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쏘카 CI
쏘카를 둘러싼 경영권 다툼이 '전면전' 국면에 접어들었다. 창업주 이재웅 전 대표가 '공개매수' 방식으로 쏘카의 지분을 확보하고 나선 것이다. 최근 빠르게 지분을 늘려온 롯데렌탈을 견제하고 경영권을 지키기 위한 '돌직구'다.
지금까지는 양 측은 시장에서 지분을 먼저 확보한 뒤 지분공시를 통해 그 소식을 알려왔지만, 이제는 지분 경쟁이 본격적인 충돌 단계로 접어들 가능성이 높아졌다.
공개매수로 바뀐 게임의 룰
16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이 전 대표가 최대주주로 있는 에스오큐알아이(SOQRI)가 지난 14일부터 오는 4월 2일까지 쏘카 주식 17만1429주(0.52%)를 공개매수한다. 주당 매수가격은 1만7500원으로, 이는 지난 13일 종가(1만4210원) 대비 23.15%의 프리미엄이 붙은 금액이다.
이번 공개매수가 완료되면 SOQRI의 지분율은 기존 19.20%에서 19.72%로 소폭 상승하게 된다. 표면적으로는 미미한 증가지만, 이는 경영권을 유지하려는 이 전 대표 측의 방어 전략이라는 해석이 지배적이다.
SOQRI는 공개매수 목적을 “현 경영진의 책임 경영을 지원하고, 쏘카의 기업 가치를 높이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업계에서는 이번 공개매수를 롯데렌탈과의 지분 경쟁이 탐색전에서 전면전으로 전환되는 신호로 보고 있다.
쏘카의 지분 경쟁은 2022년부터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초반에는 이재웅 전 대표 측이 1대 주주로서 경영권을 유지하고 있었으나, 롯데렌탈이 지속적으로 지분을 늘리면서 힘의 균형이 변화했다.
특히 롯데렌탈이 지난 2023년 8월 SK㈜가 보유한 쏘카 주식을 매입하는 계약을 체결한 것이 결정적이다.
해당 지분 취득은 공정거래위원회의 승인이 필요한 상황이었다. 시장에서는 랜탈업계의 독점이 우려되는 사안으로 공정위의 승인이 나지 않을 것을 예상하기도 했다.
하지만 지난해 공정위는 “신고한 주식을 취득하더라도 쏘카에 대한 지배관계가 형성되는 것은 아니다"라며 롯데렌탈의 지분 취득을 승인했다. 그 덕분에 지난해 감사보고서 기준 롯데렌탈 측은 쏘카의 지분을 34.68%까지 끌어올렸다.
반면, 이재웅 전 대표는 개인 지분과 SOQRI, 그리고 우호세력인 에스오피오오엔지(SOOPOONG)의 지분을 합쳐 총 34.36%를 보유하고 있다. 두 진영의 지분율 차이는 근소한 수준이지만, 이미 롯데렌탈이 최대 주주 자리를 차지한 상태다.
결국 이번 SOQRI의 공개매수는 경영권을 지키기 위한 적극적인 대응 전략으로 풀이된다.

▲쏘카 지분구조. 출처=감사보고서
주주 선택이 경영권 향방 좌우
이번 공개매수에서 가장 중요한 변수는 주주들의 선택이다.
이재웅 전 대표 측이 공개매수를 통해 실제로 얼마나 많은 주식을 확보할 수 있을지가 경영권 싸움의 향방을 결정할 핵심 요소기 때문이다.
여기에는 몇 가지 복잡한 셈법이 작용한다.
SOQRI가 제시한 공개매수 가격(1만7500원)은 시장 가격보다 높은 수준이다. 하지만 주주들이 이 가격을 매력적으로 받아들일지는 미지수다. 쏘카의 최근 실적 개선과 함께 향후 주가 상승 기대감이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만약 주주들이 향후 주가 상승 가능성을 더 높게 평가한다면, 공개매수에 응하지 않을 가능성이 있다. 반면, 롯데렌탈과의 지분 싸움으로 인해 불확실성이 커진다고 판단하면, 안정적인 차익 실현을 위해 공개매수에 참여할 수도 있다.
쏘카의 주요 기관투자자들이 어느 쪽의 손을 들어주느냐도 관건이다.
기관들은 단기 차익보다는 장기적인 기업 가치와 경영 안정성을 고려해 의사결정을 내리는 경우가 많다.
SOQRI가 향후 경영 지속성을 강조하면서 기관투자자들의 신뢰를 얻는다면, 추가적인 지분 확보에 성공할 가능성이 높아진다.
반면, 롯데렌탈이 기존 사업과의 시너지를 내세우며 적극적인 경영 참여 의지를 보인다면, 기관투자자들이 롯데 측에 우호적인 태도를 보일 수도 있다.
롯데렌탈이 추가적인 지분 매입에 나설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롯데렌탈이 과반 지분을 목표로 추가적인 매입을 시도할 경우, 이 전 대표 측의 공개매수 효과가 희석될 수도 있다.
만약 롯데렌탈이 주주들에게 더 높은 가격을 제시하며 맞불을 놓는다면, 쏘카의 지분 경쟁은 단순한 전면전에서 장기전으로 번질 가능성이 크다.
한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롯데렌탈이 이에 맞서 추가적인 지분 매입에 나설 가능성도 충분하다"며 “지분경쟁이 본격화된 만큼 롯데렌탈이 과반 지분을 확보를 시도하면서 주총 등을 통해 경영진 교체 등 주요 의사결정 구조를 바꾸려 할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