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난방공사, 2025년 재난대응 안전한국훈련 실시

한국지역난방공사(사장 정용기)가 한난 광교지사에서 행정안전부가 주관하는 2025년 하반기 재난대응 안전한국훈련(이하 '안전한국훈련')의 기관 대표훈련을 실시했다. '안전한국훈련'은 중앙부처와 지방자치단체, 공공기관 및 일반 국민 등이 직접 참여해 재난대응 역량을 점검하는 범국가적 안전 훈련으로, 이날 훈련에는 한난을 비롯해 수원시, 수원소방서, 수원영통경찰서, 영통구보건소, 군부대(제51사단), 한전KPS, 삼천리도시가스 등 총 22개 유관기관과 인근 주민이 함께 참여했다. 이번 합동훈련은 광교지사 열병합발전소 내 드론 충돌 사고를 기점으로 열원시설 화재, 유해화학물질 누출, 전기차 화재, 열수송관 고온수 누출 등 신종 사회재난을 포함한 여러 위기상황이 복합적이고 연쇄적으로 발생하는 상황을 설정하였다. 이를 위해 그동안 축적된 훈련 경험과 위기상황 대응 매뉴얼을 바탕으로 참여 기관들이 상황에 따라 단계별로 합동 대응하는 방식으로 전개되었다. 정용기 한난 사장은 “이번 합동훈련은 유관기관과의 긴밀한 협업체계를 강화하고, 국민의 안전을 최우선 가치로 삼아 지역사회 피해를 최소화하는 재난대응 역량 강화에 중점을 두었다"며, “훈련 결과를 면밀히 분석해 개선점을 지속 반영함으로써 국민이 신뢰하는 '안전경영'을 실천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전지성 기자 jjs@ekn.kr

[학생기고] 작지만 거대한 혁명, SMR이 바꿀 에너지 미래

지금 인류는 기후위기와 에너지 전환이라는 거대한 도전 앞에 서 있다. 전 세계가 탄소중립(Net Zero)을 향해 달려가고 있지만, 그 여정은 결코 순탄하지 않다. 전력 수요는 계속 늘어나고, 재생에너지는 간헐성의 한계를 안고 있으며, 여전히 높은 화석연료 의존도는 에너지 안보의 불안정을 초래하고 있다. 이제 우리는 단순한 대체재가 아닌, 지속 가능한 미래를 실현할 수 있는 새로운 에너지 전략을 모색해야 한다. 그 해답으로 주목받는 기술이 바로 소형모듈원자로(Small Modular Reactor, SMR)다. SMR은 이름 그대로 작지만 강력하다. 기존 대형 원전보다 규모는 작지만, 모듈화된 설계와 제작으로 건설 기간을 단축하고 비용을 절감할 수 있다. 동시에 피동적 안전계통(passive safety system) 을 적용해 안전성을 획기적으로 높였다. 외부 전력 공급이 끊겨도 자연 순환만으로 며칠 이상 냉각이 가능해, 후쿠시마 사고 이후 제기된 불안감을 크게 줄여준다. 전기생산뿐 아니라 산업용 열, 수소 생산, 해수 담수화 등에도 활용이 가능해, SMR은 단순한 발전설비를 넘어 '미래형 에너지 플랫폼' 으로 자리 잡고 있다. 세계 각국도 SMR 개발에 속도를 내고 있다. 미국에서는 NuScale, GE Hitachi, X-Energy 등이 상용화를 추진 중이며, 영국은 롤스로이스와 함께 6기의 SMR 건설을 계획하고 있다. 캐나다, 프랑스, 중국, 러시아 등에서도 80여 종 이상의 SMR이 개발되고 있으며, 동유럽 국가들은 노후 석탄발전소를 대체할 현실적 대안으로 SMR을 선택했다. 한국 역시 i-SMR을 개발해 2028년 상용화를 목표로 하고 있으며, 두산에너빌리티, 한수원, 삼성물산, GS에너지 등 국내 대기업들이 참여해 산업 생태계를 확장하고 있다. 시장 전망도 밝다. 2024년 약 90조 원 규모였던 글로벌 SMR 시장은 2035년에는 300조원 이상으로 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단순한 원자로 건설 산업을 넘어 기계·소재·전자·건설 등 연관 산업 전반에 새로운 일자리와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거대한 에너지 혁신 산업으로 이어질 것이다. 물론 재생에너지는 빠르게 확대되고 있다. 그러나 날씨와 계절에 따라 변동하는 태양광과 풍력만으로는 안정적인 전력망을 유지하기 어렵다. 이때 SMR은 안정적인 기저전원으로서 전력망의 균형을 잡아주는 역할을 수행한다. 국제에너지기구(IEA) 역시 탄소중립 달성을 위해 SMR과 같은 혁신 원자력 기술의 도입을 필수 전략으로 제시하고 있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안전과 신뢰다. SMR은 소형화와 피동 안전계통을 통해 사고 가능성을 최소화했고, 원격지나 산업단지 등 다양한 입지에서도 운영이 가능하다. 일부 모델은 인공지능(AI)을 활용한 원격 감시 및 제어 시스템을 검토하고 있어, 효율성과 안전성을 동시에 강화하고 있다. 이는 단순한 기술 발전을 넘어, 원자력에 대한 대중의 신뢰를 회복하고 사회적 수용성을 높이는 전환점이 될 것이다. 또한 SMR은 청년 세대에게 새로운 기회의 무대이기도 하다. 설계와 운영뿐 아니라 AI 제어, 사이버 보안, 데이터 분석, 국제 협력 등 다양한 분야에서 전문 인력이 필요하다. 즉, SMR은 단순한 발전소가 아니라 청년이 미래 에너지 산업을 주도할 수 있는 성장 플랫폼으로 진화하고 있다. 결국 SMR은 기술의 진보를 넘어 세대와 산업, 사회가 함께 만들어가는 변화의 상징이다. 기후위기와 에너지 불확실성의 시대에 SMR은 가장 현실적이면서도 전략적인 해법이다. 이제 우리는 단순히 전기를 생산하는 기술을 넘어, 에너지·산업·인재가 유기적으로 연결된 새로운 패러다임을 마주하고 있다. SMR은 작지만 거대한 혁명이다. 그 혁명은 우리가 기후위기를 넘어 지속 가능한 미래로 나아갈 수 있는 길을 열어주고 있다. 전지성 기자 jjs@ekn.kr

[2025 국감] 안호영 “출자회사 빚더미인데… 한전은 ‘배당잔치’”

한국전력공사(한전)가 출자회사들의 부채가 급증하는 상황에서도 이들로부터 거둬들이는 배당금 규모를 세 배 가까이 늘린 것으로 드러났다. 자회사들을 사실상 '현금 창구'로 활용해 모기업의 재무 부담을 돌려막기식으로 보전하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한전은 2023년 약 14조 원 적자 이후 대규모 흑자로 전환했지만, '흑자 전환의 이면에 숨은 내부 자금 순환 구조'가 있다는 것이다. 단기 회계 성과보다는 출자회사와의 동반 건전성 관리 체계 구축, 그리고 한전 스스로의 수익구조 다변화와 에너지전환 투자 강화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28일 국회 기후에너지환경노동위원회 안호영 위원장(더불어민주당, 전북 완주·진안·무주)이 한전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한전의 국내 출자회사 10곳의 총 부채는 2021년 3828억 원에서 2024년 1조 859억 원으로 2.5배 급증했다. 같은 기간 한전이 이들로부터 받은 배당금은 34억 원에서 104억 원으로 세 배 이상 늘었다. 이는 한전이 본사 재정악화를 자회사 배당으로 메운 것 아니냐는 의혹으로 이어진다. 특히 2023년 대규모 적자에 직면한 한전은 2016년 이후 처음으로 '중간배당'을 요구했고, 이에 켑코솔라(52억 원)와 켑코이에스(47억 원)가 각각 한전에 거액의 배당금을 지급했다. 문제는 배당금 규모가 자회사 순이익 대비 과도하게 높다는 점이다. 켑코솔라의 배당성향은 92.39%, 켑코이에스는 117.57%로, 순이익보다 더 많은 배당을 실시한 셈이다. 두 회사 모두 배당성향이 2021년 55% 수준에서 올해 65~70%로 꾸준히 상승했다. 한전 출자회사 중 '카페스'는 대표적 사례다. 카페스는 '동해안–수도권 HVDC 공사'를 수행하며 2천억 원에 달하는 부채를 떠안았는데, 공사가 하남 동서울변전소 증설 불허로 지연되면서 수익 회수가 늦어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한전은 이 회사로부터 2022년 11억 원에서 2024년 19억 원(1.7배 증가)의 배당금을 받았다. 한전은 “상법상 배당한도를 초과한 적이 없으며, 전년도 당기순이익 한도 내에서만 배당을 산정한다"고 해명했다. 또한 카페스의 부채는 “공사 진행에 따른 매출 전환이 예정된 착한 부채 성격"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국회와 전문가들은 이러한 논리가 '재무 착시'를 야기할 수 있다고 지적한다. 안호영 의원은 “아랫돌 빼 윗돌 괴는 식의 내부 자금 순환은 한전과 자회사 모두의 재정건전성을 훼손한다"며 “자회사 현금에 기대기보다 자체 재정구조 개선과 미래 산업 투자 중심의 체질 전환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에너지 재무전문가들은 한전의 출자회사 배당정책이 '부채상환보다 현금흐름 중심의 단기 성과'에 치중하고 있다고 분석한다. 특히 출자회사 다수가 HVDC, ESS, 재생연계사업 등 장기 프로젝트 중심임을 고려하면, 배당 압박은 중장기적으로 기술개발 및 사업안정성에 부정적 영향을 줄 가능성이 높다는 지적이다. 안 의원은 “출자회사의 재무악화는 결국 한전의 책임으로 되돌아온다"며 “지금은 배당보다 부채비율 완화, 재생·전력망 투자 재조정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전지성 기자 jjs@ekn.kr

원전·가스터빈 잘 나가는 ‘두산에너빌’, 국내 12차 전기본에 긴장

국내 원전 산업과 두산에너빌리티의 '대반전 스토리'가 다가오는 제12차 전력수급기본계획(전기본)의 방향에 따라 다시 중대 기로를 맞고 있다. 정부가 신한울 3·4호기 이후 추가 신규 원전 건설을 명시하지 않을 경우, 원전 생태계 전반의 불확실성이 확대되고 해외 사업에도 부정적 신호를 줄 수 있다는 우려가 업계 안팎에서 제기된다. 두산에너빌리티는 불과 5년 전까지만 해도 '위기 기업'의 대명사였다. 2019년 당시 시가총액이 3000억 원대까지 추락했고, 채권단으로부터 3조 원의 긴급 자금 지원을 받으며 순환휴직과 구조조정이 이어졌다. 그러나 2025년 현재, 두산은 시가총액 50조 원을 넘어서며 명실상부한 에너지 대장주로 부활했다. 체코 두코바니 원전 수주, 미국 가스터빈 공급, SMR(소형모듈원자로) 글로벌 공급망 진입 등 연이은 성과가 기업 가치를 끌어올렸다. 업계 관계자는 “두산은 '탈원전 쇼크'의 상징에서 '에너지전환 핵심축'으로 돌아왔다"고 평가했다. 문재인 정부 시절 국내 탈원전 기조가 강화되면서 체코·폴란드 등 해외 원전 수주전에서 '한국의 정책 일관성'에 대한 의구심이 제기된 바 있다. 이번 12차 전기본에서도 신규 원전 계획이 빠질 경우, 업계는 같은 우려가 재연될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최근 국정감사에서 김성환 기후에너지환경부 장관은 “원전은 99.99% 안전하더라도 0.01%의 위험 때문에 국민 불안이 크다"며 “원전 안전성 재검토가 필요하다"고 발언했다. 또한 청정수소발전 입찰(CHPS)이 돌연 취소되는 등 정책 불확실성이 이어지면서 업계는 “탈원전 재현 조짐이 나타나는 것 아니냐"는 불안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최근 공개된 이재명 정부 에너지위원회 구성도 이러한 우려를 뒷받침한다. 위원 명단을 보면, 기존 원전·전력시장 전문가들이 대거 제외되고 기후·환경 중심의 시민단체 인사 및 환경경제학계 전문가들이 다수 포함됐다. 업계는 “12차 전기본 수립을 맡을 실무위원회도 같은 기조로 구성될 가능성이 크다"며 정책 방향이 급격히 '비원전화'로 이동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한 에너지업계 관계자는 “위원회 구성이 '정책 기조'를 예고하는 신호탄"이라며 “이번엔 원전뿐 아니라 가스터빈 교체사업, 송전망 확충 등 모든 에너지 투자 방향이 영향을 받을 것"이라고 말했다. 두산에너빌리티는 원전 외에도 국내 노후 석탄 및 LNG 발전소의 터빈 교체시장을 새 성장축으로 주목하고 있다. 2030년까지 30년 이상 가동된 노후 화력·복합발전소가 대거 폐지될 예정이지만, 기후에너지환경부 출범 이후 이 부문 투자 계획 또한 축소될 가능성이 크다. 업계 관계자는 “두산의 포트폴리오가 원전, 가스터빈, CCS(탄소포집) 등 모두 정부 정책에 의존적"이라며 “12차 전기본의 방향성이 향후 5년간 두산의 실적과 주가에 결정적 변수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결국 핵심은 국내 정책의 일관성이다. 정부가 원전 비중을 축소하거나 신규 건설을 미루면, 해외 발주처들은 “한국은 자국 내에서도 원전을 짓지 않는다"는 이유로 발주 리스크를 높게 평가할 수 있다. 반대로 국내 프로젝트가 지속될 경우, 한국의 기술력과 공급망 신뢰도가 유지돼 해외 수주에도 긍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 한 원전업계 관계자는 “12차 전기본은 단순한 전력수급계획이 아니라 원전 생태계의 생존선"이라며 “국내 원전정책의 불확실성이 곧 수출 경쟁력의 약화로 이어진다"고 말했다. 전지성 기자 jjs@ekn.kr

[김성우 시평] ESG, 위기를 돌파하는 아시아의 새 해법

김성우 김앤장 법률사무소 환경에너지연구소장/기후대응기금 운용심의위원 지난 10월 13일~14일 양일간 싱가포르에서 캠브리지 포럼이 열렸다. 글로벌 회사와 국제 로펌 소속 ESG 전문가들 중 약 30명 내외로 선발해 ESG관련 정부 정책이나 기업 전략에 대한 각 국가별 경험과 인사이트를 공유하면서 향후 대응방안을 토론하는 자리였다. 아시아에서는 처음 열렸는데, 중국∙호주∙일본∙대만∙인도∙싱가포르∙말레이지아 등 아시아 전문가들은 물론이고 미국∙영국 전문가도 참여했다. 대부분의 참석자들은 변호사로 채텀하우스 규정 아래 구체적인 사례들 중심의 논의였다. 필자가 토론 과정에서 느낀 아시아의 ESG 흐름은 의무화/현실화/가치화라는 세 방향을 가리키고 있다. 첫째, 아시아의 ESG규제가 자율에서 의무로 점진적으로 전환하고 있다. 예컨대, 말레이시아, 싱가포르, 홍콩, 일본 등이 국제공시표준에 연동해 단계별 ESG 의무공시 체계로 전환 중이다. 상장기업·대기업의 기후 정보 의무 공개부터 추진 중인데, 싱가포르 및 말레이시아는 2028년부터 단계적으로 공시를 본격 의무화할 예정이고, 일본도 2027년부터 의무화를 시작할 계획을 갖고 있다. 또한, 글로벌 공급망에서 선진국의 규제가 아시아 지역 기업에 미치는 압력도 체감되고 있다. EU의 Corporate Sustainability Due Diligence Directive(기업지속가능성 실사지침으로 기업이 전 세계 공급망 상의 인권·환경 리스크를 식별·시정하도록 의무화)나 EU Deforestation Regulation(EU 산림파괴 방지 규제로 팜유·커피·목재 등 상품의 수입 시 원산지의 산림 훼손이 없음을 입증) 등에 대응하기 위해 대만∙중국 등도 자국 공급망 투명성, 인권 실사 체계를 갖추기 위한 현지 법령을 준비 중이다. 둘째, ESG규제를 시행하는 과정에서 현실적 제약을 고려해 규제 시기나 강도를 조절하고 지원을 강화하고 있다. 싱가포르는 본래 올해부터 상장기업의 배출량 보고를 의무화할 계획이었으나, 경제 불확실성 및 기업들의 준비 격차를 이유로 지난 8월 의무화 시기를 조절하는 로드맵을 발표했다. 아시아가 국가별 상황에 맞게 정책을 현실화하는 배경에는 미국 및 EU의 ESG규제 속도 조절이 자리하고 있다. 다만, EU의 규제 간소화는 ESG 목표의 후퇴라기 보다는 규제 이행의 현실화가 주된 이유라는 사실에 주목해야 한다. 예컨데, EU의 탄소국경세 규정 완화로 많은 회사들이 대상에서 제외되지만, 전체 배출량의 99%를 차지하는 회사들은 여전히 대상으로 남아, 정책 목표는 훼손하지 않으면서도 중소기업 등에 대해 준비할 시간을 주거나 면제를 해 주는 현실적 조치라는 뜻이다. 셋째, ESG를 통해 실질적 회사 가치를 높이거나 가치가 낮아지지 않도록 방어하는 노력이다. ESG 거품이 빠지면서 오히려 ESG 관련 비용에 민감하게 되자, ESG를 통한 실질적 가치 제고에 대한 필요성이 더욱 부각되고 있다. 단순한 ESG 정보 공개 자체 보다는 실질적 데이터의 품질이나 적합성이 강조되고 있는데, 이는 실질적 이행 없이 홍보 목적의 공개만 하거나 목표를 과하게 제시했다가 이행 추적으로 그린워싱 시비에 휩싸여 회사 가치를 위협할 수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한편, ESG로 직접적인 가치를 창출한 사례들도 늘고 있다. 에너지전환 추세하에서 인도의 전기차 회사는 적기에 프리미엄 전기차 시리즈 개발에 투자함으로서 9월 기준 인도 내 전기차 판매 점유율 40%로 승용 전기차 시장 1위를 기록했다. 직접적 재무효과 외에도 평판, 자본 유치, 보험(ESG·리스크 관리 수준이 낮으면 보험사가 계약을 거절), 정부 보조금·세제혜택 활용 등 다층적 가치요인도 발생한다. 한 투자회사가 투자대상회사들을 대상으로 ESG 진단을 실시한 결과 우수 등급의 투자대상회사들이 보통 등급의 투자대상회사들에 비해 평균 168% 더 많은 자금을 유치했고 기업 가치도 62% 높았다는 예시가 이를 뒷받침한다. 최근 대외 경제여건이 최악의 상황으로 치닫고 있는데, 이미 유행이 지나간 ESG에 대해 한가하게 논의할 때가 아니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 하지만, 우리와 경쟁을 하고 있는 아시아 국가들의 사례를 상세히 들어 보니, ESG를 의무화하되 현실을 고려해 이행하고 이를 회사 가치로 연결하려는 노력을 하고 있다. 혹시 이들은 아시아가 마주하고 있는 작금의 위기를 극복하는 수단 중 하나로 ESG를 활용하려는 것은 아닐까? 김성우

[2025 국감] 김동철 한전 사장 “전기요금 시장논리 작동되지 않으면 대기업 전력직접구매제 폐지돼야”

김동철 한국전력공사 사장이 국제 연료가격 변동이 전기요금에 즉시 반영되는 시장 논리가 작동하지 않는다면 대기업의 전력직접구매제도는 폐지돼야 한다고 밝혔다. 정혜경 진보당 의원은 23일 국회 기후에너지환경노동위원회의 에너지 부문 국정감사에서 “전력직접구매제도로 인해 한전과 국민의 부담이 커질 것"이라며 “해당 제도를 폐기하거나, 사용하는 기업에 전력망 이용료를 현실화해야 한다고 보느냐"고 질의했다. 그는 “한전으로부터 보호받을 만큼 보호받은 대기업들이 전기요금이 비싸지자 '먹튀'하는 상황"이라고 비판했다. 이에 대해 김 사장은 “전력직접구매제도는 당초 전력시장 경쟁을 촉진해 전기요금의 부당한 인상을 막기 위한 제도였다"며 “2021~2023년 에너지요금이 오를 때 기업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한전이 손실을 감내했지만, 지금은 도매가격이 하락 추세이니 전력직접구메제도를 채택하고 있어 이것은 명백히 제도의 맹전을 악용한 것"이라고 답했다. 이어 국제연료가격이 전기요금에 바로 반영되는 시장논리를 전제임을 강조하며 “시장논리가 작동하지 않는다면 직구제도 폐지가 옳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연료비가 급등했음에도 전기요금이 억제된 상황에서 기업들이 이익을 보다, 전기요금이 이제서야 오르자 한전과의 거래를 끊고 발전사업자로부터 저렴한 전력을 구매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이 같은 제도 이용은 전력직접구매제도를 사용할 수 없는 국민과 중소기업의 부담을 키운다는 비판이 나온다. 전력직접구매제도는 2003년 도입됐으며, 최근 3년간 산업용 전기요금이 일곱 차례 인상되자 대기업들이 속속 이용을 신청하고 있다. 정 의원은 “현재 제도를 이용 중인 곳은 0.2GW 한 곳뿐이지만, 신청 중인 곳은 LG화학·한화솔루션·삼성·한국철도공사·SK어드밴스드 등 20곳, 약 2.4GW에 달한다"고 밝혔다. 그는 또 “전력직접구매제도가 가능한 3만kW 이상 사업장은 526곳으로, 전체 전력판매량의 30%를 차지한다"며 “이들이 빠져나가면 한전의 부담이 급증하지 않겠느냐"고 질의했다. 이에 김 사장은 “한전의 부담이 커질 뿐 아니라, 결국 국민이 그 부담을 떠안게 된다"고 답했다. 이원희 기자 wonhee4544@ekn.kr

[EE칼럼] 기후에너지환경부 장관의 발언

현 정부가 원전산업을 어떻게 끌고 갈 것인지는 원자력계의 초미의 관심사이다. 여러 차례 말 바꾸기가 진행되고 있기 때문이다. 대선과정에서는 원자력발전에 대해서는 기회있을 때마다 '실용주의'를 강조한 바 있다. 영광지역의 지방선거에서는 한빛원전의 계속운전이 실용적 선택임을 강조한 바 있으며 공약에서는 원자력과 재생에너지에 대한 '조화'도 강조된 바 있다. 또 원자력이 아니면 성립되기 어려운 AI(인공지능) 산업의 발전 등을 공약했다. 따라서 원자력에 대해 비교적 중립적인 정책, 실용적인 정책이 기대되었다. 그러나 지난 4개월 동안의 행보는 다시 탈원전정책으로 가는 것이 아닌가 하는 의심을 지우기 어렵다. 기후에너지환경부 김성환 장관은 제11차 전력수급기본계획에 포함되어 있는 원전2기와 SMR 건설에 대해 국민의 의견을 들어서 처리해야 한다는 유보적 입장을 발표했다. 또 원전이 위험한 것은 사실이고 안전이 담보되어야 신규원전을 건설할 수 있다고 했다. 또한 신규원전 부지가 없기 때문에 원전건설이 어렵다는 주장도 한 바 있다. 또 신규원전 건설은 제12차 전력수급계획에서 재검토해야 한다는 주장도 하였다. 대통령의 기자회견에서도 원전건설에 15년이 필요한데 전력은 그보다 빨리 필요하기 때문에 원전건설이 어렵다는 얘기도 있었고 더불어민주당의 다수의 힘으로 에너지 부문을 산업통상자원부에서 떼어내어 환경부로 보낸 것도 큰 방향성을 보여주기도 한다. 그런데 이런 발언들이 우려스러운 것은 아마추어적이라는 것이다. 에너지 부문을 총괄하는 장관은 제11차 전력수급기본계획(전기본)에 대해 무조건 존중해야 한다. 그것이 어떤 정권에서 수립되었던지 현존하는 국가의 계획이기 때문이다. 이미 공청회와 국회심의라는 과정을 통해서 국민의 의견을 들어서 수립된 제11차 전력수급계획에 대해서 국민의 의견을 다시 묻겠다고 하는 것은 이상한 주장이다. 물론 제12차 전기본에서 어떤 전원이 더 들어가고 덜 들어갈 수도 있다. 그러나 제12차 전기본이 나오기 전까지는 제11차 전기본을 존중해야 하는 것이 현행 장관의 태도여야 한다. 물론 존중한다고 입으로만 말하는 것이 아니라 그 계획에 따라서 이행을 하는 것까지가 존중이다. 신규 원전 부지가 없어서 원전건설을 못하는 것이 아니라 제11차 전기본에서 계획되어 있다면 그 부지를 확보해야할 책임이 있는 것이 장관이다. 본인이 장관인지 국회의원인지 헤깔리고 있는 것이 아닌가 싶다. 원자력 시설의 안전성에 대해서 언급하는 것도 문제이다. 개인의 입장에서는 본인이 위험하다고 느끼면 위험하다고 말해도 그만이다. 그러나 정부의 각료 그리고 특정 부처를 담당하고 있는 수장의 입장에서는 타 부처의 업무에 대해 언급하는 것은 옳지 않다. 원전의 안전성은 원자력안전위원회가 판단하는 것이다. 여기서 안전하다고 판단하면 타 부처의 공무원은 자기 입장을 주장하면 안된다. 개인적 자리에서는 괜찮겠지만 공적 자리에서는 그런 주장은 안하는 것이 상식이다. 원자력안전위원회에서 판단하는 안전도 마찬가지이다. '원전의 건설과 운영으로 인하여 대중의 건강과 환경에 부당한 위험을 부과하지 않는다.' 이것이 미국 원자력규제위원회(US NRC)의 안전철학이다. 즉 부당한 위험을 부과하지 않는다는 것은 정당한 위험을 부과한다는 것이다. 그 정당한 위험은 사회구성원이 공감할 수준의 위험이어야 한다. 원전으로 인한 위험은 우리가 일상생활에서 겪게 되는 위험총량의 1/1000 수준이하로 유지된다. 또 이 위험은 모든 위험이 아니라 대중의 건강과 환경에 미치는 위험이다. 그 외의 사업상의 위험이나 종사자의 위험 역시 규제의 범위가 아니다. 국가는 국민과 환경에 미치는 영향만을 고려하면 되는 것이다. 공인 특히 정부부처를 관장하는 장관은 타부처의 업무에 대해 언급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원전의 안전성에 대해서는 원자력안전위원회가 소관하는 것이므로 안전성에 대해 운운하는 것은 옳지 않다. 또 본인이 소관하는 제11차 전기본에 대해서 적어도 다음 계획이 수립될 때까지 존중해야 한다. 제12차 전기본에 대해서도 전기본 수립위원회가 미래의 전력수요를 예측하고 이에 필요한 전원공급계획을 수립하기도 전에 개인적 취향을 제시할 필요도 없다. 본인이 소관해야 할 원전 신규부지 마련에 대해 남의 일처럼 얘기해서도 안된다. 환경운동가는 아마추어여도 그만이지만 장관은 프로페셔널이어야 한다. 정범진

[EE칼럼] 우리에게 원자력 기술이 의미하는 것

강현국 미국 렌슬러공대 기계항공원자력공학과 교수 우리나라 원자력 산업의 향방이 다시 국민적 관심사로 대두된 것 같다. 국민의 투표에 의해 선출된 새 정부가 이러한 국가적 기간산업에 대해 새로운 틀을 짜고 추진하는 것은 민주 국가에서는 당연한 일이다. 수립하고자 하는 계획이 국민 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큰 경우에는 매우 신중하게 접근해야하고, 전문가의 의견을 들어 과학에 입각한 정책을 수립하는 것이 바람직한 수순이라는 것은 자타가 동의하는 바이니 여기서 다시 반복할 이유가 없을 것이다. 여기서 특히 이 결정의 궁극적 책임이 누구에게 돌아오는 것인지 되새겨 볼 필요가 있다. 거대 국가 담론에 있어서 실제로 결정을 내리고 실행한 정부 관계자나 정치인들은 그에 대한 책임을 질 방법이 없다. 결국 국민의 책임이 된다. 따라서 국민들이 당면한 현안을 정확히 이해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그러려면 현재 우리가 가진 것은 무엇이고 외부 환경은 어떤 상황에 와 있는 지를 파악해야 하는데, 내부자의 시각에서는 전체를 조망하기가 어려울 때가 많으니 뒤로 물러서서 그림을 다시 한번 확인하는 것이 도움이 된다. 이 큰 그림을 보지 못하면 일부 의도된 주장에 현혹되어 정확한 판단을 할 수가 없게 된다. 다수 국민들이 복잡한 사안을 정확히 이해하는 것을 회피하게 되면, 여론을 자기편으로 끌고 오고 싶은 입장에서는 자기 쪽으로 편향된 프레임을 설정하는 것이 유혹적인 선택일 수밖에 없다. 그러나 원자력이라는 중요한 산업분야가 이렇게 비합리적으로 소비되는 일이 되풀이 되어서는 국가와 국민에게 미래가 없다. 원자력 기술과 산업이 우리나라에 과연 필요한지 어떻게 기여하는지부터 차분히 다시 생각해 봐야 한다. 우리나라가 점차 선진국 대열에 들어서고 경제 규모가 커지는 것은 무척 반가운 일이지만, 이런 경제 성장은 필연적으로 외부 경제와의 협력과 경쟁을 불러오게 된다. 국내 산업만으로는 기업 경쟁력을 유지할 수 없기 때문이다. 국내의 게임의 룰과 국제 무대의 게임의 룰은 당연히 다르다. 상대를 도태시켜야 할 상황이라면 무서운 경쟁을 하지만 그게 아니라 상호 유익이 있다면 협력을 하는 것인데, 여기서도 받는 만큼 어떤 형태로든 반드시 돌려주어야 하는 규칙이 적용된다. 원자력 산업에 대해 짚어 볼 때에도 이런 시각에서 보아야 한다. 우리나라 원자력이 국제 무대에 나갈 필요가 있는 것인가? 본원 경쟁력은 무엇인가? 어떻게 협력하고 어떻게 경쟁할 것인가? 먼저, 우리나라가 강력한 원자력 기술 능력을 보유할 이유가 있는지 살펴보자. 그것은 단순히 저렴한 전기를 안정적으로 생산할 수 있다는 것 이상의 의미를 가진다. 북한이 핵실험을 거듭하고 핵보유를 공인받고 싶어하는 현 상황에서, 고도의 원자력 산업 기술을 보유하고 있다는 것은 국가 안보 차원의 문제이다. 그런 일이 있어서는 안 되겠지만, 미래에 만약 필요한 경우가 생기고 국민이 결정을 내리게 되면, 즉시 실행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국가 차원의 수조원 수십조원의 대형 사업을 추진할 때, 원자력은 패키지 바구니의 제일 위에 놓이는 얼굴 상품이 된다. 대표 상품이 경쟁력이 있어야 거래가 성립될 테고, 일단 성사되면 수많은 교류가 함께 일어나게 되고, 그 나라에서 우리나라의 입지는 그 전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강해진다. UAE에 원자력이 수출된 이후, 한국 외교관이 한국 기업들의 건설 수주를 늘여주도록 부탁했더니 '이미 팔구십 퍼센트는 한국기업에게 주고 있는데 여기서 어떻게 더 늘일 수가 있습니까'는 대답을 들었다고 한다. 체코 원자력 프로젝트를 통해 EU에서 우리나라의 입지를 크게 확장하고 다른 산업들도 함께 진출할 호기를 맞았다. 원자력 에너지는 재생에너지의 간헐성을 보완해 주면서 국산 에너지 수급을 높이고 온실가스 배출을 없애는 최상이자 유일한 옵션이다. 지구 반대편에서 수입한 가스와 석유로는 해결할 수가 없는 문제이다. 언제부터인지 원자력과 재생에너지를 마치 대결구도인 것처럼 언급하는 경우가 많아졌는데 과학의 눈으로 보기에는 이것 또한 프레임 씌우기에 불과하다. 이 두 가지가 모두 반드시 필요한 국산 에너지원이다. 지금 한국의 원자력 설계 능력과 제조 능력이 서방세계에서 최상의 위치에 와 있다는 것에는 의심의 여지가 없다. 그러나 이것이 처음부터 끝까지 모든 기술을 한국기업이 소유하고 있다는 뜻은 아니다. 미국에서 이미 다 개발한 기술을 우리가 처음부터 개발할 필요는 없는 것이고, 그렇게 한다고 해도 경쟁력이 있을 수가 없다. 산업계에 경험이 있는 사람이라면 이렇게 주고 받는 협력이 얼마나 경쟁력을 높여주는지 잘 알 것이다. 이것은 효율의 문제일 뿐이고 계약의 문제일 뿐이다. 만약 우리 기업이 새로운 원자로를 개발한다면 이건 당연히 기존 도입 계약의 대상이 아니게 된다. ARP1400이나 APR1000을 언제까지나 계속할 것처럼 프레임을 고정할 필요가 없고, 다음 수준의 협력을 만들어 가야 한다는 뜻이다. 한편 미국에서는 신형 원자로를 개발하여 원자력 산업의 주도권을 되찾고자 하는 움직임이 AI로 촉발된 전력난과 에너지 분야 투자 열기와 결합하면서 엄청난 동력을 얻고 있다. 유럽에서도 대부분의 국가가 친 원자력으로 돌아서고 있다. 이런 대외적인 환경 변화도 우리 국민이 판단을 내릴 때 제대로 알아야 할 중요한 사실이다. 이러 기회의 문이 언제까지나 열려 있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대외 여건상 지금이 중요한 타이밍이다. 국제 네트워크를 확장하고 우리 원자력산업의 입지를 다지기 위해 밤낮으로 온갖 방면으로 노력할 때이다. 이런 일에 앞장서는 사람이 애국자이다. 강현국 렌슬러공대 기계항공원자력공학과 교수

효성중공업, 네덜란드에 ‘유럽R&D센터’ 개소

효성중공업은 15일(현지시각) 네덜란드 아른험(Arnhem) 지역에 유럽연구개발(R&D) 센터를 열었다고 17일 밝혔다. 미래 전력기술 경쟁력을 갖추기 위한 첫 글로벌 연구거점이다. 효성중공업에 따르면 전력시장은 인공지능(AI)과 데이터센터의 급격한 확장으로 전력 인프라 패러다임이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 그 중에서도 유럽은 친환경과 신재생 에너지 전환을 선도하는 글로벌 전력 시장의 중심지로 꼽힌다. 높은 기술 기준과 엄격한 환경 규제를 바탕으로 미래형 전력 인프라와 디지털 전력망 혁신이 활발히 이뤄지고 있다. 신설된 연구소는 육불화황가스(SF₆) 규제가 본격화되는 유럽 시장에 대응해 친환경 가스절연개폐 차단기인 'SF₆-Free GIS' 개발에 집중한다. 향후에는 초고압직류송전(HVDC) 분야까지 연구 영역을 확대해 친환경 전력기술 및 토탈 그리드 솔루션까지 구현할 계획이다. 아른험 지역은 세계 최고 수준의 전력설비 시험 인증기관인 KEMA(Keuring van Elektrotechnische Materialen te Arnhem)가 위치한 곳이다. 효성중공업은 시험 데이터를 신속히 확보하고 제품 개발에 즉시 반영하는 선순환 연구 체계를 구축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조현준 효정그룹 회장은 “네덜란드를 비롯한 해외 연구기관과 협력해 글로벌 시장을 선도하는 새로운 전력 기술의 스탠다드를 함께 만들어 가며 효성의 글로벌 기술 리더십을 강화하겠다"고 말했다. 여헌우 기자 yes@ekn.kr

[EE칼럼] 에너지 전환의 성공방정식, ‘분수효과’

윤태환 루트에너지 대표 2008년 MB정부는 '저탄소 녹색성장' 전략 하에 풍력 산업을 '제2의 조선업'으로, 태양광을 '제2의 반도체'로 육성하겠다는 비전을 제시했다. 당시 글로벌 시장에서 일부 선도 기업을 제외하면 기술 격차가 크지 않았고, 한국 기업의 빠른 추격 역량을 고려할 때 충분히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는 환경이었다. 실제로 LG, 삼성, 현대 등 주요 대기업부터 웅진, OCI 등 중견기업, 그리고 다수의 벤처기업들이 신성장 동력으로 신재생에너지 분야에 전략적 투자를 했으며, 정부 역시 다양한 정책 인센티브를 확대하고 있었다. 필자는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를 계기로 '신용위기와 기업의 사회적 책임', 그리고 확산되는 기후변화협약 속에서 '기후위기와 지속가능성'이라는 화두에 주목하게 되었다. 이는 자연스럽게 2009년 기후에너지 전문 컨설턴트로서의 커리어를 시작하는 계기가 되었다. 기후에너지 컨설턴트로서 주요 업무는 글로벌 성공·실패 사례를 체계적으로 분석하고 핵심 인사이트를 도출하여, 정부와 기업의 전략적 의사결정을 지원하는 것이었다. 각국의 성공방정식은 무엇이었는가. 어떤 장애물이 있었고 어떤 솔루션으로 돌파했는가. 이해관계자 관리는 어떻게 이루어졌고 갈등 조정 메커니즘은 무엇이었는가. 정부·기업·지자체·시민사회의 역할 분담과 협력 구조는 어떠했는가. 이러한 전략적 질문들에 대한 답을 찾아가는 과정이었다. 분석 과정에서 반복적으로 발견되는 핵심 성공방정식이 있었다. 바로 '상향식(Bottom-up) 전환 모델'이었다. 전통적으로 정부와 기업은 '하향식(Top-down) 전환' 방식에 익숙하다. 중앙정부의 정책 결정이 지방정부와 최종 수혜자에게 순차적으로 파급되는 구조이며, 기업 생태계에서는 대기업의 성과가 협력사와 근로자에게 순차적으로 이전된다는 '낙수효과(Trickle-down Effect)' 논리다. 그러나 낙수효과는 근본적 한계로 인해 기대한 성과를 내지 못했다. 핵심 문제는 구조적 전제의 오류에 있었다. 낙수효과는 시장 안정성과 정책 일관성을 전제로 하는데, 실제 비즈니스 환경에서 글로벌 정세, 경영 여건, 정치적 변수는 지속적으로 변동한다. 시장 불확실성이 높아질수록 기업들은 유동성 확보를 우선시하며 R&D, 설비투자, 신규 채용 등 장기 투자를 축소하는 것이 합리적 선택이다. 변화 없는 안정성이라는 전제 자체가 비현실적이기에, 낙수효과는 제한적 조건에서만 단기적으로 작동할 뿐이었다. 더 중요한 이슈는 정권 교체에 따른 정책 변동성이었다. 낙수효과가 실질적 성과를 내려면 최소 10~20년 이상의 정책 일관성이 확보되어야 기업들이 장기 투자를 결정할 수 있다. MB정부 시기 태양광·풍력 분야에 진출한 기업들의 현재 생존율을 보면, 정책 불확실성이 산업 생태계에 미친 영향을 명확히 알 수 있다. 재생에너지 관련 스타트업에 대한 벤처캐피털의 투자 기피 현상도 같은 맥락이다. 문재인 정부 시절에는 충분한 사회적 합의 없이 탈원전이 핵심 에너지 정책으로 추진되면서, 이념적 대립이 심화되고 재생에너지 시장 전체가 타격을 받았다. 기후변화 대응과 환경 개선이라는 본질적 목표는 퇴색되고, 에너지 정책이 정치적 공방의 도구로 전락했다. 최종 손실은 산업 경쟁력 약화와 일자리 감소, 환경 악화라는 형태로 국민에게 전가되었다. 10여 년간 정치적 갈등이 지속되는 동안 민간 투자는 정체되었고, 중국이 글로벌 기술 리더십과 시장 지배력을 확보하며 한국 기업들의 경쟁 우위는 급격히 약화되었다. 기후·환경 문제는 더욱 심각해졌고, 산업과 고용은 성장하지 못했으며, 저출생·지역소멸·경제성장률 하락이라는 복합 위기가 가속화되었다. 반면 필자가 발견한 상향식 성공모델은 전혀 다른 패러다임을 보여주었다. 시민들에게 기후에너지 프로젝트 투자 기회를 개방하고, 참여자가 전체 인구의 5~10%를 넘어서자 결정적 '티핑포인트'가 형성되었다. 정치권은 이념을 초월하여 기후에너지 친화적 정책을 입안했고, 정권 변화에도 핵심 정책 기조는 유지되었다. 이는 시장에 명확한 정책 시그널을 제공했고, 안정적 내수 수요를 창출했다. 기업들은 장기 투자 전략을 수립하고 글로벌 경쟁력을 확보했으며, 신규 고용 창출과 GDP 성장, 지역 균형발전이라는 다층적 성과를 달성했다. 새로운 정부에서 에너지 전환이 성공하려면 과거처럼 낙수효과가 아니라 분수효과를 위한 정책을 추진하길 기대한다. 윤태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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