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 업황이 피크(정점)를 찍고 내려오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불거지고 있으나, 아직은 이를 걱정할 때가 아니라는 반론이 더 강한 것으로 전해졌다.
7일 업계에 따르면 HD한국조선해양은 올해 180억달러 규모의 조선·해양 수주목표를 제시했다. 이는 지난해 목표 대비 33.7% 향상된 수치지만, 실적과 비교하면 12.1% 낮다.
HD현대중공업(97억5000만달러)은 지난해 실적 보다 27.5% 높은 목표를 잡았으나, HD현대미포(38억달러)와 HD현대삼호(45억달러)는 30% 이상 낮은 목표를 설정했다.
한화오션은 지난해부터 수주목표를 외부에 공개하지 않고 있으며, 삼성중공업은 조만간 발표할 예정이다. 그러나 보수적인 수치로 잡힐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국내 기업들의 실적에 가장 크게 이바지하는 선종을 중심으로 글로벌 발주량이 하락할 것이라는 예측이 나오는 탓이다. 영국 조선·해운시황 분석기관 클락슨리서치는 올해 발주량이 4930만CGT(표준화물선환산톤수)로 전년 대비 25.7% 줄어들 것으로 예상했다. 한국수출입은행도 29% 감소를 내다봤다.
그간 선사들이 대량으로 발주한 물량이 축적되면서 발주와 인도시기가 벌어지는 것도 이같은 현상의 원인으로 꼽힌다. 실제로 지난해 11월 기준 전세계 수주잔량은 1만5223CGT로 22년 11월 대비 27.8% 이상 많아졌다.
수출입은행은 올해 국내 조선소들의 수주량을 950만CGT로 예상했다. 이는 전년 대비 10% 가량 줄어든 수치다.
하지만 수주액(310억달러)의 경우 1.6% 감소에 그치고, 수출액(약 310억달러)은 19% 가까이 불어날 것이라는 기대감이 불거진다. 실적 향상 흐름이 이어진다는 것이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엔가이드에 따르면 HD한국조선해양의 올해 예상 영업이익은 2조4000억원 수준이다. 삼성중공업과 한화오션은 각각 7800억원·5600억원 규모로 추정된다.
지난해 9월 189.96포인트까지 높아졌던 클락슨 신조선가지수가 최근 189.09까지 하락했지만, 여전히 높은 수준으로 형성되는 등 인도되는 선박의 '몸값'이 꾸준히 상승하고 있기 때문이다. 국내 기업들이 선별수주 정책을 강하게 펴면서 수익성을 끌어올린 것도 거론된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친화석연료 정책에 따른 유럽·아시아향 액화천연가스(LNG) 수출 확대, HMM 등 국내외 선사들의 친환경 컨테이너선 발주를 비롯한 요소가 업황을 뒷받침하는 점도 언급된다.
한승한 SK증권 애널리스트는 HD한국조선해양이 5년 연속 수주목표를 초과달성할 것으로 예상했다. 2021년부터 목표 대비 47% 가량 높은 실적을 기록했다는 논리다.
다른 기업들의 수주 전선도 어둡지 않을 것이라는 목소리도 나온다. 오지훈 IBK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올해 상반기에 대만 해운사의 컨선 물량과 가스선 등의 발주가 이뤄질 것으로 전망했다.
오 애널리스트는 “국내 조선사들은 1분기에 가장 많은 선박을 수주하는 경향을 보인다"며 “보수적인 수주 목표로 인해 과거에도 조선업종 주가는 1월 약세를 보이나, 강력한 수주 모멘텀으로 상반기 주가가 상승하는 경향을 보였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