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진표 국회의장은 20일 황우여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을 만나 “지금 정부를 끌고 가는 여당의 역할이 조금 부족하다. 정부가 안 끌려오는 이유가 만일 대통령이라면, 대통령에게도 필요하면 '노'(NO)라고 얘기할 수 있어야 한다"고 밝혔다.
김 의장은 이날 국회에서 황 위원장의 예방을 받고 “지난 선거 결과는 아무도 대통령에게 '노'라고 하지 못해서 그런 것 같다. 여당이 대통령의 직속 부하단체가 되면 정치가 이뤄질 수 없고 의미도 없다"며 이 같이 말했다.
김 의장과 황 위원장은 2011년 여야 원내대표로 호흡했던 사이다. 황 위원장은 집권 다수당인 한나라당(국민의힘 전신) 원내대표였고, 김 의장은 소수 야당인 민주통합당(더불어민주당 전신) 원내대표였다.
황 위원장은 김 의장에 대해 “가장 존경하는 정치인"이라며 “(당시) 김 원내대표가 주도해 만든 것이 국회선진화법이었다. 그 공로를 잊지 못한다. 언젠가는 의장이 되겠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황 위원장은 김 의장이 “어떤 때는 출신 당(민주당)으로부터 많은 비판을 받으면서도 국회의 중립 의정을 활성화하는 데 공적을 쌓았다"며 “정치개혁, 개헌 의지가 강했는데 중대선거구제 도입 등 여러 개헌의 뜻을 못 이룬 것은 우리 당에도 숙제로 남아있다"고 덧붙였다.
김 의장은 국회선진화법에 대해 “국회에서 주먹질하고 머리를 들이받지 않고, 여야가 국정 운영 파트너로서 대화와 타협의 정치를 만들기 위해 만든 것"이라며 “그런데 내가 1년이나 책임을 맡았던 오늘날 국회 현실은 과연 대화와 타협의 정치인가 하는 점에서 자괴감이 든다"고 아쉬워했다.
특히 “진영 정치와 팬덤 정치가 나쁜 목적으로 결합한다면, 상대를 악마화하고 배제하는 수단으로 작동할 수 있다"며 “그러면 대의 민주주의가 무너지는 것"이라고 우려했다.
황 위원장은 약 5분간의 비공개 회동 후 기자들과 만나 “그때 우리 김 대표 소속당이 (의석) 숫자가 얼마 안 됐었다"며 “우리는 190석을 넘었는데도 우리가 한 번도 강행 처리를 안 하고, 김 대표가 '됐다'고 할 때 해드렸다"고 말했다.
'거대 야당'인 민주당이 압도적 의석수로 각종 쟁점 법안을 여야 합의 없이 강행 처리하려는 것을 겨냥한 발언으로 풀이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