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안 참사, 그 이후 ③] 국가 불신이 부른 ‘각자도생’…유가족 둘러싼 기획 소송과 2차 가해

179명의 목숨을 앗아간 2024년 12월 29일 무안국제공항 제주항공 2216편 추락 참사 발생 이후 1년 8개월이라는 시간이 흘렀지만 국가 주도 진상 규명은 여전히 오리무중이다. 12·29 여객기 참사 특별수사단을 꾸린 경찰은 업무상 과실치사상 등의 혐의로 현재까지 34명을 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했다. 특히 행정 당국이 행정 편의를 위해 희생자 179명을 일괄적으로 '동시 사망'으로 처리해 하루아침에 부모를 잃은 일부 유족들이 법적 상속 절차에 따른 공제 혜택조차 받지 못한 채 막대한 상속세 폭탄까지 떠안게 된 상황은 국가 시스템에 대한 극도의 불신을 낳았다. 결과적으로 사법적 진실 규명의 짐을 짊어진 유가족들은 단일대오를 유지하지 못한 채 책임 소재를 바라보는 시각에 따라 소송전이 세 갈래로 분화되는 각자도생의 형국을 띠고 있다. ◇ “빠른 조사 아닌 바른 조사" 진상 규명이 표류하는 가운데 지난 6일 무안공항에서는 참사 발생 1년 8개월 만에 최기영 신임 항공철도사고조사위원장과 유가족 협의회 간의 첫 간담회가 열렸다. 유가족 측은 신임 위원장에게 △마지막 4분 7초 기록이 중단된 조종실 음성 기록 장치(CVR)와 비행 데이터 기록 장치(FDR) 등 모든 원본 데이터의 투명한 즉시 공개 △해외 전문가 조사의 권한과 역량 검증이 포함된 사고 조사 종합 계획과 로드맵 수립 △정례 간담회를 통한 알 권리 보장 및 조사 과정 참여 제도화 △확인된 위험 요소에 대한 선제적 긴급 안전 권고 즉각 수립 등 4가지를 촉구했다. 밀실 조사와 편파 조사 논란을 불식시키고 조류 충돌부터 불법 둔덕 충돌, 관할 당국의 항공 안전 관리 문제, 제주항공의 정비·교육 결함 여부까지 성역 없이 밝혀달라는 게 이들의 요구 사항이다. 국가의 조사만을 수동적으로 기다릴 수 없다고 판단한 73명의 유가족은 투명한 심사 절차를 거쳐 '법무법인 원'을 대리인으로 선정하고, 정부·항공사를 대상으로 한 손해배상 소송이라는 가시밭길을 택했다. 이들 앞에 놓인 가장 큰 장벽은 다름 아닌 '시간'이다. 국제 항공 운송 중 발생한 사고 배상 책임을 규정한 몬트리올 협약에 따르면 소멸 시효는 항공기 도착 예정일로부터 정확히 2년으로 제한된다. 권리 소멸을 막기 위해 유가족들은 어떠한 사정이 있더라도 오는 12월 28일 자정 이전에는 반드시 법원에 본안 소장을 제출해야만 한다. 시간이 촉박해지는 가운데 법무법인 원은 지난 6일 광주지방법원 목포지원에 사고 현장의 폐쇄 회로(CC) TV 영상과 수습된 유류품 등에 대한 증거 보전 신청서를 제출했다. 참사 이후 2년이 돼가도록 사고 여객기 파편이 허허벌판에 방치된 데다 조사 당국이 사고 현장을 제대로 보존하지 않고 훼손한 정황마저 파악돼 민사 재판 개시 전 법원의 강제력을 빌려 선제적으로 증거를 동결하려는 소송 전략이다. 이와 함께 전직 국토부 장관 등을 중대재해처벌법상 중대시민재해 혐의로 고소하며 수사 기관을 압박하고 있다. 이와 관련, 무안국제공항 제주항공 2216편 참사의 원인을 미국 제조사 보잉의 기체 결함으로 좁혀가는 사조위의 조사 논점이 결과적으로 미국 내 항공 소송 전문 로펌들에게 유리한 법률적 근거를 제공할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사조위가 기초 동역학 한계와 배치되는 '16G(중력가속도) 좌석 안전 규정 미달' 가능성을 부각함에 따라 미국 법원에서 제조사를 상대로 막대한 배상금을 청구한 원고 측 대리인들의 소송 전략에 힘이 실리고 있다. 반면 참사의 직접적 원인으로 지목되는 관할 당국의 콘크리트 둔덕 방치와 항공사의 운항 책임은 상대적으로 소송의 쟁점에서 멀어지는 양상이다. ◇ “조류 충돌이 설계 결함 탓"…사조위 회의록 인용한 소송 전략 이들 대리인단은 사고의 모든 본질을 '보잉의 총체적 시스템 실패'로 규정하고 있다. 찰스 허만(Charles Herrmann) 변호사는 지난해 10월 16일 서울에서 연 기자 회견에서 “기자 여러분이 쓰는 휴대폰과 비교해 보라. 보잉은 66년 전인 1958년에 설계된 전기·유압 시스템 아키텍처를 그대로 쓰고 있다"며 '낡은 시스템의 위험성'을 언급하며 강도 높게 비난했다. 그는 조류 충돌 후 벌어진 상황에 대해 “엔진 고장으로 시작해 FDR·CVR이 멈췄고 랜딩 기어와 역추진 장치 등 15가지 안전 시스템이 연쇄 붕괴했다"며 “조종사들은 기댔어야 할 시스템을 강탈당했고 이들의 과실은 보잉에 비하면 비교조차 할 수 없을 정도로 미미하다"고 주장했다. 또한 보잉이 맥도넬 더글러스를 인수한 후 스톤 사이퍼 당시 최고경영자(CEO)가 “더 이상 엔지니어링 회사가 아닌 이윤을 원한다"며 본사를 시카고로 옮긴 점을 거론하며, 이를 보잉의 중과실이라고 공격했다. 이와 같은 책임 전가 상황에서 최근 언론을 통해 유출된 사조위의 '16G 좌석 규정 미달' 정황은 원고 측의 징벌적 손해배상 논거를 한층 더 강화할 핵심 무기로 활용될 전망이다. 앞서 국내 협력 대리인인 하종선 변호사는 조선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좌석 비산이 사실로 입증될 경우 사망자를 늘리는 결정적 원인이 됐을 가능성이 있다"고 밝힌 바 있다. ◇ '낡은 설계' 비난의 모순…66년 간 검증된 베스트 셀러의 신뢰성 그러나 항공업계와 공학 전문가들은 허만 변호사의 “66년 전 낡은 설계"라는 주장에 논리적 모순이 있다고 반박한다. 보잉 737 시리즈가 반세기가 넘는 기간 동안 해당 전기·유압 시스템 아키텍처의 기본 골격을 유지할 수 있었던 이유는 역설적으로 그 시스템이 전 세계 민간 항공 역사상 가장 많은 비행 횟수와 수천만 시간의 운항을 통해 안전성이 검증된 '베스트셀러이자 스테디셀러' 기종이기 때문이다. 항공 공학계에서 새로운 설계로의 무리한 전환은 오히려 예측 불가능한 버그를 낳을 수 있어 장기간 신뢰성(Proven Reliability)이 입증된 시스템을 개선해 사용하는 것이 글로벌 표준이다. 사고기인 보잉 737-800 역시 가장 안전한 기종 중 하나로 꼽힌다. 이를 중과실로 몰아가는 것은 법정 여론전을 위한 선동에 가깝다는 지적이다. 국제 항공 사고 조사 기구 요직을 지낸 업계 관계자 A씨는 사조위의 보잉 책임론 유출 시점에 대해 “이 시기에 섣부르게 보도된 것을 보면 무언가 구린내가 난다"며 “보잉을 상대로 재판을 걸 때 유리하게 작용할 것이라는 점을 노려 유가족 측이나 법률 대리인들에게 청탁을 받고 쓴 기사가 아닌가 하는 생각마저 든다"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 A씨의 이 같은 의견은 국가 주도의 사고 조사 데이터가 사고 예방과 객관적인 진상 규명이라는 본연의 목적을 상실한 채 거액의 징벌적 배상금을 노린 기획 소송 세력의 유리한 논거로 오용되거나 편향되고 있다는 공학계의 짙은 우려를 대변한다. ◇ 美 판례 '불편한 법정의 원칙' 우회용…관할권 심리가 변수 허만 로펌 등 항공 사고 전문 대리인단은 과거 대한항공 007편 피격 사건·인도네시아 라이온에어 610편 추락 사고 등에서 대규모 배상 합의를 이끌어낸 이력을 보유하고 있다. 법조계 관계자들에 따르면 이들 전문 로펌의 전략은 장기적인 배심원 평결에 도달하기 직전에 연대 및 개별 책임(Joint and Several Liability)' 원칙을 극대화하는 것으로, 거대 다국적 기업을 상대로 징벌적 손해배상 청구와 언론 노출 리스크를 부각해 거액의 합의를 유도하는 방식에 집중된다. 허만 변호사는 작년 회견에서 “보잉의 과실이 10%만 인정되더라도 100%의 손해 배상액을 청구할 수 있다"며 징벌적 배상 제도가 있는 미국 법정을 고집하는 이유를 드러낸 바 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유가족 대리인들이 '66년 된 시스템 결함' 등을 끌어들이는 진짜 이유가 미국 손해배상 소송이 절차적 이유로 기각될 가능성을 우회하기 위함이라는 평가도 나온다. 미국 연방법원은 외국에서 발생한 사건에 대해 '불편한 법정의 원칙(FNC, Forum Non Conveniens)'을 적용한다. 연방대법원 판례(Piper Aircraft Co. v. Reyno)에 따르면 △사건의 발생 장소 △핵심 증거(공항 인프라) △주요 증인이 모두 미국 외 국가에 소재할 경우 법원은 관할권을 거부하고 원고를 사건 발생국 법원으로 이송할 수 있다. 특히 보잉 측이 방어권 행사의 일환으로 “사고의 실질적 원인 제공자인 국토교통부의 둔덕 방치와 제주항공을 미국 법정에 강제로 피고 합류시킬 수 없어 공정한 재판이 불가능하다"고 항변할 경우 미국 법원이 사건을 심리할 명분은 사실상 사라지게 된다. 하지만 허만 변호사가 기자 회견 당시 “미국 소송과는 별개로 한국 소멸 시효 2년이 지나기 전 제주항공과 무안공항을 상대로 한국에서 소송을 제기할 것"이라고 밝힌 것 자체가 정작 근본 원인을 제공한 한국 측 당사자들을 미국 법정에 함께 세우지 못하는 한계를 자인한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 美 법원, 소송 기각 심리 일정 확정…신중론 펴는 대리인단 찰스 허만 등 일부 로펌이 징벌적 배상을 공언하고 있지만, 관할권 기각 우려는 미국 현지 법정에서 이미 가시화되고 있다. 본지가 입수한 미국 워싱턴주 서부 연방지방법원의 '무안 참사 다중지구 소송(Multidistrict Litigation, MDL 3174)' 명령서에 따르면 제임스 L. 로버트 판사는 보잉 측이 FNC에 근거해 제기할 소송 각하 신청(Motion to Dismiss) 심리 일정을 승인했다. 명령서에 명시된 일정표를 보면 보잉 측은 오는 9월 11일(현지시각) FNC 소송 각하 신청서를 정식 제출하고 양측은 10월 23일까지 서면 공방을 마쳐야 한다. 핵심 증거와 주요 피고가 한국에 있다는 이유로 기각 결정이 내려지면 배상 심리조차 못한 채 재판이 무산된다. 이러한 기각 리스크에 대해 국내 대리인단 중 일부는 신중한 입장을 취하고 있다. 미국 대형 로펌 '크레인들러(Kreindler)'와 제휴 중인 하종선 변호사는 본지 통화에서 “소장을 낸 찰스 허만 변호사 측과는 처음부터 공조하지 않고 별도로 움직이고 있다"고 명확히 선을 그었다. 하 변호사는 “FNC 기각 리스크가 존재해 우리는 아직 소장을 내지 않고 (보잉 측과) 협상 중"이라며 “현재 FNC 관련 증거 개시(Discovery)가 진행 중이며, 빠르면 10월 말이나 11월 중에 판사의 결정이 나올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 “수사 안 되니 로펌에 의지할 수밖에"…세 갈래로 쪼개진 유가족들 소송 각하 리스크와 불확실성 속에 방치된 유가족들은 대리인단의 성향에 따라 크게 세 그룹으로 흩어졌다. 무안 참사 유가족 B씨는 본지에 “현재 유족들은 국내 소송을 준비하는 '법무법인 원', 찰스 허만 측과 국제 소송을 낸 '서원', 그리고 하 변호사가 제휴한 '크레인들러' 측으로 나뉘어 있다"며 “일부 로펌 역시 FNC 기각을 우려해 관망하는 등 서로 입장이 다 다르다"고 말했다. B씨는 현재 국면에 대해 “국가 차원의 진상 조사나 수사가 전무하다 보니 진실을 모르는 유족들로서는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로펌들 얘기에 의지할 수밖에 없는 비참한 상황"이라고 호소했다. A씨 역시 이 사건의 책임 규명이 편향적으로 흐르고 있음을 꼬집었다. 그는 “만약 콘크리트 둔덕이 진짜 원인이라면 과거 무안공항보다 4배나 높은 둔덕이 있었던 여수공항에서는 왜 대형 사고가 나지 않았겠느냐"며 “결국 비행기가 왜 그 속도로 거기까지 밀려가게 됐는지, 조종사의 훈련 상태와 운항 승무원 편조의 적절성 같은 제주항공 측의 책임이 우선돼야 한다"고 비판했다. 인프라의 구조적 방치 문제뿐만 아니라 1차적으로 비행기를 통제하고 최후의 순간까지 위기 상황에 대처했어야 할 조종사들의 대응 등 인적 과실 요인을 최우선으로 규명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그는 이어 “보잉은 법률적으로 결코 만만한 기업이 아니며, 근본 원인을 외면한 채 사조위의 억지 논리를 무기 삼아 무리한 소송을 걸었다가는 미국 법정에서 기각돼 유가족들에게 씻을 수 없는 부메랑을 맞게 할 것"이라고 했다. ◇ 2차 가해에 두 번 우는 유족…사법적 단죄와 처벌 불원의 딜레마 이처럼 험난한 소송전 속에서 유가족들은 법정 밖에서도 깊은 상흔에 시달리고 있다. 참사의 슬픔을 추스르기도 전, 일부 온라인 커뮤니티와 영상 플랫폼을 중심으로 진상을 규명하려는 유가족 협의회 지도부를 향해 “특정 정당 소속의 가짜 유족이다", “정치적 목적을 띠고 있다"는 등의 무자비한 허위 사실이 조직적으로 유포되며 심각한 2차 가해가 가해졌다. 도를 넘은 모욕에 참다못한 유가족들은 광주지방변호사회의 자발적 조력을 받아 '법률지원단'을 꾸리고 대규모 형사 고소로 맞섰다. 경찰청 사이버 수사대 역시 전국 시·도경찰청 전담 수사관들을 투입해 대대적인 수사에 착수하며 엄정 대응 기조를 밝혔다. 실제로 악의적인 허위 사실을 유포한 30대 남성 악플러 한 명은 정보통신망법 위반·명예 훼손 혐의로 기소되기도 했다. 그러나 최근 부산지방법원의 1심 재판부는 이 사건의 공소를 기각했다. 앞서 가해자의 거듭된 사과와 선처 호소에 유족 대표가 고심 끝에 처벌 불원서를 법원에 제출했기 때문이다. 정보통신망법상 명예훼손죄는 피해자가 처벌을 원하지 않으면 형사 처벌을 할 수 없는 '반의사 불벌죄'에 해당한다. 박규빈 기자 kevinpark@ekn.kr

12월 메가 캐리어 뜬다…대한항공-아시아나 ‘합병안’ 동시 가결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이 같은 날 각각 이사회와 주주 총회를 통해 합병안을 최종 결의함에 따라 오는 12월 대한민국 항공 역사를 새로 쓸 통합 '메가 캐리어' 출범이 9부 능선을 성공적으로 넘었다. 이로써 1988년 창립 이래 38년간 대한민국 하늘길을 수놓았던 아시아나항공은 기나긴 색동 날갯짓에 마침표를 찍고 통합 대한항공으로 거듭나게 됐다. 12일 대한항공은 서울 중구 서소문 사옥에서 정기 이사회를 열고 '합병 승인의 건'을 의결했다. 대한항공은 이번 합병이 상법(제527조의3)상 신주 발행 규모가 적은 '소규모 합병' 요건을 충족함에 따라 별도 주주 총회 없이 이사회 결의로 승인 절차를 갈음했다고 밝혔다. 같은 날 오전 9시 아시아나항공은 서울 강서구 오쇠동 본사 교육훈련동 지하 1층 강당에서 임시 주주 총회를 열고 단일 안건인 '합병 계약 체결 승인의 건'을 원안대로 가결했다. 안건 심의에 앞서 최준선 감사위원장의 감사 보고도 원활히 진행됐다. 표결 결과 아시아나항공의 발행 주식 총수 2억5990만711주(보통주) 중 의결권 있는 주식 수는 2억5900만990주다. 이날 주총에는 총 1억6856만673주가 출석해 81.86%의 높은 참석률을 기록했다. 특별결의 사항인 합병안 통과를 위한 의결 정족수는 1억1237만3783주였으나 실제 찬성 주식 수는 1억6743만6677주에 달해 가결 요건을 충족했다. 주총 참석 주식 수 기준 찬성률은 99.33%에 달한 것으로 집계됐다. 양사의 이번 결의는 지난 5월 이사회 승인으로 체결된 합병 계약을 공식적으로 수용했다는 의미를 지닌다. 두 회사는 각사 채권자 보호 등 남은 실무 절차를 마무리하고 오는 12월 17일 합병 등기를 진행할 예정이다. 이로써 대한항공은 아시아나항공을 흡수·합병해 존속 법인이 된다. 합병 비율은 대한항공 1 대 아시아나항공 0.2736432로, 아시아나항공 보통주 1주당 대한항공 신주 약 0.27주가 배정된다. 합병에 반대하는 아시아나항공 주주들은 이날부터 9월 1일까지 주당 7030원에 주식 매수 청구권을 행사할 수 있다. 12월 16일 합병 기일을 거쳐 이튿날 해산 등기까지 마치면 아시아나항공 법인은 역사 속으로 사라지며, 합병 신주는 2027년 1월 4일 상장된다. 주총 의장을 맡은 송보영 아시아나항공 대표이사는 인사말을 통해 “2020년 11월부터 시작돼 5년 넘게 이어온 기나긴 여정이었다"며 “오는 12월 17일 기업 결합 과정을 성공적으로 마무리하고, '통합 대한항공'으로 새롭게 거듭나 대한민국 항공 산업의 새로운 역사를 써 내려가는 초석을 다지겠다"고 선언했다. 주총 종료 직후 출입 기자들과 만난 송보영 대표는 다가오는 12월 출범 전까지 남은 4개월간 직원 화합과 고객 편의 제고에 만전을 기하겠다고 거듭 강조했다. 송 대표는 통합 준비 상황에 대해 “마지막 마무리 작업을 원만하게 진행 중이고 직원들도 현 상황에 만족하며 잘 준비하고 있으니 걱정하지 않으셔도 된다"고 자신감을 내비쳤다. 이어 “그동안 준비해 온 사항들을 재점검하고, 통합사가 시너지를 낼 수 있도록 내부적으로 각오를 다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특히 “새로운 통합 항공사가 소비자들에게 많은 사랑을 받는 곳이 되기 위해 최선의 준비를 다하겠다"며 “결국 우리의 최우선 목표는 고객들에게 혜택을 돌려드리는 것"이라고 역설했다. 통합 과정에서 고객들이 혼선이나 불편을 겪지 않도록 철저히 대비하겠다는 방침이다. 초미의 관심사인 '마일리지 통합' 현안에 대해서도 “소비자 복리 증진과 불편 최소화를 위해 공정거래위원회와 성실히 협의 중이고 내부적으로는 잘 진행되고 있다"고 밝혀 순조로운 융합을 예고했다. 최종 관문을 넘으면서 대한항공이 주도하는 인수 후 통합(PMI, Post Merger Integration) 작업에도 속도가 붙고 있다. 앞서 대한항공은 국토교통부의 심사를 거쳐 지난 6월 25일 조건부 합병 인가를 받았고, 금융당국에 제출한 증권 신고서 역시 7월 24일 자로 효력이 발생했다. 현재는 출범 첫날부터 차질 없는 항공기 운항을 위해 통합사 운항 증명(AOC, Air Operator Certificate)·해외 항공 당국 운항 인허가 취득 절차를 관계 기관과 면밀히 협의 중이다. 특히 '원 팀(One Team)'이 되기 위한 조직 문화 융합과 협업 체계 강화에 집중하고 있다. 대한항공은 아시아나항공 여객·화물 직원을 대상으로 통합 출범 대비 직무 교육을 실시하는 한편, 운항·객실 부문에서도 업무 수행에 필요한 합동 훈련을 진행하고 있다. 최근 양사 승무원이 참여한 통합 비상 탈출 시범을 성공적으로 완수하며 통합 이후에도 승객의 안전을 책임질 역량을 입증했다. 아울러 양사 임직원들의 합동 봉사활동 등 자발적인 교류도 활발하게 확산하고 있다. 대한항공 관계자는 “통합 항공사 출범까지 남은 4개월여 동안 제반 절차를 빈틈없이 완료하고 대한민국의 항공 산업 위상을 세계에 드높일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박규빈 기자 kevinpark@ekn.kr

에미레이트항공, ‘아스널’과 27년 동행…EPL ‘최장수 인연’

에미레이트항공이 잉글랜드 프리미어 리그(EPL) '디펜딩 챔피언' 아스널 FC의 파트너십을 2033년까지 이어가기로 함에 따라 선수들의 유니폼 가슴팍에서 현행 로고를 계속 볼 수 있게 됐다. 12일 에미레이트항공은 아스널 구단과의 파트너십을 오는 2033년까지 대폭 연장하는 초대형 스폰서십 계약을 체결했다고 밝혔다. 이번 계약 연장은 두 브랜드가 처음 손을 잡은 지 20주년이 되는 해에 성사돼 그 의미를 더했다. 에미레이트항공과 아스널의 인연은 지난 2006년 아스널이 런던의 새 홈구장으로 둥지를 틀면서 시작됐다. 이번 합의를 통해 양측은 최장 27년에 달하는 동행을 확정지으며 EPL 역사상 가장 오랜 기간 유지되는 '최장수 유니폼 전면 스폰서십'이라는 기록을 쓰게 됐다. 계약에 따라 에미레이트항공은 2033년까지 아스널의 메인 유니폼 전면 스폰서 지위를 유지하는 것은 물론, 선수단 훈련복 파트너 역할도 지속한다. 전 세계 축구 팬들에게 친숙한 아스널의 홈구장 '에미레이트 스타디움(Emirates Stadium)'의 명칭 사용권 역시 계속해서 독점 보유한다. 특히 이번 초대형 장기 계약은 아스널이 치열한 경쟁을 뚫고 프리미어리그 우승 트로피를 들어 올리며 최고의 주가를 달리고 있는 시점에 이뤄져 스포츠 마케팅에 따른 상업적 시너지 효과가 극대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양사는 파트너십 연장과 발맞춰 팬들을 위한 글로벌 마케팅 사업에도 박차를 가한다. 매년 여름 에미레이트 스타디움에서 개최되는 프리시즌 친선 대회인 '에미레이트 컵(Emirates Cup)'을 비롯, 전 세계 팬들을 북런던 현지로 초청해 잊지 못할 직관 경험을 선사하는 '글로벌 구너스(Global Gooners)' 프로그램을 변함없이 추진할 계획이다. 팀 클라크 에미레이트항공 사장은 “지난 20년간 아스널과 우리는 대단히 자랑스러운 파트너십을 구축해 왔다"며 “우리의 글로벌 네트워크를 통해 수백만 명의 아스널 팬들에게 특별한 경험을 제공해 온 것처럼 앞으로도 굳건한 신뢰를 바탕으로 전 세계 팬들과 새로운 역사를 만들어 나가겠다"고 포부를 내비쳤다. 리처드 갈릭 아스널 최고 경영자(CEO) 역시 “에미레이트항공은 구단이 마주했던 수많은 위기와 도전, 그리고 영광스러운 성공의 매 순간마다 중추적인 역할을 해왔다"면서 “이번 계약 연장은 아스널의 찬란한 미래에 대한 양측의 확신이자, 탄탄한 기반 위에서 더 큰 성공을 거두겠다는 강력한 의지의 표명"이라고 화답했다. 뜻깊은 파트너십 20주년을 자축하기 위한 풍성한 볼거리도 마련됐다. 독일 분데스리가 명문 보루시아 도르트문트를 초청해 치르는 에미레이트 컵을 신호탄으로 향후 수주에 걸쳐 지난 20년의 스폰서십 발자취를 돌아보고 미래 비전을 제시하는 다채로운 기념 프로그램이 릴레이로 팬들을 찾는다. 이에 맞춰 아스널의 '레전드' 수비수로 활약했던 페어 메르테자커가 특별 출연한 시네마틱 필름도 대중 앞에 공개됐다. 이 영상은 에미레이트항공과 아스널의 지난 20년을 상징하는 소품들로 가득 찬 골동품점을 배경으로, 구단·후원사·팬들이 함께 만들어 온 아름다운 추억을 회상하고 향후 펼쳐질 비전을 담아내 큰 호응을 얻고 있다. 에미레이트항공의 글로벌 스포츠 후원에 관한 보다 자세한 정보는 공식 홈페이지 미디어 센터에서 확인할 수 있다. 박규빈 기자 kevinpark@ekn.kr

[현장] “38년 비행 마친다”…아시아나항공, 마지막 주총서 합병안 통과

1988년 2월 창립해 대한민국 항공 역사의 한 축을 담당해 온 아시아나항공이 오는 12월 17일 대한항공과의 합병을 앞두고 마지막 주주 총회를 열어 합병안을 최종 승인했다. 이로써 38년간 이어진 아시아나항공의 독자 경영이 마침표를 찍고 통합 '메가 캐리어' 출범을 위한 9부 능선을 넘게 됐다. 12일 아시아나항공은 이날 오전 9시 서울 강서구 오쇠동 본사 교육훈련동 지하 1층 강당에서 임시 주주 총회를 열고 단일 안건인 '합병 계약 체결 승인의 건'을 원안대로 가결했다. 안건 심의에 앞서 최준선 감사위원장의 감사보고도 원활히 진행됐다. 이날 주주 총회 표결 결과, 합병안은 주주들의 압도적인 찬성으로 통과됐다. 아시아나항공의 발행 주식총수 2억5990만711주(보통주) 가운데 의결권 있는 주식 수는 2억5900만990주로 집계됐다. 이날 총회에는 1억6856만673주가 출석해 81.86%의 높은 참석률을 기록했다. 합병 계약 승인은 상법상 주주 총회 특별 결의 사항으로 발행 주식 총수의 3분의 1 이상과 출석한 주주 의결권의 3분의 2 이상 찬성이 필요하다. 이날 가결을 위한 의결 정족수는 1억1237만3783주였고 실제 찬성 주식 수는 1억6743만6677주에 달해 가결 요건을 충족했다. 주주 총회 참석 주식 수 기준 찬성률은 99.33%다. 의장을 맡은 송보영 아시아나항공 대표이사는 인사말을 통해 “2020년 11월부터 시작돼 5년 넘게 이어온 기나긴 여정이었다"며 “오는 12월 17일 대한항공과의 기업 결합 과정을 성공적으로 마무리하고 통합 대한항공으로 새롭게 거듭나 대한민국 항공 산업의 새로운 역사를 써 내려가는 초석을 다지겠다"고 밝혔다. 이어 “모든 임직원이 하나 돼 성공적인 통합 항공사 출범과 더불어 아시아나항공의 마지막 여정을 뜻깊게 마무리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덧붙였다. 주총 현장에 참석한 주주들도 통합 항공사 출범에 대한 굳건한 지지를 보냈다. 주주 김경호 씨는 “슬롯 조정이나 화물 사업 매각 등 조건부 승인에 따른 여파로 기업 가치 하락과 소비자의 우려도 존재하지만 양사 통합 후 새로운 대한항공이 대표 항공사로서 더 큰 글로벌 경쟁력을 발휘하리라 확신한다"며 찬성 의사를 표했다. 또 다른 주주 신혁수 씨 역시 “합병으로 양사 간 시너지가 극대화돼 글로벌 항공 시장에서의 경쟁력이 더 높아지길 기대한다"고 힘을 보탰다. 이날 안건 통과로 아시아나항공은 대한항공에 흡수 합병돼 소멸 법인이 된다. 합병 비율은 대한항공 1 대 아시아나항공 0.2736432로, 아시아나항공 보통주 1주당 대한항공 신주 약 0.27주가 배정된다. 합병에 반대하는 주주들은 이날부터 오는 9월 1일까지 1주당 7030원에 주식 매수 청구권을 행사할 수 있다. 합병 기일은 오는 12월 16일이고 다음날인 17일 합병 등기·해산 등기를 마치면 아시아나항공 법인은 역사 속으로 사라진다. 신주 상장 예정일은 2027년 1월 4일이다. 한편 주총 직후 출입 기자들과 만난 송보영 대표는 다가오는 12월 통합 법인 출범 전까지 남은 4개월간 직원 화합과 고객 편의 제고에 만전을 기하겠다는 의지를 내비쳤다. 송 대표는 현재 통합 준비 상황에 대해 “마지막 통합 마무리 작업을 원만하게 진행 중"이라며 “직원들도 현 상황에 만족하며 함께 잘 준비하고 있으니 크게 걱정하지 않으셔도 된다"고 자신감을 내비쳤다. 이어 출범 전까지 중점적으로 신경 쓸 부분에 대해서는 “그동안 준비해 온 사항들을 다시 한번 재점검하고, 통합사가 시너지를 낼 수 있도록 내부적으로 마음가짐과 각오를 다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특히 “새로운 통합 항공사가 소비자들에게 많은 사랑을 받는 곳이 되기 위해 최선의 준비를 다하겠다"며 “결국 우리의 목표는 고객들에게 혜택을 돌려드리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를 위해 직원들과의 화합을 최우선으로 도모하고, 고객들이 통합 과정에서 어떠한 혼선이나 불편을 겪지 않도록 철저히 대비하겠다고 덧붙였다. 소비자들의 초미의 관심사인 양사 간 '마일리지 통합' 현안에 대해서도 입을 열었다. 송 대표는 “소비자 이익을 보호하고 불편을 최소화하기 위해 공정거래위원회와 성실히 협의 중이고, 내부적으로도 잘 진행되고 있다"고 밝혀 마일리지 통합 절차가 순조롭게 이뤄지고 있음을 시사했다. 박규빈 기자 kevinpark@ekn.kr

중동 리스크에 VLCC 시황 요동…운임 이어 중고선가도 ‘고공행진’

호르무즈 해협을 비롯한 중동지역의 원유 수송 차질이 장기화하면서 초대형 유조선(VLCC) 시황이 연일 초강세를 보이고 있다. 운임은 물론 선가도 고공행진을 이어가며 시황 업사이클에 따른 국내 해운·조선업계의 성장 기대감도 높아지는 모양새다. 12일 한국해양진흥공사에 따르면, 지난주 중동-극동아시아 노선의 VLCC 기준 하루 왕복항차 환산수익(TCE)은 49만7971달러(7억원)로, 전 주 대비 16.3% 증가했다. 지정학적 리스크가 본격화하기 이전인 지난 2월 2주차와 비교하면 해당 노선의 TCE는 300.2% 수준으로 급증했다. VLCC 용선료는 중동발(發) 해상 운송 리스크가 지속되는 가운데, 오만과 이란이 호르무즈해협 내 임시 항로를 구축하는 협상을 이어가면서 상방 압력이 한층 거세졌다. 제한적으로나마 호르무즈 해협의 수송이 재개될 것이라는 기대가 반영되며 극동아시아 화주를 중심으로 선복 확보 수요가 확대돼 운임 상승을 유발했다는 분석이다. 해진공은 “이란과 오만 간 호르무즈 해협 임시항로 구축 합의 이후 극동아시아 화주의 조기 선복 확보 수요로 용선료가 급등했다"며 “일부 선주의 페르시아만 화물 기피에 따른 가용 선박 급감으로 선주 협상 우위 환경이 조성됐고, 높은 전쟁위험보험료의 선주 호가 반영이 시장 강세를 견인했다"고 설명했다. 주목할 만한 점은 이 같은 선복 확보 수요가 VLCC의 자산가치를 함께 밀어올리고 있다는 점이다. 당장 선대에 투입할 수 있는 중고 선박을 중심으로 이러한 가치 상승이 두드러지게 나타나고 있다. 지난 주 31만 재화중량톤(DWT)급 VLCC의 중고 선가는 선령 5년을 기준으로 1억4631만달러(2069억원)를 기록해 지난해 평균 선가(1억1343만달러)를 29% 웃돌았다. 특히 5년 중고 VLCC 선가는 지난 6월과 지난달 각각 평균 1억4116만달러(1997억원)·1억4281만달러(2019억원)를 기록하며 1.2% 수준 증가율을 보인 가운데, 지난주 1억4631만달러로 전월 대비 오름폭(2.5%)을 확대하며 상승세를 이어나가고 있다. 이에 5년 중고 선가와 신조 선가의 가격 격차도 6월 평균 1336만달러(189억원)에서 지난달 1465만달러(207억원), 지난주 1766만달러(250억원)까지 확대됐다. 이 같은 시황은 중동 산유국의 원유 수송 전략에서도 드러나고 있다. VLCC 선대를 보유한 글로벌 해운사와의 운송 계약에 의존하던 기존 전략에서 벗어나 직접 선박 확보에 나서면서다. 업계에 따르면, 아랍에미리트(UAE) 국영 에너지기업인 아드녹의 물류 자회사 아드녹L&S는 최근 중고 VLCC 5척을 5억9000만달러(8347억원) 규모로 매입하고, 장금상선으로부터 원유 운반선 25척을 빌리는 등 선복 확보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비(非) 석유수출국기구(OPEC) 산유국 협의체 OPEC+에서 증산 기조가 이어지는 가운데, 해상운송 차질을 겪고 있는 중동 산유국을 중심으로 중고 선박 매입·용선 수요가 확대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이처럼 중동 리스크에서 촉발된 선박·용선 수요가 확대 흐름이 강화되면서 국내 해운·조선업계의 수혜 가능성도 거론된다. 해운업계의 경우, 주요 화주들이 안정적인 운송 역량 확보를 위한 장기 운송계약을 늘리면서 실적 기반을 강화할 기회가 마련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오는 2028년을 기점으로 글로벌 VLCC 공급과잉이 본격화함에 따라 운임 하방 압력이 확대될 것으로 예견되는 만큼, 장기 운송계약 중심 용선 수요 확보는 업계의 핵심 생존전략으로 지목된다. 조선업계 입장에서도 신조선가 대비 중고선가 강세에 따른 고수익 신규 수주기회가 확대될 요인으로 작용한다. 중고선가가 신조선가보다 높은 상황이 장기간 유지될 경우 신규 선조 발주 확대를 유발하는데다, 건조 슬롯 역시 수년치 일감을 확보해 둔 만큼 수익성이 높은 일감을 위주로 선별 수주할 수 있는 여건이 갖춰졌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이미 납기 슬롯을 안정적으로 채워둔 만큼 고부가 프로젝트를 중심으로 선별 수주에 나설 수 있는 상황"이라며 “글로벌 수요 변화에 따라 유연히 대응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주성 기자 wn107@ekn.kr

제주항공, 고객 100여 명 여권 번호 유출…재발급 비용·인당 10만 원 보상

제주항공 고객 이름과 여권 번호 등 민감한 개인 정보가 포털 사이트에 무방비로 노출되는 보안 사고가 발생했다. 제주항공은 정보 보안 투자 비율을 늘리고 체계적인 소비자 보호 매뉴얼을 갖추고 있었으나 기본적인 웹 보안 취약점을 막지 못해 사전 예방 체계에 허점이 드러났다는 지적이 나온다. 11일 네이버 검색창에 '제주항공'과 특정 편명 등을 입력하면 일부 예약자의 이름과 여권번호가 검색 결과에 노출되는 사건이 발생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색 화면에서는 여권 번호 일부만 나타났으나 해당 링크를 통해 제주항공 홈페이지로 연결될 경우 여권 번호 전체가 고스란히 노출됐다는 전언이다. 이번 사고로 피해를 입은 고객은 100여 명에 달한다. 제주항공 측은 지난 5일 문제를 인지한 직후 해당 웹페이지의 접속을 즉각 차단 조치했고 이틀 뒤인 7일 개인정보보호위원회에 사고 사실을 자진 신고했다. 아울러 피해 고객들에게 개별 연락을 취해 여권 재발급 비용을 전액 부담하고 별도 보상금 10만 원을 지급하기로 결정했다. 제주항공이 최근 발간한 '2026 지속가능경영보고서'에 따르면 최근 3년간 제주항공의 정보 보호 부문 투자액은 2023년 27억8000만 원, 2024년 19억3000만 원, 2025년 23억8000만 원으로 파악됐다. 전체 정보 기술(IT) 부문 투자액 대비 정보 보호 투자 비율은 2023년 3.5%, 2024년 3.7%, 2025년 4.3%로 매년 꾸준히 상승하는 추세였다. 회사는 국내 정보 보호 관리 체계(ISMS)·국제 정보 보호 경영 시스템(ISO 27001) 인증을 유지하며 4년 연속 '정보 보호 공시 우수 기업'으로 선정되는 등 투자를 확대해 왔음에도 외부 포털의 정보 수집(크롤링)을 제어하지 못하는 보안 취약점을 노출했다. 다만 사후 조치와 관련해서는 사전에 구축해 둔 매뉴얼에 따라 신속하게 움직였다. 제주항공은 경영 전반을 소비자 관점에서 관리하는 '소비자 권익 보호 정책'을 제정해 운영 중이다. 특히 개인 정보 유출 사고 발생 시 △1단계: 사고 인지·긴급 조치(추가 유출 경로 차단) △2단계: 정보주체 유출 통지 △3단계: 유관기관 신고 △4단계: 사고 분석 △5단계: 민원 대응 및 피해 구제 △6단계: 결과 보고 △7단계: 개선 및 예방 조치로 이어지는 절차를 규정하고 있다. 이번 웹페이지 즉각 차단·개보위 신고·피해자 보상안 마련 등은 이 대응 매뉴얼에 따라 진행됐다. 제주항공 측은 규정된 매뉴얼에 따라 피해 구제 조치를 신속히 마무리하는 한편, 정확한 사고 원인을 분석해 재발 방지를 위한 보안 시스템 개선에 나설 방침이다. 박규빈 기자 kevinpark@ekn.kr

[무안 참사, 그 이후 ②] 회의록 속 ‘보잉 책임’ 언급…‘제2 쿠팡 사태’ 우려

무안국제공항 제주항공 2216편 참사를 조사 중인 항공철도사고조사위원회(사조위)가 사고의 근본 원인인 당국의 인프라 결함 대신 기체 제조사인 보잉에 책임을 전가하려는 정황이 드러나 편파 조사 논란이 일고 있다. 관할 부처인 국토교통부의 과실을 은폐하기 위한 책임 회피라는 비판과 함께 미국의 보호 무역주의 기조를 자극해 한미 간 전방위적 통상 마찰을 촉발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11일 본지 취재 결과, 최근 유출된 사조위 공식 회의록에는 좌석 안전 규정과 실제 충격량 사이의 불일치를 근거로 보잉 측의 책임을 명시한 내용이 포함된 것으로 확인됐다. 이는 사고 조사의 유일한 목적을 향후 사고 예방으로 한정하고 사법적 책임을 묻는 것을 엄격히 금지하는 국제민간항공기구(ICAO)의 핵심 규범을 정면으로 위반한 조치라는 지적이 제기된다. 특히 사조위의 이 같은 편향적 행보는 최근 쿠팡 사태·정보통신망법 개정 등으로 촉발된 미 의회의 '미국 기업 표적 규제' 반발 움직임과 맞물려 사태가 항공 산업을 넘어 거시 경제 전반의 외교·통상 리스크로 비화할 수 있다는 분석이 뒤따른다. ◇ ICAO 부속서 13 “사고 조사의 목적은 책임 추궁·비난하기 위함이 아니다" 가장 논란이 되는 부분은 사조위 회의록에 명시된 편향적 조사 방향이다. 최근 언론을 통해 유출된 국토교통부 소속 시절의 사조위 회의록에는 “좌석 안전 규정과 실제 충격량 사이의 불일치가 보잉의 책임 문제로 이어질 수 있다"고 기록돼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법조계·항공 전문가들은 이와 같은 기록이 시카고 협약에 근거한 국제민간항공기구 부속서 13(ICAO Annex 13)의 근본 철학을 훼손했다고 지적한다. ICAO 부속서 13 제3.1조는 '사고 조사의 유일한 목적은 향후 사고 예방이어야 하며, 사법적 비난이나 책임을 배분하는 것(Apportion blame or liability)이 아니다'라고 엄격히 규정하고 있다. 사고 조사가 민·형사상 책임을 묻기 위한 도구로 전락할 경우 관련자들이 소송을 피하고자 결정적 증거를 은폐해 진상 규명을 불가능하게 만들기 때문이다. 특히 비공개 기록의 보호를 규정한 제5.12조에 따라 조사 당국이 내부적으로 작성한 분석·의견 교환 기록·조종실 음성 기록(CVR) 등은 사법적 목적이나 언론 보도에 부적절하게 사용되지 않도록 철저히 보호돼야 한다. 유가족들이 미국 법원에서 징벌적 배상 소송을 진행 중인 민감한 상황에서 '보잉의 책임'을 언급한 예비 회의록이 언론에 여과 없이 유출돼 소송에 유리한 증거로 활용될 여지를 제공한 것은 ICAO 규범이 가장 경계하는 사법적 남용의 전형이다. 국제 항공 사고 조사 기구 핵심 요직을 지낸 A씨는 본지와의 통화에서 “어느 누구의 책임이라고 조사위원회가 공식적으로 단정 짓거나 얘기하는 것은 ICAO 규정의 기본 정신에 위배될 소지가 다분하다"며 “보고서에 포함할 내용도 아닌 것을 기록으로 남기고 유출시킨 것은 사실상 표적을 정해놓고 조사를 했다고 자백한 것이나 다름없어 보인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한편 국무총리실 산하에 편제된 현 사조위는 언론에 보도된 “보잉사의 책임 문제로 이어질 수 있다"는 내용의 옛 사조위 회의록의 출처가 불분명하다는 입장이다. 현 체제 사조위의 관계자는 본지 질의에 “공식 분과 회의록을 전부 확인했으나 위원들이 그런 발언을 한 기록은 없었다"며 “어떻게 그 내용이 언론에 보도됐는지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고 해명했다. ◇ NTSB 반발 가능성…'제2의 에티오피아·이집트항공 사건' 되나 국가 사고 조사 기구가 자국의 인프라 결함이나 조종사 과실을 은폐하기 위해 해외 제작사에 책임을 전가하려다 국제적 논란을 야기하며 신뢰도가 하락한 사례는 과거에도 존재했다. 1997년 인도네시아 실크에어 185편 추락 사고 당시 인도네시아 당국은 자국 조종사의 자살 비행 결론을 부인하고 보잉 737 방향타 결함설을 제기했다. 1999년 이집트항공 990편 추락 사고에서도 이집트 당국은 자국 조종사의 고의 추락 사실을 부인하며 승강타 결함을 주장했다. 두 사건 모두 기체 설계 및 제작국인 미국 국가교통안전위원회(NTSB)의 독자적인 정밀 조사와 강력한 반박 보고서에 의해 사실이 아님이 입증되며 해당 국가들은 극심한 외교적 마찰과 신뢰도 추락을 겪었다. 비교적 최근인 2019년 에티오피아 항공 ET302편(보잉 737 MAX 8) 추락 사고 당시에도 에티오피아 당국이 자국 조종사의 대처 미흡·조류 충돌 가능성을 고의로 축소하고 보잉의 결함만을 강조하는 보고서 초안을 내놓자 NTSB가 항의하며 자신들의 반박 코멘트를 부록에 강제 삽입시킨 바 있다. ICAO 부속서 13 제6.3조에 따라 사조위는 최종 보고서 공표 전 미국의 NTSB와 연방항공청(FAA)·보잉 측에 초안을 송부하고 최소 60일간 의견을 수렴해야 한다. 만약 사조위가 기존 입장을 고수하며 현재 방향의 보고서 발간을 추진할 경우 NTSB는 과거 사례처럼 강력한 반론을 제기하며 한국 조사 시스템의 전문성과 신뢰성을 국제 무대에서 공식적으로 문제 삼을 가능성이 농후하다. ◇ '무늬만 총리실 이관' 한계 속 근본 원인은 '국토부 16년 방치' 사조위가 무리한 논리 전개를 감수하면서까지 해외 제조사를 겨냥하는 배경에는 항공 인프라 관할 부처인 국토부의 과실이 존재한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감사원 감사 결과에 따르면 당국은 2007년 무안국제공항 개항 당시 활주로 끝단에 국제 규정(파단성 재질 의무화)을 위반한 19개의 단단한 콘크리트 기둥(로컬라이저 둔덕)을 무단 설치했다. 이후 국토부와 한국공항공사는 2008년부터 사고가 발생한 2024년까지 16년간 이 거대한 강체를 “파단성 재질로 시공됐다"고 허위 보고하며 조직적으로 은폐했다. 참사 1년 전인 2023년에는 이 둔덕 위에 30cm 두께의 거대한 콘크리트 슬래브를 추가 타설해 기체 파손의 치명도를 극대화한 것으로 확인됐다. 사조위는 사고 발생 이후인 지난 2월, 국토부의 '셀프 조사' 논란 해소를 위한 관계 법령 개정에 따라 상급 기관이 국토부에서 총리실 산하로 바뀌었다. 이관 이후 실제 현장 조사를 수행하고 공학적 데이터를 분석하는 핵심 조사관 인력의 상당수는 대거 물갈이 됐다는 게 사조위의 입장이다. 그럼에도 A씨는 여전히 사조위 일선 조사관들의 전문성 부족 문제를 강하게 꼬집는다. 그는 “조사관들이 규정상 16G의 전제 조건조차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미숙하게 일 처리를 하고 있다는게 드러났다"며 “통상 조종이나 정비 유경력자를 뽑더라도 사고 조사에 필요한 전문 교육과 훈련 과정을 제대로 이수했는지 철저한 점검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본질을 놓치는 사조위의 태도를 강도 높게 비판했다. A씨는 “세상에 항공사가 사고를 냈는데 조종사 훈련은 어떻게 했고 채용은 어떻게 했는지 묻는 조사관이 하나도 없다는 게 말이 되느냐"며 “제주항공 사고 여객기의 기장이 코로나 공백기 직전에 승급했는데 실제 비행 전 어떤 보수 훈련을 했고, 경험 부족한 부기장과 편조를 짠 잘못은 없는지 등 인적 과실(Human Error)에 대한 조사가 완전히 뒤로 밀려났다"고 지적했다. 조직의 간판만 총리실로 바뀌었을 뿐, 관할 당국인 국토부의 명백한 인프라 관리 실패 책임을 파헤치지 못하고 있는 형국인 셈이다. 결국 조종사 과실과 거대한 국가적 인프라 과실 책임을 회피하기 위해 무의미한 16G 실험 조건과 규정을 들이밀며 시선을 외부인 보잉으로 돌리려 했다는 비판을 면할 수 없는 상황이다. ◇ 美 기업 표적 규제 논란…'무역법 301조' 발동·전방위 보복 위협 가능성 사조위가 기존 조사 행보를 이어갔다면 최근 불거진 한미 통상 갈등 이슈와 결합할 경우 항공 산업을 넘어 거시 경제 전반을 흔드는 심각한 지정학적 리스크로 비화할 수도 있었을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현재 미국 의회와 행정부는 자국 기업 보호에 극도로 예민한 강경 보호 무역주의 기조를 보이고 있다. 최근 공정거래위원회가 미국계 이커머스 기업 쿠팡에 대해 5000억 원대 과징금 부과·형사 고발 조치를 취하자 미국 하원 법사위원회는 이를 '미국 기업에 대한 차별적 공격'으로 간주하고 임시 대표를 소환해 7시간의 비공개 청문회를 열었다. 쿠팡의 미국 투자사들은 “한국 정부가 네이버·카카오 등 자국 플랫폼을 보호하기 위해 쿠팡을 표적으로 삼았다"며 미 무역대표부(USTR)에 무역법 301조 발동을 공식 청원한 상태다. 무역법 301조는 교역 상대국의 부당한 조치에 대해 고율의 징벌적 관세를 매길 수 있는 가장 강력한 무역 보복 수단이다. 여기에 더해 미 하원 법사위는 최근 시행된 개정 '정보통신망법'마저 구글·메타 등 미국 빅테크 기업을 겨냥한 표적 규제로 간주하며 압박 수위를 높이고 있다. 지난 6일(현지시간) 짐 조던 하원 법사위원장 등은 한국 당국에 해당 법안이 표현의 자유를 위축시킬 수 있다는 내용의 공식 항의 서한을 발송하며 전방위적인 공세를 펴고 있다. 미국 관료들의 시각에서는 한국 정부의 16년짜리 과실인 콘크리트 둔덕 방치를 가리기 위해 미국 최대의 수출 기업이자 국가 방위 산업의 핵심인 보잉에게 참사 책임을 덮어씌우려는 사조위의 행태는 쿠팡 및 빅테크 기업을 탄압하는 일련의 규제 흐름과 궤를 같이하는 '체계적 반미(反美) 프레임'으로 비춰질 수밖에 없다. 이러한 불만이 임계점을 넘을 경우 산업계 전반으로 파장이 확대될 우려가 있다. 미국은 USTR의 무역법 301조를 발동해 쿠팡이나 보잉과 무관한 한국의 반도체·자동차·배터리 등 주력 수출 품목을 노려 치명적인 관세를 매기는 '크로스 보복(Cross-retaliation)'을 단행할 위력을 갖추고 있다. 사태가 현재에 이르기까지 본질을 외면한 국내 관계 당국의 정무적 판단력 부재와 무능에 대한 비판도 제기된다. 익명을 요구한 한 업계 관계자는 “충돌 후 좌석이 부서져 승객이 사망했다는 것은 일종의 결과일 뿐, 비행기가 왜 그렇게 높은 속도로 둔덕에 와서 들이받았는지를 찾아야 한다"며 “진실을 묻어버리려는 시도 속에서 엉뚱한 곁가지를 붙잡아 정치적으로 이용하는 것은 정부 스스로 외교·통상적 리스크의 크기조차 파악하지 못하는 무능을 드러낸 것"이라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 또 다른 업계의 한 관계자는 “조사의 유일한 목적인 '안전 개선'은 사라지고, 책임 공방에 치중하고 있다"며 “국가 사고 조사 기구의 진정한 독립성은 억지스러운 공학 논리나 남 탓이 아니라 자국 인프라 관리의 구조적 결함을 투명하게 인정하고 개선하는 자성에서부터 시작돼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사고의 핵심 원인 중 하나인 '조종사 인적 과실' 공표가 지연된 배경도 쟁점이다. 앞서 제기된 '조종사의 엔진 오조작 사실을 공표하지 못했다'는 지적에 대해 사조위 관계자는 “작년 공청회를 실시하려 했으나 유가족 측과 이견이 있어 전반적으로 다시 살펴보고 있다"고 밝혔다. 박규빈 기자 kevinpark@ekn.kr

50년 하늘 누빈 첫 대통령 전용기 ‘HS-748’…국립항공박물관 특별전 11일 개막

대한민국 최초의 대통령 전용기로 50여 년간 하늘길을 누비고 퇴역한 'HS-748' 항공기가 박물관에서 관람객들을 맞이한다. 국립항공박물관(관장 박연진)은 오는 11일부터 내년 7월 31일까지 박물관 3층 기획전시실에서 특별전 '마지막 비행, 새로운 시작-대통령 전용기 HS-748'을 개최한다고 10일 밝혔다. HS-748은 우리나라가 대통령 전용기 운용을 목적으로 구입한 첫 번째 항공기다. 1974년 2대를 도입해 1985년까지 11년간 대통령 전용기로 임무를 수행했고 이후 2024년 공식 퇴역할 때까지 공군에서 국내외 귀빈 수송기로 활약했다. 이는 대한민국 공군 역사상 가장 오랫동안 운용된 전용기 기록이기도 하다. 총 6부로 구성된 이번 특별전은 국가의 주요 임무를 수행한 HS-748의 발자취를 돌아보고, 퇴역한 기체가 항공문화유산으로 새롭게 출발하는 과정을 다각도로 소개한다. 특히 박물관 야외 전시 공간에는 공군과의 협의를 거쳐 이전·설치된 HS-748 실물 기체(기체번호 1713)가 공개돼 있어 실내 전시와 연계한 입체적인 관람이 가능하다. 3층 기획전시실 내부에서는 기체에 실제 장착됐던 '롤스로이스 다트 엔진(Rolls-Royce Dart Engine)' 실물을 비롯해 전용기에서 쓰인 기내 서비스 식기 세트와 조종사·정비사·공군 승무원의 임무복 등 평소 접하기 힘든 희귀 실물 자료들이 대거 전시된다. 또한 1984년 교황 요한 바오로 2세 방한 등 주요 임무 기록을 담은 영상과 기체와 동고동락한 임무 수행자 10여 명의 생생한 증언을 바탕으로 제작된 애니메이션 인터뷰도 상영된다. 관람객이 전용기 내부 분위기를 직접 체감할 수 있도록 실제 기내 좌석과 동일한 크기로 구현된 포토존도 마련됐다. 이번 전시를 기획한 최은정 국립항공박물관 학예연구사는 “이번 전시는 퇴역기의 역사를 돌아보는 것에 그치지 않고 항공 문화 유산으로 새롭게 발돋움할 HS-748을 기념하는 첫걸음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박규빈 기자 kevinpark@ekn.kr

[단독-무안 참사, 그 이후 ①] 시속 258km ‘둔덕 직격’에 좌석 탓…국토부 사조위, 기초 물리 법칙·美 안전 규정도 왜곡

2024년 12월 29일 무안국제공항에서 179명의 목숨을 앗아간 제주항공 2216편 참사의 원인 조사가 '부품 결함'에만 무리하게 꿰맞춰지고 있다는 비판이 일고 있다. 정부 조사 기구가 동체 바닥이 파열된 고속 충돌 상황에 통제된 저속 모의 실험 기준을 억지로 대입하고 인체의 생존 한계마저 간과하면서 진상 규명이 표류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11일 본지 취재 결과, 과거 국토교통부 산하 항공철도사고조사위원회(사조위)가 제기했던 '보잉기 좌석 결함 정황'은 실제 충돌 환경과 규정의 전제 조건을 반영하지 못한 해석인 것으로 분석됐다. 최근 일부 언론은 사조위 회의록과 조사 자료를 인용해 “기체가 활주로 끝단 콘크리트 둔덕에 충돌할 당시 기내 좌석에 가해진 최대 충격량이 14.9G로 측정됐다"고 보도했다. 이들은 “FAA 좌석 안전 규정인 16G에 못 미치는 충격이 가해졌음에도 좌석이 비산(飛散)했으므로 이는 인명 피해를 키운 보잉사의 구조적 결함일 수 있다"는 사조위의 시각을 전했다. 그러나 전문가들의 공학적 검증 결과는 이와 상이했다. ◇ 시속 48km 실험실 기준, 시속 258km 강체 충돌 사고에 적용 사조위가 판단의 기준으로 삼은 미국 연방항공청(FAA) 14 CFR 25.562 안전 규정 문서는 1980년대 후반 도입된 '16G 동적 하중 시험(Dynamic Test)' 요건을 다루고 있다. 해당 규정의 목적은 기체가 '생존 가능한 비상 착륙(Survivable Emergency Landing)'을 할 때 탑승객의 상해를 최소화하는 것이다. 규정의 세부 지침(AC 25.562-1B)에 따르면 이 테스트는 약 77kg(170파운드)의 인체 모형(더미)을 좌석에 앉힌 뒤 썰매(Sled) 장치를 이용해 시속 48.3km(초속 44피트)의 속도 변화를 0.09초 동안 가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반면 무안 참사 당시 2216편은 시속 258.6km의 고속으로, 충격을 흡수하지 않는 거대한 콘크리트 둔덕과 직격했다. 운동 에너지는 속도의 제곱에 비례하므로 사고 당일 기체가 콘크리트 장벽에 부딪히며 소산시켜야 했던 파괴력은 16G 규정이 상정한 실험실 조건 대비 28배 큰 에너지로 추산된다. 따라서 사고기의 좌석이 운동 에너지를 온전히 이겨내기 위해서는 448G까지 버틸 수 있어야 하지만 현실적으로는 불가하다. 국제 항공 사고 조사 기구의 요직을 지낸 업계 관계자 A씨는 본지 통화에서 “16G 규정은 썰매 장치를 통해 진행되는 통제된 실험실 조건이며, 콘크리트 충돌과 같은 고속 직진 충돌과는 전제 조건 자체가 완전히 다르다"고 지적했다. 그는 “속도가 5배 이상 차이 나면 질량 곱하기 가속도의 제곱(F=ma) 비례에 따라 충격 에너지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 커진다"며 “사조위 조사관들이 16G 규정이 어떠한 상황에서 지켜져야 하는 조건인지 확인조차 제대로 안 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꼬집었다. 이어 “사조위 조사관들이 전문성을 갖춰야 하는데 그런 역량이 없어 조사를 제대로 못했다는 말 밖에 되지 않는다"고 했다. ◇ “바닥 프레임이 온전해야 한다"…16G 규정의 대전제 누락 사조위의 해석에서 누락된 것으로 보이는 핵심 쟁점은 FAA 16G 규정의 성립 조건이다. 이 규정은 1989년 영국 케그워스(Kegworth) 보잉 737 추락 사고 당시 동체 바닥이 비틀리며 좌석이 분리된 사고를 계기로 도입됐다. 이에 따라 동적 하중 시험은 기체가 비상 착륙 시 구부러지는 상황을 모사 바닥 레일에 '10도 요우(Yaw) 및 10도 롤(Roll)' 변형을 준 상태로 진행된다. 단, 이 조건은 '항공기 바닥(Floor) 구조물이 분리되지 않고 온전하게 유지된다'는 대전제하에 성립한다. 바닥 프레임 자체가 파열돼 뜯겨 나가는 상황을 가정한 시험 기준이 아니다. 고속 강체 충돌 시 항공기는 기수부터 종방향 압축 붕괴를 겪는다. 무안 참사 당시에도 둔덕 충돌 직후 동체 하부와 좌석을 고정하는 바닥 레일(Seat Track) 자체가 형체를 유지하지 못하고 파열됐다. A씨는 “16G라는 건 밑에 온전한 레일이 깔려 있다는 것을 전제로 하는 것"이라며 “콘크리트 둔덕 충돌로 스트럭처(기체 뼈대)가 다 꼬이고 파쇄됐는데, 좌석 시트 자체에 문제가 있다고 정의하기는 매우 어렵다"고 비판했다. ◇ 16G는 '합리적 생존 한계'…생체 역학 요인 배제 사조위가 제시한 14.9G라는 수치 역시 전체 파괴 에너지를 대변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따른다. 이 수치는 기체가 콘크리트에 부딪혀 구조물이 파괴되는 순간 기록된 국지적(Local) 데이터이기 때문이다. '좌석 볼트가 풀리지 않았다면 생존 가능성이 컸을 것'이라는 사조위의 추정 역시 생체 역학(Biomechanics)적 요인을 배제한 한계를 지닌다. 항공 공학계에서 16G 규정은 비행 속도와 일대일로 연동되는 제한선이 아니라 기체가 파괴 에너지를 소모한 후 객실 바닥을 통해 승객에게 최종 전달될 수 있는 '합리적인 생존 가능 한계(Limit of Reasonable Survivability)'로 정의된다. 16G 시험 과정에서 두부 상해 기준(HIC, Head Injury Criterion)은 1000 단위 이하여야 하며, 요추 압축 하중은 1500파운드 이하로 제어돼야 통과 판정을 받는다. 반면 인간의 가속도 내성 한계를 다룬 '아이밴드 곡선(Eiband Curve)'에 따르면 무안 참사처럼 시속 250km 이상의 속도로 강체에 부딪혀 급정지할 경우 발생하는 물리적 충격은 인간의 생존 한계를 넘어서는 치명적 영역(Fatal zone)에 해당한다. 좌석 형태가 유지되더라도 탑승객은 막대한 전방 관성력(+Gx)으로 인해 대동맥 파열 등 심각한 내부 장기 손상을 피하기 어려운 '구조적 비생존성(Non-survivable)' 환경이었던 셈이다. ◇ 사조위 “국토부 시절 과거 용역일 뿐" 선 긋기…엇갈리는 공방 속 애타는 유가족 타 언론을 통해 기정사실처럼 보도된 '14.9G 측정치'는 총리실 산하로 재편된 현행 사조위의 확정된 결론조차 아닌 것으로 확인됐다. 현 편제의 사조위 관계자는 본지 통화에서 “해당 보도는 작년 국토교통부 산하 시절 진행됐던 둔덕 관련 연구 용역 보고서를 기반으로 한 것"이라며 “올해 초 국회 지적에 따라 현재 재연구 용역을 추진 중"이라고 선을 그었다. 과거 데이터에 한계가 있음을 국가 기관 스스로 인정한 셈이다. 반면 일부 유가족을 대리하는 항공 소송 전문 하종선 법률사무소 나루 변호사는 해당 수치를 바탕으로 한 정밀 검증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견지했다. 하 변호사는 본지에 “FAA의 썰매(Sled) 실험 조건과 실제 사고 상황이 완전히 같을 수는 없겠지만, 전방 충돌 시 가해진 G값이 16G보다 낮았음에도 시트가 밖으로 날아갔다면 이 부분에 대한 정밀한 분석이 필요하다는 취지"라고 말했다. 하지만 공학 전문가들은 정밀 검증의 필요성에 공감하면서도 '바닥 프레임 자체가 온전해야 한다'는 16G 테스트의 물리적 대전제가 파손된 강체 충돌 사고라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고 거듭 지적한다. 엇갈리는 공방 속에 가장 고통받는 것은 유가족들이다. 무안 참사 유가족 B씨는 본지에 “국가 차원의 수사나 조사가 제대로 진행돼 결과가 나왔다면 그것을 붙잡고 기다렸을 텐데, 사실상 진척된 것이 없어 답답하고 안타까운 상황"이라며 온전한 진상 규명이 실종된 현실을 토로했다. ◇ 파생 기종과 신형 기종의 감항성 지시 사안 혼용 FAA가 최근 보잉 737-MAX 8 기종 등에 내린 좌석 결합 관련 감항성 지시(AD)를 사고 기종인 737-800의 상황에 동일하게 적용하는 논리 역시 항공 규정상 무리가 따른다는 분석이 나온다. 737 MAX 이슈는 최근 생산 라인에서의 너트 누락 등 조립 과정의 유격 방지에 관한 제한적 정비 지시 건이다. 반면 참사를 당한 보잉 737-800NG(Next Generation)은 1990년대 후반에 설계 인증을 획득한 기종으로, 형식 인증(Type Certificate) 기반과 좌석 부품 번호가 상이하다. 이를 포괄적인 '보잉 기종 좌석 설계 결함'으로 규정하기에는 기술적 연관성이 부족하다. 이러한 공학적 괴리에도 불구하고 조사의 논점이 외부 요인으로 좁혀지자 사조위가 조사의 우선 순위를 놓치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A씨는 “충돌 후 좌석이 지탱을 못 해서 승객이 죽었다는 것은 일종의 '결과'이자 곁가지일 뿐"이라며 “핵심은 '비행기가 왜 그렇게 높은 속도로 둔덕에 와서 들이받게 됐느냐'하는 진짜 원인을 찾는 것인데 사조위는 둔덕·조류 충돌·좌석 뒤에 숨어 변죽만 울리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이어 “만약 둔덕과 좌석을 다 뜯어고친다고 이런 대형 참사를 방지할 수 없다"며 “제주항공 조종사의 훈련 상태나 기장 승급 과정 등 기본적이고 본질적인 휴먼 에러(인적 과실)와 인프라 문제는 쏙 빼놓고 있다"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그는 “이렇게 본질에서 자꾸 벗어나 엉뚱한 데서 힘을 빼고 정치적으로 이용하면 아무것도 모르고 항공기를 타는 국민들만 계속 잠재적 위험에 빠져 있게 된다"고 했다. 박규빈 기자 kevinpark@ekn.kr

진에어, 2Q 영업손실 731억…고유가 덫에 ‘적자 전환’

진에어가 올해 2분기 두 자릿수 매출 성장률을 기록하며 외형을 키웠으나 고유가에 따른 비용 부담의 직격탄을 맞으며 700억원대 대규모 영업손실을 냈다. 2분기의 깊은 부진은 사상 최대 매출을 달성한 상반기 전체 수익성마저 '마이너스'로 끌어내렸다. 7일 진에어가 금융감독원 전자공시 시스템(DART)에 공시한 잠정 실적에 따르면 올해 2분기 진에어의 개별 기준 매출액은 3602억9800만원으로 전년 동기(3060억7300만원) 대비 17.7% 증가했다. 하지만 매출의 뚜렷한 성장세에도 불구하고 이익 지표는 곤두박질쳤다. 2분기 영업손실은 731억300만원으로 집계돼, 전년 동기(-422억8600만원)보다 적자 규모가 300억원 이상 불어났다. 같은 기간 당기순손실 역시 675억4400만원을 기록해 전년 동기(-157억1800만원) 대비 적자 폭이 대폭 확대됐다. 진에어 관계자는 “시장 변화에 맞춘 탄력적인 노선 운영으로 여객 수요를 꾸준히 흡수하며 매출 파이를 키우는 데는 성공했다"면서도 “국제 유가 상승으로 인한 유류비 증가 등 전반적인 영업비용이 가파르게 치솟으면서 적자 규모가 커졌다"고 설명했다. 항공사의 핵심 고정비인 유류비 급증이 매출 증가분을 모두 갉아먹은 셈이다. 이 같은 2분기의 뼈아픈 성적표는 상반기 누적 실적에도 고스란히 악영향을 미쳤다. 1분기에 벌어들인 이익을 2분기에 모두 까먹으면서 수익성 지표가 나란히 적자로 돌아선 것이다. 진에어의 올해 상반기(1~6월) 누계 영업손실은 154억9000만원, 당기순손실은 458억7200만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모두 적자 전환했다. 지난해 상반기에는 각각 159억8700만원, 299억8500만원의 흑자를 낸 바 있다. 다만 상반기 누계 매출액의 경우 7832억7400만원을 기록, 전년 동기(7239억1900만원) 대비 8.2% 증가하며 반기 기준 사상 최대 실적을 달성해 위기 속에서도 기초 체력을 입증했다는 평가다. 진에어는 다가오는 하반기 원가 경쟁력 강화를 최우선 과제로 삼고 수익성 턴어라운드(실적 반등)에 전사적 역량을 집중할 방침이다. 중동 정세 불안 등 거시경제의 불확실성이 여전하지만 3분기 여름 성수기를 맞은 여객 수요 확대와 최근 하향 진정세를 보이는 유가·환율 흐름이 실적 반등의 청신호가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실적 개선을 위한 구체적인 돌파구로는 노선 포트폴리오 다변화와 기단 현대화라는 투트랙 전략을 본격 가동한다. 여객 선호도가 높은 일본과 중국 등 핵심 근거리 지역을 중심으로 인천-고베(일본), 인천-이창(중국) 노선에 새롭게 취항하고 인천-옌타이(중국) 노선 운항을 재개해 수익망을 촘촘히 엮는다는 계획이다. 이와 함께 연료 효율성이 뛰어난 신규 항공기를 선제적으로 도입해 고질적인 유류비 부담을 덜어내고 고정비 지출을 최소화할 방침이다. 항공업계 최대 화두인 '통합 저비용 항공사(LCC)' 출범 준비를 위한 밑그림 작업도 흔들림 없이 추진한다. 진에어 관계자는 “어떠한 대외 환경에서도 타협 없는 절대적 안전 운항 체계를 굳건히 유지해 나갈 것"이라며 “나아가 차질 없는 통합 LCC 출범 준비를 통해 단기적 위기 극복을 넘어 장기적이고 지속 가능한 성장 기반을 탄탄히 다지겠다"고 말했다. 박규빈 기자 kevinpark@ek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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