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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현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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컬리, 상장 기대하며 재무관리 강화…시장에서 통할까

에너지경제신문   | 입력 2024.06.17 08:40

사상 첫 분기 흑자…실적 개선의 ‘그림자’
빚 늘려서 현금 붙잡아…장기적인 ‘악수’

컬리 CI

▲컬리 CI

이커머스 기업 업계에서 컬리의 각종 재무제표 개선을 이유로 상장(IPO)에 대한 기대감을 높이고 있다. 하지만 금융투자업계에서는 컬리가 상장하기 위해서는 넘어야 할 산이 아직 높다는 지적이 나온다.


특히 최근 창사 이래 처음으로 분기 영업이익 흑자를 기록한 것을 두고 회계적으로 미심쩍은 부분이 남아있다는 분석이 나오는 상황이다.


◇첫 흑자달성·현금흐름 개선…알고보니 매입채무 증가


16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컬리는 지난 1분기 실적 집계 결과 분기 사상 최대 매출을 기록하면서 첫 영업이익 흑자를 달성했다. 분기 매출액은 5381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5.8% 증가했다. 영업손실은 지난해 1분기 308억원 적자에서 이번에는 5억원 흑자로 돌아섰다.


하지만 컬리의 재무제표를 들여다본 금융투자업계에서는 분기 흑자 성과보다 현금흐름 부문에서의 실망감이 더 크다는 분석이 나온다.




지난 1분기 컬리의 영업활동으로 인한 현금흐름은 800억원 순유입을 기록했다. 컬리가 영업활동 현금흐름에서 유입상태가 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그동안은 영업을 할수록 돈이 더 빠져나가는 구조였다.


분석 결과 컬리의 현금흐름은 질적인 개선을 이룬 것은 아니다. 이 기간 매입채무 규모는 2188억원을 기록하면서 전 분기 1495억원 대비 46.35% 증가했기 때문이다.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해도 48.03% 늘었다. 매입채무란 컬리가 외부에 지급해야 할 빚의 규모다. 쉽게 말해 '외상'이 늘어난 것이다.


빚이 늘었지만 컬리의 1분기 부채규모는 지난해 말 대비 줄었다. 컬리의 1분기 부채총계는 7487억원으로 지난해 말 8120억원 대비 7.79% 감소했다.


하지만 이마저도 기존 부채의 주식전환에 따른 효과다. 컬리는 지난해 5월 부채로 분류하던 1270억원 규모의 전환주를 보통주로 바꿨다. 이를 감안할 경우 컬리의 실질적인 부채 규모는 오히려 7% 이상 늘었다.


컬리는 실적을 발표하며 영업활동 현금흐름 개선에 집중하겠다고 밝혔다. 매입채무를 계속해서 늘려야 한다는 얘기다.


결과적으로 재무제표 가장 선두에 있는 수치를 좋게 만들기 위해 다른 수치를 희생한 셈이다.


◇공헌이익 EBITDA 등 '다양한' 흑자 주장


컬리의 재무제표를 이유로 상장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지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컬리는 그동안 '공헌이익 흑자'와 'EBITDA 흑자'라는 논리를 앞세워 상장에 대한 기대감을 높인 바 있다.


지난 2022년 컬리는 한국거래소에 코스피 상장예비심사를 청구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한 바 있다. 당시 컬리는 '공헌이익은 흑자'라는 논리로 상장에 대한 기대감을 높였다.


'공헌이익'이란 매출에서 재료비처럼 생산량에 비례해 증가하는 '변동비'를 뺀 숫자다. 감가상각비나 인건비와 같이 생산량의 증감과 상관없이 일정하게 발생하는 '고정비'를 고려하지 않은 숫자다. 결국 공헌이익이 고정비보다 많으면 영업흑자가 나고, 적으면 영업손실이다. 기업이 손익분기점에 도달하려면 매출을 늘리거나 고정비를 낮추면 된다.


당시 컬리의 재무제표를 분석한 결과 컬리가 공헌이익 흑자를 바탕으로 영업이익까지 흑자를 기록하려면 매출이 3배 이상 증가했어야 가능했다. 최근 컬리의 매출이 늘긴 했어도 이 정도는 아니다. 결국 컬리는 고정비를 희생해서 흑자를 기록했다는 얘기다.


지난해 말에는 감가상각 전 영업이익(EBITDA) 흑자를 기록했다며 상장에 대한 기대감을 부추기기도 했다. 하지만 감가상각비를 반영하지 않는다면 실제로 기업이 얼마나 비용을 지출하고 있는지 완전히 반영하지 못한다. 기업이 EBITDA를 높게 보이게 하기 위해 불필요하게 많은 설비에 투자할 수 있다. 이는 나중에 더 많은 감가상각비로 이어져 장기적으로는 재정에 부담을 준다.


◇조단위 IPO '못 잃어'…증권가 “눈높이 낮춰야"


컬리가 잇따라 기업 가치를 높이기 위해 '무리수'를 두는 것을 두고 금융투자업계에서는 투자자들에 대한 엑시트를 이유로 꼽는다.


2019년 컬리의 기업가치는 장외 시장에서 6000억 원으로 평가받았다. 기존 투자자들의 수익 요구에 컬리는 투자를 늘리는 선택을 한다. 컬리는 지난 2021년에 4조원의 기업 가치를 평가받고 프리IPO에서 앵커에쿼티파트너스(앵커PE)로부터 2500억원의 자금을 조달한 바 있다.


투자자들의 요구를 충족시키기 위해서는 상장을 해야하고, 그것도 비교적 높은 몸값을 받을 필요가 있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어려운 상황이다. 서울거래 비상장에 따르면 현재 컬리의 기업가치는 5000억원대에 불과하다.


한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컬리가 기대하는 몸값을 받으며 상장하려면 정상적인 영업실적 개선이 필수적"이라며 “현실적으로 수조원대의 몸값을 다시 인정받기는 어려워 보인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컬리 측은 “상장에 대해서는 공식적으로 정해진 바 없다"며 “실적개선과 상장을 연관하는 것은 시장의 분석이지 우리의 입장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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