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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윤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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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의 가전 업계…삼성·LG, B2B로 승부수

에너지경제신문   | 입력 2025.02.18 15:30

내리막길 가전 시장, 美 관세 부담 가중
돌파구는 B2B…HVAC 등 신사업 강화

LG전자

▲LG전자가 최근 미국 올랜도에서 열린 북미 최대 공조전시회 'AHR 엑스포 2025'에서 산업용부터 주거용까지 고객 맞춤형 HVAC 솔루션을 선보였다. LG전자 모델이 미국 전역의 다양한 기후를 고려한 '인버터 히트펌프'를 소개하고 있다.

삼성전자와 LG전자를 비롯한 국내 가전업계가 냉난방공조(HVAC), 상업용 디스플레이, 스마트 모듈러 주택 등 기업 간 거래(B2B) 시장으로 사업 영역을 확대하고 있다. 가전제품 판매 감소와 미국의 '관세 폭탄'으로 수출 위축이 우려되는 가운데, 새로운 성장 동력을 확보하려는 전략으로 보인다.


◇ 가전 시장 침체와 관세 악재

18일 통계청 국가통계포털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가전제품 판매액은 약 31조1846억원으로 전년 대비 4% 줄었다. 3년 전(약 38조2080억원) 정점을 찍은 이후 계속해서 감소하는 흐름이다.


가전 시장 침체는 고금리·고물가로 인한 소비 위축뿐만 아니라, 코로나 특수의 종료도 주요 원인으로 분석된다.


업계 관계자는 “코로나 시기에는 재택근무 확산 등으로 집에서 머무는 시간이 늘어나면서 가전제품 수요도 함께 증가했다"며 “하지만 일상 회복 이후 야외 활동이 활발해지면서 자연스럽게 가전에 대한 관심이 줄어들었고, 이에 따라 시장도 침체에 빠졌다"고 설명했다.


대외 환경 역시 악재가 이어지고 있다. 최근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철강과 알루미늄 제품에 25% 관세 부과를 공식화했다. 이에 따라 철강 등을 원재료로 쓰는 가전제품의 가격 경쟁력이 낮아지고, 수출 시장 위축 가능성이 제기된다.




◇ B2B 전략으로 반등 모색

이러한 대내외 악재 속에서 삼성전자와 LG전자는 B2B 시장을 새로운 성장 기회로 보고 있다. B2B 사업은 소비자 대상의 가전 판매와 달리, 한 번 계약하면 대량 주문과 장기 계약이 가능해 수익성이 안정적이라는 점에서 매력적인 시장으로 평가된다.


양사는 특히 성장 가능성이 높은 HVAC 사업 확장에 주력하고 있다. 각국의 탄소중립 규제 강화와 발열량이 많은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 증가로 친환경·고효율 공조 시스템에 대한 수요가 급증하면서 시장 규모도 빠르게 확대되고 있기 때문이다.


시장조사업체 글로벌 인포메이션에 따르면 2023년 1642억1000만달러(약 237조원) 규모였던 글로벌 HVAC 시장은 2030년 2493억8000만달러(약 360조원)까지 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삼성전자와 LG전자는 이러한 흐름에 맞춰 최근 북미 최대 공조 전시회인 'AHR 엑스포'에 나란히 참가해 최신 HVAC 솔루션을 선보였다.


LG전자는 최근 빅테크 기업들의 AI 인프라 투자 확대 흐름에 맞춰 '무급유 인버터 터보 칠러'를 주력 제품으로 내세웠다. 이 제품은 고속 회전 압축기 모터의 회전축을 전자기력으로 띄워 마찰 손실을 최소화한 것이 특징으로, 대형 AI 데이터센터의 냉각 솔루션으로 주목받고 있다.


삼성전자는 북미 가정용 유니터리(Unitary) 시장 공략을 강화하기 위해 실내기와의 호환성이 뛰어나고 설치가 간편한 고효율 하이브리드 하이렉스 실외기를 선보였다. 가정용 유니터리 제품은 북미에서 주택이나 중소형 빌딩에 널리 사용되는 공조 방식으로, 덕트를 통해 찬바람을 공급해 냉방을 구현하는 것이 특징이다.


삼성전자와 LG전자는 상업용 디스플레이 제품군 확대에도 주력하고 있다. 호텔 TV와 전자 칠판 등 맞춤형 콘텐츠를 제공하는 제품이 주요 대상이다. 각기 레저와 비즈니스 분야에서 높은 수요가 예상되며, 이에 맞춰 차별화된 경험을 제공하려는 전략이다.


또한 양사는 글로벌 모듈러 주택 시장 공략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최근 삼성전자는 국내 최대 모듈러 전문 회사인 유창이앤씨와 협력해, 공간의 형태와 목적에 맞춤형 AI 솔루션을 제공하는 '스마트싱스 프로'와 시스템 에어컨, 사이니지, 냉장고, 세탁기 등 AI 가전을 유창이앤씨의 다양한 모듈러 건축물에 도입할 계획이다.


스마트싱스 프로는 집 안의 스마트싱스 연결 경험을 사무실, 호텔 등 상업용 건물은 물론 학교와 다중 주거 시설 등으로 확장한 AI 기반 B2B 솔루션이다.


LG전자는 지난해 10월부터 모듈러 주택인 'LG 스마트코티지'를 상업화했으며, 지난해 말에는 SM엔터테인먼트의 강원도 연수원에 LG전자의 AI 가전과 히트펌프 냉난방공조 시스템 등이 집약된 스마트코티지를 공급하며 B2B 고객을 확보했다. 향후 기업과 단체를 대상으로 한 B2B 거래를 더욱 확대할 예정이다.


스마트코티지는 도시 근교나 지방에 세컨드 하우스를 쉽게 구축할 수 있는 신개념 모듈러 주택으로, LG전자의 히트펌프 냉난방공조 시스템과 AI 가전 등 에너지 효율을 극대화할 수 있는 기본 옵션을 제공한다.


한 가전업계 관계자는 “소비자 시장은 경기 영향을 크게 받지만, B2B 시장은 기업 및 공공기관과의 장기 계약이 많아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수익을 확보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특히 HVAC와 상업용 디스플레이 분야는 지속적인 수요가 예상되므로, 업계는 B2B 사업 확대를 통해 새로운 성장 동력을 확보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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