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진칼 최대 주주 호반그룹발 경영권 위협설이 제기되는 가운데 한진그룹이 미래 사업 협력을 명분으로 LS그룹과 손잡고 경영권 방어전에 나섰다. 재계에선 현행 지분 구조상 당장 뒤집기는 어렵지만 한국산업은행 지분 향배에 따라 장기전 돌입 가능성도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14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한진그룹 지주회사 한진칼의 주가는 연이틀 전일 종가 대비 29.93% 오른 15만600원에 장을 마쳤다. 이는 호반건설과 호반, 호반호텔앤리조트 등을 거느린 호반그룹이 한진칼 주식을 추매할 계획을 세우고 있다고 밝힌 데에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앞서 지난 12일 호반과 호반호텔앤리조트는 각각 한진칼 지분 3만4000주(0.05%)와 64만1974주(0.96%)를 추가 매수했다고 공시했다. 이를 통해 호반그룹의 한진칼 지분율은 17.44%에서 18.46%로 1.02%p 올랐다. 호반건설 측은 단순 투자 목적에 따라 장내에서 한진칼 주식을 매입했다고 공시한 만큼 경영 참여 의사에 대해서는 부인하고 있다. 호반그룹은 2022년 3월 사모펀드 KCGI의 특수 목적 법인(SPC)인 그레이스홀딩스가 들고있던 한진칼 940만주(13.97%)와 2023년 11월 팬오션의 390만주(5.85%)를 사들이며 한숨에 최대 주주로서의 존재감을 드러냈다. 재계에서는 호반그룹이 10년 전 금호산업 인수전에 뛰어들었던 때와 마찬가지로 항공업계 진출의 뜻을 내비친 것으로 해석하고 있다. 한진칼 주가는 호반그룹이 진입한 이래 2배 가까이 올랐다. 또 호반그룹이 작년에 한진칼로부터 수취한 배당 수익이 46억원에 달한다. 호반그룹은 미래 가치 투자 차원에서 한진칼 주식을 더 매입해 주요 주주 자격으로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을 위시한 경영진의 의사결정을 감시한다는 방침이다. 올해 3월 한진칼 정기 주주총회에서는 이사 보수 한도를 90억원에서 120억원으로 상향 조정하는 안건이 나왔고, 호반그룹은 반대 의사를 표했다. 경영 성과를 낸 임원에게 보상을 제공하는 게 아니라 사실상 조 회장을 위한 이벤트로 여겼기 때문이라는 게 호반그룹 측 입장이다. 이 같은 상황에 한진칼 경영진은 최근 LS그룹과 항공우주·도심 항공 교통(UAM) 등 다양한 사업 분야에서 시너지를 창출하고 동반 성장을 도모하고자 협업 강화에 관한 업무 협약(MOU)을 체결했다. 스마트 팩토리 기술을 적용한 항공우주 산업 기술 고도화와 UAM 운영 시스템 인프라·충전 인프라 구축, 항공 운송 수단의 친환경 인프라 확대·전기화 기술 협력, 전기차 충전소 확대 등 광범위한 분야에서 협력 범위를 확대한다는 것이 양사 간 MOU의 골자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지배 구조가 취약하다고 평가받는 한진그룹과 LS그룹이 '공통의 적'인 호반그룹을 의식해 동맹 관계를 구축하려는 모양새라는 관측이 존재한다. LS그룹의 핵심 계열사 LS전선은 2019년부터 호반그룹의 대한전선과 다툼을 벌여왔고, 현재 진행형인 경우도 있다. 버스덕트용 조인트 키트 특허 분쟁에 대해 2022년 1심에서 대한전선의 특허 침해가 인정돼 5억원 배상 판결이 내려졌고, 2025년 3월 특허법원 2심에서는 손해배상액이 약 15억 원으로 상향됐다. 상고 없이 소송이 마무리되면서 양사 간 갈등은 법적으로 일단락됐지만 양측은 여전히 초고압 직류 송전 케이블(HVDC) 관련 특허·공급망 주도권을 놓고 견제에 나서고 있다. 이 가운데 호반그룹은 ㈜LS 지분도 3% 가량 일부 매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행 상법상 지분 3% 이상을 보유한 주주는 △임시 주주총회 소집 청구 △주주 제안 △이사 해임·감사 해임 청구 △회계 장부 열람권 등 주주권 행사가 가능하다. 마찬가지로 호반그룹 측은 한진칼과 ㈜LS 두 회사에 대해 모두 단순 투자를 위해 지분을 사들였다고 표명했다. 재계 관계자들은 향후 본격 경영권 분쟁 발생 가능성이 있어 호반그룹이 20%에 육박하는 한진칼 지분을 유지하며 추이를 지켜보는 중이라고 입을 모은다. 그러나 현 지분 구조로는 호반그룹의 굴기는 사실상 불가능에 가깝다는 평가다. 조 회장의 한진칼 지분은 5.78%에 불과하지만 델타항공·산업은행·특수 관계인 등 우호 지분이 도합 45.61%이기 때문이다. 이 중 산은의 지분율은 10.58%이고 8187억원 어치다. 아직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진에어-에어부산-에어서울 합병 작업이 끝나지 않아 산은이 당장 한진칼 지분 매각에 나서지는 않을 것이라는 시각이 지배적이지만 정책 금융 기관이어서 먼 미래에는 털어낼 것으로 예상된다. 또 현금과 현금성 자산 보유량이 9711억원으로 비교적 넉넉한 호반건설이 산은 보유분 일부 또는 전부를 인수하게 되면 지분율이 최대 29.31%로 껑충 뛰어올라 한진칼 경영권 분쟁이 본격화 될 것으로 전망된다. 박규빈 기자 kevinpark@ekn.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