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사진=AP/연합)
조 바이든 행정부의 대표적 친환경 정책인 미 인플레이션감축법(IRA)에 힘입어 대미 투자에 열을 올렸던 국내 배터리 기업들이 속도조절에 나설 조짐을 보이고 있다.
8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은 사안에 정통한 소식통을 인용해 “일부 한국 기업들은 현재 진행 중인 일부 전기차 공장 건설을 늦추거나 일시 중지 버튼을 누른 상황"이라며 “전기차 수요 둔화에 이어 도널드 트럼프가 두 번째 임기 동안 무슨 짓을 할지에 대한 우려가 있기 때문"이라고 보도했다.
삼성SDI, LG에너지솔루션, SK온 등 국내 배터리 3사가 미국에 건설하기로 한 전기차 공장 수는 현재까지 15개로, 투자규모는 540억달러에 이른다. 이는 세계 주요 배터리 허브인 한국, 일본, 중국 중 가장 큰 규모라는 평가다.
이중 절반은 IRA 이후 발표된 만큼 미국으로선 일자리 창출과 해외 기업들의 자국내 투자 효과를 톡톡히 보고 있는 상황이다. 실제 미국의 비영리단체 '리쇼어링 이니셔티브' 자료에 따르면 2021년부터 올해 1분기까지 미국에 대한 외국인 직접투자(FDI)와 리쇼어링 중 전기차 배터리 분야가 52%를 차지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이 기간 한국을 통해 2만 360건의 일자리가 미국에서 새로 생겼는데 미국 내 일자리 창출에 대한 한국의 기여도는 세계 1위다.
이런 와중에 트럼프 대통령 당선인은 재집권시 바이든 정부의 친환경 정책을 뒤집을 것이라고 강조해왔다. 지난달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트럼프 당선인은 연비규제를 완화하고 IRA에 기반한 전기차 보조금(최대 7500달러)의 세액 공제를 폐지할 가능성이 있다고 완화와 전기차에 대한 세액 공제 7500달러를 폐지할 계획이다.
또 최근엔 미국 정부가 삼성SDI와 스텔란티스간 배터리 합작법인 스타플러스에너지에 75억만달러 가량의 대출을 지원하기로 발표한 것도 무산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일론 머스크와 함께 정부효율부 수장을 맡은 비벡 라마스와미는 최근 소셜미디어 엑스(옛 트위터)를 통해 미 에너지부의 75억달러 대출 지원을 면밀히 조사하겠다고 밝혔다.
라마스와미는 또 지난달 말 미 에너지부가 자국 전기차 업체 리비안에 66억달러 대출 승인을 발표한 것에 대해 “상환되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가뜩이나 전기차 수요둔화로 배터리 핵심 원료인 리튬 가격이 폭락한 상황 속에서 세액 공제를 포함해 전기차에 대해 다양한 혜택이 마저 중단될 경우 미국에 진출한 한국 기업들의 수익성이 더욱 악화될 것으로 보인다. 국내 배터리 기업들이 미국 투자를 이어갈지 망설이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김광주 SNE리서치 대표는 “기업들은 아직까지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았지만 트럼프가 전기차 인센티브를 얼마나 줄일지에 대해 업계가 불안해하고 있다"고 블룸버그에 말했다.
또 블룸버그에 따르면 김병훈 에코프로머티리얼즈 대표는 최근 “트럼프의 말 한 마디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며 “우리는 IRA를 상당히 중요하게 생각해왔는데 정책에 변화가 생긴다면 우리도 전략을 바꿀 수 있다"고 밝혔다. 제너럴모터스(GM)에 양극재를 납품하는 포스코퓨처엠은 현지 여건으로 캐나다 퀘백주에 양극재 생산공장 완공일정을 연기했다고 지난 9월 공시했다.
최악의 경우 중국의 대미 투자를 막는 역할을 해왔던 IRA가 폐지 또는 수정되면서 중국 기업들의 미국 진출 가능성이다. 로이터에 따르면 중국 CATL은 트럼프 당선인이 개방할 경우 미국에 공장 건설을 고려하겠다고 밝혔다.
서정대 박철완 교수는 “중국의 미국 진출은 한국 기업들에 재앙이 될 것"이라며 “중국 배터리 기업들은 더 저렴한 가격으로 제공할 것"이라고 말햇다.
다만 배터리 공장들은 공화당 우세 지역에 대부분 위치하고 있어 트럼프 행정부가 보조금 정책을 중단하지 않을 것이란 낙관론도 있다.
SK온 공장 4곳이 있는 조지아주의 팻 윌슨 경제개발국장은 “미국은 여전히 가장 중요한 시장"이라며 “한국 기업들은 바이든 행정부 이전에도 그것을 알고 있었고, 새 정부에서도 그 사실은 변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