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10월 경기 고양 킨텍스에서 열린 '서울국제항공우주 및 방위산업 전시회(ADEX 2025)'에 참가한 대한항공의 부스는 유독 많은 관람객들의 눈길을 사로잡았다. 대한항공이 국방과학연구소(ADD)와 공동 개발해 시험비행 중인 날렵한 형상의 저피탐(스텔스) 무인 편대기(LOWUS:Low Observable Wingman UAV System)와 소형 협동 무인기(KUS-FX)를 전시해 놓았기 때문이다. 우리 국민들에게 대한항공은 '비행기로 여객이나 화물을 실어나르는 대표 국적항공사'로 익숙한 탓에 무인기 전시는 쉽게 '매칭이 안된다'. 그러나 대한항공은 대형 민간항공사이면서도 전세계 유일무이하게 연구·개발(R&D) 조직 '항공우주사업본부'를 둔 방위산업체의 위상을 자랑한다. 항공우주사업본부는 대한민국 항공우주 산업의 최전선이자 대한항공이 지난 50년 간 갈고닦은 '제조업의 심장'이다. 1975년 5월 정비본부의 '사업부'로 시작한 이 조직은 1985년 항공우주사업본부로 문패를 바꿔 달았다. 2025년 현재 △무인기 플랫폼 개발 △항공기 성능 개량 △도심 항공 모빌리티(UAM, Urban Air Mobility) △항공 교통 관리 △인공 지능(AI) △우주 발사체 △스텔스 △군집 제어 등 기술 경쟁력을 갖춘 신성장 분야 중심의 R&D를 관장하며 글로벌 항공우주 선도 기업으로의 도약을 이룩하고자 노력을 경주하고 있다. 대한항공이 항공기 제작에 뛰어든 건 시대의 소명이었다. 1970년대 중반, 냉전의 긴장감 속에 '자주 국방'은 국가적 생존 과제였다. 정부의 방위산업 육성 정책에 발맞춰 대한항공은 1976년 사업본부(현 항공우주사업본부)를 설립하며 방위산업의 최전선에 섰다. 시작은 모방과 학습이었다. 1976년 맥도넬 더글라스 500MD 헬리콥터 면허 생산을 시작으로 1982년에는 대한민국 최초의 국산 전투기 F-5F '제공호'를 출고했다. 당시 아시아에서 전투기 생산 라인을 갖춘 나라는 일본과 대만에 이어 한국이 세 번째였다. 1991년부터는 UH-60 블랙 호크 헬리콥터를 생산하며 복합 소재 가공 기술과 기체 구조 역학을 체득했다. 밤낮으로 항공기를 뜯고 수만 개의 리벳을 박고 조립하며 쌓은 제조 경험은 보잉 747·787 등 민항기의 날개 구조물을 납품하는 1 티어 파트너로 성장하는 데에 밑거름이 됐다. 또한 훗날 무인기 동체를 설계하는 핵심 자산이 됐다. 2004년 고(故) 조양호 선대 한진그룹 회장은 한국방위산업진흥회장직을 맡으며 “무인기야말로 미래 항공산업의 핵심"이라며 독자 개발을 선언했고, 사내에서는 이를 독려했다. 당시로서는 불확실한 미래에 대한 과감한 베팅이었다. 조 선대 회장의 관심 덕에 대한항공 항공우주사업본부는 2007년 8월 산악 지형이 많은 한국 환경에 맞춰 발사대 이륙·그물망 회수 기술을 적용한 근접 감시용 무인기 개발에 성공했다. 또 2009년 12월에는 이를 발전시켜 사단급 전술 무인기 기술을 완성했고, 이는 2014년 군 양산 계약으로 이어지는 쾌거를 낳았다. 대한항공은 유인 헬리콥터를 다목적 무인기로 개조할 경우 국방 자원의 효율적인 운용과 군 전력 증강에 기여할 것으로 내다봤다. 이에 2013년 10월 500MD 무인화를 위해 보잉과 양해 각서(MOU)를 체결하고, 2014년 10월부터 유인 헬리콥터의 무인화를 위한 비행 조종 시스템과 소프트웨어 개발 연구를 수행했다. 그 결과 2019년 8월 무인 500MD는 이륙 후 제자리 비행(호버링)을 성공적으로 수행하면서 무인화 비행 조종 시스템 성능과 안전성을 입증했고, 후속 개발 단계에서는 임무 장비를 장착해 주·야간 정찰 감시까지 할 수 있게 됐다. 조 선대 회장의 강력한 의지는 대한항공을 첨단 기술이 접목된 다양한 무인기 플랫폼을 갖춘 전문 업체로 성장시켰고, 이 당시 항공우주사업본부의 정체성은 튼튼한 기체와 비행 성능으로 무장한 '잘 만든 하드웨어'였다. 2020년대 4차 산업혁명의 파고 속에서 대한항공은 정비·수리·분해 조립(MRO, Maintenance·Repair·Overhaul) 현장의 디지털 전환을 선언했다. 그 중심에는 '군집 드론을 활용한 항공기 기체 검사 시스템'이 있었다. 2021년 12월, 대한항공은 4대의 드론이 동시에 비행하며 항공기를 검사해 작업 시간을 10시간에서 4시간으로 단축하는 기술을 공개하며 세계 최초라고 홍보했다. 하지만 특허청의 시각은 냉정했다. 심사 결과는 '거절'이었다. 이유는 명확했다. '드론으로 비행기를 찍어서 검사한다'는 아이디어는 이미 공지된 기술이었기 때문이다. 영국 저비용 항공사(LCC) 이지젯은 2014년부터 에어버스 A320 기종에 대한 드론 검사를 테스트했고, KLM 네덜란드 항공은 2015년 보잉 777을 드론으로 검사를 수행했다. 결정적으로 대한항공의 협력사인 미국의 델타항공은 이미 2019년 10월 미 연방항공청(FAA)으로부터 드론 정비 기술을 승인받아 상용화한 상태였다. 대한항공은 물러서지 않았다. 두 개의 핵심 특허 중 '무인 비행체 제어 및 관리용 통신 네트워크 관리 시스템'은 포기했지만, '군집 드론을 이용한 원격 인스펙션 시스템'에 대해서는 재심사를 청구하며 승부수를 던졌다. 재심사는 특허법상 거절 결정이 난 후 청구항을 보정하여 다시 심사를 요청하는 제도로, 기존의 거절 결정을 취소시키는 효과가 있다. 대한항공의 전략은 '드론 검사'라는 포괄적 권리를 포기하고, '소프트웨어 알고리즘'으로 전선을 좁히는 방향으로 수정됐다. 드론 한 대의 배터리가 다 닳거나나 고장 났을 때, 남은 드론 중 어느 개체가 그 임무를 이어받을지 계산하는 로직인 '임무 재할당(Mission Reallocation)'과 항공기 표면의 곡률을 분석해 드론이 항상 수직으로 촬영하도록 하는 정밀 제어 기술인 '곡률 기반 좌표 변환'이 특허의 핵심이다. 결국 이 기술은 '항공기 검사 방법 및 이를 이용한 장치' 등록 특허로 이어졌고 대한항공만의 독점적 기술로 인정받았다. 이 과정은 대한항공에 하드웨어만으로는 안 되며, 독보적인 운영 소프트웨어(SW)가 있어야 한다는 뼈아픈 교훈을 남겼다. '나 홀로 개발'의 한계를 인정한 2024년부터 대한항공은 '하드웨어 명가'의 자존심을 내려놓고 글로벌 SW 강자들과 손을 잡는 '오픈 이노베이션(Open Innovation)' 전략을 전격 가동했다. 올해 8월, 대한항공은 미국의 스타트업 안두릴(Anduril) 인더스트리와 파트너십을 체결하며 '방산 AI'를 받아들였다. 협력의 핵심은 대한항공의 고성능 무인기체에 안두릴의 AI 운영체제인 '래티스(Lattice) 운영 체제(OS)'를 심어 유·무인 복합 무인기를 공동 개발하는 것이다. 래티스는 다수의 무인기가 스스로 협력해 적을 탐지하고 타격하게 만드는 '소프트웨어 두뇌'로, 드론·센서·위성 등으로부터 유입되는 방대한 데이터를 통합해 AI가 실시간으로 3D 전장 지휘 맵을 생성한다. 양사는 지난 8월 '한국 및 아시아·태평양 지역 무인 항공 분야 독점 협력 파트너십'을 체결했고, 국내 생산 기지인 '아스널 사우스 코리아' 구축까지 논의 중이다. 대한항공 관계자는 “타격형 소형 무인기 개발 및 제작을 통해 유·무인 복합 체계(MUM-T)와 군집 제어, 자율 임무 수행 등 차세대 핵심 기술을 확보해 국내 무인기 개발을 선도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국내에서는 군집 비행 기술 스타트업인 파블로항공과 '원팀'을 이뤘다. 대한항공이 재심사 끝에 특허를 받은 검사 알고리즘은 파블로항공의 군집 제어 플랫폼과 결합해 '인스펙X'라는 상용 솔루션으로 2026년 출시를 앞두고 있다. 대한항공은 50년의 항공기 정비 노하우와 기체 데이터를 제공하고, 파블로항공은 인스펙션 드론들이 상호 충돌 없이 정밀하게 비행하는 제어 기술을 맡았다. 대한항공은 이제 드론을 넘어 도심 항공 모빌리티(UAM)의 인프라까지 넘보고 있다. 하이브리드 드론(KUS-HD)은 배터리와 내연기관을 결합해 2시간 이상 비행이 가능한 하이브리드 기체로 제주소방본부 등에 실전 배치돼있다. 특히 '시동 모터와 엔진 점화 신호 제어' 특허를 통해 하이브리드 엔진의 고질적인 시동 꺼짐 문제를 소프트웨어로 해결했다. UAM이 이착륙하는 장소의 혼잡을 막기 위해 대한항공은 공중에 '보이지 않는 선회 대기실'을 만들고 고도별로 교통을 정리하는 '버티포트 교통·착륙 관리 방법'에 관한 특허 2건을 출원했다. 또 지난 3일에는 K-UAM 그랜드 챌린지 2단계 실증 사업을 성료했고, 드론과 헬기 등 저고도 운항 항공기를 통합 관제할 수 있는 UAM 교통 관리·운항 통제 솔루션 시스템인 'ACROSS(Air Control And Routing Orchestrated Skyway System)'를 자체 개발하는 등 '토털 에어 모빌리티 솔루션 기업'으로의 도약을 준비하고 있다. 박규빈 기자 kevinpark@ek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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