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 조원태 반대한 국민연금의 ‘기괴한 이중 행보’

지난달 26일 열린 한진칼 주주총회에서 지분 5.44%를 보유한 국민연금은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의 사내이사 재선임에 반대표를 던졌다. 한진칼의 경영권을 호시탐탐 노리던 호반그룹조차 조 회장의 선임에 찬성표를 던진 마당에 최대 기관 투자자인 국민연금이 홀로 각을 세운 것이다. 국민연금이 내세운 반대 사유는 '명백한 기업 가치 훼손 내지 주주 권익 침해 행위에 대한 감시 의무 소홀'이다. 아울러 조 회장이 지난해 한진칼·대한항공·진에어·아시아나항공 등 4개 회사로부터 수령한 145억7818만 원의 보수가 경영 성과에 비해 과도하게 책정됐다며 보수 한도 승인 안건에도 반대했다. 하지만 과연 이 '경영 성과 부족'과 '기업 가치 훼손'이라는 잣대가 합당한지는 짚어볼 필요가 있다. ◇국가적 과제 떠안은 결단, '경영 성과'로 폄하할 수 있나 정부가 산업은행을 앞세워 조 회장의 경영권을 방어해주게 됐다는 논란이 존재하긴 하지만 조 회장은 2020년 11월 재무 압박을 감수하면서도 아시아나항공 계열사들을 떠안겠다는 결단을 내렸다. 만약 대한항공이 국적 대형 항공사 통합이라는 십자가를 지지 않았다면 아시아나항공은 물론 에어서울·에어부산, 협력사 직원들까지 애저녁에 길거리에 나앉는 대규모 실직 사태가 불가피했을 것이다. 이는 기업 논리를 넘어 국가적 사업에 동참하고 동종업계인들의 고용을 지켜낸 막대한 사회적 공헌이다. 더욱이 대한항공의 매출은 매년 꾸준한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성과가 부진하다'며 반대표를 던진 국민연금의 논리는 현실과 동떨어져 보일 수밖에 없다. 정말 경영상 심각한 문제가 있었다면 배임 등의 법적 잣대가 먼저 거론됐어야 마땅하다. ◇투자와 의결권이 따로 노는 기이함 국민연금의 이러한 엇박자는 근본적으로 기금운용본부와 수탁자책임전문위원회(수탁위)로 이원화된 기형적인 의사 결정 구조에서 기인한다. 기금운용본부는 올해 1월 말 기준 1540조 원에 달하는 적립금을 굴리며 장기 수익률 제고를 목표로 하는 철저한 '투자' 조직이다. 한편 수탁자책임전문위원회는 판단이 곤란한 주요 안건의 의결권 행사를 결정하는데 사용자 단체 2명, 근로자 단체 2명, 지역 가입자 단체 2명, 관계 전문가 3명으로 구성된다. 중대사를 결정하는 조직이 둘로 쪼개져 있다보니 한쪽에선 수익을 위해 투자를 진행하는데, 다른 한쪽에선 비전문가들이 섞인 위원회가 모여 반대표를 던지는 촌극이 벌어지는 건 예정된 수순일 수 밖에 없다. 노사 대표들의 입장이 극명하게 갈리는 수탁위 구조상 사실상 가입자 대표가 캐스팅 보트를 쥐며 고도의 금융·경영적 판단보다는 정치적·이념적 입김이 작용하기 쉬운 구조다. 국민연금이 '한 입으로 두말한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려운 이유다. ◇글로벌 연기금의 정답은 '독립성'과 '전문성'의 일원화 해외 주요 연기금들은 일찌감치 이러한 리스크를 차단하고 철저히 전문성과 독립성 위주로 지배구조를 짰다. 노르웨이 국부 펀드(GPFG)는 중앙은행 투자관리청(NBIM)이 독립적으로 운용하는 기관으로 철저하게 수익성 중심의 투자를 지향한다. 일본 공적연금(GPIF)은 민간 전문가로 구성된 이사회가 최고 의사결정기구로서 운용 전략과 방향을 확정한다. 미국 캘리포니아 공무원연금제도인 캘퍼스(CalPERS)는 주 정부 산하가 아닌 독립 기관이다. 가입자 선출·주지사 임명 등으로 구성된 13명의 관리이사회가 최고 의사 결정 기구 역할을 하며, 투자와 의결권 행사 가이드라인 등 주요 결정을 직접 내려 정치적 중립성과 의사 결정의 일원화를 확보했다. ◇국민연금, 이제는 구조적 개혁이 필요하다 국민연금의 존재 이유는 단 하나, 국민이 낸 피 같은 노후 자금을 안전하게 불려 돌려주는 것이다. 투자는 글로벌 3대 연기금 규모로 하며 기업의 명운이 걸린 의결권 행사는 전문성이 결여된 위원회의 입김에 휘둘리는 작금의 구조는 반드시 개선돼야 한다. 연임이 정기 주총 안건으로 올라올 때마다 반복돼 온 국민연금의 조원태 회장 연임 반대 사태는 국민연금이 기금운용위원회의 전문성을 강화하고, 분산된 의결권 구조를 정비해 자본시장 이해도가 높은 인력들이 최종 책임을 지는 일원화된 시스템으로 가야 함을 보여주는 명백한 방증이다. 시장의 불확실성을 키우는 쉐도우 보팅이나 이상한 이중 행보를 멈추고 글로벌 스탠더드에 맞는 독립적인 거버넌스를 구축할 때다. 박규빈 기자 kevinpark@ekn.kr

‘21개월 껌딱지’ 아기 엄마의 절규…HMM 노조 “정부 주도 본사 부산 이전, 구성원·가족 삶 파괴”

“제 두 살 아기에게 엄마의 품은 온 세상 그 자체입니다. 그런데 회사와 정부는 저에게 아이의 세상을 포기하라 말하고 있습니다. 부산으로 본사를 이전하는 것은 그저 수백 킬로미터 이동하는 문제가 아닙니다. 저희 아이들에게서 엄마, 아빠의 품을 빼앗아 가겠다는 이야기입니다." 2일 오후 3시 전국사무금융서비스노동조합 HMM지부(이하 HMM 노조)는 청와대 사랑채 동편 도로에서 조합원 총회와 총력 투쟁 결의 대회를 개최했다. 노조는 사측의 일방적인 본사 부산 이전 추진을 '노동자에 대한 기만'이자 '정치적 야합'으로 규정하고 이를 저지하기 위해 총파업을 포함한 초강경 투쟁에 돌입할 것을 천명했다. 이날 HMM 노조 총원 776명 중 638명의 조합원이 거리에 나섰고, 단상에 오른 정성철 HMM지부장은 사측의 기만적인 태도를 강도 높게 비판했다. 정 지부장은 “올해는 우리 노동조합이 10주년을, 회사가 50주년을 맞이하는 뜻깊은 해"라며 “마땅히 축배를 드려야 할 자리에 기쁨 대신 분노로 결의를 다지기 위해 이 자리에 모였다"고 개탄했다. 특히 “불과 며칠 전 창립 행사에서 100년의 역사를 만들기 위해 비전 선포식을 했고, 모든 성과는 우리 임직원의 노고와 헌신 덕분이라고 해놓고 며칠 지나지 않아 노사 간의 신뢰를 헌신짝처럼 내버렸다"고 지적했다. 사측이 이사회를 기습적으로 개최해 본사 소재지 변경을 위한 정관 변경 목적의 임시 주총 안건을 의결했다는 게 노조 측 주장이다. 노조는 정부의 이중적인 태도에 대해서도 날을 세웠다. 정 지부장은 “며칠 전 해양수산부 장관 취임사에서 노사 협의를 지켜보겠다는 입장을 공언했음에도 결국 뒤통수를 쳤다"며 “정부의 압력에 굴복한 일방적인 국정 과제 이행과 지방 선거 승리라는 정치적 목적을 위해 소수 노동자들을 희생양으로 삼는 기만적 행태"라고 규탄했다. 현장에서는 졸속 이전이 초래할 직원들의 생존권 외 일상 파괴에 대한 참담한 증언이 이어졌다. 13년간 HMM에서 일해온 21개월 아기의 엄마 김모 매니저는 단상에 올라 맞벌이가 아니면 살아가기 어려운 현실 속에서 일방적인 이전은 가족 해체를 강요하는 것이라고 눈물로 호소했다. 김 매니저는 “매주 금요일 지친 몸을 KTX에 싣고 서울에 올라와 잠든 아이의 얼굴을 쓰다듬는 주말 부모가 되라는 것인가"라며 “저희는 트럭에 실어 마음대로 옮길 수 있는 공장 기계가 아닌 사람"이라고 절규했다. 조합원들의 좌절감은 집회 현장 곳곳에서 확인됐다. 한 조합원은 “회사가 정부에 의해 강제 이전되는 건 주지의 사실"이라면서 “회사의 경영진은 절차도, 안건도, 노조와의 협의도 없이 막무가내로 부산으로 이전시키려 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이건 회사 구성원들에게 선택의 여지도 주지 않는 것이고, 나는 나이 많은 부모님을 모시고 살아야 하는데 이렇게 강행하면 퇴사를 선택할 수밖에 없다"고 토로했다. 거주지 이전 문제 외에도 핵심 인력 유출로 인한 대한민국 해운업의 본원적 경쟁력 훼손 우려도 컸다. 집회 현장의 또 다른 HMM 노조원은 “회사가 물류 IT 담당 직원들을 기껏 뽑아놨는데 부산으로 이전하면 대규모 인력 유출로 이어져 결국 해운업계 내 경쟁력이 떨어지는 결과를 낳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정 지부장 역시 “노사 합의 없이 일방적으로 밀어붙여 총파업으로 이어질 경우 고객 이탈, 해운 동맹의 균열, 물류 대란으로 이어져 모두가 패배하는 길이 될 것"이라고 사측과 정부에 경고했다. 본사 이전을 물리적으로 저지하기 위한 사무금융노조 차원의 강력한 연대 투쟁 계획도 발표됐다. 이재진 전국사무금융노조 위원장은 사측이 이사회를 기습적으로 개최해 본점 소재지 부산 이전을 위한 임시 주총을 의결시킨 점을 지적했다. 이 위원장은 “사무금융노조 500여 명의 간부들에게 4월 10일까지 1주 이상의 HMM 주식을 매수하라는 지침을 내렸다"고 밝혔다. 이 위원장은 “주총장 봉쇄를 통해 어떤 의결도 진행되지 않도록 막아낼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날 총회에서 노조는 투쟁 경과보고를 통해 2025년 12월 4일 용산 대통령실 앞 기자회견을 시작으로 올해 3월 11일과 16일 본사 앞 결의대회, 3월 25일 청와대 앞 기자회견, 3월 30일 이사회 소집 저지를 위한 사장실 점거 투쟁 등 긴박했던 투쟁의 발자취를 공유했다. 결의대회 말미, HMM 육상노동조합은 조합원 총의를 모은 결의문을 채택했다. 노조는 정부가 '유치'라는 명분으로 민간기업의 자율성을 침해하고 사외이사들은 정부의 거수기로 전락했다고 비판하며 네 가지 사항을 사측에 요구했다. 이들은 조합원의 생존권을 위협하고 가족 해체를 강요하는 일방적인 본사 이전 계획을 즉각 중단하라고 했고, 본사 이전과 관련된 모든 정보를 투명하게 공개하고 노조와 성실히 협의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또한 전 조합원의 고용 안정 보장과 근로 조건 유지, 이전 거부자에 대한 불이익 금지 명문화를 거론했고 조합과의 합의 없는 직원의 일방적인 이전을 결코 하지 않겠다고 전 조합원 앞에 선언하라고 덧붙였다. 노조는 “회사의 주인은 정부도, 경영진도 아닌 바로 회사 발전을 위해 헌신해 온 우리 노동자들"이라며 “회사가 우리의 정당한 요구를 끝내 외면하고 일방적인 이전을 강행할 경우 총파업을 포함한 모든 수단을 동원하여 강력히 투쟁할 것"이라고 엄중히 경고했다. 박규빈 기자 kevinpark@ekn.kr

[단독] 에어서울, 마곡 진에어 운영센터 건물로 재이전…‘통합 LCC’ 박차

에어서울이 진에어와 통합을 앞두고 사무실을 재차 이전했다. 1일 본지 취재 종합 결과, 에어서울은 지난달 30일 서울 강서구 마곡동 SH빌딩으로 본사를 옮긴 것으로 확인됐다. 이에 따라 공항 근무를 해야 하는 항공기 오퍼레이션 부서와 직원들을 제외한 에어서울의 모든 조직이 새 사무실로 옮겨 둥지를 틀었다. 앞서 에어서울은 지난해 3월 김포국제공항 내 아시아나항공 정비고에서 지하철 5호선 개화산역 인근 강서구 방화동 소재 대한항공 지상조업 자회사 한국공항 본사로 이전한 바 있다. 당시 이전 사유는 아시아나항공 정비고가 보안구역이어서 출입 시 카드를 찍어야 하고, 검색 과정을 거쳐야 하는 등 불편한 점이 해소하기 위한 것이었다. 또한, 직원들 처우를 포함한 근무 환경도 개선하려는 취지도 있었다. 에어서울이 이번에 입주한 건물은 서울 지하철 5호선 마곡역 3번 출입구와 가깝다. 해당 건물 2개층을 임대해 운항·객실 승무원 등 제반 부서가 새로 입주했다. 해당 건물은 진에어의 항공기 운영을 담당하는 JOC(Jinair Operation Center) 등 핵심 기능이 5개 층에 걸쳐 있는 곳으로, 이번 이전으로 통합에 더욱 속도가 붙게 됐다는 평가다. 하지만 이번 이전 역시 에어서울·에어부산과의 통합 저비용 항공사(LCC) 출범의 열쇠를 쥐고 있는 진에어에 따르면 완전 마무리 단계는 아니다. 진에어 관계자는 “에어서울의 이번 본사 이전은 작년 개화산역 근처로 옮겼던 것과 같이 임시 조치일 뿐"이라며 “아직 3사 통합 본사 자리는 확정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3사가 통합 저비용항공사(LCC)로 출범하는 공식 시점은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이 합병을 마치는 올해 12월 이후로 예상된다. 현재 한진그룹 내에선 내년 3월께로 내다본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 시스템(DART)과 캐치 등에 따르면 직원 수는 △에어서울 430명 △에어부산 1483명 △진에어 2382명 등 총 4295명으로 집계된다. 이 중에는 내근을 거의 하지 않는 운항·객실 승무원 등이 포함돼있으나, 이들을 제외해도 인원이 상당한 만큼 차제에는 이들을 모두 수용하기 위한 통합 사옥 필요성이 제기될 것으로 예상된다. 박규빈 기자 kevinpark@ekn.kr

[미-이란전 한달] 홍해도 봉쇄 위기…항공·석화·정유 ‘공급망 셧다운’ 우려로 비상

미국과 이란 간 전쟁이 실질적인 종전 합의 진전이 없는 가운데 호르무즈 해협 봉쇄에 이어 또다른 중동지역 핵심 해상로인 홍해마저 막힐 가능성이 커지면서 글로벌 경제 위기감이 최고조에 이르고 있다. 특히, 수입 원유의 70% 가량이 통과하는 호르무즈 해협의 사실상 봉쇄에 따른 원유 수급 차질로 자원안보 위기 경보와 함께 비상경제체제로 돌입한 한국으로선 이란 지지세력인 예멘 후티 반군이 홍해마저 차단할 경우 수에즈운하를 통한 원유 우회로 및 유럽 수출길이 막혀 막대한 피해가 예상된다. 호르무즈 해협에 이어 홍해마저 봉쇄되면 국내 산업의 젖줄인 원유 수입과 국부 창출원인 유럽 수출에 차질이 빚어지는 '초유의 공급망 셧다운' 사태에 직면하는 것이다. 미국과 이란 간 종전 협상 결과에 한 줄기 희망을 걸고 있지만 예측가능한 시기를 알 수 없다는 점에서 3월에 이어 4월까지 국내 경제와 산업계가 감내해야 할 피해와 그에 따른 국민들의 고통도 더 커질 것으로 우려된다. ◇원유 중동 의존도 70%…가격보다 수급이 진짜 위기 31일 산업계에 따르면, 이란의 호르무즈 해협 봉쇄에 이어 예멘 후티 반군의 참전으로 아시아와 유럽을 잇는 수에즈운하의 진출입로에 해당하는 홍해의 해상로를 막을 가능성이 높아지자 국내 기업들도 사태 진전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이미 호르무즈 해협 봉쇄에 따른 중동산 원유 수급 차질은 국제 유가(두바이유 기준)를 전쟁 직전 배럴당 70달러선에서 3월 내내 120~130달러대 등락을 거듭하며 요동시키고 있다. 유조선이 중동에서 원유를 싣고 국내 항구에 입항하기까지는 약 25일이 걸린다. 사실상의 봉쇄 직전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해 한국으로 향하는 마지막 중동산 원유 운반선으로 불리는 '이글 밸로어 호'는 지난 20일 충남 대산항에 입항했다. 이런 상황에서 사우디아라비아와 아랍에미리트(UAE) 등 중동의 주요 산유국들이 원유를 호르무즈 해협이 아닌 우회 수출로인 홍해마저 예맨 후티 반군이 군사적 위협을 가할 경우 원유 수송 지름길마저 잃을 가능성이 높아 우리 기업들이 '원유 공급망 전면 셧다운'을 걱정하는 것이다. 현재 정부와 민간의 국내 비축유 1억 9000만배럴로 버틸 수 있는 기간은 70여일 정도인 것으로 알려졌다. 전체 수입량에서 수출 석유제품 제조에 쓴 원유를 제외한 순수입만 따지면 208일분이 남은 것으로 계산되지만, 전체 소비량(하루에 280만배럴)을 기준으로 보면 버틸 수 있는 기간이 더 짧아진다. ◇원유 수급 위기에 제조업 원가·공급망 '빨간불' 원유 공급망 셧다운은 국민 실생활뿐 아니라 경제 기반인 기업 생산 전반에 큰 타격을 미친다. 생산 전반의 제조 원가를 끌어올려 국민 소비물가 상승을 부추기고 원자재 부족 등 국가 제조산업을 지탱하는 공급망 시스템 약화로 연결될 수밖에 없다. 산업연구원은 지난 19일 보고서를 내고 호르무즈 부분 봉쇄와 통항 제한으로 1~3개월의 중기 공급 차질이 생기면 유가는 배럴당 120~160달러로 오를 것으로 분석했다. 액화천연가스(LNG) 가격도 100~140% 상승하고, 초대형원유운반선(VLCC) 운임도 하루에 60만~90만달러 수준을 유지할 전망이다. 이에 따라 산업군별 생산비 상승률은 △석유제품 60.4% △전력·가스 53.4% △화학제품 10.7% △비금속광물제품 8.6% 등으로 추정됐다. 원자재 가운데 가장 타격이 큰 품목은 중동 수급분이 45%를 차지하는 나프타다. 나프타는 에틸렌과 프로필렌, 벤젠·톨루엔·자일렌(BTX) 등 기초 유분을 생산하는 석유화학 산업의 기초 원료다. 나프타가 없으면 기초 유분뿐 아니라 비닐 장갑과 전기차용타이어, 의료용 호스 등 일상과 산업 전반에 걸친 제품들을 적재적소에 공급하기 어려워진다. 아울러 중동산 수입 비중이 43%와 33%를 차지하는 무수암모니아와 LNG, 웨이퍼 식각·냉각 등 반도체 공정에 쓰이는 헬륨, 중동지역 제련 비중이 상당한 알루미늄 제품도 공급망 셧다운 영향을 받는 품목으로 꼽힌다. 중동지역의 생산이 멈추면 다른 원산지의 대체원료를 찾는 수요가 늘어나 글로벌 공급가격의 상승이나 또다른 공급 부족 현상마저 초래할 수 있다. ◇원유 확보 나선 정부·정유사…석화사는 가동 중단도 산업계는 최악의 공급망 위기 가능성까지 염두에 두고 원료 조달 다변화와 생산 축소 등으로 대응에 나서고 있다. 휘발유·경유 정유사 공급가를 제한하고 나프타 수출 물량을 국내로 돌리는 등의 정부 조치에도 근본적인 수급 안정화가 절실하기 때문이다. 원유와 나프타 대체 수급처 모색이 대표적이다. 청와대가 나서 주요 우방국이자 방산으로 협력 관계를 다져온 아랍에미리트(UAE)에서 두 차례에 걸쳐 원유 2400만배럴을 확보했다. 러시아산 나프타도 민간과 산업통상부의 수급 노력으로 지난 30일 2만4000톤만큼 충남 대산항으로 들어왔다. 정유사들과 석화사들은 미국산 원유·석화제품 수입을 확대하거나 그동안 러시아-우크라이나전으로 끊긴 러시아산 수입 재개도 검토 중이지만 해결 과제가 만만치 않다. 한국의 원유 수입 2위 국가인 미국은 장거리 운항이 필요해 운임이 더 비싸 다. 러시아산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에 따른 대러 국제 금융제재를 유예할 길이 열렸지만 단기 처방이라는 한계가 있다. 대체 수급 불확실성에 석유화학 업계는 오는 4월 중순 나프타 공급 차질이 본격화할 것으로 예상하고 대비책을 마련 중이다. LG화학은 나프타 수급 문제로 지난 23일 에틸렌 연산 80만톤 규모의 여수2공장 가동을 중단했고, 롯데케미칼은 4월 예정이던 여수공장 정기 보수를 지난 27일부터 두달 간으로 앞당겼다. 석화사들이 생산중인 공장들도 가동률을 최소 수준인 60%가량으로 낮췄다. 여천NCC의 경우 통제할 수 없는 외부 요인으로 향후 공급 차질이 생겨도 제품을 계약 내용대로 공급하지 못할 수도 있다고 미리 알리는 '공급 불가항력' 선언을 고객사에 이미 통보했다. 석화업계 한 관계자는 “나프타분해설비(NCC) 보유 석화사가 수급 위기 타격을 가장 먼저 받고, NCC없이 다운스트림 소재만 생산하는 석화사들도 시기의 문제일 뿐 타격을 입을 것"이라며 “가격 변동성도 커서 실시간으로 나프타 등 원료 시장 상황을 모니터링하며 수급 문제에 실시간으로 대처하는 중"이라고 설명했다. 국내 정유사들이 수출 세계 1위를 차지하는 항공유의 공급 불안은 항공업계 수익성과 운항 일정에도 직격타를 날렸다. 정유사들이 원유 도입량 감소에 따라 전체 정제 설비 가동률을 하향 조정하며 항공유 생산량 역시 급감했기 때문이다.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등 대형 항공사(FSC)들은 유류비에 대한 헷징으로 타격을 방어하고 있지만 저비용 항공사(LCC)들은 당장 4월 운항에 필요한 연료 물량을 확보하는 데 비상이 걸린 상태다. 일부 항공사는 해외 공항에서 연료를 평소보다 많이 채워 돌아오는 '탱커링(Tankering)'을 확대하고 있지만, 전 세계적인 유가 급등으로 인해 이마저도 비용 부담이 만만치 않은 상황이다. 항공유 가격 폭등은 고스란히 유류 할증료 최고치 경신과 노선 축소로 이어지고 있다. 국제항공운송협회(IATA) 기준 아시아 지역 항공유 현물 가격은 전쟁 발발 직전 대비 단기간에 2배 가까이 치솟았다. 이에 따라 국적 항공사들은 미주·유럽 등 연료 소모가 많은 장거리 노선을 중심으로 감편을 단행하고, 수익성이 떨어지는 일부 단거리 노선은 아예 운휴에 들어갔다. 치솟은 항공권 가격과 유류 할증료 부담에 여행 및 출장 수요마저 꺾이면서 항공업계는 예상치 못한 최악의 보릿고개를 맞이하게 됐다. 이와 관련, 아시아나항공과 티웨이항공은 비상 경영 체제를 선언했다. ◇중동 긴장 고조에 재차 부각된 K-방산 에너지와 물류, 제조 등 산업 전반이 짙은 먹구름에 휩싸인 가운데 역설적으로 국내 방위산업계는 중동발 지정학적 위기를 타고 새롭게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다. 미국과 이란의 전면전 양상으로 역내 안보 불안이 최고조에 달해 자체 국방력을 강화하려는 중동 및 인접 국가들의 무기 수요가 급증하고 있기 때문이다. 앞서 정부가 아랍에미리트(UAE)로부터 원유 물량을 긴급 확보할 수 있었던 배경에도 K-방산 수출을 통해 다져놓은 탄탄한 신뢰 관계가 크게 작용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특히 무인기와 미사일 등 공중 도발 위협이 현실화하면서, 이미 사우디아라비아와 UAE 등에 대규모 수출 계약을 맺은 중거리 지대공 요격 체계 '천궁-II(M-SAM)'에 대한 주변국들의 추가 도입 문의가 빗발치고 있다. 또한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K-9 자주포나 다연장 로켓 '천무' 등 실전에서 성능과 가성비가 검증된 지상 무기체계 역시 새삼 주목받는 분위기다. 증시에서도 방산주들은 유가 폭등과 물류 대란으로 인한 전반적인 하락장 속에서 강력한 방어주 역할을 하며 강세를 보이고 있다. 글로벌 지정학적 블록화와 각국의 국방비 증액 기조가 맞물리면서 K-방산의 중장기적인 수주 랠리가 이어질 것이란 기대감이 반영된 결과다. 그렇다고 방산업계가 마냥 웃을 수만 있는 처지는 아니다. 첨단 무기체계를 적기에 생산하기 위해서는 철강·알루미늄·특수 합금 등 각종 원자재와 반도체 부품이 필수적인데 글로벌 물류 마비와 원자재 가격 급등이 방산 공장의 생산 원가를 끌어올리고 납기 지연 리스크를 키울 수 있기 때문이다. ◇'호르무즈 개방' 한달째 학수고대…“4월 초중순이 변곡점" 산업계는 호르무즈 해협 봉쇄 완화·해제 여부에 촉각을 곤두 세우고 있다. 특히 미국과 이란 정부가 협상에 나섰다는 소식에 어떤 식으로든 해협 통항 재개가 이뤄지지 않을까 조심스런 기대도 내비쳤다. 사태 장기화가 미국 경제에도 공급망 차질과 물가 상승 압력 등 부작용을 안기기 때문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지난 23일 종전 협상을 언급하며 5일 동안 대이란 공격을 중단했다가 이보다 열흘 뒤인 4월 6일로 시한을 연장했다. 동시에 호르무즈 해협 개방을 압박하는 메시지도 연이어 내놓았다. 이란 정부가 미국의 협상 요청 메시지를 받았다고 인정하기도 했다. 프랑스가 주도해 한국 등 35개국 합참의장이 전투 중단 후 호르무즈 해협 항해 재개를 목표로 모인 회의도 열렸다. 다만 향후 시계는 여전히 불투명하다. 미국의 협상 소식에도 이스라엘군이 이란 지역 타격을 이어가고 있고, 29일 예멘 후티 반군까지 참전을 선언하면서 중동 전선이 확대되고 홍해까지 운항이 어려워질 조짐이 나타났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미국의 협상 참여로 한국이 최악의 시나리오를 피할 가능성이 있다면서도 호르무즈 해협 통항 재개를 오는 4월까지 이끌어낼 지 여부가 공급망 위기를 피할 관건이라고 내다봤다. 김태황 명지대 국제통상학과 교수는 “한국 정부가 비축유 50~60% 남겨놔야 한다는 점을 고려하면 사태가 지금부터 한 달 정도 더 이어지면 경제와 공급망에 미치는 영향이 매우 심각해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어 “항공유 등 한국산 정유 제품을 미국이 수입하는 등의 사례를 봐도 사태 장기화에 따른 주요국 피해는 미국도 감당하기 어려운 문제"라고 덧붙여 설명했다. 김 교수는 “트럼프 대통령이 대이란 공격을 4월 6일까지 유예하겠다고 직접 말한 만큼 곧 협상으로 부분 휴전이라도 합의할 가능성이 있다"면서 “늦어도 4월 중순까지 호르무즈 해협 통과 재개 협상에 돌파구를 마련해야만 한다"고 강조했다. 정승현 기자 jrn72benec@ekn.kr

티웨이항공, ‘트리니티항공’으로 새 출발…사명 변경·지배구조 개편 확정

티웨이항공이 정기 주주총회를 통해 '트리니티항공'으로의 사명 변경을 확정 짓고, 이사회 독립성 강화와 이사 보수 한도 삭감 등 대대적인 체질 개선에 나섰다. 31일 티웨이항공은 서울 강서구 공항동 훈련 센터에서 제23기 정기 주주총회를 열고 이 같은 내용이 담긴 정관 일부 변경 안건을 원안대로 가결했다. 새 상호인 '주식회사 트리니티항공(Trinity Airways Co., Ltd.)'은 향후 국내외 관계 기관의 승인 절차를 모두 마친 뒤 최종 적용된다. 행정 절차가 마무리되기 전까지는 기존 상호인 '티웨이항공'으로 정상 운영된다. 공식 홈페이지 주소와 항공사 코드(TW), 편명은 물론 기존 예약 내역 역시 아무런 변동 없이 그대로 이용할 수 있다. 사측은 전환기에 발생할 수 있는 고객 혼선을 막기 위해 홈페이지 공지와 회원 대상 이메일 등을 통해 관련 사항을 순차적으로 안내할 방침이다. 상법 개정과 환경·사회·지배 구조(ESG) 모범 규준에 발맞춘 지배구조 개선안도 통과됐다. 기존 '사외이사' 명칭을 '독립이사'로 바꾸고, 이사회 내 독립이사 의무 비율을 기존 '4분의 1 이상'에서 '3분의 1 이상'으로 끌어올렸다. 또한 이사회 소집 통지 기한을 1일 전에서 7일 전으로 늘리고, 감사위원 분리 선임 대상을 1명에서 2명으로 확대해 이사회와 감사위원회의 독립성과 투명성을 한층 강화했다. 경영 환경 악화에 대비한 '책임 경영'의 일환으로 올해 이사 보수 한도 역시 대폭 축소했다. 주총에서 의결된 2026년 이사 보수 한도 총액은 20억 원으로, 전년 한도였던 40억 원 대비 50% 준으로 깎였다. 티웨이항공 관계자는 “사명 변경 추진이 공식화된 만큼 관련 절차를 차질 없이 밟아 고객과 시장의 혼선을 최소화할 것"이라며 “전환 과정에서도 안전 운항과 서비스 품질을 최우선 가치로 두고 안정적인 운영을 이어가겠다"고 말했다. 박규빈 기자 kevinpark@ekn.kr

HD한국조선해양, 최대 20억 달러 EB 발행…마스가·신사업 투자 박차

HD현대의 조선 부문 중간 지주사인 HD한국조선해양이 자회사 HD현대중공업 주식을 기초 자산으로 대규모 자금 조달에 나선다. 31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DART)에 따르면 HD한국조선해양은 최대 20억 달러 이내 규모의 외화 표시 무보증 선순위 해외 교환 사채(EB) 발행을 결정했다. 교환 대상 주식은 HD한국조선해양이 보유 중인 HD현대중공업 보통주 561만3704주 내외다. 이는 HD현대중공업의 발행 주식 총수 대비 약 5.35%에 해당하는 물량이다. 현재 HD한국조선해양의 HD현대중공업 지분율은 69.2% 수준이어서 향후 교환권이 전량 행사되더라도 안정적인 경영권 유지가 가능하다. 교환 가격은 31일 종가 기준으로 12.5%에서 17.5%의 할증률을 적용해 결정된다. 이자율은 표면 이자율과 만기 이자율 모두 연 0.00%에서 1.00% 범위(1% 이내)의 저금리로 발행되며, 만기일은 발행일로부터 5년이다. 실제 교환 사채 발행 규모와 세부 조건은 향후 진행될 수요 예측 결과에 따라 최종 확정될 예정이다. HD한국조선해양은 이번 교환사채 발행을 통해 조달한 자금을 미래 신성장 동력 확보에 전면적으로 투입한다는 방침이다. 구체적으로는 △친환경 선박 사업 확대 △해외 야드 생산 설비 확충 △소형 모듈 원자로(SMR)·수소 연료 전지·해상 풍력 등 차세대 에너지원 개발 투자 △한·미 조선 협력 프로젝트 '마스가(MASGA)' 추진 등의 핵심 재원으로 쓰일 계획이다. HD한국조선해양 관계자는 “조선 업황에 대한 시장의 긍정적인 평가와 기대감을 고려해 교환 사채 발행을 결정한 것이고, 확보한 자금은 미래 신 성장 동력 확보를 위한 투자 재원으로 활용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박규빈 기자 kevinpark@ekn.kr

치솟는 항공유 가격…아시아나항공, 4~5월 국제선 단발성 감편

중동 정세 악화로 인한 고유가 상황이 장기화되면서 항공업계의 타격이 현실화되고 있다. 아시아나항공은 항공유 가격 급등에 따른 원가 부담을 덜기 위해 오는 4월과 5월 일부 국제선 노선에 대해 단발성 감편을 단행한다. 31일 아시아나항공은 4월과 5월 두 달간 국제선 4개 노선을 대상으로 총 14회(왕복 기준) 비운항 조치를 시행한다고 밝혔다. 이번 조치는 최근 중동 지역의 긴장 고조로 국제 유가가 비정상적으로 치솟으면서 급증한 연료비 부담을 완화하기 위한 결정이다. 아시아나항공 측은 수익성 악화를 방어하는 동시에 고객 불편을 최소화하기 위해 감편 규모를 최소한으로 좁혀 시행한다는 입장이다. 감편 대상 노선은 중국과 동남아시아 지역에 집중됐다. 세부 비운항 스케줄을 살펴보면 ▲인천-프놈펜 2회(5/19, 5/28) ▲인천-창춘 7회(4월 14·17·21일, 5월 6·9·13·16일) ▲인천-하얼빈 3회(4월 15·20·22일) ▲인천-옌지 2회(5월 8·15일) 등이다. 아시아나항공은 이번 비운항 조치로 인해 일정이 변경되는 예매 고객들을 대상으로 알림 톡·문자·이메일 등을 통해 개별 안내를 진행할 예정이다. 아시아나항공 관계자는 “불가피한 단발성 감편으로 인한 승객들의 불편을 최소화하기 위해 인접 일자의 대체 항공편을 제공할 계획"이라며 “해당 과정에서 발생하는 변경 및 취소 수수료는 전액 면제 조치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규빈 기자 kevinpark@ekn.kr

[주총 현장] HD현대, 권오갑 용퇴 속 시총 100조·역대급 호실적 결실…美 조선소 인수엔 “다방면 검토 중”

HD현대와 조선 부문 중간 지주사인 HD한국조선해양, 사업회사인 HD현대중공업이 일제히 정기 주주총회를 개최하고 미래 성장 동력 확보와 주주가치 제고를 다짐했다. 특히 미국 해군 함정 MRO(유지·보수·정비) 사업인 '마스가(MASGA)' 프로젝트 진출에 대한 구체적인 비전과 조선 3사 통합 시너지 극대화 방안이 화두로 떠올랐다. ◇HD현대, 사상 최대 실적 속 권오갑 용퇴…“불황 극복이 가장 큰 보람" 31일 HD현대는 이날 오후 1시 30분 경기 성남시 분당구 정자동 HD현대그룹글로벌R&D센터 1층 강당에서 제9기 정기 주주총회를 개최했다. 주총을 주재한 권오갑 명예회장(대표이사)은 인사말을 통해 “미중 패권 경쟁과 중국발 공급 과잉 등 많은 불확실성 속에서도 2025년 매출 72조2594억 원, 영업이익 6조996억 원의 실적을 달성했다"고 밝혔다. 이어 “2015년 말 7조7000억 원이었던 그룹 시가총액은 10년 만에 100조 원 이상을 달성했다"며 주주들에게 성과를 보고했다. 권 명예회장은 각 사업 부문별 성과도 상세히 짚었다. 그는 “조선 부문은 전 세계 최초 선박 5천 척 인도를 달성하고 HD현대중공업과 현대미포조선의 합병을 이뤄냈고, 글로벌 빅테크와 함께 스마트 조선소를 구축 중이라고 설명했다. 에너지 부문의 HD현대오일뱅크는 하반기 흑자 전환에 성공했고, 석유화학은 정부의 권역별 통합 정책에 부응해 실적 개선을 노력 중이라고 덧붙였다. 또한 HD현대일렉트릭은 글로벌 전력망 교체 수요에 맞춰 울산과 미국 앨라배마에 공장 건립을 추진 중이며, 건설기계 부문은 합병을 통해 시너지를 창출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권 명예회장은 미국-이란 전쟁 등 불확실성에 대비해 전담팀을 구성해 대응 중이며, 주주 환원을 위해 배당 성향 70% 이상 유지 원칙에 따라 올해 결산 배당금 주당 1300원을 지급한다고 했다. 아울러 “오늘 이 자리를 끝으로 HD현대 대표이사 역할을 내려놓는다"며 “2014년 이후 회사가 불황을 지나 일어서는 과정이 제게 가장 큰 보람이었으며, 한 걸음 뒤에서 새로운 도전을 응원하겠다"고 소회를 전했다. ◇HD현대 “연결 영업이익 104.5% 증가한 역대급 호실적" 이어진 영업보고에서 HD현대 측은 더욱 구체적인 재무 성과를 공개했다. 연결 기준 매출은 71조2594억 원을 기록했고, 영업이익은 주력 부문의 실적 개선으로 전년 대비 104.5% 증가한 6조996억 원, 당기순이익은 90.4% 증가한 3조 6755억 원을 달성했다고 보고했다. 연결 자산은 78조6859억 원, 부채비율은 159.4%로 전년 대비 20.6%포인트(p) 개선됐다. 별도 기준으로는 전년 대비 20.2% 증가한 5261억 원의 매출과 4392억 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했다. 회사 관계자는 특히 석유화학 부문에서 수요 침체 방어를 위해 “국내 1호 사업 재편 사례로 롯데케미칼과 HD현대케미칼 간 설비 통합을 승인받았다"며 “건설기계 부문은 대외 불확실성 속에서도 “방산·발전용 엔진 사업의 성장을 통해 실적을 보완했다"고 상세한 전략을 소개했다. 또한 기지급된 분기 배당을 포함해 연간 총 4000억원의 배당을 실시한다고 덧붙였다. ◇권오갑 “미국 현지 조선소 직접 인수, 확정된 바 없으나 다각도 검토" 경쟁사인 한화그룹은 이날 필리 조선소를 기반으로 미 해군의 차세대 군수 지원함(NGLS) 개념 설계 사업에 참여한다고 발표했다. 한편 업계 일각에서는 한화그룹의 필리 조선소 매입 이후 미국 현지 조선소들의 매각 단가가 급등해 HD현대의 현지 인수가 난항을 겪고 있다는 후문이 있다. 기자는 주주 자격으로 주총장에 입장해 의장인 권 명예회장에게 사실 확인과 마스가(MASGA) 진출을 위한 구체적인 타임 라인과 대안 전략을 질의했다. 이에 권 명예회장은 구체적인 파트너사 이름을 거론하며 상세히 답변했다. 그는 “당사는 미 해군이 당장 필요로 하여 실질적인 성과를 창출할 수 있는 유지·보수·정비(MRO) 및 기술 협력 중심의 접근을 우선 추진하고 있다"며 “현재 헌팅턴 잉걸스(HII)·에디슨 수에스트 오프쇼어(ECO) 등 현지 파트너십을 통해 협력 범위를 확대 중"이라고 답변했다. 기자는 또한 “조선해양 부문이 전년 대비 204.5% 증가한 4조6486억 원의 영업이익을 냈는데, 향후 다운 사이클에 대비해 어떤 수익성 방어 전략을 세우고 있느냐"고 경영진의 답변을 요구했다. 권 명예회장은 “당사는 공급망·인력·기술이 결합된 실질적인 상업화 역량을 갖췄기 때문에 미국 함정 경쟁에서 차별화된 강점이 있다"고 강조하며 “미국 파트너사와의 협력을 전제로 한 현실적 진출 모델로 리스크를 최소화하고 있다"고 화답했다. 항간의 소문이었던 미국 내 직접 인수 여부에 대해서는 “현재 확정된 바 없으며 다양한 방안을 검토 중으로, 결정되는 사항은 적시에 공시하겠다"고 선을 그었다. 다운 사이클 대비 수익성 방어 전략에 대해서는 원활한 주총 진행을 위해 종료 후 IR 담당자를 통해 상세히 설명하겠다고 덧붙였다. 이와 관련, HD현대 관계자는 “LNG선과 친환경 선박 등 고부가가치 선종 중심의 선별 수주를 통한 수익성 중심의 수주 전략을 강화하고 있으며, 동시에 디지털 전환(DX)을 적용해 공정 효율 극대화를 추진하고 있다"고 했다. 또 “LNG 이중 연료니 SMR 등 차세대 연료 기술 및 친환경 연료 분야에 대한 선제적 투자를 통해 에너지 전환 흐름에 대응하고, 자율운항 등 핵심 첨단 기술 개발을 통해 기술 경쟁력을 확보할 계획"이라며 “사업 포트폴리오 다각화 통해 시황 하락기에도 안정적인 수익 구조를 유지해 나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날 주총에서는 △재무제표 승인의 건 △집중 투표제가 배제된 정관 변경의 건 △그 외 정관 변경의 건 △이사 선임의 건 △감사위원회 위원이 되는 사외이사 선임의 건 △이사 보수 한도 승인의 건 등 총 6개 안건이 가결됐고, HD현대 공동 대표이사인 정기선 회장도 현장에 동석했다. HD현대는 이날 조영철 부회장을 사내이사로, 장경준 전 삼일회계법인 고문을 감사위원회 위원이 되는 사외이사로 선임했다. ◇HD한국조선해양, '마스가' 추진 박차… 엔지니어링 플랫폼 사업 진출 이날 오전 같은 장소에서 진행된 HD한국조선해양 제52기 주주총회에서도 한미 조선 협력 프로젝트 '마스가(MASGA)'가 핵심 안건으로 다뤄졌다. 김성준 이사회 의장은 “한미 조선 협력과 관련한 다양한 방안을 모색해 새로운 사업 기회를 창출하겠다"고 강조했다. 특히 HD한국조선해양은 글로벌 시장에 조선소 구축·운영 노하우를 종합 솔루션으로 제공하기 위해 사업 목적에 '디지털 엔지니어링·매뉴팩처링 플랫폼 개발 및 공급업'을 신규 추가하는 안건을 통과시켰다. 아울러 HD현대중공업과 HD현대미포의 합병 시너지를 기반으로 △차세대 친환경 기술 고도화 △인공 지능(AI) 도입 △디지털 전환 가속화를 통해 설계·생산·품질 전반의 경쟁력을 제고한다는 방침이다. ◇HD현대중공업 “통합 시너지로 2035년 매출 37조 달성" 울산 동구 HD아트센터에서 열린 HD현대중공업 제7기 주주총회에서는 2025년 매출 17조 5695억 원, 영업이익 2조427억 원의 호실적 보고와 함께 1주당 3990원(시가 배당률 0.7%)의 현금 배당이 의결됐다. 사내이사로 재선임된 이상균 부회장은 “주력 선종 변화에 대비해 공정 안정화에 주력하고, 디지털 기술과 스마트 조선소 구축으로 생산 체질을 혁신하겠다"고 언급했다. 이어 “무탄소 선박과 친환경 연료 엔진 등 미래 성장 분야의 경쟁력을 강화하고, 통합 시너지를 바탕으로 2035년 매출 37조 원 달성 기반을 마련하겠다"는 중장기 비전을 제시했다. 이날 HD현대중공업은 금석호 사장을 사내이사로 신규 선임하고, 박광우 한국과학기술원(KAIST) 금융전문대학원 교수를 감사위원이 되는 사외이사로 선임하는 안건 등을 원안대로 가결했다. 박규빈 기자 kevinpark@ekn.kr

우기홍 대한항공 부회장 “유가 2배 폭등…4월부터 비상경영 전환”

대한항공이 중동 지역의 긴장 고조로 인한 고유가 사태 장기화에 대응하기 위해 다음 달부터 전사적 비상경영체제에 돌입한다. 31일 우기홍 대한항공 대표이사 부회장은 이날 사내 인트라넷에 '고유가 위기 극복을 위해 임직원 여러분께 드리는 말씀'이라는 제목의 담화문을 올리고 “연료비 급증에 따른 원가 상승에 대비해 4월부로 비상경영체제로 전환한다"고 밝혔다. 우 부회장은 담화문을 통해 “지난 한 해 대내외적 어려움 속에서도 임직원의 헌신 덕에 견조한 경영 성과를 냈지만, 현재 당면한 어려운 경영 여건을 공유하고자 한다"며 심각한 유가 상황을 진단했다. 실제로 계속되는 중동발 지정학적 리스크로 인해 국제 유가는 고공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우 부회장에 따르면 올해 3월 평균 두바이유 가격은 배럴당 129달러, 항공유 가격은 배럴당 194달러까지 치솟았다. 우 부회장은 “당사의 4월 급유 단가는 갤런당 450센트 수준에 도달할 예정"이라며 “이는 사업 계획 상 기준 유가인 갤런당 220센트를 크게 상회하는 수치로 매월 막대한 연료비 부담이 가중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당초 예측했던 원가 대비 연료비 부담이 두 배 이상 폭등한 셈이다. 이어 “이러한 고유가 상황이 장기화될 경우 연간 사업계획 목표 달성에 심각한 차질이 발생할 것으로 보인다"며 “유가 수준별 단계적 대응 조치를 즉시 시행해 전사적인 비용 효율화를 추진하겠다"고 강조했다. 이번 비상 경영 체제 전환은 단순한 비용 절감을 넘어 다가올 아시아나항공과의 통합을 대비한 선제적 체질 개선의 성격도 띠고 있다. 우 부회장은 “이번 조치들은 일회성 비용 절감이 아니라 구조적 체질을 강화해 성공적인 통합을 완수하고 안정적인 미래 성장 기반을 다질 수 있는 기회로 삼고자 하는 것"이라며 부문별 리더와 구성원들의 적극적인 동참을 당부했다. 끝으로 그는 “각자의 자리에서 최상의 안전 운항과 고객 만족을 위해 본연의 업무에 충실히 임해달라"며 “우리가 가진 저력으로 이번 위기 또한 슬기롭게 극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임직원들을 독려했다. 박규빈 기자 kevinpark@ekn.kr

[르포] 최용덕 대표 “한국판 ‘툴루즈’ 잇는 ‘마을 버스’”…섬에어 김포-사천 첫 정기 운항편에 오르다

“오늘 탑승해보시고 섬에어, 이 항공사 괜찮다 싶으시면 다음 여행에서도 꼭 다시 찾아주십시오."(양동길 기장) “섬에어는 오늘부터 김포와 아름다운 남해안의 도시, 사천을 매일 4회 왕복 운항하며 더욱 가깝고 편안하게 연결해드리겠습니다. 섬에어의 역사적인 첫 정기편 운항에 함께해주신 손님 여러분께 깊은 감사를 드리며, 오늘의 비행이 즐겁고 행복한 추억으로 남길 바랍니다."(김지은 객실 사무장) 30일 지역 항공 모빌리티(RAM, Regional Air Mobility)를 표방하는 섬에어가 김포-사천 첫 정기 운항을 시작했다. 기자는 이날 10시 50분 김포국제공항 국내선에서 사천공항으로 향하는 섬에어의 첫 상업 비행편인 XU2593(ATR 72-600, HL5264)에 직접 탑승했다. 각종 비용 절감이 최우선 경영 덕목인 저비용 항공사나 소형 항공 운송 사업자들이 으레 그렇듯, 13번 탑승구에서 보딩 브릿지(탑승교)가 아닌 공항 에어 사이드를 다니는 대한항공의 램프 버스를 타고 이동했다. 기자의 자리는 창가석인 5A로 비교적 기수에 가까운 앞자리였다. 11시 정각, 기장이 프로펠러의 시동을 켰고 활주로까지 택싱해 5분에 힘차게 내달렸다. 짧은 길이의 활주로를 요하는 쌍발 터보 프롭기인만큼이나 이륙 전환 속도(VR)까지 도달하는 데에도 1분이 채 걸리지 않고 경쾌하게 지면을 벗어나 하늘길에 올랐다. 운항 중 기내 방송을 통해 첫 인사를 건넨 양 기장은 “이 특별한 비행에 함께해 주신 승객 여러분께 깊은 감사의 말씀을 드린다"며 “고도 4000m, 시속 500km의 속도로 안전하게 순항해 사천공항까지 약 1시간 5분이 소요될 예정"이라고 비행 정보를 안내했다. 최대 이륙 중량 2만3000kg를 양력으로 극복하기 위해 2750HP에 이르는 강력한 추력을 생성하는 프로펠러와 거의 나란히 앉았음에도 불구하고 소음이나 진동 수준이 주로 타보던 보잉 737 시리즈와 크게 다르지 않았다. 한 객실 승무원이 보라색 이어 플러그를 제공해줘 착용했더니 한결 더 정숙해진 듯 했다. 항공기 제작사 ATR에 따르면 섬에어 기재의 최대 운항 가능 고도는 약 2만5000피트(ft, 약 7600m)이나 통상 1만~1만6000피트(약 3000~5000m)에서 다닌다는 설명이다. 그래서일까, 제트 엔진기들보다 낮은 고도에서 날아 귀도 덜 먹먹했다. 순항 고도에 들어서자 기내 이모저모를 살펴봤다. 실내는 전반적으로 밝은 분위기였고 머리 위 독서등 버튼을 누르자 하얀 조명이 켜졌다. 실수로 사람 모양이 그려진 버튼을 누르자 엷은 살구색 불빛이 켜져 객실 승무원이 다가왔고 이내 다시 꺼줬다. 에어 벤트를 통해서는 시원하고도 깨끗한 바람이 불어와 상쾌함을 더했다. 이탈리아의 세계적인 디자인 하우스 '주지아로'가 설계한 '아르모니아(Armonia)' 스타일이 적용된 2-2 배열 좌석은 짙은 회색 톤으로 마감돼 차분한 분위기를 연출했다. 지난 1월 15일 서울 강서구 공항동 김포국제공항 서울김포비즈니스항공센터(SGBAC) 격납고에서는 잠시 앉아보기만 했을 뿐, 오래 타야 하는 상황에서는 등받이가 얇아 '현대판 노예선'이라는 말이 어울릴 정도로 불편하지는 않을까 하고 내심 걱정했는데 오히려 단단해서 잘 받쳐줘 단거리 다니기에는 딱 좋겠다는 느낌을 받았다. 마찬가지로 좌석 간격은 앞뒤로나 좌우로나 훌륭한 수준이었다. 신장 176cm에 64kg인 기자가 다리를 뻗어도 무리가 없었고, 좁지도 않았다. 위아래 길이가 12.8cm에 이르는 마우스를 무릎과 앞좌석 등받이 사이에 껴보니 오히려 그 이상으로 공간이 남았고, 가장 앞좌석에서는 다리를 일자로 쭉 뻗어도 차고 넘쳤다. 좌석 등받이에 설치된 트레이를 꺼내 몸쪽으로 당겨 14인치 노트북을 펼쳐봤다. 앞자리 승객이 등받이 각도를 얼마나 조절하는가에 따라 영향을 받을 수 밖에 없는 구조여서 노트북 하판에 장착한 스탠드를 펼치지 않고 평평한 상태여야만 비교적 안정적으로 타건을 할 수 있었는데, 그나마도 트레이의 지지대가 양쪽에 달려있어 다행이었다. 가장 앞자리에서는 대학교 강당에서나 볼 법한 간이 테이블과 같은 트레이가 나왔는데 A·B열은 오른쪽, C·D열은 왼쪽에서 나와 지지대 역시 하나 뿐이었기 때문에 노트북 키보드를 타건하면 조금 더 흔들리는 경향을 보였다. 소형기 설계상 어쩔 수 없었겠지만 옹졸하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얇았던 좌석 팔걸이는 다소 아쉬웠다. 팔을 댄다기보다는 나뭇가지에 걸쳐두는 것 같았다. 창문 덮개는 버튼으로 5단계 조절이 가능한 보잉 787의 전기식 또는 다른 항공기들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딱딱한 플라스틱 재질이 아닌 천막형이었지만 햇빛을 막아주는데에는 충분했다. 후방의 좁디 좁은 화장실에 가보니 깔끔한 간이 양변기와 세면대가 있었다. 파란 세정제가 양변기를 씻어내려 깨끗하게 관리한다는 인상을 줬다. 물비누함은 채워두지 않아 별도의 바질향 핸드 워시가 구비해뒀는데 세정을 위한 세면대의 수압이 약해 손을 씻는 데에 한참 걸렸다. 11시 47분, 기장이 기내 방송을 통해 “Cabin Crew, prepare for arrival"라며 승무원들에게 도착 준비를 하라고 지시했다. 사천공항은 KF-21 등 공군의 전투기도 함께 있는 민군 겸용이고, 주변에는 한국항공우주산업(KAI)을 위시한 방산 기업들의 생산 설비가 다수 존재해 보안을 이유로 승무원들이 통로를 돌며 객실 내 모든 창문 덮개를 내려달라고 요청했다. 11시 55분, 사천시 상공에 도달했지만 마침 공군의 전투기 훈련으로 인해 20여분 더 체공해야 한다며 기장이 승객들에게 양해를 구했고, 12시 33분이 돼서야 착륙했다. 물침대 수준의 소프트 랜딩은 아니었지만 자동차가 고속도로에서 달리는 듯한 착지감이었다. 12시 36분, 1번 엔진까지 꺼져서 운항이 종료됐고 객실 승무원들에게 개문을 허락하는 방송이 흘러나와 후방의 탔던 문으로 다시 내렸다. ◇최용덕 섬에어 대표 “하늘의 마을버스 될 것…정부, PSO 도입" 사천공항 도착 후 열린 취항식에서 최용덕 섬에어 대표이사는 “금일 당사의 취항은 수도권과 서부 경남을 더 가깝게 잇는 새로운 '새마을 교통'의 시작"이라고 정의했다. 섬에어는 김포-사천 노선을 매일 4회 왕복(8편)해 촘촘한 스케줄을 제공한다. 최 대표는 “섬에어는 사천·진주 등 경남 서부권 시민 여러분께 꼭 필요한 '하늘의 마을 버스'가 되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특히 그는 “사천은 섬에어가 운용하는 ATR-72 600 여객기의 본고장인 프랑스 툴루즈와 지리·산업적으로 비슷한 점이 많다"며 “그래서 비행기를 원래부터도 좋아했던 저는 대한민국의 툴루즈라고 할 수 있는 사천에 가장 먼저 취항하고 싶었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향후 인천국제공항과 사천공항을 연결하겠다는 계획도 내비쳤다. 해외에 나갈 때 하루 전 서울이나 인천에서 숙박해야 하는 지역민들의 해외 출국 편의 개선은 물론, 사천의 항공우주 기업들을 찾는 해외 바이어와 연구 인력들이 인천공항을 통해 사천을 편리하게 방문할 수 있도록 돕겠다는 구상이다. 최 대표는 “사천공항에 세관·출입국 관리·검역(CIQ, Customs·Immigration·Quarantine) 설치 논의가 진전되고 있어 이곳에서 국제선을 타는 날도 머지 않았다"며 “그날이 오면 사천은 대한민국 우주 항공 산업이 세계와 직접 연결되는 중요한 관문이 될 것이고, 사천 시민·지역 기업과 오래도록 함께할 섬에어의 취항은 더 편리한 이동의 시작과 더 넓은 기회의 출발점이 되기를 간절히 소망한다"고 전했다. 이어진 기자들과의 시간에는 섬에어의 생존 전략과 기종 선택에 대한 질의응답이 오갔다. 한 지역지 기자는 프로펠러기인 ATR 72-600을 도입한 이유에 대해 질문했다. 최용덕 대표는 “주력 타깃인 울릉공항의 활주로가 1200m로 짧은 반면, 2450m를 요하는 보잉 737은 이착륙이 불가능하기 때문"이라며 “제주와 같은 고강도 아닌 사천·울산·여수 등의 저강도 수요에서는 ATR 72-600이 가장 합리적인 모델"이라고 설파했다. 이어 “추력을 얻는 방식에서 차이를 보일 뿐, 목적에 맞는 엔진을 쓰는 것이며 터보 프롭 엔진의 코어는 터보 팬과 동일해 진부한 기술이라고 할 수 없다"며 “동급 제트기 대비 좌석당 연료를 40% 절감할 수 있어 고유가 시대에 훨씬 유리하다"고 화답했다. 그는 “사업 초창기이다보니 항공권을 할인하고 지역 기업들의 협찬도 상당액 받고 있다"며 “앞으로 더 많은 계약을 통해 좌석을 판매하며 프로모션을 추진할 방침"이라고 언급했다. 본지는 최 대표에게 △손익 분기점 △흑자 전환 시점 △향후 기재 도입·노선 확장 계획 △인력 수급 현황에 대해 물었다. 그는 “편당 탑승률이 70% 가량 나오면 수익을 낼 수 있고, 내년 말에서 내후년 초 정도면 흑자 전환이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며 “이는 내년 중 항공기 6대를 추가로 들여오는 것까지 계산한 것이지만 환율과 유가가 현재 수준으로 뛰어오른 건 예상 밖의 일"이라고 답변했다. 또 “울릉공항이 문을 열면 해당 노선에만 5대 넘게 고정 투입할 예정이고, 소형 항공 운송 사업자에 대한 국제선 50석 규제가 완화되면 활주로 길이가 1900m인 일본 쓰시마섬 취항도 희망하고 있다"고 화답했다. 아울러 “현재 3호기에 배치할 조종사와 객실 승무원 충원이 완료됐고, 2분기 채용 인원은 확정했고 3분기 채용도 일부 준비된 상태"라고 언급했다. 할인 없이 풀 페어 기준 진에어와의 경쟁이 되겠느냐는 질문엔 “오히려 당사 판매가가 1만원 가량 낮다"며 가격 경쟁력이 있음을 시사했다. 최 대표는 국내에선 항공기를 타는 것 자체가 사치재라는 인식이 있어 미국의 EAS(Essential Air Service) 등 주요 선진국에 있는 '공익 노선 제도(PSO, Public Service Obligation)'가 없다면서도 국토교통부 역시 이에 관한 연구를 심도있게 해둬 실행 단계만 남았다고 했다. 그는 “도서 지역으로 가는 배편은 지방 자치 단체의 지원을 받고 있고, 서울시도 연간 8000억 원씩 준 공영제 아래의 버스 회사들에게 배분한다"며 “항공 주무 부처인 국토교통부의 재정이 투입될 수 있는 법률적 근거 마련이 시급하다"고 호소했다. ◇지자체장들 “항공우주 생태계 완성, 남해안 시대 개막" 이날 행사에 참석한 지자체장들 역시 섬에어 취항이 지역 경제에 미칠 파급력에 큰 기대감을 보였다. 박완수 경상남도지사는 “사천공항은 경남의 유일한 공항이자 남해안에 접근할 수 있는 중심 공항"이라며 “우주항공청·한국항공서비스(KAEMS) 등 사천·진주를 중심으로 한 우주항공 산업 생태계를 맞춰가는 데 있어 큰 시너지 효과가 나타날 것"이라고 평가했다. 박 지사는 국토교통부와 협력해 사천공항을 국제공항으로 발전시키기 위한 시설 확충 노력도 이어가겠다고 덧붙였다. 박동식 사천시장 또한 “이번 취항은 대한민국 우주항공 수도 사천 엔진에 강력한 날개를 다는 일이며 남해안 시대를 여는 시작"이라며 “수도권과의 심리·물리적 거리를 뛰어넘어 지역 경제에 활력을 불어넣을 것"이라고 축하의 뜻을 전했다. 박규빈 기자 kevinpark@ek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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