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문일답] 김정희 단장 “가덕도신공항 2035년 개항 차질 없을 것”

국토교통부가 한동안 중단됐던 가덕도신공항 건설 공사를 연내 입찰 공고하며 재개하기로 했다. 다만 개항 목표가 당초 정해졌던 2029년에서 2035년으로 늦춰져 부산시의 반발이 일고 있다. 국토부는 공사 기한이 연장된 이유에 대해 연약 지반 안정화를 위한 계측 과정 등이 추가되면서 공사가 지연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다음은 21일 세종청사에서 열린 백브리핑에서의 김정희 가덕도신공항 건립추진단장 및 홍복의 팀장과의 일문일답. -공기를 결국 연장했는데, 왜 늘린 건가. 84개월이 애초에 문제가 있었던 건가, 아니면 정부가 업체에 고개 숙인 건가. ▲ 2029년 개항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사실 도전적인 공기를 설정했다. 기본계획 수립 시 다양한 방법으로 공기를 추정했고, 전문가 의견도 반영해 공기를 제안했다. 다만 공기가 빠듯하고 도전적이었기에, 건설업계 기술력으로 해결할 수 있을 것이라 판단했다. 돌이켜보면 업계 수용성을 충분히 고려하지 못한 부분이 있었다. -입찰 공고를 내기 위한 후속 절차가 남아 있다면 얼마나 걸리나. ▲ 입찰 안내서는 일반 공개와 해당 업체 사전 공개를 거쳐 조달청에 송부된다. 조달청과 의견을 교환한 뒤 12월 중순경 조달청에 입찰 요청을 하면, 조달청이 약 보름 정도 검토 후 12월 말경 입찰 공고가 가능할 것으로 예상된다. -물가 상승률을 반영해 늘어난 공사금액 2000억원은 어떻게 산정한 건가. 상향 조정 여지가 있나? ▲ 지난 입찰 공고는 2023년 12월 기준이었다. 그 사이 물가가 상승했다가 최근 다시 하락해 예정 가격 산출 시점과 입찰 공고 전 시점 사이 변동 폭만 반영했다. 기획재정부 국가 물가 반영 기준에 따라 산정한 부분이다. 국가계약법에 따르면 기성이 나간 부분을 제외하고 차년도 물가가 3% 이상 변동하면 공사 계약 금액을 조정할 수 있다. 따라서 향후 추가 조정 여지도 법령에 따라 가능하다. -가덕도 신공항에 경제성 우려가 있다. 어떻게 보고 있나? ▲ 가덕도 신공항 건설은 국가 균형 발전 사업으로 예비타당성조사를 면제받은 사업이다. 사업성을 따져 추진한 것이 아니라 지역 경제 파급 효과 등 종합적으로 고려해 추진하는 것이다. 단순 경제적 효과만으로 평가해선 안 된다. 또, 김해공항 국제선 이용객이 올해 천만 명을 넘을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신공항이 필요하다고 보고 있다. 이를 통해 동남권 지역 발전도 견인할 것으로 본다. -내년도 공항 예산이 많이 줄었는데, 그대로 진행이 가능한가? ▲ 시공 착공은 내년 하반기에 진행될 예정이다. 해상 장비 제작 등 시급한 비용 집행은 현재 예산으로 충분히 대응 가능하다. 내년에는 설계 중심으로 진행되며, 우선 시공 또는 착공 정도만 이루어져 현재 예산으로도 가능할 것으로 본다. -공사기간 2년 연장은 연약 지반 안정 문제가 핵심으로 보이는데 특정 공법을 염두에 두고 늘린 건가? ▲기본적으로 해저 연약 지반을 안정화시키는 공법은 동일하다. 기본계획에서는 수직 배수제를 설치하고 성토를 이용해 물을 배수하도록 했다. 개념 자체는 기본계획과 현대 측 제안 모두 같다. 차이점은 성토가 끝나는 시점에서 안정화될 것으로 예상했던 부분을 계측과 검증을 거쳐 안전성을 확보하도록 조정하면서 공기가 늘어난 것이다. 성토가 충분히 안정화된 것을 확인한 뒤 다음 단계로 넘어가야 한다는 전문가 지적이 있었다. 이 확인 기간이 필요하기 때문에 공기를 일부 연장한 것이다. 정확히 얘기하면, 전문가 의견을 받아들여 안전하게 시간을 두고 안정화 상태를 확인해야 한다는 점을 인정하고 반영한 것이다. -현대에서 요구했던 기간도 안정화 후 확인이 추가로 필요하다고 했던 건가? ▲ 현대 측에서도 확인 기간이 필요하다고 제시한 부분이 있었던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현대는 시공성을 유리하게 하는 공법으로 교량 영역이 커지는 방안을 제시했던 거다. 전문가 의견으로 공법 활용에 그렇게 긴 시간은 필요하지 않다고 판단했다. 다만 적절한 시간을 찾아보자는 것이 이번 공기 재산정의 주요 과제였다. 물 빠지는 속도와 침하 속도 차이 등은 예측과 추정의 영역이다. 저희가 한 방법과 현대가 추정한 방법에 차이가 있었다. 저희도 적극적으로 해석하고 실험을 통해 검증했다. 현대는 보다 세밀하게 설계했던 것 같은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부 사항에서는 차이가 있었다. 전문가 자문 결과 양측 모두 틀리다고 단정할 수 없다는 평가가 나왔다. 이왕 이렇게 된 거 기본 계획 단계에서 국토부가 했던 것들을 시장에서 합리적인 선택을 받을 수 있도록 한 거라고 보시면 될 것 같다. -재입찰 공고가 나오면 우선협상 방식으로 진행될 가능성이 있나? ▲ 2차, 3차 공고를 거쳐 유찰되면 한 개 컨소시엄과 우선협상을 진행할 수 있다. 만약 다른 컨소시엄이 추가로 참여하지 않으면 더 빨리 우선협상이 가능하다. 다만 현행 국가계약법 절차를 준수해야 하므로 법을 초월한 의사결정은 불가능하다. -토지 보상과 어업권 보상, 이주 관련 진행 상황은 어느 정도인가? ▲ 토지 보상은 중앙토지수용위원회에서 수용 재결이 진행 중이며, 보상가에 동의하지 않는 일부 주민이 이의 신청을 했다. 국토부는 감정가를 재평가하고 있으며, 12월 말까지 토지 보상 절차를 마쳐 내년 1분기에는 주민과 합의점을 마련할 예정이다. 어업 보상은 어업 약정서를 두고 어민과 논의를 지속하고 있다. 이주 및 생계 대책은 기재부와 예산 협의를 진행하고 있다. -토지 보상비와 어업권 보상비는 금액 보상이 책정됐나? ▲ 토지 보상은 육지부 보상과 해상부 보상으로 나뉘는데 육지부 보상은 감정평가가 완료됐다. 약 25% 정도는 이미 수령했으며, 나머지는 재감정평가 후 수령 예정이다. 내년 상반기에는 공사가 가능한 토지 사용권을 공단이 확보할 계획이다. 어업 피해는 감정평가로 확정된 금액이 있으며, 관련 예산은 확보되어 있다. 어업 피해 보상은 어업 사업자와 공단 간 약정을 체결해 피해액을 지불하는 방식으로 진행하며, 연차별 예산을 확보해 원만히 해결할 계획이다. -변동 사유가 발생하면 106개월 내에 공사를 완료하지 못할 수도 있나? ▲ 이번 사업은 턴키 방식으로 진행된다. 입찰자가 기본 설계를 한 뒤 시공까지 진행하는 구조다. 국토부는 입찰자가 지켜야 할 최소 공기 106개월을 제시했으며, 13개월은 성토와 계측을 통해 안정화 상태를 확인하는 기간으로 설정했다. 이 기간 내에서는 건설사가 공기를 단축할 가능성도 있다. 유찰을 감안해도 내년 하반기 우선분 착공은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 -개항 지연에 따른 부산시 반발에는 어떻게 대응할 예정인가? ▲ 부산시와는 조속한 사업 추진과 안전한 공항 건설, 업계 수용성 보장 등에서 이해를 공유하고 있다. 다만 공기가 생각보다 많이 늘어난 부분에 대해서는 불만이 있을 수 있다. 공단과 부산시, 업체가 협력해 계측과 안정화 확인 등을 거쳐 후속 공정을 진행하며 공기를 단축할 방안을 모색할 계획이다. 공항 안전 범위 내에서 부산시 의견도 반영할 예정이다. -현대건설이 소송을 제기할 가능성은 없나? ▲ 현대건설이 당시 공기를 108개월 제안했지만 입찰 조건은 84개월이었다. 입찰 조건을 초과한 설계안은 국가계약법상 수용될 수 없다. 국가계약법을 위반한 측의 유책이라고 보고 있기 때문에 소송을 걸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공사 연장과 관련해 이전에는 안전에 주의를 덜 기울였다는 우려가 나올 수 있을 것 같다. ▲ 연약 지반 관련해서는 해석 프로그램을 사용해 기간을 산정하게 된다. 수치 모델 활용 시 (해당 기간에) 충분히 안정화된다는 데이터가 나왔다. 그걸 토대로 발주했다. -시공사 변경으로 발생한 손해에 대한 책임은 어떻게 되나? ▲ 인프라 개항 일정 지연으로 정부가 피해를 봤다면 일정 부분 사실이다. 현대건설이 기본 설계한 금액을 피해봤다는 건 사업 포기 시 감수하고 제출한 걸로 이해가 된다. 일정 부분 다 피해자라 볼 수 있지만 재추진 계획을 통해 전체적인 편익을 산출할 수 있도록 준비하고 있다. -이전에는 2029년 개항 후 2030년 준공한다고 했는데 이번에는 개항과 준공을 동시 진행하나? ▲ 당초 계획은 29년 개항, 30년 준공이었다. 그러나 공항 운영자인 인천공항공사나 한국공항공사 등에서 공사가 진행되는 동안 고객이 공항을 이용하는 것은 적합하지 않으며, 이용자 불편과 안전사고 위험이 크다는 지적이 있었다. 공항은 기반 시설과 모든 설비가 갖춰진 상태에서 그랜드 오픈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의견이다. 업계에서도 안전사고 우려가 확인되면서, 개항과 준공을 맞추는 과정에서 공기가 늘어난 부분이 있다. 35년에는 준공과 개항을 동시에 진행한다는 계획을 확정했으며, 해당 기간 내 충분히 실현 가능하다고 보고 있다. 김유승 기자 kys@ekn.kr

가덕도신공항 개항 시점 2035년으로 연기…“공기 고려 부족 인정”

국토교통부가 한동안 중단됐던 가덕도신공항 건설 공사를 연내 입찰 공고하며 재개한다. 다만 공사기간이 기존 84개월에서 2년 가까이 연장된 106개월로 확정돼 개항 시점도 당초 조기 개항 목표인 2029년보다 6년 늦은 2035년으로 연기될 전망이다. 국토부는 21일 세종청사에서 브리핑을 갖고 연내 가덕도신공항 건설 입찰 공고를 낸 뒤 내년 상반기 사업자 선정과 기본설계를 거쳐 2026년 하반기 착공에 들어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앞서 정부는 2023년 가덕도신공항 기본계획을 수립하고 공사 착수를 위한 입찰 절차를 진행해 왔다. 그러나 입찰이 지난해 9월까지 4차례 유찰되며 정부는 현대건설 컨소시엄과 수의계약 절차를 밟았다. 다만 현대건설 컨소시엄도 공사 기한 등의 문제로 사업 참여를 포기해 지난 6월 절차가 중단됐다. 정부는 원활한 사업 재개를 위해 입찰 방식은 설계·시공 일괄 발주(턴키 방식)로 추진하기로 했다. 부등침하 가능성 등 공사 난이도를 고려해 시공업체가 책임지고 시공할 수 있도록 설계와 시공을 통합한다는 방침이다. 기존 공사 기한도 전문가 지적을 반영해 84개월에서 106개월로 늘리며 기존 공사 기한 책정에서 일부 과실을 인정했다. 김정희 가덕도신공항 건립추진단장은 “2029년 개항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사실 도전적인 공기를 설정했었다. 기본계획을 수립할 때 할 수 있는 다양한 방법으로 공기를 추정했고 전문가 의견을 들어 공기를 제한했지만, 빠듯한 공기는 건설업계의 기술력으로 해결책을 찾을 수 있을 거라 생각했다. 그러나 돌이켜보면 업계의 수용성을 많이 놓쳤던 것 같다. 그 부분에 대한 고려가 부족했지 않나 생각된다"고 말했다. 다만 국토부는 연지 배수 공법을 활용하기에 공기가 짧게 주어졌다는 현대건설의 지적을 단순 수용하기보다, 전문가 조언을 받아 지반 안정화 계측을 추가로 거치기로 해 공기가 늘어났다고 설명했다. 기존 데이터상 안정화가 충분히 이뤄진 부분이나 조언을 추가 수용하기로 했다고 김 단장은 덧붙였다. 또, 공사용 도로 개설과 해상공사에 필요한 주요 장비의 제작·확보 등에도 추가 기간이 반영됐다. 국토부는 물가상승분을 반영해 당초 10조5000억원이던 공사금액을 10조7000억원 수준으로 조정할 예정이다. 아울러 현대건설의 소송 제기 가능성에 대해서는 현실성이 없다고 판단한다고 설명했다. 당시 현대건설이 108개월로 입찰 조건을 제시했으나 기존 국토부 요구안을 위반하며 절차가 어그러진 것이라는 설명했다. 즉, 현대건설 측이 108개월로 입찰 조건을 제시하라고 요구했던 당시에는 입찰에 참가하지 않았기 때문에, 소송 가능성이 없다는 판단이다. 공사 진행을 위한 이권 문제 중 토지 보상과 관련해서는 수용 재결 절차가 중앙토지수용위원회에서 진행 중이라고 설명했다. 보상가에 동의하지 않는 일부 주민들은 이의 신청을 한 상태다. 국토부는 현재 감정가를 재평가하고 있으며, 12월 말까지 토지 보상 관련 절차를 마치고 내년 1분기에는 주민들과 합의점을 마련할 계획이다. 또, 어업 관련 보상은 현재 어업 약정서를 두고 어민들과 지속적으로 논의하는 단계이다. 이주 및 생계 대책과 관련해서는 기획재정부와 필요한 예산을 협의하고 있다. 김정희 단장은 “공기가 생각보다 많이 늘어난 부분에 대해서는 부산시의 불만이 있을 것으로 당연히 예상한다"며 “업체가 정해지고 나면 국토부와 공단, 부산시가 지반 안정화 등 후속 공정에서 공사를 단축할 수 있을지 방법을 같이 찾아나갈 계획이다. 공항 안전을 담보하는 범위 내에서 부산시에서 좋은 의견을 주시면, 국토부와 공단은 이를 충분히 건설 과정에 반영할 의지가 있다"고 덧붙였다. 김유승 기자 kys@ekn.kr

이충섭 현 한국민간항공조종사협회장, 제12대 회장 당선…‘연임 성공’

한국민간항공조종사협회(ALPA-K)를 이끌어갈 제12대 회장에 이충섭 현 협회장이 다시 선출됐다. 한국민간항공조종사협회 선거관리위원회는 지난 10일 실시된 '2025년도 제12대 협회장 선거' 개표 결과 이충섭 현 회장(대한항공 A350 선임 기장)이 당선됐다고 21일 공고했다. 이로써 이 협회장은 재선에 성공하며 향후 2년 간 협회를 더 이끌게 됐다. 러닝 메이트로 출마한 김건환 후보(티웨이항공 A330 기장)도 부회장으로 함께 당선자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협회 활동을 감시·감독할 감사에는 진에어 신철, 아시아나항공 홍승권 기장 등이 각각 선출됐다. 이와 함께 각 항공사를 대표할 대의원(대표 위원) 선출도 마무리됐다. 항공사별 당선자는 △대한항공 13명 △아시아나항공 6명 △제주항공 5명 △진에어 4명 △티웨이항공 4명 △에어부산 3명 △이스타항공 3명 △에어제타 3명 △에어프레미아 3명 등이다. 이충섭 협회장은 이번 연임을 통해 항공 업계의 주요 현안인 조종사 처우 개선과 운항 안전 강화, 급변하는 항공 산업 환경 속에서 조종사들의 권익 보호를 위한 정책을 연속성 있게 추진할 동력을 얻게 됐다. 한편 이번 선거 결과에 대한 공고는 협회 선거관리규정 제20조에 의거하여 진행됐고, 당선된 신임 집행부의 2년 임기는 차기 회계연도부터 시작된다. 박규빈 기자 kevinpark@ekn.kr

[단독] 김동관의 ‘탈탄소 비전’ 가시화…한화에어로, ‘해상 초격차선박 기술’ 대거 확보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미래 수소 선박의 핵심 심장인 선박용 연료 전지 파워팩의 기술적 난제들을 해결할 원천 특허 7종을 따냈다. 이는 김동관 한화그룹 부회장의 주도하에 추진 중인 해양 탈탄소 비전이 기술적 실체를 드러낸 것으로, 초격차 경쟁력 확보를 통한 밸류 체인 구축이 기대된다. 21일 본지 취재 결과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200kW 이상급 선박용 연료 전지 파워팩 개발'과 관련, 최근 지식재산처로부터 선박의 안전·제어·내구성 관련 핵심 특허 7종을 인정받았다. 이는 산업통상부·한국에너지기술평가원 주관 신 재생 에너지 핵심 기술 개발 사업의 일환으로 진행되는 것이고 연구 기간은 2024년 4월 1일부터 2027년 3월 31일까지다. 이번에 확보된 기술 중 가장 돋보이는 대목은 김동관 부회장이 다보스 포럼 등에서 강조해 온 '신뢰할 수 있는 무탄소 솔루션'의 실현이다. 자동차와 달리 갓길 정차가 불가능한 해상에서 엔진 정지는 곧 조난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확보한 '연료 전지 제어 장치·방법(10-2887909)'은 메인 제어기(운전 제어부)에 치명적인 오류가 발생하거나 통신이 두절되는 최악의 상황을 가정했다. 이때 시스템은 즉시 별도의 '안전 제어부'로 권한을 넘기고, 미리 검증된 '안전 고정값'을 호출 출력을 강제 유지한다. 이는 제어 시스템이 마비되더라도 선박이 최소한의 동력을 유지해 항구로 비상 운전 상태로 복귀할 수 있게 만드는 최후의 보루다. 또한 고가의 방폭 수소 센서를 무한정 늘리는 대신 '가상 센서 이중화(10-2813988)' 기술을 고안했다. 연료 전지를 감싸는 인클로저 내부의 제1 수소 센서가 고장 나면 제어부는 즉시 밸브를 열어 내부 공기를 배기 라인으로 우회시킨다. 이후 배기구에 이미 설치된 제2 센서로 수소 누출 여부를 교차 검증 하는 방식이다. 이는 물리적 센서 추가 없이도 안전 등급을 충족시켜 선박 건조 비용 절감과 시스템 가동률 향상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은 '역발상'의 결과다. 전 세계 바다를 누벼야 하는 상선의 특성상 극지방 운항 능력은 필수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영하의 날씨에서도 별도의 외부 히터 없이 시동을 걸 수 있는 '냉시동 제어(10-2809702)' 기술을 확보했다. 핵심은 '온도 추종형 제어'다. 냉각수 밸브를 완전히 닫아 스택 자체의 전기화학 반응열을 가둔 뒤 미리 설정된 온도 상승 기울기에 맞춰 밸브를 미세하게 여닫으며 시스템을 예열한다. 이는 급격한 온도 상승에 따른 열충격(Thermal Shock)을 방지하고, 외부 청수(Fresh Water)와의 온도 차이까지 계산해 밸브 개방 시점을 조절함으로써 에너지 효율을 극대화한다. 시동 후에는 다단계 블로워 작동을 통해 내부에 녹은 응축수까지 완벽히 제거해 재동결을 막는다. 연료 전지의 수명을 갉아먹는 수분 관리 기술도 진화했다. 기존에는 전압 수치만으로 내부 상태를 짐작했다면 이번 기술은 워터 트랩 내 서로 다른 높이의 두 센서를 활용해 물이 차오르는 속도를 측정해 '플러딩(물 넘침)'을 물리적으로 진단하고(10-2813989), 셀 전압의 변화율을 분석해 국소적인 성능 저하를 조기에 잡아낸다(10-2874400). 여기에 '전류 파형 분석(CSA, Current Signature Analysis, 10-2842113)' 기술까지 더해졌다. 배출 밸브(Purge Valve)에 흐르는 전류의 미세한 파형 변화를 감지해 배출되는 물질이 물인지 가스인지 구별해낸다. 이를 통해 물만 정확히 배출하고 아까운 수소 연료의 낭비를 차단해 연비 효율을 높였다. '선박용 연료 전지 시스템의 통합 제어 장치·방법(10-2887910)' 특허는 그동안 별도로 존재했던 거대한 '방전용 저항'과 '제습용 히터'를 하나로 합쳤다. 운전 종료 시에는 릴레이를 조절해 잔류 고전압을 태우는 방전 저항으로 쓰고, 시동 전이나 휴지기에는 선박의 보조 전력을 끌어와 습기를 말리는 히터로 쓰는 하이브리드 방식이다. 이를 통해 기계실 부피를 획기적으로 줄여 공간을 추가로 확보하고, 고염분 해상 환경에서 치명적인 절연 파괴 사고를 예방한다. 이번 특허 확보는 한화그룹의 조선·해양 밸류 체인이 완성 단계에 진입했음을 시사한다. 한화오션이 건조하는 친환경 선박에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이 '수소 심장'이 탑재되고, 한화엔진의 추진 체계가 결합되는 그림이다. 이는 김동관 부회장이 2024년 다보스 포럼에서 천명한 세계 최초의 무탄소 가스 운반선 실증 약속을 지키기 위한 구체적인 실행 로드맵이기도 하다. 한화오션은 시흥 R&D 캠퍼스 내에 친환경 선박용 동력 에너지 시스템 연구 개발과 연료 전지·수소 생산 시스템 실증 기반 시성을 확보하고, 연료 기술 적용을 위해 육상 시험 시설(LBTS, Land Based Test Site)을 건립했다. 수소 저장과 생산 연구·실증을 통해 수주에 기여하기 위함이다. 이곳에서는 연료 전지 모듈과 리튬 이온 배터리 연동 시험을 통한 시스템 운용 최적화 연구도 이뤄지고 있다. 이는 육상용 기술을 선박에 얹는 수준을 넘어 고염분·고습도·진동 등 망망대해의 극한 환경을 극복하고 '절대 멈추지 않는 선박'을 구현하겠다는 한화그룹의 의지로 해석된다. 정부 역시 이번 기술 개발을 포함해 수소 선박·수전해 등 에너지 신산업 수출 동력화를 위해 R&D 지원 체계를 대폭 강화하고 있어 한화그룹의 이러한 기술적 행보는 'K-조선'의 초격차 경쟁력 확보에 결정적 역할을 할 것으로 전망된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 관계자는 “선박 기술·원가 경쟁력으로 시장을 선도하고 에너지 전환 시대를 이끌어 나가는 친환경 기업으로의 혁신적 전환으로 '글로벌 탑 티어 오션 솔루션 프로바이더'로 도약하겠다"고 말했다. 박규빈 기자 kevinpark@ekn.kr

美 NTSB “UPS 화물기 추락 사고, 엔진 지지대 ‘금속 피로’가 원인…정비 주기 사각지대 탓”

지난 4일 미국 켄터키주 루이빌 공항에서 발생해 37명의 사상자를 낸 UPS 화물기 추락 사고의 직접적인 원인이 엔진을 날개에 고정하는 부품의 '금속 피로(Metal Fatigue)' 파괴로 밝혀졌다. 특히 사고기는 규정된 정비 절차를 모두 준수했음에도 불구하고 치명적인 균열을 사전에 발견하지 못한 것으로 드러나, 노후 대형 화물기 관리 체계에 비상이 걸렸다. 21일 미국 국가교통안전위원회(NTSB)는 UPS 2976편(MD-11F 기종) 사고에 관한 예비 조사 보고서(DCA26MA024)를 발표했다. 이에 따르면 사고 당일 하와이 호놀룰루행이 예정돼있던 사고기는 오후 17시 14분(현지 시간) 17R 활주로에서 이륙을 위해 기수를 들어 올리는 '로테이션(Rotation)' 순간 좌측 날개의 1번 엔진과 파일런(Pylon)이 통째로 떨어져 나가는 구조적 파괴를 겪었다. 이탈한 엔진은 여전히 추력을 발생시키는 상태에서 기체 위쪽을 넘어 반대편으로 날아갔고, 이 과정에서 화재가 발생했다. 균형을 잃은 항공기는 고도 100피트(약 30m) 이상 상승하지 못한 채 공항 남측의 UPS 물류 창고 지붕과 충돌한 뒤 인근 야적장과 석유 재활용 시설을 덮쳤다. 이 사고로 기장과 부기장 등 승무원 3명 전원과 지상 근무자 11명이 숨지고 23명이 부상을 입었다. NTSB 조사단은 사고 현장에서 수거한 잔해를 정밀 분석한 결과, 엔진과 날개를 연결하는 핵심 부품인 '좌측 파일런 후방 마운트(Aft Mount)'에서 명확한 금속 피로 징후를 발견했다. NTSB 재료 연구소는 파일런을 고정하는 '후방 러그(Aft Lug)'와 '전방 러그(Forward Lug)'의 파단면에서 오랜 기간 반복된 하중으로 인해 생성되는 '비치 마크(Beach Marks)' 형태의 피로 균열이 확인됐다고 분석했다. 조사단은 이륙 시 발생하는 강력한 하중을 견디지 못한 러그의 균열 부위가 먼저 파단됐고, 남은 부위가 하중을 감당하지 못해 일시에 부러지는 '과부하 파단(Overstress Failure)'으로 이어지면서 엔진이 분리된 것으로 결론지었다. 조종실 음성 기록장치(CVR)에는 이륙 추력을 설정한 지 불과 37초 만에 반복적인 경고음이 울린 상황이 담겨 있었다. 이는 승무원들이 대응할 수 없는 물리적 한계 상황이었음을 시사한다. 이번 사고는 항공사가 정비 규정을 위반하지 않았음에도 발생했다는 게 조사 당국의 설명이다. UPS는 해당 항공기에 대해 '지속적 감항성 유지 프로그램(CAMP)'을 운영 중이었으며, 사고 발생 2주 전인 10월 18일에는 관련 부품에 대한 윤활 작업을 마쳤다. 육안 검사(GVI) 역시 2021년 10월 규정에 따라 수행됐다. 문제는 내부 균열을 찾아낼 수 있는 '특별 정밀 검사(SDI)'의 주기였다. 규정상 파일런 마운트의 정밀 검사 시점은 비행 횟수 2만9200회에 도달했을 때로 설정되어 있었으나, 사고기인 N259UP의 누적 비행 횟수는 2만1043회에 불과했다. 규정된 검사 시점이 약 8000회나 앞서 부품이 파괴된 것이다. 이는 현행 정비 프로그램에 심각한 안전 공백이 존재했음을 뜻한다. 항공 전문가들은 설계 당시 예측한 부품 수명보다 실제 운용 환경이 훨씬 가혹했거나 노후 화물기에 대한 피로 관리 기준이 너무 느슨했던 것이 아니냐는 지적을 내놓고 있다. 사고 직후 미 연방항공청(FAA)과 보잉은 즉각적인 조치에 나섰다. FAA는 긴급 감항성 개선 지시(AD)를 발령해 MD-11과 MD-11F 전 기종의 운항을 금지하고 긴급 점검을 명령했다. 이후 유사한 설계를 가진 DC-10 기종까지 검사 대상을 확대했다. UPS와 페덱스(FedEx) 등 주요 화물 항공사들도 보유 기단의 운항을 전면 중단했다. 항공 업계는 이번 사고가 1979년 발생한 아메리칸 항공 191편(DC-10) 추락 사고와 매우 흡사하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당시에도 이륙 중 좌측 엔진이 분리되면서 273명이 사망하는 참사로 이어졌다. 다만 1979년 사고가 정비 과실에 의한 물리적 손상이 원인이었다면 이번 사고는 보이지 않는 '피로 균열'이 원인이라는 점에서 노후 항공기 관리에 대한 근본적인 대책 마련이 시급해 보인다. 한편 독립조종사협회(IPA)와 팀스터 항공 사업부 등 노동조합 측은 NTSB 조사에 참여해 화물기 안전 기준 강화와 정비 품질 개선을 강력히 요구하고 있다. NTSB는 향후 추가 금속 분석과 데이터 복원을 통해 정확한 균열 발생 시점과 성장 속도를 규명할 예정이다. 박규빈 기자 kevinpark@ekn.kr

獨 루프트한자, 민영화 ‘TAP 에어 포르투갈’ 인수전 참여 공식 선언

독일 루프트한자 그룹(Lufthansa Group)이 포르투갈 국영 항공사 'TAP 에어 포르투갈(TAP Air Portugal)'의 민영화 입찰 과정에 공식적으로 참여 의사를 밝혔다. 21일 루프트한자 그룹은 포르투갈 국영 지주 회사 파르푸블리카(Parpública)에 TAP 에어 포르투갈 민영화 입찰 참여를 위한 의향서를 기한 내 제출했다고 밝혔다. 이번 제안은 초기 소수 지분 인수를 시작으로 향후 장기적인 파트너십 구축을 목표로 하고 있다. 루프트한자는 이를 통해 포르투갈의 국가 대표 항공사인 TAP의 성공적인 미래와 지속 가능한 성장을 도모한다는 계획이다. 카르스텐 슈포어 도이체 루프트한자 AG 이사회 의장 겸 CEO는 “루프트한자 그룹은 포르투갈 정부의 민영화 절차를 환영한다"며 “우리의 목표는 포르투갈의 글로벌 연결성을 강화하고 TAP의 고유한 정체성을 보존하며 지속 가능한 성장을 보장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TAP 에어 포르투갈은 유럽 항공 산업에서 전략적으로 매우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며 “스타얼라이언스의 오랜 파트너이자 포르투갈에 대규모 투자를 진행해 온 루프트한자 그룹이야말로 TAP와 포르투갈을 위한 최적의 파트너"라고 덧붙였다. 루프트한자 그룹은 포르투갈에서 70년 이상 사업을 영위해 왔으며, 현재 그룹 산하 항공사들이 포르투갈을 오가는 주 280회 이상의 항공편을 운항 중이다. 또한 포르투갈 내 400명 이상의 전문 인력을 고용하고 있으며, 포르투갈 북부 산타 마리아 다 페이라(Santa Maria da Feira)에 엔진 부품 및 항공기 정비(MRO)를 위한 새로운 루프트한자 테크닉 시설이 완공되는 2030년까지 고용 규모를 1000명으로 확대할 예정이다. 업계에서는 이번 협력이 성사될 경우 리스본이 루프트한자 그룹 네트워크 내에서 남미, 아프리카, 북미를 연결하는 핵심 '대서양 허브'로서의 입지가 더욱 강화될 것으로 보고 있다. 루프트한자 그룹은 그간 △스위스 항공(SWISS) △오스트리아 항공 △브뤼셀 항공 △이탈리아의 ITA 항공(ITA Airways) 등을 성공적으로 인수하며 유럽 항공 시장의 통합을 주도해왔다. 특히 피인수 항공사들의 국가적 정체성을 유지하면서도 성장을 이끌어낸 경험을 강점으로 내세우고 있다. 그룹 관계자는 “미국 외 지역 글로벌 1위 항공 기업으로서 규모의 경제와 경험, 재무적 안정성을 바탕으로 TAP 에어 포르투갈의 가치를 창출하고, 전 세계에 포르투갈을 알리는 대사로서의 역할을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박규빈 기자 kevinpark@ekn.kr

티웨이항공, 금감원 선정 ‘재무 공시 우수 법인’…“회계 투명성 입증”

티웨이항공이 국제표준 재무공시 시스템의 성공적인 정착을 인정받아 금융당국으로부터 우수 법인으로 선정됐다. 티웨이항공은 지난 20일 금융감독원으로부터 '2025년도 XBRL(재무보고 국제표준 전산언어) 재무공시 우수법인' 감사장을 수여받았다고 21일 밝혔다. 이번 수상은 금감원이 상장사들의 재무공시 품질을 평가한 결과로, 티웨이항공은 글로벌 스탠다드에 부합하는 XBRL 기반 공시를 성실히 이행해 투자자 정보 접근성을 높인 점을 높이 평가받았다. 특히 티웨이항공은 2024년 공시 의무화에 앞서 자체 시스템을 선제적으로 구축하고 실무 인력의 역량을 강화하는 등 데이터 정확성 확보에 주력해 왔다. 이를 통해 국내외 투자자들이 동일한 기준으로 재무 정보를 투명하게 확인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 대한민국 자본시장 국제화에 기여했다는 평이다. 이번 선정에 따라 티웨이항공 회계 실무진은 향후 금감원이 주관하는 'XBRL 재무 공시 가이드 라인 및 제도 개선' 논의에도 참여하게 된다. 이현용 티웨이항공 재무담당 임원은 “앞으로도 책임 있는 공시를 통해 시장의 신뢰를 받는 항공사로 성장하겠다"며 “재무 투명성과 정보 접근성을 지속적으로 강화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박규빈 기자 kevinpark@ekn.kr

대한항공-삼성E&A, ‘탄소 중립’ 맞손…미국發 ‘SAF 동맹’ 구축

대한항공이 삼성E&A와 손잡고 차세대 친환경 항공유(SAF) 시장 선점을 위한 북미 공략에 나선다. 글로벌 항공업계의 화두인 '2050 탄소 중립' 달성을 위해 플랜트 기술과 항공 운송 역량을 결합한 'K-SAF 동맹'을 구축했다는 평가다. 21일 대한항공은 전날 서울 강서구 공항동 본사에서 우기홍 부회장과 남궁홍 삼성E&A 대표이사 사장이 참석한 가운데 '지속 가능 항공유(SAF) 협력을 위한 양해 각서(MOU)'를 체결했다고 21일 밝혔다. 이번 협약은 전 세계적으로 급성장하고 있는 SAF 시장 중에서도 가장 풍부한 원료와 인프라를 갖춘 미국 시장을 겨냥했다. 양사는 △해외 SAF 생산 프로젝트 공동 발굴 △플랜트 건설·기술 투자 △장기 구매(Offtake) 참여 등 사업 전반에 걸쳐 긴밀히 협력하기로 합의했다. 이번 협력의 핵심은 '역할 분담'을 통한 시너지다. 삼성E&A는 자사의 강점인 에너지 화공 플랜트 설계·조달·시공(EPC) 역량을 발휘해 SAF 생산 설비를 구축하고, 대한항공은 생산된 연료를 구매하는 안정적인 수요처(Offtaker) 역할을 맡는다. 특히 양사는 기존 식용유 기반의 1세대 SAF를 넘어, 폐목재 등 비식용 바이오매스를 원료로 하는 '2세대 SAF' 기술 도입을 검토 중이다. 삼성E&A는 목질계 폐기물을 가스화해 액체 연료로 바꾸는 '가스화-피셔 트롭시(FT)' 기술을 통해 원료 수급의 한계를 극복하고 탄소 감축 효과를 극대화한다는 전략이다. 대한항공 측은 미국 현지 프로젝트 참여를 통해 안정적인 SAF 공급망을 확보할 수 있게 됐다며 델타항공·에어프랑스 등 글로벌 선진 항공사들처럼 직접 생산 단계부터 관여하여 시장 주도권을 확보하겠다는 의지라고 설명했다. 이번 동맹은 우리 정부가 추진 중인 6대 전략 산업군(ABCDEF) 중 '에너지(Energy)' 분야의 신사업 모델을 구체화했다는 점에서도 의미가 크다. 에너지 밸류 체인의 시작점인 플랜트 기업과 최종 소비자인 항공사가 협력해 해외 시장에 진출하는 모범 사례로 꼽힌다. 한편 대한항공은 2017년 국내 최초로 SAF 혼합유 운항을 시작한 이래 최근 인천·김포공항발 상용 노선에 국산 SAF를 도입하는 등 국내외에서 탄소 저감 행보를 가속화하고 있다. 박규빈 기자 kevinpark@ekn.kr

아시아나, 한진그룹 편입 후 ‘환골탈태’…‘한정 의견’ 쇼크 딛고 6년 만에 ‘회계 모범생’ 등극

과거 회계 감사에서 '한정 의견'을 받았던 아시아나항공이 한진그룹 편입 이후 완전히 달라진 모습으로 돌아왔다. 금호아시아나그룹의 불투명한 회계 처리로 시장의 불신을 샀던 '천덕꾸러기'에서 이제는 금융 당국이 공인하는 재무 공시 '우수 법인'으로 환골탈태한 것이다. 20일 아시아나항공은 서울 여의도 금융감독원 본원에서 열린 '2025년 XBRL(eXtensible Business Reporting Language) 재무 공시 우수 법인 감사장 수여식'에서 우수 법인으로 선정돼 이찬진 금융감독원장으로부터 감사장을 수여받았다고 밝혔다. 이는 아시아나항공이 위기에서 벗어나 자본시장에서 신뢰할 수 있는 회계 정보를 제공하는 기업으로 거듭났음을 의미한다. 시계를 6년 전으로 되돌리면 상황은 극명하게 대비된다. 2019년 3월, 아시아나항공은 2018 회계연도 감사보고서에서 외부감사인이던 삼일회계법인으로부터 한정 의견을 받으며 주식 거래가 정지되는 초유의 사태를 맞았다. 한정은 회계사가 재무제표가 중요하게 왜곡 표시됐거나 감사 증거를 충분히 확보할 수 없는 경우에 내리는 감사 의견이다. 당시 삼일회계법인은 운용 리스 항공기 정비 충당금 과소 계상과 마일리지 이연 수익 매출 과대 인식 등을 지적하며 재무제표를 신뢰할 수 없다고 판정했다. 이 사건은 아시아나항공과 금호아시아나그룹의 유동성 위기를 수면 위로 끌어올리는 트리거로 작용했다. 신용 등급 강등 위기와 자산 유동화 증권(ABS) 조기 상환 압박이 이어지며 결국 박삼구 전 회장이 경영 일선에서 물러나고 아시아나항공이 매각 시장에 나오는 결정적인 계기가 됐다. 반전은 한진그룹 주력 계열사 대한항공으로의 피인수가 결정되며 시작됐다. 한국산업은행의 관리 하에 대한항공과의 통합 절차를 밟으면서 아시아나항공의 재무 라인에는 대대적인 수술이 단행됐다. 대한항공은 인수 초기부터 재무 전문가들을 아시아나항공에 파견해 금호아시아나 시절의 관행적인 회계 처리를 걷어내고 글로벌 스탠다드에 맞는 보수적이고 엄격한 회계 기준을 이식했다. 이 과정에서 아시아나항공은 외부 컨설팅에 의존하던 관행을 버리고 자체적인 재무 역량을 키우는 데 집중했다. 이번 우수 법인 선정 과정에서도 △외부 용역 없이 자체 인력으로 XBRL 공시 수행 △개정 작성 가이드 실시간 반영 △오류율 '제로' 도전 등에서 높은 점수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감독원이 2023년부터 의무화한 XBRL은 기업 재무 정보를 국제 표준 전산 언어로 변환해 저장하는 제도로, 외국인 투자자들이 한국 기업의 데이터를 별도 가공 없이 분석할 수 있게 해 '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의 핵심으로 꼽힌다. 업계에서는 이번 성과가 향후 대한항공과의 합병 마무리 단계에서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고 있다. 아시아나항공의 재무 불확실성이 해소됨에 따라 합병 후 단일 법인으로 남을 '통합 대한항공'의 재무 안정성에 대한 시장의 우려를 불식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한편 이번 재무공시 우수 법인 선정으로 아시아나항공 회계팀 실무자들은 향후 대한민국 XBRL 가이드라인 제정과 제도 개선 작업에도 참여하게 된다. 서상훈 아시아나항공 전략기획본부장은 “국제 표준에 맞춰 이해 관계자들에게 투명하고 정확한 정보를 제공하고자 노력했다"며 “앞으로도 신속하고 정확한 공시를 통해 투자자와 고객의 신뢰를 더욱 공고히 하겠다"고 소감을 전했다. 박규빈 기자 kevinpark@ekn.kr

HD현대, 50년 만에 선박 인도 5000척 ‘금자탑’

HD현대가 세계 조선 역사상 최초로 선박 인도 5000척이라는 대기록을 달성했다. 1974년 첫 선박을 인도한 지 정확히 반세기 만에 이뤄낸 결실이다. 20일 HD현대는 울산 HD현대중공업에서 정기선 회장과 관계자들이 참석한 가운데 '선박 5000척 인도 기념식'을 가졌다고 전날 밝혔다. 이는 유럽과 일본 등 100년 이상의 역사를 가진 경쟁국 조선사들도 달성하지 못한 전무후무한 기록이다. 대기록의 주인공이 된 5000번째 선박은 필리핀 해군에 인도된 3200톤급 초계함 '디에고 실랑(Diego Silang)함'이다. 1974년 첫 인도 선박이 26만 톤급 유조선 '애틀랜틱 배런호'였던 점을 감안하면, 지난 50년간 상선에서 고부가가치 함정으로까지 기술력이 진일보했음을 보여주는 상징적인 장면이다. 계열사별로는 HD현대중공업이 2631척, HD현대미포가 1570척, HD현대삼호가 799척을 각각 인도하며 힘을 보탰다. 이들 선박의 길이를 모두 합치면 약 1250km로, 서울-도쿄 직선 거리(1150km)를 넘어서는 규모다. 정기선 HD현대 회장은 “5000척 달성은 한국 조선 산업의 자부심이자 세계 해양 산업의 패러다임을 바꾼 역사"라며 “앞으로의 새로운 50년도 도전의 역사를 써 내려가겠다"고 강조했다. 박규빈 기자 kevinpark@ekn.kr

배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