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조 바이든 미 대통령(사진=로이터/연합)
민주당의 사퇴 요구에도 완주 의지를 강조하는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사활을 건 시험대에 오른다.
9일(현지시간)부터 11일까지 미국 워싱턴DC에서 열리는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NATO) 정상회의에서 바이든 대통령의 말과 행동, 거기에서 드러나는 정신적, 육체적 건강 상태에 전 세계의 관심이 쏠릴 것으로 예상된다.
사흘에 걸쳐 중요하고 복잡한 안보 의제가 논의되는 이번 나토 정상회의는 바이든 대통령의 인지력이 심판되는 무대가 될 가능성이 크다.
바이든 대통령은 9일 멜론 오디토리움 연설, 10일 각국 정상과 회담, 11일 기자회견을 앞두고 있다.
제이크 설리번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 등 일부 고위 당국자들은 바이든 대통령이 건강을 입증할 것으로 장담한다.
존 커비 백악관 국가안보회의 국가안보소통보좌관도 8일 한국, 일본, 뉴질랜드 등 비회원국의 나토 정상회의 참석이 바이든 대통령의 건재와 미국의 리더십에 대한 방증이라고 강조했다.
커비 보좌관은 이날 브리핑에서 “미국 리더십의 중요성을 그들이 믿지 않는다면 이들이 미국에 올 이유가 없다"며 “바이든 대통령은 이를 매우 중요하게 받아들이고 있다"고 했다.
그러나 바이든 대통령은 지난달 13∼15일 이탈리아에서 열린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에서도 동맹국들에 심한 우려를 안긴 것으로 전해졌다.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G7 정상들은 바이든 대통령의 신체 상태가 작년보다 심하게 쇠퇴한 데 충격을 받았다.
대화 때 주제에서 자주 이탈했고 걷을 때 함께 대화하는 게 어려웠다는 증언이 나왔다.
이들 정상은 함께 이동할 때 일부러 늦게 걸어 바이든 대통령에게 속도를 맞추고 공개행사 때는 난처한 상황이 불거지면 얼른 둘러싸고 가릴 밀집대열을 계획하기도 한 것으로 전해졌다.
바이든 대통령은 TV 토론 때 실수를 해외순방에 따른 피로 누적과 감기 때문이라고 항변한 바 있다.
이번 나토 정상회의는 시차 적응이 필요 없는 워싱턴DC에서 열리는 데다가 분위기도 우호적인 터라 부정적 변수는 그만큼 제한적이다.
싱크탱크 애틀랜틱카운슬의 이언 브레진스키는 NBC방송에 “이번 나토 정상회의는 바이든 대통령이 활력과 에너지를 갖고 동맹들에 대한 약속을 강조할 거대한 기회"라고 말했다.
브레진스키는 “바이든 대통령이 비공개 회담뿐만 아니라 공개 토론회도 자신의 리더십을 증명하는 데 사용할 필요가 있다"며 “그게 바로 대선 토론 때문에 우려에 빠진 동맹국 정상들이 원하는 것이자 바이든 대통령 자신에 대한 인상을 크게 뒤집을 중대한 기회"라고 덧붙였다.
한편,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에도 당내 사퇴 요구를 반박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미 MSNBC 방송과의 전화 인터뷰에서 자신에게 대선 불출마를 압박하는 당내 인사들을 향해 “대선 도전을 선언하고 나를 상대로 뛰어보라. 전당대회에서 나에게 도전해보라"라고 말했다.
또 “나는 당의 '엘리트'들에 의해 너무 좌절하고 있다"라고 했다. 이어 “'일반적인' 민주당 유권자들은 내가 대선 레이스에 남기를 원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바이든 대통령은 MSNBC와의 전화 인터뷰에 앞서 민주당 의원들에게 보낸 2쪽 분량을 서한에서도 “이제는 그만해야 할 때"라며 사퇴 요구를 일축했다.
바이든 대통령의 부인인 질 바이든 여사도 이날 사우스캐롤라이나 유세에서 “조는 올인(all in·다 걸기)한다고 분명히 했다"면서 “나도 올인"이라고 밝혔다.
이런 가운데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은 미 폭스뉴스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그(바이든)는 자존심이 강하고 그만두기를 원하지 않는다. 그는 그렇게 하고 싶어 하지 않는다. 그게 그가 원하는 것처럼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