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 기술을 가진 건설기능인 양성을 위해 도입된 기능등급제가 시행된 지 3년이 지났지만 유명무실화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전문가들은 기능등급제의 현장 수용성을 높이기 위한 적극적 지원이 이뤄져야 한다고 지적한다.
9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2021년 5월 '건설근로자의 고용개선 등에 관한 법률'의 개정을 기반으로 '건설근로자 기능등급제(기능등급제)'가 시행됐지만 유명무실한 상태다.
이 제도는 건설근로자의 체계적인 경력관리와 합리적 보수 체계를 위해 근로일수·자격·교육·포상이력 등을 기준으로 초·중·고·특급의 4단계 등급을 부여하는 것이 핵심이다.
하지만 현장에선 사실상 무용지물이다. 건설근로자공제회 자료에 따르면, 최근 1년간(지난해 12월 31일 기준)퇴직공제 신고 된 기능등급 보유 근로자 104만2738명의 기능등급증명서 발급 건수는 2만5951건으로 약 2.5%에 그치고 있다.
대부분의 현장에서는 건설기능인 등급제만으로 업무 역량을 파악하기 힘들다며 도입을 꺼리고 있다. 경력과 자격, 교육, 포상을 기준으로 등급을 매기지만 정작 사용자가 선호하는 직무 역량과 직결되지는 않기 때문이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기능등급제는 일부 현장에서만 도입되는 제도"라며 “시행 3년이 지났지만 대다수의 노동자들은 제도 자체를 알지 못하는 것이 현실"이라고 지적했다. 다른 한 관계자도 “노동자들은 왜 등급을 부여받아야 하는지, 사업주는 등급을 부여받은 인력을 왜 고용해야 하는지 이유를 모르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이처럼 기능등급제가 무력화된 상황에서 건설업계는 인력난에 처해 있다. 실제 한국건설산업연구원이 고용노동부 고용동향을 분석한 결과 지난 5월 건설업 취업자 수는 207만명으로 전월(209만8000명) 대비 1.3% 감소했다. 5월 취업자 수가 전월보다 감소한 것은 글로벌 금융위기 기간인 2009년 이후 15년 만이다. 작년 같은 달과 비교해도 2.2% 줄었으며, 이미 지난 4월 취업자 수가 전월(211만7000명) 대비 2만명가량 줄어든 가운데 두 달 연속 감소한 것이어서 하락세가 뚜렷한 모습이다.
건설 기능인들의 고령화도 문제다. 건설근로자공제회에 따르면, 건설기능인력의 평균 연령(2024년 5월 기준)은 51.1세로 2019~2020년을 제외하고 10년 동안 꾸준히 상승했다. 2014년 48.7세에서 10년 사이 2.4세 높아졌다. 전체 인구 평균보다도 월등히 높은 수준으로 그만큼 건설현장의 기능인력들의 노령화 속도가 빠르다는 얘기다. 2023년 전체 인구의 평균 연령은 44.4세로 건설기능인력의 평균보다 6.7세가 낮다.
최은정 한국건설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건설현장의 인력 고령화에 따른 인력 수급문제는 지속적으로 대두되어 온 사안"이라며 “기능등급제의 안정적 정착은 현재 건설현장 내 청년층 및 숙련인력 부족, 불법외국인 문제 등에 대한 현실적인 대안으로 작용할 수 있다. 제도 시행 3년이 된 현재, 제도의 현장 수용성을 위해 노·사·정 모두 머리를 맞댈 때"라고 강조했다.
최 연구위원은 또 “직종별 경력산정 방식에 대해 현실적인 개선과 교육의 선순환 효과가 이루어질 수 있도록 기능등급제 연계 승급교육의 제도화 및 운영재원 방안 등이 모색돼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도 “기능인등급제는 사람마다 다른 자질과 숙련도를 단순 분류기준으로 구분하기 쉽지 않다는 한계가 있다"며 “건설 기능인들의 근로환경과 처우 개선이 필수적"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