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업 불황이 지속되고 있다. 부동산 시장 침체 문제가 심각한데 가계대출 규제로 수요까지 줄었다. 원자재 가격과 인건비는 천정부지로 치솟고 있다. 부동산프로젝트파이낸싱(PF) 문제 등 언제 터질지 모르는 뇌관도 한가득이다. 건설업계는 최고경영자(CEO)를 바꾸거나 내부 조직을 재정비하는 등 대응책 마련에 나섰다. 국내 주요 건설사 리더십 변화 양상을 진단하고 내년 달라질 것들을 예상해본다. <편집자주>
포스코그룹 내 대표적인 '재무통'이자 '전략통'으로 불리는 전중선 포스코이앤씨 대표가 내년에도 회사를 이끌지 여부에 업계 관심이 쏠리고 있다. 업황 부진이 계속되고 있고 신사업 확대에 대한 갈증도 있는 만큼 전 대표 임기가 연장될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한 상태다.
15일 업계에 따르면 포스코이앤씨는 국내 주요 건설사 중 유일하게 아직 연말 인사를 발표하지 않았다.
1962년생인 전 대표는 고려대학교를 졸업한 뒤 1987년 포스코에 입사했다. 포스코 글로벌인프라부문장(부사장), 포스코홀딩스 경영전략팀장(사장) 등 요직을 거친 인물이다. 포스코그룹 '장인화 체제'가 본격화한 올해 초 포스코이앤씨 사령탑을 맡았다. 임기는 내년 3월까지다.
지금까지 경영 성적표는 일정 수준 '합격점'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포스코이앤씨의 올해 1~3분기 누적 매출액은 7조2181억원으로 전년 대비 2.4% 줄었다. 영업이익은 1246억원으로 25.7% 급감했다. 기대에는 미치지 못하지만 공사비 급등 같은 대외환경을 고려했을 때 나름대로 선방한 결과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어려운 상황 속에서도 도시정비 분야에서 존재감을 발산했다는 점이 눈에 띈다. 올해 들어 이달 10일까지 포스코이앤씨는 4조7191억원 가량 도시정비 사업을 수주했다. 현대건설(6조612억원)에 이어 2위에 해당하는 수치다.
해외 공사 수주는 다소 저조했다. 2020년만해도 해외에서 따낸 공사가 17억6555만달러 규모에 달했지만 작년에는 3억5342만달러 수준으로 쪼그라들었다. 올해는 지난해보다 더 떨어진 실적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된다.
전 대표 취임을 전후로 본격화된 신사업 확장이 어떤 성과를 얻을 지도 관심사다. 전 대표는 원자력발전소 관련 사업을 미래 새 먹거리로 점찍고 역량을 꾸준히 키워가고 있다. 국내 건설사 중에는 현대건설과 대우건설 정도만 뛰어든 시장이다. 포스코이앤씨는 산학협력을 강화하고 기술포럼을 여는 등 후발주자다운 발 빠른 행보를 보이고 있다.
포스코이앤씨는 지난해 현대건설·두산에너빌리티와 컨소시엄으로 신한울 3·4호기를 수주하며 첫 대형원전 수주고를 올렸다. 또 한국전력이 주도했던 SMART 국책 사업 참여를 시작으로 한국수력원자력 주관 i-SMR 수출 사업에도 협력 체계를 구축하고 있다. 한국원자력연구원과 고온가스로(HTGR)개발 사업을 위한 업무 협약을 체결하는 등 소형원전모듈(SMR) 시장 진출 역시 적극 모색 중이다.
인공지능(AI), 로봇 등 미래 경쟁력 강화에도 힘을 주고 있다. 안전 관리 차원에서 건설 현장 첨단·자동화에도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포스코이앤씨가 아이티원과 공동개발한 '콘크리트 시공이음부 요철생성 로봇'은 'CES 2025' 로본분야 혁신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포스코그룹 자체에서 '혁신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는 점은 전 대표 연임에 변수로 작용할 수 있을 전망이다. 철강 분야는 중국발 공급과잉 등 무한경쟁 체제에 휘말렸고 이차전지 사업 쪽도 힘든 시기를 보내고 있다. 포스코그룹은 임원들이 연봉을 반납하는 등 비상 경영에 돌입한 상태다. 창사 이래 첫 노조 파업 위기에도 직면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