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솟는 항공유 가격…아시아나항공, 4~5월 국제선 단발성 감편

중동 정세 악화로 인한 고유가 상황이 장기화되면서 항공업계의 타격이 현실화되고 있다. 아시아나항공은 항공유 가격 급등에 따른 원가 부담을 덜기 위해 오는 4월과 5월 일부 국제선 노선에 대해 단발성 감편을 단행한다. 31일 아시아나항공은 4월과 5월 두 달간 국제선 4개 노선을 대상으로 총 14회(왕복 기준) 비운항 조치를 시행한다고 밝혔다. 이번 조치는 최근 중동 지역의 긴장 고조로 국제 유가가 비정상적으로 치솟으면서 급증한 연료비 부담을 완화하기 위한 결정이다. 아시아나항공 측은 수익성 악화를 방어하는 동시에 고객 불편을 최소화하기 위해 감편 규모를 최소한으로 좁혀 시행한다는 입장이다. 감편 대상 노선은 중국과 동남아시아 지역에 집중됐다. 세부 비운항 스케줄을 살펴보면 ▲인천-프놈펜 2회(5/19, 5/28) ▲인천-창춘 7회(4월 14·17·21일, 5월 6·9·13·16일) ▲인천-하얼빈 3회(4월 15·20·22일) ▲인천-옌지 2회(5월 8·15일) 등이다. 아시아나항공은 이번 비운항 조치로 인해 일정이 변경되는 예매 고객들을 대상으로 알림 톡·문자·이메일 등을 통해 개별 안내를 진행할 예정이다. 아시아나항공 관계자는 “불가피한 단발성 감편으로 인한 승객들의 불편을 최소화하기 위해 인접 일자의 대체 항공편을 제공할 계획"이라며 “해당 과정에서 발생하는 변경 및 취소 수수료는 전액 면제 조치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규빈 기자 kevinpark@ekn.kr

[주총 현장] HD현대, 권오갑 용퇴 속 시총 100조·역대급 호실적 결실…美 조선소 인수엔 “다방면 검토 중”

HD현대와 조선 부문 중간 지주사인 HD한국조선해양, 사업회사인 HD현대중공업이 일제히 정기 주주총회를 개최하고 미래 성장 동력 확보와 주주가치 제고를 다짐했다. 특히 미국 해군 함정 MRO(유지·보수·정비) 사업인 '마스가(MASGA)' 프로젝트 진출에 대한 구체적인 비전과 조선 3사 통합 시너지 극대화 방안이 화두로 떠올랐다. ◇HD현대, 사상 최대 실적 속 권오갑 용퇴…“불황 극복이 가장 큰 보람" 31일 HD현대는 이날 오후 1시 30분 경기 성남시 분당구 정자동 HD현대그룹글로벌R&D센터 1층 강당에서 제9기 정기 주주총회를 개최했다. 주총을 주재한 권오갑 명예회장(대표이사)은 인사말을 통해 “미중 패권 경쟁과 중국발 공급 과잉 등 많은 불확실성 속에서도 2025년 매출 72조2594억 원, 영업이익 6조996억 원의 실적을 달성했다"고 밝혔다. 이어 “2015년 말 7조7000억 원이었던 그룹 시가총액은 10년 만에 100조 원 이상을 달성했다"며 주주들에게 성과를 보고했다. 권 명예회장은 각 사업 부문별 성과도 상세히 짚었다. 그는 “조선 부문은 전 세계 최초 선박 5천 척 인도를 달성하고 HD현대중공업과 현대미포조선의 합병을 이뤄냈고, 글로벌 빅테크와 함께 스마트 조선소를 구축 중이라고 설명했다. 에너지 부문의 HD현대오일뱅크는 하반기 흑자 전환에 성공했고, 석유화학은 정부의 권역별 통합 정책에 부응해 실적 개선을 노력 중이라고 덧붙였다. 또한 HD현대일렉트릭은 글로벌 전력망 교체 수요에 맞춰 울산과 미국 앨라배마에 공장 건립을 추진 중이며, 건설기계 부문은 합병을 통해 시너지를 창출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권 명예회장은 미국-이란 전쟁 등 불확실성에 대비해 전담팀을 구성해 대응 중이며, 주주 환원을 위해 배당 성향 70% 이상 유지 원칙에 따라 올해 결산 배당금 주당 1300원을 지급한다고 했다. 아울러 “오늘 이 자리를 끝으로 HD현대 대표이사 역할을 내려놓는다"며 “2014년 이후 회사가 불황을 지나 일어서는 과정이 제게 가장 큰 보람이었으며, 한 걸음 뒤에서 새로운 도전을 응원하겠다"고 소회를 전했다. ◇HD현대 “연결 영업이익 104.5% 증가한 역대급 호실적" 이어진 영업보고에서 HD현대 측은 더욱 구체적인 재무 성과를 공개했다. 연결 기준 매출은 71조2594억 원을 기록했고, 영업이익은 주력 부문의 실적 개선으로 전년 대비 104.5% 증가한 6조996억 원, 당기순이익은 90.4% 증가한 3조 6755억 원을 달성했다고 보고했다. 연결 자산은 78조6859억 원, 부채비율은 159.4%로 전년 대비 20.6%포인트(p) 개선됐다. 별도 기준으로는 전년 대비 20.2% 증가한 5261억 원의 매출과 4392억 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했다. 회사 관계자는 특히 석유화학 부문에서 수요 침체 방어를 위해 “국내 1호 사업 재편 사례로 롯데케미칼과 HD현대케미칼 간 설비 통합을 승인받았다"며 “건설기계 부문은 대외 불확실성 속에서도 “방산·발전용 엔진 사업의 성장을 통해 실적을 보완했다"고 상세한 전략을 소개했다. 또한 기지급된 분기 배당을 포함해 연간 총 4000억원의 배당을 실시한다고 덧붙였다. ◇권오갑 “미국 현지 조선소 직접 인수, 확정된 바 없으나 다각도 검토" 경쟁사인 한화그룹은 이날 필리 조선소를 기반으로 미 해군의 차세대 군수 지원함(NGLS) 개념 설계 사업에 참여한다고 발표했다. 한편 업계 일각에서는 한화그룹의 필리 조선소 매입 이후 미국 현지 조선소들의 매각 단가가 급등해 HD현대의 현지 인수가 난항을 겪고 있다는 후문이 있다. 기자는 주주 자격으로 주총장에 입장해 의장인 권 명예회장에게 사실 확인과 마스가(MASGA) 진출을 위한 구체적인 타임 라인과 대안 전략을 질의했다. 이에 권 명예회장은 구체적인 파트너사 이름을 거론하며 상세히 답변했다. 그는 “당사는 미 해군이 당장 필요로 하여 실질적인 성과를 창출할 수 있는 유지·보수·정비(MRO) 및 기술 협력 중심의 접근을 우선 추진하고 있다"며 “현재 헌팅턴 잉걸스(HII)·에디슨 수에스트 오프쇼어(ECO) 등 현지 파트너십을 통해 협력 범위를 확대 중"이라고 답변했다. 기자는 또한 “조선해양 부문이 전년 대비 204.5% 증가한 4조6486억 원의 영업이익을 냈는데, 향후 다운 사이클에 대비해 어떤 수익성 방어 전략을 세우고 있느냐"고 경영진의 답변을 요구했다. 권 명예회장은 “당사는 공급망·인력·기술이 결합된 실질적인 상업화 역량을 갖췄기 때문에 미국 함정 경쟁에서 차별화된 강점이 있다"고 강조하며 “미국 파트너사와의 협력을 전제로 한 현실적 진출 모델로 리스크를 최소화하고 있다"고 화답했다. 항간의 소문이었던 미국 내 직접 인수 여부에 대해서는 “현재 확정된 바 없으며 다양한 방안을 검토 중으로, 결정되는 사항은 적시에 공시하겠다"고 선을 그었다. 다운 사이클 대비 수익성 방어 전략에 대해서는 원활한 주총 진행을 위해 종료 후 IR 담당자를 통해 상세히 설명하겠다고 덧붙였다. 이와 관련, HD현대 관계자는 “LNG선과 친환경 선박 등 고부가가치 선종 중심의 선별 수주를 통한 수익성 중심의 수주 전략을 강화하고 있으며, 동시에 디지털 전환(DX)을 적용해 공정 효율 극대화를 추진하고 있다"고 했다. 또 “LNG 이중 연료니 SMR 등 차세대 연료 기술 및 친환경 연료 분야에 대한 선제적 투자를 통해 에너지 전환 흐름에 대응하고, 자율운항 등 핵심 첨단 기술 개발을 통해 기술 경쟁력을 확보할 계획"이라며 “사업 포트폴리오 다각화 통해 시황 하락기에도 안정적인 수익 구조를 유지해 나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HD한국조선해양, '마스가' 추진 박차… 엔지니어링 플랫폼 사업 진출 이날 오전 같은 장소에서 진행된 HD한국조선해양 제52기 주주총회에서도 한미 조선 협력 프로젝트 '마스가(MASGA)'가 핵심 안건으로 다뤄졌다. 김성준 이사회 의장은 “한미 조선 협력과 관련한 다양한 방안을 모색해 새로운 사업 기회를 창출하겠다"고 강조했다. 특히 HD한국조선해양은 글로벌 시장에 조선소 구축·운영 노하우를 종합 솔루션으로 제공하기 위해 사업 목적에 '디지털 엔지니어링·매뉴팩처링 플랫폼 개발 및 공급업'을 신규 추가하는 안건을 통과시켰다. 아울러 HD현대중공업과 HD현대미포의 합병 시너지를 기반으로 △차세대 친환경 기술 고도화 △인공 지능(AI) 도입 △디지털 전환 가속화를 통해 설계·생산·품질 전반의 경쟁력을 제고한다는 방침이다. ◇HD현대중공업 “통합 시너지로 2035년 매출 37조 달성" 울산 동구 HD아트센터에서 열린 HD현대중공업 제7기 주주총회에서는 2025년 매출 17조 5695억 원, 영업이익 2조427억 원의 호실적 보고와 함께 1주당 3990원(시가 배당률 0.7%)의 현금 배당이 의결됐다. 사내이사로 재선임된 이상균 부회장은 “주력 선종 변화에 대비해 공정 안정화에 주력하고, 디지털 기술과 스마트 조선소 구축으로 생산 체질을 혁신하겠다"고 언급했다. 이어 “무탄소 선박과 친환경 연료 엔진 등 미래 성장 분야의 경쟁력을 강화하고, 통합 시너지를 바탕으로 2035년 매출 37조 원 달성 기반을 마련하겠다"는 중장기 비전을 제시했다. 이날 HD현대중공업은 금석호 사장을 사내이사로 신규 선임하고, 박광우 한국과학기술원(KAIST) 금융전문대학원 교수를 감사위원이 되는 사외이사로 선임하는 안건 등을 원안대로 가결했다. 박규빈 기자 kevinpark@ekn.kr

우기홍 대한항공 부회장 “유가 2배 폭등…4월부터 비상경영 전환”

대한항공이 중동 지역의 긴장 고조로 인한 고유가 사태 장기화에 대응하기 위해 다음 달부터 전사적 비상경영체제에 돌입한다. 31일 우기홍 대한항공 대표이사 부회장은 이날 사내 인트라넷에 '고유가 위기 극복을 위해 임직원 여러분께 드리는 말씀'이라는 제목의 담화문을 올리고 “연료비 급증에 따른 원가 상승에 대비해 4월부로 비상경영체제로 전환한다"고 밝혔다. 우 부회장은 담화문을 통해 “지난 한 해 대내외적 어려움 속에서도 임직원의 헌신 덕에 견조한 경영 성과를 냈지만, 현재 당면한 어려운 경영 여건을 공유하고자 한다"며 심각한 유가 상황을 진단했다. 실제로 계속되는 중동발 지정학적 리스크로 인해 국제 유가는 고공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우 부회장에 따르면 올해 3월 평균 두바이유 가격은 배럴당 129달러, 항공유 가격은 배럴당 194달러까지 치솟았다. 우 부회장은 “당사의 4월 급유 단가는 갤런당 450센트 수준에 도달할 예정"이라며 “이는 사업 계획 상 기준 유가인 갤런당 220센트를 크게 상회하는 수치로 매월 막대한 연료비 부담이 가중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당초 예측했던 원가 대비 연료비 부담이 두 배 이상 폭등한 셈이다. 이어 “이러한 고유가 상황이 장기화될 경우 연간 사업계획 목표 달성에 심각한 차질이 발생할 것으로 보인다"며 “유가 수준별 단계적 대응 조치를 즉시 시행해 전사적인 비용 효율화를 추진하겠다"고 강조했다. 이번 비상 경영 체제 전환은 단순한 비용 절감을 넘어 다가올 아시아나항공과의 통합을 대비한 선제적 체질 개선의 성격도 띠고 있다. 우 부회장은 “이번 조치들은 일회성 비용 절감이 아니라 구조적 체질을 강화해 성공적인 통합을 완수하고 안정적인 미래 성장 기반을 다질 수 있는 기회로 삼고자 하는 것"이라며 부문별 리더와 구성원들의 적극적인 동참을 당부했다. 끝으로 그는 “각자의 자리에서 최상의 안전 운항과 고객 만족을 위해 본연의 업무에 충실히 임해달라"며 “우리가 가진 저력으로 이번 위기 또한 슬기롭게 극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임직원들을 독려했다. 박규빈 기자 kevinpark@ekn.kr

[르포] 최용덕 대표 “한국판 ‘툴루즈’ 잇는 ‘마을 버스’”…섬에어 김포-사천 첫 정기 운항편에 오르다

“오늘 탑승해보시고 섬에어, 이 항공사 괜찮다 싶으시면 다음 여행에서도 꼭 다시 찾아주십시오."(양동길 기장) “섬에어는 오늘부터 김포와 아름다운 남해안의 도시, 사천을 매일 4회 왕복 운항하며 더욱 가깝고 편안하게 연결해드리겠습니다. 섬에어의 역사적인 첫 정기편 운항에 함께해주신 손님 여러분께 깊은 감사를 드리며, 오늘의 비행이 즐겁고 행복한 추억으로 남길 바랍니다."(김지은 객실 사무장) 30일 지역 항공 모빌리티(RAM, Regional Air Mobility)를 표방하는 섬에어가 김포-사천 첫 정기 운항을 시작했다. 기자는 이날 10시 50분 김포국제공항 국내선에서 사천공항으로 향하는 섬에어의 첫 상업 비행편인 XU2593(ATR 72-600, HL5264)에 직접 탑승했다. 각종 비용 절감이 최우선 경영 덕목인 저비용 항공사나 소형 항공 운송 사업자들이 으레 그렇듯, 13번 탑승구에서 보딩 브릿지(탑승교)가 아닌 공항 에어 사이드를 다니는 대한항공의 램프 버스를 타고 이동했다. 기자의 자리는 창가석인 5A로 비교적 기수에 가까운 앞자리였다. 11시 정각, 기장이 프로펠러의 시동을 켰고 활주로까지 택싱해 5분에 힘차게 내달렸다. 짧은 길이의 활주로를 요하는 쌍발 터보 프롭기인만큼이나 이륙 전환 속도(VR)까지 도달하는 데에도 1분이 채 걸리지 않고 경쾌하게 지면을 벗어나 하늘길에 올랐다. 운항 중 기내 방송을 통해 첫 인사를 건넨 양 기장은 “이 특별한 비행에 함께해 주신 승객 여러분께 깊은 감사의 말씀을 드린다"며 “고도 400m, 시속 500km의 속도로 안전하게 순항해 사천공항까지 약 1시간 5분이 소요될 예정"이라고 비행 정보를 안내했다. 최대 이륙 중량 2만3000kg를 양력으로 극복하기 위해 2750HP에 이르는 강력한 추력을 생성하는 프로펠러와 거의 나란히 앉았음에도 불구하고 소음이나 진동 수준이 주로 타보던 보잉 737 시리즈와 크게 다르지 않았다. 한 객실 승무원이 보라색 이어 플러그를 제공해줘 착용했더니 한결 더 정숙해진 듯 했다. 항공기 제작사 ATR에 따르면 섬에어 기재의 최대 운항 가능 고도는 약 2만5000피트(ft, 약 7600m)이나 통상 1만~1만6000피트(약 3000~5000m)에서 다닌다는 설명이다. 그래서일까, 제트 엔진기들보다 낮은 고도에서 날아 귀도 덜 먹먹했다. 순항 고도에 들어서자 기내 이모저모를 살펴봤다. 실내는 전반적으로 밝은 분위기였고 머리 위 독서등 버튼을 누르자 하얀 조명이 켜졌다. 실수로 사람 모양이 그려진 버튼을 누르자 엷은 살구색 불빛이 켜져 객실 승무원이 다가왔고 이내 다시 꺼줬다. 에어 벤트를 통해서는 시원하고도 깨끗한 바람이 불어와 상쾌함을 더했다. 이탈리아의 세계적인 디자인 하우스 '주지아로'가 설계한 '아르모니아(Armonia)' 스타일이 적용된 2-2 배열 좌석은 짙은 회색 톤으로 마감돼 차분한 분위기를 연출했다. 지난 1월 15일 서울 강서구 공항동 김포국제공항 서울김포비즈니스항공센터(SGBAC) 격납고에서는 잠시 앉아보기만 했을 뿐, 오래 타야 하는 상황에서는 등받이가 얇아 '현대판 노예선'이라는 말이 어울릴 정도로 불편하지는 않을까 하고 내심 걱정했는데 오히려 단단해서 잘 받쳐줘 단거리 다니기에는 딱 좋겠다는 느낌을 받았다. 마찬가지로 좌석 간격은 앞뒤로나 좌우로나 훌륭한 수준이었다. 신장 176cm에 64kg인 기자가 다리를 뻗어도 무리가 없었고, 좁지도 않았다. 위아래 길이가 12.8cm에 이르는 마우스를 무릎과 앞좌석 등받이 사이에 껴보니 오히려 그 이상으로 공간이 남았고, 가장 앞좌석에서는 다리를 일자로 쭉 뻗어도 차고 넘쳤다. 좌석 등받이에 설치된 트레이를 꺼내 몸쪽으로 당겨 14인치 노트북을 펼쳐봤다. 앞자리 승객이 등받이 각도를 얼마나 조절하는가에 따라 영향을 받을 수 밖에 없는 구조여서 노트북 하판에 장착한 스탠드를 펼치지 않고 평평한 상태여야만 비교적 안정적으로 타건을 할 수 있었는데, 그나마도 트레이의 지지대가 양쪽에 달려있어 다행이었다. 가장 앞자리에서는 대학교 강당에서나 볼 법한 간이 테이블과 같은 트레이가 나왔는데 A·B열은 오른쪽, C·D열은 왼쪽에서 나와 지지대 역시 하나 뿐이었기 때문에 노트북 키보드를 타건하면 조금 더 흔들리는 경향을 보였다. 소형기 설계상 어쩔 수 없었겠지만 옹졸하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얇았던 좌석 팔걸이는 다소 아쉬웠다. 팔을 댄다기보다는 나뭇가지에 걸쳐두는 것 같았다. 창문 덮개는 버튼으로 5단계 조절이 가능한 보잉 787의 전기식 또는 다른 항공기들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딱딱한 플라스틱 재질이 아닌 천막형이었지만 햇빛을 막아주는데에는 충분했다. 후방의 좁디 좁은 화장실에 가보니 깔끔한 간이 양변기와 세면대가 있었다. 파란 세정제가 양변기를 씻어내려 깨끗하게 관리한다는 인상을 줬다. 물비누함은 채워두지 않아 별도의 바질향 핸드 워시가 구비해뒀는데 세정을 위한 세면대의 수압이 약해 손을 씻는 데에 한참 걸렸다. 11시 47분, 기장이 기내 방송을 통해 “Cabin Crew, prepare for arrival"라며 승무원들에게 도착 준비를 하라고 지시했다. 사천공항은 KF-21 등 공군의 전투기도 함께 있는 민군 겸용이고, 주변에는 한국항공우주산업(KAI)을 위시한 방산 기업들의 생산 설비가 다수 존재해 보안을 이유로 승무원들이 통로를 돌며 객실 내 모든 창문 덮개를 내려달라고 요청했다. 11시 55분, 사천시 상공에 도달했지만 마침 공군의 전투기 훈련으로 인해 20여분 더 체공해야 한다며 기장이 승객들에게 양해를 구했고, 12시 33분이 돼서야 착륙했다. 물침대 수준의 소프트 랜딩은 아니었지만 자동차가 고속도로에서 달리는 듯한 착지감이었다. 12시 36분, 1번 엔진까지 꺼져서 운항이 종료됐고 객실 승무원들에게 개문을 허락하는 방송이 흘러나와 후방의 탔던 문으로 다시 내렸다. ◇최용덕 섬에어 대표 “하늘의 마을버스 될 것…정부, PSO 도입" 사천공항 도착 후 열린 취항식에서 최용덕 섬에어 대표이사는 “금일 당사의 취항은 수도권과 서부 경남을 더 가깝게 잇는 새로운 '새마을 교통'의 시작"이라고 정의했다. 섬에어는 김포-사천 노선을 매일 4회 왕복(8편)해 촘촘한 스케줄을 제공한다. 최 대표는 “섬에어는 사천·진주 등 경남 서부권 시민 여러분께 꼭 필요한 '하늘의 마을 버스'가 되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특히 그는 “사천은 섬에어가 운용하는 ATR-72 600 여객기의 본고장인 프랑스 툴루즈와 지리·산업적으로 비슷한 점이 많다"며 “그래서 비행기를 원래부터도 좋아했던 저는 대한민국의 툴루즈라고 할 수 있는 사천에 가장 먼저 취항하고 싶었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향후 인천국제공항과 사천공항을 연결하겠다는 계획도 내비쳤다. 해외에 나갈 때 하루 전 서울이나 인천에서 숙박해야 하는 지역민들의 해외 출국 편의 개선은 물론, 사천의 항공우주 기업들을 찾는 해외 바이어와 연구 인력들이 인천공항을 통해 사천을 편리하게 방문할 수 있도록 돕겠다는 구상이다. 최 대표는 “사천공항에 세관·출입국 관리·검역(CIQ, Customs·Immigration·Quarantine) 설치 논의가 진전되고 있어 이곳에서 국제선을 타는 날도 머지 않았다"며 “그날이 오면 사천은 대한민국 우주 항공 산업이 세계와 직접 연결되는 중요한 관문이 될 것이고, 사천 시민·지역 기업과 오래도록 함께할 섬에어의 취항은 더 편리한 이동의 시작과 더 넓은 기회의 출발점이 되기를 간절히 소망한다"고 전했다. 이어진 기자들과의 시간에는 섬에어의 생존 전략과 기종 선택에 대한 질의응답이 오갔다. 한 지역지 기자는 프로펠러기인 ATR 72-600을 도입한 이유에 대해 질문했다. 최용덕 대표는 “주력 타깃인 울릉공항의 활주로가 1200m로 짧은 반면, 2450m를 요하는 보잉 737은 이착륙이 불가능하기 때문"이라며 “제주와 같은 고강도 아닌 사천·울산·여수 등의 저강도 수요에서는 ATR 72-600이 가장 합리적인 모델"이라고 설파했다. 이어 “추력을 얻는 방식에서 차이를 보일 뿐, 목적에 맞는 엔진을 쓰는 것이며 터보 프롭 엔진의 코어는 터보 팬과 동일해 진부한 기술이라고 할 수 없다"며 “동급 제트기 대비 좌석당 연료를 40% 절감할 수 있어 고유가 시대에 훨씬 유리하다"고 화답했다. 그는 “사업 초창기이다보니 항공권을 할인하고 지역 기업들의 협찬도 상당액 받고 있다"며 “앞으로 더 많은 계약을 통해 좌석을 판매하며 프로모션을 추진할 방침"이라고 언급했다. 본지는 최 대표에게 △손익 분기점 △흑자 전환 시점 △향후 기재 도입·노선 확장 계획 △인력 수급 현황에 대해 물었다. 그는 “편당 탑승률이 70% 가량 나오면 수익을 낼 수 있고, 내년 말에서 내후년 초 정도면 흑자 전환이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며 “이는 내년 중 항공기 6대를 추가로 들여오는 것까지 계산한 것이지만 환율과 유가가 현재 수준으로 뛰어오른 건 예상 밖의 일"이라고 답변했다. 또 “울릉공항이 문을 열면 해당 노선에만 5대 넘게 고정 투입할 예정이고, 소형 항공 운송 사업자에 대한 국제선 50석 규제가 완화되면 활주로 길이가 1900m인 일본 쓰시마섬 취항도 희망하고 있다"고 화답했다. 아울러 “현재 3호기에 배치할 조종사와 객실 승무원 충원이 완료됐고, 2분기 채용 인원은 확정했고 3분기 채용도 일부 준비된 상태"라고 언급했다. 할인 없이 풀 페어 기준 진에어와의 경쟁이 되겠느냐는 질문엔 “오히려 당사 판매가가 1만원 가량 낮다"며 가격 경쟁력이 있음을 시사했다. 최 대표는 국내에선 항공기를 타는 것 자체가 사치재라는 인식이 있어 미국의 EAS(Essential Air Service) 등 주요 선진국에 있는 '공익 노선 제도(PSO, Public Service Obligation)'가 없다면서도 국토교통부 역시 이에 관한 연구를 심도있게 해둬 실행 단계만 남았다고 했다. 그는 “도서 지역으로 가는 배편은 지방 자치 단체의 지원을 받고 있고, 서울시도 연간 8000억 원씩 준 공영제 아래의 버스 회사들에게 배분한다"며 “항공 주무 부처인 국토교통부의 재정이 투입될 수 있는 법률적 근거 마련이 시급하다"고 호소했다. ◇지자체장들 “항공우주 생태계 완성, 남해안 시대 개막" 이날 행사에 참석한 지자체장들 역시 섬에어 취항이 지역 경제에 미칠 파급력에 큰 기대감을 보였다. 박완수 경상남도지사는 “사천공항은 경남의 유일한 공항이자 남해안에 접근할 수 있는 중심 공항"이라며 “우주항공청·한국항공서비스(KAEMS) 등 사천·진주를 중심으로 한 우주항공 산업 생태계를 맞춰가는 데 있어 큰 시너지 효과가 나타날 것"이라고 평가했다. 박 지사는 국토교통부와 협력해 사천공항을 국제공항으로 발전시키기 위한 시설 확충 노력도 이어가겠다고 덧붙였다. 박동식 사천시장 또한 “이번 취항은 대한민국 우주항공 수도 사천 엔진에 강력한 날개를 다는 일이며 남해안 시대를 여는 시작"이라며 “수도권과의 심리·물리적 거리를 뛰어넘어 지역 경제에 활력을 불어넣을 것"이라고 축하의 뜻을 전했다. 박규빈 기자 kevinpark@ekn.kr

[르포] “벨트 풀어! 짐 버려! Brace!”…파라타항공-유한대 훈련 센터에 가다

“항공 산업에서 안전은 타협할 수 없는 절대적인 기준이며 그 출발점은 결국 사람이라고 생각합니다. 이는 안전 운항 역량을 선제적으로 확보하고자 하는 파라타항공의 의지이자 실행력과 결과입니다."(윤철민 파라타항공 대표이사) 지난 27일 파라타항공은 경기 부천 소재 유한대학교 윌로우 하우스에서 항공 훈련 센터 개소식을 진행했다. 윤철민 대표는 개소식 기념사를 통해 “출범 이후 지금까지 고객의 신뢰를 얻기 위한 가장 본질적인 가치는 안전이라는 확고한 신념 아래 모든 의사 결정과 투자를 준비해 왔다"고 강조했다. 그는 “오늘 완공된 센터를 통해 승무원들은 보다 실제와 유사한 환경에서 반복적이고 체계적인 훈련을 수행할 수 있게 됐다"며 “비상 탈출·기내 서비스·이미지 메이킹 등 다양한 교육이 실제 운영 환경과 동일한 수준으로 이뤄질 것"이라며 현장에서의 안전 수행 역량 강화를 역설했다. 이어 장은영 유한대학교 총장은 “우리 캠퍼스 안에 이와 같은 글로벌 스탠다드 최고 수준의 항공 훈련 센터를 개소하게 된 것을 매우 뜻깊고 기쁘게 생각한다"고 언급했다. 장 총장은 “지금은 대학이 단순히 지식을 가르치는 교육의 영역을 넘어서 실제 산업 현장과 융합하고 현장 중심 교육을 구현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한 시대"라며 “설립자인 고 유일한 박사의 정직과 신뢰, 기업의 사회적 책임 정신이 파라타항공이 추구하는 사회적 가치와 맞닿아 있어 두 기관이 좋은 파트너가 될 것"이라고 부연했다. 김태우 유한대학교 전략기획처장 역시 공동 비전 발표에서 이번 훈련 센터를 산학 협력의 교차 지점이자 '안전·서비스 교육 플랫폼'으로 정의했다. 그는 현장 중심 교육과 산학 협력을 기반으로 향후 일본이나 베트남 등 글로벌 수요를 발굴해 세계적인 교육 기관으로 도약하겠다는 전략 목표를 제시했다. 취재진의 질문도 이어졌다. 기자가 윤철민 대표에게 모기업 위닉스의 '고객 중심 철학'이 이번 훈련 과정에 어떻게 이식되는지 묻자 윤 대표는 “항공업의 가장 중심은 안전이며, 고객 만족은 안전을 확보하기 위한 기초적인 시설에서부터 시작된다"고 답변했다. 또한 업계의 이목이 쏠린 미주 취항 진행 상황에 대해서는 “올해는 힘들 것 같고 내년 상반기에나 될 것 같다"며 “유가와 환율 이슈가 항상 힘들지만 영원한 건 아니니 잘 극복해 나가야 할 부분"이라고 덧붙였다. 본격적인 시설 투어는 안성훈 객실훈련파트장의 인솔 아래 진행됐다. 파라타항공 측에 따르면 이번에 조성된 훈련 센터는 2개 동 3개 층에 약 292평 규모로 구축됐다. 수십억 원의 비용이 투입된 이 센터는 파라타항공 사무실에서 버스로 1시간이 채 안 걸리는 거리에 위치해 접근성도 우수하다는 게 사측 설명이다. 투어의 첫 관문인 파사드와 교관 대기실을 지나 마주한 곳은 A330 기내 실습실이었다. 이곳은 실제 A330 항공기의 객실과 갤리, 화장실 등 기내 공간을 동일하게 재현했다. 인체에 무해한 연기 발생 장비를 가동해 오븐·오버헤드 빈·좌석 등 동시다발적으로 불이 날 수 있는 환경도 연출됐다. 또한 유한대 항공서비스학과 학생들과 파라타항공 승무원들이 백복숭아와 적포도를 블렌딩한 파라타항공의 시그니처 음료 '피치 온 보드(Peach on board)'를 승객에게 제공하는 기내 서비스를 능숙하게 시연했다. 이어진 A320 기내 실습실에서는 신입 객실 승무원들을 대상으로 한 강도 높은 기내 보안 훈련이 한창이었다. 교관은 기내 난동 승객이 발생했을 때 타이랩 등 보안 장비를 이용해 체포하고, 항공기 최후방 좌석인 49열에 구금하는 요령을 세밀하게 지도했다. 특히 체포한 시간과 구금한 시간의 차이를 정확히 기록해야 서류의 신빙성을 높일 수 있다는 실무적인 팁과 함께 피의자에게 미란다 원칙을 고지하고 확인서를 직접 작성하게 하는 등 현장 밀착형 교육이 눈길을 끌었다. 화재 진압 실습실의 훈련은 실제 상황을 방불케 했다. 승무원들은 실제 소화기를 빼 들고 불을 끄는 절차를 반복 숙달했다. 긴급 상황에서 승객의 빠른 행동 반응을 이끌어내기 위해 훈련을 받는 승무원이 “충격 방지 자세! Brace! 진정하세요! 자리 앉으세요! Calm down! STAY seated! 뛰어! 내려!" Jump slide! Move away! 등 단호하고 짧은 반말로 명령어를 외치며 화재를 진압하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이 시설에서는 객실 승무원뿐만 아니라 조종사들도 화재 진압과 비상 장비 사용 훈련을 정기적으로 함께 받는다는 설명이 뒤따랐다. 비상 보안 장비 실습실에는 실제 기내에 탑재되는 수많은 장비들이 총망라되어 있었다. 화염을 차단하는 장치와 호흡 보호 장비·메가폰·조난 신호 발생기·손전등을 비롯, 성인·유아용 구명복이 구비돼 있었다. 또한 산소 공급기·메디컬 키트·자동 심장 충격기(AED)는 물론, 기내 오염물이나 감염 환자 발생 시 사용하는 '유니버설 프리코션 키트'와 난동 승객 제압을 위한 포승줄과 테이저건까지 꼼꼼하게 채워져 있었다. 한쪽 벽면에는 신입 승무원들도 장비의 탑재 위치를 한눈에 알 수 있도록 시각화된 도면이 부착되어 교육 효율을 높였다. 투어의 대미는 도어 트레이너를 통해 승무원들이 “승무원 탈출!"이라고 외치며 비상 탈출 시연이 장식해 역동적인 장면을 연출했다. 현장 투어가 끝난 후 기자는 대한항공 객실 승무원 출신인 임현주 유한대학교 항공서비스학과장과 만나 센터의 커리큘럼과 산학 협력의 향후 운영 방안에 대해 심층적인 이야기를 나눴다. Q1. 훈련 센터 구축에 시간이 꽤 걸렸을 것으로 보인다. A1. 순차적으로 진행됐다. A330 모형(Mock-up)은 재작년인 2024년 9월 공사를 시작해 작년 3월에 완공됐고, 오늘 둘러본 하층부의 화재 진압·훈련 시설들은 이달 완공을 마쳤다. Q2. 타 대학의 객실 승무원 양성 학과 시설과 비교해 유한대만의 가장 큰 차별점은 무엇인가? A2. 통상 전국의 객실 승무원 양성학과들은 기내 실습실을 특정 기종으로 특화해서 만들지 않는다. 하지만 우리는 광동체인 A330과 협동체인 A320의 실습 환경을 모두 구축했다. 기종별로 통로의 개수나 구조가 달라 비상 탈출·서비스 절차 자체가 다른데, 학생들이 실제 항공기와 완벽히 동일한 환경에서 승무원의 직무 패턴대로 훈련받을 수 있다는 것이 가장 큰 장점이다 Q3. 국토교통부 인증이나 타 항공사 위탁 교육까지 염두에 둔 시설인가? A3. 현재는 파라타항공 객실 승무원들이 자격 취득을 할 수 있는 수준으로 만들어졌다. 교육 운영 역시 파라타항공이 주도하고 있다. 당장 타 항공사의 위탁 교육을 논할 단계는 아니나, 향후 외국인 학생 등을 대상으로 다양한 프로그램을 운영할 가능성은 열어두고 있다. Q4. 공동 비전 선포가 있었는데 파라타항공 채용 시 유한대 항공서비스학과 졸업생들에게 주어지는 이점이 있는가? A4. 공동 비전을 통해 구축된 센터에서의 교육 경험은 학생들에게 분명한 강점으로 작용한다. 항공사 기준에 부합하는 실습과 훈련을 체계적으로 이수하게 됨에 따라 채용 과정에서 요구되는 직무 역량을 보다 높은 수준으로 준비할 수 있으며, 이러한 점은 결과적으로 채용 과정에서 유의미한 경쟁적 우위로 작용할 것이다. Q5. 파라타항공의 노선 확장에 발맞춰 학생들에게 어떤 역량을 강조하고 있나. A5. 파라타항공은 저비용 항공사(LCC)임에도 굉장히 공격적으로 노선을 확장하고 있고, 특히 미주 노선 취항에 대한 의지가 강하다. 객실 승무원에게는 외국어 실력이 많이 요구된다. 따라서 우리 역시 학생들에게 외국어와 글로벌 역량, 그리고 인적 서비스의 중요성에 방점을 두고 교육하고 있다. 박규빈 기자 kevinpark@ekn.kr

[단독]“4만평 50년 임대, 사용료는 월 6천만원”…광양항 물류창고 입찰, ‘특정업체 설계’ 의혹 증폭

광양=에너지경제신문 문승용 기자 여수광양항만공사가 2022년 추진한 광양항 배후부지 물류창고 사업자 선정 과정에서 4만여 평 규모 부지를 50년간 임대하면서 월 임차료를 약 6000만 원 수준으로 설정한 사실이 확인되면서, 사실상 특정 업체를 염두에 둔 '맞춤형 입찰'이었다는 의혹이 급격히 확산되고 있다. 공고(제2022-122호) 이전부터 입찰 조건과 평가 전략까지 사전에 조율된 정황이 녹취로 확인된 데다, 실제 해당 구조에 부합하는 업체가 우선협상자로 선정되면서 논란은 단순 의혹을 넘어 구조적 문제로 번지는 양상이다. 해당 부지는 13만3447㎡(약 4만466평) 규모로, 사용료는 ㎡당 425원 수준에 불과하다. 이를 월간 기준으로 환산하면 약 5670만 원 수준이며 연간 약 6억8000만원이다. 통상 시세는 1평당 1만원으로 월 4억원, 연간 약 48억 원 수준이다보니 50년 장기 임대 조건을 고려할 경우 사업자가 초기 투자 부담을 감수하더라도 안정적인 수익을 확보할 수 있는 구조라는 게 업계의 공통된 분석이다. 29일 에너지경제신문이 입수한 녹음파일과 취재에 따르면 여수광양항만공사는 2022년 11월 24일 광양시 황길동 1407번지 일원 서측배후단지 2개 구역 13만3774㎡ 부지에 대한 '광양항 항만배후단지 입주기업체 모집 공고'를 냈다. 신청 자격은 글로벌 선복량 30대 컨테이너 선사 또는 광양항 이용 물동량 20대 선사, 혹은 해당 선사가 50% 이상 지분을 보유한 물류회사로 제한됐고, 업종 역시 화물운송업과 물류시설운영업 등으로 한정됐다. 문제는 이 같은 조건이 공고 이전부터 특정 업체와의 협의를 통해 사실상 설계된 정황이 녹취를 통해 확인됐다는 점이다. 실제 최종 우선협상자로 선정된 업체 역시 이러한 조건에 부합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사업계획서 작성과 평가 과정 개입 정황은 의혹의 핵심으로 꼽힌다. 항만공사 A 위원과 우선협상자 측 C 소장은 2022년 12월 통화에서 “80점 이상 맞춰야 한다", “지분 50% 이상으로 해야겠네", “매출 500억 이상으로 해버리면 되겠다"며 구체적인 기준 설정과 대응 방향을 논의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은 이어 “평가위원들 오기 전에 미리 얘기를 할 것", “평가위원들하고 사전에 얘기하겠다"고 언급하며 평가 과정 사전 접촉 가능성까지 시사했다. 또 “물량은 너무 줄이지 말라", “고용 인력은 연차별로 늘리는 식으로 잡으면 된다", “그렇게 하면 장금상선밖에 들어올 수 없다", “장금 유치 잘했다는 얘기가 나온다"는 발언도 확인됐다. 입찰 공고 시점 역시 내부 절차가 아닌 외부 협의에 따라 좌우된 정황이 드러났다. 공고 한 달 전인 2022년 10월 통화에서 A 위원은 “사장님이 11월 7일 금창원(장금상선) 사장을 만나면서 확정할 테니 공고를 내라고 컴펌했다"고 말했다. 이어 11월 8일 통화에서도 “어제 회장 만나고 결과에 따라서 바로 공고 들어간다", “사장님 오더 떨어지면 바로 난다"고 언급했다. 이처럼 공고 시점, 자격 요건, 평가 기준, 대응 전략까지 일련의 과정이 사전에 조율된 정황이 이어지면서 공공 입찰의 독립성과 절차적 정당성이 근본적으로 훼손됐다는 지적이 나온다. 통상 우선협상자 선정까지 약 3개월가량 소요되는 절차가 이번 사업에서는 한 달도 채 걸리지 않은 점 역시 '속전속결' 논란을 키우고 있다. 이 공고는 같은 해 12월 30일 계약 체결이 이뤄진 것으로 알려졌다. 지역 물류업계에서는 “해당 조건이라면 사실상 손해를 보기 어려운 구조"라며 “일반적인 경쟁 입찰에서는 보기 힘든 수준"이라는 반응이 나온다. 항만공사 A위원은 “투자 유치 담당 계약직으로 입찰 조건 결정에 관여할 위치가 아니며, 관련 내용은 차장·부장 등 상급자 검토를 거쳐 진행되는 구조"라고 밝혔다. 또 “선사 유치를 위해 다양한 가능성을 열어두고 설명한 것일 뿐 특정 업체를 염두에 둔 발언은 아니다"라며 “입주 조건 역시 특정 기업 배제를 위한 구조는 아니다"고 주장했다. 박성현 전 항만공사 사장은 “공사 직원은 어느 업체든 찾아오면 입찰 조건과 규정 등을 설명할 의무가 있다. 특정 업체 하라고 지시한다고해서 들을 직원도 없고 또 그렇게 사장이 지시할 수도 없다. 해도 안 듣는다"며 “국양로지텍이 장금상선 계열사인지도 당시에는 모르고 있었다"고 주장했다. 문승용 기자 symnews@ekn.kr

중동사태·노조리스크 ‘내우외환’…재계 ‘비상경영’ 전환

미국과 이스라일의 이란 공습으로 촉발된 중동발 글로벌 에너지 및 공급망 위기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오락가락 말 한마디에 더 큰 혼란과 불안감으로 이어지고 있다. 특히, 중동산 원유 의존도가 절대적인 탓에 국제유가 상승, 원유 수급 차질에다 원-달러 환율 급등 등 '복합 악재' 불똥을 맞은 국내 주요기업들은 중동사태의 단기해결 조짐이 보이지 않자 하나 둘씩 비상경영 체제에 돌입하고 있다. 29일 재계에 따르면, 미-이란 전쟁의 직격탄을 맞은 항공업계가 가장 먼저 '비상경영'을 선포하고 영업전략 전면 수정에 나섰다. 올해부터 생산감축 중심의 산업 구조개편을 감수해야 하는 석유화학업계도 원유 수급 차질로 일부 가동 중단에 돌입했고, 그에 따른 수익 저하로 구조조정 행보가 더 빨라질 것으로 예측된다. 항공업계의 경우, 티웨이항공이 지난 16일, 아시아나항공이 지난 25일 잇달아 사내 공지를 통해 비상경영체제를 공식화했다. 티웨이항공은 투자 계획과 비용 구조를 전반적으로 점검하기로 했다. 불요불급한 지출과 투자에 대해서는 일정 조정 또는 집행 보류에 나설 예정이다. 아시아나항공 역시 재무 건전성 안정화를 위해 비용 절감 과제를 적극 발굴할 방침이다. 진에어, 에어부산, 이스타항공, 에어프레미아, 에어로케이도 오는 4월부터 일부 노선에 여객기를 띄우지 않기로 결정했다. 유가가 급격하게 오르면서 유류할증료로 운임 부담을 상쇄하기에 힘든 지경에 이르렀기 때문이다. 저비용항공사(LCC)들의 경우 고객들의 가격 저항이 높아 이를 티켓 가격으로 고스란히 반영하기도 힘든 형국이다. 대외 환경도 녹록지 않다. 베트남을 비롯한 현지 항공유 공급사들이 우리나라 국적기에 가격 인상을 통보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항공유는 휘발유·경유 등 다른 정유 제품보다 품질 기준이 까다롭고 변질 위험이 큰 특징이 있다. 장기 비축이 어려워 갑작스러운 유가 급등에 시장 혼란이 가중되는 모습이다. 석유화학 쪽도 사정이 나쁘기는 매한가지다. 중국발 공급 과잉으로 자발적인 구조조정을 시행 중인 상황에서 국제유가 공급 감소와 국제유가 상승, 그에 따른 석유제품 원료 가격 동반급등이라는 복병을 맞아 어려움을 겪고 있다. 석화업계에 따르면, 석유산업 기초원료인 나프타(납사)가 중동 산유국의 정유시설 피습으로 일부 불가항력 공급중단 사태에 빠지면서 국내에도 수급 위기로 이어지고 있다. 실제로 나프타 부족 현상으로 이미 시중에서 종량제 봉투 사재기 등 소비자 불안으로 나타나자 급기야 정부는 국내 나프타의 수출을 금지하고 기존 수출 예정물량도 국내 수요처로 우선 배정하는 비상대책을 내놓았다. 국내 최대 수출품목인 반도체 쪽도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중동사태가 장기화하면 헬륨 등 원자재 공급에 차질이 생기면서 반도체 생산에 타격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최근 이란이 카타르의 액화천연가스(LNG) 생산시설을 공격하면서 가스와 함께 추출되는 헬륨 생산도 차질을 빚고 있어 반도체기업의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이렇듯 미-이란 전쟁과 중동발 원유 수급 위기가 예상보다 길어지면서 내실경영 강화에 나선 기업들도 늘어나고 있다. 삼성·SK·현대차·LG·롯데 등 국내 주요 대기업들은 최근 자체적인 에너지 절감정책 가이드라인을 마련해 전 계열사 사업장에 고지했다. 중동사태 이후 유가 급등으로 이동·물류비 같은 비용 부담이 커지자 허리띠를 졸라매기 시작한 것이다. 삼성그룹은 모든 사업장에서 차량 10부제를 실시하고 미사용 조명은 소등하기로 했다. SK·현대차·롯데그룹은 이보다 강력한 차량 5부제를 도입하기로 했다. LG그룹은 자동 소등 시스템 등을 적용해 불필요한 전력을 낭비하지 않기 위해 애쓰고 있다. 유통·식품사도 내실 경영에 돌입하며 위기관리에 들어갔다. 최근 원-달러 환율이 달러당 1500원에 근접하면서 원료 및 포장비닐 수급 차질, 그에 따른 구매비용 증가에 직면했지만 정부의 소비자물가 규제로 판매가격 인상이 사실상 막히면서 자체 비용 절감을 통한 수익성 확보에 매달리고 있는 것이다. 더욱이 유통식품사들은 중동사태가 길어질 경우 국민들 소비심리 위축으로 이어질까봐 노심초사하는 표정이다. 이같은 중동사태라는 외부적 변수 외에도 일부 대기업들은 '노조 리스크'라는 국내 변수에도 골치를 앓고 있다. 가장 우려를 낳고 있는 곳은 삼성전자로, 창사 이래 두 번째 파업이 일어날 수 있다는 분위기로 이어지고 있다. 삼성전자 노조가 '초과이익성과급 상한 폐지'나 '영업이익의 20% 성과급 지급' 등을 요구하며 쟁의행위 카드를 만지작거리고 있기 때문이다. 만일 회사가 노조 요구를 수용할 경우, 삼성전자는 올해 경영 실적에 따라 성과급 지출액이 지난해 연구개발(R&D) 투자액(37조 7404억원)보다 많아질 수도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중동사태로 인한 원료 수급 문제까지 더해질 경우 삼성전자가 파업으로 입는 경제적 손실 규모는 10조원대를 넘어갈 수도 있다는 우려마저 나온다. 이밖에 3월부터 시행에 들어간 노란봉투법(노동조합법 제2·3조 개정안)도 기업에 압박 요소로 작용하고 있다. 원·하청 구조가 복잡한 대기업들로선 벌써부터 올해 단체협상을 걱정하고 있다. 현대차·기아, 현대제철, 한화오션, 포스코 등 하청 노조들은 노란봉투법이 시행되자마자 원청에 교섭을 일제히 요구하며 단체행동을 예고하고 있다. 올해 초만 해도 경기회복에 대한 기대감이 컸던 국내 기업들은 미-이란 전쟁의 대형 돌발 악재와 국내 노조 리스크 등 '내우외환' 상황을 극복해야 하는 절박한 처지에 놓이게 됐다. 여헌우 기자 yes@ekn.kr

“대구경북신공항 교통망 윤곽 뚜렷”…군위 중심 광역 인프라 구축 속도

군위=에너지경제신문 정재우 기자 대구경북신공항 건설이 가시화되면서 공항 접근성을 좌우할 광역 교통망 구축이 본격적인 궤도에 올랐다. 군위군은 도로와 철도를 아우르는 입체적 교통 인프라 확충이 속도를 내고 있다며, 신공항 시대를 뒷받침할 기반 조성이 순조롭게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국도 승격으로 연결축 강화…“국가 주도 관리로 안정성 확보" 신공항 접근성 개선의 첫 단추는 도로망 체계 개편이다. 2025년 7월, 신공항 연결도로 2개 노선이 국도로 승격되면서 교통망의 격이 한 단계 높아졌다. 일반국도 16호선(군위~청송, 59.3㎞)은 경북 동부권에서 신공항으로 이어지는 핵심 통로로 기능하게 되며, 85호선(김천~예천, 93.5㎞)은 구미·김천 산업벨트와 경북 북부권을 연결하는 물류 축으로 자리 잡을 전망이다. 특히 기존 지방 관리 체계에서 국가 관리 체계로 전환되면서 향후 건설과 유지·보수에 국비가 투입된다. 이에 따라 사업 추진의 안정성과 속도 모두 확보될 것으로 기대된다. ▲구미~군위 고속도로 확정…산업·물류 흐름 '동서로 확장' 2025년 11월 예비타당성조사를 통과한 '구미~군위 고속도로'는 신공항 교통망의 핵심 축으로 평가된다. 총연장 21.2㎞, 4차선 규모로 추진되는 이 사업에는 약 1조5천억원이 투입된다. 해당 노선은 구미와 군위를 직접 연결해 기존 경부고속도로와 중앙고속도로 중심의 남북축 교통 구조에 동서축을 더하는 역할을 한다. 이로 인해 구미 국가산업단지의 물류 이동 효율이 크게 개선되고, 신공항을 통한 여객 수송 역시 한층 원활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단순한 도로 신설을 넘어 경북 중서부권 교통 체계를 재편하는 전환점이 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팔공산 관통 고속도로 추진…대구 도심 접근성 대폭 개선 신공항과 대구 도심을 직결하는 '팔공산 관통 고속도로' 사업도 속도를 내고 있다. 해당 사업은 수성IC에서 동군위 분기점까지 약 30㎞를 연결하는 민자사업으로, 총 1조8천억원 규모다. 2024년 11월 민간사업자가 사업 의향서를 제출하면서 본격적인 추진 단계에 들어섰다. 이 노선이 완공되면 신공항과 대구 도심 간 이동 시간이 획기적으로 단축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공항 접근성이 도시 경쟁력과 직결되는 만큼, 향후 대구권 경제 활성화에도 중요한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 ▲대구~경북 광역철도 추진…생활권 통합 '핵심 축' 도로망과 함께 철도망 구축도 병행되고 있다. '대구~경북 광역철도(신공항철도)'는 대구 도심과 신공항, 경북 내륙을 직접 연결하는 핵심 교통수단이다. 총연장 70.1㎞ 복선전철로 계획된 이 사업에는 약 2조6천억원이 투입될 예정이다. 서대구역을 출발해 신공항을 거쳐 의성까지 이어지는 노선으로, 현재 예비타당성조사가 진행 중이며 2026년 상반기 결과 발표가 예정돼 있다. 앞서 지난 2월 칠곡 북삼역 개통식에서는 대구시와 경북도, 군위군을 비롯한 6개 지자체장이 공동건의문에 서명하며 사업 조기 추진 의지를 공식화했다. 이는 단순 교통망 구축을 넘어 통근·통학·의료·경제활동을 하나로 묶는 '생활권 통합 인프라'로서 의미를 갖는다. ▲“신공항 시대 대비 완료"…경제·지역 활성화 기반 마련 군위군을 중심으로 추진 중인 국도 승격, 고속도로 신설, 광역철도 구축 등 주요 교통 인프라 사업들은 신공항 개항 이후 파급 효과를 극대화할 핵심 기반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교통망이 촘촘히 연결되면서 산업·물류·관광 등 다양한 분야에서 연쇄적인 성장 효과가 기대되며, 경북 전역의 공간 구조 역시 크게 변화할 것으로 보인다. 군위군 관계자는 “중앙정부와 대구시, 경상북도와 긴밀한 협력 체계를 유지해 계획된 사업들이 차질 없이 추진되도록 행정력을 집중하겠다"고 밝혔다. 대구경북신공항을 축으로 한 교통 혁신이 현실화되면서, 지역 균형발전의 새로운 전기가 마련되고 있다. 정재우 기자 jjw5802@ekn.kr

日 ANA 그룹, 화물 사업 3사 통합…“아시아 대표 물류 캐리어로 도약”

전일본공수(全日本空輸, ANA) 홀딩스(ANA HD)가 그룹 내 화물 사업의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 대대적인 구조 개편에 나선다. 28일 ANA HD는 그룹 산하의 화물 전문 기업인 △㈜ANA 카고(ACX) △일본화물항공(NCA) △NCA Japan(NCAJ) 3사를 하나로 통합하기로 결정했다고 전날 밝혔다. 이번 통합의 예정 시기는 2027년 4월 1일이다. 통합 후에는 일본화물항공(NCA)을 존속 회사로 하며, NCA가 보유한 항공운송사업 허가(AOC)를 그대로 승계해 운영할 방침이다. 이번 결정은 ANA 카고가 가진 여객기 화물 혼재(Combination Carrier) 노하우와 NCA 그룹의 화물 전용기 운항 전문성을 결합하기 위한 조치다. 이를 통해 영업부터 운항, 화물 핸들링까지 원스톱 서비스를 구축하고 시장 변화에 대한 즉각적인 대응력을 높인다는 전략이다. 본격 통합에 앞서 2026년 4월부터는 실질적인 시너지 창출을 위한 판매 창구 단일화와 화물 터미널 집약 조치가 시행된다. ANA 그룹은 해외 판매 체제를 순차적으로 합쳐 고객은 운항사에 상관없이 하나의 창구에서 상담 및 예약이 가능해진다는 입장이다. 이에 따라 일본 내에서는 센트레아 나고야 중부 국제공항과 간사이 국제공항의 터미널을 통합하며, 해외에서는 시카고 오헤어 국제공항을 시작으로 도착 화물 처리 시설을 합칠 예정이다. ANA HD 측은 이번 통합을 통해 '2026-2028년 중기 경영 전략'에서 내건 약 300억 엔 규모의 통합 시너지 효과를 확실히 창출하겠다는 포부를 내비쳤다. 이미 ANA와 NCA는 화물 공간 상호 활용과 북미·유럽 노선 코드쉐어 등을 통해 협력을 이어오고 있으며, 이번 법인 통합을 통해 아시아를 대표하는 종합 항공 물류 기업으로서의 입지를 강화할 계획이다. 박규빈 기자 kevinpark@ekn.kr

“수년 째 2만원 선 박스권”…소액 주주 성토장 된 HMM, 흑자 자축 속 ‘본사 이전·거버넌스’ 격돌 [주총 현장]

HMM이 글로벌 해운 시황의 불확실성 속에서도 6년 연속 흑자라는 쾌거를 이뤘지만 정기 주주총회 현장의 분위기는 축제와는 거리가 멀었다. 경영진은 대규모 선대 확충을 골자로 한 장밋빛 미래 청사진을 제시했으나 객석을 메운 주주들은 '본사 부산 이전' 강행 우려부터 대주주 입김에 휘둘리는 지배 구조와 수년째 박스권에 갇힌 주가에 이르기까지 묵혀둔 불만을 쏟아냈다. 26일 HMM은 이날 오전 9시에 서울 영등포구 여의동 파크원 타워1 19층에서 제50기 정기주주총회를 개최했다. 이날 상정된 제50기 재무제표 승인의 건을 비롯해 정관 변경·이사 선임 등 모든 안건은 원안 가결됐다. ◇최원혁 대표 “13.4% 높은 이익률…2030년까지 155만TEU 확보로 도약" 의장으로서 임석해 의사봉을 잡은 최원혁 대표이사 사장은 먼저 호실적을 바탕으로 주주들을 다독였다. 최 대표는 “지난해 글로벌 경기 침체와 국가 간 무역 갈등이 겹치며 불확실한 상황이 계속된 한 해였다"면서도 “효율적인 선대 운영과 고수익 화물 유치를 통해 연결 재무제표 기준 매출액 10조8914억 원, 영업이익 1조4612억 원으로 6년 연속 흑자를 달성했다"고 보고했다. 그는 13.4%에 달하는 높은 영업이익률을 질적 성장의 성과로 내세웠다. 이에 따라 1주당 700원(총 배당금 약 6602억 원, 시가 배당률 3.4%)의 현금 배당 안건이 주주들의 승인을 받았다. 미래 전략에 대한 청사진도 제시됐다. 회사를 글로벌 톱티어 선사로 도약시키기 위해 지난해 구체화한 '2030 중장기전략'에 따라 2030년까지 컨테이너 155만 TEU와 벌크 1275만 DWT를 확보하겠다는 계획이다. 최 대표는 “친환경·통합 물류·디지털화 투자를 크게 확대하고, '넷 제로 2045'를 향한 탈 탄소 체계 구축도 지속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사외이사 선임안에 주주들 반발…“거수기 전락" vs “적법한 검증 마쳐" 그러나 순조롭던 주총의 분위기는 임기 2년의 신규 사외이사와 감사위원회 위원으로 안양수 전 법무법인 세종 고문과 박희진 부산대학교 부교수를 선임하는 안건이 상정되며 격해졌다. 발언권을 얻은 주주 김보라 씨는 두 후보의 이력을 조목조목 짚으며 이사회의 독립성 결여를 정면으로 비판했다. 김 씨는 “사외이사는 경영진을 감시하고 자문할 수 있는 전문성이 필수"라며 “공직 생활을 거쳐 산은 부행장까지 지낸 기업 구조조정 전문가인 안양수 후보가 과연 제 역할을 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꼬집었다. 산업은행이 HMM의 대주주이자 핵심 이해 관계자인 상황에서 사외이사의 본질적 기능을 상실하고 대주주의 꼭두각시로 전락할 가능성이 크다는 지적이었다. 이어 박희진 후보에 대해서도 날 선 비판을 가했다. 김 씨는 박 후보가 해양이나 항만 전문가가 아닌 부산 지역을 기반으로 한 학자라는 점을 문제 삼았다. 그는 “회사가 직면한 본사 이전이라는 사안에 대해 객관적이고 중립적인 판단을 내리기 어려운 위치"라고 주장했다. 그는 이번 인사가 경영상 필요가 아닌 본사 이전 강행을 위한 '거수기 세우기'로 보인다며 “이사회가 지역 안배의 장이 돼선 안 된다"고 일갈했고, 현장에서는 동조하는 주주들의 박수가 쏟아졌다. 최 대표는 즉각 진화에 나섰다. 그는 “두 후보 모두 사외이사 추천위원회를 통해 상법상 요구되는 회계 및 재무 전문가로서의 자격을 충분히 검증받았다"며 “각자의 분야에서 축적된 전문성을 바탕으로 독립적인 위치에서 주주가치 제고를 위해 본연의 역할을 다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반박했다. 특히 지역 안배 논란에 대해서는 “이번 주총은 상법이 요구하는 지배 구조를 갖추는 적법한 자리"라며 “별개의 건(본사 이전)과 연관 지어 생각하는 견해에 대해 언급하는 것은 의장의 역할을 벗어나는 것 같다"며 선을 그었다. 또한 주주석에서 제기된 이사회 정족수 우려에 대해서도 해명했다. 이번 선임으로 HMM 이사회는 사내이사 2명과 사외이사 3명 등 총 5인 체제로 운영된다. 최 대표는 “이는 대규모 상장 회사가 3명 이상의 사외이사를 선출하도록 하는 법적 요건을 충족하는 것"이라며 “과거 4년 간 동안 5인 체제로 운영해 경영상 안전에 문제가 없었으며, 향후 충원이 필요하면 이사 수 증대도 고려하겠다"고 덧붙였다. 표결 결과, 안양수 후보 선임의 건(반대 12만9928주)과 박희진 후보 선임의 건(위임장 반대 15만2394주)은 모두 3% 초과 의결권 제한 규정이 적용된 가운데 통과됐다. ◇거버넌스 개선 요구 분출…“다음 주총 때 제안해 달라" 대주주 입김에 대한 불만은 지배구조 개선 요구로 이어졌다. HMM 기업 거버넌스 대표격으로 나선 한 주주는 “한국산업은행과 한국해양진흥공사 등으로 구성된 구조 탓에 소액주주로서의 한계가 명확하다"며 “이는 회사가 강조하는 ESG의 핵심인 투명하고 독립적인 의사결정에 반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타 기업들의 사례를 들며 거버넌스 개선과 권익 보호를 위해 소액주주 추천 사외이사를 선임해 줄 것을 대표이사에게 공식 제안했다. 이에 최 대표가 “상법 제363조의 1에 따라 주주총회일 6주 전 서면이나 전자문서로 사외이사 선임을 제안할 수 있는 권리가 보장돼 있다"며 원론적인 법적 절차를 안내하자 주주들의 불만은 더욱 커졌다. 주주 정성철 씨는 “의장의 말은 결국 대주주의 의도대로 계속 사외이사를 구성하겠다는 것으로 들린다"며 “소액 주주를 위해 한 자리라도 할당해 주시기를 부탁하며, 이사회나 대주주와 꼭 협의해달라"고 재차 호소했다. 하지만 최 대표는 “다음번 정기 주총 때 해당 제도를 참조해 제안해 주시면 감사하겠다"며 기존 입장을 되풀이했다. ◇'본사 이전' 뇌관 폭발… “법적 근거 없는 이전은 배임 행위" 이날 주총의 긴장감이 최고조에 달한 것은 이사 보수 한도 승인의 건(한도 20억 원 상정, 전년도 실제 집행 18억 원)을 논의할 때였다. 주주 정성철 씨는 회사의 가장 큰 위기 요인으로 '본사 부산 이전' 문제를 꼽으며 강도 높은 비판을 쏟아냈다. 정 씨는 주총 안내 문구에 적힌 '지난 반세기 수많은 시련을 슬기롭게 극복해왔다'는 문구를 인용하며 “지금 회사의 존립과 주주 가치에 심각한 위기를 초래할 수 있는 문제는 본사 이전"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신규 이사진이 꾸려지면 5월 임시 주총을 열어 정관을 변경하고, 지방 선거 전에 이전을 강행하려는 것 아니냐는 짙은 의구심을 표출했다. 또한 그는 이전 추진의 명분이 철저히 정치적이라고 꼬집었다. 정 씨는 “대주주만 대표하는 이사회의 독립성에 대한 합리적 의심이 든다"며 “헌법 제59조 조세 법률주의에 위배되는 불확실한 가정과 세제 혜택 명목으로 수천억 원의 매몰 비용을 감수하려는 것은 배임 행위"라고 엄중 경고했다. 노사 갈등으로 인한 파국적 결과도 짚었다. 정 씨는 “이전 강행은 노조의 총파업을 불러 수출 물류에 심각한 타격을 주고, 결국 고객 이탈과 해운 동맹 내 신뢰도 하락이라는 수치로 환원할 수 없는 피해를 남길 것"이라며 관련 검토 자료의 투명한 공개를 강하게 압박했다. 최 대표는 “주식회사의 이사는 회사와 총주주의 이익을 공평하게 대변하고 보호해야 할 막중한 임무를 띠고 있다"며 “말씀하신 사안에 대해 그 임무에 위배되는 일 없이 최선의 결과가 도출되도록 하겠다"며 말을 아꼈다. ◇소액 주주의 절규 “차등 배당이라도 해달라" 수년째 제자리걸음인 주가에 대한 억울함도 터져 나왔다. 경기도 양주시에서 아침 식사도 거른 채 주총장을 찾았다는 한 소액 주주는 “다른 회사 주가는 천장을 뚫고 치솟는데 HMM은 2만 원대에서 오르락내리락만 반복한다"며 울분을 토했다. 그는 “산업은행과 해진공 등 든든한 대주주를 둔 상황에서 억지스러운 요구일지 모르나, 소액 주주들에게만이라도 차등 배당을 실시하는 방안은 고려해 볼 수 없느냐"며 “경영진과 대주주가 가슴에 손을 얹고 우리의 입장을 헤아려 달라"고 호소했다. 답변에 나선 재경본부장은 “현재의 배당은 모든 주주에게 기회를 균등하게 제공한 것"이라며 당장의 차등 배당 선을 긋고 “영업 자산 투자를 통한 주주이익 극대화로 주가 부양을 이끌어내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항공 물류 진출? 글로벌 8위인 컨테이너·벌크 사업 내실화가 우선" 글로벌 공급망 불안에 대응하기 위한 포트폴리오 다변화 전략에 대한 질문도 이어졌다. 한 주주는 중동 사태로 인한 이익 감소를 우려하며 에어 카고(항공 물류) 부문에 투자할 의향이 없는지 물었다. 하지만 최 대표는 해운업 본질에 집중하겠다는 뜻을 명확히 했다. 그는 “CMA-CGM 등 일부 글로벌 톱티어 선사들이 에어 카고를 병행하고 있지만, 현재 컨테이너 선복량 100만 TEU로 글로벌 8위인 우리 회사가 200만 TEU 이상의 7위권으로 도약하는 것조차 벅찬 현실"이라고 답변했다. 과거 LX판토스에서 육상·항공 물류를 모두 경험해본 최 대표는 “현 시점에서 HMM은 해운 역량에 모든 힘을 쏟아 해운 동맹 내에서 시너지를 내는 것이 최우선 과제"라고 못 박으면서도 포트폴리오 다변화를 강조했다. 최 대표는 “현재 회사가 보유한 초대형 원유 운반선(VLCC) 등 벌크선은 14척에 불과한데, 이는 장금상선의 137척에 비하면 턱없이 부족하다"며 “컨테이너 사업에 쏠린 리스크를 벌크 사업으로 헤지할 수 있는 역량을 갖춰야 하며, 부진한 터미널 사업의 체질도 개선해야만 2030 중장기 전략 달성이 가능하다"고 설명하며 질의응답을 마무리 지었다. 한편 이날 주총에서는 '집중 투표제 배제 조항 삭제'를 골자로 하는 정관 일부 변경의 건도 99.9%의 압도적인 찬성률로 가결돼 향후 지배 구조 변화의 가능성을 열어두며 50번째 정기 주주총회의 막을 내렸다. 박규빈 기자 kevinpark@ek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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