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부터 이어진 건설업 불황에 공사 기간 연장에 따른 입주 일정 지연 사례가 증가하고 있어 수요자들의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경기 광명시의 한 아파트 공사 현장. 사진=김기령 기자 |
[에너지경제신문 김기령 기자] 건설업 불황과 화물연대 파업 등의 여파로 입주 일정이 지연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이에 입주예정자들만 피해를 보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공사 지연 시 건설사가 조합에 지급하는 지체보상금 기준이 모호한 점도 논란이 되고 있다.
12일 정비업계에 따르면 서울 서초구 반포동 래미안원베일리(신반포3차·경남아파트 재건축)는 한차례 공사 지연 논란을 겪었다. 시공사인 삼성물산이 원베일리 조합 측에 ‘공사 기간 2개월 연장 요청’ 공문을 보낸 사실이 알려져서다.
삼성물산 관계자는 "코로나 팬데믹과 화물연대 파업 등으로 공사가 지연돼 2개월 연장을 요청하는 공문을 보냈다"며 "조합 측에 공사 연기를 고려해달라는 취지로 보낸 것"이라고 말했다.
공사 기간이 2개월 연장될 경우 오는 8월로 예정됐던 입주가 10월로 늦춰질 수 있다. 이 경우 기존 입주 예정일에 맞춰 이사를 계획한 입주예정자들이 일정을 모두 변경해야 하는 수고를 겪을 수밖에 없다.
이에 입주예정자들은 이사 계획을 수정해야 하는 지 등을 놓고 혼란스러워하는 상황이다.
다만 조합 측이 전날 밤 삼성물산에 공사 기간 연장 요청을 받아들일 수 없다는 내용의 회신을 전달하면서 상황이 일단락됐다는 게 삼성물산 측의 설명이다.
삼성물산 관계자는 "11일 저녁 조합 측에서 연장 요청을 받아들일 수 없으며 기존 일정대로 공사를 진행해달라는 내용의 답변을 보내왔다"며 "조합의 요구를 수용해 공사 지연 없이 기존 일정대로 진행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처럼 원베일리 입주는 기존대로 오는 8월 말에 맞춰 진행될 것으로 정리됐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업황이 좋지 않은 데다 불안정한 경제 상황 등을 미뤄봤을 때 앞으로 입주 지연 단지가 늘어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공사가 지연돼 입주 일정이 미뤄지면 입주예정자들은 단기 월세 등으로 임시거처를 마련하는 등 불편을 겪어야 하며 기간 연장에 따라 늘어난 대출이자 부담도 감당해야 한다.
통상적으로 공사 기간이 연장돼 입주가 지연될 경우 시공사는 입주자들에게 지체상금을 지급해야 한다. 지체상금은 지체보상금, 입주지연보상금 등으로도 불리는데 계약서 상 언급된 연체료율에 지체일수를 곱해 산출된다.
지난 2021년 1월 외벽 붕괴 사고로 입주가 지연된 광주 서구 ‘화정 아이파크’ 시공사인 HDC현대산업개발은 입주 예정자들에게 1억원가량의 지체상금을 지급한다고 밝힌 바 있다. 외벽 붕괴 사고의 책임이 건설사 측에 있다고 판단돼서다.
이에 HDC현산은 아파트 계약금(분양가의 10%)과 중도금(40%)을 합친 금액을 기준으로 입주 지체보상금을 책정했다. 분양가 5억5000만원인 전용면적 84㎡ 아파트 입주자는 9100만원을 지원받게 되는 것이다.
하지만 시공사의 책임에 의한 지연이 아닐 경우 시공사는 지체보상금 지급 의무가 없다. 자연재해 등 천재지변의 경우에 지체상금은 지급되지 않는다.
일례로 1717가구 대단지인 경북 포항시 ‘힐스테이트 포항’은 지난해 9월 태풍 ‘힌남노’ 피해로 입주 시기를 3개월 연기했다. 힌남노로 인해 해당 단지 내 지하주차장이 침수되면서 장비 일부가 훼손됐기 때문이다. 이에 이달로 예정됐던 입주예정일은 오는 4월로 3개월 늦춰졌다.
김예림 법무법인 심목 대표변호사는 "최근 입주 지연에 따른 계약 해지가 가능한지 등을 문의하는 사례가 꽤 있다"며 "분양 시장 분위기가 좋지 않기 때문에 건설사들이 분양 일정을 미루려는 분위기도 점차 가시화되고 있기 때문에 추후 입주 지연에 따른 피해가 늘어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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