 실적 반등이 뚜렷했다. 영업이익은 전년 대비 169.7% 증가하며 사실상 정상 영업 체제로 복귀했다. 다만 재무 구조 부담은 여전히 남아 있다. 연결 기준 부채는 205조7000억원, 차입금은 약 130조원 수준으로 하루 이자 비용만 119억원에 달한다. 2021~2023년 연료비 급등기 동안 발생한 누적 적자 47조8000억원 중 약 36조원이 아직 해소되지 않은 상태다. 즉, 실적은 회복됐지만 완전한 재무 정상화까지는 시간이 필요하다는 평가다. 한전은 실적 개선을 기반으로 미래 투자 확대에도 속도를 낼 방침이다. 재생에너지 확대와 AI·데이터센터 전력 수요 증가 대응을 위해 매년 약 10조원 규모의 송배전망 투자를 추진하고 있으며, 추가 투자 재원만 20조원 이상이 필요할 것으로 전망된다. 또한 시간대별·지역별 요금제 개편 등 전력시장 구조 개편도 검토 중이다. 업계에서는 2025년 실적을 한전 경영의 '턴어라운드 원년'으로 평가한다. 연료가격 급등과 요금 동결이 겹치며 사상 최대 적자를 기록했던 2022년 이후, 전력요금 정상화·비용 혁신·시장 안정이 맞물리며 공기업 재무 구조가 회복 국면에 들어섰다는 의미다. 다만 향후 전력망 투자 확대와 산업용 전력 수요 변화, 요금 정치화 문제는 여전히 한전 실적의 핵심 변수로 남을 전망이다. 전지성 기자 jjs@ekn.kr

[EE칼럼] 유럽의 기술 중립성은 정책의 후퇴인가 진화인가?

“클린 디젤"은 유럽의 자동차 제조사로부터 만들어진 마케팅 브랜드와 같은 거였다. 디젤 엔진은 연료와 산소의 혼합공기를 고압축하여 자체 발화 폭발시키는 방식(기체는 압력이 높아지면 온도가 높아지므로)으로 엔진을 기동한다. 혼합공기를 점화플러그로 발화 폭발시키는 휘발유 엔진과 비교할 때 엔진 구조가 무거워 폭발음이 크고 둔탁하다. 기동 토크가 커서 화물차나 탱크 등 고하중 수송 차량에 적합하나 배기가스에서 미세먼지와 질소산화물(NOX)이 배출되어 대기 환경 면에서 단점이 커서 도시용 승용차로는 적합하지 않았다. 유럽 정부의 기후변화대응 정책은 대기오염 물질 보다는 이산화탄소가 더 중요하게 다루어졌었고 이에 유럽 자동차 제조사들은 디젤 엔진이 연료 효율이 높아(휘발유 엔진 대비 20∽30% 유리)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적다는 것을 근거로 친환경 엔진임을 주장했다. 디젤 엔진은 독일인에 의해 개발된 것이고 기술 경쟁력도 높았기 때문에 유럽 국가들은 디젤 자동차에 대한 세제 혜택을 마련하며 보급 지원을 했었다. 독일과 프랑스 자동차 회사들이 디젤 엔진의 대기오염 물질 방출과 엔진 소음을 최소화하는 기술을 보유하고 있었다. 그러나, 엔진 자체의 구조적 특성으로 인해 이 처리 기술들은 한계가 있어서 여전히 시끄럽고 승차감이 좋지는 않았다. 클린 디젤이라는 언어의 마술과 정부의 세제 혜택으로 인한 경제성은 소비자의 선택을 높이는데 기여를 했다. 그 결과로 2010년대 초반까지 유럽의 디젤 자동차 보급율은 60%에 가까웠다. 그러나, 2015년 디젤 게이트 사건으로 독일 제조사는 법적 제재와 사회적 비난을 받으며 시장에서 퇴출되기 시작하였다. 디젤 게이트 이후 유럽 정부는 이산화탄소 감축을 위해 이번에는 연소 엔진 퇴출과 전기차 보급 사업으로 급전환을 하였다. 그러나, 유럽 내의 자동차 제조사들은 전기차 기술을 개발하는데 속도가 늦어졌고 한국과 중국산 전기차에 시장을 잠식당하기 시작하였다. 독일 대표적 자동차 제조사인 폭스바겐의 공장들이 문을 닫으면서 산업 경쟁력 상실이 국가 경제 위기로 악화되는 심각한 상황이 전개되었다. 최근 유럽 정부는 그동안은 어떤 특정한 기술을 선택해서 보급 촉진 사업을 하였으나 이제는 어떤 기술이라도 탄소 감축 성능을 확보한다면 인정하겠다는 방향으로 변경하고 있다. 유럽 정부는 이를 기술 중립성이라고 하고 시장에 의해 선택되도록 하는 유연한 접근법이라고 주장한다. 이러한 기술 중립성은 건물 부문에서도 적용되어 가스보일러 퇴출과 히트펌프의 보급 촉진 정책으로 진행하다가 다양한 기술을 허용하는 방향으로 바뀌고 있다. 유럽 정부의 기술중립성은 원칙적으로 당연한 것이었는데 어째서 애초부터 그런 유연성을 취하지 못했을까 하는 의문이 든다. 디젤 엔진, 전기차. 히트펌프의 기술적 한계는 엔지니어들이 제기를 했었던 것이고 시장의 상황도 만만치 않았음은 예측되었을 것이다. 결과적으로 보면 2000년대 초 유럽 정부는 정책적 성과에 조급했었고 정책이 시장을 지배할 수 있을 것이라는 자신감이 넘쳤던 것 같다. 무엇보다도 기존의 산업적 유리함을 활용하려고 할 뿐 혁신없는 안일함이 있었다. 자만감과 안일함은 대중의 신뢰를 잃어버리게 하였고 정치적 반대파들은 그 부문을 집요하게 공격하고 있다. 독일 극우 정당은 신규 풍력 발전의 허가 반대뿐만 아니라 현재 운영 중인 풍력발전기까지도 전면 철거를 2025년 총선에서 공약으로 내세웠고 미국의 트럼프 정부는 “기후변화는 사기다."라며 미 행정부 내의 기후 변화 관련 연구 및 사업 예산을 없애버렸다. 이제야 기술 중립성을 정책 카드로 내세운 유럽 정부의 결정이 유연한 접근이라고 긍정적으로 볼 수 있으나 일련의 과정을 보면 정책 실패에 대한 인정이라고 보는 편이 더 솔직한 표현일 것이다. 정책 실패에 대한 책임은 앞으로도 계속 지게 될 것이고 새로운 방향은 새로운 정치 세력에 의해 설계되고 이끌어 가게 될 것으로 보인다. 그동안 한국이 유럽 국가들의 정책을 참고하면서 열심히 따라왔었는데 선도자가 수렁에 빠진 것을 보게 되었다. 이제 스스로 좌표를 잡고 가는 방향을 잡아야 할 때가 온 것이라면 수렁을 회피하고 갈 수 있을 것이다. 언어의 마술사가 아닌 혁신을 위한 도전을 기꺼이 감수하는 자만이 시장을 지배할 수 있다는 교훈이 유럽이 우리에게 남겨준 유산이지 않을까 한다. bienns@ekn.kr

중부발전, 장주기 BESS 중앙계약시장 본격 진출

한국중부발전(사장 이영조)이 최근 전력거래소가 주관한 '2025년 제2차 ESS(에너지저장장치) 중앙계약시장 경쟁입찰'에서 96MW(배터리 용량 576MWh) 규모의 BESS 사업 우선협상대상자로 최종 선정됐다. 이번 입찰은 총 540MW(육지 500MW, 제주 40MW) 규모로 진행된 국내 최대 ESS 공모사업이다. 한국중부발전은 ㈜탑선과 컨소시엄을 구성하여 전라남도 해남군 화원변전소 일대에 ESS 시설을 구축하는 프로젝트를 제안해 최종 낙점 받았다. 본 사업의 총사업비는 약 1,500억원 규모이며, 설계·조달·시공(EPC)은 ㈜탑선이 담당한다. 선정된 사업자는 향후 15년간 장기 계약을 통해 안정적인 수익을 보장받으며 사업을 운영하게 된다. BESS(Battery Energy Storage System)는 전력 생산량이 많은 시간대의 잉여 전력을 저장했다가, 수요가 높은 시간에 공급하는 설비다. 특히 최근 전남 지역은 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이 높아짐에 따라 출력제한 빈도가 잦아지고 있는데, 이번 ESS 신규 설치가 계통 불안정 문제를 해소하고 송전망 안정화에 크게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중부발전은 이번 수주를 통해 확보한 BESS 건설 및 운영 경험을 바탕으로, 향후 관련 공모사업에 지속적으로 참여할 계획이다. 또한 대규모 해상풍력, 가상발전소(VPP) 및 재생에너지 전기공급사업 확대를 통해 글로벌 종합 에너지 기업으로서의 입지를 더욱 공고히 할 방침이다. 이영조 중부발전 사장은 “BESS 사업은 계통 안정화에 필수적인 요소로, 국가적인 재생에너지 확대 정책에도 큰 도움이 될 것"이라며, “앞으로도 정부의 에너지 전환 정책에 적극 부응하여 온실가스 감축과 청정에너지 시대를 선도하는 역할을 수행하겠다"고 밝혔다. 전지성 기자 jjs@ekn.kr

한전원자력연료,

한전원자력연료(사장 정창진)는 미국 커뮤니케이션 연맹(LACP, League of American Communications Professionals)이 주관하는 '2024-2025 비전 어워즈' 지속가능경영보고서 평가에서 금상을 수상했다고 24일 밝혔다. 한전원자력연료는 에너지-장비 및 서비스(Energy-Equipment & Services) 부문에서 글로벌 최고 수준의 정보 공개 투명성과 체계적인 콘텐츠 구성을 인정받아 금상을 수상하였으며, 동시에 '글로벌 Top 100'에 선정되는 영예를 안았다. 비전 어워즈는 2001년에 설립된 미국 소재 글로벌 커뮤니케이션 능력 평가 기관인 LACP가 전 세계 글로벌 기업과 단체가 발간한 지속가능경영보고서를 평가해 시상하며, 이번 대회에는 1000여 개의 글로벌 기업과 단체가 참여했다. 정창진 사장은 "이번 수상은 원자력 생태계 전주기에 걸친 당사의 ESG 경영 실천 노력이 국제적으로 인정받은 결과"라며, "앞으로도 국민과 지역사회, 협력사를 비롯한 다양한 이해관계자와의 신뢰를 바탕으로 지속 가능한 미래를 열어가겠다"라고 밝혔다. 전지성 기자 jjs@ekn.kr

[EE칼럼] 용인 반도체 산단 이전 토론회의 발전을 위한 제언

여러 단체가 최근 용인 반도체 산업단지 이전을 주장하고 있지만, 그중에서도 기후생태연대는 '서남권 RE100 산단과 기업 유치'라는 주제로 꾸준히 토론회를 진행하고 있다. 필자는 산업단지 이전 논의에 관심을 갖고 지난해 9월 첫 토론회를 직접 참관한 데 이어, 지난 11일 열린 3차 토론회는 유튜브로 시청했다. 이번 3차 토론회는 1차 때보다 발표자의 전문성이나 토론 내용의 객관성이 돋보였다. 이는 토론 문화의 바람직한 진화이며 필자 또한 배울 점이 많았다. 앞으로 이 토론회가 더욱 생산적인 논의의 장이 되길 바라는 마음으로 몇 가지 의문점을 공유하고자 한다. 토론회의 전체적인 기조는 다음과 같다. 우선 서남권의 풍부한 재생에너지를 수도권으로 송전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렵다. 따라서 초고압직류송전(HVDC) 망이 필수적인 용인 반도체 산단 조성 사업이 착공 단계에 이르렀음에도 이를 중단하고 호남으로 이전해야 한다. 이를 통해 국토 균형 발전과 탄소중립 달성을 동시에 앞당길 수 있다. 필자는 이미 진행 중인 국책 사업을 이전하자고 주장하는 것이 큰 무리수라고 생각하지만, 향후에 진행될 신규 사업을 염두에 둔 주장이라면 이렇게 제언할 수 있고 또 경청할 가치가 있다고 생각이 든다. 이번 3차 토론회에서 한겨레신문 곽정수 기자의 발표는 매우 중립적이고 실사구시적인 주장이어서 자칫 한쪽으로 쏠릴 수 있는 토론회의 중심을 잡아주었다. 그는 사회적으로 찬반 양론이 첨예하게 대립되어 있는 '산단 이전 논쟁'에 대해 쟁점별로 문제점을 지적했다. 용인 산단 유치를 '고수'하는 자들에겐 송전망 반대 여론을 고려했을 때 전력 공급이 가능한지 물었다. '이전'을 주장하는 자들에겐 용수, 부지, 정주 여건 등 산단의 적합성과 재생에너지 이용에 따른 ESS 등 막대한 투자 부담을 지적했다. 그리고 '정치권'에 대해서도 정치 논리를 앞세운 소모적 공방은 국익에 도움도 안 되고 오히려 유치에 불리할 수도 있다면서 후보지가 갖춰야 할 유치 조건 확보에 집중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정부'에 대해서도 일관성없는 발언으로 혼란을 부추기고 있다면서 기업들이 후보지에 대한 정확한 판단을 내릴 수 있도록 관련된 정보를 제공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했다. 한편 이날 토론회의 주요 포인트는 질의응답에서 나왔다. 토론회 말미에 발언권을 얻은 한 청중이 “데이터센터나 반도체 공장은 365일, 24시간 가동해야 하는데 장마나 태풍으로 7일 이상 재생에너지 공급이 안 될 경우 대응방안은 무엇이냐?"고 질문했다. 이에 대해 전력계통 전문가인 동신대 이순형 교수는 “ESS 등으로 대응하는 것은 한계가 있으므로 원전이나 중부지역에서 갖다 쓴다"고 답변했다. 이 교수는 본인 발표 시에는 전력 측면에서 모든 것이 준비되었다고 발언했기에 이 부분이 의아했다. 필자가 듣기에 타 지역으로부터 전기를 받아쓴다는 이 교수의 답변은 산단 이전론 측의 핵심 주장인 'HVDC가 불가능하므로 산단을 이전해야 한다' 라는 논리를 정면으로 부정하는 발언으로 들렸다. 삼프로TV에서 운영하는 언더스탠딩 유튜브 채널의 올해 1월 14일자 '전기 남는 호남? 삼성·SK 못 가는 이유' 방송에서 김상훈 기자는 “반도체 산단이 호남으로 내려가도 동해안에서 끌어오는 송전망이 필요하다. 물리적 거리도 비슷하다"라고 한 발언이 상기되었다. 즉, 용인 반도체 산단 정도의 전기 수요는 어디를 가나 추가적인 송전망을 필요로 한다는 점이다. 마지막으로 본질적인 의문이 사라지지 않는다. 1차, 3차 토론회 어디에도 토론회의 전제인 'RE100 산단'이 무엇을 의미하는 지에 대한 명확한 정의가 없다. 마찬가지로 이 토론회의 공동주최자이기도 한 김원이 의원이 대표 발의한 '재생에너지자립도시 조성 및 지원에 관한 특별법안'에서도 RE100 산단에 대한 구체적인 정의는 등장하지 않는다. 다만, 제2조 용어 정의에서 ““재생에너지자립도시"란 재생에너지의 생산과 소비가 연계·순환될 수 있도록 전력의 생산·공급기능과 이를 활용하는 산업·정주 기능을 집적하기 위하여 지정·고시된 구역“으로 명시되어 있는데, 이는 엄밀한 정의와는 다소 거리가 멀다. 또한 이렇게 지정된 구역에는 독점적 허가를 받은 사업자만이 전력거래소를 거치지 않고 재생에너지 공급이 가능하다고 법안은 적고 있다. 현 시점 (2월) 기준 SMP가 110원대, REC 가격이 70원대(1kWh 기준)인 상황에서 재생에너지 PPA 가격 역시 SMP + REC 가격을 추종하는 흐름이다. 결국 RE100 산단의 전력 단가는 현재에도 산업용 을 가격 대비 메리트가 적고, 이후 서남권 해상풍력 전기가 공급되는 것을 가정하면 해상풍력의 높은 LCOE 때문에 오히려 한전이 공급하는 전기요금보다 큰 폭으로 높아질 가능성이 있다. 이러한 전기요금으로 어떻게 유치 기업의 경쟁력을 보장할 것인지 가늠이 어렵다. 이외에도 크고 작은 논의점이 많았지만 전반적으로 이번 3차 토론회는 유익한 내용이 많아 다음 토론회를 기대하게 했다. 추후 논의에서는 '송전망 증설 필요성,' 'RE100 산단의 구체적인 정의,' '전력 단가' 등과 관련된 의문점이 보다 해소되고, 더 계량화된 데이터와 더 구체적인 대안과 일정을 가지고 토론하는 자리가 되면 좋겠다. bienns@ekn.kr

케이엔알시스템, 아마존로보틱스와 기술협업 착수… 글로벌 물류로봇 시장 진입

케이엔알시스템이 세계 최대 전자상거래 기업 아마존의 로봇 자회사와 기술 협업 체계를 구축하며 글로벌 물류로봇 시장 진입에 나섰다. 케이엔알시스템(대표 김명한)은 23일 아마존의 물류자동화 솔루션 기업인 아마존로보틱스(Amazon Robotics)와 '로봇용 액추에이터 성능 검증 시스템 개발 프로젝트'를 위한 기술 협업을 개시했다고 밝혔다. 이번 협력을 통해 케이엔알시스템은 아마존로보틱스의 정식 판매기업(Vendor) 등록을 완료했으며, 로봇 핵심 구동부품인 액추에이터의 성능 검증 시스템 공동 개발을 위한 기술 협업 체계를 구축했다. 아마존로보틱스는 미국 매사추세츠주에 본사를 둔 물류 자동화 전문기업으로, 전 세계 아마존 물류센터에 100만 대 이상의 로봇을 운영하고 있다. 현재 아마존 배송 공정의 약 75%에 로봇 기술이 적용될 정도로 글로벌 물류 자동화 분야의 핵심 기업으로 평가된다. 단순 이동 로봇을 넘어 인공지능(AI)과 물리적 로봇 시스템을 결합한 '피지컬 AI' 기술을 기반으로 초고속 배송 체계를 구현하며 물류 혁신을 주도하고 있다. 케이엔알시스템은 이번 협업을 통해 글로벌 물류 자동화 생태계에 직접 참여하게 됐다. 양사는 최근 시스템 통합(System Integration, SI) 작업을 완료했다. 이는 케이엔알시스템의 정밀 시험장비와 아마존로보틱스 제어 시스템을 연동하는 과정이다. 구체적으로는 액추에이터 생산 최종 단계에서 수행되는 성능검사(End-of-Line, EOL) 데이터를 실시간으로 아마존로보틱스 시스템에 전송하고 이를 생산 최적화에 활용하는 기술 기반을 구축했다. 양사는 오는 6월까지 기존 수동 교정 공정을 자동화하는 시스템을 구축할 계획이다. 이후 검증된 기술을 기반으로 '로봇용 액추에이터 전용 검사장비 표준모델'을 확정해 2026년 말까지 아마존로보틱스 생산 거점에 공급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케이엔알시스템은 이번 협력을 단순 장비 공급을 넘어 전략적 기술 제휴로 확대한다는 구상이다. 회사는 전동 모터와 유압 액추에이터를 결합한 '로봇용 하이브리드 액추에이터'를 아마존로보틱스의 자율이동로봇(AMR) 플랫폼에 적용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김명한 대표는 “단계별 프로젝트가 성공적으로 진행되면 아마존로보틱스의 글로벌 로봇 레퍼런스를 확보하게 된다"며 “AI와 피지컬AI가 결합된 차세대 물류로봇 시장에서 핵심 역할을 수행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고출력 하드웨어 기술과 아마존의 군집주행 소프트웨어를 결합해 기존 한계를 뛰어넘는 초고중량 물류로봇 개발에도 적극 나설 계획"이라고 밝혔다. 케이엔알시스템은 산업용 특수 로봇 분야에서 기술력을 축적해온 기업이다. 심해 작업 로봇과 제철소 용광로 관리 로봇이 실제 산업 현장에 적용되고 있으며, 소형 서보밸브 국산화와 고성능 다목적 유압 로봇팔 개발에도 성공했다. 최근에는 원전 중수로 방사화 구조물 절단 플랫폼 제작 계약을 체결하며 원전 해체 시장에 진출했다. 회사는 올해 말 최대 가반하중 600kg급 이족보행 대형 로봇 '슈퍼휴머노이드'를 공개할 계획이다. 개발이 완료될 경우 세계 최초이자 최대 규모의 '일하는' 이족보행 로봇이 탄생할 것으로 기대된다. 업계에서는 이번 아마존로보틱스와의 협력이 산업용 특수 로봇 중심이었던 케이엔알시스템의 사업 영역을 글로벌 물류 자동화 시장으로 확장하는 전환점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전지성 기자 jjs@ekn.kr

[김성우 시평] 정책과 시장의 조화가 기회다

김성우 김앤장 법률사무소 환경에너지연구소장/기후대응기금 운용심의위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 12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더 이상 온실가스를 규제하지 않겠다고 발표했다. 미국의 온실가스 규제 기반이 된 '위해성 판단(endangerment finding)'을 폐기한 것이다. 위해성 판단이란 버락 오바마 행정부가 2009년 이산화탄소, 메탄, 아산화질소, 수소불화탄소, 과불화화합물, 육불화황 등의 온실가스가 공중보건 및 복지에 위협이 된다는 결론이다. 미 행정부는 그 동안 이를 통해 자동차나 발전소 그리고 공장의 온실가스 배출 제한 등 다양한 기후대응 정책을 추진해왔는데, 그 근거가 사라진 것이다. 이렇게 영향이 큰 정책 변화의 배경에는 온실가스를 적게 배출하지만 비싼 청정에너지 대신 풍부한 화석연료가 미국 산업 경쟁력 강화에 필요하다는 트럼프의 인식과 화석연료 관련 산업계 후원자들의 요구가 자리하고 있다는 주장이 많다. 사실 위해성 판단의 폐기는 이미 작년 여름에 예고된 바 있다. 2025년 7월, 미국 환경보호청(EPA, U.S. Environmental Protection Agency)은 온실가스 규제의 전제 조건인 위해성 판단을 폐기하고 신차 제조사의 온실가스 감축 의무를 없애겠다는 계획을 발표했기 때문에 시장에서는 이미 예견된 정책 변화였던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미국내 시장의 흐름은 위해성 판단 폐기와는 다른 방향으로 흘러가고 있다. 올해 1월 미국 에너지정보청(EIA, U.S. Energy Information Administration)이 발표한 공식 전망에 따르면, 2025년 대비 2027년까지 석탄발전량은 약 10% 감소하는 반면 태양광발전량은 46% 증가할 것으로 내다봤다. 온실가스 배출 제한이 사라져 화석연료의 사용을 늘리는 정책 방향과 반대의 전망이다. 이는 저렴한 가격과 빠른 설치가 절실한 현재 미국 전력 시장의 니즈가 정책 변경보다 더 크게 영향을 미치기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지난 11월 글로벌 에너지 컨설팅 기업인 우드맥킨지(Wood Mackenzie)의 발표에 따르면, 북미의 균등화 발전비용(LCOE, Levelized Cost of Energy)의 경우, 태양광발전이 MWh당 약 50달러인 반면 석탄발전은 200달러에 육박하므로, 정책의 변동 시그널 보다 시장의 재무 시그널이 강하게 작용한다는 해석이다. 미국의 저탄소 전문 벤처캐피털인 안젤레노 그룹(Angeleno Group)의 대니얼 와이스(Daniel Weiss) 매니징 파트너는 “청정기술의 도입은 정치나 정책보다는 시장과 경제 논리에 의해 움직이는 경향이 점점 더 강해지고 있다"고 강조하며, “자본 시장이 혼란스럽고 격동적인 시기를 겪고 있지만, 그 안에는 매우 흥미로운 기회가 존재한다"고 덧붙였다. 청정기술 시장이 점차 정책 보다 경제 논리에 의해 움직이는 경향이 강해진다는 것은 기업에게 기회가 커진다는 의미다. 이 시점에 먄약 우리가 미국과 달리 정책과 시장의 방향을 일치시킨다면 그 기회를 선점할 확률이 높아진다. 예컨대, 올해 1월 발표된 재정경제부의 '2025년 세제개편 후속 시행령 개정안'이 좋은 출발점이다. 정부는 경제 대도약 지원을 위한 과제로 미래 전략 산업에 대한 지원 강화를 전면에 내세우면서, 그 핵심 수단인 R&D 세액공제를 받을 수 있는 국가전략기술과 신성장·원천기술의 범위를 대폭 확대했다. 즉, 국가전략기술 차원에서 에너지 효율 향상 반도체와 환경친화적 첨단 선박의 운송·추진 기술, 그리고 청정수소 생산 기술과 같은 미래 핵심 분야의 세부 기술들을 신설하거나 범위를 넓혔다. 이와 더불어 철강 및 석유화학 등 주력 산업의 전환을 위해 신성장·원천기술 내 탄소중립 분야의 세부 기술 또한 폭넓게 신설하고 확대하였다. 유례없는 의무감축을 직면한 기업입장에서 대규모 기술 투자에 대한 의사결정을 앞두고 세제혜택의 활용가능성을 검토하거나 기존 투자에 대한 경정청구 가능성을 살펴봄으로써, 기술확보와 비용절감의 동시 추구가 가능해진 것이다. 물론, 일반 세액공제 대비 월등히 높은 공제율을 적용하는 만큼, 기술적 명확성(기술정의 부합여부 및 성과 입증)과 객관적 소명(경과관리 체계화)을 전제로 한다. 하지만, 관련 기술에 대한 지원 확대 추세하에서, 기술 탐색 및 투자 계획 단계부터 기술 요건과 세제 혜택을 종합적으로 점검하는 정교한 전략이 수반된다면, 기술 투자 비용을 최소화하면서도 시장 기회를 선점할 가능성을 높일 수 있다. 이처럼 핵심기술 육성 정책과 청정기술 투자비 절감이라는 시장 니즈가 같은 방향으로 지속 흘러간다면, 특정 국가의 정책 변화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확대되는 글로벌 청정기술 시장을 선점할 수 있다. bienns@ek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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