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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효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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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우 전쟁 막막한 전황, 드디어 종전 국면?...우 “러와 이야기 원해”

에너지경제신문   | 입력 2024.07.25 02:22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AFP/연합뉴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AFP/연합뉴스

2년 6개월째 계속되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종식을 위한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특히 침략당한 우크라이나는 러시아가 여전히 자국 영토를 점령하고 있는 상황에서 직접 협상하겠다는 의사까지 밝히고 나섰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드미트로 쿨레바 우크라이나 외무장관은 24일 중국 광저우에서 왕이 중국공산당 중앙외사판공실 주임(외교부장 겸임)을 만났다.


쿨레바 장관은 이 자리에서 “우크라이나는 러시아와 대화·협상을 하기를 원하고 준비 중"이라고 말했다.


다만 '아직 그럴 조짐은 없지만 러시아가 선의로 협상할 준비가 됐다면'이라는 전제를 달았다.




이런 전제에도 우크라이나가 러시아와 '통하는' 중국에 대화 가능성을 언급했다는 자체는 관심을 끌었다.


이는 결국 '시간은 러시아 편'이라는 판단인 것으로 보인다.


장기간 성과 없는 전쟁을 지속하며 국내 여론이 돌아서는 가운데, 미국 대선 불확실성까지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올렉산드르 시르스키 우크라이나 총사령관은 이날 영국 일간 가디언에 실린 인터뷰에서 자국군이 최전선에서 “매우 어렵다"며 전황을 평가했다.


다만 “대체로 적들은 어떠한 큰 진전도 보이지 못한 상황"며 러시아군 역시 큰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고 전했다.


시르스키 총사령관은 병력과 자원 측면에서는 러시아가 우위라는 점을 인정했다.


그는 2022년 2월 24일 처음 우크라이나 국경을 넘었을 당시 러시아군이 동원한 병력은 10만명이었다고 했다.


그러나 지금은 52만명이 됐고 예정대로라면 올해 말엔 69만명으로 늘어날 것이라고 내다봤다.


실제 러시아는 병력 확보에 사활을 걸고 있다.


지난해 평균 월급이 13만 9000루블(약 220만원)이었던 모스크바는 이날 모집병에게 징집 첫해 520만루블(약 8200만원)을 지급하기로 했다.


시르스키 총사령관은 장비 측면에서도 “그(러시아군) 쪽이 1대 2에서 1대 3 비율로 우세하다"고 말했다.


이 가운데 우크라이나 국민들 사이에서는 회의적인 시각이 점차 늘고 있다.


키이우국제사회학연구소(KIIS)가 지난 5∼6월 우크라이나 국민 3075명에게 설문한 결과, 응답자 32%가 '가능한 빨리 평화를 달성하고 독립을 유지하기 위해 일부 영토를 포기할 수 있다'고 답했다.


'전쟁이 더 오래 계속되더라도 영토를 포기해서는 안 된다'는 답변은 55%로 집계됐다.


영토를 일부 포기할 수 있다는 답변은 2022년 2월 개전 이후 지난해 5월까지 1년 넘도록 10% 이하에 그쳤으나 지난해 5월 10%에서 12월 19%, 올해 2월 26%로 급증했다.


포기할 수 없다는 응답 비율은 지난해 5월 84%에서 1년 새 29%p 줄었다.


특히 러시아와 직접 협상을 둘러싼 우크라이나 기류 변화는 지난 13일 트럼프 전 대통령 피격 이후 본격적으로 두드러졌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이틀 뒤인 15일 제2차 평화회의를 추진한다며 “러시아 대표단도 참석해야 한다고 믿는다"고 말했다.


우크라이나는 지난달 스위스에서 1차 평화회의를 열었지만 러시아는 초청하지 않았다. 러시아와 밀착을 강화하는 중국도 불참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지난달까지만 해도 '루저 대통령'이 될 것이라며 점령지를 내주는 종전협상에 거부 의사를 밝혔다.


이런 정황을 종합하면 2차 평화회의 개최를 서두르는 이유도 트럼프 전 대통령 당선에 대비해 국제사회 여론전에서 우위를 확실히 하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자신이 2020년 대선에서 재선에 성공했다면 우크라이나 전쟁이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라며 이번에 당선되면 1월 취임 이전에 전쟁을 끝내겠다고 장담해왔다.


우크라이나는 트럼프 전 대통령이 무기 지원을 볼모로 현재 러시아에 점령된 동부 영토를 포기하는 종전협정을 압박할 수 있다고 우려한다.


결국 우크라이나가 껄끄러울 수도 있는 러시아 우방 중국까지 찾아가 평화협상 의지를 밝힌 것은 아직 자국을 전폭 지지하는 서방에 더해 중국 영향력까지 끌겠다는 뜻으로 보인다.


젤렌스키 대통령도 지난 9일 미국이나 중국·유럽연합(EU)은 중재자 역할을 할 수 있다고 밝힌 바 있다.


그러나 중국이 중재에 더 적극 나서더라도 정작 러시아가 응할지는 미지수다.


드미트리 페스코프 크렘린궁 대변인은 대화 제안에 “그 메시지 자체는 우리 입장과 일치한다고 할 수 있다"며 원론적인 입장을 재확인했다.


그러나 2차 평화회의 초청 계획에는 “그가 무엇을 염두에 두고 있는지 먼저 이해할 필요가 있다"며 거리를 뒀다.


마리야 자하로바 러시아 외무부 대변인도 젤렌스키 대통령 초청에 “무엇보다 아무도 그를 믿지 않는다. 그가 거짓말한다는 걸 모두가 다 안다"고 일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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